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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나에게 여러 가
지를 포기하게 했다. 마스크
를 쓴다는 핑계로 화장을 하
지 않고 외출하는 일은 이미
놀라운 일도 아니다. 평소 화
사함을 강조하며 꼼꼼하게
화장하고, 맨얼굴은 내 생전
에 누구도 못 볼 거라고 생
각했었는데 충격적이게도 한
달 넘게 거의 맨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즐
겨 쓰던 선글라스도 절대로 쓰지 않았다. 마스크
와 선글라스는 뭔가 음모의 분위기가 짙어서인지
아무리 햇빛이 괴로워도 쓰고 싶지 않았다. 때때
로 마스크를 꼭 벗어야 할 때 너무도 민망해서 민
낯의 치명적 실수를 뼈저리게 후회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마스크에 뭉개진 화장한 얼굴을 보이는 것
보다 나을 듯해 굳세게 그냥 다녔다.
마스크를 쓰기 시작할 때 난 귀걸이를 빼버렸다.
귀걸이는 내 문신과도 같은 존재였는데 마스크 끈
에 걸리적대는 귀걸이가 어느 날부턴가 지독한 허
영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포기 할수없는건 역시 반
지였다. 반지는 저 혼자 빛났고 수수한 손가락에서
자존심인 양 도도했다. 내가 가진 반지를 다 꺼내
놓고 난 매일 반지를 바꿔 꼈다. 모든 것이 무채색
인 양 밋밋한데 반지만은 톡톡 튀는 기분을 갖게
했다. 현란한 세팅과 야단스러운 모양의 반지들은
14� 2020년�4월�17일�금요일
이종근 기자 [email protected]
봄의 이름으로최화경
/제자 이승연/제자 이승연
'전라도 관찰사 밥상(저자 장명수,
출판 북코리아)'은 전라감영 관찰사
의 밥상을 통해 풍성한 전주의 음식
을 찾아 떠난다.
'전라도 관찰사 밥상'은 책 제목대
로 관찰사의 밥상부터 이야기가 시
작된다. 관찰사의 등청, 음식통치, 상
물림 등 흥미로운 내용으로 시작한
다.
관찰사 밥상을 이어 영집 밥상, 수
령 밥상, 아전 밥상, 지주 밥상, 전주
한정식으로 이
어지는 전주음
식 계보도 발굴
했다. 전주비빔
밥, 콩나물국밥,
한정식은 물론
이고 요정, 요릿
집, 청요릿집, 다
방까지 음식의
풍성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전라도
맛과 경상도 맛을 비교하고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전주의 맛까지 나열했
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거시기가 떨어진다는 말을
듣던 시대를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음식과 관련된 책을 쓴 것은
전주 음식문화에 대한 기록을 누군
가는 남겨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
기 때문이다. 음식과 관련된 고문헌
이 없는 현실 속에서 전주음식의 원
형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며, 나름
대로 자료와 기록을 찾아 정리한 결
과다. 전주음식의 원형은 전라감영
관찰사 밥상에서 찾는 게 맞다. 이
와 관련된 내용은 2011년에 처음으
로 제안했으며, 연구를 통해 2019년
에야 그 결실을 맺었다. 9년 만에 본
큰 성과다. 작가는 "이 정도면 책을
쓰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고, 사진을
찾는 과정이 그리 짧지 않았음을 말
해두고 싶다. 한마디로 잘 발효되었
다고 본다. 이 중에서도 ‘전주음식의
계보’를 그려보고자 시도했다는 점
이 나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
물이다"고 했다.
코로나에 갇힌 우울하고 지루한 시간을 보상해주
는 듯 후련하고 당당했다.
우아함과 고급함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수필을
쓰는 송 선생님이 단톡방에 동영상을 올렸다. 같은
노래, 다른 맛이란 제목으로 <봄날은 간다>란 노래
를 11명의 가수가 부른 동영상이었다.
봄날은 간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장사익/목소
리가 운명을 만든 듯 애달프게 요절한 김정호/부
루지한 감성의 한영애/한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말
해주는 최백호/녹아드는 심수봉/야속한 조용필
흠뻑 젖어 듣다 보니 꽃잎 한 장 못 보고 이대로
봄이 다 가버릴 것 같아 아쉽고 막막했다. 환장할
것 같은 마음에 부서져라 문을 닫고 집을 나왔다.
뭐라도 봄의 모습을 봐야 할 것 같은 절박함 때문
이었을 것이다.
오! 수선화. 아파트 화단에 노란 수선화가 누군
가를 그립게 하는 몸짓으로 아련하게 서 있었다.
너도 사람이 그리웠구나.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변
을 살펴보니 등불 같은 목련이 시린 하늘을 배경
으로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벌써 져버린 듯 빛
이 바랜 산수유 꽃이 바람 끝에서 적막했다. 햇빛
속에서 너무 붉은 명자꽃이 서럽고 한스럽게 진저
리를 치고 있었다. 그 진저리 속에 노오란 봄볕이
자글거렸다. 누구도 만날 수 없던 속수무책의 시
간 속에서 기약할 수 없는 답답함에 조급하더니
봄꽃 몇 송이 보고 나니 수묵처럼 담담해진다. 다
시 견딜 수 있는 기운이 생기는 듯 단단하게 주먹
이 쥐어졌다. 봄날은 아직 가지 않았다. 아니, 이번
봄은 그리 쉽게 가지 않을 것 같다.
'꽃잎 한 장 떨어져도/봄볕이 줄 거를/수만 꽃잎
흩날리니/이 슬픔 어이 견디리' 두보의 시구가 아
니라도 이 봄, 참으로 애닲다. 오라! 코로나19여.
우리는 너를 반드시 그리고 확실하게 넘어서고 말
것이다. 이 찬란한 봄의 이름으로.
전라감영 관찰사의 밥상을 통해 풍성한 전주음식을 찾아 떠난다■ 장명수 ̀전라도 관찰사 밥상'
전주 출신 소설가 ̀이정환문학전집' 발간
전주 출신 소설가 이정환(1930~1984)
의 작품전집(10권, 발간 국학자료원, 인
쇄 신아출판사)이 발간됐다.
그는 1970년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
한 지 50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사
실 이정환은 ‘사형수 소설가’, ‘한국의 밀
턴’, ‘소설이 된 소설가’ 등의 별명으로 널
리 알려졌다.
그가 6‧25전쟁 때 학도병으로 출전했
다가 모친이 위급하여 집에 왔다가 귀대
기한을 넘겨버린 탈영병이 되어 사형을
'한국 전통연희사(저자 전경욱, 출판
학고재)'는 우리 역사에 기록된 공연 문
화와 기예, 연극적인 놀이와 대중문화의
뿌리를 찾는 연구서다. 동아시아 문화권
‘근대한국 개벽운동을 다시 읽다(저자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출판 모
시는사람들)'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이하
면서 등장한 동학(천도교), 증산교, 대종
교, 원불교 등 근대 한국의 ‘개벽종교’가
전개한 ‘개벽운동’을 새롭게 조명한다. 이
들 개벽종교는 서구문명과 서구적 근대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정치적 소
비자 운동을 위하여(저자 강준만 전북
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출판 인물과사상
사)’는 한국에서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문제의식으로 출
발한다. 많은 지식인이 ‘시민의 소비자화’
'이재 황윤석 연구의 새로운 모색(이재
연구소 편, 출판 흐름)'은 황윤석 선생의
정치, 경제, 문학, 과학기술을 고찰하고
나아가 이재 황윤석 실학의 사상사적 의
미와 ‘새로운 18세기 지성사’ 연구에 대
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재 황윤석은 영·정조 연간에 고창에
언도받은 탓이다.
나중에 풀려난 그는 전주에서 헌책방
을 경영하며 '문예가족' 동인으로 활동
했고, 기구한 팔자를 소설작품으로 형상
화하여 늦깎이로 데뷔했다. 생전에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이문구는 “나는 이정환
시대의 개막의 장을 소홀히 하고는 70년
대 문학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없
으리라는 것을 서슴없이 예언한다”고 말
할 정도로 촉망받았다.
하지만 이정환은 지병인 당뇨성 합병
의 연희와 비교하면서 우리 가면극, 곡
예ㆍ묘기, 판소리, 농악, 굿, 재담 등 다양
한 연희 종목의 기원과 변화를 되짚는다.
시대에 따라, 정치사회적인 변화에 따
라 연희 내용과 표현 방식이 어떻게 달
라졌는지를 분석하고 누가 이를 담당했
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핀다. 제1부에서는
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사상, 종교, 정치
사회, 문화, 교육의 전 부문에서 자생적
이고 생명평화 친화적인 운동과 문화와
사상의 흐름을 형성했다.
특히 공공성의 관점에서 새로운 문명
을 구축해 간 그 근간으로서 개벽사상
과 개벽운동은 최근 전 지구적 기상이변
를 개탄하지만, 일부일망정 명분을 내세
운 시민이 명분을 내세우지 않는 소비자
보다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현실을 외면
한 채 다분히 허구적인 ‘시민 우위론’을
내세운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수 있
을까? 오히려 많은 진보주의자가 ‘시민’
서 태어나 활동한
대표적인 실학사상
가이다. 그는 성리
학·역사학·국어학·
지리학·천문학·산
학·기하학·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300여 권에 달하는
증으로 실명하고 말았다. 시력을 잃은 뒤
에도 그는 창작을 계속하며 죽는 날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이종근 기자
한국 전통연희의 역
사적 전개 양상을
알아보고, 제2부는
조선 후기에 성립된
연극적 양식의 새로
운 전통연희를 다룬
다. /이종근 기자
과 감염병의 전지구
화 국면에서 새로운
활로와 새로운 인식
을 제공하고 있음을
제1부 인문개벽운
동과 제2부 사회개
벽운동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이종근 기자
을 앞세워 진보 행
세를 하지만 개인적
인 삶은 철저히 ‘소
비자’ 그것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
지 않는 ‘비윤리적인 소비자‘로 살고 있
는 이중성과 위선을 깨는 풍토를 조성하
는 것이 중요하다. /이종근 기자
저술을 남겼으며, 당대 최고의 ‘백과전서
파’ 실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는 55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기록한 바 '이재난고'는 조선시대
개인이 저술한 저작으로는 가장 방대한
분량이다. 가히 문화콘텐츠의 보물창고
라고 할 수 있다. 조선 후기 지성사에서
이재는 어떤 존재인가? 그는 스스로 노
론 낙학계의 일원임을 자부하였다. 다수
의 연구자들은 정통 성리학의 자장 안에
있었더라도 경세학적 지향성이 두드러진
인물들에 대하여 실학의 맥락 속에서 다
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종근 기자
새로운 18세기 지성사의 인물 이재 황윤석
■ 이재연구소 ̀이재 황윤석 연구의 새로운 모색'
자생적이고 생명평화 친화적인 운동과 문화와 사상의 흐름을 형성한 개벽 종교
정치 소비자 운동은 유권자의 마지막 자구책
■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근대한국 개벽운동을 다시 읽다'
■ 강준만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정치적 소비자 운동을 위하여'
우리 전통 연희와 관련된 중국과 일본의 자료도 상당수 담겨 있다
■ 전경욱 ̀한국 전통연희사'
'평등은 미래진행형(저자 김윤희, 출판 다온북스)'은
각각 고대, 근대, 현대의 사상을 다루고 있다.
〈고대|인간에 대한 관찰과 가능성〉은 2부로 구성
되어 있다. 1부는 최초의 페미니스트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플라톤의 사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성 철인왕
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플라톤의 논리는 무엇인지 그
리고 그의 주장이 가진 한계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해양문명론과 해양중국(지은이 양궈전, 옮긴이 김
창경, 권경선, 곽현숙, 발간 소명출판)’은 해양문명과
해양중국의 기초이론과 실천에 대한 단계적 성과이다.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제1부는 ‘해양문명론’으로 기초이론 연구인 해양문
명의 개념과 기본 형태 그리고 해양사 연구의 이론 방
법을 제시한다. 제2부는 ‘역사적 해양중국’으로 해양
사 연구로 중국해양역사문화, 중국해양문명의 시대구
분, 해양경계와 해양역사 등 시대별 특징을 살펴보고
이승하시인이 시집 '예수·폭력'을 ‘문학들 시인선’ 세
번째 권으로 펴냈다. 10·26사태와 12·12사태, 광주의 참
상이 일어난 대학 시절, 고문 정국을 다룬 시 「화가 뭉
크와 함께」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한
시인은, 1993년 펴낸 시집 『폭력과 광기의 나날』을 시
작으로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등을 통해 ‘폭력과 광기 없는 세상’을 집요하게 희구해
왔다.
이 가운데 『감시와 처벌의 나날』은 교도소 교화 사
'비유물론(Immaterialism, 저자 그레이엄 하먼, 출판
갈무리)'은 객체지향 철학의 창시자인 저자 그레이엄 하
먼은 사회생활 속 객체의 본성과 지위를 규명한다. 객
체에 대한 관심은 유물론의 한 형태에 해당한다고 흔히
가정되지만, 하먼은 이 견해를 거부하면서 그 대신에
독창적이고 독특한 ‘비유물론’ 접근법을 전개한다. 끊임
없는 변화와 전일론적 네트워크, 수행적 정체성, 인간
수 있다. 2부는 성차별주의자로
알려져 있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구별’이란 무엇인지 정리
하며, 만약 그에게 여성 철학자 혹
은 여성 과학자에 대한 경험이 있
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전
개한다.
〈근대|근대적 인간에서 배제된
여성〉은 5부로,〈 현대|혐오와 폭
력〉은 3부로 각각 구성되어 있다. /이종근 기자
있다. 제3부는 ‘현대적 신해양관’
으로 현재적 시점의 연구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서양의 해양국가
론에 대한 인식, 중국 전통해양문
명과 해상 실크로드, 해양중국의
현실적 사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
다. 아울러 조사연구보고서, 관련
학술논문, 강연 발표, 인터뷰 등의
여러 형식의 글들이 수록되어 있
어 사고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만, 중국의 현
대적 신해양관에 대한 사고에 있어 자국 중심주의적
사유가 내포되어 있는 점은 한계점이다. /이종근 기자
업 10년과 정신병원 환자 면회 10
년의 결과물이었다.
이번 시집 '예수·폭력'은 제목에
서도 엿볼 수 있듯 ‘예수’를 매개로
‘폭력’의 문제를 노래한 것이 특징
이다. “예수에게 행해졌던 폭력과,
그 폭력을 사랑으로 갚았던 예수
의 생애”를 추적하면서, 중동 분쟁은 물론 아우슈비츠,
킬링필드,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4·19와 5·18 등 역사적
비극과 조류독감·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 핵, 아동성
폭력, 세월호 등 사회적 문제를 시로써 고발하고, 분노
하고, 반성하며, 위무한다. /이종근 기자
실천에 의한 사물의 구성에 관한
현행 사회 이론들을 반박하는 『비
유물론』은 철학과 사회 이론과 문
화 이론에서 펼쳐지는 첨단 논쟁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의 흥미를
끌 터이다. 이 책은 사변적 실재론
의 한 갈래인 하먼의 객체지향 존재론에 입문하고자 하
는 독자를 비롯하여 사회적 객체에 관한 이론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이종근 기자
시대라는 편견을 깨고 나오면 더 가능성 있는 세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 김윤희 ̀평등은 미래진행형'
21세기에 들어가면서 해양발전전략을 국가전략으로 승격시켰다
예수를 매개로 폭력의 문제를 노래하다
사회생활 속 객체의 본성과 지위를 규명한다
■ 양궈전 ̀해양문명론과 해양중국'
■ 이승하 ̀예수·폭력'
■ 그레이엄 하먼 ̀비유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