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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메신저, 구글을 쏘다 개인화된 콘텐츠의 유통 플랫폼 메신저의 진화가 심상치 않다. 통신기기인 휴대폰에 가장 적합해 보이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서비스가 바로 메신저다. 스마트폰 이전에 통신사업자는 단문자(SMS) 서비스로 제법 수익을 챙겼지만, 메신저 서비스는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탓이다. 그런데 2016년 4월 12일, 페이스북의 개발자 컨퍼런스인 F8 행사 이후 사람들은 메신저 서비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미래 가치로 보면 페이스북보다 메신저 앱이 더 높다는 평가도 나오기 시작했다. 가히 메신저 2.0의 시작이다.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전조와 갈등 드러나는 순간은 한순간이다. 그 순간은 누적된 전조의 결과다. 모든 이가 SNS 서비스에 집중하 고 있을 때조차도 메신저 서비스는 광폭 행진했다. 2012년을 기점으로 각종 메신저 서비스 이용 자 수가 급증했다. 메신저 앱 전쟁의 현황(출처: http://goo.gl/PVrsus) State of the Messaging App Wars Estimated and reported monthly active users for selected top messaging apps Source: Companies, BI Intelligence estimates SPECIAL ISSUE 2016. 04+05 VOL. 05 25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BROADCASTING TREND & INSIGHT

개인화된 콘텐츠의 유통 플랫폼 - KOCCA · 차이가 있다면 구글 이 전부 담당했던 작업을 이제는 개별 영역별로 구분해서 제공할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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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개인화된 콘텐츠의 유통 플랫폼 - KOCCA · 차이가 있다면 구글 이 전부 담당했던 작업을 이제는 개별 영역별로 구분해서 제공할 수 있다는

페이스북 메신저, 구글을 쏘다

개인화된 콘텐츠의 유통 플랫폼메신저의진화가심상치않다.통신기기인휴대폰에가장적합해

보이지만,그가치를제대로인정받지못했던서비스가바로메신저다.

스마트폰이전에통신사업자는단문자(SMS)서비스로제법수익을

챙겼지만,메신저서비스는수익구조를만들어내지못했던탓이다.

그런데2016년4월12일,페이스북의개발자컨퍼런스인F8행사이후

사람들은메신저서비스에주목하기시작했다.심지어미래가치로보면

페이스북보다메신저앱이더높다는평가도나오기시작했다.

가히메신저2.0의시작이다.

조영신SK경영경제연구소수석연구원

전조와 갈등

드러나는 순간은 한순간이다. 그 순간은 누적된 전조의 결과다. 모든 이가 SNS 서비스에 집중하

고 있을 때조차도 메신저 서비스는 광폭 행진했다. 2012년을 기점으로 각종 메신저 서비스 이용

자 수가 급증했다.

메신저 앱 전쟁의 현황(출처: http://goo.gl/PVrsus)

StateoftheMessagingAppWars

Estimated and reported monthly active users for selected top messaging apps

Source: Companies, BI Intelligence estimates

SPECIAL ISSUE

2016. 04+05 VOL. 05 25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BROADCASTING TREND &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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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사업자들은 가능성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스냅챗(Snapchat)을 인

수하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대신에 왓츠앱(WhatsApp)을 190억 달러에 인수했다. 라쿠텐

(Rakuten) 역시 바이버(Viber)를 9억 달러에 인수했다. 인수 금액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2015년 메신저 이용자 수가 SNS 이용자 수를 넘어서자, 당시의 인수는 미래를 내다본 한

수가 되었다.

이용자 수만 많아진 것이 아니었다. 이용 횟수도 증가했다. 도이치 뱅크(Deutch Bank)의 자

료에 의하면 페이스북은 하루에 15회 정도 열어보는 데 반해, 메신저 앱은 25~30회 정도 이용

했다. 결국 SNS 서비스보다 이용자 수도 많고 이용하는 양도 많다. 소통의 빈 곳이자 가장 민감한

곳을 대체해주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등 현존하는 대부분의 SNS는 기본적으로 공개형이다. 밴드와 같은 패쇄형 SNS도

분명 존재하긴 하지만, 그조차도 남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대

부분 사람들은 공개형 SNS를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뿐, 적극적으로 남들과

공유하지 않는다. 실제로 SNS를 이용하면 오히려 행복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아가

행복한 이야기로 넘쳐나는 SNS 때문에 외로움이 증폭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1

그래서 남들과 비교당하지 않는 나만의 공간, 그러나 혼자서는 어쩔 수 없는 소통의 결핍을

해소해줄 공간이 필요하다. 메신저는 이 역할을 한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공간이자

누군가와 주고받을 수 있는 소통의 여지는 남아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공개형인 SNS 시장과 개

인형인 메신저 서비스가 상당 기간 공존할 수 있다. 다만 SNS 시장이 어느 정도 허물어지면서 많

은 가입자가 메신저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보인다. 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고민하는 입장에

서는 메신저 시장도 수익화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충분히 모였으니 이제는 투자 수익을 회

수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 되었다.

1 http://elitedaily.com/life/social-media-magnify-depression/1404865/

메신저와 SNS 이용자 수의 변화 추이(출처: http://goo.gl/ECV45a, http://goo.gl/SR1eVY)

MessagingAppsHaveCaughtuptoSocialNetworks

Monthly Active Users for Selected Top 4 Social Networks and Messaging Apps

MessagingAppsHaveSurpassedSocialNetworks

Monthly Active Users for Top 4 Social Networks and Messaging Ap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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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대부분의 메신저 앱은 생존 가능한 수

익 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초기 개화 시점에 단순히

가입자를 모으기만 했던 인터넷 서비스가 걸어온

길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이용자도 많고 이용 횟

수도 많지만 수익 구조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경우

는 거의 없다. 그래서 대부분 다른 서비스의 보조 기

능으로 작동한다.

페이스북에 대적할 새로운 아이콘으로 성장하

고 있는 스냅챗 역시 수익 모델이라는 측면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시리즈 A부터 C까지 투자를 지속적

으로 받긴 했지만, 2015년에 약 50만 달러 정도 수

익이 발생했고, 2016년에는 300만 달러 정도 광고

매출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을 뿐이다. 160억~190억 달러로 추정되는 시장가치에 비해서

는 미약하다.

손님이나 관중은 쉽게 이야기를 하겠지만, 주인이나 선수들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다양한 수

익 모델을 테스트하고 싶지만 자칫 이용자들의 이탈을 초래할 수도 있다. 잘나가던 마이스페이

스(Myspace)도 급하게 수익을 창출하고자 무분별하게 광고를 적용하면서 이용자의 외면을 받기

시작한 것을 우리는 보았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이 지점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업자가 바로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 시장

에서 압도적인 1위 기업이자, 메신저 시장에서도 강력한 1, 2위 서비스인 왓츠앱과 메신저 앱

(Facebook Messneger)을 모두 가지고 있는 요상한 사업자다. 충성도가 높아 설사 조금 실험을

하더라도 이용자의 급격한 이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기업 순위에서 스냅챗의 위치(출처: http://goo.gl/po4Sbo)

메신저 서비스들의 이용자 수 비교(출처: http://goo.gl/kfsq3bP)

WhereSnapchat’svaluationranksamongallUS-listedfi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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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4+05 VOL. 05 27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BROADCASTING TREND &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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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범의 시작

페이스북은 이 지점을 정확하게 짚었다. 이번에 F8에서 발표한 챗봇(Chatbot) 플랫폼은 공개형

SNS 서비스의 장점과 개인 패쇄형 네트워킹 서비스의 결합이다. 이번에도 페이스북은 영악했다.

페이스북은 적어도 서비스의 영역에서 주도적으로 먼저 서비스를 제공한 적이 없다. 내부에서

치열하게 고민했을 수는 있겠지만, 상품으로서 먼저 출시한 적은 없다. 페이스북의 실시간 라이

브 서비스도 유스트림(Ustreams)과 미어캣(Meerkat), 페리스코프(Periscope)가 먼저 시작했다.

챗봇 역시 시작은 위챗이 했다. 2015년 12월 구글은 챗봇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고, 논란

이 되긴 했지만 MS도 테이(Tay: Think about you)라는 걸출한 챗봇을 발표했다. 후발 주자지만

단순한 카피캣은 아니었다. 페이스북은 남들이 이야기한 챗봇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

을 플랫폼으로 묶어 돈이 될 만한 것으로 만들어낼 정도로 영악했다.

처음 위챗은 말만 봇(bot)이었을 뿐 5천여 명의 사람들이 이용자들의 질문에 직접 대응하게

했다. MS의 테이는 10~20대와 직접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소통 능력을 과시했다. 반면에 페이

스북은 챗봇을 서비스와 결합했다. 그리고 메신저의 수신/송신 API를 공개해서 페이스북이 아닌

제삼자도 챗봇을 만들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아직은 지불 서비스와 직접 연결되지 않아 두어 번

의 단계를 추가로 거쳐야 하지만, 역설적으로 ‘고객의 편의’를 생각하는 페이스북이 조만간 페이

(Pay) 서비스를 출시할 개연성도 있다. 그만큼 확장성이 크다.

그렇게 챗봇은 제국을 꿈꾼다.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결과적으로 구글 제국의 영토를 침범

했다.

MS 챗봇 테이의 전용 트위터(출처: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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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4+05 VOL. 05 28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BROADCASTING TREND &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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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웹 브라우저의 지위를 넘보다

구글이 광대한 제국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터넷이란 공간과 그 공간에 진입할 수 있는

브라우저 덕분이었다. 개별 컴퓨터와 컴퓨터는 독립된 것이었고, 그래서 연결하기가 매우 힘들었

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Html이란 공통어가 등장했고, 그 공통어에 기반해 브라우저가 만들

지면서 넷(Net)과 넷(Net)이 연결되었다. 컴퓨터 간 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나친 비유일수도 있지만, 챗봇은 모바일에서 메신저 앱의 위치를 컴퓨터의 브라우저 반

열에 올려놓은 서비스일 수 있다. 메신저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되, 챗봇이란 새로운 플랫폼 레

이어를 구성했다. 그리고 이 챗봇은 API를 통해 범용성을 확보했다. 페이스북의 설립자 마크 주

커버그는 챗봇 플랫폼의 기능을 설명하면서 “꽃을 주문하기 위해 전화를 걸 필요가 없다”고 말

했다.

브라우저의 세상에서 구글은 검색을 제공했다. 사람들은 문자로 구글닷컴에 질문했고, 구글

은 이용자가 생각하는 질문을 읽어 가장 근사치에 가까운 값을 제시해주었다. 알고리즘의 힘이

다. 이용자들은 열광했고, 덕분에 검색이란 새로운 시장은 고스란히 구글의 몫이 되었다.

의도한 대로 흘러간다면 챗봇도 이와 유사한 상황으로 진화할 것이다. API를 공개했다. 다양

한 사업자들이 챗봇을 구성하거나 메신저 앱의 챗봇을 활용해서 자신의 서비스와 연결한다. 그

렇게 되면 챗봇은 어플리케이션 단계에서 검색과 판단을 하여 적절한 서비스를 제시해주어야 한

다. 물론 여러 옵션을 제공하겠지만, 사실상 검색의 상당 기능을 봇이 대신한다는 이야기다. 구글

이 모바일 시장에서 그토록 찾고자 했던 답을 역설적으로 페이스북이 제시하는 셈이다.

그동안 구글은 앱이 지배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검색의 위용을 회복하기 위해 앱 인덱싱(App

Indexing)이나 앱 스트리밍(App Streaming) 서비스를 선보였고, 최근에는 AMP(Accelerated

Mobile Pages)를 선보이면서 앱의 세상에서 웹 검색을 지키고자 했다. 그런데 메신저가 검색의

역할을 대신할 길을 찾은 것이다. 구글이 그토록 찾으려고 했던, 앱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검색이

란 키워드를, 역설적으로 페이스북이 제시하는 셈이다.

주커버그의 이야기를 재구성해보자. 그는 꽃을 주문하기 위해 전화를 걸 필요가 없다고 했

다. 챗봇에서 꽃 주문이라고 말하면, 봇이 내가 보내고 싶은 지역이나 내가 있는 지역을 찾아 최적

의 곳을 소개해준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만약 유사 공급자가 다수라면 어떻게 될까? 중립적으로 그중에서 근사치에 가까운

업체를 소개할 수도 있지만, 계약을 맺은 몇몇 업체만 소개할 수도 있다. 나아가 이용자가 특정

어플의 챗봇을 선별적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가령 CNN의 챗봇은 사용자가 선호하는 뉴스를 파

악하고 선호도에 따른 기사와 간략한 뉴스 개요를 추천할 수도 있게 된다. 사용자들이 쇼피파이

(Shopify)의 챗봇에 특정 제품군과 가격 범위를 입력하면 선호도에 따른 다양한 제품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경우 모두 웹 시장에서 구글이 하는 일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차이가 있다면 구글

이 전부 담당했던 작업을 이제는 개별 영역별로 구분해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글

도 이와 유사한 챗봇을 선보이려고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들에게는 페이스북이 아닌 행아웃

이 있었을 뿐이다. 선수를 놓쳤다.

지나친 비유일수도 있지만,

챗봇은 모바일에서 메신저 앱의

위치를 컴퓨터의 브라우저

반열에 올려놓은 서비스일 수

있다. … 페이스북의 설립자

마크 주커버그는 챗봇 플랫폼의

기능을 설명하면서

“꽃을 주문하기 위해 전화를 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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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황금 연못

메신저는 정확히 구글의 광고 시장을 침범한다. 설사 상거래로 직접 연결되지 않더라도, 현재의

모습만으로도 구글형 광고 시장의 목줄을 죌 수 있다. 흔히 인터넷 광고를 검색 광고와 디스플레

이형 광고로 구분한다. 디스플레이형 광고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구글이 장악하고 있는

검색 광고 시장은 여전히 상승세다.

그런데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는 제3의 해석을 제시한다(Kirkpatrick, 2009). 그녀는

2008년 페이스북에 합류하면서 페이스북을 오늘날의 사업자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샌드버그는

구글에서 페이스북으로 옮겨오면서 페이스북을 ‘강력한 광고 회사’로 만들 수 있다고 장담했다.

페이스북의 광고는 구글의 광고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보았고, 성장성의 차원에서만 본다면 구글

형 검색 광고보다는 페이스북의 광고가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이런 판단은 샌드버그의 구분법에서 정확히 드러난다. 그녀는 검색 광고와 디스플레이형 광

고라는 도식을 거부한다. 대신 수요 만족형 광고(advertising fullfills demand)와 수요 창출형 광

고(advertising generates demand)로 재구분한다. 그리고 구글은 수요 만족형 광고 시장을 차지

한 사업자지만, 향후(당시로서는) 페이스북은 수요 창출형 광고 시장을 견인할 거라고 보았다.

샌드버그가 구글을 수요 만족형 광고로 정의한 건 단순하지만 직관적이다. 광고가 구매를 목

적으로 한다고 치자. 소비자는 직접 구매할 대상을 선정하고 검색을 한다. 디지털 카메라를 검색

한다면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뒤져보기도 하겠지만, 광고와 구매라는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는 잠재적 소비자인 셈이다. 그런 소비자에게 적절한 카메라

광고를 한다는 것은 그의 수요에 부합하는, 즉 수요를 만족하는 광고인 셈이다.

페이스북은 전혀 다르다. 샌드버그는 당장이 아니라 미래의 수요를 창출하는 광고라고 평가

했다. 지금 사람들이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어 나도 갖고 싶네’ 하는 지점을 명확

히 드러내는, 그래서 머릿속에서 막연히 있던 욕망을 자극하는 광고가 먹힐 수 있다. TV 광고는

수요 창출형 브랜드 광고 위주다. 브랜드 광고는 보는 사람의 머릿속에 ‘이 상품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불어넣는 방식이다. 네이티브 애드(Native Ads)가 페이스북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는 것

도 이런 맥락이다. 또한 구글이 구글 TV 등을 통해 TV 시장으로 진입하고자 했으나 제대로 성과

를 거두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샌드버그는 역설적으로 페이스북이 장기적으로는 TV 광고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며,

더욱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보여줄 것이

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구글과 페이스북

은 알게 모르게 광고 시장을 구분해서 나

누어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메신저 챗봇은 전형적

인 페이스북 광고에서 탈피해 수요 만족

형 광고와 맞닿아 있다. 주위에서 맛집을

찾는다면, 그건 맛집에 가겠다는 수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인근에 영화관이 어디

있냐고 챗봇에게 묻는다면 그건 영화를 페이스북 메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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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4+05 VOL. 05 30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BROADCASTING TREND &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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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겠다는 수요를 의미하는 것이고, 꽃 가게를 찾는 것은 구매를 하겠다는 수요의 전 단계다. 앞서

샌드버그의 분석대로라면 수요 만족형 광고다.

페이스북이란 기업 입장에서는 양분된 광고 시장을 모두 포섭하고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

련한 셈이다. 관계형 페이스북에서는 여전히 수요 창출형 광고를, 그리고 메신저를 통해서는 구

글의 전유물이었던 수요 만족형 광고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말이다.

이렇게 페이스북은 구글의 영역에 또 한 번 진입했다. 확장되고 있는 메신저 시장의 수익 가

능성을 타진하겠다는 현실적인 욕망과는 별개로, 별개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구글의 광고 시장

을 향해 공격 명령을 내린 것이다.

이제는 콘텐츠다

네이버는 뉴스를 시작 화면 알짜배기 공간에 배치한다. 야후도 그랬고, 다음도 그랬다. 구글은 지

속적으로 텍스트를 디지털화하려고 했다. 오래된 서적을 디지털화했고, 뉴스를 디지털화해서 제

공하고자 했다.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이면서도 구글 뉴스를 제공했다. 페이스북은 인스턴트

아티클(Instant Article News)을 제공하면서 뉴스를 껴안으려고 했고, 애플도 뉴스스탠드나 애플

뉴스를 선보이면서 뉴스와 동거하고자 했다.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은 어느새 가장 많

은 동영상이 유통되는 곳이 되었고, NFL 등 주요 사업자와 실시간 방송을 협상하기 시작했다.

질문을 다시 하자. 왜 네이버는 알짜배기 공간에 뉴스를 배치한 것일까? 왜 구글은 이런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구글 뉴스를 제공하며, 주요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면서까지 AMP를

쓰게 하려는 것일까? 이는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가 바로 뉴스고 동영상이기 때

문이다.

동일한 문법이 적용된다고 가정한다면, 챗봇의 유용성은 역설적으로 뉴스나 동영상을 소환

하는 것에서 시작될지 모른다. 앞서 언급했듯, CNN이 챗봇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는 것이 바로 그 전조다. 소비자의 다양한 기호를 직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미디어 콘텐츠를 메

신저에서 소환하고, 그 과정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이용자는 챗봇을 통한 콘텐츠 및 서비

스 소환에 익숙해진다. 그래서 챗봇으로 조명된 메신저 앱은 다시 미디어 콘텐츠의 전달 창구라

는 의미로 재해석된다.

진입한 영토를 다지는 작업, 그게 뉴스를 비롯한 콘텐츠의 유통이다. 그렇게 페이스북과 메

신저 앱은 또 한 발짝 미디어 사업자에 가까워졌다.

네이버, 구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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