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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 LOA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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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LOCIRAPTOR

presents

THE JUNJIN FANFICTION

AGOSTO ROSADO

3

ENER LOADED

에너로디드 주아록|

년생77

년기준으로 년차전진팬2008 8

년하드고어2001 SM팬픽 스카페이스 로신화팬덤입문< >

년낭만사조의단편집2004 <Perfect Sweet Love Affair 제책1, 2>

년김동완팬픽션2007 <November Purple 1, 2>, <La Barbe Bleue 제책>

년현재전진팬닷컴벨로시랩터에서 시저스인뉴욕2008 < >, <Un Pais De Condores 연재중>

이책의판권은벨로시랩터를통한에너로디드에게있습니다.

저작권법에의하여보호를받는저작물이므로무단전재및무단복제를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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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osto Rosado 3

열병

by

Ener Loaded

Copyright 2008 Ener Loaded,ⓒ printed in Korea

& Velociraptor All Right Reservedⓟ ⓒ

소설 속의 대상은 실재적 대상과 구별된다 어떻게 실재적 대상은 무한한 속성을 갖고 있. ?

고 그 속성들은 모두 규정되어 있다 가령 내 눈 앞의 이 컵은 컵이 가져야 할 모든 성질을, .

다 갖고 있다 빨간 색 의 높이 둥근 모양 의 무게 등등 그 성질들은 무한히. , 10cm , , 200g .

많고 모두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소설 속에 갈색 커피 잔 이 나온다고 하자 이 잔. ' ' .

은 색깔 만 가지고 있을 뿐 크기 무게 모양 등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채워 넣으면 된다' ' , , , .

고 수백페이지를 묘사한들 커피 잔의 모든 성질을 다 나열할 수 있을까 팔뚝에 난 솜털까? ?

지 묘사한 에밀 졸라도 커피 잔이 가진 모든 성질을 꽉 채워 묘사할 순 없을 거다 아무리 많.

은 형용사를 동원해도 문학 작품에선 여전히 규정되지 않은 부분이 남기 마련이다 이 빈곳을.

비규정 장소 라 하는데 이곳은 당신 스스로 알아서 채워 넣어' ' (Unbestimmtheitsstellen) ,

야 한다.

순수 지향적 대상이 드러내는 빈 곳을 채워 넣는 작업을 구체화 라 부른다 구체화에 의해' ' .

비로소 규정되지 않은 빈곳이 채워지고 균열 상태로 해체되어 있는 시점들이 하나의 연속된,

시점으로 연결된다 독자는 멍하니 책을 읽는 게 아니다 그는 자신의 삶의 경험을 다 동원하. .

여 문학작품의 앙상한 도식의 빈 곳을 능동적으로 채워야한다 이 구체화의 작업을 통해 문학.

작품의 앙상한 도식은 비로소 아름다운 미적대상으로 탄생한다.

진중권 미학 오디세이- < >

귀소 탐닉 환절기귀소 탐닉 환절기귀소 탐닉 환절기귀소 탐닉 환절기, ,, ,, ,, ,

2002년8월

11

내려와라 라는말에돌아보니형은이미방문을닫은뒤였다 본가로급하게내려, .

오느라 노트북은커녕 볼펜 한 자루 노트 한권을 못 챙겨온 탓에 조카 녀석의 공책에

샤프펜슬로 이것저것 끼적이던 나는 아버지가 늘 무위도식의 단편이라고 치부하시는

나의즐거운취미생활을잠시멈추었다.

무료함에질식하는나의숨통을틔워주려저러는걸나는알았다 그러면서도형은.

심심하지라든가따분하지라는말은하지않았다.

힘들었지 수고많았다. .⌜ ⌟라는말로나를어른대접하려하는것이다 형은아버지를닮아간다. .

한박스만치고오자.⌜ ⌟골프가방을트렁크에넣은형은빙긋이웃으며트렁크문을닫는다 내클럽이아니.

면스윙이안먹어서라든가 끼던장갑이아니면그립도안되고라든가 아예피곤해, ,

요 아니면한발짝더나아가실은골프같은거질색이에요라고말할수도있다 그, .

귀소 탐닉 환절기, ,

러나나는토다는법을모른다 나를위해귀한시간내는걸알면서싸가지없이구.

는법은더더군다나모르고.

벨트매고.⌜ ⌟매는걸보면서벨트매고 한다, .

출발한다.⌜ ⌟이렇게나자상한사람이결코아니다 그러나나에게는참다르게군다 특히나단. .

둘이있을때에는 그러나우리중누구도그이유에대해언급하지도그애틋한시간.

을연장하려마주보며미소짓거나하지도않기때문에 형이보여주는이특별한상냥,

함이라든가 나의 예외적 고분고분함은 몸에 밴 체취처럼 당연한 듯 느껴지기도 하고

반면아찔할만큼의짜릿함도있다 우애라는궤도를달리는열차의무의식적인바퀴는.

단한번의의식적인계산으로어긋날수도있다 그리고이것은롤러코스터가아니다. .

열차다 탈선은좋지않다. .

말이없는우리형제는반시간의이동시간동안한마디도하지않는다 라디오도.

없이적막한실내를우리는잘도견딘다.

형의스윙연습을나는구경한다 내아이언은오늘도지팡이신세이다 체중을아이. .

언에모두실어삐딱해진자세로 스윙을하는형의넓은등만구경한다 짙은군청색, .

폴로셔츠에흰골프장갑 하얀반바지는테니스용에가깝게짧다 짧게쳐진헤어스타. .

일이경쾌하다 힘있게움직이는어깨와팔뚝을구경하기도하고널찍한등과유연하.

게돌아가는가는허리를본다 탄탄한힙 늘씬한허벅지근육 잘생겼다. , . .

안하고뭘해.⌜ ⌟돌아보지도않고형이말했다.

13

아무래도싫어요 골프는, .⌜ ⌟힐끗 스윙직전볼을보느라고개를숙인형이어깨너머로날봤다 잘생겼어. . .

왜.⌜ ⌟휘이익 탁 그리고나이스샷, ! .

땀이안나잖아요.⌜ ⌟후 코로웃는소리가들렸다 형이내볼까지가져다치는동안나는변함없는자. .

세를유지하며형을구경했다 이러는것도오랜만이었다 그리고그건형도알고있다. . .

다음엔그럼필드에나가자.⌜ ⌟말을그리하면서일부러천천히몸을움직인다 미묘한움직임까지모두감지할수.

있는 다큐멘터리의 고속촬영처럼 몸이 비틀려 대각선으로 주름진 군청색 폴로셔츠의.

등판 그속의근육. .

갈까.⌜ ⌟말투가달라져있다 가자가아니라 갈까 형은내클럽까지챙겨들었다 걸음이느. , . .

린 나에게맞추느라형이내스니커즈를자꾸본다 나는주머니에손을꽂고앞만본.

다 탈선은좋지않다. .

형의차는벤츠 다 짙은회색의가죽시트와조화를이룬검은세단은서E-CLASS .

른도안먹은형과잘어울린다 흰골프장갑을낀채로운전을하는형의오른손을.

가만히본다 자동기어인데도오른손이기어의윗부분을 움켜쥐듯붙들고 있다 조금. ‘ ’ .

흐트러진자세를선호하는나와달리느슨한구석이라고는전혀없는형은운전도정

자세이다 왼손이핸들의 시방향에고정이다 반면기어를꽉잡은오른손은가끔. 10 .

공중으로떴다가핸들로천천히옮겨가고그리고다시핸들을떠나공중에떴다가기

귀소 탐닉 환절기, ,

어위로다시착륙한다 그리고매달리기라도하듯붙든다 정정이다 그냥붙들고있다. . . .

그러고보니연습장으로오는중엔그걸눈치못챘었다 아까의나는어딜보고있었.

더라 기어바로옆 형의그을린허벅지근육이보인다. , .…

형은잘생겼다.

연습장에서집으로가는길은나의고교시절등하교길과똑같다 눈감고도다니.

는 길이라 음주 운전에 졸음운전마저도 무난히 해내는 나는 알아챈다 좌회전 하려면.

지금 차선으로붙어야하는데여전히 차선이다 어딜가려는걸까1 4 . .

시간은오후 시4 .

익은햇살의반짝임이세상다산여자의수줍음처럼안쓰러이예쁘다.

초가을이설풋이익는냄새는저편의기억들을헤적인다.

지이잉 나를아는형은알아서차창을내려준다 따라서나는어딜가는거냐고묻. .

지않는다.

형의수법이다 이런형은제법이다. .

나중에먹어야지라는생각으로책가방안에제일좋아하는초코바를넣어놓고그

가방을등지고앉아수업시간을보내는것 그즐거운설렘, .

제일좋아하는배우가주연으로나오는영화가 시부터시작하지 그래서 앞에11 , TV

앉아쇼프로를보며깔깔대는걸로초조함을죽여 시간이갈수록약간의흥분이더해.

져가는그설렘.

만대일이라고소문이자자한킹카 그사람과일주일에한번같이듣는교양수업, .

다른과들줄줄이엠티가고수업에들어오는건우리과그리고그쪽과 용기를내서.

나란히앉는것까지성공 수업끝나면같이차마시자고말을해버리자마음을정하고.

15

수업끝나기만을기다리는그숨막힐것같은설렘.

비할바가아니다.

본가에내려온건 개월만이다 시간바쁜형과단둘인건 개월만4 . 24 7 .

비할바가아닌거다.

차안은지독하게정적이다 그래서운전하는형이브레이크를잡을때들리는가죽.

시트와맨살이쓸리는그마찰음에온신경이집중된다 나직하게들려오는숨소리에도.

신경이곤두선다.

이런내상태를눈치채고있을까.

아직은아닐까.

지금내이숨소리 이정도면알아챘을까. .

불안은 불안을 증식한다 커져가는 내 숨소리를 막을 재간이 없다 시선은 어디를. .

향해도어색하고손동작도불안하다 형은어떨까. .

훔쳐보지않기 특히나상대가알아챌수있는거리에서는금물 절대적불문율이, .

지만어겨본다 시선을꺼진카오디오에두었다가핸들로 앞유리를보았다가 옆얼굴. . ,

까지는차마못가고가슴팍으로 깔끔하게잘박힌폴로셔츠단추단의바느질 팽팽히. .

당겨진안전벨트가결박하고있는튼튼한가슴은눈에띄게오르락내리락거린다 그리.

고나는이제침도삼키기가힘겹다.

과감하게 그의 얼굴을 쳐다본다 이러면 도발이다 내 시선이 자신의 얼굴에 닿은. .

것을안그가필요없는제스처를해보인다 고개를살며시왼쪽으로빼앞의차간격.

을본다 저런것을할리우드식액션 정확히는시뮬레이션액션이라하지 저런식으로. , .

반칙유도 내가더편히볼수있게계산했다. .

귀소 탐닉 환절기, ,

형은여전히편안해보이지만실은그렇지않다는걸느낄수있다 내가풀어놓은.

짐승이라면그는갇힌맹수이기때문이다.

우리형은위험한사람이다.

그리고얄팍하다.

게임을즐길줄아는것이다.

알지K, ?⌜ ⌟그래서그는성적긴장감에짓눌린내게내관심밖의주제를던져준다 형에대한.

내집중이더욱강해지도록.

그녀석요새뭐하는지내가말안해줬지.⌜ ⌟그의목소리는연출된거다 가슴깊은곳에서울리는목소리는들큰하고매끄럽다. .

라 아 생각났다 형의고교동창인그는일류공대에다녔었다 형심부름으로K. K . , . .

그의집에간적이있었는데방을한가득메우고있는전공서적이며사회과학서적을

보고단번에질려준기억이있다.

빌려줄까- ?

Power Shift. 앨빈토플러의책을뒤적이는내게그가물었었다 머리는장마비에.

젖은짚단대충말려던져놓은것마냥심란한꼴에눈알이안보일만큼두꺼운안경,

노다지 책만 파는 결과물로 얻은 누렇게 뜬 피부하며 밤이면 밤마다 나이트클럽을.…

순회하며혹모델할생각없냐는제의를뿌리치는데시간을보내던나는어깨를으쓱

하며아뇨라고대답했었다.

무슨재미로사는겁니까- .

청춘은허비할때비로소가장큰의미를지닌다 즐기고즐겨도단물이넘치고넘.

17

치는세상이널렸건만이무슨답답한짓인가 측은한마음이절로들어물었었다 형. .

이 부탁한리포트를저장한디스켓을넘기며요란한색깔로물이든내머리와멋들어

지게찢어진나의구제청바지를훑은그는이렇게답했었다.

난세상을이끌어- .

그의방문을열고문지방을넘고그리고방문을닫으려는데 아무래도안되겠어서,

한마디해줬던거다.

그럼좀잘이끌어주십쇼 그래야저같은놈들이더신나게놀죠- . .

그 를말하는모양이다K .

글로브박스열어봐 지난번동창회때같이찍은사진있어. .⌜ ⌟보고싶지않았지만별장까지가는동안숨막혀죽고싶지않으면뭐로든정신을

좀산만이할필요가있었다 글로브박스를열자안에는달랑사진한장뿐이었다 평. .

소엔텅빈그의글로브박스이다 일부러넣어둔모양이다 내게보이려고. . .

집어들어뒤집었다.

몇년만에보는 의얼굴은내가알던 가아니었다 부스스했던머리는세련되게K K .

정리되어있었고입은옷도훌륭했다 그촌스러운안경속에이렇게나매력적인얼굴.

이숨어있었던건가 를나는기대했었다 나는빤한사람이기때문이다. . .…

그당시는앳된맛이나있었지 전반적으로심하게훼손된용모의 를도로글로브. K

박스에넣은나는팔짱을끼고시트깊숙이몸을묻었다 살며시눈만굴려힐끔바라.

본 그에서는이제빛이난다 영리하기는 교활하고야비하단평판으로밥을벌어먹고. .

사는이남자는가끔내게이렇게애교부린다 나도유치한짓할줄알아. .

요즘은뭘한대요?⌜ ⌟

귀소 탐닉 환절기, ,

내목소리는축축했다 성대가눌리게하려고고개를약간젖혀시트에뒷머리를기.

댔기때문이다.

뭘할거같은데.⌜ ⌟반사되어돌아오는그의목소리도만만치않다 내게잘보이려내는목소리다 미. .

끄러져내리는듯 녹아내리는듯. .

글쎄요.⌜ ⌟조금뜸을들이고그는말을해준다.

전공살려서지금국정원에있다.⌜ ⌟아 .…⌜ ⌟무슨일하는지알려줘?⌜ ⌟아무나알면안되는일이라도해요?⌜ ⌟우리나라의온라인을다잡고있다던데 그자식 통신이라면전화고인터넷이고, .⌜

할거없이죄꿰고있대.⌟도청이나해킹 뭐그런거요, ?⌜ ⌟그렇다더군 말하자면빅브라더인셈이지 그런식으로통제하고감시하는거야. . .⌜

우리야조심할밖에.⌟그는근사하게말해 때로로비스트다 우리아버지도그러하시고 그리고우리할아, . .

버지는정치깡패셨다.

그래서동창회에서사진도나란히찍은거예요 잘좀사귀어놓으려고? ?⌜ ⌟웃으면서물어봤다.

아니 그자식대외적으로는경리과직원이더라구. .⌜ ⌟

19

심각하게대답한다.

그래요?⌜ ⌟그러나나는심각하지않다 같은건관심없기때문이다 나는지금형뿐이다. K . .

이남자뿐이다.

그가지금이라도아무데나차를세운뒤안전벨트를풀수있다는것을나는안다.

그래서나는저렇게차분한얼굴로운전에열중하는그의모습에숨이막힌다 기어를.

붙든그의오른손이찢어진청바지사이로드러난내왼허벅지안으로들어올수있다

는것도안다 그래서나는기어를잡은그의손에서느껴지는미묘한체온에허벅지.

신경이온통날이선다 그가얼마나집요한애무를즐기는지안다 얼마나사람을지. .

치게하는지안다 그래서나는제아랫입술을씹고있는그의이에자꾸침이고인다. .

뭉근하게 퍼져나오는그의체취 숨쉴때마다오르락내리락하는가슴팍과복근. .

내몸위의느낌 정지신호에서차를멈출때마다 자신의가슴과배를괜스레쓸어대. ,

는그의큰손.

아랫배가아린다.

그리고그걸아는그는태연한척한다.

층으로지어진우리별장은시골구석에처박혀있다 앞으로는드넓은밭이요뒤로2 .

는황량한황무지다 좌우 미터쯤떨어진곳에인가가있는이휑뎅그렁한장소는. 700

자형의산으로둘러쳐있다 물론산도우리산으로죄무궁화가심어져있다 부동C . .

산가올리는데에는무궁화만한게없다며묘목을가져다심은게 년전이란다 생각15 .

귀소 탐닉 환절기, ,

하면웃기다 보면더하고. .

별장앞에차를댄그는내가안전벨트푸는것을확인하고 내가차문을여는것에,

맞추어차에서내렸다 자상하게보이고싶은모양이다 높이 미터를조금넘는검은. . 1

철제대문을열고안으로들어간그는허리를숙여정원에떨어진말라비틀어진잡초

무더기를양손으로집어서한옆으로치워냈다 탁탁 손을털고별장안으로들어가. ,

는 그의뒷모습에서여유로움이보이자그만큼나는긴장이된다 흰돌이깔린길을.

걸어현관앞에선그는뒷주머니에서별장키를꺼내어현관문을열었다 그리고내가.

먼저들어갈수있게문을잡은채한옆으로비켜서주었다.

별장은일년반만이다 쓰려고지은게아니고투기목적으로지어진거라대학.

시절친구들과못된짓하는용도가아니면거의쓴적이없을만큼열악한시설을자

랑하는 곳이다 수도 시설도 그렇고 가스도 전기도 시원찮다 그러니 거실 한 가운데. .

떡하니자리잡고있는저마호가니물소가죽소파는코미디다.

볼때마다웃겨 이소, ㅍ…⌜ ⌟소파를막쓸어보려던내손이거두어진다 팔을그에게붙들렸다 확하고돌려세. .

워진내몸 그의왼손이내목뒤를붙들었다 그대로고정 그리고오른손이내옷을. . .

찢었다 목부분을잡아아래로찌익 섬유찢기는소리가썰렁한실내를메워나간다. -. .

그의이가목덜미와귀를사정없이씹는다 아프다. .

우리 샤워먼저하면안돼요 ?… …⌜ ⌟달아나지 못하게 내 목을 꽉 붙들고 짧은 비명이 나도록 물고 빨아 당기고 잡아, .

뜯듯옷을벗기는손 샤워하고싶어요 그러나말잇기가힘들었다 그가귀끝을세게. . .

깨물었다 늘이듯이당겼다놓아준뒤 입맞추듯귀에입술을붙이고속삭였다. , .

21

우리가남이야 ?…⌜ ⌟몸이소파위로던져졌다 나를던져눕힌그는내무릎사이에오른발을끼워넣었.

다 셔츠를벗어테이블위로던졌다 손목시계도풀었다 찰크락 시계가테이블위로. . . ,

올라간다 나는그의옷가지와손을그리고그는내눈을본다 내가그의눈을본다면. .

그는나의몸을볼것이다 우리는눈을마주치지않는다 서로의눈을바라보는것 그. . ,

런건힘들다.

한 손으로 바지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린 그는 내 다리 사이에 넣었던 오른 발을

거뒀다 무릎으로바꿔밀어넣고내쪽으로몸을기울였다 그리고내발목을잡았다. . .

아주천천히다리가벌어지게했다 그가좋아하는일이다 자기손으로내다리를벌. .

리는것 그리고내가등받이쪽으로고개를틀어소파깊숙하게얼굴을묻는것도그.

는좋아한다 그래서드러난내목덜미도. .

벗어.⌜ ⌟그의단단한코끝이내목덜미에닿았다 그는턱의각을틀어가며콧날로내목덜.

미를쓸어올리고또쓸어내린다 나는손을내려바지와브리프를벗기시작했다 내. .

목덜미를콧날로어루만지는그는눈을내리깔고그과정을지켜본다.

서늘한 기운이 맨 다리를 휘감았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드러내는 것이 민망하여. .

나는무릎을모았고그러자마자그의단단한무릎이내무릎사이를다시비집고들어

온다 내아래를바라보는그의눈 나는고개를다시돌렸다 그는아주천천히 제무. . . ,

릎을양쪽으로움직여내다리를벌린다 머리위로올린오른팔안쪽에나는얼굴을.

묻었다 왼팔을소파아래로떨어뜨렸다. .

세로로 찢어진 셔츠의 끝자락을 잡은 그는 나의 허벅지 사이에 무릎을 끼워 넣은

귀소 탐닉 환절기, ,

채천천히셔츠를벌리기시작한다 이제나는완전히발가벗겨진다. .

날예뻐한다는걸안다.

왼팔을 쭉 뻗어 소파 팔걸이를 짚은 그는 몸을 숙인다 날 바라본다 손등으로 내. .

뺨을 쓸고 자연스럽게 미끄러진 손은 내 목을 움켜쥔다 그리고 지긋하게 힘을 준다. .

엄지로내턱을어루만지며나를바라보는그가날예뻐한다는걸안다.

우리는한마디도하지않는다 서로에게아무것도기대하지않으며아무것도요구.

하지않는다 부담주지않는다 서로의영혼이교감하지않도록우리는서로의눈을들. .

여다보는짓도하지않는다 서로의눈동자안에담긴열망도 동경도그리고죄책감도. ,

후회도보려하지않는다 탐닉만으로도죄는충분하다 더이상은필요없다. . .

모든관계가그렇듯우리도물론시작이있었다 운명처럼자신의짝을발견한그런.

순간이있었다 년전내가태어난그순간 그때였다. 25 . .

실질적인연인관계 즉근친상간의육체적관계로들어선것은내가원해서였다 중, .

학교때까지유도부주장을 고등학교때는검도부주장을그리고대학은태권도특기,

생으로들어간괴력의소유자인형은 분안에자기것으로만들수있는강간대신15

년간의세뇌작업을통해나를손에넣었다 세상에서간절히갖고싶은것이있다25 .

면그건오직이남자뿐이었다 나에게세상으로향하는유일한창이자길은형하나였.

던것이다 그렇기때문에안아달라고 한번만이라도좋으니안아달라고 신혼여행에서. , ,

돌아온형앞에서옷을모두벗은채바닥에엎드려처량하게운건나였다.

그의 애무엔 늘 한숨이 섞여있다는 걸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내 목덜미와 어깨에.

토해지는더운그의숨이음란한욕정이아니라피할수없는죄책감의서글픔이라는

것을내가어떻게알겠는가 언제나고개를틀어깊숙이얼굴을숨기는나를좋아하는.

23

그의이유가드러난나의목덜미때문이아니라감춰진나의이마와뺨언저리그리고

갸름한턱선때문이라는것을내가어떻게알겠는가 자길닮은그모습을보지않을.

수있어서란것을내가어떻게알겠는가 나는모른다 나는아무것도모른다. . .

나를발가벗겨찬찬히지켜보던그는나의목을물었다 그의이가잡아먹을듯 씹. ,

어삼킬듯나의목을물어뜯었다 아파 그러나소리내지않아야한다 그럼안된다. . . .

이미이렇게된상황에서도나는그런것을주저한다 그래서내아랫입술은피가맺히.

도록이로물린다 내몸구석구석을급한손길로어루만지며함부로잡아뜯고쓸어내.

리는그는거칠게숨을토할뿐아무말도하지않는다 그러나그는주저하지않는다. .

까칠한 입술 그리고 뜨거운 혀가 목덜미에 느껴졌다 이 자국이 남았을 나의 목과.

어깨 그낙인위를그는혀로달랜다 아릿한통증위에혀의뜨거움과증발하는타액. .

이주는시원함이번갈아느껴지고 그리고. .

순식간에몸을내려소파아래에무릎을꿇은그는내아래를거침없이입에물었

다 그리고내쪽에서적어도마음의준비라는것이있을사이도없이몸이번쩍일으.

켜진다.

아아 아아아, ,⌜ ⌟통증을 호소하는 나의 비명소리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터져나간다 내 허벅지를.

단단히팔에꿴그는집요하다 혹사의통증에섞인자극의쾌감때문에나는몸을비.

틀었다 그래도아팠다 그의어깨를때리며소리를질렀다 내가유일하게소리를내는. . .

순간이랄것을그는안다 그래서이렇게나잔인하다. .

아아 아아아, .⌜ ⌟내일아침의그의어깨는상처로부풀어오를것이다 손톱으로찢고주먹으로내리.

귀소 탐닉 환절기, ,

쳐도그는가차없다 그의목적은분명하고나는고통스러웠다 내질러대는나의목소. .

리는길면길수록 크면클수록그리고울음이섞이면섞일수록그를만족시킨다, .

오르가즘이끝나고내기운을모조리삼켜낸그가나를놓아주었다 나는뒤로나가.

떨어져숨을골랐다 이제그의차례다 내가할일은이제그의목을꽉끌어안고입. .

닥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몸이 내게 얼마나 기쁨인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할. ,

수없다.

그런데 힘이풀린내다리를천천히벌려오른쪽다리를옆구리에끼우고 능숙하, ,

게내안으로들어온그는신음을참으며호흡을가다듬는내게말을걸었다.

혜성아 .…⌜ ⌟오랜만의정사였기때문에느끼는감개무량인걸까.

혜성아 .…⌜ ⌟그는두번이나나를불렀다 그리고나는대답하지않았다 반칙은반칙으로끝나. .

야한다.

그의허리가물흐르듯움직였고내눈가엔눈물이고였다 미간이모아졌다 그리. .

고기어이내목구멍으로뜨거운설움이삼켜졌다 안고있던그의목을바짝끌어당기.

고 나는얼굴을그의목에묻었다 그의목은아주익숙하다 내가나를끌어안듯 내. . ,

팔안쪽에내얼굴을묻듯그런익숙함.

한번도기쁜적이없었다 섹스는언제나슬프기만했다 좋아서슬펐다 싫은적이. . .

한 번도 없어서 슬펐다 우린 한 배에서 한 씨를 받아 태어났다 행복해서 괴로웠다. , . .

불행하지않아서괴로웠다 형제여서죽고싶었고형제가아니어서죽고싶었다. .

그는 움직이던몸을멈췄다 날끌어안은채내몸안에자신을가둔그는그렇게.

25

가만히있었다 그리고말했다. .

평생철없이살수있게해줄게.⌜ ⌟철없이 이번본가의일을겪으며어른이된나를본그는불안해진걸까. .

넌변하지않고살수있도록 언제나이대로있을수있게 내가도와줄게. . .⌜ ⌟그의팔이내어깨를조였다 나는말했다. .

형이원하면그여자랑결혼할게요 본가근처에집알아봐줘요. .…⌜ ⌟내 귀는 그의 더운 입안으로 다시 들어가고 몸을 일으킨 그는 나를 일으켰다 더, .

탄탄히끌어안았다 입안에넣은내귀를씹으며힘있게나를밀어올리기시작했다. .

이남자만한사람은아마없겠지 나역시이남자에게. .

오늘도우리는슬펐다 제발끝이있기를바란다는걸서로알기때문이었다. .

서로알기때문에.

보수적 성향이 짙은 우리 아버지 우리 형 그리고 나 그러나 우리 집안은 당을, . M

지지한다 야전사령관노릇을수십년간해온 의뒤에서선생을형님모시듯해온. DJ

정치깡패가우리할아버지직업이었기때문이다 하여 대를물려충성해야한다는집. ,

안의뜻에따라아버지도형도그리고나도개인적정치성향은다분히우파이나생업

을위한정치입지는좌파일수밖에없는그런아이러니한상태에놓여있었다 피도좋.

지않고머리도좋지않다 그런데돈은많다 귀족도석학도아닌부자가기득세력의. .

Hierarchy에서맨밑바닥을면하고자존심챙기며살고싶다면그걸부정하는체제를

지지하면된다 그렇게우리는야당집안이었다. .

귀소 탐닉 환절기, ,

진동별장에가있으마.⌜ ⌟신당창당의유입자금이형의손에의해세탁됐다는증거가포착되었다.

정치자금을 비교적수월하게거두어들일수있는여당과는달리야당이가져다쓰

는자금이란것은가끔치사하고조잡스러운방법으로모아진다 그래서가끔우리형.

도그더러운바닥을핥아드려야한다 몸팔아먹고사는사람들에게뜯어낸조직폭.

력배들의 삥을상납받아우리집유령유통회사중하나인 주류상사의지출로기입‘ ’ P

하고역시우리집안유령금융기관인 신용금고에넣어두었다가다시주류상사의수K

입으로잡아기재한비밀장부가발각되었단다 증거를확보한검찰이수사에들어갔.

다는 정보를 얻은 그는 수트케이스를 두개나 채워 밴에 실었다 그리고 걱정스러움을.

표정에담아말대신건네고있는나에게이렇게말하며웃어주었다.

별걱정은천문학자한테나맡겨.⌜ ⌟.……⌜ ⌟

이름을괜히혜성이라고지었네.⌜ ⌟첫번째까지가좋았어요 농담은, .⌜ ⌟차고안은서늘했다 게릴라성폭우가연일이어지고있어서시멘트바닥에서올라오.

는눅눅한습기에반팔아래로드러난상박에소름이돋아있었다.

간다.⌜ ⌟형이하루빨리아버지같은남자가되기를나는바란다 차에오른그는내려진차.

창밖으로팔을길게뻗었다 벽에붙은차고셔터의빨간단추를누르고팔을거두기.

전 내머리를좀헝클어뜨렸다 차창을올리고차고를빠져나갔다 아버지를닮은것만, . .

으로는불안해 형이아버지를뛰어넘는그런남자가되기를나는간절히빌었다. .

27

평생철없이살수있게해줄게- .

폭우속으로사라지는그의밴을보고있는데그말이떠올랐다.

넌변하지않을수있게 언제나이대로있을수있도록내가도와주마- . .

후 .…⌜ ⌟웃음이났다 태양도식어간다는데 누구도제자리일수는없는모양이야 형. . , .

후우 .…⌜ ⌟나는긴한숨을내쉬었다 내첫작품은꽤나귀여운시작이구나. .

훗.⌜ ⌟자조가뒤를이었다.

비가너무많이내렸다 여름이면여름답게데워져야마땅할대기가찬빗줄기에싸.

늘하게식었다 그덕에나는계절감각을상실했다 얇은니트티셔츠는손목까지내려. .

온다 타다닥타다닥 차체를때리는빗방울소리가차안을떠도는구슬픈노랫소리. .…

에 섞여 가슴을친다 춥고가슴시리고눈물이난다 남의집대문이보이는커다란. .

느티나무아래에차를세우고초록색페인트칠이되어있는그작은대문을보고있자

니그낯설음에세상이우울하다.

형님고등학교동창이라면서 그놈이자료를가졌다는데-K, , .

요-K ?

형님이말안해 그자식안기부 아니 국정원에있잖어 형님통화내용이도청된- ? , , .

뒤바로해킹해서장부다복사해갔대 그 가라는새끼가 아직검찰에넘기진않았다, K .

귀소 탐닉 환절기, ,

는데.

넘어갔다면서요- .

추측뿐이야 아직은- , .

-K .…

지금그자식도휴가차본가에와있다나봐- .

평 규모의사과과수원을하고있는녀석의집은대대로소작집안인걸로알고1000

있다 알아본바로는작년까지임대과수원이었던것을이제야겨우아버지명의로돌렸.

다한다 천리안에만리청도온전히제것이아니면제배불리기엔별도움이되질않.

는모양이다 곰재주가좋을수록배부르는건조련사일테니. .

그러니어쩌지.

경제사정이넉넉지않은그에게돈을줘야좋을까아니면 그실력에공무원자리,

눌러 앉아있는 거 봐서 뭔가 대기 만성형 성공을 노리는 거라면 정치적으로 뒤를 봐

주겠다약속해야하는게좋을까.

도무지내가뭘알아야말이지.

내가잘아는거면그건데.

몸로비.

훗 .…⌜ ⌟코웃음을막끝냈을때초록빛대문이벌컥열렸다 그리고웬남자하나가나온다. .

거센빗줄기를막고있는건머리위에대충펴얹은분홍색수건뿐이다 노란색장화를.

신고낡은청바지를입은사내의하얀반팔면티는푹젖었다 깡마른그는양손에양.

동이를들고있었다.

29

는아니다K .

아름드리 느티나무나무아래자신의집을관찰하고자하는목적이분명한방향으

로정차되어있는 그게아니라면이런곳에세워져있을이유가없을 장식이요란한, ,

터뷸런스를본그는담을따라걷다말고걸음을멈추었다 그리고오른손으로들었던.

양동이를바닥에내려놓더니시야를가리는비를막으려수건의앞자락을잡아지붕을

만들었다 그자세그대로한참이나내쪽을본다 본다고봐질리가있나 내차는제. . .

법시커멓게선팅이되어있다.

아아 .…⌜ ⌟누군지알겠다 강소민 의동생으로나의동창이다 머리좋은제형과달리학교. . K .

다니는 내내 주먹질만 하고 다니더니 결국은 집에서 농사일을 거드는 모양이었다 그.

사람이름이뭐더라 아 그렇지이병헌 학교때별명이이병헌이었는데지금은더비. , .

슷해졌다 자식 살좀찌지. , .

지이잉 창문을내렸다 녀석이나를알아볼수있도록했다 열린차창안으로여름. . .

비가좋아라들이쳤다.

찌걱찌걱비닐장화물새는소리를내며터벅터벅다가온녀석은허리를숙였다 그.

리고물었다.

전혜성?⌜ ⌟어째서내주위엔환한미소를아는사람이없는건가 수건으로덮어씌운앞머리에.

서빗물을뚝뚝떨어뜨리며나를쳐다보는녀석의눈은이유없이심각해보인다.

오랜만이다.⌜ ⌟들이치는 비에 눈을 살짝 찌푸린 나는 손을 내밀었다 녀석은 양동이를 들지 않은.

귀소 탐닉 환절기, ,

오른손을젖은바지에스윽문지르더니내밀었다 입술새에고이는물을풋뿜어내며.

녀석은말했다 반갑다 악수하는그의손은뭐하러닦아낸거냐고묻고싶을만큼완. .

전히젖어있었다.

뭐하냐여기서.⌜ ⌟빤히도본다 들이치는비에니트티셔츠가젖어든다. .

너네형보러왔다.⌜ ⌟젖은오른팔뚝으로스윽 물방울이고이는제턱밑을훔쳐낸녀석이되물었다, .

우리형 왜? .⌜ ⌟서러움을좀타는성격이기는하다 내가 변죽도별로고비위도그다지이기는하, .

지만 그래도왜라는말에윗배가싸해지는바보는아닌데, .

후 .…⌜ ⌟한숨에볼이다불룩해졌다 내피에도있을줄알았는데 이런일 아닐까. . . .

우리형밭에있어 불러다줘. ?⌜ ⌟빤히도 본다 저렇게 심각한 표정을 기본 사양으로 가진 사람은 참 오랜만에 보는.

듯싶다.

아냐 방향만가르쳐주라 내가가서보지뭐. . .⌜ ⌟차에서내린나는트렁크를열어골프우산을꺼냈다 뒷좌석문이없는내차를녀.

석은또심각한눈으로본다 웬만한비라면강물에빠진꼴인이녀석앞에서우산을.

펴지 않았을테지만비는제법거셌다 우거진나무아래인데도나는벌써몸이젖는.

것이다 활짝편우산을녀석과나란히썼다. .

저기 보이지, ?⌜ ⌟

31

녀석은팔을쭉펴고손가락으로앞을가리켰다 팔을쭉펼필요가있었을까 과수. .

원은코앞이다.

이비를맞고밭에서뭘한대냐.⌜ ⌟심각한강소민은나를다시빤히봤다 녀석의입술이뜸을좀들이더니열린다. .

물막어.⌜ ⌟무슨물을왜라고묻느니차라리비오는데집안에서보드카나데워먹지그래라

고말하는게나았다 나는고맙다고말한뒤녀석의팔을팡 쳐주었다 손바닥에닿은. , .

녀석의팔이돌덩이여서깜짝놀란나는눈썹까지올리며눈을크게떠보였다.

가라.⌜ ⌟심각한그녀석은폭포라고해야딱좋을폭우안으로사라져갔다 양동이가좀작.

은게아닐까.

후우 .…⌜ ⌟나는사과밭으로걸음을옮겼다 아직시멘트길이어서스니커즈안으로는맑은빗.

물만 스몄다 그리고 드디어 과수원이 시작되는 경계 나는 그곳에 서서 빗물을 콸콸. .

흘려보내고있는작은도랑과그너머의잡풀들그리고진흙탕의아수라를바라보았다.

제발 변하게 해주십시오 신이시여 자기연민을 자기연민으로 인식하기에도 지쳤습, .

니다.

과수원안으로한발들어서자마자타다다닥 세찬빗방울이나무이파리들을내리치,

는소리가입장을환영하는박수소리인양들려왔다 백설공주에게건네면딱좋을모.

양으로짙푸른사과나무에조랑조랑매달린 반쯤붉게익어가는연녹색의사과를보며,

나는비바람에흔들리는나무사이를걸었다 를찾기시작했다 어디서무슨물을막. K .

귀소 탐닉 환절기, ,

고있는걸까 쯔억쯔억 질퍽한진탕은아끼는스니커즈를붙들고좀처럼놓아주질않. ,

는다.

아.⌜ ⌟빗소리와나무우는소리에인기척을감지못한나는불쑥나타난시커먼사내때

문에놀라뒷걸음쳤다 지익 뒤로밀리는내스니커즈를다행히제법굵은돌이받쳐. ,

주었다 넘어질뻔했던나는자세를바로한뒤우산을조금높이들었다 그의머리. .

위도막아주었다.

검은우비를입은그는좀비영화의방역요원처럼투명한비닐이얼굴의절반이나

가리고있는검은후드를뒤집어쓰고있었다 소용없는물건을쓰고있다 비닐에들러. .

붙은빗방울들이시야죄가려그는아마앞이잘보이지않을것이다 내가그의얼굴.

을전혀보지못하는것처럼 그러나이남자가 다 비닐아래로보이는입술 내눈. K . .

썰미가보통이상이기도하고또저런입술은흔하지않다.

그흔치않은입술이열렸다.

왔냐.⌜ ⌟나를기억하고있다 나는말했다. .

예.⌜ ⌟투두두둑 비가우산위를때리는소리가요란했다 우산아래의우리목소리는아, .

주소곤소곤히들려왔다 이불속에서말하는것처럼은밀했다 게다가짧다 이함축된. . .

공감의의사소통 그는내가올것을예상하고있었다 왜왔는지도알고있겠지 그리. . .

고날기다리고있던그에게나는담담히대답한것이다 예. .

내가아무런대책이없다는것까진몰랐으면좋겠는데.

33

앉자.⌜ ⌟집 아님내차 아님앉을만한데가어디있다고설마여기, ? ?

우산을 빠져나간그는허리를굽혀한옆에나뒹구는노란색플라스틱과일박스를

집어왔다 사과나무그루아래로가져다터억 뒤집었다 박스위에걸터앉은그는우비. , .

안에서 안전하게간수된담배갑을꺼내어하나피워물었다 그의얼굴은여전히잘.

보이지 않았다 이번엔 담배 연기에 가렸다 담배를 입에 문 그는 찌그러진 발음으로. .

말했다.

앉아.⌜ ⌟거기에앉으려면이큰우산은내려놓아야하고우비가없는난비를맞아야만한

다 무성해봤자사과나무 그아래에별로믿음이안갔다 손을우산밖으로내밀어봤. . .

다 빗줄기가얼마나억센가. .…

이제많이안와 우산접고앉어도돼. .⌜ ⌟우산을 접고 그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과연 가늘어지기는 했다 그래도 머리가. .

젖고어깨가젖는다 의자에앉는순간부터바지는척척해져버렸다 접은우산을나무. .

에기대어놓으려뒤로돌린팔을이리저리움직이는데 반대편팔이툭 쳐진다 내밀, , .

어진담배를보다가비맞으며피우고싶은마음절대없어아뇨 라고거절한다 그러, .

나 거두어지는담배와그의입술에물린담배그리고혼자청승을떨게된그를보고

는이내후회한다 이런바보를봤나. .…

비는내린다 다리를쭉뻗은그는담배를피운다 비에젖은담배연기는날지못. .

하고가라앉는듯보인다 그렇게보일뿐이다 내기분탓이다. . .

사과밭인데사과냄새가안나네요 .…⌜ ⌟

귀소 탐닉 환절기, ,

추적추적만들어지는진흙탕과엉망이된운동화를멍하니보다나는말했다.

꽃향기는좀나는편인데열매에서는안나.⌜ ⌟그의옆모습을보았다 보이는건살짝뒤로젖혀쓴우비의후드밖으로드러난콧.

날뿐이다 코밖에안보일정도로제법우뚝하다. .

사과냄새가왜안나요 겨울에과일가게가면사과냄새뿐이던데. .⌜ ⌟그건다익은거니까그렇지 게다가따놓은뒤숙성되는과정에서당도가높아.⌜

져그런거야.⌟그럼신선한사과보다좀된사과가더맛있다 그말이에요, ?⌜ ⌟툭 비에젖은필터는이제물에빠진꽁초가됐다 발끝으로진흙을밀어그는꽁, .

초무덤을만들며대답했다.

어.⌜ ⌟그렇구나 건성으로고개짓을끄덕끄덕해보이며나는사과밭을둘러보았다. .…

농약치죠?⌜ ⌟어.⌜ ⌟담배를잃은그의손가락열개가서로단단히맞물려지는가싶더니이내으득으득

소리를내며꺾여갔다.

껍질에영양이더있다는데농약너무많이치지말아요.⌜ ⌟그래도다른데에비해많이안치는편이야.⌜ ⌟이녀석하고단둘이대화해보기는오늘이딱두번째다 그런데우리대화의시K, .

작이이렇다 형좀봐주시죠 가지고있는그자료 아직아무에게도말안했으면폐기. , ,

해주세요 대가는 원하는 대로 드리겠으니 가 목적이었는데 대화가 이랬다 그러고, . .…

35

보니이녀석얼굴도안봤다 오랜만에만났는데형 악수나하죠 라고말을열면그. , ,

의얼굴보기가자연스럽겠다싶어몸을조금틀어오른손을내밀었다 그런데. .

밑에서혹소민이못봤냐?⌜ ⌟그가먼저나를돌아보며말했다.

아 아뇨.…⌜ ⌟아뇨 라고나는소리없이입모양만한번 더만들어 보였다 그의눈과마주친, .

나는그리고한번더아뇨 라는입시늉을했다 검은비닐후드를쓴 빗물에젖은, . ,

그의창백한얼굴과까만눈동자 얼굴가운데에자리잡은우뚝한콧날을본나는핏,

기가생생한그의붉은입술을내려보며고개까지가로저었다.

아뇨라니 뭐가아니야. .

아니 아니, .⌜ ⌟정신을차리고나는도리질을쳤다 눈까지꽉감아설레설레해보인나는곧정정.

했다.

봤어요 형집앞에서봤어요. .⌜ ⌟당황하는이유를모르겠다는듯눈썹을보일듯말듯올려보인그는고개를다시

돌렸다 나는그의무릎언저리로시선을내렸다 그는먼하늘쪽으로시선을두고있. .

다가 입을열었다, .

넌요새뭐하냐?⌜ ⌟저야뭐 .…⌜ ⌟놀고먹죠 뭐 라고말할자리가아니었다, . .

이제곧진이형일을도울거예요.⌜ ⌟

귀소 탐닉 환절기, ,

그가다시나를향해고개를돌렸다 나는시선을그의눈에묶고못을박았다. .

곧.⌜ ⌟기회였다 말을꺼낼기회 기회를만든거다 그러나우리주류상사장부형이가지. . .

고있다면서요 그말을꺼내려나지막하게숨을가다듬는찰나 이번에도그가빨랐다, , .

나와시선이묶인그는빙그레 얼굴가득환하게웃어보였다 그리고손으로내무릎, .

을턱 감싸짚으며말했다, .

우리소민이도뭔가번듯한일을시켜야하는데.⌜ ⌟그리고 다시 환하게 웃는다 내가 할 말을 잃은 동안 그는 담배하나를 또 꺼냈다. , .

그런데그때 투둑투둑 빗방울들이굵어지기시작했다 그는말했다, , . .

이런.⌜ ⌟그리고우산을집으려는내팔을담배쥔손으로붙들었다 빗줄기는이내폭포수가.

되어나무아래로까지퍼부어진다.

그렇게큰걸이아래에서불편해서어떻게써 있어봐. .⌜ ⌟그는우비를벗었다 담배를입에문그는팔을모두뒤로보낸뒤한쪽팔씩빼어.

우비를 벗었다 그리고 담요처럼 머리에 뒤집어쓰더니 내 쪽으로 한쪽을 펼쳐주었다. .

들어오라는듯고개짓까지하는형의친구 그리고소민의형 우비를입었을땐거구. .

로보였는데검은러닝셔츠차림의그는기름기가하나없이말랐다 컴컴한사무실에.

처박혀컴퓨터모니터나들여다보니몸이저렇지 우람한형의근육질몸만보던내게.

저런몸은사내가아니다.

감기걸려 들어와, .⌜ ⌟비오는날을유난히못참아하는형이다시한번떠오른다 장마가시작되면어김.

37

없이 킬로씩빠지는나때문에어머니가여름시작전부터달여주시는보약도떠3, 4

오르고 형 보고싶어진다. . .…

그가펼쳐벌여놓은우비안으로들어갔다 그의긴팔아래로어깨가들어가고그.

의겨드랑이아래에나의어깨끝이닿자나는그의품에안긴셈이되었다.

키큰놈이라안그럴줄알았는데 품안에쏙들어오네, .⌜ ⌟우비를내끝쪽어깨에덮어준뒤내어깨뼈를손에감싸쥐고한번흔든그는

말을이었다.

소민이는키가작아서이런맛이안나는건가?⌜ ⌟저기요 형, .⌜ ⌟알고하는말인지모르고하는말인지 다른뜻이있는말인지아니면말그대로인,

건지 어찌됐든그의말은내겐예사로들릴리가없는터라나는몸을약간비틀어그,

와의간격을만든뒤어깨에붙은그의손을떼어냈다.

어.⌜ ⌟그의손은우비속에서제자리로돌아갔다 그리고그는고개를돌려나를보았다. .

차라리나란히있을걸그랬다 뭐조심하다뭐만난격이다. .

말해.⌜ ⌟추주주죽 진땅에빗물이더해지는소리가새삼느껴졌다 시선을그의눈에서입. .…

술로 그것도민망해져그의가슴으로떨어뜨렸다 검정색면러닝셔츠 그의가슴이오, . .

르락내리락 여름임에도차가운기온 비닐우비안은상대적으로포근하다 그가체온. . .

으로데워놓았기때문이다 딱딱하고뜨거운몸으로. .

.……⌜ ⌟

귀소 탐닉 환절기, ,

.……⌜ ⌟머릿속은빙글빙글.

소민이번듯한일이요?⌜ ⌟턱을슬며시든그는나를내리깐눈으로보는가싶더니어 라며고개를끄덕였.…

다 나는말했다 뭐든. . .

고등학교는같이나왔어도저소민이잘몰라요 어떤앤지말해주시면자리를알.⌜아볼까요?⌟그렇지 아무말이나내뱉는다는게뜻밖의수가됐다 물론우리집안에서마련하. .

는자리가탐탁할리가있겠는가 거절할건뻔하다 그러나내가노리는건수락이아. .

니고그저이런식으로운을띄우는것이다 형얘기를꺼내는방법 그는같은눈으로. .

나를본다.

소민이는 .…⌜ ⌟그의시선은동생의이름을입에올림과동시에저너머아주멀리 수묵담채화처럼,

뿌옇게변한청회색빛산등성이로향했다.

하나밖에없는동생놈인데내가너무무심했어 나름대로그녀석을이해하는거.⌜라고 그래서언제든저하는대로 저좋을대로내버려두다보니이지경이됐다 고, , .

등학교다닐때잡았어야했어 나야온집안이기대하는그런모범생이었어서오히려.

내가하는말은죄고깝게들릴게뻔하다고생각했었거든 그래서아무말안하고이.

제나저제나때만기다린건데.⌟.……⌜ ⌟

나같은게무슨형이냐 생각할수록면목없다. .⌜ ⌟

39

그는담배를빨았다 연기를뱉었다. .

얼마전에 나는도움주는거랍시고군대빼주마했어 그런데이미해병대자원, .⌜했대 그것도몰랐다 제말로 그래엊그제마신술자리에서제말로는이렇게욕심없. . ,

이밥만먹고살게끔사과농사짓고 또조금씩키워가고그렇게사는게좋다는데 그, .

래서내가하는거다기우라는데 형맘은또그게아니잖냐. .⌟돈을 제법 벌었을 텐데도 과수원이 아직 작은 건 그래서였군 자기 동생 몫이라는.

생각에아예손을안댔던거였군.

부모님돌아가시고나면남는건그녀석하고나뿐이다 부모님이야연세도연세.⌜시고건강도그렇고 어떻게보면이미세상에의지할피붙이는이미나는그녀석.…

그리고그녀석한테는나뿐인데 형이랍시고도와줄수있는건이렇게물이나막아주.

고도랑이나파주는것뿐이라서마음이안좋다.⌟우리와는다른관계다 이런것이원래형제의관계인거겠지 당연한관계. . .

내가그놈얼마나이뻐하는지 소민이가아는지나모르겠다 무심한자식. , .⌜ ⌟후우우 웃는입술에서흘러나오는담배연기에섞인그의말 그런데갑자기코속. .

을찌르며들어와가슴을옥죄어오는담배냄새 그유독한기운. .

얼마나사랑하는데 .…⌜ ⌟우리형의입에서나왔다면영다른의미가되었을이말 내가저지르고있는일이.

무엇인지아는안다 내가처해있는상황이어떤건지도안다 남의손에이끌려지금. .

의이자리까지오게된그런어린애가나는아니다 그러나나는지금어지럽다. .

벌써가을이네.⌜ ⌟다시금잦아드는빗줄기를담배를버린그가손을내밀어느껴보고있다 그리고가.

귀소 탐닉 환절기, ,

을이라말했다.

넌참곱게자라그런지 아직도애같냐. .…⌜ ⌟웃는낯으로나를보며이리말하는그가 그의얼굴이 안경도벗고빗물에젖었다, ,

해서 그도깨비짚단같은머리가후드에가려졌다해서물론달라지지는않았다 그, .

는여전히핏기없는음의주광성동물의전형적인모습이었다 새벽 시에가장빛. 3, 4

이나는그런야간운행동물인거다 나와비슷해. .

피부가하얗다.⌜ ⌟남말할처지가아녜요 형, .⌜ ⌟나는빛볼일이없어이리된거고 넌정말뽀얗기도하다. .…⌜ ⌟손을들어내뺨을만져본다든가 얼굴에서웃음을거두고나를응시한다든가 아니, ,

면이런식의칭찬을거듭한다든가.

그러나이남자는.

그런데왜온거야?⌜ ⌟예?⌜ ⌟소민이보러왔을리는없고 나한텐무슨볼일이냐. ?…⌜ ⌟예?⌜ ⌟띠이이이이 이명이들렸다 뇌기능정지신호다 황당해서눈앞까지까매진다 나를. . . .…

빤히보던그가갑자기웃음을터뜨렸다 목청을키워말한다. .

소민이보러왔어?⌜ ⌟그리고는얼굴이빨개진다 멋쩍은웃음이얼굴에계속걸려있다 담배를주무른다. . .

.……⌜ ⌟

41

정말모르나보다 소규모과수원과검은우비에잘어울리는그의순박한얼굴 나. .

는그만머리가뒤죽박죽이된다 이렇게되면나는할일이더늘어나는셈인데 난감. .

하다.

그냥얼굴이나보러왔어요 저도피서차본가왔다가형도휴가때문에내려왔.⌜단말듣고그냥 .…⌟우리형의돈세탁장부를가지고있다는정부요원 는진흙이튄지저분한검은우K

비를나와함께나란히뒤집어쓴채로비가고이는흙바닥을바라보았다.

너서울어디에있냐?⌜ ⌟잠실요.⌜ ⌟잠실 잠실 두어번중얼거리는그의숙인옆얼굴. .…

난성북동이다.⌜ ⌟성북동어디 달동네를말하는건가 아니면. , .…

국정원경리직원들만모여사는데있어 주한미대사사는집바로옆이야. .⌜ ⌟우리집보다훨씬높은담으로둘러쳐진설마그집일라고.

주말엔대부분나혼자거든 놀러와라. .⌜ ⌟나혼자니놀러와라 놀러와 귀속으로뭔가가쑤욱 하고들어와서는몸안. -… …

을완전히진공상태로만드는듯하다 눈앞은화면조정끝난 화면처럼어지럽고. TV .

그런데 정말왜온거야, ?⌜ ⌟느릿하게고개는돌아가도시선은여전히바닥이다 뒤늦게돌아간고개를따라올.

라온나의시선이다시그의얼굴로향하고 이건또뭐야 눈은아직도순진해. . .

이녀석뭐야?

귀소 탐닉 환절기, ,

혀엉!⌜ ⌟저아래에서우렁찬고함소리가들려왔다 쩌렁쩌렁 과수원전체를울리는굵은목. ,

소리 돌아보니강소민이다. .

왜!⌜ ⌟되돌려주는답도만만찮다 나는움찔했고그걸눈치챈그는씨익웃으며미안하.

다는듯 내가몸을비틀어떼어냈던제손으로다시내어깨를꽉쥐었다 이번의나, .

는그의손을떼어내지않았다.

점심먹어 혜성이도데려와 혜성이밥까지차렸어! ! !⌜ ⌟알었어 잠깐있다가 기다려! ! !⌜ ⌟그리고그의우비속에서그의품에안겨형제의대화를지켜보는나는우리형과

나를늘잇고있는 그눈에보이지않는거미줄이이형제사이엔존재하지않는다는,

사실에즐거워진다 즐거워졌다. .

강소민은 등을돌려터벅터벅사라져갔고비가내리는사과나무아래나란히앉은

우리는계속서로를안고있었다 내손이어느새그의등뒤를감았기때문이다 언. .

제그랬는지나도모르겠다 예상했던대로그는아주마른사람이었다. .

말해봐 소민이있으면불편한얘기면 지금해, , .⌜ ⌟등을내어준그는여전히내어깨를감싸안고있었다 시선은둘다바닥이었다. .

뭐라고말을하나.

어깨에아주조금의변화 그의손이조금떼어졌다다시자리잡았다 내손은부. .

동이다 나는이런일엔서툴지않다. .

뭐라고말을하나.

43

규칙적으로오르락내리락하는내숨은이제편하다 그의숨을관찰할수있을만큼. .

숨가빠하는것처럼은보이질않는다.

우릴기다리며점심상앞에앉아있을강소민과형제의부모님 그리고내답을기다.

리는 뭐라고말을하나 역시K. . .

우리형일 몰라서이러는거예요. ?…

혹은.

형 애인있어요 ?… …

애인있어 ?…

비가그쳤다 그리고거짓말처럼 하늘을장악하고있던먹구름이제풀에찢긴듯. ,

벌어지며그사이로엷게익어가는오후의햇살이커튼처럼퍼져나왔다 과수원군데.

군데빛이생긴다 바람은빗물에젖어여전히서늘했고햇살은부드러웠다. .

정말가을인가봐 .…⌜ ⌟그를 흉내 내어 나는 사과나무 끝자락에서 떨어지는 빗물방울을 손바닥에 받았다.

모든일엔시작이라는것이분명히있고그시작이반드시같으리라는법은없다 계기.

라는것도그렇고방법이란것도그렇고이유라는것도그렇지.

그렇지?⌜ ⌟나의손바닥을물끄러미바라보며그가대답해주었다.

정말 환절기가시작되나봐요. .… …⌜ ⌟어쩌면나는과수원을찾아온것보다훨씬쉬운마음으로그의성북동집을찾아

갈지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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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월200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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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대중들이널리그러려니하고쓰는관용적표현중에나에겐전혀이해

가안되는것이몇있다 대학 학년당시의나에게가장안와닿았던말은 사회에. 4 ‘

나가다라는표현으로 나가다라는동사가나에게는영어색하게만느껴지는것이었다’ , ‘ ’ .

나가다라는동사는나에겐아주동적인것이기때문에사회에 나가다라는말이출세‘ ’ ‘ ’

를그대로풀어쓴자연스러운어구라고는해도아무래도나의논리엔이상했다 나가. ‘

다라는말은분명한출발지와도착지를필요로하는동사로 어디어디를떠나어디어’ ,

디에 도착 이걸 말하지 않는가 그러나 여기서의 출발과 도착은 장소적 의미가 아닌, .

시간적의미였다 그러니까 지점에서 지점으로의공간이동이아닌 시점에서 시. A B , A B

점으로의시간이동 말하자면때가되면학생에서사회로의진출을의미했는데 많은. ,

사람들은이걸 공간이동동사 나가다를써서 사회로나가다라고관용적으로말하고, ‘ ’ ‘ ’

있는것이다.

아무래도어색했다.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학생과사회인은분명히달라 사회로나가면용납이안되지 사회는무서운곳이, ,

야 라고말하는걸듣고있으면세상은전혀다른두가지로이루어진느낌이었다 넌, .

아직학생이라몰라 라고말하는소위사회인의말을듣고있으면이기묘한이질감은,

더해졌다 분명같은공간을살고있는데사회인이되면세상의영다른차원으로들.

어가버린단말인건가 그게그저시간이지나면저절로눈에보인다는말인가 대체? ?

사회란 어디에있다는거야 나한테는언제부터눈에보인다는거야 아니 한마디로? ? , ,

사회란대체뭘말하는거야?

나이는스물셋이나먹었음에도그무렵의나에게가장궁금한건과연저것이었

다 적어도지식의건조한습득측면에서보자면어디서어떤주제건한마디거들수.

도있고그건아니라고왼손을들만큼의두뇌는된다고자부하는나였다 무의식의기.

제를프로이드적압축과전치로도이해할수있었고 그무의식조차자크라캉적은유,

와환희라는언어기제로풀어낼수도있는나였다 그러나아무리생각을해봐도이해.

가 안 됐다 그렇다고세상물정전혀모르는어린애마냥누구한테물어볼수도없는.

단순하고도심오한저궁금증은어디서도풀수가없어서정말로바보같게도 사회로‘

나가게 되는시발점 대학졸업까지내게남은 개월은과연내인생전반을통틀어, ’ 6

가장 복잡한심경의날들이었다 정말 개월후면내겐어떠한보호막도무효가되는. 6

건가 내가하는모든행동과언행엔불문율과성문법이가차없이적용되는건가 이? ?

제 인생은 리허설 없는 심각한 본 게임의 시작이라는 건가 실수란 단어는 사라지고?

실패라는말만이위력을발휘하게된다는 그런말인가, ?

그럼.

형하고나도 개월후내가사회로나가게되면 어떠한보호막도어떠한변명도어6 ,

49

떠한실수도용납이안되는 개월후의그사회라는곳에서는 형과나와의관계도비6 ,

로소끝이라는걸보게될수있다는,

그런말인가.

대학을졸업하고난뒤본가에서멀리떨어진 나를비롯우리식구들에게지명조차,

도생소한수도권신도시에집을얻었다 집에서독립하는데에는무려 개월이나걸렸. 6

다 일을편히하려면수도권에적을두어야한다는설득이무엇보다도형에게먹혀들.

지가않았던것이다.

니형이안된다한다.⌜ ⌟장남을믿는마음도마음이셨겠지만 집안의질서가가훈을대신하는아버지는형‘ ’

의 반대를이유로내세우셨다 그리고위계의순서를염두에둔저반대는나의독립.

문제라는것은아버지의허락에상정될문제조차되지않는 말하자면아버지에게까지,

갈것도없이그전에이미집안의두번째어른인형의마음에부터들지않는문제라

는것을의미했다 따라서형의허락이우선이었다. .

그에게말을꺼내는것은그의방이냐그의사무실이냐아니면그의차안이냐 이,

것을고민하는것으로부터시작했다 그의방에들어가는건일년에그야말로열번도.

안되는일이었다 그가늘내방으로오기때문이다 형수냄새가가득찬그의방에. .

서 단둘이 침대를 곁에 두고 독립에 관해 이야기 하느니 차라리 옆집 남자의 정액을

옷자락에묻히고일요예배를보러가는편을선택할것이었다 그렇다면그의사무실.

은 그것도내키지가않았다 도덕적이율배반에대한반반의심정을들키게되는것은? .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자괴감을불러일으키기마련인데공적인장소에서사적인본능을드러내는것이그랬

다 말하자면그가주도권을잡고있는개인적공간에선죄책감에탈출구를바라고나.

에대한그의무관심이눈에보이는공적인장소에서는그의사무적말투나눈빛하나

로도버림받은서러움에목이메는내자신을도저히못보겠더라 그뜻이다 그렇다, .

고 차에서 말을 꺼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은밀함이 지나친 공간이었다 서로의 마음. .

밑바닥에 뭐가 깔렸는지 뻔히 알면서 기저나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차안이라는건과연좋은장소는아니었다.

말꺼낼장소를결정하느라나는 개월을썼고그 개월동안그는나에게한마디6 6

도하지않았다 그리고그의싸늘함에가장힘들었던것은물론나였다. .

그는추운겨울이설레는봄이되고설레는봄이흥분섞인여름이되도록나를외

롭게했다 친구들과의늦은술자리와잦은외박 새벽녘의귀가에도말이없었다 반이. , .

나벗고계단에서마주쳐도모른체했다 정사의흔적이완연한얼굴로밤늦은식탁에.

홀로앉아커피를마시고있어도관심이없었다 욕조에들어앉아 층이다울리도록. 2

흐느껴봐야내손해였다 그는나날이반짝반짝빛이났고나는나날이푸석푸석메말.

라 갔다 그는나에게세상으로향하는문이고세상모든즐거움의열쇠를쥐고있는.

천국의수문장이었으며정원의빗줄기이고밀밭의태양이었다 그리고그에게나는방.

안에서대기중인어린애였고문을열어주기만을바라고있는사춘기소녀였으며물을

주어야하는정원이었고빛을주어야하는밀밭이기때문이었다.

독립을언급한뒤 개월간 춥고외로운벌을준그가용서를시작했다 이리와봐6 , . ,

라는그의한마디에나는그앞에무릎까지꿇고울었다 그리고그는결혼해서는반드.

시본가근처에집을얻어야한다는조건으로나를 용서 해주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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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공포증이있는나를위해아버지는차를물려주셨다 구입후차에게해주.

신 일이라고는 보험료 납입과 자동차세 납부 뿐 아버지의 진녹색 마르샤는 차고에서,

몇년동안이나잠자는공주신세였다 어떠한이유에서구입하신건지는알수없었지.

만승용을위한것이아님에는분명했던그마르샤는막출고된것이나다름없는상태

로나에게물려졌다.

휴게소마다쉬면서다녀 한번에밟고다닐생각말고. .⌜ ⌟차에자동개폐장치를달기위해함께정비소를찾은그는말했다 웬만하면비행.

기를타라고는물론말할리가없는그다 비행기만탔다하면극도의불안감에생면부.

지의옆좌석사람에게도말을붙이는나의괴상한버릇을알기때문이다 낯을심하게.

가리는데다가친하게지내는사람도열손가락안인나의배타적인사회성을좋아하는

그는나혼자비행기타는것을좋아하지않는다.

바지주머니에 왼손을 찌르고 오른손으로 차 안을 가리키며 정비공에게 뭐라 뭐라

묻고있는그의뒷모습 크고늘씬한등 그의등은한여름시퍼런계곡처럼웅장하면. .

서도서늘한느낌을준다 내것이라고생각을하면저절로손이붙게된다 왼손으로. .

그의왼쪽옆구리를 오른손으로는오른쪽옆구리를잡았다 뺨을그의오른쪽견갑골, .

에대고정비공과그의대화를들었다 별스러운우애거니라고생각들을할까 그가이. .

렇게물었기때문이다.

혜성이 왜 졸리니, . ?⌜ ⌟그러면서내왼손을잡아당겨자신의배앞으로감는다 그렇게쥐고내도록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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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손등에죄느껴지는그의손바닥. .

평생할수있는스킨십중에단하나를고르라면나는손잡기를선택할것이다 난.

잡하게 놀아대는 통에 특별한 파트너가 아니라면 불감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도

부족함이없는나의과거때문에섹스를포기하는것도아니고 사랑은나눠도심장은,

나눠줄수가없어서도저히설레지도시리지도않아키스를포기하는것도아니다.

내 몸중에가장민감한곳은손등이다 그도알고있다 내가온전한보호를원할. .

때그의손은내손등을감싸쥔다 잔뜩서럽게몰아부친뒤라면손등에정성스레입.

을맞춰나를울린다 그의손끝이손등위의혈관이라든가가는뼈위를얇게얇게어.

루만지면나는할수만있다면심장부터꺼내바치고싶은심정이됐다 그렇게거세게.

뛰다간가슴이터질것같아서.

방에서홀로일을하거나공부를하고있으면그는책상위의펜끝으로내손등부

터건드렸다 술이라도잔뜩먹어안그래도적은말수가아예없어지기라도한날의.

그라면내책상옆침대에걸터앉아하던것마저하라는듯턱끝으로책상위를가

리키고 말이적어진만큼짙어진눈빛으로펜을잡고있거나키보드위에얹어진내,

손을바라보고는했다.

입술이라면불편했다 키스는짜릿했지만서로의몸을달구기에적절하지는않았다. .

영혼을나누기위한행위이니당연했다 우리는태어날때부터한배 한피그리고한. ,

영혼이었으니더이상나누고확인할것도 아직더워지지않은몸에일부러죄책감을,

스며들게할필요도없었다 따라서키스의순서는늘인터코스의다음으로밀려나있.

었다 우리의키스는달콤하지도부드럽지도상냥하지도않았다 그의키스는성적흥. .

분에자연스레따라오는일방적공격이었고나의키스는그에대한순종적수용이었다.

53

따라서손이가진장점은실은어느부분보다도감각적이라는것이아니었다 몸에.

서최대한멀리보낼수있는것 서로의머리와눈에서멀리떨어지게해서로를보지,

않고서도 인지하지않고서도공유할수있는것 그것이었다 그래서내게가장중요한, . .

건손이었다 그도그럴지는물론알지못한다 서로의관계에대해우린한마디도하. .

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말을어떻게 왜하겠는가 이유도방법도 길도없는관계인. , . ,

걸.

자동개폐장치의 마무리 작업이 시작됐고 내 손을 자신의 배 위로 끌어온 그는 내

손을가지고뭘하는지궁금해하는사람들을위해삼천번쯤한말을다시한번말

한다.

밥좀많이먹어 손에도살이없어 어떻게. , .⌜ ⌟그리고나는그의유별난스킨십에이렇게용인을구한다.

체했나봐요 내손좀차지않아요. ?… …⌜ ⌟손끝으로손등을 힘줄을 가는뼈를얇게건드려내신경을올올히일으킨그는곧, ,

네개의손가락을느릿하면서도힘있게내손등위로미끄러뜨린다 그리고손바닥이.

내손등을덮게되면조금씩힘을주기시작한다 자신의손이내손을완전히차지하.

는그과정이생생히느껴지도록서서히힘을가하며내손을움켜쥔다 그리고자신의.

체온과손바닥의느낌이내손등에충분히전해지기를기다렸다가 놓아준다 그다음, .

손목을쥐고엄지로손등을어루만지기시작한다.

내 손을 다시 편 뒤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해 손바닥을 엄지로 애무하기도 한다, .

손금과손가락마디의구석구석을능숙하게어루만진다.

심장에서부터열기는시작된다 사람의피는덥다는것을실감하게된다 두근두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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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짝지근하게뛰어대는심장이온몸에서박동을한다 발바닥에서부터올라가는신경줄.

기 깊은아래부터뜨겁다 짜릿해서숨이막힌다 간지러워견딜수가없어. . . .

이런식이다 내몸은이렇게그에게지배된다. .

낯선사람들과의자리에서자상한형은급체한동생의찬손을한동안문질러주고,

식구들과의 자리에서 듬직한 형은 어린 동생의 기특한 손을 한동안 힘주어 움켜쥐고,

친구들과의자리에서엄한형은철부지동생의손을귀엽다는듯깍지를낀다.

우리는그래서유별나게우애있는형제로정평이나있다 세상모든사람들에게심.

드렁한주제에서로에게는유별나게다정한사이좋은형제.

그래서아직은어린대학초년시절 나의어떠한도덕적해이에도훈계하지않고오,

히려끝까지감싸고도는그의모습을사람들은대단한형이라며한입으로극찬을해

댔다 바른길로의인도 그럴자격이없기에엄두를못내는그의입장을알턱이없. .

었으니.

신혼일년이지나자형수는이제아이를갖으려노력하겠다고말했다 예 그러기. ,

로 했습니다 라는그의말로나의방황은시작됐다 그리고그런나를그는지켜보았, .

다.

몸도이름도 손댈수없는지경까지망가지고더러워지고 밑바닥에밑바닥을기는, ,

나의추잡한행태들을그는그저방관했다 경찰서든호텔이든술집이든이름도얼굴도.

모르는누군가의집이든 만신창이가된나를아무말없이끌고집으로데려왔다 집, .

에돌아오면단한마디였다 아무런감정이느껴지지않는가벼운한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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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자라.⌜ ⌟그것뿐이었다 그는내비극에다가오지않았다. .

그리고나의문란한생활이시작된지 년 여전히그가아이가없던어느날이었다1 , .

나를 일 년을 탐닉하고 그 다음의 일 년을 방치한 그는 나의 모든 짓거리에 대한

응분의대가를치르게해주겠다고나섰다 얘기좀하자라며나를부르는그에게코웃.

음을쳤다 꽃다운스물한살이라던데나역시그랬다 더할나위없이어여뻐진나는. .

그만큼의독풀로자라있었다 향기로운만큼질겼으며눈이부신만큼억세진독풀이고.

독버섯이었다.

좀놓아주시죠 팔부러뜨리시겠어요. .… …⌜ ⌟손목을부러뜨리겠다는건지억세게도잡아채나를바짝끌어당겨눈을맞춘그에

게나는할수있는만큼의조롱을퍼부어주었다 그나마취해있어서뱉어낼수있는.

말이었다 서로를믿지못했기때문이다 관계에해대서입을열었다간서로어디까지. .

말을꺼내게될지몰랐다 막연하게마음속을지배하고있는공포와죄의식을논리정연.

하게구체화할수는없었다 그래서차마 어디서어떻게굴러먹든제형하고붙어먹. ,

는 것 보다야백배천배천국갈일이지 안그래요 라고는말할수없었다 겁이. ? .…

나서만은물론아니었다 핵심이더이상그것뿐이아니었기때문이기도했다. .

그가 알아줄때까지 더이상어디더상처낼데도없이자학해가며구조요청을,

보낸절박함이내본심이었기때문이다 봐요나 형잘못이아니야 난요즘어떤. . .… …

지알아 세명하고동시에자기도해 그게나라구 그러니맘편히안아요 제? . . ,… … …

발 그게본심이었다 그러니근친상간보다그룹섹스가백배천배낫다고말하는건. .…

자가당착이었다 차라리자살을하고말지온갖문란한짓으로얼굴이며이름에먹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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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니는주제에근친상간이어쩌고말을꺼내는건비참한자기부정이었다.

차라리죄에젖어사는편이맘편했다 아버지가되기로맘먹은그는회개하고천.

국이보이는지몰라도나는달랐다 죄에서멀어지자후회와죄책감이밀려와견딜수.

가없었다 차라리눈이멀고싶었다 차라리다시더러워지고싶었다 옳은길로돌아. . .

가 이제껏밟아왔던진흙탕길을돌아보며기함하고싶지가않았다 다시죄에묻히고.

싶었다 양심따위죽여버리고싶었다. .

재수없어요 알아요 재수없다구? .… …⌜ ⌟일년간별의별짓을다했다 그와의일년의죄를상대적이나마가볍게만들고싶.

어서별의별짓을다했지만소용이없었다 입에담기도힘든죄로경찰서를들락거려.

봐야소용이없었다 그가감당해야하는죄마저짊어지고나는그의몫까지지워내느.

라그렇게힘들었다 그가정신을차리는바람에나에게온통넘어온남은사랑까지지.

워내느라나는그렇게나힘들었다.

그런데형은 내가망가지는것을지켜보는걸벌이랍시고받고있다니 겨우그.… …

런걸벌이라고받고있다니 .…

배부른얼굴하지말아요 그렇게아무렇지않은얼굴하지말란말이야. !⌜ ⌟그의앞에엎드려제발안아달라말한게나였다는사실이견딜수없었다 그리고.

동시에날그렇게만든그를어떤이유에서건어떤식으로건아직까지도원하는내몸

이저주스러워견딜수없었다.

재수없어 .…⌜ ⌟알코올은증발하고내몸에남은건술찌꺼기에탁해진피였다 온몸이지독하게.

부풀어올랐는데입술이고혀라고예외일수없었다 웅얼거리는발음으로재수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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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거리는나를그는자기차로끌고갔다 오랜만에앉는그의차조수석이었다 좌. .

석에앉혀지자마자뒤로기대눈을감은나를위해그는직접안전벨트까지매주었다.

얼굴과가슴으로온통느껴지는그의기척 기운 미지근하게풍겨오는그의체온과엷. .

게 남아있는애프터세이브향 그리고살갗에서느껴지는들큰한체취 감은눈아래. .

로 눈물이차올랐다 이름도모르고아무것도알바가없는사람들과이렇게엉기고.

저렇게엉겨대는일년간을마치꿈이었던것처럼날려버린그의익숙한체취는 그,

느낌은방탕을일삼다주님의품으로돌아온어린양의기분을느끼게할정도였다 얼.

마나그리워했던지 그의이느낌이란건내게얼마나안락하고달콤한지, .

서러움 때문에 나는 울었다 나를 왜 일 년이나 내버려둬요 나를 왜 일 년이나. .…

내버려뒀어요 왜여기저기헤매도록내버려둔거예요 왜그런거예요 인생이. . .… … …

신파라나는서러웠다 하필내인생이하필신파여서나는울었다 술기운을빌어몇. .

년을울지않고뻣뻣하게살아온나는울어버렸다.

국도를운전하는내내그는말이없었고최대한의볼륨을키운 플레이어의리시CD

버를꽂고고막과뇌를온통혹사시키는나는오른쪽으로완전히고개를틀고가만히

눈물만흘리고있었다 노래한곡이채끝나기도전에눈물은그쳐졌다 운다는건팽. .

이치기와도같다 자기연민을끊임없이부추겨야만유지된다 그러나나는청승은몰랐. .

다 그러지않아도나의상황이란충분히처량한소설과도같았고눈물을빼기위해그.

러한내상황을되새김질하고되새김질하면할수록과도한슬픔은부조리와도같이다

가와외려모든게코미디로만느껴졌기때문이다 억지로애를써서는더이상울수.

가없게되자눈물은자연스럽게멎었다.

그렇게머리도마음도 눈도비워진나는온몸을잡아먹는데이브머스테인의목소,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리를들으며멀리펼쳐진논을구경했다 지평선끝자락에는야트막하게보이는산들과.

길게늘어선전신주들그리고군데군데의축사라든가공장따위들 어딜가는지궁금하.

지도않았다 뭘하러가는지도궁금하지않았다. .

그저함께있어서마음이편할뿐 그뿐이었다 죄사함을받지못한채천국에서. .

이방인으로떠돌다지옥으로다시돌아온악마라도된기분이었다 어디서뭘하게될.

것이든 나는마음이편했다, .

국도를 한참이나달리던그의차는노란색농장표지판이세워진샛길로우회전했

다 마을로들어가는그의차는좁은길때문에서행했고나는그가가려는곳이어딘.

지감이잡혔다 열대여섯채의농가를지나고제일안쪽 가장가리가죄녹이슨노. ,

란색 철제 입간판에쓰인 진동농장 그리고그아래돌아다니는토종닭떼 오골계‘ ’. ,

떼 밥은안먹고술에담배에절어사는통에엉망이된몸 보신이라도하며얘기를. ,

풀자는자상함일까 그는나를교외로데리고다니며이것저것챙겨먹이는걸좋아했.

다 누군가를잘챙기는그도아니었고누군가가이것저것해주는걸넙죽받는나도.

아니었는데우리는말없이곧잘그랬다 그나마일년전까지의얘기였다 나에게해주. .

는건좋아하는그였고그에게받는건좋아하는나였다 일년전까지우리의즐거움.

이었다.

닭을풀어기르는농장이어서상당히규모가큰곳이었다 너른앞터와건물들의뒤.

를받히고있는야산까지가닭을방목하는터인듯했다 농장입구를기준으로왼쪽은.

식당과 사무실이 보였고 가운데는 창고와 양계장이 그리고 낮에는 풀어 키워도 잠은

한곳에서몰아재우는지오른쪽은철조망으로둘러쳐만든닭우리가보였다 힘이.

펄펄한시뻘건토종닭에오골계가날아서달아날까악질죄수를가둬놓은악명높은

59

교도소처럼높기도한철조망을무려세겹으로감아놓은닭우리 사납게도보이는.

빨간닭들과까만닭들은이제아침을맞아막방사되기를기다리는듯보였다 나와의.

거리는못잡아도 미터 나는차안에앉아있고닭은갇혀있었음에도불구하고그50 .

렇게바라보는것만으로도저절로오싹해졌다 나는지독한. Birdphobia로즉조류공포

증이있었기때문이다.

그의차는입구를지나식당옆에세워졌다 사이드브레이크를힘있게당긴그는.

시동을끄고안전벨트를풀었다 그리고아무말없이내렸다 그가먼저내리고난뒤. .

나는 리시버를그대로꽂은채벨트를풀고차에서내렸다 그리고저만치앞서걸어.

양계장으로향하는그의등과양계장에서막나온누군가가그를발견하고활짝웃는

것을 바라보았다 친구일까 바지주머니에 손을 꽂은 그의 어깨를 팡 친 남자는 그와. .

뭐라뭐라웃는얼굴로얘기를나누며그의차보닛에올라앉아음악을듣고있는내

게그와함께다가왔다 주머니에서담배를꺼내어껄렁하기그지없는자세로피워문.

나를보며작달막한키에감자같이생긴그남자는뭐라뭐라말을걸었는데음악소리

가너무커전혀들리지않았다 후우우우 연기를길게불어내며오른쪽어깨를으. .…

쓱해 보이는 것으로 나는 감자사나이에게 인사했다 다시 담배 피우는 것에 열중하며.

멀리농장의맞은편으로펼쳐진너른논을바라보고있는데그남자와뭔가를주고받

은그가갑자기내팔을잡아일으켰다 그것도우악스럽게. .

왜이래요!⌜ ⌟내귀에서리시버를잡아뺀그는내손에서담배를뺏어바닥에던졌다 나를마주.

세우고는메고있던 플레이어까지떼어떨어진꽁초를밟아끄고있는감자사나이CD

에게건넨뒤내팔을잡고성큼성큼앞장서걷기시작했다.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왜이래요 뭐하려고이래요! !⌜ ⌟한마디말도없었다 내팔을잡은그는나를끌고오른쪽의닭우리로향하고있.

었다 그제야 감이 왔다 왜 이러냐고 놓으라고 소리 지르며 나는 뒷걸음치려 했지만. .

허사였다 서너살어린애팔목잡아끌듯그는빠른걸음으로나를끌고닭우리로향.

했고나는새빨갛고시커먼데다가크기는무려커다란사과상자만한닭들을보고그만

반은죽어버렸다.

형 형 형! ! !⌜ ⌟나는펄펄뛰기시작했다 절대로싫다고울부짖었다 저안으로던져넣을셈이었. .

다 그래서아는사람의농장까지한시간반이나운전해찾아온것이다. .

혀어엉 혀어엉! !⌜ ⌟내팔을잡고우리앞으로다가간그는감자사나이에게건네받은열쇠로자물쇠를

따고문을열었다 푸드닥푸드닥날갯짓소리와먹은걸다토해낼정도로역한암모.

니아냄새그리고닭떼 빨갛고까만깃털 벼슬 발 눈 스냅을주며꺾이는희한하고. . . . .

도끔찍한동선.

소름이너무끼쳤다.

아아악 아아아악! !⌜ ⌟기르기위한공간이아니고재우기위한공간이어서닭들은빡빡하게도몰려다녔

다.

혀어엉 혀어엉 안들어갈래요 형나안들어갈래요 혀어엉! ! ! ! !⌜ ⌟빡빡 빡빡 우는 소리 우드드드 단단한 발로 바닥을 밟으며 일제히 몰려다니는, , . …

소리.

61

내가다잘못했어요형 다신안그래요 형 다신안그럴게요. , , .⌜ ⌟제정신이아니었다.

형 나여기들어가면죽어요 형 나여기들어가면죽어요 형 혀엉 형. . . . . . .⌜ ⌟머릿속이다비었다 우울도불행도아무것도생각도안났다 문이열렸다 펄펄. . .

끓는기름가마솥뚜껑을열고산채로던져지지싶었다 꿈만같았다 너무무서워서악. .

몽이었다 그의팔을붙들고절대안들어간다고울었다 사색이되어빌었다 뭘잘못. . .

한건지생각도안났다 그저들어가면죽는다는생각뿐이었다. .

형 잘못했어요 형다잘못했어요 형 형. . . . .⌜ ⌟그러나나는던져졌다.

아아악!⌜닭들한가운데로.

으아아아!⌜ ⌟푸드더덕날아공간을마련해준빨갛고까만닭들은그러나달아나지않았다 한가.

운데로던져져몸을잔뜩웅크리고비명을질러대는내주위에빙둘러서있었다.

으아아아아!⌜ ⌟소리를지르면멈칫하는닭들때문에나는소리를멈출수가없었다 다가오지않는.

다해도마찬가지였을것이다 나는미친듯울부짖었다. .

혀어어엉 혀어어엉! !⌜ ⌟한가운데던져진그대로얼어붙었다 바닥에잔뜩웅크렸던몸을조금일으키자푸.

드드드득날갯짓소리가또들려왔다 나는다시괴성을질렀다 눈을떠그를찾으려. .

면 닭들을 먼저보게될까눈도못뜨고그렇다고감고있자니상황을알수가없어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불안하고 귀를틀어막고나는울부짖었다 형만불러댔다. . .

혀어어엉 혀어어엉! !⌜ ⌟간신히 찾아낸 그는 철조망 밖에 서 있었다 담배를 피우며 서 있었다 나를 보고. .

있었다.

혀어엉 혀어어엉! !⌜ ⌟끄어억끄어억비명을지르며나는빌었다.

내가다잘못했어요 혀어엉 다시는안그래요 혀엉 혀어엉! ! ! ! !⌜ ⌟이대로있다간미치겠다싶었다 온몸의소름은새로새로잘도올라왔다 머리를. .

움켜쥐고 세상이 다 떠나가게 비명을 질렀다 눈물은 펑펑 나도 모르게 터졌다 돌아. .

버릴것만같은악몽을겪으며울고불고 뭐라하는지도모르고빌고있는데 아아 구, , .

세주가나타났다 문이열렸고그가들어왔다 그가그대로빛이었다. . .

혀엉 혀엉 혀엉 혀엉. , . .… …⌜ ⌟다가온그를얼른끌어안고품에안겼다 목이터지게외쳐대던비명대신그를불.

렀다 품안으로파고들었다 제발저좀지켜주세요 제발저좀구해주세요. . . .

또그럴거야?⌜ ⌟그가물었다.

아뇨 다신안그래요 저다신안그래요 다신안그래요. . . .⌜ ⌟뭘안그럴거라는것도모르고미친듯이말했다 그의몸속으로들어가라면그러.

고도남게그의품으로파고들면서빌고또빌었다.

제가다잘못했어요 나여기나갈래요 저죽어요 저죽어요. . . .⌜ ⌟앞으로허튼짓마.⌜ ⌟

63

안그래요 절대로안그래요 절대로안그래요. . .⌜ ⌟어떤충고도훈계도먹히지않았던나의일년간의반항을그는이렇게꺾어냈다.

말도한마디하지않았고어떠한폭력도행사하지않았다 닭우리안으로날 분간. 5

던져넣었고 들어와날구했고 데리고나가삼계탕을끝까지먹게했다 닭의모양새, , .

가고스란히살아있는그걸숟가락대신손으로꼼꼼히뼈와살을바르게했다 그리.

고앞으로는절대로어떠한일이있어도그가모르는작자와몸을섞는일은없을거

라는맹세를받아냈다.

나의끝간데없는타락을 형이어떻게단하루만에잡아낼수있었는지에대해,

서는지금도많은사람들이의아해하는부분이다 알아듣게잘타일렀습니다 라고그. ,

는 아버지와어머니에게말했다 집안문제라고나머지사람들의질문에일축했다 사. .

람들은내게늘말했다 개망나니동생을악의구렁텅이에서구해낸네훌륭한형을존.

경해야한다고 일년간이나말없이기회를주었고시간이흘러도반성을모르자그제.

야죄를깨우치게해준형에게감사해야한다고 하지만내가고마워하는부분이란조.

금다르다 그에게하는나의감사란나의두가지방황을하나로줄여주었다는것이.

었다 적어도비밀만지킨다면얼굴들고다니기엔별무리가없는쪽으로나의죄를.

줄여주었다는것.

이제잊어버리고싶은나의죄는근친상간에서문란한연애행각으로옮겨갔다 딱히.

후회하는건아니었다 그러나그와의관계가다시시작되는바람에그앞의나라면나.

는늘죄인일수밖에없었다 그리고그것은서로를탐하지않았던일년간의공백이.

아무문제도되지않는것에일조했다 오히려나는내살이고내피처럼편하고익숙.

한그의몸에종교적귀의까지느끼며빠져들정도였다 언제나낯선몸에엉키고섞이.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던내몸은그가안을때마다정화되는기분이었고어찌할바를몰라불안하게떠돌던

심정은비로소안정을찾았다 이젠제자리를찾은기분이었다 그도그랬을까 일년이. . .

나 창부와다름없이굴러먹은나를자신의손으로바로잡는다는알량한면죄가그는

필요했을까 아이러니컬했지만그런게인생이겠지 그리고우리의인생은훌륭한악의. .

순환이었다.

우리는기회가있으면서로를가졌고그뿐이었다 이전보다더끈끈해졌다는것이.

보태졌을뿐변한건아무것도없었다 피로맺어진형제이니이별같은것도있을수.

없는관계 자존심도필요없고이해를구하는일도필요없고어딜봐도살가운형제.

이자 연인 그에게는 아내가 있고 나에게는 그가 아는 한도에서의 연인이 몇 있었다. .

그리고서로에게는연인이상의무언가를가진 애정을넘어서피로맺어진그런관계,

였다 서로를사랑하는가 라는반추나확인따위는중요하지도않았다. , .

당연했기때문이다.

형수는여전히아이를원했지만가질수는없었고원인에대해언급하는사람은아

무도없었다 집안의그누구도말을꺼내지않았고그와나는말할것도없었다 늘. .

상냥한형수를보는것은불편한일이었다 집에서조차말이없는나는표정마저도어.

두워져갔고사람들은그것이나의복잡한과거때문이라짐작했다 물론영틀린말은.

아니었다.

닿을수있는감정의바닥이라는바닥은모두경험했다 우울의심연에젖었고슬픔.

의나락에발을디뎠다 허무의폐허에서울어도봤고자괴의공포에얼어붙기도했다. .

나이는겨우스물하나 이겨내기에나의인생은너무도복잡했다 내게는빛이없었다. . .

빛을보게해주는창이있었을뿐빛은없었다 빛을가려나를울리고덮었던창을열.

65

어나를숨쉬게해주는형이있을뿐이었다 창은아주가끔씩열렸고 생각해보면참. ,

어두운날들이었다.

그리고그와의관계가새로시작된지또다른일년이흐른어느날이었다.

그무렵부터그는본격적으로바빠지기시작했다 내가알수없는시간에집을나.

서서 내가 모르는 시간에 들어오게 된 그는 온 가족이 빠짐없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우리집의유별난아침식탁행사에서도면제가되었다 그림자보기도어려운그와의잠.

자리는그래서한달에세번이될까말까였는데그것도꼭.

으음 .…⌜ ⌟느지감치 잠자리에 드는 습관 때문에 새벽 시에 뉘인 몸이 짓이겨지는 피로감과3

함께겨우잠의달콤함을맛보는순간인새벽 시반혹은 시무렵 몸전체가육중한3 4 .

무게감으로답답해지고는했다 몸이눌림과동시에느껴지는그의애프터세이브향과.

다벗은맨몸과시트사이를파고들어오는손.

아이씨 .…⌜ ⌟그렇게 잠이 깨워지면 달기만한 수면에 취한 뇌가 마치 실제로 칼로 끊기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달디 단 잠과 지끈지끈한 각성을 오가는 머릿속은 괴롭기 그지없었.

다 얼굴전면이다아팠고온몸은무겁기만했다. .

뭐야아 .…⌜ ⌟잔뜩얼굴을이그러뜨리며돌아누워봐도몸은다시돌려눕혀진다 단잠을방해받.

아울고싶은심정 흐응 저절로울상을지으며칭얼대면뒤이어들려오는그의낮은. ,

소리.

쉬이이이이 .…⌜ ⌟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모로누운그는반듯이누운나를자기쪽으로바짝붙인뒤머리를쓰다듬고얼굴

을어루만졌다 뺨을쓰다듬고 쓰다듬고 쉬이이이 그리고곧어깨로가슴으로 허. , . . .… …

벅지로힙으로 착하지 나야 착하지 조용히해야지 그의그숨고르는소리에. . .… … … …

는나를달래는이속삭임이들어있었다 신기하고희한하게도숨을골라주는그의.

숨소리만들으면울컥치밀었던반항심이가라앉았다 아무말도없이그저숨소리뿐이.

었건만나는그게못견디게좋았다 잠자리가아니더라도그는가끔씩기분이울적한.

나를발견하면곧잘내머리를쓰다듬으며저러곤했다 두번쯤그의숨골라주는.

소리를듣는것 내겐가장큰위안이었다. .

연인으로서의 그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점은 바로 저 숨 골라

주기와연결지어설명할수있다 아무런노력없이도그는세상누구보다날잘이해.

했고속속들이알고있었다 년이나지켜봤으니당연했다 내가가장원하는게뭔지. 22 .

알고도남는그는내가원하는모든걸제공할수있기도한그런사람이었다 그로서.

도나로서도엄청난행운이자엄청난불행이었다.

누군가의외모에감탄해본적이그무렵은없었다 내가아는한그가가장근사한.

외모의소유자였다 거울안의내얼굴만큼이나익숙하고또익숙한그의얼굴이었지만.

볼때마다어쩌면저렇게생겼을까늘생각했다 그리고그렇게감동적인외모를가진.

그는역시내가아는한도내에서는가장사내다운남자였다 내게있어그는 의. 100%

이상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내게 미래였다 이것은 내가 다른 사람들과의. .

연애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사회적으로 완벽하게 독립하지 못한 나와 비슷한,

또래나수준의사람들과연애를하다보면상대적으로그가얼마나큰인물인가를절

실히 깨닫게 되는 것으로 출발했다 그와 있으면 불가능한 일이란 없었다 물론 내가. .

67

원하는것이일신상의행복추구라는소박함에있어서그랬나는모르겠지만적어도그

는나의현재는물론이거니와미래의안락을훌륭하게제공하고보장했다.

건달이요.⌜ ⌟졸업하면뭘하고싶냐는그의질문에나는저렇게대답했지만그는비웃지도나무

라지도않았다.

내가도와주마.⌜ ⌟그는절대로실없는사람이아니다 그는진심으로내가건달로살도록도와주겠다.

했다 그가있는한내미래는천국일거라는뜻이었다 그만있으면나는저절로하늘. .

에 이를 수 있는건달일거란말이었다 그리고그게사실이기도했다 졸업후나의. .

진로에대해아버지나어머니가운을떼실때마다그가나를대변했다 뭐든제가하고.

싶은일을시키고싶습니다 만화가게주인을한다해도밀어줄생각입니다 라고, . .

재밌는점은.

내가 만일 그저 동생이었다면 절대로 저랬을 리가 없지 않을까 라는 의구심이다, .

나는말하자면그에겐은밀한내당마님인셈이니그로서야내가무위도식하며자신에

게 기생하기를 무엇보다 바라는 것일까 라는 의심 자립이나 독립을 허락할 수 없는, .

식민지로여기고있었던것일까 라는의문, .

뭐면어떻겠는가 내가그를벗어나려하지않았던원인중하나가실상거기에있.

었던 것을 그가보장하는나의행복한미래를나는발로차내고싶지가않았던것이.

다 이렇듯그는내게 였으니저주스럽게도누구를만나든나에겐모자라고부족. 100%

하기만했다 생김새와분위기 말한마디 행동하나 생각한자락과심지어사회적. , , ,

지위와경제적능력까지그의자리를밀어내고차지할만한사람은아무도없었다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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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서나는그와있을때가가장최상이었다 그에게는가장좋은나만보여주고싶었.

다 그래서그와있을때의내가 나도가장좋았다. , .

행복까지는물론아니었다 행복에겨웠다는건물론아니다 그렇지만인생살면서. .

행복까지바랄만큼여유있는사람이몇이나되겠는가 안락하다면그것만으로도축복.

인게사는것아니겠는가.

적어도나는그랬다 장래희망이건달이니오죽소박하겠는가. .

쉬이이이 쉬이이. .… …⌜ ⌟곤하게잠든나를더듬어수면을방해한다 인상까지죄구기며흐느낄만큼극악으.

로피곤하고귀찮았지만그러나나의짜증섞인칭얼거림은부드럽게몸을쓰다듬으며

귓가에속삭여지는그의숨고르는소리때문에이내잦아들었다 모아졌던미간이살.

짝 풀어지고날카롭게섰던신경도가라앉아내가다시편안하고달콤한반수면상태

로돌아가자그는한팔로는내목뒤를그리고다른팔로는내무릎뒤를받쳐들고

침대를벗어나바닥에뉘였다 키도크고덩치도있고게다가기본적으로기운도넘치.

고새디스틱한성향이있어서아무리부드럽게해본다한들새벽 시의집안정적을4

끼걱대며울어대는침대소리로깨울것이뻔했던것이다.

약간의불만이더해지면다른쪽으로라도만족을찾아손해본만큼을상쇄하려는

그는소음이문제가되어움직임을자제해야하는경우라면늘느린만큼있는힘을다

해서나를못살게굴고는했다.

! ! !…… … ……⌜ ⌟소리도못내고그저입만크게벌렸다 있는힘껏비명지르는사람을 상태. MUTE

의화면으로보는것같았을것이다 뒤에서날안은그는마치살기를가지고칼을찔.

69

러넣는사람처럼내몸안에힘있고느리게그리고더이상갈데가없을데까지밀

고들어오고는했다 꽉끌어안아달아나지못하게하고그렇게내안으로죄들어와서.

는터트려죽이겠다는기세로팔에도힘을주었다 진땀이순간배짓하게솟고찬공기.

와접촉한땀이식으며찬기에오소소소름이돋았다 몸은여전히갑갑했고준비도안.

된하체는아프기마련이었다 온통불구덩이에던져진것처럼몸은괴로웠지만소리는.

당연히낼수없었다 그저잔뜩찡그려붙인얼굴에입만벌려대며몸을떨고있으면.

그는내귀에늘그렇듯숨을골랐다.

쉬이이이 쉬이이이이. .… …⌜ ⌟귓가에입술을대고달래는것과달리그의몸에는분명가학적욕구가있었다 더.

이상 힘을 썼다간내몸이다망가질거라는걸알텐데도그는있는대로밀어붙인

뒤소리도못내지르고얼굴만찡그린내표정을감상하고는했다 진땀을내는내관.

자놀이라든가인중부분을손가락으로훔쳐주며 늘쉬이 쉬이 숨을골랐다 일주일에, , , .

한 번 혹은 열흘에 한 번씩은 꼭 그렇게 자다가 당하고는 했는데 그야말로 당한다는

표현외에는뭐라딱히쓸말이없었다 수면부족에시달리는걸뻔히알면서도곤히.

자던 몸과 머리를제대로다깨워주지도않고그렇게 분정도날무슨인형데리고30

놀듯하고나면그는일이끝나자마자다시서둘러잠으로빠져드는나를꼭안고입

을맞춰주었다 물론나야그로부터자유로워지는그순간부터바로수면상태로돌입.

이었기때문에그가날 분을안고있었을지한시간두시간을안고있었을지는모르1

겠다.

그렇게 그럭저럭의 날들이었다 한 달에 네 번이 될까 말까의 그와의 잠자리는 늘.

자다당하는인큐버스(Incubus 와도같아서어쩔땐몽땅꿈으로겪은건가싶기도했)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다 그래서우습게도당시의나는내가과연나쁜일을저지르고있기는한건가조차.

희미하게인식하고있었는데 어쩔때는한달내도록그의얼굴을못보기때문이었,

다 공범과마주칠기회가적어져죄를실감못한덕분에나는죄책감에서도조금은자.

유로울수있었다.

새벽에만겨우느낄수있는그는극도의바쁜생활을보내고있었고나의학교생

활은그럭저럭이었으며따라서내얼굴도늘재미없었지만그무렵의형수는내가기

억하기로최고로찬란한얼굴을하고다녔다 원하는임신을할수는없었지만매일매.

일문화센터며스포츠센터 한달이멀다하고새로배우는듯보이는갖은취미생활과,

여자친구들과의모임에열을올리기시작한형수는바쁜그의일과에보조라도맞추듯

그렇게바쁜나날을보냈고마치대학신입생처럼푸릇푸릇한생동감이도는뺨을하

고다녔다.

그렇게따지면나는참심심했다.

아침 시부터강의를듣고평균적으로오후 시가되면수업이끝났다 일년10 3, 4 .

전엔술집과클럽 호텔을순방하던나는이제 시무렵집으로곧장돌아와집안의여, 5

자들과같이저녁을먹었는데할머니를제외하고는나와함께먹게된저녁을그다지

반기는분위기는아니었다 두어숟갈떠성의를보이는것으로저녁을때우고나면방.

으로올라와공부를했다 스물둘대학 학년이아니고나는고 같았다 당시의나. 3 3 .

는그저같이놀던놈들뿐친구가한명도없었는데서로에게도움이될리가만무 외,

려암적인사이는시한부 년을넘기지못했고이제공부말고는달리시간보낼일1

도없어서나는수험생처럼공부에파고들었다 매일매일매시간매시간읽고 읽고 또. , ,

읽어댔다 따로할일이없었기때문이었다. .

71

그는바빴고나는한가했다 그는바빴고나는심심했다 그는바빴고나는외로웠. .

다 그는바빴고나는쓸쓸했다 그는바빴고나는허전했다. . .

친구는아예없었고연애질은이젠생각도하기싫었다 식구들에게서도소외당하자.

나는 완전히 사회와 고립되었고 급기야 아 나는 설마 외계인인 게 아닐까 누구와도, ,

커뮤니케이션이안되는외계인 혹은나는개나리색버팔로인건아닐까 연보라색여. .

행용가방인건아닐까 청록색사다리인건아닐까 라는희한한생각도하게되었다. . .

내책상에가만히앉아헤드폰을끼고밤새음악을들으며내린결론에는무섭게도저

런것들이많았다 그렇지않고서야이렇게나사회부적응이말이되나가강력한근거.

였다.

학교는가고싶지않았지만열심히나갔다 딱히할일이없어서였다 나에대한소. .

문은파다했다 사람들이관심있어하는건내가아니고내소문이었다 나에대해알. .

고싶어하지는않아도내소문엔솔깃해했으리라 소문의진위나정도를검증해주거.

나 혹은울타리를치고편을들어주는친구가전혀없었기때문에소문의피드백조차

내겐없어서내평판에대해나는그저짐작뿐이었다 내소문이얼마나부풀어있을.

까 얼굴들고다니는게가끔은힘이들때도있었다 사람들은진력나게도나를쳐다. .

봤고때로수군댔으며때로낄낄거렸다.

그래도학교는나갔다 내가저지른잘못은내스스로를학대하기위한것이었을뿐.

나는그누구에게도해를입히지않았기때문이었다 그리고사람들의시선이나호기심.

이힘든건불편해서였지두려워서가아니기때문이었다.

학년 학기의중간고사의몇개가리포트로대치되었다 수요일오후의여성학강3 1 .

의실 리포트대치라는말이시간강사의입에서떨어지자마자학생들은환성을조금질.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렀고그러나조별로발표는해야한다는조건에곧우는소리들을냈다 학생들의땅.

꺼지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강사는 출석부를 펼쳐 미리 짜놓은 조를 부르기 시작했고

우리과는 순위전담학과인국문과다음이었기때문에얼마안있어내이름이불렸1

다.

그다음 조 이미경 문정혁 이민우 이선호 전혜성 그다음 조C . . . . . . D .⌜ ⌟내자리는늘맨뒤의구석자리였다 우리과녀석들은주로앞자리를차지하고있.

었는데나는언제나가장뒷자리에앉아수업을받고는했다 친하게지내지않는다뿐.

이지우리과녀석들의이름이나얼굴은당연히알고있었다 저앞쪽으로나와한조가.

된 이선호를비롯한녀석들이조금보였고저희들끼리뭐라뭐라한참을떠들던녀석

들중하나가몸을쭉빼고내가앉아있는쪽을살피기시작했다 이민우였다 나와. .

눈이마주친이민우는이내몸을돌렸다 그리고뭐라뭐라 자기들끼리한참을이야기. ,

했다.

조를 다 불러준강사가출석부를덮으며수업을마쳤고자리에서일어난학생들은

분주하게움직이기시작했다 책과노트를정리해가방에넣고일어선나는내가먼저.

그들을찾기로마음을먹었다 비록눈인사도잘안하는사이였다해도초등학생이아.

닌이상에야뭐라고말을걸지 누가말을걸래 라며주저하고있지는않겠지만 연기? ? ,

처럼 스며들었다가 안개 걷히듯 사라져버리는 새벽녘의 뱀파이어와도 같이 암울하고

음험한분위기를발산하고다니는나를찾아와입을여는건분명편한일이아닐것

이었다 뒷문으로나간나는복도를꽉메운학생들을헤치고앞문근처에서원들그리.

고서있는그들에게다가갔다.

어 전혜성. .⌜ ⌟

73

이름을부른목소리가맑고반가워서나는놀랐다 나와눈이마주치자이미경은환.

한얼굴로먼저내이름을불렀는데 그덕분에 입학이후로말한번안섞이는기괴, ‘

한녀석이라는타이틀을가진나로서는한결수월하고편안한마음으로첫인사를던’

질수있었다 먼저다가올거라고는생각을못했었는지평소에도활짝웃고다니는얼.

굴이던이미경은더이상웃을데가없게입을찢고눈을휘며내팔을팡 쳤다 가까, .

이서보니까잘생겼네 농담까지했다 그의옆으로유달리키가불쑥큰녀석은처. .…

음 보는얼굴이었다 그를중심으로그와비슷한키의이민우그리고큰놈들틈에서.

작아져버린이선호.

가서일찍저녁먹고 술먹으면서얘기하자 학생회관에서밥먹고어디로갈까, . .⌜오랜만에맥주먹으러시내로갈까?⌟여전히웃는낯의이미경이이민우와이선호를보며물었고나를힐끗힐끗쳐다보

고있는둘은뭐그러자 라고답했다, .

정혁이너는?⌜ ⌟정혁 얼굴도 낯설었지만 이름도 첨 듣는 이름이었다 벌써 군대라도 다녀온 건가. . .

미끈한얼굴에몸매 기생집기둥오빠하면딱어울리겠네싶은정혁이란놈은멋스럽게.

솔기를찢은청재킷안으로손을넣어흰면티에감싸인배를슬슬문지르며느릿하

게도답했다.

맥주는무슨맥주야 .…⌜ ⌟그리고 민우와 선호가 그랬던 것 보다 훨씬 노골적인 시선으로 내 위아래를 스윽

훑고는말을이었다.

하던대로소주빨러가자.⌜ ⌟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등을돌려복도를먼저걸어가는문정혁의뒷모습과나를번갈아보는미경은지가

더무안하다는듯어색하게웃었다 저새끼암턴 중얼거렸다 나는가볍게한숨이. . .…

나왔다 싫으면싫었지면전에서대놓고저러나 재수없는새끼 게다가나는알지도. . .

못하는새끼가.

앞서걷는문정혁을제외하고나를포함한넷은 층로비로향하는계단을내려가1

기시작했고대화는더워진한낮에대한것으로문을열었다 어우 요새는낮되면여. ,

름이지않냐 그래도밤은춥지 새벽도그렇고 실상영양가도없고관심도없는주? ? ?

제를그들은떠들었고나는들었다 층로비를벗어날때쯤의주제는프로야구로바뀌. 1

었지만대중스포츠라면아는게없는나는여전히듣기만했다 문과대건물을벗어나.

자 화단에 책을 내려놓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는 문정혁이 보였다 후우우 입에. .…

물고있던담배를손으로옮긴뒤첫연기를내보내며그는라이터를뒷주머니에꽂고

우리를바라보았다.

밥은꼭먹어야되냐 그러지말고아예감자탕집가자 가서밥먹고싶은놈은? .⌜밥먹고 아닌놈은술먹고, .⌟연기에미간을찌푸린문정혁은이미경에게말했고미경은나를쭉쳐다보고있는

민우와선호를힐끔본뒤나에게물었다 여전히웃는얼굴이었다. .

넌어떻게할래.⌜ ⌟훗 코웃음소리가문정혁의담배연기와함께터져나왔다, .

뭘일일이물어봐주고그러냐 넌? .⌜ ⌟내가뭘.⌜ ⌟한숨은또다시나오고싶었다 그저내가존재한다는이유만으로애저녁에불편해.

75

진공기가완연하게느껴지는마당에무슨밥을같이먹겠으며무슨술자리를갖겠는

가 게다가 친해지는 건커녕 알고 지내고 싶은 마음조차 손톱의 미립자만큼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대체 내가 저에게 뭘 어쨌다고 내도록 고까운 눈을 하고 있는 문정혁은

쳐다보지도않고 가까이서보게된악명높은난봉꾼이참에샅샅이보자는겐지눈을,

안떼고훑고있는이민우와이선호에게도눈길을주지않고 상냥하고친절한미경을,

바라보며양해를구했다.

저기.⌜ ⌟가방에서다이어리를꺼내어내핸드폰번호를적은뒤찢어건네고말을이었다.

내전화번호거든 이리로연락해줘? .⌜ ⌟같이안가고?⌜ ⌟어 파트나눠지면나한테내분량알려줘 그리고미안한데나말주변이없어서. .⌜

아마발표는무리거든 그러니까대신내가분량을더많이맡든가할게. .⌟그러지말고같이가자 발표는발표고 가서술이나마시면서. , .…⌜ ⌟아냐 난됐어 너희나가라. . .⌜ ⌟야야 껄렁한시비조로문정혁은미경을불렀다 그리고잔뜩구겨진인상으로가지. .

말라해 우리도싫어 라고말했다. . .

그럼난간다.⌜ ⌟고개를살짝수그린채마지막담배를빨며나를노려보는문정혁과눈이마주쳤다.

설마일년전내가데리고놀던것들중하나가설혹저자식피붙이라도되는건가

라는생각이들었다 그렇지않고서야저렇게나눈이험할수있나 초정도나와눈. . 2

이마주친문정혁은그러나이내짧아진담배를입술새에서뽑아바닥에툭떨어뜨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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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선을꽁초에떨군채발로비벼댔다 친구잘둔죄로미안한웃음을짓고있는.

맘착한미경과눈인사를마지막으로나는돌아섰다 그런데. .

생긴건어디꼭무슨조폭세컨드같이생긴게재수없게 .…⌜ ⌟알고하는소리는아닐테지만어쨌든들으라고하는소리였다 그리고문정혁의그.

말이마치날붙들어세우는손이라도되는것처럼저절로발이멈춰지고몸이굳었다.

그리고몸전체에화르륵불길이일었다 화가난것이다. .

뭐라고?⌜ ⌟돌아선 나는 만회할 기회는 주겠다는 듯 설마 내가 잘못 들은 거지 라는 눈으로?

되물었다 그리고내표정을읽고도팔짱을끼고턱까지쳐든채시비를작정한문정혁.

대신미경이내팔을붙들었다 그런미경의손을팔을빙돌려떼어낸나는한발자국.

다가서며말을이었다.

다시한번말해봐.⌜ ⌟뭘.⌜ ⌟하 웃음이나왔다, .

어디서한주먹거리도안되는새끼가 .…⌜ ⌟말그대로였다 시비에말린주먹다짐이건원한이져승부를내는싸움이건져본적.

이없는나였다 죽어지내는건잃은소양을되쌓기위한것일뿐내안의독기는건재.

했다 따라서그야말로이런녀석은같잖았다 미끌미끌뺀질하기도한면상을보고있. .

자비웃음은잘도나왔다.

어디산같은데다확파묻어주랴?⌜ ⌟진심이었다.

77

목만내고한번파묻혀볼까?⌜ ⌟해본적도있는터였다 비워낼수가없어서닫아두고있을뿐내깊고어두운본.

능에내눈마저반짝 그렇게빛을낸다는것이느껴졌다. .

하 .…⌜ ⌟그러나알턱이없어서였을까 내말이진심일리모르는녀석은고개를옆으로돌.

리며웃었다 그리고다시나와눈을맞추고말했다. .

나불대지말고덤벼봐그럼새꺄 .…⌜ ⌟진짜이것들이 니들이고삐리냐 왜들이래나이는처먹어갖구. ? !…⌜ ⌟학교건물앞이었다 둘의팽팽한신경전은다른학생들에게더없이즐거운구경거.

리였다 곧장 주먹질이라도 하겠다 싶게 으르렁 거리는 나와 문정혁 사이에 이미경이.

끼어들었다 문정혁을안아뒷걸음질시키며그녀는민우와선호에게나를말리라는듯.

턱짓했다 그러나둘은문정혁을노려보고서있는나를어떻게말려야할지를몰라그.

저 주춤주춤 멈칫멈칫 이었다 그리고 문정혁에게 올라가 있던 내 시선이 자신들에게.

돌아가자그만선생님한테숙제안했다고빌러온초등학생마냥딱딱하게표정이굳고

말았다.

아 짜증나진짜씨. * .… …⌜ ⌟어디서부터뭐가어떻게잘못된거길래내인생이이런가싶자저절로미간이모

이며욕이터졌다 대체내가뭘어쨌다고얼굴도이름도처음본새끼까지저렇게나.

적대적인가 내가처한모든상황이억울했다 지은죄에비해받고있는천벌은너무. .

유치하고지리했다 화끈하게벼락을맞든가끓는기름솥을뒤집어쓰는게낫지 인생. ,

전반이짜증과피곤의연속이란건지겹도록끔찍한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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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해라.⌜ ⌟그야말로죄가없는미경에게나지막이말하고돌아섰다 사람면전에그게무슨짓.

이야 대체왜그래 쟤가뭘어쨌게 미경의목소리가들려왔다 진짜싸가지는좀없. . .…

어뵌다 어떻게인사도안받아주냐 초동안세번이나했는데 민우와선호의목. 30 .

소리도이어졌다 재수옴붙었네 왜저새끼랑같은조냐고 문정혁의목소리도무. , .…

척이나또렷하게들려왔다.

지금은나의가장절친한친구들이자내성격자체를완전히뒤바꿔세상을변화시

키려면 인생을 보는 눈만 바꾸면 된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준 강력한 영향력 이미경, ,

이민우 이선호 그녀석들과의첫만남이었다 말을트고마주웃는일이없었다뿐이, . .

지 년정도학교를오며가며얼굴과이름은익힌사이였지만 그녀석들에대한첫인2 ,

상이란 건기억에없다 말하자면그때까지그녀석들은내게칠판이나강의실창문.

혹은의자나책상과별반없이의미없었다 그저사무적인학교의일부 일상적인생. ,

활의단편 똑같은얼굴의군중중의일부였을뿐이었다 굳이말해보라면당시엔그저, .

내학교주변을모두뭉뚱그려그렇게시시한이미지를가진녀석들정도라는것이었다.

그러나문정혁은달랐다.

무슨소리야 강의도한번안빼먹고꼬박꼬박학교다닌놈인데 처음갖게된, .…

녀석들과의술자리 너희들이라면몰라도문정혁은본적없는인물이라고 혹우리보, ,

다선배인지 그래서군대라도다녀온건지묻자녀석들은그렇지않다고말했다, .

왜못봤을까.

79

소주잔을 들어 반을 비우며 나는 의아해졌다 테이블 한 가운데에 놓은 거진 식은.

김치찌개냄비속에숟가락을푹담가국물을떠마시는 얼굴이제법붉어진정혁이의,

얼굴을보며나는정말로의문이들었다.

어떻게몰랐을까.

첫인상 교회를배경으로청바지광고를막찍고숨을돌리는히피로분한모델 늘. ,

씬한몸에매끈한얼굴 나른하면서도염세적인퇴폐미와반항적인사내의분위기 그, .

런데내겐너무심하다싶게적개심을보이는 그리고그래서재수없는녀석, .

아줌마 담배한갑만줘요. .⌜ ⌟테이블위의담배갑을들어안을살핀그는속이비어있는걸보고는꽉움켜쥐어

구긴뒤허리를죄비틀어카운터를보며소리를질렀다 아줌마가가져다준담배는.

마일드세븐이었고그는인상을확구기며디스없어요 투덜댔다 다른녀석들도마찬? .

가지였지만디스라면나도없었다 나눠피우고있는테이블위의내말보로라이트를. ,

녀석쪽으로조금밀며나는말했다.

그냥이거피우지그래.⌜ ⌟유난떨지말고.

너나많이쳐피워새꺄.⌜ ⌟예상했던반응이었어서후 코웃음을친나는반남은소주잔을들었다.…

너뭐야 비웃은거냐 너지금. , ?⌜ ⌟.……⌜ ⌟

나랑지금해보자는거야 어? ?⌜ ⌟독이바짝든싸움닭도아니고말끝마다표정끝마다 심지어웃는소리끝에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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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걸어오는데나도더이상봐넘겨줄수가없었다 대학과동시에기울어버린가세.

때문에 시간아르바이트를해도모자라는녀석이라고 그러니다른건몰라도그녀24 ,

석 경제적인걸로는웬만하면자존심상하게하면안된다고 요즘아예날이섰다고,

미경이미리귀띔을하긴했지만아무리생각해도이건녀석의사정과는상관없는문

제였다 문제는순순히나인듯했다 문정혁 너왜이래 미경도민우도선호도미간. . , ?

을 모으며 한마디씩 던졌다 행여 욱하는 성질에 주먹질까지 할까 분위기를 예리하게.

살피는미경에게나는 아니다 라고만말했고신기하게도미경은나의그말만으로내‘ ’

마음을꿰뚫었다 안도한얼굴로술잔을마저비워냈다 후우우 한숨을내쉰나는의. . .…

자로머리라도깨주고싶다는적의를눈에담고있는정혁을보며말했다.

너되게짜증나는새끼다 보면볼수록, .⌜ ⌟뭐?⌜ ⌟내가싫었으면애초에나오질말든가 지금이게뭐하는짓이야 옆에앉아서사. .⌜

람성질을갈작갈작돋구고.⌟하.⌜ ⌟근본적인것부터따지면너더웃긴새끼되는건아냐 니가뭔데나를싫어하?⌜

고말고야대체 니가날언제봤다고. .⌟하지마좀 붙드는민우의팔을떼어낸정혁은나를똑바로보며으르렁댔다, .

어 그냥면상만봐도화가치민다 됐냐 어 왜나왔냐고 내가너하도생긴게. . ? , ?⌜재수없어서이유없이패주고싶다하니까 미경이가좀이쁘게봐달라면서같이술,

먹자하도그래서 그래서나왔다 됐냐 아 근본부터따져보자구했지 그래 근본적, , ? , ? .

으로따져보자 그래 나는근본적으로걸레는싫어 너처럼생긴새끼들이몸까지걸레, . .

81

면보는것만으로도짜증나 내몸내가막굴리는데뭔상관이냐 그러고싶지 상관. , ?

이 왜없어이드러운새꺄 너같은새끼들이넘쳐나니까세상이이모양인거야 알. ,

어 너같은새끼들때문에 아 씨 진짜 어우 너사람들이너보고뭐라고하는줄이? , . * . .

나아냐 너 알면서상판들고학교도나오냐 어, ? ? ?⌟그의이유는내게말같지도않았다 나는기가막혀웃고있었다 얼굴이벌게지게. .

열변을토한정혁은너진짜돌았어 라고말리는미경이나민우의팔을이리저리치?

워냈다 에이씨 거하게욕을던지고술집을나가버렸다. *, .

뭐냐저새끼는대체 .…⌜ ⌟나는웃으며모두를바라보았다 정혁의말에내가상처라도입었나싶어조마조마.

한얼굴을한녀석들은픽웃으며담배를빼무는나를가만히바라보았다 길게연기를.

불어낸나는여전히웃는얼굴로별이상한새끼를다본다 살다살다 라고중얼거, .…

렸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미경은 술잔을 새로 채워 비워내고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혁이가너쭉좋아했어 .…⌜ ⌟.……⌜ ⌟

입학식에서보고부터쭉좋아했어 .…⌜ ⌟.……⌜ ⌟

지금도아마좋아할걸 .…⌜ ⌟.……⌜ ⌟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첫눈이내리는발코니에서서우리는머그를내밀어커피에눈을받아마셨다 봄의.

새꽃잎을뜯어개울가에실려보냈고종이배를접어띄웠다 연을만들어날리는법도.

그에게서배웠고하루종일눈을가리고서로의눈이되어주는이상한장난도그에게

서 배웠다 수업을 마치고 천천히 진입로를 걸어 내려가는데 술집에서 뛰쳐나간 그가.

그로부터일주일이지난뒤입에막대사탕을문채로끼이이이익 내앞에자전거를세,

우며턱짓으로제뒤를가리키는것으로우리는시작했다 그의허리양쪽을손으로잡.

고그의자전거를탈때만해도우리는유치한신경전을그만둔 아직은뻣뻣하기만한,

친구지간이었다.

유쾌한녀석들덕분에나는어린아이라도된기분이었다 그렇게말을트고술을한.

번마시고나자녀석들은본격적으로나를끼워주기시작했다 이미경 이민우 이선호. , ,

그리고문정혁 도저히나와는공통분모가없을듯보이는이녀석들과나는그러나아.

주 끈끈한 공통점이하나있었는데그건우리중반이 학년 학기가되도록군대를3 1

안 갔다는사실이었다 언제무슨일날지모르게많이위중하신아버지를둔민우는.

장남이어서 민우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단짝이었다는 선호는 나이 먹어 군대 다녀와, ,

복학후적응이힘들지모르는그를위한우정으로함께입대하고함께제대하기위해

차일피일입대를미루고있었으며 정혁이녀석은 학년여름방학때공사판에서아르, 1

바이트를 하다 층높이에서 실족하는 바람에 다친 어깨가 습관적으로 탈골되는 터라3

면제라했다 동기들이썰물처럼빠져나간 학년의봄학기에뭉친우리들은나름의특. 3

권이라도누리는양 받은혜택을최대한도로만끽하려그야말로발악하듯즐겁게지냈,

다.

83

녀석들의집으로가녀석들의부모님에게인사를했고녀석들은우리집에와인사

를했다 중학생이나할법한일들을나는새로배우며즐거웠다 풍선에물을가득채. .

워도서관앞에서서로던지며아이들처럼물장난을했고 컵라면을뺏어먹겠다고욕지,

거리도 큰소리로 질렀다 망나니나 다름없는 녀석들과 어울리며 나는 우리 학과 거의.

대부분의 후배와 동기 그리고 선배들과 가까워졌다 알고 보니 새끼가 개차반이잖어.

요 헤드락을걸고머리를쥐어박으며민우는모두에게날소개시켰다. .…

성질사납게굴던정혁이실은녀석들중에서가장따스한놈이라는걸나는알게

되었다 내가바래다줄게 로정혁과나는조금씩가까워지기시작했는데 종종무겁지. ‘ .’ ,

않은내가방까지제가모두멘정혁은자전거뒤에나를실어우리집까지데려다주

고는했다 그날도그랬다 끼걱 끼걱 페달을밟을때마다미묘하게움직이는정혁의. . , ,

허리를양손으로잡고이제는완연한여름밤을느끼고있는데그가말했다.

자전거타고가니까피곤하지?⌜ ⌟나야뭐가만히앉아만있는데뭐.⌜ ⌟흠 .…⌜ ⌟그저난.⌜ ⌟어.⌜ ⌟자전거너무타고다니다너고자될까걱정일뿐.⌜ ⌟하하하하하하 .…⌜ ⌟자전거에실리기만하는것도과연피곤한일이긴했다 하지만매일타는놈도있.

는데 뭘 왠지가끔씩형의세단을타고등교하던내가미안해져나는정혁의허리를.

팔로감았다 그리고가만히뺨을대고말했다. .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나중에도차사지말고너자전거타고다녀라.⌜ ⌟내행동이느닷없어서그랬는지갑자기휘청하는자전거를바로잡느라정혁은왜,

라는 반문을아주희한한톤으로내질렀다 나는여전히녀석의등에뺨을대고말했.

다.

너자전거타는거너무멋져 정혁아, .⌜ ⌟자전거는기어이넘어갔다.

있지.⌜ ⌟넘어진자전거는내버려두고나먼저일으켜세운정혁은어디다친데없냐고물

었고 나는 웃으며 이 정도야 라고 대답했다 심호흡까지 대차게 내쉰 그는 입술을, .…

몇번이나물었다놓고는입을열었다.

나아까 너 선배앞에서편든거 너그거너말주변없어서 그래서너불. . . ,… …⌜쌍해서동정하느라그런건당연히아니고.⌟어.⌜ ⌟아까너때렸던것도미안했다 혜성아, .⌜ ⌟후 그래. .⌜ ⌟너깡패같다고한말도실은본심아니다.⌜ ⌟그래.⌜ ⌟가로등불빛이반사되는정혁의은색자전거를내려보고있는데녀석이다시말했

다.

아까너운거 혜성아, .⌜ ⌟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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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내가더울고싶었어.⌜ ⌟.……⌜ ⌟

너달랜다고안고있는데 울고싶더라구. .…⌜ ⌟.……⌜ ⌟

나너.⌜ ⌟나좀볼래 라고정혁이녀석이말했고 눈물이그렁하게들어차서도저히들수없? ,

는눈때문에그녀석의자전거만죽도록들여다보고있던나는나좀봐봐 라는정.…

혁의속삭임에눈을들었다 눈물이투륵 너무많이쌓여다져지고다져졌던서러움이. .

투륵 울고있는나를본그는반짝반짝 물기가어린눈으로웃으며말했다. , .

사랑해.⌜ ⌟타이밍이좋았던거라해도 그래서정혁일받아들인것이라해도나는그타이밍조,

차운명인거라고말하고싶었다 바빠서이든아니든어쨌든내남자란사람은 개월이. 4

넘도록날사랑해주지않았고형수나혹은내가아니더라도성도덕과반비례한직업의

식을갖춘여자들이늘포진을하고있는그의주변을잘알고있는나는말도안되

는오해와불만만이늘어가고있었다 수녀와같은광채를내뿜고다니며행복해보이.

는형수만큼이나실은나도새롭게얻은진짜친구녀석들덕에쾌활한껄렁함과장난

질에유쾌한날들을보내고있었지만그러나분명오며가며마주칠때마다머리한번

을안쓰다듬어주는형때문에춥고외로운심장은서럽고괴로웠다.

그러니.

내가너 사랑하고싶은만큼사랑해도되냐?…⌜ ⌟내팔을가만히잡으며물어오는그를뿌리칠재간은없었다.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솔직하게말못하고 반대로못되게굴었던거다사과한다 그러니까나 너사랑, . ,⌜하고싶었던거 그거참고억누르고그랬던만큼이제부터라도너 사랑해도되냐 세. , ?

상이다알게 그렇게사랑하고싶은거해도되냐, ?⌟.……⌜ ⌟

나이제그만참으면안되냐?⌜ ⌟돼.…⌜ ⌟

와락끌어안긴몸이다부서져나갈것같았다 처음부터내꺼이길얼마나바랬는.

줄알어 그의울음섞인목소리에온몸이흐물흐물해져버렸다 세포하나하나가다? .…

울리도록설레는감정 온통사람을안절부절못하게만들어버리는가벼운흥분상태가,

그순간이후하루 시간 몇날며칠을이어졌다 혼자가만히서있다가키득키득대24 , .

기도했고베개에얼굴을파묻고괴성도질렀다 손을잡는데한달이걸렸고키스하.

기까지는두달이더걸렸으며같이자는데는그보다 개월이더걸렸다 하룻밤연애6 .

질만을일삼았던내게사랑이었다 열병처럼갑자기다가와단번에도진사랑에나는정.

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길을 걷다가 아아아아악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게 그렇게 온. !

몸 안이 사랑으로 터질 듯 했다 독한 감기에 걸린 사람처럼 나는 늘 몽롱한 상태로. ,

젖은눈에뜨거운머리그리고두근대기만하는심장을하고다녔다.

형 나애인생겼어요. .⌜ ⌟아직은서로의몸을다몰랐고이제막입술을나눠가질무렵 나는그에게고백했,

다 일요일오전 영화를함께보기로약속한정혁일만나러정혁이가좋아하는연두색. ,

니트를챙겨입고막방을나서는데한달은못본듯한형과 층복도에서마주쳤다2 .

일요일오전 나와그를제외하고는우리식구들모두가두달에한번씩있는가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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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위해 무주로 떠난 터였고 그는 아마 나는 여행에 동반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집으로왔으리라 그간무심했던것이미안했는지팔을뻗어내손을잡은그는오른손.

으로내왼손을모두감싸쥐어당기고는내뺨을손등으로문질렀다 잘있었어 라. ?…

고물었다 네 하고나는대답했고그의눈은갸름해졌다 온뺨과온눈그리고온몸. , .

에서봄의신열과도같은열기를내뿜고있는나를가만히살피며그는무슨일이있

냐고물었다 나는기다렸다는듯말했다 형 나애인생겼어요. . , .

그래서이렇게기분이좋구나 우리혜성이, .…⌜ ⌟싱긋웃는얼굴로나를좀더바짝안은그는왼팔로내허리를감고등을도닥이

듯어루만졌다 형 나새옷샀어요 형 나저녁메뉴로버섯을먹었어요 형 밤이되. , . , . ,

니 달이 뜨네요 마치그런얘기를들은듯대수롭잖은얼굴로그는웃었다 다시한. .

번말에힘을주어나는상황을각인시켰다.

형 나사랑하는사람생겼어요. .⌜ ⌟그래 알었어, .…⌜ ⌟여전히웃고있었다 여전히잡고있는내왼손을그는만지작대며웃는얼굴로날.

내려다보고있었다 한껏차분하게멋을낸머리와새로드라이클리닝한하얀바지를.

훑어보며그는물었다.

그래 지금어디나가. ?⌜ ⌟네.…⌜ ⌟

가만있어보자 .…⌜ ⌟나를 놓아주고 수트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 그는 만 원권을 제법 두툼히 잡아

내게주었다.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나중에 너무늦어지면전화해라 데리러나가마, . .⌜ ⌟그에게서받은용돈을지갑에넣으며나는대답했다.

아뇨 걔가자전거로집까지바래다줘요. .⌜ ⌟그래 그럼재밌게놀다와. .⌜ ⌟네.…⌜ ⌟

서로조금은어색하게웃어준뒤그는그의방으로 나는계단을향해걸었다 그러, .

나세발자국을못가나는그에게붙들려돌려세워졌고 그대로그의품안으로들어,

갔다 나를꽉끌어안고어린애를안은듯좌우로부드럽게흔들며그는속삭였다. .

내가언제나 이렇게있다는걸알지, ?…⌜ ⌟예 .… …⌜ ⌟

그날이후로그는더이상날안지않았다 그리고나도그부분에대해불만을갖.

지 않게되었다 아예흔적도느낄수가없게그날이후론볼수가없게된그였지만.

더이상나는외롭지도서글프지도않았다.

하아 하아 하아 얼마나보고싶었는지 하아 하아 저기서부터막뛰어왔, , . , , .… …⌜다 하아 하아 하아. , , .…⌟아이고 .…⌜ ⌟영화관앞에서허리를굽히고무릎에손을얹은채가쁜숨을가다듬으며웃는정

혁이때문에나는행복했다.

나실은영화만보고바로가야돼 저녁먹는건힘들겠다 알바있거든. . .…⌜ ⌟그래.⌜ ⌟가정형편은아직어려웠고 그러면서도내가내는데이트비용은불편해하는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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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문에우리는늘저렴한데이트코스를즐겼다 그래도행복했다 물론안락하지는. .

않았다 그렇지만눈물이겹도록사랑하면서안락까지혜택받은사람은또몇이나되.

겠는가 행복하다면 그것만으로 축복인 것이 진짜의 사랑 아니겠는가 게다가 우리는. .

다른건보이질않게서로에게눈이멀어있었다.

그의집으로놀러갔던날 감기기운이있는것같다고말을하는나를위해그는나,

를제침대에뉘인뒤작은버너를침대위로가져와내앞에서스프를끓여주었다 버.

터로제모습을조각해스프에넣고는 니가이걸다안먹으면 아마나속상해서이, ,

렇게다녹아버리겠지 라고속삭였다 어쩌면니몸은이렇게달콤한걸까 사탕이. . .… …

아니어망정이지안그랬으면이렇게핥아댔으니흔적도안남고사라졌을거아냐 .…

그는늘입버릇처럼말했었다.

사랑받고 있어서 행복했다 내 손을 꼭 쥐고 거리를 걷다가 그는 모르는 사람에게.

씩 웃는 얼굴로날가리키며제애인이에요 라고말하기도했다 어딜가나내손을, .

잡고다녀심지어강의중인교수님들에게도어이 거기학생 손은놓지 질투가어린, , .

핀잔을듣고는했다.

아마그게나에겐사춘기였으리라.

일 년 여를 행복에 겨워 살았다 소곤소곤 두근두근 둥실둥실 그 시간은 내게. . . .…

의태어로기억되고있다 흐으음 나른한미소와하하하 끝이하늘에닿을듯가벼. … …

운웃음소리와 하아 하아 하아아 눈물이나도록벅차오르는가쁜숨으로기억되고, , , …

있었다.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그렇게달착지근한일년이지났고얼굴도잊겠다싶게바빴던그는드디어시간의

여유를되찾았다 그러나그가집안에머무는시간이늘었어도우리는자주마주칠수.

없었다 이젠내쪽이집에있는시간이적었기때문이었다. .

수업이끝나면늘아르바이트에여념이없는정혁을조금이라도더많이보고싶어

서나는새벽같이도서관으로가고는했다 새벽부터만나커피를마시고수업을듣고. ,

수업이끝나면정혁은아르바이트를그리고나는그의아르바이트근처커피숍이나공

원혹은스포츠센터등에서시간을보냈다 밤늦게다시만난그와함께그의자취집.

으로가서라면을끓어먹고 사랑을나누고그리고그의자전거로다시우리집으로왔,

다.

아마너네집여기터가안좋은가봐 .…⌜ ⌟집앞담벼락에자전거를세워두고잡은내손을놓질못하는정혁은말했다.

봐 손이안떨어지잖어 수맥이왕창흐르나. . .…⌜ ⌟하하하하 .…⌜ ⌟있지 혜성아, .⌜ ⌟어.⌜ ⌟너굉장히복덩어리인가봐.⌜ ⌟왜?⌜ ⌟그는환하게웃는얼굴로말했다.

아버지이번에수배풀리셨어 .…⌜ ⌟안도의한숨을내쉬며나는그의목을끌어안았다 부도를내고수배령이떨어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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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기 지방 친척 분들 집에 숨어 지내신다던 그의 아버지가 이젠 수배도 풀리고 새

사업도알아보신다는말에나는그만내일인양눈물이났다 매달린내허리를꽉끌.

어안고 한손으로는머리를다른손으로는내등을쓸며그는내목덜미에입술을묻고,

속삭였다.

아마 집이좀나아지고나면나알바도안해도될거니까그땐더오래오래같,⌜이있자 .…⌟응 .…⌜ ⌟내가얼마나사랑하는지알지 사탕같이달기만한녀석? .… …⌜ ⌟질기기도한정혁의어깨며목을끌어안고한참이나그의딱딱한팔과손에어루만

져지는데멀리 헤드라이트가골목안을비추었다 눈이부시도록환한조명에우리는, .

몸을뗐고가봐 라는나의말에정혁은세워둔자전거를일으켜돌아섰다 낼아침에.…

태우러올까 그가물었고 제발그것만은말자 너너무피곤해 라고나는웃었다? , , .…

날렵하게자전거위에올라탄정혁의근사한뒷모습이사라질때까지한참이나바라보

던나는그가골목을벗어나자마자몸을돌리고 내옆으로차를대고창을내린형에,

게오셨어요 라고인사했다, .

저녀석이냐?⌜ ⌟예.⌜ ⌟백년만에하는대화처럼그렇게나오랜만이었다 오른손은기어에얹고왼팔을구.

부려차창에댄그에게다가간나는살며시웃어주었다 햇살이비춰진얼굴의나는바.

빴고그늘진얼굴의그는.

그럼 이제내가바쁘고그가외롭고쓸쓸할차례일까 나는바쁘고그는허전할까. ,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그는내가없어우울할까 .…

들어가.⌜ ⌟예.⌜ ⌟내가이렇게나행복에바빠서 그래서그는이제서글플까 그렇게마음속을파고들, .

었던미안함은그런데 하룻밤을지나지못해곧사라져버렸다 왜냐면, . .

새벽의주방은집안어느곳보다낯설다 다른공간과다르게확실한노동의장소이.

기때문이다 불꺼진거실이나욕실혹은방과다르게불이꺼진주방은잠을자는노.

동자의얼굴을하고있다 곤하게자는싱크대나찬장에게불을켜는것이미안할지경.

으로새벽의주방은정적이다 가만히숨죽이고들어가냉장고를열고물을꺼내마실.

때도조심스럽다.

그런 새벽의 주방에서 마주치는 식구들은 또 다른 느낌이다 은밀한 공범의 느낌. .

목말라서 혹은 배고파서 라는말을주고받는다 자다일어난탓에목이잠기기도했? , ? .

고 고요한공간을왕왕울리는목소리가부담스러워일부러낮추기도했고먹거나마

시러들렀다는공통의목표를지닌동지감에서로가살갑다.

새벽의주방에서마주치는그가난참좋았다 새벽 시나 시 한집에사는형제여. 3 4 ,

서함께할수있다기보다는마치공인된부부라도되는양그에게도익숙하고나에게

도익숙한그냉장고앞에서서우리는 열린냉장고문에가려져서로의허리를안고,

안을들여다보며서로에게먹을거리와마실거리를골라주고는했다 그의겨드랑이에.

어깨가끼워진채그의입맞춤을머리에받으며두런두런말소리가퍼질까얘기는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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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콜라캔이라든가 과일그릇을 꺼내 보이며 눈짓으로만 의향을 묻는 그리고 웃는, ,

그순간을나는좋아했다 그나마몇년전에나가능했던일같았다 얼마전까지의그. .

는너무도바빴고요즘의나는좀처럼자다깨지않기때문이었다.

그가 처음으로정혁을본그날 바빠진내가과연그를슬프게만드는걸까라는,

생각에 시전이면잠자리에들던나는 시까지잠을이루지못했다 변심한애인으로12 3 .

서의죄책감만이아니었다 단순히연인이라기엔너무도특별했던우리였다 같은피를. .

가진형제로서의진심어린걱정이분명히있었다 그가우울해지는건참을수가없었.

다 세상에서가장소중한나의형이조금이라도슬프다면견딜수없었다 내가그의. .

감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우월감 따위는 없었다 나는 순수하게 그가 걱정스러웠.

다.

책상 위에 놓인커피메이커가비었다 새로끓여내려서랍을열었는데 커피봉지도. ,

비어있었다 머리는아팠고마음은불안해서카페인이그리워진나는새커피를가지러.

주방으로 내려갔다 어두운 계단을 밟고 내려가는데 가끔씩 주방 식탁에 밤늦게 앉아.

커피를마시는내게다가오던그가생각났다 뒤에서다가온그는왼손을내왼쪽어깨.

에 얹고오른손으로내가마시던머그를넘겨받은뒤뜨거운머그로내손등에서부터

손목까지느리게건드려가며마시고는했다 뜨거운데 라고말할때마다후 하고. .… …

웃던형.

그도그게그리울까 생각하며막끝난계단에서오른쪽으로돌아주방쪽으로향하.

는데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왔다 남자 목소리 그리고 여자 목소리 형과 형수였다, . . .

이 시간에 저기서 뭘 하나 속도를 낮추고 가만히 다가갔다 지나치게 작은 목소리로. .

얘기를하고있어서무슨말을하는지는잘들리지않았고어른거리는주방유리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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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해보이는건희게뭉쳐진형체뿐뭘하고있는지도잘보이질않았다 그저웅얼웅.

얼그리고,

후후후후 .…⌜ ⌟그의낮은웃음소리와이어지는형수의가벼운웃음소리.

허 정마알? ?⌜ ⌟높게 울리는 형수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 그가 뭐라 대꾸를 했고 형수의 목소리는.

이내진지해졌다 다시울리는웃음소리와흔들흔들 이리저리움직여대는햐안잠옷을. ,

나란히나눠입은둘의형체.

후.⌜ ⌟배신과안도가동시에밀려왔다 씁쓸함과편안함을다같이담은헛웃음소리를내.

며나는돌아섰다 그렇다 나에겐애인이있지만그에겐아내가있는것이다. . .

괜한걱정을 그렇게아주쉽게나는죄책감을덜었고문제는해결되었다. .…

해병대에나란히입대했던민우와선호가휴가를나왔다 새까만촌놈들이돼버린.

우리의친구들은한층더눈꼴사나워졌다는나와정혁이의관계에입을떡벌렸다.

니들이너무사내놈들끼리만지내서그래 그러니이런게고까워보이지. .⌜ ⌟위산과다라는의사의판정에따라기름기가있는음식을먹지못하는나를위해일

일이삼겹살의기름부분을떼어주는정혁은고만좀해라새꺄 라고기막혀하는민,

우에게웃으며말했다.

공주에서날건달로하루에도수십번왔다갔다 요즘의전혜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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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킥대며미경이말했고그건또무슨말이냐는민우에게그녀는말했다.

첨엔왜이거공주였잖아 우리왜그렇게불렀잖아 친해지기전에. , .⌜ ⌟그랬지 양공주 민우가낄낄댔고녀석에게던지려던풋고추를내손에서뺏은정혁. .

은제가대신던져주었다.

우리랑섞이면서이거도별수없이망나니됐잖아 어쩔땐아주섬뜩하다니까? .⌜그야말로청출어람.⌟하하하 근데공주는또왜. .…⌜ ⌟어 문정혁이새끼가공주만들잖아요새 멀리서혜성이가딱보인다싶으면피. .⌜

우던담배딱던져끄고야야 행차하신다이런다저게, .⌟여어 그건좀심하네 문씨, .… …⌜ ⌟밥먹을때생선살도발라줘.⌜ ⌟뭐?⌜ ⌟콩도골라내주더라 밥에서, .⌜ ⌟누가 여기문군이그런다고 저밖에모르는이개싸가지자식이. ? ?'⌜그럼뭐 내가그래주겠냐, .⌜ ⌟니들없이정혁과혜성이사이에서나쌓인게많았어 미경은말을이었다! .

손바닥도마주쳐야소리난다고너전혜성은얼마나웃기게구는지알아?⌜ ⌟내가뭘 나야여전하구만. .⌜ ⌟그거야니생각이고 허구한날인상드럽게구기고다녔잖아 이거 지가무슨가. , .⌜

오잡을일이있다고 근데누가공주아니랄까봐저거아예입을찢고살아 꽃만. .…

달면위험하지 그럼바로미친년이그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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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내가언제, .…⌜ ⌟시끄러 더웃긴건여기문가놈 아니맨날보는얼굴 아 웃으신다웃으신다. . , ,…⌜

이럼서쳐다본다고눈안떼고걷다가나무에부딪히는건좀심하지않냐?⌟무뚝뚝하다고가스나들한테백날만날차이던놈이뭔일이래냐.⌜ ⌟가만히있으면중간이나간다고그럼이쁜데어쩌냐 라고말하며정혁이날안는…

바람에모두젓가락으로불위의삼겹살을집어우리에게던져대며재수없어 씨 을! * !

외쳤다.

평범해서행복했고 평범하지않아서행복한날들의연속이었다 학년 학기가끝, . 4 1

난여름무렵 정혁의집형편이조금씩나아지기시작하자그의말대로우리는오후시,

간까지완전히함께있을수있게되었다 여름방학이시작되었고이제아르바이트로부.

터 자유로울 수 있는 정혁이 시간적 여유와 더불어 마음의 여유까지 갖게 되자 나는

그를집안식구들에게인사시키기로마음을먹었다.

우리식구들중그를반기지않는사람은단한사람도없었다 잘생기고씩씩한데.

다가가정교육도잘받은그를일단은할아버지할머니가알아보셨고그것으로아버지

어머니가주시는점수는가산되었다.

친하게잘지내.⌜ ⌟정혁의어깨를툭툭치며그가한말은학교선생님과같았고,

좀바람둥이같으다 .…⌜ ⌟내어깨를잡고속삭인형수의말은친누나와같았다.

수줍었던초여름이뻔뻔한한여름이됐고사이좋게나가기시작한스포츠센터는벌

써두달째로접어들었다 그러나여름만되면맥을못추는나는지독한냉방병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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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두달째의스포츠센터엔일주일이나빠지게되었다 펄펄열이나고추웠지만서늘.

하지않은곳에서는견딜수가없는희한한컨디션에그만정혁이도사나흘을만나지

못했다 방안에틀어박혀몰래몰래에어컨바람을쐬다들켜혼나고혼나고를반복하던.

나는급기야물만먹어도토악질을하게되었고며칠을잠을못자머리까지띵해졌다.

피곤한몸과달리잠은이룰수가없자병원에서타온약을수면제다생각하고 회분2

을먹어버린나는그대로잠에빠져버렸다.

흐어엉 .…⌜ ⌟무슨꿈을꿨는지는정확히알수없었지만잠에서깨고나자울음이터졌다 환한.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에 밤이 아닌 낮이라는 걸 알고 나자 더 낯선 기분이

돼버렸다 산전수전다겪은노인네같은심정으로사는나였는데그날그순간의나.

는마치엄마가꼭필요한 살짜리꼬마가된기분이었다 어깨에들어갔던힘도사라4 .

지고 마음속에 단단히 박혀있던 심지도 빠져나가고 머리를 꽉 채웠던 성숙한 사고니

뭐니도하나도없었다 잠에서깬낯선여름오전에나는그만기분이나빠울고말았.

다.

나도모르게방밖으로나갔다 층복도는비어있었고계단을내려살핀 층도텅. 2 1

비어있었다 거실의커다란시계가 시 분을가리키고있었는데오전의그시간이. 10 30

나에겐전혀실감이나질않았다 나와아무상관없는시간에나와아무상관없는공간.

에서있는그소외감이나를질식시켰다 엄청난이질감 익숙하던집에익숙하던시. .

간이었을텐데마치모두가나를모른척하는그런느낌.

현관으로가신발을대충신은나는텅빈마당에또한번가슴이써늘해졌다 뛰.

듯이걸어마당을빠져나가고대문으로향하는돌계단을다섯개쯤뛰고난다음나머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지는아예풀쩍점프해뛰어내렸다 반쯤열린대문을쾅 소리가나게열어젖혔다 밖. ! .

으로나갔다.

혀어엉 .…⌜ ⌟그리고대문앞에서세차를하고있는그를보고왈칵울어버렸다 짙은남색티에.

흰테니스반바지를입고세차중이던그는대문계단위에서서나오지도않는눈물이

마치실제흐른다는듯팔뚝까지들어가며우는시늉을하는나를보고눈이휘둥그레

졌다 들고있던호스를내려놓고차를빙돌아계단아래로오는그에게다가간나는.

애처럼칭얼거렸다.

혀어엉 .…⌜ ⌟너왜그래.⌜ ⌟형나자다일어났어요 .…⌜ ⌟그런데.⌜ ⌟그와마주선나는내어깨를붙들고안색을살피는그를올려다보며있는대로애

가됐고 그는놀라서내뺨을어루만졌다, .

몰라요나기분이나빠요 .…⌜ ⌟내이마를짚어열을확인한그는너왜이렇게싸늘해 라고말했다 손등과손바, .

닥으로나를연신만지며병원에가자고도했다 그말에나는한층더칭얼대며고개.

까지가로저었다.

싫어요 병원무서워요. .⌜ ⌟왜이래 너, .⌜ ⌟혀어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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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 .…⌜ ⌟그의목을끌어안고나는매달렸다 내가지금왜이러지 라는생각이들정도는. ?

정신이 있었지만왜그러는지까지는알수가없었다 게다가너무이러지말고그만.

둬야되는데라는생각까지는할수있었지만그만두자고맘먹어지지는또않는 그런,

희한한상태였다.

형나고양이해줘요 .…⌜ ⌟대체 무슨 마음에 무슨 생각에서 저랬는지는 절대로 알 수가 없지만 나는 분명히

저런말을했다 형나고양이해줘요 그에게매달려그의가슴이며목언저리에얼굴. .

을부벼대며나는귀여워해달라말한것이다 뜨겁게올랐던체온이단번에식어내.

리며기가빠진걸까 춥지는않았는데몸은오들오들떨려왔다 그를꽉안고형 나. . …

고양이요 다시말하자그는내허리를꽉안고부드럽게쓸어주며속삭여주었다. .…

착하지우리고양이 착하지 착하지우리애기. . .… … …⌜ ⌟나병원무서워요 싫어요. .… …⌜ ⌟그는 내 머리에 입을 맞추며 그래 알었어 안 간다 라고도 속삭여주었다 흐. . .… …

응 나는그에게연신치댔고그는손으로내머리를 뒷목을 어깨와허리그리고힙. , ,…

윗부분까지느릿하고부드럽게쓸어주었다.

자고일어나니까무서웠어 ?…⌜ ⌟나를떼어낸그는내손을감싸쥐고손끝에입을맞춰주며물었다 나는너무너무.

요 하고애처롭게굴었다 어이구 낮게속삭이며그는나를다시품에안았고나. . .… …

는낭창하게늘인팔로그의허리를감싸안았다 뺨을그의가슴에얹고눈을감았다. .

머리를느릿하게쓰다듬어주는그의손길을느끼며숨을열번쯤내쉰나는눈을뜨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고세차가반쯤된그의차를물끄러미바라봤는데.

그의차너머에서있는정혁이와눈이마주쳤다.

너는 정말이지다좋은데왜애교가없을까라는것이정혁의불만이라면불만이었

다 어리광도조금부리고칭얼거리기도좀하면훨씬더귀여울텐데라고그가말할.

때마다 나는 실은 나 그러려고 노력은 해보는데 잘 안 되더라구 미안해하며 웃곤, .…

했다.

걱정돼서와봤어.⌜ ⌟형과끈끈하게붙어있던몸을뗀나는딱히말을못했다 어색한표정으로정혁이.

가돌아서고난뒤나는어디서부터본걸까 라고중얼거렸다 바퀴의세제거품을호? .

스물줄기로씻어내는그는아마도고양이해줘요부터 라고말했다, .

우애가되게좋은거같더라.⌜ ⌟기어이병원에가주사를맞고나서야회복이된나는열심히연습했음에도불구하

고그날이후스포츠센터에서다시본정혁과서먹하기그지없게인사를나눴다 제.

말에대답못하고얼굴만붉어진나를본그는물안경을내려쓰고풀안으로들어가

버렸다.

서로말을못했다 너무나민감하고위험한주제여서누구도말을꺼낼수가없었다. .

말을하지않아서우리는손잡기도힘들어졌다 그러다보니눈을마주치는것도쉽지.

않았고말없이앉아있는것도견딜수없는일이되고말았다 그러나헤어지지않았.

다 매일매일서로를만났다. .

101

그래도사랑하고싶어 혜성아, .⌜ ⌟다른말은없었다 그래도라고만그는말했다 힘들고불편한시간이한달쯤지. .

나고방학도끝나갈무렵 아직도후덥지근했던여름밤 담배를빼문그는그렇게만말, ,

했다 그래도 라고. , .

안아봐도되니 정혁아, ?…⌜ ⌟울음이잔뜩묻은목소리로나는물었고정혁은대답없이팔을벌려나를안아주

었다 흐읍 눈물삼키는소리는나에게서도 정혁에게서도났다 많이사랑해줄게 내. , , . .…

가많이 속삭이는정혁이때문에나는아무래도울음을멈출수가없었다. .…

인생이 소설 같기를 바랄 때가 있다 결말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는 소설과 같기를.

나는바라기도한다 딱여기까지만 희극적이든비극적이든 사건의끝이딱여기까지. , ,

만을바랄때가있다 마음에드는만큼의부분에서그대로정지시켜모든사건이개별.

적으로존재하기를바란다 사랑은사랑으로 이별은이별로 행운은행운으로 이해는. , , ,

이해로그리고용서는용서로.

그러나인생은그렇지않다 시간이흐르는이상에야우리의인생이란건사건의집.

합체가아닌시간의연장위에늘어서있는사건의연계이다 그래서우리는이런말로.

시간과인생의야속함을달랜다.

모든건변하기마련이다 라고, .

결말이라는 이름으로맺어질수가없는우리인생의모든사건들은시간이흐름에

따라새로운속편을만들어낸다 그리고다양한변수와만나며진화하고혹은퇴화한.

다 등돌리고변심하는세상을원망할것이아니라그당연함을깨닫고받아들이는것.

이바로인생의도를깨우치는일일터이다.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그래서과연우리도변해갔다 그리고우리의변화는그래도사랑하겠다는것에서부.

터비롯되었다 그래도라는단서가결국문제였다 그만큼의장애를안고시작하는관. .

계여서우리는위태로웠다 끊어지지않으려꽉붙든손이부들부들떨려와도 아니야. ,

힘들지않아 그렇지않아라고자기최면을거는식이었다 안는것도사랑하는것도, .

눈을 맞추는 것도 노력의 일부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자 문제는 심각해졌다 그러나.

그러면서도우리는헤어지지못했다.

이전으로돌아가려 아니이전보다더행복해지려애를쓰는통에나는한층더바,

빠지고정신없는나날을보내고있었다 방학은 주가남았고 학기가시작되기전나. 2 2

는 정혁과 멀리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어 분주히 뛰어다녔다 여권을 들고 여행사를.

돌며드디어가장마음드는곳을찾아낸나는발리의리조트가푸르게찍힌브로셔를

이리저리뒤적이며대문을열고들어가 한밤이라불빛한자락이없는컴컴한마당을,

걸었다 그리고끼이익 끼이익 낯익은소음을들었다. , . .…

형 ?…⌜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마당의 한구석에 그가 있었다 아주 어렸던 나를 위해.

철공소에서직접주문해만든초록색그네 거기에앉아있었다. .

이제와?⌜ ⌟검정에가까운짙은회색의여름수트를입은그는다리를넓게벌리고무릎위에

팔꿈치를걸친채로 다가간나를올려다보며씨익웃었다 혼자이시간에여기서뭘, .

해요 라고물으려던나는그의몸에서풍기는독한술냄새에형 술마셨어요 라고? , ?

질문을바꾸었다 이제보니눈주위가붉은그는웃으며그렇다고대답했다. .

놀러가려구?⌜ ⌟

103

내손에들린브로셔를본그가물었고나는예 하고대답했다 끄덕끄덕 고개. . .… …

를흔든그는고개를푹숙이고양손으로머리를스윽문질러댔다 형무슨일있어.

요 라고묻고싶었지만나는그저들고있던브로셔를양손으로잡고그를내려다?…

보았다 이런그의모습은처음이어서뭐라고반응해야할지몰랐기때문이었다. .

혜성아.⌜ ⌟그대로 분이나지나고나서여전히고개를양손으로감싼그는낮은목소리로나5

를불렀다 예 라고나는대답했고후우우우 길게한숨을내쉰그는말했다. . . .… …

나이혼할까?⌜ ⌟그의그말에몸이쾅소리를내며무너지는듯했다 뭐라말을할지몰라그저멍.

하게있는데그는응 하고다시물었다 아무말도못하고서있는나는갑자기들고? .

있는 브로셔에죄책감이들었다 내가형을그렇게슬프게해요 내가형을아프게도. ?

할수있는건가요 나때문에형 괴로운거예요 힘든거예요 그러나아랫입술을? , ? ?…

말인양이로물고그렇게주저주저 그의다음말만기다리고있는데그가고개를들,

었다.

웃고있었다 잘생긴그는난감한순간엔더매력적으로변하곤했는데지금이그랬.

다.

할까 이혼, .⌜ ⌟느닷없이들어버린생각 아 우리형은정말근사한사람이구나 덕분에사고는. . .… …

조금 더 엉켜버려 그야말로 머리가 비고 말았다 날 보며 웃고 있는 그에게 그러나.

형 그러지말고 이러지말고 제발이런모습보이지말고 달래보려말을고르.… … … …

는데그는허리를펴고재킷안주머니에손을넣었다 봉투하나를꺼내어보여주며말.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했다.

나 오늘이혼했다 혜성아. , .⌜ ⌟후 그는소리를내어웃었다. .

서로술친구해주기로했다 이혼하고도쭉 애도없으니외려쉬울지모르지. . .⌜ ⌟손에서 힘이 빠졌고 들고 있던 브로셔는 바닥으로 흘렀다 끼이익 끼이익 그는. , .…

발을 밀어 그네를 조금 움직였고 그가 늘 밀어주던 그네는 희미하게 웃고 있는 그를

태우고구슬프게울었다.

너한테줄게있는데 .…⌜ ⌟정신을차릴수가없게충격을받은내게그는손가락끝에끼고있던반지를뽑아

건넸다 반짝반짝 복숭아색보석이조로록조로록줄지어가득박힌 제법굵은플래. . ,…

티넘반지.

뭐예요이게 ?…⌜ ⌟산거야 너주고싶어서. .⌜ ⌟그의손에들린반지를그저물끄러미바라보고만있자 내왼손을가만히잡은그,

는네번째손가락을어루만지며부드러운목소리로물었다.

끼워줄까 ?…⌜ ⌟고개가저절로가로저어졌다 그가내게끼워주겠다는그예쁜반지는모든죄의징.

표처럼빛나고있었다 감당하기엔벅차기만한내운명이너무무서워서나는고개를.

가로저으며쓰라린한숨으로말했다.

싫어요.⌜ ⌟그의이혼에집안은풍비박산이났다 차고로끌려들어간형은저런게집안어디에.

105

있었나싶은몽둥이로두시간이넘도록아버지에게맞았고어머니는기어이울다실

신하셨다 할아버지와할머니는 일간방에서링거를맞으셨고우리는모두밖에서밥. 3

을먹었다 형수의집안사람들이우리집으로찾아왔고우리집안의몇몇이형수의집.

안으로찾아갔지만소용은없었다 아뇨 사이는처음부터별로였습니다 최근 년은. . . 1, 2

남매지간이나다름없었어요 병원치료가끝난그는아버지앞에무릎을꿇고새로빌며.

재결합의가능성은전혀없다고사죄했다.

그리고정혁과나는그가이혼한지 개월도안되어헤어졌다3 .

졸업을 개월남기고정혁은휴학을한뒤어학연수를떠났다 갑자기왜 어 그6 . . ,…

렇게됐어 언제오니 모르겠어 다음주출국이라며얼굴보기너무힘들다정. ? .… … …

혁아 어 준비할게많아서바쁘다 넌나오기힘들테니까내가보러갈게 너비. , . .… … …

행기무서워한다며 그러지마라 내사진 가져갈래 아니, . , ? .… … …

자신이볼수없는시간 형과한공간에있을나를생각하면쉽지않았을거였다, .

바람을피운거면떼어놓기라도할테지만 우린, .

우린 그와나는. .…

끔찍하게싫어하는비행기를타고몇번인가그를만나러갔다 시간이필요하다고.

말하진않아도나름의맘다스리기가절실했을정혁은서로떨어진지한달후 긴장,

에파랗게질린얼굴로나리타공항의입국장을빠져나온나를멀리서달려와안아주었

다 어떻게온거야 어떻게왔어 나를끌어안은그는모진얼굴로떠난것과달리. .… …

눈물에흥건해져내이름을불러댔다 그러나그를두번째방문했을때 우리형실은. ,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이혼했다는나의뒤늦은고백은마음을다잡으러떠난그에게결정적인타격이되었

다.

나정말 나정말미치겠다 혜성아. , .… …⌜ ⌟그래 .…⌜ ⌟내가과민한거지 그런거지 어? ? ?⌜ ⌟정혁아 .…⌜ ⌟내가미친놈인거야 그렇지 내가이상한생각하는거야 그렇지, ? , ?⌜ ⌟비겁하게그가버려주기만을 그가악역을맡아주기를 그가먼저이별을얘기해날, ,

이 갈수록애달파만가는사랑의기억에가슴시린비운의여주인공이나되듯사랑의

기억을평생안고살수있도록 제발죄책감과후회가아닌원망만을간직하도록 그, ,

렇게비겁하게기도하던나는드디어소기의성과를거두고돌아왔다.

형하고나하고어떻게떨어지니 .…⌜ ⌟.……⌜ ⌟

한형제야우린 년넘게 년넘게서로를사랑했어. 20 20 .… … …⌜ ⌟.……⌜ ⌟

무슨말인지알겠어 ?…⌜ ⌟헤어지고나서나는뻔뻔하고도당연하게형을불러내울었다 특별한날이면그가.

데리고 가던 고급 일식집에서 나는 세 번도 비워내지 않은 정종 잔을 붙들고 흐느껴

울었다 요리를가지고들어오던종업원들은부를때까지들어오지말라며건네는그의.

팁을쟁반에담아내갔고나는내오른쪽옆으로옮겨앉은그의어깨에이마를대고

다시울었다 오른손에담배를든그는내쪽으로연기가오지않게팔을쭉펴상끝.

107

에손목을대고 피우지도않고재를만들었다, .

되게많이사랑하거든요 ?…⌜ ⌟콧물에꽉막힌코때문에먹먹한소리로나는말했다.

그래서헤어진거거든요 ?…⌜ ⌟재로 만들던 담배를 입으로 가져간 그는 깊이 빨아 연기를 내보냈다 훌쩍 소리를.

낸나는펑펑떨어지는눈물을닦지도않고말을이었다.

제가지금 마음이많이아프거든요 ?… …⌜ ⌟그의손이내왼쪽어깨를감쌌고나는그대로쾅 상에이마를박고엎드렸다.…

정혁이없이이젠 사는거지옥이겠다싶거든요. ?… …⌜ ⌟.……⌜ ⌟

죽을거같은데어째요 저 저이제어째요 예, ? ? ?… … …⌜ ⌟머리전체가눈물로먹먹했다 수압이꽉차올라귀도먹먹했고코도먹먹했으며눈.

까지안보일지경이었다 목구멍까지꽉막혀답답하기그지없자나는하아 하아 입. , ,

으로짧고가쁜심호흡을해댔고그는가만히내등을어루만져주었다.

혀어엉 혀엉 .… …⌜ ⌟엎드렸던 몸을 주륵 미끄러뜨려 그대로 그의 허리를 팔로 감고 품에 안겼다 그가.

즐겨뿌리는드라카느와르 그라스트노트에살짝섞인달착지근한향이순간너무나,

익숙해서나는왈칵반가움섞인안도감이느껴졌다.

그런데있죠 .…⌜ ⌟탁 그가담배재를떠는소리가들려왔다 그의뜨거운품에안긴나는궁궁 궁궁, . , ,

힘차게뛰는그의심장소리를들으며눈물섞인자조로말했다.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heart

형이있어서얼마나좋은지모르겠는건 .…⌜ ⌟.……⌜ ⌟

이건또무슨경우래요 .…⌜ ⌟하하하하 나는소리내어웃었다 그리고이내눈물을투둑투둑흘리며엉엉울. .…

었다 제정신으로버티려애를썼던그간의몇년이마치보상이라도받겠다는듯맘먹.

고미쳐가는것만같았다 웃다가울다가 그를꽉안았다가손으로두들겨대다가 원망. , ,

했다의지했다를극심하게반복하는나를그는그저부드럽게안아주었다.

그의담배는몇개나재로변했고더이상미칠기력이없어멍해진나는이제그

의허리를힘없이안고그의가슴에뺨을기댄채상위의음식에초점없는눈을주

었다 가만가만히내팔을어루만지는그의손이조금씩느껴지기시작했다 팔을만져. .

주던손은어깨로 목덜미로 뺨으로그리고머리로올라왔고아기처럼새근새근지친, ,

숨을고르는내게그는그파장에피부가다울릴정도의낮은목소리로물었다.

반지 가지고있는데끼워줄까. ?…⌜ ⌟그의가슴을진동시키며나온목소리는내오른쪽귀속으로들어와온몸을지근거

리게만들었다 뭐라대답을했다간다시울음이터질까봐나는얌전히왼손을들어그.

의앞 상위에올려놓았다 부스럭부스럭 그는주머니에서상자를꺼냈고오른손만으, . ,

로상자를열어반지를꺼냈다 넷째손가락끝에반지를가져가끼워주려던그는그런.

데 반지를다시가볍게손에쥐고내게물었다, .

안에 실은이안에뭐라고새겨넣었거든 실은 이혼하는날만든반지는아니고, . ,⌜그이전에이미만들어서가지고다니던건데 .…⌟줘봐요.⌜ ⌟

109

손등을보이고있던손을뒤집어손바닥을내밀자그는반지를내손위에올려놓

았다 뭐라고새겨넣었는지보려반지를눈가까이가져온나는안쪽에음각으로새겨.

진글귀를보고그만.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 heart.그에게서몸을일으켰다 양손으로잡은반지를내려다보고있는데 무슨말을해야. ,

할지 무슨반응을보여야할지 아니무슨생각부터해야할지를몰랐다 몇번을입술, , .

을물었다놓고나는한숨을길게내쉬었다 그리고그끝에다시울음이묻는순간그.

가나를꽉끌어안았다.

쉬이이이 쉬이이. .… …⌜ ⌟너무세게끌어안아목이뒤로죄젖혀진나는허공에머물던손을그의등에얹었

다 그는늘그랬듯내숨을골라주었다. .

알고있었다 얼마나벗어나고싶은지 얼마나버리고싶은지알고있었다. . .

이러지않을수있기를얼마나기도했는지도.

쉬이이이 .…⌜ ⌟소설이나영화처럼 희극이든비극이든상관없으니모든것이이대로결말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런 것이 인생일 수는 없겠으니 차라리 여기서 이대로 삶이. ,

끝나준다면.

얼마나좋을까.

그건어쩌면나의보수적성향때문이리라.

때로여름의별 새벽숲의안개때로여름의별 새벽숲의안개때로여름의별 새벽숲의안개때로여름의별 새벽숲의안개,,,,

년 월2003 6

113

일동안내가부여받은의무를한마디로요약하자면이것이었다7 .

언플러그드라이프.

전기를발명한왓슨이당신을모르고죽었다는게유감이라며혀를찬의사는제발

이지전자파로부터자유로워질것과수면의바다에서허우적거릴것을당부했다.

일만이라도말이죠7 .⌜ ⌟당신의 차트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단순히 환자에게의 염려 이상이 들어요 라는,

말을 덧붙이며 의사가 사탕이 가득 담긴 유리 볼을 내밀었을 때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웃었다.

소명의식아니겠습니까 의사라면단순한직업의식그이상을갖는게당연하겠?⌜죠.⌟물론사탕은먹지않았다.

어디 데려다줄까- , ?

때로여름의별 새벽숲의안개,

월 일현충일은유흥업소의암묵적합의에의한공식적휴일이다 현충일은쉽니6 6 . ‘

다 라는문구도있지않은가 직접적연관이야없지만대부분업체들이저날을기해.’ .

놀아주는바람에현충일은형에게도공짜로얻은휴일이었는데아버지심부름차멀리

가버려중간에망망대해가가로막힌올해에도그는변함없이저렇게물어봐주었다.

말도안돼.⌜ ⌟말만해봐- .

흐흐흥 .…⌜ ⌟돌돌꼬아진전화선을손가락에말아가며통화중인나에게그는낮은소리로웃으

며말했다.

어디멀리떨어져있거나하면느끼는건데멀리있으면있을수록- ,

네.⌜ ⌟간드러지는구나 너는- ,

흐흐흐흥 .…⌜ ⌟저런식의표현은쓰는그에게도처음 듣는나에게도처음이었다 내웃음소리너머, .

그의목소리가또들려왔다.

말만해보라니까- .

괜찮아요 여행하기로했어요 아는사람하고. , .⌜ ⌟남자냐- ?

흐흐흐흐흥 .…⌜ ⌟남의집전화쓰는것도실례 큰소리로웃는건더실례 시간이새벽 시이니그, . 2

랬다 흠 목을가다듬어낮은목소리를낼수있게한뒤속삭였다. , .

115

Hey .…⌜ ⌟- Uhm.

고등학교 년내내가방도도시락도없이학교를다녔다는그는그의표현을빌자3

면 쌩양아치였다한다 수업시간엔책걸상을화장실에사아악 짱박아놓고근처당구‘ ’ . -

장이나만화방에서시간을보내고 시험기간엔오전수업만한다고신나하는그런생양,

아치 남자답게만크라는것이아버지의교육방침이긴하지만아버지가말씀하신사내.

의도리라는게물론그런건아니었을것이다.

반항했던거예요?⌜ ⌟그가고등학교다닐무렵나는초등학생이었다 그의생활을잘알리없었다 전교. .

등수가아니라전국등수로성적을따지던일류모범생둘째누나에대해서도공부잘하

나보다라고만막연히알던것처럼그에대해서도마찬가지였다.

아니.⌜ ⌟그럼?⌜ ⌟몰라 생각없었어. .⌜ ⌟그는그러나지금은경제신문전기사를꼼꼼히읽을수있는남자이기때문에그

당시그의생활이란건마냥근사한모험담만같다.

싸움은 싸움도많이했어요? ?⌜ ⌟그런건못했지.⌜ ⌟왜?⌜ ⌟몰라서물어?⌜ ⌟아 하긴 그래도시비같은건휘말린적있을거아니에요.…⌜ ⌟

때로여름의별 새벽숲의안개,

그렇기야했지 새끼너왜야려 뭐이런유치한이유로. , .…⌜ ⌟그럼어떻게했는데 ?⌜ ⌟뭘어떻게해어떻게하긴 학교다싶으면뭐 학교뒷건물같은데서대충쥐어. ,⌜

박고끝나는거고학교아니다싶으면웬만하면말로해결보는거지 보통내가먼저.

끝내자많이했어⌟피 시시하다 .… …⌜ ⌟하하 그럼양아치가시시하지그럼뭐대단한건줄알았어, ?⌜ ⌟체대에들어간그는제대후자퇴하고외국에서공부를새로했다 그의뒤늦은학.

구열이라든가그로인해달라진미래에대한포부나계획덕분에실상나도커다란덕

을보고있었고또앞으로도보게될것이었지만당장내가실감하고있는편리한점

이란그와영어로대화할수있다는점이었다 모국어가아니어서말의느낌없이정보.

전달이가능하다는 그래서들척지근한말도얼굴붉힘없이주고받을수있다는그런,

점.

인기야당연히있겠지만밸런타인데이라고그가초콜릿까지받아들고올줄몰랐

다 고급스런나무상자한가득담긴. M&M’s를식탁위에올리는그에게아니형주

변에서이런걸줄만한과감한여자가대체누구냐며신기해하자그는모르는여자였

다고대답했다 기가막혀웃음을터뜨렸다. .

가져다먹어.⌜ ⌟단거못먹잖아요나.⌜ ⌟손가락을넣어차르륵차르륵장난질을치는나에게다가온그는내어깨를꽉안

고속삭였다.

117

Then just take the green ones.⌜ ⌟The green ones.⌜ ⌟Yeah .…⌜ ⌟Uhmm . How come.…⌜ ⌟초록색초콜릿을집어든나에게그는말했었다.

Makes you horny.⌜ ⌟Huh, really .…⌜ ⌟Sure. Swear to God.…⌜ ⌟그런용도의영어였다. Hey… 은근한톤으로그를부른나는 Uhm.하고분위기를

맞춰준그에게말을이었다.

It⌜ ’s quite same to you, you know .…⌟-What do you mean.

The line seems to make you smoother .…⌜ ⌟- Yeah.

Uh huh .…⌜ ⌟서로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 건 최근 개월부터였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5 .

쪽이훨씬편하던건그 개월전으로부터일년전의일년간 그러나지금의그는5 .

내비타민병이얼마나비었는지 새자외선차단제가피부에트러블을일으키지는않,

는지 아직은쌀쌀한새벽 브리프차림의잠버릇덕분에행여감기에걸리진않았는지, , ,

파인애플맛이나는바디버터를발랐는지아니면비에젖은모래냄새가나는바디스킨

을 발랐는지를 물어보고 있었다 말 그대로 비교적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소원하고. ‘ ’ .

때로여름의별 새벽숲의안개,

어색해한들본질은바뀌지않는 또바뀔수도없는관계라는걸깨달았기때문이었,

다.

남자하고갈뻔했는데아뇨 여자하고가게됐어요, .⌜ ⌟그래- .

So satisfied now?…⌜ ⌟-Not sonegative.

흐흥 .…⌜ ⌟

특별한누군가에대한특별한기억이란건장마철의습기와도같이스며있기마련

이라던지인의말처럼 엷은아픔은도처에남아있었다 기억은남겨도느낌은사라지, .

게만들어주는것이시간의능력이라더니예외없는법칙은없다는진리앞에서는그

것도무색한모양이었다.

그렇게눅눅한마음에눅눅한눈으로살던당시여서그저등이볼만하군 첫인상이,

라고 해봐야 고작 그 뿐이었다 여름이어서 셔츠는 얇은데다가 땀으로 젖어있었는데. ,

전국토가붉은악의무리로돌변한광란의아수라속에서도색깔은물빛을하고있었

다 늘씬하면서도탄탄한등을감싸고있던깊은강물빛의셔츠 유명브랜드라고해서. .

입고있는사람이달라보이는속물을아닌데장폴고티에르래 파리본매장에서샀,

다지아마 라는말에그를다시한번유심히보게된이유는 만원을호가한다는그, 30

얇은티셔츠뒤에빨간매직으로함부로휘갈겨쓴 씨 빨간티로사는건데라는문‘ * ’

구때문이었다.

119

최동욱 이름이 지아버지스포츠센터에서애들가르쳐 너보다두살아래, . . .⌜ ⌟그래요.⌜ ⌟진짜좀비슷하지않아 응응? ?⌜ ⌟뭐가요.⌜ ⌟뭐긴얘는 정혁이랑. .⌜ ⌟전혀요.⌜ ⌟키큰남자가좀드문사회이긴하지만나의최측근엔 이상이다섯이었다80 .

정혁이는브랫핏필이잖아요 저녀석은좀유승준같은걸. .⌜ ⌟등이 근사하군 보니 얼굴도 제법 예쁜 녀석이구나 성격도 괜찮지 싶더니 집안도. .

그렇단말이지 완전골비우고사는놈은아닌모양이네 그럼영민이한테소개시켜줄. .

까 다섯단계의평가를거쳐내려진결론은아끼는후배에게소개시켜주면어떨까하?

는것이었다 그러나그건어디까지나나의생각이었고. .

처음봤는데딱생각이막.⌜ ⌟아이같은녀석이었다 호르몬도수준이상분비 에너지도수준이상충전 심장도남. . .

들의 배의빠르기와세기로두근댈것만같은그런녀석1.5 .

딱막 그런생각이확드는거예요, .⌜ ⌟특별한몇몇을빼고는지루하다싶게낯을가리는내게만난지겨우두번째인그

에게보일수있는최대한의맞장구란그저그의다음말을잠자코기다려주는것이었

다.

막딱 어 평생내꺼 막그생각이요. , . .⌜ ⌟하 .… …⌜ ⌟

때로여름의별 새벽숲의안개,

진짜루아 저거딱내꺼다 평생내꺼, , .⌜ ⌟정도가극단적이라면양재는마냥양재가아니다 순수성도마찬가지다 변수에대. .

한 융통성을포함하지못하는극단적인순수양재란그것이안정성을보장받지못하는

성질의것이라고할때동시에불안정성변이악재를의미하기도한다.

금밟았어.⌜ ⌟친구들에겐 저 한마디로 그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 이분법적 평가가 필요할 경우. .

강도의스펙트럼한가운데를기준으로미와추 선과악 명과암따위로나뉠수있는, ,

것들의균형을맞추는아슬아슬한밸런스라인의정도를표현할때우리가쓰는방식

이었다 금밟았어 지나치게완벽에가까웠어 조금만삐끗하면균형이다무너질뻔했. . .

어.

조심좀해줘야되겠는캐릭터다 저거, .⌜ ⌟전국이이상열기에가벼운정신착란을일으키고있는 월이었지만널쳐다볼때의6

저녀석눈빛열기는축구와무관하다는것이그에대한민우의첫언질이었고,

궁합딱이다 진짜, .⌜ ⌟망나니친구들의어처구니없는조언에따라녹녹치않은날갖는방법이랍시고택

한것이한번패놓고기회를보기 세상에는이상한사람들이상식의수준을넘어. -

설만큼많은것이다 코피터진걸손등으로훔쳐내며 야 잠깐 그래 항복 아나. - , , , , .

이자식 찬물에세수한얼굴로웃어보이며됐어 임마 쏘주나빨러나가자 그의굳, , ,…

은어깨를쳐주는걸로기어이그를울려버렸다는얘기를전해들은미경의첫번째소

감은저것이었으며,

맘에들어서재수없는새끼 라는민우의중간평가,⌜ ⌟

121

나벌써노망났나 왜니가아깝지 라는미경의중간평가를지나. . ,⌜ ⌟니가채인거지?⌜ ⌟연필로초상을그리고있는미경이의모델이돼주고있던민우의이말이그녀석

에대한마지막언급쯤이됐다.

아직아니야.⌜ ⌟소파에드러누워읽고있던잡지가채여졌다.

아직은뭐고아니야는뭐야.⌜ ⌟남의애정사에왜참견이쇼 .…⌜ ⌟움직이면어떡해민우야 다시와서앉아 반도안그렸어. . .⌜ ⌟너그림진짜잘그린다 야 민우그리고나면나도그려봐. , .⌜ ⌟.……⌜ ⌟

빨리와앉아 너그리고혜성이도그리게. .⌜ ⌟너알고있었어 둘이이렇게된거알고있었어? ?⌜ ⌟니가모르는걸내가어떻게미리알아 나도지금알았어. .⌜ ⌟.……⌜ ⌟.……⌜ ⌟아진짜말안듣네그거 아이고빨리와서앉아 필받았을때그리는게중. .…⌜

요하다니까바보 빨리빨리. .⌟엔트로피제로의안정상태를원하기엔가진게너무많은데다가순하게살고싶은

마음도없고그렇게살수있는피도아니어서.

그래서내인생은뒤죽박죽혼돈의묘미를갖추고있는걸까.

때로여름의별 새벽숲의안개,

젖은흙은검은빛이돌았고잘생긴대나무는시퍼런초록색이었다 바람이불면푸.

르르하고운다는대숲을이리저리가로지르며걸었다.

피톤치드가나와요 머리가맑아진다니까좋은공기를실컷마셔두세요. .⌜ ⌟대나무에서도 그런건큰산림의침엽수에서나나오는게아니었나요? ?⌜ ⌟아무곳에서나볼수있는인상의그녀는평균이상의친절함을가진상냥한사람이

었다.

나무라는것들에서는모두좋은물질이나오기마련이니까 이름따위야상관없지,⌜않겠어요?⌟경계해야하는것들의이름만알면된다는뜻인가요 좋다면알아볼필요도없이?⌜

무조건받아들이면되는것?⌟좋은것은무조건친구로만들고나쁜것들이라면자세히알아두었다가멀리하기⌜

만하면인생은천국!⌟당신은그럼 좋고나쁜것의기준은뭘로삼는편인가요, ?⌜ ⌟내가 남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도록 도움을 준다면 그것은 좋은 것 그 반대라면.⌜

나쁜것 간단하죠. .⌟하지만남들과상관없는인생의문제는요 전적으로내개인적인선악의문제 담? .⌜

배를많이피워서폐를해친다거나 우울한기분에불면에걸려서피부를망가뜨린다거,

나 화를참지못하는성격이어서그럴때마다자해를한다거나 아니면증오의대상에, ,

게끔찍한저주를퍼붓는다거나.⌟

123

아뇨 일단전적으로사적인문제라는건있을수없어요 당신의행복이나심지. .⌜어 선악은 주변인들의 그것과 밀접하니까 건강을 예로 들어봅시다 육체적인 것이든. .

정신적인것이든특히나당신을사랑하는사람들에게라면야당신만의문제는아닌거

죠.⌟듣고나니간단한데 왜난그게그렇게힘들까요, .⌜ ⌟힘들다고느끼고있으니당신은이미좋은사람!⌜ ⌟원론이니까 원론이야늘쉽죠 문제는각론 봐요 누군가에게좋은사람이돼야. . . .⌜

지 라는생각은사실 누군가의무엇을탐하게되는욕심이나용심앞에서는무너지기, ,

마련이잖아요 난그게안되거든늘 그럴땐어쩌면좋냐구요. . .⌟멀리하라니까요 그런나쁜건, .⌜ ⌟하하 그봐요 당신도원론뿐이지. . .…⌜ ⌟모르시는말씀 원론만잘지키면각론은필요없다구요. .⌜ ⌟대숲의검은흙은살짝젖어있음에도불구하고아주포슬포슬해서하얀스니커즈

에묻었다가도이내훌훌털려나갔다 그러나대숲의습기는내몸을감싸고채워나를.

숲에동화시켰다 물기를머금어바닥으로차분하게가라앉는축축하고서늘한기온에.

지옥을닮아뜨거운죄의몸뚱이 그열병에시달리는나의체온도차게식었다 단단, .

히굳은머릿속을고단하게어지럽히던생각들도대나무사이사이뿌옇게흩어진안개

처럼엷어지고흐릿해졌다.

탁한피도.

용해돼줄까.

기분이이상했어요.⌜ ⌟

때로여름의별 새벽숲의안개,

비지니스호텔의작은침대에걸터앉은나는그에게전화를걸었다.

대나무숲하고하나가되는거같은거예요 물묻은거처럼척척하고시원한바.⌜람알죠 맨팔에이렇게닿고맨뺨에와닿는데그대로몸이녹아서내몸도꼭이슬.

같이돼버리는거같은그런느낌있잖아 되게척척하고그대로물느낌 그런데기분. .

이왜이상했냐면.⌟호텔의바디클렌저는하필내가굉장히꺼려하는향이었는데 아무생각없이그걸,

로몸을닦은바람에전신에서그못마땅한향이풍겨오고있었다 순간내몸에서그.

런냄새가난다는것이의심스러워졌고갑자기이몸이내몸이아닌이질감마저느껴

졌다 송화기에흘려넣는내목소리와수화기로그의목소리를듣고있는내귀만이.

나일뿐이고이몸은내가아닐지도모른다는착각이들자마자자신으로부터의소외로

인해나는극심하게외로워졌다.

혀엉 .…⌜ ⌟너목소리가왜그래갑자기- .

나유체이탈하는거같아요갑자기.⌜ ⌟뭐- ?

아까요 새벽에는대나무숲에서있는데있잖아 몸은나무에녹아들어서숲하고. .⌜한데뭉쳐지는거만같으면서 그런데발은땅하고하나가안돼서 말하자면뿌리없, ,

는대나무처럼꼭유령처럼겉도는느낌이더니 .…⌟너괜찮아- ?

하나도안괜찮아형나요.⌜ ⌟어그래- .

125

혹시나만모르는무슨비밀같은거있어요 뭐실은어릴적에어디서되게충?⌜격을받아서심리치료를받은미친놈이라든가 아니면심장이선천적으로좀이상하다,

든가뭐그런거.⌟뭐- ?⌟그런게아니면왜나가끔씩이렇지기분이 응? ?⌜ ⌟프론트에전화해서커피시켜봐- .

여기비지니스호텔이야 이시간에그런룸서비스는없어요. .…⌜ ⌟그럼커피포트에물끓여 인스턴트커피라도마셔- . .

의사가마시지말랬는데요?⌜ ⌟내가마시라는건괜찮아- .

잠깐만요.⌜ ⌟수화기를협탁위에올리려다말고 나는다시말했다, .

끊지마요.⌜ ⌟어- .

하얀 도기찻잔에뜨거운커피가그득히담긴흰잔을얹어돌아온나는드그락소

리와함께커피잔을협탁위에올리고수화기를다시집었다 침대위로기어올라가.

배를깔고엎드린다음김이올라오는커피잔을바라보며그를찾았다.

형.⌜ ⌟어- .

쭉기다린거예요 만드는동안? ?⌜ ⌟어- .

때로여름의별 새벽숲의안개,

분쯤걸렸을건데3 .⌜ ⌟분 초 시계보면서기다렸어-2 17 . .

바쁘죠.⌜ ⌟지금은안바뻐- .

바빴으면안기다려줬겠지?⌜기다렸어- .

형은보면 내인생에서스펙타클은다형이가져간거같아요, .⌜ ⌟왜- .

커피타면서그런생각이들잖아요 그냥그생각이 형은스펙타클이구나 내몫까. . ,⌜지.⌟유체이탈은좀괜찮으냐- ?

응 그걸 깨달으니까 좀 가라앉았어요 기분이 그러니까 그거요 뭔가 나한테서. . . .⌜이렇게쑥빠져서형한테넘어가는게있나봐요 그럴때마다나는기분이유체이탈. .

그러고나면몸이축나니까 영혼은외롭고 형쪽이확실히기가센거야 나자꾸뭔, . .

가뺏기는기분들어요 그거였어 맞아 자꾸뭔가빠져나가요나 형쪽으로. . . . .

이해해- .

뭘요?⌜ ⌟니기분- .

어떻게?⌜ ⌟나도늘너한테뺏는기분이니까- .

뭘?⌜ ⌟

127

전부- .

커피를집으려팔을뻗었던나는웃으며베개에등을대고누웠다.

아뇨 전부란건좀과장이구 일부. . .⌜ ⌟아니 전부- . .

왜그래요 겁나게. .…⌜ ⌟-……

스팩타클만양보한다 다른건가져가지마요. .⌜ ⌟- .……

여름밤인데별도하나안보이고 .…⌜ ⌟- .……

그러고보니까왜그때요나국민학교 학년때왜 우리전부충무놀러갔을때3 ,⌜그때왜.⌟은하수- ?

응 그거정말본거맞죠 그이후로별자체를본적도없고그래서나그거. ?…⌜가끔꿈으로본건가싶은거있죠.⌟진짜맞어 너하고나하고막내작은아버지하고상일이하고 그렇게넷이봤지- . , .

너무어렸어서좋은줄도모르고신기한줄도모르고 그렇게제대로못본거아,⌜쉬워요 또봤으면좋겠어그런거. .

또봐도뭐 너만큼은안예뻤어- .…

하하하하하 .…⌜ ⌟웃지마 웃으라고한말아니야- . .

때로여름의별 새벽숲의안개,

소름돋았어나 그런말하지말아요 안어울려. . .⌜ ⌟어 말한나도소름돋았어- . .

하하하하 .…⌜ ⌟나한테서너는그걸가져갔네그럼 별- . .

하지말라니까 .…⌜ ⌟아아니 그런뜻이아니라 아니 그런뜻인건가 이런쪽으로는아예설명도못- . , .…

하니.

응 무슨말인지알겠어요. .⌜ ⌟무슨뜻인데- .

형 나한테서 전부를 가져가면서 여름의 별만 남겨둔 거야 그러니까 그런 거요, . .⌜낭만에대한환상을나한테심었지 자기가좋은건다가져가고. .

하하하- .…

고전적아이템이잖아요별은 지능적이야보면 별이라니 나더러별하라구. . . ?⌜ ⌟하하하하- .…

형은별하면나사나스타워즈쯤될건데나는혼자별님달님동화쓰게하잖아요.⌜나빠요.⌟그의낮은웃음소리를들으며협탁위의커피를가져다한모금넘긴나는커피정

말맛없다 고중얼거린뒤말을이었다.…

그만잘래요 나이번주내내 시간씩자기로했거든. 14 .⌜ ⌟시네-11 .

네.⌜ ⌟

129

- .……

.……⌜ ⌟그럼내일오후 시까지자겠다는말이냐- 1 ?

응.⌜ ⌟- .……

.……⌜ ⌟- .……

아니 아니죠 한 시쯤일어났다가이제아침먹고산책하고 그러고나서낮잠, . 8 ,⌜자겠다는거지 그런식으로 시간, 14 .⌟아- .…

네 .…⌜ ⌟- .……

.……⌜ ⌟- .……

형은뭐할건데요 ?…⌜ ⌟사워하고 뭐- .… …

아직샤워안했어요 늦게들어왔구나? ?⌜ ⌟어 늘그렇지뭐- . .

응 .…⌜ ⌟- .……

.……⌜ ⌟

때로여름의별 새벽숲의안개,

- .……

나참위가조금부어있대요의사가.⌜ ⌟뭐- ?

약받았어요 왜현탁액있잖아 주먹으면된대요 간단한거니까걱정안. . fluid. 2 .⌜해도돼요.

그말먼저했으면커피마시란말안했잖아- .

자기가마시라고하는건괜찮다면서.⌜ ⌟- .……

.……⌜ ⌟- .……

나잘래요.⌜ ⌟어- .

.……⌜ ⌟- .……

상품권이나 카드 선물 받고 좋아하는 여자 드물어요 실수한 거야 그건 게다가. .⌜뭐 좋아한대도문제지그런여자, .

그래- .…

나나좋아하죠그런건.⌜ ⌟후 그래- . .…

화이팅.⌜ ⌟하하 어- .…

131

나자요.…⌜ ⌟그래- .

.……⌜ ⌟- .……

잘께.…⌜ ⌟혜성아- .…

응?⌜ ⌟끊지마봐- .…

내인생에서스펙타클은점점사라져간다 변수가배제되고예측이가능한상황하.

에서건재할수있는위험요소란없기때문이다 폭발의위협으로부터자유로운위험은.

더이상위험이아니다 필요에따라통제가능한자극이고도발일뿐 따라서인생의. .

무료함에대해절규하는안티오페는아니지만 근본적으로다른삶을살아온나는나름,

의 규칙안에서안정적궤도를그리기시작한내해이만연의인생에서발칙했던모든

과거와미리사는천국임에분명하다고믿었던추억들조차이제꿈처럼아득히멀어져

가는것에도그쯤이야라는말과함께웃을수있다.

피곤해- ?

아니 그냥나른해졌어요, .⌜ ⌟주스남은거마시고자- .

형도욕조에서그만나와요 감기걸려. …⌜ ⌟벌써나왔어- .

거기 오른쪽 선반 아마 두 번째 칸 안쪽에 보면 아베다라고 녹색 병 있거든요?⌜

때로여름의별 새벽숲의안개,

제일큰거바디로션이니까발라.⌟끈적거려 싫어- . .

그거안끈적거리는거야 도와줄게요 바르고자요. . .…⌜ ⌟나에게있어최악이란기만 자기부정 귀소에의거부 모든죄에우선한다 간단하, , . .

고단순한데다가막연한원론이때로가장명쾌한답을주기도하는법이니.

아무리생각해봐도나요 사는거너무재밌고좋아요. .⌜ ⌟늦었다 시반넘었네- . 12 .

그러게 누웠어요. ?⌜ ⌟어 불도껐어- . .

오렌지진짜로갈은주스먹고싶다 이거인제못먹겠어 안먹을래요. . .⌜ ⌟맹목 수용 안정 천국은관심도없고 적어도최선임엔분명한세상으로나를인도, , . ,

하는세가지열쇠 고리타분한결론을좋아하는나의인생중간결산. .

형이나한테서물기도가져가나봐 습기까지다말리나봐요. .⌜ ⌟무슨소리야- .

그냥 형이 아마 제습기 달린 냉장고 인가 봐요 형은 습도를 조절하고 나는 그. ,⌜안에수박이나뭐그런거고.⌟비가잠시멈추었다해도장마철의습기는가지지않는다는누군가의말처럼 내숨,

이붙어있는한은날늘습하게짓누를것같은물기는그러나시간이지날수록점차

점차말라갈것이다.

나때문에울고싶다뭐그런말이냐- ?

아니요 물기말리는데는뜨거운난로보다축축한제습기가있잖아 시간은오. .…⌜

133

래걸리고또가끔은도리어더눅눅하게만드는거아닌가싶어도 그래도사람몸.…

에더좋은건제습기쪽인거같다 뭐그뜻이에요그냥, .⌟음- .…

냉장고안의수박입장이라면더할거구.⌜ ⌟나왜못알아듣지- .

좋다구요 그냥, .⌜ ⌟어- .

정도가 극단적이라면 악재는 마냥 악재가 아니다 순수성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

그러나변수에대한융통성을포함한극단적순수악재란그것이완벽한안정성을보

장한다는조건하에선때로어떠한양재보다도신용있는양화를거듭한다.

혹은그이유로내가보수일지도.

핏물이배인달이거나,솜사탕에감싸인달이거나.

The Moon ShiftsThe Moon ShiftsThe Moon ShiftsThe Moon Shifts2003년9월

137

이런순간이면가을이온거라고볼수있어.

여름을다찢어낼기세로울어대던매미들의노래가더이상들리지않는다는걸

귀뚜라미의따르륵따르륵 그야릇한속삭임으로알아채는순간, .

그러고보니매미들은다어디로갔지 ?…

의아함의어깨를지그시눌러뒤돌아보게한가을은

나아닌다른누군가를위해준비한바닐라티같은미소를지으며말해.

이런오랜만이야 우리일년만인건가. ?… …

달콤한그는올해도변함이없지.

나 태양의열정을도저히이길수가없었어요, .

얼마나지쳤는지알아요?

내가당신을얼마나기다렸는지알아요 ?…

라고말하려는순간,

The Moon Shifts

그러나이미서늘한바람을남기며날스쳐지나가는가을은그래서

아름다워도서럽지.

반가움은야속하고.

어디로가나요 당신 모든이들을위한아름다운가을님, . .

욕실로들어서자입김이보였다.

하 웃음을터뜨렸더니더운숨은더욱진한김으로뱉어진다. .…

모든감각의지배 눈으로확인한한기에몸은곧정직한리액션을보여주었다, .

움츠려지는어깨라니 아직 월도되지않았는데, 10 .

자려고했었기때문에브리프만을걸친맨몸이었고

가을의새벽엔냉기로가득채워지는그의욕실은

그로하여금욕실벽에걸어놓은두터운샤워가운을입도록만들었다.

욕조 턱에 내려놓았던 머그를 들어 뜨거운 김이 한 풀 가신 얼 그레이를 한 모금

넘긴그는

곧세면대앞으로다가가머그를내려놓은뒤

흰샤워가운의허리를여미며거울안의자신을들여다보았다.

건조한두눈.

자려고했었기때문에브리프만을걸친맨몸이었지만

그는한시간이넘게옷장의셔츠를정리한참이었다.

자두지않으면안되는여러이유가있었음에도그는잠이오지않았다.

139

일요일이면세탁소를방불케하는다림질행사를치르는덕분에

그의셔츠들은늘캣워크를준비하는무대뒤의모델들처럼팽팽한긴장을유지하

고있었고

따라서새벽 시에끌려나와다시줄을설필요같은건없었다1 .

그러나그는시비라도걸듯죄없는셔츠들을옷장에서끌어내어침대위에던져버

린뒤

아무이유없이위치를죄바꿔걸었다.

그러느라그는한시간을썼다 브리프만입은채로얼그레이가든머그를들고. .

잠시자신의눈을들여다보던그는머그를들고욕조턱에걸터앉았다.

머그를든손을무릎위에얹은그는욕실의여기저기에의미없는시선을주다가

욕조의맞은편 커튼이닫히지않은욕실창에서멈추었다, .

달이네 .…

맑은유리창너머로달이보였다.

들고있던머그를욕조의턱에올린뒤양손으로힙옆의욕조턱을잡아몸을편

히한그는

다리까지길게뻗어발목을가볍게서로교차시킨뒤

고개를살짝튼채로달을구경하기시작했다.

오랜동안을바라보다알아챈건달에어린붉은기운이었다.

달이라면 그는생각했다, .

젖빛의꽃잎을겹친색이거나시린눈밭을닮은은색이거나

엷은골드빛을띄는샴페인과도같지않던가?

The Moon Shifts

그러나그새벽의달은붉게번져있었다.

어쩌면이건거울이우는구나 라는심정과마찬가지일까, .

해서그는몸을조금일으켜거울안에비친자신의눈을들여다보았지만

우유빛 흰자위와 짙은 밤색의 눈동자는 단지 습기가 없을 뿐 어디고 붉은 자국은

없었다.

그리고다시욕조턱에앉아바라본달은여전히붉었다.

시간은흐르고달도흘렀지만보이지않았다.

시간도달도그리고심지어그가발을딛고있는지구도믿을수없이빠르게비행

한다지만

그는볼수가없었다.

혹시창을열면바람이불어들어올테지 그럼날고있다는게적어도몸으론느껴.

질까.

일어서서창을연뒤

달의비행이일으키는가을바람이젖빛욕실커튼을어루만지는것을보고싶었지만

숨쉬는것만으로도고문당하는중이어서여력이없었다.

피복이닳아없어진전선처럼노출된무방비의온신경.

전기에게냄새가있던가마는

숨을내쉬고다시들이마실때마다코에서부터뱃속까지전기기운이났다.

싸하게속을후벼내는숨을죽이고

기묘한붉은달만바라보았다.

뭐하는거야.⌜ ⌟

141

아앗!⌜ ⌟오른손이저절로가슴위에얹혀졌다.

아무런기척도없이열린욕실문에그는눈을감고

온몸이다박동인것처럼극심하게뛰어대는심장과

놀라좀처럼진정되지않은신경을잠재우려

하아 하아 하아 의식적으로숨을가다듬었다, , , .

뭐하는거야 이시간에 욕실에앉아서, , .⌜ ⌟당신이야말로뭐하는거예요 이시간에 여긴왜왔어요, . ?⌜ ⌟욕실안으로들어온남자는세면대거울을통해그를바라보며손을씻었다.

자고가려구.⌜ ⌟집에가서자 왜여기서자요 기다릴건데. . .⌜ ⌟아무런대꾸도없이그저수도꼭지를잠글때까지도그를바라보기만하던남자는

그에게다가가이젠그를내려다보며그의샤워가운자락을조금잡아올려수건삼

아손을닦았다.

그리고도톰한샤워가운에감싸인그의어깨를지그시한번누른뒤욕실을나서

며말했다.

나와.⌜ ⌟흰자기타일로마무리가된그의욕실벽은새벽엔아주차가워서

그누구의목소리라도미지근하게반사시켰다.

그러니까 그래 열기는있을지몰라도 그러나, . . .

그는다시눈을들어창밖의달을보았다.

The Moon Shifts

가을도 이새벽도 나의추운욕실도 저달도그리고나의두눈도젖지않았는데, , , ,

왜일까.

왜난늘이축축한늪에서벗어나야해라고소리지르고있는걸까.

왜 ?…

그는시선을닫힌욕실문으로돌렸다.

아무소리도들리지않았고당연히아무것도보이지않아서

그는밖에서무슨일이일어나고있는지알수가없었다.

그러나느껴지는건과연 하얀페인트칠이되어있는나무욕실문너머까지전해,

져오는

그의건조함이었다.

분말시멘트와도같이건조한 그에게서느껴지는그특유한느낌, .

고운 시멘트 분말같아요 .… … …⌜ ⌟뭐라구?…⌜ ⌟시멘 트분말 요 .… … … …⌜ ⌟

무슨소리야.⌜ ⌟물 기가섞 여도 더 단단해질 뿐이거든 .… … … … … …⌜ ⌟무슨소리야그게.⌜ ⌟흐흐흐흐흥 .…⌜ ⌟담배가그리울때란과연이런순간이었다.

느닷없이 들어버린 기억에 스스로가 민망해져버린 상황을 모면하기에 담배보다 좋

은건없었다.

143

적어도그에겐그랬다.

라이터를켜짙은오렌지빛의불꽃을흰담배끝에가져다대고

필터를깊이빨아바자작 빨갛게불이붙으면…

순식간에폐를점령한뜨거운매캐함은곧장세세한혈관들을타고뇌의끝까지빠

르게전달된다.

그러고나면 분간은안심5 .

그에게있어니코틴은사고뿐만아니라손발의감각마저마비시킬정도였다.

그러나벌써수십주전에끊어버렸으니기억의타래가풀려나가는걸방관할밖에

도리가없지.

닿았든닿지않았든 보였든느껴졌든 그모든작은손동작들 미묘하게변하던체, , ,

온의변화,

어느부분에서땀이느껴졌던가 그래서어디어딘좀미끌댔지 라던것들, , ,

그리고몸의기억보다예리한머리의기억이란것이이럴땐짜증일정도로,

말해 말해 .… …⌜ ⌟싫 어 싫어요. .… … …⌜ ⌟말해 말하란말이야. .… …⌜ ⌟싫어 싫어요. .… …⌜ ⌟내목소리마저또렷이되살릴정도라는건저주라고봐야한다.

전혀감사하지않아.

게다가이런상황에서그런우수함은더더군다나반갑지가않았다.

적어도그는남자에게 주정도화가난상태였다2 .

The Moon Shifts

내세계를쥐고흔드는기분이짜릿해 그를자극해봐야돌아오는건?

잠이나자 수면부족이구나 라는대답뿐이었다, , .

뭘바라겠어내가당신한테 냉랭한눈을해보이며비웃어봐도.

그는간다 라고말하며등을보였던것이다, .

언제나.

그리고뒤를이어 초점없이창밖을바라보던그의눈이다시달을감지하기시작,

하면서

눈매가갸름해짐과동시에입술사이에서한숨같은감탄사가흘러나왔다.

아 .…⌜ ⌟그리고순간 눈에이어몸이느끼는건소름이되었다, .

양팔가득오소소 날이서듯예민해진피부, .

그는일어섰다.

말갛게닦여검은밤하늘과붉은달을온전히보여주는창가앞으로다가섰다.

핏물이배어있잖아 너, .…

그는달에게속삭였다.

팔짱을낀그는오른손만살짝들어생기가가셔죽은상아빛을내고있는달과

달을물들이고있는핏빛구름이묻은차가운유리창의한가운데를

긴손가락의끝으로가만가만어루만졌다.

그리고마치손끝에피가묻어나기라도하는듯손을거두어들여다보기까지.

죽어가는달 피를흘린다. .

가지마.⌜ ⌟

145

그는말했다 달을올려다보며손을들어어루만지며그는말을이었다. .

가고싶지않으면가지않아도좋아.⌜ ⌟박물관의유리궁전안에가두어진밀랍인형같은그의창백한뺨위로

공허한눈이말간유리알이되도록솟아난눈물이곧넘쳐나고 적시는, ,

그런극적인일은물론일어나지않았다.

그러나그는진심이었다,

의미없이쳇바퀴돌고있는게힘겹다면 멈춰버려, .⌜물을끌어당기는일따위가무슨상관이니.

지구저반대편 아무도알아주지않는그먼길을달려와봐야,

결국똑같은길이시작되고.

몇백만년을달린길을너는또달리는거고.

또달려가고또달려오고.⌟유리창에대고있던손끝을떼고팔을내려뜨린그는

가볍게한숨을쉬었다 그리고말했다. .

그만둬버려 이런바보짓 .… …⌜ ⌟나오라니까뭘하고있는거야.⌜ ⌟아아!⌜ ⌟놀란그를남자가붙들지않았다면그는주저앉았을것이었다.

남자의목소리에소스라쳐뒤로돈그는남자라는걸알면서도한번더놀랐고

남자는그의상박을붙들고그의안색을살폈다.

괜찮아 라든가 놀랐어 라는말은물론하지않았다? , ? .

The Moon Shifts

태어나서이때까지한말전부합쳐서노트에쓴다면몇권이나나올거같아요?

두권은나오겠지?

라는그의질문에도그저후 하고웃어버린그였으니까.…

뭐예요 기척도없이뒤에서, !⌜ ⌟날카로워진그는곧울것같은얼굴이되었고

붙들린양팔을떼어내려팔을빙돌렸지만남자는놓아주지않았다.

대신그는그의앞머리를옆으로넘겨주었다.

번번이손을쳐내는그의신경질에도묵묵히 여러번이나. .

짜증나니까 내버려두고그냥가면안돼요 응, ? ?⌜ ⌟왜.⌜ ⌟왜는그냥 그냥 하아 묻지말고그냥가요 나내버려둬요. . . . .…⌜ ⌟그냥이어딨어 왜. .⌜ ⌟가루처럼구석구석 깔깔하게파고드는집요함, .

남자에게양팔을꽉붙들린채

속을알수없을만큼깊고어둡고

그리고때로어디고마음이닿지않는차가운그눈에제눈을맞춘채

이제그는느끼기시작했다.

이제내안의물기를이건조한남자에게모두빼앗길시간이됐구나.

피에젖은달을보고도나오지않던눈물이비로소눈매가득느껴지기시작했다.

그러나아니 이건의지와는상관없는화학반응일뿐이라고그렇게몇번이고, ,

목구멍을자꾸막아대는뜨거운서러움과함께다짐하듯삼켜낸그는

147

젖은눈으로웃으며말했다.

자 가져가봐요 내수분을다뺏어봐, . .⌜날말라죽게해요 이럼당신은더강해지지 안그래요. . ?…⌟왜이러는거야 너요새, .⌜ ⌟남자의눈이갸름해졌다.

손아귀의힘도더불어세어지고.

아파 하지마 그는인상을썼지만남자는자기말을이었다, , .

뭐하는거야 대체 새벽에혼자욕실에서달보고울기나하고 왜그래, . . .⌜ ⌟몰라 나도, .⌜ ⌟심장의박동이몸안을울려대는것이뇌를울리고또고막을울려대는것만이들

릴정도로

둘사이엔한참이나정적뿐이었다.

가을새벽 그의욕실은굉장히추웠고 그의몸엔열기와한기가번가르고있었다, , .

바들바들.

숨을들이쉬고내쉴때마다그의몸은어딘가

밤새유료봉사를마치고새벽거리를걷는거리의여자를연상시킬만큼품위없이

떨렸고

그는그하필자신의머릿속을지배하는연상이그모습이라는사실에화가났다.

왜냐면.

며칠째집에만틀어박힌탓에달빛에바란듯파리한얼굴과

잘먹지않아까칠해진몸

The Moon Shifts

이른저녁의샤워후제대로손질하지않고내버려둔 함부로엉킨검은머리,

그리고그것보다도

왜안아주지않아 기다리는거안보여요 ?… …

그원망섞인요구가

자신의눈에얼마나고스란히드러날지를잘알고있었기때문이다.

그리고그에대해서라면이세상그누구보다완벽하게파악하고있는남자가

자신의심리를간파한채로그저자신을내려다보고만있다니.

뭘얼마나더즐기고싶은거야 너, .

얼마나더내위에서고싶니 얼마나더날. .…

하긴 이런몰골로이런눈빛이라니누군들그러고싶지않겠어. .

후 그런데그의자조가이제그를막새로울리려는그찰나에.…

남자는그의어깨를당겨품에꼭안아주었다.

하지마 놔요, .⌜ ⌟그리고 자신을 밀어내는 그를 좀 더 힘주어 안은 남자는 샤워가운에 감싸인 그의

목덜미에코를묻었고,

그는다시한번남자를밀어내려는제스처를해보였다.

놓으랬잖아 왜이래요, .⌜ ⌟알았어 알았다구 .… …⌜ ⌟그의뒷머리를오른손으로감싸제쪽으로좀더당긴남자는

자꾸만품을벗어나려는그를꽉안고머리를쓰다듬으며쉬이 쉬이이 그를진정, …

시켰다.

149

놔요 이러지마요 그의말이여러번이어졌지만, ,

그럴때마다그의목소리엔조금씩울음기가가셔갔다.

완벽한타이밍 완벽한방법그리고완벽한태도 이러니내가, . .…

이남자아마

내가누군가에게인질로잡혀서대동맥아래에칼이라도대어져있다해도얼마든

지평정심을유지하겠지.

내려놓고말로해 그런다고내가신경쓸사람으로보여. .

라고인질범에게무뚝뚝하게말할지도.

조금만기다리면가버릴거야.⌜ ⌟우울한바다에빠져한없이가라앉다가숨이넘어가기직전에나구조된것과진배

없는상태여서

남자의품에몸을늘이고마냥넋을놓고있던그는남자의말을놓치고되물었다.

뭐라고했어요 지금, ?⌜ ⌟가을 곧끝나니까조금만있어. .⌜ ⌟늘어져 있던 팔을 들어 비록 소리도 못 낼 힘이나마 내어 남자의 등을 쳐준 그는

말했다.

누가가을때문이래?⌜ ⌟가을보다니가더문제인건아는모양이네.⌜ ⌟.……⌜ ⌟

한달이면눈내리고겨울일걸 뭘그래, .⌜ ⌟그러니까그렇죠.⌜ ⌟

The Moon Shifts

.……⌜ ⌟너무짧으니까.⌜ ⌟후 남자는웃었다 그리고남자는그를돌려세워창밖의달을볼수있게한뒤, .

그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깍지 낀 채로 그가 팔짱을 낀 모양새가 되도록 그를

뒤에서감싸안았다.

그리고그의뺨에입을맞춘뒤말했다.

가을에다가질투를해야되겠어 내가, .⌜ ⌟농담하지말아요 웃을사람없어. .⌜ ⌟농담아니야 계절이뭐나된다고그것때문에기분이좌지우지야. .⌜일년에 번씩이나바뀌는게계절인데 그게뭐대단하다고4 , .⌟그렇게간단한문제가아니란말이에요.⌜ ⌟뭐이렇게힘까지빠지고그래 그러지마. .⌜ ⌟너무아름다워서 말그대로그래서힘이빠져. .…⌜ ⌟나는그럼어디가모잘라서늘이렇게한결같은줄알아.⌜ ⌟한결같지한결같기야 당신은, .⌜ ⌟게다가내년이면또보잖아 지겹지않아. ?⌜ ⌟지겹기도해요 실은, .…⌜ ⌟

대체달이어쨌길래이추운데서쳐다보고있었던거야.⌜ ⌟그의어깨너머로고개를조금내린남자는그의목에여러번입을맞춰그를웃

게한뒤

그의뺨에제뺨을붙이고함께달을바라보기시작했다.

151

달이꼭핏물이배인것처럼보여서마음이아팠어요.⌜ ⌟.……⌜ ⌟

저달은우리주위를굉장한속도로순환중이야 그게느껴져요 응. ? ?… … …⌜ ⌟.……⌜ ⌟

마음이아파 .…⌜ ⌟왜냐고남자는묻지않았다.

그도설명하지않았다.

즐거운분위기란쉽게전염되고

아픈마음은오랜시간에걸쳐치유된다는걸둘다경험하고있었기때문이었다.

희미하게미소지어도가슴이도려내지는통증은여전했고,

안타깝게도입김이나도록추운욕실에서서남자의든든한품에안겨있는순간에

조차

그는여전히핏빛달무리의달을보았다.

따라서그의머리에입술을대고한동안붉은달을바라보던남자가

고개를낮춘뒤그의귓가에입술을가져다대고몇번이고부드럽게입술로물어

당긴뒤

이렇게나지막이속삭였지만,

솜사탕에갇힌것처럼보인다고 그렇게말하게해주면돼, ?…⌜ ⌟아무런효과가없었다.

응 이제그렇게보여요 가쁜숨사이사이말했지만, .…

진심이아니었다.

The Moon Shifts

조금은우습지만당연하게도그의우울증은그로부터 시간이지난오전 시에해4 7

결되었다.

아침운동도무시하고느지감치일어난그가새로샤워를하기전,

욕실세면대거울앞에서서자신의입술이라든가목덜미를들여다보자마자연상된,

일반적 상황에서는아무래도들을수없는단어나말들이남자의목소리로재연되

는바람에그만,

스스로에게무안한웃음을지어주던그순간,

그는오른쪽에있어야마땅할이어링한쪽이온데간데없이사라진것을발견

했다.

아 아아 아아 이런, , , !…⌜ ⌟자기전에벗어두고말고의여유조차없었던것이다 오늘새벽엔. .

한시간이넘게욕실구석구석과거실 작업실과침실의모든곳,

그리고심지어차까지샅샅이뒤지고난그는

다시남자가잠든침대로돌아와

남자가덮고있는시트를그가깨지않도록조심해가며뒤집어살피고도이어링을

찾지못하자

침대한쪽에걸터앉아머리까지감싸쥐었다.

어쩌다가 아 이런바보 .… … …⌜ ⌟한숨을내쉰그는자고있는남자를한번돌아보고는

153

그의허리근처를덮고있는시트를바라보았다.

그리고그의발언저리쯤의시트자락을스르륵잡아당겼다 이내남자의나체가드.

러났고

이리저리고개를갸웃거려가며한참동안이나밝은빛아래의남자의벗은몸을구

경하던그는

흐으음 숨을내쉰뒤일어났다, .…

좀처럼구할수없는귀한디자인의이어링인데내가미쳤지 .…

어차피집안에있을거니까나중에라도뒤져봐야겠다 .…

스스로를애써위로하며그는커피를새로내려우유와꿀을부어잘저은뒤

자그마한쟁반에담아남자가누워있는제침대로돌아왔다.

일어나요 아침에일찍만날사람있다면서. .… …⌜ ⌟일어나요 응 두번째의채근에남자는곧잠에서깨어났고?… …

남자가눈을뜨자그는남자의손목을잡아일으켜앉혔다.

제손에커피를쥐어준그가물러나려는것을잡아챈남자는

곧그를당겨짧게입맞춤해주었고

그는남자의목에입을맞춰주었다.

뭐해 너, .⌜ ⌟남자가누워있던뒤쪽으로기어가시트가엉킨그위를분주히살피는,

자신의셔츠를잠옷대신입고있는그를바라보며남자는기침같은웃음을터뜨

렸다.

나이어링을잃어버려서 .…⌜ ⌟

The Moon Shifts

이어링?⌜ ⌟굉장히아끼는건데또하고그냥잤어요.⌜차라리자다빠진거면다행이고어쩌면밖에서잃어버린건데내내몰랐을지도몰

라.⌟음 .…⌜ ⌟설마당신이그러다가먹은건아닐테죠?⌜ ⌟커피를한모금넘긴남자는손바닥으로시트위를섬세히더듬는

그의집중력을보고는후 웃었다, .

이젠좀괜찮은모양이네 가을이고 달이고. , .⌜ ⌟몸을일으킨그는꿇은무릎위에양손을올리고멋쩍은듯웃었다.

네 실은방금기분이풀어졌어요. .⌜ ⌟후 .…⌜ ⌟새벽에나 그런거이해하죠, ?⌜ ⌟어.⌜ ⌟입술을다물어끝을끌어올려웃은그는남자의손에서머그를가져다한모금넘

겼고

침대머리에등을기댄남자는팔을뻗어그의머리를쓰다듬어주며말했다.

역시현실적인문제가기분적인문제는쉽게밀어내는건가.⌜ ⌟그렇죠 역시, .⌜ ⌟머리를쓰다듬던손을내려커피를마시는그의빈귓볼을만지작거리며남자는말

을이었다.

155

앞으로종종 기분이울적할때마다뭔가귀중한걸잃어버려보지그러냐, .⌜ ⌟음 ?…⌜ ⌟다음번에영기분이우울하면그땐시계같은걸변기에넣고레버를눌러버리⌜

든가.⌟머그에서입을뗀그는고개를살짝기울이고갸름한눈을해보이며

i-don’t-get-it의미소를담은얼굴로물었다.

무슨소리예요 그게, ?⌜ ⌟너 지금이어링잃어버린거, .⌜ ⌟응.⌜ ⌟그래서그거찾느라우울한것도다잊어버린거아니었어?⌜ ⌟들고있던머그를무릎위로올린그는기가막히다는듯웃었다.

남자를곱게흘겨보며말을이었다.

현실적인문제가기분을밀어낸다는말이그럼그거?⌜ ⌟그럼뭐.⌜ ⌟오른손으로남자의맨어깨를찰싹소리가나도록때린그는말을이었다.

아침에 내침대에누워서자는당신보는게오늘이처음이라그래요, .⌜ ⌟.……⌜ ⌟

그게현실로다가왔다는 난그런말, .⌜ ⌟어긋나버린핀트에민망해진남자는손으로뒷머리를조금문질렀고

그는들고있던머그를남자에게건네며아랫입술을물어웃었다.

같이모닝커피도,⌜ ⌟

The Moon Shifts

.……⌜ ⌟이렇게같은침대에서마시고.⌜ ⌟.……⌜ ⌟

문제도이해가되고답도간단하고풀이과정도단순한데

우선적으로만족시켜야할조건들이너무나도복잡한관계라면

뒤집어보면이렇다.

가장복잡한조건들에게둘러싸인가장단순한본질.

그렇다 역행자의일관성엔이런시각이바람직하지. .

그러니더나아가

바라는그것을가질수없다면무시해도좋을조건이라도내놔요.

적반하장도어울리는법이다.

자연의순환을존중해야한다는법칙이

하필도의라는이름으로존재할건무엇이겠는가.

차라리달의이동보다도조용한움직임인걸.

어느곳의물도당기지않고누구의정신도비틀지않잖아.

오늘의그는그래서모든조건을다무시해버리고

그래서아주작은목소리로

거의제몸속으로삼키는발음으로구애했다.

간단한가봐요난.⌜ ⌟.……⌜ ⌟

단순하든지.⌜ ⌟

157

.……⌜ ⌟영화나소설이아닌이상에야

차마

난당신만있으면그만이에요.

라는말은도저히.

게다가맨정신이고 아침이니까, .

농담이아니라해도웃을사람이있을것이었다.

머그를받아든남자는팔을뻗어손바닥으로그의뺨을감싸쥔채한동안눈을맞

췄다.

남자의손바닥쪽으로뺨을기울인그는곧고개를틀어손바닥에입을맞췄고

남자는다시그의머리를쓰다듬어주었다.

아무런말없이가을의아침햇살이온통퍼진그의침대위에서

흰시트로허리만가리고있는남자와

그남자의셔츠만을입은전라의그는그렇게서로를바라보다가

팽팽히긴장했던남자의팔은나른하게풀어졌고

이제그의팔을베고엎드린그는남자의팔에부드럽게입을맞추며

내도록시달리게한목덕분에낮게갈라진목소리로속삭였다.

오늘밤엔달이정말솜사탕안에갇힐까 ?…⌜ ⌟

Season in theSeason in theSeason in theSeason in theConcrete EchoConcrete EchoConcrete EchoConcrete Echo

년월2004 1

사용설명서도 아니고 지도도 아니다 이해받고 싶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이것은불편하고불친절한어느인생일뿐이다 이런식이죠라는사용. .

설명서가 이쪽으로따라오세요라는지도가아니다 이것은그저개인적인, .

사건의기록이다 누구의이해도공감도필요없는. .

161

나는나이열아홉에 신혼여행에서돌아온지얼마안되는형의신혼방에서옷을,

모두벗은채로안아달라운사람이다 우리의관계를가장간단하게그리고최악으로.

묘사하면이렇다 너무노골적이고극적이라소설의재료로도조악한시작 형앞에서. .

옷을모두벗고안아달라고운동생.

왜 이번에도그래보지 라는생각이들었다 그의결혼식에참석해야하는이유로. , .

비행기를타야했기때문에나리타공항으로향하는택시안에서부터긴장해있던나는

코스모폴리탄잡지에펜으로갖고싶은옷이며가방에동그라미를그리는일에매달리

고있었는데 갑자기그런생각이들어서후 어깨까지들썩이며웃었다 이번에도그래, , .

보지그래.

훗 코웃음이또났다. .

대외적으로 포장된 그의 이혼사유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장손며느리의 소박이었다.

남성우월주의니남아선호니라는말조차꺼낼수없는우리집안에서그런이유의이

Season in the Concrete Echo

혼은형에게아무런흠이되지않았다 늦기전에잘헤어졌다는격려와위로가있었을.

뿐 년간의첫결혼생활만큼 년간의독신의시간이흘렀고그만하면마음고생충분히. 4 4

했다는인간성장려를한몸에받으며그의재혼이있었다 어른들로서는더이상후대.

를기다릴시간이없으셨고그는더이상집안어른들의기대를무시하며독촉을버텨

낼힘이없었던것이다.

라고물론나는짐작할뿐이다.

혀어엉 .…⌜ ⌟김해공항출국장을빠져나오자마자그에게안겼다 타이없이단추를푼흰와이셔.

츠에시멘트빛수트를입은늘씬한그를보자저절로반쯤은달려가게되었다 패션화.

보의모델같은남자 개월혹은 개월주기로보게되는이남자는새로볼때마다. 3 6

근사하게변모해있다 같은모습으로또다른모습으로 목에매달리자발뒤꿈치가들. .

리고이어바짝밀착된몸이뒤로꺾였다 반년만에나를본그는그렇게나나를끌어.

안았다.

형은볼때마다멋져지네 깜짝놀란거있죠. .… …⌜ ⌟그의여름수트에서는좋은냄새가났다 그의어깨에뺨을대고몇번이고나른한.

소리를내자그는그때마다팔에힘을주어날새로안아주는것으로인사를대신했다.

내뒷머리를잡고두어번머리에입을맞춰준그는곧내짐을들고앞서걸었고나

리타에서김해까지오는동안친해져버린옆좌석의비행동지와눈이마주친나는반

사적인눈웃음을한번지어준뒤그를따라갔다.

다행히내남자는보지못했다.

주차장에서우릴기다리는그의검은세단 반가워눈물이났다 조수석에앉자그. .

163

가안전벨트를매주었고눈앞으로다가온그가갑자기사랑스러워서나는코앞을지나

가는그의관자놀이에쪽소리가날정도로입을맞춰주었다 후 하고웃은그는몸을. ,

바로한뒤자신의안전벨트를매고부드럽게차를출발시켰다 아 그렇지 몸을조금. , .

움직여대각선으로메고있던백에서말보로를꺼냈다 새담배의껍질을벗기고빡빡.

한 담배필터들 틈에서 한 개비를 뽑을 때까지도 시선을 앞으로만 주고 있던 그는 내

손가락이오래된 BMW 라이터를꾹누르자고개를돌렸다 입술로담배를물고있는.

내게말했다.

끊었다면서.⌜ ⌟음 어깨를으쓱해보인뒤입술의담배를손가락새로옮기고가벼운손짓과함께,

대답했다.

끊었어요 그런데아까나비행기에서너무긴장해서. .⌜ ⌟많이?⌜ ⌟네.⌜ ⌟그 병이 어디가 중얼거리며 달칵 소리와 함께 튀어나온 라이터를 뽑은 나는 담배,

끝에불을붙인뒤첫모금을빨아들이며시트에깊숙이몸을묻었다 지이이잉 당연. ,

하다는듯내려가는내옆쪽의차창 고마워요 라고나는그를향해웃어준뒤후우우. , ,

첫연기를짧게창밖으로내뿜었다 팔짱을껴듯이담배를손가락새에끼운오른팔의.

상박은몸에붙이고앞꿈치부분을왼손등으로받힌뒤담배를든손을낭창히한상

태로한모금을더빨아들였다 열린창밖으로연기를내보냈다 늦여름의더운도로를. .

달리는그의세단이내게발휘하는힘중하나는담배피우는자세에도있다.

오랜만에피웠더니 어지러워 .… …⌜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가벼운 오심과 함께 목구멍과 폐가 뜨거워졌고 이내 어질어질하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담배피우는오른팔꿈치를받혔던왼손을떼어뒷머리채를가볍게쥐었다 느릿.

하게 위아래로움직이며고개를살며시왼쪽으로기울였는데머리채를손가락으로감

고있는내왼손을감싸쥐는그의손이느껴졌다.

흐흥 .…⌜ ⌟그의시선은여전히앞을향하고있었다 나른하게웃어보인나는담배를한모금.

더빨아들였고 이제내왼손은그의오른손안에들어간채로기어위였다 고개를시, .

트에기댄채다시오른쪽으로돌려늦여름의들판을바라보았다 후으으으 입술새. .…

로얇게얇게담배연기를흘려보냈다.

버려줘요.⌜ ⌟원래담배가받지않는편인데다가금연한지가벌써다섯달이라네모금을빨아

들이자넉다운이다 불이붙은담배를그에게건넸고내왼손을쥔채기어위에얹었.

던오른손을핸들로옮긴그는왼손을내쪽으로내밀어담배를받은뒤창을내리고

그대로던져버렸다.

미쳤나봐 그러다불나면어쩌려구그래요. .… …⌜ ⌟껐어 버리기전에. .⌜ ⌟거짓말.⌜ ⌟그의왼손은다시핸들로 핸들을잡고있던내왼손은기어위로 그의오른손은내, ,

손위로.

에어컨더낮춰줘 긴팔입고덥지? .⌜ ⌟괜찮아요 여기도비오는줄알고입었는데여긴해떴네. .⌜ ⌟

165

운전석쪽으로고개를돌린채한참이나그를바라보았다 그의옆선은보기좋다. .

나중에나밤에온천갈래요 시간나면태워다줄거죠. ?⌜ ⌟볼게 한번, .⌜ ⌟같이가자 간김에형도하고. .⌜ ⌟비행의여파도남아있고간만의담배에몽롱해진나는그의손이덮어씌워진손을

흔들며칭얼댔다.

오늘일하지마요 안하면되잖아 넥타이도안맸네. . .⌜ ⌟보고.⌜ ⌟고속도로에갑자기차가늘어났고그의눈이바빠졌다 전방으로 백미러로 다시전. , ,

방으로 내손을덮고있는그의손가락을잡아흔들며대답해 대답해봐요 라고속. ,…

삭여봐도그는운전만했다.

결혼하는기분이어때요 응. ?⌜ ⌟후 하고웃은그는대꾸없이그저핸들을잡은왼손을아래쪽으로움직여 차선으, 1

로차선을변경했다 나는다시짓궂게굴었다. .

말해봐 말해봐요 응. . ?⌜ ⌟시트에몸을좀더묻은나는은근한목소리로계속물었다.

말해봐요 아는사람이었다면서 응 기분이어때요. . ? ?…⌜ ⌟그의 결혼에 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아니었다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

새 형수라면 처음의 형수와는 아무래도 달랐다 나는 아무 것도 불안할 것이 없었다. .

그저그녀에게미안한마음뿐.

응 말안하는거보라지. .… …⌜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우월감과더불어.

점심 먹고 들어가자 일본에 풋고추 없어서 내내 먹고 싶어 했잖아 쌈밥집이나. .⌜그런데갈까.⌟기어위에놓여있던내손을덮었던그의손이내머리위로올라왔다 부드럽게쓰.

다듬은뒤곧내뺨을살짝꼬집었다 아파요 하지마 웃는내뺨을가볍게쥔주먹으. , ,

로장난스리톡친그는말했다.

수다쟁이야.⌜ ⌟아직은고속도로였다 집으로가려면이쪽이아닌데라고생각하자마자별장이있는.

지명이흰글씨로쓰인녹색표지판이눈에들어왔다 오랜만의독한담배가가져다준.

환각상태가채가시지않은것을핑계로나는흐흥 노랫소리처럼웃으며이렇게말.…

했다.

밥먹으러간다면서 못됐어 거짓말쟁이. . .… …⌜ ⌟

쓰던방을그대로신방으로꾸미느라그의짐일부는내가쓰던방으로옮겨져있

었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종이박스들과 그 옆에 깔아놓은 내 이부자리의 조화가 묘했.

다 커피를마시며상자에적힌년도라든가내용물의메모들을읽고있는데그가들어.

왔다.

여기서자면밤엔추워 감기들어. .⌜ ⌟왔어요?⌜ ⌟수트 재킷을 팔에 낀 채 양 손을 바지주머니에 찌르고 있던 그는 내 어깨를 감싸

167

안은뒤말을이었다.

누가여기다이불깔었어 니가. ?⌜ ⌟아니 이모가, .⌜ ⌟가구없이비워뒀어서추워 상자쌓아놔서꼴봐 여기서못자. . .⌜ ⌟어때요 그래도내방은내방인데. .⌜ ⌟내방에서자 내가여기서잘테니까. .⌜ ⌟됐어요 작게말하며웃은나는커피를한모금넘긴뒤상자더미들을턱으로가.…

리키고물었다.

여기다쭉넣어둘거예요 이물건들? ?⌜ ⌟어 지하에두면곰팡이피잖어. .⌜ ⌟뭔데.⌜ ⌟미국에서썼던거.⌜ ⌟뭐 책이요, ?⌜ ⌟어 라고말한그는날안지않은다른팔을들어뒷머리를쓸어내리며말을이었다, .

책하고 편지. .⌜ ⌟나의시선은 년에닿아있었다 년을바라보며나는물었다1995. 1995 . 1995 .

그럼.⌜ ⌟.……⌜ ⌟

내가보낸것도있어요?⌜ ⌟뒷머리를쓰다듬던손으로목덜미를스윽문지른그는바지주머니에다시손을넣

은뒤어깨를한번돌려근육을푸는시늉을해보이고말했다.

Season in the Concrete Echo

어.⌜ ⌟사춘기소년처럼가슴이뛰었다 얼굴도울긋불긋할까 커피를한모금더넘긴나는. .

물었다.

전부다 ?…⌜ ⌟음.⌜ ⌟고개를살짝올려그를보았다 를바라보고있는그의눈빛은덤덤했다 머그. 1995 .

를입술에붙인채나는속삭였다.

그것도 ?…⌜ ⌟어.⌜ ⌟치 하고웃음이났다 흔들리는법이없는눈빛 떨리는법이없는목소리 하여간. , . .…

그가 미국으로공부하러간동안나는일주일에두번그에게편지를보냈다 년. 2

내내기억나는일은그게전부다 대한민국고 고 을나는편지질로보냈다 아침에. 2, 3 .

일어나면학교를가고수업이끝나면학원과과외를그리고혼자가되면편지를썼다.

나는그에게나를남김없이적어보냈다 그는나의전부를알게되었다 그리고나. .

는그가살고있는집의내부구조와그가하고있는공부와그가맞은점수와그가보

고있는책과그가덮고자는이불의무늬를알게되었다 첫크리스마스에나는어머.

니가만드신과일잼을색색의병에담아리본으로묶은뒤나무상자에정성스레포

장했다 내가 만든 거라고 거짓말해도 괜찮을지를 한참이나 고민하다가 포장만 내가. ,

했어요 그런데만드실때내가옆에서거진거들고어쩌고를써서보냈다 그리고그, .

169

는자신이다니는학교의티셔츠나머그 펜으로부터시작해서신기한모양의장난감과,

가방 과자나초콜릿같은걸소포로보내왔다, .

그리고등교길이비에젖을때마다그가그립던나는어느비오던밤드디어그

만,

누군가아주큰두손으로 구름을잡아비틀어짜고있나봐, .

온사방을휘감아도는엄청난빗소리.

이대로아침이면 집과함께한없이물에떠밀린나는안개같은물보라가이는바,

다에닿아있을지도몰라.

라고쓴뒤

있잖아요 나그날요 굉장히좋았다고그렇게말해도되요. . ?…

라고 이어 적었다 그리고 한동안 부치지 않고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다가 다시.

비가굉장히많이내리는날부쳐버렸다 잘한짓인건지미친짓인건지 기대감에설. ,

레기도했고후회에겁이나기도했다 제정신이아닌상태로이주쯤보낸뒤형으로.

부터답장이왔다 뜯어볼용기가나지않아책상위에올려놓고몇시간을바라본뒤.

자정이넘어서야겨우겉봉을뜯었다 온통진분홍으로칠해진유화엽서였다 그리고. .

그뒷면에는이렇게짧게써있었다.

어 나도좋았어. .

엽서가 그인 양 엽서로 눈을 가리고 마구 울었다 백점을 맞아도 그렇게 좋을 까, .

싶었다.

후 .…⌜ ⌟커피를한모금넘기고웃자그가내려보는시선이느껴졌다 왜웃어 라고묻고.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싶겠지 나는말했다. .

의자유의지 의신의간섭50% , 50% .⌜ ⌟나는 가찍힌상자를그는나를바라보고있었다 그가말했다1995 . .

신의의지100%, .⌜ ⌟

소설작은아씨들의막내딸에이미 새형수가될그녀를보자마자그에이미가떠올.

랐다 로리와결혼한것으로소설에반전을가져온에이미. .

소위결혼적령기가되면서아는사람의결혼소식을많이접하게되었는데가끔그

결혼상대자가깜짝놀랄만큼예상외의인물이어서놀라는경우가종종있다 아니 그. ,

둘이 그녀가그랬다 어릴적꿈만꾸던왕자님과결혼하게된그런케이스 작은아? . .

씨들의독자들이깜짝놀란만큼그녀의친구들도그렇게놀랐다고한다 그녀가대학.

새내기였을때 제대한그는자퇴서를내고미국으로유학을떠났다 외국으로공부떠, .

나기전의몇달간 제법인기있는남자였던그는자퇴서를내고도학교도서관에간,

간이들러아는얼굴들을만나술을먹거나했는데 그녀는그때그를보고반했다고,

했다 그녀가 그를본건겨우열번남짓 영화속남자주인공처럼또렷하고도멀게. .

그를기억하고있던그녀는마침내그와결혼하게되었다 그가유학시절만난여자와.

결혼했다는소식에상심했을그녀일텐데 인생이란예측불허의수혜자가되었다‘ ’ .

결혼전 그와함께그녀를본건세번이었다 한번은집앞 잔뜩낙서가돼있는, . .

크래프트진에얇은슬리브리스티셔츠를두개겹쳐입고반다나에아대에요란한라

커와도같은차림을하고고모의차에서막내리는참이었다 마침그녀는내남자의.

171

차에오르는중이었는데분명나를보았을텐데도차를출발시키려는그의의도를느

낄수있었다 그러나나와그녀를별로마주치게하고싶지않은그와달리조수석에.

앉은그녀는또달랐던모양이었다 운전석의형너머로보이는그녀는나를보려는지.

몸을 살짝 앞으로 숙였고 나 역시 실은 그녀가 궁금했기 때문에 안쪽의 그녀를 보려

몸을 낮추었다 이 공교로운 제스처를 인사로 생각한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활짝웃으며고개를숙였고나는얼결에같이고개를끄덕했다 그리고내가몸을세웠.

을때이미그의차는저만치가고있었다.

그로부터일주일쯤지나자부모님은그에게나와그녀를정식으로인사시키라말씀

하셨다 우리는호텔의커피숍에서그녀를기다리며마주앉게되었다 주문한그레이. .

프후르츠주스가나왔고언더그라운드락커에서미디엄템포댄스가수정도의옷차림

으로업그레이드한나는몸을앞으로당긴뒤빨대를쭉빨아주스를마셨다 몸을의.

자 뒤로기대앉아팔걸이에양팔을걸친그가호텔커피숍의천장조명을세며주스를

마시는나를바라보는것이느껴졌다 모른척열심히주스잔의수위를낮추고있는데.

그가말했다 늘심장이저릿해질도록낮은그의목소리 이번엔더했다. . .

반지어쨌어.⌜ ⌟딴청부릴수가없게정곡을찌르는질문이라눈이대번에그에게향했다 심각한눈.

이라니 주스가 아닌 침을 한번 삼킨 나는 대답했다 왼손을 테이블로 올려 손바닥을. .

보여주며.

나여기 .…⌜ ⌟뭐야 이게, .⌜ ⌟앞으로몸을일으킨그는내손을잡아당겼다 둘째셋째넷째손가락의가장안쪽.

Season in the Concrete Echo

마디부분이빨갛게베어진내상처를들여다보며그는미간을모았다.

왜이랬어.⌜ ⌟엊그제할머니가뒷마당에김치독파라고하셔서그거하다가 .…⌜ ⌟뭐?⌜ ⌟인상을쓰고있던그의눈이치켜떠졌다.

그걸왜니가해.⌜ ⌟독도작은거고그때집에이모도없고아무도없었는데할머니가급하다고하⌜

셔서 .…⌟안한다고하면되잖아 그걸왜니가해. .⌜ ⌟에 뭐어려운일도아닌데요뭐 힘이워낙세서내가. . .… …⌜ ⌟너 한번만더그런거하면나한테혼나, .⌜ ⌟할머니가시키시는데어떻게안해요 .…⌜ ⌟나한테이른다고해.⌜ ⌟하하하하 .…⌜ ⌟농담아니야 또그러시면나한테말해 손이이게뭐야. . .⌜ ⌟응.⌜ ⌟안아퍼?⌜ ⌟욱신욱신하구요 이렇게쥘때마다눈물나요, .⌜ ⌟내손을잡은그는미간을풀지못한채나를바라보았다 그리고못마땅한눈을내.

려상처부위를살피며가만히어루만졌다 왼손을붙들린채오른손으로주스를마시.

던나는아 오른손만으로가방을열어속지퍼를연뒤반지를꺼내어흔들어보이며,

173

웃었다.

됐어 넣어놔. .⌜ ⌟턱끝으로가방을가리키며그는말했고 나는다시반지를가방에넣었다, .

병원가보자 아직여름이라약바르는거로는안돼. .⌜ ⌟싫은데.⌜ ⌟시끄러.⌜ ⌟그런데 있잖아 김치독파서 깨서 버리고 막 그러는데요 그거 구덩이도 새로 다. ,⌜

파서막그러고,⌟뭘발견한건지그의눈이조금더갸름해졌고내손을조금더당긴그는유심히

상처를들여다봤다.

그런데할머니이제그거왜 저번에사놓고안쓰셨잖아김치냉장고 그런데올, .⌜해부터그거쓰신다고그러는거있죠 아나정말허무해서죽는줄알았어 아니새! .

로구덩이파라고하셔서그거판다고오후내내삽질했는데나정말삽질했어 손만.

다치고 으하하하, .…⌟웃음이나와?⌜ ⌟나를가볍게노려본그가짧게혀를차고는내뺨을손등으로조금한번스윽쓸어

주었을때였다 그녀가왔다 약속시간보다 분일렀다 검은반팔원피스 월에이런. . 5 . . 8

옷을입을만큼그녀는통통한몸을갖고있었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 …⌜ ⌟그에게서손을빼낸나는환하게웃는얼굴로인사하며일어섰고무표정의그도일

Season in the Concrete Echo

어섰다 고개를살짝숙여인사한붉어진얼굴의그녀는그의옆의자쪽으로한걸음을.

옮겼는데갑자기그가내게손을내밀며이렇게말했다.

혜성이이리와.⌜ ⌟네?⌜ ⌟옆으로와서앉어.⌜ ⌟됐어요 형수랑 둘이 나란히 앉아야죠 라고 말해야 했지만 그랬다간 그의 제안이, ,

부당하다는것을증명하는꼴이될것같아서나는잠자코내밀어진그의손을오른손

으로잡았다 그는내가내자리를벗어나그의옆으로올때까지내손을잡고있었.

다 나를부드럽게당긴그는자신의옆의자빼어나를앉혔고그녀에게는내가앉았.

던자리를손으로가리켰다 그렇게해서나와그가나란히그리고내앞에그녀가앉.

게되었다 그녀를위해나는아이스녹차를시켜주었고 그녀는나를향해환하게웃으. ,

며,

우리집앞에서본적있지예?⌜ ⌟라고첫인사를건넸다 엄청난사투리억양에나는순간당황해서웃고말았는데다.

른사람도아니고그의아내가될여자가저렇게나제대로된사투리를구사한다는사

실이거의코미디의한장면같았기때문이었다 어쨌든나는덕분에. ,

예 저번에차안에서고개만. .…⌜ ⌟하고진심으로환하게웃을수있었다.

말씀많이들었어요.⌜ ⌟빌로머할말도마이엄는사람인데예 .…⌜ ⌟여기 이거제핸드폰번호 이거입력해두세요, , .⌜ ⌟

175

아 예, .…⌜ ⌟주문한녹차가나오고 내쪽의주스는바닥을드러내고 그의주스가미지근해지도, ,

록그는단한마디도하지않았다 덕분에그녀와의대화는내가주도를할수밖에없.

었다 낯선사람과의대화에천부적으로재능이없는나였지만그녀라면어떻게든잘해.

주고싶었던것이다 진심이었다 나는그녀가가엾었다. . .

그리고나는계속그녀를가엾게여기고싶었다.

잡지에나오는모델같어예 .…⌜ ⌟뭘요.⌜ ⌟아이라예 처음에문앞에서있는거보고도련님아인줄알았거든예 이래옷. .⌜

을입으이못알아보겠어예 이래보니까느무인물이 키가크고말라이런가. . .… ⌟며칠 뒤 저녁약속이 있던 날 나는 움직일 때마다 몸의 선이 드러나는 하늘거리는,

재질의옷을입고나타나그녀는물론이거니와그의눈도내몸에서떨어질수가없게

만들어버렸다 따라서이번에도. ,

이리와.⌜ ⌟그의단골일식집 그의옆자리는이번에도내차지었다, .

지인짜로예 지는섕각또몬핸는기라예, .⌜ ⌟아 정말?…⌜ ⌟예에 결혼할꺼라고는마 으찌알았겠심꺼. , .⌜ ⌟평균이라는말말고그녀의외모에대해도무지다른형용사는떠오르지않는다는

점이 그래서차마뭐라고칭찬할바가없다는게미안할정도로그녀의성격은착하고,

순했다 제대로 시골집안 출신인 그녀는 아 몬 가지서 그래 된 기 어데 남자 흠이가.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그런건흠이아이야 라는그녀의집안어른들의말씀이아니었더라도그의아내자리,

가행복한모양이었다 그가내도록내앞으로음식을가져다주고 에어컨온도높여줄. ,

까 낮춰줄까 심지어맨손끝으로내입가에묻은소스를닦아주고 손봐봐 라며내, , ,

손을상처를핑계로내도록내손을잡고있어도그녀는솜사탕가게에던져진아이처

럼웃고있었다.

하지마 왜그래요 형수속상하겠네. , .⌜ ⌟그녀가화장실을간사이나는그에게정말로인상을썼다 그러나저녁내내그가.

내눈을바로보지않았다는사실이떠오르자또그만마음이좋지않아미간이굳은

채젓가락으로회접시안을뒤지고있는그에게목소리를부드럽게해물었다.

술따라줄게마실래 운전내가할게요? .⌜ ⌟됐어.⌜ ⌟젓가락으로생전복의내장을집어다먹은그는술대신녹차를한모금넘겼다 내.

리깐눈을보자소리없이한숨이났다 그러나할말은해야겠어서자꾸손만지고.

그러지마요 정말확일어나서나갈거 라고말하는데방문이열리고그녀가들어왔, …

다 그를향해갸름히흘기고있던눈을그대로휘어웃어준뒤내앞으로다시앉는.

그녀에게나는잔을들어건배를권하고사이좋게잔을비워냈다 내잔을그가채웠고.

그녀의잔을내가채웠다.

형하고어디어디데이트가봤어요?⌜ ⌟술기운도제법올라있었고또그녀가마음에들어버린내몸에슬금슬금건달기질

이 번지기 시작했다 분위기 너무 바삭바삭하네 라고 중얼거린 나는 장난스리 물었. …

다 웃으며손으로입근처를가린그녀는그의눈치를보며대답을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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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봐요 어디어디가봤어요. ?⌜ ⌟아직딱히없어예 그냥인사다니고예 친구들도아직몬봤거든예. , .⌜ ⌟둘이만난지아직한달안됐다고했나?⌜ ⌟끄덕끄덕 그녀가고개를움직이며얼굴을조금굳혔다 음음 고개를끄덕인나는. . ,…

팔로그의팔을부드럽게밀고숙인그의고개아래를바라보며말했다.

좋은데좀데리고다녀요 응, ?⌜ ⌟그는근면성실한태도로젓가락질만계속이었다 나는다시그녀를보며웃었다. .

형이좀무드가없어요 이해해요 형수. , .⌜ ⌟압니더.⌜ ⌟흐응 하고웃은나는말을이었다.…

맨날바쁜데다가워낙말도없고,⌜ ⌟예.⌜ ⌟사람심심하게하는데일등.⌜ ⌟그녀를위해거짓말을조금덧붙여주고있는데메로구이가들어왔다 지글지글 기. ,

름이끓는노릇한메로껍질을바라보며아 메로 나는반색으로말했다 종업원이접, , .

시를내려놓자마자그는젓가락으로한점을떼어내앞접시에놓아주었다.

레몬은.⌜ ⌟해줘요.⌜ ⌟따뜻한메로를입에넣자정말로입안이녹을정도로너무맛이있었다 맛있다. .…

몸 녹는 소리로 중얼거리자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후 웃었다 그리고 말없이 메로를, .

떼어내접시에놓아주었다.

Season in the Concrete Echo

그러지마 식잖아, .⌜ ⌟그의손을손등으로밀어낸나는남은메로를그녀쪽으로밀어주며웃어주었다.

어릴때부터되게좋아했어요 이걸, .⌜ ⌟아…⌜ ⌟먹어봐요 형수, .⌜ ⌟메로의살점을떼어그녀의앞접시에놓아준나는레몬즙을뿌려주었다 그녀의학.

창시절은어땠는지나는대화를끌어갔고생각보다제법이곳저곳의나이트클럽을알

고있는그녀의의외의학창시절에나는놀랬다 이어전공과가족관계로이야기가흘.

러갔고이제막그녀가 년간하고있다는십자수얘기까지나오게되었다 더이상따4 .

분할수가없다는표정으로그는묵묵히밥만먹고있었고 관심은오직내술잔이비,

워지기를기다렸다채워주는것정도였다.

제법술이센그녀와나는주거니받거니해가며술잔을비워댔고식사가나올무

렵이되자내몸은딱기분좋을정도로풀리게되었다 숨을크게들이쉬고내쉬어코.

로 마른숨소리를낸나는감각이살며시무뎌진아랫입술을안으로느릿하게말았다

놓은뒤손으로머리를넘기며들릴락말락혼잣말을했다.

담배피우고싶어 .…⌜ ⌟정말로담배가그리운내앞으로 툭 그의담배갑이떨어졌다 그는말했다, , . .

피워그럼.⌜ ⌟아니 기분이그렇다구요 끊었으니까안피울래요. . .… … …⌜ ⌟담배하십니꺼 .…⌜ ⌟했는데이젠안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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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녀가고개를끄덕끄덕했고나는눈을감은채로이리저리고개를돌려어깨.…

를풀었다 다시한번후으으 마른콧소리를내며숨을내쉬는데그가말했다. , .

답답하면일어나자.⌜ ⌟응 아니에요 그냥기분이좋아서그래요, . .⌜ ⌟.……⌜ ⌟

꼭그네타는거같으다 응, .⌜ ⌟양팔을테이블위에올려팔짱을낀나는그를돌아보며말한뒤하아아 노랫소…

리같은한숨을조금높게내쉬었다 그녀를향해웃으며말을이었다. .

나 그네매줬었어요 어릴때, , .⌜ ⌟아 .…⌜ ⌟매준건사실요만할때였는데 밀어준건그때가 언제였지, ?…⌜ ⌟월쯤 너고때 나제대하고바로 금요일5 . 1 . . .⌜ ⌟머리도좋아 진짜, .…⌜ ⌟그네는내게늘세상천지가온통미지근한꽃향기에마비된봄날을연상시킨다 그.

가처음으로그네를밀어준날이봄이기때문이다.

너이거내가매준거기억안나지- .

녹색의그네를보며그는웃었다.

그가만들자고했다는거는알아요 그가맨거예요- . ?

처음에야철공소인부들이했지 그이후에한번끊어져서내가다시맸어- . .

아 미안 기억안나요- . .…

후 하고웃은뒤내팔을툭친그는그네줄을손으로스윽만진뒤말했다,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타니 그네- , ?

네- .

타 밀어줄게- . .

끼걱 끼걱그네밀리는소리와함께몸이앞뒤로기분좋게흔들렸다 그러고보니, . ,

라는생각이들었다.

이그네나만타요- .

정말그랬다.

나만타요 누나야당연히안타고 애들도잘안타- . , .

끼걱 끼걱기분좋게그네는흔들렸고나는그네줄을쥔오른손에이마를기댔다, .

눈을감고둥실둥실몸이날아가는기분을느끼는데그의목소리가들렸다.

그거야 니그네니까- , .

내그네라서 나밖에못타요, .⌜ ⌟입술끝을올려웃은나는그를돌아보고답을보챘다 그쵸 라는내말에그는음. ? ,

하고대답해주었다.

아 기분이정말그러네 그네타는것처럼몸이그래요 흐흐흥. . .… … … …⌜ ⌟그녀를향해노랫소리같은웃음을코로내뱉자그의손이내머리를한번쓰다듬

었고 나는팔로그를툭 쳐주었다 한잔만더해 라고말하며그가내잔을채웠고, , . , ,

나지금딱좋은데 라고중얼거리며나는잔을들었다 천천히숨소리를내가며한잔.…

을비운나는하아아 하는숨소리와함께잔을내려놓았다 오르는술기운에얼얼해.…

진뺨과움츠린어깨끝이서로닿도록몸을모은뒤형에게물었다.

그럼그날은무슨요일이게요 기억나. ?⌜ ⌟

181

무슨날.⌜ ⌟그날 그네 그날. , .⌜ ⌟젓가락으로절인생강을얇게한장집어내는데그는근 초를말없이집중했다15 .

힌트를하나더주려뜨겁게마른아랫입술을혀로조금적셨는데그가말했다.

화요일.⌜ ⌟와아 .…⌜ ⌟

넌교복안줄여입는구나 요즘애들은다그러던데. .⌜ ⌟그냥입는대로입는게좋아요.⌜ ⌟넌담배도안피운다고했지?⌜ ⌟예 몰래뭐하는거싫어요. .⌜ ⌟애인도없어?⌜ ⌟에 없어요 그런거, .… …⌜ ⌟그네를밀어주는그가중얼거리는 착하네우리혜성이 라는말도너무듣기좋았, …

다 그가이제스물여섯이고내가열아홉 그가결혼을하려면적어도몇년 그럼. … …

그때까지는이렇게내차지네 라는생각에그만그네에앉은그대로하늘까지닿겠…

지싶었다.

아앗.⌜ ⌟키만컸지이약골.⌜ ⌟그는그네를쥔내손을잡은채로자기가슴에내등이닿도록바짝끌어당겼다.

Season in the Concrete Echo

도시락안먹고그러지 너, .⌜ ⌟아니에요 .…⌜ ⌟아니긴뭐가아니야 어떻게이렇게대번에끌려와서매달려있을수가있어 얼. .⌜

마나몸이없으면.⌟그가쓰는애프터셰이브향 덥고넓은가슴팍그리고그의목소리 몸에닿았고안, .

으로스몄다.

나내려줘요 .…⌜ ⌟목소리가떨렸지만창피하다는생각도못했다 내무릎아래로끼워넣었던팔을내.

려그는나를내려주었고나는얼른그네에서일어났다 다리가후들후들해서넘어질.

것만같았다.

나들어갈래요.⌜ ⌟왜.⌜ ⌟왜 그의질문에눈앞이캄캄해졌다 왜냐면 음. . , .

숙제요.⌜ ⌟그래그럼.⌜ ⌟그럼나내일도또그네밀어줘요.⌜ ⌟바보같이웃으며나는안으로들어갔고그는담배를꺼내물며밥잘먹으면 하…

고 중얼거렸었다 기억하는 구나 나는 그의 어깨를 손으로 잡으며 말했고 그는 음. . ,…

하고대답했다.

있지.⌜ ⌟어.⌜ ⌟

183

별장에매달라고하면매줄거죠?⌜ ⌟뭐 그네. ?⌜ ⌟응.⌜ ⌟어.⌜ ⌟진짜야 라고나는웃으며다짐을받았고그는그래 라고말했다 기분이좋아진나, , .

는어깨를조금더모으며웃었고그녀와눈이마주쳤다 이런 너무우리얘기였네 그. . .

녀의얼굴에서소외감이고스란했다 그녀에게웃으며말했다. .

우리 저기 형수네집반대쪽으로쭉가면거기별장있는데요 그게별장이라면. .⌜말이좀거하고그냥 밥해먹을데있고씻을데있고 거기가한 한 평 그렇게, , 40 ?…

그냥휑한집이하나있어서우리가별장별장그러는데거기가생각보다앞이경치가

좋거든요 나중에거기같이가요 응 가서고기도구워? . ? .ㅁ…⌟Negative, she’s not.⌜ ⌟달칵소리와함께젓가락을내려놓은그는숟가락으로지리국물을떠먹으며말했

다 나는. How come…하고물었다.

You better not do that stupid we love you behavior, you don’t need to,⌜I mean we don’t.⌟

No, i didn’t.⌜ ⌟Yes you did, and.⌜ ⌟그는탕소리가나도록숟가락을내려놓고말을이었다.

That irritates me.⌜ ⌟Hey, it’s not me but you who has a future spouse and the mistress⌜

Season in the Concrete Echo

together in a small dinner table face to face.⌟아차 말이잘못나갔지싶자마자그가고개를돌려나를똑바로보았다, .

너지금뭐라고했어.⌜ ⌟Was just mistake. I mean, make. it’s you who make the situation. No⌜

t , You know .… …⌟그런뜻이아닌건그도알거였다 나는그의어깨를잡고말했다. .

미안해요 .…⌜ ⌟.……⌜ ⌟

이젠그만까불게요.⌜ ⌟그의눈은아직도화가난듯했다 나는입술을가만히물고웃으며그의어깨를흔.

든뒤속삭이듯말해주었다.

You’re just sweet enough not to punish me with this thing, right ?…⌜ ⌟.……⌜ ⌟

You know, i’m already wounded, my fingers are too soar . They hur…⌜t .…⌟짧게혀를찬그는픽 웃은뒤내뺨을가볍게쥔주먹으로치고는녹차를들어한,

모금마셨다 왜싸우는지를몰라그저눈치만살피고있는그녀에게도나는미안해요. ,

투닥대서 라고말하며웃었다 그는내빈잔에술을한잔더채워주었다, . .

이럼나정말취하는데 .…⌜ ⌟마셔.⌜ ⌟휴우우우 안그래도꼭매맞은사람같은데몸이. .… …⌜ ⌟

185

달칵 라이터를켜그는담배에불을붙였고찰랑찰랑술이채워진술잔을나는잡,

았다.

되게 도련님한테는되게잘해요. .… …⌜ ⌟술잔을넘기려던손이입술앞에서정지했고나는음 하고눈을조금떠보이고는?

아아 라고웃으며고개를끄덕끄덕해보였다 술잔을내려놓은나는그리고, . .

사이가좋아서요 유명해요 워낙우리가. , .… …⌜ ⌟그의허벅지를손으로짚고웃어보였다 형젠데당연하잖아요 라고분명그렇게. .…

말하려고했는데왜말이저렇게나왔는지는모를일이다.

저녁식사가 끝났고나는그녀를조수석으로거의밀어넣다시피앉힌뒤뒷좌석에

앉았다 그리고그의차는그녀의집으로향했다. .

혜성아.⌜ ⌟응 ?…⌜ ⌟오렌지색 가로등 사이사이로 보이는 까만 나무를 바라보며 저게 무슨 나무더라…

생각하고있는데그가나를불렀다.

나여기 목뒤좀볼래, .⌜ ⌟어디 라고 말한 뒤 나는 그에게 다가갔고 내 손이 자신의 어깨 쪽으로 올라가자?

그는내손을잡아자신의셔츠깃안쪽으로넣었다 손끝으로그의뒷목안쪽을어루.

만지며나는괜찮은데요 라고말했다 그는타이를느슨하게풀어낸뒤셔츠의단추? .…

를두어개풀며말을이었다.

손넣어서안쪽봐 뭐가자꾸걸리적거려. .⌜ ⌟있어봐요.⌜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몸을조금더앞으로당긴나는왼손을그의셔츠안으로집어넣었고걱정스러워하

는착한그녀와눈이마주쳤다 빙긋이웃어준뒤나는그에게말했다. .

여기요 ?…⌜ ⌟조금안쪽.⌜ ⌟여기 ?…⌜ ⌟음 뭐같으냐. .⌜ ⌟아무것도없어요 그냥매끈해 왜요, . ?…⌜ ⌟아니 그냥느낌이이상해, .⌜ ⌟아무것도없어요 괜찮아. .⌜ ⌟뒤로조금젖혀진그의셔츠를잘매만져옷매무새를고쳐준나는그의셔츠단추

를잠가주려했으나그는그냥둬 라고말했다 그녀의시선이앞으로고정이었기때, .

문에나는그의맨목덜미를손가락으로한번어루만져보았다 다른이유보다도그저.

이렇게단단한남자에게있는여린부분이신기했기때문이었다 그의보드라운목덜미.

를만져본뒤가만히있는그가어쩐지귀여워진나는왼손으로그의왼쪽귀를장난

스럽게조금잡아당겼다 그는기어를잡고있던오른손으로자신의귓볼을잡아당긴.

내오른손을안전벨트를당기는척슬쩍어루만져주었다.

몸을 뒤로 젖혀편히앉으며이남자도귀가민감할까 라는생각이들었다 나는? .

귀가예민한편이다 가장민감한건손 그다음은귀 그다음이어깨그리고등 이. . , .

남자야당연히알고있다 내귀가자그마한애무에도얼마나놀랄만큼반응하는지를. .

층으로올라가는계단의그꺾이는부분에어머니가자그마한온실을만드셨었다2 .

온실이라말하긴좀거창하지만그렇다고별달리부를이름도없어서어머니가우쭐함

187

을담아부르시는그대로우리역시온실이라고부르는그곳에는여느집에서나볼수

있는자그마한화분들과웬만한집에서나볼수있는자그마한화분들이가득있었다.

볕이좋거나하면제법구경할만한그런곳이었는데토요일오후에나는그앞에서

서봄날의기운을느끼고있었다 우리학교는두발자유화였고그즈음의우리는길게.

머리를기르는것이유행이었어서내머리역시꼬리쪽을묶을수있을만큼의길이

였다 머리를손가락으로빗은뒤손목에차고있던고무줄로묶으려막해보는찰나.

그런데.

내가해줄게.⌜ ⌟뒤에 그가 있었다 내 손에서 고무줄을 가져간 그는 큰손으로 내 머리를 매만지기.

시작했고머리가만져지는기분이이렇게나좋은거구나 라는것을나는그때알았…

다 다리가풀려주저앉는다라면야과장이겠지만. .

땋아볼까 길이가되나. .⌜ ⌟이 할줄도모르면서무슨소리에요. .…⌜ ⌟많이땋아봤어.⌜ ⌟와 바람둥이였나보네. .…⌜ ⌟내말에후 하고웃을뿐그는대답이없었다 기분이좋아진나는그만나도모.…

르게흐응 하는소리와함께중얼거렸다.…

머리만져주니까기분되게좋다 .…⌜ ⌟정말로 몸이 풀려서 나는 손을 앞으로 내어 온실의 난간을 붙들었고 눈을 감았다.

그는한동안이나내머리를거의한올한올이다싶게만져주었는데 내목덜미가드러나,

게머리를잡아손에쥐어묶을듯하더니갑자기내오른쪽귀에그의손이느껴졌다.

Season in the Concrete Echo

귀에서부터어깨 옆구리와허벅지그리고발바닥까지찌릿하게 그렇게몸이시려왔다, , .

놀라 감았던눈이떠졌고나는온실유리에비친나와내뒤에서있는그를보았다.

그는말했다.

귀가정말예쁘네.⌜ ⌟내귀가어떻게생겼더라 귀라면내껀물론이고다른사람의것도눈여겨보지.

않은터라서어떤게예쁜귀인지도모르던내게그는그렇게속삭였었다 그가만지작.

대는귀에온통신경이곤두서버려서기어이몸서리까지칠지경이된나는이러다죽

을지도모르겠단생각에겨우어깨를움직여그에게서빠져나왔다 어색하게웃는얼굴.

로 층내방문을가리키며나공부 라고말하려는데2 ,…

놀러가자.⌜ ⌟양손을바지뒷주머니에꽂은그가말했다.

어디갈래.⌜ ⌟만화에서툭튀어나온남자같았다 열일곱사춘기에선설렘이원하는것이무언지.

를스물셋 한참연애의길이재미있을그는정확히알고있었다 일간의짧은기간, . 50

이더욱그시간을꿈처럼만들었을지도몰랐다 실재한다고믿기에열일곱나에게그.

는너무나도달콤하기만했다.

시무룩하게앉아있으면등뒤에얼음을집어넣은채로꽉끌어안아놓아주지않는

다거나 밤 시나새벽 시 고 로는꿈도꿀수없는시간에아버지차키를쥔채, 11 2 , 1

로 바다 보여줄게 옷 입어 라고 말해주었다 가끔씩 그는 하교 길의 나를 픽업했다, , . .

교문앞에아버지세단을세우고차에기대어담배를피우고있는그의모습에내친

구여럿이반하기도했다 친구들과교문을빠져나오는나를발견하면그는차에서몸.

189

을떼고내쪽으로팔을내밀었고나는날듯이달려가그의앞에섰다 미성년자라어.

림없었던원초적본능도그가보여주었다 샤론스톤의취조장면에서놀란나를보고.

후 웃은그가기억난다 봄비가내리는고속도로를밤새달려해운대를보여주기도했, .

고 새벽의포장마차에서국수를사주고 일을마치고귀가하는술집여자라든가웨이터,

들이가득한거리를구경시켜주기도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창밖을 바라보던 나는 좌석의 중간 부분으로 몸을 옮겼다.

운전석과조수석의시트를각각잡아몸을앞으로조금밀고그녀에게말을걸었다.

형차 뭐이상한거못느껴요, ?⌜ ⌟글쎄예 뭐 모르겠는데예 .… … …⌜ ⌟왜몰라요 잘봐 이상한거있어요. . .… …⌜ ⌟음 글쎄예 .… …⌜ ⌟여기봐요 여기카오디오 막혀있잖아 여기왜막아놨는지안이상해요, . . ?…⌜ ⌟아 진짜네 와없는데예. . ?…⌜ ⌟음악은귀아프대요.⌜ ⌟하하하하하 .…⌜ ⌟그녀도나도웃었지만그는웃지않았다 내왼손으로느릿하게어깨가만져지는무.

심한눈의그는좌회전을위해핸들을꺾었다.

너도내려.⌜ ⌟그녀의 집 앞 그녀가 내리자 그가 내게 말했다 아 괜찮습니더 앉아 있으이소, . , , .…

그녀는손사래를쳤고 아니에요 인사해야죠 라며내리는데그는굳이말했다, , , .

옆으로와서앉어.⌜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오늘재미있었다고 다음에또꼭같이밥먹자고웃은그녀가집으로들어갔고나,

는그의옆자리에앉았다 벨트메고 라고말하는그에게희미하게웃어준나는국도. ,

로들어설때까지창쪽으로고개를돌리고있었다 창에비친내얼굴을물끄러미바.

라보며물었다.

내귀가어떻게생겼는데?⌜ ⌟.……⌜ ⌟

응 말해봐요? .… …⌜ ⌟그리고그는대답대신담배를물었다.

시험이일주일간격으로있었다 밤을샌지가벌써 일째되는새벽이었다 비타민. 3 .

이 부족해서자꾸입술에뭐가나는가싶어서오렌지라도하나먹으려고 층의부엌1

으로내려갔는데,

어 형, .⌜ ⌟냉장고문앞에선내뒤로나타난형 분위기가어쩐지. ,

술먹었어요?⌜ ⌟아니 .…⌜ ⌟취한듯했다.

뭐해.⌜ ⌟오렌지먹고싶어서.⌜ ⌟그에게한번웃어준나는과일박스를열고오렌지가들어있는비닐봉지를열기시

191

작했다.

뭐 마실거줄, ㄲ…⌜ ⌟그리고갑자기눈앞이아득해졌다.

후우우 .…⌜ ⌟그가입술을모아바람을불었다 내오른쪽귓가에. .

후우우 .…⌜ ⌟술김에하는장난이겠지만덕분에나는뻘로빨려들어가는것같았다 정신을잃을.

것처럼머릿속은어지러웠고숨이막혔고눈물마저났다.

후우우 .…⌜ ⌟과일박스안의오렌지봉지를잡은나는숨도쉴수가없었고침도삼킬수없었

다 뭐하는거예요 왜이래요 나한테왜이래요 그리고생각은곧멎어버렸. ? ? ?… … …

다 그가한걸음더내게가까이다가왔기때문이었다 그리고또다시. . .

후우우우 .…⌜ ⌟내귓볼에바람을불었다 견딜수가없게아찔하고달콤했다 하지마요 하지마. . …

요 말하고싶었지만뭐가뭔지모르게겁이나서입을뗄수가없었다 그의부드러. .…

운숨은계속내귀를자극했고 삐빗삐빗 오랜동안열어둔냉장고는알람소리를, .…

냈다 그리고그때턱 갑자기그의왼손이열린냉장고의왼쪽문틀을짚었다 나는완. , .

전히그의품안에갇히게되었다.

그는더이상내귀에바람을불지않았다.

.……⌜ ⌟

.……⌜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그도나도삐빗삐빗소리를내고있는냉장고앞에그저가만히서있을뿐이었다.

그는나를품에가둔채 나는오렌지봉지를꼭쥔채, .

.……⌜ ⌟

.……⌜ ⌟먼저 움직인 것은 나였다 나는 몸을 낮춰 그의 왼팔 아래로 빠져나왔다 후우우. .

우 한숨을내쉬며잡고있던냉장고에서손을떼는그의모습을마지막으로나는등…

을돌려 층으로달아났다 쿵쿵 쿵쿵이대로바닥까지떨어져내릴기세로뛰는심장2 . ,

때문에공부를포기한나는침대로들어가이불을뒤집어썼다 그리고생각하고 생각. ,

하고또생각했다 그순간이후로지금까지. .

그를.

음악소리도 없이 고요한 차 안 나는 운전 중인 그의 옆모습을 보았다 손을 들어. .

그의귀를한번어루만지고술기운에약간뭉개진발음으로 부러은근하게만든목소,

리로속삭였다.

지나가는나무들을세고있었더니 .…⌜ ⌟.……⌜ ⌟

숨이너무차요 .…⌜ ⌟.……⌜ ⌟

나좀봐봐 .…⌜ ⌟.……⌜ ⌟

응 운전만하지말구? .… …⌜ ⌟.……⌜ ⌟

193

얼마나예쁜가봐줘요 나오늘예쁘지않아요. ?… …⌜ ⌟그는여전히앞만보고있었다 어두운국도라서표지판을놓치기십상이었다 어디. .

서빠지는지잘봐두지않으면이대로집으로가게된다 손을들어그의콧날을느리.

게쓸어보고그의입술은건드리지않고손을내렸다 이쯤돼서못할소리란있을수.

없지 아랫입술을천천히물어당긴뒤입술을열었다. .…

결혼 .…⌜ ⌟하기싫어요 라고물으려는내말허리를그가잘랐다? .…

됐어.⌜ ⌟전방을열심히보던그의눈이표지판을찾았다 딸깍딸깍딸깍 우회전신호를넣은. …

그는핸들을오른쪽으로꺾었다.

정말로잘해주고싶었다 가엾었고미안했고그녀가좋았다. .

이것저것준비하는거많을텐데 놀아달라고해서미안해요 형수, , .⌜ ⌟아니라예 .…⌜ ⌟말좀놓죠 우리 저좀편하게, . .⌜ ⌟하하하 .…⌜ ⌟하루짬을내어그녀와데이트를했다 꽃을사주기도했고 어디갈래요 물어바다. , ,

도보여주었다 이토록기막힌짓은해본적이없어서외려현실감도없었다 내팔을. .

잡으며도련님 정말좋은사람이에요 라는말을듣자마자그녀에게웃어준나는확, .…

신했다 죽어서지옥가겠지 내발로걸어들어갈거야 난 나를위해마련된지옥으. . ,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로기꺼이 기만은가장악랄한죄이다. .

형님이잘해주니까좋겠어예 .…⌜ ⌟아 .…⌜ ⌟샐러드를드레싱에버무려그녀의앞으로막놓아주는데그녀가말했다.

나이차가마이나지예 살차입니꺼. 7 .…⌜ ⌟예 대여서일곱살 형이음력을세는데 월생이라나도헷갈려요 형나이가한. . 1 .⌜

살이고무줄이잖아 여서일곱살차나요. .⌟어릴적에마이이뻐했었겠어예 지금도마이그라는데. .… …⌜ ⌟아뇨 형하고는 같이 보낸 유년시절 기억이 아예 없어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

데다가형이밖으로많이돌아서.⌟아 그라믄다크고나서친해진깁니꺼. .…⌜ ⌟그런셈이죠.⌜ ⌟신기하네예 보통들같이안크고그라먼남같다카든데. .…⌜ ⌟후 .…⌜ ⌟다 커서 잘 지내는 거 보이 이쁜 짓을 마이 한 모양이네예 도련님이 행님이야, .⌜

워낙무뚝뚝하다아입니꺼.⌟와인은맛이없었다 반모금을넘긴나는반을입에머금고있다가어쩔수없이.

마저삼켰고와인글라스를옆으로밀어놓은뒤스테이크를잘게조각냈다.

의자유의지 의신의간섭50% , 50% .…⌜ ⌟예?⌜ ⌟

신의의지100% .⌜ ⌟

195

무슨소립니껴.⌜ ⌟후 하고웃은나는아니에요아무것도 라고말한뒤스테이크를입에넣고씹었,…

다.

그가제대했다는말은어머니에게들었다 니형은제대를한지가언젠데집에서밥.

한번을안먹고 어휴 당시의나는열일곱 사춘기를갓넘긴상태였고그는스물넷, . , ,…

일찌감치세상밑바닥맛까지알던그가진짜남자가된뒤였다.

그가집으로돌아온지 주쯤이됐을때였다 그날아침엔비가내렸다 비가내리2 . .

는봄날의월요일아침이었다 시계를보며 분 분단위로잘라가며준비시간을안배. 5 10

해서샤워를하고바삭바삭하게잘마른티셔츠위에다른애들이줄여입거나말거나,

늘낭창히입고다니는교복을챙겨입고헐렁한재킷을덧입고 계단을내려가고 어, ,

른들께인사를드리고 부엌에들어가도시락을챙긴뒤현관앞에섰는데, .

가니.⌜ ⌟아끼는영화의베스트컷처럼기억된장면이다 층으로올라가는계단을지나던그. 2

는나를향해웃고있었다 청바지에감싸인긴다리 헐렁한흰반팔면티셔츠에돋. .

보이는넓은어깨와긴팔 맨발에신고있는흰색슬리퍼 삐죽삐죽솟은짧은머리. . .

그의손에들린신문 그리고나머지배경 비내리는아침의어둑어둑한거실의느낌. . .

그의오른쪽으로는키큰괘종시계 황토색나무계단 나무벽. , .

현관에서서신발을신은채로나는중간문에손을짚고한참이나그를보았던것

같다 너무나도 어른이어서 아버지나 작은아버지들과 다를 바 없게 그렇게 너무나도. ,

어른이어서 마치 안경 낀 사람의 인상이 다 똑같듯 그렇게 그저 일반적인 집안어른‘ ’

내지는 어른 의범주로인식되던그가그날아침엔그저아름답고젊은남자로눈앞‘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에서있었다.

조심해서다녀와라.⌜ ⌟웃고있었다 그림같은눈썹아래깊이있는눈매 얼굴정중앙우뚝하게서있는. .

콧날과날렵하게패인뺨 단단한턱선과예쁘게생긴입술을보기좋게끌어올려그는.

웃고있었다 그의인사에뭐라답을하지못한나는그를계속바라만보았고왼손을.

바지주머니에반쯤찔러넣은그는신문을쥔오른손으로자신의머리를스윽문질러

내리며부엌쪽으로걸어갔다.

몸에서기운이빠지기시작했다 그는사라졌고내몸에는열이조금씩번지기시작.

했다 갑자기날이추워져서몸살기운이라도시작되는건가 어딘가멍해져버린기분. ?…

으로몸을돌려현관문을열었는데마당이비에젖어있었다 잔디도그렇고계단도그.

렇고 저기보이는대문도젖어있었다 소리도없이흩뿌려지는봄비에, . .

둘러멘책가방끈을만지작거리며하늘과마당을바라보았다 한기에으슬으슬몸.

이 떨렸고 이젠 심장까지도 울렁울렁 그렇게 박동이 아닌 파장으로 변하는 느낌이었,

다 그리고전신에퍼진더운열기에이어갑자기감기환자처럼손발과팔다리가아파.

왔다.

후우우 .…⌜ ⌟비가뿌려지는마당을보고있자니갑자기학교에가고싶은마음이모두사라져버

렸다 가지않으면안되나 학교까지가는먼길이며심심할교실과재미없는의자. ?…

책상따위가지겹게느껴졌다.

가기싫어.

열도나고심장도이상하고 나감기인가봐. .…

197

나는갑자기엄살이부리고싶어졌다.

왜 학교가기싫어. ?⌜ ⌟그때였다 현관이열리고형이나왔다 내오른쪽옆으로선그는고개를들어올. .

려보아야할만큼이나컸다 비가뿌려지는마당을바라보던그는고개를돌려나를내.

려보며웃었다 나와조금닮기도하고또그러나분명다르게도생긴그의눈. .

.……⌜ ⌟

.……⌜ ⌟나는시선을다시마당으로돌렸고그도나처럼비를바라보았다 그는말했다. .

태워다줄테니까 있어봐, .⌜ ⌟그는안으로들어갔고나는그가몸을돌리자마가고개를돌려그의뒷모습을쫒았

다 황토색나무현관문안으로사라지는그의넓은어깨와짧게쳐진머리끝그리고.

목덜미 잠시후그가다시나왔고우산을편그는웃는얼굴로가자 라고말했다 학. , . 1

년 학기만마치고군대에다녀온그는따라서차가없었다 내머리위로우산을받혀1 .

주고아버지세단의조수석문을열어나를앉힌그가문을닫아준뒤앞으로돌아운

전석으로올라타고아버지자리에앉아안전벨트를매는모습을낯선눈으로지켜보았

다.

내아버지의차를스스럼없이타는이남자가신기했다 이남자와내가가진아버.

지가같은사람이라는사실이와닿지않았다.

당신누군데대체어디서나타난거예요?

그렇게물어봐도된다면물어보고싶을정도였다 차에올라탄그는능숙한손놀림.

으로천천히운전을시작했다 대시보드가가리키는시각은 시 분이었다. 7 17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지금어디가요 학교는저쪽인데요 라고말했어야했다 그러나나는학교진입로? , .

를지나직진하는그에게아무말도하지않았다 그는우리학교정문을진작부터보.

고있었다 이녀석이다니는학교가바로저기군 이런얼굴로 그러나그렇게내학교. . .

를확인한그는학교를지나쳐다른곳으로가고있었다 그리고나는아무말도하지.

않았다.

막히는데는막히고뚫리는곳은뚫리는 비내리는월요일출근도로였다 나는유, .

리창에붙은빗물이옆으로미끄러지는것과와이퍼에밀려나가는것들 옆으로지나,

가는차들 도로의행인들 회색으로변한상가들을바라보았고그는말없이운전만했, ,

다 기분이묘했다 이시간에학교가는길이아닌다른곳에는한번도있어본적이. .

없었다 고개를살짝돌려그를보았다 그는앞만보고있었다. . .

등교시간인 시에 우리는 부두에 있었다 오른쪽으로 바다가 보이는 부두 바다가8 . .

있는도시에살지만바다를보는일은많지않았다 비를삼키는바다와그위로낮게.

뜬구름을보았다 그는다시운전을시작했고나는계속밖을보았다 여분간바다. . 20

를 보여준그는다시시내로차를돌렸고학교가는길로들어섰다 그리고아이들이.

전혀없어낯설어져버린 시의교문앞에차를세웠다9 .

그가아무말이없어서나도아무말하지않았다 고개를돌려그의옆모습을보았.

고그는내학교의현판을보다가내쪽으로고개를돌렸다 우습게도 아 나이사람. , ,

하고친해지고싶어 라는생각이들었다 나와영다르게생긴눈임에도불구하고어, .

딘가굉장히많이닮아있는그의눈을한참이나바라보고있는데갑자기그가손을들

어내옆머리를귀뒤로넘겨주며말했다.

밖에서보면몰라보겠네.⌜ ⌟

199

입술을부드럽게당겨웃은그는손을내리고한참을더나와눈을맞췄다 비는내.

렸고와이퍼가멈춘차창은물방울에어지러워졌고창의가장자리에김이서리기시작

했다 그렇게둘이바라보며보낸시간이무려 분이었다. 10 .

학교가야지.⌜ ⌟그는말했다 네 라고대답을꼭해야하나 목소리가나올거같지않아서나는잠. , .

시고민했는데.

오른손으로 조수석시트의헤드부분을잡은그가가죽시트밀리는소리와함께내

쪽으로몸을미는가싶더니나를완전히덮치듯다가와내오른쪽뺨에입을맞추었

다.

부드러웠고따듯했고그리고촉촉했다 초정도내뺨에머문그의입술은 너무너. 2 .

무.

.……⌜ ⌟

.……⌜ ⌟놀란 나는 웃음을 잊었지만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는.

말했다.

우산가져가야지.⌜ ⌟말대신나는고개를끄덕였다 목이꽉막혔기때문이었다 몸을틀어뒷좌석에던. .

져넣었던우산을집는그의몸짓에가슴이갑자기쾅내리앉았었는데.

운명을믿어요 우리모두신의의지대로움직인다는거? .⌜ ⌟사우어크림을감자에바르며물었다 글쎄예 운명은개척하는 이란그녀의얘. … …

기가이어졌고 나는믿어요 라는목소리가가득한내머릿속에는그녀의다음말은‘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들어오지않았다.

한국에나오자마자제일골치일거라고우려해왔던일이벌어졌다 절대로내가들어.

왔다고말하면안된다고몇되지도않는친구녀석들을입단속까지해두었건만 설마.

그녀석들에게서야들었을리없고대체어떻게알고왔는지의문이었다 아 설마그. ,

자식이 괘씸한깨달음이머리한쪽을반짝비추는데동욱이가입을열었다.…

안반가워 ?…⌜ ⌟나보다 나이도 두 살이나 어린데다가 본바탕이 워낙 순한 녀석이었다 방향치에게.

전화로정보를얻어가며차를몰고오느라 시간이면될것을 시간이나걸렸는데4, 5 7

도 짜증을 몰랐다 동욱이라면 아버지가 워낙 예뻐하셨기 때문에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한그를대문앞에서마중했다 차에서내린그는여전히아이같은에너지를.

갖고있었다 저대로돌진해서벽에에너지빔이라도쏘아부수고그위에서핫핫핫 웃. ,

는다해도하나도이상하지않을것같은녀석.

애인아니라고인제안웃어줄거야?⌜ ⌟웃어줄게 라고다짐하고웃어보이려는데이녀석 뒷마디로나를정말웃게만들, ,

었다.

어 형아야? .…⌜ ⌟으하하하 .…⌜ ⌟집에서저녁을먹기위해평소보다 시간이나일찍오실만큼동욱이를예쁘게보신3

아버지는집에서마시지말고느그끼리나가서마시라 라고말씀하셨다 할머니와할, .

201

아버지 부모님과동욱이 나 그렇게식사를마치고아버지말대로시내에서술이라도, , ,

한잔할까싶어대문을향하는데형이들어오고있었다.

안녕하세요 형님, .⌜ ⌟허리를푹수그려인사한동욱이는이내그가내민손을잡아악수했다 군대는 이. ,

라는그의질문에 예 다담달로연기했어요 라고말하며웃었다, , , .

우리술먹으러가는데 같이안갈래요, ?⌜ ⌟아니 잠깐들어온거야 또나가봐야돼, . .⌜ ⌟나몰래정부요원이죠 안그러면어떻게이렇게바뻐 응, , ?⌜ ⌟그의수트자락을잡고그를흘겨보는데픽 웃은그가말했다, .

용돈있어?⌜ ⌟응.⌜ ⌟충분안하면말해 밤에나가면서. .⌜ ⌟있어요.⌜ ⌟오늘동욱이못내려가면잠은.⌜ ⌟많이안늦으면 층규원이방에서재우고 너무늦으면근처모텔잡으면되지2 ,⌜

뭐.⌟바지수트주머니에손을찌른그는목소리를죽여물었다.

너는.⌜ ⌟나뭐요.⌜ ⌟너도?⌜ ⌟동욱에게등을돌리고있던나는 우리헤어졌다니까 몰라요 라는눈으로그를흘, ,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겨주었다 타박 타박 형과내가대화하는것을방해하지않으려동욱이가천천히대문. , ,

쪽으로 아이같은점프를하며움직이는소리가들렸다 그런동욱이를힐끗본그는.

다시작은목소리로말했다.

이상한모텔가지말고좋은데로가.⌜ ⌟그런거아니라니까그러네.⌜ ⌟체크인조심하고 동네가좁아서알려지면소문나. .⌜ ⌟그런거아니라니까 나는그의팔을탁 치고고개를돌려대문앞에있는동욱이. ,

에게소리쳤다.

동욱아 먼저나가있을래 나형하고잠깐얘기좀, ? .…⌜ ⌟음 하고웃은동욱이는그에게꾸벅인사한뒤먼저나갔고나는끄덕하고목례로,

인사를받은그에게돌아섰다.

그래도만약에모르니까 안들어오면형이알아서커버좀해봐요 아버지한테, , .⌜ ⌟후 하고웃은그는내머리를잡아당기고말했다, .

핸드폰챙겼지 전원봤고? ?⌜ ⌟네.⌜ ⌟무슨일있으면꼭전화해 멀리가지말고가까운데서자. .⌜ ⌟소문난다며.⌜ ⌟안전한 게 나아 집하고 사무실에서 중간쯤 있는 데로 가 들어가자마자 어딘지. .⌜

전화하고.⌟말도안돼 그러다가정말소문나면어떡하구. .⌜ ⌟내턱을주먹으로가볍게친그는웃으며돌아섰다.

203

그러니까알아서해.⌜ ⌟저런여우.

동욱이는여전했다 구김살하나없는표정 밝은목청 해맑은웃음 나와의관계가. . . .

틀어진것은이녀석에겐그낙천적기질덕에상심이아닌달콤한장애쯤이된모양

이었다.

애 같은 걸로 치자면 년의나를능가할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그랬어 라는95 . ,

짧은답장을받은그다음날부터나는약간정신나간사람마냥붕뜬기분으로살았

다 매일매일편지쓰고싶은마음을억누르는것이무엇보다어려운날들을 할말은. .

매일매일생겼다 이제 개월이면그가온다는생각에달력을여섯개나샀다 한달에. 6 .

한번씩보는모의고사도기다려졌다 여섯번만시험을보고나면형이온다. .

학년 학기였고 월의어느날밤 시였다 학원에서돌아온나는샤워를마친3 2 , 9 11 .

뒤 머리에타월을감아올리고하얀면트레이닝수트로갈아입은뒤다이어리를정리

하고있었다 일주일후면그가돌아오는날이어서나는일주일부분을빨간블록으로.

칠하고있었다 그런데문이열리고꼬마여동생이들어왔다. .

오빠 큰오빠왔어, .⌜ ⌟뭐?⌜ ⌟일주일이나남았는데이게무슨소린가싶었다 내가날짜를잘못알고있나 싶어. ?

서다이어리를들여다보려다가 아니형이지금아래층에있다는데이걸왜보나싶어,

방을나섰다 층계단을내려가자이미현관쪽에가족들이있었다 가족들의뒤에어. 2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정어정서서그틈으로형을보았다.

레옹스타일의짧은머리를한그는흰스판면티셔츠의소매를걷어입고아이보

리면바지를입고있었다 검은배낭을멘그는현관가득한짐가방들옆에서신을벗.

느라허리를살짝숙이고있었다 가족들의흥분섞인웃음소리가운데에그가있었다. .

프랑스남자같이근사한모습으로.

그리고그가허리를들었고나와눈이마주쳤다.

.……⌜ ⌟이것역시영화의한장면처럼내게남아있다 부드럽게흘러가던화면이찰나에찰.

칵 멎은 것처럼그의얼굴이그랬다 나와눈이마주친그의얼굴이나를보고순간, .

정지했다 그리고웃지않는그의얼굴을보며나는웃지못했다. .

그날밤은그와한마디도할수없었다 밖으로돈지군대까지치면햇수로 년이. 5

나 되는 장남은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와 밤늦게까지 이야기 했다 그리고 나름의.

스케줄로바쁜고 인나는그가돌아온지 일이나지난토요일오후가되어서야그3 4

를제대로볼수있었다 토요일오후수업이끝나고집에오자 시 분을조금넘은. 3 40

시간이었다 대문을열고들어가현관을열고중간문틀을손으로집고신발을벗는데. ,

이제와?⌜ ⌟그가현관쪽으로다가오고있었다 면바지에빛이바랜듯한청회색의셔츠를입은.

그는거실에앉아있다나오는모양이었다 그가사서보낸선물중하나인 맑고짙은. ,

예쁜초록색베네통배낭의끈을양손으로잡고거실로들어선나는예 하고대답…

했다 나를내려보며웃는그의눈을마주보지못하고얼굴이빨갛게달아올라버렸다. .

편지로오죽간지러운말을적어보냈던가말이다 그에게라면내해부도만제외하.

205

고는모든속을다내비친터였다 비가내리니까어때요 학교에서이래요 몸여기가. , ,

이상해요 요즘은 기분이 이래요 누구 때문에 이래요 저래요 외로워요 보고 싶어요, , , , ,

형 정말잘생겼어요 형 정말좋아해요, , , .

옷 갈아입고 .… …⌜ ⌟그를차마보지도못하고가슴쪽에시선을준나는어색하게웃은뒤목례까지붙

이고 층으로올라갔다 그의시선이쭉 교복차림으로 층으로오르는나를바라보는2 . , 2

것이느껴졌다 걸음은잘걷고있나지금 이런것이웃기게걱정이되었다. , .

배낭을내려놓고교복을벗어옷걸이에건뒤뭘입을까를고민했다 까맣고도톰한.

브이넥의티셔츠를입고짧은흰테니스반바지를보며고민했다 골반이작고허벅지.

가 길고 가는나는저걸입으면굉장히예쁘긴한데너무짧아서한번도저걸입고

방밖으로나가본적은없었다 초간맹렬하게고민한나는그리고그이유로그걸입. 3

었다.

아래층에있을형을생각하며방을나섰는데어느새올라온건지열린그의방문

으로등을보이고책상앞에앉아있는그가보였다 의자를오른쪽으로틀어다리를.

벌리고마치자 여기앉아 라는듯자신의왼쪽다리를내보이는자세였다, , .

형.⌜ ⌟그가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는 웃는 얼굴로 오른손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그에게. .

다가가그의손을잡았다 그걸로왼팔전체가마비였다 그순간부터몸이왕왕 왕왕. . , ,

그렇게 뛰기시작했다 내손을잡은그는나를부드럽게당겨내가책상에기대도록.

마주세웠다 그리고내손을잡은채나를올려보며미소지었다 내손을자신의엄. .

지로부드럽게어루만지며.

Season in the Concrete Echo

사람이아름답다는걸나는그에게배웠다 이마가조금드러나는까맣고짧은머리.

는젤때문에촉촉하게그의두상에달라붙어있었고그아래에잘생긴눈썹이있었다.

정말이지높구나 감탄하게되는바른콧날 서늘한눈그리고 년전보다더마른 더, , 2 ,

어른스러워진뺨 그리고여전히예쁜입술. .

년간편지로주고받았던모든마음들이한번에살아났다 손을잡고서로의눈을1 .

바라보고있는그와나사이에비밀스러운마음들이세밀하고섬세한 무수한거미줄처,

럼순식간에이어지고이어지는기분이었다.

내려갈까 ?…⌜ ⌟내손등을엄지로한참이나어루만진그가말했다 대답을하면목소리가어떻게나.

올지자신이없어서나는고개만끄덕였고그는내손을잡은채일어섰다 그리고내.

손을잡고아래층으로향했다 과일을먹고 를봤지만우리는아무말도하지않았. TV

다 다만내가일어서서우유를가지러부엌으로갈때도그의시선이느껴졌고손을.

씻으러화장실을갈때에도그의시선이나를향하는게느껴졌다 나는그의옆에나.

란히앉았고그의허벅지는내허벅지에닿았다 그렇게몸을붙인채그는신문을읽.

었고나는쇼프로를보았다 일하는이모가과자를가져다주었고신문읽기에열중하고.

있던그는 에서는눈을 과자에서는입을떼지않는나를또한참이나보더니물었TV ,

다.

맛있어?⌜ ⌟끄덕끄덕 나는고개를끄덕였고읽던신문을크게펼쳐새로운면을접으며그는.…

애기네 라고말하며웃었다, .

과자먹는거첨봐!⌜ ⌟

207

동욱이는아이처럼소리쳤다 어깨를으쓱한나는안주그릇안의과자를작게잘라.

입에넣었고동욱이는대단한발견이라도한양좋아했다.

오늘있잖아 .…⌜ ⌟없어.⌜ ⌟에 내가무슨말할라했는데지레없어야 하하하, , .…⌜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귀찮은 생각이 컸다 바에 나란히 앉아.

버번을마시는중이었데손이붙들렸다 아직부은상처때문에나는아아 소리를냈. ,

고그에게는그다음이어질놔라 있어봐라의실랑이도없이아주좋았을터였다, .

왜 이랬어 어쩌다 이랬어 안 아퍼 어 덧나는 거 아니야 약은 병원은. . ? ? ? ? ?… …⌜약갖고있으면한번더발르까 어? ?⌟손이아니구이자식아니목소리때문에귀가더아퍼임마 .…⌜ ⌟어떻게너는깡패냐 손이 속상해서진짜 뭐하다이랬어 누구랑싸웠어, . . . ?…⌜ ⌟하하하하 아니야. .… …⌜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녀석의 눈을 보자 그만 마음이 약해졌다 저도 술기운이든.

서러운거든아니면정말내손때문에마음이아픈거든어쨌든눈물을보자명치가

일렁일렁했다 그래도사랑이라믿고 년반가까이사귀었고서로미운데없을때헤. 1

어진터였다 손을잡지않은손으로내어깨를감싸는그녀석눈이한층더깊어지자.

나는몸이좀더워졌는데그런데이상하게귀찮았다 아마어찌해도돌이킬수없는사.

이에이래봐야뭘하나 그런계산때문일지도, .

아니면마땅한호텔을찾아눈에띄지않게체크인한뒤형에게전화를걸어 언제,

쯤끝나요 라는보고가귀찮았을지도,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아니면과자때문에라도.

애기야 .…⌜ ⌟고정돼있는바의높은의자덕분에나는몸이좀꺾였고불편하기그지없었다 그래.

서이녀석 감정에복받친거라해도분명용기가필요했을, ,

나이제이쁜아라고안불러줄꺼지 그치 .… …⌜ ⌟눈물어린울먹임에도본의아니게짜증이먼저일었다.

잠깐나좀놔봐 옆구리결려. .⌜ ⌟그를살짝밀어떼어낸나는바텐더에게얼음물을한잔부탁했고 양팔꿈치를모두,

바에 올려 절망과 슬픔을 모두 담은얼굴을두 손으로 가리고 있는동욱이를 보았다.

단순한귀찮음은이제지겨움으로변해버렸다 나에겐한계라는게있다. .

그가있는한은.

얼음물나오면마셔 술깨는대로운전해서서울가라. .⌜ ⌟

그의 친구들이라면 말로만 들었을 뿐 모두 한 번에 보기는 그 저녁이 처음이었다.

그까지합쳐여섯명모두중학교와고등학교의교집합공집합을이루는동창들로서

로형제나다름없게지내는사이었다 고등학교이후로의인생이너무나도달라서여섯.

명의직업은제각각이었다 대기업간부에서부터식당주인 제약회사연구원 스포츠웨어. , ,

대리점주인과군인그리고주류유통업자.

이기진짜으릴때소문만많았다아이가 빌겄도아인섀끼가. .… …⌜ ⌟몸이무려 에 인형친구하나가그의고등학교시절을말해주기시작하자모93 100

209

두들웃음부터터뜨렸다.

형이반장이고진이형이부반장이었다면서요.⌜ ⌟그때넌아있나 그런거귀안아서샘이그냥어 느반장해이카먼그냥해삤거던. , .⌜

그래내가그때공부쫌하이까네그래가반장이특되삔는기라 그래뭐얘알겠십니더.

이래뜨마넌 가가 느그 맘에 드는 섀끼로 하나 부반장 맹글고 치워삐라 이카는 기라, .

그래가바아로즌지이이셰끼를내가부반장시킸다아이가.⌟공부못하는부반장이었겠네.⌜ ⌟몬했제 마아아이몬했제.… …⌜ ⌟하하하하 웃음이또터져나왔다. .…

그런데고마소문만안있나 무슨조폭아있나 조폭후계자라고소무이, , .…⌜ ⌟하하하하하 하하하하.… …⌜ ⌟그래마믿는아들또있고 우리는인제아인거아니까네 그렇다고뭐가시나들, ,⌜

맹키로막아 갸집이그런기아이고 뭐이러기도뭐하다아이가, . .⌟네.⌜ ⌟또이섀끼또가오아있나 일부러말안했을끼야 이섀끼이매구섀끼. , …⌜ ⌟그런데이제그때가자습시간이었거던 와아아 섀끼들학기초인께네교실이막. …⌜

돼지우린기라 마이떠들대 옆짝지가말하는기안들릴정돈라 이섀끼들이하도. ,…

떠든께네.⌟음.⌜ ⌟나하고지이하고맨뒷줄이고분단이떨어져있었거던 근데지이가조용이해 이. ,⌜

리한기라 그런데아들이말듣나 난리난기라그말몬듣고 그래가또지이가조용. .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이해라 이리한기라 근데, . .⌟사투리로?⌜ ⌟학교에선느그형사투리쓴다 서울아도아임서사투리안쓰먼얼마나재수없.⌜

는지아나.⌟하하하 알아요. .…⌜ ⌟그래가조용이해 이랬는데 앞에서어떤아가하나가 그아가원래좀말안듣고, , ,⌜

뺸돌뺸돌한섀끼였서 근데그섀끼가마뒤를딱돌아보고서는니가뭔데 씨 섀끼야. , * ,

이래삣는기라.⌟허.⌜ ⌟갑⌜ ~자기아있나 느그형있는쪽에서뭐가븍. ~ 하고튀어오르는기라 시커먼.

기이래브억 튀어오르는데그기니그가라 갑, . ~자기픅 튀올라가책상위에오르더,

마는 그대, ~로마앞자리까지날른기라 저큰몸으로무식한섀끼. .⌟하하하하하 정말?…⌜ ⌟그앞쪽아있나 완전폭탄투하라 마 책상소리에다가의자소리에다가아들어어. , .⌜

어어억샀제 뭐야뭐야이러제 완전난린기라 그런데갑자기또지이저새끼가벌떡, , .

혼자일나더만막밟는기라 픅픅삼시로 아들막억억샀고. … …⌟그래서요?⌜ ⌟가마있을수있나 가서말렸제. .⌜ ⌟느그형아가한번돌므넌원래가급나는인물이다.⌜ ⌟알아모시라.⌜ ⌟생긴거마뺸질하고 무슨뭐 도대표아마추어스키선수고어쩌고해서아들이. ,⌜

211

좀야를허트로본기라 처음에넌 재수없는셰끼뭐이래쌌고 근데그날이후로바아, . .

로기선제압바바바박해삐고마 느그형아가우리학교그요샛말로짱이었다안카…

나.⌟하하하 정말, ?⌜ ⌟인상보믄모르나 딱섕긴거범죄형. .⌜ ⌟이새끼가 라고중얼거리며웃은그는마늘을집어친구에게던졌고와 이섀… …

기사람칠라하네 라며그의친구는웃었다.…

아앞이다 고마해라 뭐좋은얘기라고그런얘기는하고지랄들이고. . .⌜ ⌟와 동섕앞이라고또이섀끼가 너찔리는기많을긴데 느그형아아있.… … …⌜

나 을매나마이쳐놀았는지니아나 이거완전히진짜근달이고. , …⌟생등심이양념갈비로 다시생등심으로바뀔무렵 차얘기가나왔고 같이가자는, 2 ,

형들의말에예의바르게거절해봐도형들고집이또세었다.

이상한데안갈끼다 맥주마시러갈끼다 가자. , .⌜ ⌟화요일부터그런데가는줄아나 야야 가자, . .⌜ ⌟가자 같이, .⌜ ⌟형까지웃으며내손을잡아끄는바람에도무지거절할도리가없었다 맥주만팔지.

않는호프집에자리를잡았고 배도부르고전작이있는형들의이야기는이제진지해,

졌다 내도록그의결혼에대해한마디도않던형들은조심스레어찌됐든잘살았으면.

좋겠다는말들을각자한마디씩만언급했고그는그런친구들의말에 그래고맙다 라, ,

고만말하고술을한잔씩따라주었다.

혜성이니는형수될사람봤나.⌜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예.⌜ ⌟우리는아직얼굴도몬봤다아이가 언제소개시켜줄끼고 니. , .⌜ ⌟결혼식장서보믄된다 니들마누라가 신경쓰고로. . .⌜ ⌟아 섀끼 .… …⌜ ⌟맥주를마시던형들은아무래도안되겠는지양주를시켜서제대로술기운들을올

리기시작했다 그도예외가아니었다 그런데느닷없이그가말했다. . .

우리혜성이안이쁘나.⌜ ⌟친구들의 세상 돌아가는 얘기에도 그저 묵묵히 천정 곳곳에 매달린 모니터로TV

뮤직비디오만보고있던그의말은갑작스러웠다 저게무슨말인가싶어잠시뻥한.

형 친구들은곧제법취기가오른그에게서내게로시선을옮긴뒤이쁘다 이쁘제, .…

라고 한마디씩 해주었다 그리고 그의 친구중 하나가 이런 상황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나오는주제를꺼냈다.

애인없으면누구소개시키주까 나이가몇이고 니올게. , .⌜ ⌟다들쳐다보는통에민망해서손부채질로열만식혔다 그런데갑자기형이과일조.

각을하나집더니말을꺼낸친구에게퍽 던졌다 치이라 시꺄 라고말했다, . , .…

와아 니승질부리나 와 니가데리고살라꼬. . , .… …⌜ ⌟아까븐모양이네 남주기가. .⌜ ⌟친구들이왁자하게웃었다 후 하고웃은그는말했다. , .

지랄말고술이나쳐무라.⌜ ⌟

213

시간은 아까울 것 없다는 기세의 강물과도 같았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어제와똑같은얼굴의오늘을몇번반복하고나자그의결혼식이있었다 거. .

의나아가는왼손바닥의상처와오른손바닥위의복숭아색반지를심심한강물의눈으

로바라보다가왼손가락에가만히끼워넣었다 질그릇파편에베인상처가아려왔다. .

나와 엮일 가능성이 아마 쯤 될 남자가 그가 재혼하는 자리에 초대받은 것에0.3%

나는너무나놀랬다 정권바뀌면서국정원경리과나와서지금은친구하나랑같이벤.

처기업해 양란이가슴에꽂힌수트차림의그는내귀에속삭여주었다. .

많이친해요 여기까지부르게? ?⌜ ⌟많이필요하지.⌜ ⌟음…⌜ ⌟고개를끄덕끄덕한내게그는말을이었다.

소개시켜줘 알아둬서나쁠거없어? .⌜ ⌟싫어요.⌜ ⌟그의팔짱을가볍게낀나는나도모르게그의팔에머리를기댔다 흰장갑을낀.

그는내머리를쓰다듬어주었다.

피곤해?⌜ ⌟어 어젯밤에술너무먹었나봐 나. , .⌜ ⌟객실써그럼 가서자. .⌜ ⌟오늘밤형부부는이곳에서첫날밤을보내기위해객실을예약해둔참이었다.

분있다예식시작인데무슨소리예요 그게15 , …⌜ ⌟그러나눈이너무피곤해서나는그의팔에머리를기댄채눈까지감았다 그는내.

Season in the Concrete Echo

어깨를꽉안고다시말했다.

가서자.⌜ ⌟흐으음 한숨을내쉰나는느릿하게눈을떠그를올려다보며말했다. .…

그래도돼?⌜ ⌟어 라고말한그는주변을둘러친구하나를찾은뒤손짓을해불러다객실키를,

받아돌아왔다 내게키를건네며그는말했다. .

해장할만한거보낼거니까 그거먹고자, .⌜ ⌟싫어 아침에복국먹었어요 뭐먹으면나토해 싫어 그냥잘거예요. . . . .⌜ ⌟눈부분을손끝으로지압한뒤고개를들자내어깨를감싸쥐며그가말했다.

피로연끝나면 시도넘을거고 저녁까지비어있을거니까자고싶은만큼자5 .…⌜도돼.⌟말이돼요 한두시간만잘거야 폐백끝날때까지 나그거안해도되죠? . . ?⌜ ⌟어.⌜ ⌟내팔을어루만지며그는말을이었다.

저녁때까지있어 나올때까지기다려 저녁먹자. . .⌜ ⌟그를 노려보며 팔을 탁 쳐주었다 미쳤나봐 정말 중얼거렸다 그럼 나 가서 자요, . , . ,

라고말한뒤몸을돌리는데손이채였다 다시그의앞으로끌려갔다. .

친구놈들이아무래도피로연하재서 .…⌜ ⌟허 웃음을터뜨린나는말했다, .

뭐야 왜생전안하던설명을다 그러지마요 어울리지도않어, . . .…⌜ ⌟내손을가만히어루만지던그는장갑을벗었다 맨손으로내손바닥을다시만지.

215

며인상을썼다.

다치지마 알겠지, ?⌜ ⌟응.⌜ ⌟객실까지데려다줄게 가자, .⌜ ⌟정말미쳤나봐.⌜ ⌟정말그럴기세여서나는그의손에붙들린손목을비틀어뺀뒤결혼식장안쪽으

로그를돌려세웠다 발을들어그의귀에입술을가까이대고속삭였다. .

그냥빨리하고와요 알았지. ?⌜ ⌟객실은 층이었다 키를밀어넣어무거운객실문을열고안으로들어갔다 단단한7 . .

침대매트리스에앉아나는숙취에힘든몸을천천히뉘었다 세탁을바로한차가운새.

시트에서올라오는호텔특유의냄새를폐가득들이마시고내쉬었다.

그리고심장이갑자기바작바작 그렇게뛸때마다균열하는듯아파오기시작했다, .

내등이닿은이시트에그녀가누울것이다 그리고. .

한숨소리같은건듣고싶지않았다 나는눈을감고팔을들어모인미간위에얹.

은뒤조용히호흡을가다듬었다.

결혼을열흘쯤앞두자그는조금씩날카로워지는듯했다 어쩌면내눈이날카로워.

진것일지도 언제나무거운분위기를내고다니는그였고웃지않으면매서운눈빛이.

되는그였다 기분을짐작할수없을만큼말이없는것도어제오늘의일이아니었으.

니어쩌면내쪽이예민해진것일수도있었다 그러나확실한건어쨌건그는없는말.

이 더 없어지고없는표정도더없어진대신 그만큼더무겁게느껴졌다는사실이었,

다.

Season in the Concrete Echo

설지내고가 겨울보내고봄에가라. .⌜ ⌟그의결혼이끝나면일본으로돌아가는계획은연기되었다 그는말끝나기무섭게.

여행사에전화를걸어비행기표를오픈으로바꾸었다 그리고형소유로되어있던빈.

아파트를새로정리해앞으로반년간내가지낼곳을마련했다 평이나되는아파트. 30

거실에서서고양이등을어루만지며나는가구며가전제품을살피는그를바라보았다.

침실엔침대도들여져있었다.

그와침실과침대그리고나.

침대에앉은나는맨몸에셔츠하나만입은상태였다 시간은새벽 시였다 형수가. 2 .

없는방으로그가돌아온지 시간이지난시각이었다 그리고나는그자세로 시간을2 . 3

보낸 터였다 그가 결혼하고 석 달이 지나자 집안에 적응하느라 수고했다며 어른들은.

형수에게 주간의휴가를주셨다 형수가친정으로간지는그날로 일째가되는밤이2 . 4

었다 옆방의그는혼자였다. .

바닥을딛고있는내맨발을내려보고있는데눈이고머릿속이고귀고코고 피가,

너무 몰려 제기능을하는게하나도없었다 그저그렇게나는멍하게있었다 몸과. .

마음 모두살짝미쳤다고밖에는설명할수가없는상태였다 옷을벗은이유는말을.

꺼낼용기가없었기때문이었다 어떻게말을하겠는가 무슨말을해야겠는지도모르. .

겠는판에.

나는어디서난데없이나타난여자에게그를빼았겼다.

뭐라구하셨어요 지금, ?…⌜ ⌟

217

머리를 망치로 콰앙 얻어맞은 것 같았다 실제로 눈앞이 번쩍했고 귀가 멍했으며, .

뒷머리가욱신욱신아파왔다.

뭐라구요 ?…⌜ ⌟가방을놓치고나는물었다.

느그형아잔치할아가씨라안카나 미국에서만나가지금아직그아가씨미국.⌜에있다카는데들어오는대로둘이잔치할기라카든데 니는몰랐나, .⌟장조림을만들어식히시던할머니는와이리달기됐노 라고일하는이모를나무라,

신뒤말을이으셨다.

와니만몰랐노 느그애비에미도다아는긴데. .…⌜ ⌟그의폐백때마주절을하면서도거짓말이라고믿었다 신혼여행을떠난그는마치.

이집어딘가에숨어있다가방문을열고들어올것만같았다 그가아내와집에신방.

을 차렸어도 꿈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 현실로 받아들이게 됐을.

땐 그래 내가잘못인거야 내잘못이야 그렇게나나에게신호를보냈는데내가그를, . .

허락하지않았던거야 그래 잘못한거야 그래서뺏긴거야 라는억지만이시간이갈. , . ,

수록그럴듯해져갔다.

잠자리라니 사랑했지만그런건꿈도꾸지못한일이었다 내가지금뭘하려는지. .

도나는몰랐다 그러나만일내가그의그런요구를묵살했기때문에그를뺏긴거라.

면못할것도없지않을까 라는생각이들었다 그래 맞아 그는분명내껀데 나, . , . .… …

는그를뺏길이유가하나도없는거야 그렇게억지가들었다. .…

입안이 바짝 마르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일어서서 방문을 향해 걸었다 그때가. .

새벽 시였다 둥실둥실안개속을걷듯그의방으로다가가문을열어버렸다 그런데3 . .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단스탠드의가장약한조명아래 침대에누워자고있던그가내가방문을닫자마3 ,

자일어나앉았다 그리고나는그만그대로얼고말았다. .

내가지금뭘하나 내가지금뭘하지 너무나엄청난짓을저지르는터라실감이. .

나지않았다 그의시선이힐끗내벗은다리로붙었고 나는주저앉을까싶어일단그. ,

의침대끝에앉았다 내가지금뭘하지 내가지금뭘하지. . .

달칵 그는담배를피우기시작했다 재떨이를가져다재를떨고담배를피우는그. .

가느껴졌다 아주바보같게도머릿속은온통방에서담배피우면안되는데 라는생각. ,

으로만가득찼다. CF에서곧잘나오는영상 확대된섬유올올새로연기입자가침,

투하는그림이눈앞에아주또렷하고생생하게그려졌다.

왜왔어.⌜ ⌟담배를내려끈그의첫마디는저것이었다 바다의넉넉함만보던이가바다의힘.

을배우게되는순간처럼나는그의또다른느낌을알게되었다 담배를눌러끄고재.

떨이를협탁위에올린뒤그는나를바라보았다 한껏가라앉은목소리로나를저리게.

만든그의그 왜왔어 라는말이귓가에서웅웅울려댔다‘ .’ .

그는대답을원하고있었다.

.……⌜ ⌟방안이온통물로가득한것만같았다 그의한마디에온통온몸이엄청난수압에.

짓눌리는듯했다 대답을기다리는그는나를바라보고있었지만나는말은커녕숨쉬.

는것 생각하는것조차힘들었다 그리고신기하게도그의 왜왔어 라는말에 우리의, . ‘ ’ ,

첫 키스의기억과지금이순간이마치종이테이프의양쪽끝을딱이어붙인그런기

분이들어버렸다 그래 이남자 그때그남자가맞지 그새삼스러움. . . . .

219

그리고나는울었다 울고말았다 감당하기엔너무벅차고무서웠다. . .

착하지 쉬이이 착하지 착하지. . . .… … … …⌜ ⌟그 와의 첫 기억 끊임없이 귓가에 들려주었던 속삭임 쉬이이 착하지 착하. . . .… …

지 너무도그를사랑했기때문에그의몸이내몸에닿는것만으로도심장은터질.…

지경이었다 그러나미처상상하지못했었다 죽음과맞닿아있다고믿게만들었던 지. . ,

금까지도잊히지가않는그지옥같은통증과충격은 그러나다행스러운것은그런나.

를달래려애를쓰던그의숨소리와손길에대한기억이그공포보다우선적으로나를

지배하고있다는사실이다 물론이것은 아직까지도 라는점에서그리고 남아있는공. ‘ ’ ‘

포라는점에서불행이되기도하지만’ .

그날이후로모든것이안정되었다 이제저남자는내것이라는확신때문이었다. .

서로의몸을탐하지않아도우리는눈빛만으로도충분했다 우린서로의마음을알았고.

서로의몸도알고있었다 우리에겐아무런경계도장애도없었다. .

그렇게그는내것이되었고내것이었다 완벽한사랑이었다. .

그런데.

며칠간의나를마치다른나로바꿔끼우는느낌이들었다 나의새침대라는것을.

보고있는데갑자기누군가가며칠간의행복한나를두들겨깨워내몸에서밀어내고,

어디선가다른나를가져다억지로밀어넣는이상한기분이들기시작했다 자자 이. ,

젠그만정신차리고나가.

일어날시간이야.

꿈은끝났다.

그리고그기묘한전환의순간에 본가 층그의방에마련된 첩이라도보는기분, 2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으로잘해주고있던그녀를위한새공간이머릿속에떠올랐다 개월간내가머물 본. 6 ,

가에서떨어뜨린이공간을바라보고있는데.

이불하고뭐그런거 니가마음에드는걸로새, .…⌜ ⌟침실의조명등을둘러보고나온그가내눈물안에서일렁였다 말을멈춘그는내.

게다가와내양팔을잡고내눈을바라보았다.

무슨말을해야할지몰라서가아니었다 무슨말을하게될지몰라서아무말도할.

수가없었다 그는나를품에안았다. .

흐읍 .…⌜ ⌟선잠을깬아이는꿈에서쫓겨난억울함에우는걸까아니면현실의낯설음에우는

걸까 현실자체가무서운걸까아니면내가돌아오기를말없는눈으로서슬퍼렇게.

지켜봤구나 그거역할수없는힘을깨달아섬뜩한걸까, .

나는 눈물이났다 그의수트는서걱거렸고내피부엔까끌거렸다 이순간에그가. .

날감싸안아주고등을어루만져주어야한다니서러웠다 그가나를달래야한다는사.

실에기가막혔다.

흐으읍 .…⌜ ⌟그의가슴에구부린양팔을대고가만히안겨서울었다 손으로눈물을닦으며울었.

다 눈물을아낄이유가없었다 그리고그는그런나를놓아준뒤내뺨을감싸엄지. .

로눈물을닦으며내젖은눈에입맞춰주기시작했다.

쉬이이 쉬이이이. .… …⌜ ⌟지친숨이하아 하아 흘러나왔다 우는소리없이도눈물은두배세배터졌다, . .…

아무생각하지않아도저절로눈물이났다 머리와상관없이내처지를깨달아버린내.

221

몸이울어서인모양이었다 그렇게펑펑눈물을쏟았고그는내눈물을제입술로모두.

닦아주었다 그리고내고개를조금들어올려키스하기시작했다 입술을물어당긴. .

그는곧내뺨을혀로핥았고이제그의입술과혀는내귀와들어올린내턱그리고

목덜미까지정신없이오갔다.

너무나아까웠다 그리고억울했다 자그마치나는 년이었다 나에겐첫사랑이고첫. . 8 .

남자였다 나를 이렇게나 잘 아는 남자였고 나는 그런 그를 잘 모르면서도 이렇게나. ,

사랑했다 년간이나 이남자는한결같이내꺼였다 익숙한그의입술과숨소리 체온. 8 . . ,

과체취그리고손길과커다랗고단단한몸 내것이었다 말도못하고그렇게무려, . 8

년이었다.

그의목을끌어안았다 발꿈치가들리도록그를끌어안았다 내목덜미을물어당기. .

는통에젖혀진고개가된나는말했다 울음에꽉잠겨있어서목소리가잘나오지않.

았지만말했다 덜덜떨리는목소리로나는울었다. .

여보야 .…⌜ ⌟목소리가마구떨렸다 몸을조이는그의팔이세어졌고목덜미에닿아있던그의혀.

와입술이느껴지지않았다 몸이한껏뒤로젖혀질만큼그에게끌어안겨졌다 숨을. .

쉬기가힘들지경이었다 마치그가눈물을쥐어짠듯눈물이펑솟았다 나는흐느낌. .

이거의다인목소리로그를불렀다.

여보야 .…⌜ ⌟턱이들려졌다 내턱을붙든그는입맞추기시작했다 눈물이너무나서숨쉬는. .

게힘들었는데입까지맞춰지느라숨이가빴다 자꾸만나를끌어안고 다시놓고입을. ,

맞추고 다시끌어안고또놓고입을맞추고 머리가죄엉클어지고옷이모두흐트러,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지게 입술과뺨 턱이다아프고숨이차오르도록 안긴어깨와팔그리고옆구리가다, , ,

뻐근하게아프도록그는그렇게나를세게안고입을맞춰댔다.

후으으으 .…⌜ ⌟울지않으려고애를썼다 가엾은건내가아니야 내가아니야 자꾸목이메어나. . .

는흐음 흐음 부러소리내어목을풀었다 웅크리고싶은몸을꾹참으며팔로눈을, , .

가린채로잠을청했다.

내가바라는것이라면그가형수에게좀잘하는것이다 결혼하고이제한달이넘.

은그녀는내게이런하소연까지할지경이이르렀다 연애없이한달만에같이살게.

된 무뚝뚝한 남편이 쳐다만 봐도 너무나 좋아서 침대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그의

옆에다가가그녀는이렇게말했다한다.

사랑해요 .…⌜ ⌟그랬더니그가이러더란다.

그런말이나와.⌜ ⌟너무나 무안하고 서러워서 밤을 새워 울었는데 그는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했다.

그런그녀를달래려나는무진애를썼다 원래그남자가그래요 나하고무려 년이. . 8

고그런데도나한테그런말한마디안했어요 라는말보다더욱효과적인말은없겠지,

만차마그런말은할수가없었다 그렇다고 연애결혼한처음형수도그말은 년을. , 4

살면서도한번을못들었어요 라고도할수가없었다 그래서나는형수가막연히의, .

심하고있는부분으로그녀를위로했다.

223

형성격알잖아요 형주변에얼마나여자많은지형수알죠 그런데그여자들한. ?⌜테도막엄청무시하고눈길도안주고그러잖아요 그래서그래요 사람이좀무섭잖. .

아 아마마음은안그런데 분위기를그런걸못참어서그래요 그가그런사람이에요. , . ,

원래.⌟그녀는내거짓말에고맙다고말하며퉁퉁부은빨간눈으로웃어보였다.

좋아하는 국을끓였으니가져가라 할아버지가바둑을두자신다 아버지가할말씀, ,

있으시대 라는이유가아니면거의본가에가지않았다 그러나날씨가너무좋아도, .

무지외출하지않을수없었다 하느님의성의를무시하면지옥갈지모른다는생각에.

나는 새로빨아잘말린스니커즈를신고산책길에나섰다 동네를한바퀴돌다보니.

본가의대문이보였고시간은 시에가까웠다 나는무심결에대문을열고마당을가로4 .

질러현관안으로들어갔다.

도련님 .…⌜ ⌟앞치마를두른형수는집안일이아직안끝난모양이었다 나를보고활짝웃은그.

녀는말했다.

국수끓있는데안드실랍니꺼 같이드시지예. …⌜ ⌟국수라면할머니가드시고싶어하신모양이었다 뭘먹기에도애매한시간인데다가.

가뜩이나국수라니 됐어요 라고거절하려는데형수가갑자기반짝하는얼굴을해보였, ,

다.

맞네참 밀가루안드시지예, .⌜ ⌟

Season in the Concrete Echo

그건어떻게알았어요 내가밀가루음식안먹는건, .⌜ ⌟엊그제예 카스테라가선물로들왔거든예 갖다드릴라캐더마넌행님이도련님밀, .⌜

가루안자신다카대예.⌟그녀에게 웃어준 뒤 거실로 들어가 앉았다 그녀는 곧 내게 과일을 가져다주었다. .

포도를먹으며신문을읽고있는데마당에서빨래를걷어온그녀가흰바구니를들고

거실을가로질러 층으로오르는것이보였다2 .

도와드려요?⌜ ⌟아니예 개안아예. .⌜ ⌟말놓으라니까.⌜ ⌟하하하 뭐차차… …⌜ ⌟그녀에게다가가빨래바구니를빼앗듯받았다.

줘요.⌜ ⌟빨래바구니안에는그의셔츠와속옷이었다 부모님빨래와따로걷는모양이었다. ,

아무래도.

다릴거죠?⌜ ⌟활짝웃는얼굴로나는말했다.

내려가서볼일보시거나아니면쉬세요 내가다릴게요. .⌜ ⌟주이소 내가하믄되는데, …⌜ ⌟됐어요.⌜ ⌟그의셔츠와속옷을가져다 층작은거실에자리를잡은나는그녀에게다리미와2

다림질판을부탁했다 바닥에앉아그의셔츠를다리기시작했다 그가얼마나큰지는. .

225

가끔그의옷을보면알수있다 팔이며품이옷이라고는믿어지지가않을만큼크다. ,

이남자는.

뭐해.⌜ ⌟계단에서들려오는목소리에뒤를돌자그가있었다.

웬일로이시간에집이에요?⌜ ⌟이시간에집에있는형이라니 목요일오후 시였는데난데없는그의등장으로기. 4

분이꼭토요일같았다 털썩 작은의자에앉아다리를벌리고그위에팔을얹은뒤. ,

나를바라보며싱긋웃은그는턱으로다리미를가리키며말했다.

재밌냐?⌜ ⌟그의옷을마치옷가게에갓내놓은신상품처럼개며나는아랫입술을물고웃었다.

재밌어서한거아냐 세탁비받을거예요. .⌜ ⌟후 하고웃은그는뒤로몸을젖히고옆에있는주간지를집어들었다 술술넘기.…

며말했다.

저녁먹고가 먹고나서드라이브시켜줄게 집에만있으면답답하잖어. . .⌜ ⌟응.⌜ ⌟몸을돌리고그의바지를개다가나는다시몸을돌려그를보았다.

왜왔냐니까요 그런데 이시간에, , ?⌜ ⌟주간지를내려놓은그는나를 초쯤바라본뒤웃으며말했다3 .

너내옷다린다길래구경왔어.⌜ ⌟치 하고웃으며나는개던그의바지로그의발치를탁 쳤다 그는기침처럼웃으, , .

며 진짜야 라고중얼거렸다 갸름한눈으로그를흘겨준나는그의바지를잘개어.…

Season in the Concrete Echo

남은옷과잘포갠뒤계단난간을잡고아래층형수에게소리질렀다.

형수 다림질다했어요-! -!⌜ ⌟어 그녀의대답이들렸고나는다리미판을정리해서한켠에놓았다 그리고내가-! .

정리를하는동안일어서서나를기다린그는내등에손을얹고나와함께계단을내

려갔다 온실이있는계단코너를반을남기고그는내손목을자신의엄지와중지로.

감싸둘레를쟀다 그가곧잘하는일이다 이런식으로그는나를잰다 목둘레 허리. . . .

둘레 팔길이와허벅지길이. .

가늘어졌네 더, .⌜ ⌟음 몸무게는그대론데요? ?⌜ ⌟온실을 지날 무렵 그는 내 힙 쪽에 구부린 허벅지를 대고 나를 번쩍 들어올렸다, .

내겨드랑이에팔을꿰어들어본그는물었다.

점심안먹었지.⌜ ⌟먹었어요 밥새로해서참치하고김하고오이랑. .⌜ ⌟그런데점심밥무게어디갔어.⌜ ⌟하하하하…⌜ ⌟년 월 일목요일 나의또하루가그렇게지나간다2003 10 2 . .

Sparkling VanillaSparkling VanillaSparkling VanillaSparkling Vanilla

년 월2004 2

229

시간에도넛같은구멍이생겼다 뭘해야좋을지를모르겠는시간이빡빡하기만했.

던 내 일상의한가운데를점령했다 가만히앉아서그공허를바라보기만해야옳은.

거라고미경은말했다 그런것이바로망중한이야 네가아무것도하지않아도인생. .

은 흐른다는 것만을 체감하며 지내도록 해 완벽한 리로딩을 위해서는 완전한 방전이.

우선인법 머리도몸도마음도쓰지말고멍하게살아봐. .

그러나그게말처럼쉬운일인가 그게가능하면진즉에보리수나무아래에가부좌.

를틀고부처가됐지.

누구에게나제인생에마저시니컬해지는순간이있기마련이다 스스로가한없이가.

엾어서 자기연민에빠지는것만큼이나제인생이지겹고한심해지는포인트라는것은

누구에게나있다 그러나보면자기연민이든자기혐오든스스로에대해부정적이된다.

는 것은마찬가지이다 멍하게있다보니내자신이싫어졌고덕분에우울해져버렸다. .

뚫린구멍으로찾아온내우울은점점더세력을넓혀갔다 도넛구멍안을조금적셨.

Sparkling Vanilla

던물기는이내도넛전체로스며들어바삭했던도넛을푹적시기시작했다 석가모니.

는우울증따위없었을까 아무것도먹지않고불편한자세로앉아멍하게이것저것을.

생각하다보면여러가지로우울해졌을건데 하긴 그걸극복했으니부처가된것이겠. ,

지만.

너는응석받이니까,⌜ ⌟미경이말했다 가져온포도접시를테이블위에올려놓고소파위에드러눕는그녀.

의말이느닷없었다.

뭐라고?⌜ ⌟응석받이라고 다행인건스스로에게응석을부리고 스스로가달래주고 스스로괜. , ,⌜

찮아질만큼강한자아를가졌다는거지만 어쨌든너는응석받이야 그리고대부분그, .

렇게스스로처리하지만가끔은남에게응석을부리기도하지 나좀봐 우울해 나좀. , .

달래줘 이런기운을발산하고다닌다고너는가끔, .⌟안그러는사람도있냐 누구나그렇지. .⌜ ⌟대부분은혼자있고싶어해 그러나너는우울할때혼자있는꼴을못봤어. .⌜ ⌟언제는또스스로에게응석을부리고고치고뭐그래서좋다며 .…⌜ ⌟맞아 그런데 그것도 누군가가 곁에 있을 때나 가능해 너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

못하는응석받이지.⌟그런억지는첨들어봐.⌜ ⌟아니 지켜본바로그래 좋아하는사람을꼭곁에두고 너는말없이스스로치료. . ,⌜

를하지.⌟포도를송이채들어입으로알을뜯어먹으며미경은말을이었다.

231

그리고그좋아하는사람이란건내가짐작하기로딱한사람.⌜ ⌟.……⌜ ⌟

그리고니커밍아웃덕분에짐작은사실로드러났지.⌜ ⌟그만하자.⌜ ⌟포도알을하나당겨뜯으며미경은내게곁눈을맞추었다 그리고웃으며말했다. .

너는너무강해서그래.⌜ ⌟.……⌜ ⌟

그래서 정말로혼자두면넌아마욕조같은데빠져자살할거라서 난그게걱, ,⌜정이야.⌟

.……⌜ ⌟니네그가널이렇게만들었다는확신때문에나 더이상너네형안존경스러운,⌜

데어쩌지.⌟다읽은신문을접어테이블위에올린나는리모컨을집어 채널을돌렸다 그리TV .

고말했다.

맘대로해.⌜ ⌟한국으로돌아온지는 일 그여름의한가운데 미경이가사실을알아버렸다3 . . .

생각이달라졌어나 혜성아, .⌜ ⌟재방송되는 쇼프로그램에서 터져 나오는 방청객들의 웃음소리에 맞춰 따라 웃는데

미경이말을이었다.

여기있는동안에너멍하게있을게아니라,⌜ ⌟실없는농담하나로바닥까지기어가며웃는사람들이갑자기신기해졌다 세운무.

Sparkling Vanilla

릎을감싼채로살짝미간을모아 속의사람들을쳐다보는데미경이말했다TV .

연애해라 사람소개해주께. .⌜ ⌟하하하하 .…⌜ ⌟커다란스펀지에얻어맞은남자하나가아래로굴러떨어졌고나는그대로옆으로

쓰러져웃기시작했다.

말나온김에내일점심좋네.⌜ ⌟하하하하 왜저러냐저사람들 하하하. . .… … …⌜ ⌟야 대답해봐 웃지만말고 내말들었어, . . ?⌜ ⌟골때린다저것들 하하하. .… …⌜ ⌟그러나달라진것도달라질것도 달라지고싶은것도없었다, .

그는 내 글을 좋아한다 자신의 이름이나 외모의 묘사 그리고 때로 성격의 설명이.

중간중간튀어나와도상관없이잘읽는다 그가특별히좋아하는글은이것이다. . 1999

년 월 모문학사이트에연재했던글로 내예상하고다르게정사신이없는얌전함12 , ,

때문에그에게점수를받은것은아니었다 그저이글이짧은데다가완결이안나서라.

했는데그게대체무슨이유가되는것까지는물론말하지않았다 아무튼나는이글.

을책에싣기로결정했다 짧은데다가완결도안났고그게왜좋다는건지도모르겠지.

만그가가장좋다고해준글이기때문에.

233

미인을얻으려면용기도있어야하고,⌜ ⌟돈.⌜ ⌟그리고정력.⌜ ⌟용모도중요하겠고 아니하고, .⌜ ⌟자신뿐만아니라상대역시객관화하기가장좋은장소 감정의증폭내지는노출. .

이런것들로부터안전할수있는장소 그리고행여나있을지모르는면식자들로부터의.

의례적인인사치례로인한논리적설득의맥이끊기는것으로부터마음놓을수있는

장소.

는싫다했다.

미인을얻으려면 또, .⌜ ⌟네경우엔과거청산에의일조 가포함되겠군, .⌜ ⌟일조 아니 협조라해줘. , .…⌜ ⌟명백히일조 확실히해두는게좋을걸. .⌜ ⌟유념하지.⌜ ⌟그러나그는공공장소는싫다했다.

혈연이아닌다음에야단지나이가많은남자라는이유로오빠라고불릴이유가있

을까 그러나그녀는혜성에게반드시오빠라는호칭을썼다 그러지마 근친상간같. . ‘ ,

은 기분이라구 그의분명한거부는그러나그녀에겐보편적이며문화적인언어를유.’

난스럽고편협하게해석해버리는사회적으로는부적응 개인적으로는무지라고비난받,

았을뿐그의호칭은대다수의연인관계에서연상의남자파트너가불리는가장흔한

일반적그것 오빠로결정이났다 나한테오빠라고불리고싶어안달이난사람이몇, . ‘

Sparkling Vanilla

인데 그녀는부러도도한목소리로말했지만그목적이그로하여금선민의식을갖게.’

하려는것인지아니면그녀의선천적자기도취적발언인지는애매했다 목소리또한모.

호했고.

카페나커피숍은싫습니다.⌜ ⌟오빠라고불리는영광은누리지못했으나그녀에게선택받았던 그러니까혜성이나,

타나기 이전까지는그녀의최일선남자였던전진이라는저돌적인이름의남자는결별

에대한그녀의부탁 협박 거부 무시 경멸에도불구하고꿋꿋이그녀주변을맴돌거, , , ,

나혹은겉돌며 전진 한다했다‘ ’ .

아니요 공원같은데는더더군다나. .⌜ ⌟당신때문에생긴내과거야 부끄러울게없지 순결은퇴장했으나여전히무대위. .

를서성이는정조 그패러다임때문이아니라구. .

그렇다면두말할나위없이일조.⌜ ⌟그녀가전진이란남자를떨어뜨려달라고새애인혜성에게요구했을때 부탁이-

절대아닌 이런식으로이유를댔다고정혁에게말하자그는협조라는말은무리라-

고말하며웃었다.

동물원이요.⌜ ⌟대화의일반적장소를모두거부한그의까다로운선택은동물원이었다 잘못들었.

거나잘못말했거나 혜성은다시한번그의말에확인을요구했다. .

뭐라고하셨습니까?⌜ ⌟동물원이요 가서낙타를보면서얘기하고싶어요. .⌜ ⌟낙타를 보며 얘기하고 싶다는 그의 말은 계획적이라고 혜성은 생각했다 과거에는.

235

소중했으나이제는귀찮아진옛사랑을처리해달라는부탁을그녀로부터받았을때 언,

젠가는자신도성가신존재로차치될운명일수있다는크로니컬적해석에기인한예

지때문에눈앞에떠오른고리고리연결된사슬들 또그것이자기몸을결박하는연.

상 자승자박의기원은애정사였을까라는쓸데도없는깨달음 그런이유로복잡해져가. .

는 비논리적논리의뫼뷔우스적사고와그덕에시들해져가는새연인과의화학적연

쇄반응때문에라도차일피일하고있었던이일조는뜻밖에도전진이란남자의제안으

로이루어질참이었기때문이다.

낙타가있는동물원 필시계획적인거라구. .⌜ ⌟즉흥적으로는들리지않아 과연, .⌜ ⌟그래 낙타를앞에두고무슨말을할지뻔해 사막에있어야마땅할존재의묘독. .⌜

함을말하겠지.⌟혹은그분명한회귀의목적과이유.⌜ ⌟계획적이야.⌜ ⌟그렇다고반드시동물원 그것도낙타라니싫다고반대할뚜렷한이유가혜성에게는,

없었으므로 그와의 껄끄러울 것이 분명한 그리고 다소 내키지도 않는 설전의 장소로

동물원 낙타우리앞이결정되었다 자신이얼마만큼이나그녀에게끌리고있는지그리, .

고얼마만큼이나그녀를갖고싶어하는지또한할수만있다면 의소유도원하100%

고있음을스스로잘알고있는혜성은막상전진이라는일방적인이름을가진새애

인의옛애인과의만남이결정되고나자그간의그미적거림은그저귀찮음에불과했

다는것을깨달았다 그리고그깨달음덕분인지그의가슴속에는막연하게나마투지도.

생겨나기시작했다.

Sparkling Vanilla

샤워를마치고아직말리지않은머리꼴로옷장문을열고안을들여다보는혜성

은전쟁터에나가는것도아닌데복장이무슨상관일까라는생각이었다 심장을비롯.

중요장기들을보호하는갑옷혹은두부와안면부를커버할투구를고르는것도아닌

데뭘입느냐가중요할리가없질않은가 그러나그런발상자체가이미전투적이었.

다 옷장 문을 열고 공격과 방어의 개념을 떠올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게다가. .

그의직업은화가였다 상대가필요한전투는필요없고절대적인적군 자기자신과의. ,

싸움만줄기차게해온온리미스타일의수도자.

예술적기품이느껴지는옷같은건그의옷장엔없었다 그저평범한디자인의면.

티셔츠가네크부분만라운드니브이넥이니하는정도의변화만보여줄뿐색에대한

특별한 선호도가 없는 주인의 성향에 따라 세상의 모든 빛깔을 다 모아 놓은 것처럼

다채로운컬러군을선보이며마련되어있었다 이런내가까다롭다니 짙은풀빛의니. .

트티셔츠를색이바랜청바지와맞춰입으며그는생각했다 오빠라고불리기싫다는.

이유만으로별종취급을받는건부당한일이분명하다 그런그녀가어째서낙타를보.

며얘기하고싶어하는남자와 년이나사귈수있었던걸까 젤로머리를삐죽삐죽하3 .

게 만들며 혜성은 그낙타 사나이는과연 어떤 옷을입고 나올까가문득 궁금해졌다.

카멜색의재킷에베이지색면바지혹은크림빛니트에카멜빛의스웨이드바지일까 아.

니면머리를아예색바랜지푸라기색으로물을들였을까.

커튼을뚫는정도로보아봄날의햇빛치곤골골했다 외출준비를마친그는커튼이.

쳐져있는창가로다가갔다 확 걷어치는게터프해보이긴할테지만과시할상대가. ,

없는 탓에 스르르 커튼을 걷고 울상을 짓고 있는 하늘과 덩달아 꿀꿀해 하는 공기를

확인한혜성은그낙타사나이의계획엔분명히날씨도포함됐을거라확신했다.

237

아니요 차를가지고나오세요 저는전철을탈거거든요. . .⌜ ⌟아 과천이면몇호선이죠 라고묻는혜성의질문에그는차를가지고오라고 지, ? ‘

시 했다 그리고그이유는황당하게도자신이차를가지고오지않기때문이라했다’ . .

말하자면우리가만난후에는차가없어서도안되고그렇다고두대여서도안된다는

뜻으로그건둘이서한차를사용할것이라는계획을말하는것이었으며게다가운전

자는자신이아닌혜성이여야한다는뜻이었다 그의말이끝난후이의미를알아듣는.

데성공한혜성이가타부타답을주기전 전진은꼭이요 반드시 라고의지를다져버, , .

렸다 그리고낙타우리가싫습니다 라는말처럼차를가져가고싶지않습니다 라는말. , ,

도부질없는고집으로변신에성공했다 이것역시계획적이었을것이다. .

그렇다면동물원은어때 낙타우리라고구체화된다고해서동물원이공공장소에.⌜서지극히개인적인장소로바뀐다면 그건그남자가낙타여야성립할수있는논리잖,

아.⌟제철을 한참이나 앞둔 포도를 송이채 든 정혁은 손톱 끝에 시커먼 포도즙이 배는

게싫다며입으로포도알을하나씩뜯어껍질과씨까지알뜰히도그러나동기는분명

게으름인태도로먹고있었는데혜성의그낙타와사내의관계에대한의구심에집착

하려는모습을보고이렇게말했다.

그렇다면다른의도가있을수있어 스스로를고독한생명체로봐달라는거라면. ,⌜동정 내지는경외, .⌟경외라니 제자리에있지않는 그것도타의에의해제자리에서벗어난생명체에. ,⌜

게경외심을갖는바보가어딨어 너만해도그래 철도아닌때에강제로배양된포도. .

를먹으면서역시제맛이아니라고투덜대기만하잖아 경외는무슨. .⌟

Sparkling Vanilla

이건다르지 취할수있는건경외의대상에서제외시켜줘. .⌜ ⌟그럼낙타는취할수없는존재여서경외할수있단말이야?⌜ ⌟당연하잖아 만일낙타가개만한크기이고 가격도적당한구매가에책정이돼있. ,⌜

다면경외하고싶지않을걸 나역시이포도가어마어마하게비싸서 이솝우화에나. ,

오는그여우처럼바라볼수밖에없다면아마경외할거야 흠 난그래 적어도신포도. . .

려니 하고자신의무능을어떻게든정당화하려는비겁함은모르니까 나는, , .⌟정혁은그맛없는포도를꾸준히입으로가져가며말을이었다.

게다가 그열사의땅에서말이야 적응할만하면금세휙휙절기가바뀌는이한, ,⌜국이란땅으로끌려와서는나름대로잘살아가고있는그수양의자세를생각해봐 대.

단하지않냐구.⌟무슨소리야 사막에는정신없는일교차가있잖아 어쩌면낙타는극심한온도변. .⌜

화의텀이 시간에서 개월로연장된한국을더좋아할지도몰라12 6 .⌟그거야우리생각이고낙타의표정을봐 그다지밝지만은그표정을그게어디.⌜

역시일교차보다는연교차야 라고감복하고있는얼굴이냐구 분명수양하고있는게! .

틀림없어.⌟낙타가부처가된다해도난어쩐지낙타와자신을동일시시키는인물과한차에⌜

타고싶지않아.⌟그남자가자기를낙타로생각하고있는지 아니면곰으로생각하고있는지확실,⌜

하지도않잖아 그저공공장소와특정장소의구분이잘안되는사람일수도있어 그. .

러니까사용자의목적과제공자의목적이전도될수있는가없는가하는걸공공과특

정을구분짓는기준점으로갖고있는모양이지.⌟

239

왜곡된감정적선택이아니라 지적판단의결여란뜻이군, .⌜ ⌟대체뭐가걱정이야 가서이제내가있으니꺼져줘 라고말하면간단할걸 낙타, , .⌜

가보고싶다는게무슨연쇄살인범이나되는것처럼여길건없잖아 낙타가무슨죄.

라고.⌟이상성격이라면연쇄살인범이되지말란법은없어.⌜ ⌟낙타의그태평한모습이나사막을건널때보이는끈기 인내심을생각해봐 낙, .⌜

타는살인의영감이될만한동물이못돼.⌟아무튼 난그게싫어, .⌜ ⌟뭐하는친구야?⌜ ⌟몰라 물어보지않았어, .⌜ ⌟그녀의태도는어느쪽이야 정말귀찮아해서 너를마지막히든카드로내세운거? ,⌜

야아니면일종의질투를불러일으키기위한나름대로의이벤트?⌟그렇게까지뻔뻔한여자는아니야.⌜ ⌟아까그정조에관한분명한태도로봐서는조금은낯이두꺼운편이아닐까?⌜ ⌟이봐 수학문제를푸는데적용되는공식도여러가지인판에인간의사고나선택에.⌜

적용되는공식이단한가지이기를바라는건무리수야.⌟그렇다면물어보지그랬어 대체뭐하는놈이야? -.⌜ ⌟정혁은알이다떨어져나간포도줄기를흔들며말했다 터질듯매달려있던포도.

알을빼앗긴모도줄기는마치세포를죄발라낸뇌혈관사진과도같았다 피를공급할.

대상을잃은당황한뇌혈관.

너라면어쨌겠어?⌜ ⌟

Sparkling Vanilla

만지면분명히검은찌끼가손에묻게될그포도줄기를크리넥스에감싸고있는

정혁을보며혜성은물었다.

아마너한테물어봤을테지.⌜ ⌟정혁도이렇게만대답하고는혜성을향해싱긋웃어보였다.

다른건몰라도 그러니까혜성은개인을대상으로하는인간의생존필수조건을굳,

이그의식주세가지대범주로나눈다면그중에서식문화만은생존과분리시키고싶

다는주의였다 집이고옷이고그에게있어서는과시를포함하는그리고어느면에서는.

당연히향유가분명한문화적혜택으로까지발전할수있는부분임에도불구하고그에

게는그저가끔씩은혹독해지는외부로부터의보호라는개념뿐인그것들은아무리노

력해봐야그와일체가될수없는 결코그의일부가될수없는 구체적으로말한다면, ,

세포의 융합이나세포분열에근간을이루는행위라는측면에서본다면화학적으로그

래도안되며물리적으로는더구나안될일이었기에그가의와주이둘에기울이는

정성이란전혀없었다 그러나식은다르다 엄연히생명을가진에너지를흡수하여자. .

기것으로만드는그강탈 그것을거룩한의식으로정당화시키지않으면생의영위자.

체가불가능해지는 그래서필수적인절차로반드시자신이앗아낸생명에대한일종의,

제례의식정도는해주어야한다는식이었던것이다.

터키하고겨자요 음료수는에스프레소하나하고스프라이트. .⌜ ⌟그렇다고해서그가고기도싫고화학조미료도거부하고싶다는영양학적혹은종

교적으로까지확대해석될수있는선별의과정을거치는것은아니었다 그만의통과.

241

의례란그저즐거움그뿐이었다 몸을위해라기보다는자신의몸안으로들어올이성.

스러운 의식의 주체인 음식과 객체인 동시에 얼마간은 영양 에너지의 숙주인 자신이

그과정을통해얻는맛을음미할수있는쾌락 그걸중요시했다는뜻이다 고로맛. ,

만있다면중고타이어를구워먹는다해도오케이였던것이다 요컨데그는셰익스피.

어에게경의를표하는가장큰방법으로영문학사에길이빛낼그의영문학구조의체

계화라든가유려하게펼쳐지는언어의카니발이라든가그웅대한서사시를마치속기

사와같은빠르기로써내려간천부적재능보다도 야아 재미있잖아 역시셰익스피어는, , ,

대단한이야기꾼이야 라는걸선호했다는뜻이되겠다 물론그의직업상이예가그! .

림으로바뀐다면그의어쩔수없는프로페셔널리즘이택할해석은좀더논리적인첨

예성을갖겠지만말이다.

그러므로그가선택한점심메뉴 그러니까오후 시에만나려면미리먹어둬야하, 3

는점심메뉴는평소보다훨씬더신중하게선택되었다 적어도연쇄살인범으로돌변할.

확률이제로라고단언할자신도없는 물론얼굴만은어쩐지따분함이대명사로쓰여도,

손색없으리라예상되는낙타사나이와의만남때문에비록화창하고찬란한봄날은아

니나포근한바람만으로도충분히흥이날수있는드라이브가마치바퀴살이거의없

는달구지를타고떠나는피난길로전락한만큼그의가장큰낙인음식의 맛이어느‘ ’

정도그의쳐진기분을상쇄해주어야했기때문이다.

달리는 차안에서느끼기엔그래도아직은차가운바람이지만그는셔츠의팔부분

을걷어붙이고차창을내려맨팔을밖으로내밀었다 새로산배스타월이무리하게도.

시켜준 강제 턴오버는 지나치리만큼 많은 표피를 앗아간 대신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처녀도아니고거의소녀나다름없는속피부가겪을수밖에없는뭉근함이묻어오는

Sparkling Vanilla

봄바람에날아가는운명적인오르가즘을선사했다 게다가피지가끼었던솜털역시그.

무거운지방껍질을벗어던지고가벼워진몸이된지라솜털이상의하늘거림을만끽하

며흩날리고있었다 마치아기천사의깃털을죄뽑아다심은인간새라도된느낌이.

었다 그는샌드위치의종이포장을벗겨내고날지못하는새터키가끼워진빵을씹기.

시작했다 머스터드는생각보다좋았다 매끄러운감촉속에서느껴지는톡쏘는맛 차. . .

갑게 식힌터키에서배어져나오는육즙의풍부한부드러움이더해져그아릿함이올

라오는 매운맛은 더욱 도드라졌다 경쟁적으로 자신을 드러냄으로서 상대를 돋보이게.

하는터키머스터드샌드위치의예술혼을입안가득그리고정신한가득느끼던혜성

은문득자신의배를내려다보았다 짙은풀색 이빛깔은카멜색을얼마나두드러지게. .

도와줄 수있을까 그러나만일그남자가낙타빛깔의옷을입고나타나지않는다면.

혹은낙타와아무런상관없는빛깔이나디자인의차림새로등장한다면나와낙타가한

패로묶이게되는걸까?

꼭꼭 씹어 샌드위치를 넘기고 마지막 조각까지 입에 넣어 충분히 씹어 삼킨 그는

종이포장지가단단한공이될때까지구겨뭉친뒤적당히식은에스프레소를단숨에

마시고크아 소리와함께쓴기를가셔냈다 에스프레소는단지입안에남을지모르- .

는양파냄새때문에마신것이지다른이유는없었다 그는오히려휘핑크림이행복하.

지 라고미소짓는것처럼듬뿍얹어진카푸치노쪽을좋아했다 그러나양파냄새를? .

가리기위해먹었다간제법많은양때문에인풋 운전중간이식사 소화불량내지→ →는급하게찾아야만할화장실의난처함 아웃풋을선사할뿐이었다 그렇기때문에.→카푸치노는망중한에나어울릴메뉴로만한정되어있었다 그렇다고껌을씹고싶은마.

음도없었다 오늘그의목적은입을천박하게놀리며맞이할사건은분명아니었기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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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다 그는스프라이트의캔뚜껑을치잇 당겨딴뒤벌컥벌컥마셔양파냄새대신. ,

입안을메우고있는에스프레소의독한향을지워냈다.

지우고 그다음엔또메우고 또지우고 또메우고 또지우고, , , , .⌜ ⌟래퍼나 된 양 제법 라임에 리듬을 섞어 내뱉은 혜성은 쿨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

불을붙였다 깊게들이마신첫모금 입안에남아있던스프라이트의라임향역시니. .

코틴을위시한유독가스에날아가버린다.

난뭘보고얘기하자고할까.⌜ ⌟처음에는 그저 황당함뿐이었던 전진의 의외성은 시간이 지나자 기발함이라는 긍정

적평가가하나붙었고그에따라혜성의마음속에는경쟁심리비슷한뭔가가생겨났

다 그러니까자신도언젠가그녀의새남자에의해강제퇴장당해야할날이올텐데.

아니라는보장은없지않은가 그때자신이그새로운인물에게제안하는장소는어( )

디가좋을까라는것이었다 첨예할필요야없겠지만낙타사나이보다는독특한뭔가를.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창의력이 결부된 문제에 있어서 나타나는 후자의 괴로움이다. .

전자에비해독창적이고참신해야만한다 그는자신과동일시할만한뭔가를계속해서.

생각해 나갔지만 어찌된 탓인지 아무래도 칠면조 밖에는 생각나질 않았다 역시 나는.

먹는 걸 중요시 하는 사람인건가 낙타에 비한다면 어딘가 후진 선택이었지만 나름의.

일관성을보인다는점에서는훌륭하지않은가 일관성 그러고보니이사건에서유일. .

하게 일관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 사람은 그녀뿐이다 아니 만일 새 남자에게 자신을. ,

정리해달라부탁한다면그녀도일관적인셈이지 칠면조를보고얘기하고싶군요 라. ,

고말한다면그녀의새남자는나를뭐라고생각하게될까 뭐든최악의상황은아마도.

축농증 환자라고 오해하는 거겠지 그렇다면 나는 그의 그 그릇된 편견을 불식시키기.

Sparkling Vanilla

위해서 비음가들어가는단어들만열심히말할것이다nasal sound ( ) .

역시 보다는 쪽이더나은모양이다 비음도그렇고turkey camel . .

동물원주차장에차를대고그는동물원의입장권을끊었다 봉사료까지포함 호텔. ,

커피숍에서 마시는 커피 값과 비슷한 돈을 지불하면서 그는 참으로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구매하는사물이자신에게별득이되지않는다는점에서는어차피버리는돈이.

긴하다 커피를마시는것이주목적이아니면서 그래서맛도모르고마시게될혹은. ,

입도대질않을커피값을지불하는것이나낙타를보러 아니그어떤동물도보기위,

해동물원에오지않았으면서입장료를지불한다는것은등가의손실을의미한다 그래.

도 커피는 그가 경배하는 식이 라는 범주에 들어가 있으니 엄밀히 말하자면 아까운‘ ’

정도가아니라죄에해당한다해도무리가없는것이당연했다.

낙타우리앞은썰렁했다 왜냐면우리안이텅비어있었기때문이었다 오늘은날. .

씨가추워서내부관람입니다 라는안내판이붙어있었고따라서빈우리앞에서빈우,

리안을들여다볼관람객이란있을수없었다 그렇기때문에혜성은둥그런낙타우리.

밖을둘러치고있는높이 미터높이의짙푸른색의철봉같이생긴바1 (bar 위에걸)

터앉아바지주머니에손을넣은자세로낙타가없는낙타우리를들여다보고있는남

자가낙타사나이일거라추정했다 그는 주전까지만해도계절에잘어울려보였을두. 2

툼한검은니트모자를머리에꼭맞게쓰고역시검은색면재질의후드티와또검

은색의면바지를입고있었다 대각선으로어깨에멘자그마한가방역시검은색이었.

다 그래서일까 그는전체적으로상당히호리호리해보였다. , .

전진씨 되십니까, ?⌜ ⌟얼마나낙타에강박관념을가져왔는지빈우리안에서낙타를본것도아니고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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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를연상시킬만한옷차림을한것도아닌데하마터면낙타냐고물어볼뻔했다 그.

러나그래도상관없었을것은그가귀에리시버를꽂고있었기때문에돌아보지않았

다는것이다 낯선남자의몸을쿡찔러야하나아니면어깨에손을얹어야하나망설이.

고있던혜성은그의후드티의어깨부분을조금잡아당겼다 그제야낙타사나이가고.

개를돌렸다 느닷없는기척에놀라일어서서리시버를빼며고개를꾸벅 이게아니고. .

고개만살며시돌렸을뿐이었다.

어 .…⌜ ⌟바보같이입을벌리고어 라고해버린건아무래도좋았다 잘생겼잖아 라고중. . ,…

얼거리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탁 트인 바다를 보는 기분이 이럴까 아니면 열대야에. .

시달리다 지친 몸으로 냉장고에서 막 꺼낸 병 표면에 얼음 같은 물방울이 송송 맺힌

그탄산음료수 그시원한병을열에들뜬뺨에대는기분그리고열어젖힌창에서들,

어오는초여름새벽의바람 아무튼시각적청량함이대단한이남자는상당히핸섬했?

다 낙타를보고싶어하는버림받은남자의청승맞은뒷모습과전혀매치가되지않는.

그의얼굴을보고있자니대체이런얼굴의남자가뭐가부족해서 라는그가늘경멸,

해왔던외모우선주의에따른결론이무의식적으로들어버렸다 그리고그뒤로낭패라.

는 말이 떠올랐다 기발함에서도 밀리고 외모로도 밀리다니 무슨 수로 내가 그녀에게.

훨씬더나은상대라는걸논리적으로설득하면좋을까 명백한증거나객관적승패는,

이미판명이난듯싶고그러니논리적으로따져봐야나만우스워지겠지 라는성급하지,

만그렇다고시간이지난다해서회복될것같지도않은일종의패배감때문이었고상

대적승부에서밀리면절대적승부에서는그러니까자신감이라도지켜야하지만이런

상황에서 가장 자신감을 꺾는 생각 왜 그녀는 이런 남자를 버리고 나를 선택했을까. ,

Sparkling Vanilla

라는자괴감까지밀려오자그만전의를상실해버리고말았다.

낙타가없어요.⌜ ⌟여전히바지주머니에손을찌른그는등을약간둥글게만상태로고개만약간쳐

들듯돌리고혜성역시알고있는말을내뱉었다 낙타를보러오자고한것은자신이.

었으니낙타가없어서미안하다가아니고낙타가없으니찾아달라고요구라도하는태

도였다 물론낙타를어쩐겁니까라고말했다면정신적으로심각한문제가있는남자.

라고결론지었겠지만그의말에는낙타를돌려주세요 라는의미를아주은밀하게내포,

할뿐이어서혜성은그러게요 라고밖에대답할수없었다 이런이것도계획적인것, .

일테지 아직낙타만큼이나자신에게낯선존재인그녀를낙타를봐야말이나올만큼.

익숙한내게돌려달라는의미일수있다 나는그녀를돌려받아마땅한사람이라는것.

을 강조하기위해낙타를내세운일단은수려한외모때문에평범한사람으로는보이

질않는남자에게혜성이말했다.

내부관람이라니까 안으로들어갑시다 그럼, , .⌜ ⌟아니요 낙타가몸이좋지않아서관람자체가불가라던데요. .⌜ ⌟정혁의말이틀렸다 과연낙타는한국이란나라를좋아하지않는다. .

그럼저기팻말은뭡니까.⌜ ⌟조련사와행정사무소사람들이말이맞질않아서그런가봐요.⌜ ⌟아 그렇습니까, .⌜ ⌟정혁의말은많이틀렸다 추위를피해안에서손님을맞고있을 아무리비싼몸값. ,

이라해도손님이찾아와구경해주기를기다리는낙타는그게자의든타의든상관없이

또웃음이아닌우울한얼굴을판다는것과도별개로전혀경외롭지않다,

247

어쩌죠?⌜ ⌟그의질문에혜성은칠면조를보러갑시다 그럼 하는말은하지않았다 진부한선, . .

택이긴하지만뭔가더나은것이떠오르기전까지는다음남자를위해아껴둬야한다

는생각이들었던것이다.

그럼곰이라도보러갈까요?⌜ ⌟아니요 낙타가아니면싫어요. .⌜ ⌟처음만나는사람과의대화치고는 그것도상당한신경전과어쩌면육탄전을복병,

으로갖고있는만남에서나올말치고는상상도해보지못했던엉뚱한말들이었기때

문에혜성은순간마치자신이외국이나혹은다른차원그러니까문화적코드가전혀

다른세계에와있는 아니그걸넘어어쩌면외계인에게납치되어이름모를행성에,

떨어져 인간의 탈을쓴 외계인과 대화를 하고 있는건 아닐까 의심이 들기시작했다.

분명모국어를사용하고있는게맞는데의미는전혀다른말 그러니까, ,

낙타 전진=

없어요 안녕하세요=

곰 신혜성=

보러가자 반갑습니다=

싫어요 저는전혀=

뭐이런식.

싫다구요.⌜ ⌟입만움직일뿐자세는그대로였다 마치마법에걸려꼼짝못하는채로입만겨우.

놀려살려주세요 하고있는돌덩이같았다 혹은팀버튼적상상력을빌자면맞지않, .

Sparkling Vanilla

는인간의몸때문에부동자세를유지할수밖에없는외계인의유일한표현방식일지

도.

저도싫습니다.⌜ ⌟그의싫다는말이정말로나는전혀반갑지않다는뜻이라면자신의대답역시이

래야한다는생각에혜성이싫습니다 라고말했다 그리고그남자는그저쳐다만볼, .

뿐말이없었는데그바람에혜성은더욱혼란스러워졌다 왜냐면정말곰을볼생각.

이없었기때문이다 곰이보기싫다는걸로받아들인걸까아니면당신이반갑지않다.

는쪽으로받아들인걸까 이남자가어느의미로받아들였을지궁금해지면서이제혜.

성의 논리체계는 흡수력이 전혀 다른 서로 다른 재질의 종이가 맞붙여진 뒤 물에 푹

담갔다꺼내어진것처럼불안정하게비틀어지기시작했다.

어쩌죠?⌜ ⌟여전히그가물었다 낙타는없고 곰도보기싫으니어쩌죠 혹은이봐 반갑지않. , ? ,

은친구 그녀를내놔, .

어쩌긴요 못보는거지, .⌜ ⌟아 .…⌜ ⌟그는마치대단한깨달음이라도얻었다는양아 조금은바보같은감탄사를뱉으.…

며빈우리로시선을돌렸다.

왜하필낙타입니까?⌜ ⌟용건 본론을 얘기하시죠 낙타의 존재나 부재를 가지고 당신과 토론하려고 온 게, .

아니니 라고말하려던혜성은이렇게물어봤다, .

낙타가왜요 낙타가싫으십니까? ?⌜ ⌟

249

좋고싫고를떠나서 낙타를보고얘기해야만하는이유가뭡니까, ?⌜ ⌟얘기하기싫어요 그건 개인적인거니까, . .⌜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다 라는 건 그럼 비밀이란 뜻이군요 당신과 낙타의 비밀, . .⌜

분명저하고도연관이있을텐데말입니다.⌟연관이야있죠 세상에연관없는존재란있을수없으니까 벌써 당신도나하고. . ,⌜

사라진낙타에대해몇마디나나눴고 또그부재에대한대안도당신이내놓은상태,

니까.⌟말장난하자는겁니까.⌜ ⌟그러려고만난게아니었던가요 어차피모든설전이란게폄하적관점에서보면.⌜

말장난에불과한거니까.⌟낙타를섞어서말입니까?⌜ ⌟아니요 이젠더이상아니에요. .⌜ ⌟그는그제야웃으며일어섰는데그웃음이란것이너무도뜻밖의 그러니까혜성으,

로서는역시나예상치못한시점에서이루어진것이었기때문에그가펄쩍뛰지않아

도충분히내려올수있는 미터높이의철봉에서부러탄력있는몸동작을과시하려1

는듯허리에반동을주는모습을선보인뒤혜성의평을바라는듯발레리노의착지

동작을만들어보이고한번더웃어보였을때 여러모로정신이없어진혜성은자기도,

모르게훌륭하군요 라고말해버렸다. .

이글을읽고그가처음한말은내가알기로동물원입장료는 원을넘지않을2000

Sparkling Vanilla

텐데 였다 주인공남자가뭘잘몰라서사파리이용권까지끊은거라고이해하면돼, .

요 라고말하며나는컴퓨터앞에앉아있는그를뒤에서안았었다 그의목을끌어안, .

은 채나는몸을좌우로조금씩조금씩흔들고있었고그는담배를물고마우스를딸

깍거렸었다.

지나치게자세하게설명하는글은독자의수준을무시하는거예요.⌜ ⌟그런가.⌜ ⌟그럼요.⌜ ⌟그의목을감은팔에조금더힘을준뒤그의뺨에내뺨을붙인채로나는말을

이었다.

친절할필요는없는거예요 특히나픽션에선작가의상상만큼이나독자의상상도.⌜중요하죠.⌟무책임하네 그러다이상한방향으로상상하면어쩌려는거야. .⌜ ⌟에에 .…⌜ ⌟다시몸을살짝살짝흔들며나는말했다.

그런경우는무책임이아니고무능인거예요 독자들이야길을잃을것같으면책.⌜을덮으면그만이거든.⌟끌어안고있던그의목을놓아주고허리를편나는팔을그의어깨에걸쳤고그는

내팔을당겨양손목을모아쥐었다 그리고나는그의머리에입을맞추었다 연인이. .

자 형제인이남자는나라면어느것이든진지하게관심을가져준다 하잘것없다고.

웃어넘겨도좋을문제에서부터인생의양상이뒤바뀔운명적선택에이르기까지 나에.

게그라면간섭도참견도아닌관심과후원이다 무조건의사랑과믿음이완벽하게가.

251

능한 연인이기도하고형제이기도한사람, .

그러니이보다더이상적인관계란무엇입니까.

신이시여.

막상보면달라질거야.⌜ ⌟미경은 포기를 몰랐다 사실을 알게 된 지 이제 겨우 열흘이니 투지가 불타오르는.

것도당연했다 다른건그만두고귀찮아싫다는나에게 그녀는강제로옷을입혔다. , .

나정말생각없어 누구만나고이러는거이젠진짜징그럽다니까. .… …⌜ ⌟어 그래서쭈욱니형하고연애하겠다고. ?…⌜ ⌟이미경.⌜ ⌟글쎄 일단만나봐 너한테방법은이거야 너한텐이방법뿐이라고, . . .⌜ ⌟진짜너 .…⌜ ⌟용이버티고있는성안에갇혀잠자는미녀를구할왕자도어디선가나타나는판

에잠도없이사방천지를돌아다니는너를구원할인간하나가없을거같냐며미경은

나를조수석에밀어넣었다.

자 한시간반남았어. .⌜ ⌟안전벨트를메며웃는미경에게뭐가 라고묻자시동을건그녀는자신만만한목소,

리로답했다.

니불행한과거.⌜ ⌟.……⌜ ⌟

Sparkling Vanilla

처음 만나는 자리에 선물까지 준비해온 사람이라니 내키지 않는 마음에 부담까지

더해지자오로지집에가고싶은마음뿐이었다 풀어보라며미경은웃었고같이웃어.

주는대신가볍게한숨을내쉰나는상자를열었다.

이런.⌜ ⌟아직도한창더운늦여름이었다 선물한사람면전에서이러면안되는것이었으나.

저절로저런말이나왔다 상자안에들어있는것은두툼한워머두켤레였다 에어컨. .

에소름이돋는실내였지만두꺼운양말들을보고있자니얼굴에열이올랐다.

일본에계신다면서요?⌜ ⌟예 내대답에그는말을이었다, .

겨울에되게춥다면서요 살고계신데가 눈도많이오고, . .⌜ ⌟예 겨울내내눈이허벅지까지쌓이더라구요 작년보니까. . .⌜ ⌟그래서샀어요.⌜ ⌟활짝웃는걸보니미친건가싶었다 워머를상자에넣어뚜껑을닫고말했다. .

눈으로유명한동네긴해도여름에까지눈이오진않는데.⌜ ⌟하하하하하 .…⌜ ⌟뭐가그렇게우스우니 그는크게도웃었다 그리고말했다. . .

계속제생각이나실걸요.⌜ ⌟뭐가요.⌜ ⌟한여름에겨울양말선물한인간 그것도첨만나서. .⌜ ⌟

253

.……⌜ ⌟여름에도생각날거고 겨울에도생각날거고, .⌜ ⌟준비도되지않은사람에게저돌적인상대란피곤한법이다 너는과도한친밀감으.

로무례 나는부족한교양으로무례 삐딱하게몸을낮추고아이스녹차잔을든나는, .

빨대로안을저으며어깨를으쓱해보였다.

뭘로기억하느냐보다는 어떻게기억하느냐가더문제아녀여, ?⌜ ⌟하하하 .…⌜ ⌟그는웃었다 하긴울겠는가화를내겠는가 그가당한면박에외려제가무안한지. .

미경은내팔을소리가나도록치며야 라고정색을했고 웃던그는아니야 라며미, , ,

경에게말을이었다.

첨만난사람하고는인사가고작이라고하도니가강조를해대서 만나서그럼나,⌜만열심히떠드는건가했는데 그렇지도않네 임마. , .⌟전투적 거절보다는 체념적 허락이 훨씬 더 현명한 방법이었다 미경이네서 이틀을.

더머문나는다시본가로내려갔고그녀석이소개한민준과는열심히전화통화를하

는것으로미경이의염려를덜어주었다 그나마다행인것은민준이꽤나신사적인사.

람인데다가알고보니제법재밌는사람이라는것이었다.

이상형일거라고큰소리쳤었어 미경이가- , .

정말요?⌜ ⌟어- .

해가지면추워지는가을이왔다 의자에앉아발을올리고세운무릎위에따뜻한.

머그를올린나는습관적으로마우스를띠각거리고있었다.

Sparkling Vanilla

나같은놈을보면안사귀고는못배길거라고그랬지- .

선배가어떤사람이길래.⌜ ⌟몸매좋고싸가지없는야심가- .

하하하하 .…⌜ ⌟그러나자신을포함해서그누구와도관계를갖고싶어하지않는나를선배는알

고있었다 일주일에두세번쯤그는내게전화했고특별한감정을내비치지도요구하.

지도않는그의전화는반가웠다 이러다습관이되면그땐날기다리려나 라고그는. ,

웃으며물었고 그럴리가 스팸메일같은거라고생각하고있는데요 라고나는대답했, , ,

다.

이야 너무하는거아니냐 너 하하하- , . .… …

농담이에요 실은아까저녁먹으면서내가먼저전화해볼까했는데뭐. .⌜ ⌟뭐하고있었어- .

놀아요.⌜ ⌟뭐하고- .

그냥혼자놀아요 좋아하는연예인사진보면서연애소설써. .⌜ ⌟또- ?

응 나는취미에목이졸리잖아. .⌜ ⌟같이놀아줄까- .

음?⌜ ⌟지금오라면갈수도있어- .

하하하하하 하하하하. .… …⌜ ⌟

255

머그가 흔들리지 않게 책상 위로 올린 뒤 고개까지 젖히고 웃었다 왜 웃어 라는. ,

선배의말에나는말했다.

아니 하하하하 내가수작걸때잘써먹는말을선배가해서요 말해 지금. . . .… …⌜당장와달라고말해 하하하하. .…⌟하하하- …

커피를줄여야하는데쉽지가않다는푸념 그런데담배는용케끊었다는자랑 두, ,

통이만성이되는것같다는엄살등을늘어놓다가핸드폰배터리를새로갈았다.

걸었네- .

뭐가?⌜ ⌟배터리간다고하고그걸로통화끝일줄알었는데- .

그렇게매너이상한사람아녀요 저, .⌜ ⌟그래 아참 나오늘정말개짜증 아니미안하다 짜증나는영화봤어- . . . .…

음 잠깐 말하지마봐요 내가맞춰볼게 올드보이봤구나. . . . .…⌜ ⌟말안해도아는구만- .

응 선배도찝찝해. ?⌜ ⌟죽어아주- .

있잖아선배 그영화그럴거하나없는영화에요. .⌜ ⌟왜- .

그영화엉터리영화야 아주큰오류를가진영화죠. .⌜ ⌟어떻게- .

음 일단 그영화의반전으로쓰인그복수라는건 오대수가알고보니근친상, ,…⌜

Sparkling Vanilla

간을저질렀더라 라는거잖아, .⌟어- .

그런데그복수가과연제대로된복수일까 효과적인복수겠냐구? .⌜ ⌟그럼그이상어떻게더끔찍하냐 지딸하고그랬는데- . …

근친상간이왜끔찍한지알아요 그건우리가근친상간을일반적상식으로이해?⌜하려드니까그래요 누군가가제형제랑그리했더라 라는말을들으면일반적인사람. ,

들은자신의형제를대입시키기마련이죠 그러니끔찍하고소름끼치는거예요 그리고. .

거기서부터 오류가 시작되죠 근친상간이라는 아주 특수한 상황을 상식적인 도덕으로.

이해하려는건말이안되는거거든요.

그리고또하나 물론개인차라는게있기야하겠지만 오대수와미도는서로를부. ,

녀지간이기이전에남자여자로봤죠 그럴경우 자신들이알고보니부녀지간이더라? , …

라는걸알고나면오히려더욱끈끈해질수도있어요 왜냐면그게근친상간의핵심.

이거든요.

서로를 근친으로보기이전에이성으로본특별한둘은그렇게육체적으로맺어지

게되면혈육이라는점때문에일반적인커플과는비교도안되게끈끈해져요 완벽한.

이해 완벽한배려 완벽한희생과완벽한신뢰가가능해요 남남끼리이어진커플이아, , .

니고피로묶인가족애와종족본능의이성애가결합한 그런커플이니까 세상에둘도, .

없이공고한결합인거라구.

그러니 아니어떻게니아버지랑그럴수가있어 아니어떻게니누나랑그럴수, .

가있어 아니어떻게니오빠랑그럴수가있어 라고비난해봤자 본인들에겐먹히질. . ,

않아요 그게끔찍했다면처음부터사랑하질못했죠 아주특수한경우에요 근친상간이. . ,

257

란.⌟음- .…

그영화보고찝찝해할거없어요 그건결정적오류를안고있는엉터리영화니까. .⌜오대수와미도는행복할걸요 그복수는둘에게이루어진게아니고 엉뚱하게도관객. ,

에게이루어진거예요 그러니까바보장단에맞춰서춤춰줄거없어요 선배. , .⌟그래- .…

응 그런거야. .⌜ ⌟민준선배가예언한대로여름이고겨울이고그가늘생각나진않았지만얼음이꽁

꽁어는겨울이되자나는그가선물한워머를꺼내신었다 실내에서신는워머였기.

때문에추운작업실이아니면신을일이거의없었지만하루 시간정도를그곳에서10

보내는내겐어쩌면종일이기도했다.

이걸신기위해서라도일본으로돌아갔어야되는데미안해요.⌜ ⌟하하.⌜ ⌟되게따듯해서놀랐어요 슬리퍼안신고워머만신어도될정도인거있죠. .⌜ ⌟양말얘기아니면할말이없냐 너는 다섯달만에첨보는데, ? ?⌜ ⌟들고있던찻잔을내리고그를똑바로보며말했다.

만나러올줄몰랐어요.⌜ ⌟절레절레 희미하게웃는얼굴로고개를저은그는잔을들어한모금넘기고말.…

했다.

양말얘기계속하자 우리, .⌜ ⌟하하하 .…⌜ ⌟

Sparkling Vanilla

대체 그런 걸 묻는 저의가 뭐냐 했더니 그는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냐고 되물었다.

다른사람도아니고너한테그런걸물었을땐순수한호기심그뿐이라며.

내가어떤사람인데요.⌜ ⌟나한테관심없고 나는흑심없고 그저귀여운동생, , .⌜ ⌟그러니까그저귀여운동생이첨본남자랑원나잇스탠드경험이있는지없는⌜

지궁금한이유가순수하단거예요?⌟니가취한거냐내가취한거냐 니말못알아듣겠어. .⌜ ⌟말해놓고나도헷갈려요 그냥넘어가요. .⌜ ⌟좋아하지도않는회 좋아하지도않는매실주 좋아하지도않는남자 좋아하지도않. . .

는주제 그러나그는제법애교가있었다 어울리지도않게. . .

음 네번요. .…⌜ ⌟많기도하구나.⌜ ⌟세번은전부대학 학년말무렵 학년초였어요 첫번째하고나서는내가다1 , 2 .⌜

시이런짓하면사람이아니다했고 두번짼나개구나 이랬고 세번짼아예믿어지, , ,

지가않더라구요 또그랬다는게. .⌟네번짼?⌜ ⌟서너달전요 형결혼한날. .⌜ ⌟아니그럼나하고알고난다음이네?…⌜ ⌟

예.⌜ ⌟우럭을간장에찍어입에넣었다 이런걸무슨맛이라고들좋아하나 매실주로입. .

가심을하는데그가물었다.

259

왜또했어 그렇게싫어하는짓이면서. .⌜ ⌟그러게요 게다가. .⌜ ⌟목에술사레가걸려서흠흠 인상을조금쓰고목을푼뒤말을이었다, .

아침에일어났는데,⌜ ⌟이어링이없어진걸알았다 최악이었다 자고있는낯선남자주변을뒤적댈수도. .

없으니 저자식은왜안가고여지껏있는거야 숙박료에택시비까지주며분명히가. .

라고말했는데.

짜증나는건이어링을찾았다는거예요 샤워하고옷입고나가려는데문앞에서.⌜발견했어요.⌟문앞에서?⌜ ⌟응 왜거기떨어져있었냐고묻지말아요 생각하기싫으니까. . .⌜ ⌟말안해줘도알아 그기분은, .⌜ ⌟굉장히굉장히좋아하는귀걸인데싫어졌어요 그래서 차라리잃어버렸으면나았, .⌜

을걸.⌟안주없이나는술잔을비웠고그는빈잔을채워주며물었다.

근데동네좁아서여기서그럼소문나지않어?⌜ ⌟이동네사람이아니니까잤죠 누굴바보로아나. .… …⌜ ⌟후 .…⌜ ⌟채워놓으면비우고싶어지잖아 가득찬술잔을내려보며뺨이불룩해지게숨을.…

내쉬는데그는상위에팔꿈치를올리고손으로턱을고였다 갸웃해진고개덕분에그.

는귀여워보였다 이제보니너무어울려서짜증이날지경으로. .

Sparkling Vanilla

맘내키면쉽게잘수있을것도같은데 보면안그런거같고 안쉬울거같, .…⌜은데또꽉막힌녀석은아닌거같고 .…⌟

.……⌜ ⌟연애는안해도같이자는건어떠냐고물어보면점수깎일까.⌜ ⌟네.⌜ ⌟후우 대차게숨을내뱉고술잔을들어원샷 오이를고추장에찍어먹으며말을맺, .

어주었다.

왕창이요.⌜ ⌟하하하…⌜ ⌟회만먹고있자니닝닝해서찌개를미리시켰다 생선기름이빨갛게보글대는매운.

탕이들어왔고 숟가락으로달디단우럭국물을떠먹으며커허 이거그든 중얼대는, .… …

데여전히턱을고이고있던선배가작게말했다.

귀엽다 너, .…⌜ ⌟아이고 예 숟가락으로매운탕국물을먹으며나는건들하게꾸벅했다, . .…

저도지가느무귀여워서저랑결혼할라고요.⌜ ⌟하하하하 .…⌜ ⌟점수 깎일 일을 만들지 않은 선배와는 여전히 일주일에 두세 번씩 통화했다 그는.

가끔씩짓궂게굴었고나도적당한선에서장난스럽게맞받아쳤다.

설레는기분을만들어주지도못하고- .…

음.⌜ ⌟가슴이쾅내려앉는기분도못내주고- .…

261

하하 네, .⌜ ⌟애인될자격이없긴없구나- .

하하하하 .…⌜ ⌟그래도웃게는만드니까 이거라도위안을삼어야되냐- , .

나원래잘웃어요 날정말뭐라고생각하고있는거예요 선배는. , .⌜ ⌟여동생의빈방에서잡지를보며통화중이었다 아파트수조를청소하느라물이나.

오지않아본가에서자기로한것이다 목욕을마치고동생침대에엎드려잡지를넘기.

는데선배가말했다.

귀여운동생이라니까- .

저절대로안귀여운사람이라니까그러시네 .…⌜ ⌟이쯤이면 사랑해 연애하고싶어 뭐이런말할만도한데 안해주니까서운하- , , , ,

거나그렇지는않냐?

하하하하 어 맞어요 지대서운해요. . .…⌜ ⌟젖은 머리에 감아놓은 타월을 풀어 어깨에 걸치고 손가락을 머리카락사이로 넣어

남은물기를확인하며그를불렀다 선배. .

어- .

그래도싫지는않아요.⌜ ⌟선심쓰냐- ?

오래오래잘지내고싶은사람이야 선배는, .⌜ ⌟후 하고웃는소리가들렸다 어깨에둘렀던수건을침대에깔고그위에젖은뒷. .

머리를대고반듯이누워천정의조명등을바라보며물었다.

Sparkling Vanilla

크림소다좋아해요?⌜ ⌟뭐- ?

크림소다 우유맛나는청량음료. .⌜어- .

그래요 그럼싫어한다고쳐봐? .⌜ ⌟싫어해- .

난좋아하거든요?⌜ ⌟하하하- .…

웃으라고한말아니야 들어봐요. .⌜ ⌟그래- .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걸 싫어한대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가 않대. ,⌜생각보다 말하자면 우유도좋고탄산수도좋고단맛도좋다만 이것들을섞다니제정. , ,

신이냐의태도들인거지 그런데난좋아요 그뒤섞인게좋아. . .⌟음- .

나한테는단순히크림소다가아니고 스파클링바닐라 예요 소중하고특별한, ‘ ’ . .⌜ ⌟음- .

그게내사랑이에요선배.⌜ ⌟- .……

어느 조건하나가빠지면마시고싶지가않아 그런게좋으냐정말 하고묻고. ?⌜싶겠지만 난좋아요, .⌟팔베개를만들어젖은머리뒤에넣은뒤말을멈추었다 선배는조용히내다음말.

263

을기다리고있었다 한참이나천정을바라보며숨만쉬고있던나는다시입을열었.

다.

예로든것뿐이지사실난크림소다싫어해요 스파클링바닐라라는이름도내가.⌜지은게아니고이미있는제품이고.⌟어 무슨말인진알아들었어그래도- . .

거짓말 무슨말인지알아들었을리가없잖아요 하하하. . …⌜ ⌟소중하고특별한애인이따로있으니까나넘볼생각마라 그뜻아니었어 잘알- , ?

아듣겠는데뭘.

이야아 선배제법이네. !…⌜ ⌟시간은어느새새벽 시반 뜨끈해진휴대폰때문에귀가땀으로미끌거릴지경이2 ,

었다.

선배 나하고이렇게통화하면한달에요금대체얼마가나와. ?⌜ ⌟별로많이안나와 인터넷으로전화하거든- . .

정말?⌜ ⌟어 생각보다감이좋지않냐 라고선배가말했을때였다 우당탕우당탕 제법요, . . ,…

란한소리가방밖에서들렸다 응 생각보다좋아요 라고대답하며몸을일으킨뒤방. , ,

문을열었는데.

형!⌜ ⌟층 욕실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변기를 끌어안고 앉아있는 그의 등이 보였다 하얀2 .

와이셔츠차림의그는먹은걸다토해내고있었고그의옆에선걱정스러운얼굴의형

수가안절부절못하고있었다.

Sparkling Vanilla

선배잠깐만.⌜ ⌟전화를 끌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휴대폰을 쥔 채로 욕실로 달려갔다 같이 산적도.

거의없지만같이사는동안에도늘건강하기만했던그였다 아픈건커녕피곤해하는.

것조차 본 적없는그는그런데머리가띵할정도로독한술냄새를풍기며먹은걸

죄올리고있었다.

혀어엉 .…⌜ ⌟형수가등을쓸어주려할때마다그는변기를붙든오른손을들어저어보였다 흐음. ,

흐음 힘들어하는그의신음소리에가슴이다무너져내렸다 경기가좋으면좋아서. ,…

나쁘면나빠서늘어나는술대접에젊은사장이겪어야하는후유증이란건이런건가.

형언제들어왔어요 형수, ?⌜ ⌟한 분됐나10 .…⌜ ⌟자주이래요?⌜ ⌟요즘은거의매일 .…⌜ ⌟형수의 손이 닿으려 할 때마다 그는 팔을 들어 치워냈다 하얀 와이셔츠에 감싸인.

그의커다란등이너무안쓰러워꼭안아주고싶은마음이나는너무나간절했지만한

숨을깊이내쉰뒤대신팔짱을꼈다.

뭐마실거라도가져다줘야겠어요.⌜ ⌟그리고물이라도떠다주려아래층으로내려가려는나를형수가붙들었다.

안그래도됩니더.⌜ ⌟.……⌜ ⌟

줘도안마셔예.⌜ ⌟

265

.……⌜ ⌟혼자저러고마니까그냥두면되예.⌜ ⌟콰르륵 당겨지는 레버에 물 내려가는 소리가 계속해서 되풀이됐고 그의 힘겨운.…

신음소리도끊임없이흘러나왔다.

아뇨.⌜ ⌟이대로마주서있다간따귀라도때리지싶어나는말했다.

내가주면마실거예요.⌜ ⌟그러나떨리는다리를끌고아래층식당으로내려가떨리는손으로꿀물을만들어

올라왔을땐욕실은비어있었다 층의불도모두꺼져있었다. 2 .

.……⌜ ⌟닫힌그의새하얀방문을바라보며나는.

응접실테이블에쟁반을올린나는여동생방으로들어가침대에누웠다 던지듯몸.

을날려엎드리는것까지는하겠는데눈감을힘이없었다 멍하니책상다리를바라보.

고있는데갑자기손이떨려왔다.

핸드폰진동이었다 이걸내도록쥐고다녔냐 플립을열어네 라고입을열자. . .… …

무슨일이냐는선배의목소리가들렸다.

아뇨 형이왔는데술을많이먹어서. .…⌜ ⌟형수없어- ?

눈물에코가막혔다.

Sparkling Vanilla

왜없어요 있죠. .… …⌜ ⌟근데- .

뭐가근데야.⌜ ⌟너우냐- ?…

아뇨 웃고있는데요. .⌜ ⌟선배도나도말이없었다 눈도감지않고얼굴도찡그리지않고그저코가꽉막혀.

숨이안쉬어질정도로나는조용히울었다 오른쪽눈에서흐른눈물은모두왼쪽눈.

안으로흘렀다.

되게.⌜ ⌟누가들어도울어서막힌코였지만그는더이상묻지않았다 나는말했다. .

사랑해요.⌜ ⌟- .……

세상누구보다도사랑해.⌜ ⌟- .……

그래서나는불행해도행복해요.⌜ ⌟꽉막힌코에서찡찡하는소리가나는바람에우는걸들켜버렸지만이젠아무래도

좋았다 이젠눈도감을수있었다 눈을감은채하아아 불안한한숨을내쉬는데그. . .…

의목소리가들렸다.

오래오래잘지내자- .

어.⌜ ⌟오늘은오래오래전화해주께- .

267

어 .…⌜ ⌟눈이아파서방의불을끄고싶었지만일어날기운이없었다 엎드린몸을돌려반.

듯이누운뒤팔로눈을가렸다 눈물이더이상나오지않자코로조금씩숨이쉬어졌.

고 서러움도가셔갔다, .

선배.⌜ ⌟어- .

나거짓말했어요.⌜ ⌟무슨- .

실은 나 크림소다 좋아 안 해요 우유도 너무 좋고 탄산수도 너무 좋지만 그걸, .⌜섞어놓은걸누가좋아해 번듯하게포장하고포장해서세뇌시켜도싫은건싫더라. .⌟그래- .

코막힌소리도사라지고하아아아 숨을내쉬어도떨리지않았다 마른입술을혀.…

로축인뒤웃은나는말했다.

선배있죠.⌜ ⌟어- .

미리말해두지만 내가선배랑지금보다더친해지고어느날 와줘요 보고싶어, , .⌜요 라고말해도믿지말아요 그말듣고달려오지마 나한테속으면안돼요, . . .⌟- .……

Just enjoy me.⌜ ⌟- .……

Or leave alone.⌜ ⌟

Sparkling Vanilla

- .……

알겠죠 ?…⌜ ⌟- .……

대답해요 .…⌜ ⌟미래는어쩔수없다지만과거만이라도마음대로재단하고편집할수있다면무수

한해피엔딩을옮겨다현재를얼마든지행복하게포장할수있다 마음아픈기억뒤에.

행복한 기억을 옮겨 붙일 수 있는 과거처럼 현재의 상처도 그때그때 그렇게 달랠 수

있다면얼마나좋을까 이렇게아프지만곧달콤한무언가를널위해가져다줄게 그렇. ,

게스스로에게말할수있다면나는지금을보다편히견딜수있을까.

그래 안믿을게- . .

아아 말도잘듣지 선배. , .…⌜ ⌟후- .…

불을끌기운은없었지만이불안으로기어들어갈힘은있었다 침대에제대로누워.

이불을끌어다덮는데있지 라고그가말했다, .

난좋아해 먹어도봤고- . .

뭘요.⌜ ⌟스파클링바닐라 되게맛있어- . .

하하 정말. ?…⌜ ⌟이불을 목까지 꼭 맞게 덮은 뒤 포근한 기운에 감싸인 나는 눈을 감고 깊고 깊게

심호흡했다 그리고그에게물었다 목소리는한결편해져있었다. . .

선배가말할차례야.⌜ ⌟

269

뭘- .

선배원나잇스탠드경험담 지금해줘요. .⌜ ⌟하하하하- .…

시간이라는약으로지금의상처를달래려면현재도미래도모두기억이라는과거가

될때까지기다려야한다 그러니의지를가지고노력할밖에 또다른상처가될지모. .

를도박이라할지라도.

인생이란짧고 완결도없는것이니까, .

목걸이목걸이목걸이목걸이년 월2005 4

273

어느날한소녀가길을걷고있었습니다 그런데저멀리길에뭔가반짝거리는것.

이떨어져있었습니다 다가가봤더니너무나도아름다운목걸이였습니다 소녀와눈이. .

마주친목걸이는말했지요.

귀여운아가씨 나를가져가세요. .⌜ ⌟볼이붉어진소녀는웃으며말했습니다.

나는아가씨가아니야 나는아직어린소녀란다. .⌜ ⌟목걸이가말했습니다.

아니요 저를목에걸만큼은아가씬걸요. .⌜ ⌟목걸이가유혹하지않았더라도처음본순간이미마음을빼앗긴소녀는목걸이를

주워들었습니다 그런데그때 나무뒤에서누군가가걸어나오며소녀에게말했지요. , .

어린소녀야 미안하지만그목걸이는임자가따로있단다. .⌜ ⌟아까까지만해도이런나무는없었는데 의아해진소녀에게마녀같기도하고천.…

목걸이

사같기도한여자는말을이었습니다.

그목걸이의임자는니가될수없단다 어울리지않아. .⌜ ⌟그러나손에든목걸이는너무나간절한눈으로소녀를바라보고있었습니다 목걸.

이를손에꼭쥔소녀는여자에게말했지요.

하지만갖고싶어요 그리고목걸이도원하는걸요 목걸이가저를원해요. . .⌜ ⌟가까이다가온여자는무서운얼굴로말했습니다.

주인도 아니면서 그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간 목이 잘리고 말 거야 그건 임자가.⌜따로있다고말했잖아.⌟울상을지은소녀는목걸이를바라보았습니다 목걸이가말했지요. .

사랑해.⌜ ⌟손안으로전해지는떨림으로소녀는목걸이가진심임을알수있었어요.

다른사람의목에걸리고싶지않아 나는너를원해. .⌜ ⌟목걸이를꼭쥔소녀는여자에게말했어요.

내꺼예요.⌜ ⌟그러자여자는무서운얼굴로이렇게말했습니다.

너는 그 목걸이의 주인이 아니야 주인이 아닌 목에 걸렸다간 그 예쁜 목걸이도.⌜흉측한돌덩어리로변해버리고만다.⌟다시울상이된소녀는목걸이를바라보았습니다 목걸이는말했지요. .

상관없어 다른사람의목에서눈물로반짝이느니 니목에서흉측한돌덩어리가. ,⌜되어버리는게나는더행복할거야.⌟소녀는결심했어요 목걸이를목에걸었습니다 여자는슬픈얼굴로말했어요. . .

275

용감하지만어리석은아가씨로군요.⌜ ⌟아가씨는행복했어요 갖고싶었던목걸이를목에걸고춤을추었지요 들판을달리. .

고꽃밭에누워행복하게미소지었어요 목걸이도행복했어요 아가씨의목을꼭안고. .

함께노래부르고함께춤을추었습니다 이대로둘이서영원히행복할거라고믿었어.

요 서로의몸과마음에둘은운명처럼하나가되었지요 그런데. . .

아아 .…⌜ ⌟갑자기목이뜨거워지기시작했어요 깜짝놀란아가씨는손을들어뜨거운목을만.

졌어요.

아앗!⌜ ⌟그러나화들짝놀라손을떼고말았어요 목걸이가이글이글하게불타기시작했어요. .

아아아 .…⌜ ⌟목걸이의구슬들이점점더뜨거워지기시작했어요 그리고는새빨갛게달아올랐습.

니다 뜨거운목걸이에목이잘리는것처럼아팠어요. .

내꺼야 내꺼야 .… …⌜ ⌟그러나아가씨는울면서아픈목을참았어요 그런데문득아아 내가이렇게아프. ,

다면목걸이는얼마나더아플까라는생각이들었어요.

아무래도안되겠어 목걸이야 이러다너도정말큰일이날거야, . .⌜ ⌟욕심은여전했지만목걸이가걱정된아가씨는서둘러목걸이를벗으려했지요 그런.

데목걸이가말했어요.

싫어 너를놓아주지않을거야 너를사랑해 너를놓아주고싶지않아. . . .⌜ ⌟아가씨는울면서말했어요.

목걸이

나때문이아니야 너때문에그래 너를위해서야. . .⌜ ⌟싫어 싫어 돌멩이가되어버린다고해도나는니목을꼭안고있을거야. . .⌜ ⌟목걸이를위해서라고말했지만끝내아가씨는그뜨거움을도저히견딜수가없었

습니다 목걸이를벗어버렸어요 목걸이는눈이시릴정도로새빨갛게달아올라있었습. .

니다 아가씨의목에도낙인처럼목걸이자국이데인상처로남았지요 목걸이는더이. .

상 말이없었습니다 여자의저주대로이글이글하게타오르며흉측한돌멩이로변해가.

는목걸이옆에쪼그리고앉아아가씨는너무너무속상해서울었습니다 떨어진눈물방.

울이 목걸이에 닿아 치지직 소리를 내면서 사라졌습니다 이렇게나 뜨거운데 손도 댈.

수 없게 위험한데 여전히 너무나 갖고 싶었습니다 포기하고 일어나야 하는데 도저히.

그렇게돼지가않았지요.

빨리식어라 가엾은목걸이야, .…⌜ ⌟아가씨는울면서말했어요.

돌멩이가된다해도너는여전히내목걸이야 내가예쁜색깔로칠해서 예쁜병. ,⌜에넣어 예쁜선반에올려놓을게 목에걸수는없어도매일매일바라보며사랑해줄게, . .

그러니빨리식어라나의목걸이야 .…⌟좀처럼식지않는목걸이의옆에서아가씨는울고 울고또울었습니다 슬픈시간, .

은 더디게만 흘렀습니다 그렇게 목걸이의 곁에 앉아 불처럼 뜨거운 목걸이가 차갑게.

식기만을기다리고있는데그런아가씨의곁으로누군가가다가왔습니다 고개를들어.

보니아까의그여자였습니다 아가씨의옆으로앉은여자는아가씨의앞에커다란바.

구니를내보였습니다 온갖목걸이가가득든바구니였지요 여자는말했습니다. . .

이중에하나를골라요 아가씨, .⌜ ⌟

277

저를 가져가세요 저를 가져가세요 목걸이들이 아우성을 치는 바구니를 들여다본! !

아가씨는그러나고개를돌리고말했어요.

귀찮게굴지말고날내버려둬요.⌜ ⌟그러지말고하나골라요 아가씨, .⌜ ⌟귀찮다고했잖아요 꺼져버려요. .⌜ ⌟그러나 아가씨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끈질기게 아가씨에게 목걸이들을 권했습

니다 귀찮게하고귀찮게하고또귀찮게했지요 정신이사나웠어요 언제쯤이나식을. . .

런지 아직도뜨겁기만한목걸이를바라보며참고있던아가씨는드디어벌떡일어났

어요 목걸이가가득든여자의바구니를발로차버렸습니다 그리고소리쳤지요. . .

이이상한목걸이들갖고제발좀꺼져버리란말이야!⌜ ⌟발을구르며악을쓰며 그렇게화를내던아가씨는주저앉아엉엉울기시작했습니,

다 목을놓아서울었어요 바닥에흐트러진목걸이들을챙긴여자는일어섰습니다. . .

그래알았다 그렇게싫다면사라져줄밖에 안녕. . .⌜ ⌟여자와목걸이들은사라졌습니다 아가씨는계속울었어요 얼른식어야돼 얼른. . .…

식어라 내사랑하는목걸이야 내가예쁜색깔로칠해서예쁜병에넣어예쁜선반.… …

에올려놓고매일매일바라봐줄께 목걸이가식기만을기다리는아가씨는계속울었.…

어요 그리고말하지못했지만내심미안했습니다 귀찮다며화를냈지만이슬프고힘. .

겨운기다림을그소동으로조금이나마잊게해준것고마웠다고여자와목걸이들에게

말해주지 못 한 것이 그러나 어쨌든 아가씨의 바람대로 여자와 목걸이들은 사라졌고.

아가씨는뜨거운목걸이옆에서조용히기다리고있습니다 목걸이가식을때쯤이면먹.

먹한가슴도조금은괜찮아지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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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월2006 1

281

도쿄의남동생집에서의나는늦게일어난다 아홉시나되어야자리에서일어나커.

피를찾는다 오늘아침엔조금더늦었다 열시반이었다 한시간늦은건간밤에피. . .

로한일이있어서였고반시간더늦은건따듯한침대안에서그기억에젖느라그랬

다 침대를벗어나히터를켜다가책상위에놓인담배갑에담배하나가남은걸봤.

다 아 이런순간이바로담배가필요한순간이다 공허함을연기로채우고싶은욕망. , . .

완벽하지.

외로운담배군 제가위로해드려도될런지, .…⌜ ⌟집엔어제오후부터나혼자였다 누가놓고간건진모르지만내것은아니니훔친.

게됐다 아니 아니지 주운거지이런건 부스스해진머리를귀뒤로넘기는손가. , . .…

락에 담배를 끼우고 미닫이문을 열고 부엌으로 나가자 한기에 몸이 웅크려졌다 입고.

있는건어깨와팔을다드러내고허벅지를반절도안가린하얀실크속옷하나뿐 두.

팔로허리를감싸고등을구부렸다 짙은호두색나무의부엌바닥은맨발에얼마나시.

Waiting For The Sun Shines

린지빙판을딛듯살금살금이다 바작 바자작 무럭무럭한김과함께커피가새로내려. , ,

지는행복한순간을구경하느라미련하게달달떨었다 드디어완성된커피에반색 머. .

그에가득담아히터로따듯해진다다미침실로돌아왔다 문을닫고담배의끝부터커.

피에적셨다 피우고싶은생각이간절한것보다끊어버렸으니다시시작하면안된단.

두려움이더커서.

입술사이엔담배 손에는머그 창가에섰다 이전엔내죄가얼마나달콤한지알면, , .

너도짓고싶을걸 이라고변명했었다 그러나요즘은누구나나같은입장이면다르, .

지않을걸 이라고생각한다 죄는특별히선택된사람들의전유물이아닌것이다 어, . .

젯밤 나는 그가 날피로하게만들기직전 그에게내면죄부중새로운챕터하나를, ,

들려주었다 끔찍한범죄자가검거될때그주변인물인터뷰들어봤죠 세상에 그런사. . ,

람일줄몰랐어요 이러잖아 누구나죄짓는그부분이아닌데에서는선한사람이야, . .

뒤집어 말하면 모든 게 다 정상인 사람도 어느 특정한 부분에선 끔찍한 죄를 저지를

가능성있단거죠 조건만주어지면얼마든지. .

사람은누구나이상해요- .

그 덕분에나는피로해졌다 나와함께지쳐탈진한핸드폰을충전시켰다 젖은담. .

배에흥미를잃고쓰레기통에버렸다.

새햇살가득한아침하늘을배경삼아간밤의일을그려보라 흐뭇할수있다면떳.

떳한인생인가 그렇지않다 그렇다면당신은뻔뻔한사람 부끄러움도모를만큼무? . .

뎌져있다 돌이켜생각해보니이전의나는꽤뻔뻔했어서 그래도얼마나좋았는지모. ,

르지 라고변명했었다 그러나요즘이라면 이런것모르고사신다구요 아 당신은그, . , ? ,

러시군요 대수롭잖게여기게된다, .

283

이것도 내겐 방법이 있다 어젯밤에 나는 잠들기 직전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라고. , ,

그에게말했다 학대의대가로얻은고백이니특별히더달콤했을것이다 아침에일어. .

나 기분도 좋았을 테고 열아홉 스물둘 스물다섯엔 하지 않았던 말인데 스물여덟엔. , , ,

하는 말이다 때때로 그가지나치게 요구하더라도 그는 때때로 지나치다 무슨짓을. ( .)

당하더라도 이말버릇은그를자극할수있다 끝난뒤엔사랑해줘서고마워요 라고( .) ,

속삭인다 그의아침담배에서모래맛이날까 그배려가아니다 이나이가되었더니. , .

진심을 진심으로전할수있게되었을뿐이다 이런말어울리지않았던이전엔항상.

그가내남은기분을챙겨왔었고이젠내쪽에서이런말하는것이어울리는그적당

한시기가온것이다.

인생에서바라는것이란아무것도없다 나는모든것을다받았다 이것이내벌. .

이다 인생에서바라는것이란아무것도없다 나는모든것을다받았다. . .

Waiting For The Sun Shines

년월2005 1

우리 본가는 주택이어서 욕실이 겨울이면 일층 이층 할 것 없이 모두 얼어붙는다.

주택의구조상 그것도오래전지은주택의구조상욕실의벽에창을내어환기가바,

로될수있도록해두어서겨울날의목욕은맘을모질게먹어야하고샤워한번할라

쳐도옷을벗으려면단단히각오를해야한다 어릴땐끔찍하더니크고났더니참을만.

285

해져서이젠오히려한기가드는욕실에서뜨거운물로몸녹이는즐거움을알게됐달

까 독립하고 신도시 아파트에서 살면서는 욕실이 춥다는 건 아련한 소싯적의 추억이.

되었었는데지금집은또오래된아파트여서욕실이조금춥다 그래서요즘의겨울엔.

다시추운욕실에서샤워해야한다.

아아아악 비명을지를만큼추운욕실을다시겪게된건재재작년나일본살때-. ,

그작은아파트에서 그집역시욕실의창이밖으로나있었다 그리고올해 도쿄남. . ,

동생의 일본집에서도 한파가얼려놓은그찬욕실에다벗고서서상대적체감으로.

데일 것같은뜨거운물줄기를맞으며오들오들떨었었다 전신에돋은맨살갗의소.

름 좀처럼멎질않는떨림 부들거리는입술사이의불안한호흡 춥지 다하고나와. . . -.

서차마셔라 밖에서말하던남동생의목소리-. .

지금내집욕실은그에비하면온실 우리본가욕실이야아직도춥다 엄살부리. .

는 척했는데실은추운욕실을좋아한다 얼어붙은욕실에서맞는뜨거운물줄기 그. .

아래굴복하게되는 사나운냉기에꼼짝없이굳었던몸이단번에무너지듯녹아내리는,

그치명적인아득함때문에.

뼛속까지오들거리는아침샤워를마치고새스웨터를입었다 그에게전화를걸었.

다.

아뇨 꿈을너무많이꿨어. .⌜ ⌟잘잤냐는그의말에나는대답했다.

꿈꾸다울었어요나.⌜ ⌟무슨꿈을꿨길래 그의질문이이어졌고방바닥에무릎을세우고앉아팔로다리를.

감싸고손끝으로발가락을만지작거리던나는고개를들어시계를보았다 시가조금. 10

Waiting For The Sun Shines

넘었다 다시 고개를 내려 무릎에 턱을 고이고 발가락을 만지며 나는 잠시 고민했다. .

한가한나는우울에젖어도상관없지만그는한창바쁜요즘이다 일해야한다. .

어디야 출근하는중이에요? ?⌜ ⌟어 운전해 반왔어- . . .

난아직도속옷뿐인데 약오르죠. ?… …⌜ ⌟하지만그에게말하고싶었다 이남자 가끔상처줘도괜찮다 그러나심술궂은마. , .

음과달리나는말없이있었고내가답이없자그는다시한번물었다 무슨꿈이었는.

데.

꿈에.⌜ ⌟가벼운한숨에섞어나는입을열었다 욕실이었다 욕실세면대의거울앞에서서. .

나는손에하얀색바형태의임신테스트기를들고있었다 잠시후보라색라인이둘로.

나타났다 양성이었다 나는바닥에주저앉았다 그리고조용히울기시작했다. . . .

낳고싶어서요.⌜ ⌟그는 말이 없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핸드폰을 꽤 한참을 쥐고 있다가 이. ,

정도했으면됐어너 다시입을열었다 너무작게내어갈라져버린목소리로말했다, . .

아무말도안해도돼요 .…⌜ ⌟- .……

내가했잖아 .…⌜ ⌟손끝으로짙은초콜릿색카펫의결을반대로일으켰다 한올씩한올씩공을들여.

서 무릎에턱을고이고카펫을내려보는내얼굴은미소짓고있었는데왜웃고있었.

는지는나도모르겠다.

287

탄탄한근육질의몸을말랑한지방질의몸으로전환시키면서 셰이프는달라도같은,

급의슬리밍을유지하기위해웨이트트레이닝에들이던시간의두배를파워스트레

칭에쏟아부었다 요가가단조롭게느껴질무렵발레를겸해서시작했는데그바람에.

웨이트는 물론이고 수영장도 한동안 찾질 않게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소원했나.

싶어간만에수영복을챙겼다 한창때는열다섯번을턴했는데겸손하게다섯바퀴를.

양보 열바퀴로목표를정하고다이빙 레인을네번째왕복할때였다 아무이유, . 25m .

도없이갑작스레중간에호흡이흐트러졌다 몸이한쪽으로기울었다 왼쪽을몸이푹. .

잠기는것의균형을서둘러잡고침착하게레인끝에도착했다.

아우우 .…⌜ ⌟귀에물이들어가서머리가멍했다 풀에서올라와물이들어간쪽으로머리를기울.

인뒤한쪽발을들었다 콩콩뛰며손목안쪽으로머리를두드리고있는데어 누군. -.

가아는체를하며다가왔다.

수영하시네예.⌜ ⌟물이아직귀안에있었다 누군지나도알아봤는데빤히쳐다만보고대꾸를안했.

다 일단이것부터였다 계속콩콩뛰며머리를두드렸다. . .

귀에물들어갔납네.⌜ ⌟웃는그의얼굴에서바닥으로시선을내리고계속콩콩 곧뜨거운물이귀를빠져.

나왔다 뻥 머리가뚫렸다. , .

귀에물자주들어갈거같으면귀마개쓰이소 잘들어가는사람있심더그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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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갑게도말을붙이고있는이남자는얼마전까지웨이트트레이닝을할때그곳

의트레이너중하나였다 남자라고하기도뭐한게그냥보기에도애기다. .

수영자주안해요.⌜ ⌟그래도예.⌜ ⌟그럼 대충인사하고풀안으로도로들어가려는데그가말을이었다. .…

지안쓰는거새거하나있는데그거드리까예 어차피안쓰는긴데 새겁니. .⌜더 포장도그대로. .⌟아니에요 괜찮아요 수영자주안해요 오늘하면언제또다시할지몰라요. . . .⌜ ⌟근데이젠웨이트아예안하실모양이지예 되게한참마이다 계속요가만하실. .⌜

깁니꺼 웨이트하이소 보이와 몸마이물렁해지삤네. . . .… ⌟얘가어딜봐 오른손으로왼쪽상박을잡아가슴을가렸다. .

이서보이까또반갑네 .…⌜ ⌟보기보다더했다 목소리에말투까지들으니대충나이짐작이갔다 군대아직안. .

다녀왔구나너.

웨이트오이소 와가트레드밀만이라도하이소. .⌜ ⌟우리센터가트레이너한테영업시키는분위기는아닌데민망하게왜이래얘 빌미.

를주고있는내가죄다싶어가볍게목례하며인사했다.

그럼전 .…⌜ ⌟아 예, .…⌜ ⌟아예눈치없고예의없고이런애는아닌지마주고개를숙여인사를나눴다 내.

옆레인으로성큼성큼걸음을옮기며수경을내려썼다 풍덩 다이빙해안으로들어갔. -.

289

다.

아이고오 귀여워라. .… …⌜ ⌟수영복을세면대에넣고물을받으며트레이너가준스위밍플러그의포장을뜯었

다 플라스틱을 벗겨내고 종이 뒷면을 무심결에 보는데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

다 바보야 관심이 있으면 내 번호를 알아가야지 니 번호를 적어주면 어쩌겠다는 거. ,

야 아 하긴내번호는회원등록할때적어냈으니사무실에서알아내자면알아내려. ,…

나 수영복을빨아물기를짠뒤욕실수건걸이에널면서도웃음이안가셨다 내가이? .

놈아널사위삼으면사위삼았지애인으로삼을나이는아니다이놈아 .…

게다가난이제곧서울로가버릴건데말이지.

친구들이정말지훈씨미워하겠다 내가더미움받으려나. .…⌜ ⌟그전까지는지훈씨가매주 시간넘게운전해남쪽으로내려오게되었다 혜성씨가5 .

움직이기엔 여름은 더우니까 겨울은 추우니까가 그의 이유였다 가을엔 서로 바빠서, .

만날시간이거의없었고 아무튼남는시간은다내게쏟고있으니친구들과식구들의.

원성이자자할터였다 소개좀시켜달라는말에이리저리핑계를대고있는것도미.

안했다.

공식적으로 년반만에본격적인연애란걸하게되었다 미경이다리를놓았던최2 .

선배와도무지진척이없는내게민우가나섰다 어정쩡한관계가남기는것은난잡한.

평판뿐이라며.

야한남자면생각해보지.⌜ ⌟내세운조건은하나였다 구제불능의철딱서니소리가듣고싶은거였는데 민우는. ,

흥정붙은장사치처럼손가락으로스냅까지튕기며전의를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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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자신만만한가보다?⌜ ⌟딱걸렸어전혜성.⌜ ⌟월을막보낸초여름의문턱 민우는회심의남자를포함해모리조트로여행계획5 .

을세웠다 함께하루자면안생길정도생긴다는그의말에대체어느정도길래저.

렇게야심찬가싶어서미경이에게미리정보를좀캤다.

야하면된다며 야해 그말밖에안하는거있지민우. . .⌜ ⌟음 야하긴해- .…

하 둘이말맞췄구만이것들 .… …⌜ ⌟한일년애인없었다 근데먼저번애인이있지여섯살연상이었어- ? .

에에?⌜ ⌟결혼까지하려고그랬는데집안반대가심했다나봐 그래서헤어졌대 부모님속- . .

되게썩였대애인문제로.

와 그러고일년애인없고. ?…⌜ ⌟어 너야 민우가그러는데이사람눈되게높대 우리다니가그사람눈에안- . , .

찬다에한표걸었어.

어야 문득서러워야. .… …⌜ ⌟응 그러니까이쁘게하고와 죽기도억울하다싶게이쁘게- . . .

불로장생하고플 만큼 예쁘게는 아니어도 애들이 놀릴까 걱정은 되게 공을 들이고

통영가는시외버스를탔다 본래차를가지고가려고했는데버스를탄데에는. ,

버스로오세요 제가터미널로모시러갈게요- . .

291

박 일의 예정이었으나일이많아그만첫 박을 놓친 나는 친구들과함께먼저2 3 1

도착해술을마시고있던그와전화통화를하게됐다 새벽이어서꽤나거나했을텐데.

도그는맑은목소리를내고있었다.

알아볼수있어요- .

.……⌜ ⌟알아볼수있을거같아요- .

그의호언이일조했다.

우리는첫눈에반했다 거부감이좀덜드는다른표현도있다 우리는처음본순. .

간서로마음에들었다 아무튼우리에겐그런행운이일어났다 버스가터미널에닿았. .

고 버스가들어오는곳에서서고개를빼어안을살피는그를나는알아보았다 키도.

얼굴도들은바없이아는것이라고는고작목소리뿐이었는데도.

저남자다 정지훈. .

나를사진으로미리보았다는그는곧나와눈이마주쳤다 그리고그의눈과입술.

이시원스러운곡선이되었다 그는환하게웃었다 내가왜이렇게웃지싶어어딘가. .

난처한미소를짓고있는나를향해.

결국알아볼수있다는장담의주체는그사람이아니라내가된셈이었다.

정말?⌜ ⌟네.⌜ ⌟리조트로 향하는 그의 차 안 그는 우리가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어디서일까. . ?

기억을더듬다그가민우의군대동기라는것을감안 대답했다, .

설마그럼포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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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그랬다 그의옆얼굴에한결더시원한웃음이퍼졌다. .

민우면회왔을때 그때봤어요 두번이나봤는데. . .⌜ ⌟와진짜 근데왜나기억못하지? ?…⌜ ⌟기억못해주면고맙죠.⌜ ⌟그의농담에웃음이작게터졌다 그래도그게언제라고날기억을 놀라움을섞. .…

어말하자그가대꾸했다 혼잣말인양작은목소리로. .

민간인이니까.⌜ ⌟하하하하 .…⌜ ⌟아무도 우리한테 관심 없었다 우리에게 무관심하려고 모두 커플로 온 여행이었다. .

니꺼니까니가챙겨 우리둘만남기고모두오붓함을위해사라져버렸다. .

남아있어요당연히그때얼굴이.⌜ ⌟맥주 캔을 양손으로 바그작거리며 가로등 아래 밤 벤치에 나란히 앉은 그는 나를

보며말했다.

코랑입술이그대로.⌜ ⌟맥주캔을쥔손을들어손가락바깥쪽으로내얼굴을어루만지는시늉과함께말

을이었다.

눈빛이약간달라졌어요.⌜ ⌟.……⌜ ⌟

그땐인상이뾰족했는데 지금은유해졌어요, .⌜ ⌟.……⌜ ⌟

나이부드럽게먹었네 혜성씨, .⌜ ⌟

293

빙긋이 웃은 그는 맥주를 넘겼다 술을 머금어 볼록해진 볼과 아래로 시선을 내린.

눈 맥주캔을잡고있는커다란두손그리고길기도한다리 어릴적누군가가짧은. .

테니스반바지를입은날보고했던말이고대로떠올랐다 그게다니다리냐. ?

우리혜성씨 어딜데려갈까, .⌜ ⌟갑자기커진그의목소리에나도고개를들었다 시선을술기운으로씨익웃고있는.

그에게옮겼다.

동물원데려갈까?⌜ ⌟술을마셔한층더진하게내리깔린목소리로 가로등불빛에그렁그렁하게비치는,

눈으로웃으며그는말을이었다.

아니면춤추러갈래요 클럽같은데좋아해요? ?⌜ ⌟나와닿을듯말듯한안쪽다리말고 바깥쪽다리를좌우로흔들흔들하며여전히,

웃는낯의그는말을이었다.

어디갈래요 다음주말에, .⌜ ⌟.……⌜ ⌟

어디가고싶어.⌜ ⌟그와나는나이가같다 일부러그러려는것도아닌데참이상하지 늘동갑아니면. .

연하다 애인이. .

어디갈래.⌜ ⌟전작에눈아래가붉은그는나를보며맥주를넘겼다 캔에입술을대느라웃음기.

가가신그의얼굴이순간날카롭게변했다 공격적이라는착각이들만큼. .

동물원갈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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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머금어볼록한뺨 다문입술이늘어날까참는웃음을보니나도웃음이조금.

따라났다 손등으로입술을훔치며그는술을넘겼고곧나를보며씩웃었다. .

아이씨괜히술먹어서.⌜ ⌟다리를흔들흔들움직이며부드럽게웃고있는그는나지막하게말했다.

뽀뽀도못하게.⌜ ⌟그의 얼굴에서 천천히 웃음기가 가셔갔다 더 이상 다리장난도 치지 않았다 나를. .

말없이바라보았다.

.……⌜ ⌟

.……⌜ ⌟코감기걸린아가들이밤에잘때저런탁한숨소리를내는데 느리고거친숨소리.

맞춰크게움직이고있는그의가슴을바라보다가다시그의눈으로시선을올렸다 취.

기에젖은눈과마주한잠시후 그가낮게뇌까렸다, .

술취한놈술김인가보다.⌜ ⌟.……⌜ ⌟

그렇게오해하면안되니까.⌜ ⌟.……⌜ ⌟

재혼을종용받았던것은결국대를이어야하는종손의의무감때문이었다 매일매일.

새로운 태양을 보는 한 인생은 그 다음 풀어야할 숙제를 미리 알고 떠나는 어드벤처

게임이아닌가 결혼을넘기고나자어르신들의새로운압력이시작되었다. .

295

니가그래느그형아를따르이아가생기고말끼가.⌜ ⌟형수에게는독려 그에게는무언의재촉이었지만내겐꾸지람이었다 근일년이되, .

도록좋은소식이없자할머니께서는딱히애인도없이형만찾는나를탓하셨다 할머.

니저도이제늙어서형이귀찮게하면도망다녀요 그리고형이무슨씨감자도아니.

고본인애정보다어른들조건맞춰드려한결혼인거아시면 년지난것도아니고3, 4

아직 년도안됐는데제발그만하세요 형가여워요 형도노력해요 내가알아 해도1 . . . .

너무하신다싶게구박이심해지면울컥해서확말해버릴까보다의괴로움을당한지

일년 드디어형수가임신했다 본가에가서저녁으로전복죽을먹고있는데어머니가, .

할아버지에게그러셨다.

아버님이거 선물들어온전복이에요, .⌜ ⌟맞나.⌜ ⌟예 우리집에앞으로열달뒤에새식구생기게됐대요 그래서제가해준선물. .⌜

이에요.⌟아 그래애. ?…⌜ ⌟경사가났다 나도좋았다 축하한단소리에파묻힌형수를보며웃느라반그릇도. .

안비운전복죽에체했다 뒤틀려아픈속에가만히손을대고바랬다 아들낳아요 형. . ,

수 딸낳아또우리형괴롭히지말고. .

모두의 바람대로 형수는 아들을 낳았다 제 엄마를 닮아 평생 제 아버지와 인물을.

비교당할불운의우리조카를 어떻게얜키도작다. .

그러니까성격도엄마닮아야해 알았지우리전장군? ?… …⌜ ⌟돌이지나고 개월 개월의조카는걷는건일도아니었다 아장아장곧잘뛰었다3 . 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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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대가족이라아기에익숙한집안이지만역대집안화초도이런화초가없었다 그.

큰집을온종일뛰어다니며강아지였다 조카의손을잡아흔들며날보고까르르숨.

넘어가게웃는얼굴에말해주었다.

니엄마한테여동생은죽어도낳지말라그래 특히니아빠닮은여동생? .… …⌜ ⌟이녀석은내가모르는그의세계를압축시킨상징물이다 내가끼어들수없는그.

의세계를이녀석이이뤘다 누군가에게는구세주 누군가에게는파멸 천국을완성하. , .

는신의이름 그마지막알파벳같은존재는신을믿지않는자에겐세계의종말을의,

미한다 이제곧무럭무럭커지겠지 그래서날밀어내겠지너 나는알수없는곳으로. . .

그를데려가겠지 조강지처라는빈약한견리망의마저내게서빼앗은 그의유전자를받. ,

아정당한아가집에서태어난생명.

아빠존경해야돼 알았지, ?…⌜ ⌟조카의머리를쓸어주며부탁했다.

나는요물이거든 근데우리장군님아빠는훌륭한사람이에요 알았지? . ?… … …⌜ ⌟

여행지에서헤어진바로그다음날아침 그에게전화가왔다 난데없이주민등록번, .

호를묻길래왜 라고되물었더니혼인신고하려구요 라고말해나를웃게했다, .…

영업하는 놈처럼 보일까봐 내 주민번호로 해주려고 했는데 그러면 내가 혜성씨- ,

통화목록을다알게되잖아요.

.……⌜ ⌟그래서요금만내계좌로했어요 혜성씨핸드폰하나만들게요 나랑만통화하는- . .

297

걸로.

그리고그주말 정말동물원에서핸드폰을받기로했다, .

대전오는버스를타요 그리고덕유산휴게소에서내려- . .

네.⌜ ⌟그럼내가거기서기다릴게요- .

응 아니 잠깐 지훈씨는하행선을탈텐데어떻게상행선휴게소에서기다리겠. , .…⌜다는거예요?⌟

아이고 설마그것도못할까봐요 혜성씨는내리기만해요 동물원까진내차로- . . .

갈테니까.

버스가고속버스휴게소에멈췄다 문이열리고버스에서내리자웃고있는그가있.

었다 월초의정오 날씨가어찌나좋은지푸른하늘과푸른산 푸른공기에눈이시. 6 . ,

렸다.

왜이고생을해요 어디서돌아다시올라왔어요. ?…⌜ ⌟고생안했어요 만났으면된거지. .…⌜ ⌟점심을먹으러휴게소식당으로걸으며그가넌지시물었다.

여기서이렇게만나니까반갑죠.⌜ ⌟네.⌜ ⌟실은오래전부터인연이닿아있던사이 순수함만을공유한꼬마시절의희미한첫사.

랑을다시만난것처럼설레었다 리조트에서하루를같이묵으며편한실내복에흐트.

러진 아침 얼굴을 서로 나눈 것이 첫 데이트의 낯설음을 없애는 데에는 과연 도움이

되었다 밤새이야기를하느라아침녘에두어시간밖에못잔나는제일늦게아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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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에앉았었다 샤워로젖은머리를하나로올려묶고트레이닝수트바람에한쪽무릎.

을세우고의자에앉아졸려눈을못뜨고있는것도보여준마당이었다 비니를푹눌.

러쓴채북어국을떠먹던그는나와눈이마주치자후 코로웃었다 잘잤어요 나. ?… …

는부끄러운줄도모르고인사했었다.

밥안차린사람이설거지.⌜ ⌟며칠밤샘작업하느라안그래도피로누적이었다 그러나리조트온이후로어떻게.

번번이일안할구실이생겨서본의아니게뺀들거리게됐다 밉상으로찍히면내손.

해라천근만근의팔을움직여장갑을끼고있는데,

하지마하지마.⌜ ⌟내옆으로다가온지훈이귓속말처럼속삭였다 내게서가져간고무장갑을끼며턱.

으로자기뒤식탁을슬쩍가리켰다.

앉아서커피마시고있어요.⌜ ⌟식탁에엎드려설거지하는그의등을바라보았다 군청색반팔티셔츠를입은그의.

등은자전거같이타고뒤에서기대면딱좋을크기를갖고있었다.

자전거탈줄알아요?⌜ ⌟네.⌜ ⌟재주도 좋지 그는 리조트 사무실에서 자전거를 빌려왔다 꽉 잡아요 넘어지면 팔, . .

까진다 보호대없어서 그의당부에대답으로그의허리를꼭잡았다 리조트근처 바. . . ,

다가 보이는도로를따라자전거를탔다 우리는니네자전거타고서울간줄알았다. .

그렇게 오랫동안 자전거도 같이 탄 사이였다 함께 동물원을 돌아다니는 것에 조금의.

어색함도없었다 팝콘을나눠먹으며사파리의기린을보고바이킹에서비명을지르는.

299

남자들을아래에서구경하며같이크게웃었다 솜사탕을뺏겨울상도짓고풍선을가.

지고나잡아봐 라도했다 거대한분수쇼를보며저녁을먹은뒤그의차로우리집- .

까지오는동안계속이런저런이야기를나누었다.

그는내가본그어떤사람보다도손짓과팔짓이예뻤다 단순히길어서가아니었다. .

말할때제스처가좀있는편이었는데손동작도팔의움직임도크고시원한움직임과

짧고박력있는스냅이적절이섞여서어딘가춤사위같기도했다 그러면서도부잡스.

럽지않고차분한사람이었다 아양많고수다스러운남자를못참는내겐적격이랄까. .

집에 도착하니 잘 밤이었다 내가 이렇게 피곤할 땐 종일 운전한 그는 오죽하겠냐.

싶었다 게다가이한밤에다시운전해서울까지올라가야하는그를도저히그냥돌려.

보낼수가없어서잠깐차라도마시라며집으로들였다.

욕실저쪽이에요.⌜ ⌟그에게욕실을양보하고입은옷그대로싱크에서손을씻었다.

집에고양이있어요-?⌜ ⌟욕실용품중에고양이샴푸를봤는지그의목소리가들려왔다 가스레인지에주전자.

를올리고카페인이없는차를고르느라찬장을열고안을살피며대답했다.

응 우리밀크 그런데지금심장이안좋아서병원-. . …⌜ ⌟그런데.

아.⌜ ⌟갑자기그가뒤에서끌어안았다 놀라차봉지를놓친나를그대로번쩍안아몸을.

돌렸다 싱크에기댄뒤팔을풀었다 나를앞으로돌려다시꽈악끌어안았다 덩치가. . .

워낙큰데다가몸을앞으로기울이는바람에내몸은뒤로젖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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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 ⌟조금만이러고있어요조금만 .…⌜ ⌟그러나조금만이러고있자던그가곧팔을풀었다 한팔이내허리에감기는가싶.

더니다른손으로내머리뒤를잡았다 그리고세상에키스를 그것도처음부터입안. .

으로혀가들어왔다 허리를감은팔을자기몸에압착하듯꽉조여서그바람에숨이.

터지며입이벌어진것이다 놀란나는그의가슴을힘껏밀어떼어냈다 다시나를끌. .

어당기려는그에게거리를둔팔에힘을주고당황해말했다 말이어찌나빨리나오는.

지말하는나도놀라웠다 언제녹음해둔건아니냐싶게술술. .

정말차마시라고들어오라그런거예요 운전오래했는데바로서울가다가사고.⌜라도날까봐 숨조금돌리고가라고들어오라그랬어요 그냥보내면그게더예의가. .

아니라서.⌟숨이멎은나는그의눈을 숨이가쁜그는내입술을보고있었다 내옆구리를잡, .

은그의손가락이새로움켜쥐듯연신움직이고있었다.

저 되게 저 되게 평균적으로 그래요 평균적으로 시간 걸려요 손잡고 뽀뽀하고. . .⌜그럴때까지.⌟

.……⌜ ⌟그것도사랑해야그래져.⌜ ⌟.……⌜ ⌟

내가 결벽도 아니고 순진한 사람도 아닌데 그래도 함부로 그러지도 않아요, . . .…⌜사랑해도 사랑한다고그래도시간걸려. .⌟

.……⌜ ⌟

301

정말차드시라고들어오라그런거예요 이대로운전하고가면너무피곤하니까. .⌜데이트재미있었다고아무하고나안이래요 이러면어떡해요 이러는게어딨어요. . .⌟

.……⌜ ⌟들어오라고한건나니까 어쨌든무안하게만든건나도너무미안하지만 근데, ,⌜

나정말그냥차마시라고들어오라그런거였어요 설마내가이러라고들어오라그랬.

을까.⌟잠시후 내허리를감고있던팔을그가풀었다 그에게서한발자국나는뒤로물, .

러섰고그는천천히양손으로싱크대를잡았다 그는말했다. .

미안해요.⌜ ⌟그도나도침묵이었다 실내가어찌나고요한지지잉 갑자기시작된냉장고울음에. -

가슴이철렁할정도였다.

.……⌜ ⌟

.……⌜ ⌟언제까지이렇게벌서야하나생각하고있었다 먼저움직이기도입열기도조심스.

러웠다 눈을그의무릎으로내리고있는데그가나를쳐다보는시선이느껴졌다 어쩐. .

지불안하기도해서살며시눈을들었다 그리고역시 그와시선이마주쳤다. . .

.……⌜ ⌟

.……⌜ ⌟아주가만히 그가싱크대를잡고있던손을올렸다 내뺨을감쌌다 그리고기대고, . .

있던 싱크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바짝 마주선 채로 올려다보려면 고개가 젖혀질 만큼.

그는키가컸다 등뒤로팔을둘러손바닥으로나를안락하게받힌그는내뺨을감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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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손을턱으로내렸다 턱이조금더치켜올려지고나는눈을감았다. .

사랑에빠진다는건당신의인생에햇살이비추인다는것을의미한다 사랑하기전.

과뭐가달라지냐면주변이밝아진다 사랑에의의존도는당신이어떤사람이냐에따라.

다르다 독립적이냐 의지적이냐에 따라 다르다 당신이 얼마나 햇살이 필요로 했던가. .

역시변화의정도가될것이다.

그러나사랑이란당신의성장에는관여를하지만본질이나속성까지바꾸지는않는

다 전혀다른것으로변이시키지는않는다 근본적인것을바꾸지는못한다 그저주. . .

변이 밝아질뿐이다 따뜻해질뿐이다 연애를시작했다고해서당신자체가바뀐다거. .

나 당신의 인생 전체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변화는 해도 변이는 아니다 지속적으로. .

비춰진다거나 햇빛이 상당히 강렬하다면 일어나는 기적은 차라리 탄생이다 애인이란.

당신의인생을뒤바꿔줄구세주가아니라당신과생활을나누는동반자이다 혼자보던.

영화를같이보고혼자가던곳을함께가고혼자먹던것을함께먹고혼자자던침

대를나누는것 그뿐이다 쉽게예를하나들자면일반적으로는재미없는사람의연애. .

는재미없고우울한사람의연애는우울하고냉소적인사람의연애는냉소적이라는얘

기다 가벼운사람이라면연애도가볍고낭만적인사람이라면연애도낭만적이고유머.

러스한사람은연애도재미있는법인것처럼.

사랑에아무런기대가없기때문에나는지훈이좋았다 첫눈에반해사랑에빠졌다.

고 말할수있었다 햇살에녹든꽃물이들든결국의내마음을내가알고있기때문.

에.

어마나나어떡해어떡해.⌜ ⌟사고쳤다 온동네가떠나가게자동차경보음이울려퍼지고있었다 지훈의키홀. .

303

더에뭐가묻어있는걸발견하고닦아주려한손에쥐고싱크열어세정제찾다가그

만물안에떨어뜨렸다 그는아직자고있었다 물기를서둘러말린뒤혹시고장일까. .

해서 눌렀더니 안 된다 그리고 이런 바보 고장났나봐 당황해서 그만 차키를 차문에. ,

꽂았다.

삑 삑 삑 삑- - - -!

엄마어떡해!⌜ ⌟난리가났다 어떻게해도안멈춘다 문도안열린다. . .

지훈씨어떡해나미안해서어떡해.⌜ ⌟됐어요 그럴수도있지. .⌜ ⌟아거뭐하는거요 시끄럽게- -!⌜ ⌟죄송합니다-.⌜ ⌟일요일늦은아침이었다 자다말고밖으로나와죄송하다말하는그를동네사람들.

이구경했다 뭐하는누구집자식인지다아는사람들이있다 못보던남자와이아. .

침에나란히있는걸보면우리집어른들귀에도들어간다 난처함으로얼굴이빨개진.

내게그가웃으며말했다.

들어가있어요.⌜ ⌟어떡해 .…⌜ ⌟괜찮아 방법있어요. .⌜ ⌟문이안열리잖아 .…⌜ ⌟아냐열려 걱정말고들어가있어요. .⌜ ⌟온동네의욕을다먹고야경고음은꺼졌다 리모컨은말리면다시쓸수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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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안해도된다며그는나를안심시켰다.

미안해요 .…⌜ ⌟아뇨 애초이모든원인제공은따지고보면나니까미안해안해도돼요. .⌜ ⌟그래도미안해.⌜ ⌟잘못한거없어잘못한거없어 .…⌜ ⌟나를안고등을도닥인그는말했다.

나가서아침이나먹어요.⌜ ⌟내머리를헝클어뜨리듯쓰다듬은그는비니를눌러썼다 내게야구모자를푹씌웠.

다 현관문을잠그고몸을돌리자그는손을내밀었다. .

손.⌜ ⌟그의손을바라보다가잡았다 깍지낀내엄지를자기엄지로어루만지던그는곧.

고개를들었다 나를보며씩웃었다. .

손을젤마지막으로잡는커플진짜드물거야.⌜ ⌟

최선배한테언제얘기할거야 소문으로듣기전에니가얘기할거지? ?⌜ ⌟글쎄 뭐. .⌜ ⌟서울에볼일이있어서올라갔다가시집간누나를보고지훈씨를만나고그리고미

경의집에서잤다 아침먹은설거지를하며등뒤의미경에게말을이었다. .

소문으로듣고나서나한테물어보면말해주든가.⌜ ⌟말하는거봐.⌜ ⌟

305

해본소리야.⌜ ⌟.……⌜ ⌟

내려가자마자 말할 거야 행여 최 선배한테 나 서울 왔었다고 말하지마 전화로. .⌜말할거니까.⌟달각달각싱크대의나는유리컵을씻고바삭바삭식탁의미경이는땅콩껍질을벗기

고있었다 한참일에열중하고있는데미경이입을열었다. .

나참 동욱이싸이가봤다 걔도싸이하드라. ? .⌜ ⌟잘살아?…⌜ ⌟

어 애인도두고잘살드라. .⌜ ⌟후 .…⌜ ⌟근데확실히군대다녀오드니애가달라졌어 엄청촐랑대더니요샌버전바꿨던.⌜

데 후까시모드로 애인이좋아서죽드라야걜. . .⌟좋으네 원래멋진애잖아. .⌜ ⌟야내가주소가르쳐줄까.⌜ ⌟싫어야 나인터넷거의 시간열어두고있는데 싫어. 24 . .⌜ ⌟장갑을벗고손을씻은뒤핸드크림을바르며미경의맞은편에앉았다 땅콩껍질이.

묻은손을털고미경은내쪽으로내밀었다.

봐봐 커플링. .⌜ ⌟내민손을잡아당겨반지를보며미경은말했다.

어떻게 결혼반지도아니요 약혼반지도아니요 그냥커플링이라면서다이아 부, , 5⌜를박아주니 김중배도아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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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 .…⌜ ⌟미경이를도와땅콩껍질을벗기기시작했다 그녀의네번째손가락에단촐하게빛.

을내고있는 케이링반지가문득눈에들어와서작게말했다14 .

너무크고무거워서부담스러워.⌜ ⌟참 자랑하는방법도가지가지가지. .… …⌜ ⌟야아 그런거아냐. .… …⌜ ⌟가지가지가지 .…⌜ ⌟으으응 이건지가일부러소박한반지해놓고는 세상에무슨현자난것처럼? ,⌜

굴더니나한텐이러는거봐.⌟너야말로잔말을말아.⌜ ⌟.……⌜ ⌟

너는김중배가아니라이수일이돈이많은거야.⌜ ⌟.……⌜ ⌟

그니까아침마다반지에절한번씩하고껴.⌜ ⌟.……⌜ ⌟

조건?⌜ ⌟그의왼쪽어깨를베고누워있던나는되물었다 그도되물었다. .

그렇게도되나?⌜ ⌟이상형이결국조건이니까.⌜ ⌟

307

음 그럼조건요 조건있어요. . ?⌜ ⌟내게 베개 삼아준 팔을 구부려 내 속옷 어깨끈을 손가락에 끼워 빙글빙글 돌리는

그가또물었다 그의먼쪽어깨를손가락끝으로살살어루만지며대답했다. .

첫번째 성형한곳이없을것. .⌜ ⌟안했어요.⌜ ⌟소리없이끌어올려진입술을움직여말을이었다.

두번째 아침신문을나한테양보해줄것. .⌜ ⌟음 .…⌜ ⌟세번째 모닝커피서비스 나참 새벽다섯시에일어나요. . , .⌜ ⌟와 진짜. ?⌜ ⌟응.⌜ ⌟또.⌜ ⌟없어요 그거면돼. .⌜ ⌟진짜달랑그거셋?⌜ ⌟응.⌜ ⌟진짜요?⌜ ⌟그렇다니까.⌜ ⌟손가락끝을그의쇄골위에올려천천히움직이며말했다.

다들그조건쉬운줄알드라 그거안쉬워요 달랑그거셋 이럴게아냐. . , .⌜ ⌟음 .…⌜ ⌟아침신문을양보 랬을때는나만큼이나아침신문에집착하는사람이란뜻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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잖아.⌟아 .…⌜ ⌟모닝커피는아까말했듯이나다섯시에일어나니까 그만큼부지런하거나 아님, ?⌜

늦잠꾸러긴데도 아침 잠 희생해줄 만큼 날 사랑하거나 의 의미잖아 안 쉽다니까 그, .

거?⌟성형은?⌜ ⌟선천적으로잘생길것.⌜ ⌟와 너무어려운데. !…⌜ ⌟그봐 달랑세개라니 나너무쉽게봤어당신 흑. . . .⌜ ⌟손으로얼굴을가린우는시늉으로그의품에파고들었다 팔베개의반대팔을자기.

머리아래로구부려넣은그는와 감탄사를또냈다. .…

생각할수록 .…⌜ ⌟

매일새벽 시의기상은실은저혈압인내게인간승리라볼수있다 그래서이른5 .

아침 시에는시계처럼일어나면서도그보다일찍은절대로불가능이다 심지어 시반5 . 4

도힘들다 분은씨름하다가다섯시에일어난다 특별한일이없으면주말마다내게. 30 .

내려오는 지훈씨는 월요일 새벽 시쯤에 일어나 서울로 출근하곤 했는데 단 한 번도3

그를배웅못했다.

우으나아 .…⌜ ⌟그래도맘은그게아니라일어나진못해도깨어난표시를하면그는내어깨를도

309

닥이며귀에속삭였다.

괜찮아 누워있어누워있어 누워있어. . .… …⌜ ⌟그리고 시 그두시간을일찍못일어나서가는걸못보니싶어내자신이싫어5 .

지는 기상시간 뭐이쁘다고협탁위엔아침신문그리고텀블러엔녹차가들어있었다. .

얼마전커피를끊었기때문이다.

세상에 .…⌜ ⌟그몇번에내입맛을알고있었다 지나치게달지않은녹차라떼를마시며신문을.

펼친나는그에게전화했다.

맹세코단한번도나.⌜ ⌟네- .

이세가지소원들어주는애인을못가져봤어요.⌜ ⌟한번으로어떻게알아요 앞으로더두고봐야알지 끝까지매일 은아니지만- . . ,

지금은 아무튼끝까지매일하느냐못하느냐 두고봐요더. . .

음 그런가. ?… …⌜ ⌟그럼요- .

그래도고마워 .…⌜ ⌟물고기같은남자였다 기본성품이고요하고유순했다 들었던칭찬과크게다르지. .

않았다 남들이하는데이트 남들보다빠른진도 어느쪽도겪을수록마음에들었다. , , .

덥석과감한짓하고나서겁이안나는게아니었다 나혼자저지른일도아니고내.

가그에게헤프게보일까봐가아니라내스스로이남자에게흥미를잃을까봐서.

전혜성 매달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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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시간을기다리며그는곧잘아주꼬마시절에나하던놀이를하자하곤했다 뽀.

빠이처럼팔을구부려매달리라고한다든가,

끼야아악-.⌜ ⌟귀를양손으로잡아들어올리고서울구 경 이런다거나 술이많이취해도특별한- . .

주사가없었다 그는물고기같았다. .

집안 식구들에게그의인기는내게애인이생기기를기다려온것과비례한대도훨

씬더폭발적이었다 모델처럼생겼다는외모지상주의여동생의호들갑이나내데이트.

상대나애인에게는늘점수가후했던형은말할것도없었다 이집이너한테제일만.

만한 집이고 내가 너한테 제일 만만한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형에게 긴장에 숟갈질과

젓갈질도헷갈려하던지훈은크게반해버렸다 특히나둘만따로밤새술을먹고는자.

기가아는남자중에가장남자고어른중에가장어른이라며한층더따르게되었다.

내형이지당신형인줄알아?⌜ ⌟혜성씨형이면내형이죠뭐.⌜ ⌟나야내형이라좋지만 정말좋아우리형이. ?…⌜응.⌜ ⌟질투어린소릴하면한술더뜰정도였다 내게내려올때마다그를찾아가인사를.

잊지않았다 빈손으로가는법도없었고. .

마음이힘드느니몸이힘든게났겠다싶어서내려왔어요 .…⌜ ⌟이번 주엔 바빠서 못 내려간다던 그가 일요일 새벽에 불쑥 나타나 현관에서 나를

끌어안았다.

와 어떻게이렇게까지보고싶지사람이. .…⌜ ⌟

311

고개를 젖히지 않으면 품에 갇혀 숨이 막힌다 그가 움직이는 대로 몸이 진자마냥.

좌우로흔들리는나는반가움에말했다.

못올줄알았는데 .…⌜ ⌟그러게 나도못올줄알았는데. .… …⌜ ⌟물론늘알렸던것은아니다 한달평균두번밖에보지못하는원거리연애라서.

서로에게만퍼부어도부족한시간때문에라도.

봐 이런거예요. .⌜ ⌟그렇다고늘둘만있을수도없었다 형수는친정에가고어머니는이모댁에가신.

어느주말이었다 본가의저녁준비를내가돕고있어서마침내려와있던지훈씨도나.

를따라본가에서저녁을먹었는데식사가끝나고형과함께 층에셋이모여과일을2

먹다가이얘기가나왔다 어째서로맨틱무비에이런장면이없을까 기타하나를여. .

자가코드잡고남자가줄을뜯어함께연주하는장면이 여자를앞쪽에앉힌남자가여.

자오른쪽어깨너머로여자를안듯이오른팔을내리면자세도편한데 그렇게둘이기.

타하나로연주하는장면 이거왜난한번도영화에서못봤을까 하긴 아무리내가. . .

영화를좋아한다지만전세계영화를빠짐없이다본것이아니니없어서못본게아

니라못봐서모르는것일수도.

나는 기타를 고등학교 때 록그룹 활동을 했던 남동생에게 배웠다 형은 군대 가기.

전 집에서하루뒹굴다가기타나배워볼까기타안고악보뒤적이면서하루만에독학,

했다 기타는쉽다 악보보는것도간단하다 헤드짚는법만외우면일단코드문제없. . .

고 몇번줄어떤리듬으로튕겨야되는지악보에줄번호숫자로표시된대로만튕기

면된다 간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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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과함께하는기타연주란실제가상상보다더재밌다 나란히앉아젓가락행진.

곡을연주하는것과는비교도안되는성취감이있다 안타깝게도지훈씨는기타를칠.

줄몰라서함께하려면배우는수밖에없는데 바쁜그에게짬이날리없었고그렇다,

고 나한테내려와봐야다른것부터한다고마땅히여유시간이안났다 내가가르쳐.

줄틈도없었다.

기타와메탈리카악보집을가지고나오자형이소파뒤쪽으로물러나앉으며내게

공간을마련해주었다 기타를들고그의다리사이에앉았다 악보를테이블에올린뒤. .

코드를짚자나를안은그는왼손으로는스크류를돌리며오른손으로줄을뜯어음을

맞췄다 오른쪽으로고개를돌리면바로그의입술이었다 코드를맞추는그에게물었. .

다.

뭘해보지?⌜ ⌟Fade to Black.⌜ ⌟노래해.⌜ ⌟헷갈릴텐데 오랜만에하는거라. .⌜ ⌟해봐 .…⌜ ⌟자.⌜ ⌟그가쥔피크가줄에닿았다 서로고개를끄덕여시작을맞췄다. .

됐어?⌜ ⌟됐어요 시 작. - .⌜ ⌟곧연주가시작됐다 처음엔간단하기시작되는반복적음조. .

잘봐요?⌜ ⌟

313

맞은편에앉은지훈에게웃어보였다 발라드곡이어서연주하기에는크게무리가없.

다 초반의단조로운반복이끝나고이어부드럽게퍼지는기타선율 이제조금은화. .

려한연주가시작됐다 집게로쥔피크와네번째손가락을동시에사용하고있는그의.

능숙한오른손과코드를맞추고있는네크의내왼손을번갈아보았다 내눈에도신기.

해서웃으며말했다.

와 우리봐 안틀려 와 오랜만인데안틀려. . . . .⌜ ⌟악보보잖아.⌜ ⌟그래두 와. .… …⌜ ⌟Life it seems will fade away- Drifting further every day-.⌜ ⌟으응 노래너무잘해애. .… …⌜ ⌟중간지점부터네크를짚는내팔이좌우로움직이며자기옆구리와배에걸리자그

가웃었다 간주부분이나오고재미없는구간이이어지면서나는네크를놓았다 그리. .

고그도피크를놓았다.

박수 .…⌜ ⌟기타를 한 옆으로 치우는 형을 보며 소파에서 바닥으로 내려와 앉은 나는 박수를

짝짝쳤다 오랜만인데도변함없는파트너십에가볍게흥분해서얼굴도달아올랐고몸.

이다떨렸다 지훈이형을조금만더좋아했더라면형의턱에뽀뽀라도해줬을지모르.

는일이다 그리고서울로돌아간지훈은전화통화로선언했다 자긴기타안배우겠다. .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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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눈이멀어도단점은보인다 장애가안보일뿐이지단점은보인다 사랑은. .

맹목보다더성숙된힘을갖고있는데그것은바로상대의단점도좋은방향으로이해

하려노력한다는것이다 그날우리가기타치는거보고또삐졌나봐요지훈씨 아. .

니무슨남자가그렇게잘토라지고그러는지모르겠어짜증나게 실은쌓인게좀있.

었어서그김에형에게투덜댔다.

아무리이해할래도안돼요 그게뭐라구삐지고그래. .⌜ ⌟책임의반을지겠다는건지그가우리둘에게한턱내겠다했다 그래서가진술자.

리였다 형과내가자주가던부산 호텔일식집사까에의별실이었다 우리를나란히. P .

앉힌그는지훈과마주앉아있었다.

한 년3 ?⌜ ⌟정확히 년 개월이겠다 월에올라갈거니까2 6 . 2 .…⌜ ⌟년 개월2 6 .⌜ ⌟

탁 재떨이에재를떨며고개를끄덕인그는담배를다시물기직전중얼거렸다, .

년 개월데리고있었네2 6 .⌜ ⌟깊이빨아들인연기를길게불어내고말을이었다.

대학졸업하자마자서울로도망가고 그러다영국간다고난리더니엉뚱하게일본,⌜으로도망가고.⌟도망은무슨요 .…⌜ ⌟그의빈잔에술을채워주려병을찾는데지훈이빨랐다 술을따르며지훈이말했.

다.

315

형님도곧부산으로옮기신다면서요 아예, .⌜ ⌟채워지는잔을보며그는아무말도없었다 지훈은말을이었다. .

부모님이허전하시겠어요 계속모시고사셨는데. .…⌜ ⌟아냐.⌜ ⌟시선을여전히잔에두고가벼운목소리로아니라말한그는담배를이끝으로문

채로양쪽와이셔츠소매를걷었다 손가락으로담배를옮기고그손으로잔을들어술.

을넘겼다.

사무실을옮기는거지애엄마랑애는본가에계속있어 내가일을부산으로옮.⌜기는거지.⌟아아 분가하시는게아니구요. ?…⌜ ⌟어 분가안하지. .⌜ ⌟형수는 요즘 여자가 아니다 아니어도 한참 아니다 유별나게 그를 사랑해서 뭐든. .

감수하겠다는자세인건지는모르겠지만남편이외지로사업을옮기면서혼자묵을곳

을알아보겠다는데그거좋은생각이라그랬단다 부디내가그녀편을드는일이없기.

를바라건만그녀는번번이내가자기편을들게만든다.

부산에서집까지얼마나걸린다고따로묵을집을알아봐요 늦더라도집에와자.⌜면되지 무슨일이얼마나바쁘다구. .⌟그냥혹시싶어서마련하는거아냐 잠만자는곳으로. .⌜ ⌟그리고어째서지훈은그의편을들고나오는것인지 그는아무말없이젓가락으.

로회를집어간장에찍고있었고지훈과내가형과형수를대변해티격태격하기시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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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투자목적으로도하신다잖아요 그리고일이새벽에끝나고그러는데 혹. ,⌜시집에못들어오게되면어디서주무시라구 모텔가셔. ?⌟그래도왜혼자그집을써요 아님형수랑아예분가하든가 그게싫으면아무리. .⌜

늦어도집은집에가서자고그다음날출근안하면되잖아 자기가사장인데누가뭐.

라고그래 왜밖에서따로자요와이프두고. .⌟왜욕심을안내 지가첩이야 끝내짜증이나서울컥목소리가커졌다 사이코드. ? .

라마도아니고뭐야이게 지난겨울 크게앓은나를위해지극정성으로간호하던그. ,

녀만생각하면가슴이시퍼래진다 멍이들어서 내가무슨이유로아픈지도모르면서. .

바보같이 조그만잔을한번에비우고내손으로채웠다 그리고또비워냈다. . .

와이러다싸우겠네우리.⌜ ⌟크게웃은지훈이문열리는소리에허리를펴고뒤를돌아보았다 레몬을띄운복.

지리가들어왔다 달궈진돌냄비의지리를내쪽으로당겨주며그는먹어요 라고말. ,

하며웃었다 그러자담배를눌러끄며힐끗 부글거리는지리에시선을던진형이말. ,

했다.

혜성이뜨거운거잘못먹어 네코시타야 고양이혀. . .⌜ ⌟아 너무단것도못먹더니 자극적인걸잘못먹는구나 혀가연한가봐요. . .…⌜

남들보다.⌟이정도뜨거운건먹는데.⌜ ⌟숟가락을드는데그가말했다.

뒀다식으면먹어 입천장데여서고생하지말고. .⌜ ⌟숟가락을다시내려놓는나를보며지훈이말했다.

317

진짜 어른말은잘듣는구나 혜성씨, , .⌜ ⌟그를보며싱긋웃은지훈은말을이었다.

첨봤어요 이렇게말잘듣는사람. .⌜ ⌟그는담배를피우며우리둘의대화를듣고만있었다 담배재를재떨이에발라내느.

라내리깔린그의눈을보며나는억울함이전해지도록웃었다 황당하단듯항변했다. .

나말잘듣는거언제본적있어요?⌜ ⌟지훈도웃으며말했다.

뭐 내가강압적인사람이아니니까. .⌜ ⌟지훈씨가꼭강압적이고아니고를떠나서아무한테나말잘듣고그러면그건바⌜

보지 빛하고그림자같은거예요 특정한빛이있어야지는그림자라고보면돼 말. . .…

잘듣는다는건.⌟와 내가아무나야. ?⌜ ⌟가만히뭔가를생각하던지훈은고개를끄덕였다 곧씨익웃으며말했다. .

내가좀거칠게나가면혜성씨좀달라지려나?⌜ ⌟한쪽 팔을 옆의 의자등받이에 걸치고 구부린 뒤 손가락에 담배가 끼워진 그 손에

옆머리를고인형이지훈을보며말했다.

얘한테그랬다간내가가만안두지.⌜ ⌟아이고 안그러죠형님. .…⌜ ⌟그의빈잔에술을채우며지훈은넉살좋게웃었다.

형님 혜성씨커피좀적게먹으라고말씀좀해주세요, .⌜ ⌟또이런다 나는누군가에게잔소리듣는사람이아니다 들어본적이거의없다 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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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그릇과스텐리스그릇을귀찮아한번에삶아할머니께혼났던일을제외하고는최

근 개월간은아무잔소리도들어본일이없다 그런데지훈이내게잔소리를하기시6 .

작했다.

듣는거야누구나싫어할테고내가듣기싫어서남에게도안하며남이남에게하

는소리도못듣는다 남편이외지에집을구한대도뜻대로하시라는형수는그런데이.

상한데에서또여성스러움과거리가멀어서할머니꾸중을도맡아듣곤하는데벽과

유리 가구를매일닦아야하는우리집청소부터형수는힘겨워했다 유난스레청결하, .

신할머니와친정에선곱게컸어도종갓집며느리노릇에집안일궂은줄모르는어머

니아래에서살려니어쩔수없었다 그나마아버지가집안일이본래여자일이라고하.

기엔 힘이 드는 법이라며 여러모로 잘 도와주시고는 했는데 안타깝게 형이 아버지를

안닮고할아버지를닮는바람에그가해줘야할걸내가대신해주고있었다 여자의.

인생이어떻게밥하고청소하고빨래냐며술취해우는형수를달래준이후로내가일

주일에두번씩은본가에가서집안일을그녀대신해주었다 할머니가남의집딸에게.

잔소리하시는걸 내가듣기싫어서, .

그러니내가잔소리를참겠는가 싫은얼굴을감추지못해서표정이굳고말았지만.

지훈은아랑곳없이형에게고스란히일러바쳤다 끊었다면서다시마신다고 이렇게많. .

이마시는줄몰랐다고 건강이염려될정도라고 지훈의상소를다들은그는담배재. .

를털었다 그리고말했다. .

둬 좋아하는거하게. .⌜ ⌟그래도너무많이마셔요 .…⌜ ⌟얘가필로폰을해헤로인을해 둬 마시고싶은만큼마시게. . .⌜ ⌟

319

그래도풀이죽은지훈을보자마음이살살해서나는손을들어지훈의어깨를어

루만져주었다 내머리를쓰다듬어주는그와눈을맞추고다문입술끝을조금올려.

마주웃었다.

지훈이 여기서바로서울올라가 대리운전붙여줄테니까, . .⌜ ⌟계산이끝나고그가지훈에게말했다 아무리늦어도잠은집에서자는거라고역설.

을해놓았으니나야할말없었다 혜성씨집에서자고갈거라고지훈이형에게말할.

수있는것도아니었고.

와 서울까지면꽤줘야할건데. .…⌜ ⌟겸연쩍게웃는지훈에게그는말했다.

너더러돈내란소리안해 타고올라가. .⌜ ⌟그는뜨거운감자를손에잘쥐고있는다 그의참을성은그를못하는남자가아니.

라안하는남자로만들어준다 그의능력은능력그자체보다는제어력이있다고볼.

수 있다 상대의제어를위해자신부터제어하는그는필요에따라자신이쥐고있던.

감자가얼마나뜨거웠던것인지보여준다.

자기방어를위한정당화야본능일테고내게는더나아가능력이있다 나는얼마든.

지미화시킬수있다 결국엔근친상간도그리고결국엔이기적인남자도 일종의상황. .

제어력이라고볼때이것은우리집안의피에들어있는공통된능력인모양이다 어쨌.

든뒤집으면그렇다 내가말해주지않는다면실체는아무도모른다는것이다. .

아무도모른다 내가발설하지않는한그는능력있는아버지이고의젓한남편이자.

자상한핏줄일뿐이다 아무도모른다. .

어릴적이랬다 매사부딪히는누나와싸우다가그가홧김에누나를때린적이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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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는아버지에게매를 누나는어머니에게야단을맞은이후로그는누나와동생들. ,

은 물론이고 아내에게도 손찌검이 전혀 없다 예외가 있다면 나다 이전에 그는 내가. .

말대답을했다는이유로머리가콘크리트벽에부딪히도록세게때린적이있다 신경.

외과에서검사를받을정도로크게맞았다 고백하자면마음에들어하는척과별개로.

애인이 생겼단 얘기에 번번이 뺨도 맞았다 전진의 속성 교양은 없고 매너는 모른다. . .

그가내게수단과방법을가리는것을본적없다 그러니대체나는왜그랬을까 알. .

면서도왜거부했을까.

일어나.⌜ ⌟왜이래요.⌜ ⌟셔츠의어깨를잡은그는그대로잡아당겼다 단추가채풀리지않은셔츠가위로.

벗겨지면서네크라인이귀에걸렸다.

아야아-.⌜ ⌟단추에머리카락이엉켰다 뾰족한통증으로잡아당겨지자신경질로인상이써졌다. .

몸이비틀렸다 그러나그런것아랑곳없이셔츠는우악스레벗겨졌다 침대위로올라. .

온 그는내어깨를밀어반듯이눕혔다 그리고바지를거칠게벗기기시작했다 몸이. .

다들썩들썩했다.

아야!⌜ ⌟목걸이의펜던트를잡아스냅을주어탁 줄을끊었다 그리고방구석으로던져버렸, .

다 커플링이생각보다오래걸리니그전까지걸고있으라고지훈씨가선물해준그.

목걸이를 예쁜거잘골랐는데 애한테도잘어울리고 지훈씨에게칭찬까지하던 그. . . ,

목걸이를.

321

왜이래요.⌜ ⌟내눈을똑바로노려보던그가입을열었다 지난한달간가증스러울만큼모두의.

어른이시던그는낮게뇌까렸다.

조용히해썅년아.⌜ ⌟가슴이선뜩해져서눈앞이다저려왔다 왜욕은하고그래요 화내지못했다 내가. . .

고개를돌리고있는동안브리프와함께바지가벗겨졌고곧몸이뒤집혔다 무릎을꿇.

린그는내어깨를눌러매트리스에붙였다 왼팔을아랫배에집어넣어나를자기쪽으.

로바짝당겼다 벨트푸는소리 지퍼내리는소리가들려왔다 내힙은이제그의앞과. , .

밀착됐다 허리가 고양이처럼 휘었고 힙은 위로 치켜 졌다 이어 그의 오른쪽 다리가. .

등위로넘어오는가싶더니.

아아앗-.⌜ ⌟오른빰이매트리스에닿는것과동시에그는내왼쪽귀와뺨을발로밟았다 그렇.

게머리를밟아고정시켰다 눈이저절로감기고미간이모였다 아랫입술이물렸다 그. . .

러고참았다.

왜이래요?⌜ ⌟하 헛웃음소리가이어지고 털썩 내얼굴옆으로그가풀어낸손목시계가떨어졌다. , , .

쉬이익 벨트를뽑아낸그는내허리를묶었다 손잡이처럼오른손으로잡아바짝당겼. .

다.

아야아-!⌜ ⌟얼굴을잔뜩찡그리며비명을질렀다 왼손을내아래로내린그는가장민감한부.

분을손끝으로잡아비틀었다 집게손가락끝으로꽉누른뒤비비듯문지르기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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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아악 아아아악-! -!⌜ ⌟높낮이가불안정한비명이유리라도깨뜨릴뜻높고가늘게연신흘러나왔다 소리.

가너무크면옆집에다들린다 머리는밟혀있고허리는붙들렸다 팔을아무리허우. .

적대도 소용이 없었다 그와 동시에 준비도 안 된 아래에 인터코스가 더해졌다 등은. .

말할것도없고손바닥과발바닥까지순식간에식은땀으로젖기시작했다.

으응 으응 으응 으으응, , , ,⌜ ⌟신음이아니라비명이었다 오른손은머리를밟은그의발목을 왼손은내아래쪽의. ,

그의손목을잡았다 흩어지기만하는정신을가다듬고쥐어짜는비명틈으로빌었다. .

하지말 아악 안 흐응 하지마 으으응 엄마 흐응 하지마 아아, , , , , , , , , ,⌜ ⌟그의손이떨어져나가고 발이치워졌다 내머리채를잡아고정시킨그는귀바짝, .

입술을붙이고말했다.

하지마 하지말라고그랬어너지금? ?⌜ ⌟내 허리에 매어놓은 벨트를 풀려는 그의 손이 느껴졌다 얼른 고개를 가로저었다. .

가늘게갈라진목소리가흐느낌에잠겨있었다.

아니이 그게아니라 그게아니라아. . .… … …⌜ ⌟처음처럼다시 악독하고집요하기도했다 이러다신경세포어디가잘못이라도될. .

것처럼겁도났다 허벅지아래로무언가가타고내리는느낌이났는데설마그냥저린.

것뿐이겠지만출혈이라도있는건가착각도들었다.

잘못했 흐응 살려주세 흐응 살려주세요 흐응 잘못했 흐응 어요 아야 아야, , , , , , , , , ,⌜아,⌟

323

게다가곤란하기도하지 이런때의오르가즘이라니 몸에퍼져있던통증이서서히. .

다른 것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의 손발목을 잡고 있던 내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

부여잡고있던것에서가벼이감싸쥐는것으로변했다 어찌됐든이렇게되면끝일.

거여서본능적으로집중하려는내자신도막을길이없었다 짜릿함은파도처럼몰려와.

몸을적시고또적셨다 고농축의시럽처럼극도의달콤함으로두들겨맞았다. .

아아 흐응 흐으응 하으응. . . .… … … …⌜ ⌟진이빠져버리자계속되는자극에더이상저항도못했다 몸을늘인채로그가뭘.

어쩌든숨만쉬었다 그는곧몸을멈추었다 그리고손도거두었다 이어머리를자유. . .

롭게해주는가싶더니목뒤를붙들어나를일으켰다 두손으로입근처를가린내얼.

굴 바짝가까이다가왔다 얻어맞게된아이처럼시린전조가나서나도모르게목과.

어깨를움츠리며눈을감았다 그는속삭임처럼작고낮게말했다. .

어디서까불어 어 ?… …⌜ ⌟뭐가뭐든당장엔상관도없었다 눈을감은채로고개를가로젓는시늉만겨우해.

보였다 그의말이이어졌다. .

또싸가지없게굴거야.⌜ ⌟고개를계속저으며울음에섞어대답했다.

아뇨 아뇨. .… …⌜ ⌟첫남자가갖는지배력이란무시할수가없는모양이다 내경우엔그렇다 비교대. .

상이많아질수록첫경험을돌이켜보면그에게사악한저의가있었음이점점분명해진

다 첫경험에서지옥을연상하는사람이과연몇이나되겠는가 모종의각인계획이었. .

을지도 자기앞에무력한나로만들기위한 모든면에서 이렇게까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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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얼하고화끈거렸다 훌쩍 눈물을들이마시는나를그는반듯이눕혔다 무릎을세. , .

워 허벅지를 안고 머리를 묻었다 혀끝으로 쓰라린 아래를 보드랍게 핥아주기 시작했.

다.

흡 .…⌜ ⌟실제로는 아니어도 정신적으로 흘린 눈물이라는 게 있었다 손등으로 눈을 가리고.

눈물을닦는시늉을했다 그렇게마음을가다듬는동안아래에서부터아랫배 가슴을. ,

잠시머물러그위로천천히천천히공들인입맞춤으로올라온그의입술이턱에닿았

다 이어입술에닿은뒤혀가입안으로들어왔다 몇번의부드러운키스후귀로옮. .

겨진그의입술이끝을물어당기며다정하게속삭였다.

해달라는대로다해줄게 말해봐 어떻게해줄까 말해봐. . . .… … … …⌜ ⌟

새로풀을먹여잘다림질한하얀면시트는움직일때마다바삭바삭한소리가났

다 뭉친시트를허벅지에감아허리의낮은아래부분만가린채로엎드려푹신한베.

개에지친왼뺨을고이고양손으로베개깃을쥐고있었다 침대에구부정히걸터앉아.

신문을읽고있는그의벗은등을바라보다가물었다.

손뒤로돌려봐요 팔꺾어서등에손어디까지닿아. ?… …⌜ ⌟앉은자세그대로그는왼팔을꺾어손으로등을짚었다 오른손에만붙들려있는신.

문은기우뚱 균형을잃었다, .

운동열심히하니까다르구나 안닿는데없네. .… …⌜ ⌟우리아저씨 요즘골프에어찌나열심이신지올겨울엔스키여행안가고동남아로,

325

골프여행다녀오셨다 근육에서기름기가다빠져버려서그커다랗던덩치가조금갱.

핏해졌다 길죽길죽한직각형의골격에가무잡잡하게그을린고밀도의근육질 피부도. .

매끈매끈한편이라만지면정말플라스틱같다 그가앉아있는침대의오른쪽상단으.

로팔을뻗어협탁서랍을열었다 안에서네임펜을꺼낸뒤그의등으로게으르게팔.

만뻗었다 그의견갑골사이에담배갑 크기로스누피를그려넣었다 그림이그. 1/3 .

려지는동안묵묵히신문만읽은그에게펜뚜껑을닫으며말했다.

들키지마.⌜ ⌟읽던기사를끝낸그는다음면으로신문을펼쳤다 전체를휘이둘러보고는신문을.

접어바닥에던지듯내려놓았다 고개를돌렸다. .

.……⌜ ⌟다문입술을조금끌어올려웃고있는나를보았다.

.……⌜ ⌟그리고는엎드린내등위로상체를겹치는가싶더니.

으으응…⌜ ⌟견갑골사이에날카로우면서도동시에무딘통증이느껴졌다 내등의살을조금베.

어 문그는살짝혀로핥았다 그리고곧입술을밀착시키고세게 세게 힘주어빨기. , ,

시작했다.

흐으응 .…⌜ ⌟절로감긴눈이찡그려질정도로아팠다 오른손으로내허리를잡고있는그는왼.

손을올렸다 머리를부드럽게쓰다듬어주었다 규칙적으로빨리는등은여전히아팠. .

다 눈이안떠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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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응 흐으으응. .… …⌜ ⌟한참이나 혀와 입천장으로 등의 살을 압착해 빨아 당기던 그가 입을 뗐다 그리고.

곧이어떨어져나갔던그의입술이같은위치에각도를달리해다시닿았다.

아아아아 .…⌜ ⌟살며시였던처음과다르게이번엔세게물렸다 신경이있는곳이라면전신의어디.

고전기충격이왔다 쥐고있던베갯잇을더꼬옥움켜쥐었다 얼굴을베개에묻었다. . .

아아아 .…⌜ ⌟아픈소리가베개안으로흡수되어들어갔다 쓰다듬던손길이도닥임으로바뀌었다. .

달래듯내머리를도닥여주며그는살을꽉문채로이를서너번앞뒤로움직였다 으.

으으응 으으으응 베개안에비명을지르고있는데이가입천장과혀로바뀌는가. .… …

싶더니처음보다훨씬더세게빨리기시작했다 이젠못참겠어서고개를돌리고어깨.

를움츠리며어깨너머의그를보았다 많이아픈대신이번엔그리오래지않았다. .

아야아 .…⌜ ⌟엎드린채팔만뒤로꺾어그가남긴키스마크를손끝으로만져보았다 오돌도돌하.

게작은굴곡이생겼다 몸을일으킨그는처음처럼구부정히앉았다 등을보인채로. .

고개만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등에서 손을 떼고 다시 베갯잇을 쥐었다. .

그렇게한참동안그와눈을맞추고있었다.

하 .…⌜ ⌟어떤모양인지는그가간뒤에알게되었다 욕실의거울에등을비춰본나는짧은.

소리를터뜨리며웃었다 날개뼈사이의가운데하트모양이생겼다 마치심장의그림. .

자인것처럼.

327

본가의 개층을모두통틀어가장큰방은할아버지와할머니가쓰고계시는 층3 1

의안방으로 그곳은벌써몇년째할아버지의병석이기도하다, .

장기입원과집안요양을반복하시기전의할아버지는주로밤 시무렵에바둑을두11

자고하셨는데왜그런가했더니 저녀석 시에시작하는드라마를보겠지 생각하, , 10 ,

셨기때문이라하셨다 할아버지저드라마같은건잘안봐요 말하며웃은건할아. ,

버지와의바둑에제법재미를붙여가기시작한무렵이었고그후로할아버지와의바둑

시간은 시로시간대를당겼다10 .

이제맥이좀비이나.⌜ ⌟손안의돌을자그락자그락소리내시며할아버지는빙그레웃는얼굴로물으셨다.

그냥다음수정도죠뭐.⌜ ⌟어디로길을내나 에라몰라이럴땐그냥따라붙자싶어할아버지의백돌옆으로,

내흑돌을비굴하게쫒아붙이며대답했다.

이기니다음수가.⌜ ⌟계시보이소좀.⌜ ⌟형제중할아버지한테농담하는건나뿐이다.

다작전이있다아입니꺼예.⌜ ⌟무신작전이길래꼬랭지를잡고따라오는기고 내가니어메가 치마붙들고쫒. ,⌜

아오고로.⌟바로그작전입니더 라고말을하려는데지징지징바닥에놓아둔핸드폰이진동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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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돌기시작했다.

니전화아이가 받으라. .⌜ ⌟중요한전화아임더.⌜ ⌟받지도않고우째아노.⌜ ⌟다아는수가있어예 정중요한일이믄찾아오겠지예. .⌜ ⌟니사고치고사람피하나 와안받노야야. .⌜ ⌟귀안심더.⌜ ⌟와들고다니노받지도않을거.⌜ ⌟시곕니더.⌜ ⌟말대답할기가 참말로, .⌜ ⌟지가은제예.⌜ ⌟핸드폰은징징대다말았고 할아버지방문이열렸다, .

지들어왔십니더.⌜ ⌟어깨수그려인사하신아버지셨다.

왔나.⌜ ⌟웃고계시는할아버지는다시시선을바둑판위로돌리셨고나는돌을놓고일어서

서허리를살짝수그려인사했다.

다녀오셨어요.⌜ ⌟앉으라 앉으라 디있다 아버이또놀아주십니꺼 혜스이하고, , . , .⌜ ⌟야한테물어봐라 지가내캉놀아준다카제 어데, , .⌜ ⌟밤늦게아하고너무마이놀아주지마이소예 애인안생깁니더, .⌜ ⌟

329

애인많다카든데 혜스이, .⌜ ⌟지대로된게없다아입니꺼 자꾸놀아주지마이소 아버이 질로잘몬들였다. , .⌜

아입니꺼 할배할배해쌌고 버릇없고로. , .⌟니카마낫다자슥아 니는어데울아버이말잘들었는줄아나. .…⌜ ⌟아버지는웃으며나가셨고나는집을하나완성했다 얼결이었는데할아버지는제법.

이라고 고개까지끄덕이며감탄해주셨고어쩌다이렇게된건지는모르겠지만어쨌든

나는기본이지예~우쭐댔다.

니요새형아논어집주들고다니는거봤나.⌜ ⌟아뇨.⌜ ⌟그거누가쓴건지니아나.⌜ ⌟예 주자요. .⌜ ⌟읽어봤나.⌜ ⌟아직 .…⌜ ⌟딸깍 할아버지의백돌이기가막힌맥점을만들었다 감탄이절로날따름이었다, . .

느그형다읽으먼달라캐서봐두라 사람이머리에든기있어야입이무거버.⌜진다 알제, ?⌟예.⌜ ⌟아버지 말대로 할아버지는 나와 곧잘 놀아주셨다 할아버지가 뭐가 아쉬우셔서 나.

같은어린애를말동무삼아바둑지도를하시겠는가 형이닮은아버지그리고아버지가.

닮은 할아버지는 나를 유별나게 귀여워 하셨다 우리 집안에서 당신을 유독 이어받은.

핏줄이아버지고형이고그리고나여서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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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한테는니가바로일등이라야하는기다 알겠나 니가질로중요한기라 다른, . .⌜놈한테이길생각하지말고니한테이길생각을해라 니가니를몬잡으먼다른건소.

용이하나도없는기라 니한테마일등되주삐라 니가생각하기에질로멋진놈이있. .

으먼 니가바로그래되삐라 알겠나, , .⌟나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고 그는 어느 날 땅에서 쑥 솟은 별도의 개체가

아니라우리는하나의뿌리를가진나무 하나의가지에차례로열린열매다 그가열, .

렸고내가열렸다 그리고여전히한나무에매달려있다 다른가지들과다른열매들과. .

함께 사랑하는가족들에게는할말이없다 좋은집안에낳아주시고길러주셨는데이. .

렇게되어버린것이너무죄송할따름이다 들키지만않으면죄가아니라는뻔뻔함으로.

무뎌지는것은여전히두렵다.

차가운손이가슴으로들어오면처음엔찬기에몸에소름이돋는다 그러나주물주.

물 움직임이 이어지면 차가운 손이 미지근해지는 게 느껴지다가 나중엔 내 가슴보다,

손이더따뜻해진다.

아직멀었어요?⌜ ⌟다해가요.⌜ ⌟섬서구메뚜기도아니고 드넓은초원에서서식하는섬서구메뚜기수컷들은암컷을(

찾기가쉽지않기때문에같은종을만나게되면무조건암컷의등위에올라탄다 암.

컷이짝짓기가가능할때까지자라기를기다리며함께생활한단다 등에찰싹달라붙어.

서 참 귀찮겠다 불편한자세로베란다에앉아큰허브화분을작은포트에나눠담고. , .)

331

있는데뒤에서내가슴에손을넣어조물거리고있던지훈이말했다 살짝볼멘소리로. .

나없을때하면안돼이런건?⌜ ⌟아야.⌜ ⌟어깨를빙글돌려팔을치우라는제스처를해보이며말했다.

나그렇게 그러지말래요 아프단말이야BP ? .⌜ ⌟진짜?…⌜ ⌟

어.⌜ ⌟정색으로대답해준뒤면장갑이끼워진손으로검은흙을포트에살살덜었다. BP

에서손가락을떼고내가슴을손바닥으로감싼그는내옆머리에자기옆머리를댔다.

민망함을덜기위한건지능청맞은건지아무튼웃음이섞인목소리로속삭였다.

안좋아 ?…⌜ ⌟안좋아.

다른거집중하고있는데그러면아파 기분이상해 하지말아요. . .⌜ ⌟신경질이 난다 몸도 머리도 차갑게 가라앉아서 내 신경이 온통 다른 데에 모아져.

있는데거길니맘대로그러면너라면신경질안나?

알았어.⌜ ⌟웃음이조금남은목소리로그는내머리에가볍게입을맞췄다 포트하나가완성.

될 때까지 나를안고있다가내가다른포트로손을뻗자내셔츠안에서손을빼고

안으로들어갔다 내화분많이자라서지훈씨올라갈때조금나눠줄요량으로분갈이.

를 하고 있었다 어렵게 구한 일산 포트는 검은 무광의 초벌구이 도자기다 조그마한. .

포트에허브열개를모두옮겨심고가져가기편하라고종이상자에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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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또혼자봤어요?⌜ ⌟욕실세면대에서장갑을빨고나오는데그가말했다.

냉장고마그네틱아래에표붙여논거봤어요 설마내가어디뒤졌을까봐. ?⌜ ⌟누가그렇대?…⌜ ⌟

그리고참.⌜ ⌟.……⌜ ⌟

내가왜아무나예요?⌜ ⌟이럴 줄 알았어 참고 참아 곪은 건지 참아보고 참아보다 터진 건지 아무튼 꽤나. ,

이런식이다 어쨌든겉으론멀쩡했어서뒤늦게문제삼고나오면당황스럽다 그러나. .

뒤통수쳤다고그를비난할수도없는게이런그를참아주고있기는나도마찬가지이

기때문이다 나도그래왔다 아직내색을안했을뿐이지나는생색까지준비하고있. .

었다 나는너 잉글리쉬페이션트보다말고중간에잠든것도이해했는데. , .

이런나를안다면그도황당하겠지.

아무것도아닌일로시작해도싸움이란원인에서벗어나크게번지기마련이다 감.

정이 섞여있는 문제라면 특히나 당연한 일인데 사랑싸움일 경우엔 나중엔 시작은 온

데간데도없어지기도한다 극으로치달을수록본질에서멀어지는것이아니다 갈수. .

록본질로다가가는것이사랑싸움이다 치약짜는방법으로대변되는작은습관의시.

비만 해도일이커지게되면그사람의모든것이나타난다 극단적인상황에서의그.

사람 밑바닥을알수있고속마음을알수있다 서로이성을잃은상태에서는드러나. .

는사사건건마음에들지않게되고싸움은연쇄적폭발을일으킨다 제 자들은아무. 3

것도아닌싸움의원인을피상적으로만이해해 결론은 난널 만큼사랑하는데 넌, ‘ 100 ,

333

날 만사랑해 의 시쳇말로 염장지르기 라고치부하는것들이당사자들에게는전혀80 ’ , ‘ ’

다른두세계가서로의공통분모를걸고일으키는심각하고총체적이며복합적인충돌

인것이다.

남이니까.

너.⌜ ⌟나이도같고하나가된사이었지만우리는서로존대를기본으로쓰고있었다 일파.

만파로 싸움이 커지자 그는 가방과 옷을 챙겼다 벌여만 놓고 해결 없이 도망이라니. .

현관을나서는나는그를불러세웠다.

그런식으로나갔다간.⌜ ⌟.……⌜ ⌟

이집에다신발못들일줄알아.⌜ ⌟그에겐한번도들려준적없는싸늘한목소리를내자현관문을잡은채로그가나

를보았다 그러나잠시후 그는나에게시선을맞춘채로문을열었다 나가버렸다. , . .

.……⌜ ⌟맥이 풀렸다 다리에 힘이 없어서 제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

이마를 짚고 눈을 감았다 연애의 쾌감은 상심 어쩌구 소설에 써넣은 적이 있었는데. ,

훌쩍 눈물이들이마셔졌다 나가고지랄이야나쁜새끼 어떤문제든외면하지않고적, . .

극적해결을봐야하는내머리속이갑자기상대가사라지자홀로전진해서미궁속으

로처박혔다.

넋 나가얼마간인지도모르고있다가고개를들었다 식탁에올려진젖은장갑 가. .

져다베란다에널었다 그에게주려던허브포트상자 또주저앉았다 쳐다보며베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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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한참을쪼그려앉아있었다 기력없는손으로무릎을잡고일어섰다 다시안으. .

로 들어왔다 새로산머그에진한커피가마시고싶어졌다 싱크의커피메이커앞에. .

서서커피통을열었다 스푼으로듬뿍떠내는데. .

달칵.

현관문열리는소리가들렸다 커피통에서커피만떠냈다 뒤돌아보지않았다 손이. . .

떨려서커피메이커밖으로커피가루를흘렸다 행주를가져다커피가루를닦아내고행.

주를빨아널고커피메이커에생수를부었다 바작 바자작 싱크에양손을올리고커. . .

피가내려지는것을바라보았다 한잔분량의선까지진한커피가올라왔다 불을끄고. .

머그에담았다 진열장에서위스키를꺼내어조금섞은뒤돌아섰다. .

그는식탁옆에서있었다.

침실로 들어가려 걸음을 옮겼다 식탁 옆의 그를 스쳤다 그러나 그러자마자 팔이. .

붙들렸다 머그를빼앗겼다 달칵 식탁위에머그를올린그는나를끌어안았다 나를. . . .

꽉안고고개를숙였다 그는말했다 숨소리처럼 한숨소리처럼. . . .

혜성씨가이해좀해줘요.⌜ ⌟.……⌜ ⌟

내가혜성씨를더사랑해서그래요.⌜ ⌟.……⌜ ⌟

그래서내가바라는게많아서그래.⌜ ⌟.……⌜ ⌟

어쩌겠어요 내마음이그런데. .⌜ ⌟나를안은팔에서그는힘을빼지않았다 계속꽉끌어안고있었다 그의옆구리로. .

335

팔을넣어등에손바닥을댔다 그리고말했다. .

미안해지훈씨.⌜ ⌟.……⌜ ⌟

앞으로나혼자영화안봐요.⌜ ⌟.……⌜ ⌟

자기랑꼭같이볼거야.⌜ ⌟훗 웃음소리에이어그는말했다. .…

거짓말하고있네.⌜ ⌟찰싹 그의등을때려주었다 큭큭웃은그는나를새로안았다 나도그를새로안. . .

았다.

우리어디여행갈까혜성씨 ?…⌜ ⌟.……⌜ ⌟

나정말.⌜ ⌟.……⌜ ⌟

혜성씨한테그런걸로여기오는거아녜요.⌜ ⌟알아요 .… …⌜ ⌟

아닌거알지 아닌거알잖아? .… …⌜ ⌟응 .…⌜ ⌟이번주말내려와나와단둘이함께한일이라고는번역하는내옆에서단어찾아

준것뿐이다 그런사람아닌거안다 너여기주말마다내려오는이유가얘랑편히. .

잘수있어서아냐 형에게혼날필요도없을뻔했다 키스마크는앞으로일주일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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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질것이다.

최고급한우양지를사다가곰국을끓였다 핏물을빼고 고우고 식혀기름을걷어. , ,

내고 물을조금더부어또다시고우기를두번반복해서진하고맛있는곰국을만들,

었다 일인분량으로팩에담아열두개를만들어아이스박스에담았다 여섯시간을북. .

쪽으로운전해지훈씨에게가져다주었다 그리고그가바라던대로그의친구들을만나.

가까운곳으로소풍을갔다 낯가림을사랑의힘으로극복하고처음본그의친구애인.

들에게고무줄놀이를하자고말했다 달맞이가게동무들아모이라고노래를부르며다.

리에고무줄을걸고팔짝팔짝뛰었다 나보다평균서너살이어린친구들과까르르웃.

으며놀았다.

그의친구들은 년조금넘게사귀었다는지훈씨의전애인을당연히모두알고있4

을것이다 들은바로제수씨대접하던사이라니내가적응안될만도했다 호의와는. .

별개로 아무도내게따로말을걸지않았다 트렁크를열고짐을정리해넣고있는데.

그의친구하나가말을걸었다 소풍내내아무말도않더니집에돌아갈때가다돼.

서 그것도이렇게. .

와 혜성씨진짜늘 씬하다. - .… …⌜ ⌟그럴만도한게그친구는나보다도작았다 소리없이웃으며짐정리를마저하는.

데내옆으로다가와일을돕기시작한그가물었다.

식구들이다큰편인가요?⌜ ⌟네 친가외가다. .…⌜ ⌟

337

와 좋겠다 그건가봐요 쭉쭉빵빵집안. . .…⌜ ⌟어라 이거봐라 무슨소리를이을지기다리며아직겉으로는웃어주고있는데그, .

런데그가얼른이어말했다.

아니지금내가뭐래.⌜ ⌟.……⌜ ⌟

저말실수했어요 죄송합니다 그냥막튀어나왔어요. . .⌜ ⌟표정을보니진심인듯했다 제자신도놀란듯했다 됐어요 그럴수도있죠 라. . , ,

고말해주는데도그는연신사과했다.

아니제가정말그런말안쓰는데평소에도 내가왜그랬지 우어어. . .… …⌜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어딘가 지훈씨랑 비슷했다 지훈씨를 포함해.

모두네명이었다 중학교때부터단짝으로모두비슷한환경 성격 성적 직업을가져. , , ,

왔다했다 다른그어떤동창이나사회친구들과있을때보다이넷이모여있을때가.

가장마음이편하단다 친구의새로바뀐애인앞에서모두들조심스러워했고수줍어했.

다 착하기들도하지 그는어쩌면친구들까지도모두이랬다. . .

할머니가쓰러지셨다 할아버지때문에병원이라면끔찍해하시는분이당신도벌써.

세번째입원이셨다 식구가많은건이럴때좋아서돌아가며하룻밤씩자도일주일에.

한번이면됐다 니를어데다써먹긌노 매일꾸중하셔도급하면부르시는건역시나. .

여서매일한번씩은들러서할머니원성을들어드렸다 병원이이기욕실도드랍고바.

닥도 드랍고 집에서 밀대를 따로 가져다 병실 바닥 청소도 했다 지훈은 할머니가. .…

Waiting For The Sun Shines

좋아하시는화과자를들고병문안을왔다.

그렇게심각한거아녜요 안와도돼 바쁘다면서. . .…⌜ ⌟그래도그게아니지- .

병실문이열리고 할머니 걱정스러운얼굴로지훈이들어왔다 할머니는그의쪽, . .…

으로손을내미셨다 노인분들은편찮으시면마음이먼저약해지시는법이라꼬장꼬장.

하셨던할머니도별수없으셨다 여기가어디라고오냐고그러실분이지훈의손을꼭.

잡으시고는 고맙다 고맙다 자꾸말씀하셨다 올려보는것도힘에겨우시면서마, . . .… …

르는입을움직여야음료수주라 과일주라 내게지훈을챙기셨다. . .… …

밥먹고왔어요할머니 할머니진지드셨어요. ?⌜ ⌟오야 .…⌜ ⌟할머니의손을잡은채지훈은의자에앉았다 할머니의발을더운물수건으로닦아.

드리고있는나와이런저런얘길나눴다 지훈의손을잡으신채로말없이그를바라.

보고계시던할머니께서지훈의손을흔드셨다 야야 예할머니 지훈은할머니에. . .… …

게시선을맞췄고할머니는말씀하셨다.

니이 .…⌜ ⌟예.⌜ ⌟혜서이가저래사도 아가연하다 연한배다. .… … …⌜ ⌟예 알아요할머니. .⌜ ⌟와할매 말이달라져삔네 니쟈가어데가좋노 니참복도엄따 그래말할때. . .…⌜

는언제고.⌟닦아낸할머니의발에내가쓰는풋크림을발라드리고다른발로물수건을옮겼다.

339

할머니의말씀은이어졌다.

잘해주라 .…⌜ ⌟예 할머니- .⌜ ⌟아가엽다 .…⌜ ⌟기어이노트북을병실로가져오게되었다 캄캄한병실 촛불을켜고노트북을열었. ,

다 피곤할 땐 콩글리쉬가 줄줄 나온다 우리 말 논문 앱스트랙트를 영어로 옮기는데. .

키보드위를춤추듯움직이는손가락을보고있노라니이컨디션에이런속도 영불안,

했다 손을깍지껴팔을쭉펴스트레칭을했다 깍지낀양손을머리위에올리고잠. .

들어계시는할머니를보았다 이번에도당수치가급격히올라가는바람에순간적으로.

의식을잃고쓰러지셨다 같은이유로입원하셨던저번만해도이렇게까진안힘들어.

하셨는데.

니안자나 갈작갈작할끼가참말로- . .

마이시끄랍나 내살살하고있는데- . .

마이시끄럽기로- .

안그래도잘끼다 있어봐라좀 열만세이소- . . .

니이랄라믄가라 내혼자잘란다- . .

오라칼때는언제고 참아바라쫌 분만있어바라 다했다 할매자꾸이카믄- . . 5 . .…

내서울올라가삔다 내없으면누가할매괴롭혀주겠노. .

참말로니말안들을끼가 안끄나- . .

할매솔직히말해바라 할매꾀병아이가 멀쩡하네 보이- . . . .

무시저리말로안듣는게다있노요 내간호사부를란다 어딨노이 막대기-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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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알았다알았다 닫는다닫는다- , . .

흠 .…⌜ ⌟어깨를늘이고한숨을내쉬었다 멍하니할머니의조그마한실루엣을바라보고있는.

데 징 징 청바지뒷주머니에진동이왔다 핸드폰을꺼내어발신번호를확인, - - . .

011-**** -****

어디서많이보던번혼데 받어말어받어말어 병실에서나와복도를향해걸으. .…

며받게되면운명이다라며플립을열었다.

여보세요?⌜ ⌟- .……

여보세요.⌜ ⌟- .……

아무 말이 없다 잘못 걸린 전환가 그런데 왜 번호가 낯익 지라고 생각하자마자. , …

기억이났다 이번호 동욱이다. . .

.……⌜ ⌟그리고말이없는전화는기어이끊어졌다.

헤어지고나서도한참을실감을못했던동욱이는마지막순간까지몰랐다 헤어지는.

날짜까지잡아놓고아무내색없이만나고있던나를 헤어지는데에아무런이유가없.

었던게동욱이었다 나의 대중반을누구보다재밌는인생으로만들어준그는착하. 20

고멋진것외엔아무죄도없다 헤어졌음에도불구하고일본으로떠나는공항에배웅.

을나와잘다녀오라며나를안아주었던그를나는아무런이유도없이배신했었다.

귀국후한번그리고그이후만난적없다 그냥그렇게연락이끊겼다 공익근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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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하겠다더니군대에다녀왔단다 소식만들었다 꿈에서라면한번본적있다 그는. . .

내가왜내애간장을다태워서너한테줘야하냐며답도없는넋두리를울면서늘어놓

았었다 내가했던대답이란머릿속에고인물같았다 사진찍듯찰칵 교과서한페. . ,

이지 전체를 암기하는 것 마냥 하고픈 말이 한 페이지에 담겨있었다 나는 누군가의, .

옆도아니고그의등뒤에숨어서그에게내애간장을다태워서가져다바치는형편

이어서 니가그렇게분하고억울하게생각하는 그와내가교환하고있는모든종류의, ,

교류는절대로등가가아니며 그에게내가받는애정이얼마가되든시간이갈수록다,

쳐가는내마음을치료하기에는마냥역부족이지만 그렇다고니가그자릴대신할수,

는 절대로없을것이며 못된년에게집착하는니맘이얼마나쓰릴지는잘알겠지만, ,

그렇지만적어도목숨을들먹이며협박할정도라고는생각지않는다고.

옛정은고사하고내피부를생각해서라도험한말은그만둬줘- .

그리고이런연극적인대사를했었다.

병원복도벽에등을대고앉아핸드폰을만지작거렸다 넌아예첨부터깊은관계.

를가질생각이없는거야 늘핑계거리찾기바쁘지 어떻게헤어지면좋나 최대한욕. . .

덜먹으면서 작작해라 늙어서고생한다너 미경이의말이떠오르자나는속으로웃었. . .

다 그런데갑자기가슴이철렁했다 불안증이났다 아주어릴적 외계인의침략이라. . . ,

든가핵전쟁의공황에불안했었던거마냥딱히까닭도모르겠는공포에뱃속이다울

렁거렸다 멀리 복도의 끝에 어스름하게 비치는 간호사실의 불빛 외롭고 무서워져서. .

나는얼른일어나할머니의병실로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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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누구에게나있는 도저히이해할수없는이상한구석 유전적으로환경, .

적으로너무도달라서불화의원인이되는상대방의이상한구석은때로한식구래도

끔찍하다 그러나결국그모습에서자신을발견한다 남이라면이해하고감싸안아야. .

하는희생이지만제피붙이라면본능적으로한편에서게된다 노력같은것필요없.

이태생적으로변호하고있다.

나묵은김치안먹는데.⌜ ⌟새김치야언제든먹을수있는거고김장을하고나면역시묵은김치다 일년내.

내 묵은작년김장김치는깨끗이씻어쌈을해먹는다 한달가량먹을수있는별미.

다 날치알을사다가새로한밥에얹어묵은김치로예쁘게말아내놓았더니자긴묵.

은김치안먹는단다.

맛있는데그래두 하나만먹어봐요. .⌜ ⌟웬만하면그러겠는데나정말싫어해요 우리집이원래오래된김치를안먹어요. .⌜

다들새김치만먹는입맛이라김장도안하잖아요.⌟아 .…⌜ ⌟저녁으로탕수육을시켜먹고그는서울로올라갔다 튀긴음식잘못먹는터라간.

만에본가도사들몸보신해주려남은탕수육을검은봉지에담았다 형에게전화했다. .

아직부산?⌜ ⌟음- .

언제넘어와?⌜ ⌟분쯤후에출발해-30 .

그럼집에가기전에나한테들렸다가요 우리집에서야참먹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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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

날치알넣어서묵은김치에싸놨어 좋지. ?⌜ ⌟어- .

빨리와야돼.⌜ ⌟어- .

전화를끊고 전화번호노트를뒤적여횟집번호를찾아냈다, .

아줌마 나예요 주류 응 잘지내셨어요 지금바뻐 응 그럼저기요 전복좋. . ** . . ? ? , ,⌜은거있으면큰걸로한마리만회해서보내주실래요 응 안에내장도다? . .⌟후천적으로씌워진콩깍지가아니라태어나기를고슴도치다 남들눈에안예쁘다면.

이해가되질않으니남들눈에도예쁠땐내눈엔오죽하랴 나와같은유전자를갖고.

있으니그가받는모든찬사는고스란히나의자부심이다.

어버이날과 생신 결혼기념일과 명절마다 부모님을 챙길 때 시댁이면서 친정이고, .

본가면서처가 조금이라도더좋은걸해드리고싶은마음에서로일년지출의가장.

큰부분이부모님께기쁘게들어간다 병환이나우환에부모님이고생하시면우리똑같.

은정도의상심으로마음이지옥이다.

불꺼진병원 썰렁하고휑한 층로비의커피자판기에서커피두개를뽑았다 어. 1 .

린이병동도있는큰병원이라음료수자판기들옆에는풍선자판기도있었다 형과나.

란히풍선자판기를바라보며커피를마셨다.

빨리일나라할매 할배집에놔두고할매가여그이라고있으믄대겠나안대- .…

겠나 .…

혜서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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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마르셔서손에살이하나도없다 내쪽으로올리시는할머니의손을꼭잡았.

다 온통주름뿐이지만아직도피부는뽀얗고고우시다 할머니는말씀을이으셨다. . .

그래 느그형좋아하믄안댄다 아나- . . .… … …

- .……

니인자니애인아있나- .…

- .……

둘이재미나게살아라 살고 느그형고마- . . .… …

- .……

내니 미와가이라는기아이다- . .… …

안다- .… …

손을찔러넣고있던바지주머니에서지폐를꺼낸그는풍선자판기에천원짜리

를넣었다 그리고말했다. .

무슨색.⌜ ⌟커피컵테두리에붙은입술을늘여웃으며말했다.

주황색요.⌜ ⌟주홍색으로잘못들으면미안해서컵에서입술을떼고정확히발음했다 헬륨이채.

워진풍선이자판기를빠져나왔다 추가매달린끈까지자동으로묶였다 하늘로둥실. .

떠오르더니끈의길이만큼탁 멈춘풍선을보며풍선은역시주황색이지 생각하고있, ,

는데그가말했다.

집으로가기전에바람쏘이고들어갈까?⌜ ⌟응.⌜ ⌟

345

요즘은두통없어?⌜ ⌟괜찮아요.⌜ ⌟지훈씨가생긴뒤로달라진것 그에게칭얼대는일하나가사라졌다 일끝나고집. .

으로가는그에게전화를걸어내게오게하곤했다 몇시든상관없었다 나또눈앞. .

이캄캄해요 머리아파 침대에누워기력없어하는내게다가앉아그는손으로이. .…

마를짚었다 체온계를가져다귀에넣어정확한체온을재고열이없는걸확인한뒤.

손을잡아주었다 실은전혀아픈데도없었고어지럽지도않았다. .

나속도울렁거려 .…⌜ ⌟안되겠다 병원에다시가보자. .⌜ ⌟별이상없다잖아요 조금있으면괜찮아져요. .… …⌜ ⌟그래도가보는게낫지않을까 ?…⌜ ⌟싫어 .…⌜ ⌟거짓말을어찌나믿었던지 까지찍었다 그래도혹시모르는일이라며의사가깨CT .

끗하다는데도MRI를찍어보자고도그는우겼었다.

⌜MRI가요 찍어서문제있으면반깎아주고 깨끗하면돈다받는대요. , .… …⌟어.⌜ ⌟웃겨 깎아줘서좋아할일인가 아님그큰돈내버리면서춤춰 웃겨요. ? ?… … …⌜

그치 .…⌟어.⌜ ⌟눈을감았더니그가감은눈위에입을맞추었다 또거짓말했다. .

그렇게아이볼을누르면아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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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압력에도?⌜ ⌟응 .…⌜ ⌟눈은감은채로숨소리도죽였다 그는한손으로는내손을잡고다른손으로는내.

볼과코끝 입술을엄지로어루만졌다 눈을가만히뜨고물었다, . .

나자고일어나있으면없을거예요 ?…⌜ ⌟고개를살짝가로저은그는말했다.

아니 안가. .⌜ ⌟진짜지 ?…⌜ ⌟어.⌜ ⌟그가손을이불안으로집어넣었다 셔츠뒤쪽으로손을넣어등을쓸었다 내코끝. .

에자기코끝을붙인뒤속삭였다.

병아리등도이것보단통통하겠네 .…⌜ ⌟.それでもすべすべしたんですよ⌜ ⌟

내입술에입을맞추며그는더낮은목소리로속삭였다.

.そうだ…⌜ ⌟And please. no birds in any case.⌜ ⌟진짜로 머리가 아플 땐 그를 못 불렀다 타이레놀 먹고 커피 많이 마시고 참았다. , .

칼로예리하게상처가나면그부분이붉게부풀어오르지않던가 가만히느껴지는통.

증의모양은그와비슷하다 뇌혈관의어느부분이붉게부풀어올라서팔에감긴혈관.

마냥 두피 겉으로 도드라졌을 것만 같다 물론 외부 충격으로 인한 두통은 아니었다. .

의사선생님이아니라셨다.

347

커피갖다줄까?⌜ ⌟응 그래주면고맙겠어요. .⌜ ⌟그러나지훈씨를만나게되면서는거짓말로도그를부르지않았다 심각한후유증이.

사라졌으니다행이다라고 그렇게생각하고있을까, .

국도를조금달려이름모르는작은강가에차를댔다 어쩌면불빛이하나도없는.

시골의 강가는어디부터가강의시작이고어디까지가수풀인지모르게온통새카맣기

만했다 겨울이기는하지만구름이없었으면별이많이보였을지몰랐다 허벅지밑과. .

따끈한가죽시트사이로양손을집어넣었다 혹시나싶어몸을앞으로당겨하늘을살.

폈다 아무것도없었다. .

별이많은여름 새벽 시가조금넘으면가장좋은데차를타고멀리멀리 주변에, 1 ,

불빛이완전히사라질만큼먼외곽으로나간다 적당한곳에차를세우고아주큰침.

낭을꺼내서바닥에깔고애인과함께안으로들어가누워서쏟아져내릴것같은별

들을본적이있다 그애인이지금내옆의이남자였다. .

사각사각 얼음조각같은새벽공기 하늘이아니고깊고깊은우주를본다 램프를, . .

반짝이며 항해하는 별들의 검은 바다 상상조차 미치지 못하는 무한의 공간을 당신의.

불완전한시선으로나마느껴보기를바란다 세상에서오로지하나뿐인서로를느낄수.

있다.

그러나지금의눈앞엔검은물뿐이었다 시트에몸을기대고그에게고개를돌렸다. .

나에게덮치듯다가온그는내시트를손수뒤로젖혀주었다 자기자리로돌아간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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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며물었다.

나왜이렇게무서운데로데려왔어요 전진 겁주고싶어서, . ?⌜ ⌟소리없이웃은그가물었다.

무서워?⌜ ⌟아뇨.⌜ ⌟.……⌜ ⌟

같이있잖아.⌜ ⌟그의옆얼굴은웃고있는듯했다.

크리스천들이어쩌면귀신이나이런거볼확률이더높을지몰라그죠 오죽하면.⌜시험에들지말게하시고 이럴까 뭐포괄적으로보자면 그죠, . . .⌟후 .…⌜ ⌟크리스천이지만귀신은무섭다 크리스천들도잡신과사탄의존재는인정한다 사람. .

의유령이아니라뭔가더사악한존재로의귀신 재밌는사실하나 알고있는사람도. .

있겠지만근친상간은인간의법으로는죄이나주님의법으로는죄가아니다 최초의인.

간은근친번성으로오늘날의인류가되었다 신앞에서형과나는죄인이아니다. .

그도 시트를뒤로젖혔다 어두웠기때문에그가잘보이지않았다 껍데기가보이. .

지않자그의존재는순수한영혼그자체로다가왔다 손을들어내머리를쓰다듬은.

그는귀를장난스리한번잡아당기고짓궂게내가슴을지나내손을잡았다.

그에게서는 남자냄새가난다 야심의순진함과영악함이 타협의노련함과비겁함. ,

이적절히섞인서른여섯의냄새 돈냄새 책임감냄새 담배냄새그리고드라카느와, , ,

르의비릿하면서도들큰한라스트노트가섞여있다 남자냄새가난다 년도 내가고. . 95 ,

349

이었을때 그의향수는입셍로랑의재즈였다 처음맡은남자향수였고그의냄새다3 , . .

남자에게서는좋은냄새가나는구나 생각했었다 당시의그는머리가짧았다 촉촉하. . .

게 젤이젖은머리가두상에달라붙은 스타일이이정재와비슷했는데얼굴은이남자,

쪽이월등히아름다웠다 나는잘생긴그의얼굴쳐다보는것을좋아했었다 지금도마. .

찬가지지만어느각도를봐도그림같았던그당시에는피부마저도경탄의연속이었다.

인물좋다는소리를워낙많이듣는데다가사람들이쳐다보는것에익숙한그는내가

한참이나쳐다보는것에도불편해하지않았다 내가지켜보고있는데도편히밥을먹었.

고집중해서신문을읽고 를보고세차를하고마당청소를했다 전체적인길이와TV .

너비가각각 센티 센티정도가그가큰데 팔다리는체감으로세배 관절과손발20 , 25 , ,

은네배는큰것같다 그는그래서움직임에굉장한존재감이있다 손짓 팔짓그리. . ,

고다리를조금움직인다거나허리를숙이거나할땐주변의공기가조금달라지는기

분이다 그는나와는너무나다르다 말랑한부분은하나도없이질기고뻣뻣하며 딱딱. . ,

하고커다란몸을가진사람이다 과묵하지만무심하지는않고 자상하지만수선스럽지. ,

않다 가장잘하는운동은스키와골프지만가장좋아하는운동은농구인그는남자가.

아니라면아무것도아니다 남자냄새가난다 당연하겠지만신기해. . .

정말주현미가좋아서들어요?⌜ ⌟쪽을바라본그가말했다CD .

안들어요샌.⌜ ⌟유아용카시트는형수의차에달려있다 그의차는여전히그의차다 허영이있는. .

사람은 아닌데 유난하게 한 차를 오래 못 탄다 년 주기로 차를 바꾸는데 벤츠. 2 , E

class에서 아버지가 타시던 를 잠깐 그리고 지금은 크림색 에쿠우스다 조만간BM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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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로바꿀예정이란다 그는차싫증이있다. .

이 남자 작정하면능청맞은짓도곧잘해서일본들어가기전이었다 데리고점심, .

먹으러나간다고우리집에왔다 그런데이차에그의옷차림이꼭. .

이차에그런옷 기사같다니까 청바지입고타지마요, . .⌜ ⌟청바지에올굵은목폴라스웨터를입고이차운전하거나좀안이쁜양복잘못

입고운전하면이남자나이엔웬만해선기사로보인다 그런데나의면박을들은그가.

갑자기뒷좌석문열어주면서,

타입셔.⌜ ⌟이러더니정말뒷좌석에태워문닫아주고운전석에앉아벨트매며이랬다 그것도.

아주진지하게.

전진임다 새로왔슴다. .⌜ ⌟몸을뒤로기대고다리를꼬았다 맞장구를쳐주었다. .

응 그래 운전좀했었니, . ?⌜ ⌟예 군대에서콘보이. (⌜ convoy 수송 주로장성수송 했슴다: , ) .⌟그래 수고해라. .⌜ ⌟예 잘부탁드림다. .⌜ ⌟해서장유까지한시간동안정말저러고갔다 그는귀엽다. .

음악틀어도되겠슴까.⌜ ⌟저번차까지도음악안들었었는데이번차엔카오디오도좋은거달았다 아는사.

람이해줬단다.

그래 너좋은거들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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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감사함다. .⌜ ⌟그리고흘러나오는주현미짝사랑 이남자 차안에서주현미 듣는다 신기해서. , CD .

심수봉도사다줬는데그래도이것밖에안듣는다 음악취향이어떤지를내가아는데.

트로트라니 그는섹시하다. .

어린애가왜이런거듣니.⌜ ⌟예 죄송함다. .⌜ ⌟히터로 따끈해진 세단 조수석 시트에 몸을 묻고 듣던 주현미를 그 날은 뒷좌석에

앉아잘생긴운전기사뒷모습보며들었다.

난이노래없었으면킬빌 안샀다DVD ?⌜ ⌟뭐.⌜ ⌟Battle Without Honor Or Humanity.⌜ ⌟반짝이는시디를들어보이며강조했다.

which actually Killed Bill.⌜ ⌟평소의드라이브라면말수가적은그의몫까지하느라내가수다쟁이가됐다. Hotei

Tomoyasu의 박력 있는 리프를 들으며 봄날 드라이브의 눈부심을 만끽하기도 했다.

차안에서너무떠드는바람에막상점심먹으면서는피곤해져서묵묵히밥먹는데만

열중하고있었더니그가말했다.

니가말을안하니까 사내식당에서모르는여직원하고밥먹는거같다, .⌜ ⌟모르는여직원이랑같이밥먹어야되는사내식당딸린회사에서일한적있어⌜

요?⌟아니 그런적없지만어떤기분인지는알겠다그거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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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말하는데표정과말투의조화가마치소년을연상케해서귀여움점수를획득.

졸리면잘래?⌜ ⌟점심 후 시원한 평상에 모로 누워서 자기도 했다 그리고 깨어날 땐 그의 무릎을, .

베고있었다 배불리밥먹고무려두시간이나계곡의식당평상에서낮잠을자고일.

어났더니,

얼굴이찐빵처럼부어올랐습니다 .…⌜ ⌟그정돈아니야 자. .⌜ ⌟모자를건네주던그의웃는얼굴.

작년홋카이도생각나.⌜ ⌟음.⌜ ⌟그와단둘이떠났던 월의홋카이도 높던달 신비롭던눈 그윽했던차향기 료캉2 . . . .

의 정경 로텐부로의운치. . I believe I got a light brighter under the moon .…

and you ever light on me .…

현준이가나 돈많이벌어기모노사주겠대요- , .

일식집종업원이냐- .

하하하하하- .…

그의유머감각은실없는소리를진지하게하는것인데 안타까운건그는말수도적,

고주변분위기가무거우면무거울수록본인은편해하는사람이라그런모습을좀처럼

은볼수가없다는것이다 그가한웃기는소리는그래서내기억에굉장히오래남는.

데 작년말에도한껀했다, .

남동생이인형선물을하나받았는데빨간색기모노를입은키티짱이다 어찌나이.

353

쁜지보는순간갖고싶어서달라고달라고졸라댔는데 안된다고 걔가자기집놀러, ,

와서그거어디갔냐고물어보면곤란하다고 갖고싶은내귀에는 별설득력도없는, ( )

이유를대며거부하는게아니겠는가 그래서키티짱을안고그랬다. .

형 이거현준이가안준대 뺏어줘. . .⌜ ⌟남동생은 컴퓨터로 작업 중 그는 바닥에서 푸시업 중 나는 침대에 다리 쭉 뻗고. .

앉아 푸시업하는 그의 허리에 발목을 크로스 시켜서 올리고 남동생과 서로 노려보는

중 남동생의일본집은작다 식당을제외하면방은두개뿐이고 이당시 그와나는. ( . , ,

침실에그리고남동생은컴퓨터작업실에앉아있었는데미닫이문을열고나면두개였

던방은하나로변한다 내말에푸시업하는그는말했다.) .

작은형줘.⌜ ⌟그의말이떨어지자마자남동생 어럽쇼어디서말대꾸들어갔다, .

안돼요 걔진짜우리집오면확인할애라니까. .…⌜ ⌟줘.⌜ ⌟아니저도웬만하면주고싶은데진짜걔우리집에와서그거어디갔냐고그럼⌜

저뭐라고말해요 새로사믄되잖아 새로사주께. . .… ⌟누가새로사달래 안준다고버티는남동생이얄미워서라도그에게다시지원을요!

청.

혀어어엉 .…⌜ ⌟우는소리했더니그가일어났다 허리에손집고남동생노려보는형 나땜에짜증. .

으로울상까지돼서그를올려다보는남동생 근 분을지작은형한테아쉬운소리하. 10

게만든고얀남동생을굉장히무서운얼굴로잠시내려보던그는입을열었다 너이.

Waiting For The Sun Shines

자식그게뭐라고작은형안주고그래 작은형줘 니꺼새로사줄테니까. . .

이럴줄알았다.

그런데그는글쎄그무서운얼굴그대로이렇게.

안주면뽀뽀한다.⌜ ⌟.……⌜ ⌟

으하하하하하하 .…⌜ ⌟나는키티짱이랑침대로쓰러져서웃기시작하고남동생은굳은얼굴로예 이러고? .

그는무서운얼굴그대로한마디더.

형이라고부르면서.⌜ ⌟와핫핫핫핫 .…⌜ ⌟작은형줘빨리.⌜ ⌟아이씨진짜형뭐야아 .…⌜ ⌟나는웃느라쓰러지고 남동생은어우이씨이상한형제진짜아 중얼거리면서울, .…

고 그는진지한얼굴로남동생내려다보며대답기다리고있고, .

싫다고말해봐 전현준 안준다고그래봐 캬캬, . . .⌜ ⌟으이씨이 가져가져. .… …⌜ ⌟이래서결국그가키티짱뺏어줬다 진짜하나사줘야돼큰형 다시푸시업시작. ,

하는그를내려보며남동생은물었고그는그대답은안해주고나한테먼저물었다.

됐어?⌜ ⌟이럴때의그는어찌나귀여운지 볼을꽉꼬집어주고싶지만물론해본적없다. .

건방지다고난리가날까봐.

355

응 형이최고예요. .⌜ ⌟으이씨진짜징그러워서진짜 .…⌜ ⌟마지막한세트를남기고팔을접는형에게남동생이물었다.

참 홋카이도정말둘만가요. ?⌜ ⌟어.⌜ ⌟형수가질투안해?⌜ ⌟뭘질투해 아픈걸질투해. ?⌜ ⌟여름탐을견디게해주려면봄에즐거운일을가득만들어두어야하는데그봄은추

웠다 월중순에한파라니마음에꽃바람든사람다시동면하고싶게만들었다 웅크. 3 .

리게만들었다 야속하게. .

본가의형수방에는아기침대가하나있고그안엔 센티가될까말까한작은아30

기가제몸은커녕고개도움직일줄모르고누워있었다 며칠질투로마음이얼어서눈.

빛도냉랭해졌다 고얀것 우리집식구된지이제겨우며칠이나됐다고 년이나내. . 4

침대를 데워 준 내 남편을 니가 몰아내려고 들어 고양이에게는 신생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있단다 밀크는본가에출입금지령이내려졌다 싸늘한눈으로그작고낯. .

선동물을내려다보다가.

아이고오오 .…⌜ ⌟너무이뻐서못참고몸을숙였다 아기한테손을뻗었다 절대로안쉽다 생후며. . .

칠의아가안기란 마음만앞서서안으려했는데흐느적하는몸에겁이나도로내려놓.

았다.

이렇게안으면돼.⌜ ⌟

Waiting For The Sun Shines

나보다손도팔도훨씬큰주제에그는벌써아기를안을줄알게되었다 세수하고.

나타난그는비누냄새를풍기며 안아봐 내게목도못가누는아기를건네어줬다 이, , .

러다떨어뜨려다치게하면어쩌나 조마조마하며아가를안았다, .

세상에 너무이뻐서나어지러워 .… …⌜ ⌟아기안고있느라닦을손도없건만눈물이자꾸났다.

여기다닦는다 당신아들땜에난눈물이니까뭐라고그러기만해봐요. .⌜ ⌟애기 감아놓은 속싸개에 눈물을 닦는데 내 어깨에 손 얹고 같이 아가 들여다보던

그가말했다.

너닮았어.⌜ ⌟아기놀랄까크게도못웃고 아가안은채팔꿈치로그의배를툭쳐주었다 그는. .

말했다.

나중에니가아기낳으면 날닮을거야, .⌜ ⌟아스피린이되어힘든날을견디게해주었으면했던그의말이내게는비수가되었

다 아무리잊으려고노력을해도지워지지가않는다 심장을베어내고 내배를베어낸. . ,

다 너무아프다. .

나 서울갔다가요, .⌜ ⌟.……⌜ ⌟

영국갈래.⌜ ⌟그는아무말이없었다 내손을잡은그의손가락은아무런움직임이없었다 우리. .

작은사장님 불가능의소유와불가항의집착 불가멸의터부 밥먹거나신문읽거나. , . ,

그러고있을때옆에가서야 라고장난삼아부르면 젓가락으로반찬집으면서 시, ,…

357

선내려신문계속읽으면서 예에 라고대답해준다 뒤에서목에팔을두르고엎히듯, , .

매달려도무겁다소리안하고 아무말없이먹던밥계속먹고읽던신문계속읽는,

다 나돈필요한데아쉬운소리하면 못줘 라고대답한다. , , .

밸런타인데이오기전에말해야되지싶어.⌜ ⌟.……⌜ ⌟

헤어지자고 지훈씨한테. .⌜ ⌟

동네포장마차에서오뎅꼬치에소주를좀마셨다 월이고한밤인데그다지춥지. 11

않았다 여기오뎅이얼마나맛있는지다른지역사람들이알까 모를테지 다리사이에. . .

손끼우고고개를들었더니별이있었다 지금바라보는저별이몇백만년전의너라.

면지금그쪽에서보고있는여긴온통공룡천지겠네 마주보고있어도닿지를못하.

는구나 싶어서눈물도술같고 술도눈물같고 별같고 중간에열심히달려오는세. , , .

월은누가다잡아먹었니참억울하다 혼자그렇게괜히청승. .

뽀뽀해주고사랑한다고해주고안아주고맛있는거사주고놀아주고 이조건을그.

대로다른사람에게씌우면그사람도이렇게좋을까 특별한사람에게받는당연함이.

라좋을까 당연한사람에게받는특별함이라좋을까 기분휩쓸리는대로못되게구, .

는거더늦기전에고쳐야되는데 이전엔말없어지면무서웠는데요즘은말없어지.

면미안하다 가장가까운사람이란애정세례도가장많지만동시에온갖감정의파편.

에상처도가장많기입기마련인법이니까 이제더이상이런핑계도그만대야하는.

데.

Waiting For The Sun Shines

어디선가박혜성의도시의피에로가들려왔다 어라이노래오래된거라듣기힘.

든데 어디서흘러나오는걸까둘러봐도알수없었다 도시의피에로 그가노래부. . .…

르는걸그때처음봤다 첫기억이다 다들전작들이있는 차의대형가라오케였는. . 2

데 분위기가살짝어수선해지던무렵 내내다른사람노래번호눌러준다고노래안,

하고있던그가 자리는기계바로앞 나는그사람 맞은편 실내가조금소란스러워( . , )

지고여자들단체로화장실에가고이렇게노래가잠시끊겼을때내내관심안보이

던책을뒤적이더니번호눌렀다.

술먹어서붉게흐트러진눈아래 모니터를바라보던젖은눈 당시유행대로두상. .

에달라붙게짧게잘린머리 그림같은눈썹아래우뚝한콧날 선명한입술 이것역. . .

시당시의유행으로헐렁하게쳐지는재질의아이보리니트 승모근과어깨 가슴 견갑. , ,

골과상박 니트의부드러움과몸의단단함이조화된묘한느낌 마이크를잡은큰손, .

과 흘러내린 소매 밖으로 드러났던 굵은 혈관이 감긴 팔 춤추던 낭만에 를 부르기. -

직전 숨을 들이마신다고 허리를 쭉 펴던 제스처 고음부분에서 고개를 젖히느라 가사.

본다고내리깔렸던눈 바이브레이션에맞춰움직이던아담스애플 마이크에닿을듯. .

움직이던입술 간주가흘러나오는동안모니터를멍하니보던눈 어수선하던가라오. .

케 주변에신경쓰지않고노래부르던그사람 그걸나혼자봤다 그모습을 너무, . . .

나사랑해.

오늘이빼빼로데이래요 라고했더니 그초콜릿묻은길쭉한과자 라며과자이. , ?

름을모른체한다 이전엔그굉장히나이든남자처럼구는것보면괜스레근사해.

보여서가슴이두근거렸는데요즘은귀여운걸보니아마내가나이를먹나보다 사랑.

하고받는영수증같은것이라고만여기던밸런타인데이의초콜릿과화이트데이의사

359

탕도올해는제대로주고받았다.

요즘아무때나일어난다 아침아홉시에느지감치일어나운동안가고집에서멍.

하니있다가부산으로한국어수업만겨우다녀온다 아무래도어미변화를가장힘들어.

한다 오래배운다고할지의문이다 발레도들쭉날쭉 낮잠도아무때나잔다 이번주. . . .

까지좀봐주고있다 그래서요즘시간개념날짜개념이제로다. .

집으로돌아와미지근한샤워와양치를끝내고분리수거해둔종이조각들사이에서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스위밍 플러그 포장의 종이부분을 찾아냈다 미친 척 전화해 볼.

까 생각했다 영화보여줄까 아직안본거있니 라고물어보는게가장좋겠지만? . ? ?

영화는어떠한경우에도수단으로사용돼선안된다 그런식으로나의영화애호를모.

독할수는없었다.

어딘가에서읽은기억이나는데 라는당신의생각이맞다 혹시다이어리에서 라. ?…

며 뒤져봐야어떤것들은찾을수없을것이다 작가당신의이야기냐는소리를너무.

많이들어서다이어리방에서몇가지의에피소드를가져오면서이런얘기미연에방지

하고자모두삭제했기때문이다 그런데소설중의일부가내다이어리란얘긴그럼왜.

하고있느냐물어본다면 어라 이번소설어디선가많이보던얘기야 다이어린가싶어, , ,

봤는데 없어 그럼이거표절 할까봐서이다 그렇다 미안하지만당신기억력에대한, . ? . .

나의불신때문이다.

혹은 그럴우려가없는맹신, .

아직멀었어?⌜ ⌟다끝났어요.⌜ ⌟그가불렀다 웃으며대답을하고 마침표. , .

Boy FriendBoy FriendBoy FriendBoy Friend

년 월2006 2

363

토부 백화점이 보이는 파파이스의 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음식이 담긴 쟁반을2 .

테이블에올려놓고잠시어떻게앉을까우왕좌왕 그가턱짓으로창을볼수있는바깥.

쪽 의자를 가리켰다 그리고 내 옆으로 앉았다 반대편 의자에 쇼핑백들을 올리고 내. .

목도리를 풀어준 그에게 햄버거 포장을 벗겨 건네주었다 나란히 앉아 햄버거를 먹었.

다 팔꿈치를테이블위에올린뒤어깨를붙이고햄버거를서로먹여주고콜라도나눠.

마셨다 볼에음식이가득한채로입도맞추었다 음식을넣은채로벌어지면낭패여서. .

자꾸끝이올라가려는입술을꼭다물고.

먼저눈떼는사람 전철역까지업어주기벌칙, .⌜ ⌟서로의눈에시선을고정한채로더듬더듬집어오는것까진어찌하겠는데케첩찍

기가쉽지않았던프렌치프라이.

.夫婦ですか⌜ ⌟우리의맞은편 창을등지고앉아있던옆테이블의할머니가물으셨다 낙타색반, .

Boy Friend

코트에분홍색립스틱을바른귀여운할머니께그가대답했다. . .夫婦はい です

다문입술을끌어올려웃었다 어깨로그의어깨를슬쩍밀었다 그의어깨에고개. .

를기대고햄버거를조금베어무는데할머니가또말하셨다.

, .二人 似ていますよ⌜ ⌟.そうですか⌜ ⌟

그리고그의어깨에서머리를뗀나도한마디.

, .人 僕 最初この の のボイフランドでしだ⌜ ⌟놀라는할머니의표정.

.そうですか…⌜ ⌟. , , .僕 人 好 初はい おさないころから この だけ きでしだ です… …⌜ 恋 ⌟

한층더놀라는표정과함께 감탄하신할머니가그에게물으셨다. .うつくしぃね…

?あなたも⌜ ⌟들고있는햄버거를내려보는그가고개를짧게가로저으며대답했다. .いいえ

허리를펴고그에게서몸을뗐다 볼멘소리를냈다. . .なんだよ…

햄버거를베어물며그가말했다.

.ごめんね⌜ ⌟햄버거를내려놓고그의어깨를탁때려주었다.

! !何 深刻 顔がごめんねだよ そんな な で⌜ ⌟후 입안가득햄버거를넣은그는코로웃음소리를냈다 그리고팔을뻗어내. .…

어깨를감싸와락잡아당겼다 그와어깨를붙인채로내려놓았던햄버거를들고다시.

먹기시작했다.

365

못됐어진짜…⌜ ⌟아랫입술이나온나를보며그는또후 웃었다 내몸을자기어깨로슬쩍밀고.…

내옆머리에자기이마를붙였다.

그러게 미안하다니까. .⌜ ⌟고만해!⌜ ⌟여름날의저녁 시무렵 헤어지려는해가 여기 여기나꼭인사하고가 라며까6 . , - -

치발을해서나를바라본다 턱을들고애가타는얼굴로나를바라보며급한손짓으로.

채못뿌리고남은햇살을마구마구뿌려대는것같아 눈이부셔. .

어저기왔다.⌜ ⌟친구들과수다를떨면서도정신은온통창밖에팔려있었어 그리고드디어그가나.

타났지 거리저쪽에서걸어오는게보였어 먹던햄버거를내려놓고물티슈를뽑아서. .

입술을 닦았지 롯데리아의 문을 열고 그가 들어 왔어 친구들은 그의 이야기를 내게. .

하도 들어서우리왕자님이 소리만꺼내도야좀제발 버럭대던판이었지만그래!…

도다들눈아래에수줍은꽃물들이들어서는안녕하세요 부끄러운듯인사했어. .…

내가사준다니까왜먼저먹었어.⌜ ⌟가방을챙기고그의팔에내팔을끼워넣었어 분명히부러운얼굴로나를바라보.

는친구들에게인사했지.

내일보자 안녕. -.⌜ ⌟무뚝뚝한얼굴로내어깨에서가방을가져가던 .私 最初の のボイフランド

나오늘학교에서있잖아요 .…⌜ ⌟내나이열일곱 여름의늦은오후같았던내열병의시작. .

고양이고양이고양이고양이년 월2006 5

369

사람도별별사람이다있는것처럼 애완동물들도별의별것들이많다 나는아침, .

에 조금늦게일어날라치면견갑골사이에올라앉아목덜미뒤를핥고물어대는고양

이를한마리키우고있었다 처음엔간지러워서라도웃어넘겼는데 그행위가교미시. ,

나타나는 수컷들의 특이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는 징그러워서 온 팔을 휘둘러

떼어냈다 나를제짝으로여기고있는나의고양이는질투가심해서애인이오는날이.

면발작을했는데 온몸에털을곤두세우고날카로이발톱을세웠다 입술끝을사납게, .

말아 올려 뾰족한 이를 드러낸 뒤 캬핫 야성적인 소리를 내며 위협도 했다 얼마나- .

긴장을 했으면 병 씻는 솔처럼 변한 꼬리를 빳빳이 세우고 뼈가 솟구칠 듯이 어깨에

힘을준채눈에불을켰다 처음엔웃겼던고양이의태도는그런데회가거듭될수록.

차츰 섬칫해져갔다 애인도 마찬가지였는지 처음엔 귀엽네 하던 그는 하필 그만 속이.

못된인간이어서그적개심을오래봐주지않았다 탄력있는반사신경의고양이는벽.

에던져지고도목숨은무사했지만그이후로애인을보면흔적을감추었다 아무리큰.

고양이

몸이더라도그어떤좁은곳에비집고들어가몸을숨기는기술은신으로부터부여받

은고양이족의특성 내고양이도그래서애인이집에오면지우개로지운것처럼없어.

지고는했다.

그날도그랬다 애인이집에왔고고양이는원래부터없던녀석이었던것처럼눈앞.

에서사라졌다 새벽 시가조금못되는시각이었고침실로들어간우리는만약을대. 3

비해문을잠갔다 잠시후 누워있던몸이일으켜졌고나는애인과마주앉는자세가. ,

되었다 애인의목을끌어안고눈을감고있다가서서히옮겨지는입술에맞추어팔을.

풀면서스르륵눈을떴다 그리고무심코고양이의자리가있는침대의대각선코너에.

눈을준순간.

동그란불빛두개가나를보고있었다.

.……⌜ ⌟

.……⌜ ⌟고양이는지켜보고있었다 처음부터 그녀석은다름아닌침실에숨어있었던것. .

이다 그리고어느틈엔가우리가모르게제자리에올라앉아우리를지켜보고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

.……⌜ ⌟

.……⌜ ⌟나는아무말도하지않았다 애인의팔을그저꽉움켜쥐었다 순간적으로뻣뻣해. .

진내몸에이상을느낀그는나를내려보았고내눈이향해있는곳으로고개를돌렸

다 그리고그도고양이의눈을보았다. .

.……⌜ ⌟

371

.……⌜ ⌟

.……⌜ ⌟우리는아무말도하지않았다 고양이는개와다르다 고양이는민첩하고공격적이. .

며야생적이고이기적이어서길들임을모른다 한마디로다음행동을예측할수가없다.

는얘기다 번뜩이고있는저두눈의빛처럼빠르게우리에게달려들수있었다 그리. .

고고양이에게는인간에게치명적인바이러스가있다.

.……⌜ ⌟

.……⌜ ⌟

.……⌜ ⌟그는조심스레팔을뻗었다 그가움직이자고양이의눈빛이흔들렸다 고양이가움. .

칠함과동시에손을멈칫한그는다시팔을뻗어살며시시트를잡았다 그리고천천히.

끌어내몸을덮었다 우리중아무도소리를내지않았다. .

.……⌜ ⌟

.……⌜ ⌟

.……⌜ ⌟내몸을시트로감싸준그는자기몸도천천히시트로덮었다 그리고내어깨에팔.

을두르고아주천천히나를눕히기시작했다 함께몸을뉘였다 우리는아무말도하. .

지않았다.

.……⌜ ⌟

.……⌜ ⌟

.……⌜ ⌟

고양이

보료위에앉아있는고양이의두눈이나를안고있는그와그에게안겨있는나를

향해있었다 그와나의눈도고양이를향해있었다 우리중그누구도아무말하지. .

않았다 숨을죽이고서로를보고있었다. .

.……⌜ ⌟

.……⌜ ⌟

.……⌜ ⌟시각은 시반을조금넘어있었다 그리고우리는꼼짝도하지않았다 새벽 시가3 . . 5

되어창밖이푸르게밝아질때까지.

.……⌜ ⌟

.……⌜ ⌟

.……⌜ ⌟먼저일어난것은애인이었다 새벽빛에방이밝아지자그는자리에서일어났다 천. .

천히몸을일으켜앉은뒤시트를걷어냈다 처음처럼그를지켜보는고양이는제자리.

에서움직이지않았다 침대를벗어난애인은방문을열었다 그리고침대로돌아와시. .

트를들추고안으로들어와다시나를안았다.

고양이는방밖으로사라졌다 소음하나없이귀신같은빠르기로 년간정을쏟아. . 5

키워온나의애묘는낯선짐승처럼내방을가로질러사라졌다.

그와나는아무말도하지않았다 그의겨드랑이를베고누워있는나는시트를코.

위까지끌어올린상태였다 어린시절전설의고향을보며그랬던것처럼. .

섬뜩함을 조장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극적인 문장들로 글을 맺을 수 있겠지만

솔직하자면가장궁금한것은이것이다.

373

모든고양이들이다이럴까?

SSSSavior Faire Certavior Faire Certavior Faire Certavior Faire CertFor CycllusionFor CycllusionFor CycllusionFor Cycllusion

년 월2007 10

나는어린아이들의 여리고보드라운 입술을좋아하지 않는다 침으로 촉.

촉이젖어있는입술이앙증맞게오므려져내입술에조그마한젤리처럼닿는감촉을좋아하지않는다.

377

이사날짜가확정되었다 일본에있을때무사시에서구입해두었던황갈색종이상자.

들을꺼내어짐정리들을했다 하얀면장갑을끼고먼지를닦아가며한때내인생에.

깊숙이개입했던물건들을찬찬히살펴보았다 더이상쓰지는않지만그런이유로버.

려질수없는물건들은기억보다덜바란모습으로상자안의삶을살아간다.

분갈이해.⌜ ⌟분갈이- ?

물건들을이상자에서꺼내서 저상자로옮겨담아, .⌜ ⌟병철에게서전화가왔다 그다지친한사이가아니었는데최근들어전화통화가잦.

아지면서가까워졌다 식성이서로도플갱어라는것이우리에겐굉장한공감대가되었.

다 커피를끊을까생각중이라는내얘기를귀담아듣고저먹던고급용정차를조금덜.

어다준것이절친으로의결정적계기였다 편식하는버릇도조금있고소식에입도짧.

은편이라는것을감안하면나는정말로먹는것을좋아하는사람이다 맛있는음식을.

Savior Faire Cert For Cycllusion

먹으러멀리운전하는것도즐거이나설수있고직접요리해좋아하는사람들과같이

먹는것도좋아한다 그래서그런지누군가와싸워서감정이흙탕물일때라도뭐먹으.

러가겠냐고물어오면마음이거진풀어진다 또알게된지얼마안되어아직서먹한.

사이의사람이라할지라도뭔가같이먹겠냐고제안해오면금세친밀감이생기곤한다.

썼던소설중두주인공이두번째만난오후의그수영장에서 군으로하여금 나랑C ‘

뭐 먹을려 라고물어보게한것도그때문이었다 그런데실제로는내가먼저는입이?’ .

잘안떨어진다 예를들어 아이스크림먹을래요 물어봤는데아뇨전별로 라는대. , ? …

답을 듣는다면 사실은 좋아하고 있어요 라고 고백한 뒤 거절당하는 좌절감보다 육백,

배쯤큰쇼크가올것같아서이다 그래서그냥 나랑아이스크림먹을래요 라고상. , ?

대방이물어봐주었으면정 말좋겠다고만생각한다- .

대시절을미국에서보낸병철이는길거리핫도그를콘독이라고부른다 병철이가10 .

포장마차에서콘독을 내가편의점에서케첩을사서나눠먹은날 병철이는그랬었다, , .

나는철칙이하나있어- .

뭔데- ?

땅에떨어진건먹지않아- .

이런애다.

있잖아.⌜ ⌟어- .

들어봐.⌜ Saturday vanishing. 부제가weird again.⌟수첩상자에서일기장을발견했다 얼마전의일기를병철이에게읽어주었다. .

아침여섯시무렵에일어나메일을확인하며크림치즈랑크래커로아침을먹었는⌜

379

데 메일개수가많아서그만무의식중에집어먹어치운크래커가꽤되는거야 접시에, .

쏟듯이부어온크래커가몇조각안남은걸보고있자니순간의어리둥절이라는것이

심령스릴러의한장면이떠오를정도였어. GI수치가높은식품을 그것도, sodium으로

범벅이된걸그렇게빨리 많이먹으면 나는어지러워 속도좋지가않아서잠깐침대, , .

에엎드리기로했지 내침실엔침대발치에 가있거든 거꾸로엎드려베개를가져. TV .

다끌어안고 리모컨으로채널서핑을하다가잠깐눈을감았어, .

요즈음의나는너무바빠 세부적으로보자면흥미진진한데전반적으로보자면악몽.

이지 할일이마치 명절날대형마트계산대의콘베이어벨트위에쌓여끊임없이밀. ,

려오는식료품같아 이일이끝나면 또저일이닥치고 그걸해결하면또다른일이. , ,

기다렸다는듯이달려들어 아무반추도하지않는다면일하는기계로서의흥분이아편.

처럼 나를 물들이지만 문득 하늘색이 실버크림색으로 바래가는 여름저녁의 햇무리를,

바라보며운전하는퇴근시간에는 진짜나를나로살게하는그무언가가바쁜나를기,

다리는 것에 지쳐 떠나버릴까 봐 무서워 꽉 막힌 도로에서 멍하게 공포를 느끼고는.

해.

분 정도 잠이 들었나봐 베게 끌어안고엎드린 그대로다시눈을떴어 손에든15 . .

리모컨도그대로였지 에서는본듯도하고첨보는것같기도한광고가나오고있.TV

었어 잠깐눈을붙였는데도일어나걷는데다리가너무후들거리더라 여전히어지러. .

웠어 일어나주방으로갔는데마이크로웨이브가가리키는시각이. 6:40냉장고를열어.

생수병을꺼내어반정도비우고 다시침대로돌아와걸터앉았어 굉장히어지러웠어, . .

온몸의세포가위웅위웅진동하는소리를이명으로들을수있었지 지구에막도착한.

외계인의 기분이라는 게 만일 존재한다면그게 어떤 건지이해할수 있을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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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질어질한기분으로 를쳐다보고있는데 무한도전을하더라TV , .

재방송인줄알았어.

정확히열두시간을자고일어났다는걸깨달았지.

순간저절로 이이잉 소리가나더니손등이눈물을닦으면서내가울기시작했어, . .…

나 어제기분이너무이상했어, .⌟끝- ?

어 부제가.⌜ weird AGAIN 이랬지 이런일이내겐몇번더있었지 이런것도? .

일종의기면증일까?⌟이야기를마치고어느겨를에종이상자위에올려진벗은면장갑을바라보았다 막.

포장이뜯겨진열된상품처럼주름이펴져납작하게눌려진하얀면장갑 그러나손가.

락마다까만먼지테두리가있다.

나너희동네근처로두시간반후에지나갈수있는데- .

길목에서있으면되는거야?⌜ ⌟되는거야- .

연주가식당을개업했고병철이는책을 나는셔츠를사야했다, .

지금 현대로들어가고있어 책사고셔츠사고 너한테 시정도면도착할것. 9…⌜같다.⌟조수석에앉은나는손가락으로하이페리온건물을가리켰다 톡톡 통화하고있는. .

병철이는손끝으로네비게이션모니터의표식을두드렸다.

내려놔 너한테안어울려. .⌜ ⌟그는내쇼핑시간을 이상줄여주었다 옷의스타일을섭렵한정도가아니라브70% .

381

랜드들의개괄적이미지를다꿰고있는듯했다 백화점의에스컬레이터를오르며그.

는내게어울릴만한브랜드몇개를추천했다.

타고난재능이야.⌜ ⌟애쓰지않아도알게되는것이다 병철을처음안것은근 년전으로 당시의그. 10 ,

는오로지외모의스타일을위해사는녀석이라해도과언이아니었다 그러더니어느.

순간 내일이면구식이다라는패션의소모적인속성을깨닫고 남는것 에대한집착, ‘ ’ ‘ ’

을 시작했다 급기야인간의기본적욕구까지포기하고먹지도자지도입지도않고버.

는족족투자에열을올렸으나이것도끝이보였다 쌓여가는재화역시숫자놀음에불.

과하다는허망함을느끼게된것이다 하여이번엔경험의축적에자신을던졌다 종교. . ,

과학 철학 수학 예술 외국어 닥치는대로배우고지구의반정도를여행다녔다, , , , .…

돈에미쳤단얘기를소문으로들었을뿐이당시의그를오랜만에만났던나는허영의

집결체였던 그가 노숙자로 변해있는 것을 보고 투자를 말아 먹었구나 했었다 예술을.

이해하는심미안과인간의사유를사랑하는그의철학이복식에대한열정만따돌리고

있어서란건모르고말이다.

스타일은미니멀리즘 색깔은차콜 그게너한테제일어울려, . .⌜ ⌟난이제미미한차이의배리에이션으로그런류의옷을모으는거야 채다못입.⌜

는옷이옷장에쌓여가면그때겁이나는거지 나어디정신적으로문제있나. ?⌟그러다어느순간멈추게돼 빚내서옷사들이는거만아니면모으고싶은대로.⌜

모아 시들해지기 전에 더 이상 모을 기력이 없을 때를 대비해서 충분히 구비해두는, .

거지.⌟그의 조언이 내친 김에 몸에 얇게 달라붙는 검정 니트 카디건을 구입했다 소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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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높이로걷어주고거울앞으로나를돌려세운현재의병철이는어떤가하면 적,

당히스타일리쉬하고적당히돈을모으고적당히책을읽는다 한마디로평범하다 생. .

활용품을 디자인하는외국계회사에서일하는보통의샐러리맨인이녀석은비정상의

크라이티리언을다경험한뒤비로소정상이되었다 세상그어느것도대단하지도하.

찮지도않다는 무난함에적당의진리가있다는것을깨닫기위해서모든극점까지다,

녀왔다 어떤사람들은굳이생각할필요도없이당연하고자연스레알고있는사실을.

몸소깨우치기위해서말이다.

행동력대비사전판단력이떨어져서그렇지뭐.⌜ ⌟그래도병철군 그건멋지다고생각해, .⌜ In any case you can say “I’ve been

there.”⌟“Too.”⌜ ⌟연주의식당으로출발전 병철은미고에서간단한요기거리를샀다 흥미로운친, .

구이긴하지만이이야기의주인공이이친구는아니다.

Era il mio fratello.⌜ ⌟뭐?⌜ ⌟Was my brother. the elder one.⌜ ⌟뭐?⌜ ⌟잠시후그는웃음을터뜨리며말했다.

그렇게따지라면나는우리엄마다.⌜ ⌟그렇게따져서나라고⌜ mio fratello였겠니?⌟뭐야.…⌜ ⌟

383

죄를고백하면공언증으로진단받는다 나는웃으며말했다. .

듣고나면시시할걸.⌜ ⌟초등학교 학년 겨울방학때였다 집에아무도없는오후였다 우리는소파에누워1 , . .

있었다 반듯이누워있는그의다리사이에들어가누운나는그의가슴을베고있었.

다 서로의팔다리를서로에게꼭맞게얽고가요프로그램을보다가졸리기시작한내.

가고개를들었다 입술을모아그에게내밀었다 잠자기전뽀뽀였다 에눈을맞추. . . TV

고 있던 그는 시선을 모니터에 둔 채로 입술을 내었다 그리고 뽀뽀를 했다 쪽쪽쪽. .

쪽 나는입술을맞댄채로뽀뽀장난을시작했다 볼근육이동그랗게뭉친그는언. .…

제나처럼같이쪽쪽쪽쪽 맞장난을쳐주었다 둘이입술을꼭맞추고서로의눈을바. .…

라보면서입술을떼지않은상태에서쪽쪽쪽쪽 둘중누구하나가웃다가떨어져나-.

갈때까지입을맞추는장난을우리는좋아했다 서로웃다가그런장난을하다보면입.

술이벌어져서입술안쪽의보드라운살이서로의입술에물리곤했는데 그런데그날, ,

어느순간그가혀를내입술안으로밀어넣었다 그리고는. .

그는중학교 학년이었다2 .

놀랬어?⌜ ⌟좋았어 놀랄이유가어딨어 좋을이유뿐이지. . .⌜ ⌟아무리어려도그런분간은갈걸 본능적으로. .⌜ ⌟이상하다는생각은했어 본능적으로죄라고느낀건그이후고. ' ' .⌜ ⌟또했어?⌜ ⌟두어번.⌜ ⌟상습으로는안번졌네 강제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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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그럼니가꼬신거야.⌜ ⌟남자라고편드냐.⌜ ⌟훗 .…⌜ ⌟그이후로도계속엄마오리쫒아다니는새끼오리였으니까내죄가없다고보⌜

기도힘들지 보기만하면이전이나변함없이안겨서치대고엉기고. .⌟그이후두어번도사고?⌜ ⌟아마도.⌜ ⌟그땐왜본능적으로죄라고느꼈는데.⌜ ⌟기분은좋은데어른들오시는소리가나면무서웠으니까.⌜ ⌟혼날까봐?⌜ ⌟죄책감이아예없는데혼날일을왜생각해 그런데무서웠어 뭐가무서웠는지는. .⌜

지금도모르겠어요 아무리생각을해봐도. .⌟음.⌜ ⌟죄를인식하는나이가아니기도하고 일단은기분이너무좋은게 그게문제였, ,⌜

지 죄를인식하려는그성장을더디게하나봐 육체의본능이이성의성장을무의식적. .

으로막는거야 때로이성이폭발적으로성장을하면의식적으로 그러나대부분은그. ,

기분에취해서다시무의식적으로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되풀이. , , .⌟모르는사람이들으면아동성추행이다.⌜ ⌟아니면아동포르노거나.⌜ ⌟어느쪽도범죄.⌜ ⌟

385

실은전혀그렇지않았음에도.⌜ ⌟페도필리아들의변명알아 상대가어린이라는것에양심의초점을두는게아니?⌜

라 모든것을 어린이에집중하던데 어른인저는온데간데없이어린아이와나누, ' ' .

는 제 사랑은그만큼순수해서비난받을이유가없다라고 그러니여섯살꼬마애가.

먼저저를유혹했다는소리도거리낌없이할수있는모양이지.⌟사회적으로는 해선 안 될 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조금은 가 그런 말을, .⌜

하게됐을그앞뒤를다넣고생각해보면.⌟너페도필리아야?⌜ ⌟아니 하지만페도필리아가아닌사람이이런걸이해한다는점이더위험한문제.⌜

가되는거야 뮤턴트적돌발상황이양념처럼더해지지않으면인생은무미한뫼비우.

스에그친다는사특한묘미의법칙 내가그러면쟤도그러려니 그런안일한믿음속. ,

에서무럭무럭성장해서정상인들을겁주지.⌟So, why did he stop that thing, not keep going.⌜ ⌟웃기네 얘 나는웃으며되물었다, . .

Why he. Why not ‘you guy.’⌜ ⌟이번엔그가웃었다 웃긴다는듯. .

편드냐더니 감싸네, .⌜ ⌟그쪽도미성년이었어.⌜ ⌟손가락으로차창밖을가리키며말을이었다.

저기쟤중학생봐 저런애기였어. .⌜ ⌟그래도초등학생친동생이랑키스하는게잘못이란건아는나이아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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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번뿐이었다니까.⌜ ⌟관두고 서먹해졌어, ?⌜ ⌟아니 바빠졌어. .⌜ ⌟그겨울부터였다 그와나의세계가갈라지기시작한것은 곧고등학교에입학하는. .

그는 주말에도 새벽에 나갔다가 새벽에 들어왔다 내 생활 역시 그로만 이루어져있는.

것이아니었기때문에 이것저것배우고노느라나도나름대로바빴다 그사건은흐지, .

부지사라져가는것처럼보이다가어느순간사라졌다.

이런걸영화화하면 .…⌜ ⌟초등학생 학년이야 아이기분좋아 이게심리의전부인데무슨수로 물론뭐1 . -. . ,⌜

그런단순한심리묘사만으로보는사람으로하여금감독의특정한의도를냉정히캐치

하게할수있다면야그게바로훌륭한예술이겠지만 그러나섣불리시도했다간곡해.

당하기딱좋을걸.⌟니얘기듣고있자니드러나지않아그렇지 친형제끼리스킨십이깊은경우가꽤,⌜

많을것같은데.⌟아무튼 그게내첫키스였어-. .⌜ Era il mio fratello.⌟연주가식당의뒤로들어오라고했기때문에우리둘은건물의뒤로돌아가주방으

로통하는문으로들어갔다 막배달된블뢰도베르뉴상자들이쌓여있는것을보고.

나는병철에게이것좀보라는눈짓을해보였다.

이봐 이연주. .⌜ ⌟요리사들과재료들그리고소리와냄새로복잡한주방 하얀걸레로조리대를닦고.

다니는그녀를발견하고웃으며끌어안았다.

387

병철군-.⌜ ⌟나를놓은그녀는병철이를반갑게안았다.

셔츠샀어?⌜ ⌟응 병철군이골라줬어 안목이보통이아닌지라쇼핑하면서내내어찌나감탄했. .⌜

던지.⌟첫날인데도손님많네요.⌜ ⌟연주는내뒤에서내어깨를양손으로잡았다 웃으며병철에게말했다. .

아냐 손님별로없었어요 지금있는손님들알고보면다아는사람들 병철군. . . .⌜밖에서병철군을모두기다려 등장하면폭죽터뜨릴지몰라 나가서와인코너에서오. .

른쪽으로 그대로쭉들어가면거기있어요, .⌟병철이나가자마자그녀는나를돌려세우고내손을꽉잡았다 그리고말했다. .

밖에박선배있어.⌜ ⌟.……⌜ ⌟

불러서미안.⌜ ⌟됐어.…⌜ ⌟.……⌜ ⌟

괜찮아 나랑원수졌지너랑원수졌니 괜찮아. . .⌜ ⌟미안해 .…⌜ ⌟내가너를사랑하는걸다행으로여겨요 넌나한테무슨짓을해도괜찮아이년.⌜

아.⌟박선배 사람들한테너랑여전히사이좋은거처럼말하고다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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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어.…⌜ ⌟.……⌜ ⌟

좋은게좋은거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문제의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희생양을

만들어낸다 이번일은정말미안하게됐어 내잘못이다 라고이야기해야함에도불구. ‘ . .’

하고 난안그랬고 실은 제잘못을누군가에게전가한다, ‘ , .’ .…

그는일단문제의냉혹과무참을중화시킬수있는개인적친밀에호소한다 책임자.

로서의사과대신동지상련의위로를하는것이다 이번일은정말맘이아파 난정말. ‘ .

최선을 다했는데 내가 너 아끼는 거 알잖아 그리고 나서 분노의 대상을 제게서.’… …

다른곳으로옮긴다 그런데있잖아 내노력에도불구하고사실은누구누구가. ‘ , .’…

조작한진실에서희생되는거짓가해대상은주로더이상역전의가능성이나개선의

여지가없도록저높은최종의결정권자 주로못말리는고집불통의높은지위자이거,

나아니면남을향한전투의지상실뿐만아니라제자신에대한깊은회의감에크게

좌절하도록등잔밑의절친한친구나동료심지어가족이다 절이싫어떠나는중을만.

들거나인간관계에혐오를심어심리적재기불능으로주저앉힌다 그러니까사람을너. ‘

무 믿지마 라고위로하며지친등을떠밀어미련없는진흙탕으로부터훨훨떠나.’…

게만든다 핵심증인을인멸한다. .

희생양으로사용된거짓가해자들에게도이런작업은필수적이다 죽은자는말이없.

으므로사라진그사람에게모든죄를덮어씌운다 관련인물들사이를오가며신문문.

구를짜깁기하듯제게유리한정황과증언을모아사건을조작하고책임을피한다 사.

건은 점점 진실에서 멀어지고 억울한 악당이 생겨난다 그러나 완전범죄다 이간질로. .

389

완성된더러운해결은평화로운모습이다.

후에 사건의 전말이백일하에드러나삼자대면을하게되면진실이밝혀지지않겠

느냐고 이거짓밀고의과정에서도그는책임을회피하는경향을당연히유지했다 가? .

해자를정확히지목하는것이아니라전반적분위기와정황이특정인을떠올리도록상

징적인 표현을 쓴다던가하여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한다 내가 언제 그 사람이라고 딱. ‘

집어얘기했어 라고말하면뻔뻔함에기는차나빠져나가는구멍을막을수는없다?’ .

그런데만일자신의잘못을인정하지않는정도의수준이아니라모든것이애초부

터음모라면 제의도적인잘못으로일이어그러지게한뒤제게유리한쪽으로이야?

기를 꾸며 제 적을 쳐낸 거라면 그런 뒤에도 제 적을 제 편으로 돌리려 가증스러운?

연극을하는것이라면?

추궁당하는것이두려워본능적으로 제가안그랬어요 쟤가그랬어요 라고자기‘ . -.’

방어하는것보다는물론더교활한죄가되겠다 그러나문제의발생은때로충동일때.

가있다 따라서그것이치밀하게짜인음모라할지라도제머릿속하나안에서만꾸며.

진계획보다더진실된것은사람들사이에서그것을처리하고반추하고판단하며해

결하며드러나는인간의본질이라고할수있겠다 반성과후회없이올곧게추진하며.

연마되는사악함.

이런사람을나만겪는것이아닐것이다 누구나의주변에도이런야심가가꽤있.

을것이다 상황을조작하고거짓말을하고남을헐뜯어쳐내면서도모든이의면전에.

서는천사같은신뢰와사랑의표정을유지하는유형의악마.

나는믿었던박선배에게기만당했다 그선배와관련해소원해진동료를만나서로.

그모든전말을알게되었다 분하고억울하고무엇보다허탈했다 그러나한편으로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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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저런류의인간이아니라는것이얼마나다행스러운지몰랐다 물론내게이런인생.

의교훈을터득시켜주었다고해서그사람을용서하고싶은마음은없었다 뒤통수를.

치는것은매우훌륭한전법이다 그러나그전과정이모두에게목격되고있었다면얘.

기가다르다.

하여 나도 비열한 전쟁에 뛰어들었다 물갈이가 있는 바닥도 아니고 제 죄를 대신.

뒤집어써줄사람들을마구잡이로끌어대다보면드디어제가만든굴레에제발이엉

킬수밖에없도록외부에서사람들동원해문제가마무리되는것을지속적으로방해했

다 석달이지나지않아선배의본색은드러나게되었다 최종적으로그가모든책임. .

을지고오명의환송속에물러났다.

내가이게 잘한짓일까, ?

적어도이일로인해우리는이런교훈을얻었다 뒷담화는인격이지만모함은범죄.

다.

뒷담화는해도 모함은하지마, .⌜ ⌟뒷담화는해도 모함은안돼, .⌜ ⌟모함안돼-.⌜ ⌟모두들건배하며다짐했다.

내인생에게도.

와인을넘기며다짐했다.

아직은손님때문에바쁜연주그리고나와마주치기전바쁘다며먼저자리를뜬

박선배를제외하고 년지기들이거의다모여있었다 와인과스낵을먹은지잠시10 .

후 오늘의주인공이박수와함께나타났다 드디어다모였으니본격적으로음식을내, .

391

오겠다는그녀의손목을잡아앉히며우리는말했다.

앉아-.⌜ ⌟앉으면어떡해 음식을내와야지. .⌜ ⌟니가일어났다앉았다하는건우리코스에없어 가서다가지고와한꺼번에. .⌜ ⌟안 돼요 여러분 저는 셰프예요 요리사에게는 요리의 의도라는 게 있어요 제발. . .⌜

존중해주세요.⌟우리한텐아무것도과시하지않아도니가만든건다맛있어 신입생때니가싸.⌜

준김밥이아직도전설인데.⌟연주가웃으며말했다.

식거나굳는거있어요 한정식도순서대로나오는데우리집음식은말해뭐하겠.⌜어.⌟근데사실.⌜ ⌟나는말했다.

나는일반적인그코스의순서가개인적인취향엔맞지않아 나는언제나디저트.⌜먼저먹는다면좋겠더라.⌟응 넌어디밥먹으러가면꼭그얘기하드라. .⌜ ⌟은근히한이맺혀서.⌜ ⌟메뉴판들펴세요그럼.⌜ ⌟셰프님의말에우리모두메뉴판을폈다.

먹고싶은거다들골라요 한꺼번에만들어서한꺼번에가지고나올테니까 중. .⌜국집오신김에이왕이면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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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가궁금할엄두도나지않는아름다운요리들이테이블위에가득차려졌다.

압도적인광경에누구하나탄성을아끼는사람이없었다 음식사진을찍어싸이며블.

로그에올리는이유가어떤마음에서비롯되는지알것같았다 소면의 가늘기인. 1/4

초콜릿스틱들을모닥불장작모양으로쌓은뒤속이빈지름 센티크기의주홍색투명1

설탕전구모양토핑을초콜릿꼭대기에서접시까지자연스럽게흐트러뜨리듯배열한

것은 나를 위한 디저트였다 얇게 저민 고기를 오리가미처럼 접어 장식한 샐러드에서.

가레산스이를연상시키는파슬리토핑의수프 여백의미를살려다양한빛깔의소스를,

얹은고기요리와생선요리 자를대고그린것처럼가장자리의끝마무리가완벽한디저,

트와컵안의그라데이션까지신경쓴음료까지 모든요리들이식당이아니라박물관,

으로 가야 될 정도로 예술적인 조형작품이었다 음식인데 모양보단 맛이 있어야 말이.

지 타고난요리꾼연주의답잖은겸손까지더해지자저녁식사는흥분일색으로흐르.…

게되었다 유쾌한저녁식사의중간에정이는언니의전화를받고나갔다가조카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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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려가서맞는데 얘들은기본적으로고문할땐잠을안재우잖아 그런데매달아, .⌜놓은채로잠깐얘들이나를둔거야 지들이딴일이생겼나어쨌나그렇게잠깐때리.

다말았는데 근데그채로존거야 너무졸리니까팔이이렇게쳐들려서매달린채로, .

깜빡잠이든거지 그런데그렇게자는동안에꿈을얼마나꿨는지 지금도생생해아. .

주 우리집개팔던날 대학시험치르고여자친구랑싸워서걔네집에찾아가다가. ,

393

짝사랑하던다른애를만나서딴길로새고어쩌고 어머니가쿠션에다가수놓으시면서,

분홍색 실이없네 이러시더니나더러 원주시면서실사오라고그러시고 그런데, 700 ,

그돈으로우유를내가사먹은거야 내가이러면안되는데알면서도불가항력적으로.

그 돈으로우유를산거야 마시면서집에오는데마음이엄 청무거운거야 그리고. - .

그러다가갑자기깼어 고문하던애들이날깨운거지 그리고두드려맞는데 아픈지도. . .

모르고계속멍 했었어 그짧은순간에내가실제로꿈을그만큼이나꾸었는지 아니- . ,

면 내가꿈을많이꾼것처럼착각을했던건지는모르겠는데맞으면서도계속 내가,

대체꿈을얼마나꾸다가일어났나그거에어리버리해서아픈줄도몰랐었어 난순간.

이런게내가죽은건가 까지의심했었어? .⌟팔을뽀빠이처럼접어이두박근을만들어보인병철은내게만져보라말했다안만

져봐도알아 웃으며팔을어깨로쳐줬다 병철이는팔을내리고말을이었다. . .…

비단뱀은 다 근육이야 사람으로 치면 이두박근만큼 단단해요 만져보면 지름이. , .⌜이렇게두꺼운놈들이이게다딱딱한근육인거야 길이가긴건 미터도가는데 빠. 10 ,

르기도빠르고순간수직점프력이 미터나돼 제자리에서위로 미터를뛰어오른다1 . 1

구 그렇게큰몸으로수면위로수영하는걸봤는데 이야 황홀하더라구요 몸표면도. , , .

반지르르하게윤기가나잖아요 새카만놈들은잘생겼어요 사람을홀려요 덩치큰놈. . .

들이역동적으로움직이는걸보면 이브가넘어갈만도했구나싶은거지 여자를그, .

정도로꼬드길수있는걸동물중에찾자면뱀다음으로사람일걸 상징부터도다산.

아니야.⌟선악과를먹고난뒤아담과이브가가장먼저깨달은사실은자신들이벗고있⌜

다는것이었거든 그래서부끄러움을느끼고옷부터만들어입었어 왜그랬을까 그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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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진못느꼈는데이제겉으로드러난자기아래를보자마자볼이화르륵 아니 대체? ,

누구를 기준으로부끄럽지 주위에누구 본이될다른사람이있나 아님동물중에? , ?

누가옷입었나 대체누구를기준으로드러난몸이부끄럽게느껴졌을까 설마성을? ?

초월하신 하나님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드셨으니 애초에 그걸 가려야 한다면 첨부터?

가려주시지않았을까 그래 문득벗은게부끄럽다고치자 그럼누구에게부끄럽지? . . ?

누가본다고 아아 서로에게 설마 알거다아는부부끼리 그렇다면하나님 성을? . ? . ?…

초월하고계신그분앞에서섹스가부끄러운일이라고느끼게된건가근데 갑자기? ,

하필 그걸왜 먹지말란선악과먹고무서워숨는거보다 갑자기왜하필 섹스가, ? , ,

먼저더부끄러워져서옷부터만들어입었을까.⌟얼마전에백화점지하에빵가게를지나가는데 거기왜빵을밖에다진열해놓고,⌜

팔잖아요 어떤건시식해보라고잘라두고 그런데나거기팔려고진열해놓은빵손으. .

로그냥뜯어먹었잖아요 아무생각없이 미쳤어 지나가면서 어머빵이야 네모난식. . . , .

빵을 모서리를 손으로 그냥 뚝 뜯어서 막 먹었어 거기 언니가 놀라서 나한테 손님. . ‘ !

아니 뭐하시는거예요 이러고나를쳐다보는거예요 나순간너무당황해서 아니!’ . ‘ -.

아니저이거 나이거지금사려구요 이러고둘러댔어요 빵포장하면서언니표정, -.’ .

별로드만.⌟텔레비전보다가참그지지율이도통이해가안가서 아니없는것들이왜이명,⌜

박을찍으려고그럴까중얼거렸더니우리할머니가그러시는거야 인심도곳간에서나.

는거라고 수구세력정권을몇번을겪으면서그거에그렇게속으시고도또속으시다.

니 문제는 나도문국현씨가능력도출중하고인품도훌륭한사람인건알겠는데 정, ,…

치는혼자하는게아니니까 정조살해당한거봐. .⌟

395

돈받은거누가찔러서이번엔정년트랙아예안뽑는대요 있어보면또뭐자리.⌜나겠죠 그비리요 우리도몰라 당사자들이나알지누가알아 다소문만있어 가까. ? . . .

이에있다고다알면그게비리야 우리끼리도몰라 어설프게말꺼내면저게무슨꿍? .

꿍이로남의뒤는캐고다니나오해받으니까어디물어보는사람도없고 궁금해하는-

사람도없고-.⌟내그림에는문제가있대 예쁘지가않은문제 현대미술에서는말하는미적정보. .⌜

를 논하기 이전에 그림은, Fine arts가 아니냐는 거야. fine하지가 않잖아 fine하지

가 이러는데 벽에 예쁜 걸 걸고 싶으면 꽃무늬 벽지를 사서 바르시던가 사주지도. ,…

않을남의그림을가지고왜왈가왈부시비일까몰라 내가순하게생겨서일까. ?⌟오토바이를계 속달리면 정면을주시하면서말이지 계속달리다보면 도로의가- , , ,⌜

로수들이양쪽옆으로착착착착이렇게지나가는거야 환등의원리알지 달리는말의. .

모습을통안에순차적으로그려놓고 작은틈사이로그걸들여다보면서통을빙글빙,

글돌리는것알아 틈의맞은편에불빛이있고 그림들이그불빛을지나가면서애니? ,

메이션이되게만드는것 이런원리로통이돌면서말의움직임이연속동작으로보이.

잖아 그것처럼계속옆으로지나가는가로수들을느끼다보면그게환시가되는순간이.

있어 끝날것같지않다는공포가밀려오는거야 이게영원히나를가두고있다는공. .

포 터널에서도비슷한현상이일어나 터널에는가로수대신실내등이있잖아 그럼오. . .

토바이를 세우면 되잖아 그런데 달리는 속도감에 취해있기 때문에 내가 빨리 달리면,

이걸벗어날수있다는착각이들게되는거야 그래서계속달리게되지 공포에휩싸. .

인채로.⌟내가미워져서그런게아니라면어떤잘못이든상관없어 용서할수있어 나를. .⌜

Savior Faire Cert For Cycllusion

좋아하는마음이변해서가아니라 출세욕이커졌다거나 돈에눈이멀었다거나 그래서, , ,

잠시나를속였다면용서해주지못할것도없어. Sometimes people lie, sometimes

I do. Sometimes people betray someone, sometimes I do. That’s the way

goes. That’s why there are the world in this planet. Not just me alone. 좋아

하는사람아니면 그사람이뭐가그리대단하다고 저사람을미워하는데내시간과? ,

내상심을할애하나그거지 내가너무달라이라만가요새. .⌟우리 아버지 이번에 러시아 다녀오셨잖아 우리 전부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리기다려도아버지가안오시는거야 한참을지루하게기다리고있는데 아버지. ,

가 나오신다 그런데옷이 러시아사람들입는모피코트에 모자를메텔이쓰고다니? , ,

는 모잔데이건짧아 그걸쓰신거야 위아래로검정줄이살짝씩섞인은회색이야. . .

우리가전부정말 그모습을뵙는순간입만떡벌리고아무말을못했다 그런데옆, ?

에 있던 꼬마가 갑자기 아버지를 가리키더니 이러는 거야 엄마 저기 큰 개가 걸어.' . ,

나와 가서아버지를반겨야되는데.' .…⌟나는커피를너무잘쏟아요 커피란자고로읽을거리나쓸거리의세트메뉴이므.⌜

로 그렇지 나는책이나노트혹은노트북위에커피를잘쏟는거야 입구가열린텀, . .

블러나뜨거운머그는 그림자처럼내손에따라붙지만그림자가아니므로 곧잘손과, ,

충돌하여책이나노트혹은노트북위에엎지러져요 순간적으로느끼는참담함을에너.

지화하면지구자전을역방향으로돌릴수도있을것같아 누구 애인이지진으로차. ,

와함께갈라진땅사이로추락하고있다면연락주세요 날아가겠습니다. .⌟중간에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바람도 쏘일 겸 밖에 나가 전화를 받고 돌아왔더니.

잠에서깬정이네조카가눈을부비며칭얼대고있었다 조카때문에아무래도먼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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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야겠다는정이는집에가기전에화장실에다녀오마고일어났다 정이의조카를받.

아서내무릎에앉혔다 땀에젖은머리칼을넘겨주었더니조카는몸에서힘을스르르.

빼고내가슴에뺨을기댔다 사람들을둘러보며선잠에서깨어나살짝찌푸린눈썹을.

해가지고는 망 하게 있었다 귀여워서 작은 어깨를 한 팔로 꼬옥 끌어안고는 통통한- .

뺨에입술을대고촉촉입을맞추었다 엉덩이를두드려준뒤자자 라고말하고머리. ,

를쓰다듬어주었다 조카는고개를들었다 아직도잠결인눈을들여다보며뽀뽀할까. . ?

뽀뽀 속삭이듯물었다 입술을모아내밀자내게정이조카도입술을뾰족이내밀었다? . .

나와입을맞추었다 침으로젖어보들보들한어린아이의입술은여리기도하지 쪽쪽. .

쪽쪽 병철이가내발을툭쳤다 씩웃었다 양손을절반의만세자세로만들고나. . .…

는말했다.

Ok. Stop. I knowwhat it is.⌜ ⌟

열병

5555서문

7777열병

9999귀소탐닉환절기2002년8월45454545 Farewell to concubine, welcome to only heart 년 월2003 5

111111111111때로여름의별새벽숲의안개 년 월2003 6

135135135135 The moon shifts 2003년9월159159159159 Season in the concrete echo 년월2004 1

227227227227 Sparkling Vanilla 년 월2004 2

271271271271목걸이 년 월2005 4

279279279279 Waiting for the sun shines 년월2006 1

361361361361 Boy friend 년 월2006 2

367367367367고양이 년 월2006 5

375375375375 Savoir Faire Cert for Cycllusion 년 월2007 10

398398398398 후기 년 월2007 4

후기

후 기

초등학교들어가기전 대여섯살때였던것같다 할아버지께서가끔내손을잡고, .

놀이터에데려가나와놀아주셨던적이있다 서너번쯤의기억이있다 동네놀이터는. .

내가초등학교들어갈무렵에사라진데다가실상은주로집마당에서내그네를타고

놀았지바깥에나가노는일이거의없었기때문에놀이터의실제크기가얼마만했는

지는정확히모르겠지만 허물어진그자리에큰빌딩들이줄줄이세워졌다는걸보면,

그규모를짐작할수있다 뒷동산이태산처럼보이던내어린눈의기억에그곳은준.

에버랜드 급으로 남아있다 터 자체도 넓었고 분수처럼 생긴 식수대와 화장실도 있었.

다 놀이터주변을따라꽃밭도있었다 늘자기친구들이랑만놀러다니는언니가어. .

쩌다나랑놀아주면그곳으로끌고가서놀고는했는데 워낙바쁘셔서얼굴보기힘든,

할아버지가집에계시는날 언니없이혼자집마당에서꽃나무에게화풀이하고있는,

401

나를할아버지는몇번놀이터에데려가놀아주셨었다 할아버지손을잡고놀이터의.

화단을따라걷는데할아버지가그러셨었다 놀이터가좋냐고 많이좋으냐고 많 이좋. . . -

다고대답했겠지나는 그리고그때할아버지가해주셨던말씀이지금도생생히남아.

있다 할아버지목소리 말투 내손을잡아주셨던크고부드러웠던손. , , .

내가이놀이터 니주까, .⌜ ⌟아뇨 뭘그렇게까지나 라고사양했을리없으니분명주세요 이랬을테고, -. .…

니이 여기놀러나오제 매일살살다니면서바닥에쓰레기있제 사브작 사브, ? , -⌜작줏으라 아들이꽃이랑나무랑꺾을라카제 야야 그리하지마라 꽃이랑나무가아. , - ,

프다 이래타일르라 니그네타고뺑뺑이타고이랄때다른아가와서타고싶어가, .

가기다리제 그라믄자이번엔니해라 이라고양보해라 그럼니끼다, , . .⌟어제는도무지화가안가라앉아서정말로싸웠다 운전할때도로에쓰레기버리는.

것은그자체로도죄지만뒤차에대한예의도아니다 담배꽁초 화장지 음료수캔 과. , , ,

자봉지 별의별걸다창문밖으로버리는운전자들을체감으로는하루에두세번씩,

보지 싶은데 어제는 내 앞에 어떤 여자운전자가 저 피우던 담배를 커피 캔에 담아서

밖으로휙던졌다 좌회전하는지점 머얼리날아가더니저어기옆에화단에쏙들어갔. ,

다 한두 번으로 길러지는 실력이 아니다 그러자마자 신호대기에 걸렸길래 안전벨트. .

풀고내렸다 창문두드리고말했다 뭐하는짓이에요저게 내려서주우세요. . . .

나 쌍욕 들었다 여자는휭 가고뒤에서는빵빵 참자니분해서눈물이그냥 차, . - . .

한쪽으로대고내가가서주워왔다 내차휴지통에넣고주유소가서비웠다 부드럽. .

게말할걸그랬나싶다 언니 화단에버리시면안되잖아요 저랑같이가서주워오. , .

실래요 그럼그냥미친년소리만듣고끝났을수도있었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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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아는사람과말싸움을못한다 백전백패다 상대가좋아하는사람인가싫어하. .

는 사람인가는문제가되지않는다 나는아는사람과의말싸움에서늘진다 만일어. .

느 날내가말다툼끝에누군가에게살해당한시신으로발견됐다면살인자는절대로

면식범이아니다.

특히나나의잘못이 라도있는경우라면사항이얼마나복잡하든상대의잘못이1%

내잘못에비해얼마가크든상황은 분안에나의사과로종료되기시작한다10 .

처음엔 나 역시 기세 좋게 시작한다 이봐요 그러니까 제 얘길 들어 보시라구요. , , .

따박따박따지기시작한다 그러나한창을니가잘했네내가잘했네로나가다가 그. ,

래도이부분은당신이잘못한거아냐 그렇게건드려지면불길에물부은격이다 바, .

로화가꺼진다 하지만 는당신이잘못이잖아 이단계로공격논리가이어지지를. 99% ,

가질수없는연인

못한다 우선내가저지른잘못이너무크게다가와서곧죄책감에사로잡히고전의.

같은것은사라지고만다 그리고상대의눈을바라보며 그울화를들으며이런마음. ,

이 생겨난다 나 그냥 이 사람이랑 친하게 지내면 안 되는 걸까 좋아하는 사람이든. ? ,

싫어하는사람이든그렇게된다 아아 그냥한번꼭안고끝내고싶다 마음속에간절. . .

하다 우리그냥그럼안될까. ?

그리하여끝내.

그래 미안해요 그건 내가 미안해 아녜요 생각해보니까 내가 입장을 바꿔놓고. . . , ,⌜보니까 내가너무미안해져서 진심이에요, . .⌟게임 끝내고 싶어진다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상대는 그럼 쉽게 획득한 승리에. .

회심의 미소를짓게될까 아니던걸 대부분클라이맥스도듣지못하고끊긴라디오? .

신청곡의청취자처럼개운치못한표정으로나를쳐다본다.

그건선배가우파성향이라그래요 그게체제든작은틀이든깨고싶어하지를않- .

는거야 인간미와이성을신뢰하면서말이지 아니세상사람들이어떻게다꽃분홍으. .

로들보여우파들은 내맘같거니그래보여 뭘믿고. , .

침대에 파묻히듯 드러누워 아직도 뜨거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나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무턱대고사과를하면어떡해요 그래서 책임져주기로한거야- ! , ?

당연하지 좌파빨갱이야- . .

당연하지가뭘당연하지야- .

그럼말로만때우면그게사과니 사기지- ? .

못산다진짜 진짜 선배를사장으로믿고있는우리를좀생각해주시면안될- . ,…

405

까 미리상의도좀하고 앞으로우리회사이미지는어떡할거야 거기사장가볍고? ? .

실없는사람이드라그렇게소문나고그럼어쩔껀데.

몰라 일단소문나고나면생각해보지뭐 내귀에들어오걸랑- . . .

무책임해왜- .

잘끝났어 내가진심으로사과했으니까괜찮을거야- . .

그럼 이제부터가 시작일수도 있는 거잖아요 사과 받아냈다고 그거 막 여기저기- .

저이긴거영웅담처럼떠들고다니면어쩔건데그거는 오만소리다갖다붙이고그.

럼어쩔건데.

쫌 겁좀그만줘 안그럴수도있는건데- . . .…

아우진짜 모르겠다나도- . .… …

주말잘보내- .

월요일에봐요그럼 출근해서 아우진짜 못살아- . . . .

흐으음 .…⌜ ⌟만지작거리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나오느니 한숨 엄마는 왜 나를 이렇게 낳아놔서.

내삶을피곤하게하는지.

⌜I’m so dumb. 난너무띨해요.⌟중얼거리며플립을열고문자를비빗비빗.

김동완 이따가우리집에와서나한테섹스해주면안돼[ . ?]

플립을닫아핸드폰을손에쥐고협탁위에놓아두었던막대사탕을입에물었다 이.

불 위를더듬어리모컨을찾아와 를켰다 콜드플레이의신작뮤직비디오 베개에TV . .

머리를떨어뜨리고쳐다보고있는데띵동 답문자-. .

가질수없는연인

좋아[ .]

흐흥 .…⌜ ⌟비빗비빗.

좋아[ ]

띵동.

어른처럼[ .]

비빗비빗.

어른처럼안하면안돼[ ? ]ㅜㅜ

띵동.

좋아[ ]

비빗비빗.

좋아좋아[ ]

띵동.

곱하기백[ ]

비빗비빗.

곱하기천[ ]

띵동.

곱하기만[ ]

비빗비빗.

너섹시해동완아[ ]

띵동.

그러게[ ]

407

흐흐흥 .…⌜ ⌟폴더를닫고협탁에핸드폰을 입에는절반남은막대사탕을 베개를꼭끌어안고. .

새로바뀐뮤비를보며혼잣말 요즘가수애들은어째인물좋은애들도하나없고. .…

AGOSTO ROSADO 3

Agosto Rosado 3열병

Written by Ener Loaded

Produced by JAR Showbiz Group

Presented by Velociraptor

Edited by Ener Loaded

Proof-Corrected by Ener Loaded

Designed by Muzin Grim Studio

Executive Producer Ener Loaded

Printed on August 15th in 2008

Special Heart To JJ

Copyright 2008 Ener Loaded,ⓒ printed in Korea

& Velociraptor All Right Reservedⓟ ⓒ

ISBN 89-800819-0-6-34800-2

벨로시랩터정식배급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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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만든책은바꾸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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