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의 외로운 섬 식구들의 봄나들이caritas.cbck.or.kr/admin/report2/report_file/23/03-현장_시설.pdf · 노인대학연합회에서 제시하는 노인대학의

현장이야기 35

　대구시 달성군 논공에 위치한 대구가톨릭치

매센터는 1997년에 개원하여 현재까지 146명의

치매나 중풍을 앓고 계신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다. 치매나 중풍 등의 만성질병으로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소외 받은 가난한 어르신

들을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의 정신으로 그들의

안락한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 및 사

회복지 서비스를 지원하여 그들이 하느님의 창

조물인 고귀한 인격체로서의 삶을 살아가도록

지향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중

에 어르신들이 가장 기다리시는 프로그램이

‘나들이 프로그램’이다. 일종의 야외학습인 ‘나

들이’는 연중 3회 실시되는데, 비교적 인지력이

있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봄·가을 2번에 걸쳐

대절버스를 이용하여 다녀오고, 인지력이 많이

떨어지고 지체가 부자유스러운 어르신들을 대

상으로 하는 나들이는 봄에 한 번 약 25대의 택

시를 지원 받아 실시하고 있다.

치매나 중풍 등 만성질환 어르신들을 모시고

여러 해 소풍을 다녀오면서 ‘이럴 땐 이렇게 할

걸…’ 하며 아쉬워도 하고 ‘이럴 땐 정말 조금

더 신경을 쓸 것을…’ 하며 적어두었던 것들이

있다. 오늘 우리 치매센터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현장이야기

세상 속의 외로운 섬

식구들의 봄나들이

사회복지사 장 우 희 | 대구가톨릭치매센타

올해는 날씨가 참 무심하다.

우리 섬(?)식구들이 1년에 한 번 뿐인 소풍가는 날인데….　

새벽녘부터 내리던 비로 잠을 설치고 출근을 했다.　

택시는 하나 둘 도착하고 빗줄기가 한결 가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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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탐방 39

본당 차원의 전문적 노인복지서비스의 구현

노인대학을 찾아서

1. 효도하십니까?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10계명을 주실 때

에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계명을 넣어두셨

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효도에 대한 개념은 조

금씩 다르겠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상

황 속에서 우리가 ‘인간의 도리’로서 부모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

고 여겨진다. 과연 오늘의 우리가 해야 할 ‘효

도’는 무엇일까? 이를 부모에서 ‘노인’으로

확대하여 ‘효도’의 지역사회 차원, 그리고 지

역 교회 차원의 노인복지서비스인 노인대학에

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한국 노인들의 삶에 대해 진단한 자료(김익기,

1999, 한국노인의- 삶 진단과 전망)를 보면, 현재 대

다수의 노인은 일반가구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집단시설에 수용된 인구는 불과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이용도가 낮은 이유는 그 시설수

가 적고, 인지도도 낮으며, 노인들로부터 부정

적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러한 시설이 종류도 다양하지 못하여,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전국 노인복지시설현

황(2002. 3)에 관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78개소

의 노인복지시설들의 대부분은 유·무료 양로

원과 요양원이며, 최근에야 치매센처와 전문병

원, 너싱홈 등이 새로이 건립되고 있는 추세이

다.

노인 문제는 빈곤, 질병, 역할상실, 고독의 4

고(苦)로 표현된다. 이 중에서 일반가구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에게 있어 역할상실과 고독의

문제가 보다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러한 노인

들의 여가활용과 사회활동에 대한 전문적 체

계를 갖춘 노인복지서비스는 드문 실정이다.

대다수의 노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노

인여가시설로는 경로당, 노인교실, 노인휴양소,

노인복지회관이 있으나 그 실태는 참으로 열

악하다. 대부분의 시설들이 설비의 낙후, 운영

진의 비전문성, 전문 프로그램의 부재로 이용

김 주 연 |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40 사회복지회보 17호

하는 노인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그나마 노인복지회관의 경우, 앞의 여건들은 갖

추어져 있으나, 전국적으로 그 숫자가 너무 적

어 대상노인이 턱없이 적고 대체적으로 저소득

층을 위한 서비스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고 있

어 일반 재가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 프로

그램은 상대적으로 미비한 상태이다(원영희·모

선희, 1998, 노인복지에 관한 연구).

본고에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역사회 차

원의 전문적 노인복지서비스를 지향하는 ‘노인

대학연합회’의 활동을 살펴보고, 두 곳의 노인

대학을 통해 본당에서 운영되고 있는 노인대학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한다. 이는 늘

교회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교회로부터 소외되

어온 노인들을 위해 어떠한 관심과 지원이 필

요한가를 생각해보고 이를 실천해내고자 함이

다.

2. ‘노인대학’이란?

1977년도에 공항동 본당에서 박고빈 신부(시

메온, 現 노인대학연합회장)에 의해 설립되었

다. 이는 노인들을 위한 교육서비스에 대한 필

요성을 받아들인 가톨릭교회의 시대적 응답이

었다. 이후 그 필요성에 공감한 여러 본당이 뒤

따라 노인대학을 설립하여 그 수가 증가하자,

1981년 2월 5일, ‘서울대교구 노인대학연합회’

가 서울대교구 승인으로 발족되었다.

노인대학의 창립정신은 “노인은 오래 살았다

고 해서 영예를 누리는 것이 아니요, 인생은 산

햇수로 재는 것이 아니다. 현명이 곧 백발이고

티 없는 생활이 곧 노년기의 원숙한 결실이다.

그는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 하느님의 사랑을

받았다.”(지혜 4,8-10)는 말씀에 들어있다. 노

인대학연합회는 현대의 노인들이 처해있는 현

실을 반영하여 다음의 세 가지 주안점을 두고

노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첫째, 철학적 관점에서 노인이 되면 소극적,

비관적, 폐쇄적 자기무력감에 빠지기 쉽기 때문

에 노인 교육은 노인들이 노년기를 퇴화와 상

실의 시기가 아니라 인생의 완성을 겨냥한 인

간발달의 최종단계임을 자각함으로써 생을 마

치는 순간까지 주체적, 긍정적, 적극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하도록

돕는다.

둘째, 사회적인 관점으로 노인은 변화하는 세

상과 젊은 세대의 가치관, 생활양식, 가족구조

등의 변화를 수용하면서도 가정과 사회의 연장

자로서 고유문화와 전통, 미풍양속 등을 후세대

에 전달할 책임과 사명감을 인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종교적·개인적 관점에서 노인은

인간의 죽음이 궁극적이고도 영원한 삶을 향한

새로운 출발이라는 것을 인식한 신앙인으로서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희망과 귀감이 되어야 한

다. 뿐만 아니라, 노년에 따르는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어려움을 수용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여가활동, 취미생활, 인간관계, 역할 등을 창조

해가야 한다.

노인대학연합회에서 제시하는 노인대학의 교

육내용은 다음 쪽의 표와 같으며, 대부분의 대

학이 이러한 기준에 적절하게 강의 내용을 구

성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방침은 1997년에 설립된 ‘노년

연구원’을 통하여 더욱 전문적이고 긴요한 교

육 내용으로 개발되어 노인대학연합회를 통해

시설탐방 41

각 본당에 전달되고 있다. 노인대학연합회에서

는 월례교육을 통해 노인의 심리, 건강, 가족관

계 등의 강의와 우리춤체조, 스트레칭, 레크리

에이션 등의 신체적 활동을 봉사자들에게 교육

하며,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경험을 나누는 장을 제공한다.

각 노인대학은 모든 학제를 두루 갖추고 있으

며, 일반 학교처럼 방학을 두고 학제를 편성하

여 학기별로 주 1회 운영된다. 본당신부님을 총

재로 모시고, 평신도들로 구성된 학장, 교무처

장, 총무, 담당교사 등의 전담봉사자들이 교무

회의를 운영한다. 교훈과 학사 일정, 강의 계획

이 마련되고 모든 회의와 활동내역은 꼼꼼히

기록된다. 모든 일에 담당자가 정해져 있고, 봉

사자들은 교직에 대한 봉사의 책임을 지고 성

실하게 맡은 바를 해내고 있다. 이분들의 서류

들을 보면 마치 일반 학교 교무실에 와 있는 착

각을 할 정도이다. 노인대학연합회에서 실시하

는 월례교육도 들어야 하고, 학장은 지구모임과

교구모임에도 참석해야 한다.

대상은 대부분 그 지역에 사시는 신자노인이

지만, 많은 노인대학에서는 다른 지역 신자와

비신자도 입학이 가능하다. 실제로, 방문했던

노인대학의 경우에도 2시간 정도 걸리는 먼 곳

에서도 찾아오시는 노인들이 있었는데, 이는 노

인대학이 각 본당마다 활성화되어있지 않아 생

기는 현상으로, 전출이 된 후에도 계속 이전 본

당을 다니는 경우이거나 기존 학생들의 친구나

친척이 함께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노인대학의 활동이 보다 확대되고 발전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입증해주는 사례이다.

3. 새로운 시대의 노인대학의 비전과 과제

노인대학의 설립부터 지금까지 모든 과정을

이끌어 온 박고빈 신부와 협력과 지원을 아끼

지 않은 많은 이들의 노력과 열정은 각 노인들

의 개인적인 삶에 변화를 가져왔다. 2002년 3월

을 기준으로, 교구 내 103개 본당의 노인대학에

서 약 8,000여 명의 노인학생들이 하느님 안에

서 의미 있는 노후생활을 구현해 나가고 있으

며, 이러한 노인대학의 운영을 위하여 약 800여

명의 봉사자들이 각 본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노인대학연합회 교육내용>

교과 세 부 내 용 100%

신앙생활 성서, 교리, 전례, 교회사 등 20%

지혜로운 노년학, 노년기 역할, 노년기 생활 인간관계, 재정관리, 전통 미풍 양속 등

건강한 건강상식, 체조, 특수진료 생활 서비스 등

창조적 음악, 미술, 공예, 소창, 특기, 생활 지도 등

행사 소풍, 성지순례, 견학, 신앙대회 등

20%

20%

30%

10%

노인대학연합회 본당 노인대학 교무회의 본당노인대학 학생증


이제 20년을 넘긴 노인대학연합회는 새로운 비

전을 제시하고 있다.

본당 노인대학 체제도 연령에 따른 단계의 구

분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는 전제에서 은퇴 나

이인 65세부터 74세까지 1단계, 75세부터 84세

까지 2단계, 그리고 85세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

지 3단계로 구분하여 단계에 맞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

의 수명이 정해져 있지도 않고 그 날을 알 수

없기에 이러한 나이별 구분을 적용하기가 쉽지

는 않겠으나, 졸업 없이 반복적으로 노인대학에

참여하는 노인들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프로그

램의 체계화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특히 최근 들어 퇴직 연령이 빨라지면서 은퇴

는 했지만 그 체력과 지적 능력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있는 노인들이 많이 있다. 이들이 가정에

서 자녀를 양육하는 일에만 동원될 것이 아니

라 사회 봉사 활동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그 개

인에게는 새로운 역할을 찾아가도록 독려하고,

사회 전체에는 소중한 인적 자원을 얻는 기회

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해 노인대학연합회가 실

시하고 있는 ‘노인지도자 양성교육’과 ‘한

글지도자 양성교육’에 지원자가 꾸준히 증가

하고 있음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또한 노인대학에 참여하지 못하는 원인을 알

아내고 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

그램을 운영해 나가야 하겠다. 실제로 본당에

다니고 있는 노인들 중에서 노인대학에 참여하

는 노인의 비율은 매우 낮은 형편이다. 노인대

학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가 개인적인 것이든

환경적인 것이든 간에, 노인들의 욕구를 파악하

고 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나가려는 노

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이전까지는 거의

도외시되어왔던 노인들의 이성문제, 성문제 등

에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자, 이제 우리는 먼저 지역적 특색을 소화해

내고 10년 이상의 세월을 건실하게 운영해온

모범적 본당 두 곳을 찾아가 보기로 하자.

<사례1> 전문성을 갖춘 방배요셉노인대학

‘매일이 금요일이었으면…’

2호선 방배 전철역 2번 출구로 나와 뻗어있는

언덕길을 잠시 걷다보면 커다란 예식장을 끼고

돌아 오른쪽으로 접어드는 길이 있다. 길을 따

라 들어가면 조금씩 상쾌한 나무 내음이 나고

오른쪽으로 언덕을 두고 있는 숲을 만나게 된

다. 매주 금요일 오후 1시만 넘으면 ‘그레이’

색 머리를 휘날리며 이 길을 찾아드는 어르신

들을 만날 수 있다

등산을 가시는가 하고 생각하지만, 이분들의

옷차림은 너무 깔끔하다. 왼쪽에 있는 조금 부

담스러운 연립주택을 다 지나 길 끝에 다다르

면 붉은 벽돌의 열린 문안으로 멀리 커다란 성

이 보인다. 조금 더 따라가 보면 어르신들은 그

건물 1층에 있는 소강당으로 들어간다. 이곳이

바로 요셉노인대학이 열리는 곳이다.

방배동 성당의 요셉노인대학을 찾아간 날은

한여름 처럼 태양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이었다.

그러나 성당 문 앞에 도착한 순간, ‘아, 저곳에

가면 무언가 상쾌한 일이 있을 것 같다’는 기

대감이 들었다. 아늑한 성모님의 품안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산의 끝자락에 성당이 있어서

일까? 아니면 산책 나온 수녀님들의 맑은 합창

시설탐방 43

소리 때문일까?

전화로 인사를 드릴 때만해도 조금은 걱정이

앞섰다. 취재를 하겠다며 불쑥 찾아간 사람이

반가울 리 없으실 텐데. 잠깐 사진이나 찍고 돌

아와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선한 웃

음을 지으시는 지태욱(요셉) 학장님을 뵌 순간

기우(杞憂)였음이 밝혀졌고 취재는 매우 즐겁

고 순조로웠다.

방배요셉노인대학은 전 국민이 올림픽을 준

비하느라 바쁜 1988년 5월 4일, 개교하였다. 15

년 전통의 노인대학으로, 현재 학장님은 4년 전

취임하신 후, 전문성을 강조한 운영을 해오고

계시며, 이는 각 분야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봉

사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루어져왔다.

학사운영을 보면, 봄·가을에는 버스를 대절

하여 야외학습을 떠나고, 5월에는 본당 전체 차

원에서 준비되는 어버이날행사인 ‘웃어른 모

시는 날’에, 10월에는 교구 ‘노인의 날’ 행사에

참여한다. 수업은 3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그

리고 다시 9월 초부터 12월 중순까지 매주 수요

일 오후 2시부터 열린다. 본 수업 전에 10분 정

도는 무용반을 지도하고 계신 에어로빅 전문

강사의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몸 풀기 체조를

하다보면 식곤증은 사라지고 오후 2시부터 전

체 강의가 시작된다. 전날 외쳤던 월드컵 응원

구호를 외치며 박수를 치기도 하는데, 어찌나

신이 나는지 필자도 몸이 들썩들썩 움직여졌다.

전체강의는 각계각층의 전문 강사들이 동원

되어 노인들에게 필요한 내용으로 진행된다. 이

번 2002년도 1학기에는 세 번의 신앙강좌와 성

지에 관한 강의, 요실금관리 및 건강강좌, 남북

통일문제 및 세계의 노인들 등의 전문가 초청

강연과, 전통악극공연, 부활달걀만들기, 매듭묵

주만들기 등의 내용이 준비되어있다. 구순우(요

안나) 교무처장님은 노인들에게 좀더 의미 있

고 필요한 강의를 기획하고, 적은 예산으로 강

사를 섭외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지만,

패션디자이너를 초대해 노인의 패션에 대한 이

야기를 듣는 일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준비해

내고 계셨다. 이 날은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

녀회’의 강 루갈다 수녀님께서 여든이 넘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언니, 동생과 같은 노인분들

께 재미있는 신앙강좌를 들려주셨다.

이러한 전체강의가 끝나면 전통악극공연, 우

리춤 체조, 전체 강의에 이어 성서반, 서예반, 음

악반, 단전호흡반, 게이트볼반, 무용반, 사물놀

이반 등 7개 반으로 나뉘어 개별강의가 진행된

다. 이 중에서 매년 교구 노인의 날 행사 때에

멋진 모습을 보여주시는 사물놀이반은 방배요

셉노인대학의 자랑이다.

이 두 강의의 연결부분에 간식시간이 있는데,

지태욱( 요셉) 학장님 아이고 즐거워라성모동산


마침 필자가 방문했던 날 생신잔치 행사가 열

렸다. 매월 첫째 주 간식시간에는 그 달에 생일

을 맞으시는 어르신들이 나오셔서 무지개떡 케

이크의 촛불을 끄시고 기념촬영을 한다. 간단한

행사가 끝나면 간식으로 따끈따끈한 떡이 음료

수와 함께 제공된다. 이러한 하루의 모든 강의

가 끝나면 학장님과 교직원 봉사자들은 모두

모여 교무회의를 통해 그 날을 평가하고 다음

주를 준비한다.

금년 요셉노인대학의 등록학생은 125분이며,

보통 매주 강의에 참석하는 학생은 100여 분 정

도이다. 노인대학은 졸업이 없고 1년을 수료한

후에도 계속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전체 학생 중

에 10년 이상 다니시는 분들이 27분, 15년 동안

다니신 분들이 17분이나 있다. 가장 연장자이신

할머님은 89세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활발한 사

물놀이반 활동을 펼치고 계시다!

이곳 방배노인대학의 경우, 다른 대학에 비해

본당의 지원금이 연 1,200만 원 정도로 꽤 넉넉

한 편이다. 여기에 학생 1인당 한 번 내는 입학

금 3,000원과 매달 교육비 2,000원, 그리고 야외

행사시에 참가비 5,000원을 더한다 해도 80% 이

상을 본당에서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비록 1년

동안 강사료, 간식준비, 행사비용, 운영비 등을

따지면 남을 것 없는 살림이지만, 꼼꼼히 장부

를 정리하시는 총무님과 봉사자들은 그 돈을

200%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다.

한편, 어려운 점들도 있다. 이곳 방배노인대학

의 경우, 남성 노인의 수가 극소수로서, 전체

125명 중 5명에 불과하다. 그 원인으로 권위적

인 습성이 강한 남성 노인들이 ‘학생’이 되

어 다른 이들의 지도에 따르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꼽히고 있었다. 둘째로는 전반적으

로 노인들의 학력수준은 높지만, 편차가 심하여

소수의 글을 읽지 못하는 노인들은 이를 숨기

는 경향이 있어 한글반 운영이 실패하였다고

한다. 또한 가족들의 배려에 있어서, 경제적으

로 넉넉한 상태에 있는 노인들의 경우에도 그

다지 많은 협조의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이곳 역시 보다 많은 봉사자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주임신부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더 열심히

하게 되신다는 지 요셉 학장님은 취임 첫해에

노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욕구 조사와 함께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결

식노인들을 파악하기도 하였다. 또한 신부님과

학장님은 매주 금요일을 노인대학에 헌납하고

있는 봉사자들을 위한 격려와 지원도 아끼지

않으신다. 이러한 학장님과 봉사자들의 전문적

인 노력과 따뜻한 관심덕분에 ‘즐거운 노인대

몸풀기 체조 - 헛!헛 생일잔치 -이럴 땐 나이먹는 것도 좋아

신앙강의 -수녀님 언니 아주 재미있어요!

시설탐방 45

학, 가고 싶은 노인대학, 건강한 노인대학’이

라는 학훈처럼 방배요셉노인대학의 학생들은

‘매일이 금요일이었으면’하는 생각을 심어

갖고 있다.

<사례2> 정이 가득한 불광동 바다의별노인대학

“○○○ 씨, 식사하셨수?”

불광동 성당은 녹번동에서 불광동으로 가는

큰길가에 위치해있다. 붉은 벽돌로 우뚝하게 지

어진 성당의 모습은 낮은 담 사이에 오밀조밀

하게 피어있는 색색가지 패랭이꽃들과 어우러

져 근엄하면서도 따뜻한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

해져온다.

왼쪽으로 경사진 벽돌길을 올라가면 커다란

문패가 나온다.‘바다의별노인대학’. 이곳은

1990년 5월 8일, 본당 설립 25주년을 기념하여

설립되었다. 최용록, 정웅모 신부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개교할 당시 인원은 120여 명에 달했

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13년간을 재직해오신

이기금(엘리사벳) 학장님과 13년간 다니고 계

신 6분의 어르신들이 바로 그 역사의 산 증인이

시다.

건물은 조금 어둠침침하고 복잡한 미로처럼

생기긴 했지만, 여기 저기 공

간이 꽤 멋스럽게 만들어져

있었다. 비록 강의실과 봉사자

들이 부족해 한 곳에서 강의

가 진행되지만, 노인대학 사무

실만큼은 작아도 아담하게 마

련되어 있었다.

처음 인사드린 학장님은, 10

여 년 전에는 보다 젊으셨을

테지만, 이제는 어르신들의 동

료이자 동반자로 함께 하고 계셨다. 강의를 1시

간 정도 앞두고 있었기에 매우 바쁜 시간이었

음에도, 함께 하시는 봉사자들의 배려로 짬을

내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점심식사

를 준비해야 하는데도 노인대학의 실무 봉사자

가 세 분밖에 되지 않아 운영하시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으신 듯 했다. 수업을 준비하기 위

해 일어나 강의실로 향했다. 만나는 어르신들께

학장님은 “○○ 씨, 잘 지냈어요?”하시며 친

근하게 인사를 건네시는 것을 빠뜨리지 않으셨

다.

강의실에 들어서니 미사 때에는 제대로 사용

하는 듯한 무대가 있고, 학생들은 팻말이 놓여

진 자리에 반별로 앉아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불광동　성당노인대학가 - 할아버지도 열심히 이기금( 엘리사벳) 학장님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의 반이 분리되어 있었

는데, 할아버님들이 훨씬 부끄러움이 많으신 것

같았다. 이곳 역시 할머니반이 세 반으로 많고,

할아버지반은 한 반이면서 인원도 다른 반에

비해 좀 적은 듯 했다. 전체적으로 학생들을 둘

러보신 학장님은 어느 반이 가장 출석률이 좋

은지를 확인하시고는, 각 반에서 결석한 분들의

성함을 차례로 불러보신다. 바로 이곳의 비결은

이것이었다. 가족적이며 친근한 관계. 그러나

이곳도 처음부터 이런 관계가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 노인대학을 열었을 때엔 2∼3년간은 학

생들 간에 서로 말씀도 잘 안 하시고, 인사도 어

려워하곤 했는데, 한번 야유회를 다녀오니 친구

처럼 되고, 또 한번 수련회를 2박3일로 다녀오

니 형제, 자매간처럼 되셨다고 한다. 학장님과

봉사자들은 되도록 노인학생들의 이름을 불러

드리며, 마주칠 때마다 빠뜨리지 않고 인사를

건네려고 노력한다. 이런 인간미가 어려움 속에

서도 노인대학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힘이 되고

있었다.

4월, 부활대축일을 전후하여 수료식과 입학미

사가 열린다.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학기

운영은 7월 셋째 주에 여름 방학과 9월 개학, 12

월 둘째 주에 겨울 방학이 있다. 주요 행사로는

봄철 야외학습과 가을 성지순례가 있고 10월엔

교구‘노인의날’행사에 참가하며, 월 1회 대

중교통을 이용하여 근처 고궁이나 호수공원 등

에서 야외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10시 미사가 끝난 후 수업이 시

작되는데, 수업 시작은 늘 기도와 성가로 시작

된다.

학장님의 지휘에 따라 함께 노래하고 율동하

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마치 학교 선생님을

따라하는 학생들의 모습처럼 즐겁다. “나이가

들면 아이같이 된다.”는 옛말처럼 노인대학의

어르신들은 아이처럼 순수한 모습을 갖고 계셨

다. 이렇게 노인대학 주제가까지 한바탕 신나게

부르고 나면, 불광동 성당에서 제작한 매달의

생활 교리서를 가지고 간단한 문답 등의 교리

공부도 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강의는 미리 정

해진 일정에 따라 다양하게 진행된다.

이곳 역시 다양한 강의를 기획하고 강사를 섭

외하는 일이 큰 어려움이라고 하셨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1교시에 보건소에 의뢰하여 정신

과 의사가 방문하여 치매예방강좌도 해주고 1:1

로 치매진단도 해주는 건강강좌가 있었고, 2교

시에는 민요전승자를 초대하여 민요를 배워보

는 시간이 이어졌다. 물론 1교시와 2교시 사이

에는 식사시간이 들어 있어 함께 식사를 하며

정은 더 두터워진다.

이밖에도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문제점과 앞

몰풀기　율동－이왕이면　일어서서 채매예방 및 진단－건강하게 오래 살자구 민요 부르기－얼쑤! 좋~ 다! !

시설탐방 47

으로의 바라는 점을 여쭈었을 때, 학장님은 설

립 당시 120명에 달하던 인원이 현재 60여 명에

불과한 현실에 대해 13년간의 경험을 통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내셨다. 이를 정리해보면 먼

저, 부족한 재정 지원과 자원봉사자 등 본당 차

원의 관심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과 가정에서

노인들의 지위가 향상되어야 한다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본당의 관심에 대해서는 박고빈 신부님

의 말씀처럼 ‘청소년들만큼의 재정적 지원’

은 아니더라도 노인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확대될 것을 지적하셨다. 또한 무엇보다 의식

있고 잘 훈련된 봉사자들을 양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한데, 사람이 그립고, 외로움을 느끼

지만 권위적이지 않은 순수한 이 지역 노인들

의 특성을 이해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정과 인력의 지

원은 지역사회의 다른 노인대상 서비스 제공

기관들과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할 것

이다.

두 번째로는 노인들에게 자신을 위해 사용할

시간과 여력이 없다는 현실이 개선되어야 한다

는 것이다. 노인들은 비교적 젊고 건강할 때에

는 자식들로부터 집안일이나 손주를 돌보는 일

을 위탁받음으로써 1주일에 하루도 자신을 위

해 시간을 보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이

것조차 하지 못할 만큼 나이가 들면, 그땐 자신

을 위해 활동을 하기에도 너무 늦어버리는 것

이 현실이다. 실제로 이곳 노인대학에 나오시는

노인 분들의 연령층도 70대와 80대가 주류를 이

루고, 60대는 전체 인원의 약 23%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자녀들이 관심을 갖거나 노인들의

여가나 발전에 노력을 하지도 않기 때문에 노

인행사에는 항상 자녀들도 없고 관중도 없이

치러지곤 한다. 이러한 문제들에 공감하여 본당

에서도 최근 자원봉사자 교육을 통해 영성과

훈련을 갖춘 이들이 곧 어르신들을 위해 함께

하게 될 예정이다. 또한 8년간 빵과 우유만을 지

급해오던 간식도 식사로 대체되고, 지난 4월부

터는 본당의 지원이 늘어 전보다는 나은 식사

를 대접해 드릴 수 있게 되어 봉사자들은 매우

기뻐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학장님은 지난 봄 야유회 때에 처

음으로 신부님이 동행을 하시어 노인분들과 함

께 하셨을 때에 노인들이 얼마나 기뻐하였는가

를 이야기하시면서, 이러한 사목자의 관심이 보

다 지속적으로 노인분들께 전달되기를 바라고

계셨다.

인사를 드리고 민요를 부르시는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성당을 떠나오면서, 추수할

일꾼을 보내시려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많은 이

들이 사랑으로 응답할 수 있기를 바라는 기도

를 드렸다.

4. 제4계명 - 사랑의 보답

필자는 위와 같은 두 노인대학을 취재하면서

놀랍고도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미처 모르고 있던 ‘노인대학’의 존재와 위상,

그리고 가능성에 놀랐으며, 스스로를 업그레이

드하려는 어르신들의 욕구와 이분들을 위해 봉

사하시는 이들의 노력이 반가웠다.

지역사회의 특성이 다른 두 노인대학은 조금

은 다르긴 하지만, 안고 있는 문제점과 바라는


점들은 비슷했다. 노인들은 관심을 필요로 한

다. 교회와 사목자와 자녀와 다른 이들의 관심

을 바라고 있다.

이러한 점에 대해 노인대학연합회의 실무를

담당하시는 요셉 세레나 수녀님(인보성체수도

회)은 사목의 균형 있는 분배와 학자녀 모임의

활성화를 제안하신다. 노년인구의 증가는 바로

교회의 노년 신자의 증가를 의미하는데도, 현재

본당에서 노인들의 지위는 너무나 취약한 실정

이다.

따라서, 전체 본당 차원에서의 노인 신자에

대한 사목적 안배를 강화하는 것은 본당의 활

성화를 위한 필수적인 단계일 뿐 아니라 자녀

교육에만 열성을 보이는 신자들에게 교회가 제

4계명의 모범 사례를 실천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는 것이다. 특히 교회 차원에서 노인대학 ‘학

자녀 모임’을 결성하고 독려하는 과정을 통해

노인교육이 ‘노인들만의 것’으로 끝나는 안

타까운 일이 줄어들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

다.

‘노인들은 기도부대이다’라고 하신 불광노

인대학 학장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분들의 기

도와 수고로 지금까지 살아왔으며 지금도 그

사랑의 기도 덕에 살고 있을 우리 젊은 세대들

이 이젠 그분들을 위해 무언가 보답해야 할 때

라는 생각이 든다.

노인대학을 취재하면서 만나뵌 어르신들의

뒷모습은 나의 아버지요, 어머니이셨다.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은 모든 자녀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된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것으

로 효를 다했다 여기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

용돈을 의미 있게 쓰시도록, 부모님께 시간과

공간과 방법을 배려해드릴 때에 비로소 우리의

부모님들은 삶의 보람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

다. 또한 이러한 노인들의 여가시간이 자식들이

집에 돌아오는 주말에 한정되어 있다면, 이를

위하여 주일에도 본당 공간을 어르신들께 내어

드리는 프로그램을 준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Documents

세상 속의 외로운 섬 식구들의 봄나들이caritas.cbck.or.kr/admin/report2/report_file/23/03-현장_시설.pdf · 노인대학연합회에서 제시하는 노인대학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