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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백년포럼 다른백년, 역사의 새가 되어 4차 산업 혁명,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발제: 홍기빈(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토론: 최상명(우석대학교 교수) 일시: 2016225() 19:30~21:30 장소: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20주최: 다른백년 창립준비모임 주관: 백년포럼 기획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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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백년포럼

다른백년, 역사의 새가 되어

4차 산업 혁명,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발제: 홍기빈(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토론: 최상명(우석대학교 교수)

▸일시: 2016년 2월 25일(목) 19:30~21:30▸장소: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20호▸주최: 다른백년 창립준비모임

▸주관: 백년포럼 기획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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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자 홍기빈 소장은 현재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칼 폴라

니 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한 뉴레프트리뷰 한국어판 편

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여러 매체에 지구정치경

제 칼럼니스트로 정기ㆍ비정기 기고를 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지구정치

경제의 구조 변화와 일본 자본주의 구조 변화이며, 서구 정치경제사상사에 대

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토론자 최상명 교수는 우석대 공공인재학부에서 재

직 중인 금융안보분야 전문가로서, 우석대 김근태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으로 활

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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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왜 4차가 아닌 3차 산업혁명인가1)

홍 기 빈*

1. 들어가며: “3차 산업혁명”

얼마 전 다보스 포럼 이후 이른바 “제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어구가 온 세계의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분명히 온당하고 지금 꼭 필요한 문제 제기이기는 하지

만, 두 가지 점에서 이견 혹은 관점의 차이를 느꼈다. 첫째, 클라우스 슈와브 박사

는 기술 전환에 따른 사회적 제도 변화의 문제에 주의를 환기하고는 있지만, 이것

이 “기술 전환에 조응하는 사회 변화”라는 기능적 태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주로 소득 및 일자리의 문제로 국한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새

로운 산업 혁명의 물결에 따른 사회의 변동은 그렇게 협소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보겠으나, 지난 200년간 벌어졌던 1차 및 2차 산업 혁명의 물결이 가져왔던 사회

의 변화는 글자 그대로 전면적인 사회 혁명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도외시

하고 그저 사회와 기술의 순조로운 조응을 위한 몇 가지 기능적인 제도 및 장치에

만 시야를 국한한다면 굳이 그렇게 “몇 차 산업 혁명”이라는 이야기틀을 동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일자리와 소득 불평등의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줄기차게

제기되어온 것들이니까.

둘째,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현재의 새로운 산업 혁명의 물결에다가 네 번째라는

숫자를 붙이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슈와브 박사 등은 단순한 정보 기술의 확장

과 이를 통한 생산의 자동화가 이루어졌던 “세 번째”와 인공 지능과 사물 인터넷

등으로 “완전히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이 나타난 “네 번째”의 산업 혁명을 구별해

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가 단순한 산업 나아가 경제를 넘어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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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사회 전체와 하나로 엮여 있는 변동의 과정을 생각한다면 이는 너무나 협소

한 기술적 기능적 시각에 묶여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인정되는 앞

의 두 번의 산업 혁명의 물결의 경우 새로운 기술 혁신이 개시된 이후 새로운 기

술 패러다임과 조응하는 사회 변화가 시작되는 데에 반세기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략 60년대 말 70년대 초에 시작된 세 번째 기술 혁신의 시

작이 그에 걸맞은 전면적인 사회 변화를 요구하는 때가 대략 현재의 시점과 일치

한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술-사회의 종합적인 틀에서 본다면 더

더욱 현재의 국면은 네 번째가 아닌 세 번째의 산업 혁명이 사회적 형식과 제도의

변화를 초래하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따지고 보면 현재의 사회 경

제적 제도의 틀은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2차 산업 혁명을 통해 전면화된 자본

시장, 투자 은행, 대규모 주식회사 등에 압도적으로 지배당하고 있는 현실로서,

100년 전 미국의 노상강도 귀족들 robber barons 의 시대에서 아직 크게 바뀐 것

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글이 제기하려는 문제는 단순히 현재의 기술 전환의 국면이 세 번째

냐 네 번째냐는 숫자상의 논쟁이 아니다. 앞선 시대에 벌어졌던 두 번의 산업 혁

명의 물결은 항시 벌어지는 일반적인 기술 변화와 달리 몇 가지 사회 제도와 관행

의 변화와 같은 “기능적”인 것이 아니라 총체적이고도 근본적인 것이었다. 만약

21세기 초인 오늘날의 기술 변동의 상황을 그러한 깊이와 폭을 가진 “세 번째 산

업 혁명”으로 파악하려 한다면 (나는 그것이 옳다고 믿는다), 이것이 가져올 사회

변동의 폭과 깊이 또한 그러한 규모로 파악하고 준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글

은 아주 소략하게나마 앞의 두 번의 산업 혁명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현재 국면

의 몇 가지 측면들을 짚어보도록 한다.

2. 두 가지 이론적 틀

그런데 이는 아주 거시적이고도 종합적인 시각과 이론틀을 필요로 하지만, 마르

크스주의와 역사적 유물론이 사라진 이후 이러한 총체적인 기술과 사회의 역사적

진화라는 큰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큰 이론 grand theory”은 불신과 거부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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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4차가 아닌 3차 산업혁명인가 / 홍기빈 3

상이 되어왔고 따라서 그러한 이론의 발전도 저발전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 글에

서 그러한 “큰 이론”을 제대로 개진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두 가지의 이론적

개념 혹은 시각을 분석의 틀로 간략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1) 경제는 “수단과 방법”을 통한 공동체의 “쓸모” 조달이다

근대 경제학의 기본적인 개념과 범주들은 18세기와 19세기를 경과하면서 완성되

었지만, 이는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경제 활동을 물리적 화학적인 자연 현상처

럼 파악하는 편향을 갖는다. 그 중의 한 예가 경제 활동을 생산과 소비 (때로는

분배) 의 두 축으로 분리하여 생각하는 경향이다. 이러한 경향이 심화될 경우 기

술과 사회라는 두 개의 축은 마치 서로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처럼 여겨지며,

극단에 가면 서로에 대한 아무런 언급과 고려가 없이 따로따로 연구되는 현실을

낳고 말았다.

그런데 이렇게 생산/분배 및 소비, 기술/사회 등의 이분법에 갇히게 되면 산업

혁명이 가져오는 인간 세상의 총체적인 변화를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생길 수밖

에 없다. 토스타인 베블런 Thorstein Veblen 은 이러한 총체적 변화를 파악하기 위

한 그의 “진화론적 과학 evolutionary science”의 방법으로서, 경제 활동이란 어디

까지나 공동체 – 개인이 아니다 – 가 스스로의 필요를 충족하고 조달하기 위해

벌이는 활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생산과 분배 및 소비도 또 기술과 사회도

그 안에서 하나로 통일되어 있는 연속된 과정임을 분명히 한다. 그가 쓰는 용어를

통해 설명하자면, 어떤 공동체는 그 성원들이 공유하는 독특한 문화와 삶의 방식

에 기초하여 어떤 것이 가치가 있는 것들이며 또 바람직한 것들인지 즉 “쓸모

serviceability”가 있는 것인지를 규정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조달하기 위한 “수

단과 방법 ways and means”에 대한 기술적 지식 또한 축적한다. 경제학에서 보통

좌파든 우파든 마치 자연 현상인 것처럼 다루는 생산성이라든가 가치라든가 하는

범주들은 모두 이러한 욕구와 생산 능력을 집단적으로 보유하는 인간 공동체라는

틀을 준거로 했을 때에만 제대로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진공관

이나 트랜지스터는 19세기 이전에는 아무런 생산성도 가질 수가 없는 것들이며,

유튜브가 존재하는 21세기에 중세기의 음유시인이 문화재로서 이외의 가치를 가지

기는 힘든 일이다. 요컨대, 경제와 산업이라는 현상은 이렇게 그것을 수행하는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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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로서의 인간 공동체가 공유하는 욕구 (혹은 가치) 그리고 생산 기술 능력이라는

연속된 과정을 틀로 하여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기술과 사회 중 무엇이 우위를 점하느냐는 소모적인 논쟁은 물론

이요 기술 변화를 사회와 무관하게 그저 “생산력” - 이는 그 욕구의 주체인 공동

체의 문화를 준거로 삼지 않으면 전혀 의미를 가질 수도, 심지어 측정조차도 불가

능하게 되는 개념이다 - 의 개선으로 보는 단선적인 관점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기술과 사회는 연속되어 있는, 기실 동일한 과정의 두 측면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

술의 발전이라는 것과 사회가 어떠한 욕구와 가치를 발전시켜나가는가는 서로가

서로를 규정하는 문제가 된다.

2) 사회, 국가, 산업의 분리

이 세 가지의 영역이 서로 기능적으로 확연하게 구별되었다는 것이 산업 혁명

이후의 근대 사회에 나타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유럽 역사

에서 우선 나타났던 것은, 16세기를 경과하면서 사회로부터 동떨어진 인위적 정치

체로서의 근대 국가 출현이었다. 초월적이든 내재적이든 사회를 구성하고 지배하

는 보편적인 규범과 원칙과 별개로, 독자적인 합리성의 근거와 규칙으로 구성되는

국가이성 raison d’Êtat 의 담지자라는 것이 근대 초기에 나타난 국가였고, 이는 그

통치 대상으로서의 사회 – 부와 권력의 기초가 되는 신민과 토지의 결합물로 이

해되었다 – 의 위에 독자적으로 군림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보다 극적인 산업과 사회의 분리는 18세기 말 최초의 산업 혁명을 거치

면서 벌어졌다. 전통 사회에서 베블런이 말하는 바의 인간 집단의 경제 활동이란

인간, 자연, 문화, 도덕 규범 등이 불가분으로 하나로 엮여 들어가는 과정이었기에,

사회의 작동에서 산업만을 따로 떼어내어 독자의 영역을 구성한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는 일이었다. 폴라니의 표현을 빌자면, 경제는 그야말로 사회 안에 “묻어들

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산업 혁명이 시작되면 인간의 생산 활동은 기계적 합

리성 그리고 기계를 소유한 자본가들의 영리적 합리성 (막스 베버의 “자본 회계

합리성”)에 따라 조직되는 별개의 영역으로 분리된다.

인간의 자연적 삶의 흐름과 논리에 따라 전체 집단의 삶을 규제하는 원리가 통

일적으로 결정되었던 원시 부족의 생활 방식과 비교해 본다면, 이렇게 국가,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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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4차가 아닌 3차 산업혁명인가 / 홍기빈 5

사회 즉 정치 경제 사회 영역이 서로 기능적으로 분리가 되어 있는 삶은 아주 독

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세 영역의 작동은 서로 충돌을 일으켜서 산업 사회를

마비시킬 수도, 또 서로 효과적으로 조응하여 만족스런 산업 사회를 성립시킬 수

도 있다. 이미 19세기 초의 생-시몽 Henri de Saint-simon 은 이 세 영역이 인간의

집단적인 행복과 자유를 위해 유기적으로 결합되도록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 새로

운 시대의 인류의 임무라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이후 산업 혁명의 새로운 물결이

밀려올 때마다 이 세 영역이 어떻게 서로와 결합 혹은 분리하게 되는가는 인간 세

상의 모습을 결정짓게 된다.

3. 1차 산업 혁명

18세기 중후반 영국 맨체스터 등지에서 증기 기관과 면화 산업으로 시작된 제 1

차 산업 혁명은 말할 것도 없이 인류 문명에 미증유의 충격을 주었지만, 이후 산

업 혁명이 현재까지 지속되면서 가져온 누적적인 충격과 변화에 견준다면 외의로

그것이 사회에 가져온 충격은 크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

한 베블런의 두 차원 즉 공동체 전체의 욕구와 가치 그리고 “수단과 방법”이라는

두 차원에서 생각해 볼 때, 1차 산업 혁명은 어느 쪽에서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

온 것이라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1차 산업 혁명의 물결이 잦아드는 19세기 초반

까지도 철도의 출현을 제외한다면 그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욕구와 가치를 만들어

낸 것이라기보다는 그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전통적인 의식주 및 생필품의 욕구를

당연히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시장의 크기는 인구와 지리적 확장에

따라 단선적으로 결정되는 경향이 있었다. 생산 기술에 있어서도 비슷한 점을 생

각해 보아야 한다. 전통적인 기술적 과정에 동력을 결합시키고 기계화했다는 것

뿐, 기술적 과정 자체가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나타나는 등의 새로운 단계

로 들어간 것은 아니다. 기술과 공학은 아직도 자연과학과 결합되지 않은 상태에

서 전통적인 방법과 기술 지식에 의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동력과 기계의 전면적 발전이라는 것은 분명히 인간의 경제 활동

에 있어서 상전벽해의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자연과 인간은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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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의 주역이라는 자리에서 수동적인 “투입물”의 자리로 밀려나게 되었고, 이것

들의 결합과 운영은 이제 기계의 합리성 그리고 기계를 소유한 이의 자본 계산 합

리성이라는 완전히 독자적인 논리에 따라 이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앞에서 말

한 대로 인간, 자연, 화폐라는 세 가지의 생산 요소는 사회의 맥락에서 떨어져 나

와 그러한 산업/경제 영역의 독자적 논리에 따라 재조직될 수 있는 형식을 띠어야

만 했고, 이것이 폴라니가 강조하는 바의 “허구적 상품”의 출현으로 이어지게 되

었다.

이 두 측면 – 독자적인 산업 영역의 출현과 욕구 및 생산 방법의 전통성 –

이 19세기 특히 1848년 혁명 이후의 유럽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났던 부르주아 사

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사회의 구조와 그 지배 계급인 토지 세력 및 군

사 귀족들은 여전히 권력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이것이 나라와 사회의 “기틀”로

존속한다. 그 기초 위에 서서 부르주아들은 경제 영역에서의 권력을 분명히 틀어

쥐고 이들과 나란히 지배 계급을 구성한다. 부르주아들의 계산적 합리성과 전통적

인 사회 규범이 나란히 존재하면서 균형을 이루었던 것이 19세기 자유방임 사회의

모습이었다.

국가는 여기에서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산업의 영역과 사회의 영역이

서로 분리되어 독자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이 두 영역의 분리라

는 것은 어디까지나 기능적 인위적인 것에 불과하여 현실 세계에서는 서로 무수한

충돌과 갈등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두 영역의 분리와 공존을 보장하기

위해서 국가는 철저한 헌정 정치의 원칙을 고수할 뿐만 아니라 여러 규제와 입법

을 활발히 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며, 나아가 대외적으로는 군국주의적인 경향으

로 치닫게 되기도 한다.

4. 2차 산업 혁명

1880년대에 미국과 독일을 필두로 시작된 2차 산업 혁명은 이와는 대단히 다른

논리를 품고 있었다. 먼저 생산 기술의 차원에서 볼 때, 이제는 자연과학 지식을

동원하여 생산 과정을 일련의 물리적 화학적 과정으로 잘게 분해하고 이를 과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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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4차가 아닌 3차 산업혁명인가 / 홍기빈 7

으로 재구성한다는, 보다 근본적이고 폭넓은 변화를 품고 있었다. 또한 이는 규모

및 범위의 경제라는 논리와도 연결되어 대량 생산 및 대량 소비라는 패러다임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발전한 중후장대의 중화학 공업은 이러한 조

건을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는 다시 인간 집단의 욕구와 가치에도 여

러 변화를 가지고 왔다. 전통 사회의 생활 방식을 넘어서는 욕구와 가치들이 빠른

속도로 계발되면서 소비주의와 향락주의의 새로운 생활 방식과 가치가 대두되었

고, 광고 산업 또한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중화학 공업의 출현은 19세기의 부르주아 사회와는 전혀 다른 원

리로 국가, 산업, 사회를 결합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1차 산업 혁명이 경제와

사회의 철저한 분리와 공존을 목적했던 데에 반하여, 2차 산업 혁명은 “집산화

collectivization”를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즉 다른 말로 하자면, 2차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그전과는 깊이와 폭이 전혀 달라진 산업 기술의 요구에 따라 사회 전체

가 전면적으로 상시적인 동원 상태에 들어갈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경제와 사회

를 철저히 나누는 것에 근거했던 19세기 형태의 자본주의는 여기에서 소멸하게 된

다. 대신 산업 및 경제의 논리를 사회 조직의 논리와 최대한 조응할 수 있도록 양

자를 변형시켜 하나로 통합한 형태의 국가와 사회가 특히 1930년대 이후 급속하

게 확산된다.

양자의 논리를 서로 조응할 수 있도록 통일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

다. 이를 위해서는 핵가족, 노동조합, 지역 공동체, 각종 기능 조직 등 다양한 사

회 조직들이 가지고 있는 논리를 충분히 받아들여 이를 산업 기술의 논리와 공존

하고 나아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도록 조정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

러한 조정이 평화적으로 합의의 방법으로 일어날 경우 사회민주주의나 뉴딜과 같

은 새로운 형태의 산업 민주주의로 발전했지만, 폭력과 억압의 방법으로 기계적인

통일을 보게 될 경우 공산주의나 파시즘 혹은 다양한 형태의 권위주의 체제로 나

타나게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국가는 다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다. 산업의 논리

와 사회의 논리를 서로 조응하도록 만들어서 하나로 통합시키는 것으로서, 19세기

의 그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이 된다. 갤브레이스가 1950년대의 미국을 묘사했던

“새로운 산업 국가 new industrial state”가 그러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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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3차 산업 혁명?

앞의 두 번의 산업 혁명의 물결은 역사학과 사회과학에서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

있으며 따라서 어느 정도 분명하게 일반화할 수 있는 언명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산업 혁명의 물결에 대해 그 일반적 성격에 대해서는 앞에서와 같

이 분명하게 언명할 수 있는 명제가 많지 않다. 나는 여기에서 비록 본질적인 중

요성을 갖고 있다고 보이지만 그래도 일부에 불과한 디지털이라는 현상에 착목하

여 그 한 측면만을 지적하고자 한다.

디지털이라는 것은 좁은 의미의 기술적 도구라기보다는 인간 사회를 조직하고

질서를 부여하는 “존재와 표상”의 차원과 닿아있는 좀 더 근원적인 문제임이 오늘

날에는 분명해졌다. 푀겔린 Eric Voegelin 이 지적했듯이, 인간 사회의 질서란 인

간을 포함한 여러 사회적 존재들에 어떠한 의미에 근거하여 어떠한 상징을 부여하

고 그 상징들 사이에 어떠한 질서를 상상할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그리고 인간

사회의 만사만물은 그 각각의 특성과 성질에 따라 서로 상이한 “상상계”로 편입되

어 다양하고 이질적인 방식으로 표상되었다. 하지만 디지털은 그러한 무수히 다양

하고 이질적인 상상계들을 모조리 뛰어넘어 그야말로 만사만물을 동일한 방식으로

표상하여 동일한 가상공간 안에 배열할 수 있는 혁신이었다. 멈포드 Lewis

Mumford 는 일찍이 인류의 진화에서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도구의 발명이 아니

라 상징 작용을 가능케 한 언어의 발전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디지털은 인간 세

상의 존재들은 물론, 그 존재들을 표상하며 나타난 다양한 재현 형태들 – 언어,

이미지, 음향, 감각 등등 – 을 모두 담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가장 조

작하기 쉽고 편한 방식으로 재현해낸다.

지난 40년간 진행되어 온 디지털 혁명은 금융자본주의, 탈산업화, 지구화와 긴밀

히 결합된 것이었다. 2차 산업 혁명 이후 산업 활동의 조직은 사회의 총체적인 동

조화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이었지만, 그러한 사회는 여러 다양한 사회 조직의

논리를 존중하고 수용할 때에만 산업의 조직과 결합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집산화된” 산업 국가는 가지가지의 규제와 사회적 합의 그리고 민주주의와 정치

논리 등이 작동하는 국민국가를 틀로 삼고 있었다. 요컨대, 사회의 작동은 여러 상

징과 의미를 통하여 사회적 존재와 사건들이 표상된 바를 조작함을 통해서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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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4차가 아닌 3차 산업혁명인가 / 홍기빈 9

한 것이며, 산업의 필요로 인하여 사회와의 전면적 결합을 꾀하던 20세기의 산업

사회는 이러한 여러 사회적 관계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디지털의 등장은 모든 사회적 존재 및 사건의 표상에 있어서 기존의 사

회적 관계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산업의 전 과정에 등장하는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의 동태와 상태 그리고 그것이 복무하도록 되어 있는 소비의 욕구 등은

가족, 노동조합, 지역 공동체, … 등등의 기존 사회적 관계들에 의존하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포착될 뿐만 아니라 어디로든 전달된다. 요컨대 사회 전체의 사물과

사건이 “정보”로 환원되어 유통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정보”의 연속

으로 환원된 만사만물은 그러한 여러 다양한 사회적 관계와 조직의 고유한 논리에

종속됨 없이 오로지 자본 계산의 합리성에 따라 즉 수익흐름 현재 가치의 극대화

라는 원칙에 따라 배치되는 일이 가능해진다. 여기에서 앞에서 설명했던 20세기의

산업 사회는 무너지면서 탈산업화, 지구화, 금융자본주의의 부활 등의 현상을 동시

에 수반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논리적 모순도 존재한다. 디지털 혁명을 통하여 사회가 산업

영역으로 효과적으로 흡수 및 재구성되고 여기에서 생산 능력의 폭과 깊이가 분명

히 신장되었지만, 그러한 생산 능력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즉 복무해야 할 새로운

가치와 욕구가 무엇인가에서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고 보인다. 두 번의 산업 혁명

의 물결이 지나가면서, 거칠게 말해 개인적 차원에서의 물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

는 산업 활동은 거의 포화 상태에 도달하였고 거기에서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

는 가치도 거의 소진되었다고 보인다. 이는 198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으로 성장한 사치품 시장의 규모에서 확인되는 바이다. 그리고 이 두 차원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의식주와 같은 물질적 차원에서의 욕구와 개인적 차원에서의 욕구

를 넘어서는 새로운 욕구와 가치의 창출은 모두 “사회”라는 차원에서만 가능한 일

이기 때문이다. 원시 시대로부터 오늘날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을 물질적 욕구와

가치 이외의 것들은 생활 방식의 변화를 통해서 새로 창출되고 또 발견되기 마련

이며, 이러한 생활 방식의 변화는 절대로 “개인”이라고 하는 전통적인 경제학과

시장 경제에서의 존재론적 단위로는 가늠할 수도 기획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

다. 페이스북이라고 하는 실로 어이없는 “혁신”의 기적적인 성공에서 보듯, 디지털

시대의 경제에서 큰 규모의 부가가치 생산은 이러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욕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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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의 창출과 발견에서 이루어질 때가 많으며, 이는 거의 항상 사회적 차원에서

의 생활 방식의 변화와 연결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의 “사회”란 앞에서 말한 대로 보다 효율적이고 만족스런 생

산 활동의 요소로서만 여겨질 뿐, 이렇게 스스로의 새로운 욕구와 가치를 발견하

고 창출하는 적극적인 주체로서의 위치는 인정되지 않는다. 개인의 인생 주기와

마찬가지로, 사회 또한 새로운 생산 방식과 산업 기술의 발달 그리고 여러 환경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욕구와 가치를 발견하면서 발전 development 의 과정을 거쳐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21세기의 금융자본주의에서는 그렇게 새로이 발견

되는 욕구와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권력은 오로지 구매자, 사실상 투자자에게만

독점되어 있다. 인간 세상에 필요한 것, 소중한 것의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에 대

해서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와 생각들이 오고가지만, 그것이 막상 수익의 흐름을

창출하여 자본화 가치로 계산되고 이에 투자가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없다면

이는 사회적인 가치로 인정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3차 산업 혁명의 한 모순을 볼 수 있다.

자동화를 넘어서서 인공지능, 로봇과 사물 인터넷 등으로 생산 능력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신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편, 그것을 통해 확장해나갈 새로운 욕구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주체로서의 사회의 존재는 부인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

한 새로운 욕구와 가치를 스스로 발견하고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능동적

으로 재구성하는 사회의 존재가 없다면, 드론도 또 그 밖의 어떤 기술 혁신도 아

이들의 장난감을 크게 넘어서기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의 욕구와 가치를

새로이 발견하고 긍정하는 여러 다양한 또 집단적인 사회 주체(들)의 능동성은 계

속 부인 당한다. 노동자도, 주부도, 노인들도, 예술가들과 작가들도 모두 자신과 사

회에 무엇이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이며 어떤 가능성들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발견

하고 구현하는 데에 참여할 수 있어야만 하건만, 이것이 실현되지 못한다. 요컨대

“사회 혁신”의 병목이 풀려주지 않으면 기술 혁신 또한 일정한 한계 내에 멈출 수

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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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4차가 아닌 3차 산업혁명인가 / 홍기빈 11

6. 나가며: “사회 혁신”의 중요성과 사회의 재구성

서두에서 말한 바 있지만, 현재는 4차 산업 혁명은커녕 3차 산업 혁명조차 제대

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반복해서 말해두고자 한다. 기술과 사회는 서로 독

립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특히 산업 혁명의 시대에 이 둘은 서로 연속된 인

류 사회의 진화 과정의 두 축일 뿐이다. 기술 혁신만으로 산업 혁명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에 조응하는 사회의 총체적인 변화가 함께 따라줄 때에 비로소 인

간 공동체가 스스로의 욕구와 필요를 만족스럽게 조달하는 과정으로서의 산업 과

정 전체가 완결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1970년대 이후의 기술 혁신에 조응하는 새로운 사회의 형태가

아직 출현했다고 말하기 힘들다. 이 새로운 사회의 형태란 일찍이 생-시몽이 갈파

했듯이 국가, 산업, 사회라는 세 영역이 서로와 어떻게 결합되어 유기적인 전체를

만들어 낼 것인가의 문제를 풀어낼 때에 비로소 출현하게 된다. 이렇게 서로와 유

기적으로 결합된 산업, 사회, 국가는 아직 출현하지 않았다. 산업은 자본 계산의

합리성이라는 금융자본주의의 논리 하나에만 지배당하여 사회와 국가를 그 아래로

종속시키고 있는 상황이며, 사회는 새로운 욕구와 가치의 발견과 창출을 통한 지

속적인 발전의 가능성을 차단당한 상황이며, 국가는 이러한 사회의 발전이라는 새

로운 목표는 고사하고 복지 정책을 통한 사회의 보호라는 전통적인 기능조차 위기

를 면치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에서 대의제 민주주의라는 기존

의 사회 통합 및 운영 방식은 근본적인 회의에 직면하고 있다.

3차 산업 혁명에 걸맞은 새로운 사회 – 국가, 산업, 사회의 유기체 - 의 형태는

그렇다면 어떻게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인가? 이는 여러 사회적 힘이 엮이는 복잡한

과정이며 그 요소 또한 무수히 많겠으나, “사회 혁신 social innovation”이 그 중

필수불가결의 요소임을 기억해야 한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3차 산업 혁명은 양적

질적인 생산 능력의 신장에 발맞추어 거기에 일정한 목표와 방향성을 부여할 수

있는 새로운 욕구와 가치의 창출 그리고 이를 통한 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자체가 스스로의 집단적 욕구와 가능성과 가치를 발견

해내고 또 이를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스스로를 재구성해낼 수 있

는 역동적인 존재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2차 산업 혁명의 경우 이것이 국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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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 공산주의, 사회민주주의를 막론하고 – 의 위로부터의 명령과 동원에 의해

서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사회가 스스로의 필요와 가치에 입각하여 스스로를 능동

적으로 재구성해나갈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사회 혁신”의 중요성을 여기에서

강조해야 한다. 디지털이라는 기술이 표상과 그 조직의 방식에 있어서 새로운 지

평을 열었다고 한다면, 이것이 반드시 자본 계산의 합리성과만 결합되어야만 한다

는 필연성은 없다. 디지털 기술은 사회적 존재들이 스스로를 새롭게 조직하고 구

성해나가는 작업에도 똑같이 소중하게 쓰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슘페터의 이론에

이미 암시되어 있듯이, 혁신이란 결코 좁은 의미의 영리 기업 활동이나 기술적 과

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 집단이 스스로의 욕구와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찾아내고, 그 방법에 입각하여 새로운 집단적 활동

을 조직해내는 일련의 과정 전체를 말하는 것이다. 사회가 이렇게 능동적인 존재

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산업 및 국가 영역을 어떻게 재구성해나갈 것인가의 방법과

비전도 밝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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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설명적 보론

- ‘다른백년’ 사무처 제공 –

1. 제4차 산업혁명 논의의 본격적 등장 배경

지난 1월말 스위스의 관광도시 다보스에서 2016년 세계경제포럼이 열렸다. 초기

에는 주로 기업을 중심으로 경제인 모임으로 시작되었던 다보스포럼은 해가 갈수

록 참여의 범위를 넓히면서 정치인과 학자들 그리고 많은 국가들의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이 함께 하면서 논의 주제도 매우 다양하게 확대되어 왔다.

올해에도 수많은 인사들이 참여하였고 매우 광범한 주제들이 논의 되었으나, 그

중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주제가 단연코 핵심적 내용으로 부각되었다.

사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새롭다기보다는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이

미 여러 해 전부터 회자되었으나, ‘다보스포럼 2016’을 통하여 화려하게 세계적

관심을 받는 주제로 떠오르게 된 셈이다. 3-4년 전부터 오바마 행정부가 2기로 들

어서고 셰일 가스(Shale gas) 채굴 기술의 성공 등에 자신을 얻어 ‘USA 제조업의

부활’을 선언하면서 미국내 주요 제조산업체들이 전통적으로 강한 유통과 서비스

그리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결합시켜 제조산업 분야의 혁신을 주도하기 시작하였고

오비이락처럼 물리학 박사 출신인 독일의 메르켈 수상이 Industrie 4.0을 주창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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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4차 산업혁명의 정의 및 내용.

제4차 산업혁명의 주요 영역이 컴퓨터기술과 인터넷환경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이를 제3차 산업혁명과 분리하여 별도로 지칭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3차 산업혁명이 주로 공장 자동화,

사무자동화, 금융과 물류시스템 혁신 등에 집중하여 이루어지고 개별 기업, 개별

산업, 개별국가단위에서 이루어진 반면에, 제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컴퓨터에 로봇

기술, 인공지능(AI), 감지기술(remote sensors), 무제한적인 big data storage, 사물인

터넷( IOT)의 등장, interfacing & communications between internet networks 등과

새로운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결합되면서 개별적 영역에 머물던 제3차 산업혁

명의 영역이 높은 수준의 통합된 형태 (integrated system of all modern &

advanced S&T)을 형성한다. 그 중에서도 digitalization, automation, E&E(Electricity

& Electronics)가 중심 기술로 역할 하게 된다. 동시에 전 세계를 석권한 금융산업

과 지구적 차원의 생산거점과 시장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들에 의해 미래의 비즈니

스 모델은 더 이상 한 지역과 한 산업에 머물지 않고 국가적 경계와 산업별 장벽

을 넘어서 전 세계를 기반한 조건에서 이루어진다(End to end loops in integrated

space & industry)

예컨대 자본재 및 소비재 시장의 수요가 센서(sensor) 등에 의해 축적된 (big

data)를 통해 컴퓨터시뮬레이션으로 분석되어 기존 제품의 생산 및 새로운 제품의

기획자료가 되고 유연하게 자동화된 무인시설을 통하여 생산되며 역시 무인화된

물류적 체계와 거점을 통하여 시장과 수요자에게 공급된다. 이 과정에서 생산 및

서비스 설비의 운영상태와 조건이 실시간으로 확인되고 종합되어 최적의 적정관리

와 정비를 시현하게 된다. 예컨대 하늘을 나는 점보 비행기의 엔진과 주요 부품

상태가 1초 단위로 항공사와 공급업체에게 실시간으로 제공되어 언제 무슨 제품의

어느 부품이 교환 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한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한국 내에 설치되어 있는 발전소의 GE 주요설비에 대한 운용정보가 원 공급자인

GE의 미국 내에 있는 종합진단센타에 실시간으로 제공되어 원격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는 미국 현지에서 조치되며, 현장에서 조치해야 할 사항은 실시간으로 현장

기술자에게 통보되어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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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설명적 보론 3

이러한 이야기는 인건비가 비싼 선진국가뿐만 아니라 임금이 저렴한 중국 등 국

가에서도 다른 형태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세계 철도산업의 40% 비중을 차지

하는 중국의 차량바퀴(wheel set) 생산 공장의 경우, 각 차량의 운용상태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종합되어 매일 생산해야 할 수요량과 사양이 무인과정을 통해

생산에 투입되며,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 되어 14억 인구가 사용하는 철도 차량의

바퀴를 생산하는 현장에는 매 시프트(shift) 별 10명 남짓한 종업원만이 일하면 충

분하게 된다.

3. 주요 국가들의 움직임

미국은 이미 세계적인 독점을 형성한 소프트웨어 및 정보산업을 기반으로 대표

적인 제조업체인 GE를 중심으로 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IIC)을 형성하기 시

작하면서, GE 회장은 GE가 더 이상 전통적인 제조업체가 아닌, 소프트산업 회사

임을 선언한다. 반면에 아이폰(i-phone) 생산업체인 애플사는 자동차를 움직이는

컴퓨터(mobile computer)로 정의하면서 무인 자동차생산을 암시하기도 한다.

독일의 대표주자인 지멘스(Siemens) 사는 2015년 하노버 산업전시회에 Industrie

4.0에 기초한 중형 규모의 생산공장 및 기업운영모델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도전의

문울 열었음을 선언한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강세인 첨단 로봇산업에 전략적인 집

중을 하면서 새로운 산업의 핵심영역을 차지할 기세이며, 중국은 거대한 인구와

시장을 배경으로 ‘향후 10년 계획(next 10 years projects)’을 통해 세계 제조업의

중심적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한 각종 자동화 산업에 치중하고 있다, 예컨대 산업

용 표준 로봇이 유럽과 일본에서 2-3억 원대의 가격을 형성하는데 반하여 중국은

1억 원 미만의 로봇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인도 역시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

는 IT & software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워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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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설명적 보론 5

4. 논쟁의 주제들

일부 학자들은 컴퓨터산업 및 인터넷환경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은 증기기관으로

움직였던 철도산업에 못 미치며, 제4차 산업혁명보다 제2기에 만들어진 세탁기의

발명이 훨씬 중요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제 인류는 전

대미문의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이를 러다이트 운동의 예처럼

돌이킬 수 없는 과정으로 파악한다. 문제의 핵심은 이전의 산업혁명들은 노동과

일자리를 새로운 형태로 전환시켜 왔으나 (예컨대 1차 산업혁명은 농업 중심에서

공장제 제조업 육체노동으로, 제2차 산업혁명은 근육질 노동에서 사무직 관리직

업무로, 제3차 산업혁명은 서비스와 지식산업 중심으로 이동시키면서도 과거보다

더 많은 일자리들을 만들어냈다), 제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일자리 형태를 바꿀

뿐만 아니라, 많은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필요하지 않는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점이 매우 중대한 주제이다!

아직 진행 중이며 많은 논쟁과 토론이 진행 중인 주제에 섣부른 예단은 피해야

할 것이지만, 그동안 나온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논쟁점들을 나열해 본다.

a, 세계적 규모의 독과점 가능성과 새로운 분업(division) 형성의 위험

Industry 4.0의 통합적 종합적 기능은 기존의 산업체계에 비교할 수 없는 효율과

성과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그러한 성과가 모든 국가와 개개인 모두에게 골고

루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인류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러한 진행과정에는 기업간 국가간 개별단위의 생존전략과 결합되어 경쟁과 탐욕으

로 상호간에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할 것이다.

우선 핵심적인 중앙 정보센터의 투자 규모만도 수억 달러에서 수십억 달러에 이

른다. 나아가 이후 요구되는 기술 투자의 천문학적 규모를 감당하기 위해, 위에 언

급하였듯이, 세계 최대 제조업체인 GE조차도 다른 분야의 기업과 연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며, 투지 규모를 상쇄하기 위해 경쟁사였던 프랑스의 알스톰

(Alsthom)사를 합병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유럽 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독일

의 거대기업인 지멘스(Siemens) 그룹만이 실행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더구나 핵심

기술인 정보산업, 소프트웨어 및 인터넷 환경을 미국이 장악한 상태에서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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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제국주의의 위험성조차 내재되어 있다. 최근에 구글 등 미국계 기업과 중국

및 유럽 국가들간의 갈등은 이를 암시하고 있다 할 것이다. 세계 5위권의 경제대

국인 중국, 일본 및 인도 등만이 국가 단위의 지원과 전략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고나 할까? 대부분의 국가와 기업들은 종속적인 위치에 부분적 영역에 한하여 협

력을 구해야 할 형편이다. 현재 우리가 흔히 디지털 격차(divide)를 이야기하듯이

미래에 형성될 industrie 4.0은 그 규모와 기술적 수준에서 국가간, 기업간, 지역간

새로운 격차(divide)를 형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할 것이다.

b.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이미 언론매체에 보도되었듯이 OECD국가를 기준으로 5백만 명 정도가 수년 안

에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제3차 산업혁명의 진행과정에서 형성되

어 온 중간수준의 관리직(기술자를 포함하여 middle level skilled labors)의 약 50

% 정도가 조만간에 일자리를 잃고 장기적으로는 기존 대부분의 직업이 사라질 위

험에 처해진다고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기존의 산업혁명이 보여 주었듯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면서 기존의 직업군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

하자면 로봇과 AI가 해낼 수 있는 영역에서는 더 이상 인간이 일할 기회가 없어

진다고 보아야 한다. 바둑 기사 이세돌과 수퍼컴퓨터 간의 바둑대결이 세간의 관

심을 끄는 배경이기도 하다. 제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내는 기술영역과 인간만의

영역 간에 절충과 타협이 가능할 수 있을까 ? 반복적이고 표준적이지 않은 직업으

로 혁신가, 발명가, 정보분석가, 의사결정자(innovator, inventor, data analyzer,

decision makers), 그리고 문화예술적 활동 등은 지속될 수 있는 것인가 ? 현재로

서는 아무도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답변일 것이다.

c. 교육 및 일상에 미치는 영향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미래의 교육에서는 암기식 주입식 교육은 전혀 무의미해진

다. 판사의 판결보다도 시스템이 내리는 판단이 더 공정하고 투명할 수 있다. 단순

한 회계학 역시 미래에는 on-line ecount에 자리를 내준다. 따라서 미래의 교육은

제공된 정보와 지식을 재해석하고 새롭게 창의하는, 한마디로 제공된 기술이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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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설명적 보론 7

로 하지 못하는 영역으로 이동해야 할 것이다. 산업체계 내에서는 시스템을 운용

하고 판단하고 명령하는 high level skilled labor 군과 decision makers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업무시간도 대폭 단축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산산업레짐에서

해방된 영역 - 교육, 문화, 연구, 취미, 운동, 사회활동 등에 시간을 보내게 될지

모른다.

헥심은 새로운 산업체계 속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는 수요

와 순환의 과정을 사회적, 정치적, 국제적으로 합의해 내지 못하면 제4차 산업혁명

은 공룡과 같은 존재로 재앙 속에 스스로 붕괴될 것이다. 미국 대선 가도에서 보

여주는 버니 샌더스의 예언 같은 외침, 유럽 내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는 기본소득

에 대한 요구와 제안, 건전한 시장질서와 공동체로서 사회국가에 대한 전망 등은

이러한 새로운 사태를 예감하는 시대의 자각인지 모른다.

d. 지도자의 책임(Leadership responsibility in decision making & governing process)

다보스포럼의 주요 토론을 담은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 한결같이 인류 미래에 대

한 지도자들의 책임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A world without works?, The

transformation of Tomorrow, etc). 개별단위, 기업단위, 사회단위, 국가단위 그리고

국제단위의 지도자들의 역할을 요청하고 있으나, 그 중에도 글로벌기업들의 지배

구조와 경영진 그리고 사회적 책임(CRS)이 핵심적 주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단순

히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 중심에서 이웃과 함께하는 사회와 지구의 미래, 특히 지

속가능한 에너지원와 환경조건을 기업경영의 본령으로 가장 중요한 전략목표로 삼

도록 하는 지배구조의 전환이 주요 주제로 등장한다.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

을 달겠는가? 그래도 이러한 주제들이 국제적 규모의 포럼에서 스스럼없이 토론되

었다는 사실에서 새로운 희망은 시작된다고 위로를 삼는다.

e. 다시 한국의 현실로

No comments – 침묵과 성찰만이 ……그래도 한마디 “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나라가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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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교의 자리’ 장소 안내

포럼이 끝난 후, 9시 45분부터 경

향신문사 별관(프란치스코회관 바로

옆) 1층에 있는 “신의주찹쌀순대”에

서 친교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참석하셔서 즐거운 시

간 보내십시요.

“신의주찹쌀순대” 약도

[2016년 1월 백년포럼 안내]

“왜 한국 사회경제체제는 경로변경을 해야 하는가”

∙발제 :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토론 : 최상명 (우석대학교 교수)

∙일시 : 2016. 1. 28(목), 저녁 7시 반

∙장소 :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11호

∙주최 : 다른백년 창립준비모임

∙주관 : 백년포럼 기획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