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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공학·인문학·디자인을 한데 버무려내는 로봇 디자이너 곽소나 11로봇 시대가 날이 머지않았다. 사회학자들은 2022년에는 로봇이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래에 우리와 함께하게 로봇은 어떤 모습일까? 로봇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공상 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휴머노이드떠올립니다. 하지만 그게 로봇의 전부는 아니에요. 기존 제품에 로봇 기술을 접목한 것도 로봇입니다. 기능형 로봇이라고 하는데, 다른 말로 스마트 어플라이언스(smart appliances) 또는 인텔리전트 프로덕트(intelligent product)라고도 해요. 로봇 청소기를 생각하면 쉬워요.” 곽소나는 인간 중심의 인간 로봇 상호작용 디자인연구하는 디자이너다. 그가 최근 만든 로봇의 이름은 한글봇’. 다섯 가지 모양의 블록을 조합해 글자를 만들면, 글자를 스스로 인식해 발음한다. 로봇이라지만 한글봇의 겉모습은 흔한 블록과 다를 없다. 한글봇은 로봇 기술을 적용한 똑똑한 블록뿐이다. 사실 로봇은 아직 우리에게 낯선 분야다. 그런데 그는 어쩌다 로봇 디자인을 시작하게 걸까? 대학교 4학년 졸업 작품을 앞두고 남자 친구가 생겼는데, 이럴 누군가 대신 감정을 전달해줄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때 생각한 것이 바로 로봇. 대학 졸업 작품으로 만든 로봇 해미탄생하게 배경이다. 그가 만든 로봇이 무사히 인물을 완수한 덕분에 그때 남자 친구는 지금 그의 남편이 됐다. “심리학을 공부해볼까 했는데 그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인간 대신 로봇을 연구하기로 했어요.” 인간과 똑같은 휴머노이드를 실현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하는 로봇 공학자들과 달리, 로봇 디자이너인 그는 어떻게 하면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불편함이 없는 로봇을 만들까 연구한다. “기계 덩어리에 불과한 로봇이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인문학이나 사회심리학을 적용해 디자인해야 합니다. 인간에게 익숙한 사회적 규칙을 로봇 디자인에 적용하면, 설명서 없이도 직관적으로 사용할 있어요.” 로봇이 아니라 제품이라고 바꿔 말해도 사실 전혀 어색하지 않을 같다. 벌써 로봇 디자인이라는 우물을 파온 12. 이제 지겨울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도 새로운 심리학이나 사회 과학을 배우면서 로봇 연구를 하는 것이 하면 할수록 재미있다고. 앞으로 그가 이루고 싶은 꿈은 가지. 첫째는 산업 디자이너로서 컵이나 가구 같은 일상 제품을 로봇 기술로 새롭게 만들어내는 . 둘째는 디자이너가 만든 기능형 로봇으로 로봇 시장을 개척하는 . 셋째는 연구자로서 미래 로봇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로봇 공학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로봇을 광고, 뮤직비디오, 영화에 등장하는 문화 콘텐츠로 확대시키는 . 그가 말하는 로봇 디자인이 실현된다면 휴대폰만이 아니라 앞으로 세상 모든 제품이 똑똑해질 같다. : 김영우 기자, 인물 사진: 한도희(스튜디오 얼리 스프링)

86cms.design.co.kr/dls/data/DE/2013/1/de1301_086.pdf · 명예교수 덕분에 국가 연구 기관이 밀집한 대덕연구단지를 앞마당으로 알고 자랐다 . 현재 이화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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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인문학·디자인을 한데 버무려내는 로봇 디자이너

곽소나

1인 1로봇 시대가 올 날이 머지않았다. 사회학자들은 2022년에는 로봇이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래에 우리와 함께하게 될 로봇은 어떤 모습일까?

“로봇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공상 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게 로봇의 전부는 아니에요. 기존 제품에 로봇 기술을 접목한 것도 로봇입니다. 기능형 로봇이라고 하는데, 다른 말로 스마트 어플라이언스(smart appliances) 또는 인텔리전트 프로덕트(intelligent product)라고도 해요. 로봇 청소기를 생각하면 쉬워요.” 곽소나는 ‘인간 중심의 인간 로봇 상호작용 디자인’을 연구하는 디자이너다. 그가 최근 만든 로봇의 이름은 ‘한글봇’. 다섯 가지 모양의

블록을 조합해 글자를 만들면, 그 글자를 스스로 인식해 발음한다. 로봇이라지만 한글봇의 겉모습은 흔한 블록과 다를 바 없다. 한글봇은 로봇 기술을 적용한 ‘똑똑한 블록’일 뿐이다. 사실 로봇은 아직 우리에게 낯선 분야다. 그런데 그는 어쩌다 로봇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걸까? 대학교 4학년 졸업 작품을 앞두고 남자 친구가 생겼는데, 이럴 때 누군가 내 대신 감정을 전달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때 생각한 것이 바로 로봇. 대학 졸업 작품으로 만든 첫 로봇 ‘해미’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그가 만든 로봇이 무사히 인물을 완수한 덕분에 그때 그 남자 친구는 지금 그의 남편이 됐다. “심리학을 공부해볼까 했는데 그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인간 대신 로봇을 연구하기로 했어요.” 인간과 똑같은 휴머노이드를 실현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하는 로봇 공학자들과 달리, 로봇 디자이너인 그는 어떻게 하면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불편함이 없는 로봇을 만들까 연구한다. “기계 덩어리에 불과한 로봇이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인문학이나 사회심리학을 적용해 디자인해야 합니다. 인간에게 익숙한

사회적 규칙을 로봇 디자인에 적용하면, 설명서 없이도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로봇이 아니라 제품이라고 바꿔 말해도 사실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벌써 로봇 디자인이라는 한 우물을 파온 지 12년. 이제 좀 지겨울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도 새로운 심리학이나 사회 과학을 배우면서 로봇 연구를 하는 것이 하면 할수록 더 재미있다고. 앞으로 그가 이루고 싶은 꿈은 네 가지. 첫째는 산업 디자이너로서 컵이나 가구 같은 일상 제품을 로봇 기술로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 둘째는 디자이너가 만든 기능형 로봇으로 로봇 시장을 개척하는 것. 셋째는 연구자로서 미래 로봇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로봇 공학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로봇을 광고, 뮤직비디오, 영화에 등장하는 문화 콘텐츠로 확대시키는 것. 그가 말하는 로봇 디자인이 실현된다면 휴대폰만이 아니라 앞으로 이 세상 모든 제품이 똑똑해질 것 같다. 글: 김영우 기자, 인물 사진: 한도희(스튜디오 얼리 스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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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블록형 한글 교육 로봇 한글봇(HangulBot)디자인: 곽소나, 김은호, 김지명, 손영빈, 이은욱, 곽윤근반달 모양, 점 모양, 굽은 곡선 모양, 길고 짧은 직선 모양 등 다섯 가지 형태의 블록 11개만 있으면 모든 한글을 표현할 수 있다. 블록으로 글자를 완성하면 글자를 인식해 발음하는 똑똑한 한글봇은 한글 교육용으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글이 모듈화되었기에 나올 수 있었던 디자인. 그럼에도 반달 모양의 블록 위에 직선 모양의 블록을 올려

‘ㅈ’을 만든 아이디어는 정말 획기적이다. 2011년 국제 소셜 로봇 디자인 학술대회에서 심사위원상, 최고인기상, 현장투표상을 휨쓸었다.

1978년생. 대전 과학고를 거쳐 카이스트에서 로봇 디자인으로 박사 과정까지 마쳤다. 로보틱스를 연구하는 아버지 곽윤근 카이스트 명예교수 덕분에 국가 연구 기관이 밀집한 대덕연구단지를 앞마당으로 알고 자랐다. 현재 이화여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있으며 몇몇 디자이너, 엔지니어와 함께 ‘로봇을 다시 재생시키다’라는 의미의 ‘리봇(Re:bot)’이라는 그룹으로 활동하며 로봇 디자인을 연구하고 만든다.

2 언어 청정 로봇 멍(Mung)디자인: 곽소나, 김은호, 김지명

‘맞으면 멍이 든다’는 인터랙션을 콘셉트로 개발한 로봇. 거친 억양의 말이나 욕설을 하면 로봇 몸체가 멍이 든 것처럼 점점 파랗게 변한다. 반대로 애정 어린 말을 하면 부끄럽기라도 한 듯 얼굴이 붉게 변한다. 말에 상처받고 멍이 드는 수동적인 로봇의 캐릭터에 맞게 일부러 단순하게 디자인했다. 2007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로맨(Ro Man) 국제 로봇 디자인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3 감성 로봇 해미(Hamie)디자인: 곽소나

2000년 학부 졸업 작품으로 만든 첫 로봇. 단순히 의사를 전달하는 기능을 넘어 시각, 청각, 촉각을 이용해 친밀감까지 전할 수 있다. 높이 9cm, 너비 5cm의 작은 로봇으로 휴대가 가능하다. 들고 다니지 못할 경우, 컨트롤러를 장착하면 로봇에서 명령을 내려 조정할 수 있다. 2006년 IEEE 로맨 국제 로봇 디자인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4 감성 로봇 라이(Ra-i)디자인: 김명석, 곽윤근, 이주장, 김병수, 곽소나, 임세철, 황유진대학원 석사 과정 중 해미의 콘셉트를 발전시켜 만든 감성 로봇. 한국적인 느낌의 로봇을 만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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