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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s 30 | Journal of the Electric World | 조 정 형 전자신문 기자 1 원전해체산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원전해체에 대한 이 슈는 탈핵과 반원전을 중심으로 논의됐지만, 지금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원전 해체를 위한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수출산업으로 육성해 경제성장과 신규일자리 창출까지 도모하자는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최근 국내 에너지산업이 겪어 온 변화와 관련이 있다. 무엇보 다 노후 원전의 등장과 전원설비 건설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이유가 크다. 최초 의 원전인 고리 1호기는 이미 한차례 수명연장을 했고, 지금은 월성 1호기에 대한 계속운전 여부를 논의 중이다. 한차례 수명연장을 한 고리 1호기도 2년 뒤면 당초 약속했던 운전기일이 모두 차게 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원전은 2020년부터 2040년까지 본 격적인 원전 해체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원전의 계속운전을 가정 하더라도 2020년대에는 원전을 해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5년의 시간이 남았지만 지역 민원, 핵연료 해결 등의 문제 등을 감안하면 그리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국내외 원전해체산업 현황 및 전망

국내외 원전해체산업 현황 및 전망 - kea.kr원격 해체 장비 내방사화 기술 선진국 기술 대비 고방사선 구역 운용 장비 신뢰도 30% 향상 고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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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s

30 | Journal of the Electric World |

조 정 형

전자신문 기자

1 개 황

원전해체산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원전해체에 대한 이

슈는 탈핵과 반원전을 중심으로 논의됐지만, 지금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원전

해체를 위한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수출산업으로 육성해 경제성장과 신규일자리

창출까지 도모하자는 방향이 제시되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최근 국내 에너지산업이 겪어 온 변화와 관련이 있다. 무엇보

다 노후 원전의 등장과 전원설비 건설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이유가 크다. 최초

의 원전인 고리 1호기는 이미 한차례 수명연장을 했고, 지금은 월성 1호기에 대한

계속운전 여부를 논의 중이다. 한차례 수명연장을 한 고리 1호기도 2년 뒤면 당초

약속했던 운전기일이 모두 차게 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원전은 2020년부터 2040년까지 본

격적인 원전 해체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원전의 계속운전을 가정

하더라도 2020년대에는 원전을 해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5년의 시간이 남았지만

지역 민원, 핵연료 해결 등의 문제 등을 감안하면 그리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국내외 원전해체산업 현황 및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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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nuary | 31

+ 국내외 원전해체산업 현황 및 전망

신규 전원설비 건설 난항도 문제다. 밀양 송전선로 사

태가 보여주듯 대규모 전원설비가 새로 들어서기에는

지역주민들의 의식이 과거 같지 않다.

국내 원전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증설보

다는 현 설비의 관리와 폐로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다

가온 셈이다.

전력수급 안정세도 원전 해체산업의 주장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그동안 국가 원전 정책의 가장 큰 명분은

전력수급이었다.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제조업 중심

의 수출경쟁력으로 유지해 온 경제구조는 고도성장과

함께 전력사용량의 증가를 이끌었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벅찬 상황이 계속됐다.

보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시급했던 시기에 원전은

해체가 아니라 하나라도 더 필요한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민간 기업까지 나서

석탄화력과 LNG복합발전소를 대거 지으면서 한 겨울

에도 원전 8기에 달하는 전력예비력이 확보되고 있다.

전력부족을 이유로 원전의 역할을 주장하던 시기는 지

났다.

여기에 원전 비리와 잦은 가동 정지, 정보 유출 등

크고 작은 악재가 계속되면서 정부의 원전 정책에도

공세가 계속되면서 해체산업 육성 요구는 계속 커지고

있다.

그림 2 세계 원전 및 계속운전 현황(IAEA PRIS, 2013.08 기준)

그림 1 2060년까지 예상되는 국내 원전 정지 현황(단위 : 기)

수명연장 안 할 경우

20년 수명연장할 때

2010년대

2

10 10

7

1 1

4 4 43

2020년대 2030년대 2040년대 2050년대 206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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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s

32 | Journal of the Electric World |

2 현 황

가. 시장 개화 앞둔 원전 해체산업

현재 세계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원전의 총 기수는

약 600여기로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가동 중인

원전은 450여기 정도고 나머지는 수명을 다해 영구 정

지 상태에 놓여 있다.

정지된 150여기의 원전 중 해체가 완료된 시설은 19

기 뿐으로, 아직 많은 원전이 해체 결정을 기다리고 있

다. 하지만 해체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곳은 미국, 독

일, 일본 정도다.

150개의 정지 원전 중 일부는 일본처럼 정책적으로

정지를 결정할 곳도 있다. 이들 원전은 다시 가동할 가

능성이 있지만 이를 제외해도 100여기의 원전이 폐기

수순에 들어가 그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산업계는 원전해체 시장이 2050년까지 누적 기

준으로 1,000조 원에 달하는 신규시장을 형성할 것으

로 예상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신규 원전보다는 해체 분야에서 더 많은

프로젝트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예상되는 대규모 시장에 비해 그 수요를 감

당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은 부족한 상황이다. 사실상

원전해체를 산업으로까지 끌어올린 곳은 지금까지 15

기의 해체 경험을 가지고 있는 미국 정도다.

가장 최근에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해체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전문적이지 못한 모습을 노출시키며 주

변국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사실상 초기 시장으

로 누구도 산업 주도국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나. 국내 해체산업, 시작은 했지만 숙제 산적

현재 시장상황을 볼 때 원전해체산업은 우리나라에

게도 가능성이 열려있는 시장이다. 원전 운전 경험이

반세기에 가깝고 지속적인 육성 정책으로 다른 선진국

대비 우수 인력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과거 소형 연구

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를 해체한 경험도 있고, UAE 원

전 수출 성사로 대외적인 인지도도 높다.

정부 역시 해체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원자력 시

설 해체 연구센터를 준비하는 등 체계적인 육성 계획

을 마련하고 있다. 선진국 수준의 원전해체 기술 확보

를 위해 38개 핵심 기반기술을 선정했고, 이중 17개 기

술은 상용화에 성공했다. 나머지 21개 기술의 개발 목

표는 2021년까지다.

국가 영구정지 해체중/완료 국가 영구정지 해체중/완료

미국 32 29 일본 11 5

영국 29 26 이탈리아 4 4

스위스 1 1 독일 27 19

스웨덴 3 3 프랑스 12 10

스페인 2 2 우크라이나 4 -

슬로바키아 3 3 캐나다 6 3

러시아 5 4 불가리아 4 4

네덜란드 1 1 벨기에 1 1

리투아니아 2 2 아르메니아 1 1

카자흐스탄 1 1 계 149기 119기

표 1 원전 해체 진행 또는 완료 현황(IAEA, 2013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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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nuary | 33

+ 국내외 원전해체산업 현황 및 전망

21개 기술은 크게 준비, 제염, 절단, 폐기물처리, 환

경복원으로 구분된다. 준비 단계에서는 해체작업에 앞

서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작업이 핵심이다. 실제 해체

작업 단계인 절단 분야에서는 공정을 사전 검증하고

원격 절단작업을 실시간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 등

이 개발되고 있다.

폐기물 처리와 환경복원 분야에서는 초우라늄 독

성 제거 및 부피 감축, 유기 혼성폐기물 부피 감축

등 독성을 제거하고 폐기물 양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선진국 대비 폐기

물의 독성과 양을 줄여 해체비용 경쟁력을 갖춘다

는 목표다.

일각에서는 고리원전 등 일부 노후 원전을 테스

트 베드로 지정해 실증사업을 진행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해외 플랜트산업 특히 원전 관련 설비는

실제 레퍼런스 확보가 중요한 만큼 국내 실증사업

으로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실제 국내 기술의 보완

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 분 핵심 기술 기술 목표

준비해체 안전성 평가 기술 선진국 기술 대비 해체 위험요인 제거율 30% 향상

해체 공정 평가 기술 선진국 기술 수준의 해체 작업 ALARA 평가 도구 확보

제염

원전 일차계통 화학 제염기술 세계 선도 신개념 계통제염기술(제염계수>50) 확보

대형기기 나노 복합유체 제염 기술 선진국 기술 대비 제염성능 30% 향상

제염에 의한 재료 건전성 평가 기술 선진국 기술 대비 평가비용 50% 절감

절단

실감형 원격 절단 시뮬레이터 선진국 기술 수준의 가상현실 기반 공정 검증기술 확보

고자유도 원격 절단 통합평가 기술 세계 최초 원격 절단 실시간 평가기술 확보

원격 해체 장비 내방사화 기술 선진국 기술 대비 고방사선 구역 운용 장비 신뢰도 30% 향상

고하중 취급 원격 정밀 제어 기술 세계 최고수준의 250㎏ 취급 원격 절단 시스템 구축

3D Human Machine Interface 기술 선진국 기술 대비 정밀도 30% 향상

열적 절단 기술 선진국 수준 원격 레이저 절단 기술 확보(100㎜ 이상)

폐기물 처리

유기혼성 폐기물 수증기 개질 처리기술 유기 혼성폐기물 부피 1/20이하 감축

방사화 탄소 폐기물 처리기술 폐기물 내 C-14 99% 분리 회수 기술 확보

우라늄 폐기물 처리 기술 우라늄 제거율 99% 이상 및 처분 적합성 달성

대용량 고방사성 폐액 처리기술 비상 상황 폐액처리 독자기술 확보(제염계수 103 이상)

고방사성 폐기물 안정화 기술 침출율 10~7g/㎠·day 이하의 세계 최고 기술 확보

초우라늄 함유 폐기물 처리기술 초우라늄 독성 99% 제거 및 부피 1/10이하 감축

환경 복원

해체 부지 복원 최적 평가 기술 선진국 기술 대비 폐기물량 20% 감축

저준위 부지 방사능 현장 측정 기술 기존 수작업 대비 70% 비용절감 및 기간단축

광역 오염 확산 억제 기술 선진국 기술 대비 오염 고정화 성능 5%이상 향상

주거지역 오염 복원 선진국 기술 대비 다공성 표면오염 제거성능 40% 향상

표 2 21개 미확보 원전해체 기반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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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s

34 | Journal of the Electric World |

3 전 망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원전해체산업 필요성이 언

급되면서 원전 1기의 해체로 5,6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700여 명의 고용 창출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

이 제기됐다.

분명 원전해체는 산업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은 신규 건설 투자비와는

다른 엄연한 지출이다. 해체 사업을 수주하는 건설사

는 수익이겠지만 원전 운영사업자와 국가 차원에서는

그동안 생산하던 전력 감소도 감수해야 하는 지출 내

역이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입장에서 굳이 해체산

업 육성을 이유로 특정 원전을 테스트 베드로 전환하

기 힘든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해체산업화를 추진하는 이

유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까지 왔음을 의미한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활동도 원전해체를 위한

걸음 중 하나다.

원전해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건물의 철거가 아

닌 내부에 있는 방사선 오염물질과 핵연료의 안전한

처리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만일 공론화위원회가 6개

월의 연장 기간까지도 핵연료 처분방법에 대한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해체산업은 계속 대기상태로 머

물러 있어야 한다.

지난해 12월에는 한수원이 원전해체와 관련 매우 전

향적인 결정을 내렸다. 원전 1개 호기의 원전해체 비용

을 현금으로 적립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한수원은

원전 해체비용을 충당부채로 적립하고 있었다. 해체작

업이 10년 이상 걸리는 사업임을 감안, 자금이 일시에

소요되지 않는 만큼 언제든지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번 현금 적립으로 한수원의 부채비율이 약 2.8%

정도 증가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이를 결정한 것은 원

전에 대한 소통과 국민 안심 증진이 크게 작용했다. 이

금액은 향후 원전해체사업 수행 시 유동성 부족이 발

생할 경우를 대비해 사용될 예정이다.

기술과 비용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처럼 국민 공감대 형성 작업도 본격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원자력 시설 해체 연구센터 유치를 놓고도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해

체작업에서 나오는 방사선 오염물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그나마 수년간의 진통 끝에 경주 중저준위 방사선

폐기물 처분시설이 올해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가는 등

원전 관련 뜨거운 감자들이 하나 둘씩 해결되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다. 원전해체산업을 수출산업으로 키우

기 위해서는 앞으로 산적해 있는 논란들을 가감 없이

꺼내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 3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 당시 모습.

+ 국내외 원전해체산업 현황 및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