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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 1 - 배세은(갤러리잔다리) 본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그룹리서치의 결과 보고서는 두 나라 각각 다른 주제로 정리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보고서는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예술 공간을 중심으로 방문지 및 만남을 정리하였고, 암 스테르담 보고서는 사진 전문 미술관 Foam의 운영에 대한 조사를 중심으로 작성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편] 덴마크, 예술가가 운영하는 예술 공간들 코펜하겐에서 주요 일정은 작가들의 스튜디오 방문이었다. 직접 작가의 작업실에 방문하거나 혹은 전시 공간에서 전시 중인 작가와의 만남을 포함해 30여 명의 작가를 만났다. 작업실의 경우 다수 작가는 한 건물 내에 개별의 공간을 나눠 쓰는 형식으로 공간을 이용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버 려진 창고 공간을 단기간 무상 임대하여 전시공간과 작가들의 스튜디오로 활용하고 있는 토브스 갤러리(Toves Gallery), 예술가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레지던시 공간으로 53개의 스튜디오와 전시공간으로 구성된 파브리켄(Fabrikken), 그리고 10명의 작가가 2006년부터 모여 함께 공간을 나눠 쓰면서 시작하게 되었다는 스튜디오 집합소 골든 엔터프라이즈(Golden Enterprise) 등이 그 경우다. 이러한 작업실 공동체 문화의 형성은 안정적인 국가 지원 시스템 토 대 위에 작가들 간의 자발적인 교류와 연대의 분위기 덕분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의 난지창작스튜디오나, 국립현대 고양스튜디오와 같은 국가 지원 레지던시 운영의 방식과 비교해 볼 때, 권위 있는 국립 기관의 소속 기관으로 시스템에 포함되는 형식의 작업실 운영이 아니라, 작가들의 스스로 운영하는 공간에 국가가 지원하는 형식이 많았다는 것이 차이로 느껴졌다. 비단 작업실뿐만 아니라, 전시 공간의 운영에서도 National gallery of Denmark, Design Museum Denmark 같은 국립 뮤지엄 급의 공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작가가 직접 주체가 되어 공간을 운영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티스트 런 페스티벌 Artist Run Festival 그룹리서치 일행이 코펜하겐의 공식 일정을 시작하기 열흘 전인 5월 9일에 코펜하겐 내 예술가들

- 1 - 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 2017. 11. 6. · 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 6 - 의 두 멤버 중 한 명인 마리 콜렉 이베르센(Marie Kølbæ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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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 1 - 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 2017. 11. 6. · 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 6 - 의 두 멤버 중 한 명인 마리 콜렉 이베르센(Marie Kølbæk

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 1 -

배세은(갤러리잔다리)

본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그룹리서치의 결과 보고서는 두 나라 각각 다른 주제로 정리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보고서는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예술 공간을 중심으로 방문지 및 만남을 정리하였고, 암

스테르담 보고서는 사진 전문 미술관 Foam의 운영에 대한 조사를 중심으로 작성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편]

덴마크, 예술가가 운영하는 예술 공간들

코펜하겐에서 주요 일정은 작가들의 스튜디오 방문이었다. 직접 작가의 작업실에 방문하거나 혹은

전시 공간에서 전시 중인 작가와의 만남을 포함해 30여 명의 작가를 만났다. 작업실의 경우 다수

작가는 한 건물 내에 개별의 공간을 나눠 쓰는 형식으로 공간을 이용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버

려진 창고 공간을 단기간 무상 임대하여 전시공간과 작가들의 스튜디오로 활용하고 있는 토브스

갤러리(Toves Gallery), 예술가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레지던시 공간으로 53개의

스튜디오와 전시공간으로 구성된 파브리켄(Fabrikken), 그리고 10명의 작가가 2006년부터 모여

함께 공간을 나눠 쓰면서 시작하게 되었다는 스튜디오 집합소 골든 엔터프라이즈(Golden

Enterprise) 등이 그 경우다. 이러한 작업실 공동체 문화의 형성은 안정적인 국가 지원 시스템 토

대 위에 작가들 간의 자발적인 교류와 연대의 분위기 덕분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의 난지창작스튜디오나, 국립현대 고양스튜디오와 같은 국가 지원 레지던시 운영의 방식과 비교해

볼 때, 권위 있는 국립 기관의 소속 기관으로 시스템에 포함되는 형식의 작업실 운영이 아니라,

작가들의 스스로 운영하는 공간에 국가가 지원하는 형식이 많았다는 것이 차이로 느껴졌다. 비단

작업실뿐만 아니라, 전시 공간의 운영에서도 National gallery of Denmark, Design Museum

Denmark 같은 국립 뮤지엄 급의 공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작가가 직접 주체가 되어 공간을 운영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티스트 런 페스티벌 Artist Run Festival

그룹리서치 일행이 코펜하겐의 공식 일정을 시작하기 열흘 전인 5월 9일에 코펜하겐 내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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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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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운영하는 17개의 공간이 함께하는 아티스트 런 페스티벌(Artist Run,

http://www.artistrun.net/)이 열렸다. 이 페스티벌은 코펜하겐에서 예술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공간들이 해외에 있는 예술가 운영 공간들을 초대해 지역 공간에서 전시하도록 하는 교류 행사이

다. 이 행사에 참여하는 공간들은 5월에서 6월 사이 페스티벌 기간 동안 각자의 공간에서 전시를

열고 5월 9일 전체 공식 오프닝 파티를 했다. 그리고 10일과 11일에는 참여 공간들이 서로 발제

하고 토론하는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아쉽게도 오프닝과 콘퍼런스 행사에 직접 방문해 현장의 분

위기를 느끼는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웹사이트와 자료를 통해 확인한 콘퍼런스의 구성과 내용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틀 동안 하루 두 명의 패널이 초대되어 각자 자기 공간 운영에 대한 발제를

맡아 소개하고, 다른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다수의 참여자와 주제 토론을 진행한다. 여기서 “왜

예술가들은 그들 자신의 공간을 만드는가?”, “어떤 형태가 이상적인 단체로서 예술가 운영 공간이

라고 할 수 있을까”, “누가 크고 나쁜 집단을 두려워하는가?”, “예술가 운영 공간은 어떤 방식으

로 동시대 미술계에 이바지하는가?”등의 주제 아래에 공간의 운영 방식과 미학적, 이론적, 실천적

접근 방식에 대한 실제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앞으로 방향성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아티스트 런 페스티벌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가면 행사의 타이틀 바로 아래에 이 모임의 이념처럼

한나 아렌트의 말이 쓰여 있다. “사람들이 어디에 모이든, 그곳은 잠재적인 곳이고, 필수적이지도

영원하지도 않으며, 단지 잠재적일 뿐이다(Wherever people gather together, it is

potentially there, but only potentially, not necessarily and not forever).” 유연하면서도

자유로운 조직, 즉각적이고 동시대적인 논의가 활발한 비정형적 형태의 모임을 지향하는 이 모임

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이번 행사 소개문에서 예술가들에 의해 조직된 모임의 출발로

1863년 파리에서 있었던 ‘낙선전 Salon des Refuses’(우리에게 모네의 <풀밭 위의 식사> 출품

으로 유명한)을 언급하면서 현 시대에 기성화 된 제도권 내의 미술에 대한 대안으로써 새로운 예

술을 제시하고자 하는 “artist run space”의 역할을 강조한다. 국내에도 물론 이렇게 주류 미술

에 대한 대안으로서 역할을 자청한 대안공간들이 존재하지만, 진정한 대안과 새로운 담론을 제시

하기보다 실제로 젊은 예술가들이 제도권 내로 들어가기 위해 거쳐 가는 전 단계처럼 인식되는 경

우가 많다. 아무리 고차원의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예술가라고 하더라도 주류가 아닌 비주류, 현실

의 기득권이 아닌 대안의 역할에 집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가가

운영하는 공간을 주제로 내세워 자기의 정체성에 대한 분명한 인식 위에 만남과 교류의 자리를 마

련함으로써 스스로 존재 가치에 대한 확신을 얻고, 함께 공생의 힘을 키워가는 노력은 매우 중요

하고 의미 있는 자리라고 생각된다. 본 결과보고서에서 소개하는 네 공간은 아티스트 런 페스티벌

행사에 참여하거나 관계된 공간 중에 필자가 방문한 곳이다.

1) 시드하븐 스테이션 Exhibition Space Sydhavn Station

코펜하겐에서 리서치 기간 동안 필자와 일행은 사진작가 멧 율(Mett Juul)의 집을 빌려 머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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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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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었는데, 그가 이 페스티벌의 참여 공간 중의 하나인 시드하븐 스테이션(Exhibition Space

Sydhavn Station)의 운영진이었다. 덕분에 그의 공간을 직접 방문해 공간에 대한 소개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 공간은 원래 지하철역 사무실이었고, 사무실이 없어지자 작가들이 문화부(Danish

Agency for Culture)로부터 입대 지원을 받아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역이라는 공공의

공간을 이용하다 보니 일반인의 접근이 쉽다는 장점을 살려 전시 공간을 열고, 공간의 안과 밖에

작품들을 설치해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예술에 대한 이해가 낮은 사람들에게서도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재 5명의 작가가 함께 공간을 사용 중인데, 사진, 퍼포먼스, 회화 등

다양한 영역의 작가들이 함께 공간을 사용하고, 스케줄을 짜서 주기적으로 서로 간의 교류 프로그

램을 진행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장르 간의 교류를 시도 하고 있다.

(왼쪽)시드하븐 스테이션 스케줄표 앞에서 공간을 설명 중인 멧 율 작가

(가운데)시드하븐스테이션 내 작업 공간

(오른쪽)역사 내에 전시된 작품들

2) 오베르가덴 Overgarden

오베르가덴은 아티스트런 페스티벌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틀간 이 행사의 콘퍼런스가 진행된 장

소이다. 1986년 설립된 작가그룹이 운영하는 비영리 전시 공간으로 19세기 출판사로 사용되던 커

다란 홀을 가진 2층 건물을 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문화부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며 3명의 작가

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매년 젊은 작가들을 선정해 개인전 기회를 주고 있다. 설립 초기에는 작

가들로만 운영하였으나, 2006년부터는 전문적인 전시기획자가 상근하며 전시 진행을 맡고 공간의

중요한 방침은 3명의 작가와 말뫼 미술관(Malmö Art Museum)의 디렉터 및 컨설턴트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결정하고 있다(조직의 구성으로 짐작건대 아마도 이 공간이 이미 미술계 내

에서 너무 분명한 위치를 잡은 것이 아티스트 런 페스티벌의 멤버가 되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이유라고 판단된다).

전시는 아래 위층에서 각기 다른 전시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두 명의 덴마크 출진의 젊은 작가 자

콥 테케르(Jacob Taekker)와 아스트리드 뮌테케르(Astrid Myntekaer)가 오베르가르덴의 전시

지원 프로그램으로 선정되어 전시 중이었다. (사실 전시는 방문 전날 끝났지만 우리의 방문을 위

해 특별히 공간을 공개해 주었다.) 1층의 야콥 테케르의 전시는 첫 번째 중앙 홀에 걸려있는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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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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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옷과 머리에 쓰는 장치를 착용한 관람객이 여러 대의 프로젝터로 영상을 여러 방향으로 투사하

고 있는 두 번째 전시장 안에 들어가 전시장 안을 걸어 다니며 자신만의 영상체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위층의 아스트리드 뮌테케르의 전시는 어둡고 푸르스름한 전시 공간 안에서 다양

한 빛과 거울 등의 장비를 이용한 일종의 키네틱 작업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활용하고 있다.

(왼쪽)직접 제작한 의상과 장치를 착용 중인 야콥 테케르

(가운데)아스트리드 뮌테케르의 전시 전경

(오른쪽)오버가르덴의 외관

3) 뉴 셸터 플랜 New Shelter Plan

뉴 셸터 플랜(New Shelter Plan, http://newshelterplan.com)은 오피신(Officin), 오케이 코

랄(OK Corral) 등 예술가 운영 단체와 작가들이 함께 모여 칼스버그 시티1)의 한 맥주 양조장을

개조한 붉은 벽돌의 큰 공장 건물을 나눠 쓰고 있다. 이번 그룹리서치를 초청해준 덴마크 문화부

에 소속해 있으면서 뉴 셸터 플랜의 공동 기획자이기도 한 크리스티나 (Stine Slot Tobiasen)가

이곳 방문에 동행해 우리 일행을 안내해주었다. 컨템포러리 아트를 위한 비영리 공간인 이곳은 문

화부로부터 2년에 28,000유로를 지원받아 20여 회의 전시를 한다. 보통 전시는 3~4주나 그보다

짧은 주기로 이뤄지며 전시뿐 아니라 아티스트 토크, 책 출간 외 여러 문화 이벤트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기획자가 직접 해마다 1~2회 기획전을 큐레이팅하지만, 무엇보다 특징적인 것은

작가가 운영하는 예술가 운영 전시 공간들과 달리 자문위원회가 있어 이들이 일 년에 4번 모여서

접수된 제안서 중에서 앞으로 진행할 전시를 선택하는 것이다. 특히, 덴마크에 아직 소개된 적 없

는 작가나 큐레이터들로부터 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정기적인 위원회 모임을

하고, 상대적으로 전시 기간을 짧게 두는 이곳의 운영 방침은 프로그램의 유연성과 에너지를 유지

하면서 역동적이고 활기찬 전시의 성격을 지켜가기 위함이라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기간에 뉴 셸터 플랜에는 덴마크 출신 여성 작가 난나 데보이스 불(Nanna

Debois Buhl)의 전시 <거리 사냥(Street Haunting)>이 열리고 있었다. 그는 예상할 수 없는 길

을 걷는 행위를 이용하는 작업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도시를 통과하는 새로운 길과 문학적 풍경들

1) 칼스버그 시티는 덴마크의 대표 맥주 브랜드 칼스버그의 이름을 딴 코펜하겐 도시 내 남서부에 있는 곳으로 양조장이 다른 도시로 이주하고, 유휴공장지대에 공연장과 갤러리, 문화 이벤트를 위한 로맨틱가든과 같은 다양한 공간들이 들어서면서 문화 지대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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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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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드러냄으로써 걷는 행위가 이미지와 이야기의 촉매제로 작용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그에게 걷

기는 물리적 행위이면서, 생산의 방식이고, 또한 은유이다.

(왼쪽)New Shelter Plan 건물 입구

(가운데, 오른쪽)New Shelter Plan 전시 전경

(왼쪽)작품 앞에서 전시 설명하는 난나 데보이스 불

(가운데)난나 데보이스 불 전시 전경

(오른쪽)난나 데보이스 불이 출판한 책들

4) 오피신 Officin

뉴 셸터 플랜과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오피신(Officin, http://www.officin.com/)은 루이스 홀

드 시데니우스(Louise Hold Sidenius)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비영리적 전시 공간이면서, 책 제작

공방이고, 출판 공간이다. 이곳은 그래픽디자인, 컨템포러리 아트, 문학과 이론 간의 학제적 접근

을 통해 국제적인 사고와 아이디어를 지향하는 지역의 플랫폼을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마

치 오래된 책 공방과 같은 느낌을 풍기는 이 공간에는 오래된 인쇄기계들이 있어 작가들이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오피신에는 책 공방과 별도로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방문 시에 이곳에서는 스위스의 오레

이비 서점(Oraibi Bookshop)을 초청해 프로젝트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티스트 런 페스티벌의 참

여로 이뤄진 이 전시는 <Asger Jorn and the international situationist>라는 타이틀 아래 아

스게르 조른(Asger Jorn), 그리고 그와 프랑스 아방가르드, 국제적 상황주의자 운동의 관계에 관

련한 책을 전시하고 있었다. 또, 행사 기간 동안 오레이비는 덴마크의 프로젝트 편집팀 인터내셔날

스틱 아이디알(Internationalistisk Ideale)을 초대해 욘(Jorn)의 “La Langue Verte et la

Cuite” 출판을 주제로 하는 판화와 비디오 설치를 하도록 했다. 우리는 인터내셔날스틱 아이디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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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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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두 멤버 중 한 명인 마리 콜렉 이베르센(Marie Kølbæk Iversen)을 만나 그의 작업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마리는 프로젝트팀 인터내셔날스틱 아이디알과 별도로 개인 설치 작가로 활동한다.

폐회로의 사운드와 영상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대형 설치 작업을 비롯해 사진, 그래픽, 영화, 다양

한 매체의 중재와 중매, 인식과 표현의 개념과 과정들을 탐구한다.

(왼쪽)오피신의 책 제작 공방 모습

(가운데, 오른쪽)오피신 전시 공간 전경

우리는 오피신과 함께 공간을 나눠 쓰는 다른 작가들을 소개받았는데 먼저 퍼포먼스적인 설치 조

각으로 작업하는 어 카센(A Kassen, www.akassen.com/)을 만났다. Christian

Bretton-Meyer, Morten Steen Hebsgaard, Søren Petersen, Tommy Petersen 네 명의

남자 작가로 구성된 A Kassen의 특징적인 활동은 전시 공간 밖에서 이뤄지는 예측불허의 행위들

이다. 이를테면 <Drip>이라는 퍼포먼스는 전시장 천장 위에 와인 저장고를 설치하고 천장에 작은

구멍을 뚫어 그 구멍으로 화이트 와인이 똑똑 떨어지게 설치해둔 후, 그 아래에 와인잔을 든 할아

버지를 세워 놓는다. 전시의 오프닝에 온 손님들은 처음에는 할아버지의 존재나 행동에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상황을 알아채고 나면 황당함을 느낀다. 또 어떤 작업은 건물 밖의 공공 가로등

의 기둥을 돌려서 기둥 부분은 건물 밖에 세워두고 램프는 2층의 발코니 안으로 들여놓는 식의

황당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어떤 전시에서는 갤러리 전시장의 창문틀을 모조리 분리해서 모

아다가 작품으로 만들어 전시장의 중앙에 설치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위는 미리 예고되지 않고, 전

시와 별개의 것일 수 있다. 그리고 유머와 충격(놀램)의 강한 요소들을 포함한다. A Kassen은 그

들 스스로 행동을 취하는 대신에 주로 엑스트라를 쓰거나 그들이 조작한 괴상한 기계를 사용하기

도 한다.

또한, 폴란드 출신 작가인 토프 스토르치(Tove Storch,

http://nilsstaerk.dk/artists/tove-storch/)는 오피신의 책 공방을 활용해 자신이 만든 책들을

보여주었는데, 하나는 어느 집(놀라운 우연은 이 집이 바로 필자가 앞서 소개한 코펜하겐 집의 주

인이자 사진작가인 Mett Juul의 집이었던 것)의 모든 사물, 이를테면 열쇠와 열쇠고리, 문턱, 책

상 귀퉁이 등을 복사기로 카피해서 그것들을 묶어 만든 책이었고, 다른 하나는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다양한 톤의 블루 잉크를 한 페이지씩 판화로 찍어내 만든 책이었다. 그의 책은 일반적인 문

자가 아닌 그가 택한 시각적 언어들이 텍스트로써 읽혀지는 새로운 형식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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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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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작품 설명 중인 Tove Storch

(가운데, 오른쪽) Tove Storch가 만든 책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편]

네덜란드, 대중 친화적인 공립 미술관들

네덜란드에서는 다양한 공립 기관들을 방문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국립 미술관으로

800년 역사를 지닌 네덜란드 미술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라익스 미술관(Rijksmuseum)과 국제

적으로 손꼽히는 현대미술관으로서 순수예술과 디자인 분야를 아우르는 스테델릭 미술관(Stedelik

Musuem)을 방문하였고, 네덜란드 제2의 도시 로트르담에서는 세계적인 콜렉션을 보유하고 있으

며 이를 바탕으로 대중을 위한 순수미술과 디자인의 현대·동시대예술 전시를 보여주는 보히만스

미술관(Mseum Boijimans)과 디자인과 혁신이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건축, 디자인 및 타 영역 간

학제적 프로젝트들을 통해 디자인의 분야와 관련된 폭넓은 주제들에 대한 전시를 기획하는 헷 뉴

인스티튜트(Het Niewe Instituut)를 살펴보았다. 그 외에도 아인드호벤에 위치해 있는 반 아베

미술관(Van Abbe Museum)과 국가 지원으로 운영되는 중소규모의 예술 공간들을 다수 방문했

다. 방문했던 모든 기관이 각자 분명한 정체성과 방향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자기의 규모와 위치에

맞게 매우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방법으로 가치를 실현하고 있었다. 건축과 공간 디자인, 그래픽디

자인, 디스플레이 등 시각 문화 전반에서 느낄 수 있는 무수한 표현 요소들의 귀중한 경험들을 필

자가 가진 언어 능력의 한계 탓에 직접 눈과 몸으로 체험한 바와 같이 지면에 모두 옮길 수 없다

는 것이 아쉽다. 본 보고서에서 필자는 각 미술관에 대해 이해한 대략적인 인상을 정리하기보다는

네덜란드 방문에서 유독 인상에 남는 사진미술관 폼(Foam)에 대해 더 집중적으로 조사 내용을

정리함으로써 대중 친화적인 공립 미술관의 사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폼 미술관 Foam, Photography Museum Amsterdam

암스테르담 시내에 위치한 사진미술관 폼(Foam, www.foam.org) 은 사진가, 사진 편집자, 디자

이너, 그리고 모든 사진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전시, 출판, 사진계의 동시대적 주제와 관련한 특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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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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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들을 진행한다. 역사적인 유명 사진작가들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젊은 작가들의

발굴과 지원을 위한 전시 프로그램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2007년부터는 폴 허프(Paul

Huf) 수상제를 시행하여 35세 이하의 젊은 사진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통로를 마련하고 있다.

미술관의 1층은 소장 작품전이 이뤄지고 있고, 2, 3층에서는 젊은 작가를 선정해 소개하는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2층에 전시 중인 리차드 모스(Richard Mosse)의 전시는 콩고의 내전을 다룬 비

디오 설치와 사진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작품의 독특한 이미지적 연출과 사회 문제의 다큐멘터

리적 접근이 잘 조합되어 있는 지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또한, 아네긴 반 두른(Annegien Van

Doorn)은 설치와 영상을 통해 특정 상황 속에 놓인 일상적 사물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정치적 사

회적 심리적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왼쪽부터)폼의 건물 외관, 폼 건물 내 계단, 리차드 모스 전시 전경, 아네긴 반 두른 전시 전경

1) 폼 매거진 Foam Magazine

폼은 암스테르담 시내에 있지만 온라인 공간뿐 아니라 잡지 발행을 통해 이곳에서 생산한 탄탄한

콘텐츠를 전 세계적으로 배포하고 있다. 국제 예술계에서 폼이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는 데는 무엇

보다 이 기관에서 발행하는 공신력 있는 잡지의 영향이 크다. 특정 주제를 가지고 일 년에 세 번

발행되는 이 잡지는 엄선된 다양한 사진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수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 사

진계의 전문가와의 인터뷰 및 기고 등 탄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인쇄 매체가 발달한

네덜란드답게 뛰어난 그래픽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으며, 내용에 따른 종이를 사용하는 등 프린트의

방식 역시 눈에 띄는 잡지이다.

2) 폼 에디션즈와 언씬 아트 페어 Foam Editions & Unseen art fair

필자에게 폼의 방문이 인상 깊게 남는 가장 큰 이유는 공익성과 상업성이 공존하는 공간의 운영

방식의 때문이었다. 폼은 작품을 구매해 소장하고, 작가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전시를 보

여주며,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등 공공의 미술관 임무를 수행하는 한편, 미술관 건물 맨 위층에

사진 작품 판매 공간인 폼 에디션즈 공간을 운영함으로써 컬렉터들에게 다양한 작품들을 판매하기

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진아트페어인 언씬 아트페어(Unseen art fair)를 개최하기도 한다. 이

아트페어는 올해 9월 3회째를 맞으며, 기존의 상업 갤러리뿐 아니라 예술가 운영 공간도 참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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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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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폼은 사진이라는 영역 내에서 전문적인 컨텐츠를 확보하고 이를 다양한 통로로 배포 확산시키

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아트 페어나 시장과의 연결 역시 그러한 노력 일부로 해

석되었다. 단지 수익을 위한 판매가 아니라 공간 운영의 분명한 목적을 지켜가면서 확산과 공유의

방식으로 시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왼쪽)폼 미술관 입구에 있는 북 샵

(가운데, 오른쪽)폼 에디션스 공간 모습

3) 펠릭스 앤 폼 Felix & Foam_공간의 확장을 넘어선 영역의 확장

암스테르담 시는 폼에게 2014년 4월부터 6개월간 암스테르담 시내에 있는 역사 깊은 건물 펠릭

스(Felix)의 문화 프로그램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고, 폼은 사진, 영상, 영화 패션, 디자인을 비롯

해 다양한 예술가들, 그리고 다양한 영역의 파트너들과 함께 이곳을 문화 예술의 공간으로 바꿔놓

았다.

(왼쪽부터)펠릭스&폼의 건물 외관, 건물 내 1층 북 샵, 입구 통로

사진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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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아 2014 결과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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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의 1층에는 폼 미술관의 북 샵과, 폼 에디션스를 섞어 놓은 듯한 공간을 구성했고, 그보다

안쪽에 있는 이전의 콘서트홀이었던 넓은 공간에는 사진 전문 미술관답게 젊은 사진작가들을 소개

하는 두 개의 사진전을 기획해 보여주고 있었다. 2층과 3층에는 예술가들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운

영되는 디자인샵 및 패션샵이 있다. 건물의 4층에서는 폼의 위원회 구성원이기도 한 줄리엣 용마

(Juliiette Jongma, 줄리엣 용마 갤러리 대표)가 기획한 필름 스크리닝이 진행된다. 필자는 암스

테르담 방문 공식 일정을 마친 뒤 5월 29일 저녁 필름 스크리닝 연계프로그램인 작가 토크 자리

에 방문했다. 쉬차드 다우드(Shezad Dawood)의 <New Dream Machine Project> 작품을 이

공간에서 낮 동안 계속해서 상영하고, 전시 기간에 하루 저녁 약속된 시간에 작가와 일반 대중이

모여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펠릭스&폼은 전시 공간, 레스토랑이나 서점, 디자인 샵 등 공간 운영 프로그램의 내용이 현대미술

맥락에서 매우 기발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공공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그러나 진지함을 잃지 않으

면서 예술을 누리도록 하는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책이나 작품을 판매하고, 상품을 판매하고, 레스

토랑을 운영하는 식의 상업적 요소들도 이윤 추구의 목적보다는 이용자가 적당한 가치를 지불하고

예술의 향유에 동참하게 함으로써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식이라 생각된다.

(왼쪽)펠릭스&폼 공간 계단

(가운데)필름 스크리닝 공간 내부 모습

(오른쪽)작가 토크 현장

글. 배세은

월간 퍼블릭아트 잡지 기자로 활동하였고(2007~2008), 2010년 서울문화재단지원으로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눈먼자들의 도시>를 기획했다. 인터알리아 어시스턴트 큐레이터(2010)에 이어

현재 갤러리잔다리에서 큐레이터로 재직 중이다. 본고는 한국 현대미술의 해외진출과 국제교류

활성화를 위해 프로젝트 비아(Project VIA)가 지원한 개인리서치에 대한 결과보고서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 본 기사에 수록된 사진 및 글의 저작권은 필자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 있습니다. 사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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