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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20 신장환 박종일 지금까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경쟁하며 시장을 만들어왔다. 내연기관차보다 주행거리가 짧았고 내연기관차 보다 가격대가 높았다. 그러다 보니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하는 비중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2020년 대에는 주행거리와 가격대가 내연기관차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각 국이 정해놓은 내연기관차 연비 규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2020년의 규제는 어떻게라도 피해 갈 수 있지만 2025년의 규제를 피하려면 전기차 사업의 확대가 필요하다. 자동차 기업의 전체 판매량에서 10% 가 까이를 전기차로 전환해야 막대한 벌금을 피할 수 있다. 대중 소비자를 목표로 한 보급형 전기차 모델이 쏟아지 는 원인이다. 지금까지는 전지 기술의 성장이 전기차의 주행거리 연장과 원가를 개선하는 주축이었다. 하지만 전기차의 지배 적 전지 솔루션인 리튬이온전지 기술의 성장세가 둔화될 조짐이 보인다. 차세대전지가 성능 측면에서 리튬이온 전지를 추월할 수 있겠지만 대중 모델로 확대되는 전기차에 적합한 원가 수준을 달성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 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파워트레인 시스템 관점의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 전기차 파워트레인 을 구성하는 부품은 모터, 파워일렉트로닉스, 전지 등이 있다. 전지, 모터 등 단위 부품의 개선 여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파워트레인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의 개선 노력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행거리와 가격대가 내연기관차 수준에 이르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는 이들의 차별적 경쟁 요소로서의 의미 가 약화될 것이다. 대신 ①전기차 모델 간 연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다. 고효율 모터를 채용하고 고밀 도 전지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전기차 파워트레인 시스템 전체 관점의 에너지 효율이 더 중요해 질 것이 다. ②초기 가속성, 정숙성, 부드러운 감속 등 전기차 만의 독특한 사용 경험이 전기차 모델 간 경쟁의 새로운 요소로 부각될 것이다. ③전기차 부품 중에서 원가 비중이 가장 높은 파워트레인의 내구성에 따라 전기차 모델 간의 재판매 가치가 달라질 것이고, 이는 전기차 모델 간 경쟁요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파워트레인의 진화, 전기차 경쟁의 룰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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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20

신장환 박종일

지금까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경쟁하며 시장을 만들어왔다. 내연기관차보다 주행거리가 짧았고 내연기관차

보다 가격대가 높았다. 그러다 보니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하는 비중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2020년

대에는 주행거리와 가격대가 내연기관차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각 국이 정해놓은 내연기관차 연비 규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2020년의 규제는 어떻게라도 피해 갈

수 있지만 2025년의 규제를 피하려면 전기차 사업의 확대가 필요하다. 자동차 기업의 전체 판매량에서 10% 가

까이를 전기차로 전환해야 막대한 벌금을 피할 수 있다. 대중 소비자를 목표로 한 보급형 전기차 모델이 쏟아지

는 원인이다.

지금까지는 전지 기술의 성장이 전기차의 주행거리 연장과 원가를 개선하는 주축이었다. 하지만 전기차의 지배

적 전지 솔루션인 리튬이온전지 기술의 성장세가 둔화될 조짐이 보인다. 차세대전지가 성능 측면에서 리튬이온

전지를 추월할 수 있겠지만 대중 모델로 확대되는 전기차에 적합한 원가 수준을 달성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

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파워트레인 시스템 관점의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 전기차 파워트레인

을 구성하는 부품은 모터, 파워일렉트로닉스, 전지 등이 있다. 전지, 모터 등 단위 부품의 개선 여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파워트레인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의 개선 노력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행거리와 가격대가 내연기관차 수준에 이르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는 이들의 차별적 경쟁 요소로서의 의미

가 약화될 것이다. 대신 ①전기차 모델 간 연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다. 고효율 모터를 채용하고 고밀

도 전지를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전기차 파워트레인 시스템 전체 관점의 에너지 효율이 더 중요해 질 것이

다. ②초기 가속성, 정숙성, 부드러운 감속 등 전기차 만의 독특한 사용 경험이 전기차 모델 간 경쟁의 새로운

요소로 부각될 것이다. ③전기차 부품 중에서 원가 비중이 가장 높은 파워트레인의 내구성에 따라 전기차 모델

간의 재판매 가치가 달라질 것이고, 이는 전기차 모델 간 경쟁요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파워트레인의 진화,전기차 경쟁의 룰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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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의 진화, 전기차 경쟁의 룰을 바꾼다

LG경제연구원

“2021년까지 소비자에게는 저렴하게, 공급자에게는 이익이 남는, 483km(300mile)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 GM의 CEO인 메리 바라가 2017년 11월에 투

자자 대상의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내용이다.1 600km 주행할 수 있으면서도 가격은

2만 유로 수준으로 낮춘 폭스바겐의 보급형 전기차와 정면 승부를 예고한 것이다.

GM과 폭스바겐의 주행거리 측정 기준이 다름을 고려한다면 양 사 모델의 주행거리

차이는 거의 없다.2

본격 성장을 앞둔 전기차 시장을 대상으로 한 GM과 폭스바겐의 경쟁은 두 가지 측

면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먼저 기존 기술을 기반으로 했음에도 주행거리가 상승한

점이다. 두 회사 모두 차세대전지가 아닌 기존 리튬이온전지를 기반으로 했고, 차체

에 사용되는 소재도 기존 강판을 활용할 것이라 밝혔다. 그런데도 GM은 이미 판매

중인 전기차 Bolt보다 주행거리를 100km 이상 늘렸고, 폭스바겐은 e-Golf보다

200km 이상 주행거리를 늘렸다. 전기차 가격 인하 수준도 관심을 모았다. 현 시점

에서 전기차 Bolt 한 대를 팔 때마다 GM은 약 $9,000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

다. 손실의 폭은 다르겠지만 적자를 기록한다는 점에서는 폭스바겐 전기차도 마찬가

지다. 2020년 이후에는 전기차 보조금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도 양 사 모두

원가 경쟁력 확보를 통해 전기차 사업의 흑자 전환 목표를 밝혔다.

GM, 폭스바겐은 물론이고 다임러, 도요타, 르노-닛산 등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2020년을 기점으로 보급형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행거리 확대

와 가격 인하를 공통적으로 내걸었고 전지의 성능 개선 및 원가 하락을 전략 목표로

선정한 점도 유사하다.

안전성을 중시하고, 각종 규제에 의무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앞

으로 남은 3~4년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적용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기존

부품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고, 실제로 폭스바겐은 기존 부품 중심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기차의 성능과 가격 수준은 지금보다 파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공격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전기차의 성능과 가격 수준을 개선하기 위해 전

기차 산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살펴보자.

Ⅰ. 자동차 이동성의 원천, 파워트레인

파워트레인이란 화석연료, 전지 등에 저장된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변환하여 자동

1 Barclays global automotive conference (2017년 11월 15일)

2  연비 측정 시 미국은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의 방식을, 유럽은 NEDC(New European Driving Cycle)방식을 따른

다. EPA는 실제 주행 관련 상황들을 반영하기 때문에 실제 연비와 가장 유사하다. NEDC 방식은 급가속이나 에어컨 주행모드 없이

도심주행과 고속도로 주행을 배분하여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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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LG경제연구원

파워트레인의 진화, 전기차 경쟁의 룰을 바꾼다

차, 항공기, 선박 등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동력을 부여하는 데

필요한 모든 부품의 집합체이다. 자동차에서 파워트레인은 동력

장치에서 생산한 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시스

템을 지칭한다. 동력 전달 부품만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

부분은 동력 생산 장치까지 포함하여 파워트레인이라 표현한다.

자동차 이동성의 원천인 파워트레인의 역할은 성능과 원가 측면

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파워트레인 부품3 중, 핵심은 동력을

만드는 부분과 동력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부분이다. 자동차 모

델 간 파워트레인 성능의 차별성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동력을 만

들고 전달하는지에 달려있다.

전기차 파워트레인은 동력을 만드는 모터와 전기의 특성을 제어

하는 파워일렉트로닉스, 그리고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전지팩

으로 구성된다. 연료를 저장하고 배출하는 내연기관차의 연료탱

크는 파워트레인에 포함되지 않지만, 전기차의 전지팩은 에너지

의 저장 및 효율적 관리 역할까지 하므로 파워트레인 구성 요소

에 포함된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파워트레인의 가장 큰 차이는 동력을 만드는 방법에 있다. 내

연기관차의 동력을 엔진이 만든다면, 전기차의 동력은 모터가 만든다. 엔진을 구동

하려면 휘발유 등 연료가 필요하고, 모터를 돌리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동력을 전달

하는 방식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다르다. 전기차가 동력을 만들고 전달하는 방

식은 내연기관차에 비해 간단한 편이다. 따

라서 전기차 파워트레인은 내연기관차보다

구조적으로 훨씬 단순하고, 부품수도 최대

80%까지 줄어든다.4

내연기관차의 성능은 파워트레인 구성 부품

인 엔진과 변속기의 개별 성능, 그리고 부품

간 효율적 연계 수준에 달려있다. 전기차에

서도 파워트레인의 성능은 중요한 경쟁 요소

다. 원가 측면에서도 파워트레인의 비중은

전기차 부품 중에서 가장 높다. 전기차 모델

간 경쟁의 핵심이다(차트 1 ).

3 엔진, 변속기, 구동축, 최종감속기어, 차동기어장치, 배기 시스템 등이 파워트레인에 속함.

4 폭스바겐 Golf(내연기관차)의 파워트레인 부품수는 167개이며, GM Bolt(전기차)의 파워트레인 부품수는 35개로 알려져 있다.

파워트레인 부품 가격 비중 1

내연기관차 (폭스바겐 Golf) 전기차 (GM Bolt)

파워트레인 $6,800 36% 파워트레인 $16,078 56%

- 엔진 $3,400 18% - 배터리 $12,300 43%

- 변속기 $1,200 6% - 모터 $1,200 4%

- 파워트레인 기타 $2,200 12% - 파워일렉트로닉스 $1,802 6%

- 파워트레인 기타 $776 3%

기타 $12,000 64% 기타 $12,600 44%

합계 $18,800 100% 합계 $28,678 100%

주 : 제조간접비(overhead cost) 제외

자료 : UBS

복잡한 내연기관차의 파워트레인 (혼다 어코드 크로스투어)

단순한 전기차의 파워트레인 (테슬라 모델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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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의 진화, 전기차 경쟁의 룰을 바꾼다

LG경제연구원

Ⅱ. 전기차의 기존 경쟁 룰

완성된 제품 관점에서 전기차의 완성도는 내연기관차보다는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지금까지 전기차의 경쟁 방식은 누가 더 높은 완성도를 갖추었는가와 정부 보조금을

고려하여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격차를 누가 가장 좁혔는가에 있었다. 내연기관차와

의 성능과 가격 격차 완화는 전지의 에너지 밀도 개선과 가격 인하에 의해 주도 되어

왔다.

(1) 주행거리 연장 경쟁

20세기 초반 처음 등장한 전기차는 비싼 가격 또는 불편한 충전 문제가 아닌 부족한

주행거리와 짧은 수명 때문에 사라졌다. 21세기 초반

에 다시 등장한 후에도 전기차의 주행거리에 대한 고

민은 여전했다. 전기차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사람들

의 주된 관심은 얼마나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가에 있

었다.

하지만 전기차가 한번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이동수단으로서 전기차가 기본적인 구실을 하기에도

부족했다. 항상 사용하는 퍼스트카로서 구매를 고려

하던 구매자는 발걸음을 돌렸고, 가끔 타는 세컨드카

를 찾는 구매자의 관심을 끄는 정도였다. 수요

층도 제한된 고객에 한정됐다. 신생 기업인 테

슬라가 로드스터와 모델S를 프리미엄 내연기

관차에 상응하는 가격으로 출시했을 때에도

내연기관차 수준에 맞는 주행거리가 관심을

더 많이 받았다. 주요 자동차 기업의 광고를

보거나, 주요 기관이 수행한 전기차 관련 조사

결과를 살펴봐도 ‘주행거리에 대한 열망

(Range anxiety)’은 아직도 전기차 구매 시 가

장 중요한 요소이다. 아무리 전기차의 주행거

리가 늘어났다 해도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2016년 10월에 파리 모터쇼에서 소개된 르노

Zoe의 마케팅 포인트는 기존 모델 대비 두 배

르노 Zoe 400km

전기차 모델별 출시시기, 주행거리, 가격 2

모델명 출시 시기 주행거리(EPA) 가격

1세대

미쓰비시 i-MiEV 2010년 100km $23,760

닛산 리프 2011년 120km $29,040

GM 스파크 2013년 135km $25,960

BMW i3 2013년 135km $38,500

르노 Zoe 2013년 170km $23,650

2세대

폭스바겐 e-Golf 2014년 135km $38,500

테슬라 모델X 2015년 350km $88,000

GM Bolt 2016년 385km $37,400

닛산 리프 2세대 2018년 300km 이상 $29,990

3세대

테슬라 모델3 2017년 300km 이상 $35,000

폭스바겐 I.D. 2019년 400km~600km $30,000

다임러 EQ 2019년 500km $50,000

GM New EV 2021년 483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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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의 진화, 전기차 경쟁의 룰을 바꾼다

로 연장된 주행거리였다. 한번 충전으로 40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고 차체에 표기한

Zoe는 당시 유럽에서 경쟁하던 전기차 모델인 닛산 리프, 폭스바겐 e-Golf와의 주행

거리 경쟁에 불을 지폈다.5 1회 충전시의 주행거리가 300km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선

언한 닛산도 리프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전지팩 용량 확대 카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가격을 더 낮추기 위해 주행거리를 희생한 닛산은 경쟁 모델 대비 100km 가까

이 부족한 주행거리가 자칫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고민이다(차트 2 ).

(2) 가격 경쟁력 확보 경쟁

폭스바겐 전기차인 e-Golf의 가격은 $30,000 수준이다. 내연기관차 모델 대비해서

약 $7,000 높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가격 경쟁을 벌이는 것은 이른 감이 있지만,

보조금을 반영한다면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임

을 자랑하는 닛산 리프는 보조금을 반영한다면 내연기관차보다 더 낮은 가격을 무기

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유사한 수준의 보조금 지급 대상인 GM의 Bolt, 테슬라

의 모델3보다도 $5,000에서 $7,000까지 저렴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주행거리 확보가 이동수단으로서 기본 조건이라면 적정 수준의 구

매 가격은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가격에 크게 구애

받지 않는 공공수요가 아닌 구매 가격에 민감한 일반 소비자 수요를 활성화하기 위해

서는 전기차의 가격 하락이 중요하다.

부족한 주행거리에 가격까지 비싼 전기차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대안은 각종

지원을 통해 구매 가격을 낮추는 것이었다. 각 국은 전기차의 수요를 일으키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보조금은 물론 구매세 혜택, 통행요금 면제, 주차요금 할인

등 내연기관차에는 부여하지 않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했다.

아직도 전기차의 가격은 판매하는 국가의 보조금과 결합하여 결정된다. 전기차 자체

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지원을 얼마만큼 받을 수 있는지

도 중요한 경쟁요소인 것이다. 분기마다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던 중국의 전기차 시장

수요가 2017년 1분기에 전년 대비 5% 감소했던 것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수준

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전기차 가격

의 절반 가까이 보조금으로 지급하자 지방자치단체별로 보조금 신청이 쇄도하면서

조기에 마감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은 정부의 보조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보조금을 제외한다면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 가격은 아주 높은 수준이다.6 2020년을

기점으로 각 국의 보조금은 소멸되거나 규제 정책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5 유럽 연비 측정 기준(NEDC)

6 미국 시장 기준, GM Bolt의 가격은 $37,000 정도이고 동급의 폭스바겐 Golf 가격은 $23,000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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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의 진화, 전기차 경쟁의 룰을 바꾼다

LG경제연구원

(3) 전지(셀) 기술 확보 경쟁

전기차 신모델이 소개될 때마다 성능, 디자인, 가격에 이어 등장하는 부품이 전지다.

전지 성능을 어떻게 개선할 것이고 전지 가격은 어떻게 낮출 것인가에 대해 전지 기

업이 아닌 자동차 기업이 직접 소개하는 광경은 이제는 일반적이다.

전기차 사업의 핵심이라 여겨지는 전지 사업은 자동차 기업이 선뜻 진입하기 쉽지 않

은 사업이다. 막대한 투자 규모가 부담스럽고, 소재 영역이 낯설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 전기차 사업에 강한 의지를 가진 자동차 기업은 전지 역량 확보를 끊임없이 시도

하고 있다. 전지셀이 아닌 전지팩 영역은 이미 많은 자동차 기업이 내재화하고 있다.

전기차 성능과 원가 개선의 핵심인 전지셀 역량은 직접 내재화하기보다 LG화학, 삼

성SDI, 파나소닉, CATL 등 대형 전지 기업과 밀접한 파트너십 형성으로 핵심 기술

의 보호와 안정적 공급처 확보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어느 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지는 전기차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라고 여겨진다.

전기차 초기 모델 등장 이후 전기차의 성능 개선은

전지의 성능 개선 수준과 거의 일치한다. 전지 가격

이 낮아지는 만큼 전기차 가격도 낮아졌고 전지의 에

너지 밀도가 올라가는 만큼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길

어졌다(차트 3 ).

III. 전기차 시장 환경 변화

아직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성장 속도는 매

우 빠르다. 빠른 성장세만큼 많은 변화가 산업 내에서 일어나고 있다. 신생 기업인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가 뉴스를 만들고, 기존 자동차 기업들인 르노-닛산,

폭스바겐, GM 등도 보급형 전기차 모델을 준비 중이다.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이

리튬이온전지를 채용하는 반면, 수소차에 집중했던 도요타와 신생기업인 피스커,

다이슨 등은 전고체전지라는 새로운 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전기차 기술 확보를 위해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경쟁사 간 전략적 제휴를 추

진 중이다. 유럽계 자동차 기업들은 끊임없이 전지 기술 확보를 시도 중이기도 하

다. 이러한 가운데 전기차 시장이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질 것

으로 보인다.

전지 에너지 밀도 개선과 주행거리 개선 수준 비교 3

GM 스파크 (2014) GM Bolt (2016)

전지(팩) 에너지 밀도 84Wh/kg 138Wh/kg

용량 21.4kWh 60kWh

전지(팩) 무게 254kg 435kg

주행거리 135km 385km

자료 : 언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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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LG경제연구원

파워트레인의 진화, 전기차 경쟁의 룰을 바꾼다

(1) 전기차 대중화 시점 근접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에 따르면 2016년 미국 소형 승

용차의 평균 가격은 약 $26,000이다. 보급형 소형 내연기관차의 주행거

리는 500~600km 수준이다. 현재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는 짧은 주행거리와 높은 구매 가격 때문이다. 전기차가 대중화되

기 위해서는 주행거리와 구매 가격 면에서 내연기관차 수준이 되어야

한다(차트 4 ).

전기차가 대중화된다는 것은 일반 소비자가 주행거리와 가격에 대한 거

리낌 없이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이다. 전기차가 내연

기관차와 대등한 기준으로 경쟁이 가능하게 되면 그 이후의 확산 속도

는 지금보다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자동차 산업은 보

급형 모델의 등장과 함께 폭발적 성장을 경험한 바 있다. 내연기관차가 처음 출시되

었을 때 자동차는 상류층이 이용하는 사치재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보급형 자동차가

확산되면서 교외로 나가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교외 도시 건설도 활성화

되었다. 자동차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필수재가 되었다. 자동차를 사용해 본 경험이

퍼져 자동차 수요를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최근 많은 자동차 기업이 2020년을 전후로 주행거리 400~500km 수준의 전기차 모

델 출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GM과 폭스바겐 외에도 BMW, 다임러, 도요타 등이

출시 계획 중인 전기차 모델들을 소개했다. BMW가 2017년 프랑크푸르트 오토쇼에

최초의 보급형 자동차 포드 모델T

최초의 보급형 자동차는 포드의 모델T이다. 모델T가 빠르게

보급될 수 있었던 이유는 혁신적인 생산 비용 절감 때문이었

다. 모델T가 출시될 때만 해도 자동차는 상류층의 전유물이

었다. 당시 미국의 연간 1인당 평균 소득이 $500 정도였던

데 반해, 자동차 가격은 $2,000 정도 되었기 때문이다. 헨리

포드는 자동차 대중화를 위해서는 생산 비용을 낮춰야 한다

고 생각했다. 당시 자동차는 손으로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대

량 생산이 불가능했다. 포드는 콜트 권총의 벨트식 조립 설비

공정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컨베이어 벨트 생산 시

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에서 자동차는 벨트 위를 따라 움

직이고, 노동자들이 각자 자리를 지키고 서서 자동차에 부품

을 장착했다.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높아졌지만, 생산 효율

은 급격히 상승했다. 섀시(chassis) 조립에 걸리는 시간이 12

시간 30분에서 2시간 40분으로 하락했을 정도였다. 생산 효

율의 비약적 증가는 자동차 가격을 낮추는 데 이바지했고, 모

델T는 1908년 출시 당시에 $950 수준이었지만 1925년에는

$260까지 떨어졌다. 덕분에 누구나 자동차를 살 수 있게 되

었다. 미국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1905년에는 8만 대 수준이

었지만 1925년에는 무려 2천만 대가 넘게 되었다. 포드도

1910년대 중반부터 1920년대 중반까지 승용차 시장 점유율

이 40% 수준에 달할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1

1  컨베이어 벨트 방식이 보편화되고, 수요가 다양화되면서 단일 차종의 대량 생산

을 고집했던 포드의 점유율은 점차 감소함. 가격만으로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없었던 포드는 GM과 크라이슬러 다음 자리로 밀려나게 됨.

소비자들이 느끼는 전기차 4 구매 시의 걸림돌

이유 비율(%)

높은 구매 가격 25

제한된 주행 거리 24

충전 문제 18

한정된 모델 13

유지 비용 및 신뢰성 우려 7

성능 5

기타 8

주 : 미국, 독일 대상 조사

자료 : McKins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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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파워트레인의 진화, 전기차 경쟁의 룰을 바꾼다

LG경제연구원

서 공개한 ‘i 비전 다이나믹스’도 2021년 출시가 예상된다. 1

회 충전으로 60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다임러는 2019년

SUV 모델을 시작으로 전기차 브랜드 ‘EQ’의 라인업을 늘려

갈 예정이다. 70kWh급 전지를 탑재해 주행거리가 500km

수준이다. 닛산도 2020년에는 주행거리 550km 수준의 전

기차를 내놓을 계획을 수립 중이다. 수소차에 주력했었던

도요타조차도 2020년에 주행거리 300km 이상의 전기차를

대량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주행거리로는 내연기

관차에 뒤지지 않는 전기차를 2020년 전후로 살 수 있다.

2018년부터 국내에서도 3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

차 모델이 잇달아 출시된다. 가격 면에서는 아직 내연기관

차보다 비싼 편이지만, 주행거리 면에서는 내연기관차 수준

에 근접하고 있다(차트 5 ).

전기차에 대한 자동차 기업의 적극 행보의 배경에는 엄격해

지는 환경 규제가 있다. 각 국은 자동차 기업들의 평균 CO2 배출량 제한 강도를 높이

고 있다. 유럽은 2015년 기준 평균 CO2 배출량 기준이 130g/km 수준이었으나 2021

년부터는 95g/km로 줄여야 한다. 디젤 차량의 경우 연비를 21.2km/l에서 27.8km/l

로, 가솔린은 18.7km/l에서 25km/l로 높여야 한다.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물론

이고 연방 보조금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한 미국도 규제 강도는 계속 높이고 있다.7 이

미 신차 비중의 절반이 전기차인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

한다. 네덜란드도 2030년부터는 내연기관차 판매가 금지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영국

과 프랑스가 2040년부터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할 예정이고 인도와 중국에서도

비슷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자동차 기업으로서는 규제 강화 대응을 위해서 기존 내연

기관의 연비 개선뿐 아니라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의 비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다수의 조사기관은 2025년 즈음이 전기차 시장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

하고 있다.8 전기차 시장이 소비자 주도 시장으로 탈바꿈할 시점이라는 기대 때문이

다. 전기차는 규모의 경제에 힘입어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머지않아

내연기관차보다 비용 면에서 우위인 시점이 온다. 3년간의 총소유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 관점에서 보면 2020년대 중반에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해지게 될 전망이다. 전기차를 타는 것이 내연기관차를 타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

더 유리할 수도 있으니,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7  중국의 배출 기준은 2015년 160g/km에서 2020년에는 116g/km을 목표로 강화되고, 미국은 2015년 147g/km에서 2020년에는

113g/km을 목표로 하고 있다.

8 BCG(2017), BNEF(2017), Morgan Stanley(2017)

제조사 모델명 구분 주행거리

현대차 코나 EV

출시예정

390km 이상

기아차 니로 EV 380km 이상

BMW 뉴 i3S 280km

재규어-랜드로버 아이 페이스 335km

테슬라 모델3 300km 이상

르노 SM3 Z.E.

기출시

213km

GM Bolt 383km

기아차 쏘울 EV 180km

현대차 아이오닉 EV 191km

BMW i3 208km

테슬라 모델S 378km

테슬라 모델X 565km

2018년 국내 판매 예정 전기차들 5

자료 : 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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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LG경제연구원

파워트레인의 진화, 전기차 경쟁의 룰을 바꾼다

자율주행 기술의 확대도 전기차 시장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전동화 기술과 함께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자율주행 기술은 2025년경 기술과 가격 면에서 한층

성숙할 것이다. 폭스바겐, 포드, GM 등은 기술 면에서는 2025년 이전에 완전자율주

행을 구현한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에서

제어가 쉽다. 자율주행 기술에 필요한 많은 전력 소모량은 전기차에서 보다 용이하게

공급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자율주행이 적용된 차는 일반 차보다 평균 주행거리가 길

어 연료비 측면에서도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율주행 기술의 보급은 전

기차 수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 리튬이온전지 기술 발전속도 둔화

전기차의 지배적 전지 솔루션인 리튬이온전지 기술은 지금까지 빠르게 발전해 왔다.9

앞으로도 당분간은 전지 성능 개선이 전기차 성능 개선을 계속 주도해갈 전망이다.

하지만 전지 성능의 개선 폭은 2020년 이후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이론적 한계치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공학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of China)에서는 리튬이온전지의 기술적 한계가 2020년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

다. 이후에는 점차 신물질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폭스바겐, 닛산 등 자동차

9  Goldman Sachs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지 단가는 2009년 $700-800/kWh에서 현재 $200/kWh까지 하락했고, 2020년에는

$164/kWh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전지 에너지 밀도는 2009년 100-150Wh/kg에서 현재 200-250Wh/kg 수준까지 상승했고, 2020

년에는 300Wh/kg 수준까지 증가한 이후 정체될 전망이다.

전지 기업 간의 기술 및 가격 격차 감소

전지 에너지 밀도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지 기업 간 경쟁

도 가격 경쟁 중심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동안은

일본의 파나소닉, 국내에서는 LG화학과 삼성SDI의 전지가 에너

지 밀도가 높고 기술 면에서도 중국 기업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았다. 일본 및 국내 기업들과 중국 기업들의 차이는 양극

재 차이에 기인한다. 중국 기업들은 줄곧 양극재로 LFP1를 사용

했다. B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의 발표에 따르

면 2016년 기준 중국 전기차 전지 중 71%가 LFP 전지이다. LFP

전지는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은 데다가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지만 낮은 전도도와 저전압으로 인해 에너지 밀도는

90-160Wh/kg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들은 NCM2 양극재

를 사용하는데, LFP 대비 가격은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아

(150-250Wh/kg) 차량용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 Li(리튬), Fe(철), P(인)의 조성으로 만드는 양극재를 가리킨다.

2 Li(리튬), Ni(니켈), Co(코발트), Mn(망간)의 조성으로 만드는 양극재를 가리킨다.

그러나 최근 중국 기업들도 NCM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

인다. 중국 전지 기업 중 CATL은 현재 7.5GWh 수준의 생산

능력을 2020년 50GWh로 확대할 계획이며, LFP와 NCM 비

중도 1:1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Lishen도 현재 3GWh 수준

의 생산 규모를 2020년 20GWh 수준으로 늘리고, LFP에서

NCM 중심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물론 중국 기업들이 NCM

양극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는 얼마간 시간이 걸릴 것

으로 보인다. 그러나 셀 에너지 밀도가 한계 수준에 다다르면

서 일본 및 국내 기업들의 성능 개선 속도가 둔화되는 동안,

중국 기업들이 공격적인 R&D 투자와 인력 확보를 통해 격차

를 빠르게 따라잡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양극재 전문 기업에

대한 투자나 제휴 추진을 통해 추격 속도를 더 높일 수도 있

다. 일본 및 국내 기업들과 중국 내 상위 기업들 사이에서는

경쟁의 포인트가 더 이상 전지 성능이 아니게 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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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의 진화, 전기차 경쟁의 룰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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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보쉬 등 자동차 부품 기업들도 향후 5~7년 이내에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 밀

도가 한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지를 통한 전기차 성능 개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차세대전지 개발이 필요하다. 다

양한 차세대전지 후보 중에서는 전고체전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도요타는 2022년

에, BMW도 2026년에 전고체전지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고체전지는

안전성, 충전 속도, 주행거리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어 장기적으로 전기차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성능뿐 아니라, 원가, 생산성, 수명 등

여러 과제가 동시에 해결되어야 하므로 전고체전지가 보급형 전기차 모델에 적용되

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부 프리미엄 전기차를 중심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IV. 전기차 대중화 시대의 새로운 경쟁 룰

내연기관차가 처음 등장한 20세기 초반만 해도 사람들은 자동차를 당시의 지배적 교

통수단인 마차와 자주 비교했다. 오랜 기간 다듬어지고 익숙해진 마차에 비해 이제

막 등장한 내연기관차는 아직 개선해야 할 기술 이슈가 많았고 사용도 어렵고 사고의

위험도 컸다. 이동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야 했

고, 비싼 가격도 낮춰야 했다.

다양한 방식의 내연기관 기술이 등장했고 이와 함께

많은 기업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했다. 두 차례의 세

계대전을 겪으면서 막대한 금액이 투자됐고 자동차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다. 생산성이 올라가고 생산 규

모가 확대되고 가격은 하락하였다. 마차와 경쟁을 하

는 데 필요했던 기술의 완성도 및 가격 인하 경쟁은

내연기관차의 보급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더 이상 차

별화 요인이 아니었다. 차량의 내구성, 주행 안정성,

빠른 가속 능력, 남다른 디자인 등이 새로운 경쟁 요

소로 주목받은 것이다(차트 6 ).

지금 전기차 시장의 가장 중요한 경쟁요소인 주행거리와 가격도 마찬가지다. 한번 충

전에 500km 주행 가능한 보급형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주행거리는 더 이상 전기차 모

델 간 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다.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차와 별다른 차

이 없이 전기차의 가격이 안정적으로 산정될 것이다. 이제까지 주행거리 경쟁에서도

파워트레인의 역할이 컸지만 파워트레인 부품 중에서도 전지의 성능 향상이 주도해

0

100

200

300

400

500

’03 ’04 ’05 ’06 ’07 ’08 ’09 ’10 ’11 ’12 ’13 ’14 ’15 ’16

해외 기업

중국 기업

중국 자동차 기업들과 해외 자동차 기업들 간의 6 품질 격차 축소 추세

주 : 차량 구매 후 90일 내 문제 발생 건수 (100대 판매 시 기준)

자료 : JD Power China Initial Quality Study,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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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의 진화, 전기차 경쟁의 룰을 바꾼다

왔고 일반적으로도 전기차는 전지 이슈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전기차 대중화 시대

에는 연비 등 구동 시스템의 효율성, 내구성, 주행성, 제동성, 시스템의 부피와 이에 따

른 내부공간 활용, 배치 등이 소비자 선택에서 중요한 요소가 되어갈 것이고 그 중심에

파워트레인이 위치할 가능성이 크다.

(1) 연비 개선 경쟁

지금까지 전기차 시장은, 정부가 이끌고 자동차 기업이 이에 호응하는, 공급자가 주도

하는 형국이었다. 자동차 기업으로서는 전지의 성능 개선, 모터 또는 인버터의 효율

개선 등이 중요했다. 하지만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는 소

비자가 이끌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성능과 가격 요

건을 전기차가 갖춘 이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전기차 운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킬로와트시(kWh) 당 몇 km를 주

행할 수 있는지’가 소비자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전기차의 연비는 파워트레인의 주요

구성 부품인 모터, 파워일렉트로닉스, 전지팩 기술의 진전으로 개선할 수 있다.

현재 기술로 전기차 구동 모터의 효율은 97%까지 달성이 가능하다. 소폭의 개선이 더

있을 수 있지만 큰 폭의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파워일렉트로닉스의 핵심인 인

버터와 컨버터의 효율 개선 폭도 마찬가지다. 물론 인휠모터10나 전력반도체 신소재11

를 적용한 인버터를 개발하여 효율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양산 기반

의 가격 경쟁력까지 고려할 경우 가까운 미래에는 어렵다는 게 주요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지팩 기술도 마찬가지다. 전지셀 에너지 밀도 상승이 정체되고 전지팩 설

계를 전지셀 역량이 부족한 자동차 기업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개선 수준은 소폭에 그

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대중화 시대의 전기차는 성능의 향상과 원가 관리라는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

성해야 한다. 단품 중심의 기술 개발보다 전기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모터 효율을 올리고 우수한 전지를 사용하는 것보다 전기차 파워

트레인 시스템 관점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주행하는 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보쉬, ZF

등 주요 부품 기업은 파워트레인 효율 개선을 통한 연비 향상을 위해 부품 간 통합 또

는 모듈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통합을 통해 파워트레인 전체 시스템의 부피 및 무게를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효율 개선과 원가 하락까지 도모하려는 것이다.

보쉬는 e-Axle이라는 모터-변속기-파워일렉트로닉스 통합 시스템을 발표했다. 부

10  4개의 휠에 모터를 장착하여 각 휠을 개별 조작하는 방식. 코너에서는 바깥쪽 휠의 토크를 더 크게 제어하는 식으로 효율을 높일

수 있다.

11 전력반도체 소재로 사용하는 실리콘(Si) 대신 탄화규소(SiC)를 적용하여 고전압화, 스위칭 고속화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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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의 진화, 전기차 경쟁의 룰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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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이 개별적으로 사용될 때보다 크기는 20% 작아지고 비용

도 10~15%까지 낮아진다고 한다. 파워트레인이 더욱 효율적

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보쉬의 효율적 열 관리 솔루션과 결합

될 경우 효율 개선 수준은 최대 25%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보쉬는 전륜과 후륜구동에 적용 가능하고 소형차부터 대형

SUV까지 적용 가능한 e-Axle 플랫폼을 개발하여 다양한 전

기차 모델에 적용할 계획이다.

독일의 부품기업 ZF는 자동차 섀시에 모터와 변속기, 파워일렉트로닉스를 일체화해

서 바퀴만 끼우면 되는 섀시일체형 플랫폼인 mSTARS(modular

Semi Trailing Arm Rear Suspension)를 개발했다. 보쉬와는 다르

게 ZF는 섀시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독자

적인 통합 시스템 개발로 섀시에 부착된 스프링과 충격완충댐퍼까

지 조합시켰다. ZF는 앞으로 세분된 전기차 시장 요건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본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변형을 추진할 계획이다. 표

준화된 플랫폼의 대량 생산을 통해 ZF는 원가 절감도 추진한다. 파

워트레인 비용 및 공간을 최소화하여 다양한 전기차의 디자인 자유

도 구현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BMW가 2017년 11월에 발표한 5세대 전기차 파워트레인은 1회 충전 시 최대 700km

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모터, 변속기, 인버터 및 컨버터 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

합한 플랫폼으로 개발함으로써 공간 효율성과 동시에 원가 절감까지 추진하는 것이

다. 모듈화된 부품 설계로 다양한 크기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여 여러 전기차 모델에

효과적인 적용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한편 BMW는 ‘전지셀 개발센터’를 설립해서

전지 성능, 수명, 안전성, 충전 및 원가 등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전지를 포함한

파워트레인 전체 시스템의 통합 개발로 가장 앞선 연비 확보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루시드 모터스, 패러데이 퓨처 등 신생

전기차 기업의 전략은 더욱 급진적이다. 전기차 섀시에 모터, 충전기, 인버터 등을

통합함은 물론이고 전지까지 일체형으로 한 플랫폼화

를 추진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의 향상뿐 아니라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원가 구조도 개선할 수 있

다. 궁극적으로는 파워트레인 전체 시스템의 플랫폼화

를 통해 전기차 내부공간 활용도를 높여서 내연기관차

에서 불가능해 보였던 여러 디자인을 전기차에서 구현

할 가능성도 찾고 있다.

보쉬 e-Axle

ZF의 mSTARS

패러데이 퓨처 파워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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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LG경제연구원

파워트레인의 진화, 전기차 경쟁의 룰을 바꾼다

(2) 사용 경험 개선 경쟁

2016년 북미국제오토쇼에서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자기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주행거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전기차를 타봐라. 이제 주행

거리는 더 이상 당신의 고민거리가 아닐 것이다.”라며 전기차만의 특별한 사용 경험

을 강조했다. 시동을 켰는지 잊을 만큼 조용한 모터 소리에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면

순간적으로 시속 100km에 도달할 만큼 우수한 가속 성능, 제동 시에는 에너지가 회

생되면서 부드럽게 감속이 되는 전기차를 몰아보면서 느끼는 경험의 차이 등 파워트

레인의 특성이 이제는 전기차 모델 간 경쟁의 중요 요소로 주목받을 것이다.

사실 2010년에 전기차가 등장할 때만 해도 전기차의 초기 가속 성능 지표인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7초에서 9초로 내연기관차보다 부족한 수준이었다. 주

행거리와 주행의 즐거움이 모두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테슬라의 전기차 출시 이

후 많은 전기차 모델의 파워트레인은 프리미엄 내연기관차의 파워트레인을 능가하는

가속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12 고출력 모터를 장착한 파워트레인 기반의 보급형 전기

차를 몰면서도 프리미엄급 내연기관차를 운전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새롭게 시

장에 진입하는 전기차 기업은 대부분 우수한 출력 특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기업

의 높은 진입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운전의 즐거움을 차별화 요소로 잡은 것이다.

충전에 관련된 여러 요소도 전기차 모델 간 경쟁 요소로 등장할 것이다.

2~3분 만에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는 내연기관차와 충전 속도 경쟁을 하기

보다는 전기차 모델 간 충전의 속도나 충전 편의성, 충전하는 동안의 경험

을 두고 경쟁을 펼치는 것이다. 잠시 차에서 내린 사이에 무료로 충전을 할

수도 있고, 정차하는 동안 무선으로 충전할 수도 있다. 충전 시간을 줄이기

보다 충전하는 시간에 어떤 차별적 경험을 부여하는 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파워트레인의 구조적 단순화로 전기차만이 누릴 수 있는 내부 디자인의

변화도 관심거리다. 2017년 도쿄 모터쇼에서 소개된 다양한 미래 컨셉카

의 공통점은 차체 하부에 전기차 파워트레인이 집약된 설계 구조에 있다.

이를 기반으로 차체 상부에는 다양한 디자인 구현이 가능하다. 통합된 하

나의 디스플레이로 모든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활용이 가능하고, 내부 시

트 구성의 다변화도 가능하다. 폭스바겐이 2020년부터 미국에서 판매하

겠다고 밝힌 I.D. Crozz 컨셉 자동차는 컴팩트 SUV 크기이지만, 내부 구

조는 대형 SUV와 유사하다. 파워트레인 변화로 넓어진 공간만큼 다양한

디자인 구현이 가능할 것이다. 전기차가 대중화되는 시점이 되면 차별적

12  2010년에 발표된 GM Volt는 8.8초, 닛산 리프는 7초 수준이었으나 GM Bolt는 6초 수준. 테슬라 모델S는 2.3초 수준으로 프리미엄

내연기관차 수준 또는 그 이상(BMW 500 시리즈 5.8초)

BMW 무선 충전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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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의 진화, 전기차 경쟁의 룰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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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공간이 전기차 모델을 선택하는 중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3) 전기차의 내구성 및 재판매 가치 상승 경쟁

시장 리서치 기관인 IHS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평균적인 자동차 수명은 11.5년이다.

신차 구매자의 50% 가까이는 3년이 지나면 차를 교체하는 것을 고려한다. 자동차 산

업에서 중고차의 재판매 가치 산정을 하기 위해서는 파워트레인의 잔류수명 산정이

필요하다.

전기차가 처음으로 중고 거래될 시점에서의 고민은 파워트레인의 가치를 얼마만큼 인

정할 것인가이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보통 3년 정도 사용하면 50% 정도 가치가 하락

하는 것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전기차는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한 중고차의

가치 추정 방법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 전지를 얼마나 더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서는 아직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일본의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 의하면 2011년형 닛산

리프의 중고차 가격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90%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다. 국내

에서도 3년이 지난 GM 스파크 전기차의 중고차 가격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앞으로 전기차의 재판매 가치는 전기차 모델 간 다르게 산정될 가능성이 크다. 전기

차 부품 중에서 원가 비중이 높은 파워트레인의 가치 선정 수준에 따라 전기차 모델

의 경쟁 포인트가 달라질 수도 있다. 재판매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술도

관심을 받을 것이다. 유지보수 용이성이 중요한 전지팩의 경우 남은 수명이 얼마인지

에 대해 정확한 파악이 필요하다. 뛰어난 내구성에 기반을 두어 재판매 가치가 높은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만큼의 가치가 남아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도 중요해질 것

이다. 최근 다양한 방식으로 전지팩의 잔류수명을 추정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크게 회로 기반 예측 방식과 전기화학 기반 예측 방식으로 구분되어 개발이 진행 중

이다.13 어떤 방식이든 전지 수명 측정 기술의 발달을 통한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수명

연장은 전기차 모델 간 경쟁 요소로 관심을 끌 가능성이 높다.

13 International Journal of Automotive Technology, Vol. 17, No. 3, pp. 493-508 (2016)

2017년 도쿄 모터쇼에서 발표된 다양한 컨셉카 내부 (좌: 도요타 Concept-i 우: 다임러 Smart Vision EQ ForTwo 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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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어주는 파워트레인

인류가 수천 년 간 사용한 마차를 내연기관차는 불과 몇십 년 만에 대체했다. 내연기

관차가 보급되기 시작할 즈음의 상황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열악했다. 주

유소가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원유를 연료로 만들어주는 정유기업, 차체를 만

들기 위한 철강 기업 등이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당시 사회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

기에는 마차는 너무나 부족한 이동수단이었다. 내연기관차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

은 정부가 산업 기반을 지원하고 기업은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제고하고, 마지막으로

일반 대중 소비자가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데 기인하였다.

20세기 초반에 미국 대도시에는 인구 20명 당 한 대 꼴로 마차가 보급되어 있었다.

말을 먹이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건초, 말의 배설물, 적절한 말 개체 수의 유지 등은

골칫거리였다. 연료 10리터만 있으면 배설물도 없고 유지관리도 쉬운 내연기관차는

당시에는 혁신적이고 청결하며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이었다. 당연히 정부는 자동차

보급을 위한 인프라 확보에 적극적인 정책을 수립했다. 정부의 지원과 기술의 완성도

제고로 불과 10여 년 만에 자동차는 마차를 능가하는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게

됐다. 이후 자동차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수단으로 인식된다. 소비자가 자

동차 시장의 확대를 주도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대량생산에 적합한 보급형 내

연기관차가 등장하면서 가격은 더욱 낮아지고 자동차 관련 금융업이 생기면서 자동

차의 보급은 더욱 가속됐다. 이제 더는 마차와 경쟁하는 교통수단이 아닌 내연기관차

모델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더욱 성장하게 됐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매연이 발생하지 않는 자동차에 대한 시대의 요청은 더 이상

전기차를 니치 마켓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기술적, 가격적 걸림돌도 이제는 더 이

상 고민이 아니다. 한번 충전으로 500km 정도는 주행하고, 보조금이 없이도 고민하

지 않고 지갑을 열 정도로 가격이 낮아진 전기차가 대중적으로 판매되면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의 경쟁보다는 전기차 모델 간의 경쟁으로 더욱 빠르게 보급될 것이다.

전기차가 널리 보급된 사회를 생각해보자. 신차 판매량에서 전기차의 비중은 10%를

넘고, 주변에서 전기차를 흔하게 볼 수 있고, 전기차를 몰아보는 횟수도 늘어날 것이

다. 충전에 대한 불편함이 완전하게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운전자들은 점차 전기차

만의 충전 방식에 익숙하게 될 것이다. 전기차를 경험해 보고 구입을 긍정적으로 검

토하는 소비자층은 두터워질 것이다. 멀리 주행하는 전기차가 여전히 주목 받을 수

있지만, 늘어난 주행거리 대신 높은 초기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전기

차의 가격은 중요한 구매 요인이 될 것이지만, 전기차를 운행하면서 지불하는 비용과

전기차만의 특별한 운행 경험이 더 많은 주목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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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는데 있어서 핵심은 주행거리와 원가를 개선하기 위

한 파워트레인 개발에 있었고, 그 주역은 전지였다. 대중화 시대에 접어든 전기차 시

장에서 파워트레인은 ‘얼마나 즐거운 운전 경험을 주는가’, 그리고 ‘얼마나 전기차 사

용 비용을 낮출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의 진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관련 기

업 입장에서도 파워트레인을 구성하는 단위 부품 개발에 집중하기보다는 파워트레인

전체 관점에서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

다. 모터 효율을 개선하는데 집중하기보다는 모터가 효율적으로 구동되어 전기에너

지 사용 수준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전지팩, 파워일렉트로닉스 등과의 통합 설계를

염두에 두고 개발 방향성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전지 기업도 전지셀의 에너지 밀도

개선에만 집중하기보다는 파워트레인의 내구성 및 유지보수성 강화를 위한 효과적

전지 제어 방안 확보에도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

폭스바겐과 내연기관차 판매 순위 1위를 다투는 도요타는 전기차로의 전환에서 다른

자동차 기업에 비해 매우 보수적인 기업이다. 전지로만 운행하는 순수전기차는 아직

출시한 적이 없고, 전지와 엔진을 혼용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의 주행거

리도 경쟁 모델에 비해 부족하다. 하지만 도요타도 이제 전기차로의 변화의 물결에서

더 이상 자유롭지 못하다. 도요타 창업주의 후손이며 현재 CEO를 맡고 있는 아키오

사장은 “자동차 업계가 100년에 한 번 찾아오는 대변혁기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자동차가 내연기관을 넘어 전동화로 나아가는 변화의 시기에서는 경쟁에 이기느냐

지느냐가 아닌 사느냐 죽느냐가 결정되는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라고 주장한 것이

다. 도요타는 당장 2019년부터 순수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2050년부터 판매 차

량 대부분을 친환경차로 교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가 대중화 되는 시기

의 경쟁 룰은 주행거리와 가격에서 내연기관차와의 격차를 얼마나 더 줄이느냐의

경쟁에서 전기차 모델 간 연비 경쟁, 운전·사용 경험 경쟁, 재판매 가치 경쟁으로

바뀔 것이다. 운전의 즐거움과 환경을 보존하는 가치를 함께 충족시킬 수 있는 전

기차 시장의 빠른 성장은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크게 바꾸어 놓을 것으로 보

인다. www.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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