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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독자마당 2014년 9월 1일 월요일 대학신문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참사 는 모두를 절망에 빠뜨렸다. 진한 슬픔의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고, 여전히 진도 는 ‘슬픔의 땅’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날로 부터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우리가 공유했던 좌절과 슬픔의 격렬한 감정들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비극의 재발을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상 처받은 사람들에 대한 치유가 무엇보다 필 요한 때다. 이런 시기에 정치권에서 특별법 을 둘러싸고 지지부진한 논쟁으로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달 20일부터 23일까지 글로벌사회 공헌단에서 주관한 ‘진도로 떠나는 소셜농 활’ 3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 은 세월호 사건 이후 경제 위축과 인력 부 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진도 지역사회 에 활기를 되찾아주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 다. 여기 참여한 20여 명의 학생들은 농촌 일손을 돕고 어린이들에게 경제관념을 교 육하고 지역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하는 등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어르신들과 함께 풍물놀이와 강강술래를 체험하기도 하고 진도의 관광명소 홍보 UCC를 제작하 기 위한 영상도 촬영했다. 진도에서 삶은 계속되고 있었다. 진도의 아이들은 희망찬 모습으로 우릴 반겼고 어 르신들은 지금까지 살아오신 모습 그대로 새벽 네 시에 밭으로 나가셨다. 고추는 실 하게 익었고 깨밭 옆에는 깨가 높이 쌓였 다. 고추 꼭지 따는 일을 돕는 동안 진도에 서 70년 넘는 일생을 사신 할머니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날이 궂어서 고추가 잘 마르지 않는 것을 걱정하고, 고 추 한 근에 6,500원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 하시는 할머니께, 진도라는 공간이 그저 슬 픔의 상징으로만 남을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진도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 은 냉혹하다. 세월호 사건 이후 진도를 찾 는 관광객은 작년 대비 50% 이상 감소해 지금 상태가 지속될 경우 관광 및 숙박업 소들은 도산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한다. 농수산물 판매수입도 줄어들고 있다. 실종 자 수색과정에서 발사된 야간 조명탄 때문 에 어업 수확량도 급감했고, 진도에서 수확 된 농수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판매 량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진도를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슬 픈 감정만을 기억하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진도를 ‘슬픔의 땅’에 가 둬 두어서는 안 된다. 오래전부터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에게 진도는 언제나와 다르 지 않은 삶의 터전이다. 진도의 상처를 치 유하기 위해서는 진도가 예전처럼 풍요로 운 삶의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는 진도 지역 사회에 힘을 보태고 싶다면 진도를 방문해 아름다운 관광지를 둘러보고 진도의 농산 물을 찾아 구매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세월호 사건은 깊은 상처를 대가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들을 드러내 보였다. 많은 이의 희생을 바탕으로 얻은 교훈인 만큼 헛되이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진상을 규명하고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동시 에, 상처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기억해야 한다. 진도의 삶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그것을 기억하고 응원하는 것이 우리가 맡 을 수 있는 하나의 역할이다. 이정수 미학과·10/글로벌사회공헌단 진도를 응원해주세요 발언대 대학신문을 읽고 ‘졸업’ 하면 떠오르는 최근 이슈는 단연 의 정부고등학교의 졸업사진이다. 졸업사진이 아니라고 해도 충분히 파격적일 학생들의 코스튬 플레이에 사람들의 의견은 제각각이 었지만, 나는 이런 행위예술(!)을 처음 시작 한 학생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었나 하 는 궁금증을 지울 수 없었다. 입시 외엔 한 톨의 자유도 허락되지 않는다는 한국 고등 학교에 저런 시도를 하다니! 당장 내가 대학 교 졸업사진을 저렇게 찍는다고 나선다 해 도 벌어질 상황이 까마득한데, 경이로우면 서도 그 용기가 무척이나 부러웠다. 안타깝게도 『대학신문』에게 졸업호는 의도는 없고 껍데기만 남은, ‘박제된 특집’이 된 지 오래다. 『대학신문』 졸업호는 한 학 기 발행되는 10~12개의 신문 가운데 가장 짧고 정형화된 신문이다. 매년 초 입학호가 상대적으로 다채로운 기사들로 꾸며지는 데 비해 졸업호는 수년 간 같은 코너들이 별다 른 고민 없이 반복되어왔다. 두어 장 들어가 는 종합면에 이어 졸업생 인터뷰, 정년교수 인터뷰, 떠나는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차 곡차곡 지면을 채우고, 마지막으로 단과대 별로 정리된 졸업생 명단이 실린다. 실린 글들 모두 좋은 내용이기는 하다. 하 지만 솔직히 몇 년 전 글을 가져다 놓아도 신문을 들춰보지 않는 이상 전혀 모를 게 분 명하다. 코너가 같다고 내용도 같으면 그거 야말로 지면 낭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금, 현재, 여기의 시대정신을 표방하는 『대학신문』은 왜 유독 졸업호에서는 한 박자 쉬어가는가? 지금의 졸업호에는 수십 년 전부터 반복된 틀에 박힌 인터뷰와 아무 도 읽지 않는 편지가 있을 뿐, 시의도, 변화 도, 세월도 없다. 혹자는 촌각을 다투는 기사 한 줄이 아쉬 운 지면에 매 학기 같은 특집을 반복하는 게 낭비라고 보는 것 같지만 나는 졸업호에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신 문』에 관심이 없는 학생이라도 자기 이름 이 실린 입학호와 졸업호 하나쯤은 가지고 싶어 하니 말이다. 『대학신문』으로서는 잠재적 독자층에게 스스로의 존재를 ‘영업’ 할 더할나위 없는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또 새로 구성된 기자단이 온전히 자신들의 힘 으로 발행하는 첫 신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졸업호가 읽는 것을 넘어 졸업앨범에 끼워서 간직하고 싶을 만큼 재 기발랄하고 알찬 특집들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졸업하는 자녀, 제자에게 보내 는 편지가 진부하다면, 졸업하는 부모나 애 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싣는 건 어떠한가? 졸 업생 두세 명의 기고를 받는 대신 졸업할 나 이가 된 학번들의 역사를 추적해보는 건 어 떨지? 정년교수 인터뷰처럼 졸업생 인터뷰 도 단과대마다 한 명씩 선발해 졸업생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수십 년을 내려온 전통에 칼을 댄다는 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혁신이라는 게 말보다 행동이 백만배 어렵다는 걸 알면서 도, 내가 기자생활을 할 때 못했던 일을 남 한테 왈가왈부 하려니 한편으론 멋쩍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누군가 용기를 내길 바 라본다. 내가 졸업할 때가 되어서도 『대학 신문』 졸업호를 펼쳤는데 읽을 거라곤 깨 알같은 글씨체로 적힌 내 이름뿐이라면 너 무 슬플 것 같다. 이옥지 동양사학과·10 기다려지는 졸업호가 되길 △편집장 김민식(수리과학부·12), 부편집 장 문혜진(지리교육과·12), 취재부장 정아 영(식물생산과학부·11), 학술부장 오천석 (언론정보학과·11), 문화부장 김혜인(지리 교육과·12), 사진부장 전수만(조소과·08), 취재부 차장 황연수(체육교육과·09), 기자 허정준(기계항공공학부·12), 기자 최정윤 (중어중문학과·12)=임기를 마치고 그만둠 (이상 2014년 6월 30일 자) △기자 정승호(자유전공학부·09)=편집장, 기자 최지수(조소과·10)=부편집장, 취재부 차장 박선영(국어국문학과·13)=취재부장, 기자 김준엽(수의학과·12)=사회부장, 기자 김유문(정치외교학부·12)=학술부장, 기자 강혜정(동양화과·12)=문화부장, 기자 전근 우(건축학과·08)=사진부장, 기자 김두리 (물리교육과·11)=취재부 차장, 기자 김도 영(지리교육과·13)=취재부 차장에 임명함 (이상 2014년 7월 1일 자) △수습기자 소재형(지리학과·10), 신윤주 (인문계열·14), 고아라(독어독문학과·14), 김민주(자유전공학부·13), 서우현(생명과 학부·14), 정서영(의류학과·10), 장은비(조 소과·11)=기자에 임명함(이상 2014년 7월 1일 자) △수습기자 김윤주(서양사학과·14), 김지 윤(생명과학부·11), 신윤승(독어독문학 과·13), 최상희(조소과·12)=기자에 임명함 (이상 2014년 9월 1일 자) 사령 지난호 정답자 발표 지난 1880호 정답자는 배병구씨(치의학과·14), 정은 선 씨(사회과학계열·14)입니다. 당첨자께서는 평일 오후 5시 전 대학신문사(75동)로 오셔서 상품을 찾아 가시기 바랍니다. 당첨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독자퀴즈 ①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영화문화 다양성의 확보를 위해 상업영화와 다른 장르의 영화를 지칭하기 위해 만든 용어 ②성낙인 신임총장은 평의원회를 확대개편하여 ◯◯◯◯를 신설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조직은 교수, 학 생, 직원, 동문, 지역주민, 정부인사 등으로 구성된다 ③지난달 25일 서울대 교수, 학생 등은 ◯◯◯◯◯◯의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광화문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④HK문명연구사업단이 주최한 21회 해외저명학자 초청강연회의 연사로 영국 워릭대에서 영어와 비교문학을 전공하는 학자. ⑤『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집필한 체코의 작가 밀란 쿤데라가 출간한 신작 ⑥동일교과목을 재수강할 경우 최고학점을 제한하는 제도로 2015년부터 시행된다. 퀴즈 응모요령 정답, 소속, 연락처를 적어서 9월 6일(토) 오후 6시까 [email protected]로 보내주시거나, 인터넷 대학신 문(http://www.snunews.com)에서 응모하시면 됩니다. 소정의 상품(문화상품권 2만원 상당)을 드립니다. 이번 학기부터 독자퀴즈가 새단장을 했습니다. 각 문항의 모든 정답을 아래의 표에서 찾아 지운 후 남은 글자를 조합하여 단어를 완성해주세요

대학신문 16 독자마당 - pdf.snunews.compdf.snunews.com/1882/188216.pdf · 『대학신문』은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구독료는 일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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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독자마당

2014년 9월 1일 월요일 대학신문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참사

는 모두를 절망에 빠뜨렸다. 진한 슬픔의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고, 여전히 진도

는 ‘슬픔의 땅’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날로

부터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우리가

공유했던 좌절과 슬픔의 격렬한 감정들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비극의

재발을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함께 상

처받은 사람들에 대한 치유가 무엇보다 필

요한 때다. 이런 시기에 정치권에서 특별법

을 둘러싸고 지지부진한 논쟁으로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달 20일부터 23일까지 글로벌사회

공헌단에서 주관한 ‘진도로 떠나는 소셜농

활’ 3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

은 세월호 사건 이후 경제 위축과 인력 부

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진도 지역사회

에 활기를 되찾아주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

다. 여기 참여한 20여 명의 학생들은 농촌

일손을 돕고 어린이들에게 경제관념을 교

육하고 지역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하는

등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어르신들과

함께 풍물놀이와 강강술래를 체험하기도

하고 진도의 관광명소 홍보 UCC를 제작하

기 위한 영상도 촬영했다.

진도에서 삶은 계속되고 있었다. 진도의

아이들은 희망찬 모습으로 우릴 반겼고 어

르신들은 지금까지 살아오신 모습 그대로

새벽 네 시에 밭으로 나가셨다. 고추는 실

하게 익었고 깨밭 옆에는 깨가 높이 쌓였

다. 고추 꼭지 따는 일을 돕는 동안 진도에

서 70년 넘는 일생을 사신 할머니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날이 궂어서

고추가 잘 마르지 않는 것을 걱정하고, 고

추 한 근에 6,500원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

하시는 할머니께, 진도라는 공간이 그저 슬

픔의 상징으로만 남을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진도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

은 냉혹하다. 세월호 사건 이후 진도를 찾

는 관광객은 작년 대비 50% 이상 감소해

지금 상태가 지속될 경우 관광 및 숙박업

소들은 도산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한다.

농수산물 판매수입도 줄어들고 있다. 실종

자 수색과정에서 발사된 야간 조명탄 때문

에 어업 수확량도 급감했고, 진도에서 수확

된 농수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판매

량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진도를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슬

픈 감정만을 기억하는 것으로는 아무 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진도를 ‘슬픔의 땅’에 가

둬 두어서는 안 된다. 오래전부터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에게 진도는 언제나와 다르

지 않은 삶의 터전이다. 진도의 상처를 치

유하기 위해서는 진도가 예전처럼 풍요로

운 삶의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는 진도 지역

사회에 힘을 보태고 싶다면 진도를 방문해

아름다운 관광지를 둘러보고 진도의 농산

물을 찾아 구매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세월호 사건은 깊은 상처를 대가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들을 드러내 보였다.

많은 이의 희생을 바탕으로 얻은 교훈인

만큼 헛되이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진상을

규명하고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동시

에, 상처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기억해야

한다. 진도의 삶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그것을 기억하고 응원하는 것이 우리가 맡

을 수 있는 하나의 역할이다.

이정수

미학과·10/글로벌사회공헌단

진도를 응원해주세요

발언대

대학신문을 읽고

‘졸업’ 하면 떠오르는 최근 이슈는 단연 의

정부고등학교의 졸업사진이다. 졸업사진이

아니라고 해도 충분히 파격적일 학생들의

코스튬 플레이에 사람들의 의견은 제각각이

었지만, 나는 이런 행위예술(!)을 처음 시작

한 학생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었나 하

는 궁금증을 지울 수 없었다. 입시 외엔 한

톨의 자유도 허락되지 않는다는 한국 고등

학교에 저런 시도를 하다니! 당장 내가 대학

교 졸업사진을 저렇게 찍는다고 나선다 해

도 벌어질 상황이 까마득한데, 경이로우면

서도 그 용기가 무척이나 부러웠다.

안타깝게도 『대학신문』에게 졸업호는

의도는 없고 껍데기만 남은, ‘박제된 특집’이

된 지 오래다. 『대학신문』 졸업호는 한 학

기 발행되는 10~12개의 신문 가운데 가장

짧고 정형화된 신문이다. 매년 초 입학호가

상대적으로 다채로운 기사들로 꾸며지는 데

비해 졸업호는 수년 간 같은 코너들이 별다

른 고민 없이 반복되어왔다. 두어 장 들어가

는 종합면에 이어 졸업생 인터뷰, 정년교수

인터뷰, 떠나는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차

곡차곡 지면을 채우고, 마지막으로 단과대

별로 정리된 졸업생 명단이 실린다.

실린 글들 모두 좋은 내용이기는 하다. 하

지만 솔직히 몇 년 전 글을 가져다 놓아도

신문을 들춰보지 않는 이상 전혀 모를 게 분

명하다. 코너가 같다고 내용도 같으면 그거

야말로 지면 낭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금, 현재, 여기의 시대정신을 표방하는

『대학신문』은 왜 유독 졸업호에서는 한

박자 쉬어가는가? 지금의 졸업호에는 수십

년 전부터 반복된 틀에 박힌 인터뷰와 아무

도 읽지 않는 편지가 있을 뿐, 시의도, 변화

도, 세월도 없다.

혹자는 촌각을 다투는 기사 한 줄이 아쉬

운 지면에 매 학기 같은 특집을 반복하는

게 낭비라고 보는 것 같지만 나는 졸업호에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신

문』에 관심이 없는 학생이라도 자기 이름

이 실린 입학호와 졸업호 하나쯤은 가지고

싶어 하니 말이다. 『대학신문』으로서는

잠재적 독자층에게 스스로의 존재를 ‘영업’

할 더할나위 없는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또

새로 구성된 기자단이 온전히 자신들의 힘

으로 발행하는 첫 신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졸업호가 읽는 것을 넘어

졸업앨범에 끼워서 간직하고 싶을 만큼 재

기발랄하고 알찬 특집들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졸업하는 자녀, 제자에게 보내

는 편지가 진부하다면, 졸업하는 부모나 애

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싣는 건 어떠한가? 졸

업생 두세 명의 기고를 받는 대신 졸업할 나

이가 된 학번들의 역사를 추적해보는 건 어

떨지? 정년교수 인터뷰처럼 졸업생 인터뷰

도 단과대마다 한 명씩 선발해 졸업생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수십 년을 내려온 전통에 칼을 댄다는 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혁신이라는 게

말보다 행동이 백만배 어렵다는 걸 알면서

도, 내가 기자생활을 할 때 못했던 일을 남

한테 왈가왈부 하려니 한편으론 멋쩍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누군가 용기를 내길 바

라본다. 내가 졸업할 때가 되어서도 『대학

신문』 졸업호를 펼쳤는데 읽을 거라곤 깨

알같은 글씨체로 적힌 내 이름뿐이라면 너

무 슬플 것 같다.

이옥지

동양사학과·10

기다려지는 졸업호가 되길

△편집장 김민식(수리과학부·12), 부편집

장 문혜진(지리교육과·12), 취재부장 정아

영(식물생산과학부·11), 학술부장 오천석

(언론정보학과·11), 문화부장 김혜인(지리

교육과·12), 사진부장 전수만(조소과·08),

취재부 차장 황연수(체육교육과·09), 기자

허정준(기계항공공학부·12), 기자 최정윤

(중어중문학과·12)=임기를 마치고 그만둠

(이상 2014년 6월 30일 자)

△기자 정승호(자유전공학부·09)=편집장,

기자 최지수(조소과·10)=부편집장, 취재부

차장 박선영(국어국문학과·13)=취재부장,

기자 김준엽(수의학과·12)=사회부장, 기자

김유문(정치외교학부·12)=학술부장, 기자

강혜정(동양화과·12)=문화부장, 기자 전근

우(건축학과·08)=사진부장, 기자 김두리

(물리교육과·11)=취재부 차장, 기자 김도

영(지리교육과·13)=취재부 차장에 임명함

(이상 2014년 7월 1일 자)

△수습기자 소재형(지리학과·10), 신윤주

(인문계열·14), 고아라(독어독문학과·14),

김민주(자유전공학부·13), 서우현(생명과

학부·14), 정서영(의류학과·10), 장은비(조

소과·11)=기자에 임명함(이상 2014년 7월

1일 자)

△수습기자 김윤주(서양사학과·14), 김지

윤(생명과학부·11), 신윤승(독어독문학

과·13), 최상희(조소과·12)=기자에 임명함

(이상 2014년 9월 1일 자)

사령

지난호 정답자 발표

지난 1880호 정답자는 배병구씨(치의학과·14), 정은

선 씨(사회과학계열·14)입니다. 당첨자께서는 평일

오후 5시 전 대학신문사(75동)로 오셔서 상품을 찾아

가시기 바랍니다. 당첨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독자퀴즈

①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영화문화 다양성의 확보를 위해 상업영화와 다른 장르의 영화를 지칭하기 위해 만든

용어

②성낙인 신임총장은 평의원회를 확대개편하여 ◯◯◯◯를 신설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조직은 교수, 학

생, 직원, 동문, 지역주민, 정부인사 등으로 구성된다

③지난달 25일 서울대 교수, 학생 등은 ◯◯◯◯◯◯의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광화문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④HK문명연구사업단이 주최한 21회 해외저명학자 초청강연회의 연사로 영국 워릭대에서 영어와 비교문학을

전공하는 학자.

⑤『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집필한 체코의 작가 밀란 쿤데라가 출간한 신작

⑥동일교과목을 재수강할 경우 최고학점을 제한하는 제도로 2015년부터 시행된다.

퀴즈 응모요령

정답, 소속, 연락처를 적어서 9월 6일(토) 오후 6시까

[email protected]로 보내주시거나, 인터넷 대학신

문(http://www.snunews.com)에서 응모하시면 됩니다.

소정의 상품(문화상품권 2만원 상당)을 드립니다.

이번 학기부터 독자퀴즈가 새단장을 했습니다.

각 문항의 모든 정답을 아래의 표에서 찾아 지운 후 남은 글자를 조합하여 단어를 완성해주세요

“서울대 민영화, LG가 인수하기로”

라는 제목의 『대학신문』 기사를 기

억하는가. 이 기사에는 서울대를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만들기 위

해 필요한 수익을 이 기업에서 대주기

로 양자 간의 합의를 마쳤다고 보도되

어 있다. 해당 기업체의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등록금은 2배 인상하고 직원

은 감원하되 교수들에게는 부장급 대

우를 약속했다고 한다. 또

한 경영대와 공대, 의대를

집중 육성하고 산학협력

을 강화하여 이윤을 창출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

겠다고 하였다. 이 기사는

약 십 여 년 전인 2002년

4월 1일 자 『대학신문』

만우절 판에 실린 가상기

사였다. 당시는 법인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던 시

점으로 우려 반 장난 반

으로 쓴 것이었겠지만, 서

울대가 법인화 되고 한 대기업의 전직

회장이 이사장을 맡게 된 지금, 장난은

더 이상 장난이 아니게 된 듯하다.

그런데 이 기사의 예지력은 이번에

서울대 이사장이 된 박용성 두산그룹

전 회장이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중

앙대의 사례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중앙대는 두산의 물불을 가리지

않는 구조조정 덕분에 대학 서열체계

에서 이전보다 상위권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기업이 보기에 시민센터

에서 들어도 무방한 것으로 간주된 교

양과정은 차근차근 정리되어 나갔다.

만우절 판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경영

대를 키우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전교

생의 경영대생화를 도모해 <회계와 사

회> 수업을 듣지 않으면 졸업이 불가

능하게 만들었다. 교수들의 ‘철밥통’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

오로 교수들 사이에도 등급제가 도입

됐고 계속해서 낮은 등급을 받는 교수

에게는 안식년 금지와 연봉 동결, 정직

등의 철퇴가 내려질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만우절 판의 빈곤한 상상력

을 질타하듯 두산의 중앙대 개혁은 보

다 거침이 없었다. 개혁에 반발하는 이

들에게는 퇴학이나 무기정학 등의 징

계는 물론이고 사회에 나가기 전에 자

본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도록 손해배

상청구의 위엄을 경험하게 했다. 현실

정치의 냉정함을 가르치는 것도 그들

의 교육 방침이었다. 재단과 총장을 비

판한 교지는 예산이 전액 삭감되어 폐

간되었다. 내 편과 네 편을 효율적으로

가르는 방법을 보여주기 위해 순응하

는 학생에게는 각종 특혜를, 순응하지

않는 학생에게는 기업의 직원을 동원

해 사찰이 내려졌다. ‘사람이 미래다’

라는 인재철학을 내세우고 있는 기업

인만큼 학교를 기업형 인재 양성소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아

끼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서울대는 만우절 판

에서 보도한 것이나 중앙대

의 경우와는 달리 기업체에

의해 직접 인수된 것은 아

닌 만큼, 안타깝게도 이와

같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자본주의 논리가 대학에도

통한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서울대만 놓

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염

려스럽다. 하지만 아직 속

단은 금물이다. 법인화 반

대투쟁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 학생들

이 비상총회를 열든 정문에 올라가 고

공시위를 벌이든 단식을 하든 학교 측

방침은 굳건하리니, 우리는 그저 가만

히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가만히 있어

라. 그러면 거짓말 같은 현실이 당신의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대학은 기업의

미래고, 기업은 대학의 미래다.

안지영 간사

대학이 미래다

의견 1�7 2014년 9월 1일 월요일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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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교수, 학생, 동문 서울대 행진에서 광화문광장에 집결한 사람들이 청와대로 행진을 이어가고자 했다.

그러나 경찰은 횡단보도를 막고 지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경찰과 대치하며 대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하게 됐다.

우리는 왜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합니까?

Show Me the 시흥

학생들과 밀당하는 난

시흥밀당녀

오늘도 위원회 meeting~

역시나 결과는 텅 빈!

내년엔 어떻게 되겠지 하며

시흥의 캠퍼스를 난 증명했지!

대한민국 3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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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국민 릴레이 단식’ 현장에서

B컷 취재수첩

대학쌀롱마로니에

글�사진: 이혜빈 기자 [email protected]

‘유민 아빠’ 김영오 씨는 46일간의 단식을

마쳤다. 곧이어 문재인 의원과 정의당 의원

단도 단식장을 떠났지만 국민 릴레이 단식

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계속되고 있다.

21일 시작한 동조단식은 5일만에 2만 5천

명을 넘어섰다. 많은 이들이 지금 이 시간

까지도 연령, 성별, 지역을 불문하고 짧게는

하루, 길게는 삼일까지 단식에 동참하고 있

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행진이

있었던 25일, 광화문광장을 찾아 이들의 단

식 이유를 들어봤다.

보통 농성장의 분위기는 투쟁적이다. 붉

은 피켓과 구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

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광화문 농성장은 차

분하고 엄숙했으며 따뜻하기까지 했다. 군

데군데 보이는 노란 리본만이 ‘세월호 특별

법 때문이겠거니’ 추측하게 할 뿐, 구호나

피켓은 찾을 수 없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

은 정부를 비판하고 특별법을 요구한다기

보다는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

하는 듯했다. 단식에 동참하게 된 계기를 묻

자 한 참가자는 “유민이 아빠 살려야죠”라

고 대답하며 웃어 보였다.

이날 광화문에는 약 200여 명의 시민들

이 단식에 동참했다. 사실 인터뷰를 하기 전

에 기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단식 선언

을 하는 데에는 거창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단원고 아이들을 잊지 않기 위해

서’라든지 ‘사회적 정의감에 불타올라서’라

든지. 하지만 실제 농성장에서 만난 이들의

대답은 소박했다. 대화를 나누고 있던 두 친

구는 “여름휴가 대신 왔어요”라 짧게 대답

했다. 당황한 기자의 표정에 “너무 이유가

변변치 않은가요?”하고 되묻기도 했다.

동조 단식자의 또 다른 특징은 농성장에

서의 평범한 모습이었다. 정치·종교·영화

계 단체의 천막으로 둘러싸인 광장 한 가운

데에 마련된 돗자리에서 참가자들은 각자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등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옷에 붙인 ‘단식 1일 째’라는 노

란 종이만 없었다면 한강시민공원의 모습

과 별반 다를 게 없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에서는

정확한 집계가 힘들 정도로 단식에 참여한

단체가 많다고 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참가

자는 “단체 소속으로 오신 건가요?”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뇨, 혼자 왔어요”라며 손

을 내저었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기 위한

순수한 의도가 왜곡될까 우려하는 눈치였

다. 개인 참가자들은 허공을 바라보기도 하

고 광장을 배회하기도 하며 자유롭게 시간

을 보내다 귀가했다.

김윤주 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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