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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발표 3 과학의 사회적 불평등 - 상업화를 중심으로 김동광 국민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2020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 - 과학의사회적불평등kstam.kofst.or.kr/file/2007/session4/3.pdf이 자료의 대량처리 기술, 그리고 연구결과를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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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제발표 3

    과학의 사회적 불평등

    - 상업화를 중심으로

    김 동 광

    국민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 과학의 사회적 불평등

    - 상업화를 중심으로

    김 동 광

    국민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1. 들어가는 말

    과학의 불평등이라는 주제에는 많은 영역들이 포괄될 수 있다. 과학에 대한 사회학

    적 접근은 오래전부터 불평등이라는 주제를 다루어왔다. 그것은 주로 과학자 사회

    (scientific community) 내적 접근이 주류를 이루었다. 과학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계층화의 문제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제도주의 과학사회학을 처음 수립한 학자

    로 알려진 로버트 머튼(Robert K, Merton)은 마태효과를 통해서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누적적으로 증가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머튼 이후에도 콜 형제(Jonathan

    R, Cole and Stephen Cole), 주커만(Harriet Zuckerman) 등 많은 과학사회학자들

    이 주로 생산성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을 계층화와 성차 등의 주제로 연구했다.

    이러한 접근들은 머튼의 영향으로 인한 제도주의적 관점과 기능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

    다. 여기에서 불평등은 과학이라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제도 내에서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독

    특한 규범을 토대로 지식 생산이라는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무엇으로 간주

    되는 경향이 있다. 머튼은 과학자들이 인정을 얻기 위해서 우선권 경쟁을 벌이는 것은 당연

    한 일이고, 과학상과 같은 인정은 소수의 과학자들에게 한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스타 과

    학자의 탄생도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았다. 또한 이러한 기능주의적 틀에서는 스타과학자들의

    역할은 과학이라는 제도의 원활한 역할 수행과 발전에서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불평등은 이 제도의 한 부분일 뿐아니라 많은 도움을 주는 요소인 셈이다. 실제로 머튼은 후

    광효과의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젊은 과학자들이 이 효과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충고를 하기

    까지 했다. 또한 상당수의 머튼주의자들은 실제 과학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들은 소수의 엘리

    트 과학자이며, 그 때문에 과연 많은 과학자들이 과학 연구에 참여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

  • 을 제기하기도 했다.

    과학의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상당히 최근의 일이었다. 그 근본

    적인 뿌리에는 과학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 토마스 쿤(Thmas Kuhn)의 『과학혁명의

    구조』는 이러한 인식 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1970년대 후반 이후 수립된 구성

    주의적 과학사회학은 사회적 구성물, 사회적 실행으로서 과학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

    었다.

    다른 한편으로 전통적으로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간주된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진출도 중

    요한 역할을 했다. 이런 흐름에는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의 『침묵의 봄』과 환경운동

    의 대두로 시발된 과학과 대중의 역관계 변화와 같은 과학기술을 둘러싼 참여적 전환이 크게

    작용했다(김동광, 1998)

    이 논문은 과학과 사회의 관계 상황 변화로 인해 최근 중요한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과학

    기술의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주제의 의미와 최근 과학기술학에서 제기되고 있는 개념들을 검

    토하고자 한다. 먼저 생명공학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을 둘러싼 상황 변화라는 구조적 측면을

    살펴보고, 과학기술의 상업성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의 불평등이 과학 연구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할 것이다.

    2. 과학을 둘러싼 상황의 변화

    - 생명공학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의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주제를 구조적인 측면에서 다루기 위해서는 과학활동의 성

    격이 역사적으로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평등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배

    태되었는지 살피기 위해서는 많은 지면이 필요할 것이다. 이 절에서는 2차 대전 이후 새롭게

    등장한 거대 과학(big science)이라는 과학연구 방식의 특징을 언급하고, 이러한 경향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생명공학을 통해 과학을 둘러싼 상황 변화를 스케치할 것이다. 특히

    인간유전체계획이라고도 불리는 인간게놈프로젝트는 1990년에 시작되어 2001년에 완성되기

    까지 이전과는 다른 연구 방식을 정착시켰고, 다른 과학 분야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1)거대과학

    거대과학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2차세계 대전 이후 새롭게 등장한 과학연구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거대과학의 선조뻘에 해당하는 움직임은 20세기 초 이른바 대규모 과학의

  • 흐름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거대과학은 막대한 비용, 엄청난 물리적 자원, 인력, 기술력 등이 요구되기 때문에 소수의 개

    인이나 작은 연구집단으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새로운 연구방식이다. 가령 거대한 입자가

    속기는 지름이 수 킬로미터에서 수십킬로미터에 달하고 그것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비용과 자원이 동원되어야 한다. 또한 하나의 입자가속기에 수십에서 수백명의 박사급 과학

    자들이 참여한다.

    거대 과학이 가져온 변화는 가장 먼저 과학 연구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결정이 과학자 개인

    이나 작은 연구자 집단에서 거대한 연구소, 기업, 나아가 국가로 이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연구의 주도권(initiative)이 과학자 개인에서 자본이나 국가와 같은 거대 조직으

    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과학자들이 연구주제를 결정하는 데 자신의 관심사

    가 일차적인 요소로 작용했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더 이상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

    관심이 아니라 연구비를 지원받거나 직장을 구하기 쉬운 분야에 맞추어서 연구주제를 설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것은 연구비를 지원하는 대기업이나 국가가 특정한 방향으로 연구비

    를 집중 지원하기 때문에 과거처럼 자유로운 연구주제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특징은 과학 연구의 중앙집중화, 관료화, 그리고 정치화이다. 많은 숫자의 연구자들

    이 함께 모여서 단일한 연구 주제를 놓고 분업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연구

    는 중앙집중화되고 관료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많은 숫자의 연구관리자들이 생겨나게 되

    고, 보다 많은 연구비를 얻기 위해서 이른바 자신의 연구를 선전(PR)하고 로비해야하는 새로

    운 풍속도가 생겨나게 되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연구비를 얻기 위해 자신들의

    연구를 선전하고 연구비 지원서를 작성하는 등의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이 계속 증가해서 전

    체 연구시간의 30퍼센트 가량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른바 과학의 상업화와

    정치화가 증대되는 문제점이 있다.

    2)과학활동에 미친 HGP의 영향 - 새로운 연구프로그램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는 단일 프로젝트로는 가장 큰 규모였을

    뿐아니라 그밖의 여러 가지 특성에서 과학활동(scientific practice)에 새로운 전범을 제공했

    다. 어떤 면에서 HGP는 거대과학의 전형을 이루지만, 다른 한편으로 “미리 설정된 기한 내

    에 명확하게 주어진 목표를 실천”하는 새로운 연구양식(research style)"을 선보였다. 또한

    HGP 완성 단계에서 이루어진 게놈 콘소시엄과 셀레라 게노믹스사의 경쟁에서 잘 나타났듯

  • 이 자료의 대량처리 기술, 그리고 연구결과를 놓고 벌이는 속도경쟁을 과학연구활동이 달성

    해야 할 주요한 목표이자 덕목으로 부상시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른바 과학연구의 “아

    메리칸 스타일”이라 불리는 자기 선전과 광고도 연구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위를 확보하

    게 되었다. 지난 2월 13일에 공적 지원을 받는 인간게놈프로젝트 콘서시엄측과 개인기업인

    셀레라 게노믹스가 공동으로 결과를 발표한 이후, 셀레라 게노믹스사는 공개적으로 자신들이

    해석한 게놈 정보를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공적(公的) 활동으로 이해되었던

    과학연구의 성격이 사적 활동, 또는 상업적 활동으로 변화되는 중요한 전환점을 이룬다.

    HGP는 그동안 유전자와 생물 특허를 둘러싼 논쟁, 공적 콘서시엄을 탈퇴한 과학자들의 바이

    오 벤처 설립, 공적 콘서시엄과 기업의 속도 경쟁, 연구결과의 공공연한 판매 등의 과정을

    통해 그동안 암묵적으로 진행되어온 과학활동 및 그 결과의 사유화 및 상업화를 공식화, 합

    법화시키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것은 단지 생명공학이나 생물학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천년대가 시작된 이래

    생물학 이외의 다른 분야의 과학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새롭게 부상하고 있

    는 나노 기술 및 그와 연관된 융합기술들의 국가적 프로젝트는 HGP의 전형을 따르는 양상

    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HGP는 생물학 뿐아니라 다른 과학분야에 대해서도 라카토스의 개

    념으로서의 연구프로그램(research program), 또는 쿤의 개념으로서의 전범(exemplar)을 제

    공하고 있는 셈이다.

    3. 상업화의 진전

    과학의 상업화에 구조적 토대가 마련된 것은 미국에서 공교롭게도 같은 해인 1980년에 일어

    난 두가지 사건을 통해서였다. 하나는 이후 생물특허의 길을 열어준 역사적 사건으로 꼽히는

    다이아몬드 차크라바티 사건(Diamond v. Chakrabarty)이었고1), 다른 하나는 역시 1980년에

    제정된 특허 및 상표에 관한 개정법안(Patent and Trademark Amendments Act)이었다.

    이러한 변화의 배후에는 레이건 대통령의 과학고문인 조지 케이워스 2세(George Keyworth

    II)가 있었다. 그는 날로 하락하는 미국의 경쟁력을 구해낼 수 있는 수단으로 산학 협력을 주

    창하고 나섰다. 케이워스 2세의 관점에서 미국의 과학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1) 제너럴 일렉트릭 소속 미생물학자 아난다 차크라바티(Ananda Chakrabarty)는 1971년에 해양 유출 기름을

    제거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된 미생물의 특허를 특허청에 출원했다. 당시 특허청은 미국 특허법 상 생물은

    특허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후 항고를 거치면서 오랜 논란을 벌이다가 1980 대법원에

    서 5:4의 근소한 차이로 특허가 인정되었다.

  • 대학이나 연방 기관에 속한 과학자들이 기업 전문가, 그리고 시장의 경험과 안내로부터 분리

    되어 사실상 고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Krimsky, 2004).

    1980년에 걸쳐 연방과 주 정부에서 수립된 일련의 정책들은 사기업들이 대학 연구에 좀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강력한 동기를 부여했다. 그 덕분에 대학들은 자신들의 소속 교수들이

    이룬 발견으로부터 직접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다이아몬드 차크라바티 판결은 유전자라는 공유지를 사유화해서 상품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법적 토대를 제공했다. 당시 재판장 워렌 버거는 ‘문제는 생물이냐 무생물이냐가 아니라 인

    간의 발명이냐 아니냐이다“라고 말해서 이후 동식물에 대한 특허의 길을 열어주었다. 대법

    원의 판결이 있은 후 7년 뒤인 1997년에 특허청은 동물을 포함한 모든 다세포 유기체에 특

    허가 부여될 수 있다는 결정을 공포했다. 특허청장 도널드 퀵(Donald J. Quigg)은 인간 전체

    는 특허의 대상이 아니지만 모든 분리된 부분들에 대해서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인간 유전자. 세포주, 조직, 기관을 비롯해서 배아와 태아도 특허 대상의 범

    주에 들어가게 되었다(리프킨, 1998).

    대법원은 유전자 조작된 박테리아가 그것이 사용된 과정과 별도로 ‘그 자체로’ 특허의 대상

    이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 덕분에 세포주, DNA, 유전자, 동물, 그리고 인간에 의해

    조작되어 “제조된 상품”으로 분류되기에 적합한 그밖의 모든 생물에 대한 특허 신청이 봇물

    을 이루었다. 연방대법원의 이 판결을 통해 미국 특허청은 지적 재산권의 범위를 아직까지

    생물체 내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밝혀지지 않은 DNA 단편들에 대해서까지 확장했다. 이 결정

    은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해석한 대학 과학자들이 기업에 사용권을 주거나 스스로 자신의 회

    사를 설립할 수 있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을 가짐을 뜻했다.

    다른 한편, 1980년에 대통령 및 의회에 조언을 제공하는 독립된 국가과학정책 기구인 과학

    심의회(National Science Board)는 산학협력을 연구의 초점으로 삼았다. 의회는 1980년에

    특허 및 상표에 관한 개정법안(Patent and Trademark Amendments Act), 흔히 베이돌 법

    안(BayhDole Act[PL 96-517])이라고 알려진 법안을 통해 특허법을 개정했다. 이 법안의

    내용은 대학, 중소기업, 그리고 비영리 기구들에게 연방 연구기금으로 이루어진 발명에 대한

    권리를 부여했다. 이 권리는 그 발명에 해당 기관의 자금이 지원되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주어졌다. 연방에서 지원한 연구를 통해 이루어진 발명에 대해 권리를 획득할 수 있는 자격

    은 1987년 4월 10일 행정명령(12591)에 의해 산업 전체로 확장되었다.

    이라는 저서로 잘 알려진 슬로터와 레슬리는 대학이 연방에서 지원받은 연구비로 개발한 지

    적 자산에 대해 특허권을 가지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라고 비판했다(Slaughter and Leslie,

  • 1997).

    베이돌 법안이 새로운 연방 정책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었다면, 그밖의 많은 법률과

    행정명령들이 그 법안을 떠받치는 철학을 강화시켜주었다. 1980년의 스티븐슨 와이들러 기

    술혁신법(Stevenson-Wydler Technology Innovation Act, PL 96-480)은 기업, 정부, 대학

    간 협력을 장려함으로써 미국의 기술혁신을 촉진하려는 목적으로 마련되었다. 1981년에 제

    정된 경제회복 조세법안(Economic Recovery Tax Act, PL 97-34)은 대학에 연구장비를 기

    부한 기업들에게 세액 공제 혜택을 주었다. 또한 이 법안은 연구개발제한협력(Research and

    Development Limited Partnerships, RDLPs)이 산학협력을 염두에 두고 계획된 경우 조세

    특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허용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 산학협력센터(UIRCs)의 설립은 일차적으로 연방과 주 정부에

    서 지원하는 자금으로 이루어졌다. 1980년 이전에는 고작 세 주에만 산학협력센터가 있었지

    만, 10년이 지나자 산학협력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26개주로 늘어났다. 1990년까지 이들 산

    학협력센터에서 이루어진 연구는 대학의 전체 연구개발 예산에서 약 15퍼센트를 차지하게

    되었다.

    OTA의 연구에 따르면, “여러 사건과 정책들의 결과 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대학과 기업 사이

    의 협력관계에 관한 활동에서 대학, 산업, 그리고 정부의 이해관계가 증가했다.” 또한 지난

    십여년 동안, 산학 연계는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기업이

    후원한 대학 기반 연구가 모든 산업 부문의 전체 평균보다 20퍼센트 이상 높은 생명공학 분

    야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생명공학 기업들 중에서 대학 연구를 지원하는 회사들은 50퍼센트

    가 넘는다(OTA, 1987)

    같은 기간에 생명공학에서 최소한 11개의 수백만 달러의 다년 연구 계약이 화학과 제약회사

    들에 의해 체결되었다. 1984년까지 생명공학 분야 기업들이 대학에 지원한 연구비는 총 1조

    2천만 달러에 달했다. 이 액수는 기업들이 대학 연구에 지원한 전체 연구비의 42퍼센트에

    해당한다. 대학의 특허 획득을 허용한 베이 돌 법안의 영향은 미국립연구위원회가 개최한 지

    적 재산권에 대한 한 워크숍에서 발표된 요약 선언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대학의 특허 획

    득은 1965년에서 1980년까지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그 이후 특허 숫자는 급격하게 늘어났

    고, 이러한 추세는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1965년에서 1992년까지 대학의 특허 숫자는 96

    개에서 1500개로 15배 이상(1500%) 늘어났다. 반면 전체 특허 증가는 50퍼센트에 불과했

    다. 2000년에 대학이 받은 특허는 3,200개가 넘었다. 대학에서 늘어난 특허 숫자 중에서 가

    장 큰 부분은 생의학이 차지했다(Krimsky, 2003).

  • 이러한 상업화의 양상은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말 IMF 위기를 전후해서 본격적으로 나타났

    다. 미국의 베이돌법과 비슷한 내용의 두가지 법안이 마련되었다. 첫째는 2000년에 제정된

    기술이전촉진법으로 공공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민간부문에 이전하여 산업화하는 것을 적

    극 지원하는 것이고, 둘째는 산업교육진흥법 개정안이 2003년 통과되어 본격적으로 대학의

    과학연구가 상업화하는 계기를 맞게 되었다. 그로 인해 대학에 산학협력 사업을 전담하는 별

    도 법인 형태로 산학협력단이 설립되었다(김환석, 2007).

    4. 상업화가 과학 연구에 미치는 영향

    그렇다면 상업화가 문제가 되는 지점은 어디인가? 1972년에 설립되어 1995년에 폐지된 미

    의회 산하의 기술평가국(Office of Technology Assessment, OTA)는 산학협력을 통해 대학

    과 기업의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통합시키려는 노력의 귀결로 제어하기 힘든 일부 난제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학연계는 과학정보의 자유로운 교환을 저해하고, 학과간 협력

    을 저해하고, 동료들 사이에서 갈등을 야기하고, 연구결과의 발표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기

    때문에 대학의 학문적인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나아가 특정 목적이 지시된 자금

    지원(directed funding)은 간접적으로 대학에서 수행된 기초 연구의 유형에 영향을 미치고,

    상업적인 가능성이 전혀 없는 기초 연구에 대한 대학 과학자들의 관심이 줄어들게 할 가능성

    이 있다”(OTA, 1987). 이러한 OTA의 예견은 사실로 드러났다.

    1) 이해갈등의 증폭 - 공공성의 약화

    이해갈등(conflict of interest)은 모든 사회 구조에서 나타날 수 있다. 그 구조가 복잡할수록,

    그리고 이해관계의 얽힘이 다양할수록 이해갈등이 나타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과학에서 이해갈등 문제가 부각되는 까닭은 과학을 둘러싼 상황의 급격한

    변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생명공학의 경우에서 드러나듯이 과거와는 다른 종류의

    활동 영역이나 범주가 급격하게 과학 활동(scientific practice) 속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과

    학자들이 전통적으로 지켜오던 가치와 규범이 무너지고, 새로운 상업주의적 에토스가 빠른

    속도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혼란이 이해갈등을 더욱 부각시키는 측면이 있다.

    (1) 학문적 과학자들이 직접 자신의 분야와 연관된 기업을 설립하는 경우

  • 생명공학의 경우 1980년 이후 과학과 사업의 관계는 1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달라졌다.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에 필적하는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는 재

    조합 DNA(recombinant DNA) 기술을 처음 실현한 사람 중 한명인 허버트 보이어(Herbert

    Boyer)는 실험에 성공한지 3년만인 1976년에 최초의 생명공학 회사인 제넨테크

    (Genentech)를 설립했다. 곧이어 노벨상 수상자인 하바드 대학의 월터 길버트(Walter

    Gilbert)도 미국과 유럽의 과학자들과 함께 바이오젠(Biogen)을 설립하면서 미생물을 유전자

    조작해서 당뇨병 치료에 필수적인 인슐린을 생산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과학

    정치가로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제임스 왓슨(James Watson)조

    차도 월터 길버트가 연구를 한 곳이 하버드 대학이었다는 점에서 이런 물음을 제기했다. “교

    수가 자기 대학 시설을 이용해서 한 연구를 토대로 개인의 부를 축적하도록 허용해야 할 것

    인가? 학문적 과학(academic science)의 상업화가 해소할 수 없는 이해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막대한 돈이 오갈 때 안전성이라는 문제가 제기되지 않겠는가?”2)

    오늘날의 상황은 1980년대와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바뀌었다. 더 이상 학문적 과학자가 기

    업을 차리고 특허를 받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대학의 연구는 ‘활용되지 못한

    자원(underutilized resource)’으로 간주되면서 교수는 단순한 연구자나 교수자가 아니라 교

    수-기업가(professor-entrepreneur)가 될 것을 권장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이나 공공 연구소에 소속된 학문적 과학자가 기업을 설립하는 이유는 물론 자신의 연구

    결과를 상업화시키기 위함이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공적인 연구비로 지원되는 대학이나 공공 연구소의 설비와 기존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연구를 사적인 이익으로 전유하는 문제

    둘째, 해당 연구자가 공적 지위와 사적 지위를 겸직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이해갈등의 문제

    (2) 학문적 연구자가 지원을 받은 기업의 상품에 대한 심사를 담당하는 경우

    최근 대학에 대한 기업들의 자금 지원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빚어지는 이해갈등 유형

    의 하나는 연구 과학자가 자신이 지원받는 기업의 상품에 대한 임상시험이나 신약 승인 검사

    에 참여하는 경우이다. 연구의 전문화 정도가 날로 높아져 해당 분야의 연구자 풀이 크지 않

    고, 대학 연구자들이 문제의 기업체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지 여부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경우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웨스 레들레 소아 백신(Wyeth Lederle Vaccines and Pediatrics)은 로타바이러스3)

    2) 제임스 왓슨, 『DNA; 생명의 비밀』(이한음 옮김, 까치), p. 139

  • 백신으로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제약회사이다. FDA는 신약 평가에서 가장

    엄격한 기관으로 알려져 있고, 이 회사는 1987년에 “로타쉴드(Rotashield)” 백신으로 “조사

    신약신청서”를 냈고, 1998년 8월에 승인을 얻었다. 그런데 이 백신은 승인을 받은지 고작 1

    년만에 시장에서 회수되었다. 그 이유는 이 백신을 맞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1백회 이상의 중

    증 장폐색(腸閉塞) 증상이 보고되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정부개혁 하원위원회가 이 백신 승인 과정의 배후 정황을 조사했을 때, FDA와 질병통

    제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의 자문위원회가 해당 백신 제조업체와 연루된 인물들

    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이해갈등이 백신 프로그램에서 고질병처럼 빈발한

    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Krimsky, 2003)

    과학사회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은 과학자들이 과학지식이라는 확증된 지식을 만

    들어낼 수 있는 것은 다른 집단과 달리 과학자들에게 고유한 규범 체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

    고 말했다. 그것은 보편성, 공유성, 불편부당함, 그리고 조직화된 회의주의이다(Merton,

    1973). 비록 1940년대의 상황을 토대로 한 것이었지만, 과학자들에게 이러한 규범이 작동하

    고 그래야 한다는 믿음은 과학자들 뿐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나 오

    늘날 이러한 믿음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비단 생의학 분야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

    지만 학문적 연구자가 불편부당함(disinterestedness)이라는 당위적 요구를 쉽게 무력화시키

    고 자신이 지원을 받거나 주식을 가지고 있는 등 이해관계를 가지는 업체의 손을 들어주는

    행위는 한편으로 공공 연구자의 진정성과 정체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그 결과 많은 피

    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또한 이러한 이해갈등은 해당

    기관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 과학 자체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낳을 수 있다. 겉으로 잘 드러

    나지 않지만 상업화가 수반하는 심각한 문제점 중 하나는 공익성을 담보해야 하는 정부의 과

    학정책과 대학의 연구가 상업화되면서 나타나는 공중의 신뢰 상실이라고 할 수 있다.

    2) 과학정보의 자유로운 교환 저해

    과학의 상업화가 야기하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과학 정보에 대한 독점, 자유로운 접근의

    제약, 그리고 이해관계에 따라 정보의 일부를 고의적으로 은폐하는 문제이다. 그밖에도 상업

    3) 로타바이러스는 극심한 위장염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 중 하나이다. 이 질환은 심한 설사를 일으킬 수 있고,

    입원 치료를 필요로 하는 유아와 어린이들의 절반 가량이 여기에 해당한다. 매년 미국에서 약 3백만건의 로타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일어나며, 매년 로타바이러스 복합증으로 발생하는 사망자수는 20명에서 1백명에 달한

  • 화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통용되던 에토스인 공유주의(communism)를 급속히 쇠퇴

    시키고 비밀주의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1)특허와 지적 재산권이 정보 접근을 저해하는 문제

    영국의 왕립학회(Royal Society)는 과학기술과 연관해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을 미리

    연구해서 일련의 권고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공론화를 주도하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4) 왕립학회는 지난 2003년에 라는 보고서를 제출했고, 이어 2006년에도

    상업화로 인한 커뮤니케이션의 저해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라는 보

    고서를 발간했다.

    2003년 보고서는 상업화의 진전으로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s, IPRs) 보호

    추세가 점차 강화되는 상황에서 지적재산권이 과학 연구활동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을 경고

    했다. 연구는 특허와 지적 재산권은 한편으로 창조적인 연구와 그에 대한 투자를 보호해줌으

    로써 혁신을 자극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결과가 독점된다는 사실은 사적 이윤과 공

    공선 사이에 긴장을 야기할 수 있고, 과학의 발전이 그것에 크게 기대고 있는 사상과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허와 지적 재산권이 강화되면서 그것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들은 장기적인 연구보다는 단기적인 연구에 치중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고 경고했다. 이 연구는 “지적재산권이 혁신과 투자를 자극하지만, 상업적인 세력들은 일부

    영역에서 비합리적으로 그리고 불필요하게 정보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권리, 그에 기반

    해서 연구할 수 있는 권리를 제약한다. 특허와 저작권에 의한 이러한 공공재(common)에 대

    한 제약은 사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며, 과학을 위한 노력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것이다”

    라고 결론지었다.

    (2) 상업적 이익과 결부된 정보의 독점 및 은폐 - 과학에 대한 통제력 약화

    과학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새로운 과학 연구 결과를 공중과 투명하게 소통할 필요성을 강력

    하게 제기한 2006년 보고서는 상업적 이해관계로 인해서 특정 연구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관

    행이 공익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4) 지난 1985년의 대중의 과학이해(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PUS)에 대한 보고서, 1992년의 기술위

    험에 대한 보고서 등이 그런 예에 해당한다.

  • 노바티스의 자회사인 노바티스 농업 연구소(Novartis Agricultural Discovery Institute,

    NADI)와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UCB)의 천연자원 칼리지는 5년 간에 걸쳐 2천 5백만 달

    러의 협력관계를 맺었다. 역사상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이 포괄 협정에서 학과의 모든 교수들

    에게 서명할 기회가 주어졌다. 1998년 12월까지 32명의 학과 교수들 중에서 30명이 서명을

    했거나 서명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미국의 한 고등교육 월간지 “이 협정이 특정 주제에 대해

    연구한 개인 연구자나 팀이 아니라 학과 전체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하다”라고 평했

    다(Krimsky, 2003)

    그렇다면 노바티스는 2천 5백만 달러를 투자한 대가로 무엇을 얻었는가? 이 회사는 노바티

    스가 대학에 지원한 연구비와 회사와 UCB 과학자들의 공동 프로젝트로부터 나온 모든 발견

    에 대한 사용권을 협상할 수 있는 우선적인 권리”를 사들였다. 이 협정에 의해 대학측은

    NADI와 UCB의 고용인들의 공동 노력에 의해 발명이 이루어지면 그에 대한 모든 특허권을

    가지게 된다. 반면 NADI 고용인들이 대학 시설을 이용해서 발명을 한 경우에는 공동 소유가

    된다. 기업의 연구자들이 UCB 내부 연구 위원회에 앉게 되었다. 대학으로 통하는 이 문은

    회사측에게 자신들이 기금을 지원하는 연구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능을 부여해주었다. 결과적

    으로 이러한 조치는 대학층의 연구자들이 노바티스사의 제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했다. 협정은 서명에 참여한 이 학과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제약을 가했으며, 참여한 교수들은 NADI의 전용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권

    리를 부여하는 비밀 협정에 조인하게 되었다. 일단 교수가 비밀 협정에 서명을 하면, 당사자

    는 노바티스의 승인없이는 해당 데이터가 포함된 결과를 발표할 수 없게 된다.

    2000년 5월 캘리포니아 상원의원 톰 헤이든(Tom Hayden)의 주도로 버클리-노바티스 계약

    건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다. 학장은 청문회에서 비밀 협정에 서명한 교수가 공중에 심각한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우연히 접하고 양심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라

    는 물음을 받았다.

    대학의 연구자나 학과와 계약을 맺은 기업들이 사전 협의없이 연구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그 상당수는 공중의 위험과 직결된다. 또한 상업적 이해관계에

    대한 정보 소통의 제약은 과학자들의 과학에 대한 통제력을 극도로 약화시킨다. 이것은 상업

    화로 인해 점차 상업적 이윤이 과학에 대한 거버넌스를 장악하고 연구 과학자들의 자기결정

    권이 급격하게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3)과학자 사회 내에서 확산되는 비밀주의 에토스

  • 1980년와 1990년대 이후 학문적 연구의 성격은 날로 변화하고 있다. 산학협동의 강화, 기업

    의 연구비 지원 증가, 비밀주의 증대 등이 그 주요한 변화에 해당한다.

    비밀주의는 기업의 연구비 지원이나 공식적, 비공식적 협정에 의거한 직간접적인 강제에 의

    해 정보의 접근이나 발표가 억제되는 앞의 경우와는 달리 상업주의가 과학자들의 연구양식에

    스며들어 내화되는 경향이 강하다. 다시 말해서 과학자, 또는 과학자 사회의 에토스가 상업

    화를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변화하는 양상에 해당한다.

    박희제 교수는 “과학의 상업화와 과학자 사회 규범구조의 변화”라는 논문에서 지적재산권과

    공유성을 주제로 심층 면접을 한 결과 70퍼센트에 해당하는 대다수의 응답자들이 지적 재산

    권 보장을 연구자의 노력에 대한 당연한 보상으로 간주하고, 중요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연구의 경우 지적재산권이 논문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상업

    화가 가장 활발한 생명공학과 정보과학 분야에서는 연구결과의 경제적 가치가 예상되면 특허

    를 먼저 신청한 후에 논문을 학술지에 제출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다음은 특허를 위해

    논문을 포기한 교수와 가진 인터뷰 내용의 일부이다(박희제, 2006).

    만약에 그것을 다 공개를 했을 경우에 우리가 특허권도 못따고 그러면 . . . 어떤 경제

    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것은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는 그런 것이 되기 때문

    에 . . . 우리가 그저께 모여서 회의를 했는데, 당분간 릴리즈(release)하지 않는 걸로,

    그리고 논문은 포기하기로 했죠. 그 문제가 심각한 문제예요. 논문을 포기하느냐 무료

    로 완전히 데이터를 공개하느냐?(지방 C 대학교 A 교수, 식물생리학 전공).

    오늘날 대학들의 새로운 상업적 관계 설정에 대해 칭송하는 글들이 너무 많아서 이러한 관계

    가 학문 기관의 충전성(integrity)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물음은 거의 제기되지 않았

    다. 설령 그런 문제가 드물게 표면화되어도 대학들이 어떻게 학문적 과학의 새로운 규범에

    적응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만 초점이 맞추어지곤 한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 지배적인 논의

    는 어떻게 대학의 연구를 산업 연구로 직결시키고, 과학자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함양시켜서

    과학 연구를 상업 이익에 직접 연결시키는 방안으로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학자들이 공익 활동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의 맥락에서 이러한 변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

    는지 논하고, 사회적 목적을 지향하는 학문적 자유를 지켜나갈 자신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 3) 상업화로 인한 연구 주제의 한정 - 불평등의 확대 재생산과 연구 다양성 파괴

    상업화가 과학 연구에 미치는 여러 가지 영향 중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그 결과가 오랜 기간

    에 걸쳐 지속되는 분야는 특정한 상업적 목적에 기여하는 주제로만 연구가 제한된다는 점일

    것이다. 과학의 불평등이라는 주제를 다룬 2003

    년 특집호는 개발국과 저개발국 사이의 불평등이라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이 특집

    호의 편집장을 맡은 피터 셍커(Peter Senker)는 편집자 서문에서 전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연

    구개발(R&D)의 높은 비율이 초국적 기업을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들에 의해 전지구적 시장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 수요는 고소득 소비자들의 수요이며,

    실질적으로 오늘날 대부분의 연구는 선진국의 대규모 시장 수요를 위해 진행된다는 것이다

    (Senker, 2003).

    상업화로 인한 연구 주제의 제한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오늘날 전체 연구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초국적 기업들이 지원하는 연구비

    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연구로 몰리면서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고부

    가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기술로 집중되면서 결과적으로 불평등을 확대재생

    산하는 현상이다. 다른 하나는 상업화로 인해 과학 연구가 특정한 주제와 방향으로 쏠리면

    서, 이러한 편향이 연구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현상이다. 이것은 냉전 종식 이후 전세계가 경

    제력을 중심으로 하는 무한 경쟁체계로 돌입하면서 과학 연구가 이를 위한 성장동력으로 동

    원되는 경향과 긴밀하게 연관된다.

    (1)부자를 위한 과학

    과학이 정치성을 가진다는 것은 과학사회학에서 오랜 동안 연구된 주제였다. 그것은 과학이

    보편적이지 않고, 특정한 집단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경향

    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가 고도화되고, 그에 따라 과학기술이 자본의 운동에 날

    로 긴밀하게 포박되면서 그 정도가 심화되고 있다고 표현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것은 오

    늘날 우리 사회에 팽배해있는 첨단 과학 지상주의와도 무관치 않다. 과학은 우리에게 좋은

    것이라는 과학주의(scientism)는 첨단 과학 또는 신기술은 곧 바람직한 것이라는 관념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겠지만, 이 글의 관심으로

    국한시킨다면 첨단 과학에 대한 편향은 과학이 무엇을 위한 인간 활동이고, 첨단 과학이 누

    구에게 봉사하는가라는 성찰을 무디게 하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내재한다.

  • 이러한 편향은 생명공학과 의료기술의 영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

    던 황우석 사태의 경우 초점이 논문 조작으로 모아졌지만, 그 속에는 누구를 위한 연구인가

    라는 사회적 쟁점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한 시민단체에서는 황우석은 “가난한 이들의 대

    안이 아니다”라는 글에서 “암의 정복이나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성공이 국민 대다수를 이루는

    노동자와 농민의 건강을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말했다(박주영, 2005).

    날로 늘어나는 세계시장(global market) 규모는 과학연구에 이윤창출과 경쟁력 확대라는 방

    향성을 부여해주고 있고, 연구개발의 수요층은 점점더 상품 구매 능력이 높은 고소득 집단을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양극화를 강화시키고, 불평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결

    과를 낳는다. 양극화의 심화는 필연적으로 계급, 계층간 갈등을 심화시켜서 과학 발전은 물

    론,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될 수 있다.

    (2)연구 다양성의 파괴

    상업화가 연구 주제를 특정한 방향으로 한정시키는 현상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영역이

    연구 다양성이다. 이것은 종 다양성, 생물 다양성, 그리고 유전자 다양성과 마찬가지로 상업

    화로 인해 급속하게 상실되고 있는 주제 중 하나이다.

    최근 지구온난화 문제가 전지구적 위기로 부상하면서 온난화를 둘러싼 논쟁은 마치 널뛰기를

    하듯 갖가지 주장들이 난무하며 격화되고 있다. 물론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이유는 이 주

    제 자체가 워낙 기업, 국가, 집단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정치경제적 사안이기 때문

    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주제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

    기 때문이기도 하다.

    펀토비치와 라베츠는 오늘날 과학이 처한 상황을 포스트-정상과학(post-normal science)이

    라고 규정하면서 그 특성을 불확실성의 소거불가능성으로 꼽았다. 포스트-정상 과학은 과거

    와 같은 “정량적 모형으로 설명이 불가능하고, 가치의 경합, 시급한 결정에 대한 요구” 등이

    특징이다(Funtowicz and Ravetz, 1992).

    종 다양성이나 유전자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지구 온난화나 기후 이변이 일상화되면서 급

    격한 상황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정 조건에 특화된 종이나 유전자가 쉽게

    그 효용성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불확실성이 날로 증대되는 과학의 상황에

    서 특정 분야나 주제로 한정된 연구는 과학의 대응력과 문제 해결능력을 지극히 좁은 범위로

    제한시킬 수 있다. 상업화는 본질적으로 이윤 창출과 무관한 연구에 연구비가 지원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공익 연구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

  • 5. 상업화와 불평등에 대한 대응 - 공익 과학

    과학의 상업화에 대한 대응은 과학자들과 과학기술학 및 과학정책학자 등 여러 방향에서 이

    루어졌다. 이러한 움직임의 공통된 흐름은 과학의 공익성을 강조하면서 사익을 위해 이용되

    는 과학이 아닌 공익 과학(public interest science)의 개념을 수립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이

    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공익연구개발, 과학의 성차별 등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1)공익과학협회

    과학자들은 거대과학의 효시격인 맨해튼 프로젝트로 탄생한 원자폭탄이 투하된 직후인 1946

    년에 세계과학노동자연맹(The World Federation of Scientific Workers, WFSW)을 결성해

    서 과학이 전쟁에 동원되는 ‘과학의 오용’을 비판했다. 1981년에 회원수가 30만명에 달했던

    이 단체는 “불필요한 고통과 낭비를 초래할 뿐아니라 과학 그 자체의 진보를 저해하는 과학

    의 오용을 수동적으로 용인할 수 없다”면서 핵무기 축소와 핵실험 반대를 주장했고, 과학은

    인류 복지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는 일반 시민보다 큰 책임을 진다는 입장을 천명

    했다. 또한 1957년에 시작된 퍼그워시 운동(Pugwash Movement)에는 마리 퀴리를 비롯한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참여했다.

    과학이 잘못 이용되는 시기마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해온 과학자들의 전통은 과학이 상업화되

    고 불평등을 강화시키는 상황에서도 다시 힘을 발휘했다. 1998년에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

    이 매사추세츠주 우주홀에 모여서 공익과학협회(Association for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ASIPI)라는 전문가 그룹을 형성했다. 이 과학자들이 제시한 목표는 다음과 같다.

    공공선에 봉사하는 과학(science serving the public good)

    • 개인, 기업, 그리고 전문가 사회의 이익보다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집단을 수립한다.

    • 공익 과학이 어떻게 수행되는가라는 이념을 발표하고, 기초 연구의 정책과 응용 사례들을

    논하고, 그 영역을 확장시키기 위한 논의의 장을 제공한다.

    • 동료심사(peer review), 이해갈등, 동료심사를 거친 과학 저널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의 주제들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그 개념들을 발전시킨다.

    • 공익연구 분야의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지원하는 기반구조를 가진 문화를 창조한다.

    • 공적 자금으로 공익 차원에서 공중을 위해 이루어지는 과학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연방

  • 차원의 연구 실행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논쟁과 정책 토론에 참여한다.

    • 과학자들, 특히 학생들을 모집하고 훈련시킨다.

    • 과학자들에게 공익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을 제공한다.

    이 그룹은 공익과학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공익과학이란 일차적으로 공공선을 진전시키기

    위해 수행되는 과학이다. 공익과학이 다른 과학과 구분되는 특징은 첫째, 가장 우선되는 수

    혜자는 사회 전체, 미래 세대, 또는 스스로 자신을 위해 연구를 수행할 수 없는 구체적인

    “대중”이다. 둘째, 연구 결과는 누구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특허나 전유, 또

    는 접근에 대한 독점이 있어서는 안된다. 셋째, 연구 결과는 공중의 구성원들과의 협의를 거

    치거나 공동 연구로 개발되어야 한다. 넷째, 연구에 내포되는 가치나 가정, 또는 그 맥락은

    숨김없이 밝혀져야 한다.5)

    2) 분배정의의 네가지 철학

    는 2007년 3월호에 과학기술과 불평등을 특집으로 다루

    었다. 과학사회학자 수잔 코젠스(Susan E. Cozzens)는 지금까지 과학기술정책이 기반으로

    삼았던 분배정의의 철학을 자유주의, 공리주의, 계약주의, 그리고 공동체주의의 4가지로 구분

    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각기 시장 지향성, 공공 혜택의 극대화,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당하

    는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노력, 그리고 연구에 대한 참여를 통한 공동체 형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코젠스는 지금까지 과학기술 정책은 주로 공리주의적 모형에 근거해 왔다고 말한다. 즉, 전

    체적인 복지를 증대시킨다면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철학은 공적인

    자금을 사용해서 좁은 범위의 사람들에게만 분배되는 이익을 만들어내는 과학기술 정책을 정

    당화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여기에서 전제되는 것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복지 증가

    가 불평등으로부터 발생하는 손실보다 크다는 것이다. 이것이 공리주의적 분배 정의

    (distributive justice)이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혁신의 누적을 통해서 부유한 자들이 더 부

    유하게 만들어도 세금을 통해서 자원이 그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면 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코젠스는 강력한 사회적 안전망이 존재하는 유럽과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면 이러한 가정은 통용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미국도 전국적

    인 보건 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고, 최저 임금 수준이 지나치게 낮고, 실업 보험이 소수에

    5)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주소를 참조하라. http://www.public-science.org/id9.htm

  • 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국가적인 성장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적용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혁신을 통해 부를 창출한 다음 재분배한다는 이른바 ‘선성장(선개혁) 후

    분배’ 주장은 거의 적용되기 힘들며, 재분배 메커니즘이 막연히 ‘어디선가’(over there

    somewhere) 작동할 것이라는 혁신 정책의 암묵적인 가정은 더 이상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들어 신자유주의 정책의 영향으로 사회적 응집도가 점차 약화되고 있는 상

    황에서, 과학정책 수립자들은 처음부터 정책이 분배의 동역학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고려에

    넣어야 한다.

    존 롤스(John Rawls)의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에 기반한 세 번째 접근방식은 ‘공

    정성으로서의 정의(justice-as-fairness)’ 원칙에 기반한다. 코젠스는 공리주의 철학은 출발

    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이른바 ‘무지의 장막(veil of ignorance)’을 쳐놓고

    있다고 비판한다. 전체적인 복지가 증대해도 누군가의 복지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관

    점은 ‘공정함으로서의 정의’를 강조하지만, 여전히 이 관점에서도 성, 민족 등이 고려되지 않

    기 때문에 문화에 기반한(culture-based) 불평등 분배라는 문제를 포괄하지 못한다. 이 관점

    은 기존의 공리주의적 과학기술정책을 보완하는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괄적

    인 공리주의(inclusive utilitarianism), 혁신정책에서는 ‘나은 삶(better life)’ 등으로 불릴 수

    있다.

    그렇다면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 어떤 분배 정의에 대한 개념이 바람직한가? 코젠스는 공동

    체주의(communitarianism)의 관점을 제기한다. 이 접근방식에서는 공동체의 삶을 강화시키

    는 행동이 도덕적인 것이다.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권의 존중과 아울러 사회적 책임

    을 인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공동체주의를 포괄하는 과학기술 정책은 공동체 형성

    (community-building)을 경제적 성장만큼이나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3)공익연구개발

    최근 국내에서도 공공성과 과학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과학기술정책의 재

    평가”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과학기술학회 2007년 전기학술대회에서 한재각 등은 공익연구개

    발을 과학기술영역에서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획으로 보면서, “공익연구개발은

    공공적인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 공급, 배분하는 것을 필수적인 계기로 하지만 이를 넘어서

    이러한 순환이 기존의 지배적인 사고, 제도, 환경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정치

    과정을 수반하는 활동이고 그래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한재각 외, 2007). 또한 박

  • 진희는 우리나라의 공적 연구비 중에서 성차를 해소하는데 기여하는 부분이 지극히 작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박진희, 2007). 특히 두 연구는 실제로 투여되고 있는 국가연구비를 분석해

    서 실증적으로 우리나라의 연구비 배분 현황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6. 나가는 말

    1. 불평등에 대한 대응 양식은 단지 분배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즉, 결손이나 결핍을 채워주

    는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능력을 부여

    (empowerment)하고 공동체 전체가 건강하고 튼튼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까닭은 과학의 상업화라는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불평등이 계속 확대 재생산되고 있기 때

    문이다. 이것은 사회 전체의 건강성을 높이고 사회 전체의 문제 해결능력과 위기 대처 능력

    을 강화시키는 길이다.

    지금까지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도입될때마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그것을 치유하려는 노력들

    이 별반 실효를 거두지 못한 중요한 원인은 불평등을 결과로서 간주하고, 자원에 대한 접근

    이나 배분의 문제로 국한시켰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여성과 소수자를 위한 보건 정책(women's and minority health initiative)처럼

    기술을 능력의 차이가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고, 세계 빈

    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의 과학 엘리트들이 정부 외 맥락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

    다.6)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주변적인 것에 불과하고, 주류의 지배적인 과학정책은 계속 유

    지된다. 결국 이러한 접근방식들은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적일뿐 누가 더 많은

    혜택을 받는지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적용되기 힘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코젠스가 제기한 새로운 분배철학은 과학과 상업주의, 그리고 과학과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우리의 주제에 많은 시사점을 가진다. 이것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높이고 지원을 확대하는 소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을 정책

    수립과 실행에 참여시켜서 날로 높아지는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강건한(robust) 공동체

    를 형성해나간다는 적극적인 대응이다.

    불평등의 증대는 공동체를 위협하고 그 발전을 저해한다. 약자들에 대한 능력부여라는 요소

    를 포함하는 기술개발과 혁신은 기존의 혁신 정책과 다르다. 따라서 불평등에 대한 적극적인

    6) 2006년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개최한 연례회의 중에 개발과 빈곤종식에 대한 세션이 포함되어 있다.

  • 인식과 대응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개념인 성장과 혁신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2. 최근 대학이 사적 부문과 파트너 관계를 맺음으로서 부를 창출하고 자신들의 지식과 특허

    출원이 가능한 발견들을 팔 수 있는 능력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관점에 따

    르면, 대학은 소속 교수들의 지적 노동 속에 들어있는 실현되지 않은 부(富) 위에 올라 앉아

    있는 셈이다. 이후 성공을 위해 새롭게 효력을 갖게 된 용어들로는 대학-기업 동맹, 지식 이

    전, 그리고 지적 재산권 등이 있다. 일단 인센티브가 마련되자, 이들 새로운 관계들은 삼중

    승리(triple-win, 말하자면 윈-윈-윈)의 전략으로 찬란한 왕관을 쓰게 되었다.

    이 이론은 대학과 대학에 속한 사업 조직들이 대학에서 이루어진 발견으로 특허를 출원하고,

    대학교수들이 기업에서 지분을 받아 새로운 부의 원천을 손에 넣는 방식으로 성공을 거둔다

    는 것이었다. 사적 부문은 대학들과 연구 계약을 맺고 특허 계약에 합의함으로써 이익을 얻

    게 될 것이다. 또한 공공 부문 역시 이런 방식의 협동이 없었더라면 결코 개발되지 않았을

    새로운 산물과 요법을 획득하게 된다는 점에서, 결국 승리를 얻게 된다.

    이런 시나리오는 많은 승자들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경향성에 대해 생각하기 어렵게 만든다. 거기에는 대학과 비영리적인 연구 센터들의

    새로운 공격적 상업화라는 경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경향성은 매우 미묘하고 그것이 초래

    하는 이익보다 훨씬 더 잘 확산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해로운 결과들은 극적인 방식이 아

    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완만하게 나타날 것이다. 사회가 관심을 가지는 영역에 대해 과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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