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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강사를 말하다 /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자. 나는 ‘보여주기 위한’ 사람인가, 아니면 ‘보이기 위한’ 사람인가. 둘 사이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남에게 보이는 데만 치중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달에 만난 윤현주 원장은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선생님이었다. WRITTEN BY 한자현 PHOTO BY 김성만 그림자 를 쫓지 말고 태양 을 향해 걸어라! 068-071������.indd 68 13. 2. 26. �� 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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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Instructor Interview 윤현주 영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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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강사를 말하다 /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자. 나는 ‘보여주기 위한’ 사람인가,

아니면 ‘보이기 위한’ 사람인가. 둘 사이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남에게 보이는 데만 치중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달에

만난 윤현주 원장은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선생님이었다.

WRITTEN BY 한자현 PHOTO BY 김성만

그림자를 쫓지 말고 태양을 향해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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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르친다고 인정받는 것, 모든 교육자들의 로망이다. 그러나

강의 실력을 높이겠다는 욕심에만 눈이 멀면 정작 교육의 주인

공인 아이들을 놓치게 된다. 그동안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이들의 상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윤현주 원

장. 그는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명상을 배우고, 강의법 특허를 내고, 미인대회에 출

전하고…. 언뜻 보면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살고 있는 듯하지만,

모든 것이 아이들을 위한 일이었다.

무관심했던 내면에 귀를 기울이다

화장하고 꾸미기를 좋아하던 한 여대생,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

공한 뒤 프랑스에 가서 토탈 메이크업을 배우는 게 꿈이었다. 그

러나 대학 졸업 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쳤다. 생계를 책임져

야 하는 상황, 윤 원장은 20살 때부터 시작한 과외 경험을 바탕

으로 강사일을 시작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날들

의 연속이었던 그는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오직 학생들에

게만 집중했다. 시험 전날에는 학원에서 함께 밤을 새면서 공부

하고, 다음날 아침에 일일이 학교 앞까지 배웅했다. 작은 부분까

지도 신경을 쓰면서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까 연구하던 중 학

생들이 자신의 모습을 닮아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본인의 장단점에 대해서 얘기해보라고 하니까 대답을 못하더라

고요.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간에 아이들의 자존감이 굉장히 떨

어져 있었죠.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고요. 아이들이 변하

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러나 인간은 습관의 동물. 하루아침에 마음가짐을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임종 체험, 명상 등 꾸준히 ‘마음공부’를 하면서 깨

달은 바는 스스로를 꽁꽁 싸매고 포장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공부하기 어려

운 학생뿐만 아니라 넉넉한 환경에서 자라 공부는 잘 하지만 정

서가 불안한 학생까지. 아이들의 가슴 속에도 어른들 못지않게

큰 구멍이 있었다. 다들 그 구멍을 가리기만 할뿐,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법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평가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

어요. 상대적인 열등감 때문에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치부

를 드러내는 게 어려운 거예요. 하지만 곰팡이는 숨길수록 더 퍼

지고, 빛을 봐야 사라지잖아요.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거리낌 없

이 그대로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

을 만들어줘야죠.”

윤 원장이 학생들의 작은 말 한 마디에도 관심을 갖고 공감해주

자 아이들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학원에 와서 전혀 웃

지도 않고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있던 아이가 ‘힘들었지?’

라는 말 한 마디에 마음을 여는 걸 보면서 그는 가슴이 벅차올랐

다. 만약 자신에게 시련이 없었다면 강사가 되지 않았을 테고,

이 아이들을 도울 수 없었으리라. 그는 지금도 주말마다 마음공

부를 하며 자신, 그리고 학생들의 상처를 보듬고 있다.

가르침의 열정은 언제나 클라이맥스

그의 수업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정규 수업시간이 끝

나고도 가르치고, 학생들의 집에 직접 가서 보충학습을 해주기

도 했다.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면서 마음의 문을 닫았던 한 학생

윤 스 터 디 학 원 윤 현 주 원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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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가능성은 존재하니까요. ‘1%의 가능성이 99%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말을 좋아해요. 작은 씨앗 하나를 사랑으로 가꾸면 훗날 탐스러운 열매가 되잖아요.

제가 가르친 아이들도 언젠가 꼭 열매를 맺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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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윤 원장을 만난 뒤 놓았던 공부의 끈을 다시 잡았고, 현재 대

형학원의 잘 나가는 영어강사가 됐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제

자들이 SNS를 통해 윤 원장을 찾고 감사하다는 연락을 할 때마

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강의 스타일 역시 톡톡 튄다. “이기 뭐꼬?” 윤 원장의 사투리는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이 된 지 오래다. 처음에는 어설프게

표준어를 구사했다. 그러나 듣는 사람도, 본인도 어색해지는 수

업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가장 ‘윤현주’다운 수업, 그가 강사

로서 추구하는 바다.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고 사투리로 수업했어요. 제가 자신감 있

게 수업하면 아이들도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대신에 전제조건

이 있어요. 사투리를 알아듣기 어려울 수 있으니 백 번 넘게 질문

해도 좋다는 거예요.”

2년 전에는 그가 직접 연구한 그림영문법을 특허출원했고, 현재

한 출판사에서 「웃끼바디 영문법」 출간을 진행 중이다. 어려운

한자 명칭으로 가득한 문법책을 공부하는 데 지친 아이들이 문

법을 더 쉽게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들이다.

“한 문장 안에는 여러 가지 문법들이 섞여 있는데, 아이들은 문

법을 따로 따로 배우고 있는 상황이에요. 문법 간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찾지 못했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죠. 그래서 모든 문

장을 사람의 몸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새로운 체계를 만들었어

요. 즐겁게 문법 공부를 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요.”

수업시간에는 아이들의 힐링도 잊지 않는다. 몸과 마음을 치유

한다고 해서 대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 아니다. 수업을 시

작하기 전, 단 5분 동안만 아무 생각 없이 크게 웃으라고 말할 뿐

이다.

“크게 웃다보면 울게 되고, 또 울다보면 웃게 돼요.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마음, 스트레스 등을 해소할 수 있어요. 속에 쌓여있던

나쁜 에너지가 빠져나가면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럽게 생

기게 되죠.”

정신 나간 사람처럼 갑자기 웃는다는 건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윤 원장에게 망가지는 것 따위는 전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쭈뼛거리는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이

먼저 ‘으하하하’ 소리치자 강의실 안에는 웃음소리가 번지기 시

작한다. 이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큰 소리로 웃는다.

“가르칠 때에는 명령할 필요가 없어요.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를 보면서 배우고 있거든요. ‘긍정적으로 생각해’

라고 지시를 내리는 게 아니라 제가 먼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아이들은 그 마음을 전달받을 수 있어요.”

우리 아이들은 훗날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까

윤 원장의 긍정 에너지는 작년 한 해 동안에도 이곳저곳으로 퍼

져 나갔다. 우선 노량진에 위치한 반올림학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반올림학원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인해 학원에 다

니지 못하는 학생들을 무료로 가르치는 곳이다. 육체적으로 힘

든 상황이었지만, 한없이 맑은 눈동자로 자신을 기다리는 아이

들을 가르치는 시간은 즐거웠다.

자연미인 선발대회에도 당당히 참가하여 40~50대 1위를 차지

하기도 했다. 그가 이렇게 쉼 없이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포기하지 않으면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요.

제가 가만히 있는데도 아이들이 과연 도전하려고 할까요? 도전

이라고 해서 꼭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시간 약속 잘 지키기, 청

소하기 등 소소한 것이라도 목표로 설정하고 실행하면 돼요.”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 역시 이를 따라하려고 노력하지

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일들이라 서툴기만 하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윤 원장은 함께 계획을 짜고 실행 여부를 일일이 확인한다.

그가 항상 품고 다니는 체크리스트는 수많은 메모들로 가득 찼

다. 강의 준비부터 수업 외적인 부분의 관리까지, 아이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키울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각오가 돼있다.

“누구에게나 가능성은 존재하니까요. ‘1%의 가능성이 99%의 단

점을 보완한다’는 말을 좋아해요. 작은 씨앗 하나를 사랑으로 가

꾸면 훗날 탐스러운 열매가 되잖아요. 제가 가르친 아이들도 언

젠가 꼭 열매를 맺을 거예요.”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쉽다는 윤 원장. 그의 최종

꿈은 지금보다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교감하는 것이다. 하루

종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기숙학원 운영하기, 인터넷 강의를 진

행하면서 직접 지방 순회하기 등등.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영어

를 가르치면서 동시에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는

바람은 같았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을 통해 성적이 아닌 미래를

개척해 나가기를 희망했다.

“날쌔게 달리는 호랑이의 꼬리를 잡고 질질 끌려가면 온몸이 상

처투성이가 돼요. 용기를 갖고 등에 올라타야죠. 얼마나 신나고

재밌겠어요? 아이들이 등에 올라탈 수 있도록 제가 날개를 달아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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