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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ETHICS Series 1. 195 www.kosac.or.kr Kor. J. Aesthet. Cosmetol., Vol. 10 No. 2, 195-204, May 2012 연재1. 연구윤리, 왜 필요한가? 이인재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Series 1. Research Ethics, Why Is It Necessary? In Jae Lee Department of Ethics Education,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Abstract Even though it has been increased the interest of research ethics and progressed research ethics education after Hwang’s scandal in 2005, many researchers have still unconcerned the research ethics and think that it is a kind of restricts which limit researcher’s free research activities. The primary premise of this article is that the research ethics plays an important role to improve researcher, academic community and nation. So I emphasize that according to the integrative approach for an establishment of a desirable research ethics the research ethics consciousness of researcher’s and institution or system to support responsible conduct of research (RCR) should be harmonized. In this paper, I discuss some basic contents of research ethics which researcher must understand and fulfill for RCR, such as the backgrounds, concept and principles, scope, importance of research ethics and task for research ethics establishment. Keywords: Research ethics, Research integrity, Research ethics education, Plagiarism, Social responsibility of researcher . 어느 학문 분야를 막론하고 연구자들은 정직하고 책임 있는 연구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하는 전 과정에서 연구부정(research misconduct)을 의도적으로 했든, 알고 있는 연구 관행이 잘못인 줄 모르고 했든, 또 그 피해가 심 각하든 그렇지 않든 그 부정적 결과는 고스란히 연구자 자신과 그가 속한 학문 공동체, 더 나아가 국가·사회 공동체에게로 돌 아오기 때문이다. 한 연구자의 연구부정행위가 개인적으로나 국가·사회적으로 명예와 신뢰를 떨어뜨리고 경쟁력을 약화시 킨다는 사실은 최근에 발생한 황우석 사건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2005년 말에 터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팀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연구부정행위는 연구 활동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들을 등한시 했고, 연구자로서 견지해야 했던 “책임있는 연구 수행(responsible conduct of research, RCR)”의 기준을 충분히 주목하지도 않았으며, 또한 주요 연 구 결과들을 위조(fabrication)하기도 했다. 소위 “황우석 사건 (Hwang’s scandal)”은 국내·외에서 연구윤리의 전형적인 범 주에 속하는 것들을 위반한 가장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불 명예를 안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과학 연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생겨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연구 결과에 대한 외국의 시선이 부드럽지 못하였고, 해외 유명 저널에 투고된 국 내 연구자들의 논문에 대한 심사가 엄격해지기도 했다. 그렇지 만 역설적으로 Hwang’s scandal은 우리나라 연구 공동체의 연 구진실성(research integrity) 확보를 위한 관심의 촉발과 제도 화를 앞당기는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우리 의 연구 공동체가 소위 ‘관행’ 이라는 이름하에 당연하게 생각하 고 행해 왔던 일들이 연구윤리의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못 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연구자들의 연구윤리 의식 수준을 높이고 국제적 수준 (global standard)의 연구윤리를 확립해야 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절실한 우리 학계의 과제가 되었다. 그렇지 만 여전히 국내 연구자들 가운데는 연구윤리의 중요성에 대해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자신과 관계없는 일쯤으로 생각하여 알 Corresponding author: In Jae Lee, Department of Ethics Education,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161 Woomyun-ro, Seocho-gu, Seoul 137-732, Republic of Korea Tel.: +82 2 3475 2411, Fax: +82 2 3475 2263 E-mail: [email protected] Received May 11, 2012; Accepted May 21,2012; Published May 30, 2012

연재1. 연구윤리, 왜 필요한가?. 이인재(1).pdf · ② 연구에는 반드시 동물실험이 선행되어야 한다. ③ 위험은 반드시 예상되는 이득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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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ETHICS Series 1.

195www.kosac.or.kr

Kor. J. Aesthet. Cosmetol.,Vol. 10 No. 2, 195-204, May 2012

연재1. 연구윤리, 왜 필요한가?이인재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Series 1. Research Ethics, Why Is It Necessary?In Jae Lee Department of Ethics Education,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Abstract Even though it has been increased the interest of research ethics and progressed research ethics education after Hwang’s scandal in 2005, many researchers have still unconcerned the research ethics and think that it is a kind of restricts which limit researcher’s free research activities. The primary premise of this article is that the research ethics plays an important role to improve researcher, academic community and nation. So I emphasize that according to the integrative approach for an establishment of a desirable research ethics the research ethics consciousness of researcher’s and institution or system to support responsible conduct of research (RCR) should be harmonized. In this paper, I discuss some basic contents of research ethics which researcher must understand and fulfill for RCR, such as the backgrounds, concept and principles, scope, importance of research ethics and task for research ethics establishment.

Keywords: Research ethics, Research integrity, Research ethics education, Plagiarism, Social responsibility of researcher

Ⅰ. 서 론

어느 학문 분야를 막론하고 연구자들은 정직하고 책임 있는

연구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하는 전

과정에서 연구부정(research misconduct)을 의도적으로 했든,

알고 있는 연구 관행이 잘못인 줄 모르고 했든, 또 그 피해가 심

각하든 그렇지 않든 그 부정적 결과는 고스란히 연구자 자신과

그가 속한 학문 공동체, 더 나아가 국가·사회 공동체에게로 돌

아오기 때문이다. 한 연구자의 연구부정행위가 개인적으로나

국가·사회적으로 명예와 신뢰를 떨어뜨리고 경쟁력을 약화시

킨다는 사실은 최근에 발생한 황우석 사건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2005년 말에 터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팀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연구부정행위는 연구 활동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들을 등한시 했고, 연구자로서 견지해야

했던 “책임있는 연구 수행(responsible conduct of research,

RCR)”의 기준을 충분히 주목하지도 않았으며, 또한 주요 연

구 결과들을 위조(fabrication)하기도 했다. 소위 “황우석 사건

(Hwang’s scandal)”은 국내·외에서 연구윤리의 전형적인 범

주에 속하는 것들을 위반한 가장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불

명예를 안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과학 연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생겨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연구 결과에 대한

외국의 시선이 부드럽지 못하였고, 해외 유명 저널에 투고된 국

내 연구자들의 논문에 대한 심사가 엄격해지기도 했다. 그렇지

만 역설적으로 Hwang’s scandal은 우리나라 연구 공동체의 연

구진실성(research integrity) 확보를 위한 관심의 촉발과 제도

화를 앞당기는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우리

의 연구 공동체가 소위 ‘관행’ 이라는 이름하에 당연하게 생각하

고 행해 왔던 일들이 연구윤리의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못

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연구자들의 연구윤리 의식 수준을 높이고 국제적 수준

(global standard)의 연구윤리를 확립해야 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절실한 우리 학계의 과제가 되었다. 그렇지

만 여전히 국내 연구자들 가운데는 연구윤리의 중요성에 대해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자신과 관계없는 일쯤으로 생각하여 알

Corresponding author: In Jae Lee, Department of Ethics Education,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 161 Woomyun-ro, Seocho-gu, Seoul 137-732, Republic of KoreaTel.: +82 2 3475 2411, Fax: +82 2 3475 2263E-mail: [email protected]

Received May 11, 2012; Accepted May 21,2012;Published May 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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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고 하지도 않는다. 더 나아가 연구윤리가 마치 연구자들의 자

유로운 연구 활동을 제약하는 일종의 구속물로 여겨 연구윤리

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기도 하다.

일부의 연구자들이 인식하고 있듯이, 연구윤리는 정말 연구

활동을 방해하는 족쇄일까? 필자는 지난 2007년부터 여러 대

학이나 연구소의 연구윤리진실성 본 조사 위원으로서 제기된

연구윤리 위반 사례에 대한 진실성 검증에 참여한 바 있다. 이

때 의혹을 받고 있는 피의자들이 보여준 반응 중에서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제기된 의혹의 행위들이 연구윤리 위반에 해당되

는 것인지를 잘 몰랐다는 것이다. 이것을 볼 때, 연구자들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바로 올바른 연구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것들

을 제대로 아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즉, 왜 우리가 연

구윤리를 알고 실천해야 하는가? 구체적으로 우리가 연구 활동

에서 실천해야 할 것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제대로 인식하

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상 연구자들은 관행이라고 알려

진 것들을 비판 없이 그대로 따르는 경향이 있는데, 실은 그 관

행이 연구윤리의 기준에서 보면 시정해야할 것들도 많다. 따라

서 우리 연구자들은 연구윤리가 연구 활동을 제약하는 구속물

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오히려 연구윤리는 연구자

가 연구 수행 전 과정에서 객관적이고 책임있게 연구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든든한 안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

는 안 된다.

그렇다면 연구윤리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를

위해 어떤 배경에서 연구윤리가 탄생되었으며, 연구윤리의 주

요 내용과 범위, 그리고 연구윤리의 중요성은 무엇인지를 중심

으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Ⅱ. 본 론

1. 연구윤리의 대두 배경

1)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연구윤리의 문제 대두

21세기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첨단 과학과

기술은 인간이 모여 사는 사회와 무관할 수가 없다. 인간이 개

발하여 활용하고 있는 과학과 기술은 인간 삶의 방식이나 질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최근에 경험

하고 있는 과학 기술 발달의 산물과 관련된 이슈들, 이를테면,

환경파괴, 장기이식, 인간복제, 유전자 지도 완성, 유전자 치

료, 핵 기술 등은 우리의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되기도 하지만 다

른 한편 인간을 위협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많기 때문에 주의 깊

게 성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연구에 대한 공공 자원이 증

가함에 따라 연구가 어떻게 수행되는지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

게 되었다. 따라서 과학연구 활동의 윤리적 측면에 대한 고려가

전례 없이 커다란 주목을 받게 되었다(이인재, 2008).

이렇게 자연과학 및 생명과학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자(과학

자)들의 연구 결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연구자

들은 책임지고 자신들의 연구를 수행해야 할 명백한 의무를 가

지게 되었다. 즉,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윤리적 절차를 준

수하고, 정확하고 공정하게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연구 성과를

공평하게 배분하고, 또한 연구 결과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늘

숙고하는 자세가 요청되게 되었다. 왜냐하면 만일 연구자가 비

도덕적인 태도를 갖고 자신의 연구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면, 오늘날 점점 상호 의존성이 커지는 세계 공동체 속에 살게

된 구성원들이 맞이하게 될 폐해는 끔찍할 정도로 엄청나기 때

문이다. 20세기 말에 세계 각국에서 연구자들이 연구 부정 혹

은 사기(fraud)를 저질러, 연구자 그 개인은 물론 학문 공동체

와 사회 전체에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유발했던 경우를 보아

도 연구자의 책임 있는 연구 수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

수 있다.

첨단 과학기술 시대에 연구자의 연구 태도의 중요성과 성

실하고도 책임 있는 연구 수행이 절실히 요청된다는 점을 강

조하고 이와 관련된 모든 논의를 포함하는 분야가 ‘연구윤리

(research ethics)’이다(이인재, 2008). 연구자들에게는 그 누

구보다도 연구에서의 높은 충실성(integrity)이 요청되므로 정

직하고 책임있는 연구 태도에 대한 원칙과 실천 방안이 마련되

어야 한다는 점에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자국 혹은 다른 나

라에서 경험한 연구부정행위를 계기로 연구부정행위를 규제할

규정을 마련하고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연구윤리교육

(research ethics education)을 하는 등 연구윤리의 확립을 위

해 노력해 왔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과학기술의 산업화 및 연구 환경의

경쟁 심화 등에 따른 연구윤리의 변질과 연구부정행위 증가 등

각종 문제점들이 발생되면서 연구자의 사회적 책임성 및 연구

진실성 확보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 지면서 연구윤리가 등장하

게 되었다. 연구윤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인식의 전환 또는

규정의 마련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한 몇 가지 사례를 시대 순으

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무렵 23명의 나치 의사와 과학자

들이 강제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자행한 실험으로

인해 살인 혐의로 전범 재판에 기소됨.

- 소위 뉘른베르크(Nuremberg) 재판에서 23명의 연구자 중

15명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

수행에서 지켜야 할 10가지 사항을 제시했는데, 이후 이는 뉘

른베르크 강령으로 알려지게 됨.

- 뉘른베르크 강령(Nuremberg Code, 1947)은 세계 최초의

연구윤리 강령으로서의 의의를 지니고 있으며, 그 내용을 요약

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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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윤리, 왜 필요한가?

① 충분한 정보(informed consent)에 기초한 동의서는 필수

사항이어야 한다.

② 연구에는 반드시 동물실험이 선행되어야 한다.

③ 위험은 반드시 예상되는 이득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한다.

④ 자격을 갖춘 과학자들만이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⑤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반드시 배제되어야 한다.

⑥ 사망이나 장애의 위험이 예상되는 연구를 수행해서는 안

된다.

- 1964년에 발표된 헬싱키 선언(Declaration of Helsinki)은

세계 의사협회(the world medical association)가 뉘른베르크

강령을 재해석하면서 건강한 피실험자에 대한 실험에서 지켜야

할 윤리적 원칙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지켜야 한다

는 것을 명시한 것으로 그 가장 큰 의의는 다음과 같다.

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지켜야 할 윤리적 원칙을 천

명함.

② 각 연구 기관에 기관윤리심의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를 설치하는 것과 IRB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반을 마련함.

- 비춰(Henry K. Beecher) 박사는 1966년 명망 있는 연구

자들에 의해 수행되고 유명 논문집에 게재되었으나 윤리적으로

논란이 있다고 여겨지는 22개의 연구에 대해 분석한 논문을 발

표하면서 “의학은 건전하고 대부분의 의학적 진보는 합당하게

이루어지지만, 만약 비윤리적인 연구가 금지되지 않는다면 의

학 발전에 큰 위해를 입힐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그

의 연구 논문은 연구자들, 대중, 그리고 언론에 비윤리적 임상

연구에 대한 문제의식을 고취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

다.

- 비춰 논문이 발표되고 1979년 벨몬트 보고서가 발간되기

전까지 몇몇 유명한 연구 사례에서 발견된 연구윤리적 문제점

은 다음과 같다.

① 충분한 정보에 기초한 동의서의 부재

② 피험자 또는 참여 아이들의 부모에게 가해진 부적절한 압

력이나 강요

③ 취약한 집단을 이용하거나 취약한 집단에 대해 착취함

④ 위험에 대한 정보 제공이나 이용 가능한 치료를 보류함

⑤ 피험자를 위험에 노출시킴 또는 피험자의 권리를 침해함

⑥ 위험이 이득을 초과함

⑦ 기만

- 1979년에 나온 벨몬트 보고서는 국가위원회라고 알려진

“생명의학 및 행동학 연구에서의 피험자 보호를 위한 국가위원

회”에서 발간되었다. 이는 피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수

행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수 지침서로서 여기

서는 보통 벨몬트 원칙이라고 불리는 세 가지 기본 윤리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최병인 역, 2010).

① 인간 존중의 원칙: 인간은 누구나 자율성을 갖춘 존재로

대우받아야 하며, 그들을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서

는 안 된다. 그러므로 피험자가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

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다른 사람으로부터 강요나 부당한 영

향 없이 연구 참여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따

라서 연구자는 피험자에게 정보에 기초한 동의서를 요구하여야

하고, 피험자의 사생활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② 선행의 원칙: 위험을 최소화하고, 이득을 최대화해야 한

다는 것으로, 연구자는 위험 대 이득의 비율이 적절하지 않는

연구를 금지하고, 위험을 최소화하고 이득은 최대화하기 위해

가능한 최선의 연구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연구를 수행하는 과

정에서 위험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

③ 정의의 원칙: 연구에서 파생되는 부담과 이득이 동등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연구를 설계하고, 사람들을 공정하게 대우해

야 한다는 것으로, 피험자 선정에서의 공정성 유지, 취약한 환

경의 피험자군이나 이용하기 쉬운 피험자군을 착취하지 않아야

한다.

2) 연구 환경 및 연구 공동체의 규범 변화에 따른 연구윤리의 문제

대두

연구윤리가 논의되는 배경은 연구 및 그 연구가 수행되는 환

경이 끊임없이 변화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주로 연구자들의

개별 활동 형태로 연구가 진행되었다면 오늘날에는 주로 연구

사업단에 의해 또는 여러 연구 집단이 협력하는 방식으로 이루

어지고 있으며, 예전에는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자동적

으로 연구에 필요한 지원이 주어졌으나 오늘날에는 일부 특정

한 연구 과제만이 외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됨. 이러한 상황

변화에 따라 연구 활동 전반에서 연구자의 책임과 연구자가 고

려해야 하는 윤리적 쟁점에 대해 깊이 성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과거 과학자들에게 내면화되어 과학자로서의 양심 형성과

위조, 변조, 표절 등 올바르지 못한 연구에 대한 통제 및 도덕

적 처방의 기능을 해 온 과학규범*이 1970년대 새로운 연구 환

경에서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비판에 직면함. 과거에 비해 변화

된 연구 환경의 특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한국연구재단,

2011).

① 지식 생산에 대한 맥락의 변화: 대체로 1980년 이전에는

연구가 학문적 호기심에 입각하여 연구 결과의 실제적 활용에

*과학규범: 미국의 사회학자 머튼(R. K. Merton)이 1942년 ‘과학의 규범 구조’ 라는 논문에서 제시한 것으로 과학자들의 행동에 지침을 제공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필수적인 기본 규범으로 보편주의(universalism), 공동주의 (communism), 불편부당성 (disinterestedness) , 조직화된 회의주의(organized skepticism)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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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별로 관심이 없는 학문 공동체에 의해 순수 연구를 수행하였

다면, 이후에는 산업, 정부, 혹은 사회 전체에 필요한 것을 지향

하는 가운데 특정한 이슈나 문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짐.

② 학제적 기반의 변화: 이론과 응용의 구분이 비교적 분명

한 특정한 학과나 단일 분야를 중심하는 것에서 다양한 이해 당

사자들의 관심사가 반영되면서 다학제적 영역이 등장했고, 이

론과 응용 사이에도 역동적인 흐름이 존재함.

③ 지식 생산을 담당하는 조직의 변화 및 책임성의 문제: 과

거에는 지식 생산이 대학이라는 단일 주체에 의해 의존했지만

오늘날에는 대학, 연구기관, 정부기관, 비영리기관, 산업, 컨설

팅 회사 등의 다양한 주체로 확대됨. 연구 내용에 대한 평가를

보면 과거에는 동료에 의해 이루어져 연구자는 성실하게 연구

를 수행하면 책임을 다한 것으로 간주된 반면에 오늘날은 국가

혹은 지역의 경제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이 강조

되고 있음.

④ 지식의 질에 대한 통제의 문제: 과거에는 그 연구가 해당

전문 분야에 기여하는 지의 여부에 따라 연구의 질적 수준을 평

가했다면, 오늘날에는 다양한 기준에 의해 평가되는데, 지적 우

수성 이외에도 비용효과성이나 경제적, 사회적 함의가 중요해

지고 있음.

위에서 언급한 연구 환경의 변화는 다음과 같은 연구윤리

와 관련된 문제들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홍성욱,

2008). 첫째, 경쟁의 가속화를 배경으로 연구자들이 계속적

으로 논문을 출판해야 하는 압력에 시달리면서 연구부정행위

(research misconduct)의 유혹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둘째, 연구의 상업화는 연구자들에게 내적 보상 보다

는 외적 보상에 기대하게 함으로써 윤리의식을 떨어뜨릴 수 있

다. 셋째, 연구비 수주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연구비의 공정

한 배분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넷째 공동 연구가 증가하

면서 연구의 분업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연구의 분절화

(compartmentalization)로 이어져 연구부정행위의 요인을 제

공할 수 있다. 다섯째, 연구결과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연구

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둘러싼 여러 논점들을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해지는데, 연구비를 지속적으로 수혜하기 하기 위해 이러

한 공론화를 회피하는 경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미연에 방지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2. 연구윤리의 개념과 원칙

1) 연구윤리의 개념

연구윤리란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하면서 지켜야 할 원칙이

나 행동 양식을 말한다. 즉, 연구윤리는 연구자가 정직하고 정

확하며, 성실한 태도로 바람직하고 책임있는 연구(responsible

research)를 수행하기 위해 지켜야 할 윤리적 원칙 또는 행동양

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이인재, 2008).

연구자가 지켜야 할 규범은 크게 사회윤리규범과 내부윤리규

범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자는 사회적 기준에 따라 법률 등

의 형태로 연구의 주제와 대상을 규제하는 것(예,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등)이라면, 후자는 연구 공동체 내부의 필요

성 또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자체적으로 규정한 윤리 기준으로

서(임영모와 고유상, 2006), 여기서의 핵심은 정직함과 책임성

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윤리는 과학기술분야에 종사하는 연구

자들에게만 적용되는 좁은 의미의 개념이 아니다. 연구는 학문

분야에 따라서,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혹은 방법에 따라 그 범

주가 다양하기 때문에 연구윤리는 모든 학문 분야에 적용된다

고 할 수 있다.

연구윤리는 바람직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연구자가 절차

적 투명성과 내용적 정직성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연

구수행 및 결과 도출에 있어서 날조(위조, fabrication), 변조

(falsification), 표절(plagiarism) [일반적으로 FFP라고 함] 등

의도적인 연구부정행위로부터 벗어나는 것으로 연구자로서 충

실성(research integrity)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

구자로서의 충실성이란 연구윤리의 높은 기준을 유지하는데 초

점을 둔 용어로서 바람직한 연구 실행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

준다. 여기서 말하는 충실성은 내용의 정직성(honesty)과 연구

수행 과정(절차)에서의 세심함과 정확성이 필요함을 의미하는

완전함(wholeness) 혹은 온전함(intact) 등의 의미를 담고 있

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연구 충실성은 개인이 가진 금전적 이

해관계의 공개에 있어서의 협력뿐만 아니라, 연구의 수행과 보

고 과정에서의 지적 정직성과 기술적 세심함, 기만행위와 날조

의 회피, 그리고 연구대상·학생·동료들에 대한 윤리적 접근

을 뜻한다(Friedman, 2001).

그러나 여기서 개념상 오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연구자의 충

실성은 연구윤리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연구윤리가 곧 연구자의

충실성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윤리는 연구

자의 충실성은 물론 연구실 문화의 민주성, 연구자의 사회적 책

임, 특정 연구대상이나 연구방법에서의 윤리성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과학기술부, 2007).

2) 연구윤리의 원칙

연구자들은 어떻게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가? 즉, 연구자는

어떤 행동 룰(rule)을 따라야 하는가? 연구를 수행하는데 있어

서 최선의 방법은 없으며, 모든 과학적 탐구에 적용되는 보편적

인 방법도 없다. 책임있는 연구 행위로 인정되는 관행들은 학문

별 혹은 실험실별로 다를 수 있으며, 실제로 다르다. 그러나 책

임있는 연구수행을 위해 연구자들이 지켜야 할 가치들은 분명

히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레스닉(D. B. Resnik)은 과학윤리의 원칙으로서 다음과

같이 12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한국원자력연구소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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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윤리, 왜 필요한가?

이는 바로 연구윤리의 원칙을 정립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연구윤리국에서 발간한 『연구윤리의 소개』에는 모든 연

구자들을 구속하는, 책임있는 연구 수행을 위한 몇 가지 중요한

공통 가치들이 존재한다고 보고 그것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교육인적자원부, 2006). 첫째, 정직성이다. 이는 정보를

정직하게 전달하고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둘째, 정확성이다.

이는 연구 결과를 정확하게 보고하고, 오차를 피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셋째, 효율성이다. 이는 자원을 현명하게 사용

하고 낭비하지 않는 것이다. 넷째, 객관성이다. 이는 사실을 설

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명확하게 밝히고, 부당한 편견을 피하도

록 하는 것이다.

3. 연구윤리의 범위

연구윤리가 포괄하는 범주에 대해서는 논자마다, 학문 분야

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일 수 있겠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

들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과학기술부, 2007; 김명진, 2002;

송석수와 김석관, 2006; 이인재, 2007; 한국연구재단, 2011;

Shamoo & Resnik, 2003). ① 과학연구 과정에서 정직하게 충

분한 주의를 기울여 충실한 연구를 수행했는가, 즉 의도적인 속

임수나 부주의, 자기기만(self deception) 등으로 과학연구의

객관성을 해치지 않았는가, ② 연구결과의 출판 시 일정한 자격

을 갖춘 사람에게만 저자 표시를 허용하고 실질적으로 기여한

정도에 따라 저자의 순서를 정하는 등 연구의 공로 배분이 합

당했는가, ③ 실험실(연구과정)에서의 권위나 차별은 없었는가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의 관계 혹은 연구책임자와 참여연구원의

관계가 민주적인가, 혹은 여성 및 소수자를 차별하지 않았는가

등), ④ 과학자(연구자)의 사회적 책임성을 다했는가(즉, 연구의

내용이 공공성에 반하지 않았는가, 공공자금을 이용한 연구가

공공성을 담보했는가), ⑤ 특정 연구대상이나 연구 방법에서의

윤리성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①, ②, ③은 주로 과학계 내부의 윤리적 쟁점에 해당

되며, 모든 학문 분야에 해당하는 통상적인 의미의 연구윤리라

고 할 수 있다. ④는 동물이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생물학, 의

학, 심리학 등의 특정한 과학 분야에 적용되는 문제에 해당된

다. ⑤는 전문 직업인으로서 과학자 혹은 과학계가 책임성 있는

자세로 행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쟁점에 해당된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김명진, 2002; 송석수와 김

석관, 2006).

1) 연구 과정의 진실성과 객관성 유지

연구자에게도 사회 통념적으로 적용되는 존중, 정의, 정직

함, 책임성 등과 같은 윤리가 요구된다. 그렇지 않다면 경쟁이

심한 현대 연구 분야에서 연구자들은 연구비 확보, 승진, 연구

표 1.레스닉이말하는과학윤리의원칙

과학윤리 원칙 내용

정직성 (Honesty) 과학자는 데이터나 연구결과를 조작, 위조, 또는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조심성 (Carefulness) 과학자는 연구에 있어 오류를 피해야 한다. 특히 결과 부분의 제시에 있어서 더욱 주의해야 한다.

개방성 (Openness) 과학자는 데이터, 결과, 방법, 아이디어, 기법, 도구 등을 공유해야 한다.

자유 (Freedom) 과학자는 어떤 문제나 가설에 대한 연구든 자유롭게 수행해야 한다.

공로 (Credit) 공로는 마땅히 그것이 주어져야 할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

교육 (Education) 과학자는 예비 과학자들을 교육시키고 그들이 더 나은 과학을 수행할 방법을 확실히 배우도록 도와야 한다.더 나아가서는 대중에게까지 교육할 의무를 지닌다.

사회적 책임 (Social responsibility) 과학자는 사회에 대해서 해(harms)를 끼치는 것을 피하고 사회적 이익을 창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합법성 (Legality) 연구의 과정에서 과학자는 자신의 작업에 적용되는 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기회 (Opportunity) 어떤 과학자라도 과학적 자원을 사용하거나 과학적 직업에서 승진할 기회가 부당하게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

상호존중 (Mutual respect) 과학자는 동료들을 존중해야 한다.

효율성 (E�ciency) 과학자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를테면 논문 작성 시 연구를 일부러 여러 편의 논문으로 쪼개어 출간하거나 동일한 결과를 단지 미세한 수정을 통해 여러 편의 상이한 논문들에 이용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실험대상에 대한 존중(Respect for subjects)

과학자는 인간을 실험대상으로 사용할 때 인권 또는 존엄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이는 동물을 실험으로 사용할 때도 조심스럽게 적절한 존중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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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쌓기 등에서 부당한 이익을 손쉽게 얻기 위해 쉽게 연구부

정의 유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 과정의 진실성 및 객

관성 유지와 관련하여 데이터 혹은 이론을 날조, 변조, 표절한

연구부정행위 혹은 기만행위가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 각국마다 연구부정행위의 정의가 조금씩 다르다. 세계

에서 최초로 연구부정행위에 대해 체계적인 대응을 시작한 미

국은 연구자 본인의 연구 활동에서의 진실성 확보는 물론, 이

를 통해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 활동을 오도하거나 피해를 주지

않는 “책임있는 연구행위”를 강조한다. 그러므로 연구내용이나

결과의 진실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책임성과의 연관 관계

가 비교적 분명한 날조, 변조, 표절만을 연구부정행위로 정의

하고 있다(과학기술부, 2007). 그러나 유럽의 경우 연구부정행

위의 적발, 처벌을 넘어서 정직하고 합리적이며 자율적인 연구

풍토의 조성을 이상향으로 간주하여 “바람직한 연구의 실천”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연구부정행위에는 저자표시나 타인과의 공

동연구에 관련된 문제들이 포함되는 등 미국에 비해 연구부정

행위의 범위가 보다 포괄적이다. 이를테면, 독일의 경우, 데이

터의 날조 및 변조, 지원서, 연구자금 신청 및 논문 발표 상 허

위정보 기재, 지적 소유권 침해(허가없이 논문을 표절하거나 저

자의 명의만 바꾸어 발표하는 행위, 아이디어 도용, 저작권 소

유자의 허가없이 출판하는 경우), 타인의 연구방해, 실험과정,

결과물에 대한 상해 또는 조작 행위를 연구부정행위로 규정하

고 있으며, 영국은 FFP 이외에 연구수행 중 고의 또는 부주의

한 일탈 행위, 사람 및 척추 동물 등에 대한 위험 방지 규정 위

반, 다른 사람들과 연구부정행위를 조장, 공모, 은폐 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과학기술부, 2007).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형에 가깝게 연구부정행위를 정의내

리고 있다. 즉, <연구윤리확보를 위한 지침> 제4조를 보면, “연

구부정행위는 연구개발과제의 제안, 연구개발의 수행, 연구개

발결과의 보고 및 발표 등에서 행하여진 위조, 변조, 표절, 부

당한 논문저자 표시 행위, 본인 또는 타인의 부정행위의 의혹에

대한 조사를 고의로 방해하거나 제보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

위, 과학기술계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

어난 행위”로 정의내리고 있다(과학기술부, 2007). 즉 이 지침

에서는 연구진실성을 직접적으로 저해하는 행위 외에도 연구진

실성의 확립 노력을 저해하는 행위들도 연구부정행위에 포함

한 것이 특징이다. 그렇지만 연구비 유용의 경우, 명백한 부정

행위기이지만 연구의 진실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연구

부정행위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연구부정행위의 유형을 광범

위하게 규정하기 보다는 책임있는 연구를 위해 지양되어야 할

행위들을 최소한도로 규정했다. 또한 원하는 결과 도출에 장애

가 되는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제거하는 행위나, 자기기만(self-

deception)에 의한 부적절한 결과를 도출하는 행위나 명예 또

는 연구비 확보를 위하여 연구결과의 성과를 과장하는 행위도

연구부정행위에 속한다.

2) 출판윤리

논문의 출판은 연구자로서 인정받는데 필수적인 잣대로 작

용하기 때문에 연구자는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할 때 저자로서

의 자격을 갖추고 그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핵심적인 내용으로서는 첫째, 저자는 데이터나 연구 결과를 위

조, 변조, 표절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저자는 자신이 실제로

행하거나 기여한 연구에 대해서만 저자로서 인정받으며 그 내

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즉,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만 저자 표시(authorship)를 허용하고 실질적으로 기여한 정도

에 따라 저자의 순서를 정함으로써 공로(credit)를 합당하게 배

분해야 한다. 이를테면 대학원생이나 박사 후 연구원과 같은 젊

은 연구자들에 대해 정당하게 공로를 인정해야 하며, 연구에 실

질적으로 기여하지 않는 사람을 논문 저자로 올리는 이른바 “명

예저자(honorary authorship)”의 관행을 근절하는 것이 중요

하다. 셋째, 저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전에 출판된 자신의

연구물(게재 예정이거나 심사 중인 연구물 포함)을 새로운 연구

물인 것처럼 출판하거나 투고해서는 안 된다. 또한 하나의 논문

을 여러 편으로 나누어서 발표해서는 안 되며, 동료심사(peer

review)를 거치지 않은 연구 성과를 일반 언론을 통해 국민들

에게 직접 알려 대중적 명성이나 금전적 이익을 추구해서도 안

된다.

3) 실험실에서의 권위와 차별의 문제

오늘날 대부분 과학연구가 실험실이나 연구소에서 이루어지

다보니 연구소에서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 관계 속에서 다양한

차원의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실험실에서 지도교

수와 대학원생 그리고 연구책임자와 참여 연구원의 부당한 관

계, 성희롱을 비롯한 여성 및 소수자에 대한 괴롭힘이나 차별,

연구원의 채용 및 대우에서 부당함, 연구비 및 실험 재료 등과

같은 자원의 부당한 배분, 실험과정에서의 각종 위험물 사용에

대한 안전관리책임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연구부

정행위에 대한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를 보호하는 조치를

확립하는 것도 중요한 쟁점 중의 하나이다.

4) 특정한 대상이나 방법을 포함하는 연구

과학이 발전하면서 동물이나 인간과 같은 생명체도 과학연

구의 대상이 되고 있고 이로 인해 다양한 윤리적 쟁점이 제기되

고 있다. 즉, 어떤 연구와 실험이 사회적, 윤리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연구인지, 피실험자와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informed

consent)가 이루어졌는지, 인간의 존엄성 및 피실험 동물의 생

명 존엄성을 해치지 않았는지, 즉 실험동물에 대한 주의와 배려

가 충분히 기울여졌는가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또한 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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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윤리, 왜 필요한가?

이, 정신 장애자, 수형자 등 이성적 판단을 내리기 힘든 대상으

로 임상실험을 할 때 종종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곤 한다. 최근

에는 인간유전정보 및 프라이버시에 대한 인권 문제, 인간유전

자 특허와 허용 여부, 유전자 치료와 관련된 우생학적 쟁점 등

이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송석수와 김석관, 2006).

5) 연구자의 사회적 책임성

연구자의 사회적 책임성은 전문직 윤리와도 겹치는 부분으로

서, 공공자금을 이용한 연구가 공공성을 담보했는가, 연구비를

적절한 용도에 합당하게 사용했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연구자는 연구의 수행이나 결과의 활용에서 이해상

충(conflict of interest)의 가능성을 숨겨야 하며, 사회가 활용

하려는 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즉,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나 사회가 직면하는 중요한 문

제에 대해 책임성있게 발언하고 독립적인 조언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개념이 “전문가적 증인(expert

witness)"으로서의 역할이다(송진웅 역, 1994; Frazer &

Kornhauser, 1986). 그것은 ”어떤 것이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어떤 것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이며, 알려진 사실

의 경우 그것에 따르는 불확실성은 무엇이고, 지금 연구가 진행

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노력하면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또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나타내 보이는 것“을 의

미한다. 한편, 앞에서 언급한 연구윤리의 영역 구분을 다른 각

도에서도 접근해 볼 수 있다. 이때 연구윤리의 쟁점은 연구부정

행위와 관련하여 연구의 진행 과정인 연구 주제 선정, 연구 수

행, 결과 보고, 성과 활용에 따라 각 단계별로 분류해 볼 수 있

다. 즉, 연구부정행위는 연구진행 과정에 따라 적용되는 윤리

규범, 처벌 방식 등이 상이한데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

다(송진웅 역, 1994; Frazer & Kornhauser, 1986).

4. 연구윤리의 중요성

연구자에게 요청되는 연구의 지향 가치나 원칙이 연구 수행

전 과정에서 지켜지지 않을 때 연구자는 물론이고 학문 공동체

전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연구자는 연구윤리를

준수해야할 의무가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연구윤리가 필요한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연구윤리의 확립은 학계와 문화계에 고질화된 윤리 불

감증, 편법주의, 양적 업적주의의 폐해를 극복하여 연구에 신뢰

를 증진시킴으로써 개인의 품격 및 사회의 질(social quality)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1960년대 이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가 경탄할 만큼 빠른 속도로 놀라운 발전을 이룩

해 왔다. 그리하여 현재 한국 사회는 UN에 가입되어 있는 190

개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불이 넘어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 초반에 올라있고,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세계 시장

을 누비고 있을 뿐만 아니라 K팝, 한류 문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배출되어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UN 사무총장 배출, G20 의장국, 핵안보 정상회의, 여수 해양

박람회 등 국제적인 회의와 2018년 동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국력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외면적 화려함에도 불

구하고 우리의 내면을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공직자와 기업

인들의 뿌리 깊고 일상화된 부정부패와 비리, 학교폭력의 흉폭

화, 막말 및 저질 폭로, 탈법·무질서, 외국인과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목적 달성을 위해 정당한 방법이나 합리적 절차를

무시하는 윤리 불감증과 극단적 자기중심주의 등은 실망스런

우리의 현재 자화상이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품격은 떨어지

고 사회적 안정성, 응집성, 통합성을 저해될 뿐만 아니라 한국

의 이미지(브랜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 국가 권위나

경쟁력을 하락시키게 된다.

현재 우리 사회의 품격은 경제 규모와 달리 오히려 거꾸로 내

려가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가브랜드위원회와 삼성경

제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2011 국가브랜드지수 조사 결과’를 보

면 2011년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실체 지수는 50개국에서 15

위를 기록했으나 이미지는 19위에 그쳤다. 국가의 실제 경쟁력

보다 국제사회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얘기다

(서울경제신문, 2012). 이는 우리 사회가 성장한 만큼 건강하지

못하고 수준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회 구성원들

이 양심을 저버리고 예의염치를 모르고 타인의 행복과 법·도

덕을 무시하면서 자신의 욕구 충족과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뻔뻔함을 쉽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국민들의 귀감이 되어야 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부끄러운 행동을 부끄럽지 않게 보여주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

나면서 우리 사회에는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크게 줄고 있다.

사회에 정당한 권위를 가진 진정한 어른이 없게 됨으로써 목소

리가 큰 사람이 제멋대로 하는 무질서와 뻔뻔함이 버젓이 통용

표 2.연구단계별연구부정행위

연구 진행 과정 연구 주제선정 연구 수행 결과 보고 성과 활용

연구부정행위

(주요 연구윤리위반 유형)- 인간복제

- 대량살상무기

- 생명 존엄성 훼손

- 실험실 안전관리 소홀

- 스승과 제자의 관계

- 날조

- 변조

- 표절

- 불공정한 성과배분

- 성과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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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 J. Aesthet. Cosmetol.,Vol. 10 No. 2, 195-204, May 2012

됨으로써 보람되고 흐뭇한 삶을 기대할 수가 없게 되었다. 사회

적 품격이 낮은 곳에서 인간다운 삶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교수신문이 전국의 대학 교수 5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

과를 보면, 국가나 사회를 위해 일하는 공인(고위공무원, 교수,

기업인, 법조인,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인성과 태도, 능력으

로 전문성을 우선 꼽았고, 다음으로 청렴, 공정성, 신뢰, 정직,

공동체 의식 등 주로 인성과 태도에 관련된 덕목을 꼽았다. 가

장 부족한 덕목으로는 신뢰, 정직, 청렴, 공동체 의식으로 나타

났다. 공인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

기 때문에 어느 사회, 어느 시대를 구분할 것 없이 중요한 문제

이다. 투철한 된 공인의식이 없다면 사회의 품격 제고를 기대할

수 없다. 여기서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은 21세

기 무한경쟁 시대에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도덕성을 지녀야한다는 점이다(교수신문, 2012).

공인이든 대중이든 우리 사회의 품격을 크게 떨어뜨리는 학

연, 지연, 혈연에 입각한 맹목성과 편협성의 가치 추구 그리고

관행화된 불법과 탈법, ‘정당한 절차를 무시해도 원하는 성과

만 얻으면 그만이다’라는 윤리적 불감증의 총체적 축소판을 우

리의 올바르지 못한 연구수행의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금년

총선에서 불거진 국회의원 당선자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사건

을 포함하여 그동안 목격했던 여러 연구부정행위 사건이 재발

하여 학문(연구)활동에 대한 불신과 사회적 혼란하도록 초래하

도록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둘째, 연구윤리는 연구자 개인으로 하여금 무엇이 옳은 연구

방향인지를 잘 모르거나 혼란스러울 때, 명확하게 바람직한 방

향을 안내해 주고, 연구부정행위나 부적절한 행위에의 유혹을

떨쳐 버리게 함으로써 연구자가 진실하고, 당당하고 책임 있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연구윤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연구자가 많을수록 연구부정행위를 예방할 수 있고

책임있는 연구 수행의 문화를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임있

는(바람직한) 연구수행을 위한 올바른 태도와 실천은 현재는 물

론이고 미래에도 국가 경쟁력(국가 브랜드) 제고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연구자가 속한 학문 공동체의 발전과 국가의 경쟁력을 제고하

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서 국가 경쟁력은 고부가 가치를 창

출하는 연구의 경쟁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연구 과정이

나 결과 산출에서의 정직성, 객관성, 책임성을 등한시 한 채, 단

순히 남보다 먼저 연구 성과를 산출했다고 해서 높은 경쟁력을

갖는 것이 아니다. 지켜야 할 공정한 룰을 지키지 않고 먼저 간

것보다, 조금 늦더라도 지킬 것을 제대로 지켜 얻는 결과가 진

정한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Ⅲ. 결 론

우리나라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과제

오늘날 연구 활동은 순전히 개인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

는 것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5년 말에 발생한 황우석 사

건에서도 보듯이, 한 연구가 미치는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영

향력은 매우 크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연구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는 이 때, 그 연구가 위조, 변조, 표절 되

었다면, 또는 연구 과정에서 연구자가 지켜야 할 도리나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면 그 연구에 대한 불신은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구자 간 과도한 경쟁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

의 심화, 과도한 실적 위주의 연구업적 평가 등으로 연구윤리를

위반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는데, 과학의 진실성과 사회적 책

임감이 실종되면 국민과 사회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지 못하

고 이는 결국 개인 및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

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연구자는 바람직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

해 따라야 할 연구윤리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실천해야 한

다. 즉, 연구자는 편견, 자기기만, 과장, 무지나 실수에 근거하

여 연구의 기획, 수행, 결과 보고 등을 하지 않아야 하며, 이해

충돌이 생길 경우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관점에서 접근해

야 한다. 연구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자는 올바른 연구 수

행에 필요한 가치 혹은 덕목을 정확하게 이해하여야 하며, 윤리

적으로 연구를 수행해야 할 범위가 어떤 것인지도 잘 알아 실천

해야 한다. 즉, 연구자는 연구에서의 진실성 확보를 위해 지켜

야 할 높은 기준(standards)이 무엇이며, “책임있는 연구수행”

을 촉진하기 위한 제시된 지침이나 정책을 알고 준수해야 한다.

종종 많은 사람들이 법이나 윤리 등 인간 삶에서 지켜야 할

규범을 자신의 자유로운 행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

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연구윤리에 대해서도 연구자의 창작과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예로 들어 보자. 만일 어떤 운전

자가 운전 중에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을 알지도 못하고 또

연구윤리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

연구윤리 구현(Implementation)

연구윤리준수 및 감독

(Compliance and oversight)

• 조직제도(하드웨어)• 운영내용(소프트웨어)

• 지침서• 교육• 학생관리

• 부정행위 처리

그림 1.연구윤리확립의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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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윤리, 왜 필요한가?

운전 습관이 좋지 않다면(안전띠를 매지 않거나 과속이나 신호

등 위반 등을 상습적으로 할 경우), 사고의 위험이 그만큼 높고,

이때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운전자나 보행자들에게 큰 피해를

주거나 죽음으로 몰고 갈 확률이 높다. 그러나 운전자가 올바른

운전 습관을 가지고 교통 규칙을 지키면서 운전을 한다면, 안전

하고도 편안하게 운전을 함으로써 위험한 일을 유발하지 않을

것이다. 연구자에게 연구윤리는 마치 운전자에게 있어 안전띠

나 준수해야 할 교통 법규처럼 연구자가 알고 지켜야 할 행동양

식을 제시한다. 그래서 연구자가 연구 수행 과정에서 잘 모르거

나 어떻게 해야 올바른지 혼란스러울 때 명확하게 바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연구윤리는 이처럼 연구자로 하여금 정직하고 당

당하게 그리고 책임있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므로 연구 활동을 위축시키는 구속물이 아니라 오히

려 연구자를 자유롭게 해준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우리 학문 공동체는 연구윤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제도화도 매우 빠른 속도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연구윤리의 확립을 위해 연구자 개인은

물론이고 연구기관 그리고 연구자 공동체 더 나아가 국가가 노

력해야 할 부분도 많다. 아무리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연구 결과

를 발표했다고 해도, 그것이 연구윤리를 위반하여 나온 것으로

판명되었을 때는 연구자 개인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학문공동

체와 국가의 신뢰도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게 된다. 학술 연구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만큼 연구자의 정

직성과 책임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바람직한 지침을 안내하고

연구자에게 연구윤리 의식을 함양하는 교육 체계가 수반되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릴 때부터 연구자로서 바람직한 연구

수행에 필요한 지식 습득과 자질 함양은 물론 연구윤리 의식이

체화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교육을 하는 것이다.

연구윤리 확립의 모형(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

2007; 그림 1)에 따라 평가해 볼 때, 연구윤리의 제도화 측면은

상당히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으나, 연구윤리의 구현 측면이나

연구윤리의 준수 및 감독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그 성과가 미

흡하여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내실있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연구윤리교육이나 연구윤리 관련 교재나 자료의

개발 등(soft ware)은 상대적으로 미흡하여 연구자의 연구윤리

의식을 높이는 데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다음으로 대학이나 연구 기관에서는 연구자가 바람직한 연구

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잘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그

동안 학계와 정부는 우리의 연구윤리를 확립하기 위한 여러 가

지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 왔으며, 이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총장 선거, 고위

공직자의 임용에서부터 가장 최근에는 유명 스포츠 선수 출신

의 국회의원 당선자의 표절 사건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 연

구부정행위(위조, 변조, 표절, 부당한 논문저자표시 등)나 연구

부적절행위(중복게재 등)가 줄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황

우석 사건을 계기로 2007년 이후부터 각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는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만들고 연구부정행위를 검증

하기 위한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구자

들의 연구윤리의식이 낮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낮은 연구

윤리의식의 배경에는 표절이나 중복게재 또는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가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고, 타인의 업적을 몰래 가로채는

비도덕적인 행위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

다. 뿐만 아니라 교수 임용, 승진, 성과급, 고위직 등을 위한 경

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많은

업적을 내면 된다는 수단 중시, 편법, 같은 교수끼리 잘못을 눈

감거나 지나친 관대함 등 학계의 잘못된 관행이 구조화되어 있

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빗나간 연구 활동 문화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

이를테면 연구윤리교육을 내실있게 운영하는 노력을 체계적으

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왜 이러한 잘못된 관행

이 고질화되었는지에 대한 분석과 함께 바람직한 연구수행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과 연구자의 연구윤리의식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다음

으로 이러한 연구자들의 높은 연구윤리의식이 인정받고 통용될

수 있는 바람직한 연구 문화를 확립하도록 해야 한다. 연구자가

바람직한 연구를 수행하는 데 좋은 안내 역할을 할 수 있는 연

구 수행의 지침을 제정하여 누구나 알고 실천하도록 교육하고,

만일 이 룰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엄정한 검증을 거쳐 그에 상

응하는 제재를 받는 것을 당연시 하게 해야 한다. 표절을 예로

들어보자. 외국의 경우, 표절은 “타인이 이룬 업적을 절도하는

일종의 범죄 행위”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표절에 대

정 부

연구자

대 학,연구소

사회, 시민

성숙한 연구환경 (정직한 연구문화)

성숙한 연구환경 (정직한 연구문화)

효과적인 연구윤리 교육체계

연구자의 연구윤리의식

연구윤리의 제도화연구윤리지침

연구윤리준수

그림 2.바람직한연구윤리정립을위한통합적접근원리.

Page 10: 연재1. 연구윤리, 왜 필요한가?. 이인재(1).pdf · ② 연구에는 반드시 동물실험이 선행되어야 한다. ③ 위험은 반드시 예상되는 이득에 의해

204 www.kosac.or.kr

Kor. J. Aesthet. Cosmetol.,Vol. 10 No. 2, 195-204, May 2012

한 명확한 기준 제시와 시스템 활용 그리고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표절이 발생하면 엄정하게 조사하여 그

에 상응하는 제재를 가차없이 하고 있다(한국일보, 2012). 우리

도 표절을 포함한 다른 연구부정행위에 대해 더 이상 방관하거

나 봐주기로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

비록 지금까지는 학계 내외에서 절실히 요청되는 연구윤리의

문제에 대해 정부에 의한 Top-down 방식으로 먼저 추진되었

고(연구윤리 확립 초창기에 이러한 접근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

음), 이로 인한 정책의 효과와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도

있었지만, 연구윤리 확립을 위해 제도 및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상당히 기여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짧은 기간에 추진되

었지만 현재 우리가 가진 연구윤리에 관한 제도 및 시스템은 연

구윤리에 관한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평

가할 수 있기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급하게 추진하기도 했

고, 또 정부 주도에 의한 top-down 방식에서 비롯될 수 있는

연구자 및 연구 공동체의 연구윤리 의식의 미흡과 자율적인 실

천의 부족은 우리가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 바람직

한 연구윤리의 확립을 위해 그림 2에서처럼, 연구자의 자율적

인 연구윤리의식의 제고, 연구자의 올바른 연구 수행을 지원하

는 제도와 시스템의 구축이 서로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

는 연구 문화를 하루빨리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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