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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201804 201804 65 갤러리 시네마 콘서트 클래식 · 뮤지컬 신간 문화 단신 연극 정아란 기자 [email protected] 동양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국적 소재를 서양화 기법으로 풀어낸 서양화가 이성자(1918~2009)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막했다. 그는 30대 초반 이혼, 세 아들과의 이별 후 도망치듯 떠난 프랑스에서 뒤 늦게 붓을 잡았고, 자신만의 추상화업을 일궜다. 눈부시게 화려한 색채, 끊 임없는 시도, 1만3천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작업량은 한국에서 미대도 나 오지 않은 그를 한국 추상회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와 판화 등 시기별 대표작 127점과 아카이브가 나왔 다. 전시는 1950년대 '조형탐색기', 1960년대 '여성과 대지', 1970년대 '음 과 양', 1980년대부터 작고 전까지인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로 나뉜다. 첫 번째 공간은 다양한 조형 실험을 거쳐 추상에 천착하기 시작한 시기를 조명한다. '천사의 땅'(1958)은 화면의 구축, 언어를 초월하는 기호를 담 은 수작이다. "3평도 안 되는 작업실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림 을 그리더라." 당시 같은 재불 유학생으로, 이성자 작업실을 찾았던 유준상 전 서울시립미술관장의 이야기다. 치열하게 그림을 그렸던 원동력은 가족, 특히 세 아들을 향한 그리움이었다. 작가는 작고 직전인 2008년 언론 인터뷰에서 "붓질을 하면 우리 아이들 밥 한술 떠먹이는 것이고 붓질을 한 번 더 하면 우리 애들 머리를 쓰다듬어 주 는 것이라 여기며 자꾸자꾸 그렸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프랑스 화단과 시장에서 점차 인정받으면서 화업도 나날이 발전했다. 극단 적인 모더니스트였던 스승과는 달리, 끓어오르는 감정을 자유롭게 펼쳐냈 다는 점에서 어느 사조에도 속하지 않으려 했던 이성자의 면모를 일찌감치 엿볼 수 있다. 그는 1960년대가 되면서 직선과 삼각형, 사각형, 원 등을 촘촘한 붓질로 그려내면서 '여성과 대지'라는 주제를 표현했다. 그 아래에는 "나는 여자이 고, 여자는 어머니이고, 어머니는 대지"라는 철학이 깔렸다. 1965년 작 '오작교'는 모국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 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본 조병화는 같은 제목의 시를 바쳤다. "일 년에 한 번/ 만났다 헤어지는 사랑을 위한/ 하늘의 다리// 이것은 사랑하는 마음 사 이에만 놓이는/ 동양의 다리다// 그리움이여/ 너와 나의 다리여." 작가는 한국을 떠난 지 15년 만에 귀국했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연 첫 한국 개인전, 훌쩍 자란 아이들과의 해후, 어머니 죽음 등을 거치면서 한결 자유로워졌다. '음과 양' 시기, 작품에서 치밀한 터치는 사라지고 자유로운 선과 원의 형상이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30년 전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 이후 작고할 때까지 제 작한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시리즈와 '우주' 시리즈를 새롭게 만날 수 있다. 은하수를 담아낸 듯한 몽환적인 유화들은 말년의 작가가 양국을 오 가는 비행기 속에서 본 극지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진가를 일찌감치 알아본 비평가 조르주 부다이유, 화가 소니아 들로네 등 프랑스 미술계와 교류했던 흔적을 느껴볼 수 있다. 이성자 탄생 100주년 전 뒤늦게 잡은 붓으로 일군 추상화업 미국의 사막 I 92-17, 1992 내가 아는 어머니, 캔버스에 유채, 130 x195㎝, 1962, 개인소장 투레트의 밤 8월 2, 캔버스에 아크릴릭, 150 x150㎝, 1979 평양, 북한, 플래티넘 프린트,1978 불교성지 황금바위, 짜익티요, 미얀마, 다이-트랜스퍼,1978 전시일정(장소) 7월 29일까지(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관람료 2천원 02-2188-6000 매그넘 작가가 찍은 세상의 풍경 손꼽히는 사진가 그룹인 매그넘의 대표 작가 구보타 히로지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 '구보타 히로지-아시아를 사랑한 매그넘 작가'를 열고 있다. 1988년, 2008년 단체전을 통해 그의 작품이 국내에 전시된 적은 있었지만, 작업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는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촬영한 109개 작품을 선보인다. '초기 작업' '세계여행' '컬러의 세계' '중국' '한국과 북한' '미국과 일본' 등 6개의 소주제로 구성했다. 미얀마의 불교 성지인 황금바위와 그 앞에서 손을 모은 승려들, 일본 가나가와의 사설 신부 학교에서 훈련받는 여성들, 미국 캘리포니아 남북의 히피 젊은이들 등 다채로운 작품이 나왔다. 백두산, 금강산, 설악산 등 남북의 수려한 명산 풍경과 2007년 서울 한강 주변의 항공 사진, 1970~1990년대 북한 사진을 통해서는 남·북한을 향한 작가의 오랜 관심도 확인할 수 있다. 염색을 이용한 다이트랜스퍼로 인화한 사진들의 독특한 미감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다이트랜스퍼 인화를 위해 독일의 장인을 13차례 찾아갔다"라면서 "75만 달러나 들었지만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을 금방 만났다"고 전했다. 유로포토와 매그넘한국에이전트가 주최 · 주관한다. 전시일정(장소) 4월 22일까지(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관람 무료 02-720-1524 이정진의 사진으로 쓴 시 국립현대미술관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사진작가 이정진의 작품 세계를 망라한 전시 '에코-바람으로부터'를 과천관에서 열고 있다. 1988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그는 30여 년간 자신만의 길을 걸어 왔다. 국내에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수 미술기관이 작품을 소장 중인 이정진의 활약은 눈부시다. 2011년 분쟁 지역의 균열과 모순을 기록한 국제 사진 프로젝트 '이스라엘 : 진행 중인 초상화'에 내로라하는 작가들과 함께 참여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1990~2008년 작업한 11개의 아날로그 프린트 연작 중 대표작 70여 점이 나왔다. 이들은 일반 인화지 대신 한지를 사용했다. 대상을 흑백 필름으로 찍은 뒤, 감광 유제를 큼지막한 붓으로 바른 한지에 인화한 것들이다. 최근 방한한 작가는 기자간담회에서 도미 직후 페이퍼 타월 등 온갖 소재를 실험한 끝에 '발견'한 것이 한지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했는데 (미국으로 간 뒤) 더는 다큐 작가가 아닌, 파인아트 쪽으로 접근하고 싶었어요. 또 사막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한지에 깊이 배인 톤이 자연 소재와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고요." 깔끔하게 마감된 매끈한 여느 사진과는 달리, 그의 작품에는 한지의 미세한 결뿐 아니라 티와 흠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작가는 "아름다움 재현에는 관심이 없고 제가 바라보는 풍경에 감정이 이입된 상태를 포착하는 것을 좋아한다"라면서 "제 작업을 그림이나 시 같다고 이야기하는데 제게는 감정이입이 잘 되는 도구가 붓이 아닌 카메라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일정(장소) 7월 1일까지(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관람료 2천원 02-2188-6000

이정진의 사진으로 쓴 시 진행 중인 초상화'에 내로라하는 작가들과 … · 64 201804 201804 65 갤러리 시네마 콘서트 클래식 · 뮤지컬 신간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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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201804 201804 65

갤러리

시네마

콘서트

클래식·

뮤지컬신간

문화 단신

연극

정아란 기자

[email protected]

동양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국적 소재를 서양화 기법으로 풀어낸 서양화가

이성자(1918~2009)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막했다.

그는 30대 초반 이혼, 세 아들과의 이별 후 도망치듯 떠난 프랑스에서 뒤

늦게 붓을 잡았고, 자신만의 추상화업을 일궜다. 눈부시게 화려한 색채, 끊

임없는 시도, 1만3천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작업량은 한국에서 미대도 나

오지 않은 그를 한국 추상회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와 판화 등 시기별 대표작 127점과 아카이브가 나왔

다. 전시는 1950년대 '조형탐색기', 1960년대 '여성과 대지', 1970년대 '음

과 양', 1980년대부터 작고 전까지인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로 나뉜다.

첫 번째 공간은 다양한 조형 실험을 거쳐 추상에 천착하기 시작한 시기를

조명한다. '천사의 땅'(1958)은 화면의 구축, 언어를 초월하는 기호를 담

은 수작이다.

"3평도 안 되는 작업실에서 손을 호호 불어가며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림

을 그리더라." 당시 같은 재불 유학생으로, 이성자 작업실을 찾았던 유준상

전 서울시립미술관장의 이야기다. 치열하게 그림을 그렸던 원동력은 가족,

특히 세 아들을 향한 그리움이었다.

작가는 작고 직전인 2008년 언론 인터뷰에서 "붓질을 하면 우리 아이들 밥

한술 떠먹이는 것이고 붓질을 한 번 더 하면 우리 애들 머리를 쓰다듬어 주

는 것이라 여기며 자꾸자꾸 그렸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프랑스 화단과 시장에서 점차 인정받으면서 화업도 나날이 발전했다. 극단

적인 모더니스트였던 스승과는 달리, 끓어오르는 감정을 자유롭게 펼쳐냈

다는 점에서 어느 사조에도 속하지 않으려 했던 이성자의 면모를 일찌감치

엿볼 수 있다.

그는 1960년대가 되면서 직선과 삼각형, 사각형, 원 등을 촘촘한 붓질로

그려내면서 '여성과 대지'라는 주제를 표현했다. 그 아래에는 "나는 여자이

고, 여자는 어머니이고, 어머니는 대지"라는 철학이 깔렸다.

1965년 작 '오작교'는 모국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담은 것으로 추정되

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본 조병화는 같은 제목의 시를 바쳤다. "일 년에 한

번/ 만났다 헤어지는 사랑을 위한/ 하늘의 다리// 이것은 사랑하는 마음 사

이에만 놓이는/ 동양의 다리다// 그리움이여/ 너와 나의 다리여."

작가는 한국을 떠난 지 15년 만에 귀국했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연 첫

한국 개인전, 훌쩍 자란 아이들과의 해후, 어머니 죽음 등을 거치면서 한결

자유로워졌다. '음과 양' 시기, 작품에서 치밀한 터치는 사라지고 자유로운

선과 원의 형상이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30년 전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 이후 작고할 때까지 제

작한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시리즈와 '우주' 시리즈를 새롭게 만날 수

있다. 은하수를 담아낸 듯한 몽환적인 유화들은 말년의 작가가 양국을 오

가는 비행기 속에서 본 극지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진가를 일찌감치 알아본 비평가 조르주 부다이유,

화가 소니아 들로네 등 프랑스 미술계와 교류했던 흔적을 느껴볼 수 있다.

이성자 탄생 100주년 전 뒤늦게 잡은 붓으로 일군 추상화업

미국의 사막 I 92-17, 1992내가 아는 어머니, 캔버스에 유채, 130x195㎝, 1962, 개인소장 투레트의 밤 8월 2, 캔버스에 아크릴릭, 150x150㎝, 1979

평양, 북한, 플래티넘 프린트,1978

불교성지 황금바위, 짜익티요, 미얀마, 다이-트랜스퍼,1978

전시일정(장소) 7월 29일까지(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관람료 2천원

☎ 02-2188-6000

매그넘 작가가 찍은 세상의 풍경

손꼽히는 사진가 그룹인 매그넘의 대표 작가 구보타 히로지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 '구보타 히로지-아시아를 사랑한 매그넘 작가'를 열고 있다.

1988년, 2008년 단체전을 통해 그의 작품이 국내에 전시된 적은 있었지만, 작업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는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촬영한 109개 작품을 선보인다. '초기 작업'

'세계여행' '컬러의 세계' '중국' '한국과 북한' '미국과 일본' 등 6개의 소주제로

구성했다.

미얀마의 불교 성지인 황금바위와 그 앞에서 손을 모은 승려들, 일본 가나가와의 사설

신부 학교에서 훈련받는 여성들, 미국 캘리포니아 남북의 히피 젊은이들 등 다채로운

작품이 나왔다.

백두산, 금강산, 설악산 등 남북의 수려한 명산 풍경과 2007년 서울 한강 주변의

항공 사진, 1970~1990년대 북한 사진을 통해서는 남·북한을 향한 작가의 오랜

관심도 확인할 수 있다.

염색을 이용한 다이트랜스퍼로 인화한 사진들의 독특한 미감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다이트랜스퍼 인화를 위해 독일의 장인을 13차례

찾아갔다"라면서 "75만 달러나 들었지만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을 금방

만났다"고 전했다.

유로포토와 매그넘한국에이전트가 주최·주관한다.

전시일정(장소) 4월 22일까지(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관람 무료

☎ 02-720-1524

이정진의 사진으로 쓴 시

국립현대미술관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사진작가 이정진의 작품 세계를 망라한 전시

'에코-바람으로부터'를 과천관에서 열고 있다.

1988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그는 30여 년간 자신만의 길을 걸어 왔다. 국내에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수 미술기관이 작품을 소장 중인 이정진의 활약은

눈부시다. 2011년 분쟁 지역의 균열과 모순을 기록한 국제 사진 프로젝트 '이스라엘 :

진행 중인 초상화'에 내로라하는 작가들과 함께 참여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1990~2008년 작업한 11개의 아날로그 프린트 연작 중 대표작 70여 점이

나왔다.

이들은 일반 인화지 대신 한지를 사용했다. 대상을 흑백 필름으로 찍은 뒤, 감광 유제를

큼지막한 붓으로 바른 한지에 인화한 것들이다.

최근 방한한 작가는 기자간담회에서 도미 직후 페이퍼 타월 등 온갖 소재를 실험한 끝에

'발견'한 것이 한지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했는데 (미국으로 간 뒤) 더는 다큐 작가가 아닌, 파인아트

쪽으로 접근하고 싶었어요. 또 사막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한지에 깊이 배인 톤이 자연

소재와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고요."

깔끔하게 마감된 매끈한 여느 사진과는 달리, 그의 작품에는 한지의 미세한 결뿐 아니라

티와 흠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작가는 "아름다움 재현에는 관심이 없고 제가 바라보는 풍경에 감정이 이입된 상태를

포착하는 것을 좋아한다"라면서 "제 작업을 그림이나 시 같다고 이야기하는데 제게는

감정이입이 잘 되는 도구가 붓이 아닌 카메라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일정(장소) 7월 1일까지(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관람료 2천원

☎ 02-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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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201804 201804 67

갤러리

시네마

콘서트

클래식·

뮤지컬신간

문화 단신

연극

김계연 기자

[email protected]

더 미드와이프

클레어(카트린 프로)는 오랫동안 조산원 분만실에서 일해온 베테랑 조산사다.

쉬는 날 텃밭을 가꾸는 게 유일한 취미다. 그런 그녀의 일상에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조산원은 문 닫을 위기에 처하고, 의대생인 아들은 임신한 여자친구를

데려온다.

게다가 어렸을 때 한마디 말도 없이 집을 떠난 새엄마 베아트리체(카트린

드뇌브)가 35년 만에 연락을 해온다. 오랫동안 엄마에 대한 배신감에 사로

집혀있던 클레어는 뻔뻔하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하는 새엄마가 밉기만

하다.

영화는 수십 년 만에 만난 모녀가 티격태격하다가 우정을 쌓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프랑스 국민 여배우 카트린 프로와 전설적인 배우 카트린 드뇌브의 연기 호흡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영화다. 두

사람은 소리치거나, 울고불고하지 않는다.

절제된 연기로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해피 어게인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빌(J. K. 시몬스)은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우울증에

빠져 있다. 수업이 끝나면 멍하니 앉아 있기 일쑤다.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로도

이겨내기 버거울 만큼 우울증은 깊다.

아들 웨스(조시 위긴스)는 빌에 비하면 덤덤해 보인다. 아빠와 아픔을 공유하지만,

좀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나란히 앉아 엄마와의 추억을 돌이켜보는

빌과 웨스는 부자라기보단 친구 같다. 그런 웨스의 아픈 마음은 때때로 둑처럼

무너진다.

영화는 누구나 각자 마음속에 슬픔을 갖고 있으며, 그 슬픔을 직시하는 것만이

그나마 고통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슬픔의 원인이 다를지라도,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면 조금은 더 나아질 거라고 조언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 '그해, 여름 손님'을 스크린에 옮겼다. 한 소년과 청년의

사랑을 세심하게 그린다.

1983년 이탈리아의 한 시골. 엘리오(티머시 섈러메이)는 별장에서 가족과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오후, 스물넷의 미국인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가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별장에 온다. 큰 키에 다부진 몸매, 할리우드

배우 같은 외모를 지닌 그는 뭇 여성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

철부지 소년 엘리오도 그가 자꾸 신경 쓰인다. 처음에는 그런 감정이 동경과

부러움, 질투인지 아니면 사랑인지 자신도 혼란스럽다. 그러나 곧 특별한

감정임을 깨닫고 올리버에게 털어놓는다. 처음에 엘리오를 조심스럽게 밀어내던

올리버도 그 역시 엘리오를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소공녀N포세대의 고단한 삶 영웅본색 4

카이(왕카이)는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는 밀수조직의 핵심

인물이다. 그의 곁에는 고락을 함께하며 친동생보다 더 진한 우애를 나누는

마크(왕다루)가 있다.

친동생 차오(마톈위)는 경찰이 돼 마약밀수 사건을 수사하다가 주도자가 형

카이인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조직 내 세력다툼 끝에 음모에 걸려든

카이는 교도소에 가고 치매에 걸린 아버지마저 자객의 칼에 찔려 목숨을

잃는다. 마크는 카이 대신 복수를 하기 위해 적진에 홀로 뛰어들었다가 한쪽

다리에 치명상을 입는다.

홍콩 누아르의 명작으로 꼽히는 우위썬 감독의 '영웅본색'(1986)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원작의 캐릭터를 조금 변형하고, 무대를 홍콩에서

칭다오로 옮겼다.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머시 섈러메이, 아미 해머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개봉 3월 22일

감독 커트 보엘커

출연 J. K. 시몬스, 조시 위긴스, 줄리 델피, 오데야 러시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3월 28일

감독 마르탱 프로보스트

출연 카트린 프로, 카트린 드뇌브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3월 22일

잠시 집을 포기하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30대 여성 미소를 통해

팍팍한 도시 생활과 현대인의 삶을 비춘다.

하루 일당 4만5천원을 받는 30대 가사 도우미 미소(이솜). 난방도 안 되고,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는 단칸방에서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간다. 그래도 포

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한 잔의 위스키와 담배 한 모금 그리고 남자

친구 한솔(안재홍)이다. 가난한 미소의 삶에 유일한 낙이자, 위안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마저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담뱃값은 오르고, 주인은

월세를 올리겠다고 통보한다. 웹툰 작가 지망생으로, 공장 기숙사에 사는

남자친구 역시 미소를 도와줄 형편이 못 된다. 이것저것 따져보던 미소는

결국 집을 포기하기로 한다.

여행용 가방을 끌고 거리로 나선 미소는 하룻밤을 묵기 위해 대학 시절 밴

드를 함께했던 친구들을 한 명씩 찾아간다. 가까이에서 본 친구들의 삶은

행복하지만은 않다.

친구 문영(강진아)은 더 큰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이용해 링거

를 맞아가며 일하고, 시댁 식구와 함께 사는 현정(김국희)은 음식 솜씨로

구박을 당하며 산다. 결혼 8개월 만에 아내와 이혼 위기에 처한 대용(이성

욱)은 20년 동안 아파트 대출금을 갚을 생각에 막막해 한다.

집은 없어도 자신의 취향대로 사는 미소, 집은 있어도 불만을 안고 사는 친

구들. 영화는 누구의 삶이 행복한지 비교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삶의 모습

을 통해 "너만 힘든 것은 아니다"라는 위로를 건넨다.

미소의 결정은 비현실적이지만, 그래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친 집값'이라

고 불릴 정도로 집값이 뛰는 서울에서 보금자리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

든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꿈·희망까지 포기하

는 상황에 놓인 'N포세대' 청년이라면 더욱 공감할 만하다.

연출을 맡은 전고운 감독은 서울에서 집을 구하면서 겪었던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각본을 썼다고 한다.

감독 딩성

출연 왕카이, 왕다루, 마톈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3월 22일

감독 전고운

출연 이솜 안재홍 강진아 김국희 이성욱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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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시네마

콘서트

클래식·

뮤지컬신간

문화 단신

연극

박수윤 기자

[email protected]

한국 반입 무대 장비 무게만 100t 미국 ‘팝의 여왕’ 케이티 페리 첫 내한 공연

미국 팝의 여왕 케이티 페리가 4월 6일 서울 고척 스

카이돔에서 첫 내한 공연을 한다.

페리는 지난해 6월 정규 4집 '위트니스'(Witness) 발

매 이후 '위트니스 더 투어'(WITNESS : The Tour)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홍콩, 대만을

거쳐 한국을 찾는다.

페리는 '우주와 바다'라는 주제에 맞춰 화려한 무대

연출을 준비하고 있다. 독특한 메인 스크린과 눈물이

흐르는 모양을 본뜬 돌출무대를 공수한다. 이를 위해

110여 명의 스태프가 내한해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한국에 들여오는 무대 장비 무게만 100t에 이른다.

페리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내한 소식을 알리며 "서울

의 자매와 형제들, 4월 6일 고척돔에 가게 됐다는 걸

알릴 수 있어서 정말 기뻐요"라고 인사하기도 했다.

2008년 정규앨범 '원 오브 더 보이즈'(One of the

Boys)로 데뷔한 그는 '아이 키스드 어 걸'(I Kissed a

Girl)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2010년에는 앨범 '틴에이지 드림'(Teenage Dream)에

수록된 '파이어워크'(Firework) 등 5곡이 모두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또 다른 앨범

'프리즘'(Prism)은 1천2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미국레코드협회(RIAA)로부터 '다이아몬드'(1천만 장

이상 판매) 인증을 받았다.

공연일정(장소) 4월 6일 오후 9시(서울 고척 스카이돔)

티켓 지정석 VIP 6만5천원, 지정석 R 13만2천원, 지정석 S·스탠딩

11만원, 지정석 A 9만9천원, 지정석 B 7만7천원

☎ 1899-0042

록밴드 원리퍼블릭의 서정적인 무대

미국 인기 록밴드 '원리퍼블릭'이 4월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의 27번째 주인공으로 내한하는 원리퍼블릭은 브릿팝을

연상시키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풍성한 사운드로 국내외에 마니아층을 갖고 있다.

2007년 데뷔 이후 대표곡 '어폴로자이즈'(Apologize), '시크릿'(Secrets), '굿

라이프'(Good Life), '카운팅 스타즈'(Counting Stars)는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4집 수록곡 '웨어에버 아이 고'(Wherever I go)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로 화제를 모았다.

공연일정(장소) 4월 27일 오후 8시(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티켓 스탠딩 R·지정석 R 14만3천원, 지정석 S 12만1천원, 지정석 A 9만9천원

☎ 1544-1555, 1544-6399

공연일정(장소) 4월 21일 오후 6시(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

티켓 8만8천원

☎ 1544-1555

공연일정(장소) 4월 7일 오후 7시(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

티켓 7만7천원

☎ 1544-1555

'슈퍼 루키' 레이니 단독 내한 공연

미국의 신인 밴드 '레이니'가 4월 7일 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단독 내한

공연을 한다.

레이니는 모델 출신의 프런트맨 폴 클라인, 키보디스트 레스 프리스트, 드러머 제

이크 고스가 2014년 결성한 밴드다.

데뷔 미니앨범 '애크러님스'(Acronyms·약어)에 실린 싱글 'ILYSB'(I love you so

bad)가 입소문을 타면서 메이저 무대에 성공적으로 등장했다.

이들의 음악은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와 뉴욕(New York)의 머리글자를 따

서 지은 팀명(LANY)처럼 미국적 느낌이 물씬 풍긴다.

지난해 6월 첫 정규앨범 '레이니' 발매 직후 월드 투어를 시작한 레이니는 그해 7

월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출연, 8월 홍대 무브홀에서 단독 내한 공연을 통해 한국

팬들과 만났다.

록밴드 '피닉스'의 생생한 프렌치 록

프렌치 록을 생생하게 들을 흔치 않을 기회가 왔다. 프랑스의 인기 얼터너티브

록밴드 '피닉스'는 4월 2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1999년 결성돼 데뷔 앨범 '유나이티드'(United)로 인기를 끈 4인조 피닉스는

2000년대 프렌치 록의 세계화를 이끈 밴드로 손꼽힌다.

토마스 마스(보컬), 로랑 브랑코위츠(기타), 덱 다르시(베이스), 크리스티앙

마잘라이(기타)로 구성됐으며, 하드록 기타와 뉴 웨이브 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하는 세련된 록 사운드를 구사한다.

이들은 데뷔앨범 수록곡 '이프 아이 필 베터'(If I Feel Better)와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 삽입된 '투 영'(Too Young)으로

사랑받았다. 4집 '볼프강 아마데우스 피닉스'(Wolfgang Amadeus

Phoenix)로는 2010년도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얼터너티브 앨범' 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 팬들과는 2014년 단독 콘서트와 음악 페스티벌 '슈퍼소닉'으로 두 차례

만났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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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시네마

콘서트

클래식·

뮤지컬신간

문화 단신

연극

황희경 기자

[email protected]

서울의 오래된 한 연립주택을 배경으로 도덕과

윤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

린 블랙코미디.

빌라 옥상 텃밭에서 광자가 기른 고추를 현자가

몽땅 따가는 일이 반복되고 어느 날 광자는 현자

와 싸우다 쓰러진다. 이 일을 두고 현태는 현자

의 사과를 요구하고 이런 현태에게 이웃집 아저

씨 동교가 동조하고 나선다. 외부인까지 가세하

면서 고추를 둘러싼 싸움은 점점 커지는데….

서울시극단이 지난해 10월 초연한 창작극으로,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인 김광보 연출과 장우재 작

가가 호흡을 맞췄다. 지난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의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와 월간지 한국연극의 '

올해의 연극 베스트 7' 초연작 부문에 선정됐다.

고추 텃밭이 있는 옥상과 사람들이 사는 다세대

연립주택을 표현한 무대는 한국문화공간건축학

회의 '한국문화공간상' 무대디자인 부문에서 수

상하는 등 다양한 상을 받았다.

주인공 현태 역에 이창훈, 현자 역에 고수희, 동

교 역에 유성주 등을 비롯해 초연 무대에 섰던 이

창직, 최나라, 이지연 등이 다시 출연한다.

옥상 밭 고추는 왜 연립주택에 투영된 우리 사회의 갈등

공연일정(장소) 4월 12~22일(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티켓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 02-399-1000

공연일정(장소) 4월 15일까지(서울 명동예술극장)

티켓 R석 5만원, S석 3만5천원, A석 2만원

☎ 1644-2003

카프카의 성(城)

연극 무대에서 처음 만난다

마을에 K가 도착한다. 자신을 토지측량사로 고용한 성으로 가기 위해

눈보라와 어둠을 뚫고 왔지만 미처 성에 가기 전에 날이 어두워진다. K는

여관을 찾아 숙박을 부탁하지만 여관 주인과 마을 사람들은 K를 의심한다.

이들의 의심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사람들의 의심은

계속되고 K는 마을에 도착한 이후 6일간 성에 갈 수도, 성에서 파견된 관리를

만날 수도 없는 상황에 부닥친다. 그러나 K는 좌절하지 않고 계속 성에

가려고 한다.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소설 '성'이 연극으로 처음 국내 관객을

찾는다.

성이라는 목적에 이르지 못하고 날마다 울리는 종소리에 하루하루를

무력하게 세어나가는 K의 모습을 통해 소외와 불안 속에서 투쟁하는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카프카의 마지막 작품으로 해외에서는

연극과 오페라 등으로 공연됐지만, 국내에서는 한 번도 무대화된 적이 없다.

국립극단이 올해 '세계고전' 시리즈의 하나로 선보이는 이번 작품에서는

2007년 카프카의 또 다른 소설 '심판' 공연 당시 함께 했던 팀이 다시 뭉쳤다.

당시 '심판'을 연출한 구태환이 다시 연출을 맡았다. 또 당시 '심판'에 출연해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은 배우 박윤희가 주인공 K역을 맡아

구태환 연출과 호흡을 맞춘다. 무대디자이너 박동우는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골콩드'에서 모티브를 따 끝에 닿을 수 없이 층층이 쌓인

관료주의와 조직사회를 시각화한 무대를 선보인다.

구태환 연출은 "11년 전 '심판'을 힘들게 준비하며 카프카의 매력에

빠졌다"며 "국내에서는 최초의 정식 공연인 만큼 도전하는 정신으로 '성'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미경 작가가 방대한 원작을 65쪽의 희곡으로 각색했다.

말뫼의 눈물

조선소를 배경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

'골리앗 크레인'으로 상징되는 조선소를 배경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조선소에서 조금 떨어진 '두금'의 하숙집에는 여러 조선소 사람들이 모여 산다.

서울에서 방송국 조연출을 하다 그만두고 아버지가 다니는 조선소 하청업체에

취업한 진수도 후배 정헌과 조선소 일을 하면서 지낸다. 진수의 아버지 근석은

진수의 정규직 전환을 신경 쓰며 진수를 닦달한다.

그러던 중 조선소 현장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한다. 사고를 무마하려는 회사,

그리고 사고에 무감각한 사람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낀 진수는 고공농성을

위해 크레인 위로 올라가는데….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거제도에서의 기억을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지난해 10월 초연 당시 호평받아 올해 국립극단의

기획초청공연으로 선정돼 다시 무대에 오른다. 남미정, 이정은, 박성연, 조주현,

최정화, 권태건, 김규도, 전익수, 편규상, 남문철·정나진(더블캐스팅) 출연. 14세

이상 관람가.

공연일정(장소) 4월 6~22일(서울 백성희장민호극장)

티켓 전석 3만원

☎ 1644-2003

사진 / 극단 미인 제공

사진 / 극단 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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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시네마

콘서트

클래식·

뮤지컬신간

문화 단신

연극

임수정 기자

[email protected]

'클래식계의 퍼스트레이디' '음악계의 황후'로 불리는 메조소프라노 막

달레나 코제나(45)가 5년 만의 내한 공연을 연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위기의 여인들'이다.

르네상스 후기에 태어나 바로크 전기에 주로 활동한 작곡가 몬테베르디

(1567~1643) 작품을 중심으로 사랑이 주는 고통, 배신, 절망, 슬픔으

로 괴로워하는 여인들을 표현할 예정이다.

코제나는 '클래식계 대통령'으로 떠받들어지는 베를린 필하모닉 음악감

독 사이먼 래틀(63)의 부인으로도 유명한데, 이들의 시작도 그리 평탄하

진 않았다.

래틀과 코제나는 2003년 영국 글라인드본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

메네오'를 공연하면서 사랑에 빠졌다. 문제는 당시 이들이 각자 배우자

가 있는 상태였다는 점이다.

이 같은 관계에 언론의 집중포화가 이어졌지만, 이들은 결국 각자 배우

자와 결별하고 함께 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나이 차는 18살이었다.

현재 이들 사이에는 아들 둘과 딸 하나가 있다.

코제나를 설명할 때 래틀을 빠트릴 수 없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남편을

빼놓고서도 그는 여러 지점에서 매력적이다.

1995년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자신의 이름을 처음 알린 그는

아르히프(도이체 그라모폰 산하 레이블)와 전속 계약을 한 이후 본격적

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금발의 아름답고 늘씬한 코제나의 외모는 마케팅 전략 1순위였다. 하지

만 그를 더 돋보이게 한 것은 풍성하면서도 다채로운 목소리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그의 다양한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 중점적으로 선보이는 몬테베르디는 특유의 극적인 작곡법

과 격앙(격정) 양식으로 유명하다.

특히 몬테베르디의 대표작 중 하나인 '전쟁과 사랑의 마드리갈'(제8권)

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비극적 이야기

를 다룬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싸움'은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될

법하다.

이 곡에서 코제나는 전투사의 복장으로 나타나 탄크레디와 클로린다,

해설자까지 1인 3역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현대음악의 거장 루치아노 베리오(1925~2003)의 극적인 상

상력을 요구하는 '세쿠엔차 3번',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아리안나의 탄

식'을 근간으로 체코 작곡가 마르코 이바노비치가 쓴 현대곡 '아리안나

가 이상해'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 거장 안드레아 마르콘과 그가 지휘하는 바로크

앙상블 '라 체트라'가 함께한다.

대작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귀환

흥행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가 국내 8번째 공연에 돌입한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토대로 한 '맨 오브 라만차'는 절망 속에서도

끊임없이 희망을 꿈꾸는 백발 기사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객석에 깊은 울림을 남기는 명대사로도 유명하다. "현실은 진실의 적이다"

"세상이 미쳐 돌아갈 때 너무 똑바른 정신을 가진 것이 미친 짓이오. 그중에서도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라오" "나는 세상이 더러운

것을 몰라서 아픔을 몰라서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너무나

많은 고통을 알고 더러움을 알고 진절머리 나는 아픔을 알기 때문에 세상을 밝게

바라보려는 사람이다" 등의 대사가 유명하다.

1965년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았으며 한국에서는 2005년

국립극장에서 '돈키호테'란 이름으로 첫선을 보인 뒤 지속해서 무대에 올랐다.

매번 뮤지컬계 스타들이 연기해온 돈키호테 역에는 오만석과 홍광호가

캐스팅됐다.

돈키호테에 이끌려 삶에 희망을 품는 여인 알돈자 역은 윤공주와 최수진이,

돈키호테의 시종이자 조력자 산초 역은 이훈진과 김호영이 연기한다.

이번 시즌에서는 최근 높아진 성 감수성을 고려해 알돈자가 집단 성폭행당하는

장면이 처음으로 수정된다.

여주인공 알돈자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강조하기 위한 장면이지만 지나치게

적나라하고 사실적인 이 장면은 관객들을 당황스럽게 하곤 했다. 이 장면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강조하기 위한 장면이지만 지나치게 적나라하고 사실적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클래식계 퍼스트레이디’ 메조소프라노 코제나 5년 만의 내한

공연일정(장소) 4월 12일~6월 3일(서울 이태원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티켓 VIP석 14만원, R석 12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

☎ 1588-5212

공연일정(장소) 4월 17일 오후 8시(LG아트센터)

티켓 VIP석 13만원, R석 10만원, S석 7만원, A석 4만원

☎ 02-2005-0114 공연일정(장소) 4월 4~15일(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티켓 R석 10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 B석 3만원, C석 1만원

☎ 070-7124-1737

UBC가 펼치는 순백 판타지 '지젤'

유니버설발레단(UBC)이 낭만 발레 대표작 '지젤'로 봄 무대를 연다.

이 작품은 시골 처녀 지젤이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졌다 배신당한 충격으로

죽지만, 유령이 되어서도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알브레히트를 지켜주는 내용이다.

요정과 윌리(결혼하지 못하고 죽은 처녀) 같은 신비로운 존재,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특히 떠다니는 영혼을 나타내기 위한 로맨틱 튀튀(발레 치마)와 포인트 슈즈는 '발레

블랑'(Ballet blanc·백색 발레)의 상징이 됐다.

UBC가 공연하는 '지젤'은 여러 버전 중에서도 '기본형'으로 통한다.

1841년 프랑스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이 꽃을 피운 것은 러시아의 전설적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수정 안무를 하면서부터다. UBC의 '지젤'은 바로 이 프티파

수정본에 토대를 두고 있다.

1985년 국내 초연된 이후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헝가리 등지에서 공연되며 한국

발레단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지젤'은 세계 최정상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의 가세로

화제를 더한다.

그는 2011년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두 달 만에 주역 발탁, 2015년 수석무용수 승급,

작년 무용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등으로 한국 발레리노의

이정표를 새롭게 쓰고 있는 무용수다.

김기민은 같은 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와 객원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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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의 뿌리 깊은 역사를 집대성한 책. 페미니스트

수전 브라운 밀러의 1975년 작으로 법, 제도, 경찰,

전쟁, 혁명, 대중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강간 관련

자료를 수집해 연구했다.

저자는 타고난 신체적 구조 때문에 언제든 남성에게

강간당할 수 있다는 공포가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시키고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전락하게 한

원인이라고 본다. 여성을 남성이 소유하는 재산으로

취급하면서 강간을 일종의 절도죄로 여겼던 옛 관행은

강간을 강간이라고 말할 수조차 없었던 여성들의

비극을 상기시킨다.

저자는 강간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남성들의 강간

문화가 실제 강간 범죄부터 언론, TV, 영화, 문학,

음악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대중매체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전 영역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전 브라운 밀러 지음/박소영 옮김/오월의봄/696쪽/3만4천원

사회 전 영역에 뿌리내린 강간 문화

영국 배스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로 조직행동 분야를 연구해 온 저자가 '복수'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일차적인 욕구임을 주장한다.

그는 "복수는 해악으로 치부되지만 그렇다고 백해무익하다고도 할 수 없다"며 복수는 사회적

부정을 노출하고 바로잡는 순기능을 하며 불평등한 억압관계에서는 중요한 저항의 경로가

된다고 설명한다. 또 비즈니스와 스포츠 세계에서는 패배자에게 반격을 권장하고 예상을 뒤엎는

역전을 응원하는 등 특정 경쟁 상황에서는 보복이 오히려 칭찬과 환호를 받는다고 말한다.

책은 유인원들의 복수 행태부터 오늘날의 사이버 테러, 리벤지 포르노(연인 간의 복수 목적으로

촬영된 영상물), 정치보복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개인과 가족, 직장, 사회와 국가에서 행해진

복수의 다양한 사례를 살핀다.

이어 용서를 강조하는 윤리가 불필요한 죄책감을 유발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평화와 용서가 어떤

토대에서 이뤄지는지를 고찰한다.

스티븐 파인먼 지음/이재경 옮김/반니/272쪽/1만4천500원

복수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

경제학자인 김형기 경북대 교수가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붕괴한

'박정희 모델'의 대안을 모색했다.

저자는 여전히 한국사회가 박정희 모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그는 박정희 모델 가운데 산업정책과 금융

통제는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성장지상주의와

재벌지배체제, 수도권 일극 체제는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저자가 보기에 새로운 한국 모델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지방 분권이다. 지방에 충분한 결정권, 세원,

인재가 있어야 국토가 균형적으로 발전하고 삶의

질이 골고루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는 지방정부의

권력 강화를 위해 국회 양원제와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을 제안한다.

경제 정책에서는 시장 근본주의와 국가 지상주의를

모두 배척하고 국가와 시장, 시민사회가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제3의 길을 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형기 지음/한울엠플러스/320쪽/2만9천500원

국가 균형발전에 꼭 필요한 지방 분권

'지리산둘레길' 조성 10주년을 맞아

이호신 화백과 이상윤 사단법인 숲길

이사가 펴낸 지리산 그림 이야기.

지리산둘레길은 2008년

'생명평화'와 '동서화합'이라는

나눔과 화해의 정신을 기반으로

지리산 주변 3개도, 5개 시군, 120여

개 마을을 연결해 조성된 순례길이다.

이상윤 이사는 지리산둘레길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힘써왔고, 이호신 화백은 '생활산수'라는 수묵

그림으로 지리산 자락을 화첩에 담아왔다.

책은 두 사람이 24개월 동안 지리산둘레길 21구간을

직접 걸으며 써내려간 21통의 수묵편지에 지리산의

풍경과 그곳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이

일궈낸 삶의 터전을 담았다.

이상윤·이호신 지음/산지니/256쪽/2만원

지리산둘레길 24개월의 기록

스페인 작가 파트리시아 가르시아로호의

장편소설.

스페인의 대표 청소년문학상인 그란

앙굴라르상을 받은 작품이다.

바닷가 마을에서 살던 소년 '롭'은 11년 전

해일이 덮쳤을 때 가족을 잃었다. 이제 열여덟

살이 된 롭은 바다에 잠겨버린 도시의 옥상

마을에서 지내며 해수면 아래에서 쓸 만한

물건을 건져 올려 생계를 유지하는 '보물

사냥꾼'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다에 잠수한 롭 앞에

분홍색 연기를 내뿜는 신비한 돌이 나타나고,

이 마법의 돌은 롭에게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인다.

재난 이후 살아남은 이들이 꾸린 소박한

공동체의 모습을 통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과 사랑의 가치를 일깨우는 소설이다.

파트리시아 가르시아로호 지음/한은경 옮김/창

비/356쪽/1만3천원

재난 이후 살아남은 이들의 삶

독일의 독문학자이자 저술가인 저자가 '웃음'을

키워드로 2천년 서양철학사를 되짚는다.

저자는 인간의 웃음은 삶을 실천적으로 이해한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작업 중 하나지만 모든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플라톤 이후 웃음이

철학에서 추방됐다고 주장한다. 플라톤의 관점에서

'웃는 철학자'는 '나무로 된 쇠'나 '검은 우유' 같은

모순적인 단어의 결합이었다는 것.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웃음에 대한

욕구의 해로움을 비판하며 깊이

생각하는 진지함을 주문하기도 했다.

책은 웃음에 대한 생각에서

플라톤과 대척점에 있었던 '웃는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를 시작으로

디오게네스, 칸트, 키르케고르, 카를

발렌틴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 속

'웃음의 계보'를 찾아간다.

만프레트 가이어 지음/이재성 옮김/글항아리/348쪽/1만8천원

서양 철학 속 '웃음의 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