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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한라도서관 일대에서 열린 제주한국지역도서전 을 찾은 관람객들이 지역 출판사들이 펴낸 책을 모아놓은 도서전을 둘러보고 있다.
제주가 늘 역사의 변방이었다고 해
서 제주문화의 내용과 수준이 변방
인 것은 아닙니다.…지역에서 출간
되는 한 권의 책은 그 지역의 문화적
성취가 고스란히 담기는 아카이브
북이기도 합니다.
20년 전인 1999년 이같은 선언을
하며 도서출판 각이 탄생했다. 도서
출판 각의 성장, 때로는 좌절을 지켜
본 덕에 제주문화의 한 축을 지키고
있는 새로운 출판사들이 태어날 수
있었으리라. 2008년 세워진 한그루
출판사, 2013년 설립한 파우스트 등
이 대표적이다.
도서출판 각은 그동안 100여 종
의 제주 관련 서적을 세상에 내보냈
다. 근래에는 문영택의 탐라로 떠
나는 역사문화기행 , 김동윤의 작
은 섬 큰 문학 이 문체부 세종도서
로 선정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세
종도서는 해당 책을 일정한 예산을
들여 구매해 전국 공공도서관, 작은
도서관, 전국 초 중 고교 등에 보급
하는 사업이다. 각은 지난해 주춤했
던 출판 작업을 추스르며 20주년
기념 출판, 책 전시, 기획출판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어느덧 11주년이 된 한그루는 작지
만 조용하게 제주 출판문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에도 15종 가까운 제주
관련 책을 내놓았다. 강문규의 일곱
개의 별과 달을 품은 탐라 왕국 은
2018년 상반기 세종도서로 뽑혔고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
의 제주섬의 보물지도 , 김정희의
제주어 동시그림책 청청 거러지라
둠비둠비 거러지라 도 독자들의 호평
을 받았다. 작년에 아동물 발간에 치
중했다면 2019년에는 기획출판 등
인문서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최근엔
제주 민속 신화 관련 원고를 받아놓
고 저자들과 조율하고 있다.
소설가 홍임정씨가 대표로 있는
파우스트는 문학도서 출판이 꾸준하
다. 출판 종수는 적었지만 작년에도
김순란 양민숙 시집 등을 발간했다.
올해는 제주 젊은 작가들의 소설집
을 기획했다. 홍 대표를 포함 제주작
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는 김도균
양혜영 조미경 조중연 등 5명의 소
설가가 방(房) 을 주제로 쓴 단편
들을 묶어내기로 했다.
제주에서 문화 운동 을 하는 마
음으로 출판사를 꾸려온 이들이지만
아쉬움도 있다. 그래서 전국에서 처
음으로 제정된 제주도 지역출판 진
흥 조례 가 제대로 작동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한그루의 김지희 편집장은 지역
출판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최소한
의 지원을 주문했다. 김 편집장은
지역 출판사들이 기획출판할 수 있
는 여건이 안되다보니 좋은 원고들
이 수도권 출판사로 많이 빠져나간
다 며 조례가 제정된 만큼 우수 콘
텐츠에 대한 출판을 지원하거나 우
수 도서를 골라 기본 부수를 구매해
도서관 등에 배부하는 방안을 도입
했으면 한다 고 덧붙였다.
파우스트 홍임정 대표는 제주에
서 만든 책을 제주에서 팔려고 해도
서울의 유통사를 거쳐야 한다. 제주
지역 출판사의 책들이 제주 내부에
서 활발하게 유통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끝>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문 화2019년 2월 12일 화요일8
새해 제주문화계가 뛴다
그럼에도 한 권의 책… 제주 문화는 살아있다
지난해 여름, 홍진훤 작가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었다. 그 도시
에서 혁명 과 강제이주 라는 단어
를 떠올린 그는 자연스레 혁명광장
으로 걸음을 옮겼다. 러시아 혁명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이자 고려인
강제이주가 시작된 곳이었지만 오늘
날의 혁명광장은 거대한 쇼핑몰에
둘러싸인 채 관광객들에게 점령 당
한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지금
의 풍경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
간극 속에서 홍 작가는 무언가를 안
다고 신뢰하는 것이 얼마나 극적으
로 무지를 생산하는지 확인했다.
홍진훤 작가가 서귀포시 강정마을
사거리에 있는 피스 아일랜드의 스
페이스산호에서 그 경험을 풀어내고
있다. 이달 13일까지 이어지는 사진
전 ch.256 이다.
ch.256은 혁명광장을 24시간
CCTV로 비추는 러시아 지역 케이
블방송 채널을 말한다. 홍 작가는 혁
명광장을 스쳐가는 사람들을 보거나
숙소에서 채널 256번을 통해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마지막
날 오후 7시 전시장을 찾으면 작가
와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피스 아일랜드는 강정평화센터를 새
롭게 바꿔 2018년 여름 문을 열었다.
카페, 전시공간, 아카이브, 기념품숍,
중고 가게 등으로 구성된 복합문화예
술공간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
터 오후 7시까지. 월요일은 문을 닫는
다. 문의 010-3430-7334. 진선희기자
개관 기념 나강 작가전
KEB하나은행 제주금융센터지점(제
주시 중앙로 58) 지하 1층에 문화공
간이 생겼다. 이달 12일부터 개관 기
념 초대전을 여는 돌담갤러리다.
돌담갤러리는 KEB하나은행의 지
역자산화 프로젝트로 탄생했다. 지
역자산화는 원도심의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주변 상권의 환경을 개
선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진
행되는 사업이다.
개관전의 주인공은 나강 작가다. 지
난해 제주도설문대여성문화센터 여성
작가 발굴 지원전에 선정됐던 나강 작
가는 결혼과 육아로 20여년 간 붓을
놓았다가 다시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
어가고 있다. 제주 정착 이후 낯선 땅
에서 만난 해변, 꽃, 일상 등을 다양한
기법과 재료를 이용해 담아왔다.
KEB하나은행 문상도 제주영업본
부장은 나강 작가의 작품 속 풍경은
우리 동네 어귀의 한편이거나 나의
어머니, 누이, 아이들 같이 느껴진
다 며 진정성과 인간애에 마음이
열리는 긍정의 힘을 나눴으면 한다
고 했다. 전시는 3월 12일까지 한달
동안 이어진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
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의 064)757
-2171. 진선희기자
반석탕에서 선보이는 빛소리의 영롱한 바 .
뜨듯한 물로 제주시 원도심 사람들
의 지친 몸과 마음을 덥혔던 반석탕
(제주시 남성로 158-6)에 서귀포의
파도가 밀려든다. 문화공간으로 변
신한 반석탕에서 열리는 두번째 기
획전 영롱한 바 다.
이번 전시는 이미지와 소리를 엮어
영롱한 세계를 탐구하는 아티스트 집
단 빛소리 (이현태, 김누리)의 작업
을 비디오 설치 작품으로 풀어내는
자리다. 어느 밤 서귀포 쇠소깍에 부
서지는 파도를 무심히 보거나 외돌개
절벽에 앉아 떨어지는 해를 멍하니
바라볼 때의 느낌처럼 하릴없이 밑도
끝도 없는 무심한 맛을 펼쳐놓는다.
이미지와 사운드가 목욕탕이라는 물
리적 공간과 엮이며 독특한 분위기를
그려낸다. 빛소리 는 이번 작업을
계기로 서귀포시 태위로에 있는 스튜
디오비지트에서 언더그라운드 아티
스트들의 실험을 엮은 아카이빙 프로
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전시는 이달 12일부터 3월 24일까
지. 개막 행사는 12일 오후 4시에 열
린다.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
후 6시까지. 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진선희기자
문화공간 변신 반석탕
양미경 작가가 탐라미술인협회 신
임 대표로 선출됐다. 탐미협은 지
난 6일 임시총회를 열고 이같이 결
정했다.
탐미협은 삶과 밀착된 당대의 리
얼리즘 미술, 자기정체성을 갖는
제주지역미술의 위상과 역할의 창
출, 민주적 화단 분위기 창출과 비
평적 미술풍토의 확립 등을 취지로
내세우며 1993년 9월 창립한 제주
지역 미술단체다. 그동안 25회에
걸쳐 4 3미술제를 치르는 등 시대
가 요구하는 예술의 역할을 창작활
동으로 펼쳐왔다.
탐미협 창립 멤버인 양 대표는
예술가는 예술가만이 낼 수 있는
절실한 언어가 있을텐데 언젠가부터
예술가 스스로가 성장, 통합, 프로젝
트, 아카이브 등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며 곰곰히
그 단어들을 보
면 사물을 집적
해 나가야 한다
는 성공 프레임
이 있고, 성공 프
레임에 갇히다
보면 좀더 자율적인 사고를 하기가
힘들다 고 운을 뗐다. 그는 사회 시
스템과 다를게 없는 정형화 되는 방
향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시대의
우울에서 오는 예술가의 고뇌와 주
변의 고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담론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생각
이라고 밝혔다.
임기는 2년이다. 이번 탐미협 집
행부는 여성 작가들의 참여가 두드
러지다. 박소연 작가가 사무국장,
오현림 작가가 간사를 맡아 양 대
표와 호흡을 맞춘다. 진선희기자
(사)제주문화포럼(원장 홍진숙)은
이달 16일 제주시 서사로 아스타호
텔에서 22주년 창립기념식과 2019년
정기총회를 연다.
이날 행사는 시민의 깨어있는 문
화의식과 인문 정신 함양을 통해 제
주시민문화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겠다 는 취지로 1997년 창립한 제주
문화포럼이 지난 22년의 발자취를
더듬어보고 보다 성숙한 미래를 그
려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오후 5시
총회에 이어 오후 6시부터 기념 행
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제주문화포럼은 올 한해 문화학교로
건축교실 , 책 읽는 사람들의 모임 ,
오름기행 교실 , 기타교실 사진교
실 등을 운영하고 시민교양강좌로
시창작 강좌 , 시낭송 강좌 , 중국
문화강좌 , 신화강좌 , 오카리나교
실 , 드로잉교실 을 계획하고 있다.
도외문화기행, 중국문화기행 등도 펼
친다. 문의 064)722-6914. 진선희기자
양미경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