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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 Policy Industry & Policy 63 진_KOCCA 미래정책개발팀 책임연구원 BCWW(Broadcast Worldwide) :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방송영상견본시. 국내외 방송영상 콘텐츠 전시와 컨퍼런스가 동시에 개최 된다. 지난 9월 9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BCWW 2015의 이모저모를 정리했다. 경계의 붕괴, BCWW 2015로 보는 방송영상콘텐츠산업의 지형 플릭스 한국 진출의 베일은 BCWW 2015의 서막과 함께 열렸다. 개막식 키노트 스피치 연사로 내한한 넷플릭스 글로벌사업 총괄책임자 그레고리 피터스(Gregory K. Peters)는 ‘글로벌 인터넷 TV 네트워크의 구축(Building a Global Internet TV Network)’이라는 기조연설을 빌어 넷플릭스의 2016년 초 한국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그간 넷플릭스는 2016년 말까지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왔고, 지난 9월 2일 일본에 공식 진출하면서 인접국인 한국 진출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져 왔다. 시청행위를 관습화시켜 네트워크 효과를 유발해온 전통적 방송서비스의 문법을 흔들어 놓은 세계 최고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기대와 우려, 비관과 낙관이 교차하는 가정과 주장들이 설왕설래했다. 사실, 그동안의 넷플릭스 해외 시장 진출이 미주, 유럽 등에 집중되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아시아 시장 진출은 넷플릭스에게도 주요한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그들이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에서 어떠한 모습과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는 방송영상산업 지형에서 매우 중요한 함의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 넷플릭스 한국 진출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보도들을 종합해보면,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사업자와 IPTV 등 플랫폼사업자와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경계의 붕괴, BCWW 2015로 보는 방송영상콘텐츠산업의 지형 _송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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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ustry&Policy

62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10-11lvol.03 Industry & Policy 63

송 진_KOCCA 미래정책개발팀 책임연구원

BCWW(Broadcast Worldwide) :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방송영상견본시. 국내외 방송영상 콘텐츠 전시와 컨퍼런스가 동시에 개최

된다. 지난 9월 9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BCWW 2015의

이모저모를 정리했다.

경계의 붕괴, BCWW 2015로 보는 방송영상콘텐츠산업의 지형

넷플릭스 한국 진출의 베일은 BCWW 2015의 서막과 함께 열렸다. 개막식 키노트

스피치 연사로 내한한 넷플릭스 글로벌사업 총괄책임자 그레고리 피터스(Gregory

K. Peters)는 ‘글로벌 인터넷 TV 네트워크의 구축(Building a Global Internet TV

Network)’이라는 기조연설을 빌어 넷플릭스의 2016년 초 한국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그간 넷플릭스는 2016년 말까지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왔고,

지난 9월 2일 일본에 공식 진출하면서 인접국인 한국 진출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져

왔다. 시청행위를 관습화시켜 네트워크 효과를 유발해온 전통적 방송서비스의 문법을

흔들어 놓은 세계 최고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기대와 우려, 비관과 낙관이 교차하는 가정과 주장들이 설왕설래했다.

사실, 그동안의 넷플릭스 해외 시장 진출이 미주, 유럽 등에 집중되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아시아 시장 진출은 넷플릭스에게도 주요한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따라서 그들이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에서 어떠한 모습과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는 방송영상산업 지형에서 매우 중요한 함의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 넷플릭스 한국 진출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보도들을 종합해보면,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사업자와 IPTV 등 플랫폼사업자와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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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콘텐츠 외에 국내 콘텐츠

유통이 필수불가결하게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국내 콘텐츠 유통 파트너와의

협력은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다. 수익배분의 문제가 걸림돌이 되면서 아직까지 파트너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나, 현재로서는 IPTV 사업자 중 한 곳이 가장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1) 한편, 넷플릭스가 국내에 별도의 지사를 설립하지는 않을 계획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독립된 지사를 설립하고 자체 제작 콘텐츠 비중을 50%까지 확대한다는 일본에서의 전략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넷플릭스는 한국 진출에 대한 포석으로, 한국 콘텐츠가 유럽, 미국, 남미

등 다양한 시장에 나가는 것을 도와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피터스의 기조연설은 방송영상산업이 넷플릭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다. 그는 인터넷 기반 TV로부터 소비자가 얻는 새로운 경험은 일견 ‘리스크’일

수 있으나 이것이 새로운 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는 기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를 구현하는 넷플릭스의 전략은 아주 심플하게 표현된다. 모든 통제권은

이용자가 쥐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하고 생각지 못한 스토리를

발견할 수 있는 ‘즐거운 소비’를 도와주는 것이다. 장기간 축적해온 이용자 데이터를

1)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에 진출할 때, 넷플릭스는 주로 IPTV를 제공하고 있는 통신사업자들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이는 넷플릭스의 비용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네트워크 확보를 통한 시장 확대 전략과 새로운 콘텐츠 수익원을 찾는 통신사의 필요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 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도 동일한 전략이 유의미하게 적용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글로벌사업총괄책임자그레고리피터스가BCWW2015기조연설을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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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밀히 분석함으로써 이용자 취향을 정확히 반영한 콘텐츠 추천과 예측 시스템은 현재의

넷플릭스를 만든 기반이다. 2013년 첫 방영된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시작으로 다양한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기존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과 달리 한 시즌을 한꺼번에 출시하는 방식으로 시청자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했으며, 결과적으로 충성도가 높은 시청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유비쿼터스 연결이 가능한 브로드밴드, 다양한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통일된 비디오 포맷,

HDR(High Dynamic Range) 등과 같은 영상기술의 개발과 지불시스템 간소화, 소비자

액세스 편의성을 제고하는 셋탑박스 사업자와의 협력 등 다양한 파트너십의 변화는 모두

‘이용자’의 만족과 즐거움을 향한다.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

‘경계의 붕괴 : 콘텐츠의 적응과 변이’라는 대주제 속에 열린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는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방송영상서비스의 변화와 관련 산업 현안을 보다 구체적이고

다각도로 조망했다. 전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약 2,000명의 참석자 수는 급변하는 방송영상

콘텐츠 지형에 대한 열띤 관심을 그대로 반영했다. 크게 융합과 혼종으로 상징되는 방송영상

콘텐츠 트렌드와 그것을 소비하는 이용 패턴에 초점을 맞추어 구성된 총 10개 세션의 핵심

키워드는 웹 콘텐츠와 플랫폼, 새로운 테크놀로지, MCN, 중국으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웹 콘텐츠와 플랫폼

TV를 떠나는 시청자를 위해서는 TV가 TV 밖으로 나가야 한다. TV를 떠나고 있는

시청자를 좇아, 기존 방송사들이 웹드라마, 웹예능, 개인방송 등 웹콘텐츠 영역으로 뛰어들고

있는 다양한 사례가 소개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유쿠(Youku)의 프랭크 웨이(Frank Ming

Wei) 회장은 중국 시장에서 다양한 멀티-컬처 기반의 웹 콘텐츠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이를 위해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가 자체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음을 밝혔다.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이 방송영상 콘텐츠 기획, 투자, 유통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공동제작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웹 콘텐츠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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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방송영상 테크놀로지

새로운 방송영상 콘텐츠를 뒷받침하는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유튜브의

360도 영상, VR 기반 스포츠 중계, 드론, UHD TV 등 기존 방송 플랫폼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추가적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동영상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현황들이 소개되었다. SK플래닛

신사업부 임성희 부장은 글로벌 시장에 소구할 수 있는지의 여부, 새로운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 제공 방식, 특정 플랫폼-온리 제공의 여부, 지속적인 시청을 유도할 수 있는 몰입

장치, 확실한 타겟 등을 명확히 설정한 후 그에 부합하는 콘텐츠 테크놀로지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안을 주었다.

MCN

떠오르는 스타, MCN 전성시대는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확인되었다. MCN의 급격한

부상과 관련한 모바일 트렌드가 핵심적 변화로 제시되었다. MCN의 무대는 이제 더이상

유튜브 채널 틀 안에 갇혀있지 않다. 또한 콘텐츠 기획·제작 지원뿐 아니라 광고 에이전시,

다양한 수익권 매니지먼트까지 MCN의 역할은 확장일로에 있다. 통합 브랜딩을 통한

인플루언서 마케팅과 멀티플랫폼 캠페인을 수행하는 MCN은 동영상 생태계의 새로운 핵심

플레이어로 조명받고 있다. 나아가 영화, 방송, 모바일 게임, 서적, 이벤트, 머천다이징에

성황리에개최된BCWW2015글로벌미디어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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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기까지 MCN의 콘텐츠 생산 범위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MCN의 주요 무대는 무엇보다 모바일이다. 초기에 소셜 크리에이터들이 단순히 인기를 얻는

차원에 집중했다면 최근 MCN은 이들이 보다 전문적인 경향을 띨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국적 상황에서 크리에이터 풀을 육성하기 위한 생태계 조성, 새로운 수익모델의 개발은

과제로 남았다.

중국

중국은 방송영상 부문에서도 가장 핫한 시장이다. ‘어메이징 차이나, 세계를 노리다’라는

주제로 중국 전문가들이 최근 급변하고 있는 중국 방송영상시장 현황과 시장 진출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월드 미디어 리서치 센터의 릉송(Leng Song) 소장은 전통

방송뿐 아니라 온라인 미디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의 방송사가 어떻게 위기관리 및 대응전략을 설정할 것인지, 한국 프로그램이 어떻게

중국 현지화할 것인지에 대한 도움말을 전했다. 그는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모은 한국

방송프로그램들이 중국의 사회문화적 견지에서 볼 때 과도한 오락성을 지니고 있어 이러한

트렌드가 지속될 경우 정책당국에 의한 견제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앞으로 중국에서는 스타의 비중을 줄이고 일반인들의 참여를 강화한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불평등, 경쟁 등을 불편해하는

사회주의적 특수성을 감안할 필요도 제시했다. 중국 진출 속도를 다소 줄이고, 집중적이고

획일화된 콘텐츠 유형을 다각화하는 것이 중국 정부의 규제를 비껴갈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라고 제언했다. 그 외에도 논의에 참여한 중국 발제자들은 공통적으로 중국에서도

TV 시청이 줄고 온라인 동영상 이용이 확대되고 있음을 밝히며,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스토리 개발, 웹드라마 등의 온라인 콘텐츠 제작 확대, 스타 파워의 활용, 공동 제작 등을

주요한 전략으로 제시했다.

방송영상콘텐츠 전시회

BCWW의 하이라이트는 방송영상 콘텐츠 제작자와 구매자가 만나는 견본시이다. 본

마켓 외에도 <꽃보다 할배> 사례 분석을 중심으로 한 K-포맷 컨퍼런스, 콘텐츠 투자 및

마케팅 확대를 위한 피칭-비즈니스 카운슬링 프로그램인 KNock 2015, 중국과 대만의

콘텐츠를 소개하는 내셔널 데이 등, 글로벌 방송영상사업자의 콘텐츠 비즈니스와 관련한

다채로운 행사들이 함께 진행되었다.

BCWW 2015에 참여한 전시사는 총 191개 업체로 지난해에 비해 4.9% 증가했다.

바이어는 총 2,202명이 참가하여 전년대비 9.4% 증가세를 보였다. 참관객 역시 6,60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3.7% 증가함으로써 BCWW에 대한 관심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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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할 수 있다. 현장 계약실적은 총 4,727만 달러를 기록, 전년대비 3.8%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국내 전시사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뿐 아니라 JTBC, CJ E&M 등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콘텐츠사업자들의 부스에 많은 관심이 몰려, 콘텐츠 생산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를 보였다.

콘텐츠와 테크놀로지의 변화만큼 시청자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시청패턴 변화는 괄목할 만하다. BCWW 2015는 이러한 변화를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주었고, 전통 방송미디어에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발걸음과 관련한 더 많은 고민과

과제를 남겼다. 새로운 콘텐츠 형식과 테크놀로지, 변화하는 콘텐츠 소비 트렌드 속에서 보다

창의적인 스토리텔링과 제작 방식은 무엇일지, 그것이 지속적으로 생성·유지·발전될 수 있는

방송영상산업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적응과 변이 과정 속에서

궁극적으로 우리 일상의 즐거움은 어떻게 확대될지……. 새로운 경계에 서 있는 방송영상

콘텐츠가 가지는 가능성인 동시에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BCWW2015방송영상콘텐츠전시회행사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