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334 l 문 화 왕’)이나 홀몸노인의 죽음을 도와주는 여자(‘죽여주는 여자’), 시간이 멈춘 세계(‘가려진 시간’) 등 참신한 소재를 다룬 영화 들이 속속 등장해 한국영화의 외연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 ▲ 배우 조진웅(왼쪽부터), 김민희, 김태리, 박찬욱 감독, 하정우가 5월 25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점에서 열린 영화 ‘아가씨’ 언론시사 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 블록버스터 4편…여름 성수기에 모두 흥행 ‘상반기는 외화, 하반기는 한국영화 강세’ 공식은 2016년에 도 재연됐다. 상반기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470만 명),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868만 명)가 극장가를 휩쓸었다. 연초 ‘검사외전’(868만 명) 이후 흥행작 고갈에 시달리던 한 국영화는 ‘곡성’(688만 명), ‘아가씨’(429만 명)로 흥행에 시동 을 걸었다. 이어 여름 시장에서 ‘부산행’(1천157만 명)을 시작 으로 ‘인천상륙작전’(708만 명), ‘덕혜옹주’(560만 명), ‘터널’ (712만 명)이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며 차례로 흥행 바통을 이어받았다. 여기에 ‘밀정’(750만 명)이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기세를 몰아 9월 극장가까지 장악하면서 여름 성수기에서 추 석 연휴로 이어지는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64.5%에 달했다. 비수기로 여겨지던 10월 시장에서도 ‘럭키’가 10월 한 달간 572 만 명(누적 698만 명)을 모으며 중박 흥행을 기록했다. 2016년 전체영화 흥행 순위 10위권 작품을 보면 1위는 ‘부산 행’(1천156만 명), 2위 ‘검사외전’(971만 명), 3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868만 명), 4위 ‘밀정’(750만 명), 5위 ‘터널’(712만 명), 6위 ‘인천상륙작전’(708만 명), 7위 ‘럭키’(698만 명), 8위 ‘곡성’ (688만 명), 9위 ‘덕혜옹주’(560만 명), 10위 ‘닥터 스트레인지’ (545만 명) 등의 순이었다. ‘사회비판’, ‘여성영화’도 주목 2015년 ‘내부자들’, ‘베테랑’이 각각 범죄와 액션 장르지만 사회비판 테마를 접목해 관객과 거리를 좁힌 것처럼 2016 년 개봉한 ‘부산행’, ‘터널’, ‘판도라’도 재난영화이면서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재난에 대처하는 모습을 통해 정부의 무능력과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을 꼬집 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도 잇따라 선보였다. ‘동주’ 를 시작으로 ‘귀향’, ‘해어화’, ‘아가씨’, ‘덕혜옹주’, ‘밀정’ 등이 줄줄이 개봉됐다. 남성영화 홍수 속에 ‘굿바이 싱글’, ‘아가씨’, ‘덕혜옹주’와 같 이 여성 주인공을 내세워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영화도 등장했지 만, 1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한국영화 총 24편 중 여성 주인공 작품은 6편, 여성 감독의 작품은 ‘미씽: 사라진 여자’(이언희 감 독),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홍지영 감독) 등 2편으로 아직 상업 영화 시장 내에서 여성영화인의 입지는 넓지 않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여성영화가 논란과 화제가 된 것은 그만큼 관객들이 새로운 소재에 목말라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재개봉 영화 열풍 2013년 총 34편이던 재개봉 영화 편수는 2016년 90편으로 늘었다. 2015년 재개봉한 ‘이터널 션사인’(재개봉 관객 32만4천 명)의 성공이 재개봉 붐의 실마리가 됐다. 재개봉 영화는 신작 보다 마케팅 비용이 덜 드는 데다, 안정적인 관객 확보가 가능 하고, IP(인터넷)TV 등 온라인 시장에 다시 소개돼 매출을 기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노트북’(18만2천 명)이 재개봉 영화 흥행 순위 1 위를 기록했고 ‘글루미 선데이’, ‘색,계’, ‘죽은 시인의 사회’, ‘비 포 선라이즈’, ‘500일의 썸머’ 등 추억의 영화들도 다시 극장에 내걸렸다. 영비법 개정안 발의 2016년에는 총 5건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이하 ‘영비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이 가운데 10월에 발의된 2 건이 관심을 끌었다. 이 2건의 법안에는 그동안 업계에서 논쟁을 불러왔던 영화 대기업의 이른바 수직계열화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최 초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멀티플렉스에서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을 제 한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멀티플렉스에서 독립·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을 1개 이상 의무적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등 그간 영화계 일각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불공정거래의 문제 들을 영비법으로 해결해 보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이해당사자들의 사업운영을 직접 제한하는 내용이어 서 입법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종 교 개 요 2016년 말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종 교계에도 거센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종교계 전반에서 시국선언이 잇따랐다. 종교계가 이처럼 한 목 소리로 개혁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왕’)이나 홀몸노인의 죽음을 도와주는 여자(‘죽여주는 여자 ...cdnvod.yonhapnews.co.kr/yonhapnewsvod/public/yearbook/... · 2018. 5. 8. · 배우 조진웅(왼쪽부터),

  • Upload
    others

  • View
    0

  • Download
    0

Embed Size (px)

Citation preview

Page 1: 왕’)이나 홀몸노인의 죽음을 도와주는 여자(‘죽여주는 여자 ...cdnvod.yonhapnews.co.kr/yonhapnewsvod/public/yearbook/... · 2018. 5. 8. · 배우 조진웅(왼쪽부터),

334 l 문 화

왕’)이나 홀몸노인의 죽음을 도와주는 여자(‘죽여주는 여자’),

시간이 멈춘 세계(‘가려진 시간’) 등 참신한 소재를 다룬 영화

들이 속속 등장해 한국영화의 외연을 넓히는 데 일조했다.

▲ 배우 조진웅(왼쪽부터), 김민희, 김태리, 박찬욱 감독, 하정우가 5월 25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점에서 열린 영화 ‘아가씨’ 언론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한국 블록버스터 4편…여름 성수기에 모두 흥행

‘상반기는 외화, 하반기는 한국영화 강세’ 공식은 2016년에

도 재연됐다. 상반기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470만

명),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868만 명)가 극장가를

휩쓸었다.

연초 ‘검사외전’(868만 명) 이후 흥행작 고갈에 시달리던 한

국영화는 ‘곡성’(688만 명), ‘아가씨’(429만 명)로 흥행에 시동

을 걸었다. 이어 여름 시장에서 ‘부산행’(1천157만 명)을 시작

으로 ‘인천상륙작전’(708만 명), ‘덕혜옹주’(560만 명), ‘터널’

(712만 명)이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며 차례로 흥행 바통을

이어받았다.

여기에 ‘밀정’(750만 명)이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기세를 몰아 9월 극장가까지 장악하면서 여름 성수기에서 추

석 연휴로 이어지는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64.5%에 달했다.

비수기로 여겨지던 10월 시장에서도 ‘럭키’가 10월 한 달간 572

만 명(누적 698만 명)을 모으며 중박 흥행을 기록했다.

2016년 전체영화 흥행 순위 10위권 작품을 보면 1위는 ‘부산

행’(1천156만 명), 2위 ‘검사외전’(971만 명), 3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868만 명), 4위 ‘밀정’(750만 명), 5위 ‘터널’(712만 명),

6위 ‘인천상륙작전’(708만 명), 7위 ‘럭키’(698만 명), 8위 ‘곡성’

(688만 명), 9위 ‘덕혜옹주’(560만 명), 10위 ‘닥터 스트레인지’

(545만 명) 등의 순이었다.

■ ‘사회비판’, ‘여성영화’도 주목

2015년 ‘내부자들’, ‘베테랑’이 각각 범죄와 액션 장르지만

사회비판 테마를 접목해 관객과 거리를 좁힌 것처럼 2016

년 개봉한 ‘부산행’, ‘터널’, ‘판도라’도 재난영화이면서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재난에 대처하는

모습을 통해 정부의 무능력과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을 꼬집

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도 잇따라 선보였다. ‘동주’

를 시작으로 ‘귀향’, ‘해어화’, ‘아가씨’, ‘덕혜옹주’, ‘밀정’ 등이

줄줄이 개봉됐다.

남성영화 홍수 속에 ‘굿바이 싱글’, ‘아가씨’, ‘덕혜옹주’와 같

이 여성 주인공을 내세워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영화도 등장했지

만, 1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한국영화 총 24편 중 여성 주인공

작품은 6편, 여성 감독의 작품은 ‘미씽: 사라진 여자’(이언희 감

독),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홍지영 감독) 등 2편으로 아직 상업

영화 시장 내에서 여성영화인의 입지는 넓지 않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여성영화가 논란과 화제가 된 것은 그만큼 관객들이

새로운 소재에 목말라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 재개봉 영화 열풍

2013년 총 34편이던 재개봉 영화 편수는 2016년 90편으로

늘었다. 2015년 재개봉한 ‘이터널 션사인’(재개봉 관객 32만4천

명)의 성공이 재개봉 붐의 실마리가 됐다. 재개봉 영화는 신작

보다 마케팅 비용이 덜 드는 데다, 안정적인 관객 확보가 가능

하고, IP(인터넷)TV 등 온라인 시장에 다시 소개돼 매출을 기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노트북’(18만2천 명)이 재개봉 영화 흥행 순위 1

위를 기록했고 ‘글루미 선데이’, ‘색,계’, ‘죽은 시인의 사회’, ‘비

포 선라이즈’, ‘500일의 썸머’ 등 추억의 영화들도 다시 극장에

내걸렸다.

■ 영비법 개정안 발의

2016년에는 총 5건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이하 ‘영비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이 가운데 10월에 발의된 2

건이 관심을 끌었다.

이 2건의 법안에는 그동안 업계에서 논쟁을 불러왔던 영화

대기업의 이른바 수직계열화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최

초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멀티플렉스에서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을 제

한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멀티플렉스에서 독립·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을 1개 이상 의무적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등 그간

영화계 일각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불공정거래의 문제

들을 영비법으로 해결해 보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이해당사자들의 사업운영을 직접 제한하는 내용이어

서 입법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종 교

■ 개 요

2016년 말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종

교계에도 거센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종교계 전반에서 시국선언이 잇따랐다. 종교계가 이처럼 한 목

소리로 개혁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Page 2: 왕’)이나 홀몸노인의 죽음을 도와주는 여자(‘죽여주는 여자 ...cdnvod.yonhapnews.co.kr/yonhapnewsvod/public/yearbook/... · 2018. 5. 8. · 배우 조진웅(왼쪽부터),

문 화 l 335

대한불교조계종은 출가자와 재가자가 모여 바람직한 총무

원장 선출방식을 논의하고 직선제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의견

을 모았으나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조계종은 또 현각 스님의

페이스북에 한국불교를 비판하는 글이 게재되면서 ‘기복신앙’

논쟁에 휩싸이기도 했다.

천주교는 병인순교 15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을 펼쳤

으며, 가톨릭농민회 소속이었던 백남기 농민의 선종은 촛불 시

위에 더 많은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는 기폭제가 됐다.

개신교계의 뜨거운 화두는 ‘동성애 문제’였다. 진보 성향

개신교 교단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교계

최초로 김조광수 영화감독을 초청해 동성애를 주제로 간담

회를 열었다. 비록 보수 개신교 신자들이 난입, 진행을 방해

해 간담회는 파행을 맞았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을 뗀 것으

로 평가된다.

원불교는 개교 100주년을 맞아 성대한 기념행사를 펼쳤으

나 경북 성주 성지 인근 롯데골프장이 사드(THAAD·고고도미

사일방어체계) 배치 최적지로 거론되며 흥진비래(興盡悲來)의

처지에 놓였다.

■ 종교계를 덮친 최태민의 그림자…시국선언 잇따라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두 사람의 연결고리는

최순실의 아버지이자 사이비 종교인 최태민이었다.

국정농단 사태의 근저에 무속인에서 목사로 변신을 거듭한

최태민의 사교(邪敎)가 자리 잡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보수적 종교인·신자들조차 등을 돌렸고, 이는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특히 최태민이 교주 노릇을 한 ‘영세계’와 그가 목사 신분으

로 이끈 구국십자군 활동에 대한 각종 사료와 증언이 쏟아져

나오면서 유사 종교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개신교계의 자성

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어 정권의 실정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종교계에도 시국선

언이 잇따랐다.

▲ 고 백남기 농민의 장례미사가 11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리고 있다.

NCCK 비상시국대책회의는 10월 26일 종교계에서 가장 먼

저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보수

성향 개신교 교단협의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

국교회연합(한교연) 역시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NCCK와 한기

총·한교연이 국정 현안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

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천주교도 시국선언 대열에 가세했다. 천주교주교회의에 이

어 전국의 신학생과 수도자들도 앞 다퉈 성명을 내고 박 대통

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더구나 가톨릭농민회 소속으로 2015년

민중 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317일 만인 9월 25일 선종하면서 가톨릭계에는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고조된 상황이었다. 백남기 농

민 사망 41일 만에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장례 미사는 촛불

시위를 확산시키는 또 하나의 도화선이 됐다.

불교계도 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조

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중앙승가대학 총

동문회 등 35개 불교단체는 범불교시국회의를 구성해 공동대

응에 나섰으며 연말에는 조계종 종단 차원의 공식 성명도 나

왔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12월 6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 불교계의 화두는 총무원장 직선제…현각 스님 페이스북 논란도

조계종의 최대 현안은 총무원장 직선제였다. 조계종은 3월

31일 서울 불광사에서 사부대중 100인이 참석하는 1차 대중공

사를 열어 총무원장 선출제를 논의했다.

현행 총무원장 선출제는 24개 교구본사에서 선출된 240명

의 선거인단과 중앙종회 의원 81명 등 321명의 선거인단이 투

표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1994년 종단개혁을 통해 도입된 현행

제도는 금권선거·과열 혼탁 선거 등 폐단이 발생해 제도 보

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조계종은 대중공사를 통해 직선

제와 ‘염화미소법’(간선제로 후보를 추린 후 종정이 추첨하는

방식) 등 대안을 모색해왔다.

대중공사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은 것은 직선제안이었다.

7개 지역별 대중공사 현장투표에서 참가자 60.7%가 직선제를

지지했으며, 조계종 총무원장 직선제 특별위원회의 설문조사

에서도 지지율은 80.5%에 달했다.

하지만 대중들의 압도적 지지에도 불구, 조계종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11월 정기회에서 직선제안

과 염화미소법안을 상정해 논의했지만, 매듭을 짓지 못하고 다

음 종회로 공을 넘겼다.

불교계를 달군 또 하나의 논란은 현각 스님의 페이스북 글

로 촉발된 ‘한국 불교 비판’ 논쟁이었다.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푸른 눈의

수행자 현각 스님은 7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계종을 강

도 높게 비판하며 한국을 떠나겠다고 공표하는 글을 올렸다.

현각 스님은 이 글에서 유교적 권위주의가 지배하는 사찰문화,

돈만을 좇는 한국불교의 기복신앙, 외국인 스님에 대한 차별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불교계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현각 스님의 글을

계기로 한국불교의 문제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주를 이루

는 한편, 현각 스님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현각 스님의 비판

이 한국 문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중앙승가대 교수이자 월정사 교무국장인 자현 스님은 자신

Page 3: 왕’)이나 홀몸노인의 죽음을 도와주는 여자(‘죽여주는 여자 ...cdnvod.yonhapnews.co.kr/yonhapnewsvod/public/yearbook/... · 2018. 5. 8. · 배우 조진웅(왼쪽부터),

336 l 문 화

의 페이스북에 반박문을 올려 현각 스님에 대해 “현각의 비판

은 외국 승려가 얼마나 이기적인 시각에서 한국 문화를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또 “하버드대 출신

이라는 이유로 처음부터 상위 1% 대접을 받고 한국불교계에서

25년을 지낸 분이 이제 와 역할 없이 비판만 하는 모습이 안타

깝다”고도 했다.

이에 불교계 단체들이 나서 현각 스님에 대한 지지 선언을

내기도 했다. 바른불교재가모임,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7개 불

교계 단체들은 현각 스님의 ‘한국불교 비판’ 논란과 관련해 조

계종의 자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스님은 8월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원칙적으로는 현각 스님의 비판을

수용한다”며 “기복신앙 탈피를 위해 신행(信行) 혁신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천주교 병인박해 150주년 기념…대구희망원 사태로 몸살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순교자 성월’(聖月)인 9월 병인박해

순교자들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었다. 2016년은

병인박해 150주년을 맞는 해였다.

병인박해는 1866년부터 1871년까지 가톨릭 신자 8천여 명이

목숨을 잃은 한국 천주교 최대 박해 사건이며, 순교자 성월은 한

국 천주교회가 순교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정한 기간이다.

2016년을 ‘병인년 순교 150주년 기념의 해’로 정한 천주교 서

울대교구는 9월 9일부터 12월 13일까지 중구 명동 서울대교구

청 옛 주교관(사도회관)에서 특별전 ‘기억 그리고 기념’을 열었

다. 또 천주교주교회의는 “순교자들의 모범을 따라 또 다른 밀

알이 되어 인류의 구원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를 소망한다”는

내용을 담은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사목교서’를 발표했다.

아울러 병인순교 150주년을 맞아 프랑스 가톨릭교회에서 대

규모 성지 순례단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병인박해 당시

순교한 프랑스 선교사들과 관련된 프랑스 9개 교구의 주교와

신자 80여 명으로 구성된 순례단은 충남 보령의 갈매못 순교

성지, 진천의 배티 성지, 전주 치명자산 성지, 제천 배론 성지,

용인 손골 성지, 서울의 새남터와 절두산 성지 등을 순례하며

고귀한 희생을 추모하는 시간을 보냈다.

장애인거주시설인 대구시립희망원 인권 유린 사건은 천주

교 대구대교구의 어두운 민낯을 세상에 드러낸 사건이었다. 대

구대교구는 1980년부터 노숙인재활시설, 노숙인요양시설, 정

신요양시설, 지체장애인생활시설 등 4개 시설로 구성된 대구

시립희망원을 수탁 운영해왔다.

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구시립희망원에서 강제노동

과 폭행, 갈취가 끊이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노숙인과

장애인 128명이 숨지는 등 인권 유린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

되면서 대구시립희망원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와 국회 국정

감사, 대구시 특별감사를 받았다.

결국, 총괄원장이었던 사제 등 관계자들이 지원금을 가로채

고 거주인들을 인권 유린한 사실이 드러나며 사회에 큰 충격

을 던졌다. 대구대교구 산하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은 대구

시립희망원 운영권을 반납한 상태다.

■ ‘동성애 문제’를 어찌할꼬…성소수자 문제로 갈등 빚은 개신교

4월 2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는 개신교계 최

초로 동성애자가 직접 참여하는, 동성애를 주제로 한 간담회가

열렸다.

NCCK는 이날 김조광수 영화감독을 초청해 ‘차별 없는 세상

을 꿈꾸는 이야기 마당’ 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 한국기

독교회관 앞에서 보수 개신교 단체 회원들이 운집해 NCCK를

성토했으며 이들은 간담회장에 난입해 행사 진행을 방해했다.

또 행사 주최 측인 NCCK 관계자들과 보수 성향의 개신교

단체 회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행사가 중단되자 김조 감독은 서둘러 행사장을 빠

져나갔고, 이 과정에서 진보·보수 양측 간 몸싸움이 빚어지

기도 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이날 간담회에서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지적하며 “동성애 신자들의 아픔에 대해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파행을 빚긴 했지만, 교계 일각에서

는 이런 간담회가 처음 마련된 사실 자체에 큰 의미를 둔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6월 11일 성 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Queer)문화축제에서

교회단체의 부스가 등장하기도 하는 등 크고 작은 변화도 있

었다. 물론 동성애를 둘러싼 교계의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 개교 100주년 맞은 원불교…성지 인근 사드 배치 문제로 ‘울상’

원불교에게 2016년은 여느 때보다 뜻 깊은 한 해였다. 원불

교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가 대각을 이룬 대각개교절 100주

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었다.

개교 100주년을 맞아 원불교는 5월 1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

경기장에서 원불교 100주년 기념대회를 열었다. ‘물질이 개벽

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주제로 열린 이번 100주년 기념대회

에는 전 세계 23개국의 원불교도 500여 명 등 총 5만여 명이

참석해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조화를 이루는 세계를 만들어

나갈 것을 다짐했다.

▲ 국방부가 사드를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에 배치한다고 발표한 9월 3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원불교 신자들이 사드배치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age 4: 왕’)이나 홀몸노인의 죽음을 도와주는 여자(‘죽여주는 여자 ...cdnvod.yonhapnews.co.kr/yonhapnewsvod/public/yearbook/... · 2018. 5. 8. · 배우 조진웅(왼쪽부터),

문 화 l 337

앞서 4월 25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일제강점기·한국

전쟁·산업화·민주화·재난재해 희생 영령을 위한 대국민

특별 천도재가 열렸으며, 28∼30일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와

원불교 중앙총부에서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리는 등 원불교는

다양한 100주년 행사를 치렀다.

하지만 원불교는 8월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제3 후보지로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골

프장이 거론되면서 골머리를 썩이기 시작했다.

이 골프장에서 직선거리로 500m 가량 떨어진 곳에 원불교

성주 성지(聖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성주 성지는 원

불교의 2대 종법사인 정산(鼎山) 송규(宋奎·1900∼62) 종사가

태어난 곳으로 생가와 함께 원불교 대각전, 원불당 등이 있다.

원불교는 9월 23일 교정원장 체제의 ‘원불교 성주성지 수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원불교비대위)를 공식 출범하고 사드 배

치 문제에 전면 대응해 나섰다. 10월 11일 서울 종각에서 5천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여는 등 사드 배치 반대 목

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자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11월 3일 시국선언문에서 최순실과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의

친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무기체계로서 검증되지도 않은

사드를 성주·김천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종교성지 인근

에 일방적으로 배치하겠다고 밀어붙이는 박근혜 정부의 속내

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11월 16일 사드가 배치되는 경북 성주군의

롯데스카이힐 골프장과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군(軍) 소유

부지를 교환하기로 롯데 측과 합의했다. 이에 원불교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문화재

■ 개 요

선사시대 인류가 바위에 그린 그림인 ‘반구대 암각화’의 보

존 방안으로 거론된 임시 물막이의 실패는 2016년 문화재계를

뒤흔든 가장 큰 쟁점이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을 원

만하게 조정한 사례로 평가받았던 임시 물막이는 실현 불가능

한 방법이었고, 3년의 시간과 30억원이라는 예산만 날린 악수

(惡手)였다.

우리 고대사의 비밀을 풀어줄 발굴 성과도 나왔다. 경주

월성에서는 통일신라시대에 관청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

되는 일련의 건물지가 출토됐고, 백제 초기인 한성도읍기의

도성인 몽촌토성에서도 도로 유적이 발견됐다. 또 삼척 흥전

리 절터에서는 국보급 청동정병 2점이 1천여 년 만에 빛을 보

게 됐다.

아울러 조선시대 고궁의 연간 관람객이 처음으로 1천만 명

을 돌파했고,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유물인 국보 반가사유상

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전시됐다.

제주도 여성들의 고유문화인 ‘제주 해녀문화’는 한국의 19

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나, ‘한국의 서원’은 등재

심사에 앞서 신청이 철회됐다. 한국의 서원은 2019년 세계유산

위원회 회의에서 다시 등재에 도전한다.

■ 반구대 암각화 ‘임시 물막이’ 실패…원점으로 돌아간 보존 방안

3년간 추진돼 온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의 보존 방안인

‘임시 물막이’(카이네틱 댐) 사업의 실패가 최종 확정됐다.

▲ 10월 9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2년여 만에 다시 물에 잠겼다.

임시 물막이 안은 50여 년간 대곡천의 수위에 따라 물에 잠

겼다가 외부에 노출되기를 반복한 반구대 암각화를 보호하

기 위해 설치와 해체가 가능한 길이 55m, 너비 16∼18m, 높이

16m의 거대한 옹벽을 세운다는 것이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2015년 12월과 2016년 4∼5월 임시 물막

이를 구성하는 투명판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모형실험을 진행

했으나, 투명판 접합부와 투명판을 둘러싼 구조물에서 누수 현상

이 발생해 안전성과 실효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는 7월 21일 국립고궁박물관에

서 열린 회의에서 임시 물막이 안건을 심의해 사업 중단을 결

정했다. 이로써 국무조정실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울산

시가 2013년 6월 업무협약을 통해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으

로 채택한 임시 물막이는 완전히 종지부를 찍었다.

임시 물막이가 무산되면서 울산시가 2000년부터 제안해 온

생태제방 축조가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으로 논의될 전망이

지만, 이 안은 2009년과 2011년 문화재위원회에 상정됐다가 모

두 부결됐고, 학계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일고 있어 통과까

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경주 월성서 관청 추정 통일신라 건물지군 확인

발굴 2년차에 돌입한 ‘신라의 천년왕성’ 경주 월성(月城, 사

적 제16호)에서 관청으로 추정되는 통일신라시대 건물지군이

나왔다. 신라 월성은 제5대 파사왕 22년(101) 축성을 시작했으

며, 신라가 망한 935년까지 궁성으로 쓰였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3월 30일 간담회를 열어

발굴현장을 일반에 공개하면서 중앙의 C지구에서 담으로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