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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의 기술 3 슬래쉬와 여덟 개의 모자_f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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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magazine 1/n 2010년 가을호에 실었던 글 "슬래쉬와 여덟개의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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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모자‘와 ’슬래쉬 효과‘ 사이에서1):

1958년 ~ 1979년생2)을 위한 Life Transit Workshop (LTW)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주는 것이 직업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은퇴 후 ‘당신에 관해 말해

주십시오’라는 요청을 받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저는 은퇴했는데요.‘ 그리고

나서 예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설명하려 들 것이다. 내 인생의 다른 시기라면 나 역시 스스로를 잠수

함 승무원, 농부, 상인, 상원의원, 주지사, 필요하다면 전직 대툥령이라고까지 소개할 것이다. 어디에

사는가를 덧붙이겠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일정한 직업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 따라서 나는 스스로를 대학 교수, 작가, 플라이 낚시꾼, 목수라고 설명할 것이

다. 여기에 미국사람이며 남부인, 크리스찬, 기혼자,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덧붙일 것이다. 내가 말하려

는 것은 우리는 중요 관심사나 신분에 있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다양

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존재의 활발함을 나태내주는 좋은 척도가 된다......” 카터 前 미국 대통령

(김은령역), ‘나이드는 것의 미덕’

“경제적인 필요가 없어도 일은 구해야 한다고 암시하는 것도 우리 사회가 처음이다. 직업 선택이 우리

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 사귀게 된 사람에게도 어디 출신이냐, 부모가 누구냐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고 묻는다.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길로 나아가려면 보수를 받는 일자

리라는 관문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는 가정이 깔려있는 것이다. 그러나 늘 이랬던 것은 아니다. 기원

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만족과 보수를 받는 자리는 구조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이

런 태도는 그 이후 2천 년 이상 지속되었다......” 알랭 드 보통(정영목 역), ‘일의 기쁨과 슬픔

워크샵에 들어가면서

세 가지 현실적인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첫째, 기대 수명은 크게 늘어나 이

제 백 살 가까이 산다는데, 직장에서 은퇴하는 나이는 더 짧아지고 있습니다. 진짜

아이러니는 우리 대부분이 아직도 연금과 같은 ‘전통적인’ 노후대비수단에만 기대어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몇 살까지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최소 70-80대까지는 일이 있어야 합니다. 요즘에는 40대 후반에서 50대면 은퇴한다

는데, 백세 가까이 산다고 했을 때, 나머지 사오십년을 일 안하며 살 수 있을까요?

1) 워크샵 준비물: 빨간 색과 파란 색 등 두 가지 이상의 색깔 펜, 포스트 잇 (가능하면 두 가지 색깔), 커다란 종이(전지), 전지를 벽에 붙일 수 있는 테이프

2) 이 워크샵에 참여하는데 나이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워크샵을 개발하면서 31살 (1979년생)부터

52살 (1958년생)까지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20대는 Transit을 다루기에는 너무 젊다는 생각을, 50대 중반

을 넘어서면 Transit을 단념하고 살아가지 않을까...라는 ‘선입견’ 때문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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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문제지만, 건강한 사람이 일 없이 수 십년을 산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둘째, 세상은 점점 더 빨리 변하고 불확실성은 증가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평생 한 가지 직업에 기대어 살려고 합니다. 보통 20대 중반에서 일을 시작해서 짧

게는 30년에서 40년까지 일을 하게 되는데 말입니다. 돈을 투자 할 때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인생이 달린 직업에 대한 투자는 한 가지에

‘몰빵’하고 있습니다.

셋째, 은퇴해서야 비로소 하고 싶은 일을 찾거나 생각해보는 경우입니다. 좀

더 젊을 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거나 준비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오늘 ‘라이프 트랜짓 워크샵(LTW)에 참여해주신 여러분께서는 바로 이러한

현실적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서 두 가지 도구, 즉 ’슬래쉬(/)‘와 ’여덟 개의 모

자‘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실 것이고, 이를 자신의 삶에 직접 대입해보는 시간을 갖

게 될 것입니다. 먼저 큰 그림부터 말씀드리죠.

이 워크샵을 위해 제가 만든 ‘슬래쉬와 모자의 사이에서’라는 그림 1을 보시

면 X와 Y축을 중심으로 돈과 재미를 만들어 내는가에 따라 크게 4가지의 영역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돈과 재미를 모두 만들 수 있는 곳은 행운의 영역, 돈

은 만들지 못해도 재미를 주는 보람의 영역,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돈을 만들어주

는 생존의 영역, 그리고 돈과 재미 모두 주지 못하는 불운의 영역이 있습니다.

(그림 1) ‘슬래쉬와 모자의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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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속에서 재미를 만들어 내는 것을 찾기 위해 우리는 ‘여덟 개의 모

자’라는 개념을,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돈을 만들어내는 커리어를 찾기 위해서는

‘슬래쉬 효과’라는 개념을 빌려와 사용할 것입니다. 1/n이라는 지면을 통해 진행되

는 이 워크샵에서 돈을 만들어내는 행운과 생존의 영역을, 또한 재미를 만들어내는

보람과 행운의 영역을 먼저 찾아보고, 궁극적으로는 행운의 영역을 넓히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자, 그럼 여덟 개의 모자부터 설명을 드리죠.

여덟 개의 모자 - 나에게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은 무엇인가?

언젠가 한 친구가 제게 살면서 8개의 모자(eight hats)를 만들어 써야 한다

고 조언해주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다른 타이밍에 혹은 동시에 여러 가지 역할(hats)

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8개는 되어야 하고, 또, 그러한 '모자'들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모자’란 “~ 동창회장” “~ 협회장” 등의 타이틀이 아

니라, 자신이 좋아하거나 사명감을 갖고 있는 일이 여덟 개는 되어야 한다는 것입

니다. 예를 들어 저는 샴페인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앞으로 샴페인 전문가라는 모자

를 쓰는 것이 하나의 꿈입니다. 또한, 몇 년전 배웠던 목공의 기술을 활용하여 책상,

책장, 의자 등 책과 관련된 가구 전문 목수로서 우드 워커(wood worker)라는 모자

를 쓰는 것도 또 다른 꿈이지요. 직업과 관련해서는 비즈니스나 위기관리의 분야에

서 끊임없이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스토리 워커(story worker)'의 모자도 만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사진 작가,‘ ’코치,‘ ’재즈 뮤지션,‘ ’즉흥 연주/연기 이

론가‘ 등의 모자를 꿈꾸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여덟 개의 모자는 꼭 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고,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해가며 찾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꼭 여덟 개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액션 플랜

Action #1. 자, 지금 포스트 잇을 꺼내 붉은 색 펜으로 자신만의 여덟 개의

모자를 적어보시기 바랍니다. 포스트 잇 하나에 하나의 모자만 적어보십시오. 키 워

드와 관련된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으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샴페인 전문가”라는

키워드와 함께 “샴페인 전문 블로그 만들기,” “프랑스 샴페인 지방 여행하기,” “샴페

인 관련 웹사이트 리스트 정리,” “샴페인 마개 모으기,” “샴페인 서적 구매하기” 등

등이 되겠지요. 이러한 내용이 한 장의 포스트잇에 정리될 수 있습니다.

Action #2. 주위의 벽을 하나 정하고, 위의 그림처럼 Y축을 중심으로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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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느끼고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위에서 아래로 붙여 나가십시오.

슬래쉬(/) -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인가?

여러분은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시나요? 혹은 다른 직업에 대한 동경을 하고

있나요? 돈을 버는 수단이 현재 나의 직업 외에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시나

요? 아니면, 자신의 취미를 활용 돈을 벌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없는지요?

너무 현실적이지 않은 질문이라구요? 그렇다면, 이런 질문은 어떻습니까? 제품은 물

론 기업도 수 십년간 지속하기 힘든 세상에 나의 커리어나 현재 직장이 내게 수 십

년간의 수입 원천으로 지속되기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셨는지요? 마르씨 앨보

허(Marci Alboher)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서 ‘슬래쉬 효과(slash effects)’라

는 개념을 제안, 유행시킨 미국의 변호사입니다. 그녀는 뉴욕타임즈 등의 칼럼니스

트/작가/강연자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비영리 씽크탱크에서

연구원으로서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녀는 “어떤 일 하십니까?”라는 질

문에 대해서 하나로 답할 수 없는 현상을 ‘슬래쉬’라고 이야기하고, 새로운 경제 환

경 속에서는 과거처럼 하나의 커리어에 모든 것을 내거는 것보다는 ‘슬래쉬’로 자신

의 여러 가지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3).

슬래쉬는 매우 현실적인 방법론입니다. 즉, 현재 커리어를 무조건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니고, 현재 커리어와 함께 새로운 수입의 원천을 복수

로 만드는 노력을 바로 지금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글쓰기, 가르치기, 연

설, 컨설팅 등은 어느 직업과도 연관되어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 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영역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그녀는 조언합니다. 또한, 취미를 업그레이드하여

작은 수입이라도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커리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지, 혹은 평소에

관심 있던 기술을 배워보는 것 등으로 시작하라고 합니다. 은퇴하고나서 새로운 것

을 배우기보다는 말이지요.

영화 같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지난 2월 아이티의 지진으로 부상 당한 소녀

의 머리에서 1.2cm 크기의 콘크리트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CNN 방송 의학전문기자 산제이 굽타 박사는 대표적인 슬래숴(slasher)입니다. 의사/

기자를 넘나들며 활동하기 때문이지요.

3) 그녀는 이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2007년 One Person/Multiple Careers라는 책을 출판했고, 슬래쉬 효과에 대

한 내용은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 저널, 비즈니스위크, 헤럴드 트리뷴 등 주요 언론에 의해 여러 번에 걸쳐

다루어졌다. 슬래쉬 효과를 실천하는 사람을 슬래숴(slasher)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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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플랜

Action #3. 이번에도 포스트 잇을 놓고, 파란색 펜으로 자신이 ‘팔 수 있는,’

커리어를 한 번 적어보시기 바랍니다. 위에서 만든 ‘여덟 개의 모자’와 똑 같은 것

이 겹칠 수도 있으며, 이는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재미와 돈이 합쳐지는 곳이기 때

문이지요. 예를 들어 제 경우 ‘샴페인 전문가’로서는 돈을 벌기는 힘들 것 같고 취

미의 영역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샴페인 전문가로서 돈을 투자하는 것이

많겠지요4). 하지만, 목수로서는 어느 정도 돈을 벌고 싶고, 그렇게 되기 위해 계획

을 세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목수(wood worker)'는 제게 하나의 슬래쉬가 될 수 있

겠지요. 또한 컨설턴트로서 해오던 일을 최근에는 글로 써 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

고, 이는 수 년전 시작한 블로그가 제게는 커다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장 두 권의

책을 준비하고 있고, 이런 경우 ’작가‘라는 것도 또 하나의 슬래쉬가 될 수 있겠지

요.

Action #4. 그림 1에 따라 이번에는 X축을 중심으로 슬래쉬 커리어에 해당

되는 것을 나열해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에서는 수입을 기준으로 낮은 것에서부터

높은 것을 배열하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하고 나면 현재 커리어로 삼고 있는 것 외

에는 돈을 놓고 볼 때 제로의 영역이거나 마이너스의 영역에 속할 것입니다. 마이

너스 영역은 돈을 투자는 하고, 아직 수입은 발생하지 않는 곳이지요.

여덟 개의 모자와 슬래쉬 효과 사이에서

지금쯤, 여러분의 벽에는 X축과 Y축으로 각각 서 너개씩의 포스트잇이 붙어

있나요? 위의 ‘슬래쉬와 모자의 사이에서’라는 그림에 여러분 만의 이야기(포스트

잇)가 들어간 그림을 저는 “Life Transit Board(LTB)”라고 부릅니다. LTB는 여러분이

앞으로 어떻게 트랜짓을 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습니다. 보

람의 영역에서 어떤 것을 남기고, 행운의 영역으로 넘길지, 생존의 영역에서 하던

일을 또 다른 가지를 쳐서 행운의 영역으로 보낼 것은 없을지 말입니다.

액션 플랜

Action #5. 이제 전지를 꺼내어 ‘슬래쉬와 모자의 사이에서’라는 그림을 그

리고, 거기에 여러분이 만든 포스트 잇을 부쳐보시기 바랍니다. 재미와 돈의 영역에

4) 따라서 이런 경우 내게 ‘샴페인 전문가’는 재미의 영역(Y축)에서는 플러스이지만, 돈의 영역(X축)에서는 마이

너스로, 보람의 영역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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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겹치는 것은 하나로 정리하여 행운의 영역에 붙여주고, 나머지는 보람과 생존

등 각자의 영역에 붙이면 됩니다. 이제 이러한 Life Transit Board를 벽에 붙여 놓

고, 다음과 같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잡지나 신문을 보다가 자신의 슬래쉬나 모자

와 관련되는 그림이나 기사가 나오면 이를 오려서 LTB의 관련 영역에 붙여보십시

오. 롤 모델이 되는 사람의 인터뷰나 칼럼을 붙일 수도 있겠지요. 또한 때로는 자기

머리에 떠오르는 그림이나 아이디어들이 생각날 때마다 각 영역에 펜을 들고 더해

가시기 바랍니다.

워크샵을 마치면서

LTB는 하루에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기본적인 출발, 즉 Action Plan 1

에서 4까지는 하루에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바뀌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떠오르기도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비행기나 버스의 터미널에서 직행으로 가지 않고 운송 수단을 바꾸어 탄다는 것

(transit)은 사람들이 흔히 ‘직접 가지 않는 길’을 수고를 더해가며 간다는 것을 뜻합

니다. 하물며 우리 삶에서 ‘갈아타기’는 더 많은 시간과 고민과 수고를 더해야 합니

다.

내가 즐기는 일로 돈을 벌고 있지 않다면, 향후 5년 내에 삶이나 직업의 변

화를 꿈꾸고 있다면, 나에게 재미를 주는 일로 돈을 벌고 싶다면... LTB를 만들고,

하나씩 액션을 취하는 것이 나에게 가장 좋은 것 아닐까요? 우리 삶의 진짜 아이러

니는 어쩌면 트랜짓을 해야 함에도 트랜짓을 하지 않고 엉뚱한 터미널로 향하는 것

은 아닐지... 마지막에 버스를 내려 그 곳이 자기가 원하던 곳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후회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아닐지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