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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같을 것이란 짐작에서 물었다. “제가 책 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 책을 읽으면 그 공 간 속으로 들어가요. 당연히 처음 가보는 공간이니까 자연스럽게 상상력이 발휘돼 요. 상상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그래 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추천한 것인가. “에드워드 툴레인은 도자 기로 만든 토끼인형이에요. 에드워드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세계여행을 떠나면서 일어나는 일이 담겨 있어요. 제가 처음으 로 읽은 장편소설이에요” 단순히 처음 읽은 장편소설이라 기억에 남고 추천하는 것이 아니다. 안 양의 설명 을 더 들어보자. “너무 어려서 읽어서 그런 지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그 래서 한 살씩 나이를 먹을때마다 다시 읽 고 또 읽었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그때마다 감정이입이 달라지고 토끼인형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래 서 최근 읽었을 때는 에드워드 툴레인이 마치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책 도입부에 에드워드는 까칠한 인형으로 나온다. 안서현 양에게 1년은 짧지만 매우 강렬한 시기다. 하루 한 뼘 키가 크고 생각이 자라는 때, 그러기에 책을 읽는 마음도 생각의 그릇도 그만큼 변해, 급기야 토끼가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꽃이 다만 하나의 몸짓에서 김 춘수가 꽃이라고 부르매 비로소 꽃이 됐듯이 안서현도 어느새 자신도 모 르는 가운데 꽃을 꽃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 소녀가 책읽기 항해에서 건져올린 것은 도자기 토끼인형 이 아니라 에드워드 툴레인이라는 토끼를 닮은 사람이었고 이제 그를 이 해하고 기꺼이 동행하고 있다. “초반 에드워드의 성격과 후반부 성격이 어 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해 보는 게 재미있어요. 많은 일을 겪으면서 이해심 이 길러지고 다양한 것을 배우거든요” 이 정도면 책읽기의 축복이다. 14세 그런 소녀가 요즘 공포소설에 빠져 있고 나태주의 시 「풀꽃」을 졸졸 외우 고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며 재잘거린다. 영화 얘기는 나중 하자고 한다. 학생을 보면 공부 얘기부터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학부모(벌써 한참 전)인 기자가 쓸데없이 공부 얘기를 묻고야 말았다. 국어 사회 도덕 과목 을 좋아한다. 수학은 거의 포기한 전형적인 문과 스타일이라고 잘도 말한 다. 수학은 요즘 함수 활용을 배우고 있다는데 어려운 모양이다. 부모님은 공부 채근을 거의 안한다. “공부라는 게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잖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모자라는 것, 스스로 알아서 해야죠” 모범생 답안지 를 보는 듯 하다. 공포 소설은 여름에 특히 즐겨 읽는다. R. L. 스타인의 『구스범스』 시리 즈를 좋아한다. (구스범스 시리즈는 어린이 공포소설 시리즈로 1992년 첫 권이 나오면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62권이 나왔으며 한국에는 20권이 출간됐다.) 그러면서 시집도 곧잘 챙겨 보는데 주로 책보다는 웹으로 본다. 동화나 어린이용 판타지가 상상력을 길러준다고 한다. 안서현 양에게 since 1970 | 33 32 | readersnews [특별기획- 북 투게더] ‘책 읽는 대한민국’- 셀럽이 추천하는 책

[특별기획- 북 투게더] ‘책 읽는 대한민국 ...pdf.readersnews.com/1628/162802.pdf · 도 같을 것이란 짐작에서 물었다. “제가 책 을 좋아하는 이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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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 같을 것이란 짐작에서 물었다. “제가 책

    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 책을 읽으면 그 공

    간 속으로 들어가요. 당연히 처음 가보는

    공간이니까 자연스럽게 상상력이 발휘돼

    요. 상상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그래

    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추천한 것인가. “에드워드 툴레인은 도자

    기로 만든 토끼인형이에요. 에드워드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세계여행을 떠나면서

    일어나는 일이 담겨 있어요. 제가 처음으

    로 읽은 장편소설이에요”

    단순히 처음 읽은 장편소설이라 기억에

    남고 추천하는 것이 아니다. 안 양의 설명

    을 더 들어보자. “너무 어려서 읽어서 그런

    지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어요. 그

    래서 한 살씩 나이를 먹을때마다 다시 읽

    고 또 읽었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그때마다 감정이입이 달라지고 토끼인형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래

    서 최근 읽었을 때는 에드워드 툴레인이 마치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책 도입부에 에드워드는 까칠한 인형으로 나온다.

    안서현 양에게 1년은 짧지만 매우 강렬한 시기다. 하루 한 뼘 키가 크고

    생각이 자라는 때, 그러기에 책을 읽는 마음도 생각의 그릇도 그만큼 변해,

    급기야 토끼가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꽃이 다만 하나의 몸짓에서 김

    춘수가 꽃이라고 부르매 비로소 꽃이 됐듯이 안서현도 어느새 자신도 모

    르는 가운데 꽃을 꽃이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 소녀가 책읽기 항해에서 건져올린 것은 도자기 토끼인형

    이 아니라 에드워드 툴레인이라는 토끼를 닮은 사람이었고 이제 그를 이

    해하고 기꺼이 동행하고 있다. “초반 에드워드의 성격과 후반부 성격이 어

    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해 보는 게 재미있어요. 많은 일을 겪으면서 이해심

    이 길러지고 다양한 것을 배우거든요” 이 정도면 책읽기의 축복이다. 14세

    그런 소녀가 요즘 공포소설에 빠져 있고 나태주의 시 「풀꽃」을 졸졸 외우

    고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으며 재잘거린다. 영화 얘기는 나중 하자고 한다.

    학생을 보면 공부 얘기부터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학부모(벌써 한참

    전)인 기자가 쓸데없이 공부 얘기를 묻고야 말았다. 국어 사회 도덕 과목

    을 좋아한다. 수학은 거의 포기한 전형적인 문과 스타일이라고 잘도 말한

    다. 수학은 요즘 함수 활용을 배우고 있다는데 어려운 모양이다. 부모님은

    공부 채근을 거의 안한다. “공부라는 게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잖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모자라는 것, 스스로 알아서 해야죠” 모범생 답안지

    를 보는 듯 하다.

    공포 소설은 여름에 특히 즐겨 읽는다. R. L. 스타인의 『구스범스』 시리

    즈를 좋아한다. (구스범스 시리즈는 어린이 공포소설 시리즈로 1992년 첫

    권이 나오면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62권이 나왔으며 한국에는 20권이

    출간됐다.) 그러면서 시집도 곧잘 챙겨 보는데 주로 책보다는 웹으로 본다.

    동화나 어린이용 판타지가 상상력을 길러준다고 한다. 안서현 양에게

    since 1970 | 3332 | readersnews

    [특별기획- 북 투게더] ‘책 읽는 대한민국’- 셀럽이 추천하는 책

  • 리우드 스타 틸다 스윈튼이 마침 샤넬 모델이어서 추천해 입게 됐다. 당시

    환호성이 지금 인터뷰하는 카페 지하 1층 마룻바닥에서 아련히 솟아오르

    는 것 같다.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했겠어요? 라는 질문은 괜히 했다. “친구들은 제

    가 배우라는 걸 잊고 지내요. 제가 티내는 것도 싫어하고요. 친구들이 ‘인

    터넷에 네가 나오더라’고 하면서 ‘아, 네가 정말 배우지’라고 해요. 학교 있

    을 때는 그냥 학생이에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고 그냥 같이 떡볶이 먹는

    친구, 수다떠는 친구, 까르르 웃는 친구일 뿐이다. 사실 안서현양은 정신연

    령이 높다. 10년 세월동안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다보니 남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폭이 자연히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옥자’ 를 만든 봉준호 감독도 안서현 양에게 감탄한다. 산골소녀 미자

    역을 맡은 안서현은 액션부터 감정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봉 감독

    은 마치 성불(成佛)한 것 같다고 했다. 그 바탕에 대해선 끝내 봉 감독도 말

    하지는 않았다. 기자는 말할 수 있다. 그 바탕은 책읽기라고. 안서현은 오

    래오래 배우로 살고 싶지만 시처럼 담백한 삶을 원한다고 했으니 맞는 말

    이라 자신한다. / 엄정권·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장소제공=수원 천천동 Bside

    소녀가 어느덧 인생의 바다에 돛을 높이 올렸다. 그 돛이 바람을 받아 팽창

    하면서 안서현은 시(詩)를 품었다. 시가 주는 감흥에 마음이 살랑살랑하다

    고 한다. 마음이 살랑살랑은 어떤 기분일까. 그러면서 나태주의 「풀꽃」을

    외웠다. 마지막 절 ‘너도 그렇다’는 기자와

    합창했다.

    살랑살랑 기분은 책에서만 느끼는 게 아

    니었다. 얼마전 프랑스 칸 영화제 여우주연

    상에 노미네이트됐다. 그래서 칸에 갔는데,

    비행기를 타고 갈 때도, 칸에 도착했을 때

    도 (노미네이트된 게) 먼 얘기 같았다. 자신

    의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식장으로

    가는 차를 타면서 실감이 났다. 칸의 해변, 야자수, 그리고 영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포스터 색깔이 빨갛고 예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차에서 내

    리며 레드카펫을 밟는 순간(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사진기자들의 플

    래시가 연신 터졌다. 마치 헤드셋 쓰고 있다 벗었을 때 한꺼번에 주변 소음

    이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그 순간이 그렇게 길었다. 무슨

    옷을 입었을까. 샤넬에서 만든 블랙 드레스. ‘옥자’ 영화에 함께 출연한 할

    since 1970 | 3534 | readersnews

    영화인 안서현, 못다한 말

    - 9살 때 정신연령 테스트, 27살 나옴. 연기활동하면서 많은 오빠 언니 스태프 분 만나면서 말이 어른들과잘 통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 봉준호 감독과 매일 연락 주고받아요. - 배우의 매력은? 다른 사람의 삶도 살아볼 수 있다. 캐릭터 인생을 잠깐 살다 오는 것 아닌가. 일반 사람들

    은 느끼기 어려울 겁니다. - 친한 배우 언니 오빠는?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 나왔던 온주완 오빠랑 친해요. 오빠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 스튜디오에도 놀러갔다 왔어요. 드림하이에서 만난 옥택연 오빠도 친해서 콘서트에 초청받았어요.

    - 존경하는 배우는? ‘하녀’때 만난 전도연 언니요. 배우 티 안내고 편하게 대해줘요. 이웃집 큰언니 같아요. - 외국 배우 중에는? 다코타 패닝이요.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가는 과정을 정말 잘 버텨낸 것 같아

    요. 저도 페이스 조절 잘 하고 싶어요. - 10년 뒤에요? 24살인데…. 대학생 아닐까요. 연기생활 하면서 대학생 생활도 즐기고 싶어요. 튀지 않는

    학생이 되고 싶어요.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어떤 책인가

    이 책은 사랑을 받을 줄만 알지, 할 줄은 모르는 도자기로 만든토끼 에드워드가 결국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작가 케이트 디카밀로는 우리에게 사랑이 얼마나 큰 위안이며 축복인가를 말해준다. 옮긴이 김경미는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많은 고통을 받는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기가 갖고 있는 것에게는 무심하게 대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그리고 이렇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많은 이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김경미는 강조한다. 신기한 모험 가운데는 고통과 좌절과 이별과 슬픔이 있다. 에드워드는 혹독한 세상살이를 하면서, 길을 잃고 헤매면서, 자신을 돌보기도 힘든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결국 사랑을배우게 된다. 주변을 한번 돌아보라. 사랑할 것들이 너무 많지 않은가. 가족이 아니더라도 내게 친절한 말 한마디를 건넨이들도 내게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 모두에게 감사하며 욕심내지 말고 살아야겠다.

    [특별기획- 북 투게더] ‘책 읽는 대한민국’- 셀럽이 추천하는 책

  • 고흐의 귀 잘린 자화상 그림이 나오고 뭉크의 걸작 ‘절규’도

    등장한다. 마취 없이 맹장수술을 하고 부상병 다리를 자르는

    그림도 있다. 1950년대 영국의 한 병원 대기실은 지금 서울 시

    내 종합병원 모습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죽음을 앞둔 조지 워

    싱턴과 주치의들’ 작품은 역사적 가치가 있어 보인다.

    동서를 가로지르고 고금을 꿰뚫어 의학과 관련된 그림을

    모았다. 의학의 상징이라고 알려진 뱀이 휘감긴 지팡이와 십

    자가부터 1950년대 병실 그림까지 수백여점에 이르는 그림과

    도판은 의학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다. 이 작품을 고르는 몫

    은 당연히 의사 아니면 안 될 노릇이다.

    의사의 눈으로 작품을 고르고 의사의 손으로 쓴

    책이 바로 『천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다. 지은이는

    정형외과 전문의 이승구 박사다.

    이승구 박사는 가톨릭의대 명예교수를 마치고 대

    전 선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2월에 은퇴하고 3월

    부터 대전에서 일하고 있으니 쉴 짬도 없었다. 그를

    선병원 진료실에서 만났다.

    진료실은 환자용 침대(흔히 볼 수 있는 비닐 재질

    에 색깔은 아주 옅은 연두색으로 앉으면 발이 바닥

    에 닿지 않을 만큼 높았다) 하나에 역시 환자용 의자

    (등받이가 없는 대신 회전은 된다)가 하나 있다.

    왜 환자용 의자는 어느 병원이나 이렇게 옹색할까 하는 의

    문을 가진 채 기자는 환자용 의자에 앉고 닥터 이승구 박사는

    컴퓨터가 두 대 맞물려 있는 널찍한 책상 앞 푹신한 의자에

    앉고, 기록 담당 여기자는 노트북을 켜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타이핑이 매우 불편한 자세로 자주 몸을 뒤척였다.

    그렇게 인터뷰는 시작됐다. 의학에 문외한인 기자는 작품

    수집 등 변두리 얘기를 많이 했고 이 박사는 당연히 전문적인

    의술 얘기가 많아 대화는 때로 얽히고설키기도 했지만 이 박

    사의 호탕한 웃음 덕에 시종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since 1970 | 3736 | readersnews

    『천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

    이승구 지음 | 생각정거장 | 296쪽| 16,000원

    ‘고통’이 발전해 ‘수술’이 되었고

    ‘무지’가 진화해‘건강’이 되었다

    이승구『천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 펴낸

    박사

    [이 저자] 『천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 펴낸 이승구 박사이저자

  • since 1970 | 3938 | readersnews

    청진기와 관련, 환자의 배나 가슴을 두드리는 타진법 에피소드

    하나. 현대적인 타진법은 300년 전 오스트리아 의사 레오폴트 아

    우엔브루거가 처음 보고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맥줏집을 경

    영했는데, 아버지는 맥주통을 주먹이나 나무망치로 두드려 맥주

    가 통 속에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보곤 했다. 아버지의 이 기술은

    탁월해 다른 술집처럼 맥주가 동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빈에서

    의사로 활동하던 아우엔브루거는 힌트를 얻어 많은 사람을 실험

    해 ‘가슴을 두드려 병을 알아내는 새로운 진단 타진법’이라는 책

    을 냈다. 그러나 빈정거림이 쏟아졌다. “환자 몸에서 나는 소리로

    오페라라도 작곡하려나?” 빈은 음악의 도시 아닌가.

    이 박사는 10년 전부터 그림을 수집하면서 책 내는 것도 아주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도대체 의학과 관련된 예술품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의학 자체가 예술품이 되기가 어렵잖아요. 수술하는 모습을 그

    리기도 그렇고 사진을 찍는 것도 작품이 안 될 것 같고 조각품은

    더욱더 안될 것이고…” 그래서 이 박사는 고대 의학서를 뒤졌다.

    무엇이든 모으려면 발품을 들이고 시간을 투자하고 비용도

    지출해야 한다. 이 박사는 외국에서 학회 등이 열리면 반갑게

    나섰다. 투어 일정이 있으면 다른 참석자들은 관광이나 쇼핑에

    바빴지만 이 박사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았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가면 지하 1층 지하 2층으로 바로 가죠”

    가서는 의대교수라고 소개하고 옛날 의학 그림에 관심이 많다

    고 하면서 그림을 보거나 사고 싶다고 한다. 두어시간 뒤 다시

    가보면 컴퓨터에 그림을 죽 보여준다. 20~30장 골라 돈을 지

    불한다. 프린팅된 그림으로 한 번에 20만원 정도 돈이 들었다

    고 한다.

    그는 느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의학도 시대상을 반영하고

    거기엔 거짓이 없구나. 톱으로 다리를 절단하는 무지함이 오늘

    날 매끈한 수술로 발전하고 (이 수술은 특히 이 박사 전공인 정

    형외과 분야다) 청진기도 숲속에서 속이 빈 통나무를 두드리며

    노는 아이들을 보고 고안한 것임을 보여주는 그림을 보면 새삼

    의학의 발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실 청진기 발명은 그

    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양쪽 귀로 듣는 청진기가 선보인 것은

    1850년이니 160년 정도 됐다.

    [이 저자]

    빈센트 반 고흐,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1889년, 캔버스에 윷.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뒤 그린 그림이다. 에드바르트 뭉크, ‘절규’, 1893년, 판지에 혼합재료

    한스 폰 게르스도르프, ‘전쟁 부상에 관하여’에 실린 삽화,1517년. 소작 치료용 도구들과 소작법 치료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절단 수술용 기구, 17세기 이탈리아 수술 도구 상자, 브레시아.톱 망치 끌 등이 보인다.

  • since 1970 | 4140 | readersnews

    또 하나 걸작 뭉크의 ‘절규’도 보인다. 뭉크는 5살 때 어머니를 여

    의고 누이 아버지 등을 차례로 잃는다. 죽음의 공포가 평생 그의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스스로를 ‘요람에서부터 죽음을 안 사람’이

    라고 불렀으니 그는 생은 죽음의 그림자와 늘 함께였다. 그의 작품

    은 그래서 공포와 죽음과 이웃해 있는 것은 아닌가. 이 박사는 두

    거장을 「두려움, 신경정신증의 시초」라는 챕터에서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이 박사는 책머리 ‘들어가며’를 통해 “옛 의학 예술품들과 관련

    삽화들을 감상하면서, 과거 의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현재

    와 미래의 건강한 삶을 즐길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여 주신다면 다

    행이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흰 가운을 입은 역사학자’였다. 그가 컴퓨터 화면 속 그림

    들을 보며 설명하는 손가락은 어느덧 고흐의 붓처럼 힘찼다.

    / 엄정권·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이 저자]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은 어떻게 했는가를

    살펴보았다. “불에 달군 숯덩어리를 상처 위

    에 올려 지져 ‘치료’하기도 하고, 약초를 으깨

    붙이는 건 양반이죠. 환자가 고통에 울고불

    고하면 술 한 잔 먹이거나 재갈을 물

    리는 게 고작이었죠. 1차 세계대전 때

    는 부상병 치료하면서 화약 가루를

    상처부위에 뿌리고 불을 붙여 태웠

    죠” 생각만 해도 끔찍한 모습이다. 당

    시엔 수술하면 60%가 감염으로 죽었다.

    소독법이 개발되면서 15% 정도로 줄었고

    지금은 절단수술로 죽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박사는 책 만드는 데 4년 걸렸다. 의학

    과 예술의 만남에 대한 책이 국내에는 전례

    가 없고 외국 서적도 찾을 길이 막막했기에

    개척자와 다름없었다. 우선 단편 지식을 중

    점으로 모았다. 예를 들어 마취과학 책을 통

    해 마취의 역사 등을 조각조각 모으고, 외과학 책을

    통해 과거 수술 얘기 등을 하나 둘 모아 씨줄로 삼고

    의사, 간호사, 병원 등 역사를 모아 날줄로 삼아 엮었

    다. 여기에 미술작품으로 옷을 입혔다. 그 옷 입히는

    데 10년을 바쳤다.

    이 책에는 고흐의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과 ‘별

    이 빛나는 밤’도 실렸다. 모두 자살 직전의 그림이다.

    고흐는 귀를 면도칼로 자르고 병원에 제 발로 찾아

    갔을 정도니, 후세에선 그의 작품과 함께 정신세계

    를 화제에 놓을 수밖에 없다. 당시 프랑스 화가 카미

    유 피사로가 고흐를 두고 “이 남자는 미치게 되거나,

    아니면 시대를 앞서가게 될 것이다”라고 한 말이 여

    운을 남긴다고 할까.

    얀 스테인. ‘의사 왕진’, 1661~1662년, 패널에 유채. 젊은 여인이골이 아픈 듯 이마를 짚지만 아주 고통스러운 것 같지 않다. 의사는 맥을 짚으면서도 웃고 있다. 남편은 걱정도 않고 거실에서 책을 보고 있다. 그림 왼쪽아래 소년이 상황을 말해주고있다. 큐피드 같이 사랑의 화살을 당기고 있다. 의사는 어떤 처방을 했을까.

    양의 방광으로 만든 초기 콘돔,약 1700년.

  • 42 | readersnews since 1970 | 43

    “거추장스러운 옷가지를 훌훌 벗어버릴 때 아이들은 자유와 해방

    을 느낀다. 퐁당거리고 물장구를 치다가 한 놈이 물을 먹이자 우르르

    몰려들어 몸싸움을 벌인다. 소리를 지르는 놈, 깔깔거리며 웃는 놈,

    물을 먹고 엉엉 우는 놈, 낮닭이 홰치는 소리도, 비행기 소리도 모두

    아이들의 물장구 소리에 파묻혀 버린다”

    독서신문 1973년 8월 5일자는 ‘컬러의 눈’이라는 기획물에 ‘삼복을

    차는 무지개 빛 동심’ 제하 기사에서 이렇게 물장구치는 아이들을 묘

    사하고 있다. 플로베르의 말을 인용한 대목이 기사와 잘 어울린다.

    “물오리가 날 적부터 헤엄을 치듯이 어린이들은 나면서부터 착한 일

    을 할 수 있는 천성을 지니고 있다. 어린이들이 하는 일에 일일이 간

    섭하는 것은 물오리의 헤엄을 금하는 거나 다름없다.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그 천성을 옆에서 도와줄 것이 중요하다” 기사는 이어진

    다. “우리의 땅 어디를 가나 마을이 있고, 그 앞에는 냇물이 흐른다.

    그리고 여름이면 으레 마을 아이들은 거기서 물장구를 치며 한여름

    을 보낸다. 현대식 푸울장이나 사람들이 와글거리는 해수욕장에 비

    하면 하찮은 놀이터일지 모르지만, 바로 이 냇가에는 고향의 정취가

    담뿍 어려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어른들은 어릴 때 뛰어놀던 마을 앞

    냇가를 그리워한다”

    기자는 얼마 전 한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과거 언젠가 어머니

    가 베를 짜는 모습이 독서신문에 실렸는데 신문을 구할 수 있냐고 했

    다. 신문은 구할 수 없지만 40년 정도 지난 신문을 뒤적였다. 그리고

    주인공 사진을 찾아 메일로 보냈다.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물장구

    치는 사진이 나가면 사진 속 주인공을 찾는 전화가 올까. 44년 전이

    니 사진 속 주인공들은 아마 50대 중반이거나 후반이겠다.

    * 같은 날짜 독서신문 19면에는 ‘세계문학사 비화’라는 기획물에

    ‘두 번 죽은 보카치오’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보카치오는 단테의 신

    곡에 맞선 인곡(人曲)이라고 불리는 데카메론을 1350년 냈다. 유럽

    전역이 페스트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 창궐로 신음하던 때 나온 것

    으로 절망의 시대를 위로했다는 평이다. 데카메론이 발표되자 원성

    이 높았다. 호색과 우정 등이 적나라한 14세기 이탈리아 풍속사로서

    그때 그 시절 냇물에서 물장구 치던 동심은…

    [독서 타임머신]- 1973년 그 여름의 독서신문

  • 44 | readersnews

    이 자료들은 허구가 아니라 사실이었다. 민중의 관심과 종

    교계의 반발은 끊이지 않았다. 보카치오는 젊은 시절 나폴

    리에서 공주와 뜨거운 밀회를 나누었으나 부친의 강권으로

    다시 고향 플로렌스로 돌아간 바 있다. 이런 사실도 여론에

    한몫했으리라는 분석이다. 보카치오는 62세로 타계했다. 그

    러나 400년이 흐른 18세기말 보카치오는 또 한차례 ‘죽음’을

    맞는다. 일부 광적인 기독교인들이 그의 묘를 파헤쳐 유골

    을 이름도 없는 조그만 강에 던져 버렸다. 호모메르스에 대

    적하여 소설개산(小說開山)의 대조사(大祖師)인 보카치오

    의 일생은 두 번 죽어 유골마저 땅에 묻히지 못한 것이다.

    * 이어 8월 19일자 11면 ‘세계문학사 비화’에는 ‘노예로 팔

    린 세르반데스’ 제하의 글이 실렸다. 1571년 세르반테스는 터

    키해군과 일전을 치른 그 유명한 레판토 해전에 참전한다.

    혁혁한 무공을 세우며 터키 해군을 궤멸시키는데 앞장 선

    다. 그러나 자신도 가슴 두 군데에 창상을 입고 쓰러졌으며

    since 1970 | 45

    끝내는 왼팔마저 절단되는 치명적 부상을 입는다. 함상의 세

    르반테스는 잘라진 왼팔을 보며 태연히 실소한다. 귀국한 세

    르반테스는 열렬한 군중들의 환호를 받는다. “레판토의 외팔

    이 세르반테스 만세”라고 군중들은 외쳤다. 이후 세르반테스

    는 외팔이로서도 여러 전투에 참전해 무공을 세운다. 그러나

    해적과 치른 한 전투에서 생포된다. 알제리로 끌려가 노예로

    팔렸다. 몸값 2천 두카아드. 세르반테스의 비참한 노예생활은

    5년이나 지속됐고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한 기독교 단체에

    서 한 사내의 몸값을 치르려고 5백 두카아드를 들고 왔으나

    그 사내 몸값은 3천 두카아드로 턱없이 모자랐다. 이 때 눈에

    띈 것이 바로 세르반테스. 이 단체는 할 수 없이 몸값이 크게

    떨어진 세르반테스를 샀다. 당시 최저가였다. 돈키호테가 출

    간된 것은 그로부터 24년 뒤였다. 온갖 풍상이 그와 함께한 뒤

    였다.

    / 정리=엄정권 기자

    [독서 타임머신]- 1973년 그 여름의 독서신문

  • since 1970 | 4746 | readersnews

    [특별 인터뷰]

    음양 조화 소금, 평생 건강 도우미

    김명식『중병에 이르지 않는 12가지 자연법칙』책 낸

    우이당 선생

    ““

    이 비릿함은 아스팔트에서는 맡을 수 없었던 바람의 냄새다. 일순 시야가 트이면

    서 차창으로 먼 데 한 점 고깃배가 눈이 시리게 들어온다. 황금빛 잔물결이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는 듯 한 것은 길게 뻗은 2차선 도로가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다는 착

    각에서 비롯됐다. 비릿한 내음은 갯벌에서 나온 걸까, 아니다, 바지락 칼국수 그 국

    물에서 나온 것 같다. 아, 이 천박한 상상력이여, 서울사람이 갯내음을 알기나 해?

    라는 핀잔을 들을만하다.

    여기는 대부도. 한 때 바지락이 아니라 돈을 긁었다는 복 받은 섬이다. 『중병에 이

    르지 않는 12가지 자연법칙』 책을 낸 우이당 김명식 선생을 만났다. 우이당(于易堂)

    은 김 선생의 아호로 쉬운 길로 인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커피집 바깥이 더 시원하다며 그늘로 기자 일행을 앉힌다. 중저음의 목소리는 이

    곳 바닷바람을 닮아 매섭지 않아 좋았다. 반백의 머리는

    되레 친근하게 느껴졌고 피부는 그 나이답지 않게 맑은 기

    운을 띄고 있다. 술 담배를 안 할 것 같다는 짐작을 하게 한

    다. 얼핏 도인의 풍모다. 동양학을 한다기에 더욱 그런 느

    낌을 준다.

    앉자마자 이 더운 여름 어떻게 나야 좋을까요, 물었다.

    우이당은 평생 동양의 역(易)철학과 의(醫)철학을 연구해

    왔다. 그의 건강론은 우주 자연의 이해와 통찰을 기본으로

    균형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우이당에게 여름 건강 질문은

    어쩌면 전공을 물은 것과 다름없다. “현대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에어컨입니다.

    예전에는 겨울 나고 봄에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셨는데, 요즘은 여름 나고 가을에

    많이 돌아가십니다” 원인은 에이컨이라는 진단이다. 에어컨을 켤 수밖에 없지만 그

    냉기는 어쩔 수 없이 사람 몸 속으로 스민다. 이는 자연 바람과 달리 몸 에너지를 더

    소모시킨다. 그래서 우이당은 에어컨을 안 켜고 사는가.

    그는 대부도에 서재 겸 작업실이 있다. 우이당은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에어컨을

    안 틀고 집에는 아예 선풍기도 없다. 그가 말하는 여름나기 건강법은 보통 사람으

    로선 엄두가 안난다. 이렇다. 저녁에 미지근한 물에 소금을 듬뿍 푼다. 몸을 푹 담그

    면 좀 이따 비 오듯이 땀이 난다. 우이당 표현으로는 ‘어마어마하게’ 흘린다. 소금은

    천일염도 좋다고 한다. 그렇게 땀을 빼고 나면 기분이 ‘어마어마하게’ 좋다고 한다.

    - 소금 얘기 좀 더 할까요

    “대부도 소금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천일염이 납니다. 바닥을 옹기 조각으로

  • since 1970 | 4948 | readersnews

    짜 맞춰 덮어서 만드는 소금입니다. 세계 최고로 치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에 못

    지 않습니다. 저도 소금 때문에 대부도로 들어왔습니다” 그는 대부도에 소금 가

    마를 두고 구운 소금을 만들어 판다. 양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는 양치도 구운 소

    금으로 한다. 그의 소금 양치법은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책 『중병에 이르지 않는

    12가지 자연법칙』에 따르면 ‘음(陰)의 영역에 속하는 바다에 녹아있던 작은 소금

    알갱이가 양(陽)의 영역에 속하는 바람과 태양의 기운에 힘입어 지상 표면에 올

    라온 것’이 소금이다. 소금 한 알엔 이렇게 음양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소

    금을 넣는 게 ‘간’을 맞춘다는 뜻이 됐다.

    - 여름엔 아무래도 냉수나 냉커피 등을 많이 마시는 데 몸에

    안 좋겠죠

    “한국인 나쁜 습관 중 하나가 아침 일어나자마자 냉수

    마시는 거에요. 특히 소음인들에겐 안 좋아요. 반드시 온

    수 드셔야 합니다. 저도 꼭 뜨거운 물 먹어요. 냉수는 조

    갈(갈증)을 계속 부르지만 온수는 조갈을 진정시켜 줍니

    다. 현미 볶은 것으로 온수차 끓여 드시면 좋습니. 현미

    로 밥하기 어려우면 차로 마셔도 좋아요” 그러고 보니

    우이당 앞에 놓인 커피가 ‘아이스’ 아닌가. 동행한 기자가 주문을 잘못 들어 뜨거

    운 아메리카노를 시켰어야 하는데 아이스를 시킨 것. 어쩐지 기자는 벌써 다 마

    셨는데, 아직 3분의 1도 안 마셨다.

    - 아침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라고 강조하셨던데

    “네. 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그겁니다. 저는 새벽 2~3시에 일어나 낮 12

    시 되면 사실상 일과는 끝납니다. 밤 9시뉴스를 보고 잔 적이 없습니다. 그 전에

    잠자리에 드니까요” 벌써 몇십년 된, 몸에 밴 습관이다. 그러니까 지금 인터뷰하

    는 4시는 그로서는 힘든 시간이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밤 10시는 됐을법한 시간

    이다. 본의 아니게 ‘밤 10시’ 넘어 인터뷰를 강행하는 무례를 범했다. 그러니 6시

    이후 그에게 전화하는 건 실례다. 술 담배도 안하고 저녁 9시 전에 잠자리 들고,

    이래서야 재미가 있을까 싶은데 그야말로 기우다.

    - 요즘 젊은이들 불금이다 뭐다 해서 늦게 잡니다.

    “의학이 발전하면 환자가 줄어야하는데 오히려 늘잖습니까. 지금같은 생활 패

    턴이라면 나이 40 넘기면 몸에 이상이 생길 겁니다. 스마트 폰을 그렇게 쓰니 목

    [특별 인터뷰]

    디스크 환자 크게 늘 겁니다. 국가에서 젊은이들을 위해서라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국민운동이라도 해야 합니다. 황은연 원장님(포스코 인재창조원)이 이

    책을 국민도서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일은 모든 직장인들이

    8시 이전에 다 출근하고, 프랑스는 자유롭다는 예를 들면서 장차 이 두 나라의 역

    량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고 말한다.

    - 젊은이 얘기 하나 더 하시죠. 왜 요즘은 젊은이들에게 존경받는 어른이 없을까요

    “지성의 리더가 없어요. 학력은 다들 높은데, 지혜는 없어요. 지혜를 존중하는

    풍토가 아닙니다. 교육은 이미 암기위주, 시험

    잘 보는 풍토 아닌가요? 아이들이 지적 공간

    이 확대되는 공간에 놓이지를 않았어요. 학원

    순례자가 되고 말았죠” 그는 덧붙인다. 시간

    은 반드시 복수한다고. 낭비한 시간은 꼭 복

    수를 한다고.

    - 지금 하시는 균형회복 자연학교는 어떤 곳인가요

    “5년 정도 됐습니다. 학교는 여의도에 있고,

    1주일에 한 번 섭생법이나 기공 등을 가르칩니

    다. 수강생은 한 학기에 30~40명 정도 됩니다”

    무료로 하던 것을 작년부터 유료로 바꾸었다.

    선생은 우이당 혼자다. 명함에는 講主(강주)

    우이당이라고 했다. 그의 동양철학 등 관심은 아주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네(마포)에 용한 침쟁이 할아버지가 있었다. 애들은 무서워 가기를 꺼려했는데

    어린 우이당은 침 놓는 게 재미있어 보였다. 그래서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침 잡

    고 배웠다. 마치 조수나 되는 것처럼. 그리고 한문도 곧잘 하고 글씨도 참 잘 썼다

    고 기억한다. 한마디로 총명한 아이였다. 대학은 미술대학을 가 동양화를 전공했

    다. 대학 시절 명상클럽을 만들기도 하면서 동양철학에 깊숙이 들어갔다.

    그에게는 졸릴 시간이 됐건만 눈은 점점 형형해지는 것 같다. 바리톤 목소리는

    ‘동양’스럽고 ‘철학’답다. 아이스커피는 반이나 남았다. 길 하나 건너 서해 바람이

    밀려와 더운 오후를 식힌다. 그는 요즘 현대판 무협지를 쓰고 있다고 한다. 그 주

    인공은 아마 소금 양치를 할 것 같다.

    / 엄정권·이정윤 기자, 사진=이태구 기자

    우이당 김명식 선생이 대부도에서 소금을 직접 구워 양치용소금 등을 만들어 팔고 있다.

  • 키위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완전한

    어둠 속에서, 사람보다 훨씬 예민한 후각과 촉

    각으로 땅바닥을 디디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한 해부학자가 1830년경에 키위를 해부, 키위

    가 후각에 더 의존한다고 판단했다. 100년 뒤

    보란 듯이 입증됐다. 조류는 엄청나게 다양하

    기 때문에 “새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라는 질문은 지나친 단순화다. 차라리 이렇게

    묻는 게 낫다.

    - 남극해에서 깊이 400미터의 칠흑 속으로 다이

    빙하는 황제펭귄이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 떨어지는, 보이지 않는 빗

    방울 소리를 감지하여 산란을 위한 임시 습지가

    생겼음을 알아차리는 홍학이 된다는 것은 어떤 느

    낌일까?

    - 교미 시간이 10분의 1초에 불과하지만 하루 100

    번 넘게 사랑을 나누는 유럽억새풀새 한 쌍이 된

    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기진맥진할까, 천상의

    쾌락을 경험할까?

    『새의 감각』은 이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책은 6월 25일 ‘대통령의 서재 북콘서트 : 도서

    관인과 함께’ 행사에서 도서관 사서 등 관계자

    들이 ‘대통령의 서재’에 추천할 만한 책으로 언

    급된 책이다. 이 추천자는 책의 내용 중 쇠콘도

    르의 후각 사례 등을 들며 이 책의 유용함을

    설명했다.

    * 이른바 ‘가스관의 쇠콘도르’다. 미국 캘리

    포니아의 유니언 석유회사는 1930년대에 천연

    가스관에 틈이 생겨 가스가 새면 쇠콘도르가

    모여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스에는 에틸

    [북&이슈] ‘대통령의 서재’ 추천 책 『새의 감각』

    쇠콘도르 가스 탐지 새의 후각 증명

    18m 밖 2㎜ 벌레 잡는황조롱이 시력의 비밀

    1만1천㎞ 무착륙 비행 磁覺으로 태평양 건너

    『새의 감각』

    팀 버케드 지음 │ 커트리나 밴그라우 그림 │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펴냄 │ 304쪽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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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nce 1970 | 5150 | readersnews

    메르캅탄이 함유됐는데, 이 성분은 썩은 양배추와 비슷한 냄새가 난

    다. 동물 사체 등 썩어가는 유기물에서도 에틸메르캅탄이 방출된다.

    유니언 석유회사는 가스 누출을 탐지하기 위해 고농도의 에틸메르

    캅탄을 가스에 주입했다. 한 지역에서 실험자가 메르캅탄이 든 공기

    를 뿜어내자 과연 쇠콘도르들이 몰려들었다. 쇠콘도르가 냄새로 먹

    이를 찾는다는 확실한 행동증거를 찾아냈을 뿐 아니라 어떤 성분의

    냄새가 쇠콘도르를 끌어들이는지도 알아냈다.

    * 물수리는 60~90미터 높이에서 작은 물고기를 덮쳐잡는다. 사람

    눈으로는 물고기 분간이 힘든 거리다. 오목눈이는 나뭇가지 사이를

    잽싸게 쏘다니면서 맨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매끈한 나무

    껍질에서 먹이를 찾는다. 이 먹이는 현미경으로나 보인다. 아

    메리카황조롱이는 18미터 거리에서 2밀리미터 길이의 벌레

    를 탐지해 잡아먹을 수 있다. 사람 눈으로는 4미터까

    지 가도 보이지 않는다. 새는 포유류에 비해 눈이

    크다. 눈이 클수록 시력이 좋다. 새가 이

    빨이 없는 이유는 눈이 커야 하

    는데 이빨이 있으면 나는

    데 불편하기 때문이다. 새

    는 이빨 대신 근육질의 든

    든한 위가 있다.

    * 비행거리로 치면 슴새, 알바트로스, 극제비갈매기 등은 대양 항

    해 기록 보유자로 손색 없다. 특히 큰뒷부리도요는 알래스카에서 뉴

    질랜드까지 11000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여드레만에 주파한다. 새에

    게 자각(磁覺)이 있어 지구 자기장에서 나침반 방향을 읽어낸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진 것은 1980년대다. 새들에게는 정말로 자기 나침

    반이 있다. 놀라운 것은 새들에게 자기 나침반뿐 아니라 자기 ‘지도’

    도 있다는 것. 새들이 GPS시스템처럼 위치를 파악하되 위성신호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지구 자기장을 이용한다. 철새만 그런 게 아니라

    닭 같은 텃새, 포유류, 나비 등에서도 자각이 발견됐다.

    / 엄정권 기자

  • 오늘날 재활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가

    장 덩치가 큰 ‘건축’이 그 중심에 놓여야함은

    당연하다. 이 책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는 그래서 건물을 재활용하자고 주

    장하며 유럽의 다양한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왜 선진국 대도시들은 제철소, 양조장,

    발전소, 심지어 감옥을 뜯어고치는 ‘산업유산

    재생 프로젝트’를 앞다퉈 하고 있을까.

    저자 김정후는 특정 지역이 간직한 역사와

    전통을 기억하고 연상하게 만드는 방식은 비

    단 관광산업만을 위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해

    당 지역에 살았던 혹은 살아가는 주민들은 그

    것으로 인해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자부심을

    갖게 되고 나아가 친밀한 연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산업유산을 재활용함으로써 얻는 유무형

    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그래서 산업유산 재활

    용은 도시 재생의 첨병이라고 저자는 강조한

    다. 이 책은 6월 25일 ‘대통령의 서재 북콘서트

    : 도서관인과 함께’ 행사에서 도서관 사서 등

    관계자들이 ‘대통령의 서재’에 추천할 만한 책

    으로 언급된 책이다.

    * 1993년 파리에 4.5킬로미터에 이르는, 세계

    어디에도 사례를 찾을 수 없는 공중 산책로가

    등장했다. 파리 시민들조차 자신의 눈을 의심

    했고 곧바로 감탄해마지 않았다. 이 산책로는

    바로 파리의 골칫덩어리였던, 1859년 만들어진

    철로, 즉 ‘폐선부지’였기 때문이다. 세계 어떤

    도시가 10미터 상공에서 몇 킬로미터를 걸으

    면서 마치 파노라마처럼 도시를 감상할 수 있

    [북&이슈] ‘대통령의 서재’ 추천 책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발전소·양조장 등산업유산 재생 붐

    관광산업 살리며주민 연대감 형성

    파리, 폐선 부지 활용‘프롬나드 플랑테’런던, 양조장 재활용‘트루먼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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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김정후 지음 │ 돌베개 펴냄 │328쪽 │ 16000원

    을까. 이동용 ‘도시 전망대’가 생긴 셈이다. 파리가 아니면 어찌 이런 파격

    발상과 실현이 가능했을까.

    이게 그 유명한 ‘프롬나드 플랑테’다. 더 나아가 프롬나드 플랑테는 1.4킬

    로미터에 이르는 고가 철로 아래 부분을 재활용, 그 쓸모없는 공간을 문화

    예술 및 상업공간으로 만들었다. 종종 쓰레기와 오물이 버려지는 지저분

    한 장소는 독특한 예술상점과 아틀리에가 들어섰다. 파리를 걷고 싶은 도

    시로 만들었다.

    * 런던의 미래는 동쪽에 있다. 이 말은 런던이 2012년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자 ‘동진정책’을 세우면서 비롯된, 낙후된 템스 강 동쪽 이스트 엔드

    (East End)를 전략적으로 개발한다는 의미다. 웨스트 엔드(West End)는 런

    던의 전통적 문화예술 지구로 옥스퍼드 거리, 피카딜리 서커스, 코벤트 가

    든 등 쇼핑거리와 세계적 뮤지컬을 감

    상할 수 있는 거리다.

    과거 화려했던 이스트 엔드는 양조

    산업이 쇠퇴하며 빈민 지역으로 전락

    했다. 이 거리가 변신 중이고 성공했다.

    변신의 중심에는 양조장 ‘트루먼 브루

    어리’가 있다. 이 양조장은 1850년 찰스

    디킨스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에

    등장할 정도로 명성을 얻었었다.

    그런데 문을 닫고 방치된 지 3년이 지난 1991년, 건물 주위로 가난하고

    자유분방한 젊고 전위적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젊은 예술가들은 교류

    가 이어졌고 전시 공연 등 활기를 띠었다. 몇 년 뒤 예술가는 그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영국 창조산업의 아지트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제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현대미술 거장 데

    미안 허스트의 보금자리가 이곳이었고 젊은 표현주의 작가 트레이시 에

    민도 이곳 출신이다. 트루먼 브루어리 일대에는 1년 내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예술 작업들이 끊임없이 설치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21세기 런던의 디자인은 바야흐로 이스트 엔드의 트루먼 브루어리로 통

    한다. 트루먼 브루어리는 살아있다! / 엄정권 기자

  • “박근혜 대통령님께, 우선 대한민국 대통령

    에 당선되신 것에 축하드립니다. 박근혜 후보

    의 대통령 당선은 모든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자랑스러운 위업이며, 특히 대한민국 여성들

    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위업일 것입니다. (중

    략) 대통령님이 위대한 대통령의 반열에 올라

    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언하자면, 소설이

    나 시집 혹은 희곡을 항상 침대 옆 작은 탁자

    에 놓아두는 걸 잊지 마십시오”

    『파이 이야기』로 2002년 맨부커상을 수상

    한 캐나다 작가 얀 마텔. 그는 2013년 『각하, 문

    학을 읽으십시오』 국내 번역 출간을 기념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대한민

    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

    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 책이 작가

    가 자국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2007

    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격주로 보낸 편지

    를 묶은 책이기에 한국 독자들에게도 의미 있

    는 서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이 편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해지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

    다. 얀 마텔이 스티븐 하퍼 수상에게 101권에

    달하는 편지와 책을 보냈음에도, 문서 담당관

    들의 답장만 일곱 통 받았던 것처럼 대한민국

    대통령이 문학을 가까이 했으면 하는 마음에

    서 전한 조언은 도착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들은 또 한 번 이 책을 대한민국

    의 새로운 대통령에게 추천한다. 이 책은 7월 2

    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관한 ‘국민과 함께,

    대통령과 함께: 행복한 책읽기 북토크쇼’ 행사

    [북&이슈] ‘책읽기 북토크쇼’ 추천 책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파이 이야기』 작가 얀 마텔의 편지

    “문재인 대통령님, 문학을 읽으십시오”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지음 |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펴냄 | 600쪽 | 15,000원 BO

    OK

    & IS

    SUE

    since 1970 | 5554 | readersnews

    에 패널로 참가한 김세나 세렌북피티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

    천하는 책으로 언급됐다.

    김세나 대표는 “전 세계 지도자에게 권하는 책이다. 현실을 직시하면

    서도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정치인이 되어달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문학

    을 읽는다고 쌀이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지도자가 어

    떤 세상을 만드는지는 지난 10년간 봐왔다. 쓸데없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실제로는 세상에 가장 필요한 것임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수상님께 제가 보내는 첫 책은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입니다. 위대한 문학의 힘과 깊이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누구

    도 부인할 수 없는 걸작입니다. 한 남자와 그의 평범한 죽음을 꾸밈없

    이 써내려간 중편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인간의 사악함과 시대에 뒤

    떨어진 지혜를 늘어놓은 듯하지만, 오히려 우리 삶의 어둠과 빛을 생

    생하게 표현한 듯합니다. 우리 모두가 바쁘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노

    숙자든 부자든 누구에게나 잠자리 옆에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그 공

    간에서 밤이면 책이 빛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상님께 하루에 몇 분

    이라도 짬을 내어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권하는 바입니다.

    * 수상님께 마지막으로 한 권만 더 보내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

    니다. 제가 전에 보낸 책들은 모두 상대적으로 짧아서 대체로 이백 쪽

    을 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책은 무척, 무척 깁니다. 총 여섯 권

    으로 구성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완역판

    입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두려움과 나태함으로는 어떤 결실

    도 얻지 못합니다. 용기와 근면을 통해서만 위

    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프루스

    트의 기념비적인 대작을 수상님께 보

    내며, 저 자신도 이 책을 반드시 읽어

    야겠다고 다짐합니다. 틀림없이 우

    리 영혼을 차분하게 달래줄 것이라

    믿습니다.

    / 이정윤 기자

    얀 마텔

  • 여기 한국이 싫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

    로 이민 간 한 여성이 있다. 종합금융회사 신용

    카드팀 승인실에서 꾸역꾸역 근무하던 중 일

    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출퇴근의 지옥철은 더

    더욱 참지 못한 나머지 사표를 제출한 20대 후

    반의 계나다. 계나는 말리는 가족과 눈물로 호

    소하는 남자 친구, ‘외국병’이라고 비아냥거리

    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호주로 떠난다.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

    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

    라는 존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

    주고 입혀주고 지켜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

    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계나

    는 한국에서의 익숙한 불행보다 호주에서의

    낯선 행복을 택한다. ‘노마드 청춘’이란 무엇인

    지 우리는 계나를 통해 알게 된다.

    학벌, 재력, 외모를 비롯해 자아실현에 대한

    의지, 출세에 대한 욕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

    분에서 평균 혹은 그 이하의 수준으로 살아가

    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꿈꾸지 못하는 주인공

    이 이민이라는 모험을 통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 책은 장강명 작가가

    2015년 발표한 소설 『한국이 싫어서』다.

    이 책은 7월 2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관

    한 ‘국민과 함께, 대통령과 함께: 행복한 책읽

    기 북토크쇼’ 행사에서 한 시민이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책으로 언급됐다. 그는 “대한민국 청

    년들이 한국에서 못 살겠다고 하는 이유를 들

    어본 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는 한

    국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며 추천

    [북&이슈] ‘책읽기 북토크쇼’ 추천 책 『한국이 싫어서』

    작가 장강명이 현실이 싫어 도피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결단하고 능동적으로 변화하라”

    BOO

    K &

    ISSU

    E

    since 1970 | 5756 | readersnews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지음 | 민음사 펴냄 |205쪽 | 13,000원

    이유를 밝혔다.

    장강명 작가는 각종 유학 정보 사이트, 관련 도서, 호주 유학을 경험한

    인물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현실성을 더했다. 1인칭 수다 형식으로 이뤄

    지는 전개 방식은 20대 후반 여성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은 듯 생생하고

    경쾌하다.

    그는 세대 문제를 비롯한 사회의 그늘을 조명해 왔는데, 『한국이 싫어

    서』에서도 시의성 있는 소재를 다룬다. 다만, 그는 처해 있는 상황을 변화

    시키려는 노력 없이 불만만 거듭하는 사람들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적으

    로 바라봄으로써 절망적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뼈 있는 메시지

    를 전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허희의 작품 해설을 보자.

    “가까이에서 보면 정글이고, 멀리서 보면

    축사인 장소가 한국이다. 치열하게 아귀다

    툼하는 사방에 커다란 울타리가 쳐져 있다.

    이곳의 주인은 약자를 홀대하고 강자를 우

    대한다. 그는 차별적 포함과 배제의 메커니

    즘으로 담장 안쪽의 모든 이를 통제하고 순

    종시킨다. 자유를 영위하며 사는 줄 알았던

    곳이 실제로는 거대한 사육장이었던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서

    의 탈출을 꿈꾸고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계나는 안주하지 않고 결행함

    으로써 또래와 엇비슷한 생활을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에 도전

    한다”

    계나의 첫 번째 출국은 한국이 싫어서 떠난 도피의 길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출국은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한 도전의 길이다. 공항을 나와 선글라

    스를 끼면서 혼자 작은 목소리로 “해브 어 나이스 데이. 난 이제부터 진짜

    행복해질 거야”라고 다짐하는 그녀의 모습이 ‘지금 한국이 싫은’ 독자들의

    마음에 닿았으면 한다. / 이정윤 기자

    장강명 작가 ⓒ 백다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