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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칼미키야 초원의 작고 외딴 마을 ‘유즈니’에서 사샤 아저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아저씨의 본명을 말할 수 있는 마을 사람은 비록 몇 안 되지만 말이다. 그의 진짜 이름은 나카가와 나카가와 요시테루다. 그는 96세로 아마도 러시아에 살고 있는 유일한 일본인 사무라이일 것이다. 나카가와는 가미카제 비행사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싸웠다. 공중전에서 격추당해 포로가 됐을 때, 그는 사무라이의 전통에 따라 하라키리(할복)를 했으나 소련 외과 기술 덕분에 살아남았다. 러시아 혁신 환경 발전에 새로운 동인을 제공할 수 있는 스타트업 빌리지(Startup Village) 행사가 6월 2~3일 혁신도시 ‘스콜코보’에서 대대적으로 열렸다. 스타트업 빌리지 행사에는 러시아 국내외 사업가와 투자자, 벤처펀드, 정부기관 등 1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러시아 최고령 사무라이 날 살려낸 러시아는 내 조국 스콜코보 스타트업 빌리지 총회 첫날만 130억 루블 유치 러 우주산업 전초기지 될 보스토치니 현장 가보니 가볼 만한 모스크바 산책로 ② 크렘린볼쇼이 골목길 2015년 6월 26일 금요일 설탕 씹으며 차 한 모금씩 시베리아의 다도 PAGE 7 세계는 사이버전쟁 중 러, 스마트 무기 기반 준비태세 강화 제작 담당 러시아: 엘레나 김 에디터 한국: 안성규 게스트서브 에디터 [email protected] 이 섹션은 <로시스카야 가제타(Rossiyskaya Gazeta), 러시아>와 중앙일보가 협력해 제작발간합니다. PAGE 2 PAGE 5 PAGE 6 PAGE 8 2013년 12월 25일 러시아의 컴퓨터 보안 회 사 카스페르스키 연구소는 러시아미국 폴란드독일중국 컴퓨터 사용자들의 사 이버 위협 노출도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했 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사용자 55%의 컴퓨터가 악성 바이러스 프로그램에 감염 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조사한 나라 가 운데 1위를 차지했다. 러시아 정부는 사이버 공격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 런 상황과의 연관 관계가 분명하지 않지만 이후 러시아 정부의 사이버 보안 및 안보와 관련된 움직임은 신속해졌다. 2014년 12월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연방 정보자원에 대한 사 이버 공격 탐지예방차단을 위한 국가체계 구상이라는 제목의 규범 초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연방보안국(FSB) 산하에 국 가사이버범죄조정본부라는 특수분과가 설 치돼 러시아 연방 국가권력기관들의 인터넷 홈페이지 보안을 담당하게 된다. 이 본부는 지역으로 분할돼 사이버 공격 탐지예방차 단을 위한 병력(관련 권한을 가진 부대)과 장비(기술 솔루션)를 갖추게 되며 이들 지역 부대는 중앙에서 통합 관리하게 된다. 2015년 2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 장관은 2020 러시아군 정보통신기술 발전 구상에 서명했다. 이에 앞서 2014년 5월에는 러시아 군지휘통신체계 보안을 위한 사이버 전 부대가 창설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 부 대에는 수학, 프로그래밍, 암호학, 통신, 무 선전자전 분야의 최고급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상 군관구와 함대 소속 부대 및 분대가 포 함된다. 이어 2015년 3월 10일 드미트리 로고 진 부총리는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개최 된 사이버 관련 회의에서 “러시아의 사이버 안보 시스템은 스마트 무기에 기반해 구축될 것”이라며 “이 무기가 고도로 복잡한 스마트 생산라인과 기술과정을 거쳐서 제작된다고 밝혔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보도했다. 로고진 부총리는 또 “러시아가 직면할 수 있는 사이버 분야의 주 위협은 세 경우로부 터 올 수 있다. 첫째, 러시아보다 더 강한 국 가 또는 국가들의 연합, 둘째 같은 수준의 힘을 가진 적국, 셋째 기술적으로 러시아보 다 뒤진 적국이라고 말했다. 이후 러시아 국방부는 2015년 10~11월 크 림 반도에 독립 사이버 부대를 창설할 계획 이라고 타스 통신이 국방부 내 소식통을 인 용해 최근 보도했다. 신설 부대의 목표 과제 에는 정보네트워크 사이버 보안 유지 및 필 요한 경우 잠재적 적국의 군 지휘체계 교란 을 위해 적국 정보네트워크를 공격하는 것 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든 것들은 러시아의 사이버 전쟁 준비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계기사 R4 엘레나 김, 갈리야 이브라기모바, 빅토리야 자비얄로바, 데니스 쿤구로프 화려한 ‘모스크바 물감 마라톤’ 하지(夏至)인 지난 6월 21일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물감 마라톤이 열렸다. 5km 구간을 달리는 경기에서 1km 지점마다 참가자들은 인체에 무해한 물감 세례를 받았다. 결승점에서는 물감 축포를 맞았다. 5000여 명이 참가한 이 행사는 오는 9월 20일 8000명이 42km를 달릴 ‘모스크바 마라톤’의 첫 행사다. [타스] 러, 군정부 보안 조직 잇따라 신설 사이버 공격 예방하고 탐지차단 비상시 적 수뇌부 교란 작전 담당

"세계는 사이버전쟁 중" ... 러, 스마트 무기 기반 준비태세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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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세계는 사이버전쟁 중" ... 러, 스마트 무기 기반 준비태세 강화

끝없는 칼미키야 초원의 작고 외딴

마을 ‘유즈니’에서 사샤 아저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아저씨의 본명을 말할 수 있는

마을 사람은 비록 몇 안 되지만 말이다.

그의 진짜 이름은 나카가와

나카가와 요시테루다. 그는 96세로

아마도 러시아에 살고 있는

유일한 일본인 사무라이일 것이다.

나카가와는 가미카제 비행사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싸웠다.

공중전에서 격추당해 포로가 됐을 때,

그는 사무라이의 전통에 따라

하라키리(할복)를 했으나

소련 외과 기술 덕분에

살아남았다.

러시아 혁신 환경 발전에 새로운

동인을 제공할 수 있는

스타트업 빌리지(Startup Village)

행사가 6월 2~3일 혁신도시

‘스콜코보’에서 대대적으로 열렸다.

스타트업 빌리지 행사에는

러시아 국내외 사업가와 투자자,

벤처펀드, 정부기관 등 1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러시아 최고령 사무라이

날 살려낸 러시아는 내 조국

스콜코보 스타트업 빌리지 총회

첫날만 130억 루블 유치

러 우주산업 전초기지 될

보스토치니 현장 가보니

가볼 만한 모스크바 산책로 ②

크렘린볼쇼이 골목길

2015년 6월 26일 금요일

설탕 씹으며

차 한 모금씩

시베리아의 다도

PAGE 7

세계는 사이버전쟁 중 러, 스마트 무기 기반 준비태세 강화

제작 담당 ● 러시아: 엘레나 김 에디터 ● 한국: 안성규 게스트서브 에디터 ● [email protected]이 섹션은 <로시스카야 가제타(Rossiyskaya Gazeta), 러시아>와 중앙일보가 협력해 제작발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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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5일 러시아의 컴퓨터 보안 회

사 카스페르스키 연구소는 러시아미국

폴란드독일중국 컴퓨터 사용자들의 사

이버 위협 노출도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했

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사용자 55%의

컴퓨터가 악성 바이러스 프로그램에 감염

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조사한 나라 가

운데 1위를 차지했다. 러시아 정부는 사이버

공격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

런 상황과의 연관 관계가 분명하지 않지만

이후 러시아 정부의 사이버 보안 및 안보와

관련된 움직임은 신속해졌다.

2014년 12월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연방 정보자원에 대한 사

이버 공격 탐지예방차단을 위한 국가체계

구상이라는 제목의 규범 초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연방보안국(FSB) 산하에 국

가사이버범죄조정본부라는 특수분과가 설

치돼 러시아 연방 국가권력기관들의 인터넷

홈페이지 보안을 담당하게 된다. 이 본부는

지역으로 분할돼 사이버 공격 탐지예방차

단을 위한 병력(관련 권한을 가진 부대)과

장비(기술 솔루션)를 갖추게 되며 이들 지역

부대는 중앙에서 통합 관리하게 된다.

2015년 2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

장관은 2020 러시아군 정보통신기술 발전

구상에 서명했다. 이에 앞서 2014년 5월에는

러시아 군지휘통신체계 보안을 위한 사이버

전 부대가 창설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 부

대에는 수학, 프로그래밍, 암호학, 통신, 무

선전자전 분야의 최고급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상 군관구와 함대 소속 부대 및 분대가 포

함된다. 이어 2015년 3월 10일 드미트리 로고

진 부총리는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개최

된 사이버 관련 회의에서 “러시아의 사이버

안보 시스템은 스마트 무기에 기반해 구축될

것”이라며 “이 무기가 고도로 복잡한 스마트

생산라인과 기술과정을 거쳐서 제작된다고

밝혔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보도했다.

로고진 부총리는 또 “러시아가 직면할 수

있는 사이버 분야의 주 위협은 세 경우로부

터 올 수 있다. 첫째, 러시아보다 더 강한 국

가 또는 국가들의 연합, 둘째 같은 수준의

힘을 가진 적국, 셋째 기술적으로 러시아보

다 뒤진 적국이라고 말했다.

이후 러시아 국방부는 2015년 10~11월 크

림 반도에 독립 사이버 부대를 창설할 계획

이라고 타스 통신이 국방부 내 소식통을 인

용해 최근 보도했다. 신설 부대의 목표 과제

에는 정보네트워크 사이버 보안 유지 및 필

요한 경우 잠재적 적국의 군 지휘체계 교란

을 위해 적국 정보네트워크를 공격하는 것

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든 것들은

러시아의 사이버 전쟁 준비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계기사 R4

엘레나 김, 갈리야 이브라기모바,

빅토리야 자비얄로바, 데니스 쿤구로프

화려한 ‘모스크바 물감 마라톤’ 하지(夏至)인 지난 6월 21일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물감 마라톤이 열렸다. 5km 구간을 달리는 경기에서 1km 지점마다 참가자들은 인체에 무해한 물감 세례를

받았다. 결승점에서는 물감 축포를 맞았다. 5000여 명이 참가한 이 행사는 오는 9월 20일 8000명이 42km를 달릴 ‘모스크바 마라톤’의 첫 행사다. [타스]

러, 군정부 보안 조직 잇따라 신설

사이버 공격 예방하고 탐지차단

비상시 적 수뇌부 교란 작전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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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인물 2015년 6월 26일 금요일 ┃ 경제 3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96세 러시아인 사무라이 나카가와 요시테루

진정한 조국은 태어난 일본이 아니라 죽고 싶은 곳, 러시아야

끝없는 칼미키야 초원의 작고 외딴 마을 ‘유

즈니’에서 사샤 아저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

다. 아저씨의 본명을 말할 수 있는 마을 사람

은 비록 몇 안 되지만 말이다. 그의 진짜 이름

은 나카가와 요시테루다. 그는 96세로 아마도

러시아에 살고 있는 유일한 일본인 사무라이

일 것이다. 나카가와는 가미카제(자살 특공

대) 비행사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싸웠다. 공

중전에서 격추당해 포로가 됐을 때, 그는 사

무라이의 전통에 따라 하라키리(할복)를 했

으나 소련 외과 기술 덕분에 살아남았다.

우리는 잘 가꿔진 정원에서 나카가와 아저

씨를 만났다. 그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솜씨

좋게 괭이를 사용하며 이랑과 씨름한다. 위장

무늬 조끼, 낡고 해어진 모자, 고무장화.

그런데도 그에게는 벼 논에서 일하는 침

착하고 부지런한 일본인 같은 뭔가가 있다.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손을 가슴에 포개어

환영하며 나카가와 아저씨는 손님들을 집

안으로 초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러시아

어가 유창했다.

1941년, 일본은 필리핀을 두고 미국과 싸

우고 있었다. “일본 전역에서 자원자를 모집

했지. 피하는 것은 부끄럽고 야비한 짓이었

어.” 나카가와가 말한다. 그렇게 그는 군 복

무를 하러 떠났다. 가족들은 반대하지 않았

다. 나카가와의 부모님에게는 친자식과 입

양자식을 포함해 모두 14명의 자식이 있어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여름학교에서 속성

과정을 마쳤지만 제대로 비행기를 착륙시키

는 방법조차 모르는 채 나카가와는 비행대

로 갔다. 그러나 이것이 그가 큰 성공을 거

두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는 약 20

대의 미국 비행기를 격추시킨 것이다. 이런

무공을 평가받아 나카가와는 대위가 됐다.

그러나 전선의 상황은 악화돼 갔다. 미군

은 일본군을 필리핀에서 내몰았고, 1945년

에는 일본과 소련 간에 전쟁이 시작됐다. 일

본은 어떻게든 상황을 바로잡고자 적이 예

상치 못한 전술에 매달렸다. 일본 공군은 소

위 ‘신이 일으키는 바람’, 즉 ‘가미카제’ 특

공대를 조직했다.

그러나 나카가와는 자살공격에서 죽는 것

은 면했다. 출격했는데 미군의 고사포를 맞고

격추됐기 때문이다. “비행기엔 파편이 튀었

고 결국 교각으로 떨어졌다.” 나카가와의 말

이 줄어들었다. 패배를 말하는 게 언짢은 듯

했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출격이었다. 불구가

된 자살특공대는 일본 공군에 필요 없었다.

살아남은 가미카제 특공대원은 남사할린으

로 파견됐다. 그러나 곧 소련군이 섬을 탈환

했고 나카가와는 포로로 잡혔다.

“일본인들은 나를 배신했어.” 그는 한숨을

내 쉰다. “마을 책임자가 고자질해 소련 군인

들을 데려왔지.” 나카가와는 명예를 지키고,

군인의 순수함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

기를 보여주기 위해 ‘하라키리’로 더 잘 알려

진 할복자살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어찌

어찌해서 단도를 입수했지만 포로에게 죽음

은 허락되지 않았다. 단도로 배를 푹 찔렀는

데 어떻게 이를 본 경비원이 칼을 빼앗았다.

“나는 그때 이미 저항할 힘이 없었고 의식을

잃었어. 정신이 돌아왔을 때 배에 꿰맨 자국

을 봤지. 나중에 테렌티예프라는 성을 가진

군 외과의사가 나를 살렸다는 것을 알게 됐

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할복 후에는 다시 살

아날 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살려냈으

니.” 나카가와는 지금까지도 놀라워한다.

자살 의식은 죽음으로 이어지지 못했지

만 대신 과거를 잘라낸 듯하다. “결과적으로

나는 했어야 하는 일을 했어. 나를 살려낸

것은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그는 말한다.

할복에서 살아남은 나카가와는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 삶에서는 정말

로 모든 것이 새로웠다. 문서상에는 나카가

와의 실제 출생연도 1919년 대신에 실수인지

1922년이라고 적혔다. 이름도 잘못 기록됐

다. 그 결과 나카가와의 이름은 사다오가 됐

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샤가 됐다.

나카가와는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

았다. 할복까지 했어도 그가 포로 생활을 했

다는 사실은 일본에서 여러 다른 의미로 받

아들여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명

은 이러한 결정에서 나카가와의 편이었던

것 같다. 1949년 일본 포로들이 석방됐을 때

예전의 상처에서 예상치 못한 합병증이 일

어났다. 염증이 생긴 것이다.

“병원에서 죽다 살아났지. 정말, 정말 많

이 아팠어.” 나카가와는 당시를 회상한다.

그리고 또다시 소련 의사가 이 일본인을

살려냈다. 다만 이번에는 여자 의사였다. 그

녀는 포로가 완쾌할 때까지 간병했다. “나

의 여의사님”이라며 나카가와는 그리운 그

녀를 떠올렸다. 더 이상 포로가 아니었던 일

본인과 의사 사이에 사랑의 감정이 생겼다.

자신을 구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나카

가와는 여의사에게 자신의 유일한 보석인

금니를 선물했다. 둘이 결혼까지 했다. 소련

에서 떠나는 문제는 저절로 해결됐다. 이전

의 사무라이는 맞서 싸웠던 국가의 국민이

됐다. 새로운 조국의 어마어마한 광활함에

매혹된 나카가와는 새로운 조국을 스스로

발견하기 시작했다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일했지. 극동시

베리아우즈베키스탄다게스탄스타브로폴

에 가 봤어. 일자리를 찾아 돌아다닌 거지”

그는 손가락으로 세어가며 나열한다. 잘못

세고는 웃는다.

그의 구원자인 ‘여의사님’은 이러한 여행

열정을 견디지 못했다. 처음에는 따라다녔

지만 지쳐버렸다. 결국 헤어져야 했다. 그리

고 나카가와는 긴 방랑 끝에 시베리아의 칼

미키야에 오게 됐다.

“트랙터와 불도저를 잘 다뤄 초그라이스

크 저수지를 만드는 데 와 달라는 의뢰를 받

았어. 제일 처음으로 이곳 낚시는 어떠냐고

물었지. 낚시를 정말 좋아하거든.” 사무라이

낚시꾼이 장난스럽게 웃는다. 참고로 지역 주

민들 사이에서 사샤 아저씨는 물고기를 제일

잘 낚는 낚시꾼으로 유명하다. 그가 한 수 가

르쳐 주면 다들 명예와 큰 행운으로 여긴다.

“사샤 아저씨, 어떻게 그렇게 장수하셨어

요?” 나는 궁금했다. “비밀을 말해 주세요.

무슨 비밀스러운 사무라이 체조라도 하시나

요?” 사샤 아저씨는 슬쩍 농담을 했다. “하

지. 텃밭에서 씨도 심고 물도 주고 잡초와

싸우고 수확을 하지.” 그러더니 진지하게 덧

붙였다. “사람에게는 좋아하는 일이 있어야

해. 그것만이 우리를 살아있게 해 주지. 아

무것도 하지 않고 일하지 않는 사람은 빨리

죽어. 살아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어쨌든 나카가와는 일본에 한번 가기로

결정했다. DNA 분석을 하고 나서야 사샤 아

저씨가 실제로 나카가와 요시테루임을 일본

측에 증명할 수 있었다. 죽은 것으로 알려졌

던 사무라이 가미카제 특공대원의 방문은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신문에 그의 이야

기가 실렸고, 그의 친척에 대해 썼으며 일본

에 남아 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친척들과 고위 공직자들을 만났고, 일

본 장관과 사케를 마시고, 내 무덤에도 가 봤

지.” 그는 침착하고 어딘가 무심한 태도로

말한다. “물론 일본은 전혀 다른 곳이 됐어.

이미 낯선 나라야. 지금 더 걱정되는 것은

다른 일이야. 연락이 끊긴 아들과 딸을 죽기

전에 찾고 싶어.” 나카가와는 고백한다.

“사샤 아저씨,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그래도 일본과 러시아 중에 어떤 나라를 조

국으로 생각하세요?” 나이 든 사무라이는

잠시 생각한다. “진정한 조국은 사람이 태어

난 곳이 아니라 죽고 싶은 곳이지. 나는 이

곳에서 죽고 싶어.”

동서양에 걸쳐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스스로를 서구 문명

의 변경으로 인식했다. 러시아가 서방국과

주요 무역 관계를 확립할 수 있었던 이유

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2014년 시작된 대

러 경제 제재 이후 러시아는 아시아로 선회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 결과 시진핑 중

국 국가주석이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손님

이나 진배없게 됐으며 브릭스(BRICS) 등

을 통한 아시아 지역과 개발도상국가들과

의 협력이 러시아 대외정책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됐다.

러시아와 서방의 정치적 관계가 냉각되

면서 경제 교류 지도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용어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2014년 전까지

러시아 관리들은 유럽연합(EU) 국가 전체

를 염두에 두며 EU를 러시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라고 불렀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교

역 규모에서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4년 대러 경제 제재가 일방적으

로 시작된 이후 EU가 러시아 1위의 무역

파트너라는 통계가 사라졌다. 지금은 모든

국가가 따로따로 취급되고 있다. 그 결과

공식 통계에서 여러 차례 강조된 바와 같

이 러시아의 무역 파트너 가운데 1위는 중

국이 차지하게 됐다.

그렇다고 전통적 무역 파트너들에 대

한 러시아의 의존도가 사라진 것은 아니

다. 2015년 1~4월 러시아 무역에서 EU가 차

지한 비율은 45.7%였다. 2014년(49.%)보다

는 적은 규모지만, 여전히 상당하다. 러시

아의 전체 대외무역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

방 국가들은 여전히 절반을 차지한다. 아시

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러시아 무역 규모

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27.9%에 그치고 있다.

러시아의 대외 무역과 관련해 가장 최근

자료에 따르면 전통적 무역 파트너들에 대

한 러시아의 의존성이 정치 노선의 천명에

도 불구하고 줄었다. 예를 들면 2015년 1~4

월 무역 결산 자료가 6월 초 발표됐는데, 이

에 따르면 러시아 대외무역에서 대중국 교

역은 206억 달러(연간 29.4% 감소), 독일네

덜란드와의 교역은 각각 154억 달러(35.2%

감소)와 150억 달러(37.7% 감소)를 기록했

다. 같은 기간 러시아의 대미국 교역량은 71

억 달러(20.2% 감소)였고 대한국 무역량은

60억 달러(27.95% 감소), 대프랑스 교역은

38억 달러(43.2% 감소)였다. 러시아 경제에

서 독일과 네달란드의 역할은 러시아 수출

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탄화수소연료

의 주요 공급로가 바로 이 두 나라를 경유

한다는 사실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특히

석유는 네덜란드 항구를 통해 공급되고 있

으며, 러시아에서 독일로 이어지는 발트해

해저 부설 ‘노스 스트림’ 가스관은 러시아

산 가스의 대유럽 공급로 가운데 하나다.

2015년 5월 러시아와 중국 기업들은 러

시아산 가스 공급 협정과 아울러 중국 은

행들이 러시아 기업들에 위안화 차관을 제

공하는 내용의 협정에도 서명했다. 그럼에

도 EU는 여전히 러시아산 가스의 최대 구

매자로 남아 있으며 EU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국영 은행들은 유럽 내

‘자매’ 은행들을 통해 미국과 유럽 은행들

에서 신디케이트 차관을 유치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통적 파트너들과의 교류 역시 점

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2015년 1분기에 러

시아 가스 독점 기업 ‘가스프롬’은 대유럽

가스 공급에서 노르웨이 업체에 1위 자리

를 내줬다.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가 냉각되고 서방 은

행들이 러시아 채무자에 대한 관심을 잃는

가운데 자금난을 겪고 있는 러시아 기업에

이슬람 금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루스탐 민니하노프 타타르스탄 공화국

대통령이 경제포럼 ‘카잔 서밋’에서 이같이

밝혔다. 타타르스탄은 이슬람교도가 대부

분인 러시아의 자치 공화국이며 수도는 카

잔이다.

민니하노프 대통령은 “이슬람 국가들은

국제무대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움

직임에 동참하지 않았으며, 최근 세계 경제

가 겪은 사건들은 이슬람 은행들이 세계적

위기에 대처할 수 있으며 세계 금융 시스템

을 보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채권자들을 다른 채권

자들로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러시

아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완전한 기관에 대

해 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국제금융기구

(IMF)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이

슬람 자본의 규모는 2015년 말쯤이면 3조

4000억 달러에 달하게 된다.

술탄 알 하테르 카타르 경제상업 차관은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이슬람 금융의 중요

성은 커가고 있다. 이슬람 금융에서는 모든

거래가 현금으로 보장되고, 투자도 안전해

지고 있으며 아무런 위험성도 따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슬람 금융에서는

거래 시 이자를 요구하는 것이 금지되며 대

출은 하나의 상품을 다른 상품으로 교환하

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아흐메드 모하메드 알리 알-마다니 이슬

람개발은행 총재는 “이슬람 금융은 특성상

실물 경제 활동과 연계되어 있어 국내 자원

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슬람 금융의 위험 분산 개념은 건전한 금

융 활동 관행을 장려한다. 이슬람 금융에서

는 거래가 실질 투자와 연계되어 있어 투기

나 투기와 관련한 불안정성을 피할 수 있다”

고 밝혔다.

그는 이슬람 금융이 이슬람교도는 물론

비이슬람 교도에게도 매력적이라며 영국 같

은 비이슬람 국가도 샤리아 율법에 따른 채

권을 발행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그러한

채권의 발행 총액이 1200억 달러에 이른다

고 언급했다.

민니하노프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를 비롯해 여러 러시아

은행이 이슬람 금융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며 “스베르방크의 총재이자 전 경제개발장

관인 게르만 그레프가 러시아 내 이슬람 뱅

킹의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어떻게 세금을 부과할 것인지, 전문

인력 부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와 같은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러시아 정부가 지원

한다면 이슬람 금융 도입 과정이 훨씬 촉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타타르스탄 최대 은행인 아크 바르

스 은행은 이미 샤리아 율법에 따른 금융

자본을 유치했으며, 2015년 1월에는 보험

회사 알리안츠 타타르스탄 지부가 이슬람

보험 상품인 ‘하냘 인베스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민니하노프 대통령은 본지에 “러시아에

서 이슬람 뱅킹의 확대는 연방 수준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며, 타타르스탄에 특

별 금융 구역을 조성하려는 계획은 없다”

면서 “오늘날 카잔은 이슬람 금융에 대한

러시아인과 러시아 지역의 인식을 바꿔 놓

아야 하는 장소이며 그것이 우리의 과제라

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5일 나

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와 알-마다니 이

슬람개발은행 총재가 모스크바에서 회동

을 가진 바 있다.

“태어난 곳은 일본이지만 내 조국은 러시아야. 진

정한 조국은 태어난 곳이 아니라 죽고 싶은 곳이

지. 나는 이곳에서 죽고 싶어.” 전쟁포로에서 러시

아 시민이 된 나카가와 요시테루는 말한다. 일본에

간 사무라이(가운데). 젊은 시절 모습(오른쪽).

[로시스카야 가제타, 나카가와 제공]

알렉세이 롯산

루슬란 멜니코프

알렉세이 롯산

2차대전 때 가미카제로 나섰다

격추돼 포로로 잡히자 할복 시도

합병증 치료해준 여의사와 결혼

일자리 찾아 떠돌다 시베리아 정착

연락 끊긴 자식 죽기 전 찾고 싶어

경제포럼 참석 타타르스탄 대통령

서방 제재 동참 않은 이슬람

세계 경제 위기 속 중요성 커져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자살특공대 가미카제가 몰았던 일본 전투기 미쯔비시 A6M Zero. [IJN/위키미디어]

3조 달러 넘는 이슬람 금융 자본, 자금난 러시아 기업에 숨통 터줄 것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이슬람 금융의 중요성이 커가고 있다 [로이터]

최대 교역국 자리 꿰찬 중국

기존 1위 파트너 EU와 격차 적어

아시아 국가 거래 비중도 28% 그쳐

중국이

최대 협력국이지만

EU가

교역량은 1<45.7%>

위 여전

대러 제재 이후 러시아 무역 파트너 변화

캐리커쳐 [요르시]

Page 3: "세계는 사이버전쟁 중" ... 러, 스마트 무기 기반 준비태세 강화

2 ┃ 인물 2015년 6월 26일 금요일 ┃ 경제 3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96세 러시아인 사무라이 나카가와 요시테루

진정한 조국은 태어난 일본이 아니라 죽고 싶은 곳, 러시아야

끝없는 칼미키야 초원의 작고 외딴 마을 ‘유

즈니’에서 사샤 아저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

다. 아저씨의 본명을 말할 수 있는 마을 사람

은 비록 몇 안 되지만 말이다. 그의 진짜 이름

은 나카가와 요시테루다. 그는 96세로 아마도

러시아에 살고 있는 유일한 일본인 사무라이

일 것이다. 나카가와는 가미카제(자살 특공

대) 비행사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싸웠다. 공

중전에서 격추당해 포로가 됐을 때, 그는 사

무라이의 전통에 따라 하라키리(할복)를 했

으나 소련 외과 기술 덕분에 살아남았다.

우리는 잘 가꿔진 정원에서 나카가와 아저

씨를 만났다. 그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솜씨

좋게 괭이를 사용하며 이랑과 씨름한다. 위장

무늬 조끼, 낡고 해어진 모자, 고무장화.

그런데도 그에게는 벼 논에서 일하는 침

착하고 부지런한 일본인 같은 뭔가가 있다.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손을 가슴에 포개어

환영하며 나카가와 아저씨는 손님들을 집

안으로 초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러시아

어가 유창했다.

1941년, 일본은 필리핀을 두고 미국과 싸

우고 있었다. “일본 전역에서 자원자를 모집

했지. 피하는 것은 부끄럽고 야비한 짓이었

어.” 나카가와가 말한다. 그렇게 그는 군 복

무를 하러 떠났다. 가족들은 반대하지 않았

다. 나카가와의 부모님에게는 친자식과 입

양자식을 포함해 모두 14명의 자식이 있어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여름학교에서 속성

과정을 마쳤지만 제대로 비행기를 착륙시키

는 방법조차 모르는 채 나카가와는 비행대

로 갔다. 그러나 이것이 그가 큰 성공을 거

두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그는 약 20

대의 미국 비행기를 격추시킨 것이다. 이런

무공을 평가받아 나카가와는 대위가 됐다.

그러나 전선의 상황은 악화돼 갔다. 미군

은 일본군을 필리핀에서 내몰았고, 1945년

에는 일본과 소련 간에 전쟁이 시작됐다. 일

본은 어떻게든 상황을 바로잡고자 적이 예

상치 못한 전술에 매달렸다. 일본 공군은 소

위 ‘신이 일으키는 바람’, 즉 ‘가미카제’ 특

공대를 조직했다.

그러나 나카가와는 자살공격에서 죽는 것

은 면했다. 출격했는데 미군의 고사포를 맞고

격추됐기 때문이다. “비행기엔 파편이 튀었

고 결국 교각으로 떨어졌다.” 나카가와의 말

이 줄어들었다. 패배를 말하는 게 언짢은 듯

했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출격이었다. 불구가

된 자살특공대는 일본 공군에 필요 없었다.

살아남은 가미카제 특공대원은 남사할린으

로 파견됐다. 그러나 곧 소련군이 섬을 탈환

했고 나카가와는 포로로 잡혔다.

“일본인들은 나를 배신했어.” 그는 한숨을

내 쉰다. “마을 책임자가 고자질해 소련 군인

들을 데려왔지.” 나카가와는 명예를 지키고,

군인의 순수함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

기를 보여주기 위해 ‘하라키리’로 더 잘 알려

진 할복자살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어찌

어찌해서 단도를 입수했지만 포로에게 죽음

은 허락되지 않았다. 단도로 배를 푹 찔렀는

데 어떻게 이를 본 경비원이 칼을 빼앗았다.

“나는 그때 이미 저항할 힘이 없었고 의식을

잃었어. 정신이 돌아왔을 때 배에 꿰맨 자국

을 봤지. 나중에 테렌티예프라는 성을 가진

군 외과의사가 나를 살렸다는 것을 알게 됐

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할복 후에는 다시 살

아날 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살려냈으

니.” 나카가와는 지금까지도 놀라워한다.

자살 의식은 죽음으로 이어지지 못했지

만 대신 과거를 잘라낸 듯하다. “결과적으로

나는 했어야 하는 일을 했어. 나를 살려낸

것은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그는 말한다.

할복에서 살아남은 나카가와는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 삶에서는 정말

로 모든 것이 새로웠다. 문서상에는 나카가

와의 실제 출생연도 1919년 대신에 실수인지

1922년이라고 적혔다. 이름도 잘못 기록됐

다. 그 결과 나카가와의 이름은 사다오가 됐

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샤가 됐다.

나카가와는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

았다. 할복까지 했어도 그가 포로 생활을 했

다는 사실은 일본에서 여러 다른 의미로 받

아들여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명

은 이러한 결정에서 나카가와의 편이었던

것 같다. 1949년 일본 포로들이 석방됐을 때

예전의 상처에서 예상치 못한 합병증이 일

어났다. 염증이 생긴 것이다.

“병원에서 죽다 살아났지. 정말, 정말 많

이 아팠어.” 나카가와는 당시를 회상한다.

그리고 또다시 소련 의사가 이 일본인을

살려냈다. 다만 이번에는 여자 의사였다. 그

녀는 포로가 완쾌할 때까지 간병했다. “나

의 여의사님”이라며 나카가와는 그리운 그

녀를 떠올렸다. 더 이상 포로가 아니었던 일

본인과 의사 사이에 사랑의 감정이 생겼다.

자신을 구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나카

가와는 여의사에게 자신의 유일한 보석인

금니를 선물했다. 둘이 결혼까지 했다. 소련

에서 떠나는 문제는 저절로 해결됐다. 이전

의 사무라이는 맞서 싸웠던 국가의 국민이

됐다. 새로운 조국의 어마어마한 광활함에

매혹된 나카가와는 새로운 조국을 스스로

발견하기 시작했다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일했지. 극동시

베리아우즈베키스탄다게스탄스타브로폴

에 가 봤어. 일자리를 찾아 돌아다닌 거지”

그는 손가락으로 세어가며 나열한다. 잘못

세고는 웃는다.

그의 구원자인 ‘여의사님’은 이러한 여행

열정을 견디지 못했다. 처음에는 따라다녔

지만 지쳐버렸다. 결국 헤어져야 했다. 그리

고 나카가와는 긴 방랑 끝에 시베리아의 칼

미키야에 오게 됐다.

“트랙터와 불도저를 잘 다뤄 초그라이스

크 저수지를 만드는 데 와 달라는 의뢰를 받

았어. 제일 처음으로 이곳 낚시는 어떠냐고

물었지. 낚시를 정말 좋아하거든.” 사무라이

낚시꾼이 장난스럽게 웃는다. 참고로 지역 주

민들 사이에서 사샤 아저씨는 물고기를 제일

잘 낚는 낚시꾼으로 유명하다. 그가 한 수 가

르쳐 주면 다들 명예와 큰 행운으로 여긴다.

“사샤 아저씨, 어떻게 그렇게 장수하셨어

요?” 나는 궁금했다. “비밀을 말해 주세요.

무슨 비밀스러운 사무라이 체조라도 하시나

요?” 사샤 아저씨는 슬쩍 농담을 했다. “하

지. 텃밭에서 씨도 심고 물도 주고 잡초와

싸우고 수확을 하지.” 그러더니 진지하게 덧

붙였다. “사람에게는 좋아하는 일이 있어야

해. 그것만이 우리를 살아있게 해 주지. 아

무것도 하지 않고 일하지 않는 사람은 빨리

죽어. 살아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어쨌든 나카가와는 일본에 한번 가기로

결정했다. DNA 분석을 하고 나서야 사샤 아

저씨가 실제로 나카가와 요시테루임을 일본

측에 증명할 수 있었다. 죽은 것으로 알려졌

던 사무라이 가미카제 특공대원의 방문은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신문에 그의 이야

기가 실렸고, 그의 친척에 대해 썼으며 일본

에 남아 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친척들과 고위 공직자들을 만났고, 일

본 장관과 사케를 마시고, 내 무덤에도 가 봤

지.” 그는 침착하고 어딘가 무심한 태도로

말한다. “물론 일본은 전혀 다른 곳이 됐어.

이미 낯선 나라야. 지금 더 걱정되는 것은

다른 일이야. 연락이 끊긴 아들과 딸을 죽기

전에 찾고 싶어.” 나카가와는 고백한다.

“사샤 아저씨,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그래도 일본과 러시아 중에 어떤 나라를 조

국으로 생각하세요?” 나이 든 사무라이는

잠시 생각한다. “진정한 조국은 사람이 태어

난 곳이 아니라 죽고 싶은 곳이지. 나는 이

곳에서 죽고 싶어.”

동서양에 걸쳐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스스로를 서구 문명

의 변경으로 인식했다. 러시아가 서방국과

주요 무역 관계를 확립할 수 있었던 이유

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2014년 시작된 대

러 경제 제재 이후 러시아는 아시아로 선회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 결과 시진핑 중

국 국가주석이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손님

이나 진배없게 됐으며 브릭스(BRICS) 등

을 통한 아시아 지역과 개발도상국가들과

의 협력이 러시아 대외정책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됐다.

러시아와 서방의 정치적 관계가 냉각되

면서 경제 교류 지도가 바뀌었을 뿐 아니라

용어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2014년 전까지

러시아 관리들은 유럽연합(EU) 국가 전체

를 염두에 두며 EU를 러시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라고 불렀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교

역 규모에서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4년 대러 경제 제재가 일방적으

로 시작된 이후 EU가 러시아 1위의 무역

파트너라는 통계가 사라졌다. 지금은 모든

국가가 따로따로 취급되고 있다. 그 결과

공식 통계에서 여러 차례 강조된 바와 같

이 러시아의 무역 파트너 가운데 1위는 중

국이 차지하게 됐다.

그렇다고 전통적 무역 파트너들에 대

한 러시아의 의존도가 사라진 것은 아니

다. 2015년 1~4월 러시아 무역에서 EU가 차

지한 비율은 45.7%였다. 2014년(49.%)보다

는 적은 규모지만, 여전히 상당하다. 러시

아의 전체 대외무역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

방 국가들은 여전히 절반을 차지한다. 아시

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러시아 무역 규모

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27.9%에 그치고 있다.

러시아의 대외 무역과 관련해 가장 최근

자료에 따르면 전통적 무역 파트너들에 대

한 러시아의 의존성이 정치 노선의 천명에

도 불구하고 줄었다. 예를 들면 2015년 1~4

월 무역 결산 자료가 6월 초 발표됐는데, 이

에 따르면 러시아 대외무역에서 대중국 교

역은 206억 달러(연간 29.4% 감소), 독일네

덜란드와의 교역은 각각 154억 달러(35.2%

감소)와 150억 달러(37.7% 감소)를 기록했

다. 같은 기간 러시아의 대미국 교역량은 71

억 달러(20.2% 감소)였고 대한국 무역량은

60억 달러(27.95% 감소), 대프랑스 교역은

38억 달러(43.2% 감소)였다. 러시아 경제에

서 독일과 네달란드의 역할은 러시아 수출

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탄화수소연료

의 주요 공급로가 바로 이 두 나라를 경유

한다는 사실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특히

석유는 네덜란드 항구를 통해 공급되고 있

으며, 러시아에서 독일로 이어지는 발트해

해저 부설 ‘노스 스트림’ 가스관은 러시아

산 가스의 대유럽 공급로 가운데 하나다.

2015년 5월 러시아와 중국 기업들은 러

시아산 가스 공급 협정과 아울러 중국 은

행들이 러시아 기업들에 위안화 차관을 제

공하는 내용의 협정에도 서명했다. 그럼에

도 EU는 여전히 러시아산 가스의 최대 구

매자로 남아 있으며 EU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국영 은행들은 유럽 내

‘자매’ 은행들을 통해 미국과 유럽 은행들

에서 신디케이트 차관을 유치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통적 파트너들과의 교류 역시 점

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2015년 1분기에 러

시아 가스 독점 기업 ‘가스프롬’은 대유럽

가스 공급에서 노르웨이 업체에 1위 자리

를 내줬다.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가 냉각되고 서방 은

행들이 러시아 채무자에 대한 관심을 잃는

가운데 자금난을 겪고 있는 러시아 기업에

이슬람 금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루스탐 민니하노프 타타르스탄 공화국

대통령이 경제포럼 ‘카잔 서밋’에서 이같이

밝혔다. 타타르스탄은 이슬람교도가 대부

분인 러시아의 자치 공화국이며 수도는 카

잔이다.

민니하노프 대통령은 “이슬람 국가들은

국제무대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움

직임에 동참하지 않았으며, 최근 세계 경제

가 겪은 사건들은 이슬람 은행들이 세계적

위기에 대처할 수 있으며 세계 금융 시스템

을 보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채권자들을 다른 채권

자들로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러시

아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완전한 기관에 대

해 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국제금융기구

(IMF)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이

슬람 자본의 규모는 2015년 말쯤이면 3조

4000억 달러에 달하게 된다.

술탄 알 하테르 카타르 경제상업 차관은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이슬람 금융의 중요

성은 커가고 있다. 이슬람 금융에서는 모든

거래가 현금으로 보장되고, 투자도 안전해

지고 있으며 아무런 위험성도 따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슬람 금융에서는

거래 시 이자를 요구하는 것이 금지되며 대

출은 하나의 상품을 다른 상품으로 교환하

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아흐메드 모하메드 알리 알-마다니 이슬

람개발은행 총재는 “이슬람 금융은 특성상

실물 경제 활동과 연계되어 있어 국내 자원

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슬람 금융의 위험 분산 개념은 건전한 금

융 활동 관행을 장려한다. 이슬람 금융에서

는 거래가 실질 투자와 연계되어 있어 투기

나 투기와 관련한 불안정성을 피할 수 있다”

고 밝혔다.

그는 이슬람 금융이 이슬람교도는 물론

비이슬람 교도에게도 매력적이라며 영국 같

은 비이슬람 국가도 샤리아 율법에 따른 채

권을 발행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그러한

채권의 발행 총액이 1200억 달러에 이른다

고 언급했다.

민니하노프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를 비롯해 여러 러시아

은행이 이슬람 금융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며 “스베르방크의 총재이자 전 경제개발장

관인 게르만 그레프가 러시아 내 이슬람 뱅

킹의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은 어떻게 세금을 부과할 것인지, 전문

인력 부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와 같은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러시아 정부가 지원

한다면 이슬람 금융 도입 과정이 훨씬 촉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타타르스탄 최대 은행인 아크 바르

스 은행은 이미 샤리아 율법에 따른 금융

자본을 유치했으며, 2015년 1월에는 보험

회사 알리안츠 타타르스탄 지부가 이슬람

보험 상품인 ‘하냘 인베스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민니하노프 대통령은 본지에 “러시아에

서 이슬람 뱅킹의 확대는 연방 수준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며, 타타르스탄에 특

별 금융 구역을 조성하려는 계획은 없다”

면서 “오늘날 카잔은 이슬람 금융에 대한

러시아인과 러시아 지역의 인식을 바꿔 놓

아야 하는 장소이며 그것이 우리의 과제라

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5일 나

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와 알-마다니 이

슬람개발은행 총재가 모스크바에서 회동

을 가진 바 있다.

“태어난 곳은 일본이지만 내 조국은 러시아야. 진

정한 조국은 태어난 곳이 아니라 죽고 싶은 곳이

지. 나는 이곳에서 죽고 싶어.” 전쟁포로에서 러시

아 시민이 된 나카가와 요시테루는 말한다. 일본에

간 사무라이(가운데). 젊은 시절 모습(오른쪽).

[로시스카야 가제타, 나카가와 제공]

알렉세이 롯산

루슬란 멜니코프

알렉세이 롯산

2차대전 때 가미카제로 나섰다

격추돼 포로로 잡히자 할복 시도

합병증 치료해준 여의사와 결혼

일자리 찾아 떠돌다 시베리아 정착

연락 끊긴 자식 죽기 전 찾고 싶어

경제포럼 참석 타타르스탄 대통령

서방 제재 동참 않은 이슬람

세계 경제 위기 속 중요성 커져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자살특공대 가미카제가 몰았던 일본 전투기 미쯔비시 A6M Zero. [IJN/위키미디어]

3조 달러 넘는 이슬람 금융 자본, 자금난 러시아 기업에 숨통 터줄 것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이슬람 금융의 중요성이 커가고 있다 [로이터]

최대 교역국 자리 꿰찬 중국

기존 1위 파트너 EU와 격차 적어

아시아 국가 거래 비중도 28% 그쳐

중국이

최대 협력국이지만

EU가

교역량은 1<45.7%>

위 여전

대러 제재 이후 러시아 무역 파트너 변화

캐리커쳐 [요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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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군사 2015년 6월 26일 금요일 ┃ 경제 5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네온사인과 화려한 간판들이 붉은 벽돌로

지은 유서 깊은 공장 건물들에 걸려 있다.

모스크바 중심부의 발추크 섬에 있는 옛 ‘붉

은 시월’ 초콜릿 공장의 건물들이다. 러시

아벤처컴퍼니(RVC)와 한국기술벤처재단

(KTVF)이 한-러 양국의 혁신 에코시스템

과 기술 협력 기회를 주제로 주최한 ‘한-러

비즈니스 위크’가 지난 6월 1~4일 이곳에서

처음 열렸다.

주최 측은 ‘한-러 비즈니스 위크’의 주요

과제가 러시아와 한국 기업들에 핵심 산업

분야 파트너와 고객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는 양국에서 100여

명이 참가했다. 과학계 대표들도 행사에 참

가해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소개했고 이

기술을 상용화할 용의가 있는 중소기업 대

표들도 함께했다.

Russia포커스가 한국 대표단을 이끈 오

건택 KTVF 사무총장과 올레크 플락신

RVC 국제 프로젝트 책임자를 만나 한-러

기술혁신 협력의 미래에 관해 들어 보았다.

- 한-러 기술 협력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는가

오건택=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자연과학

분야에 강하다. 반면 한국은 생산기술이 빠

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두 기관이 이번

에 체결한 협력협정(MOU)을 토대로 양측

에 유리하고 흥미로운 협력을 발전시킬 예

정이다. 하지만 이건 첫걸음일 뿐이다. 한국

에는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이 있다.

따라서 뭔가 성과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다’는 속담도 있다. 그

래서 나는 우리의 협력이 이미 성공적으로

시작됐다고 평가한다.”

올레크=우리의 주요 과제는 러시아와 한

국의 기업들이 기술연구 협력 관계를 구축

하고 더 나아가 합작기업을 설립하는 데 도

움을 주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은 생각지도

못하는, 전혀 뜻밖의 제안이 수없이 나올 수

도 있다. 기업뿐 아니라 사람도 많은 만큼

주요 관심사도 많다. 모두가 각자 자신의 분

야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러

시아와 한국의 첨단기술 혁신 기업들이 서

로 만나 공통의 언어를 찾을 수 있도록 협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 어떤 리스크나 어려움이 있다고 보는가

올레크=리스크 말인가? 내가 보기에 리

스크는 매우 일반적인 것이다. 시장 리스크

가 있는가 하면, 상호 문화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리스크도 있다. 내가 보기

에 중요한 시장이라면 어디서나 리스크는

대동소이다.”

오건택=그렇다.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큰 어려움이다. 관습도 각기 다르고 서로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해결책은 있다. 제때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야

말로 협력의 성공을 보장해 준다. 시간만큼

은 꼭 준수해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의 방법

은 러시아 측 동료들과 비슷하다. 우리도 작

업 과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 관료주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작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

요한 점은 최종 결과를 내다보는 것이다. 우

리가 어떤 집을 짓고 있는지 기초를 놓을 때

부터 알게 된다면 소통의 어려움도 쉽게 극

복하게 될 것이다. 가정에서는 부부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고 불화에 빠지지 않게 대화

하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이렇듯 나

는 올바른 소통이 우리가 어떤 어려움이라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

- 한-러 혁신 협력은 현재 어떤 단계에 와 있나

올레크=러시아에는 한국 회사들과 다양

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 기업들이 이미

많이 있다. 한국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기

업도 많고 한국 상품을 구매하는 기업도 많

다. 하지만 우리의 과제는 훨씬 더 깊은 수준

의 협력에 있다. 합작 제품 개발과 생산, 다

른 동남아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장기 협력

이 우리의 과제다. 한국 파트너들이 돌아가

고 나면 잠재적 협력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

해 가을께 완료할 예정이다. 9월 초순에 한

국을 답방할 계획인데, 거기서 최종 목록을

완성할 것이다.”

오건택=한국에는 ‘온고지신’이라는 사

자성어가 있다.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정

치경제역사적으로 긴장 상황이 많았다. 하

지만 이 모든 건 지나간 과거다. 지금은 신기

술 시대다. 신세대들은 새로운 관계를 건설

해야 한다. 성공적인 협력 사례들도 이미 존

재한다. LG가 그런 사례였고 공동 무기 개

발도 있었다. 우주 프로젝트들도 있다. 우리

는 한국의 선진 응용기술을 러시아의 자연

과학 성과에 빠르게 접목할 수 있고 생산시

설을 조성해 첨단기술 제품을 생산할 수 있

다고 확신한다.”

-러시아는 한국과의 협력에서 어떤 장점이 있

다고 보는가

올레크=최고의 생산 조직과 고도의 기술

문화, 선진 R&D 투자 문화가 장점이라고 생

각한다. 내가 볼 때 러시아는 훨씬 미숙하고

다소 거칠다. 러시아에서는 모든 게 편의주의

적이다. 뭔가가 보인다 싶으면 거기로 달려가

서 그것을 가로챈다. 한국에서는 모든 게 뿌

리를 매우 단단히 내리고 잘 조직돼 있다. 한

국 기업들은 장기 전망으로 운영하고 아주 이

른 단계에서 기술 투자를 시작하며 연구를

심도 깊고 일관되게 수행한다. 이렇게 하면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들지만, 10~15년 후면 해

당 분야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 러시아는 한국의 프로세스 실행, 다시 말해

기술적 성과보다는 마케팅 전략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나

올레크=기술은 살 수 있다. 하지만 생

산 문화와 연구생산 문화는 살 수 없다. 이

런 문화는 한국 측 파트너들의 경험을 바탕

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자

면, 우리의 협력 방식은 러시아와 한국 기업

들 사이에 기술 제휴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또 합작기업 설립도 가능하다. 이는 분명하

게 기술되고 훌륭하게 계획된 목표들이 담

겨 있고 양측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매

우 공평하고 완전한 협력 방식이다.”

몇 달 전 러시아 언론에 ‘미국 대 러시아

사이버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라는 기사가

등장했다. 필자인 러시아의 경쟁 정보 전문

가 협회 회원인 옐레나 라리나는 “세계 사

이버전쟁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미국의 2015년 국가안보전략을 인

용한다.

‘…우리의 경제, 안보와 건강은 네트워크

인프라와 연관돼 있으며 정체 불명으로 남

고자 하는 사악한 국가, 범죄행위자 및 개인

이 이 인프라에 대항하고 있다.’

라리나에 따르면 미국이 말하는 이 ‘사악

한 국가’는 러시아, 이란, 북한 및 매우 제한

적으로 중국을 가리킨다.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를 주요 위협으

로 보고 있다. 2015년 5월 뉴스위크는 ‘러시

아의 가장 훌륭한 무기는 해커’라는 기사

를 실었는데 러시아와 중국을 차세대 사이

버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민족-국가행위자

로 꼽았다. 러시아 해커들은 프로그래밍 분

야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뛰어난 사이버 전

사로 언급됐다. 기사에서 보안 컨설팅 업체

‘타이아 글로벌(Taia Global)’의 대표 제프

리 카아는 “중국 위협은 과장됐고 러시아

위협은 과소평가됐다. 러시아인의 기술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사이버 분위기도 흐려지

고 있다. 양국 간의 ‘사이버 공간의 신뢰조

치에 관한 협정’과 사이버 공간에서의 신뢰

에 관한 양자 간 대통령자문위원회(2009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선포)도 2014년 여름

폐지됐다.

러시아는 사이버 공간 전쟁에 얼마나 준

비돼 있는가? 러시아 ‘레그넘(Regnum)’ 통

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옐레나 라리나는 “애

국심에 가득 찬 사람들은 러시아는 모든 것

이 갖췄기 때문에 어떤 사이버 공격이든 완

전히 차단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고 말한다. 실제로 사이버 공격을 미

리 알고 이를 경고하는 것은 러시아중국

미국 어느 나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것

은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다.

IT와 인터넷은 양날의 칼이다. IT 기술과

인터넷 사용이 더 많을수록 더 취약해지고

무방비 상태가 된다. 라리나는 ‘미국은 정

보기술과 통신이 가장 발전한 나라지만 가

장 취약하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러시아 정부는 외부로부터의 사이버 공격

또는 2012년 인터넷이 차단된 ‘시리아 시나

리오’의 발생을 우려한다. 시리아에서는 이틀

이상 연결이 차단됐었다. 미국 인터넷 모니터

링 업체 ‘레네시스(Renesys)’의 데이터에 따

르면, 4개 IP 주소 대역의 접근이 불가능했

고, 77개 채널(먼소리) 즉 국가 전체 네트워크

경로의 92%에서 작동 문제가 발생했다. 공격

자가 전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시리아 정부

는 ‘서방의 적대 세력’을 비난했다.

러시아 IT 전문가들은 외부 세력에 의

한 러시아 인터넷 차단 시나리오가 가능

하긴 하나 실제로 일어나긴 어렵다고 본

다. PIR 센터의 프로그램 책임자 올레크

데미도프는 “IP 주소와 도메인 네임의 연

결이 끊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러시아는

2주 동안 외부세계와의 연결이 끊길 것이

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이버 신뢰 위한 위원회협정

미러 지난해 여름에 폐지해

미 사악한 사이버 국가로 러 꼽아

미 CIA, 80년대 소련 가스관에 악성코드 심어

이달 초 한러 비즈니스 위크

한국기술벤처재단 사무총장

러 벤처사 국제 담당자와 만나

혁신 에코시스템 등 논의

가장 센 사이버전사 보유

러시아 전력 가장 위협적

중국은 과대 평가된 듯

모스크바서 만난 한러 벤처 전문가 양국 기술 협력 이미 시작, 합작기업 설립 가능

엘레나 김, 갈리야 이브라기모바, 빅토리야 자비얄로바, 데니스 쿤구로프

엘레나 김

스콜코보서 열린 스타트업 빌리지 총회서방 전문가들이 보는 사이버파워

러시아 혁신 환경 발전에 새로운 동인을

제공할 수 있는 스타트업 빌리지(Startup

Village) 행사가 6월 2~3일 혁신도시 ‘스콜

코보’에서 대대적으로 열렸다.

스타트업 빌리지 행사에는 러시아 국내외

사업가와 투자자, 벤처펀드, 정부기관 등 1

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혁신 환경 시스템이

불과 몇 년 전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러시아

에서 이번 행사는 유례없을 정도로 큰 규모

였다. 스타트업 빌리지는 러시아 발전 기관

들의 로드쇼에서 대미를 장식했다. 이들은 1

년간 스타트업 투어를 통해 12개 도시에서

우수 혁신 구상들을 물색했다.

“러시아에서 스타트업 환경은 이제 막 시

작됐다. 우리는 스타트업의 태동을 목격하

고 있다.” ‘스콜코보’ 재단과 미국 매사추세

츠공과대학(MIT)의 합작 프로젝트인 스콜

코보 과학기술대학(Skoltech, 스콜테크)의

알렉세이 시트니코프 부총장이 Russia포커

스에 이같이 논평했다. 올해 스타트업 빌리

지에서는 스콜테크의 첫 번째 졸업식이 열

렸는데, 70% 이상의 졸업생이 재학 중에 창

업했다.

스타트업의 ‘착륙지’는 어디=스타트업 빌

리지의 대다수 전문가는 기업들에 수입을

대체하는 일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세

계를 상대로 사고 하라’고 주문했다. 바실리

벨로프 ‘스콜코보’ 재단 부이사장에 따르면

현재 ‘스콜코보’에 입주한 89개 기업이 자사

제품을 해외로 판매하고 있다.

시트니코프 부총장은 “몇 년 전 만해도

러시아에는 스타트업 환경과 스타트업 발전

을 위한 인프라가 없었다. 러시아 기업들이

자주 선보이는 기술은 동종 기술 중 최고다.

다만 기술을 해외에서 상용화하는 것이 문

제”라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 혁신 기업들은 선택의 폭

이 넓은 발전 플랫폼을 갖고 있다. 스타트

업 빌리지에서는 스페인, 터키, 싱가포르,

일본, 미국, 기타 국가들의 테크노파크 대

표들이 자신들이 가진 기회에 관해 이야기

했다. 하지만 ‘스콜코보’의 파트너인 휴스

턴 테크놀로지센터의 수잔 버크홀더 소장

은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에 앞서 자국에

서 기반을 튼튼히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서는 무엇이 스타트업을

연착륙하게 해 줄 것인가? 지원 시스템이 그

것이다. 지원 시스템은 ‘스콜코보’에 확실히

있다. 이곳 직원들의 경쟁력은 매우 높다. 여

기에선 독창적인 뭔가가 발전하고 있다. 현

재 러시아는 창업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빌리지 총회에는 전 세계에서

약 1000명의 투자자가 등록했다. 스타트업

빌리지 첫날에만 총 130억 루블 이상에 달

하는 협정 14건이 체결됐다. 이는 알리바바

익스프레스, 파나소닉 같은 대기업 등과 체

결한 대형 계약만을 합한 액수다. 소형 거래

는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게다가 소형 거래

는 심지어 스타트업 자체의 피치 세션(pitch

session) 중에도 종종 이뤄졌다.

기술은 정치 영역 밖에 있을까=현재 러시

아 스타트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골칫거리

는 대러 제재와 정치 상황이다. 핀란드의 한

참가자는 “러시아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고

있었거나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던

핀란드 기업 중에 사업 확장을 연기해야만

했던 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스타

트업 빌리지를 방문한 외교관 40명은 모두

가 “기술은 정치 영역 밖에 있다”고 말했다.

푸드코트에 프랑스산 치즈가 없는 데 대

해 실망한 자크-모리스 리페르 러시아 주재

프랑스 대사는 “프랑스 건축가들이 ‘스콜코

보’의 건축 외관 조성에 참여했다”고 말했

다. 한편 존 테프트 미국 대사는 “마이크로

소프트와 IBM, 보잉 등 미국의 6개 대기업

이 혁신도시 ‘스콜코보’의 파트너”라고 상

기시켰다.

러시아도 스타트업 장려가 한창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지역인 스콜코보

(Skolkovo)는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스타트

업을 육성하는 곳이다. 아예 대놓고 미국 실

리콘밸리화를 추구한다.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총리가 스

콜코보를 직접 방문해 독려하곤 한다.

알리바바IBMMS 등 참가

첫날만 130억 루블 투자 유치

수준 높은 지원 시스템 자랑

대러 경제 제재는 걸림돌 안돼

혁신 있는 러시아 실리콘밸리로 가자 전세계 기업들 몰려

빅토리야 자 로바

지난 3월 연방보안국(FSB) 협의회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4년 7400만 건의 러시아 관공서 홈페이지와 정보시스템에 대한 사이버공격

시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정부기관 해킹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레기언 메디어]

3년째 개최되고 있는 ‘스타트업 빌리지’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성공한 대기업 경영인, 투자자, 기업인, 정부 관리들을 만나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빌리지 공보실]

이고리 아가미르쟌(왼쪽) 러시아벤처컴퍼니 대표와

오건택 한국기술벤처재단 사무총장. [RVC 공보실]

2015년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 홈페이지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전

체 인구 중 61%가 인터넷을 사용한다. 인터넷 사용자 절대 수에서

러시아는 8700만 명으로 영국(5700만 명)과 프랑스(5400만 명)보

다 앞서며 상위 5위에 들어 있다. 당연히 중국이 6억3200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미국(2억6900만 명)과 일본(1억1000

만 명)이 각각 2위와 3위에 올라 있다. 러시아 인터넷 사용자는 2014

년 15% 증가했다. 이는 인도(30% 증가)보다는 적지만, 중국(7%)과

브라질보다는 많다. 또 세계 평균 증가율 8%보다도 더 많다.

61%러시아 인구 중

인터넷 사용 비율

영국 한국 일본 미국 러시아 이탈리아 중국

9085 85 84

61 5847

단위:%국가별 인터넷 사용인구 비율

러시아의 정보보안 컨설턴트 시스코

(CISCO)의 알렉세이 루카츠키에 따르

면 1982년 CIA가 한 소련 가스관의 소

프트웨어에 악성코드의 하나인 논리폭탄

(logic bomb)을 심었다. 1980년대 말에는

발트 3국에 있는 소련 원자력 발전소 직원

이 원자로 가동에 쓰는 소프트웨어에 몰

래 침입했다.

2010년에는 스턱스넷(Stuxnet) 바이러스

감염 사태도 있었다. 이란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음이 알려진 뒤 바이러스 백신 업체

‘카스퍼스키 연구소’는 연방우주청 로스코

스모스와 원자력 공사 로스아톰의 네트워

크에서 이 바이러스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는 브릭스 및 SCO(상하이협

력기구) 파트너국들과 함께 유엔 협조하의

인터넷 관리 국제화와 모든 국가들의 디지

털 평등과 주권의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디지털 주권을 가지려면 국가가 구글에

선두를 내주지 않을 만큼 자체 검색 엔진을

가져야 한다. 자체 SNS와 강력한 인터넷 접

속 제공자도 있어야 한다.

러시아 인터넷 사용자 대부분은 자국

검색엔진 ‘얀덱스’를 선호한다. 얀덱스 선

호도는 60%이며 구글의 경우 30%이다.

또한 페이스북이 아니라 자국 SNS ‘브콘

탁테’에 ‘머무른다’(선호도는 검색엔진과

비슷).

지난겨울 국영 통합기구제작공사는 ‘러

시아 및 세계의 군사정치 상황 모니터링

분석 시스템’ 제작에 착수했다. 이 소프

트-하드웨어 복합체는 독자와 댓글, 재포

스팅 수에 따라 인터넷 정보의 중요도를

평가할 예정이다. 텍스트와 SNS, 댓글 모

두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이버 공격

과 그 원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공격

의 영향을 알 수 있게 된다. 또 분석가와 전

문가들에게 싸움의 도구와 해독제를 제시

할 것이다.

작업은 2016년 중반 완료할 예정이다. 홀

딩 회장 안드레이 리즈니크는 국영 ‘리아

노보스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교차

언어 지원도 도입한다. 시스템은 해외 언론

의 정보 흐름에서 필요한 메시지들을 선별

하고 외국어 텍스트를 번역하며 이를 분석

할 것이다. 시작 단계에서 시스템은 5~6개

언어를 처리할 것이며 언어의 수는 의뢰자

의 요청에 따라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러 원전, 스턱스넷 바이러스 감염도

Page 5: "세계는 사이버전쟁 중" ... 러, 스마트 무기 기반 준비태세 강화

4 ┃ 군사 2015년 6월 26일 금요일 ┃ 경제 5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네온사인과 화려한 간판들이 붉은 벽돌로

지은 유서 깊은 공장 건물들에 걸려 있다.

모스크바 중심부의 발추크 섬에 있는 옛 ‘붉

은 시월’ 초콜릿 공장의 건물들이다. 러시

아벤처컴퍼니(RVC)와 한국기술벤처재단

(KTVF)이 한-러 양국의 혁신 에코시스템

과 기술 협력 기회를 주제로 주최한 ‘한-러

비즈니스 위크’가 지난 6월 1~4일 이곳에서

처음 열렸다.

주최 측은 ‘한-러 비즈니스 위크’의 주요

과제가 러시아와 한국 기업들에 핵심 산업

분야 파트너와 고객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는 양국에서 100여

명이 참가했다. 과학계 대표들도 행사에 참

가해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소개했고 이

기술을 상용화할 용의가 있는 중소기업 대

표들도 함께했다.

Russia포커스가 한국 대표단을 이끈 오

건택 KTVF 사무총장과 올레크 플락신

RVC 국제 프로젝트 책임자를 만나 한-러

기술혁신 협력의 미래에 관해 들어 보았다.

- 한-러 기술 협력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는가

오건택=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자연과학

분야에 강하다. 반면 한국은 생산기술이 빠

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두 기관이 이번

에 체결한 협력협정(MOU)을 토대로 양측

에 유리하고 흥미로운 협력을 발전시킬 예

정이다. 하지만 이건 첫걸음일 뿐이다. 한국

에는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이 있다.

따라서 뭔가 성과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다’는 속담도 있다. 그

래서 나는 우리의 협력이 이미 성공적으로

시작됐다고 평가한다.”

올레크=우리의 주요 과제는 러시아와 한

국의 기업들이 기술연구 협력 관계를 구축

하고 더 나아가 합작기업을 설립하는 데 도

움을 주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은 생각지도

못하는, 전혀 뜻밖의 제안이 수없이 나올 수

도 있다. 기업뿐 아니라 사람도 많은 만큼

주요 관심사도 많다. 모두가 각자 자신의 분

야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러

시아와 한국의 첨단기술 혁신 기업들이 서

로 만나 공통의 언어를 찾을 수 있도록 협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 어떤 리스크나 어려움이 있다고 보는가

올레크=리스크 말인가? 내가 보기에 리

스크는 매우 일반적인 것이다. 시장 리스크

가 있는가 하면, 상호 문화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리스크도 있다. 내가 보기

에 중요한 시장이라면 어디서나 리스크는

대동소이다.”

오건택=그렇다.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큰 어려움이다. 관습도 각기 다르고 서로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해결책은 있다. 제때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야

말로 협력의 성공을 보장해 준다. 시간만큼

은 꼭 준수해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의 방법

은 러시아 측 동료들과 비슷하다. 우리도 작

업 과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 관료주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 작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

요한 점은 최종 결과를 내다보는 것이다. 우

리가 어떤 집을 짓고 있는지 기초를 놓을 때

부터 알게 된다면 소통의 어려움도 쉽게 극

복하게 될 것이다. 가정에서는 부부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고 불화에 빠지지 않게 대화

하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이렇듯 나

는 올바른 소통이 우리가 어떤 어려움이라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

- 한-러 혁신 협력은 현재 어떤 단계에 와 있나

올레크=러시아에는 한국 회사들과 다양

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는 기업들이 이미

많이 있다. 한국에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기

업도 많고 한국 상품을 구매하는 기업도 많

다. 하지만 우리의 과제는 훨씬 더 깊은 수준

의 협력에 있다. 합작 제품 개발과 생산, 다

른 동남아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장기 협력

이 우리의 과제다. 한국 파트너들이 돌아가

고 나면 잠재적 협력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

해 가을께 완료할 예정이다. 9월 초순에 한

국을 답방할 계획인데, 거기서 최종 목록을

완성할 것이다.”

오건택=한국에는 ‘온고지신’이라는 사

자성어가 있다.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정

치경제역사적으로 긴장 상황이 많았다. 하

지만 이 모든 건 지나간 과거다. 지금은 신기

술 시대다. 신세대들은 새로운 관계를 건설

해야 한다. 성공적인 협력 사례들도 이미 존

재한다. LG가 그런 사례였고 공동 무기 개

발도 있었다. 우주 프로젝트들도 있다. 우리

는 한국의 선진 응용기술을 러시아의 자연

과학 성과에 빠르게 접목할 수 있고 생산시

설을 조성해 첨단기술 제품을 생산할 수 있

다고 확신한다.”

-러시아는 한국과의 협력에서 어떤 장점이 있

다고 보는가

올레크=최고의 생산 조직과 고도의 기술

문화, 선진 R&D 투자 문화가 장점이라고 생

각한다. 내가 볼 때 러시아는 훨씬 미숙하고

다소 거칠다. 러시아에서는 모든 게 편의주의

적이다. 뭔가가 보인다 싶으면 거기로 달려가

서 그것을 가로챈다. 한국에서는 모든 게 뿌

리를 매우 단단히 내리고 잘 조직돼 있다. 한

국 기업들은 장기 전망으로 운영하고 아주 이

른 단계에서 기술 투자를 시작하며 연구를

심도 깊고 일관되게 수행한다. 이렇게 하면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들지만, 10~15년 후면 해

당 분야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 러시아는 한국의 프로세스 실행, 다시 말해

기술적 성과보다는 마케팅 전략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나

올레크=기술은 살 수 있다. 하지만 생

산 문화와 연구생산 문화는 살 수 없다. 이

런 문화는 한국 측 파트너들의 경험을 바탕

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자

면, 우리의 협력 방식은 러시아와 한국 기업

들 사이에 기술 제휴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또 합작기업 설립도 가능하다. 이는 분명하

게 기술되고 훌륭하게 계획된 목표들이 담

겨 있고 양측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매

우 공평하고 완전한 협력 방식이다.”

몇 달 전 러시아 언론에 ‘미국 대 러시아

사이버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라는 기사가

등장했다. 필자인 러시아의 경쟁 정보 전문

가 협회 회원인 옐레나 라리나는 “세계 사

이버전쟁이 이미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미국의 2015년 국가안보전략을 인

용한다.

‘…우리의 경제, 안보와 건강은 네트워크

인프라와 연관돼 있으며 정체 불명으로 남

고자 하는 사악한 국가, 범죄행위자 및 개인

이 이 인프라에 대항하고 있다.’

라리나에 따르면 미국이 말하는 이 ‘사악

한 국가’는 러시아, 이란, 북한 및 매우 제한

적으로 중국을 가리킨다.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를 주요 위협으

로 보고 있다. 2015년 5월 뉴스위크는 ‘러시

아의 가장 훌륭한 무기는 해커’라는 기사

를 실었는데 러시아와 중국을 차세대 사이

버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민족-국가행위자

로 꼽았다. 러시아 해커들은 프로그래밍 분

야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뛰어난 사이버 전

사로 언급됐다. 기사에서 보안 컨설팅 업체

‘타이아 글로벌(Taia Global)’의 대표 제프

리 카아는 “중국 위협은 과장됐고 러시아

위협은 과소평가됐다. 러시아인의 기술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사이버 분위기도 흐려지

고 있다. 양국 간의 ‘사이버 공간의 신뢰조

치에 관한 협정’과 사이버 공간에서의 신뢰

에 관한 양자 간 대통령자문위원회(2009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선포)도 2014년 여름

폐지됐다.

러시아는 사이버 공간 전쟁에 얼마나 준

비돼 있는가? 러시아 ‘레그넘(Regnum)’ 통

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옐레나 라리나는 “애

국심에 가득 찬 사람들은 러시아는 모든 것

이 갖췄기 때문에 어떤 사이버 공격이든 완

전히 차단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고 말한다. 실제로 사이버 공격을 미

리 알고 이를 경고하는 것은 러시아중국

미국 어느 나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것

은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다.

IT와 인터넷은 양날의 칼이다. IT 기술과

인터넷 사용이 더 많을수록 더 취약해지고

무방비 상태가 된다. 라리나는 ‘미국은 정

보기술과 통신이 가장 발전한 나라지만 가

장 취약하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러시아 정부는 외부로부터의 사이버 공격

또는 2012년 인터넷이 차단된 ‘시리아 시나

리오’의 발생을 우려한다. 시리아에서는 이틀

이상 연결이 차단됐었다. 미국 인터넷 모니터

링 업체 ‘레네시스(Renesys)’의 데이터에 따

르면, 4개 IP 주소 대역의 접근이 불가능했

고, 77개 채널(먼소리) 즉 국가 전체 네트워크

경로의 92%에서 작동 문제가 발생했다. 공격

자가 전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시리아 정부

는 ‘서방의 적대 세력’을 비난했다.

러시아 IT 전문가들은 외부 세력에 의

한 러시아 인터넷 차단 시나리오가 가능

하긴 하나 실제로 일어나긴 어렵다고 본

다. PIR 센터의 프로그램 책임자 올레크

데미도프는 “IP 주소와 도메인 네임의 연

결이 끊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러시아는

2주 동안 외부세계와의 연결이 끊길 것이

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이버 신뢰 위한 위원회협정

미러 지난해 여름에 폐지해

미 사악한 사이버 국가로 러 꼽아

미 CIA, 80년대 소련 가스관에 악성코드 심어

이달 초 한러 비즈니스 위크

한국기술벤처재단 사무총장

러 벤처사 국제 담당자와 만나

혁신 에코시스템 등 논의

가장 센 사이버전사 보유

러시아 전력 가장 위협적

중국은 과대 평가된 듯

모스크바서 만난 한러 벤처 전문가 양국 기술 협력 이미 시작, 합작기업 설립 가능

엘레나 김, 갈리야 이브라기모바, 빅토리야 자비얄로바, 데니스 쿤구로프

엘레나 김

스콜코보서 열린 스타트업 빌리지 총회서방 전문가들이 보는 사이버파워

러시아 혁신 환경 발전에 새로운 동인을

제공할 수 있는 스타트업 빌리지(Startup

Village) 행사가 6월 2~3일 혁신도시 ‘스콜

코보’에서 대대적으로 열렸다.

스타트업 빌리지 행사에는 러시아 국내외

사업가와 투자자, 벤처펀드, 정부기관 등 1

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혁신 환경 시스템이

불과 몇 년 전부터 발전하기 시작한 러시아

에서 이번 행사는 유례없을 정도로 큰 규모

였다. 스타트업 빌리지는 러시아 발전 기관

들의 로드쇼에서 대미를 장식했다. 이들은 1

년간 스타트업 투어를 통해 12개 도시에서

우수 혁신 구상들을 물색했다.

“러시아에서 스타트업 환경은 이제 막 시

작됐다. 우리는 스타트업의 태동을 목격하

고 있다.” ‘스콜코보’ 재단과 미국 매사추세

츠공과대학(MIT)의 합작 프로젝트인 스콜

코보 과학기술대학(Skoltech, 스콜테크)의

알렉세이 시트니코프 부총장이 Russia포커

스에 이같이 논평했다. 올해 스타트업 빌리

지에서는 스콜테크의 첫 번째 졸업식이 열

렸는데, 70% 이상의 졸업생이 재학 중에 창

업했다.

스타트업의 ‘착륙지’는 어디=스타트업 빌

리지의 대다수 전문가는 기업들에 수입을

대체하는 일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세

계를 상대로 사고 하라’고 주문했다. 바실리

벨로프 ‘스콜코보’ 재단 부이사장에 따르면

현재 ‘스콜코보’에 입주한 89개 기업이 자사

제품을 해외로 판매하고 있다.

시트니코프 부총장은 “몇 년 전 만해도

러시아에는 스타트업 환경과 스타트업 발전

을 위한 인프라가 없었다. 러시아 기업들이

자주 선보이는 기술은 동종 기술 중 최고다.

다만 기술을 해외에서 상용화하는 것이 문

제”라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 혁신 기업들은 선택의 폭

이 넓은 발전 플랫폼을 갖고 있다. 스타트

업 빌리지에서는 스페인, 터키, 싱가포르,

일본, 미국, 기타 국가들의 테크노파크 대

표들이 자신들이 가진 기회에 관해 이야기

했다. 하지만 ‘스콜코보’의 파트너인 휴스

턴 테크놀로지센터의 수잔 버크홀더 소장

은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에 앞서 자국에

서 기반을 튼튼히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서는 무엇이 스타트업을

연착륙하게 해 줄 것인가? 지원 시스템이 그

것이다. 지원 시스템은 ‘스콜코보’에 확실히

있다. 이곳 직원들의 경쟁력은 매우 높다. 여

기에선 독창적인 뭔가가 발전하고 있다. 현

재 러시아는 창업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빌리지 총회에는 전 세계에서

약 1000명의 투자자가 등록했다. 스타트업

빌리지 첫날에만 총 130억 루블 이상에 달

하는 협정 14건이 체결됐다. 이는 알리바바

익스프레스, 파나소닉 같은 대기업 등과 체

결한 대형 계약만을 합한 액수다. 소형 거래

는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게다가 소형 거래

는 심지어 스타트업 자체의 피치 세션(pitch

session) 중에도 종종 이뤄졌다.

기술은 정치 영역 밖에 있을까=현재 러시

아 스타트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골칫거리

는 대러 제재와 정치 상황이다. 핀란드의 한

참가자는 “러시아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고

있었거나 러시아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던

핀란드 기업 중에 사업 확장을 연기해야만

했던 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스타

트업 빌리지를 방문한 외교관 40명은 모두

가 “기술은 정치 영역 밖에 있다”고 말했다.

푸드코트에 프랑스산 치즈가 없는 데 대

해 실망한 자크-모리스 리페르 러시아 주재

프랑스 대사는 “프랑스 건축가들이 ‘스콜코

보’의 건축 외관 조성에 참여했다”고 말했

다. 한편 존 테프트 미국 대사는 “마이크로

소프트와 IBM, 보잉 등 미국의 6개 대기업

이 혁신도시 ‘스콜코보’의 파트너”라고 상

기시켰다.

러시아도 스타트업 장려가 한창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지역인 스콜코보

(Skolkovo)는 러시아가 전략적으로 스타트

업을 육성하는 곳이다. 아예 대놓고 미국 실

리콘밸리화를 추구한다.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총리가 스

콜코보를 직접 방문해 독려하곤 한다.

알리바바IBMMS 등 참가

첫날만 130억 루블 투자 유치

수준 높은 지원 시스템 자랑

대러 경제 제재는 걸림돌 안돼

혁신 있는 러시아 실리콘밸리로 가자 전세계 기업들 몰려

빅토리야 자 로바

지난 3월 연방보안국(FSB) 협의회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4년 7400만 건의 러시아 관공서 홈페이지와 정보시스템에 대한 사이버공격

시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정부기관 해킹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레기언 메디어]

3년째 개최되고 있는 ‘스타트업 빌리지’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성공한 대기업 경영인, 투자자, 기업인, 정부 관리들을 만나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빌리지 공보실]

이고리 아가미르쟌(왼쪽) 러시아벤처컴퍼니 대표와

오건택 한국기술벤처재단 사무총장. [RVC 공보실]

2015년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 홈페이지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전

체 인구 중 61%가 인터넷을 사용한다. 인터넷 사용자 절대 수에서

러시아는 8700만 명으로 영국(5700만 명)과 프랑스(5400만 명)보

다 앞서며 상위 5위에 들어 있다. 당연히 중국이 6억3200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미국(2억6900만 명)과 일본(1억1000

만 명)이 각각 2위와 3위에 올라 있다. 러시아 인터넷 사용자는 2014

년 15% 증가했다. 이는 인도(30% 증가)보다는 적지만, 중국(7%)과

브라질보다는 많다. 또 세계 평균 증가율 8%보다도 더 많다.

61%러시아 인구 중

인터넷 사용 비율

영국 한국 일본 미국 러시아 이탈리아 중국

9085 85 84

61 5847

단위:%국가별 인터넷 사용인구 비율

러시아의 정보보안 컨설턴트 시스코

(CISCO)의 알렉세이 루카츠키에 따르

면 1982년 CIA가 한 소련 가스관의 소

프트웨어에 악성코드의 하나인 논리폭탄

(logic bomb)을 심었다. 1980년대 말에는

발트 3국에 있는 소련 원자력 발전소 직원

이 원자로 가동에 쓰는 소프트웨어에 몰

래 침입했다.

2010년에는 스턱스넷(Stuxnet) 바이러스

감염 사태도 있었다. 이란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음이 알려진 뒤 바이러스 백신 업체

‘카스퍼스키 연구소’는 연방우주청 로스코

스모스와 원자력 공사 로스아톰의 네트워

크에서 이 바이러스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는 브릭스 및 SCO(상하이협

력기구) 파트너국들과 함께 유엔 협조하의

인터넷 관리 국제화와 모든 국가들의 디지

털 평등과 주권의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디지털 주권을 가지려면 국가가 구글에

선두를 내주지 않을 만큼 자체 검색 엔진을

가져야 한다. 자체 SNS와 강력한 인터넷 접

속 제공자도 있어야 한다.

러시아 인터넷 사용자 대부분은 자국

검색엔진 ‘얀덱스’를 선호한다. 얀덱스 선

호도는 60%이며 구글의 경우 30%이다.

또한 페이스북이 아니라 자국 SNS ‘브콘

탁테’에 ‘머무른다’(선호도는 검색엔진과

비슷).

지난겨울 국영 통합기구제작공사는 ‘러

시아 및 세계의 군사정치 상황 모니터링

분석 시스템’ 제작에 착수했다. 이 소프

트-하드웨어 복합체는 독자와 댓글, 재포

스팅 수에 따라 인터넷 정보의 중요도를

평가할 예정이다. 텍스트와 SNS, 댓글 모

두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이버 공격

과 그 원천,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공격

의 영향을 알 수 있게 된다. 또 분석가와 전

문가들에게 싸움의 도구와 해독제를 제시

할 것이다.

작업은 2016년 중반 완료할 예정이다. 홀

딩 회장 안드레이 리즈니크는 국영 ‘리아

노보스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교차

언어 지원도 도입한다. 시스템은 해외 언론

의 정보 흐름에서 필요한 메시지들을 선별

하고 외국어 텍스트를 번역하며 이를 분석

할 것이다. 시작 단계에서 시스템은 5~6개

언어를 처리할 것이며 언어의 수는 의뢰자

의 요청에 따라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러 원전, 스턱스넷 바이러스 감염도

Page 6: "세계는 사이버전쟁 중" ... 러, 스마트 무기 기반 준비태세 강화

6 ┃ 과학 2015년 6월 26일 금요일 ┃ 문화 7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오아시스 속의 사막=바이코누르 방문에

앞서 먼저 보스토치니에 갔다. 지난 5월 모

스크바에서 블라고베센스크로 가는 비행

기에 몸을 실었다. 가는 길 내내 잠들지 못

하고 창문 너머로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과

붉은 태양을 지켜 봤다. 그렇게 일곱 시간

을 날았다.

이어 거친 도로를 네 시간씩 달려 우글레

고르스크에 도착했다. 거무스름한 다람쥐

와 잿빛 토끼가 끊임없이 도로를 가로질렀

다. 험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제야강 강변에

서 잠깐 쉬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다음 날 바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건설

현장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20여 분을 달리

는데 모래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도착한 공사현장은

그곳의 자연경관에 전혀 눌리지 않을 만큼

규모가 대단했다. 시찰단의 방문에 익숙해

진 듯 인부들은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

았다. 시설 근처에서 만난 머리가 하얗게 세

고 마음씨 좋아 보이는 사람이 “무엇을 보러

오셨느냐”며 놀라워했다. “이곳엔 담장, 모

래, 개들밖에 없는데.” 하지만 모래밭 위에

는 벌써 발사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건설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치올코프스키

시의 모습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곳에서 세워지는 건 새로운 우주산업

의 역사다. 러시아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를 통해 우주공간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

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이 우주기지는 우주과

학 연구의 중심지가 되어 극동 지방의 발전

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러시아 우주

부문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줄 것이다. 그러

나 공사 기한이 지연 되고 있으며, 건설 과정

에서 과도한 경비와 건설비 횡령 논란이 문

제가 되고 있어 안타깝다.

사막 속의 오아시스=바이코누르 출발 당

일까지 그곳에 간다는 기쁨이 무색해질 만

큼 여러 기관에 수많은 서신과 질문서를 보

내야 했다. 일정 하나하나를 조율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설마다 방문허가증을 받아야

하는 탓에 휴대전화의 열이 식을 줄 몰랐다.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로 세 시간 남짓 날

았다. 마지막 한 시간 동안 비행기 밖으로

보이는 풍경엔 변화가 없었다. 우리는 초원

한가운데 착륙했다. ‘크라이니’ 공항에서

타티야나라는 우주기지 안보청 직원이 우

리 일행을 맞았다. 검문소 몇 곳을 지나갔

다. 나는 계속되는 서류 검사에 참지 못하고

“타티야나, 1960년대에 철저한 검사가 필요

했다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요즘엔 산업스

파이가 없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타티야

나는 “잘못 생각하셨어요. 여기선 별의별 일

이 다 벌어지거든요”라고 대답하더니, 내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자세한 얘기는 해줄

생각이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마침내 마지막 검문소를 지나 시내로 진

입했다. 입구 옆에는 생각에 잠긴 듯한 낙타

한 마리가 서 있었다. 검문소를 지나기가 무

섭게 마치 다른 기후대가 시작되기라도 한

것처럼 길 양쪽으로 푸른 나무들이 눈에 띄

기 시작했다. 이 도시는 소련에 한쪽 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24시 카페가 없다는 점도 그

렇고, 중앙 시장, 간판 등 무엇을 보아도 그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주민의 절반은 똑같

은 작업복 차림이었다. 모두 우주기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최초였다=바이코누르 사람들은

누구나 역사를 이야기한다. 러시아 최초의

로켓이나 전설적인 개발자, 우주인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도 이곳에는 소련의 천재 설

계자 세르게이 코롤로프와 함께 일했던 사

람들이 살아 있다. 이들은 러시아에서 초기

로켓 발사를 이루어 낸 장본인이다.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는 전 세계 우주 발

사의 절반이 이루어진 곳이다. 지구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곳이며 보스토크, 보

스호드, 소유스 같은 유인 우주선과 살류트,

미르 등 우주 정거장, 우주왕복선 에네르기

야-부란, 행성 간 우주비행체, 학술 및 군사

위성이 발사된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는 연간 발사 횟수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바이코누르에서 보낸 사흘 내내 타티야나

가 나와 동행했다. “나는 마흔세 살이에요.

하지만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몰라요. 내 모든

것이, 인생 전부가 이곳에 있어요. 아무도 우

리를 그곳(보스토치니 우주기지 - 필자)에

데려가지 않으리라는 걸 알아요. 앞으로 우

리가 어찌 될지 모르겠어요. 2050년까지 러

시아가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완전히 손

을 떼진 못할 거라고 하긴 하지만.” 타티야

나는 내 생각을 묻는 듯한 얼굴로 나를 바

라보았다. 그녀는 아무르주로 건너가 다시

금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각오가 되어 있

었다.

바이코누르에 유난히 새카만 구름이 드리

워져 있었다. 그곳에는 러시아 우주산업사의

별을 밝힌 특별한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탈렙 리파이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사무총장이 러시아의 관광 브랜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리파

이 사무총장은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러시아가 지난 500년간 이룩한 모든 것을 이

야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관광청과 UNWTO는 오는 9월

홍보지원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계획

이다. UNWTO는 러시아 지방의 관광 잠

재력을 해외에 홍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

로 예상된다. 러시아 관광청이 탈렙 리파이

UNWTO 사무총장을 회담에 초대한 이유

도 여기에 있다.

리파이 총장은 “러시아가 세계 문명 발전

에 크게 이바지한 바를 관광 브랜드 개발 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의

중요한 차별점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러시아

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위대

한 작곡가와 작가, 과학자들을 배출한 나라

다. 러시아는 세계 문명 발전에 막대한 기여

를 했다. 따라서 나는 바로 이 점이 외국 관

광객들에게 러시아를 알리는 브랜드에 반영

돼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리파이 사무총장이 러시아가 해외 관광

객을 유치하려면 러시아 국내 관광을 개발

해야 한다고 설명한 대목도 흥미롭다. 그

는 “자국민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나라

는 외국 관광객의 흥미도 끌 수 없

다. 지난 10~20년간 세계는 러시아

를 관광객을 제공하는 나라로만

봤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이 국내

관광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

들어진다면 외국 관광객

들의 러시아행도 늘어

날 것이다. 세계도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

다. 대형 관광국들에서 해외 관광객의 비

중은 25~30%이며 나머지는 국내 관광객”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를 찾는 외

국 관광객들은 레스토랑과 호텔, 박물

관에서 러시아 시민들로부터 민족

적 색채를 느껴보고 싶어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런 여행은 의미

가 없다. 크렘린 복제품이 있는 할

리우드나 디즈니랜드로 가

서 사진 찍는 게 더 쉽

다”고 덧붙였다.

유리 주전자 바닥에 보라색의 작은 백리향

꽃을 조금 털어 넣고, 말린 레몬밤 잎과 커

런트 잎을 넣고, 마지막에 고산식물 사간달

리의 작은 잎을 두 장 더 넣는다. 그리고 조

금씩 끓는 물에 꽃과 잎이 우러나오면서 물

이 기분 좋은 허브색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

본다. 5분 뒤 주방은 타이가와 산, 그리고 여

물어가는 열매의 엷지만 뚜렷한 향, 즉 시베

리아의 향으로 가득 찬다.

‘설탕을 갉으며’ 마시는 차=고대 러시아

에서는 설탕을 물고 마시거나 설탕을 넣어

서 마시는 두 가지 방식으로 러시아 전통차

를 마셨다. ‘설탕 갉아먹기’(또는 ‘설탕 거치

기’) 다도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돌덩이

처럼 굳힌 커다란 설탕 덩어리에서 한 조각

들을 떼어낸 후 앞니로 물고 뜨거운 찻물이

이를 지나가게 하며 마신다. 그러면 차는 달

착지근한 맛이 난다. 시베리아 요리 연구가

이고리 셰인의 지적에 따르면, 오늘날의 일

반적인 정제된 설탕 조각으로는 이렇게 마

실 수 없다고 한다. 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베리아에서도 옛날에 설탕을 물고 차

를 마셨지만, 바로 ‘갉아먹기’라는 표현에서

순전히 시베리아만의 흥미로운 변화가 나왔

다. ‘설탕 씹기’ 다도인데, 여기에는 차 마시

기의 새로운 의미가 숨어 있다. 1895년에 출

판된 ‘시베리아의 삶의 기억들’이라는 책을

보자. ‘여주인은 설탕을 씹으며 차를 마시겠

느냐고 물었다. 설탕을 넣어서, 즉 설탕과 함

께 마시겠다고 대답했다.’ 설탕을 씹으며 차

를 마신다는 것은 차에 곁들여 달콤한 파이

나 집에서 만든 케이크 같은 것을 먹는다는

의미로 밝혀졌다. 시베리아에서 이는 타르

트빵, 설탕 절임 또는 ‘에스비트’(시베리아

에서 ‘비스킷’을 이르던 말) 등을 곁들여 차

를 마신다는 뜻이었다.

시베리아에서 차는 농민에게도, 귀족과

상인에게도 언제나 매우 중요한 음료였다.

20세기 초 톰스크현 지사가 괜히 차가 포함

돼 있던 생필품 품목에 대해 세금을 걷도

록 한 게 아니다. 현재 시베리아에서 설탕을

‘갉으며’ 차를 마시는 것은 거의 중장년 층

이다. 그러나 ‘차에 곁들이는’ 빵과 과자는

다도의 필수요소로 남아 있다. 시베리아 주

민의 집에 가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우유와 소금을 넣은 차=달게 마시는 차

와 반대로 투바족과 하카스족, 알타이족은

우유와 소금을 넣은 차를 마셨다. 이러한 차

문화가 물론 시베리아만의 것은 아니다. 예

부터 몽골과 티베트에서도 이런 차를 마셨

으므로 ‘짭짤한’ 차를 만들어 마시는 전통

도 전 세계에 여럿 있다. 예를 들어 차를 ‘수

투크 샤이’라고 부르는 투바의 다도는 현재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녹전차(벽돌 모양으

로 굳혀 만든 차)를 찬물에 넣고 끓인다. 그

다음 선조들이 그랬듯이 우유를 첨가하는

데, 가장 좋은 것은 낙타유나 양유다. 다음

으로 우유 넣은 차를 큰 숟가락으로 떠서

높이 들었다가 쏟으면서 섞어준다. 차를 ‘뒤

젓는’ 것처럼 해야 한다. 차가 다시 끓기 시

작하면 소금을 넣는데 때로는 동물성 유지

나 심지어 양꼬리 비계절임(양기름)을 넣기

도 한다. 다 만든 후 소금과 우유를 넣은 차

를 공기에 나누어 담는다.

투바족은 갈증을 해소해 주고 힘을 북돋

는다고 해서 예부터 이 차를 높이 쳤다. 가축

무리를 따라 광대한 야생지역을 이동했던 유

목민들에게 이는 특히 중요했다. 초원이나 산

에서 찬 물과 얼음밖에 없는 추위를 맞닥뜨

렸을 때 뜨거운 차는 몸을 데워주었고 병을

예방해 줬다. 현재 투바에서 우유와 소금 넣

은 차는 도로변 유르타(유목민 천막) 카페나

도시 내의 전통음식을 파는 카페와 레스토랑

에서 맛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크라스노야르

스크와 옴스크에는 투바 전통차를 맛보고 차

만들기 의식에 참여할 수 있으며 시베리아 유

목민들의 차에 관한 전설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차 유르타’ 같은 장소가 있다.

허브차=그러나 시베리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차는 허브차다. 도시인이 자연으로 나

갈 때 아마도 그의 보온병에는 티백으로 끓

인 평범한 차가 아닌 허브 혼합물로 우려낸

차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차를

직장이나 사무실에서 마시면 여름의 숲 한

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시베

리아인들이 차에 넣는 허브의 종류는 매우

많다. 필자의 경우 아침에 일반적인 커피 대

신 평범한 홍차에다 사간달리의 잎을 조금

넣는다. 사간달리는 사얀 산맥과 티베트, 부

랴티야 고산지에서 자라며 원기를 돋우고

힘을 더해 주는 키 낮은 관목이다. 티베트

사람들은 사간달리 잎을 ‘수명을 늘려주는

풀’이라고 했다. 그리고 반대로 안정을 취하

고, 긴장을 풀고, 잠이 잘 오게 하려면 시베

리아에서는 백리향과 레몬밤, 커런트, 레가

노 잎으로 차를 만든다. 시베리아에서 허브

차는 식탁에 꿀, 월귤, 체리파이, 잣 등을 내

‘설탕을 씹는 방식’ 베리아 허브차의 인기

는 지역 가정의 경계를 넘어 계속 러시아 전

역으로 퍼져가고 있다.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와 바통 터치할 보스토치니 가보니 시베리아의 다도(茶道)

들개모래밖에 없던 황무지, 우주산업의 새 중심지로 우뚝 고대엔 설탕 씹으며

초르니 차이 한 모금씩

최근엔 허브차 즐겨

유엔 세계관광기구 사무총장 러시아 작가과학자 등 관광 브랜드로 개발해야

이동 타워, 발사대 모습 갖춰가

건설비 횡령 등으로 공사 지연

바이코누르 기지 임대 연장 됐지만

엔지니어들 실업자 될까 걱정도

굳힌 설탕 앞니로 물고 마시기도

빵과자는 다도의 필수 요소로

알타이족, 녹차에 우유소금 뿌려

꿀파이와 먹는 베리아 허브차

지역 넘어 러시아 전역서 인기

방러 리파이 러 관광 개발 필요

러 관광청과 9월 양해각서 예정

알리나 포로시나

마리나 오브라스코바

‘바이코누르’는 우주기지와 위성도시로 이뤄져 있다. 우주기지 면적은 6717km²다. 우주기지에는 600여 개 변전소와 6000 송전선으로 전기를 공급한다. 기

지 인프라로 두개의 1등급 비행장, 400 철도, 1000 자동차 도로가 갖춰져 있다. [보스톡 포토]

예전에 러시아인들은 입안에 작은 설탕 조각을 물고 전통차(초르니 차이)를 홀짝이며 천천히 단맛을 음미했다. 어려운 시절 구하기 힘들었던 설탕을 아끼려는

절약정신에서 나온 습관이었다. 지금도 설탕을 차에 넣어 마시면 맛이 형편없어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이렇게 마신다. [레기언 미디어]

시베리아 주민들은 차에 온갖 허브를 곁들여 마신다. 시베리아 유목민 중에는 우유와 소금을 넣은 차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레기언 미디어]

지난달 20일, 아무르 주 소재 ‘보스토치니’ 우주기

지의 발사대 하부 화염배출구 모습. 저 멀리 중앙

에 이동식 서비스타워가 보인다. [리아 노보스티]

안나 그루즈데바

Russia포커스가 러시아의 과거를 돌아보

고 미래를 생각해 보기 위해 6월 2일 60주

년을 맞은 세계 최대의 바이코누르 우주기

지와 신축 중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찾

았다. 바이코누르는 세계 최초의 우주기지

이자 여전히 세계 최대의 위상을 지키고

있는 우주기지다. 우주비행견(犬) 벨카와

스트렐카,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

을 태운 우주선이 발사된 곳이기도 하다.

소련 붕괴 이후 바이코누르는 러시아가 아

닌 카자흐스탄에 속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임차국 자격으로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이용하고 있다. 2004년 양국 대통령은 임

대 기간을 2050년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다 2007년 러시아

가 독자적인 우주기지를 건설하기로 결정

했다. 야심찬 계획이 실현될 새 터전은 극

동지역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

기지다. 러시아 우주청 관계자부터 인생의

절반을 바이코누르에 바친 사람들까지 모

두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의 완공을 기다

리고 있다. 이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바이

코누르로 건너와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살

기 시작한 사람들로, 자신들의 미래가 어

떻게 될지 모르는 채 조금은 착잡한 심정

으로 공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영토가 광활한 시베리아는 전 세계의 다양한 차 문화를 흡수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 있고 독창적인 전통을 발전시켰다. 시베리아 사람들은 어떻게 차를 마실까? ‘설탕을

갉아 먹으며 마시는 차’란 무엇이며, 투바와 하카시야의 유목민들은 어떤 차를 마실까?

현대 도시인들은 보온병에 어떤 차를 끓여가지고 다닐까? 여기 흥미로운 답들이 있다.

Page 7: "세계는 사이버전쟁 중" ... 러, 스마트 무기 기반 준비태세 강화

6 ┃ 과학 2015년 6월 26일 금요일 ┃ 문화 7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오아시스 속의 사막=바이코누르 방문에

앞서 먼저 보스토치니에 갔다. 지난 5월 모

스크바에서 블라고베센스크로 가는 비행

기에 몸을 실었다. 가는 길 내내 잠들지 못

하고 창문 너머로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과

붉은 태양을 지켜 봤다. 그렇게 일곱 시간

을 날았다.

이어 거친 도로를 네 시간씩 달려 우글레

고르스크에 도착했다. 거무스름한 다람쥐

와 잿빛 토끼가 끊임없이 도로를 가로질렀

다. 험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제야강 강변에

서 잠깐 쉬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다음 날 바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건설

현장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20여 분을 달리

는데 모래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도착한 공사현장은

그곳의 자연경관에 전혀 눌리지 않을 만큼

규모가 대단했다. 시찰단의 방문에 익숙해

진 듯 인부들은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

았다. 시설 근처에서 만난 머리가 하얗게 세

고 마음씨 좋아 보이는 사람이 “무엇을 보러

오셨느냐”며 놀라워했다. “이곳엔 담장, 모

래, 개들밖에 없는데.” 하지만 모래밭 위에

는 벌써 발사대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건설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치올코프스키

시의 모습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곳에서 세워지는 건 새로운 우주산업

의 역사다. 러시아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를 통해 우주공간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

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이 우주기지는 우주과

학 연구의 중심지가 되어 극동 지방의 발전

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러시아 우주

부문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줄 것이다. 그러

나 공사 기한이 지연 되고 있으며, 건설 과정

에서 과도한 경비와 건설비 횡령 논란이 문

제가 되고 있어 안타깝다.

사막 속의 오아시스=바이코누르 출발 당

일까지 그곳에 간다는 기쁨이 무색해질 만

큼 여러 기관에 수많은 서신과 질문서를 보

내야 했다. 일정 하나하나를 조율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설마다 방문허가증을 받아야

하는 탓에 휴대전화의 열이 식을 줄 몰랐다.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로 세 시간 남짓 날

았다. 마지막 한 시간 동안 비행기 밖으로

보이는 풍경엔 변화가 없었다. 우리는 초원

한가운데 착륙했다. ‘크라이니’ 공항에서

타티야나라는 우주기지 안보청 직원이 우

리 일행을 맞았다. 검문소 몇 곳을 지나갔

다. 나는 계속되는 서류 검사에 참지 못하고

“타티야나, 1960년대에 철저한 검사가 필요

했다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요즘엔 산업스

파이가 없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타티야

나는 “잘못 생각하셨어요. 여기선 별의별 일

이 다 벌어지거든요”라고 대답하더니, 내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자세한 얘기는 해줄

생각이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마침내 마지막 검문소를 지나 시내로 진

입했다. 입구 옆에는 생각에 잠긴 듯한 낙타

한 마리가 서 있었다. 검문소를 지나기가 무

섭게 마치 다른 기후대가 시작되기라도 한

것처럼 길 양쪽으로 푸른 나무들이 눈에 띄

기 시작했다. 이 도시는 소련에 한쪽 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24시 카페가 없다는 점도 그

렇고, 중앙 시장, 간판 등 무엇을 보아도 그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주민의 절반은 똑같

은 작업복 차림이었다. 모두 우주기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최초였다=바이코누르 사람들은

누구나 역사를 이야기한다. 러시아 최초의

로켓이나 전설적인 개발자, 우주인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도 이곳에는 소련의 천재 설

계자 세르게이 코롤로프와 함께 일했던 사

람들이 살아 있다. 이들은 러시아에서 초기

로켓 발사를 이루어 낸 장본인이다.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는 전 세계 우주 발

사의 절반이 이루어진 곳이다. 지구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곳이며 보스토크, 보

스호드, 소유스 같은 유인 우주선과 살류트,

미르 등 우주 정거장, 우주왕복선 에네르기

야-부란, 행성 간 우주비행체, 학술 및 군사

위성이 발사된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는 연간 발사 횟수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바이코누르에서 보낸 사흘 내내 타티야나

가 나와 동행했다. “나는 마흔세 살이에요.

하지만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몰라요. 내 모든

것이, 인생 전부가 이곳에 있어요. 아무도 우

리를 그곳(보스토치니 우주기지 - 필자)에

데려가지 않으리라는 걸 알아요. 앞으로 우

리가 어찌 될지 모르겠어요. 2050년까지 러

시아가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완전히 손

을 떼진 못할 거라고 하긴 하지만.” 타티야

나는 내 생각을 묻는 듯한 얼굴로 나를 바

라보았다. 그녀는 아무르주로 건너가 다시

금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각오가 되어 있

었다.

바이코누르에 유난히 새카만 구름이 드리

워져 있었다. 그곳에는 러시아 우주산업사의

별을 밝힌 특별한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탈렙 리파이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

사무총장이 러시아의 관광 브랜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리파

이 사무총장은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러시아가 지난 500년간 이룩한 모든 것을 이

야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관광청과 UNWTO는 오는 9월

홍보지원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계획

이다. UNWTO는 러시아 지방의 관광 잠

재력을 해외에 홍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

로 예상된다. 러시아 관광청이 탈렙 리파이

UNWTO 사무총장을 회담에 초대한 이유

도 여기에 있다.

리파이 총장은 “러시아가 세계 문명 발전

에 크게 이바지한 바를 관광 브랜드 개발 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의

중요한 차별점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러시아

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위대

한 작곡가와 작가, 과학자들을 배출한 나라

다. 러시아는 세계 문명 발전에 막대한 기여

를 했다. 따라서 나는 바로 이 점이 외국 관

광객들에게 러시아를 알리는 브랜드에 반영

돼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리파이 사무총장이 러시아가 해외 관광

객을 유치하려면 러시아 국내 관광을 개발

해야 한다고 설명한 대목도 흥미롭다. 그

는 “자국민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나라

는 외국 관광객의 흥미도 끌 수 없

다. 지난 10~20년간 세계는 러시아

를 관광객을 제공하는 나라로만

봤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이 국내

관광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

들어진다면 외국 관광객

들의 러시아행도 늘어

날 것이다. 세계도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

다. 대형 관광국들에서 해외 관광객의 비

중은 25~30%이며 나머지는 국내 관광객”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를 찾는 외

국 관광객들은 레스토랑과 호텔, 박물

관에서 러시아 시민들로부터 민족

적 색채를 느껴보고 싶어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런 여행은 의미

가 없다. 크렘린 복제품이 있는 할

리우드나 디즈니랜드로 가

서 사진 찍는 게 더 쉽

다”고 덧붙였다.

유리 주전자 바닥에 보라색의 작은 백리향

꽃을 조금 털어 넣고, 말린 레몬밤 잎과 커

런트 잎을 넣고, 마지막에 고산식물 사간달

리의 작은 잎을 두 장 더 넣는다. 그리고 조

금씩 끓는 물에 꽃과 잎이 우러나오면서 물

이 기분 좋은 허브색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

본다. 5분 뒤 주방은 타이가와 산, 그리고 여

물어가는 열매의 엷지만 뚜렷한 향, 즉 시베

리아의 향으로 가득 찬다.

‘설탕을 갉으며’ 마시는 차=고대 러시아

에서는 설탕을 물고 마시거나 설탕을 넣어

서 마시는 두 가지 방식으로 러시아 전통차

를 마셨다. ‘설탕 갉아먹기’(또는 ‘설탕 거치

기’) 다도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돌덩이

처럼 굳힌 커다란 설탕 덩어리에서 한 조각

들을 떼어낸 후 앞니로 물고 뜨거운 찻물이

이를 지나가게 하며 마신다. 그러면 차는 달

착지근한 맛이 난다. 시베리아 요리 연구가

이고리 셰인의 지적에 따르면, 오늘날의 일

반적인 정제된 설탕 조각으로는 이렇게 마

실 수 없다고 한다. 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베리아에서도 옛날에 설탕을 물고 차

를 마셨지만, 바로 ‘갉아먹기’라는 표현에서

순전히 시베리아만의 흥미로운 변화가 나왔

다. ‘설탕 씹기’ 다도인데, 여기에는 차 마시

기의 새로운 의미가 숨어 있다. 1895년에 출

판된 ‘시베리아의 삶의 기억들’이라는 책을

보자. ‘여주인은 설탕을 씹으며 차를 마시겠

느냐고 물었다. 설탕을 넣어서, 즉 설탕과 함

께 마시겠다고 대답했다.’ 설탕을 씹으며 차

를 마신다는 것은 차에 곁들여 달콤한 파이

나 집에서 만든 케이크 같은 것을 먹는다는

의미로 밝혀졌다. 시베리아에서 이는 타르

트빵, 설탕 절임 또는 ‘에스비트’(시베리아

에서 ‘비스킷’을 이르던 말) 등을 곁들여 차

를 마신다는 뜻이었다.

시베리아에서 차는 농민에게도, 귀족과

상인에게도 언제나 매우 중요한 음료였다.

20세기 초 톰스크현 지사가 괜히 차가 포함

돼 있던 생필품 품목에 대해 세금을 걷도

록 한 게 아니다. 현재 시베리아에서 설탕을

‘갉으며’ 차를 마시는 것은 거의 중장년 층

이다. 그러나 ‘차에 곁들이는’ 빵과 과자는

다도의 필수요소로 남아 있다. 시베리아 주

민의 집에 가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우유와 소금을 넣은 차=달게 마시는 차

와 반대로 투바족과 하카스족, 알타이족은

우유와 소금을 넣은 차를 마셨다. 이러한 차

문화가 물론 시베리아만의 것은 아니다. 예

부터 몽골과 티베트에서도 이런 차를 마셨

으므로 ‘짭짤한’ 차를 만들어 마시는 전통

도 전 세계에 여럿 있다. 예를 들어 차를 ‘수

투크 샤이’라고 부르는 투바의 다도는 현재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녹전차(벽돌 모양으

로 굳혀 만든 차)를 찬물에 넣고 끓인다. 그

다음 선조들이 그랬듯이 우유를 첨가하는

데, 가장 좋은 것은 낙타유나 양유다. 다음

으로 우유 넣은 차를 큰 숟가락으로 떠서

높이 들었다가 쏟으면서 섞어준다. 차를 ‘뒤

젓는’ 것처럼 해야 한다. 차가 다시 끓기 시

작하면 소금을 넣는데 때로는 동물성 유지

나 심지어 양꼬리 비계절임(양기름)을 넣기

도 한다. 다 만든 후 소금과 우유를 넣은 차

를 공기에 나누어 담는다.

투바족은 갈증을 해소해 주고 힘을 북돋

는다고 해서 예부터 이 차를 높이 쳤다. 가축

무리를 따라 광대한 야생지역을 이동했던 유

목민들에게 이는 특히 중요했다. 초원이나 산

에서 찬 물과 얼음밖에 없는 추위를 맞닥뜨

렸을 때 뜨거운 차는 몸을 데워주었고 병을

예방해 줬다. 현재 투바에서 우유와 소금 넣

은 차는 도로변 유르타(유목민 천막) 카페나

도시 내의 전통음식을 파는 카페와 레스토랑

에서 맛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크라스노야르

스크와 옴스크에는 투바 전통차를 맛보고 차

만들기 의식에 참여할 수 있으며 시베리아 유

목민들의 차에 관한 전설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차 유르타’ 같은 장소가 있다.

허브차=그러나 시베리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차는 허브차다. 도시인이 자연으로 나

갈 때 아마도 그의 보온병에는 티백으로 끓

인 평범한 차가 아닌 허브 혼합물로 우려낸

차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차를

직장이나 사무실에서 마시면 여름의 숲 한

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시베

리아인들이 차에 넣는 허브의 종류는 매우

많다. 필자의 경우 아침에 일반적인 커피 대

신 평범한 홍차에다 사간달리의 잎을 조금

넣는다. 사간달리는 사얀 산맥과 티베트, 부

랴티야 고산지에서 자라며 원기를 돋우고

힘을 더해 주는 키 낮은 관목이다. 티베트

사람들은 사간달리 잎을 ‘수명을 늘려주는

풀’이라고 했다. 그리고 반대로 안정을 취하

고, 긴장을 풀고, 잠이 잘 오게 하려면 시베

리아에서는 백리향과 레몬밤, 커런트, 레가

노 잎으로 차를 만든다. 시베리아에서 허브

차는 식탁에 꿀, 월귤, 체리파이, 잣 등을 내

‘설탕을 씹는 방식’ 베리아 허브차의 인기

는 지역 가정의 경계를 넘어 계속 러시아 전

역으로 퍼져가고 있다.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와 바통 터치할 보스토치니 가보니 시베리아의 다도(茶道)

들개모래밖에 없던 황무지, 우주산업의 새 중심지로 우뚝 고대엔 설탕 씹으며

초르니 차이 한 모금씩

최근엔 허브차 즐겨

유엔 세계관광기구 사무총장 러시아 작가과학자 등 관광 브랜드로 개발해야

이동 타워, 발사대 모습 갖춰가

건설비 횡령 등으로 공사 지연

바이코누르 기지 임대 연장 됐지만

엔지니어들 실업자 될까 걱정도

굳힌 설탕 앞니로 물고 마시기도

빵과자는 다도의 필수 요소로

알타이족, 녹차에 우유소금 뿌려

꿀파이와 먹는 베리아 허브차

지역 넘어 러시아 전역서 인기

방러 리파이 러 관광 개발 필요

러 관광청과 9월 양해각서 예정

알리나 포로시나

마리나 오브라스코바

‘바이코누르’는 우주기지와 위성도시로 이뤄져 있다. 우주기지 면적은 6717km²다. 우주기지에는 600여 개 변전소와 6000 송전선으로 전기를 공급한다. 기

지 인프라로 두개의 1등급 비행장, 400 철도, 1000 자동차 도로가 갖춰져 있다. [보스톡 포토]

예전에 러시아인들은 입안에 작은 설탕 조각을 물고 전통차(초르니 차이)를 홀짝이며 천천히 단맛을 음미했다. 어려운 시절 구하기 힘들었던 설탕을 아끼려는

절약정신에서 나온 습관이었다. 지금도 설탕을 차에 넣어 마시면 맛이 형편없어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이렇게 마신다. [레기언 미디어]

시베리아 주민들은 차에 온갖 허브를 곁들여 마신다. 시베리아 유목민 중에는 우유와 소금을 넣은 차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레기언 미디어]

지난달 20일, 아무르 주 소재 ‘보스토치니’ 우주기

지의 발사대 하부 화염배출구 모습. 저 멀리 중앙

에 이동식 서비스타워가 보인다. [리아 노보스티]

안나 그루즈데바

Russia포커스가 러시아의 과거를 돌아보

고 미래를 생각해 보기 위해 6월 2일 60주

년을 맞은 세계 최대의 바이코누르 우주기

지와 신축 중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찾

았다. 바이코누르는 세계 최초의 우주기지

이자 여전히 세계 최대의 위상을 지키고

있는 우주기지다. 우주비행견(犬) 벨카와

스트렐카,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

을 태운 우주선이 발사된 곳이기도 하다.

소련 붕괴 이후 바이코누르는 러시아가 아

닌 카자흐스탄에 속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임차국 자격으로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이용하고 있다. 2004년 양국 대통령은 임

대 기간을 2050년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다 2007년 러시아

가 독자적인 우주기지를 건설하기로 결정

했다. 야심찬 계획이 실현될 새 터전은 극

동지역 아무르주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

기지다. 러시아 우주청 관계자부터 인생의

절반을 바이코누르에 바친 사람들까지 모

두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의 완공을 기다

리고 있다. 이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바이

코누르로 건너와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살

기 시작한 사람들로, 자신들의 미래가 어

떻게 될지 모르는 채 조금은 착잡한 심정

으로 공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영토가 광활한 시베리아는 전 세계의 다양한 차 문화를 흡수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 있고 독창적인 전통을 발전시켰다. 시베리아 사람들은 어떻게 차를 마실까? ‘설탕을

갉아 먹으며 마시는 차’란 무엇이며, 투바와 하카시야의 유목민들은 어떤 차를 마실까?

현대 도시인들은 보온병에 어떤 차를 끓여가지고 다닐까? 여기 흥미로운 답들이 있다.

Page 8: "세계는 사이버전쟁 중" ... 러, 스마트 무기 기반 준비태세 강화

8 ┃ 문화 2015년 6월 26일 금요일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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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 만한 모스크바 산책로 ② 오호트니 랴트역~테아트랄나야역

크렘린붉은광장볼쇼이극장 과거현대 공존하는 박물관 거리

‘오호트니 랴트’ 지하철역과 ‘마네시 광장’

산책로는 ‘오호트니 랴트’ 지하철역에서

시작한다. 지하철역 안에서 ‘마네시 광장’

이라고 쓰인 표지만 보고 따라 가야 된다.

지하 보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을 격퇴한 소련군 장군 게오르기 주코프 원

수의 동상이 서 있는 곳으로 곧장 이어진다.

새로 단장한 ‘모스크바’ 호텔 건물 앞에 조

촐히 펼쳐진 마네시 광장은 조각가 주라브

체레텔리가 만든 분수 조각상들로 유명하며

광장 바로 밑에는 모스크바에서 유일한 지

하 쇼핑몰 ‘오호트니 랴트’가 있다.

‘붉은광장’과 ‘성 바실리 대성당’=마네

시 광장에서 ‘붉은광장’으로 나가려면 16세

기에 만들어진 ‘보스크레센스키 대문’을 통

과해야 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500년 전 당

시 이 대문에는 현재 면적의 1/10 크기로 시

내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붉은광장’

은 이렇게 시작되는데 광장의 반대편 끝자

락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정교회 성당

가운데 하나이자 러시아를 찾는 관광객들에

게 최고의 사진 촬영 장소인 ‘성 바실리 대

성당’이 있다.

국영백화점 ‘굼’을 지나=‘성 바실리 대

성당’을 찍고 중세 러시아 역사의 무게감을

흠뻑 느꼈다면 이제는 ‘굼’으로 불리는 국

영백화점을 들러볼 차례다 ‘굼’이라는 이

름은 소련 시절에 나왔다. 이름 자체가 소

련 단어 고스다르스트벤느이 우리베르사르

느이 마가진의 앞 글자를 딴 것인데 긴 단어

의 뜻 자체가 국영백화점이다. ‘굼’에는 당

시 가난했던 이들의 마음을 후벼 팠던 몹쓸

기억이 배어 있다. 당시 상품 부족에 시달리

는 국민이 텅 비어가는 상점 앞에 하염없이

줄을 서서 기다릴 때 ‘굼’은 순록 살코기로

만든 소시지에서 여성용 최고급 스타킹까지

모든 걸 살 수 있었던 소련 유일의 상점이

었다. ‘붉은광장’과 첫 번째 보행자 거리인

‘니콜스카야 거리’로 나가려면 화려하게 변

신한 ‘굼’을 통과해야 한다.

‘니콜스카야 거리’=‘니콜스카야 거리’

는 2013년 비로소 보행자 거리가 됐다. 모

스크바시 당국은 가로등과 벤치, 화단을

만들고 여러 세기를 겪으며 입성이 초라해

진 건물들의 외관을 보수해 유럽식 아늑한

산책로를 조성했다. ‘붉은광장’에서 봤던

모든 것보다 이곳의 절충주의 건축 양식이

어쩌면 보행자 여러분을 더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트레티야코프 관통로’=‘트레티야코프

관통로’는 니콜스카야 거리 끝자락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화려하게 장식된 3층 건물 높

이의 아치를 보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이 관통

로는 1870년대에 예술 메세나 트레티야코프

형제가 건설했고 모스크바에서는 유일하게

민간 자금으로 건설된 거리다. ‘트레티야코

프 관통로’가 아주 훌륭한 이유도 어쩌면 바

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어린이 백화점 ‘데츠키 미르’=트레티야

코프 통로 아치를 통과하면 차량이 붐비는

거리 ‘테아트랄니 관통로’가 나온다. 이 거

리를 건너 소련 시절 건설된 어린이 백화점

‘데츠키 미르(어린이 세계)’ 건물 쪽으로

올라가라. 스탈린 양식으로 건설된 ‘데츠키

미르’는 사회주의판 디즈니랜드로 소련 어

린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이다. 이 상점은 2015년 초 수년 간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방문객들에게 다시 문을 열

었다. 건물 옥상에는 모스크바 역사적 중심

지의 멋진 경치를 내려다볼 수 있는 무료 전

망대가 운영되고 있다.

‘로제스트벤스카야 거리’와 ‘쿠즈네츠키

다리’ 거리=‘데츠키 미르’에서 ‘쿠즈네츠키

다리’ 지하철역 방향으로 걸어가면, 또 하나

의 보행자 거리인 ‘로제스트벤스카야 거리’

가 나온다. 이 거리는 보행자용으로 조성된

‘쿠즈네츠키 다리’ 거리와 교차한다. ‘쿠즈

네츠키 다리’는 모스크바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 가운데 하나로 400년 전 이곳에 있었던

다리를 기념하기 위해 이렇게 명명됐다. 이

곳에는 네글린나야 샛강이 흘렀는데 지금은

지하 터널로 복개돼 ‘볼쇼이 극장’ 건물로

곧장 이어지는 다리 아래로 흐르고 있다.

중앙백화점 ‘춤’과 ‘볼쇼이 극장’=‘쿠즈

네츠키 다리’를 따라 아래로 쭉 내려가다 보

면 소련 시절 문을 연 ‘춤’으로 약칭되는 중

앙백화점 부근에 도달한다. 현재 이곳은 러시

아에서 가장 호화로운 쇼핑몰 가운데 하나다.

‘춤’ 바로 뒤로 ‘페트롭카 거리’ 아래쪽에는

‘볼쇼이 극장’ 이 있다. 사두마차를 모는 아

폴로 동상이 설치된 유명한 주랑 현관은 ‘테

아트랄나야 광장’ 분수대 옆 벤치에 앉아서

봐야 제맛이다. ‘볼쇼이 극장’ 입장권 판매소

가 저녁 8시에 문을 닫는다는 것은 러시아 발

레 애호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산책로 종료=‘테아트랄나야 광장’에서

는 근처의 ‘테아트랄나야’ 지하철역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힘이 아직 남아서 좀 더 걷

고 싶다면 ‘쿠즈네츠키 다리’로 돌아가 계

속 걸어도 좋다. 이 거리는 여름철이면 베란

다가 곳곳에 설치되고 거리 악사들의 연주

도 들을 수 있는 ‘카메르게르스키 골목길’

로 곧장 이어진다. 이 골목길은 유명한 ‘트

베르스카야 거리’와 잇닿아 있다. ‘트베르

스카야 거리’가 시작되는 곳에는 ‘오호트니

랴트’지하철역 서쪽 입구가 있다. 이렇게 해

서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그렇다고

놀랄 건 없다. 모스크바 거리들은 역사적으

로 크렘린 부근에서 방사선 형태로 퍼져 있

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시는 몇 년째 시내 중심부에 보행자 길을 조성해 왔다. 올해 말까지 모스크바 중심부에는 88개의 보행자 구역(총 97)이 생겨날 예정이다. [로리]

키라 예고로바 총길이 3.2 걸어서 50분 거리

보스크레센스키 대문 통과하면

붉은광장 넘어 성 바실리 대성당

거리 악사 있는 카메르게르스키

요즘 여행객들은 모스크바의 새로운 보행자 거리를 걸으며 복원된 16~20세기 건물을 오

랫동안 자세히 음미할 수 있다. 3년 전 시작된 도심 복원사업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다. 지

난 호 첫 번째 기사에서 우리는 모스크바 강변 산책로를 소개했다. 이번엔 크렘린과 볼쇼

이 극장 주변을 따라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보행자 거리와 광장들 차례다.

오호트니 랴트역~테아트랄나야역

길이: 3.2 시간: 50분

오호트니랴드 역

쿠즈네츠키모스트 역

혁명광장 역

루뱐카 역

니콜스카야 거

트레티야콥스키 샛

쿠즈네츠키모스트 거리 로즈

데스

트벤

카 거

네글린나야 거

페트롭카 거

마네시 광장

혁명광장

데츠키미르어린이백화점

굼백화점

춤백화점

붉은광장

볼쇼이 극장

테아틀랄나야 광장테아틀랄나야 역

지난호 게제 시리즈 첫 번째 기사

모스크바 강변 산책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