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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개발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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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경북개발연구(제5호) 75대구경북개발연구원 2000. 12.

    지역미술제의 현황과 과제

    - 대구 봉산미술제 를 중심으로 -

    민 주 식 *1)

    Ⅰ. 머리말

    Ⅱ. 봉산미술제의 역사적 배경

    Ⅲ. 봉산미술제의 실태 분석

    Ⅳ. 봉산미술제의 개선방향

    Ⅴ. 맺음말 : 지역미술제의 활성화

    목 차

    Ⅰ. 머리말

    지금까지의 우리 나라 문화정책이 주로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이며 대국민 홍보사업

    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는 비판이 다양한 방식으로 제기되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 각자의 생활과 직결되는 문화인식과 실천적인 문화논의를 촉진하고

    자 하는 전제 아래,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지역문화, 그리고 시민 운동으로서의

    지역문화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표명되고 있다.

    지역 문화 행사 가운데 특히 축제는 지역 정체성 형성과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

    여하고, 지역을 홍보하며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가져다주는 등 그 의의가 크다. 이런 이

    유에서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로 전국적으로 중요한 행사로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역

    마다 제각기 특수성을 살려 축제의 양적인 발전을 가져온 것은 반가운 일이나, 그 반면

    에 자칫 식상하고 질적 저하를 가져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1)영남대학교 조형학부 교수

  • 76 대구경북개발연구(제5호)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지역문화의 개발과 놀이문화의 진작을 위하여 축제는 지속

    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행사를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목적을 갖고 추

    진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실행상의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점차 완숙한 행사로 자리를 잡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

    본 연구에서는 대구광역시의 문화 1번지라고 말할 수 있는 봉산동에서 1993년 이후

    실시해오고 있는 봉산미술제의 현황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발전방안을 생각해보고자 한

    다. 우선 이 지역미술제를 뒷받침해 주는 역사적 근거들을 찾는 일환으로 중구 봉산동

    255번지 일대에 20여개의 화랑이 모여 들게된 동기와 이곳이 1991년 문화부에 의하여

    문화의 거리로 지정되어진 배경을 알아보고, 봉산미술제가 열리는 봉산동 화랑거리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뿌리를 찾아내어 지역의 이 미술제가 타지역의 미술제와 어떤 차별

    성을 가질 수 있는지 그 이유를 제시하고, 나아가 봉산미술제가 앞으로 대규모 아트 페

    어(Art Fair)로 성립 발전해 감으로써 명실상부한 지역의 미술축제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요컨대 축제로서의 제반 기능을 다할 수 있게끔 그

    발전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이와 함께 대구 지역에서의 유화(oil painting) 도입기로부터 현재까지의 미술계의 활동

    사항을 개관해 봄으로써 지역미술계의 정체성을 확인해 보는 계기도 될 것이다.

    먼저 봉산미술제를 주관하는 운영위원회의 실태와 그 전반적인 운영안을 살펴보고,

    타지 역 및 해외 상업화랑들이 주최하여 실시하는 미술제와의 비교를 통해 지역 미술

    제의 내용 및 환경적 여건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지역민과 함께 가꾸어

    나가고 그 문제점을 합심하여 풀어 나감으로써 타지역에서 성공한 축제의 모방이 아니

    라 지역의 독자성을 갖춘 특색있는 봉산미술제가 될 수 있는 활성화 방안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또 미술제 관련자 및 참여자들이 미술제에 지역민의 요구를 수용하고 이에 맞는 행사

    지도를 구체화시켜 봉산미술제가 단지 상업화랑들만의 축제라는 한정된 시각의 틀에서

    벗어나 지역미술과 문화의 중심축이 되어 타지역민은 물론 외국인들까지도 관람자로 흡

    수할 수 있는 방안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직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관련 화랑들이 어떻게 하면 미력하나마 제각기 전

    문성을 확보하여, 단일적이고 획일화되어 있는 좁은 시야를 벗어날 수 있는지 깊이 생

    각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미술제는 화랑과 작가 그리고 컬렉터 및 일반 관람자들간에

    좋은 유대관계를 맺어주는 촉매자로서 지역민을 위하여 계획된 서비스 플랜(Service

  • 지역미술제의 현황과 과제(민주식) 77

    Plan)으로 고객층은 물론 불특정 다수의 관람객까지도 고려하면서 적극적인 자세로 지

    역민의 문화적 향수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봉산 문화의 거

    리에 있는 화랑들이 지역의 훌륭한 미술문화의 맥을 살려 내면서 한편으로 전문적인 미

    술문화와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 대중 미술문화를 동시에 소화시켜 건전한 미술문화 보

    급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지역의 청년 미술학도들을 봉산미술제에 적극적으로 동참시킬 수 있

    는 방안을 강구하여, 이들을 미술제에 유용하게 활용하면서 젊은이들로 하여금 생동감

    넘치는 예술적 창조력을 고취시키고, 나아가 세대간과 계층간의 화합의 장이 되도록 봉

    산미술제가 그 가교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봉산미술제를 주관하고 있는 영세 화랑들이 재원 마련을 위하여 어떠한 방안을

    가지고 있으며, 후원업체 내지 지원기관이나 민간 단체들의 관심을 촉발시켜 나갈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Ⅱ 봉산미술제의 역사적 배경

    1. 문화의 거리 봉산동의 내력

    산업화 운동의 가속화로 경제가 발달하면서 생활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배경아래 우리 나라에서 문화시

    책으로 공식적으로 문화의 거리가 논의된 것은 1990년 문화부가 독립부처로 활동하면서

    부터이다. 우리 나라에서 문화의 거리로 지정되어진 지역은 전국 35개 도시의 47개 거

    리가 있다. 현재 지정 관리되고 있는 문화거리를 특성별로 보면, 첫째로 역사적 유적 중

    심으로 한 문화거리, 둘째로 근래에 형성된 도시 안에 문화예술 활동이 자연스럽게 집

    중된 거리, 셋째로 전통적으로 뿌리 깊은 문화자원은 별로 없지만 새로이 건립되어진

    문예회관, 미술관 등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정책적으로 새로운 문화의 거리로 만들려

    는 시 당국의 계획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지역으로 구분된다. 봉산동은 그 가운데 서울

    대학로를 비롯하여 광주, 부산 등의 경우와 1991년에 문화의 거리로 지정되었는데, 이곳

    은 20여개의 화랑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서 문화예술활동이 자연스럽게 집중된 거리에

    속한다.

  • 78 대구경북개발연구(제5호)

    봉산동 화랑 골목에 문화예술 활동이 자연스럽게 집중될 수 있었던 것은 어제 오늘의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옛부터 이곳은 도심이면서도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라 미술

    인들의 작품활동 공간이 될 수 있는 주거지로서의 알맞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실제로 다른 동네보다 많은 화가들이 살고 있었다. 1959년 서석규 화백이 현 동아백화

    점 옆 최귀복 사진관 자리에서 ‘대구미술연구소’를 개원한 후 1963년에 지금의 봉산문

    화거리로 이전하여 현재 새마을금고가 있는 곳으로 옮겨와 ‘현대미술학원’으로 개명하

    여 자리를 잡았다. 70년대 중반까지 지금의 봉산문화거리에는 20여개의 화실들이 자리

    잡아 활동하였으며, 여기에서 많은 화가와 연구생들이 활약해 왔다. 1981년 ‘현대미술학

    원’이 폐원되자 이곳 봉산동 255번지 일대에는 몇 군데의 표구상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그런 중에 현재 봉산동 문화거리 안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준 있는 ‘동원화랑’이

    1982년 이곳에서 화랑문을 연 뒤로 2-3년이 지나자 화랑들이 하나, 둘 다시 자리잡기 시

    작하였다. 오늘날에는 규모가 작고 경영에 있어서도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22개의 화랑들과 30여개의 문화관련 점포들이 지역 미술문화의 모습을 유지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또한 봉산 문화거리는 교통이 편리하면서도 버스나 짐차같은 대형 교통수

    단이 길에 들어 설 수 없게끔 되어있고, 폭 8m 소방 도로와 남, 북 도로 길이가 600m로

    문화부가 내세우는 요건을 함께 갖추고 있다.

    원래 봉산(鳳山)이란 명칭은 현 제일여중에 소재한 자라바위가 있는 산을 말했던 곳

    으로, 대구부 동상면의 지역이었으나 1914년 행정구역의 폐합에 따라 남성리(南城里) 일

    부를 분할하여 봉산정(鳳山町)이라 하다가, 1946년에 봉산동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곳은

    연귀산(연구산), 운구산, 자라바 우산(자라 바위산)이라는 또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다.

    1991년 문화의 거리로 지정된 봉산동 화랑 골목을 살펴보면, 우선 주변 남쪽에는 예

    로부터 그 모양이 갓 쓴 노인 같다고 해서 삿갓바위 즉 입암(笠岩)이 있다. 즉 기복신

    앙, 기자신앙 의 대상물이었던 건들바위(笠岩, 대구 기념물제2호)가 있다. 남서쪽으로는

    유교 선현의 정신 이 서려있는 곳인 향교(대구 문화재자료제1호)가 자리잡고 있다. 요

    컨대 옛것과 현대가 어우러질 수 있는 문화의 거리로서 빼어난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재미있는 전설도 가지고 있다.

    대구는 신라와 고려 때 일개 ‘현(縣)’이던 것이 조선시대에 이르러 세종 원년에 ‘군

    (郡)’으로 승격하였다. 연귀산은 민중들의 한과 바램들을 들어 주었던 영험있는 자라바

    위가 있는 곳이다. 옛 문헌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與地勝覽)』에 의하면, 대구부

    남쪽 3리[府南三里]에 위치하고 있고 대구를 지키는 진산(鎭山)으로써 읍을 창설 할 때

  • 지역미술제의 현황과 과제(민주식) 79

    돌거북을 만들어 산등성에 머리를 ‘남’으로 꼬리를 ‘북’으로 묻어서 지맥을 통하게 한

    까닭에 이을‘連’, 거북‘龜’字를 써 ‘연귀산(연구산)’이라 했다고 적혀있다. 이 기록으로

    보아 문화의 거리 남쪽 건들바위와 지금의 제일여중 자리가 대구의 성소 ‘연귀산’이었

    음을 알 수 있다. 생각컨대 달구벌에 삶의 터전을 마련할 때 지세를 살펴 본 결과 남과

    북으로 이어지던 지기(地氣)가 ‘연귀산’에서 흩어져 자손만대에 복락을 누릴 만한 곳이

    못되는지라 인공 돌거북으로 허(虛)를 메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대구읍지(大丘邑

    誌)』에 의하면, 이 곳은 성황단(城徨壇)으로 ‘기우제’를 지내던 곳으로 당시 지역에 불

    이 자주 나자 불과 상극인 물에 사는 ‘거북’을 가져다 놓았다는 설도 있다. 이렇듯 흥미

    로운 설화를 가진 ‘연귀산’은 또 다른 이름도 함께 갖고 있다. 달맞이하는 산이라 하여

    ‘월견산’이라고도 불리웠으며, 순종(純宗, 재위 1907-1910)때부터는 점심 시간을 알리는

    오포(午砲)를 발사하였던 곳이었기에 ‘오포산’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봉산미술제에서는 제4회 때부터 지역의 신성한 ‘연귀

    산’의 정신을 살려내어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거북형상을 캐릭터화 함으로써 지

    역의 미술문화 축제의 상징물로서 사용하였다.

    2. 대구화단과 봉산미술제

    우리 나라 근대 미술을 돌이켜 보면, 1910-1920년대에 서양식 미술 즉 ‘유화’라는 새

    로운 매체를 이용한 미술의 전개가 서울, 평양, 대구를 중심으로 본격화하였다. 특히 수

    채화 분야에 각별한 주목을 받으며 발전한 대구 화단은 1920년대 ‘영과회(零科會)’라는

    그룹활동을 필두로 1930년대 ‘향토회(鄕土會)’로 전통을 이어지게 하면서, 다른 지역의

    미술그룹 예컨대 평양의 ‘삭성회’와 대비를 이루면서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

    했다.

    1920년대 초 ‘유화’의 탄생과 함께 화단이 형성된 대구 지역은 화단의 층이 두터워지

    면서, 비록 전통미술분야가 위주였지만 ‘교남시화연구회’ 같은 예술인의 단체활동이 있

    었으며, 이때 벌써 고서화 및 서화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과거의 진부한 미술을

    지양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가 담긴 명칭인 ‘영과회’의 전통을 이어받으면

    서, 순수한 예술세계를 지향한 화가들의 집결체인 ‘향토회’를 주축으로 지역 미술계는

    발전해 나갔다. 그런 가운데 1923년 ‘노동공제회관’에서 개최한 ‘대구미술전람회’에서는

    서양화부에 43점이라는 작품을 전시하는 왕성한 의욕을 보였다. 또한 당시로서는 지방

  • 80 대구경북개발연구(제5호)

    작가들에게도 작가적 위상을 상승시킬 수 있는 균등한 기회의 제공처이기도 했던 일제

    강점기의 총독부 주관 ‘조선미전’에도 지역의 화가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그리고

    1926년에는 지역의 첫 유화 개인전이 ‘대구교남기독교청년회관’에서 개최되기에 이른다.

    대구 지역은 우리 나라 현대미술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도시이다. 서울,

    평양에 이어 현대미술을 초창기에 받아 들였고, 이후의 현대미술에 많은 좋은 작가들을

    배출시킨 도시이다. 그리고 1970년대 우리 나라 최초로 ‘현대미술제’를 여는 등 현대미

    술의 선구적인 면모를 보였었다. 1920년-1930년대의 이인성, 서진달, 서동진 등 뛰어난

    화가들이 활약하며 초창기의 현대미술을 주도했던 시절을 미술인들은 누구나가 자랑한

    다. 그러나 근래에 이르러 지역미술의 뿌리깊은 전통을 더 이상 유지 발전시켜 나가지

    못한 채 오직 전통을 가졌던 시절이 있었다는 추억으로만 그쳐졌을 뿐 빠르게 변화해

    가는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지역미술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의 미술로 안주함으로써 80년대부터 부진한 상

    태로 침잠한 나머지 단지 명목상의 미술인구만 늘려가는 기현상이 이어졌다. 기존에 누

    적되어 있는 미술인구를 비롯하여 지역의 여러 대학에서는 해마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배출된다. 미술에 대한 인적자원의 규모가 서울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한때는 대학을

    졸업한 젊은 작가들이 학원이나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도 작품 활동만을 통해서 생계

    가 가능했던 유일한 지방 도시였던 지역이 지금은 오히려 지나치게 방만한 미술인구와

    척박해진 경제여건 및 지역민의 미술문화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로 인하여 황폐해져

    가고 있다. 이제 이러한 풍부한 인적자원을 지역의 미술제인 봉산미술제에 연계시켜 활

    용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일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때 훌륭한 미술문화가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1972년 미술관․박물관 진흥법이 발표되었으나 당시 대구는 공립 또는 시립미술관이

    없는 상태였다. 우리 나라에서 세 번째 도시인 이 지역의 허탈한 문화현실을 그대로 말

    해주는 사례이다. 세계는 정보화 시대를 꽃피우면서 한편으로 여가문화의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과학 기술과 지식이 축적되고 경제적 사회적 부가 증대되면서 여가를 가지

    고 삶을 즐기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가문화의 꽃으로 관광을 꼽

    을 수도 있겠으나, 시민들이 함께 다가갈 수 있고 삶의 질과 품위를 높여줄 수 있는 것

    은 문화예술이다.

    현재 대구에는 ‘달구벌축제’를 비롯하여 크고 작은 행사들이 있다. 이러한 축제행사는

    모두 시(市)나 구(區)별로 필요에 따라 만들어낸 관(官) 주도의 행사였다면, 오직 하나

  • 지역미술제의 현황과 과제(민주식) 81

    봉산미술제만은 시(市)나 구(區)의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닌 봉산문화거리 안의 화랑들이

    자체적이고 자생적으로 일구어낸 민간 주도의 축제행사이다. 여기에는 공, 시립미술관이

    라는 구심점이 되는 배경적 후원도 없다. 단지 20여개의 소규모 영세 화랑들의 힘을 모

    아 가꾸어온 노력의 결실이다.

    우리 나라 ‘미술제’의 전신은 1921년 ‘서화연구회전람회’이다. 이 전람회를 시작으로

    1922년 ‘조선미술전람회’ 약칭 ‘선전’이 개최되었으며, 이것이 해방후 ‘대한민국전람회

    (국전)’로 이어졌다. 그 시대의 전람회들은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축제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다행히도 1972년 8월 14일 법률 제2337호로 ‘문화예술진흥

    법’이 제정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 범위 안에서 문화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 또는 활동이나 시설에 대한 소요 경비 일부를 보조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러한 분위기도 잠깐이었다. 국가적 외환위기로 인하여 봉산미술제에 정부의 문화기금

    지원이 힘들어 지면서 1998년부터는 시에서 약간의 지원을 받는 것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러한 악조건과 지역민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봉산미술제를 모처럼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축제로까지 가꾸어 온 힘들고 어려웠던 실천적 노력이 무산되어 버리지 않고 보다

    활기찬 미술문화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게끔 다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봉

    산미술제가 활성화되어 지역에 건전한 미술문화에 대한 인식과 보급이 확산된다면, 현

    재 계획하고 있는 ‘대구시립미술관’의 기능도 제 몫을 할 것이다. 민간 주도의 미술축제

    가 정착될 때 참다운 의미의 지역문화 발전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Ⅲ 봉산미술제의 실태 분석

    1. 봉산미술제의 취지

    봉산 문화거리 운영위원회는 대구 명소인 봉산문화거리 발전과 시민 문화공간으로서

    의 정 착을 위하여 새로운 작품성의 발굴과 지역주민 및 시민들의 문화행사에 대한 관

    심과 참여를 높여 21세기에도 대구가 문화도시로 지속적인 발전을 계속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1993년이래 지금까지 8회째를 맞이했던 봉산미술제는 이제 명실상부한 대구 미술과

    문화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의 문화거리에 대한 인식도는 아

    직도 흡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안으로는 화랑 경영주와 미술인들의 공동체적 유대감

  • 82 대구경북개발연구(제5호)

    의 고취가 필요하며, 밖으로는 대구광역시와 자치구의 지역문화 부양책이 절실히 요구

    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 시민들이 편하고 자연스럽게 올 수 있는 거리, 항상 볼거리가

    있는 거리, 타지역민이 대구에 오면 명소로 기억되는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미

    술문화가 생활 속에 어우러지는 실천의 장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취지를 바탕으로한

    봉산미술제가 계속하여 지향하는 내용으로 같이 세 가지 점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 그림이 있는 거리이다. 봉산문화거리는 볼만한 그림이 있는 거리이다라는 등식

    을 일반 지역민들로 하여금 마음속에 갖게 한다.

    둘째, 신명이 넘치는 거리이다. 미술과 더불어 타쟝르의 문화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신명이 살아 꿈틀대는 거리이고자 한다.

    셋째, 생활미술의 실천장으로서의 거리이다. 쉽게 접근하고 이해 할 수 있는 생활미술

    을 만날 수 있는 거리이고자 한다.

    2. 봉산미술제의 행사운영

    봉산미술제의 운영 조직은 봉산문화거리 안에 있는 22개의 각 화랑 대표들로 위원회

    를 구성하고 있다. 운영위원회는 회장, 부회장, 감사, 사무국장, 재무이사, 홍보이사, 내

    무이사를 두고 있다. 집행부의 임기는 2년으로 하고 있다. 한달에 한번 정기적인 회의를

    개최하여 봉산문화거리에 관한 모든 일들을 토의, 처리하며 특정사항이 있을 경우에는

    수시로 소집된다.

    봉산미술제의 행사개요(2000년기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행사명 : 「2000봉산미술제(BONGSAN ART FAIR 2000)」

    ∙ 슬로건 : 그림이 있는 거리, 신명이 넘치는 거리, 생활미술의 실천의 장으로서의 거리

    ∙ 일 시 : 2000. 10. 13~22(10일간)

    1회~3회까지는 10.7- 10.17일 달구벌 축제기간과 같은 날 실시하였으나

    시에서 다른 날로 옮겨 줄 것을 요청함에 따라 위의 날짜로 변경되었다.

    ∙ 장 소 : 봉산문화거리

    ∙ 주 최 : 봉산문화협회

    ∙ 주 관 : 대구광역시 중구청

    ∙ 후 원 : 대구광역시, 한국미협대구지회, 한국화랑협회

    ∙ 협 찬 : 지역업체

  • 지역미술제의 현황과 과제(민주식) 83

    위와 같은 개요 아래 각 화랑기획전(봉산문화거리내 각 화랑) 및 결식아동돕기 특별

    전이 있었다. 개막행사로 개막일에 문화거리 안에서 열림풍물굿 및 퍼포먼스, 개막식,

    거리풍물굿으로 이어졌다. 사이버 갤러리 http://www.bongsan.co.kr를 운영하여 봉산문화

    거리의 전체 행사를 알아볼 수 있게 하였다. 한편 행사와 관련하여 각 화랑에서는 주

    요작가 및 소장품을 전시하며 작가와의 만남을 통한 직접적인 참여의 시간과 공간을 마

    련함으로써 각 참여화랑의 출품작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화랑협회 회원 화랑의 2대 축제가 있다.

    상반기 5월 미술제와 하반기 10월 미술제 즉 서울 화랑 아트 페어(Art Fair)가 있다. 이

    행사는 외국의 일부 아트 페어처럼 상업적인 색채가 뚜렷한 미술품 유통의 장으로 개별

    화랑 추천작가들의 합동 전시장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성격의 미술제는 지방마

    다 그 지방의 고유한 명칭을 가지고 대개 5월, 10월 두 차례에 걸쳐 개최하고 있다. 대

    구의 봉산미술제는 서울의 화랑미술제와 같이 10월 행사에 속한다. 봉산미술제가 신진

    작가 발굴, 중진급작가 활동공간의 제공, 지역작가들의 창작의욕 고취, 시민들의 미술에

    대한 이해 증진, 생활미술 실천의 장 그리고 문화거리 활성화에 그 목적을 두고 있지만,

    실제 내용에 있어서는 그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 그리고 신진작가들이나 외국의 작가들

    에 대한 기회 제공은 매우 인색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지역미술제로서의 성격이 뚜렷하게 부각되지 못하고 타지역 미술제

    와 구별되는 독특한 차별성도 없다. 따라서 작품판매를 위한 대동소이한 행사로 비추어

    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민간 주도의 행사이지만 화랑의 영세성으로 인하여 관(官)

    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기업의 협찬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서 일부 화랑들은 작품성보다는 일부 고객의 기호에 맞추어 전시작가를 선정하는 경향

    이 있다. 또 일부에는 화랑들 간에도 아무런 차별성 없는 천편일률적인 매너리즘에 빠

    진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데, 이것이 해마다 반복되는 인상을 주어 미술제 행사에 대한

    흥미를 감소시키고, 일반 대중이나 시민들에게 미술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의 폭을

    넓혀 주지 못하고 있다.

    또 홍보의 미흡으로 전국적인 행사로 발돋움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역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미술제가 미술과 대중의 만남을 주선하며 나아가 지

    역간의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이루어 내며 또한 미술이 어렵고 가까이 하기 힘들다는

    인식을 깨뜨려 일반인들로 하여금 화랑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기에는 아직도 그 역할이

    미흡하다. 이러한 다소 빈약해 보이는 내용의 봉산미술제가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

  • 84 대구경북개발연구(제5호)

    는 시민과 미술이 만나는 문화 한마당으로서, 비즈니스의 장으로서 또 축제의 공간으로

    서 미래 지향적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3. 봉산미술제의 당면 문제

    대구지역은 경주의 신라문화, 인근 고령의 가야문화와 경북 북부지역의 유교문화가

    조화를 이루어 온 역사적인 도시로서, 특히 조선 말기와 근대화 시기에는 내륙의 중심

    지이면서 교육의 중심지로서 많은 인재를 배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명실상부한 문화도시

    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근대 이후 서양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미술문화

    의 선구적이고도 주도적인 역할을 행했으며, 현대미술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킨 도시이

    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역미술의 특성이 무엇이냐고 물어 온다면, 답변할 수 없는 현실

    을 부정할 수 없다. 최근에는 지역미술을 말할 때 보수성과 폐쇄성의 미술이라고 일컫

    기도 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서양화 도입기는 물론이고 그 이후의 지역의 미술계는 전통적으로

    고수해 오던 구상 위주의 화단을 탈피하여 한편에서는 다양한 매체와 양식의 실험 등을

    과감하게 펼쳐 나가는 현대미술 운동의 열기가 어느 다른 지역보다 고조되었음은 주지

    의 사실이다. 단지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들의 노력을 뒷받침해 주고 보호, 육성, 발전시

    켜 줄 수 있는 정책적 배려와 미술에 대한 주변환경과 여건의 조성에 대한 인식의 부족

    으로 인하여, 그동안 지역미술계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정체되어 온 현실이 안타깝

    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로 모색될 수가 있겠으나, 실제적인 면에

    서 활기찬 지역미술제의 운영은 우리에게 친근하면서도 효과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축제란 흔히 생각하기 쉬운 범속한 일상생활 속의 행사가 아니다. 축제는 근원의 문제

    이며 집단 구성원의 아이덴티티와 만나는 것이다. 그러기에 축제는 단순히 떠벌리는 판

    놀음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의식을 고취시키며 단결과 단합 및 공동체 의식을 드높이는

    계기를 마련하여 준다. 그래서 세대간, 계층간, 시공간의 대립과 분열 그리고 갈등을 공

    동체라는 테두리 속에서 순화시킬 계기를 마련하여 준다. 이러한 축제의 의미와 기능을

    고려해 보면 미술문화의 현실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우리 지역의 미술제에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우리는 이미 우리 지역에 존재하고 있는 미술제

    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통하여 지역의 미술문화를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대구지역은 타지역의 미술제와 차별화 시켜 나갈 수 있는 든든한 역사성의 근원을 가지

  • 지역미술제의 현황과 과제(민주식) 85

    고 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인적 구성원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문화적인 저력이 있는 곳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과 지역민을 하나의 공동체 구성원으

    로 엮어 낼 수 있는 축제행사의 하나로 봉산미술제가 봉산문화거리에서 개최되고 있다.

    지역의 미술제 즉 봉산미술제가 축제의 기본구조로서의 역사성과 지역적 요소 그리고

    미술 인적구성과 함께 새로운 시대, 새로운 축제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여러 가지

    문화적인 요소를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런 만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미술문화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여 주고 오락, 낭비, 방종, 전시

    용이 아닌 창조적이고 재생산적인 시간과 공간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1993년에 시작하

    여 벌써 8회째를 맞이한 봉산미술제가 지역미술의 발전과 지역민의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더 나아가서 과거처럼 우리 나라의 미술문화의 선도적 역할을 하는 미술축제로

    거듭 날 수 있도록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지역의

    역사성을 토대로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 궁극적으로 세계적 규모의 아트 페어가 되

    도록 미래지향적인 기틀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현행 봉산미술제의 문제점

    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이 지적될 수 있다.

    1. 지역의 역사성을 토대로 한 특성있는 미술제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2. 짧은 준비기간으로 미술제 전반에 걸쳐 기획력이 부족하다.

    3. 미술제에 참가하는 화랑들의 비전문화로 여러 장르의 작품을 보여 주지 못한다.

    4. 과감한 작품 선택과 참신한 작가 발굴로 미술제를 연계시키지 못하고 있다.

    5. 미술제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 빈곤으로 관람객 유치가 힘들다.

    6. 미술제에 대한 작가들의 호응도 및 지역민의 인식도가 부족하다.

    7. 화랑과 작가, 화랑과 관람객간의 지속적인 가교 역할을 못하고 있다.

    8. 미술제 기간 동안 미술 인적 구성원 및 후원단체의 활용책이 미흡하다.

    9. 미술제가 추구하고자 했던 원래 취지는 상실되고, 화랑의 영리성에만 취중된 듯한

    인상을 준다.

    10. 미술제가 정보 교환의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해 내지 못하고 있다.

    11. 미술제 이후의 미술시장 경기와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12. 홍보전략이 미흡하다.

  • 86 대구경북개발연구(제5호)

    Ⅳ. 봉산미술제의 개선방향

    지역의 미술제가 열리고 있는 봉산동 문화거리에는 미술제가 꽃필 수 있는 원천이 되

    는 역사성이 있고 지역과 지역민을 하나의 공동체 구성원으로 엮어 낼 수 있는 풍부한

    요소를 지니고 있음을 거듭 강조하였다. 그러므로 지역의 봉산미술제가 지역민과 유리

    된 축제가 아닌 함께 즐기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축제로서 지역민의 삶 속

    에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고도 산업사회에서

    가져 오는 소외감, 권태, 욕구불만 등을 해소하고 정신과 정서의 고양은 물론 정보화,

    과학화 사회에 한발짝 힘차게 더 내디딜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 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과거를 공유하면서 현재를 인식 할 수 있고 또한 미래 지향적인 미술제가 되도

    록 연구 노력함은 물론 특수한 문화계층만의 향수가 아닌 지역민 누구나가 향유하는 수

    단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봉산미술제의 개선 및 활성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1. 봉산미술제의 개최시기와 운영기구

    하나의 축제가 건실한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탄생되는 날의 의미는 크다. 그것의

    역할로 지역과 지역민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행사의 존재 가

    치를 높여 나가는 발상의 전환을 가져 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며, 우리 나라 미술제

    중 하나의 구심적인 위상을 차지해 나갈 수 있는 확실한 근거를 제공해 주는 원인이 된

    다. 그러므로 미술제가 실시되는 날짜의 지정은 조심스럽고 중요하다.

    현재의 운영위원회는 22개 화랑의 대표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미술제의 준비는 미술

    제가 끝나는 마지막 날부터 다음 미술제의 준비 단계로 들어가야만 보다 완벽한 미술제

    행사로 거듭 날 수 있다. 그러나 각 화랑주들이 회원이고 보니, 각 화랑의 사정을 고려

    해서 움직여야 하는 관계로 원활한 준비 진행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불합

    리성을 배제하고 알찬 고객만족의 미술제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운영주체들의 공백을

    메꾸어 줄 수 있는 독립된 기구를 설치할 필요성이 있다. 미술애호가와 작가, 문화관련

    인 및 미술대학 교수 그리고 관리와 기업인들도 참여 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미술제에 필요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함으로써 미술제의 활

    성화에 기여하고 미술제에 관한 각 부처별 관심을 촉발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지

  • 지역미술제의 현황과 과제(민주식) 87

    역민들의 이목을 집증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2.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미술제

    여러 해 동안 미술시장은 혹독한 냉각기를 겪고 있다. 외환 위기에서 비롯한 대규모

    의 경제적 혼란은 몸살을 앓아 온 미술시장이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도록

    했다. 게다가 문화향수를 하나의 사치로 간주하는 사회 풍토는 문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참여를 현저히 감소 시켰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정치, 경제, 사회 분위기와 물밀듯

    이 쏟아져 들어오는 서구문화의 홍수와 선진국의 모방예술이 판을 치는 혼돈의 시대에

    봉산미술제가 주축이 되어 지역민 나아가 한국인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올바른 역사, 문

    화관을 심어 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함은 당연하다. 정체성의 확립은 주체성을 인식시키

    고 독창적인 문화예술의 기반이 되며 국제화 시대에 적응하여 새로운 문화의 각축장인

    해외 시장에서 우리의 것을 알리고 파급시키는 일과도 이어진다.

    그러므로 지역 현실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 속에 독자적인 흐름을 모색하고 개발

    연구하여 서울 중심의 미술문화에 대한 아류가 아닌 지역 자체의 특성을 가지는 미술시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봉산동 문화거리가 가지고 있는 환경 전체를

    무대로 해서 생활 속에 파고드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타지역의 미술제와 어떤 차이점

    이 없으면 존속 할 수 없고 특징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즉

    차이점이 하나의 특징이 될 때까지 오랜 시간 꾸준이 연구하고 키워 나가기 위하여 봉

    산미술제의 운영주최자, 기획자, 참여작가, 관람자 모두 혼연 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지역 문화예술계의 정체성 확립과 주체성의 인식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일을 최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 구체적인 방안을 생각해 보자.

    첫째, 지역이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역사성에서 해답을 찾아내어 프로그램에 반영시

    키자. 봉산문화 거리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은 물론 지역 전체에 산재해 있는 역사성을

    토대로 미술제 내용의 독자성을 찾자. 예를 들어보면 넓게는 대구의 향토역사,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좁게는 성소 연귀산의 상징인 거북이, 건들바위와 향교 등에 관한 사항들

    을 행사내용에 반영하고 삶을 통해 전승된 대구문화 즉 고산농악, 날뫼북춤, 욱수농악,

    비산동 천왕메기 등을 현대미술의 축제인 봉산미술제에 접목시키자. 그러면 절묘한 신,

    구 예술의 지혜로운 만남으로 폐쇄적이고 보수성이 강하다는 지역의 이미지를 벗어나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전략이 되고 봉산미술제가 단지 지역의 축제가 아닌 타지역 및

  • 88 대구경북개발연구(제5호)

    해외에 지역을 알리는 관광자원으로의 활용도 용이할 것이다.

    또한 행사기간 동안 봉산문화거리 일부를 서양화 도입기 시대의 거리로 재현해 놓고

    그 시절의 향수 어린 생활을 참여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꾸며낼 수 있게 유도하여 보는

    것도 봉산미술제에 대한 재미를 유발시키고 지역민으로 하여금 동참할 수 있는 동기 부

    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지역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캐리커츄어 그리기 대회 등 미술애

    호가나 관람자 누구나 참여하여 다양한 문화경험을 직접 체험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을 제공하자.

    둘째, 지역의 풍부한 미술 인적 구성을 활용하자. 유치원생부터 청소년의 그림전은 물

    론 신진작가와 중진작가의 ‘융화의 장’이 되게 하자. 미래의 지역을 이끌어 갈 주역들에

    게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창조적 활동의 작가들에게는 힘을 실어 주자. 봉산

    동 문화거리의 폭과 길이가 다소 좁고 짧다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어 무리가 따를지 모

    르나 자라 나는 학생들에게 미술문화에 대한 의식을 쌓아 주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을 확립시켜 주 는 기회가 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고등학생으로 구분, 참여의 시간을 주고 그림이 연령별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살펴보게 할 수도 있다. 청소년들의 미술에 대한 사랑과 정열을 쌓아

    창조성의 표출로 이어 갈 수 있는 장소가 되게 하고 봉산미술제에 대한 애정도 쌓아 갈

    수 있도록 기획하자.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지역은 최초로 현대미술제를 받아들인

    전통의 도시이고 미술인구가 서울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풍부한 인적자원과 전통을 바

    탕으로 현재의 미술계를 이끌어 갈 신, 구 작가들에게 왕성한 활동력의 무대를 제공하

    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쟁과 반목의 대상이 아니라 세대간의 문화적 취향을 서

    로 교호하고 존중해 나가는 장이 된다면 봉산미술제가 목적하는 유능한 신진작가의 발

    굴은 물론 지역미술의 앞날은 장미빛 발전일 수밖에 없다.

    셋째,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도록 하여 문화시민으로서의 자긍

    심을 갖고 예술에 대한 안목을 길러 줄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서는 미술문화에 대한

    시대적인 흐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사라져 가는 지역적 미감을 살려 내는

    창조의 마당 역할이 되게 하자. 자연히 이러한 교육을 통해 미술문화를 보는 안목을 높

    이고 미술품을 투기와 연결시키는 잘못된 미술풍토를 쇄신하여 바르고 건전한 미술문화

    가 정착 되게 하고 부담없이 문화적 욕구를 채울 수 있도록 시도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행사기간 동안 교육 관련 자원 봉사자를 두어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미술문화

    를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어 봉산미술제의 내용이 다른 지역에서 행해지는 미술제와

  • 지역미술제의 현황과 과제(민주식) 89

    근본적으로 변별력이 없이 획일화되는 현상을 막자. 그리고 상담 창구를 만들어 항시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를 접수하여 미술제 행사가 고객만족의 서비스로 이어지도록 노

    력하자.

    3.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

    1993년이래 매년 실시해 오는 봉산미술제가 시작 할 때의 의도와는 달리 지역축제행

    사로서 제 기능을 다 발휘하지 못하고 갈수록 행사내용의 축소로 지역민의 참여를 유도

    하지 못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문화 전반에 걸친 애호가들의 다양한 기호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미술제의 운영주체들은 어떠한 대책도 강구하지 않고

    행사의 관심을 오직 자신들의 경제적 획득과 결부시켜 내용없는 부대행사나 얼버무리기

    식 그림들의 수량적인 결과에만 매달려 알맹이 없는 행사를 치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황금의 알을 낳는 축제로서 지나치게 시장의 역할만 기대하는 상업주의적으로 물

    들어 버리고 오염되면 상업화랑들이 주최하는 미술제가 과연 지역축제가 될 수 있느냐

    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그동안 8회까지의 봉산미술제를 살펴보면 화랑마다 천편일률적인 전시내용임을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지역은 전통적으로 구상위주의 작업 풍토임을 모르는 바가 아니나 시

    대의 흐름을 외면한 채 과거의 틀에서 안주하는 안이한 태도는 행사의 기본 이념에 유

    리된다. 오늘날과 같은 다원화된 사회에서 지역민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채워 주고

    직업, 계층, 세대간의 벽을 허물어 낼 수 있는 행사내용으로 애호가들의 미온적인 접근

    태도를 돌릴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은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실험성이 강한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기회를 만들자.

    둘째, 작품에 대한 담론을 이끌어 내어 새로운 작품 창조로 이어지게 하자. 이를테면

    미술세미나나 심포지엄, 포럼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학술대회 등)

    셋째, 청소년들의 창작공간을 확보하자.

    넷째, 사이버 공간의 전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현재의 소극적인 이용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사이버축제를 기획함으로써 문화거리에 대한 친근감을 유발시킨다. 특히 신세

    대들이 커다란 공동체적 놀이 공간 속에서 함께 즐기며 미술에 대한 향수를 공유 할 수

    있다면 미래의 주역들의 창조적 역량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구세대들에게도 사

    이버축제를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활력을 재충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 90 대구경북개발연구(제5호)

    지역미술에 대한 정체성의 발견을 가져와 관심과 발전을 고무시켜 나갈 수 있는 효율성

    이 있는 미술제로 탈바꿈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봉산미술제에 그려내고 싶어하는 지역의 이미지 또는 주제가 무엇인지 알아

    보고 관련인들의 상상력 등을 구체화 할 수 있는 기획을 해야 한다. 그럴 때 지역민들

    은 스스로 찾아 올 것이다. 특히 주최자나 특정 집단의 행사가 아닌 지역민의 참여의식

    을 충동하는 행사로 거듭나야만 조직의 활성화 뿐 아니라 행사 자체의 활성화로 이어짐

    은 자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봉산동이 가지고 있는 환경 전체를 무대로 해서 생활 속

    에 파고드는 전략으로 어떠한 차이점이 없으면 존속 할 수 없고 특징이 없으면 살아 남

    을 자격이 없다는 인식 아래 즉 차이점이 하나의 특징이 될 때까지 오랜시간 꾸준히 연

    구하고 키워 나가야 한다. 세계 미술시장의 모방이 아니라 함께 경쟁할 수 있는 새로움

    을 창출하여 지역만이 가질 수 있는 특성과 연계시켜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여섯째, 미술제 규모의 대형화에 굳이 매달리지 말아야 할 것이며, 이벤트화 또는 소

    비적 형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대행사가 많을수록 성공적이라고 착각하기 쉬운 볼거

    리, 놀거리로만 전락해서도 안된다.

    4. 기업과 단체의 후원

    문화 예술의 발전이 국가 경영에 큰 이익을 안겨 주는 것처럼, 지역 문화 예술 발전

    역시 지역의 부강과 지역간의 경쟁력을 높여 주는 구실을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문

    화 예술이 발전하려면 국가의 보조가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지만,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사회적 불안으로 국가 경영은 물론 전체적인 정부의 예산 절감 정책을 불러 나라 전체

    뿐 아니라 지역 미술 단체가 겪는 재정적 빈곤은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국민

    의 취약한 문화 의식은 수렁에 빠진 미술계를 더욱 더 위축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후원 기업이나 단체가

    필요하다. 우리 나라는 대체로 대기업들이 미술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나마 거의 주도

    권이 서울에 편중되어 있고 지역에는 전무하다. 지역 내의 중소기업들조차도 미술문화

    에 대한 투자 지원은 ‘지원’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위축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관이 주도하는 미술제라면 경우가 다르겠지만 상업화랑 주체인 봉산미술제에

    자발적으로 후원을 자처하는 기업이나 단체가 거의 없다는 현실은 실로 유감이다. 더구

    나 행사에 참가한 스폰서들조차도 미술제를 상품 광고 수단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

  • 지역미술제의 현황과 과제(민주식) 91

    문에, 봉산미술제처럼 소위 거창하지 않은 작은 행사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의식은

    문제이다. 문예진흥기금이나 지방행정 당국의 예산에 기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으나, 문화부의 예산과 재정상태와 관련된 일이고 타문화 부분과의 형평도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지역에 봉사한다는 차원에서 의식있는 컬렉터, 기업, 단체들이 스폰서의 주체가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 제고와 부가가치의 창출이라는

    이중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들에게 세금 혜택이나 기업 육성금의 원활한 융자를 해 주

    는 등 마음놓고 스스로 봉산미술제에 후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요구

    되는 것은 이들의 투철한 문화 의식이다.

    한편으로 공적 자금의 지원이 적다는 것은 뒤집어 보면 하나의 좋은 장점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공공 차원에서의 정책적인 행사화에서 간격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행사

    가 이념화되는 것을 방지하기도 한다. 오히려 자금력보다 사명감이 포함된 아이디어를

    토대로 급변하는 시장논리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5. 홍보전략의 도입

    일반적으로 지역민들이 갖고 있는 봉산문화거리 안의 상업화랑들에 대한 인식은 부정

    적이다 못해 냉담하다. 상업적 영리만을 추구하는 이익 집단쯤으로 여길 뿐만 아니라

    한편에서는 자신들보다 미술품에 대한 안목이 뒤떨어진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다른 한

    편에서는 특수 문화층만이 즐기는 공간으로 다가 가기 힘드는 곳으로 여기고 있는 것도

    현실이므로, 여하튼 이중적인 고민을 안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화랑들의 안이한 경영

    방법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고객에 대한 배려 없이는 문화의 촉매자 역할을 담당하기

    힘들며, 고객의 행동 변화에 적응하여 기회을 포착해 나갈 수 없다. 이러한 오해를 불식

    시키고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광고 전략을 사용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용도 고려해야 하므로 봉산미술제를 통한 이미지 광고 효과

    를 집중적으로 노리면서 신문이나 잡지, TV 대담이나 인터뷰 등을 통한 홍보를 적극적

    으로 이용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다. 그리하여 봉산미술제를 알릴 수 있는 사회적 관

    계를 형성하고 지역에 봉사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평상시에도 봉산문화협회는 누구든지 손쉽게 찾아 올 수 있도록 고객 상담 창

    구를 설치하여 홍보함은 물론 지역민들과의 원활한 접촉 기회를 마련하고 문화 교육활

  • 92 대구경북개발연구(제5호)

    동의 후원, 자선사업에의 참여, 문화거리 가꾸기 등 지역 사회환경 관계를 양호하게 유

    지 발전시켜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선 금전적으로 힘들다 하여도 지속적으로 사회

    활동에 동참해 나간다면 미술제에 대한 지역민의 호응은 물론 미술시장의 새로운 힘과

    문화를 창출해내는 요람으로서 그 역할에 긍정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다. 단지 그림의

    전시나 판매 만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산업 종사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시민 인식의 변화

    와 더불어 문화발전의 촉매자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자긍심 회복에도 중요한 변화를 줄

    것이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화랑인들이 주최하는 미술제가 믿을 수 있는 만남의 장

    으로 각인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Ⅴ. 맺음말 : 지역미술제의 활성화

    지방자치제도의 실시로 미술계에서도 지방화 시대가 펼쳐지면서, 지역미술 활성화에

    대한 과제와 책임의 몫은 지역의 미술인을 비롯하여 행정기관, 기업, 단체, 개인 모두에

    게 주어졌다. 대구지역은 우리 나라 근대미술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담당하였고 처음으

    로 현대미술제를 개최하였고 뛰어난 화가들을 배출하였다. 초창기 현대미술을 주도해

    온 대구지역은 풍부한 미술 인적 자원과 전통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행보를 가해 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일부 화가들의 창조적인 노력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오랫

    동안 침체와 안주 속에 미술계도 타성에 젖어들었다. 화상들 역시 예술문화의 촉매자로

    서의 인식보다 안일한 상거래에 관심을 쏟는 듯한 인상이 지배적인 분위기이다. 외부적

    으로도 지역의 계속된 경기 침체와 대규모 국가적 금융 위기와 사회적 혼란으로 어려움

    을 겪고 있다.

    이러한 침체와 혼돈의 시대에 문화 예술 활동이 자연스럽게 집중된 봉산 문화거리 중

    심의 봉산미술제를 축으로 지역의 미술문화 활성화를 꾀함으로써, 지역민의 풍부하고

    수준 높은 문화적 삶을 위해 봉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은 중요하다. 역사성 있는

    주변환경과 함께 20여개 화랑들이 자생적으로 일구어 낸 봉산미술제행사는 전통과 혁신

    의 조화 속에 지역민 모두에게 화합과 교육의 장을 열어 준다. 과거 지역의 성소(聖所)

    연귀산이었던 봉산동 문화거리가 시민 문화공간으로서의 그 역할을 다하며, 지역의 안

    팎 할 것 없이 누구나 다 미술품을 향유 할 수 있는 제공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민들이 편하고 자연스럽게 올 수 있는 거리, 항상 볼거리가 있는 거리, 타 지역민이

  • 지역미술제의 현황과 과제(민주식) 93

    대구에 오면 명소로 기억되는 거리가 되어야 한다.

    봉산미술제가 지향하는 내용은 그림이 있는 거리, 신명이 넘치는 거리, 생활미술 실천

    의 장으로서의 거리이다. 또한 봉산미술제를 통해 신진작가 발굴, 중진급작가들의 활동

    의 장, 작가들의 창작의욕 고취와 지역민들의 미술에 대한 이해와 유도 및 실천장으로

    서 문화거리 활성화를 도모한다. 지역민에 대해 전통 도시민이라는 자긍심을 일깨우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 시켜 국제화 시대에 적응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역할

    도 해야 한다.

    봉산미술제는 지역민들로 하여금 훌륭한 미술품을 향수 할 수 있게 하고, 작가들로

    하여금 창조적인 예술의욕과 사명감을 갖게 하며, 그리고 주최자들로 하여금 문화 전달

    자로서의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3자들의 상호 공존의 관계는 봉산미술제가 나

    아갈 방향을 제시하여 준다. 여기에다 지방 행정 당국과 기업, 단체들의 아낌없는 지원

    이 합쳐진다면 지역의 미술문화 발전은 물론 지역민의 삶의 질의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미술의 대중화는 저질의 작품을 고가로 사고 파는데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

    니라 양질의 작품을 연령, 계층, 직업에 관계없이 누구나 향수하고 즐기게 하는 것이다.

    봉산미술제 운영위원회는 봉산미술제를 전문성에 입각하여 준비하고, 짜임새 있는 진행

    으로 지역 미술문화 및 미술인구의 저변 확대와 지역민들의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데

    역점을 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회로 봉산미술제를 기획 연출해야 한다. 지역민들 역

    시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행사에 주인 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인 참여로 지역의 미술을

    통한 문화예술의 활성화, 나아가 문화의 민주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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