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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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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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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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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2월27일초판인쇄

2007년3월 3일초판발행

지은이|프리드리히니체

옮긴이|백석현

발행인|홍은영

펴낸곳|야그

출판등록|2007년1월22일제313-2007-000017호

주소|121-886 서울시마포구합정동426-2(2층)

전화|02-3143-5592

팩스|02-6442-5592

홈페이지|www.yaague.com

ⓒ백석현, 2007

ISBN 978-89-959169-0-2 03100

※가격은뒤표지에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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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니체지음 | 백석현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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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 본문에서고딕체로표시한곳은원전에서강조된부분입니다.

| 본문의작은따옴표(‘’)와큰따옴표(“”)는원전의표시대로따랐습니다.

| 본문의꺾쇠(< >)는번역자가삽입한것으로서다음세가지중하나를의미합니다.

- 사람으로의인화된경우

- 하나의말뭉치로쓰이는경우

- 이책에서반복해서사용된개념으로서주목할필요가있는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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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를번역하며·9

해설에가름해서·14

1. 니체의문체·14

2. 니체의시대·20

3. 짜라두짜는누구였나? ·23

4. 니체에대한저급한오해: 권력, 나치즘, 근친상간·26

5. 이책의구조·28

6. 아쉬움·30

프롤로그·31

1. 세번의탈바꿈·65

2. 미덕을설교하는석좌교수·71

3. 저세상을믿는사람·77

4. 몸을경멸하는사람·86

5. 기쁨과정열·91

6. 창백하게질린범죄자·96

7. 읽기와쓰기·102

8. 산등성이에서있는나무·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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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9. 죽음을설교하는사람·114

10. 전쟁과전사(戰士)·119

11. 새로운우상·124

12. 시장의파리·131

13. 섹스없는순결·139

14. 친구·143

15. 천, 그리고한개의목표·148

16. 이웃사랑·154

17. 창조자의길·159

18. 여자·166

19. 살모사·171

20. 자녀와결혼·175

21. 자발적죽음·180

22. 베풂의미덕·186

23. 거울을가진아이·199

24. 행복이가득한섬·205

25. 연민에가득찬사람·212

26. 성직자·218

27. 미덕을가진사람·224

28. 어중이떠중이·231

29. 독거미타란툴라·237

30. 저명한철학자·245

31. 밤에부른노래·252

32. 춤추며부른노래·257

33. 무덤에서부른노래·263

34. 넘어서기·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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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숭고한사람·280

36. 문화국가·286

37. 순수한깨달음·292

38. 학자들·299

39. 시인들·304

40. 역사적인사건·311

41. 예언자·319

42. 구원·327

43. 남자다운신중함·337

44. 완전히적막한시간·344

45. 방랑자·353

46. <마음의눈으로본광경>과수수께끼·360

47. 밀려드는행복·371

48. 동트기전·379

49. 축소미덕·387

50. 올리브나무우거진언덕·398

51. 그냥지나가기·406

52. 마음바꾼사람·414

53. 집에돌아가기·424

54. 세가지악·434

55. 중력의영·445

56. 옛율법서판, 새율법서판·455

57. 회복기환자·499

58. 커다란갈망·515

59. 춤추며부른또한곡·523

60. 일곱겹봉인(혹은<네>와<아멘>의노래>)·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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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행복을제물로바치고·543

62. 고통의비명·551

63. 왕과이야기하다·557

64. 거머리·566

65. 마법사·573

66. 하나님모시는것을그만두고·585

67. 더없이흉측한사람·595

68. 스스로거지가된사람·606

69. 그림자·615

70. 정오에·623

71. 인사·630

72. 최후의만찬·642

73. 훌륭한사람·647

74. 우울의노래·671

75. 과학·680

76. 사막의딸·687

77. 깨어나다·696

78. 당나귀축제·703

79. 밤에산책하는사람의노래·711

80. 징조·729

부록1 :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의핵심개념·735

부록2 : 니체연보·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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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두짜? 차라투스트라?

독일어나 영어로 Zarathustra를 발음하면 한국 사람의 귀에는 어떻게 들릴

까요? Zarathustra는원래몇개의음절일까요?

독일어나영어발음은4개의음절로서우리귀에는‘짜라두-짜’로들립니다.

이렇게 돼야 음률을 맞추기 좋습니다. 4음절의‘아아오-아’, ‘아아우-아’, ‘오

오아-오’같은 모음 배열은 가장 원초적이고 강렬한 운율과 리듬을 가지고 있

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Zarathustra에 대한 한글 표기로서 과감하

게(!)‘짜라두짜’를택했습니다.

지금까지 해 온 대로‘차라투스트라’로 표기하면 여섯 개의 모음, 여섯 개의

음절입니다. 이름이너무긴데다가이름을구성하는음절에 장단고저(長短高低)

가 조화되어 있지 않아 운율을 맞출 수 없게 됩니다.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입

니다. 왜냐하면이책은원래매우리드미컬한시(詩)이기때문입니다.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는시(詩)입니다.

니체의 대표작『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Also Sprach Zarathustra)』는 아포리

즘(aphorism)과우화, 이미지로가득찬시입니다. 기존우리말번역본은운율이

없는 산문으로 되어 있습니다. 반면 이 번역본은 원래의 시 형식을 살려내려

애썼습니다. 그때문에설명지문이아닌부분은시처럼시각적배열을했습니

다.

예를 들어 이 책 프롤로그 16번째 연(0:16)을 살펴봅시다. 음절 사이는‘-’로

표시했습니다. 괄호 안은 음절의 숫자입니다. ‘/’는 말을 할 때 자연스럽게 쉬

게되는부분(pause)입니다.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를번역하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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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er-wan-delt ist Zar-a-thus-tra,(8)/zum Kind ward Zar-a-thus-tra,(7)/ein Er-

wach-ter ist Zar-a-thus-tra, (9)/was willst du/nun bei den/ Schlaf-en-den?(9)

짜라두짜, 정말많이바뀌었네!

짜라두짜, 아이가됐어!

정신이말똥말똥해! 어이! 짜라두짜!

저아랜전부잠에취한놈만살아! 거기가서뭐하려고?

니체는 원래 철학자가 아니라 그리스 고전 문헌학자(philologist)입니다. 그리

스, 라틴, 히브리의 수천 년 전부터 전해 오는 음유 고전 문학에 달통했던 사람

입니다.

그리스와 라틴 시의 운율은 영어나 독일어와는 다릅니다. 영어와 독일어 시

에서는액센트강약이리듬있게배열되어있는지, 행마지막음절의발음이비

슷한지여부가중요합니다. 행의길이는중요하지않습니다. 반면그리스와라

틴 시의 운율은 한국어 시와 비슷하게 행의 길이가 중요합니다. 음절 숫자가

중요한 미터(meter) 운율입니다. 영시에서는 블레이크(Blake)가 미터법을 썼지

요.

라틴어시나그리스시에서는포즈와포즈사이에음절이몇개있나를가지

고운율을맞춥니다. 3-4조니4-4조니하는우리말시와똑같은원리입니다.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에는 문득문득 미터 운율이 등장합니다. 영어

시나독일어시에서는보기힘든매우리드미컬한구조입니다. 『짜라두짜는이

렇게 말했지』의 첫 문장(0:1)을 보십시오. 독일어이지만 미터 운율에 가깝습니

다. 설명지문부분이라번역문을산문처럼배열했습니다.

Als Zar-a-thus-tra drei-ssig Jahr alt war,(10)/ Ver-liess er sein-e Heim-at,(7)/

und den See seiner Heim-at,(7)/ und gieng in das Ge-bir-ge.(7)

짜라두짜가서른살때일이었어. 집을떠났지. 물론집옆의호수도떠났지. 산으

1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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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갔어.

니체는 루터나 괴테를 넘어서는 독일어 최고의 문장가입니다. 또한 그 자신

의 말대로『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는“읽으라고 쓴 책이 아니라 암송하라

고 쓴 책”입니다. 이 번역본은 원래 모습대로, 다시 말해 시로 옮기려 애쓴 책

입니다.

쉽고명확한문장으로되어있습니다.

니체 문장은 원래 명징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매직 파워(magic power)를 가진

문장입니다. 이번역본은니체문장의원래느낌을살려내려애썼습니다. 읽고

서 뜻을 파악할 수 없는 신비주의적 횡설수설을 니체는 한 적 없습니다. 니체

의글은웃음, 울음, 감동, 감탄이나올수밖에없는글입니다. 명쾌하고신랄하

면서도유머와사랑이넘치는글입니다.

장과절표시를해서개념과이미지의원래뜻을금방확인할수있습니다.

니체는『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에서 개념과 이미지를 반복해서 사용합

니다. 따라서 그 개념이 제대로 소개되었던 대목을 간단히 밝힐 수 있다면 지

저분하게주석을붙일필요가없어집니다.

프롤로그를‘0’장으로하고나머지장에1에서80까지의숫자를부여했습니

다(원본에는 번호가 부여되어 있지 않습니다). 연에도 번호를 부여했습니다. ‘1:23’은

‘1장 23연’이란 뜻입니다. 연 번호는 니체가 단락을 구분한 곳을 기준으로 부

여했습니다. 아무 데나 연 번호를 붙인 것이 아닙니다. 장과 절의 표시는 홀수

페이지에서는페이지의오른쪽에, 짝수페이지에서는페이지의왼쪽에표시되

어있습니다.

하나님, 신, 인민, 폭도등의단어에관한번역의일관성을유지했습니다.

정치적가치판단과종교적신앙은누구에게나소중합니다. 문제는짜라두짜

의 내용이 매우 신랄한 정치 비판과 종교 비판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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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비판한 내용을 니체의 뉘앙스로 옮기려 노력했습니다. 번역자의 주관적 성

향이반영되는것을최소화하기위해노력했습니다.

영어에서는 하나님은 대문자 God이고 신(神)은 소문자 god입니다. 독일어

에서는명사를모두대문자로표시하기때문에어느경우든Gott가됩니다. 어

느 경우에 하나님으로 번역하고 어느 경우에 신(神)으로 번역할지 망설인 대목

이 많았습니다. 특히 니체가 기독교를 가혹하게 비판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

러웠습니다. 이때주로홀링데일영역본을참조했습니다.

또 한 가지 조심스러웠던 것이 강한 정치적 함의를 가진 용어들입니다. 떼

(Herde), 대중(Menge), 많은 사람(Viele), 많고 많은 사람(Viel-zu-viele), 남아도는 사

람(Überflüssigen), 인민(Volk), 어중이떠중이(Gesindel), 폭도(Pöbel)를 정확하고 일

관되게 구분해서 사용하도록 노력했습니다. 니체에게 이 말들은 모두 부정적

의미를가지고있습니다. 니체는‘유럽문명의부패및붕괴’를누구보다먼저

식별했던 사람입니다. 따라서 니체는 사회와 정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가할

때 이 말들을 사용합니다. 이 책에서 모두 300번 이상 등장합니다. 서로 뜻이

비슷한단어를일관성이있도록번역하기위해조심했습니다.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는천천히조금씩외우며읽는시집입니다.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는‘천천히 방울방울 떨어지는 진실, 천천히 방

울방울 떨어지는 깨달음’입니다. 하루 이틀 만에 뚝딱 읽어 치우는 것도 필요

하지만, 잠자리머리맡혹은화장실에놓고지치거나우울하거나심심할때한

구절씩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니체 말대로『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는 읽으라고 쓴 책이 아니라 외우라고 쓴 책입니다. 물론 수능

시험 준비하듯 외우라는 뜻은 아닙니다. 외우기 좋은, 즐겁고 심오한 리듬을

가진 시집이란 뜻입니다. 니체의 말을 빌리면 달콤하고 부드러운 무화과 같은

가르침입니다.

무화과가떨어져내리고있어.

1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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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부드럽고달콤하게떨어져내리며발그레한살갗이벌어져.

나는익은무화과를흔드는북풍(北風). (24:1)

내가르침은무화과같이자네에게떨어지지.

그즙(汁)을마시고그달콤한살을씹어.

세상은온통가을이잖아!

하늘맑은오후야! (24:2)

이 까닭에 암송하기 쉬운 리듬을 살려서 번역하려고 애썼습니다. 또한 장과

절 표시를 하여 읽은 지 오래되어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던 이미지나 개념

을쉽게다시찾을수있도록했습니다.

자, 짜라두짜와함께울고웃고춤추십시오. 짜라두짜는춤을엄청좋아합니

다. 짜라두짜의 이야기에서는 춤, 춤꾼이라는 단어가 모두 111번 등장합니다.

의연하고쾌활하게살기! 니체는삶이마땅히그래야한다고생각했습니다.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를번역하며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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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는 해설보다는 직접 읽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니체는위대한문필가입니다.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는재미있는우화입

니다. 비교적 쉽게 이해되는 (각자의 수준과 관점에서!) 시집입니다. 여기에서는 니

체의 문체(style), 니체의 시대, 짜라두짜라는 인물, 니체에 대한 저급한 오해 몇

가지그리고『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의구조에대해간단히쓰겠습니다.

1. 니체의문체

니체는 독일 문학 최고의 문장가입니다. 일반적으로 독일 문필가는 호흡이

길고한없이늘어지는문체를많이씁니다. 그러나니체의문체는발랄하고신

랄하고속도감이있습니다. 평소에말을할때에도그랬다고합니다.

1889년 1월 예나 의대의 빈스방어(Binswanger) 교수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니

체를 강의실로 데리고 와서 학생들에게 임상 연구 자료로 제시했습니다. 그때

니체를관찰했던의대생이26년이지난후다음과같은글을썼습니다.

빈스방어 교수가 니체와 대화를 시작했다. 우리는 그가 불과 스물네 살의 나이

에바젤대학교수가되었다는사실에놀랐다. …그는저술활동에대해서는기억

하지 못했다. 대신 그는 투랭에서 살던 이야기를 했다. 투랭이 대도시의 장점과

소도시의 장점을모두 가지고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매우 주의 깊게 그

의말을들었다. 한번도그런식으로말하는사람을본적이없기때문이었다. …

나중에나는니체의책을읽고나서야의대강의실에서니체의말을들었을때왜

그토록놀랐던가를알게되었다. 니체문체의마력을처음느꼈던것이다. 니체의

1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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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말은 그의 글과 같은 스타일이었다. 독특한 단어 조합과 <서로 쌍을 이루어 대립

하는 개념>(antitheses)들이 많이 사용되는 짧은 문장이었다. … 그는 폼 잡고 강의

하는교수처럼말하지않았다. 그것은그냥‘대화’였다.

-짐초비츠(S. Simchowitz)의회고, 『쾰르니쉐짜이퉁(Kolnische Zeitung)』

1925년, 8월29일.

니체는 언어와 문체에 대해 심오한 통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선과 악을

넘어서』에나오는니체의말을한번곰곰이생각해볼필요가있습니다. 긴인

용이지만번역, 문체, 언어의특질에관해깊은통찰을담고있기때문입니다.

번역할때제일옮기기힘든부분은문체(style)의템포이다. 문체의템포는그민족

의성격에서, 좀더생리학적으로말하자면, 그민족의‘신진대사’의템포에서나온

다. 정직하게한답시고공을들인번역이지만의미와단어에서위험한부분을가로

질러 뛰어넘는 원문의 용감하고도 즐거운 템포 자체를 옮기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원문을속악(俗惡)하게만들뿐만아니라오역이되고만경우가종종있다.

독일어에서는프레스토(presto) 박자가불가능하다. 자유로운정신이깃든사고

의 매우 대담하고 즐거운 뉘앙스를 독일어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릿광

대의 풍자나 사티로스(Satyros, 활력과 음란함의 상징. 디오니소스 축제 때 사용되는 상

징)는 독일사람의 양심과몸에는낯설기만한 존재일뿐이다. 마찬가지로아리스

토파네스나 페트로니우스는 독일 사람에게는 번역이 불가능하다. 독일에서는 침

착한것, 느릿느릿한것, 생각깊게엄숙한것, 호흡을길게끄는것같은여러종류

의지루한문체들이엄청나게발전했을뿐이다.

우아하면서도 딱딱한 괴테의 산문조차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꼬집어말한다

는점에서나를용서해주기바란다. 괴테의산문은‘좋았던옛시절’을반영하고

있다. 괴테의산문은아직까지‘독일식멋’이남아있던시절의그멋을표현한것

이다. 괴테의산문은로코코로표현된도덕과예술이다.

해설에가름해서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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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독일어가어떻게마키아벨리의템포를흉내낼수있겠는가! 마키아벨리의『군

주론』을 읽어 보라. 마키아벨리의 책에서는 플로렌스의 민감하고 건조한 공기를

마실 수 있지 않은가! 마키아벨리는 가장 심각한 이야기조차 쾌활한 알레그리시

모(allegrissimo) 박자로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아마 심각한 이야기를 알레그리시

모 문체로 표현할 때 생기는 이상한 대비 효과를 노리는 심술궂은 예술가의 의도

가 있었겠지만, 길고 힘들고 어렵고 아슬아슬한 사상을 질풍 같은, 거침없는 유머

에넘치는문체에담은것! 그것이바로마키아벨리다!

누가 과연 페트로니우스를 독일어로 번역할 수 있을 것인가! 페트로니우스야말

로어떤위대한음악가보다도이야기, 사상, 언어에서프레스토박자를잘사용하지

않았던가! 페트로니우스와같이바람의발을가진사람앞에서는, 바람과같은깊은

숨결을가진사람앞에서는, 바람과같이모든것을비웃어서해방시키는사람앞에

서는, 모든것을달리게만듦으로써모든것을건강하게만드는사람앞에서는고대

로마의늪같은병들고사악한세계조차도걸치적거릴수없었던것이다!

아리스토파네스! 그 한 사람 때문에, 그가 묘사한 그리스 때문에, 그가 색칠한

그리스때문에, 우리는그리스를용서할수있지않은가! (그리스의그심각한문제점

들을 알아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플라톤의 임종 자리 밑에서 성경이나 이

집트책이나피타고라스의책같은플라톤다운것이나온것이아니라평생남모

르게 읽었던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나는 아

리스토파네스를 읽으면서 킬킬거리고 웃었을 플라톤의 비밀스러운 즐거움과 스

핑크스같이 시치미 뚝 떼는 캐릭터를 자꾸 생각하게 된다. 아리스토파네스가 없

었다면 플라톤 같은 사람마저도 그리스에서의 생활-플라톤이 부정했던 그리스

적 생활-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선과 악을 넘어서』, 28장. 백석현 번

위인용문에서도알수있지만니체문장은생동감이넘치는문장입니다. 니

체는 문장을 복잡하게 꼬아서 표현하거나 신비주의적 횡설수설을 한 사람이

아닙니다. 니체의문장은경쾌하고명징합니다. 니체가어려운것은다음과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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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은이유때문입니다.

첫째, 템포가 빠릅니다. 왼쪽을 이야기하는가 싶으면 바로 오른쪽을 이야기

하는 식입니다. 니체의 템포를 놓치면 엉뚱한 해석이 나오게 됩니다. 니체의

템포를 따라가든가, 아니면 템포를 놓쳤기에 의미가 통하지 않게 된 <한국어

단어나열>에그치든가둘중하나입니다. 중간이없습니다.

둘째, 독자에게 상당 수준의 교양이 있다고 전제합니다. 그리스, 로마, 기독

교, 유대교, 유럽의 문학, 역사, 철학에 대해 정통한 지식수준이 있다고 전제하

고글을씁니다.

셋째, 니체는 아포리즘을 사용합니다. 니체는『우상의 황혼』에서 자신의 형

식과문체에대해이렇게말합니다.

사람들이 내게 왜 독일어로 책을 쓰냐고 묻곤 한다. 다른 나라보다도 조국 독일

에서는내책을더안읽는다. 하지만누가알까? 내책이지금시대에읽히는것을

내가바라지않을수도있다는것을. 시대가바뀌어도여전히가치가있는것을만

드는 것. 영생(永生) 비슷한 것을 달성하기 위해 형식과 내용에 힘을 쏟는 것. 나는

이같은목표를낮출생각이없다. 남들이보면‘겸손하지않다’라고말할지몰라도.

아포리즘(aphorism)과 경구(apothegm)는‘영원’을 위한 형식이다. 독일인 중에

서는 내가 최초로 아포리즘과 경구의 대가(大家)가 된 셈일 게다. 단 열 개의 문장

으로, 다른 사람이 책 한 권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하는 것. 단 열 개의 문장으로,

다른사람이책한권으로도표현하지못하는것을말하는것. 그것이나의욕심이

다. … 나는 인류에게 가장 심오한 책,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를 주었다. 또

나는인류에게개인의독립성을깨우쳐주는가장강력한책을주게될것이다.

넷째, ‘관점이동(perspective change)’을자주사용합니다. ‘관점’은니체사상

의 핵심 개념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니체가‘관점’에 대해 말한 부분을 잠깐

살펴볼필요가있습니다.

해설에가름해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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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플라톤식으로정신이나선(善)을보게되면진리를거꾸로뒤집게되고모든생

명의기본조건인관점자체를부정하게될뿐이다.

-『선과악을넘어서』, 서문. 백석현번역

관점에 대해서는 니체가『즐거운 과학』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만 여기에

서는 깊게 다루지 않겠습니다. 니체는 모든 생명은 힘을 분출하고 힘을 기르기

를욕구한다고봅니다. 따라서생명에게는관점, 입장, 처지가출발점이됩니다.

나아가 니체는 개인 심리나 사회 심리의 차원에서 하나의 생명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모두‘생명’으로 의인화시켜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이는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심리 분석과 통찰에서 잘 드러납니다. ‘영혼’, ‘지혜’, ‘삶’,

‘중력의영(靈)’과같은것은모두의인화된생명으로표현되고있습니다. 이런

표현은 문학적 수사(修辭)가 아닙니다. 니체는 자신의 생각을‘사고’한 사람이

아니라‘경험’한사람이라고알려져있습니다. 니체자신의말을한번살펴볼

필요가있습니다.

영혼을 파괴할 수 없는 어떤 것으로서, 나눌 수 없는 어떤 것으로서, 단자(單子,

Monad)로서, 아토몬(Atomon)으로서 보는 믿음을‘영혼 원자론’이라고 이름 붙이

고싶다. 이믿음을이제는과학의영역에서추방시켜야한다.

우리끼리 노골적으로 하는 말이지만, 영혼 원자론을 버린다고 해서‘영혼’그

자체를버릴필요는전혀없다. 영혼이야말로인류가오래오래간직해온가장소

중한 가설(假設) 중 하나이다. 둔해 빠진 자연주의자 같은 종자들은‘영혼’이라는

주제를 다루기만 하면 곧바로‘영혼’자체를 부정하는 멍청한 짓을 하지만 그 인

간들이나그런짓을하게내버려두자. 우리는영혼을부정하는것이아니라영혼

가설의내용을바꾸고업그레이드시켜야한다.

‘몸과 함께 반드시 죽는 영혼’이라든가, ‘한 개인의 영혼이 아니라 여러 사람

을포괄하는영혼’이라든가, ‘그안에갖가지욕구와감정이얽혀서하나의사회와같은

구조를이루고있는영혼’과같은새로운‘영혼가설’들이이제과학의영역으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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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와야한다. -『선과악을넘어서』, 12장. 백석현번역

니체는사이키(pshyche)가자체생명을가진여러개의욕구와감정의덩어리

로이루어져있다고봅니다. 프로이트가『꿈의해석』을내놓기16년전에, 융이

집단무의식이나 콤플렉스에 대한 통찰을 내놓기 수십 년 전에 니체는『짜라두

짜는이렇게말했지』를통해이를생생하게밝히고있습니다. 프로이트는니체

에대해“인류역사상자기자신의심리분석을가장치열하게전개한사람”이

라고 평했습니다. 융은 니체 철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했으며 니체에 관한 세미

나를개최했습니다.

니체는심리를여러개의, <자체생명>을가진존재들이얽혀있는구조물로

파악했을 뿐 아니라 이 존재들 하나하나가‘관점’을 가진 것으로 파악했습니

다. 니체의 말대로 관점은 생명의 기본 조건이니까요. 따라서 짧은 글 속에서

도 여러 관점을 사용한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59. 또

한번춤추며부른노래」는세개의섹션으로이루어져있는시입니다.

섹션 1에서는 세 개의 관점이 제시됩니다. 관점 A는 짜라두짜가 서술자(nar-

rator)가 되어 독자에게 <삶>이라는 여인에 대해 말하는 관점입니다. 관점 B는

짜라두짜가 행위자(actor)가 되어 <삶>이란 여인에게 직접 말하고 행동하는 관

점입니다. 관점 C는 짜라두짜가 행위자가 되어 박쥐와 부엉이에게 직접 말하

는 관점입니다. 섹션 1은 모두 25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 관점 사이의 이동

이7번일어납니다.

우리말은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어투와 어미가 완전히 바뀝니다. 따라서

관점이동을잘못파악하여표현하면엉뚱한오역이나오게됩니다. 반면관점

이동을 아예 무시하고“그대는 ~하도다”“나는 ~하노라“ 식의 획일적 어투와

관점을 사용하면 엉뚱한 오역은 피할 수 있습니다. 그 대신 전혀 알아볼 수 없

는우리말이되고맙니다. 뉘앙스, 어투, 어감이모두표백되기때문입니다.

이 번역본에서는 관점 이동이 일어났다고 판단되는 경우, 용감하게(!) 어미

와어투를바꾸었습니다. 따라서번역자가뜻을잘못짚게되면오역이두루뭉

술하게 숨겨지지 못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많이 꾸짖어 주시기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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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랍니다.

2. 니체의시대

니체는다윈의자식이고비스마르크의동생이다.

철학을대중화하는데커다란역할을한듀랜트(W. J. Durant)가쓴『철학이야

기(History of Philosophy)』의 니체에 관한 첫 문장입니다. 이 말 자체는 완전히 잘

못된평가입니다. 그러나니체를그시대와연관지어생각하려는시도는배울

만합니다. <19세기후반유럽>을알지않고는니체를알수없습니다. ‘역사상

식’(실은 전혀 상식이 아닙니다)에 해당하는 몇 가지 기본적인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데카당(Decadence)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보들레르의『악의 꽃(Les Fleurs

du Mal)』은언제출간됐나?

1857년입니다. 니체는바그너나자기자신에대해‘데카당의아이들’이라고

말합니다. 예를들어니체는책을많이소장하거나많이잃은사람이아닙니다

만 보들레르의 책을 2권 소장하고 있었습니다(니체가 소장했던 책은 약 200명의 저자

가쓴약400권정도의책에불과합니다). 또한니체는자신이데카당을완전히극복했

다고 말합니다. 니체는 유럽 문화와 문명이 농익어 부패하고 퇴락하기 시작하

는 것을 가장 예민하게 가장 먼저 깨달은 사람입니다. 니체는 이러한 부패와

퇴락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관, 인간관, 가치관을 제시하려고 했습니

다.

▶‘독일’이라는나라는언제만들어졌나?

1871년입니다. 독일은 1866년 이전에는 독일 연방(German Confederate)이라는

느슨한 조직이었습니다. 국가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프러시아와 오스트리아

사이에독일연방의주도권을둘러싼경쟁이있었고, 이는 1866년오스트리아-

프러시아 전쟁에 의해 결판납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프러시아는 오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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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를배제하고‘북독일연방’을만듭니다.

급성장한 프러시아는 결국 프랑스와 대립하게 됩니다. 1870년 프러시아와

프랑스사이에전쟁이벌어지고(프로이센-프랑스전쟁), 프러시아가일방적으로승

리합니다. 1871년1월프랑스의베르사유궁전에서‘독일제국’이선포됩니다.

지금 우리가 아는 독일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니체는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파리코뮌은언제일어났나?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의 충격으로 1871년 3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인민 봉기

가 일어나고 좌파 정권이 수립되어 약 2개월간 파리를 장악합니다. 프로이센-

프랑스전쟁때파리를방어하기위해조직된민간방위군이중심이되어권력

을장악한것입니다. 진압과정에서최대3만명정도가죽었으며진압후최대

약 5만 명이 총살당했으며 약 7,000명이 서남태평양의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

로유배됐습니다.

파리 코뮌은 유럽 지식층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습니다. 니체는 인민,

평등, 혁명, 폭동을증오했습니다.

▶자유주의정치세력은언제몰락했나?

1873부터불과5~6년사이에유럽의모든주요국가에서자유주의정치세력

이 몰락합니다. 그 자리에 사회주의 세력이 대두합니다. 사회주의는 마르크스

사회주의와 반유대 사회주의(anti-semitic socialism)의 두 가지 흐름으로 이루어졌

습니다.

니체의사상이무르익은1870년대는근대(modernity)가근본적으로바뀐시기

입니다. 20세기에일어난두번에걸친세계대전으로치닫는씨앗이뿌려지고

무시무시한전체주의(나치즘, 레닌주의, 스탈린주의, 마오쩌둥주의)를등장시킬토대가

만들어진 때가 바로 이 시기입니다. 레닌주의의 창시자 레닌 역시 제국주의의

시작을바로이시기로보고있습니다.

1873년 비엔나 주식시장의 붕괴는 경제적 측면에서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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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였지만 정치적 측면에서는 완전히 세상을 바꿨습니다. 그 후 몇 년 지나지 않

아 자유방임주의(lassaiz-faire)를 표방하는 부르주아 자유주의가 완전히 쇠퇴하

고그자리를마르크스사회주의와반유대사회주의가양분했던것입니다.

이 두 세력은 단숨에 가장 강력한 정치집단으로 등장했습니다. 예를 들어오

스트리아의 경우 빅토어 아들러(Victor Adler)와 게오르크 폰 쇠네러(George von

Schoenerer)는 1873년 이전에는 자유주의정치의 신진 대표 주자였지만 1873년

이후 5년이 안 되어서 한 사람은 마르크스 사회주의 지도자가 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반유대사회주의지도자가되었습니다.

또 마르크스는 1873년 이전에는 한 명의 기이한 저널리스트에 불과했지만

1873년이후에는5년이안되어서유럽각국에추종자를거느린대사상가로군

림했습니다. 1890년대가되자마르크스주의정당은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

스트리아, 러시아의최대정당이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문화와 사상 전체가 붕괴하고 있었고 국가주의, 민족주의, 온정주

의, 평등주의 분위기가 사회 곳곳에 만연했습니다. 개인이 찌부러지고 근대가

세계 대전과 전체주의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사악한 엔진이 갖추어진 시기가

바로1870년대를중심으로한19세기후반기입니다.

니체는 시대의 거대한 흐름에 구토와 혐오를 느꼈습니다. 평등, 인민, 폭도,

대중, 사회주의, 민주주의, 반유대주의를 니체는 모두 증오했습니다. 한마디로

시대의대세를증오한것입니다. 특히온정주의적, 평등주의적관점에대해니

체는 격렬하게 반발했습니다. 그 시대의 대표적 문필가로 꼽히는 오스카 와일

드나 안톤 체호프 같은 작가들이 감성적인 글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눈물

을 쥐어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시대를 풍미했던 온정주의·평등주의 때문

이었습니다. 니체는 이런 것들을 부수고 싶었습니다. 그는 온정주의와 평등주

의를부패라고보았습니다.

니체는 또한‘국적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1870년에 프러시아 국적 포기 신

청을 제출했고 스위스 국적 취득을 서두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적에 취득

에 관한 태만함은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니체는 뼛속까지 개인주의자였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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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다. 니체는‘강렬한 개인’을 찾았습니다. 사회와 시대가 강요하는 도덕관, 가

치관, <선과 악>을 넘어서서 자기 자신의 도덕관과 가치관을 가진‘온전하고

강력한개인’을추구했습니다.

니체는 더할 나위 없이 종교적인 사람이었고 영혼을 존중하는 사람이었고

강렬한 개인주의자였습니다. 니체는 그래서 강렬한 개인만이 가질 수 있는 인

간영혼의부활을꿈꾸었던것입니다. 니체는아직그사상이성숙되지않았던

청년기에도 세계의 중심에 개인을 놓았습니다. 19세기 중후반 유럽의 지식인

들은 그리스의 고전 서사시『일리아드』와『오디세이』가‘인민’의 공동 작품이

라고 보았습니다. 즉, 호메로스라는 인물이 실재하지 않았다고 보았던 것입니

다. 니체는스물다섯살때이러한풍조에정면으로반박했습니다.

인민이 시(詩)를 만들어 내는 영혼을 가졌다는 이론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

『일리아드』와『오디세이』를 깊이 연구해 보면 인민이 아니라 그 시를 만들어 낸

개인에 부딪히게 된다. -바젤 대학 취임 기념 강연,

1869

우리는 지금 포스트모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개인을 세계의 중심에 놓고

볼 수밖에 없는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니체가 우리에게 의미가 깊은

것입니다.

3. 짜라두짜라는누구였나?

짜라두짜는 조로아스터(Zoroaster)의 독일어식, 영어식 이름입니다. 기원전

13세기경페르시아(지금의이란) 지역에서조로아스터교를창시한사람입니다.

짜라두짜의 가르침은『아베스타(Avesta)』라고 불리는 경전에 포함되어 있습

니다. 이 경전 안에는 짜라두짜가 직접 지었다고 전해지는「가타(Gathas)」가 있

고 이를 예배 기도문으로 재구성한「일곱 개 파트로 이루어진 예배(Yas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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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Haptanghaiti)」가있습니다.

가르침의 핵심은‘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Humata, Hukhta, Huvarshta)’

으로 요약됩니다. 짜라두짜는 세계를, 진실(Asa)과 거짓(Druj) 사이의 투쟁으로

보았습니다. 이두개의힘은각각선신(善神) 아후라마즈다(Ahura Mazda)와악신

(惡神) 아히림(Ahirim)으로나타나서싸운다고보았습니다. 즉, 세계를진실과거

짓의 투쟁으로 보기도 하고 <선과 악>의 투쟁으로 보기도 한 것입니다. 진실-

거짓대립축과선-악대립축을동시에사용한종교사상가였습니다.

짜라두짜의 가르침은 18세기 말 프랑스의 인도-이란 학자 앙퀴틸-뒤페론(A.

H. Anquetil-Duperron)에의해유럽에소개됐습니다. 앙퀴틸-뒤페론은인도와이란

의고대언어와종교에깊은관심을가지고평생가난속에서이분야를연구한

학자입니다. 그는짜라두짜의가르침뿐아니라인도베단타철학의경전『우파

니샤드(Upanishad)』를 번역해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앙퀴틸-뒤페론이 소개한

베단타 철학은 쇼펜하우어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쇼펜하우어는 앙퀴틸-뒤페

론의 책에서 베단타 철학을 포함한 힌두 철학을 알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

다.

한편 볼테르는 짜라두짜의 가르침에 관심을 보였는데 그 이유는 하나님을

과학적, 이성적존재로생각할수있게하는근거를제공한다고믿었기때문이

었습니다. 하나님을 이성적 존재로 생각하는 관점을 이신론(理神論, Deism)이라

고합니다.

니체가 짜라두짜를 보는 관점은 전혀 달랐습니다. 니체는 인간이 어떻게 해

서 <선과 악>을 구분하게 되며 그 선악의 기준, 즉 미덕의 기준은 어떻게 생기

고 변하고 소멸하는가를 파고 든 사람입니다. 니체는 짜라두짜가 인류 최초로

<선과악>에관한규정(도덕성)을, 세계를규정하는가장중요한축으로본사상

가일 뿐 아니라 진실-거짓의 대립을 선-악 대립보다 근본적인 대립 축으로 본

사상가라고생각했습니다. 니체는짜라두짜에대해이렇게말합니다.

운명이인간으로변하는것에대한비밀을알고싶어? 내가쓴짜라두짜를읽어봐.

2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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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선과악>에관한창조자가되려면

먼저가치를파괴하고부숴야돼. (34:41)

가치를부순다는최악의악(惡)이,

가치를창조한다는최선의선(善)과함께해.

하지만이선(善)은창조를위한선(善)이야. (34:42)

나는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했던 인간 중에 가장 끔찍한 인간이야. 가장 끔찍한

사람이라고해서사람들에게좋은일을가장많이하는사람이되지말란법은없

어. 나는파괴의 기쁨을 알아. 파괴할 수 있는 내 힘만큼 알지. “아니”라고 말하며

깨부수는 행위와“네”라고 말하며 긍정하는 행위, 이 두 개의 행위는 나에게는 둘

이아니고하나야. 내성질머리가디오니소스를닮아서그래. 나는지금까지세상

에 존재한 사람 중 최초로 <부도덕을주장하는사람>이지. 그래서 나는아주아주뛰

어난파괴자이지.

사람들이 짜라두짜라는 이름이 내게 무슨 의미냐고 물었어야 하잖아? 그런데

아무도 묻지 않았어. 지구 최초의 <부도덕을주장하는사람>에게 짜라두짜란 이름

이 무엇을 의미하냐고 물었어야 마땅하지. 짜라두짜야 말로 부도덕과는 정반대

되는 사람이잖아? 이 고대 페르시아 사람이 유니크한 이유는 바로 그가 도덕을

주장했기때문아니야? 그런데나, 지구최초의<부도덕을주장하는사람>이하필이

면왜짜라두짜를 빌려서 내이야기를 했을까? 짜라두짜는 세상만물을 움직이는

진짜힘이<선과악> 사이의투쟁이라고생각한최초의사람이었어. 도덕성을형

이상학의영역으로옮긴최초의사람이었어. 도덕성을세상을움직이는힘, 원인,

궁극적목표라고본것이바로짜라두짜의가르침이었어. 사고를친거야. 이사고

안에동시에해답이들어있어. 짜라두짜는도덕성이란걸만들어냈잖아. 가장끔

찍한오류를만들어낸거지. 따라서그는이안에들어있는오류를알았던최초의

사람이기도 했어. 짜라두짜는 다른 어떤 사상가들보다 도덕성의 문제에 대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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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깊은 사람이었지. 인간의 역사 전체는 이른바‘세계가 도덕적 질서로 이

루어져 있다’라는 명제를 반박해 온 실험 과정이었던 거 아니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 짜라두짜는 다른 어떤 사상가들보다 훨씬 더 진실되지. 그의

가르침 하나만이 진실성을 가장 높은 미덕으로 설정하고 있어. 진실이냐 아니냐

를, 선(善)하냐악(惡)하냐, 도덕적이냐아니냐보다더중요한최고의미덕으로삼

았던 거야. ‘진실성’을 최고의 미덕으로 설정함으로써 현실로부터 벗어나 도덕

의 세계로 도망가 버리는‘관념론자’의 비겁함을 정면으로 거부한 거야. 다른 모

든 사상가들이 가진 용기를 다 합쳐 봐야 짜라두짜 한 사람의 용기만 못해. 진실

을 말하는 것과, 활을잘쏘는것, 그것이 고대 페르시아의 미덕이었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진실이냐 아니냐에 비추어 도덕이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것! 진

실이냐 아니냐에 비추어 도덕주의자가 자기 자신을 넘어서서나같은 <부도덕을

주장하는사람>이되는것! 그게바로짜라두짜란이름이내게가지는의미야.

-『이사람을봐』, 「나는왜운명인가?」. 백석현번역

4. 니체에대한저급한오해: 권력, 나치즘, 근친상간

번역자는 니체 철학에 대한 해설은 자제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니체의 명예

와관련된일은밝히고넘어가지않을수없습니다.

니체는 1889년 1월에 정신이 붕궤했습니다. 그 후 어머니가 돌보았습니다.

그런데 파라과이에서 누이동생 엘리자베트가 귀국해서 니체를 가로채고 사고

를 쳤습니다. 참고로 이 엘리자베트는 니체가 그토록 혐오한 반유대주의에 물

든 여자로서, 당시 꽤 잘나가던 반유대주의 운동가였던 푀스터란 인물과 결혼

해서파라과이로반유대독일인정착촌을만들러떠났던사람입니다.

이여자는니체가막널리읽히고주목받기시작하는시점에귀국했습니다.

이 여자는 남부르크(Namburg)의 니체 어머니 집에‘니체 문헌 보관소’라는 것

을 차려 놓고 엉뚱한 짓을 했습니다. 니체 유고를 편집하고 날조해서『권력에

대한 의지』라는 책으로, 자기와 니체가 함께 저작한 것이라고 출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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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에 대한 의지’를‘권력에 대한 의지’로 속악하게 해석하고 니체 사상을 반

유대주의, 독일 민족주의, 전체주의 사상으로 둔갑시켰습니다. 히틀러를 비롯

한 나치스 고위층은 이 여자를‘위대한 어머니’로 모셨습니다. 심지어 1935년

이여자가죽었을때니체가족묘지정중앙에이여자를묻기위해니체의시체

를옆으로옮기기도했습니다.

니체는 반유대주의를 극도로 미워했을 뿐만 아니라 철저한 개인주의자였습

니다. 니체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아무 시대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이며‘조

국도없고모국도없는사람’입니다. 만약니체가나치즘을보았다면히틀러를

암살하려들었을겁니다.

니체가 말하는‘인간’은 시대, 민족, 국가, 종교의 틀 안에 갇힌 존재입니다.

니체의 대표작 중 하나인『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은 이런‘인간’의 약점

과 한계를 신랄하게 비판한 책입니다. 독일에서는 사실상 금서가 되었고 니체

는이책때문에지인들로부터엄청난비난을받았습니다.

반면‘초인’(‘인간’을 넘어선 존재)은 인간 보편의 진실을 추구하여 시대·민

족·국가를넘어선존재입니다. 이진리를추구하는힘을니체는‘진실에대한

의지’라고 이름 불렀으며, 이 의지야말로 여러 형태의‘힘에 대한 의지’중에

서가장고귀하게승화된의지라고말했습니다. ‘힘에대한의지’는자연의모

든생명에게존재하는것이라고니체는말합니다. ‘힘에대한의지’를‘진실에

대한 의지’로 승화시키는 것이 바로 초인의 출발점이라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니체는 권력욕을 찬양한 적도 없었을 뿐 아니라 나치즘(반유대주의, 독일 민족주의,

전체주의)과는완전히반대되는관점을가졌던사람입니다.

1950년대에는 더 웃기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니체가 대대적으로‘뜨기’시

작하니까“독일어원본은증발해서없어졌다”고주장되는가짜영어‘번역본’

이 나왔습니다. 『나의 누이와 나(My Sister and I)』라는 책입니다. 니체가 정신병

으로정신이마비된상태에서가끔씩제정신이되어지었다는주장입니다. 이

책은니체의여자관계, 특히누이동생과의근친상간관계가소프트포르노(soft

porno)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세간에는 니체가 마치 근친상간을 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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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 것 같은 오해가 있습니다. 이 책이 가짜라는 점은 여러 철학자들에 의

해밝혀졌지만한가지단적인예는다음과같은구절입니다.

미국인이 내 저작에 대한 건전한 흥미를 가지기만한다면, 디트로이트나 시카고

나뉴욕이나샌프란시스코같은멋있는장소에서내가강연할기회가있다면…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왕 헨리 포드에 의해 발전한 도시입니다. 1890년대에

는‘멋있는 장소’가 아니라 먼지만 풀풀 날리는 촌 동네였고 유럽엔 알려지지

도 않았습니다. 이 책이 가짜라는 것은 이미 1960년대에 밝혀진 일입니다. 더

황당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이 가짜라고 밝혀지고 나서 40년 가까이 지

난 1999년에‘니체의 마지막 저작’이라고 소개되면서 출간되었다는 사실입니

다. 그리고 2007년 1월 아직도 인터넷 서점에 버젓이 카탈로그가 게시되어 있

습니다. 비록절판이라고는하지만.

5. 이책의구조

니체는『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를1883년에서1885년사이에썼습니다.

원래는 제1·2·3부만 썼는데 나중에 제4부가 추가되었습니다. 제1·2·3부

는 주로 짜라두짜가 직접 화자가 되어 길게 서술하는 데 비해서 제4부는 여러

인물이 등장해서 서로 이야기하는 대목이 많습니다. 다시 말해, 제4부에는 소

설적요소가많습니다.

프롤로그는 원래 제1부에 포함된 것입니다. 프롤로그는 10개의 유닛(unit)으

로 구성되었습니다. 짜라두짜가‘수련을 마치고 강호(江湖)로’하산하는 과정

과 하산 후에 겪는 일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강호에 처음으로 나선 풋내기 무

사들이 다 그러하듯 짜라두짜는 순진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멋

모르고사람들이많이모이는시장에가서떠듭니다. 그러다하마터면맞아죽

을 뻔합니다. 그래서 짜라두짜는 제자들을 구할 생각을 합니다. 제1부는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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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게전한22개의챕터로이루어진가르침입니다.

제2부역시22개의챕터로되어있지만제1부보다훨씬더다양합니다. 제자

들에 대한 가르침도 있고 자기 내부의 심리 분석도 있습니다. 또한 평등주의,

혁명주의, 체제전복운동에대한직접적비판도있습니다. 제2부는짜라두짜가

다시한번수련에들어가야한다는꿈의계시를받아서제자들을떠나는것으

로끝납니다. 이‘꿈의계시’는실은자기자신의심리분석입니다.

제3부는 짜라두짜가 혼자 방랑하며 수련하는 과정입니다. 16개의 챕터인데

반 이상이 이미지와 은유를 많이 사용한 심리 분석입니다. 그리고 마지막「59.

춤추며 부른 노래 또 한 곡」과「60. 일곱 겹 봉인(封印)」은<영원 반복>(Eternal

Recurrence)에관한이야기입니다(『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챕터60의제목을일반적으

로‘일곱 개 봉인’으로 번역하는데 이보다는‘일곱 겹 봉인’으로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

다. 봉인속에감추어진것이<영원반복> 하나이기때문입니다).

저는<영원회귀>라는용어보다는<영원반복>을사용했습니다. 지금이순

간이 고스란히 그대로 영원히 반복된다는 믿음 혹은 희망이 바로 니체의 <영

원 반복> 사상입니다. 니체 사상 중에 가장 신비주의적 요소가 큰 사상이라고

말해집니다.

니체는 1884년 1월까지 제1·2·3부를 완성했습니다. 하지만 그 해 말 다시

제4부를 쓰기 시작해서 1885년 늦겨울에 제4부가 완성됐습니다. 제4부는 시험

인쇄상태로보관되어있다가1889년니체의정신이붕괴하고3년이지난1892

년에야세상에출판되었습니다.

제4부는 2박 3일 동안에 걸쳐 일어난 일입니다. 첫날 짜라두짜는 자신의 행

복을 희생하여 행복을 미끼로 인간 영혼의 바다에 낚시를 던집니다. ‘내 속에

있는 것, 또한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을 낚으려 합니다. 제4부에 등장하는 인

물들은 짜라두짜(니체) 내부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하위 영혼들’을 나타낼 가

능성도 있습니다. 다음 날 차례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늙은 예언자, 두

명의 왕, 과학자, 마법사, 교황, 흉측한 몰골의 사람, 스스로 거지가 된사람, 짜

라두짜의 그림자 등 9명입니다. 이들은 모두 짜라두짜의 내부에 존재하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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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위영혼들’이라고볼수있습니다. 니체는사람안에는‘여러영혼들이동시에

존재하는사회적구조’가있다고보고있습니다. 짜라두짜는이들을만나고영

원의황홀을경험하고그들을구원한후드디어다시하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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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 아쉬움

유럽 언어와 영어에는 고전 지중해 문화가 녹아 있습니다. 그리스, 라틴, 이

집트, 유대, 메소포타미아, 페르시아가 녹아 있습니다. 이들은 이미 오래전에

다중문화·다중민족을통합하고관리한문화들입니다.

따라서 언어의 측면에서 보면 의미의 함축이 고도로 발달해 있고 추상적 표

현이 발달해 있습니다. 니체는 추상성을 사용할 때는 무지막지하게 사용합니

다. 아포리즘은촌철살인의표현이니까요. 니체는또한생동감있는구체적표

현도 많이 사용합니다. 표현의 추상성과 구체성 사이의 절묘한 폭발적 긴장이

니체문체의특징중하나입니다.

하지만우리말로이추상적표현을고스란히옮기면뜻이안통할때가많습

니다. 우리말은 한 번도 다중민족·다중문화를 통합해서 관리하는 소통 수단

으로사용된적없기때문에추상성이덜발달했다고생각합니다. 그래서결국

함축적이고 간결한 추상성을 펑퍼짐하게 풀어서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결과니체문체의아슬아슬한긴장과수직낭떠러지같은아득

함이 많이 희생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점이 정말 아쉽습니다. 『짜라두짜는 이

렇게말했지』의아름다움을느낄수있는구절하나를마지막으로소개합니다.

밤이구나.

샘솟는샘물은소리가더커지네.

내영혼도샘솟는샘물같아서. (31:1)

밤이구나.

사랑하는연인들노랫소리만깨어있네.

내영혼도사랑하는연인의노래. (31: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를번역하며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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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w

짜라두짜가 서른 살 때 일이었어. 집을 떠났지. 물론 집 옆의 호수도 떠

났지. 산으로 갔어. 이곳 산에서 십 년 동안 고요한 정신의 기쁨을 누리

고고독을즐겼어. 하지만갑자기마음1)이크게바뀌었지. 어느날새벽

잠에서깨어난짜라두짜는떠오르는해앞으로나아가이렇게말했어.

아! 위대한태양이시여! 0:2

만약에당신의빛을누리는존재들이없다면

당신의기쁨도사그라지겠지요.

지난십년동안저의누추한동굴에오셨습니다. 0:3

만약저나, 제가돌보는독수리나뱀이없었다면

당신께서는이곳에빛을쪼여주시는것도지겨우셨을겁니다.

저와독수리와뱀은매일아침당신을기다렸지요. 0:4

당신에서흘러나오는빛을누렸고당신을찬양했지요.

프롤로그 31

0:1

1) Herz. 이책에서는가능하면Herz를‘가슴’으로번역했음. 정서혹은감정을뜻함. 이부분은‘가슴’이전혀어울리지않아서‘마음’으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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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0:5 제모습을보십시오!

저는지금저의지혜가지겹습니다.

꿀을너무많이모은벌처럼

지혜를너무많이모았습니다.

저로부터지혜를가져갈사람이필요합니다.

0:6 저는지혜를나누어주고싶습니다.

지혜로운사람이저의지혜를나누어받으면

가끔바보같은짓을범하더라도여전히기쁠것이며

가난한사람이저희지혜를나누어받으면

지금의가난속에서도새로운기쁨을느낄것입니다.

0:7 그래서이제세상깊은곳으로내려가야합니다.

당신도저녁에는깊은곳으로내려가지요?

바다뒤편깊은곳으로내려가지요?

지하세계에도빛을비추지요?

아, 풍요하고또풍요한태양이시여!

0:8 당신처럼저도깊은곳으로내려가야합니다.

제가내려가서만나고싶은존재인인간은

그것을<내려간다>고부르더군요.

0:9 고요한눈같은태양이시여!

행복에겨워주체를못하는저같은놈을보시고도

질투하지않는태양이시여!

저의여행을축복해주소서!

3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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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넘쳐흐르기원하는그릇을축복해주소서! 0:10

그그릇에서금빛물이넘쳐흐르도록축복해주소서.

당신의황금빛즐거움을고스란히안고

금빛물결이되어온세상에흐를수있도록!

저를보십시오! 0:11

짜라두짜라불리는이그릇은

이제다시비워지기를원합니다.

짜라두짜는이제다시인간이되기를원합니다.

이렇게짜라두짜는세상속으로<내려가기> 시작했어.

v2w

짜라두짜는혼자산을내려갔어. 한동안아무도만나지못했지. 하지만

숲으로접어들자노인네가한명짜라두짜앞에서있었어! 성스러운오

두막을잠시떠나숲에서풀뿌리를캐고있던노인네였어. 노인네는이

렇게말했지.

“흠, 방랑하는이친구는전에본적이있는데… 0:13

오래전에여기를지난적이있어.

이사람이짜라두짜였던가?

그런데뭐가많이바뀌었는데…

어이! 그전에산으로갈때에는재2)를가지고올라갔잖아! 0:14

프롤로그 33

2) 3:9. 절망에빠져고행에나섬. 기독교에서는재는비탄에잠긴채고행길에나서는것을의미함.

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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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제신수가훤하네!

이젠불과같은존재가되어저아래로내려가려는거야?

불을가지고?

그러다가방화범으로처벌받으면어떻게하려고그래?

0:15 흠, 그래. 이제이친구, 짜라두짜가확실히기억나는구먼.

눈빛이아주맑아졌는데!

세상에대한구역질때문에일그러졌던입매도반듯하고!

게다가걷는것도경쾌하기짝이없군!

0:16 짜라두짜, 정말많이바뀌었네!

짜라두짜, 아이가됐어!

정신이말똥말똥해! 어이! 짜라두짜!

저아랜전부잠에취한놈만살아! 거기가서뭐하려고?

0:17 자네는바다같은고독속에살았잖아!

그리고바다같은고독은자네를보듬어주었지.

아그런데이제땅으로가겠다는거야?

고독이라는바다에서는가만있어도몸이둥둥떠있지.

땅으로가면이제자네스스로몸을질질끌고다녀야할걸!”

0:18 짜라두짜가대답했어.

“나는인간을사랑합니다.”

0:19 그러자그노인네성자가말했어.

“내가왜숲속에들어온지알아? 내가왜사막에서살았는지알아?

내게인간에대한사랑이부족했기때문에그랬던것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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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지금! 나는하나님을사랑하지. 이제인간은사랑하지않네. 0:20

인간은내가사랑하기에는너무나불완전한존재야.

인간을사랑했다가는내가부서져나갈걸세.”

노인과말을다투기싫어짜라두짜가대답했어. 0:21

“사랑에대한내말은다잊으십시오!

아무튼나는인간에게줄선물을가지고갑니다.”

“아무것도주지말게!” 0:22

늙은성자가말했어.

“차라리사람들짊어진짐을좀덜어서

그들과함께메고가게나.

그렇게하면그들은엄청좋아하지.

문제는자네가그런짓을하고기분이좋을수있나, 그거지!

인간에게그렇게도무엇인가주고싶으면 0:23

동냥푼이나던져주게!

자네앞에서꿇어엎드려받도록말이야!”

짜라두짜가대답했어. 0:24

“동냥푼이라니!

나는가진게너무많아서

작은동냥은주고싶어도줄방법이없습니다!”

이말에늙은성자는껄껄웃었지. 그리고이렇게말했어. 0:25

“자네가가지고가는선물을인간이받게하려면애좀먹을게야!

인간은우리같은은둔자를믿지않아.

프롤로그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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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우리가무엇인가나누어주기위해왔다는것을믿지않지.

0:26 인간이사는골목길을걷게되면

발자국소리만너무나처량하게울리지.

캄캄한이른새벽잠자리에있다가발자국소리를들은것처럼

인간은이렇게생각하지.

‘도둑놈이가고있구나. 저도둑놈은어딜가고있지?’

0:27 인간에게가지마! 숲속에머물게!

차라리짐승에게가봐! 나같은사람이되면안되나?

곰속에서곰처럼살고새속에서새처럼살고있잖아!”

0:28 짜라두짜는이렇게물었어.

“성자는숲속에서무엇을하고지냅니까?”

0:29 늙은성자가대답했지.

“나는노래를짓고부르지.

노래를지을땐웃기도하고울기도하고중얼대기도하지.

나는하나님을그렇게찬양한다네.

0:30 노래하고울고웃고중얼대면서나는하나님을찬양하지.

내하나님을말이야.

근데자네는선물좀가지고왔나?”

0:31 늙은성자가이말을하자짜라두짜는작별을고하며이렇게말했어.

“내가반드시선물로무엇을바쳐야합니까?

나는얼른가보겠습니다.

3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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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가얼른가버리면

최소한당신으로부터아무것도빼앗아갈일은없을겁니다!”

그리하여노인과짜라두짜는서로헤어졌어.

두명의소년처럼웃으며헤어졌지.

하지만노인과헤어져혼자가된짜라두짜는중얼거렸어. 0:32

“세상에! 믿을수가없군!

저늙은성자는숲속에서살면서아직도

신이죽었다는소식을듣지못한모양이야!”

v3w

짜라두짜는숲에맞닿아있는가장가까운마을로들어섰어. 사람들이시

장(市場)에 잔뜩 모여 있었지. 조금 있으면 줄타기 곡예가 벌어진다고 했

어.

짜라두짜는사람들에게말했어.

저는여러분께초인에대해서알려드리려고합니다. 0:34

사람은<넘어서야> 할존재입니다.

여기계신분들! 이제까지자신을<넘어서기> 위해한것이무엇이있습니까?

모든생물은자신보다나은것으로진화해왔습니다. 0:35

이도도한흐름에역행하려는것은아니지요?

사람을<넘어서서> 앞으로진화해가는대신에

동물로퇴화하려는것은아니지요?

사람이원숭이를어떻게봅니까? 0:36

프롤로그 37

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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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웃음거리로보든가골치덩어리로봅니다.

초인이사람을볼때도마찬가지입니다.

웃음거리로보든가골치덩어리로봅니다.

0:37 사람은버러지에서사람으로진화해왔습니다.

우리속에는아직도버러지가많이남아있습니다.

사람은예전에는원숭이에불과했습니다.

지금사람은오히려원숭이보다더원숭이같은존재가되고말았습니다.

0:38 우리사람중에가장슬기롭다고하는자들마저도

식물적요소와유령(幽靈)적요소를뒤죽박죽으로섞어놓은

잡탕불협화음에지나지않게되었습니다.

제가여러분께식물이나유령이되라고하는것입니까?

천만에! 아닙니다.

0:39 보십시오! 저는이제여러분께초인에대해알려드리려고합니다.

0:40 초인은땅이존재하는의미입니다.

불타는의지로외치십시오!

초인을땅이존재하는의미로만들겠다고!

0:41 형제여러분! 저는간청합니다!

땅에충심을바치라고간청합니다!

땅이아니라

저하늘밖에존재한다는희망에대해말하는사람들을믿지마십시오!

그런말을하는사람들은독을퍼뜨리는사람들입니다.

자기스스로무슨짓을하고있는지알든모르든독을퍼뜨리고있습니다.

3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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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런말을하는사람들은<삶을경멸하는사람>들입니다. 0:42

시들어골골거리는, 독에찌든사람들입니다.

땅도그런사람들을지겨워합니다.

그러니이제그런사람들을멀리해야합니다!

모독중에가장심각한모독은 0:43

신에대한모독이었던시절이있었습니다.

하지만이제신은죽고없습니다.

따라서신에대한모독도이제의미가없어졌습니다.

이제는땅을모독하는것이야말로가장지독한죄입니다.

저하늘밖은우리로서는알수없는세계입니다.

알수없는세계를땅의의미보다더높게평가하는것이야말로

이제가장지독한죄입니다.

영혼이몸을경멸했던때가있었습니다. 0:44

그당시에는이경멸이대단한미덕이었습니다.

그당시에는영혼은

몸이비썩마르고괴상하고비실비실하게되기를원했습니다.

몸이별볼일없어야영혼이,

몸을벗어나서, 땅을벗어나서튀어나갈수있다고

믿었던시절이있었습니다.

물론그시절의영혼역시 0:45

몸과마찬가지로비썩마르고괴상하고비실비실했습니다.

그시절의영혼은잔혹함을즐겼을뿐입니다.

프롤로그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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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형제여러분! 제게말해보십시오. 0:46

형제의몸은자신의영혼이어떻다고합니까?

초라하고지저분하고비천한싸구려라고하지않습니까?

0:47 사실인간은더러운강물같은존재입니다.

이제바다가되어야합니다.

더러운강물을받아들여도

더러워지지않는바다가되어야합니다.

0:48 보십시오! 저는여러분께초인에대해알려드리려고합니다.

초인은바다와같은존재입니다.

초인이되면<거대한경멸>3)이정화될수있습니다.

0:49 초인이되면무엇이가장좋으냐고요?

참된<거대한경멸>을경험할수있습니다.

행복도, 이성(理性)도, 미덕도모두경멸하게됩니다.

0:50 행복에대해서는이렇게말하게됩니다.

“이런행복이무슨소용있나?

이것은초라하고지저분하고비참한자기만족아닌가!

내존재자체에의미를줄수있는, 그런행복이진짜행복아닌가!”

0:51 이성에대해서는이렇게말하게됩니다.

“이런이성이무슨소용있나?

4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 58:7. 니체는 국가, 시대, 계급, 문화의 한계에 갇혀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대한 지독한 경멸과 구토감이초인을향한첫걸음이라고생각함.

4) Wissen. 지식. 니체는Wissen과Erkentniss(깨달음)를구별해서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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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사자가먹이를노리듯지식4)을갈구하는게무슨이성이란말인가?

초라하고지저분하고비천한싸구려이성아닌가!”

미덕에대해서는이렇게말하게됩니다. 0:52

“이런미덕이무슨소용있나?

나에겐미덕에대한어떤정열도생기지않는걸!

이놈의선하다, 악하다는기준은이제지긋지긋해!

이런미덕은초라하고지저분하고비천한싸구려미덕아닌가!”

정의에대해서는이렇게말하게됩니다. 0:53

“이런정의가무슨소용있나?

나는, 불이발갛게살아있는재에석탄을부은것같은위인이아닌데.

하지만세상의<정의로운사람>들은왜저모양으로,

불이발갛게살아있는재에석탄을부은것같이

마구연기를뿜으며타오르려고하지?”

연민에대해서는이렇게말하게됩니다. 0:54

“이런연민이무슨소용있나?

인간을사랑한사람이십자가에매달리게된건

인간에대한연민때문아니었던가?

하지만난, 십자가에못박히게만드는연민은싫어!”

자, 위와같이말해본적있습니까? 위와같이말하며울은적있습니까? 0:55

아, 물론, 저는여러분이우는소리를들은적있습니다.

하지만그것은위와같은말을하며우는울음이아니더군요! 0:56

여러분의죄가우는것이아니라,

프롤로그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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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여러분의절제(節制)가하늘에대고우는소리더군요.

죄조차화끈하게제대로짓지못하는사람이

하늘에대고낑낑대는소리더군요.

0:57 차라리번개에맞아버리십시오.

차라리정신병에걸려면역(免疫)되어버리십시오.

0:58 보십시오! 나는여러분께초인에대해알려드리려왔습니다.

초인은번개요정신병입니다!

0:59 짜라두짜가여기까지말하자사람중의하나가외쳤어.

“줄타기하는사람이잘도떠드네! 떠드는소리는이제실컷들었어!

이제떠드는거그만하고줄한번타봐!”

이소리에모든사람이짜라두짜를보고깔깔대며웃었지. 한편줄타기

곡예사는“줄한번타봐!”란소리가자기에게한말인줄알고줄을타

기시작했어.

v4w

0:60 하지만 짜라두짜는 사람들을 보며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짜라

두짜는이렇게연설하기시작했어.

0:61 사람은줄입니다.

동물과초인사이에매어져있는줄이지요.

깊은절벽위에매인줄입니다.

0:62 건너는것도위험하고

4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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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걷는것도위험하고

뒤돌아보는것도위험하고

몸서리치는것도위험하고

가만히서있는것도위험합니다.

인간은목적지가아니라다리[橋]라는점에서위대합니다. 0:63

인간은건너가는존재이며

동시에내려가는존재라는점에서사랑스럽습니다.

<내려가는> 존재로살수밖에없는사람을저는사랑합니다. 0:64

왜냐하면그들은<건너가는> 존재이기때문입니다.5)

저는지독한경멸을가지고있는사람을사랑합니다. 0:65

왜냐하면그들이야말로저건너편초인에대한숭배자이며

건너편으로날아갈수있는화살같은존재이기때문입니다.

왜<내려가야> 하는지, 왜희생돼야하는지 0:66

그이유를하늘의별너머에서찾지않는사람을저는사랑합니다.

언젠가땅이초인에속할그날을위해

묵묵히땅에게자신을바치는사람을저는사랑합니다.

깨달음을위해사는사람을, 0:67

언젠가초인이등장할것이라는깨달음을얻기원하는사람을,

저는사랑합니다.

프롤로그 43

5) <내려가기>(Untergang)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하려는 행위임. 따라서 실패와 파멸의 가능성이높음. ‘추락’으로도번역될수있음. <건너가기>(Übergang)는새로운사람으로거듭나는것을의미함. <건너가기>는<넘어서기> (Überwindung)와같은의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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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런사람은스스로<내려가기> 원하기때문입니다.

0:68 언젠가초인이살게될집을마련하고

초인을위해땅과짐승과식물을준비하는사람을

저는사랑합니다.

그런사람은그일을위해서라면스스로

<내려가기>를택할수있기때문입니다.

0:69 자신의미덕을존중하는사람을저는사랑합니다.

미덕은<내려가기>를감행하겠다는의지(意志)이며

초인에대한갈망을담고날아가는화살이기때문입니다.

0:70 자기자신의정신을한조각도따로남겨두지않고

미덕이요구하는정신그자체가되는사람을저는사랑합니다.

그런사람은미덕이요구하는정신그자체로변해서

다리를<건너가기> 때문입니다.

0:71 자신의미덕을정열적으로존중하고

자신의미덕에운명을거는사람을

저는사랑합니다.

그런사람은미덕을위해살고죽을수있기때문입니다.

0:72 너무여러가지미덕을원하지않는사람을저는사랑합니다.

한가지미덕이두가지미덕보다큰미덕입니다.

미덕은, 운명이매달리는밧줄매듭이기때문입니다.

밧줄매듭하나에매달릴때제대로매달릴수있기때문입니다.

0:73 저는호탕한영혼을가진사람을사랑합니다.

4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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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런사람은남에게감사할줄도모르고

남으로부터감사받기를기대할줄도모르기때문입니다.

그런사람은항상베풀며자신을위해몸을사리지않습니다.

주사위를던져이기는패가나왔을때부끄러움을느끼고 0:74

“내가잠깐속인것같은데”라고말하는사람을

저는사랑합니다.

패배하여사라져가기원하는사람이기때문입니다.

행동에앞서훌륭한말을하고 0:75

그말보다더훌륭하게행동하는사람을저는사랑합니다.

그런사람은스스로<내려가기>를의지(意志)하기때문입니다.

미래의인간을옹호하고 0:76

과거의인간을변호하는사람을저는사랑합니다.

그런사람은현재의인간에게패배당하고사라져가기원하기때문입니다.

하나님을사랑하기때문에 0:77

자신이믿는하나님을비난하는사람을저는사랑합니다.

자신이믿는하나님의노여움을사서

패배당하고사라져갈것이확실하기때문입니다.

상처를받을때에도깊게받을줄알고 0:78

작은일에의해서도망가질수있는사람을저는사랑합니다.

그런사람은기꺼이건너편으로<건너가기> 때문입니다.

자기자신을잊을정도로충만하게넘쳐흐르는영혼을가진사람, 0:79

프롤로그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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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세상의모든존재를그영혼에담은사람을저는사랑합니다.

세상의모든존재들이그사람을<내려가게> 만들기때문입니다.

0:80 자유로운머리와자유로운가슴을가진사람,

자유로운가슴이주(主)가되고자유로운머리가종(從)이된사람,6)

그리하여자유로운가슴때문에

<내려가게> 되는사람을저는사랑합니다.

0:81 인류를뒤덮고있는검은먹장구름에서한방울씩뚝뚝떨어지는

알굵은빗방울같은사람을저는사랑합니다.

그들은번개가치게될것을예언하는사람들이며

예언자로서패배하여사라져가기때문입니다.

0:82 여기보십시오!

저는번개가칠것을예언하는사람이며

먹장구름에서떨어지는알굵은빗방울같은사람입니다.

제가예언하는이번개는바로초인입니다.

v5w

0:83 이 말을 마치고 짜라두짜는 사람들을 둘러보았어.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지.

“아! 그냥저렇게서있구나!

그냥저렇게비웃고있구나!

나를이해하지못하는구나!

4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6) so ist sein Kopf nur das Eingeweide seines Herzens직역하면‘머리가가슴속의내장(內臟)일뿐인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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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는저사람들이좋아하는소리를할수있는위인이못되는구나!

차라리귀때기를잡아뽑아버리면 0:84

대신눈[目]으로내말을들으려나?

북소리나사순절의목사같은소리로

으르렁거려야내말을들으려나?

혹은아예더듬더듬더듬대며말하면내말을믿으려나?

저사람들이무엇인가자부심을느끼는게있었는데… 0:85

그걸뭐라고부르더라?

맞다! 저사람들은그걸문화라고불렀지!

“문화덕분에우리는염소떼몰이꾼들과는다르다.”

자부심이대단하지.

아하! 그래서“초인이우리를본다면경멸할것입니다”라는 0:86

소리를싫어했나보군!

그래! 이번엔자부심에대고이야기해보자!

그래! 이번엔저사람들이경멸할수있는사람, 0:87

가장경멸스러운사람,

마지막인간 7)에대해이야기해보자!

그래서짜라두짜는사람들에게이렇게말했지. 0:88

이제인간이목표를정해야할때가왔습니다. 0:89

프롤로그 47

7) letzte Mensch. 근대(modernity)에등장하는기계부품같은인간. 니체는당시유럽이주도하는근대문명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개체성이 짜부라진 인간 유형이 지배적이 되어 갈 것이라고 봄. 전체주의 체제 안에서행복한부품이된사람을상상해볼수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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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제가장고귀한희망을위해씨앗을심어야할때가왔습니다.

0:90 아직은땅이비옥합니다.

아직비옥할때씨앗을심어야합니다.

언젠가는땅힘이약해져서

키높은나무는도저히자랄수없는시절이올것이기때문입니다.

0:91 아, 아!

더이상인간이,

인간을<넘어서겠다>는갈망을화살처럼날릴줄모르게되는

시대가오고있습니다.

그런시대에는

갈망의화살을쏘아보내야할활마저도

시위줄이탄성을잃고흐느적거리게될것입니다.

0:92 마음속에혼돈을간직하고있어야한다고,

그래야춤추는별과같은존재를탄생시킬수있다고

저는여러분께장담할수있습니다.

그리고여러분은모두마음속에아직은

혼돈을간직하고있습니다.

0:93 아, 아!

더이상인간이,

별과같은존재들을탄생시키지못하는

시대가오고있습니다.

아, 아!

자기자신을경멸할줄모르는사람,

그래서가장경멸스러운사람의시대가오고있습니다.

4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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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보십시오! 그런마지막인간이어떤존재인지보여드리겠습니다. 0:94

“사랑이뭐야? 0:95

뭘탄생시킨다는거야?

왜갈망한다는거야?

별과같은존재는또무슨소리야?”

<마지막인간>은이렇게말하며눈을껌뻑이곤합니다.

그때가되면이미땅은작게움치려들었고 0:96

땅위에는<마지막인간>이정신없이뛰어다니고있을것입니다.

<마지막인간>은무엇이든다작게만들어버립니다.

<마지막인간> 종족은멸종시킬수가없습니다. 마치벼룩처럼끈질깁니다.

게다가<마지막인간>은지독하게오래삽니다.

“우린마침내행복을발견했다고!” 0:97

<마지막인간>이말하며눈을껌벅이곤합니다.

<마지막인간>은살기척박했던곳을떠나서따듯한곳에서삽니다. 0:98

무엇보다뜨듯한게중요하다나요?

<마지막인간>은아직도이웃을사랑합니다.

그리고이웃의몸뚱이에자기몸뚱이를마구비벼댑니다.

무엇보다뜨듯한게중요하다나요?

세상일에대해구역질을하거나 0:99

사람을심각하게의심하면

<마지막인간>의세계에서는커다란죄가됩니다.

프롤로그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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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심드렁하게지내야합니다.

돌에걸려넘어지거나

사람에걸려넘어지는것은

바보들이나할짓이지요!

0:100 아, 그리고가끔씩독을조금마시지요.

즐거운꿈을꾸게해준다고합니다.

그리고언젠가는독을왕창마십시다.

즐거운죽음을죽게해준다고합니다.

0:101 <마지막인간>들은물론일을하기도합니다.

일은오락이라고하니까요.

하지만그들은오락에관해서도조심합니다.

지나치게오락에몰두해서기운을빼는일이절대, 절대없습니다.

0:102 너무돈을많이번사람도없고너무가난한사람도없습니다.

돈이너무많은것도, 너무가난한것도모두짐이라고하더군요!

지배자도없고복종자도없지요.

지배하는것도, 복종하는것도모두짐이라고하더군요.

0:103 <떼> 몰이꾼은없지만전체가하나의<떼>인것이지요.

모든사람이같은것을원하고,

모든사람이같은사람입니다.

다르게생각하는사람은없냐고요?

자기발로정신병자수용소로들어갑니다.

0:104 “옛날에는세상전체가정신병자같았던때가있었지!”

5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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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마지막 인간> 중에 똑똑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고 눈을 껌벅이곤 하지

요.

이사람들은똑똑합니다. 0:105

옛날역사에대해다알고있지요.

그래서옛날을조롱하고, 조롱하고또조롱하고…조롱에끝이없지요.

<마지막인간>들은자기들끼리말싸움을하기도합니다.

하지만곧화해하지요.

소화불량에걸리면안된다나요?

<마지막인간>에겐낮에누리는이런저런쾌락이있습니다. 0:106

또밤에누리는이런저런쾌락도있습니다.

하지만무엇보다건강을중요하게생각합니다.

“우린마침내행복을발견했다고!” 0:107

<마지막인간>은이렇게외치고눈을껌벅이곤합니다.

짜라두짜는 이렇게 첫 번째 이야기를 마쳤어. ‘프롤로그’라고 불리기

도 하는 이야기였지. 사람들이 소리치고 깔깔대서 더 계속할 수 없었

어.

“우린, <마지막 인간> 할래! 우릴, <마지막 인간>으로 만들어 줘! 짜라

두짜! 초인은당신이다해먹어!”

사람들은깔깔대고고함쳤어. 짜라두짜는슬펐어. 그리고혼자생각했지.

이사람들은내말을알아듣지못하는구나! 0:109

나는이사람들에게어울리는소리를하는사람이아니구나!

산에서너무오래살았던거아닐까? 0:110

프롤로그 51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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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무와시냇물소리를너무많이들었던거아닐까?

이제부턴이사람들에게말할때엔

염소<떼>몰이꾼들에게말한다고생각하고말해야되나?

0:111 하지만내영혼은흔들리지않아.

아침햇살을받은산처럼밝게빛나지.

이사람들은나를차가운인간이라고생각하네.

끔찍한비아냥을뇌까리면서조롱하고있다고생각하네.

0:112 이제이사람들은나를보고웃네.

하지만웃으면서증오하네.

저웃음속엔차디찬얼음이박혀있구나!

v6w

0:113 하지만 바로 이때 모든 입, 모든 눈을 사로잡는 일이 벌어졌지. 그동안

줄타기곡예사가줄을타기시작했었거든. 줄은장터양쪽두개의높은

탑사이에걸려있었지. 줄은장터를가로질러, 사람들을가로질러걸려

있었어. 한쪽 탑의 문이 열리고 줄 타는 사람이 줄을 타기 시작했어. 줄

타기 곡예사가 한가운데 이르렀을 때 아까 열렸던 탑문이 다시 열린 거

야. 이번엔 밝은 색 광대 옷을 입은 사람이 튀어나왔어. 그리고 빠른 걸

음으로곡예사의뒤를쫓아줄을타기시작했지.

“가! 이굼벵이같은자식아! 가!”

광대가곡예사를짐짓위협하는듯한소리가새되게울렸어.

“이 곰탱이! 앞으로 가! 남의 앞길이나 막고, 뭐 하는 거야! 겁에 질려

낯짝이 하얗구나! 내가 발길질로 엉덩이를 간지럽게 해 주랴? 탑하고

탑사이에서뭐하는거야? 너는탑속에있어야해! 너같은놈은탑에

가둬 버려야 해! 너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의 앞길을 막고 있는 거잖

5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0-1(031~062)3.3 2010.5.27 7:11 PM 페이지52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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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

이 말을 하면서 광대는 점점 더 곡예사에 가까워져 갔어. 광대가 곡예

사 바로 뒤까지 이르렀을 때 모든 사람의 눈을 사로잡고 모든 사람의

입을 조용하게 만든 끔찍한 일이 벌어졌지. 광대는 악마 같은 큰 고함

을지르며곡예사쪽으로튀어들어갔어. 그런데곡예사가광대의기세

에 눌려 정신을 놓치고 줄도 놓치고 장대도 놓치고 떨어진 거야. 아니,

그냥떨어지는것보다더빠르게떨어졌어. 허공에서손과발을어지럽게소용

돌이처럼휘저었지. 시장에모여있던사람들은폭풍속의바다처럼요동쳤어.

산산이 흩어져 도망갔지. 특히 곡예사가 떨어지는 장소 부근에서는 사람들이

좍흩어졌어.

하지만짜라두짜는고요히서있었어. 곡예사는멀지않은곳에떨어졌

어. 완전히 망가지고 부러졌지만 아직 숨은 붙어 있었지. 잠시 시간이

지나자 산산이 부서진 곡예사에게 정신이 돌아왔어. 그는 짜라두짜가

옆에무릎을꿇고있는것을보았지. 그리고입을열었어.

“소용없어요. 악마가나를쓰러뜨릴것이라는걸오래전부터알고있었죠.

아, 이제 악마가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가는군요. 당신은 지금, 악마를 막

을생각을하고있는겁니까?”

짜라두짜가말했어. 0:115

“친구! 명예를 걸고 말하지만 자네가 말한 것들은 존재하지 않아. 악마

도 없고 지옥도 없지. 몸이 죽기도 전에 영혼이 먼저 죽는 거야. 아무것

도두려워할필요가없네.”

곡예사는믿어지지않는다는표정으로짜라두짜를쳐다보았어. 0:116

“지금한말이정말인가요? 그렇다면죽고나면아무것도안남겠네. 그러

면…때리고굶겨서춤추는법을가르친곰하고나하고다를게없네.…”

프롤로그 53

0:114

짜라두짜000-1(031~062)3.3 2010.5.27 7:11 PM 페이지53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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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가말했지. 0:117

“그렇지 않아. 자네는 위험을 직업으로 택했어. 그 점에선 아무것도 부

끄러워할 게 없네. 직업이 요구하는 일을 하다가 패해서 사라질 뿐이

야. 내손으로직접자네를묻어주겠네.”

0:118 짜라두짜가 이 말을 했을 때에는 곡예사는 이미 죽어 가고 있었기 때문

에아무대답을못했어. 하지만손을달싹거렸지. 짜라두짜에게고맙다

는뜻을밝히려는듯이.

v7w

0:119 그러는사이저녁이되어장터는어둠에잠겼어. 사람들은흩어졌지. 호기

심과두려움도시간이지나면제풀에꺾이기마련이니까. 하지만짜라두

짜는죽은사람옆땅바닥에앉아깊은생각에잠겼어. 그래서시간이가

는줄도몰랐지. 하지만마침내밤이되었고찬바람이짜라두짜의외로운

모습위로불기시작했지. 짜라두짜는자리를털고일어나며혼자말했어.

0:120 허! 오늘나, 짜라두짜는대단한걸건졌구나!

사람은하나도건지지못하고시체만하나건졌구나.

0:121 인생은어두우면서도아무의미없구나.

광대한명에기세가눌려죽을수도있구나.

0:122 사람들한테존재의의미를가르치고싶어.

초인이존재의의미라는것을가르치고싶어.

초인은어두운구름같은인간들로부터튀어나오는번개같은존재지.

5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0-1(031~062)3.3 2010.5.27 7:11 PM 페이지54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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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0:123 하지만나와사람들사이는멀기만하지.

내가전하고싶은인간존재의의미는

사람들마음에가닿지않아.

사람들에게나는

바보나다름없는존재, 혹은시체나다름없는존재일뿐이야.

아, 밤은캄캄하고 0:124

나, 짜라두짜가가야할길도캄캄하구나!

차갑고뻣뻣한시체가된친구!

이리오게! 내손으로묻을장소로내가메고가겠네.

v8w

짜라두짜는이렇게혼잣말을하며시체를멨어. 그리고출발했지. 그런

데백발자국도안갔을때한사람이살금살금다가와서속삭이는목소

리로말을거는거야. 탑에서나와줄을탔던광대였어!

“짜라두짜! 이마을을떠나세요! 너무나많은사람들이당신을증오하고

있어요! <선량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은 당신이 그들의 적(敵)이라고, 당

신이 그들을 경멸한다고 당신을 증오하고 있어요. <참된 신앙을 믿는

신자>들은당신이대중에게해로운존재라고당신을증오하고있죠. 그

사람들이오늘당신을비웃고말은것은정말운이좋았던거예요. 하기

야 오늘 꼭 광대같이 말씀하더군요. 당신이 오늘 시체를 챙겨서 시체와

친구가 된 것은 정말 운이 좋았던 거예요. 시체를 다루는 천한 일에 스

스로 몸을 낮추었기 때문에 오늘 목숨을 건진 겁니다. 자, 이제 이 마을

을 떠나세요. 여기서 더 어물쩡거리고 있다가는 내일은 제가 당신 위를

뛰어다니고 있을 겁니다. 살아 있는 당신이 아니라 죽어 있는 당신 위

프롤로그 55

0:125

0:126

짜라두짜000-1(031~062)3.3 2010.5.27 7:11 PM 페이지55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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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를!”

광대는이말을마치고사라졌지. 짜라두짜는어두운거리를걸어갈뿐이었

어.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묘지 일꾼들이 그에게 접근했지. 묘지 일꾼들은

횃불을들이대고짜라두짜를알아보고실컷조롱했어.

“음… 짜라두짜가 죽은 개를 끌고 가는 구나! 하… 짜라두짜가 묘지 일

꾼이 되나니! 하기야… 우리, 제대로 된 묘지 일꾼들이 손을 대기에는

너무 지저분한 고깃덩이지. 짜라두짜, 당신은 악마로부터 이 죽은 놈을

훔쳐내서 먹으려는 거야? 잘해 봐! 대단한 먹성이야! 하지만 악마가 짜

라두짜 당신보다는 더 대단한 도둑놈일걸! 악마는 여기 이 죽어 나자빠

진 놈과 함께 짜라두짜 당신도 훔칠걸! 여기 이 죽어 나자빠진 놈과 함

께짜라두짜당신도먹어치울걸!”

그들은서로머리를맞대며낄낄거렸어.

0:127 짜라두짜는 아무 말 없이 가던 길을 갔지. 숲과 늪을 지나 두 시간을 걷

고 나자 배고픈 늑대의 울음을 지겹도록 들은 데다가 짜라두짜 자신도

배가고파졌어. 그래서불빛이새어나오는외딴집에멈추었지.

0:128 짜라두짜는혼자말했어.

“갑자기너무배가고프군! 왜갑자기이럴까?

꼭강도가덮친것같네.

배고픔은강도처럼

숲과늪에서덮쳤어. 밤에덮쳤어.

0:129 정말제멋대로야.

때가지나고나서야배고파질때가많지.

5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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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오늘은하루종일안고프더니

이렇게갑자기배가고프네.

도대체그동안배고픔이란느낌은어디에갔었던거지?”

0:130 이 말을 하면서 짜라두짜는 외딴 집의 문을 두드렸어. 노인이 한 명 나

오더군. 등불을든채물었어.

“누가온거야? 잠도잘못자고있는판에누가온거야?”

“산사람하나, 죽은사람하나가왔습니다.” 0:131

짜라두짜가대답했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좀 주십시오. 오늘 하루 종일 깜박하고 아무것도

안 먹었습니다. 속담에도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먹이면자신의영혼도살지게된다’고.”

노인은들어갔다다시나와빵과포도주를주었지. 0:132

“여긴 배고픈 사람에게 매정하게 대하는 고장이오. 그래서 나 같은 은

둔자가여기에살아야되는모양이오. 배고픈사람과배고픈짐승은죄

다내게온다오. 같이온친구한테도먹을것과마실것을좀주시오. 그

쪽보다더지친것같은데.”

짜라두짜는대답했어.

“이친구는죽었습니다. 아무리달래도먹지않을겁니다.”

노인은심술궂게말했어.

“살았건죽었건상관없소! 내집문을두들긴사람은내가주는것을먹

어야지! 먹이시오! 잘가시오!”

짜라두짜는 두 시간을 더 걸었어. 그냥 길을 따라 걸었고 그냥 별을 따

라걸었지. 평소에도밤에산과들을걸으면서잠자고있는사물을보는

프롤로그 57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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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것에익숙했거든. 새벽이와서밝아지자짜라두짜는깊은숲, 길이끊어

진곳에있다는것을알게되었어. 늑대가시체를뜯어먹으면안되니까

속 빈고목나무 밑동에 시체를넣고 머리를고목나무 쪽으로 두고부드

러운 이끼가 낀 땅에 누워 곧 바로 잠에 빠져 들었어. 몸은 피곤했지만

영혼은평화스러웠지.

5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8) 니체는떼(Herde), 대중(Menge), 인민(Volk), 어중이떠중이(Gesindel), 폭도(Pöbel)라는말을많이사용함.모두부정적의미가있지만어중이떠중이와폭도는매우부정적인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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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9w

0:134 짜라두짜는 계속 잤어. 새벽이 지나갔고 아침도 지나갔어. 짜라두짜는

마침내 눈을 떴지. 잠시 놀란 눈으로 숲을 보고 숲의 고요를 보고 자신

을 보았어. 그리고 후다닥 바닥을 박차고 일어났지. 마치 땅을 발견한

항해자처럼. 기쁨에넘쳐! 그는새로운진실을발견한것이었거든! 그래

서이렇게혼잣말을했어.

0:135 아, 내게한줄기빛이비쳤구나!

나는살아숨쉬는동반자가필요한거야!

내가가는곳이면어디든지끌고갈수있는죽은동반자, 시체는소용없지.

0:136 내가가는곳이면어디든지쫓아올수있는산동반자가필요해.

자기스스로를따르기원하기때문에나를따르는동반자가필요해.

내가가는곳이면어디든가기원하는동반자가필요해.

0:137 아, 나는한줄기빛을보았구나!

나, 짜라두짜는앞으로는인민에게이야기하는게아니라

동반자에게이야기할거다!

나, 짜라두짜는앞으로는<떼>8)를이끄는몰이꾼이나

<떼>를지키는개노릇을하지않을거다!

0:138 나는<떼>에속한<많은사람>들에게가르침을주려여기에왔지.

인민이나<떼>가내게화를내는건당연해.

프롤로그 59

9) <선과악>에관한가치관, 도덕관을뜻함. 「56. 옛율법서판, 새율법서판」참조.

짜라두짜000-1(031~062)3.3 2010.5.27 7:11 PM 페이지59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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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떼>를지키는몰이꾼은나, 짜라두짜를강도라부르겠지.

나는그사람들을<떼> 몰이꾼이라고부르지만 0:139

그사람들은자신을<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들이라고부르네.

나는그사람들을<떼> 몰이꾼이라고부르지만

그사람들은자신을<참된신앙을믿는신자>라고부르네.

<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들>을봐! 0:140

그사람들이제일깊게증오하는건누구지?

그사람들의가치관을적어놓은<율법서판>9)을깨부수는자,

파괴자, 법칙의파괴자아닌가?

하지만그게바로창조자야!

<참된신앙을믿는신자>라는사람들을봐! 0:141

그사람들이제일깊게증오하는건누구지?

그사람들의가치관을적어놓은<율법서판>을깨부수는자,

파괴자, 법칙의파괴자아닌가?

하지만그게바로창조자야!

창조자는동료창조자를찾아야돼! 0:142

아무데나끌고다닐수있는시체도필요없고

자신을졸졸따라다니는<떼>도필요없고

자신을떠받들어줄신자도필요없지!

창조자는동료가될수있는창조자를찾아야돼!

새로운<율법서판>에새로운가치를새겨넣어줄동반자!

0:143 창조자는함께추수할수있는동반자를찾아야돼!

눈앞에모든것이이제추수를기다리고있잖아!

6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0-1(031~062)3.3 2010.5.27 7:11 PM 페이지60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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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낫이백자루가있어도부족해!

익은곡식이삭의귀를열어보고한숨만짓고있는형편이잖아!

0:144 창조자는동반자를찾아야돼!

낫을갈줄아는동반자를찾아야돼!

그런사람들은파괴자라고불리겠지.

그런사람들은선(善)도악(惡)도모두경멸하는사람이라고불리겠지.

하지만그런사람들이야말로수확하는사람이고기뻐할줄아는사람이지.

0:145 나, 짜라두짜는

함께할동료창조자,

함께할추수일꾼,

함께할기뻐하는자를찾아나설것이다!

<떼>나<떼> 몰이꾼이나시체따위는필요없어!

0:146 친구! 나의첫동반자였던시체! 안녕히!

속빈고목속의구멍에자네를묻었지.

늑대의이빨이닿지않는곳에자네를묻었지.

0:147 하지만이제나는떠나.

지난새벽과이번새벽사이에

나는새로운진실을깨달았어.

0:148 나는<떼> 몰이꾼이되지않을거야.

나는묘지일꾼이되지도않을거야.

나는다시는인민에게말을하지도않을거야.

나는다시는죽은사람에게말을하지도않을거야.

프롤로그 61

0:152

짜라두짜000-1(031~062)3.3 2010.5.27 7:11 PM 페이지61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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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창조자, 추수일꾼, 기뻐하는자.… 0:149

이들이앞으로나의동반자가될거야.

나는그사람들에게초인에이르는

무지개길과계단을보여줄거야.

나는혼자사는은둔자혹은둘이사는은둔자들을찾아나서지. 0:150

나는그들에게나의노래를들려줄작정이야.

아직들어보지못했던이야기를들을수있는귀를가진사람들.

그사람들의가슴에나의기쁨을나누어채워줄작정이야.

이제목표가섰어. 이제내길을가. 0:151

망설이는사람, 게으른사람들을뛰어넘어나아가.

그렇게내가내길을가면그들은<내려가게> 되겠지!

v10w

해가중천에이르렀을때짜라두짜는이렇게혼잣말을했어. 그리고하

늘에서무엇을찾는듯유심히하늘을보았지. 날카로운새울음을들었

거든. 봐! 독수리 한 마리가 큰 원을 그리며 돌고 있어! 독수리에는 뱀

한 마리가 매달려 있어. 독수리의 먹이가 되어 붙잡혀 있는 게 아니라

독수리의친구가되어독수리의목에매달려있어.

짜라두짜는기뻐하며이렇게말했지. 0:153

“아, 내가돌보던놈들이군!

0:154 태양아래가장자존심이센독수리와

태양아래가장지혜로운뱀이군!

6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0-1(031~062)3.3 2010.5.27 7:11 PM 페이지62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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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를살피러나왔군!

0:155 나, 짜라두짜가아직살아있나살피러나왔군.

근데내가살아있는거, 맞아?

0:156 짐승보다사람이훨씬더위험하다니까!

나, 짜라두짜는위험한길을가고있구나.

아, 나의짐승들이나를이끌어주기를!”

0:157 이렇게말하고난짜라두짜, 문득숲에서만났던늙은성자의말이생각

났어. 저절로한숨이나오면서혼자이렇게말했지.

0:158 “아, 좀더지혜로워야하는데!

저뱀처럼본능적으로지혜로워야하는데!

0:159 하지만그건불가능한일이지.

대신, 자존심이항상지혜와함께하기를바라는수밖에!

0:160 그래서어느날지혜가나를떠나는날이되면…

아! 지혜는사람을버리고훌쩍떠나버리지.…

그런날이되면…

자존심도지혜와함께나를떠나기를.…”

이렇게짜라두짜의<내려가기>가시작됐어.

프롤로그 63

짜라두짜000-1(031~062)3.3 2010.5.27 7:11 PM 페이지63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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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 }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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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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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정신10)은모습을세번바꿀수있지. 1:1

나는이것을‘정신의세가지탈바꿈’이라고불러.

처음에는낙타의모습이고

두번째는낙타가사자의모습으로바뀌고

세번째는사자가어린아이의모습으로바뀌지.

무게를견딜수있는강인한정신이 1:2

짊어질만한것들은많고도많아.

그런정신은존경할줄알지.

그런정신은무거운것, 더무거운것을감당하려들지.

“무거운걸로줘!” 1:3

무게를견디는정신은그렇게말하거든.

낙타처럼무릎을꿇고짐을짊어지길원하지.

“이중에서제일무거운걸로줘! 영웅들!” 1:4

무게를견디는정신은그렇게말하거든.

그것을짊어지고자신의힘에기뻐하지.

이것은바로자존심의한계를넘어스스로낮추는것아닌가? 1:5

제1부 65

10) 니체의정신(Geist)은지성, 머리에속한것을뜻함.

짜라두짜001부(063~196)3.3 2010.5.27 7:13 PM 페이지65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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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지혜의바닥까지내려가마지막남은어리석음을끄집어내려는것아닌가?

1:6 이것은바로

싸움에이겨모두들기뻐하고있는순간, 승자의편을떠나는것아닌가?

유혹하는자를유혹하기위해한없이높은산으로올라가는것아닌가?

1:7 이것은바로깨달음11)의자양분을섭취한후진실을얻기위해

영혼의단식을시작하는것아닌가?

1:8 이것은바로몸은아픈데돌보아줄사람을멀리보내버리고

일부러귀머거리를옆에두는것아닌가?

귀머거리는요청을알아들을수없으니까!

1:9 이것은바로<물>이<진실의물>12)이라면

더러운<물>이라도텀벙거리고들어가는것아닌가?

<물> 속의차가운개구리와뜨거운두꺼비쯤은싫어하지않고!

1:10 이것은바로우리를경멸하는자를사랑하는것이고

우리를공포에질리게하려는귀신에게손을내미는것아닌가?

1:11 무게를견디는정신은이모든, 무겁기짝이없는무게를짊어져.

짐을잔뜩진채서둘러사막으로가는낙타처럼

무게를견디는정신은자신의사막으로들어가지.

6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1) Erkentniss. 니체는지식(Wissen)과깨달음을구별함.12) 13:16 참조. ‘진실의 물’은, ‘진실을 획득하는 사색과 탐구’를 의미함. ‘진실의 물이 더럽다’는 표현의 뜻

은, 생각과 탐구의 주제가 당시의 일반 통념상 섹스와 같이‘지저분하고, 선뜻 취급하기 어려운 영역’이란뜻임. 1:9은지적용기(intellectual courage), 혹은지적정직성(intellectual integrity)을이야기하는구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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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외롭기짝이없는사막에서정신은탈바꿈을해. 1:12

정신은사자가되지.

자유를움켜쥐어자신의사막에서스스로주인이되고싶어하는거야.

사막에서정신은제일높은주인을찾지. 1:13

사막에서정신은제일높은주인의적이되지.

사막에서정신은제일높은신, 하나님의적이되지.

그거대한용과싸워승리하려고.

정신이‘주인님’혹은‘하나님’이라고더이상부르고싶어하지않는 1:14

이거대한용이무엇이냐고?

이거대한용은이름은

<마땅히너는□□할지어다!>

하지만정신은이렇게말하지.

내게이래라저래라말하지마!

“나는□□□를의지(意志)한다!”라고말하지.

<마땅히너는□□할지어다>라불리는이용은 1:15

정신이다니는길목에누워있지.

황금빛비늘에촘촘히싸여있는짐승이지.

비늘하나하나에는황금색으로

<마땅히너는□□할지어다>라고새겨져있지.

천년동안만들어져온가치관이그비늘에서빛나고있는거야. 1:16

그러니당연히용중에서도가장힘센용답게말하지.

“이세상에존재하는모든가치관은모두내비늘위에서빛나고있도다.

제1부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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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17 이세상에존재할가치가있는모든가치는이미다만들어졌도다.

또한이세상에존재하는모든가치는내몸속에있도다.

‘나는□□□를의지(意志)한다!’따위의헛소리는

꺼내지도말아야하느니라. 알겠느냐?”

1:18 자, 형제들!

정신이왜사자의근성(根性)을가져야할까?

특권을포기할줄알고공경심이가득한낙타,

무거운짐을짊어질줄아는낙타가지고는안될까?

1:19 새가치를창조해야하거든!

물론, 사자마저도새가치를창조할능력은없지.

하지만새가치를창조하는데에필요한자유를움켜쥐는것!

이것이라면사자의힘으로해낼수있어!

1:20 자기자신을위한자유를만들어내는것,

의무에대해서도<아니>라고말하는것,

사자는그것을위해필요해. 형제!

이<아니>는얼마나신성해!

1:21 새가치에대한권리를움켜쥐는것!

이것이야말로무거운짐을짊어질수있고공경심이가득한

정신으로서는끔찍한강탈행위를범하는것과같지.

이런유형의정신에게는그런권리를움켜쥐는것은

도둑질을하는것과마찬가지거든.

낙타가아니라맹수가해야할일이거든.

6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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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도둑질을해내려면사자가필요한거야.

정신이낙타의단계에있었을때에는 1:22

<마땅히너는□□할지어다>를가장신성한것으로사랑했지.

하지만이제는그신성한것들에대해이렇게느껴야하거든.

“난환멸했어. 그리고이가치들은무슨근거로만들어진거지?

순전히제멋대로, 임의로만든거잖아?”

이렇게느껴야한때사랑했던것에서자유로워질수있거든.

이렇게느끼기위해서, 자유로워지기위해서

정신은사자가되어야하지.

하지만형제들! 한번내게말해봐. 1:23

사자조차해내지못하는일인데

어린아이가할수있는일이무엇이지?

맹수사자가왜어린아이가되어야만하지?

순진무구한것, 쉽게까먹는것, 새로운시작, 장난질, 1:24

혼자굴러가는바퀴, 스스로시작되는움직임, 선선히대답하는<네>.13)

이것이어린아이아니야?

그래! <신성한네>가필요해, 형제들! 1:25

창조를위해선<신성한네>가필요해.

정신은이제그자신의의지를원하거든.

세계와분리된정신은이제그자신의세계를획득한거니까.

자, 나는정신의세가지탈바꿈에대해말했어. 1:26

제1부 69

13) <신성한네>는삶과세상에대한적극적긍정을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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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정신이낙타가되었다가

낙타가사자가되었다가

사자가아이가되는것을이야기했어.

1:2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이 무렵 짜라두짜는 <얼룩 암소>라 불리는

마을에머물고있었지.

7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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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는 잠과 미덕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한다는 현명한 사람에 대

해 소문을 들었어. 잠과 미덕에 대해 설교를 잘한 덕에 그 사람은 엄청

난존경을받았고대단한대접을받았지. 짜라두짜는그사람을찾아갔

어. 다른 젊은이들과 함께 그 사람이 앉은 의자 앞에 앉았지. 그 사람은

이렇게말했어.

잠을존중해야돼! 2:2

잠앞에겸손해져야돼!

무엇보다도그런마음가짐을가지는게중요하지.

잠을잘못자는인간, 밤에깨어있는인간은상종하지말도록!

잠을곤히자고있는사람을보게되면 2:3

도둑놈도부끄러움을느끼는법이야!

그래서도둑놈이살금살금돌아다니는거라고!

그에비하면방범대원들은정말개판이지!

방범나팔을들고다니면서불어대다니! 염치없는인종들이지!

잠잔다는건장난이아니야! 2:4

잠을자려면낮에깨어있어야지.

낮에깨어있으려면하루에도열번은자기자신을<넘어서야> 해! 2:5

그렇게하면마침내곱디고운피곤이쌓이지.

제1부 7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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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렇게하면영혼에작동할아편이준비되는거야.

2:6 그대신하루에열번자기자신과화해해야돼!

자기자신을<넘어선다>는것은가혹한일이야.

낮에깨어있느라고자신을열번<넘어서기> 했으면

그숫자만큼다시자신과화해해야돼.

화해하지못한인간은제대로잠을자지못해.

2:7 또하루에열개의진실을발견해야돼!

안그러면밤에진실을찾게되거든. 아직영혼이진실에배고프니까.

2:8 하루에열번은깔깔대고웃고기분이유쾌해져야돼!

안그러면모든병의근원인위장이밤에불편하거든.

2:9 그리고말이야, 사람들은잘모르지만,

미덕이란미덕은다잘지켜야잠을잘자.

이번에법정에나가서거짓말로증언하면어떨까?

이부인네를남편몰래불러내어자빠뜨리면어떨까?

2:10 옆집하녀를꼬여서자빠뜨리면어떨까?

이런생각을하면편하게잠자기힘들어져.

2:11 이런미덕을모두갖추고있다고해도하나더명심할게있어!

잠자리에들면미덕들도모두잠재워야해.

2:12 미덕들끼리싸우지않도록!

미덕들은예쁜여자들같지.

7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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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바로당신, 불행한남자를가운데놓고자기들끼리싸워.

하나님과평화롭게지내야돼! 이웃들과도평화롭게지내고! 2:13

그러면잠도평화스럽게되지.

이웃이악마를믿는다면그악마와도평화롭게지내야돼.

안그러면그악마가밤에찾아온다고!

공무원들을존경하고그들에게복종하도록! 2:14

심보가배배꼬인공무원한테도!

그러면잠도평온해져.

아, 물론, 심보가배배꼬인놈들한테권력이몰리지.

하지만세상이치가그런걸, 내가어떻게하겠나?

자기가모는양떼를좋은풀밭으로인도하는양치기가좋은양치기야. 2:15

그런일을하면잠이잘오지.

나는명예가많은것도, 돈이많은것도싫어. 2:16

명예나돈은지라[脾臟]를자극하거든.

하지만평판이좋고적당히돈이있지않으면편하게잠자기힘들어.

나쁜사람들여러명과함께있는것보다는 2:17

두세명좋은사람과함께있는게좋아.

하지만적당한시간에왔다가적당한시간에돌아들가야지.

그렇게하면깊게잘수있어.

정신이빈곤한사람은정말내맘에쏙들지. 2:18

그런사람은잠을깊게잘수있게만들어줘.

제1부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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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정신이빈곤한사람의골빈관점에항상찬성할수만있다면

정신이빈곤한사람이야말로우리를편안하게해주지.

그런사람에게축복이있기를!

2:19 자, 미덕이높은사람은이런식으로낮을보내지.

밤이오면잠을자려고청하면안돼!

잠은미덕의왕이야. 오라가라함부로청하면안좋아해!

2:20 대신낮동안무엇을하고무엇을생각했나, 기억해봐.

곰곰이되씹으면서자기자신에묻는거야.

암소처럼참을성있게되씹어야돼.

내자신을<넘어서기> 했던열번이어땠지?

2:21 내자신과화해했던열번이어땠지?

내가발견한진실열개가어땠지?

껄껄웃고유쾌한기분을느꼈던열번이어땠지?

2:22 이렇게마흔개의생각을차례로던지면서곱씹다보면

모든미덕의왕인잠이, 청하지도않았는데

갑자기나를찾아와서덮치지.

2:23 잠이내눈을건드리면눈이점점감기지.

잠이내입을건드리면입이헤벌어지게돼.

2:24 아, 정말살금살금오지. 도둑놈중에최고의도둑놈이야.

그리고내생각을멈추게하지.

그리고나는여기이의자처럼조용하게되지.

7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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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의자와는달라. 의자처럼버티고있을필요가없지. 2:25

나는이미누워있잖아!

짜라두짜는이현명한사람의말을듣고속으로혼자웃었어. 그말을듣다

보니한줄기빛이비쳤기때문이었지. 그래서짜라두짜는혼자말했어.

마흔가지생각을한다는, 2:27

이현명하다는인간은바보군.

하지만잠을자는방법에대해서는정말확실히알고있어.

이현명하다는사람이사는동네에사는사람들은행복한사람들이야. 2:28

그렇게깊은잠은전염성이있거든.

두꺼운벽이가로막고있어도옆집으로전염되지.

이현명하다는인간이앉아있는의자에도 2:29

잠을잘자게하는힘이깃들어있는것같군.

이현명하다는인간앞에앉은젊은이들도헛걸음을한건아니군.

벌써꾸벅꾸벅졸고들있잖아.

잘자려면낮에자지마라. 2:30

이게이사람이말하는지혜야.

인생에아무의미가없다면,

그래서난센스14)를선택할수밖에없다면

이사람이말하는난센스가제일좋은난센스인것같군.

제1부 75

2:26

14) Unsinn. Sinn은의미, 감각을의미하고Unsinn은난센스(nonsense. 우스꽝스럽고무의미한것)를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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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31 아, 사람들이미덕을설교하는사람을찾을때에는

무엇을찾았던것인지이제알겠어.

사람들은편한잠과

편하게잠자게해주는아편같은미덕을찾았던거였어!

2:32 대학의석좌교수자리를차지하고있는

칭송이자자한이현명한사람들에게는

지혜란꿈없이깊게자는것을뜻했던거지.

이사람들한테는인생의의미는그이상없었던거야.

2:33 지금도이런식의미덕을설교하는사람들이있지.

하지만예전처럼평판이좋은것만은아니야.

이제이런사람들의시대가끝났지.

앞으로얼마버티지못할거야. 이미드러누워있는걸.

2:34 졸음에취해꾸벅꾸벅조는이사람들에게축복이있기를!

조금지나면녹아떨어질테니까!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7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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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한때나, 짜라두짜역시인간을넘어헛된상상에속아산적이있어. 3:1

<저세상을믿는사람>들처럼.

그헛된상상을하던시절에는

이세상은고통하고계시는하나님,

괴롭힘당하고계시는하나님의작품이라생각했지.

그당시엔세상은 3:2

하나님이꾸는꿈, 하나님이만든이야기라고생각했어.

마음이불편한하나님이스스로위안받기위해

자기눈앞에뿌린총천연색안개라고생각했지.

<선과악>, 기쁨과슬픔, 나와너… 3:3

이런것들은창조주가뿌린총천연색안개라고생각했지.

하나님은무엇인가마음이불편해서

자기자신으로부터다른곳으로눈길을돌릴필요가있었다고나는생각했지.

그래서세상을만든것이라고생각했지.

고통받는존재에게는 3:4

잠시자기고통으로부터다른곳으로눈길을돌리는것이아찔한즐거움이지.

하나님이아찔한즐거움에취해자신을잊는것…

그것이바로세상이라고생각했어.

제1부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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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8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5 이세상은영원한모순이라고,

아니, 그모순조차영원토록불완전하게보여주는이미지일뿐이라고,

하지만그자신불완전한창조주에게는아찔한즐거움이라고

나는한때생각했지.

3:6 이렇듯한때나도인간을넘어헛된상상에속아산적이있어.

<저세상을믿는사람>들처럼.

그런데정말‘인간을넘어’상상을하긴했던거야?

3:7 아, 형제들! 내가만들어내었던

이창조주‘하나님’이란것은실은인간의작품!

인간의광기!

다른모든신들처럼.

3:8 하나님은인간이었어.

그것도남자치고는별볼일없는남자였고,

에고(Ego)15)치고는별볼일없는에고였지.

나를태운불꽃에서, 내게서나온재에서

하나님이라불리는망령이솟아나온거야.

이게진실이야!

하나님은인간을넘은경지, ‘저건너편’으로부터온게아니야!

3:9 그래서내가어떻게되었냐고?

고통받는존재짜라두짜는자신을넘어섰지.

7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5) 니체는 심리학을 중시했음. 심리학이 모든 학문의 여왕이 될 것이라고 말함.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는프로이트의『꿈의해석』보다16년전에썼음. 그럼에도니체는정확하게심리학용어를사용하고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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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8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마음이타버려생긴재16) 들고산으로올라갔지.

그리고더밝은불꽃을만든거야. 무슨일이벌어졌겠어?

그망령은내게서도망가더군!

이제나는그망령에서벗어나회복기에있어. 3:10

그런망령을다시믿는다는것은고통이고치욕이지.

그래서<저세상을믿는사람>들에게이렇게말하지.

저세상을만들어낸것은고통과무기력. 3:11

크게고통받는사람이라면저세상이약속하는

미칠것같은행복을잠시맛볼수있겠지.

‘죽음’이라불리는한발자국, 그한발자국으로, 3:12

단번에궁극적인것에도달하겠다는이상한생각을하는것은

지쳐있기때문이야.

가련하고무식하고지쳐있는거야.

이미, 무엇인가원하는힘조차원하지않는상태지.

이상태가바로신을만들어내고저세상을만들어내지.

형제들! 내말믿어! 3:13

몸자신에대해절망한몸이바로‘저세상’을만들어낸거야.

환상에취한앙상한정신의손가락으로

‘죽음’이라불리는<궁극의벽(壁)>을더듬었던거야.

형제들! 내말믿어! 3:14

제1부 79

16) 기독교에서는절망과참회와고행의상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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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8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땅이나아질가능성이없다고절망한몸!

그몸이바로<존재의근원적자궁>17)이이야기한다고환청을들었던거야.

3:15 그리하여몸은드디어대가리부터

죽음이라불리는<궁극의벽>을뚫고집어넣은거야.

대가리만집어넣었나? 온몸을던져집어넣은거지.

죽음이후‘저세상’으로!

3:16 하지만이제껏떠들어온‘저세상’이란것은인간으로선알수없어.

결국비인간적이고비인간화된세계아닌가?

결국천상(天上)의허무아닌가?

<존재의근원적자궁>이존재한다해도결코인간에게이야기하지않아.

그자궁이인간에게이야기하고싶다면

그땐인간의모습으로이야기할거야.

3:17 그래!

모든존재는나타내기어렵지.

모든존재는입을열어말하게만들기어렵지.

그러니신이있을지모른다고?

하지만형제들! 뛰어난것일수록보다더명확하게나타나지않나?

8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7) Bauch des Seins. 직역하면‘모든존재의배(腹).’이표현은3:14, 3:16, 40:26 세번에걸쳐나옴. 40:26에서는 Bauch der Dinge (모든 사물의 배)로 나옴. 이 세 경우 모두 그로부터 초월적 존재의 목소리가 들리는것으로 묘사됨. 니체가‘배[腹]’를 쓴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음. 니체는 고전 그리스 문헌학자였음. 고전그리스에서는 델포이 신탁(神託)을 받을 때 옴팔로스(Omphalos, 신의 세계의 배꼽. 원통 모양의 돌)를 통해 그 소리를 들었음. 즉 신(神)의 세계는 배[腹]로 상징되고 옴팔로스는 그 배가 비밀스럽게 해 주는 이야기를듣는통로였음. 옴팔로스는‘존재의근원적자궁’으로통하는통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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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8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여기이에고를봐! 3:18

모순과혼란을가진에고.…

이에고야말로자기존재에대해가장정직하게말하고있지않나?

이에고는창조하고의지(意志)하고<가치평가>하지18) 않나?

이에고는사물의척도이고가치인것아닌가?

에고야말로가장정직한존재아닌가? 3:19

이정직한에고는몸에대해이야기하고있지않나?

몸을고집하고있지않나?

에고는, 우화를만들고거짓을꾸며내고

그나마부러진날개를가지고푸드득거리는경우에서조차

몸을고집하고있지않나?

에고는점점더정직하게말하는법을배우고있지. 3:20

정직하게말하는법을더많이익힐수록

에고는몸과땅에게지위와명예를되찾아주게될거야.

에고는나에게새로운자부심을가르쳐줬어. 3:21

그래서나는그자부심을이렇게사람들에게전파하는거야.

하늘의것, 저세상의것은모래같아.

그모래바닥에머리를처박고살지마.

머리를당당하고자유롭게굴리며살아야돼.

머리는땅이만들어준머리야.

땅을위한의미를창조하라고달린머리야!

제1부 81

18) ‘가치(Werth)’, ‘가치평가하다(werthschätzen)’는 니체의 핵심 개념 중 하나임. 창조는 가치평가하는 행위라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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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8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22 나는인류에게새로운의지(意志)에관해알려주고싶어.

몸과땅으로통하는이길을의지(意志)해야돼!

이제껏우리는의식하지못한채어영부영

몸과땅으로통하는이길을따라왔을뿐이야.

이제부터는이길을‘좋은길’이라고불러야돼!

이제부터는이길에서절대로빌빌기어벗어나지말아야돼!

병든자, 죽어가는자들만그런짓을하지.

3:23 몸과땅을경멸하고

<하늘의것>들을상상해서꾸며내고

<구원의영험을가진핏방울>을상상해서꾸며낸것은

바로병든자, 죽어가는자들이었어.

하지만이핏방울, 이달콤하면서도의심쩍은독(毒)역시결국은‘피’아니야?

결국은몸과땅으로부터가져온것아니야?

3:24 그들은자신의비참한상태로부터벗어나고싶어했지.

하지만그들은감히별과같은존재가될생각은꿈도꾸지못한거야.

그래서그들은한숨을길게내쉬면서이렇게생각했지.

“아, 지금과는다른존재,

행복한존재로살짝바뀔수있는‘하늘의길’이있다면.…”

그래서그들은비밀스러운길이존재하는것처럼상상해내고

구원받기위해마실피를상상해냈던거야!

3:25 그래서그들은스스로몸과땅으로부터벗어났다고상상한거야.

사실이것은배은망덕한짓이지.

이른바‘벗어난다’고할때, 이른바‘성령이강림’한다고할때,

몸이부들부들떨리면서기쁨을느끼지않아?

8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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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8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부들부들떠는것, 기쁨을느끼는것모두몸과땅덕분아니야?

하지만나짜라두짜는병든자들에게부드럽게대해. 3:26

나는그들이저세상을만들어스스로를위안하고

몸과땅에대해배은망덕하게구는것에화를내는것이아니야.

짜라두짜는진심으로이렇게말해.

“언젠가는그망상으로부터회복되어

스스로를<넘어서는> 사람이되고

보다고귀한몸을성취하기를기원합니다!”

심지어망상에걸렸다가회복기에있는사람이 3:27

다시그망상을부드러운눈길로응시하고

한밤중에살금살금자신의하나님이묻힌무덤으로가더라도

짜라두짜는화내지않아.

그런사람이흘리는눈물마저도나에겐

병의증상, 병걸린사람의증상으로보일뿐이야.

우화를만들고하나님을갈구하던사람들중엔항상병든인민이많았어. 3:28

이병든자들은<깬>19) 사람에대해

불길같은증오를가지고있지.

이병든자들은정직에대해서도불길같은증오를가지고있어.

정직은인간의미덕중에가장나중에생긴미덕이지.

이병든자들은항상어두웠던시대20)를그리워하지. 3:29

제1부 83

19) 깨달음을얻어서지성, 관점이개방적인상태인것을뜻함.20) 중세의암흑시대를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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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8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때는신앙이<허깨비를보는것>과같다는것을몰랐거든.

그때는이성(理性)이미쳐날뛰는상태를

<하나님을닮은모습>이라고했거든.

그때는<하나님에대한의심>이바로죄였거든.

3:30 이<하나님을닮은사람>들을나는너무잘알아.

그들은남들이자신을믿어주기원하지.

그들은<하나님에대한의심> 자체를죄로만들기원하지.

그들이가장확실하게믿는것이무엇인지나는너무나잘알지.

3:31 그들은저세상을믿는것도아니고

<구원의영험이있는핏방울>을믿는것도아니야.

그들은마음깊은곳에서실은자신의몸을믿지.

그들에게는자신의몸이바로<물자체>21)야.

3:32 하지만동시에그들은자신의몸을혐오하지.

그래서그들은정말로, 정말로몸을벗어나고싶어하지.

그래서그들은<죽음을설교하는사람>22)들의가르침에귀를기울이고

스스로저세상을설교하는거야.

3:33 형제들! 이제건강한몸이만들어내는소리에귀를기울이도록!

그소리가훨씬더순수하고훨씬더정직한소리야.

8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1) Ding-an-sich. 칸트(I. Kant)가 정립한 개념. 인간의 경험과 인지를 넘어선, 사물의 본질적 세계. 인간으로서는결국알수없다고함.

22) 니체는 염세주의 철학자를 두고 <죽음을 설교하는 사람>이라고 부름. <죽음에 대한 가르침>이 겉으로는기독교가아닌것같이보여도실은이두개는본질적으로하나라고니체는주장함. 9:2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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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8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완전하고잘균형잡힌건강한몸은 3:34

훨씬더순수하고훨씬더정직하게이야기해.

그런몸은땅의의미에대해이야기해.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1부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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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8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1 <몸을경멸하는사람>들에게내가꼭해주고싶은말은이것.

몸을경멸하는법을이리저리복잡하게배우지말도록!

몸을경멸하는법을나에게이러쿵저러쿵복잡하게가르치지말도록!

그렇게몸을경멸하면당장몸을떠나도록!

그리고조용해지도록!

4:2 “저는몸과영혼으로이루어져있어요”라고아이들은말하지.

“아이처럼좀말하고살면안되나?”라고생각할수도있지.

4:3 하지만정신이말똥말똥한사람들이나<깬> 사람들은이렇게말하거든.

“나는몸뿐이야. 그것말고는없어.

영혼은몸안에있는무엇인가를가리키는이름이야.”

4:4 몸은엄청난지능을가지고있어.

몸은여러개의부분으로이루어져있지만몸의감각은하나로통일돼있지.

몸을구성하는여러부분들은서로싸우기도하고화합하기도하지.

그래서몸은전쟁이고동시에평화야.

몸을구성하는여러부분들은소떼나양떼같은<떼>를이루고있지.

그럼에도그<떼>들은몰이꾼의말을들어.

그래서몸은<떼>이기도하고몰이꾼이기도해.

4:5 형제들! 자네가‘정신’이라고부르는작은지능!

8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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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8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녀석은실은몸이가지고있는큰지능의

도구이기도하고장난감이기도해.

자네는‘나’라고말하면서자부심을가지지? 4:6

하지만이‘나’보다더위대한놈은

자네몸이고

자네몸이가지고있는위대한지능이야.

자네몸과자네몸의지능은

‘나’라고떠벌이지않고‘나’를실행하지.

내말, 안믿어지지?

감각이느끼는것, 4:7

정신이인지하는것은그자체로끝이아니야.

그럼에도자네의감각과정신은

그게끝이라고자네를설득하려들지.

감각과정신은허영에찌든녀석들이라니까!

감각과지능은도구이고장난감이야. 4:8

감각과지능뒤에는자아(Self)23)가버티고있어.

자아가감각을지켜보고있지.

지능이란놈이무엇을하고있나, 자아가듣고있지.

자아는항상듣고항상살펴봐. 4:9

자아는비교하고억제하고정복하고파괴하지.

제1부 87

23) 에고(ego)와 자아(self)의 독일어 원문은 각각 Ich와 Selbst임. 니체의 자아는 무의식을 포함한 인간 정신심리전체를가리키는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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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9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아는지배해.

에고역시자아의지배를받지.

4:10 형제들! 자네의생각과느낌뒤편에는

뛰어난사령관, 숨겨진현자(賢者)가버티고있어.

이사령관, 이현자가바로자아라고불려.

자아는자네몸안에살아.

자아가바로자네몸이야.

4:11 자네몸에는자네머리로짜내는어떤지혜보다

더뛰어난이성이존재하지.

몸속에그토록뛰어난이성이존재하면서도,

왜몸은머리로하여금또다시지혜를짜내게하는걸까?

누가그이유를알까?

4:12 자아는에고를보고웃지.

에고가수행하는생각이의기양양하게뻗어가는것을보고웃어.

“이렇듯뻗어가는생각, 이렇듯치닫는생각이대체내게무슨상관이지?

자아는그렇게생각해.

“흠, 에고가수행하는생각은

내가가고자하는목적지에도달하기위한샛길쯤은될수있어.

나야말로에고를뒤에서조종하는존재지.

나야말로에고가개념을획득하도록도와주는존재지!”

4:13 자아가에고에게말하지.

“이제고통을느껴라!”

8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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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9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러면에고는고통을느끼기시작하고

고통을끝낼방법을열심히생각하게되지.

에고는원래부터자아의명령에따라생각하도록되어있었어.

자아가에고에게말하지. 4:14

“이제즐거움을느껴라!”

그러면에고는즐거움을느끼기시작하고

어떻게하면즐거움을자주느낄수있을까생각하게되지.

에고는원래부터자아의명령에따라생각하도록되어있었어.

<몸을경멸하는사람>들에게외치고싶어. 4:15

너희가몸을경멸하게되는것은바로,

너희가가지고있는<존중과경멸에대한기준> 덕분이라고!

그런데존중과경멸, 가치와의지가다어디서나왔나?

자아는창조적이지. 4:16

창조하는자아가바로존중심을만들기도하고

경멸의감정을만들기도하는거야.

창조하는자아가바로기쁨을만들기도하고슬픔을만들기도하지.

창조하는몸이바로정신을창조한거야.

정신은몸의의지를수행하는손이거든.

너희, <몸을경멸하는사람>들! 4:17

너희가바보같이몸을경멸하는그순간에도

너희는자아의명령을따르고있다!

내가너희에게말해주마.

너희의자아는죽고싶은것이다.

제1부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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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9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너희의자아는삶으로부터고개를돌린것이다.

4:18 너희의자아는

자신이그토록수행하고싶어하는바로그행동,

자신을<넘어서는> 것을창조하는행동을

더이상수행할수없게된것이다!

자신을<넘어서는> 것을창조하는것,

그것이야말로자아가가장하고싶어하는행동이며

그것이야말로자아의열정전체다!

4:19 하지만이미너무늦었다.

그래서너희의자아는패하여사그라지기원하는것이다.

너희, <몸을경멸하는사람>들!

4:20 너희의자아는패해서사그라지기원한다.

그자아의명령으로너희는<몸을경멸하는사람>이된것이다!

너희는이미너희자신을<넘어서는> 것을창조할수없게되었기때문에.

4:21 그래서너희는삶에게화를내고땅에게화를낸다.

너희는옆눈길로사납게째려보면서경멸을드러내지만

실은너희스스로의식하지못하는시기가드러날뿐이다.

4:22 나는결코너희가가는길을가지않는다,

너희, <몸을경멸하는사람>들!

너희는초인에이르는다리가결코아니다.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9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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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9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형제들! 자네가미덕을가지고있고 5:1

그미덕이진정자네의미덕이라면

그미덕은어떤다른사람의미덕과도같을수없어.

물론자네는그미덕에이름을붙이고 5:2

그미덕을쓰다듬고싶겠지.

그미덕의귀를당겨보기도하면서

재미있게놀고싶겠지.

하지만봐! 5:3

이름을붙이고떠벌이는건

인민과어울려서

자네의미덕에이름을붙이고

자네의미덕을지닌채<떼> 중의하나가되는거야!

차라리이렇게말하도록! 5:4

“내영혼을괴롭히기도하고기쁘게도하는그것,

내창자가항상배고파원하는그것.

그것은말로표현할수도없고이름도없습니다.”

자네미덕은너무나고귀해서이름붙이기힘든것이야돼. 5:5

꼭이름을이야기해야된다면,

제1부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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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9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렇게더듬거리며말하는것을부끄러워하지마.

5:6 “이게제방식의선(善)이거든요. 저는이걸사랑합니다.

저는이걸좋아하지요. 저는이방식대로선이이루어지기를원해요.

5:7 이것을두고하나님이주신율법이라고하면저는싫어요.

이것을두고인간의규범이라고하거나

인간에게반드시필요한것이라고해도저는싫어요.

저세상으로이끄는이정표라고해도싫고

천국으로이끄는이정표라고해도싫어요.

5:8 제가사랑하는이것은이땅냄새가나는미덕일뿐이지요.

이미덕에는깊은생각이들어있는게아니에요.

남들도같이할만한지혜따위는더더욱없지요.

5:9 이미덕은작은새같죠.

살다보니까제집처마밑에둥지를틀었네요.

그래서사랑하게되었고아끼게되었을뿐이죠.

아, 저기보이죠? 이제작은황금색알위에앉아있군요!”

5:10 이런식으로자네의미덕을더듬거리며이야기해야돼.

이런식으로자네의미덕을찬양해야돼.

5:11 한때자네는정열24)을가지고있었지.

9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4) Leidenschaft. 감정적맹목적에너지. 영어의passion. 이번역본에서는긍정적이고제어되고있는상태의감정인Inbrunst는‘열정’으로번역함(영어의ar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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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9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리고그것을악이라고불렀어.

하지만지금자네는오직미덕만있잖아.

미덕은바로자네의그죄스러운정열로부터자라나온거야.

자네는자네가가장고귀하게여기는목표를 5:12

이정열의한복판에놓는거야.

자네의정열과자네의목표가서로작용하도록.

마침내자네의정열들은모두미덕이되고기쁨이되었지.

자네집안내력이불같은다혈질이든, 5:13

섹스를좋아하는음란한기질이든,

과대망상적인데가있든, 복수욕이강한데가있든!

이제드디어자네의이런모든죄스러운내력과정열이 5:14

미덕이된거야. 자네안의악마들이천사가된거야.

한때자네는지하실에아주사나운개들을키웠지. 5:15

하지만지금그놈들은모두새로바뀐거야.

감미로운노래를부르는새가되었지.

자네의독(毒)은이제향유가되었어. 5:16

예전엔암소의젖을짜면병든젖이나왔지.

지금은암소의젖통에서달콤한젖이나오고있잖아!

앞으로자네에게선악한것은아무것도나오지않아. 5:17

자네가가진여러가지미덕이서로싸우느라고생기는악말고는.

제1부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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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9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18 형제들! 자네에게운이따른다면하나의미덕만가지게될거야.

그러면초인으로<건너가는> 다리를좀더쉽게건널수있지.

5:19 여러가지미덕을갖춘다는것은뛰어난일이지.

하지만가혹한운명이야.

미덕과미덕이싸우는싸움터역할을하는것이너무너무넌더리나서

스스로사막으로들어가목숨을끊은사람이한둘인줄알아?

5:20 형제들! 전쟁과전투는악이라고생각해?

하지만미덕과미덕사이의시기, 불신, 비방은필요하지!

5:21 자네의미덕하나하나는제각기

가장높은자리를차지하기원하거든.

미덕은제각기자네의정신전체를원하지.

자네의정신이그미덕을알리는전령이되기를원하지.

자네의분노, 증오, 사랑에들어있는에너지전체를원하는거야.

5:22 모든미덕은다른미덕을질투하지.

질투25)는무서운거야.

질투는미덕조차파괴할수있어.

5:23 질투의불길에휩싸인자는

마침내독이있는바늘을자신에게찌르지. 전갈처럼.

9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5) 니체는 질투(jealousy)와 시기(envy)를 정확하게 구분해서 사용함. 독일어 원문으로는 각각 Eifersucht와Neid임. 질투는‘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감정’이며, 시기는‘자신이 가지지 못한것을부러워하는감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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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9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 형제들! 미덕이자기자신을공격하고 5:24

자기자신을칼로찌르는것을보지못했어?

인간은<넘어서야> 할존재야. 5:25

미덕은<넘어서기> 위해반드시필요하지.

자네는미덕을사랑해야돼. 그래서그미덕을위해파멸될수있도록!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1부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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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9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1 죽일짐승이목을수그리기전에는죽이고자하지않는다면서?

너희, 판사들! 희생을바치는자들!

봐! 얼굴이창백하게질린저범죄자는목을수그리고있잖아!

이제목을잘라도되겠네? 26)

하지만그의눈에는깊은경멸이번들거리고있지.

6:2 “내에고야말로넘어서야할무엇이지.

내에고는인간에대한깊은경멸, 그자체야.”

그의눈빛은이렇게소리치고있어.

6:3 그는자신에대해심판을내린거야.

자신에대해심판을내린이순간이야말로그에게는가장고귀한순간이지.

고귀한상태에도달한사람을다시천한상태에처박지마! 지금죽여줘!

6:4 자기자신때문에고통받는사람에대해서는

구원이란존재하지않아. 빨리죽여주는것이구원이지.

9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6) 이구절은단두대(기요틴)로밀어넣어질때사형수의목이수그러지면서그눈만번들거리는상태를묘사하고 있음. 프랑스, 독일, 스웨덴에서는 사형 집행에서 목을 자르는 방법을 씀. 프랑스는 1981년에 마지막으로 목을 잘랐고, 독일은 1949년에 마지막으로 목을 잘랐음. 독일은 1871년‘모든 사형은 목을 자르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을 법률로 정했으며 1940년대 나치 치하에서 약 3년 동안 약 30대의 기요틴을 가동하면서약20,000명의목을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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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9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런데너희, 판사들! 6:5

너희가사람을죽이는것은복수가아닌자비가되어야지.

너희는사람을죽이는만큼

너희스스로왜사는지, 삶을정당화하지않으면안돼!

너희가죽인사람과화해하는것만으론부족하지. 6:6

사람을죽인너희슬픔이초인에대한사랑이되도록!

그때비로소너희가계속사는것을합리화할수있지.

너희가죽이는사람에대해서 6:7

‘적’이라불러야돼! ‘나쁜놈’이라부르면안돼!

‘불구자’라불러야돼! ‘악당’이라고부르면안돼!

‘바보’라고불러야돼! ‘죄인’이라고부르면안돼!

너희, 붉은법복을입은판사들! 6:8

만약너희가속으로생각했던것을크게말한다면

모든사람들이이렇게외칠게야.

“이지저분한독사같은새끼! 저리가!”

생각과행동은다른거지. 6:9

행동과행동의이미지도다른거야.

이셋사이엔인과관계가없어.

창백하게질린범죄자를창백하게만든것은바로이미지야. 6:10

자신의범죄에대한이미지.27)

제1부 97

27) Bild. 이책에서는이미지혹은형상(形象)으로번역함. 24:10의주석8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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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0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범죄를저지를때에는그이미지를감당할만한그릇이었지.

하지만범죄가끝난후엔그이미지를감당하지못했던거야.

6:11 자신이저지른범죄순간의행동만을계속, 계속보게되는거지.

이건미친상태야.

그범죄자의내면에선미친, 예외상태가일상이된거지.

6:12 분필로그은선이닭을사로잡지.28)

마찬가지야.

범죄순간의그손맛기억이범죄자의단순한이성(理性)29)을사로잡아.

나는이것을행위후의광증이라고부르지.

6:13 들어! 너희, 판사들!

<행위후의광증> 말고또하나의광증이있지.

그건행위전에와.

아, 모른다고? 너희는이범죄자의영혼을제대로파헤쳐보지않았구나!

6:14 너희붉은법복을입은판사들은이렇게말하지.

“이범죄자는왜살인을저질렀지? 강도질을하려고했던거야.”

하지만내가너희들에게말해주지.

그의영혼은피를원했던거야. 강도질을원했던게아니야.

그는칼을찔러넣는순간의그손맛, 그기쁨을간절히원했던거야!

9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8) 동물 최면학의 연구는 유럽에서는 17세기부터 이루어졌음. 그 가장 유명한 사례가 닭을 붙잡아 부리에서바닥으로 분필로 선을 그은 후 닭을 놓아 두면 움직이지 않는 현상이었음. 나중에는 닭을 줄에 매어 놓고줄을 따라 분필로 선을 그은 후 줄을 없애는 실험으로 발전했음. 최종적으로 19세기 말에는 아예 분필도,줄도필요없이한동안닭을꼼작못하게한후놓아주어도움직이지못한다는사실이발견되었음.

29) Vernunft. 니체는 이 범죄자의 이야기를 할 때에 가슴(Herz), 마음(Sinn)과 같은 단어를 쓰지 않고 일관되게Vernunft를사용하고있음. 즉, 니체는이성을, ‘머릿속에서계산적으로수행하는생각’으로보고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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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0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범죄자의단순한이성은이런광증을알지못했어. 6:15

그래서범죄자는자기자신을설득했어.

“피자체는아무의미없어! 강도질을해야지. 혹은복수해야지.”

범죄자는자신의단순한이성이이야기하는소리에귀를기울였지. 6:16

그소리는납처럼그의이성에자리잡게됐어.

그래서살인을하면서돈을빼앗는거야.

그래서그는자신이미쳤다는사실을인정하지않을수있고

그에대해부끄러워하지않을수있게되지.

자, 그래서이제“돈때문에사람을죽였다”라는납덩이가 6:17

그의이성속에점점더무겁게자리잡게되지.

그의단순한이성은한없이마비되고한없이가라앉고한없이무거워지지.

그범죄자가머리를흔들어 6:18

납덩이를털어낼수만있다면! 하지만누가그머리를흔들어줄수있겠어?

그렇다면도대체이범죄자는어떤존재지? 6:19

정신을통해세상으로나온병원균덩어리지.

이병원균덩어리는세상에서먹이를찾고있는거지.

그렇다면도대체이범죄자는어떤존재지? 6:20

자기들끼리노상싸우는흉측한뱀덩어리지.

이제한마리씩떨어져세상에서먹이를찾고있는거지.

봐! 그불쌍한몸을! 6:21

그불쌍한영혼은그몸이고통받았던것, 그몸이욕망했던것을

제1부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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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0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제제대로해석한거야.

자신의행위가돈이아니라살인에대한추악한욕망때문이었다고,

칼을찔러넣을때의손맛에대한추악한욕망때문이었다고해석한거야.

6:22 저불쌍한영혼은아파. 저불쌍한영혼을악이덮친거지.

오늘우리시대에악이라부르는악30)이덮친거지.

자신을해친것을가지고이제남을해치기원하는거지.

하지만우리시대말고다른시대들이있었고

우리시대의<선과악> 말고도, 다른<선과악>이있었어.

6:23 한때는하나님을의심하는것이악이었지.

한때는자아를원하는것, 자아를의지(意志)하는것이악이었지.

한때불구자는이단자혹은마녀로취급받았지.

이단자혹은마녀로취급받게되자

거꾸로세상에고통을끼치기원했지.

6:24 하지만내가하는이런소리는

너희, 판사들의귓구멍에는들리지않을걸?

오히려내게

그런소리는너희의<선량한사람>들을해친다고말하지.

하지만너희의<선량한사람>들을해친들?

6:25 너희의<선량한사람>들중엔

나로하여금구역질을하도록하는인종들이많아.

10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0) 사람에게칼을찔러넣을때의손맛에대한욕구는‘문명’사회가아니었을때에는얼마든지해소할수있는욕망임. 심지어‘용감성’, ‘과단성’으로칭찬받을수있는소질임. ‘문명’사회에서는이욕망은해소시킬방법이없는욕망, 즉악(惡)이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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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0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들이악해서구역질이나는게아니야.

아, 너희의선량한인민들이차라리

미쳐버렸으면! 미쳐서패배해사그라졌으면!

마치이창백하게질린범죄자처럼!

차라리너희의선량한인민들이미쳐서그광증이 6:26

‘진실’혹은‘충성’혹은‘정의’라고불렸으면!

하지만미치기는커녕

비참한싸구려인생으로오래, 오래살게해주는미덕을갖추고있지.

나는계곡물옆의난간같은존재야. 6:27

내말뜻을붙잡을수있는사람은날붙잡고지나가! 31)

하지만난지팡이역할은사양하겠어.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1부 101

31) Fasse mich, wer mich fassen kann. 니체문체의아름다움을보여주는예임. 불과여섯개의단어로이루어짐. ‘fassen’이라는동사에는처음엔‘이해하다’, 두번째는‘붙잡다’의뜻으로사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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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0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1 글중에서내가사랑하는글은

피로쓴글이지.

피로글을써봐.

피가정신이라는걸알게되지.

7:2 낯선피를이해하는것은쉬운일이아니야.

내피는독자들에게낯선피야.

나는빈둥거리기위해글을읽는사람들을미워해.

내글을읽으려면힘을좀써야지.

7:3 독자들을잘아는사람은독자에게더내놓을게별로없어.

독자들과같은피를가졌기때문이야.

<독자의시대>가앞으로백년더계속되고나면

정신자체가썩어문드러져고약한냄새가날거야.

7:4 모든사람이읽을수있다는것은

길게보면, 글쓰기를망칠뿐아니라생각하기도망칠거야.

7:5 한때는하나님을떠받들었지.

그러고나서는인간을떠받들었어.

지금은폭도를떠받들어.

10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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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0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피와아포리즘32)을사용해서글을쓰는작가는 7:6

읽히기를원하는게아니야.

암송되기를원하는거지.

산에서는봉우리에서봉우리로건너뛰는게제일빠르지. 7:7

하지만그렇게하려면다리가엄청길어야돼.

아포리즘은봉우리야.

아포리즘을읽는사람은거인이야해.

산에비유해서내글의분위기를말해줄까? 7:8

공기는성글성글하고순수하지.

위험은바로옆에있고.

정신은짓궂은심술에가득차있어.

서로잘어울리는특징들이지?

난주위에꼬마귀신들을두지. 7:9

난용기가많거든.

망령을겁에질리게만들어쫓아버린바로그용기가

꼬마귀신들을만들었지.

용기는웃고싶어해.

내가느끼는방식은아마자네가느끼는방식하고는다를걸? 7:10

제1부 103

32) Spruch. 영어로는 aphorism. 우리말로는 정확히 대응하는 말이 없음. ‘잠언’이 가장 가까운 말임. ‘잠언’이라는 표현은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번역자는 이미 외래어로 자리를 잡은 아포리즘을 사용함. 아포리즘은“함축된 뜻과 지혜와 진실이 가득한 짧은 글”을 뜻함. 얼마나 짧은가는 매우 가변적임. 문장 하나가 될 수도 있고 서너 페이지가 될 수도 있음. 거두절미, 촌철살인으로 툭툭 던지는 식으로 표현하는것임. 니체는『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1878)부터글을아포리즘형식으로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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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0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여기내발아래검은먹장구름이꽉끼어있군.

난그걸보고웃지.

하지만자네에겐하늘에드리운, 겁나는천둥번개구름.

7:11 자네는숭고해지기위해서위를쳐다보지?

나는밑을내려다봐.

나는이미숭고해졌으니까.

7:12 자네중에웃으면서동시에숭고한감정을느끼는사람이있을까?

7:13 산중에서도가장높은산꼭대기에오른사람은

진짜비극혹은상상속의비극,

모두에대해웃을수있어.

7:14 용기있고, 담담하고, 코웃음치고, <거침없는> 것.

그게바로지혜가우리에게바라는모습이야.

지혜는여자거든. 지혜는전사(戰士)만사랑해.

7:15 자네는나한테말하지.

“사는것은힘들어!”

하지만사는게힘들지않았다면

아침에뿌듯한자부심을느껴야할이유가뭐지?

저녁에체념을느껴야할이유가뭐지?

7:16 사는건힘들지.

하지만너무곱디고운사람인척하지마!

우리모두는상당히튼튼한수탕나귀, 암탕나귀들이거든!

10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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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0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무거운짐을감당할수있게생겨먹었거든!

아침이슬한방울이매달려있기때문에 7:17

바르르떠는장미꽃봉오리…

우리랑장미꽃봉오리사이에공통점이무엇일까?

그래. 우리는삶을사랑하지. 7:18

하지만삶에익숙하기때문에삶을사랑하는게아니야.

사랑에익숙하기때문에삶을사랑하는거지.

사랑에는항상광증(狂症)이좀포함돼있지. 7:19

하지만광증에는항상일정한방식이있어.

나도삶을사랑해. 내경우엔 7:20

나비나비누거품같은것들이

행복을가장잘이해하고있다고생각돼.

사람들중에나비나비누거품같은특성을가진사람들이

행복을가장잘이해하고있다고생각돼.

이가볍고, 바보스럽고, 섬약하고, 애처로운 7:21

작은영혼들이날개짓하고다니는것을보면

나는눈물이나고노래를부르게되지.

그래서나는춤추는법을알았던신33) 하나만믿을수밖에없어. 7:22

제1부 105

33) 디오니소스를의미함. 디오니소스는춤, 황홀, 광기, 죽음/부활의상징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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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0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23 내눈에악마가보일때에는

악마는항상심각하고, 철저하고, 심오하고, 엄숙한모습을하고있지.

내악마는<중력의영(靈)>34)이야.

모든것을잡아당겨못움직이게해서망치지.

7:24 증오로죽이는법말고도웃겨서죽이는법도있어.

자, <중력의영>을웃겨서죽여보자고!

7:25 걷는법을배우자마자나는줄곧뛰면서살았지.

나는나는[飛] 법도배웠어.

나는법을배우자누가나를더이상떼밀필요가없어졌어.

7:26 나는경쾌하게움직여.

나는날지.

나는내자신의모습을내려다보며살지.

신이하나, 내속에서춤추고있거든.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0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4) 32:9, 46:9~46:21, 56:20 참조. 니체는 자기 내부의 심리 성향 중 결벽증적이고 염세적이고 비관적일 정도로강력한수퍼에고(프로이드심리학) 혹은페르소나(융심리학)를<중력의영>이라불렀다고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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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0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는 젊은이 하나가자신을 슬슬피해 다니고 있다는걸 눈치챘

어. 짜라두짜는어느저녁<얼룩암소>라고불리는마을을둘러싼산을

거닐고 있었지. 아 글쎄! 그 젊은이가 나무에 기대어 맥없이 계곡을 보

고있는거야. 짜라두짜는젊은이가기대어앉은나무를붙잡으며이렇

게말했지.

“내가손으로이나무를흔들려고하면안흔들리지. 8:2

하지만눈에보이지않는바람은이나무를 8:3

마음대로괴롭히고

마음대로굽혀버리지.

우리도마찬가지야.

눈에보이지않는것이우리를제일많이괴롭히고휘게만들지.”

짜라두짜가 이렇게 말하자 젊은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 크게 놀

란표정으로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님생각을하고있었는데짜라두짜님목소리를듣게됐군요.”

짜라두짜가답했어. 8:5

“그렇다고놀랄건없잖아?

자, 아까하던이야기를마저해줌세.

제1부 107

8:1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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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1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8:6 사람도나무와마찬가지야.

높게자라고빛을많이받고싶으면

그뿌리는땅속으로가차없이파고들어가야해.

밑으로…어둠속으로…깊숙이…악속으로.”

8:7 “그래요! 악속으로!”

젊은이가부르짖었지.

“어떻게내영혼을들여다볼수있었죠?

그생각을하고있었는데!”

8:8 짜라두짜가미소지으며말했어.

“내가만든영혼이아닌데어떻게남의영혼을들여다볼수있겠나?”

8:9 “그래요! 악속으로!”

젊은이가다시부르짖었어.

8:10 “짜라두짜님말은진실입니다.

<높은곳>35)으로올라서려고한이후

나는내자신에대한신뢰를잃어버렸죠.

또아무도나를신뢰하지않아요. 왜이런일이생기죠?

8:11 요즘나는변덕스럽기짝이없죠.

오늘의내가어제의나를부정하는식이에요.

<높은곳>으로올라갈때에층계를뛰어넘는수가종종있는데

10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5) Höhe. <높은 곳>은 짜라두짜에서 수십 번 사용되는 핵심 개념임. 삶과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의관점임. 필연적으로고독할수밖에없음. 29:31, 29:3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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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1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때마다층계에걸려넘어지죠.

올라선후에는너무외로워요. 8:12

아무도내게말을거는사람이없고

고독은서릿발처럼차가워서나를떨게만들죠.

도대체이<높은곳>에서내가뭘원하는거지? 라는생각이들죠.

나자신에대한경멸의감정과사람에대한그리움이점점커지죠. 8:13

높은곳으로올라설수록

올라가고있는자신을점점더경멸하게되지요.

도대체이<높은곳>에서내가뭘원하는거지라는생각이들죠.

자꾸발이넘어지며올라가고있는내모습도부끄럽고 8:14

가쁜숨을몰아쉬고있는내모습도경멸스러울뿐이죠.

날수있는사람이얼마나얄미운지!

<높은곳>에서는얼마나지치고피곤한지!”

젊은이는 여기까지 말하고 조용해졌지. 짜라두짜는 옆에 서 있는 나무

를한동안바라보며생각에잠겼어. 그리고마침내입을열었지.

“이나무는이곳산에외롭게서있지. 8:16

사람과짐승보다훨씬더높게자랐지.

만약이나무가말을한다해도 8:17

그말을알아들을사람아무도없을거야.

그토록높게자라버린거야.

제1부 109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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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1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8:18 이제이나무는기다리고또기다리지.

그런데무엇을기다리는걸까?

우듬지가이미구름까지닿았는데.…

어쩌면첫번개에맞기를기다리고있는걸까?”

8:19 짜라두짜가이렇게말하자젊은이는격렬하게몸짓하며외쳤어.

“네! 짜라두짜! 진실을말씀하신겁니다. 높은곳에올라갔을때나는파

괴되기를원했지요. 짜라두짜, 당신은내가기다리던번개이죠! 보세요!

당신이이곳우리들이있는곳에나타난이후나는도대체무엇이된겁

니까? 나를파괴한것은당신에대한시기심입니다.”

젊은이는 이렇게 말하고 비통하게 울었어. 짜라두짜는 젊은이의 어깨

에손을두르고젊은이와함께걷기시작했지.

8:20 한동안걸은후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어.

8:21 이야기를들으니가슴이빠개져.

자네이야기보다

자네눈빛은더절절하게

자네가처해있는위험을알려주고있지.

8:22 자넨아직자유롭지않아.

아직자유를찾고있지.

자유를찾는일이고되어서

너무지쳤고너무신경이곤두서게된거야.

8:23 자네는탁트인<높은곳>을의지(意志)하고있고

자네영혼은별과같은존재가되기를갈구하고있지.

11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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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1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자네속의나쁜성향들역시자유를갈구하고있는거야.

본능이라는사나운개들이자유를의지하고있지. 8:24

자네가

자네를가둔감옥들을모두부수고있는동안

자네가슴속지하실에가두어놓은개들도기쁨을달라고짖어대고있는거야.

내보기에자네는아직 8:25

자유를상상하고있는죄수야.

영혼이죄수인사람들이있어.

그런죄수는똑똑하긴하지만잘속이고비열하지.

정신이자유로운사람역시자신을정화해야돼. 8:26

감옥에갇혀있던시절부터있었던

썩은요소들이많이남아있거든.

눈이더순수해져야지.

그래. 자네가처해있는위험을알아. 8:27

하지만나의사랑과희망을담아자네에게간절히부탁할게.

제발사랑과희망을버리지마!

자네는여전히스스로고귀하다고느끼잖아. 8:28

자네를싫어하고자네에게악의에찬눈길을보내는사람들도

자네가고귀하다는것을알지.

모두들고귀한사람을장애물로여긴다고.

<선량한사람>도고귀한사람을장애물로여기지. 8:29

제1부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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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1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선량한사람>이고귀한사람을‘훌륭한사람’이라부를때에도,

<선량한사람>은고귀한사람과거리를두기위해그렇게부르는거야.

8:30 고귀한사람은새로운것을창조하기원하지.

새로운가치를창조하기원하지.

<선량한사람>은낡은것을원해.

낡은것이유지되기를원하지.

8:31 고귀한사람이어느날고귀함을포기하고

<선량한사람>으로변하는건위험한일이아니야.

모든것에대해뻔뻔하게굴고, 모든것을비웃고,

모든것을파괴하는사람으로변하는것!

그게위험한거야.

8:32 아, 숭고한희망을잃어버린고귀한사람들을알지.…

한번그렇게되고나니까숭고한희망전체에대해비웃고다니더군.

8:33 찰나의쾌락을쫓아뻔뻔하게살더군.

그날하루를넘어서는목표라곤전혀없이.

8:34 “정신역시감각적쾌락일뿐이다”라고말하더군.

정신의날개가부러진거지.

부러진날개가정신에들러붙어

날개에자양분을공급해주는정신을온통지저분하게만든거야.

8:35 한때그들은영웅이되는것을추구했었지.

지금그들은쾌락에빠져사는방탕아들에불과해.

11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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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1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지금그들에게영웅이란고통이고공포일뿐이지.

하지만나의사랑과희망으로자네에게간절하게부탁할게. 8:36

제발자네영혼속의영웅을내치지마!

자네의숭고한희망을간직해!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1부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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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1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9:1 죽음을설교하는사람들이있지.

이승을떠나는것에관해설교를들어야만하는사람들로이땅은꽉차있지.

9:2 이세상엔<남아도는사람>36)이너무많아.

<많고많은사람>들때문에이제생명자체가더럽혀진거야.

그들이제발좀‘영생(永生)’을찾아서얼른이세상을떠났으면좋겠어!

9:3 <노란사람> 혹은<검은사람>.37)

죽음을설교하는사람들은그렇게불리지.

하지만나는그자들에게좀다른색옷을입혀서38) 설명할게.

9:4 몸속에사나운짐승이깃든무서운놈들이있어.

이런놈들은섹스광증이든금욕이든

둘중하나를택할수밖에없지.

섹스광증을택하더라도이섹스조차이놈들에겐일종의금욕이야.

11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6) <남아도는 사람>과 <많고 많은 사람>은 <떼>, 대중, 인민, 어중이떠중이, 폭도와 마찬가지로, 부정적 의미임. 독일어로는각각Überflüssigen과Viel-zu-Vielen임.

37) 노란색은유대교를의미하고검은색은기독교를의미함. 예를들어스탕달의『적과흑』에서‘흑’이기독교성직을 의미했음. 한편 노란색은 유대교임. ‘배신자 유다(Juda Iscariot)’는 항상 노란색 옷을 입은 것으로그림에묘사됨. 스페인종교재판(auto-de-fe)에서피고는노란색옷을입고나왔음. 프러시아에서는유대인은노란색헝겊을가슴에달고다녀야했음. 중세일부국가에서는유대인은노란색옷을입고다녀야했음.

38) 이 챕터에서는 유대교와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염세주의, 비관주의 사상을 비판하겠다는 뜻임. 또한염세주의, 비관주의사상은본질적으로유대교나기독교와동일하다는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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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1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놈들은인간이라고도할수없는놈들이지. 9:5

이놈들은무서운놈들이야.

이놈들더러지들마음대로이승을떠나는것에대해설교하라고해!

그리고자기들부터빨리떠나라고해!

그리고또영혼에결핵이걸린놈들이있지. 9:6

이놈들은이세상에태어나자마자바로죽어가기시작하는놈들이야.

“세상만사는피곤한것이다”라든지

“가진것을포기해야한다”같은가르침을갈망하지.

이놈들은죽고싶어해. 9:7

나는이놈들의바람이정말, 정말이루어지기바라.

이미죽어있는놈들이야.

이놈들을깨우지않도록조심해야해!

이미<살아있는관(棺)> 같은놈들이야. 이관을부수지않도록조심해야해!

이런놈들은 9:8

병든사람을보거나노인을보거나시체를보면

감탄의소리를지르지.

“드디어생명을패배시켰구나!”

하지만패배당한것은바로그들자신이지. 9:9

그들과, 존재의한측면밖에볼줄모르는그들의눈알이패배당한거지.

깊고깊은우울에잠겨숨죽이고 9:10

죽음을가져올작은사건을갈망하면서

이놈들은이를악물고있는거야.

제1부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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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1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9:11 혹은남의손에들린사탕을빼앗기도하지.

그리고자기자신의유치함을비웃어.

지푸라기같은자신의생명에매달리기도하지.

그리고스스로비웃어.

9:12 그들이지혜라고부르는것은이런식이야.

“삶을계속한다는것은바보짓이야.

우린모두바보지!

삶을계속한다는것이야말로살면서범할수있는가장바보같은짓이지!”

9:13 그들중일부는“삶은고통일뿐이다”라고떠들어.

아, 그거맞는말이야.

그러니너희놈들부터빨리죽어버려!

고통뿐인삶을끝내도록!

9:14 너희놈들이가르치는미덕을이렇게바꾸도록!

“너자신을죽여라!

네가타고난생명, 그자체를훔쳐라!”

9:15 죽음을설교하는놈들중에는

“섹스는죄다”라고떠드는놈도있어.

“섹스를피하고아이를낳지말자!”

9:16 이렇게떠드는놈도사실은죽음을설교하는놈이야.

“아이를낳는것은고통이다.

왜아이를낳아야하는가?

낳아봤자불행한존재를하나더만드는것에지나지않거늘!”

11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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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1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인간은불쌍한존재다. 9:17

내가가진것을가져가라!

나를가져가라!

당신이가져가면갈수록나를삶에묶고있는끈은점점더약해진다!”

이렇게떠드는놈도있지.

만약이놈들이이웃에대해연민한다면, 9:18

남들더러“내것, 가져가세요!”라고말하는대신에,

남들에게삶자체에대한혐오를가르치려노력했어야하지않아?

그런가르침을주는대신에자기것만가져가라고떠들다니!

악해지는것-이게바로이놈들의선이지.

하기야그들은정말로삶으로부터벗어나고싶어하지. 9:19

그렇다면왜두손에금욕의사슬과선물을들고

남들을삶에더욱더단단히묶는거지?

그리고자네, 9:20

삶이란끝없는고역이고불안이기만한자네,

자네역시삶에너무지쳐있는것아니야?

죽음의설교를받아들일채비가돼있는것아니야?

그리고자네들모두! 9:21

끝없이일하는것을소중히여기고

빨리변하는것, 새로운것, 기이한것을찾고있는자네들!

자네들역시자기자신을억지로견디고있는것아니야?

열심히사는것은

삶으로부터도망치기위한것,

제1부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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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2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자신을잊기위한것아니야?

9:22 자네가삶을좀더믿는다면

매순간몰입하는것을덜해야하지않을까?

자네에겐기다릴줄아는능력

혹은게으름부릴줄아는능력이부족한것아니야?

9:23 어딜가든죽음을설교하는소리가울리고있지.

죽음에대한설교를들어야만하는

불쌍한존재들로이땅은꽉차있지.

9:24 죽음에대한설교든, ‘영생’에대한설교든사실은다같은거야.

그런설교를좋아하는자들이빨리죽을수있기를!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1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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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2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戰士)

숙적(宿敵)이우리를건너뛰고 10:1

다른사람이랑싸우기원하지않지.

마음깊이사랑하는이가우리를건너뛰고

다른사람을사랑하기원하지않지.

그러니내가자네에게진실을이야기해줌세.

전쟁터에나간내형제들! 10:2

나는자네들을진정으로사랑해.

나자신, 자네들과같은종류의인간으로살아왔어.

나는또한자네의숙적이기도하지.

그러니내가자네에게진실을이야기해줌세.

나는자네가슴속에깃들어있는증오와시기를알지. 10:3

자네는증오와시기를초월할정도로위대하지는않아.

그러니자신이가진증오와시기를부끄러워하지않는것,

그것이자네의위대한점이되도록.

깨달음을발견하는성자(聖者)가되지못한다면 10:4

최소한깨달음을옹호하기위해싸우는전사(戰士)가되도록.

그런전사야말로성자의동반자.

또한성자의등장을알리는예고자.

제1부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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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2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0:5 군인은많지만전사는드물어!

군인은하나같은군복을입지.

군복밑에감춰진영혼들이하나같은영혼이아니길!

10:6 자네, 전사는항상적을찾아다니도록.

바로자네자신의적을!

사람들은자네를보자마자증오하는경우도있을걸세.

10:7 적을찾아내서전쟁을벌이도록.

자네의의견을옹호하기위한전쟁을!

만약자네의의견이패배당한다면

정직한자네의정신은상대의승리에대해

승리의노래를부르지않을까?

10:8 평화는새전쟁을벌이기위한수단일뿐.

긴평화보다는짧은평화가필요할뿐.

10:9 나는자네에게일하지말고싸우라고권해.

나는자네에게평화가아니라승리를권해.

싸움이자네의일이되기를!

승리가자네의평화가되기를!

10:10 사람은활에화살을먹이고겨눌때만조용해져.

보통은노상혀짤배기소리로떠들고다툴뿐.

그러니싸움터로나가.

평화는항상, 싸움에서이겨서얻은평화이기를!

12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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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2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훌륭한명분이있으면전쟁도신성한것이될수있다? 10:11

천만에!

훌륭한전쟁은어떤명분이라도신성하게만들수있다!

전쟁과용기가자선보다훨씬더위대한일을해냈어. 10:12

불행한사람들을구원해온것은

자선이아니라용기였거든.

“그렇다면선이무엇입니까?” 10:13

라고묻겠지?

용기있게사는것이선이야.

작은여자애들이나

“선은예쁜것이고요, 또감동을주는것이에요”

라고종알대게내버려두게.

전사가되면 10:14

사람들은자네보고“따듯한가슴이없다”고말하겠지.

하지만자네의가슴은진실되잖아!

자네가친절한마음이드는것에관해조심스러워한다는점을나는사랑하지.

감정이벅차넘치는것을부끄러워하도록.

남들은감정이식어가는것을부끄러워하지만.

못생겨서걱정이라고? 10:15

괜찮네, 형제!

숭고한기품을갖추면돼.

기품은외모를덮어버리지.

제1부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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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2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0:16 자네의영혼이성장하게되면

영혼은교만해지지.

그리고자네의숭고한기품안에는

사악한데가생겨나.

난자네를잘알아.

10:17 사악해지면

자네의교만함과나약함이서로손을잡지.

하지만그놈들은서로오해하고있는거야.

힘을합칠수있다고오해하는거야.

난자네를잘알아.

10:18 증오하는적을가지되경멸하는적을가지지말도록.

일단자네의적이되면적에대해자부심을가져야해.

그러면적의승리가자네의승리가되는거야.

10:19 반항은노예가자신의존엄성을보이는방법이지.

자네는복종으로스스로의존엄성을보여!

명령조차복종으로내려!

10:20 전사에게는

“마땅히너는□□해야한다”가

“나는□□를의지한다”보다어울리지.

전사인자네는소중히여기는것에대해스스로에게

“마땅히너는□□해야한다”라고명령을내려야돼.

10:21 숭고한희망에대한사랑을곧삶에대한사랑으로삼도록!

12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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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2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또한삶에대한가장숭고한개념을곧숭고한희망으로삼도록!

삶에대한가장숭고한개념을자네에게전하고싶네. 10:22

“인간은<넘어서야> 할존재다.”

자, 이제복종과전쟁으로이루어진인생을살도록. 10:23

오래산다는게무슨의미가있겠어?

전사에게

죽음을면한다는게무슨의미가있겠어?

나는자네들에게진실을면하게해줄생각이없어. 10:24

자네들을진심으로사랑해!

싸움터의내형제들!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1부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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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2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1:1 어딘가에는아직인민과<떼>가있겠지만

여기에는더이상없어, 형제들!

여기에있는것은국가뿐.39)

11:2 국가? 그게뭔데?

자! 귀를쫑긋세우고들어.

나는이제부터인민이죽었다는이야기를할테니까!

11:3 차가운괴물중에가장차가운놈이바로국가지.

국가는거짓말을할때도차갑게해.

국가라는괴물의아가리에서거짓말이스멀스멀기어나오지.

“나, 국가가바로인민이다.”

11:4 이건새빨간거짓말이야!

인민과민족은모두시조(始祖)를가지고있어.

그들이인민을만든창조자야.

인민을만든창조자들은인민에대한믿음과사랑을내걸었어.

그창조자들에게는인민을만들어내는게바로생명을섬기는거였어.

12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9) 사회와 국가가 다른 개념이듯이 인민과 국가는 전혀 다른 개념임. 이 챕터에서 니체가 말하는 인민은 (근대) 국가가등장하기전, 모여살던상태의사람들을뜻함. 니체의인민은민족(ethnic group)과비슷한개념임. 그리스인민, 페르시아인민, 히브리인민과같이사용하고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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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2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파괴자들이<많은사람>40)을사로잡는함정을팠지. 11:5

그리고그걸국가라고불렀어.

국가를만든파괴자들은인민에게칼과갖가지탐욕을내걸었지.

아직인민이존재하는곳에서는 11:6

인민은국가를알지못해.

인민은국가란놈을보기를,

관습과법률을파괴하려는<사악한눈>41)으로보고미워하지.

한가지징표만말해줌세. 11:7

세계각지역마다인민이존재하지.

한지역의인민은자기고유의<선과악에대한언어>가있어.

한지역인민의<선과악에대한언어>를

다른지역인민은이해하지못해.

인민은<선과악에대한언어>를

바로자신의고유한관습과법률의형태로만들었어.

하지만국가를봐. 11:8

<선과악에대한언어>라면무슨언어든지다떠벌이잖아?

떠벌이는것은모두거짓이고

제1부 125

40) 독일어원어는Viele.41) böse Blick. 전 세계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을 제외한 모든 다른 지역에서는 <사악한 눈>에 관한 믿음이 있

었음. “시기심(envy)이 가득한 악의에 찬 눈길로 사람을 보면 저주를 하게 되는 것”이라는 믿음임. 십계명의“네이웃의것을탐하지말라”할때탐하다(covet) 역시<사악한눈>을뜻한다는해석이있음. 유대인들은 좋은 소식을 듣거나 큰 칭송을 들으면“<사악한 눈>이 보지 않도록!”이란 뜻의 말을 외치는 관습이 있음. 터키에서는<사악한눈>을막기위한부적을나자르(nazar)라고하며이부적을터키항공의심벌로사용함. 또한하스마(hasma)라불리는손모양의부적역시<사악한눈>을막기위한것임. 하스마를유대인들은‘미리암의손’이라부르고이슬람교도들은‘파티마의손’이라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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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2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가지고있는것은모두훔친것이지.

11:9 국가는전부가짜야.

물어뜯을때에도훔쳐온이빨로물어뜯지.

국가의내장(內臟)조차가짜야.

11:10 <선과악에대한언어>의혼란!

이게바로국가의징표야.

이징표는바로<죽음에대한의지>를나타내는징표지!

<죽음을설교하는사람>42)들을불러들이는징표지.

11:11 <많고많은사람>들이태어난거야.

국가는<남아도는사람>들을위해만들어진거야.

11:12 국가가이<많고많은사람>들을어떻게유혹하는지한번봐!

국가가이남아도는존재들을삼키고씹고또씹는것을한번봐!

11:13 “하나님이세상을조종하기위한손길로서만드신

나, 국가보다더위대한것은없다!”

이렇게국가는으르렁거리지.

국가앞에무릎을꿇는것은반드시

눈이나쁜사람이나바보만있는건아니야!

11:14 아! 자네, 위대한영혼에대고도

국가는엄청난거짓말을속삭이지.

12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42) 9:12,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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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2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열정이넘쳐서기꺼이스러지기원하는가슴43)을귀신같이알아보거든!

아! 또자네, 늙은하나님을정복한자네도국가는알아보지! 11:15

자네는늙은하나님과싸우느라지쳤잖아?

지쳐서이제국가라는새로운우상을섬기게되거든!

국가라는새로운우상은자기주위에 11:16

영웅과존경스러운사람들을벌려세우기를좋아해.

이새로운우상은훌륭한양심이내려쪼여주는따듯한햇살을즐기기좋아해.

이차가운괴물!

이새로운우상은 11:17

자네가숭배를바치기만하면자네에게무엇이든주지!

자네의미덕과자존심을돈주고사는거야.

자네를사용해서<많고많은사람>들을유혹하려는거지. 11:18

그래.

국가는지옥이만들어낸교활한도구야.

국가는<죽음으로이끄는말[馬]>이지.

이말을치장해서짤랑대고있는마구(馬具)는<신성한명예>라고불리지!

국가는스스로생명이라꾸며대지만그안에는 11:19

많은사람의죽음이준비되어있지.

국가야말로

<죽음을설교하는사람>들에대한한없이경건한예배지!

제1부 127

43) 애국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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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3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1:20 선량한사람이든나쁜사람이든모든사람이독을마시는곳,

그곳이바로국가지.

선량한사람이든나쁜사람이든모든사람이자기정신을잃는곳,

그곳이바로국가지.

선량한사람이든나쁜사람이든모든사람이

천천히진행되는자살을범하면서이를삶이라부르는곳,

그곳이바로국가지.

11:21 이<남아도는사람>들을봐!

남이만들어놓은것을훔쳐오고

현자들이쌓아놓은보석같은지혜를훔쳐와서

‘문화’라고부르지.

이들이손을대면무엇이든병이되고재앙이돼버려.

11:22 이<남아도는사람>들을봐!

다들아프잖아!

우울을토해놓고이를‘신문’이라부르잖아!

서로삼켜잡아먹지못해난리를치고있지만

실은아무것도소화할수없잖아!

11:23 이<남아도는사람>들을봐!

부(富)를쌓지만그부때문에더가난해지잖아!

권력을갈망하고

‘큰돈’이라불리는, 권력을움직이는손을갈망하지만

그갈망은바로자기자신의무력함을내보일뿐이잖아!

12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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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3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재빠른원숭이들이기어오르는걸봐! 11:24

서로머리를밟고올라서려고난리를부리잖아.

서로엉켜진흙탕으로떨어지고

마침내까마득한절벽으로떨어지고말잖아!

이사람들은권좌를향해아귀다툼을하지. 미친듯이. 11:25

마치권좌에행복이존재하는것처럼!

하지만권좌위엔똥이있는데…

그리고권좌는똥위에있지…

이사람들은모두미친사람으로보여. 11:26

서로머리를밟고올라서려는원숭이로보여.

너무너무맹렬하지.

이사람들의우상, 그차가운괴물,

국가는고약한냄새를풍기지.

이사람들, 이우상숭배자들도모두고약한냄새를풍기지.

형제들! 11:27

이사람들의짐승같은입냄새와탐욕속에서숨막히게살고싶어?

차라리창을깨고바깥신선한공기속으로뛰어내려!

이고약한냄새를멀리해! 11:28

<남아도는사람>들의우상숭배를떠나!

이고약한냄새를멀리해! 11:29

희생으로바쳐진인간이불타면서뿜어내는연기가맴도는곳을떠나!

제1부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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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3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1:30 땅은아직위대한영혼을품을수있지.

아직도많은곳에는고요한바다내음이감돌아.

아직도많은곳은고독한사람, 고독한커플을품을수있어.

11:31 위대한영혼은아직자유로운삶을살수있어.

잡은것이적은사람은잡힌것도적어.

알맞을정도로가난한게좋은거야.

11:32 국가가없어진곳,

그곳에서비로소<남아돌지않는인간>이시작돼.

꼭있어야만하는인간의노래가시작돼.

유니크하고다른음악으로대체할수없는음악같은

인간의노래44)가시작돼.

11:33 국가가없어진곳.

형제들! 그곳이보여?

그곳에초인에이르는무지개와다리가있는게보이지않아?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3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44) das Lied des Nothwendigen, die einmalige und unersetzliche Weise. 개인주의철학을아름답게표현한시구(詩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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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3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달아나! 친구! 고독속으로! 12:1

<위대한사람>들의큰소리에귀가멍멍하고

<좀팽이같은사람>들의콕콕찌르는소리에마음이상하잖아!

숲과바위는자네와함께하더라도조용하기만하지. 12:2

가지를넓게벌린나무같은존재가돼.

고요하게바다위로몸을기울여살피잖아.

고독이끝나는곳에서시장이시작되지. 12:3

시장이시작되는곳에서

위대한배우들의큰소리와

독(毒)파리들의왱왱거리는소리가시작되지.

세상에서는아무리좋은것이라도 12:4

그것을사람들에게근사하게제시하는사람이없다면아무소용이없지.

이렇게근사하게제시하는사람을

인민은‘위대한사람’이라고불러.

인민은무엇이위대한지모르는거야. 12:5

인민은창의성이위대한지모르는거야.

하지만인민은

남이만든위대한것을제시하는사람을,

제1부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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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3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남이만든위대한것을연기해내는배우를좋아들하지.

12:6 세계는새로운가치를만들어내는창조자를중심으로회전해.

느껴지지않을정도로조용히조금씩회전하지.

하지만인민과영광은배우를중심으로회전해.

그게‘세상이치’야.

12:7 배우는정신을가지고있지만,

<정신의양심>45)은가지고있지않지.

배우는항상믿음을가장잘불러일으키는것을믿어!

배우자신에대한사람들의믿음을가장잘불러일으키는것을믿어!

12:8 배우는그래서매일믿음을바꾸지.

내일은오늘과다른믿음을믿고

모레는내일과다른믿음을믿지.

배우는, 인민이가지고있는눈치빠른‘감’을가지고있지.

아, 그리고변덕스럽기도해.

12:9 사람들의얼을빼서혼을홀리는것.

배우는그걸두고‘증명한다’고불러.

사람들을열광시키는것.

배우는그걸두고‘확신시킨다’고불러.

피가낭자하면더좋겠지.

배우는피야말로가장강력한설득수단이라고보니까.

13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45) 니체의 정신은 지성, 이성임. <정신의 양심>은 지적(知的) 정직성(intellectual integrity)를 의미함.64:18~64:3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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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3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들을귀를가진자만들을수있는진리를 12:10

배우는거짓말이라고부르지.

아무소용없는것이라고부르지.

아, 배우는신들중에서도

시끄러운소음을만들수있는신들만믿어!

시장은엄숙한표정을한광대들로꽉차있어. 12:11

인민은자신들이떠받드는<위대한사람>들에대해떠벌이지.

이<위대한사람>들이그순간의영웅이야.

하지만그순간이지나가면아무것도아니잖아? 12:12

그래서<위대한사람>들은압박감을느끼지.

그래서<위대한사람>들은이제자네를압박하지.

“찬성이오, 반대요? 밝히시오!”라고자네에게요구하지.

아, 이런!

지지냐반대냐, 그사이에끼어들면안돼!

진실을사랑하는자네! 12:13

혹시이<위대한사람>들이진실을앗아갈까, 질투할거없어.

이딱딱하게굳은억압적인사람들을질투할거없어.

진실이란여인은

딱딱하게굳은팔에안긴적이없거든.

시장에서는난데없이앞에나타나 12:14

“찬성이오? 반대요? 밝히시오!”

라고압박하는황당한사람들을만나게되지.

시장에가까이가지말고평온을찾도록!

제1부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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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3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2:15 깊은우물의반응은천천히나오지.

깊은우물은자신의바닥으로무엇이떨어졌는지알기까지

시간이오래걸리거든.

12:16 위대한것은영광이나시장과는거리가멀어.

새로운가치를만들어낸사람들은항상

영광이나시장과는멀리떨어져살았어.

12:17 달아나! 친구! 고독속으로!

독(毒)파리들이자네를콕콕찌르고있어.

신선하고거친바람이부는곳으로달아나!

12:18 고독속으로달아나!

<좀팽이같은가련한사람>들과너무가까이산거야.

그사람들가슴속에감추어진복수를피해달아나!

자네에게

그사람들은복수자체일뿐이야.

12:19 그사람들과싸우겠다고팔을들필요도없어.

그사람들은셀수없이많아.

자네팔자가한낱파리채가되는게아니잖아!

12:20 그래. 이<좀팽이같은가련한사람>들은수도없이많지.

돌로지은아무리좋은건물이라도빗방울과잡초에의해파괴될수있어.

12:21 자넨돌이아니잖아!

자넨이미이빗방울들에의해움푹움푹패였잖아!

13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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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3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많은빗방울들을계속맞다가는

금이가서갈라지고말걸.

독을가진파리때문에지쳐있다는것을알아. 12:22

수백군데도더쏘였다는것을알아.

자존심이세서화를내지않는다는것도알아.

저사람들은자기가무슨짓을하는지도모르고자네피를빨기원해. 12:23

저들의피없는영혼은피를갈구하지.

그래서자기가무슨짓을하는지도모르고마구쏘아대는거야.

하지만자네, 깊은사람! 12:24

자네는작은상처에도너무깊게고통스러워하지.

그런데고통으로부터정신을차리기도전에

똑같은독벌레가다시자네에게들러붙는거야.

자네는자존심이세서 12:25

이, 부드러운이빨을가진벌레들을차마죽이지도못하는군.

하지만그들의독기서린야비한공격을끝없이받아주는것이

자네팔자가되어선안돼.

그들은자네주위를돌면서자네를칭송하기도하지. 12:26

그들은뻔뻔하게칭송해.

자네의살, 자네의피에가까이다가가기위해.

자네가마치신, 혹은악마쯤되는것같이 12:27

그들은자네를칭송하지.

제1부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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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3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가마치신, 혹은악마쯤되는것같이

그들은자네앞에서낑낑대며짜며울지.

그런들!

그들은아첨꾼이고울보야. 그뿐이야.

12:28 때로그들은자네에게친절하게굴지.

하지만그것은비겁한자들이보이는조심성일뿐이야.

그래! 비겁한놈들은항상조심스럽지!

12:29 그들은자신들의좁아터진영혼으로자네에대해엄청많이생각해.

자네는그들에게의심쩍은존재인거야.

그들에게는엄청많이생각해야하는존재는모두의심쩍은존재인거야.

12:30 자네가미덕을가지고있기때문에, 바로그점때문에

그들은자네를처벌해.

거꾸로자네의실수에대해서는자네를용서하지.

12:31 자네는점잖고공정한사람이지.

그래서자네는이렇게생각하지.

“좀팽이같은것은, 좀팽이같은존재자신의잘못이아니다.”

하지만그들의좁아터진영혼은이렇게생각해.

“모든위대한존재는비난받아마땅하다.”

12:32 자네가그들에게점잖게대한다고해도

그들은자네가자신들을경멸하고있다고느끼지.

그리고은밀한악의로자네의친절에보답하지.

13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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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3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의과묵한자존심은항상그들의비위를건드려. 12:33

그들은, 자네가허영을부려야할만큼좀더약해지기원하는거야.

특이한점이있는사람을보게되면 12:34

그사람의특이한점이점점더커보이게되지.

그러니<좀팽이같은사람>들을조심하게.

자네앞에서면그들은스스로초라하게느껴. 12:35

그리고비열함이, 자네에대한은밀한복수를꿈꾸며

점점더달아오르는거야.

자네가다가갈때마다 12:36

그들이갑자기조용해지고

그들의힘이,

죽어가는불길에서나오는연기처럼사라지는것을눈치채지못했어?

그래! 친구! 12:37

자네는자네이웃을불편하게만드는존재야.

자네이웃은자네랑어울릴자격이없는존재들이지.

그래서그들은자네를증오하고

자네피를빠는것을너무나좋아해.

자네의이웃은항상독파리일수밖에없어. 12:38

자네가가진위대함이바로,

그들의독을더독살스럽게만들고

파리같은특성을더파리같이만들지.

제1부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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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4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2:39 달아나! 친구! 고독속으로!

신선한거친바람이부는곳으로!

자네팔자가한낱파리채가되는게아니잖아.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3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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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4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는숲을좋아하지. 13:1

도시에서사는것은별로안좋아.

음란한사람이너무많아.

색을밝히는여자의손에떨어지는것보다는 13:2

차라리살인자의손에떨어지는게낫지않아?

이사람들을좀봐! 13:3

눈빛에서드러나잖아?

여자랑자는것보다좋은것이라고는하나도모르는종자들의눈빛아니야?

이사람들영혼밑바닥엔시궁창이자리잡고있지. 13:4

게다가이시궁창이정신46)을가지고있으면사정은더안좋아.

차라리짐승이면짐승다운게좋은거야. 13:5

짐승에게는순진함이라도있잖아!

감각을죽이라고권하는게아니야. 13:6

감각을순진하게만들라고권하는거지.

제1부 139

46) ‘정신’은지능, 지성을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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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4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3:7 섹스없는순결을유지하라고권하는게아니야.

어떤사람에겐금욕은미덕이지.

하지만대부분의사람에겐악덕이나다름없어.

13:8 사람들이섹스를하지않고금욕을하는것까지는좋아.

하지만금욕한다는사람들의행동하나하나속에는

시기심에잔뜩독이오른, <관능>이라불리는암캐가계속어른거리고 있

어.

13:9 이지칠줄모르는암캐는,

금욕한다는사람들의미덕높은곳까지뒤를쫓지.

정신의차가운밑바닥까지뒤를쫓지.

불만에가득차서뒤를쫓지.

13:10 육체의쾌락을얻지못하게된이암캐는

기막히게재주를피우면서,

정신의한자락을달라고졸라대지.

13:11 네47)가비극을사랑하고가슴아픈이야기를좋아한다고?

너는그럴지모르지.

하지만관능이라불리는네암캐는믿을수없어.

13:12 내가보기에네눈빛은너무잔인한거같은데?

너는고통받는사람을보면서욕정의만족을느끼는거아니야?

너의욕정은이제모습을바꾸어

14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47) 이야기의상대가금욕수행자로바뀌어서어투가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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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4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신을‘연민’이라고부르는거아니야

내가이야기하나해줌세.48) 13:13

악마를몰아내려하다가스스로색골이된놈이한둘인줄알아?

섹스없는순결이힘든사람은그런순결을지키지말아야해. 13:14

안그랬다간지옥으로가는거야.

아, 지옥이뭐냐고?

영혼이더럽혀지고영혼자체가발정(發情)나게되는거야.

내가지금지저분한이야기를하고있다고? 13:15

천만에! 나는이보다훨씬더지저분한이야기를할수있는걸!

<깬> 사람은, 진실이더러울때가아니라 13:16

진실이천박할때<물>49)에들어가기싫어하는거야.

물론, 마음깊은곳으로부터이미섹스를멀리하는순결한사람이있지. 13:17

그런사람들은당신보다더점잖고,

당신보다더자주, 더실컷웃어.

그들은섹스없는순결에대해서도웃어넘기며이렇게말하지. 13:18

“순결이도대체뭡니까?

그런순결을지킨다는건어리석은일이죠. 13:19

어떻게하다보니까우리는그런순결을지킨셈이된모양이네요.

제1부 141

48) 이야기의상대가다시제자로바뀌어서어투가달라짐.49) <물>은탐구와사색의대상혹은과정을의미함. 1: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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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4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지키려고해서지킨게아니라

순결이우릴찾아왔지요.

13:20 그래서순결이라불리는이손님에게

사랑을베풀고잠자리를마련해드렸죠.

그후로그냥같이살았습니다.

여기머물고싶은동안계속머물게해드리죠.”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4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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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4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혼자있어도늘<또하나의나>가있지” 14:1

라고은둔자는말하지.

“항상하나곱하기하나는하나인데…하지만결국둘이되고말아!”

나와<또하나의나>는 14:2

항상서로너무진지하게이야기해.

친구가없다면이런상황을어떻게견딜수있어?

은둔자에게친구는항상제3의인물이야. 14:3

이제3의인물은

나와<또하나의나> 사이의대화가

깊고깊은곳으로한없이내려가는것을막아주는구명조끼구실을하거든.

아! 은둔자는마음속에깊고깊은곳이너무나많아. 14:4

그래서은둔자는친구를갈망하고그친구의<높은곳>을갈망하지.

자신에게결여되어있어서너무나아쉬운특성! 14:5

나에게없지만, 정말아쉬운특성을가진사람을우리는신뢰해.

“어떤친구를갈망하나?”는자신이무엇을아쉬워하는지드러내지.

시기심50)을뛰어넘기위해사랑을한다는거, 알아? 14:6

공격에취약하다는것을감추기위해

제1부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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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4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먼저공격을하고적을만든다는거, 알아?

친구도마찬가지야. 내게없어서너무아쉬운부분을가지고있기에

나는그사람을시기하는거야. 그시기심을뛰어넘기위해

나는그사람을친구로서사랑하는거지.

14:7 “최소한나의적이되어주게!”

진정으로공경할줄아는마음은이렇게말하는거야.

감히우정을요청하지못하고.

14:8 친구를원한다면,

그친구를위해전쟁을벌일각오가되어있어야지.

전쟁을벌이려면먼저,

적이될수있는능력을갖춰야지.

14:9 자네는, 친구안에깃들어있는자네의적마저도존중할줄알아야해.

친구속의적51)을가까이하지않고친구를가까이할방법이있어?

14:10 친구속에는자네의숙적이있어야돼.

그래서친구에게반대할때

친구를가장가슴가깝게느낄수있게되지.

14:11 친구에게, 자네의벌거벗은몸을보여주고싶어?

자네가생긴모습그대로친구에게보여주는것이친구를존중하는거야?

만약그랬다가는친구는질색을할걸!

14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50) Neid. 영어로는 envy. 시기심은 남이 가지고 있는 것을 심하게 부러워하는 감정임. 반면 질투(jealousy)는자신이가지고있는것을빼앗길까심하게두려워하는감정.

51) 친구속에존재하는, 자신이미워하는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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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4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기자신을몽땅드러내는인간은 14:12

다른사람의분노를불러일으키는법이야.

그래서홀딱벗는것을두려워해야지!

아, 물론, 자네가신이라면

옷을걸치는것을부끄러워해야되지만!

친구앞에갈때는아무리잘차려입어도부족한법이야. 14:13

왜냐하면자네는친구에게,

초인이되기위해날아가는화살같은존재가되어야하기때문이지.

왜냐하면자네는친구에게,

초인에대한갈망을대표하는존재가되어야하기때문이지.

친구가잠자는모습을본적있어? 14:14

어떤모습이었어?

평소모습과는전혀다른모습이지?

울퉁불퉁하고찌그러진거울에비친, 바로자네모습이지?

친구가잠자는모습을본적있어? 14:15

친구의잠자는모습에놀란적있어?

아, 친구! 인간은<넘어서야> 할존재야.

친구는마음으로짐작할줄알아야하고 14:16

침묵을지킬줄알아야해.

모든걸눈으로보려고하면안돼.

친구가무엇을하고지내는지꿈에보일정도가돼야돼.

친구에대해연민을하려면 14:17

제1부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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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4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무엇보다, 친구가과연연민을원하는지먼저짐작해내야돼.

어쩌면친구는자네의연민을원하는게아니라

자네의냉정한눈, 영원을응시하는눈초리를원하는지모르거든.

14:18 친구에대해연민을하려면

그연민을단단한껍질속에감춰.

깨려면이빨이부러질정도로단단한껍질속에감춰.

친구가그껍질을깨고자네의연민을발견할때

그연민은더미묘하고더달콤하거든.

14:19 자네는친구에게

신선한공기같은존재, 고독같은존재, 빵같은존재, 약같은존재야?

자기자신은해방시키지못하지만

친구를해방시킬수있는사람이많거든.

14:20 자네는노예야?

그렇다면친구가될자격이없어.

자네는폭군이야?

그렇다면친구를가질수없어.

14:21 여자속에는노예와폭군이동시에숨어있지.

그래서여자는친구가될수없어.

여자는사랑을알뿐이야.

14:22 여자가사랑에빠지면

사랑하지않는나머지모든것에대해

부당하게행동하고눈을감아버리지.

14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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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4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배웠다는여자의사랑52)에도빛과함께

갑작스런공격과번개와캄캄한밤이공존해.

여자는아직우정에관한능력이없어. 14:23

여자는아직고양이거나혹은새이지. 기껏해야암소일뿐이야.

여자는아직우정을주고받을능력이없어. 14:24

하지만너희, 남자들!

너희중누가우정을주고받을능력이있지?

아, 너희, 남자들! 14:25

너희영혼은정말빈곤하지!

너희영혼은정말탐욕스럽지!

너희가친구에게준답시고주는만큼이라면

나는적에게도줄수있거든?

너희식이라면나는적에게퍼주고도조금도가난해지지않아!

<정치적동지애>53)가유행이라며? 우정도좀가져봐! 14:2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1부 147

52) in der wissenden Liebe.53) Kameradschaft. Comarde(동무)라는말은프랑스혁명중인1790년좌파에의해처음사용됨. 그러나프랑

스 혁명 중의 일반적 칭호는 씨또앵(시민, cytoyen)이었음. 19세기 중후반 이후 사회주의자들에 의해Comrade라는단어는일반화되었음. 러시아좌파는이단어에대응하는단어로서도바리시치(tovarishchi)를썼고독일좌파는게노쎄(Genosse)를썼음. 현대독일어에서는Kamerad는정치적의미를가진호칭이아니라오히려군인들사이의동지관계나학생의동창관계를나타내는뜻을가지게됨. 그러나니체가19세기의문헌학자였다는점과유럽각국의문화에달통한‘국적없는유럽인’이었다는점을고려하면, 니체는Kamerad의원래의미, 즉좌파정치세력내부의호칭을가리키고있을가능성이높음. 그이유에서‘정치적동지애’라고번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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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5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4)

15:1 나, 짜라두짜는여러지역, 여러인민을봤어.

여러지역인민의여러종류<선과악>을봤지.

짜라두짜는<선과악>에대한기준보다

이세상에서더큰힘을휘두르는존재는못봤어.

15:2 인민은<가치평가>를하지않고는존재할수없지.

하나의인민이자신을유지하려면

다른인민과같은방식으로<가치평가>를해서는안돼.

15:3 한지역의인민에게는선으로보이는것이

다른지역의인민에게는부끄럽고치욕스러운일이야.

한지역에선악이라불리는것이

다른지역에선명예스러운일이야.

15:4 한지역인민과그옆지역인민은서로이해하는법이없었지.

한지역인민의영혼에겐

그옆지역인민의행태는미친짓, 사악한짓으로보이거든.

15:5 한인민의미덕과가치를기록한율법서판이

그인민의머리위에걸려있는거야.

14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54) 『천일야화(아라비안나이트)』의제목에서패러디한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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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5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봐!

미덕을적은율법서판은

그인민이<넘어서기>를기록한거야.

그인민의<힘에대한의지>가내는목소리야.

한지역인민이보기에어려운일이라고생각되는일을 15:6

그인민은‘칭찬할만하다’고말하지.

어렵기도하고반드시필요하다고보는일을

그인민은‘선’이라고하지.

가장절실하게요구되는것을해결해주고

보기드물고어렵다고생각되는일을

그인민은‘성스럽다’고하며영광을부여하지.

한지역인민으로하여금정복하고지배하고빛나게만드는것, 15:7

옆지역인민들을공포에질리게만들고시기심을가지게만드는것,

그것을두고그인민은‘가장숭고한것’, ‘위대한것’,

‘만물을평가하는척도’, ‘만물의의미’라고부르지.

그래, 형제들! 한지역인민에관해 15:8

그들이필요로하는물품과

그들이사는곳의지리와기후와

그들을둘러싼이웃지역인민들을알게되면

그들의<넘어서기>에담긴도덕법칙들을고스란히짐작할수있어.

“너는항상가장선두에서야하며다른사람을압도해야한다. 15:9

너의질투에가득찬영혼으로하여금

친구외에는누구도사랑하지않도록해야한다.”

제1부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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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5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리스사람들이받들었던신명(神命)이야.

이명령은그리스사람들을떨게만들었고

그들은이신명을실천해서위대해졌던거야.

15:10 “항상진실을말하고활과화살다루는법을잘익혀야한다.”

이것이페르시아사람들에게는

존경스럽고도지키기어려운일로보였던거지.

짜라두짜라는내이름도페르시아에서나왔어.

훌륭하고감당하기어려운이름이지.

15:11 “부모님을공경하고영혼의바닥까지, 그분들의뜻을따라야한다.”

이<넘어서기> 가치관은유대인거야.

그들은이가치관을가지고강해졌고유구한역사를가지게되었지.

15:12 “충성을바칠줄알아야한다.

충성을위해서라면사악하고위험한일에뛰어들어

명예와목숨을버릴줄알아야한다.”

독일인은이런가치관을가지고자기자신의주인이됐어.

그과정에서위대한희망을마음가득가지게된거야.

15:13 사람은<선과악>에관한가치관을가지고있어.

어디서빼앗아온것도아니고

어디서주운것도아니지,

하늘의목소리로서하늘로부터내려온것도아니야.

15:14 살아가기위해사물에가치를부여했던거야.

사람은사물의의미를창조했던거야.

15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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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5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사물에대해‘사람이만든의미’야!

그래서자신을‘사람’이라부른거지.

‘사람’이란말의뜻은‘가치평가하는자’란뜻이거든.

<가치평가>는창조야. 15:15

잘들어! 자네, 창조적인간!

‘가치평가한다’는행위자체가

가장가치높은행위, 가장가치높은보석이야.

<가치평가>를통해서만가치가존재해. 15:16

<가치평가>가없다면

만물은껍질만있게돼.

잘들어! 자네, 창조적인간!

가치관이바뀌었다는것은창조자가바뀌었다는것을뜻해. 15:17

창조자가돼야만하는사람은기존의창조자를파괴해야돼.

처음엔인민이창조자였어. 15:18

개인이창조자가된것은훨씬나중의일이야.

개인이라는존재자체가가장늦게창조된존재거든.

처음엔인민이가치와미덕을적은율법서판을만들어걸었지. 15:19

율법서판을내건것도인간에대한사랑에서나온행동이고

율법서판에기꺼이복종하려한것도인간에대한사랑에서나왔지.

율법서판은<지배하려는사랑>과<복종하려는사랑>이함께어우러진거야.

제1부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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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5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5:20 <떼>에속하고싶은욕심은

에고가되고싶은욕심보다훨씬더오래된거야.

<떼>에속할때만‘양심바른사람’이될수있다는식이라면

‘나(Ego)’가될때에는‘양심없는놈’이될수밖에없지.

15:21 그래! 교활한데다가, 사람을사랑하는마음이없는에고는

많은사람을이롭게하는것을통해서자신의이익을추구하지.55)

이런태도는<떼>의시원(始原)이아니지.

이런태도는<떼>를파괴하거든.

15:22 <선과악>을창조했던것은항상창조자였어. 사람을사랑하는자였어.

그래서미덕에는모두, 사랑의불길과분노의불길이타오르고있지.

15:23 나, 짜라두짜는여러지역, 여러인민들을봤어.

짜라두짜는사람을사랑한이사람들이만든이작품보다,

이세상에서더큰힘을휘두르는존재는못봤어.

이작품은‘선’과‘악’이라불리지.

15:24 아, <선과악>이라불리는<찬양과비난>이가지는힘은괴물의힘.

형제들! 누가나를위해저괴물을붙잡아굴복시킬사람없나?

형제들! 목이천개나달려있는이괴물의목에목줄을걸사람이누구지?

15:25 천(千)의인민이있으니까천(千)의목, 천(千)의목표가있거든.

천의목표에비끄러맬목줄만부족한게아니야.

15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55) 아담스미스의‘보이지않는손’을생각해볼수있음. 이기심에서출발한행동이사람들에게이익을줄수있다는점이근대(modernity)와시장제도의근본원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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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5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목표도하나부족해.

인민들만제각기목표를가진거잖아. 15:26

<인민을위한목표>가아니라<인류를위한목표>56)는어디에있지?

형제들! 인민이아닌인류를위한목표가없다는이야기는

인민만존재할뿐아직인류는존재하지않는다는것, 아니야?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1부 153

56) 기존의 가치관, 기존의 <선과 악>이 모두 인간의 보편성에 도달한 것이 못 된다는 통렬한 비판임. 니체는스스로를‘속한시대가없는인간’, ‘속한조국이없는인간’이라고했음. 19세기말국가주의(민족주의)가만연한풍조속에서그에정반대되는주장을한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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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5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6:1 자네는이웃들과어울리면서아주그럴듯한이름을붙이지.

하지만내가자네에게말해주지.

자네의이웃사랑은실은자네자신에대한사랑이비틀린것이라고.

16:2 자네는자네자신을마주하기무서워자네이웃한테도망가는거지.

그리고그것을미덕인듯포장하는거야.

하지만자네이웃사랑이과연‘이타적’인지, 바닥이보이는걸!

16:3 사람은‘나’를알기전에‘너’를먼저알았어.

‘너’는신성한존재로만들었지만‘나’는아직신성한존재가되지못했지.

그래서이웃사람, 즉‘너’한테달려가는거야.

16:4 내가지금이웃을제대로사랑하라고권하는것같아?

천만에! 나는지금자네에게

이웃으로부터도망칠것을권하고있는거야.

이웃이아닌<머나먼곳에있는사람>을사랑하라고권하고있는거야.

16:5 이웃에대한사랑보다훨씬더숭고한것은

<머나먼곳에있는사람>에대한사랑이고

먼훗날태어날사람에대한사랑이지.

인간에대한사랑보다훨씬더숭고한것은

일이나사물에대한사랑이고

15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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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5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환영(幻影)에대한사랑이야.

자네의환영, 자네의이미지가자네자신보다훨씬낫다는거, 알아? 16:6

자네의환영, 자네의이미지에게자네의살과뼈를바쳐!

꼭그환영, 그이미지같이될수있도록노력해!

하지만그렇게하기겁나지?

그래서이웃에게로도망가는거야.

자네는자네자신과홀로대면하는것을견딜수없는거야. 16:7

자네는자네자신을제대로사랑하지않는거야.

대신자네는이웃을살살꼬여서자네를사랑하게만들려고하는거지.

이웃이혹시라도실수해서자네를사랑하게되면,

그사랑으로자신을치장하려는거야.

차라리어떤이웃과도함께있는것을못참게되는편이훨씬좋지. 16:8

이웃의이웃과도함께있는것을못참게되는편이훨씬좋지.

그렇게되면자네자신을친구로만들수밖에없어.

그친구로하여금자네에대해

넘치는사랑을가지도록만들수밖에없게되지.

자네자신에대해근사하게말하면서 16:9

그말을들어줄이웃사람을불러들여증인으로만드는수법이있거든.

그사람이혹시라도실수해서자네자신에대한,

자네의말을믿게될수도있거든.

그리고나선그사람의믿음에바탕해서

자네가자네자신에대해좋게생각하는거지.

제1부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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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5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6:10 자기가알고있는것에대해

진실과반대되는말을할때만거짓말인게아니야.

자기가모르고있는것에대해

진실과반대되는말을하면더지독한거짓말이되지.

이웃들과사귈때엔자네스스로모르는자네자신에대해마구떠들지.

자네자신에관해다른사람을마구속이는거야.

16:11 그래서옛날에광대57)들이이야기했던거야.

“사람들과어울리면성격을버립니다.

특히성격다운성격이없는사람일수록성격을더버리지요.”

16:12 <남들이나에대해가진이미지>가나자신이라고생각해서

자신을‘알기위해’이웃에게달려가는사람도있어.

또, 자신을피하기위해이웃에게달려가는사람도있지.

자기자신을제대로사랑할줄모르면고독이감옥이돼버려.

16:13 자네가이웃사랑한답시고야단법석을떨면

<머나먼곳에있는사람>이피해를보게되지.

자네같은사람들다섯이모이면어딘가에서여섯번째사람이죽게돼.

16:14 난자네들의이웃끼리모여서벌이는축제도싫어.

배우들이 너무 많이 나오거든. 배우를 구경하는 관중들도 배우같이 굴거

든.

15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57) Narr. 이때어릿광대는재주를 피우는광대가아니라재치있고 엉뚱하고신랄한말을하는광대로 보아야함. 가까운 예로는 셰익스피어의『리어 왕』에 나오는 광대를 볼 수 있음. 서양에서는 궁정에 왕의 권위를무시한채신랄하고엉뚱한말을하는광대를두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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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5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제1부 157

58) Herz. 정서, 감정을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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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6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는자네에게이웃에대해서가아니라 16:15

자네자신속에존재하는, 자네의친구에대해서가르쳐주고싶어.

그친구의존재자체가<땅의축제>가되고

그친구를통해서앞으로등장할초인을짐작해볼수있기를!

나는자네에게 16:16

자네자신속에존재하는, 자네의친구에대해가르쳐주고싶어.

자네를향한, 그친구의넘쳐흐르는가슴58)에대해가르쳐주고싶어.

하지만넘쳐흐르는가슴을가진사람의사랑을받아들이려면

먼저, 스펀지같은사람이되는법을깨달아야돼.

자네자신속에존재하는자네친구에게는 16:17

이세상은완전한세상이고좋은것을많이가지고있는세상이지.

그친구는창조적인간이거든.

그러니항상, 완전한세상을자네에게베풀수있지.

그친구앞에서는 16:18

이세계는저멀리굴러가버렸다가도다시원을그리며돌아오거든.

마치악을통해서선이발전하듯이.

마치<우연과확률>을통해의도가관철되듯이.

<미래의사람>과<머나먼곳에있는사람>이 16:19

자네의원칙이되도록해.

자네친구에깃든초인을자네의원칙으로삼아사랑해야돼.

16:20 형제들! 나는자네들에게이웃사랑을권하는게아니야.

<머나먼곳에있는사람>을사랑할것을권하고있어.

15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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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1부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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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6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형제! 떨어져나와혼자되고싶어? 17:1

자네자신으로이르는길을찾고싶어?

잠시멈추고내말을들어.

“찾으려고돌아다니는사람은길을잃는다. 17:2

떨어져나가혼자되는것은죄를짓는행위다.”

<떼>는그렇게말하지.

<떼>의목소리는자네내부에남아서계속울리게돼. 17:3

그래서자네가이렇게말할때개탄과슬픔이배어있지.

“아, 당신의양심과저의양심은다르군요!”

이개탄과슬픔은자네속에남아있는<떼>의양심에서나오는것. 17:4

자네마음이아픈것은혼자떨어져나왔어도

여전히<떼>의양심찌꺼기가마지막빛을내고있기때문.

자네는정말마음아픈그길을갈생각이야? 17:5

자네자신으로이르는길을갈생각이야?

진정그렇다면

그렇게할수있는힘이있다는것을내게보여줘!

16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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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할수있는권리가있다는것을내게보여줘!

17:6 자네는활력넘치는싱싱한힘을가지고있어?

자네는새로운권리를가지고있어?

자네는‘스스로움직이는자?’

자네는‘혼자굴러가는바퀴?’

자네는별들이자네주위를돌도록만들수있어?

17:7 아, 하지만<높은곳>에도달하려는욕망에찌든인간이얼마나많아!

야심에불타경련하는인간이얼마나많아!

자네가욕망에찌든사람이아니라는것을,

야심에불타는사람이아니라는것을내게보여줘!

17:8 위대한사상을품었다가풀무같은꼴이된경우가한둘인줄알아?

한껏부풀었다가원래보다더쭈그러지게돼.

17:9 자네는스스로자유롭다고말해?

자네가멍에로부터벗어났다는이야기는듣고싶은생각은전혀없어.

자유로운존재라면자네를이끄는핵심사상에대해말해봐.

17:10 자넨멍에를벗어나야만하는인간이야?

멍에를내던진순간

그나마남아있던가치마저도내팽개친짐승이한둘인줄알아?

17:11 무엇으로부터자유로워졌다고?

자네가무엇으로부터자유로워진것인지나, 짜라두짜는전혀관심이없어.

자네가무엇을위해자유로워진것인지눈똑바로뜨고말해봐.

제1부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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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 자네자신의<선과악>에대한기준을마련해서,

자네를다스리는법률로만들어자네머리위에걸을수있나?

그법률에의해자네자신을재판해서자네자신을처벌할수있나?

스스로자신의법률에관해 17:13

재판관이자처벌자가되는것은끔찍한일이야.

텅빈우주속으로던져진별과같은존재,

얼음같이차가운고독의숨결속으로던져진별과같은존재가되는거지.

지금은<많은사람>들이너무너무싫겠지. 아! 자네, 떨어져나온사람! 17:14

지금은배짱이두둑하고희망이가득하지.

하지만언젠가는고독이너무나지긋지긋해지고 17:15

자존심이무너지게되고용기가부서져나가게돼.

그리고울부짖게되지.

“저, 너무너무외로워요!”

혼자지내는동안 17:16

자네내부에서숭고하게바뀐것이있음에도불구하고

언젠가는그것을보지못하게되지.

대신, 자네내부의천박한것만눈에크게들어오게돼.

오히려자네의숭고함이자네를겁에질리게만들어.

자네자신의숭고함이마치망령같이보이지.

16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59) Aber vermagst du das, Mörder zu sein? 니체의 도덕적 급진주의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구절. 직역하면“그런데자네, 살인자가될만한그릇이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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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6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래서울부짖게되지.

“이건다가짜야!”

우리에겐고독을죽이려는감정이있거든. 17:17

이감정이힘을못쓰게만들려면이감정을죽여버려야돼!

그런데살인은아무나하나?59)

17:18 형제! 자네는‘경멸’이란말을알아?

자네를깔보고올라타는사람들에게마저공정하게대할때

자네의공정한마음이느끼는아픔, 그게바로경멸인지알아?

17:19 자네가떨어져나와혼자지내게되면

사람들은자네에대한의견을바꿀수밖에없지.

의견을 바꾼다는 것은 귀찮은 일이야. 그래서 자네에게 앙심을 품게

돼.

자네가떨어져나와서혼자길을가다보면,

그러다사람들을지나치게되면사람들은자네에게앙심을품게돼.

“감히<떼>를벗어나서나를지나쳐?”

17:20 자네는그들을넘어높이가지.

자네가높이올라갈수록자네를시기하는사람들의눈에는

점점더까마득한존재로비쳐지게돼.

그러다아예날아다니게되면엄청난증오를사게되지.

17:21 “세상에! 저에게이렇듯공정하게대해주시다니!

저는마땅히, 부당한대우를받을것으로생각했거든요!”

자네는이렇게말해야돼.

제1부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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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2 사람들은고독한자를향해

비열한짓, 더러운짓을저지르지.

하지만형제!

만약자네가별이되고자한다면, 그들이그런짓을한다고해도

그들을향해서도한결같은빛으로빛나야돼!

특히<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들을조심해야돼! 17:23

자기자신의미덕을스스로만들어내는사람을

십자가에못박아죽이는인간들이지.

그들은고독한사람을증오해.

경건하고단순한인간들도조심해야돼! 17:24

이들은, 단순하지않은것은모두경건하지못한것으로봐.

이들역시불을가지고놀기좋아하지.

마음에안드는사람을붙잡아말뚝에매달고불질러죽여.

자네에게사랑의감정이생겨서 17:25

느닷없이자네를덮치는것을조심해야돼!

고독한사람은, 어쩌다마주치는사람에게

너무쉽게손을내미는경향이있거든.

마주치는사람대부분에게손대신자네앞발을내줘. 17:26

아, 참, 그앞발에날카로운발톱이있다면더좋을텐데.

16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60) 마리아막달레나는일곱악마로부터구원됨(마가16:9). ‘인간을미치게하고타락할수있게하는모든요소’를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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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6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자네자신이야말로자네최악의적이야. 17:27

자네자신이자네를습격하려고동굴이나숲에숨어서자네를엿보고있지.

고독한사람! 17:28

자네는자네자신으로향한길을가고있어!

그리고마침내자네자신을<넘어서게> 되지!

자네속에존재하는일곱악마60)들도넘어서게되지!

17:29 그길은자네가자네자신에대해

이단자, 마법사, 예언자, 바보, <의심하는자>,

<하나님께버림받은자>, 악당이되는길이야.

17:30 자네자신의불꽃으로자네자신을태울준비가돼있어야돼.

먼저재가된후에야새로태어날수있잖아?

17:31 고독한사람!

자네는창조자의길을가고있는거야.

자네는자네자신속에존재하는일곱악마들을넘어서

자네자신을신으로창조하기원하는거야.

17:32 고독한사람!

자네는<사랑하는사람>의길을가고있어.

자네는자네자신을사랑하기때문에

사랑하는사람만이제대로연인을경멸할수있듯이

자네자신을경멸하는거야.

제1부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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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6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7:33 <사랑하는사람>이창조하기원하는이유는경멸하기때문이야!

자신이사랑하는존재를경멸해야만했던적이없는사람이라면

사랑에대해아무것도모르는사람.

형제들! <떼>에서떨어져나와혼자가도록! 17:34

사랑을간직한채창조하면서혼자가도록!

사람들이자네를공정하게대우해줄것이라고는기대하지말도록!

형제들! 떨어져나와혼자가도록! 17:35

자네에게바친내눈물을간직한채혼자가도록!

자기자신을넘어서창조하기원하는사람,

그리하여그과정에서패하여사그라지는사람을나는사랑해.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6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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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6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8:1 “저녁어둠이깔리는이시간에

짜라두짜, 자네는왜그리살금살금다니지?

망토밑에조심스럽게감추고있는것은뭐야?

18:2 누가보물을주기라도한거야?

혹은감춰놓았던자식이야?

아니면짜라두짜, 사악한사람들의친구!

이제아예도둑질에나선거야?”

18:3 (짜라두짜는이렇게짐짓말머리를꺼내놓고말을이었어.)

그래! 형제들! 보물을하나받았지. 아주작은보물이야.

작은진실하나를깨닫게됐거든.

18:4 하지만이보물같은진실은어린아이처럼지멋대로야.

내가이렇게입을막고있지않으면아주시끄러운소리로울부짖을거야.

18:5 오늘해질무렵길을가는데

작은노파하나가나를막더니내영혼에대고말하더군.

18:6 “짜라두짜, 당신은여자들에게말을많이하긴하지만

우리여자에게는여자에대해서절대말하지않더군.”

제1부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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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7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래서나는이렇게답했지. 18:7

“여자에대해선남자들에게만말해야합니다.”

노파가말했다네. 18:8

“괜찮아. 내게여자에대해말해보게.

나는너무늙어서듣고도곧잊어먹어.”

나는노파의청을받아들여이렇게말했지. 18:9

여자의모든점은전부수수께끼입니다. 18:10

여자의모든문제에대해서는답이하나있습니다.

아이를배게하면됩니다.

여자에겐남자는수단일뿐입니다. 18:11

목적은항상아이입니다.

그렇다면남자에게여자는무엇일까요?

참된남자는두가지를원합니다. 18:12

위험을원하고노는것을원합니다.

남자는여자에게서이두가지를모두원합니다.

‘위험한노리개’를원합니다.

남자는전사가되기위해교육받아야하고 18:13

여자는, 전사를쉬게하고회복하게

만들어주는존재가되기위해교육받아야합니다.

16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61) 여기에서이야기의상대방이노파에서여자일반으로바뀜. 구분을위해세칸들여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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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7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머지는모두부질없는짓입니다.

18:14 전사는과일이너무달콤하면안좋아합니다.

그래서여자를좋아하는것입니다.

아무리달콤한여자라도씁쓸한맛이있기때문입니다.

18:15 여자는남자를이해하는것보다는아이를더잘이해합니다.

하지만남자는여자보다훨씬더아이같은존재지요.

18:16 진정한남자속에는아이가감춰져있습니다.

진정한남자는놀기원하거든요.

자, 여자분들! 남자속에깃든아이를발견해내십시오!

18:17 여자는노리개가되면됩니다.

보석같이순수하고곱디고운노리개!

지금까지존재하지않았던새로운미덕에의해반짝거리는노리개!61)

18:18 그대속에별빛이어른거리기를!

“초인을낳게해주십시오”라고희망하게되기를!

18:19 그대사랑안에용기가깃들기를!

그대에게두려움을불러일으키는남자를

사랑으로공격할수있는용기가깃들기를!

18:20 그대사랑안에명예가깃들기를!

제1부 169

62) 이후이야기의상대방이다시노파로바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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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7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사랑이 아니라면 그대 여자는 명예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

지.

이것을그대의명예로삼기를!

“사랑받은것보다더많이사랑하며이점에관해누구보다낫다!”

사랑에빠진여자를남자가두려워하게되기를! 18:21

모든희생을감내할수있고사랑외의모든것을견딜수있기때문.

증오에빠진여자를남자가두려워하게되기를! 18:22

영혼밑바닥까지떨어진남자는사악할뿐이지만,

영혼밑바닥까지떨어진여자는비열하기때문.62)

그런데할머니! 18:23

여자가제일미워하는게뭐겠습니까? 무쇠를보면알수있습니다.

무쇠가자석에게이렇게말하지않겠습니까?

“넌, 날홀리지. 하지만넌날움직일만큼당기지는못해!

움직이지도못하면서왜홀리니? 이밉살스러운놈아!”

남자의행복은이것입니다. “나는의지(意志)한다.” 18:24

여자의행복은이것입니다. “우리그이가의지(意志)해요.”

“봐! 세상이완벽해졌어!” 18:25

사랑에충만해남자에게복종할때모든여자는이렇게생각합니다.

여자는복종을통해자기표면을위한깊이를찾아야됩니다. 18:26

여자의본성은표면같지요.

변덕스럽고노상크게흔들리는얕은물의표면이지요.

17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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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7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8:27 하지만남자의본성은깊습니다.

남자는, 땅속동굴로소용돌이치며흐르는격류같은존재입니다.

여자는그격류의힘을짐작하기는하지만그격류를이해하지는못합니다.

18:28 그러자노파가내게말하더군.

“당신, 짜라두짜는좋은말을하는데,

젊은여자들이당신말을들으면좋을거야.

18:29 그런데이상한일이지.

당신, 여자경험이별로없잖아?

그런데도여자에대해정확히알고있어!

경험없는남자에게도여자자신에대한정확한지식을줄수있다는것또한

여자에겐불가능한일이없다는증거아니겠어?

18:30 자, 내가고맙다는표시로작은진실하나를가르쳐줌세!

나는이제늙어서그런진실을알수있을만큼나이를먹었거든!

18:31 이진실을잘싸서시끄러운소리가밖으로새어나가지않도록간직해.

안그랬다가는이작은진실은어린아이같이너무크게소리를지를거야!”

18:32 “할머니, 저에게그작은진실을가르쳐주십시오!”

내가이렇게말하자노파가입을열었지.

18:33 “요즘도여자를사귀나? 여자한테갈때는매를들고가!”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1부 171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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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7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7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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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7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어느날짜라두짜는무화과나무밑에서잠이들었어. 더운날이었기때

문이야. 팔로 얼굴을 가리고 자고 있었지. 살모사 한 마리가 다가와 목

을 물었어. 짜라두짜는 아파서 소리를 질렀어. 얼굴을 가렸던 팔을 풀

고 뱀을 보았지. 뱀은 짜라두짜의 눈빛을 알아보았어. 뱀은 어색하게

몸을돌려서가려고했어.

“가지마! 고맙다는말이라도듣고가! 멀리가기때문에마침일어나야

할때였거든. 제시간에깨워준셈이야.”

짜라두짜가말했어.

“멀리갈필요없지요. 금방가게됩니다. 제독은지독하거든요.”

뱀이슬프게말하더군. 짜라두짜가미소지으며말했지.

“용이뱀에물려죽는거봤어? 하지만내몸에집어넣은독을다시가져가!

나한테낭비할만큼독이많은건아니잖아?”

이말에살모사는짜라두짜의목에달라붙어상처를핥았어.

짜라두짜가이렇게말하자제자들이물었어. 19:2

“짜라두짜님, 그이야기의뜻은무엇입니까?”

그래서짜라두짜는이렇게답했지.

제1부 173

63) 당시의평등주의적관점에대한비판임. 그것은‘정의’가아니라‘자선’이라는주장임. 이른바분배적‘정의’의 가장 큰 논리적 모순은“부(富)가 애초 누구의 것인가?”라는 문제임. 마르크스주의는 이 점에 관해,노동가치설을 통해 애초 노동자에 의해 창출된 것이라고 주장함. 마르크스주의 노동가치설을 받아들이지않는 한 분배적‘정의’란 존재하지 않음. 분배적‘자선’이 존재할 뿐임. 정의의 기본 개념은‘마땅히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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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7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들은나를두고도덕의파괴자라고말하지. 19:3

내가하는이야기는부도덕하다고말하지.

적에게는악을선으로갚지마. 19:4

그렇게하면적이부끄러워하지않겠어?

대신, 적이자네에게저지른악이

실은자네에게보탬이되었다는것을

적에게보여줘.

19:5 적을부끄럽게만들지말고적에게화를내는게나.

적이자네에게저주를퍼부으면적을축복하지마.

적이저주를퍼부으면자네도적에게저주를좀퍼부어줘.

19:6 적이자네에게부당한일을크게하나범하면

자네는적에게부당한일을작게다섯개범하도록!

부당한일을당하고도혼자삭이는사람은

차마봐줄수는비참한형색이되거든.

19:7 자네이거알아?

적과자네가부당한일을서로주고받으면

<반쯤정당한일>을주고받은셈이되는거야.

완전히부당한일이아니라

반은정당하고나머지반은부당한일이됐으니까,

17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에게속한것에대해권리를가지는 것’이기때문임. 한마디로“내것이면내것인것이고네것이면네것인 것이다”라는 관점이 정의의 기본 개념임. 참고로, 마르크스주의 노동가치설은 <가치의 가격으로의 전환(transformation of value to price)> 문제를 지금까지도 설명하지 못함으로써 경제 현상의 기본조차 밝히지못하고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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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7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기탓으로돌리고삭이더라도감당할만한법이지.

19:8 복수를하지않는것보다는복수를약간하는게훨씬더인간적이야.

자네의처벌은, 자네를침범하고들어온바로그사람에게

권리이고명예가돼야돼. 처벌당할권리! 처벌당한명예!

그런처벌이아니라면내맘에들지않아.

19:9 “내가옳습니다”라고고집하는것보다는

“내가잘못했습니다”라고말하는게더고귀한일이지.

특히자네가옳을때말이야. 자네는그정도로여유가넘쳐야돼.

나는사람들의<차가운정의>가싫어. 19:10

판사의눈에는처형자의눈빛이감돌지.

판사의눈에는단두대의차가운강철빛이감돌지.

아, 정의가곧, 범죄자에대한이해와함께하는사랑일수없을까? 19:11

그런정의는어디에있을까?

그러려면처벌만감당하는게아니라 19:12

모든죄도감당할사랑을만들어내야지!

그러려면판사만빼고 19:13

나머지는모두사면하는정의를만들어내야지!

자네이거알아? 19:14

<뼛속까지정의로운자>는거짓말도자선베풀듯이한다는거?

제1부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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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7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도대체사람이어떻게<뼛속까지정의로울> 수있겠어? 19:15

정의란자기몫을자기가받는것인데

내가새삼스럽게주고말고할게어디있겠어?

내가할수있는것은내것을갈라서모두에게나눠주는것뿐이지.63)

19:16 마지막으로, 절대로은둔자에게나쁜짓을범하지말도록!

은둔자는 잊어 먹는 법이 없거든. 그렇다고 은둔자가 앙갚음을

할수도없잖아?

19:17 은둔자는깊은우물과같아. 돌을던져넣는것은쉽지.

하지만그돌이우물바닥에이르고나면누가그돌을다시꺼내지?

19:18 은둔자를괴롭히지말도록!

만약 은둔자에게 나쁜 짓을 하게 된다면 차라리 은둔자를 그냥 죽이도

록!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7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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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7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형제! 자네에게만묻고싶은말이있어. 20:1

자네영혼이얼마나깊은지알아보기위해

추(錐)를내리는기분으로이질문을묻는거야.

자네는아직젊고앞으로결혼해서아이를두고자하지? 20:2

그런데자네는마땅히아이를바랄만한자격이있는사람이야?

자네는승리자이고‘자신을정복한자’이고 20:3

‘자신의감각을지배하는자’이고‘자네자신의미덕의주인’인게맞아?

혹시자네결혼에대한바람은 20:4

실은동물적필요에서나온것아닐까?

혹시쓸쓸해서나온것아닐까?

혹시자네가자네자신에대해불편하기때문에나온것아닐까?

자네가아이를원하는것이 20:5

승리했기때문이기를, 자유롭기때문이기를나는기원해.

자네의승리를기념하고자네의해방을기념하는

살아있는기념관을짓는기분으로아이를원해야돼.

자네를넘어선아이를만들어야지. 20:6

하지만그렇게하기위해선먼저, 자네자신을만들어야지.

제1부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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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8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의몸과마음이제대로단단하게만들어져야돼.

20:7 앞을이어갈후손을번성시켜야할뿐아니라

위를향해, 초인을향해나아갈후손을번성시켜야돼.

결혼을통해그러한후손을번성시킬수있기를!

20:8 보다숭고한몸, ‘스스로움직이는자’, ‘혼자굴러가는바퀴.’

한마디로자네는창조자를창조하는거야.

20:9 결혼은자신들보다나은자식을창조하겠다는의지를굳히는거야.

상대방을그러한의지를가진사람으로존경하는것이바로결혼이지.

20:10 결혼에관한진실과의미는바로위와같은것이돼야돼.

하지만<많고많은사람>들이나<남아도는사람>들이결혼이라부르는것!

아, 그것을무엇이라불러야하나?

20:11 아! 그토록앙상한영혼두개의결합!

그토록지저분한영혼두개의결합!

그토록비참한싸구려결합!

20:12 그들은이런것을결혼이라고부르지.

그들은결혼이천국에서도맺어졌다고말해.

20:13 <남아도는사람>들의천국, 나는넌덜머리가나!

17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64) Gleichniss. 원래 뜻은‘비유’임. 영어로 simile.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상대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할수 있음. 이는 스탕달)이『연애론(On Love)』에서 말하는‘결정화(結晶化, crystallization)’와 같음. 니체는스탕달을극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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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8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짐승놈들은천상의그물에갇혔지!

20:14 자기가맺어주지도않은결혼을축복하겠답시고

여기까지절뚝거리고오는하나님은내근처에오지도못하게막아줘!

그런결혼에대해웃지마! 20:15

그런결혼에서태어날아이를생각해봐.

그아이는자신의한심한부모에대해펑펑울수밖에없지않겠어?

남자는좋은사람이고 20:16

땅의의미를받아들일준비가되어있고

땅을위해무르익어있는사람이야.

그런데여자를보고나면

이땅전체가<정신병자수용소> 같다는느낌을받아.

그래! 성자가암컷거위하고흘레붙을때에는 20:17

차라리땅이경련을일으키기를!

이남자는진실을구하기위해영웅같이출발했던거지. 20:18

그런데예쁘게옷을꾸며입은거짓말덩어리를손에쥐게된거야.

이남자는이걸결혼이라부르지.

그전에는이남자는쉽게결정하지않았었지. 20:19

제1부 179

65) 니체가『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다』를 구상하고 집필한 것은, 그의 사상이 커다란 위기를 지나 완숙한 시점이기도하고, 동시에살로메(Salome)와의연애가치욕적으로끝난직후이기도했음.

짜라두짜001부(063~196)3.3 2010.5.27 7:13 PM 페이지179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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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8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선택할때에도까다로웠지.

그런데갑자기이상한여자와어울려서

그여자하고만지내는걸로확바뀐거야.

이남자는이걸‘결혼’이라부르지.

그전에는이남자는천사와같은미덕을지닌하녀를찾았지. 20:20

하지만갑자기자기자신이어느여자를위한하녀로변해버리더군.

아, 그리고지금이남자는천사같은하녀가돼야만돼.

20:21 사람들이물건을살때에는정말조심스럽지.

예리한눈으로이것저것살피지.

하지만가장예리한눈을지녔다는남자조차도부인을구할때에는

포장지도풀어보지않은채덜컥사버리지.

20:22 한시절어리석은만남들. 그걸자네는사랑이라고부르지.

그리고자네의결혼은

여러개의<한시절어리석은만남>들을

평생동안계속되는바보짓하나로대체하는것에지나지않아.

20:23 남자는여자를사랑한다하고여자는남자를사랑한다하지.

아, 사랑은인간의탈에감춰진고통하는신에대한연민이거늘!

하지만사람들의사랑은대개짐승이서로를느끼는것과다름없지.

20:24 하지만가장훌륭한사랑도

결국자신이가진이미지64)를

상대방에게황홀하게부여한것에지나지않아!

고통스러운열병이지.

18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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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8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런사랑의경험을, 보다높은곳으로이르는길을밝혀주는횃불로삼도록.

20:25 언젠가자네는자네자신을<넘어서서> 사랑하게될거야!

우선은사랑을배워!

그리고그대가로사랑의쓰디쓴잔을마셔야되겠지.

가장훌륭한사랑도쓰디써. 20:26

그래서사랑의쓴맛은초인에대한갈구를불러일으키지.

창조자인자네마음속에갈구를불러일으켜! 65)

창조자가느끼는, 초인에대한갈증! 20:27

창조자가쏜, 초인을향해날아가는화살!

창조자가간직한, 초인에대한갈망!

결혼에대한의지는그런것이돼야해.

자네는그런의미에서결혼을의지(意志)하는거야?

그러한결혼이라면, 그러한의지라면참으로신성하지. 20:2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1부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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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8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1:1 일찍죽어야할놈이오래살고

오래살아야사람이일찍죽는경우가많지.

그러니“죽어야할때죽어야한다”는가르침은좀이상할거야.

21:2 “죽어야할때죽어야한다”

라고나, 짜라두짜는가르쳐.

21:3 살아야할때살지못한인간은,

죽어야할때죽기힘들어!

그런인간은차라리태어나지않았던편이좋아.

이게<남아도는사람>들에게하고싶은말이야.

21:4 하지만<남아도는사람>들조차죽을때에는호들갑을떨지.

속이골은호두도빠개질때에는빡! 큰소리가나기원하는법아니겠어?

21:5 모두들죽음을중요한일로생각하지.

하지만아직사람들은죽음을축제로생각하지는않아.

아직은죽음을축제중에서도가장아름다운축제로축복할줄모르지.

21:6 살아있는사람들에대한격려이자약속인죽음이있어.

<삶을최종적으로완성시키는죽음>에대해말해줌세.

18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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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8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삶을완성시키는사람은 21:7

죽음을승리로받아들여.

희망에가득차서엄숙한맹세를하는사람들에둘러싸여죽지.

사람은죽는법을배워야해. 21:8

죽어가는사람이살아가는사람의맹세를축복할줄모르고서야

어디축제라고할수있겠어?

그렇게축복하는축제속에죽는것이최상의죽음이지. 21:9

그다음번으로좋은죽음은전쟁터에서죽는거야.

자신의위대한영혼을희생으로바치면서.

희죽거리면서도둑처럼살금살금다가오는죽음은 21:10

전사나승리자에겐정말가증스러울뿐이지.

주인답게당당하게찾아오는죽음이어야지!

나는자네들에게, 원하기때문에오는자발적죽음을권하는거야. 21:11

언제그런죽음을원하느냐고? 21:12

목표와후계자를가진사람은그목표와후계자에게가장유리할때

죽기바라지.

목표와후계자를아끼고존중하기때문에, 21:13

삶이라불리는이신성한장소에서

이미시들은화관(花冠)을머리에쓰고어슬렁거리는일이없지.

그래! 나는밧줄꼬는사람같이되기싫은거야. 21:14

제1부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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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8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들은계속뒷걸음질치면서밧줄을꼬잖아?

21:15 자기자신의진실이나승리를감당할수없을정도로

오래사는사람들이있지.

이빨이빠지면진실을물어뜯을권리가없는거야.

21:16 명예를원하는사람은적절한시점에명예롭게물러나야해.

“가야할때간다”는어려운예술을수행해야지.

21:17 아직자네살맛이싱싱할때에

자네몸뚱이를내어주는일을중지해야돼.

오랫동안사랑받는사람들은이이치를알았던거야.

21:18 물론가을이다가도록기다려야하는시디신사과도있지.

이런사과는익고노랗게변하고쪼그라드는게동시에진행돼.

21:19 어떤사람은가슴이먼저늙고어떤사람은머리가먼저늙지.

또어떤사람은나이가젊은데에도이미노인네나다름없지.

하지만늦게성숙하는사람이오래도록젊은법이지.

21:20 많은경우인생은실패야.

인생이실패하면독벌레가사람의가슴을파고들지.

그런사람일수록죽음은그만큼더성공적이될수있도록해야지.

21:21 많은사람들은아예익어보지도못하지.

여름에썩어버리거든.

아직도삶이라불리는가지에대롱대롱매달려있는것은

18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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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8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비겁해서죽지못하기때문이야.

<많고많은사람>들이너무오랫동안 21:22

삶이라불리는가지에매달려있지.

태풍이왔으면좋겠어!

이썩은것들, 이벌레먹을것들을모두떨어뜨려버렸으면!

빨리죽는것을가르치는설교자들이오면좋겠어! 21:23

삶이라불리는나무를시원하게흔들어줄수있을텐데.

하지만천천히죽는것을가르치는설교자뿐이야!

‘땅에속한것’을참는인내심을가르친다는놈들뿐이야!

당신들은<땅에속한것>을참는인내심을가르친다고? 21:24

웃기지마! <땅에속한것>들이야말로당신들을참고또참고있는거야!

이불경스러운놈들아!

그래! 천천히죽는법을설교하는인종들이떠받드는 21:25

그유대인청년은너무일찍죽은거지.

그가너무일찍죽은덕에많은사람이치명적인고생을한거야.

그젊은이는유대인들의눈물과우울만알았던거야. 21:26

유대인들중<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들이

자신에대해가지고있는증오도알았겠지.

그유대인예수는그걸알았을거야.

그래서차라리죽음을갈구하는<죽음에대한갈망>에사로잡혔던거지.

그가그냥사막에머물면서 21:27

제1부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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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8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들눈에띄지않았더라면!

아마그젊은이는사는법, 땅을사랑하는법을배웠을거야.

그리고마침내웃는법도배웠겠지!

21:28 형제들! 내말믿어!

그젊은이는너무일찍죽었어.

그젊은이가내나이까지살았더라면자신의가르침을취소했을거야!

그는취소할줄알지. 암! 그는고귀하니까!

21:29 하지만죽을때그젊은이는아직성숙에도달하지못했지.

그젊은이는성숙하지못한방법으로사랑했고

성숙하지못한방법으로인간과땅을미워했지.

그젊은이는마음도, 정신의날개도

아직해방되지못해서무거웠던상태였어.

21:30 하지만사람이나이가먹어가면

젊었을때보다더어린애같이되어가고덜우울하게되어가지.

삶과죽음에대해더잘알게되지.

21:31 자유롭게죽을수있고

죽음속에서자유로워지도록!

<네>라고말할때가아니면엄숙하게<아니>라고말하는사람이되도록!

삶과죽음을그렇게받아들여야해.

21:32 친구!

자네의죽음이사람과땅에대한모독이되지않기를!

나는자네영혼의가장소중한부분에대고간청하네.

18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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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8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마치해가떨어지고나서도노을이세상을감싸듯 21:33

죽음에이른자네의정신과미덕은여전히빛나야돼.

그렇지못하면자네의죽음은비참한죽음이지.

친구! 자네들이나를위해땅을더사랑하도록만드는 21:34

죽음을죽기를나는원해.

그리고나를낳아준땅속에서평화를찾을수있게땅으로돌아가고싶어.

그래! 나, 짜라두짜는목표를가지고살았지. 나는내공을던졌어. 21:35

이제, 친구! 자네가내목표의후계자가되어줘!

나는황금공을자네에게던지는거야.

하지만가장좋은것은자네가그황금공을던지는모습을보는것! 21:36

그래서이땅에서잠시더머물생각이지.

그점에관해나를용서해주게!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1부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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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9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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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짜라두짜는 그동안 마음을 붙였던 마을을 떠났어. <얼룩 암소>라고 불

리는 마을이었지. 스스로 짜라두짜의 제자라고 부르는 많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랐어. 짜라두짜를 호위했지. 갈림길에 도달했어. 거기에서

짜라두짜는 이제부터는 혼자 가고 싶다고 말했지. 짜라두짜는 혼자 가

는 것을 즐기니까. 제자들은 짜라두짜에게 지팡이를 선물했어. 금으로

된손잡이에는 태양을감고 있는뱀이새겨져 있었지. 짜라두짜는 지팡

이를받고기뻐했어. 지팡이에기대어선채제자들에게말했지.

22:2 말해봐! 왜금이가치가제일높을까?

흔하지않고쓸모가없으며빛나고농익은광택을내기때문이지.

금은항상베풀고있는거야.

18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66) Entartung. 영어로는degeneration. 니체사상의문제의식을집약적으로표현하는핵심개념임. 니체는유럽문명과유럽인이퇴화하여쇠락해가고있다고명확히인식했음. 이문제의식이니체사상전체를꿰뚫어흐르고있음.

67) 사람과초인은각각Mensch와 Übermensch임. 마찬가지로현재의종과<현재의종을넘어선종>은각각Art와Über-Art임.

68) 니체는‘마음(Sinn)’을 감각 인지와 생각이 이루어지는 의식세계(consciousness)를 가리킬 때 쓰는 것으로보임. 독일어Sinn에는의미, 감각이란뜻이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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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9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2:3 금이가장높은가치를가지게된것은,

가장숭고한미덕을상징하기때문이지.

베푸는사람의눈빛에는금빛이어른거리지.

금의광택은해와달을동시에안을수있어.

22:4 가장숭고한미덕은흔하지않고쓸모가없는것이어야돼.

가장숭고한미덕은빛나면서농익은광택을내는것이어야돼.

가장숭고한미덕은<베풂의미덕>이어야돼.

그래! 나는자네들을잘알지, 제자들! 22:5

자네들이나나나, <베풂의미덕>을가지기원하지.

그런데자네들이고양이나늑대와비슷한점이무엇일까?

갈구한다는점이비슷하지. 22:6

자네들은희생제물이되기를갈구하고스스로선물이되기를갈구하지.

그까닭에자네영혼속에그토록많은부를쌓기를갈구하는거야.

끝없다는점에서비슷하지. 22:7

자네들의, 베풀려는미덕의의지는끝없지.

그까닭에자네들은보물과보석을끝없이구하는거야.

자네들은모든존재들을자네앞으로불러들여자네속으로집어넣지. 22:8

사랑의선물로서자네들로부터다시흘러나오도록하기위해서.

그래! <베풂의미덕>은, 모든가치를훔쳐내는도둑이되어야만하지. 22:9

제1부 189

69) 정신이미덕, <선과악>을정의하여규정하려하는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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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9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러한이기심을나는건강하고신성하다고생각해.

이러한이기심과는다른이기심이있어. 22:10

빈곤하고굶주린이기심이있어.

훔치기만원하는, 병든자의병든이기심이있지.

병든이기심은도둑놈같은눈을번들거리면서 22:11

광택나는것은모두점찍어두지.

배고픈자가먹을것을잔뜩가지고있는사람을탐욕스럽게보듯이.

베푸는사람의식탁주변을살금살금맴돌지.

22:12 이런도둑놈같은탐욕은질병의징표지.

이런도둑놈같은탐욕은숨겨진퇴화66)의징표지.

이도둑놈같은탐욕, 이갈망은

몸이병들어있다는것을보여주는징표야.

22:13 형제들! 세상에서가장나쁜것은무엇이지?

그것은바로퇴화.

베풀줄아는영혼이없는곳에는항상퇴화가있어.

22:14 우리의길은위를향한길이지.

현재의종(種)으로부터<현재의종을넘어선종>67)을향한길이지.

“전부나를위해!”라고말하는퇴화된마음은우리에겐끔찍할뿐이지.

22:15 우리의<마음>68)은위를향해날아오르지.

19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70) 짜라두짜가제자들로부터선물로받은지팡이손잡이에는뱀에둘러싸인태양이새겨져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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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9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마음>은우리몸의이미지야.

<마음>은고양(高揚)을나타내는이미지야.

22:16 미덕에붙인이름은고양을나타내는이미지야.

이렇게해서몸은역사를뚫고가지. 발전하며! 싸우며! 22:17

그렇다면몸에대해정신은도대체무엇일까?

정신은몸을알리는‘몸의전령’이며‘몸의동반자’이며

몸이감행하는전투와몸이이룩한승리를확인하는메아리.

<선과악>에붙인모든이름들은이미지야. 22:18

이름자체는뜻을명확히드러내는것이아니지.

이름은암시할뿐이지. 이름에서지식을찾는사람은바보지.

자네의정신이이미지로이야기하고싶어하면69) 주의를기울여야돼. 22:19

바로그순간이자네의미덕이탄생하는순간이기때문이야.

자네의몸은고양되고올라선거지. 22:20

몸은정신을기쁨에취해황홀하게만들지.

그렇게해서몸은정신으로하여금

창조자가되게하고<가치평가자>가되게하고

인간을<사랑하는자>가되게하고

<모든존재를이롭게하는자>가되도록만들지.

자네의가슴이큰강물처럼넓게불어날때 22:21

자네주변사람들에게는축복이기도하고위험이기도해.

바로그순간이자네의미덕이탄생하고시작하는순간이야.

제1부 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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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9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가어떤칭송도, 어떤비난도미치지못하는경지까지고양될때, 22:22

자네의의지가<사람을사랑하는사람의의지>가되어

모든것에명령을내리려할때,

바로그순간이자네의미덕이탄생하고시작하는순간이야.

22:23 자네가부드러운침대와안락한생활을경멸하게될때,

마음이무르고유약한사람을한없이멀리하고싶게될때,

바로그순간이자네의미덕이탄생하고시작하는순간이야.

22:24 자네가하나의의지에집중하게될때,

그래서자네의다른필요를제거해나갈때,

바로그순간이자네의미덕이탄생하고시작하는순간이야.

22:25 그래! 이게바로자네의새로운<선과악>이야.

저깊은곳이우르릉거리며흔들리고있잖아?

새로운분수가뿜어나오는소리가들리잖아?

22:26 이새로운미덕은힘이야.

이새로운미덕은자네를지배하는사상이되어

자네의예민한영혼으로둘러싸여있지.

이새로운미덕은황금빛태양이되고,

깨달음이한마리뱀처럼그태양을둘러싸고70) 있지.

19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71) 니체의 시대관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부분임. 니체는 근대(modernity)가 농익어서 광기가 터져 나오고있다고봄.

72) 원문은 우연(chance)을 뜻하는 Zufall. 이 개념은 짜라두짜에서 20번 넘게 사용됨. 그 중에는 문맥상 단순한우연이아니라확률을의미하는경우가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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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9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2w

22:27 여기까지 말한 후 짜라두짜는 입을 다물었어. 그리고 제자들을 그윽한

눈으로바라보았지. 잠시후아까와는다른목소리로이야기하기시작했

어.

땅에게충성을바쳐, 형제들! 22:28

미덕이주는힘을다쏟아서충성을바쳐.

자네의사랑과깨달음이

땅의의미를섬기기를!

정말간청하고또간청하네.

자네미덕이<땅에속한것>들로부터날아벗어나지않도록, 22:29

자네미덕의날개가<영원의벽>을헛되이두들기지않도록!

땅을떠났기때문에날아가버린미덕이한둘이아니야!

날아오른미덕을다시잡아서땅으로보내. 22:30

내가하고있는것처럼.

그래! 다시몸과삶으로보내!

그래서미덕으로하여금, 땅에게의미를부여하게만들어! 인간의의미를!

미덕뿐아니라정신역시 22:31

땅에서벗어나멀리날아가버려망한경우가수없이많아.

아! 우리몸속에서는아직도

땅에서벗어나겠다는환상과어리석음이자리잡고있지.

이환상과어리석음은우리몸속에서

또하나의몸, 또하나의의지가되어있어.

제1부 19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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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9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미덕뿐아니라정신역시 22:32

땅에서벗어나는것을실험하다가실종된적이수없이많아.

그래! 인간자체가실험아닌가!

아! 그덕분에무지와실수덩어리가우리몸속에서

또하나의몸이되어있어.

22:33 수천년동안의이성뿐아니라

수천년동안의광기역시우리안에서터져나오고있어.

수천 년을 물려받는 상속인이 된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운명71)이

지.

22:34 우리는아직도<확률과우연>72)이라는거인과싸우고있어.

아직까지는무의미에또무의미가인간을지배해왔지.

22:35 자네의정신과미덕이‘땅의의미’를섬기기를!

모든사물의가치들이자네에의해새로고쳐지기를!

그것을위해자네는싸움꾼이되고창조자가돼야돼!

22:36 몸은지식을통해자신을정화해.

몸은지식과함께여러가지실험을하면서자신을고양시키지.

<깬> 사람에게는본능은모두신성한것.

고양된사람의영혼은점점더기꺼워하지.

22:37 의사들! 우선당신자신부터고쳐.

그래야환자를더잘고칠수있어.

자기자신을건강하게만드는사람을직접눈으로보는것이

환자에게는최상의도우미아닌가?

19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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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9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2:38 인간이아직밟아보지않은길은무수히많지.

인간이아직모르는건강법도무수히많지.

인간이아직모르는생명의신비도무수히많지.

인간그리고인간이사는땅은

인간이아직모두소모시키지못한무궁무진한세계야,

인간이아직모르는미개척지이지.

자네, 고독한사람! 유심히살피고귀기울여봐! 22:39

미래에서바람이은밀하게날갯짓하면서불어오고있잖아?

기쁜소식이조용한소리로들리고있잖아?

오늘, 자네들은고독한사람이지. 22:40

오늘, 자네들은사회를떠난사람들이지.

하지만언젠가자네들같은사람들로이루어진인민이생겨날거야.

스스로를선택한자네들로부터선택된인민이생겨날거야.

선택된인민으로부터초인이생겨날거야.

제1부 195

73) mine Verlorene. 성경의‘길잃은양’과같은표현이지만실은전혀다름. 1:25에보면정신의세가지탈바꿈을이야기하면서‘세계와분리된정신’이되어야한다고말함. 이때의원문이Weltverlorene임. 즉, Verlorene의속뜻은Weltverlorene임. 정신이독립성을획득한상태를의미함. 짜라두짜는제자들의정신이독립성을획득하려면 짜라두짜와의 이별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음. 한마디로 이 대목의 표면적 표현은 성경의‘길잃은 양’이지만 내면적 의미는‘한층 성숙하여 독립성을 획득한 정신’을 뜻함. 니체는 인간의 엄숙하고 비극적인성장과정을말함과동시에, 기독교적정신을통렬히비판하고있음. 독일어는복합명사가가많음.복합명사가반복될경우, 어간이되는부분만을사용해서앞에나온단어를지칭할때가빈번함. 영어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임. Verlorene를 Weltverlorene로 해석할 때의 문제는 22:51과 1:25가 수십 페이지 거리를두고있는상황이라는점임. 그러나‘정신의독립성’이라는동일한문맥, 동일한의미에관해이야기하고있기때문에‘길잃은자(Verlorene)’를‘세계로부터분리된정신(Weltverlorene)’으로해석할수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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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9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래! 땅을, 치료와회복을위한공간으로만들어야돼! 22:41

이미새로운향기가땅을떠돌고있지.

건강을가져오는향기가!

새희망이!

v3w

여기까지 말을 마친 짜라두짜는 마지막 말을 남긴 사람처럼 한 동안 아무 말이

없었어. 손위에지팡이를올리고조심스럽게균형을잡을뿐이었지. 드디어그

가다시이야기를시작했어. 아까와는다른목소리였어.

19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1부(063~196)3.3 2010.5.27 7:13 PM 페이지196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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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9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2:43 제자들! 나는이제혼자가.

자네들도각자혼자가도록!

그게내뜻이야.

22:44 진심으로자네들에게충고해.

나로부터멀리떠나. 짜라두짜를경계하도록!

짜라두짜를알았다는것을부끄러워한다면더욱좋아!

짜라두짜는아마자네들을속인것인지도모르지.

22:45 깨달음을얻은사람은

적을사랑할줄알아야할뿐아니라

친구를증오할줄도알아야돼.

22:46 평생학생으로만남아있다면선생한테아주몹쓸짓을하는것이지.

자네들이내머리의월계관을쥐어뜯을수도있는거아닌가?

22:47 자네들은나를존경하지.

하지만언젠가자네들의존경심이무너진다면어떻게할텐데?

동상(銅像) 근처에서어물쩡거리고있다가는

동상이쓰러지면깔려죽는수가있어!

22:48 자네들은짜라두짜를믿는다고말하지?

하지만짜라두짜라는존재가그렇게중요한존재일까?

자네들은내신자지.

하지만신자란게과연그렇게중요한것일까?

22:49 자네들이나를처음봤을때

제1부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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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0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들은아직자기자신을찾은상태가아니었어.

모든신자들이그래.

아직자기자신을찾지못한상태에서교주를덜컥믿어버리지.

그때문에신앙이란정말아무중요성이없는거야.

자, 이제자네들에게간청하네. 22:50

나를잃어버리고자네자신을찾아.

자네들이나를부정할때,

나는자네들에게돌아올거야.

형제들! 그때는지금과는다른시각으로 22:51

길잃은73) 사람들을찾게될거야.

그때는지금과는다른사랑으로자네들을사랑할거야.

그때우리는다시친구가되지. 22:52

우리모두동일한, 하나의희망을믿는아이들이되지.

그리고우리는나중에또한번, 세번째함께하게될거야.

세번째함께할때나는자네들과<위대한정오(正午)>를축하할거야.

22:53 짐승에서초인으로가는경로의중간에서서

저녁이오는것을한껏희망에부풀어축하할때!

그때가바로<위대한정오>야.

<위대한정오>는다음날새로운아침으로가는길목이기때문.

22:54 <내려가는> 인간은자신을축복하지.

왜냐하면<내려가기>는초인으로올라가는길이기때문이야.

<깨달음의태양>은<위대한정오>에걸려있게돼.

19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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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0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2:55 “신들은모두죽었다. 우리는초인이살기를원한다.”

이말을<위대한정오>에우리의마지막의지(意志)로삼도록!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1부 199

짜라두짜001부(063~196)3.3 2010.5.27 7:13 PM 페이지199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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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0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들이나를부정할때,

나는자네들에게돌아올거야.

형제들! 그때는지금과는다른시각으로

길잃은사람들을찾게될거야.

그때는지금과는다른사랑으로자네들을사랑할거야.

짜라두짜「베풂의미덕」74)

74) 22:50, 22:51

{ }제2부

짜라두짜002부(197~350)3.3 2010.5.27 7:15 PM 페이지197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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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0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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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0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는 산으로 돌아갔지. 동굴에서 생활하는 고독으로 돌아간 거

지. 인간 세상에서 물러선 거야. 씨를 뿌리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기다

리는거지. 하지만그의영혼은안달복달이었어. 사랑하는사람들이사

무치게그리웠지. 사람들에게줄것이아직도많이남았거든. 사랑하기

때문에거리를두고, 주고싶어도참는것이야말로정말힘들지.

고독 속에서 달이 가고 해가 갔어. 그동안 지혜는 점점 더 불어났어. 지

혜가너무많이쌓여서더고통스러웠지.

어느 날 신새벽에 잠이 깼어. 누운 채로 깊은 생각에 잠겼지. 그리고 혼

자말했어.

이런! 꿈을꾸다너무무서워잠이깼군!

꿈에서거울을든아이가내게왔었지.

“짜라두짜님! 이거울에한번모습을비추어보세요!”

아이는말했지.

하지만거울을들여다보고

나는비명을지를수밖에없었어. 억장이무너지더군.

거울속에내모습은보이지않고악마가나를보고

비웃으며얼굴을찌푸리더군.

제2부 199

23:1

23:2

23:3

23:4

23:5

23:6

짜라두짜002부(197~350)3.3 2010.5.27 7:15 PM 페이지199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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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0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3:7 그래! 그꿈이무슨징조인지,

무엇을경고하는지나는너무나잘알아.

내가르침이위험에빠진거야.

사이비가생긴거지.

피가벼라고주장75)하고있는거지.

23:8 적의힘이강해진거야.

내가르침의뜻을왜곡한거지.

아끼는내제자들이내게서가르침받은것을부끄러워하고있구나!

23:9 아, 내친구들이길을잃었구나!

길잃은제자들을찾아나설때가됐구나!

23:10 이말을마치고짜라두짜는 자리에서벌떡일어났지. 갑갑한숨통을트

려고일어나는사람처럼일어난게아니야. 오히려정신이크게고양된

선각자 혹은 가수처럼 일어난 거지. 짜라두짜가 돌보는 독수리와 뱀도

놀라서 쳐다보았지. 짜라두짜의 얼굴에서 행복이 마치 새벽처럼 동터

오르고있었거든.

23:11 얘들아, 내게무슨일이일어난지알아?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어.)

내가좀바뀐거같지않아?

폭풍처럼축복이내린거같지않아?

23:12 바보같은기쁨이지.

그래서이기쁨은바보같은소리를할거야.

20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75) ‘잡초(Unkraut)가밀(Weizen)이라고주장한다’가원래표현임.

짜라두짜002부(197~350)3.3 2010.5.27 7:15 PM 페이지200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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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0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기쁨은이제막태어난거야.

그래, 살살조심스럽게다뤄야지!

이기쁨은내게상처를주었지. 깊은상처야. 23:13

이세상의모든고통받는사람들중엔

혹시이고통을낫게해주는법을아는사람이있을까?

이제나는친구들에게다시내려갈수있지. 23:14

이제나는적에게다시내려갈수있지.

나, 짜라두짜는다시말해줄수있지.

나, 짜라두짜는다시가르침을줄수있지.

나, 짜라두짜는사랑하는사람들에게다시사랑을보여줄수있지.

나는내사랑을이제더참을수없어. 23:15

마구터져나와급류가되어

해뜨는방향, 해지는방향, 사방으로마구치닫지.

조용한산에머물던나의영혼은,

폭풍같이몰아치는번민속에잠겨있던나의영혼은

이제계곡을향해쏟아져흐르지.

너무오랫동안멀리서만바라보고원했던거야. 23:16

너무오랫동안고독속에묻혀있었던거야.

고독에넌더리난덕분에이제는더이상침묵할수없게됐어.

나는이제입그자체가되었지. 23:17

높은바위에서우르릉꽝꽝굴러내리는계곡물이되었지.

나는이제계곡에대고내이야기를던지고싶어.

제2부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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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0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3:18 지날수없는, 길없는곳으로내사랑의물길이흘러들기를!

제대로된흐름이면기어코바다로가는길을찾아내지않겠어!

23:19 내안에는호수가있어.

고요한, 스스로만족하는호수가있지.

하지만내사랑의흐름은이호수에담긴물을이끌어바다로갈거야!

23:20 나는새길을갈거야.

그전에가르치던이야기가아니라새로운이야기가날찾아들었지.

창조자들이모두그러하듯나도케케묵은이야기는지루해.

내정신은더이상, 밑창이구멍난신발을신고싶어하지않아!

23:21 전해야할뜻은많은데말[言]은왜이리굼뜬지!

<폭풍>! 나는너의전차에올라탄다!

너마저도더빨리달리도록너를독하게매질한다!

23:22 넓은바다에울리는새된비명처럼, 혹은기쁨의고함처럼

나는바다를헤치고나간다!

내친구들이기다리고있는<행복이가득한섬>에닿을때까지!

23:23 그리고내적들도, 내친구들과함께그곳에서기다리고있지!

내이야기를해줄수만있다면누구라도괜찮아!

적역시행복일뿐.

23:24 거칠기짝이없는내말에올라탈때엔

창을땅에찍고뛰어올라타지. 창이야말로내발의충직한하인!

20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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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0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적을향해창을던진다!76) 23:25

드디어창을던질수있게된것!

그점에대해적이얼마나고마운지!

내가키워온구름에는너무커다란에너지가모였지. 23:26

번개에뒤이은, 거인이껄껄웃는것같은천둥소리뿐아니라

저아래밑바닥을향해우박을쏟아부을작정이야.

내숨결은힘차게뿜어져나가지. 23:27

내숨결은폭풍같이산너머로몰려갈거야.

그러고나서숨결은다시평온해지지.

그래! 내행복, 내자유는폭풍처럼와! 23:28

하지만적들은악, 그자체가우르릉거리고있다고생각할테지.

나의거친지혜가담긴말을들으면 23:29

친구들! 자네들역시겁에질리게될거야.

아마적과함께도망칠지도모르지.

아! 내게양치기가피리부는재주같은재주가있어 23:30

자네들을다시살살꼬일수있다면!

아! 암사자같은내거친<지혜>가부드럽게으르렁거리는법을안다면!

하지만우리는이미서로를잘알잖아!

제2부 203

76) 2부의분위기는1부와많이다름. 2부는훨씬더전투적인분위기임. 직접적인정치사회비판도많고가차없는자기심리분석도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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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0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3:31 암사자같은내거친<지혜>는고독한산속에서새끼를뱄지.

거친바위위에서어린새끼들을임신한거야.

23:32 암사자같은내거친<지혜>는바보처럼, 잔인한사막을헤매며

부드러운풀밭을찾고, 찾고, 또찾고있지.

아, 충직한내거친<지혜>!

23:33 친구들! 자네가슴속에,

부드러운풀밭같은자네가슴속에

암사자같은내거친<지혜>가소중한새끼를낳을수있다면!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0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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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1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무화과가떨어져내리고있어. 24:1

부드럽고달콤하게떨어져내리며, 발그레한살갗이벌어져.

나는익은무화과를흔드는북풍.

내가르침은무화과같이자네에게떨어지지. 24:2

그즙을마시고그달콤한살을씹어.

세상은온통가을이잖아!

하늘맑은오후야!

봐! 만물이모두풍요롭잖아! 24:3

풍요에취해마음이그득할때

머나먼바다를하염없이바라보는건좋은일이야.

그전에사람들은그런심정으로

끝없는바다를바라보면서이렇게외쳤지.

“오, 하나님!”

이제자네는그런심정일때이렇게외치라고나는가르쳐.

“오, 초인!”

하나님은짐작이야. 24:5

하지만자네가창조자로서의지(意志)할수있는것까지만짐작해야돼.

제2부 205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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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1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4:6 자네는신을창조할수있나? 없잖아!

그러면신에대해서는떠들지않는게좋아.

하지만자네는초인은확실히창조할수있지.

24:7 아마자네자신은초인이되기어려울지모르지.

하지만자네는초인의아버지, 할아버지는될수있어.

스스로를초인의아버지, 할아버지로창조하는것!

그것을자네가창조하는것중에가장훌륭한것이되도록해!

24:8 하나님은짐작이야.

하지만자네가이해77)할수있는것까지만짐작해야돼.

24:9 자네는신을이해할수있나? 없잖아!

<진실에대한의지>78)가무슨뜻인지가슴에새겨.

<진실에대한의지>를가지게되면모든것이인간안에서바뀌게돼.

모든것을<인간이이해할수있는것>으로바꾸겠다는의지.

모든것을<인간에게보이는것>으로바꾸겠다는의지.

모든것을<인간이느낄수있는것>으로바꾸겠다는의지.

자네는끝까지자네의감각경험을따라79) 생각을전개해야돼!

24:10 지금껏‘세계’라고불러온것을

이제자네가창조해야할때가된거야.

20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77) denken. Denkbarkeit. 개념적으로이해하는것을의미함. 영어에서는conceive.78) Wille zur Wahrheit‘힘에대한의지’는자연상태에서이미모든생명에게존재함. ‘힘에대한의지’를승

화시킨것이‘진실에대한의지’임.79) 니체는 극단적 감각론(sensualism)은 가차 없이 비판했지만 일관되게‘실천적 과학적 경험’을 중시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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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1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의이성, 자네가가진형상,80)

자네의의지, 자네의사랑으로

‘세계’를빚어내야할때가된거야!

자네, <깬> 사람은그때행복을느끼지!

스스로세계를빚어낼수있다는희망이없다면, 24:11

자네, <깬> 사람들이도대체어떻게인생을견딜수있겠어?

이해할수없는것들속에서는, 불합리한것들속에서는

자네는결코편안해질수없는존재잖아.

하지만친구! 이제내가슴속의가장은밀한이야기를해줌세. 24:12

만약신들이정말있다면

자네나나는자신이신이아니라는것을어떻게참을수있지?

그러니까신은없는거야!

그래! 나는이결론을이끌어낸거야. 이젠이결론이날이끌고있어. 24:13

하나님은억지소리야. 24:14

이억지소리는우리마음속에엄청난고통을불러일으키지.

이고통을모두겪게되면죽지않을방법이없어.

창조자에서그의신조를빼앗고하나님을믿으라고할까?

독수리에서그의비상을빼앗고땅바닥을기라고할까?

제2부 207

80) Bild. 니체는 실천적이고 창조적인 일을 할 때, 머릿속의 형상을 외부로 투사(project)할 때의 이미지를Bild로쓰고있음. 반면, 사랑할때나인식할때생기는이미지는Gleichniss를쓰고있음. 이번역본에서는Bild에대해서는‘형상’을쓰고Gleichnis에대해서는‘이미지’를쓰려고시도했음. 24:3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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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1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4:15 하나님은생각이야.

그생각을하게되면반듯한것은모두왜곡되어버리고말지.

그생각을하게되면단단히서있던것은모두비틀비틀거리게되지.

뭐라고? 시간은흐르기마련이고<변하는것>은모두거짓이라고?

24:16 ‘하나님’이란존재를생각하면

사람의뼈대가비틀거리게되고위장에서구역질이올라오게되지.

신과같은것을생각해낸다는것은

<어지럼증>에걸려도단단히걸린거야.

24:17 ‘하나이시고, 완전하시며, 움직이지않으시며, 충만하시고, 변함없으신’

것에대한이모든가르침은사악한가르침, 인간을혐오하는가르침이야.

24:18 <변하지않는것>은이미지일뿐이야!

<변하지않는것>이라는게존재한다고,

시인들은거짓말을너무많이하지.

24:19 가장훌륭한이미지라면시간에대해이야기해야하고

<변하여되어가기>81)에대해이야기해야돼.

<변하는것>에대한찬양을나타내는이미지가훌륭한이미지야.

왜 마땅히 <변하는 것>이 되어야 하는지 밝히는 이미지가 훌륭한 이미지

야.

24:20 창조는우리를고통으로부터구원하지.

창조는삶의고통을완화시켜주지.

20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81) Werden. 니체철학의핵심개념중의하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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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1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창조자가존재하기위해선고통과탈바꿈이반드시필요해.

자네, 창조자들! 자네는여러번고통스럽게죽었다가살아나야돼! 24:21

자네는 <변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변하는 것>이 옳다는 사실을 증

명해야돼.

창조자가<다시태어난아이> 같은존재가되기위해선 24:22

먼저그아이를밴여자가되어야하고그아이를낳는고통을견뎌야하지.

맞아! 나역시백번도넘게영혼의탈바꿈을겪어왔어. 24:23

백번도넘게요람을거쳤지. 백번도넘게산통을겪었어.

아주, 아주여러번<지금의나>를버리고다시떠났지.

자기자신을버릴때, 그마지막순간의가슴빠개지는고통을나는알아.

하지만창조하겠다는나의의지, 나의운명은그걸원하는거야. 24:24

좀더정직하게말하자면나의의지는바로그런운명을원하는거야.82)

내속에서는갖가지느낌들이고통을겪으며갇혀있지. 24:25

하지만의지가나를찾아와!

해방자이며<기쁨을가져다주는존재>로서.

의지가해방시키는거야. 24:26

이게의지와자유에대한참된가르침이야.

제2부 209

82) 니체는 이러한 생각에 바탕해서 <네>(Yes), <삶에 대한 전면적 긍정>(total affirmation of life)을 외침. 운명(destiny)을 발견하고 그를 전폭적으로 껴안는 것을 주장함. 이 정신이 바로 니체의 <영원 반복(eternalrecurrence)>의 근본 토대임. 즉, 자신의 의지, 자신의 운명을 너무나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다시 살게 되더라도지금이순간이고스란히반복될수밖에없다는믿음이성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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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1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 짜라두짜는자네들에게이점을가르치고싶어.

24:27 의지(意志)할것이더이상없는상태!

평가할것이더이상없는상태!

창조할것이더이상없는상태!

이런상태는<지독한권태>.

내게이런<지독한권태>가영원히찾아오지않기를!

24:28 내가왜깨달음을얻으려하겠어?

무엇인가를낳겠다는내의지가,

무엇인가로<변하여되어가겠다>는내의지가

깨달음속에서기쁨을느끼기때문이야.

내깨달음이순수할수있다면

무엇인가를낳겠다는의지가그깨달음안에들어있기때문이지.

24:29 이의지때문에

나는하나님이나신들로부터멀어질수밖에없지.

만약신들이존재한다면

창조해야할것이라고는조금도남아있지않게될테니까!

24:30 <창조에대한의지>는불타올라

나를다시, 또다시사람에게향하게만들어.

망치로돌을내리치게만들어.

24:31 아, 인간이여!

21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83) 인간이<변하여되어갈> 가능성. 초인.84) Bi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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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1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겐돌속에잠자고있는형상83)이보여!

내비전(vision)84)이투사된형상이보여!

단단하고추하기짝이없는돌속에형상이틀림없이잠자고있어!

그래서그형상을가두어놓고있는돌덩이위로 24:32

망치를미친듯이격렬하게내리치네.

돌조각이사방으로튀지. 그런들!

기어코완성하고야만다! 24:33

그림자가내게찾아왔거든!

내게찾아왔던것들중에제일조용하고제일가벼운것이찾아왔거든!

초인의아름다운모습이그림자로서내게찾아왔거든! 24:34

아, 형제들! 이제내게신들이대체무슨의미가있겠어?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2부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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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1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5:1 친구! 자네들의친구가나를헐뜯는소리를들었다며?

“짜라두짜를봐! 우리사이를마치짐승사이다니듯하잖아!”

25:2 틀린말이야. 이렇게고쳐야지.

“짜라두짜뿐아니라모든<깬> 사람은

사람사이를마치짐승사이다니듯한다.”

25:3 <깬> 사람은인간을<뺨이붉은짐승>이라고부르지.

25:4 왜그렇게부르냐고?

인간에게는부끄러워해야할일이너무너무많으니까.

25:5 아, 친구! <깬> 사람은이렇게말해.

“부끄럽고부끄럽고또부끄럽구나! 인간의역사전체가부끄럽구나!”

25:6 바로이까닭에고귀한사람은

절대로다른사람을부끄럽게만들지않겠다는결심을가지고있지.

<고통 받는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부끄러워하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있

지.

25:7 그래! 자신이가진연민에도취되어스스로행복한사람들을나는싫어해.

그런인종들에겐부끄러움이란조금도없지.

21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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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1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만약내가연민을가져야만한다면 25:8

내연민을, 사람들이연민이라부르지않았으면좋겠어.

만약내가연민을가져야만한다면나는먼발치에떨어져연민하겠어.

그리고얼굴을감싸쥐고멀리달아나겠어. 남들이나를알아보기전에! 25:9

친구! 자네들도그렇게해야돼!

자네들처럼슬퍼하지도고통스러워하지도않는사람들만만나게되기를!

자네들처럼희망과식사와꿀을함께나눌수있는

사람들만만나게되기를!

내운명이자네들같은사람들만만나게안배해주기를!

그래! 나역시고통받는사람들을위해여러가지했었지. 25:11

하지만스스로즐겁게지내는법을배울때

더좋은일을했다는느낌을받아.

인간은이제까지스스로즐겁게지낸경우가정말드물어. 25:12

그것만이인간의원죄! 원죄는다른게아니야, 형제들!

스스로즐겁게지내는법을배우려면 25:13

다른사람에게해를끼치는법을잊어버려야해.

다른사람에게해를끼치려고머리쓰는법을잊어버려야해.

그래서고통받는사람을돕고나서는손을씻지. 영혼또한깨끗이씻어. 25:14

고통받는사람이고통하는것을보면, 25:15

제2부 213

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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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1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가그모습을보았다는사실때문에,

그모습을내게보였을때그사람마음이짐작되기때문에,

내가부끄러워져.

내가그사람에게도움을주었을땐그사람의자존심을쓰라리게해친거야.

25:16 커다란신세를지게되면감사한마음이든다고생각해?

커다란신세를지게되면화가나게되는법이야.

작은친절을받으면곧그를잊어먹어야돼. 두고두고마음을갉아먹거든.

25:17 “남의도움을받는것을꺼려하십시오.

하지만일단도움을받게되면도움준사람을존경하십시오!”

베풀것이없는사람에게내가충고하는말이지.

25:18 하지만나는<베푸는사람>이야.

친구들에게, 친구로서주지! 기쁘게주지.

낯선사람들이나가난한사람들에대해서는

내게서자기손으로재주껏뜯어가라고내버려두지.

그런방식으로뜯어가는편이부끄러움을덜느끼게해줘.

25:19 구걸하는거렁뱅이는모두없애야돼!

주어도난처하고안주어도난처하거든.

25:20 죄많은사람들이나양심이비틀린놈들도마찬가지야!

내말을믿어, 친구! 양심에쿡쿡찔린사람은다른사람을쿡쿡찌르거든.

25:21 하지만이것보다더나쁜것은<좀팽이같은생각>들이지.

그래! <좀팽이같은생각>에빠져사느니

21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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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2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사악한행동을하는편이백번낫지!

자네는이렇게말하겠지. 25:22

“<좀팽이같은생각>에빠지게되면최소한,

커다란악을범하는것은면하게되지않나요?”

커다란악을범하는것을면할생각일랑하지마!

악한행동은커다란종기같지. 25:23

가렵고부어오른후에터져버리지. 정직하게말할줄아는거야.

“봐! 나는종기야! 병이야!”라고말하는거지. 악은정직해. 25:24

하지만<좀팽이같은생각>은달라. 궤양같지. 25:25

기어들어와서숨어버려. 드러나려하지않지.

자잘한궤양이온몸에퍼져서몸전체가썩을때까지.

악마에사로잡힌사람에게나는이렇게말해. 25:26

“자네안에서악마를키우다니다행이야.

악마에사로잡힌자네지만위대함에도달할길이있어!”

아! 형제들! 25:27

우리는모든사람에대해너무잘알고있다고생각하고

많은사람에대해서<속을들여다볼수있다>고생각하지.

하지만<속을들여다볼수있다>고생각한사람도

실제로는, 오랫동안속을알수없어.

사람들과어울려살기어려운것은침묵을지키기어렵기때문. 25:28

제2부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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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2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5:29 우리가참으로부당하게대하는사람은

우리가싫어하는사람이아니라

우리에게아무관심도불러일으키지못하는바로그사람들.

25:30 고통받고있는친구가있다면

그친구를위해<쉴수있는곳>이되어줘.

하지만딱딱한침대같은, 군대막사침대같은<쉴수있는곳>이어야돼.

그래야팔걷어붙이고친구를돌보게될테니까.

25:31 친구가자네에게잘못을범하면이렇게말해줘.

“자네가나에게한행동은용서할수있어.

하지만자네가자네자신에게그런행동을했다는것,

그것을내가어떻게용서할수있지?”

25:32 모든위대한사랑은용서를넘어서고연민을넘어서.

25:33 사람은자신의가슴85)을잘간수해야돼.

가슴을다스리지못하고놓쳐버리면머리도곧놓쳐버려!

25:34 <연민에가득찬사람>들보다더어리석은사람이또어디있지?

<연민에가득찬사람>들이범하는바보짓이만들어낸고통보다

더큰고통을만들어낸바보짓이또어디있지?

25:35 연민을넘어서지못한채사랑하는사람들에게재앙이있기를!

21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85) Herz. 정서,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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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2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악마가한번은이렇게말하더군. 25:36

“하나님한테도지옥이있지. 사람에대한사랑이지옥이야.”

악마는요즘엔이렇게말하더군. 25:37

“하나님은죽었어. 사람에대한연민에숨이막혀죽어버렸지.”

연민을경계해! 연민에서인류를덮칠먹장구름이몰려오고있어!86) 25:38

그래! 나는날씨가어떻게변할지, 그조짐을알지!

이말을명심해! 25:39

“모든위대한사랑은연민을넘어선다!

위대한사랑은, 사랑하는것을거듭나도록창조하기원하기때문이다!”

“나는나자신을나의사랑에바칩니다. 25:40

나는나의이웃을, 마치나자신을바치듯이나의사랑에바칩니다.”

창조자들은모두이렇게말하거든.

하지만창조자들은모두혹독하지. 25:41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2부 217

86) 19세기후반의평등주의, 온정주의풍조에대해니체가가졌던심각한위기의식을나타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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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2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6:1 어느날짜라두짜는제자들에게손짓한후이렇게말했어.

26:2 여기성직자들이오는군.

적이기는하지만조용히지나가자. 칼도뽑지말고!

26:3 이들중에는영웅이더러있어.

이들은너무많이고통받은사람들이야.

그래서이들은다른사람도고통받기원하지.

26:4 이들은지독한적이야.

이들의겸손이야말로이들의복수야. 그보다더지독한복수는없지.

이들을건드리면곧바로부정(不淨) 타게돼.

26:5 하지만이들은내친척이기도해. 이들의피가과연내피를알아볼까?

26:6 성직자들이옆을지나는순간짜라두짜는갑작스러운고통을느꼈어.87)

하지만얼마지나지않아

짜라두짜는고통을극복하고이렇게말하기시작했지.

26:7 나는이들, 성직자들을불쌍하게여겨.

21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87) 성직자와짜라두짜가기질적으로매우유사하다는데대한동화적인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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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2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들은내입맛에는전혀맞지않아.

하지만어차피사람들과섞여살고있으니까

입맛에맞느냐안맞느냐는중요한일이아니야.

하지만나는이사람들때문에예전에도마음이아팠고지금도아파. 26:8

이사람들은죄수처럼보여. 이마에낙인찍힌사람처럼보여.

이사람들이구원자라고부르는사람이이사람들을묶은거야.

그릇된가치, 그릇된가르침에묶은거야. 26:9

아! 누군가이사람들을구원자로부터구원하기를!

요동치는바다에서이리저리쓸려다니다어딘가에닿은거지. 26:10

이사람들은땅에도착했다고생각했어.

하지만그것은땅이아니라잠자고있던커다란괴물의등이었거든!

그릇된가치, 그릇된가르침! 26:11

이것이야말로<언젠가반드시죽는> 인간에게는최악의괴물같은존재지.

그릇된가치와그릇된가르침속에는

끔찍한운명이잠자듯숨어서집요하게기다리고있거든.

마침내괴물이잠에서깨어나지. 26:12

자신의등에오두막을지은인간들을모두먹어삼키고말아.

아! 이성직자들이지은오두막들을좀봐! 26:13

자신의코에는‘향기로운’냄새가나는동굴을교회라부르지!

이가짜등불! 이퀴퀴한공기! 26:14

제2부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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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2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영혼이높이날아솟아오를수없도록만들어진이곳!

26:15 오히려이성직자들의신앙은이렇게명령하지.

“너희죄인들이여! 무릎으로기어서계단을올라오라!”

26:16 그래! 수치심과헌신에가득찬, 이성직자들의뒤틀린눈빛을보느니

차라리, 수치라고는조금도모르는뻔뻔한인종을보는게낫지!

26:17 누가이런동굴을만들었지?

누가이런<참회의계단>을만들었지?

자신을숨기고싶어하는자,

눈시리게푸른하늘을보기부끄러워하는자들이만든거아니야?

26:18 푸른하늘이다시, 무너진지붕을뚫고비쳐들때,

푸른하늘이다시, 무너진담장옆풀잎과빨간양귀비에비쳐들때,

그때비로소내가슴은

이곳, 하나님이라불리는것이숭배되는장소에향하게될거야.

26:19 그들은, 그들자신에게모순되고

그들자신을해치는것을하나님이라부르지.

그래! 그들의경배에는영웅적인데가많아!

26:20 그들은, 사람을십자가에못박아죽이는방식외에는

자신의하나님을사랑하는방법을몰라!

26:21 그들은스스로시체가되어살것을생각했고

시체가된스스로의몸에검은옷을걸쳤지.

22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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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2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들의말에서조차시체납골당의음울한냄새를맡을수있어.

그들이웃에사는사람은 26:22

검은물이잔뜩고인웅덩이옆에사는것과마찬가지.

그웅덩이에선두꺼비가, 악의조짐인두꺼비가

달콤한우울이담긴울음을울지.

자신들이믿는구원자를내게믿게하려면 26:23

두꺼비보다좀더좋은노래를불러야돼!

자신들이믿는구원자를내게믿게하려면

사도라불리는자들은관상이좀더구원받은듯보여야지!

나는그들이벌거벗은모습을보고싶어. 26:24

아름다운것을보면참회할생각이들거든.

하지만스스로를위장한이번민덩어리들을누가설득할수있지?

그래! 그들의구원은자유로부터오는것도아니고, 26:25

자유가충만하다는<일곱번째하늘>88)에서오는것도아니지!

그들은<깨달음의융단>을밟아본적없어!

그들이믿는구원자의정신89)은온통구멍투성이지. 26:26

제2부 221

88) 지중해지역고대천문학에서는하늘이일곱개의층으로이루어졌다고봄. 제7층은토성궤도밖에있는하늘로서신의영역이고시간이존재하지않는영원의영역임. 그리스인들은토성을‘크로노스’라불렀음. 그뜻은‘시간의아버지’임. 제7층은토성궤도밖에있기에시간이존재하지않는영원의영역임. 유대교에서는일곱대천사(大天使)와하나님이제7층에존재한다고봄. 기독교에서는제7층은축복과행복을상징함.

89) 니체의정신은, 이성, 지성, 지능, 머리를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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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2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구멍마다그들은자신이본허깨비90)를처발라서땜빵91)질했어.

이땜빵을그들은하나님이라불러.

26:27 그들의정신은연민에빠져숨이막혀죽었지.

그들이연민에부풀어오르고또부풀어오르면,

지독하게어리석은바보짓이드러나게돼.

26:28 그들은열광에들떠소란스럽게<떼>를몰아다리를건너지.

마치미래로가는다리는그다리하나뿐인것처럼!

하지만이양치기목자역시실은한마리양에불과한것을!

26:29 이양치기목자들은작은정신과가없이큰영혼을가졌다고하지.

하지만그렇게크다는그들의영혼들도

작은나라들을위해봉사해온것아니야?92)

26:30 그들은자신들이가는길에피로글자를쓰지.

그리고이렇게바보같은소리를하지. “진실은피로증명되었다.”

26:31 피는, 진실에대한증인중최악의엉터리증인이잖아!

아무리순수한가르침도피로포장하게되면

가슴을허깨비와증오로가득차게만들거늘!

22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90) Wahn. 그냥환상이아니라, 정신병자가보는허깨비를뜻함.91) Lückenbuss. ‘땜빵’이라고하면좀속악한표현이긴하지만정확히그뜻임. 한자어로는‘충진제.’92) 유럽의 기독교는 국가 체제의 유지를 위해 기능해 왔다는 것을 꼬집은 말. 당시 유럽은 국가교회체제

(Christendom)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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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2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가르침을증명한답시고불길위를걸은들그게대체무얼증명하는거지?

자신의몸안에서불이붙어그불에서가르침이나와야하는것아니야?

뜨거운가슴과차가운머리. 26:33

이둘이만날때, 사납게몰아치는바람같은, 진정한‘구원자’가생겨나.

그래! 인민이흔히구원자라고부르는사람보다, 26:34

훨씬더위대하고고귀한핏줄을가진사람들이존재해왔어!

사람들을황홀하게만들고압도하는,

사납게몰아치는바람같은사람들이존재해왔어!

형제들! 26:35

자네들이자유에이르는길을찾고자한다면,

인민이말하는어떤구원자보다도더위대한사람들에의해구원받아야해.

아직초인은등장한적없어. 26:36

나는가장위대하다는사람들의벌거벗은모습을보았고,

가장별볼일없다는사람들의벌거벗은모습도보았지.

모두들너무너무비슷했을뿐이야. 26:37

가장위대하다는사람조차너무나인간적93)일뿐이야.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2부 223

26:32

93) 니체가‘인간적’이라고할때에는, ‘시대의한계’, ‘문화의한계’‘국가의한계’에갇혀있는상태를의미함.<넘어서야> 할상태를의미함. ‘초인(Übermensch)’이라는말자체가‘인간(Mensch)’에대립되는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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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2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7:1 마음이나약해지고졸고있는사람에게이야기할때에는

천둥같은목소리로, 하늘의불꽃같은목청으로이야기해줘야지.

27:2 하지만<미인>94)의목소리는부드럽기짝이없어.

영혼이아주예민하게깨어있는사람에만들려.

27:3 오늘메모판95)이부드럽게몸을떨면서나를향해웃더군.

<미인>이성스럽게몸을떨면서웃었던거야.

27:4 오늘나의<미인>은

자네, <미덕을가진사람>들을보고비웃었던거야.

<미인>이이렇게말하는데!

“재들은보상도받고싶어해! 웃기는애들이야!”

27:5 자네, <미덕을가진사람>들! 보상받고싶어?

미덕의대가로보상을받고

땅의대가로천국을받고

22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94) <미인>은지혜를뜻함. 니체는지혜를여자로의인화함. 32:22, 32:23 참조.95) Schild. 안내판, 표지판, 메모판, 명판, 배지 등의 뜻을 가짐. 무엇으로 해석해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음. 번

역자는 메모판이라고 생각하며 그 메모판에는 니체의 키워드인‘미덕’과‘선과 악’이 적혀 있다고 상상함. 이야기 속의이날, ‘미덕’이라 적힌그 메모판이 부르르 떨린 것을 묘사하고 있다고 상상함. 혹은 아예

‘지혜’라고적힌메모판혹은배지로생각해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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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3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오늘의대가로영생을얻고싶어?

보상을주는사람따윈없다고, 27:6

보상을책임지는<보상총책> 따윈없다고

밝히기때문에지금내게화를내는건가?

심지어나는, “미덕은미덕그자체가보상이다”라는

듣기좋은, 그럴싸한소리를한번도가르친적없지.

아! 이래서나는마음이아파! 27:7

사람들은세상만사모두의뿌리에

<보상과처벌>이란개념을슬쩍끼워넣었지.

마침내자기영혼의뿌리에도! 미덕에대해서도!

하지만지금부터내말은멧돼지의주둥이처럼 27:8

자네들영혼의뿌리를헤집어놓을거야. 나를<쟁기날>이라불러줘.

자네가슴속의비밀을모두쟁기로갈아엎어놓겠어. 27:9

자네영혼이, 뒤집혀부서진흙덩이가되어햇볕속에누워있을때,

그때자네속의진실과거짓이구분되겠지.

진실은이거야! 27:10

사람은복수니처벌이니보상이니보복이니따위를받기에는

너무나순수한존재야!

어미가자식을사랑하듯자네는자네미덕을사랑해야돼. 27:11

어미가자식을위한사랑에대해보상받기원한다는소리, 들어봤어?

제2부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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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3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7:12 미덕은자네의가장소중한자아!

자네속엔<동그라미의욕구>96)가있어!

모든동그라미가회전하려고몸부림치는것은

다시한번자기자신을만들어내기위한것이잖아!

27:13 미덕이발휘될때마다빛이생겨나와.

별이죽어도빛은영원히우주를여행해.

그여행이멈출날있을것같아?

27:14 미덕의발휘될때마다생겨난빛은

그미덕을발휘해서수행했던일이다끝난다음에도계속여행해.

그일이이제잊혔든끝났든, 그빛줄기는여전히살아서여행해.

27:15 미덕은바로자네의자아! 어떤낯선다른게아니야.

껍질도아니고몸을가리는가리개도아니지.

자네들, <미덕을가진사람>들!

미덕은영혼밑바닥에서뿜어나오는진실이돼야돼!

27:16 하긴, 매로두들겨맞으면서몸부림쳐가면서

억지로행하는것을미덕이라고부르는사람도있지.

이들이지르는비명을많이들어봤을거야.

27:17 또‘악덕이시들해진상태’를미덕이라고부르는사람들도있지.

증오와질투가좀수그러져서가라앉으면

22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96) Ringes Durst. 니체는미덕을‘자기자신의가치관, 자기자신의선과악에관한기준에의해자기자신이정의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봄. 미덕을 정의해 놓고 그에 도달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봄. 결국 미덕은‘나’밖에존재하는‘또하나의참된나’임. 따라서이는마치동그라미처럼다시자기자신으로순환하는것이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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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3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정의감’이활기를찾고졸린눈을부비지.

그래서‘미덕이넘치고정의감있는사람’으로설치게되지.

또밑으로타락하고있는사람들도있지. 27:18

악마가그사람들을밑으로끌어내리고있는거야.

이들은더깊이타락할수록눈을더욱더반짝이면서하나님을한층더찾지.

그리고이렇게울부짖는소리를들어봤을거야. 27:19

“내가도저히가서닿지못하는것! 그게하나님이고미덕이구나!”

또돌을잔뜩싣고비탈을내려가는마차처럼 27:20

무겁게끼이익끽소리를내면서사는사람들이있어.

이들은틈만나면존엄성이나미덕에대해이야기하지.

이들은마차의제동장치를미덕이라고불러.

또집에있는태엽시계처럼, 27:21

태엽이감겨져있는사람들이있어. 쉬지않고째깍째깍소리를내지.

그들은이째깍째깍소리를남들이‘미덕’이라고불러주기를원해.

나는이사람들과재미있게놀수있어. 27:22

이태엽시계같은사람들을보게되면조롱을퍼부어주지.

그러면태엽이더감겨. 종소리태엽이감기는거야.

째깍째깍할뿐아니라딩동댕동종소리도내게되지!

또한줌도안되는자기정당성97)에취해있는사람들이있어. 27:23

제2부 227

97) Gerechtigkeit. 자신이정당하다고배타적이고오만하게확신하는위선. 영어로는self-righteous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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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3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알량한자기정당성에힘입어세상모든것에대해엄청분노하지.

세상전체가이들의부당한분노에빠져숨이막혀죽는셈이야.

27:24 그런인종들의‘미덕’은발음도이상하게바뀌지.

그들이‘나는정의롭다”라고말할때엔,

“나는복수했다!”98)라고들려

27:25 이들은미덕을사용해서, 적의눈알을긁어버리겠다는식이야.

이들은미덕을사용해서, 남을낮추기위해자신을높이겠다는식이야.

27:26 또늪속에쭈그려앉아덤불뒤에서이렇게말하는사람들도있어.

“미덕이라.…음, 미덕은늪에조용히들어앉아있는거야.

27:27 우리는다른사람들을물어뜯지도않고

우리를물어뜯으려는사람들도멀리하지.

모든점에대해주어진의견을따르면돼.”

27:28 또틈만나면가만히폼을잡고생각하는사람들도있어.

이들에겐미덕은일종의폼.

27:29 이들의무릎은항상꿇은폼으로미덕을경배하고,

이들의손은항상벋은폼으로미덕을찬양하지.

하지만이들의가슴은미덕에대해아무것도몰라.

27:30 또이렇게말하는것을미덕이라고생각하는사람들도있어.

22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98) 독일어에서는옳다(gerecht)와복수했다(gerächt)의발음이비슷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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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3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미덕은반드시필요해!”

하지만이들은경찰이반드시필요하다는것만믿을뿐.

또인간속에있는숭고한것을보지못하고 27:31

자신의비열함만을지독히가까이들여다볼수있는사람이있지.

이들은이<사악한눈>99)을미덕이라고불러.

또‘좋은’소리를잔뜩듣고교화받아서 27:32

몸을꼿꼿이가누고싶어하는사람이있지. 그들은이걸미덕이라고불러.

또남들한테노상당하고사는사람들이있지. 그들은이걸미덕이라고불러.

그래서결국모든사람들은 27:33

자신이어떤식으로든미덕에참여하고있다고철썩같이믿고있지.

스스로‘선’과‘악’에대한전문가라고주장하는거야.

하지만나, 짜라두짜는 27:34

이거짓말쟁이들이나바보들에게이렇게말하려고온게아니야!

“너, 미덕에대해뭘아냐?

네가, 미덕에대해뭘알수나있긴한거야?”

그런말하러온게아니라 27:35

이거짓말쟁이들이나바보들한테서배워온케케묵은이야기들에대해

자네들이넌더리를내고있지않을까, 기대하고온거야.

‘보상’이니, ‘보복’이니, ‘처벌’이니, ‘정당한복수’니하는말에대해 27:36

제2부 229

99) 11:6의주석4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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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3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들이넌더리를내고있지않을까, 기대하고온거야.

27:37 “이기적이지않은행동이선한행동이다”라고떠벌이는것에대해

자네들이넌더리를내고있지않을까, 기대하고온거야.

27:38 아! 친구들!

자네의참된자아가자네의행동속에깃들어있어야돼!

어미가아이속에깃들어있듯이!

이것을미덕에관한자네의좌우명으로삼아!

27:39 그래! 내가르침은자네들로부터

미덕에관한좌우명을수백가지도넘게빼앗은셈이지.

미덕에관한소중한장난감을수백가지도넘게빼앗은셈이지.

장난감을빼앗긴아이들처럼자네들은내게악을쓰고싶겠지.

27:40 아이들이해변에서조개껍질이랑모래랑가지고잘놀고있었는데

파도가밀려와서깊은곳으로, 조개껍질을몽땅쓸어가버린것과다름없지.

그래서아이들이엉엉울고있는것과다름없지.

27:41 하지만쓸어가버린바로그파도가새로운장난감을가지고오잖아!

형형색색조개껍질을다시던져주잖아!

27:42 그래서아이들은위안을얻지.

친구들! 자네들역시아이들과마찬가지로위안을얻게돼.

형형색색새조개껍질이생겨!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3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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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3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삶은기쁨이솟아나는샘. 28:1

하지만어중이떠중이100)들이함께마시면샘에독이생기지.

나는깨끗한게좋아. 28:2

지저분한놈들이이빨을드러내고웃는것도보기싫고

갈증으로껄떡거리는것도보기싫어.

어중이떠중이들은우물을들여다보지. 28:3

그다음엔우물물에그들의구역질나는웃음이어른거려.

그들은음탕한말을지껄여서성스러운우물에독을풀었지. 28:4

그들은음탕한꿈을두고<남녀의기쁨>라고하지.

이젠말조차독에물든거야.

그들이자신의축축한심장을불길에올려놓으면101) 28:5

아마불꽃조차타기싫어꺼질걸?

어중이떠중이들이불길에다가가기만해도

제2부 231

100) 니체는 농숙한 근대(modernity)의 주인은‘타락한 인민’, 즉 폭도(Pöbel)라고 보았음. 어중이떠중이는이폭도의지배에영합해서자신의이익을추구하는지식층, 정치인, 종교인전체를가리킴.

101) 고대 지중해 연안에서는 제사를 지낼 때 불 위에 희생 제물의 고기를 올려놓았음. ‘자신의 축축한 심장’을‘그들이 준비한, 그들의’희생 제물의 심장으로 볼 수도 있음. 아마 니체는 이 두 가지를 다 의미할 수도있는상황을의도한것같음. 그러나우리말로옮기면‘사람의심장’이됨. 어차피둘중하나밖에나타낼수없다면구태여의역할필요가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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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3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신령은부글거리며연기를내뿜을걸?

28:6 과일조차그들의손에들어가면역겹게, 재가넘게익어버려.

그들이보기만해도과일나무는말라서시들어버리지.

28:7 삶에게등을돌린사람들중많은사람이

실은, 어중이떠중이가싫어서등을돌렸지.

그들과는샘물도불길도과일도함께하고싶지않았던거지.

28:8 사막으로들어가맹수들과함께살며갈증을견딘사람들중많은사람이

실은, 저수지옆에서더러운낙타몰이꾼들과함께앉기싫었던거지.

28:9 과수원을덮친우박처럼참혹한파괴를저질렀던사람들중많은사람이

실은, 어중이떠중이의입속에발을처박아숨통을끊어놓기원했던거지.

28:10 삶이<적과의대립>, 죽음, 순교를요구한다는진실이

내숨통을막았던게아니야.

28:11 이런질문을스스로던졌을때, 그때거의숨통이막혀죽을뻔했어.

“왜삶에는어중이떠중이가필요한걸까?”

28:12 왜독으로더럽혀진우물이필요한걸까?

왜지저분한불이필요한걸까?

왜더러운꿈이필요한걸까?

왜삶이라불리는빵에는구더기가올라앉아야하는걸까?

28:13 증오가아니라구역질이내생명을게걸스럽게씹어삼켰어.

23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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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3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런! 어중이떠중이에게도정신이존재한다는것을발견했을때에는

내정신마저도싫어졌지!

요즘지배자들이지배라고부르는게무엇인지알았을때 28:14

나는지배자에게서등을돌렸지.

어중이떠중이들과권력을거래하고흥정하는것! 그걸, 지배라불러.

알지못할말을지껄이는인민틈에서나는귀를막고살았지. 28:15

권력을흥정할때쓰는그들의말도싫고,

권력을거래할때벌이는그들의실랑이도싫어.

내내코를막고서과거의모든것, 현재의모든것을살피고다녔지. 28:16

현재와과거모두<글어중이떠중이>102)의악취가진동했어.

눈멀고귀멀고느낌마저뻣뻣해진불구자처럼오랫동안살았지. 28:17

<권력어중이떠중이>, <글어중이떠중이>, <쾌락어중이떠중이들>과

어울리지않으려고발버둥치면서.

나의정신은지친채조심스럽게걸음을옮겼지. 28:18

간혹있는이런저런작은즐거움만위안이었을뿐.

장님같이지팡이에기대어엉금엉금살았어.

그런데내게무슨일이벌어진거지? 28:19

어떻게내가구역질로부터벗어날수있었지?

제2부 233

102) 어중이떠중이는, 인민및<어리석은대중>에영합하는풍조를말함. <글어중이떠중이>는인민및<어리석은대중>에영합하는사상가, 문필가, 언론인, 학자를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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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3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어떻게내눈빛에다시생기가돌아젊은이의눈이된거지?

우물가에어슬렁거릴어중이떠중이들이없는<높은곳>까지

어떻게내가날아오른거지?

28:20 내구역질이날개를만들어준건가?

내구역질이내게<샘물을찾아내는능력>103)을만들어준건가?

그런데내게무슨일이일어난거지?

28:21 아! 찾았어! 샘을찾았어! 형제들!

여기가장<높은곳>에서, 내앞에서, <기쁨의샘>이솟아오르고있어!

여기선어중이떠중이와함께물을마실일없이살수있어!

28:22 샘물아! <기쁨의샘물>아! 맹렬히솟는구나!

먼저솟아고인물을밀어내고끊임없이솟는구나!

28:23 <기쁨의샘물>!

나는네게좀더조심스럽게다가서는법을배워야하는구나.

내가슴은너를향해너무성급하게쏠리는구나.

28:24 여름이타고있는내가슴.

짧고뜨겁고울적하기도하고너무나즐겁기도한여름이타고있는내가슴은

너의시원한물을얼마나원하는지!

23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03) ‘생명을지속하게할수있는매우신성하고중요한능력’을의미함. 기독교사상과문화를이해해야의미가짐작될수있음. 이스라엘과같이건조한지중해성지역에서는<샘을찾아내는능력>은하나의대가족,하나의 부족의 생사를 결정짓는 능력임. 예를 들어 구약 이집트 탈출 편(출애굽기)에 보면(출애굽17:1~17:6), 물이없어고생하게되자이스라엘인들이모세의지도력에대해의문을제기하고모세를돌로때려죽이려고 할 정도로 흉포해졌음. 또한 과연 하나님이 이스라엘 사람들과 같이하고 있는지 의심하는근본적동요를일으킴. 모세가하나님의지시대로호렙(Horeb)의바위를지팡이로때리자물이나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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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4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청춘내내나를따라다니던번민도이제없어졌구나! 28:25

장년(壯年) 초입104)에날리던악의에찬눈발도이제없어졌구나!

나는이제오롯한여름!

나는이제오롯한여름날정오!

가장<높은곳>의여름. 28:26

시원한샘물과행복이넘치는정적감도는여름.

어서와! 친구들! 친구와함께라면정적은한층더큰행복!

이곳이바로우리의<높은곳>, 우리집. 28:27

우리사는이곳은너무높고너무가팔라서

지저분한인종들, 그들의갈증은미치지못하지.

친구들! 자네의순수한눈길을내<기쁨의샘>에던져! 28:28

자네의눈길은영롱하게반짝이는샘물을망치지않지.

샘은자네의눈길을받고해맑게웃어주지.

우리는미래를위해집을짓지. 28:29

독수리가부리에음식을물어우리, <고독한사람>들에게가져다주지!

지저분한인간은함께할수없는음식! 28:30

그런사람에겐불과같아서주둥이를모두태워버리게되지!

그래! 우리는지저분한인간들을위해집을만든게아니지! 28:31

제2부 235

104) 본문은 유월임. 유월을‘장년 초입’이라고 번역함. 번역자는‘유월에 날리던 눈발’을, 『인간적인, 너무나인간적인』을 출간하여 지인들의 비난을 받고, 건강이 악화되어 바젤 대학 교수직을 사임한 1878년, 1879년을가리킨다고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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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4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우리가행복하게여기는이곳을

그들의몸과정신은차디찬얼음굴로느낄걸!

28:32 우리는지저분한인간들머리한참위에서

거센바람처럼, 독수리의이웃처럼, 눈[雪]의이웃처럼,

태양의이웃처럼살지. 거센바람은그렇게살아.

28:33 언젠가나는바람이되어지저분한사람들을휩쓸어!

나의정신은그들의알량한정신의숨결을끊어놓지.

나는미래가그렇게되기를의지(意志)해.

28:34 그래! 짜라두짜는평야를휩쓰는거센바람.

화가나서머리에서연기가모락모락나고침을뱉는

적들에게이렇게충고하지.

28:35 “바람에대고침뱉지마! 네얼굴로도로튀어!”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3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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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4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게타란툴라105) 독거미굴이야. 29:1

타란툴라한번볼래?

이건거미줄이군. 거미줄을건드려서떨게해.

응, 이제얌전히나오시네.… 타란툴라씨, 어서오세요. 29:2

봐! 이녀석등짝에검은색삼각형이있지?

나는이놈영혼속에뭐가들어있는지너무잘알아!

네놈영혼속에는복수가들어앉아있지. 29:3

네놈이물면검은반점이생기지.

네놈의독은물린사람의영혼을어질어질하게만들지.

그게네놈의복수아니야?

내가지금타란툴라에대해말하고있다고생각하느냐, 이놈들아? 29:4

바로네놈들, <평등을설교하는자>들에대해말한거야!

네놈들은타란툴라야. 복수욕에미쳐있으면서안그런척하는놈들!106)

타란툴라굴같은네놈들의음침한속내를다드러내주마. 29:5

제2부 237

105) 「29. 독거미 타란툴라」는「40. 역사적인 사건」과 더불어『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에서 가장 정치적인글임. 타란툴라는 평등주의, 사회주의를 상징함. 한편「40. 역사적인 사건」에 나오는 불개는 혁명 세력,체제전복세력을상징함.

106) versteckte Rachsüchtige 직역하면‘드러나지않은복수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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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4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높은곳>에서웃는내껄껄웃음을네놈낯짝에대고웃어주마.

29:6 네놈거미줄을살살흔들어네놈화를돋우면

네놈은온통거짓말로가득찬소굴에서기어나와본색을드러내지.

평소‘정의’라는 명분 뒤에 숨어 있던 네놈의 복수욕이 통통 튀어나오겠

지.

29:7 인간이복수의사슬로부터자유로워지는것!

이게, 짜라두짜의숭고한희망에이르는다리이거늘!

이게, 오랫동안이어지던폭풍이걷힐때나타나는무지개이거늘!

29:8 그런데네놈들, 타란툴라들은끼리끼리모여서이렇게떠들지.

“폭풍과같은복수로세상을쓸어버리자.

우리는바로그것을정의라고부른다!”

29:9 네놈들, 독거미타란툴라들은끼리끼리이런맹세를하지.

“우리와다른놈들모두에게복수하고앙갚음할것이다!”

29:10 “평등에대한의지! 이것이이제미덕의이름이다!

우리는, 힘을가진것은모두비난하고배척한다!”

29:11 네놈들, <평등을설교하는자>들은‘평등’을짖어대지.

<힘없음>이한(恨)으로쌓여마침내폭군처럼날뛰는광증이된거지.

꽁꽁감춰진폭군같은복수욕은고상한미덕을나타낸말로위장돼있지.

29:12 네놈들은, 자기만족은거덜났고시기심은억눌러야했던거지.

네놈애비, 할아비도, 자기만족은거덜났고시기심은억눌러야했던거지.

23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2부(197~350)3.3 2010.5.27 7:15 PM 페이지238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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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4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제그게복수의미친불길이되어네놈한테서뿜어져나오는구나!

애비가가슴속에삭였던것을이제아들놈이까놓는구나. 29:13

그래, 애비의비밀을드러내는건아들놈이더라.

이놈들은, 얼핏보면영감(靈感) 꽂힌사람같이보이지. 29:14

꽂히긴꽂혔는데영감에꽂힌게아니라복수심에꽂힌거지.

이놈들이세련되고냉정하게될때에는

정신이작용해서세련되고냉정하게된게아니야.

시기심이작용해서세련과냉정을배운거지.

영감, 세련, 냉정을흉내냈으니까이제남은게뭐겠어? 29:15

이제질투가그들로하여금사상을흉내내게만들지.

그러니그들의‘사상’이란것은항상지나치게먼데까지갈수밖에.

너무지쳐서마침내눈위에라도누워잠이들정도로멀리가.107)

불평을늘어놓을때에는항상<복수의생각>이그안에숨어있고 29:16

찬사를늘어놓을때에는항상증오가그안에숨어있지.

판사가되어사람을죽이고살리고하는것이야말로그들에겐축복.

친구들! 내가충고해줌세. 29:17

<처벌에대한동력>108)이강한사람을절대믿지마!

그런인종들은혈통이나쁘고족보가더러운종자들. 29:18

제2부 239

107) 이때질투는“인민과폭도에대한지배력을상실하지않을까?”라는두려움임. ‘멀리간다’는것은“앞뒤가안맞는억지사상을무리하게주장한다”는뜻임.

108) Trieb. 한 사람에게 특정 욕망을 지속적으로 가지도록 만드는 감정적 에너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우리말에는단어가없어서‘동력’을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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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4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관상을보면사형수의목을치는망나니나

범인의냄새를좇는경찰견이어른거려.

29:19 노상정의에대해떠드는놈들을절대믿지마!

그래! 그런놈들의영혼에는꿀처럼부드러운부분만빠져있는게아니야.

29:20 그놈들이자기자신을두고<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들이라고말할땐

바리새109)와똑같은놈들이라고생각하면돼.

한가지차이점은그놈들에겐바리새와달리, 아직힘이없다는점이지.

29:21 친구! 나는내가르침이혼동되는게싫어.

나는내가아닌것으로생각되는게싫어.

29:22 내가가르치는<삶의가르침>을흉내내서가르치는놈들이있어.

그런데실은<평등을설교하는자>들, 타란툴라들이야.

29:23 이독거미같은놈들은삶에대해근사하게이야기하지.

하지만굴속에앉아삶을외면하고있는놈들이야.

이놈들이삶에대해근사하게거짓말을늘어놓는것은

남들을해치려고하는거야.

29:24 현재힘을가지고있는사람들을해치려고.

현재힘을가지고있는사람들은대부분<죽음의가르침>에빠져있거든.

24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09) BC 6세기에서 AD 1세기 유대인사회의 지배적 정치적·종교적 흐름. 예수는 바리새(Pharisee)와 심하게대립함. 예수를 죽게 만든 것이 바리새였음. 바리새는 27:23에 나오는‘자기 정당성에 대한 위선적 확신’을상징함. 독일어로Selbst-gerechtigkeit, 영어로self-righteousness는니체가가장미워한악덕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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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4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러니독거미들은그에맞서서<삶의가르침>을떠드는거야.

만약현재힘을가지고있는사람들이 29:25

<죽음의가르침>이아닌다른설교에빠져있다면,

이타란툴라들은<삶의가르침>을떠드는대신, 다른거짓말을하고있을거야.

이놈들은항상이런식이지.

이놈들은예전에는가장지독한<이세상을헐뜯는사람>들이었어.

예전에는가장지독한<이단자를말뚝에묶어태워죽이는자>들110)이었지

나는<평등을설교하는자>들과혼동되어그중하나로생각되기싫어. 29:26

내가보는정의는이거거든.

“인간은평등하지않다.”

“인간은평등해져서도안된다!” 29:27

인간이평등해져야한다고믿는다면어떻게초인에대해말할수있겠어?

인간은천개의다리와 29:28

천개의좁은통로를지나초인으로나아가게돼.

전쟁도많이있어야하고불평등도많이있어야돼.

그래! 나는인간에대한사랑에서이렇게말하게되는거야.

싸움을위해인간은비전111)과환영112)을만들게돼. 29:29

제2부 241

110) <이 세상을 헐뜯는 사람들>과 <이단자를 말뚝에 묶어 태워 죽이는 자들>은 모두 기독교를 의미함. 1870년대유럽에서사회주의(평등주의)가급팽창할때기독교반유대주의(anti-semitic) 세력이<반유대 사회주의> 세력으로하루아침에탈바꿈했음.

111) Bilder. 24:10의주석80 참조.112) Gespenster. 환영, 망령을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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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4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인간은비전과환영을동원해서거대한싸움을싸우게돼.

29:30 <선과악>, 부(富)와빈(貧), 고귀함과비천함.…

이모든미덕의이름이동원되게돼.

미덕이무기가돼야돼. 미덕이표식이돼야돼.

삶은자신을<넘어서고> 또<넘어서야> 한다는것을생생히보여주는표식!

29:31 삶은기둥을세우고계단을놓아서높이올라가기원해.

먼곳을내다보기원하지. 기쁨에넘치는장엄한광경을내려다보기원하지.

그래서삶은<높은곳>을필요로하는거야!

29:32 <높은곳>을원하니까계단이필요하지.

이쪽편으로오르는계단과저쪽편으로오르는계단사이의

충돌이필요하지.

계단을올라가는사람끼리충돌이필요하지!

삶은오르기를원해. 오르는과정에서자기자신을<넘어서기> 원해.

29:33 친구! 여기를봐!

지금타란툴라의굴이있는이곳은원래오래된성당이있던자리잖아!113)

눈을활짝뜨고이성당의폐허를봐!

29:34 그래! 여기에한때돌을까마득히쌓아

자신의생각을나타냈던그사람은,114)

삶의비밀에대해누구보다도잘알고있던사람이야!

24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13) 사회주의의정치적·경제적평등은, 기독교의<신앞의평등>을대체한것에지나지않음을뜻함.114) 예수. 혹은고딕양식을디자인한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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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4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9:35 전쟁, 불평등, 힘을둘러싼투쟁이있을수밖에없다는것을알았지.

심지어아름다움마저도불공평하다는것을알았지.

그사람은바로이곳에서그것을아주명확한우화(偶話)로말했었지.

천장과아치들이서로투쟁하며겨루는모습이얼마나신성해! 29:36

빛과그림자를만들어내면서서로신성하게힘을겨루고있지있잖아!

친구들! 여기, 서로힘을겨루고있는천장과아치들처럼 29:37

우리도아름답게, 또한확실하게, 서로적이돼야돼!

우리도서로신성하게힘을겨뤄야돼!

아! 내숙적, 타란툴라에게마침내물렸군! 29:38

신성하게, 또한아름답게, 또한확실하게손가락을물렸군!

“이인간은처벌해야돼. 정의의처벌을내려야지. 29:39

다시는이곳에서<적과의대립>115)을찬양하면서

허황된노래를부르지못하도록만들어야지!”

타란툴라는이렇게생각해.

그래! 타란툴라는마침내복수를했군! 29:40

이제내영혼도복수에취해어질어질하겠군!

내가복수에미쳐마음을바꾸지못하도록, 기둥에날묶어줘! 친구! 29:41

복수욕이소용돌이치는영혼이되느니,

제2부 243

115) 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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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4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차라리기둥에묶인성자가되겠어!

29:42 그래! 짜라두짜는소용돌이도아니고회오리바람도아니야.

짜라두짜는춤꾼이긴하지만결코타란텔라춤116)은안춰!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4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16) Tarantel-Tänzer. 영어로는 tarantella. 나폴리 지방 타란토(Taranto) 인근에서 시작된 빠른 춤. 6/8 혹은4/4 박자로 쌍쌍이 빠르게 회전하는 춤. 전설에 의하면 독거미 타란툴라에 물렸을 때 이 춤을 추면 독이빠진다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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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5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당신들은인민을받들었고인민의미신을받들었을뿐이지. 30:1

당신, <저명한철학자>들!

당신들은진실을받들지않았어!

인민이당신들을존경한것은바로그때문이었어.

바로그때문에또한당신들의무신앙을용서했던거야. 30:2

당신들의무신앙은인민에게는그냥농담이고한눈팔기에불과했거든.

주인은원래그래.

종놈들이지하고싶은대로내버려두기도하고,

건방을떨어도재롱으로받아주기도하지.

개들이늑대를증오하듯 30:3

인민이증오한것은당신들이아니라,

<자유정신을가진자>, <족쇄를깨려는자>,

<경배하지않는자>, <숲에사는자>였지.

그런사람을숨어있는곳에서몰아내서죽이는것. 30:4

그것을두고인민은‘옳은것이무엇인지아는것’이라고불렀지.

그런사람을물어죽이라고개중에서제일이빨이날카로운놈들을풀었어.

“인민이있는곳에진실이있다. 30:5

다른곳에서진실을찾으려는자들에게재앙이있기를!”

제2부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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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5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태초부터이런식이었어.

30:6 인민이가진, 공손한마음을당신들은그럴듯하게합리화하려고했지.

그래서그행태에<진실에대한의지>라고이름붙였지.

당신, <저명한철학자>들!

30:7 당신들의가슴은항상이렇게중얼거려.

“나는인민으로부터나왔지.

하나님의목소리역시인민으로부터나와!”

30:8 당신들은‘인민의옹호자’가되어

당나귀처럼완고하고교활하게행동해왔지.

30:9 인민과좋게지내고싶어하는<힘있는자>들은

자기마차를끄는말앞에작은당나귀를한마리더매지.

그작은당나귀가바로<저명한철학자>.

30:10 자, 나는이제당신들이뒤집어쓰고있는사자(獅子) 가죽을벗긴다!

당신, <저명한철학자>들!

30:11 당신들이뒤집어쓰고있는사자가죽은이미얼룩덜룩더러워졌어!

당신들이뒤집어쓰고있는갈기털.

원래, 질문하는자, 진실을찾는자, <넘어서는> 자가

위엄있게두르던갈기털은

이미수세미처럼너저분하게엉켜있어!

30:12 아, 내게당신들의‘참됨’을믿게해주고싶다고?

24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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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5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당신가슴속에있는, 무엇인가를경배하지않고는못배기는

그<경배에대한의지>부터없애고내게와!

<참됨>이뭔지알기나알아? 30:13

신조차떠나버린사막에들어가서가슴속에있는

<무엇인가를경배하고싶어하는마음>을없애버리는거야.

노란모래한가운데에서태양볕에타들어가면서, 30:14

숨쉬는것들이모여그늘아래편히쉬는오아시스를

멀리서, 목이말라침을삼키며눈을껌뻑이면서바라보는거야.

하지만아무리목이말라도 30:15

오아시스에모인숨쉬는것들처럼편안하게될생각은전혀없지.

오아시스에는항상우상이있거든.

배고프고난폭하고고독하고, 신을안믿어. 30:16

그게사자야. 그게사자의의지야.

농노의행복과는관계없는것. 30:17

신으로부터구원받는것.117)

<무엇인가에대한경배>로부터구원받는것.

스스로겁이없고남을겁질리게하는것.

위대하면서도고독한것.

이런의지가바로<참된사람>의의지.

제2부 247

117) ‘신으로부터구원받는것’은‘죄로부터구원받는것’의반대임. 즉, 신앙을버리는것을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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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5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0:18 <참된사람>은, <자유정신>은항상사막에서사막의주인으로살아왔지.

하지만 배에 기름기가 흐르는 <저명한 철학자>들은 마을이나 도시에 살

아.

<저명한철학자>는짐을끄는짐승이니까

당연히거기서살아야하지않겠어?

30:19 인민의수레를끌어야지!

30:20 짐끄는짐승으로산다고내가화낼건없지.

하지만그들은하인들이고고삐채운짐승들이야.

고삐와장신구가금빛으로아무리반짝인다고해도.

30:21 아, 물론, 그들은훌륭하고칭찬할만한하인들인경우가종종있어.

그래서그들의미덕은이렇지.

“하인직분을잘하려면확실히섬길수있는주인을찾아라!

30:22 주인의정신과미덕이창성(昌盛)하는것은

바로우리가종노릇을잘하기때문이니라.

주인의정신과미덕이창성함에따라우리종들역시창성할지니!”

30:23 그래! 당신들, <저명한철학자>들, 인민의종들은

인민의정신과미덕이창성함에따라함께번성해왔지.

또한인민은바로당신들을통해서창성하게된거야!

나는지금당신들을칭찬하고있는거야!

30:24 하지만당신들은미덕을아무리잘실천해도인민과혈통이같아.

침침한눈을가진인민과혈통이같아.

24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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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5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정신이무엇인지모르는인민과혈통이같지.

정신은생명을가르고파고드는또하나의생명이지.118) 30:25

그래서정신이지식을넓힐때마다고통이뒤따르지.

당신들, 그거몰랐었지?

정신의행복은스스로희생제물이되기위해 30:26

기름을바르고눈물로씻어져서성스럽게되는데있어.

당신들, 그거몰랐었지?

장님이라하더라도, 안보이는눈으로도 30:27

무엇인가찾아더듬거리는몸짓으로도

내리쬐는태양의힘을증언할수있지.

당신들, 그거몰랐었지?

<깬> 사람은산들을움직여서집을짓는거야. 30:28

정신에게는산을움직이는것쯤은아무것도아니지.

당신들, 그거몰랐었지?

당신들이아는건정신이아니야. 30:29

정신에서튀는불똥만알뿐이지.

정신은모루이며망치야.

제2부 249

118) 니체의정신은, 머리, 지성을뜻함. ‘정신은생명을가르고파고드는생명(Geist ist das Leben, das selberin’s Leben schneidet)’은, “지성은, 삶그자체를엄정한과학적탐구의대상으로삼는다, 지성은스스로하나의생명처럼움직인다”는뜻임.

119) 지적(知的) 정직성과 철저성(intellectual integrity and thoroughness)을 말함. 또한 지적 정직성이 결여된세태를비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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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5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망치로사정없이모루를내리치는게바로정신119)이야!

30:30 당신들은정신이가지고있는자부심을알지못하지.

하지만정신이황송하게도, 겸손하게도

당신들에게직접말을해준다면더더욱참지못할거야!

30:31 게다가한번이라도정신을감히눈더미속에파묻어본적없잖아?

그렇게하려면정신이빨갛게달아올라있어야하는데!

당신들의정신은뜨뜻미지근하지도않잖아!

그러니당연히정신이차가워질때의황홀한느낌도모르겠지.

30:32 그런데도당신들은정신을아주잘안다는식으로거드름피우고다니지.

그래서당신들의지혜는형편없는시인들만모아놓은

노숙자합숙소나삼류병원같이되는거야.

30:33 당신들은독수리가아니지.

하늘높이까마득히떠있을때의공포.

그공포에서느끼는정신의즐거움을알지못하지.

새가되지못하는사람은깊은절벽위에집을짓지못해.

30:34 당신들은미지근해.

하지만모든심오한깨달음은차디차게흘러나와.

정신의가장깊숙한곳에있는샘물은얼음장처럼차갑지.

그렇게차가워야뜨겁게달아오른손을식혀주거든.

그렇게차가워야뜨겁게달아오른사람을식혀주거든.

30:35 당신들은짐짓위엄있게, 꼿꼿하게, 등짝을펴고서있지.

25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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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5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역시<저명한철학자>들다워.

하지만그렇게목에힘주고버티니까

어떤바람도, 어떤의지도당신들을한발자국도못움직이잖아?

격렬하게몰아치는바람앞에 30:36

돛이한껏부풀어떨리면서

바다를가로지르는배를본적이있기나한거야?

그돛같이, 격렬한정신의힘을한껏받아 30:37

내<지혜>는바다를가로지르지.

내<지혜>는길들여지지않아거칠기짝이없지!

그런데, 당신들저명한철학자양반들께서는 30:38

나랑같이잘지낼120)수있으려나?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2부 251

120) ‘지내다’는 뜻으로도 동사 gehen(전치사 mit)을 썼고, ‘바다를 가로지르다’는 뜻으로도 동사 gehen(전치사über)을써서대구를이룸. 번역에서는살리지못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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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5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1:1 밤이구나.

샘솟는샘물은소리가더커지네.

내영혼도샘솟는샘물같아서.

31:2 밤이구나.

사랑하는연인들노래소리만깨어있네.

내영혼도사랑하는연인의노래.

31:3 가시지않은목마름같은,

가실수없는목마름같은것이내속에있어

말하고싶어하지.

사랑에대한갈구가내속에있어사랑의언어로이야기하지.

31:4 나는빛.

아! 내가밤이될수있다면!

고독뿐이네.

나는온몸이빛에둘러싸여있네.

31:5 아! 내가어둡고,

어두워서눈에띄지않을수있다면!

빛의젖가슴에얼굴을묻고

빛을빨수있을텐데!

25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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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5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반짝이는작은별, 31:6

머리위를떠다니는반딧불!

나는너희를축복할수밖에없구나.

빛을선물하는너희를.

하지만나는내가만든빛속에살고있네. 31:7

내몸에서피어오르는불꽃을다시마시며.

<받기만하는존재>의기쁨을나는알지못하네. 31:8

훔치는데서오는기쁨은더더욱알지못하지.

단지, 훔치는것은받는것보다더큰기쁨이라고상상할뿐.

끊임없이주지않고는못배기지. 31:9

그게내가난의원인.

받는자가가지는기대하는눈빛, 불밝힌갈망의밤을나도한번가져봤으면!

<주는자>가된다는것은비참한운명! 31:10

그런자에게는태양조차빛을가려!

욕망할줄모르기에한번이라도욕망할수있기를탐내지!121)

항상배부르기에오히려배고파하지!

사람들은내게서가져가지. 31:11

하지만내가과연그들의영혼에가닿은적있나?

나는준다고주었지만, 받는것은또다른이야기.

제2부 253

121) Oh Begierde nach Begehre! 니체 문체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구절. 직역하면“아! 욕망에 대한 욕망!”감탄사를포함해서불과네단어로이루어진문장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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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5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주는것과받는것사이엔커다란거리가있지.

아주작은틈새라도다리로이어야하거늘!

31:12 나의<미인>122)은이제배가고픈가봐.

내게서받아가는사람들로부터빼앗고만싶어!

이렇듯나는사악해지고싶어하지.

31:13 내게서받아가려고내민손이버젓이있는데

나는손을거두지.

절벽에서떨어지는물길이망설일수있다면

나도그런식으로망설이는셈.

이렇듯나는사악해지고싶어하지.

31:14 줄것이너무많아그런복수를만들어내는거야.

고독해서그런앙심을품게되는거지.

31:15 베푸는데에서오는기쁨은베풀다가죽었어.

미덕은너무넘쳐제풀에지쳐나자빠지고.

31:16 항상주는사람은부끄러움을잊게된다는위험을끼고살지.

노상나누어주다보니까나누어주는손과가슴은이골이나게돼.

31:17 제선물을제발받아주십시오,

라는간청의부끄러움이내눈에선더이상눈물로흐르지않지.

나누어준선물을가득받은상대의손이

25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22) 27:3, 32:18, 32:19. 지혜를의인화시킨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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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6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떨고있는지안떨고있는지, 내손은너무굳어서이제그것조차구분하지못해.

내눈의눈물, 31:18

내가슴의꽃은다어디로간거지?

아, <주는자>가겪는고독!

아, <빛을주는자>가겪는한없는적막!

넓은우주엔태양이여러개돌고있지. 31:19

어두운것들에게그들은빛을주네.

내게는아무것도안줘.

적막이야.

빛을내는존재에대한, 빛의적의(敵意)! 31:20

빛을내는나를본척만척하며

태양은자기길을갈뿐.

태양은자기외에빛을내는다른존재에대해부당하게대하지. 31:21

태양은다른태양들에게차디차게대하지.

이렇듯모든태양은각기자기길을갈뿐.

폭풍같이태양은궤도를날아가지. 31:22

그들은그렇게여행해.

태양은가차없이자신의의지를따르지.

그들은그렇게냉정해.

아! 너희, 희미하고어두운존재들! 31:23

너희만<빛을주는자>로부터온기를받을수있구나!

제2부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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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6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 너희만빛의젖통123)에서젖과위안을빨수있구나!

31:24 아! 나는얼음에둘러싸여있네.

내손은얼음에데었어!

아! 타는목마름이나를괴롭히네.

나의가르침에대한너의목마름에나는목말라!

31:25 밤이구나.

아! 나는빛이어야만하는구나.

밤과같이어두운존재들을갈망해야만하는구나.

고독이어야만하는구나.

31:26 밤이구나.

내갈망은내게서떨어져샘물처럼샘솟는구나.

그래. 넋두리하고싶었던거야.

31:27 밤이구나.

샘솟는샘물은소리가더커지네.

내영혼도샘솟는샘물같아서.

31:28 밤이구나.

사랑하는연인들의노랫소리만깨어있네.

내영혼도사랑하는연인의노래.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5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23) Euter는젖소의젖통을이야기함. 여자의유방은Brüste임. 31:5에서는Brüste여서‘젖가슴’으로번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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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6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어느날저녁짜라두짜는제자들과숲속을거닐고있었지. 샘물을찾고

있었던거야. 아그런데! 나무와덤불한가운데고요하게펼쳐진풀밭이

나오지 않겠어? 풀밭에선 아가씨들이 춤추고 있지 않겠어? 아가씨들은

짜라두짜를 알아보자 곧 춤을 멈추었지. 하지만 짜라두짜는 정답게 아

가씨들에게다가갔어. 그리고이렇게말했지.

아름다운아가씨들! 춤을멈추지마십시오! 31:2

<사악한눈>124)을가진<분위기깨는놈>이온게아닙니다.

아가씨들의적이아닙니다.

악마앞에서신125)을옹호하는사람입니다. 31:3

아, 내가말하는악마는<중력의영>126)입니다.

제가어떻게신성한춤에대해적이될수있겠습니까, 몸이날랜아가씨들?

제가어떻게아가씨들의아름다운발목과발에대해적이될수있겠습니까?

네…저는숲같은사람이지요. 31:4

밤같이검푸른나무숲같은사람이지요.

하지만어두운숲같은제모습을두려워하지않는다면

편백나무밑에서장미꽃우거진작은언덕을찾아낼수도있지요.

제2부 257

31:1

124) 11:6의주석41 참조.125) 춤과축제의신디오니소스를의미함. 7:22 참조.126) 7:23의주석34 참조. 7:23, 46:8~46:2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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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6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1:5 어두운제모습을두려워하지않는다면,

아가씨들이정말좋아하는귀엽고작은신127)도찾아낼수있을겁니다.

샘물옆에서눈을감고누워있을겁니다.

32:6 이렇게벌건대낮부터잠을자다니그신도엄청난게으름뱅이죠!

아마나비를너무많이쫓아다녔던것아닐까요?

32:7 아름다운아가씨들!

제가그신을좀때리더라도저에게화내지마십시오.

아마비명을좀지르고눈물을흘릴겁니다.

하지만우는모습도귀엽지요!

32:8 그리고눈물이그렁그렁한눈으로

아가씨들에게같이춤추자할겁니다.

그때엔제가직접춤출때부르는노래를불러드리지요.

32:9 춤추기좋은노래이기도하고

<중력의영>에대한조롱이기도하지요.

<중력의영>은내속에있는,

제일높은, 제일힘센악마이지요.

이악마를사람들은<세상의주인>이라고부르죠.

32:10 짜라두짜는 그래서 이렇게 노래를 불렀어. 아가씨들은 큐피드와 함께

춤을추었지.

25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27) 큐피드를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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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6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 <삶>! 32:11

얼마전에그대눈을들여다보았지.

헤아릴수없이깊게빨려들어갔어.

그대는나를황금막대로건져내주었지. 32:12

그대를<헤아릴수없는존재>라고부르자,

그대는비웃듯웃으며이렇게말했지.

“너희들은다그렇게말해! 32:13

자기가헤아리지못하고는

남보고<헤아릴수없는존재>라고하지.

난단지잘변할뿐이야. 길들여져있지않을뿐이야. 32:14

모든점에서여자지. 아! 결코미덕이높은여자는아니야.

하기야너희인간들은나를이렇게부르긴하지만! 32:15

‘심오한당신’, ‘정숙한당신’, ‘영원한당신’, ‘신비한당신.’

너희인간들은너희자신의미덕을 32:16

우리에게뒤집어씌우곤하지.

아! 그래, 너흰미덕이높은존재라며?”

그리고<삶>은웃었지. 32:17

아, 엄청난여인이었어.

자기입으로자신에대해나쁘게말할때엔,

난그여인도믿지않고그여인의웃음도믿지않지.

제2부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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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6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2:18 그래서혼자비밀스럽게

나의거친<지혜>에게<삶>이라는여인에대해말했어.

그랬더니나의거친<지혜>, 벌컥화를내며말하더군.

“너는아무때나<삶>을찬양하니?

의지(意志)할때, 욕구128)할때, 사랑할때, 그때만<삶>을찬양하는거야!”

32:19 그래서나도뿌루퉁하게<지혜>에게이야기했지.

내가<삶>을사랑한다는진실을.

자기<지혜>에게‘진실을이야기’할때보다

더뿌루퉁하게이야기하는경우는없어!

32:20 아무튼우리셋은이런관계야.

나는진심으로<삶>만을사랑하지.

정말그여인을증오할때, 그때그여인을미치도록사랑해!

32:21 <지혜>를여전히좋아하는까닭은,

가끔너무많이좋아하는까닭은,

<지혜>가<삶>을너무나많이닮았기때문!

32:22 눈매, 웃음, 작은황금막대기.…

이모든게똑같아!

둘이너무닮은것을어떻게해?

32:23 한번은<삶>이내게물었지.

“그<지혜>라는여자.…그여잔누구야?”

26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28) Begehren. 자연스러운 감정적 욕망을 뜻함. 의지와는 엄격히 구분됨. 또한 탐욕(Begierden, Gier) 혹은동력(집요한성격적특성, Trieb) 혹은갈망(Durst) 혹은그리움(Sehnsucht)과도구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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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6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래서열심히대답했어.

“그래! <지혜>!

갈구하지만결코만족을이룰수없는여인. 32:24

보지만베일통해보는여인.

잡지만그물위로잡는여인.

아름답냐고? 잘모르겠어. 32:25

하지만똑똑하다는노회한놈들도그녀에게빠지지.

<지혜>는변덕스럽고콧대가세. 32:26

화가나면입술을깨물기도하고머리를마구빗기도하지.

아마사악한거같아. 아마전부꾸며내는가식인거같아. 32:27

모든점에서영락없는창녀지.

하지만자기자신에대해나쁘게이야기할때면

아, 정말아찔하게유혹적이지.”

<삶>에게<지혜>에대해이렇게이야기했더니. 32:28

<삶>은악의찬웃음을깔깔대며웃더군.

그리고눈을감고말했어.

“도대체누구이야기를하고있는거야? 32:29

바로내이야기아니야?

네말이아무리옳다고해도, 그이야기를내얼굴에대놓고해?

아무튼! 이제, <지혜>란여자에대해진짜로이야기해봐!”

제2부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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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6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2:30 이말을마치고<삶>은감았던눈을떴어!

아! 사랑스러운<삶>!

나는다시헤아릴수없이깊게빨려들어갔어.

32:31 짜라두짜는 이렇게노래불렀어. 하지만 춤이끝나고아가씨들이 가버

리고나자짜라두짜는슬픔에잠겼지.

32:32 (그리고마침내입을열었어.)

해가벌써떨어졌구나.

풀밭이축축해졌네.

숲에서시원한기운이밀려오고있구나.

32:33 무언가낯선것, 무언지모를것이내주위에떠돌고있어.

나를유심히보고있어.

뭐야! 너, 아직도살아있구나, 짜라두짜!

32:34 무엇을위해사는데? 무엇에의지해서사는데? 살아서어디가려

고? 어디서 사는데? 어떻게 사는데? 계속해서 산다는 건, 완전히

바보짓아니야?

32:35 아, 친구! 내속에서내게이렇게묻는것은<저녁>이었어.

내가좀슬퍼했다는점, 용서해줘!

32:36 저녁이구나. 저녁이됐다는점, 용서해줘!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6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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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6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저너머, 무덤이있는섬.

조용한섬. 그곳에내청춘이묻혀있지.

그곳으로영원히푸르른생명의화환을가져가네.”

이렇게마음먹고나, 짜라두짜는바다를헤치고갔어. 33:2

아! 젊은시절의꿈!129) 젊은시절의모습! 33:3

아! 사랑의순간들! 신성한시절!

왜이리빨리지났나!

죽어버린사랑하는벗들을생각하듯

오늘나,

너희, <나의청춘>을떠올리네.

너희한테서는달콤한향기가나. 33:4

죽어버린사랑하는벗들!

눈물마저멈추게하는

가슴을부드럽게위로해주는향기.

홀로바다를항해하는사람의가슴을조용히흔들어달래는향기.

나는세상에서제일큰부자라는데. 33:5

제2부 263

33:1

129) Gesich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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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6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는세상에서제일부러운사람이라는데.

그런데실은제일고독하지!

벗들! 나는한때너희를가졌고,

너희는여전히나를가지고있어.

나에게떨어졌던탐스러운사과보다

더탐스러운사과를받았던사람이있었나?

33:6 벗들! 나는너희의사랑이만들어낸인간이고,

또한너희의사랑을상속한인간.

형형색색의무성한미덕으로너희를기억하며피어나지.

아! 가슴미어지도록사랑하는벗들!

33:7 아! 우리는서로를위해태어났어!

너희는부드럽고경이로운존재였지.

너희는내게와서그리움이되었네.

너희는겁많은새처럼오지않았지.

너희는나를믿고왔고나는너희를믿었지.

33:8 그래!

나는너희에게헌신했고

너희는나에게헌신했지.

우리는모두, 부드럽게흐르는영원을알았어.

너희성스러운순간순간들.

그중에서너희가내게헌신적이지못했던순간들에

지금이름붙여야한다면…

아! 벗들! 신성한모습! 신성한시절!

아! 붙여야할이름이생각나지않아.

26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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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7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래! 너희는너무일찍죽었어. 33:9

너희는도망자로쫓기다죽었지.

하지만너희가나로부터날아간것도아니고

내가너희로부터날아간것도아니지.

우리가서로에게계속헌신하지못한것은

우리중누구의탓도아니지.

그들이너희를죽였지! 33:10

내희망의노래를부르는새들이었던너희를죽였지!

나를죽이기위해너희를죽였지!

아, 사랑하는벗들!

악의에찬화살은항상너희에게겨누어져있었지.

너희를맞춤으로써내가슴을무너뜨리려고!

그리고그들은맞췄지! 33:11

너희, 내가슴에간직한가장소중한벗들!

나는너희의마음을가졌고

너희는내마음을가졌지.

바로그이유때문에너희는죽어야만되었던거야.

그것도그토록젊은나이에! 그토록일찍!

그들은내가가진것중에가장여린존재를쐈지. 33:12

그것은바로너희.

피부는솜털같기도하고

쳐다보기만해도사라져버리는고운미소같기도한, 바로너희.

제2부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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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7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3:13 하지만이제적들에게말한다.130)

당신들이저지른짓보다더흉악한살인은없다!

33:14 당신들은어떤흉악한살인보다더악한짓을내게했다!

다시되살려낼길없는존재를내게서빼앗아갔다고

당신들, 적들에게말한다!

33:15 당신들은내청춘의꿈과경이를죽였다!

당신들은, 함께뛰어놀던내벗들을죽였다. 축복받은정신을죽였다!

내사랑하는벗들을기억하며무덤위에화환을놓고

당신들위에저주를놓는다.

33:16 적들! 내저주를당신들위에놓는다.

당신들은나의영원을베어끊었다.

마치추운밤, 연주하던음악을중간에서자르듯이!

신성한눈길이반짝이듯한순간,

그때막찾아왔던영원이었는데!

33:17 그행복했던시절, 순수한내마음은한때이렇게말했다.

“모든존재는신성하다.”

33:18 그때당신들은내게악취나는망령들을들이밀었다.

아, 행복했던시절은어디로도망가버렸지?

26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30) 33:13~33:32은적에게말하는저주임. 33:33부터다시독자에게이야기하는모드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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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7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매일매일을신성한날로만들겠다.” 33:19

젊은시절한때나의<지혜>는내게그렇게속삭였다.

기쁨에넘치는<지혜>의말이었지!

바로그때당신들, 적들이내게서밤을훔쳐가고 33:20

고통속에잠못이루는밤이되었다.

아, 기쁨에넘치는<지혜>는어디로달아나버렸지?

한때나는새들이물어올기쁜전조를기대했었다. 33:21

그때당신들은흉조, 괴물같은부엉이를내게보냈다.

아, 부드러운갈망은어디로달아나버렸지?

한때나는절대로구역질하지않겠다고맹세했었다. 33:22

그때당신들은나의피붙이들과이웃들을흉측한고름덩어리로바꾸어놓았다.

아, 신성한맹세는어디로달아나버렸지?

한때나는장님으로나마즐겁게길을가고있었다. 33:23

당신들은내가가는길에쓰레기를던져놓았다.

항상다니던길은구역질이나는길이되고말았다.

나는정말어려운임무를성취하고 33:24

내가한단계<넘어선> 것을스스로축하하고있었다.

그때당신들은내가가장사랑하는사람들로하여금

내가그들을크게해쳤다고울부짖게만들었다.

그래! 이모두당신들의작품. 33:25

내가모은꿀중에가장좋은꿀을망쳤고

제2부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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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7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가기르는벌중에가장부지런한벌들을망쳤다.

33:26 손큰나에게항상,

지독히뻔뻔한거지를보낸것도당신들.

내연민의한계를넘는,

구제할길없이몰염치한놈들로내주변을채운것도당신들.

그런식으로당신들은미덕에대한내믿음을망쳤다.

33:27 희생을바치기위해가장신성한제물을골라제단으로끌고가면,

당신들은그잘난‘경건함’을앞세워기름기잔뜩낀제물을가져와,

내가제물을올린불위에같이올렸다.

내가바친신성한제물은,

당신들이올린기름덩어리가만들어내는연기에묻혀버렸을뿐.

33:28 한번은정말크게흥이일어나

정말신명나게춤을추겠다고나선적이있었다.

당신들은내가좋아하던가수를꼬드겼다.

33:29 새로나온음악은섬뜩하고우울한멜로디였다.

아, 내귀에는신음소리같은나팔소리만들렸을뿐!

33:30 살인자같은가수, 악의에가득찬악기, 영문모르는나!

나는정말신나는춤을추려고서있었는데

당신들은나의황홀을죽였다.

33:31 고귀한것에대한우화를이야기할때는

나는항상춤으로이야기하는법밖에모른다.

26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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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7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당신들이음악을망쳐서

제일훌륭한우화는내팔다리안에갇혀버렸다.

제일숭고한희망은말도꺼내지지못했고이루지도못했다! 33:32

젊은시절의꿈과위안은모두죽었다!

이런사정을어떻게견뎠을까? 33:33

이런상처를입고어떻게회복했을까?

내영혼은이무덤굴에서어떻게다시나왔을까?

그래! 무엇인가패배시킬수없는것, 33:34

땅에묻을수없는것이내안에있어.

바위도찢을수있는힘!

<의지>라불리는것!

여러해동안<의지>는조용히꾸준히작용했지.

내<의지>는내발을빌려자기길을가. 33:35

내충직한<의지>!

내<의지>는굳세어패배시킬수없지.

나는발뒤꿈치만무적!131) 33:36

<의지>가내발뒤꿈치에살기때문.

<의지>! 너는그곳, 발뒤꿈치에서계속살렴!

항상변치말고! 세상에서제일참을성많은나의<의지>!

너는모든무덤을깨뜨릴수있어!

제2부 269

131) 유머. 아킬레스의반대경우임. 아킬레스는발뒤꿈치만취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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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7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3:37 네속에는또한,

젊은시절이루지못했던모든것들이함께살고있지.

너는젊음으로, 생명으로,

여기이노랗게시든황폐한무덤위에희망을가지고앉는구나.

33:38 그래! 너는나를위해어떤무덤이든깨뜨릴수있어!

<의지>, 만세!

무덤이있어야부활이있지.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7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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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7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는그것을<진실에대한의지>132)라고부르지. 34:1

자네를앞으로나아가게만드는그것.

자네정열을불러일으키는그것을<진실에대한의지>라고부르지.

자네, <정말슬기로운사람>!

세상무엇이든이해할수있는상태133)에대한의지. 34:2

나는 <진실에대한의지>를그렇게불러.

세상무엇이든 34:3

이해할수있는존재로만들기원하는것.

그게출발점이야.

과연세상모든존재가

이해할수있는존재인지회의(懷疑)하는것은당연한의심이잖아.

<모든존재>가먼저몸을굽혀품에안기도록만들어야돼! 34:4

그렇게안기도록만들기를<의지>가의지해야돼.

품에안긴<모든존재>는매끈하게돼서

정신을비추는거울로서, 정신을비춘모습으로서정신을따르게돼.

제2부 271

132) 초인은 <힘에 대한 의지>를 <진실에 대한 의지>로 승화시키는 데에서 출발함. <진실에 대한 의지>는 모든 가치관, 도덕률, <선과 악>을 스스로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임. 시대·국가·문화를 뛰어넘는, 온전한개인이되겠다는의지임.

133) Denkenbarkeit. 영어로는conceivability 혹은 thinkabl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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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7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4:5 자네에겐<진실에대한의지> 하나만있어야돼.

<진실에대한의지>가<힘에대한의지> 자체가돼야돼.134)

특히<선과악>에대해서혹은<가치평가>에대해서말할때에는

오직<진실에대한의지> 하나를밀고나가야해!

34:6 그앞에서무릎을꿇고싶은세계를스스로창조하기원하는거야.

그게우리가가진궁극적희망이고우리에대한궁극적매혹이지.

34:7 인민은무지몽매하고, 강과같은존재.

그위로보트가흘러가는강.

보트에는<가치평가>들이엄숙한자세로, 모습을위장한채앉아있지.

34:8 자네는자네의의지와가치를보트에태워

<인민의강>이아니라미래를향해흐르는강,

<변하여되어가기>가도도히흐르는강에띄우는거야.

인민이믿는<선과악>은,

<인민의강>에흐르는보트에타고있는<가치평가>는

케케묵은옛날옛적의<진실에대한의지>일뿐이야.

케케묵은옛날옛적의<힘에대한의지>일뿐이야.

27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34) 니체에대한속악한오해중의하나는<힘에대한의지>에관한오해임. 마치맹목적인힘을숭상하는것같은 오해가 있음. 심지어 <힘에 대한 의지>를‘권력에의 의지’라고 번역하기도 했음. 이는 나치즘과 일본 제국주의가 니체를 왜곡하여 사용한 데에서 영향을 받았던 것임. <힘에 대한 의지>는 모든 생명의 존재양식그자체임. 니체는사람안에존재하고작동하고있는<힘에대한의지>를<진실에대한의지>로승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함. 진실을 맹렬하게 원하게 되면 <선과 악>, 도덕률, 시대, 국가, 문화를 넘어서게된다고봄. 따라서이문장이야말로니체사상의핵심을담고있는문장임. Das ist euer ganzer Wille,ihr Weisesten, als ein Wille zur Macht. “<진실에대한의지>가<힘에대한의지>로서, 자네의의지전체가되어야한다.”이는가장치열한개인주의사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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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7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인민의강>이아니라<변하여되어가기>의강을흐르는자네의보트. 34:9

그보트에승객들을태운것은바로자네자신이지.

자네의 <가치평가>, 자네의미덕, 자네의<선과악>를태웠지.

그승객들에게빛나는모습을부여하고자랑스런이름을지어준것도자네야.

자네와, 자네를지배하는의지가그렇게했어!

<변하여되어가기>가도도히흐르는강은 34:10

자네의보트를보듬어안지.

강은보듬어안을수밖에없어.

파도가거품을만들고보트용골(龍骨)을거세게때린들!

자네에게위험한것은, 34:11

자네가만든<선과악>을끝장내는것은강이아니야.

의지그자체,

<힘에대한의지> 그자체,

지칠줄모르고스스로번식해가는<생명의의지> 그자체가위험하지.

자네가<선과악>에대한내이야기를좀더잘이해할수있도록 34:12

생명과모든<살아숨쉬는것>들의본성에대해이야기해줌세.

나는<살아숨쉬는것>들을따라다니며공부했지. 34:13

큰흐름도따라가보고작은흐름도따라가봤지.

그래서생명의본성을깨닫게됐어.

<살아숨쉬는것>들이입을닫고있을때 34:14

백개의거울을비추어입이아닌눈길을잡으려했어.

제2부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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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7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혹시눈길이라면말하지않을까기대하고.

그리고마침내눈길이내게말했지.

34:15 첫째, <살아숨쉬는것>들이있는곳에서는항상복종을발견할수있어.

복종의언어를들을수있어.

<살아숨쉬는것>들은모두<복종하는존재>.

34:16 둘째, 자기자신에게복종하지못하는생명은

남의명령을들어야돼.

그게<살아숨쉬는것>의본성.

34:17 셋째, 명령하는게복종하는것보다힘들어.

명령하는 존재는 복종하는 존재를 몽땅 책임져야 하기 때문만은 아니

야.

몽땅책임져야한다는부담이

명령하는존재를찌부러뜨릴수있기때문만은아니야.

34:18 명령에는시도135)와<모험걸기>136)가수반되기때문.

<살아숨쉬는것>은명령할때항상자기자신을<모험에걸어야> 돼.

34:19 자기자신에대해명령할때조차그명령에대해대가를치러야돼.

자신이세운법에의해서재판관이자, 처벌집행자이자, 희생자가돼야돼.

34:20 도대체어떻게해서이런일이벌어지게된거지?

27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35) Versuch. “이런저런것을시도해보는것.”영어로는attempting, trying.136) Wagniss. “기대를바라보며위험을감수하는것.”영어로는ri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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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8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라고나는생각했어.

<살아숨쉬는것>들로하여금복종하게하고명령하게하고

명령과정에있어서조차다시자기자신에게복종하게만드는일이

어떻게벌어지게된거지?

자네, <정말슬기로운사람>! 내말들어봐! 34:21

내가생명한가운데로제대로기어들어가알아낸것인지,

내가생명의뿌리로제대로파고들어가알아낸것인지

직접실험해봐!

<살아숨쉬는것>들이있으면반드시<힘에대한의지>가있어. 34:22

하인이가지고있는의지에조차

<주인이되겠다는의지>가존재하지.

약한자의의지는스스로를설득해서강한자를섬기게만들지. 34:23

그렇게하기위해

<강한자를섬기겠다는의지>는

자신보다더약한자에대해서는주인노릇을하겠다는의지야.

약한자는, 자신보다더약한자에대해서주인노릇을하는데에서

오는기쁨만큼은절대로놓치려하지않아.

자신보다더약한자를지배하는힘과기쁨을얻기위해 34:24

약한자가강한자에게복종하듯

가장강한자역시복종해야돼. 힘을위해자신의생명을걸어야지.

가장강한자는모험과위험을직접마주해야지. 34:25

죽음을건주사위놀음을해야돼.

제2부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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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8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4:26 희생, 봉사, 사랑…

이런것에도<주인이되겠다는의지>가존재해.

약한자는강한자에게희생, 봉사, 사랑을바쳐서

비밀통로를통해성(城)으로들어가는거야.

그래서힘있는자의가슴으로비집고들어가는거지.

그리고힘을훔치는거지.

34:27 <생명>이라는여인은내게직접이렇게말했어.

“봐! 나, <생명>은자기자신을넘어서고또넘어서야하는존재야!

34:28 나, <생명>의<넘어서기>에대한의지를두고너희는

어떨때에는<종족번식에대한의지>,

어떨때에는<목표를향한추진력>,

<보다고귀한것, 보다멀리있는것, 보다복합적인것을향한추진력>

이라부르지. 하지만하나의, 단하나의비밀이있을뿐이야.

34:29 이비밀을잃느니나, <생명>은

차라리패배하여사라져버리고말겠어.

패배하여사려져버리는것에는,

나무에서잎이떨어지는것에는희생이있는거야.

봐! 나, <생명>이스스로를희생하고있는거야. 힘을위해!

34:30 나, <생명>이투쟁일수밖에없다는것을,

<변하여되어가기>일수밖에없다는것을,

목표일수밖에없다는것을,

목표와목표사이의충돌일수밖에없다는것을이해한사람이라면,

그리하여나, <생명>의의지를이해한사람이라면,

27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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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8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의지가반듯한길이아니라

지독하게뒤틀린길을따라벋어갈수밖에없다는것도이해할수있지!

나, <생명>이무엇을만들어내었건, 34:31

나, <생명>이그것을얼마나깊게사랑하건

나는내가만든것을적으로돌려야하고내사랑을적으로돌려야해.

내의지는그렇게되기를원하는거야.

너희, <깬> 사람역시 34:32

내의지가밟아나가는통로의하나, 계단의하나에지나지않지.

그래! 나, <생명>의<힘에대한의지>는

너희의<진실에대한의지>를발로삼아발걸음을옮겨!

<생존에대한의지>를가르치는사람은진실을벗어난거야. 34:33

그런것은존재하지않아.

생존에대해의지하려면의지하는자가 34:34

지금이순간에존재하고있지않아야되잖아?

존재하고있지않은데어떻게의지하지?

거꾸로, 이미존재하고있다면새삼스레또생존에대해의지할수없잖아?

생명이있는곳에는의지가있어. 34:35

<생명에대한의지>가아니라

내가가르친대로<힘에대한의지>가있어.

살아숨쉬는생명은 34:36

제2부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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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8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생존보다높게<가치평가>하는것들을아주많이가지고있어.

하지만이<가치평가>는결국무엇을나타내지?

<힘에대한의지>, 바로그것을나타내.”

34:37 <생명>이라는여인은내게이렇게가르쳐주었지.

이가르침을얻고나서

자네, <정말슬기로운사람>들의마음137)에관한수수께끼를풀수있었어.

34:38 그래! 변하지않는<선과악>이란존재하지않아!

<선과악>에대한기준은자기자신을<넘어서고> 또<넘어서야> 돼.

34:39 스스로정한가치와스스로정한<선과악>에대한기준을통해

힘을행사하게되는거야.

자네, <가치평가>하는사람들!

이게바로자네들의비밀스런사랑아닌가?

이게바로반짝거리면서떨리며넘쳐흐르고있는자네들의영혼아닌가?

34:40 자네가품어온가치들로부터

한층더강한힘과, 한걸음더내딛는<넘어서기>가자라나오지.

자라나오는기세에밀려달걀과달걀껍데기가깨져버리지.

34:41 그래서<선과악>에관한창조자가되려면

먼저, 가치를파괴하고부숴야돼.

34:42 가치를부순다는최악의악이

27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37) Herz. 감정, 정서를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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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8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가치를창조한다는최선의선과함께해.

하지만이선은창조를위한선이야.

이걸크게떠들고다니도록! 끔찍한일이긴하지만. 34:43

아무소리하지않는다는것은더나쁜일이거든.

진실을감추어두면독이되니까.

우리가발견한진실때문에부서져야할것이있다면, 부서져라! 34:44

부서진집, 부서질집말고도지어야할집은어차피많이, 많이쌓여있다!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2부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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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8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5:1 내바다138)의바닥은고요하지.

하지만그곳에장난기가득한괴물들이숨어있는지누가알까?

35:2 내바다는깊고깊어꿈적도안하지.

하지만그곳에수수께끼와껄껄웃음이반짝거리면서헤엄치고있는지

누가알까?

35:3 오늘나는<숭고한사람>139)을보았지.

경건한사람이었어.

<정신을참회하는사람>140)이었어.

그의못난꼬락서니를보고내영혼이얼마나웃었는지알아!

35:4 가슴에힘이들어가서

숨을들이켠사람처럼가슴을크게부풀린채

<숭고한사람>은거기에조용히서있었어.

35:5 사냥으로얻은전리품인

28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38) 바다는영혼(Seele)를의미함.139) 의지와정신이강한, 영웅적기질을가진사람.140) Büsser des Geistes. 니체의 정신은 지성을 의미함. <정신을 참회하는 사람>은 자신의 지식과 지성이 철

저하지 못한 것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사람을 뜻함. 정직한 지성의 고민에 따라 종교와 신앙에 대해 깊은회의를가진사람. 65:2~65:10, 65:1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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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8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못생긴진리쪼가리들을잔뜩끌어안은채.

넝마같은옷을잔뜩끼어입은꼬락서니였지.

가시가온몸에잔뜩붙어있었지만장미는없더군.

그는아직웃음배우지못했고아직아름다움을배우지못했지. 35:6

그는울적한기분으로<깨달음의숲>에서돌아온사냥꾼이었어.

그는맹수와싸우다집으로돌아온거지. 35:7

하지만심각하기만한그사람이야말로한마리맹수야.

맹수가그의안에서어른거리고있었어.

아직맹수를<넘어서지> 못한거지!

그는튀어오르려하는호랑이처럼거기에서있었지. 35:8

하지만나는그런긴장된영혼이싫어.

자신속에함몰된사람은내입맛에는질색이야.

친구들, 기호와입맛은사람마다달라서서로다툴필요가없다고? 35:9

천만에! 인생전체가기호와입맛에대한투쟁이야!

입맛은저울이고눈금이고저울추야. 35:10

저울과눈금과저울추에대해다투지않고

살려하는모든생명에재앙이있기를!

그<숭고한사람>이자신의숭고함에넌더리를낼때, 35:11

그때비로소, 그의아름다움이자라나올거야.

그때나는그사람을맛보고<좋은맛>이라고말할수있지.

제2부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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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8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5:12 그<숭고한사람>이자기자신으로함몰되는것을그만둘수만있다면

자기내부에있는그늘을뛰어넘을수있지.

자기내부에있는햇볕바른곳으로뛰어들수있지.

35:13 그는자신내부에있는그늘에너무오래앉아있었거든.

이 <정신을 참회하는 사람>은 그늘에 너무 오래 있어서 뺨이 창백해졌잖

아.

무슨커다란깨달음이있을까, 잔뜩기대만해온거지.

그는기대만먹고살아서이제굶어죽을지경이지.

35:14 그의눈에는아직도경멸이감돌지.

그의입매에는아직도구역질이감돌아.

아, 물론지금쉬고있기는해.

하지만아직햇볕바른곳에느긋하게눕지않았어.

35:15 그는수소처럼살아야돼.

그의행복에서는땅냄새가나야돼.

<땅에대한경멸> 냄새가나면안되지.

35:16 하얀수소같이사는모습을보고싶은데…

쟁기날을끌면서크게우는것을보고싶은데…

우는소리역시<땅에속한것>들을찬양하는울음!

35:17 그의표정은아직어두워.

얼굴위에자신의손141) 그림자가덮여있지.

28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41) 행위를의미함. 다음연인35:1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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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8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눈의총기역시그림자에덮여있어.

그의행위가그에게그림자를드리우고있지. 35:18

행위가행위자를어둡게한거야.

그는아직자신의행위를<넘어서지> 못했어.

물론나는황소같이굵은그의목을좋아해. 35:19

하지만나는그에게서천사같은눈매를보았으면좋겠어.

그는이제영웅같은의지를잊어먹어야해. 35:20

그는이제<숭고한사람>에그칠게아니라

팔팔하게고양된사람이돼야해.

에테르142) 속에서도둥실떠오를수있는사람이돼야지!

의지없는존재가돼야지!

그는괴물들을길들였고수수께끼를풀었지. 35:21

하지만이제자기내부에있는괴물들을길들이고

자기내부에있는수수께끼를풀어야돼.

그래서자기내부의괴물과수수께끼를<천상의아이들>로변모시켜야지.

그의깨달음은아직웃는법을몰라. 35:22

아직질투하지않는법도몰라.

뿜어져나오는정열은아직아름답고조용하게무르익지않았어.

그는자신의갈망을만족시켜서, 조용하고고요하게만들려고하면안돼.35:23

제2부 283

142) Aether. 영어로는 Ether.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정립되기 전까지는 우주는 에테르라고 하는 물질로가득차있다고생각되었음. 공기보다훨씬더가벼운물질이라고생각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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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8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는자신의갈망을아름답게만들어서, 조용하고고요하게만들어야돼.

관대한사람의관대함속에는우아함이포함돼있어야하거든.

35:24 팔을머리에올리고느긋하게쉬어야지. 영웅은그렇게쉬는거야.

휴식을<넘어설> 때에도팔을머리에올리고느긋하게<넘어서야> 돼.

35:25 하지만영웅이성취하기제일힘든게바로아름다움이지.

격렬한의지를가진사람은아름다움을성취하기힘들어해.

35:26 세상이치가그렇지.

하나가너무많으면하나가너무부족한거야.

영웅에게는격렬한의지가너무너무많은거야.

35:27 근육의힘을풀고의지의기세를풀고조용히서있는것.

자네, <숭고한사람>들에게는그게가장힘든일이지!

35:28 힘이성장해마침내우아해져서

눈으로보기에는오히려쇠약해진것으로보일때,

나는그렇게수그러든상태를아름다움이라고말해.

35:29 다른누구보다도

바로자네, <숭고한사람>들이아름다움을얻게되기를간절히원해.

선해지는것, 그것이자네들의마지막<자기극복>143)이되기를!

28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43) Selbst-Überwältigung. 자기 자신을 압도하는 것. <넘어서기>와는 다름. <넘어서기>는 탈바꿈하는 것,변화하는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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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9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5:30 나는자네들이어떤악도저지를능력이있다는것을믿지.

그래서자네들이선해지기를원해.

자기발톱이맹수의발톱이아니기때문에! 바로그점때문에 35:31

스스로선하다고생각하는나약한종자들을보면웃음이나올뿐.

자네는기둥을닮도록! 높은기둥일수록더아름답고우아해지지. 35:32

하지만안으로는더단단해지고더많은무게를견딜수있게되지.

그래! 자네, <숭고한사람>! 언제가아름다움을얻게될거야. 35:33

거울에자네의아름다움을비춰볼수있게될거야.

그때자네의영혼은종교를믿고싶은욕망에몸을떨게되지. 35:34

허영에빠진상태에서도자네는경배144)하게돼!

이게바로자네<숭고한사람>이가진영혼의비밀이지. 35:35

영웅이자신의영혼을버릴때,145) 그때비로소,

영웅은<영웅을넘어선존재>146)가될수있지.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2부 285

144) ‘경배(anbeten, Anbetung)’는 매우 부정적인 의미로 쓰임. 니체에게‘경배’는 자신의 주체성을 포기하는행위를뜻함. 27:29, 30:3, 30:12, 30:13, 30:17 참조.

145) 숭고한 기질의 사람은 극심한 지적(知的) 회의에 빠졌다가 평온과 부드러움을 찾으면 다시 종교를 찾는영혼을가지고있기때문에기존에가지고있던영혼자체를버려야한다는뜻으로보임.

146) Über-Held. 영웅(Held)-<영웅을넘어선존재>(Über-Held)는인간(Mensch)-초인(Über-Mensch)에상응하는구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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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9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6:1 나는미래로너무멀리날아갔어.

더럭겁이났어.

36:2 주위를둘러봤지.

봐!

아무도없고시간만나와함께있더군.

36:3 그래서나는다시뒤로날아갔지. 집을향해.

빨리더빨리날았지.

그렇게너희들<현재의인간>들에게온거야.

<문화국가>로온거지.

36:4 처음엔너희에게반갑게인사하려고했어. 건전한욕구를가지고있었지.

그래! 나는가슴에그리움을느끼면서왔거든.

36:5 그런데너희들과어떤사이가됐지?

걱정이많이되기는했지만웃지않을수가없었지!

세상에! 그런알록달록, 얼룩덜룩은처음봐!

36:6 웃고또웃었지.

너무웃어서나중엔다리가덜덜떨리고심장이달달떨리더군.

“페인트깡통이란깡통은여기에다모인것같군!”

28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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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9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렇게말했지.

얼굴과팔다리에 36:7

적어도쉰개쯤되는얼룩을그려넣은것같더군.

그런몰골로앉아있는거야.

너희, <현재의인간>들!

게다가주위에는쉰개쯤되는거울을늘어놓았더군. 36:8

거울은너희들의얼룩덜룩한모습을찬양하기도하고

있는그대로보여주기도하더군!

그래! 그얼굴보다더훌륭한가면은없을거야. 36:9

얼굴을그모양으로색칠해놨으니누가알아보겠어!

온몸에과거의문자들을잔뜩그려놓았더군. 36:10

게다가그위에다시다른문자들을그려놓았더군.

어떤사람도그뜻을해독하지못하도록자신을잘도감췄더군!

너희들에게활력147) 검사를하게되면, 36:11

아예활력이없는것으로드러날지모르지.

흙에색칠해서구워낸몰골이잖아!

색종이쪼가리를풀로붙인것같은몰골이잖아!

너희를감싼베일에서는이제까지존재했던 36:12

모든시대와모든인민들의흔적이뒤죽박죽, 알록달록하게나타나.

제2부 287

147) Nieren. 콩팥. 건강한활력을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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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9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너희몸짓에서는이제까지존재했던

모든관습과모든종교의흔적이뒤죽박죽, 알록달록하게나타나.

36:13 너희의베일, 겉옷, 페인트, 몸짓을떼버리고나면

그때너희의몰골에는새들도놀라서달아날걸!

36:14 그래! 나도언젠가페인트가지워진너희의벌거벗은몸뚱이를보고

새처럼혼비백산했지.

해골이었어. 해골이내게다가오기에냅다도망쳤지.

36:15 너희의벌거벗은몰골을보고사느니차라리하계에서

죽어소멸해버린존재들의망령들틈에서날품팔이로사는게낫지!

하계의망령들도너희보다는더살지고탄탄한몸을가지고있어!

36:16 아, 속이쓰려!

나는너희<현재의인간>들이

벌거벗은것도못견디겠고옷입은것도못견디겠어!

36:17 미래에속한낯선것들, 새들마저놀라서길잃게하는것들.

그것들이차라리

너희들이애지중지하는‘현실’보다훨씬더익숙하고훨씬더정답지.

36:18 “저희는완벽한현실주의자입니다. 종교도안믿고미신도안믿지요.”

너희는이렇게말하면서짐짓가슴에힘을주지.

그런데힘줄가슴팍도없잖아?

36:19 애초종교를가질수있기라도했던거야, 너희, 얼룩덜룩이들?

28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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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9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너희는이제까지존재했던모든종교를다긁어모아그려놓은

잡탕그림같은존재잖아?

너희는걸어다니는<신앙거부>잖아? 36:20

이제까지존재했던모든사상의쪼가리들을다긁어모아놓은잡탕이잖아?

너희는‘애초부터신앙을가질자격이없는존재’야.

나는너희를그런존재라고불러. 너희, 현실주의자들!

너희정신속에선이제까지존재했던모든시대가와글와글떠들고있지. 36:21

너희정신속에선이제까지존재했던모든시대가몽상을꾸고있지.

차라리그와글대는소리와몽상이너희걸음걸이보다더생생할걸?

너희는자손을못만들어. 36:22

그래서너희에겐믿음이애초부처결여되어있는거지.

하지만무엇인가를창조해야만했던사람들은모두

미래를예언하는꿈들을꾸었고별자리가말하는징조를받았지.

그들은믿는다는행위를믿었던거야.

반쯤열린문밖에무덤파는일꾼들이기다리고있는것. 36:23

그게너희야. 너희가애지중지하는너희의현실은, 이것뿐.

“모든것은패망하여사라질자격이있다”

아! 너희, 자손을못만드는종자들! 36:24

거기서있는꼬락서니라니! 몸통엔갈비가앙상하구나!

너희들중엔자기갈비통이앙상한줄알고이렇게말하는인종도많지. 36:25

“자고있는동안신이내갈비를좀뜯어간거같은데?

제2부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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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자기가끼고잘여자를만들려고많이도뜯어갔구나!

36:26 내갈비통은정말놀랄만큼앙상하군!”

<현재의인간>들은이런식으로말하지.

36:27 그래! 내게는너희, <현재의인간>들은웃기는종자들이야.

너희가너희자신에대해놀랄때에는더웃기지!

36:28 너희들이놀라는꼬락서니를비웃지못한다면,

그래서너희들그릇에담긴구역질나는것을먹어야한다면

재앙도그런지독한재앙이없지!

36:29 하지만나는너희들을그냥무시하기로했어.

나는무거운짐을짊어져야하거든.

내짐위에풍뎅이몇마리, 잠자리몇마리더앉는다고달라질건없으니까!

36:30 너희를무시하고지나친다고내짐이더무거워지지는않지!

너희때문에피곤한것은아니지! 너희, <현재의인간>들!

36:31 아! 나는여전히갈망하고있는데!

나는이제어디로올라가야하나?

산마다다올라서

사람들이‘조국’이라고, ‘모국’이라고부르는나라들을바라보았지.

36:32 하지만아무데에도내집은없어.

어떤마을도내마을은아니야.

어떤성문에서도지나가는나그네일뿐.

29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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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9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한때마음이끌렸던<오늘의인간>들은 36:33

이제내게는이상하기만한존재들. 우스꽝스럽기만한존재들.

어떤나라도내게는‘조국’도아니고‘모국’도아니지.

그래서앞으로태어날<내아이들의나라>를사랑할뿐. 36:34

저멀리바다밖에있는나라. 아직발견되지않은나라.

내배의돛이그나라를찾고또찾기를!

내아이들은내조상의후손. 36:35

내조상의후손이되게만들었다는것은아이들에게몹쓸짓을한거야.

그점에대해아이들에게보상해야돼.148)

또한현재에대해, 미래에게보상해야돼!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2부 291

148) 42:10, 42:11, 42:12, 56:91

짜라두짜002부(197~350)3.3 2010.5.27 7:15 PM 페이지291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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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9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49)

37:1 어제달이떠올랐을때,

나는그게해인줄알았어.

수평선에

엄청나게넓게, 둥글게누워있었거든.

임신한것처럼배가부풀어있었거든.

37:2 하지만임신은거짓말이었어.

나는이제부터달속의여자보다는

달속의남자를믿어야될거같아.

37:3 아, 물론달속의남자는그다지남자답지않아.

소심하지. 밤만되면흥청거릴뿐이지.

나쁜생각을가지고지붕을타고돌아다닐뿐이야.

37:4 달속의남자는달속의수도승이야.

수도승처럼음탕하고질투가많지.

땅을음탕하게원하고연인들의사랑을음탕하게원해.

29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49) Von der unbefleckte Erkenntnis. ‘unbefleckte’라는특별한의미를가진단어를주목할필요가있음. 이단어는 동정녀 마리아의 임신을 가리킬 때 쓰이는 단어임. 동정녀 마리아의 수태를 die unbefleckteEmpfängnis라고 함. 영어로는 the Immaculate Conception. 이 챕터의 제목은, 섹스 없는 임신이 말이되지않듯이, 데카당의심미주의, 순수인식이말이안된다는뜻을내포함. 이챕터는19세기후반기에유행한데카당에대한통렬한비판임. 니체는자신역시‘데카당의아이들’중하나였다고고백한바있음.

짜라두짜002부(197~350)3.3 2010.5.27 7:15 PM 페이지292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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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9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는달속의남자를싫어해. 37:5

지붕을타고다니는색골이지!

반쯤열린창문을기웃거리며살금살금다니는놈들은모두구역질이나!

달속의남자는별들로이루어진카펫위를 37:6

경건하게조용히걷지.

하지만박차마저도딸그락소리를내지못하는곳을

새삼스레조용히걷는꼬락서니라니! 난싫어!

정직한남자라면발걸음소리를내야지. 37:7

고양이새끼들이나살금살금다니는거지.

봐! 달은고양이처럼오잖아! 정직성이라곤조금도없지!

내가할일이없어서이같은우화를이야기한줄알아? 37:8

너희! 감상에젖어사는위선자들!

너희! ‘순수한깨달음’을얻었다는자들!

나는너희를음탕하다고부른다!

너희역시땅을사랑하고땅에속한것들을사랑하지. 내가잘맞혔지? 37:9

하지만너희의사랑속에는부끄러움과나쁜생각이들어있지.

너희는달같은놈들이야!

너희정신은땅에속한것들을경멸하도록훈련받았지. 37:10

하지만너희내장은안그래.

하지만내장이야말로너희몸중에가장강하잖아!

너희정신은내장이원하는대로의지해야한다는점이 37:11

제2부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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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9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너무부끄러워서, 부끄러움을잊으려고

요리조리샛길로가기도하고이것저것거짓말을하기도하지.

37:12 거짓말잘하는너희정신은이렇게말하지.

“저에게는말이죠.…제일숭고한일은말이죠.…

아무탐욕없이삶을고요히바라보는것이죠.

개처럼혀를빼물고껄떡거리면안되죠.

37:13 의지를마비시키고말이죠.…

이기심에서나오는집착과탐욕을버리고말이죠.…

조용~히바라보면서행복해지는거죠.

몸은차가운재처럼되지만말이죠.

눈은행복에취한<달의눈>이되죠.

37:14 저에겐말이죠, 가장소중한건말이죠.…

달이땅을사랑하는, 그런방식으로땅을사랑하는거죠.

눈으로만땅의아름다움을더듬는거죠.…”

너희, 유혹당한자들은이런식으로너희자신을유혹하지.

37:15 “저는말이죠..이경지를<순수한깨달음>이라고부르죠.…

저는세상에대해아무것도의지하지않지요.

백개의눈이달린거울이되어

세상앞에조용히드러누울뿐이죠.…”

37:16 아! 너희, 감상에빠져사는위선자들! 너희, 음탕한종자들!

너희의욕망은순수함을잃고추악하기만할뿐.

그래서너희는이제욕망150) 자체를비방하고있지!

29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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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0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래! 너희는땅을사랑하지않아! 37:17

창조자로서, <자식을보려는남자>로서,

<새로운존재로거듭나는것을기뻐하는사람>으로서

땅을사랑하는게아니야!

순수함이어디에있는데? 37:18

<자식을보는남자가되겠다는의지>에있어!

자기자신을넘어서는존재를창조하기원하는사람이야말로

가장순수한의지를가지고있는거야!

아름다움이어디에있는데? 37:19

내모든의지를다해서의지해야만할때있어!

형상151)을실현하기위해!

형상이단지형상으로남지않도록하기위해!

사랑하는것. 그리고패배하여사라져가는것. 37:20

이두가지는까마득한영원(永遠)부터함께해온거야.

<사랑에대한의지>는<죽음에대한의지>를뜻하기도하지.

너희, 비겁한놈들에게말하는거야!

뭐야? 불알을까버린놈들이던지는 37:21

야릇한추파를두고‘명상’이라고불러?

그비겁한눈길이가서닿은것을두고‘아름답다’고불러?

너희는, 고귀한것들의이름을한없이더럽히는놈들아닌가!

제2부 295

150) Begehren. 자연스러운감정적욕망을뜻함.151) Bild. 24:3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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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0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7:22 너희에게내린저주가무엇인지알아?

너희, <오염되지않은> 인간들! 너희, <순수한깨달음>을가진인간들!

너희는배가한껏불러널브러져있더라도자손을못낳거든!

37:23 그래! 너희는입에잔뜩고상한단어를물고다닐수있지.

하지만그런들! 설마너희가슴이

그고상한단어들로감동에한껏벅차올랐다고

우리가믿어줄걸기대한건아니지? 너희, 거짓말에이골이박힌인종들!

37:24 내가하는말은빈약한말, 경멸당할말, 머뭇거리는말이지.

너희처럼번지르르하지않아.

너희의번지르르한말의성찬에서떨어진부스러기만써도, 나는충분하지.

37:25 그런부스러기만가지고도너희위선자들에게진실을충분히말할수있지.

그래! 내가긁어모은부스러기들,

생선뼈, 조개껍질, 못먹는채소꼭지만가지고도

너희위선자들의코를실컷간지럽게해줄수있지!

37:26 너희주위나너희가벌이는성찬주위에는항상나쁜공기가떠돌아.

너희의음탕한생각, 너희의거짓말,

너희의추잡한비밀이공기에섞여있거든!

37:27 제발좀너희자신을좀믿어봐!

너희자신, 하다못해너희내장을믿어봐!

자기자신을믿지못하는사람은항상거짓말을하지.

37:28 너희, ‘순수’하다는종자들은신의모습을가면으로뒤집어썼지.

29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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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0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너희속에있는흉측한뱀이그가면으로올라가똬리를틀고앉아있어!

그래! 너희, ‘명상’좋아한다는종자들! 너희는사기꾼들이야! 37:29

나, 짜라두짜도한때너희의신성한듯보이는겉모습에속았지.

나는그겉모습뒤에똬리를튼뱀들이잔뜩앉아있을것이라고짐작도못했어.

너희, <순수한깨달음>을구한다는놈들! 37:30

한때나는너희장난질안에서신의영혼이장난을즐기고있다고생각했지.

너희의예술보다더훌륭한예술은없다고생각했지!

너희와멀리떨어져있었기에 37:31

뱀의지저분함, 뱀의악취를느끼지못했었지.

도마뱀같은교활함이음탕하게떠돌고있다는것을느끼지못했었지.

하지만나는너희들에게다가갔어. 그리고진실이밝혀진거야. 37:32

그리고그진실은너희자신에게도밝혀지고있지.

달의사랑놀음이끝장날때가온거야!

봐! 저기서있잖아? 37:33

창백하게. 들통나서.

새벽앞에서!

벌써오고있잖아! 빛나는태양이! 37:34

땅에대한태양의사랑이오고있잖아!

<태양사랑>은순결한사랑.

<태양사랑>은창조를원하는욕구!

제2부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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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0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7:35 태양이바다위로, 얼마나길을서둘러오고있는지, 봐!

태양의목마름, 태양이가지고있는사랑의뜨거운숨결이느껴지지않아?

37:36 태양은바다를마시고싶어하지.

바다높이떠서바다밑바닥까지마시고싶어하지.

바다역시젖가슴봉우리천개를열어젖힌채욕망에부풀어오르고있지.

37:37 바다는태양이입맞추어주기를, 목말라젖빨아주기를원해.

바다는공기가되기를, <높은곳>이되기를,

빛이지나가는길목이되기를, 빛그자체가되기를원해!

37:38 그래! 태양이생명과바다를사랑하듯나도생명과깊은바다를사랑하지.

37:39 이게내가깨달음이라고부르는깨달음이야.

“깊은것은내가있는<높은곳>까지모두솟아오르게만든다!”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9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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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0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잠자고있는동안 38:1

머리에쓰고있던, 담쟁이넝쿨로엮은화관을

양이뜯어먹었어. 양은이렇게말했지.

“화관이없으니짜라두짜는이제학자가아니야.”152)

양은이렇게말하고꼿꼿이뻐기며가버렸어. 38:2

내가자는동안그런일이있었다고한아이가말해주더군.

나는이곳, 아이들이잘노는곳, 무너진담장옆, 38:3

엉겅퀴와빨간양귀비가우거진곳에곧잘누워자거든.

아이들에겐나는아직도학자야. 엉겅퀴나양귀비에게도. 38:4

그들은천진하거든. 그들은사악할때에도천진해.

하지만양들에겐, 나는학자가아니야. 38:5

운명이그런걸! 내운명에축복이있기를!

나는학자들이모인곳을떠났어. 떠나오면서문을꽝! 닫아버렸지. 38:6

제2부 299

152) 니체는 불과 24살의 나이에 그리스 문헌학(philology) 교수가 되었지만 32살에 건강이 악화되어 휴직했고35살에영구은퇴함. 또한그는‘제대로훈련받은철학전공학자’도아니었음. 니체의전공분야는그리스문헌학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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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0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8:7 그사람들이모인식탁에서내영혼은너무오랫동안굶었어.

나는그사람들처럼,

호두깨듯이깨달음을부숴먹어치우는법을학교에서안배웠거든.

38:8 나는자유를사랑해. 신선한흙내음을사랑해.

학자들의위엄과풍채를몸에두르고사느니쇠가죽을깔고자겠어.

38:9 나는내생각의열기에바짝그슬려있지.

어떨때에는머릿속에서생각이너무치열하게뻗어나가

숨이막힐지경이지.

그때는바깥공기를마셔야돼. 먼지앉은방을나와야지.

38:10 하지만학자들은시원한그늘에시원하게앉아있지.

모든일에대해그냥구경꾼노릇만하고싶은거야.

계단에앉을때에도해가뜨겁게내리쪼이는쪽은조심스레피해서앉아.

38:11 길가계단에앉아지나다니는사람들을보는사람처럼,

학자들은앉아서기다려.

다른사람들이생각해낸좋은생각이뭐없나, 살펴보며기다리지.

38:12 학자들을잡아채면

곡식가루포대에서나는것같은먼지가우수수일어나지.

이먼지가실은옥수수에서왔다는걸,

여름들판에춤추던황금빛기쁨에서왔다는걸, 누가알겠어?

38:13 그들이슬기로운사람인척거들먹거리며

좀팽이같은말, 좀팽이같은쪼가리진실을떠벌일때, 나는진저리를쳐.

30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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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0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들의지혜는마치늪에서나온것같은냄새가나거든.

하기야그들의지혜속에서개구리가개골개골우는것을들었어!

그들은똑똑하지. 손가락도교활해. 38:14

그들의현란한다양성에비하면, 나는촌스러울정도로단순하지.

그들의손가락은실을뽑고털옷을짜고천을짜는것을다할줄알아.

그래서정신에게신길양말을짜지!

그들은아주좋은시계같은존재야. 제대로태엽만감아주면돼!153) 38:15

그러면실수없이시간을가르쳐주지.

아, 물론, 째깍째깍소음이나는건어쩔수없어. 참을만하잖아?

그들은방아나절구같은존재야. 씨종자로쓸옥수수를던져줘봐! 38:16

씨종자든뭐든안가리고무조건, 잘게빻아하얀가루로잘도만들어내지.

그들은서로감시해. 38:17

서로믿지않지. 서로믿어도되는데!

작은꾀로잔뜩무장하고엎드려서기다리는거야.

의지의힘이약해져서이제절뚝거리게된사람을.

덮쳐서해치려고독거미처럼엎드려기다리는거지.

그들이독을준비할때얼마나조심스럽게준비하는지, 본적있어. 38:18

자기독에당할까봐특수장갑을끼고작업하더군.

제2부 301

153) 27:21, 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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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0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8:19 그들은또사기노름판을벌일줄도알아.

사기노름을할때면얼마나신명이나는지땀을비죽비죽흘리더라고.

38:20 내게는그들이이상한존재일뿐이야.

또한그들에게나는이상한존재일뿐이지.

그들의미덕은내입맛에는정말거슬려.

차라리그들이벌이는거짓행각과사기노름이낫지.

38:21 그들과어울려살던시절에도나는항상그들머리위에서살았어.

그래서그들은내게화를냈지.

38:22 그들은자기머리위로누가걸어다니고있다는사실을

알고싶어하지않아.

그래서그들은자기들머리와내발사이에,

나무와잡동사니와쓰레기를꽉채워넣었지.

38:23 이렇게그들은내발자국소리를없앴어.

그이후학자중에서도좀학자답다고하는사람일수록

내이름을들은적없어.

38:24 그들은, 그들과나사이에

인간의모든오류와약점을때려집어넣었지.

그들은이걸두고<가짜천장공법>이라고불러.

38:25 하지만나는여전히내자신의생각에잠겨그들의머리위를걷고있지.

내게오류가있다고해도나는여전히그들위를,

그들의머리위를걷고있지.

30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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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0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인간은평등하지않거든. 평등하지않은게정의야. 38:26

그래서내가의지하는것을그들은감히의지하지못해!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2부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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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0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9:1 “몸을더잘알게된후부터,

정신은말로만존재하는이미지라는걸알았지.

<변하지않는것> 역시이미지일뿐이야.”154)

짜라두짜가제자한명에게말했어.

39:2 제자가짜라두짜의말을받았어.

“네, 선생님께서그말씀하시는것을그전에도들은적이있습니다.

그리고‘시인들은거짓말을너무많이한다’고말씀하셨죠.

시인이거짓말을많이한다고말씀하신까닭은무엇입니까?”

39:3 그러자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까닭? 지금내게까닭을묻고있어?

나는, 까닭에대한질문을받을정도의사람중의하나가아니야.

39:4 내가하루이틀경험에서이런생각에이르렀어?

내의견은오랜시간에걸친경험에서나온거야.

39:5 내의견에대한까닭과이유를일일이다기억하고다니다간,

나는<기억의저장공간>이되고말걸?

30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54) 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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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1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의견을계속기억하기도힘들정도야. 39:6

그래서소중한의견여러개가새처럼날아가버렸지.

그런데도여전히내<의견의새장>에는낯선새가들어와앉아있어. 39:7

내가가만히쓰다듬으면몸을떨지.

나, 짜라두짜가그전에자네들에게뭐라고했다고? 39:8

시인들이거짓말을너무많이한다고? 하지만짜라두짜도시인인데?

자네는짜라두짜가그말을했을때진실을이야기했다고믿어? 39:9

왜짜라두짜의이야기를믿지?”

말을받았던그제자가이렇게답했어. 39:10

“저는짜라두짜를신앙처럼믿습니다.”

그러자짜라두짜는머리를흔들고나서미소지으며이렇게말했어.

“신앙은나를기쁘게하지않아! 특히나에대한신앙은질색이야! 39:11

하지만원래이야기로돌아가지. 누군가아주진지하게 39:12

‘시인은거짓말을너무많이한다’고말했다면, 그말은맞는말이야.

우리,시인은거짓말을너무많이하지.

아는게너무없는데다가배우는건잘못해. 그러니거짓말을할수밖에. 39:13

시인이만드는포도주중에진짜가어디있겠나? 39:14

우리시인들은죄다, 포도주를만들때가짜를만들지.

지하실에서별별거를다섞어넣어독이들어있는잡탕을만들지.

제2부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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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1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차마말로표현하기어려운짓을해.

39:15 우리가아는게없으니까

정신155)이빈곤한사람들은우리가슴을기쁘게하지.

특히정신이빈곤한사람이젊은여자라면더좋지.

39:16 게다가우리시인들은

늙은여자들이저녁에자기들끼리수다떨며하는이야기들을

아주열심히듣기도해. 우린그것을두고<영원히여성적인것>이라고불

러.

39:17 우리는또지식에이르는특별한비밀스러운통로가존재하는것처럼믿지.

그통로는뭐좀배웠다는사람들에게는원천적으로막혀있다고믿어.

대신그통로는인민의‘지혜’속에존재하는것처럼믿어.

우리는인민과인민의‘지혜’를떠받들어신봉하는거야.

39:18 모든시인은또이렇게믿어.

풀밭이나한적한그늘에누워서귀를쫑긋세우고있으면

하늘과땅사이에존재하는것들에서나오는소리를좀듣게될거라고믿지.

39:19 그러다가부드러운감정에휩싸이게되면

시인들은자연전체가자신과사랑에빠졌다고믿지.

39:20 자연이시인의귀에대고

비밀스럽고사랑스러운, 기분좋은이야기를하고있다고믿지.

30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55) 지성, 지능,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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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1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리고<언제가반드시죽는> 존재인사람들앞에서으스대며이걸떠벌이

지!

아, 시인들은별별것이다땅과하늘사이에존재한다고상상하지! 39:21

아, 게다가시인들은별별것이다하늘위에존재한다고상상하지. 39:22

신들은모두시인이만들어낸상징이고궤변이야.

우리시인의상상은계속위로올라간거야. 구름나라로. 39:23

거기에알록달록한옷을입힌인형들을놓았지.

그리고그것을신이니초인이니부른거야.

신이나초인은정말한없이가벼운존재잖아? 39:24

구름의자에도앉아있을수있잖아?

아! 실제로는잡을수없는것이면서실제상황이라고주장되는것들은 39:25

이제넌더리나. 시인들은이제넌더리나!”

짜라두짜가이렇게말하자그제자는화가났지. 하지만그제자는그냥

조용히 있었어. 짜라두짜도 그냥 조용히 있었지. 마치 먼 곳을 바라보

는듯눈빛이안으로갈무리되었지. 마침내짜라두짜는길게숨을내쉰

후숨을들이켰어. 그리고이렇게말했지.

나는<오늘>에속하지. 나는<이제까지>에속하지. 39:27

하지만내속에는무엇인가<내일>에속하는게있어.

<모레>에속하는것, <앞으로있어야할것>에속하는게있어.

나는시인들이넌더리나. 39:28

제2부 307

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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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1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옛시인도넌더리나고새시인도넌더리나.

천박하게보여. 얕은바다같은존재들로보여.

39:29 제대로깊게생각해본적없는사람들이야.

그래서그들의느낌은사물의밑바닥까지내려가보지않았던거야.

39:30 약간의관능. 약간의권태.

그들의명상은거기까지밖에못가.

39:31 그들이 치는 하프 소리는 망령의 기침 소리. 망령의 옷자락 스치는 소

리.

시인은, 가락에서뿜어나올수있는열기에대해서는아무것도모르지!

39:32 게다가그들은지저분해. 난깨끗한게좋아.

자기영혼을더럽혀서마치자기가<깊은물>인것처럼보이게하지.

맑으면바닥이금세보이거든.

39:33 이렇게헛된위세를잔뜩잡고

스스로<화해시키는사람>인척하지.

하지만내게는<적당히봉합하려는사람>으로보이지.

<참견하는자>로보이지.

<이도저도아닌자>이고<지저분한자>로보이지!

39:34 그들의바다에그물을던진적이있어. 좋은물고기를기대하면서.

케케묵은, 돌로만든신의머리하나가걸려나오더군.

39:35 그들의바다는배고픈내게돌덩어리하나내어준거야.

하기야시인자신이바다에서생겨난존재인지도몰라.

30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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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1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9:36 아물론, 시인에서진주가나오는수도있어.

그때는딱딱한조개껍질모양을하고있지.

하지만조개껍질안에는영혼이들어있는게아니라

소금에절은, 미끈미끈한점액만들어있을때가많아.

시인들은바다로부터허영도배웠어. 바다야말로공작중의공작이잖아? 39:37

공작은지독하게못생긴들소앞에서도꼬리를펼치지. 39:38

공작은비단과공단으로만들어진, 자신의꼬리에대해싫증내는법이없어.

들소는건방지게바라만볼뿐이지. 들소의영혼은모래같지. 39:39

아, 모래라기보다는덤불을더닮았군.

아, 덤불이라기보다는늪을진짜더닮았군.

들소에게아름다움이라든지바다라든지공작의깃털이무슨뜻이있겠어? 39:40

나는이우화를시인들에게이야기해주곤해.

그래! 시인의정신은공작중의공작이고<허영의바다>야! 39:41

시인의정신은관중을원해. 관중이설사들소라해도! 39:42

하지만난시인의정신이넌더리나. 39:43

그리고시인의정신이그자신에대해넌더리내는날이다가오고있어.

이미시인들이바뀌고있는것이보여. 39:44

시인들이자기자신을향해눈길을돌리고있는것이보여.

제2부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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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1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9:45 <정신을참회하는사람>156)들이등장하고있는것이보여.

시인중에<정신을참회하는사람>들이나오고있지.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1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56) 정신은지성을의미함. <정신을참회하는사람>은정직한지적(知的) 고민에따라종교와신앙에대해깊은회의를가진사람을의미함. 65:2~65:10, 65:15 참조.

짜라두짜002부(197~350)3.3 2010.5.27 7:15 PM 페이지310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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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1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가사는<행복이넘치는섬>에서멀지않은곳에또하나의섬

이 있지. 그 섬에는 화산이 있어. 항상 연기가 뿜어 나오지. 인민은, 특

히 나이든 여인네들은 이 <화산섬>이 하계로 내려가는 길목을 큰 바위

처럼 막고 있다고 말해. 하계의 문에 이르는 좁은 통로가 화산 속으로

이어져있다고말해.

짜라두짜가<행복이넘치는섬>에살때일이었어. 배한척이<화산섬>

에닻을내렸지. 선원들은<화산섬>에올라토끼를사냥했어. 정오가까

이되어사냥을마치고선장과선원들이다시배에모였을때그들은한

사람이 공중을 날아 쏜살같이 오고 있는 것을 보았어. 그리고 목소리가

낭랑하게들렸지.

“시간이됐어! 시간이됐어!”

공중을 날아온 사람은 그들을 지나쳐 계속 날아갔지. 그림자같이, 화산

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어. 그들은 크게 놀랐지. 선원들은 그 사람이

짜라두짜인지 알아봤거든. 선장을 빼고 나머지 사람들은 짜라두짜를

본적이있었거든. 그들은짜라두짜를좋아했어. 인민들이좋아하듯이.

사랑과두려움이반반씩섞인감정으로.

“봐! 짜라두짜가지옥으로가고있어!”

나이많은키잡이가부르짖었지.

제2부 311

40:1

40:2

40:3

짜라두짜002부(197~350)3.3 2010.5.27 7:15 PM 페이지311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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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1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0:4 <화산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 때 <행복이 넘치는 섬>에서

는 짜라두짜가 사라졌다는 소문이 돌았지. 짜라두짜의 무리들에게 짜

라두짜가 어디에 있냐고 묻자 무리들은 짜라두짜가 전날 밤에 배를 타

고떠났다고말했지. 어디로간다는말도없이.

40:5 그래서 소동이 일어났어. 게다가 사흘이 지난 후 <화산섬>에서 선원들

이목격했던내용이<행복이가득한섬>에전해져서더큰소동이일어

났지. 인민은 모두 악마가 짜라두짜를 데리고 가 버렸다고 말했어. 물

론짜라두짜의제자들은이말을듣고웃었지. 제자중의하나는이렇게

까지말했어.

“짜라두짜를 악마가 데리고 가? 어림없는 소리! 짜라두짜가 악마를 데

리고갔겠지!”

하지만 제자들은 영혼 밑바닥에선 걱정과 그리움에 가득 찼어. 그래서

닷새째에짜라두짜가나타나자모두들엄청기뻐했지.

40:6 짜라두짜는<불개>157)를만난이야기를해줬어.

40:7 땅은거죽이있지.

땅거죽은피부병이있어.

이피부병중의하나가예를들어, ‘사람’이지.

40:8 또다른피부병이바로‘불개’야.

사람들은불개에대해여러가지거짓말을많이해왔어.

사람들은불개에대해여러가지거짓말을많이들어왔어.

31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57) 니체는 평등을 주장하는 정치 세력을 <독거미 타란툴라>라고 불렀고, 혁명을 주장하는 정치 세력을 <불개>라고불렀음. 「29. 독거미타란툴라」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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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1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불개가대체어떤놈이지알아보려고바다를건너갔지. 40:9

그리고불개에관한벌거벗은진실을, 완전히벗은진실을보고왔지.

나는이제불개에대해다알아. 40:10

이제<혁명악마>들과<체제전복악마>들에대해서도다알아.

<혁명악마>들과<체제전복악마>들을무서워하는것은

나이든여자만이아니야.

“올라와! 이개새끼야! 굴에서올라와! 40:11

굴이얼마나깊은지, 한번고백해봐!

네코에서씩씩내뿜는불길은어디서난거야?

너, 바다를많이마시지? 40:12

유창한독설을하는거보니까바다를아주많이마신걸알겠어!

그런데깊은굴에사는개새끼가얕은바다물만잔뜩처먹은거야?

네놈들은기껏해야 40:13

<실은복화술로떠들면서‘땅의목소리’라고사기치는놈>에불과해.

<혁명악마>들과<체제전복악마>들이떠드는걸들으면전부네놈같지.

독이올라있고거짓말을밥먹듯이하고천박하지.

네놈은으르렁거리는법도알고 40:14

재를뿌려서공기를어둡게하는법도아는구나!

네놈들은지독한허풍선이지.

진흙이라도펄펄끓게할수있는선동기술을아주제대로배웠지.

네놈들이있는곳에는항상주위에진흙이존재하지. 40:15

제2부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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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1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속이스펀지같은것, 혹은아예공허하게빈것,

혹은억눌린것들이잔뜩존재하지.

그런것들은자유롭게되기를원하니까.

40:16 네놈들은모두틈만나면‘자유’라고으르렁거리지.

하지만나는더이상‘역사적인사건’을믿지않아.

특히으르렁거리는소리가요란하고연기가자욱할때에는.

40:17 내말믿어도돼! 네놈, <지옥에서나오는소음소리>!

<역사적인사건>은시끄러울때일어나는게아니야.

가장조용할때일어나지.

40:18 세계는새로운소음을발명한사람들을중심으로회전하는게아니야.

새로운가치를발명한사람들을중심으로회전하지.

세계는아무소리없이회전해.

40:19 고백해봐!

네놈이만들어낸소음과연기를걷어내고나면

변한것은아무것도없잖아!

네놈의장난에의해도시하나가통째로미라가된들, 뭐가변한거지?

동상을끌어내려진흙에처박은들,158) 뭐가변한거지?

40:20 동상을끌어내려쓰러뜨리는놈들한테이말을하지.

“바다에소금을집어넣는것과

31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58) 파리코뮌혁명정부는1871년5월8일, 파리방동탑(La Colonne Vendôme) 위에서있던나폴레옹동상을끌어내렸음. 파리코뮌이진압된후동상은훨씬더잘디자인된모습으로다시세워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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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2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동상을끌어내려진흙에처박는것이야말로최악의바보짓이야.”

쓰러진동상은실은네놈의<진흙같은경멸> 속에누워있는거지. 40:21

쓰러져서경멸받는존재의이치가무엇인지알아?

그존재의생명, 그존재의아름다움은바로

경멸받음을통해서다시자라나오는거야! 그게이치야.

지금다시일어나고있잖아! 40:22

그전보다더성스러운모습으로일어나는군.

애잔한슬픔을담은요염한모습이군.

네놈들에의해<쓰러져서경멸받는존재>는

네놈들이쓰러뜨려준것에대해서감사해할걸?

네놈들, <체제전복자>들!

왕이나교회같이 40:23

오래되고미덕이쇠퇴한존재들에게이렇게충고하지.

“전복시키려는자들의손에의해전복돼버리십시오.

나중에다시부활할겁니다. 나중에미덕도다시생겨날겁니다!”

내가불개에게이렇게이야기하자, 40:24

불개가내말을끊고, 심통이난목소리로묻더군.

“교회? 그게뭐야?”

그래서내가말했지. 40:25

“교회? 교회는일종의국가지. 국가중에서도지독하게거짓된국가지.

하지만조용히해! 네놈, 위선적인개새끼!

거짓이라면모두네놈이랑같은족속이니까잘알테지!

제2부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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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2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0:26 국가도너처럼위선적인개새끼야.

국가도너처럼으르렁거리기좋아하고연기를내뿜기좋아하지.

국가도너처럼복화술(腹話術)로이야기하면서

그소리가<존재의근원적자궁>159)에서나오고있다고사기치지.

40:27 국가는땅위에서절대적으로가장중요한짐승이되고싶어하지.

아, 사람들은국가가절대적으로가장중요한짐승이라고믿고있어.”

40:28 내가이렇게말하자불개는시기심에불타, 미칠것같이되더군.

불개는이렇게울부짖더군.

“뭐? 땅위에서절대적으로가장중요한짐승이라고?

사람들이그렇게믿고있다고?”

불개의목구멍에서는뜨거운김과끔찍한비명이쏟아져나오더군.

나는불개가숨이막혀죽을줄알았어.

40:29 마침내불개가좀잠잠해지더군. 헐떡거리던것도좀가라앉고.

나는껄껄웃으면서말했지.

40:30 “불개! 너, 열받았구나? 하하! 내가제대로건드리긴했구나!

40:31 내가조금더열받게해줄게.

너말고또다른불개에대해이야기해줄게.

그불개는정말<땅의한가운데>에서부터직접이야기해.

31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59) Bauch der Dinge. 직역하면‘사물의 배(腹).’이 표현은 3:14, 3:16, 40:26 세 번에 걸쳐 나옴. 3:14, 3:16에서는Bauch des Seins로나옴. 직역하면‘존재의배.’이세경우모두, 그로부터초월적존재의목소리가들리는것으로나옴. 3:14 주석1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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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2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불개가숨을뿜으면황금이야. 황금의비가내리지. 40:32

그불개의가슴은그런걸원하거든.

네놈의재, 연기, 뜨거운점액같은것은정말아무것도아니지!

그불개한테서는항상웃음이끊이지않아. 40:33

오색찬란한구름같이웃음소리가터져오르지.

네놈처럼쿨렁거리는소리를내거나침뱉거나복통에괴로워하는일이없지.

황금과웃음! 40:34

그래! 그불개는땅속한가운데에서황금과웃음을가져와.

네놈도알지? 땅속깊은한가운데는황금으로되어있다는걸!”

여기까지이야기하자불개는더이상내말을참고듣지못하더군. 40:35

풀이죽어서꼬리를가랑이사이로말아넣고

‘깨애애~앵깨애애~앵’소리를작게내면서동굴아래로기어내려가더군.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하지만제자들은짜라두짜의말을새겨듣지

않았어. <화산섬>에 갔었던 선원들과 선원들의 토끼 사냥과 공중을 날

아간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짜라두짜에게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거

든.

제자들이<화산섬>에서있었던일을이야기하자짜라두짜는말했지. 40:37

“도대체무슨해괴한일이야? 그럼내가유령이란말이야?

공중을날아다닌건내그림자였을거야. 40:38

제2부 317

40:36

160) 『인간적인, 너무나인간적인』의「두번째부록」의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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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2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방랑자와그의그림자>160)에대해서는들어봤지?

40:39 하지만앞으로는내그림자를확실히잡아놔야겠군.

안그랬다간나에대해이상한소문이돌겠어.”

40:40 짜라두짜는머리를흔들고생각에잠겼지.

“도대체무슨해괴한일이야?

40:41 도대체그림자는왜외쳤던거지?

‘시간이됐어! 시간이됐어!’라고왜외쳤던거지?

40:42 도대체무슨일이벌어질시간이된거지?”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1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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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2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인류에게커다란슬픔이닥치고있는것이보여. 41:1

인간중에가장훌륭한인간들마저,

인간이이룩한것에대해넌더리를내고있지.

가르침하나가퍼져나가고있어. 41:2

그가르침에대한믿음도퍼져나가고있지.

‘모든것은공허하다! 모든것은똑같을뿐! 모든것은이제과거가되었다!’

산들도그가르침에메아리치고있어. 41:3

‘모든것은공허하다! 모든것은똑같을뿐! 모든것은이제과거가되었다!’

맞아! 우리는수확을거둬들였지. 41:4

하지만과일이왜모두썩어서갈색이됐지?

지난밤저사악한달이무엇을뿌렸을까?

우리가이룩한것들은이제모두쓸모없게됐어. 41:5

우리가담은포도주는이제모두독이됐어.

<사악한눈>161)이들판을바싹메마르게그을렸어.

우리가슴도바싹메마르게그슬렸지.

제2부 319

161) 11:6의주석4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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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2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1:6 우리는모두바싹메말랐어.

불길이튄다면한순간에재가되겠지.

그래! 우리는불, 그자체를<이제더참지못하는상태>로만들었어.

41:7 우물은모두말랐고바다마저뒤로물렀지.

땅은갈라져열릴기세지만,

균열은우릴삼킬만큼깊지못해.

아! 차라리우릴삼켜버렸으면!

41:8 아! 차라리물에빠져죽을수있다면!

빠져죽을수있을만큼깊은바다가어딘가엔있을텐데!

라고우리는개탄하지. 얕디얕은늪에둘러싸인채.

41:9 그래! 우리는너무지쳐서이제죽을힘도없어.

하지만아직정신이말똥하고아직살아있지. 무덤굴속에서!”

41:10 예언자162)가이렇게말하는것을짜라두짜는들었지. 그의예언은짜라

두짜의가슴을파고들어짜라두짜를변화시켰어. 짜라두짜는슬퍼졌고

지쳤지. 예언자가예언했던존재같이되었던거야.

41:11 짜라두짜는제자들에게말했어.

“그래! 기나긴황혼이얼마안있어우릴덮칠거야.

아! 어떻게하면어둠이다지날때까지나의이불빛을살릴수있을까?

32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62) 쇼펜하우어(A. Schopenhau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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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2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예언자가예언한슬픔에잠겨, 41:12

불빛이꺼지는일이없도록하려면어떻게해야할까?

이불빛은머나먼곳으로전해져야하는데!

이불빛은<아주멀리있는밤>으로전해져야하는데!”

짜라두짜는 마음깊이슬퍼했지. 짜라두짜는사흘동안먹지도않고마

시지도 않았어. 쉬지도 않았고 말하는 것도 잊어 먹었지. 마침내 짜라

두짜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지. 제자들이 옆에서 밤을 새워 가며 지켰

어. 짜라두짜가잠에서깨어나기를, 다시가르치기시작하기를, 병을이

기고일어나기를가슴졸이며기다렸던거야.

마침내짜라두짜는잠에서깨어났어. 그리고이야기하기시작했어.

하지만그의목소리는아주멀리서하는말같이이상하게들렸어.

내꿈이야기들어봐. 친구들! 해몽할수있도록도와줘! 41:15

수수께끼같은꿈이야. 꿈의뜻은꿈속에감춰져있어. 41:16

꿈의뜻은꿈속에갇혀, 자유롭게날개를펴고날아오르지못하고있어.

꿈속에나는모든생명을거부했지. 41:17

죽음의세계, 고독한<죽음의산성(山城)>에서

야경꾼, 묘지기가된거야.

<죽음의산성>에서관(棺)들을지키고있었지. 41:18

관은, 삶에대해죽음이승리했다는상징이잖아?

퀴퀴한냄새가감도는납골당가득관이차있더군.

유리관속에든시체들이나를지켜보고있더군.

제2부 321

41:13

41:14

짜라두짜002부(197~350)3.3 2010.5.27 7:15 PM 페이지321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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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2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1:19 나는<먼지가앉은영원>에서나오는냄새를마셨어.

내영혼도찐득거리게되고먼지를뒤집어썼어.

그런곳에서누가영혼에신선한공기를쏘여줄수있겠어?

41:20 한밤중의암흑이여인처럼나를둘러쌌지.

고독역시여인의모습으로암흑과함께왔고.

죽음이만들어내는, 귀에거슬리는적막역시여인의모습이었어.

이세명의동반자중에적막은최악의동반자였지.

41:21 나는열쇠를가지고있었어. 녹이잔뜩슨열쇠들이었어.

문중에서도녹이제일많이슨문을열수있었지.

41:22 문을열어젖히자끼이익소리가

긴복도를따라불길한까마귀울음같이울리더군.

크게마음이상한까마귀울음이었어.

잠이깨게된것이너무싫은까마귀울음이었지.

41:23 하지만더무섭고, 더가슴을옥죄었던것은

다시내려앉은악의에찬적막이었어.

나는그한가운데혼자앉아있었던거야.

41:24 그렇게시간이천천히흘렀지. 거기에도시간이존재했다면.

거기에시간이존재하는지, 안하는지나는알수없었지.

하지만마침내나를깨워일으킨일이벌어진거야.

41:25 납골당큰문을누군가밖에서두들긴거야.

세번. 크게. 천둥처럼. 납골당전체가울렸지.

32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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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2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크게세번메아리쳤어. 그래서큰문으로갔지.

알파!164) 여기, 산으로재164)를가지고온사람이누구십니까? 41:26

나는이렇게외쳤어.

알파! 알파! 여기, 산으로재를가지고온사람이누구십니까?

나는열쇠를큰문에꽂았어. 그리고온힘을다해서문을당겼지. 41:27

하지만손가락하나들어갈만큼도열리지않더군.

그때무시무시한바람이불어문을찢어버린거야. 41:28

귀청을찢는듯한바람소리와함께검은관(棺) 하나가

찢어진문사이를뚫고내앞에떨어지더군.

사방에몰아치는바람소리, 41:29

찢어지는비명같은바람소리속에관(棺)이터져나가면서

껄껄깔깔하하호호히히웃음소리가메아리치는거야. 웃음소리천개!

그리고아이들, 천사들, 부엉이들, 광대들, 어린아이만한나비들.… 41:30

갖가지모습의가면들이관(棺)에서튀어나와나를둘러싼채

웃고조롱하고이리저리밀려다니는거야. 가면천개!

나는정말, 정말겁에질렸지. 바닥에납작엎드렸어. 41:31

겁이나서비명을질렀지. 내생전에그런새된비명은질러본적없어.

제2부 323

163) Alpa. 산스크리트(Sanskrit)로 해석할 경우 아날라사(Analasah)의 다른 이름으로 볼 수 있음. 아날라사는‘생명의힘이넘치는자’란뜻임.

164) 기독교에서는절망, 고행, 참회의상징임. 0:14, 3: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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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2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1:32 나는내자신의비명덕분에잠에서깰수있었던거야.

그래서정신을차렸지.

41:33 짜라두짜는 꿈이야기를마치고다시침묵에빠졌어. 꿈의뜻을모르겠

던거야. 하지만짜라두짜가가장깊이사랑하는제자가얼른자리에서

일어나짜라두짜의손을잡고이렇게말했지.

41:34 선생님의인생자체가그꿈을해석해줍니다. 아! 짜라두짜님!

41:35 선생님자신이바로,

<죽음의산성>의문을찢어발기는바람아닙니까?

선생님자신이바로, 새된바람소리를내는바람아닙니까?

41:36 선생님자신이바로, 삶의여러가지사악함과

삶의<천사의가면>을잔뜩담은관아닙니까?

41:37 짜라두짜님이야말로모든무덤굴에

천명어린아이의웃음으로찾아가지않습니까?

무덤을지키는야경꾼과묘지기들을조롱하지않습니까?

납골당에서열쇠를짤그럭거리는사람들을죄다조롱하지않습니까?

41:38 선생님은껄껄웃음으로

그들을겁에질리게하고주저앉게하지않습니까?

그들을기절시키고다시정신차리게하는것이바로

선생님의힘을보여줄것아닙니까?

41:39 꿈의뜻은이렇습니다.

32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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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3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기나긴황혼>과<죽음에이르는피곤>이우리를덮칠때에도

선생님은굳건히우리를이끌겁니다.

선생님은<생명의옹호자> 아닙니까!

선생님은저희에게새로운별들과 41:40

새로운<밤의아름다움>을보여줬습니다.

선생님은저희머리위하늘에웃음을퍼뜨렸습니다.

그래서이제웃음은오색찬란한<하늘덮개[天蓋]>가됐습니다.

꿈의뜻은이렇습니다. 41:41

이제, 관(棺)으로부터아이들의웃음이나올것입니다.

이제, <죽음에이르는피곤>을깨부술강한바람이불것입니다.

그점에관해선생님자신이바로보증인이요예언자입니다!

맞습니다! 선생님은꿈에서선생님의적들을본것입니다. 41:42

정말마음을짓누르는꿈입니다!

선생님이꿈에서깨어정신을차렸듯이 41:43

선생님의적들도꿈에서깨어정신을차렸을겁니다.

그리고이제선생님에게몰려옵니다.

제자는이렇게말했지. 모든제자들이짜라두짜가까이몰려들었지. 제

자들은 짜라두짜의 손을 잡고 짜라두짜에게 이제 침대에서 일어나라

고, 이제슬픔을떨치라고, 이제다시제자들에게돌아오라고 설득하려

했지. 하지만 짜라두짜는 멍한 눈을 하고 침대에 꼿꼿이 앉아 있을 뿐

이었어. 이상한 땅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집에 돌아온 사람처

럼 짜라두짜는 제자들 얼굴을 바라보며 하나하나 눈길로 더듬었어. 하

제2부 325

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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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3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지만 제자들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어. 그러나 제자들이 짜라두짜를

일으켜 세우자, 봐! 짜라두짜의 눈빛은 갑자기 달라졌어. 그는 이제까

지벌어졌던모든일을갑자기이해하게되었던거야. 짜라두짜는잠시

수염을톡톡두들기다가확고한목소리로말했지.

41:45 자! 이제충분해! 든든한식사를준비해! 빨리!

흉측한꿈을꾼것에대한반성으로든든하게먹어야지!

41:46 예언자는나랑같이먹도록하지. 예언자에게알려줘야겠어.

빠져죽을수있을만큼충분히깊은바다가있다는것을!

41:4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하지만 짜라두짜는 자신의 꿈을 해석한 제

자의얼굴을한참바라보았어. 그리고머리를절레절레흔들었어.

32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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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3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는 큰 다리를 건너고 있었지. 불구자들과 거지들이 그를 둘러

쌌어. 그중에서꼽추가나서서말했어.

보세요! 짜라두짜 님! 저희 인민도 선생님께 배워서 이제 선생님을 믿

게 됐습니다. 하지만 저희 인민이 선생님을 완전히 믿게 되려면 한 가

지가더필요합니다. 저희불구자들에게도확신을주셔야만하지요! 여

기여러종류의불구자들을모아왔습니다. 선생님께는아주좋은기막

힌 기회이지요! 장님을 고칠 수도 있고 앉은뱅이를 걷게 할 수도 있고,

저같이 등에 혹이 붙은 꼽추에게서는 혹을 떼어 갈 수도 있지요. 그렇

게만하신다면저희불구자들은짜라두짜님을확실히믿게됩니다!

하지만짜라두짜는꼽추에게이렇게답했지.

꼽추에게서 혹을 떼어 내는 건 꼽추의 정신을 떼어 내는 거야. 인민이

그렇게 가르치잖아? 눈먼 사람을 앞을 보게 해 주면 땅 위에 존재하는

나쁜것들을너무많이보게될거야. 그래서앞을보게해준사람을저

주하게 되겠지. 또 앉은뱅이를 걷게 해 주는 거야말로 정말 몹쓸 짓이

지. 앉은뱅이가걷게되면이제껏갇혀있던그의악덕(惡德)이천방지축

길길이날뛰게되니까. 이게다인민이불구자들에대해가르치는이야

기아니야? 자네같은인민이짜라두짜로부터배울수있다면짜라두짜

역시인민의가르침을배울수있지않겠어?

제2부 327

42:1

42:2

42:3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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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3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2:5 불구는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세상을 돌아다녀 보니까, 세상에 꽉 찬

게 불구야. 이 사람은 눈이 없고 저 사람은 귀가 없고 그 사람은 다리가

없지. 혀가없는사람, 코가없는사람, 머리가없는사람도있잖아!

42:6 나는 더 비참한 걸 많이 봤어. 게 중에는 정말 괴물 같은 경우도 있어서

말하고싶지도않아. 하지만꼭말하고싶은게있지. 그건바로, 한가지

만 빼고 나머지가 죄다 없는 불구인 사람들이야. 그 한 가지만 어마어마

하게 커진 불구지. 커다란 눈인 사람, 커다란 입인 사람, 커다란 배인 사

람, 커다란 거시기인 사람! 나는 이 사람들을 <거꾸로 병신>이라고 부르

지.

42:7 고독을 떨치고 나와서 이 다리를 처음 건넜을 때 내 눈을 믿을 수 없더

군. 보고또보았지. 그리고이렇게생각했어.

“이건귀잖아! 세상에! 귀가사람만큼크네!”

그리고좀더자세히들여다봤지. 귀밑에는무엇인가불쌍하도록작고

약하고 가냘픈 게 움직이고 있더군. 그 괴물 같은 귀는 가냘픈 줄기 위

에 달려 있는 거야. 그 가냘픈 줄기가 바로 사람이더군! 돋보기를 들이

대니까 시기심에 가득 차 있는 작은 얼굴도 볼 수 있더군. 곪아서 부어

오른 작은 영혼이 줄기에 매달려 달랑거리고 있는 것도 볼 수 있더군.

하지만인민들이말하더군. 그커다란귀는그냥사람이아니라위대한

사람이라고! 천재라고! 하지만 인민들이‘위대한 사람이 어쩌고저쩌

고’떠들 땐, 난 믿어 본 적 없지. 그래서 난 그건 천재가 아니라 <거꾸

로 병신>이라고 봐. 한 가지는 너무 많이 가지고 있고 다른 모든 것은

너무적게가지고있는병신이지.

42:8 꼽추와, 꼽추가 이끄는 불구자들과 거지들에게 이렇게 말한 짜라두짜

는매우기분이상해서제자들에게이렇게말했어.

32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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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3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래! 친구들! 사람들사이를다닐땐 42:9

온전한사람사이를다니는게아니라

쪼가리들, 팔다리들사이를다니는기분이야.

학살이끝난전쟁터처럼 42:10

산산이부서져서쪼가리가된사람들모습은차마눈뜨고보기힘들어.

그렇다고현재로부터눈을돌려과거를보면좀사정이나을까? 42:11

천만에! 마찬가지야! 쪼가리들, 팔다리들, 끔찍한<확률과우연>들!

사람은없어!

이제껏땅위에서진행되어온, 현재와과거! 42:12

아, 친구들! 현재와과거가나에게는가장견디기힘든짐이야.

앞으로오고야말것을미리내다볼수없었다면

나는어떻게살아야할지몰랐을테지.

<미리내다보는자>, 창조자, <미래그자체>, 42:13

<미래로넘어서는다리>, <미래로넘어서는다리위의불구자>…

나, 짜라두짜는이모든것이야.

자네들역시스스로물어본적있을거야. 42:14

우리에게짜라두짜는대체무엇이지?

우리에게그는누구지? 그를뭐라고불러야지?

자네자신이질문을던져놓고다시이어서질문을던질수밖에없지.

나도 나에 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 다음처럼 다시 질문을 이어서 던지게

돼.

제2부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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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3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33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65) 삶을전면적으로긍정하고스스로<넘어서는> 존재가됨으로써확률, 우연, 과거일체를기꺼이받아들이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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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5 <약속하는자>인가? <실현하는자>인가? <정복하는자>인가? <계승하

는 자>인가? <수확을 거둬들이는 자>인가? <쟁기 날>인가? 의사인가?

<회복기환자>인가?

42:16 시인인가? 참된 사람인가? 해방자인가? <속박해서 길들이는 자>인가?

선한사람인가? 악한사람인가?

42:17 나는사람들을볼때<미래의쪼가리>로봐.

내가조심스레살펴보고있는미래를구성하는쪼가리!

42:18 쪼가리들, 수수께끼들, 끔찍한<확률과우연>들을끌어모아

하나로구성하는것! 그것이나의예술이고나의목표.

42:19 사람이시인이아니라면, <수수께끼를푸는자>가아니라면,

<확률과우연을구원하는자>165)가아니라면

사람이라는존재가된것을어떻게참을수있어?

42:20 과거를구원하는것!

<이미지난일> 모두를

<그렇게되기를내가원했던거야!>로바꾸어내는것!

그게구원이야! 나는그것만을구원이라고부르지!

42:21 의지는해방자이고<기쁨을가져오는자>.

나는자네들에게그렇게가르쳤지.

친구들! 이거한가지를더알아야돼. 의지는아직도죄수야.

의지하면해방시키게되지. 42:22

제2부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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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3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의지그자체, 해방자그자체는죄수야.

무엇이해방자를족쇄에채워놓았을까?

<이미지난일>! 그것에대해의지는이를가는거야. 42:23

<이미지난일>에대한원한이의지가겪고있는, 혼자만의고통이야.

의지는이미일어난일에대해서는손써볼방법이없지.

의지는과거의모든것들을화가잔뜩난채바라볼뿐이지.

의지는시계를거꾸로돌려서의지할수없지. 42:24

의지는시간을부술수없어.

의지는시간이가지고있는욕망을부술수없어.

이게바로의지가겪고있는, 혼자만의고통이야.

의지하면해방시키게되지. 42:25

그렇다면자신을고통으로부터해방시키기위해서

자신을가두고있는감옥을비웃기위해서

<의지하기>가무엇을하는지알아?

아, 죄수들이란! 모두바보들이지! 42:26

<죄수가된의지> 역시바보같은짓을하지.

시간이거꾸로흐르지않는다는사실에대해 42:27

심통을부리면서화를내는거야.

<이미지난일>은돌이킬수없잖아?

의지는여러가지돌을굴릴수있지만

<이미지난일>이란돌은움직일수없지.

33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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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8 그래서의지는분노하고심통이나는거야.

아무돌이나주변에있는돌을굴리기시작하지.

분노하지도않고심통부리지도않는존재들에게마구돌을굴려보내는거야.

42:29 그래서해방자인의지는악인이되는거지.

돌이킬능력이자신에게없다는점에대해

<고통을느끼는존재>에게고통을줌으로써복수하는것이지.

42:30 이게바로복수야. 복수에는딴게없어.

의지가시간에대해느끼는혐오가복수야.

의지가<이미지난일>에대해느끼는증오가복수야.

42:31 그래! 의지에는커다란어리석음이깃들어있지.

이제이어리석음이정신을획득했어.

이어리석음이정신을획득했다는것은지금인류전체에게저주가되었지.

42:32 <복수의정신>은이제까지인간이가장많이생각했던주제야.

<복수의정신>에따라

고통이있으면반드시처벌이뒤따라야한다고생각해왔지.

42:33 복수는스스로를‘처벌’이라고불러.

그렇게부름으로써스스로양심이있는척하는거지.

42:34 <의지하는자>에게는고통이있어.

제2부 333

166) 복수, 처벌은 과거 지향적 행위이기 때문에, ‘과거가 현재를 잡아먹는 것’으로 볼 수 있음. 따라서‘시간은자신의자식을잡아먹는다’로볼수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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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3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과거에대해서는의지할수없기때문이지.

그래서의지하는행위, 나아가삶전체는일종의<처벌>이되는거야.

이렇게해서이제<복수의정신>은마구뭉게구름을피워올리는거야. 42:35

마침내광기에도달하게되지.

“모든것은사라진다. 그러므로모든것은사라져야마땅하다.”

광기는이렇게설교해.

“‘시간은자신의후손을잡아먹는다’166)는 42:36

<시간의법칙>이야말로정의, 그자체이다.”

광기는이렇게설교해.

“사물은<정의와처벌의이치>에따라도덕적질서를가지고있다. 42:37

그런데만물의흐름으로부터구원받을방법은없을까?

<존재라불리는처벌>로부터구원받을방법은없을까?”

광기는이렇게설교해.

“정의가영원하다면구원이가능할까? 42:38

아! <이미벌어진일>이라는돌은움직일수없지않은가?

그렇다면처벌도영원해야한다!”

광기는이렇게설교해.

“행위는돌이킬수없다. 42:39

처벌을한다고해도행위를돌이킬수는없지않은가?

존재는영원히반복된다. 존재는영원히반복되는죄(罪)이다.

존재가영원히반복된다는점은바로,

<존재라불리는처벌>이영원히계속된다는것을뜻한다!”

33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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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4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2:40 “의지가자기자신을구원하지않는한,

의지하기가<의지하지않기>가되지않는한.”

형제들! 이따위미친소리들에대해서는잘알고있을테지?

42:41 이런미친소리에속지말라고나는형제들에게이렇게가르쳤지.

“의지는창조자다.”

42:42 <이미지난일>은쪼가리이고, 수수께끼이며, 끔찍한<확률과우연>이야.

<창조의의지>가이렇게말하기전까진!

“하지만그렇게되기를내가원했다!”

42:43 <창조의의지>가이렇게말하기전까진!

“다시원할수있다고해도똑같은걸원한다!”

42:44 하지만<창조의의지>가그렇게말한적있나?

<창조의의지>는언제그런말을하게될까?

의지는아직자기자신의바보짓에묶여있는것아닌가?

42:45 의지는자기자신의구원자가되었나?

의지는자기자신을위해<기쁨을가져오는자>가되었나?

의지는<복수의정신>을넘어섰나?

과거에대해이를가는것을그만두었나?

제2부 335

42:48

42:49

42:50

167) 삶에대해‘그래!’라고외치며전적으로삶을받아들이는것. ‘운명’을확신하는것. 다시살게되어도똑같은삶을원하는것. 나아가삶이‘영원히반복된다는것(eternal recurrence)’을확신하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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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4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누가의지에게<시간과화해하는법>을가르쳐준적있나? 42:46

누가의지에게<시간과화해하는것>보다

훨씬더숭고한것167)을가르쳐준적있나?

의지는<힘에대한의지>! 42:47

마땅히의지는

시간과화해하는것보다훨씬더숭고한것을의지해야지.

하지만어떻게하면그렇게될수있지?

또한누가의지에게

<이미지난일>에대해의지하는방법을가르쳐준적있지?

짜라두짜는 여기까지 말하고서 갑자기 말을 끊었지. 지독한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같은표정이되었어. 겁에질린눈으로제자들을바라보았지. 그의눈빛은

제자들의 생각을 화살처럼 꿰뚫어보았어. 그의 눈빛은 제자들의, <마음 깊이

있는생각>까지도화살처럼꿰뚫어보았지. 하지만잠시후짜라두짜는껄껄웃

고나서마음이편해진목소리로말했어.

“사람사이에서사는건힘들어.

침묵을지키기어렵기때문에힘든거야.

특히나같이, 잘모르면서도떠드는사람은침묵을지키기힘들지.”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어. 하지만꼽추가말을받았어. 꼽추는이제까지짜라

두짜가 제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얼굴을 가린 채 듣고 있었거든. 하지만

33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68) 이챕터에서는아직<영원반복>에대해본격적으로이야기하지않았다는것을암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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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4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의 웃음소리를 듣고 꼽추는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짜라두짜를

올려다보았지. 그리고천천히말한거야.

42:51 “그런데짜라두짜님! 우리에게했던이야기와제자들에게한이야기는

많이다르네요. 왜그렇지요?”

42:52 짜라두짜가대답했지.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꼽추에게 이야기할 때는 꼽추에 맞는 내용으

로이야기해야하는거아니야?”

42:53 꼽추가말했어.

“좋습니다. 학생이랑이야기할때는

학교에서있는일만이야기해야한다는식이군요!

42:54 하지만짜라두짜님이제자들에게이야기한내용이

자기자신에게이야기한내용과다른것은무슨까닭입니까?”168)

제2부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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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4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높은곳이무서운게아니라깊은절벽이무서워. 43:1

깊은절벽에선눈은아래쪽을향하고손은위쪽을붙잡지. 43:2

의지가양쪽에신경을써야하지. 그래서가슴이어질어질해.

친구들! 내가슴의의지가양쪽에걸쳐있다는걸눈치챘어? 43:3

눈은<높은곳>을향하고있지만 43:4

손은마냥깊은곳을붙잡고싶어하지.

이게내절벽이고위험이야.

내의지한쪽은인간에게찰싹달라붙어있지. 43:5

나는족쇄를사용해서나자신을인간에묶었거든.

초인쪽으로자꾸끌려올라가니까족쇄로묶은거지.

내의지의다른한쪽은나를초인쪽으로끌어올리고있거든.

인간들사이에서나는눈을감고살아. 43:6

마치인간들이어떤존재인지알아보지못하는것처럼.

인간이어떤존재인지안다면

인간을단단히움켜잡을수있는힘이

33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69) 21:3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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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4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손아귀에충분히깃들어있다는믿음이완전히없어질것같거든.

제2부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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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4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3:7 나는너, 인간을몰라봐.

너를모르는척하는건어둠이며위안이지.

이어둠과위안을지니고살때가종종있어.

43:8 성문에앉아서어떤악당이든지나가기만기다리지.

악당이오면이렇게묻지. “나를속일사람없나?”

43:9 나의<남자다운신중함>, 첫째.

“남이나를속이게내버려둔다.

그러면남이나를속이지않을까, 신경을곤두세우고살지않아도된다.”

43:10 내가인간을경계하고살아야한다면,

내공169)을닻처럼묶어두는역할을인간이어떻게하겠어?

인간이제대로닻구실을못하면

내공은너무나쉽게위로튀어올라가멀리사라져버릴걸!

43:11 내운명에는이렇게써있지.

“너는앞을내다보는능력없이살아야한다.”

43:12 인간사이에섞여살면서

목말라죽지않으려면온갖것을다마실줄알아야되지.

인간사이에섞여살면서

깨끗이지내려면더러운구정물로씻는방법을알아야되지.

43:13 스스로달래려고나는나에게이렇게말해.

“좋아! 용기를내자!

불운을당했지만크게다치진않았군!

34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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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4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걸행운이라생각하지, 뭐!”

나의<남자다운신중함>, 둘째. 43:14

“자존심이있는사람보다는허영심에들뜬사람에게더친절하게대한다.”

볼만한비극이생기려면허영심이상처받아야하거든. 43:15

하지만자존심이상처받으면자존심보다더좋은것이생겨날뿐이지.

인생이볼만한것이되려면배우들이각본을잘연기해야지. 43:16

그러기위해선배우가좋아야돼.

허영심에들뜬사람들은좋은배우가될수있어. 43:17

스스로를남들에게잘보이게만들기바라고, 이를위해항상연기하면서살아.

그들의정신은온통이바람에쏠려있어.

그들의존재자체가전부연기야. 43:18

그들은존재자체가전부꾸며낸거야.

그들가까이살면서인생을보고싶어. 그러면우울이가라앉지.

그들은내우울증을고쳐주는의사야. 43:19

마치연극에서눈을떼지못하듯이

나를인간에서눈을떼지못하게만들어주지.

그래서나는허영심에들뜬사람들에게친절하게대해.

제2부 341

170) 니체의철저하고급진적인도덕관이잘나타나는구절임.171) ‘크기와역사가별볼일없다’는뜻.172) Drache(용)와Über-Drache(수퍼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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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4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3:20 게다가허영심에들뜬사람이야말로정말겸손한사람들이야!

허영심에들뜬사람들이가지는겸손함때문에

나는그들을사랑하고불쌍하게생각해.

43:21 허영심에들뜬사람은자기자신에대한믿음을

상대방으로부터얻으려하거든.

얼마나겸손해!

허영심에들뜬사람은상대방이던져주는눈길을받고살고

상대방손바닥에놓인칭찬을핥고살지.

얼마나겸손해!

43:22 상대방이입에발린칭찬을해도그칭찬을고스란히다믿어.

가슴깊이한숨을내쉬면서노상이렇게묻고있었기때문이지.

“나는뭐지?”

43:23 진실된미덕은, 미덕자신을의식하지않는미덕이라며?

허영심에들뜬사람이야말로자신의겸손함을모르잖아?

대단한미덕을가진사람이지!

43:24 나의<남자다운신중함>, 셋째.

“소심한사람들은사악함을보았을때움츠려들지만

진짜남자는사악함을보게되면즐거워해야한다.”

43:25 뜨거운태양이만들어낸경이로운것들을보면행복해.

호랑이, 야자수, 방울뱀같은것들.

43:26 사람중에서도뜨거운태양이만들어낸훌륭한종자들이있어.

34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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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4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경이로울정도로사악한종자들이지.

현명하다고하는사람들이사실은소문만큼현명하지않듯이 43:27

사악하다고하는사람들도사실은소문만큼사악하지않은경우가많아.

그래서나는머리를흔들면서말하곤해. 43:28

“방울뱀아! 너는왜차르측차르륵소리를내고다니니?”

진짜사악하다면소리도안내야지.

악에도미래가있어!170) 43:29

인간이어디까지악해질수있는지, 앞으로새로운경지가발견될거야.

기껏해야길이열두자에태어난지세달밖에안된걸가지고171) 43:30

“정말지독하게사악하다”라고호들갑을떨고있지.

언젠가정말사악하고거대한용(龍)들이세상에나타날거야.

초인이나오는데당연히용(龍)도수퍼드래곤172)이나와야지. 43:31

그래서축축한원시림에뜨거운태양이사정없이내리쪼여야돼!

그때가되면, 43:32

들고양이가호랑이가되고독두꺼비가악어가될거야.

그래야훌륭한사냥꾼이근사한사냥감을노리고근사한사냥을할수있지!

제2부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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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3 그래! 너희, <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들!

너희는정말우스꽝스러운게많아.

특히 예전에‘악마’라고 불리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은 정말 우스꽝스럽

지!

43:34 너희영혼은<위대한것>을정말낯설어하지.

그래서초인이아무리잘대해줘도너희에게는공포스러울뿐일거야!

43:35 너희중에슬기롭고<많이안다>는자들역시

타는듯한지혜의뙤약볕이내리꽂히면질겁하고도망가겠지.

하지만초인은벌거벗고즐겁게일광욕해!

42:36 너희중에<가장높은사람>들을본적있어.

그들은초인을악마라고부를걸!

그생각에내가혼자얼마나웃었는지알아?

43:37 아! 너희중에<가장높은사람>들이나<가장훌륭한사람>들에대해서조차

나는넌더리가났던거야.

그들이‘높은곳’이라고부르는곳에서서

나는초인을향해위로, 밖으로, 멀리갈수있기를갈망했지!

43:38 너희중<가장훌륭한사람>들이벌거벗고있는것을본적있어.

끔찍하더군. 참혹하더군.

그리고마침내내게서날개가생겨났어. 나를먼미래로날게해줬지.

43:39 아주먼미래로!

어떤미술가가상상한것보다더남쪽다운남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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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5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신들이옷을입는것을부끄러워하는곳으로!

하지만너희의경우에는가리고있는것을보는게나는좋아. 43:40

너희! 이른바이웃들, 동료들, 좋은옷을입은자들, 허영심에들뜬자들!

<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으로불릴자격이있다는자들!

그리고나역시몸을가리고너희사이에앉는거지. 43:41

나의<남자다운신중함>, 넷째.

“상대와나, 누가누구인지헷갈리게만들어야한다.”

제2부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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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5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4:1 친구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보다시피 나는, 무엇인가 고민이

많고무엇인가에쫓기고있고마음에도없이공손하게굴고어딘가로떠

날채비가되어있고.…아! 나는자네들을떠날채비가되어있는거야!

44:2 그래. 나, 짜라두짜는이제다시한번고독으로되돌아가야돼.

하지만 이번에는, 슬프게 자기 굴로 되돌아가는 곰처럼 되돌아가는 거

야!

44:3 내게무슨일이일어난거지?

누가그렇게하라고명령한거지?

아! 내애인이그렇게하라고했어.

내애인이내게그걸원해.

내가애인이름을말해주었던가?

44:4 어제…저녁이되어가던시간에,

<완전히적막한시간>이내게말했어.

그게끔찍한내애인이름이야.

44:5 그래. 그렇게벌어진일이었지.

자네들한테모두이야기해줌세.

안그랬다간, 이렇게갑작스럽게떠나는것에대해

엄청섭섭하게생각할거잖아!

34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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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5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잠자고있는사람을덮치는공포를알아? 44:6

땅이꺼져내려가고 44:7

그꿈이시작되기될때

그는공포에질리지. 발가락끝까지.

내가그꿈을우화로이야기해줌세. 44:8

어제<완전히적막한시간>에땅이꺼져내리는듯하더니그꿈이시작됐어.

손이움직였지. 나는아직숨쉬고있었어. 44:9

나는그렇게완전한적막의소리를들은적이없어.

심장이오그라들더군.

그때목소리없이어떤것이내게말했지. 44:10

“짜라두짜, 너, 알아?”

이목소리없는속삭임에나는비명을질렀지. 44:11

내얼굴에서는피가싹빠져나갔어. 나는아무말하지않았어.

그때다시목소리없이어떤것이내게말했지. 44:12

“짜라두짜, 너, 알고있지. 말하지않을뿐이지!”

마침내나는그목소리없는속삭임을향해, 용기를짜내내뱉듯말했어. 44:13

“그래! 나, 알아. 하지만말안해!”

그때다시목소리없이어떤것이내게말했지. 44:14

제2부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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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5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 안해? 정말? 용기있는척하면서속이는건아니겠지!”

44:15 나는어린애처럼울면서벌벌떨었어. 그리고말했어.

“아! 나는하고싶어! 하지만어떻게할수있겠어?

제발여기서날풀어줘. 못견디겠어!”

44:16 그때다시목소리없이어떤것이내게말했지.

“짜라두짜, 네가 무슨 대단한 존재야? 네 가르침을 알려! 그리고 부서져!

44:17 그래서내가대답했어.

“그가르침이내거야?

내가도대체누구기에?

나는나보다훨씬더가치있는사람을기다리고있어.

나는, 기다리다부서질자격도없는사람이야.”

44:18 그때다시목소리없이어떤것이내게말했지.

“네가무슨대단한존재야?

너는좀더겸손해져야돼. 겸손해지면살가죽이질겨져.”

44:19 그래서내가대답했어.

“이미겸손해서살가죽이질기기만하지.

이살가죽으로별별것을다견뎠어.

나는<높은곳>의기슭에서살고있지.

<높은곳> 꼭대기가얼마나높을까, 아무도내게말해주지않았어.

하지만계곡에대해서는나는잘알아.”

44:20 그때다시목소리없이어떤것이내게말했지.

34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2부(197~350)3.3 2010.5.27 7:15 PM 페이지348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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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5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 짜라두짜.

산을움직여야하는사람은계곡과평지도움직여.”

그래서내가대답했어. 44:21

“내가르침은아직산을움직이지못했어.

내이야기는아직사람들에가서닿지못했어.

그래. 나는사람들에게갔지만사람들을얻지는못했지.”

그때다시목소리없이어떤것이내게말했지. 44:22

“그런지아닌지어떻게알지?

밤이가장고요할때이슬이풀잎에맺히는법이야.”

그래서내가대답했어. 44:23

“내가길을발견하고그길을가자사람들은나를조롱했어.

사실그땐겁이나서다리가부들부들떨렸지.

사람들은내게이렇게말했거든. 44:24

‘너는길을잃은거야. 조금지나면걷는법도잃을거야.’”

그때다시목소리없이어떤것이내게말했지. 44:25

“그조롱이대수야?

너는<복종하는것>을거부한사람이잖아! 이제네가명령해야돼!

사람들에게가장필요한게뭔지알아? 44:26

위대한일을명령하는사람이필요해.

위대한일을수행하는것은어렵지. 44:27

하지만더어려운것은위대한일을명령하는거야.

제2부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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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5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너에대해정말용서할수없는건 44:28

힘을가지고있으면서도지배하려하지않는다는점이야.”

44:29 그래서내가대답했지.

“명령하려면사자와같은목청이있어야돼. 내겐그런목청이없어.”

44:30 그때다시목소리없이어떤것이내게속삭였지.

“태풍을불러들이는것은가장조용히말한이야기.

세상을이끄는것은비둘기발에매달려날아온사상.

44:31 아! 짜라두짜.

너는, <반드시와야할것>의그림자가돼서가야만돼.

너는그런존재가돼서명령해야해. 명령하면길이보여.”

44:32 그래서내가말했지.

“나는부끄러움을많이타.”

44:33 그때다시목소리없이어떤것이내게말했지.

“너는어린아이가돼야돼.

어린아이처럼수치심없는존재가돼야돼.

44:34 청춘의자존심이아직도네속에있는거야.

너는늦게서야청춘이되었지.

하지만어린아이가되기원하면청춘마저도<넘어서야> 돼.”

44:35 나는오랫동안생각했어. 몸을떨면서.

35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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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5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마침내나는꿈의처음에했던말을다시했지.

“난, 안해.”

그러자내주위에온통껄껄대는웃음소리가메아리쳤지. 44:36

아! 그웃음소리는내장을갈기갈기찢었어. 내가슴을갈기갈기찢었어!

목소리없이어떤것이내게말했지. 그게마지막말이었어. 44:37

“아! 짜라두짜! 네과수원의과일은다익었는데!

너는안익었구나!

너는다시고독으로돌아가야돼! 좀더익어야돼.” 44:38

다시웃음소리가났지. 그리고없어졌어. 44:39

주위는조용해졌지. 곱절로조용해졌어.

하지만나는누운채온몸에서땀을쏟아냈지.

자, 자네들은이제모든걸들었어. 44:40

내가왜고독으로돌아가야하는지, 알수있을거야.

나는아무것도감춘게없어.

자네들에게꿈이야기를시시콜콜하게모두말해준거야. 44:41

나도그렇게하기힘들었어. 나는과묵한사람이잖아.

또앞으로도과묵하게살려고하는사람이잖아!

아! 친구들! 44:42

아직도자네들에게이야기해줘야할게많은데!

아직도자네들에게줘야할게많은데!

왜그걸주지못하게됐을까?

제2부 351

짜라두짜002부(197~350)3.3 2010.5.27 7:15 PM 페이지351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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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5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가인색한걸까?

44:43 짜라두짜가 여기까지말했을때슬픔이격렬하게그를덮쳤지. 얼마안

지나친구들을떠나야한다는생각이그를덮쳤지. 짜라두짜는 크게소

리를내어울었어. 아무도짜라두짜를어떻게진정시켜야할지몰랐어.

하지만그날밤짜라두짜는혼자떠났어. 친구들을떠났지.

35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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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5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중에웃으면서동시에숭고한감정을느끼는사람이있을까?

산중에서도가장높은산꼭대기에오른사람은

진짜비극혹은상상속의비극,

모두에대해웃을수있어

짜라두짜「읽기와쓰기」173)

173) 7:12, 7:13

{ }제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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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5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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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6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한밤중이었어. 짜라두짜는 섬을 가로지르는 바위 능선을 넘어가고 있

었지. 이른 새벽까지는 섬 건너편 해변에 닿을 생각이었던 거야. 거기

서 배를 타려는 거지. 거기엔 좋은 항구가 있어. 외국에서 온 배들도 닻

을내리지. <행복이가득한섬>을떠나바다를건너려는사람들을태우

지. 짜라두짜는산을타면서젊었을때부터여러번고독하게방랑했던

일들이 생각났어. 산과 바위 능선과 산 정상(頂上)을 많이도 밟고 다녔

지.

(그리고이렇게혼잣말을했지.) 45:2

나는방랑자. 산타는사람.

평야를싫어하지.

오랫동안가만히앉아있지도못하는것같아.

앞으로내게어떤운명이닥치든, 45:3

앞으로내가어떤일을겪든

방랑하고산을타는것은여전할거야.

결국사람이겪고경험하는것은자기자신뿐.

<확률과우연>이나를좌우할수있는시절은지났지. 45:4

제3부 353

45:1

174) was könnte jetzt noch zu mir fallen, was nicht schon mein Eigen wäre! 직역하면, “나에게일어날일은,이미내것이아닌것이있을수없다”임. 이때‘내것’은운명으로보아야함. 니체는‘창조자는운명이다’라고보고있음. ‘운명’은<진실에대한의지>를바탕으로자신의<선과악>을정립하는사람을이야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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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6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앞으로내게일어날일은모두이미내운명속에포함되어있는것뿐! 174)

45:5 돌아오고있어. 드디어나의자아가집으로오고있지.

오랫동안밖에나가있던,

갖가지존재들과<확률과우연>들을따라흩어져있던

자아의쪼가리들도돌아오고있는거야.

45:6 나는한가지알고있지.

지금나는마지막산정상을남겨두고그앞에서있는거야.

아주오랫동안미뤄놓았던일앞에서있는거야.

아! 정말힘든코스를올라가야하지!

아! 정말긴방랑을시작한거지!

45:7 하지만나같은종류의사람은<이런시간>을피하지않아.

<이런시간>은내게이렇게말하지.

“이제너는위대한길을가야돼!

정상(頂上)과절벽이하나로합쳐진길!

45:8 너는위대한길을가고있는거야.

한가지위험을겪고나면다음번엔더위험해질뿐!

방금겪은위험은편안한대피소였던셈이될뿐!

45:9 너는위대한길을가고있는거야.

네뒤로는이제길이없어!

모든용기를짜내야돼!

45:10 너는위대한길을가고있는거야.

아무도감히네뒤를따라오지못하지!

35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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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6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네가길을밟고나면네발걸음이길을지우게되지.

지워진길위에는이런글자가나타나.

‘길없음. 통행불가능.’

발놓을자리가없으면 45:11

머리로밀어서올라가는법을배워야돼.175)

위로올라가려면그수밖에없잖아?

머리로바위를밀고, 네가슴이견딜수없는것조차뛰어넘어서!176) 45:12

네몸중가장부드러운부분이이제, 가장단단한부분이돼야돼.

노상편한것만찾는사람은편한것만찾다가병에걸리지. 45:13

단단하게단련하는것! 그것을찬양해야돼!

<젖과꿀이흐르는땅>을찬양하면안되지!

많이보려면자신으로부터멀리있는것을내다봐야지. 45:14

산을타는사람은그힘든일을할줄알아야돼.

<깬> 사람이랍시고눈에불을켜고 45:15

사방을두리번거리면사물을, 표면177)만보게돼!

하지만짜라두짜는바닥을, 내면을보기원하잖아. 45:16

제3부 355

175) 암벽등반중침니(chimney) 코스나크랙(crack) 코스는몸의모든부분을사용함. 니체는알프스인근에서계속살았음.

176) hinweg über dein eigenes Herz. 직역하면“가슴을뛰어넘어서.”가슴은감정, 정서를가리킴.177) vordere Gründe. 표면. 니체 철학의 매우 주요한 개념 중 하나. 니체는 사상과 예술에는 모두 표면

(Vordergrund)과 내면(Hintergrund)이 있다고 봄. 표면은 특정 사상과 예술이 앞에 내세우는 말임. 내면은특정사상과예술을탄생시킨가치평가, 즉도덕기준(morality)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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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6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러니까너는너자신을타고넘어야지.

위로! 저너머로! 마침내네별들마저네밑에둘때까지!”

45:17 그래! 나자신을내려다봐야돼. 내별들조차내려다봐야돼.

그때비로소나는정상에이른거야.

그게내가올라서야할마지막정상!

45:18 산을타면서짜라두짜는이렇게혼자말했지. 엄격한말로자신을위로

한 거야.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야. 그런데 바위 능선

의정상에도착했을때, 봐! 섬반대편바다가발아래누워있었어! 짜라

두짜는오랫동안조용히제자리에서있었지. 능선정상의밤은차고맑

고별이빛나고있었어.

45:19 (짜라두짜는슬픔에잠겨이렇게말했지.)

나는내운명을알아.

좋아! 난준비됐어.

내가겪어야할마지막고독이이제시작한거지.

45:20 아! 내발아래누운슬픈검은바다!

아! 무거운망설임! 아! 운명! 바다!

이제너를향해내려가야하는구나!

45:21 내앞에는이제껏올라보지않았던까마득히높은산이기다리지.

내앞에는이제껏밟아보지않았던기나긴방랑이기다리지.

이제껏내려가본적없는깊이까지내려가야돼.

45:22 내려가보지않았던깊이까지, 고통속으로!

35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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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6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한없이깜깜하게흐르는고통속으로!

내운명이그걸원해. 좋아! 난준비됐어.

정말높은산들은어디서솟은거지? 45:23

라고나는물은적있지.

정말높은산들은바다에서솟아나왔다는걸알게됐지.

높은산에있는바위를봐! 45:24

높은산정상절벽에새겨진흔적을봐!

바다에서솟아나왔다는증거가명백하지.

가장높은존재는가장깊은곳에서솟아나와지금의높이에이르렀지.

바위 능선 정상에 서서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어. 정상은 차가웠지.

짜라두짜는 바닷가로 내려갔지. 바다에 가까운 절벽 밑에 서자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어. 이제까지 보다 더 큰 그리움이 사

무쳤지.

모든게잠들어있어. 46:26

바다도잠들어있어.

바다는졸음이가득한, 이상한눈빛으로나를봐.

바다는더운숨을쉬네. 45:27

바다의더운숨결이느껴져.

바다가꿈꾸고있는게느껴져.

딱딱한베개를베고꿈을꾸면서몸을뒤척이고있군.

제3부 357

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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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6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5:28 들어봐! 들어봐!

바다는사악한기억이떠올라낮게신음하고있는걸!

아니, 사악한짓에대한기대감에낮게신음하고있나?

45:29 아! 어두운괴물!

나는너를보면슬퍼져.

너를구하지못하는나자신에화가나.

45:30 아! 내손에힘이넘친다면!

너를악몽으로부터깨워줄수있을텐데!

45:3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하며 울적하고 씁쓸한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비

웃었어. 혼자 이렇게 말했지. 뭐? 짜라두짜! 바다한테도 위로의 노래를

불러주고싶은거야?

45:32 짜라두짜, 이, 정많은바보야!

남을믿고싶은마음이넘쳐나는구나!

하기야넌, 항상그랬어.

공포스런존재라면모두,

항상믿고접근했지.

45:33 공포스런존재, 괴물이라면쓰다듬고싶어환장하지.

괴물이내뿜는더운숨결,

괴물의앞발에나있는부드러운털…이런것들이너를환장하게만들지.

괴물을사랑하고괴물을유혹하려고환장하게만들지.

35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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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6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5:34 고독한사람에겐사랑은위험한거야.

무엇이든, 살아있는것을사랑하는것은고독한사람에겐위험한거야.

그래. 사랑에관해나는얼마나바보같은지!

얼마나쉽게사랑을바치는지!

우스꽝스럽지!

짜라두짜는이렇게말하고다시껄껄웃었지. 그때두고떠나온친구들

이 떠올랐어. 친구들을 생각하는 대신에 사랑 타령이나 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자기 자신에 대해 화가 났어. 친구들에게 몹쓸 짓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 방금 전까지 껄껄 웃던 사람이 서럽게 울기 시작했지.

화가나기도하고그리움에사무치기도해서서럽게울었어.

제3부 359

45:35

짜라두짜003부(351~540)3.3 2010.5.27 7:17 PM 페이지359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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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6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w

46:1 뱃사람들사이에서는짜라두짜가배에타고있다는소문이돌았지. <행

복이 가득한 섬>에서 온 사람이 배에 있었거든. 짜라두짜에 대한 호기

심과 기대감이 사람들 사이에 생겼어. 하지만 짜라두짜는 슬픔에 잠겨

이틀 동안 조용했어. 차가운 귀머거리 상태였지. 사람들이 쳐다보아도

반응이 없었고 사람들이 물어보아도 반응이 없었지. 이틀째 저녁에 짜

라두짜는 귀를 다시 열었어. 하지만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지. 먼 곳에서

왔다가 더 먼 곳으로 가는 이 배에는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들을 만한,

이상하고위험한일들에대한이야기들이많았거든. 하지만짜라두짜는

먼길가는여행자들의친구잖아! 위험없이안락하게사는것을원하지

않지. 봐! 사람들의이야기를듣다가마침내이야기하기시작했어. 그의

가슴에얼어붙어있던얼음이깨진거지. 이렇게말하기시작했어.

46:2 자네들! 대담한사람들! 대담한모험가들!

무서운바다에돛을교묘하게펼치고뛰어든사람들!

46:3 자네들! 수수께끼에매혹된사람들! 황혼을즐기는사람들!

플루트소리를듣고끌리듯,

위험하기짝이없는절벽에영혼이끌리는사람들!

46:4 자네들은, 겁에질려부들거리는손으로밧줄을만지는일이없지.

36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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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6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짐작으로맞출수있는문제를끙끙대며계산해서푸는일이없지.

자네들에게만내가본수수께끼같은광경을이야기해줌세. 46:5

세상에서가장고독한사람, 짜라두짜의눈에보인광경이었지.

얼마전에나는죽음처럼칙칙한황혼을울적한마음으로걷고있었어. 46:6

입을꾹다물고걸었지. 울적한일이정말많았거든.178)

큰바위들과돌쪼가리사이로겁없이이어지는길이었어. 46:7

덤불이나풀조차자라지않는사악하고고독한길이었지.

그런산길을나는아무렇지도않은듯밟아나갔어.

조롱하듯빠각빠각소리를내는돌쪼가리를묵묵히밟으며, 46:8

발아래작은돌들이물러나며헛발을짚게만드는길을밟으며

내발걸음은힘들게위로올라가고있었지.

위로! 46:9

<중력의영>179)은사정없이나를아래로, 절벽으로끌어내리고있었지만.

<중력의영>은내속의악마야. 내숙적이지.

위로! 46:10

<중력의영>이내어깨에앉아있었지만.

이렇게보면난쟁이같이생겼고저렇게보면두더지같이생겼지.

병신이기도하고다른사람을병신으로만들기도하지.

제3부 361

178) Nicht nur Eine Sonne war mir untergegangen. 직역하면“내게는태양이여러개졌어.”179) 7:23의주석3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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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6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귀에끊임없이녹인납방울을흘려넣더군.

내머리에끊임없이납같이무겁고칙칙한생각을흘려넣더군.

46:11 <중력의영>이나를조롱하며음절을하나씩끊어서말했지.180)

“오. 짜-라-두-짜.

지-혜-의-돌, 짜-라-두-짜.

멀-리-도튀-어올-랐-네.

하-지-만튀-어오-른돌-은반-드-시밑-으-로떨-어-져.

46:12 오. 짜-라-두-짜.

지-혜-의-돌, 짜-라-두-짜.

쏘-아-져나-간대-포-알같-은짜-라-두-짜.

별-마-저부-수-는짜-라-두-짜!

멀-리-도튀-어올-랐-네.

하-지-만, 튀-어오-른돌-은반-드-시밑-으-로떨-어-져.

46:13 자-기자-신-에의-해저-주-받-은놈.

튀-어오-르-는돌신-세-가된놈.

오. 짜-라-두-짜.

정-말멀-리-도튀-어올-랐-네.

하-지-만, 튀-어오-른돌-은반-드-시밑-으-로떨-어-져.

너자-신-한-테떨-어-져.”

46:14 난쟁이는여기까지말한후조용해지더군.

오랫동안조용했지. 아무말없는상태가나를더옥죄더군.

36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80) 원문에는이렇게음절씩끊어져서표기되어있지않음. 한글에서만가능한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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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7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런식으로남과함께있는것은, 혼자있는것보다훨씬더고독한일이지!

나는오르고또올랐지. 46:15

꿈꾸듯몽롱할때도있었고생각에잠겨걷기도했어.

하지만점점더옥죄어올뿐이었어.

고통에녹초가된병자처럼됐어.

악몽으로깨었다가잠깐다시잠이들었는데

다시더지독한악몽을꾸고깬것같은상태였어.181)

하지만내속에는용기라고부르는놈이있지. 46:16

용기는, 항상용기를꺾는것들을부숴왔어.

마침내이용기에힘입어나는걸음을멈추고외쳤어.

“난쟁이! 너! 혹은나!”182)

용기는최강의파괴자야. 46:17

공격할때발휘되는용기말이야.

공격할때에는항상승리의함성을지르면서공격하잖아.

인간은가장큰용기를가진동물이지. 46:18

용기를발휘해서모든다른짐승을정복한거야.

인간은고통을모두, 승리의함성을지르면서이겨냈지.

인간이느끼는고통이야말로가장깊은고통이잖아.

제3부 363

181) wieder ein schlimmerer Traum aus dem Einschlafen weckt. 니체의 탁월한 심리 분석과 심리 묘사를보여줌.

182) 니체는자기자신을여러가지의영혼, 여러가지정신으로경험함. ‘난쟁이’는니체내부에존재하는‘중력의영’이기때문에‘너’라고할수도있고‘나’라고할수도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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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7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6:19 절벽앞에서서현기증을느낄때에도용기를내면돼.

인간은항상절벽앞에서있는거아니야?

무엇인가를본다는것자체가항상까마득한절벽을보는것아니야?

46:20 용기는최강의파괴자야.

용기는연민을파괴할수있어.

연민은정말까마득한절벽이지.

인간이 생명을 깊게 들여다보면 볼수록 고통을 깊게 들여다보게 되거

든.

46:21 하지만용기는최강의파괴자야.

공격할때발휘되는용기말이야.

용기는죽음마저도파괴하지. 이런말이있잖아?

“아, 그게인생이었어? 좋은데! 한번더!”

46:22 이런말에는귀가먹먹할정도로커다란, 승리의함성이들어있는거야.

들을귀가있으면들을수있어.

v2w

46:23 “난쟁이! 멈춰! 나! 혹은너!

우리둘중에내가더강한놈이야.

너는, 절벽같이까마득한무서운생각을모르지!

너는그생각을못견딜걸?”

46:24 내가이렇게말하자갑자기어깨가가벼워지더군.

난쟁이가뛰어내린거야.

36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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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7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사람속을바닥까지파고드는그끔찍한난쟁이!

그놈은내앞에있는돌에쭈그려앉더군.

그런데우리가멈춘곳에길을가로질러관문(關門)이하나서있었어.

“난쟁이! 이관문을봐! 46:25

이관문은양쪽을보고서있지.

양쪽에서온두개의길이이관문에서만나지.

아무도그두길의끝까지가본적이없어.

우리가지나온이쪽은까마득한과거의영원(永遠)까지이어져. 46:26

관문을지나뻗어있는저쪽은까마득한미래의영원(永遠)까지이어져.

두길은서로반대방향으로뻗어있지. 46:27

두길은바로이관문에서서로만나.

이관문의이름은<현재순간>이지.

하지만한쪽길을계속해서, 계속해서따라가면, 46:28

반대편과영원히반대편이될거같아? 난쟁이?”

난쟁이가시무룩하게대답하더군. 46:29

“반듯한것은모두거짓이야. 반듯한건전부거짓말을하지.

모든진실은휘어져있어. 시간그자체도원(圓)이야.”

나는화를벌컥내며말했어. 46:30

“<중력의영>!

이문제를그렇게쉽게다루지마!

그런식으로굴면, 여기그냥쭈그려앉아있게해놓고가버릴거야!

제3부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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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7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절름발이같은놈아!

여기, 이높은곳으로널데려온것은나였잖아!

46:31 이<현재순간>을봐!

<현재순간>이라불리는이관문에서긴길이영원히뻗지.

과거를향해서뒤로. 우리뒤엔영원이있어.

46:32 달릴수있는모든것은이길을따라이미달렸던거아닐까?

일어날수있는모든것은이길을따라이미일어났던것아닐까?

이미수행되고이미달렸던것아닐까?

46:33 만약모든존재가이곳에예전에온적이있다면….

그것에대해어떻게생각해, 난쟁이?

이<현재순간>이라는관문도이곳에있던적이있지않을까?

46:34 모든존재가서로단단히얽혀있어서,

이<현재순간>은이미미래에일어날모든것들을

줄줄이이끌고있는것아닐까?

그렇기때문에자기자신도미래로끌고가고있는것아닐까?

46:35 달릴수있는모든존재는

이긴길을따라앞으로또한번달려야하는것아닐까?

46:36 달빛속에천천히움직이고있는이거미도,

이달빛자체도,

이관문앞에앉아서속삭이고있는나도, 너도,

영원한것에대해속삭이고있는나도, 너도,

36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3부(351~540)3.3 2010.5.27 7:17 PM 페이지366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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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7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예전에이곳에온적이있지않을까?

우리는또한번미래로돌아와서달려야만하는건아닐까? 46:37

앞에펼쳐져있는길을따라,

길고무서운길을따라달려야만하는건아닐까?

영원히돌아와야만하는건아닐까?”

이런 말을 하면서 내 목소리는 저절로 점점 더 부드럽게 변했어. 왜냐

하면 내 자신의 생각과, 아직 생각으로 전개시키지 않고 남겨둔 것에

대해스스로겁이났으니까. 그런데갑자기근처에서개가처량하게우

는소리가들리는거야.

개가저런식으로우는것을들은적있던가? 46:39

내생각은과거를더듬었어.

그래! 어렸을때, 아주어렸을때.

그때개가저런식으로우는것을들은적있었어. 46:40

한없이적막한한밤중에,

개마저도유령의존재를믿는시각에

털을곤두세우고, 고개를들고, 떨면서저렇게우는것을들은적있었어.

그광경을보고나는불쌍한마음이들었지. 46:41

보름달이집지붕뒤로바로넘어갔을때였거든.

죽음처럼조용할때였거든.

달은지붕뒤로넘어가고둥근달무리만평평한지붕위에걸린때였거든.

마치금지된장소에들어와서얼어붙은듯이.

그래서개가놀랐던거였지. 46:42

제3부 367

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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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7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개들은도둑뿐아니라유령도존재한다고믿잖아.

어렸을때들었던그처량한울음소리를다시듣게되자

불쌍한마음이들었지.

46:43 그런데난쟁이는어디로간거지?

관문은어디로없어진거지?

거미는?

난쟁이와속삭이던소리는어디로사라진거지?

내가꿈을꾸고있었나? 내가깨어있었나?

나는험한절벽사이에서있는거였어!

처량한달빛속에처량하게혼자서!

46:44 하지만앞에사람이하나누워있었어!

개가털을세우고이리저리뛰면서울부짖고있었지.

개는나를봤어. 다시처량하게울더군.

개가내게소리쳤어.

개가도움을청하듯이소리치는걸들은적이있었나?

46:45 하지만내가본광경은정말끔찍했어.

그런광경은본적이없지.

젊은양치기하나가땅바닥에쓰러져뒹굴고있었어.

숨이막혀서몸을꼬면서경련을일으키고있었지.

얼굴이뒤틀려있더군.

두꺼운새까만뱀한마리가입속에들어가있는거야.

몸통은입밖으로걸쳐져있고.

46:46 인간의얼굴에그런식으로

36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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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7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엄청난구역질과창백한공포가나타난것을본적이없었어.

잠이들었던걸까?

잠든사이에뱀이입안으로기어들어간걸까?

그래서목구멍을세게물었던걸까?

손으로뱀을당겼지만아무소용이없었어. 46:47

목구멍속으로처박힌뱀을끄집어낼수없었어.

나도모르게내속에서커다란고함소리가튀어나왔어.

“물어! 물어!

대가리를뜯어! 물어뜯어!” 46:48

나도모르게내속에서커다란고함소리가튀어나온거야.

내속에있던공포, 증오, 혐오, 연민, 선, 악이

그한마디소리로터져나오는거야.

자네들, 대담한사람들! 모험가들! 46:49

아무도가보지않은바다에돛을교묘하게펼치고뛰어든사람들!

수수께끼를푸는것을즐기는사람들!

내가<마음의눈으로본광경>을해석해줘! 46:50

정말고독한사람, 짜라두짜가본것을해석해줘!

내가본건<마음의눈으로본광경>이야. 그건계시(啓示)지. 46:51

그비유에서나는도대체무엇을보았던것일까?

어느날반드시올그사람은도대체누구일까?

뱀이그런식으로기어들어가다니! 46:52

제3부 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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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7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양치기는누구를뜻하는것일까?

누구길래 목구멍으로 그토록 두껍고 그토록 새까만 것이 기어들어 갔을

까?

46:53 양치기는내가충고해준대로뱀을물어뜯었어. 제대로물어뜯었지!

뱀대가리를멀리뱉어버리고는튀어일어나더군.

46:54 그모습은이미양치기가아니었어. 이미사람이아니었지.

온몸에서빛이나오는존재로바뀌어있더군.

껄껄웃고있었어!

이땅의아무도그토록시원하게웃은적이없을거야!

46:55 아! 형제들!

이미인간의웃음이아닌웃음을들은거야.

그런껄껄웃음을나역시웃고싶다는타는목마름에사로잡혀있어.

이목마름은가라앉지않고있어.

46:56 그런웃음을웃을수있다면!

그갈망이나를지글지글소진시키고있지.

아, 이제사는것을어떻게참지!

아, 이제죽는것을어떻게참지!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7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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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7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씁쓸하고 수수께끼에 짓눌린 가슴으로 짜라두짜는 바다를 건넜지. 하

지만 <행복이 넘치는 섬>과 친구들을 떠난 지 나흘이 지나자 짜라두짜

는 모든 고통을 넘어섰어. 승리한 사람처럼 두 발을 굳세게 버티고 운

명 앞에 다시 섰지. 가벼워져서 기쁨에 날뛰는 양심183)에 대고 이렇게

말했어.

나는다시혼자구나. 다시기꺼이혼자구나. 47:2

시리도록푸른하늘, 망망한바다.

그속에혼자. 그리고다시한낮.

친구들을처음발견했던시간도한낮. 47:3

친구들을두번째로발견했던시간도한낮.

빛이고요히멈춘시간이었지.

깃들곳못찾아아직도하늘과땅사이를떠도는행복이 47:4

환하게밝은영혼에보금자리를찾는것은바로이시간.

환하게밝은영혼에행복이깃들면빛은더욱고요히멈춰서지.

아! 내인생의한낮! 47:5

한때내행복은보금자리를찾아계곡으로내려갔지.

제3부 371

47:1

183) 제자들을버리고다시고독속으로돌아가는것에대한죄책감을극복했다는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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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7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활짝열린, 친절한영혼들을발견했지.

47:6 아! 내인생의한낮!

단하나를얻기위해모든것을버렸네.

내사상을키워내는농장. <나의숭고한희망>이동트는새벽!

이농장, 이새벽하나를얻기위해모든것을버렸네.

47:7 한때창조자는동반자와

희망을실현해줄사람들을찾아다녔지.

하지만봐! 찾을수없었지.

창조자는그런사람들을직접창조해야돼.

47:8 짜라두짜는지금한창일하는중.

아이들에게갔다가돌아가는중.

아이들을위해짜라두짜자신을완성해야하거든.

47:9 사람이진심으로사랑하는존재는

자신이낳은아이들과자신이창조한것뿐.

자기자신에대한사랑이깊어지는것은애를뱄다는징조.184)

난그걸알게된거야.

47:10 내아이들은아직이른봄에살아.

꽃샘바람속에서로바짝붙어서함께떨고있지.

나의정원에서, 최상의흙에서자라는나무들!

37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84) 7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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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8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래! 그런나무들이서로바짝붙어서있는곳! 47:11

그곳이바로 <행복이가득한섬>이지!

하지만언젠가, 47:12

뽑아서한그루씩넓게벌려심어줘야지.

고독, 단호함, <앞을내다보는능력>을배울수있도록.

그때가되면나무는바닷가에자리잡게되지. 47:13

옹이가생기고구불텅거리게되지.

부드러우면서도강인해지겠지.

<꺾이지않는생명>을나타내는살아있는등대가되겠지.

폭풍이바다를덮치고 47:14

산에서격류가쏟아져내릴때

나무한그루한그루는밤낮으로바짝긴장하겠지.

자신의힘이시험받고인정받는순간이니까.

정말나랑같은종족인지, 내혈통을이었는지, 47:15

집요한의지를충분히갖추었는지,

말할때조차침묵할수있는지,

주는행위를통해가져갈수있을정도로<주는법>을익혔는지

시험받고인정받는거야.

언젠가나, 짜라두짜의 47:16

동반자, 함께하는창조자, 함께기뻐하는자가될수있도록,

세상의모든존재를완벽한것으로만들기위해

내의지를나의율법서판에새겨넣는사람이될수있도록

제3부 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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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8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시험받고인정받는거야.

47:17 이나무들을위해,

이나무들과같은종에속하는존재들을위해

나는자신을완성해야돼.

그래서행복을사양해야하지. 불행속으로뛰어들어야지.

나의마지막시험, 마지막깨달음을위해서!

47:18 정말! 진즉이렇게했어야했어.

<화산섬>에나타났던그림자가외친소리,

<죽음의산성>에서한없이머물렀던꿈,

<완전히적막한시간>이해준이야기.…

모두가이뜻이었던거야.

“시간이됐어!”

47:19 <죽음의산성>에서는

녹슨문의열쇠구멍으로밀려들던바람이내게말했지.

“와!”

교활한모습으로열리던문이내게말했지.

“가!”

47:20 하지만나는아이들에대한사랑에묶여있었던거야.

욕망이함정을판거지.

사랑에대한욕망.

아이들을위해희생하겠다는욕망.

아이들에묻혀나자신을잃어버리겠다는욕망.

37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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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8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욕망한다는것. 47:21

그것은이제내게는나자신을잃어버린상태를뜻해.

아이들아! 너희는내거야!

이렇게아이들을소유하게되면,

세상전체가확실해지고다른욕망이죄다없어져.

아이들사랑에씌운거야. 47:22

짜라두짜는그사랑에취해노골노골해진거지.

마음을괴롭히는그림자와의심은모두사라져버렸던거지.

그때나는다시서리와겨울을갈망하게되었지. 47:23

“오! 서리와겨울! 다시우지직우지직밟고싶구나!”

나는이렇게한숨지었지.

내게서는차가운안개가스멀스멀피어오르기시작했어.

내과거가무덤으로부터튀어나온거였거든. 47:24

산채로묻혔던고통들이다시살아난거지.

시체수의(壽衣)에둘둘감겨져있던고통들.

갖가지상징을통해내게이렇게말했던거야. 47:25

“시간이됐어!”

처음엔그소리를제대로알아듣지못했지.

까마득한절벽이내앞에서꿈틀대고

<그생각>185)이나를물어뜯기전에는.

제3부 375

185) <영원반복>에관한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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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8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7:26 아! <그생각>은절벽같이까마득하지!

<그생각>은영혼밑바닥으로사정없이굴을파고들어와.

언제나되어야그굴파는소리를듣고도겁에질려떨지않게될까?

47:27 <그생각>이굴파는소리를들으면

놀라서심장이목구멍으로튀어나오려고해!

<그생각>이가만히있을때에도나는숨막힐것같아.

너! 절벽같이까마득하고침묵에휩싸인, <그생각>!

47:28 나는감히<그생각>을불러일으키지 못하지.

<그생각>과함께다니는것도버거워!

사자와같은위엄, 사자와같은<거침없음>은아직얻지못했거든.

47:29 너, <그생각>은한없이무거워서나를떨게하지.

하지만언젠가는너를불러일으킬수있는힘,

너를불러일으킬수있는사자와같은목소리를가질테다!

47:30 너, <그생각>에관해나자신을<넘어설> 때,

나는참으로커다란것을<넘어서게> 되는거지.

그승리는내완성을상징하는봉인(封印)! 186)

47:31 그렇게되기전까지나는망망한바다, 불확실한세계를떠돌지.

가끔운좋게생기는작은일에서위로를받을뿐.

앞을보고뒤를보아도끝없는바다뿐.

37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86) 「60. 일곱겹봉인」에서<영원반복> 사상을정립하게될것임을암시하는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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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8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마지막싸움의순간은아직오직않았어. 47:32

아니, 이제방금온건가, 아마?

바다와삶은나를보고있구나.

참으로! 바다와삶은교활하도록아름답기만하구나!

아, 내인생의한낮! 저녁전의행복! 47:33

바다한가운데가마치조용한항구같구나!

불확실성한가운데에존재하는평화!

하지만지금너희모습을나는믿지않아.

그래! 너희의교활한아름다움을나는믿지않아! 47:34

사랑하는사람은상대방의너무매끈하게아름다운미소를믿지않거든.

질투많은사람은가장소중한사람마저밀쳐내버리지. 47:35

가혹하면서도부드럽게밀쳐내지.

나역시마찬가지. 행복이넘치는이순간을밀쳐내버리네.

<행복한순간>, 안녕! 47:36

내뜻과상관없이밀려드는행복이여, 안녕!

나는이곳에서서깊고깊은고통을받을준비를끝냈거든.

<행복한순간>! 너는시간을잘못맞춰찾아온거야!

<행복한순간>, 안녕! 47:37

저너머나의아이들에게가서그들에게깃들렴.

서둘러!

저녁이오기전에나의행복으로그들을축복해주렴!

제3부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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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8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7:38 그곳은이미저녁이되어가고있을거야.

해가떨어지고있잖아. <나의행복>, 안녕!

47:3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밤새 내내 불행하다는 느낌이 찾아오기를

기다렸어. 하지만 소용이 없었지. 밤은 맑았고 고요했어. 행복은 짜라

두짜에게가까이좀더가까이다가오기만하는거야. 아침이되어가자

짜라두짜는혼자껄껄대며웃다가어이없다는듯말했지.

“행복이아예나를쫓아오는군. 내가여자꽁무니를쫓아다니지않았기

때문인가? 하지만행복이야말로여자잖아!”

37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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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8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 <하늘>! 시리도록맑고깊은하늘! 빛의절벽! 48:1

너를쳐다보다성스러운욕망에몸을떤다.

너의높이까지나를던지면, 48:2

그것이나의깊이!

너의시리도록맑은품에나를감추면,

그것이나의순진함!

신은아름다움으로자신을감추고 48:3

너, <하늘>은너의아름다움으로별을감추네.

뜻을감추어말하지않는네모습은지혜그자체.

너는오늘나를위해거칠게날뛰는바다위에고요히높이솟았네. 48:4

너의사랑과겸손은

저바다같이거칠게날뛰는내영혼에내리는계시(啓示).

아름다움으로온몸을감싼채아름답게내게왔구나. 48:5

지혜가뚝뚝묻어나는모습으로말없이내게말하는구나.

아! 네영혼에깃든겸손을알아채지못할리야! 48:6

나, 세상에서가장고독한사람에게

해도뜨지않았는데벌써찾아왔구나!

제3부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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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8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8:7 너와나, 우린처음부터친구.

슬픔과공포와이유187)를함께나눴지.

태양조차함께나눴지.

48:8 너와나, 서로말을하지않았지.

우린서로너무잘아니까.

우린침묵했지.

우린서로미소지어지식을전했어.

48:9 너는내안의불길에서나온불빛!

너는내통찰을함께하는<자매영혼>!

48:10 우린함께모든것을깨우쳤지.

우린함께, 자신을<넘어서서> 또다른자신에게나아가는것을깨우쳤지.

우린함께, 해맑게미소짓는법을깨우쳤지.

48:11 그래서빛나는눈으로아래를향해해맑게웃지.

저아래에선강요와목적과죄책감이비처럼흐르고있지만.

48:12 나홀로방랑할때, 밤마다영혼은무엇을갈구했을까?

미로같이헷갈리는길목에서영혼은무엇을갈구했을까?

산을오를때, 산위에서, 네가아니라면내가무엇을찾으려했을까?

48:13 방랑하고산을오르고.…안할수없어서했을뿐.

38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87) Grund. 이유, 근거, 바닥을 뜻함. 니체 철학의 주요 개념인 표면(Vordergrund), 내면(Hintergrund)이 모두‘grund’라는단어를포함하고있음을주목할필요가있음. 45:15의주석177 참조.

짜라두짜003부(351~540)3.3 2010.5.27 7:17 PM 페이지380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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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8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재주가달리없어서했을뿐.

실은내모든의지는날아오르기를의지했던거야.

너한테날아오르기를의지했던거야!

흐르는구름을증오해. 너, <하늘>을더럽히는모든것을증오해. 48:14

그리고내증오조차증오스럽지.

그것도너를더럽히니까!

흐르는구름은정말싫지. 48:15

기척없이먹이를노리는고양이같지.

너와내가함께가진것을망쳐놓지.

티끌하나없이가없이펼쳐진너의품속에서

‘네’와‘아멘’188)이울려퍼지는것을망쳐놓는거야.

흐르는구름은중개하고혼합하지. 적당히반반씩섞어놓지. 48:16

깊은곳에서우러나오는축복도,

깊은곳에서우러나오는저주도내릴줄모르지.

너, 빛나는<하늘>이흐르는구름에더럽혀지는걸보느니 48:17

차라리아무것도안보이는통속에들어앉겠어!

차라리아무것도안보이는까마득한절벽밑바닥에앉겠어!

번개는뾰쪽하게각이진황금철사. 48:18

그철사로구름을꽁꽁묶고싶은생각이굴뚝같지.

제3부 381

188) 아멘은“맞습니다”, “그렇습니다”, “진실로!”, “그렇게 하소서”란 뜻임. 기독교의 아멘이 아니라‘긍정의정신’으로서아멘을이야기하는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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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8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천둥소리가나도록

구름의텅빈배때기를실컷두들기고싶은생각이굴뚝같지.

48:19 화가잔뜩난고수(鼓手)처럼구름의배때기를마구두들기지.

그놈은너의‘네!’와‘아멘!’을내게서빼앗아갔으니까!

아! <하늘>! 시리도록맑은<하늘>! 빛나는하늘! 빛의절벽!

그놈은나의‘네!’와‘아멘!’을내게서빼앗아갔으니까!

48:20 흐르는구름은고양이같이조심스럽고교활하게멈추지.

이것보다는차라리시끄러운천둥과저주같은폭풍이백번낫지!

사람중에도흐르는구름같은종자들이있어.

살금살금걷는놈들. 반반씩섞는놈들.

이도저도아니면서망설이는흐르는구름같은놈들.

48: 21 “축복하지못하는자는저주하는것을배워라!”

나는이눈부신좌우명을대낮의눈부신하늘로부터받았지.

이좌우명은별이되어어두운밤에도내하늘에떠있어.

48:22 하지만너, 시리도록맑고빛나는<하늘>이내곁에있으면

나는<축복하는자>, <네!>라고외치는자가되지.

너, 빛의절벽과같은<하늘>!

모든절벽, 모든낭떠러지를향해나는축복하며<네!>를가지고가네.189)

48:23 나는<축복하는자>, <네!>라고외치는자가되었어.

38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89) 여기서절벽중의하나는예를들어‘공포스러운진실에관한생각’임. 특히<영원반복>을가리킴. 이러한공포스러운진실에대해서조차총체적긍정을하겠다는뜻. <네>라고말하겠다는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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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9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렇게되기위해나는오랫동안씨름했고싸움꾼으로지냈어.

언제가 내 손이 자유롭게 축복하는 데에 쓰일 날을 기다리며 싸움꾼으로 지냈

어.

내축복은이렇지. 48:24

“모든것에대해하늘이되기를!

모든것에대해둥근지붕이되기를!

모든것에대해시리도록맑은하늘의종(鍾)이되기를!

모든것에대해영원한확실성이되기를!”

이렇게축복하는사람은행복하지!

영원(永遠)이뿜어져나오는곳에서는, 48:25

<선과악>을넘어선곳에서는모든것이축복받지.

<선과악>은, <끼어드는그림자>, <우울한고통>, <지나가는구름>일뿐.

나는이렇게가르치지. 48:26

“세상모든존재는<확률과우연>에의해지배당한다.

세상모든존재는무지와순진성에의해지배당한다.

세상모든존재는<우연한사건>에의해지배당한다.

세상모든존재는한없는<거침없음>190)에의해지배당한다.”

이가르침은불경스런말이아니라축복의말.

<확률과우연>은신중에서가장나이많은귀족. 48:27

나는세상모든존재들에게<확률과우연>을되찾아줬어.

제3부 383

190) Übermuth 혹은Mutwilligkeit. 생명과힘이가차없이, 거침없이, 무자비하게, 흐드러지게흐르는모습을가리킴. 영어에서는wantonness. 이책에서는‘거침없음’으로번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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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9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제세상모든존재들은, 목적을위해봉사하는것에서해방됐지.

48:28 “세상모든존재를쥐락펴락하는<영원한의지>191) 따위는없다.”

나는그걸가르쳤어.

내가르침은하늘에걸린커다란종처럼

세상모든존재위에서자유를울리고있지. 하늘의즐거움을울리고있지.

48:29 “세상없어도존재할수없는것이합리성이다.”

나는그걸가르쳤어.

세상모든존재를쥐락펴락하는<영원한의지> 대신에

<거침없음>과어리석음이세상을지배하고있다는걸가르쳤지.

48:30 물론, 지혜의씨앗인이성이

별과별사이에드문드문흩어져있지.

이성은효모같이모든것에섞여들어발효를일으키지.

더큰어리석음을만들기위해지혜가모든것에섞여드는거야.

48:31 약간의지혜는존재할수있지.

하지만세상의모든존재는지혜를따라움직이는게아니야.

<확률과우연>의발등위에서춤추기좋아하지.

48:32 아! 머리위의<하늘>! 높은<하늘>! 네겐, 눈시린맑음뿐이구나!

네게는이성이라불리는거미도없고이성이만든거미집도없구나.

48:33 너는신성한<확률과우연>이춤추는마루!

38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91) 기독교적·목적론적세계관을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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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9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너는신들이신성한주사위를굴리는신들의테이블!

그런데왜얼굴을붉히지? 48:34

내가지독한말을한거야?

너를축복한다고했던말인데너를욕한셈이됐어?

혹은너와나, 단둘이있어서얼굴을붉히는거야? 48:35

지금내게이렇게말하는거야?

“돌아가. 조용히해. 지금낮이오고있잖아!”

세상은깊어. 48:36

<낮>이상상할수있는것보다더깊어.192)

그러니<낮> 앞에서는하지못할소리가있을수밖에.

자, <낮>이오고있네. 이제헤어져야돼!

오! 머리위의<하늘>! 겸손한<하늘>! 빛나는<하늘>! 48:37

너, 동트기전나의기쁨!

<낮>이오고있네. 이제헤어져야돼!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3부 385

192) 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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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9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w

49:1 짜라두짜는 배 여행을 마치고 땅을 밟았어. 하지만 곧바로 산에 있는 동

굴로 돌아가지 않았어. 대신 이곳저곳 여행을 하고 여러 사람에게 여러

가지를 묻고 이것저것 탐구했지. 스스로 이런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

어.

“강이 굽이굽이 정신없이 흐르다 보면 원래 출발한 데로 돌아갈 수도

있다더니내꼴이그꼴이네!”

떠나 있던 동안 인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서 여기저기

에둘러 다닌 거야. 사람들이 커졌나 작아졌나 알고 싶었거든. 새로 지

은집들을보고서짜라두짜는깜짝놀라이렇게말했지.

49:2 집이, 이게뭐야?

정말! 이런걸짓다니집지은사람의영혼도쥐방울만하겠군!

49:3 철없는애가장난감상자에서빼낸집아니야?

다른애가다시장난감상자에집어넣을지도모르겠군!

49:4 이게거실이고이게침실이야?

도대체사람이들어가고나올수나있는거야?

인형집같은데… 아주작은사람이들어앉아음식도깨작거리면서먹겠

군.

38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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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9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마함께깨작거리며먹을사람도불러들일지몰라.

짜라두짜는걸음을멈추고생각에잠겼어. 마침내슬프게말했지. 49:5

“모든게작아졌구나.

문틀도낮아졌어. 49:6

나같이몸이작으면문을지나갈수는있겠지.

그나마굽히고!

언제나내집에돌아갈수있을까? 집에가면굽힐필요가없는데. 49:7

작은인간들193) 앞에서굽힐필요가없는데!”

짜라두짜는한숨을내쉬며먼곳을바라보았어.

이날짜라두짜는모든것을작게만드는<축소미덕>에대해이야기했어. 49:8

v2w

눈을크게뜨고이인민이사는곳을둘러봤어. 49:9

자신들의미덕을부러워하지않는다는점때문에

이사람들은나를미워하더군.

이렇게말했기때문에이들은나를사정없이쪼아대더군. 49:10

“작은사람에겐작은미덕이필요합니다.”

작은사람들이왜존재할필요가있는지, 그이유를잘모르겠어.

제3부 387

193) 니체는19세기말유럽문명, 즉근대(modernity)가인간을획일화시켜서개체성을찌부러뜨리고있다고봄. 니체의이러한위기의식을표현한이미지가<마지막인간>(0:93~0:107)과<축소미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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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9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곳에서나는이상한동물농장에와있는수탉이돼버렸어. 49:11

하다못해암탉들도나를쪼아.

하지만나를쫀다고해서암탉들한테불친절하게대하는건아니야.

49:12 나는암탉들한테공손하게대해.

사소한것에대해서는공손하게행동해야지.

사소한것에대해서화를내는것은고슴도치나할짓이야.

49:13 이들은저녁에불가에모여앉으면모두들나에대해이야기해.

나에대해이야기는많이들하는데아무도나에대해생각하지는않아!

49:14 여기서새로운종류의고요함을깨우쳤어.

이인민들이하도시끄럽게소음을만드니까내생각에외투가덮어씌워져.

새로운종류의고요함이지.

49:15 이들은자기들끼리이렇게고함지르더군.

“짜라두짜, 이우울한구름같은인간은도대체우리한테뭘원하는거야?

전염병이라도옮기지않나잘살펴봐야돼!”

49:16 한번은어린애가내쪽으로다가오자,

엄마되는여자가애를잡아끌어옆사람에게넘겨주더군.

“얘를멀리데려가세요!

저사람같은눈빛은아이들의영혼을망쳐요.”

49:17 내가이야기하면이들은기침을해.

이들은기침으로, 거세게부는바람에맞설수있다고생각해.

38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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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9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거칠게날뛰고있는내행복에대해서이들은아무것도몰라!

“우리는짜라두짜에대해낭비할시간이없습니다.” 49:18

이런식으로말하면서나에대해반대해.

짜라두짜에대해시간을못내는시간이라면정말별볼일없는시간이지.

이들이나를칭찬하기라도한다면정말바늘방석에앉은기분일거야. 49:19

이들의칭찬은가시로만든허리띠같을걸?

몸에서풀어낼때에도상처를줄거야.

이들틈에서지내다보니까배운게있어. 49:20

칭찬해주는것같지만실은칭찬해준대가로더큰것을받기원하더군!

이들이칭찬하고유혹할때연주하는음악은멜로디가엉망이야. 49:21

내발한테물어보면알아.

그런엉성한운율과째깍째깍박자에는

차마춤출수도없고가만히서있을수도없어.

이들은나를살살꼬여서작은미덕을따르도록만들려고했지. 49:22

나를, 작은행복의째깍째깍박자에맞추어춤추게만들려고했던거야.

이인민이사는곳을다닐때에는눈을크고뜨고다녀. 49:23

이들은점점더작아지고있거든.

행복과미덕에관한이들의가르침이이들을점점더작게만들고있어.

미덕에대해서도이들은적당한걸좋아하지. 49:24

쉬운걸좋아하기때문이지.

제3부 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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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9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적당한미덕>만쉬울수있잖아?

49:25 물론, 이들도자기들나름으로는성큼성큼걷는법을배워.

자기들나름으로는성큼성큼앞으로나아가는법을배워.

하지만그렇게걷는것을나는절뚝거린다고부르지.

그덕분에아무리급해도그들틈을뚫고갈길이없어.

49:26 또이들중일부는

발은앞으로걷는데얼굴과눈은뒤를보고다니는사람들이있어.

그상태로목이빳빳하게굳어있지.

나는이런사람을쫓아가서어깨로들이받는것을좋아해.

49:27 발과눈은거짓말하면안돼.

발과눈은서로속여서도안돼.

하지만이들, 작은인간들사이에선거짓말이엄청많아.

49:28 이들중몇몇은의지하지.

하지만대부분은, 다른사람의의지에당하지.

몇몇은진짜지만대부분은형편없는배우194)들이야.

49:29 대부분은자기가배우질을하고있는지도모르거나

혹은배우질을하려는생각도없이배우질을하고있어.

이들중진짜인사람, 특히진짜배우는정말드물어.

39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94) 니체가 말하는 배우는‘자기 자신의 것, 참된 것을 가지지 못하고 세태와 대중에 맞추어, 자기도 모르는것, 자신도믿지않는것을내세우는사람’임. 12:7~12: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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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9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9:30 이렇다보니까남자다움이없어졌지. 따라서여자들이남자같아졌어.

남자다운남자만이여성내부에존재하는여성을구원해내는거잖아?

이들의위선중에가장지독한위선은이거야. 49:31

명령하는사람이복종하는사람의미덕을흉내내.

“저는섬기옵니다. 당신도섬기옵니다. 우리는모두섬기옵니다.” 49:32

지배자란놈이이따위위선적인소리를크게외치면서기도하지.

제일지배자는제일하인에지나지않는다고떠들어!

호기심때문에이들의갖가지위선을다들여다보았어. 49:33

<파리같은행복>을짐작할수있었지.

파리같이, 햇볕드는유리창가에서왱왱거리며사는것을짐작할수있었지.

이들은아주친절하지만, 친절한만큼나약해. 49:34

또정의가넘치고연민이넘치지만, 넘치는만큼나약해.

이들은서로에게원만하게정직하게친절하게대하지. 49:35

모래알갱이가모래알갱이에게원만하게정직하게친절하게대하는만큼.

작은행복을겸손하게껴안는것을‘복종’이라고불러. 49:36

그리고또다른작은행복이없나, 사방을둘레둘레살펴보지.

이들은기본적으로는한가지를가장크게바라지. 49:37

그건, 아무도자신에게해를끼치지못하도록하는거야.

그래서다른모든사람들에대해

서로먼저친절하게대하지못해서안달을부리지.

제3부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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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9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이건비겁한거지. 하기야이들은이것을‘미덕’이라고부르지만. 49:38

49:39 이작은사람들이거칠게말할때는

내게는목이쉬었다는것만느껴져.

사실, 이들은바람이약간만불어도목이쉬지.

49:40 이들은영리해. 이들의미덕역시영리한손가락을가지고있지.

하지만주먹이없어.

손가락을말아서주먹을쥘줄몰라.

49:41 이들에게미덕은겸손한것, 양순한것에지나지않아.

이런식의미덕을가진덕분에늑대를개로만들수있고

인간자신을인간이가진최고의가축으로만들수있어.

49:42 이들의능글능글한태도는사실이렇게말하고있는셈이지.

“우리는중간에자리잡았지.

죽어가는전사(戰士)와배부른돼지사이, 딱중간에자리잡았지.”

49:43 이건중간치기그자체일뿐이지.

비록중용(中庸)이라는근사한이름으로불리기는하지만.

v3w

49:44 나는이사람들사이를돌아다니면서여러이야기를해줬어.

하지만내이야기를어떻게받아들여야하는지도모르고

내이야기를어떻게간직해야하는지도모르더군.

39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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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0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9:45 내가, 자신들의음탕함과악덕을비판하러오지않았다는점에대해

이들은놀라더군.

그렇다고내가소매치기따위에대해경고하러온거아니잖아?

내가, 자신들을더똑똑하게갈고닦을준비를해오지않았다는점에대해 49:46

이들은놀라더군.

이미주위에널려있는

<똑똑한척하는사람>들가지고는부족하다는듯이말이지.

<똑똑한척하는사람>들은석필(石筆) 긁는것같은목소리를내더군!

“울부짖고, 두손을모아잡고, 경배195) 드리고싶어하는악마! 49:47

당신들속에들어있는그비겁한악마를저주하십시오!”

내가이렇게외치자이들은다시이렇게외치더군.

“짜라두짜는신을안믿어!”

특히그들중의<복종을가르치는사람>들이그렇게외쳐. 49:48

나는바로그들의귓구멍에대고이렇게고함지르고싶어.

“그래! 내가신안믿는짜라두짜야!”

<복종을가르치는사람>자들! 49:49

작고병들고하잘것없는존재가있는곳에는, 벌레같이기어들어가지.

구역질이나서터뜨려죽이지못할뿐이야.

좋아! 그들의귓구멍에대고이렇게설교하고싶어. 49:50

제3부 393

195) anbeten. 니체는종교신앙의핵심을‘경배하고자하는마음’으로봄. 이에대해매우비판적이고부정적인입장을취했음.

짜라두짜003부(351~540)3.3 2010.5.27 7:17 PM 페이지393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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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0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 신안믿는짜라두짜는이렇게말한다.

나보다더신을안믿는자는누군가?

그사람의가르침을기쁘게받고싶다.”

49:51 나는신안믿는짜라두짜.

나와대등한사람을어떻게하면찾을수있을까?

자기자신에게의지를부여하는자,

복종하기를거부하는자는모두나와대등한사람이거늘.

49:52 나는신안믿는짜라두짜.

<확률과우연>으로걸려든것은모두내솥에넣고끓이지.

푹익고나서야비로소내가먹을음식이돼.

49:53 <확률과우연> 중에는내게찾아올때오만하게구는녀석들이많아.

하지만내의지는<확률과우연>에게더오만하게대해.

그러면<확률과우연>은무릎을꿇고간청해.

49:54 내게깃들수있게해달라고, 내사랑을나눠달라고간청하지.

알랑방귀를뀌면서애원하지.

“여기보세요. 짜라두짜님. 친구가친구를찾아온겁니다.”

49:55 그나저나, 아무도내말을알아들을귀를안가진곳에서

내가왜떠들고있는거지?

그래! 바람에대고떠드는셈치고이렇게말하고싶어.

49:56 너희는작게, 더작게될거야. 너희, 작은인간들!

너희는허물어질거야. 너희, 안락한인간들!

39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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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0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너희는패망하여사라질거야.

자잘한미덕도많고자잘한태만도많고자잘한복종도많아. 49:57

이런자잘한것을통해너희는작아지고허물어지고패망하고사라질거야!

너희의토양은너무무르고너무쉽게양보하지. 49:58

하지만크게자라기위해선

단단한바위에단단한뿌리를박아야하거든. 무른땅에선크게자랄수없어!

너희가태만히한것조차<인류의미래>라불리는직물에짜여들어가. 49:59

태만하기때문에너희가하지않은일은거미가되고거미집이되지.

그거미는미래로부터피를빨아.

너희는남의물건을가져갈때에도도둑질하듯가져가지. 49:60

너희, <좀팽이같은미덕>을가진인간들!

하지만하다못해악당들사이에도이정도명예는있어.

“강도질을하지못할때에만도둑질을해라.”

너희가믿는<복종의가르침>은‘주어진것’을따르라고하지. 49:61

하지만내가정확하게말해주지. 너희, 안락한사람들!

‘주어진것’이아니라‘빼앗긴것’이야.

앞으로너희는더많이빼앗길거야.

너희가뜨뜻미지근하게의지하는것을이제그만두기를! 49:62

쉬는것도확실하게의지해서쉬어야하고

행동하는것도확실하게의지해서행동해야돼!

제3부 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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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0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항상의지하는바를행동에옮겨라! 49:63

하지만먼저의지할수있는능력을갖춰라.”

너희가내말을이해하기를!

49:64 “항상이웃을너자신처럼사랑해라.

하지만먼저너자신을사랑하는사람이되어라.

49:65 너자신을커다란사랑으로사랑하고, 커다란경멸로사랑해라.”

나, 신안믿는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49:66 하지만아무도내말을알아들을귀를안가진곳에서

내가왜떠들고있는거지?

내말을알아들으려면세월이더흘러야되는데.

49:67 이인민들에게나는지금,

나중에올<또하나의나>를미리알리는전령(傳令)이고

어두운골목길을따라오고있는<또하나의나>보다

먼저도착한새벽에지나지않아.

49:68 하지만이들의시간이오고있어!

나의시간도오고있지!

시시각각이들은더작아지고더가난해지고더앙상하게196) 되지.

불쌍한잡초들! 황폐한토양!197)

39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96) unfruchtbar. ‘후손혹은결실을남기거나맺지못하는’, 영어로는unfruitful, 우리말에는‘불모(不毛)’가있지만이는‘후손을남기지못한다’는뜻이아니라‘토양이황폐하다’는뜻임.

197) 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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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0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49:69 얼마지나지않아이들은시들은풀밭같은꼴이되겠지.

자기자신에대해넌더리가난존재가되겠지.

그래서비가오기보다는차라리불길이휩쓸기를바라겠지!

아! 번개의시간! 정오가오기전의신비! 49:70

언젠가나는이들을들불로바꿀테지.

불길로된혀를날름거리는전령(傳令)으로바꿀테지.

언젠가그들은불길로된혓바닥을날름거리며이렇게외칠테지. 49:71

“오고있어. 가까이왔어. <위대한정오>가가까이왔어!”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3부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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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0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0:1 <전혀반갑지않은손님> 겨울이내집에앉아있네.

겨울은반갑다고, 손을잡고다정하게흔들더군.

그래서손은지금퍼렇게얼어있지.

50:2 내가존중하는전혀<반갑지않은손님> 겨울.

하지만그냥혼자앉아있도록내버려두지.

나는겨울로부터달려서도망가거든.

잘달려야지!

잘달리면겨울로부터도망갈수있어.

50:3 발에서열이나도록달리면,

생각이더워지도록달리면,

바람이잦아든곳,

나의<올리브나무우거진언덕>, 햇볕바른양지에이르게되지.

50:4 그곳에서나는킬킬대.

집에혼자앉아있을<반갑지않은손님> 겨울을생각하면서.

하지만난<반갑지않은손님> 겨울을좋아하지.

<반갑지않은손님> 겨울은파리를쫓아버리거든.

작은소음들도없애줘.

50:5 각다귀한마리라도웅웅거리며날아다니게내버려두지않으니까.

39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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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0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각다귀두마리? 어림도없는소리!

<반갑지않은손님> 겨울은길거리에사람이없도록만들지.

달빛도밤에텅빈골목길이무서워비치지않아.

<반갑지않은손님> 겨울은까다롭지. 50:6

하지만나는그를존중해.

배가불룩하게나온난로, <우상으로변한불>을받들어모시지않아.

약골들이나그런짓을하는거지.

우상숭배보다는이를딸그락딸그락부딪치는게낫지! 50:7

내성질머리가그렇게생겨먹었어.

발정(發情)한듯뜨겁게달아서김이솟는<우상으로변한불>은싫어.

여름보다겨울에는사랑하는사람을더사랑해줄수있지. 50:8

겨울이집에앉아있으니까,

미워하는적을더많이, 더마음껏조롱할수있지.

침대로기어갈때에도마음껏, 참되게기어갈수있지. 50:9

침대에선내비밀스런행복이웃으며<거침없이> 굴지.

침대에선, 속이기잘하는내꿈도웃어.

나보고<기는놈>이라고? 50:10

천만에! 내평생, 힘있는사람앞에서긴적없어!

그리고만약거짓말을했다면, 사랑했기때문에거짓말을했을뿐이지.

그래서차디찬겨울침대속에서도기쁠수있는거야.

나에겐수수한침대가화려한침대보다더따듯하지. 50:11

제3부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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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0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는가난을빼앗길까정말두렵거든.

가난은특히겨울에내게정말충직하거든.

50:12 매일아침하루를시작할때, 사악하게시작하지.

냉수목욕으로<반갑지않은손님> 겨울을조롱하는것으로

하루를시작하거든.

내집에머무는<반갑지않은손님> 겨울은냉수목욕에대해투덜거려.

50:13 그리고양초를켜서<반갑지않은손님> 겨울을간지럽혀.

그러면<반갑지않은손님> 겨울은,

잿빛새벽속에서하늘이나오게만들어.

50:14 나는특히아침에사악해져.

우물가에서양철물통부딪히는소리가쩔렁거리고,

회색길위에서말들이더운김을뿜으며히히힝거릴때,

그때사악해지지.

50:15 그때나는안달복달하면서기다리는거야.

하얀하늘이밝아오기를기다리는거야.

흰색수염이덥수룩하게난것같은하늘.

백발이성성한아주, 아주오래된하늘.

50:16 조용한겨울하늘. 해마저도가린하늘!

50:17 길고긴하얀침묵을

나는겨울하늘에게서배웠나?

혹은겨울하늘이내게서배웠나?

40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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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0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혹은나와겨울하늘이따로따로발명해낸건가?

훌륭한것들을만들어내는물줄기는 50:18

아주여러, 여러개의샘을통해흘러나와.

훌륭하고<거침없는> 존재들은모두기쁨을누리기위해

이세상으로나오는거야.

그러니한군데에서만나온다는게말이돼?

긴침묵은훌륭하고<거침없지>. 50:19

긴침묵은, 하얀얼굴에둥근눈을뜨고있는겨울하늘처럼바라보는거야.

겨울하늘처럼해를감추고 50:20

해와같이굽힐줄모르는의지도감추는거지.

이렇게하는침묵하는법을, 겨울의이런<거침없음>198)을

나는정말잘배웠어!

침묵하고있으면침묵이탄로나지. 50:21

침묵하지않음으로써침묵을감추는것!

그게내가즐기는사악함이야.

그게내가즐기는장난이지.

말을하고주사위를굴려서 50:22

중얼중얼딸그락딸그락소리를내면,

제3부 401

198) 거침없음을 뜻하는 muthwillig, Übermuth 같은 단어는 제3부 이후 수십 번 이상 사용됨. 영어로는 wan-ton, wantonness를 뜻함. 가차 없고, 거침없고, 흐드러지게 에너지가 뿜어 나오는 상태를 가리킴. 이 번역본에서는일관되게‘거침없음’을사용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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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0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엄격한표정으로나를주목하는사람조차속여넘길수있어.

침묵하고있는지눈치채지못하지.

엄격한표정으로나를주목하는사람조차

내가무엇을의지하고있는지, 무엇을목적하고있는지전혀몰라!

50:23 나의심오한깊이를아무도들여다보지못하게하는것.

나의궁극적의지를아무도알지못하게하는것!

그게내가길고긴하얀침묵을만들어낸까닭.

50:24 교활한사람들은많이들얼굴에마음을드러내지않고

자신의물에흙탕을일으켜서,

남들이자신을뚫고들여다보지못하게만들지.

50:25 하지만이런사람들은

자신보다더교활한사람들,

자신보다더교활하게<판을읽는사람들>199)한테당해.

더교활하게<판을읽는사람들>은,

흙탕속에깊이숨어있던물고기200)를바로낚아채버리지!

50:26 하지만밝고씩씩하고투명한인간들.

이들이야말로최고로교활한사람들이야.

이들은침묵을지키는사람들이기도하지.

이들의깊이는정말깊어서물이아무리맑아도그바닥을안드러내.

40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199) 원문은‘호두까기(Nussknacker)’임. ‘사람을꿰뚫어보고이용할줄아는사람’을은유함.200) 물고기는마음, 영혼을상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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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1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너, 흰색수염이덥수룩하게난것같은<하늘>! 50:27

너, 둥근눈을뜨고있는, 백발이성성한<하늘>!

너는내영혼과같은모습을하고있구나!

너는내영혼처럼<거침없구나!>

황금덩어리를삼킨사람처럼, 50:28

이제나는모습을감춰야하지않을까?

배를가르고황금을끄집어내듯이,

내영혼을칼로가르려고들텐데…

내주위에버글대는인종들. 50:29

시기심과남을해치려는생각에꽉차있는인종들.

이들이내<긴다리>201)를알아차리지못하게하려면,

차라리죽마(竹馬)를달고다녀야하지않을까?

이인종들! 50:30

우중충하고, 노상난로옆에붙어사는데다

다떨어진넝마같기도하고

곰팡이슬고슬픔에짓눌린영혼들!

이들이나의행복을알게되면불타오르는시기심을주체할수있을까?

그래서나는이종자들에게 50:31

내산봉우리꼭대기에있는얼음과겨울만보여주지.

제3부 403

201) 사상을창조적으로전개시킬수있는능력을의미함. 7:7 참조.

짜라두짜003부(351~540)3.3 2010.5.27 7:17 PM 페이지403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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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1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햇볕내려쪼이는벨트가내산을굽이굽이두르고있다는것은꽁꽁감추지!

50:32 이종자들의귀에는

나의겨울폭풍이사납게몰아치는소리만들리지.

열정에넘치는묵직하고더운남쪽바람처럼

나역시더운바다를가르고다닌다는것을이종자들은전혀모르지.

50:33 이종자들은심지어

내가겪은사건과우연에대해나를연민해.

하지만내가믿는가르침은이렇지.

“<확률과우연>! 와! 너는작은아이처럼순진할뿐이다!”

50:34 갖가지사건, 비참한겨울나기, 털모자, 눈구름등등을

잔뜩내행복위에덮어행복을감추지않는다면

이종자들이어떻게나의행복을참을수있을까!

50:35 이종자들의연민을내가다시연민해주지않는다면!

시기심과남을해치려는생각에꽉차있는인종들의연민을

다시연민해주지않는다면!

이종자들이어떻게나의행복을참을수있을까!

50:36 이종자들앞에서

짐짓한숨을푹푹내쉬고

추위에이를딸그락딸그락부딪치지않는다면,

꾹참고그들의알량한연민을받아들이지않는다면

이종자들이어떻게나의행복을참을수있을까!

50:37 <거침없고> 선의가그득한내영혼은한마디로이렇게하는걸원하지.

40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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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1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영혼안에불고있는, 서릿발날카로운겨울폭풍을감추지않는것.

내영혼이동상(凍傷)에걸려, 빨갛게부어오른모습을감추지않는것.

불구자가세상으로부터탈출하는것을고독이라할수도있어. 50:38

하지만불구자들로가득찬세상으로부터탈출하는것도고독.

내주위에가득한가련한종자들! 50:39

이종자들더러사팔뜨기눈을요리조리굴리면서

겨울추위에한숨지으며중얼거리는내소리를들으라고해!

그렇게한숨지으며중얼거리니까,

불을때서공기가텁텁해진, 그종자들의방을벗어날수있거든.

이종자들더러, 50:40

동상(凍傷)에걸려빨갛게부어오른내모습을보고,

나를연민하고나와함께한숨지으라고해!

그들은이렇게외치겠지.

“짜라두짜는, 얼음같은깨달음위에누워살다가얼어죽을거야!”

이종자들이이렇게제멋대로찧고빻는동안, 50:41

나는, 열심히달려서열이화끈화끈나는발로

나의<올리브나무우거진언덕> 여기저기를뛰어다니지.

햇볕이내리쪼이는<올리브나무우거진언덕> 구석에서

나는노래부르며모든연민을조롱해.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3부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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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1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1:1 이렇듯 짜라두짜는 여러 지방의 인민들과 여러 도시를 빙글빙글 돌아

서 산 위의 동굴로 향하고 있었어. 그런데, 봐! 자신도 모르게거대한도

시의 성문에 오게 된 거야. 입에 거품을 문 광대가 두 손을 뻗고 짜라두

짜에게 달려 왔어. 짜라두짜의 길을 막더군. 사람들이‘짜라두짜의 원

숭이’라고 부르는 광대202)였지. 짜라두짜의 말투를 흉내 내고 다녔거

든. 게다가 짜라두짜의 지혜가 담긴 말도 좀 흉내 내기를 좋아했던 것

같아. 어릿광대가짜라두짜에게말했지.

51:2 오! 짜라두짜님! 이곳은거대한도시입니다.

여기엔찾을만한것이없습니다.

가지고있는것을잃어버릴일만있지요.

51:3 이진흙탕같은곳에뭐하러들어가려고합니까?

제발발을좀불쌍히여기십시오! 괜히발품만팔게됩니다.

이성문에침을탁뱉으시고그냥돌아가세요!

51:4 이곳은<은둔자의사상>을작살내는지옥입니다.

사상을산채로삶아서장조림만들듯이졸이는곳입니다.

40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02) Narr. 이때 어릿광대는 재주를 피우는 광대가 아니라 재치 있고 엉뚱하고 신랄한 말을 하는 광대로 보아야함. 가까운예로는셰익스피어의『리어왕』에나오는, 리어왕을시중드는광대를볼수있음. 서양에서는 궁정에 왕과 귀족의 권위를 무시한 채 신랄하고 엉뚱한 말을 하는 광대를 두었음. 16:11에서도 광대(Narr)가이와같은뜻으로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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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1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곳은위대한감정을썩게만드는곳입니다. 51:5

작고말라비틀어진감정만남아서짤랑짤랑거릴뿐이죠!

정신을도살하는도살장냄새를, 51:6

정신을요리하는요리점냄새를못맡았나요?

도살된정신에서나온독기(毒氣)가뿌리는퀴퀴한냄새가안납니까?

영혼들이더럽고흐느적거리는넝마같이 51:7

여기저기걸려있는게안보입니까?

이넝마같은영혼으로신문203)도만든답니다.

여기서정신이란말장난에지나지않게되어버렸다는

이야기를못들었나요?

정신은이제구역질나는<구정물같은말잔치>를토할뿐이죠.

이<구정물같은말잔치>로신문을만들기도하죠.

사람들은서로상대방의꽁무니를쫓아다니죠. 51:9

그런데어디에있는지, 어디로가는지는아무도모릅니다.

사람들은서로상대방의복장을뒤집어놓지요.

그런데스스로왜그렇게하는지는모릅니다.

동전을짤랑짤랑흔들뿐이죠.

금화를쩔렁쩔렁흔들뿐이죠.

사람들은추워하죠. 그래서증류시켜만든물에서더운것을찾습니다. 51:10

사람들은복장이뒤집어져서열불이나있죠.

제3부 407

51:8

203) 니체는신문에대해매우부정적입장이었음. 「11. 새로운우상」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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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꽝꽝얼어붙은정신에서차가운것을찾습니다.

사람들은전부병들어있어요.

여론이라는질병에감염되어있죠.

51:11 여기는욕정과악덕의소굴이에요.

하지만여기에도미덕을가진사람들이있지요.

여기엔쓸모많고재간있는미덕이많지요.

51:12 되도않는소리를써갈겨대는손가락의미덕도있고

앉아서기다리는데이골이난, 굳은살박힌엉덩이의미덕도있지요.

이런미덕을가지고있으면

<가슴에다는별모양의훈장>을상으로받기도하고,

엉덩이가빼빼말라서패드를넣어야하는딸을상으로받기도합니다.

51:13 여기는<만군(萬軍)을주재하시는하나님>이질질흘리는침을

신심깊게핥아먹고그앞에서엄청알랑방귀를뀌는사람이많습니다.

51:14 ‘저높은곳에서’

<가슴에다는별모양의훈장>이사람들에게뚝뚝떨어져내리죠.

<만군(萬軍)을주재하시는하나님>이흘리는

신성한침이뚝뚝떨어져내리죠.204)

아직<가슴에다는별모양의훈장>을못받은사람들은

저높은곳을한없이동경하죠.

40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04) 당시 유럽의 정치 체제는 기독교가 국교(state church)인 경우가 많았음. 이를 크리센덤(Christendom)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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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1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1:15 달204)에는궁정(宮庭)이있죠.

궁정에는바보가들끓기마련이죠.

하지만이곳거지들은

궁정에서나온것이라면모두잽싸게떠받들어모시죠.

거지같은미덕을가진사람들은

바보건뭐건궁정에서나온것이라면황송하게떠받들죠.

달은궁정에임금을하나두었죠. 51:16

“저는섬기옵니다. 당신도섬기옵니다. 우리는모두섬기옵니다.”206)

모두들미덕을앞세워임금에게기도하죠.

언젠가<가슴에다는별모양의훈장>을하나받아

빈약한가슴에차게될날을기도하며.

하지만달은<땅에속하는것>을중심으로돌기마련아닙니까? 51:17

그러니임금역시<땅에속하는것> 중에

진짜<땅에속하는것>을중심으로움직이죠.

황금을중심으로움직입니다.

그런데황금은장사치들이가지고있죠.

<만군을주재하시는하나님>은불행히도황금의신이아니죠. 51:18

그래서제안은임금이하지만결정은장사치들이하는거죠!

제3부 409

라고 함. 크리센덤에서는 훈장의 영예는 교회에 의해 뒷받침됨. 그래서‘훈장이 교회의 하나님으로부터온다’는표현이나올수있음.

205) Der Mond hat seinen Hof. 니체는달을음탕하고비겁하고비창조적인것의상징으로사용함(「37. 순수한깨달음」참조). 여기에서는당시유럽의국가체제인크리센덤을뜻함. 그다음에나오는‘바보’와기막힌대구(對句)를이룸. Mondkalb(달무리)는‘달의영향을받은사람’이란뜻에서바보를뜻함.

206) 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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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1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오! 짜라두짜님! 51:19

님께서가지신밝고강하고훌륭한것을생각하세요.

이런장사치의도시에뭐하러들어갑니까?

침을탁뱉고돌아가세요!

51:20 여기사람들의핏줄속을흐르는피는죄다,

썩은피, 식은피, 거품낀피에요.

이도시는찌꺼기들이부글대며부패하는거대한쓰레기더미입니다.

51:21 침을뱉으세요.

영혼은납작하게찌그러졌고가슴은빈약하게쪼그라들었고

눈은쭉찢어졌고손가락은끈적거리는종자들이사는이도시에

침을뱉으세요.

51:22 뻔뻔하고부끄러움을모르고말과글로악을써대고

야망에눈이뒤집힌종자들이사는이도시에

침을뱉으세요.

51:23 썩고추잡하고음탕하고우울하고너무익어재를넘겨문드러지고

부도덕하고음모적인모든것이한데섞여썩고있는곳입니다.

51:24 침을탁뱉고돌아가세요!

51:25 짜라두짜는, 입에거품을물고떠드는광대를막았어. 광대의입을막았

지. 그리고이렇게크게말했어.

51:26 됐어!

41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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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1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네말은구역질나.

너같은사람도구역질나.

이썩은늪에서왜그리오래산거야? 51:27

너스스로개구리같은존재, 두꺼비같은존재207)가되고말았잖아?

썩어거품낀늪물이네핏줄속으로들어간거잖아! 51:28

그래서이렇게꽥꽥거리면서욕질하는거잖아!

숲으로가지그랬어? 51:29

혹은땅을가는농부가되지그랬어?

바다로가지그랬어? 바다에는푸른섬이많이있잖아!

네가이도시를경멸하는것을나는경멸해. 51:30

나한테경종을울려주었듯이왜너자신한테는‘떠나라!’고

경종을울리지않은거지?

내가무엇인가를경멸할때에는, 51:31

내가무엇인가에게경종을울릴때에는,

그경멸과경종은사랑에서나와!

늪에서나오는게아니지!

너, 입에서거품을뿜는광대! 51:32

사람들은너를‘짜라두짜의원숭이’라고부르지.

천만에!

제3부 411

207) 개구리와두꺼비는‘추악한진실’에기생하는존재의상징임. 1: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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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1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는너를‘짜라두짜의툴툴대는돼지’라고부르겠어.

나는광대의신랄하고엉뚱한말을칭송하는사람이지만,

네가그렇게툴툴거리는것을보니까

광대에대한평소내생각이다바뀔지경이구나.

51:33 무엇이너를툴툴거리도록만들었을까?

아무도너를칭찬해주지않아서앙심을품게된거지.

그래서이지저분한도시에머무는거야.

툴툴거릴수있는이유를가지기위해여기에머무는거지.

51:34 복수할수있는이유를가지기위해여기에머무는거지!

너, 허영심에들뜬광대!

네가입에거품물고떠드는건일종의복수야!

내가제대로알아맞힌거지!

51:35 네말이옳더라도, 네말은내게해로워.

네가나, 짜라두짜의말을골백번지지하고다녀도,

너는여전히, 나의가르침을잘못사용하고있는거야!

51:3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그리고짜라두짜는그거대한도시를바라보

다한숨을내쉬고오랫동안입을열지않았어. 마침내이렇게이야기했어.

51:37 여기이광대뿐아니라

이거대한도시전체가나를구역질나게하는구나.

이광대나이도시나,

지금보다낫게만들방법도없고

지금보다나쁘게만들방법도없어.

41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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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2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거대한도시에재앙이있기를!

차라리이거대한도시를태워버릴불기둥을보았으면!

<위대한정오>가오기전에반드시그런불기둥이생겨날텐데! 51:38

이거대한도시는아직자신의시간을누리고있구나.

그리고자신의운명을겪게되겠지.

너, 바보! 헤어지는마당에충고하나해주마. 51:39

“더이상사랑하지않으면그냥지나가!”

짜라두짜는이렇게말하곤광대와도시를그냥지나갔지.

제3부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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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2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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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 이런! 이초원은얼마전만해도푸른풀과

색색의꽃들로가득했었는데!

이젠다시들어잿빛이되었네.

여기에서내가꿀같은희망에얼마나가슴부풀었는데!

52:2 내가가르침을주었던젊은이들의가슴은벌써파삭늙었구나!

아니, 제대로늙지도못한거지!

무기력해지고평범해지고안락해진거지.

이렇게말하더군.

“우리는다시신을믿게되었습니다.”

52:3 얼마전만해도이인간들이이른아침에,

활기찬발걸음으로뛰어다니는걸보았지.

그러나육체의발걸음은활기찼지만

깨달음의발걸음은지쳐있더군.

이제는아침의활기찬발걸음에대해서도이렇게떠들고다녀.

“그렇게걸어선안된다!”

52:4 한때이인간들중엔춤꾼처럼다리를올리는사람들이있었어.

나는그모습을보고눈웃음을짓곤했지. 그러면그들도생각에잠기곤했지.

41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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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지금보니까아예무릎을구부리고기어가는군! 십자가를향해서!

한때이인간들은각다귀나젊은시인들처럼 52:5

빛과자유를찾아날갯짓했었지.

이제나이가좀먹으니까좀차가워졌어.

이제는벌써애매하게얼버무리는법과두서없이웅얼거리는법을익혔고

줄창집에처박혀뒹구는밴약골이됐어.

고래에게잡혀먹히듯고독에잠기는내모습을보고 52:6

이들의심장이오그라든건가?

내가부는트럼펫신호, 내가전하는소식을

너무오랫동안헛되이기다리다맘이바뀐것일까?

아! 오랫동안견뎌내는용기를가진영혼, 52:7

오랫동안변함없이<거침없는> 영혼은드물지.

그러면서동시에참을성높은정신을가진영혼은드물지.

나머지는모두비겁한영혼이야.

나머지가항상다수고보통사람들이고 52:8

<남아도는사람들>이고<많고많은사람들>이지.

이런인종들은모두비겁하지!

나랑같은과(科)인사람은나랑같은과(科)인경험을하게돼. 52:9

처음만나는동반자는시체와어릿광대208)여야하지.

제3부 415

208) 0:11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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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2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2:10 두번째만나는동반자는스스로

신도라고부르는인간들이지.

팔팔한인종들이야.

사랑이넘치고어리석음이넘치고

청소년시절가짐직한숭배의감정이넘치지.

52:11 나랑같은과(科)인사람은

신도에게마음을주어서는안돼.

변덕스럽고비겁한인간본성을아는사람이라면

봄한철같은존재, 색색으로잠시꽃피우는초원같은존재인

신도들을믿지않지!

52:12 나, 짜라두짜를따르지않고다른길을갈수있었다면

얼마든지다른길을택했을사람들이야.

어정쩡한놈들이전체를망치지.

얼른맘을바꿔서가버리는게좋아!

나뭇잎이시든다고아쉬울거없잖아?

52:13 떨어지라고해! 가라고해!

짜라두짜! 너, 불평하지마!

차라리거센바람이되어그놈들을다떨어뜨려버려!

52:14 짜라두짜! 바람이되어날려버려!

시든놈은자기발로너한테서도망가게만들어!

41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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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2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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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다시신을믿게되었습니다.” 52:15

마음변한놈들이고백하는소리지.

고백하는안하는놈들도많아. 고백할용기도없는거지.

나는이놈들눈을똑바로들여다봐. 52:16

그리고얼굴을붉히는이놈들낯짝에대고이렇게말하지.

“응. 너희가바로다시기도한다는놈들이구나!”

기도는부끄러운일이야! 52:17

모든사람에게다부끄러운건아니지.

하지만너희들이나나같이

머릿속에양심209)이란걸가진사람에겐부끄러운일이야.

너희에게는기도한다는게부끄러운일이야!

잘알잖아? 52:18

두손을모아잡고팔을접고기도하면서,

인생을좀더편하게살수있는길을찾으려는존재!

그비겁한악마가네속에있잖아!

이비겁한악마가너희를이렇게설득했지.

“신은존재한다!”

하지만기도를하기시작함으로써 52:19

제3부 417

209) <정신의 양심>. 이때 정신은 지성을 의미함. 즉, 지적(知的) 정직성(intellectual integrity)을 뜻함. 「64. 거머리」에등장하는<정신이양심적인사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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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2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너는빛을무서워하는사람이된거야.

빛은너를편히쉬게내버려두지않지.

이제매일깊이더깊이

어둠과안개속에머리를처박아야지. 빛을피해서!

52:20 마음바꾸는것도때를잘골라바꿨군.

지금은마침밤새가날기시작하는때이지.

빛을무서워하는사람들을위한시간이지. 저녁예배모임시간이지.

그런데예배모임은즐거운축하모임210)이아니지.

52:21 내귀에들려. 내코로냄새맡을수있어.

그들이사냥감을노리고추적하기시작하는시간,

그들이행진하기시작하는시간이왔어.

요란한추적이아니야.

얌전한추적이야. 절뚝걸음으로걷는추적이야. 흐느껴울며하는추적이

야. 조용한걸음으로걷는추적이야. 조용히기도하면서하는추적이야.

52:22 활력있는영혼을가진위선자를사냥하는추적이지.

영혼을사로잡을쥐덫이완벽히준비된거야!

창문, 커튼을올릴때마다나방이튀어나오는군.

52:23 다른<밤나방>과함께커튼뒤에웅크리고있었던것일까?

곳곳에서작은모임을가지는냄새가나.

41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10) feiern. ‘~에 대해 즐겁게 축하 모임을 가지다’란 뜻과‘(예배/미사) 모임을 가지다’란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 따라서 문장 중에 같은 단어가 두 개의 다른 뜻으로 연달아 사용되는 위트가 있지만 우리말로는옮길수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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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2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벽장이있으면거기엔반드시<독실한자>가생기지.

거기엔반드시<독실한자>의냄새가풍겨.

그들은저녁내내함께모여앉아이렇게말하지. 52:24

“자, 우리모두이제주님의어린아이가됩시다. 다함께. 사랑하는주님!”

그자리에경건한제과점주인이라도하나끼어있으면

그가가져온과자를함께먹느라

위장과이빨이모두망가지지.

혹은그들은저녁내내십자가를멍하게바라보고있지. 52:25

실은<십자가에붙어사는거미>를관찰하고있었는지도몰라.

<십자가에붙어사는거미>는교활해. 아주잘숨어있지.

<십자가에붙어사는거미>는다른거미들한테조심성에대해설교하지.

“십자가밑에거미줄을치면잘쳐지느니라!”

혹은그들은낮에함께늪으로낚시를가지. 52:26

하루종일늪에낚싯대를드리우고앉아있는거야.

이렇게앉아있는것자체로써자신들이심오한존재라고믿지.

하지만물고기가없는썩은늪에서낚시하는인간들을나는

<천박하지조차못한존재>라고불러!

혹은그들은<노래부르는시인>에맞추어 52:27

경건하고즐거운스타일로하프연주하는법을배우기도해.

하지만<노래부르는시인>은하프를이용해서

배우는사람중젊은여자를자빠뜨릴생각만하고있지.

배우는사람중늙은여자는너무많이자빠뜨려서질렸거든.

게다가늙은여자들의칭찬도넌더리가났고.

제3부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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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2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2:28 혹은그들은책좀읽은<반쯤미친놈>과함께

어두운방에앉아몸을부르르떨기도해.

혼령이찾아오기를기다리는거지.211)

찾아오기는개뿔!

자기혼만절반쯤빠져나간거지.

52:29 혹은그들은신앙을떠벌리고다니는늙은떠돌이가

시끄럽게떠드는것을듣기도하지.

이런떠돌이는사실은바람에게서떠드는방법을배운거야.

슬픈바람소리에서슬픈운율이무엇인지안거야.

그래서바람처럼슬픈소리를내지.

슬픈운율로슬픔을설교해.

52:30 그들중어떤사람들은야경방범대원이되었어.

방범대원의나팔을불줄도알지.

밤중에돌아다니면서,

오랫동안잠들어있던<오래된> 존재들을깨우는법도알아.

52:31 어젯밤정원담장옆에서<오래된> 것에대해

야경방범대원두명이다섯번말을주고받는것을들었지.

늙고슬프고시든방범대원들이었어.

52:32 “아버지라면, 자식을더잘보살펴야하는것아니야? 사람은지새끼한

테그보다훨씬더잘해!”

42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11) 심령체험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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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2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너무나이들었어. 이젠자식을전혀보살피지않아” 52:33

또다른방범대원이말을받았어.

“자식이있기나한거야? 아무도증명할수없잖아. 자기가직접자식이있

다는걸증명해야지! 자식이있다는걸제대로한번증명하길바랐어.”

“증명? 그가뭐든지한번이라도증명한적있어? 그는증명잘못해. 그

는사람들이자기를믿는다는것을엄청중요하게생각하지.”

“그래! 그래! 믿음이그를구했지. 그에대한믿음이그를구한거야. 나

이들면그래! 우리도나이들면그렇게될걸!”

두명의늙은방범대원은이렇게이야기하고방범나팔을슬프게불었지.

방범대원은<빛을겁주어쫓아버리려고세운허수아비>212) 아니야?

어젯밤담장정원옆에서있었던일이야.

이이야기를듣고너무웃다가혼났지. 52:38

웃음에심장이터질것같더군.

심장이갈바를모르더군. 결국은심장이횡경막옆으로가서붙더군.

당나귀가술처먹고해롱대는것을보거나 52:39

방범대원들이이런식으로하나님을의심하는것을들으면

숨이막혀죽을거야.

하나님에대해이렇게의심하는것은이제완전히오래된이야기아니야? 52:40

제3부 421

52:34

52:35

52:36

52:37

212) 방범대원은열성기독교도혹은전도사를뜻함. ‘빛’은생명을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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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2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렇게<오래된> 존재, 이렇게잠에취해있는존재,

이렇게빛을두려워하는존재를누가깨울수있겠어?

52:41 까마득한고대의신들은오래전에죽었어.

이신들은근사하고즐겁게, 신에걸맞은방식으로죽었지!

52:42 그들은‘황혼속으로소멸해간’게아니야.213)

그건새빨간거짓말이지! 사실은그반대야.

너무우스운일이벌어져서웃다가죽은거야.

52:43 신중의하나가참으로<신을믿지않는> 소리를이렇게했거든.

“신은하나뿐! 내앞에서다른신을섬기지말지어다!”

52:44 나이많은, 빳빳하게성난수염이뻗친신이그말을한거야.

질투가많은신이었지. 정신나간소리를한거야.

52:45 다른신들이자리에서대굴대굴구르며웃었어.

너무웃겨서울면서말했지.

“하나뿐인신이아니라

이렇게여러신이존재한다는게바로<신다움>이잖아!”

52:46 내말이무슨말인지, 알아들을사람만알아들어.

52:4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두짜가 사랑했던 마을에서였어. <얼룩

42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13) 바그너의가극「신들의황혼」을비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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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3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암소>라고불리던마을이었지. 이제이틀만더가면다시동굴로돌아갈수있

었지. 이제이틀만더가면돌보던독수리와뱀을다시볼수있었지. 집에돌아

갈날이점점더다가오자짜라두짜의마음은항상기쁨에넘쳤어.

제3부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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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3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3:1 아! <고독>! <고독>, 나의집!

거칠고이상한나라들에서너무오랫동안거칠게만살다가

이제야너한테가는구나!

설레어눈물흘리며너한테가는구나!

53:2 어머니들이하듯야단치는손가락질을하렴!

어머니들이웃듯나에게웃어주렴!

혹은이렇게말해주렴!

“거센바람이지나가듯휙나가버렸던게누구였더라?

53:3 집을나가면서잘도이렇게외쳤지.

‘너무오랫동안고독속에묻혀있었던거야.

고독에넌더리난덕분에이제는더이상침묵할수없게됐어!’214)

이렇게말하면서집을나가더니!

그래이제는침묵지키는법좀배운거야?

53:4 오, 짜라두짜! 나는알아.

너는나, <고독>과함께있을때보다,

군중(群衆) 속에서더쓸쓸하게지냈다는걸!

너는유니크한사람이잖아.

42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1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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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3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쓸쓸한거와고독한거는달라. 53:5

너는이제그걸알게된거지?

사람들틈에있게되면,

네가거칠고이상해진다는것을알게된거지?

사람들이너를사랑할때조차, 53:6

너는거칠고이상하게굴게돼.

사람들은네가, 그들의어리석음을다받아주길원하니까!

하지만여긴네집이야. 53:7

여기선어떤말이라도내뱉을수있지,

여기선어떤이유라도쏟아낼수있지.

감춰지고또감춰진감정도부끄러울게없어.

여기선‘이야기좀하자!’고네가부르면, 53:8

모든존재들이너한테와.215)

한없이정답게와서너를칭찬하지.

존재들은서로네등에올라타기원하는거야.216)

너또한존재를등에업은채다시

이미지의등에올라타고진실을찾아가지.217)

여기서는너는모든존재들에게솔직하고진실되게이야기할수있어. 53:9

모든존재들과정직하게이야기나눈다는말은,

그존재들에게는칭찬이고찬양이지!

제3부 425

215) 고독속에잠겨깊게생각할수있는상태를의미.216) 이상태에서는모든존재가관찰과생각의대상이됨.217) 진실에이르는도구를개념으로표현하지않고이미지(Gleichniss)로표현한것을주목할필요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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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3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3:10 하지만쓸쓸함은전혀다른문제야.

짜라두짜, 기억해?

줄타기곡예사의시체를고목밑동에넣고,

숲속에서갈곳을정하지못하고있었을때

독수리가네머리위에서울었잖아.

53:11 그때너는이렇게말했지.

‘짐승보다사람이훨씬더위험하다니까!

나, 짜라두짜는위험한길을가고있구나.

아, 나의짐승들이나를이끌어주기를!’218)

그런말을할때, 그게바로쓸쓸함이야.

53:12 짜라두짜, 기억해?

<행복이가득한섬>에서너는밤에혼자앉아노래부른적있잖아?

포도주가솟아나는샘처럼주저앉은적있잖아?

공짜포도주를받아갈, 빈양동이를든사람들에게둘러싸인것같은처지로.

목마른사람들에게한없이퍼주고나눠주고

베풀어주고쏟아주던시절이었지.

53:13 그러다지쳐서마침내퍼질러앉은거지.

너한테포도주를받아가서취해버린사람들틈에퍼질러앉은거지.

너자신은목마른채.

밤마다이렇게처량하게탄식했잖아.

‘<받기만하는존재>의기쁨을나는알지못하네.

훔치는데서오는기쁨은더더욱알지못하지.

42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18)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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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3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단지, 훔치는것은받는것보다더큰기쁨이라고상상할뿐!’219)

그런말을할때, 그게바로쓸쓸함이야.

짜라두짜, 기억해? 53:14

<완전히적막한시간>이찾아와서너를너자신으로부터

찢어떼놓았던적이있잖아?

그때<완전히적막한시간>은너한테,

사악한목소리로이렇게속삭였지.

‘네가르침을알려! 그리고부서져!’220)

<완전히적막한시간>은너에게, 53:15

망설이고침묵했던것에대해참회하게만들었지.

별볼일없는네용기마저꺾어버렸지.

그때그게바로쓸쓸함이야.”

아! <고독>! <고독>, 나의집! 53:16

나에게이야기할때,

네목소리는정말기쁘고부드럽지!

우리는서로질문으로몰아세우지않지. 53:17

우리는서로불평하지않지.

우리는남들눈을피하지않고서로꼭붙어다닐수있지.

남들이훤하게보고있는정문(正門)을통해.

제3부 427

219) 31:8220) 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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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3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3:18 너랑함께하는것은모두툭트여있고밝아.

너랑함께하면시간마저경쾌하게흐르지.

밝은데보다어두운데에서시간은무거워지거든.

53:19 여기선말이잘생각나.

말상자가활짝열려있지.

세상의모든존재를가리킬수있는모든말이담긴상자가.

여기선세상의모든존재들이말이되어가고싶어하는것같아.

여기선세상의모든<변하여되어가기>가나를통해

말하기원하는것같아.

53:20 하지만저기아래에서는모든말은소용없는짓이야.

저기서는잊어버리고<그냥지나가기>221)가제일현명한일이지.

나는지금에야그걸배운거야!

53:21 인간에대해모든것을이해하려면

인간에속한모든것을직접손으로건드려봐야돼.

하지만그렇게하기엔내손은너무깨끗하지.

53:22 인간의숨결조차맡기싫어.

아! 인간이내는소음과인간이뿜는숨결속에서너무오래지냈어!

53:23 아! 축복이넘치는적막!

아! 주위에넘쳐흐르는맑은냄새!

아! <적막>은가슴터지도록맑은숨을쉬고있구나!

42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21) 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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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3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 듣고있어! <적막>이듣고있어!

하지만저기, 아래에서는모두가떠들고있지. 53:24

하지만누구도듣지않아.

사람들의귀에대고종소리처럼크게지혜를말해준들!

시장판의장사치가동전을쩔렁대면그소리에묻힐텐데!

모두들큰소리로떠들어대고있지. 53:25

하지만누구도무슨소린지몰라. 모든게흐르는구정물에떨어지는거지.

깊은우물222)에떨어지는것은아무것도없어.

모두들큰소리로떠들어대고있지. 53:26

하지만되는일도없고매듭지어지는일도없지.

모두들꼬꼬댁꼬꼬댁거리지.

하지만누구도둥지에조용히앉아알을품진않아.

모두들큰소리로떠들어대고있지. 53:27

하지만그보다더잘떠든소리에묻혀버리지.

어제까지만해도세태에비추어받아들이기힘들었던것들을

오늘은모두들잘근잘근씹어서입에물고살지.

아직입에물지못한놈은남의입에걸쳐있는걸빼내물어.

모두들큰소리로떠들어대고있지. 모두들드러나. 53:28

깊은영혼이가지고있는비밀은차라리

길거리에서트럼펫불고푼돈받는거리의악사에게있을까?

제3부 429

222) 12:1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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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3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차라리나비에게있을까?

53:29 아! 인간! 이상하고낯선존재!

어두운밤길에울리는시끄러운소음같은존재!

이제나는너를등뒤에두고떠나왔지.

나의가장커다란위험인너, 인간은이제등뒤에남아있지.

53:30 받아주고참아주는것.

그것이내가범할수있는가장위험스런일.

인간은받아주고참아주길원하지.

53:31 진실에눈감고

바보같은호의를담은손길을내밀며

바보같은정이넘치는가슴을간직한채

연민이지어내는무수한작은거짓말을중얼거리면서살았네.

나는인간사이에서그렇게살았네.

53:32 내참모습을위장한채그들사이에앉아있었던거야.

위장된내모습을나자신믿고싶어했지.

그모습을믿으면인간들을참고견딜수있으려나, 기대하며.

심지어틈만나면나자신에게이렇게말했어.

“짜라두짜, 바보야! 너는아직인간을몰라!”

53:33 인간사이에살다보면

인간에대해배운것을잊어먹게돼.

인간은겹겹이표면223)이거든.

아무리멀리보는눈을가졌다해도,

43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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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3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무리멀리까지진실을찾는눈을가졌다해도,

이겹겹의표면을뚫고어떻게보겠어!

인간이나를오해하면나는바보처럼, 53:34

나자신을받아주는것보다훨씬더관대하게그들을받아주었지.

자기자신에대해가혹하게대하는게내버릇이거든.

인간에대해지나치게관대하게받아주었다는점에대해

나자신에게벌을주기도했어.

그래서독파리224)에물리고 53:35

수없이쏟아지는사악한빗방울에두들겨맞아속이곯은거야.225)

그상태로인간사이에앉아여전히이렇게중얼거렸지.

“좀팽이같은것은, 좀팽이같은존재자신의잘못이아니다.”226)

자기자신을<선량한사람>이라고부르는자들이가장독한독파리더군. 53:36

아무죄책감없이정말순진하게마구물어.

하기야그런존재들이어떻게나같은사람에게공정하게대할수있겠어?

<선량한사람>들틈. 53:37

거기에선모두들연민에가득차서서로거짓말로위로하느라정신이없어.

거기에선사방천지에온통연민이퍼져있어서공기가너무너무후텁지근해.

자유로운영혼은도저히숨쉴수가없어.

제3부 431

223) Vordergrund. 니체는이말을‘겉으로내놓는주장’, ‘명분’, ‘자기합리화를위한구실’을뜻하는것으로사용함. 45:15의주석177 참조.

224) 12:17225) 12:2122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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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3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선량한사람>들은헤아릴길없을만큼어리석지.

53:38 나자신을감추는것.

내가넘치도록가지고있다는것을감추는것.

그걸저아래서배운거야.

저아래서보니까다들좀정신이부족한것같더군.

그래서마치그들하나하나를잘알고있는것처럼거짓말했지.

연민에서나온거짓말이었어.

53:39 그들하나하나에대해이렇게말하며다녔어.

“아, 자네는정신이그정도면충분해.

아, 여기이친구는정신이너무과잉인것같은데?”

연민에서나온거짓말이었어!

53:40 그들중엔목에힘이잔뜩들어간‘현명한사람’들이있지.

나는그사람들을부를때, 목에힘이잔뜩들어갔다는말은쏙빼고불렀어.

그냥‘현명한사람’들이라고불렀지.

말을얼버무리는못된버릇을배운거지.

그들중엔<묘지파는일꾼>들이있지.

나는그사람들을부를때,

연구자나학자라고불렀어.

말을뒤죽박죽으로사용하는못된버릇을배운거지.

53:41 <묘지파는일꾼>은자기손으로병(病)을파내퍼뜨리는거야.

오래된쓰레기더미속에는나쁜공기가들어있거든.

늪을휘젓는것하고같은짓을하는거야.

사람은마땅히산위에서살아야돼.

43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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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4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콧구멍은이제행복해. 53:42

나는다시자유로운산(山) 공기를마시고있지!

드디어인간의악취로부터해방!

차가운미풍이영혼을간지럽게하네! 53:43

반짝이는거품이이는포도주를쭉들이켠기분이야.

이런!

차가운미풍에간지럼을탄영혼이재채기를하려는데!

엣취!

“재채기하셨으니축복받으실겁니다!”227)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3부 433

227) Gesundheit. 서양에서는재채기를하면옆의사람이“축복받으실겁니다”라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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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4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w

54:1 꿈에서, 오늘꾼가장최근의새벽꿈에서

나는이세상저편의, 곶같이생긴곳에서있었어.

저울을들고이세상을저울에달았지.

54:2 이런! 새벽이너무일찍왔지! 날을밝게만들어내꿈을깨웠지!

질투에사로잡힌새벽! 나를꿈에게빼앗길까, 질투했구나.

새벽에찾아오는기막힌꿈을새벽은항상질투해.

54:3 꿈속의세상은이랬어.

시간이충분하면, 세상을모두측량할수있었어.

무게를잘달줄알면, 세상의무게를달수있었어,

날개가강하면, 세상어디든갈수있었어.

신들린듯수수께끼를풀수있으면, 세상돌아가는것을짐작할수있었지.

54:4 꿈! 대담한항해자!

배같기도하고폭풍같기도하지.

나비처럼조용하고매처럼성급하지.

그런데꿈은오늘,

세상의무게를달시간을어떻게낼수있었지?

세상의무게를달참을성을어떻게가질수있었지?

43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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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4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지혜>가꿈에게살짝알려주었던걸까? 54:5

‘무한한세상’을믿지않고조롱하는지혜가살짝알려주었던걸까?

지혜는이렇게이야기하지.

“힘에관해선, 숫자228)가지배한다. 숫자가더힘센존재야.”

이렇게해서꿈속에서세상은유한한것이됐어. 54:6

꿈은, 유한하게된세상을정말편안히바라보았어.

새로운것을찾을일도없고낡은것을찾을일도없으니까.

경외심을품을만한것도없고

간절히구할만한것도없으니까.

마치손에둥근사과가하나잡힌것같을뿐이지. 54:7

잘익은황금빛사과한알.

그게꿈속의세상이었지.

부드럽고서늘하고매끄러운껍질을가진사과.

그게꿈속의세상이었지.

나무가나한테고개를끄덕이듯이. 54:8

넓게가지를벌린나무.

굳센의지를가진나무.

지친길손이발을올려놓을수있는나무.

꿈속의세상은그런나무의모습으로내가서있는곶위에놓여있었지.

부드러운손길이내게상자를하나건넨것만같았지. 54:9

겸손하고숭배하는마음을가진사람을

제3부 435

228) Zahl. 니체는민주주의, 다수결을혐오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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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4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기쁘게할수있는물건이가득한상자.

그상자가열린채주어지는것만같았지.

그게꿈속의세상이었지.

54:10 너무나수수께끼같기만해서, 사랑마저겁나서도망가지않을존재.

너무나명백하기만해서, 지혜마저지루해져잠들어버리지않을존재.

인간에게딱알맞은훌륭한존재.

그게꿈속의세상이었지.

아, 그런데왜세상에대해그렇게악한소리만잔뜩하고들있는거야!

54:11 오늘아침꿈이얼마나고마운지!

세상에! 이른아침에세상의무게를잴수있다니!

훌륭하고인간적229)인꿈이지!

마음을따듯하게위로하는꿈이지!

54:12 나도꿈에서한번배워봐?

똑같은일을한번낮에해봐?

꿈이했던훌륭한짓을한번흉내내봐?

세상에서가장악한것세가지를저울에달아보면어때?

잘, 인간적으로, 무게달아보는거야!

54:13 축복하는법을가르치는사람은,

저주하는법도가르치는거야.

축복에넘친세상을달았으니, 이제저주스러운악을한번달아보는거지!

세상에서가장악한것세개가뭐지?

43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29) Menschlich. 니체가‘인간적’이라고 할 때는 편견, 기존의 도덕, 기존의 가치관, 사회, 국가에 매몰된 상태를가리키는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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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4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육욕! 권력욕! 이기심! 54:14

이제까지이세개가저주를제일많이받았지.

이제까지이세개가욕을제일많이먹었지.

하지만그건부당한욕이야.

나는, 이세가지를

잘, 인간적으로, 무게달아보는거야!

자! 곶은여기고바다는저기야! 54:15

나의충직한오랜친구, 바다는요동치며내게굴러오네!

대가리가백개달린<괴물개>처럼털을북실대며좋다고뛰어오르네!

자! 54:16

요동치는바다위에저울을든다!

제대로무게를다나, 증인도하나있어야지!

너! <은둔자나무>!

짙은나무내음을풍기는너!

머리위로커다란아치를만들어내는너!

사랑하는<은둔자나무>, 네가증인을서!

그런데현재에서미래로넘어가는다리는어디있지? 54:17

높은것을, 스스로낮은것에게몸을굽히도록만드는것은무슨힘이지?

또한가장높은것마저더높이자라도록만드는것은무엇이지?

응…이제저울좌우가맞았네. 54:18

저울한쪽엔이세가지악을놓고

저울반대쪽엔그에대한답(答)을놓겠어.

제3부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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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4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2w

54:19 육욕.

그것은, 거친털옷230)을입기를좋아하는자들,

<몸을경멸하는자>들을괴롭히는가시몽둥이고화형말뚝.

<저세상을믿는사람>231)들은육욕을

‘이세상’의상징으로여기고저주했지.

육욕은혼란과거짓을가르치는모든자들을바보로만드는힘이니까.

54:20 육욕.

<어중이떠중이>들232)을뭉긋하게굽는뭉긋한불길.

벌레먹은나무같은놈들, 냄새나는누더기같은놈들을

언제든지태워버릴준비가돼있는불길.

그색욕을보글보글끓이는스튜오븐.

54:21 육욕.

자유로운가슴을가진사람한테는천진하고자유로운쾌락.

땅이베풀어주는정원의기쁨.

<섹스로생겨날미래>가<섹스하는현재>에게보내는커다란고마움의표시.

54:22 육욕.

기력이다한약골에게는달콤한독.

하지만사자(獅子)와같은굳센의지를가진사람에는최고의원기회복제.

43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30) 기독교고행자들이입는, 염소털로짠털옷. 맨몸위에걸쳤음. 영어로는hair-shirt 혹은sack-cloth.231) 3:11, 3:12232) 28:4

짜라두짜003부(351~540)3.3 2010.5.27 7:17 PM 페이지438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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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4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소중하게보관해온, 포도주중의진짜포도주.

육욕. 54:23

관능의행복보다고귀한행복을상징하는행복.

가장고귀한희망233)을상징하는행복.

많은사람들에게육욕은

결혼을약속하는상징일뿐아니라결혼이상의것을약속하는상징.

많은사람들에게육욕은<낯설지않은상대방>을약속하거든. 54:24

사람들은서로, 남자와여자사이보다더낯선관계로살아가거든.

하지만남자와여자사이야말로정말낯설기만하다는것을

이해한사람이있을까?

육욕. 54:25

여기서그만멈추는게좋겠어.

내생각에울타리를치는게좋겠어.

내말(言)에도울타리를치는게좋겠어.

악당들이나머리가뜨거운광신도들이내말에격분해서쳐들어오면안되지!

권력욕. 54:26

가슴이냉혹한사람들이휘두르는불채찍.

냉혹한사람이자시자신을내리치기위해준비한잔인한고문.

활활타는횃불이피워올리는어두운불길.

권력욕. 54:27

허영에찌든인민위에앉아있는사악한날파리.

제3부 439

233) 자녀, 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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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4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불확실한미덕을비웃는조롱.

미끈한말[馬], 미끈한자존심을타고가는욕심.

54:28 권력욕.

부패한것, 속이곯은것을부수고쪼개벌리는지진.

무너져가는무덤굴234)을크게요동치며으르렁거리며쓸어버리는파괴자.

성급한답뒤에붙이는, 빛나는의문기호.235)

54:29 권력욕.

이욕심이생기면사람은기고구부리고일하지.

악당이나뱀보다더자신을낮추게되지.

그리고마침내넌더리가나서<커다란경멸>이담긴고함을지르게돼.

54:30 권력욕.

<커다란경멸>을가르치는불같은성격의선생님.

도시와제국에대고이렇게외치는선생님.

“도시여! 제국이여! 이제너희자신을걷어치워라!”

그리고자기자신에대해서는이렇게외치지.

“나자신이여! 이제지금의나를걷어치워라!”

54:31 권력욕.

가장순수하고, 고독한자에게까지손길을미치는유혹.

외부에의존하지않는<높은곳>까지손길을미치는유혹.

땅에세워질천국에유혹적인보랏빛색깔을칠하는,

44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34) 기독교.235) 성급히답을하긴했지만, 곧이어“이거아닐까요?”란뜻을나타내야할때쓰는의문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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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4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땅에속하는것>들에대한빛나는사랑.

권력욕. 54:32

<높은곳>이힘을얻기위해계곡으로몸을구부리기갈망한다면

그걸욕심이라고부를수는없지!

그러한갈망, 그러한<내려가기>에는

병적인측면은없어. 욕심은없어!

고독한<높은곳>이, 영원히고독하고 54:33

영원히<외부에의존하지않는> 곳으로남지않도록!

산이계곡으로<내려갈> 수있도록!

<높은곳>의바람이낮은곳으로<내려갈> 수있도록!

이런갈망을무엇이라이름붙여야할까? 54:34

이갈망에합당한세례명을붙일사람은누가있을까?

나, 짜라두짜는한때여기에<베풂의미덕>236)이란이름을붙였지.

이기심을찬양한것, 54:35

다른모든사람에앞서처음으로이기심을찬양한것역시짜라두짜.

힘찬영혼에서나오는건전하고건강한이기심을찬양했지.

힘찬영혼! 아름답고강인하며싱싱한몸역시힘찬영혼에속하는거야! 54:36

그런몸에대해서는세상만물이그몸의모습을비추는거울역할을하지.

유연하고능란한몸짓을할줄아는몸. 54:37

춤꾼과같은몸.

제3부 441

236) 22: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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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4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춤꾼의이미지, 춤꾼의모습이야말로, <스스로기꺼워하는영혼>의모습이잖아!

이런몸과영혼이스스로기꺼워하는것!

그것이바로‘미덕.’

54:38 이렇게스스로기꺼워하게되면

자기자신만의<선과악>에대한기준을가지게되지.

그래서자신을보호할수있게돼.

마치자기자신만의신성한숲으로자신을보호하듯.

자신에누리는행복에이름을붙이게되고소중히여기게되지.

그래서자기자신내부에존재해온경멸스런것들을모두없애게돼.

54:39 이렇게스스로기꺼워하게되면,

자기자신내부에존재해온비겁한것은모두없애게돼.

이렇게되면, 비겁이곧악.

이렇게되면, 항상걱정하고한숨짓고불평하는게곧악.

이렇게되면, 눈곱만한이익이라도챙겨보려고환장하는행태를경멸하게돼.

54:40 이렇게스스로기꺼워하게되면, 우울한지혜를경멸하게돼.

그래. 지혜중에는우울에서생겨나는지혜가있거든.

어둠속에꽃피우는, 밤그림자같은지혜지.

항상한숨지으며이렇게말하지.

“헛되도다. 모든것이헛되도다!”

54:41 이렇게스스로기꺼워하게되면,

소심하고의심많은처신을경멸하게돼.

사람의표정과손을척보고그사람됨을알지못하고

반드시맹세를받아내야직성이풀리는인종들을경멸하게되지.

44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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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5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비겁한영혼은소심하고의심많은본성을가지거든.

이렇게스스로기꺼워하게되면, 54:42

쉽게기뻐하는인종은더더욱경멸하게되지.

이런인종은개같은인종이야.

노상땅바닥에드러누워사는비루한종자지.

비루하고개같고신앞에엎드리고쉽게기뻐할것을가르치는

<개의지혜>도있어.

이렇게기꺼워하게되면, 54:43

결코자기자신을방어하지않는자,

다른사람이뱉은독기어린침을핥는자,

다른사람이던지는독기어린눈초리를참는자,

모든것을참고모든것에대해만족해하는, 지나치게참을성이많은자,

이런종자들을정말증오하고혐오하게돼.

이런종자들은노예근성을가진종자들이거든.

이렇게기꺼워하게되면, 54:44

신을받들어모시면서신의발길질을황송하게받드는종자든,

사람들을받들어모시면서사람들의우스꽝스러운의견을황송하게받드는종자든

모든종류의노예종자들에게침을뱉게돼.

이기꺼움은, 빛나는이기심바로그것에서출발한것이거든!

이렇게기꺼워하게되면, 54:45

허리를바짝굽히는것, 인색하고비굴한것, 애매모호한태도를취하는것,

눈을껌벅거리면서짐짓어리버리한척하는것, 영혼이짓눌린채사는것을

제3부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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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5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악’이라고부르게돼.

걸핏하면, 비겁하게생긴넓적한입술로키스를퍼붓는쓰레기같은종자들을

‘악’이라고부르게돼.

54:46 이렇게기꺼워하게되면,

노예들, 늙은이들, 피곤에떨어진인종들이

짐짓재치를부려지혜로운것처럼재주를피우는것을

‘가짜지혜’라고부르게돼.

광분해서고함지르듯설교하면서제설교에제가속아넘어가는

목사나신부의어리석음을

‘지독한악’이라고부르게돼!

54:47 이기심을제대로사용할줄모르는것.

바로그걸두고미덕이라고떠들어왔지.

세상에대해넌더리를내는비겁한인종들이나

<십자가에붙어사는거미>237) 같은인종들은

‘이기심이없는상태’가되기를갈망해왔지!

54:48 이제그날, 거대한변화의날,

판결의칼날이떨어지는날,

<위대한정오>가이인종들모두에게오지.

그때많은것이밝혀져!

54:49 에고야말로건강한것이며신성한것이라고선언하는사람,

이기심이야말로찬란한것이라고선언하는사람,

그게예언자야.

그예언자, 짜라두짜는또이렇게선언해!

“봐! 오고있다. 가까이왔다. <위대한정오>가가까이왔다!”

44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37) 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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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5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3부 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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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5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w

내말투는인민의말투. 55:1

토끼새끼같은인종들이듣기에는좀거칠고뜨끈뜨끈할거야.

잉크속에서헤엄치며노는글쟁이들이나

돼먹지않은엉터리글을써갈기는여우같은인종들한테는더이상하게들릴걸?

내손모가지는바보의손모가지. 55:2

바보처럼아무데나마구써갈기지.

바보가써갈기고낙서할수있는

모든테이블과모든벽과모든공간에재앙이있기를!

내발은말의발. 55:3

언덕을오르고계곡을내려가지.

뛰고밟고, 여기저기, 들을넘어다니지.

전력으로내뺄땐글쎄, 악마도좋아서까무러칠걸?

내밥통은아마독수리의밥통? 55:4

44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38) 7:23의주석34 참조.239) 46:8~46:21240) Grenzestein. <선과악>에대한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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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5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양고기를제일좋아하니까.

하여간에새밥통인건확실해.

나는때묻지않은것만가려서먹거든. 55:5

그리고날고싶어서, 멀리날아가고싶어서안절부절못하지.

그게내본성이야. 분명히내성격에는새의성격이좀들어있어!

55:6 <중력의영>238)과적이란걸보면나는, 새같은인종이지.

<중력의영>과는

생사를가르는숙적, 본격적인숙적, 타고날때부터숙적이지!

<중력의영>을찾아서안가본데가없어.

55:7 전에, <중력의영>에대해노래한적있었지.239)

이제노래를하나더할게.

음그런데여긴아무도없는빈집이구나. 내귀에대고부르지, 뭐.

55:8 아, 물론멀쩡한가수들이많지.

목소리는부드럽지요, 손은애절하게포즈를취하지요,

눈은빛나지요, 영혼은살아서숨쉬지요.

미안하지만나는그런가수가아니야.

하지만진짜가수를부르려면청중이꽉차있어야지.

청중도없으니까그냥내노래나들어.

v2w

55:9 언젠가인간에게나는법을가르치게될사람은

이미<경계를구분짓는돌>240)들을움직인사람.

제3부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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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5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경계를구분짓는돌>들은모두공중에떠올라서그사람에게날아와.

인간에게나는법을가르치게될사람은,

땅에게새로세례명을줘.

‘한없이가벼운존재’라고.

타조는말보다빨리달릴수있지. 55:10

하지만말을탄사람이타조를쫓으면,

타조는겁에질려제자리에멈추고대가리를모래에푹파묻어.

자기가사냥꾼을안보면사냥꾼이자기를못본다고생각하는거지.

아직날지못하는사람도꼭타조같지.

아직날지못하는사람은걸핏하면이렇게말해. 55:11

“땅은무거워. 인생도무거워.”

이런말하는사람은<중력의영>이나찾아가봐.

하지만가벼워지고싶은사람, 새가되고싶은사람은

우선자기자신을사랑하는법부터배워야돼.

나는그렇게가르쳐.

자기자신을사랑할때에도, 55:12

허약하고병든인간들이자기자신을사랑하는방식으로사랑해선안돼.

그런인간들의경우엔,

자기자신에대한사랑에서도썩은냄새가나지.

자기자신을사랑할때에도튼실하고건강한사랑이돼야지. 55:13

자기자신을항상마주보고사는것,

자기자신과함께지내는것을참아낼수있어야돼.

자신을대하기무서워노상밖으로싸돌아다니면안되지.

44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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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5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는그렇게가르쳐.

55:14 이렇게밖으로싸돌아다니는것에대해선근사한이름이붙어있어.

‘이웃사랑.’

자기를마주보고자기와함께지내는것이무서워서

밖으로돌아다니는것이

어떻게이웃사랑이야?

거짓말 중에서도 최고의 거짓말이고 가면(假面) 중에서도 최고의 가면이

지.

특히다른사람들을억누르기좋아하는사람이

이‘이웃사랑’거짓말과가면을잘써.

55:15 “네이웃을사랑하라”는계명(誡命)이지.

“너자신을사랑하는법을배워라”는계명이못돼.

오늘도계명이아니고내일도계명이될가능성이없어.

계명이아니라예술이거든.

제일섬세하고, 제일미묘하고, 제일참을성을많이요구하는궁극의예술.

55:16 사람들은남이가진것은잘알아보지만

자기가가진것은못알아보잖아?

자기가가진보물은항상맨마지막에야알게돼.

이것도다그놈, <중력의영>이부리는장난때문에그래.

55:17 우리는젖먹이때부터묵직하고엄청난말과가치를듣고자라.

말하자면“인생으로시집가니까지참금많이가져가라”는식이야.

이지참금에는<선과악>이라는근사한이름이붙어있어.

감히살아있음을용서받을수있는것은,

이기준을받들어모시기때문이라고배우게되지.

제3부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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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5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5:18 어린아이가응석부리는걸왜참아주는지알아?

어른이어린아이랑놀아줘야, 아이가혼자자기자신을마주하고

자기자신을사랑하는법을배우게되는일을한동안막을수있을거아니야?

이것도다그놈, <중력의영>이부리는장난때문에그래.

그렇게자란후엔 55:19

주어진짐을무거운어깨위에충성스럽게메고울퉁불퉁한산을넘는거야!

땀을비죽비죽흘리면이런근사한말을듣게돼.

“인생은견디기힘든것이니라!”

인생이견디기힘들긴, 개뿔! 사람이견디기힘든거지. 55:20

어깨위에, 밖에서굴러들어온이상하고낯선것들을잔뜩짊어지고있잖아!

낙타처럼무릎을꿇고무거운짐을잔뜩싣도록내버려두었던거잖아!

그중에도존경할줄아는마음, 55:21

두려워할줄아는마음을가지고있으면서

강인하고, 무거운짐을견딜수있는사람은더많은짐을지게되지.

이상하고낯선말과가치를잔뜩걸머지게되지.

그덕분에인생은사막이되고말아!

물론! 55:22

밖에서굴러들어온것말고자기자신의것중에도짊어지기버거운게많아.

자기자신의것, 사람내부에들어있는것은굴[石花] 같아.

혐오스럽고미끌미끌하고이해하기힘들어.

45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41) 지성, 지적인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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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5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래서고상한무늬가새겨진고상한껍질이필요한거야. 55:23

그런껍질로내부를감춰야지.

이렇게하는것역시, 배워야할수있는예술이야.

껍질을마련하고껍질위에아름다운무늬를새기는것.

그리고굴같이생긴내부에대해서는현명하게눈감을줄아는것!

55:24 껍질이굉장히중요해.

형편없고비참한, 그냥껍질일뿐인껍질을쓰게되면

껍질안에들어있는것에대해오해하게만들어.

껍질이허접하면, 안에들어있는굴같이생긴존재가

훌륭한점을많이가지고있고강력한힘을지니고있다는것을

도저히인정할수없게만들지.

아무리훌륭해도알아주는사람이없으면뭐해?

55:25 여자들은, 그중에서도제일아름다운여자들은껍질이왜중요한

지알아.

조금통통한껍질,

조금가냘픈껍질.

아! 이‘조금’에운명이갈리는구나!

55:26 남자들은, 껍질속에들은것을찾아내기어려운존재야.

특히자기자신에대해서는더욱더찾아내기힘들지.

정신241)은영혼에대해거짓말을잘하기때문이야.

이것도다그놈, <중력의영>이부리는장난때문에그래.

제3부 451

55:30

242) 독일어의‘네’는Yea이며, 당나귀울음소리는Ia임. 니체는Ia를Ye-a로표기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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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5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5:27 껍질속에들어있는자기자신을

마침내찾아낸사람은이렇게말하지.

“이게나의 <선과악>이다.”

이말이나오면,

“이게모든사람의선이다”

“저게모든사람의악이다”

라고떠들던두더지같은놈들, 난쟁이같은놈들은입을다물지.

게다가, 악한것은없고모든것이다훌륭하며, 55:28

그중에서도이세상이가장훌륭하다고말하는인종도있어.

나는이런인종은질색이야.

이런인종을나는<모든것에만족해하는사람>이라고부르지.

<모든것에만족해하는사람>이되려면 55:29

아무거나다닥치는대로먹을수있어야돼. 막돼먹은입맛이지!

나는고집세고까다로운입맛과위장을가진사람을존경해.

그런사람은‘나’, ‘네!’, ‘아니오!’를명확하게말하는법을배운사람이거든.

<모든것에만족해하는사람>이되면아무거나다먹고소화시킬수있어.

정말돼지다운본성이지.

이런인종은‘네!’라고대답하는대신에‘네에에엥~’242)이라고대답해.

당나귀나당나귀과에속하는사람만이런재주를부릴수있어.

짙은노랑, 불타는빨강. 55:31

내입맛은이색깔들을좋아하지.

이색깔들을다른색에섞으면피를섞은것같거든. 나는피가좋거든.

45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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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6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집에흰색회칠을하는사람은자기영혼도빛이바랜사람이야.

어떤사람은미라를좋아하고, 또어떤사람은망령을좋아하지. 55:32

하지만둘다모두, 살과피에반대하는적들이야.

둘다모두내입맛에는질색이지!

나는피가좋거든.

55:33 모두들토하고침뱉는곳에서는살고싶지않아.

그런종자들이사는곳에선살고싶지않다는게, 내입맛이야.

도둑놈들이나, 돈받고가짜증언을하는놈들사이에서사는게차라리낫지.

그런놈들은최소한

황금같이번지르르한소리를입에담고다니지는않거든.

55:34 더구역질나는종자들은알랑쇠들이야.

또인간중에가장기분나쁜, 짐승같은종자가있어.

나는이종자들한테기생충이라고이름붙여줬지.

자기가남을사랑할생각은안하고남의사랑을받아만먹고살려고하지.

55:35 다음둘중하나를골라야만하는자들은불쌍하지.

악한 짐승이 되느냐? 아니면, 악한 짐승을 길들이는 악한 조련사가 되느

냐?

나는, 이둘중하나를선택해야만하는종자들근처엔얼씬거릴생각도

없어.

55:36 항상기다려야하는사람들도불쌍해.

이자가붙기를기다리고재산이불기를기다려야하는사람들.

세금걷는사람들, 장사치들, 왕들, 농장지주들, 건물주인들.…

제3부 453

짜라두짜003부(351~540)3.3 2010.5.27 7:17 PM 페이지453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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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6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5:37 물론나도기다리는것을배웠지. 깊게배웠어.

하지만나는나를기다리는것만배웠어.

그리고무엇보다, 서고걷고달리고뛰어오르고

기어오르고춤추는것만배웠어.

내가르침은이래. 55:38

“날기원하는사람은우선,

서고걷고달리고뛰어오르고기어오르고춤추는것을배워야한다.

나는것을배우기위해날수는없다!”

줄사다리를사용해서창문여러군데를올라가봤지. 55:39

마침내다리가민첩해지니까돛대꼭대기까지올라갈수있었어.

<깨달음의돛대꼭대기>.

거기에앉는것은보통큰기쁨이아니야.

<깨달음의돛대꼭대기>에서작게타오르는불꽃이되는것. 55:40

물론크지않은불꽃이야.

하지만항로를잃은뱃사람들이나

배가난파되어바다를떠도는사람들에게는크게안심되는일이지!

지금의진실에도달하기까지 55:41

여러경로를밟아봤어. 여러코스를밟아봤어.

지금의<높은곳>에도달하기까지사다리하나달랑놓고기어오른게아니야.

지금여기서는멀리까지내다볼수있지.

지금의진실에도달할때까지남에게길을물은적은없어. 55:42

45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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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6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길을물었다면, 이런저런이야기를하다보니까물은셈이돼버린경우들뿐.

길은묻는다는건, 내입맛에안맞아!

길을묻는대신에갈수있는길을모두다시도해봤던거야.

길에게길을물은거지.

55:43 그동안익힌것은

<시도해보는기술>과<질문을던지는기술>이야.

내가질문을던지면대답하기에만만치않아.

대답하려면배워야돼!

배워야대답할수있다는것, 그게내입맛에맞아.

55:44 그리좋은입맛도아니고그리나쁜입맛도아니지.

하지만내입맛이야.

예전엔내입맛을남한테감췄는데이젠안감춰.

예전엔내입맛이부끄러웠는데이젠안부끄러워.

55:45 “옳은길이어딥니까?”

라고내게물으면난이렇게답해.

“자, 이게내가갈길이야. 그런데, 자네가갈길은?”

옳은길은존재하지않아!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3부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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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6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w

여기앉아나는기다리네. 56:1

율법을새겨놓은돌로된율법서판(律法書板).

옛율법서판은산산이부서져주위에흩어졌고

새율법서판은이제반쯤새겨졌을뿐.

<나의때>는언제올까?

내가하강해야할때,<내려가야> 할때. 56:2

그때는언제올까?

나는다시한번인간에게가고싶거든.

그때가오기를기다리고있네. 56:3

나의때라는징조가먼저있어야지.

사자가웃으며비둘기떼와어울리는것.

그게<나의때>가왔음을알리는징조.

그동안나는홀로이야기할뿐. 56:4

시간이많으니까.

내게새로운것을이야기하는사람은아무도없지.

그러니내가나한테이야기하는수밖에.

45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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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6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2w

56:5 인간을찾아갔더니,

구덕다리자기만족에푹빠져살고있더군.

그인간들하나하나모두가

인간에게무엇이선이고무엇이악인지

너무오랫동안너무잘알고살아왔다고철썩같이믿고있더군.

56:6 미덕에관한이야기라면케케묵은넌더리나는이야기로밀쳐버리더군.

잠을잘자고픈사람은침대로가기전에

<선과악>에대해근사한기도를늘어놓더군.

56:7 “스스로창조자가되지않는한

<선과악>이무엇인지알도리가없다!”

라고가르쳤더니그인간들이잠을설치게된거야.

56:8 인류를위해목표를창조하는사람.

땅에게, 땅이존재해야할의미를부여하는사람.

땅에게, 땅이변해갈미래를제공하는사람.

그사람은우선, 선이무엇인지악이무엇인지정해야돼.

창조해야돼.

56:9 나는인간들에게,

대학석좌교수들을뒤엎어버리라고말했지.

제3부 457

243) 성직자.244) 기독교. ‘무덤의거리에앉았다’는것은기독교에대해정면으로비판했다는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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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6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구덕다리자기만족에취한사람들은모두뒤엎어버리라고말했지.

<미덕의대가>들, 성인들, 시인들,

<세계를구원한다는사람>들을조롱하라고말했지.

나는인간들에게, 56:10

<우울에빠진현인(賢人)>들을조롱하라고말했지.

생명의나무에

<검은옷을입은허수아비243)> 역할을자임하고앉아서,

다른존재가<생명의나무>에몰려오는것을조심스럽게막는놈들을

실컷조롱해주라고말했지.

인간들이사는곳에있는커다란<무덤의거리>244)에앉았지. 56:11

옆에썩은시체와그걸뜯어먹는새들이있었지만상관없었어.

그리고인간들의‘과거’전체를비웃었어.

한때찬란했지만지금은썩어서빛바랜, 과거의영광도비웃었지.

그래! 56:12

광신적인청교도목사나바보신도들처럼고래고래소리를지른거야.

인간들이이룩한모든크고작은것들에대해.

그중에서제일좋다는것도정말좀팽이같지!

그중에서제일나쁜것은더말할것도없어.

그래서마음껏비웃었지.

그<무덤의거리>에서고래고래소리지르고웃은것은 56:13

내속에끓어오르는갈망이었어.

그갈망은산에서생겨났어. 그갈망은실은거친지혜였어.

강인한날개를가진커다란갈망.

45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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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6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6:14 소리지르고비웃는동안에도

그갈망은나를찢어내서앞으로, 위로, 멀리데리고갔지.

정말하늘을날았어. 그갈망의날개를타고.

화살이되어날았어.

햇볕에황홀하게취해바르르떨렸어.

56:15 누구도상상하지못했던먼미래로날아갔어.

어떤미술가도상상하지못했던따뜻한남쪽으로날아갔어.

거기에선신들이춤추고있었어.

신들은옷을걸치는것을부끄러워했어.

56:16 나는우화로이야기하고있는거야.

시인처럼어색하게말을더듬거리며이야기하고있지.

내가아직도시인처럼말해야한다니정말부끄러울뿐이지!

56:17 그곳에선,

<변하여되어가기>는신들의춤이며신들의<거침없음>!

세계는제약받지도않았고고삐채워져있지도않았어.

세계는쏜살같이자신에게되돌아가고있었어!

56:18 수없이많은신들이

자기자신으로부터벗어나기도하고서로를찾아다니기도하더군.

행복하게자기자신과모순을일으키기도하고

다시모이기도하고다시친구가되기도하더군.

제3부 459

245) Satzung. 규범혹은도그마란뜻임. 도그마(dogma)는‘이유를묻지말고따라야하는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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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6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6:19 내가날아간그곳에서!

시간은<순간에대한즐거운조롱>이었고

필연은자유그자체였어.

자유가, 짐승모는가시몽둥이처럼사물을줄줄몰고가는것!

그것이바로필연이었어.

아그런데거기에! 56:20

내속에오랫동안깃들어온악마, 내오랜숙적, <중력의영>도있는거야.

<중력의영)>이만들어낸모든것도같이있더군.

강박, 도그마,245) 필요, 중요성, 목적, 의지, 선, 악.…

신들이춤을추려면마루바닥이있어야되잖아? 56:21

신들이춤을추려면춤이밀치고지나갈무엇인가있으면멋있잖아?

신들이춤을추려면한구석에두더지나난쟁이가있을법하잖아?

참으로유연하고우아한춤꾼들을위해선그런존재가옆에있을법하잖아?

<중력의영>이거기에서그역할을하고있더군.

v3w

내가날아간그곳! 56:22

거기서나는‘초인’이라는개념을세웠어.

인간은<넘어서야> 할존재라는것도깨우쳤지.

거기서인간은다리이지, 목적지가아니라는것을알았어. 56:23

다음날의찬란한새벽에이르는길목과같은존재이기에

정오와저녁을기쁘게즐기는게인간이란것을알았어.

46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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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6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6:24 내가날아간그곳!

거기서나, 짜라두짜가이야기하는<위대한정오>를깨우친거야.

짜라두짜가인간의머리위에보랏빛저녁노을처럼내걸은

모든가르침은거기서깨우친거야.

56:25 그래!

나는인간에게새로운밤과새로운별을보여줬지.

구름위에, 낮위에, 밤위에

오색찬란한<하늘덮개>처럼퍼져나가는웃음을전했지.

56:26 나는인간에게내가가진목표와예술을가르쳤지.

쪼가리와수수께끼와끔찍한<확률과우연>을긁어모아

하나로통합하는법을가르쳐주었지.

56:27 나는시인으로서, 수수께끼를푸는자로서,

<확률과우연>을구원하는자로서

인간에게

미래를창조하는법을,

또한창조를통해과거를구원하는법을가르쳤지.

56:28 과거를구원하는것은이거야.

<이미지난일> 모두에대해

<이렇게되기를의지했던거야!>로바꾸는것!

<이미지난일> 모두에대해, 다시한번기회가온다면

<똑같은것을의지할거야!>라고말하는것!

제3부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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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6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게구원이야. 56:29

이것만을구원이라부르라고나는인간에게가르쳤어.

자, 이제나는나의구원을기다리고있지. 56:30

인간에게다시가려고.

이제마지막으로가는거야.

나는인간에게한번더가기원해. 56:31

인간들사이로 <내려가기> 원해.

죽어가면서나의가장비싼선물을주고싶어!

넘쳐흐르는태양으로부터나는이것을배웠지. 56:32

해질녘태양이바다로떨어질때

태양은바다에황금을쏟아붓지.

찢어지게가난한어부라도 56:33

이때는황금으로된노를젓지!

이광경을한번본이후,

싫증난적없이, 눈물흘리며이광경을보고또보았어.

태양처럼짜라두짜역시아래로<내려가기> 원해. 56:34

지금은여기앉아서기다리고있지만.

옛율법서판은산산이부서져주위에흩어졌고

새율법서판은이제반쯤새겨졌을뿐이지만.

46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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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7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4w

56:35 봐! 여기새율법서판하나가준비됐어.

하지만형제들은어디있지?

나와함께이율법서판을들고계곡으로,

인간의가슴으로내려갈형제들은?

56:36 <머나먼곳에있는사람>들에대한내사랑때문에

나는이렇게명령하게되지.

“자네이웃도자네가<넘어서야> 할대상에꼭포함시켜!

사람은<넘어서야> 할존재야.”

56:37 <넘어서는> 데에는여러가지방법이있지.

제대로된방법으로<넘어서야> 돼!

바보들은이렇게생각해.

“뛰어서넘으면, 그것도넘어서기아니야?”

<넘어서기>가무엇인지잘생각해야돼!

56:38 자네이웃속에서, 자네가<넘어서야> 할<자네의모습>을찾아내도록.

자네이웃에서그걸찾아내는것은권리야.

선물이아니니까미안해할필요없어!

56:39 자네 이웃 속에서, 자네가 <넘어서야> 할 모습을 발견하고 <넘어서기>

해버려!

제3부 463

246) 34:17~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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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자네한테서는이미그모습은존재하지않게되지.

따라서그점에관해서자네이웃들은

자네속에서, 자신이넘어서야할모습을발견할수없게돼.

자네가남에게한일을남은자네에게할수없게되는거지.

보상이나복수가없어지는거야.

명령하지못하는자는남에게복종해야지. 56:40

많은사람들이명령할수있지만,

그명령에대해스스로삼가고복종하는것을할수있는사람은별로없어!246)

v5w

고귀한영혼을가진사람은굳은의지로공짜를사양해. 56:41

삶에대해서도마찬가지.

공짜삶을사양해.

폭도는공짜삶을살려고하지. 56:42

하지만우리는달라.

삶은우리에게공짜로주어졌지.

그래서우리는그보답으로삶에게무엇을해주어야할까, 항상고민해.

그래! 이말은정말고귀한이야기야. 56:43

“삶이우리에게약속해준것을, 우리는삶에게실현해준다!”

46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47) 인류 고대사에서는 첫 아이를 죽이는 풍습이 있던 지역이 많이 있었음. 중국에서도 있었으며 이를 살수(殺首)라부름. 성경출애굽기(이집트탈출기록)에살수풍습을짐작하게하는대목이있음(출애굽34:19,3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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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선사하지못한곳에가서 56:44

즐거움을누리려고바라면안돼.

설사즐거움을선사한곳이라할지라도

즐거움을누리려고바라면안돼!

56:45 즐거움과천진함은수줍음을많이타거든.

즐거움과천진함을일부러찾아나선다고

즐거워지고천진해지는게아니야.

사람은당연히즐겁고천진해야지.

하지만그냥자연스럽게즐겁고천진해야돼.

즐거움과천진함을찾아나서는대신에

차라리죄책감과고통을찾아나서!

v6w

56:46 형제들! 맏이는항상희생제물로바쳐졌지!247)

우리는맏이잖아?

56:47 남모르는곳에마련된희생제단에서

우리는피를흘리고있지.

우리는불에타고있지.

우리는불에익고있지.

고대의우상에바쳐진희생물이지.

56:48 우리중에가장자질이훌륭한존재는아직어린아이.

늙은이들의입맛에아주잘맞지.

우리의살은아주연하고,

우리의살가죽은양가죽처럼부드럽지.

제3부 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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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7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러니우상을숭배하는늙은성직자들이침을질질흘리지않겠어!

우상을숭배하는늙은성직자들은어디멀리있는게아니야! 56:49

바로우리가슴속에존재해!

우리가슴속에존재하는늙은성직자가,

우리중가장자질이훌륭한존재를죽여서굽지.

잔치를위해.

아! 형제들! 이러니맏이가죽지않을방법이있겠어?

하지만우리같은인간은맏이로서죽기를원해. 56:50

자기보존을위해아등바등대지않는존재를나는사랑해.

저아래로<내려가서> 사라져가는존재를나는진심으로, 진심으로사랑해.

사실은그길이건너가는길이거든.

v7w

진실해지는것! 56:51

진실해질수있는능력을갖춘사람은몇명안돼.

게다가진실해질수있는능력을갖춘사람중에진실을원하는사람은없어!

그래도최소한, <선량한사람>들은진실해질수있는능력만은갖추고있지.

아! 이<선량한사람>들! 56:52

그들은진실해질수있는능력을갖추고있지만!

그러나“<선량한사람>들은절대로진실을말하지않는다.”

이런식으로선량한것은정신이병든상태에불과하지.

<선량한사람>들은양보하고물러서지. 56:53

그들은마음으로부터우러나와다른사람에게복종해.

46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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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이런식으로복종하는사람은

자기자신에대해서는눈을감아버리는거야!

56:54 <선량한사람>들이악이라부르는모든것들이한꺼번에모여야,

비로소진실하나가생겨날수있지.

대담하게시도하기, 오랫동안의심하기, 잔인하게“안돼”라고말하기,

상대에대해지독한권태를느끼기, 상대의급소를찌르기…

56:55 <선량한사람>의기준에서보면이런것들은모두악이지.

하지만이런악이한꺼번에결합할때

비로소진실이하나생겨나.

그렇게한꺼번에모이기는정말드문일이야.

자, 형제들! 자네들은진실하나를얻기위해

이런악을한번에저지르고도남을만큼, 악한가?

56:56 지금까지모든지식은,

진실을외면해서양심의가책을느끼는상태에서발전해왔어!

부숴! <깬> 사람들! 옛율법서판을부숴!

v8w

56:57 흐르는물위에나무다리가놓이고난간이설치되면

그래서그위로걸을수있게되면

“모든것은흘러서변한다”

라는말을믿지않게되지.

56:58 오히려바보라도이렇게반박할거야.

제3부 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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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7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뭐? 모든것은흘러서변한다고?

하지만물위에다리도있고난간도있잖아?

물위에서만큼은모든게단단히고정되어있잖아? 56:59

사물에대한가치들, 다리들, 개념들, ‘선’과‘악’.…

모든게단단히고정돼있잖아!”

게다가추운겨울이오면 56:60

모든흐름을무자비하게길들이는겨울이오면

그중에제일똑똑하다는사람도의심을품고이렇게말하게돼.

“모든것은가만히정지한상태로서있도록되어있는거아냐?”

“근본적으로, 모든것은가만히정지되어있느니라!” 56:61

이게겨울의가르침이지.

겨울은결실을맺지못하는계절이니까그런가르침이그럴싸하지.

겨울잠을자는동물이나

집에만웅크리고있는사람들에게는딱어울리는가르침이지.

“근본적으로모든것은가만히정지되어있느니라!” 56:62

겨울의이가르침에대해

얼음을녹이는봄바람은완전히반대되는가르침을줘!

얼음을녹이는봄바람은황소야. 56:63

얌전히길들여진, 밭가는황소가아니야.

미친듯날뛰는황소지. 성난뿔로얼음을부수는황소!

아뿔싸! 부서진얼음덩어리들은다리를부수지!

46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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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7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제3부 469

248) 니체는 자유의지를, ‘거꾸로 뒤집은 기독교적 관점’으로 봄. 즉 자유의지 역시 기독교의 하나님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자기 존재의 이유인 존재(causa sui)’가 핵심 개념이라고 봄. 즉, 기독교적 세계관, 플라톤주의뿐아니라자유의지역시미신에불과하다는주장임. 다음은『선과악을넘어서』의21장임(백석현번역).

“스스로 자기 존재의 원인인 존재(causa sui)’라는 개념은, 이제까지 인간의 머리로 만들어 내었던 자기모순중에최악의자기모순이다. 이개념은‘논리학에대한강간’이며부자연스러움의극치다. 하지만인류의사치스러운자존심은, 어찌어찌하다보니까이똥같은개념에깊게, 끔찍하게말려들고말았다.

이제‘스스로 자기 존재에 대한 이유’가 성립하는 존재로서‘의지’가 꼽히는 시절이 되었다. ‘의지의 자유’에 관한 욕구는 특히 교육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 이 욕구는, 자기 행위에 관한 총체적 책임과 유일한 책임을 스스로 걸머지려고 하는 욕구, 신과 세계와 조상과 우연과 사회를 책임으로부터 면제시키려는 욕구다. 이 욕구는 바로‘스스로 자기 존재의 원인’이 되려는 욕구이며,뮌치하우젠(Munchhausen, 대포알을타고날고, 치즈와와인따개로적군을부수는식의뻥소설에등장하는주인공)보다 더한막강한 용기로, 자기머리털을 붙잡아 끌어 올려서 늪에서 벗어나려는(이것 역시뮌치하우젠뻥에나오는이야기) 욕구다.”

249) 모두모세의십계명에포함되어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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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7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6:64 형제들! 이제“모든것은흐르고변한다,”맞지?

얼음이부서지며다리와난간이물속으로사라진것, 맞지?

다리위에걸렸던‘선’과‘악’에더이상매달릴수없게된것, 맞지?

56:65 “슬프다! 또한기쁘다! 얼음을부수는봄바람이분다!”

이렇게가르쳐! 형제들! 방방곡곡에이렇게가르쳐!

v9w

56:66 허깨비가하나있어. 이허깨비는<선과악>이라불리지.

이허깨비는예언자와점성술사가설치던시절에뿌리박고있어.

56:67 예전에사람들은예언자와점성술사를믿었지.

그래서사람들은이렇게믿었던거야.

“모든것은운명이다.

너는□□□해야한다.

왜냐하면너는운명에의해□□□할수밖에없기때문이다.”

56:68 시간이흘러사람들은더이상

예언자와점성술사를믿지않게되었지.

그래서사람들은이렇게믿었던거야.

“모든것은자유다. 의지하는것은무엇이든할수있다”

56:69 아! 형제들!

별과미래에대해이제까지떠들어온소리는모두짐작일뿐이야.

지식이아니야.

그래서<선과악>에대해이제까지떠들어온소리도모두짐작일뿐이지.

47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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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7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지식이아니야.248)

v10w

“훔치지말거라!” 56:70

“죽이지말거라!”

이런말들이한때는신성한계명이라고불렸지.

이런말이울려퍼지면사람들은무릎을꿇고머리를조아리고신발을벗었지.249)

하지만나는한가지묻고싶어. 56:71

이런신성한계명이울려퍼져온장소는교회지.

그런데교회야말로가장지독한도둑놈과살인자들이있던장소아닌가?

모든생명안에는이미 56:72

도둑질하고죽이는것이태생적요소로서존재하고있잖아?

엄마뱃속에서자라는것부터도둑질아닌가?

훔치지말라, 죽이지말라는이야기를신성한이야기라고부른다면,

진실을죽이는것아닌가?

56:73 모든생명에모순되고모든생명에반대되는것을

신성한가르침으로떠받는것은죽음을설교하는것이잖아?

아! 형제들! 부숴! 부숴! 옛율법서판을부숴!

v11w

제3부 471

250) 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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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7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6:74 나는과거에대해불쌍한마음이들었어.

과거는모두버림받는다는것을알게됐거든.

56:75 그냥버려지는게아니라이용당하지.

새로운세대가등장하면그세대의광기도함께등장해.

이광기는이제까지의모든과거를

자신을위한발판으로날조해서변형시켜!

56:76 지독한폭군이등장하는경우를봐.

이런인간은악마같이교활하지.

한편으로는채찍으로치고다른한편으로는당근을먹여서

모든과거를변형시키지.

마침내모든과거는그폭군을위한발판이되지.

과거에이미그폭군의‘운명적등장’이예고되었다는식이지.

이미조짐이있었고날이밝을것을알리는새벽닭이울었다는식이지.

56:77 폭군만과거를이용하고버리는게아니야.

폭도는더황당하지.

그래서나는과거가더불쌍해.

폭도들은기껏해야자기할아버지시대까지밖에기억하지못하거든.

할아버지시대에서시간끝! 더이상과거란없음!

과거는모두버림받아. 56:78

폭도가주인이되는세상이오면

시간은얕은물에처박혀익사하게돼.

폭도의시간은할아버지시대에끝나니까.

47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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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8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래! 형제들! 56:79

새로운귀족집단이필요한거야!

폭도의지배를막기위해서.

폭군의지배를막기위해서.

새율법서판에새율법을이렇게써넣기위해서.

“고귀하게되어라!”

귀족집단이생겨나려면, 56:80

고귀한사람들이많아져야돼.

고귀한사람들이갖가지종류의사람들로구성돼야돼.

내가전에우화로이야기한적있지?

“하나뿐인신이아니라,

이렇게여러신이존재한다는게바로<신다움>이잖아!”250)

귀족도마찬가지야.

많은사람이귀족이될때<귀족다움>이존재할수있지.

v12w

56:81 아! 형제들!

나는 자네들을 새로운 귀족이 되는 길로 이끌어 귀족에 봉(封)하는 거

야!

자네들은미래의씨를뿌리고미래를낳고미래를키워야돼.

제3부 473

251) 56:86~56:88은기독교가국교로서국가체제와결합되어있는상태에대한비판임. 이러한상태를크리센덤(Christendom)이라고함. 당시유럽에서는크리센덤이지배적이었음.

252) 성경에서는천국에가면누가누구의왼쪽혹은오른쪽에앉는다는식의표현이많음.253) 기독교의성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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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8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6:82 장사치는황금을주고귀족신분을사지.

하지만내가봉한귀족은돈으로는살수없어.

돈으로살수있는것은전부싸구려뿐.

56:83 어떤집안, 어떤핏줄출신인지가아니라,

“어디를향해가고있는가?”를귀족으로서자네의명예로삼아야돼!

현재의자기자신을<넘어서기> 하려고안간힘을쓰고있는

자네의지와발걸음을귀족으로서자네의명예로삼아야돼!

56:84 자네가귀족이된것은임금을섬기기때문이아니야.

임금은무슨개뿔!

자네가귀족이된것은기존가치의수호자가되었기때문이아니야!

기존가치는무슨개뿔!

56:85 자네집안이궁정에서처신을잘했기때문도아니지.

자네가궁정이라불리는얕디얕은웅덩이에서

알록달록한옷을입고

플라밍고처럼오랫동안서있는법을배웠기때문도아니지.

56:86 오랫동안제자리에가만히서있을수있는것!

궁정의알랑쇠들한테는매우중요한능력이지.

그래서궁정의알랑쇠들은죽은후에얻게될기쁨251) 중에

<앉아도된다고허락받은상태>252)가반드시포함되어있다고믿지!

자네가귀족이된것은 56:87

47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54) 36:35, 42:10, 42:11, 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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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럽다고불리는귀신253)이자네조상을

<약속된나라>로데려갔기때문도아니지.

아무튼나는그<약속된나라>에대해찬양하지않아.

그나라에서자라는나무는, 나무중에서도가장나쁜나무,

십자가라고불리는나무이기때문이야.

그나라엔찬양할만한게아무것도없어!

성령이기사(騎士)들을이끌면 56:88

항상머리가꼬인놈과성미가비틀린놈이제일앞장서서설쳐!

아, 물론염소와거위들도성령의인도를받고함께가고있지.

아! 형제들! 자네들, 새로운귀족의귀족다움의근본은 56:89

뒤를보지않고앞을보는것에있어!

자네들, 새로운귀족집단은세상의모든나라로부터따돌림당할거야.

자네들은모국도없고조국도없는존재가될거야!

자네들은먼미래에등장할우리아이들의나라를사랑하게될거야. 56:90

<우리아이들의나라>에대한사랑을귀족다움의근본으로삼도록!

<우리아이들의나라>는머나먼바다건너아직발견되지않은땅에세워져.

자네들이타고갈배가그머나먼여행을견디어내기를! 제발!

56:91 자네의후손은자네조상의후손이기도해.

그점에대해자네는후손에게죗값을치러야돼.254)

바로그이유때문에자네는과거전체를구원해야돼!

이게내가자네에게부여하는새율법서판중하나!

제3부 475

255) 지성, 지적(知的)인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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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13w

56:92 “도대체무엇을위해사는가?

헛되고헛되도다! 산다는것은나무에올라물고기를잡으려는것과똑같다.

산다는것은스스로를불태우지만,

스스로는따듯해지지못하는것과똑같다”

56:93 이런식의케케묵은헛소리가‘지혜’로받아들여지고있지.

케케묵어서눅눅한곰팡이냄새가난다는점때문에,

사람들은이런엉터리가르침에대해더욱더존경해.

왕과교회만사람을고귀한귀족으로만드는힘이있는게아니야.

곰팡이에도사물을고귀한것으로만드는힘이있어.

56:94 코흘리개애들이라면위와같은소리를할수있어.

애들은불에데었던기억때문에불을보고손을움츠리잖아?

케케묵은‘지혜’에는아이들같은유치함이잔뜩들어있지.

56:95 산다는것은물고기를잡으러나무에올라가는거라고?

사람이그렇게헛된짓속에서만사는존재라면

어떻게자신의행위가헛된짓인줄알지?

자신의행위가헛된짓인줄안다는것은

이미헛되지않은무엇인가를알고실천할수있다는소리아니야?

이런소리를하는주둥이는막아버려야돼!

47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56) 28:20의주석10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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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8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런인종들은아무것도준비하지않고저녁식탁에앉는사람들이야. 56:96

입맛도별로없을거야.

그리고삶을헐뜯기나하고있는거지.

“헛되고헛되도다! 모든것이헛되도다!”

아! 형제들! 56:97

잘먹고잘마실줄아는것은결코헛된재주가아니야!

부숴! 기뻐할줄모르는자들의율법서판을부숴!

v14w

“마음이깨끗한사람에겐세상모든존재가깨끗하다” 56:98

라고인민은말하지.

하지만나는이렇게말해.

“악당에겐세상모든존재가악독한것으로변한다.”

그래서광신자들과위선자들이이렇게설교하는거야. 56:99

“세상은더러운괴물이다.”

이들은머리255)도푹숙이고있고가슴에도용기와활력이사그라진사람

이지.

56:100 이종자들의정신은더러워.

특히세상을엉덩이쪽, 뒤쪽에서보지않으면

마음의평화와휴식을얻지못하는종자들,

<저세상을믿는사람>들의정신은진짜더럽지.

56:101 그종자들은기분나빠하지만

나는그종자들의얼굴에대놓고이렇게말해.

제3부 477

56:110

5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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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8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세상도엉덩이를가지고있어.

그점에서인간과세상은서로닮았지. 거기까진맞아!”

56:102 세상에는더러운것이많지. 거기까진맞아!

하지만그렇다고해서세상전체가더러운괴물인것은아니야!

56:103 세상의많은것들에서고약한냄새가나는데에는깊은뜻이있어.

고약한냄새는구역질을나게하지.

사람은구역질때문에날개를창조해내는거야!

사람은구역질때문에<샘물을찾아내는능력>256)을창조해내는거야!

56:104 가장훌륭한것에도구역질을나게하는점이반드시있어.

가장훌륭한것도<넘어서야> 할존재인거야!

56:105 아! 형제들! 세상에더러운것이많이존재하는데에는깊은뜻이있어!

47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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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8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5w

신앙심깊은<저세상을믿는사람>들이이야기하는걸들은적있지. 56:106

그들나름대로는진심으로가식없이정직하게한답시고하는이야기지만

실은지독하게잘못되고지독하게위선적인소리지.

그들은이렇게말하더군.

“세상을그냥그대로돌아가게내버려둬. 56:107

세상에대해절대로, 절대로손가락질하지마!

인민을학살하고죽이고못살게굴고착취하는사람을그냥내버려둬. 56:108

그런행위에대해절대로, 절대로손가락질하지마!

사람은그런가혹한일을당하고난다음에야세상을버릴줄알게되거든.

그리고, 네자신의이성말이야. 그거, 네손으로목졸라죽여야돼. 56:109

이성은결국<이세상>의이성이거든.

이성을목졸라죽여야세상을버릴줄알게되지.”

부숴! 형제들! 신앙심깊은사람들이가지고있는

이케케묵은율법서판을부숴!

<이세상을헐뜯는사람>들의이런헛소리를자네의가르침으로박살내!

v16w

“진정으로많이배운사람은격렬한욕망과욕구를극복할수있는법이다.”

어두컴컴한골목길에서사람들은이런이야기를수군대고있더군.

제3부 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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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8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6:112“참된지혜를갖추게되면만사가시들해진다.

아무것도의미없다. 욕망하고욕구해서는안된다!”

요즘은시장에가도이새율법서판이걸려있는것을볼수있어.

56:113 부숴! 형제들! 이새율법서판을부숴!

세계에대해넌더리를내는종자들, <죽음을설교하는사람>들이

이율법서판을건거야. 감옥의간수들도함께걸었지.

왜냐하면봐! 이율법서판은감옥속의노예가되라고부추기는설교거든.

56:114 이종자들은잘못배웠어. 좋은것은아예배우지도못했어.

너무일찍너무서둘러서배운거야. 음식으로치자면허겁지겁먹은거지.

그래서토사곽란을일으키고있어.

56:115 이종자들의정신은토사곽란중.

이종자들의정신은죽음을부추기는중!

왜냐하면정신자체가곧위장이거든.

56:116 생명은기쁨이샘솟는샘.

하지만위장이토사곽란을일으켜울부짖는상태가되면

그인간에게는샘물도독이돼버리지.

위장이고장나면갖가지병이차례로다생길수밖에없거든.

56:117 깨달음!

사자와같은의지를가진사람에게는깨달음은기쁨이지.

하지만삶에대해넌더리를내는사람은

‘다른사람의의지에의해당할’뿐.

48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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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8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런사람은온갖세파의희생물이될뿐.

나약한사람은항상그래. 길을잃지. 56:118

그리고마침내삶에대해넌더리를내고이렇게말하게되지.

“도대체내가왜길을가려고하는거지?

그게무슨길이든, 어떻게되든, 무슨차이가있겠어?”

이지경에빠진사람은이런소리를들으면기분이좋아지지. 56:119

“아무것도의미없다! 아무것도욕구하지않아야한다!”

이런헛소리는노예가되라고부추기는소리야.

아! 형제들! 나, 짜라두짜는길을가는것에넌더리를내는모든사람에게 56:120

매서운바람처럼휘몰아치는존재야.

그런사람들은나때문에심하게재채기를하게될거야!

내자유로운숨결은벽도뚫고지나가! 56:121

내자유로운숨결은감옥속에도미치고

갇혀있는정신에게도미치지!

의지하면해방돼! 56:122

의지한다는것은창조한다는것이거든. 이게내가르침이야.

무언가를배운다면, 반드시창조하기위해서배워야돼!

그리고먼저나한테서배우는방법을배워. 56:123

잘배우는방법을배워! 내말, 알아들을귀가있는사람은알아듣도록!

제3부 481

56: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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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8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7w

56:124 강변에배가한척대어져있지.

강저편은아마, <무(無)의세계>인것같아.

이‘아마’를좇아강저편으로건널배를탈사람, 있어?

56:125 죽음으로가는배를탈사람은아무도없겠지?

그런데어떻게‘세상에넌더리를내는’게가능해?

56:126 세상에넌더리낸다! 하지만너희는아직땅을떠나지않고있잖아!

너희는아직도땅에사는것을탐내고있는데?

너희는땅에대해넌더리낸다는것자체를사랑하고있잖아?

56:127 너희가입술을삐쭉빼물고다니는건다쓸모가있어서하는짓이군!

땅에관한바람이그입술위에맴돌고있는데?

그리고너희눈알말이야.

땅에관한기쁨이아직생생히기억으로남아, 눈알속에서헤엄치고있잖아?

56:128 땅에는인간이정말잘만든발명들이있어.

어떤것은쓸모가많은발명이고어떤것은기쁨을주는발명이지.

이런발명들때문에땅을사랑해야하는거야.

56:129 여자의젖가슴처럼잘고안된존재들도많아.

기쁨을주면서도쓸모가많은존재들.

56:130 너희, 세상에넌더리내는종자들! 썩은흙덩어리같은종자들!

너희같은종자들은지팡이로흠씬두들겨패야돼!

48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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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9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지팡이로종아리를쥐어패면다시뛰어다닐걸!

너희가불구자가아니라면, 땅조차지겨워하는비참한존재가아니라면 56:131

너희는교활한게으름뱅이이거나

살금살금돌아다니는, 까다롭고욕망에가득찬고양이같은놈들이지.

즐겁게뛰어다니지않을거라면죽어버려!

구제할수없는종자들에대해선의사노릇을할필요가없지. 56:132

나, 짜라두짜는너희에게이렇게말해. “죽어버려!”

하지만하나를끝내는건하나를새로시작하는것보다용기가더있어야돼. 56:133

시인들과의사들은이걸다알아.

v18w

형제들! 세상에대한넌더리에서나온율법서판도있지만, 56:134

게으름, 썩어빠진게으름에서나온율법서판도있어.

두개는서로비슷하게말하지만사실은전혀달라.

세상에대한게으름에서나온율법서판에대해이야기해줌세.

목표를불과한치남겨두고지쳐나자빠진사람이있거든. 56:135

너무지쳐서될대로되라는식으로, 먼지구덩이속에퍼진거지.

원래는용감한사람이야!

너무 지쳐서, 자기가 가야 할 길을 보고 하품하고, 땅을 보고 하품하고, 목표를

보고하품하고, 자기자신을보고하품하지.

단한발자국도더나아가려고하지않아.

제3부 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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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9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원래는용감한사람이야!

56:137 태양이사정없이내리쪼이고개들이모여들어이사람의땀을핥지.

하지만될대로되라는식으로퍼질러누워있을뿐이지.

차라리그냥그상태로시들기원하는거야.

56:138 목표에서불과한치밖에안떨어진곳인데시들기원하는거야.

그래! 누군가머리끄덩이를잡아서목표까지질질끌고가면되는데!

원래는영웅이거든!

56:139 퍼진곳에서그냥누워있게내버려두는게나아.

잠을자게내버려두는거지. 잠은사람을위로해주잖아.

열을식혀주는비가부슬부슬내릴수도있지.

56:140 자기스스로깨어날때까지누워있게내버려두는게나아.

자기자신의힘으로지쳐서넌더리난상태를떨치도록.

지쳐서넌더리난상태에서그의마음에생겼던생각을떨치도록.

56:141 형제들!

얄밉게살금살금주위를맴도는게으름뱅이개들이나쫓아주게.

들끓는구더기같은놈들이나쫓아주게.

56:142 영웅이흘린피땀을핥아먹고사는,

“교양있다”고하는구더기같은놈들!

48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57) 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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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9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제3부 485

56: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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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9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9w

나는내주위에<나만의영역>을만들지. 56:143

원(圓) 모양의영역이지. 성스러운경계를가진영역이지.

내가오르는산들이점점더높아지게되자

나와함께오르는사람이점점더없어졌기때문이야.

점점더성스러운산들로이루어진커다란영역을만들게된거지.

아! 형제들! 56:144

자네들이나와함께산을오른다면몸에기생충을기르지않도록조심해!

아프고상처난부분에파고들어배를불리고살이오르는벌레. 56:145

유연하게기어다니는벌레.

그게기생충.

<높은곳>을오르는영혼에있는, 지쳐있는부분을귀신같이알아내. 56:146

그게기생충의재주야.

자네영혼안에있는슬픔, 낙담, 부드러운겸손함을찾아내는거야.

그리고거기에흉측한집을짓지.

강인한사람의영혼중에약한부분, 56:147

고귀한사람의영혼중에지나치게부드러운부분,

거기에흉측한집을지어.

위대한사람이가지고있는작은상처에기생충은자리를잡는거야.

48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58) 51:3925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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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9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무엇이제일고등한존재고무엇이제일하등한존재지? 56:148

기생충이제일하등한존재지.

하지만제일고등한존재가기생충을먹여살려.

56:149 고귀한사람들의영혼은긴사다리를가졌지.

그래서참으로깊은곳까지내려갈수있지.

기생충들이 그렇게 훌륭한 영혼을 좋아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 아니

야?

56:150 고귀한사람의영혼은한없이넓어.

그안에서달리고, 헤매고, 멀리까지방랑할수있거든.

고귀한사람의영혼은세상에반드시필요해.

기쁘게<확률과우연> 속으로뛰어들수있거든.

56:151 고귀한사람의영혼은<변하여되어가기>에뛰어들기원하지.

그런영혼은욕심이많아서, 한층다른것에대한

욕망과갈망을가지기의지하지.

56:152 자기자신으로부터벗어나서

크게원을그린후다시자기자신을따라잡는영혼이지.257)

그래서지혜로운영혼일수록어리석음에더잘넘어가.

56:153 자기자신을깊게사랑하는영혼.

세상만물이그안에서이리저리흐르고물결치고

밀물로차오르고썰물로빠지기를반복하는영혼.

가장고귀한영혼이가장흉측한기생충을가지고있는것은

제3부 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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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9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당연한것아닌가?

48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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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9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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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들! 내가잔인한건가? 56:154

잔인하든말든한마디더해줌세.

“밑으로떨어지는것은더빨리떨어지게눌러줘야한다!”

요즘시대에선모든것이떨어져내리고있지. 썩어가고있어. 56:155

이러한추세를막을수있는사람은도대체누구일까?

천만에! 나는이러한추세를더가속하고싶어!

가파른절벽을향해돌을굴릴때의기쁨을알아? 56:156

요즘시대의사람들!

내가마련한절벽으로이사람들이굴러떨어지는것을한번봐!

이사람들을더화끈하게굴러떨어지게만들사람들이

앞으로줄줄이생길거야.

나는전주곡일뿐이지. 형제들! 나는모범사례일뿐이야!

모범사례, 짜라두짜를따르도록!

날수있는법을가르치지않을사람에게는 56:158

더빨리떨어지는법을가르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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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용감한사람을좋아해. 검객을좋아하지. 56:159

제3부 489

260) 생각하는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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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9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검객인것만가지고는부족해.

누구를향해칼을뽑을것인가를알아야하거든!

56:160 참고<그냥지나가기>258)를하는편이

칼을휘두르는것보다더큰용기가있어야할때가많아.

좀더가치있는적을위해힘과생명을아끼는거야!

56:161 자네가증오하는적을가져야돼. 경멸하는적을가지면안돼.

자네적에대해자랑스럽게생각해야돼. 전에나는이말을한적있지.259)

56:162 좀더가치있는적을위해힘과생명을아껴야돼.

많을것들을참고<그냥지나가기> 해야지.

56:163 특히인민과인민들에대해자네귀에대고시끄럽게떠드는

어중이떠중이들은반드시<그냥지나가기> 하도록!

56:164 어중이떠중이들이요란하게제시하는

‘찬성’과‘반대’는거들떠보지도않는게좋아.

그‘찬성’과‘반대’안에는

옳은것도많이포함되어있고

아주그릇된것도많이포함되어있거든.

지켜보고있자면화만잔뜩날뿐이야.

56:165 이‘찬성’과‘반대’에관해서는‘지켜보기’한다는것은결국엔

칼을휘둘러베어넘기는것이될수밖에없어.

그러니숲으로떠나! 칼을잠재우게!

자네자신의길을가! 56:166

49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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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9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인민과인민들은그들의길을가도록내버려둬!

나는확신해. 그길은어두운길이야.

이미한점의희망도존재하지않는길이야!

황금이있는곳은장사치들이다스리라고내버려둬! 56:167

왕들이다스리던시대는끝났어.

요즘스스로인민이라고부르는인종들은왕을가질자격이없어.

요즘인민들이장사치처럼행동하는것을봐. 56:168

온갖종류의쓰레기더미에서

낱알알갱이하나라도줍느라고환장하지.

요즘인민들은서로를등쳐먹으려엎드려서기다려. 56:169

번지르르한말로상대를속여먹지.

이런행동을‘좋은이웃다운처신’이라고불러.

아, 아득한옛날이훨씬나았지.

그때인민은이렇게이야기했어.

“우리인민이다른모든지역의다른인민들을지배하기원한다!”

형제들! 우리중<최상의사람>들이지배해야돼. 56:170

<최상의사람>들이지배자가되고자해야돼.

이렇게가르치지않고다른소리를하는곳에서는

<최상의사람> 자체가존재하지않는거야.

제3부 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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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9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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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71 사람이땀흘려일하지않고

공짜로생계가해결되는세상이된다면…

아! 사람이도대체무엇을요구하게될지!

생계를위해최선을다해노력하는것,

그것이야말로최대의오락이야.

그러니삶은당연히고달파야지!

56:172 사람은육식맹수야.

사람의‘일’에는강도질같은요소가좀포함돼있지!

사람의‘소득’에는사기같은요소가좀포함돼있지!

그러니사람의삶은당연히고달파야지!

56:173 삶이고달파야사람은좀더뛰어난맹수가될수있어.

좀더민감하고, 좀더똑똑하고, 좀더사람같은맹수가될수있어.

인간은맹수중에서가장뛰어난맹수거든.

56:174 인간은모든짐승의장점을빼앗아죄다자기것으로삼았지.

그때문에모든짐승중에인간의삶이가장고달픈거야.

56:175 새들의장점만아직못빼앗았을뿐이야.

하지만인간이비행하게된다면인간의탐욕이어디까지치솟게될지!

49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61) 56:109262)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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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0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제3부 493

263) 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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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0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23w

나는남자와여자가이랬으면좋겠어. 56:176

남자는전쟁에능하고여자는애를잘낳아야돼.

그리고남자와여자모두춤을잘춰야지.

발로추는춤도잘춰야되지만머리로추는춤260)도잘춰야지.

한번이라도춤을추지않았던날은아예없었던날로생각해야돼! 56:177

웃음을터뜨리게하지못했던지혜는모두가짜지혜!

v24w

결혼은일종의계약이지. 56:178

결혼계약이나쁜계약이되지않도록주의해야돼!

너무성급히결정하게되면결혼이파탄에이르지.

갈라서는편이왜곡되고거짓된결혼생활을하는것보다는나! 56:179

언젠가어느여인이내게말한적있지.

“네! 저는결혼을파탄으로몰고가서갈라서게되었죠.

하지만그전에결혼이저를파탄으로몰고갔지요.”

잘못결혼한사람은자신의잘못된결혼에대해한없이복수하려고들지. 56:180

독신이아니라는점에대해주변의모든사람들을원망하고괴롭혀.

정직한사람이라면상대방에게이렇게말해야한다고생각해. 56:181

“우리는서로사랑하지요.

우리가계속사랑할수있을지한번확인해보는게어떨까요?

49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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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0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혹은, 사랑의약속이실수였는지한번확인해보는게어떨까요?

56:182 단기적인임시결혼을먼저해볼수있다면

진짜결혼을할수있을지어떨지확인할수있지않을까요?

다른사람과항상함께지내야한다는건심각한결정사안이거든요.”

56:183 나는정직한사람에게는위와같이충고하지.

초인을사랑하고미래에벌어질일들을사랑하는사람이라면

결혼에대해이정도충고는해야하지않겠어?

56:184 결혼이라불리는아름다운정원에서

앞을향해나아갈뿐아니라

위를향해서도나아가는자손을얻기를!

v25w

56:185 기존의것혹은옛것이과거에어떻게기원했는지잘아는사람은

미래의새로운것을탄생시킬샘물을찾아나서게되지.

56:186 형제들! 얼마지나지않아새로운인민들이번성하게될거야.

새로운샘물이뿜어흘러깊은물을이루게될거야.

56:187 지진은우물을막히게만들어곳곳에목마름을초래하기도하지만

숨겨진힘, 숨겨진사실을드러내기도하거든.

지진은새로운샘물을드러내지. 56:188

케케묵은인민이지진으로터져나갈때새로운샘물이터져나오게돼.

제3부 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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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0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때누군가새로운샘물을발견하고이렇게외치게돼. 56:189

“여기보십시오! 갈증있는사람들은여기로오십시오!

갈증있는사람들의목마름을풀어줄수있는샘이여기있습니다!

갈망하는사람들은보듬을수있는마음이여기있습니다.

다양한사람들을하나로엮어세울수있는의지가여기에있습니다!”

누가지휘하고누가복종할거지? 56:190

여기에서는지휘할사람과복종할사람을실험을통해검증해서뽑아!

긴시간에걸친탐색, 성공, 실패, 다시실험!

인간사회는하나의실험이야. 기나긴탐색이지. 56:191

인간사회는지도자가될사람을찾는거야!

형제들! 사회는실험이고탐색이야! 56:192

‘계약’에의해만들어진게아니야!

자유로운개인사이의계약에의해사회가만들어졌다고주장하는

마음약한종자들, 절충주의종자들의주장을부숴! 부숴버려!

v26w

형제들! 56:193

인류의미래전체를가장심각하게위협하는자들은누구지?

<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들아니야?

49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64) 니체는자기자신의<선과악>을정립한사람을‘운명’이라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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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0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6:194 가슴깊이이렇게느끼고말하는사람들이야말로가장위험한거아니야?

“선이무엇인지, 정의가무엇인지우리는이미다알고있다.

우리는이미선과정의를가지고있다.

여전히선과정의를찾고다니는자들에게재앙이있을것이다.”

56:195 사악한사람이끼치는해악보다

<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자들이끼치는해악이정말해롭지!

56:196 <이세상을헐뜯는사람>261)들이끼치는해악보다

<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들이끼치는해악이정말해롭지!

56:197 아! 형제들! 예수라불린유대인젊은이262)가예전에

<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들의영혼을들여다보고이렇게말한적이있어.

“이들은바리새같은사람들이다!”

하지만사람들은그젊은이의말을이해하지못했지.

56:198 <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들역시그젊은이의말을이해하지못해.

“나는선량하고정의롭다!”라는자부심속에정신이갇혀있거든.

정신을가두는이우둔한자부심은한없이교활해.

한번가두면절대로놓치는일이없지.

56:199 그래서<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들은바리새가될수밖에없어.

이게진실이야. 다른선택이없어!

<선량하고정의로운자들>은자기자신의미덕을만들어내는사람을 56:200

제3부 497

26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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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0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십자가에못박아죽일수밖에없어! 이게진실이야!

<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들의본성, 그들의기질과마음의특징을 56:201

두번째로발견한사람, 짜라두짜는이렇게물었어.

“이사람들이가장깊게증오하는사람이어떤사람이지?”

이인종들이가장깊게증오하는건창조자야. 56:202

창조자는율법서판을부수고옛가치를부수는사람이지.

이인종들은창조자를‘법질서를파괴하는자’라고불러.

<선량한사람>은창조할수없거든. 56:203

이들은항상종말을시작하는역할을할뿐.

이종자들은새율법서판에새가치를새겨넣는사람을붙잡아 56:204

십자가에못박아죽이지.

이종자들은미래를잡아먹고살아.

이종자들은인류의미래전체를십자가에못박아죽이는거야!

<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들은항상종말을시작하는역할을했어. 56:205

v27w

아! 형제들! 지금한말이해하겠어? 56:206

49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66) 31:20~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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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0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가전에<마지막인간>263)에대해말했던것이해하겠어?

56:207 인류의미래전체를가장심각하게위협하는자들은바로

<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들이야!

56:208 부숴! <선량하고정의로운사람>들을부숴!

아! 형제들! 내말이해하겠어?

v28w

56:209 나한테서도망가는거야? 겁나서?

그런말들으니까부들부들떨리는거야?

56:210 아! 형제들!

내가<선량한사람>들을부수고

그들의율법서판을부숴야된다고말해줌으로써,

인류는비로소탁트인망망대해로나가게된거야.

56:211 그말을듣고인류는비로소,

<선과악>이무너진것을정면으로직시할때느끼는

지독한공포, 지독한구역질, 지독한뱃멀미를느끼게되지.

56:212 <선량한 자들>이“땅이다!”라고 가르친 것은, 실은 땅이 아니

야.

<선량한자들>이“안전하다!”라고가르친것은, 실은안전한게아니야.

자네들은 애초 <선량한 자들>의 거짓말 속에서 태어났고 그 속에서 자랐

제3부 499

57:1

267) <영원반복>에대한생각. 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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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0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지.

모든것은밑바닥까지철저하게왜곡되고비틀려있어.

56:213‘인간’의본성을알아낼수있는사람은

‘인류의미래’가무엇인지감지할수있어.

항해자가돼야돼! 용감하고끈덕진항해자가돼야돼!

시절이좋을때꼿꼿이서! 형제들! 꼿꼿이서는법을배워! 56:214

이제바다에풍랑이치잖아!

많은사람들이, 꼿꼿이서기위해자네들의도움을받기원해!

이제바다에풍랑이치잖아! 바다를벗어날길없어. 56:215

좋아! 자! 자네, 노련한뱃사람의용기를가진사람들!

조국? 웃기는소리! 우리는조국을버리고멀리가는거야. 56:216

우리아이들의나라가있는곳으로가는거야!

우리들의갈망은멀리, 저멀리풍랑보다더폭풍같이휘몰아쳐가지!

v29w

“왜그렇게딱딱하게구는거야? 우린, 가까운친척아니야?” 56:217

숯이다이아몬드에게말했지.

아! 형제들! 56:218

50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68) 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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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0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왜그렇게부드럽게굴지?”

라고내가거꾸로묻고싶어. 자네들은내형제들이잖아?

왜그렇게부드럽게굴지? 굴종하면서살지? 양보하면서살지? 56:219

자네마음은왜그리많은것을부인하고거부하면서살지?

자네눈빛속에는왜운명이보이지않지?

제3부 501

269) 27:12

57:10

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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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0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6:220 운명이되지않는다면, 가차없는운명이되지않는다면264)

나와함께정복하러나설수없잖아!

56:221 자네가한없이단단한존재가되어가르고잘라야할것들을

가르고자르고또가르고자르지못한다면,

나와함께창조자가될수없잖아!

56:222 창조자는단단하고엄격해야돼.

앞으로천년을견딜수있는것을,

흐물흐물한밀랍위에손바닥을꾹눌러찍듯이

<수천년> 위에찍으려면단단한존재가돼야돼.

그런존재가되는것을축복으로여겨야돼.

56:223 <수천년>을지배할의지위에

자신의의지를써넣으려면

창조자는금속보다더단단하고금속보다더고귀한존재가돼야돼.

그런존재가되는것을축복으로여겨야돼.

가장고귀한자만이완벽히단단해질수있어.

56:224 아! 형제들!

이게자네들머리위에걸어둘새율법서판중하나.

“단단하고엄격해져야한다!”

50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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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1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30w

아! 내<의지>! 56:225

자신이욕구하는것을제외한다른일체의필요를제거하는존재!265)

사소한승리에한눈팔리는일없도록나를보호해주렴!

아! 내<의지>! 56:226

영혼의운명을, 내가그냥‘운명’이라부르는것을결정짓는존재!

내속에있기도하고내밖에서나를굽어보기도하는존재!

나로하여금사소한것에한눈팔게하지말고거대한운명에맞서게해주렴!

아! 내<의지>! 56:227

너의마지막위대한힘은너자신을위해남겨놓으렴!

승리의순간에도여전히가차없이힘을발휘할수있도록!

아! 승리한후에망조가들지않았던자가누가있던가!

<승리에취한황혼>에잠겨눈이풀리지않은자누가있던가! 56:228

그리하여넘어진후다시일어나는법을잊어먹지않은자누가있던가!

아! 내<의지>! 56:229

나로하여금<위대한정오>에,

시뻘겋게달아올라, 녹은동(銅)물이뚝뚝흐르는동광석(銅鑛石)같이,

혹은사정없이번개를때려낼수있는검은구름같이,

혹은한껏부풀어오른암소의젖통같이

제3부 503

270) 번역자는 57:16~57:21에서 짜라두짜가, 스스로 이미 믿지 않는, 주관주의적 감각론(Sensualism)을 짐짓이야기하고있다고생각함. 니체는『선과악을넘어서』14장에서감각주의를통렬히비판함.

짜라두짜003부(351~540)3.3 2010.5.27 7:17 PM 페이지503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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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1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잘준비되어한껏성숙해져있도록네마지막힘을남겨놓으렴.

56:330 <위대한정오>가왔을때,

나와내비밀스런<의지>는준비가다끝난상태.

화살을먹여달라고보채는활같은상태.

목표가된별을향해날아가려고보채는화살같은상태.

56:331 별과같은상태!

<위대한정오>를맞이하기위해성숙한별과같은상태.

별빛을뭉개버리는태양의햇살속에서

기쁘게투명하게빛나고있는별과같은상태.

56:332 태양과같은상태!

별역시또하나의태양!

별역시가차없는<태양의의지>를가진존재!

별역시다른별에대해승리해서

다른별빛을뭉개버릴준비를하고있는존재!266)

56:333 아! 내<의지>!

자신이욕구하는것을제외한다른일체의필요를제거하는존재!

나로하여금사소한승리에한눈팔게하지말고

거대한승리를거둘수있게해주렴!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50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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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1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w

짜라두짜가 마침내 동굴로 돌아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였어. 어느 날 아

침이었어. 짜라두짜는 벌떡 자리에서 튀어 일어나더니 미친 사람처럼 끔찍한

비명을 지른 거야. 마치 잠자고 있던 짜라두짜 모르게 누군가 다른 사람이 침

대로 들어와 옆에 누운 것을 짜라두짜가 잠결에 뒤늦게 알게 된 것처럼. 잠결

에누군가를몸으로밀쳤는데문득모르는사람이옆에누워서안일어나고버

티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처럼. 오싹했던 거지. 짜라두짜의 비명이

얼마나 새되던지 그가 돌보는 독수리와 뱀이 짜라두짜에게 무슨일이 벌어진

줄알고냉큼달려왔어. 짜라두짜동굴옆에사는짐승들은죄다도망갔지. 강

한날개를가진놈들은날아서도망갔고, 푸드득거리는날개를가진놈들은푸

드득거리면서 도망갔고, 기어갈수있는 놈들은기어서 도망갔고, 깡충깡충뛸

수있는놈들은뛰어서도망갔어. 각자타고난발과날개를사용해서죽을힘을

다해 도망갔어. 그러거나 말거나 짜라두짜는 독수리와 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지. 꿈에서<절벽같이까마득한생각>을불러일으켰던일을이야기한거야.

일어나! <절벽같이까마득한생각>!267) 일어나! 57:2

내영혼의밑바닥에서일어나서나와!

이잠에취한버러지같은놈아!

제3부 505

271) 46:45272) 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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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1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는수탉처럼, 새벽처럼네놈의잠을깨우는거야!268)

57:3 귓구멍을잘뚫고들어, 이놈아!

오늘은네놈이내는소리를들어봐야겠어!

일어나! 일어나!

이정도천둥소리를냈으면무덤도놀라서일어나겠다!

57:4 네놈눈알은아직도졸음이덮여서침침하고맹하구나!

눈알을비벼!

내말을귓구멍으로만듣지말고눈알로도잘들어봐!

내목소리는맹인들도눈을뜨게하는보약이거든.

57:5 그리고이제한번잠이깨었으니까앞으로계속깨어있어야돼.

증조할머니를잠에서깨운다음“할머니, 다시주무세요!”

라고말하는식의일을하는것은내취미가아니야.

57:6 이제몸을좀움직이는거야? 기지개도켜고? 몸움직이는소리를내는거야?

일어나! 일어나!

우득우득몸움직이는소리를내라고깨운게아니야!

나에게말해보라고깨운거야!

신안믿는짜라두짜가네놈을불러낸거야!

57:7 짜라두짜는생명을옹호하는자, 고통받는존재들을옹호하는자,

동그라미269)를옹호하는자!

그런내가너, <절벽같이까마득한생각>을불러낸거야!

아! 이제오는구나! 음, 네소리가들려! 57:8

50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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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1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절벽같이까마득한생각>!

나는이제내마음가장깊은곳에있던것을빛으로끌어낸거야!

아! 이리와! 앞발, 이리내봐! 57:9

이런! 핥지마! 이런! 이런!

구역질! 우에엑! 우에엑!

젠장!

v2w

짜라두짜는이말을마치자바로죽은사람처럼꼿꼿이뒤로넘어갔어. 그리고

꽤오랫동안시체같은상태로지냈지. 정신을차린후에도창백하고부들부들

떨면서 자리에 누운 채 마시지도 먹지도 않았어. 이런 상태가 칠 일 동안 계속

됐지. 독수리와 뱀은 밤낮으로 짜라두짜 옆을 지켰어. 독수리만은 먹을 것을

구하러 밖으로 날아갔지. 밖에서 구한 것은 모두 짜라두짜의 침대에 놓았지.

그덕분에짜라두짜는빨간산딸기, 노란산딸기, 포도, 장밋빛사과, 달콤한냄

새가 나는 허브, 잣 같은 것들에 묻힐 지경이 되었지. 게다가 발치에는 양이 두

마리자빠져있었어. 독수리가엄청고생해서양치기를따돌리고가로채온양

이었지.

마침내칠일이지났어. 짜라두짜는침대에서일어나장밋빛사과를손에들었

지. 냄새를 맡았어. 냄새가 기분 좋게 느껴졌어. 그래서 독수리와 뱀은 짜라두

짜와이야기할때가되었다고생각했지.

57:12 “아! 짜라두짜님! 칠일동안그렇게누워있었다고요!

눈도뜨지않고말이죠!

이제일어서실때가된거아닙니까?

제3부 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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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1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7:13 동굴밖으로나가세요.

세상이하나의거대한정원같아요.

짜라두짜님을기다리고있는것만같지요.

바람결에짙은꽃내음이실려오고있지요.

꽃내음도짜라두짜님을그리워하는것처럼느껴지지요.

시냇물도짜라두짜님뒤를따라달릴것만같을거예요.

57:14 모든존재들이다짜라두짜님을그리워하고있는거예요.

칠일동안이나혼자누워있었으니까!

동굴밖으로나가세요!

모든존재들이손을걷어붙이고

짜라두짜님을고칠의사노릇을하고싶어해요!

57:15 그동안새로운깨달음이생긴건가요?

씁쓸하고마음을짓누르는깨달음인가요?

효모를넣어잔뜩부풀어오르는반죽처럼되었던거지요?

영혼이부풀어올라넘친거지요?”

독수리와뱀이이렇게말하자짜라두짜가대답했어.

“이녀석들! 계속이야기해봐! 너희들의이야기를더듣고싶구나. 57:16

너희의말소리는정말기운을북돋워주는구나.

말소리가들리면세상이정원같이느껴져.

말과음악이존재한다는건정말다행이야.

50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73)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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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1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말과음악은, 실제로는영원히분리되어있을수밖에없는존재들을

이어주는듯한착각을주는무지개나다리같은역할을하잖아?

영혼은각각그자체로서하나의세계야. 57:17

어느한영혼의입장에서보면다른영혼들은모두<저세상>이지.

겉모습이아주비슷한경우우리는아주완벽하고아름답게속지. 57:18

두개가똑같다고착각하지.

하지만아주비슷한것사이에존재하는

가장미세한차이야말로정말메우기어렵거든.

자, 나를봐. 57:19

모든것은내가감각하고생각하는것이야.

그러니<내몸밖의세계>가어떻게존재하겠어?270)

‘몸밖’이란존재하지않아.

하지만음악을들을때우리는이런것을잠시잊어먹을수있지.

잠시잊어먹을수있다는건정말달콤한일이지!

모든존재란인간이부여한이름과음악아니겠어? 57:20

이름과음악을부여했기때문에사람들은존재들에서위안받을수있지.

언어는아름다운광대짓일뿐.

언어를씀으로써사람은모든존재위에서춤추는거지.

57:21 언어는정말달콤한거짓.

음악도정말달콤한거짓.

음악이있기때문에삶에대한우리의사랑은

오색찬란한무지개위에서춤을추지.”

제3부 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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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1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7:22 짜라두짜의이야기를들은, 독수리와사자가말했어.

“아! 짜라두짜님.

언어나음악이사물이춤추는것처럼보이게하는게아니에요.

우리같이생각하는존재에게는사물자체가춤추고있어요.

세상만물이우리에게와요.

춤추자고손을내밀죠. 웃지요. 그리고도망가요.

그리고다시돌아와요.

57:23 모든사물이멀리가요.

모든사물이다시돌아와요.

존재의바퀴는영원히돌고돌지요.

모든생명이죽지요.

모든생명이다시피어나지요.

<존재의주기>는돌고돌지요.

57:24 모든것은부서지지요.

모든것은다시결합되지요.

<존재의집>은스스로부서졌다가

항상동일한모습으로다시지어지는것을영원히반복하지요.

모든것은이별하지요. 모든것은다시만나지요.

<존재의동그라미>는자기자신에대해영원히진실되지요.

존재는매순간거듭시작하는거예요. 57:25

51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74) 니체 스스로 <영원 반복>이‘위안을 위해 만들어 낸 생각’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음. ‘위안(Trost)’이라는단어와‘생각해 내다/만들어 내다/꾸며 내다(erfinden)’라는 단어를 주목할 필요가 있음. 니체는 하나의

‘가설적도구’로서영원반복을이야기하고있다는것을명확히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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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1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여기’라불리는매순간주위마다‘저기’라불리는공이구르는거예요.

모든곳이다중심이에요.

<영원은길>은휘어져있는거죠.”

독수리와뱀의이야기를들은짜라두짜는웃으며이렇게이야기했지.

“아! 이녀석들! 완전히광대에다떠버리가다됐군! 57:26

내가칠일동안꼼짝못한채

깨우쳐야했던것을잘도떠벌이는구나!

새까만뱀이내목구멍으로기어들어와, 57:27

내숨통을막았던것을잘도알고있구나!271)

하지만나는그뱀의대가리를물어뜯어내뱉어버렸지.272)

그런데, 너희는내가겪었던일을다알고, 57:28

어느새시(詩)까지만들어읊고있는거야?

하지만난그새까만뱀의대가리를물어뜯었던것도넌더리나고

뱀대가리를뱉었던것도넌더리나서이렇게누워있지.

간신히구원된거잖아. 아직도얼얼해.

내가그꼴을당하고있었는데, 너희녀석들은보고만있었단말이지? 57:29

이런잔인한녀석들!

내가지독한고통을겪는것을구경하고싶다는말이지?

꼭사람같이됐구나!

사람이야말로가장잔인한짐승이지.

57:30 사람은우선비극을좋아하잖아!

투우도좋아하지. 십자가에못박아죽이는것도좋아하지.

제3부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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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1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게다가자기자신을위해서지옥이란걸생각해냈지.

생각만해도아찔하고끔찍한걸생각해낸거야.

게다가봐! 이게사람이만들었다고하는‘지상낙원’이잖아.

57:31 위대한인물이고통에몸부림치며비명을지르면

좀팽이같은인종들이잽싸게달려오지.

입가에침을흘리며혀를빼물고달려와.

이렇게침을질질흘리고혀를빼문것을‘연민’이라고부르더군.

57:32 좀팽이같은인종들, 특히시인들은

생명에대해, 삶에대해온갖비난을퍼붓지!

하지만좀팽이같은인간들이

삶에대해비난을퍼부으면서기쁨을느끼고있다는것을유심히봐둬!

57:33 <삶을비난하는사람>들!

하지만삶은이런인종들을냉정한눈초리로바라볼뿐이야.

삶은이인종들에게이렇게말하지.

“너, 날사랑하니? 하지만좀기다려. 너를위해내줄시간이아직없거든.”

57:34 사람은자기자신에대해서도가장잔인한동물이야.

자기자신을두고‘죄많은인간’이니, ‘십자가를맨인간’이니

‘참회하는인간’이라고부르는종자들을잘봐둬.

이렇게구시렁거리며삶을비난하는소리속에실은,

관능적쾌락이숨어있는게보이지않아?

아! 나자신에대해말하자면… 57:35

나는<사람을비난하는사람>이되고싶은걸까?

51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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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2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 이녀석들아!

나는이것한가지는깨우쳤어.

한사람안의가장사악한요소야말로

그사람의가장훌륭한요소가꽃피울수있게하는데필요하다는것.

한사람속에존재하는가장사악한요소야말로, 57:36

그사람을정말훌륭한창조자로거듭나게만들기위해필요한

가장강력한힘이고가장단단한원석(原石)이야.

사람은더훌륭한사람으로동시에, 더사악한사람으로변해가야돼.

사람이사악한존재임을안다는것은 57:37

고문말뚝에매달려고문당하는것같이고통스러운일이아니지.

하지만나는정말끔찍한비명을질렀어.

사람이사악한존재임을알게되어비명을질렀던게아니야. 57:38

사악해도왜그리조잡하고치졸하게사악한것인지!

훌륭해도왜그리별볼일없는수준으로훌륭한것인지!

인간에대한구역질이심하게치밀어올랐지. 57:39

구역질에숨이막혔어. 구역질이목구멍을막았어.

그전에어느철학자가예언했지.273)

‘모든것이하나다. 아무것도의미없다. 지식은숨막히게할뿐이다.’

57:40 구역질을하고나니까

길고긴황혼이내앞에서절뚝거리며걷고있더군.

제3부 513

275)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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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2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숨이넘어갈정도로지쳤을때생기는슬픔이,

죽음에매혹되었을때생기는슬픔이가슴에차오르더군.

그리고하품이나오듯이런생각이들었어.

57:41 ‘넌더리나는인종들, 좀팽이같은인종들은

영원히반복해서등장하는구나.’

슬픔에묻힌채하품을하듯이생각을자꾸하게되더군. 잠도안왔어.

57:42 인간이사는이땅은내게

동굴과다를바없는존재가됐었지.

이땅의가슴은동굴처럼움푹꺼져내려앉았고

숨을붙이고있는인간들도내게는

죽어서썩어가는시체, 죽어서썩은뼈다귀,

죽어서내버려진채서서히부패하고있는과거에지나지않게됐어.

57:43 나는인간의무덤을보며주저앉아한숨만푹푹쉬었지.

일어날생각이안드는거야.

앉은채한숨짓고나자신에게묻고또물으면서.

밤낮으로꺼억꺽울고흐느끼고이를갈고물어뜯고소리를질렀어.

51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76) 임종축복. 신을믿지않기때문에성직자가아닌자신이스스로축복함.

짜라두짜003부(351~540)3.3 2010.5.27 7:17 PM 페이지514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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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2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 이인종들은영원히반복해서생겨나는구나! 57:44

이좀팽이같은인종들은영원히반복해서생겨나는구나!’

훌륭하다고하는인종들과좀팽이같다고하는인종들모두, 57:45

벌거벗은모습을본적이있어.

둘다똑같아.

훌륭하다고하는인종들도너무나인간적일뿐이야!

가장훌륭하다고하는인간도좀팽이일뿐이야. 57:46

그래서인간에게정말구역질이나지!

이중의최악의좀팽이들도영원히반복된다니!

그래서존재하는것모두에게구역질이나는거야.

아! 구역질! 우에엑! 우에엑!” 57:4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하고 한숨을 짓고 몸을 부르르 떨었지. 구역질이

나면서 다시 그 환멸의 느낌이 생생해졌거든. 독수리와 뱀은 짜라두짜

가더이상말을하지못하도록말렸어.

“더이상말씀하지마세요. 지금회복기환자잖아요!” 57:48

독수리와뱀은이렇게말했지.

“동굴밖으로나가세요.

온세상이짜라두짜님의정원인것처럼기다리고있지요.

장미꽃도보고벌도보고비둘기떼도보세요! 57:49

하지만특히아름답게노래하는새들을보도록하세요.

제3부 515

277) 정신은, 머리에속한것, 즉지성, 지능을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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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2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노래하는법을배울수도있잖아요!

57:50 회복기에있는사람은노래를해야되지요.

이야기하는것은건강한사람들더러하라고내버려두세요.

하기야건강한사람도노래를부르려할때가있지만,

그때노래는회복기환자의노래와는다른법이죠.”

57:51 독수리와뱀의이야기를들은짜라두짜는웃으며이렇게이야기했지.

“아! 이녀석들! 완전히광대에다떠버리가다됐군!

조용히좀해!

내가칠일동안꼼짝못한채스스로위안을얻기위해,

무엇을생각해냈는지도다아는것같구나!274)

57:52 꼼작못하고누운채한번더노래를불러야한다고생각했지.

한번더노래하겠다는생각과병을떨쳐야겠다는생각을했어.

너희는그게어떤생각이었는지한번더알아맞혀서

시(詩)를만들어한번읊어보고싶지?”

57:53 독수리와뱀은이렇게대답했어.

“더말씀하지마세요.

차라리먼저리라를준비하세요.

짜라두짜님은이제겨우회복기에들어선사람이잖아요!

새리라를준비하세요.

51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78) 37:36, 37:37

짜라두짜003부(351~540)3.3 2010.5.27 7:17 PM 페이지516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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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2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7:54 보세요! 짜라두짜님!

앞으로부르실새노래를위해선리라도새로준비해야돼요.

노래를부르며차라리부글부글끓어넘쳐버리세요. 57:55

아! 짜라두짜님!

새노래로짜라두짜님영혼의상처를치료하세요.

영혼이아물어야짜라두짜님의위대한운명을짊어질수있을것아닌가요?

짜라두짜님이짊어질위대한운명은아직까지

그누구도감당한적없는운명아닌가요?

짜라두짜님이돌보는짐승들인저희는잘알지요. 57:56

아! 짜라두짜님!

당신이현재누구이며, 당신이앞으로누가되어야하는지저희는잘알지요.

보세요! 당신은<영원반복>을가르치는자아닌가요?

그게당신의운명아닌가요!

당신이처음으로이가르침을가르치는사람이되어야만한다는것! 57:57

이위대한운명은정말커다란위험을수반하는운명아닌가요?

이운명을마주하게되면당연히몸이크게아프지않을까요?

보세요! 57:58

저희는짜라두짜님이이렇게가르칠것을알고있지요.

‘모든사물은영원히반복된다.

모든사물과함께우리도영원히반복된다.

제3부 517

279) 22:24280) 27:12281) 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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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2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우리는이미무한히여러번살았다.

지금과똑같은세상에서

지금과똑같은존재들과함께우리는이미무한히여러번살았다.’

짜라두짜님은또이렇게가르치겠지요. 57:59

‘<변하여되어가기>가한바퀴일어나는거대한주기가있다.

거대한, 아주거대한주기가있다.

이주기는8자모양의유리병모래시계처럼

뒤집히면다시시작되고또뒤집히면또다시시작된다.

그래서다시흐르고또다시흐른다.

57:60 그래서주기와주기는똑같이닮았다.

크게보아도똑같이닮았고작고자세하게보아도똑같이닮았다.

한주기에산우리도,

다른주기에산우리도,

또다른주기에산우리도똑같이닮았다.

모든주기에걸쳐우리는우리와똑같이닮았다.

크게보아도똑같이닮았고작고자세하게보아도똑같이닮았다.’

57:61 아! 짜라두짜님!

짜라두짜님이만약지금숨을거두게된다면

자기자신에게무슨말씀을하실지, 저희는알지요.

물론지금죽지는마세요!

57:62 짜라두짜님은숨을거두면서

51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82) 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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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2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겁이나서부들부들떨면서말하는게아니라

기쁨에넘쳐이렇게말할게틀림없지요.

왜냐하면짜라두짜님을짓눌러왔던

무거운짐, 무거운압박감이사라지게된거니까요.

그런짐, 그런압박감을견디시다니!

짜라두짜님은정말참을성이많은거지요.

짜라두짜님은숨을거두면서이렇게말할겁니다.

‘이제죽어썩게되었구나. 57:63

잠시후면나는무(無)가되겠지.

영혼은몸과마찬가지로

죽으면사라지는존재!275)

영혼은<언젠가반드시죽어서소멸하는> 존재!

하지만지금의나를엮고있는수없이많은인과사슬은 57:64

언젠가나를다시창조해내겠지.

나역시영원히반복되는, 이인과사슬의일부!

지금보는이태양, 지금보는이땅, 57:65

지금보는이독수리, 지금보는이뱀과함께

나라는존재는반복되겠지.

나는돌아오겠지.

새로운삶으로돌아오는게아니야.

보다훌륭한삶으로돌아오는게아니야.

지금과비슷한삶으로돌아오는게아니야.

지금과정확하게동일한삶으로돌아오는거야. 57:66

제3부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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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2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크게보아도정확하게동일하고

작고자세하게보아도정확하게동일한삶으로!

모든사물이영원히반복된다는

<영원반복>을다시한번가르치러돌아오는거야!

땅과인간에게닥치고있는 57:67

<위대한정오>를다시한번가르치러돌아오는거야.

인간에게다시한번

초인에대해말해주기위해돌아오는거야.

57:68 나는가르침을전했지.

나는가르침을위해부서져나갔지.

그래! 나의영원한운명은그걸원하는거야!

나는예언자로서패하여사라져가지!

57:69 이제<내려가고> 있는사람이스스로를축복할276) 시간이왔구나.

이렇게해서나, 짜라두짜의<내려가기>가끝나는구나.’”

57:70 독수리와뱀은이말을끝내고침묵을지켰어. 짜라두짜가 무엇인가말

해 주기를 기다렸지. 하지만 짜라두짜는 독수리와 뱀이 조용히 기다리

고있다는것을알아차리지도못했어. 짜라두짜는두눈을감은채조용

히 누워 있을 뿐이었지. 아, 물론, 자고 있던 것은 아니었어. 자신의 영

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거든. 독수리와 뱀은 짜라두짜가 자신의 영

혼과 이야기 나누느라 아무 말 없다는 걸 알게 되었지. 독수리와 뱀은

이위대한정적(靜寂)을깨뜨리고싶지않았어. 그래서조용히몸을빼서

52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83) 56:32

짜라두짜003부(351~540)3.3 2010.5.27 7:17 PM 페이지520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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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2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사라졌지.

제3부 521

284) 칼날의 경도와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다이아몬드 가루를 입힌 특수 칼 혹은 공구가 있음. 예를 들어 유리자르는 칼은 다이아몬드 가루를 입힌 것임. 또한 우물 뚫을 때 사용하는 굴착기 역시 다이아몬드 가루를입힌날을사용함.

짜라두짜003부(351~540)3.3 2010.5.27 7:17 PM 페이지521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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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2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 내<영혼>! 58:1

나는너에게‘한때는’혹은‘그전에는’뿐아니라

‘오늘은’이라고말할수있도록가르쳤지.

나는너에게‘여기’, ‘저기’, ‘저너머저기’,

어디서든네자신의춤을출수있도록가르쳤지.

아! 내<영혼>! 58:2

나는한구석후미진곳에처박힌너를구해내서

먼지를털고거미를털고네위에무겁게짓눌러덮친황혼을쫓아버렸지.

아! 내<영혼>! 58:3

나는너의유치한수치심과치졸한미덕을없애버렸지.

햇볕속에벌거벗은모습으로서도록너를설득했지.

나는, ‘정신’277)이라불리는태풍으로너의바다를씻어냈어. 58:4

너, <영혼>의바다는크게파도쳐올랐고

나는네위에덕지덕지끼어있던구름은모두날려버렸어.

나는또한너를위해‘죄책감’이라불리는흉악한새를죽여버렸지.

52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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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3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8:5 아! 내<영혼>!

나는너에게태풍이말하듯“아니오!”라고말할수있는

권리를마련해주었어.

활짝갠하늘이말하듯“네!”라고말할수있는권리도마련해주었어.

이제너는강퍅한태풍앞에서도

빛처럼고요하고밝게서있게되었지.

58:6 아! 내<영혼>!

나는너에게이미창조된것과

아직창조되지않은것을누릴수있는자유를되찾아주었지.

그래서너는누구보다도잘

앞으로생겨날사물의즐거움에대해알게되었지.

58:7 아! 내<영혼>!

나는너에게,

버러지들이야금야금갉아먹는식의경멸이아니라,

사랑하는자만가질수있는커다란경멸을가르쳐주었어.

가장깊게경멸하면서도가장깊게사랑할수있게하는

커다란경멸을가르쳐주었어.

58:8 아! 내<영혼>!

나는너에게설득하는법을가르쳤어.

그래서이제너는자연도움직일수있을설득력을갖추었지.

마치태양이, 자신이있는높은곳까지바다를끌어올릴수있듯이.278)

아! 내<영혼>! 58:9

나는너로부터복종하는태도, 무릎꿇는태도, 알랑대는태도를빼앗아버렸지.

그래서너는이제하나의의지에집중된존재가되어

제3부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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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3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다른욕구와필요를제거하는자’279)란이름을얻었지.

그래서너는이제‘운명’이라는이름을얻었지

아! 내<영혼>! 58:10

나는너에게여러가지새이름을지어주었고여러종류장난감을주었지.

너를‘운명’이라고도불렀고

‘동그라미중의동그라미’280)라고도불렀고

‘시간을탄생시킨탯줄’이라고도불렀고

‘하늘의종’281)이라고도불렀지.

아! 내<영혼>! 58:11

나는너에게나의모든지혜를주었지.

새로담근포도주같은지혜도주었고

오래된, 아주오래된독한포도주같은지혜도주었지.

아! 내<영혼>! 58:12

나는햇볕속에서도너를생각했고,

밤에도너를생각했고, 침묵하면서도너를생각했지.

나는너를무수히여러번그리워했어.

그래서너는이제나를위해포도밭으로자라났지.

58:13 아! 내<영혼>!

너는이제넘쳐흐르고있어.

툭건드리기만해도우유가쏟아질것같이퉁퉁불은암소의젖통처럼,

촘촘하게영근암갈색포도송이처럼너는이제몸이무거워졌어.

58:14 너는넘쳐흘러기쁨에가득차고마음이뿌듯해진채

베풀기를기다리고있지.

52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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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3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베풀기를기다리고있다는사실에대해스스로부끄러워하고있지.

58:15 아! 내<영혼>!

너보다더사랑에넘치는영혼이어디있을까?

너보다더품이넓은영혼이어디있을까?

너보다더넓게뻗은영혼이어디있을까?

네안에서는다른어느영혼안에서보다단단히,

과거와미래가<현재순간>282)으로맞물려있지

58:16 아! 내<영혼>!

나는너에게모든것을다주었어. 이제내손은비었어.

이제너는나에게우울이가득한미소를지으며말하지.

“우리중에, 누가누구에게고맙다는말을들어야지?

58:17 주었으니까, 준사람이고맙다는말을들어야하나?

받아주었으니까, 받아준사람이고맙다는말을들어야하나?

준사람이받아준사람에게고마워해야하는거아니야?

자기가필요해서준거아니야?

불쌍히생각해서받아준거아니야?”

아! 내<영혼>! 58:18

나는너의우울이가득한미소를알겠어.

이제넘쳐흘러서베풀고싶어서갈망의손길을내미는거지.

제3부 525

285) 59:1~59:25에서는최소한세개의관점이등장하며, 세관점사이에일곱번이동이일어남. 내레이터의관점(관점A), <삶>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관점(관점B), 박쥐와 부엉이에게 이야기하는 관점(관점C)이 혼재되어 있음. 59:1 ~59:11는 관점A. 59:12는 관점B. 59:13은 관점A와 관점B의 복합. 59:14는 관점B. 59:15,59:16은관점C. 59:17, 59:18은관점B. 59:19, 59:20은관점A. 59:21~59:25는관점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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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3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너는이제가득찼지. 58:19

너는지그시요동치는바다를내다보고있지.

너의눈에선<넘쳐흐를정도로가득찬자>의갈망이미소짓고있지!

너의눈속에선하늘이미소짓고있지!

그래! 아! 내<영혼>! 58:20

너의미소를보고눈물로녹아내리지않을사람이있을까?

너의미소에깃든지극하게고운마음을보면

천사라도눈물로녹아내리지않을까?

너는마음이고와. 58:21

지나치게고와서불평하지않으려하지. 울지않으려하지.

하지만너의미소에는눈물이스며있어.

아! 내<영혼>! 너의가늘게떨리는입매에는눈물이스며있어.

“우는것은불평하는거아니야? 불평하는것은비난하는거아니야?” 58:22

이렇게너는스스로에게말하지.

아! 내<영혼>!

그래서너는슬픔을쏟아내기보다는차라리미소짓지.

52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86) 여자로의인화된<삶>에게점잖지못한뜻을가진말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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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3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8:23 넘칠정도로가득찼음에도베풀길없는처지에대한슬픔을

쏟아지는눈물로쏟아내기보다는차라리미소짓지!

포도따는일꾼과포도따는칼을한없이갈망하고있음에도

일꾼도칼날도오지않는포도밭의슬픔을

쏟아지는눈물로쏟아내기보다는차라리미소짓지!

58:24 하지만울지않을생각이라면,

울음을통해너의보랏빛우울을달래지않을생각이라면

노래해야돼!

아! 내<영혼>! 봐!

나는네게노래하게될거라고말했었잖아! 그래서나는지금미소짓고있어.

58:25 너의갈망을거센노래로노래해!

바다가모두잠잠해지면서네갈망에귀기울이게될때까지.

58:26 바다로내려가는태양에의해세상이온통황금빛으로변하고283)

황금빛쪽배가조용해진, 갈망하는바다를가로지를때까지.

그경이로운황금쪽배앞, 뒤, 좌, 우에는

온갖선한것, 악한것, 경이로운것들이

물에서솟구쳤다들어갔다하면서놀며뛰잖아!

58:27 땅위의짐승도, 빠르고힘찬발을가진놈들은

황금으로변한바다위의황금빛쪽배를보고보랏빛길을따라내달리겠지.

제3부 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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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3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유자재로물결을헤쳐나가는쪽배를향해, 58:28

그쪽배의주인을향해땅위의짐승들도내달리겠지!

쪽배의주인은포도따는일꾼!

다이아몬드가루284)를칼날에입힌<포도따는칼>을가지고기다리고있지.

아! 내<영혼>! 58:29

너를구원할쪽배주인의이름은아직몰라. 미래에벌어질일이니까.

미래에생겨날노래가그에게이름을찾아주겠지!

미래에생겨날노래를상상하고

너, <영혼>은벌써향기로운숨결을다시쉬기시작하는구나.

너, <영혼>은벌써얼굴색이발그레해지고미래를꿈꾸기시작하는구나.. 58:30

깊게울리는우물같이솟아오르는위안을벌컥벌컥들이켜기시작하는구나.

미래에생겨날노래를상상하고나니까네우울은이미날아가버렸구나!

아! 내<영혼>! 58:31

나는너에게이미모든것을주었지. 마지막가지고있던것도방금주었어.

너때문에이제내손엔아무것도없게됐어.

너에게노래를부르라고간청한것!

그충고가너에게줄수있는마지막것이었어!

노래를부르라고간청했다? 음, 음. 58:32

우리중의누가누구에게고맙다는말을들어야지?

간청한사람이고맙다는말을들어야하나?

간청받은사람이고맙다는말을들어야하나?

52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87) 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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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3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여간에노래해. 날위해노래해! 아! 내<영혼>!

내가고맙다고할게!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3부 529

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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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3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w

아! <삶>! 59:1

얼마전에나는너의눈을들여다보았지.

밤같이어두운너의눈동자속에

황금빛이어른거리는걸보았어.

그걸보고너무기뻐심장이멎었어.

어두운호수같은네눈동자위에황금빛쪽배가어른거리고있더군. 59:2

가라앉았다가, 위로떴다가, 솟아오르기를반복하면서

황금빛쪽배가흔들리고있더군!

너는내발에, 59:3

춤을미치도록좋아하는내발에눈길을주었지.

깔깔거리고웃는듯한, 짓궂게무엇인가묻는듯한,

사람을녹이는듯한흔들리는눈빛이었지.

네작은손에들린캐스터네츠가두번흔들리자 59:4

내발은미친듯한춤을추기시작하더군.

발뒤꿈치가들썩거렸고발가락은너의박자를들으려고정신을모으더군. 59:5

춤꾼은귀를발가락에달고다니지!

53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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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3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9:6 나는네곁으로튀어갔지.

내가튀어가자너는바람같이쑥뒤로물러서더군.

그바람에너의머리카락이출렁거리며내쪽을향해흩날렸지.

기다란실뱀같이쉭, 쉭거리는뱀혓바닥소리를내며!

59:7 나는황급히뒤로물러섰어.

네게서, 네뱀에서떨어졌지.

그러자너는제자리에멈추더군.

반쯤몸을돌린채두눈에갈망을가득담고.

59:8 너는비틀린미소를지으며비틀린스텝을가르쳐주었지.

네가가르쳐준비틀린스텝을밟으며내발은현란한발놀림을배운거야.

59:9 네가가까이있을땐무섭고네가멀리있을땐사랑해.

네가도망가기시작하면나는가슴을졸이며뒤쫓아가게되지.

네가나를찾기시작하면나는마음을놓게돼.

너때문에고통받지만너를위해서라면못참을게없어!

59:10 네가날차갑게대하면난뜨거워져.

네가날미워하면난유혹받지.

네가도망가면난꼼짝못하고쫓아가.

네가날조롱하면난애원하지.

제3부 531

288) <영원 반복>에 바쳐진 일곱 수의 시. 일곱 수의 시가 각각 일곱 개의 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관점이 2개존재하는 경우가 있음. 하나는 독자에게 내레이션을 하는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독백에 가까운 관점임.후자를세칸들여썼음.

289) 기독교의아멘이아니라, 이말자체의뜻을의미함. ‘네!’‘그렇습니다!’‘맞습니다!’긍정의정신을나타냄.290) 과거와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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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3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9:11 우리를묶고감고유혹하고탐색하고찾아내는

너, <삶>! 위대한여인!

누가너를미워하지않을까?

천진하고참을성없고바람같이날쌔고

어린아이같은눈빛을한채태연히죄를짓는너, <삶>!

누가너를사랑하지않을까?

지금나를어디로데려가는거지?285) 너! 말괄량이미인! 59:12

또지금은나를버리고가는군! 너! 달콤하고배신잘하는말괄량이!

나는춤을추며네뒤를쫓지. 희미한흔적만있어도쫓아. 59:13

어디있니? 손이라도좀내봐! 아니면손가락이라도!

여긴동굴도많고덤불도많아. 59:14

잘못하면길을잃어! 멈춰!

지금있는데에가만히서있어!

부엉이와박쥐들이요란하게푸드덕거리는게안보여?

너, 박쥐! 너, 부엉이! 59:15

너는지금날가지고노는거야? 지금여기가도대체어디야?

개처럼짖고우는소리는개한테배운거야?

너는날향해서달콤하게작고하얀이빨을드러내는군! 59:16

53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91) <영원반복>을상징하는반지임.292) 55:9

짜라두짜003부(351~540)3.3 2010.5.27 7:17 PM 페이지532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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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4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네사악한눈동자는곱슬곱슬한갈기털아래서날쳐다보고있군!

여기선춤추면서나무그루터기와돌위를건너뛰어다녀야하는거야. 59:17

나는사냥꾼이되겠어.

너는개가되어나랑같이사냥할래? 아니면사냥감이될래?

59:18 자, 내곁으로와! 빨리!

사악하게빨리튀어와!

자, 위로! 자, 이쪽으로건너서!

이런! 내가중심을잃고미끄러졌어!

59:19 너는<거침없음> 그자체구나!

내가미끄러떨어져땅바닥에누워자비를호소하는모습을보고만있구나!

여기보다는훨씬더분위기있는곳에서

훨씬더달콤하게너를쫓고싶었는데!

59:20 꽃이우거진관목숲사이의조용하고아련한오솔길!

그런곳에서너를쫓고싶었는데!

황금빛물고기들이헤엄치는호수가장자리!

그런곳에서너를쫓고싶었는데!

59:21 이제지쳤어?

저너머에양떼가머물고저녁놀이보이는곳이있어.

양치기의피리소리를들으며한잠자면달콤하지않을까?

제3부 533

293) 52:25294) 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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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4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9:22 너무지쳤어? 내가안고갈수있어.

안겨서그냥팔을축늘어뜨리면되는데.

너무목말라? 내가좀가진게있기는한데…

네가그걸마시려하지않을거야.286)

이런! 이저주받을계집! 59:23

이재빠르고나긋나긋한뱀같은계집!

이미끌미끌한마녀같은계집!

어디로간거야! 내뺨을때려? 뺨이두군데나시뻘겋게부어올랐잖아!

이제는너같은계집을위해 59:24

양같이온순한양치기역할을하는게지긋지긋해!

이마녀같은계집!

이제까지너를위해내가노래불렀지.

지금부턴네가나를위해한번비명을울려봐!

내가휘두르는채찍리듬에맞춰비명을올리고움직이는거야! 59:25

나는채찍휘두르는법을잊어먹지않았어! 안잊어먹었지!

v2w

내가채찍을새되게휘두르자<삶>은귀를틀어막고이렇게말하더군. 59:26

“아! 짜라두짜! 59:27

채찍을그렇게매섭게휘두르지마!

53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295) 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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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4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알잖아! 시끄러운소리가나면생각이안난다는거.

지금막정말달콤한생각이나려고하고있단말이야.

우린둘다잘하는것도없고못하는것도없지. 59:28

<선과악>을넘어푸른초원이있는, 우리가살만한섬을찾아가야하잖아.

우리둘만살곳! 그러니까우린서로진심으로사랑해야돼!

59:29 설사우리가서로를진심으로사랑하지않는다해도

서로를싫어해야하는것은아니잖아?

59:30 내가너를사랑한다는것, 그것도가끔은너무많이사랑한다는것을

나는잘알아.

내가너의<지혜>287)를질투하는걸보면알수있지.

미친바보같은늙은년! 흥! <지혜>!

59:31 하지만네<지혜>가너를떠나면너에대한내사랑도금방식게될거야.”

59:32 <삶>은여기까지이야기하고자기뒤와주변을

깊은생각에잠겨둘러보다부드럽게말하더군.

“아! 짜라두짜! 너는나한테그다지충직하지않아!

59:33 너는말로는날사랑한다하지만실은많이사랑하지않아.

나는네가얼마안있어날떠날생각을하고있는걸알아.

59:34 오래되고낡고날은시계종탑이있지.

제3부 535

296) 니체의정신은, 지능과같은‘머릿속의차가운것’을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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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4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밤중에종탑이울리는소리는네동굴까지미치지.

59:35 자정에종탑이시각을울리면

너는시계가울리는소리를들으며

마음속으로열둘을세며생각하는것을내가알아.

59:36 그러면서얼마지나지않아나를떠날생각을하고있다는걸알아.”

나는머뭇거리면서대답했지. 59:37

“그래.”

그리고나는<삶>의귀에대고,

곱슬곱슬한금발의약간바보같이땋은머리채밑의귀에대고말했어.

“하지만말이지…”

내말을듣고<삶>이말하더군. 59:38

“그걸알고있었어? 짜라두짜! 아무도그걸알고있는사람은없었어!”

우린서로말없이바라보았지. 그리고푸른풀밭을보았어. 풀밭에는저녁이내

리고 있더군. 그리고 우리는 함께 울었어. 이때 <삶>은 <지혜>보다 훨씬 더 소

중한존재로느껴졌어. <지혜>는그렇게까지소중했던적이한번도없었어.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v3w

하나! 59:40

아! 인간이여! 여기를봐!

53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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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4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둘! 59:41

<깊은자정>이내는목소리는무엇이라말했지?

셋! 59:42

“나는잠을잤어!”

59:43 넷!

“그리고이제꿈이끝나서깨었어.”

59:44 다섯!

“세상은깊어.”

59:45 여섯!

“세상은깊어. <낮>이상상할수있는것보다더깊어.”

59:46 일곱!

“슬픔은깊어.”

59:47 여덟!

“기쁨은마음의고통보다더깊어!”

59:48 아홉!

“슬픔은말하지. ‘그냥죽어버리자’, ‘사그라져버리자’.”

59:49 열!

“하지만기쁨은영원을원해.”

제3부 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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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4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59:50 열하나!

“기쁨은깊고, 깊고, 깊은영원을원하지!”

59:51 열둘!

53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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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4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288)(혹은<네>와<아멘>289)의노래)

v1w

내가예언자인게맞으면, 60:1

예언자에게깃드는혼령이깃들어있는게맞으면,

<두바다>290) 사이의가파른바위능선을방랑하는혼령이

내게깃들어있는게맞으면,

과거와미래사이를무거운구름처럼떠돌며방량하는혼령! 60:2

저아래의무더운평야지대를습격할, 무거운구름처럼떠돌며방랑하는혼령!

지친것들, 죽지도살지도못하는것들을습격할

무거운구름처럼떠돌며방랑하는혼령!

어두운가슴에서언제든벼락이튀어나올수있는무거운구름. 60:3

영혼을구원하는빛의기둥인벼락이튀어나올수있는무거운구름.

“네!”라고기운차게긍정하는벼락!

“네!”하며호탕하게웃는벼락!

그런벼락을만삭의임신부처럼, 배에한가득넣은무거운구름.

언제든예언을밝히는듯번쩍이는빛을쏠수있는무거운구름!

60:4 번개를임신해배불러진사람은행복하지!

미래를알리는불을켜려는사람은

산위에걸린무거운폭풍처럼오랫동안버텨내야돼!

제3부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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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4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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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4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0:5 아! 어떻게영원을탐내지않을수있겠어?

어떻게반지중의반지, 결혼반지를욕심내지않을수있겠어?

<반복의반지>!291)

60:6 다른어느여인에게내아이를배게하고싶겠어?

이여인말고내아이를배게하고싶은여인이없어.

내가사랑하는이여인.

나, 널사랑해! 아! <영원>!

60:7 나, 널사랑해! 아! <영원>!

v2w

60:8 내가분노에가득차서했던일이

무덤들을찢어열어젖힌게맞으면,

<경계를구분짓는돌>292)들을움직인게맞으면,

옛율법서판을까마득한땅틈속으로던져버린게맞으면,

신랄하게조롱함으로써썩어빠진소리들을없애버린게맞으면, 60:9

<십자가에붙어사는거미들>293)을빗자루로쓸어버린게맞으면,

사나운바람이되어낡아빠진무덤굴을휩쓸어버린게맞으면,

<이세상을헐뜯는사람>들의거대한기념비옆에묻힌, 60:10

세상을사랑했고축복했던아득한옛신들의무덤옆에앉아

내가기뻐했던게맞으면,

제3부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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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4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는고대의신들이묻힌무덤을사랑하거든. 60:11

교회도사랑해. 단, 교회의천장이부서져있어야돼.

하늘이순수한눈동자로나를내려다보고있어야돼.

부서진교회의황폐한뜰에서풀잎처럼, 혹은붉은양귀비꽃처럼

하염없이앉아있을수만있다면.…294)

아! 어떻게영원을탐내지않을수있겠어? 60:12

어떻게반지중의반지, 결혼반지를욕심내지않을수있겠어?

<반복의반지>!

다른어느여인에게내아이를배게하고싶겠어? 60:13

이여인말고내아이를배게하고싶은여인이없어.

내가사랑하는이여인.

나, 널사랑해! 아! <영원>!

나, 널사랑해! 아! <영원>! 60:14

v3w

60:15 무엇인가창조하는에너지가내게숨결로깃들어있는게맞으면,

<확률과우연>마저별의행로를따라춤추게만드는신성한필연성이

숨결로깃들어있는게맞으면,

60:16 무엇인가창조하는벼락같은창조의에너지가호탕하게터뜨리는웃음을

내가웃었던게맞으면,

창조의벼락이내리꽂힌데이어

천둥소리가으르렁거리며충직하게뒤따랐던게맞으면,

54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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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5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0:17 땅이라불리는테이블위에서

내가신들과함께주사위를굴렸던게맞으면,295)

그래서땅이흔들리고갈라지고터지고용암과불길을토해냈던게맞으면,

60:18 땅은신들이주사위를굴리는테이블.

땅은새로운말이등장하면부르르몸을떨지!

신들이주사위를굴리면부르르몸을떨지!

60:19 아! 어떻게영원을탐내지않을수있겠어?

어떻게반지중의반지, 결혼반지를욕심내지않을수있겠어?

<반복의반지>!

60:20 다른어느여인에게내아이를배게하고싶겠어?

이여인말고내아이를배게하고싶은여인이없어.

내가사랑하는이여인.

나, 널사랑해! 아! <영원>!

나, 널사랑해! 아! <영원>! 60:21

v4w

양념을듬뿍넣어모든재료가잘섞여하나가된그릇을, 60:22

흠뻑거품이일은그릇을내가통째로들고먹은게맞으면,

여러가지재료에양념을섞어맛이어우러진하나의음식을만들었듯이 60:23

내손이가장가까운것과가장먼것을하나로용접한것이맞으면,

정신296)과불을하나로만들어<불길같은정신>을만든것이맞으면,

제3부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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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5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기쁨과슬픔을하나로만들어<슬픔속의기쁨>을만든것이맞으면,

혹독함과친절함을하나로만들어<친절함속의혹독함>을만든것이맞으면,

나자신그그릇속의<구원의소금>이되어 60:24

모든재료를하나로통합한것이맞으면,

<선과악>을하나로통합하는소금이있어. 60:25

가장사악한것조차가치가있지.

양념으로서, 마지막거품을만들어내는재료로서!

아! 어떻게영원을탐내지않을수있겠어? 60:26

어떻게반지중의반지, 결혼반지를욕심내지않을수있겠어?

<반복의반지>!

60:27 다른어느여인에게내아이를배게하고싶겠어?

이여인말고내아이를배게하고싶은여인이없어.

내가사랑하는이여인.

나, 널사랑해! 아! <영원>!

60:28 나, 널사랑해! 아! <영원>!

v5w

60:29 내가바다를사랑한게맞으면,

바다를닮은모든것을사랑한게맞으면,

나와모순을일으킬때가장깊이사랑한게맞으면,

54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3부(351~540)3.3 2010.5.27 7:17 PM 페이지544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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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5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0:30 자기자신속에아직발견되지않고남아있는것을찾아서

과감하게돛을펼치고나아갈때

희열을느끼는성품을내가가지고있는게맞으면,

노련한항해자의희열이내희열속에깃들여있는게맞으면,

60:31 그희열에들떠이렇게외치는게맞으면,

“이제드디어땅을완전히벗어났구나! 이제마지막족쇄마저풀어졌구나!

60:32 끝없는바다만파도치고있구나!

시간과공간이아득히펼쳐진채반짝이고있구나!

좋아! 자! 내충직한<용기>!”

아! 어떻게영원을탐내지않을수있겠어? 60:33

어떻게반지중의반지, 결혼반지를욕심내지않을수있겠어?

<반복의반지>!

다른어느여인에게내아이를배게하고싶겠어? 60:34

이여인말고내아이를배게하고싶은여인이없어.

내가사랑하는이여인.

나, 널사랑해! 아! <영원>!

나, 널사랑해! 아! <영원>! 60:35

v6w

나의미덕이춤꾼의미덕인게맞으면, 60:36

황금빛에메랄드같은황홀에취해두발로튀어오른게맞으면,

제3부 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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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5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의사악함이호탕하게껄껄웃는유쾌한사악함인게맞으면, 60:37

오히려장미가우거진동산, 혹은백합이울타리로우거진곳에서

사악한마음이잘일어나는게맞으면,

웃음속에는모든악이다들어있지. 60:38

하지만행복을통해정화(淨化)되고사면(赦免)된상태로들어있지.

“무거운것은모두가볍게만들어라. 60:39

인간의몸은모두춤꾼으로만들어라.

인간의정신은모두새처럼날쌔게만들어라.”

이게내좌우명의알파이고오메가인게맞으면,

60:40 그래! 이게내좌우명의알파고오메가야!

60:41 아! 어떻게영원을탐내지않을수있겠어?

어떻게반지중의반지, 결혼반지를욕심내지않을수있겠어?

<반복의반지>!

60:42 다른어느여인에게내아이를배게하고싶겠어?

이여인말고내아이를배게하고싶은여인이없어.

내가사랑하는이여인.

나, 널사랑해! 아! <영원>!

60:43 나, 널사랑해! 아! <영원>!

v7w

54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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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5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0:44 내가고요한하늘을머리위에펼친게맞으면,

내가펼친하늘에내날개로날갯짓해서날아오른게맞으면,

60:45 내가즐겁게날아서깊고밝은하늘을멀리까지헤엄친게맞으면,

그래서내자유가<새의지혜>를얻은게맞으면,

60:46 <새의지혜>는내게이렇게말하지.

“봐! 날게되면위도없고밑도없어!

그냥주변으로앞으로뒤로나는거야!

새가된다는건무게가없어지는거야!

노래해! 말로떠들지말고!

말은무거운놈들을위해만들어진거아니야? 60:47

가벼운이에게는말은모두거짓말인거아니야?

노래해! 말로떠들지말고!”

아! 어떻게영원을탐내지않을수있겠어? 60:48

어떻게반지중의반지, 결혼반지를욕심내지않을수있겠어?

<반복의반지>!

다른어느여인에게내아이를배게하고싶겠어? 60:49

이여인말고내아이를배게하고싶은여인이없어.

내가사랑하는이여인.

나, 널사랑해! 아! <영원>!

나, 널사랑해! 아! <영원>! 60:50

제3부 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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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5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연민에가득찬사람>들보다더어리석은사람이또어디있지?

<연민에가득찬사람>들이범하는바보짓이만들어낸고통보다

더큰고통을만들어낸바보짓이또어디있지?

연민을넘어서지못한채사랑하는사람들에게재앙이있기를!

악마가한번은이렇게말하더군.

“하나님한테도지옥이있지. 사람에대한사랑이지옥이야.”

악마는요즘엔이렇게말하더군.

“하나님은죽었어. 사람에대한연민에숨이막혀죽어버렸지.”

짜라두짜「연민에가득찬사람들」297)

297) 25:34~25:37

{ }제4부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41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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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5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42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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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5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다시짜라두짜의영혼에해와달이여러번스쳐지나갔어. 짜라두짜는

해가 가는지 달이 가는지 신경도 안 썼어. 하지만 머리는 하얗게 새어

갔지. 어느날짜라두짜는동굴앞작은바위에앉아있었어. 지그시저

먼 곳을 보고 있었지. 그 곳에선 바다와 구불구불하게 벋어 있는 까마

득한절벽이보이거든. 짜라두짜가돌보는독수리와뱀은사려깊은태

도로 짜라두짜 주위를 맴돌았지. 마침내 독수리와 뱀은 짜라두짜 앞으

로와서이렇게말했지.

“아! 짜라두짜님! 이제행복을찾으셔야할때아닌가요?”

“행복이 무슨 소용이야? 나는 행복을 좇아 산 게 아니야. 일을 좇아 살

았지.”

“아! 짜라두짜님! 짜라두짜님은좋은것을너무많이가지고계시니까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거지요. 짜라두짜 님은 하늘빛 호수같이 커다

란행복속에누워계시는것아닌가요?”

이말들은짜라두짜, 웃으면서이야기했지.

“이 어릿광대 녀석들! 뜻도 잘 모르면서 좋은 이미지를 배워서 써 먹는

구나! 내 행복은 무거운 행복이라는 것을 너희도 잘 알잖아? 맑은 호수

물결같은행복이아니야. 내행복은무겁지. 나를짓누르고있어. 나를

떠나려하지도않아. 찐득찐득한피치같아.”

그러자 독수리와 뱀은 생각에 잠겨 짜라두짜의 주위를 돌았어. 그리고

짜라두짜의앞에서서다시이렇게이야기했지.

“아! 짜라두짜님! 시꺼먼피치속에앉아있어서피치를닮아가고있는것

제4부 543

61:1

61:2

61:3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43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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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5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니에요? 점점 더 얼굴이 검어지고 안색이 나빠지고 있는 건가요? 하

지만 머리털은 여전히 멀쩡한 금발과 백발인데요? 그러고도 피치 속에

앉아있다고말할수있어요?”

짜라두짜는웃으면서말했어.

“아, 그래, 그래. 피치이야기는잘못한거야. 실은말이야, 나한테벌어지

고있는일은무르익은과일에벌어지는일과같은거야. 내핏줄속에꿀

이흘러다니고있는거지. 그래서피는진해지고영혼은조용해진거야.”

“그럴거예요. 짜라두짜님! 오늘높은산에한번오르지않을래요? 날씨

도기막히게맑잖아요. 오늘높은산에오르면아주멀리까지보일텐데.”

독수리와뱀은이렇게말하면서짜라두짜에게몸을꼬옥붙였지.

“그래. 그렇게 하자. 너희들은 아주 기막힌 충고를 해 준 거야. 내 맘에

쏙들어. 오늘높은산에오르자! 그곳에희생제물로바칠꿀을가지고

가야지. 꿀 집 속에 든, 노르스름한 황금색의, 얼음처럼 시원하고 좋은

꿀을제물로바쳐야지. 꿀을제물로바칠생각이거든.”

61:4 하지만 산 정상에 도착하자 짜라두짜는 독수리와 뱀을 동굴로 돌려보

냈지. 혼자가 된 거야. 배꼽을 잡고 껄껄 웃다가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

니이렇게말했어.

61:5 희생제물로꿀을바치겠다고말한것은

놀려주려고한농담이었어!

여기오니까훨씬더자유스럽게이야기할수있어좋군!

은둔자의동굴이나은둔자가기르는짐승들앞보다훨씬더자유스러워!

61:6 희생제물로뭘바칠수있겠어?

나는받은것을모두낭비해버리고마는데.

나는손이천개가달린사람이야.

54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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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5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손으로여기저기낭비해버리고말지!

그렇게낭비하는것을두고어떻게“희생제물을바친다”고할수있겠어?

나는꿀을원하는게아니야. 61:7

나는미끼를원하지.

미끼로쓸수있는달콤하고끈적끈적한덩어리를원하는거야.

으르렁거리는곰이나이상하고사납게생긴사악한새들도침을흘릴미끼.

사냥꾼뿐아니라낚시꾼도좋아할기막힌미끼. 61:8

어두운정글같은세상은거친사냥꾼들의놀이터.

하지만내게는오히려세상은헤아릴수없이깊은탐스러운바다같이보여.

온갖색깔의물고기와게들이디글디글한바다. 61:9

신들도탐나서낚시꾼이되고그물을던지는어부가되고싶어하는바다.

세상은바다처럼크고작은기이한존재들로그득하지!

인간의세상, 인간의바다는더그래! 61:10

이제나는황금빛낚싯대를여기에드리우며이렇게말하지!

열려라! 인간의깊은절벽298)이여!

네절벽을열고네속에있는물고기를내놔봐! 61:11

네속에있는반짝이는게를내놔봐!

나는오늘기막힌미끼를써서기이한인간물고기299)를낚는다!

제4부 545

298) 짜라두짜(니체) 자기자신의영혼.299) 짜라두짜(니체)의 영혼 안에 있는 여러 개의 하위 영혼들. 니체는 인간 영혼이 여러 개의 하위 영혼으로

이루어져있다고생각함. 한인간의영혼이여러개의하위영혼들로이루어진생태계라고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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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6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1:12 나의미끼는나의행복! 행복을멀리던지네!

아침에해뜨는곳, 정오에해걸리는곳, 저녁에해지는곳까지던지네!

기이한인간물고기들이내행복을건드리고물어당기길바라면서

행복을멀리던지네!

아침에해뜨는곳, 정오에해걸리는곳, 저녁에해지는곳까지던지네!

61:13 미끼에감춰진날카로운바늘을물때까지던지네.

내가있는<높은곳>, 까마득한절벽의정상까지올라올때까지던지네.

절벽중에가장많은색깔이어우러진이절벽의정상으로

올라올때까지던지네.

세상의모든낚시꾼중가장사악한낚시꾼,

짜라두짜에게올라올때까지던지네.

61:14 나는처음부터끝까지, 잡아채는사람!

내쪽으로잡아채고내위쪽으로잡아채서

마침내잡아올리는<잡아채는사람>.

교육시키는사람! 사명(使命)을설정해주는사람!

예전에나자신에게도이렇게사명(使命)을주고그것을성취한사람!

“<너인것>이되어라!”300)

61:15 지금은사람들이나있는곳,

위로올라와야하지.

나는아직<내려가야> 할때임을알려주는징조를기다리고있으니까.

54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00) Werde, der du bist. 니체의삶과운명에대한전폭적긍정을단적으로나타낸표현임. 영어로는Becomewhat you are. 이표현은니체의마지막저작인『이사람을봐!』의부제로사용되는구절임. 그부제는다음과같음. “사람은어떻게<자기인것>이되는가?”64:11에나오는“나는<내가되어야만하는존재>(Ichbin, der ich sein muss)”와뜻이같음.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46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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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6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언제가반드시사람들틈으로<내려가야> 하지만

아직<내려가지> 않고있으니까.

그래서나는여기서기다리고있지. 61:16

높은산위에서교활하게기다리고있지. 코웃음치면서기다리고있지.

참을성있지도않고참을성없지도않게기다리고있지.

참을성이무엇인지조차잊어먹었으니까내게참을성이있는지없는지도몰라.

기다리는것때문에고통스러워하지않게되었으니까.

내운명은내게시간을듬뿍주었지. 61:17

내운명이날잊은건아닐까?

내운명이바위그늘에앉아한가하게파리를잡고있는것은아닐까?

나를찾아주지않아서, 61:18

나를재촉하지않아서,

내게바보같은장난질이나하고있을시간을주어서,

내영원한운명이얼마나고마운지몰라.

그래서오늘높은산에올라물고기를잡는거야.

높은산에서물고기를잡은사람이있었나? 61:19

내가이높은산에서바라는것이,

내가이높은산에서하고있는행동이바보짓이어도좋아.

저아래<내려가서> 한없이기다리느라

엄숙한사람, 화가잔뜩난사람, 시들은사람이되는것보다는훨씬낫지.

저아래내려가서한없이기다리다보면 61:20

분노에가득찬채교만하게콧김을뿜어내는인종이되고말지.

제4부 547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47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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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6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산에서 불어 내린 신성한 듯 보이는 요란한 폭풍 같은 존재가 되고 말

지.

저아래계곡에서이렇게고함치는성급한인종이되고말지.

“들어라! 내말을듣지않으면하나님의채찍으로후려칠것이다!”

61:21 그렇게분노에가득찬인종을보면화도안나!

실컷웃어줄뿐이지!

“오늘아니면영원히안된다”는고함을지르려면

성질머리가어지간히성급해서는어림도없지.

경종을울리시는위대하신이분들!

61:22 하지만나나내운명은오늘에대고이야기하지않아.

나나내운명은

“지금하지않으면영원히안된다”를가지고협박하지도않아.

나나내운명은참을성이많지. 시간도많아. 아주아주많아.

언젠가그것은올테니까.

한번오면가버리지않을테니까.

61:23 뭐가온다고? 뭐가한번오면가버리지않는다고?

우리의위대한하짜.301)

우리의위대한머나먼미래의<인간의제국>.

<짜라두짜의천년제국>.

61:24 그머나먼미래가얼마나먼미래냐고?

54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01) 히브리어로는도시, 마을, 공동체를뜻함. 아랍어로는‘살아있는’을뜻함. 고대페르시아어에서는천(千)을뜻함.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48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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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6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가알게뭐야?

얼마나먼미래인지는모르지만

나는확증에두발단단히딛고확신하지.

이영원한확증에두발단단히딛고확신하지. 61:25

이단단한태초의바위에두발단단히딛고확신하지.

이가장높고가장단단한태초의봉우리에두발단단히딛고확신하지.

바람과폭풍은모두이봉우리에서모였다가갈라져나가.

“어디에서불어야지?”, “어디로불어야지?’

모두여기에서결정되지.

웃어! 웃어! 나의밝고건강한<사악함>! 웃어! 61:26

높은산에서저아래를향해번쩍거리는조롱으로웃어!

<사악함>! 너의번쩍이는빛으로기막힌인간물고기를낚아주렴!

모든바다, 그속에사는것중에 61:27

내게속한것,

<내속에있는것과동일하며또한나를위해있는것>302)을낚아주렴!

그것을낚아서여기로가져다주렴!

나는여기서기다릴게.

온세상의낚시꾼들중에가장사악한낚시꾼, 짜라두짜는여기서기다릴게.

멀리! 멀리! 낚시야날아! 61:28

제4부 549

302) An-und-für-mich in allen Dingen. “모든 사물 중 내 안에 존재하는 것과 동일하며 나를 위해 존재하는것.”제4부는 2박 3일 동안 일어난 일임. 짜라두짜 내부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하위 영혼들, 여러 가지 인간유형을낚아올려서깨달음을얻은내용임.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49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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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6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행복을미끼로달고멀리날아!

물속으로! 물아래로!

네미끼의즙, 내영혼에서나온꿀을물속에흘려넣어!

꿰어! <낚시바늘>!

영혼속모든어두운응어리의배[腹]303)를꿰어!

61:29 멀리, 멀리봐! 수많은바다들이나를둘러싸고있잖아!

인간의다양한미래가동트고있잖아!

머리위엔장밋빛으로붉게물든고요한하늘!

구름한점없는고요!

55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03) Bauch aller schwarzen Trübsal. 직역하면“모든어두운고통의배.”그러나제4부를짜라두짜(니체) 자신의심리분석으로보고, 제4부의등장인물(아홉명)을짜라두짜심리속의하위영혼(니체의개념) 혹은콤플렉스(융의 개념) 혹은 그림자(융의 개념)로 볼 수 있음. 그래서“영혼 속의 모든 어두운 응어리”라고 번역함. “행복을 미끼로 물고기를 낚겠다”는 제4부에서 가차 없는 자기 심리 분석을 진행하겠다는 이야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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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6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다음 날 짜라두짜는 다시 동굴 앞의 돌 위에 앉아 있었어. 독수리와 뱀

은짜라두짜가먹을음식을구하러밖에나가돌아다니고있었지. 꿀도

구하러 다니고 있었어. 짜라두짜가 꿀을 싹싹 긁어서 없애 버렸거든.

짜라두짜는 땅에 드리운 자신의 그림자를 손에 든 지팡이로 더듬어 짚

어 가면서 생각에 잠겨 있었지. 물론 자기 자신이나 그림자에 대해 생

각하고 있었던 건 아니야. (정말이야!) 그러다 짜라두짜는 갑자기 크게

놀라 움찔했지. 땅에 자기 그림자 말고 또 하나의 그림자 있었거든. 벌

떡 일어나 몸을 돌렸지. 봐! 예전에 짜라두짜의 동굴에서 같이 음식을

먹었던 예언자가 서 있는 거야. <크게 지친 마음>을 말하면서 이렇게

가르치는예언자말이야. “모든것은하나다. 아무것도의미없다. 세상

은의미없다. 지식은숨을막히게할뿐이다”라고가르치는예언자. 하

지만 그동안 예언자의 얼굴이 변해 있었어. 짜라두짜는 예언자의 얼굴

을보고다시한번놀랐지. 불길한조짐이얼굴에가득나타나있는거

야! 잿빛의불길한조짐이얼굴에어른거리고있는거야!

예언자는 짜라두짜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눈치 채곤 자신의 얼굴

을 훔쳤지. 자기 얼굴에 나타난 불길한 조짐을 씻어버리려는 듯이. 짜

라두짜역시자신의얼굴을훔쳤어. 두사람은모두마음을가라앉히고

악수를했지. 서로상대방을알아본다는것을표시해야됐거든.

짜라두짜는이렇게이야기했지. 62:3

“어서오게. <크게지친마음>을말하는예언자! 그전에여기서식사를

제4부 551

62:1

62:2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51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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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6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함께했던 적이 있었지. 오늘도 나와 함께 먹고 마시게. 나는 늙은이치

고는좀유쾌한늙은이야. 같이식사해도크게불편하지는않을걸세!”

“유쾌한늙은이?”

예언자는이말을하면서머리를절레절레흔들었어.

“짜라두짜! 자네가 누구든, 자네가 무엇이 되기 원하든, 이제 이곳에 머

물면서 유쾌한 늙은이 노릇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네. 얼마 지나

지않아자네는배[船]를물에띄워야할걸세.”

“배만물에띄운후나는계속땅에있으면되겠네?”

짜라두짜는이렇게말하면서웃었지.

“이 산 주변의 파도는 자꾸 높아지고 있네. 커다란 고난과 번민의 파도

가 높아지고 있는 거네. 수면이 높아져서 자네 배를 들어 올리게 될 거

야. 가만히있다가는자네도휩쓸어가버리게되겠지.”

짜라두짜는이말을듣고조용히생각에잠겼지.

“자네는 저 소리가 안 들리나? 파도가 달려오면서 요동치는 소리가 깊

은곳에서들리고있잖아?”

짜라두짜는 계속 조용히 있었지. 그때 긴 비명 소리가 들린 거야. 비명

소리는 이쪽 절벽에서 저쪽 절벽으로 울리며 오랫동안 들렸지. 절벽조

차그비명을간직하고싶지않은듯비명은절벽과절벽을옮기며메아

리쳤지. 아주기분나쁜소리였어.

62:4 짜라두짜가입을열었지.

“자네는 나쁜 일을 예언하는 사람이지. 저건 고난에 빠져 구조를 요청

하면서 지르는 비명 소리야. 사람이 내는 비명 소리지. 아마 검은 바다

쪽에서오는소리인지도모르지. 하지만인간의고난이내게무슨뜻이

있겠어? 내가범하게된다고하더라도맨마지막에나범할죄가무엇인

지, 자네는그이름을알것같은데?”

55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52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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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6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연민!” 62:5

예언자는격정이넘치는목소리로대답하면서두손을높이쳐들었어.

“짜라두짜! 나는자네로하여금그마지막죄를범하게만들려고왔네!”

바로이때비명소리가다시울렸어. 이번에먼젓번보다더길고더고

통스럽고더가까운비명소리였지. 예언자가부르짖었어.

“들려? 들려? 짜라두짜? 자네를 부르는 비명 소리야. 자네에게 이렇게

외치고 있지. ‘오세요! 오세요! 오세요! 시간이 됐어요! 시간이 됐어요!

’”

이러자 짜라두짜는 다시 조용해졌어. 마음이 혼란스러워지면서 크게

흔들렸지. 짜라두짜는마음이갈팡질팡하는사람의목소리로물었어.

“나를부르는게누구지?”

“자넨누군지알고있잖아!” 62:8

예언자가격하게부르짖었지.

“왜스스로모른다고속이지? 자넬부르고있는건<훌륭한사람>이야!”

짜라두짜가크게겁이난목소리로부르짖었어. 62:9

“<훌륭한사람>? 그가날왜불러? 그가날왜불러? <훌륭한사람>!

도대체나에게무얼원하는거야?”

짜라두짜의몸에서는진땀이났어.

예언자는 짜라두짜가 크게 놀라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비명이

들렸던 절벽 밑쪽으로 귀를 기울였어. 한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

지. 예언자는짜라두짜가있는뒤쪽으로눈길을옮겼어. 짜라두짜가부

들부들떨면서서있는것을보았지.

제4부 553

62:6

62:7

6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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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6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2:11 예언자는비웃으며말했어.

“아! 짜라두짜! 자네가 어질어질해 하는 건 행복에 취했기 때문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부들부들 떨다가 넘어지지 않으려면 춤이라도 추어

야될거야!

62:12 하지만내앞에서춤을추고온갖재주를다부려도‘봐! 여기세상에마지

막으로남은<행복한사람>이춤을추고있어!’라고말할사람은없을걸

세.

62:13 <행복한 사람>을 찾으려 이곳 <높은 곳>까지 올라온 사람은 헛수고를

하는거지. 물론동굴은볼수있지. 촌구석의동굴도볼거고숨겨진것

이 감추어져 있는 비밀스러운 장소도 보겠지만 행복을 캘 수 있는 광산

이나 행복이 감추어진 보물 보관 건물이나 행복이 쏟아지는 금맥을 볼

수는없지.

62:14 이런 촌구석에 처박힌 사람들, 은둔자들에게서 어떻게 행복을 발견할

수 있겠나! <행복이 가득한 섬>이나 잊혀진 먼 바다에 가면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행복이남아있으려나?

62:15 하지만 모든 것은 하나야. 아무것도 의미 없어. 찾고 돌아다닌다는 것

은 소용없는 짓이야. 이제 더 이상 <행복이 가득한 섬>은 존재하지 않

아!”

62:16 예언자는 이렇게 말하며 짐짓 한숨을 내쉬었어. 하지만 예언자의 한숨

소리를 듣자 짜라두짜는 다시 쾌활하고 자신감이 넘치게 되었지. 깊은

구렁텅이에서밝은빛으로나온사람처럼말이야.

55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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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6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니! 아니! 절대로아니!”

짜라두짜는격하게외치면서수염을쓰다듬었어.

“나는 자네보다 잘 알아! 아직도 <행복이 가득한 섬>들이 있어!

그런식으로이야기하지마! 참회하는사람처럼맨날한숨이나내쉬면

서슬픔에취해사는인간아!

알지도못하면서떠벌이지마! 아침부터눈물을질질짜는비구름같은

인간아! 자네 청승이 뿌려 대는 눈물에 내가 벌써 다 젖었잖아! 비 맞은

개처럼젖은게안보여?

이제 비를 털어내고 자네로부터 벗어나야겠어. 그래야 다시 몸이 마르

지. 마른 몸이 되고 나면 놀라지나 말게! 내가 자네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다고생각할텐가? 하지만여긴내집이야!

하지만 자네가 말하는 <훌륭한 사람> 말이야. 좋아! 내가 숲에 들어가

서당장찾아보지. 비명은숲쪽에서들렸어. 무슨흉악한짐승에게공격

당하고있는지도몰라.

그는내동네에있는거야. 여기선해를입지않도록해야지! 내부근엔

흉악한짐승들이많아.”

짜라두짜는이말을마치고가려고몸을돌렸지. 그때예언자가말했어.

“짜라두짜! 이악당같은인간아!

난 알지. 자넨 나와 떨어지고 싶은 거지! 차라리 숲에 들어가서 흉악한

짐승을때려잡고싶은거겠지!

제4부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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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7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 그런들? 저녁엔 여전히 날 봐야 할걸? 난 자네 동굴에 앉아 있을 거야.

통나무처럼참을성있고무겁게앉아있을거야. 자넬기다리는거지!”

62:24 짜라두짜는떠나면서뒤를향해소리쳤어.

“마음대로! 동굴 속의 내 물건들은 자네 물건이기도 해. 자넨 손님이

니까!

62:25 꿀을 발견하게 되면 말이야. 좋지! 핥아 먹어. 으르렁대는 곰 같은 인간

아! 꿀을 먹고 영혼을 좀 달콤하게 만들라고! 저녁에는 기분이 좋은 상

태가돼야할거아니야!

62:26 하루가 무사히 끝났다는 점에 대해 기분 좋고 기뻐해야 할 거 아니야!

그리고 저녁에 자네는 춤추는 곰이 되어 내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서 춤

도좀춰야지.

62:27 내 말 안 믿어져?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어? 좋아! 맘대로 해 봐! 이 늙은

곰같은인간아! 하지만자넨춤추게될거야! 내가장담하지. 나도예언

자거든!”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55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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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7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w

짜라두짜는숲으로들어갔어. 한시간도지나지않아서숲속에이상한

일행이 지나가고 있는 것을 보았지. 짜라두짜가 가려고 하는 방향에서

왕 두 명이 오고 있었어. 왕관을 쓰고 있었고 오른쪽 가슴에서 왼쪽 허

리에걸쳐보라색현장(懸章)을두르고있었지. 플라밍고처럼밝은색의

옷차림이었어. 짐을 실은 당나귀 한 마리를 앞세우고 가고 있더군. “이

왕들은 내 왕국에서 뭘 하려는 거야?”짜라두짜는 놀라서 혼자 중얼거

렸지. 그리고 재빨리 수풀 뒤에 몸을 숨겼어. 왕들이 짜라두짜 옆을 지

나갈 때 짜라두짜는 절반쯤은 일부러 들리도록 절반쯤은 혼자 말인 것

처럼말했지.

“이상해! 이상하군! 이해할 수가 없는데! 왕은 두 명인데 당나귀는 한

마리뿐이잖아!”

그러자왕들은걸음을멈추고얼굴에미소를띠었어. 목소리가들린쪽

을보았지. 그리고서로마주보았어. 오른쪽의왕이이렇게말했지.

“왕두명에당나귀한마리.

사람들이이상하게생각하는게당연하지.

하지만보통들그런생각을입밖에내지는않지.”

왼쪽의왕이어깨를한번들썩이고대답했어.

“사람소리가아니라염소떼에서난소리였을지도몰라.

제4부 557

63:1

63:2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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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7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니면너무오랫동안나무와바위사이에묻혀산은둔자든지.

사회생활을전혀하지않으면좋은매너도엉망이돼.”

63:4 “좋은매너?”

오른쪽의왕이분노에찬씁쓸한목소리로말했어.

“우리가지금이렇게다니고있는게,

궁정의‘좋은매너’가지긋지긋해서그런거아니야?

궁정의‘물좋은사회생활’을하고싶지않기때문아니야?

63:5 은둔자들틈에서, 아니면차라리염소떼사이에서사는게나.

금가루를칠한가짜인데다온갖페인트로떡칠을한

폭도속에서사는것보다는!

그들은스스로‘물좋은사회사람들’이라고부르지.

63:6 그들은스스로‘귀족’이라고부르지.

하지만그인종들은모든게가짜고모든게썩었어.

특히혈통이썩었지. 조상때부터갖가지아주나쁜병에걸렸던데다가

병보다더나쁜돌팔이들이설치는바람에혈통이다썩었어.

63:7 요즘보면가장근사하고좋은사람은건강한농민이야.

투박한척하면서교활하고, 고집세면서도인내심이강하지.

요즘에는농민이제일고귀한성품을가진거야.

63:8 요즘은농민이제일근사하다니까! 농민이지배자가돼야해!

하지만요즘의지배자는폭도지. 나는더이상못참겠어.

폭도란게뭐야? 이것저것뒤죽박죽으로섞어놓은거잖아!

55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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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7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뒤죽박죽폭도>. 모든것이다른모든것과섞여있지. 63:9

성자(聖者), 악당, 신사, 유대인, 아무튼

<노아의배>에실려서살아남은것은다섞여있어.

좋은매너! 좋기는개뿔! 모든게가짜야. 모든게섞여있을뿐이지. 63:10

아무도어떻게존경해야하는지몰라. 겉으로만공손하고번지르르하지.

우리는지금바로좋은매너가지긋지긋해서도망나온거아니야?

그들은입에꿀을바른것처럼근사한말만하지.

뻔뻔하게촐랑거리면서먹을것을조르는개같은놈들이야.

종려나무304) 잎에다금칠을하지.

우리왕들은이제모두가짜가되어버렸어. 63:11

조상으로부터물려받은빛바랜후광으로둘러싸서위장했을뿐이지.

정말멍청한놈들, 정말교활한놈들,

그리고요즘세상에서권력게임을하는놈들을위해

봉사하는장식물이되고말았지! 그래서구역질이나.

우리는더이상맨앞에서서지배하고지도하는존재가아니야. 63:12

하지만그런존재인척해야지.

이렇게사기를치는게이제너무너무피곤해. 이제구역질나.

제4부 559

304) 종려나무 잎은 성경에서 승리를 상징함(레위기 23:40, 요한계시록 7:9). 예수가 최후를 맞이하기 위해 예루살렘에 들어갈 때, 따르는 무리들이 길에 종려나무 잎을 깔았음. ‘종려나무 잎에다 금칠을 했다’는 말의뜻은, 기독교를위선적으로엉터리로왜곡해믿는다는뜻으로볼수있음. 크리센덤(Christendom, 국가교회체제)에대한비판으로볼수있음.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59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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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7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3:13 어중이떠중이를피해서이렇게나온거잖아!

열에들떠고함지르는놈들.

아무소리나휘갈겨써대는왕파리들.

냄새나는장사치들.

야망에불타서노상싸움질이나하고.

입에서는썩은냄새가진동하고.

그런폭도를피해서이렇게나온거잖아.

쳇! 그런어중이떠중이들을떠받들고살아?

63:14 쳇! 그런어중이떠중이들을떠받들고살면서가짜지배자시늉을해?

헥! 구역질! 우에엑! 우에엑!

요즘세상에왕이란게무슨의미가있어!”

63:15 왼쪽의왕이여기에서말을끊었어.

“이런! 형! 또그구역질이시작된거야?

하지만이부근에누군가우리말을엿듣고있어.”

63:16 짜라두짜는 왕들이 나누는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면서 그 모습을 유심히

보고있었거든. 짜라두짜는숨어있던장소에서일어섰지. 그리고왕들

앞으로나가서이렇게말했어.

63:17 “당신들말을지금까지엿들은것은나네.

당신들말을계속엿듣고싶은것도나지.

나는짜라두짜라고하네.

63:18 나짜라두짜도

‘요즘세상에왕이란게무슨의미가있어!’305)라고말한적있지.

56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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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7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런말을했다는것을용서하게.

하지만자네들끼리이야기하면서이렇게말하는것을듣고기뻤던거지.

‘요즘세상에왕이란게무슨의미가있어!’

하지만여긴내왕국이고내영역이네. 63:19

내왕국에서자네들이무엇을찾고있었는지도무지짐작이가지않는군.

하지만내가찾고있었던것을혹시보지못했나?

나는<훌륭한사람>을찾고있었거든.”

왕들은이말을듣자손으로자신의가슴을툭툭치면서입을모아말했어. 63:20

“드디어우리를알아보는사람이있군!

그렇게말을하니우리가슴에끼어있었던먹장구름이뚫린것같네. 63:21

자네는우리들의고통이무엇인지알아맞힌거지.

보게! 우리역시<훌륭한사람>을찾기위해나선거라네.

우리보다훌륭한사람말일세. 63:22

우리역시왕이기는하지만우리보다훌륭한사람을찾고있었어!

우린이당나귀306)를그사람에게데려가는중이었지.

<가장훌륭한사람>이야말로

이땅을다스리는최고지도자가되어야하지않겠나!

제4부 561

305) 56:167306) 예수가 최후를 맞기 위해 예루살렘에 들어갈 때 당나귀를 타고 들어감. 이러한 의식은 기독교뿐 아니라

기독교 이전의 신비주의적 종교, 특히 디오니소스 숭배에서 광범위하게 치러졌음.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을동시에대표하는인물이대도시에들어갈때, 죽음과부활을예고하는의식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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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7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3:23 이땅위에서진정으로가장강한자들이

가장높은지도자들이되지못할때

최악의불행이닥치는법아니겠나?

그때모든것은

가짜가돼버리고왜곡돼버리고괴물같이돼버리지.

63:24 <마지막인간>307)들, 혹은아예인간보다짐승에가까운놈들이

가장높은지도자가되는시대가돼버렸지.

그래서폭도의가치는더욱더치솟고있지.

마침내폭도의미덕이이렇게외치는세상이됐어.

‘보거라! 내가곧미덕이니라!’”

63:25 이말을듣고짜라두짜가대답했어.

“내가제대로듣긴들은건가? 안믿어지는데!

왕들이이런지혜로운말을하다니!

난완전히반했어.

그래! 자네들말을듣고벌써, 시(詩)를한수를짓고싶은마음이드는군!

63:26 모든사람이좋아할시(詩)는아니지만.

당나귀같은바보들을배려하는마음씨는없어진지오래되거든.

자! 불러볼테니듣게!

63:27 (이때 당나귀도 말을 했어. 당나귀는 심술이 잔뜩 난 목소리로 분명하

게 이렇게말했지. “네에에엥~!”308))

56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07) 0:93~0:107308) 55:30의주석24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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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7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옛날에…아, 아마서기1년에 63:28

술마시지않고도취한듯몽롱한여자무당이이렇게외쳤네.

‘세상이엉망이됐구나!

썩었어! 썩었어! 세상이이보다더타락한적은없었어!

로마는창녀가되었구나.

로마는창녀촌이되었구나.

로마는카이사르가기르는한마리짐승이되었구나.

신은유대인이라고떠드는구나!’”

v2w

왕들은짜라두짜가읊은시(詩)를듣고기꺼워했어. 63:29

오른쪽의왕이말했지.

“아! 짜라두짜! 밖으로나와서자네를만난건정말잘한일이야!

자네적들이, 자네모습이어른거리는거울을우리에게보여준적있지. 63:30

거울속의자네는악마같이얼굴을찌푸린채

비웃음을크게터뜨리며우릴보고있었지.

그래서처음엔자네를무서워했었어.

하지만거울속의모습이무슨상관이겠나. 63:31

사람들이전하는자네의가르침을듣자귀와가슴이다시원해지더군!

그래서우리는, ‘외모가무슨상관이란말인가!’라는생각을했네.

짜라두짜에게직접가서말을들어봐야한다! 63:32

이런가르침을주는자의말을들어봐야한다!

평화는새전쟁을벌이기위한수단일뿐.

제4부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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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7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긴평화보다는짧은평화가필요할뿐.309)

63:33 누구도이렇게호전적인이야기를한적이없잖아!

짜라두짜, 자넨또이렇게가르쳤잖아.

‘그렇다면선이무엇입니까?’

라고묻겠지?

용기있게사는것이선이야.310)

훌륭한명분이있으면전쟁도신성한것이될수있다?

천만에!

훌륭한전쟁은어떤명분이라도신성하게만들수있다!311)

63:34 아! 짜라두짜! 자네의가르침을전해듣자

우리몸속에있던조상의피가들끓어오르는거였어.

오래된포도주통에게봄이온것312) 같은기분이었어.

63:35 우리조상은상대의칼에

피묻은칼을맞대고엉킬때, 그때인생을사랑한거였어.

피에젖어마치붉은무늬가얼룩덜룩한뱀같이보이는칼을맞대고엉킬때,

그때인생을사랑한거였지.

그분들에게는평화로운시기의태양은

흐릿하고미약한, 태양같지도않은태양일뿐이었지.

평화로운시기가길어지면스스로부끄러움을느꼈지.

56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09) 10:8310) 10:13311) 10:11312) 봄이오면빈포도주통을수리하고씻어서준비하기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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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7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우리조상들은 63:36

칼이피에주려반짝거리며벽에걸려있을때땅이꺼져라한숨을내쉬었지!

피에주린칼처럼조상들은전쟁에목말라했다네.

칼은피를마시고싶어하거든.

피를흠뻑마시고싶다는욕망에반짝거리는거라네.”

왕들이, 조상이 누렸던 행복에 대해 입에 침을 튀기며 열심히 이야기하

자 짜라두짜는 왕들의 정열을 조롱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어. 곱게

나이먹은점잖은얼굴을가진평화스러운노인네들에지나지않았거든.

하지만짜라두짜는조롱하고싶어하는자신의마음을꾹눌러참았지.

“좋아! 저쪽으로가면나, 짜라두짜의동굴이나오네.

오늘저녁은여러사람이모여서뻑적지근하겠군!

고통의비명소리가들려오고있기때문에이만여기서헤어져야겠네.

내동굴로왕들이가서앉아기다려준다면영광이지. 63:38

하지만자네들은오래기다려야할걸세!

그렇지만오래기다린다고한들문제될게없잖은가! 63:39

기다리는거라고한다면궁정보다더확실하게배울수있는곳이없잖아?

궁정에서는기다릴줄안다는게큰미덕이니까313)

자네들, 왕들도그미덕을다익히고있겠지.

요즘은그걸두고, ‘기다릴수있는능력을보유하고있음’이라말한다며?”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4부 565

63:37

313) 51:12, 5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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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8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4:1 짜라두짜는 계속해서 숲을 뒤지고 다녔어. 숲 속 더 깊이 들어간 거지.

늪같이 질퍽거리는 곳을 지나게 되었지. 하지만 어려운 문제들을 골똘

히생각하는사람들이자주그런일을범하듯이, 길을가다가사람을밟

은 거야. 봐! 밟혀서 지르는 비명이 한 번 나오더니 상스런 욕이 두 번

나오고 그에 이어, 독설이 한 스무 마디쯤 쏟아지는 거 아니겠어? 짜라

두짜는깜짝놀라지팡이를들어서밟힌사람을내리친거야. 하지만짜

라두짜는곧정신을차렸지. 지팡이로내리치는엉뚱한짓을했다는생

각에크게웃었어.

64:2 “날용서하게.”

짜라두짜가 말했지. 밟힌사람은화가 나서벌떡일어섰다가 다시주저

앉았어.

“날용서하게. 그리고우화하나를들어보게.

64:3 심오한주제에대해생각하고있던방랑자가인적이끊긴길에서

아무생각없이개를한마리밟은거야.

개는햇볕을쪼이며누워있었지.

64:4 방랑자와개는싸움을시작했지.

생사대적을만난듯이상대방에게달려든거야.

인적이끊긴길이어서서로겁이바짝난거였거든.

지금우리둘도그런상황아닌가?

56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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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8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 하지만! 64:5

아주조금만마음을바꾸면서로쓰다듬어줄수있지.

외로운개와고독한방랑자아닌가!

둘다고독한존재들이거든!”

밟힌사람이이렇게말했어. 64:6

“당신이누구든, 내가슴에발길만올리는건아니군요.

당신말은가슴에와닿네요.

그런데, 내가개입니까?” 64:7

앉아 있던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질퍽거리던 진흙탕에서 맨 살

을 드러낸 팔을 뺐어. 그 사람은 진흙탕 옆에 엎드려 쭈욱 뻗고 누워 있

었거든. 언뜻보아서는사람인지몰라볼모습으로. 마치사냥감을잡으

러늪속에들어가기다리는사람같이.

“그런데지금뭐하고있던거야?” 64:8

짜라두짜가크게놀라소리쳤어. 맨살을드러낸팔뚝에서많은피가줄

줄흘러내리고있었거든.

“무슨일이있었던거야? 흉악한짐승한테물린거야? 이런! 불쌍한사람!

사내는피를줄줄흘리며이렇게대답했지. 웃는얼굴이었지만아직기

분이꽤나쁜상태였어.

“당신이상관할바가아니에요!”

그리고몸을돌려가려고하면서이렇게말했어.

“여긴 내 집이고 내 영역입니다. 나한테 물을 게 있으면 자기 마음대로

물을수있죠. 하지만나는멍청이한테는대답하지않습니다!”

제4부 567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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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8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4:10 “자넨틀렸어!”

짜라두짜는근심어린목소리로말하고그사내를꽉붙들었지.

“자넨틀렸어. 여긴자네집이아니라내영역이야.

나는이곳에서다치는사람이없도록하고싶어.

64:11 멍청이든뭐든자네마음대로날불러도좋아.

자네가무엇이라날불러도

나는<내가되어야만하는존재>314)니까.

나는스스로짜라두짜라고불러.

64:12 자! 저쪽으로가면짜라두짜의동굴로가게돼.

여기서멀지않지. 내집에서상처를치료하고가지않을텐가?

64:13 자네는불쌍해보이는군.

모든게다순조롭지못한것같네.

처음엔짐승한테물리고다음엔사람한테밟히고!”

64:14 밟힌 사람은 짜라두짜의 이름을 듣자 태도가 바뀌었지. 그리고 이렇게

외쳤어.

“대체이게무슨일입니까!

이세상에나한테관심을가지는존재는

짜라두짜라는사람하나뿐이군요!

아! 그리고내피를빨아먹고사는벌레, 거머리도내게관심이있지요!

56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14) Ich bin, der ich sein muss. 영어로는 I am what I must be. 니체는삶에대한전적인긍정을주장함. 이는자신의운명을감지하고이를전폭적으로수용하는자세를뜻함. 61:14에나오는‘<너인것>이되어라(Become what you are)’와같은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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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8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거머리때문에낚시하듯여기진흙탕옆에누워서 64:15

팔뚝을집어넣고있었는데,

그래서벌써열번이나물렸는데,

이젠짜라두짜라고불리는엄청난거머리가피를빨려고왔습니다!

오늘운수대통이네요! 기막힌날이군요! 64:16

이진흙탕으로나를이끈오늘을찬양해야되겠습니다!

엄청나게큰<양심을먹고사는거머리>, 짜라두짜님에게찬양을!

짜라두짜님이야말로온세상에서가장싱싱한,

걸어다니는<부황뜨는컵> 아닌가요!”

밟힌사람은이렇게익살을부렸어. 짜라두짜는사내의말에유쾌한기

분이들었지. 게다가사내의태도는곱고점잖았거든.

“자넨누군가?”

짜라두짜가물으면서악수하기위해손을내밀었지.

“자네와나사이엔아직서로모르는것도많고밝힐것도많지. 하지만

이정도만되어도이미환하게, 대낮같이환하게서로알게된것같네.”

사내가대답했어. 64:18

“저는<정신이양심적인사람>315)이죠.

정신의문제에관해선저보다더엄격하고엄정하고가혹한사람이없지요.

아, 물론, 제가마음속으로존경해서배운짜라두짜한사람빼고서말이죠.

제4부 569

64:17

315) 니체의 정신은 머리, 지성을 뜻함. <정신이 양심적인 사람>은 지적 정직성(intellectual integrity)이 있는사람임.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69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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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8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4:19 여러가지일에대해반쯤아는것보다는아무것도모르는게낫습니다.

다른사람들비위를맞춰서현인으로인정받는것보다는

차라리스스로바보라고생각하는게낫습니다!

저는사물의뿌리까지파고듭니다.

64:20 제가파고드는사물이큰거든작은거든그게무슨상관이죠?

제가파고드는사물이늪이든하늘이든그게무슨상관이죠?

땅한뼘이면제게충분합니다. 단단한땅이기만하면됩니다.

64:21 땅한뼘이면제게충분합니다. 그거면딛고서기에충분하지요.

참된양심적인지식의세계에선큰것과작은것의구별이없지요.”

64:22 “음. 그러니까아마자네는거머리전문가인모양이군?”

짜라두짜가물었어.

“자네, <정신이 양심적인 사람>은 거머리를 마지막까지 파헤치는 모양

이군?”

64:23 그러자밟힌사람이말했지.

“아! 짜라두짜님! 거머리를통째로연구한다는건엄청난거지요.

제가어떻게감히그런일에도전하겠습니까?

64:24 제가잘하는것, 제전문은거머리의뇌에요.

그게저에게는세계지요!

64:25 거머리의뇌만해도하나의세계에요!

이분야에대해서제가자부심을가지고있다는점, 용서해주시길!

저와버금갈수있는사람이없어요.

57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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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8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래서아까‘여긴내집입니다’라고말했던겁니다.

거머리의뇌, 이것하나만들고판지얼마나오래되는지! 64:26

이분야에관해선미끈거리는진실도제손을못벗어납니다!

여긴제왕국이에요!

이걸위해서전다른모든것을버렸어요. 64:27

이걸위해서전다른모든것에무관심해졌지요.

거머리의뇌에대해서저는엄청난지식을가지고있지만

다른것에대해서는깜깜무식이지요.

제정신의양심은저에게한가지에대해서만알것을요구하지요. 64:28

그한가지외에는아무것도알지말것을요구하지요.

<되다만지식인>들을보면흐리멍텅하고비현실적이죠.

구름잡는이야기나할뿐이죠.

저의지적(知的)정직성이멈추는곳에선 64:29

저는앞못보는맹인입니다. 거기서저는차라리맹인이되기원해요.

하지만제가알고싶은분야에관해선정직해지고싶지요.

지적으로정직하다는건

엄격하고엄정하고가혹하고잔인하고가차없다는것이지요.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당신, 짜라두짜 님이 이렇게 말했기 때

문이지요.

‘정신은, 생명을가르고파고드는또하나의생명이지.’316)

제4부 571

64:30

316) 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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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8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말을전해듣고저는당신의가르침을따르게됐습니다.

저는제피를바쳐서저의지식을확장해왔어요!”

64:31 “그래! 자네가거머리에게피를바치는걸내눈으로봤네.”

짜라두짜는 중간에서 말을 끊었어. <정신이 양심적인 사람>이 팔에서

계속피를흘리고있었기때문이지. 거머리열마리한테물렸거든.

64:32 “자넨정말기이한사람이군.

거머리에게피를빨리고있다는사실하나만봐도여러가지를알수있지.

그사실하나만봐도자네가어떤사람인가알수있지!

내가자네에대해어떻게생각하는지

자네의고지식한귀에대고이야기해줘도

자넨무슨소리인지모를거야!

64:33 아무튼! 여기서헤어지도록하세! 하지만나는자네를또만나고싶네.

저쪽으로가면내동굴이나오네.

오늘밤자네는내동굴에서손님으로머물게! 환영하네!

64:34 자네를밟은것에대한벌충으로자네몸을치료하는데도움을주고싶네.

어떻게하면좋을지생각해봐야지.

하지만지금은고통에찬비명소리가나를부르고있군.”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57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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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8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w

짜라두짜가바위모퉁이를돌자별로멀리떨어지지않은곳에사람하

나가보이는거야. 같은길위멀지않은곳에서그사람은실성한것처

럼 팔다리를 허공에 휘젓고 있는 거야. 그러다 마침내 땅에 풀썩 엎어

지는거야. 짜라두짜는혼잣말을했지.

“이런! 저사람이<훌륭한사람>임에틀림없는것같은데.…고통에찬

끔찍한 비명 소리를 질렀던 것은 저 사람이야. 도와줄 방법이 있는지

한번봐야겠군.”

짜라두짜는그사람이누워있는곳으로가까이다가갔지. 부들부들떨면

서허공을뚫어지게응시하고있는노인317)이었어. 짜라두짜가노인을일

으켜 세우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지. 그 불쌍한 노인은 주변에 다른

사람이있다는것도모르는눈치였어. 오히려실성한사람처럼손발을휘

저으며주변을여기저기볼뿐이었지. 세상으로부터버림받아혼자가된

사람처럼말이야. 한참동안온몸이부들부들크게떨리기도하고잘게떨

기도하고얼굴이일그러지기도하더니마침내이렇게울부짖었던거야.

날따듯하게해줄사람누가있을까? 날사랑해줄사람누가있을까?

제게더운손길을베풀어주세요!

제4부 573

65:1

65:2

317) 음악가바그너(R. Wagner) 혹은짜라두짜내부의‘바그너적요소’를상징함. 니체는청년기에바그너를따랐음.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73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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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8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제마음을녹일수있는화로를주세요!

사지를벌린채널브러져부들부들떠네.

이미반쯤죽었지만어떻게든살려보려고발을덥게덥힌사람처럼.

아! 알지못할열병에걸려망가진사람처럼.

차갑고날카로운서릿발같은화살에맞아떨고있네.

당신! 바로<나자신의생각>! 당신은나를사냥꾼처럼쫓는군요!

차마입에담을수없을만큼끔찍한생각! 감추어진생각!

구름으로몸을가린사냥꾼같은생각!

당신이쏘아낸번개에맞았어요.

당신은어둠속에서나를보며조롱하고있나요?

그래요! 전, 이렇게뻗어있어요!

몸을웅크리고몸을비비꼬고

영원히계속될온갖고문에고문당하면서!

당신, 잔인한사냥꾼에게당한채, 전이렇게뻗어있어요.

정체감춘당신은바로하나님!

65:3 더세게치세요!

한번더치세요!

찌르고더찌르세요! 차라리제가슴을산산이부수세요!

뭉툭한화살로한없이찔러대는

이고통은도대체무슨뜻인가요?

왜우리를내려다보지요?

인간이고통하는모습이지긋지긋하지도않나요?

왜당신에눈에는신성(神性)뿐아니라악의도함께들어있지요?

차라리죽여주지않으실건가요?

고통주고또고통주기만하실건가요?

왜저에게고통을주는거지요?

57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74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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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8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당신은악의에가득차있어요. 당신, 정체모를하나님!

하하! 가까이서보고있나요? 65:4

이렇게깜깜한한밤중에

무얼원하시는거죠? 말해보세요!

당신은저를억누르지요. 당신은저를누르지요.

하! 너무가까이오셨군요!

저리가세요! 썩물러가세요!

제숨소리가들릴정도로가까이오셨군요!

제심장뛰는소리가들릴정도로가까이오셨군요!

질투많은하나님.

뭘질투하기에이리가까이오셨나요?

저리가세요! 썩물러가세요! 사다리는대관절무엇에쓰시려고?

사다리를타고

제영혼속으로올라와들어오시려고요?

저의정말, 정말비밀스러운생각속으로들어오시려고요?

염치없고정체모를도둑놈이군요!

가까이다가와서얻을게뭐있다고!

엿들어서얻을게뭐있다고!

고통주어서얻을게뭐있다고!

고문하는사람인가요?

당신, 하나님은교수형을집행하는자인가요?

제가한마리개가되어당신앞에서뒹굴어드릴까요?

당신께굴종해서굴종의환희에날뛰어드릴까요?

개처럼꼬리를흔들어당신께사랑을바칠까요?

다쓸데없는짓이에요! 차라리한번찌르세요! 65:5

당신, 정말잔인한칼같은하나님!

제4부 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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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9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니, 저는개도못되는신세군요. 전, 당신의사냥감에불과하군요.

당신, 정말잔인한사냥꾼같은하나님!

저는당신의죄수중에가장자존심이드센죄수노릇을하고있지요.

당신, 구름뒤에숨은강도같은하나님!

한번더마지막으로말씀드릴게요.

말해보세요!

숲에숨어있다가덮치는강도같은하나님! 저에게뭘원하는거지요?

당신, 하나님은번개뒤에숨어있죠! 정체모를존재인하나님! 말해보세

요!

정체모를하나님, 저에게뭘원하는거지요?

65:6 뭐라고요? 몸값이요?

얼마드리면되죠?

몸값, 세게부르세요. 제몸값이너무낮으면기분나쁘니까요.

몸값, 빨리부르세요. 제몸값가지고시간끌며흥정할생각없으니까요.

65:7 하하!

제몸값은저자신이라고요? 저를원한다구요?

저요? 저의모든것이라고요?

65:8 하하!

그런데저를괴롭히나요? 당신혹시바보아니에요?

저를통째로원한다면서제자존심을산산이부수나요?

저에게사랑을베풀어주세요!

그런데누가나를따듯하게대해줄까?

누가나를사랑해줄까?

저에게따듯한손길을베풀어주세요!

57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76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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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9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저에게마음을따듯하게녹일수있는난로를베풀어주세요.

세상에서제일고독한사람인저에게베풀어주세요!

얼음, 그래요! 일곱겹얼음318)이내게가르쳐주었지요.

적을만나기를갈망하라고가르쳐주었지요.

네! 적을만나기를갈망하라고.

저에게제공해주시죠, 아니, 양보해주시죠.

저의가장잔인한적인하나님!

하나님자신을저에게주시죠!

가버렸네! 65:9

도망가버렸네!

나의마지막동반자! 나의유일한동반자!

나의위대한적!

나의정체모를존재.

나의교수형집행자같은하나님이가버렸네!

안돼요! 돌아오세요! 65:10

제게어떤고통을주셔도좋아요.

돌아오세요.

저는이세상에마지막으로남아있는고독한사람이에요!

제눈에서흐르는눈물은시내가되어

당신에게달려가고있군요!

제심장에서타오르는마지막불길은

당신을향해타오르고있군요!

아! 돌아오세요!

제4부 577

318) 짜라두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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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9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저의정체모를하나님! 저의고통! 저의마지막행복!

v2w

65:11 짜라두짜는 더이상참고들을수가없었어. 지팡이를꺼내서울부짖고

있는 늙은이를 사정없이 내리쳤지. 분노가 가득 담긴 웃음을 터뜨리며

이렇게 외쳤어. “멈춰! 멈춰! 배우!319) 흉내쟁이! 뼛속까지 거짓말쟁이!

나는너같은종자를잘알아!

65:12 너, 악질적인 마법사! 네놈의 다리를 화끈하게 만들어 주마. 따듯한 손

길을 좋아한다고? 네놈 같은 종자를 아주 뜨뜻하게 만드는 법을 잘 알

지!”

65:13 “그만! 그만!”늙은이는 자리에서 튀어 일어나면서 짜라두짜에게 말했

어. “그만때리게. 짜라두짜! 난그냥장난으로한거였네.

65:14 이렇게연극하는게내재주야. 난자네를한번시험해보고싶었어. 자

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 주면 자네가 속을까, 안 속을까 알고 싶었어.

자네는이게연극인지알아맞힌거지!

65:15 게다가자네가어떤사람인지도 알게되었네. 자넨냉혹한사람이야. 지

혜로운 짜라두짜! 자넨 내가 연극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나

를 아주 냉혹하게 때리더군. 그래서 이렇게, 진실에관한내 자백을 단번

에받아내지않는가!”

57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19) 니체의‘배우’는매우부정적인의미를가지고있음. 배우는, ‘자기자신의진실을조금도가지지않은자라는뜻’임. 『선과악을넘어서』의7장참조.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78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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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9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5:16 “입에발린칭찬하지마.”

짜라두짜는대답했어. 아직도화가가라앉지않았고얼굴이찌푸려져있었지.

“자네는 뼛속까지 배우야! 자네는 가짜야. 진실이란 말을 입에 담지도

마!

자네는공작중의공작320)이지. 자네는허영의 바다일뿐이야. 악질마법사, 자

네는 무엇을 연기한 거지? 그런 식으로 울부짖는 것을 볼 때, 도대체 나는누구

를믿어야하지?”

늙은이가대답했어. 65:18

“<정신을참회하는사람>321)이었어. 나는그사람을연기한거야.

자네자신이예전에그표현을쓴적이있잖아!

시인과마술사중엔자신의정신을자신에게겨냥한사람이간혹있다고.

양심의가책과이제까지가져왔던엉터리지식에대한자각으로

얼어죽을지경이되어마침내변화된인간으로거듭나는경우지.

자, 이제스스로인정하게. 짜라두짜! 65:19

아까내모습이연기였는지알아차리는데까지

시간이많이걸렸다는것을인정하게!

자네는, 아까내가고통스러워하던모습이진짜인줄로믿었지.

아까나를일으켜세우려고내머리를자네팔에안았을때,

자넨이렇게슬프게외쳤잖아. 65:20

제4부 579

65:17

320) 39:37, 39:38321) 39:44, 39:45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79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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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9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 이사람은너무너무사랑에굶주렸구나! 굶주렸구나!’

자네가하는말을듣고내사악한마음은엄청기뻐했지.

자네를속여넘기는데에성공한거였으니까.”

65:21 짜라두짜가대답했어.

“나보다훨씬더감각이있는사람을속였어야지.

나는속이기쉬운사람이야.

나는속이려드는사람을경계하지않고살거든.

나는그런사람에대한경계심없이살아야만해. 내운명이그래.

65:22 하지만당신은속이고살아야만하지.

당신이그런존재라는건알아.

당신은항상애매하게뜻을흐리고살아야하지.

항상모든행동과말에두겹, 세겹, 네겹, 다섯겹의의미를

겹겹이깔면서살아야되지!

당신이장난으로<정신을참회하는사람>을연기했다는말도

반은맞고반은틀린이야기일걸!

65:23 당신, 악질흉내쟁이! 항상그런식으로살수밖에없지!

벌거벗고의사앞에서서검진을받을때에도

이증상인지, 저증상인지헷갈리게꾸미고살아야할걸!

65:24 아까그연기에대해‘그냥장난으로한거였네!’라고말했지?

정말그럴까? 아닐걸? 그말에는진심이있어.

당신은<정신을참회하는사람>같은면을좀가지고있는거지!

65:25 내가정확하게맞춘거아니야?

당신은모든사람을당신에대해황홀하게홀리게만들지.

58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80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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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9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당신이자신에대해사용할수있는거짓말과속임수는

남아있지않아. 당신은당신자신에대해환멸하게된거야!

제4부 581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81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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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9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결국당신에게남은유일한진실이뭐겠어? 65:26

자기자신에대한구역질뿐이지.

당신한테는모든말이다가짜야.

하지만당신입은진짜지. 그래서당신입에구역질이생기는거야.”

“네가대체뭐기에!” 65:27

짜라두짜의 말을 들은 늙은 마법사가 부르짖었지. 호통을 치는 목소리였

어.

“감히나에게, 이시대에살아있는가장위대한인간에게그따위소리

를할수있단말인가?”

늙은 마법사의 눈에서는 분노를 담은 녹색 눈빛이 줄기줄기 쏟아져 나

왔어. 하지만 늙은 마법사의 태도는 곧 바뀌었지. 늙은 마법사는 슬프

게말했어.

“아! 짜라두짜! 나는넌더리가나. 65:28

내재주에구역질이나.

나는위대한존재가아니야. 내가왜위대한척하고살아야되지?

자넨, 내가위대하지않다는걸잘아는군. 나는한때위대해지려고했지!

나는위대한사람처럼보이기원했어. 65:29

그리고많은사람에게그렇게믿도록만들었지.

하지만이거짓을나는더이상견딜수없어.

거짓이점점불어나서나는그아래깔려서죽을지경이됐어.

아! 짜라두짜! 내모든것은다거짓이야. 65:30

내가깔려서찌부러지고있다는것! 그것만은진짜지!”

58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82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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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9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말을듣고짜라두짜는눈길을아래로떨어뜨리며우울하게말했어. 65:31

“명예로운일이라네. 위대해지려고했다는것은명예로운일이라네.

하지만위대해지려고노력했기때문에

자네가위대한사람이아니라는게드러나게된거지.

65:32 자네는사악한마법사야.

그러나자기자신에대해넌더리를낸것,

‘나는위대하지않다’라고밝힌것이

바로자네의가장훌륭한점이고가장정직한점이라네.

65:33 그점에 대해 나는 자네를 <정신을 참회하는 사람>으로서 존경

하네.

비록찰나의순간이었는지몰라도자네는진짜였네.

65:34 하지만 말해 보게. 여기 내 숲, 내절벽에서 도대체 무엇을 찾고

있나?

내오솔길에누워서, 나를어떤시험에빠뜨리려고한건가?

65:35 무엇에관해나를시험하려한건가?”

65:36 짜라두짜는 이렇게 이야기했지. 짜라두짜의 두 눈은 반짝거리

고 있었어. 늙은 마법사는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이렇게 말했

어.

“내가자네를시험했다고? 나는단지찾고있었을뿐이야.

65:37 아! 짜라두짜! 나는참된인간을찾고있었어.

제대로된단순한인간.

제4부 583

65:39

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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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43

6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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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9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나의행동과말에, 하나의뜻만담는인간을찾고있었어.

정직한인간을찾고있었어.

지혜를가진인간을찾고있었어.

지식을가진현인을찾고있었어. 위대한인간을찾고있었어!

자네는몰랐나? 아! 짜라두짜! 나는짜라두짜를찾고있었어.” 65:38

두 사람 사이에선 길게 침묵이 이어졌지. 짜라두짜는 두 눈을 감고 생각에 깊

이 잠겼어. 문득 정신을 차리고 마법사의 손을 잡고 짐짓 매우 공손하게 말했

지. 짐짓정중하게꾸며서말했지.

“좋습니다! 저쪽으로가면저, 짜라두짜의동굴이있지요. 거기에가계시면제

가나중에가겠습니다.

제가기르는독수리와뱀에게물어보십시오. 제가돌아오고있다는것을알려

드릴겁니다. 제동굴은넓으니까편히계실수있습니다.

저는 아직 위대한 인간을 보지 못했습니다. 예민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위대한

것에대해서는영잘못보더군요. 이시대는폭도의왕국일뿐입니다.

목에 힘을 꼿꼿이 주고 가슴에 숨을 잔뜩 불어 넣은 인종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인종들을보고인민은이렇게말하지요.

‘저위대한사람을봐!’

하지만 허풍쟁이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결국 바람이 빠져 버리고 말 것

아닙니까?

가슴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부풀린 개구리는 결국 터져 버리고 마는 법입니다.

그러면 바람이 빠지고 맙니다. 배와 가슴을 잔뜩 부풀린 인종들을 보면 바늘로

58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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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9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쿡찔러주고싶은생각이듭니다. 볼만한광경일겁니다.

‘이봐! 여기서바람빠지는소리좀들어봐!’라고외치는겁니다.

제4부 585

66:1

66:5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85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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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0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5:45 이 시대는 폭도가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폭도들은 무엇이

위대하고무엇이좀팽이같은것인지알고있다고스스로착

각하고삽니다! 하지만이시대에서위대한것이무엇이있겠

습니까? 바보들만위대한것을찾아낼수있을뿐입니다. 바

보들만위대한것을찾아내는데성공할수있을뿐입니다.”

65:46 (짜라두짜는여기에서말투를바꾸어호통쳤지.)

“위대한인간을찾는다고? 당신, 이상한바보아니야? 도대체누가당신

에게 위대한 인간을 찾으라고 가르쳤어? 오늘이 <위대한 사람 찾기> 하

는 날이야? 당신은 악을 찾고 있는 거야. 나보고 위대한 사람이라니! 당

신은왜나를시험에빠뜨리려고하지?”

65:4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마법사의 아첨에 담긴 교묘한 함정을 피하

고 나자 기분이 좋았어. 마법사를 떠나서 길을 계속 가면서 혼자 큰 소

리로웃었지.

58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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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0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마법사를떨치고다시걷기시작한지얼마되지않아짜라두짜는길에누군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 키가 크고 피부가 검은 사람이었지. 안색은 핼

쑥하고 초췌했어. 이사람의 모습을 보자 짜라두짜는 마음이 몹시 착잡하게 되

었지. 짜라두짜는이렇게혼잣말을했지.

“이런! 저사람은번민그자체구나.

번민이사람옷을입고앉아있구나.

직업으로보면성직자인거같은데.

도대체성직자가내왕국에서무얼원하는거지?

이런! 나는간신히마법사하나를떨치고왔는데! 66:2

이건무슨또다른흑마법사(黑魔法師)같잖아!

손을얹고마술을부리는사람같이보이는군. 66:3

하나님의은총으로기적을일으킬수있게된우울한마법사같이

보이는데. 성스럽게축복받은<이세상을헐뜯는사람>로군!

저런인간은악마가잡아가야하는데!

하지만악마는꼭있어야할곳에는반드시없더라! 66:4

항상늦장부리다지각하지. 멍청하고굼뜬난쟁이같은놈이지!”

제4부 587

322) 0:29, 0:30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87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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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0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는 속으로 성급하게 저주를 퍼부었어. 눈길을 피해서 어떻게 지나칠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했지. 하지만 봐!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진 거야. 앉아 있

던 사람이 짜라두짜를 벌써 본 거지. 짜라두짜가 앉아 있던 사람을 본 바로 그

순간에말이야. 그사람은예상하지못했던불행을당한사람답지않게자리에

서벌떡일어나짜라두짜에게다가왔어.

66:6 그리고이렇게말한거야.

“길가시는양반! 누구신지모르겠지만도와주게.

나는길을잃었네. 나는누군가를찾고있었네.

나는늙었어. 여기에있다가는위험스런처지에빠지게될것같네!

66:7 여긴낯설고이상한곳이군.

들짐승의울음소리가들려.

나를보호할수있었던사람은이미살아있는사람이아니네.

66:8 나는이세상에마지막으로남아있던<경건한사람>을찾고있었거든.

성자(聖者)였지. 은둔자기도했어.

숲에서혼자살았기때문에

바깥세상에서는다알고있는일을알지못했던사람이지.”

66:9 “바깥세상이다알고있는일이라니?”

짜라두짜가물었어.

“혹시한때온세상이믿었던하나님이

이제더이상살아있지않다는이야기말인가?”

58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23) 49:50, 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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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0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6:10 “그래. 그거야.”

늙은이가슬프게말했지.

“나는마지막순간까지그늙은하나님을모셨지.

하지만지금, 하나님을모시는것을그만두게되었네. 66:11

모시던주인이돌아가셨으니까. 하지만나는자유롭지못해.

또한순간도즐겁지않지.

하나님을모시던옛날일을추억할때만즐겁고자유롭다네.

그래서이곳산으로온거라네. 66:12

한번더즐거운시간을가질수있지않을까, 생각하고말이지.

늙은교황으로서

교회의수장답게즐거운시간을보낼수있지않을까, 생각했지.

나는마지막교황이라네!

경건한추억을떠올리고신성한예배를드리며

즐거운시간을보내려고했던걸세.

하지만그성자는죽었어. 가장경건한사람이죽었어. 66:13

그성자는숲에서살면서찬송하고중얼중얼기도하면서

항상하나님을찬양했지.322)

그성자가살던오두막에갔었는데성자는없고늑대만두마리있더군. 66:14

성자의죽음에대해슬프게울더군.

모든짐승이그성자를사랑했으니까.

제4부 589

66:24

324) 25:3325) 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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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0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래서서둘러나왔지.

내가이산에헛걸음했던것인가, 라는생각이들었지. 66:15

그래서다른사람을찾기로했어.

하나님을믿지않는자중에가장경건한사람인

짜라두짜를찾아보기로한걸세!”

66:16 늙은이는 이렇게 말하며 꿰뚫어 보는 눈빛으로 자기 앞에 서 있는 짜라

두짜를 바라보는 거였어. 짜라두짜는 늙은이의 손을 잡아들고는 한참

동안그윽한눈빛으로그손을보았지.

66:17 “보게! 존경스러운사람!”

짜라두짜가말했어.

“얼마나갸름하고아름다운손인가!

항상다른사람에게축복을나누어주던손이군.

이손은지금, 자네가찾고있는사람, 짜라두짜를잡고있는것이라네.

66:18 내가바로이렇게말한짜라두짜라네.

‘나보다더신을안믿는자는누군가?

그런사람이있으면꼭만나고싶다.

그사람의가르침을기쁘게받고싶다.’323)

66:1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하면서 늙은 교황이 생각하는 것을 꿰뚫어보았

어. 또, 아직 생각으로 정리되지 않은 채 유보되어 있는 것도 꿰뚫어보

았어. 한참시간이흐른후늙은교황의입이열렸지.

66:20 “신을가장깊이, 가장소중히간직했던자야말로

59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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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0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신을가장철저하게잃어버리게되지.

66:21 그렇게보자면자네와나, 둘중에

내가더신을안믿는자가아니겠나?

하지만신이죽었다고, 신을안믿는다고기뻐할사람이누가있겠나?”

이말을듣고짜라두짜는깊은침묵끝에생각에잠긴목소리로말했어. 66:22

“자네는신을마지막까지모셨지.

신이어떻게죽었는지아나? 사람들이하는말이맞아?

신은정말연민에숨이막혀죽었나?324)

십자가에사람이매달린것을보고 66:23

불쌍한마음을참지못해죽었나?

인간에대한사랑이신에겐지옥325)이었고

마침내죽음을가져왔던것인가?”

늙은 교황은 대답하지 않았어. 부끄러운 듯 먼 곳을 볼 뿐이었지. 마음 아프고

우울한표정이었어.

“죽은건죽은거야.” 66:25

혼자한동안생각에잠겨있던짜라두짜가말했어.

짜라두짜는 생각에 잠겨 있던 중에도 늙은 교황의 눈을 정면으로 보고

있었지.

“죽은건죽은거야. 신은죽은걸세. 66:26

죽은신에대해좋은이야기만한다는점은

자네의명예를지키는일이기는하지만

제4부 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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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0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나나나신이어떤존재였는지아는사람들이네.

신은이상한길을걸었던거야.”

66:27 “우리끼리하는이야기이지만…”

늙은교황이다시유쾌한기분이되어말을했지.

“여기있는눈[目] 세개만이이야기를아는걸로하자고.

(늙은교황은한눈이멀었거든)

신에관한일이라면나는자네, 짜라두짜보다더많이알지.

당연한일이지.

66:28 나는오랫동안사랑을바쳐신을모셨지.

내의지는곧신의의지를따랐어.

하지만훌륭한종은모든것을알게되는법아니겠나.

주인이자기자신에게감추고싶어하는일도종은알게되는법이지.

66:29 그분은숨겨진신이었네. 비밀이많은분이었지.

심지어아주비밀스럽고간접적인방법으로아들도하나두었지.

그분에대한믿음을가지려면간통에대한반감을넘어서야지.

66:30 그분을<사랑의신>으로받드는사람은

사랑을너무하찮은것으로보는거야.

그분은심판자가되기를원했잖아?

사랑하는존재였다면보상과처벌을넘어서야되었던것아닌가?

66:31 그분은젊은시절동쪽에서오셨지.

그땐엄격하고복수심에불타던분이었지. 그래서지옥을지으신거야.

지옥을보고그분백성들은기뻐했지.

59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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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0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결국그분은나이가드셨어. 66:32

부드러워지고달콤하게바뀌었던거지.

아버지라기보다는할아버지같은존재가된거지.

할아버지라기보다는비틀비틀걷는늙은할머니같은존재가된거야.

벽난로옆뜨뜻한곳에시든모습으로앉아계시곤했지. 66:33

다리가약해진것에마음상해하셨지. 세상에대해지치셨어.

의지하는것도지치셨고.

그러던어느날연민이너무크게벅차올라숨이막혀돌아가신거라네.”

짜라두짜는말을중간에서잘랐어. 66:34

“교황! 자네는신이죽는것을두눈으로직접봤어?

그래그랬을거야. 그랬을거야.

다르게죽었을수도있긴하지.

신들이죽을때에는여러가지방식이있으니까.

아무튼! 이렇든저렇든, 죽은거야! 66:35

신의모습은내눈에거슬려.

신의이야기는내귀에거슬리지.

더이상신에대해나쁜말을하지는않겠네.

나는명확한것, 정직하게표현된것을좋아해. 66:36

하지만성직자생활을오래해온자네도알겠지만,

신은무엇인가자네같은분위기가있다네.

무엇인가성직자적인분위기가있지. 신은명확하지않고애매했어.

제4부 593

326) 기독교의아멘이아님. 히브리어, 아랍어에서아멘은‘그렇게되도록’‘참으로’‘맞습니다’란뜻임.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93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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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0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게다가도무지자기뜻을명확하게나타내지않았어. 66:37

이분노하기잘하는신은우리에게심하게화를내곤했잖아?

그게죄다우리가신의뜻을오해했기때문이었잖아?

그렇다면왜애초에좀더명확하게우리에게말하지않았을까?

66:38 만약우리귀가잘못된것이라면,

왜애초에그의말을제대로알아듣지못하는엉터리귀를주었지?

우리귀에먼지가잔뜩끼었다고해도그렇지,

애초에귓구멍속에먼지를집어넣은것은도대체누구지?

66:39 그는너무많은실패를범했어.

제대로기술을익히지못한도공(陶工)이지!

구워져나온도자기들이잘못된것이라고,

도자기와자신이만든피조물에대고복수를하다니!

이건도대체입맛이제대로돼먹은게아니야.

66:40 경건함에도입맛이있어.

그래, 마침내이이야기까지할수밖에없군.

‘그따위신은꺼져라. 자기힘으로운명을만드는게낫다.

바보가되는게낫다. 스스로하나님이되는게낫다!’”

66:41 “이런! 내귀를믿을수없군!”

늙은교황이말을끊었지. 귀를잔뜩세우고말이야.

“아! 짜라두짜!

자네는자네가생각하는것보다훨씬더경건한사람일세.

무신앙을그정도까지밀고나간다는것은보통일이아니지!

59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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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0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속에깃든어떤신이자네를무신앙으로개종시킨걸세.

자네의경건함이오히려자네로하여금 66:42

신을믿지못하게만든것아닌가?

게다가자네의철저한정직함이자네를

<선과악>을넘어선곳으로보낸것아닌가?

보게! 자네운명이자네를위해무엇을안배했는지를!

66:43

아득한과거에이미, 자네의눈과손과입은

축복을내리는눈과손과입으로운명이정해져있던것일세.

축복은손으로만내리는게아니거든. 눈과입도필요하지.

자네는세상에서신을가장안믿는사람이지만

66:44

자네주위에선은밀하게성스러운냄새, 행복의냄새가나지.

오랜은총에서오는성스러움과행복의냄새가난다네.

그냄새를맡으니기쁘기도하고슬프기도하군.

아! 짜라두짜! 나를자네의손님으로받아주게.

66:45

오늘하룻밤동안!

자네곁에있는것보다더이땅에서더행복한곳은없을것같네.”

“아멘!326) 모쪼록그렇게되기를!”

66:46

짜라두짜는크게놀라말했어.

제4부 595

67:1

67:2

67:3

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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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1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저쪽에나, 짜라두짜의동굴이있네.

당연히기쁘게자네를내가직접안내해야마땅한일이지. 66:47

자네는존경스러운사람이야. 나는경건한사람을사랑하거든.

하지만지금고통에찬비명소리가날바쁘게부르고있네.

66:48 내영역에선누구도해를입지않도록해야지.

내동굴은좋은피난처이거든.

그리고무엇보다나는

불행한사람들모두, 슬픔에가득찬사람들모두를

다시단단한땅에든든하게두발로서게만들고싶네.

66:49 아! 하지만누가자네로부터그우울을걷어낼수있을까?

그일을하기엔나는힘이부치는데.

오랜시간후에누군가자네를위해

자네의신을다시깨워낼때까지자네의우울은계속되겠지.

66:50 그늙은신은더이상살아있지않거든. 그는확실히죽었어.”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59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27) 어려운문제를풀어내는사람.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96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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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1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의 발걸음은 다시 거친 숲과 봉우리들을 지났지. 짜라두짜는

찾고 또 찾았어. 하지만 비명을 지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거야.

크게 고통을 겪으면서 비명을 지른 사람은 아무 데도 보이지 않았어. 하지만

짜라두짜는걷는동안기쁨이넘치고감사한마음뿐이었지.

“오늘은정말좋은일이많았군.

아침에재수없이예언자를만난것으로하루가시작되더니

거기에대한보상인가!

오늘은정말기이한이야기를많이나누었어!

이이야기들을좋은곡식으로삼아씹고또씹어야지.

이빨로곱게빻고갈아서마침내

내영혼에우유처럼흘러들도록만들어야지!”

커다란 바위를 돌아 길이 꺾이고 나자 갑자기 풍경이 바뀌었어. 짜라

두짜는<죽음의왕국>으로들어선거야. 여기엔검붉은절벽이병풍처

럼 솟아 있지. 풀도 나무도 없고 새들의 울음소리도 없는 곳이야. 짐승들은 모

두이계곡을피하거든. 맹수들도피해. 흉측한큰녹색뱀들만나이가많이먹

어죽을때가되면찾아드는계곡이야. 그래서양치기들은이계곡을<뱀의무

제4부 597

67:8

67:11

328) 하나님.329) ‘하나님은 인간에 대한 연민에 숨이 막혀 죽었다’라는 이야기와‘<더없이 흉측한 사람>이 하나님을 죽였

다’라는이야기는서로모순된이야기인것처럼보임. 그러나<더없이흉측한사람>이연민을불러일으키는근원에대한상징, 즉<인간존재의비참함> 그자체라고한다면이두이야기는둘다맞는이야기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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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1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덤>이라불러.

하지만짜라두짜는계곡의풍광을보고서어두운회상에잠겨들었어. 마치예

전에 이 계곡에 왔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여러 가지 무거운 생각들이 마음

속에 떠올랐지. 그래서 짜라두짜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어. 점점 더 천천히

걸었어. 그리고마침내발걸음을멈췄지. 눈을크게뜰수밖에없었어. 길위에

무엇인가앉아있었거든. 사람같이보이기는했지. 하지만사람이라고할수도

없었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몰골을 한 사람이었어. 짜라두짜는 그런 존재

를 봤다는 것 자체가 너무너무 부끄러웠어. 흰 머리카락까지 부끄러움에 새빨

갛게 변할 정도였지. 짜라두짜는 시선을 돌리고선 이 사악한 장소를 떠나려고

발걸음을옮겼지. 하지만이때죽음같이황량한계곡이메아리친거야. 땅에서

쿨렁쿨렁 거리면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났거든. 마치 밤중에 하수도

파이프가막혀서넘치는것같은소리였지. 마침내이이상한소리에서인간의

목소리와인간의말이솟아나왔어. 이런소리였지.

67:5 “짜라두짜! 짜라두짜! 내수수께끼를풀어봐!

말해! 말해! 목격자에대한복수는뭐지?

67:6 제발돌아와. 여긴얼음이미끄럽게얼었어!

조심해. 조심해.

얼음판에자빠지면서자네의잘난자존심이다리라도부러지면안되잖아!

67:7 자넨스스로현명하다고생각하지.

자네, 자존심강한짜라두짜!

그렇다면수수께끼를풀어봐!

자넨, 대단한호두까기327)라며?

이번엔수수께끼를달리표현해보지.

59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98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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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1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수수께끼는나자신이야! 말해봐. 난, 누구지?”

짜라두짜가 이 말을 들었을 때, 짜라두짜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겠어? 연민이짜

라두짜를덮친거야. 짜라두짜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풀썩 주저앉았지. 그동안

여러 나무꾼들이 도끼를 대었지만 쓰러뜨리는 데 실패했던 참나무 고목처럼.

무겁게, 갑자기, 마지막으로 그 나무에 손을 댄 나무꾼 자신도 놀라게 하면서

고목이 쓰러지듯이 주저앉은 거지. 하지만 짜라두짜는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

어났지. 얼굴이딱딱하게굳었어.

“나는자네를잘알아!” 67:9

짜라두짜가당당하게맞서며말했어.

“자넨바로하나님을죽인놈이지! 나는이만가보겠네!

그328)가항상자네를보고있으니까그를참을수없었던거지. 67:10

눈을깜박이지않고자네밑바닥까지보는그를참을수가없었지.

자네, <더없이흉측한사람>!

그래서자넨그를죽인거야! 목격자에게복수한거지!”329)

짜라두짜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떠나려고 했어. 하지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

는 몰골을 한 사람>은 짜라두짜의 외투 자락을 꽉 잡고는 쿨렁쿨렁 거리면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소리를 냈지. 말을 하려는 거였어. 마침내 그의 말이 시

작되었지.

“머물러!

머물러! 가지마! 67:12

난자네가아까왜땅바닥에주저앉았는지알아맞힐수있지.

제4부 599

330) 하나님.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599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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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1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대단해! 짜라두짜! 다시일어나다니말이야!

67:13 그래! 자네는하나님을죽인자가어떤기분일지잘알아맞혔지.

있어! 내옆에앉아.

다뜻이있어서하는말이야.

67:14 자네가아니라면내가누구한테가려고했겠나?

머물러! 앉아! 하지만나를보지는마.

그게나의흉측함을존중하는길이야!

67:15 사람들이날박해하지. 이제자네가나의마지막피난처야.

증오를가지고나를박해하는것도아니고

앞잡이를보내서나를박해하는것도아니야.

증오나앞잡이라면나는오히려조롱할수있지.

증오나앞잡이라면나는오히려기뻐할수있어!

67:16 성공하려면먼저심하게박해받아야되잖아?

사람들은실컷박해하다가쉽게추종하게돼.

박해하든추종하든, 남의발꿈치를따르는건마찬가지니까.

하지만이건증오나앞잡이를내세운박해가아니야.

이건연민이야.

67:17 나는사람들의연민이싫어서도망친거야.

자네에게도망쳐온거지.

아! 짜라두짜! 자넨, 내마지막피난처야. 날보호해줘.

60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31) 25:6, 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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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1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넨내속내를알아맞힐수있는유일한사람이야.

그330)를죽인사람이어떤기분일지이미알아맞혔지. 67:18

머물러! 갈때에는내가왔던길로는가지마.

자넨성급한사람이야. 그길은나빠.

쿨렁쿨렁거리면서거칠게숨을몰아쉬느라 67:19

말하는데시간도오래걸리고발음도엉망이라화가났나?

아니면내가자네에게충고해서화가난건가?

하지만알아두게. 나, <더없이흉측한사람>은

더없이크고더없이무거운발을가지고있다는것을. 67:20

내가지나간데는길이모두엉망이돼버리지.

길에죽음과파괴의기운이가득하게되지.

아까나를지나칠때모르는척조용히지나가려고하더군. 67:21

얼굴을붉히고말이야. 내눈에똑똑히보였지.

그래서난자네가짜라두짜인줄알았어.

다른사람들은그눈초리와말을통해서 67:22

나한테연민을동냥던지듯던지고가지.

하지만나는그런연민을받을

난거지가아니잖아. 자넨그걸안거지.

남한테연민을받기에는난너무부자거든. 67:23

커다란것, 공포스러운것, 더없이흉측한것,

제4부 601

332) 이책에나오는예언자. 쇼펜하우어. 62:1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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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1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차마입에담을수없는것>을많이가지고있는부자야.

아! 짜라두짜!

자네는내게연민을던지는대신에부끄러움을느꼈어.331)

그건나를존중해준거야!

67:24 내게연민을던지는떼거리로부터힘들게도망나온거야.

‘연민은뻔뻔한짓이다’라고가르치는유일한사람을찾으러

도망나온거지. 바로자네, 짜라두짜를찾으러!

67:25 신의연민이든, 사람의연민이든

연민은부끄러움을모르는짓이지.

도움을줄때, ‘나, 미덕!’이라고따라붙는연민보다는

도움을주지않으려는편이훨씬더고귀해.

67:26 하지만요즘은그연민이란놈이좀팽이같은대중사이에선

‘미덕그자체’로불리는세상이지.

위대한불행, 위대한흉측함, 위대한실패에대한

존경심이라고는눈곱만큼도없어.

67:27 나는이런사정을훤하게내다보고있는거야.

마치양치기개가

수없이많은양들의등짝너머를훤하게내다보고있듯이.

좀팽이같고양순하고털이잘나있고색깔이없는존재란점에서

60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33) 62:16334) 25:38335) 25:41336) 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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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1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대중은양과똑같아.

67:28 나는마치해오라기처럼얕은물은거들떠보지도않고멀리보지.

머리를뒤로젖혀꼿꼿이들고말이야.

색깔없는작은파도들,

색깔없는작은의지들,

색깔없는작은영혼들이우글거려도나는거들떠보지않아.

멀리그너머를보지.

이좀팽이같은대중들에게너무오랫동안권리를주었어. 67:29

그리고마침내권력도주었지.

이제이인종들이우리를이렇게가르치려들지.

‘우리좀팽이같은대중들이선하다고하는것만이선한것이다.’

요즘시대의진리? 좀팽이같은대중으로부터튀어나온설교자가있지. 67:30

좀팽이같은대중을옹호한다는이상한성자(聖者)가있지.

그인간은이렇게말해.

‘내가진리다.’

이설교자는정말뻔뻔스러운종자지. 67:31

대중을부추겨서잔뜩자존심을키워줬지.

닭이새빨간벼슬을세우고다니듯

이제좀팽이같은대중은빳빳이자존심을세우고다녀.

그설교자가대중에게‘내가진리다’라고가르친건정말크게잘못한거야.

<연민을떠받드는뻔뻔한인간>332)에게 67:32

누가제대로된이야기를정중하게해준적있나?

제4부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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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1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자네, 짜라두짜!

자네는그인간을지나치면서이렇게제대로이야기해주었지.

‘아니! 아니! 절대로아니!’333)

67:33 자네는<연민을떠받드는뻔뻔한인간>에게경고했던거지.

처음으로경고해준사람이라네.

자네는연민에대해경고한거지.

자네와자네무리를빼고는아무도그런경고를해준사람이없었어.

67:34 자네는크게고통받는자의부끄러움에대해부끄러워할줄아는거지.

자넨이런경고를했지.

‘연민에서, 인류를덮칠먹장구름이몰려오고있어!’334)

67:35 또자네는이렇게가르쳤지.

‘하지만창조자들은모두혹독하다.335)

모든위대한사랑은연민을넘어선다!’336)

아! 짜라두짜!

세상풍조가어떻게변하게될지자넨정말잘알아맞힌거야!

67:36 하지만자네자신의연민에대해서도조심해야돼!

많은사람들이자네에게몰려오고있거든.

고통받는사람, 의심에번민하는사람, 절망한사람, 물에빠져죽을것

같은지경에있는사람, 얼어죽을것같은지경에있는사람….

많이몰려오고있어.

또자네는나에대해연민을갖지않도록조심하게. 67:37

자네는내가아는최고의, 혹은최악의수수께끼를맞혔잖아.

하나님을죽인게나라는것을알아맞혔잖아!

60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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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1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는자네를쓰러뜨릴수있는치명적인도끼가무엇인지알아.

하지만그는죽어야했어. 67:38

그는모든것을보는눈으로보았던거야.

인간의밑바닥과절벽을보았지.

인간의감추어진치부와흉측함을보았지.

인간을연민했기때문에인간을그렇게들여다본거지. 67:39

정말부끄러움을모르는연민이야.

내가장더러운구석까지기어들어와서본거야.

지독하게호기심이많고지독하게뻔뻔하고

지독하게연민에넘치는신은

마땅히죽어야됐어.

그는항상나를봤지. 67:40

나는그런식으로노상나를지켜보는목격자에게복수하고싶었어.

혹은차라리나스스로죽어버리고싶었어.

모든것을보는신. 67:41

인간의밑바닥까지보는신.

이런신은마땅히죽어야됐어!

그런목격자가살아있다는것을인간은참을수없지.”

제4부 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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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2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7:42 <더없이 흉측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지. 짜라두짜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채비를했어. 뼛속까지으스스한느낌이들었던거야.

67:43 “자네, <차마입에담을수없는몰골을한사람>!

길에대해충고해줘고맙네.

그 보답으로 내가 하나 충고하겠네. 보게! 저쪽이 짜라두짜의 동굴이

네.

67:44 내동굴은크고깊네. 구석진곳도여러군데있지.

그곳에숨으면정말잘숨을수있을거네.

게다가동굴주변에는비밀스럽고미끄러운통로가백개쯤있지.

기고날고뛰는온갖짐승들이그통로들로다니네.

67:45 자네, 스스로를버림으로써세상으로부터버림받은사람!

사람들속에서, 사람들의연민속에서살고싶지는않겠지?

그럼됐네. 내가말하는대로하게.

그렇게하면나로부터배울수있네. 해보는사람만배우는법이지.

67:46 무엇보다먼저내가기르는독수리와뱀하고이야기하게!

한놈은세상에서가장자부심이강한짐승이고

다른한놈은세상에서가장지혜로운놈이네.

그두짐승은우리둘모두에게좋은충고를해줄걸세!”

67:47 짜라두짜는이렇게말하고길을떠났어. 어느때보다더깊이생각에잠

긴 채 더 천천히 걸었지.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많았지만 그 질

문에대한대답은잘생각나지않았거든.

60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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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2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는마음속으로생각했어.)

67:48

인간은정말가련한존재!

얼마나흉측한가!

인간이내는소리는마치꽉꽉우는것같은소리일뿐이지.

게다가남에게말못하는수치스러운일은좀많아!

사람은자신을사랑한다고들말하지.

67:49

아! 이런가련한존재를스스로사랑하려면,

그자기애(自己愛)는정말엄청난자기애겠군!

그런자기애를가지고있으니스스로를경멸하는마음이생기겠어?

<더없이 흉측한 사람>인 이 사람조차도 한편으로는 자신을 경멸하면서

도 67:50

다른한편으로는자신을사랑하잖아!

<더없이흉측한사람>은자신을엄청나게사랑하는사람이기도하고

자신을엄청나게경멸하는사람이기도하지.

하지만그보다더자기자신을경멸하는사람은본적이없어. 67:51

그정도가최고수준인거야.

아! 그사람이바로, 비명을질렀던그<훌륭한사람>이었나?

나는<크게경멸하는사람>을사랑하지. 67:52

하지만그경멸을바탕으로자기자신을<넘어서야> 돼.

인간은<넘어서야> 하는존재.

제4부 607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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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2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8:1 짜라두짜는 <더없이 흉측한 사람>과 헤어졌을 때 몹시 으스스한 느낌

이 들고 쓸쓸했어. <더없이 흉측한 사람>에게서 한기(寒氣)와 외로움이

옮겨왔거든. 팔다리가죄다차가워질정도였어. 하지만야트막한언덕

들을오르고내리고풀밭을지나고, 아득한과거에격렬한계곡물이깎

고 만들었을 평평한 바위들로 이어진 암반(岩盤) 길을 지나기도 하자 다

시몸이더워지고기분이좋아졌지. 그는혼자말했어.

68:2 “내게무슨일이벌어진거지?

이근처에무언가따듯한것, 생기가가득한것이있어서

내힘을북돋우고있는거같은데.

68:3 외로움도많이가셨는데?

누구인지모르지만

친구나형제같은존재들이내주위를돌고있는거야.

그들의따듯한숨결이느껴져.”

68:4 그래서자기주변을살폈어. 외로움을가셔내게만들어준사람을찾으

려 한 거야. 하지만 봐! 언덕에 젖소 암소 떼만 한 무리 서 있잖아. 짜라

두짜의 영혼이 따듯해졌던 것은 바로 암소들이 가까이 있으면서 따듯

한기운과냄새를뿜었기때문이었어.

60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37) 28:13~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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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2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8:5 그런데 이 암소들이 좀 이상했어. 그 중에 한 마리가 음메 음메 하면서

무어라웅얼거리는것같았고나머지는그소리를열심히듣는것같았

어.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 짜라두짜에겐 신경도 안 쓰더군. 암소들 근

처에 이르자 짜라두짜는 암소 떼 중간에서 분명히 사람의 목소리가 나

오고있다는것을알게됐어. 암소떼중간에사람이있는것같았어. 암

소들은마치그사람의이야기를듣는듯이그쪽으로대가리를향하고있었어.

짜라두짜는 언덕을 열심히 올라갔지. 그리고 암소 떼를 헤쳐 버렸어. 암소 떼

중간에 누군가사고를 당한사람이누워 있다고생각했던 거지. 그런 사람에겐

암소들이 아무리 연민한들 도움이 될 리 없잖아. 하지만 짜라두짜는 헛다리를

짚었던 거야. 땅 위에 사내 하나가 앉아 있었어. 그는 암소들에게 겁내지 말라

고 이야기하던 것 같았어. 평온해 보이는 사람이었어. <산 위에서 설교하는 사

람>같이보였어. 눈빛에서선량한성품이뚝뚝묻어나는사람이었지. 짜라두짜

는놀라서소리쳤어.

“자네는, 여기서무엇을찾고있는거야?”

“내가무엇을찾고있냐고?” 68:7

사내가대답했지.

“당신이찾는것과똑같은것을찾고있죠.

그런데당신은방금내평화를깨버린거예요!

나는당신과마찬가지로<이땅위의행복>을찾고있죠.

행복해지려고이암소들한테배우려고하던참이죠. 68:8

참, 나! 나는오전반나절동안암소들한테말을걸고있었습니다.

이제막암소들이대답하려고했었는데.…

대체왜암소들을방해한거지요?

제4부 609

6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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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2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8:9 우리는거듭나야합니다.

암소가돼야합니다.

암소가되지못하면<하늘의왕국>에가지못합니다.

암소한테반드시한가지를배워야<하늘의왕국>에갈수있지요.

되새김질하는법을배워야합니다.

68:10 온세상을다얻더라도이한가지, 되새김질하는법을배우지않았다면

아무소용없습니다!

자신의번민에서벗어날길이없지요.

68:11 최대의번민, 최대의고통이무엇이겠습니까?

이시대에최대의번민, 최대의고통은구역질입니다.

이시대를사는사람이라면

가슴, 입, 눈전체가구역질을일으키는게당연한거아닌가요?

당신도구역질하고살지않나요? 당신도!

하지만이암소들을보세요!”

68:12 <산 위에서 설교하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 후 눈길을 돌려 짜라두짜를

보았지. 처음으로짜라두짜를본거야. 그전까지는그윽한눈빛으로암

소들만보고있었거든. 사내는짜라두짜를보고선확태도가바뀌었어.

사내는깜짝놀라자리에서튀어일어나면서이렇게외쳤지.

“이런! 누구랑이야기하고있었던거야!

68:13 구역질을하지않는사람, 짜라두짜아닌가요?

<커다란구역질>337)을넘어선사람!

이게눈, 이게입, 이게짜라두짜의가슴이군요!”

61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610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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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2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렇게 말하면서 사내는 짜라두짜의 손에 입을 맞췄지. 그의 눈에서는 감격이

물결치고 있었어. 그는 마치 엄청 가치 있는 선물과 보석이 하늘에서 뚝 떨어

진 것같이 행동했어. 암소들은 그의 이런 행동을 보고 깜짝 놀라서 눈알을 더

크게떴지.

짜라두짜는흠모에넘치는사내의행동을제지하며이렇게말했어. 68:15

“자넨기이하면서도다정한친구로군!

하지만나에대해선더이야기하지말게.

먼저자네자신에대해이야기해보게!

자넨혹시엄청난재산을내던지고<스스로거지가된사람> 아니야?

자신의재산도부끄럽고 68:16

재산을많이가진<부유한사람들>도부끄러워서

<가난한사람들>에게도망갔다는사람아니야?

<가난한사람들>에게물질이아니라

자신의넘쳐흐르는마음을줄수있지않을까, 기대하고.

하지만<가난한사람들>이받아들이지않았다는그사람아니야?”

“하지만<가난한사람들>이저를받아들이지않았죠.” 68:17

<스스로거지가된사람>이말했어.

“제이야기를아시는군요. 그래서마침내짐승들한테, 암소들한테오게

된겁니다.”

“그렇다면제대로깨우치긴한거야.”

제4부 611

68:27

338) 56: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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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2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8:18

짜라두짜가중간에말을끊었지.

“남의것을잘빼앗는것보다

남에게잘주는게훨씬더힘들다는걸깨우친거지.

잘준다는건예술이라는걸깨우친거지.

잘준다는건친절에관한궁극적인예술, 최고의예술이란걸깨우친거지.”

68:19 “이시대에는더그렇지요.”

<스스로거지가된사람>이대답했어.

“비천한것들모두에게반란의기운이감돌고있거든요.

비천한것들모두가무례해지고, 자기에게걸맞은방식으로교만해졌지요.

폭도답게교만해졌지요!

68:20 때가된거지요.

짜라두짜님도아시죠. 때가된겁니다.

거대하고사악하고오래오래지속될,

천천히진행되는폭도의반란, 노예의반란이시작된겁니다.

반란의기운은점점더커지고있지요!

68:21 이런시대에자선을베풀고동냥을주는것은

비천한사람들을자극할뿐이죠.

<엄청난부자>들은자기자신을잘지켜야할겁니다!

68:22 작은병목을통해조금씩흘러나오는것을못참는세상이에요.

병목이작은병같은존재가있으면당장그병목을분질러버리죠.

68:23 이글대는탐욕, 쓰디쓴시기심, 시디신복수심, 폭도의자존심.…

61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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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2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저는그런걸겪었어요.

‘가난한자에게복이있나니, 하늘의왕국이그들의것이니라.’

웃기는소리죠.

<가난한사람>들이축복받은존재라는소리는이젠다거짓이에요.

하늘의왕국은암소들의것이죠.”

“하늘의왕국은<부유한사람>들의것이아닌가?” 68:24

짜라두짜가물었어. 사내를시험했던거야. 암소들은이평온한사내에

게 코를 들이밀며 정답게 킁킁대고 있었고, 사내는 암소들을 밀어내고

있었지.

“왜저를시험하는거지요?” 68:25

사내가대답했지.

“천국이<부유한사람>들의것인지, 아닌지는

저보다짜라두짜님이더잘알고있지않습니까?

무엇이저로하여금<가난한사람>들에게도망가게만들었던거지요?

우리사회의<부유한사람>들에대해구역질이났기때문아닌가요?

자신의부(富)에의해벌받은것과다름없는인종들! 68:26

온갖종류의쓰레기더미에서

낱알알갱이하나라도더줍느라고환장한인종들!338)

차디찬눈알을굴리며지위와직위만생각하는인종들!

이어중이떠중이들한테서뿜어나오는냄새는하늘을찌릅니다.

구역질날뿐이죠.

<부유한사람들>은겉만번드르르하게금칠을한비천한폭도일뿐입니다.

지애비, 할아비는소매치기였거나

제4부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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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2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썩은고기를뜯어먹는흉측한새같은종자였거나

넝마주이였던인종들이죠.

지어미, 할미는겉으로는고분고분한듯이보이지만

음탕한여자들이었죠.

자신의진정한사랑과의무는잊어버리고사는여자들이었죠.

사실창녀와다름없는여자들이었죠.

68:28 상류층도폭도고하류층도폭도일뿐입니다!

이런시대에‘부유하다’, ‘가난하다’는게무슨뜻이있습니까!

저는이제그런구분안하고삽니다.

그래서저는멀리, 멀리도망친거죠.

마침내이암소들한테올때까지도망친거죠.”

68:29 평소 평화스럽기만 하던 사내는 분노에 받쳐 씩씩거리며 땀을 번들거

리며 말했어. 암소들은 사내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더 놀라서 눈알을 더

크게떴어. 하지만사내가이렇게씩씩대며혹독하게말하는동안내내

짜라두짜는 조용히미소를띠고사내의얼굴을보고있었지. 마침내머

리를흔들며이렇게말했어.

68:30 “자네, <산위에서설교하는사람>!

말본새가그토록사나우면안좋아.

자네는자신에게가혹한일을하고있는걸세.

자네는평온한사람이야.

자네의입이나자네의눈은그런사나운말본새와안어울려.

68:31 아마자네의위장도그런사나운말본새와는안어울릴거야.

자네위장은화를내는것, 증오하는것, 거품이부글거리는것을

61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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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2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싫어할거야. 자네위장은부드럽고점잖은걸좋아할거야.

자넨푸줏간칼잡이가아니잖아.

자넨반대로푸성귀나식물뿌리를좋아하잖아. 68:32

아마곡식을직접빻아서먹는것도좋아할거고.

하지만육고기는싫어할걸세. 꿀을좋아할거고.”

“저에대해정확하게맞추시는군요.”

68:33

<스스로거지가된사람>이마음이다시밝아져서대답했어.

“저는꿀을아주좋아하죠.

또곡식을직접빻아서먹기도하고요.

제입맛에맞는것,

먹고나서숨결이평온하고향긋해지는것으로가려서먹지요.

점잖은게으름뱅이에다점잖은백수니까 68:34

하루종일씹어야하는것, 오래시간이걸리는것을좋아하지요.

그점에관해서는이암소들이야말로대단한능력을갖추고있습니다. 68:35

이암소들은되새김질이란걸만들어낸거죠.

햇볕에가만히누워있는법을깨우친거죠.

이암소들은가슴에바람을잔뜩불어넣는

제4부 615

69:1

339) 그림자를 무엇의 상징으로 보는가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해석되는 챕터임. 번역자는 그림자가 융(C.Jung)이 말하는 shadow와 같다고 생각함. 의식(consciousness)에 의해 밀려나서 숨어 있는 무의식의 한부분이라고생각함. 40:38에그림자가언급됨. 융심리학에서그림자는‘의식’이알아차리지못하는것을통찰하는 힘을 가진 존재임. 그림자에 관해서는 니체의『방랑자와 그의 그림자』(1879)의 처음과 끝을 참조. 이챕터의‘그림자’는데카당, 허무주의경향을강하게보이고있음.

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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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3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무거운생각은전혀하지않습니다.”

“그래!” 68:36

짜라두짜가말했어.

“자넨내가기르는독수리와뱀을보게될걸세.

요즘은땅위에그런훌륭한짐승들은또없어.

68:37 저쪽으로가면내동굴이나오네.

오늘밤내손님이되어주게.

내가기르는놈들을데리고동물이누리는기쁨에대해이야기하게.

68:38 나는나중에돌아감세. 고통에찬비명소리가나를바삐부르고있거든.

내동굴에가면새로딴꿀이있을걸세.

꿀집속에든황금빛꿀이지. 얼음처럼차가운꿀이야. 그꿀도먹게!

68:39 하지만지금당장암소를떠나.

자넨이상하고다정한사람이야!

암소를떠나는게힘들겠지만말일세.

이제까지자네에겐암소들이가장따듯한존재였고

자네에게무엇인가가르쳐주는존재였겠지!”

68:40 “한사람만빼고말이죠. 그사람을저는암소보다더사랑합니다.”

<스스로거지가된사람>이말했어.

“아! 짜라두짜! 당신은선량해요. 암소보다도낫지요!”

68:41 “가게! 썩가게! 아주새빨간거짓말로아첨하는군!”

짜라두짜가짐짓화를내는척하면서말했지.

“왜나를그런꿀같은아첨과칭찬으로망치려고들지?

61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616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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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3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8:42 가게! 썩가게!”

짜라두짜는 다시 한 번 외치면서 그 사랑스러운 거지에게 지팡

이를 휘둘렀지. 하지만 사내는 나는 듯 재빠르게 달아나 버렸

어.

제4부 617

69:10

340) 기독교 설화 속의 인물. 예수가 처형당할 때 비웃은 유대인으로서 예수 재림의 날까지 쉬지도 죽지도 못하고영원히방랑하는존재로서살아야함.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617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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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3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스스로거지가된사람>이달아나고짜라두짜가다시혼자가되는듯한순간

에뒤쪽에서짜라두짜를부르는소리가들리는거야.

“멈춰! 짜라두짜! 기다려! 날세! 아! 짜라두짜! 나, 자네의그림자!”339)

하지만 짜라두짜는 멈춰서 기다리지 않았어.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거든. 자신

의산에갑자기너무많은사람들이우글거리게되었다는생각이들었던거야.

짜라두짜는이렇게혼잣말을했어.

“젠장. 이젠고독해지기는다틀렸군!

너무번잡해졌어. 이산은이제사람들로우글거려. 69:2

이런상태라면내왕국이될수없지. 다른산으로옮겨야겠어.

내그림자가날불러? 69:3

그림자가무슨대수라고!

날실컷쫓아오라지! 나는그림자로부터도망갈테니까.”

짜라두짜는이렇게혼잣말을하고냅다달린거야. 하지만그림자도짜라두짜

뒤에바짝붙어서달렸지. 그래서세명이쪼르르붙어서달린셈이되었어. 맨

앞에는 <스스로 거지가 된 사람>, 그 다음에는 짜라두짜, 마지막에는 그림자

가 달린 거지. 이렇게 얼마 달리고 나자 짜라두짜는 문득 자신이 바보 같은 짓

61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41) 55:9342) 데카당풍조에대한비판. ‘악을노골적으로묘사하고받아들이게되면악은이미악이아니다’란이야기임.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618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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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3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산에 사람들이 많아져서 언짢고 구역질이

나던기분을떨쳐버렸지.

69:5 “이런!”

짜라두짜가말했어.

“우리, 늙은은둔자나현인들이야말로

정말웃기는짓을저지르는인간이구나!

69:6 산속에묻혀살다보니까멍청해진모양이야!

세사람의발여섯개가쪼르르딸랑거리고달리는꼴이라니!

69:7 나, 짜라두짜가그림자를정말로무서워하는거야?

아무튼! 그림자는나보다다리가길어. 나보다빨리달리지.”

69: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어. 눈에서눈물이나도록, 창자가끊어지도록웃

으면서달리던것을멈추고는홱돌아섰어. 그런데봐! 너무갑자기돌아

서는 바람에 그의 뒤를 쫓던 그림자가 거의 땅바닥에 메다 꽂힐 뻔한 거

야. 그림자는짜라두짜발뒤꿈치에바짝붙어서따라오고있었거든. 그림

자는정말쇠약해진모습이었어. 짜라두짜는그림자의초췌한모습을보

고공포에질렸지. 바짝마르고검고앙상하고기력이없는유령같았어.

69:9 “자넨누군가?”

짜라두짜가분노에찬음성으로부르짖었어.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거야? 왜 나, 짜라두짜의 그림자라고 하는 거

제4부 619

343) 머리는지성, 가슴은감정/정서를의미함.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619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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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3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야? 난자네가맘에들지않아.”

“내가자네의그림자란점이마음에안든다면그점에대해나를용서하게.”

그림자가대답했어.

“자네가날좋아하지않는다고해도괜찮아.

짜라두짜! 자네가날좋아하지않는다는것은

자네의입맛이그만큼세련되었다는점을보여주지.

그점에대해난자네를칭찬해주고싶네.

나는방랑자지. 자네뒤꿈치에붙어서걸어. 69:11

항상어딘가로가기는하지만목적지도없고집도없지.

나는<영원히방랑하는유대인>340)과비슷한신세지.

물론나는영원하지도않고유대인도아니지만말이야.

뭐라고? 나는항상어딘가로가고있어야한다고? 69:12

바람이불때마다흔들거리고쉬지못한채계속앞으로밀려가야한다고?

아! 지구! 너는둥글어서가도가도끝이없구나!

나는어디든주저앉지. 69:13

시름없이떨어지는먼지처럼

거울이나유리창에떨어져내려서잠들기도하지.

모두들나에게서가져가기만해. 나에게주는사람은없지.

그래서난바짝마른거야.

나는그림자같이된거지.

62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620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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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3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9:14 그래서나는자네에게도망쳐온거야.

그리고자네를가장오래따라다녔지.

아! 짜라두짜! 자네가보지못하도록내모습을숨기고있었지만

난자네의가장충직한그림자야.

자네가앉는곳에는항상나도앉지.

69:15 자네와함께지독하게먼곳까지여행했었지.

지독하게추운곳까지여행했었지.

스스로눈밭위를걷고겨울지붕위를걷는유령처럼.

69:16 자네와함께금지된것, 지독하게나쁜것,

지독하게멀리떨어진것속으로다파고들었어.

나한테미덕이있다면금지된것을두려워하지않는다는점일세.

69:17 자네와함께하기위해내가존경하던것도모두부숴버렸네.

<경계를구분짓는돌>341)들도엎어버리고동상도엎어버렸지.

가장위험한욕구를쫓아살았지.

나는한때모든범죄를아무렇지않게생각하기도했어.

69:18 자네와함께지내면서

말에대한믿음, 가치들에대한믿음,

위대한이름들에대한믿음을잊어먹었네.

악마가껍질을벗으면

껍질과함께악마의이름역시벗겨지는법아닌가?342)

이름도껍질의하나이니까말일세.

혹은악마자신이껍질에지나지않는존재일지도모르지.

제4부 621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621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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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3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진실된것은아무것도없다. 모든짓을다해도된다.’ 69:19

나는스스로에게이렇게말했지.

차디찬물속에머리도가슴도모두처박곤했다네.343)

아! 그덕분에붉은게처럼벌거벗은모습으로있은적이여러번되지!

나의선량함, 나의수치심, 69:20

선한것에대한나의믿음은다어디로가버린거지?

나자신에게달콤한거짓말을들려주던천진함은다어디로가버린거지?

<선량한사람>들의천진함과그들의고귀한거짓말들은다어디로가버린거지?

그래! 진실의발걸음을좇아간적이여러번있었지. 69:21

그때마다진실은발로내면상을걷어차더군.

어떨때에는일부러거짓말을한답시고해본적이있어.

그런데보게! 알고보니그거짓말이진실이었던거야!

어쩌다그럴때에만진실을붙잡을수있었지.

이제모든것이너무나명확할뿐이야. 69:22

그래서새삼스레진실을쫓을것도없지. 진실에대해서심드렁할뿐이지.

살아있는것중에는내가사랑하는게없어.

그러니어떻게나자신을사랑할수있겠어?

‘욕구하는대로살자. 혹은아예살지말아버리자.’ 69:23

이게 내가 원하는 거야. 이게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 원하는 거

야.

하지만이런! 어떻게내가아직도‘욕구’를가지고있겠나?

69:24 내게아직도목표가있나? 내돛을펼치고달려갈천국이있나?

62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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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3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69:25 순풍이라고? 이런! 자기가어디를가는지알고있는사람만

바람이순풍인지아닌지알수있잖아?

69:26 그래서이제내게남은게뭐지?

세상에넌더리내고있는오만한영혼이남았지.

평온하지못하고안달복달하는의지가남았지.

시들은날개가남았지. 부러진등뼈가남았지.

69:27 내집에대한갈망!

아! 짜라두짜! 이갈망이내번민인것을알아?

나를사정없이갉아먹고있는번민이지.

69:28 내집은어디에? 나는묻고찾고또찾았지.

아직찾지못했어.

아! 영원히<어디에든있는> 집인가?

영원히 <아무 데도 없는> 집인가? 아! 영원히 <부질없는 짓>인

가?”

69:29 그림자는 이렇게 말했지. 그림자의 말을 들으면서 짜라두짜의

얼굴은점점더경악에물들어갔어. 마침내짜라두짜가슬프게

말했어.

“자넨, 내그림자로군!

69:30 자네는아주심각한위험에빠져있네.

자네는자유정신이고방랑자이지!

오늘하루는무척힘들었을거야.

제4부 623

70:1

70:2

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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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3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오늘저녁만큼은사정이더나빠지지않도록조심하게!

자네같이마음이평온하지못한사람한테는 69:31

감옥마저차라리축복이될수있어.

범죄자들이붙잡혀잠잘때모습을본적있나? 평화스럽게자지.

감옥안에서오히려안정감을느끼는거야.

이렇게기진맥진하며지내다가 69:32

편협한신앙에사로잡히지않도록조심하게.

단단하고엄격한허깨비같은신앙에사로잡히지않도록조심하게!

이렇게기진맥진한상태에서는

편협하고확고한것은모두자네를유혹할수있는힘이있거든.

자넨목표를잃어버렸지. 69:33

아! 목표가없어진데에서오는충격을떨치고일어나웃게될날이

언제올까? 목표를잃어버리니까당연히길도잃어버린거네!

불행한여행자! 불행한방랑자! 기진맥진한나비! 69:34

자넨그런존재라네. 오늘저녁에쉬지않겠는가?

내동굴로올라가게!

저너머내동굴로가는길이있네. 69:35

자, 이제나는빨리자네를벗어나야겠어.

62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44) 원시 기독교의 사바스(Sabbath). 완성 후의 휴식임.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신을 예배하고 쉬는시간. 유대교의사바스(Sabbat)에서옴. 그후기독교가유대교로부터스스로거리를두려는움직임이강화되면서일요일로옮겨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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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3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어두운그림자가내위에덮친것만같거든.

69:36 나는혼자가겠네. 혼자시간을보내면서다시밝아져야지.

그렇게되려면즐겁게오랫동안더걸어야지.

하지만저녁엔함께춤을추게될걸세!”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제4부 625

345) 58:23~58:26. 베풀어줄수있는기회를기다리고있는고독하고성숙한영혼의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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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4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는달리고또달렸어. 하지만아무도발견하지못했어. 다시혼자가된

거지. 그래서자기자신만발견하고또발견한거야. 자신의고독을즐기고음미

했지. 몇 시간 동안 계속 좋은 것들에 대해 생각했어. 정오쯤 해가 정확하게 짜

라두짜의머리위에걸렸을때짜라두짜는옹이가진굽은나무밑을지나게되

었어. 포도넝쿨이사랑을다하여이나무를휘감고있었어. 나무는포도넝쿨속

에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있었지. 포도 넝쿨에는 노란 포도가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어. 짜라두짜는갈증을달래려고포도를한송이따기위해팔을뻗었어. 하

지만그순간포도를따서먹고싶다는욕구보다더큰욕구가그를사로잡은거

야. 정확히정오인지금, 나무옆에드러누워잠을자고싶다는욕구였어.

그래서 짜라두짜는 그렇게 한 거야. 땅에 눕자마자,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눕

자마자, 여러 가지 색깔의 풀밭 위에 눕자마자 갈증을 잊고 잠이 든 거야. 짜라

두짜는노상이렇게말하곤했거든.

“한순간에는어느한가지가다른모든것보다우선한다.”

눈은 여전히 뜬 채 그대로였어. 잠자는 동안에도 눈은 나무를 보고 감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거든. 또한 나무에 대한 포도 넝쿨의 사랑에 감탄하는 것을

멈추지않았거든. 잠을자면서짜라두짜는자신에게이렇게속삭인거야.

가만히! 가만히! 세상이완벽해졌잖아? 내게무슨일이벌어진거지?

62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46) 왕이나귀족의옆에서엉뚱하고신랄하고재치넘치는말을하는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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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4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0:4 부드러운바람이,

눈에보이지않는바람이

깃털처럼가볍게, 가볍게잔잔한바다위에서춤추듯

잠이내위에서춤추고있네.

70:5 잠은내눈을, 뜬채로그냥두네.

잠은내영혼을, 깬채로그냥두네.

가볍구나.

정말!

잠은깃털처럼가볍게춤추고있구나.

70:6 어떻게한건지모르지만잠은나를설득했어.

애무하는손길로내마음속을쓰다듬었어.

내<영혼>이기지개켤수밖에없게만들었어.

그래. 그렇게할수밖에없게만든거야.

그래서내<영혼>은천천히기지개를켜고있지.

70:7 내기이한<영혼>은정말우울하고지쳐있었지!

정오가<일곱번째날저녁>344)이된건가?

잘익은훌륭한것들을겪으며

너무오랫동안기쁘게돌아다녀서이제지친것일까?

70:8 내<영혼>은기지개를켜네.

길게, 길게, 더길게!

내기이한<영혼>은조용히누워있네.

제4부 627

347) ‘영원의반지’를뜻함.

7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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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4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영혼>은잘익은훌륭한것들을갖가지맛보았지.

하지만이금빛슬픔345)은여전히<영혼>을짓누르고있구나.

이금빛슬픔에<영혼>은입을삐죽이고있구나.

조용한만(灣)에들어온배처럼, 70:9

<영혼>은이제땅에기대네.

긴항해에지치고, 어떻게변할지모를바다에지쳐서.

땅이좀더믿을만하지않겠어?

땅을안기도하고땅을당기기도하는배. 70:10

땅과밀착했기때문에

땅위어딘가에매달려있던거미가줄을내리면바로옮겨올수있는배.

거미줄보다튼튼한밧줄을쓰지않아도정박되는배.

지친배가그런모습으로한없이고요한만에들어와쉬듯이, 70:11

나는지금땅에꼬옥붙어서쉬네.

믿음직스럽고날믿어주고날기다려주는땅에꼬옥붙어서.

거미줄같이한없이가벼운줄로땅에정박한채.

아! 행복하다! 아! 행복하다! 70:12

노래할래? 나의<영혼>?

너는지금풀밭에누워있지.

하지만지금은비밀스럽고엄숙한시간!

양치기조차피리를불지않아.

70:13 조심해! 들판에는뜨거운정오야. 노래하지마!

가만히! 세상이완벽해.

62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628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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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4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0:14 너, <풀숲속의새>! 노래하지마! 아! 나의<영혼>!

속삭이지도마! 그냥봐, 가만히!

정오가자고있어. 자면서입술을움직이네.

행복을한방울마신건가?

70:15 황금같은행복의포도주를

아주오래되어귀한갈색방울로한방울마신건가?

무엇인가자고있는정오위를스쳐지나가네.

행복에취한정오가웃잖아.

그래. 신은저런모습으로웃지.

가만히!

70:16 행복.

어떻게작은것들이행복을만들수있나?

라고한때말했지.

그리고스스로현명하다고생각했지.

하지만그건세상을모독하는소리야.

그게세상을모독하는소리란것을깨달았지.

차라리똑똑한광대346)가더맞는말을할수있지.

제4부 629

7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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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4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작은것, 가장작은것, 가장부드러운것, 가장가벼운것, 70:17

바스락거리는도마뱀의몸짓, 찰나의숨결, 순간, 깜박이는눈.…

이런작은것들이최상의행복을만들어. 가만히만들어!

내게무슨일이벌어진거지? 조용히! 시간이멈춘건가? 70:18

내가떨어지고있나? 내가떨어져내린건가? 조용히!

내가<영원의우물> 속으로떨어져내린건가?

내게무슨일이벌어진거지? 조용히! 70:19

아, 심장이찌르는듯하네!

심장! 아! 터져! 터져! 심장이터져!

그토록황홀한행복이지난후.

이토록아프게심장이터지네!

뭐라고? 세상이방금완벽해진거아니야? 70:20

둥글게잘익은거아니야?

아! 금빛의둥근반지!347)

그반지는어디로날아간거지?

가자! 반지를쫓아! 가자!

가만히- (이때 짜라두짜는 기지개를 켰어. 그동안 잠이 들었다는 걸 깨

달았어.)

일어나! (짜라두짜는스스로에게말했어.) 70:22

일어나, 이 잠보! 대낮부터 잠자는 놈! 자! 일어나! 다리를 딛고

서야지! 시간이됐잖아! 시간이지났잖아! 아직갈길이멀다고.

63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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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4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0:23 자, 실컷 잤잖아! 얼마나 잤지? 영원(永遠)의 절반쯤은 잤을걸! 자! 자! 내

충직한 <영혼>! 그렇게 잤으면 됐지, 깨어나는 데 또 얼마나 시간이 걸

려야하는거야?

70:24 (짜라두짜는 이때 다시 잠이 들었어. 그의 <영혼>이 말을 안 들

은거지. 그의<영혼>은그냥계속누워버린거야. <영혼>은이

렇게말했어.)

“가만내버려둬! 가만히! 세상이방금완벽해진거아니야?

둥근황금공처럼완벽해진거야!”

70:25 일어나! (짜라두짜가말했어.) 이새끼도둑놈같은놈! 이게으름뱅이!

이런! 아직도기지개야? 아직도하품이야? 아직도한숨이야?

아직도깊은우물속으로계속떨어져내리고있는거야?

70:26 그런데넌누구지? 내<영혼>?

(짜라두짜는몸을움직이기시작했어. 햇볕이한줄기강하게내리쪼이

기시작했거든.)

70:27 아! 머리위의<하늘>이여!

(짜라두짜는한숨지으며말했지. 그리고몸을일으켜앉았어.)

나를보고있었던겁니까?

내기이한<영혼>이하는말을듣고있었던겁니까?

70:28 <땅에속하는것>들위에떨어진,

제4부 631

71:3

348) 61:27~6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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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4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이슬방울, 이이상한<영혼>을당신은언제마실작정입니까?

63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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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4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영원의우물>! 70:29

고요하고무서운절벽같은정오!

당신은언제나의<영혼>을마셔서

다시당신안으로불러들일작정입니까?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하고 나무 옆에 누웠던 자리에서 일어섰어. 무엇인가 기

이한 것에 흠뻑 취했다가 일어나는 느낌이었어. 그런데 봐! 태양은 여전히 정

확히짜라두짜의머리위에걸려있었어. 짜라두짜는오랫동안잠들었던게아

니라짧게깜빡졸기만했던거야.

제4부 633

7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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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4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1:1 짜라두짜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던 사람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

했어. 그날짜라두짜는 사람만찾으러다닌게아니라혼자서느긋하게

산보도 하곤 했지. 이러다 오후 늦게나 되어서 집에 돌아온 거야. 하지

만 동굴을 마주 보게 되었을 때! 동굴 입구에서 한 스무 걸음이나 되었

을까?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난 거야. 고통에가득찬비명소

리가 커다랗게 들리는 거야. 정말 놀라운 건, 이번엔 비명 소리가 짜라

두짜 자신의 동굴에서 나오고 있는 거야. 길고, 이 소리 저 소리가 뒤섞

여 있는 기묘한 비명 소리였어. 짜라두짜는 이 비명 소리에 실은 여러

사람의 소리가 뒤섞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 멀리서 들으면 마치 한

사람이내는비명소리같지만.

71:2 그래서 짜라두짜는 동굴로 튀어 들어갔어. 그런데 봐! 합창 같은 비명

소리보다더본격적인사건이기다리고있었던거야. 그날마주쳤던모든사람

이함께모여앉아있었거든. 오른쪽의왕, 왼쪽의왕, 늙은마법사, 교황, <스스

로 거지가 된 사람>, 그림자, <정신이 양심적인 사람>, 슬픔에 가득 차 있는 예

언자, 그리고 당나귀도 있는 거야. <더없이 흉측한 사람>은 머리에 왕관을 쓰

고오른쪽어깨에서왼쪽옆구리로또그반대방향으로현장을두개나두르고

있었어. 모든흉측하게생긴사람들이그렇듯이자신을감추고꾸미는것을좋

아했던 거지. 이 우울한 일행의 한가운데엔 짜라두짜의 독수리가 잔뜩 깃털을

부풀린 채 긴장한 모습으로 서 있었어. 자존심 강한 독수리에게, 자존심 때문

에 차마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사람들이 너무 많이 던졌던 거야. 하지만 지혜

로운뱀은독수리의목에느긋하게자신의몸을감고매달려있었지.

63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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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4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는이광경을보고크게놀랐어. 하지만짜라두짜는곧따듯한호기심

을 가지고 손님 하나 하나를 자세히 살펴보았어. 그들의 영혼 속에 무엇이 들

어있는지읽어낸거지. 그리고다시한번놀랐어. 짜라두짜가이렇게하고있

는 동안 손님들은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짜라두짜가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

지. 하지만짜라두짜는이렇게이야기했어.

자네들, <절망하고있는사람들>! 자네들, 기이한사람들! 71:4

내가들었던것은바로자네들의비명이었단말인가?

오늘하루종일찾다가못찾은사람, <훌륭한사람>을

어디에서찾아야하는지이제알겠어.

그사람, <훌륭한사람>은바로여기, 내동굴에앉아있던거였어! 71:5

하지만놀랄일은아니지!

행복을미끼로낚시를던져자네들을유혹한것은바로나였으니까!348)

하지만여기에함께앉아있으면서도 71:6

자네들은서로간에편하게어울리지못하고있는것같군.

고통에찬비명을부르짖고있는자네들은

서로상대의영혼을불편하게만들고있는것같군.

누군가와야할것같아.

누군가자네들을다시웃게만들어줄사람이필요해. 71:7

유쾌한광대, 춤꾼, 바람, 정신없는장난꾸러기, 늙수그레한익살꾼,

아무튼그런존재가필요한것같아.

어떻게들생각해?

제4부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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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5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1:8 광대니춤꾼이니실없는소리를한점에대해날용서해주게.

자네들, <절망하고있는사람들>!

그런실없는소리는자네들같은손님에겐정말안어울리는소리지.

하지만왜그런실없는소리가나올정도로

내마음이<거침없는> 상태가되었을까?

71:9 자네들이내영혼을<거침없는> 상태로만들었어.

자네들이앉아있는모습을보고내영혼은그런상태가된거야.

그점에관해나를용서해주게!

절망하고있는사람을본사람은용감해져.

누구든, 절망하고있는사람을보면자신이

그사람에게용기를북돋아줄자격이있을정도로힘이있다고생각하지.

71:10 자네들은내게그런힘을준거라네.

손님이주인에게주는선물중에서도좋은선물인셈이지.

자네들은귀한손님들아닌가!

자, 그보답으로내가자네들에게무엇인가권한다해도화내지말게.

71:11 여기는나의왕국이고나의영역이네.

오늘저녁, 내것은모두자네들의것이기도해.

내가기르는독수리와뱀이자네들의시중을들걸세.

내동굴에서편히쉬다가게나!

71:12 내집안마당에서만큼은절망하는사람이없어야하네.

여긴나, 짜라두짜가지키는보호구역.

자네들이어떤흉악한짐승에게쫓기면서절망했든,

여기에서만큼은안심하게! 내가자네들을보호하네.

63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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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5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오늘저녁내가자네들한테주는첫번째선물은바로,

안전(安全)!

두번째선물은새끼손가락! 71:13

내새끼손가락을잡으면내손전체를잡게되지.

그렇지! 그리고내마음도잡게되지!

이곳에온것을정말환영하네! 잘왔네! 자네들은내손님일세!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하며 사랑과 짓궂음이 뒤섞인 웃음을 웃었지. 짜

라두짜의인사말이끝나자손님들은머리를숙여인사하고짜라두짜에

대한 존경심에 한동안 침묵을 지켰어. 마침내 오른쪽의 왕이 손님들을

대표해서짜라두짜에게인사말을했지.

오늘자네, 짜라두짜가우리에게손을내밀며인사하는것을보고

71:15

“과연짜라두짜구나!”라는것을다시한번느꼈네.

그태도하나에서이미자네가어떤사람이라는것을알수있었네.

자네는인사말에서몸을낮추었네. 몸을낮춤으로써자네는,

우리가자네에대해가지고있는존경심을거의손상시킬뻔했지.

하지만몸을낮출때에도자네처럼자존심을유지한채 71:16

몸을낮출수있는사람이어디있겠나?

그렇게몸을낮추는법을구경하는것자체가우리를감동시켰네.

우리의눈과가슴에새로운활력을불어넣어주었지.

제4부 637

71:34

71:35

7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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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5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1:17 그렇게몸을낮추는법, 그하나를보기위해서라도

이보다더높은산을올랐을것이라네.

우리는관광객들아닌가!

슬픔에잠긴눈을다시즐겁게만들어줄수있는것이라면

무엇이든보고싶어하는관광객들아닌가!

71:18 보게! 이미우리의고통스러운비명은모두그쳤네.

이미우리의감각과정서는다시활짝열린채기뻐하고있네.

우리의용기가<거침없는> 상태가되는데에는많은게필요한게아니거

든.

71:19 아! 짜라두짜! 이땅위에서자라는것중에

숭고하고강한의지보다더보기좋은것이있을까?

그런의지야말로땅에서자란것중에가장아름다운것이지.

의지가, 크게잘자란나무같이떡버티고있으면

그주변경치전체가달라져보이는법이지.

71:20 아! 짜라두짜!

자네처럼우뚝자란사람을나는큰소나무에비유하고싶네.

높고조용하고엄격하고고독한소나무!

그러면서도가장곱고가장유연하고가장웅장한소나무.

71:21 자신이아우르는영역을키우기위해

녹색바늘잎빽빽한강한가지를벋은소나무.

바람같이, 폭풍같이, 혹은<높은곳>에무엇이있든, 그무엇같이,

대담한질문을던지는소나무.

63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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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5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1:22 대답은질문보다더대담하지.

대답할땐명령하는사람이되지. 승리자가되지.

이런소나무같은존재를구경하기위해서라면

높은산에오르지못할사람이누가있겠나?

우울한사람도, 체질이약한약골도 71:23

자네, 짜라두짜라불리는소나무옆에오면다시활력을되찾지.

안절부절못하던사람도자네가눈길을주면

안정되어스스로가슴의상처를아물게하지.

그래! 요즘많은사람들이자네가머무는산을쳐다봐. 71:24

그리고짜라두짜라불리는큰소나무를쳐다보지.

갈망이생겨나기시작하고있지. 많은사람이이렇게묻기시작했어.

“짜라두짜가누구야?”

한번이라도자네의노래, 자네의꿀같이귀한가르침을받았던사람들. 71:25

숨어있는사람들, 은둔자들, 은둔자커플은이렇게말하기시작했어.

“짜라두짜가아직살아있을까? 71:26

짜라두짜가없는세상이라면사는게의미가없는데!

짜라두짜가없는세상이라면모든것은하나고, 모든것은헛될뿐인데!

짜라두짜는왜오지않는거지? 71:27

오겠다고모든사람에게밝힌게언젠데!

고독이짜라두짜를삼켜버린건가?

아니면짜라두짜가우리에게오는대신에,

우리가짜라두짜에게가야할까?”

제4부 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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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5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1:28 이제고독이물러가고있어.

고독은이제더이상사람들을시체같이가둬둘수없게돼가고있지.

고독속에시체같이묻혀지내다부활한사람들을도처에서볼수있지.

71:29 파도가짜라두짜, 자네의산주변에크게일고있어.

자네가머무는<높은곳>이아무리높다고해도

이제많은사람들이자네에게오고있네.

자네는더이상배[船]를땅에올려놓은채한가하게지내선안되네.

71:30 우리, 절망하고있는사람들이자네동굴을찾아와얼마지나지않아

더이상절망하지않게된것을보게.

이건, 신호이고징조라네.

우리보다훨씬더훌륭한사람들이

자네에게오고있다는신호이고징조라네.

71:31 인간중에는하나님이죽으면서남긴부스러기같은사람들이있네.

그런사람들이지금자네에게오고있는거야.

커다란갈망, 커다란구역질, 커다란넌더리에사로잡힌사람들이오고있네.

71:32 다시희망을가지는법을배울수없다면

더이상살고싶어하지않는사람들이오고있네.

자네, 짜라두짜에게서거대한희망을배울수없다면

더이상살고싶어하지않는사람들이오고있네!

71:33 오른쪽의 왕이이렇게 말하고나서 짜라두짜의 손을잡고 그손에 입맞

춤을 하려고 했지. 하지만 짜라두짜는 황급히 그를 제지하고 뒤로 물러섰어.

64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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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5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갑자기 몸을 뒤로 뺐어. 아주 멀리 도망가

는사람처럼. 하지만잠시시간이흐르자다시손님들과어울리기시작

했지. 또렷이무엇인가묻는듯한눈빛으로손님들을보면서이렇게말

했어.

자네, <훌륭한 사람>들! 내 손님들! 나는 명확하고 쉬운 독일말로 이야

기하겠네. 나는이산에서자네들을기다리고있었던게아니네.

(“명확하고쉬운독일말로이야기한다고? 하나님맙소사!”짜라두짜의

말을듣고왼쪽의왕이혼잣말을했어. “동쪽에서온현인인짜라두짜는

‘훌륭한독일사람’이어떤존재인지모르는게확실하군! ‘훌륭한독일

사람’들이‘명확하고쉽게’이야기한다고할때는, 전혀다른뜻이야.

저럴 때는‘명확하고 쉬운 독일말로 이야기’하겠다고 하면 다들 오해해. 그냥

‘투박한 독일말로 이야기’하겠다고 해야 알아듣지. 좋아! 요즘 시대에는, ‘투박

한독일말로이야기’하는게그리나쁜입맛은아니니까!’”)

그래! 자네들은모두<훌륭한사람들>이겠지. 71:37

(짜라두짜는계속이야기했어.)

하지만내기준으로는‘이정도면되겠다’싶을정도까지

훌륭하거나강한사람들이아니네.

내기준으로는말일세! 71:38

내속에조용히머물고있는

이<가차없는에너지>를기준으로삼을때말일세!

이<가차없는에너지>는앞으로도계속조용히있지는않을거니까.

그래서자네들이나를따른다고해도내오른팔이될수는없다네.

제4부 641

7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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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5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1:39 자네들처럼아프고힘이없는다리를가진사람들은,

스스로알고있든모르고있든,

무엇보다도고난과위험과고통을면하는것을원하거든.

71:40 하지만내팔과내다리가될사람들에대해

나는고난과위험과고통을면하게해줄생각이전혀없네.

내전사(戰士)들에대해

나는고난과위험과고통을면하게해줄생각이전혀없네.

그러니자네들이어떻게내가벌일전쟁에적합한사람들이되겠나?

71:41 자네같은사람들을데리고싸움터에나섰다가는

이길수있던싸움에서모두패배하게될것이네.

심지어자네들중일부는

내가두들기는커다란북소리에놀라제풀에쓰러지고말걸세.

71:42 게다가내기준으로는자네들은훌륭하게생기지도않았고

훌륭한혈통을이은것도아니라네.

나는외모그자체에서내가르침을고스란히나타낼수있는사람,

매끄러운거울처럼내가르침을나타낼사람이필요해.

하지만자네들은그런거울이되지못하지.

자네들같은외모를가지고내가르침을설교하면

사람들이내가르침을잘못이해하기십상이네.

71:43 많은짐들, 많은아픈기억들이자네들의어깨를짓누르고있지.

자네들영혼의구석구석에는많은사악한난쟁이들이앉아있네.

게다가자네들속에는폭도의근성도숨어있지.

64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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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5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들은훌륭하지. 71:44

자네들은다른사람보다훌륭한유형에속하는존재들이지.

하지만그런자네들조차비틀려있는기형적인존재라네.

이세상의어떤대장장이라도내가흡족하게여길정도까지

자네들을두들겨펴서곧게만들사람은없네.

자네들은다리[橋]에지나지않아. 71:45

자네들보다더훌륭한사람들이자네들을밟고지나갈수있게해주도록.

자네들은계단과같은존재.

그러니자네들을밟고자신이도달해야할 <높은곳>으로

올라가는사람에대해화를내지말게!

자네들을씨앗으로삼아언젠가

71:46

나를이을참된아들, 완벽한상속자가자라나올지모르지.

하지만그것은먼훗날의이야기.

자네들은내유산과이름을물려받을존재는아니라네.

이산에서내가기다려온것은자네들이아니라네. 71:47

마지막으로저아래로나와함께갈사람은자네들이아니라네.

자네들은<더훌륭한사람들>이내게오고있다는것을알려주는징조일뿐.

그사람들은자네들이말했던, 71:48

커다란갈망, 커다란구역질, 커다란넌더리에사로잡힌사람이아니라네!

그사람들은자네들이말했던,

‘하나님이죽으면서남긴부스러기같은사람들’이아니라네!

제4부 643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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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5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니! 아니! 절대로아니! 71:49

이산에서내가기다려온것은다른사람들이라네.

그사람들이올때까지난이산에서한발자국도움직이지않을걸세.

71:50 그사람들은보다훌륭하고보다강인하고

보다씩씩하고보다기쁨에찬사람들이지.

몸도영혼도아주강인하고튼튼한사람들이지.

웃음을터뜨리는사자같은사람들이지!

71:51 아! 내손님들! 이기이한사람들!

앞으로올그사람들은내아이들일세.

내아이들에대한이야기를전혀들은적없어?

그들이내게오고있다는이야기를전혀들은적없어?

71:52 나의정원이라고할수있는아이들,

나의<행복이가득한섬>이라고할수있는아이들,

나의아름다운새로운종족이라고할수있는아이들에대해이야기해주게.

왜내아이들에대해이야기하지않지?

71:53 손님이주인에게사랑을베풀어,

손님이주인에게주는선물로서,

내아이들에대한소식을이야기해주게.

나는아이들에관해서부자이고아이들을위해서가난뱅이가됐지.

64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49) 11:3350) 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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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5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모든것을아이들에게주었네.

71:54 한가지를가질수있다면주지못할것이무엇이있겠어?

이아이들을가질수있다면!

이 <살아있는정원>을가질수있다면!

내의지가이 <생명의나무>가되어벋어가는것을볼수있다면!

내가장숭고한희망이

이 <생명의나무>가되어뻗어가는것을볼수있다면!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그리고갑자기말을멈추었어. 갈망이그를덮쳤던

거야. 가슴이 크게 격탕(激 )쳤지. 눈을 감고 입을 닫았어. 손님들도 모두 조용

해졌지. 손님들은 가만히 선 채 실망한 기색이었어. 늙은 예언자만 달랐지. 늙

은예언자는손짓과몸짓을하면서무엇인가말을꺼낼기색이었어.

제4부 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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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6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2:1 이때 예언자는 짜라두짜와 손님 사이에 오가는 인사말을 끊고 나섰어.

그는 아주 황급한 일이 사람이 있는 것처럼 몸을 날려 짜라두짜에게 다

가갔어. 짜라두짜의손을붙잡고는이렇게크게외친거야.

“하지만짜라두짜!

72:2 ‘한순간에는어느한가지가다른모든것에우선한다’

라고자네가말했지않은가. 좋은말이야.

나에겐지금한가지가다른모든것에우선하고있어.

72:3 이상황에딱맞는한마디말로표현하겠네.

자네는우리를식사에초대한거아닌가?

우리중에는아주멀리서온사람도있네.

밥은안주고대충말로때우려는건아니지?

72:4 게다가자네들모두는얼어죽는것, 물에빠져죽는것,

숨이막혀죽는것같은물리적인위험만생각했던것아닌가?

하지만내가어떤위험에빠져있는지에대해선아무도생각해주지

않았지. 나는지금굶어죽을위험에빠져있어!”

72:5 (예언자는 이렇게 말했어. 짜라두짜가 기르는 독수리와 뱀은 이 말을

듣고 겁이 바짝 나서 밖으로 도망갔어. 그날 하루 종일 동굴로 가져온 음식을

다해봐야이철학자한사람의배를채우기도힘들다는것을알게됐거든.)

64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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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6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는지금목말라죽을위험에빠져있기도하지.” 72:6

예언자는말을계속했어.

“이곳에서는지혜를담은말들이콸콸흐르고듯이

맑은물역시멈춤없이콸콸흐르고있군.

하지만난포도주를원해!

모든사람이짜라두짜처럼물만마시고사는사람으로태어난건아니지. 72:7

게다가지치고풀이죽은사람에겐물은아무소용없어.

우린마땅히포도주를마셔야돼!

포도주를마셔야피곤에서빨리회복되지. 저절로건강해지기도하고!”

예언자는짜라두짜의산에서포도주를찾은거야. 그런데마침일이되려고그

런 것인지 보통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왼쪽의 왕이 이렇게 말하는 거였

어.

“우리 형님이신 여기 오른쪽의 왕과 나는 포도주를 많이 가지고 있지. 저 당나

귀등에잔뜩실은게포도주라네. 빵만있으면되는데.…”

“빵?” 72:9

짜라두짜가크게웃으면서대답했어.

“은둔자에게없는게바로빵이네.

하지만사람은빵만가지고사는게아니지.

훌륭한양고기를먹고살기도하지. 나한테양이두마리있네.

얼른이양두마리를잡자고. 깻잎으로듬뿍양념을하세. 72:10

나는양고기를들깻잎으로양념해먹는걸좋아하거든.

또여러가지식물뿌리와열매도있네.

제4부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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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6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미식가들이나식도락가들한테도내놓을수있는것들이지.

수수께끼같이깨드려야하는견과(堅果)도많이있네.

72:11 빨리근사한저녁을준비해서모두함께하도록하세.

하지만함께먹고싶은사람은같이준비해야하네. 왕도마찬가지!

나, 짜라두짜에겐왕도요리사와진배없거든.”

72:12 짜라두짜의 제안에 모든 사람이 진심으로 찬성했어. <스스로 거지가

된 사람>만 예외였지. <스스로 거지가 된 사람>은 양고기와 포도주와 양

념에대해반대해서이렇게외쳤어.

72:13 “먹보짜라두짜가말하는것을들었습니까?”

<스스로거지가된사람>이농담했지.

“이런식사를하자고높은산위에있는동굴을찾아온겁니까?

72:14 아, 오늘저녁식사를보니,

짜라두짜가이렇게가르쳤던게무슨뜻인지알겠습니다.

‘적당하게가난한것이좋다!’349)

그리고 왜 짜라두짜가 거지들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350) 생각하는지도

알겠습니다.”

72:15 “그렇게토라지지말게!”

짜라두짜가<스스로거지가된사람>에게대답했어.

“나처럼기분을좀내봐.

자네, 존경스러운사람! 자네평소습관대로하게.

자네가먹을곡식을빻게. 포도주를마시지말고물을마시고.

자네방식대로먹게. 자네가행복해질수만있다면!

64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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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6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규칙은나를위한규칙일뿐이네. 72:16

모든사람을위한규칙이아니지.

하지만나를따르는사람은팔다리가튼튼해야돼.

그리고몸놀림이빨라야지.

나를따르는사람은즐겁게전쟁터에나가싸우고 72:17

즐겁게먹고마실줄알아야하네.

침울한사람은안돼. 멍한몽상가도안돼.

정말어려운일도건강하고풍요로운축제처럼

받아들일수있는사람이어야돼.

세상에가장좋은것들은우리가가져야돼. 72:18

세상에가장좋은것들이우리에게주어지지않았다면빼앗아야지.

가장훌륭한음식, 시리도록맑게갠하늘,

정말활발하게전개되는생각, 가장아름다운여자!

이런것들은당연히우리것이돼야돼.”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오른쪽의왕이대답했어. 72:19

“이상한일이야! 철학자가이렇게똑똑한소리를하는것을본적있나?

현명한철학자들은많지. 하지만현명하면서미련해. 72:20

현명하면서똑똑한철학자, 당나귀가아닌철학자는정말, 정말드문데.”

72:21 오른쪽의 왕은 이렇게 말하면서 짜라두짜에 대해 감탄했지. 하지만 당

나귀는심술이났어. 오른쪽의왕이한말에대해당나귀는이렇게대답

했지. “네에에엥~.”이게 그날 저녁의 길고 긴 식사의 시작이었어. 이

식사는 나중에 역사책에서‘최후의 만찬’이라고 불리게 됐지. 식사가

제4부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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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6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진행되는동안온통, <훌륭한사람>에대한이야기만오고갔어.

65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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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6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w

처음사람들에게갔을때 73:1

난, 은둔자들이범하는잘못을범했지.

어이없는잘못이었어.

시장한복판에자리를잡았던거야.

모든사람을겨냥해서이야기했어. 73:2

누구하나제대로겨냥해서이야기한게아니었어.

저녁이되자줄타기곡예사와시체만내게친구로남더군.

나자신도절반쯤시체나다름없었어.

하지만다시아침이밝았어. 73:3

나는진실을하나깨달았지.

그리고이렇게말하게된거야.

“시장이내게무슨소용인가!

폭도가내게무슨소용인가!

폭도가혼란에빠져있든말든!

폭도가바보여서내말을못알아듣든말든!”

제4부 651

351) 영국공리주의(Utilitarianism) 사상을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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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6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 <훌륭한사람>들! 내가깨우친교훈을배우게. 73:4

시장에는아무도<훌륭한사람>을믿는사람이없어.

그래도꼭시장에서이야기해야하겠다면할수없지. 해보게.

폭도는눈을껌벅인후이렇게말하지.

“우리는모두평등해.”

73:5 “네가<훌륭한사람>이라고?”

폭도는눈을껌벅이며말하지.

“<훌륭한사람>은없어. 우린모두평등해.

사람은사람일뿐이야. 하나님앞에서사람은모두평등해.”

73:6 하나님앞이라니! 하나님은죽었잖아!

‘폭도앞에서’라고말하고싶었던거지.

폭도앞에서평등한사람이되지않도록해야돼.

자네, <훌륭한사람>들! 시장을떠나!

v2w

73:7 하나님앞이라니! 하나님은죽었잖아!

자네, <훌륭한사람>!

이하나님이란존재는자네에게가장위험한존재였네.

73:8 하나님이무덤에자빠지고난후에야자네가부활했어.

65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52) ‘움켜잡다’는fassen. ‘파악하다, 이해하다’란의미가있음. ‘절벽’은‘공포스러운진실’을의미함.353) 57:36354)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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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6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제야비로소<위대한정오>가오지.

이제야비로소<훌륭한사람>이주인이고지배자가되지!

73:9 형제들! 내말을이해했어?

내말을듣고공포에질렸어?

내말을듣고가슴이철렁내려앉았어?

내말을듣고,

발아래까마득한절벽이자네를위해입을벌리고있는것이보이게됐어?

내말을듣고, 지옥이자네를향해울부짖는소리가들리게됐어?

좋아! 자! 자네, <훌륭한사람>! 73:10

이제야비로소인류의미래가애를낳으려고산통을시작한거야.

하나님은죽었어.

우리는초인이살기를의지하지.

v3w

이시대의가장조심스러운인간들은이렇게말하지. 73:11

“어떻게하면사람이살아남을수있을까?”

하지만나, 짜라두짜는이렇게물어.

“어떻게하면사람을<넘어설> 수있을까?”

나는누구보다먼저이렇게물은사람이고

지금도이렇게묻고있는유일한사람이야.

초인은내마음을차지하고있어. 73:12

초인은내게는가장중요하고하나뿐인관심사야.

인간은내게는관심사가아니지.

제4부 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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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6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가장가까운인간도, 가장가난한인간도,

가장크게고통받는인간도, 가장선량한인간도

내게는관심사가아니지.

형제들! 내가인간을사랑하는것은 73:13

인간이<건너가는> 존재, <내려가는> 존재이기때문이야.

자네들에게는내게사랑과희망을불러일으키는게많이있지.

73:14 자네들이경멸했다는점이내게희망을불러일으켜.

자네, <훌륭한사람>들!

크게경멸할수있는사람은크게존경할수있기때문이네.

73:15 자네들이절망했다는점은크게존경스러운일이라네.

굴종하는법을배우지못했기에,

좀팽이같이잔머리굴리는법을배우지못했기에절망한거지.

73:16 요즘시대에는좀팽이같은대중이주인이되고지배자가됐지.

그인종들은굴종, 묵인, 조심, 근면, 배려를가르치지.

그인종들은기타등등, 기타등등으로한없이나열되는

좀팽이미덕들을가르치지.

73:17 여성스러운것.

노예에서나온것.

폭도들의뒤죽박죽잡탕상태에서나온것.

요즘시대에는그런것들이

65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55) 0:57, 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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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6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인류의미래운명을결정하는주인이되고싶어하지.

아! 구역질! 우에엑! 우에엑!

73:18 요즘시대에는

“어떻게하면사람이가장잘, 가장오래,

가장무난하게살아남을수있을까?”

라는질문만묻고, 또묻고, 지치지않고물을뿐이지.

이질문을물음으로써좀팽이같은대중은<현재의지배자>가됐지.

형제들! 나를위해이현재의지배자들을<넘어서> 주게. 73:19

이좀팽이같은대중을<넘어서> 주게.

이들이야말로초인에대한가장심각한위험!

자네, <훌륭한사람>들! 73:20

이좀팽이같은미덕들을,

이좀팽이같은조심성을,

모래알갱이하나까지따져야성이풀리는조잡함을,

개미떼처럼모여서와글대는우둔함을,

비참한싸구려를,

‘최대다수의행복’351)이라는거짓말을<넘어서> 주게!

굴종하느니절망하게. 73:21

자네, <훌륭한사람>!

이시대를사는방법을모른다는점에서나는자네들을사랑하네.

이시대를사는방법을모르는것이,

자네들에게는이시대를가장잘사는길이기때문이네.

v4w

제4부 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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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7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형제들! 자네들은용기가있어? 대담해? 73:22

구경꾼의눈이있을때부리는용기는소용없네.

은둔자의용기, 독수리의용기를가지고있나?

그런용기는구경꾼커녕신조차더이상지켜보지않아.

73:23 냉혹한정신에서나오는용기, 고집불통에서나오는용기,

술이나약에취해서나오는용기는소용없네.

나는그런용기를가진사람을‘대담한사람’이라고부르지않지.

대담한사람은, 공포를알지만공포를지배하는사람.

까마득한절벽을내려다보지만, 자존심을가지고내려다보는사람.

73:24 까마득한 절벽을 내려다보지만, 독수리의 눈을 가지고 내려다보는 사

람.

독수리의발톱으로절벽을움켜잡는사람.352)

그런사람이진짜용기있는사람이지.

v5w

73:25 “인간은사악하다.”

세상에서가장현명하다는사람들이나를위로한답시고하는이야기지.

아! 요즘시대에도제발, 제발인간이사악하기를!

사악함이야말로인간이가진최고의힘!

73:26 “사람은더훌륭해져야하고동시에, 더사악해져야한다”353)

라고나는가르쳐.

초인에깃든최상의것을만들려면가장지독한사악함이필요하지.

65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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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7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3:27 좀팽이같은인민에게설교했던그사람354)에게는

인간의죄를대신걸머지고고통스러워한것이잘어울리지도모르지.

하지만나는

거대한죄를거대한위안으로삼아죄속에서기뻐할뿐.

하지만이말은바보들을위한말이아니야. 73:28

또누가이말을흉내내서자기생각인양종알대고다닌다면

더웃기는짓이지.

이말은미묘하고아득한진실을담은말이지.

양의발굽으로는이말의이치를잡아낼수없지.

v6w

자네, <훌륭한사람>들! 73:29

내가이곳에있는이유가

자네가잘못한일을바로잡기위함이라고생각해?

혹은자네, 고통스러워하는자들을위해 73:30

보다편안한침대를만들어주기위함이라고생각해?

혹은자네, 안절부절못하고안달하고항상실수를저지르며

자주길을잃는사람을위해

새롭고편한길을가르쳐주기위함이라고생각해?

아니! 아니! 절대로아니! 73:31

자네같은인간들이보다많이, 점점많이

패배해사라져가야돼.

자네같은인간들중보다훌륭한, 점점더훌륭한사람들이

제4부 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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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7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패배해사라져가야돼.

자네같은사람들에게삶은점점더가혹해져야돼.

73:32 그때비로소사람은,

번개355)를맞아산산이부서질수있는<높은곳>까지성장해올라오지.

번개에맞을수있을만큼높이올라오는거야!

73:33 나의정신과갈망은,

드문것, 오랫동안지속하면서진행되는것,

아득히멀리있는것에향해있어.

자네들이겪는, 무수히많고사소하고짧은불행들이

대체내게무슨의미가있겠어?

73:34 자네들은고통을더겪어야돼. 아직멀었네!

자네는자네자신때문에고통을겪었을뿐,

인간때문에, 인간을위해고통을겪지않았기때문이네.

안그렇다고말한다면거짓말이지!

자네들중내가겪은고통을겪은자는아무도없지.

v7w

73:35 요즘은피뢰침으로번개를피할수있게됐다고?

번개를피하는재주를내앞에서피워봤자아무소용없게될거야.

나는아무효과없이번개를때려내고싶지않거든.

번개를고쳐서라도, 나를위해제대로효과를내게만들겠어.

73:36 내지혜는구름처럼쌓여왔지.

65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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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7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점점더고요해지고어두워지고있지.

언젠가번개를쳐내게될지혜는다그래.

나는<현재의인간>들을위해<세상을밝히는빛>이되고싶지않아. 73:37

나는<현재의인간>들에의해<세상을밝히는빛>이라고불리고싶지않아.

나는이인종들눈을멀게해버리는것을원해.

내지혜가때려내는번개!

이인종들의눈알을빼버려!

v8w

자네힘을넘어서는것을의지하지말게. 73:38

자기힘을넘어서는것을의지하는사람에겐

무엇인가사악한거짓이항상감돌지.

특히자기힘을넘어서서위대한것을의지할때는 73:39

본인이문제가아니야.

남들이위대한것자체를의심하게된다네.

위대한것에대한의심이생겨나는거지.

감각이뛰어난<가짜로꾸며대는자>들, 배우들이그런결과를만들어내지.

그래서이들은마지막엔자기자신에대해서도 73:40

가짜인존재이고

눈길을피하는사팔뜨기같은존재이고

회칠로눈가림한썩은건물같은존재일뿐.

그럴싸한똑똑한말로잔뜩위장되어있고

가지지도않은미덕을가진것으로잔뜩위장되어있고

제4부 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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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7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남에게과시하기위한가짜행위로잔뜩위장되어있을뿐.

73:41 자네, <훌륭한사람>들!

자네자신의힘을넘어서는것을의지하지않도록조심해야돼!

요즘시대에는정직보다더중요한것이없거든.

73:42 이시대는폭도가지배하는시대잖아?

폭도는무엇이위대한것이고무엇이좀팽이같은것인지알지못하지.

무엇이정직하고똑바른것인지알지못하지.

폭도는스스로비틀려있다는것을모른채비틀려있어.

그래서항상거짓말하지.

v9w

73:43 <건강한의심>을가지고사물을보도록! 자네, <훌륭한사람>들!

자네, 대담하고, 열려있는마음을가진사람들!

자네생각의근거가되는‘까닭’과‘이유’를잘숨기게!

왜냐하면지금시대는폭도가지배하는시대이기때문.

73:44 폭도가아무이유없이믿게된것을,

그들에게이유를가르쳐서,

뒤집을수있는사람은아무도없네.

73:45 시장에서는몸짓으로상대를설득하는법이지.

이유를대기시작하면폭도는의심의눈초리를던진다네.

66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56) 희생당하는사람. 56:46의주석24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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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7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3:46 진실이한번이라도이기는것을보게되면

자네는<건강한의심>을가지고이렇게묻게.

“뭐가잘못됐기에진실이이긴거지?”

학식이있다는사람들을경계하게! 그들은자네를미워해. 73:47

그들은아무결실을맺지못하는존재이거든!

그들의눈은냉혹하게말라붙은눈이야.

새가보여도깃털이싹없어진채몸통만보이지.

그들은“저는거짓말을하지않습니다”라고큰소리치지. 73:48

거짓말을하지못한다는것과진실을사랑한다는것은전혀다른문제인데.

그사람들조심하게!

광신적인열광에빠져있지않다는것과 73:49

참된깨달음을얻는다는것은완전히다른문제잖아?

나는<얼어붙은정신>을신뢰하지않아.

거짓말을할수없는사람은진실이무엇인지도알수없네.

v10w

높이오르고싶으면자네자신의다리로오르도록. 73:50

짐승이나사람의머리나등에타고가지말게!

말을타고있나? 지금말을타고허둥지둥목표지점으로올라가고있나? 73:51

좋지! 하지만친구!

말을타고있으면자네의절름거리는다리는더절름거리게되네.

목표지점인<높은곳>에도달했을때, 73:52

제4부 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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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7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는말에서뛰어내리겠지.

바로거기서, 그<높은곳>에서넘어져굴러떨어져!

v11w

73:53 자네, 창조자들!

자네, <훌륭한사람>들!

자기배로밸수있는것은자신의자식밖에없어.

73:54 아무것도곧이곧대로듣지말게.

아무것도자네를설득하는일이없도록하게.

자네의이웃이란대체누구지?

자네가아무리‘이웃을위해’일을한다해도

이웃을위해창조해줄수는없잖아?

73:55 ‘누구를위해’란말을잊어버리게! 자네, 창조자!

창조자의미덕은자네가,

‘누구를위해’라든지‘누구의편을들어’라든지

‘누구때문에’같은말과아무상관없기를바라거든.

이런좀팽이같은가짜거짓말에대해서는귓구멍을막아버려야돼.

73:56 ‘이웃을위해’는좀팽이같은대중의미덕일뿐이지.

그인종들은꺼떡하면‘우리끼리’라든지

‘오는게좋으면가는것도좋다’같은말을해대지.

하지만그들은자네의이기심에대해

이래라저래라할권리도없고힘도없어!

66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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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7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3:57 여자가 임신을 하면 본능적으로 조심스러워지고 예지(豫知)를 가지게 되

지.

자네의이기심도마찬가지.

아직아무도알지못하지만

자네속에무엇인가과실이맺혔기때문에이기심이생기는거야.

자네는모든사랑을바쳐서그과실을보호하고감싸고키워야지.

자네의사랑이있는곳, 자네의아이가있는곳에자네의미덕도있어. 73:58

자네의일, 자네의의지가곧자네의이웃.

다른가짜미덕이자네를꼬여다른길로인도하지않도록!

v12w

자네, 창조자들! 자네, <훌륭한인간>들! 73:59

누구든무엇인가를낳는사람은아파야하네.

누구든무엇인가를낳는사람은지저분해지지.

여자들에게물어보게. 애낳는것이쾌락이어서애를낳는지. 73:60

암탉은달걀낳는것이고통스러워깩깩거리고

시인은시낳는것이고통스러워꽥꽥거리지.

자네, 창조자들! 자네내부엔지저분한게많아. 73:61

그건자네가어미가되어야하기때문.

제4부 663

357) 신약누가6:25, 예수의설교중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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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7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새아이! 아! 새아이가태어날때엔쓰레기도그만큼더늘어나지. 73:62

썩비켜!

무엇인가를낳은사람은반드시그영혼을깨끗하게씻고오도록!

v13w

자네힘을넘어서는미덕을갖추려애쓰지말게! 73:63

자네가도저히이룰수없는것을스스로에게요구하지도말게!

73:64 자네선조의미덕이만들어놓은발자국을따르기를!

자네선조의의지가자네와함께오르지않는다면

자네가어떻게높이오를수있겠어?

73:65 맏이356)로태어나기원하는사람은외아들이되지않도록조심하도록!

조상이악덕을범했던일에관해성자인척하지말것!

73:66 조상이수없이많은여자, 독한술, 돼지고기에빠져살았던사람이

자기자신에대해섹스없는독신생활을요구한다면, 말이돼?

73:67 한마디로웃기는일이될뿐이지!

그런사람이라면한명, 두명, 세명의마누라를둬도부족할걸?

73:68 그런사람이수도원을만들고방방마다문짝위에

66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58) Er kam vom Pöbel. 짜라두짜의말중에예수에관한가장공격적인표현임.359) 이 문장과 그 앞의 문장의 원문은 매우 짧고 아름다운 두 개의 문장임. Alle grosse Liebe will nicht

Liebe:die will mehr.360) 저주의눈길. 11:6의주석4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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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7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성스러움에이르는길”이라고써붙인들

그게대순가! 웃기는짓일뿐이지!

73:69 그런사람이‘참회의집’에가서처박힌다고?

그에게좋은일이되기를!

하지만나는그게좋은일이될것이라고전혀안믿어.

73:70 한사람이고독으로가지고들어가는것은,

고독속에서자랄수있는것들이지.

그사람의경우엔고독속에서자랄수있는,

자기내부의짐승을고독으로가지고들어가는거야.

‘참회의집’의고독속에서그짐승은더욱더크게자라겠지.

고독하게 사는 사람들 중에는, 고독하게 살지 말도록 설득해야 할 사람이 많

네.

이땅위에, 73:71

평생고독하게사는사막의성자보다더지저분한인종이있나?

사막의성자마음속에는악마가깃들어어슬렁거릴뿐아니라

색골도깃들어어슬렁거려.

v14w

소심하고부끄럽고어색한모습. 73:72

허공을날아서감행한공격이빗나간호랑이의당황한모습.

자네들이그런모습으로슬그머니옆으로물러서는모습을나는자주보네.

자네, <훌륭한사람>들!

주사위한번던진게실패했을뿐이야.

제4부 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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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8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그런들? 73:73

자네, <주사위를던지는사람>들!

인간은마땅히놀고조롱하는법을배워야돼.

그렇게놀고조롱하는법을아직배우지못했어?

우리는항상

즐기는것, 조롱하는것을위한커다란테이블에앉아있는존재아니야?

자네가시도했던위대한일이실패라고해서 73:74

자네라는존재자체가실패야?

자네라는존재가실패라고해서

인류자체가실패야?

인류가실패라고해서…음, 좋아! 덤벼봐!

v15w

73:75 사물은보다훌륭한유형에속할수록성공할확률이줄어들지.

자네, <훌륭한사람>들! 자네들은모두실패작아니야?

73:76 그런들!

용기를가져! 아직도가능한것들이엄청많이남았어!

사람은마땅히자기자신을비웃을줄알아야돼.

66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61) 유럽에서는 항상 교회의 수장이 왕에게 왕관을 씌웠음. 유일한 예외가 프랑스 혁명 후 나폴레옹이었음.프랑스혁명은가톨릭교회를박살내고‘이성교(理性敎)’라는것을만듦. 혁명을계승(?)하여스스로황제가된나폴레옹은자신의머리에자기손으로왕관을썼음.

362) heilig sprechen. 초기 기독교 역사를 보면, ‘정식 경전’(canon) 선포는 교리를 확정하고 이단과 정통을구분하는핵심사업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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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8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신을비웃는법을배우게!

73:77 자네가실패하고반쯤밖에성공하지못했다고해서놀라지말게!

자네, <반쯤부서진사람>들!

자네속에서인류의미래가용을쓰고투쟁하고있잖아?

73:78 인간이제기할수있는가장아득하고가장심오한질문들을던지는것.

인간이팔을뻗을수있는가장먼별에대해팔을뻗는것.

인간이가지고있는넘치는에너지.

이런것들이모두함께,

내가지금‘자네’라부르는항아리속에서

부글부글거리고있는것아니야?

73:79 그런것들이그토록부글거리고있는마당에

항아리들이깨져나가는게당연한것아니야?

사람은마땅히비웃을줄알아야돼. 자신에대해비웃는법을배우게!

자네, <훌륭한사람>들!

아직도가능한것들이엄청많이남았어!

그래! 성공한것도많이있잖아! 73:80

이땅에는훌륭하면서작고완벽한존재들이엄청나게많이있잖아!

잘만들어진존재들이많이있잖아!

작으면서도완벽한것들을주변에두게. 73:81

자네, <훌륭한사람>들!

그런완벽한것들은고귀한, <무르익은모습>을보여주거든.

그<무르익은모습>이자네영혼의상처를아물게해주거든.

제4부 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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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8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완벽한것은희망을갖도록만들어주거든.

v16w

땅위에서저질러진죄중에가장큰죄가무엇일까? 73:82

“너희이제웃는자여! 너희가애통하며울리로다!”357)

라는극악한말보다더큰죄가있을까?

그말을한그사람은 73:83

이땅아무데서도웃어야할이유를찾지못했나?

좀제대로찾아보셨어야지!

어린애들도웃을이유를찾아내서노상웃으며살잖아!

73:84 그에겐사랑이부족했던거야.

사랑이충분했더라면우리, 웃는사람들도사랑했을텐데!

하지만그는우리를증오했지. 우리를조롱했지.

우리에게울고이를갈게될것이라고저주했지.

73:85 사랑하지않는다고저주해도되는거야?

사랑하지않으면저주하는사람은성질머리가정말못된거지.

하지만그사람은그런성질머리를가졌던거지.

<절대적기준을강요하는사람>이었지.

그는폭도출신이었어.358)

66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63) 한스부르스트(Hans Wurst). ‘소시지먹는한스’라는뜻. 원래는돼지창자에검은색푸딩을넣어소지지모양으로 만든 것을 먹는 모습을 연기하는 광대. 얼굴과 몸이 모두 엉망으로 더러워짐. 네덜란드의Pickel-herringë, 영국의 Jack Pudding, 프랑스의Jean Potage, 이탈리아의Macaro’ni 가모두이광대임.나중에는익살광대일반을지칭하는말이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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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8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3:86 그에겐사랑이부족했던거야.

사랑이충분했더라면

자신이사랑받지못하고있다는사실에대해

그토록분노하지않았을텐데.

사랑이커지면사랑을요구하지않아.

사랑이커지면더사랑하고싶을뿐.359)

73:87 <절대적기준을강요하는사람>들을멀리하도록!

그런사람들은가난하고병든유형의인종이야. 폭도유형의인종이지.

악의에가득찬눈길로인생을보지.

<사악한눈>360)으로이땅을봐.

<절대적기준을강요하는사람>들을멀리하도록! 73:88

그런사람들발은천근같이무겁고, 마음은찐득거리지.

그러니,

이땅을, 가벼운존재로느낄도리가없는거지!

v17w

훌륭한존재들이자기목표에다가갈때에는직선으로접근하는게아니야. 73:89

휘어서접근하지.

목표에접근하는경로는고양이등처럼굽어있어.

목표에접근하면서속으로가만히가르릉가르릉고양이처럼웃지.

훌륭한존재들은모두웃어.

발걸음을보면 73:90

자기자신의길을가고있는사람인지아닌지알수있어.

제4부 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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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8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가걷는것을한번봐!

길을걷다목표에이르게되면저절로춤이나오지.

그래! 난동상이나석상이된게아니야. 73:91

딱딱하고그루터기같고돌같고기둥같이서있는게아니야.

난빨리달리는걸좋아하거든.

그래! 땅에는늪이있고세상에는깊은번뇌와고통이있지. 73:92

하지만발이빠른사람은진흙탕위에서도,

매끄럽게쓸어놓은얼음판위처럼미끄러지며춤출수있어.

형제들! 마음을높게, 더<높은곳>으로! 73:93

다리도잊지마!

다리도번쩍번쩍들어올리고! 우린모두춤꾼이잖아!

물구나무도가끔씩하면더좋지!

v18w

73:94 웃는사람이쓰는왕관.

장미로만든화관(花冠).

이제내머리위에내손으로이왕관을씌우네.361)

내가직접

웃음에 관한 가르침이 정식 경전(經典)이 되었음을 성스럽게 선포362)하

네.

아! 내머리에화관을얹어주고

웃음에관한가르침이신성한경전이되었음을

선포할만큼힘있는사람아무도없네.

67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670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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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8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3:95 춤꾼짜라두짜.

경쾌한짜라두짜.

언제든날아오를채비를끝내고날개를퍼덕여신호하는짜라두짜.

모든다른새들에게신호하는짜라두짜.

준비끝! 준비완료!

영혼은기쁨에넘쳐한없이가벼워지네!

예언자짜라두짜.

73:96

웃는예언자짜라두짜.

참을성이없지않은짜라두짜.

<절대적기준을강요하는사람>이아닌짜라두짜.

뛰어오르며아찔하게노는걸좋아하는짜라두짜.

이제내머리위에내손으로장미로만든왕관을씌웠다!

v19w

형제들! 마음을높게, 더<높은곳>으로! 73:97

다리도잊지마!

다리도번쩍번쩍들어올리고! 우린모두춤꾼이잖아!

물구나무도가끔씩하면더좋지!

행복할때에도발이천근같이무거운, 짐승같은사람들이있지. 73:98

날때부터발이천근같이무거운사람들이있지.

그런사람들은기묘하게몸을놀려

물구나무서려고발버둥치는코끼리같지.

제4부 671

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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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8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행복에겨워바보같이행동하는게 73:99

불행에잠겨바보같이행동하는것보다훨씬낫지.

엉성하게춤추는게

절뚝거리며걷는것보다훨씬낫지.

자! 내가한가지지혜를가르쳐줌세!

아무리나쁜일이라도뒤집으면좋은점이있어.

아무리나쁜일이라도훌륭하게춤출수있는다리를달고있지. 73:100

자네, <훌륭한사람>들!

멀쩡한두발로멀쩡하게서는방법을배워!

73:101“슬퍼요! 아파요!”라고떠들고다니는건아예잊어버려!

폭도들이나슬픔에취해사는거야!

요즘에는폭도들이좋아하는익살광대<한스부르스트>363)조차

얼마나슬픈얼굴인지!

하지만이시대는폭도들이확실히지배하고있지.

v20w

73:102 산위동굴에서세차게불어내려오는바람같은존재가되도록!

그바람은자기가만들어내는피리소리에맞춰춤추지.

그바람의발치에서

바다는부들부들떨기도하고날뛰기도하지.

73:103 당나귀도날아오르게할수있는정신.

암사자도순순히젖을짜도록자기몸을내주게할수있는정신.

67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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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8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모든<현재의사람>들, 모든폭도들에게폭풍과같이몰아치는

사나운정신.

그정신에게칭송을!

제4부 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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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8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사나운폭풍같은정신은 73:104

엉겅퀴같이정신이흐트러져있는종자들,

배배꼬인정신을가진종자들,

시든나뭇잎, 시든잡초같은종자들에대한적이지.

늪위에서도, 번민위에서도

마치풀밭위인것처럼춤추는

거칠고훌륭하고자유롭고폭풍같은정신에게칭송을!

이사나운폭풍같은정신은 73:105

버려진개같은종자들인폭도들을증오하지.

우울에찌들은약골들을증오하지.

눈이침침한종자들, 궤양에걸린종자들의눈에

사정없이먼지를집어넣어주면서

껄껄웃음을터뜨리는폭풍!

그런폭풍같은, 모든자유정신들을대표하는정신에게칭송을!

자네, <훌륭한사람>들! 73:106

자네들최대의문제는자네들중아무도,

사람이마땅히춤추어야하듯이춤추는법을배우지못했다는점이야!

자기자신을<넘어서서> 추는춤!

자네들이실패작이라고? 그런들?

아직도할수있는일이엄청많아! 73:107

그러니자기자신을<넘어서서> 웃는법을배워!

마음을높게, 더높게고양시켜!

67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64) 이시는리하르트바그너(R. Wagner) 풍의시를패러디한것임. 늙은마법사는바그너를상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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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8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제대로껄껄웃어봐!

73:108 웃는사람이쓰는왕관.

장미로만든화관.

형제들! 이제자네들에게이왕관을씌우네!

나는웃음에대한가르침이정식경전이되었음을성스럽게선포했어.

자네, <훌륭한사람>들!

웃는것을배워!

제4부 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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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9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w

<훌륭한 사람>에 대해 말할 때 짜라두짜는 동굴 문 쪽에 서서 이야기했어. 마

지막 말을 마치자 짜라두짜는 손님들 곁을 떠나 잠시 바깥 공기를 쐬러 나왔

지.

“아! 싱그러운냄새!” 74:2

짜라두짜는감탄했어.

“행복이넘치는고요!

그런데독수리하고뱀은어디에간거지?

이리와! 이리와!

내게이야기해봐. 74:3

이<훌륭한사람>들말이야.

몸에서나는냄새가좀그렇지?

하지만이바깥은온통싱그러운냄새로가득해!

독수리! 뱀! 이제야내가너희를얼마나사랑하는지알게된것같아.”

짜라두짜는한번더이야기했지. 74:4

“난, 너희를사랑해!”

독수리와 뱀은 짜라두짜에게 꼬옥 붙어 섰어. 그리고 짜라두짜를 쳐다보았지.

셋은 이렇게 조용히 선 채 싱그러운 공기를 한껏 들이쉬고 내쉬었어. 이 바깥

67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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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9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쪽공기가안쪽의<훌륭한사람>들이있는곳의공기보다훨씬좋았거든.

v2w

74:5 짜라두짜가 동굴을 떠나자마자 늙은 마법사가 일어났지. 교활한 눈빛

으로주위를둘러본후이렇게말했어.

“그는갔어!

74:6 자네, <훌륭한사람>들!

나도짜라두짜처럼자네들을‘훌륭한사람들’이라고불러야지.

칭송과아첨이잔뜩들어간호칭이잖아?

이호칭으로살살긁어주니까기분좋지?

속이기도잘하고마술도잘부리는내사악한정신, 내우울한악마가

벌써나를공격하고있거든.

74:7 이악마는뼛속깊이, 이짜라두짜라고불리는사람과는정반대야.

짜라두짜와정반대라는점, 용서해줘!

자, 이악마가나더러

자네들을홀려보라고막무가내로시키고있어.

이제이악마의시간이온거지.

나는이사악한정신에대항하려했지만소용없었어.

74:8 자네들모두에겐말이야,

스스로무슨칭호를붙여서무게를잡든,

스스로를‘자유정신’이라부르든,

‘정신을참회하는사람’이라부르든,

‘구속되지않는정신을가진사람’이라부르든,

제4부 677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677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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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9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위대한것을욕구하는사람’이라부르든,

자네들모두에겐말이야, 74:9

나도마찬가지지만,

지독한구역질이나서고통스러워하고있는자네들모두에겐말이야,

옛하나님은자네들을걱정하다죽었지,

새하나님은아직태어나지도않았지,

그러니까아직배내옷을입고요람에누워있는상태도아니거든.…

자, 이런상태에서,

지독한구역질이나서고통스러워하고있는자네들모두에겐말이야,

나의사악한정신, 나의마술쟁이악마가아마입맛에맞을거야.

자네, <훌륭한사람>들! 74:10

나는자네들이어떤사람들인지잘알아.

또나는그가어떤사람인지잘알지.

이짜라두짜란악마는말이지,

아무리좋아하지않으려고해도좋아할수밖에없거든.

그는빛나는성자의얼굴을한것처럼보일때가많아.

내사악한정신, 그우울한악마도 74:11

짜라두짜의얼굴에씌워져있는가면과아주비슷한가면을쓰고좋아해.

아마내가짜라두짜를사랑하는건

내사악한정신때문인거같아.

이미이우울한악마, 이우울의정신이날덮치고있군. 74:12

이녀석은저녁어스름에배회하는악마야.

자네, <훌륭한사람들>!

67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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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9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악마는원하고있어.

74:13 자네들, 눈을뜨고잘봐!

이악마는벌거벗고이곳에오기를간절히원하고있어.

남자모습일지여자모습일지는나도몰라.

하지만악마가내게오고있어! 나에게덮어씌워지고있어! 이런!

자네들모든감각을깨워! 악마가씌운나를느껴봐!

74:14 낮은저물고있네.

온세상에저녁이내리고있네.

가장훌륭한것위에도저녁이오고있네.

귀로들어봐.

눈으로봐.

<훌륭한사람>들!

남자모습인지여자모습인지몰라도,

<저녁어스름에오는우울의정신>이라고불리는

이악마의정체를느껴봐!”

74:15 늙은마법사는이렇게말했지. 교활한눈빛으로주위를둘러본후하프

를집어들고노래하기364)시작했어.

제4부 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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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9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3w

공기가싱그러워질때, 74:16

이슬이편안하게

땅위에살포시내릴때,

보이지않고들리지않게내릴때,

이슬은세상을위로하지.

위로하는자들이모두그런것처럼,

이슬은부드러운신을신고있어.

그때너, 기억해? 가슴이뜨거운사람인너, 기억해?

한때네가하늘의눈물을, 이슬의소낙비를얼마나갈망했는지기억해?

너는갈증에목이타고있었지. 가뭄에바짝타서지쳐있었지.

풀들도누렇게시들은오솔길에

사악한저녁햇살이

검은나무그림자사이를뚫고네주위에물들었지.

눈부시게빛나며악의에차있던햇살, 기억해?

“진실을추구하는사람이라고? 네가?”사람들은그렇게야유했지. 74:17

“아니! 넌아니야. 넌시인일뿐이지!

다른짐승을잡아먹는, 교활하게살금살금돌아다니는짐승일뿐이지!

거짓말을해야만하는,

알면서의도적으로거짓말을해야만하는시인일뿐이지!

침을흘리며먹이를노리고

알록달록한가죽으로몸을숨기지.

너자신한테도너를숨겨.

너자신한테도먹이가돼.

그게진실을추구하는사람이야?

68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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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9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니야! 바보일뿐이야! 시인일뿐이야!

이말인듯, 저말인듯알록달록하게말하지.

광대들이쓰는가면뒤에서외쳐대지.

거짓에가득찬말로다리를놓고그다리위를으스대며걸을뿐이지.

가짜하늘과

가짜땅사이에놓은

가짜다리. 가짜무지개.

하늘에올라떠돌뿐이지.

광대일뿐이야! 시인일뿐이야!

74:18 그게진실을추구하는사람이야?

고요하지도않고엄숙하지도않고미끈하지도않고냉정하지도않아.

이미지일뿐이야.

신의형상이되었을뿐이지.

성당앞에세워진형상이아니야.

성당앞에세워졌으면신을수호하는자여야하잖아?

아니지! 성당앞에세워진, 진실의형상에대해선적이야.

성당앞보다는그냥황야에놓였을때스스로편하게느끼지.

고양이같이<거침없지>.

틈만나면튀어들어.

재빨리! 기회만나면비집고들어.

정글이있는곳을귀신같이냄새로알아내지.

탐욕스런갈망으로냄새맡아.

그래! 너는잘도달리는구나!

지악스럽도록건강하게, 알록달록가죽으로몸을감춘채, 근사하게,

정글속을잘도달리는구나!

다른알록달록한맹수들사이를비집고

제4부 681

75:5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681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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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9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탐욕스럽게입술을핥으며잘도달리는구나!

기쁘게야유하면서, 기쁘게파괴하면서, 기쁘게피에주려서.

잡아먹고! 살금살금다니며거짓말하고!

혹은독수리같다고할수도있지. 74:19

저멀리아득한절벽을보고있는독수리.

그절벽이야말로독수리, 너의절벽이지.

하늘에서원을그리며,

아래로, 안으로,

더깊은밑바닥속으로!

그리고

갑자기사냥감을향해직선으로꽂혀내리지.

가늘게흔들리며꽂혀내리지.

양을덮치지.

머리를아래로향한채게걸스럽게꽂혀내리지.

양을탐내지.

양과같은영혼에대해분노하지.

양을닮은것, 양의눈알을가진것, 양처럼털이곱슬곱슬한것,

양처럼회색으로친절한것.

이양처럼보이는모든것에대해불같이분노하지.

이렇듯 74:20

시인의욕망은

독수리같아! 표범같아!

천개의가면을써서꽁꽁감춘너의욕망은독수리같아! 표범같아!

넌, 광대! 넌, 시인!

68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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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9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4:21 너는사람을하나님과양으로보지.

사람속의하나님도찢어발기고,

사람속의양도찢어발기지.

찢어발기며웃기위해서.

74:22 그거, 그게네가받은축복이야!

표범이나독수리가받은축복이야!

시인이나광대가받은축복이야!”

74:23 공기가싱그러워질때,

초승달이보랏빛황혼을비집고

시기심가득한녹색으로떠오를때,

<낮에대한적>, 달은

한발자국씩비밀스럽게발걸음을내딛을때마다

초승달처럼생긴낫으로

장미넝쿨을가차없이베어버리지.

장미넝쿨들은하얗게질린채아래로,

밤속으로아래로가라앉아버리네.

74:24 그래! 나도언젠가저렇게가라앉았지.

진실에대한환상이깨지고

낮동안내내간직해온갈망에지쳐서

낮이싫어지고, 빛이싫어졌지.

밑으로가라앉았어. 저녁속으로가라앉았어. 그림자속으로가라앉았어.

가뭄에바짝타버린몰골로갈증에목이타들어가면서,

제4부 683

365) <미덕의근원>(Erbtugend)은‘원죄(Erbsünde)’에빗대어만든말임.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683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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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9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오직하나의진실을깨달았을뿐이야.

너, 기억해? 가슴이뜨거운너, 기억해?

한때네가얼마나갈망했는지기억해?

나는진실에도달할길이없다는진실!

나는광대일뿐이라는진실!

나는시인일뿐이라는진실을깨달았을뿐이야!

68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66) 9:4, 73:70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684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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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9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5:1 마법사가이렇게노래하자그자리에있던사람들은모두, 마법사의교활

한의도에넘어가서그물처럼펼쳐진달콤한우울속으로빠져들어갔어.

<정신이양심적인사람>만그그물에빠지지않고멀쩡했지. <정신이양

심적인사람>은마법사로부터하프를가로채고는이렇게소리쳤어.

“공기! 신선한공기로환기시켜야돼!

짜라두짜를불러와!

마법사, 당신은이동굴을후텁지근하고독기에가득찬곳으로만

들었어!

당신, 아주사악하게늙은마법사군!

75:2 당신은사람들을무엇인지모를욕망의세계로,

어디인지모를황무지로유혹하는군.

당신은아주교묘한사기꾼이야.

이런! 당신같은사람들이진실에대해떠들고야단법석을부리다니!

75:3 자유정신을가진사람들도경계하지않은상태에선

당신같은마법사에게모두당하고말지!

자유정신의자유는끝장나지.

당신은사람들을가르치는척하면서실제론,

다시감옥속으로들어가게유혹하고있는거야.

75:4 당신은늙고우울한악마!

제4부 685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685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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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0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비탄에젖은당신의소리는사람들을유혹하는새소리.

당신은,

섹스없는순결을찬양하면서실제로는음탕한관능으로유혹하는놈들하고

똑같은짓을하고있어!”

<정신이 양심적인 사람>은 이렇게 말했어. 늙은 마법사는 하지만 자신의 주위

를둘러보았어. 모든사람들이자신이부른노래에빠져넋이나가있는것을보

고 마음이 흐뭇했지. 그래서 <정신이 양심적인 사람>이 입바른 소리를 했어도

꾹참았어. 그리고짐짓점잖은목소리로말했지.

“자네, 좀조용히하게.

좋은노래는그여운이길어야하는법이야.

좋은노래를듣고나면오랫동안조용히음미해야하네.

지금이자리에있는<훌륭한사람>들은 75:6

아까들었던노래를조용히음미하고있는거야.

그런데자네는아마, 내노래를별로잘이해하지못한거같은데?

아마자네한테는<마법의정신>이별로없는모양이야.”

“흥! <마법의정신>이없다니나한테는칭찬이군.” 75:7

<정신이양심적인사람>이대답했지.

“당신과내가같은족속이아니라니나한테는칭찬이지.

그런데다른분들! 도대체지금무엇들하시고계신겁니까?

음탕한눈빛으로멍하게앉아들계실겁니까?

영혼이자유롭다는분들! 영혼의자유는다어디로날아가버린겁니까? 75:8

마치사악한여자들이홀랑벗고춤추는모습을

한참동안넋을잃고본사람들하고똑같은모습이군요!

68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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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0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당신들의영혼은그런여자들과어울려춤추고있는것과똑같은꼴입니다!

75:9 마법사는자기안에악마가있다고말했죠.

마법을부리고사람을속이는악마가있다고.

그리고그악마가시켜서노래한다고했죠.

제가보기엔

여러분들내부에도그런악마가상당히많이존재하고있는겁니다.

당신들, <훌륭한사람>들!

당신들과저는많이다릅니다.

75:10 그래요! 아까짜라두짜님이동굴로돌아오기전에

저는당신들과함께많이이야기하고많이생각했습니다.

저와당신들이서로많이다르다는것을알기위해그랬던겁니다.

75:11 우리는서로다른것을추구하고있는거지요.

이곳짜라두짜의동굴까지올라와서도.

저와당신들은서로다른것을추구하고있습니다.

저는안정되기를바랍니다.

저는안정을얻기위해짜라두짜에게왔습니다.

짜라두짜는아직까지는제일안정된탑(塔)이고

제일안정된의지니까요.

75:12 요즘시대에는모든것이비틀거리고있지요.

땅전체가지진을일으키고있지요.

하지만당신들은보다불안정해지는것을찾고있는것같습니다.

당신들눈빛에서저는그걸느낍니다.

75:13 당신들은

제4부 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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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0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더커다란공포, 더커다란위험, 더커다란지진을찾고있어요.

당신들은그런욕망을가지고있어요.

이건순전히제생각일뿐이긴합니다.

제가마음대로추측한것을용서하시길.

당신들은최악의, 가장위험한상황이오기를욕망하고있어요. 75:14

나를한없는공포에질리게하는참으로위험한인생을욕망하고있어요.

야수와같은인생을욕망하고있어요.

험한숲이나동굴이나가파른산이나미로와같은인생을욕망하고있어요.

당신들을기쁘게하는사람은 75:15

당신들을위험으로부터건져내는사람이아니죠.

당신들로하여금길을완전히잃게만드는사람,

당신들을엉뚱한곳으로이끄는사람이당신들을만족시키죠.

하지만당신들이위험한인생을살고싶다는

욕망을실제로가지고있다고해도그욕망은실현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두려움이란인간의본원적이고도근본적인감정이거든요. 75:16

모든것은두려움으로설명할수있어요.

원죄나<미덕의근원>365) 역시두려움으로설명되지요.

저의미덕도두려움에서성장해서나온것이죠.

저의미덕은과학이라불리죠.

거친짐승에대한두려움이야말로 75:17

인간에게가장오래존재해온두려움입니다.

인간이자신의마음속에숨겨놓고

스스로두려워하는짐승에대해서도마찬가지에요.

68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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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0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는마음속의짐승을‘자기내부의짐승’366)이라고불렀죠.

75:18 까마득한옛날부터오랫동안지속되어온이두려움은

보다미묘한것이되고정신적인것이되고지적인것이되었죠.

그래서오늘날과학으로불리게됐다고생각합니다.”

75:19 <정신이 양심적인 인간>은 이렇게 말했어. 하지만 이때 짜라두짜가 마

침 동굴로 돌아왔다가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을 듣고 무슨 소리인지 그

뜻을 이해했어. 짜라두짜는 <정신이 양심적인 사람>에게 장미꽃을 한

줌 던졌어. <정신이 양심적인 사람>이 한 말에 담긴‘진실’에 대해 어

이없는심정이들어비웃었던거야. 짜라두짜는이렇게외쳤지.

“뭐라고? 내가제대로들은것, 맞나?

자네는바보야. 혹은내가바보든지.

자네말의‘진실성’을내가거꾸로뒤집어보겠네.

75:20 두려움이란느낌은

자네말처럼모든인간행동에공통된근본적인느낌이아니라

예외적인느낌이야.

알지못하는것, 아직시도해보지않은것에대한

용기와모험과기쁨이일반적인느낌이지.

용기가인간선사시대그자체야.

75:21 인간은가장거칠고가장용감한동물들이가지고있는

장점을부러워했지.

제4부 689

367) Psalm. 다윗의시편. 실제로이시의형식은시편을따르고있음.

7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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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0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동물들에게서각각의장점을다빼앗은거야.

그렇게해서비로소인간이될수있었던거지.

이용기가드디어 75:22

보다미묘한것이되고정신적인것이되고지적인것이된거지.

인간의이러한용기가독수리의날개와뱀의지혜를갖추게된거지.

그리하여오늘날에는뭐라고불리게된줄알아?”

“짜라두짜라고불리지!” 75:23

모두들입을모아크게합창하듯대답하고서는배를잡고웃었어. 무거운구름

이걷힌거같았어. 마법사도웃었지. 마법사는생각에잠겨이렇게말했어.

“나의사악한정신은이제날떠났군!

아까노래하기전에자네들에게경고했었지? 75:24

나의사악한정신, 그우울한악마는사기꾼이라고,

사기와거짓말에능한악마라고경고했었지?

특히벌거벗은채나를찾아올때는더그래. 75:25

하지만내가그악마의장난질을어떻게막을수있겠어?

내가그악마를만든것도아니고이세상을만든것도아니잖아?

아무튼! 다시즐겁게지내자고. 다시유쾌하게지내자고! 75:26

69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68) 시의 흐름상 다른 관점, 다른 톤(tone)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은 세 칸 들여서 썼음. 이 시는 다윗의 시편을빌려서매우음란하고에로틱한내용을읊은것임. 니체학자중에는이시가니체의학창및군인시절창녀촌의경험을읊은것이라보기도함.

369) Selah. 히브리어. 원래는‘멈추고 들어 보라’란 뜻. 구약 성경에서 시편(Psalm)에 39번 등장하며 예언자하박국(Habakkuk)에3번등장함. 시한편과다른시한편을연결할때주로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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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0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가기분나쁘다는표정으로나를보고있지만.…

짜라두짜를좀봐! 그는내게화가나있어.

얼마안있어밤이깊어지기전까지는 75:27

짜라두짜는다시나를좋아하고칭송하게될거야.

짜라두짜는나를좋아하는실수를자꾸범하지않고선못사는인간이거든.

75:28 그는자신의적을사랑하지.

자신의적을사랑하는것에관해서는예술의경지에도달했어.

그예술에관한한짜라두짜보다더뛰어난사람을나는본적이없네.

하지만적을사랑하는데에서오는고달픔과고통을친구들한테풀지!”

75:29 늙은 마법사는 이렇게 말했어. <훌륭한 사람>들은 늙은 마법사의 이야

기를듣고박수갈채를보냈어. 짜라두짜는한바퀴빙돌면서장난기그

득하게 사랑이 넘치는 모습으로 친구들과 악수를 했어. 마치 친구들에

게 무엇인가 사과하면서 잘못한 일을 보상하려는 사람처럼 말이야. 하

지만 한 바퀴 돌고 다시 동굴의 출입구 쪽으로 돌아오자 짜라두짜는 바

깥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독수리와 뱀과 함께 있고 싶다는 욕구를

다시느꼈어. 짜라두짜가동굴에서막빠져나가려고할때였어.

제4부 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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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0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w

가지말게! 76:1

(자신을짜라두짜의그림자라고부른방랑자가말했어.)

우리와함께있게!

그렇지않으면또다시

오래된칙칙한번민이우리를덮칠걸세!

저늙은마법사가이미최악의일을저질렀지. 76:2

보게! 이선량하고경건한교황은벌써두눈에눈물이그렁그렁하잖아!

바다같은우울에빠진거야.

저쪽의왕들은멀쩡하게용감한듯보이는얼굴을하고있지. 76:3

그들은요즘시대를사는누구보다도,

얼굴표정을관리하는법을잘알기때문이야.

하지만아무도보는사람이없을때는,

저쪽의왕들에게도그모진상태가다시시작될걸세.

마음은구름처럼허망하게떠다니고

우울은축축하게젖어들고

하늘은회색으로우중충하게변하고

태양도구름뒤에숨어서나오지않고

쓸쓸한가을바람만요란하게울부짖고.…

69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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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0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6:4 한마디로고통이마음속에서울부짖는상태,

그모진상태가다시시작될걸세.

우리와함께머물러주게! 짜라두짜!

여기엔숨겨진고통이많다네.

그고통들은밖으로드러나게되기를원하지.

여기엔저녁처럼내리는환멸, 구름처럼휘도는번민,

축축하게젖어드는우울이많다네!

76:5 자네는우리에게남자들이먹는진한음식을먹였네.

자네는우리에게기운을북돋아주는좋은말을해주었네.

이제자네가나가버리면

우리는나약한여자같은정신에사로잡히게될걸세!

그런정신을들이켜취하는게후식(後食)이되겠지.

76:6 주변의공기를활력이넘치는싱그러운공기로만들수있는것은자네뿐!

자네와함께자네동굴에서마시는이공기보다

더싱그러운공기를마신적없거든.

76:7 나는여러대륙, 여러나라에가보았네.

내코는여러종류의공기를시험하고평가하는능력이있지.

하지만여기자네와함께있으니까,

내콧구멍이최고의호강을누리고있네!

76:8 하지만아, 이보다더좋았던공기가있었어!

아, 옛기억이떠올랐다는점을용서하게!

오래된노래를후식삼아부르는것을용서하게!

언젠가사막의딸들과함께지내면서지은노래.

제4부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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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0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사막의딸들과함께지낼때, 76:9

그때도훌륭하고싱그러운동양의공기가있었어.

그곳에있을때나는

구름끼고축축하고우울한<늙은유럽>으로부터멀리멀리벗어날수있었지.

그시절에나는 76:10

동양아가씨들을사랑했지.

기독교의<하늘의왕국>과는다른푸른색<하늘의왕국>들을사랑했어.

그푸른색<하늘의왕국> 위에는아무구름도없었고아무생각도없었지.

사막의딸들이춤추지않을때얼마나어여쁘게앉아있는지믿지못할거야. 76:11

깊게가라앉은모습이지만아무생각도안하지.

작은비밀처럼, 리본을묶은작은수수께끼처럼,

호두같은작은후식(後食)견과처럼앉아있지.

여러가지색깔이섞여있는존재들이야. 참으로기이한존재들이지! 76:12

하지만구름이끼어있지않은존재들이야.

수수께끼는수수께끼인데풀수있는수수께끼야.

그런아가씨들을즐겁게해주기위해나는

저녁먹고부를수있는찬미가367)를하나만들었어.

<방랑하는 그림자>는 이렇게 말했어. 그리고 다른 사람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늙은마법사의하프를가로챘지. 다리를포개고는주변을조용히현자같은모

습으로 둘러보았어. 하지만 콧구멍으로 공기를 천천히 들이마시고 있었던 거

야. 공기를 음미하듯. 기이한 나라에 가서 기이한 공기를 마시는 사람처럼. 그

리고우렁차게노래를부르기시작했어.

69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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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0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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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14 사막은점점커지네! 사막을가슴에품는사람, 재앙을입게되지!368)

76:15 하! 엄숙하게!

정말엄숙하게!

제대로시작해야지!

아프리카식으로엄숙하게시작해야지!

사자에게어울리게

혹은도덕높게깩깩우는원숭이에게어울리게

하지만도덕은아가씨들과는상관없는일이야.

아가씨들, 사막의아가씨들.

그발치에,

종려나무밑에

나는앉을수있도록허락받았지.

유럽사람으론처음으로허락받았지.

종려나무밑에. 쎌라.369)

76:16 좋아! 정말!

여기나는앉아있지.

사막옆에.

하지만사막과는전혀다른분위기속에.

사막과달리황량한것은아무것도없어.

나는이작디작은오아시스속으로

제4부 695

370) Hier stehe ich. Ich kann nicht anders. Gott helfe mir. Amen!에서따온말. 1521년보름스(Worms)에서열린신성로마제국회의(Diet)에서루터(M. Luther)가이단자로판결받는과정에서최종적으로한말임.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695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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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1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삼켜지고있거든.

이작디작은오아시스는입벌리듯열렸거든.

이작디작은오아시스의달콤한입은

이세상작은입중에서도가장달콤한냄새가나는작은입.

그래서난빠져들었지.

아래로, 곧장뚫고, 아가씨들사이로.

소중한아가씨들! 쎌라.

그고래! 고래, 만세! 76:17

고래가손님을위해분위기를좋게한다면.

(당신들, 나의이유식한비유가무엇을뜻하는지, 다알지?)

그고래의배[腹], 만세!

그고래의배가여기<오아시스의배[腹]>처럼달콤하다면.

하지만그건의심스러운일이지.

난유럽에서왔거든.

유럽은지나치게의심이많지.

자그마한늙은마누라보다의심이많아.

아! 신이여유럽을좀고쳐주소서.

아멘!

나는지금여기앉아있지. 76:18

작디작은오아시스안에.

대추야자열매처럼.

갈색의달콤한대추야자열매.

잘익어서꿀이배어나오고있지.

동그랗게오므린아가씨의입을기다리며.

사실은입을기다린다기보다는

69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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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1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아가씨의얼음처럼차고눈처럼흰이빨이베어물어주기를기다리며.

뜨겁게달아오른대추야자열매는모두그렇게되기를원하지. 쎌라.

76:19 그처럼, 꼭그처럼

아까말한대추야자열매처럼

나는여기누워있네.

작은곤충들이이리저리날며

내냄새를맡으며내주위에놀고있네.

곤충보다더작고

더바보같고더죄많은

바램과상상이내냄새를맡으며주위를떠도네.

아가씨들에포위된채누워있네.

조용한고양이같은아가씨들.

불안과의심에가득찬아가씨들.

두두(Dudu)와쑬레이카(Suleika).

이때내심정을짧게나타낸다면,

“두마리스핑크스에둘러싸임!”

(하나님, 용서하시길!

저의죄스러운표현을용서하시길!)

나는여기앉아맑디맑은공기를마시지

천국의공기를마시지.

밝은공기. 솟아오르는공기. 황금빛으로빛나는공기.

달에서떨어진것같은

훌륭한공기.

그냥우연히이런공기가여기에온건가?

아니면세상이흐드러지게<거침없어서> 이런공기가생긴건가?

옛시인들은그런식으로말하지.

제4부 697

77:5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697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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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1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의심많은나는믿지않아.

난유럽에서왔거든.

유럽은지나치게의심이많지.

자그마한늙은마누라보다의심이많아.

아! 신이여유럽을좀고쳐주소서!

아멘!

한없이싱그러운공기를마시며, 76:20

콧구멍을사발만큼부풀려서실컷마시며,

미래도없이, 기억도없이

난여기에앉아있네.

소중한아가씨들!

종려나무를바라보지.

종려나무는춤꾼처럼

엉덩이를휘고굽히고흔드네.

오랫동안보고있으면따라할수있을거야!

마치오랫동안,

위험하도록오랫동안

항상한쪽다리로만서있는춤꾼처럼?

아니! 그렇다면다리하나가더있다는걸잊어버린거야?

나머지한쪽다리는?

찾아보았지만

헛일이었네.

나머지보석한짝을찾아보았지만.

보석이란, 다리이야기를하는거야.

그여자의귀(貴)하고약하고

작고나풀거리고하늘거리고바람개비처럼돌아가는치마속도찾아봤지.

69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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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1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그래! 아가씨들이나를믿는다면.

달콤한아가씨들!

그여자는그걸잃어버렸어!

그게없어졌어.

영원히없어져버렸어!

나머지다리한짝!

아! 귀중한다리한짝을잃어버려서어떻게하지?

그한짝은지금쯤어디있을까? 버림받아슬퍼하고있을까?

그쓸쓸한다리한짝은어디있을까?

화가단단히난, 황금색갈기를가진

사자같은괴물앞에서

겁에질려있을까? 아니면벌써

씹어먹힌걸까? 산산이조각나서?

아! 저런! 아! 산산이조각나서! 쎌라.

76:21 아! 울지마세요!

부드러운마음씨를가진아가씨들!

울지마세요!

대추야자열매같이달콤한영혼을가진아가씨들!

가슴이팽팽한아가씨들!

향기로운카스카릴라(cascarilla)나무로만들어진영혼들!

울지마세요!

창백한두두!

남자가되세요, 쑬레이카! 용기를가져요! 용기를!

혹은무엇인가유쾌한것이있어야하나?

무엇인가 마음을 유쾌하고 즐겁게 해 줄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하

나?

제4부 699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699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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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1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성스러운경구(警句)를말해볼까?

엄숙하게훈계를해볼까?

하! 그래요! 아가씨들! 품위를지켜야죠! 76:22

미덕이넘치는품위를지켜야죠! 유럽식품위를지켜야죠!

미덕아, 나팔을불어! 미덕아, 나팔을또불어!

미덕아, 풀무질하듯열심히나팔을불어!

하!

미덕아, 한번더으르렁거려!

도덕적으로으르렁거려!

도덕적사자처럼으르렁거려!

사막의딸들에게으르렁거려!

소중한아가씨들!

미덕이가득한목소리로울부짖는것은

우리유럽인들이아주열심히잘하는일이거든요!

우리유럽인들성향에딱맞는일이지요.

나는여기지금서있네.

유럽사람으로서있네.

나는다르게행동할수없어. 하나님! 도와주소서!370)

아멘!

사막은점점커지네! 사막을가슴에품는사람, 재앙을입게되지! 76:23

70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700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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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1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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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1 <방랑하는 그림자>의 노래가 끝나자 동굴은 떠들썩한 소리와

웃음으로 가득 찼어. 사람들이 마구 한꺼번에 이야기하고 떠드

는분위기였지. 이런자극에힘입어당나귀도가만히조용히있

지 않았어. 사람들이 너무 떠들썩했기 때문에 짜라두짜는 조금

염증이 났어. 손님들에 대해 경멸하는 마음도 좀 생겼지. 물론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기뻐하기도 했어. 짜라두짜는 즐

거워한다는 것은, 고통과 번민으로부터 회복한다는 것을 뜻한

다고보거든. 그래서짜라두짜는슬쩍밖으로빠져나와독수리

와뱀하고이야기했지.

77:2 “저사람들의고통은다어디로가버린거지?”

짜라두짜는 이야기했어. 아까 잠깐 생겼던, 손님들에 대한 염증

이가라앉아서짜라두짜는편하게숨을쉬게되었어.

“내집에와서좀쉬고나더니

고통에가득찬소리를지르는것을그만두게된모양이야!

77:3 비록소리자체는여전히질러대고있지만!

저렇게떠들썩하게소리를지르고살다니…좀불행한일이야.”

짜라두짜는 귀를 막았어. 당나귀가“네에에엥~”우는 소리가 <

훌륭한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즐기는 소리와 기묘하게 뒤섞여

서듣기싫었기때문이었어.

“저사람들은즐겁기만하군.”

77:4

제4부 701

77:24

77:25

77:26

77:27

77:28

77:29

77:30

77:31

77:32

371) lange Ohr. ‘긴귀.’당나귀의귀가길기때문에‘당나귀’라는뜻과‘바보’라는뜻을동시에가지고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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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1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가다시말하기시작했지.

“하지만누가알겠어?

자기들이즐거워하는대가로집주인은기분이영잡쳤는지도모르는데.…

게다가웃는법을배웠다면, 내웃음을배운거잖아?

하지만그런들! 저사람들은나이든사람들이야. 번민에서

회복하는것도, 웃는것도자기나름의방식이있을수밖에없지.

저것보다훨씬더시끄럽고떠들썩한소리를들은적도많은데, 뭘.

그런소리들을듣고도끄떡없었는데, 뭘.

오늘은크게이긴날이지. 77:6

오래된내숙적, <중력의영>이물러나도망가버렸지!

오늘은저녁에하루가근사하게마감되는군!

아침은정말기분나쁘고침울하게시작했는데.…

그래, 하루가끝나고있어. 77:7

벌써저녁이왔지.

바다를건너, 말을타고오듯왔지.

저녁은말을기막히게모는군!

보랏빛안장에앉아유쾌하게오고있어.

안장위에서몸을

정말경쾌하게흔들며가누는군!

하늘은구름한점없이물끄러미저녁을내려다보고있어. 77:8

세상은깊게누워있지.

아, 나를찾아온이상한사람들!

자네들에겐

70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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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1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와함께지낸것이보람있는일이되었구나, 벌써!”

77:9 짜라두짜는 이렇게 이야기했지. 그때 <훌륭한 사람>들의 고함 소리와

웃음소리가동굴에서또터져나왔어. 다시떠들썩해지기시작한거야.

77:10 “물었구나. 미끼를물었어.

미끼가제대로효과를냈구나.

저사람들에게서도저들의원수,

<중력의영>이물러나고있잖아.

얼씨구? 저사람들벌써,

자기자신에대해비웃는법을깨우치고있는거야?

내가제대로들은거, 맞아?

77:11 남자들이먹는진한음식을먹인것도효과가있었구나.

즙이뚝뚝떨어지는것같은

강력한이야기를해준것도효과가있었구나.

괜히헛배나부르게하는푸성귀나부랭이를먹였던게아니었잖아!

전사(戰士)들이먹는음식, 정복자들이먹는음식을먹였지.

그리고새갈망을일깨워준거지.

77:12 저사람들팔다리에선새희망이샘솟고있지.

저사람들가슴은기지개를켜고있지.

그전엔잘안쓰던말을쓰기시작하네.

이제곧저사람들정신은<거침없는> 경지에이르게되겠지.

77:13 그래! 오늘저사람들이먹은음식은,

어린아이들이나

제4부 703

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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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1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이들었건, 젊건,

정많은여자들한텐어울리지않지.

아이들이나여자들의위장은그런음식엔맞지않게되어있지.

난아이들이나여자들가르치는선생도아니고

아이들이나여자들병고치는의사도아니야.

이<훌륭한사람>들의구역질이이제없어져가는모양이군. 77:14

좋지! 그건내승리지.

내왕국에오고나서저사람들은자신감을되찾고있어.

아무쓸모없는, 멍청이같은수치심은없어져가고있지.

가슴을짓눌렀던번민을이제털어내고있는거야.

그래! 가슴을짓눌렀던번민을이제털어내고있는거야. 77:15

좋은시절이다시오고있는거지.

편안한마음이되어인생을되새김질하는거지.

그리고마침내인생에대해감사한마음을가지게되지.

인생에대해감사한마음을가지기시작한다는것은좋은징조야. 77:16

얼마안있어축제를생각해내고

옛시절의즐거움을기리는기념비를세울테지.

그래! 저사람들은이제회복기환자들이된거야.” 77:17

짜라두짜는 유쾌하게 혼잣말을 하면서 지그시 먼 곳을 응시했지. 독수리와 뱀

은 짜라두짜에 꼬옥 붙어 선 채 가만히 있었어. 짜라두짜의, 행복에 가득 찬 고

요를방해하지않았어.

v2w

70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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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1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7:18 하지만 갑자기 짜라두짜의 귀가 깜짝 놀랐어. 떠들썩한 큰 소리와 웃음

이들리던동굴에서갑자기쥐죽은듯아무소리도들리지않았거든. 짜

라두짜의코에는솔방울을태우는것같은달콤한연기와냄새가맡아졌

어.

77:19 “무슨일이지? 무슨짓을하고있는거야?”

짜라두짜는 혼자 중얼거리면서 동굴 입구로 가만히 다가섰지. 사람들

눈에 안 띄고서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보고 싶었던 거야. 하지

만세상에! 세상에! 짜라두짜는눈으로보고도도저히믿을수없었어!

77:20 “모두들다시신앙을믿게되었구나! 기도하고있잖아! 미쳤어!”

짜라두짜는 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랐어. 두 왕들, 직업을 그만둔 교

황, 사악한 마법사, <스스로 거지가 된 사람>, <방랑하는 그림자>, 늙은

예언자, <정신이양심적인사람>, <더없이흉측한사람>.… <훌륭한사

람>들이모두어린아이들처럼, 남한테잘속는할머니들처럼무릎을꿇

고 앉아서 당나귀에게 경배를 올리고 있는 거였어. 바로 그때 <더없이

흉측한사람>이쿨렁쿨렁거리며씩씩거리기시작했어. 차마입에담을

수없는소리를내려는것처럼말이야. <더없이흉측한사람>이마침내

말을 꺼내기 시작했어. 그런데, 봐! 향수를 뿌려서 경배를 드리도록 만

들어 놓은 당나귀를 찬양하는, 기이하면서도 경건한 기도가 줄줄 나오

기시작한거야! 기도는이렇게이어졌지.

77:21 아멘! 우리 주님께 찬양과 명예와 지혜와 감사와 영광과 힘이 영원히,

영원히있사옵니다!

77:22 하지만당나귀가울었어. “네에에엥~”

77:23 주님은 우리의 짐을 대신 지시오며 스스로 노예의 모습을 취하셨나이

제4부 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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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2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다. 처음부터끝까지참사오며결코‘아니’라고말씀하시는법없사옵니다. 주

님을사랑하는자, 주님을매질하나이다.

하지만당나귀가울었어. “네에에엥~”

주님은결코말씀하시는법없사옵니다. 주님께서창조하신이세상에대해항

상“네에에에~”라고말씀하실뿐이옵니다. 말씀이없으신것은참으로미묘한

이치옵니다. 말씀이 없으시기에 저들이 주님께서 틀리다고 생각하는 일이 거

의없사옵니다.

하지만당나귀가울었어. “네에에엥~”

주님은 꾸미지 아니하시고 세상을 다니시나이다. 몸통 색깔이 가장 좋아하시

는색깔이오니회색으로스스로미덕을감추시나이다. 설사정신을가지고계

신다하여도드러나지않게감추시옵니다. 하나아무리감추시어도주님의미

덕, 바보371)의미덕을모두믿사옵니다.

하지만당나귀가울었어. “네에에엥~”

주님께서 긴 귀를 가진 형상을 가지시고 항상“네에에에”라고 대답하시며 결

코“아니오”라말씀하지않으시니참으로깊고깊은지혜이옵니다! 이세상또

한주님자신의모습을따라창조하셨으니주님의모습을따라최대한바보같

은모습으로, 최대한멍청한모습으로만드시었나이다!

하지만당나귀가울었어. “네에에엥~“

주님께선 똑바로 가시기도 하시고 휘돌아 굽은 길을 가시기도 하시나이다. 저

희 사람들이 똑바르다고 생각하는지, 휘돌아 굽어 있다고 생각하는지, 주님께

서는 개의치 아니하시옵니다. 주님의 왕국은 <선과 악>을 넘은 곳에 있사옵니

다. 천진함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바로 주님의 지고(至高)하신 천진함이로소

이다.

하지만당나귀가울었어. “네에에엥~”

77:33 주님께선 아무도 발길로 차시지 않사옵니다. 거지도 차시지 않사오며

임금도 차시지 않사옵니다. 어린아이들은 모두 받아 주시옵니다. 불량

한 아이들이 주님을 괴롭히더라도 주님께서는 단지“네에에에~”라고

70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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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2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말씀하실뿐이옵니다.

77:34 하지만당나귀가울었어. “네에에엥~”

77:35 주님께서는 암탕나귀와 무화과를 특히 사랑하옵나이다. 하나 아무 거

나다잘드시나이다. 어쩌다배고프실때에는엉겅퀴를보시고도마음

이 동하시나이다. 엉겅퀴에도 마음이 동하시는 것 또한 신다운 지혜이

옵니다.

77:36 하지만당나귀가울었어. “네에에엥~”

제4부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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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2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w

기도가 여기에 이르렀을 때 짜라두짜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 짜라두짜는

크게소리쳤지. “네에에엥~”당나귀가지르는소리보다더크게소리친거야. 화

가머리끝까지난상태로손님들한중간으로뛰어들었어.

“친구들! 대체, 무얼하고있는거야?”

꿇어앉아있는사람들을잡아일으키며고함쳤지.

“나말고다른사람이이광경을봤다고쳐봐. 재앙이지! 재앙!

자네들의이해괴망측한신앙을보면 78:2

사람들은자네들을가장악질적으로신을모독하는사람으로보거나

아니면, 늙어서정신이나간바보할망구같은존재로볼걸세!

자네, 교황! 자넨어떻게이런식으로 78:3

당나귀를하나님으로서경배하는것을받아들일수있나?”

“아! 짜라두짜! 날용서하게. 78:4

하지만신과관계된일이라면

내가자네보다좀더깨우친사람일걸세.

이런형상이라도갖춘하나님을경배하는편이 78:5

하나님에아무형상이없는것보다는낫네!

존경하는친구! 내가한말을잘생각해보게.

내말에지혜가들어있다는걸알수있을걸세.

70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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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2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8:6 ‘하나님은정신이다’라고말한사람이야말로

무신앙의물꼬를가장크게터버린사람이지.

한번그런말이퍼지고나면주어담을길이없어!

78:7 내늙은가슴은말일세,

이 땅 위에 아직도 경배할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마구 마구

뛰는거야. 이, 나이든교황의경건한마음을용서해주게.”

78:8 “그리고자네!”

짜라두짜는이번에는<방랑하는그림자>에게말했어.

“자네는자신이<자유정신>이라고생각하지?

자신을<자유정신>이라고부르지?

그런데여기서성직자들이나하는우상숭배를하고있나?

78:9 자네는아까오아시스에서

사막의못돼먹은갈색피부아가씨들하고

농탕질치던시절을노래불렀지?

지금자네행동은그때보다더나빠.

자네가당나귀를믿는다고? 엄청사악한신자한명이새로생긴거구만!

78:10 “그래. 자네말대로아주나쁜짓이지.”

<방랑하는그림자>가말했어.

“자네말이맞아. 하지만어쩔수가없어!

예전의하나님이다시살아나고있어.

아! 짜라두짜! 자네는하나님이죽었다고말하고싶겠지만.

제4부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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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2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8:11 <더없이흉측한사람>이잘못한거야.

저사람이죽어있던하나님을다시깨운거지.

애초부터하나님을죽였다고떠벌리고다니는게아니었어.

신들은얼마든지살고죽고할수있거든.

신의죽음에대해우리인간의죽음처럼생각한다면그건편견에불과하지.”

“그리고, 자네! 사악하고늙은마법사!” 78:12

짜라두짜가말했어.

“자넨대체무슨짓을하고있었던거야?

신으로둔갑시킨<당나귀의속성>을자네가믿는다면,

이자유로운시대에앞으로자네를믿을사람이누가있겠나?

자네가한짓은정말바보같은짓이었네! 78:13

어떻게자네같이용의주도한사람이이런바보짓을할수있지?”

“아! 짜라두짜!” 78:14

용의주도한마법사가말했지.

“자네말이맞네. 바보같은짓이지. 나자신도이짓을하기참으로힘들었네.”

“그리고, 자네마저도!” 78:15

짜라두짜가이번엔<정신이양심적인사람>에게말했어.

“한번생각해보게! 자네코위에이렇게손가락을올려봐! 이속에무엇

인가 양심에 찔리는 것이 없나? 당나귀에게 이렇게 기도하고 이런 당나

귀신자들과어울리기엔자네정신이너무순수하다고생각하지않나?”

“이속에무엇인가있지요.” 78:16

<정신이양심적인사람>은자기코위에손가락을올리고말했어.

71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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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2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당나귀를받드는이모습에는

무언가제양심에잘어울리는게있어요.

78:17 나는아마하나님을믿지않지요.

하지만만약하나님을믿는다면

이런식으로믿는게제일좋을것같습니다.

78:18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하나님은 영원한 존재

라지요?

영원한존재에겐시간이무진장하게있지요.

그런존재는일을할때최대한천천히, 최대한바보같이하는게

좋아요.

시간이무진장하게있으니까

그렇게천천히, 바보같이해도엄청나게할수있지요.

78:19 정신이너무활발한사람역시

바보같은짓, 어리석은짓에빠지는수가있지않나요?

짜라두짜! 당신자신만해도그런경우아닌가요?

78:20 당신같은사람은말이죠, 정신이지나치게활발하고

지혜가넘친나머지바보가되는수가있지요.

78:21 지혜가넘치는진정한현자는오히려

몹시휘어서굽어있는길을밟지않나요?

현실의모습이그걸보여주고있지않나요?

아! 짜라두짜! 당신의모습이야말로그런경우아닌가요?”

제4부 711

79:1

79:2

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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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2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8:22 “이제, 자네! 마지막으로자네!”

짜라두짜는 이번에는 <더없이 흉측한 사람>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어. <더

없이 흉측한 사람>은 아직도 땅에 엎드려서 팔을 당나귀를 향해 뻗고 있었지.

(당나귀에게포도주를바치고있었거든.)

“자네, <차마입에담을수없는몰골을한사람>!

말해! 무슨짓을하고있었던거야?

자넨무엇인가변화를겪은것같군. 78:23

눈빛이달라졌어. 눈이빛나고있는데?

<숭고한사람>이가지는분위기가생겨났군.

그분위기가자네의흉측함을가리게되었군. 도대체무슨짓을한거야?

자네가하나님을다시깨웠다는게사실이야? 78:24

왜다시깨운거지? 아무이유없이죽여버렸던게아니잖아?

자네자신이<깨어난사람> 같은분위기를풍기는군. 78:25

자네는무슨짓을한거야?

왜자네는마음을바꿔서다시기도하게된거지?

왜자네는개종하게된거지?

말해! 자네, <차마입에담을수없는몰골을한사람>!”

“아! 짜라두짜” 78:26

<더없이흉측한사람>이말했어.

“자넨악당이야.

71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72) 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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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2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나님이아직살아있는지,

78:27

혹은다시살아나고있는지,

혹은정말죽었는지

자네랑나, 누가더잘알지? 대답해봐.

제4부 713

79:8

79:9

373) 과거와미래사이. 60:1374)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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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2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8:28 나는한가지확실히알지.

그거바로자네한테배운거야.

아! 짜라두짜!

‘가장확실히죽이려면웃겨라!’

그래! 난그걸알아.

78:29 ‘분노로죽이는게아니라웃음으로죽인다.’

이거예전에자네가했던말이야.

아! 짜라두짜!

자네, 숨어있는은둔자!

자네, 분노없는파괴자!

자네, 위험한성자!

자넨, 악당이야.”

v2w

78:30 짜라두짜는당나귀에게왜경배를드렸냐고사람들을족쳤지만황당하

고 뻔뻔스러운 대답들만 들은 거야. 다들 진지한 대답이 아니었던 거

지. 짜라두짜는 놀라서 동굴 문 있는 데로 다시 풀쩍 뛰어 물러났어. 그

리고손님들을향해몸을돌린후이렇게외쳤지.

78:31 “이런, 광대같은인간들! 익살꾼들!

대체왜당나귀를믿는척흉내내며나를놀리나!

78:32 자네들의영혼은오늘짓궂은기쁨에취해데굴데굴굴렀겠어.

마침내쬐그만애들흉내를낸셈이잖아?

마침내경건한척장난쳐본거잖아?

71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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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2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들의영혼은오늘짓궂은기쁨에취해데굴데굴굴렀겠어. 78:33

마침내쬐그만애들흉내를낸셈이잖아?

기도하며두손모으고‘오, 하나님!’이라고말한거잖아?

하지만이제이놀이방을나가게. 78:34

하! 참! 내동굴이놀이방이돼버렸어.

오늘이놀이방에선온갖종류의어린애짓이펼쳐진거지.

자, 밖으로나오게.

뜨겁게달아오른, 어린애같은<거침없음>을식히게!

기쁨과흥분으로쿵쾅거리는심장도좀진정시키게!

그렇지! 이런말이있지. 78:35

‘작은어린아이처럼되지않으면여기하늘의왕국에가지못하리라’

(짜라두짜는두손으로위를가리켰어.)

하지만우리는하늘의왕국에가기원하지않아. 78:36

우리는인간이되었지.

그래서우리는<땅의왕국>을원해.”

v3w

짜라두짜는말을이었어. 78:37

“아! 새친구들!

자네, 이상한사람들!

제4부 715

375) 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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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3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 <훌륭한사람>들!

자네들은나를얼마나기쁘게만들고있는지몰라.

78:38 자네들이다시기뻐할수있는사람이되니까내가얼마나기쁜지!

그래! 자네들은이제모두꽃처럼활짝피어난거야.

자네들같은꽃을위해서라면새축제가필요한거지.

78:39 좀대담한난센스로

약간의예배의식(儀式)을만들어당나귀를이용한축제를했던거지.

게다가늙은짜라두짜를속여바보로만들어실컷웃기도하고!

자네들의영혼에서구름을걷어내는거센바람같은축제였지.

78:40 오늘밤을잊지말고이축제도잊지말게!

자네, <훌륭한사람>들!

자네들은이곳내집에서그런축제를생각해낸거야.

나는좋은징조라고생각해.

큰병을앓다가회복기에들어선환자만그런걸생각해낼수있거든!

78:41 이당나귀축제를또하게될때는말일세,

자네자신을사랑하는마음으로해주게.

또, 나를사랑하는마음으로해주게.

나를기억하는마음으로해주게.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71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76) 7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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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3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v1w

한 사람씩 바깥 공기를 쐬러 나갔어. 시원하고, 생각에 깊게 잠긴 듯한

밤이었지. 짜라두짜는 <더없이 흉측한 사람>의 손을 잡고 동굴 주변의

밤 풍경을 보여 주었어. 큰 보름달도 보여 줬고 동굴 옆에 은색 비단으

로흘러내리는폭포도보여줬지. 마침내사람들은모두조용히서있게

되었어. 나이든 남자들이 모여 있는 셈이었지. 하지만 모두들, 편안하

고용감한마음을가진사람들이었어. 이땅위에자신들이이토록편안

하게존재할수있다는것을깨닫게되어자기자신에대해경탄하고있

는사람들이었어. 밤의신비한힘은이사람들의영혼을가깝게더가깝

게만들고있었지. 짜라두짜는혼자생각했어.

“이사람들은정말나를기쁘게하는구나. 이, <훌륭한사람>들!”

하지만짜라두짜는이말을입밖으로꺼내지않았지. 사람들의행복에

가득찬고요를방해하고싶지않았거든.

그때, 그길고, 놀라운일이많았던날에벌어진일중에가장놀라운일이생긴

거야. <더없이 흉측한 사람>이 다시 한 번 쿨렁쿨렁거리고 씩씩거리면서 말을

꺼내려고 했지. 그런데 완벽하고 순수한 발음으로 말이 나오기 시작했거든. <

더없이 흉측한 사람>은 훌륭하고 깊고 명확한 목소리로 물었어. 그 말을 들은

제4부 717

377) 59:41378) 7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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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3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모든사람들이크게감동했지.

<더없이흉측한사람>은이렇게말했어.

“여기모인친구들! 어떻게생각하나? 내경우엔말이지,

오늘덕분에나는내인생전체에대해

‘인생살기를잘했다’는생각이처음으로들었어.

79:4 이곳에와서내게일어난변화를, 부족하나마증언으로밝히고싶어.

이제나는이땅위에서사는것이의미있는일이라고생각해.

짜라두짜와보낸하루, 짜라두짜와함께한단한번의축제가

나에게땅을사랑하도록가르쳐주었어.

79:5 이다음에죽게될때에, 날찾아온죽음에게이렇게말할걸세.

‘그게인생이었어? 좋은데! 한번더!’372)

79:6 친구들! 어떻게생각하나?

자네들도, 나처럼, 죽음에게말하지않을텐가?

‘그게인생이었어? 짜라두짜덕분에좋았거든! 한번더!’”

79:7 <더없이 흉측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지. 자정(子正)이 좀 못 된 시간이

었어. 무슨 일이 벌어졌을 거라고 생각해? <더없이 흉측한 사람>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갑자기 자신이 변화되었다는 것, 자신이 회복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거야. 그리고짜라두짜덕분에이렇게되었다는걸알게된거지. 그래서모

두들 짜라두짜에게 달려들었어. 고맙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하고 존경한다는

뜻을보이기도하고짜라두짜를어루만지기도하고짜라두짜의손에입맞춤을

71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79) 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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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3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기도했지. 각자자기스타일대로자신의마음을짜라두짜에게표현했어. 어

떤 사람은 웃었고 어떤 사람은 울었지. 늙은 예언자만 즐겁게 춤 췄어. 나중에

이이야기를전하는사람들이말하듯이, 당시이예언자는달콤한포도주에많

이 취해 있었지. 하지만 포도주보다는 달콤한 삶에 더 많이 취해 있었어. 그리

고 지친 마음을 모두 물리친 상태였지. 그 자리에서 당나귀도 춤을 췄다고 말

하는사람도있어. 만약당나귀가춤을췄다면<더없이흉측한사람>이당나귀

에게 포도주를 먹였던 게 헛수고가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되지. 당나귀가 춤을

췄을수도있고안췄을수도있어. 당나귀가그날저녁에춤을안췄다고하더

라도아무문제없지. 왜냐하면당나귀가춤추는것보다훨씬더기이하고훨씬

더 커다란 이상한 일이 그날 저녁에 일어났으니까. 당나귀가 춤 췄다고? 짜라

두짜의말대로, 그런들? 아닌들?

v2w

<더없이흉측한사람>이계기가되어이런일이벌어지는동안, 짜라두짜는술

취한 상태처럼 되어 가만히 서 있었어. 눈은 침침해졌고 혀가 풀렸고 다리가

비틀거렸지. 이때 짜라두짜의 영혼 속에선 엄청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

었어. 하지만 누가 그것을 짐작할 수 있었겠어? 짜라두짜의 정신은 뒤로 넘어

져멀리날아가서, <일곱겹봉인(封印)>에쓰여있듯이, ‘두바다사이의가파른

바위능선’373) 위에있었던거야.

‘과거와미래사이를무거운구름처럼떠돌며방랑’하는것처럼보였어.374) 하

지만<훌륭한 사람>들이 짜라두짜를 정성스럽게 부축하며 기다리자 짜라두짜

는 점차 정신을 차렸지. 사람들은 존경과 염려가 가득 담긴 마음으로 주위에

모여있었어. 짜라두짜는손을들어주위에있는사람들을물러서게만들었지.

제4부 719

380) 59:45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719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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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3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하지만 말을 하지는 않았어. 짜라두짜가 갑자기 머리를 홱 돌렸어. 무엇인가

소리를들은것같았어. 입술위에손가락을올리고말했어.

“와!”

79:10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지면서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지. 그런데

저밑에서시계탑종소리가천천히들리기시작하는거야. 짜라두짜와

<훌륭한사람>들은종소리를들었지. 짜라두짜는입술에손을한번더

대더니다시말했어.

“와! 와! 자정이오고있어!”

짜라두짜의목소리가바뀌었어. 하지만짜라두짜는제자리에서꿈적도

하지않았어. 아까보다더조용해졌어. 아까보다더신비스러운분위기

가 감돌았지. 모두들 귀를 기울였어. 당나귀도 귀를 기울였지. 짜라두

짜의 자랑스러운 짐승들인 독수리와 뱀도 귀를 기울였어. 짜라두짜의

동굴도귀를기울였어. 커다랗고시원한보름달도귀를기울였지. 밤도

귀를기울였어. 짜라두짜는입술에세번째손을대면서말했어.

79:11 와! 와! 와! 함께산책하자! 때가왔어. 함께밤에산책하자!

v3w

79:12 자네, <훌륭한사람>들! 자정이오고있어.

자네들귀에대고이야기하나해줌세.

오래된시계가내귀에대고이야기해주었듯이.

79:13 오래된시계가내귀에대고이야기할때처럼

비밀스럽게, 무섭게, 다정하게이야기해줌세.

오래된시계는이제까지여러사람을봐왔거든.

72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720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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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3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저오래된시계는자네아버님들의고통스러운심장박동도 79:14

숫자를센적이있거든.

아! 아! 저한숨소리들어봐!

꿈꾸면서잠결에웃는소리들어봐!

오래된깊고깊은자정이내는소리를들어봐!

가만히! 가만히! 79:15

낮동안입벌리지못했던것들이

한밤중에속삭이는소리가들리지않아?

지금시원한밤공기속에

자네심장이쿵쾅거리는소리마저조용히잦아들면

응…이제…속삭인다.…응…이제…들린다.… 79:16

응…이제…소리가…한밤에잠못자는우리영혼으로기어들어온다.

아! 아! 저한숨소리들어봐!

꿈꾸면서잠결에웃는소리들어봐!

오래된깊고깊은자정이 79:17

비밀스럽게, 무섭게, 다정하게자네에게말하는소리

들리지않아?

아! 인간이여! 여기를봐! 375) 79:18

v4w

제4부 721

381) 59:46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721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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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3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9:19 아! 이거큰일인데!

시간은어디로날아간거지?

난깊은우물에빠진거아니야?376)

세상은잠들어있네.

79:20 아! 아! 개는울고달은밝네.

차라리죽을래, 죽고말래.

내영혼이무엇을생각하는지자정에게말하느니죽고말래.

79:21 지금나는죽어있어. 끝난거지.

거미야. 너는왜내몸에거미줄을치니?

내피를빨고싶은거야?

아! 아! 이슬방울이떨어지고있어. 시간이됐어.

79:22 나를소름끼치게만드는시간. 나를얼어붙게만드는시간.

이렇게묻고묻고또묻는시간.

“이거감당할정도로강한영혼을가진사람있나?

79:23 이세상의주인이될수있는사람있나?

‘너희, 크고작은시냇물들! 꼭그렇게흘러라!’라고말할사람있나?”

79:24 시간이오고있어.

아! 인간! 자네, <훌륭한사람>들! 여기를봐!

이이야기는귀가예민한사람만들을수있는이야기야.

72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82) 59:47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722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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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3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같은사람들만들을수있지.

<깊은자정>이내는목소리는무엇이라말했지?377)

v5w

나는멀리왔네. 내영혼은춤추네. 79:25

낮이해내야할과제! 낮이해내야할과제!

이세상의주인을찾는것.378)

이세상의주인이될수있는사람있나?

달은서늘하고바람은잦아들었네. 79:26

아! 아! 제대로높이날아본적있어?

자네들은춤만추잖아.

춤추는다리는나는날개가아닌데.

자네들, 멋있는춤꾼들! 이제기쁜일은다끝났어. 79:27

포도주는다마셨지. 술찌꺼기만남았어.

컵들은이제곧깨질것만같아서더이상술을따를수없지.

무덤굴들이중얼거리고있군.

자네들은제대로높이날아본적없어. 79:28

하지만무덤굴들은중얼거리고있잖아.

“죽은사람들을부활시켜줘! 밤은왜이리긴거야?

달빛마저도우리를취하게만들지는못하는구나.”

79:29 자네, <훌륭한사람>들!

무덤굴들을부활시켜줘!

제4부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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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3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시체들을깨워줘!

아! 왜아직도나무에좀벌레가슬지?

시간이되고있어. 시간이오고있어.

79:30 시계가울리네. 심장도위이이이잉~ 같이떠네.

그런데심장에좀벌레가아직도파고들고있어.

아, 이런! 세상은깊어! 379)

v6w

79:31 달콤한리라! 달콤한리라!

네소리,

취한듯처량한리라소리는나를달뜨게하네!

아득히먼옛날아득히먼나라에서

사랑에, 사랑에, 사랑이쌓여커다란연못을이루자

너, 리라음악은그연못에서나왔지.

그래서지금여기까지나에게왔네!

79:32 너, 달콤한리라! 너는아득히먼옛날부터존재한종(鍾).

고통을가진사람이너를뜯으면,

그고통이네영혼을쥐어뜯지.

아버지의고통도네영혼을쥐어뜯었고,

우리조상들의고통도네영혼을쥐어뜯었고,

우리먼조상들의고통도네영혼을쥐어뜯었지.

그래서네음악은점점더성숙해졌지.

72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83) 59:48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724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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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3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햇살가득한황금빛가을오후처럼성숙했지. 79:33

나, 은둔자의가슴처럼성숙했지.

그래서지금너는말하네.

“세상은무르익었어. 포도가이제갈색으로익었어.

이제포도는죽기원하지. 행복에취해죽기원하지.” 79:34

자네, <훌륭한사람>들! 냄새, 안나?

어떤냄새가비밀스레번져오르고있잖아?

영원(永遠)의냄새. 장밋빛축복의냄새. 79:35

오래묵은행복이풍기는, 갈색의귀한포도주같은냄새.

황홀에취한자정이죽어가며누리는행복이풍기는냄새. 79:36

황홀에취한자정은이렇게노래하고있지.

세상은깊어. <낮>이상상할수있는것보다더깊어! 380)

v7w

날내버려둬! 79:37

날내버려둬!

네가건드리기엔난너무맑잖아!

날건드리지마!

내세계는이제막완전해졌잖아!

제4부 725

384) 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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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4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79:38 네손길이닿기엔내살갗은너무맑잖아.

날내버려둬.

너, 바보같고멍청하고숨막히게미련한<낮>!

너, <낮>보다자정이더밝잖아?

79:39 가장순수한사람이<세상>의주인이돼야지.

전혀알려지지않은사람, 가장강한사람,

자정과같은영혼을가진사람,

나, <낮>보다더밝고깊은사람,

그런사람이<세상>의주인이돼야지.

79:40 아! <낮>! 지금나한테손을뻗치는거야?

너는내행복이어떤행복인지나알아?

너는내가,

부자라고 생각해? 고독하다고 생각해? 보물 창고 같은 존재라고 생각

해?

황금이그득한방같은존재라고생각해?

79:41 아! <세상>! 너는나를원하는거야?

너는내가,

세속적인사람이라고생각해? 영적(靈的)인사람이라고생각해?

신성(神性)을가진사람이라고생각해?

하지만너희, <낮>과<세상>! 너희는너무거칠어.

72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385) 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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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4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좀더섬세한손길을가져봐. 79:42

좀더깊은행복을찾아봐.

좀더깊은불행을찾아봐.

하다못해신같은거라도하나찾아봐.

하지만나에게손뻗지는말아줘.

내불행, 내행복은깊지. 79:43

너, 이상한존재, <낮>!

하지만나는신도아니고, 신이만든지옥도아니야.

슬픔은깊어.381)

v8w

하나님의슬픔은더깊지. 79:44

너, 이상한존재, <세상>!

너, 하나님의슬픔을향해손을뻗어!

나를향해손뻗지말고!

나는뭐지?

취한듯한달콤한리라지!

자정에울리는리라. 79:45

아무도이해하지못하는음악을꽉꽉거리는종처럼울리는리라.

귀먹은사람들앞에서울려야만하는리라.

자네, <훌륭한사람>들은귀먹었지.

제4부 727

386) 59:50387) 「59. 춤추며부른노래또한곡」섹션2에나오는노래.

짜라두짜004부(541~752)3.3 2010.5.27 7:19 PM 페이지727 MAC1 175-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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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4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말을이해하지못하거든!

79:46 가버렸네! 가버렸네!

아! 청춘이가버렸네!

아! 정오가가버렸네!

아! 오후가가버렸네!

이제저녁이오고자정이오네.

개는처량하게울고바람은…

79:47 바람도혹시개아니야?

개처럼낑낑대고개처럼짖고개처럼처량히울잖아!

아! 아! 그게한숨짓고있어! 그게웃고있어! 그게숨가쁘게헐떡이고있

어!

자정이한숨짓고웃고숨가쁘게헐떡이고있어!

79:48 자정은이제말짱하게이야기하는데?

술취한시인같은자정이웬일로말짱한거지?

술취한기운마저마셔버렸나?

이제밤에잠못이루는존재가되었나?

이제되새김질하고있는건가?

79:49 자정은,

오래된깊은자정은

꿈속에서자신의슬픔을되새김질하고있어.

꿈속에서자신의기쁨을슬픔보다더찬찬히되새김질하고있어.

비록슬픔이깊긴하지지만기쁨은…기쁨은…

기쁨은, 마음의고통보다깊어! 382)

v9w

72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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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4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너, <포도나무>! 너는왜나를칭송하지? 79:50

나는너를잘라내잖아!

나는잔인해. 너는피를흘리지.

너는무슨까닭으로나의, 취한것같은잔인함을칭송하지?

“완벽해진것, 무르익은것은모두죽기를원해”

79:51

이렇게너는말하지.

포도따는칼에축복이, 축복이있기를!

하지만무르익지않은것은모두악착같이살기를원하지. 아!

슬픔은이렇게말하지. 79:52

“그냥죽어버리자! 사그라져버리자! 슬퍼!”

고통스러워하는것은모두살기원해.

살아서무르익게되기를, 즐겁게되기를, 갈망에넘치기를원해.

넘쳐나기때문에, 보다높이있는것, 보다밝은것을갈망하기원해. 79:53

“나는후계자가필요해.”

고통스러워하는존재들은이렇게말하지.

“나는아이를원해. 나는자기자신을원하지않아.”

하지만기쁨은후계자나아이를원하지않아. 79:54

기쁨은자기자신을원하지.

기쁨은영원(永遠)을원해. 반복되기를원하지.

제4부 729

80:1

388)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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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4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모든것이영원히똑같이반복되기를원해.

79:55 슬픔은이렇게말하지.

“부서져! 피흘려! 너, <영혼>!”

“걸어! 너, <다리>!”

“날아! 너, <날개>!”

“더지독하게! 더지독하게! 너, <고통>!”

좋아! 자! 내충직한용기!

슬픔은말하지. “그냥죽어버리자! 사그라져버리자!”383)

v10w

79:56 어떻게들생각해? 자네, <훌륭한사람>들?

나, 예언자야? 나, 몽상가야? 나, 술취한사람이야? 나, 해몽가야?

나, 자정에울리는종소리같은존재야?

79:57 나, 이슬방울같은존재야? 나, 영원(永遠)이풍기는냄새같은존재야?

자네들, 안들려? 자네들, 냄새안나?

내세상은이제막완벽해졌어. 자정이곧정오야.

79:58 고통이곧기쁨이야. 저주가곧축복이야. 밤이곧태양이야.

내곁을떠나! 안떠났다간,

현자가곧바보란것도알게될거야.

79:59 단하나의, 단한순간의기쁨에대해“네”라고말한적있어?

아! 친구들!

만약그렇게말한적있다면,

73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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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4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모든슬픔에대해서도“네”라고말한거야.

모든것들은서로얽혀있고엮여있거든.

모든것들은서로사랑에빠져있거든.

한순간이다시반복되기를단한번이라도원한적있다면, 79:60

“아! 행복이여! 찰나여! 순간이여!”

이라고단한번이라도말한적있다면,

모든것이다시돌아오기를원한것!

그렇게말한적있다면자네들은 79:61

모든것이다시한번새로반복되기를,

모든것이영원하기를, 모든것이얽혀있기를,

모든것이엮여있기를, 모든것이서로사랑에빠져있기를원했던것.

아! 그게바로자네들이세상을사랑했던방법.

자네, 영원히존재하는인간들은 79:62

세상을영원히, 항상사랑한것이었어.

자네들은슬픔에게도이렇게말하지.

“너, <슬픔>! 멀리가버려! 하지만돌아와!”

기쁨은영원을원하기때문! 384)

v11w

기쁨은모두, 79:63

모든것이영원하기원하지.

기쁨은모두,

꿀도 원하고, 찌꺼기도 원하고, 취한 듯한 자정도 원하고, 무덤도 원하

제4부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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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4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고, 무덤가에서흘리는눈물도원하고, 황금빛석양도원하지.

79:64 기쁨이원하지않는것은없어!

기쁨은슬픔보다더,

목마른것이고, 따듯한것이고, 배고픈것이고,

공포스러운것이고, 비밀스러운것이지.

기쁨은자기자신을원해.

기쁨은자기자신을깨물지.

기쁨속에서는동그라미의의지가385) 몸부림치며돌고있지.

79:65 기쁨은사랑을원하고증오를원하지.

기쁨은흐드러지게넘쳐흐르지.

기쁨은주기도하고멀리던지기도하지.

기쁨은, 제발자신에서좀덜어가라고다른사람에게간청하지.

덜어간사람에게고맙다고인사하지.

기쁨은증오받기를원해.

79:66 기쁨은너무너무풍요하지.

그래서기쁨은슬픔을갈망하고지옥을갈망하고증오를갈망하고

수치를갈망하고절뚝거리는불구가되기를갈망하고세상을갈망하지.

기쁨은, 아, 기쁨은세상을알거든!

73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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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4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자네, <훌륭한사람>들! 기쁨은자네들을갈망하지. 79:67

기쁨은억누를길없고행복에넘치지.

기쁨은자네들의슬픔을원해! 자네, <실패한사람>들의슬픔을원해!

영원한기쁨은모두, <실패한사람>들을원해.

기쁨은자기자신을원하거든. 79:68

그래서기쁨은마음의고통을원하지!

아! 행복! 아! 고통! 아! 가슴아, 부서져버려!

자네, <훌륭한사람>들!

이것을깨달아!

기쁨이영원(永遠)을원한다는것을깨달아!

기쁨은모든것이영원하기를원해.

79:69

기쁨은깊고, 깊고, 깊은영원을원하지! 386)

v12w

자네들은이제, 내노래를배웠어?

79:70

자네들은이제, 내노래의뜻을짐작해?

좋아! 자! 자네, <훌륭한사람들>!

내가지은후렴노래387)를함께불러!

이노래제목은“한번더.” 79:71

제4부 733

80:17

80:18

80:19

80:20

389)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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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4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노래뜻은“영원(永遠)을위하여.”

불러! 자네, <훌륭한사람>들! 짜라두짜가지은후렴노래를불러!

79:72 아! 인간이여! 여기를봐!

<깊은자정>이내는목소리는무엇이라말했지?

나는잠을잤어!

그리고이제꿈이끝나서깨었어.

세상은깊어.

세상은깊어. <낮>이상상할수있는것보다더깊어.

세상의슬픔도깊어.

기쁨은마음의고통보다더깊어!

슬픔은말하지. ‘그냥죽어버리자!’‘사그라져버리자!’

하지만기쁨은영원을원해.

기쁨은깊고, 깊고, 깊은영원을원하지!”

73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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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4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다음 날 아침 짜라두짜는 잠자리에서 튀어 일어났어. 허리띠를 매고 동굴에서

나왔지. 얼굴에 빛이 나고 있었고 몸에선 기운이 넘쳤어. 아침에 어두운 산 뒤

에서솟아오르는태양같았어.

“오! 위대한태양이시여!” 80:2

짜라두짜는말했어. 예전에말했듯이.388)

“행복을담은깊고깊은눈[目]이시여!

만약에당신의빛을누리는존재들이없다면

당신의행복은무슨의미가있을까요!

당신께서일어나이곳에오시어 80:3

이미베풀고나누어주고계시는데

저들이아직자신의방에머물러나오지않는다면,

겸손하지만자존심강한당신께서는얼마나화가나시겠습니까!”

짜라두짜는이어서혼잣말로이야기했어. 80:4

“할수없지! 이<훌륭한사람>들은아직잠들어있네.

나혼자만깨어있군.

이들은제대로된동반자가아니야.

내가이산에서기다려온것은이들이아니야.

80:5 나는일하러가야지. 낮을향해가야지.

이아침의징조가무엇인지이들은이해하지못하는군.

제4부 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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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5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내발걸음소리는이들을조금도깨우지못하는군.

80:6 이들은아직도내동굴안에서잠자고있지.

이들은꿈속에서아직도

내가부른<밤에산책하는사람의노래>를다시부르고있어.

하지만내말을새겨들을수있는귀,

내말을듣고따를수있는귀를

이들은가지고있지못해.”

80:7 짜라두짜는 떠오르는해를보며이렇게혼잣말했어. 그리고유심히하

늘을올려보았지. 독수리의날카로운울음소리가났거든.

“좋아!”

짜라두짜는하늘을향해소리쳤지.

“이게좋아. 이게내몫인가보지.

내가깨어나니까쟤들도깨어났구나.

80:8 독수리가깨어나서나처럼태양에게인사드리고있구나.

독수리는새햇살을향해발톱을뻗는구나.

정말내맘에꼭드는짐승이야. 난너희를사랑해.

80:9 하지만아직도정말내맘에꼭드는사람은없군!”

80:1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하지만 이때 수많은 새가 자신을 둘러싸기

시작하는 소리를 들었어. 떼를 이루어 짜라두짜 주위에서 푸드득거리는 거야.

새 날개들이 어지럽게 퍼덕이고 머리 부근에도 새 떼가 모여들었어. 짜라두짜

는 눈을 감았지. 마치 큰 구름이 짜라두짜에게 떨어진 것 같았어. 새로운 적을

향해 화살이 구름처럼 덮치는 것 같았어. 하지만 봐! 이 경우엔 화살이라기보

736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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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51: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다는사랑이구름처럼덮치는것같았어. 새로운친구를향해.

“내게무슨일이일어나고있는거지?” 80:11

짜라두짜는 생각했어. 마음은 크게 놀랐지. 동굴 출입구 바깥에 있는

커다란 바위에 천천히 걸터앉았지. 그의 주위를 부드럽게 나는 새들을

밀어내기위해자신의주변, 위아래를손으로휘젓고있는데정말더이

상한일이벌어진거야. 북실북실하고따듯한털갈기가손에잡히는거

야. 그리고 짜라두짜 앞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난 거야. 부드럽게

길게끄는, 사자의으르렁소리였지.

“드디어징조가왔구나.” 80:12

짜라두짜는 말했지. 이 순간 그의 마음은 변화를 겪었어. 마음이 크게

바뀐거지. 새들을헤치고앞이보이게되자누런커다란짐승이발치에

누워 있는 모습이 나타났어. 사자가 대가리를 짜라두짜의 무릎에 비비

고 있었지. 사랑하는 주인을 떠나기 싫다는 몸짓이었어. 주인을 다시

찾은개같이굴었어. 비둘기들도사자보다더짜라두짜를따랐어. 비둘

기중한마리가사자의코앞을스쳐지날때마다사자는머리를흔들면

서비둘기를신기하다는듯쳐다보고는웃었어.

이런일이벌이지고있는동안내내짜라두짜는이말하나만했어. 80:13

“내아이들이가까이왔구나. 내아이들이.”

짜라두짜는 조용해졌지. 가슴이 고요하게 가라앉았지. 눈물이 흘러 나

와 손등에 떨어졌어. 짜라두짜는 아무 데에도 신경 쓰지 않았어. 그냥

아무 움직임 없이 앉아 있을 뿐이었지. 비둘기들을 물리치려고도 하지

않았어. 비둘기들이 앞뒤로 날다가 짜라두짜의 어깨에 앉아 흰 머리카

락을애무하듯가지고놀았지. 비둘기들은지칠줄모르고부드럽게굴

면서 기뻐하기만 했어. 하지만 힘센 사자는 짜라두짜의 손등에 떨어진

부록 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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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5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눈물을계속핥았지. 부끄러운듯낮은소리로으르렁거리며. 짐승들은

그렇게굴었어.

80:14 이런 상태는 오랫동안 혹은 짧은 시간 동안 이어졌어. 정확하게 말하자

면, 이런 일에 관해서는 땅 위의 시간이란 게 존재하지 않거든. 하지만

이러는동안짜라두짜의동굴에서잠자던<훌륭한사람>들은잠에서깨

어났어. 짜라두짜에게 가서 아침 인사를 하려고 행렬을 갖추기 시작했

지. 잠에서 깨어 보니 짜라두짜가 없다는 것을 알았던 거야. 동굴 문 가

까이 이르렀을 때 <훌륭한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는 이미 동굴 밖에서

도들을수있게되었지. 사자가사납게자리를털고일어나서갑자기짜

라두짜를 떠나 동굴 쪽으로 튀어 올라간 거야. 무섭게 포효하면서. <훌

륭한 사람>들은 이 포효를 듣고, 한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어. 모두 뒤로

도망치는듯하다순식간에허깨비가사라지듯사려져버렸지.

80:15 짜라두짜는 완전히 어리둥절해진 채 크게 놀랐어. 자리에서 일어났지.

주변을 살펴봤어. 크게 놀라 제자리에 선 채 자기 마음이 지금 온전한

상태인지살펴보았어. 그리고지금까지벌어졌던일을기억해봤지. 하

지만아무도없이혼자라는것을발견했어.

“내가들었던건무슨소리였지?”

짜라두짜는마침내천천히말했어.

“내게무슨일이벌어졌던거야?”

80:16 그 순간 모두 기억난 거야. 전날과 이날 사이에 벌어진 일을 단번에 모

두이해할수있었어.

“여기그바위가있군.”

짜라두짜는이렇게말하면서수염을쓰다듬었지.

“어제 아침에 이 바위에 앉았었지. 그리고 여기로 예언자가 왔었지. 그

738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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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53: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리고 여기서 고통에 찬 비명 소리를 들었지. 방금 전에 들었던 그 비명

같은소리였지. 고통에가득찬커다란비명소리였지.

아! 자네, <훌륭한사람>들!

어제아침늙은예언자가내게예언한것은자네들이겪는고통이었지.

늙은예언자는나를유혹해서자네들의고통을구원하도록

만들려고했던거였어. 늙은예언자는내게이렇게말했지.

‘아! 짜라두짜! 나는자네로하여금

자네의마지막죄를범하게만들려고왔네!’389)

나의마지막죄?”

짜라두짜는이렇게외치고, 자신의말에대해화를내며스스로비웃었어.

“내가마지막으로범하게될죄가도대체무엇이란말이지?”

짜라두짜는 한 번 더 자기 자신의 생각 속에 파묻혔지. 커다란 바위에 다시 앉

아깊게생각하기시작했어. 그러다갑자기튀어일어났지.

“연민! <훌륭한사람>들에대한연민! 그게내가범하는마지막죄야!” 80:21

짜라두짜는 크게 외쳤지. 짜라두짜의 얼굴은 황동(黃銅)같이 엄숙하게

빛나는모습으로변했어.

“좋아! 그연민도이제다끝났어!

80:22 내가겪는고통, 내가겪는연민은전혀대단할게없지.

내가언제행복을쫓으며살았나? 나는일을쫓아살뿐이야!

80:23 좋아! 사자가왔어. 내아이들이가까이왔어.

나, 짜라두짜는이제무르익은거야.

부록 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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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5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나의시간이온거야!

80:24 이제나의아침이야.

나의낮이시작된거지.

떠올라라! 떠올라라!

<위대한정오>여!”

80:25 짜라두짜는 이렇게말하고동굴을떠났어. 얼굴에빛이나고있었고몸

에선 기운이 넘쳤어. 아침에 어두운 산 뒤에서 솟아오르는 태양 같았

어.

740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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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5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부록1

영혼

니체는 영혼을 하나의, 매우 소중한‘가설’로 보았다. ‘몸이 죽을 때 함께 없

어지는영혼’으로보았을뿐아니라, 인간영혼안에여러개의하위영혼이존

재한다고 보았다. 말하자면 한 사람의 영혼을, 여러 영혼으로 이루어진 생태계

라고 본 것이다. 니체의 이러한 영혼관을 염두에 두면, 제4부는 니체가 자신의

영혼 속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의 하부 영혼을 끄집어내어 직면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심리를 가차 없이 분석하고 또한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니체스스로내부에바그너적요소(마법사), 귀족적요소(왕), 자연과학자적

요소(정신이 양심적인 사람), 괴물 같은 흉측한 요소(더없이 흉측한 사람), 한없이 선량

한 요소(스스로 거지가 된 사람), 쇼펜하우어 같은 염세주의적 요소(예언자), 그리고

억눌려서숨어있는요소(그림자), 성직자적요소(교황)가존재한다고분석했다.

자신의 영혼을 분석대상으로 삼는 순간 행복은 없어진다. 그래서 제4부의

첫 챕터가「61. 행복을 제물로 바치고」이다. 프로이트는 니체에 대해“인류 역

사상자신의심리를가장철저하게분석한사람”이라고평했다. 니체의이러한

심리학적 작업이 프로이트보다 거의 20년 이상 앞서고 융보다 반세기 가까이

앞서는작업이라는점을주목할필요가있다.

부록 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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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5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마음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다』에서는 Sinn을‘<마음>’으로 번역했다. <마음>

은 현대 심리학으로 말하자면‘의식 세계’에 해당한다고 번역자는 생각한다.

이러한의미의<마음>은22:15에나온다.

가슴

니체의가슴은우리말의‘가슴’과유사하다. 정서혹은감정을뜻한다. 인간

의 심리 세계 중에‘머리’가 아닌 것을 의미한다.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는130번이상등장하는개념이다.

정신

Geist. 번역자는 니체의‘정신’은 지성(intellect)에 가깝다고 본다. 물론‘시대

정신’을 의미할 때도 있고, ‘중력의 영’처럼‘혼령’을 의미할 때도 있지만, 대

부분의 경우에는 지성을 의미한다. 정신이 지성을 의미한다고 보면, ‘정신의

양심’, ‘정신을참회하는사람’같은표현이무엇을의미하는지명확해진다.

정신의양심

정신의 양심은 지적 정직성(intellectual integrity), 지적 용기(intellectual courage)

를 의미한다. 제4부의「64. 거머리」는 지적 정직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

히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철저한 연구자, 자연과학자가 가지는 가차없고, 엄

밀하며, 아무것도거리끼지않는지성을의미한다.

참회하는정신

「35. 숭고한사람」과「65. 마법사」를보면<정신을참회하는사람>이등장한

다. 신앙에 대해 깊게 회의하고, 지적 정직성과 철저함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

닫고고통하는사람이다.

742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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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5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니체는‘지성은정직성과철저함을요구한다’라고믿었다. 따라서정직하지

도않고철저하지도않은지성을가진채학자혹은교수라고무게를잡는것을

마음속 깊이 증오했다. 또한‘지성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신앙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도마음속깊이혐오했다.

정신의독립성

제1부는, 초인이 되는 과정에서 지성 및 정신이 독립성을 획득하는 것이 얼

마나중요한가를여실히보여주고있다. 그래서제1부의첫챕터가「정신의세

가지탈바꿈」이다. 흉포한맹수가되는것, 사자가되는것, 사막(고독)의주인이

되어모든것을회의하는것이반드시필요하다고보고있다.

그래서“정신은 세계에 매몰된 상태를 박차고 나와 세계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고니체는말한다(1:25). 이를Weltverlorene라고불렀다. 이는세계를뜻하

는 Welt와, 성경의‘길 잃은 양’을 뜻하는 Verlorene가 합쳐진 단어다. 세계로

부터분리되어, 세계를철저히낯선것으로인식하는상태를의미한다.

제1부의 마지막 챕터에서 니체는 Weltvelorene라는 단어 대신에 슬쩍

Verlorene를 쓴다. 만약 이 두 단어가 가까이 붙어서 등장했다면, 후자는 전자

를 의미하는 것이 명백하다. 독일어에서는 길게 합성된 명사가 많기 때문에,

뜻이 전혀 다르더라도 뒷부분의 명사(Verlorene)만을 사용해서 합성된 명사

(Weltverlorene)를 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22:51에서 나오는

Verlorene가 실은 1:25에 나오는 Weltverlorene를 의미하는 줄 모르고 성경에서

나오는 대로‘길 잃은’이라고만 생각하면 문맥이 안 통하는 우스꽝스러운 뜻

이되고만다. 즉, 1:25와의연관성을무시하면22:51은“나는지금떠나지만, 너

희들, 내새끼들이이다음에길을잃으면내가다시찾아낼게!”라는이상야릇

한뜻이되고마는것이다.

부록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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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5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성

니체는이성을도구적·계산적사고(reasoning)로본다. 「6. 창백하게질린범

죄자」를보면살인범이범죄에앞서번민에휩싸인채‘여러가지생각을하는

것’을 두고‘그 범죄자의 단순한 이성’이라고 표현한다. 또한 범죄 후에 범죄

에 대한 기억에 고통받으면서 범죄자가 번민에 휩싸여 있는 상태에 대해서도

‘단순한이성’이라고표현한다.

힘에대한의지

니체는 모든 생명체는, 힘을 사용하고 그를 통해 다시 힘을 더 키우는 것을

원한다고 본다. 좀 속악한 비교지만, 우리가 조깅, 마라톤, 등산, 웨이트트레이

닝, 요가, 국선도 같은 운동을 좋아하는 것은 니체의 말대로, 힘을 사용하고 그

를 통해 다시 힘을 더 키우는 것을 즐기기 때문인 것은 확실하다. 자기 자신의

몸뿐만 아니라 자신의 환경, 자신의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욕구가

작용하고 있다. 니체는 이를 두고 <힘에 대한 의지>라고 불렀으며 이 의지가

모든생명체의가장근본적인의지라고보았다.

한 가지 조심할 점은 니체는 <생존에 대한 의지>에 대해서는 코웃음을 쳤다

는 점이다. 생명은 자기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생명은자신의생존과생명을위태롭게하는일, 심지어희생하는일을감행한

다. 그래서 니체는 생존은 하나의 결과, 그것도 매우 간접적인 결과라고 본다.

실제로작용하고있는것은<힘에대한의지>라는주장이다.

진실에대한의지

<힘에 대한 의지>는 모든 생명에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힘에 대한 의지>가

최고형태로승화된것이<진실에대한의지>라고한다. <진실에대한의지>는

세상과 인생을‘이해 가능한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이며, 자신의 내부에서

세계를다시구성하겠다는의지이며, 세계를창조하겠다는의지이기때문이다.

744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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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5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진실에

대한 의지>에 대해 34:4에서“세상의 모든 존재가 스스로 몸을 굽혀 품에 안기

도록 만드는 의지”라고 표현한 대목이다. 그 바로 아래에서 니체는 이 의지를

유일한 의지로 만들고 <힘에 대한 의지>로 삼으라고 이야기한다. 한마디로 자

신의인생전체, 생명력전체를진실을찾는데에바치라는이야기다.

이러한불타는의지를가지면“세상의모든존재가스스로몸을굽혀품에안

긴다”라고 한다. 이는 그리스-라틴의 정신세계를 이해해야 실감이 가는 말이

다. 기원전2세기로마의극작가테렌케(Terence)는다음과같은유명한말을남

겼다. “Homo sum, humani nihil a me alienum puto.”

영어로 하면 이렇게 된다. “I am human, nothing that is human is alien to

me.”“인간에 관한 것은, 나에게 모두 다 이해될 수 있다”라는 뜻이다. 동양적

표현으로는‘세상이치에대해도가트인상태에도달해서무엇이든이해할수

있는경지에이른것’을의미한다. <진실에대한의지>를가지게되면그런상

태에도달한다는이야기다.

니체는<진실에대한의지>는<힘에대한의지>의한형태로서, 가장포괄적

이며 가장 파괴적인 의지라고 본다. 또한 세계를 다시 해석해서 구성하겠다는

의지라고 본다. 따라서 기존의 가치와 도덕을 전면적으로 의심할 각오가 되어

있지않는한진실을원하는상태가아니라고본다.

니체의 말을 속악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너, 진실을 원해? 좋지. 진실

을 강렬하게 원하면 위대한 철학자처럼, 세계를 전적으로 다시 해석해서 구성

할 수 있지. 그런데 말이야, 너, 그거 알아? 진실을 추구하려면 기존의 국가, 사

회, 시대, 문화, 계급이 네 머릿속에, 네 마음속에, 네 핏줄 속에 박아 놓은 일체

의 도덕과 가치를 다 때려 부숴야 하는데.… 너, 그렇게 때려 부술 준비가 되어

있는거야?”

선과악

부록 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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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나사상에대해“그런데그철학체계, 그사상체계에내포된도덕가

치관이어떤겁니까?”라는질문을명확하게노골적으로집요하게제기한사람

이니체다. 최소한, 명확하고노골적이고집요하다는점에서는세계최초다.

또한그러한모든도덕가치관이<힘에대한의지>, <번영에대한의지>에서

나왔다는 것을 최초로 명백하게 밝힌 사람이다. 이 책의 15:5~15:14에 보면 명

확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것은 도덕적 상대주의 관점이라고 볼 수도 있고, 문

화 인류학적 관점이라고 볼 수도 있고, 진화 생물학적 관점이라고 볼 수도 있

다. 도덕적상대주의나문화인류학이나진화생물학이각광을받은것은20세

기후반특히1970년대이후의일이다. 그런의미에서니체는천재적선구자였

다. 따라서 기존의 모든 <선과 악>은 이미 지나간 과거 상황에 맞게 최적화되

어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는 이미 진실이 아니다. 진실을 원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선과악>을정립할수밖에없다.

오늘 우리는 모든 인습과 전통이 무너진 지구촌 속에 살고 있다. 우리가 사

는현실, 우리가사는매순간순간은사실은이미도덕적상대주의를의미하고

있다. 니체가말한대로, 각자자신의<선과악>, 자신의도덕관을정립하지않

을수없는처지에내몰린것이다. 우리는이미<위대한정오>에살고있다.

초인

번역자는 니체의 초인 개념이야말로 너무나 이해하기 쉬운 개념이라고 감

히(!) 생각한다.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다』에는 네 종류의 Über가 나온다.

초인에서 나올 뿐 아니라, <영웅을 넘어선 존재>(35:35), 용을 넘어선 수퍼드래

곤(43:31), <현재의 인종을 넘어서는 종족>(22:14)에서 나온다. 네 가지 모두 기

존의것을<넘어선다>는뜻이있다. 즉, 초인은‘인간을넘어선존재’다.

따라서 초인을 이해하는 첫 걸음은, 니체가 말하는‘인간’이 무엇인지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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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속의나이는연도를기준으로했음. 니체의생일이10월이라는점을고려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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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해야한다. 니체는사람을‘뺨이붉은원숭이’로보았다(25:3). 인간의과거전

체가부끄러운일투성이라고보았다(25:5). 우리의후손에게, 우리조상의후손

이되었다는점에대해죄책감을느낀다(36:35).

그래서니체가‘인간적이다’라고할때는‘원숭이새끼같다’라는의미라고

생각하면 된다. 니체의 책『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의 제목의 뜻은, ‘원숭

이다운, 너무나원숭이다운’이다. 인간의약점과오류를너무나아프게까발린

책이었다. 그 까닭에 그 책은 독일(바이마르)에서 사실상 판매금지 당했고, 바그

너는“미친놈이쓴책”이라고혹평했던것이다.

초인은 <진실에 대한 의지> 하나에 자신의 존재 전체를 바친 인간이다(34:5).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겠다. 피 터지게 노력해서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겠다. 그과정에서기존의모든도덕과가치관을다버리겠다”라는생각

에자신의인생전체를바친인간이초인이다. 초인이무엇인지짐작하는것은

어렵지않다. 초인으로사는것이어려운것이다.

니체의 이야기는‘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니체 자신이 너무나

명확하고 강렬하게 표현해 놓았기 때문이다. ‘가슴으로 실감하고 동감하는

것’은좀어렵다. ‘그주장혹은가르침대로사는것’은아주, 아주어렵다.

과학방법론

니체는 짜라두짜의 말대로 큰 도둑이다(22:9). 영국 경험주의(감각론)는 사정

없이비판하지만과학적방법론은당연한것으로가져다쓴다.

요즘 어린애들한테 탐구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고들 이야기한다. 탐구 능력

이 바로 과학 방법론이다. 영어로는 Science Process Skill이라고 불린다. 현대

철학, 현대 심리학의 영역으로는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혹은 인지심리학

(Cognitive Psychology)과밀접한관련이있다. 현대철학과현대심리학에서인지

과학 및 인지심리학 영역을 제외시키면 (약간 과장해서) 철학과 심리학의 60퍼센

트쯤없어진다. 그정도로비중이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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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62: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이 분야는 실은 프란시스 베이컨에서 시작한 영국 경험주의 전통과 직결되

어 있는 분야다. 관찰(측정, 어림, 분류를 포함한 관찰)-추론-가설화-실험의 순환

사이클을 통해 진실에 접근해 가는 방식이 바로 과학적 방법론이다. 탐구교육

방법론의 용어로는 observation, measuring, estimation, classifying, infer-

ring, making hypothesis, experimenting이라고 부른다. 니체는 과학적 방법

론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예를 들어「64. 거머리」에 나오는 <정신이 양심적

인사람>은진지한자연과학자를형상화한것이다. 또한『선과악을넘어서』에

서니체는이렇게말한다.

학자, 즉과학도에게사정은좀다르다, 좀‘낫다.’과학도에게는지식에대

한 욕구 비슷한 게 존재한다. 시계태엽과 같이 한 번 감아 놓으면, 자기 혼자

용감무쌍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과학도의) 다른 욕구가 끼어들어 장난 부리기

힘든 것이다. 학자, 즉 과학도의 진짜‘이해관계’는 가족이라든가, 돈이라든

가, 정치와같은전혀다른분야에존재하는경우가많다. 학자, 즉과학도에게

는사실, 전문분야가무엇이되든상관없다. ‘유망한’젊은이라면문헌학자가

되든, 곰팡이연구자가되든, 화학자가되든차이가없다. 어느분야에종사하

게 되든, 그 해당 분야에 의해 그 사람 자체가‘규정되는’일은 없는 것이

다.(백석현번역)

그런데니체는과학방법론은고스란히흡수하지만, “세계는감각경험의뭉

치일 뿐이다”라는 식의 주관론적 경험주의, 주관론적 감각론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한다. 경험주의 전통에서 자라 나온 과학적 방법론은 태연하게 가져

다쓰면서그철학적전통은잔인할정도로비판하는니체는, 자신의말대로큰

도둑인것이다. 『선과악을넘어서』에서니체는이렇게말한다.

감각은, 감각주의에서 말하는 바의‘원인’이 될 수 없다. 감각주의는 기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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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하나의 징검다리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추론과 학습을 돕기 위한 방편

에 지나지 않는다. -잠깐! 뭐라고? 남들은, 외부 세계가 우리 감각 기관의 작

품이라고까지말하고있는데!

이런 주장은 정말 웃기는 소리다. 외부 세계가 우리 감각 기관의 작품이라

고 한다면, 외부 세계의 일부분인 우리 육체 역시 우리 감각 기관의 작품이 되

고만다. 그결과, 육체의일부분인감각기관역시감각기관의작품이되고만

다. 이것은 완전히‘엉뚱한 소리로 환원되는 것(reductio ad adsurdum)’아닌가?

‘스스로 자기 존재의 원인인 존재(causa sui)’라는 개념은 웃기는 개념이다. 자,

이래도외부세계가우리감각기관의작품이라고말할수있나?(백석현번역)

관점

모든생명이힘을뿜어내어사용하고그것을통해힘을더키우고자한다면,

당연히그생명의입장, 처지, 관점이중요해진다. 아무데나힘을쓰는게아니

기때문이다. 그래서니체는‘관점’을생명의기본조건으로본다.

따라서 다중 관점(복수의 관점)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하나의 사물을 여러 개

의각도에서본다는뜻에서도그렇고, 한사람이여러상대에게각기다른관점

에서 이야기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42:50~42:54에서 보면 짜라두짜는 자기

자신에게이야기할때, 제자들에게이야기할때, 꼽추에게이야기할때각각다

른화법, 다른내용을말한다. 상대에따라관점을달리한것이다.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다』의해석에서가장민감하고어려운부분은바로

관점 이동이다. 번역자는 관점 이동이 일어났다고 판단되는 경우 어투와 화법

을 바꾸었다. 번역자가 잘못 짚은 경우에는‘대형사고’가 일어난다. 하지만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다』는 관점 이동을 추적하면서 해석하는 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예를 들어「프롤로그」에 보면, 성자가 0:13과 0:15에서는 혼

잣말을 하다가, 중간에 낀 0:14에서는 짜라두짜에게 말한다. 우리말은 이야기

의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어투가 달라지기 때문에 관점 이동을 반영하지 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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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64: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면이해하기매우어렵게되고만다.

삶과세계에대한전면적긍정

<네>와<아멘>은『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다』의핵심사상이다. 이때<아멘>

은기독교신앙과상관없이, ‘그렇게되도록!’이라는강한긍정을나타낸다. 『짜

라두짜는 이렇게 말했다』를 관통해서 힘차게 흐르는 이 긍정의 정신은 우리를

고양시키고감동시킨다.

영원반복

여러 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니체는 영원 반복을 하나의‘가설’로 생각했

다고한다. 57:51을보면‘위안’을얻기위해무엇인가를‘생각해냈다’는표현

이나온다. 이무엇이바로영혼반복이다. 즉, 짜라두짜자신이영원반복을하

나의가설이라는것을밝히고있는것이다.

번역자는‘영원 반복에 관해 니체가 얼마나 심각하게 믿었나?’라는 주제를

생각하는것보다는짜라두짜가영원반복사상에접근해가는과정을주의깊

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처음에 47:25~47:30에서 짜라두짜는 영원 반복

이라는 생각을 공포스럽게 느꼈다는 것을 고백한다. 특히 좀팽이 같은 인종들

도고스란히반복해서살게될것에대해심한공포와구토감을느꼈다고고백

한다(57:41~57:44).

46:23~46:37을보면, <중력의영>과의대결에서영원반복을끌어들여서<중

력의 영>을 물리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다가 드디어 57:2~57:9에서 마음속

깊이감추어져있는영원반복에관한생각을끄집어내어대결한다. 그리고그

깨달음을「60. 일곱겹봉인」에서완성하여표현한다.

한마디로‘영원반복’을하나의화두로삼아삶에대한총체적·적극적·전

면적긍정에이르는대서사시가펼쳐지고있는것이다. 영원반복자체를얼마

나심각하게믿었느냐안믿었느냐가중요한게아니라, 환멸과구토감에시달

리던 사상가가 삶에 대한 총체적·전면적 긍정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주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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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65: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서볼필요가있다.

위대한정오

니체는다른책에서정오에대해“그림자가가장짧아지는순간”이라고표현

한다. 번역자는이것이‘진실을외면하기어려운상황’을뜻한다고생각한다.

인간은 진실을 외면하고 산다. 진실은 불편하고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순간진실이인간을덮칠때가있다. ‘위대한정오’는그런순간이다.

온전한 개인이 되든가 아니면 부속품이 되든가, 자기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

하든가아니면맹탕이되든가.…지금우리가사는포스트모던사회는모든사

람을 벼랑으로 몰아붙이는 세상이다. 어쩌면 이런 상황이야말로 니체가 말하

는‘위대한정오’일지모른다.

부록 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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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66: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부록2

*

•1844년 10월 15일 프러시아 작센 지방의 뢰켄에서 출생. 아버지 카를 루트비

히 니체(Karl Ludwig Nietzsche)는 루터교 목사. 어머니 프란치스카(Franziska) 역

시 인근 루터교 목사 집안의 딸. 니체가 맏이이고 두 살 아래 여동생 엘리자

베트(Elizabeth)가 있음. 엘리자베트는 니체의 정신 붕괴 이후 니체를 이용하

고 그의 사상을 왜곡함. 다시 그 두 살 아래로 막내 요셉(Josef, 1848년 생)이 있

었으나1850년1월에죽었음.

•1849년(5살) 아버지카를루트비히니체사망.

•1850년(6살) 친할머니, 어머니, 두명의미혼고모, 니체, 누이동생으로이루어

진여섯명의식구는나움부르크(Naumburg)로이사. 학교입학.

•1854년(10살) 뛰어난학문소양을가진것으로학교에서인정받음.

•1856년(12살) 안통(眼痛)과두통으로학교자퇴.

•1858년(14살) 공립명문학교인슐포르타(Schulpforta)에편입. 고전학(그리스, 라틴

학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냄. 그러나 나중에 졸업하지 못할 뻔할 정도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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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67: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른과목의성적은좋지않았음. 졸업자격심사회의에서고전학담당교사는

이렇게 말함. “하지만 선생님들! 우리 학교 역사상 가장 훌륭한 학생에게 졸

업장을안줄작정입니까?”

•1860년(16살) 친구들과 함께 문학 모임‘게르마니아(Germania)’결성. 1861년

이 모임의 친구인 크루크(Krug)로부터 바그너(R. Wagner)에 대한 이야기를 처

음들음.

•1864년(20살) 슐포르타 졸업. 본(Bonn) 대학에 신학 및 문헌학 전공으로 입학.

문헌학 교수 리츨(Friedrich Ritschl)의 제자가 됨. 나중에 리츨을 따라 라이프치

히(Leipzig) 대학으로옮김.

•1865년(21살) 친구와 함께 쾰른(Cologne)의 창녀촌에 감. 매독에 걸림. 당시 매

독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었음. 니체가 그 후 성 관계를 거의 갖지 않은 것은

본인이 보균 상태이었기 때문일 수 있음. 니체의 정신병이 매독균이 척수를

타고 뇌로 감염되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일반적이나 최근에는 다른 가설이

유력함. 매독과 상관없이 눈알이 들어앉는 자리[眼窩]에 뇌 방향으로 만성 수

막종(水膜腫)이진행되었을가능성이높음.

•1866년(22살) 테오그니스(Theognis of Megara,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시인)에 대한 연

구로리츨교수의총애를받기시작함.

•1867년(23살) 테오그니스 관한 연구 논문이 문헌학 학술지에 발표됨. 포병 연

대에징집됨.

•1868년(24살)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우스(Diogenes Laertius, 서기 3세기의 그리스 철학

역사가. 그리스 철학자들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남김)에 대한 연구가 문헌학 학술지들

제4부 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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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68: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에발표됨. 바그너연주회에갔다가완전히바그너에경도되기시작함(10월28

일). 11월초에바그너를만날기회가있었음. 바그너가쇼펜하우어를매우깊

게존경한다는것을알게되고니체역시쇼펜하우어에게경도되기시작함.

•1869년(25살) 스위스바젤(Basel)대학고전문헌학석좌교수가됨(실제로는24살. 니

체의생일은10월). 석좌교수가된후에시험없이라이프치히대학에서박사학위

를 받음. 프로이센 국적을 포기하고 스위스 국적을 신청함. 스위스 국적은 거

주기간이짧다는이유로거절당함. 니체는이후스위스국적신청을갱신하지

않았음. 평생국적없이살았음. 바젤에서바그너가사는트리브셴(Tribschen)은

멀지 않음. 바그너의 집을 방문하기 시작함. 이후 바그너가 트리브셴을 떠나

바이로이트(Bayreuth)로 옮긴 1872년까지 3년 동안 무려 23번이나 그의 집을 방

문함. 5월28일호메로스(Homeros)에대해교수취임강연을함. 당시호메로스

를가공의인물로보고『일리아드』와『오디세이』를그리스인민의공동작품으

로보던학계의경향을정면으로비판하면서, 작가호메로스, 개인호메로스를

보아야한다고주장함. 바젤대학동료교수이자니체와같은건물에서위아래

층으로사는오버베크(Franz Overbeck)와친분을쌓기시작함.

•1870년(26살)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 자원. 8월 프로이센 육군에 입대. 9월

이질과디프테리아에걸림. 10월바젤로돌아옴.

•1871년(27살) 바젤 대학의 철학 석좌교수 자리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함(이미 고

전문헌학석좌교수였음). 극심한피로에시달리기시작함. 요양을위해휴직. 『비

극의탄생』집필시작.

•1872년(28살)『비극의탄생』출간. 바이로이트의바그너극장착공식에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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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69: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873년(29살)『시대에맞지않는생각』I, 출간.

•1874년(30살)『시대에 맞지 않는 생각』II, III 출간. 바그너와 쇼펜하우어에 대

해극도로비판적이됨. 처음에는자신내부의이러한비판적경향을억제하

려고 노력했음. 바그너와 심하게 다투기 시작함. 8월에 매우 과격하게 다툼.

그이후니체는개인적으로는바그너를만나거나방문하지않았음.

•1875년(31살) 페터가스트(Peter Gast)를알게됨. 그는니체의추종자가됨. 6월

에극심한구토와두통을앓음. 누이엘리자베트가 바젤에와서살림을도와

줌. 크리스마스에건강악화로실신.

•1876년(32살) 바젤대학으로부터장기휴직을허락받음. 『시대에맞지않는생

각』IV 출간. 심리학자 파울리(Paul Ree)와함께 이탈리아 소렌토에 머물면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집필. 소렌토에서 바그너와 마주침. 이것이

바그너와의마지막만남임.

•1877년(33살) 5월에소렌토를떠나이탈리아를여행한후가을에바젤에도착.

엘리자베트및가스트와함께지냄. 바젤대학에서다시가르치기시작함.

•1878년(34살)『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출간. 엘리자베트는 6월에 나움부

르크로 돌아 감. 바그너는『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 대해“이 책의 저

자는 정신병자다”라고 공언하며, “저자에 대해 내가 베풀 수 있는 최대의 호

의는이책을읽지않는다는것이다. 저자가나중이라도정신병이나은후에,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나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기 바란

다”고말했다. 니체를알던많은사람들도니체를회피하기시작함.

제4부 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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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70: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짜라투스트라)

•1879년(35살)『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의 첫 번째 부록인「다양한 주제에

관한의견들과경구들」을출간. 건강이매우안좋아짐. 대학에사직서제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의 두 번째 부록인「방랑자와 그의 그림자」집

필마침.

•1880년(36살)「방랑자와그의그림자」출간. 『여명(黎明)』집필. 자신의병과그

고통에 대해 달관하는 경지에 이름. “매일 두통과 씨름하고,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온갖 군데가 다 아프다 보니까 사람이 좀팽이같이 되어 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고통이, 내 내부에 존재하는, 마구 한없이 치닫는 경향을 억

제하는역할을하고있다. 내내부의이경향은너무나강하기때문에이러한

고통이고삐역할을하지않으면, 나는아마엉뚱한소리를하는바보가될지

도모른다.”

•1881년(37살)『여명』출간. 『즐거운과학』집필시작.

•1882년(38살) 7월에『즐거운 과학』완성. 심리학자 파울 리의 소개로 루 살로

메(Lou Salome)를 만남. 살로메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함. 세 사람은 기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함. 누이 엘리자베트의 참견으로 니체와 살로메는 매우 어

색한 관계가 됨. 11월에 니체는 살로메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의식하고여행을떠남.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쇠진한상태에빠짐.

•1883년(39살) 실연에따른모멸감과상처에의해몸과마음이모두쇠약한상태

에서극적인반전이일어남. 1·2월에『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1부를완성.

『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2부를완성하고1부와2부를출판. 누이동생이반

유대주의자푀스터(Föster)와약혼함. 니체가극도로혐오하는인물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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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4년(40살)『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3부가 완성되어 출판. 『힘에 대한

의지』집필준비시작.

•1885년(41살)『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4부를 완성해서 인쇄 상태로 발표

하지않음. 엘리자베트는푀스터와결혼하여파라과이에반유대주의독일인

정착촌을만들러떠남.

•1886년(42살)『선과악을넘어서』집필완성및출판.

•1887년(43살)『도덕의계보』집필완성및출판.

•1888년(44살)『임상 케이스 바그너』집필 완성 및 출판. ‘모든 가치의 재평가’

대신『우상의 황혼』을 집필하여 완성. 『디오니소스 찬양』과『이 사람을 봐!』

집필. 이 해는, 정신이 최종적으로 붕괴하기 직전에 오히려 건강이 좋아지는

듯 느껴지는 상태였음. 이 해의 4/4분기는, 정신의 최종적 붕괴 직전에 나타

나는병적인흥분상태를보임.

•1889년(45살) 1월 3일에 졸도함. 졸도에서 깨어난 후부터는 완전한 정신이상

상태를 보임. 이탈리아 왕 혹은 교황의 비서 혹은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냄.

편지에는‘디오니소스’혹은‘십자가에 매달린 자’라고 서명함. 바젤 대학

동료교수인오버베크가바젤대학병원에입원시킴(1월 10일). 예나(Jena) 대학

병원으로이송(1월17일). 『우상의황혼』출간됨. 『니체대바그너』는인쇄된상

태로개인보관됨. 누이엘리자베트의남편푀스터가파라과이에서자살함.

•1890년(46살) 니체의어머니가아들을나움부르크자택으로데려가서돌보기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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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년(48살) 가스트가 편집인이 되어, 이미 출간된 니체 저작물에 관한 전집

및선집이계획됨.

•1893년(49살) 엘리자베트가 파라과이로부터 돌아옴. 가스트의 편집인 권한을

박탈.

•1894년(50살) 엘리자베트, 나움부르크의어머니자택에‘니체문헌보관소’를

세움.

•1895년(51살)『적(敵)그리스도』와『니체 대 바그너』출간. 어머니를 몰아 세워

서 엘리자베트가 니체 저작권에 대한 유일한 수혜자 겸 행사자가 됨. 니체,

육체적마비가시작됨.

•1896년(52살) 엘리자베트, ‘니체문헌보관소’를바이마르로옮김.

•1897년(53살) 어머니 사망. 엘리자베트, 니체를 바이마르로 옮김. 손님들에게

정신과육체가마비된니체를보여주는몰상식한짓을저지르기도함.

•1899년(55살) 전집편집이시작됨.

•1900년8월25일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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