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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월호242
윤 영 희 수의사
(주)돼지와건강 원장
현장&실전 테크닉
컨설팅파일
대다수의 경우, 조급함이 문제이다!!성급한 접근이나 근시안적인 태도가
다음 1년 농사를 망칠 수 있으니
상황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나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기억을 돌이켜 보는 것조차 지칠 만큼 가혹한 여름
이었다. 길고 혹독했던 무더위 속에 혹서기 대
비 시설 준비가 부족했던 농장의 경우, 무거운 몸을 이끌
고 가쁜 호흡을 내쉬다 죽어 간 임박한 분만돈부터 과열-
과부하로 인한 휀 꺼짐으로 자는 듯 폐사한 자돈·비육돈
까지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였다.
이처럼 예상치 못했던 손실이 발생하면 어느 구간에서
든 복구를 통해 피해를 감소시키고자 하는 것이 인지상정
이긴 하지만… 본고에서는 성급한 접근이나 근시안적인
태도가 다음 1년 농사를 망칠 수 있음을 환기시키는 사례
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완벽하게 다른 문제
일반적으로 농장에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orcine
reproductive and respiratory syndrome, 이하 PRRS)
이 급성으로 발생하면 모든 농장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식
불, 조산 및 말기 유산, 모돈 폐사, 무유증 기인 이유 전 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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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율 급증 등 정신없이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대개 발생 후 2~3개월이 지나면서 조
금씩 한숨을 돌린다.
초기에 정상 자돈과 체미돈, 사산돈이 뒤섞여 쏟아지던 것이 사산과 대(大)자 크
기의 부분 미라화된 자돈이 나오고, 임신 중기~이전에 노출되어 완전 미라화된 중
(中)에서 소(小)자 크기 자돈이 배출되기 시작하면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좀 있
으면 건강한 자돈들이 나오기 시작할 거예요”라는 위로의 말이 오가게 된다. 문제
는 이 시기를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그 다음 돈군의 운명이 180도로 뒤바뀔 수 있
다는 데 있다.
PRRS가 불안정한 상태, 즉 분만사 내 수직-수평감염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 기본
관리상 반드시 준수하여야 하는 ‘McREBEL 원칙’은 워낙 오랫동안 강조되다 보니
양돈장 직원들이나 사장들 모두
거의 모르는 관계자가 없을 뿐더
러 본인들은 잘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적용을 위
해 농장 전체와 논의를 하기 시
작하면 대부분 현장에 안 맞다는
둥 분만사가 다 깨질 거라는 둥
우려를 강하게 표출하는 경우를
항상 보게 된다. 즉 실제로 적용
하는 농장은 거의 없었다는 반증
인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위에서 언급된 대로 천천히 2~3개월이 지나면서 성적이 안
정화되는 듯 보이던 농장에서 다시 무유증과 이유 전 폐사율이 증가하고, 자돈사에
서 각종 피해가 늘어나는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 우리네 일반적인 상황이다.
이 경우 농장에서는 “모돈이 불안정해졌다”는 표현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한다.
그러고는 번식돈군 내 PRRSV를 열심히 동기화시켰고, 후보돈 도입도 시키는대로
중단했는데 역시 우리 농장에서 PRRS 컨트롤은 힘들다고 포기의 한숨을 내쉬거나,
환기가, 영양이, 시설이 안 맞아서 불안정해진 거라며 엉뚱한 데 투자를 늘리는 방향
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정말 그러할까? 굉장히 많은 사례 연구 결과에서 분만사 내 PRRS바이러스의 검출
수준이 0(zero)에 인접한 상황에서 다시 재발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실제로 이 재
발의 원인에는 “양자보내기”라는 사람의 개입이 관련되어 있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기본 관리상의 준수 사항(McREBEL 원칙)
▪ 생후 24시간 이내에만 양자 진행▪ 그룹 간 모돈 / 자돈 이동 금지▪ 주사 및 분만처치 과정 등 자돈의 만지는 횟수 최소화▪ 내림양자 금지▪ 올인 올아웃 원칙 준수▪ 분만사 및 자돈사 위축돈 신속한 도태 실시▪ 소독제 : 염소, 요오드계, 4급 암모늄계 사용
(그림 1) PRRS 안정화를 위한 기본 관리상의 준수 사항
-‘McREBEL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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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시간에 따른 PRRS바이러스 유병률과 재발생
(그림 3) PRRS 발병 후 McREBEL 원칙이 깨지면서 이유 전 포유자돈 PRRSV 유병률이 다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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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제는 무엇이며,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나?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무려 세 종류의 각기 다른 PRRSV(1-3차 북미형, 2
차 유럽형 PRRS)가 유입되며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던 농장이 있다. 도대체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이던 암담한 시기를 지나 조금씩 사산-미라 비율이 줄어들고, 생시자
돈 상태도 상당히 안정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좀처럼 이유 전·후 폐사율은
안정되지 않고, 분만사에서는 여전히 죽은 자돈들을 줍기 바쁜 날들이 지속되었다.
분명 생시~약 7일령까지의 자돈들은 성장 수준이나 건강도가 괜찮은 상태였다.
10일령이 넘어가면 좋은 복도 있으나, 복 단위로 모돈 산차에 관계없이 심하게 깨
지면서 유방이 돌처럼 딱딱해지고, 발열과 식불 증상 및 자돈의 위축과 함께 이유
후에도 복식호흡 등 건강 악화도 관찰되는 상황이었다.
돼지를 예민하게 관찰해 온 팀장은 ‘자돈이 먼저 까진 후 모돈 식불이 나타나는
양상’이라고 말해 주었고, 농장의 전체적인 돼지 흐름과 위생관리에 대한 점검 및
감염시점 확인을 위한 검사가 진행되었다.
(그림 4) 분만처치액(Processing Fluid) 채취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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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양돈전문지 및 각종 세미나에서 많이 발표되고 있는 분만처치액
(Processing Fluid)은 단미와 거세 작업 시 발생하는 꼬리와 고환에서 추출되는
장액성 혈액 성분을 활용하여 모돈에서 자돈으로의 수직감염이 존재하는지 확인하
는 데 굉장히 유용한 시료가 될 수 있다.
이 분만처치액과 10~14일령 이후, 18일~이유 전 자돈의 경우 채혈을 통한
PRRS 항원검사를 진행한 결과, 분만 시 감염 없이 깨끗하게 태어난 자돈이 10일령
전후 감염되고 있음을 (표 1)에서와 같이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양자관리에 대한
점검 결과 분만 24시간 이내 외에도 올림양자 및 1주령 체미/위축돈에 대한 내림양
자, 재포유 등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양한 토론과 협의 끝에 24시간 이내 양자관리 외 자돈 이동을 금지하고, 어느
새 흐지부지해진 분만사 그룹별 신발 갈아신기, 소독 및 라텍스 장갑 갈아 끼기가
재개되었으며, 이 작업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되어 이유 전 폐사율 개선 및 모돈 식
불증상 안정화라는 긍정적인 변화를 도출하게 되었다.
3. 대다수의 경우 조급함이
문제이다.
누구나 좀 더 나은 결과와
높은 성적을 목표로 일하지만,
상황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나
과학적 접근 없이 성급한 조치
를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다산성 종돈의 도입에도 성
적 개선 폭이 미미하고, 질병
(표 1) 검사구간별 PRRSV 검출 결과
검사구간 5일령 10~14일령 18일~이유 전
검사 방법 분만처치액 / 혈액 혈액 혈액
PRRS 항원 (-) (+) (+)
검출 타입 X EU type EU type
▲ (사진 1) 내·외부 신발이 동일장소 내 교차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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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원고에 대한 궁금한 사항은
글쓴이에게 문의바랍니다.
☎ 글쓴이 연락처 : 070-4256-8656
문의사항
피해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지게
되면 불안한 마음에 당장 다음
주 이유두수에 모든 초점이 맞
춰지게 되고, 그 결과를 재촉하
는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늘
뼈저리게 느끼지만, 돼지들은
재촉한다고 말을 들어 주는 녀
석들이 아니다.
일령별 신발과 장갑을 교체하
고, 복도를 매일 소독하고, 돼지
를 만지고 나서 샤워를 하고, 돈
방에 최대한 발을 딛지 않고, 최
대한 돼지를 덜 만지고, 덜 움직
이는 관리를 하면서 회복을 기다리고, 위생도를 끌어올려 주면 그제야 통통한 돼지
로 보답하는 존재인 것이다. 성적 향상은 반드시 그 다음에 따라올 것이다.
참고문헌
(1) 2017, Applied tools and metrics for PRRS prevention, detection, and control-
elimination projects, Daniel Linhares, BISA Gold
(2) 2012, A systematic management strategy for breeding herds based on PRRS
herd status, James Lowe
▲ (사진 2) 내부용 신발의 명확한 경계 구분
다산성 종돈의 도입에도 성적 개선 폭이 미미하고,
질병 피해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지게 되면 불안한 마음에 당장 다음 주 이유두수에
모든 초점이 맞춰지게 되고, 그 결과를 재촉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늘 뼈저리게 느끼지만, 돼지들은 재촉한다고 말을 들어 주는 녀석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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