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153 한국여성노동의 공급과 고용구조 황수경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I. 서 론 지난 20여 년간에 걸쳐 노동공급 측면에서 나타난 가장 뚜렷한 특징 중의 하나는 여성의 노동공급 및 여성의 노동시장 구조와 관련된 변화이다. 1990년대 들어 우리 사회에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여성 인력 활용은 지속가능 성장(sustainable growth)을 위한 핵심적인 요소로서 그 중요성이 배가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에 걸친 여성의 노동공급 및 노동시장에서의 변화를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 다. 산업화 초기인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경제는 노동집약적 산업구조하에서 풍부하게 공급되는 저숙련 이농(離農) 노동력을 기반으로 가동되었다. 이 시기의 노동시장은 전통적인 제조업 부문의 확장 과정에서 저연령·저학력 여성 노동력에 대한 의존 정도가 매우 컸으며 이 과정에서 노동시장에 편입된 여성 대부분은 자신 의 취업을 결혼 전까지의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서면 서 단순기능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제조업 부문이 위축되고 정보산업화, 제조업의 소프트화라는 산업구조 변화가 서서히 진전되었고, 공급 측면에서는 성취욕구를 가 진 고학력 여성이 노동시장에 유입되면서 여성 노동시장은 생산직으로부터 사무직 이나 서비스직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되어 저변을 확대하였다. 그러나 여성의 진출은 이미 구조화된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나 사회적 제 약에 의해 충돌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여성들이 좌절하였다. 1980년대 중반부터 가 속화된 민주화 바람을 타고 여성들의 권리 의식이 신장되면서 고용 영역에서의 성 차별 금지를 목표로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었다. 요컨대 1980년대는 여성 의 고학력화를 배경으로 단순노동에 국한되어 있던 여성 노동시장의 역영 확대를

한국여성노동의 공급과 고용구조 - helloinsa.comB5%BF%BA%CF%BE%C6%B3%EB%B5%BF…표 가운데 하나이다 왜냐하면 여성의 노동공급은 그 사회의 의식구조,

  • Upload
    others

  • View
    1

  • Download
    0

Embed Size (px)

Citation preview

  • 153

    한국여성노동의 공급과 고용구조

    황수경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I. 서 론

    지난 20여 년간에 걸쳐 노동공급 측면에서 나타난 가장 뚜렷한 특징 중의 하나는

    여성의 노동공급 및 여성의 노동시장 구조와 관련된 변화이다. 1990년대 들어 우리

    사회에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여성 인력 활용은 지속가능 성장(sustainable

    growth)을 위한 핵심적인 요소로서 그 중요성이 배가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에

    걸친 여성의 노동공급 및 노동시장에서의 변화를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

    다.

    산업화 초기인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경제는 노동집약적 산업구조하에서

    풍부하게 공급되는 저숙련 이농(離農) 노동력을 기반으로 가동되었다. 이 시기의

    노동시장은 전통적인 제조업 부문의 확장 과정에서 저연령·저학력 여성 노동력에

    대한 의존 정도가 매우 컸으며 이 과정에서 노동시장에 편입된 여성 대부분은 자신

    의 취업을 결혼 전까지의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서면

    서 단순기능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제조업 부문이 위축되고 정보산업화, 제조업의

    소프트화라는 산업구조 변화가 서서히 진전되었고, 공급 측면에서는 성취욕구를 가

    진 고학력 여성이 노동시장에 유입되면서 여성 노동시장은 생산직으로부터 사무직

    이나 서비스직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되어 저변을 확대하였다.

    그러나 여성의 진출은 이미 구조화된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나 사회적 제

    약에 의해 충돌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여성들이 좌절하였다. 1980년대 중반부터 가

    속화된 민주화 바람을 타고 여성들의 권리 의식이 신장되면서 고용 영역에서의 성

    차별 금지를 목표로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었다. 요컨대 1980년대는 여성

    의 고학력화를 배경으로 단순노동에 국한되어 있던 여성 노동시장의 역영 확대를

  • 154

    모색하고 고용과 관련된 성차별이 구조적으로 인지되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들어 낮은 출산율, 고령인구의 증가 등에 따른 노동력 구성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가용인력으로서의 여성 인력 활용이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점차 중

    요한 요소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여성의 노동권 확보 및 모성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도 이루어졌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 1995년 여성발전기본법, 1999년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 등이 차례로 제정되었고 남녀고용평등법도 네 차례

    에 걸쳐 개정되었다. 2001년에는 여성정책 전담부처인 여성부가 공식 출범하였다.

    이러한 법적제도적 변화와 함께 우리 사회에는 성평등 의식 및 여성의 사회참여

    의식이 급속히 확산되었다. 핵가족화 및 이혼율 증가 등과 같은 전통적인 가족주의

    의 해체도 여성의 홀로서기를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하였다. 1990년대에도 고학력

    여성 노동력의 공급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고 일부는 전문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가는 데 성공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여성의 직업편중 현상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였다. 이 기간 동안 여성의 사회참여 의식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양육

    이나 가사부담과 같은 사회구조적 요인은 여전히 여성의 경제활동에 걸림돌로 작용

    하여 여성의 취업 희망과 실제 취업 간의 괴리를 더욱 증폭시켰고 취업에 성공한

    경우에도 일정한 제약이 불가피하였다.

    한편 수요 측면에서 서비스업 중심 산업구조로의 전환과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다양한 고용형태의 출현은 여성 특히 기혼여성의 노동공급을 보다 용이하게 하였는

    데, 이와 동시에 여성의 상당수가 비정규 노동으로 편입되게 됨으로써 여성 노동의

    취약성과 불안정성의 문제를 야기하였다. IMF 경제위기 직후 여성 노동의 대거 이

    탈이 여성 노동공급의 취약성과 불안정성을 보여준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는데,

    1997년과 1998년의 불과 1년 사이에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9.8%에서 47.1%로

    무려 2.7%포인트나 하락하였다. 1990년대를 거치면서 여성 고용의 양적 확대와 함

    께 질적 제고의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제기된 셈이다.

    이하에서는 여성 노동공급의 제반 특징과 노동시장에서 여성 고용의 질에 초점을

    맞추어 지난 20여 년간의 변화를 조망해 보고자 한다.

    II. 여성 노동공급의 변화

    1.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 155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여성 생산가능인구 중 약 절반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2년 현재 49.7%를 기록하고 있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1963년 37.0%에서 IMF 경제위기 직전인 1997년에 49.8%까지 꾸준히 상승하

    였으나 경제위기와 그로 인한 대량실업의 발생으로 노동시장 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여성 진출도 크게 위축되어 1998년 47.1%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후 경기회복과 더

    불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도 빠르게 회복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1997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여성의 노동시장참여 비율은 한 사회가 얼마나 선진화되어 있는가를 가늠하는 지

    표 가운데 하나이다. 왜냐하면 여성의 노동공급은 그 사회의 의식구조, 사회구조,

    그리고 산업구조를 복합적으로 반영하여 결정되기 때문이다.

    은 OECD 각국의 여성 고용비율과 성차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25∼54

    세 여성 중 고용비율은 56.3%로 OECD 평균 69.0%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OECD 국

    가 중 우리나라보다 여성의 고용비율이 낮은 국가는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에 불과하다.

    여성의 고용비율1)과 성차: 2000년 기준

    (단위: %, %포인트)

  • 156

    전 체 대졸 이상

    고용비율 남녀 차이 고용비율 남녀 차이

    호주 66.8 20.0 79.9 11.5

    오스트리아 73.5 16.2 86.5 9.2

    벨기에 67.8 20.1 86.7 8.6

    캐나다 74.0 11.8 79.8 9.2

    체코 73.7 15.6 82.8 13.3

    덴마크 80.5 7.7 88.7 4.5

    핀란드 77.6 7.0 84.8 8.0

    프랑스 69.6 17.7 83.1 8.5

    독일 71.1 16.3 83.4 10.5

    그리스 52.6 35.9 78.4 12.4

    헝가리 61.7 16.0 78.9 14.7

    아이슬랜드 87.4 8.6 95.2 3.7

    아일랜드 53.1 29.0 79.9 13.3

    이탈리아 50.7 33.9 78.7 12.4

    일본(1999) 62.7 31.6 62.7 33.5

    한국 56.3 31.8 55.0 34.9

    룩셈부르크 63.0 29.8 79.4 14.0

    네덜란드 70.9 21.4 86.6 8.8

    뉴질랜드(2001) 70.6 17.0 78.7 10.7

    노르웨이 81.5 7.1 87.3 4.9

    폴란드 72.0 9.6 92.0 1.5

    포르투갈 73.9 16.4 93.0 2.6

    슬로바키아 64.8 13.7 82.5 11.1

    스페인 50.6 34.8 74.0 14.8

    스웨덴 81.7 4.1 87.8 4.3

    스위스(2001) 76.8 18.5 85.6 12.0

    영국 73.1 14.4 86.4 8.0

    미국(1999) 74.1 14.8 81.9 11.6

    OECD 평균2) 69.0 18.6 82.1 11.2

    주: 1) 25∼54세 인구 중 고용비율

    2) 표에 제시된 국가들의 단순평균.

    자료: OECD, 2002 Employment Outlook

    남성 고용비율과의 격차도 31.8%포인트나 되어 OECD 평균 18.6%포인트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성별 차이로 보면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우리보다 격차가 크

    고, 일본이 우리와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만

    을 고려하면 여성 고용비율은 55.0%로 OECD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2. 여성 경제활동참가 행태의 특징

    우리나라 여성 경제활동참가 구조의 특징과 주요 변화요인을 찾기 위해 5세 구간

    의 연령범주별로 경제활동참가율을 살펴보았다(표 2).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의 연령별 구조는 20대 초반과 40대

  • 157

    후반을 두 정점으로 하는 쌍봉구조(bimodal structure)를 취하고 있다(그림 1).1)

    쌍봉구조가 갖는 의미는 자명하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함께, 혹은 결혼 초기(20

    대 중후반과 30대 초반)에 출산, 양육, 자녀교육 등 가사부담으로 인해 노동시장에

    서의 일(market work)을 포기하고 전업주부로서의 일(non-market work)을 선택하게

    되며, 일정 기간이 지나 가사부담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면 다시 여성이 노동

    시장에 나와 취업을 한다는 것이다. 즉 쌍봉구조는 결혼 및 가족제도와 이와 관련

    된 성별 역할분담 구조가 만들어낸 여성 노동시장의 왜곡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다. 이러한 쌍봉구조는 선진국에서는 1960∼70년대까지 관찰되었지만 1980년대 이

    후부터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미 사라졌고2) OECD국가 중 오직 우리나라와 일본에

    만 남아 있는 유물로 되어 있다.

    여성의 연령대별 경제활동참가율: 1980∼2002

    (단위: %, %포인트)

    15∼19 20∼24 25∼29 30∼34 35∼39 40∼44 45∼49 50∼54 55∼59 60+

    1980 34.4 53.5 32.0 40.8 53.1 56.7 57.3 53.9 46.2 16.9

    1985 21.1 55.1 35.9 43.6 52.9 58.2 59.2 52.4 47.2 19.2

    1990 18.7 64.6 42.6 49.5 57.9 60.7 63.9 60.0 54.4 26.4

    1995 14.5 66.1 47.9 47.6 59.2 65.7 60.6 58.8 54.1 28.7

    2000 12.4 60.9 55.7 48.6 59.1 63.7 64.7 55.2 51.1 30.1

    2002 11.7 62.4 59.4 49.8 59.3 63.8 64.0 58.0 49.6 30.1

    증감(’90-’80) -15.7 11.1 10.6 8.7 4.8 4.0 6.6 6.1 8.2 9.5

    증감(’00-’90) -6.3 -3.7 13.1 -0.9 1.2 3.0 0.8 -4.8 -3.3 3.7

    증감(’02-’00) -0.7 1.5 3.7 1.2 0.2 0.1 -0.7 2.8 -1.5 0.0

    1) 우리나라에서 여성 경제활동참가의 쌍봉구조(bimodal structure)는 여성 참가율이 30%대에 머물던 1960년

    대 말까지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시기에는 전 연령대에 걸쳐 참가율이 낮은 수준에 머

    물러 있었다(어수봉(1991), 28쪽 참조). 1970년대 이후부터 20대와 40대 여성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봉우리를 형성하여 우리나라에서도 1960∼70년대 여타 선진국들에서 나타났던 쌍봉

    구조가 가시화되게 되었다.

    2) 스웨덴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에서 쌍봉구조가 사라지기 시작하였고, 미국에서도

    1980년대 이후부터는 여성의 연령별 경제활동참가구조가 남성과 유사한 역U형을 띠기 시작하였다(OECD,

    2002).

  • 158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연보 , 각년도.

    [그림 1] 지난 20년간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의 연령별 구조 변화

    34.4

    53.5

    32.0

    40.8

    53.1

    56.7 57.3

    53.9

    46.2

    16.9

    11.7

    62.4

    59.4

    49.8

    59.3

    63.8 64.0

    58.0

    49.6

    30.1

    10.0

    20.0

    30.0

    40.0

    50.0

    60.0

    70.0

    15 - 19세 20 - 24세 25 - 29세 30 - 34세 35 - 39세 40 - 44세 45 - 49세 50 - 54세 55 - 59세 60세 이상

    1980 1985 1990

    1995 2000 2002

    다음으로 지난 20년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 구조에서 나타난 몇 가지 특징들을

    살펴보자. 우선 고학력화의 영향으로 취학연령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크게 감

    소하였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여성의 고등학교진학률은 1980년과 1990년 사이

    80.8%에서 95.0%로 증가하였고 1990년대 후반 100% 수준에 육박하게 되면서 고등학

    교 취학연령층인 20세 미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가 대폭 줄었다. 1990년대 이후 여

    성의 대학 진학률도 크게 증가함에 따라(1990년 31.9%에서 2002년 72.1%) 1990년대 후반

    에는 대학 재학 연령대인 20대 초반의 경제활동참가율도 줄어들었지만 최근 아르바

    이트 등 재학생 취업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경제활동참여는 다시 증가 추세로 반전

    되었다.

    한편 25세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였는데, 특히 20대

    후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 20년간 무려 20%포인트 이상 증가하였다. 초혼

    연령대3)에 해당하는 20대 후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괄목할 만한 신장을 보이

    면서 전형적인 쌍봉구조에서 오목한 부분이 크게 완화되고 최저점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바뀌었다. 이는 결혼 자체가 여성의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주된 장애

    물이기보다는 출산 및 양육부담이 경제활동 지속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을 가능

    3) 2002년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7.0세이다(통계청, 인구동태통계연보 ).

  • 159

    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비록 1990년대 들어 30대 초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기

    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30∼40대까지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8%포인트나 상

    승하여 기혼여성의 사회참여가 훨씬 보편화되었다. 동일 연령대의 남성의 경우에는

    같은 기간 경제활동참가율이 평균적으로 2%포인트 감소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계열상의 단순비교는 세대 변화에 기인한 효과(cohort effect)가 복합

    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순수한 연령효과에 따른 경제활동참가 패턴의 변화로 파

    악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세대효과를 배제한 순수한 연령별 참가율 변화를 보기 위

    해서는 각 세대를 따라가면서 연령대별로 참가율 변화를 관찰하는 분석방법이 필요하다.

    은 2000년 당시 연령대별로 세대를 구분하여 각 세대가 특정 연령대에서 보여준

    경제활동참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표에서 세로 축은 연령세대를 의미하며 가로 축은 특정

    연령대를 나타낸다. 이로부터 각 세대별로 조정된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 곡선을 재구성할

    수 있다(그림 2). 각 세대별로 분리해 경제활동참가율의 변화를 살펴보아도 여성은

    참가율 변동이 연령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나며, 전형적인 쌍

    봉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도 동일하다.

    특히 20대 후반에(전반적으로는 참가율 수준이 증가하였지만) 많은 여성들이 노

    동시장으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더욱 유의해야 할 대목은

    1980년대에는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이들 중 상당수가 5년 후에는 노동시장에 복귀

    하는 모습을 보였던 데 반해 1990년대에는 노동시장으로의 복귀가 30대 후반에 이

    르기까지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세대효과를 통제하지 않은 연령별 경제

    활동참가율 곡선에서는 포착되지 않는 부분이다.

  • 160

    여성의 세대별 경제활동참가율 변화

    (단위: %)

    15∼19세 20∼24세 25∼29세 30∼34세 35∼39세 40∼44세 45∼49세 50∼54세 55∼59세

    그룹 15∼19 12.4 (62.4)

    그룹 20∼24 14.5 60.9 (59.4)

    그룹 25∼29 18.7 66.1 55.7 (49.8)

    그룹 30∼34 21.1 64.6 47.9 48.6 (59.3)

    그룹 35∼39 34.4 55.1 42.6 47.6 59.1 (63.8)

    그룹 40∼44 53.5 35.9 49.5 59.2 63.7 (64.0)

    그룹 45∼49 32.0 43.6 57.9 65.7 64.7 (58.0)

    그룹 50∼54 40.8 52.9 60.7 60.6 55.2 (49.6)

    그룹 55∼59 53.1 58.2 63.9 58.8 51.1

    그룹 60∼64 56.7 59.2 60.0 54.1

    주: ( )안은 2002년 수치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직전 연령대에서의 참가율이 일부 반영되었음.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연보 , 각년도.

    [그림 2] 세대효과를 통제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곡선

    18.7

    66.1

    55.7

    21.1

    34.4

    55.1

    42.6

    47.6

    59.1

    64.6

    47.9 48.6

    10.0

    20.0

    30.0

    40.0

    50.0

    60.0

    70.0

    15-19세 20-24세 25-29세 30-34세 35-39세 40-44세 45-49세 50-54세 55-59세

    그룹 25-29 그룹 30-34

    그룹 35-39 그룹 40-44

    그룹 45-49 그룹 50-54

    그룹 55-59 그룹 60-64

    결국 30대 초반에 나타나는 여성의 낮은 경제활동참가율은 이 시기 노동시장으로

    부터의 이탈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기보다는 이전 시기에 이탈한 사람들 대부분이

    재진입을 하지 않음에 따라 가시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세대에 올수록 30

    대 초반 연령대에서 노동시장으로 복귀하는 여성의 비율은 더 줄어들고 있으며

    2002년의 참가율을 이용하여 외연을 확대하면 2000년에 20대 후반인 여성의 경우

    30대 초반에 추가적인 이탈도 있을 것으로 보여, 이들 연령층의 경제활동 지속을 위한

    별도의 정책적 노력이 없이는 쌍봉구조의 개선이 이루어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161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여성이 일정 기간 후 다시 복귀하는 비율이 최근에 올수록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상은 여성의 고학력화와 노동시장 수요구조의 특징으로 설명

    될 수 있다. 의중임금(reservation wage)이 높은 고학력 여성의 경우 현재 단순직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기혼여성의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학력 여성 인력의 활용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는 이

    들의 경력단절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겠지만 그 밖에도 고학력

    기혼여성이 취업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 및 고용형태를 개발하여 이들의 노동시장

    진입장벽을 낮추어 주는 것도 필수적인 요소라 하겠다.

    Ⅲ. 여성의 고용구조 및 임금

    1. 산업직업별 취업구조

    지난 20여 년 동안 여성의 고용구조에도 현저한 변화가 있었다.

    우선 여성의 산업별 취업구조 변화를 살펴보자(표 4). 1980년대까지 1차산업의

    축소와 23차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대변되는 산업구조 고도화가 지속됨에 따라

    제조업 부문에서 저연령·저학력을 중심으로 여성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상당한 비

    중을 차지하여 여성 취업자의 4분의 1이 제조업 부문에 종사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전통적 노동집약적 산업 부문이 위축되고 정보산업화, 제

    조업의 소프트화라는 구조 변화가 진전되면서 제조업의 양적 성장은 주춤하고 정보

    통신기술의 성장을 토대로 부문별 약진과 쇠퇴가 진행되는 질적 성장의 시기를 맞

    았다. 이러한 경제환경 변화와 맞물려 1990년대 전반에 걸쳐 제조업 취업자 비중이

    줄고 SOC 및 서비스업의 취업자 비중이 크게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남녀 모두

    에게서 발견되는데, 여성의 경우 변화 폭이 훨씬 커 1990년과 2002년 사이에 제조

    업 취업자 비중은 11.6%포인트 감소하고 서비스 부문은 21.3%포인트 증가하였다. 이

    는 남성에 비해 거의 두 배 수준의 변화 폭에 해당한다.

  • 162

    취업자의 산업별 구성비

    (단위: %, %포인트)

    1980 1985 1990 1995 2000 2002증가율

    ’90∼’80 ’02∼’90

    [여성]

    농림어업 39.0 27.8 20.3 14.0 12.2 10.7 -18.7 -9.6

    광공업 22.3 23.2 28.2 21.3 17.5 16.5 5.9 -11.7

    제조업 22.1 23.2 28.1 21.3 17.5 16.5 6.0 -11.6

    SOC 및 기타서비스업 38.7 49.0 51.5 64.6 70.3 72.9 12.8 21.3

    도소매․음식․숙박업 24.4 30.0 28.3 33.4 35.6 35.0 3.8 6.7

    운수․창고 및 통신업1)

    1.1 1.1 1.1 1.4 1.7 1.7 0.0 0.6

    금융․보험․부동산업2) 2.0 3.3 4.9 8.8 9.4 10.0 2.9 5.2

    [남성]

    농림어업 31.0 23.1 16.3 10.2 9.4 8.4 -14.7 -7.9

    광공업 22.6 25.2 27.2 25.4 22.4 21.2 4.6 -6.0

    제조업 21.3 23.6 26.5 25.2 22.3 21.0 5.2 -5.5

    SOC 및 기타서비스업 46.4 51.7 56.6 64.4 68.1 70.4 10.1 13.9

    도소매․음식․숙박업 16.0 17.8 17.3 21.9 23.0 21.4 1.3 4.1

    운수․창고 및 통신업1) 6.7 7.0 7.9 7.9 9.0 9.4 1.2 1.5

    금융․보험․부동산업2)

    2.7 4.0 5.5 7.6 10.4 11.4 2.8 5.9

    주: 모든 구성비는 성별 취업자 대비임.

    1) 1995년과 2000년은 대분류 I (운수․창고 및 통신업), 2002년은 대분류 I+J (운수업․통신업)

    2) 1995년과 2000년은 대분류 J+K (금융 및 보험업, 부동산․임대 및 사업서비스업), 2002년은 대분

    류 K+L+M (금융 및 보험업, 부동산 및 임대업, 사업서비스업)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 각년도.

    그러나 여성 노동력의 서비스 부문으로의 집중을 산업구조 고도화 과정에 수반된

    고숙련·고부가가치 노동으로의 이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서비스업 부문 내에서도

    전기·운수·창고·금융업과 같은 기술·자본집약적 산업에서의 여성 고용 증가는 상대

    적으로 크지 않고 도소매·음식·숙박업과 같은 단순서비스 부문으로의 취업이 여성

    고용 증대를 주도하였다. 즉 서비스 부문에서의 여성 고용 증대는 1990년대 이후

    서비스 부문의 급속한 확장에 따른 부가적인 인력수요 증대와 ‘깨끗한 일자리’를 선

    호하는 고학력 여성 노동력의 공급 증대가 만들어낸 일시적인 균형인 셈이다. 서비

    스업 부문에서의 취약한 여성 고용구조는 IMF 경제위기 이후 일차로 타격을 입었지

    만4) 2000년 이후의 경기 호조에 힘입어 서비스 부문에서의 여성 취업자가 다시 증

    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여성 취업자의 직업 분포상의 특징을 살펴보자(표 5). 여성의 직업 분

    포에서 가장 큰 특징은 서비스·단순직의 비중이 50.2%로 남성(26.4%)의 두 배 수준

    4) 1997∼98년 기간 동안 여성 취업자가 60만 명이 줄었는데, 이 중 40만 명이 서비스업 부문에서 퇴출되었

    다. 그 대부분이 전기·운수·창고·금융업과 같은 비교적 안정적인 고용관계를 유지하던 업종이었는데, 같은

    기간 중 동 업종에서의 남성 취업자는 오히려 늘어 경제위기 기간 중 이 부문에서 상당수의 여성 근로자

    들이 남성 근로자들에 의해 대체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황수경, 2003).

  • 163

    에 이른다는 것이다. 주로 서비스판매직에 여성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생산직에 해당하는 기능·조립직에서 여성은 남성(32.7%)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9.1%에 불과해, 여성의 생산직 기피가 뚜렷하다.

    취업자의 직업별 구성비

    (단위: %, %포인트)

    1993 1997 2000 20021증가율

    1997-1993 2000-1997 2002-2000

    [여성]

    고위관리직 0.4 0.3 0.3 0.3 -0.1 0.0 0.1

    전문·준전문직 10.9 11.9 13.2 14.5 1.0 1.3 1.3

    사무직 15.0 16.2 14.5 16.0 1.2 -1.6 1.5

    기능·조립직 16.5 11.7 10.6 9.1 -4.9 -1.1 -1.5

    서비스·단순직 43.4 48.0 50.1 50.2 4.6 2.2 0.0

    농어업직 13.7 12.0 11.2 9.8 -1.7 -0.7 -1.4

    [남성]

    고위관리직 4.3 3.9 3.6 4.2 -0.4 -0.3 0.5

    전문·준전문직 13.7 17.4 19.0 18.2 3.7 1.7 -0.9

    사무직 11.4 9.8 9.6 10.4 -1.6 -0.3 0.8

    기능·조립직 35.3 35.4 32.7 32.7 0.0 -2.7 0.0

    서비스·단순직 24.3 24.4 26.0 26.4 0.1 1.5 0.5

    농어업직 11.0 9.1 9.1 8.2 -1.9 0.0 -0.9

    주: 1) 2002년은 신분류 기준으로 구분되어 시계열상 정확하게 일치되지 않으나 과거 준전문가 일부가 신

    분류에서 전문가로 구분되고, 과거 단순직 일부가 신분류에서 서비스직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위와

    같은 구분에서는 대체적으로 일치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음.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 각년도.

    1993년과 비교하면 여성은 기능·조립직에서 7.4%포인트가 줄고 서비스·단순직에서 6.8%

    포인트가 증가하였다. 전반적인 산업구조 변화가 생산직보다는 서비스직에 대한 수요를 늘

    린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의 변화 폭이 남성의 세 배에 달해 남성은 생산직, 여성은 서비스

    직으로의 성별 직종분리가 보다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서비스직으로의

    집중은 1990년대 여성의 취업 증대가 기혼여성을 중심으로 주도된 것과도 깊은 연관이 있

    다. 기혼여성의 노동공급은 근로시간, 작업환경, 이동거리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시간 관리와 작업 규율이 상대적으로 엄격하고 작업장이 주거와 분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블루칼라직보다는 작업이나 근로시간 운용에서 재량이 많고 작업장과 생활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화이트칼라직을 더 선호함에 따른 결과라고 할 것이다.

    한편 1990년대 여성 노동의 직업구성에서 나타난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1980

    년대 이후 가속화된 여성 고학력화의 결과 전문직 및 준적문직과 같은 고숙련 분야

    에서 여성 취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3년부터 2002년의 기간 동

    안 여성 취업자 중 전문직 및 준적문직 비중은 3.6%포인트 증가하였다. 더욱이

  • 164

    2000년 이후에는 남성과 달리 여성의 경우만 이 분야에서 동일한 증가 추세가 지속

    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1990년대 (준)전문직 여성 노동의 증가는 이들 직종이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시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용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IMF 경제위기 과정에서도, 사무직이나 서비스직에서와는 달리 이들

    직종에서의 여성 취업자는 줄어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소폭 증가하였다. (준)전문직

    에서의 여성 노동의 증대는 저숙련-비경력직에 국한되어 있던 우리나라 여성 노동

    시장에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숙련-경력직의 증

    가는 저숙련-비경력직 노동을 대체하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다.

    2. 고용형태별 취업구조와 여성 노동의 비정규화

    노동시장에서의 여성의 지위와 관련된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고용형태이다. 경

    제활동인구조사 가 행해진 첫 해인 1963년에 여성 취업자 가운데 임금근로자가 차

    지하는 비중은 21.8%에 불과하였으나 1980년대 중반에 이미 취업자의 절반을 넘어

    서 1990년에는 56.8%를 기록하였다. 같은 기간 동안 남성의 임금근로자 비중은

    36.7%에서 63.1%로 증가하였다. 임금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에서의 성별 차이는

    1990년대 들어 더욱 좁혀져 2002년 현재 남성은 64.2%, 여성은 63.5%까지 근접하였다.

    임금근로자의 비중은 유사해졌다고 해도 고용형태별 세부 구성에서는 여전히 여

    성과 남성 간에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임금근로자를 상용, 임시, 일용근로자

    로 세분화하여 보면, 여성은 취업자의 21.3%만이 상용근로자이고 임시근로자가

    29.1%, 일용근로자가 13.1%를 차지한다(2002년). 반면에 남성의 경우에는 상용, 임

    시, 일용근로자가 각각 37.8%, 17.0%, 9.5%의 구성을 보이고 있다. 임시직과 일용직

    을 비정규고용으로 간주하면 여성 비정규직은 취업자의 42.2%(임금근로자의

    66.4%), 남성의 경우에는 취업자의 26.5%(임금근로자의 41.2%) 수준이다. 여성은 남

    성에 비해 고용안정성이나 근로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에 보다 많이 취업되어 있는

    것이다.

  • 165

    취업자의 고용형태

    (단위: %. %포인트)

    비임금

    근로자

    자영

    업주

    무급

    가족

    종사자

    임금

    근로자상시

    근로자

    (상용+임

    시)

    상용

    근로자

    임시

    근로자

    일용

    근로자

    *비정규

    근로자

    (임시+일

    용)

    [여성]

    1963 78.2 22.2 56.0 21.8 11.4 - - 10.4 -

    1970 71.4 21.0 50.4 28.6 19.6 - - 9.0 -

    1980 60.8 23.3 37.4 39.2 30.9 - - 8.3 -

    1990 43.2 18.7 24.5 56.8 43.9 21.4 22.5 12.9 35.4

    1997 39.8 20.1 19.6 60.2 50.3 23.1 27.1 10.0 37.1

    2000 38.5 19.2 19.2 61.5 47.6 19.1 28.5 13.9 42.4

    2002 36.5 19.4 17.1 63.5 50.4 21.3 29.1 13.1 42.2

    [남성]

    1963 63.3 45.3 18.0 36.7 22.7 - - 14.0 -

    1970 55.1 41.7 13.4 44.8 33.3 - - 11.5 -

    1980 47.8 40.6 7.3 52.2 41.9 - - 10.2 -

    1990 36.9 34.4 2.5 63.1 54.8 40.7 14.1 8.3 22.4

    1997 34.7 33.2 1.6 65.2 57.1 42.2 14.9 8.1 23.1

    2000 35.7 33.8 2.0 64.3 55.1 38.1 17.1 9.2 26.2

    2002 35.7 34.0 1.7 64.3 54.8 37.8 17.0 9.5 26.5

     주: 모든 구성비는 취업자 대비임.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 각년도.

    그러나 여성 비정규노동의 확산과 관련해 빈번하게 발견되는 오류 중의 하나는

    IMF 경제위기 이후 기업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규직 여성들이 일자리를 잃고 비

    정규직 일자리로 대체됨으로써 여성 노동의 비정규화가 진전되었다는 시각이다. 그

    러나 비정규직에 관한 동일한 정의를 이용할 경우 이미 1990년에 우리 사회에서 임

    금근로자를 기준으로 여성의 62.4%, 남성의 35.5%가 비정규직에 종사하여 여성 노

    동의 비정규화는 이미 1990년대 이전에 상당 수준까지 진전되어 있었던 것으로 나

    타나고 있다.

    어수봉(1991)은 1980년대 말 대기업을 중심으로 내부노동시장의 유연화가 모색되

    면서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지적하였고, 김영옥

    (1995)도 여성 노동의 비정규화의 원인을 1980년대 이후 제조업 성장 둔화와 서비

    스업 고용 팽창이라는 산업구조 변화에서 찾았다. 즉 상용직 여성을 많이 고용하던

    사업체가 성장 부진으로 여성 고용을 줄이는 한편,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창출된 신

    규 또는 재취업은 비상용고의 형태로 이루어져 여성 취업자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으로 이동하는 동시에 상용고용은 줄고 비정규고용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안주엽(2003)의 실증분석에서도 경제위기를 전후하여 비정규노동의 활용에

  • 166

    추세적 변화가 있었다는 가설이 기각됨을 보이고 있다. 결국 여성 노동의 비정규화

    는 IMF 경제위기에 대응한 기업의 일시적인 위기관리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기보다

    는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되기 시작된 산업구조 변화와 이에 대응한 기업의 합

    리화 과정의 산물이며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인력 운영의 하나의

    전형으로 정착되어 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남성보다 여성에서 비정규직이 특히 많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몇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요인은 여성 경제활동인구의 증가, 특히 기

    혼여성의 경제활동참여 증가와 관련된다. 결혼 이후에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여성은

    자녀교육이나 가사부담으로 인해 고용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다. 고학력 여성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제약하에서의 취업 선택은 시간제나 탄력적인 시간 관리가 가능한

    고용형태로 몰리게 될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더욱이 30대 후반 이후에 처음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여성은 미숙련노동이 대부분이어서 상당 수준까지 비정규화가

    진전되어 있는 단순직비경력직으로 편입되는 것이 불가피하였다. 우리나라 기업구

    조의 측면에서도 기혼여성이 비정규고용으로 내몰리는 원인을 제공한다. 결혼 전에

    경력직에서 종사하였던 여성이라 하더라도 일단 노동시장 이탈 후 재진입하는 경우

    내부노동시장이 완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기업 풍토에서 핵심노동자군에 편입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이다.5)

    둘째로는 고학력화로 인해 여성들이 제조업의 생산직을 기피하고 사무직을 선호

    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이미 1980년대 말 이후 우리나라에서 고용

    유연화의 추세는 한계고용(경비, 청소 등 주변업무)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사무직

    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었는데, 상용고용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제조업 생산직과

    는 달리 상당수의 단순사무 직무가 사무자동화에 힘입어 비정규고용으로 대체되는

    추세에 있었다. 판매서비스직의 단순직무 역시 비정규고용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대부분 여성 노동력을 흡수하였다. 결국 고학력 저연령층 여성의 사무직 편중은 연

    쇄적으로 여성의 하향 취업을 초래하였다. 사무직을 선호하는 여성 과잉인구가 비

    정규사무직 및 판매서비스직의 안정적인 공급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고학력 여

    성의 사무직 선호가 지속되고 기혼여성의 노동시장 신규 진입이 증가하는 한 여성

    고용의 비정규화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5) 이혜경‧장혜경(1997)은 여성의 경제활동참여 증대가 대만에서는 정규직으로의 흡수로 나타난 데 반해, 대

    기업 내부노동시장이 완고한 일본에서는 비정규직 중심으로 이루어졌음을 밝히고 있다.

  • 167

    3. 성별 임금격차 및 임금구조

    [그림 3]은 1971년 이래 2001년까지 여성의 상대임금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여

    성의 상대임금은 1970년대 40% 수준에 불과하였으나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증가

    하여 2001년에는 65% 수준으로 향상되었다. 정액급여를 기준으로 1971년 44.8%,

    1981년 41.7%, 1991년 54.0%, 2001년 64.5%를 기록하여 1980년대에는 연평균 1.2%포인

    트, 1990년대에는 연평균 1%포인트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림 3] 여성의 상대임금 추이 : 1971∼2001

    30.0

    35.0

    40.0

    45.0

    50.0

    55.0

    60.0

    65.0

    70.0

    1971

    1972

    1973

    1974

    1975

    1976

    1977

    1978

    1979

    1980

    1981

    1982

    1983

    1984

    1985

    1986

    1988

    1989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연 도

    상대

    임금

    (%)

    정액급여기준

    총급여기준

     주: 1) 정액급여는 월 정액급여와 상여금 월할분의 합으로 계산됨.

    2) 1975년과 1977년은 원자료가 없음.

    자료: 노동부,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 , 각년도.

    특히 IMF 경제위기 이전인 1991∼97년까지의 기간 중에는 여성의 상대임금이 매

    년 1.4%포인트씩 매우 급속하게 개선되었다. 상대임금 수준의 향상은 여성의 고학력

    화 및 경제활동참여 증대 등과 함께 수반된 여성의 상대적 지위 상승을 의미한다.

    특히 고숙련-고임금-경력직에서의 여성의 교육수준 상승 및 장기근속의 추세는 평

    균적인 의미에서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

    다.

  • 168

    [그림 4] 남녀 10분위별 여성 비율

    0.0

    10.0

    20.0

    30.0

    40.0

    50.0

    60.0

    70.0

    80.0

    90.0

    1 2 3 4 5 6 7 8 9 10

    저임금 고임금

    여성비(%)

    1981

    1991

    19972001

    [그림 4]는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임금10분위별(정액급여 기준) 여성 근로

    자의 비중을 보여준다. 임금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의 경우 1981년에는 무려 80.5%

    가 여성이었으나 1991년에는 70.2%로 감소하고 2001년에는 58.7%로 줄어들었다. 유

    사한 추세는 5분위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관찰된다. 반면에 상위 분위에서는 여성

    근로자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여 8분위 이상에 속하는 여성이 1981년에 22.4%에 불

    과하였으나 1991년에 20.7%, 2001년에는 38.9%로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면서 성별 소득구조 격차가 다소 완화되었음을 보여준

    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하는 1990년대 후반 이후 고임금 분위에서는 여

    성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저임금 분위에서의 여성 비중은 낮아지지

    않고 오히려 다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여성 취업자 내부적으로 임

    금격차가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하며,6) 여성 노동시장에서 저숙련-저임금 노동과

    고숙련-고임금 노동의 동시적인 증가에 기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도 여성 내부의 양극화는 1990년대 여성 노동시장이 양적 확대와 질적 성

    6) 고임금계층과 저임금계층 간의 소득격차 정도를 보여주는 10분위 배수는 여성의 경우 1991년에 4.37에서

    1995년 4.79, 1997년 5.07, 2001년 5.81로 점차 확대되어 왔으며, 남성의 경우도 1991년 6.54, 1995년 5.73, 1997

    년 5.96, 2001년 7.03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벌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 전반에 걸쳐 남녀 공

    히 근로자 내부의 소득수준 격차가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 169

    장을 거치는 과정에서의 산물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하위 분위와 상위 분위 모

    두 성별 임금격차가 개선되는 가운데 상위 분위 여성들이 더 많이 개선됨으로써 여

    성 내부의 소득격차가 확대되었다면 그러한 소득격차 확대는 여성 인력이 고숙련·

    경력직으로 진출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림 5]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임금10분위별로 나누어 성별 임금격차를 살펴

    보면, 1분위에서 여성의 상대임금은 1981년 66.3%에서 2001년 78.4%로 개선되고, 5

    분위에서는 1981년 45.2%에서 2001년 63.2%로 개선되는 가운데, 10분위에서는 1981

    년 38.0%에서 2001년 64.8%로 두 배 이상 증가하여 상위 분위에서의 여성의 상대임

    금 비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5] 남녀 10분위별 성별 임금격차

    30.0

    35.0

    40.0

    45.0

    50.0

    55.0

    60.0

    65.0

    70.0

    75.0

    80.0

    1 2 3 4 5 6 7 8 9 10

    저임금 고임금

    상대임금(%)

    19811991

    19951997

    2001

     주: 10분위 구성에 사용된 임금은 월 정액급여와 상여금 월할분의 합으로 계산되는 정액급여임.

    자료: 노동부,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 , 원자료 각년도.

    4. 여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여성 경제활동인구 중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비중이 1980년 2.6%에서 2002년

    21.9%로 무려 8배 이상 늘었고, 이에 따라 여성 취업자 중 전문직과 준전문직이 차

    지하는 비중도 3.4%에서 14.5%로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단순서비

  • 170

    스직을 중심으로 한 여성 비정규노동이 급속도로 확대되어 임금근로자 중 임시·일

    용직 비중이 2002년에 66.4%에 달하게 되었다.

    한편에서는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

    서는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기혼여성을 중심으로 단순직의 비중이 증가하는, 일견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현상은 여성 노동 내부에 이질적인 두 그룹이 상존하

    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여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라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

    고 있다.

    여성 노동시장의 이 같은 이중구조화는 여성의 경력단절과 직결되어 있다. [그림

    6]은 기혼여성이 경력단절 시기를 거치면서 어떻게 양극화될 수 있는지를 요약하고

    있다. 유형 A는 높은 인적자본 축적을 요구하고 숙련의 사용(경력)에 대한 수익률이

    높은 고숙련-고임금 직종의 생애에 걸친 경력경로와 임금곡선을 의미한다. 유형 B는

    경력에 대한 수익률은 낮지만 고숙련을 요구하지 않아 경력단절 이후에도 취업이

    용이한 직종에서의 생애 경력경로와 임금곡선을 의미한다. 유형 C는 경력단절을 거

    치면서 노동시장에 다시 들어오지 못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남는 경우의 경력경로

    와 임금곡선이다. 고숙련-고임금의 경력직에 종사하면서 경력단절을 거치지 않은

    여성은 유형 A를 따라 생애 경력경로를 이동해 가는 반면에, 경력단절을 거치게 되

    는 여성은 설사 이전에 유형 A의 직종에 종사하였더라도 경력단절 후에 다시 진입

    하지 못하게 되므로 유형 B나 유형 C의 경력경로를 따라 이동하게 된다.

    [그림 6] 경력단절과 여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유형 A:

    유형 B:

    유형 C:

    경력단절

    고숙련직종

    저숙련직종

    여성의 생애

    임금/

    소득

    비경제활동인구

  • 171

    다시 말해 여성 노동시장의 구조적 양극화는 기혼여성이 경력단절을 거치지 않느

    냐 거치느냐에 따른 생존자와 탈락자의 문제(survivor-loser polarization)로 파악

    될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 퇴장하지 않고 취업을 지속하는 여성은 고숙련 우량직종

    에 종사하면서 상대적으로 고임금의 혜택을 받는 여성으로 집약될 것이고 이들은

    생존자(survivor)의 이점을 십분 누리는 소수의 승자로서 자리매김한다. 이에 반해

    노동시장에서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여성은 상대적으로

    저숙련-저임금 직종으로 몰리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여성 노동시장에서 고소득계

    층과 저소득계층의 공존이 가시화된다. 경력단절은 이처럼 여성 노동시장을 이질적

    인 두 그룹이 병존하는 중층구조로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최근의 우리

    나라에서처럼 기혼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여성 단순인력의 과잉

    공급이 존재하면 고소득계층과 저소득계층 간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지게 된다.

    여성 경제활동에서 경력단절이 갖는 문제는 고학력 여성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경력단절을 거치지 않는다면 노동시장에 안정적으로 편입되어 과거 단순비경력직에

    국한되던 우리나라 여성 노동시장에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나갈 것이나 그렇지 않

    다면 이들의 유보임금이 높기 때문에 경력단절 후 노동시장으로의 재진입 가능성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가부장적 조직문화, 여성의 정보 접근성에서의

    어려움, 네트워크로부터의 소외, 낮은 승진 가능성, 가정과 병립할 수 없는 직장문

    화 등은 고학력 여성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이탈의 유혹을 받게 한다. 이 같은 풍토

    가 우리나라 고학력 여성 인력의 누수를 가져오는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Ⅳ. 결론: 여성 인력 활용을 위한 제언

    지금까지 우리는, 길게는 지난 20년간 그리고 짧게는 1990년대의 여성 노동시장

    에서 관찰된 몇 가지 전형(stylized fact)들을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여성

    노동시장의 구조와 제반 특징들을 분석하여 현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야말

    로 향후 여성 노동정책의 방향과 관련하여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면, 우리 사회의 성별 역할구조는 여전히 여성의 경제활동참가를 저해하는

    가장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 참여에 대한 의식 변

    화로 지난 10년간 전통적인 성별 역할구조가 강력한 도전을 받아왔지만 여전히 여

  • 172

    성이 양육과 가사부담의 일차적 책임을 진다는 전통적인 사회 규범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가사부담이나 자녀양육의 책임이 일시적으로 과중되는 시점(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서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중장기적

    으로는 우리 사회의 성 역할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여성 친화적인 일자리 창출, 가정과 직장의 양립을 위한 지

    원 등의 정책 등이 좀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더욱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여성 노동정책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고용차별 시

    정과 같은 소극적인 고용정책의 단계를 넘어서 여성의 취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

    인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모성보호비용의 사회적 분담을 강화하고 보육시설 확충 및 기초보육지원을

    통해 기혼여성의 육아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정책을 통해 이들을 노동시장 내에 지

    속적으로 남아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모성보호비용이 여성

    채용시 기업주 부담으로 작용하여 여성의 사회적 노동에의 참여를 제한하는 방식으

    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여성 친화적인 고용형태 및 일자리 창출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이

    요구된다. 취업시간에 제약을 받는 기혼여성의 조건에 적합한 자율근로시간제, 재

    택근무제, 시간제근로 등 다양한 고용형태를 활성화하도록 지원하여 기혼여성의 취

    업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다. 아울러 문화·관광·환경 관련 산업, 보

    건·의료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기타 공공사회서비스업 등 이른바 사회적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창출하는 것도 또 다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일자리는 여

    성의 취업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건강성을 회복시켜 줄 수 있을 것

    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여성과 남성 간의 역할분담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여성 노동자 개인 또는 맞벌이부부에 대한 부분적 지원을 넘

    어서 남편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을 전제로 한 노동시장 내 보상체계, 가족

    단위 조세 및 사회보장 시스템 등에 대한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

    적 장치들은 성별 역할분담을 명시적으로 가정하고 조장한다. 가족제도의 급속한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여성을 독립적인 경제 주체로 위치지우기 위해서도 이

    제 우리 사회가 가족 단위 시스템을 개인 단위로 재편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