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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 논문집 철학논집192009. 10. 신경윤리학의 등장과 쟁점들 이상헌(가톨릭대학교) 요약 근 fMRI 등 뇌 영상 기술 발전로 진된 신학 발전 재적 리적, 사회적 제에 대한 검토 필요성 증가시키 다. 논 더 그런 논 시급성 주한다. 그리 신 학에 련된 리적 제들 논하기 해 신리학라는 독적 영역 필요하다 본다. 신리와 생명리가 중첩되는 부 분 는 것 사실지만, 기존 생명리에서는 발할 수 없었던 신리만 제들 존재하기 때다. 또한 신학적 연 성 에 해 새로 리적, 철학적 제들 발생하기 때며 신 학 간 삶 사회에 미 영향 막대할 것로 예상되기 때 다. 뇌 영상, 뇌 향상 등 신학적 기술들마다 독특한 리적 제들 발생시키므로, 신학적 기술들 별로 신리적 제들 논 하는 것 가능하다. 주제분류: 윤리학, 신경윤리학, 생명윤리 핵 심 어: 신경과학, 신경윤리, 뇌영상, 신경인지적 향상, 신경윤리적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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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 논문집

철학논집 제19집 2009. 10.

신경윤리학의 등장과 쟁점들

이상헌(가톨릭대학교)

요약

최근 fMRI 등 뇌 영상 기술의 발전으로 촉진된 신경과학의 발전은

잠재적인 윤리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검토의 필요성을 증가시키고 있

다. 이 논문은 더욱이 그런 논의의 시급성을 주장한다. 그리고 신경과

학에 관련된 윤리적 문제들은 논의하기 위해 신경윤리학이라는 독자적

영역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경윤리와 생명윤리가 중첩되는 부

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의 생명윤리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신경윤리만의 문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경과학적 연구 성

과에 의해 새로운 윤리적, 철학적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며 신경과

학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칠 영향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

다. 뇌 영상, 뇌 향상 등 신경과학적 기술들마다 독특한 윤리적 문제들

을 발생시키므로, 신경과학적 기술들 별로 신경윤리적 문제들을 논의

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제분류: 윤리학, 신경윤리학, 생명윤리

핵 심 어: 신경과학, 신경윤리, 뇌영상, 신경인지적 향상, 신경윤리적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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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철학논집 19집100

20세기 후반 생명공학 기술이 대중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생명

윤리 또한 중대한 윤리적 논의 영역으로 부상하였다. 1990년대 중

반 체세포 복제 기술의 등장이 촉진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

에 비해 신경과학과 신경윤리는 아직 크게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

하고 있다. 하지만 복제 기술 등이 인간 사회에 미칠 영향보다는 신

경과학이 인간 사회에 미칠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와

인간의 행동 및 사고 사이의 관련성은 간접적이며 분명하지 않지만

뇌와 인간의 행동 및 사고 사이의 관계는 훨씬 더 직접적이다. 오늘

날 신경과학은 인간이 과학적 수단을 동원해 뇌에 직접적으로 개입

하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 지속적으로, 그리고 빠른 속도로 개입의

범위가 증대되고 그 깊이가 심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신경과학의

최근, 또한 이후의 발전은 여러 가지 심각한 윤리적 문제들을 발생

시킬 것이다.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 사회가 받을 영향은

생명공학이 끼치는 영향을 능가할 것이다. 신경과학은 인간의 행동

과 삶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에 대한

윤리적 성찰이 시급하고, 또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신경과학에 대한 윤리적 논의는 최근에 비로소 본격적으로 시작

되었다. 먼저, 그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볼 것이다. 그러고 나서 신경

윤리학의 논의 영역을 대강의 분류를 통해 그려볼 것이다. 이를 통

해 신경윤리학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신경윤리학과 관련된 주요 윤리적 쟁점들을

살펴볼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은 윤리적 논의를 앞세우지 않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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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윤리학의 등장과 쟁점들 101

한다. 주요 신경과학적 기술들을 중심으로 그것들에 관련된 윤리적

쟁점을 간단히 검토해 보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이런 종류의 윤리

적 논의의 초기 단계에서는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

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신경과학적 기술들에 따라, 그로 인해 발

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구체적인 윤리적 문제에 차이가 있다.

Ⅰ. 신경윤리 연구 동향

신경윤리(neuroethics)가 본격적으로 학문적 논의의 장으로 들어

온 것은 2002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02년 5월 13일과 14

일, 이틀에 걸쳐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신경윤리학: 영역지도

그리기”라는 제목으로 국제적인 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1 스탠포드

대학과 UC 샌프란시스코가 공동으로 주최하였으며 다나재단(Dana

Foundation)이 후원하였다. 이 학술대회에는 신경과학, 생명윤리학,

철학, 법률, 유전학, 언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신

경윤리학의 핵심 쟁점들을 논의하였다. ‘뇌과학과 자아’, ‘뇌과학과

사회정책’, ‘윤리학과 뇌과학의 실제’, ‘뇌과학과 사회적 논의’, ‘신경

윤리의 미래 그려보기’ 등 다섯 개의 분과로 나뉘어 대회가 진행되

었다.2

1. 2002년 미국의 펜실베니아 대학에서도 신경과학의 ELSI(윤리적, 법률적, 사

회적 함의)에 관한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그린월재단(Greenwall

Foundation)이 후원한 이 대회는 “생명윤리와 인지신경과학의 혁명”이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2. Marcus, Neuroethics: Mapping the Field, The Dana Press,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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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철학논집 19집102

이어서 미국의 생명윤리에 관한 대통령자문위원회(The President's

Council on Bioethics)가 신경윤리에 대해 논의하였다. 대통령자문위원

회는 생명의료과학과 생명공학의 최근 발전에 따라 새롭게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서 2001년에 설립되었다.3

유럽에서는 영국왕립과학연구소(Royal Institution)가 후원하여 “신

경과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2002년에 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여기

서는 신경과학과 그것의 사회적 함의가 논의되었다. 2004년에는 유

럽연합집행위원회가 “마음에 관한 회의: 뇌과학에 대한 유럽 시민의

숙고”(Meeting of Minds: European Citizen’s Deliberation on

Brain Science)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2년 연한의 실험적 프로젝

트로서 126명의 시민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뇌 과학에서 발견되는 윤

리적, 법률적, 사회적 쟁점들을 공개적으로 평가하고 논의하였다.

일본에서는 2004년 사회기술연구개발센터(RISTEX)4의 ‘뇌과학과

사회’ 분과에서 ‘뇌과학과 윤리’에 관한 연구 그룹을 설립하였다. 현

재 이 그룹은 신경과학에 대한 윤리적 고찰에 집중하고 있다. 이 연

구 그룹은 생명윤리, 신경과학, 행동유전학, 과학커뮤니케이션, 언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대하여 신경과학 연구의 현재 문제

들과 잠재적 위험 등을 논의한다. 일본에서는 2005년 2월에 처음으

로 신경윤리학을 주제로 한 워크숍이 개최되었다.5

3. 대통령생명윤리위자문위원회는 신경과학 연구를 둘러싼 다양한 주제들을 논

의하였다. 예컨대, 보상, 의사결정, 아동발달, 공격행동 등. 또한 뇌심부자극

을 논의하였고, 최종적으로 형법에서 신경과학적 증거의 영향에 초점을 맞

춰 논의하였다.

4. 일본과학기술진흥기구(JST: Japan Science and Technology Agency)의 하

부 기구.

5. Tamami Fukushi, “Ethical considerations of neuroscience research:

The perspectives on neuroethics in Japan”, Neuroscience Research,

Vol.57, 2007,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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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윤리학의 등장과 쟁점들 103

신경윤리학에 대한 관심은 연구자들의 모임을 결성하는 단계에까

지 이르렀다. 2007년에는 스티븐 하이먼(Steven Hyman), 마사 파

라(Martha Farah), 주디 아일스(Judy Illes), 핸크 그릴리(Hank

Greely), 바바라 사하키언(Barbara Sahakian) 등이 중심이 되어 신

경윤리학회(Neuroethics Society)를 창설하였다.6 이 학회가 2008

년 개최한, 신경윤리학회의 첫 번째 연례 학술대회에는 미국, 캐나

다, 일본, 영국, 멕시코, 이탈리아 등지로부터 200여명의 연구자들이

참석하였다.

또한 신경윤리학에 대한 최근의 열띤 논의는 전문학술지 창간으

로 이어졌다. 2008년에 신경윤리학을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해 신

경윤리학(Neuroethics) 리라는 명칭이 학술지가 창간되었다. 현재

이것은 신경윤리학 연구를 대표하는 학술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

김해가고 있다.

신경윤리학 연구를 대표하는 학술지는 이것 말고도 아메리칸 생

명윤리학저널-신경과학 (American Journal of Bioethics-Neuro

science)이 있다. 이것은 신경윤리학회의 공식적 협력 학술지이다.

2005년 10월, 신경윤리학에 우호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일단의 연구

자들이 “신경윤리학 저널”(Journal of Neuroethics)의 창간 문제로

논쟁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신경윤리학만을 다루는 특화된 학술지

창간을 보류하였다. 이제 막 생기고 있는 분야라서 연구 성과를 심

사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전문가들이 부족하다는 점과 신경윤리학

의 범주를 신경과학과 생명윤리를 모두 다루는 학술지 속에 포함시

6. 2006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실로마에서 개최된 소규모 연구모임에서 일

군의 신경윤리학자들이 신경윤리학회 결성의 뜻을 모았으며, 2006년 10월에

는 국제 신경윤리학 네트워크(INN: International Neuroethics Network)가

결성되었다. 신경윤리학회 홈페이지 http://www.neuroethicssociet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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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철학논집 19집104

키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점이 이유였다.7 2007년에는 아메

리칸 생명윤리학 저널 에서 아메리칸 생명윤리학 저널-신경과학

을 만들었다. 이것은 신경윤리학이 생명윤리의 중요 하위 범주로 분

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생명사회 (Biosocieties)와 인지

신경과학저널 (The Journal of Cognitive Neuroscience) 또한 신

경윤리학회의 협력 학술지로서 신경윤리학 연구 성과들을 다루고

있다. 이밖에도 신경과학이나 생명과학, 생명윤리, 심리학 등의 분야

학술지들이 신경윤리에 관한 연구를 함께 다루고 있다. 이를 감안하

면 현재 10여 개의 학술지들이 신경윤리에 관한 논의들을 다루고

있다.

Ⅱ. 신경윤리학의 영역 그리기

신경윤리학에 대해 호의적인지 않는 견해들 가운데 하나는 연구

의 대상과 주제가 생명윤리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신경윤리학

이 독자적인 학문 영역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런 의구심에 대해

해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저런 의구심이 정당한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생명윤리의

정의부터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생명윤리의 정의는 하나가

아니다. 생명윤리는 그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하느냐에 따라 일반적

으로 세 가지로 정의될 수 있다. 가장 좁은 의미에서의 생명윤리는

7. Tamami Fukushi, “Ethical considerations of neuroscience research:

The perspectives on neuroethics in Japan”, Neuroscience Research,

Vol.57, 2007,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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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윤리학의 등장과 쟁점들 105

생명공학 분야의 발전에 수반된 다수의 도덕적 문제들을 다룬다.8

생명윤리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본격적인 학술적 연구

를 진행시킨 동기가 생명공학의 급부상이었다. 1970년대 DNA 재조

합 기술의 등장은 생명공학이 불러올 윤리적, 사회적 문제에 대해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웠으며, 1990년대 체세포 복제기술의 등장

은 일반 대중에게까지 문제의식을 확산시켰다. 생명윤리는 이러한

배경에서 논의가 성장하고 확산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좁은

정의가 합당해 보인다.

좀더 넓은 의미로 생명윤리는 생명공학의 발전과 관련된 도덕적

쟁점들을 포함하여 의료윤리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들, 즉 도덕

적,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제들을 다룬다. 일반적으로 의료윤리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권에서는 이런 정의가 가장 일반

적이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생명윤리는 생물학과 생명과학들로부터 비롯

되며 인간의 행복과 직접적, 간접적으로 연관된 도덕적, 사회적, 정

치적 문제들을 다룬다. 이 정의는 ‘생명윤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

한 미국의 생물학자 포터(V. R. Potter)의 정의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인데, 이렇게 넓은 의미에서 바라보면 생명윤리는 환경윤리와 동

물윤리를 포함하게 된다.9

가장 좁은 정의에 따르면 생명윤리와 신경윤리는 별개의 것이 된

다. 가장 넓은 정의를 기준으로 하면 신경윤리는 생명윤리의 범위에

포함될 것이다. 최근에는 생명의료윤리라는 용어도 사용한다. 가장

넓은 정의에 따르지 않고 두 번째 정의에 따른다고 할 때에도 발생

8. 이상헌, “생명윤리란 무엇인가”, 과학이 세계관을 바꾼다 , 푸른나무, 2000,

273쪽.

9. 이상헌, 같은 글, 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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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철학논집 19집106

하는 문제들이 모두 의료윤리라는 개념에 합당하지는 않기 때문이

다. 질병이나 장애와 관련이 없는 처치들까지 의료적인 것이라고 보

기에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생명의료윤리라는 개념을 고려했을 때, 신경윤리는 그것에 포섭되

는가? 아니면 독자성을 확보할 만한 독자적인 문제나 주제, 논의 영

역이 있는가? 신경윤리에 우호적인 연구자들은 신경윤리의 독자성

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지 확인하기 위해, 신

경윤리의 논의 영역을 그려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작업은

새롭게 부상한 응용윤리학의 영역인 신경윤리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신경윤리학의 논의 영역은 크게 셋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신경과학 연구 혹은 신경과학적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

제들의 영역이다. 신경과학자의 연구 및 치료 행위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들이 여기에 속한다. 신경과학적 시술의 사용 지침, 신경질활의

시험 결과에 대한 프라이버시권, 최적의 치료 설계 등에 관한 문제

들, 즉 신경과학에 적용된 생명윤리의 전통적인 문제들이 이 영역에

속한다. 그리고 이 영역에 속하는 문제들 가운데는 신경과학 분야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들도 있다. 연구 혹은 치료 대상의 상당수는 인

지 능력의 손상에 관련된 신경퇴행성 질환자이거나 정신질환자이다.

이들의 경우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informed consent)를 확보

할 방법이 없는데, 이때 실험 참여 혹은 치료를 규율하는 지침을 어

떻게 세울 수 있을까? 환자에게 최상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의학적

결정을 선택하는 것이 언제나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울증과 같이 뇌

의 화학적 작용으로 정의되는 질환은 이런 가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질환의 환자가 자신에게 최상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을 선택

하지 않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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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윤리학의 등장과 쟁점들 107

결정권을 행사할 것인가?

두 번째 영역은 신경과학 연구의 결과들이 기존의 사회적, 윤리

적, 법률적 구조에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충격을 포함한다. 이른바

신경과학의 ELSI(ethical, legal, and social implications)라고 할

수 있다.10 신경과학의 발전은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을 창조할 수도

있고 교정할 수도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경

과학적 지식은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사회의 형성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경과학은 인간 행위의 도덕적 혹은

법률적 책임에 관한 새로운 물음을 불러일으킨다. 행위의 신경학적

기초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인간 행위에 관해 환원주의적 사고

가 힘을 얻게 된다면 전통적인 책임의 개념에 대한 재고가 요구될

것이다. 미래의 비침습적(noninvasive) 뇌 영상 기술은 거짓말을 탐

지하거나, 참 기억과 거짓 기억을 구분하는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

다. 전적으로 그러한지는 모르지만, 뇌가 인간 행동의 기초라면 신

경과학로 밝혀지는 뇌 현상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전통적인 윤리적

개념들 다수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볼 것을 요구할지 모른다. 죽음,

연명치료 중단, 장애 등에 관한 새로운 정의가 요구될 것이다.

세 번째 영역은 도덕적 인식, 윤리적 추론 등의 신경과학적 기초

를 탐구하는 영역이다. 전통적 윤리 이론은 자유의지, 자기통제, 인

격동일성, 의도 등 철학적 관념을 중심으로 한다. 그런데 이런 관념

들은 뇌의 기능이라는 관점에서도 다뤄 볼 수 있다. 도덕적 결정이

우리 뇌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인식적 판단과 도덕적 판단 사

10. “넓게 정의하면, 신경윤리학은 신경과학의 윤리적, 법률적, 사회정책적 함

의들과 관련이 되며, 신경과학 연구 자체의 측면들과도 관련되어 있다.”

Judy Illes & S. J. Bird, “Neuroethics: a modern context for ethics in

neuroscience”, Trends in Neurosciences, vol. 29, p.51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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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철학논집 19집108

이에서 의미 있는 뇌 작용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도덕적 추론은 인식적 추론과 다른 것으로 취급되었다. 도덕적 추론

의 특수한 신경과학적 기초가 있는가? 인격 동일성의 신경과학적

기초를 확인할 수 있을까? 현재 이런 논의들은 별로 진전되어 있지

않지만 앞으로 많은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인간의 행동 및 자

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뇌의 활동과 기능에

관해 탐구하는 신경과학의 특수성 때문에 이 영역은 신경윤리학의

고유영역이 될 것으로 짐작한다. 로스키스(Adina Roskies)는 이 논

의 영역을 “윤리학의 신경과학”11이라고 불렀다.

이상의 논의에서 살펴보았듯이, 신경윤리학은 세 논의 영역을 아

우르고 있으며, 모든 영역에서 생명윤리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신경과학의 ELSI라고도 할 수 있는 두 번째 논의

영역은 신경과학을 기초로 하는 논의 영역이며, 세 번째 논의 영역

은 신경윤리학의 독특성을 더욱 두드러져보이게 한다.12 따라서 신경

윤리학을 생명윤리와 별도로 독자적인 논의 분야로 이해하고 독자

적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물론 생명공학과 신

경과학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 둘은 어

떤 부분에서는 서로 만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신경윤리와

생명윤리의 상호관련성과 어느 정도의 상호의존성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1. Adina Roskies, “Neuroethics for the New Millenium”, Neuron, vol.

35, 2002, pp.21-23.

12. 신경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본질과 인간 의식, 자아동일성 등 다수의 철학

적 문제들에 대한 심각한 재고를 요구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신경윤리

학의 주요 논의에 포함시켜야 할지, 아니면 일종의 신경철학으로 따로 분

리해야 할지는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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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윤리학의 등장과 쟁점들 109

Ⅲ. 뇌 영상 기술과 윤리적 쟁점들

신경과학에 대한 윤리적 반성이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게 된 것은

상당 부분 뇌 영상 기술의 비약적 발전 때문이다. 뇌 영상 기술의

발전은 신경과학의 발전을 촉진시키고 있으며, 신경과학자들이 인간

행동과 특성에 대해 좀더 과감하고 직접적인 논의를 시도할 수 있

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은 뇌에 관한 믿음이, 우리 몸에 관한 어떠

한 믿음보다도 강력한 상식적 기반을 갖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중대한 윤리적 문제들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1. 뇌 영상 기술의 발전

뇌 영상 기술의 역사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CT라고 불리는 전산화 단층촬영술이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CT는

어떤 물체를 엑스선을 이용해 여러 각도에서 투영한 데이터들을 재

구성하면 삼차원 영상을 알아 낼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CT를 이용하면 인체의 내부 구조에 대해 알아낼 수 있다.

초기에 전산화 축 단층촬영(computed axial tomography: CAT)이

등장한 이후에 CT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였다. 1971년에 영국

의 앗킨슨 몰리 병원에 세계 최초로 두부 CT 기기가 임상에서 사용

되었으며, 1974년에는 조지타운 대학병원에 전신용 CT가 설치되었

다.

최근에는 CT보다 진보된 뇌 영상 기술들이 등장하여 일반화되어

있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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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철학논집 19집110

단일광자방출단층촬영(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 SPECT),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등이 그것들이다. 뇌 영상 기술을 이용하여 인간의 인지 행동

과 정서 행동에 대한 선구적 연구가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주

로 PET와 SPECT에 의해 수행되었다. 1990년대에는 PET에 비해

비침습적(noninvasive) 기술인 MRI를 통해 연구가 진행되었다.

기능적 MRI(fMRI)의 등장은 인간의 행동에 대한 신경적 기초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중대한 전기를 마련하고 있는 듯하다. fMRI는

공간적으로 1밀리미터 단위, 시간적으로 1초 단위로 뇌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이 정도면 뇌에서 발생하는, 생리학적으로 의미 있

는 차이들을 일부분 포착할 수 있다. 또한 구조적 MRI는 뇌의 크기

와 모양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오래된 기술인 뇌파검사(electroencephalography: EEG)와 사건

관련전위(event-related potentials: ERP) 기술들도 신호처리 기술

을 응용함으로써 새로운 기능을 획득하였다. 뇌 활동의 국지화와 시

간적 패턴 분석 능력이 향상되었다. 또한 광학적 영상 기술로 근적

외선 분광분석기(near infrared spectroscopy: NIRS)는 영역별 뇌

활동을 측정할 수 있는 비침습적 수단이다.

2. 뇌 영상 기술과 관련된 윤리적 쟁점들

뇌 영상 기술과 관련되어 있는 윤리적 쟁점들은 기존의 생명윤리

에서 제기되는 것과 공통된 문제들도 있고 신경윤리에서 새롭게 제

기되는 문제들도 있다. 먼저, 프라이버시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제기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20세기에 들어와서 프라이버시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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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윤리학의 등장과 쟁점들 111

은 유전적 프라이버시로까지 의미가 확장되었고, 이제 뇌 영상 기술

의 발달로 프라이버시의 개념은 신경정보로까지 확장될 것을 요구

받는다.13 사실 신경정보의 영향력은 유전정보보다 훨씬 위력적이다.

개인의 유전적 특성이 곧바로 개인의 성격 특성이나 행동 특성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뇌 신경정보는 매우 직접적이고 실제

적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감정 상태에 있다는 것과 그의 대뇌 변연

계가 어떻게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 사이의 상관관계를 쉽게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뇌 신경구조에 어떤 비정상

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 사람은 바로 그 뇌의 비정상

구조로 인해서 어떤 특성을 결여하고 있거나 그 구조에 대응하는

반사회적 특성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보통 추정될 것이다. 개인의

신경정보의 유출은 어떤 방식으로든 개인의 최선의 이익에 배치되

는 방향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프라이버시 쟁점은 두 번째 문제와 연관이 깊다. 이 문제는 뇌에

대한 대중들의 긍정적 믿음과 관련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대중은 우

리의 생각과 감정을 제어하는 신체기관이 바로 뇌라는 생각에 의문

을 달지 않는다. 이런 믿음이 뇌과학에 대한 신뢰로 그대로 전이되

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다. ‘비록 사람은

13. 프라이버시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관점에서 파악된다. 한편으로는 타인이

나의 신체 또는 정신적 생활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상태이며, 다른 한편

으로는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상태이다. 전자를

공간적 프라이버시, 후자를 정보적 프라이버시라고 한다. 후자는 개인이

자신의 인격적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상태 또는 조건을 의미하는 것인데,

그 개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유전공학의 발달로 개인의 유전 정보를 과

학적으로 밝혀내고 유포할 수도 있게 됨으로써 유전정보, 그리고 최근에는

뇌의 신경학적 상태와 구조에 관한 정보까지 정보적 프라이버시의 개념 속

에 포함되고 있다. 이상헌, “유전정보 보호에 관한 고찰”, 철학사상 5집

(2004), 서경대학교,, 89-90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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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철학논집 19집112

거짓말을 하더라도 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뇌 영상의 정

확성과 객관성에 대한 대중의 믿음은 사실을 훌쩍 넘어서 있다.14 신

경마케팅에 관한 책들이 대중들의 큰 호응을 받고, 뇌 기반 거짓말

탐지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이다.

뇌 영상이나 뇌파의 심리학적 의미를 해석하는데 필요한 일군의

복잡한 가정들은 물론이고, 실제 뇌 기능과 뇌 영상이나 뇌파 사이

에 개재하는 다층의 신호처리 과정, 그것에 대한 통계적 분석을 평

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현재의 뇌 영상 기술은 ‘마음

을 읽는다’는 대중적인 선전 문구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최첨단의 뇌 영상은 기가바이트 수준의 생리학적 데이터에 불과하

며 이것의 심리학적 의미는 불분명하다. 물론 뇌 영상 데이터가 심

리학적 태도 및 상태의 신경상관물을 알려주는 것임은 분명해 보인

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집

단 간의 차이뿐이다. 이 데이터를 개인에게 적용해서 중대한 차이를

논의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15

전통적인 행동 척도보다는 뇌 기반 척도들이 심리적 상태나 특성

을 더 잘 드러내는 발전된 척도임은 분명하다. 아마도, 미래에는 이

런 척도들이 사람의 심적 상태나 특성을 포착할 수 있는 가장 민감

한 특화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것은 실현된 사실이 아니다.16

신경과학에서 독특하게 제기되는 윤리적 쟁점들도 있다. 뇌 영상

14. 혹시 미래에는 대중의 이런 믿음이 사실에 가까운 것이 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는 이런 믿음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15. Martha J. Farah, “Emerging ethical issues in neuroscience”, Nature

Neuroscience 5, 2002.

16. Martha J. Farah, “Neuroethics: the practical and the philosophical”,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Vol.9, No.1. 2005,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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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윤리학의 등장과 쟁점들 113

기술의 발달은 죽음의 정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1960년대까지는

호흡과 순환 기능의 완전한 정지가 죽음의 규준이라고 일반적으로

생각되었다. 1968년 하버드대학병원에서 제시한 규준이 뇌 기능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변화된 이후, 뇌사 쪽으로 죽음의 규준이 변경

되었다. 미국의 대통령자문위원회는 뇌사를 “뇌간을 포함하여 뇌 전

체의 모든 기능의 비가역적 중지”라고 정의하였다. 마음과 뇌의 관

계에 대한 이해가 증진되고 기능적 뇌 영상을 통해 그 관계에 대한

사정 능력이 증진되면, 고등한 뇌 기능의 상태에 초점을 맞춰 좀더

정밀한 정의가 가능해질 수 있다.17

연구 참여자 혹은 치료 대상자와 관련하여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informed consent) 문제가 신경윤리에서 또 하나의 특수한 쟁

점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에서 신경과학의 연구 피험자

혹은 문제의 환자들은 의사결정 능력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심각한

뇌 장애를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연구 피험자 혹

은 환자의 자발적 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외관상의 자율적 결정의 형식만으로는 자율성의 실질을 보장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외관상 자율적으로 보이는 결정이라고 해도, 그 결

정이 환자 자신의 최선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으며 해악의

최소화를 위해 기도된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환자의 최선의 이익과 해악의 최소화를 고려하는 결정권을 누구의

손에 쥐어 주어져야 할지가 문제가 될 것이다.

17. Martha J. Farah, “Emerging ethical issues in neuroscience”, Nature

Neuroscience 5, 2002 참조. 물론 이것은 뇌사를 죽음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나라들의 경우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뇌사를 죽음의 기준으로 적극적

으로 채택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뇌사를 죽음으로 기준으로 삼을 때, 지

금보다 훨씬 더 정교한 방식으로 고등한 뇌 기능의 죽음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면 뇌사와 심장사를 둘러싼 논쟁은 영향력을 잃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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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철학논집 19집114

뇌 영상 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던지는 중대한 윤리적 문제들

가운데 하나는 책임과 비난에 대한 일반적 관념에 대한 도전이다.

뇌 영상 기술은 인간의 행동에 대한 결정론적 견해를 지지하는 것

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책임은 자유에 수반되는 것이다.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행위에 대해 우리는 책임을 묻는다. 반면에

자유롭지 않은, 즉 강제된 혹은 저항할 수 없는 방식으로 수행된 행

위에 대해서는 윤리적 책임을 묻을 수 없다고 본다. 뇌 영상을 통해

감정 통제 및 조절 영역에 심각한 이상이 있는 것으로 판명된 사람

의 행위, 즉 내적으로 강제된 행위에 대해 우리는 윤리적 판단을 내

릴 수 있을까? 만일 그 사람이 대부분의 경우 감정 통제에 실패한

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다면, 결과적으로 비윤리적인 그의 행위에 대

해 우리는 윤리적으로18 비난하거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만일

그 사람이 통계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거나 조절하는데 실패

할 확률이 90%를 넘는다면 그 사람의 행위에 대한 도덕적 문책이

가능할까? 가능하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

더욱이 인간 행동에 관한 결정론적 사고방식은 뇌의 특정 부위에

심각한 이상이 있는 경우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인

간의 특정한 특성이나 태도, 예컨대 무의식적인 인종주의적 태도에

대해 특성상관물이 있다는 생각은 그런 태도에 대해 면책특권을 부

18. 행위의 책임과 관련하여 윤리적 책임과 법률적 책임을 구분해 볼 수 있다.

뇌 영상 기술로 인해 인간 행동에 관해 결정론적 견해가 힘을 얻는다고 해

도 법률적 책임과 관련해서의 혼란은 생각보다 크기 않을 수 있다. 윤리적

책임과 법률적 책임이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윤리적으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모든 것이 법률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 아니며, 윤리적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해서 모두 법률

적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리적 책임과 법률적

책임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법률적 책임을 구제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어

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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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윤리학의 등장과 쟁점들 115

여하거나, 심지어 그런 태도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 혹시 장차, 뇌 영상 기술의 차후 발전으로 인간 행동에 관한

결정론적 사고방식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는 생각이 일반화될

때,19 우리는 자유, 책임, 자기결정, 비난, 칭찬 등의 윤리적 개념에

전반에 대해 전면적인 재고를 해야 할 상황에 부딪치게 될지 모르

겠다.

Ⅳ. 뇌 향상 기술과 윤리적 쟁점

신경과학적 치료 수단의 발달은 그 기술을 특별한 장애나 질환이

없는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현시키고 있다. 이른바

신경과학적 뇌 향상 기술이 신경과학적 치료술로부터 확장되어 나

오고 있다. 현재도 사용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장차 다양한 기술

들이 향상 기술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신경과학적

치료 수단들은 뇌 기능 향상의 기술로 확장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

지고 있다고 본다. 여기서는 현재 사용되고 있거나 가까운 미래에

실용화될 신경과학적적 치료 수단들을 먼저 정리해 보고, 그런 치료

수단들이 신경과학적 뇌 향상 기술로 확장되어 사용될 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윤리적 문제들을 검토해볼 것이다.

19. 현재로서는 뇌의 기능성 혹은 구조적 이상과 특정한 장애 사이의 인과적

상관관계를 확증을 갖고 주장할 수 없다. 다만 증상이 발생한 이후에야 그

런 상관관계를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Walter Glannon, “Neuroethics”,

Bioethics, Vol. 20, No. 1, 2006,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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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철학논집 19집116

1. 뇌의 신경과학적 치료 및 향상 기술들

신경과학적 치료 수단들은 오래 전부터 사용되었는데, 크게 약리

적 수단과 외과적 수단으로 나눠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약리적

수단이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알츠하이머 환자

나 간질 환자, 혹은 우울증 환자에게 약물 치료는 효과적인 치료 수

단의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

뇌를 외과적으로 처치하는 방법으로 정신외과술(psychosurgery)20

이 있다. 중증 우울증이나 중증 강박장애와 같은 정신병적 장애에

대한 외과적 처치법이다. 또한 신경외과술(neurosurgery)21도 있다.

이것은 종양과 간질 같은 신경학적 장애에 대해 외과적 수술을 감

행하는 방법이다. 신경외과술은 뇌 종양 제거, 뇌 동맥류 치료, 중증

20. 이것은 포르투갈의 신경학자 에가스 모니츠(Egas Moniz)가 만들어낸 용어

이다. 그는 감정, 기억, 인성 등을 생성한다고 생각된 뇌 회로에 발생한 기

능장애 치료에 외과적 수술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뇌의 전

두엽을 외과적으로 일부 파손시키는 방식으로 중증 정신병적 질환을 개선

하려고 하였다. 기능장애를 나타내는 뇌의 부분을 제거하면 뇌 회로의 경

로가 바뀔 것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시술은 눈썹 위쪽에서 두개골을

절개하고 전두엽의 백질 속으로 알코올을 주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

다음 뇌엽 절제용 메스를 이용해 전두엽의 백질을 직경 1센티미터 정도의

크기로 절단해낸다. 모니츠는 이 수술과 관련해 성공적인 일화를 남겼으며,

1949년에는 뇌엽 절제술의 치료적 가치가 인정되어 노벨 의학상을 수상하

였다. 신경외과술의 열광적 지지자였던 미국의 월터 프리먼은 1940년대와

1950년대에 미국에서 약 3500건의 전두엽 뇌엽 절제술을 시술하였다.

Walter Glannon, Bioethics and the Brain, Oxford Univ. Press, 2007,

pp.129~130 참조.

21. 월터 글래넌은 정신외과술과 신경외과술을 구분한다. 종양과 간질과 같은

신경학적 장애에 대한 외과적 수술법을 신경외과술이라고 하고, 중증 우울

증이나 중증 강박장애와 같은 정신병적 장애에 대한 수술법을 정신외과술

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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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윤리학의 등장과 쟁점들 117

간질 완화 등에 사용된다. 간질 환자의 1/3 가량은 약물 치료로 발

작 증상을 완화시킬 수 없다. 발작 증상을 방치하면 뇌 회로의 만성

적인 흥분 증상을 유발하게 되는데, 이것은 뉴런들의 기능과 구조를

변경시키게 되고, 심하면 뉴런들을 파괴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신

경외과적 수술이 시술된다. 대뇌 피질을 약간 절제하거나 측두엽 전

내측 부위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아직은 실험 단계에 있지만 신경 이식술 역시 장차 중요한 치료

수단으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향상 수단으로 확장되어 사용

될 가능성이 크다. 태아 조직, 혹은 태아나 성체, 배아의 줄기세포를

뇌에 이식하는 시술은 정신외과술이나 신경외과술과 달리 재생의학

에 속한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를 예로 들면, 신경이식술은 태

아나 배아의 줄기세포를 환자의 해마와, 기억 및 여타 인지기능을

관장하는 대뇌 피질에 이식함으로써 손상된 뉴런을 대체시키는 시

술법이다.

신체적 손상을 수반하는 신경외과적 제거술에 대한 대안으로 생

각되는 것이 신경자극술이다. 신경정신병적 질환들 가운데 어떤 것

들은 신경 회로를 자극하는 것만으로 증상을 완화시키고 환자의 삶

의 질을 극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신경자극술은 뇌에 외과적으로

개입하는 방법과 뇌에 대한 외과적 개입이 없는 방법으로 나뉜다.22

22. 첫 번째 유형으로 심부뇌자극술(deep-brain stimulation: DBS)이 있다. 뇌

의 어떤 부위에 전극봉을 이식하여 필요에 따라 뇌를 전기적으로 자극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DBS는 정신외과술이나 신경외과술보다는 덜하지

만 여전히 뇌에 외과적으로 개입한다. 그렇기 때문에 DBS는 상당히 높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 두 번째 유형으로 전기경련요법(electroconvulsive

therapy: ECT), 경두개자기자극술(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 미주신경자극술(vagus nerve stimulation: VNS) 등이 있다. 이 방

법들은 두개골을 절개하거나 전극봉을 뇌에 이식하지 않고도 뇌를 국소적

으로 자극할 수 있는 시술법들이다. 이상헌, “인간 뇌의 신경과학적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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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철학논집 19집118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본 듯한 치료술도 있다. 이른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 기술이다. 신경보철술

의 새로운 장을 열 기술인 BCI 시스템은 뇌에 전기 자극이나 자기

자극을 가하지 않는다. 이것은 단지 생각을 통해 신경 활동의 패턴

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아직 실험 단계에 있으며, 원숭이를 대상으

로 한 실험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이고 있는 정도이며, 실현 가

능한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많다.

이상의 신경과학적 치료 수단들은 또한 모두 신경과학적 뇌 향상

기술로 확장될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이미 일부 수단들은 향상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약리적 수단이다. 과거 신

경의학적 약물들은 특정 질환이나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것이었으

며, 그런 질환이나 장애가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효용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정확해진 뇌 영상 기술 등

의 발전으로 인간 뇌와 신경 기전에 대한 이해가 증진된 데 힘입어

최근에 개발된 약리적 수단들은 정상인들에게도 목적하는 바의 기

능 향상 효용을 나타내는 것들이 있다.

약리적 수단 등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는 뇌의 기능으로 현재 주

로 거론되는 것은 자율 기능, 정서 기능, 인지 기능 등 크게 세 가

지이다.

자율 기능은 잠, 식사, 성 등에 관련돼 있다. 모다피닐(modafinil)

은 중추신경계가 24시간 주기 리듬의 수면-각성 주기를 제대로 조

절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수면장애인 발작수면(narcolepsy)23 치

은 윤리적으로 잘못인가”, 철학논집 18집, 서강대학교, 227쪽 참조.

23. 발작적으로 수면상태에 빠지는 병. 이 병은 발작적으로 수면에 빠지는 것

이 특징이며, 또 수면이 장기간 계속되는 경향이 있어 버스나 전철에서,

강의나 회의 중에 쉽게 잠에 빠진다. 또한 별안간 근육의 긴장이 상실되고,

의식은 있으면서 땅에 쓰러지기도 하며, 특히 아침에 잠에서 깨어났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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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윤리학의 등장과 쟁점들 119

료약물로서 1998년에 미국에서 승인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모다피

닐로 인해 교대 근무자들이 낮 시간에 졸거나 자는 일이 줄어들었

으며 운전중 졸음으로 인한 자동차 사고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가져

왔다고 한다.24 각성도를 증진시키는 분명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

고되어 있는 모다피닐은 특정한 수면장애를 앓고 있지 않은 정상인

이 사용해도 각성도 증진효과를 낸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미국에서

전투기 및 민간 항공기 조종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륙 간 비행 실

험은 이 약물의 효과를 분명히 보여준다. 장시간의 비행에도 불구하

고 조종사들이 비행 중 졸거나 잠드는 경우가 없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종사들의 정신 활동에 문제가 없었다. 시간에 쫓겨서 일

하는 사람들은 이 약물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시험이 임박한 학생, 노동 강도를 높이려고 하

는 전문직 종사자 등이 이 약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 치료제인 선택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absorption inhibitor: SSRI)는 정서 기능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 건의 단기간 연구에서 SSRI는 정상인의 감정과 성

격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부정적 감정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었

다.25 피험자의 자가 보고에 따르면, 공포나 적개심 같은 부정적 감

정이 줄어들었으며, 행복감이나 흥분 같은 긍정적 감정이 그대로 유

지되었다.26 또한 SSRI을 복용한 피험자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협동/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꼼짝 못하게 된다. 이러한 발작적인 근육이완

은 몇 분 이상은 계속되지 않지만, 정동적(情動的)인 긴장, 특히 몹시 화내

거나 웃었을 때 별안간 수의근(隨意筋)의 탈력발작(脫力發作)으로 몸을 움

직이지 못하게 된다. <출처: 두산백과사전 EnCyber & EnCyber.com>

24. Walter Glannon, “Neuroethics”, Bioethics, vol. 20, 2006, p.49.

25. Martha Farah, “Neuroethics: the practical and the philosophical”,

Trends in Cognitive Science, vol. 9, Jan.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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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철학논집 19집120

경쟁 게임에서 친화적 행동의 증가를 보였다. SSRI와 여타 항우울

제는 정상인의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며, 지금까지 알려

진 바로는 그 효과가 유익한 것이었다.27

신경전달물질 체계를 약리적으로 조작함으로써 주의력, 지각력,

기억력 등의 인지 능력 또한 변화시킬 수 있다. 주의력결핍과다활동

장애(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28는 신경학

적으로 보면 충동을 제어하고 주의력을 조절하는 뇌의 영역에 이상

이 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행동 특성만 놓고 본다면 다양한 원인

이 지적되고 있다. 메틸페니데이트(리탈린)와 암페타민(아데롤)은 주

의력 조절에 관계하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두 호르몬 체계에 영향을 미쳐, ADHD 치료에 효과적이다. 이 약물

들은 정상인에게서는 각성 상태와 반응 시간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으며, 문제해결이나 기획 등 고급 인지 기능의 향상 효과를

냈다.29 또한 신경자극성 약물을 통해 기억 능력을 증진시키려는 노

력도 진행 중이다. 기억의 저장 능력을 증대시키거나 기억의 재생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주요 목표이다.30

26. Martha Farah, “Emerging ethical issues in neuroscience”, Nature

Neuroscience 5, 2002, 1124쪽.

27. 같은 글 같은 쪽.

28. 의학 용어는 대한의사협회에서 발간한 의학용어집 (2005, 4집)에 제시된

번역을 사용한다.

29. 미국에서는 메틸페니데이트가 상당히 널리 보급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 고등학생의 10%, 대학생의 20% 정도가 리탈린

과 같은 신경 자극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artha Farah,

“Neuroethics: the practical and the philosophical”, Trends in Cognitive

Science, vol. 9, Jan. 2005 참조.

30. 또한 원치 않는 기억들이 통합되는 것을 약화시키거나 예방하는 능력을 증

진시킬 수 있다면 이것은 또 다른 종류의 인지 능력의 향상일 것인데, 이

것은 현재 개발 중에 있다. Martha Farah, “Neuroethics: the practical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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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윤리학의 등장과 쟁점들 121

2. 뇌 기능 향상과 관련된 윤리적 쟁점들

신경과학적 수단을 통한 뇌 기능의 향상은 정말 좋은 것일까? 그

런 방식의 기능 향상이 인류에게, 또 인간 사회에 가져올 문제는 없

을까? 현재 신경과학에 대한 윤리적 논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하고 있는 것이 이런 문제들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신경윤리적 문제

들을 검토해본다.

신경과학적 뇌 향상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생각해 봄직한 것은 안

전성에 대한 물음일 것이다. 안전성은 위험의 현재성과 미래성, 단기

성과 장기성에 따라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약리적 수단을 이용하

는 경우, 현재적 위험이나 단기적 위험으로부터 약물 복용자를 보호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문제는 미래에 나타날, 장기적인 관점에

서의 위험이다. 이런 종류의 위험은 현재는 이론적이지만 기존의 지

식을 바탕으로 생각해 볼 때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위험이다.

예를 들어, 모다피닐은 과민반응이나 중독 증상을 발생시키지 않

기 때문에 암페타민이나 코카인 유의 자극제와 달리 안전하다고 하

지만 이런 믿음은 의심을 자아낸다. 수면이 우리 뇌의 가소성 유지

와 관련해 담당하고 있는 기능의 중대성을 생각해보면, 수면의 인위

적 통제는 장기적으로 상당한 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또한 수

면의 제한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거나 손상에 대해 보이는 신체의

조절반응을 실현하는 뇌의 능력에 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 정기적으

로 수면을 박탈당한 사람이 비만이나 당료 등 대사 장애를 겪을 가

능성이 크고 고혈압 위험에도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연구 보고

the philosophical”, Trends in Cognitive Science, vol. 9, Jan. 200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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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철학논집 19집122

가 있다. 또한 수면이 새로 획득한 기억들을 통합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로 입증되었다.31 이런 점들로 미뤄

볼 때, 수면에 관한 인위적 개입이 뇌의 정보처리 기능에 장애를 불

러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32

강제성과 관련된 문제는 모종의 사회적인 압력에 관한 것이다. 신

경인지적 향상이 보편화되었을 때를 가정하면, 사람들은 인지 능력

향상에 대한 모종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 압력은 사회

전반에 걸쳐서 존재할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누군가 약물을 이용

한 신경인지적 향상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연 상태로 남아 있

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압력은 우리가 예상할 수 있

는 것보다 크고 심대할 수 있다.

기업에서는 좀더 집중력이 뛰어나고 기억력도 좋으며, 거기다 순

종적이기까지 한 직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으며 학교에서는 수업 시

간에 졸지 않을 뿐 아니라 수업의 집중도가 높고 이해 능력도 뛰어

난 학생을 선호하지 않을 교사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학

교는 폭력적이거나 반항적인 학생을 기피할 것이다.33 또한 군대 등

31. Walter Glannon, “Neuroethics”, Bioethics, vol. 20, 2006, p.49.

32. 신경과학적 뇌 향상 약물의 안전성이 다른 종류의 일반 치료약물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며, 설령 다른 약물에 비해 개인적

피해의 가능성이 좀더 높다고 하더라도, 그런 약물의 복용으로부터 야기되

는 안전성의 문제가 윤리적으로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는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이상헌, “인간 뇌의 신경과학적 향상은 윤리적으로

잘못인가”, 철학논집 18집, 서강대학교, 232-236쪽 참조

33. 실제로 미국에서 주의력결핍장애 아동에게 의학적 치료를 학교가 강제하여,

학부모가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다. Judy Illes, Martha J. Farah, and

Robert Cook-Deegan, et. al., “Neurocognitive Enhancement: what

can we do and what should we do?”, Nature Reviews Neuroscience,

vol.5, May 200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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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윤리학의 등장과 쟁점들 123

의 조직에서도 필요한 능력을 향상시키는 약물 복용을 종용할 가능

성이 크다.34

사회적 강제가 극복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반드시 명시적이

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암묵적인 사회적 강제의 위력은 명시적인 것

과 다르지 않으며, 그것이 개인적 자발성과 뒤섞일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시험에서 좋은 성적이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의 성공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사회에서 주의력 향상 약물이

나 각성제를 복용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학생들

은 자발적으로 그런 약물들을 복용하지만, 이 학생들의 표면적 자발

성의 이면에서 사회적 강제가 심층적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고 말

하기 어렵다. 이 경우에 사회적 강제를 개인의 자발성으로부터 분리

해낼 수 없다. 이런 방식의 개인의 선택은 자유로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신경인지적 향상이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창조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에 오히려 불평등을 증대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 인간 사회에서는 많은 재화들이 공정하지 않게

분배되고 있다. 신경인지적 향상 약물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불공평

하게 분배될 것이라는 예상이 쉽다. 비용 장벽들이 계층별로도 인지

능력 향상 약물에 대한 접근성의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며, 이는 계

층간 차별의 심화시킬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이 학업

성취(성적 포함), 고용, 수입, 부, 높은 삶의 질 등 경쟁재를 획득하

는데 있어서 상대적인 우위를 점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회경제적

하위 계층은 교육과 고용 등에 있어서 이미 직면하고 있는 불이익

34. 미국 군대에서는 암페타민(amphetamine) 같은 약물을 군사들에게 복용시

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비행기 조종사에게는 집중력 향상 효과가

있기 때문에 권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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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심화를 겪게 될 것이다.35

하지만 접근성의 불평등이 신경 인지적 향상의 불허를 함축하지

않는다. 불평등한 접근성은 인간 사회 전반에서 발견되는 일반적 현

상이다. 개인 교습이나 미용 수술 같은 다른 종류의 능력 향상 수단

은 불평등한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허용되어 있다. 개인의 능력

향상을 위한 모든 수단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동등한 정도의 접

근성을 허용하는 사회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다.36

신경인지적 향상이 인간 사회에서 기회의 평등에 기여할 것이라

는 견해도 있다. 신경 인지적 향상 수단, 특히 그런 약물에 대한 접

근성에 계층별 차별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근거 없는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되는 견해이다. 불특정 다수를 소비자로 하는 신약이

쉽게 일반화되는 사례가 역사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신경인지적

향상 약물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은 모든 사람들에게 교육과 고용

기회의 평등을 가져다주고, 결과적으로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을 완

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37 하지만 일부 신경윤리학자의 이런 주장

이 실현될지는 의심스럽다. 오히려 엘리트 교육이나 고소득 직업 등

경쟁재에 대한 부모의 태도의 차이가 신경인지적 향상 약물이 어떻

게 사용되는가에 관해 아이들 사이에 실체적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

35. Judy Illes, Martha J. Farah, and Robert Cook-Deegan, et. al.,

“Neurocognitive Enhancement: what can we do and what should we

do?”, Nature Reviews Neuroscience, vol.5, May 2004.

36. 개인의 능력 향상을 위한 수단이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으로 평등

한 접근성을 허용하는 사회가 윤리적으로 바람직한 사회인가? 우리는 그런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가? 이 문제는 한 사회의 목표 설정과 관련하여 중요

한 문제이다.

37. Judy Illes, Martha J. Farah, and Robert Cook-Deegan, et. al.,

“Neurocognitive Enhancement: what can we do and what should we

do?”, Nature Reviews Neuroscience, vol.5, May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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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윤리학의 등장과 쟁점들 125

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38

신경인지적 향상 약물의 보급은 인간 사회에서 높이 평가되는 많

은 종류의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용기, 인내심, 자제심, 단련

(공부), 끈기, 투지, 강한 의지 등은 사회적, 윤리적 미덕으로 오래

동안 생각되어 왔다. 이런 미덕들은 인간 내면으로부터 비롯되는 것

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런 미덕을 갖춘 사람은 높은 평가되었다. 사

람들은 이런 미덕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당위적 신념도

생겨났다. 신경과학적 향상 약물을 통해 이런 능력들을 조절할 수

있다면 어떨까?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향상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그런 미덕이 인간 고유의 가치라고 여겨왔던 우

리의 신념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다.

38. Wlater Glannon, “Neuroethics‘, Bioethics, vol. 20 Number 1, 2006,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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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철학논집 19집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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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ter Glannon, “Neuroethics”, Bioethics, vol. 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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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논문은 2009년 9월 29일 접수되고

2009년 10월 15일 심사 완료되어

2009년 10월 21일 게재가 확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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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철학논집 19집128

Abstract

Recent Advances in Neuroscience and its Ethical

Issues

Rheey, Sang-Hun(Catholic Univ.)

Recent advances in neuroscience, promoting especially through the brain

imaging instrument such as fMRI, increase the necessity of discourse

about the ethical and social issues in neuroscience. I suggest that it is

high time to begin a discussion about those issues. And I think

neuroethics as a domain of applied ethics, not as one of many fields of

bioethics, to treat the issues in neuroscience more effectively. Neuroethics

contain several issues not discovered in existing bioethics. It is anticipated

that the studies of neuroscience do and will raise emerging ethical,

philosophical problems and those effects on human life and society will

be tremendous. Because each individual neuroscientific technology bring

about characteristic ethical issues, it is possible to discuss neuroethical

problems accoding to each neuroscientific technology.

Key words: neuroethics, neuroscience, brain imaging, brain enhancement drug,

neurocognitive brain enhancement, neuroethical issu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