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뙞뙟뙠뙡 28419홦홢 A26 20121214일 금요일 에버릿 컬렉션 제공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선물을 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되는 연말연시. 비싼 선 물도 좋지만,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간단한 선물이 있다. 바로 스킨십이다. 스킨십이 사람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준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로 조금 어색해도 먼 저 손을 내밀면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게 돼 하나로 연결시켜 주는 몸의 동기화현상이 과학적으로 규명됐다. 먼저 뻗어라. 그러면 마법이 펼쳐진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SF영화 ET에서 외계인 ET가 손가락을 내밀자 주인공 엘리엇도 손가락을 내미는 모습은 영화사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윤경식 박사팀은 두 사람이 일치되는 현상은 뇌파에서도 일어나 , 상호작용이 많을수록 더 강해진다고 네이처의 온라인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11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두 사람을 마주 앉히고 팔을 펴 집게손가락으로 상대방을 가리키게 했다. 가락 사이 거리를 10cm 정도로 두고 상대방 손가락을 보게 했더니 손가락 끝에서 미세 한 떨림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적외선 카메라로 움직임을 관측하고, 머리에 붙인 전 극으로는 뇌파를 측정했다. 그 결과, 두 손가락의 움직임이 0.1mm 수준까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뇌에서 친밀감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담당하는 영역도 활 성화됐다. 연구팀은 한 사람에게 손가락을 임의대로 움직이고 상대방은 따라하도록 했다. 네차 례 반복한 뒤, 손가락의 움직임을 측정했더니 동기화 정도가 약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박사는 친구와 걸을 때 발걸음이 맞춰지고,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완벽하게 합주 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며 싸이의 말춤을 같이 출 때 친해지는 느낌이 드는 현상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모여서 말춤을 추면 서로의 뇌가 동기화돼 친밀감이 높아지고, 이미 친한 사람들이라면 동기화가 더 잘돼 멋진 군무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방과학연구소(DARPA)는 이 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한 사람의 뇌에서 나온 신호를 다른 사람의 뇌에 직접 전달하는 것을 연구 중이다. 한 명이 위험 신호를 감지했을 때 다른 군인들의 뇌에 이 신호를 가장 빨리 전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손 마주치는 횟수 많을수록 승률 높아진다 스킨십은 상대방에 대한 동질감뿐만 아니라 동료 간 사기 진작과 협동심, 업무 성과를 끌 어올리기도 한다. 특히 스포츠 경기에서 스킨십은 팀의 승률과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2010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UCSF) 마이클 크라우스 박사팀은 20082009년 시즌 미국프로농구( NBA) 에서 선수들 간 스킨십의 횟수와 팀 성적을 분석했다. 농구는 같은 팀원끼리 주먹을 맞대거나 손바닥과 가슴을 치는 등 스킨십이 많은 종목이다. 그 결과 스킨십을 많이 나누는 팀의 승률이 높았고, 선수 개개인도 스킨십을 많이 하는 선수들 간에 패스 성공률이 좋았다. 이에 대해 크라우스 박사는 선수들이 스킨십으로 의 사소통을 하고 서로에게 신뢰감을 전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렸을 때 배가 아프거나 다리가 저릴 때 이상하게도 엄마손이 한번 스쳐 지나가면 아픈 것이 싹 사라지는 기억을 어렴풋이 갖고 있다. 심리적 약 효과를 나타내는 플라시보 효과 (placebo effect)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엄마손은 아픔을 가시게 하고 마음 까지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이 엄마손의 비밀도 풀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의 위눙잔 교수팀은 사람과 유전 체 구성이 비슷한 초파리에서 엄마 손길과 비슷한, 부드러운 감각을 전달하는 단백질 물질 NOMPC를 찾았다고 네이처9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초파리 애벌레의 신경 끝에 달 려 있는 이 물질을 떼어낸 뒤 애벌레를 문지르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NOMPC 를 다시 이식하고 자극을 주자 애벌레는 촉각을 인지한 듯 반응을 보였다. 사람에게도 NOMPC 같은 단백질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 체가 어떻게 촉각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기쁨과 편안함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내 는지를 밝히는 데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이재웅·김윤미·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美 캘리포니아공대 윤경식 박사팀 몸의 동기화현상 과학적 규명 싸이 말춤 같이 추면 서로의 친밀감 높아져 친할수록 멋진 군무 완성 농구팀원끼리 하이파이브 많을수록 승률 높아지고 패스성공률 좋아져 촉감은 또다른 의사소통 채널 실험에 사용된 가시고기의 모습. 가시고기는 ‘아버지의 정’을 상징하는 동물로 알려졌다. 암컷이 산란한 알을 수컷이 지키며 지느러미를 움직여 알에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영국 글래스고대는 가시고기 성장속도를 조절해 수명과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이후승 영국 글래스고대 박사 제공 왜 우리 아이는 동갑내기들보다 작은 걸까?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질 만한 고민이다. 더군다나 편식이 심 하고 밥을 잘 안 먹는 아이의 부모는 아이의 키와 몸무게를 잴 때마다 혹시 어디에 문제 있는 게 아닐까 걱정까지 한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 들이 느리게 자랄수록 더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를 내놔 고민에 빠진 부모들이 한시름 놓아도 될 듯싶다. 영국 글래스고대 생물다양성연구소 이후승 박사팀은 가시고기의 성장속도를 조절하면 수명도 달라진다는 연구결과를 영국왕립학회 B12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어린 가시고기 240마리 의 성장속도를 다르게 만들고 수 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추적했 . 우선 한 그룹은 일정한 온도에 서 먹이를 제대로 줘 정상적인 속 도로 자라게 하고, 다른 두 그룹은 주변 온도를 변화시키며 성장속도 를 조절했다. 가시고기는 추운 곳에 있으면 성장속도가 느려지는데, 온도가 정 상으로 돌아오면 원래 성장궤도를 따라잡기 위해 급격히 자란다. 보상성장이라고 하는데, 가시고기뿐 아니라 다른 생물에게도 나 타난다. 연구진은 성장속도에 변화를 준 두 그룹 중 한 그룹은 어릴 때 성장 을 억제시켰다가 이후에 따라잡도록 했고, 다른 그룹은 어릴 때 먼저 크게 하고 나중에 억제했다. 결과적으로 다 자란 240마리 가시고기의 크기는 비슷했지만 수명에는 큰 차이가 생겼다. 일반적으로 가시고기의 수명은 2년 정도인데, 어린 시절 성장을 억 제시켜서 느리게 자란 가시고기는 1000일 정도 살아 보통 가시고기 보다 수명이 30% 더 길었다. 반면 어릴 때 성장을 촉진시켰던 가시고 기는 보통보다 수명이 15% 정도 짧았다. 이후승 박사는 이번 연구는 어린 시절에 빨리 성장할 경우 더 많 은 조직이 손상되고 수명도 잠재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이라며 조직의 성장과 노화는 동물 종에 관계없이 비슷하기 때문 에 사람에게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네일 메트컬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성장속도와 수명 에 관한 첫 연구결과라며 어릴 때 환경 조건이 조금만 변해도 장기 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 천천히 클수록 더 오래 산다 英 글래스고大 이후승 박사팀 논문 발표 성장 촉진시킨 가시고기 정상보다 수명 15% 줄어 성장 억제시킨 경우는 정상보다 30% 더 장수

먼저 손 내밀면 마법이 찌릿찌릿 (2012년 12월14일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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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먼저 손 내밀면 마법이 찌릿찌릿 (2012년 12월14일 동아일보)

뙞뙟뙠뙡제28419호퉍홦홢A26 2012년 12월14일 금요일

에버릿 컬렉션 제공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선물을 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되는 연말연시. 비싼 선물도 좋지만,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간단한 선물이 있다. 바로 ‘스킨십’이다.스킨십이 사람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준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로 조금 어색해도 먼

저 손을 내밀면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게 돼 하나로 연결시켜 주는 ‘몸의 동기화’현상이 과학적으로 규명됐다.뀫 먼저 뻗어라. 그러면 마법이 펼쳐진다스티븐 스필버그의 SF영화 ‘ET’에서 외계인 ET가 손가락을 내밀자 주인공 엘리엇도

손가락을 내미는 모습은 영화사의 명장면으로 꼽힌다.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윤경식 박사팀은 두 사람이 일치되는 현상은 뇌파에서도 일어나

고, 상호작용이 많을수록 더 강해진다고 ‘네이처’의 온라인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11일자에 발표했다.연구팀은 두 사람을 마주 앉히고 팔을 펴 집게손가락으로 상대방을 가리키게 했다. 손

가락 사이 거리를 10cm 정도로 두고 상대방 손가락을 보게 했더니 손가락 끝에서 미세한 떨림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적외선 카메라로 움직임을 관측하고, 머리에 붙인 전극으로는 뇌파를 측정했다. 그 결과, 두 손가락의 움직임이 0.1mm 수준까지 일치하는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뇌에서 친밀감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담당하는 영역도 활성화됐다.연구팀은 한 사람에게 손가락을 임의대로 움직이고 상대방은 따라하도록 했다. 네 차

례 반복한 뒤, 손가락의 움직임을 측정했더니 동기화 정도가 약 1.5배 증가한 것으로나타났다.윤 박사는 “친구와 걸을 때 발걸음이 맞춰지고,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완벽하게 합주

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며 “싸이의 말춤을 같이 출 때 친해지는 느낌이 드는 현상도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모여서 말춤을 추면 서로의 뇌가 동기화돼 친밀감이높아지고, 이미 친한 사람들이라면 동기화가 더 잘돼 멋진 군무가 완성된다는 것이다.실제로 미국방과학연구소(DARPA)는 이 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한 사람의 뇌에서 나온

신호를 다른 사람의 뇌에 직접 전달하는 것을 연구 중이다. 한 명이 위험 신호를 감지했을때 다른 군인들의 뇌에 이 신호를 가장 빨리 전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뀫 손 마주치는 횟수 많을수록 승률 높아진다스킨십은 상대방에 대한 동질감뿐만 아니라 동료 간 사기 진작과 협동심, 업무 성과를 끌

어올리기도한다.특히스포츠경기에서스킨십은팀의승률과도직접적으로연관이있다.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마이클 크라우스 박사팀은

2008∼2009년 시즌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선수들 간 스킨십의 횟수와 팀 성적을분석했다. 농구는 같은 팀원끼리 주먹을 맞대거나 손바닥과 가슴을 치는 등 스킨십이많은 종목이다.그 결과 스킨십을 많이 나누는 팀의 승률이 높았고, 선수 개개인도 스킨십을 많이 하는

선수들 간에 패스 성공률이 좋았다. 이에 대해 크라우스 박사는 “선수들이 스킨십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서로에게 신뢰감을 전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어렸을 때 배가 아프거나 다리가 저릴 때 이상하게도 ‘엄마손’이 한번 스쳐 지나가면 아픈

것이 싹 사라지는 기억을 어렴풋이 갖고 있다. 심리적 약 효과를 나타내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엄마손’은 아픔을 가시게 하고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이 엄마손의 비밀도 풀렸다.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의 위눙잔 교수팀은 사람과 유전

체 구성이 비슷한 초파리에서 엄마 손길과 비슷한, 부드러운 감각을 전달하는 단백질 물질‘NOMPC’를 찾았다고 ‘네이처’ 9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초파리 애벌레의 신경 끝에 달려 있는 이 물질을 떼어낸 뒤 애벌레를 문지르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NOMPC를 다시 이식하고 자극을 주자 애벌레는 촉각을 인지한 듯 반응을 보였다.사람에게도 NOMPC 같은 단백질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

체가 어떻게 촉각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기쁨과 편안함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지를 밝히는 데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이재웅·김윤미·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email protected]

美 캘리포니아공대 윤경식 박사팀 ‘몸의 동기화’ 현상 과학적 규명

싸이 말춤 같이 추면

서로의 친밀감 높아져

친할수록 멋진 군무 완성

농구팀원끼리 하이파이브 많을수록

승률 높아지고 패스성공률 좋아져

촉감은 또다른 의사소통 채널

실험에 사용된 가시고기의 모습. 가시고기는 ‘아버지의 정’을 상징하는 동물로알려졌다. 암컷이 산란한 알을 수컷이 지키며 지느러미를 움직여 알에 산소를공급하기 때문이다. 영국 글래스고대는 가시고기 성장속도를 조절해 수명과의연관성을 밝혀냈다. 이후승 영국 글래스고대 박사 제공

“왜 우리 아이는 동갑내기들보다 작은 걸까?”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질 만한 고민이다. 더군다나 편식이 심

하고 밥을 잘 안 먹는 아이의 부모는 아이의 키와 몸무게를 잴 때마다혹시 어디에 문제 있는 게 아닐까 걱정까지 한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이 ‘느리게 자랄수록 더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를 내놔 고민에 빠진부모들이 한시름 놓아도 될 듯싶다.

영국 글래스고대 생물다양성연구소 이후승 박사팀은 가시고기의성장속도를 조절하면 수명도 달라진다는 연구결과를 ‘영국왕립학회보B’ 12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어린 가시고기 240마리의 성장속도를 다르게 만들고 수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추적했다. 우선 한 그룹은 일정한 온도에서 먹이를 제대로 줘 정상적인 속도로 자라게 하고, 다른 두 그룹은주변 온도를 변화시키며 성장속도를 조절했다.

가시고기는 추운 곳에 있으면 성장속도가 느려지는데, 온도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원래 성장궤도를 따라잡기 위해 급격히 자란다. 이를 ‘보상성장’이라고 하는데, 가시고기뿐 아니라 다른 생물에게도 나타난다.

연구진은 성장속도에 변화를 준 두 그룹 중 한 그룹은 어릴 때 성장을 억제시켰다가 이후에 따라잡도록 했고, 다른 그룹은 어릴 때 먼저크게 하고 나중에 억제했다. 결과적으로 다 자란 240마리 가시고기의크기는 비슷했지만 수명에는 큰 차이가 생겼다.

일반적으로 가시고기의 수명은 2년 정도인데, 어린 시절 성장을 억제시켜서 느리게 자란 가시고기는 1000일 정도 살아 보통 가시고기보다 수명이 30% 더 길었다. 반면 어릴 때 성장을 촉진시켰던 가시고기는 보통보다 수명이 15% 정도 짧았다.

이후승 박사는 “이번 연구는 어린 시절에 빨리 성장할 경우 더 많은 조직이 손상되고 수명도 잠재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것”이라며 “조직의 성장과 노화는 동물 종에 관계없이 비슷하기 때문에 사람에게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네일 메트컬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성장속도와 수명에 관한 첫 연구결과”라며 “어릴 때 환경 조건이 조금만 변해도 장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email protected]

천천히 클수록더 오래 산다英 글래스고大 이후승 박사팀 논문 발표

성장 촉진시킨 가시고기

정상보다 수명 15% 줄어

성장 억제시킨 경우는

정상보다 30% 더 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