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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나에게 여러 가 지를 포기하게 했다. 마스크 를 쓴다는 핑계로 화장을 하 지 않고 외출하는 일은 이미 놀라운 일도 아니다. 평소 화 사함을 강조하며 꼼꼼하게 화장하고, 맨얼굴은 내 생전 에 누구도 못 볼 거라고 생 각했었는데 충격적이게도 한 달 넘게 거의 맨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즐 겨 쓰던 선글라스도 절대로 쓰지 않았다. 마스크 와 선글라스는 뭔가 음모의 분위기가 짙어서인지 아무리 햇빛이 괴로워도 쓰고 싶지 않았다. 때때 로 마스크를 꼭 벗어야 할 때 너무도 민망해서 민 낯의 치명적 실수를 뼈저리게 후회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마스크에 뭉개진 화장한 얼굴을 보이는 것 보다 나을 듯해 굳세게 그냥 다녔다. 마스크를 쓰기 시작할 때 난 귀걸이를 빼버렸다. 귀걸이는 내 문신과도 같은 존재였는데 마스크 끈 에 걸리적대는 귀걸이가 어느 날부턴가 지독한 허 영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포기 할수없는건 역시 반 지였다. 반지는 저 혼자 빛났고 수수한 손가락에서 자존심인 양 도도했다. 내가 가진 반지를 다 꺼내 놓고 난 매일 반지를 바꿔 꼈다. 모든 것이 무채색 인 양 밋밋한데 반지만은 톡톡 튀는 기분을 갖게 했다. 현란한 세팅과 야단스러운 모양의 반지들은 14 2020년 4월 17일 금요일 이종근 기자 [email protected] 봄의 이름으로 최화경 /제자 이승연 /제자 이승연 '전라도 관찰사 밥상(저자 장명수, 출판 북코리아)'은 전라감영 관찰사 의 밥상을 통해 풍성한 전주의 음식 을 찾아 떠난다. '전라도 관찰사 밥상'은 책 제목대 로 관찰사의 밥상부터 이야기가 시 작된다. 관찰사의 등청, 음식통치, 상 물림 등 흥미로운 내용으로 시작한 다. 관찰사 밥상을 이어 영집 밥상, 수 령 밥상, 아전 밥상, 지주 밥상, 전주 한정식으로 이 어지는 전주음 식 계보도 발굴 했다. 전주비빔 밥, 콩나물국밥, 한정식은 물론 이고 요정, 요릿 집, 청요릿집, 다 방까지 음식의 풍성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전라도 맛과 경상도 맛을 비교하고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전주의 맛까지 나열했 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거시기가 떨어진다는 말을 듣던 시대를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음식과 관련된 책을 쓴 것은 전주 음식문화에 대한 기록을 누군 가는 남겨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 기 때문이다. 음식과 관련된 고문헌 이 없는 현실 속에서 전주음식의 원 형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며, 나름 대로 자료와 기록을 찾아 정리한 결 과다. 전주음식의 원형은 전라감영 관찰사 밥상에서 찾는 게 맞다. 이 와 관련된 내용은 2011년에 처음으 로 제안했으며, 연구를 통해 2019년 에야 그 결실을 맺었다. 9년 만에 본 큰 성과다. 작가는 "이 정도면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고, 사진을 찾는 과정이 그리 짧지 않았음을 말 해두고 싶다. 한마디로 잘 발효되었 다고 본다. 이 중에서도 ‘전주음식의 계보’를 그려보고자 시도했다는 점 이 나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 물이다"고 했다. 코로나에 갇힌 우울하고 지루한 시간을 보상해주 는 듯 후련하고 당당했다. 우아함과 고급함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수필을 쓰는 송 선생님이 단톡방에 동영상을 올렸다. 같은 노래, 다른 맛이란 제목으로 <봄날은 간다>란 노래 를 11명의 가수가 부른 동영상이었다. 봄날은 간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장사익/목소 리가 운명을 만든 듯 애달프게 요절한 김정호/부 루지한 감성의 한영애/한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말 해주는 최백호/녹아드는 심수봉/야속한 조용필 흠뻑 젖어 듣다 보니 꽃잎 한 장 못 보고 이대로 봄이 다 가버릴 것 같아 아쉽고 막막했다. 환장할 것 같은 마음에 부서져라 문을 닫고 집을 나왔다. 뭐라도 봄의 모습을 봐야 할 것 같은 절박함 때문 이었을 것이다. 오! 수선화. 아파트 화단에 노란 수선화가 누군 가를 그립게 하는 몸짓으로 아련하게 서 있었다. 너도 사람이 그리웠구나.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변 을 살펴보니 등불 같은 목련이 시린 하늘을 배경 으로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벌써 져버린 듯 빛 이 바랜 산수유 꽃이 바람 끝에서 적막했다. 햇빛 속에서 너무 붉은 명자꽃이 서럽고 한스럽게 진저 리를 치고 있었다. 그 진저리 속에 노오란 봄볕이 자글거렸다. 누구도 만날 수 없던 속수무책의 시 간 속에서 기약할 수 없는 답답함에 조급하더니 봄꽃 몇 송이 보고 나니 수묵처럼 담담해진다. 다 시 견딜 수 있는 기운이 생기는 듯 단단하게 주먹 이 쥐어졌다. 봄날은 아직 가지 않았다. 아니, 이번 봄은 그리 쉽게 가지 않을 것 같다. '꽃잎 한 장 떨어져도/봄볕이 줄 거를/수만 꽃잎 흩날리니/이 슬픔 어이 견디리' 두보의 시구가 아 니라도 이 봄, 참으로 애닲다. 오라! 코로나19여. 우리는 너를 반드시 그리고 확실하게 넘어서고 말 것이다. 이 찬란한 봄의 이름으로. 전라감영 관찰사의 밥상을 통해 풍성한 전주음식을 찾아 떠난다 ■ 장명수 `전라도 관찰사 밥상' 전주 출신 소설가 `이정환문학전집' 발간 전주 출신 소설가 이정환(1930~1984) 의 작품전집(10권, 발간 국학자료원, 인 쇄 신아출판사)이 발간됐다. 그는 1970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 한 지 50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사 실 이정환은 ‘사형수 소설가’, ‘한국의 밀 턴’, ‘소설이 된 소설가’ 등의 별명으로 널 리 알려졌다. 그가 6‧25전쟁 때 학도병으로 출전했 다가 모친이 위급하여 집에 왔다가 귀대 기한을 넘겨버린 탈영병이 되어 사형을 '한국 전통연희사(저자 전경욱, 출판 학고재)'는 우리 역사에 기록된 공연 문 화와 기예, 연극적인 놀이와 대중문화의 뿌리를 찾는 연구서다. 동아시아 문화권 ‘근대한국 개벽운동을 다시 읽다(저자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출판 모 시는사람들)'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 면서 등장한 동학(천도교), 증산교, 대종 교, 원불교 등 근대 한국의 ‘개벽종교’가 전개한 ‘개벽운동’을 새롭게 조명한다. 이 들 개벽종교는 서구문명과 서구적 근대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정치적 소 비자 운동을 위하여(저자 강준만 전북 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출판 인물과사상 사)’는 한국에서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문제의식으로 출 발한다. 많은 지식인이 ‘시민의 소비자화’ '이재 황윤석 연구의 새로운 모색(이재 연구소 편, 출판 흐름)'은 황윤석 선생의 정치, 경제, 문학, 과학기술을 고찰하고 나아가 이재 황윤석 실학의 사상사적 의 미와 ‘새로운 18세기 지성사’ 연구에 대 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재 황윤석은 영·정조 연간에 고창에 언도받은 탓이다. 나중에 풀려난 그는 전주에서 헌책방 을 경영하며 '문예가족' 동인으로 활동 했고, 기구한 팔자를 소설작품으로 형상 화하여 늦깎이로 데뷔했다. 생전에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이문구는 “나는 이정환 시대의 개막의 장을 소홀히 하고는 70년 대 문학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 으리라는 것을 서슴없이 예언한다”고 말 할 정도로 촉망받았다. 하지만 이정환은 지병인 당뇨성 합병 의 연희와 비교하면서 우리 가면극, 곡 예ㆍ묘기, 판소리, 농악, 굿, 재담 등 다양 한 연희 종목의 기원과 변화를 되짚는다. 시대에 따라, 정치사회적인 변화에 따 라 연희 내용과 표현 방식이 어떻게 달 라졌는지를 분석하고 누가 이를 담당했 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핀다. 제1부에서는 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사상, 종교, 정치 사회, 문화, 교육의 전 부문에서 자생적 이고 생명평화 친화적인 운동과 문화와 사상의 흐름을 형성했다. 특히 공공성의 관점에서 새로운 문명 을 구축해 간 그 근간으로서 개벽사상 과 개벽운동은 최근 전 지구적 기상이변 를 개탄하지만, 일부일망정 명분을 내세 운 시민이 명분을 내세우지 않는 소비자 보다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현실을 외면 한 채 다분히 허구적인 ‘시민 우위론’을 내세운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수 있 을까? 오히려 많은 진보주의자가 ‘시민’ 서 태어나 활동한 대표적인 실학사상 가이다. 그는 성리 학·역사학·국어학· 지리학·천문학·산 학·기하학·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300여 권에 달하는 증으로 실명하고 말았다. 시력을 잃은 뒤 에도 그는 창작을 계속하며 죽는 날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이종근 기자 한국 전통연희의 역 사적 전개 양상을 알아보고, 제2부는 조선 후기에 성립된 연극적 양식의 새로 운 전통연희를 다룬 다. /이종근 기자 과 감염병의 전지구 화 국면에서 새로운 활로와 새로운 인식 을 제공하고 있음을 제1부 인문개벽운 동과 제2부 사회개 벽운동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이종근 기자 을 앞세워 진보 행 세를 하지만 개인적 인 삶은 철저히 ‘소 비자’ 그것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 지 않는 ‘비윤리적인 소비자‘로 살고 있 는 이중성과 위선을 깨는 풍토를 조성하 는 것이 중요하다. /이종근 기자 저술을 남겼으며, 당대 최고의 ‘백과전서 파’ 실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는 55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기록한 바 '이재난고'는 조선시대 개인이 저술한 저작으로는 가장 방대한 분량이다. 가히 문화콘텐츠의 보물창고 라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 지성사에서 이재는 어떤 존재인가? 그는 스스로 노 론 낙학계의 일원임을 자부하였다. 다수 의 연구자들은 정통 성리학의 자장 안에 있었더라도 경세학적 지향성이 두드러진 인물들에 대하여 실학의 맥락 속에서 다 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종근 기자 새로운 18세기 지성사의 인물 이재 황윤석 ■ 이재연구소 `이재 황윤석 연구의 새로운 모색' 자생적이고 생명평화 친화적인 운동과 문화와 사상의 흐름을 형성한 개벽 종교 정치 소비자 운동은 유권자의 마지막 자구책 ■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근대한국 개벽운동을 다시 읽다' ■ 강준만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정치적 소비자 운동을 위하여' 우리 전통 연희와 관련된 중국과 일본의 자료도 상당수 담겨 있다 ■ 전경욱 `한국 전통연희사' '평등은 미래진행형(저자 김윤희, 출판 다온북스)'은 각각 고대, 근대, 현대의 사상을 다루고 있다. 〈고대|인간에 대한 관찰과 가능성〉은 2부로 구성 되어 있다. 1부는 최초의 페미니스트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플라톤의 사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성 철인왕 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플라톤의 논리는 무엇인지 그 리고 그의 주장이 가진 한계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해양문명론과 해양중국(지은이 양궈전, 옮긴이 김 창경, 권경선, 곽현숙, 발간 소명출판)’은 해양문명과 해양중국의 기초이론과 실천에 대한 단계적 성과이다.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제1부는 ‘해양문명론’으로 기초이론 연구인 해양문 명의 개념과 기본 형태 그리고 해양사 연구의 이론 방 법을 제시한다. 제2부는 ‘역사적 해양중국’으로 해양 사 연구로 중국해양역사문화, 중국해양문명의 시대구 분, 해양경계와 해양역사 등 시대별 특징을 살펴보고 이승하시인이 시집 '예수·폭력'을 ‘문학들 시인선’ 세 번째 권으로 펴냈다. 10·26사태와 12·12사태, 광주의 참 상이 일어난 대학 시절, 고문 정국을 다룬 시 「화가 뭉 크와 함께」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한 시인은, 1993년 펴낸 시집 『폭력과 광기의 나날』을 시 작으로 『공포와 전율의 나날』 , 『감시와 처벌의 나날』 등을 통해 ‘폭력과 광기 없는 세상’을 집요하게 희구해 왔다. 이 가운데 『감시와 처벌의 나날』은 교도소 교화 사 '비유물론(Immaterialism, 저자 그레이엄 하먼, 출판 갈무리)'은 객체지향 철학의 창시자인 저자 그레이엄 하 먼은 사회생활 속 객체의 본성과 지위를 규명한다. 객 체에 대한 관심은 유물론의 한 형태에 해당한다고 흔히 가정되지만, 하먼은 이 견해를 거부하면서 그 대신에 독창적이고 독특한 ‘비유물론’ 접근법을 전개한다. 끊임 없는 변화와 전일론적 네트워크, 수행적 정체성, 인간 수 있다. 2부는 성차별주의자로 알려져 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구별’이란 무엇인지 정리 하며, 만약 그에게 여성 철학자 혹 은 여성 과학자에 대한 경험이 있 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전 개한다. 〈근대|근대적 인간에서 배제된 여성〉은 5부로, 〈 현대|혐오와 폭 력〉은 3부로 각각 구성되어 있다. /이종근 기자 있다. 제3부는 ‘현대적 신해양관’ 으로 현재적 시점의 연구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서양의 해양국가 론에 대한 인식, 중국 전통해양문 명과 해상 실크로드, 해양중국의 현실적 사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 다. 아울러 조사연구보고서, 관련 학술논문, 강연 발표, 인터뷰 등의 여러 형식의 글들이 수록되어 있 어 사고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중국의 현 대적 신해양관에 대한 사고에 있어 자국 중심주의적 사유가 내포되어 있는 점은 한계점이다. /이종근 기자 업 10년과 정신병원 환자 면회 10 년의 결과물이었다. 이번 시집 '예수·폭력'은 제목에 서도 엿볼 수 있듯 ‘예수’를 매개로 ‘폭력’의 문제를 노래한 것이 특징 이다. “예수에게 행해졌던 폭력과, 그 폭력을 사랑으로 갚았던 예수 의 생애”를 추적하면서, 중동 분쟁은 물론 아우슈비츠, 킬링필드,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4·19와 5·18 등 역사적 비극과 조류독감·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 핵, 아동성 폭력, 세월호 등 사회적 문제를 시로써 고발하고, 분노 하고, 반성하며, 위무한다. /이종근 기자 실천에 의한 사물의 구성에 관한 현행 사회 이론들을 반박하는 『비 유물론』은 철학과 사회 이론과 문 화 이론에서 펼쳐지는 첨단 논쟁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의 흥미를 끌 터이다. 이 책은 사변적 실재론 의 한 갈래인 하먼의 객체지향 존재론에 입문하고자 하 는 독자를 비롯하여 사회적 객체에 관한 이론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이종근 기자 시대라는 편견을 깨고 나오면 더 가능성 있는 세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 김윤희 `평등은 미래진행형' 21세기에 들어가면서 해양발전전략을 국가전략으로 승격시켰다 예수를 매개로 폭력의 문제를 노래하다 사회생활 속 객체의 본성과 지위를 규명한다 ■ 양궈전 `해양문명론과 해양중국' ■ 이승하 `예수·폭력' ■ 그레이엄 하먼 `비유물론'

전라감영 관찰사의 밥상을 통해 풍성한 전주음식을 찾아 떠난다 · 령 밥상, 아전 밥상, 지주 밥상, 전주 한정식으로 이 어지는 전주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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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전라감영 관찰사의 밥상을 통해 풍성한 전주음식을 찾아 떠난다 · 령 밥상, 아전 밥상, 지주 밥상, 전주 한정식으로 이 어지는 전주음 식

코로나19는 나에게 여러 가

지를 포기하게 했다. 마스크

를 쓴다는 핑계로 화장을 하

지 않고 외출하는 일은 이미

놀라운 일도 아니다. 평소 화

사함을 강조하며 꼼꼼하게

화장하고, 맨얼굴은 내 생전

에 누구도 못 볼 거라고 생

각했었는데 충격적이게도 한

달 넘게 거의 맨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즐

겨 쓰던 선글라스도 절대로 쓰지 않았다. 마스크

와 선글라스는 뭔가 음모의 분위기가 짙어서인지

아무리 햇빛이 괴로워도 쓰고 싶지 않았다. 때때

로 마스크를 꼭 벗어야 할 때 너무도 민망해서 민

낯의 치명적 실수를 뼈저리게 후회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마스크에 뭉개진 화장한 얼굴을 보이는 것

보다 나을 듯해 굳세게 그냥 다녔다.

마스크를 쓰기 시작할 때 난 귀걸이를 빼버렸다.

귀걸이는 내 문신과도 같은 존재였는데 마스크 끈

에 걸리적대는 귀걸이가 어느 날부턴가 지독한 허

영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포기 할수없는건 역시 반

지였다. 반지는 저 혼자 빛났고 수수한 손가락에서

자존심인 양 도도했다. 내가 가진 반지를 다 꺼내

놓고 난 매일 반지를 바꿔 꼈다. 모든 것이 무채색

인 양 밋밋한데 반지만은 톡톡 튀는 기분을 갖게

했다. 현란한 세팅과 야단스러운 모양의 반지들은

14� 2020년�4월�17일�금요일

이종근 기자 [email protected]

봄의 이름으로최화경

/제자 이승연/제자 이승연

'전라도 관찰사 밥상(저자 장명수,

출판 북코리아)'은 전라감영 관찰사

의 밥상을 통해 풍성한 전주의 음식

을 찾아 떠난다.

'전라도 관찰사 밥상'은 책 제목대

로 관찰사의 밥상부터 이야기가 시

작된다. 관찰사의 등청, 음식통치, 상

물림 등 흥미로운 내용으로 시작한

다.

관찰사 밥상을 이어 영집 밥상, 수

령 밥상, 아전 밥상, 지주 밥상, 전주

한정식으로 이

어지는 전주음

식 계보도 발굴

했다. 전주비빔

밥, 콩나물국밥,

한정식은 물론

이고 요정, 요릿

집, 청요릿집, 다

방까지 음식의

풍성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전라도

맛과 경상도 맛을 비교하고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전주의 맛까지 나열했

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거시기가 떨어진다는 말을

듣던 시대를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음식과 관련된 책을 쓴 것은

전주 음식문화에 대한 기록을 누군

가는 남겨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

기 때문이다. 음식과 관련된 고문헌

이 없는 현실 속에서 전주음식의 원

형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며, 나름

대로 자료와 기록을 찾아 정리한 결

과다. 전주음식의 원형은 전라감영

관찰사 밥상에서 찾는 게 맞다. 이

와 관련된 내용은 2011년에 처음으

로 제안했으며, 연구를 통해 2019년

에야 그 결실을 맺었다. 9년 만에 본

큰 성과다. 작가는 "이 정도면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고, 사진을

찾는 과정이 그리 짧지 않았음을 말

해두고 싶다. 한마디로 잘 발효되었

다고 본다. 이 중에서도 ‘전주음식의

계보’를 그려보고자 시도했다는 점

이 나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

물이다"고 했다.

코로나에 갇힌 우울하고 지루한 시간을 보상해주

는 듯 후련하고 당당했다.

우아함과 고급함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수필을

쓰는 송 선생님이 단톡방에 동영상을 올렸다. 같은

노래, 다른 맛이란 제목으로 <봄날은 간다>란 노래

를 11명의 가수가 부른 동영상이었다.

봄날은 간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장사익/목소

리가 운명을 만든 듯 애달프게 요절한 김정호/부

루지한 감성의 한영애/한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말

해주는 최백호/녹아드는 심수봉/야속한 조용필

흠뻑 젖어 듣다 보니 꽃잎 한 장 못 보고 이대로

봄이 다 가버릴 것 같아 아쉽고 막막했다. 환장할

것 같은 마음에 부서져라 문을 닫고 집을 나왔다.

뭐라도 봄의 모습을 봐야 할 것 같은 절박함 때문

이었을 것이다.

오! 수선화. 아파트 화단에 노란 수선화가 누군

가를 그립게 하는 몸짓으로 아련하게 서 있었다.

너도 사람이 그리웠구나.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변

을 살펴보니 등불 같은 목련이 시린 하늘을 배경

으로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벌써 져버린 듯 빛

이 바랜 산수유 꽃이 바람 끝에서 적막했다. 햇빛

속에서 너무 붉은 명자꽃이 서럽고 한스럽게 진저

리를 치고 있었다. 그 진저리 속에 노오란 봄볕이

자글거렸다. 누구도 만날 수 없던 속수무책의 시

간 속에서 기약할 수 없는 답답함에 조급하더니

봄꽃 몇 송이 보고 나니 수묵처럼 담담해진다. 다

시 견딜 수 있는 기운이 생기는 듯 단단하게 주먹

이 쥐어졌다. 봄날은 아직 가지 않았다. 아니, 이번

봄은 그리 쉽게 가지 않을 것 같다.

'꽃잎 한 장 떨어져도/봄볕이 줄 거를/수만 꽃잎

흩날리니/이 슬픔 어이 견디리' 두보의 시구가 아

니라도 이 봄, 참으로 애닲다. 오라! 코로나19여.

우리는 너를 반드시 그리고 확실하게 넘어서고 말

것이다. 이 찬란한 봄의 이름으로.

전라감영 관찰사의 밥상을 통해 풍성한 전주음식을 찾아 떠난다■ 장명수 ̀전라도 관찰사 밥상'

전주 출신 소설가 ̀이정환문학전집' 발간

전주 출신 소설가 이정환(1930~1984)

의 작품전집(10권, 발간 국학자료원, 인

쇄 신아출판사)이 발간됐다.

그는 1970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

한 지 50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사

실 이정환은 ‘사형수 소설가’, ‘한국의 밀

턴’, ‘소설이 된 소설가’ 등의 별명으로 널

리 알려졌다.

그가 6‧25전쟁 때 학도병으로 출전했

다가 모친이 위급하여 집에 왔다가 귀대

기한을 넘겨버린 탈영병이 되어 사형을

'한국 전통연희사(저자 전경욱, 출판

학고재)'는 우리 역사에 기록된 공연 문

화와 기예, 연극적인 놀이와 대중문화의

뿌리를 찾는 연구서다. 동아시아 문화권

‘근대한국 개벽운동을 다시 읽다(저자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출판 모

시는사람들)'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

면서 등장한 동학(천도교), 증산교, 대종

교, 원불교 등 근대 한국의 ‘개벽종교’가

전개한 ‘개벽운동’을 새롭게 조명한다. 이

들 개벽종교는 서구문명과 서구적 근대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정치적 소

비자 운동을 위하여(저자 강준만 전북

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출판 인물과사상

사)’는 한국에서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문제의식으로 출

발한다. 많은 지식인이 ‘시민의 소비자화’

'이재 황윤석 연구의 새로운 모색(이재

연구소 편, 출판 흐름)'은 황윤석 선생의

정치, 경제, 문학, 과학기술을 고찰하고

나아가 이재 황윤석 실학의 사상사적 의

미와 ‘새로운 18세기 지성사’ 연구에 대

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재 황윤석은 영·정조 연간에 고창에

언도받은 탓이다.

나중에 풀려난 그는 전주에서 헌책방

을 경영하며 '문예가족' 동인으로 활동

했고, 기구한 팔자를 소설작품으로 형상

화하여 늦깎이로 데뷔했다. 생전에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이문구는 “나는 이정환

시대의 개막의 장을 소홀히 하고는 70년

대 문학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

으리라는 것을 서슴없이 예언한다”고 말

할 정도로 촉망받았다.

하지만 이정환은 지병인 당뇨성 합병

의 연희와 비교하면서 우리 가면극, 곡

예ㆍ묘기, 판소리, 농악, 굿, 재담 등 다양

한 연희 종목의 기원과 변화를 되짚는다.

시대에 따라, 정치사회적인 변화에 따

라 연희 내용과 표현 방식이 어떻게 달

라졌는지를 분석하고 누가 이를 담당했

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핀다. 제1부에서는

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사상, 종교, 정치

사회, 문화, 교육의 전 부문에서 자생적

이고 생명평화 친화적인 운동과 문화와

사상의 흐름을 형성했다.

특히 공공성의 관점에서 새로운 문명

을 구축해 간 그 근간으로서 개벽사상

과 개벽운동은 최근 전 지구적 기상이변

를 개탄하지만, 일부일망정 명분을 내세

운 시민이 명분을 내세우지 않는 소비자

보다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현실을 외면

한 채 다분히 허구적인 ‘시민 우위론’을

내세운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수 있

을까? 오히려 많은 진보주의자가 ‘시민’

서 태어나 활동한

대표적인 실학사상

가이다. 그는 성리

학·역사학·국어학·

지리학·천문학·산

학·기하학·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300여 권에 달하는

증으로 실명하고 말았다. 시력을 잃은 뒤

에도 그는 창작을 계속하며 죽는 날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이종근 기자

한국 전통연희의 역

사적 전개 양상을

알아보고, 제2부는

조선 후기에 성립된

연극적 양식의 새로

운 전통연희를 다룬

다. /이종근 기자

과 감염병의 전지구

화 국면에서 새로운

활로와 새로운 인식

을 제공하고 있음을

제1부 인문개벽운

동과 제2부 사회개

벽운동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이종근 기자

을 앞세워 진보 행

세를 하지만 개인적

인 삶은 철저히 ‘소

비자’ 그것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

지 않는 ‘비윤리적인 소비자‘로 살고 있

는 이중성과 위선을 깨는 풍토를 조성하

는 것이 중요하다. /이종근 기자

저술을 남겼으며, 당대 최고의 ‘백과전서

파’ 실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는 55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기록한 바 '이재난고'는 조선시대

개인이 저술한 저작으로는 가장 방대한

분량이다. 가히 문화콘텐츠의 보물창고

라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 지성사에서

이재는 어떤 존재인가? 그는 스스로 노

론 낙학계의 일원임을 자부하였다. 다수

의 연구자들은 정통 성리학의 자장 안에

있었더라도 경세학적 지향성이 두드러진

인물들에 대하여 실학의 맥락 속에서 다

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종근 기자

새로운 18세기 지성사의 인물 이재 황윤석

■ 이재연구소 ̀이재 황윤석 연구의 새로운 모색'

자생적이고 생명평화 친화적인 운동과 문화와 사상의 흐름을 형성한 개벽 종교

정치 소비자 운동은 유권자의 마지막 자구책

■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근대한국 개벽운동을 다시 읽다'

■ 강준만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정치적 소비자 운동을 위하여'

우리 전통 연희와 관련된 중국과 일본의 자료도 상당수 담겨 있다

■ 전경욱 ̀한국 전통연희사'

'평등은 미래진행형(저자 김윤희, 출판 다온북스)'은

각각 고대, 근대, 현대의 사상을 다루고 있다.

〈고대|인간에 대한 관찰과 가능성〉은 2부로 구성

되어 있다. 1부는 최초의 페미니스트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플라톤의 사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성 철인왕

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플라톤의 논리는 무엇인지 그

리고 그의 주장이 가진 한계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해양문명론과 해양중국(지은이 양궈전, 옮긴이 김

창경, 권경선, 곽현숙, 발간 소명출판)’은 해양문명과

해양중국의 기초이론과 실천에 대한 단계적 성과이다.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제1부는 ‘해양문명론’으로 기초이론 연구인 해양문

명의 개념과 기본 형태 그리고 해양사 연구의 이론 방

법을 제시한다. 제2부는 ‘역사적 해양중국’으로 해양

사 연구로 중국해양역사문화, 중국해양문명의 시대구

분, 해양경계와 해양역사 등 시대별 특징을 살펴보고

이승하시인이 시집 '예수·폭력'을 ‘문학들 시인선’ 세

번째 권으로 펴냈다. 10·26사태와 12·12사태, 광주의 참

상이 일어난 대학 시절, 고문 정국을 다룬 시 「화가 뭉

크와 함께」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한

시인은, 1993년 펴낸 시집 『폭력과 광기의 나날』을 시

작으로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등을 통해 ‘폭력과 광기 없는 세상’을 집요하게 희구해

왔다.

이 가운데 『감시와 처벌의 나날』은 교도소 교화 사

'비유물론(Immaterialism, 저자 그레이엄 하먼, 출판

갈무리)'은 객체지향 철학의 창시자인 저자 그레이엄 하

먼은 사회생활 속 객체의 본성과 지위를 규명한다. 객

체에 대한 관심은 유물론의 한 형태에 해당한다고 흔히

가정되지만, 하먼은 이 견해를 거부하면서 그 대신에

독창적이고 독특한 ‘비유물론’ 접근법을 전개한다. 끊임

없는 변화와 전일론적 네트워크, 수행적 정체성, 인간

수 있다. 2부는 성차별주의자로

알려져 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구별’이란 무엇인지 정리

하며, 만약 그에게 여성 철학자 혹

은 여성 과학자에 대한 경험이 있

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전

개한다.

〈근대|근대적 인간에서 배제된

여성〉은 5부로,〈 현대|혐오와 폭

력〉은 3부로 각각 구성되어 있다. /이종근 기자

있다. 제3부는 ‘현대적 신해양관’

으로 현재적 시점의 연구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서양의 해양국가

론에 대한 인식, 중국 전통해양문

명과 해상 실크로드, 해양중국의

현실적 사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

다. 아울러 조사연구보고서, 관련

학술논문, 강연 발표, 인터뷰 등의

여러 형식의 글들이 수록되어 있

어 사고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중국의 현

대적 신해양관에 대한 사고에 있어 자국 중심주의적

사유가 내포되어 있는 점은 한계점이다. /이종근 기자

업 10년과 정신병원 환자 면회 10

년의 결과물이었다.

이번 시집 '예수·폭력'은 제목에

서도 엿볼 수 있듯 ‘예수’를 매개로

‘폭력’의 문제를 노래한 것이 특징

이다. “예수에게 행해졌던 폭력과,

그 폭력을 사랑으로 갚았던 예수

의 생애”를 추적하면서, 중동 분쟁은 물론 아우슈비츠,

킬링필드,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4·19와 5·18 등 역사적

비극과 조류독감·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 핵, 아동성

폭력, 세월호 등 사회적 문제를 시로써 고발하고, 분노

하고, 반성하며, 위무한다. /이종근 기자

실천에 의한 사물의 구성에 관한

현행 사회 이론들을 반박하는 『비

유물론』은 철학과 사회 이론과 문

화 이론에서 펼쳐지는 첨단 논쟁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의 흥미를

끌 터이다. 이 책은 사변적 실재론

의 한 갈래인 하먼의 객체지향 존재론에 입문하고자 하

는 독자를 비롯하여 사회적 객체에 관한 이론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이종근 기자

시대라는 편견을 깨고 나오면 더 가능성 있는 세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 김윤희 ̀평등은 미래진행형'

21세기에 들어가면서 해양발전전략을 국가전략으로 승격시켰다

예수를 매개로 폭력의 문제를 노래하다

사회생활 속 객체의 본성과 지위를 규명한다

■ 양궈전 ̀해양문명론과 해양중국'

■ 이승하 ̀예수·폭력'

■ 그레이엄 하먼 ̀비유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