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84 l 2013년 초점 2천628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노 전 대통령은 비교적 적은 230억여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전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에게 관리를 부탁하며 230억원을, 동생 재우씨에게 120억원을 맡 겼다고 주장하고 이 돈을 돌려받아 추징금을 내겠다며 검찰 에 수사를 의뢰하는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전직 대통 령들의 추징금 미납에 대한 비판 여론 속에 신 전 회장이 80억 원, 재우씨가 150억여원을 대신 납부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 미납 문제가 마무리됐다. 전 전 대통령 측은 결국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발표문과 함께 추징금 완납 계획을 밝혔다. 전 전 대통령 일가는 검찰이 압류한 연희동 사저 정원과 경 기 오산땅, 연천 허브빌리지 등 일가의 부동산과 미술품에 대 한 재산권을 포기했다. 검찰이 수사와 환수작업 과정에서 압 류한 일가의 재산은 약 900억원 상당이었다. 전씨 일가는 나머지 추징금을 분담해 내기로 하고 전 전 대 통령의 부인 이순자씨 명의로 돼있는 연희동 사저 본채를 자 진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국씨는 검찰이 압류하지 않은 개인 소장 미술품 50여점 과 서초동 시공사 사옥 3필지, 경남 합천군 소재 선산 등을 추 가로 내놓기로 했다. 재용씨는 본인 명의의 시공사 사옥 1필 지, 딸 효선씨는 경기 안양시 관양동 땅, 삼남 재만씨는 본인 명의 한남동 신원플라자 빌딩과 부인 명의의 연희동 사저 별 채를 각각 포기했다. 재만씨의 장인인 동아원의 이희상 회장 도 금융자산으로 275억원 상당을 분납하기로 했다. 이렇게 확보된 재산은 1천703억원 상당으로 미납 추징금 1 천672억원을 웃돈다. 검찰은 부동산·미술품에 대해 각각 회 계법인과 경매회사를 주관매각사로 선정해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처남 이창석씨와 차남 재용씨는 추징 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경기도 오 산시 양산동 땅 28필지를 매도하는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임목비를 허위 계상해 양도소득세 60억여원을 내 지 않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로 두 사람을 기 소했다. 김우중 전 회장 미납 추징금 17조원도 도마에 두 전직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 라 관심은 17조원이 넘는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옮겨갔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의 분식 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2006년 징역 8년6월과 벌금 1천만원, 추징금 17조9천253억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2008년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을 찾아내 시가 1천 100억원 상당의 주식과 미술품 134점 등을 압류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이 아직 내지 않은 추징금은 전 전 대통령이 납부를 미뤘던 추징금의 100배가 넘는 천문학적 액수다. 정부는 11월 고액 추징금 미납자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숨 긴 재산을 사법기관이 몰수나 추징 등 강제 집행할 수 있게 하 는 ‘범죄수익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김우중 추징법’을 심의·의결했다. 이는 공무원의 뇌물 범죄에 대한 추징 절차를 강화한 ‘공무 원 범죄의 몰수에 관한 특례법’, 일명 ‘전두환 추징법’의 적용 을 일반 범죄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그러나 특정인에 대한 확 정 판결을 근거로 아직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제3자의 은닉재 산까지 추징할 수 있도록 허용해 위헌 논란이 벌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초연금 논란 기초노령연금의 기초연금 전환 기초연금의 뿌리는 2008년 1월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이다. 이 연금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지급하는 일정액으로, 금 융·부동산 등 재산과 근로·연금소득 등을 더해 하위 70% 의 노인에게 지급돼왔다. 연금액은 혼자 사는 노인의 경우 월 8만4천원, 부부는 월 13만4천160원 정도였다. 그러나 이 정도 안전장치만으로는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 사회의 노령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2011년 OECD 자료 기준 우리나라 노인층(만65세 이상) 의 빈곤율(전체 가구 중위소득 50% 미만 비율)은 45.1%로 OECD 회원국 중 단연 1위였다. 2위 아일랜드(30.6%)보다 14.5%p나 높고 30개국 평균(13.5%)의 3배 이상이다. 특히 한국 독신 노인가구의 빈곤율은 76.6%에 달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말 대선 당시 이 기초노 령연금 지급액 인상과 대상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현재 기초노령연금의 2배(약 20만원) 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기초연금 최종 정부안 박 대통령 당선 후 새로 출범한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 회, 사회적 논의기구인 국민행복연금위원회 등의 논의를 거쳐 9월 26일 마침내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국민연금과 연계, 10만~20만원 차등 지급’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연금의 명칭 도 행복연금위원회 의견을 반영, 기초연금으로 확정했다. ▲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가 9월 4일 새벽 서초동 서울중 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후 귀가하며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중앙 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은 전날 오전 전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시켜 조세포탈 및 해외 부동산 소유와 관련한 의혹 등을 조사했다.

기초연금 논란 - 연합뉴스cdnvod.yonhapnews.co.kr/yonhapnewsvod/public/yearbook/2014/A/0… · 자유청년연합·종북척결기사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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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l 2013년 초점

2천628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노 전 대통령은 비교적

적은 230억여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전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에게

관리를 부탁하며 230억원을, 동생 재우씨에게 120억원을 맡

겼다고 주장하고 이 돈을 돌려받아 추징금을 내겠다며 검찰

에 수사를 의뢰하는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전직 대통

령들의 추징금 미납에 대한 비판 여론 속에 신 전 회장이 80억

원, 재우씨가 150억여원을 대신 납부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 미납 문제가 마무리됐다.

전 전 대통령 측은 결국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발표문과 함께 추징금 완납 계획을 밝혔다.

전 전 대통령 일가는 검찰이 압류한 연희동 사저 정원과 경

기 오산땅, 연천 허브빌리지 등 일가의 부동산과 미술품에 대

한 재산권을 포기했다. 검찰이 수사와 환수작업 과정에서 압

류한 일가의 재산은 약 900억원 상당이었다.

전씨 일가는 나머지 추징금을 분담해 내기로 하고 전 전 대

통령의 부인 이순자씨 명의로 돼있는 연희동 사저 본채를 자

진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국씨는 검찰이 압류하지 않은 개인 소장 미술품 50여점

과 서초동 시공사 사옥 3필지, 경남 합천군 소재 선산 등을 추

가로 내놓기로 했다. 재용씨는 본인 명의의 시공사 사옥 1필

지, 딸 효선씨는 경기 안양시 관양동 땅, 삼남 재만씨는 본인

명의 한남동 신원플라자 빌딩과 부인 명의의 연희동 사저 별

채를 각각 포기했다. 재만씨의 장인인 동아원의 이희상 회장

도 금융자산으로 275억원 상당을 분납하기로 했다.

이렇게 확보된 재산은 1천703억원 상당으로 미납 추징금 1

천672억원을 웃돈다. 검찰은 부동산·미술품에 대해 각각 회

계법인과 경매회사를 주관매각사로 선정해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처남 이창석씨와 차남 재용씨는 추징 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경기도 오

산시 양산동 땅 28필지를 매도하는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 임목비를 허위 계상해 양도소득세 60억여원을 내

지 않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로 두 사람을 기

소했다.

■ 김우중 전 회장 미납 추징금 17조원도 도마에

두 전직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작업이 마무리됨에 따

라 관심은 17조원이 넘는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옮겨갔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의 분식

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2006년 징역 8년6월과 벌금 1천만원,

추징금 17조9천253억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2008년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을 찾아내 시가 1천

100억원 상당의 주식과 미술품 134점 등을 압류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이 아직 내지 않은 추징금은 전 전 대통령이 납부를

미뤘던 추징금의 100배가 넘는 천문학적 액수다.

정부는 11월 고액 추징금 미납자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숨

긴 재산을 사법기관이 몰수나 추징 등 강제 집행할 수 있게 하

는 ‘범죄수익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김우중 추징법’을 심의·의결했다.

이는 공무원의 뇌물 범죄에 대한 추징 절차를 강화한 ‘공무

원 범죄의 몰수에 관한 특례법’, 일명 ‘전두환 추징법’의 적용

을 일반 범죄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그러나 특정인에 대한 확

정 판결을 근거로 아직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제3자의 은닉재

산까지 추징할 수 있도록 허용해 위헌 논란이 벌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초연금 논란

■ 기초노령연금의 기초연금 전환

기초연금의 뿌리는 2008년 1월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이다.

이 연금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지급하는 일정액으로, 금

융·부동산 등 재산과 근로·연금소득 등을 더해 하위 70%

의 노인에게 지급돼왔다. 연금액은 혼자 사는 노인의 경우 월

8만4천원, 부부는 월 13만4천160원 정도였다.

그러나 이 정도 안전장치만으로는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

사회의 노령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2011년 OECD 자료 기준 우리나라 노인층(만65세 이상)

의 빈곤율(전체 가구 중위소득 50% 미만 비율)은 45.1%로

OECD 회원국 중 단연 1위였다. 2위 아일랜드(30.6%)보다

14.5%p나 높고 30개국 평균(13.5%)의 3배 이상이다. 특히

한국 독신 노인가구의 빈곤율은 76.6%에 달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말 대선 당시 이 기초노

령연금 지급액 인상과 대상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현재 기초노령연금의 2배(약 20만원)

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 기초연금 최종 정부안

박 대통령 당선 후 새로 출범한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

회, 사회적 논의기구인 국민행복연금위원회 등의 논의를 거쳐

9월 26일 마침내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국민연금과 연계,

10만~20만원 차등 지급’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연금의 명칭

도 행복연금위원회 의견을 반영, 기초연금으로 확정했다.

▲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가 9월 4일 새벽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후 귀가하며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은 전날 오전 전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시켜 조세포탈 및 해외 부동산 소유와 관련한 의혹 등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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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초점 l 85

정부안에 따르면, 일단 기초연금 대상자는 ‘모든 노인’이 아

니라 자산 조사를 통해 파악된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하위

70% 노인’이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30%의 노인에게는 기초

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현재 소득 기준으로는 노

인 1명 기준으로 83만원 정도의 소득이 하위 70% 경계선에

해당한다.

기초연금 수준은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이다.

각 개인별 기초연금액은 노인의 국민연금 수령액에 따라 달

라진다. 10만원은 정부가 최소한의 기초연금 수준으로 보장

해주고, 20만원 가운데 나머지 10만원을 국민연금 가입기간

이 길수록 커지는 A값(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개념)에 비

례해(×⅔) 깎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 계산식에 따르면 현재 기초연금 지급대상자(소득 하위

70%)의 90%인 353만 명은 20만원을 모두 받지만, 나머지

10%는 10만~20만원 사이의 기초연금만 기대할 수 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따지면 11년까지는 20만원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이후 가입기간이 1년 길어질수록 기초연금 수

급액도 약 1만원씩 줄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약 20년 정도인

노인에게는 기초연금 최소액 10만원이 지급된다.

미래 세대의 경우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보다 길어도 기초

연금 최대 수준인 20만원을 수령할 수 있는 가능성이 현재 세

대보다 커진다.

예를 들어 현재 나이 40세가 15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하

면 2028년 65세 시점에서는 국민연금 무가입자와 마찬가지

로 기초연금 20만원을 전부 받을 수 있다. 이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하향조정을 위해 시간이 갈수록 국민연금 A값이

줄어들기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른 기초연금 감소

폭도 축소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가입기간 1년 연장에 대한

현재 세대의 기초연금 감소분이 1만원인데 비해 미래 세대는

6천~7천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구조의 기초연금을 2014년 7월부터 시행하면

2017년까지 4년 동안 39조6천원 정도의 재원(국비+지방비)

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 등을 사용

하지 않고 기초연금 재원 모두를 조세로 충당할 계획이다.

2013년 11월 국무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심의·의결된 기초

연금법안에서는 기초연금액의 최소값 10만원과 최댓값 20만

원 등이 명시됐다. 기초연금 계산식의 주요 변수를 법률이 아

닌 대통령령 등 행정부 관할의 하위법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한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아울러 5년마다 연금 수령 노인의 생활수준과 물가 상승률,

국민연금 가입자 소득 증가율 등을 바탕으로 기초연금액이

적정한 수준인지 따져 조정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 기초연금 도입 쟁점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의 정부 기초연금안에 야당과 일부 시

민단체 등은 크게 반발했다.

결국 11월 25일 정부가 입법예고를 거쳐 기초연금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극명한 여야 간 입장차 때문에 결국 연말

국회에서 상임위(보건복지위)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하

▲ 자유청년연합·종북척결기사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9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초노령연금 개정에 환영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복지국가·노인유니온·복지국가소사이어티·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 등 4개 단체 관계자들이 기초연금 공약 후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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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l 2013년 초점

고 해를 넘겼다. 2014년 2월까지도 제대로 국회에서 논의조

차 되지 않아, 정부의 계획대로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수 있

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 기초연금안에 반대하는 측 주장의 요지는 크게 두 가

지이다. ‘모든 노인에 정액 20만원을 약속한 원래 공약’을 파

기했고,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젊은 세대들이 ‘역차별’을 받

는다는 것이다.

우선 공약 파기 주장에 대해 정부와 여당측은 “국민 조세부

담과 기초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공약 조정”이라

고 해명하고 있다. 공약대로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주면 당

장은 좋지만, 고령화 진행과 함께 불어나는 관련 예산을 감당

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2014년 7월부터 공약대로 모든 노인에

게 20만원씩 정액을 지급할 경우, 2017년까지 필요한 재원은

무려 57조원에 이른다. 그리고 당장 2015년에 이 재원을 마

련하기 위해 생산가능인구 한 명당 약 41만원의 세금을 더 내

야 한다.

기초연금 최댓값 20만원 가운데 10만원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수록 커지는 A값(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개념)

에 비례해(×⅔) 깎는 구조도 쟁점이다. 간단히 말해 국민연금

에 오래 가입한 사람일수록 최댓값 20만원을 받지 못할 가능

성이 커진다는 것으로,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장기가입 유인

이 약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초연금 논란이 이어졌던 2013년 한해 국민연금

임의가입자(전업주부 등)는 3만명이나 크게 줄었다.

그러나 정부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수령액을 모두 고려

할 경우, 어떤 경우에도 가입자가 낸 보험료와 비교해 손해 보

는 일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장 22일 국민의 발 묶은

철도노조 파업

정부의 공기업 개혁을 앞두고 2013년을 20여일 남겨둔 시

점에 시작된 전국철도노조의 파업은 전 국민에게 바쁜 연말

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파업은 ‘수서 발(發) KTX 자회사’에 대해 노조와 정부·코

레일이 가진 확고한 견해차 때문에 브레이크 없는 극한 대결

로 치달으며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노·사·정의 극심

한 대립으로 이어지면서 종교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가 국민

적 합의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파업은 1988년 첫 철도 파업 이후 모두 8차례에 걸쳐

진행된 가운데 2009년 11월에 있은 8일간의 ‘역대 최장기’를

훨씬 뛰어넘어 22일간 진행됐다.

■ 사건의 발단

이번 파업은 2016년 개통하는 서울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KTX 자회사에 대한 민영화 논란에서 촉발됐다.

철도노조는 수서 발 KTX 운영회사 설립 이사회 개최 중단

등을 요구하며 12월 9일 오전 9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으나

코레일은 파업 다음날인 10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어 수서

발 KTX 법인 설립·출자 계획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노조의 반발이 격화된 가운데 정부는 그달 27일 수서 발

KTX 법인의 철도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했다.

정부와 코레일은 오랜 독점 구조로 17조원에 달하는 만성

적 누적 부채에 허덕이는 철도에 경쟁 체제를 도입, 경영 효율

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사전에 계획된 절차를 착착 진행했

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면허 발급에 대해 “철도경쟁시

대가 열렸다”며 “수서고속철도회사는 철도 혁신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코레일은 정부 정책과 관련한 철도파업을

명분 없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과 징계 등 ‘원칙’과 ‘무관용’

을 강조하며 노조에 대한 압박강도를 계속 높였다.

■ 파업의 핵심 쟁점은 ‘민영화’

사상 최장기 철도 파업의 핵심 쟁점인 수서 발 KTX 자회사

에 대해 노조와 정부·코레일은 각각 다른 시각을 보였다. 같

은 사안을 놓고 이렇게 ‘불신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번 파업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정부와 코레일은 민간 회사의 참여 가능성을 완벽히 차단

해 더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만큼 국민과 경제에 막대한 피해

를 주는 명분 없는 파업을 조속히 접고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는 입장이었으나, 노조는 ‘이를 믿을 수 없다’며 끝까지 맞섰

다.

정부는 철도 민영화는 않겠다고 대통령까지 나서 누차 얘

기했고, 방지대책으로 정관 규정, 주식협약, 철도면허 발급조

건 등에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를 걸어놓았는데 더 이상 뭐

가 필요하냐며 노조와 국민 설득에 나섰다.

그러면서 “KTX 수서 발 자회사 설립은 공공부문의 경쟁을

통해 요금을 인하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중요한 시도”

라면서 “결코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4대 강 사업이 절대 대운하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했던 국토부가 결국은 대운하를 추진했던 것으로 밝혀지지

않았느냐며 결코 믿을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아예 ‘민영화 금지’ 법제화를 요구하며 이

에 부정적인 정부와 여권을 비판하기까지 했다. 민영화하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 왜 철도사업법에 민영화 방지 조항 명시

를 반대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정부는 야권에서 요구하는 ‘민영화 금지’ 법제화는 수서발

KTX 운영사에 대해서만 민영화를 제한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곤란하고, 입법을 통해 민간과 외국의 투자를 원천적으로 제

한하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어긋난다는 점

등을 들었다.

■ 최장기 파업…‘얻은 것’과 ‘잃은 것’

22일 동안 국내 철도역사상 최장기로 진행된 철도 파업은

국회 국토교통위 산하에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하기

로 하면서 12월 30일 노조의 전격 철회로 막을 내렸지만 치유

될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다.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열차 운행률이 크게 떨어져 국민은

큰 불편을 겪었고, 물류 수송차질로 산업계가 본 피해도 막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