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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經濟分析 2011년 1월 제17 권 특별호(15주년 기념) 이번 호는 한국경제의 분석창간 10주년 기념으로 발간합니다. 한국경제의 분석패널 한국금융연구원

韓國經濟 分析 - KIF · 韓國經濟의 分析 2011년1월 제17권 특별호(15주년 기념) 이번 호는 ‘한국경제의 분석’ 창간 10주년 기념으로 발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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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國經濟의 分析

    2011년 1월 제17권 특별호(15주년 기념)

    ■ 이번 호는 ‘한국경제의 분석’ 창간 10주년 기념으로 발간합니다.

    한국경제의 분석패널 한국금융연구원

  • 목 차

    편집인의 요약

    금융위기와 구제금융 :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의 비교를

    중심으로

    ·············································································成太胤․朴基永․金道淵 / 1

    지정토론 ···························································································李秉允 / 46

    금융시장의 경기순응성과 외부효과에 대한 분석과 정책 대안

    ·············································································尹碩憲․申進泳․姜京勳 / 49

    지정토론 ···························································································鄭炯權 / 103

    금융위기 시 외환보유고의 역할

    ··········································································································李宗恩 / 109

    지정토론 ···························································································李秊浩 / 148

    금융위기 전후 국내외 금융시장간 상호연관성의 변화 및 시사점

    ····························································································宋在殷․李圭馥 / 151

    지정토론 ···························································································申進泳 / 187

    금융위기 2년 평가 토론회

    ······················································································································ / 189

  • i

    編輯人의 要約

    李 永 燮

    논문발표

    성태윤․박기영․김도연의 논문은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비교하고 있다. 위기의 원인, 진행과정, 그리고 정책적인 대응과정 면에서,

    두 위기가 어떤 점에서 유사하고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면밀하게 분석하였다. 우선

    대표적인 공통점은 두 위기 모두 정부의 암묵적 보증 하에 이루어진 부채와 밀접

    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점을 해결하고 경제위기를 탈출하려는

    대응방식은 매우 대조적이었는데, 이는 위기전파의 채널과 관련되어 있다. 그로

    인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있어서 1997년 위기 당시의 한국정부와 2008년 위기

    당시의 미국정부는 대조적인 정책을 운용하였고, 이와 같은 거시정책 대응의 차이는

    구제금융의 규모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도 큰 차이를 가져왔다.

    지정토론자인 이병윤 박사는, 금융위기에 대응한 한국과 미국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도 분석에 포함시켜 양국 정책의 비교를 좀 더 풍부하게 해줄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미국에서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

    지만, 근본적으로는 위기 이전에 상당기간 이어져 내려온 저금리 기조 그리고 높은

    소비 및 낮은 저축으로 재정적자 및 경상적자가 장기간 누적되어온 것이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1997년 한국에서와는 달리 긴축정책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글로벌

    위기 극복과정에서 보여준 미국의 확장적 재정 및 금융정책은 미국경제의 근본적

    문제점이나 위기를 유발시킨 근본적인 원인들을 해결하는 데 한계를 보였던 것

    으로 보이며 이러한 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어 줄 필요가 있다.

  • ii

    윤석헌․신진영․강경훈의 논문은 이론적 모형을 통해 자본규제, 공정가치평가

    회계 등 기존의 금융시장 규제가 경기순응성과 외부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하고 또한 다양한 대응책 중에서 우리나라 금융시장 환경에 부합하는 정책적 대안

    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 우선 공정가치평가가 경기순응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자본

    규제, 위험관리 등과 결합되어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경기순응성을 완화하기 위해 가치평가에 있어 금융

    기관 경영진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둘째, 완충자본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경기하강 국면에서 과연 금융기관 스스로 자기자본 비율을

    낮출 것인지 그리고 금융감독당국이 이를 허용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선결되어

    야 하며, 또한 완충자본의 설정은 필요자기자본 비율 자체의 상향 조정 및 자본의

    질에 대한 논의와 병행될 필요가 있다. 셋째,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상황

    하에서 금융기관 경영진의 주관적 판단과 재량에 의해 대손충당금이 결정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재검토가 있어야 하고, 또한 동태적 대손충당금 제도는

    필요자기자본의 적정성, 완충자본의 설정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므로 금융기관

    의 건전성 확보와 경기순응성 완화라는 큰 틀에서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넷째, LTV와 DTI 규제는 한도 등을 직접 규제하는 방식보다 이를 자본규제와

    연결시키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정토론자인 정형권 박사는 크게 세 가지 면에서 논문이 보충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우리나라 금융의 경기순응성에 대한 현황 파악이 논문에 추가되었

    으면 좋겠다. 과도하지 않은 경기순응성은 대체로 자연스러운 조정과정을 의미

    하게 되나, ‘과도한 경기순응성’은 문제를 야기한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경기 활황이 장기간 지속되는 과정에서 금융부문이 실물부분에 비해 과도하게

    팽창한 것이 문제를 야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금융의 경기순응성을 유발

    하는 요인은 다양한데 특히 자본 규제와 공정가치 평가회계를 본 논문에서 중점

    적으로 분석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한 데 대해 설명이 보강되었으면 좋겠다. 셋째,

    외부효과와 관련하여 대형금융기관과 관련된 논의가 추가될 필요가 있다. 시스템

    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이 외부비경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SIFI

    에 대한 추가 자본부과(capital surcharge) 및 유동성 규제 강화의 필요성, 최고 레버

    리지 비율의 설정, 우발채무에 대한 제한 등에 관한 논의, 우리나라의 경우 어떤

  • iii

    금융기관이 SIFI로 선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견해 등이 추가되었으면 좋

    겠다.

    이종은의 논문은 최근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을 중심으로 외환보유액이

    시간대별로 외환시장과 주변 금융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고, 거시 경제 내에

    서의 내생적․구조적 위치는 어떠한지, 주변의 중국과 일본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기축통화를 갖지 않은 한국 경제에는 어떤 방안이 필요한

    지를 제시하고자 했다. 다양한 방법론을 이용해 도출해낸 결과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외환보유액은 통계적으로 강하게 유의하지는 않으나 환율의 변화방향, 변동성,

    스왑시장을 안정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외환보유액이 원-달러 환율을 상당부분

    설명하고 있으나, 외환보유액의 증가가 단기외채의 증가를 가져왔다고 보기는 어

    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외환보유액을 설명하는 데 있어 스왑시장의 역할이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스왑시장은 외환 및 채권시장과 달리 균형으로부터 발

    산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향후 우리나라 외환시장 주변의 스왑시장을 두텁게

    해야 외환부문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정책 금리

    가 상승할 때 한국에서는 자본유입 등 외환보유액 증가를 가져오다가 수개월 후

    감소되는 데 반해 중국은 증가 상태가 유지되고 일본은 정책 금리 상승이 외환

    보유액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우 원화에 비해

    위안화가 달러에 강하게 연계되어 있고 환율안정화를 더욱 중시하기 때문에, 정책

    금리가 상승하는 경우 자본유입을 통해 위안화가 절상되지 않도록 외환을 매입

    하기 때문에 외환 보유액에 대한 효과가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위안화

    가 좀 더 유연하게 절상되도록 용인될 때 중국의 외환 보유액 축적속도가 지금

    보다 느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정토론자인 이연호 교수는 주로 데이터 처리의 기술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논평을 제시했다. 첫째, 외환보유액 역할에 대한 분석은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자료 문제 및 외환보유액의 내생성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가가 중요하므로, 이를

    위해 논문에서 사용한 방법 외에 좀 더 세심한 분석을 행할 필요가 있다. 둘째,

    모형설정과 추정결과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설명이 제시되면 논문의 기여도를 명확히

    부각시키고 독자의 이해를 도울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면, rolling regression에

    포함된 설명변수들인 생산, 물가, 국채수익률에 대한 산업생산지수, 소비자물가,

  • iv

    1년 만기 국채수익률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셋째, 설명

    변수를 변화시킬 필요도 있는데, 국제적 공동충격으로서 미국 연방기금금리 대신

    TED spread, Citi MRI 등 국제금융시장의 투자위험, 자금사정을 나타내는 변수

    들을 고려하는 것도 유용하다. 아울러 가능한 동일한 프레임웍을 가지고 분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는 여러 상황에서 차이점이 발생할 때 어떤 요인이 핵심

    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송재은․이규복의 논문은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중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국내

    금융시장의 동조현상 및 국내 각 금융시장 사이의 상호의존성에 어떤 변화가 있었

    는지 분석하고 있다. 실증분석에 사용된 모형은 VECM으로서, 이를 통해 공적분

    관계로 정의되는 금융시장 가격변수들 사이의 장기균형관계를 그리고 VAR로

    변형된 VECM을 통해 단기적인 불균형상태에서 나타나는 이들 사이의 동태적인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실증분석의 주요 결과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위기 기간 중 미국 주가 추세의 변화가 국내 주가나 원-달러 환율의

    추세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졌다. 둘째, 미국 주식수익률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

    자산수익률에 미치는 영향 및 국내 주식수익률과 원화절상률 충격이 서로 상대방

    에게 미치는 영향 역시 위기 기간 중 증폭되었다. 셋째, 위기 기간 중 미국 주식

    수익률 변동이 국내 주식수익률 등에 미치는 인과관계 상의 경로가 더 복합적이

    되고 뚜렷해졌다. 넷째, 금융시장 자산수익률의 예측오차에 대한 분산분해분석

    을 통해서도 위기 기간 중 우리나라 금융시장 자산수익률의 외생성이 저하되고

    미국 주식수익률 충격의 영향이 확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정토론자인 신진영 교수는, 본 논문이 위기 과정에서 미국과 우리 금융시장

    간의 동조화가 심화되었음을 실증적으로 밝히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강조

    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무엇보다도 본 논문에서 어떠한 경제적

    원인과 경로를 통해 이러한 동조화와 전이효과가 발생했는지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미국과 국내 주가

    가 환율의 장기균형 수준을 변화시키는 경로를 밝히고 그 경제적인 원인을 파악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위기 과정에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하여 본

    논문에서 제시한 정책적 방안은 외환시장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확보하여 유동성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은

  • v

    본 논문의 실증 분석 결과와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찾기 어려운 한계를 보이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의 부정적인 충격이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 외환시장에

    도달하고 얼마나 그 파급효과가 있는지를 보여주어야만 한다.

    패널토론

    김경수 교수의 사회로 이루어진 종합토론에는 총 6인의 패널토론자들이 참석

    했다. 첫 번째 패널토론자인 권순활 논설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적절한 대응책

    및 1997년의 위기경험 등으로 인해 예상보다는 큰 충격없이 이번 위기를 지날

    수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는 언제라도 또 닥칠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으로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외환보유액의 다양한

    측면, 즉 보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상대적으로 기회비용이 높지

    않느냐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을 가급적

    많이 보유하는 편이 좋다. 둘째,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은 상당한 국제경쟁력이

    있지만 너무 대외충격에 민감하다. 대외취약성을 완화시키면서도 성장동력을 유지

    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의 동반 성장이 중요하다. 따라서 의료,

    교육, 컨설팅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은 경제성장의 새로운 엔진이란 측면

    과 함께 고용창출이라는 측면에서도 반드시 육성해야 한다.

    두 번째 패널토론자인 온기운 논설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상황

    을 보면 동조화 현상이 깨지고 오히려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

    하고 있다. 즉, 선진국에서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걱정하고 있고, 신흥국가들은

    고도성장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되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

    런데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의 경우 실물경쟁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본시장

    측면에서는 상당히 취약한 것이 사실이므로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그동안의 추세와는 달리 자본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나가고 있는데,

    단순한 규제강화보다도 근본적인 안전장치 및 금융시스템 체질개선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더해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실물경제 경쟁력

    이 좋고 수출이 많이 되어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됐는데,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환율효과 때문이었는지도 냉정하게 살펴

  • vi

    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 패널토론자인 김상조 교수는 왜 우리 사회는 과거의 실패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냉철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금융감독

    시스템의 개편으로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발생시킨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감

    독시스템의 미비에 있다면 우리나라도 얼마만큼 제대로 된 감독시스템을 갖고

    있느냐 라는 것을 따져봐야 한다. 둘째, 공적자금과 관련된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수많은 관치와 유사 공적자금을 사용해 우리 사회가 위기를 극복

    하는 데 혼란을 겪었는데, 이에 대해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고 공적자금을 조성,

    투입, 사후 관리하는 항구적인 시스템에 관해서 논의해야 한다. 셋째, 부실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2008년 말부터 업종별․기업규모별 여러 가지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해왔는데 이게 제대로 진전이 되었는가 의문이 제기된다. 마지막

    으로 결국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CEO를 어떻게 선임

    하고 그리고 어떻게 승계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가라는 것에 관해서 우리 사회가

    논의를 하고 그것에 대한 최소한의 규정을 법제도화함으로써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이 CEO의 선임과정에서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적법한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네 번째 패널토론자인 박원암 교수는 몇 가지 주의 깊게 봐야 할 내용들을 지적

    했다. 그 중 하나는 우리나라가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고 있지만 위기 중에는 실물

    경제가 우리보다 약한 동남아국가들보다도 훨씬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경기회복의 배경에는 과감한 경기부양 정책이 있었음을 잊어서

    는 안된다. 셋째, 향후 과제와 관련해, 출구전략이 시작되었으므로 앞으로 금리는

    내리기 어렵고 또한 재정건전성도 강조했기 때문에 재정지출도 마음대로 늘리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만만한 것이 대출을 늘리고 가계부채를 늘리는 것이다.

    이러다보면 가계부채의 상환능력이 당연히 문제가 될 것인데, 과연 정부부채가

    위험한지 아니면 가계부채가 위험한지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 패널토론자인 박해식 박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가 시행한 정책을 크게 금융시장 안정정책, 경기부양책 및 구조조정정책으로 정리

  • vii

    하고, 이러한 정책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잠재해

    있고 정부가 주시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위험으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하는데 글로벌 불균형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둘째, 위기

    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경기가 좋지만, 중국당국이 자산시장 거품을 우려해서 유동성

    관리에 들어가는 경우 중국경제 성장의 둔화가능성이 있는데, 이에 대한 충격도

    사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셋째,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를 중심으로 금융규제

    강화를 하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전 세계의 차입여건․외화

    자금 여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부분도 고려해봐야 한다. 넷째,

    최근에 외국인 채권 투자자금이 많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런 증권자금이 유입

    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대응책을 우리가 지금부터라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 패널토론자인 강호인 차관보는 앞에서 토론한 내용들에 대한 정부의

    답변 형식으로 토론을 전개했다. 우선 위기를 극복한 요인은 과감한 선제적 경기

    부양책, 통화스왑 등을 통한 외화유동성 제공, 1997년 위기 이후의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 G20 등을 통한 국제공조의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이처럼 여러

    노력을 통해 경기가 회복되었지만 다음과 같은 면에서 세심한 주의를 지속시킬

    필요가 있다. 첫째는 아직 글로벌 위기가 완전히 끝났다고 하기는 곤란하고 대내외

    불안 요인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경기회복의 온기가 서민들이나 중소기업에까지는 퍼지지 않고 있는 실정

    이므로, 앞으로 이런 부분들에 좀 더 효과가 퍼져 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셋째, 세계경제의 ‘unusually uncertain'한

    상황이 지속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은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변

    하면서 경제패권의 이동이라든지 생산 양식의 변화라든지 이런 것들이 우리가 알

    게 모르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런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통찰력과 주의를 가지고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데, 우리가 단기적이고

    미시적인 부분에 집착하다 보면 그런 부분을 상당히 소홀히 하기 쉽다. 이런 부분들

    에 대해서 우리가 좀 더 국민적인 합의를 모아서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을 만들어

  • viii

    나가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청중들의 질문은 크게 외환보유액의 구성에서 중국 위안화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어떤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보유액 축적 외에 어떤 방안들이 있는가,

    그리고 금융기관장 선임을 민간 자율에 맡길 수는 없는가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패널토론자들의 답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외환

    보유액의 주 목적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성이고 그 이후에 수익성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위안화 비중을 높이는 것은 수익성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다른 측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외환당국도 외환보유액 보유통화 다변화

    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둘째, 외환보유액을 축적하게 만드는 동인을 제거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인데 따라서 외채 등을 줄여나가는 것이 외환보유액

    축적보다 바람직하다. 아울러 긴급상황에 외환을 조달할 수 있는 통화스왑, 국제

    금융안전망 확충 등도 바람직한 방안들이 될 수 있다. 셋째, 금융건전성 감독 강화

    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것을 함부로 관치로 이행시켜서는 안된다. 특히 조심해야

    하는 것은 감독을 강화하자면 자칫 공무원들이나 준공무원들, 금융감독원 직원

    들이 자신들의 사적 권한으로 사적 이해를 늘리는 데 악용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부분에서 균형을 잘 유지해야만 할 것이다.

  • * 투고일(2010년 8월 19일), 심사일(2010년 9월 15일), 게재확정일(2010년 11월22일)

    **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부 부교수. E-mail: [email protected]

    ***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부 조교수 E-mail: [email protected]

    ****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경제학부 강사

    금융위기와 구제금융 :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의 비교를 중심으로

    成太胤*․朴基永**․金道淵***

    요 약

    본 연구는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비교하면서, 양국

    의 위기 대응이 어떻게 달랐고 왜 상이한 방식을 보였는지에 대해 분석한다. 양국의

    금융위기는 정부의 암묵적 보증 하에 이루어진 부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

    에선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점을 해결하고 경제위기를 탈출하려는 양국

    정부의 대응방식은 매우 대조적이었는데, 이것이 위기전파의 채널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제시한다. 그로 인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있어서 양국은 대조적인 정책을

    운용하였고, 이와 같은 거시정책 대응의 차이는 구제금융의 규모와 경제 전반에 미치

    는 영향에도 큰 차이를 가져왔다.

    핵심 주제어 : 금융위기, 외환위기, 정부보증, 부채, 외환

    JEL 분류기준 : E5; E6

    I. 서 론

    1997년 11월 한국 정부는 IMF에 공식적으로 구제 금융을 요청하면서 본격적

    인 외환위기의 시작을 알렸다. 단기외채의 대량 인출과 외환부족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지원받았고, 그 과정에서 경제 전반에 걸쳐 구조

  • 2 韓國經濟의 分析 제17권 특별호(15주년 기념)

    조정을 단행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경기의

    불황이 심각해졌으나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기관 및 산업의 재무건전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11년이 지난 2008년 9월 미국에서는 Merrill Lynch가 Bank of America에 매각되

    고 Lehman Brothers가 파산했다는 뉴스가 발표되면서 미국발 금융위기를 전 세계

    에 알렸다. 장기간의 저금리 정책으로 가계대출이 확대되고 부동산 시장의 가격

    이 상승하면서 거품이 커졌고, 부동산 관련 금융기관에 대한 다른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레버리지 투자로 위험이 가중된 상황에서 발생한 금융위기였다. 특히 지나

    친 가계대출의 증가에 기인한 부채상환불능 사태가 이어지면서 주택시장의 거품

    이 터졌고 모기지 시장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던 정부보증기관(Government

    Sponsored Enterprise, GSE)인 Fannie Mae와 Freddie Mac은 연방주택금융국(Federal

    Housing Finance Agency, FHFA)의 보호(conservatorship)에 들어가게 되었다.

    11년의 간격을 두고 일어난 양국의 경제위기 사태는 장기적으로 부채가 증가

    하면서 발생한 거품이 한순간에 터지면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정부의 암묵적 보증이 있었기에 부채의 증가가 가능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경제위기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공통점이

    발견되나, 문제점을 해결하고 경제위기를 탈출하려는 양국 정부의 대응방식은

    매우 대조적이었다. 특히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있어서 양국은 매우 대조적인

    정책을 운용하였고, 이와 같은 거시경제 정책 대응의 차이는 구제금융의 규모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도 큰 차이를 가져왔다.

    본 연구는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비교하면서,

    양국의 위기 대응 과정이 어떻게 달랐고, 왜 다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분석

    한다. Ⅱ장에서는 경제위기 이전의 거시경제 지표상의 흐름에서 위기의 원인을 찾고, Ⅲ장에서는 경제위기의 진행과정에 대해 분석하면서 양국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한다. Ⅳ장에서는 위기 대응 과정에 대해 분석하고, Ⅴ장에서는 금융기관 구제를 위해 조성된 구제금융 자금에 대해 양국의 차이점을 분석한다.

  • 금융위기와 구제금융 :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의 비교를 중심으로 3

    Ⅱ. 경제위기 이전의 거시경제 흐름

    1. 한국의 상황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1993년부터 1996년까지 연평균 8% 수준에 이를 정도

    로 높은 상태를 꾸준히 유지해왔다(의 Panel A 참조). 1997년의 실질 GDP

    성장률은 4.7%로써, 하반기에 정부가 IMF에 구제 금융을 정식으로 요청한 이후

    경제 전반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1997년 상반기까지는 경제

    호황이 비교적 유지되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따라서 1997년 경제위기 직전

    까지도 실물경기가 불황에 빠졌다고 판단되거나 잠재적으로 불황이 예측되는 흐

    름은 경제지표상에서 결정적으로 관찰되지 않았다.1) 그러나 1997년 말 경기가

    크게 위축되기 시작하여, 1998년에는 -6.9%의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이후 한국은

    환율의 변동폭에 대한 제한을 폐지하였고, 원화가 평가절하되면서 수출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원화의 평가절하에 의한 수출증가와 함께 실질 GDP 성장

    률은 1999년 이후에 다시 큰 폭의 상승세로 돌아서게 된다.

    한국이 1997년 11월에 IMF에 정식으로 구제 금융을 요청하게 된 가장 직접적

    인 계기는 외환보유고 부족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위기직전까지 외환보유고의

    장기적 관리가 소홀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외환보유고가 높은 수

    준으로 유지되고 있었던 것은 아니나, 의 Panel B에 나타나듯이 1994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외환보유고의 장기적 관리

    소홀은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몇 달 사이에 외환보유고가

    지나치게 빠져나간 점이 눈에 띠는데, 바로 경제위기 직전에 발생한 일련의 흐름

    이다. 1997년 10월에 305억 달러를 기록한 외환보유고가 12월에는 204억 달러를

    기록, 2개월 만에 전체 외환보유고의 1/3이 소진된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외환

    보유고가 단기간에 크게 감소한 이유는 (1) 무리한 환율방어와 (2)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지급보증에 외환보유고가 사용되었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결국

    1) 국내 경제지표가 심각한 불황을 예측하는 상황은 아니었으나, 동남아를 비롯한 일부 해외시장의

    여건이 악화되고 있었으므로 이에 대한 전염효과를 우려할 수 있었다.

  • 4 韓國經濟의 分析 제17권 특별호(15주년 기념)

    장기적으로 외환보유고 관리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워도, 위기상황에서

    단기적인 환율정책과 외환관리는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경상수지는 1994년 이후 지속적으로 소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

    었다. 또한 의 Panel C에서 볼 수 있듯이, 1996년 들어 반도체 시장 침체

    및 일본 엔화의 약세로 인해 수출 시장의 불황이 시작되자 경상수지 적자는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연속적인 적자가 계속 누적되는 상황에서 당시의

    원화가치는 고평가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당시 한국의 환율 시스템은

    일일 변동 폭을 한정하는 제한적 변동환율제도를 따르고 있었으며, 환율을 일정

    하게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비교적 자유로웠다. 따라서 경상수지 적자 누

    적에도 불구하고 환율에 대한 정부 개입은 원화가치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으나, 경기 불황으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가 더욱 커지면서 원화 평가

    절하의 압박을 보다 높게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응하고자 환율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환율방어 시도가 있었고,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외환

    보유고의 소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통화가치는 1998년 초에 급락했다가 서서히 안정되어 1999년부터는 달러

    당 1200원 수준으로 안정되었는데, 이는 1997년까지 달러당 800~900원에서 유지

    되던 것에 비하면 원화의 가치가 상당히 절하된 것을 알 수 있다(의 Panel

    A 참조). IMF 구제금융 이전까지 정부의 환율개입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 누적에도 불구하고 원화 하락의 압력을 버텨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IMF의 권고와 함께, 일일 환율변동 제한을 폐지하고 정부의 환율 개입을 최소화

    하자 원화의 시장가치는 다시 하락하게 되었다. 원화가 절하된 1998년 이후에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게 되고, 이후에도 환율이 달러당 1200원 수준에서 유지

    되는 상황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게 되었다.

    당시 외환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외채의 증가, 그 중에서도 단기외채의

    증가를 꼽는 시각이 많다.2) 정부의 암묵적 지급 보증 하에서, 은행들은 장․단기

    외채를 유치하는 데 앞장섰고 기업들은 부채를 늘려 규모를 키워 놓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아시아 경제위기가 전파되자 외국인

    들은 만기가 도래한 외채를 서둘러 인출하였고, 금융기관들의 지급불능 상태로

    2) Krugman(1998), Corsetti, Pesenti and Roubini(1999), 최두열(2006) 등 참조.

  • 금융위기와 구제금융 :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의 비교를 중심으로 5

    이어졌다. 이를 외환보유고가 방어해 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자 정부는 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르게 된다.3) 지나치게 높아진 기업들의 부채규모는

    후에 외환위기가 진행되면서 많은 기업들의 도산을 가져왔다.

    실제로 의 Panel B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1997년 3/4분기까지 한

    국의 장․단기외채는 모두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는데, 단기외채와 장기외채의

    격차가 점점 작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환언하면, 단기외채의 증가세가 장기외

    채의 증가세보다 빨랐다는 것이다. 1997년 4/4분기부터는 IMF로부터 장기외채

    위주의 차관을 받아 장기외채는 증가하였고, 단기외채의 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

    생하면서 단기외채는 급속하게 감소하였다. 또한 만기가 도래한 외채의 만기를

    연장하는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상당수의 단기외채가 장기외채로 전환되었다.

    따라서 이후 한국은 외채를 상환하고 기업들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주력하여

    외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되었다. 특히 1997년까지 단기외채와 장기외채의

    비중이 거의 같았던 것에 비해, 외환위기 이후에는 단기외채의 비중이 크게 감소

    한 것으로 나타난다.

    국내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 역시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은행들이 수

    익률에 치중하여 자기자본비율 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에, 외국인의 투자 회수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지급불능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1996년까지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조금씩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BIS 기준인 8% 아래로 내

    려간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국내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징후를 발견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이와 같은 공식 발표 수치가 정

    확하게 집계된 통계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당시에는 부실자산이나 대손

    충당금 등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참조 : 대외경제정

    책연구원(2000)). 실제로 외환위기 직후 1997년에 정부가 발표한 은행 평균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8.92%였으나, IMF의 요구에 의하여 주식평가손실과 대손

    충당금을 완전히 반영한 자본비율은 7.04%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엄격한

    자산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해 은행 건전성의 악화 징후를 발견할 수는 없었으나,

    실제로는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이 이미 악화되고 있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3) 성태윤(2005)은 대출 붐 이후에 자산가격의 붕괴를 경험한 국가들과의 대외채무를 통한 연계가

    전염효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 6 韓國經濟의 分析 제17권 특별호(15주년 기념)

    있다.4) Hahm and Mishkin(2000)은 엄격한 자산분류기준에 의해 1990년대의 은행

    무수익 여신을 계산해 보면, 기록되지 않은 잠재된 무수익 여신이 1992년 15조원

    에서 1996년 29조원 수준으로 급증한다고 지적한다( 참조). 또한 이와 함께

    Dooley and Shin(2000)은 외환위기 발생 이전에 은행 산업의 주가가 종합주가

    지수에 비해 크게 하락하고 있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1996년의 실질 GDP 성장률은 약 7%를 기록하면서, 1995년의 9.2%보다는 하락

    했으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정도의 불황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거시경제

    지표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재벌기업들의 수익성은 이미 1996년부터 경기불황이

    진행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재벌기업들의 수익성은 1995년까지 상승하다가

    1996년에 크게 하락하면서 전년도에 3.15%를 기록했던 ROA가 0.23%까지 떨어

    지게 된다( 참조). 이는 재벌기업들이 해당 연도에 순이익을 거의 발생시

    키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벌기업들은 기업집단 내 출자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지배구조가 복잡하게 형성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한 개의 기업이 도산

    하게 되면 기업집단 내의 다른 기업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더

    욱이 당시에는 산업 전반적으로 부채비율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재벌 기업들의

    도산 위험성은 더욱 높았다. 당시의 제조업 종사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을 국가

    별로 비교해 보면, 한국은 미국, 일본, 대만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

    하고 있다( 참조).

    2. 미국의 상황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의 Panel A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2004년

    에 3.6%를 기록한 이후 매년 조금씩 하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7년 이전까지는

    약간의 자연적인 감소세만 있을 뿐, 위기를 암시하는 정도의 경제성장률 하락은

    눈에 띄지 않는다.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사건이 발생하기 수개월 전의

    4)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이 공식발표 수치에 비해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과 함께, 외환위기 직전

    의 정부채무 역시 문제가 있었으나 공식적인 자료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Lee, Rhee and Sung(2006)은 정부재정의 경우 이러한 문제가 크게 나타나지 않

    는다는 점을 보이면서 1997년 한국의 금융위기가 정부부채에 기인한 재정위기의 특성보다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부채 문제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 금융위기와 구제금융 :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의 비교를 중심으로 7

    경제성장률은 이와 같은 사건의 발생을 예측하기 어려운 평온한 흐름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위기 발생 이전까지의 경제성장률 변화는 한국과 미국이 비슷한 흐름을 보여

    주지만, 위기 이후의 변화는 두 경우에 큰 차이를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외환

    위기 이후 원화가치 하락 등의 영향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개선되면서 경제

    성장률이 크게 상승한 것에 비해, 미국에서는 여전히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아직

    까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다만 2010년 상반기 GDP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해

    보면, 2010년에는 2009년에 비해 약 2~3% 수준의 경제성장이 예상된다.5)

    위기이전까지의 경제성장률 변화추이가 양국간에 비슷했던 것과 함께, 경제

    위기의 발생 직전까지 경상수지 적자가 심화되고 있었다는 점도 한국과 미국에서

    비슷하게 나타난다. 2006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2002년의 2배에 달할

    정도로 심각해졌다(의 Panel B 참조).

    2002년 이후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커지고 누적되면서 달러화도 동반 하락하게

    되었다. 한국도 외환위기 당시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커지면서 통화가치의 하락

    압력을 받았으나, 당시에는 위기직전까지는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환율을 일정

    하게 유지시킬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IMF의 구제금융 이후 통화가치가 급락

    하게 되었으나, 이는 수출의 증대를 가져와 경상수지에서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경상수지 적자 심화로 인해 달러화가 계속

    하락하였으나, 금융위기 직후에는 오히려 통화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의 Panel A 참조). 유로화도 동반 상승하였기 때문에 유로-달러 환율은

    크게 상승한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보

    인다. Choi, Kim and Sung(2010)의 연구에 따르면, 2008년 후반기 동안 달러화는

    일본의 엔화를 제외한 세계 대부분의 통화에 비해 절상된 것으로 나타난다. 즉,

    같은 기간 동안 달러보다 가치가 더욱 상승한 통화는 일본의 엔화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출에는 더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수경기의

    침체로 인해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경상수지 적자는 이전 수준에 비

    해서는 개선된다.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해외채무의 역할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2003년

    5) IMF는 미국의 2010년 경제성장률을 2.5%로 예측하고 있고, OECD는 3.2%로 전망하고 있다.

  • 8 韓國經濟의 分析 제17권 특별호(15주년 기념)

    이후 미국의 해외채무는 증가해 왔으나, 특히 단기외채를 중심으로 판단할 때 우려

    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장기외채와 단기외채의 격차는 크지 않았으

    나, 2005년 이후로는 단기외채의 증가세가 오히려 둔해지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위기 이후에는 단기외채가 줄어들게 되어 장․단기 외채 사이의 격차가 더욱 벌

    어지게 된다(의 Panel B 참조). 미국의 금융위기는 단기외채보다는, 국내

    의 가계대출 및 단기차입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고 보인다.

    3. 양국 비교 : 경제위기 이전

    경제위기 이전, 양국의 거시경제 지표상의 흐름에서 비슷한 점을 몇 가지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경제성장률의 이전 흐름에서 미래 경제위기의 발생에 대한

    징후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양국 모두 위기 발생 2~3년 전부터 경제성장률

    이 조금씩 하락하고는 있었으나 극심한 불황을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의 흐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두 번째는 경상수지 적자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악화되면서 양국 모두 통화가치의 절하압력을 받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경상수지 적자의 누적이 정부의 환율개입으로 이어지면서 외환부분에 문제를 초래

    하는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소위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s)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대외적자가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Gourinchas(2010)는

    이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보며 단순히 미국의 무역 불균형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 내외에 걸친 안전하고 유동성 있는 채무상품(debt instruments)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한정된 공급 사이의 불균형이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공통적으로 나타난 통화가치 하락 압력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환율의 움직임

    에서는 양국이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 통화가치의 하락 압력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었고, 미국의 달러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였다. 이는 정부의

    환율에 대한 개입 방식이 양국에서 달랐음을 의미한다. 한국 정부의 환율 개입이

    상대적으로 보다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제위기 이후의 환율 변화

    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 정부가 환율에 대한 적극적 시장 개입을 포기하자

    통화가 급락하게 된 것이다. 반대로 통화의 절하를 용인했던 미국의 환율 시장은

    위기 이후에 각 국가들이 외환보유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오히려

  • 금융위기와 구제금융 :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의 비교를 중심으로 9

    통화가 절상되기도 하는 반응을 보인다.

    해외차입에 대해서도 양국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양국 모두 장․단기 외채가

    증가하고 있었으나, 한국에서는 단기 외채의 증가세가 빨랐던 반면 미국에서는

    단기 외채의 증가세는 오히려 둔화되었다. 미국은 국제적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

    할 수 있는 국가인 데 반하여 한국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해외차입 특히 단기

    외채에 대해서 보수적인 운용이 필요한 상황에서 단기외채의 급증은 위기 발생에

    대한 위험신호로 작용할 수 있었다.

    Ⅲ. 경제위기 진행과정

    1. 한국의 진행과정6)

    한국은 외환위기 이전까지 경제 지표상으로 드러난 경제성장률이나 금융기관

    의 재무 건전성에 있어서 위험의 뚜렷한 징후를 발견할 수 없었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이 반도체 산업의 불황과 일본 엔화의 약세로 인해 수출에서 차질을 빚었

    으나, 이것이 외환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가져왔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1997년 7월 태국의 바트화가 폭락하면서 불안감이 조성되기 시작하였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제도는 완전한 시장 체제보다는 정부의 개입 여지가

    충분한 제도로 운용되고 있었다. 태국은 복수통화 바스켓제도를 운용하고 있었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일일 환율 변동폭 제한을 두고 있었다. 또한 말레이시아

    는 관리변동환율제도로 운용되고 있었다.7) 한국에서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예와 같이 환율 변동폭에 제한을 두는 제도로 운용되고 있었다. 통화가치의 하락에

    대한 압력을 정부의 환율 개입이라는 장치로 방어하다가 결국에는 방어에 실패

    6) 에서는 한국 외환위기의 진행상황을 연대표로 제시하고 있고, 에서는 한국 외환

    위기의 원인과 경로를 간략히 표현하고 있다.

    7)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말레이시아는 외환위기를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환율제도를 고정

    환율제도로 전환한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IMF의 권고와 함께, 환율제도를

    완전한 변동환율제도로 전환한다.

  • 10 韓國經濟의 分析 제17권 특별호(15주년 기념)

    하면서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7월에는 태국, 8월에는 인도네시아

    에서 통화의 폭락이 이어졌으며, 이는 이 국가들과 비슷한 환율 제도를 운용하고

    있던 한국에 대해서도 불안감이 조성되는 계기로 보인다.

    결국 한국에서도 같은 해 9월 말에 외환시장이 일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진

    다. 당시 경상수지 적자 누적으로 인한 원화의 평가절하 압력 하에서, 금융기관

    의 단기외채 지급불능에 대한 방어를 위해 소진되어 버린 외환보유고로는 외환

    인출 사태를 막아내지 못했다. 외환 시장이 마비되고 원화의 통화가치가 급격

    하게 떨어지면서,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던 기업들은 생산에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 또한 산업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높은 부채비율은 잠재적인 도산의 위험

    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재벌 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는 한 기업의 도산이 기업

    집단 내 다른 기업의 도산으로 이어질 연쇄부도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금융기관

    들의 무리한 단기외채 차입이 아시아 경제 위기 추세와 맞물려 외국인들의 대량

    인출 사태를 낳게 했고, 이것이 결국 한국의 외환위기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

    었으며, 산업에서의 높은 부채비율과 복잡한 지배구조는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들이 도산을 피할 수 없게 만든 원인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정부는 같은 해 11월에 IMF에 공식적으로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이후에는

    IMF의 권고사항에 따라 경제 전반에 대한 정책이 결정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환율 변동폭 제한의 폐지,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 확보, 기업들의 부채 비율 정상

    화를 들 수 있다. IMF는 한국의 환율제도, 금융기관의 건전성 미확보, 전반적으로

    높은 부채 비율이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취약점이라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권고한 것이다.

    2. 미국의 진행과정8)

    한국의 외환위기는 단기외채 급증에 따른 외환부문에서의 지급불능을 직접적

    인 원인으로 찾을 수 있다면, 미국의 금융위기는 주택관련대출의 증가와 여기에

    서 파생된 부채급증을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아래에 지적된 바와

    8) 에서는 미국 금융위기의 진행상황을 연대표로 제시하고 있고, 에서는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과 경로를 간략히 표현하고 있다.

  • 금융위기와 구제금융 :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의 비교를 중심으로 11

    같이, 많은 연구들이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데, 주택시장 거품의

    붕괴가 직접적인 위기의 원인이라는 점에 대해선 공통적인 의견이 많다. 그러나

    위기의 전파 과정에서 경제적 타격을 증폭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연구들마다

    주장에 차이가 있다.

    Mayer(2010)는 주택 가격과 서브프라임 대출과의 인과관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

    하였다. 먼저, 서브프라임 대출은 2005년까지 주택가격 상승을 전부 설명한다고

    보기 어렵지만 집값 상승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택

    가격이 더 상승하기 전에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장만하려는 가계와 부재지주의

    증가에서 볼 수 있듯이 투기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Mayer and Sinai

    (2009)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대출 증가와 렌트 - 집값 비율(Price-Rent Ratio)의

    증가가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2005년에서 2007년 사이

    에 서브프라임 신규대출의 대출기준이 두드러지게 느슨했다는 연구도 있는데,

    Gerardi, Shapiro and Willen(2008)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대출조건을 2002년

    수준으로 유지했다면 금융위기 동안 주택 차압(Foreclosure)을 실제보다 50% 정도

    감소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낮은 이자율도 대출이 활발할 수 있었던

    원인이 되었다. Taylor(2007)는 미 연준이 이자율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너무 낮게

    (“too low for too long”) 유지해 왔다고 주장하며, 2001~2006년 사이에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집행했다면 주택 경기의 지나친 활성화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9)

    9) Taylor(2007)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Gourinchas(2010)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측면

    의 비판도 생각할 수 있다. 먼저, 미 연준은 테일러 준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적이고 유일한 테일러 준칙(“the” Taylor rule)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테일러 공식에

    들어가는 인플레이션도 소비자물가지수(CPI), 개인소비자지출(PCE) 물가지수, 근원(core)/기대

    (expected) 인플레이션 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산출량에 대해서도 한계비용, 실업률, HP filter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그리고 원래 목표인 인플레이션과 GDP갭에 심각한

    불안정성이 발생했다는 것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테일러 준칙에 맞추어 통화정책이

    집행되지 않았고, 그 이후에 위기가 왔다는 사실만으로 통화정책을 비판하기는 어렵다는 것

    이다. 특히 중앙은행이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부분인데,

    이 당시 기대인플레이션은 2.5% 내에서 잘 유지되어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테일러 준칙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달리 2001년부터 2007년 사이 통화정책이 부적절하게 운용되었

    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Bernanke(2010)는 통화정책이 주택가격의 변화에만

    반응해서 집행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 12 韓國經濟의 分析 제17권 특별호(15주년 기념)

    주택 가격의 상승은 대출을 더욱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는데, 여기에 중요

    하게 작용한 것이 정부의 암묵적 지급 보증이다. Jaffee(2010)는 Fannie Mae와 Freddie

    Mac과 같은 GSE에 대한 암묵적인 지급 보증과 민간기업의 성격과 공기업의 성격

    이 공존하는 특수한 상황이 주택관련 대출의 급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GSE는 모기지 대출을 받은 채무자가 상환불능에 빠져도 100% 보증을

    하고, 투자자들은 GSE가 미 재무성의 암묵적 구제금융 대상이라 생각하기 때문

    에 암묵적 정부 보증(implicit government guarantee)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GSE는 정부의 암묵적 보증 덕분에 미 재무성 채권 수익률

    과 거의 비슷한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다. 또한 GSE가 이미 우량 모기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0%에 가까웠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실적 향상을 보

    여주기 위해서는 위험한 투자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고, 주주들도 암묵적 정부

    보증 때문에 위험한 투자에 대한 제어 및 감독을 등한시했다는 것이다. 즉, 정부

    가 제공한 암묵적 지급 보증과 주주로부터의 실적 압박으로 인해 GSE의 도덕적

    해이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10)

    미국 금융위기 발생의 근본적 원인은 주택시장의 붕괴이지만, 금융위기를 증폭

    시키고 확대시킨 원인은 비은행 금융기관, 특히 투자은행에 대한 정부 규제의 허점

    에서 찾는 연구들이 있다.11) Gorton(2010)은 shadow banking 시스템이 금융위기를

    증폭시키는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Shadow banking은 기존의 은행 시스템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MMF, Junk Bond 등 금융혁신에 따라 은행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을 만회하고자 ‘originate and distribute' 또는 증권화의 과정을 통해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Gorton(2010)은 이 현상이 금융위기 때 생겨난 것이

    10) Jaffee(2010)에 따르면, 당시 Fannie Mae와 Freddie Mac과 같은 GSE는 고위험의 모기지 매입

    과 보증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볼 때 위기에 큰 역할을 담당했으며, 계약조건을 바꾸기 위해서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행정절차를 거쳐야 했던 FHA(Federal Housing Administration)

    의 경우는 주택 버블 시기에 주택 관련 대출이 빠르게 감소했기 때문에 금융위기의 발생 또는

    전파에 큰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CRA(Community Reinvestment Act)의 경우도 주택 버블

    시기에 고위험 대출 증가에 CRA가 유의미한 역할을 했다는 실증적 증거는 없으므로 CRA를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원인으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다.

    11) 예를 들어, Bernanke(2010)는 위기를 촉발시킨 사건이나 요인을 trigger라 부르고, 충격을 전파

    하고 증폭시키는 금융시장의 구조적 취약성과 금융감독 체계의 허점을 vulnerabilities로 구분

    하였다.

  • 금융위기와 구제금융 :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의 비교를 중심으로 13

    아니라 지난 30년간 꾸준히 그 비중이 커져 왔다고 주장한다. 기관투자가와 비

    금융회사가 관리하는 자금의 규모가 증가하면서, 일반 예금주들이 요구불예금을

    이용하는 것과 같이 상대적으로 단기적이고 안전하며 거래가 용이하고 이자도

    지불하는 상품을 찾게 되었는데, 이를 위해 생겨난 시장이 repo 시장이라는 것이

    다.12) Gorton(2010)은 repo 시장의 예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

    “Fidelity가 투자를 위해 $500M의 자금이 있는데 현재 마땅한 용도는 없을 경

    우,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이자를 주는 투자처로 Bear Stearns에게 하룻밤 사이

    (overnight) $500M를 ‘예금’으로 맡기고 이자를 받는다. FDIC의 예금보험 금액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에 $500M에 대해 일종의 보험이 필요한데 Bear Stearns는 담보

    로 $500M의 가치를 가진 ABS를 Fidelity에게 제공한다. 이 경우 Fidelity는 예금주

    (depositor), Bear Stearns는 은행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에 Fidelity가 $100M 정도 채권 가치의 하락을 걱정하여 $400M의 예금을

    하는 대신 시장가치로 $500M의 담보채권을 요구한다면,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haircut이라 하는데, haircut의 인상은 전통적인 은행활동에서 예금인출에 해당한

    다고 볼 수 있다. 앞의 예에서 haircut이 0%에서 20%로 인상되었다고 하면 Fidelity

    는 $100M의 자금을 인출해 가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 시에는 자산의 가격을 정확하게 산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

    하는데, 이런 경우에 haircut이 필요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9개

    종류에 대한 평균 haircut은 2007년 1월에는 0%였으나, 2008년 9월에는 45%까지

    증가하였다(참고 : Gorton and Metrick (2009)). Haircut이 인상되면서 인출요구에

    응하기 위해 은행들은 자산을 팔 수밖에 없었고 투매현상(fire sale)이 발생하였다.

    Gorton(2010)은 미국은 여러 번 은행위기를 겪어왔는데, 자유은행시대(free banking)

    에는 사적인 은행권(private bank notes), 대공황 시절에는 요구불예금, 그리고

    2008년 미국 금융위기에는 repo가 주요 매개체였다고 지적한다.

    위에 열거한 원인들을 배경으로 금융 중개의 연결고리가 길고 복잡해지며 상호

    연관성(interconnectedness)이 심화되었으며 일부 시장에 국한된 충격이 금융시스템

    전체로 전파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와 관련하여, Kroszner(2010)는 상호연관성

    12) 미연준이 M3에 대한 집계를 중지한 2006년까지 repo는 M3에 편입되어 있었는데, 이런 맥락에

    서 repo는 화폐의 한 종류로 간주할 수 있다.

  • 14 韓國經濟의 分析 제17권 특별호(15주년 기념)

    개념이 대마불사(Too Big To Fail)를 포괄하는 개념이라 강조하며, Bernanke(2010)

    는 대마불사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미래에 비슷한 위기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이것이 금융위기가 준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3. 양국 비교

    경제위기의 발생과정에서 양국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정부의 암묵적 지급

    보증과 그에 따른 차입 증가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단기외채의 급증과 기업들

    의 부채비율 상승이 발생했고, 미국은 가계대출 증가와 모기지 시장에 대한 금융

    기관의 대규모 투자가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금융기관들의 단기외채 확산이 정부

    의 암묵적 보증에 의해 일어났고, 미국에서는 주택 자금 마련을 위한 가계 대출의

    확산이 정부가 보증하는 GSE의 암묵적 보증에 의해 일어났다. 결국 빚을 과도

    하게 빌리고, 이를 갚지 못해 위기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양국의 경제위기 발생

    과정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빚의 종류가 달랐고, 거기에서부터 양국의 위기 대응 과정은 큰 차이

    를 보이게 된다. 한국은 해외차입에 대한 지급불능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빚을

    달러로 갚아야 했고, 이에 따라 외환 확보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경제위기가 발생하는 데 작용한 외부적 충격에서는 양국의 경우에 차이가 있다.

    먼저 한국의 외환위기에서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시작된 아시아 경제위기

    의 신호가 크게 작용하였다. 한국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높

    았고 또한 금융기관의 단기외채도 급증하였으나, 이와 같은 요인들이 외국인들

    로 하여금 대규모 인출 사태를 직접적으로 이끌어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통화가 폭락하고 대규모 자본 유출을 방어하지 못해 IMF로부터

    차관을 빌리게 된 상황은, 두 국가와 비슷한 경제적 여건을 갖추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조성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대규

    모 인출 사태를 이끌어냈고, 이에 대한 준비가 취약했던 한국 경제는 위기에 직면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한국의 외환위기가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되어 전염효과를 거쳐 한국에

  • 금융위기와 구제금융 :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의 비교를 중심으로 15

    서 발생하게 된 것에 반해, 미국의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시작되고 이것이 전세계적으로 파급 효과를 갖게 되어 미국발 금융위기가 된 것

    이다. 미국 내 주택시장이 과열되고, 그에 따라 대출이 증가하고 연체가 증가하

    면서 금융위기가 터지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택시장의 과열을 유발한 원인은

    정부의 저금리 정책, 대출기준 완화 및 GSE의 암묵적 지급 보증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 국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또한 금융위기의 파급력을 확산시킨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정부의 규제 허점이 문제가 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양국의 경제위기 모두 심각한 경기의 불황을 가져왔다. 1998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6.9%였으며, 2009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6%를 기록하였다. 한국은

    당시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의 도산 위험을 가지고 있었다. 경기가 극심한 불황에 빠지게 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었고, 이는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즉, 한국의 기업들은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취약했기 때문에 불황의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미국은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대

    적으로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건전했기 때문에 금융위기의 타격을 어느 정도 완충

    시킬 수 있었으며, 또한 위험에 빠진 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구제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Ⅳ. 위기 대응 과정

    1. 한국의 대응

    한국이 IMF에 구제금융자금을 요청한 이후 한국정부는 IMF의 권고를 받아들

    이며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대체로 정부는 IMF의 권고사항에 따라 거시경제 정책

    및 산업의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였고, 이 과정에서 한국정부는 IMF와 총 11차례

    에 걸쳐 의향서(letter of intent)를 교환했다.

    IMF의 권고와는 별개로 한국 정부가 자구적으로 시도한 노력은 국제금융기구

    들로부터의 자금지원 및 외국 채권은행과의 협상을 통한 단기외채 만기연장 등

  • 16 韓國經濟의 分析 제17권 특별호(15주년 기념)

    으로 요약된다. 한국정부는 1997년 12월 초에 IMF로부터 210억 달러, World Bank

    로부터 100억 달러, ADB로부터 40억 달러, 기타 국제금융기구 및 선진 13개국

    으로부터 233.5억 달러의 자금지원을 약속 받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자금인출사태를 막지는 못했다. 1998년 1월 말에는 외국 채권은행 대표단과의

    협상을 통해 국내 금융기관의 단기외채 만기연장에 대해 합의하였다. 그 내용은

    1년 미만의 단기외채를 정부의 지급보증을 통해 1~3년 만기의 중장기 외채로 전

    환하는 것이었으며, 3월 말에 외채만기연장에 대한 최종합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단기외채의 인출사태를 방어하는 데 성공하였다. 또한 4월 초에는 40억 달러 규모의

    미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하여 외환 수급에 비교적 여유를 갖게 되었다.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구제금융자금을 요청한 직후인 1997년 12월부터

    시행되었으며, 이후 외환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고 판단된 1998년 4월부터는

    내용이 개정되었다.

    1997년 12월부터 시행된 IMF 프로그램은 경제회생보다는 환율안정과 외환보유

    확충에 중점을 둔 정책 위주로 편성되었다. 크게 보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고금리정책과 환율 변동폭 제한 철폐가 주된 내용이다.

    고금리 유지 및 본원통화축소는 경상수지 개선과 외자유입 촉진, 자본유출 억제

    를 목적으로 시행되었다. 경제가 불황에 빠진 경우에는 통화정책을 확장적으로

    사용하여 경기의 회생을 유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IMF는 내수 경기의 회복

    보다는 외환의 확보 및 경상수지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하였다. 긴축통화정책을

    사용함으로써 명목국민소득을 축소하여 의도적으로 총수요를 억제하고, 이를 통

    해 수입의 감소를 유도하여 경상수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고금리를

    유지하면 외자의 유입이 촉진될 뿐만 아니라, 자본의 유출 또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담겨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환율 변동폭 제한 철폐는 정부의 환율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

    되었다. 인도네시아도 같은 시기에 환율 변동폭 제한을 철폐하였고, 후에 필리핀

    역시 변동폭 제한 철폐에 동참하였다. 당시 한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가치의 평가절하 압력이 존재했음에도 환율이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

    되었던 것은 변동폭 제한 하에서의 정부의 환율 개입이 역할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외국 자본의 대량 인출 사태에 국내 금융기관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

  • 금융위기와 구제금융 :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의 비교를 중심으로 17

    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고가 소진되었다. IMF는 이와 같은 정부의 환율

    개입이 원화 가치를 왜곡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판단 하에 환율변동폭 제한을 없

    애고 정부의 환율 개입을 최소화하였다. 결과적으로 원화는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되었고,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많은 기업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었

    다.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서 환율도 안정되었는데, 1999년 이후의 환율은

    달러당 1200원 수준에서 유지되었다. 이는 1997년 이전의 달러당 800원에 비하면

    상당히 큰 폭으로 절하된 수준이다. 즉, 외환위기 이전의 원화가치는 실제보다

    많이 고평가되어 있었고, 정부의 환율 개입이 시장의 통화 수요를 제대로 반영

    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IMF는 외환위기 초기에 긴축재정을 통한 균형 혹은 흑자의 기조를 유지

    하려고 하였다. 당시 한국은 비교적 건전한 수준의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정확대의 여유가 있었으나, IMF는 통화정책과 더불어 재정정책에서도

    긴축 기조를 유지하려 하였다. 그러나 1998년 1월부터는 경기회복 지연과 구조

    조정의 부담을 고려하여 재정확대를 용인하기 시작하였다.

    고금리 정책은 환율 안정과 외환 보유 확충에 성공했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다. Fischer(1998) 당시 IMF 총재는 외환보유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통화

    가치의 추가적인 급락을 막기 위해서는 고금리 정책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긴축통화정책을 통해 실물경제의 위축을 유도하였고, 이는 수입에 대한 수요를

    크게 감소시켜 경상수지를 흑자로 전환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외국 자본의 유입 촉진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Wade(1998)는 고금리(High Return)가 고위험(High Risk)의 신호(Signal)로

    작용하였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 유입에 실패했다고 주장하였다. 그

    러나 자본유출 억제에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데, 이는 국내 거주자들

    이 금리가 높은 국내 금융기관에 계속적으로 자금을 예치했다는 점에 기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고금리 정책에 대한 평가가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경제의

    불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불황을 더욱

    가속화하는 정책일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 Krugman(1999)은

    한국 기업들의 높은 부채비율을 고려했을 때 고금리 정책은 기업들의 연쇄 부도라는

  • 18 韓國經濟의 分析 제17권 특별호(15주년 기념)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금리가 높아져 부채 상환에 대한 부담

    이 더욱 가중되었기 때문에, 회생 가능한 기업들마저 도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게 되면 이는 금융부실과 신용경색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또 다른 기업들의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IMF의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거시경제 지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시작한 1998

    년 4월에 내용이 크게 개정되었다. IMF가 프로그램을 개정하게 된 계기는 경상

    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외환보유고가 외환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었으며,

    환율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전의 프로그램이 환율안정과

    외환확보에 중점을 두었다면, 새로운 프로그램은 경기회복과 물가안정에 목표를

    둔 정책이 주류를 이루었다. 여기에는 고금리 정책에 대한 대내외적 비판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고금리 정책의 중단이다. 고금리 정책은 경상수지 흑자

    전환과 자본유출 억제라는 측면에서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불황을 가속화하여 수많은 기업의 도산을 촉진하였다는 비판을

    받는다. 따라서 환율과 외환의 안정이라는 1차적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한 IMF

    는 경기회복을 위해 고금리 정책을 중단하고 금리를 인하하였다. 금리 인하는 소비

    와 투자의 증가를 가져왔고, 이는 경기회복으로 이어졌다. 또한 원화의 평가절상이

    이루어지면서 물가도 비교적 안정되었다.

    2. 미국의 대응

    한국에서 외환위기 직후 IMF의 권고에 따라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고

    재정정책의 긴축적 운용도 고려했었던 것과는 반대로, 미국에서는 경기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이 처음부터 시행되었다. 이는 한국과 미국의 경제위기가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점이다. 한국은 외환보유고의

    안전 수준 확보가 의무적으로 이행되어야 하지만, 미국은 자국의 통화가 국제적

    기축통화로서 외환보유고의 개념이 따로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은 금융위기 이전에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온 상태였다. 그럼에도

  • 금융위기와 구제금융 :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의 비교를 중심으로 19

    불구하고 Lehman Brothers의 도산을 신호탄으로 시작된 금융위기 직후 미국 정부

    는 지속적으로 금리를 낮춘다. 대출 상환에 대한 부담을 감소시켜, 금융위기로부터

    받는 경제 전반의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방안이었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2007년 8월 6.25%에서 5.75%로 낮춘 이후, 지속적으로 금리를 낮추어 2008년 12월

    에는 0~0.25%까지 금리를 낮추게 된다. 극단적으로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운용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미국은 Stimulus Package라는 이름으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시행하였다.

    2009년 2월부터 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of 2009(ARRA)를 시행

    하여 총 7,870억 달러 규모의 재정을 민간에 투입하였다. 2009년 미국의 GDP가

    14조 2,563억 달러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총 GDP의 5.87%에 해당한다.

    7,870억 달러 중에서 2,880억 달러는 세금감면(Tax Credit)의 형태로 투입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4,990억 달러는 지방정부 재정확충(1,440억), 기간산업 및 과학 기술

    연구개발(1,110억), 사회적 약자 보호(810억), 건강보험(590억), 교육(530억), 에너지

    (430억), 기타(80억) 등에 투자되었다.13)

    3. 양국 비교 : 위기 대응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은 정반대의 거시경제정책을 채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외환 및 환율 정상화를 우선 해결한 뒤에 경기회복에 나

    섰고, 미국은 경기회복이 우선이었으며 동시에 기업들의 구제에도 적극적이었다.

    이와 같은 차이의 가장 큰 원인은 정책의 운용 주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연방

    정부가 자구적으로 정책을 운용했던 반면에, 한국은 대부분의 경제 정책을 IMF

    와의 협의를 거쳐야만 시행할 수 있었고 IMF의 권고사항을 이행했다.

    한국이 IMF에 구제금융자금을 요청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외환의 부족이었고,

    IMF가 한국에서 선결과제로 진단한 것도 외환의 확보 및 환율의 정상화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수많은 기업의 도산이라는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고,

    13) 본 내용은 Recovery Act 관련자료를 제공하는 미국 정부의 공식 홈페이지 참조(http://www.recovery.

    gov/)

  • 20 韓國經濟의 分析 제17권 특별호(15주년 기념)

    미국은 이러한 희생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결국, 외환이라는 채널이 위기의

    중심으로 작용했다는 점이 이와 같은 대응과정의 차이를 낳게 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외환의 확보 및 경상수지 흑자 전환을 위해 긴축통화정책을 운용하게

    되고, 미국은 즉각적인 경기 회복을 위해 확장통화정책을 운용하게 된다. 한국은

    급격한 환율제도의 변경에 따라 통화가치의 급락도 경험하게 된다. 통화가치의

    급락은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연쇄 도산을 유발했고, 고금리정책은 부채비율

    이 높은 기업들의 연쇄 도산을 유발했다. 반대로 미국은 금리를 더욱 낮추면서

    가계와 기업의 부채상환 부담을 덜어주었다. 이는 금융위기의 파급력을 약화시켜

    주는 완충작용을 하게 되었다. 한국은 기업들의 연쇄 도산을 막지 못해 경제위기의

    타격을 크게 받았고, 미국은 경기회복 및 구제 노력에 의해 많은 기업들이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후에 발생하는 구조조정에 대한 비용은 미국의

    경우보다 한국의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클 가능성이 높았다고 볼 수 있다.

    Ⅴ. 구제금융자금

    1. 한국의 구제금융

    외환위기 이후 한국 정부는 국회의 승인을 받아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위해

    64조원 규모의 채권발행자금(공적자금)을 조성하고, 1999년 말까지 채권을 전액

    발행하여 사용하였다. 공적자금의 지원 방침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IMF 및 IBRD

    와의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었다. 1997년 당시 한국의 GDP가 491조 1,348억 원

    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조성된 공적자금의 총액은 GDP의 13.03%에 달한다. 정부

    가 원리금의 지급을 보증한 채권을 발행하는 형태로 공적자금이 조성되었으며,

    자금 지원의 성격에 따라 3년, 5년, 7년 만기로 발행되었으며, 대부분 5년 이상의

    장기채권으로 발행되었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기관의 증자 지원 및 예금 대지급

    등을 위해 조성한 공적자금은 43.5조원이며, 나머지 20.5조원은 자산관리공사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매입하기 위해 조성하였다. 64조원의 공적자금은 은행에

    45.2조원, 생명보험사와 종금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에 18.8조원이 사용되었다

  • 금융위기와 구제금융 : 글로벌 금융위기와 외환위기의 비교를 중심으로 21

    ( 참조).

    공적자금의 회수금은 다시 재사용되기도 했는데, 이는 약 18.6조원(GDP의 3.79%)의

    규모이다. 또한 공적자금 외에도 27조원(GDP의 5.50%) 규모의 공공자금이 추가적

    으로 금융기관에 지원되었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 정부는 긴축적인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을 운용했던 것에

    비하면, GDP의 13%에 달하는 구제금융자금의 규모는 매우 큰 규모이다. 막대한

    규모의 구제금융자금이 조성된 것은 많은 기업들의 도산으로 인해 급증하게 된

    부실채권이 큰 역할을 했다. 또한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심해 재무 건전성을 회복

    하는 데 많은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고, 외환위기 직후에 적극적

    인 재정 확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적자금 투입을 위한 재정에 여유가 있었던

    것도 원인이 되었다.

    정부는 우선 5개의 은행을 시장에서 퇴출시켰는데, 대동, 동남, 동화, 충청, 경기

    은행을 각각 국민, 주택, 신한, 하나, 한미은행으로 계약 이전하였다. 5개 퇴출

    은행은 우량자산과 부채를 대형은행으로 계약이전하고 인가 취소 후 퇴출되었다.

    또한 나머지 은행에 대해서도 BIS 자기자본비율을 제고할 수 있도록 증자하는 데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은행권의 부실채권 매입에도 총 17.3조원을 투입하였다.

    5개 퇴출은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합병을 통해 구조조정이 달성되었다. 장기신용

    은행은 국민은행에 합병되었고, 보람은행은 하나은행에 합병되었다. 한일, 상업

    은행은 합병하여 한빛은행으로 상호를 바꾸었고, 조흥은행은 충북, 강원은행을

    합병하였다. 부실 여신의 규모가 매우 컸던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에 대해서는 경영

    상태의 계속되는 악화를 막기 위해 공적자금이 적극적으로 투자되었다.14) 부실

    채권 매입 및 증자를 위한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된 후에 서울은행은 경영 정상화

    를 추진하였고, 제일은행은 미국의 New Bridge Capital에 매각되었다. 외환위기

    를 벗어난 이후에도 은행권의 인수 합병 및 해외 매각은 끊이지 않았으며, 이는

    오늘날의 대형은행 및 금융지주회사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및 참조).

    14)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1997년 말에 이미 자본잠식상태에 들어갔으며, 공적자금도 다른 은행에

    앞서 가장 먼저 투입된다.

  • 22 韓國經濟의 分析 제17권 특별호(15주년 기념)

    2. 미국의 구제금융

    2008년 10월 미국은 대통령과 국회의 승인을 받아 Troubled Asset Relief Program

    (TARP)를 조성한다.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매입하거나 보증하기 위해 총 7,000

    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성하였다. 대부분은 금융기관의 구제를 위해 사용되었

    으나, 일부는 자동차 제조업체에도 사용되었다. 이는 미국의 2007년 GDP 13조

    8,075억 달러의 약 5.07%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구제금융

    규모가 GDP의 13%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는 적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2월까지 3,880억 달러가 할당되었고, 그 중 2,960억 달러가 사용되

    었다( 및 참조).

    미국에서 TARP의 지원 규모가 한국의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의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유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Stimulus

    Package를 비롯한 재정 확장으로 인해 금융기관의 부실을 구제해 줄 수 있는 재정

    적 여유가 부족했던 점도 작용하였다. 또한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시하여 기업에

    주는 금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도 역할한 것으로 보인다. 즉, 미국 정부는

    구조조정과 함께 경기의 회복 및 유지에 상당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

    인다. 즉, IMF의 권고사항에 따라야만 했던 한국은 경제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문제를 선결적으로 해결한 뒤에 경기의 회복을 노렸으나, 미국은 두 가지의 과제

    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할 수 있는

    미국이 외환이나 환율의 문제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

    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위기가 과도한 부채증가와 연관되어 있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우는 위기의 전파채널이 외환과 관련되었던 한국의 상황과는

    달랐다는 점을 의미한다.

    3. 구제금융의 양국 비교

    IMF와 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