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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꽃보다 할배’(2013~2015)를 시작으로‘꽃보다 누나’(2013),‘꽃보다 청 춘’(2014~2016), 그리고‘삼시세끼’(2014~2015) 시리즈에다가‘신서유기’(2015)에 이르기 까지 지난 3년 간 TV 예능프로그램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외딴 산골과 섬마을 아니면 이국의 낯선 땅에서 친구들끼리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노동을 하고 길을 걷는 모습을 통해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에 게 휴식을 선사하며 ‘멍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시즌제 예능도 정착시켰고, ‘신서 유기’로 웹 예능의 가능성도 열었다. 나영석(39) PD는 2013년 1월2일 KBS에서 CJ E&M으로 회사를 옮긴 후 연출한 프로그램들이 연달 아 히트하면서 부와 명예를 모두 얻었다.‘꽃보다 누나’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68)이“어서 빨리 한 번 망해야 한다”는 말을 했을 정도다.“실패하는 것이 무서워지면 아무 것도 못하게 된다”는 이유 에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뿐 아니라 나 PD는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보였다. 지난 3년 간 가 장 큰 변화를 묻자 한참을 생각하다가 내놓은 말이“즐겁다”였다. “만드는 사람, 출연하는 사람, 그리고 보는 사람. 당연히 시청률로 평가받지만 더 깊숙한 평가는 관계 자들이 한다. 나는 세 집단이 다 행복해야 성공이라고 본다. 지난 3년 간 그런 충만한 기분을 자주 느 꼈다. 간혹 성공해도 기분이 나쁠 때가 있다. 최근 3년간 그런 기분이 든 적이 한 번도 없다.” KBS에서‘1박2일’을 하면서 밥벌이로 어쩌면 오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 듯 했다. 지난 6월 5일 5쇄가 나온 나 PD의 에세이집‘어차피 레이스는 길다’에는 이런 글이 있다. “내가 처음 방송국에 들어와 받은 느낌은 이랬다. 고도로 분업화된 전문가들이 각자의 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곳. 효율성과 시청률의 잣대가 지배하는 곳. 따뜻하기보단 차가운 곳. 그때의 난 그러한 기준에 맞는 사람이 프로페셔널이라 믿었다.‘1박2일’이라는 섬은 뭔가 달랐다. 한동안 잊 고 있던 냄새. 그렇다. 대학시절, 연극반에서 나를 매료했던 그때의 그 추억이‘1박2일’에서 고스란 히 되살아나고 있었던 것이다.‘과정은 재미있고 결과물은 올바른 작업’이제 과정은 충분히 재미있 어졌다. 결과물이 올바를 수 있으면 된다. 꿈을 이룰 시간이 된 것이다. 아주 오랜만에, 심장이 쿵쾅 거리며 뛰기 시작한다.” 지금도 가슴이 뛰느냐고 질문했다. 그렇단다.“언제 가장 가슴이 뛰는가?”그는 웃으며 답했다. “ 첫 방송을 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람들 반응을 이리저리 살필 때. 반응이 좋으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아싸!”‘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는 내년 1월1일 첫 방송된다. 앞으로 5일 남았다. - 나영석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네 단어를 떠올렸다.‘시골과 여행, 연극, 그리고 사람’. 고교시절 직업 적성 검사결과가 늘‘농업’으로 나왔다고? “맞다. 농업 맞다. 막상 시골에서 살라고 하면 못살겠지만, 늘 머릿속에는 조금은 자유롭게 환경에 순응하면서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내 성향 자체가 시간의 단위로 봤을 때 앞서 나가는 사람이라기 보다 머물러 있는 사람, 도시보다는 자연이 더 편한 사람이다. 내가 그런 걸 좋아하다보니까 프로그램 도 그런 듯하다.” - 창작자와 시청자 취향 간 교집합이 넓다. “여행이야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누구나 좋아하니까. 또 우리 모두 현대화된 문명 속에 살고 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예능을 하는 사람으로서 시청자들 에게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롭다고 하면 최신의 것을 떠올리나, 요즘 같은 환경에서 는 시골이나 여행이 더 새롭다. 비록 판타지일지언정, 이렇게도 살 수 있다, 한숨 돌려라, 그 정도 의 미가 있는 것이다.” - 프로그램을 만듦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라고 보나? “이게 새로운가. 엄청난‘브랜뉴’라기보다 기본적으로 편하게 공감할 만한 소재면서 새로운가. 여 기에 재미와 의미가 덧대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는“내 스타일”도 강조했다. 자신이 잘나가는 PD 로 언급되나 아무 장르에서나다 성공할 능력의 소유자는 아니다”는 것이다)“‘삼시세끼’의 경우 우리도 두려워하면서 시도했다. 내가 잘하는 거, 좋아하는 거, 머물지 않고 깊이 파고드는 게 필요하 지 않을까. 내가 만든 예능이 정답은 아니다. 다만 창작자라면 자기 스타일대로 깊게 파 나가는 게 중 요한 것 같다.” (나 PD가 지난 3년 간 만든 프로그램을 찬찬히 들여다보면‘1박2일’의 변주 내지는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직접 연출하지 않았지만 기획한 프로그램‘인간의 조건’은‘삼시세끼’와 상통하는 부분 이 있다. 책에서‘1박2일’을 5년 간 하면서 시행착오 끝에 얻은 노하우를 보면‘멍 예능’의 정수 가 느껴진다.“결론을 정해놓고 이야기를 끼워 맞추지 말 것.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그 안에 묵직 한 직구를 던져놓고 나머지는 그저 기다리는 것.”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일 것이다. 앞서 성공의 기 준에서 언급했듯 시청자뿐만 아니라 출연자, 동료 모두를 포괄한다) -‘사람을 깊이 들여다보기’를 주요하게 언급한 바 있는데, 평소 추구하는 예능의 지향점인가? “우리 직업이 시청자의 취향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다. 과거에는 재밌는 것만 뽑아 쓰면 됐다. 요즘 은 다르다. 인간은 입체적인데, 재미있는 면만 보여주면 단편적인 방송이 된다. 어떤 사람의 장단점을 다 보여줘도 요즘 시청자들은 다 납득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 사람의 360도를 보여주려고 한다. 결 국 사람이 중요하다.” - 대학시절 연극을 한 영향인가? 나영석의 예능에는 연기자들이 많이 나온다. “신선한 사람을 찾다보니 그렇게 됐다. 출연자 섭외 기준? 평소 이미지와 다르게, 짠하고 보여줄게 있는 사람.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프로그램이 잘돼서 출연자들이 줄을 서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보통 배우들이 예능을 꺼리는데 우리 프로는 부담없어 한다. 그렇다고 서로 나오겠 다고 앞 다툴 정도는 아니다.” -‘꽃보다 할배’‘삼시세끼’에 출연한 탤런트 이서진(44)의 다른 면은 어떻게 알아봤나?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선생님들의 매니저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우연히 알게 됐다. 남들처럼 나도 돈 많은 집 아들에 유학파라 도회적일 것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예의바르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직접 촬영해보니 버릇없고 건방지고 막말도 하는데, 선생님들께는 진심을 다 했다. 결점 많은 문제형 인간이 맞지만, 총체적으로 봤을 때 유니크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이서진 덕분에 내 작업에 대한 확신도 섰다. 나만 보여줄 수 있는, 그 사람의 이면을 보여주자, 그래서 그런 이 면이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차줌마’차승원(45)도 그간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차승원은 우연히 사적인 자리에서 만났다가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된 경우다. 요리 잘하는지도 몰랐 다. 이서진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요건에 맞는 출연자를 찾은 경우라면, 차승원은 새로운 면모를 보 고 어촌편을 기획한 것이다. 직접 만나보니 엄청난 수다쟁이더라. 아줌마. 그래서‘삼시세끼’하면 재 미있겠다, 당시에는 정선편만 있던 상황이라 스핀오프로 어촌편을 만들게 된 것이다.” 지금보다 덜 반짝이는 순간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찾아갈 누군가가 있다면‘폭망’ 이란 없지 않을까. 그의 에세이를 보면 자주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사람, 특히 동료에 대한 애정이다. “나는 말뿐이지만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리며 뛰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1퍼센트를 모두 모아 100퍼센트의 프로그램을 만든 후 거기에 내 이름을 붙여 방송을 한다. 이것 참,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5년 동안 거저 먹었구나. 티켓 하나 제대로 예약 못하는 사람을 PD로 두고, 나의 스태프들은 참으로 고생이 많았겠구나.”심지어 나 PD는 귀찮은 존재일 수 있는 기자나 피곤한 퇴근길에 스쳐 지나가는 택시 기사의 입장도 고려했다. 배려심이 많은 것 같다.“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다 즐겁게 일해야 프로가 잘 된다”고 말했 다.“막내 짐꾼마저도 즐거워야 한다. PD가 잘났다고 잘 되는 게 아니다. 선배들에게도 그렇게 배웠 다. 그러다보니 저 사람 기분이 어떨까, 본능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면 작품을 위해 고집을 부려야 하는 순간 우물쭈물하게 될 수 도 있다. 나 PD도 수긍했다.“그게 내 단점이다. 우유부단하다는 소리를 잘 듣는다. 어떨 때는 너 하 나 좋은 사람 되려고 많은 사람 피곤하게 한다는 비난도 듣는다. 다행히 내 단점을 이우정 작가가 보 완해주고 있다. 이 작가는 맺고 끊는 게 확실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 다. 더불어 날 보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큰 행운이다.” ‘응답하라’시리즈를 통해 예능 작가에서 드라마 작가로 거듭난 작가 이우정씨는 나 PD와 작업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신 PD와 서로 이 작가 선점 경쟁을 하지는 않을는지….“그렇지는 않다. 드라마 할 때는 거기에 올인한다. 끝나면 나와 대화를 나눈다.” “난 그렇게 크레이티브한 사람이 아니다. 애초에 예술가도 아니고. 근데 사람이 여럿 모여서 같이 이 야기를 하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일종의 집단 창작이다. 그래서 결국 모든 일의 해답은 사 람이다.” 시청자들은 말한다. 나영석의 예능에는 사람냄새가 난다고. 그가 사람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리라.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진아 기자 =‘꽃보다 할배’(2013~2015)를 시작으로‘꽃보다 누 나’(2013),‘꽃보다 청춘’(2014~2016), 그리고‘삼시세끼’(2014~2015) 시리즈에 다가‘신서유기’(2015)에 이르기까지 지난 3년 간 TV 예능프로그램에 새 바람을 불어 넣었다. 외딴 산골과 섬마을 아니면 이국의 낯선 땅에서 친구들끼리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노동을 하고 길을 걷는 모습을 통해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휴식을 선사하며‘멍 예 능’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시즌제 예능도 정착시켰고,‘신서유기’로 웹 예능 의 가능성도 열었다. ◇나영석은? 1976년 청주 출생. 어릴 적 만화책과 비디오 보기를 좋아했으나 대체적으로 평범한 유년기를 보냈다. 대학에 진학할 때도 공무원이 장땡이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시절 우연히 들어간 연극반에서 난생 처음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단역배우부 터 극작, 연출 등을 두루 경험한 그는 코미디 작가를 꿈꿨으나 대본 공모에 낙방한 뒤 2001 년 KBS 27기 공채 프로듀서로 입사했다.‘출발 드림팀’‘산장미팅 장미의 전쟁’등의 조 연출,‘여걸 파이브’‘여걸 식스’‘1박 2일’의 연출을 했다.‘1박2일’은 KBS연예대 상 최초로 팀 전체가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012년 2월26일,‘1박2일’시즌1이 끝났고, 이후 자신을 찾아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다녀왔다. 예능국 차장급으로 승진했으나 12 월18일 KBS를 사직하고 이듬해 1월2일 CJ E&M에 새둥지를 틀었다. “여럿이 얘기하다 보면 새 아이디어 나와… 결국 해답은 사람” PD-출연자-시청자들이 다 행복해야 성공 현대인 마음 깊은 곳엔 아날로그 향수 있어 출연자의 안 알려진 이면 찾아 보여주려 노력 ‘차줌마’요리솜씨 보고 삼시세끼 어촌편 기획 신진아 문화부기자

“여럿이 얘기하다 보면 새 아이디어 나와… 결국 해답은 사람”image.newsis.com/pdf/NISX20151227_0010500622.pdf · 번 망해야 한다”는 말을 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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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꽃보다 할배’(2013~2015)를 시작으로‘꽃보다 누나’(2013),‘꽃보다 청

춘’(2014~2016), 그리고‘삼시세끼’(2014~2015) 시리즈에다가‘신서유기’(2015)에 이르기

까지 지난 3년 간 TV 예능프로그램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외딴 산골과 섬마을 아니면 이국의 낯선

땅에서 친구들끼리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노동을 하고 길을 걷는 모습을 통해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에

게 휴식을 선사하며 ‘멍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시즌제 예능도 정착시켰고, ‘신서

유기’로 웹 예능의 가능성도 열었다.

나영석(39) PD는 2013년 1월2일 KBS에서 CJ E&M으로 회사를 옮긴 후 연출한 프로그램들이 연달

아 히트하면서 부와 명예를 모두 얻었다.‘꽃보다 누나’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68)이“어서 빨리 한

번 망해야 한다”는 말을 했을 정도다.“실패하는 것이 무서워지면 아무 것도 못하게 된다”는 이유

에서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뿐 아니라 나 PD는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보였다. 지난 3년 간 가

장 큰 변화를 묻자 한참을 생각하다가 내놓은 말이“즐겁다”였다.

“만드는 사람, 출연하는 사람, 그리고 보는 사람. 당연히 시청률로 평가받지만 더 깊숙한 평가는 관계

자들이 한다. 나는 세 집단이 다 행복해야 성공이라고 본다. 지난 3년 간 그런 충만한 기분을 자주 느

꼈다. 간혹 성공해도 기분이 나쁠 때가 있다. 최근 3년간 그런 기분이 든 적이 한 번도 없다.”

KBS에서‘1박2일’을 하면서 밥벌이로 어쩌면 오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 듯 했다. 지난 6월

5일 5쇄가 나온 나 PD의 에세이집‘어차피 레이스는 길다’에는 이런 글이 있다.

“내가 처음 방송국에 들어와 받은 느낌은 이랬다. 고도로 분업화된 전문가들이 각자의 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곳. 효율성과 시청률의 잣대가 지배하는 곳. 따뜻하기보단 차가운 곳. 그때의 난

그러한 기준에 맞는 사람이 프로페셔널이라 믿었다.‘1박2일’이라는 섬은 뭔가 달랐다. 한동안 잊

고 있던 냄새. 그렇다. 대학시절, 연극반에서 나를 매료했던 그때의 그 추억이‘1박2일’에서 고스란

히 되살아나고 있었던 것이다.‘과정은 재미있고 결과물은 올바른 작업’이제 과정은 충분히 재미있

어졌다. 결과물이 올바를 수 있으면 된다. 꿈을 이룰 시간이 된 것이다. 아주 오랜만에, 심장이 쿵쾅

거리며 뛰기 시작한다.”

지금도 가슴이 뛰느냐고 질문했다. 그렇단다.“언제 가장 가슴이 뛰는가?”그는 웃으며 답했다. “

첫 방송을 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람들 반응을 이리저리 살필 때. 반응이 좋으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아싸!”‘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는 내년 1월1일 첫 방송된다. 앞으로 5일 남았다.

- 나영석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네 단어를 떠올렸다.‘시골과 여행, 연극, 그리고 사람’. 고교시절 직업 적성

검사결과가 늘‘농업’으로 나왔다고?

“맞다. 농업 맞다. 막상 시골에서 살라고 하면 못살겠지만, 늘 머릿속에는 조금은 자유롭게 환경에

순응하면서 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내 성향 자체가 시간의 단위로 봤을 때 앞서 나가는 사람이라기

보다 머물러 있는 사람, 도시보다는 자연이 더 편한 사람이다. 내가 그런 걸 좋아하다보니까 프로그램

도 그런 듯하다.”

- 창작자와 시청자 취향 간 교집합이 넓다.

“여행이야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누구나 좋아하니까. 또 우리 모두 현대화된 문명 속에 살고 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예능을 하는 사람으로서 시청자들

에게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롭다고 하면 최신의 것을 떠올리나, 요즘 같은 환경에서

는 시골이나 여행이 더 새롭다. 비록 판타지일지언정, 이렇게도 살 수 있다, 한숨 돌려라, 그 정도 의

미가 있는 것이다.”

- 프로그램을 만듦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라고 보나?

“이게 새로운가. 엄청난‘브랜뉴’라기보다 기본적으로 편하게 공감할 만한 소재면서 새로운가. 여

기에 재미와 의미가 덧대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는“내 스타일”도 강조했다. 자신이 잘나가는 PD

로 언급되나 아무 장르에서나다 성공할 능력의 소유자는 아니다”는 것이다)“‘삼시세끼’의 경우

우리도 두려워하면서 시도했다. 내가 잘하는 거, 좋아하는 거, 머물지 않고 깊이 파고드는 게 필요하

지 않을까. 내가 만든 예능이 정답은 아니다. 다만 창작자라면 자기 스타일대로 깊게 파 나가는 게 중

요한 것 같다.”

(나 PD가 지난 3년 간 만든 프로그램을 찬찬히 들여다보면‘1박2일’의 변주 내지는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직접 연출하지 않았지만 기획한 프로그램‘인간의 조건’은‘삼시세끼’와 상통하는 부분

이 있다. 책에서‘1박2일’을 5년 간 하면서 시행착오 끝에 얻은 노하우를 보면‘멍 예능’의 정수

가 느껴진다.“결론을 정해놓고 이야기를 끼워 맞추지 말 것.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그 안에 묵직

한 직구를 던져놓고 나머지는 그저 기다리는 것.”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일 것이다. 앞서 성공의 기

준에서 언급했듯 시청자뿐만 아니라 출연자, 동료 모두를 포괄한다)

-‘사람을 깊이 들여다보기’를 주요하게 언급한 바 있는데, 평소 추구하는 예능의 지향점인가?

“우리 직업이 시청자의 취향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다. 과거에는 재밌는 것만 뽑아 쓰면 됐다. 요즘

은 다르다. 인간은 입체적인데, 재미있는 면만 보여주면 단편적인 방송이 된다. 어떤 사람의 장단점을

다 보여줘도 요즘 시청자들은 다 납득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 사람의 360도를 보여주려고 한다. 결

국 사람이 중요하다.”

- 대학시절 연극을 한 영향인가? 나영석의 예능에는 연기자들이 많이 나온다.

“신선한 사람을 찾다보니 그렇게 됐다. 출연자 섭외 기준? 평소 이미지와 다르게, 짠하고 보여줄게

있는 사람.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프로그램이 잘돼서 출연자들이 줄을 서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보통 배우들이 예능을 꺼리는데 우리 프로는 부담없어 한다. 그렇다고 서로 나오겠

다고 앞 다툴 정도는 아니다.”

-‘꽃보다 할배’‘삼시세끼’에 출연한 탤런트 이서진(44)의 다른 면은 어떻게 알아봤나?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선생님들의 매니저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우연히 알게 됐다. 남들처럼

나도 돈 많은 집 아들에 유학파라 도회적일 것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예의바르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직접 촬영해보니 버릇없고 건방지고 막말도 하는데, 선생님들께는 진심을 다

했다. 결점 많은 문제형 인간이 맞지만, 총체적으로 봤을 때 유니크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이서진

덕분에 내 작업에 대한 확신도 섰다. 나만 보여줄 수 있는, 그 사람의 이면을 보여주자, 그래서 그런 이

면이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차줌마’차승원(45)도 그간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차승원은 우연히 사적인 자리에서 만났다가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된 경우다. 요리 잘하는지도 몰랐

다. 이서진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요건에 맞는 출연자를 찾은 경우라면, 차승원은 새로운 면모를 보

고 어촌편을 기획한 것이다. 직접 만나보니 엄청난 수다쟁이더라. 아줌마. 그래서‘삼시세끼’하면 재

미있겠다, 당시에는 정선편만 있던 상황이라 스핀오프로 어촌편을 만들게 된 것이다.”

지금보다 덜 반짝이는 순간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찾아갈 누군가가 있다면‘폭망’

이란 없지 않을까. 그의 에세이를 보면 자주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사람, 특히 동료에 대한 애정이다.

“나는 말뿐이지만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리며 뛰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1퍼센트를 모두 모아 100퍼센트의 프로그램을 만든 후 거기에 내 이름을 붙여 방송을 한다.

이것 참,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5년 동안 거저 먹었구나. 티켓 하나 제대로 예약 못하는 사람을 PD로

두고, 나의 스태프들은 참으로 고생이 많았겠구나.”심지어 나 PD는 귀찮은 존재일 수 있는 기자나

피곤한 퇴근길에 스쳐 지나가는 택시 기사의 입장도 고려했다.

배려심이 많은 것 같다.“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다 즐겁게 일해야 프로가 잘 된다”고 말했

다.“막내 짐꾼마저도 즐거워야 한다. PD가 잘났다고 잘 되는 게 아니다. 선배들에게도 그렇게 배웠

다. 그러다보니 저 사람 기분이 어떨까, 본능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면 작품을 위해 고집을 부려야 하는 순간 우물쭈물하게 될 수

도 있다. 나 PD도 수긍했다.“그게 내 단점이다. 우유부단하다는 소리를 잘 듣는다. 어떨 때는 너 하

나 좋은 사람 되려고 많은 사람 피곤하게 한다는 비난도 듣는다. 다행히 내 단점을 이우정 작가가 보

완해주고 있다. 이 작가는 맺고 끊는 게 확실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

다. 더불어 날 보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큰 행운이다.”

‘응답하라’시리즈를 통해 예능 작가에서 드라마 작가로 거듭난 작가 이우정씨는 나 PD와 작업한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신 PD와 서로 이 작가 선점 경쟁을 하지는 않을는지….“그렇지는 않다. 드라마

할 때는 거기에 올인한다. 끝나면 나와 대화를 나눈다.”

“난 그렇게 크레이티브한 사람이 아니다. 애초에 예술가도 아니고. 근데 사람이 여럿 모여서 같이 이

야기를 하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일종의 집단 창작이다. 그래서 결국 모든 일의 해답은 사

람이다.”

시청자들은 말한다. 나영석의 예능에는 사람냄새가 난다고. 그가 사람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리라.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진아 기자 =‘꽃보다 할배’(2013~2015)를 시작으로‘꽃보다 누나’(2013),‘꽃보다 청춘’(2014~2016), 그리고‘삼시세끼’(2014~2015) 시리즈에다가‘신서유기’(2015)에 이르기까지 지난 3년 간 TV 예능프로그램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외딴 산골과 섬마을 아니면 이국의 낯선 땅에서 친구들끼리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노동을 하고 길을 걷는 모습을 통해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휴식을 선사하며‘멍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시즌제 예능도 정착시켰고,‘신서유기’로 웹 예능의 가능성도 열었다.

◇나영석은?1976년 청주 출생. 어릴 적 만화책과 비디오 보기를 좋아했으나 대체적으로 평범한 유년기를 보냈다. 대학에 진학할 때도 공무원이 장땡이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연세대학교 행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시절 우연히 들어간 연극반에서 난생 처음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단역배우부터 극작, 연출 등을 두루 경험한 그는 코미디 작가를 꿈꿨으나 대본 공모에 낙방한 뒤 2001년 KBS 27기 공채 프로듀서로 입사했다.‘출발 드림팀’‘산장미팅 장미의 전쟁’등의 조연출,‘여걸 파이브’‘여걸 식스’‘1박 2일’의 연출을 했다.‘1박2일’은 KBS연예대상 최초로 팀 전체가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012년 2월26일,‘1박2일’시즌1이 끝났고, 이후 자신을 찾아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다녀왔다. 예능국 차장급으로 승진했으나 12월18일 KBS를 사직하고 이듬해 1월2일 CJ E&M에 새둥지를 틀었다.

“여럿이 얘기하다 보면 새 아이디어 나와… 결국 해답은 사람”

PD-출연자-시청자들이 다 행복해야 성공

현대인 마음 깊은 곳엔 아날로그 향수 있어

출연자의 안 알려진 이면 찾아 보여주려 노력

‘차줌마’요리솜씨 보고 삼시세끼 어촌편 기획

신진아 문화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