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36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10-11 l vol.03 Contents Review 36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10-11 l vol.03 ‘책 읽어주는 라디오’의 실험과 가능성 김승월_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강사 스마트미디어 시대에서 라디오는 위기지만, 오디오 콘텐츠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책 읽어주는 라디오’는 ‘이야기 매체로서의 라디오’와 ‘오디오 콘텐츠 로서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는 라디오의 실험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는 30여 년 동안 MBC 라디오에서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비롯하여 음악, 토크쇼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두 해 전 정년퇴임했다. 지금은 대학 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아주 이따금 프리랜서로서 방송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제 라디오 현장과는 거리를 둔 몸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뭔가 할 말이 있을 듯하다. 2010년 10월, 정년 맞기 전에 마지막으로 시도한 프로그램이 스마트폰 시대에 맞추어 팟캐스팅으로도 들을 수 있도록 만든 오디오드라마 ‘배한성·배칠수의 고전열전 삼국지’다. 모바일 시대가 무르익기 전에 시도했던 프로그램이기에 애착과 아쉬움이 남다르다. 이러한 맥락에서 라디오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모색하고 있는 새로운 시도로서 EBS의 ‘책 읽어주는 라디오’에 주목했다. 책 읽어주는 라디오의 실험은 성공한 걸까? 그 시도에서 라디오의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었을까?

Contents Review - kocca.kr · ebs는 ‘책 읽어주는 라디오’를 슬로건으로 책 전문 채널을 시도했다.‘ 공영방송의 용감한 공영방송의 용감한

Embed Size (px)

Citation preview

36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10-11lvol.03 Contents Review 37

Contents Review

36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10-11lvol.03 Contents Review 37

‘책 읽어주는 라디오’의 실험과 가능성

김승월_인하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강사

스마트미디어 시대에서 라디오는 위기지만, 오디오 콘텐츠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책 읽어주는 라디오’는 ‘이야기 매체로서의 라디오’와 ‘오디오 콘텐츠

로서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는 라디오의

실험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필자는 30여 년 동안 MBC 라디오에서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비롯하여 음악,

토크쇼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두 해 전 정년퇴임했다. 지금은 대학

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아주 이따금 프리랜서로서 방송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제 라디오

현장과는 거리를 둔 몸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뭔가 할 말이 있을 듯하다. 2010년 10월,

정년 맞기 전에 마지막으로 시도한 프로그램이 스마트폰 시대에 맞추어 팟캐스팅으로도

들을 수 있도록 만든 오디오드라마 ‘배한성·배칠수의 고전열전 삼국지’다. 모바일 시대가

무르익기 전에 시도했던 프로그램이기에 애착과 아쉬움이 남다르다. 이러한 맥락에서

라디오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모색하고 있는 새로운 시도로서 EBS의 ‘책 읽어주는

라디오’에 주목했다. 책 읽어주는 라디오의 실험은 성공한 걸까? 그 시도에서 라디오의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었을까?

36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10-11lvol.03 Contents Review 3736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10-11lvol.03 Contents Review 37

라디오의 위기, 오디오 콘텐츠의 기회

어떤 위기에도 기회는 있기 마련이다. 스마트미디어 시대에 ‘매체’로서의 라디오는

해마다 청취율이 감소하고 있다. 반면에 라디오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는 오디오 콘텐츠는

팟캐스팅, 스트리밍 서비스 같은 플랫폼의 등장으로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라디오는

위기지만, 오디오 콘텐츠는 기회다.1) 그렇다면 라디오의 위기 극복 방안을 오디오 콘텐츠

제작과 활용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라디오 역사는 이야기와 음악으로 시작했다. 1910년 12월 24일, 캐나다의 엔지니어

페센든(Reginald Fessenden)은 세계 최초의 라디오 실험 방송에서 성경을 읽어주고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야기와 음악은 지금도 라디오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다.

음악은 완벽에 가까운 오디오 콘텐츠다. 감성 전달에 있어서 영상물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전통적으로 라디오는 음반과 함께 음악의 주요 유통 통로였다. 하지만, 인터넷 서비스를

통하여 새로운 음악을 듣고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음악은 점차 라디오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이야기는 어떠한가? “라디오는 이야기 들려주기 좋은 매체다.” 1938년 미국 CBS라디오

‘화성인의 침공’을 연출하며 해설한 오손 웰즈(Orson Welles)가 라디오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한 말이다. 귀로 듣는 이야기는 청취자 개인의 상상력을 통하여 ‘마음 속의 무대

(theater of the mind)’ 2)를 세운다. 마음 속의 무대는 무한하여 청취자가 상상하는 만큼

크게 펼쳐지게 된다.

EBS는 ‘책 읽어주는 라디오’를 슬로건으로 책 전문 채널을 시도했다. ‘공영방송의 용감한

실험’이란 평가를 들을 만큼 과감했다. 이 실험은 ‘이야기 매체로서 라디오’와 ‘오디오 콘텐츠

로서 이야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EBS의

실험을 통하여 지금 라디오가 겪고 있는 청취율

감소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며, 오디오 콘텐츠

활용 기회를 어떻게 늘려야 할지 모색해 보고자

한다.

1) MBC 임재윤 PD와의 인터뷰 중(2015. 9. 8.). 임 PD는 『PD저널』(2014. 12. 2.)에 ‘라디오의 위기? 소리매체의 확대!’에 인터뷰 내용과 같은 주장을 실었다.  

2) 시인 스테판 빈센트(Stephan Vincent, 1898~1943)가 만든 신조어. 

EBSFM‘책읽어주는라디오’편성표

38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10-11lvol.03 Contents Review 39

책 읽어주는 라디오는 아직도 실험 중

3년 반 전이다. EBS는 ‘이야기’에 주목했다. 당시 라디오 시장을 주도하고 있던 MBC

라디오의 성공요인을 청취자 사연 중심의 ‘생활 이야기’라고 판단한 EBS는 문학작품의

‘감성적인 책 이야기’로 청취자와의 소통을 시도했다.3) 2012년 2월 27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12시간 동안 책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했고 채널 이름도 ‘책 읽어주는 라디오’로

정했다. 당시 EBS 라디오에 편성된 책 프로그램은 <표 1>과 같다.

표1 EBS 책 읽어주는 라디오 출범 당시 관련 프로그램 (2012. 2. 27. 기준)

프로그램 방송시간 진행자 포맷 방송 내용 비고

어른을위한동화10:00~

10:50배우김지우 DJ(종합구성) 생방 마당을나온암탉

<시콘서트>에

흡수됨

라디오문학관10:50~

11:00배우손숙 입체낭독 녹음 엄마를부탁해

<낭독Zone>에

흡수됨

시콘서트11:00~

12:00탤런트강성연 DJ(종합구성) 생방 시와산문 현재도방송중

짧은이야기세상12:00~

14:00작가이무영 DJ(종합구성) 생방 황순원소나기외

홍대광의

<음악이흐르는

책방>으로바뀜

EBS판타지아14:00~

15:50기자명로진 DJ(종합구성) 생방

해저2만리

판타지소설

<낭독Zone>에

흡수됨

라디오문학관(재)15:50~

16:00배우손숙 입체낭독 녹음 엄마를부탁해

<낭독Zone>에

흡수됨

고전읽기16:00~

17:00배우남명열 DJ(종합구성) 생방 사기열전/토끼전

<북카페>로

흡수됨

화제의베스트셀러17:00~

19:00교수한창완 DJ(종합구성) 생방 두근두근내인생

<북카페>로

흡수됨

라디오연재소설

‘낭독의힘’

19:00~

20:00PD방영찬 공개방송 생방

태연한인생

/조예진작가

<낭독Zone>에

흡수됨

라디오북카페20:00~

21:00배우손숙 DJ(종합구성) 생방 현재도방송중

영미문학관22:00~

23:00

싱어송라이터

이승열DJ(종합구성) 생방

바람과함께

사라지다,영어낭독폐지

3) EBS 김준범 PD 와의 인터뷰 중(2015. 9. 10.). 김준범 PD는 2012년 당시 EBS 라디오 부장으로 ‘책 읽어주는 라디오’를 기획했고, 2014년 12월까지 이 실험을 이끌었다. 

38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10-11lvol.03 Contents Review 39

3년 반이 흘렀다. 그 동안 PD들의 반발, 청취자들의 반발, 경영진의 우려와 함께 책

읽어주는 라디오의 프로그램 형식, 진행자, 편성은 계속 바뀌었다. <시 콘서트>와 <북카페>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은 <표 1>에서 보듯이 달라지거나, 사라졌다. 그밖에 시도했다 폐지한

프로그램은 <라디오 삼국지>, <라디오 인물열전>, <라디오소설>과 같은 라디오 드라마,

전문가의 해설과 대담을 곁들이며 낭독하는 <소설마당 판>, 명사들이 추천하는 책을 직접

읽어주는 <명사가 읽어주는 한 권의 책>, 청취자가 추천한 책을 청취자가 직접 읽어주는

<청취자가 읽어주는 한 권의 책> 등이다.

EBSFM책읽어주는라디오프로그램

EBS는 지난 8월 30일 가을 개편에서 또 한번 틀을 바꾸었다. 개편 후의 책 프로그램은

<표 2>와 같다. 일요일에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방송된 <낭독 Zone> 프로그램을 모아서

재방송하는 방식은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책 읽기 사이사이 ‘쉼표’를 늘렸다. EBS 정정화

PD의 말이다. “처음에는 책을 많이 읽었죠, 방송을 들어보니 듣기가 힘들더라고요. 라디오는

일 하면서 듣는 거잖아요. 많은 양을 전달하면 안되겠다고 판단해 점차 음악 비중을

높였어요.” 4) 이번 개편에서는 책 프로그램 사이에 음악프로그램, 영어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책 읽어주는 라디오’는 아직도 실험 중이다.

4) 정은영(2015). 책 읽어 주는 라디오, 주파수 맞춰보세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 2월호. 

40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10-11lvol.03 Contents Review 41

표2 EBS 책 읽어주는 라디오의 2015년 가을 개편 후 책 프로그램 (2015. 8. 30. 기준)

프로그램 명 방송시간 진행자 형식 방송 내용 기타

시콘서트,

윤덕원입니다

09:00~

11:00

가수

윤덕원DJ(종합구성) 생방

시,동시,동화낭독,

시인초대석

책으로행복한12시

문지애입니다

12:00~

14:00

문지애

아나운서DJ 생방

가벼운소설중심

낭독,상담,청취자

사연

낭독4

교과서를품은

드라마한국사

14:00~

14:20

성우

유강진외

라디오

드라마녹음

을사늑약

임오군란등

<낭독Zone>닝독5

14:20~

14:40

100인의배우

(남명렬외)입체낭독 녹음

창문넘어도망친

100세노인

낭독6

한국문학선

14:40~

15:00

배우

심양홍외입체낭독 녹음 이상의날개외

음악이흐르는책방

홍대광입니다

16:00~

18:00

가수

홍대광DJ 생방

여행,영화,생활등

에세이중심낭독

EBS북카페19:00~

12:00

서현진

아나운서DJ 생방

문학,역사,철학등

다방면책낭독

책처럼

음악처럼

21:00~

23:00

성우

정형석DJ 생방

청취자사연과

시,글낭독,

낭독124:00~

24:20

가수

김형중입체낭독 녹음 호밀밭의파수꾼

예전방송자료

재활용

낭독2

조희봉의

추리소설속으로

24:20~

24:40

배우

조희봉입체낭독 녹음 추리소설

예전방송자료

재활용

낭독3

이민우의명품낭독

24:40~

01:00

배우

이민우입체낭독 녹음

코난도일의

추리소설

예전방송자료

재활용

낭독4

교과서를품은

드라마한국사

01:00~

01:20

성우

유강진외

라디오

드라마재방

을사늑약,

임오군란등<낭독Zone>

(재방)낭독5

01:20~

01:40

100인의배우

(남명렬외)입체낭독 재방

창문넘어도망친

100세노인

낭독6

한국문학선

01:40~

02:00

배우

심양홍외입체낭독 재방 이상의날개외

40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10-11lvol.03 Contents Review 41

라디오의 ‘이야기’, 누가 어떻게 전해야 할까?

라디오의 4가지 요소는 말소리, 음악, 효과음, 묵음이다. 라디오에서의 말이란 살아

숨쉬는 글자다. 글자를 해석하여 소리로 표현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은

소리로써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전제로 만들어진다.5) 이러한 의도는 때로 부자연

스러움을 가져온다. 성우들의 낭독에서 그러한 약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EBS는 책 읽어주는 라디오를 시작하면서, 낭독자 선정에서 한동안 의도적으로 성우를

배제했다. 세밀한 표현보다는 자연스러움과 낭독자의 친밀감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EBS가

선정한 낭독자는 배우, 가수, 저자, 교수, PD 등이다. 청취자 중에서 ‘북 내레이터’를 뽑아

낭독하게도 했다. 한 사람이 작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정성껏 낭독하는 것이 라디오 드라마

형식보다 낫다고 판단했다. 탤런트 길용우, 강성연의 낭독에서 의도한 효과를 보았다.6)

영국 BBC 라디오4의 낭독 존에서도 1명이 혼자서 낭독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음악도

효과음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냥 깊이 있게 읽어준다.7)

이야기를 가장 극적으로 전할 수 있는 라디오 포맷은 라디오 드라마다. 우리나라에서는

라디오 드라마 제작 기반이 무너져버려 그러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필자 역시 진행자

혼자서 잘 읽어주는 것보다 못한 드라마를 숱하게 들었다. 그만큼 라디오 드라마를 제대로

만들기란 쉽지 않다. 우수한 라디오 드라마에는 소리의 모든 예술적 표현 방법이 들어 있다.

연기, 음악, 효과음, 음향연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대본과 연출이 받쳐주면,

뛰어난 성우들은 이야기를 얼마든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EBS는 2014년 가을부터

성우들이 출연하는 정통 라디오 드라마를 실험 중이다. 당장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라디오에서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야 하는지 살피는데 의미가 있다.

5) 김승월(2001). 『라디오 다큐멘터리』, 커뮤니케이션북스, 2001, p. 149.  

6) EBS 김준범 PD, 장희 PD와의 인터뷰. 2015. 9. 10. 

7) EBS 박수현 PD와의 인터뷰. 2015. 9. 10. 

EBSFM은낭독자선정에서자연스러움과친밀감을중시하고있다(‘100인의배우,우리문학을읽다’프로젝트등).

42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10-11lvol.03 Contents Review 43

소통을 위한 노력, 라디오는 커뮤니케이션이다

EBS ‘책 읽어주는 라디오’에서 돋보이는 노력의 하나는 소통이다. 인터넷 라디오 모바일

앱인 ‘반디’나 휴대전화로 문자를 주고 받거나, 트위터를 활용하기도 한다. 얼굴 맞대는

소통도 한다. <EBS 북카페>와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청취자들과 직접 만나 함께 하는

공개방송도 갖는다.

<EBS북카페>공개방송 EBS인터넷라디오‘반디’

라디오는 혼자 듣는 오디오 콘텐츠가 아니다. 같은 시간에 누군가와 함께 듣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느낌이 달라진다. 생방송에서는 더욱 그렇다. 책 읽어주는 라디오는 13시간

중에서 10시간이 생방송 형식이다. 청취자와 함께 호흡하며 만든다.

<소설마당 판>을 진행했던 만화가 이종범 (네이버 웹툰 <닥터 프로스트> 작가)이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이런 말을 남겼다. “만화 작업실과 라디오 부스는 ‘혼자 있지만 모두와 연결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과 웹툰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함께 해

주실 거죠?”

‘책 읽어주는 라디오’는 청취자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편성의 실험을 넘어 플랫폼의 실험으로

EBS의 책 읽어주는 라디오 실험은 어떤 의미에서 제작의 실험보다는 편성의 실험 성격이

강하다. 우리나라 라디오는 대부분 종합편성을 한다. 방송사들의 치열한 경쟁에서 생겨난

중복 편성에서 벗어나, EBS는 공영방송다운 역할 분담의 길을 찾았다. EBS는 편성 실험을

42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2015.10-11lvol.03 Contents Review 43

통해 새로운 라디오 청취층8)을 모았다. 책 전문 편성 채널(single format station)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EBS는 반디, 팟캐스팅처럼 새로운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반디를 이용하여

이미 방송되었던 영어프로그램을 편성하여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다. 추가 제작비용

없이 새로운 채널을 마련한 것이다. ‘다시 듣기’에서도 프로그램을 편집하여, 청취자가 취향

따라 골라 듣도록 배려한다.9) 라디오 프로그램을 오디오 콘텐츠화하여 다양한 통로로

전달하기 위함이다.

책 읽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재활용하기 좋은 오디오 콘텐츠다. 자료가 쌓일수록

새로운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EBS 인터넷 라디오 ‘외국어 라디오(i-라디오)’처럼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다.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청취자가 장르, 저자, 낭독자별로 검색하여

쉽게 찾아 듣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뉴미디어 시대다. 팟캐스팅의 대중화로 방송사 밖에서 제작하는 책 관련 오디오

콘텐츠가 급증하고, 청취 경로도 다양해졌다.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에서도 여러 플랫폼으로

전달하기 좋은 콘텐츠 형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EBS의 값진 오디오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좀 더 활용되도록 시도해야 할 것이다. 편성의 실험을 넘어 플랫폼의

실험을 기대해본다. 라디오 위기 극복 방안을 거기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8) 2015년 7월 조사에 의하면, EBS 청취자는 여자, 30대, 주부, 학생, 월평균 가구 소득 500만 원 이상 소득층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9) <책처럼 음악처럼>의 홈페이지 ‘취향따라 다시듣기’에는 프로그램을 내용별로 편집하여 올려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