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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청춘들이여- 청소년 신문 ‘필통’은 그 뜻을 모두 이루기 전에 명맥이 끊어졌고, 지금 진주지역의 청춘들은 가좌로 시내로 평거로 뿔뿔이 흩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상당수의 청춘들은 ‘진주에서 할일이 뭐가 있어!’라고 한숨을 토하며 서울을 동경하니 이는 실로 진주의 청년문화가 흥하느냐, 망하느냐가 달린 위급하고, 시급한 때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진주 땅에서 청년문화의 부흥을 위해 라면을 주식으로 끼니를 연명한 선배들이 있었고, 이 시각 후배들 또한 활기찬 진주를 위해 매일 밤 땀으로 샤워를 함은 모두가 ‘문화도시 진주’라는 멋진 위업을 이루신 선대의 업적을 이어가기 위함인 줄 압니다. 청춘들이여- 우리는 마땅히 진주 땅에 속한 자로서 넓은 마음을 열어, 선배들께서 이루신 빛나는 문화를 더욱 빛나게 닦으며, 뜻있는 후배들의 재능과 창의를 더욱 넓히고 키워야 합니다. 결코, 한 순간의 언행으로 후배들의 미래를 판단하여서는 아니 되며, 기존의 관습으로 창의를 상하게 하여 미래의 보석들이 성장하는 것을 막아서도 아니 됩니다. 진주의 근간을 이루는 선배님들과 젊은 진주를 이끌어가는 우리 청춘들과, 이 땅의 미래가 될 후배들은 모두 마음을 모아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선, 후배 된 자들은 사사로운 구분으로 갈라짐이 없이, ‘문화도시 진주’의 이름 안에 서로 보듬고, 격려해야 합니다. 금전의 작은 이익을 위해 서로를 헤하는 악담을 흘리거나, 첫 만남의 사사로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 이 좁은 땅 안에서의 학연 지연에 의한 편애도 예비군 통지서 만큼이나 무서운 것인 줄 압니다. 청춘들이여- 이제 다행히 Spring time - ‘청춘’은 이 땅의 청년문화 부흥을 위해 그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무사히 첫 창간에 이르기는 하였으나, 아직은 계속된 발행을 위한 금전, 정보, 인력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한 형편입니다. 이제는 마땅히 때가 이르렀으니 청춘들께서는 그동안 숨겨두었던 각자의 무기들을 들고 일어나 ‘젊은 진주!! 문화도시 진주!!’라는 하나의 목표아래 힘을 모아야 합니다. Spring time - ‘청춘’도 민망하기 그지없는 작은 재주와 검증되지 않은 잡다한 재주나마 열심히 갈고닦아, 고요한 진주를 뒤흔들고, 이 땅의 청년문화를 부흥시켜 ‘젊은 문화도시 진주’, ‘명품도시 진주’에 걸맞은 역동적인 문화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를 키워준 이 땅의 어르신들께 보답하는 길일뿐만 아니라, 진주 땅에 몸을 누이는 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이기도 합니다. 바라건대 이글을 보시는 진주 땅의 모든 청춘들께서는 물러섬이 없이 스스로 일어나 진주를 뒤흔들고, 나아가 잊혀져가는 진주 땅의 청년문화를 되살리는 일에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선/후배 여러분들께서도 어떠한 도움이나 힘이든 괜찮으니 함께하여 힘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혹여나 우리가 이 일을 해내지 못했을 때에는 우리 스스로 그 죄를 물으며 ‘문화도시 진주’의 이름에 한 점 오명이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설령 직접적인 공작에 가담하시지 않는다 하더라도, 또한 마음으로나마 Spring time - ‘청춘’의 부흥을 응원해 주시고, 진정한 이 시대 청년문화의 모습에 대해 매일 밤 함께 논하시어 이 길에 참여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청춘들이여- 유망한 젊은이들의 생각들은 살피시어 받아들여 주시고, 선대 선배들께서 남기신 지혜로운 가르치심은 마음 깊이 새겨 좇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쓰는 우리들은 선대 선배들에게 받은 은혜에 감격하여 이제 먼 길을 떠나거니와, 떠남에 즈음하여 이렇게 글을 올리니 감격에 눈물이 솟아 더 말할 바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부디, ‘젊은 문화도시 진주’의 한 자락에 우리의 땀 한 방울이 함께 적셔지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기대합니다. 2009년 5월 1일 청년문화공작소 - Srping time - ‘청춘’ . _출 _사 _표

Springtime Vol.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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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Springtime Vol.1(0905)

Special

청춘들이여-

청소년 신문 ‘필통’은 그 뜻을 모두 이루기 전에 명맥이 끊어졌고, 지금 진주지역의 청춘들은 가좌로

시내로 평거로 뿔뿔이 흩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상당수의 청춘들은 ‘진주에서 할일이 뭐가 있어!’라고

한숨을 토하며 서울을 동경하니 이는 실로 진주의 청년문화가 흥하느냐, 망하느냐가 달린 위급하고,

시급한 때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진주 땅에서 청년문화의 부흥을 위해 라면을 주식으로 끼니를 연명한

선배들이 있었고, 이 시각 후배들 또한 활기찬 진주를 위해 매일 밤 땀으로 샤워를 함은 모두가 ‘문화도시

진주’라는 멋진 위업을 이루신 선대의 업적을 이어가기 위함인 줄 압니다.

청춘들이여-

우리는 마땅히 진주 땅에 속한 자로서 넓은 마음을 열어, 선배들께서 이루신 빛나는 문화를 더욱 빛나게

닦으며, 뜻있는 후배들의 재능과 창의를 더욱 넓히고 키워야 합니다. 결코, 한 순간의 언행으로 후배들의

미래를 판단하여서는 아니 되며, 기존의 관습으로 창의를 상하게 하여 미래의 보석들이 성장하는 것을

막아서도 아니 됩니다.

진주의 근간을 이루는 선배님들과 젊은 진주를 이끌어가는 우리 청춘들과, 이 땅의 미래가 될 후배들은

모두 마음을 모아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선, 후배 된 자들은 사사로운 구분으로 갈라짐이 없이,

‘문화도시 진주’의 이름 안에 서로 보듬고, 격려해야 합니다. 금전의 작은 이익을 위해 서로를 헤하는

악담을 흘리거나, 첫 만남의 사사로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 이 좁은 땅 안에서의 학연 지연에 의한

편애도 예비군 통지서 만큼이나 무서운 것인 줄 압니다.

청춘들이여-

이제 다행히 Spring time - ‘청춘’은 이 땅의 청년문화 부흥을 위해 그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무사히

첫 창간에 이르기는 하였으나, 아직은 계속된 발행을 위한 금전, 정보, 인력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한

형편입니다. 이제는 마땅히 때가 이르렀으니 청춘들께서는 그동안 숨겨두었던 각자의 무기들을 들고

일어나 ‘젊은 진주!! 문화도시 진주!!’라는 하나의 목표아래 힘을 모아야 합니다. Spring time - ‘청춘’도

민망하기 그지없는 작은 재주와 검증되지 않은 잡다한 재주나마 열심히 갈고닦아, 고요한 진주를

뒤흔들고, 이 땅의 청년문화를 부흥시켜 ‘젊은 문화도시 진주’, ‘명품도시 진주’에 걸맞은 역동적인 문화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를 키워준 이 땅의 어르신들께 보답하는 길일뿐만 아니라, 진주 땅에 몸을 누이는

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이기도 합니다. 바라건대 이글을 보시는 진주 땅의 모든 청춘들께서는

물러섬이 없이 스스로 일어나 진주를 뒤흔들고, 나아가 잊혀져가는 진주 땅의 청년문화를 되살리는 일에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뿐만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선/후배 여러분들께서도 어떠한 도움이나

힘이든 괜찮으니 함께하여 힘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혹여나 우리가 이 일을 해내지 못했을 때에는 우리

스스로 그 죄를 물으며 ‘문화도시 진주’의 이름에 한 점 오명이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설령 직접적인 공작에 가담하시지 않는다 하더라도, 또한 마음으로나마 Spring time - ‘청춘’의 부흥을

응원해 주시고, 진정한 이 시대 청년문화의 모습에 대해 매일 밤 함께 논하시어 이 길에 참여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청춘들이여-

유망한 젊은이들의 생각들은 살피시어 받아들여 주시고, 선대 선배들께서 남기신 지혜로운 가르치심은

마음 깊이 새겨 좇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쓰는 우리들은 선대 선배들에게 받은 은혜에 감격하여 이제

먼 길을 떠나거니와, 떠남에 즈음하여 이렇게 글을 올리니 감격에 눈물이 솟아 더 말할 바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부디, ‘젊은 문화도시 진주’의 한 자락에 우리의 땀 한 방울이 함께 적셔지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기대합니다.

2009년 5월 1일 청년문화공작소 - Srping time - ‘청춘’

.

_출

_사

_표

Page 2: Springtime Vol.1(0905)

03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 너무나 쉽게

찾아오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두려움. Spring time의

창간호 인터뷰를 가는 길이 딱 그랬다. 첫 인터뷰 대상자부터

외국인이라니. 인터뷰이 선택에 대해 계속해서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되는 걱정 속에 수소문하여 통역까지 대동했으나, 두

근반 세 근반 뛰는 가슴을 잡을 여유는 도무지 생길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러. 나.

Spring time의 첫 인터뷰이 Sat을 만난 바로 그 순간. 걱정은 안드로메다행 열차에 탑승했고, 몸 안의

장기들은 만족스런 거사를 치룬 아침처럼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딱 보는 순간 어떠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사람. 뭔지 모를 매력으로 사람을 사로잡는 사람. Sat은 한눈에 보아도 선(善)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와

주위를 훈훈하게 만드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Hello Sat!!

글 • 사 진 진 영 길 통 역 하 성 원

Special people

C o n t e n t s

01 출사표

03 Special people Hello Sat!!

06 Band 커커커 커몬! 락앤롤 소년소녀들이여!!

08 Street interview 눈으로 마음을 훔치다

10 Love 죄인소리 듣기 전에 연애하자, 아놔

11 Brand 호모브랜드쿠스

12 Delicious 천황식당

14 Cooking Essey 해물토마토스파게티

16 Travels 남미의 로망 - 처음

18 Travels 산 넘어 빛고을에는 누가 살길래

20 Talk Box 영화? 솔직하게 Open up!!

21 Movie 보고 쓰는 Review, 안 보고 쓰는 Preview

22 Sports Welcome to Baseball World

23 Culture 지지 않아, 강하게 살아남자

24 Idea Bridge 느리게 걷자

25 Coupon 가정의 달 특집 쿠폰 8종 세트

26 Information

27 Wanted

28 Quiz 우리 동네 숨은그림찾기

★ Spring time을 만날 수 있는 곳(매 월 첫 목요일 발행)

• <경상대 정문> 커피 플라워(752-3737) / 할리스 커피(763-3353)

• <경상대 후문> 씨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762-2775)

• <산업대 정문> 엔젤 인 어스(762-5353)

• <차없는 거리> 컨버스(747-3460) / 다빈치 커피(741-2192)

• <가좌> 엠비씨네 영화관(1544-1122)

• <신안> 롯데리아 신안점(746-0741)

• <평거> 더 테이블(745-9611) / 커피 갤러리 (748-0773)

www.springtime.or.kr 에서도 Spring time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배포 문의 : 070-8252-6418

S p r i n g t i m e _ 2 0 0 9 _ M a y_V o l . 0 1 사진 진영길

촬영장소 진주시 이현동 나불천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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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Spring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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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people

지금도 인도에는 카스트제도라는 유명한 계급제도가 존재한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는 그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해졌다.

“시크교는 바로 그 제도에 대한 반발로 시작되었어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시크교를 믿는 사람들도 카스트제도를 하나의

전통문화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죠. 지금은 젊은 사람들 중에도 그

제도를 그대로 인정하는 이들이 많아요. 저도 그에 대한 고민으로

시크교의 역사와 사상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를 했죠. 그 결과 전

시크교의 사상이 옳다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카스트제도를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는 저의 아버지께 진짜 시크교인이 맞으시냐면서

가끔 농담반 진담반 질문을 던지기도 해요.(웃음)”

모든 종교가 그렇지만, 사실 평화를 이야기하지 않는 종교는 없다.

그런데 종교 때문에 수많은 분쟁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모두들 신들의

전쟁을 선포하지만, 결국 사람들의 전쟁이 아닐까.

폴 틸리히라는 신학자는 ‘문화의 밑바탕에는 종교가 있다.’라는 말을

했다. 다문화 사회에 있어서 다른 종교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고,

이해의 노력을 쏟는 것은 정말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것은 믿음과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웃과의 소통과 이해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Sat은 터번이 그에 대한 오해의 두 번째 불씨라며 웃었다.

“사람들은 저의 모습을 보고 무슬림(이슬람교도)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처음 본 사람들은 대부분 인도에서 온

무슬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웃음)”

Step4Spring time

Spring time은 이 시대 청춘들의 다양한 삶을 이야기 하는

책이다. Sat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지금 현재 봄날의 청춘을

살아가고 있다. 그것도 먼 이국땅까지 와서. 그가 그리고

있는 Spring time은 어떤 모습일까?

“미래는 계속해서 변하는 법이죠.(웃음) 하지만, 할

수 있다면 가르치는 일을 계속하고 싶고, 나중에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가르치고 싶어요. 지금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도 그 과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소통하고, 수업을 준비하죠. 영국으로

돌아가면, 디자인 공부도 더 할 예정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시기에는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고, 그것을 따라서 열심히 가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나를 대신해서 일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웃음). 물론, 갈팡질팡하는 이 시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족이 생기거나 나이가 들면 더욱 쉽지 않겠죠?”

창간호가 출간되면 유명인사가 되어서 사람들이 알아볼지도

모른다고 하니, 그는 이미 유명인사인 것 같다면서 웃는다.

한 날은 , 이마트에서 고등학생 2명이 Sat 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지나갔단다.

그리고선 들려오는 외마디 외침.

‘주약초등학교 선생님이야!!’

물론, 그는 그 친구들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단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다문화사회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제부터라도 만나면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지 말고 이야기를 건네 달라고

부탁했다. 장소를 옮겨가며 3시간 가까이 계속된

Sat과의 만남을 통해 어느새 마음 속

긴장감은 친근함으로 변해갔고, 두

번째 만남에선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가 인정하고 안하고와는

상관없이, 한국사회는 이미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진주지역 역시

그러한 변화의 물결에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진주=한국’이라는

등식은 여전히 사실이지만,

‘진주사람=한국사람’이라는

등식은 항상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혹시나 길거리를 거닐다가 Sat을

보게 된다면 반갑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자. 그도 우리와 함께 진주에서

살아가는 좋은 이웃이니까. 부디, 영국이

추워서 떠났다며 농담을 하던 그에게

앞으로도 진주가 따뜻한 남쪽나라이기를

기도해본다.

Step1국적에 대한 오해와 진실

사진을 보면서 Sat의 국적을 맞춰보자! 아마 98%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인도!’라는 단어를 내뱉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곧이어 찜찜함이 몰려온다. 그렇다. 틀렸다. 아마 약 2%의 사람들은

한쪽에서 올라오는 ‘인도’라는 단어를 애써 억누른 채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쿠웨이트 등등의 참신한(?) 대답들을 생각

해냈을지도 모른다.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아쉽게도

역시 오답이다. 정답은 영국. 딩동!! 정확하게는 잉글랜드이다.

그렇다. 그의 국적은 박지성선수가 뛰고 있는 잉글랜드이며, 그의

고향은 2002월드컵 4강의 주역 설기현선수가 뛰었던 잉글랜드의

울버햄튼이다.

순수 혈통으로만 따지자면, 부모님 모두 인도인이 맞단다. 그러나

그의 어머님은 아프리카 케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고, 아버지

역시 청소년기에 잉글랜드로 이주하셨다고 하니, 그를 우리가

생각하는 틀의 인도인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러나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그 사실을 알 수 없는 게 당연하고, 때문에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발생하니 오히려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단다.

“제가 서울에 갔을 때. 지하철에서 이런 일도 있었어요. 약주를

한잔 하신 아저씨께서 저에게 다가오셔서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으셨죠. 그래서 전 ‘잉글랜드’라고 대답했는데, 그 아저씨께서

답답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계속해서 ‘어. 느. 나. 라. 에. 서. 왔.

냐. 고.’ 물으시더군요. 승객들은 재미있어 했고, 전 어쩔 줄 몰라

했는데, 다행히 다음 정거장이 목적지라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죠.(웃음)”

고향을 고향이라 부르지 못하는 이 안타까운 상황. 이제부터라도

길에서 Sat을 만나면 타지마할 궁전 얘기는 접어두고, 영국여왕님

안부라도 물어 볼 일이다.

Step2진주와 인연을 맺게 된 사연

Sat은 현재 진주에서 주약초등학교 원어민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에게나 동료선생님들에게나 인기 만점의

선생님이다. 주약초등학교에 온지 1년도 훨씬 넘었지만, 여전히 그가

가는 곳엔 많은 아이들이 웃으며 함께한다. 그런데, 거기서 여기가

어디라고, 영국에서 대한민국. 그것도 머나먼 남쪽나라 진주까지

오게 되었을까?

“저의 대학 전공은 인테리어디자인입니다. 졸업 후에는 회사에서

관련 일을 잠깐 하기도 했죠. 그런데 저는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준비를 하면서 알아보던 어느 날, ‘Teaching

Korea’라는 이메일을 한 통 받게 되었어요. 이거다 싶어 신청을

하니 합격을 했고, 합격 후에 바로 여기까지 날아왔죠 뭐.(웃음)”

한국의 첫 도시 진주는 그에게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진주라는 창을 통해 바라보고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진주의 첫 인상은 러블리(Lovely) 했죠(웃음). 도시크기가 제

고향과 비슷해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적당한 크기에요.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죠. 사람들도 친근하게 대해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네요.”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한다는 그는 비빔밥에도 도전 할 만큼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타블라(인도의 전통악기)

연주와 여행, 사진, 원어민 교사모임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만나고 있다니, 진주에서의 생활이 낯설고 외롭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는 두 번째 만남에서

비빔밥과 선짓국을 깨끗하게 먹어 보였다.)

“다시 계약을 연장해서 지금이 두 번째 시즌이에요. 친구들은 빨리

돌아오라고 하지만, 전 이곳 생활이 참 좋네요!!(웃음)”

Step3터번 속에 숨겨진 비밀

Sat 선생님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첫 인터뷰이로 결정한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터번’ 때문이다. 어릴 적 만화 ‘돈데크만’의

압둘라가 쓰고 있던 이 터번은 대한민국 경상남도 진주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행색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니 질문이

조금은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그는 유쾌한 한 마디로 인터뷰를

오히려 이끌었다.

“실례지만, 터번에 대한 질문을 해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그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서 해주세요!!(웃음)”

예상대로 터번은 Sat의 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의 종교는

시크교.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한 종교다.

“시크교는 인도의 펀자브 지방에서 처음 시작되었어요. 당신이

나보다 낫지 않고, 내가 당신보다 낫지 않다는 평등한 사상이

시크교의 중심사상입니다. 시크교인들은 머리를 신이 준 선물이라

믿기에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터번을 씁니다.(그러고 보니 Sat의

뒷머리도 하늘을 향해있었다.) 100% 시크교도들은 고기와 술을

먹지 않고, 동물을 죽이지 않아요. 깨끗한 영혼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기도를 하며 깨끗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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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tiMe

2009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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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d

“We’re more popular than Jesus now.”

1966년 3월 4일, 영국 잡지 ‘Evening

Standard’에는 “How does a Beatles Live?

John Lennon Lives like this”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에서 존 레논은 말한다. “우리는

예수보다 유명하거덩?”

4월의 첫 날, 한국을 찾은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터프한 락스타 오아시스.

막내 동생 리엄이 만들어놓은 밴드에 절대복종을

조건으로 막 들어온 형아 노엘은 일단 박힌

돌부터 죄 쫓아내 라인업을 완성한 후, 동네

클럽의 주말 공연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듣보잡

따위에게 주말 무대를 내줄리 없는 매니저를 힘껏

두들겨 팬 덕분에. 참고로 이들 밴드명은 노엘이

열심히 잘 다니던 헬스클럽 이름이라고.

94년, KBS FM ‘전영혁의 음악세계’에 출연한

천리안 음악동호회 시삽 이석원 군은 조만간 자기

밴드의 앨범이 나올 거란 계획을 밝힌다. 밴드의

이름은 ‘언니네 이발관’. 그러나 당시 세상에 그런

웃긴 이름의 밴드는 존재하지 않았다. 생각난

김에 막 해본 구라는 방송의 힘을 타고 무럭무럭

퍼져나가고 95년, 얼떨결에 방송에 또 출연한

이석원은 일주일 만에 완성된 자작곡을 발표한다.

이들의 밴드명은 고교시절 이석원이 열심히 잘

보던 일본AV 제목이라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뭐 어쩌라고? 느껴지는 거

없어? 울컥 치밀어 오르는 거 없어? 뭐가? 뜨거운

무엇! 꿈틀대는 무엇! 없다고? 진짜 없어? 없으면

넌 아웃.

아아 그러나 당신의 청춘이 아직 살아있다면,

죽여도 죽지 않는 네 안의 뜨거움이 꿈틀대고

있다면, 무어든 잡아먹어야겠다는 살벌한 허기로

두 눈 형형히 빛내고 있다면, 청춘은 락앤롤.

세상에서 제일 멋진 락스타들의 이야기에

뭉클해지겠지. 도전하라 소년소녀들이여! 컴온!

그렇다, 지역기반 청년문화 잡지를 표방하는 우리

<Spring time>의 문화교양 배양 프로젝트

제1탄, 밴드 <Spring time>이 대망의 닻을

올린다. “청춘은 락앤롤”이라는 절대 진리 앞에

우리는 <Spring time>이란 이름의 밴드를

공개모집한다. 개요는 다음과 같으니 오감을 활짝

펼쳐 경청하시라.

커커커커 커몬!

밴드의 모집 내용은 다음과 같다.모집 분야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등

모집 인원 약간 명

모집 방법 선 착순 적당히

모집 조건 남녀노소 학력미모 제한 없음. 신심 건강할 필요도 없음.

단, ‘청춘’일 것.

밴드의 라인업 구성 후 활동 계획은 다음과 같다.

밴드는 진주시 신안동 교대 옆에 소재한 ‘펄스 뮤직 아카데미’에서 주 1회 정도의 개인 교습과

합주에 들어간다. 그리고 1년 후, 자작곡으로 화려한 리사이틀 공연을 가진다. 음악의 장르와

악기 구성은 추후 결정한다. 특별히 ‘펄스 뮤직 아카데미’ 박진용 원장의, 채찍으로 후려치는

엄격한 교습을 거친 밴드 <Spring TiME>은 지옥의 외인구단을 방불케 하는 무시무시한

공력을 바탕으로 락스타 등극. 간단하지?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어? 괜찮아. 생긴 게 시원찮어?

어 괜찮다니까. 돈이 없어? 야 이거 공짜야아.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가뭄에 단비 같은 생의 의지이고 기왕이면 잘 살아야겠다는 용기이자

힘, 우리가 원하는 건 눈부시게 아름다운 당신네 젊음. 죽은 척 바짝 엎드려있지만 아직 안 죽은

거 다 알아. 우물쭈물 샌님처럼 굴지 말고 신나는 리듬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며 절망이랑

싸우자. 룰루랄라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자. 엉덩이를 걷어차며 격려하자. 음악이 있어

행복하니까 폴짝폴짝 뛰어보자.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지?

공개 모집으로 만들어진 밴드 <Spring TiME>이 기본 가닥을 익히고 곡을 만들어 공연할 수

있을 정도의 제대로 된 밴드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은 매달 여기를 통해 중계된다. 개인정보

노출은 두려워 말라. 그 정도 센스는 우리에게도 있다.

살짝 땡기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한 번 도전해보라. 왜에, 재밌을지도 모르잖아?

여기로 문의하시라!

전화번호: 070-8252-6418 / 010-6418-0081

“청춘 대장이시죠?”로 말문을 열 것.

“어머 자기?”로 대꾸할 것임.

혹시나 목소리에 자신이 없다면,

[email protected]으로 담백한 신청서 한장을 날려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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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e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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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락앤롤 소년소녀들이여!!글 편 집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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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SpringtiMe

2009May

Vol.01

08

오늘도 캠퍼스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그와 그녀, 나도 몰래 절로 눈이

간다. 능금처럼 붉은 두 뺨의 그녀와 무어든 다 받아줄 만큼 의젓한 그의

매력은 셀 수 없지만 하지만 모든 걸 다 포기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조건이 하나 있다면, 당신에게 그 마지노선은

무엇입니까?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성격! 아무리 돈 많고 얼굴만 잘나면 뭐하나, 그거 다

얼마 못 간다. ‘얼굴 뜯어먹고 살 거 아니다’는 어른들 말씀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바람직한 성격이 단연 1위를 기록. 무려 60%를 차지했다.

뒤이어 외모가 2위, 일단 눈이 가야 마음이 가든가 말든가 하지.

그 외에 돈, 직업, 집안배경 등등. 취향도 5%를 차지했다.

기타의견으로는 사지가 멀쩡하게 다 달려있어야 한다거나, 옛말에

‘강고집 최뿔따구’라고 강 씨나 최 씨는 무조건 싫다거나, 돼지띠

남자랑은 절대 안 맞는다는 인신공격성 답변도 수두룩.

전반적으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무난한 결과. 그만큼 당연한 소리란

뜻일 거다. 이성이든 친구이든,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로를 배려할 줄 아는 인간적 성숙함이니까.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막다른 골목에서 우리는 그 사람의 최대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경상대학교 학생들, 일단 모범 답안은 이미 잘 알고 있다는 건데. 과연

이상과 현실은 어느 정도의 조화를 보이고 있으려나.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달에 구름 가듯, 꽃에 나비 가듯 그(그녀)에게 향하는 눈길, 그렇다면

당신은 이성을 볼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는 부위는

어디입니까? 솔직해도 되나요? 아 당연하죠~!

이럴 수가! 열에 넷 가까운 이가 다름 아닌 눈을 본다는 답변을 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더니 일단 마음부터 들여다보려는 걸까.

다음으로 키와 전체적인 스타일, 피부 등 온갖 자잘한 특수 부위가 그

뒤를 이었다. 흥미로웠던 건, 남성의 다수가 눈을 본다고 답한 반면. 키와

전체적인 스타일이라 대답한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전반적인

실루엣을 결정하는 큰 몫이 키라고 한다면 여성은 전체적으로 골고루

균형 있게 이성을 살피고, 남성은 특수 부위에 집중한다는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세간에 알려진 대로 잘 빠진 다리나 볼륨 있는 가슴이라

답한 경우는 소수 의견에 그쳤는데, 동행한 남성 에디터는 이게 다

솔직하지 못한 구라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① 호남형 꽃미남이나 초콜릿 복근의 소유자일 필요까지도 없다. 그저

함께 다니기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호남형이면 된다. 일단 180 정도의

적당한 키에 평범한 흰 티와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적당한 몸매면

충분하다. 이 정도면 진짜 평범한 거 아닌가? (여, 대학생, 20세)

② 이마 나는 일단 반듯하게 잘생긴 이마부터 본다. 이마가 반듯하면

성격도 반듯할 거 같다. 관상에서도 되게 좋은 거라던데. d**m에

연재되는 허영만 만화 ‘꼴’ 보니까 그러더라고. (여, 대학생, 23세)

③ 아킬레스건 요즘 한창 유행이라는 9센티, 10센티 짜리 킬힐을 신고

걷는 여자의 뒷모습이 아찔하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발목 힘줄이 정말 섹시하다. 그러니까 구두 신을 때는 스타킹 좀 안

신었으면 좋겠다. (남, 대학생, 27세)

④ 다리 난 다리만 본다. 미끈하게 잘 빠진 다리가 최고다. 얼굴이 되게 못

생기면 어떡할 거냐고? 됐다. 난 다리만 본다. (남, 대학생, 25세)

Street interview

눈으로

마음을

훔치다

오늘을 사는 우리 동네 청춘, 그네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가! 그래서 마련했다, 길거리 인터뷰. 봄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적시는 4월의 어느 날, 경상대학교 중앙도서관 앞뒤에서 대학생 남녀 약간 명을 대상으로 물

어봤다. 주제는 ‘이성을 볼 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하나’, 그리고 ‘이성을 볼 때 절로 눈이 가는 신체부

위’. 어때, 솔깃하지? 취 재 및 정 리 편 집 부

성격- 60%외모- 20%

돈- 10%

취향- 5%

직업, 집안배경- 2%

눈- 36%

키- 18%

전체 스타일 - 10%

피부- 8%

다리, 가슴- 4%

가슴, 골반,

발목, 팔뚝, 턱선,

얼굴 크기, 등짝,

이마, 손- 2%

1 이것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2담박에 눈길을

빼앗기다!

3그 남자

그 여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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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love Brand

들어는 봤나. 드라마 작가 노희경 언니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당돌한 말을. 만약 이

말을 듣고 손발이 오그라들었다면, 그대는 솔로? 허허, 놀린다고 버럭하지 말지어다. 외롭고 쓸쓸하고

얄밉겠지만 어쩔 수 없다. 원래 인생은 그런 법이고, 난 무죄니까. 우훗훗, 어려서부터 어머니는 법을

지키고 살으라고 하셨다.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 그리고 꽃 나라라고 했던가. 올핸 하느님이 보우하사 개나리 진달래에 더해

F4 꽃 까지 활짝 폈으니, ‘오, 땡스 갓!’. 그렇다. 나는 또 한 번 사랑에 빠졌다. 우리들의 로망, <꽃보다

남자>에. 두 꽃남과 잔디양의 서툴고도 귀여운 사랑에. 그렇다고 필자를 꽃미남에 열광하는 유치한

빠순이로 오해하진 마시길. 난 단지 드라마 주인공에 감정이입 하는 것을 즐길 뿐이고, 요즘은 그 대상이

금잔디가 되어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밤이 바쁠 뿐이니.

틀림없이 전생에 착한 일만 하고 살았을 팔자 좋은 금잔디. (세상에 그런 삶이 가당키나 한가?) 구준표와

윤지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금잔디. 그녀가 구준표를 넘어 윤지후에게 마음을 열 땐, 안타까운

마음에 난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다. 다들 알겠지만, 윤지후라면 집안 되고(대통령의 손자라니),

얼굴 되고(코 성형의 흔적이 보이지만), 음악도 잘하고, 매너도 좋은 그를 완벽남. 게다가 한 여자만

오래토록 사랑한 경력도 갖고 계신 최고의 로맨티스트라니 뭇 여성들의 마음이 녹지 않을 수가

없겠다.

하지만 나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숨이 턱턱 막혀온다. 청춘들이여, 속아선 안 된다. 이런 남자

뻔하다. 첫사랑을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고,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남자라니. 긴 첫사랑을 한

사람치고 담백한 사람 없다. 서툰 첫사랑을 기어코 길게 이어가기 위해 발휘했을 그의 처절한

집착은 안 봐도 비디오다. 확인한 바는 없지만, 그녀의 이별통보에 질질 매달리는 청승맞은 그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구질구질하다. 아마도 그는, 세월이 흘러 금잔디와 헤어진 후엔, 혼자

어디 노래방에 들어가 청승맞게 토이나 김동률 스타일의 노래를 부르며, 슬픈 자기 모습을 거울로

슬금슬금 봐 가며, 자아도취에 흠뻑 취해 있을 것이다. 흐르는 눈물은 절대로 닦지 않겠지? 당연하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사랑한 자신을 사랑하는 자아 강한 남자일

뿐이다. 친구의 여자라서 표현을 못한다는 것도 핑계다. 슬픈 말이지만, 사랑을 받지 못한

자는 사랑을 표현할 줄도 모른다. 외롭게 자란 그가 사랑에 서툰 건 어쩌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는 더 표현해야 하고,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첫사랑과

헤어진 후 두 번째의 사랑이라면 더 공을 들여야 맞다.

다행히 귀여운 금잔디는 구준표를 선택했다. 소라머리가 촌스럽고, 조금 무식한 게

흠이지만, 구준표는 적어도 윤지후 보다는 깔끔담백하다. 좋으면 좋다고 말할 줄 알고,

질투가 나면 그것을 표현할 줄도 안다. 물론 재벌 2세라는 백그라운드 자체만으로도

구준표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사랑을 대하는 스타일 면에서도 한수 위다. 좋은 건 좋다고

표현할 수 있어야 사랑 아닌가? 혼자 마음속으로 끙끙대는 용기 없는 남자는 매력 없다.

아, 오늘도 드라마 보면서 훈수 100개 뒀다. 구준표를 생각하며 사들고 온 마켓오 과자는

벌써 다 먹어치웠고, 함께 먹었던 커피도 차갑게 식었구나. 또 다음 주를 기다려야 하는

거냐, 일일 드라마로 만들어주면 안 되겠니?

마침 그때 <Spring time>에서 연재 제의가 들어왔다. 연애컬럼이란다. 얼떨결에

나는 그만 ‘그런 컬럼이라면 당연히 오케이’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주로 간접경험

전문’이라는 말은 빼먹었다. 말하기에도 무서웠다. 내가 꽃미남을 쫓는 이유는, 오지랖이

넓어 영화나 드라마를 제 3자의 입장에서 보지 못하는 것은 <Spring time>에

연애컬럼을 쓰기 위해서였을까. 밤잠을 줄이고 드라마 폐인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대신, 까칠한 시선을 유지하는 대신, 원고료를 받는 것일까. 필자는 우선 졸린

밤 졸린 눈 부비며 드라마와 영화에 푹 빠져서 지내볼 테니, 청춘들이여, 부디

그대들은 두 눈 부릅뜨고 실전으로 연애하자. 죄인소리 듣기 전에, 아놔.

죄인소리 듣기 전에연애하자, 아놔

청춘들이여, 속아선 안 된다.

이런 남자 뻔하다. 첫사랑을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고,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남자라니. 긴 첫사랑을 한 사람치고

담백한 사람 없다. 글 임 언 영

꽃보다 남자 (깔끔담백한)

호모브랜드쿠스글 k i i n n i

“브랜드, 좋아하세요?”

“어느 브랜드를 좋아하시나요?”

“자신과 닮은 브랜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업무 상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질문이다. 어느새 이 세 가지 질문은 사람을 바라보는 기준이 되었다. 첫

번째 질문으로는 상대가 ‘브랜드’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두 번째 질문에서는

그 사람의 성향을 느끼고, 마지막 질문에서는 그 사람의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

나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며, “좋아하는 브랜드로는 프라이탁, 톰스슈즈, 무인양품, 몰스킨, 버진”을 꼽고,

“나와 닮은 브랜드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닮고 싶은 브랜드 역시 프라이탁, 톰스슈즈, 무인양품, 몰스킨, 버진”을

말한다.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브랜드 월드에 살고 있는 호모브랜드쿠스임을 인정하며, 브랜드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를 거부하는 것은 자기부정에 가깝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좋아하는 브랜드를 닮고 싶은 이유는

프라이탁이나 톰스슈즈처럼 쿨하지만 의미있는 삶을 지향하고, 무인양품이나 몰스킨처럼 군더더기 없음을 추구하며,

버진처럼 내가 직접 즐거운 인생을 만들어 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브랜드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어떤 이에게는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낯섦으로 다가올 수도 있으며,

어떤 이에게는 흥미로울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눈을 뜨고 주위를 360도로 둘러 보았을 때에 이제는

브랜드가 아닌 것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물건’이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심지어 아파트도 이제

‘래미안’, ‘자이’, ‘어울림’으로 불린다.

물론 브랜드 옹호론자의 입장이다.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의 닐 부어맨처럼 브랜드를 거부하며 삶을 살아가는

이도 있고(www.bonfireofthebrands.com에 가면 브랜드 중독자였던 닐 부어맨의 브랜드 결별기를 볼 수 있다), 《노

로고no Logo》의 저자 나오미 클라인처럼 브랜드 거부 운동을 통해서 반기업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들을 존중한다. 그렇지만 호모브랜드쿠스는 브랜드의 홍수 속을 살아가는 소비사회의 사람들에게 브랜드

지상주의자가 될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라는 하나의 창을 통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특히 조금

더 비싼 값에 자신을 팔기 위한 ‘상표 전략’으로 브랜드를 이용하는 상품이 아니라, 멋진 철학으로 만들어져서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는 숨겨진 브랜드를 소개하고 싶다. 동시에 그들을, 그들의 철학을 응원하고 싶다.

이를 테면 나는 스위스라는 나라를 떠올렸을 때, 어딜 봐도

엽서 같은 알프스의 봉우리나 푸른 초원 위를 뛰노는 소들보다

프라이탁(www.freitag.ch)이 먼저 생각난다. 프라이탁은 스위스의

형제 디자이너가 만든 브랜드로, 트럭이나 자동차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가방이나 지갑 등을 만든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쓰레기에 그들의 감성을 불어넣어서 그야말로 쿨한 패션 아이템으로

변신시켰다. 가방의 끝이 안전벨트였다는 사실, 한땀한땀 바느질한 실 역시

폐기용이었다는 것, 취리히에 있는 사옥은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졌다는

스토리를 알게 되는 순간 소비자들은 프라이탁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들의

철학을 사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는 소비자의 지갑을 탐하는 못된 것들이 아니라, 즐겁게 돈을

벌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때에 따라 환경운동을 할 수도 있고, 제 3세기의

어린이를 구할 수도 있는 다이너마이트다. 인류를 구할 수도 있고, 은행을

털 수도 있다는 다이너마이트 말이다. 지금 당신이 들고 있는 Spring time도

하나의 브랜드다. Spring time이라는 브랜드의 탄생을 축하하며, Spring time이

봄날, 진주의 다이너마이트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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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tiMe

2009May

Vol.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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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cious

진주의

맛과 멋을

한 그릇에

담아내는

천황식당

그대, 오늘 누군가와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아마도 컴퓨터

앞에 앉아 오늘은 또 어떤 곳에서 무엇을 먹을

것 인가 검색을 해보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맛집이 넘쳐흐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니 좀 더 정직하게 말해 맛집은 곧 멋집

이어야만 한다. 무슨 말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테다. 이 글을 읽는 그대의 블로그 혹은

미니홈피에도 눈길을 끄는 사진으로 치장된 맛집

사진들이 적어도 하나쯤은 걸려 있을테니.

천황식당은 그런 의미에서 맛집은 물론이거니와

멋집에도 걸맞는 곳이다. 영화세트장에서나

나올법한 오래된 외관이 주는 예스러움이 빛을

발하고, 일제 강점기의 가옥양식이 그대로 남겨져

있는 가게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다. 안쪽

마당으로 즐비한 장독대는 이집 맛의 핵심인

고추장과 간장 등이 보물단지처럼 자리 잡고

있다. 오래된 탁자와 의자에서까지도 멋스러움이

번져 나오는 이곳은 1927년에 개업한 이후 3대

80여년의 세월이 넘도록 명맥을 이어온 집이라고

하니, 많고 많은 식당들 중 한 곳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그 세월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륜을

무시할 수 없을 법 하다.

진주 중앙시장의 터줏대감 격인 이 오래된

식당 안에는 한국관광공사와 진주시청 등에서

선정한 맛있는 집임을 알려주는 액자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그마저 요란스럽지 않고 식당과

잘 어울려있다. 그러나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식당답게 타지 사람들이 진주에 오면 꼭 거쳐

가는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진주에 기반을

잡고 있는 20대에게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진주비빔밥의 시초는 임진왜란의 3대 대첩

중의 하나인 진주성 전투라고 전해진다. 전략적

요지였던 탓에 치열했던 전시 상황에서 진주성

안의 아녀자들이 손쉽게 준비할 수 있던 음식이

바로 여러 나물을 섞어 한 그릇에 비벼먹을 수

있던 비빔밥 이였고, 이 비빔밥위에 소고기 육회를

올린 것이 오늘날의 진주비빔밥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의 진주비빔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 격인 곳이 바로 이 천황식당이다.

비빔밥과 석쇠불고기, 육회만 적힌 단출한

메뉴판에는 주인의 은근한 고집과 자부심이

묻어난다. 육회는 다음 방문을 위해 남겨두고,

우선은 비빔밥과 석쇠불고기를 주문해본다.

연탄불에 고들고들하게 구워진 석쇠불고기가 먼저

상에 올라왔다. 전체적으로는 단맛이 느껴지지만

그리 강하지 않은 것이 아마도 직접 담근다는

간장에서 나는 맛인 듯하다. 또한 살짝 코끝을

스치는 불향이 더욱 입맛을 돋운다.

불고기 접시가 비워질 때쯤 등장한 오늘의 메인

메뉴인 진주비빔밥의 외향은 전주비빔밥의 화려한

색감에 비한다면 오히려 소박한 쪽에 가깝다.

그렇지만 화려하지 않아서 오히려 멋스러움이

가득 담긴 비빔밥 한 그릇 위에 계절에 맞는

여러 종류의 나물과 선홍빛으로 올려진 육회가

어우러진 모습은 진주비빔밥만의 고집이 담겨져

있어 보이기도 한다. 진주비빔밥의 특징은

육회뿐만이 아니다. 첫째, 밥을 토렴하여 밥알이

엉기지 않도록 하는 것, 둘째 나물을 잘게 썰어

올려준다는 것, 콩나물국이 나오는 타 지역과는

달리 선지가 들어간 소고기국이 함께 나오는

것이 마지막 특징이다. 특히 함께 나오는 선지

소고기국은 단독 메뉴로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만만치 않는 맛을 선보인다.

자,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한가지이다. 진주를

방문한 지인들이 진주의 전통음식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우리에게는 역사적 의미까지 담겨있는

진주비빔밥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 그리고

아마도 그 다음 차례는 비빔밥 한 그릇에 가득

담긴 진주의 맛과 멋을 보고 감탄해 마지않을

지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맛집 정보22 22

경상남도 진주시 대안동 4-1

(중앙시장 수정탕 근처)

TEL : 055 - 741 - 2646

비빔밥 : 6000원

불고기 : 15000원

육회 : 20000원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오는 사람에게 ‘진주’라고

대답을 올리면, 절반은 ‘비빔밥’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그러나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진주’가 아니라 ‘전주’가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는 걱정 마시라!

우리에겐‘전주비빔밥’만큼이나 훌륭한 ‘진주비빔밥’이 있으니. 글 • 사 진 신 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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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 essay Springtime

“해물토마토스파게티 먹으러 가자”

밥 먹자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돈이 남아 도냐고 했다. 속

편해서 좋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나는 밥 같이

먹자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거절의 대답은 백

마디였다. 친구는 “뭐 먹고 살지나 생각해.” 그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정말로 일단은 먹어야 한다. 까짓것 만들자.

거창한 재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기본이 되는

파스타 면만 있다면 비빔밥 만드는 것만큼이나

쉽다. 냉장고에 웬만한 재료는 다 있는 법이다.

뭘 만들지 방향만 정하면 된다. 우선 해물이

필요하다. 홍합, 바지락, 대하, 오징어. 들어갈 수

있는 해물은 무궁무진하다. 웬만한 재료는 다

있는 냉장고를 열었다. 하지만 머릿속 해물들은

냉장고에 있는 웬만한 것에 들어가지를 못 했다.

해물을 포기해야 하나? 해물은 그냥 첨가물일

뿐이잖아? 타협의 시간은 재빠르다.

그 때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짜증내서 미안…

“ 친구와의 통화를 곰곰이 되씹어봤다. 친구는

100통의 이력서를 썼고, 98통의 정중한

사과메일을 받았다. 남은 2통의 행방은 아직 알

수 없다. 친구는 국어국문학이 전공인데 이력서에

적을 수 있는 희망분야에는 소설작가란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마케팅을 선택했다. 4년 내내 과탑을

놓치지 않던 녀석인데 이력서에는 고전소설론

A+ 따위의 경력은 적을 수가 없다. 그래서

토익900점을 적었다.

일단 요리를 계속하기로 했다. 파스타면을 끓일

때면 늘 고민이다. 1인분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어림잡아 넣고 삶다보니 양이 너무 적어 보인다.

그래서 한참 후에 면을 더 추가했다. 뻣뻣했던

면들이 똬리를 튼다. 버터를 바른 후라이팬에

다진 마늘을 볶고, 듬성듬성 썬 양파와 버섯도

함께 볶는다. 색깔이 노릇해지면서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냄새가 난다. 며칠 전 먹다 남은

토마토소스를 부을 시간이다. 소스 뚜껑을 열자

누가 침 묻은 숟가락으로 퍼 먹었는지 쉰내가

진동한다. 케챱이라도 부어야 하나 싶었는데

냉장고 한 구석에 며칠 전 빵 만든다고 설쳐댄

생크림이 보인다.

나는 친구가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자기에게는 탁월한 능력이 없으며, 그저

그런 글을 써봤자 밥만 빌어먹을 뿐이라고 했다.

인간을 연구 하네 어쩌네 심리학 복수전공 한

것도 뼈저리게 후회한다고 했다. 현실에 맞춰서

살아야 한다고 했다. 나에게도 정신 차리라고

했다. “언제까지 연극한다고 난리칠래? 뭐 먹고

살지나 생각해!”

생크림을 부었다. 우유를 적절히 섞으면 좋다고

하지만 없으니 넘어간다. 생크림의 고소함

그대로가 크림스파게티에 가까운 법이다. 소금을

넣고 적당히 데워지면 끓여 놓은 파스타 면을

넣는다. 계란 노른자를 넣고 휘휘 저어 풀어준다.

재빨리 하지 않으면 노른자 덩어리가 생긴다.

노리끼리한 크림이 파스타 면 위에서 매끈거린다.

요리는 끝났다. 적당히 익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연극이 좋았다. 돈을 벌지 못해도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극장 밖의 바람이

싸늘해 질 때면 내가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29살이 되고 35살이 되고 41살이

되었을 때, 인정받지 못해도 나는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당장 졸업을 하고 학교라는 안전망을

벗어나더라도 나는 계속 연극에 매달릴 것인가?

정말 죽어라 연극만 할 것인가?

파슬리를 뿌리고 싶었지만 그것 역시 웬만한

재료는 아니다. 어제 먹다 남은 브로콜리를 잘게

으깨서 뿌렸다. 제법 근사하다. 포크에 말린 면이

잘도 넘어간다. 맛에 대해 냉정히 평가하자면,

추가로 삶은 면은 딱딱했다. 생크림 원액은

기름이 둥둥 뜰 정도로 느끼하다. 브로콜리의

맛은 따로 논다.

내가 어느 순간 취업을 한다면 어떨까? 먹고

살아야 하니까, 학자금은 갚아야 하니까 일단은

돈을 벌자는 생각이 든다면? 그래도 아예

연극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니까, 작가를

버리고 마케팅을 선택하겠다는 친구랑은 다른 것

아닌가?

머릿속의 해물토마토스파게티는 내 뱃속을

채워주지 않는다. 덜 익었든 느끼하든 브로콜리

맛이 지배적이든 눈앞의 음식만이 나를 배부르게

해준다. 애초에 귀찮음과 빈곤함을 핑계로 냉장고

현실에 맞추는 순간 내 해물토마토스파게티는

사라졌고 어정쩡한 크림스파게티만 남아 버렸다.

어쨌든 스파게티다.

맨 처음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나는 장을 보러 가야 했을까? 차라리 쌀밥을

지어야 했을까?

해물토마토스파게티글 채 정 화

Spring time Vol. 1늦 봄 에 늦 바 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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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s - South america

“여름 밤 귀에서 앵앵거리는 모기만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이니?”라고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일요일 아침부터 혼자 집에 누워

한가로이 뒹굴거나, 물 위에 가만히 누워 돌고래가

된 기분을 좋아한다든가, 벚꽃이 이리저리

흩날리는 봄날의 경주를 잊지 못해 가고 싶어

한다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없었다. 다들

자신의 이야기만 할 뿐이었다.

나는 처음이 싫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반을 잘못

찾아 쩔쩔 매던 그 첫 날이 싫고, 수업 첫 시간의

자기소개도 싫었다. 새로이 경험해야 하는 낯선

상황과 그것에 부딪치며 쩔쩔매는 서투른 내가,

조바심 내다가 상처받는 내가, 열심히 하다가도

제풀에 지치고야 마는 그 처음이라는 것의

무모함과 예측 불가능함이. 세상에 나 혼자만

내던져진듯한 그 불안함이 싫다.

직장생활 3년, 거칠어진 것은 머릿결뿐만이

아니라고 했던가. 스스로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사회생활 속에서 나의 까칠함은

최고조였다. 그랬기에 “친구야, 남미가자!”라는

말에 이때가 아니면 안 된다는 오기로 콜을

외치고선 한 달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그나마

구할 수 있는 값싼 비행기 표를 구하고,

여행책자와 스페인어 회화 책을 사고, 떠나기

전까지 후다닥 일을 마무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덕분에 2006년 1월1일, 스물일곱의 처음은

떠남으로 시작되었다.

인천에서 도쿄까지 2시간, 도쿄에서 뉴욕까지

13시간, 뉴욕에서 상파울루까지 8시간.

가난한 여행자의 이코노미석은 괴롭다. 게다가

창가라니. 환승을 하면서 풍광도 바뀌고 한국말이

점차 줄어들더니, 미국에서 절정에 달하던 영어가

갑자기 요상한 언어로 바뀐다. 앗차! 난 여행 사전

준비를 말 그대로 스페인어 회화 사전 하나만

준비했는데 첫 도착지인 브라질의 포르투갈어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복도 쪽 자리에서 책을 한가득 쌓아놓고 무서운

속도로 읽어대는 옆 좌석의 chen 아저씨에게

포르투갈어나 한두 마디 배워볼 마음으로

이야기를 걸었다. 브라질리아에 사는 중국계

아저씨로 여러 나라의 상품을 잡지에 소개하는

일을 하신단다.

“스페인어도 못해. 포르투갈어도

못해.” /우리에겐 만국공통어가

있잖아요, 바디 랭귀지!

“아는 사람도 없어.” / 흠,

멕시코에는 있는데 멀어서 --

“기간에 비해 일정만 빡빡해.” /

밤새 빵빵한 에어컨에 견디며 수탉이 울던

휴게소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붉은 브라질.

야간버스에 또 적응했더니 Foz do iguaçu

터미널에 우리를 또 떨어뜨린다. 동양인은

오로지 우리 둘. 아하하. 시선이 마구 마구

꽂힌다. 버스를 잘못 탔다가 아무데서나 내린

우리는 친절한 아주머니 덕에 택시를 탈 수

있었다. 택시 아저씨는 28레알에서 3레알을

깎아 주신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시골길 안쪽의

paudimar. 얼른 침대 매트와 일직선으로 만나고

싶었지만 쉬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이과수 폭포에

다녀오기로 했다.

‘악마의 숨통’이라 불리는 이과수 폭포는 어찌나

크던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나라와 나라에 걸쳐

35일이면 긴 시간인데

계속 대꾸하니 결국 한 마디 하신다.

“only confidence!”

푹푹 찌는 더위에 어울리지 않는 긴 옷,

이틀은 감지 못해 제대로 윤기가 흐르는

머리, 장시간 비행과 좁은 잠자리로 부어버린

얼굴. 이 때 우리가 알던 말은 “봉지아(안녕)”,

“오브리가다(감사)” 단 두 마디. 브라질의

상파울루 공항에 떨어지고 나니 첸 아저씨가

비웃던 자신감마저 급속도로 사라져버렸다.

입국심사의 줄이 줄어들수록 우리를 먹여주고

재워주던 비행기 안이 그리워졌다. 여기서 입국

거부당해 한국으로 가는 편이 좋을려나 라는

생각까지.

하지만 운명의 신은 우릴 버리지 않으셨도다!

한국인 선생님을 발견해서 공항 환전소에서

달러를 레알로 환전하고 다른 일행들과 만나는

데까지 졸래졸래 따라가선 남의 숙소에서

샤워부터 했다. 역시 공항의 고양이 세수보다는

물을 마구 튀기며 씻어야 제 맛! 친구는 무서운

속도로 그 분들이 한국에서 조사해온 방대한 양의

남미 여행정보를 들으면서 마구 적어대고 있었다.

브라질-페루 행은 왕복티켓만 된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시계방향으로 여행을 하기로 하고

한국인이 운영하던 연합여행사에서 리마(페루)-

상파울루(브라질) 행 티켓을 끊어놓고 이과수

폭포행 버스티켓을 사러 Tiete 터미널로 갔다.

삭막하기 이를 데 없는 시멘트벽의 지하철과

우리와는 완전 다르게 생긴 사람들로 북적이던

터미널에서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우리는 브라질에서

홍길동이 되어 축지법을 쓰면서 다녔다. 그리고

날짜로 따지면 이틀에 걸쳐 겨우 도착한 브라질에

발을 내딛자마자 무언가에 떠밀리듯 이과수

폭포행 야간버스를 타고 한 번에 훅 하고 내려가

버렸다.

있다. “우우우우웅~” 하고 장엄하게 쏟아지는

모습에 내가 이때까지 보았던 폭포는 하나의

물줄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 나라는 땅도 장난 아니게 넓더니 물도 완전

댐을 능가하는구나. 말은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지만 마주치는 사람과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고, 정말이지 푸르름 가득한 나무 그늘 아래

쉬고 있자니 어느새 마음이 탁 놓여 버렸다.

한국을 벗어나 불과 사흘도 되지 않아 나는

브라질의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를 타고 있었다.

뭉게구름 가득 피어나는 하늘을 보고 있자니

꿈을 꾸는 듯했다. 그리고 점점 알 수 없게 되었다.

내가 그토록 조바심 내며 두려워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해진 끝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

멋대로 단정 짓고 결론을 내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조금이라도 제대로 들어주려고 노력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사실 지금도 나에게는 서투른 것들 투성이다.

쏟아지는 일에 치이며 불평하기도 하고, 여전히

조바심내며 울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런 처음도

좋다. 야간 버스를 타고 만났던 동이 터오는 붉은

땅과 휴게소 옆에 앉아 듣던 수탉의 울음소리,

끝없이 펼쳐지던 폭포와 그 아래 아스라이

피어나던 무지개를 만나던 그 처음처럼, 아무 것도

없었지만 자신감만 가득해서 한없이 반짝거리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간 것 같아서 말이다.

멋모르고 까불면서 반짝거린다고 해도 빛나는

청춘이니까.

남미의 로망 - 처음글 • 사 진 우 주 는 내 편

브라질 상파울루 하늘 위에서

점점 두려워지는 여행 첫 날을

맞이하다

요렇게 매달려서 나중에 이과수 폭포와 합성.

줄 끊어질까봐 참았다.

잘못 탄 버스에서 내리고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그냥 걷다가 발견한 붉은 벽

이과수 폭포로 가는 버스.

들판이며 하늘이며 멋진 하루지만

먼지는 계속 들어온다

1 2 3

5

4

1 티에테 터미널. 불안함에 찍은 사진은

두세장에 불과하다.

2 어이구 저 화상! 이라며 친구가 비웃던

등짝. 그래도 좋잖아.

3 두구둥~ 나의 이상형을 만나다. 완전

간지남이신 할아버지

4 국적은 달라도 사진포즈는 다들 비슷.

5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 폭포, 정말이지

시원하게 쏟아지는게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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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주변은 재밌습니다. 어디서든 젊고 여린

기운이 느껴지죠. 무엇보다 대학 주변에는 항상

맛있는 커피집이 있는 법입니다. 그래서 발견한

전남대 정문 앞 ‘커피 이야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커피집이지만 맛은 꽤 괜찮습니다.

주인 말로는, 에스프레소 기계 유통사업을 하는

형 덕분이라는데요, 가격마저 에스프레소 한 잔에

2천원이 넘지 않습니다.

친절한 사장님께 소개팅을

올해 28살의 주인은 멀리 진주에서 왔다는

말에 ‘광주 왔으면 이 정도는 보고 가셔야죠’

동선을 잡아줍니다. 친절한 사장님께 소개팅을

주선합니다. 연락주세요.

마침 행사가 있어 교회로 가던 길이라는 커피집

주인을 따라 교회로 향합니다. 오늘은 교회에서

잘 작정입니다. 나가는 길에 사장님은 내일

아침 먹을 커피며 샌드위치, 커피로 만든 비누에

목캔디까지 살뜰히도 챙겨주십니다. 사양 않고

덥석덥석 받아 챙깁니다.

교회 1층 한쪽 방에 들어서는 순간 훅하고 덤비는

온기에 하루 종일 낯선 곳을 쏘다니며 걷느라 쌓인

피로가 몰려옵니다. 잘자요 안녕, 친절한 커피집

사장님이 떠나고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몸은 피곤한데 쉬 잠이 오지 않아 한참을

뒤척이다 새벽 한기에 반짝 눈을 떴습니다. 친절한

사장님이 챙겨주신 커피에 샌드위치로 아침을

대신하고 부스스한 몰골로 교회를 나섰습니다.

3월에도 새벽공기는 여전히 차고 낯선 거리는

한적합니다. 몸을 데울 겸 두 팔을 힘차게 흔들며

걷기로 합니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자꾸

나아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는 게

아니라, 2시간을 걷고 걸은 끝에 전남도청에

당도해버렸습니다. 어디서 봤다 했더니 영화

‘화려한 휴가’의 배경이 됐던 바로 그 장소군요.

현재는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데, 의미 있는

장소이니 만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역사의 흔적이 다시 사라지고 있습니다.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출근시간대가 되어도

거리는 여전히 한산합니다. 으슬으슬하게 추운

것이 더운 물에 씻고 싶어, 지나가는 요구르트

아줌마에게 근처 목욕탕의 행방을 물었더니

광주 시내에서도 골목 안에 꼭꼭 숨은 목욕탕

하나를 알려줍니다. 손님이 꽤 많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후미진 목욕탕을 찾는 이라면

달목욕을 끊은 인근 상가주인들이 많을 겁니다.

서로 까딱까딱 목인사를 건네는 모양이 과연 그런

모양입니다.

후끈후끈한 호남의 맨살을 찾아서

아줌마 서넛이 점령한 탕 귀퉁이에 몸을 담그고

travels-project 1.

산 너머 빛고을에는누가 살길래글 • 사 진 n u g o o

집을 나왔습니다

조만간 진주에서 치러질 4대 종합체전을 앞두고

재단장에 들어갔다던 진주 고속버스 터미널,

새로 칠한 페인트 덕분에 한결 산뜻해 보입니다.

현재 시각 오후 4시, 평일 오후의 터미널은 꽤

한산하군요. 벽 위로 나붙은 지명과 출발시간을

찬찬히 살펴보며 여행지를 골라봅니다. 여행지를

고르는 기준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낯선 곳일

것, 무엇보다 지체할 것 없이 지금 당장 출발할

것. 그렇게 해서 닿은 곳이 광주, 이번 여행의

목적지랍니다.

진주에서 전남 광주까지는 2시간 10분이

걸립니다. 광주 광천 터미널에 발을 내딛는 순간,

햇빛처럼 와라락 쏟아지는 전라도 사투리의

향연에 새삼 낯선 도시를 실감하게 됩니다. 겨우

2시간 남짓 차를 타고 왔을 뿐인데 이렇게나 다른

뉘앙스의 언어가 사방에 충만하도록 물결치고

있었다니, 황망함에 웃음이 나네요.

일단 오긴 왔는데, 이제 어디를

가야 하나. 갈 곳이 없고

할 일이 없다는 게 조금은

곤란하게 느껴집니다. 조국

근대화 이후 동서남북 전국 어디나 비슷비슷한

도시의 복제판이 되어버린 지 오래, 그렇다면 이

곳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보고 싶어요. 일단 택시

대신 최대한 걷고 물어 버스를 타기로 합니다.

광주에도 지하철이 있지만 노선이 많지 않은

모양인지 이용하는 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버스를 타고 전남대로 왔습니다. 터미널에서

호두과자 파는 아주머니 말에 의하면 광주에 큰

대학이라면 국립인 전남대와 사립인 조선대가

있다는데, 과연 국립 전남대는 우리나라 거의

대부분의 국립대가 그러하듯 넓은 부지에 역사를

보여주는 오래된 건물이 들어서있습니다.

전남대 학생식당의 해물 된장찌개

눈에 띄는 건 건물마다 붙은 이마의 이름표입니다.

갓 입학한 까까머리 중학생의 교복 왼편 가슴에

붙은 이름표 마냥, 학교 건물에는 ‘도서관’,

‘학생회관’하고 이름표가 붙어져 있습니다.

이번에는 학생회관 안의 학생 식당으로 들어가

봅니다. 식당 안은 말할 수 없이 황량하지만

주문한 음식, 해물 된장찌개는 꽤 괜찮습니다.

음, 전라도 음식이 맛있다더니 심지어 국립대

학생식당의 2,500원짜리 가장 평범한 메뉴마저

맛이 있다니, 놀라와요.

수다를 듣고 있자니 세상에,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쑥떡에는 무조건 쑥이 넉넉하게

들어가야 맛있다는 대화의 요지인데, 자세한

내용은 알 수가 없습니다. 전남 광주만의 살아

펄떡이는 싱싱한 사투리가 억양과 어휘에까지

진득하게 배여 있습니다. 뜨끈뜨끈 달아오른 탕

속에서 주워 먹는 뜨끈뜨끈한 사투리가 참말로

꿀맛입니다.

호남 여자들의 몸은 느리게 우아한 호남의 땅을

닮아있다더니, 목욕탕 안을 오가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빚은 듯 매끈하고 도톰한 살결이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곱습니다.

덜 마른 머리칼을 탈탈 털어내며 길을 나섰습니다.

높이 뜬 해 덕분에 기온이 꽤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버스를 잡아타고 5.18 공원으로

향합니다. 어제, 커피집 사장님이 알려주신

길입니다. 더운 목욕을 하고 나왔더니 졸음이

몰려옵니다.

5.18 공원을 찾은 건 맞은 편 커피집에 가기

위해서입니다. ‘커피 볶는 집’이란 이 커피집은

광주에만 딱 두 개 있는 프랜차이즈라고 합니다.

과연 주저 없이 추천해줄 만큼 좋습니다.

진지하면서도 상냥한 맛이 인상적이에요. 내

고향 진주에도 이처럼 사려 깊은 커피집이

있는데, 이제 그만 돌아갈까. 커피 한 잔에 진주가

그리워집니다.

‘커피 볶는 집’을 나와 터미널을 향하는 큰길로

향합니다. 광주 5.18 공원과 광천 터미널을 잇는

6차선은 됨직한 큰 길은 ‘기아로’입니다. 길을

두고 좌우로 펼쳐진 공장은 물론 기아 자동차

공장입니다. 삼십 분, 빈둥대도 한 시간이면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뜨거운 커피 몇 잔과 대학 구내식당 밥 한 끼,

잠자리와 목욕물을 제공해주었던 친절한 광주

씨를 뒤로 한 채 나는 이제 그만 마이 스윗홈

진주로 돌아갑니다. 만 하루, 24시간을 꼭 채울

법한 짧은 외출입니다.

자기직업을 ‘생활 여행자’라 밝히는 이가

있습니다. 혹은 ‘여행 생활자’. 어디에

강조점이 찍히든 간에, ‘생활’이라는

반복되는 일상과 ‘여행’이라는 일탈이

한데 조화되는 삶을 살아가는, 그리고

추구하는 이는 건강해 보입니다.

생활과 여행이 공존하고 조화하지 못할

이유가 없겠지요. 매일 같이 얼굴을

맞대고 툭탁거리던 십년지기가 어느

날 돌연 볼 빨간 꽃처녀로 달리 보이곤

하듯,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한 일상 역시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놀랍도록 생경한

빛깔로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일단 나가보자’ 프로젝트는, 그 평범한

일상의 궤도를 좇는 생활 여행자의

기록입니다. 철저한 사전조사와 계획은

없이, 마음이 가면 자연스레 발길도

따라가는 가벼운 마실 일기입니다. 일단

집밖으로 발을 내딛으면 어떤 식으로든

사건과 사람들을 만나게 될 테고, 그

일상적 신선함이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시각을

넓고 깊게 만들어 주리라는

믿음의 수기입니다.

자, 이제 나가봅시다.

1 전남대 정문.

2 전남대 정문 앞 ‘커피 이야기’ 주인

3 광주 서림교회

4 5.18 공원 기념관 앞의 기념조각.

5 커피 볶는 집

2

3

4

5

1

일단 나가보자_광주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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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Box - Movie

언젠가 친구들과 길을 가다 너무나 아름다운

이렇게 소리쳤다. “방금 비디오 가게 알바

예쁘지 않냐?” 그와 동시에 나머지 녀석들과

나는 ‘진짜!’, ‘나도!’등의 갖가지 단어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 순간, 뒤늦게 자신의

불찰을 알아차린 한 녀석은 김연아선수처럼

공중회전으로 방향을 틀더니, 우사인 볼트처럼

그곳으로 달려갔다.

우리가 그 가게를 지나치는 순간은 아마 3초

이내. 그것도 정면이 아닌 우측. 찰나와 같은

순간에 사지 멀쩡한 5명의 사내가 군대처럼

호각소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하필이면

오른쪽으로 고개를 착! 돌려 그 아가씨를

보았다는 얘기다. 망진산 봉수대에 돈다발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외모의 아름다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의

마음을 빼앗아왔다. 21세기 청년인 당신도

역시 아름다운 아가씨를 좋아한다.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라는 노래도 다들 약주를 한잔

걸치고서야 신나게 부르기 시작할 뿐이다. 따라서

남자는 여자를 볼 때 거두절미. “예쁘냐?”부터

묻기 시작한다. 그것이 당신의 마음.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당신의 첫 번째 마음이다.

이게 영화랑 무슨 상관이냐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재밌냐?”

아름다움처럼, 재미는 재미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매 번 영화관 문턱을 나서면서 상대방의

눈치를 힐끗 보며 이 질문을 슬쩍 날려주지

않는가? 영화에 있어서 당신의 첫 번째 마음은

이것이다.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

그렇다면, 재미가 장땡인가? 원칙적으로 말하면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심할 정도로 재미없는

영화를 보았을 때, 저절로 우러나는 마음의

소리를 들어 보라. 가운데 손가락이 움찔움찔

들썩이진 않는가? 십 원짜리 욕이 한 삼백 원치

쏟아지지 않는가? 포스터에서 보았던 금빛

찬란한 아카데미상을

내려치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 그것이 당신의

솔직한 첫 마음이다.

여성들은 묻는다.

“내가 왜 좋아?”

당신은 천재소년 두기보다

더욱 빠른 두뇌회전으로

그럴싸한 답을 내놓을

것이다. 굿~! 인생의 지혜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좀 솔직해도 된다. 당신이

그 영화의 감독과 대면해

얼굴을 붉힐 확률은 내가 그

비디오가게 아가씨랑 사귈

확률과 비슷하다.

그 영화가 왜 재미있는가?

여배우가 예쁜가? 남자배우가 멋진가?

액션장면이 맘에 들었나? 굿! 본심을 솔직하게

말해라 구구절절한 이론은 필요 없다.

영화 속의 애국심, 민족주의, 미국중심주의,

이념, 마초, 현실성, 스토리 등등. 수백만 가지의

이유들이 당신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당신이 그 영화를 보고

불쾌했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있어 별로 좋지 않은

영화가 맞다. 다만, 그 영화가 일종의 법칙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즐거운

쾌감을 느꼈다면, 그 쾌감을 주는 요소에도 한

표를 던져 주어야 마땅하다는 이야기이다. 그것에

대해서 부끄러워하거나 숨길 이유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당신의 눈으로 본 영화는 오로지 당신 것이다.

공짜표가 난무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그 시간과

돈은 당신이 지불한 것이다. 당신을 믿어라. 그

영화가 재미있는가? 지루한가? 분노가 치미는가?

눈물이 흐르는가? 당신이 느낀 만큼만 그 영화는

당신에게 가치가 있다. 이야기는 말도 안 되는데

입이 딱 벌어지는 화려한 액션에 신났다면,

그건 당신에게 좋은 영화다. 감동과 교훈의

도가니탕에서 모처럼 코 골면서 숙면했는가?

그럼 그건 당신에게 있어서는 나쁜 영화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이는 애인과 영화를 보는 것은 도박이라고

했다. 같은 영화를 보고, 함께 즐거워할 확률은

2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냥 서로가 인정하면 해결될 문제다. 결코 이

문제로 논쟁하며 즐거운 데이트를 망칠 이유가

없다. 이제는 영화를 본 후, 서로의 눈치를 보며

주저하지 말자. 그냥 솔직하게 딱 하나만 답하면

된다. 재밌었다. 또는 재미없었다. 비디오가게

앞의 내 친구들처럼 자신감을 가지라. 누가

뭐래도 내가 재미있다면 그 영화는 좋다. 우리는

좀 더 솔직해져도 괜찮다.

누가 뭐래도 내가 재미있다면 그 영화는 좋다. 우리는 좀 더 솔직해져도 괜찮다. 글 n e w b e e w a n g

영화? 솔직하게 Open up!!

보고 쓰는 Review, 안 보고 쓰는 Preview

글 박 성 민

당신의 청춘을 응원하며.

실연당한 혁진을 위로하기 위해 모인 친구들은 다음날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다음날

약속장소에 나타난 것은 혁진 뿐. 사내들의 취기어린 호언장담은 이미 고요히 잠들었을 뿐이고,

떠밀리다시피 여행길에 나선 혁진에겐 펜션 옆방에 묵은 미모의 여인이 나타난다. 혼자 기울이는

술잔보다는 제 아무리 비싸더라도 그녀와 나누는 양주가 맛있고, 그녀의 남자가 있더라도 함께하는 술이

맛있는 법. 돌고 도는 혁진의 낮술은 하루면 될 줄 알았던 여행을 며칠이고 연장하게 만든다. 마치 인생을

유예하는 우리네 청춘처럼.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남루한 20대 청년백수의 삶은 채워지는 술잔만큼의 허무함으로 가득 찬다.

‘88만원 세대’의 좌절이라고 보기에는 혁진의 지출이 너무 커 보이고, 철부지 유흥매니아의 치기어린

방황이라 보기에는 소박한 여행이다. 뭐 하나 모자랄 것도, 넘치는 것도 없이 자라 얼떨결에 대학을

마치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 강요받는 무념무상의 청년백수. 거기에 혁진이 있다. ‘10대엔 iMF, 20대엔

세계적 금융위기, 우리보고 뭘 어쩌란 말이오’ 라고 외치기엔 게임방에 앉아 레벨업 하는 것밖에 모르고

살아왔던 ‘반 앉은뱅이 20대’ 의 현실회피가 조금은 가슴에 찔린다. 혹 그것마저도 이 세상이 만든

시스템 안에서 강요받은 것이라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있겠다만, 채워지는 낮술을 먹고 해롱거리는 우리

청춘이 너무나 또렷하다.

하지만 영화가 마냥 철부지 20대를 질책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길에서 만난 행운인줄만 알았던 그녀와의

달콤한 키스, 트럭 운전사와의 만남은 결국 또 다른 불행을 가져올 뿐이다. 답 인줄만 알고 살아왔던

세상의 배신, 그 살벌한 시간을 겪고 있는 ‘20대 유예인’ 들의 삶을 향한 작은 위로인 것이다. 다 너희가

순진해서 그런 거라고. 세상이 나쁜거지, 니들 탓만은 아니라고. 물론 감독은 ‘그런 시간마저도 아름답다’

며 청춘을 응원하기도 한다. 우연처럼 이어지는 불행의 연속, 그 끝에서 만난 터미널의 아름다운 여인을

향해 흔들리는 혁진의 마음처럼. 결국 조금 더 설렐 수 있는 젊음을 믿어보라고.

뱀파이어지만 괜찮아, 박찬욱이니까.

‘박찬욱’이라는 이름은 늘 관객을 설레게 한다. 신작 <박쥐>의 영어제목 ‘thirst’ 만큼이나 관객들은 그의

새로운 도전을 갈망해왔다. 한국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뱀파이어 이야기를 박찬욱 감독이 만든다고

했을 때, 우리의 목마름이 극에 달했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박찬욱은 이번 작품을 ’내 자신이 투영된 영화‘ 라고 말한다. 뱀파이어가 되면서 인간의 욕망을 알게

된 신부(송강호)가 겪는 도덕적 딜레마, 그 어디쯤 박찬욱이 있는 것일까? 돌이켜 보면 감독의 전작들

역시 자의와 상관없이 어떠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들이 겪는 딜레마에 주목하고 있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의 병사들과 교감했던 이수현(JSA)은 자신이 놓인 역사적 사실을 배반하는 선택을 했던

것이고, 자신의 딸을 사랑하게 된 오대수(올드보이)의 피와 눈물 역시 복수를 찾아 떠났던 한 남자의

좌절이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딸을 죽인 유괴범을 심판하는 아버지에게 주어진 도덕적 딜레마를

관객들은 경험했다. 이제 뱀파이어가 된 신부의 차례다. 인간의 욕망에서 가장 멀리 놓여있던 성직자에서

육욕과 살인의 유혹을 받게 된 뱀파이어가 된. 어찌 보면 가장 극단적 거리에, 가장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다가오는 이야기다. 그동안 약하게 드러났던 종교와 믿음(친절한 금자씨) 에의 딜레마 역시 상현의

직업으로 인해 보다 직접적으로 그 틀을 깨고 있다.

박찬욱이 자신의 취향에 가장 맞는 영화라고 했을 때, 이는 자신이 갖는 욕망과 딜레마,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는 (본인의 말에 의하면) 궤변에 가까운 논리를 가장 잘 심어놓은 캐릭터 ’상현‘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것이 핏빛의 육욕에 기반 한 것일지라도, 우리는 이미 그가 펼쳐내는 독창적인

시각화의 과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기에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리라.

+최근에 개봉한 뱀파이어 이야기들은 공교롭게도 그동안 보여준 흡혈영화들의 컨벤션을 빗겨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 유럽에서 온 ‘뱀파이어리얼리즘(?)’ <렛미인>, 헐리웃산 틴에이저 뱀파이어 이야기

<트와일라잇>. 전 세계 영화계가 ‘박찬욱이 그린 뱀파이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두고 볼 일이다.

보고 쓰는

안 보고 쓰는

낮술

박쥐

Page 12: Springtime Vol.1(0905)

23

Sports Culture

Welcome to Baseball World

야구팬들은 4년마다 축구팬들을 부러워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는 축구팬들이 야구팬들을

부러워할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WBc(World

Baseball classic)는 3년마다 열리니까. 물론,

스포츠라면 공의 크기에 관계없이 사족을 못

쓰는 나 같은 인간들에게 이것은 하늘에서 내리는

축복의 단비이다. 둘이 동시에만 열리지 않으면

만사형통 아닌가?

WBc 준우승의 여운으로 2009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야구에

있어서만큼은 이 진주 땅이 변방임에 분명하다.

이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장의 뉴 페이스가

되기로 결심한 자들을 위한 글이다. 당신도 이제

어엿한 야구팬이 될 수 있다!!

나의 팀을 결정하라.

모든 스포츠는 승부다. 승부의 세계에

인도적 중립은 아무 의미 없다. 중립이란 짜장면과

짬뽕사이에서 ‘짬짜면’을 선택할 때나 사용하는

단어이다. 우리나라의 프로야구팀 수는 모두

8팀. 5지선다형에 익숙한 당신에겐 조금 가혹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뻐하라!! 정답은

없다!! 어떠한 이유라도 좋으니, 맘에 끌리는

한 팀을 콕 찝어 선택하자. 사직구장의 주황색

봉다리가 그 이유라도 아무런 문제없다. 그러나

이것은 기억하자. 선택의 순간부터 이제 그 팀은

당신의 가족이다. 그렇다. 가족은 사랑해야만

한다. 나의 팀에 끝없는 관심과 애정을 보여라.

TV화면에 하이파이브를 하는 그날까지.

+특별히 끌리는 팀이 없다면, 롯데자이언츠를

선택을 추천한다. 여러모로 이 지역에선

뒷감당하기에 유용한 팀이다.

직접 야구장을 방문하라.

토요일 오후. 집에 와서 야구중계방송에

채널을 맞추겠다고? 장담하건데, 당신은 3회초에

수면상태로 들어가 7회말쯤에나 깨어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 제아무리 고화질 HdTV라고해도

야구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오지는 못한다.

더군다나 중계방송카메라 아저씨는 치어리더

누님들을 클로즈업할 용기가 없다. 일단 마음을

굳게 먹고 한번만 야구장을 (이왕이면 응원하는

팀의 경기장을)방문해 보아라. 롯데자이언츠를

선택했다면, 탁월한 선택이다. 사직구장은

초보야구팬이 야구의 재미를 배우기엔 그야말로

잘 차려진 밥상이니까. 부산이 너무 멀다면,

가까운 마산으로 가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마산구장은 연간 게임수가 적고, 마산의 아저씨

팬들은 경상도 사나이의 기개를 여과 없이

떨치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힘든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기억하자.

야구장이라고 다 같은

야구장이 아니다.

야구장에 도착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방문

목적(?)에 따라 좌석선택도 달라져야만 한다.

목적이 순수한 야구경기 관람인가? 돈을 조금

더 주어서라도 지정석을 예매해라. 스트라이크를

외치는 심판의 목젖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야구팬들은 야구장에 야구만을

위해서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조건 뛰어야

한다. 그렇다. 홈 팀 치어리더 앞자리는 언제나

선착순이다. 야구보다 치어리더 앞자리가 더욱

중요한 문제라면, 원정팀 응원석으로 달려가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다. 그러나 그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할 것이 있다. 당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홈팀의 흔적을 깨끗이 지워야만 한다. 3시간동안

맘편히 앉아서 소리 칠려면.

+ 혹시 야구는 미끼이고 목적은 데이트인가?

그렇다면 당연히 외야석을 선택해야 한다. 저렴한

좌석, 하이에나들 속에서 온몸으로 사랑을 보여줄

홈런 볼 찬스!! 게다가 부족한 야구지식을 숨겨줄

불명확한 장거리 시야까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백견이불여일행

진주지역이 야구의 불모지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와중에도 Baseball 복음을

들고 열심히 뛰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 보는

야구만으로는 도저히 못 참겠다는 열혈

팬들은 가까운 동호회 총무님에게 가입전화를

드리자. 언제나 쌍수를 들고 환영해주실 후덕한

야구전도사님들이 계시니까. 학창시절 선생님의

배트세례에 아픔을 간직하고 있더라도 걱정은

붙들어 매어도 좋다. 야구배트는 야구에만

써야한다는 원칙을 절대로 어기시지 않는

분들이니까.

+진주시 야구연합회

http://cafe.daum.net/Jinjuyagoo

2009년 4월 1일, 수요일 저녁 8시 반. 만우절.

오아시스, 3년 만의 두 번째 내한공연이 있었던

날이다. 세상에, 너무 거짓말 같잖아.

경성이라 천릿길, 오아시스를 보러 서울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2장이나 예매했지만 피치 못해

못 가게 생겼다며 부루퉁한 얼굴로 스탠딩 좌석

티켓을 내미는 친구가 아니었다면.

올림픽 공원 지하철에 내린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전국의 루저들이 음흉한 기운을 뽐내며

오아시스를 타깃으로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었다.

공연 시작 20분 전, 경기장 쓰레기통마다 마시고

버린 맥주 캔이

넘쳐흐르고 이미 거나하게 취한 남녀노소의 얼굴

위로 형용할 수 없는 들뜬 설렘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사나이, 직업은 락스타, 갤러거

형제의 오만방자 극악무도한 자태를 눈앞에서

직접 보게 되다니, 무슨 수로 침착할 수 있단

말인가. 무려 9천 명 분의 주체할 수 없는 흥분이

공연장의 안팎을 온통 울렁이게 만들었다.

공연 예정시간인 8시 반에서 15분을 넘겼을 쯤,

불이 꺼졌다. 거두절미 인절미 ‘rock & roll

Star’. 워밍업 없이, 친절한 안내 메시지 하나

없이 다짜고짜 훅부터 한 방 날리고 보는 패악이

객석에 불을 질렀다. 이럴 수가 있나, 스탠딩석은

이미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시대의 송가가 이어졌다. 미쳐 날뛰는 관객들을

내려다보는 리엄의 눈빛이 유달리 자애로웠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에 가까웠는데, 공연 직전

설사병에 한창 시달리다 무대에 오른 탓에 멀쩡한

컨디션이 아니었다고 한다. 살짝 맛이 간 그의

목소리에서는 세월의 무상함까지 느껴졌다.

아니다, 노엘의 눈빛은 진짜 자애로웠다. 거대한

떼창과 함께 퐁퐁 튀어오르는 극동의 락앤롤

소년소녀들을 바라보는 흐뭇한 눈빛 속에는 ’니들

정말 안 되겠구나‘ 진득한 웃음기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자기 머리에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니들

참 여전하다, 아주 돌았어”라는 멘트로 감탄하다

못해 객석으로 탬버린을 집어던져버린 리엄이나,

앵콜 타임에 어쿠스틱 기타 한 대 매고 홀로

등장해 ’한국 팬만을 위한 특별 서비스‘라며 ’Live

Forever’를 불러주던 노엘이나, 용감한 형제는

믿을 수 없이 다정했다.

오아시스 공연의 최고조는 단연 ‘don’t look

back in anger’의 후렴구로, 관객이 입을 모아

대신하는 것이 관례다. 이날의 떼창은 역대 그

어떤 오아시스 공연에 뒤지지 않을 장관이었다.

일단 우렁찼다. 질 수 없다는 드높은 기상과

패기는 심지어 어쿠스틱 기타로는 연주할 수

없는 기타 솔로까지 재현해버렸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오줌이라도 지릴 듯 뜨끈뜨끈한

뱃속이 저릿해왔다. 내내 함께 부대끼던 이름 모를

여자들이 울먹였다.

밤 11시가 채 되지 않아 공연은 모두 끝이 났다.

무대가 끝나고도 숨막히는 아리아의 감동이

통제되지 않는 에너지로 거대한 난장판을 휘감고

있었다. 쉬 가라앉지 않는 흥분이 벌겋게 충혈된

두 눈으로 굵은 땀에 찌든 관객들의 더운 몸에서

뜨거운 김으로 피어올랐다.

그 날 밤, 리엄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우리의

90년대를 생각나게 하는 공연이었다’는 짧은 말

한 마디를 올렸다. 오아시스의 90년 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전성기와 맞먹는 무시무시한

시절이었다. 90년대 대중음악을 들었던 누군들

오아시스에 감동하지 않았으랴. 뒷짐 지고 턱부터

치켜들어 노래하는 오아시스의, 꺾이되 휘어지지

않는 무례함에 울컥하지 않은 이가 어디 있었으랴.

온 몸으로 싸워 살아남은 자만이 풍길 수 있는

터프한 자신감이 내 가슴까지 뻐근하게 적셔왔다.

‘죽을 각오로 녹음했다’며 인터넷으로 올라온

누군가의 공연 실황녹음을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그 날의 땀 냄새가 훅 하고 풍겨온다. 지지

않아, 강하게 살아남자, 사나이의 냄새다.

글 진 영 길

워밍업 없이, 친절한 안내 메시지

하나 없이 다짜고짜 훅부터

한 방 날리고 보는 패악이 객석에 불을

질렀다. 이럴 수가 있나, 스탠딩석은

이미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글 n u g o o

지지 않아, 강하게 살아남자!

오아시스 내한공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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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 리 게 걷자글 • 사 진 B B A n g g i L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 죽을 만큼 뛰다가는

아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 고양이 한 마리도 못 보고 지나치겠네.

- 장기하와 얼굴들 ‘느리게 걷자’

가정의 달을 맞이하야

SPRingtime에서 작은

선물을 마련했습니다.

쿠폰을 오려서

5월 한달 동안 주위에

선물해보세요.

까칠하다고 소문난

경상도에도 부드러운

5월의 바람이 불어오겠죠?

“사람이 되기는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

- 영화 ‘생활의 발견’

속을 썩일 때면 부모님들께서는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도대체, 언제 사람될래?”

쉽지는 않지만, 사람이 가는 길을 따라 열심히 가봅시다.

언젠간 오매불망 고대하던 ‘사람’되지 않겠습니까.

아버지 안마해드리기 나이가 들면 없는 병도 생깁니다.

아버지의 쑤시는 팔다리를

야무지게 주물러 드립니다.

주물락 주물락, 아부지 시원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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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로션 사드리기엄마의 눈가에도 주름살이 집니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엄마 얼굴이

조금은 시무룩해져버렸네요.

어머니 방에 로션 넣어드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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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도시락 싸서 소풍 가자잔인한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피크닉의 계절, 계절의 여왕, 봄봄.

김밥 한 줄 싸들고 봄소풍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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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산책하기휘영청 둥근 달 밝은 밤에는

당신과 조용히 산책하고 싶어요.

손잡고 함께 걸어요.

말해줄게요, 수줍은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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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뻐해 주세요, 뽀뽀 쪽!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5월은 어린이 달, 우리들 세상 ♬

나이가 뭔 상관,

마음만은 푸르른 어린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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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사주세요봄가을로 한번씩, 아시죠?

회충약의 계절입니다.

약국 가면 하나에 오백 원,

약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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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의 5월도

다시는 되돌리지 못할 거예요.

오늘의 나를 기록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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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time - 청춘’ 추천하기‘Springtime - 청춘’

보면 볼수록 대견한 잡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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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쿠폰 8종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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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Wanted☼

Springtime은 오늘, 여기를 살아가는 청춘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잡지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필진으로 모시겠습니다. 당신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칠

멍석을 깔아드리렵니다. 재야에 묻힌 고수, 당신을 찾습니다.

분야 : 시, 소설, 사진, 에세이, 기획기사, 정보, 만화, 그림 등 무제한

☼☼

우리 학교 소식은 내가 전한다! 진주시내 소재 대학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줄

학생기자를 모집합니다. 각 학교에 소속된 재학생으로, 멈추지 않는 수다 본능을 가진

대학생이라면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 우리학교의 소식만 빠진다면 섭섭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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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time은 진주를 중심으로 한 경남 서부지역, 20대의 오늘을 담는 종합문화예술

잡지입니다. 광고를 실을 만한 매체가 없어 고민하셨다면 Springtime을 눈여겨보셔도

좋을 겁니다. 1/8광고부터 전면, 별지, 쿠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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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 배양 프로젝트 1. ‘락앤롤 소년소녀’에 참여할 열정 있는 멤버들을 모집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6페이지의 모집 선동 글을 참고해주세요.)

지원 및 문의 070-8252-6418 / 010-6418-0081 / [email protected]

이 광 고 는 바 로 당 신 을 위 한 것 입 니 다

5 May

5월 1일SPRing time 라디오 첫 출연

진주MBc FM - ‘정오의 희망곡’

with <Spring time>

매 주 금요일은 FM 97.7 Mhz에 주파수 고정!!

정오의 희망곡 금요일 3부에서

또 다른 모습의 Spring time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5월 22일

워낭소리를 이어갈

또 다른 감동, 다큐멘터리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마지막 상영

5월 22일까지

매 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진주시민미디어센터

(경상대 정문 건너편)

문의 : 748-7306

5월 30일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들 5월의

마지막 토요일 밤!!

인디밴드 - ‘블루라라’ 공연

2009년 5월 30일.

토요일 늦은 6시

현장 아트홀 3층 (구. 동명아트홀)

공연문의: 010-2558-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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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TimE 라디오 첫 출연

SPRing TimE 창간이벤트 오후 2:00 차없는거리

진주mBC대학가요제 저녁 7:30

연암공업대학

성년의 날 새로운 20대

청춘들을 환영합니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마지막 상영

인디밴드 ‘블루라라’ 공연

잔인했던 4월은 굿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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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time의

후원회원으로 모십니다.

대한민국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면적비율 11.8%.

대한민국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인구비율 48.6%.

복부비만에 걸린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전국 구석구석 문화의 균형이 이뤄진 나라.

각 지역마다 창조적 문화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는 나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유와 행복을 노래할 수 있는 나라.

Springtime이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이제, Springtime이 우리지역의 새로운 문화통로가 되겠습니다.

후원방법 매 월 1구좌 이상 후원 (1구좌 : 5,000원) - 개인 및 단체

후원혜택 •매 월 Springtime을 원하는 곳으로 무료배송. •Springtime 창간기념 특별제작 머그컵 증정.

•첫 후원금 납입 후 Springtime에 후원자(개인 또는 단체) 이름 게재. •Springtime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 및 이벤트 초대.

+지역문화의 발전에 참여하는 기쁨.

+Springtime의 발전을 함께 지켜보는 흥미진진한 즐거움.

후원문의 070-8252-6418 / 010-6418-0081 / [email protected]

+연락 주시면 자세하게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후원계좌 농협 356-0070-5208-63 (예금주 : 진영길)

새로운 형태의 창조적 지역문화발전. Springtime의 가치에 투자해 주십시오. it’s your Springtime!!

Quiz 우리 동네 숨은그림찾기

Spring time 창간기념 머그컵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혹시 사진을 보시면서 낯익은 곳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어디선가 한번쯤 스쳐 지나 간 것 같다구요?

기억을 잘 더듬어 보세요. 이번 퀴즈의 정답은

그 기억 속에 있으니까요.

소년탐정 김전일씨가 말씀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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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우리 모두 이 사진을 촬영한 지역이

어디인지 맞춰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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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사진을 어디서 촬영했는지, 정답과 메일주소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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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252-6418 / 010-6418-0081

011-9359-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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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인(주) 조병선

경상남도 라06643

2009. 4. 15 잡지(월간)

660-905 경남 진주시 신안동 11-63번지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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