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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동자가 만드는 통권 14620163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www.kilsh.or.kr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과제 나쁜정치는 ‘폐지당’ 작업중지권을 써야 할 때 은퇴 좀 하자!!

2016년 3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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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2016년 3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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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통권 146호 2016년 3월

한국

노동

안전

보건

연구

ww

w.kilsh.or.kr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과제나쁜정치는 ‘폐지당’

작업중지권을 써야 할 때

은퇴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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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일터> 편집장이 되고, 3월 특집을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으로 준비하던 중에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시각 손상을 입은 20대 여성 노동자의 소식을 접했습니다. 노동안전보건 활동을 하겠다며 연구소에 몸을 담은지 어느덧 만 3년인데 제 나름의 노력이 세상을 바꾸려는 데 힘을 보태지 못한 것 같아 허탈하기도 하고 괴롭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스스로를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 칭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메탄올 사고 이후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에게, 뿌리 산업에 파견을 확대하는 노동개악을 필요성을 국회에서 피를 토하며 연설하라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임기 3년 동안 일·가정양립, 고용률 70%,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참여 보장 등을 이유로 시간제 일자리를 전면 도입하면서 여성 노동자의 몸과 삶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봄을 부르는 비가 내리기는 했는데, 현실은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겠습니다. 올해 <일터>는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자본과 정부, 권력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기록하면서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을 우선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합니다. 고 황유미 씨의 9주기 추모제에서 세월호 유족분이 하셨던 말씀처럼 가슴 아픈 사람들이 가슴 아픈 사람에게 연대하면서요. 빼앗긴 봄을 맞이하는 그 날까지 함께 하실거죠?

독자에게

가슴 아픈 사람들이가슴 아픈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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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특집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과제

여성의 노동을 부차화 하고, 고정된 성 역할 인식으로 인해 여성 노동자들의 몸과 삶이 멍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번 일터는 108주년 3.8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노동자 건강권을 현실과 과제를 짚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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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과제

박근혜 정권 3년, 여성노동자의 삶이 무너진다

유통업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해별방안

제조업 중년 여성노동자 기영 씨의 손목 이야기

반도체 여성 노동자들의 오늘

사진으로 본 시간제 일자리 여성 노동자의 현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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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건강이야기노동자의 건강지킴이가 되려는 이유

지키고 되살리자, 작업중지권작업중지권을 써야 할 때

시간의 재발견_노동시간 에세이은퇴 좀 하자!!

문화읽기I hate you 맥도날드!!!

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위험의 외주화, 불법파견이 빚은 메틸알코올 중독 사건

일터 다시 보기잘 하고 있는 거, 맞습니다

이러쿵저러쿵폭설로 인한 제주공항 사태를 겪고

독자에게

차례

노동안전건강뉴스

지금 지역에서는여러분의 안전을 ‘최저가’에 맞춰드립니다

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구체적인 정보가 무기죠

안전보건활동 참고서우리 조합의 실태를 알아보자

현장의 목소리장애인과 가난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나쁜정치’ 는 폐지당

A-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카메라로 먹고 사는 남자

연구소 리포트민주노총 혁신의 사례로서 노동시간 단축투쟁

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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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정리 장영우 선전위원

지난 1월 삼성전자 3차 하청 제조업체에서 메탄올 급성

중독으로 노동자 3명이 실명위기에 처한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추가 피해자가 발생해 전자산업 내 하청 제조업체

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 감독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고용

노동부는 지난 2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추가 피해자가

입원한 부천 소재 병원이 2월 22일 메틸알코올 중독의심

사례를 통보하면서 피해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인천 남동구 소재 한 휴대전화 부품가공

업체의 절삭공정에 배치됐던 피해자 ㄱ(28·여)씨는 지난

17일 시력장애 및 의식혼미 증상을 느끼고 응급 후송돼

현재 입원 치료 중이며 현재 뇌 손상 및 시력 이상 증상을

보이고 있다. 복수의 고용노동부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업

체는 삼성전자 핸드폰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로 밝혀

졌다.

메탄올은 법적으로 엄격한 안전조치가 요구되는 ‘관리대

상유해화학물질’로 널리 알려진 독성물질이다. 중추신경

계, 소화기계, 시신경에 손상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제조공정에서 메탄올 대신 쓰일 수 있는 물질로 에탄올,

이소프로필알콜 등이 있지만, 지난 1월 메탄올 중독 사고

가 일어난 업체들은 가장 저렴하다는 이유로 메탄올을 쓴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발생 사업장은 지난 2월 3일 중부지

방고용노동청에서 지도 점검한 바 있는데, 당시 사업주는

‘지난해 말부터 절삭용제를 에틸알코올로 교체했고 앞으

로도 메틸알코올을 취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허위로 감

독관에게 진술했다”면서 “죄질이 여느 사고보다 불량한

점을 감안해 매우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필수인 국소배기장치 설치 및 보호장

비 지급은 지켜지지 않았다. 고동우 고용노동부 산업보건

과 과장은 “해당업체에 국소배기장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방독마스크 등 적절한 ‘호흡용 보호구’는 지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추가 피해자의 존재를 확인한 것으로 더 많

은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관련 정부

기관 및 업계 관계자의 전면적인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하청업체 메탄올 중독 피해자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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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에서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

21일 울산 동부경찰서와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쯤 울산조선소 해양사업부 해양공사 4부 조모 씨(31)

가 리프팅러그(해양 플랜트 모듈을 드는 데 사용하는 철

제 구조물)에 깔려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내하청업체 관

리 업무를 맡고 있던 조 씨는 이날 현장 점검을 나갔다가

리프팅러그가 쓰러지면서 장기가 심하게 손상, 현장에서

사망했다. 정규직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한 사고는 2013

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 리프팅러그는 그동안 잦은

사고로 현대중공업노조와 하청지회에서 여러 차례 안전

조치 관련, 문제제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

번 사고가 발생한 리프팅러그에는 지지대도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현장에 설치된 두 개의 리프

팅러그 중 하나에만 지지대가 설치돼 있고, 나머지 하나

에는 지지대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리프

팅러그 기둥은 약 16도 정도 기울어져 있는 게 정상이기

에 이를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하는 서포트가 필수다. 하

지만 약 한 달 반 동안 서포트 없이 작업을 진행해온 것으

로 알려졌다.

하창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은 "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이지만 하청 노동자가 사망해도 이

상할 게 없는 사고였다"며 "회사가 2014년에 하청 노동자

들이 죽어나가자 안전설비를 위해 3,000억 원을 쏟아 붓

는다고 했지만, 정작 일상적인 안전점검도 제대로 하지 않

았다는 게 이번에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한편, 회사 측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설

명했다. 지난해의 경우 현대중공업에서만 3명이 산재 사

고로 숨졌고, 지난 2014년의 경우에도 8명이 목숨을 잃

었다. 잇따른 안전사고로 물의를 빚었던 현대중공업은 지

난 2014년에는 10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또 사망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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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건강뉴스

한국타이어 집단 사망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사회 쟁점화하고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박종태 교수는 지난 2

월 16일 한국타이어 전현직 노동자 4명에 대해 복합유기

용제(HV-250 등) 업무 관련성 평가서(진단서)를 발부했

다.

박 교수는 정00씨에 대해 "작업환경측정 등을 근거로 한

정확한 누적 노출량을 추정할 수는 없지만 약 5년간에 걸

쳐 유기용제(HV-250, 메틸시클로헥산이 주성분, 기록상

1988년 벤젠, 톨루엔 등이 일부 함유)를 집중적으로 취급

했고(환자 진술), 비교적 이른 연령에 인지기능 장애가 발

생한 점으로 보아 업무와 위 질병 간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다른 3명의 노동자에 대해

서도 비슷한 취지로 질병과 업무 상호 간에 관련성을 배

제할 수 없다(가능함)고 진단했다.

그러나 한국타이어 쪽은 이러한 평가(진단) 결과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말한 벤젠 등이 함유돼 있는 복합

유기용제(HV-250)를 한국타이어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작업 공정에서 어떤 일이 이뤄지고 있는지 정확하

게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반발했다. 또한, 박 교수가 평

가서를 발급한 4명의 노동자에 대해 "그 사람들은 벤젠,

톨루엔 등이 함유된 HV250을 취급하는 업무에 근무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쪽은 "한국타이어가 아

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증거로 제출했다. 장그래 대전충북지역 노동조합과 한국

타이어 산재협의회 등은 이날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앞에

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타이어를 '살인기업'에 빗대며 강

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또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에 "오랫

동안 사회적 물의를 빚어왔으며 국민적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대재해사업장 한국타이어의 집단사망 사태의 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조사에 즉시 나서달라"고 진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진정서가 접수되면 절차에 따라 업무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으며노동부도 한국타이어 사태를

매우 엄중히 보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국회

환노위 야당 의원들은 노동부 조사를 지켜본 뒤 한국타이

어에 대한 국정조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

졌다.

산재 노동자들, 한국타이어 '살인기업'에 빗대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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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특성화고 아르바이트생 10명 중 1명이 노동 현

장에서 상해사고를 경험했고, 이는 일반 노동자 산재율의

20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르바이트하는

청소년은 늘고 있지만 불공정 계약과 주휴수당 미지급 등

임금과 관련한 부당한 처우는 여전했다.

지난 2월 16일 부산시교육청이 지역 중학생 1만511명,

일반고 학생 5,285명, 특성화고 학생 1,858명 등 총 1만

7,654명을 대상으로 처음 벌인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

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다'

고 답한 학생은 특성화고가 44.9%로 가장 많았고 일반고

20.3%, 중학교 4.3%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성화고 학

생 1,858명 가운데 부모한테 용돈을 받지 못해 간식비와

물건구입비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 경비를 스스로 벌

어 쓰는 학생이 36.7%(682명)나 됐다. 이처럼 가정환경

및 직업교육과 연계된 교육과정 특성상 특성화고 학생 절

반가량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고 시교육

청은 설명했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학생 가운데 업무상 재해를 당한

경험도 적지 않았다. 아르바이트하다가 다친 경험이 있

는 학생은 중학생이 0.5%(50명), 일반고 학생 3.8%(199

명), 특성화고 학생은 10.6%(197명)로 각각 나타났다. 이

런 수치는 중학생은 2014년 기준 일반 노동자의 산재율

(0.53%)과 비슷하지만 일반고 학생은 7배, 특성화고 학생

은 20배에 달했다.

아르바이트 기간의 경우 대부분 2개월 이하(중학교

3.8%, 일반고 15%, 특성화고 26%)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초단기 계약은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임금체불과 주휴수당 미지급 등이 빈번하

게 발생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학교에서 아르바이트

와 관련해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중학생

72.3%, 일반고 학생 78%, 특성화고 학생 44.4%는 '교육

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부산 청소년 노동인권네트워크 신상길 상담실장은 "일선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학칙으로 금지하는 곳이 많다 보

니 학생들도 피해사례를 공개하지 못하고, 학교 현장에서

노동인권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알바산재' 일반노동자 2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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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공항이 뉴스 메인을 연일 장식했다. 작년

에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공

항 전염병 관리의 취약함을 보여줬다면, 올해는 연

초부터 보안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올 초 ‘10년 연속 세계 서비스 평가 1위’라는 인천공

항에서 수화물 대란, 외국인 밀입국, 화장실 폭발물

의심물체 발견 등 크고 작은 일들이 발생했다. 사실

이번 사고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인천공항

노동자의 85%가 하청업체 소속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말이다.

공항의 85%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키는 안전

현재 인천공항의 안전은 용역업체 간접고용 비정규

직 노동자들에게 전적으로 맡겨져 있다. 심지어 인

력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공항의 항공수요

는 개항 때 비해 승객과 여객편수 모두 2배 이상 증

가하면서, 다른 국제공항보다 2~3배 높은 순 이익

률, 민간기업보다는 10배 높은 이익률을 보였다. 하

지만 이윤의 증가분을 노동자들의 근무 처우 개선이

나 정규직 전환으로 투자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

자들이 감소한 부서도 많다. 보안검색 업무의 경우

성수기에 인원이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비번,

휴무 노동자들을 반강제적으로 근무에 투입하고 있

다. 환경미화 노동자들도 인력 충원이 되지 않아 높

아진 노동 강도로 인해 날마다 골병을 호소한다.

최근 주요 사건들의 공통점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

동자들이 운영하는 공항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1월 초 발생한 수화물 사태의 경우 인천공항공사

(이하 ‘공항공사’)가 승객이 몰려 수화물 싣는 과정

에서 과부하가 걸린 것이라 해명했는데, 수화물 운

송 시스템 운영 노동자들 역시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었다. 사건 이후 노동조합에서 이들을 만나 현장 이

지금 지역에서는

이나래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직국장

여러분의 안전을 ‘최저가’에 맞춰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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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기를 들어보니, 이들은 재하청 업체 소속으로 처

우가 매우 열악했다. 심지어 업체 관리자들은 ‘이곳

은 특수구역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다’

고 거짓 주장을 펼쳐왔다.

보안검색 분야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공항의 보

안·안전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는 이들의 소

속은 공항공사가 아닌 하청업체다. 이들은 층별로

다른 3개의 보안용역업체 소속으로 나뉘어있다. 공

항공사는 ‘인력관리 효율성과 보안품질 향상’을 위

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지금의 체계는 업무에 전

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이번 사태에서 드러나듯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만약 지상 2층에서

발견된 범죄 용의자가 지상 3층으로 도주하면 이를

감시하고 검거해야 할 노동자들이 다른 용역업체 소

속이므로 업무 혼선은 물론 책임소재까지 모호해진

다. 보안검색뿐만 아니다. 특수경비, 공항소방대까

지 공항의 보안·방재 분야까지 전부 간접고용 비정

규직이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

공항공사와 정부는 최근 발생한 문제의 대책으로 근

무 기강 확립, 시설물 보강, 전담팀 구성 등을 내놓

았다. 이러한 대책은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한 것이며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또한, 공항

공사와 하청업체가 문제 발생 원인과 책임을 노동자

들에게 떠맡기고 있다. 서로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심지어 설 명절에도 연차를 내지 말 것을

압박하면서 현장에 나오도록 했다. 이것이 지금 안

전이 유실된 인천공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노동자들이 안정적이고 자긍심을 가지고 근무

할 수 있어야 한다. 7천 명 중 6천 명이 외주 하청업

체 소속인 상태에서 이들이 자긍심과 책임감을 느

끼고 근무하기 어렵다. 실제 공항공사 소속이 아니

라는 이유로 공항공사의 직접 관리 대상에서도 제

외된다. 대신 편법으로 하청업체를 통해 간접 관리

받을 뿐이다. 인천공항공사와 정부는 모두의 안전

을 위해 실제 공항을 지키고, 유지하는 간접고용 비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인력 충원, 정규직 전환 등

보다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고 즉각 실행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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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건강권 날아라 노동자

부평비정규직지회 현재 상황을 설명해달라.2007년 처음 설립됐다. 당시 공장 내에 있던 비정

규직을 공장 밖으로 내보내려는 시도가 있었고, 지

속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요구하며 인원을 줄여나

가고 있었다. 설립 한 달 만에 절반 정도가 해고됐

다. 2009년, 미국발 경제 위기 왔을 때는 비정규직

1,500명이 정리해고 됐다. 비정규직지회는 완전히

‘탈탈’ 털린 상황이었다. 이후 천막 농성 등 투쟁 끝

에 2011년에야 복직이 합의되고, 2013년 말 11명 복

직이 완료됐다. 현재 부평에 1차 사내하청 업체만 5

개가 있고 거기에 5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

2,3차 하청, 비생산직 노동자 모두 포함된 조합원은

50여 명 수준이다.

실태조사를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전면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몇 년 전부

최민 집행위원장

터 있었다. 비정규직이 문제라고 하는데, 막상 우리

스스로도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

강도, 일하는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하나도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어디에나 있다. 엔진 생산

부터 폐기물 처리까지. 그런데 몇 명이 어디에서 일

하는지도 정확히 모른다. 이런 구체적인 정보가 절실

히 필요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 안에서도 차이가 크다. 몇

차 하청이냐, 생산직이냐 아니냐에 따라 상황과 이

해도 다양하다. 그런데 이런 차이에 대해 우리도 구

체적으로 모르니 주로 임금 차이에만 주목하게 되더

라. 정규직과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노동강도, 노무

관리, 일터에 대한 인식까지 어떤 점이 다른지 먼저

서로 잘 이해하고, 거기에 기반해야 차이를 어떻게

없애거나 줄일지 찾을 수 있다. 알아야 개선할 수 있

다. 알아야 변화의 전략도 세울 수 있다.

구체적인 정보가 무기죠작업환경 실태조사 시작하는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신현창 지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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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다. 그렇게 고장 난 설비들이, 비정규직 일하는 구

역에만 유독 많다. 정규직 일하는 곳은 조합에서도

점검 다니고, 회사에서도 점검하고 확인한다. 비정

규직 일하는 곳은 관리가 안 되는 거다. 우리 입장에

서도 고장 났다 말하기도 귀찮다. 고장 났다고 말하

면 우리가 직접 올라가서 청소하고 필터 갈고, 고쳐

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일하기도 바쁜데, 그냥 넘

어가는 거다.

일의 성격 자체도 다르다. 엔진 생산 부서에서 일한

다. 정규직들이 엔진 부품을 주조하면, 비정규직이

주조물 탈사, 사상(주조물에 붙어 있는 이물질을 갈

고 털어내는 일)한다. 그 뒤 자동으로 가공을 하고

나면, 엔진 곳곳에 남아 있는 절삭유를 날리는 역할

을 비정규직이 한다.

지엠에서 하청 업체에 산업안전 관련해서 요구하는 수준이 높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이런 기준이 하청 업체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나?지엠에서 말하는 GMS라는 기준이 있다. level 4를

받아야 물량을 준다고 해서, 일하던 회사에서 페인

트칠 다시 하고, 청소 다시 한 적 있다. 지엠의 이런

정책이 실질적인 개선, 달라진 환경으로 이어진다고

느낀 적 없다. 눈에 띄고 돈도 덜 드는 게 페인트칠이

니, 오렌지 존(위험 구역 표시)이라고 노란 색 칠하

는 것 정도. 냄새만 나지, 그나마 금세 벗겨지고 만

다. 그때만 모면하려는 거다.

실태조사를 꿈꾸는 다른 비정규직 지회들에 조언을 한다면?정규직 노동조합과의 연대는 필수다. 대공장일수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고 흩어져 있다. 실태를 정확

히 아는 것은 효과적인 활동의 기반이 될 것이다. 무

기가 하나라도 더 늘어나는 것이다.

내적으로는 이 다양한 차이가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를 포괄하는 조사, 활동을 함으로서 ‘비정규직

지회다운’ 일을 해내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실태조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정규직 노동조합 지부와 함께 하고 있다. 내용이 노

안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정규직 노조에서는 정

책, 조직, 노안실에서 모두 참여한다. 우리 지회에서

는 부지회장이 팀장으로, 진행요원을 20명 꾸려서

함께 조사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설문조사, 면접

조사, 현장조사를 다 할 예정이다.

현재 진행요원을 조직하는 중이고, 현장 조사를 위

해 3월 초에 노안 교육이 예정돼 있다. 산업안전보건

법 상의 확인할 항목들에 대해 배울 예정이다.

일단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많이 만나는 게 목표

다. 최대한!그리고 공장 곳곳을 돌면서, 어디서, 누

가, 몇 명이, 어떤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지, 그 환경

은 어떤지 직접 돌아보고 알아내 데이터를 남기는 거

다. 비정규직 지도 형식으로 결과를 남기려고 한다.

구체적이지 않은 건 다 사라지는 것 같다.

파견 노동자 메탄올 중독 사건처럼,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일수록 안전에서도 취약하다. 한국지엠에서도 느낀 적이 있나?많다. 며칠 전에는 같은 업체에서 일하는 동료 한 명

이 부품에 정강이 쪽이 찢어졌다. 금속 다루다 보니

찢어지고 베는 일은 예사지만, 그 날은 10cm 정도

꽤 깊이 찢어졌더라. 그런데도 연고 바르고, 그날 일

다 마치고, 퇴근한 뒤에 병원 간다. 병원비는 그나마

회사에 청구하지, 쉬거나 산재 낼 생각 못 한다. 다

음날 또 종일 일하고 퇴근 뒤에 병원 들리고. 이런 일

은 비일비재하다. 부러지고 크게 다치지 않는 한, 다

들 참고 일한다.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돼 있긴 하지만, 고장 난 것도

Page 14: 2016년 3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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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건활동 참고서

아는 것이 힘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금언은 ‘안전보건교육’에만 해

당하는 말이 아니다. 조합원의 불만과 요구, 필요

와 답답함을 알아야 노동조합이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안전보건 활동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

해 조합원의 마음과 상황을 잘 들여다보기 위한 실

태조사는 필수적이다. 이미 다양한 형태로 실태조

사는 이루어지고 있다. 작업환경측정, 근골격계 유

해요인조사, 특수건강진단 등이 모두 조합원의 안

전보건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조사의 일종이다. 다

만, 이 과정에서도 법적인 의무 사항에 따른 형식적

인 조사를 넘어 이에 대한 조합원들의 평가와 필요,

답답한 지점을 알기 위한 조사가 진행되어야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할 것

실태조사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

고자 하는 것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그냥 전반적으

로 이것저것 살펴보자는 것으로는 어렵다. 해당 주

제에 대한 조합원 의식 조사, 개선 상황에 대한 조

합원 평가, 현재 상황에 대한 조합원 요구도 조사

등 목적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근골격계 유해요인 조사 과정에서 ‘조합

원들이 어떻게 산재 제도를 잘 활용하도록 할까’를

목적으로 조사를 한다면, 근골 증상만 묻는 것이

아니라, 증상이 있음에도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망

설인 경우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공상이나

산재로 근골격계질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면 복

귀 후 현장은 얼마나 개선되었다고 생각하는지 등

도 물어보아야 앞으로 과제를 선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태 조사가 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산재 요

양을 다녀온 조합원을 직접 인터뷰해서 요양과 복

귀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점을 물을 수도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알고 싶은 주제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도 다

양하다. 이미 나와 있는 구조화된(질문과 선택지

선전위원회

우리 조합의 실태를 알아보자안전보건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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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정해져 있는) 설문도구를 이용할 수도 있고, 다

양한 조합원들과 심층 면접조사를 할 수도 있다.(이

경우, 면접 조사의 목표에 따라 부서나 공정, 연령

대 등에 따라 면접 대상자를 고르게 선정해야 한

다.) 조합원 수가 작은 경우 수십 명 단위로 나누어

소규모 조합원 토론을 직접 열 수도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것이 목표라면 SNS 등을 활

용할 수도 있다.

조사하는 과정 자체가 배우는 과정

실태조사 과정 전체를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도록

한다. 실태조사에 참여하는 조합원(혹은 대의원,

실행위원 등 어떤 명칭을 갖더라도)이 실태조사 과

정에서 해당 문제를 점검한다고 할 때 어떤 점들을

확인해야 하는지 배우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학

물질에 대한 조사 사업을 하는 경우, 물질안전보건

자료(MSDS)가 최신화되어 있는지, MSDS가 잘 게

시·비치되어 있는지, 일하는 작업자들이 그 내용을

교육받고 숙지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실태조

사에 참여하는 조합원은 이런 점을 확인하는 방법

을 익히는 것이다. 환기 시설은 제대로 설치되어 있

는지, 관리는 잘 되고 있는지도 기본적인 것은 노동

자들이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방법을 배우는 것

이다. 현장을 볼 때, 어떤 점을 자세히 보고, 어떤

점을 체크할 것인지 익히는 기회로 삼는다. 실태조

사의 주제와 성격에 따라 전문가의 도움이나 교육

을 받을 수 있지만, 반드시 전문가나 외부 기관에

맡길 필요는 없다.

위험성 평가를 활용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의2는 위험성평가에 대한 항

목이다. 이에 따르면 사업주는 건설물, 기계·기구,

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

업행동, 그 밖에 업무에 기인하는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어 위험성을 결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노동

자의 위험 또는 건강장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즉 노동자의 안전, 보건과 관련

된 ‘거의 모든’ 사항을 조사하고 위험성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위험성평가는 매년 하도록 되어 있다.

안전보건 실태를 매년 조사하고, 개선을 위한 조치

를 이어가야 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독자적으로 안전보건 실태조사를 기획

하는 것이 어렵다면 사업주의 이런 법적 의무를 활

용한다. 어차피 해야 하는 위험성 평가를 면피용으

로 대충 하지 않고, 실제로 현장 상황을 반영하도

록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위험성 평가 전체를 조

합원의 참여 속에 하기가 어렵다면, 매년 한 가지

씩 주요 소재/주제를 정해서 중점적으로 조사한다.

예를 들어, 올해는 화학물질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해 보는 한 해, 올 해는 소음 조사를 제대로 해 보

는 한 해로 지정하고 최소한 그 문제에 대해서만큼

은 조합과 조합원이 참여하여 현장에서 느끼는 위

험 체감도가 반영된 위험성 평가를 하고, 실제 현장

에서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개

선 조치를 마련하도록 한다.

Page 16: 2016년 3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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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현장의 목소리>는 장애 당사자들이 주체가

되어 장애인 차별에 저항하고 이들의 인권을 보장

하기 위해 활동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하

전장연)양유진 활동가를 만났다. 전장연은 장애인

들의 이동권 문제나 활동보조 서비스 투쟁에 선두

에 서왔으며 현재는 빈곤사회연대 등 단체와 함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공동행동을 구

성하고 광화문역에서 1,300일 가까이 농성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전장연이 오는 4월 13일 총선

을 앞두고 ‘당’ 출범을 선언했다. 너도나도 ‘당’을

출범하는 지금 어떤 이슈로 장애, 빈민 당사자들이

중심이 되는 ‘당’을 출범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듣

고자 광화문 농성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장연 서울지역에서 사무국장

을 맡고 있고, 이번에 출범을 앞두고 있는 폐지당

준비위원 양유진입니다.”

이제 곧 1,300일차 농성입니다. 처음 농성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흔히 우리 농성장을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농

성장이라고 이야기해요. 한국 사회에서 주된 복지

대상층이라 할 수 있는데 국가가 이들에게 인간다

운 삶을 보장하기보다, 장애인에게는 장애등급제

라는 기준을 매겨 복지 수급권 밖으로 내쫓고 혜택

을 받지 못하게 걸림돌을 만들고 있어요. 빈곤 문제

에서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는데, 부양의무자 기

준을 만들어 놓고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과 수

준을 개인과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죠. 그

래서 저희는 가난과 장애는 개인 책임이 아니라는

고민을 가지고 다른 운동진영에선 악법을 철폐하

현장의 목소리

재현 선전위원장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나쁜 정치’는 폐지당!!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폐지당 준비 위̀원 양유진 활동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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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투쟁처럼 저희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같은

‘악’기준을 없애자는 투쟁을 하기 위해 이곳에서

농성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장애등급제나 부양의무제로 인한 장애, 빈곤 주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는가?

“부양의무제의 경우 기초생활수급권을 받아야만 생

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녀가 있어서 혹은 부모가

있어서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장애

등급제의 경우 장애 등급이 1,2급 그리고 중복 3급

이 아니면 활동보조 서비스 대상자 기준으로 들어

갈 수 없어요.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생활

전반이 어려워져요. 그러나 대상자 선정할 때 당사

자의 삶과 현실을 보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

가 만들어 놓은 기준에 맞나 아닌가만 보기 때문에

복지의 사각지대가 굉장히 커요.”

농성을 1300일 가까이 하셨으니 진짜 안 해본 것 투쟁이 없을 것 같다. 어떤 투쟁들을 펼쳐왔는가?

“저희가 농성을 2012년 8월 11일부터 시작했어요.

당시 대선으로 한창 시국이 시끄러울 때였죠. 농성

이전에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가 제도적인 부

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는데 어려웠어

요. 그래서 농성시작하고 선전활동에 집중하면서

이 문제를 알리고 정책적인 내용을 변화시키는 투쟁

을 전개했어요”

농성 초반엔 각 정당의 대선 후보에게 엽서를 보내

는 투쟁과 함께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바

라는 시민들의 100만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현재도

서명운동은 계속 진행중이다.

“또, 당시 선거철이니까 정치인들이 농성장에 많이

다녀갔어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후보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공약으로 걸기도 하고, 안철수

후보도 고 김주영 동지 장례식장에 얼굴을 비췄어

요. 그런데 선거가 끝나고서는 소식이 없네요. 하지

만 진보정당들은 지금까지 꾸준하게 농성장 지킴이

도 맡아주시면서 함께 투쟁하고 있어요.”

이 외에도 다양한 기획 투쟁들이 있었다고 들었다

“2013년 겨울엔 12월 한 달 내내 백기완 선생님이

나 김조광수 영화감독 등 유명인사분들과 농성장

에서 토크콘서트를 하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알려내

는 활동을 했어요. 2014년엔 ‘차차차(차별을 걷어

차는 자동차)’라 해서 리프트차 5대를 공수해서 10

여 명이 팀을 꾸려 세종시도 가고, 부산까지 총 7박

8일 동안 전국 순회를 투쟁을 했어요. 이때 부산지

역의 철거민 투쟁이나 굴뚝에서 투쟁하던 스타케미

칼해복투 차광호 동지와도 연대했어요. 작년엔 농

성 1000일부터 3주년을 앞둔 95일 동안 우리 삶에

적색 신호가 켜졌다고 해서, 전국 곳곳 파란신호등

에서 우리 목소리를 알려내는 ‘그린 라이트를 켜줘’

투쟁도 하고요.”

올해 8월 농성 4년차, 9월엔 1500일차 투쟁을 앞두

고 열정적인 투쟁을 기획중에 있으니 <일터> 독자들

도 꼭 함께 연대 투쟁해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투쟁의 연속선상에서 이번에 폐지당을 창당한 건가?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어요. 매번 선

거 때마다 정치인들은 정책협약을 맺고 마치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것처럼 약속을 하는데 선거가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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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약속은 사라져 버리니 허무하더라고요. 진보정

당은 예외로 두더라도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여당,

야당을 보면 기대할 것도 없을 뿐더러 우리가 조금

이라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장

애당사자, 빈민들이 주체적으로 거리에서 나의 이야

기를 풀어놓는 정치를 해보자!요즘 너도나도 당 만

드는데 우리도 못할게 뭐 있냐. 이런 도발적인 심정

도 들었고요. 그래서 폐지당을 출범하게 되었어요.”

폐지당은 어떤 분들이 준비하고 있는가?

“장애, 빈민 당사자들을 최대한 조직하고 있어요.

정식 당이 아니기 때문에 연대 단체든, 기존 정당 당

원이든 관계없이 모두가 당원이 될 수 있고요. 당 준

비는 기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집

행부가 폐지당 준비위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당원 모집은 선거 직전까지 꾸준히 할 생각이에요.”

폐지당은 오는 3월 10일 창당대회를 개최하고 이때

지역구과 비례대표 후보자의 출마선언과 함께 정책

발표가 함께 있을 예정이다.

“지역구 후보의 경우 장애, 빈민 당사자들이 거주

하는 지역을 대표해 출마해요. 비례대표 후보자들

은 이동권, 탈시설 등 의제별 후보를 선출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고요. 후보자들은 정책을 알리고 선전

활동을 진행 할 것 같아요. 또 폐지당 활동을 하면

서 인권, 성소수자, 용산참사대책위, 청소년 등 각

운동진영에서 폭 넓게 총선 대응을 함께해보자는

제안이 있어서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목소리 내는

활동을 펼치게 될 것 같아요.”

폐지당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폐지당원에 함께하는 이들이 정치는 특별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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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껴보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

겠어요. 우리는 폐지당이 쉽게 이해가 되는데, 몇몇

분들은 이게 어떻게 당인지, 진짜 정당을 만들고 후

보를 내는 건지 여부에만 관심을 쏟는 모습을 보면

서 이런 고민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폐지당을 준비

하면서 인권, 성소수자 등 여러 운동 진영과 함께 만

나게 되는 연대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더욱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린다

“언젠가 지금의 농성이 마침표를 찍을 텐데 그때 좌

절하는 게 아니라 몇 년간 우리가 고생해서 이정도

성과를 얻었다, 서로 토닥이면서 마무리 지을 수 있

다면 참 좋겠어요. 그리고 지금도 거리에서 투쟁하

는 사람들이 많은데 누군가 손을 뻗으면 잡아줄 수

있는 마음의 연결고리를 하나씩 가지면 좋겠어요.”

현재 제도권 정당은 ‘진박’을 자처하며 대통령에게

줄서고, 운동권진영은 계파 간 헐뜯기에 바쁘다. 진

보정당은 마치 자신들이 노동자 민중의 대표임을 자

처하지만 ‘정치’는 없고 ‘표’만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이 사회에서 소외받

는 장애인들이 직접 정치를 위해 나섰다. 누군가는

진짜 정당도 아닌데 무슨 ‘정치’냐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대체 ‘정치’란 무엇일까? 인간의 존

엄을 짓밟고 노동자 장애 빈민의 삶보다 이윤을 우

선하는 이 사회를 체제를 바꾸기 위해 이들이 정치

의 주체로 서는 과정이 '정치'의 시작이 아닐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당에 가입하자! 가입하자!

폐지당은 이땅에 차별받고 소외 받는자 모두다 당원이 될 수 있으며 2016년 총선을 맞이하여 가난한 사람들과 장애인이 함께 살기위하여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힘차게 활동할 것입니다.

참여 개인 입당 비용 1만원 (이상) 입당시 폐지당원 노트제공계좌번호 국민은행 488401-01-230807 박경석 (분홍종이배)

동의서&인증샷을 팩스(02-2179-9108) 또는 (주소: https://goo.gl/QnEIcK) 광화문공동행동(SNS)이메일([email protected])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폐지당’은 정식 정당이 아니며, 20대 총선기간 동안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비롯하여 우리의 삶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모든 것들을 폐지하고자 하는 대시민 활동을 하기 위한 모임임을 알려드립니다.

문의전화 02-739-1420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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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매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초겨울 어느 날 저녁이었다. 그날, 이병국 씨는 삼각대에 카메라

를 얹어놓고 길거리에 펼쳐진 집회 풍경을 영상으로 담고 있었다. 그런데 햇볕이 따사로운 가

을에나 입을 법한 홑겹의 얇은 점퍼를 입고 있기에, ‘추운 날 밖에서 가뜩이나 오래 있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춥게 입었냐?’고 물었다.

“벌써부터 두꺼운 외투 입으면 겨울 못나요. 야외에서 촬영할 때가 많은데, 이정도 추위에 파카

입기 시작하면 진짜 추울 때 입을 옷이 없거든요. 겨울을 나기위한 제 나름의 적응법이지요.”

군인도 아닌데 자체적으로 혹한기 적응 훈련을 하고 있던 그는 ‘1인 미디어’ 활동을 하는 이

병국 씨이다. 일명 ‘미디어 뻐국’으로 불리는 그는 기성 언론이 잘 조명해 주지 않는 이 사회

의 후미진 곳의 이야기를 찾아다닌다. 회사에게 부당한 처우를 받고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

고 있는 노동자들, 세월호 유가족이나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처럼 사회구조적인 이유로 억울

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제작해서 유투브 같은데 업로드해서 많은 사람

들이 이런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특별한 보수 없이, 병국 씨

가 관심있는 현장에 가서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병국 씨가 어떤 다른 어떤 일을

해서 ‘먹고 사는지’ 궁금했다.

카메라로 하는 노동, 포인트를 잘 잡아야 한다!

“몇 해 전까지는 사실, 모 구청 인터넷 방송팀으로 들어가서 사진기사 일을 했었어요. 지자

정하나 선전위원

마흔 번째 이야기

카메라로 먹고사는 남자

영상 촬영기사 겸 기획·편집자, 이병국 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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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마다 그런 홍보 방송 팀이 있을 거예요. 주로 구 현안이나 정책홍보자료 같은 걸 다루었었

죠. 관련 사진을 찍어서 구청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하고, 각 언론사에서 요청하면 보내주기

도 하고 그랬어요. 그렇게 한 5년 정도 일하다 돈 좀 모으고 그만 뒀어요. 지금은 음... 말하

자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죠. 제가 작업실로도 이용하고 있는 영상 프로덕션의 사장님이 주

는 ‘행사촬영’일을 주로 하고요, 가끔 시민사회 단체에서 ‘영상기획’을 통으로 맡기는 프로

젝트가 들어오느데 이런 경우엔 처음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전 과정을 제가 다 맡아서 하

는 거지요.”

촬영만 하는 일은 말 그대로 ‘촬영’만 해주면 되는 일이다. 가령 단체나 기업에서 진행하는

내부 교육이나 워크샵에 따라가 행사진행 전부를 찍어주는 일이다. 한두 시간이면 끝나는

일도 있지만, 어떨 때에는 몇박 몇일씩 길게 따라다녀야 할 때도 있다. 이렇게 길어지면 출장

비 포함해서 촬영시간을 더하여 인건비를 책정해 준다고 했다.

“최근 00카드 신입사원 연수에 따라갔었어요. 그때는 영상촬영은 아니고 스냅사진이랑 단

체사진 찍어주는 일을 했어요. 초등학교 학생들 수학여행 따라가서 사진 찍어주는 일도 종

종해요. 아이들 촬영할 때가 좀 힘들기는 해요. 일단 진~~짜 말을 안 듣잖아요. 선생님 말

씀도 잘 안 듣는데, 처음 본 아저씨 말을 듣겠어요? 그래서 이동하는 버스에서부터 친하게

말도 걸고 그래요. 한 반에서 1~2명하고만 일단 친해지면 되고, 물론 선생님들도 아이들 인

솔하고 포즈잡고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시지요. 그리고 수학여행처럼 이렇게 하루동안 행선

지가 다양한 촬영장에서는 각각의 장소에서마다 기념촬영을 잘 해야 한답니다.”

듣다보니, 행사 촬영 일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해왔던 병국 씨의 노하우가 있었다. 그가 설

명하기를, “촬영을 잘 한다”는 건, 첫째 용도에 맞게 촬영한다!둘째 다양한 각도로 지루하지

않게 찍어야 한다!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영상이건 사진이건 간에 찍은 기록물에 포인트 혹은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물이나 장소의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적절하게 클로즈업을 해

서 영상(혹은 사진)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에너지를 느낄 수 있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물이 좋게 하기 위해서, 저는 일단 일을 부탁한 분께 어떤 걸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꼭 물어봐요. 아까 초등학교 졸업앨범 작업에서는 아이들 표정이 예쁘고 생동감 있게 잘 나

오는 게 제일 중요하죠. 단체사진 열 세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포즈 취하는 것도 중요하고,

너무 멀지 않게 인물중심으로 가깝게 찍는 것도 중요해요. 성인들이 모이는 단체/기업 행사

에서는 음... 높은 사람들, 간부들 얼굴이 잘 나오게 찍어주는 게 아주 중요해요.(웃음)”

어떤 업종이든 프리랜서들이 그렇겠지만, 병국 씨도 일이 고루고루 있지 않아서 힘들다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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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야외활동하기 좋은 봄·가을, 즉 5월이나 10월에는 일이 몰리지만 여름에는 일이 없어서

완전히 쉬기도 한다. 가뜩이나 구청에서 고정적인 월급을 받을 때보다는 수입이 많이 줄어서

긴축재정으로 일상을 사는 중이다.

“저는 그래도 제게 일 나눠주시는 프로덕션 사장님이 일반 시장가보다 촬영 인건비를 많이 주

시는 편이에요. 하지만 따박따박 월급 받을 때랑은 수입이 정말 한 1/5 정도로.. 많이 차이나

긴 해요. 촬영 일이 많이 걸어 다녀야 하니 아마 다른 일반인 보다 신발 밑창이 빨리 닳는 편

이거든요. 예전 같으면 진즉 버리고 새로 살텐데, 요즘엔 ‘좀만 더 신자’하지요. 그래도 프리

랜서 생활 약 2년 만에 입에 풀칠하면서 살 수 있으니 ‘성공적이다’ 라고 자평하는 중이에요.”

다분히 ‘시간’집약적인 영상 편집의 노동

이처럼 다른 스튜디오나 프로덕션을 통해 받아 하는 촬영만 하는 일은 편한 일에 속한다.

급여는 좀 싼 편이긴 해도, 찍기만 하고 편집은 안 해도 되니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도 않고

고심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병국 씨는 이런 단순 촬영기사 외에도, 영상 하나를 통째로 만

들어 주는 기획·편집 일도 가끔씩 하고 있다.

“영상 하나를 통으로 만들어 주는 일이 촬영일 보다 뿌듯하고 재밌고, 돈도 물론 더 받아

요. 근데 정말, 시간을 엄청 써야 하는 일이에요. 제가 자발적으로 하는 1인미디어 활동 영

상의 경우에는 대부분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찍은 ‘보도용’이 많은데요, 6~7분, 긴 것은

12분 정도 짜리 만드는데 하루 정도 걸려요. 근데 일정한 메시지를 담고 풀스토리로 짜여진

영상은 촬영기간도 훨씬 길고 그걸 편집하는 시간도 더 드는 게 당연하겠죠.”

영상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계약 주체와 기획 회의를 하

면서 영상의 주제와 방향성, 포맷 등을 미리 정한다. 이 단계에서 어떤 그림을 촬영할지, 누

구를 인터뷰 할지도 대략적으로 정하고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관련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이

나 장소를 섭외한다. 그리고 촬영과 편집을 하고 몇 차례 시사와 수정을 거쳐 최종작품(결과

물)을 확정한다. 이 과정 중 아무래도 가장 시간을 많이 쓰는 게 ‘편집’이다.

“저는 촬영 전에 대본을 만들거나 메모를 치밀하게 하거나 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적은 걸

보면서 편집하기보다, 머릿속에서 생각한 주제를 바로바로 편집하는 편입니다. 편집할 때 제

일 처음에는 촬영한 파일을 한번 쫙 봐요. 집단적으로 일하는 곳에서는 인터뷰 부분은 따로

녹취를 풀어주는 분도 있다고 하지만 저는 혼자서 다 해야 해요. 어쨌든 주제랑 잘 맞는 어

떤 ‘포인트’가 되는 부분을 잘 따야 하는데, 제가 하는 작업에서는 ‘인터뷰’ 부분이 주 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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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트가 될 때가 많지요. 그래서 촬영 들어가기 전 인터뷰이에게 할 질문을 잘 준비하

는 게 아주 중요하답니다.”

찍은 영상 파일들을 기획회의에서 정한 방향성과 스토리라인대로 오리고 붙이고를 반복

한다. 그 다음에는 배경음악을 까는 등 사운드 작업을 하고, 자막처리도 한다. 이후에

는 장면전환이나, 영상 주요지점에 볼거리 요소를 더하는 ‘그래픽 효과’를 집어넣는다.

“저희는 소위 ‘때깔을 좋게’ 만든다고 표현해요. 장면전환이나 그래픽 효과 같은 걸

넣어주는 게 또 시간이 많이 드는데, 기본적인 효과 말고 보기에도 좋고 전달력 있

는 그래픽을 넣으려면 이걸 만드는데도 공이 많이 들어요. 일반적인 컷 편집 외에 2D

그래픽 같은 걸 넣으면서 볼거리를 추가하지요. 그래픽을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영상질이 많이 달라지니 신경을 쓰는 게 좋지요.

그래픽 작업이 끝나면 전체적으로 세부 수정을 하면서 마무리 작업을 하면 편집 완

료, 결과물이 1차 완성된다. 최종판으로 확정하기 전까지 영상을 의뢰한 쪽의 만족

도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2~3회 정도의 시사 과정을 밟고 난 후, 병국 씨의 일은 그

렇게 마무리 된다.

다큐 감독을 꿈꾸는 그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창작 노동의 특성상 순간순간 스트레스가 없

을 순 없다고 한다. 하지만 만들고 싶은 다큐 작품을 찍을 그 날 까지, 프리랜서 노

동자로 일 몰림 없이 보다 고루고루 안정적으로 촬영노동을 하길 바라는 그의 마지

막 말을 들어보자.

“이쪽 일 하는 분들이 대부분 그렇듯, 저도 어려서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극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갈수록 ‘다큐’가 좋아지더라고요. 사실 한 10년

전에 촬영부 막내로 들어가 영화 일을 해본 적 있었는데, 그 때 (극)영화판에 대한

환상이 깨진 것도 있어요. 한 달에 3일도 겨우 쉬고 한 40만원 받고...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악조건에서 일했는데, 과실은 위에서 다 따먹는 거 보면서 실망감이 커졌죠.

어쨌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일에 재미를 느꼈고, 사람을 찾아다니고 만나는 일

이 저는 갈수록 더 재미있어요. 50대 중반까지는 잘 버티면서 제 장편 다큐을 만드

는 게 꿈이자 희망사항이에요. 유투브에 올리고 있는 짧은 영상 말고, 장편으로요.

요즘에도 계속 준비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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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리포트

민주노총 혁신의 사례로서

노동시간 단축투쟁<2015년 민주노조운동혁신전략 1차 보고서> 중

민주노총은 2015년 설립 20주년을 맞아 지난 과거

활동을 평가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노조운동

혁신전략’을 수립하고자 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정

세로 인해 전 조직적으로 힘 있게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 결과 민주노조운동전략위원회(이하 전

략위)에서 집행한 설문조사, 산하조직 현황, 전략위

의 자문단 보고서를 총괄하여 2015년 민주노조운

동혁신전략 1차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편, 연구소

는 전략위 자문단에 유일하게 팀으로 결합하면서 민

주노총의 혁신을 위해 ‘노동자의 몸과 삶을 근거로

하는 노동시간 단축투쟁’의 필요성을 제출하였다.

그 의미를 <연구소 리포트>를 통해 일터 독자들과

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민주노총의 노동시간 단축투쟁

민주노총은 1995년 창립부터 2003년까지 지속해

서 ‘주 40시간제’ 도입 투쟁을 전개했다. 이 투쟁은

민주노총이 노동시간과 관련해서 총연맹의 지위를

가지고 전개한 유일한 투쟁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

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민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요구했다.

1998년엔 법정 노동시간 단축 문제가 노사정이 해

결해야 하는 문제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때 당시 정리해고를 필두로 한 노동악법을 수용하

면서 노동자 민중로부터 질타를 면하기 어려웠던 민

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최

우선 과제로 삼았던 자본과 정권의 이해관계에서 노

동시간 단축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였기에 노사정

위원회 산하에 근로시간위원회를 구성하였으나 노

자 간 극명한 의견 차이로 지지부진하였다. 그러나

2000년 5월 민주노총은 ‘주40시간 노동’을 ‘주5일

제’ 프레임으로 전환하여 사회적 논의를 선도했다.

언론들 또한 많은 관심을 보이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 담론을 주5일제를 통한 삶의 질

한노보연 민주노조운동전략위원회 자문단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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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로 바꿔놓았다.

그 결과 2002년 3월 행정기관의 주5일제 시범시행

을 시작으로 4월에는 금융노조 (은행)에서 주5일제

를 합의하면서 노동시간 단축 여론 및 요구가 확대

되었다. 민주노총은 5월 파업의 주요 요구로 주5일

제 시행을 내결었고 금융, 공기업 등으로 주5일제가

확대되었다. 제조업의 주요 사업장은 단협을 통해

주5일 혹은 주40시간을 도입했다. 2011년 5인 이상

사업장의 주 40시간 적용을 끝으로 주40시간 노동

은 안착하였다.

문제는 그런데도 현재 여전히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

간은 2,000시간 이내로 좀처럼 들어서지 못하고 있

다. 민주노총은 2011년 이후 산별노조의 형식적 완

성과 독자화, 단시간 노동자 확대 정책,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인해 노동시간에 대해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고 투쟁을 전개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이전에도 민주노총이 노동시간 단축을 투

쟁으로 돌파했다기보다 정리해고 등 노동 유연화를

내주고 얻었다거나, 자본의 필요 때문에 노동시간

이 단축되었다는 비판과 평가가 있기도 하다. 그러

나 민주노총이 1995년 출범부터 끊임없이 노동시간

단축을 사회적으로 제기하고 현장에선 투쟁을 통한

단체협약으로 확대하려고 했던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현재에도 노동시간 단축 의제는 민주

노조운동진영의 숙명적인 과제임은 분명하다.

건강권을 중심으로 본 주간연속 2교대제 평가

1998년 IMF 경제위기 이후 정리해고를 경험한 한

국의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위기로 인해 저임금과 높

은 노동강도를 감내하며 일했다. 그러다 2003년 골

병으로 신음하던 노동자들은 더해진 노동강도 때문

에,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골병으로 아프다는 점을

깨닫고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을 통해 노동자가 건

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근골격

계 집단요양투쟁은 노동자 건강권 투쟁이 노동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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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중심과제로써 위치 지워졌고, 노동자들의 건강문

제와 노동 강도를 연결하여 노동과 자본의 생산지점

의 문제로 인식하게 했다.

2005년엔 H자동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에

합의하고, 2013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장시간

심야노동의 벽이 허물어졌다. 심야노동은 노동자들

의 몸에 호르몬 교란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심혈관

계질환, 수면장애, 우울증 등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

했다. 2015년 7월 현재 30여 곳의 자동차 부품사에

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문제는 심

야노동 철폐, 주간연속 2교대제 전환이 노동자 건

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세웠던 3무원칙(노동강도 강

화 없는, 임금삭감 없는, 고용불안 없는)의 가치를

지켜내면서 진행하지 못했다. 오히려 노동시간 단축

분의 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연장, 특근 근무 비중을

높이고 자본의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노동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완성차에서부터 기형

적인 주간연속 2교대제를 막아내지 못하면서 부품

사로 내려가면 갈수록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를

견디며 일하게 되었고, 이제 부품사 노동자들에게

는 자본에 더 양보할 노동강도가 남아있지 않다.

현장 투쟁의 바람직한 사례 D사업장을 중심으로

자본의 끊임없는 구조조정, 직장폐쇄 위협에도 불

구하고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을 비롯해 노동자 건

강권 쟁취 투쟁으로 노동조합의 현장 통제력을 강

화해왔던 경기도 안성에 소재한 자동차 부품사 D사

업장은 주간연속 2교대제로 가는 과정에서 3무원칙

의 가치를 올곧게 실현했다. D사업장 또한 처음 교

대제 변경을 논의했을 당시엔 지긋지긋한 야간노동

을 끝내고 싶은 조합원들의 요구는 있지만, 노동시

간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는 것을 감내

하는 것까지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과

거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부터 이어져왔던 조합원

이 주체가 되는 투쟁의 기풍과 원칙을 구현하기 위

해 조합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주간

연속 2교대제가 노동조합 집행부의 사업이 아니라

전체 조합원의 필요와 요구를 담는 현장 투쟁 의제

가 되었다.

2010년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이후 D사업장 조

합원들은 근골, 직무스트레스, 수면 등 건강상

태 전반이 좋아졌으며, 이전 심야교대 노동시절엔

엄두도 못했던 운동 동호회 활동을 물론 가사 노

동에도 참여하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

어났다. 이러한 사례는 2014년 충남의 자동차 부

품사 K사업장으로 확산되었다. K사업장은 D사

업장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3무원칙을 실현하면

주간연속2교대 이후 오후 4시에 퇴근하는 D사업장 노동자들 (출처_ 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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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환했다. 두 사업장의 변

화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노동자 건강

권, 노동시간 단축을 의제로 조합원을 주체로 세

우는 현장 투쟁을 통해 현장의 권력이 만들어졌

고, 이러한 힘이 2014년 D자본의 직장폐쇄, 2015

년 K자본의 노조파괴를 막아내면서 노동자들이 인

간다운 삶을 되찾아가는 과정에 있다는 점이다.

노동시간 투쟁의 중요성과 가능성

오늘날 모두가 민주노조 운동 위기를 말한다. 그런

데 각자가 생각하는 위기의 핵심은 다르므로 이에

따라 노동운동의 혁신 방향이 달라진다. 우리는 참

여의 감소를 노동운동 위기의 핵심으로 인지했다.

활동가와 조합원 양자 모두의 활발한 참여를 자랑

했던 한국의 노동운동은 언젠가부터 주체들의 참여

가 없는 노동운동으로 변화했다. 물론, 세계 경제

불황과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 등 외부 요인과 어찌

되었건 민주노총 조합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참여의 감소가 민주노조 운동의 위기라는

진단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는 조합원의 수 증가가 곧 노동운동의 참여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IMF 구조조정과 노동운동의 노선 변화 등으로 인

해 어느 순간부터 조합원들은 노동운동의 주체가

아니라 구경꾼이 되어버렸다. 조합원과 활동가의 경

계는 더욱 세워지고 활동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 조합원은 서비스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되고 있

다. 또한, 노동자들의 의식과 행동 변화를 위한 노

동조합 차원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나, 그

러한 노력이 교육과 선전에 대한 강조로 국한되었

다. 조합원들의 직접 행동과 일상적 실천을 동기 부

여하며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지도부의 정

책에 대한 동의와 승인을 구하는 것에 그친 한계를

봐야 한다. 그래서 민주노총 혁신의 핵심은, 더 많

은 노동 운동의 주체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더 많은 조합원이 노동조합의 실천에 주체적으로 결

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조직할 활동가가 양성되어야 하고 지속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결론

우리는 현장 투쟁과 노동시간 투쟁의 결합, 즉 노동

자들이 직접적인 참여와 실천을 통해 노동운동 위기

극복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장투

쟁과 노동시간 투쟁이 노동운동이 직면한 문제의 만

병통치약이거나 조합원들이 노동시간을 의제로 노

동조합 활동에 참여하기만 하면 위기가 극복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에서처럼 노동과 자본의 권력 격차가 극

심하고 신자유주의 논리가 공고하게 구축되어 있고

영향력을 얻는 지금 ‘임금’ ‘고용’을 우회하여 상대

적으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의제인 노동시간에 주목

하자는 것이다. 노동시간 투쟁이 그 자체로 더 중요

하다거나 더 근본적이고 급진적이라 주장할 수는 없

지만, 지금의 국면을 돌파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

한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이 조직/미조직 노동자 모두를 포

괄하고 각 산별 사안을 관통하는 의제를 만들어 냄

으로써 ‘총 노동’이 존재하는 ‘전선’을 만들어냄으

로써 노동자들의 투쟁이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보

여주는 것, 노동자가 행동하면 세상이 진보한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는 것 이것이 민주노총 혁신의 목표

일 것이다. 그리하여 노동시간 투쟁이 민주노총 혁

신에 도움이 되기를, 나아가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

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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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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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증기에 묻어있는 고단한 여성 노동자의 삶..글/사진 쌀집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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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3년, 여성 노동자의 삶이 무너진다

재현 선전위장장

특집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과제

지난 2월 22일 인천 남동구에 소재한 삼성전자 하

청 핸드폰 부품 가공 업체에서 일하던 28세 여성 노

동자가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시력을 손상당하는 산

업재해가 있었다. 그런데 이 사업장은 지난 1월 4명

의 20대 청년 노동자에게 발생됐던 메틸알코올 중

독으로, 화학물질 관리 취약 우려 사업장 3,100개

에 속해 이미 2월 3일 고용노동부의 특별점검을 받

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점검까지 받은 사업장

에서 같은 산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고용노동부

의 특별점검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잘 보여준다. 한

편, 박근혜 대통령은 2월 3일 안산 시화공단을 방

문해서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에게 “파견법 통과

를 위해 국회에서 피를 토하면서 연설하세요.” 라고

주문했다. 이번 사고처럼 ‘노동개악’이라는 핑계로

추진하는 이른바 뿌리 산업(제조업) 파견 확대가 노

동자 건강권에 얼마나 끔찍한 영향을 미치는지 두

눈으로 보고도 말이다.

화학물질로 병들어가는 여성 노동자의 삶

반올림은 지난 9년의 투쟁으로 직업성 암을 비롯해

각종 생식독성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반도체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사회적

으로 알려냈다. 그러나 삼성은 지금까지도 일터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직업병

피해 노동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심지어 삼성

은 지난 1월 16일 아시아 아메리칸 언론인협회 서울

지부가 주최한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 토론회’에서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고 황유미 씨가 생전에

화학물질로 인한 위험성에 대해 안전 교육을 받은 적

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황상기 아버님에게 유미 씨가

생전에 ‘공정/생산기술’에 관한 교육을 받으면서 적었

던 메모를 들이밀며 여기 관련 물질과 공정이 적혀있

으니 사실과 다르게 호도하지 말라고 되레 큰소리치

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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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일자리로 위태로운 여성 노동자 삶

반도체 전자산업엔 다른 제조업에 비해 많은 여성 노

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그 이유는 여성이 태생적으

로 손이 빠르고 참을성이 강하며 꼼꼼하다는 성별

고정관념 때문이다. 또한, 여성 중에서도 사회생활

과 임노동 경험이 부족한 젊은 노동자를 선호하는데

이는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대해 기대치가 낮고 노동

통제가 쉽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속초, 군산

등 지방에서 실업계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거나 졸업

을 앞둔 여성을 고용했던 것에서 알 수 있다.

성별 고정관념은 반도체 전자산업뿐만 아니라 박근

혜 정권의 시간제 일자리 전면화에도 영향을 미쳤

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6.3%로

OECD 국가 중 단연 1위였는데, 2013년 시간제 일

자리 도입 이후 평균 시간당 임금을 비교해도 남성은

17,450원, 여성은 12,310원으로 임금 격차를 해소하

기는커녕 시간제 일자리가 격차를 공고히 하고 있다.

현재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노인 10명 중 7명이 여성이

고, 국민연금 가입자 10명 중 4명이 여성인 가운데

여성의 연금 수령액이 남성의 73% 수준 밖에 안 되

는 것을 고려하면 이후에 빈곤한 노인은 = 여성이라

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임금 못지않게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 노동자의 기존

근속년수나 숙련도 등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보조업

무에 배치하면서 일을 통한 자아성취, 자존감을 빼

앗는다. 초단시간 노동자(주 15시간미만)의 경우 4

대 보험과 퇴직금 등 기본적인 법적 보장조차 받지

못한다.

심지어 각 지자체에서는 통상적인 노동시간보다 짧은

(주당 15시간 이상 35시간미만) 노동자를 시간 선택

제 임기 공무원으로 5년 미만 동안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노동조합을 만

들 수 없고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다. 시간 선택제 임기 공무원은 주로 여성 노동자를

선호하는 도서관 사서, 방문 간호사 등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상시·지속적 업

무에 2년 이상 종사할 경우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

라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지자체가 시간

선택제 임기 공무원이라는 꼼수를 부리면서 지키지

않음에도 법 위반은 아니라면서 뒷짐 지고 있다.

여성노동자의 몸과 마음 그리고 삶을 지키기 위해

박근혜 정권이 일·가정 양립과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

참여 보장,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핑계로 시행되

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는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정부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간제

일자리가 도입될 수 있었던 저변에는 잘못된 성 역할

인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 양육자는 남성

이고, 여성의 노동은 반찬값이나 아이들 학원비 버

는 노동으로 부차화 시키는 생각. 반도체 전자산업

이나 시간제 일자리가 여성에게 알맞다는 생각을 바

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성 노동자의 가치를 인정하

고 이들이 지속 가능한 노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출

산, 돌봄 등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다. 누구

나 아는 이러한 싸움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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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열악한 일자리를 부르는 말이 있다.

바로 ‘맥잡(McJob)’이 그것이다. 맥도날드에서 아

르바이트하는 노동자를 일컫는 이 말은 1991년 캐

나다 출신의 소설가 더글러스 커플랜드가 발표한

소설에서 “명함도 못 내밀고, 체면도 안 서고, 수지

도 안 맞고, 장래성도 없는 서비스업”을 지칭하는

말로 2003년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실리면서 산업

구조의 변화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저임금의 서비스

직을 대표하는 말이 되었다. 여기에 인구 증가의 둔

화와 성별에 대한 편견은 이러한 일자리에 여성노

동자들이 주로 진출하게 하였다. 판매와 돌봄 등에

있어 소위 ‘여성성’이라고 생각하는 친절한 미소,

배려가 판매하는 상품의 (특히, 구매능력이 남성에

게 쏠려 있는 상황에서) 가치를 높여주는 감정노동

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등이 2015년 국가인권

위의 위탁을 받아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

통업 매장 판매 서비스 노동자는 남성(29만9천 명,

32.9%)보다 여성(60만9천 명, 67.1%)이 2배 이상

많았고, 월평균 임금은 137만 원이었다. 특히 근속

기간은 평균 2.7년(1년 미만 45%)에 불과하여 불안

정한 노동시장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었다. 또한, 이

연구에선 판매직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 노동

자들이 휴게실, 정수기, 화장실, 식당 등 기본적인

시설조차 마음 편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들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노동조건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더군다나 화려한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많은 여성 노동자들 중 대부분은 해당 업

체 소속이 아닌 간접고용 노동자이다. 전체 15만 명

으로 추산되는 대형 유통업 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4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역시 입점

유통업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해결방안

해미 회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특집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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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종사자 규모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과소평

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려해 보이는 백화점 매

장의 뒤편, 직원들만 다니게 되어 있는 통로에는 매

장으로 들어서면서 허공에 대고 90도로 인사를 해

야 하는 라인이 있고, 비상구 계단에 앉아 구두를

벗고 지친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이

있다.

실제 유통업에 일하는 젊은 여성 노동자들은 장시

간 노동과 부족한 휴일 때문에 일·가정 양립에 어려

움을 겪고 있고, 여가나 자기 계발 시간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과도한 친절 경쟁 속에 여

성 노동자들은 다양한 작업장 폭력에 노출되어 있

었다. 김종진 등이 대형 유통업 판매 노동자들을 대

상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고객의 폭언을 경험

한 경우가 39%, 상급관리자로부터의 폭언을 경험

한 경우가 10%가 있었다. 고객으로부터 신체적 폭

행과 성희롱을 당한 경우도 1.9%와 3.9%였다. 이

러다 보니 유통업 서비스 판매직 노동자를 대상으

로 지난 1년간 의사에게 진단받은 경험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족저근막염은 7.3%였고, 방광염은

17.3%, 우울증은 7.0%였다. 특히 우울증의 경우

현재 증상이 있는 경우도 18.8%나 되었고 근골격계

로 치료를 받은 경우는 46.3%나 되었다.

이렇게 유통업에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는 이중 삼

중의 원·하청 구조와 열악한 노동조건에 있을 뿐만

아니라 강요되는 여성성 때문에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추지 못해 이

중·삼중의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여성노동자

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성

의 달이 있는 3월을 맞아 거창하게는 아니더라도 단

기적으로 대중적인 관심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는

과제들은 무엇이 있을까?

유통업 여성 노동자들의 상황을 볼 때 가장 시급한

두 가지는 정기 휴일 및 휴점 시간의 확대와 입점 업

체 노동자들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발을 편안하

게 쉴 수 있는 안락하고 출입이 편안한 휴게 공간의

확보라 할 수 있다. 경제 민주화와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 이 두 가지를 핵심 의제화 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들의 건강을 생각하고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는 업체를 이용하자는 소비자 운동

을 함께 고민한다면, 이러한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개념 있는 소비자’가 되는 길이라는 시민운동을 같

이하면 어떨까? 극도로 유연화 된 노동시장에서 노

동자 건강의 문제는 일부 조합이나 시민단체의 의제

를 넘어서 지역사회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하

는 문제임이 분명하다. 이미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작

업장의 담장을 넘어서서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지역

사회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유통업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

를 가지고 지역사회를 만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Page 34: 2016년 3월 일터

34

경기도의 한 전자제품 조립업체에서 일하는 40대

여성 노동자 기영 씨(가명)는 퇴근 후에도 연신 손

목을 주물렀다. 회사에서 물량을 엄청나게 뽑았더

니 손목이 시큰거린다. 평소에는 몸 생각해서 무리

하게 일하지 않는 편이지만, 마음먹고 물량을 뽑으

려 들면 누구보다 잘할 자신 있는 기영 씨다. 그런

데 어제 과장이 기영 씨 심기를 거슬렸다. 과장에

게 본때를 보이고 싶어 오늘 물량을 달렸더니 손목

이 아프다. 같이 일하는 언니들 중에도 한의원 다니

고, 물리치료를 여럿 받고 있는데 손목터널증후군

때문이란다.

물량 뽑고 나니, 손목터널이 아파

기영 씨가 일하는 업체 노동자는 대부분 4,50대 여

성이다. 결혼·임신·출산·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

던 여성들이, 30대 후반 이후 다시 경제활동을 시

작하는 'M자' 취업곡선은 여기서도 똑같이 적용된

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삼성, LG등 대규모 전

자회사에 취업했던 젊은 여성들은 생애주기에 따라

노동시장을 떠나고, 중년이 된 여성들은 소규모 전

자회사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

이런 제조업 중년 여성 노동자들이 가장 흔히 호

소하는 직업병이 근골격계 질환이다. 2014년 총

90,909 명이 산업재해로 승인되었는데, 이 중 여성

노동자는 18,200 명으로 20%가량 됐다. 사고를

제외한 업무상 질병으로 산업재해를 승인받은 노동

자 중 여성 비율은 이보다 좀 낮아 18.33%였는데,

근골격계 질환은 여성 비율이 21%로 전체 평균보다

비교적 높다.

한국인 여성의 평균 근력이 남성의 50~60%밖에 안

돼, 여성들이 근골격계 질환에 더 취약할 수도 있

고,(이명행, 들기 위치와 성별, 연령 요인이 최대 들기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2011, 인천대 석사

제조업 중년 여성노동자 기영 씨의 손목 이야기

최민 집행위원장

특집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과제

Page 35: 2016년 3월 일터

35

학위 논문) 골다공증 같은 생물학적 요인이 중년 여

성 노동자들을 더 불리하게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

라, 성별에 따라 분배되는 업무 자체가 여성들을 특

정한 근골격계 질환 위험에 더 노출시키기도 한다.

고령 여성 노동자들이 많이 하는 청소, 요양보호

사, 조리사 등은 대표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직종이다. 특히 이런 업무는 불편한

자세, 조금씩 다르지만 유사한 동작의 반복과 같은

위험 요인에 노출되지만 비정형적인 노동이라서 근

골격계질환 위험 정도가 실제보다 낮게 평가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청소 업무에서도 보통 남성

들이 중량물 취급, 무거운 기계 이용 등 더 어려운

일을 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쪼그려 앉아서

바닥이나 변기 닦기, 여러 구역을 옮겨 다니기, 좁

고 불편한 구석 청소 등은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더

많이 담당한다. 이런 업무들은 중량물 취급과 성격

이 다르지만, 역시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캐런 메싱, 정진주 외 옮김, 『반쪽의 과학』, 7장)

여성 노동자는 산재 신청도, 승인도 어렵다

이렇게 성별에 따라 작업이 구분되고, 여기에 ‘여성

이 하는 일’에 대한 사회적 편견까지 겹치면서 여성

노동자는 남성에 비해, 산재 신청을 하고, 승인을

받는 것도 더 어렵다.

인천 지역에서 2005~2007년, 직업환경의학 의사

에 의해 직업성질환이라고 의심되는 질환을 모두 보

고하도록 하고 이를 분석했더니, 직업성질환 의심

자 중 산재를 신청하는 사람의 수가 매우 적었다.

그 중에서도 여성은 직업성질환 의심 사례 중 겨우

10%만 산재로 신청해 14%인 남성보다 산재 신청

비율이 낮았다. 근골격계질환 의심자 중 산재 신청

을 한 사람은 남성은 16%, 여성은 5%로 그 차이가

더 컸다.정진주 외, 산재보험급여 지급의 성불평등 연구, 2008

산재를 신청한 뒤에도 성별 차이는 남는다. 같은 허

리 염좌로 산재 요양을 받은 경우에도 여성은 남성

보다 평균 요양기간, 입원이나 통원기간이 모두 더

짧았고, 요양급여도 15만원이나 적었다.(박은주,

여성근로자의 산재보상에 관한 연구, 2012) 여성노

동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규모가 훨씬 낮게 평가되

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근골격계 질환 악화시키는 직무스트레스

저녁 먹고 있는데도 기영 씨 카톡방이 시도 때도 없

이 울린다. 같은 과 사람이 모두 들어있는 카톡방인

데, 퇴근 뒤에 과장이 ‘오늘의 불량’을 정리해 사진

까지 첨부해 올렸다. 더 화가 나는 건 동료들 반응

이다. ‘과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과장님’ 하는 인사가 줄줄이 올라온다.

“직장 다니는 사람, 직장 스트레스야 다 똑같지,

뭐.” 기영 씨가 술 한 잔 걸치며 말했지만, 직무스

트레스가 남성과 여성노동자에게 똑같지만은 않다.

여성노동자는 남성노동자보다 임금도 덜 받고, 낮

은 지위에서 재량권이 적은 경우가 많다. 가사의

불균형도 여성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를 강화시킨

다. 2014년 맞벌이 부부 중 남성이 하루에 가사 노

동에 쓰는 시간은 40분, 여성이 쓰는 시간은 194

분.(통계청, 생활시간조사) 가정에서 여성에게 요구

되는 많은 역할은 남성보다 여성노동자들이 일-가

정갈등에 시달리게 한다.

중년 여성노동자 기영 씨의 손목이 아픈 이유를 단순

히, 작업 할 때 팔을 몇 도 비틀고, 몇 kg의 부품을

드는지만 평가해서는 도저히 다 알 수가 없다!!

Page 36: 2016년 3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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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27일 반도체 칩을 가공, 조립하는 세계적인 반도체 패키징 회사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이하 ATK, 서울 성수동)에서 일해 온 이미자 씨가 46세 나이에 유방암으로 사망했다. 고 이미자 씨는 18세부터 회사에 입사해 20년 이상 화학물질을 취급하면서 야간·교대 근무를 해왔다. 한편, 고 이미자 씨는 암 투병 중에도 금속노조 ATK 지회 노안부장을 맡아 자신의 병과 업무관련성을 입증하려고 노력했으며 회사 최초로 산재신청을 준비했었다. 고 이미자 씨의 죽음을 계기로 반도체 전자산업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 어떠한지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금속노조 ATK 김선아 지회장을 만났다.

ATK는 어떤 회사인가?1968년 안암 산업으로 시작한 회사다. 현재 서울,

광주, 부평에 공장이 있고 다 해서 노동자가 6,300

여 명 된다. 다국적 기업이다 보니 5개국에 12개 공

장을 더 두고 있다. 작년에 매출액은 약 1조 3,500

억 원으로 최근 들어 매출액이 1조를 계속 넘고 있

는 자본력이 있는 회사다. 그런데 회사는 이렇게 매

출이 높은데도 2009년에 이미 박근혜 정권이 추진

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서 매년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장이라고 하면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도 그러한가?생산 직접인원과 생산 간접인원을 나눠서 봐야 할

것 같은데 생산 직접인원의 경우 40대 중후반 여성

이다. 대개 여고 졸업하고 들어와서 여기서 결혼하고

아이 키우면서 직장을 다닌다. 이렇다 보니 기본 근

속년수가 20년~25년쯤 된다. 저만 해도 여기서 32

년 근무했다. 여성이 한 회사를 30년 이상 근무를

쳇바퀴 속에서 병들어가는

반도체 여성 노동자들의 오늘

재현 선전위원장

특집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과제

Page 37: 2016년 3월 일터

37

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저 말고도 현장에 더러 있다.

화학물질도 많이 취급하고 야간/교대 노동도 하고 오래 일하기 쉽지 않은 환경인데 근속년수가 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동종업체(ASE, 칩팩코리아)에 비해 급여가 높은

편은 아니라 급여 때문은 아닌 것 같고, 회사에서

15년 전부터 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했다. 그러다 보

니 아이들 양육하는데 부담이 덜하고 서울에 공장

이 있는 게 큰 것 같다. 무엇보다 생산 직접인원에

비정규직이 없는 것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런데 올

해 3월 인천 송도로 공장을 이전하는데 2,000여 명

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겉으로 볼 땐 회사가 자본금도 있고 서울에 있고, 어린이집 같은 시설도 잘 돼 있고 좋은 회사인 것 같은데 노동자들 노동조건은 어떠한가?노동 강도가 엄청나게 높아졌다. 2000년대랑 비교

하면 1인당 담당해야 하는 장비 대수가 4대에서 50

대로 늘었다. 회사가 인건비 타령하면서 자동화 설

비로 바꾸고 인원을 줄이면서 이렇게 됐다. 반도체

산업의 생명은 품질, 사이클 타임이라 휴식도 식사

도 교대로 한다. 일 끝나면 아이들 데리러 가고 집

에 가서 밥하고 살림해야 하니까 노동조합에 ‘노’

자도 꺼내기 힘들다. 또, 우리는 공정마다 화학물

질이나 유기용제를 사용하다 보니 생식독성 문제도

있다. 결혼하면 10명 중 3, 4명은 유산을 했던 것

같다. 삼성, 하이닉스 반도체와 다르게 ATK는 폐

암 발병환자가 최근 몇 년 세 증가하고 있는데 회사

에선 해당 노동자의 가족력을 문제 삼거나, 평소 담

배를 많이 피어 왔다면서 개인 질병으로 호도하고

있다.

얼마 전 고 이미자 씨가 사망한 일이 있었다. 어떤 심경이었나?노동자들이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점에 대해서 불

안해하고 걱정은 하는데 이걸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

고 생각하지 못하고 개인 질병으로 생각하는 것이

안타깝다. 작년에만 6명 노동자의 사망에 대해 노

동조합에서 소식지나 대자보로 부고 소식을 알렸는

데 그때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는 하는데 다음

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회사 안전관리 실태가 어떠한지 궁금하다.회사에 직업성 암으로 사망한 노동자 자료를 달라

고 요청해도 절대 주지 않는다. 노동조합이 알음알

음 추적해서 24분이 돌아가셨다는 점을 확인했다.

현실은 이보다 더 많을 거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있

는 특검, 작업환경측정 등은 형식적으로 지킨다. 광

주공장의 경우엔 우리보다 규모가 더 크고 생산 직

접인원도 많은데 MSDS에 등재도 되지 않은 유기용

제를 드럼통으로 부어서 사용하는 등 무방비 상태

다. 안전교육은 전산으로 아이디 입력해서 사인하

면 끝이다. 또, 최근에는 R&D부서에서 암 환자가

계속 발생돼서 이미 사망했거나 지금도 두 명의 노

동자가 투병중인데 회사가 취한 조치는 환풍구 시

설 점검 외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 계획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린다.올해 인천 송도로 공장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어서

노동조합의 일상 활동을 계획하기 힘든 조건이지만

적어도 현장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켜내기 위해 노

안부 활동을 활성화하면서 산재 관련해서 전문 인

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한, 동종업체 노동조합과

직업성 암에 대한 공동대응체계를 모색하고 지속해

서 연대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Page 38: 2016년 3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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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본 시간제 일자리 여성 노동자의 현 주소

선전위원회

특집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 실태와 과제

“임금을 인상하라!, 10시간만 일하자!,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여성에게도 선거권을 달라!”

1857년 미국 뉴욕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다음과 같은 요구

를 하며 거리로 나와 투쟁했다. 당시 무장한 군대와 경찰에

의해 투쟁 요구를 관철시키지는 못했지만 이후 여성들의 활

발한 투쟁으로 이어졌고,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여성사회주의자회의에서 클라라 체트킨이 세계 여성노

동자의 날 제정을 제안하면서 100명의 사회주의자들의 만

장일치로 ‘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되었다.

시간제 일자리 1석 6조의 효과?

2016년 한국 사회 여성 노동자들은 어떠할까?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실시하

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 중단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정부

는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면 근로시간 감소, 일자리 증가, 산

업재해 감소, 삶의 질 향상, 노동 생산성 증가, 가족가치의 복

원, 자기계발을 위한 투자 등 1석 6조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

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출처_ 노동자 연대

Page 39: 2016년 3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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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노동 3권 무풍지대의 시간제 일자리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시간제 노동자의 주당 평균시간은 19.7시간, 월 평균임금은 66만

2천 원이다. 평균 근속 기간은 1년 6개월에 불과하다. 사회보험가입률의 경우 10%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로 일해서는 생활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여성 노동자

들은 부족한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투잡, 쓰리잡으로 일하며 전일 노동을 하고 있다. 노

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취지가 무색하다.

또한, 초 단시간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의 경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를 받지 못해 2년을 넘게 일해도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없다. 또한, 퇴

직금, 주휴일, 연(월)차휴가 수당 등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는 조항들 또한 보장받지 못

한다. 시간제 일자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률이 0.9%인 상황에서 이들이 스스로

권리 보장을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

시간제 일자리 노동자209만 명으로 급증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정부의 든든

한 지원 (지원 금액 12년 34억, 13년

106억 14년 312억 15년 329억) 아래

대기업/중소기업 할 것 없이 시간제

일자리는 점점 확대되었다. 그 결과

2001년 87만 명이었던 시간제 일자리

는 2015년 현재 209만 명으로 급증했

다. 대표적인 시간제 일자리 업종으론

행정 공무원, 음식업, 보육교사, 청소,

콜센터, 사무직 등 전 직종에 시간제

일자리가 포진해 있다.

박근혜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 참가

율, 기혼 여성의 경력단절문제를 진정 해결하고자 한다면 지

금과 같은 방식의 ‘시간제 일자리’는 중단되어야 한다. 경제적

부양은 아이들의 주 양육자가 남성보다 여성이라는 성별 분업

에 근거하고 있는 지금의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의 노동을 부

차적으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일과 가정에서 양립하

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 이중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출처_ 사회변혁노동자당

2014. 8 2015. 3 2015. 8구성비 구성비 구성비 증감(률)

비정규직 근로자 6,077 100.0 6,012 100.0 6,271 100.0 194 (3.2)

시간제 2.032 33.4 2,091 34.8 2,236 35.7 204 (10.1)

남자 비정규직 2,826 100.0 2,753 100.0 2,882 100.0 56 (2.0)

시간제 587 20.8 620 22.5 688 23.9 101 (17.2)

여자 비정규직 3,251 100.0 3,259 100.0 3,390 100.0 138 (4.3)

시간제 1,445 44.4 1,471 45.2 1,548 45.7 103 (7.1)

시간제 일자리 비율 (단위 천명, % 전년동원대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 조사 2015. 8)

Page 40: 2016년 3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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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11년 차가 되는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입

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제가 진료실에

서 만나는 노동자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나 생각

해 보면 답답한 마음에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특

히 최근에 잇따라 터져 나오는 수은 중독, 메탄올

중독 등 7~80년대에나 있을 법한 사고들을 접하다

보면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자괴감

마저 듭니다.

전문의를 취득한 이후 군 복무를 제외하고 주로 종

합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특수건강진단 업무를 했

습니다. 저와 같은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들이 주

로 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특수건강진단은 소음이

나 분진, 중금속이나 유기용제와 같은 유해요인에

노출되는 노동자들이 반드시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

는 건강검진입니다. 이 업무를 하는 동안 ‘이게 노

동자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을 참 많

이 했습니다. 소음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청력검사 결과를 제외하면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하게끔 되어 있

는 특수건강진단이 노동자들에게 생길 수 있는 직

업병이나 업무 관련성 질환을 찾아내기에는 빈구석

이 너무 많았습니다. 게다가 오히려 특수건강진단

을 받는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은 그래도 괜찮은 편

이었습니다.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 이주노동자들은 이런 특수건강진단

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산업안전보

건공단에서 이런 노동자들을 위해 특수건강진단 비

용을 국비로 지원하고 있는데, 모르는 사업주도 많

고 제대로 알려주는 특수검진기관도 많지 않았습니

다. 바로 이런 노동자들이 7~80년대에나 있을 법한

그런 사고들로부터 고통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

각이 듭니다.

답답한 마음에 주변 동료들과 얘기를 나눠보았는데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료들이 많았습니다. 몇

번 얘기를 나누고 나서 이런 답답한 현실에 대해 불

만을 가지는데 그치지 말고 작은 일이라도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

다. 우리가 직접 병원을 만들어 가장 열악한 환경에

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조

금이라도 기여를 해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그렇

게 해서 사단법인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향남공감

의원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는 산업보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

자, 하청업체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취약계층 노동

자들을 대상으로 학술연구, 교육, 홍보 등의 사업

을 통해 이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

직업환경의학의사가 만난 노동자 건강 이야기

노동자 건강지킴이가되려는 이유

김정수 회원

(사)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향남공감의원 원장

Page 41: 2016년 3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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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하고 있습니다. 향남공감의원은 (사)공감직업환

경의학센터의 부설의원으로 작년 9월에 경기도 화

성시 향남읍에 개원하였습니다. 화성시는 중소영세

사업장이 밀집한 지역일 뿐만 아니라, 서울 영등포

구, 경기도 안산시에 다음으로 이주 노동자들이 많

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법인

의 첫 번째 부설의원을 화성시 향남읍에 개원한 이

유이기도 합니다.

향남공감의원의 세 가지 모토는 “지역 주민의 주치

의, 노동자 건강의 지킴이,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병원”입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퇴근해서

집에 가면 바로 지역 주민이 됩니다. 지역 주민이 건

강해지고 나아가 지역 사회가 건강해져야 노동자

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저희가 “지역 주민의 주

치의”가 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습니

다. 사람들이 건강하지 못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자기가 하고 있는 일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

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

얘기를 해주는 의사들도 많지 않습니다. 다치지 않

고 아프지 않고 일 할 수 있어야 보다 많은 사람들

이 건강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노동자 건강의 지

킴이”가 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의미 있고 좋은

일을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이 막상 그 일을 하면서

불행해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그 일을 하겠

다고 모인 우리들 역시 노동하는 사람들입니다. 우

리의 노동을 통해서 의미 있고 좋을 일을 해보겠다

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노동부터 즐겁

고 재미있어야 합니다. 저희가 “일하는 사람이 행복

한 병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이제 개원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아 아직 부족한 것

이 많고 많은 노동자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저희

가 하고자 했던 것들을 하기 위해 한 걸음씩 가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의 주치의”가 되고자 인근 어

린이집 다섯 곳과 진료 협약을 체결하였고, “노동자

건강의 지킴이”가 되고자 사단법인 한국이주민건강

협회와 함께 이주노동자 순회 진료, 농어촌 이주노

동자 교육을 함께 하기로 했고, “일하는 사람이 행

복한 병원”을 만들고자 노동감사라는 것을 실시하

기도 하였습니다. 저희가 제대로 잘 가고 있는지 지

켜봐 주시고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홈페이지 www.gonggam.net 에 들어오시면 저희가 하고

자 하는 것과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보다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age 42: 2016년 3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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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멈춰 팀에서는 2년에 걸쳐, 실태 조사와 토론을 함께

했던 금속노동자를 중심으로, 어떤 때 작업중지권을 써야

하며, 그 절차는 어때야 하는지 소개하는 매뉴얼을 작성 중

이다. 주요 내용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지난 2월 발생한, 메탄올 중독에 의한 파견 노동자

실명 위기 사건을 보면서 작업중지권은 대단히 급진

적이고 강력한 요구가 아니라, 죽지 않고 다치지 않

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 그

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이 사용하는 물질을 알 권리,

환기, 배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인식, 필

수적인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을 때 작업

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면 그런 비극은 없었

을 것이다. 노동자가 어떤 때 작업을 중지시켜야 하

는지를 잘 알고, 작업중지권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

도록 보장하는 것은 산재 예방에 필수적이다.

“자동차 부품사 K공장에서는, 공장 내 환기를 전반

적으로 관장하는 급배기 장치 를 수리하면서 필터

를 교환하게 되었다. 원래는 업무가 없는 주말에 해

야 하는 업무였는데, 일부 작업자들이 주말 특근을

하고 있었다. 수리 과정에 대한 설명이나, 주의 사

항에 대한 안내 없이 작업자들은 일을 하고, 급배

기 장치 수리와 필터 교체 과정에서, 공장 안으로

먼지나 유해 물질이 역류되었다. 작업장 내 공기가

먼지로 뿌옇게 되자 노동자들은 크게 당황했을 뿐

아니라, 공기가 너무 탁하고 불안하기도 해 작업을

계속 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특근 중이라

노동조합 간부들이 없었고, 일하는 사람도 많지 않

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할 수밖

에 없었다. 놀라기도 하고 걱정도 된 노동자들은 공

장 외부에 있던 노동조합 간부에게 전화를 해, 상

황을 설명하고 대응책을 물었다. 노동조합 간부가

전화로 일단 대피명령 내리고 사측을 통해 조치를

취했다.” <2014,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조사 중, K 사업장>

이 사업장은 노동조합 간부들이 작업중지권을 종종

내리는 곳이었는데도, 조합원들이 스스로 작업중지

를 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했다. 말 그대

로 위험이 무엇인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

험이 어떤 것인지 노동자 스스로, 노동조합이 스스

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또, 어느 정도

의 위험에서 작업을 중지하고 대책 회의를 요구할 것

인지에 대한 기준을 노동자/노동조합 내부적으로

도, 노사 합의사항으로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현행법의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은

매우 주관적이며, 상대적이다. 그래서 우선은, 어떤

경우 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 어떤 조치들이

지키고 살려내자, 작업중지권

작업중지권을 써야 할 때

중대재해 예방과 작업중지권 실현을 위한

‘당장멈춰’ 팀

Page 43: 2016년 3월 일터

43

취해져야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지 짚어보는 것

으로부터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을 유추

해볼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필수적인 안전보건

에 관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경우 ‘산업재해가 발

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조치

들은 당연히 업종마다, 사업장마다, 작업마다 다르

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 위험을 판단하기 위한 원

칙을 함께 확인하고,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단,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예외다. 중대재해

가 발생했을 때 작업을 중지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

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작업중지권은 ‘산업재해

가 발생할 급박할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

는 단순히 사고 현장을 수습하기 위한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니다. 남아 있는 사고 원인이나 사고 자체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2차적인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중단의 의미도 있고, 재해의 원인에 대해 현장 노동

자들이 공유하고 곧바로 대책을 토론한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 상태

2010년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유해위험작업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작업중지 명령] 업무처리 지침’은, 작

업중지 명령을 내리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작업중지의 대상과 범위’는 물론, ‘작업중지의 구

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근로감독관

이 작업중지 명령을 할 수 있는 기준과 대상은 법제

도가 허용하는 최소의 기준과 근거이다. 물론 현장

에는 지침에 포함되지 않는 많은 유해위험이 존재한

다. 따라서 이는 법이 정해놓은 최소한만을 그 기준

으로 담고 있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안전조치’와 ‘보건조치’를

하지 않아 재해나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경우를 작

업중지 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기준에 명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분야별 대상작업 선정기준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작업중지

대상 작업까지 적어두고 있다. 내용은 주로 <산업안

전보건법>과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상

황에서 감독관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각 사업장에서 노동조합/활동가들

도 본인의 사업장에 해당하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구체적인 내용을 숙

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작업을 중지해야 할 때

를 알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된다.

유해위험작업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작업중지 명령> 업무처리 지침 대상작업 선정기준

① 근로자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아니하고 행하는 작업

② 방호장치 미설치 또는 방호조치가 안된 위험기계·기구

의 작동으로 주변에서 작업을 행하는 근로자가 재해를 당

할 위험이 있는 경우

③ 법령에서 정하는 자격·면허·기능 또는 경험이 없는 자

로 하여금 유해위험작업을 행하게 하는 경우

④ 추락·붕괴·충돌·전도재해를 위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

은 작업

⑤ 안전조치가 안된 화학설비 등으로 인해 주변에서 작업

을 하는 근로자에게 화재·폭발·유독물 누출 등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⑥ 감전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전기설비 또는 전기취급작업

⑦ 기타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중량물·하역·운반 등 작업

⑧ 안전기준 미준수 또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석면해

체·제거작업

⑨ 안전조치 미실시로 질식의 위험이 있는 밀폐공간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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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환경 개선시설 미설치 또는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화학물질의 허용·노출기준 초과 작업

⑩ 산안법령에서 정하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기준

을 미준수한 경우

[사례1] 작업장에서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원재료·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mist) 등

기본적인 환기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환풍기가 고장 났거나 냄새가 심해서 작업하기 어

려운 경우,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작업을 중지해

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24조에서는 사업주가 원

재료·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mist)·산소결

핍·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로부터 노동자를 보

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메탄올 중독 사

건에서 노동자들이 처했던 상황은 이를 위한 조치

가 전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작업을 중지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몇 년 전, 한 대학교 구내식당 조리실에서 환풍기가 고장

났다. 일단 시설과에 수리를 요청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자꾸만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고 어지러웠다. 가슴이 울

렁거리거나 속이 메스껍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일

은 해야지’ 했던 노동자들은, 일하다 심하게 어지럽거나

힘들면 돌아가면서 나가서 바람을 쐬고 다시 조리실로 들

어오길 반복하며 일했다. 다른 업무가 바쁘다고 환풍기 수

리가 당일에 바로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공교롭게 연휴가

시작되어, 수리는 더 지연됐다. 결국 연휴가 끝난 3일 뒤

까지 환풍기는 고쳐지지 않았다. 집에서 쉬면서 몸이 좀

나았던 노동자 중 한 명이, 연휴 끝난 뒤 근무하다가 쓰러

져 응급실에 실려 가고 말았다. 일산화탄소 중독 진단을

받았다. 식당과 학교 측이 환풍기 고장을 방치해서 발생한

산업재해다. 이 경우 결국 작업 중지권을 제대로 사용하

지 못 했는데, 제 때 작업을 중단하고, 환풍기를 수리한 후

작업을 재개했더라면 재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례 2] 위험 기계·기구 방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

위험 기계·기구에 방호장치를 설치하지 않거나, 방

호장치를 해체한 위험기계·기구 및 설비를 사용하는

작업은 작업중지 사유가 될 수 있다. 예로 들어, 위

험 기구의 센서가 작동되지 않도록 해 놓은 경우에

는 작업 중지 사유가 될 수 있다.

2015년 2월 5일 14시 10분경 K사업장 노안부장은 현장

안전보건사항을 점검하던 중 산업용 로봇이 오작동으로

인해 멈춘 상황을 목격하였다. 작업자가 주 전원을 끄지

않은 상태로 도어를 열고 로봇 안으로 들어가 불량제품을

꺼내는데, 다른 작업자가 지나가다 열린 도어를 건드려 닫

힐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됐다. 로봇의 안전장치와

작동여부 센서 부위에 자석과 테이프가 부착되어 안정상

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도어가 닫히면 별도의

리셋 스위치를 작동하지 않아도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는

상태였다. 로봇 펜스 안에서 불량 제품을 꺼내거나 고장

이나 수리, 점검 중에 누군가 실수로 도어를 닫으면 끔찍

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태였다. 작업 중지 6시간 만

에 임시 산보위가 열려, ▲로봇관련 해당 작업자 특별안

전교육 실시 ▲로봇관련 전 공정 노사합동 특별안전점검

실시 등을 합의하고, 교육 시행 후 작업을 시작했다.

[사례 3] 추락 예방 조치가 안 돼 있는 경우추락 위험이 있는데 난간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경우도 조치가 된 이후 작업을 하겠다고 말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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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사유가 된다. 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는

안전난간의 구조 및 설치 요건, 노동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통로 설치, 계단의 난간이 갖춰야

할 조건 등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2015년 현대제철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추락방지 시

설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용광

로에 빠져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

다. 추락방지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 노동자가

안전규정 미준수를 이유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제철공장의 사

망 사고도, 제대로 안전 난간이 설치되고 추락 방지

조치가 완비된 후 작업할 수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

을 인재다.

2015년 4월 3일, H제철에서 40대 노동자가 작업 도중 쇳

물이 담긴 분배시설에 추락해 숨졌다. 숨진 노동자는 사

고 당시 작업장에서 쇳물을 쇳물분배기 주입구에 쏟아 붓

는 작업을 하다가 2m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

찰과 119구조대는 “사고가 난 시설에 1500~2,000도가량

의 쇳물이 담겨 있어 이씨의 주검조차 수습하지 못했다”

고 밝혔다. 20여년 경력의 정규직인 이씨는 제강공정을

통해 나온 쇳물로 철강 완제품의 중간 소재를 만드는 기

계장치인 연주설비를 가동하는 일을 맡아왔다.

당시 사망 사고를 조사한 노동조합의 조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안전난간 설치 등 추락방지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

지 않았고,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Page 46: 2016년 3월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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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명절에도 어김없이 고향집에 내려가서 볼멘소

리를 한바탕 하고 왔다. 작년 부로 칠순을 넘기신

어머님께 농사일 좀 줄이시라고 매년 말씀드리는데

전혀 먹히질 않는다. 칠십 평생 농사일, 식당일 가

릴 것 없이 해오신 어머님은 이미 성한 곳이 하나 없

는데도, 일 그만두면 병난다며 한사코 하던 대로 하

시겠단다.

"일 그만두면 병난다." 흔히 하는 이 말을 곰곰이 생

각해보면,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일하며 평생을 보

내야 한다’는 무서운 결론에 도달한다. 그럼에도 묘

한 설득력을 갖는 말이다. 왜 그럴까?

일 ‘그만두면’ 병난다?

은퇴 후 흔히 선택하는 아파트 경비직의 예를 들어

보자. 뭐라도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혹은 일이 없으

면 생계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비직

을 시작하게 된다. 일 하게 된 이유야 어찌 되었건,

“놀면 뭐해 일이라도 해야지, 이렇게라도 나오니 활

동이라도 하지 안 그럼 병나” 뭐 이런 말씀을 하신

다. 하지만 맞는 말일까? 교대 작업은 뇌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로 잘 알려져 있다. 게다가 고령자

들은 이미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을 가지

고 있는 경우가 많아 되도록 교대 작업은 피하는 것

이 좋다. 실제로 교대 작업으로 인해 뇌심혈관계 질

환이 악화되어 경비근무 도중 사망하는 경우도 빈

번히 발생하고 있다. 말 그대로 죽는 날까지 일하는

것이다.

반면,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정년 연장을 반대하

는 총파업이 성사되기도 했다. 고령 노동자라고 차

별받지 않도록 정년 연장을 통해 일자리를 보장해

주겠다는데도 총파업을 하다니,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유럽의 경우 정년과 연금 수령 연령은 대부분

65세로 맞춰져 있다. 또한 연금을 통한 보장액도

OECD 국가에서 평균적으로 은퇴직전 소득의 63%

수준을 보장해주고 있다. 즉, 은퇴를 해도 상당한

수준의 소득이 사망 시까지 보장되는 것이다. 때문

에 유럽의 몇몇 국가에서는 정년 연장은 곧 연금 수

령 연령이 올라가는 것을 뜻하므로 일방적인 국가의

긴축재정에 맞서 총파업까지 이끌어내는 것이다.

유럽에 비하면 한국에서 퇴직 이후의 삶은 암담한

수준이다. 한국의 정년퇴직은 54세에서 60세 사

시간의 재발견_ 노동시간 에세이

은퇴 좀 하자!! 일 없는 노년에 대한 오해

권종호 노동시간센터 회원, 직업환경의학전문의

Page 47: 2016년 3월 일터

47

이로 정해져 있고 연금 수령은 65세 이후부터 받

을 수 있다. 국민연금의 보장성도 은퇴 직전 소득

의 25~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당장 직장을 잃

으면 연금 수령까지 10년 가까이의 공백이 있고 그

이후 연금을 받는다 해도 평균적으로 직전 소득의

25~30% 수준으로 생계조차 꾸려나가기 힘들다.

노년에 일을 가장 많이 하는데, 가장 가난한 현실

2015년 포브스 지는 한국의 노년 빈곤에 대한

OECD 통계 관련 보도를 실었다. 한국의 65세 이

상 노년 인구의 빈곤율이 50%에 가까운 수준으로

OECD 평균 11.0%에 비해 5배 정도의 차이를 보

이고, 바로 다음의 노년 빈곤율을 보이는 호주와도

15%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포브스 지는

이를 ‘연금 제도의 미성숙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다. 한

국이 OECD 국가 중 노년 소득에서 근로 소득 비중

이 가장 큰 국가라는 점이다. 즉, 일은 가장 많이 하

면서도 가장 가난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의 소득원 구성>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한국

다음으로 노년 빈곤율이 높았던 호주의 경우 가난

함에도 노년에 일을 통해 얻는 수익은 많지 않다.

다시 말해 일반 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곤한 노

년이라 할지라도 일을 안하고 버틸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결국, 노년에 일을 가장 많이 하면서도 엄

청난 빈곤율을 보이는 한국의 노년은 ‘미성숙한 연

금’에만 그 원인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노년층 노동은 저임금, 비정규직,

고용불안정의 요소를 모두 갖고 있다. <유럽연합,

OECD와 비교한 한국 고령근로자의 고용관련 점수

표>를 보면, 한국의 노년층은 EU나 OECD의 국가

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고용률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65~69세의 고용률은 43.8%로 다른 나

라 평균 11.2%, 19.6%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

다. 그리고 일자리의 질을 살펴보면 임시직 비율이

36.7%로 다른 나라 평균인 6.7%, 8.7%에 비해 엄

청나게 높고, 그러한 일자리의 월평균 소득은 청장

년층의 82% 수준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것으

로 나타났다. 실제 은퇴 연령 역시 한국 남성의 경우

71.1세로이다. 62.4세나 64.2세에 보장된 정년보다

오히려 빨리 은퇴하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늦

다. 종합하여 해석하면, 한국의 노동자는 노후를 보

장받을 수 있는 연금과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로 인

해 일반적 퇴직 연령인 55세 전후부터 실제 은퇴 연

령인 70세까지 꾸준히 일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일

자리는 임시직, 저임금의 질 나쁜 일자리들로 빈곤

을 해소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노인자살률 1위로로 이어지는 연쇄고리

결국 이렇게 늙고 병든 몸으로도 일을 놓지 못하는

현실은 ‘일 그만두면 병난다’는 억지스러운 자조를

낳았다. 질 낮은 일자리로 인해, 일을 하면서도 해

소되지 않는 경제적 빈곤은 OECD 국가 중 노인 자

*노인의 소득원 구성 (출처 : 국제비교를 통해 살펴본 한국노인의 소득 및 빈곤실태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Issue & Focus 1, 2009.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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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OECD와 비교한 한국 고령근로자의 고용관련 점수표 (출처 : 제7차 인구포럼-고령사회대책 토론회 - 은퇴 없는 사회를 위한 고용시스템 개선 방향 /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살률 1위라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자

살하는 한국의 노년층은 실제로는 한국의 경제 성

장을 중추적으로 이끌어온 세대였다. 근면함을 미

덕으로 알고 열심히 살았고 노후는 생각도 못 하고

기업과 직장, 나아가 국가의 발전을 위해 낮은 임금

과 장시간 근로를 버텨왔던 세대인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한가?재벌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710

조로 천문학적인 숫자로 불어났지만 국가의 재정은

부채만 늘어가고 연금과 복지는 전혀 노년의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평균 수명이 늘고 노년 인구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에, 정년 및 연금 수령 연

령이 늦춰지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일로 보인다. 이

과정을 먼저 겪은 유럽은 기존의 정년 연령에 맞춰

퇴직하고 연금 생활을 하려는 경향을 무마하기 위

해, 오래 일 할수록 인센티브를 주거나 고용을 보장

해주고 노년의 신체 능력에 맞는 일자리로의 이직을

유도해 지속적인 근로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한국

은 앞서 보다시피 출발점이 다르다. 일찍 퇴직하면

편안한 연금생활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저임금의

비정규직 혹은 적은 연금 수입에 의존하는 장기 실

업 상태인 진정한 헬조선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이 ‘일 그만두면 병난다’라는 말은 누구

라도 수긍하게 만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년의

근로는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도 없고, 임금 피크

제로 임금을 줄인대도 일만 하게 해주면 고마운 상

황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임금 피크

제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제안이 힘을 얻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아무런 준비 없이 발

생한 엄청난 규모의 ‘노년층 빈곤’이지, ‘정년의 연

장’ 그 자체가 아니다. 다시 말해 현재 한국에 필

요한 제도는, 임금을 삭감해 노년층을 더 활용고자

하는 질 나쁜 고용연장이 아니라, ‘노년층의 빈곤’

을 실질임금을 통해 해결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생소한

이야기가 있다. 일을 그만두면 건강을 더 잘 챙길

수 있고 은퇴 후 남는 시간은 편안하게 삶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당연히 그렇다. 그래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그렇게 일찍 은퇴하고 싶어 한다. 한국

의 현실은 그 당연한 이야기를 이해하기 힘들 정도

로 암담하다. 한 번뿐인 삶에서 노동의 시간은 정년

기간만으로 충분하고 그것만으로도 노후가 보장되

는 정책이 필요하다. 당연히 그러한 정책은 이미 가

난할 대로 가난한 노동자를 쥐어짜서는 나올 수 없

다. 그 동안 한 번도 하지 않은 기업과 정부의 고통

분담을 이제라도 이끌어내야 한다.

이제 나이 들면 우리도 은퇴 좀 하자!

한국 EU OECD

2003 2013 2003 2013 2003 2013

고용

55-64세 고용률 57.8 64.3 40.7 49.5 47.2 54.9

55-59세 고용률 63.2 69.2 53.5 64.2 58.1 66.5

60-64세 고용률 51.8 57.2 25.5 33.6 34.0 42.2

55-64세 고용의성별격차 (남녀 비율)

1.56 1.54 1.83 1.36 1.75 1.40

65-69세 고용률 40.5 43.8 9.0 11.2 15.8 19.6

일자리의 질 (55-64세)

시간제의 비율 11.1 12.8 16.4 17.0 17.1 18.2

임시직의 비율 40.6 36.7 6.5 6.7 9.2 8.7

자영업의 비율 - - 25.8 21.7 30.0 25.7

전일제평균소득(55-64세25-54비율)

0.78 0.82 1.13 1.12 1.08 1.08

동학Dynamics

5년 전과 비교한 60세 이후 유지율

- 19.8 36.9 39.7 38.2 41.2

실제은퇴연령 남성 68.2 71.1 61.4 62.4 63.3 64.2

여성 66.4 69.8 59.8 61.3 61.3 63.1

실업

55-64세 실업률 2.1 2.1 5.3 7.9 4.7 6.3

전체 실업자 중55세 이상의 장기실업률

0.2 0.9 53.0 57.0 42.7 46.6

Page 49: 2016년 3월 일터

49

OECD 국가 중

상대적 소득 빈곤*에 처한

65세 이상의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상대적 소득빈곤이란?

가구 혹은 개인의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일 경우를 뜻함. 예를 들어 우리나라 2인 가구의 중위소

득이 266만 196원이라면 이 절반인 133만 98원보다 적게 버는 가구의 경우 강대적으로 빈곤한 것이다.

(설명 출처 : 나무위키)

한국의 가구당 중위소득 (2015년 기준)

1인 가구 156만원, 3인 가구는 344만원,

4인 가구 422만원, 5인 가구 500만원, 6인 가구 57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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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라빠빠빠~ I'm lovin' it (나는 그것을 좋아해)

맞습니다. 세계인이 사랑한다는 “맥도날드” 광고카

피입니다. 바쁜 일상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가격 부담도 덜한 맥도날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이용합니다. 그런데 글쎄 이 맥도

날드가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순 엉터리 회사였습

니다. 그럼 지금부터 그 실체를 파헤쳐보겠습니다.

화상을 부르는 45초 햄버거 맥도날드 본사 정책에 따라 메뉴 주문이 들어오면

햄버거를 45초 안에 만들어야 합니다. 매 순간 바

쁘게 움직여야 하다 보니 기름에 화상을 입거나, 갓

기름에서 꺼낸 감자튀김을 담다가 손을 데이는 날

이 다반사입니다.

죽음을 부르는 17분 30초

라이더 (배달 노동자)는 주문 즉시 17분 30초 이내

에 배달해야 합니다. 시간 안에 달성했는지 도달률

을 매장 평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라이더 뿐 아니라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모두 자유로울 수 없습니

다. 무엇보다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빠르게 배달을

가다 보면 사고 위험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고무줄 같은 업무 스케쥴 근무표가 매주 바뀝니다. 맥도날드는 융통성 있는

근무표라고 말하는데 매장의 매출, 인력 현황 등에

따라 스케쥴이 정해지는 게 융통성입니까? 자칫

매니저에게 잘못 보이기라도 하면 근무 시간이 확

줄어들어서 자연히 월급이 줄고 결국 자진 퇴사해

야 하는 걸 두고 맥도날드는 융통성이라고 생각하

나 봅니다.

문화읽기

I hate you맥도날드!!!

재현 선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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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노동강도 맥도날드는 전체 매장 매출 중 인건비로 쓸 수 있는

비율인 레이버컨트롤이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손님

이 밀려들어서 일할 사람이 부족한 일이 종종 발생

하거나 휴게시간 빼고 단, 1초도 앉지 못하고 온 종

일 서서 일하다 퇴근해도 인력 충원은 없습니다.

산재 예방은 노답뜨거운 그릴에서 고기 패티를 굽고, 치킨을 튀기는

노동자 (그릴 크루)에게 위생 장갑만 지급합니다.

알바노조가 2015년 4월 2일부터 4월 10일까지 537

명 현직 패스트푸드 알바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본인 혹은 동료 직원이 일하다 다친 적이 있

다”는 응답이 80.6%였습니다. 이 중엔 “다친 후 매

장에서 아무 조치도 없었다”는 응답도 28.6%에 달

했습니다.

준비시간은 일하는 시간 아닌가알바노조가 지난 2015년 8월부터 12월까지 패스트

푸드 전·현직 알바노동자 2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무임금 노동(준비시간 등)이 약 20

분에 달했습니다. 알바 노동자들은 매장에 도착해

서 유니폼 입고,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모자를 쓰고

난 뒤에야 출근 체크를 하고, 퇴근할 때는 퇴근 체

크를 한 후에 옷을 갈아입도록 합니다. 대체 이게

무슨 무경우인가요.

또 하나의 복병 시그니처 버거작년 8월 서울 신촌점에서 처음 선보인 시그니처 버

거는 총 20가지가 넘는 음식재료 중 손님이 원하

는 걸 직접 골라 주문하면 전담 크루가 즉석에서 직

접 조리해서 서빙까지 해주는 새로운 플랫폼입니다.

맥도날드는 시장반응이 좋아서 출시 4개월 만에 서

울, 경기, 부산에 총 13개 매장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점점 규모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하는데. 현재도 지옥 같은 노동 강도를 견디고 있는

맥도날드 노동자들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참고로

이 시그니처 버거를 도입한 조주연 마케팅 부사장은

지난 1일 한국맥도날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되었습

니다.

엉터리 맥도날드 계속 사랑받고 싶다면지난 2월 29일 알바노조는 서울 광화문 한국맥도

날드 본사 앞에서 조주연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에

게 10대 요구안을 제시하며 단체교섭을 제의했습니

다. 요구안은 앞에 말씀드린 45초 햄버거 폐지, 죽

음을 부르는 17분 30초 배달제 폐지, 고무줄 스케

줄 제도 폐지, 매출 대비 인건비 통제 폐지, 머리망·

구두·유니폼 세탁비용 지급, 산재 예방을 위한 장

갑·토시 지급, 하루 20분 준비시간 임금 지급 등입

니다. 맥도날드는 세계인들에게 계속 사랑을 받고

싶다면 알바노조가 요구하는 단체교섭을 시작으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자료알바노조 홈페이지 ‘[공지] 알바노조 맥도날드 분회(준)에

가입하세요.’ (http://alba.or.kr/xe/news/20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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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무사의 상담일기 더불어 與

지난 1월 경기도 부천의 삼성전자 휴대폰 부품업체(3차 하청업체) 2곳에서 4명의 노

동자가 메틸알코올에 중독되어 실명 등 재해가 발생하였다. 노동부는 부랴부랴 지난

2월 5일 해당 업체에 대한 작업중지, 보건진단, 임시건강진단명령을 내리고, 유사공

정 보유업체에 대한 감독 및 임시건강진단, 전국 메틸알코올 취급 사업장 일제 점검

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2월 25일 “휴대폰 부품업체에서 메틸알코올 중독 환자 추

가(1) 발생”이라는 보도 자료가 배포되었다. 인천에 소재한 삼성전자 휴대폰 부품업

체(3차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시력장애, 의식혼미 등 메틸알코올 중독증

상으로 응급 후송되어 뇌 경련, 뇌 손상 및 시력이상 증상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현재 의식이 혼미한 상태라는 것이다.

사건을 인지하게 된 경위도 특이하다. 1차 사건과 2차 사건 모두 치료를 담당한 의사

가 노동부에 통보하여 메틸알코올 중독 사건이 밝혀졌던 것이다. 그래서 보도 자료

에 “환자”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끔찍한 것은 첫 번째 사건 이후 노동부가 2

차 사고 업체에 대한 지도점검을 했었다는 데 있다. 2월 3일 지도점검을 실시한 중부

지방고용노동청은 “당시 공장 설비를 이전 설치하고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절삭용

제를 에틸알코올로 교체했고, 앞으로도 메틸알코올을 취급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

다. 에틸알코올을 구입해서 저장해 놓은 것을 확인하고 돌아왔다”는 해명을 하였다.

하청업체에서 메틸알코올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을 그대로 믿은 것인지? 그냥 믿

고 싶었던 것인지?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노동부의 형식적

조치로 인해 재해가 다시 발생했고 이러한 사건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

려를 버릴 수 없다는데 있다.

위험의 외주화,

불법파견이 빚은 메틸알코올 중독 사건

유상철 노무사(노무법인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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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틸알코올은 투명·무색의 인화성 액체로 고농도에 노출될 경우 두통 및 중추신경계 장해

가 유발되며 심할 경우 실명까지 올 수 있는 위험 물질이다. 알루미늄 등을 절삭하는 과

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절삭용제로 사용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메틸알코

올 취급 사업장은 5,900개소에 달한다고 한다. 재해 노동자들은 에어건을 이용해 알루미

늄 가공품에 남아있는 메틸알코올을 제거하는 일을 했다. 보안경, 보호 장갑, 방진마스

크 등을 착용하지 않아 메틸알코올이 눈, 피부 등에 튀고, 호흡기를 통해 흡입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부천의 A회사 노동자 甲(여, 29세) 두눈 실명위기, 乙(남, 29세) 두 눈 실명

위기, 丙(남, 20세) 시야결손 증상, B회사 노동자 丁(남, 25세) 왼쪽 눈 실명, 오른쪽 눈

시력 손상의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인천의 C회사 노동자 戊(여, 29세) 시력장애, 의식혼미

상태에 놓여 있다. 메틸알코올의 대체물질로 덜 유해한 에틸알코올은 1kg당 약 1,200원,

메틸알코올은 1kg당 약 500원이라고 한다. 가격 때문에 무방비 상태에서 메틸알코올을

취급하며 일을 했다는 것은 재해 노동자들의 치명적 신체 손상을 고려할 때 너무 가혹한

일이다.

연이어 발생한 메틸알코올 중독 사건의 불편한 공통점이 있다. 첫째, 삼성전자 휴대폰 부

품 협력업체(3차 하청업체)라는 점, 둘째, 파견법에 금지된 직접 생산 공정에 파견노동자

를 사용하였던 불법파견 사업장이라는 것이다. 만약 노동부가 1차 사고 발생 후 유사 공

정에 대한 지도점검을 실시할 때 불법파견 여부에 대해서 유심히 살폈다면 2차 사고는 미

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다. 몇 년간 발생한 유해물질에 의한 중독사고, 중대재해를 살펴보

면, ‘위험한 공정의 외주화’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원

청에서 위험한 공정을 외주화하고, 하청업체에서는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키면서 미흡한

안전조치를 취하거나 무방비 상태에 노출시켰던 것을 너무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

번 사건 또한 노동자가 다루는 물질이 무엇인지, 얼마나 독성이 있는 것인지 제대로 설명

도 해주지 않았고, 심지어 독성물질을 취급하는 노동자들에게 보호 장구도 제대로 지급

하지 않았다. 때문에 노동부의 지도점검은 하청업체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휴대폰 생

산의 원청인 삼성전자의 외주화의 문제에 대해서도 살펴야 한다. 원청인 삼성전자가 이 사

건들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 19일 국회연설에서 “우리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자리의 희망을 주고,

사회 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들어 근로자를 보호하며, 상생의 고용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도

하루가 시급합니다. 노동개혁은 일자리 개혁입니다. 하루 속히 노동개혁 4법을 통과시켜 주

시기 바랍니다”라며 파견법 등 노동개악을 거듭 촉구하였다. 파견업종을 확대하고자 하는

경영계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할 경우 메틸알코올 중독사건 보다 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질지

모른다. 삼성전자 휴대폰 하청업체 3곳에서 발생한 메틸알코올 중독 사건의 세 번째 공통

점은 재해 노동자 5명 모두가 20대 불법파견 노동자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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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고 있는 거, 맞습니다145호 특집 ‘응답하라 삼성, 사과와 보상이 남았다’를 읽고

일터 다시보기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했을 때 기억이 난다. 무조건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주변 선배 후배 친구를 데리고 영화관에 가서 꼬박 세 번을

봤다. 한 번은 펑펑 울었고, 다음번엔 심각하게 집중했다. 그리고 세 번째 볼 땐, 아

파오는 마음을 외면하면서 보다가 나중엔 그냥 잠을 자 버렸다.

두 번째 영화를 본 날, 친구(세모)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나 언젠가는 저기(반올림) 가서 뭐라도 하고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작년 8월, 나는 반올림의 문을 두드렸다.

지금의 삼성을 만든 것은 바로 ‘노동자’인데

곧 농성 150일 차.. 왜 반올림은 이 싸움을 시작했나? 삼성이 독단적으로 피해자를

선별하여 보상해준단다. 병의 등급을 자체적으로 나눠 보상받을 수 있는 부분과 아

닌 부분을 삼성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하겠다고 한다. 게다가 삼성에서 일하며 병

을 얻어 고통 받고, 죽음에까지 이른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 삼

성은 오만한 콧대를 높이 세우고, 앵무새처럼 “우리는 최고의 기업입니다”만을 되풀

이할 뿐이다.

삼성이라는 거대한—그들의 말을 빌려 달리 표현하자면 ‘최고의’— 기업을 만든 것은

누구였을까? 바로 삼성의 노동자들이다. 삼성 안에서, 삼성을 위해, 삼성이 시키는

대로, 일해 온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이 제시한 물량을 맞추기 위해 밤낮

으로 일하고, 삼성이 추구하는 완벽에 부응하기 위해 더 성실히 그들은 일했다. 삼성

의 직원으로서 조직의 성공을 위해 묵묵하게 일한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삼성

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노동자들에게 허리 굽혀 고맙다고 인사는 못 할망정,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굴

고 있는 삼성의 모습은 참으로 천박하지 않은가! 반올림의 농성은, 적어도 그 속에

박채은 반올림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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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자원 활동을 하는 나는 이 싸움이 시작된 이유에 대하여 이렇게 결론 내리고 싶

다. “천박하고 오만한 너희 삼성에 대한 투쟁”이라고.

직업병 피해노동자를 고압적으로 대하는 근로복지공단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던 중 얻은 병은 과학적 입증이 쉽지 않다. 하지만 많은 노동자

들이 이 일을 통해 희귀한 병을 얻었고 이에 관한 이례적인 통계들이 나와 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일과 병의 ‘상당인과관계’라는 형식적 법리만 들이대며 피해자에게 입

증책임을 들이미는 근로복지공단의 고압적인 행태 또한 꼴사납기 마찬가지이다.

반도체 전자산업에서 쓰는 화학물질들은 위험한 독성 물질들이 많다. 이 물질들이

작업 환경 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도 크다. 예를 들어,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세톤의 경우(일상에서 쓰이는 것은 매우 희석된 아세

톤), 반도체 공 중 세척에 자주 쓰이는 물질이라고 한다. 희석하지 않은 아세톤이 달

궈진 물질을 세척할 때 그 과정에서 뜨거운 기체가 발생한다고 하는데 그 기체 속에

어떤 독성 물질들이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학적으로 증명이 명

쾌하지 않다는 이유로 “독성 물질은 없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계속 걸어가야 하는 길

혹자들은 반올림의 싸움이 무모하다고 한다. 삼성이 해주는 보상을 받는 것이 피해자

들의 생계를 위해서 이득이라고 한다. 또한 사회 정의 실천을 위해 똘똘 뭉친 낭만주

의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자본의 힘을 무시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그렇게 말

하는 이들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자본이 주는 달콤함에 신념을 팔지 않는

것이 더욱 괜찮은 삶의 길이고, 이 무모한 낭만이 사회를 바꿔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좋아하는 노래 가사 중 이런 부분이 있다.

“우리 앞에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제대로 걸어온 거야. 이제는 우리가 길을 만

들 차례야 이제는 우리가 빛이 될 차례야”

반올림은 분명 제대로 걸어왔다. 그리고 이제 더 튼튼한 길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일터 145호에서 읽은 손성배(삼성직업병 피해 유가족) 님의 글에 그의 돌아가신 아버

님 대신 대답을 해드리고 싶다.

“성배 님, 잘 해나가고 있는 것, 맞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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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저러쿵

지난 1월 결혼 10주년을 기념해 아이들을 포함해서 가족들과 여행을 제주도로 다녀

왔다. 하필 그 시기에 폭설로 인한 대규모 결항 사태가 발생했다. 이를 경험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안전과 관련한 문제점들을 볼 수 있어서 이를 적고자 한다.

손님 몰리자 비상 계단에도 침대 놓던 호텔

1월 24일 오전, 여행을 마치고 제주도를 떠나기로 한 날이었다. 원래는 1월 23일 산

쪽에 있는 숙소에서 숙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눈으로 인해 아침에 공항에 늦을지

도 몰라서 인터넷으로 제주 시내의 한 관광호텔로 숙소를 옮겼다. 다행히 공항에 비

교적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화재 대피

용 계단에 침대가 놓여 통행을 방해하고 있었다.

원래 소방법에는 화재 대피용 계단에는 이 같은 물건을 쌓아두지 말도록 되어있다.

게다가 침대는 불이 잘 붙는 가연성 물질이다. 그런데 이곳은 단체 손님을 더 받기

위해 가연성 물질인 침대를 비상계단에 쌓아두고 있었다. 화재 걱정을 하면서도 일

단 숙소를 잡았으니, 일단은 불안하더라도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인 24일 아침, 항공편 결항이 확실해졌다. 해당 숙소가 화재 시 대피로가 확

보되지 않은 위험한 곳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숙소를 구하지 못할 것 같

아서 어쩔 수 없이 하루 더 이곳에 머물기로 하였다. 당일 초저녁에 정전되면서 전기

가 나갔다. 호텔 사장이 한국전력에 여러 번 연락한 끝에 몇 시간 만에 전기 기술자가

와서 정전 문제를 해결했다. 정전의 원인은 '과다한 전기 사용'이라고 했다. 이 호텔이

충분한 전력 예비 용량을 갖추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당시 평소보다 날씨도 상당히

추워졌고, 많은 사람이 관광호텔에 몰려들었기 때문에 발생한 정전으로 보였다.

폭설로 인한 제주공항 사태를 겪고

조성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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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귀가했지만, 심야 비행에 불안했다

1월 25일, 비행기가 오후 8시까지 결항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공항에 방문해서 항공사 직

원들에게 물어보니 '내일 공항에 방문해서 임시편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좀 더 안전할 것 같은 숙소를 구해서 그곳으로 이동하였다.

오후에 항공사에서 문자가 와서 연락을 취했다. 그랬더니 '25일 하루만 임시편 비행기

가 있을 예정이니 공항에 나가서 줄을 서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 안내를 받은 후 짐

을 가지고 공항에 갔다. 공항에는 줄이 매우 길게 늘어서 있었다. 5시간이 넘는 시간

을 기다린 결과 겨우 비행기 표를 구했다. 예정된 비행기 출발 시각은 오후 10시 50분

이라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오전 1~2시경에는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거의 모든 비행기의 출발이 지연되고 있었다. 결국, 오

후 10시 50분 출발이라던 비행기는 연착 끝에 새벽이 되어 오전 1시 45분에 출발할 수

있었다. 공항이 마비되었다가 제주 공항 활주로가 처리할 수 없을 정도의 너무 많은

비행기가 편성되다 보니 제주 공항은 대규모의 지연 사태를 겪게 되었다. 신문 기사를

읽어보니 저가 항공사는 이번 결항사태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집으로 오는

비행기는 대형 항공사에 예약하였기 때문에 임시편 비행기를 타고 귀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대규모 결항에 준비가 그리 잘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우선은

모든 임시 비행편을 단시간에 몰아서 투입하였고, 그 결과 공항이 처리할 수 있는 양

을 넘어서고 말았다. 많은 비행기로 인해서 극심한 지연 출발을 일으켰다. 또, 무리

한 심야 비행은 승무원들의 피로감을 유발해서 안전에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지 않

았을까. 무리한 야간 비행을 강행한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됐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의 심야 비행은 다시는 겪고 싶은 않은 경험이었다.

여전히 '안전은 뒷전'인 한국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한국 사회에서 언제나 '안전은 뒷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특히 돈과 노력이 드는 경우라면 말이다. 관광 호텔의 비상 계단의 놓인 침

대 문제, 정전 사태도 그러했다. 또 저가항공사의 무대책, 대형 항공사의 무리한 임

시편 비행 운항 등 안전은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듯했다.

정말로 아슬아슬한 사회이다. 안전과 관련한 문제는 평소 안전 규정을 잘 지켜야 하

고, 또 비용과 노력이 드는 일이다. 지난 2014년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안전은 여전히 뒷순위에 있는 것 같다. 아슬아슬한 상황에

서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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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호 가로세로 퀴즈로 본 일터 정답자 중 상품 당첨자는 이*래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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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안전보건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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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향한 걸음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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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만드는 일터 통권146호 2016년 3월 발행인 김형렬 선전위원 경희, 승종, 영우, 재천, 종호, 하나, 재현 만평 박원종 편집 영 인쇄 동광문화사 발행기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발행일 2016년 3월 11일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남부순환로 2019 경신빌딩 501호 (우 156-827) 전화 (서울) 02-324-8633 (수원) 031-247-8633 (부산) 051-816-8633 홈페이지 www.kilsh.or.kr 이메일 [email protected] 팩스 (서울) 02-324-8632 (수원) 031-247-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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