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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시스템과 자유의지: 폰 로그로 본 선호와 실행 이중식. 서울대학교 융합대학원 일상에서 우리는 ‘자유의지-스러움freewill-ness’ 을 매일 느끼고 산다. 왜냐면 우 1 리는 매일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출근길 카페에서 라떼를 시킬까 아메리카노를 시킬 까 고민할때 ‘자유도’를 느낀다. 어디로 휴가를 갈까 고민할때 조금은 복잡하지만 선택 의 ‘자유도’를 느낀다. 심각한 선택의 기억도 모두에게 있는데, 고3때 전공을 고민하던 기억,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직장을 고민하던 기억이 그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를 결정하는 건, 그 사람이 한 선택이다 ’라는 말처럼 우리는 선택과 정체성을 동일시하 2 기도 한다. 하지만 선택과 자유의지에 대한 경험적 믿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최근에 혼 자서 긴 여행을 하게 되어 46년간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 볼 기회가 생겼다. 그 과정에서, 내가 선택했다고 믿었던 많은 일들이 나의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속에서 결정된 것 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불현듯 들었다. 예를들면 교수를 하기로 한 나의 선택, 융합대학 원으로의 이적을 결정한 일, 33세에 한국으로 귀국하기로 한 결정, 이런 중요한 결정들 이 내 의지보다는 주어진 조건들에 의해 물흐르듯이 결정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 (choosen)이었다고 느꼈던 것들이 주어진 것(given)것이었고 나는 ‘그냥 잘 적응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에 대한 의심은 과학잡지를 읽으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최근의 뇌과학, 인지 과학의 발달로 ‘자유 의지’의 기반이 되는 기억, 자아,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나타 나게 되었다. 기억의 조작가능성(maleabilty of memory) , 사후합리화를 자유의지로 착 3 각한다는 해석(post rationalization) , 이야기 각축전으로서의 정체성(self as a story 4 center)에 대한 연구들은 종교적인 신념과 같이 공고했던 자유의지의 기반을 흔들어 놓 고 있다. 자유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는 controversial하다. 하지만 생활세계에서 우리는 ‘선택’의 자유도를 느낀다. 이는 우리가 느끼는 1 시간의 범위, 감각의 크기 등에서 기인하는지도 모른다(아주 긴 시간과 큰 틀을 감각하기 힘드므로). 이러한 생활세계의 자유 도를 ‘자유의지-스러움 freewill-neess’라 제시해 본다. 여러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얘기를 했지만 인터넷 검색을 하면 김어준 어록에서 발견됩니다. 2 조작된 사진을 통해 쇼핑몰에서 미아가 됐던 기억을 만들어 내는 Elizabeth Loftus 교수의 실험. 3 행위가 행위의 결심보다 0.35초 빠르다는 Benjamin Liebet의 실험 4

자유의지 H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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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시스템과 자유의지:

폰 로그로 본 선호와 실행

이중식. 서울대학교 융합대학원

일상에서 우리는 ‘자유의지-스러움freewill-ness’ 을 매일 느끼고 산다. 왜냐면 우1

리는 매일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출근길 카페에서 라떼를 시킬까 아메리카노를 시킬

까 고민할때 ‘자유도’를 느낀다. 어디로 휴가를 갈까 고민할때 조금은 복잡하지만 선택

의 ‘자유도’를 느낀다. 심각한 선택의 기억도 모두에게 있는데, 고3때 전공을 고민하던

기억,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직장을 고민하던 기억이 그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를 결정하는 건, 그 사람이 한 선택이다 ’라는 말처럼 우리는 선택과 정체성을 동일시하2

기도 한다.

하지만 선택과 자유의지에 대한 경험적 믿음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최근에 혼

자서 긴 여행을 하게 되어 46년간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 볼 기회가 생겼다. 그 과정에서,

내가 선택했다고 믿었던 많은 일들이 나의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속에서 결정된 것

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불현듯 들었다. 예를들면 교수를 하기로 한 나의 선택, 융합대학

원으로의 이적을 결정한 일, 33세에 한국으로 귀국하기로 한 결정, 이런 중요한 결정들

이 내 의지보다는 주어진 조건들에 의해 물흐르듯이 결정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

(choosen)이었다고 느꼈던 것들이 주어진 것(given)것이었고 나는 ‘그냥 잘 적응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에 대한 의심은 과학잡지를 읽으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최근의 뇌과학, 인지

과학의 발달로 ‘자유 의지’의 기반이 되는 기억, 자아,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나타

나게 되었다. 기억의 조작가능성(maleabilty of memory) , 사후합리화를 자유의지로 착3

각한다는 해석(post rationalization) , 이야기 각축전으로서의 정체성(self as a story 4

center)에 대한 연구들은 종교적인 신념과 같이 공고했던 자유의지의 기반을 흔들어 놓

고 있다.

자유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는 controversial하다. 하지만 생활세계에서 우리는 ‘선택’의 자유도를 느낀다. 이는 우리가 느끼는 1

시간의 범위, 감각의 크기 등에서 기인하는지도 모른다(아주 긴 시간과 큰 틀을 감각하기 힘드므로). 이러한 생활세계의 자유도를 ‘자유의지-스러움 freewill-neess’라 제시해 본다.

여러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얘기를 했지만 인터넷 검색을 하면 김어준 어록에서 발견됩니다.2

조작된 사진을 통해 쇼핑몰에서 미아가 됐던 기억을 만들어 내는 Elizabeth Loftus 교수의 실험.3

행위가 행위의 결심보다 0.35초 빠르다는 Benjamin Liebet의 실험4

그렇다면 내 인생은 ‘결정론’에 기반한 것인가? 그리고 누가 결정했는가? 이런 질

문을 하게 되면서 결정론이 무엇인지 짚어보게 된다. 결정론은 초기상태(t0)와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그것이 닫힌 계라면 행동(미래)을 예측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는 머

리로는 이해되지만 생활의 차원에선 경험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정보시스템’의 발

달로 이런 철학적 개념들이 생활세계에서 경험된다. 내가 쓴 댓글 하나가 광범위한 외부

또는 잊어버린 과거와 인과관계(causal)를 형성한다는 것을 SNS 몇번 써보고 게시판

에 글 한 번 올려보면 경험되기 때문이다. 무한히 연결되고 지워지지 않는 기록을 가진

정보시스템이 이런 결정론적 만타라를 체험케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나의 전공인 HCI 관점에서 ‘컴퓨터에서의(with) 선택’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논해보려 한다. 먼저, 우리가 컴퓨터를 앞에 두고 하는 선택은 무엇이 있을까 나열

해 보았다. 여기서는 선택의 위치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누어 보았다.

첫 번째 그룹은 컴퓨터를 쓰기 전에 이미 선택이 벌어진 경우이다. 스마트폰으로 치킨을

주문하지만 이미 치킨 주문에대한 결정은 벌어졌다. 두 번째 그룹은 도구의 선호에 대한

결정이다. 이 앱을 쓸까 저 앱을 쓸까의 결정은 선호와 학습에서 기인하며 기능적인 판

단이다.

세 번째 그룹은 ‘컴퓨터와 같이’ 생각하는 경우를 말한다. 컴퓨터라는 도구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 선택이다. 여기서 논하고 싶은 것은 ‘컴퓨터 같이(with) 선택을 하는 경우’

이다. 특히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선택에 주목하고자 한다. 왜냐면 스마트폰은 Proxy

Device로 분류되는데 우리 몸 주변에서 우리의 일상을 쫓아다니며 정신활동을 확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마트폰은 우리의 행동(behavior)를 기록하는 훌륭한 장치이다. 각종

센서들을 우리의 물리적 행동을 기록하지만, 앱과 OS는 우리의 정보활동을 기록하기 때

문이다. 만일 모든 행동이 기록된다면 행동주의(behaviorism)적 관점에서 우리의 의도

를 파악할 수 있고, 정보적 기록들까지 기록된다면 우리의 의도(intention)를 살펴 볼 수

있는 도구가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의도와 실행의 차이를 파악하면, 우리의 ‘자유의지’

존재여부와 역할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1 .선호와 실제

웹브라우저의 즐겨찾기,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 그리고 브라우저의 기능 중 하나

인 읽기 목록을 살펴보자. 이 3가지 도구의 공통점은 우리 의도나 선호에 대한 기록이라

는 점이다. 한번 방문한 사이트를 언제 다시 찾을지 몰라 우리는 북마크를 남긴다. 다운

받은 앱 중에서 지울 건 지웠지만 잘 쓰지도 않으면서 남아 있는 수많은 앱들은 기능을

너머 선 선호의 영역이다. 마지막으로 SNS에서 마주치는 수 많은 뉴스포스트 중에서 언

젠가는 읽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저장하는 ‘읽기 목록’은 우리의 선호를 나타낸다.

여기서 나는 의도(intention)대신 선호(preferred)라는 개념을 유지하려 한다. 의

도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며 수행을 동반하지만 선호는 과거에 의해 구축되고 미래에 대

한 경향성을 갖는 느슨한 의도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선호는 느슨한 의도라고 볼 수 있

다. 선호-실제의 차이를 발견하면 넓은 범위의 의도-실제의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간단한 실험을 진행했다 . 항상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캘린더의 ‘약속’ 기록과 GPS를 5

기반으로 한 실제 활동 기록 앱(moves)의 로그를 비교하는 것이다. 활동기록앱은 무자

각, 무개입 기록이기에 오염이 적다. 두 기록을 비교하면 Preferred(캘린더 이벤트)와

Actual(실제 행동 기록)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34명에게 2주일간의 캘린더 기록과 실제 활동 로그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선호

-실제’의 관계를 볼 수 있었다. 두 기록은 O-O, X-O, O-X의 관계를 갖는다. 먼저 캘

린더 이벤트도 있고 실제로도 수행한 경우이다. 대략 전체의 1/3정도의 빈도를 차지하

는데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두번째로는 캘린더에 약속이 있는데 실제로는 행하지

않은 경우이다. 이는 빈도수가 그리 높지 않다. 마지막으로 캘린더에는 약속이 없는데

실제로 뭔가의 활동을 한 경우이다. 흥미로운 점은 전체 이벤트 중 세번째의 경우( X-

O )가 절반이 넘는 다는 것이다. 즉 사전 의도 없는 수행이 많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표민기. 스마트폰 캘린더 일정 계획과 실제행동의비교에 5

대한연구, 2013. 융합대학원 석사 논문

세번째 경우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추가 설문을 진행했다. 이에 대한 답

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1) 너무 일상적이어서 캘린더에 기록하지 않았다와 2) 너무 갑작

스러워 캘린더에 기록할 여유가 없었다. 이를 통해 습관화된 활동/자동화된 행동은 ‘의

도로 인식되지 않는다’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의도를 넘어서는 통제 밖의 행동들도 많

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통제밖의 행동들은 반응적이고 상황적이라 볼 수 있다. 즉 외부

의 의도가 나를 그 자리에 있게 한 경우이다.

이 실험을 통해서 ‘스마트폰 기록’은 선호-의도간의 불일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의도가 좌절되는 비율은 상당히 작지만, 대신 의도 없는 행동도 많이 나타난다는 점이

다. 우리 행동은 상황에 따라 반응적으로 만들어지고 잠자리에 든 우리는 하루를 되집어

보며 사후합리화를 통해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를 만들다 잠이 드는 지도 모르겠다.

2 . 반응형인간

스마트폰을 쓰면서 점점 메모광이 되는 느낌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뭔가가 떠오

르면 기록하지 않을 수 없고, 책을 읽다 보면 밑줄 긋고 캡춰를 하게된다. 길을 걷다 보면

떠오르는 생각들을 담기 위해 스마트폰을 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메모는 스마트폰

의 등장으로 훨씬 빈번해진 느낌이다. 때로는 글로 쓰지만, 사진으로, 음성으로, 스크린

샷으로 메모를 남긴다. 이러한 메모들이 자극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생각

하지 않는다 다만 반응할 뿐이다. 밀도 높은 자극, 완성도 높은 자극이 좋은 생각을 끌어

내지 않는가’을 해본적도 있다.

이런 메모들이 걷잡을 수 없이 쌓이게 되면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메모의 제목에 메모의

목적지를 기입하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 시간적으로 안정이 되면 데스트탑의 왼편에 메

모를 띄우고 생각의 뭉치를 담은 목적지 화일(워드나 파워포인트)를 오른쪽에 띄워 생각

의 편린을 remix 한다. 근거가 부족한것들을 웹검색을 통해 채워 넣는다.

이러다 보니 최근에 내가 쓰는 글들은 조각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메모

를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나’를 느낀다. 나는 내 지식의 관리자, 자극을 정리하고 필터링

하는 존재로서의 나를 느낀다. 칼 포퍼의 두번째 세상은 주관적인 세계인데, World 2의

관리자로서의 나를 느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반응형 인간’이라 단어를 생각해본

다. ‘사람은 정보의 숙주인가? 내 지식의 숙주일 뿐인가?’

캘린더나 전화번호부, 메모장 같은 것들을 PIMS(Personal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라 부른다. 이런 도구들이 스마트폰과 만나면 하루의 약속과 관련

된 정보들을 아이콘이나 객체로 만들어 터치스크린 위에서 내가 만지작 거릴수 있게 해

준다. 마치 장기판위의 말들을 움직이듯이 내 행동의 행마를 결정할 수 있다. 이런 일들

이 일상화되면서 행동하는 자아와 관제하는 자아가 분리됨을, 거리가 생김을 느끼게 된

다. 그동안 나는 내 인생이란 비행기의 파일럿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나는 그냥 공

항의 관제사가 된 느낌이다. 수많은 자극과 이벤트들이 충돌하지 않게 일정한 간격을 두

고 착륙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관제사.

그래서인지 쉴틈이 생기면 나는 핸드폰을 열고 내 뇌 속을 만지작 거린다. 터치스크린

너머에 있는 일의 아바타들이 충돌하지 않게, 주변 환경에 새로운 변화가 없는지를 감시

하게 된다.

간단한 실험을 하였다 .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정보활동을 조사해 보았6

다. 블랙박스와 스마트폰의 앱 기록을 모아 운전중 스마트폰 정보활동의 패턴을 조사했

다. 크게 5가지 행동 패턴이 발견되었다.

첫번째는 Cycle Thru이다. 이 경우는 매 신호정차마다 하릴없이 목적없이 핸드폰을 열

고 뉴스와 카톡과 메세지함을 흩어보는 경우이다. 새로운 메세지가 없다는 것을 뻔히 알

고 있지만 우리는 이 활동을 멈출 수는 없다.

두 번째 패턴은 Come up with 이다. 운전이란 환경은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차단된 고

독한 환경이고 시각적으로는 끊임없이 자극이 들어오기에 새로운 생각들이 생겨난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떠오른 생각들, 의식 밑에 감춰져 있던 일들이 떠오르게 된다. 스마

트폰을 열고 간단한 메모를 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하고 검색을 하기도 한다.

오창훈, 이중식. Understanding In-Car Smartphone Usage Pattern with an Un-obfuscated Observation6

CHI, ACM SIG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2014

세 번째는 Active Pursuing이다. 특정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끝마

친다. 계좌이체를 하기도하고 저녁 약속 예약을 하고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리기도 한다.

네번째 패턴은 Converse. 카톡이나 전화 등으로, 출발부터 도착까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는 경우이다

다섯 번째 경우는 Defer. 외부로부터 온 문자나 알림을 흩어보고 중요하다 싶지 않으면

무시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잠금화면을 힐끗 쳐다보게 되고 발신자와 내용

을 빠르게 파악한다.

이 5가지 패턴 중 전통적인 정보시스템 사용에 해당하는 ‘목적-수행’의 경우는 active

pursuing과 conversing 두 가지이다. 나머지 경우는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거나 습관적

행동을 경우이다. 우리가 컴퓨터와 같이 선택하는 활동들(freewill aided with computer)

은 상당 부분 반응적(responsive)하거나 습관적(habitual)인지도 모르겠다.

3. 결어: 관제의 나(Meta Me or Regulating Me)

Proxy device로서 스마트폰은 우리의 ‘의도-실행’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장치이다. 가

설을 정교하게 세워 자유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벌어

지고 있는 행동들의 로그데이터를 분석해 보아도 좋고, 특별한 실험앱을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앞의 실험들에서, 우리의 ‘의도’ 중 상당 부분은 자동화/습관화에 묻혀 있다는 것을 살펴

보았고, 의도 못지 않게 반응형 정보활동도 많이 관찰된다. 목적을 갖지 않고 반응에 따

라 움직이는 사용자를 위한 시스템 개발은 전에 없던 챌린지다.

흥미로운 점은 스마트폰의 등장이, 우리를 ‘나 자신을 관제’하는 위치에 놓게 되었다는

점이다. 외부 기록장치의 의존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의 기억에 Organic Memory과

Prosthetic Memory을 연결하는 Meta Memory가 발달했듯이, 자아의 편린을 객체화하

고 쉽게 조작하게 되므로 우리는 나 자신을 관제하는 Meta Me라는 schema가 생기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객체화된 의도(예를 들면 약속, 혹은 행동의 로그들)이 시각화되고

조작가능해짐에 따라 이를 관제하는 뼈대가 Meta Me일지도 모른다. 이런 과정에서 우

리는 우리의 의도를 훨씬 정교하고 전략적으로 구성하고 실행하게 될지도 모른다. 스타

벅스에서 라테 한잔을 시켜 먹는 것은 과거에는 단순한 선택(자유의지)였을지 모르나,

지금은 복잡한 약속들과, 다이어트 계획과, 가시화된 주머니 사정과, 주변을 의식하고

벌어지는 복잡한 ‘선택’일런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