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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의 사회․문화적 영향 연구 21세기 한국메가트렌드 최종심포지움 ◆ 일시: 2004. 3. 11(목) ~ 3. 12(금) ◆ 장소: 조선호텔 그랜드볼룸 ◆ 주최: 정보통신부 ◆ 주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 후원: SBS, 중앙일보, 전자신문

21세기 한국메가트렌드 · 21세기 한국정치 메가트렌드(임혁백) 323 it시대의 국가주권의 변화와 글로벌 정치질서의 형성(김상배) 339 토론문(김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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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의 사회․문화적 영향 연구

    21세기 한국메가트렌드최종심포지움

    ◆ 일시: 2004. 3. 11(목) ~ 3. 12(금)◆ 장소: 조선호텔 그랜드볼룸◆ 주최: 정보통신부◆ 주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후원: SBS, 중앙일보, 전자신문

  • 「IT의 사회․문화적 영향연구」 최종심포지움 자료집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1

    목차

    제 1 부 지구촌 시대의 한국사회변동21세기 사회구조적 변화와 네트워크사회의 형성(김성국) 2위험사회와 생태적 ․ 사회적 영향(이재열) 8 ▶ 토론문(조권중) 40정보화와 사회불평등 체계의 변화(김문조) 43세계화, 정보화, 그리고 문화갈등(김신동) 82 ▶ 토론문(황주성) 109

    제 2 부 디지털 한국경제의 미래ICT가 경제를 바꾼다(이지순) 112국제분업구조의 변화와 한국경제(김영한) 120국가와 시장의 새로운 관계(유석진) 146디지털경제와 경기변동(오완근) 172 ▶ 토론문(박용찬) 220

    제 3 부 정보기술과 한국문화변동한국문화변동과 미디어(최양수) 223새로운 미디어와 유토피아적 이미지의 진화(이호규) 230 ▶ 토론문(이기현) 253인터넷 언론과 전통 언론의 비교분석(정윤식) 256 ▶ 토론문(오연호) 281근대성과 탈근대성 그리고 사회변동(박찬국) 294

    제 4 부 디지털혁명과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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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2

    21세기 한국정치 메가트렌드(임혁백) 323IT시대의 국가주권의 변화와 글로벌 정치질서의 형성(김상배) 339 ▶ 토론문(김종래) 364인터넷선거, 디지털정당, 인터넷정치헌금의 실태와 발전방향(조정관) 367 ▶ 토론문(윤성이) 399인터넷 시민운동의 특성과 전망(김종길) 402 ▶토론문(하승창) 441

    제 5 부 정보사회에서의 인권과 규범고도 기술 사회의 철학적 전망(황경식) 444익명성의 문제와 도덕규범의 구속력(박정순) 450 ▶ 토론문(최관호) 490사이버범죄와 보안의식(정태석) 492 ▶ 토론문(김종필) 517자아정체성과 다중자아의 문제(김선희) 519 ▶ 토론문(황상민) 543

  • 「IT의 사회․문화적 영향연구」 최종심포지움 자료집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1

    첫째날(2004. 3. 11)10:00-12:00

    제 1 부

    지구촌시대의 한국사회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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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2

    21세기 사회구조적 변화와 네트워크사회의 형성

    김성국(부산대 사회학과, 기획총괄위원회 위원장)

    21세기 사회구조적 변화와

    네트워크사회의 형성

    ((사회사회//복지분야복지분야))

    김성국김성국 ((부산대부산대, , 사회학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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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3

    1. 21세기 초반: 이질적인 역사적-구조적 힘의 각축“근대주의와 탈 근대주의 간의 공존, 갈등, 접합, 잠식”

    (1) 지정학적 각축

    (2) 가치규범의 혼재

    (3) 권력기반의 변화

    1. 21세기 초반: 이질적인 역사적-구조적 힘의 각축“근대주의와 탈 근대주의 간의 공존, 갈등, 접합, 잠식”

    (1) 지정학적 각축

    (2) 가치규범의 혼재

    (3) 권력기반의 변화

    국가주의국가주의 세계세계 / / 지역지역 / / 시민주의시민주의

    민족주의민족주의 탈탈 민족주의민족주의

    경제성장경제성장 제일주의제일주의 생태생태((적으로적으로 지속가능한지속가능한 발전발전))주의주의

    서구중심서구중심 동아시아동아시아

    제국주의적제국주의적 세계화세계화 사해동포주의사해동포주의

    vs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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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4

    1. 21세기 초반: 이질적인 역사적-구조적 힘의 각축“근대주의와 탈 근대주의 간의 공존, 갈등, 접합, 잠식”

    (1) 지정학적 각축

    (2) 가치규범의 혼재

    (3) 권력기반의 변화

    단일단일 / / 권위권위 / / 중심중심 / / 통합통합 / / 질서주의질서주의

    다양다양 / / 자율자율 / / 분산분산 / / 해체해체 / / 유목주의유목주의

    남성남성 / / 다수다수 / / 성장성장 / / 복지복지 / / 평등평등

    여성여성 / / 소수자소수자 / / 생태생태 / / 안전안전 / / 차이차이

    금욕금욕 / / 절제절제 해방해방 / / 실험실험

    정신정신 / / 이성이성 육체육체 / / 감성감성

    경험주의경험주의 상상력상상력

    노동노동 / / 사회적사회적 의미의미 여가여가 / / 개인적개인적 즐거움즐거움

    vsvs

    1. 21세기 초반: 이질적인 역사적-구조적 힘의 각축“근대주의와 탈 근대주의 간의 공존, 갈등, 접합, 잠식”

    (1) 지정학적 각축

    (2) 가치규범의 혼재

    (3) 권력기반의 변화

    ((다수의다수의) ) 시민권시민권 / / 평등평등 ((소수자의소수자의) ) 인권인권 / / 개성개성

    보편적보편적 집합주의집합주의 특수적특수적 개별주의개별주의

    진보진보--보수보수 / / 좌우파좌우파 탈탈 이념이념--무무 이념이념--혼합이념혼합이념

    노동운동노동운동 신신 사회운동사회운동

    수직적수직적--구심적구심적 경쟁사회경쟁사회 수평적수평적--원심적원심적 협동사회협동사회

    vs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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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5

    2. 변화의 원천

    (1) 반체제적 저항운동:

    반국가, 반 자본주의, DIY-반문화, 반 문명 운동들

    (2) 정보기술혁명:

    인간(생명), 기술, 우주의 만남

    (3) 새로운 세대(가치 / 문화집단):

    유목주의, 일상적 반란, 전복과 전도 혹은 재 주술화?

    3. 변화의 추세와 대응

    (1) 위험사회 + 범죄사회

    재해, 사고, 폭력의 증가 - 안전산업의 대두

    부정부패의 구조화 – 고발/감시망(시민적 대응전선)의 구축

    (2) 노령화 사회

    노인문제 - 노인의 정치세력화

    노인의 성생활 / 가족관계 – 건강/실버산업의 팽창

    (3) 느슨한 가족사회 + 묽은 혈연사회 + 확장된 연고사회

    부부/부자관계(양육,유산,성)의 변화 – 가사관리/육아/탁아/향락산업

    연고주의의 재인식과 재구성 - 사회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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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변화의 추세와 대응

    (4) 시민사회 + 운동사회

    정치적 오염 / 불신과 반정치주의 – 약한 국가?

    NPO의 확산과 운동정치의 약화 – 시민운동의 제도화

    새로운 정치의 추구 – 반 권력/권위주의의 물결

    (5) 지역사회 + 공동체사회

    지방분권 / 지방자치 / 균형발전에 대한 기대 혹은 실망

    협동조합 혹은 소규모 동호인그룹의 활성화 (꼬뮌주의)

    (6) 지식사회

    교육혁명의 종언과 시장논리의 승리: 교육산업과 직업교육

    대안교육 / 자유교육 / Home Schooling의 확산

    3. 변화의 추세와 대응

    (7) 신 계급사회 + 개성시대

    불평등의 다양화와 고착화, 실업자 및/ 비 정규직의 정치세력화

    교육불평등, 정보격차, 라이프스타일, 문화적 박탈감

    이념적 갈등과 문화적 투쟁의 다차원화

    (8) 여가사회 + 주말시대 + 심야 / 새벽시대

    ‘일-생산-성공주의’ 대 ‘여가-소비-자아실현’

    다중적-다면적-유동적 정체성과 도전적 자아실현

    (9) 네트사회의 양면성을 넘어

    ‘동원-감시-통제’에서 ‘공유-보살핌-참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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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7

    4. 한국적 매개 / 교란 변수

    (1) 정치적 변수: 북한, 총선과 권력구조,

    실업자-농민-노동-시민-주민-학생운동

    (2) 경제적 변수: 경기/실업문제와 직장/근로의식

    (3) 국제적 변수: 중국-일본-미국의 구도와 (탈)민족주의

    (4) 사회적 변수: 신행정수도, 고속철도, 노동시간 감축

    5. 예측되는 주요 사회적 메가트렌드

    (0) Years of V’s: Victor or Victim? Virtue or Vice? Variety or Vagueness? Vision or Vanity? Vitality or Violence?Voice or Virus? Vote or Vomit?

    (1) 수직적 권위체계의 신속하고도 광범위한 해체 – 신평등/차이주의

    (2) 사회적 아노미 혹은 합리적 상대주의/불신주의의 확산

    (3) 다양한 연고집단/꼬뮌의 생성과 소멸 (가족기능의 보완)

    (4) 성적 일탈 혹은 해방의 가속화

    (5) 새로운 교육의 추구

    (6) 노동운동의 한계화, 신 사회운동의 제도화, 사이버운동의 안정화

    (7) 반자본주의적 협동/공동체 전선의 확대

    (8) 물질적 복지에서 사회적 안전망(safety network)의 구축 요구

    (9) 개성, 감성, 혼성의 삼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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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8

    위험사회와 생태적 ․ 사회적 영향

    이재열(서울대 사회학과)

    위험사회와 생태적•사회적 영향

    이재열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email protected]

    2004. 3. 10

    IT의 사회문화적 영향연구

    21세기 한국 메가트렌드 최종 심포지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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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9

    연구의 필요성

    ♦ 현대사회의 개념화–지식정보화: 정보통신기술–네트워크화: 시공간의 압축–포스트포디즘: 생산양식–포스트모더니즘: 문화

    ♦ 위험사회론의 등장♦ 성찰적 근대성

    연구의 내용

    ♦ 위험사회론의 등장과 위험사회의 역사적 형성배경(Luhmann, Giddens)

    ♦ 현대 위험사회의 구조적 특성♦ 한국사회의 주요 재난♦ 정보사회의 위험성과 안전의식♦ 안전확보를 위한 재난예방/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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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의 역사

    ♦ 죽음: 위험의 극적인 상징♦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을 초월적 힘과 주술에

    의존하여 탈피하려 함

    ♦ 근대사회의 위험: 계산가능한 위험으로– 생명보험, 예방접종, – 사회체계수준의 확률론과 대비체계– 국가의 관리체계

    ♦ 체제내 구조화된 위험의 등장

    한국사회 위험의 유형

    사회구성원간 집단간 신뢰의 붕괴 및 유기적 의존관계의 해체 (노사분규, 집단이기주의와 집단간 갈등, 가족해체, 자살), 구성원간의 적대적 관계 (계층적 위화감, 일상화된 폭력, 강력 범죄 등)

    사회적 해체위험

    산업재해, 자동차사고, 대형건축물, 시설물사고, 열차, 항공기, 선박사고, 핵발전소, 핵폐기물사고, 정보화의 위험 (프라이버시 침해, 조직 및 사회 기능의 마비)

    기술적 재난위험

    절대빈곤, 실업경제적 생계위험

    정치권력의 자의적 행사, 기본권유린 (고문, 살인, 상이, 행방불명, 집단학살 등)

    정치적 억압위험

    전쟁, 준전시 상황에서의 군사적 충돌과 대치, 외부의 적에의한 국가 지도부와 주요 시설에 대한 테러

    국가적 안보위험

    태풍, 지진, 폭우, 가뭄자연적 재해위험

    오존층 파괴, 삼림파괴, 생물종 멸종, 지구온난화, 사막화, 엘리뇨

    지구적 생태위험

    주요사례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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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11

    한국사회 위험의 추이

    50년대 60년대 70년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지구적 생태위험

    기술적 재난위험

    국가안보위험

    자연재해위험

    경제적 생계위험

    정치적 억압위험

    사회적 해체위험

    현대 위험사회의 구조

    1. 복잡계: 복합성의 증가가 가져온 위험

    2. 복합-돌발형 사고가능성의 증가

    3. 열린체계와 시스템디자인 오류

    4. 테러와 비정상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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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12

    현대위험사회의 구조

    1.복합성의 증가

    ♦ 좁은 세상 (small world)♦ 복잡계 (complex system)♦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개입이 가져올 효과의

    예측 불가능성

    ♦ ‘네트워크 도미노’현상– 허브로 인해 견고하지만 취약한 (robust-yet-

    fragile) 네트워크

    – 캐나다와 미국의 정전사태 (2003)– KT 혜화동 사건

    여러 종류의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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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13

    남극해양생태계와 먹이사슬

    KT혜화사건의 개요

    그림 2) KT 혜화동사건의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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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구조

    현대위험사회의 구조

    2.복합•돌발형 사고의 증가

    ♦ 정상사고 (normal accident)♦ 과도한 복합적 상호작용과 단단한 결합

    – Complex interaction & tight coupling♦ 개인의 실수나 판단착오로 돌리기 어려운“피할 수 없는 사고”

    ♦ 대표적인 사고– 드리마일 아일랜드, 체르노빌 원전사고– 챌린저 폭발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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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15

    드리마일 아일랜드 원자로 누출사고 (1979)

    체르노빌 원자로 누출사고 (1986)

    Charles Perrow, Normal Accidents, (1986)

    Diane Vaughan, Challenger Launch Decision,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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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16

    현대위험사회의 구조

    3.열린 체계와 시스템 디자인오류

    ♦ 닫힌 체계에 기반한 시스템♦ 환경과 체계는 상호작용♦ 효율성보다 신뢰성이 중요해짐

    재난의 유형분류

    단순•증폭형(단순사고 범죄유형)

    KAL기 폭파,

    자동차사고

    단순•증폭형(단순기술 부실유형)

    삼풍, 성수대교,

    그랜드 테턴댐

    복합•돌발형(고도기술 재난유형)

    챌린저, 보팔,

    드리마일 아일랜드

    복합•증폭형(환경오염 재난유형)

    Love Canal사건

    LA스모그

    상호작용의복합성

    사건의 소요시간

    복잡

    단순

    길다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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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상사고란?– 악의에 의해 만들어진 사고– 오클라호마 테러/세계무역센터 테러

    ♦ 정상사고– 선의에 기반

    ♦ 문명이나 시설물이 복합적/현대적이 될수록악의에 기반한 공격에 취약

    현대위험사회의 구조

    4.증가하는 비정상사고: 테러

    오클라호마테러(1995)

    세계무역센터 테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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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18

    위험의 메가트렌드와 정보화의 명암

    ♦ 기술적 패러다임– 낙관론– 객관적 중립적 위험– 계산가능성, 확률적 예측 가능성

    ♦ 사회구성론 패러다임– 개인의 문화적 실천– 안전문화: 학습능력을 갖추는 과정– 기술+사회적 시스템의 출현적 속성으로서의 안전

    정보화와 위험

    • 하드웨어 발전과 안전성간의 괴리• 네트워크 도미노의 위험

    – System failure의 가능성• 새로운 사회문화적 위험

    – 프라이버시: 해킹과 정보유출– 사이버중독– 일탈과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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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19

    한국적 위험의 문화적 특성

    • 높은 위험추구성향• 안전은 비용. 모험추구로 단기적 이윤극대화• 피난민 심리 (미래가치의 할인율이 높음)• 속도 집착, 현재의 비용절감에만 관심

    • 집단과 제도간 조정의 실패• 서울 지하철의 사례• 조정의 중요성

    • 부패와 공적신뢰의 붕괴• 비현실적 법규와 자의적 적용

    위험의 메가트렌드와 한국사회

    ♦ 탈현대적 위험과 후진적 위험이 결합된 복합위험사회

    ♦ 탈현대적 위험– 합리적인 복합체계 안에 내장된 미지의 위험.– 대규모 화학공장, 행발전소, 환경호르몬, 엘리뇨, 유전자

    조작식품.

    ♦ 한국적 위험– 후진국형 재난, 단순 체제의 이완현상. – 건설구조물 (교량, 건물 등)– 기술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구조물에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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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20

    1. 서론

    인류역사가 기록된 이후 우리는 과거 누구도 볼 수 없었던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과거

    농업혁명이 인류의 고대문명을 가능케 하였듯이, 산업혁명은 근대사회로의 변동을 이끌어 왔다.

    반면에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후기산업사회, 혹은 정보화사회로의 변화는 정보통신혁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처럼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사회로 이어지는 사회변동과정은 단

    순한 기술적 변화를 넘어서 사회구조, 직업분포, 인간의 상호작용양식, 그리고 인간과 생태계 사

    이의 관계 등 인간생활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막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산업사회에서 후기산

    업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변화는 실로 그 폭과 깊이에 있어서 엄청났을 뿐 아니라, 앞

    으로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도 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시대적 변화에 대한 인식은 우리의 관심을 반영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주목할 경우에 정

    보화를, 지식의 생성과 전이과정에 주목하는 논자들은 지식정보화를 강조한다. 반면에 시간과 공

    간의 압축에 주목하는 논자들은 네트워크화를, 생산양식의 변화를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포스트포

    디즘을, 문화적 변화를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을 변화의 축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 연구는 이러한 모든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체계론적 전환이 위험사회의 등장으로 특

    징지어진다는 것을 강조하는데서 출발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현대성은 위험을 구조화하며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위험사회가 등장한 것이다.

    서구에서 근대성이 만들어낸 위험이 그 사회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듯이, 압축적이고도 돌진적인

    근대화를 경험한 한국사회에서 위험은 한국적인 근대화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더구나 앞으

    로 한 세대간의 변화, 즉 메가트렌드를 밝히는데 있어서 위험성의 확대와 구조화, 그리고 한국적

    인 특성을 밝히고, 앞으로 어떻게 안전을 확보해 나갈 것인지를 모색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

    임이 분명하다.

    위험성 의사소통에 대한 연구는 Luhmann(1968)이 경제영역에서의 신뢰 문제를 다루면서 위험

    성을 처음 사회학적 개념으로 도입한 이래, Douglas & Wildavsky(1980)는 기술발달에 따른 합리

    적 선택의 결과로 등장하는 환경오염과 같은 위험을 ‘정상적인 위험성’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하였

    고, Giddens(1991; 1997)는 ‘성찰적 현대’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안전성 대 위험성, 신뢰 대 위협

    이라는 대립구도를 채택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전현대에서 현대로 이행해오는 과정에서 신뢰와

    위험성의 환경이 변화하여 왔음을 밝히고 있다. 마찬가지로 Beck(1997)은 성찰적 현대화론을 전

    개하면서 현대사회를 과학적 합리성에 기초한 위험성사회로 규정하는 작업을 하였다.

    Luhamnn(1991)은 초기의 위험성 연구를 확대하여 ‘위험성의 사회학(재난의 사회학)’으로 집대성

    하는 작업을 하였다.

    국내에서는 특히 Beck의 성찰적 근대화론이 소개되면서 경제위기와 부정부패, 성폭력, 대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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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환경오염 등으로 점철된 20세기 후반의 한국사회를 위험성사회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임현진

    ⋅이세용⋅장경섭(1998), 한상진(1998), 김대환(1998), 김병섭(1998), 심영희(1998), 성경륭(1998), 이

    동훈(1999), 노진철(1997, 1998a, 1998b), 이필렬(1998), 김영치(1998), 홍성태(2000), 임현진 외

    (2003) 등이 있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험성 의사소통은 국내‧외적으로 이미 상당히 성숙

    되어 있다.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대중매체는 아직도 과학 및 기술과 그것이 자연 및 건강에 미치는 결과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충분하고 적절하게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1990

    년대 들어 각종 기술적 재난사고들이 빈번히 터지면서 법률적-행정적인 제도적 성숙이 이루어졌

    으며, 환경보도와 과학‧기술보도가 양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질적인 변화를 하고 있다.

    이처럼 위험성의 의사소통이 전반적으로 보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하여 상당히 팽배하여 있기

    는 하지만 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대단히 미흡한 형편이다. 더욱이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따

    른 위험성 의사소통이 전문성과 비판적 성찰을 요구하는 위험성사회로의 변화를 어떻게 유발했는

    지를 탐색하는 연구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2. 위험과 근대성

    (1) 위험의 역사

    죽음보다 더한 위험이 있을까? 그래서 죽음은 위험을 상징하는 가장 극적인 상징이 되어 왔다.

    그러나 죽음을 보는 시각은 그 시대의 성격을 반영한다. 시대에 따라 죽음의 사회적 해석체계가

    달라져 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위험에 대한 인지 및 해석의 체계가 달라져왔다는 것으

    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양의 중세나 우리의 조선시대에 죽음은 곳곳에 널려있는, 일견 진부해 보이기까지 하는 ‘일상

    성’의 한 부분이었다. 한 해 홍수가 나거나 가뭄이 들면 식량을 구하지 못해 굶어 죽는 아사자가

    부지기수였다. 중세의 기록을 보면 굶어죽은 자들의 시신이 널려있는 거리는 사람들에게 일상적

    인 풍경이었다. 페스트나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창궐하면 수많은 인명이 사라졌다. 우리나라 역사

    에서는 불과 칠팔십년 전만 해도 콜레라는 죽음을 낳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한 마을에 콜레라가

    돌면 병에 걸린 사람들을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움막을 지어 격리해 놓고 그곳에서 죽기를 기다

    리도록 하는 이외의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였다.

    이러한 위험의 원인을 사람들은 무엇이라 인식하고, 또 어떤 방법으로 위험을 통제하고 극복하

    려 했을까? 중세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위험 속에서 현실을 납득가능하게

    인식할 수 있게 도와준 힘이자, 구체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게끔 행동을 이끌어간 원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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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와 주술에 있었다. 사람들은 초월적인 힘에 의지해 위험을 통제하고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

    한 것이다. 자비로운 하나님이 사악한 사탄의 힘으로부터 인간을 구원해낼 수 있다고 믿었고, 다

    양한 미신적 행위를 통해 질병이나 죽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성스러운 장소를 방문하

    거나 부적의 효험을 빌어서 위험을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프랑스에서는 5월에 태어난 고양이

    새끼들을 물에 던져 죽이면 액땜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동학군들은 몸에 부적을 붙이면 일본군

    의 총알이 자신들을 피해갈 것이라고 믿었다. 고도로 형이상학적인 우주관과 인간관을 가지고 있

    었던 조선시대 선비들의 의식은 어떠했을까? 유희춘의 미암일기1)에 보면, 어린 자식의 병이 낫지

    않자 무당을 불러 굿을 하고, 또 천지신명에게 제사를 드려 병이 낫도록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근대사회에 들어오면 위험에 대한 인식과 대처방법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이제 우리

    는 더 이상 주술의 신비한 힘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생명보험에 가입하고,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서는 경보시스템을 설치하며, 전염병에 대해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오염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입

    법청원을 하곤 한다. 합리적인 계산과 관료화된 예방시스템이 곧 근대적인 위험 대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근대화는 위험에 대한 변화된 인식을 이끌어 내었다. 전통사회에서 자연은 인

    류에게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었다. 물론 지진, 폭풍, 홍수, 가뭄 등 자연에 의해 만들어지는 재

    해는 지금도 인류의 생존에 중대한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와서는 과학과 기

    술의 발달에 따라 위험은 ‘계산가능한 것’으로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본래 위험(risk)개념은 독일어나 영어에서는 17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생겨난 말이며, 초기에

    는 원양 진출을 목적으로 한 모험적인 여행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즉 인간의 실수로 돌리기 어

    려운 폭풍이나 전염병 등으로 인한 사고가능성을 의미하였고, 이를 통해 보험을 책정하려고 한데

    서 출발하였다. 근대과학의 위대한 승리에 기반한 산업혁명은 대규모의 도시화와 산업화를 가능

    케 하였으며, 산업생산의 토대를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의 근저에 깔려있는 중요한

    변화는 위험(risk)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고 하는 점이다. 불확실

    성을 다루는 확률론과 통계는 모두 정상성 (혹은 정규성 nomality)을 상정하고, 정상성에서 벗어

    나는 정도를 분산 (즉 variation)으로 개념화한다. 그러므로 통계와 확률론의 발달은 불확실성과

    무질서의 원천인 위험의 분포를 분석하여 통제하는 방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개인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사회체계의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그 발생확률을 묘사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다면, 개인들의 개별적 대응을 넘어서는 회피와 보상의 메카니즘을 갖게 되

    는 것이다. 따라서 ‘계산가능한 위험’의 중요성이 급격히 증대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근대사회의

    새로운 면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을 운명이나 운과 같은 초월적 이유 때문이라는 생각에

    서 벗어나게 된 것이 곧 ‘근대성’의 지표가 된 것이다(Giddens, 1991).

    1) 조선 중기 학자 미암 유희춘(柳希春)의 친필 일기초(日記抄). 조선시대 개인일기 중 가장 방대한 것으로, 선조(宣祖)

    즉위년인 1567년 10월부터 77년 5월에 이르는 전후 10년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적인 일에서부터 국정의 대요, 여러

    가지 사건, 인물의 진퇴에 이르기까지 당시의 정치·경제·사회·풍속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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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연유로 근대사회에 들어서 위험은 국가의 체계적 관리 대상이 되어버렸다. 자연재난이

    나 사회적, 경제적 위기를 행정체계나 예산관리를 통해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대국가는

    전근대국가와 구별되는 특징을 갖는다. 특히 2차대전 이후로는 빈곤, 질병, 실업 등 산업화가 초

    래한 결과들을 국가가 최선을 다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개입국가적 과제가 널리 퍼

    지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근대국가의 형성과 위험관리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 근대적 위험

    현대사회에서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제기되는 위험은 전통적인 사회에서 사람들이 운명으

    로 받아들였던 위험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는 점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학자로 Luhmann(1991)을 들 수 있다. 그는 현대사회의 위험성 의사소통의 특성을 명백

    히 기술하기 위하여 위해(danger)과 위험(risk)을 구분할 것을 제안하였다. 전통적 사회에서는 모

    든 개인적, 사회적 위기를 신(귀신)이나 자연에 의해 외적으로 주어진(혹은 부과된) 위험으로 받

    아들였다면,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사회적 위기를 사회 내적인 합리적 결정의 결과로서 인식한다

    는 것이다. 이에 따른다면 체르노빌원전 폭발사고, 엑슨유조선 원유유출사고, 보팔시의 화학공장

    폭발사고, 비행기추락사고, 거대교량붕괴, 지하철화재참사 등 연이은 사고의 이면에는 바로 사회

    영역의 합리화가 가져온 파괴적인 결과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지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위험성으로 표출된다.

    루만은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사고들을 단순히 현대화 과정의 유해한 부수효과로 간주하던 기

    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체계적으로 생산된 위험임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전통시대의 위해

    와 현대사회의 위험을 구분하는 그의 개념은 시의적절하다. 일련의 재난사고들이 뉴스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어떻게 사람들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전통적인 사회의 위험 인식

    과는 다른 방식으로 변화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언론에서는 돌발적인 재난사고 정도를 선정적인 사건보도 수준으로 다루었

    지만, 이제는 과거 뉴스가치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었던 환경오염이나 건강위협까지도 주요 보도

    영역으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전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아가 환경이 점차 포괄적으로 정의되고 있어서 환경의 외연이 자연 및 건강과 관련

    된 영역과 범주로 확장되면서 핵에너지, 유전공학 등 첨단공학이 미치는 위험성이 상시적인 보도

    의 범주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즉 미래에 혹은 장기적으로 파국을 유발할지도 모르는 현재의 환

    경오염과 건강위협이 현대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정체되거나 왜곡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현

    대사회의 성공적인 합리화에 의해 생산된 결과라는 사회적 성찰에서 비롯된 위험성 의사소통의

    산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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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위험사회의 구조적 특징과 한국사회

    우리가 직면하는 위험의 종류와 특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해 왔다. 한국사회도 예외는 아니

    다. 한국인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면서 불안과 공포에 떨게 만드는 위험에는 여러 유형의 것들

    이 있다. 오존층 파괴나 사막화와 같은 지구적 차원의 생태위험이 있으며, 1991년의 대구 공단 페

    놀 방류사태와 유조선 침몰 사고와 같은 국지적 생태 위험도 있다. 국토의 지정학적•기상학적

    특징에서 비롯되는 태풍이나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도 있으며, 대연각호텔 화재(1971.12), 서울 성

    수대교 붕괴사고(1994.10), 대구 상인동 도시가스 폭발사고(1995.4),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6),

    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1997), 그리고 2003년 2월의 대구지하철참사와 같이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사고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과 2002년의 서해 교전, KAL기 폭파사건(1987.11)과 같이,

    전쟁 혹은 준전시 상황에서 기인된 안보 위험이 있는가 하면, 냉전 권위주의체제 하에서 겪어야

    했던 정치적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빠른 산업화 과정에서 일상화된 산업재해와 교통사고도 한

    국인의 일상적 위험을 구성하고 있으며, 자살을 부추기는 극도의 경제난도 서민들에겐 위험이 아

    닐 수 없다. 강력범죄와 학교 폭력, 그리고 치안 부재 상태도 일상생활의 공포와 위험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인이며, 개인정보가 마구잡이로 유출되어 돌아다니는 것도 정보화 과정에서 새롭게 부

    딪치고 있는 위험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기업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면서 언제 직장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

    가 덧붙여졌으며, 결혼한 3가정 중 1가정이 이혼할 정도로 이혼률이 높아지면서 가정 해체의 위

    험까지 만연해 있다. 환경오염에서 비롯된 각종 질병들도 산업화된 이후 한국 사회에 부과된 새

    로운 위험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한국인이 경험하는 다양한 위험 요인들을 몇 개의 유형

    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한국사회 주요 위험의 유형

    가. 지구적 생태 위험

    이는 한 국가를 넘어 지구적으로 당면한 생태 위험을 말한다. Beck 등이 위험사회론을 통해

    강조하면서 주목한, 선진 과학기술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전형적인 대재앙 가능성, 인위적으로 만

    들어진 자기소멸 가능성이기도 하다. 오존층 파괴, 산성비, 삼림 파괴, 생태계 균형의 파괴, 사막

    화, 지구 온난화,2) 엘니뇨현상, 생물 멸종3) 등이 대표적인 예다.

    2) 산업혁명 이후 크게 늘어난 화석연료 사용은 지구 대기 속에 이산화탄소의 양을 크게 늘였으며(현재 대기중 이산화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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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지구 생태 위험은 주로 선진 공업국의 무분별한 개발과 고도 산업사회의 과다한 탄소

    에너지 소비에 기인한다. 그리고 그러한 생태계 파괴와 지구적 환경오염으로 비롯된 위험은 어느

    특정 국가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나. 자연적 재해 위험

    이는 우리나라가 직면하는 다양한 형태의 자연적 재해를 말한다. 예를 들면, 태풍, 지진, 가뭄,

    폭우 등의 자연현상으로부터 초래되는 생명과 재산상의 위험을 가리킨다. 이는 고도 산업화의 결

    과로 초래된 지구적 생태 위험과 관련되기도 하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일상적인 자연현상으로 발

    생하는 경우도 물론 적지 않다. 예컨대 태풍과 폭우는 우리나라의 기상학적, 지형학적 원인에서

    비롯되는 오래된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다.4)

    다. 국가적 안보 위험

    이는 국가 차원에서 야기되는 안보 위험을 말한다. 전쟁을 비롯하여 준전시 상황에서의 군사적

    충돌과 대치로부터 야기되는 위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이러한 위험이 일상화되어

    왔다. 한국전쟁 때 절정에 달했으며, 그 후로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안보 위험도를 유지하다가 김

    대중정부 이후 남북 교류협력이 확대되면서 줄어들고 있다. 한 국가 체제와 국가 지도자를 대상

    으로 한 테러도 국가적 안보 위험의 중요한 예로 지적할 수 있다.

    라. 정치적 억압 위험

    이는 억압적 정치집단이 정치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함으로써 국민이 생명과 신체상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혹은 재산상의 손실을 강요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군사 권위주의정권

    하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된 국가폭력이야말로 전형적인 정치적 억압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

    소 농도는 19세기 중엽과 비교해 30% 증가하였다), 이는 지구온난화를 진행시켜 19세기 중엽보다 0.6도를 상승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1세기에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 연구를 위한 정부간 패널(IPCC)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최소 섭씨 1.4도, 최대 섭씨 5.8도 가량 올라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지구온난화는 극지방의 빙산을 녹이고 해수면을 높일 뿐만 아니라, 빙산 녹은 찬물이 대서양 북부로 흘

    러들어가면서 해류의 방향을 바꾸게 되면 국지적인 빙하기가 도래할 수도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이필렬, 2003 :

    172-3).

    3) Beck은 위험사회를 가리켜, “처음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산업사회적 재앙의 충격을 받으면서, 모든 생명체의 멸종

    가능성이라는 세계사적 신기원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회”(김성학, 1995 : 117)로 설명하고 있다.

    4) 기상학적 원인이란 연평균 강수량의 2/3가 여름철 3개월 동안에 집중되는 것을 말한다. 여름철에는 홍수 재해가 발생

    할 위험이 크고 나머지 계절에는 가뭄 재해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이다. 지형학적 원인이란 전국

    토의 70%에 육박하는 면적이 산지여서 비가 오면 빠른 시간에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수해 위험을 크게 만드는 것

    이다(심재현, 2003 :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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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 특히 군사권위주의정권에 도전했던 사람들은 기본권을 유린당한 채, 구속되거나 고문받거나

    심지어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이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로

    이어져 정치적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 왔다고 할 수 있다.

    마. 경제적 생계 위험

    의식주의 기초적인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을 말한다. 장기 경기침체와 경제 파국, 그리고 높은

    실업률에 사회안전망까지 부실할 경우 경제적 생계 위험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를 넘은 사회적 차

    원의 위험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한국전쟁 때 그리고 전쟁으로 폐허화된 전쟁 직후 극도의 경

    제적 생계 위험에 노출되었다가 이후 빠른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그로부터 탈출할 수 있었다.

    바. 기술적 재난 위험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생산성과 생활 편의는 증진되지만, 미세한 기술적 결함만으로도 대형 사고

    가 발생할 가능성 역시 커진다.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핵폐기물 처리난에서 보듯이 핵에

    너지는 가공할 위험의 원천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그 외에 산업 현장과 대형 건축물 그리고 시설

    물들에도 기술적 재난 위험은 산재해 있고 더욱 커지는 경향을 보여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

    동차와 배, 항공기와 같은 교통수단도 대형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다. 2003년 8월 15일에는 캐나

    다와 미국의 동부에서 벌어진 정전 사태로 지하철과 전차, 전화 그리고 3개의 공항이 완전히 마

    비되었으며, 고층 건물의 기능과 교통 시스템까지 마비되었다. Beck이 주목한 ‘위험사회’의 핵심

    적인 위험도 현대 ‘과학기술의 위험’이었다. Rachel Carson이 지적했듯이, 과학기술은 놀라운 생산

    력의 원천인 동시에 살상력의 원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술적 재난의 위험은 최근 정보화 기

    술의 발달과 함께 새로운 차원으로 이행하고 있다. 정보통신 시스템에 의해 국가 행정과 사회가

    조직되면서, 한 기업이나 조직 일부의 문제가 전사회적 위기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위험이 전면화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아울러 개인 정보가 광범위하게 노출되고 프라이버시가 위협받는 위험

    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 사회적 해체의 위험

    이는 구성원들 사이의 유기적 의존 관계가 심각하게 해체되거나 구성원간의 적대적 관계가 증

    폭되는 상황을 말한다. Beck은 이를 ‘개인화’로 개념화하고 있다. 전자의 예로는 개인적 수준에서

    의 이혼과 자살 등을 들 수 있으며, 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일상화된 폭력과 강력범죄 등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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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있다. 사회적 해체는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된다. 절대 빈곤의 장기화는 생계형 범죄를 낳고,

    지도층의 도덕적 리더십 실추는 집단이기주의의 범람을 낳게 되며, 구성원간 경쟁의 격화는 공동

    체적 연대의 해체를 낳고, 권위주의체제 하에서의 국가폭력의 일상화는 가정과 학교와 기업에서

    의 폭력의 일상화를 낳는다.

    (2) 한국사회의 위험추이

    구미의 위험사회론이 주목하는 바, 고도 산업사회의 생태학적 위험과 생물 멸종의 대재앙 가

    능성에 국한하지 않고, 그것을 포함해 한국 사회가 독특하게 갖고 있는 다양한 위험 요소들을 고

    찰하고, 한국인이 겪고 있는 다양한 위험 요소들의 유형을 분류하여, 각각의 유형별로 한국전쟁

    이후 어떠한 추이를 보여 왔는지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한국전쟁 직후의 경제적 생계 위험

    과 국가 안보 위험은 각각 1980년대 이후 그리고 1998년 김대중정부 출범 이후 눈에 띄게 감소해

    왔고, 또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절정에 달했던 정치적 억압의 위험은 1990년대 이후 절차적 민

    주주의의 진전으로 크게 감소해 왔지만, 기술적 재난 위험은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그리고 지구

    적 생태 위험과 사회적 해체 위험 등은 1990년대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국 사회의 위험 추이

    1950년대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지구적 생태 위험

    자연 재해 위험

    국가 안보 위험

    정치적 억압 위험

    경제적 생계 위험

    기술적 재난 위험

    사회적 해체 위험

    주) 선의 굵기는 위험의 크기를 나타냄. 그러나 그것은 상대적 크기의 시대적인 추이를 보여주

    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함.

    그 위에서 한국적 위험사회의 전망도 유추해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먼저 경제적 생계 위험

    과 국가 안보의 위험, 그리고 정치적 억압의 위험 등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

    으로 예측된다. 기술적 재난의 위험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을 텐데, 먼저 산업기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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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의 위험은 우리 사회의 기술 의존도가 커지면서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으나, 그와 함께 기술

    을 사용하는 사회적 시스템의 정비와 사회적 해체의 정도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반

    면에 정보화기술 재난 위험은 정보화가 진전됨에 따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 증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잠재적 수준에서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기술적 재난의 위험이 실제로 현실화되

    는데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사회적 해체의 위험은, 국가 지도력의 정비와 급격한 변동의 와중

    에서 비롯된 아노미 상태의 극복 여부에 크게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지구적 생태 위험은

    한 나라만의 선택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의 위험이 아니고 국제적 공동 노력 여하에 달려 있어

    서, 앞으로도 계속 증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4. 현대사회 위험의 구조

    (1) 복합성의 증가가 가져온 위험

    현대의 위험사회는 전통시대와 다른 위험의 요소들을 내장하고 있는데, 그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연과의 관계에서 드러난다. 전통적으로 환경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은 인간은 다른 생물과

    는 다른 우월한 위치에 있어서 마음껏 자연을 지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주체라는 인식, 즉 인간

    특례주의(human exceptionalist paradigm:HEP)에 기반한 것이었다. 그러나 성장의 한계와 자원의

    유한성에 대해 인식하게 되면서 신생태주의 (new environmental paradigm: NEP)로의 전환이 이

    루어게 되었다. 현대사회의 위험은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넘어서는 복합적인 자연체계를 인간이

    훼손하면서 생겨나는 예측하지 못한 결과들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또한 인간이 만들어난 복합

    적인 체계가 잠재적 위험을 극대화하고 있다.

    자연현상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서로 얽혀 있어서 이들간의 복합적인 총체성이 인간의 개입으로

    깨지게 될 때 예측할 수 없는 결과들이 만들어진다. 먹이사슬망을 예로 들어보자. 여러 종의 생물

    들 간에 먹고 먹히는 연결관계를 나타내는 먹이사슬망은 매우 방대한 양의 자료를 얻어야만 총체

    적인 연관성을 파악할 수 있으나, 그 일이 쉽지 않아서 극히 제한된 지역, 예를 들어 고립된 호수

    와 같은 지역의 자료만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각 종들은 서로 복잡하고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서

    평균적으로 단지 2단계만에 서로 연결이 되는(즉 서로 먹고 먹히는) ‘좁은세상’을 나타낸다.5) 인

    류가 지구 환경을 훼손시킴으로써 스스로 재앙을 초래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주장이 과학자들 사

    이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복합성의 블랙박스가 가진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5) 한 연구에 의하면 바다표범 개체 수에 변화가 일어날 경우, 남방대구의 개체수는 그 중간에 개입된 2억2천5백만가

    지가 넘는 여러 관련 종들에 의한 도미노 연쇄 상호작용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따라서 남방대구를 잡아

    먹는 바다표범을 제거하는 것이 직접적으로 남방대구의 숫자를 늘릴 것이라는 예측은 어찌보면 무모한 것인지도 모

    른다. 중간에 개입한 다른 여러 생물들에 의한 영향으로 오히려 숫자가 줄어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강병남, 정하

    웅, 2003)

  • 「IT의 사회․문화적 영향연구」 최종심포지움 자료집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29

    것이다.

    남극해양 생태계와 먹이사슬

    이러한 복합성은 최근 미국과 캐나다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나 2003년 1월 발생한 KT 혜

    화동 사건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네트워크 도미노’라고 칭

    한다. 네트워크상에 연결된 각 아웃렛들이 하나의 허브의 존폐에 따라 연속적으로 종속, 연동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상에서 대부분의 사이트가 소수의 핵심 허브에 연결돼

    기능하는데 만약에 이런 허브가 고장을 일으키면 여기에 연결된 서브 사이트들이 제대로 된 기능

    을 수행하지 못한 채 쓰러진다. 또 쓰러진 허브와 비슷한 규모의 다른 허브까지도 도미노처럼 쓰

    러져 결국 네트워크 전체가 쓰러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네트워크 도미노 현상은 현대물리학자

    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복잡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인터넷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이런

    네트워크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경우 사회 전체에 치명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

    다. (강병남, 정하웅, 2003)

    KT 혜화전화국 사건의 사례를 보면, 당시 한국과 해외 인터넷망을 연결하는 DNS서버에 엄청

    난 과부하가 걸리면서 주위의 허브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졌었다. 당시 슬래머 웜의 확산으로 네트

    워크 트래픽이 마비되고, 국내 8800여 SQL 서버가 감염되어서 금융거래가 중단되고 공장생산주

    문이 마비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이었는데, 특히 한국에서의 감염율

    이 일본의 7배, 중국의 2배에 달했다는 것은 급속하게 정보화사회에 들어선 한국에서 문제가 더

    심각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핵심기능이 소수의 허브에 편중되는 경향성만을 놓고 본다면, 네트워크 도미노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대체 허브와 경

    보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오로지 핵심적 허브의 움직임에 목을 매달다간 예기치 못한

    네트워크 도미노 현상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개입이나 공격으로도 사회전반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현대사회의 취약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 「IT의 사회․문화적 영향연구」 최종심포지움 자료집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30

    KT 혜화동사건의 개요

    이처럼 항공노선과 같은 복잡계 네트워크는 허브가 존재함으로써 견고하지만 취약하다

    (robust-yet-fragile)는 특성을 갖는다. 허브는 인터넷의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이번 인터넷 대란은

    허브 역할을 하는 KT 혜화전화국 DNS 서버가 다운됨으로써 전체 네트워크가 심각한 장애를 받

    은 경우라고 1차적으로 얘기할 수 있다.

    (2) 복합 돌발형 사고가능성의 증가

    현대사회가 고도 위험기술사회로 전환되면서는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사고가 빈발한다. 페로우

    는 이를 정상사고라고 명명하였다. 정상사고란 과도한 복합적 상호작용 (complex interaction)과

    단단한 결합(tight-coupling)을 특징으로 하는 체계에서는 아주 낮은 확률이라 하더라도 불가피하

    게 발생하는 사고를 의미한다. 이러한 불가피성은 마치 통계적인 분포에서 특정한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유의수준 안에서 존재함을 (알파 에러) 정상적인 것으로 보는 것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이처럼 정상사고는 개인의 실수나 판단착오로만 일어나기 보다는 조직이나 기술체계 자체에 내장

    되어 있는 복합성과 불확실성에 대해 주목한다.

    다음 표는 재난을 사건들 간의 상호작용과 사건들의 평균 소요시간을 기준으로 유형화 한 것이

    다. 사건들 간의 상호작용은 체계의 복잡성과 기술복합성을 말해주며 사건들의 소요시간은 재난

    을 구성하는 사건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적 경과를 필요했는지를 말해주는 것으로서 사건들 간의

    시간적 결합정도를 말해준다. 이러한 분류는 재난을 사건구조라는 틀로 재조직함으로써 나타내어

    질 수 있는 특성들을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서 숨겨져 있던 재난의 다양성과 특색들을 끄집어내는

    구실을 한다. 사건들 간의 상호작용에 따라 복합형과 단순형, 그리고 사건들의 평균 소요시간에

  • 「IT의 사회․문화적 영향연구」 최종심포지움 자료집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31

    따라 증폭형과 돌발형으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재난유형 분류

    사건의 소요시간

    길다 짧다

    복잡하다

    사건의

    상호작용

    단순하다

    복합 ․ 증폭형

    (환경오염 재난유형)

    러브커넬사건

    LA 스모그

    복합 ․ 돌발형

    (고도기술 재난유형)

    챌린저 폭발, 보팔참사, 드리마일

    아일랜드 핵발전사고 등

    유형 1 유형 2

    유형 3 유형 4

    단순 ․ 증폭형

    (단순기술․부실유형)

    삼풍백화점붕괴, 성수대교붕괴

    미국 그랜드 테텀댐 붕괴

    단순 ․ 돌발형

    (단순사고․범죄유형)

    KAL기 폭파

    자동차사고 등

    는 사건 간의 상호작용과 사건의 소요시간을 기준으로 재난을 복합․증폭형, 복합․돌

    발형, 단순․증폭형, 단순․돌발형과 같이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것이다. 각 유형별로 재난의

    유형이 비교적 차별성을 가지고 나타나는데 복합․증폭형의 경우에는 환경오염 재난이, 복합․돌

    발형인 경우에는 고도의 기술이 관련된 재난이, 단순․증폭형의 경우에는 단순한 기술이 관련되

    며 부실공사가 관련된 재난이, 단순․돌발형의 경우 단순한 사고나 테러 등 범죄에 의한 재난이

    주로 나타나고 있다.

    유형 2는 사건들 간의 상호작용이 많고 소요시간이 매우 적게 걸린 복합․돌발형 재난들이다.

    이는 다시 말해 재난 자체가 매우 빠른 시간에 압축적으로 발생하였으며 그 사이에는 많은 인간

    과 기계의 상호작용이 존재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형 3에 해당하는 과거의 재난들 (단순․증

    폭형)는 사건들 간의 상호작용이 적고 소요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 재난들로서 매우 오랜 기간동

    안 여러 위험요인들이 간과되어서 발행한 재난을 의미한다. 복합․돌발형 재난은 그 상호작용의

    복잡성과 빠른 사건진행에 의해 개인 수준에서 이를 파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수준

    에서의 시스템 디자인의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커지게 되는 것이다.

    (3) 열린체계와 시스템 디자인의 오류

    시스템디자인에 관한 논의는 개방적 체계로 조직을 이해하는 이론가들에 의해 비약적으로 발전

  • 「IT의 사회․문화적 영향연구」 최종심포지움 자료집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32

    했다. 비어(Beer)는 시스템을 상호작용의 복합성 정도에 따라 단순하고 결정론적인 것(예: 단순

    차단기)에서부터 복잡하고 확률적인 것(예: 공장의 조립컨베이어 시스템), 그리고 극단적인 복합

    성을 가지는 것(예: 다국적기업 등) 등으로 나눈다 (Beer, 1964). 그는 복합성의 수준이 높아질수

    록 전통적인 수리적 모델보다는 사이버네틱스나 시뮬레이션을 통한 디자인이 보다 적절한 것이라

    고 주장한다. 즉, 실제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방화벽을 포함한 여타 하위시스템들과 사람들이 어

    떻게 작동하는지를 면밀히 관찰하여 이들간의 상호연관성을 파악한 뒤,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전

    체 시스템을 디자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6)

    지하철 운행뿐 아니라 항공관제, 원자력발전소 운전, 항공모함 조작 등과 같이 실패했을 때 막

    대한 피해와 비용이 발생하는 시스템에서는 조직의 효율성(efficiency)보다 신뢰성(reliability)이 더

    큰 중요성을 갖는다 (Weick, 1987). 이런 조직일수록 시행착오를 반복하여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

    법은 위험천만하다. 그래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많은 경우에 사고는 시스템에 허용한 다양

    성의 범위를 넘어서는 다양성이 등장했을 때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해서 생겨난다. 따라서 시

    행착오를 대신해서 조직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동원하거나, 시뮬레이션을 하거나

    다양한 대리경험을 활용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현대사회로 올수록, 그리고 앞으로 더욱 더 시스템 디자인의 복합성이 증대되기 때문에 생겨날

    수 있는 오류의 가능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 디자인의 오류란 개방적 체계로

    조직을 이해하는 이론가들에 의해 발전한 개념으로서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하여 사전에 설계

    된 시스템이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작동함으로써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는 시스

    템설계 과정상의 오류를 말한다. 이러한 시스템 디자인의 오류는 체계 자체가 복합적 인과관계

    (complex-interaction)와 긴밀한 결합(tight-coupling)으로 이루어진 경우에 발생하는 오류이다. 왜

    냐하면 기계와 인간의 상호작용들이 매우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또 그러한 상황 자체가 매우 긴박

    하게 돌아가는 경우 불확실한 경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므로 사전에 이 모든 상황에 적

    절한 대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와 달리 과거의 재난들 즉 단순․증폭형 재난들은 상호작용이 적고 느슨한 사건진행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상당한 기간동안 드러난 사전 징후들이 묵살되는 과정을 거쳐 위기가 증폭

    되고 배양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위기의 배양이란 사전에 여러 가지 사고의 신호들이 나타나

    지만 이를 무시하고 잘못 해석하서 위험요인이 숙성되어 재난이 발생된다는 의미에서 터너가 고

    안한 개념이다(Turner, 1997: 70).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그는 재난을 ‘사전의 경고들을 무시하

    거나 간과하는 문화 속에서 축적된 위험요소들이 한꺼번에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서 집중하여 나

    타나서 한 사회나 사회의 하위체계의 존속을 위협하는 사건’으로 정의한다(Turner, 1997: 70). 실

    6)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구지하철은 각각의 하위시스템들이 주어진 한가지 조건에만 반응하도록 하는 단순시스템으

    로 설정되었고, 하위시스템들이 함께 작동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고려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전체 시스템은 부분 시스템의 합 이상이라는 개방체계론적 사고 (open system paradigm)의 기본전

    제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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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33

    제로 한국의 과거 재난의 경우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조직들이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담당하

    는 부서를 운영하였으나 비상계획은 대부분 재난 이후의 복구과정에만 주목할 뿐 조직 내부에서

    위기의 잠재력이 배양된다는 점에 주목하지 못한 경향이 있다(Smith, 1999).

    한국사회 재난의 성격도 변화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미래 한국의 재난은 과거 재난과 같은 유

    형(단순․증폭형)뿐만 아니라 현대적 재난의 유형(복합․돌발형, 복합․증폭형)과 같은 매우 다양

    한 성격을 가진 재난일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더 나아가 한국 사회는 과거의 단편일률

    적인 형태가 아닌 보다 복합적이고 다양한 위험이 동시다발적으로 공존하는 복합적 위험사회로

    진입하게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증가하는 비정상사고

    드리마일 아일랜드의 원자로 누출(1979), 보팔 유니온카바이드 폭발 (1984), 우주왕복선 챌린저

    폭발 (1986), 체르노빌 원자로 누출 (1986), 엑손발데즈 유조선 침몰 (1989), 동경지하철의 사린가

    스살포 (1995),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탄테러(1995),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에 대한 테러공격

    (2001), 디스카버리호 폭발 (2002) 등은 대형재난을 가져올 잠재력이 현대문명에 자리잡고 있음을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이어지는 대형 참사와 재난들 속에서 연구자

    들은 크게 두가지 상이한 사고의 경향들을 발견해내고 있다. 즉 정상사고(normal accident)와 비

    정상사고 (abnormal accident)인 것이다(Mitroff, 2002). 보팔과 체르노빌, 그리고 엑손 발데즈호

    유조선침몰은 오클라호마나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와는 구별된다. 전자가 복합적인 체계 내부

    의 기술적인 오작동에 의해 터진 문제라고 한다면, 후자는 악의를 가진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재난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정상사고는 선의에서 출발하여 발생하는 사고라는 특징을 갖는데, 비정상적인 사고는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악의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대비된다. 즉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뿐 아니라 생활의

    전제가 되는 안전에 대한 믿음, 그리고 환경을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비

    정상사고는 훨씬 더 충격적이다.

    뉴욕 쌍둥이 빌딩에 대한 테러나 대구 지하철 참사의 발단은 과거 병력이 어떠하든 간에 ‘다함

    께 죽자’는 적의를 품은 사람들에 의해 촉발되었다. 이처럼 사고의 단초가 선의가 아닌 악의에서

    출발할 경우에 우리의 안전은 더욱 취약해진다. 조직 운영의 목적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는 사람

    들로 이루어졌을 경우에는 암묵적인 신뢰가 안전을 보장한다. 고속으로 질주하는 도로에서 반대

    차선을 달리는 자동차가 중앙 분리선을 넘어 내가 달리는 차선으로 돌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이 도로의 일상적인 교통흐름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가 중앙 분리선을 넘어 반대차선

    으로 돌진하여 자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사고를 냈다면, 그러한 믿음이 뿌리 채 흔들리기 때문

    에 당연시한 일상적인 질서는 무너지고, 사람들은 충격에 빠지게 된다. 또한 우리가 만들어내는

  • 「IT의 사회․문화적 영향연구」 최종심포지움 자료집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34

    문명과 시설물이 복합적이 되고 고도화될수록 이처럼 악의에 기반한 공격에는 더욱 취약해지는

    경향이 드러난다. 악의에 의한 테러는 그래서 마치 전적으로 신뢰하는 부모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어린아이가 가질 수 있는 배신감과 충격에 비유될 수 있다.

    5. 위험의 메가트렌드와 정보화의 명암.

    한국사회에서 위험은 서구와 공유하는 위험사회의 특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한국적인 위험성을

    중첩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2003년 2월 18일에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압

    축 성장에 가려진 도시 인프라의 부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줘야 할 정치권과 행정 기관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사회 도처에 부실과 불량을 양산해 낸 총체적 부패 사슬, IMF 외환위기 이

    후에 무원칙하게 진행된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나타난 사고라는 점에서

    그 특성을 규명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위험의 특성을 분석하는데 필수적이다.

    더구나 우리 사회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대형 참사들을 겪었으면서도 그와 같은 참사를 또

    피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한국적 재난의 특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론적, 실천적 함의를 끌어내

    야 할 필요성이 매우 시의적절한 것임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1) 정보화와 위험

    정보화는 잠재적 위험과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오늘날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정보화과정에

    서 한국사회는 성공한 사례로 간주되고 있어서, 세계 최고의 초고속망에서부터 인터넷 활용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IT분야는 날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급격한 성장의

    이면에는 정보화과정 자체가 경제성과 효율성의 논리에 기초하여 주로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초점

    을 두고서 진행되었으며,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힘들다.

    또한 경제 및 산업위주의 정보화가 사회구성원의 인권 및 사회 전체의 민주화과정에 미칠 영향

    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날로 고도화되는 정보사회에서 위험성에 대한 새로

    운 자각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해지고 있다. 정보사회에서의 위험성은 사이버중독, 일탈 및 범죄

    등을 포함하지만 특히 개인정보 침해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재 사용하는 인터넷

    환경은 각 사이트를 하나 이용하려고 해도 사용자의 신상정보를 제공해야 가능하게 되어 있다.

    그래야만 회원이나 고객으로서의 지위를 부여받고 가상공간에서 비로소 전자상거래에서 사이버

    공동체 활동에 이르기까지의 제반 사회경제적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의

    체계 아래서는 기술적으로도 개인의 신상정보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데 있는

  • 「IT의 사회․문화적 영향연구」 최종심포지움 자료집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35

    것이다. 단지 개인이나 집단의 양심 또는 윤리의식에 호소할 뿐 그나마 해킹이나 정보유출에는

    속수무책인 것이다. 실제로 관련기관에서는 개인정보침해로 인한 상담과 피해신고가 급증하고 있

    는 실정이다. 인터넷 이용률에 비례하여 이와 연관된 각종 위험 증후군이 함께 누적된다고 하겠

    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발급, 유료사이트 무단 사용 등의 각종의 범죄행위에 직접 이용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 및 공인인증서 해킹과 관련된 개인정보침해 문제가 이미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보화과정에 따른 위험증후군에 대한 진단과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안전의식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2) 위험관리와 대비

    우리는 서구의 정상사고의 성격과 함께 사회조직과 부문들간의 조정과 소통의 실패 때문에 발

    생하는 ‘피할 수 있는 사고’를 동시에 경험해 왔다. 유사한 유형의 재난이 빈발한다는 것은 우리

    가 과거의 고통으로부터 제대로 학습을 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한 연구에 의하면 과거의 대형

    사고에 비하면 위기관리조직들이 신속하게 출동한다는 점에서는 발전을 이루었으나, 위기관리의

    전반적인 상황을 성찰적으로 돌아보고 전망을 통해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학습메카니즘은 아직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팔, 1996). 결국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은 새로운 기구를 만들거나

    캠페인을 벌이는 일회적인 처방으로는 불가능하다. 우리의 생활세계 내에 구조화된 복합적인 위

    험은 미시적 수준의 관행이나 관습 등에 내장되어 있으면서 거시적 수준에서 집약적으로 표출되

    는 것이다. 사회의 기술체계와 구조물의 성장과 달리 우리는 그에 걸맞는 사회적 통합과 도덕적

    자원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효과적인 재난관리를 설명하는 두 가지 접근으로 기술적 패러다임과 문화적 패러다임을 나눌

    수 있다 (Gherardi and Nicolini, 2000). 기술적 패러다임에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위험요

    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에 대비하는 안전장치를 디자인할 수 있다는 낙관적 견해를 가지고 있

    다. 또한 재난방지를 위해 작업의 공정과 내용을 자세히 분류하고 통제하며, 작업자들을 훈련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주의적 패러다임에서는 위험을 ‘객관

    적’이고 ‘중립적’인 것으로 믿기 때문에 위험의 요소들이 기본적으로 측정 가능하고, 계산가능하

    며, 확률적으로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화론 패러다임에 입각한 연구자들은 안전문

    제를 기술적인 문제로만 다룰 경우에 생기는 위험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인류학자들은 위험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태도가 문화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Douglas

    and Wildavsky, 1982).

    사회구성론자들은 ‘안전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그 이유는 기술적 요인을 포함하여 조직

    이나 시스템 전반의 운영이 신념, 규범, 태도 등 개인의 문화적 실천에 의해 심각하게 영향을 받

    기 때문이다. 이때 안전 문화란 물화된 개념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어떤 조직에 안전문화가 있

  • 「IT의 사회․문화적 영향연구」 최종심포지움 자료집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36

    느냐의 여부를 따지는 것은 이미 그것의 소유여부를 따지는 것으로서 안전문화를 잘못이해하고

    있다. 안전문화란 과정이며, 조직적 실천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안전문화’를 단순히 인

    지적인 과정이나 지식으로 이해해도 곤란하다. 오히려 조직의 유능한 성원으로서의 학습능력을

    갖추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Gherardi and Nicolini, 2000).

    조직학습론에서는 지식의 생산과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조직을 실천의 공동체로 이

    해하는데, 이러한 조직 내에서는 다양한 활동들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구성원

    들은 체화된 지식을 갖추게 되고, 또한 새롭게 조직에 들어오는 신참자들도 실천공동체 속에서

    자연스럽게 학습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고가 재발하는데도 위기관리체제가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반복되는 것은 대응하는 정부

    조직이나 조직의 학습과정이 불완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에 중앙과

    지방정부 조직의 학습이 불충분했음을 의미한다 (이상팔, 1995; 1996).

    ‘안전’이란 기술적 사회적 시스템의 출현적 속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기술체계와 인간관

    계가 함께 어우러져서 만들어지는 종합적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근본적인 사고의 전

    환이 이루어져야만 위험으로부터 해방되고 재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물질적인

    성장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는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낸 근대성의

    여러 가지 어두운 부분들에 대한 성찰로부터 안전하고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어가는 단초를 찾을

    수 있고, 그 지름길은 돌아가는 여유로움,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조직과 관행을 만들어가는 문화

    적 혁신 뿐이다.

    앞으로 인류사회가 경험하게 될 새로운 문명은 분명 그동안 꿈을 꾸어 온 여러 가지 일들을 가

    능하게 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기술의 진보는 또다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만들어낼 것이

    기 때문에 기술의 진보를 통해 인류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소박한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위험은 얼굴을 달리하나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존재적 구속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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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40

    조권중(서울시정개발연구원)

    [21세기 한국의 메가트렌드] 심포지엄에서 위험사회에 대한 논의가 하나의 큰 줄기를 이

    루게 되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 논의는 현재의 재난뿐만 아니라 미래의 위험을 생각하

    게 합니다.

    최근 3월 초의 폭설과 이로 인한 고속도로 교통 대란, 유통 대란, 농사 기반의 파괴 등은

    우리나라의 재난에 대한 대비와 관리가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신문과 방송

    보도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이전의 재난에 대한 대응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사건(기록적인 폭설)으로 인한 재난 발생, 재난에 대한 대책의 결여, 사건 발생 이후의 대처 능력

    부족 그리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국민 성금 모집입니다. 이 재난 순환에서 위험과 재난에 대한

    한국 사회의 현 모습을 봅니다. 사회적으로는 전문가들이 일시적으로 여론의 주체로 나와 여론을

    환기시키지만 국민들은 지원 성금으로 뒤풀이를 하고 금세 잊혀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재난을 통

    해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재열 교수는 이러한 순환의 모습에서 제기될 수 있는 한국형 위험의 실체를 제시합니

    다. 이것은 전형적인 후진국형 재난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배경에는 한국적 위험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특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재열 교수는 한국사회가 가지는 높은 위험 추

    구 성향, 집단과 제도간의 조정 실패, 부패와 공적 신뢰의 붕괴를 그 특성으로 잡아냈습니다. 여

    기에 덧붙이자면 재난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경험을 망각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위험 사회에 대한 논의는 두 가지 차원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위험의 실재 즉 현

    실적으로 존재하는 위험에 처해 있는 사회입니다. 이재열 교수가 열거한 생태 위험에서 기술적,

    사회적 위험에 이르기 까지 현대 사회를 구조화하는 위험들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위험에 대한 인지와 이에 대한 성찰적인 반성이 이루어지는 사회입니다. 위험사회의 개

    념에서 이 두 차원이 동시에 논의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의 위험 사회는 위험이 인

    지되지만 위험한 사회는 아닐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위험에 대한 인지와 더불어 이에 대한 대비

    와 대책을 만드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위험을 인지하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거나 대비하지

    못하는 사회는 위험한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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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래한국실 41

    근대성은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만들었습니다. 위험에 대한 인지는 정보를 통

    해서 이루어지고, 정보를 기초로 위험에 대비하는 대책을 만들고 재난이 일어나면 축적된 정보에

    따라 후속 조치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즉 위험은 계산가능하고 관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계산과 관리는 합리성에 기초를 둡니다. 합리적인 사회는 위험을 관리하고 재난에 대처합

    니다. 한국 사회에서 압축 성장, 또는 돌진적 근대화에 의해 초래된 위험성은 사회의 합리성을 제

    고하는 근대화 프로젝트에서 관리되고 제어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러한 실천적인 노력이 결여되

    었기에 재난을 다시 겪고, 재난의 순환에 처하게 됩니다.

    경제 성장 과정에서 한국은 서구 선진 사회가 겪어 왔던 위험의 문제를 답습하거나 또는

    이에 대한 관리의 기술을 배워왔습니다. 그런데 21세기 초엽에 드러난 한국의 문제는 더 이상 서

    구로부터 위험과 위기의 관리를 배우기가 어렵게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이 일부 영

    역에서 기술의 프론티어에 있음을 확인시켜 줍니다. 정보 통신과 관련된 인터넷 강국의 모토는

    그 성과를 드러내는 것이지만 또한 여태까지 경험하지 못한 위험을 인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에 대한 대처는 서구의 선진 사회에서 배워올 경험이 거의 없고 이제 한국에서 시작되는 위험입

    니다.

    서구의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세계관은 기술 합리성에 의해 초래되는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이 성장 동력으로 꼽고 있는 IT, BT, NT 등은 한국이 기술의 프론티어에 있

    으면서 동시에 다가오는 위험에 먼저 노출 될 수 있음을 함축합니다. 여러 영역에서 나타나는 기

    술적 위험에 대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정보화와 관련된 기술적 위험은 이 심포지엄에서 가장 중요

    하게 보아야 할 것입니다.

    특정 상황에 있어서 정보의 증가는 위험의 감소를 가져오지만, 정보와 정보 시스템에 대

    한 의존성의 심화는 더 큰 위험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사회가 원활하게 작용하도록 정보시스

    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