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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복음과 실천 2013 (가을호)

복음과 실천 - 침례신학대학교 · 2017-12-29 · 4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도록 도와주고 더욱 복음적인 신학을 정립할 수 있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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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52집

    복음과 실천

    2013(가을호)

  • BOGEUMKWA SHILCHEONVol. 52Autumn, 2013Edited byKOREA BAPTIST THEOLOGICAL UNIVERSITY/SEMINARY PRESSDae Jeon, Korea

  • 발간사

    총장 배 국 원

    유난히 길고 덥게 느껴졌던 올 여름이었습니다. 38°C를 넘는 날이 연일

    계속되다가 39°C까지 위협하게 되니 ‘살인적 기온’이라는 흔한 표현마저 약

    하게 느껴질 정도로 폭서( )의 횡포가 심했던 여름이었습니다. 기상청이

    43일 동안 지속되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올해의 장마는 지난 수십 년 동

    안 가장 길었던 장마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무덥고 짜증나는 여름에도 불구

    하고 귀한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여러 교수님들께 감

    사드립니다. 교수님들이 논문을 위해 쏟은 모든 정성과 노력이 논문을 읽는

    독자들에게 지식과 통찰의 열매로 수확되리라 확신합니다.

    “주 여호와께서 학자들의 혀를 내게 주사 나로 곤고한 자를 말로 어떻게

    도와 줄 줄을 알게 하시고 아침마다 깨우치시되 나의 귀를 깨우치사 학자들

    같이 알아듣게 하시도다”(사 50:4). 총장실에 걸려 있는 액자의 말씀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부산지역 여동문회에서 기증하셔서 총장이 서너 번 바뀌는

    긴 세월 내내 총장실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말씀입니다. 이사야의 말씀처럼

    하나님은 우리 교수들에게 학자의 지혜를 주셔서 지식에 목마르고 올바른

    판단에 ‘곤고한 자를’ 권면해 줄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 주셨습니다. 우리

    대학교 교수님들의 귀한 논문들이 하나님의 마음을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

  • 4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도록 도와주고 더욱 복음적인 신학을 정립할 수 있게 만드는 도구가 되리라

    믿습니다.

    또한 주님께서 우리들의 “귀를 깨우치사 학자들 같이 알아듣게” 하는 축

    복을 허락하셨음을 감사드립니다. 학자들은 무엇보다 먼저 많은 것을 배우

    고 옳은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폭넓게 연

    구하고 깊게 탐구하여 심오한 진리를 체득해 가는 사명과 축복을 받은 사람

    들입니다. 이번 복음과 실천 가을호에도 우리 교수님들의 치열한 연구노

    력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성과와 성찰이 잘 나타나 있어 후학들에게 신선한 학문적 자극을 선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끊임없이 연구하며 지식의 확장을 통해 하나님

    왕국의 확장에 힘쓰는 교수님들을 본받아 학생들도 더욱 학문연마에 정진

    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내년 2014년은 우리 침례신학대학교 개교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여러

    가지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일환으로 복음과 실천 에 대한 변화방안도 모

    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우리 대학교 교수님들의 논문을 게재해 왔던

    복음과 실천 의 지평을 확대하여 신학정론 논문집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분들의 좋은 제안을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 목 차

    발간사 ······································································ (배 국 원) ········· 3

    서 문 ······································································ (배 국 원) ········· 7

    세계화에 대한 구약성서적 응답 ······························· (우 택 주) ······· 17

    네 복음서에 나타난 ‘복음’의 전개와 확장성 ············ (김 선 배) ······· 41

    한 밤중에 간청하는 친구의 비유와 누가의 기도 신학:

    누가복음 11:5-13을 중심으로 ······························· (김 광 수) ······· 63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전환중인 마태공동체 관점에서 본

    “하나님을 볼 것이요”(visio Dei)(마 5:8) ················ (신 인 철) ······· 89

    남북통일에 대한 한국교회의 사명 ···························· (김 종 걸) ······ 115

    Richard Swinburne의 사상에서 종교경험의 문제 ········ (정 승 태) ······ 137

    Bonhoeffer의 “형성으로서의 윤리”와 기독교윤리학 방법론

    ············································································ (김 병 권) ······ 165

  • 6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Martin Luther 신학 속에 나타나는 역설적 표현들에 대한 고찰

    ············································································ (윤 원 준) ······ 193

    16세기 종교개혁의 사상적 원천에 관한 연구 ··········· (남 병 두) ······ 217

    기존 복음 메시지들에 대한 비평적 분석과 그 대안:

    그리스도의 주재권을 중심으로 ···························· (박 영 철) ······ 243

    한국교회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강소형 교회 만들기의 이론과 실제

    ············································································ (최 현 서) ······ 267

    WCC(세계교회협의회) 선교신학의 이슈와 과제 ········ (안 희 열) ······ 295

    청소년 언어폭력의 이해와 지도 ······························· (노 은 석) ······ 323

    프랑스 바로크 교회음악에 관한 연구: Marc-Antoine Charpentier (1643–1704)의「솔로몬의 재판」(Judicium Solomonis), H. 422를 중심으로············································································ (강 만 희) ······ 353

  • 서 문

    배 국 원[email protected]

    신학은 역사성과 함께 시의성을 가질 때 가치가 있다고 본다. 신학의 매

    력은 그 신학이 주장되는 시대의 이슈에 대한 답변을 제공할 때 더욱 증대

    되며, 그러한 신학이라야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우리 대학교 교수님들

    의 논문은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고 있음이 큰 자랑이라 아니할 수

    없다. 각 교수님들의 논문을 읽는 독자들이 충분히 눈치 채겠지만 교수님들

    은 과거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재해석함으로서 현재의 과제들에 대한 답

    변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신학이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라 현

    장과 연결되는 적실성 있는 메시지가 된다는 증거이다. 복음과 실천 이라

    는 제호에서도 나타나듯이 우리 대학교 교수논문집은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진리의 토대 위에서 현장의 요구와 필요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는 통로가 되

    고 있다.

    강만희 교수는 “프랑스 바로크 교회음악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17세기

    프랑스 교회음악의 특징, 사용된 주요 장르, 파리에서 연주된 교회음악의 내

    용을 고찰하였는데, 특히 샤르펑티에의 솔로몬의 재판 (Judicium Solomonis)

    을 카리시미의 것과 비교하여 그 내용을 통해 프랑스 교회음악의 특징과 영

  • 8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향을 분석하였다. 샤르펑티에는 호모포닉과 폴리포닉의 텍스쳐를 혼합하여

    혹은 대비를 이루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음악 스타일을 혼합하면서 바로크

    감정이론에 한 작품에 한 가지 감정만을 사용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합

    창을 사용하면서 성악과 기악을 적절히 혼용하였다고 분석하였다. 교회사역

    에서 음악의 용도가 더욱 중요시 되고 있는 현대의 목회 현장에서 지난 시대

    의 음악과 음악적 표현기법에서 발견되는 특이 사항들은 그 현대적 적용을

    통하여 되살려냄으로서 더욱 풍성한 교회음악을 기대할 수 있다. 강 교수의

    연구는 그 기초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김광수 교수는 “한밤중에 간청하는 친구의 비유와 누가의 기도 신학: 누

    가복음 11:5-13을 중심으로” 논문을 통하여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은

    혜에 대해 설명하였다. 김 교수는 비유의 초점이 “한밤중에 간청하는 친구”

    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밤중에 요청을 받고 일어나 이웃의 필요를

    제공해준 이웃 친구”에 있으며, 그 친구가 바로 하나님이심을 설명하였다.

    아울러 이 비유의 초점을 은혜로 응답하시는 하나님으로부터 끈질기게 기

    도하는 사람에게로 돌리고 있음을 밝히면서 하나님께서 응답하실 때까지

    계속해서 끈질기게 기도해야 한다는 교훈을 제시해 주었다. 김 교수는 하나

    님이 응답하실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집요하게 요청하는 간절하고

    지속적인 기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응답에 대한 삼중의 약속을 통해 인

    간의 기도에 주권적으로 신실하게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제시하였다.

    인간 아버지와 하늘 아버지의 비교대조를 통해 인간의 필요를 은혜로 채워

    주시는 은혜의 하나님을 제시한 갓은 매우 탁월한 안목이라 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기도가 필요한 시대에서 기도의 원리를 제시한 매우 적절한

    연구이다.

    김병권 교수는 “Bonhoeffer의 ‘형성으로서의 윤리’와 기독교윤리학 방법

    론” 논문을 통하여 기독교윤리학 방법론 논의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는

    세 가지 요소 즉 기독교윤리 형성의 객관적 조건이 되는 하나님의 나라와의

    연관성 문제, 윤리적 행위자인 인간의 특성에 대한 이해 문제, 윤리적 실천

    방법으로 나타나는 동참, 자유로운 책임적 행위, 순종 등의 문제가 본회퍼의

  • 배국원, 서문(7-15) 9

    형성으로서의 윤리에 어떻게 담겨 있는지를 검토하였다. 본회퍼가 기독교윤

    리학을 ‘형성’이라는 단어로 정의한 것이 탁월한 안목이었다고 하면서 형성

    으로서의 윤리는 그 윤리의 중심을 주관적 요소가 아니라 객관적 요소에 두

    는 윤리적 체계라고 설명하고, 형성으로서의 윤리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윤리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실천적인 윤리이기 때문에 거기에

    동참하는 것은 매우 구체적이며 실천적인 행동을 요구한다는 점이 형성으

    로서의 윤리 체계 안에 담겨 있다고 하였다. 김 교수는 본회퍼의 형성으로

    서의 윤리는 현대 기독교윤리학 방법론 논의에 큰 기여를 하였다고 결론지

    었다. 추상적인 윤리가 아닌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윤리를 제시하였다는데서

    큰 가치가 있다.

    김선배 교수는 “네 복음서에 나타난 ‘복음’의 전개와 확장성”에서 네 복

    음서가 서로 다른 신학적 관점을 가지고 있으나 ‘예수가 그리스도이시다’는

    복음을 전개하는데 있어서는 동일하다고 하면서, 네 복음서의 지리적, 문화

    적 토대인 1세기의 유대교와 그리스-로마 문화 및 정치와의 융합 상황에서

    활동하시던 예수를 주인공으로 한 복음의 확장성을 잘 설명하였다. 김 교수

    는 네 개의 복음서가 각기 다른 신학적 입장을 나타내며, 복음의 전개 방향

    에 비추어 불 때 마태복음은 모든 민족에 대한 포용성으로, 마가복음은 민

    족 간의 장벽을 극복하는 수용성으로, 누가복음은 모든 계층에 대한 평등성

    으로, 요한복음은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광대성으

    로 전개하며 확장하는 것으로 보았다. 김 교수는 네 복음서가 각각 다른 전

    개 방식을 통해서 확장성의 극대화를 성취한 것으로 보았다. 이것은 복음서

    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며 대상자에 따라 각기 다른 특징을 통하여 다양한 강

    조점과 표현으로 복음을 제시할 수 있다는 원리를 제공해주는 좋은 논의라

    고 하겠다.

    김종걸 교수는 “남북통일에 대한 한국교회의 사명”에서 한국교회가 남북

    통일을 선교적 관점에서 한국교회의 사명이라고 인식해야 할 시점이 되었

    음을 강조하며 통일에 대해서 한국 교회가 앞으로 준비해야 할 사항을 중점

    적으로 논하였다. 김 교수는 북한의 현 실태를 짚어 보고, 통일의 당위성을

  • 10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분석한 뒤, 한국교회 통일운동의 역사적 흐름을 살펴보고, 통일을 위한 한국

    교회의 사명을 제시하였다. 남북통일은 한국교회가 준비하고 풀어가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인데, 김 교수는 한국교회와 교회지도자들, 그리

    고 성도들은 깨어서 기도하면서 한국의 통일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김 교수는 남북통일을 향한

    교회의 결단과 실천은 분단을 넘어 통일을 지향하는 실천적 삶의 과제이며,

    남북통일은 교회의 철저한 사랑의 실천이 전제될 때 성취 가능하다고 했다.

    선언적으로만 통일을 준비한다고 하는 교회에 무엇이 진정한 토대이고 준

    비인지를 말해주는 논문이다.

    남병두 교수는 “16세기 종교개혁의 사상적 원천에 관한 연구”에서 종교

    개혁의 시작과 성공의 여러 가지 사상적 배경이 되는 요인들에 대해 설명하

    였다. 남 교수는 종교개혁 운동이 다양한 사회적 변화들 가운데 생겨난 독

    특한 종교적 관심에서 출발된 것은 분명하지만 교회에 대한 문제제기와 그

    문제들을 고치려는 개혁적 열망들과 함께 사상적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하면서 특별히 유명론, 신비주의, 인문주의를 차례로

    고찰하였다. 그는 루터의 종교개혁 사상은 중세 후기 유명론의 사상체계, 신

    비주의와 ‘새 헌신’의 영성, 신아우구스티누스 학파의 신학적 전통, 인문주

    의의 방법론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보았

    다. 남 교수는 대표적인 종교개혁자인 루터가 유명론의 전통으로부터 성서

    에 대한 절대적 신뢰와 인간이성의 한계와 믿음의 필요성을 배웠고, 그레고

    리와 신 아우구스티누스 학파를 통해 아우구스티누스의 인간론과 은총론을

    받아들였다고 보았다. 그리고 독일의 신비주의도 루터에게 영향을 끼쳐 비

    록 항구적인 신학체계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신학을 형성해가는 과

    정에서 발판의 역할을 했다고 보았다. 인문주의자들의 영향은 성서를 읽고

    이해하는 도구와 방법론을 계발하게 했고, 특히 원어 성서를 복원하는 작업

    과 그 성서 원어를 공부하는 일을 장려했을 뿐 아니라, 성서를 이해하는 새

    로운 해석학적 방법론을 발전시켜 주었는데, 그들의 역사적, 문자적 해석방

    법은 종교개혁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보았다. 그리고 16세기 종

  • 배국원, 서문(7-15) 11

    교개혁에서 중세를 뛰어 넘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은 루터의 이신칭의

    보다 근원적 종교개혁가들이 주창한 국가와 교회의 분리 원칙과 종교자유

    정신이라고 주장했다. 남 교수의 논문은 종교개혁자들에게 영향을 끼친 사

    상적 연향들을 고찰한 의미있는 연구로 본다.

    노은석 교수는 “청소년 언어폭력의 이해와 지도”에서 청소년의 언어가

    점점 더 심각해지는 이유는 유행어나 은어의 사용뿐 아니라 욕설과 같은 비

    속어의 사용이 일상처럼 변하고 있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 이런 종류의 언

    어로 인한 피해도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점점 문제가 심각

    해지는 청소년의 언어폭력에 관해 다루면서, 언어폭력의 정의, 언어폭력의

    실태와 원인, 언어폭력이 야기하는 문제를 논하고, 청소년 언어폭력에 대처

    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노 교수는 이러한 노력이 사회나 학교에서만 이루

    어져서는 안 되며, 교회가 청소년 언어폭력문제를 가볍게 생각하고 사회나

    학교의 노력에 방관만 한다면 교회의 문화적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기

    에 이제 교회가 이 대열에 합류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교회는 그동안

    주도적으로 나서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국가나 사회가 하지 못하는 부분

    을 담당하면서 언어폭력을 해결하고 언어문화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 언어

    로 생명을 더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이 논문은 청소

    년의 언어 문제가 심각한 시대 상황에서 경종을 울려주며 해결책을 도모하

    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좋은 논문이라고 하겠다.

    박영철 교수는 “기존 복음 메시지들에 대한 비평적 분석과 그 대안”에서

    복음은 그것을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삶이 믿기 전과 후를 영원히 달라

    지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전제하고, 자신의 복음전도 사역의 내용이 지나

    치게 예수님을 구세주 일변도로 소개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박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예수님을 구세주와 주님으로 이원화시킨 결과라고 분

    석하였다. 오늘날 기독교가 무기력한 상황으로 빠져들게 된 것도 구세주 중

    심의 복음 메시지가 주로 전해져 왔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박 교수는 이러

    한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으로 구세주(Saviourship) 개념 중심의 복음 메시지

    로부터 주님(Lordship) 개념 중심 복음 메시지로 전환할 수 있는 신학적, 성

  • 12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서적 기초를 제시해 주었다. 그는 우리가 증거하는 복음의 메시지가 주님

    개념을 다시 강조하여 회개란 자신이 주인되어 예수님을 믿지 않는 죄를 회

    개하는 것이며, 영접이란 예수님을 자신의 주인의 자리에 모시는 것이며 그

    분을 주인으로 모시는 것임을 강조해야 한다고 보았다. 박 교수는 죄의 본

    질에 대한 분명한 설명으로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과 같아져서 자신이 자신

    의 주인이 된 죄의 본질에 직면하게 하고, 그러한 토대 위에 그리스도의 십

    자가와 부활의 의미를 확실하게 인지하게 함으로써 하나님을 거부하고 자

    신이 주인된 죄를 회개하도록 인도하는 메시지가 더욱 발전적으로 연구, 개

    발되어야 마땅하며, 그리스도의 주재권을 중심으로 하는 전도 메시지가 더욱

    활발하게 연구되고 개발되어 복음의 능력을 회복하도록 힘써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의 논문은 복음 메시지의 본질을 회복하는 가치가 있다고 본다.

    신인철 교수는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전환중인 마태공동체 관점에서 본

    ‘하나님을 볼 것이요’(visio Dei)(마 5:8)”에서 산상수훈에 포함된 팔복 중에서 성도들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여섯 번째 복인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이요”에 대하여 심도 있는 연구를

    하였다. 신 교수는 먼저 현재까지 진행된 ‘하나님을 보다’ 해석의 변천사를

    살피고, 이어서 성경과 유대 문헌들에 나타난 ‘하나님을 보다’의 의미를 분

    석함으로 ‘하나님을 보다’에 유대교 사상인 하나님의 미래 종말적 현현이

    함의되었는지를 논의하였다. 신 교수는 “하나님을 볼 것이요”를 그리스도를

    통한 영적인 사건으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가시적 현현을 미래 종말론적

    관점에서 언급했다. 그리고 “하나님을 볼 것이요”는 단순히 유대교 사상을

    함의한 구절이 아니라 유대교 사상을 벗어나 기독교로 그들의 정체성을 전

    환중이면서도 여전히 유대교 사상에 한쪽 발을 담그고 있는 마태공동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구절로 설명하였다. 이 논문은 자칫 오해하기 쉬운 팔복

    의 중요한 요소에 대하여 마태공동체적인 시각으로 열어본 가치 있는 연구

    라고 본다.

    안희열 교수는 “WCC(세계교회협의회) 선교신학의 이슈와 과제”에서

    WCC의 주요 성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WCC는 1948년에 창설된 현대 에큐

  • 배국원, 서문(7-15) 13

    메니칼운동의 대표적 기구로서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금년 10월 30일

    (수)부터 11월 8일(금)까지 제10차 WCC 부산총회가 열리는데 주제는 “생명

    의 하나님께서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인도하소서”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WCC 부산총회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 간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결상황

    속에서 깊은 갈등을 겪고 있다. 안 교수는 이 논문을 통해 WCC가 어떤 것

    인지, 이들의 급진적인 선교관은 무엇이고 오늘날 선교신학의 이슈가 무엇

    이기에 갈등을 겪고 있는지, 앞으로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특별히

    WCC 정식 회원인 유럽교회나 미국교회가 현재 어떤 처참한 결과를 겪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나아가 한국침례교회가 올바르게 대처하고 정

    체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제안을 제시하면서

    특히 포스터 모더니즘 시대에 어떠한 다원주의사상이나 자유주의신학이나,

    종교혼합주의가 신학교 내에 발을 내딛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며, 교회를 병

    들게 하고 선교 열정을 죽어 버리게 하는 자유주의신학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여 침례교 정체성을 더욱 굳건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안 교수의

    논문은 한국교회의 초미의 관심사인 WCC 부산총회와 연관된 시의적절한

    연구라고 본다.

    우택주 교수는 “세계화에 대한 구약성서적 응답”에서 세계적으로 확산된

    “세계화”(globalization) 현상과 그 부정적 영향에 맞서 구약성서가 담고 있는

    핵심 신학 사상을 서술하였다. 우 교수는 세계화 현상 앞에 기독교가 어떻

    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은 신앙인의 당연한 책임과 의무라고 하면서,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내용의 본질에 근거하여 세계화로 혜택을

    보는 소수의 거대자본가보다는 피해를 입고 있는 세계시민과 각 나라들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기독교 정신의 토대가 되는

    구약성서의 신학사상을 탐구함으로써 세계화 현상 앞에 우리가 가장 우선

    적으로 취해야 하는 가치와 목표가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하였다. 우 교수는

    구약성서에 나타난바 지역에 터를 잡고 사는 지파들의 지역자율주의와 자

    급자족 경제가 추구하는 충족한 삶과 인권 사상을 근거로 삼아 인류의 삶

    전 영역에서 강력하게 압박하는 금전만능주의, 경제세계화와 개발세계주의

  • 14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의 비인간적 이데올로기와 그 부정적 영향력에 대항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

    구축이 필요함을 역설하면서 다수의 약자들의 인권을 소중히 여기고 생명

    을 존중히 여김으로 모두에게 유익한 공존과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

    장했다. 우 교수의 연구는 정의와 평등이라는 구약성서의 가르침을 잘 드러

    낸 것으로 본다.

    윤원준 교수는 “Martin Luther 신학 속에 나타나는 역설적 표현들에 대한

    고찰”에서 역설적이고 반대적인 모습 속에서 무엇인가를 이루어내시는 하

    나님의 역사를 논하였다. 윤 교수는 루터의 신학 속에서 가장 중요해 보이

    는 두 가지의 역설적 표현들을 다루었는데, “의인이면서 동시에 죄인”이라

    는 칭의론과 “숨겨짐을 통한 드러남”이라는 표현이다. 윤 교수는 루터 신학

    의 가장 중요한 주제인 칭의론과 십자가 신학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역설적

    인 표현을 비판적으로 고찰함으로써, 루터 신학의 장점과 단점들을 제시하

    였다. 윤 교수는 십자가 신학을 신학사에서 루터가 남겨놓은 최고의 유산

    중에 하나로 인정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러나 루터의 십자가 신학이 남겨놓

    은 숙제 중 하나로 그의 역설적 진술에 대한 해설에서 자신이 자신에게 모

    순된 주장을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하나님은 죽음을 통해서 생명을 창조

    하시고, 낮추심을 통해서 높이시고, 선물을 주시기 전에 인간이 가진 것을

    파괴하시며, 죄인을 만드심으로써 의롭게 하신다. 윤 교수의 연구는 이러한

    논리적 모순으로 보이는 상충점에 대한 신학자의 고뇌를 루터의 신학을 통

    해 펼쳤다고 보는 깊은 통찰력 있는 논문으로 본다.

    정승태 교수는 “Richard Swinburne의 사상에서 종교경험의 문제” 논문에

    서 Richard Swinburne의 철학적 신학에서 종교경험으로부터의 신 존재 증명

    을 위한 논증을 살피고, 그 논증에서 제시되는 합리적인 제안이 기독교 신

    앙을 위해 타당한 것인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정 교수는 종교경험의

    문제에 대한 최근의 접근이 두 진영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정서적 감정으로

    서의 종교경험이 있고, 다른 하나는 지각적 경험으로서의 종교경험이라고

    하면서, 이 논문을 통하여 정서적 감정으로서의 종교경험을 탐구하지 않고

    지각적 경험으로서의 종교경험을 탐구했다고 하였다. 정 교수는 종교경험이

  • 배국원, 서문(7-15) 15

    과학의 검증의 원리와 마찬가지로 논증을 검토하고 있고 그러한 논증에 견

    뎌야 합리적 신앙이 될 수 있다고 반박하는 Swinburne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실재와 실재에 대한 경험 또는 경험 그 자체와 경험의 대상을 명확하게 구

    분하지 않음으로써 문제가 발생하며, 경험을 너무 신뢰하는 것처럼 보인다

    고 분석하고, 종교경험을 해석하는 기준이 종교 혹은 신앙 공동체의 문화와

    그 공동체에서 배운 언어에 따라 그와 같은 종교경험이 결정된다는 것을 간

    과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하였다. 정 교수의 논문은 종교에 대한 지각적

    경험의 해석이라는 면에서 큰 가치가 있다고 본다.

    최현서 교수는 “한국교회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강소형교회 만들기의 이

    론과 실제”에서 작은 교회의 가치와 ‘작고 강한 교회’를 일으키는 운동의 필

    요성을 역설하였다. 최 교수는 작은교회는 작은교회로서 중요성과 장점들이

    있으며, 목회자의 믿음과 열정과 헌신과 지역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강소형

    교회로 변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최 교수는 한국교회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강소형교회 만들기 방안들을 제시하였는데, 문헌 연구를 통해 기초

    이론을 설명하고 알려진 몇몇 강소형 교회들의 사례를 조사하여 분석하였

    고, 침례교단 소속 68개의 교회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추출한 강소

    형교회가 되기 위한 30가지 원리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작은 교회가 강소형

    교회가 될 핵심 요소로 목사, 평신도, 사역, 조직, 소그룹, 전도, 성경적인 우

    선순위와 나눔을 가지는 교회 등 여덟 가지를 제시하였다. 이 논문은 작은

    교회가 80퍼센트를 넘는 현실 속에서 작은교회의 가치와 가능성을 제시해

    준 가치 있는 연구로 본다.

  • 세계화에 대한 구약성서적 응답

    우 택 주

    [email protected]

    I. 들어가는 말이 연구의 목적은 전 세계에 확산된 “세계화”(globalization) 현상과 그 부

    정적 영향에 맞서 구약성서가 담고 있는 핵심 신학 사상을 서술하는 데 있

    다. 이 작업은 세계화 현상에 대한 기독교의 올바른 대응자세 구축을 돕는

    데 의의가 있다. 세계화란 용어가 등장한 지 거의 한 세기가 지났다. 이 용

    어는 다양한 사람에게 다양한 실재를 가리킨다. 그래서 세계화는 “정치, 경

    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국제화, 자유화, 보편화, 표준화, 서구화, 미국화,

    탈영토화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1) 무엇보다도 그것은 세계의 경제 구조

    단일화에 초점을 두고 벌어지는 제반 현상을 일컫는다. 경제는 정치, 사회,

    문화, 환경, 교육, 노동, 주거, 건강 등등 세계인의 전 방위적 삶에 깊숙이 연

    관되어 있으므로 그것은 즉시 인류 공동의 생존 문제로 인식된다. 동시에

    이 현상이 좋은 것인지 혹은 나쁜 것인지에 대한 가치판단은 누가 이 현상

    을 주도하고 있으며 그 현상으로 인한 수혜자는 누구이며 또 피해자는 누구

    1) 유윤종, “구약성서에 나타난 세계화: ‘세계화’ 상황에 대한 예언자적 사역,” 제92차 한국구약학회 춘계학술대회, 2013, 4월, 242.

  • 18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인가 하는 데 달려 있다. 세계화를 주도하는 측에서는 이것이 궁극적으로

    인류사회 발전을 초래할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세계화의 피해를 보는 측에

    서는 이것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진행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 공동으로

    협력하여 대처하는 모양새이다. 세계화를 주도하는 집단은 선진국의 소수

    거대 자본가이고 세계화의 피해자들은 대다수 세계 시민들인 것으로 드러

    나고 있다. 이를 테면 1999년 11월 미국의 시애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세계무역기구(WTO)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모인 수많은 시민들의 시위로

    무산된 적이 있다. 그 당시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까닭은 1981

    년에 설립된 이후 세계무역체제를 주도해온 비공식 위원회로서 미국, 유럽

    연합, 일본 그리고 캐나다 대표로 구성된 4자무역장관모임이 사전에 세계

    각국의 시장개방을 목적으로 하는 다자간 투자협정(Multinational Agreement

    on Investment) 안건을 상정하기로 결의한 사실을 캐나다의 NGO가 사전에

    입수하고 이를 웹사이트에 공개하면서 전 세계적인 시위운동으로 확산되었

    기 때문이다.2) 결국 이 논의는 중단되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FTA 협정도

    이런 세계화 현상 가운데 일부이다.

    이렇듯 인류 공동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이 세계화 현상 앞에 우리의 기

    독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은 신앙인의 당연한 책임과 의무

    이다.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내용의 본질에 근거하여 세계화로 혜

    택을 보는 소수의 거대자본가보다는 피해를 입고 있는 세계시민과 각 나라

    들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 이 연구는 세계화의 수혜자와 피해자의 입장

    을 고려하면서 기독교 정신의 토대가 되는 구약성서의 신학사상을 탐구함

    으로써 세계화 현상 앞에 우리가 가장 우선적으로 취해야 하는 가치와 목표

    가 무엇인지를 밝히려고 한다.3) 이를 위해 먼저 세계화 현상을 정확하게 이

    2) William K. Tabb, 반세계화의 논리 , 이강국 역 (서울: 도서출판 월간말, 2001), 26-7. 다자간 투자협정(MAI)이란 외국인 직접투자를 보호하고 촉진하자는 취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다자간 규범이다.

    3) 2013년 4월에 제92차 한국구약학회 춘계학술대회는 “구약성서와 세계화”란 주제로 열렸고 이 주제에 관해 두 개의 논문(유윤종, 박영신)이 발표되었다. 연구자는 이 두 논문이 세계화란 주제를 개괄적으로 제시하는 데는 성과가 있었으나 이에 대응하는 구약성서의 사상을

  • 우택주, 세계화에 대한 구약성서적 응답(17-39) 19

    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선 세계화의 정체를 간략히 소개하려고 한다.

    초점은 세계화가 추구하는 가치와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데

    있다. 그 다음으로는 구약성서에서 가장 원천적인 것으로 믿어지는 신학 사

    상을 도출할 것이다. 이것은 세계화의 위험에 맞서는 기독교적 대응자세가

    어떠해야 할지를 가르쳐줄 것이다. 문제는 구약성서의 신학사상을 얻어내기

    위한 방식이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다양하다는 사실이다. 구약성서의

    신학도 하나가 아니라 다수라는 관점은 이미 폰 라트(G. von Rad) 이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4) 세계화 현상의 가치에 대항하는 기독교적 가치를 정립하

    기 위해 우리는 구약성서를 역사적으로 접근하고 또 사회학이라는 프리즘

    을 통해 살피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세계화 역시 정치와 경제 그

    리고 문화 모두를 아우르는 사회 일반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II. 세계화의 목표와 궁극적 가치오늘날 세계화는 적어도 네 가지 현상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레베카 피터스(Rebecca T. Peters)는 이것을 신자유주의(neoliberal), 개

    발주의(development), 환경주의(earthist), 탈식민주의(postcolonial)와 같은 네

    가지 상이한 이념에 근거하여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한다.5) 그는 이 이념들

    에 근거하여 세계화란 첫째, 통합된 하나의 세계경제를 추구하는 경제 세계

    화, 둘째, 사회형평주의에 입각한 개발세계화, 그리고 이 두 가지 지배적인

    세계화에 대한 두 가지 저항운동으로서 셋째, 지역화로서의 세계화(환경주

    의), 넷째, 탈식민주의로서의 세계화 개념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연

    구는 지면상 한계로 경제세계화와 개발주의 세계화에만 초점을 맞추어 그

    도출하는 일에는 충분치 않았다고 판단하여 연구를 시작하였다. 4) 참고. G. von Rad, Old Testament Theology I, II (Edinburgh/New York: Oliver & Boyd/Harper

    & Row, 1962-1965). 5) Rebecca Todd Peters, 좋은 세계화 나쁜 세계화: 누구를 위한 발전인가? , 방연상, 윤요한

    역 (서울: 새물결플러스, 2012).

  • 20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것이 추구하는 목표와 방법, 우선적 가치를 각각 기술하려고 한다.

    1. 세계화의 전개와 우선적 가치6)경제세계화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현상으로서 소위 초국

    적, 다국적 기업과 기업 지도자와 은행가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ICC

    (국제상업회의소), WTO(세계무역기구)과 같은 선진국 대기업의 자본가가

    주축이 되어 경제를 운영하는 세계적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경제세계

    화의 출발점은 1944년 뉴햄프셔의 브레턴우즈에서 개최한 세계 정상회의에

    서 2차 세계대전 이후 피해를 입은 유럽과 일본의 복구를 위해 경제적 원조

    를 결정할 권한을 지닌 경제기관으로 세계은행(World Bank)과 국제통화기금

    (International Monetary Fund)을 설립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7)

    이들은 미국과 유럽 선진국 경제 운영에서 발생한 위기타개의 해법을 아프

    리카, 아시아, 남미와 같은 저개발국가의 풍부한 자원, 낙후한 경제여건, 값

    싼 노동력에서 찾았다. 그래서 이들은 개발과 원조를 앞세워 엄청난 국제

    금융대출을 해주고 이것을 무기삼아 이들 국가에 공장을 설립하여 값싼 노

    동력을 착취하거나 엄청난 천연 자원개발권을 장악하면서 자신들의 경제적

    이윤을 극대화해왔다. 이 작업이 보다 수월하게 이루어지도록 그들은 해당

    국의 국가부채를 빌미로 무역자유화, 정부의 규제철폐 또는 완화, 기업의 민

    영화 등의 경제 구조 조정안을 강요하였다. 결과적으로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대다수 저개발국가와 개발도상국가들은 세계경제네트워크의 일개

    시장으로 변모하였고 이러한 국제 거래의 불공평한 이익 분배구조 때문에

    수혜보다는 피해자로 전락하였다.

    경제세계화의 궁극적 목표는 세계의 대기업 자본가의 경제적 이윤 창출

    이다. 그들에게 세계화란 통합된 세계경제를 의미한다. 이들의 우선적 가치

    6) 이 단락은 Peters, 좋은 세계화 나쁜 세계화 , 66-114를 인용하고 약술한 것이다. 7) 어떤 학자들은 세계화가 콜롬부스의 신대륙 발견부터 시작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A.

    MacGillivary, A Brief History of Globalisation: the Untold Story of Our Incredible Shrinking Planet (London: Constable and Robinson, 2006), 유윤종, “구약성서와 세계화,” 242 n. 12. 재인용.

  • 우택주, 세계화에 대한 구약성서적 응답(17-39) 21

    는 개인주의, 자유, 번영이다. 여기서 개인주의는 시장자유화를 추진하는 원

    동력이고, 자유는 개인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유무역에 참여하여 부

    와 성공과 번영을 추구할 수 있게 해 주는 가치이다. 한 마디로 경제세계화

    현상의 배후에는 다국적 혹은 초국적 거대자본가들이 세계 경제 운영을 통

    해 경제적 약소국으로부터 돈과 권력을 원하는 만큼 무한정 추출해 가려는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을 지지하고 추진하는 당사자들은 낙

    수효과(trickle-down economics)를8) 통해 약소국과 약소국 국민의 경제에 긍

    정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경제세계화의 우선적 가치는 시장경제에서 생기는 이익(interest)증대에 있

    다. 이를 위해 초국적 자본가들은 각국의 경제구조가 효율성(efficiency) 우선

    주의에 맞추어 개편되도록 압력을 행사한다.

    2. 개발주의 세계화의 목표와 우선적 가치9)개발주의 세계화는 앞서의 경제세계화와 더불어 세계의 소외계층을 보호

    하고 돌볼 책임이 있음을 강조한다. 이 입장은 세계화와 더불어 사회개발을

    가치 있는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창자들은 주로 정부 기관과

    기구 혹은 NGO에서 일하는 서구인 혹은 서구식 교육을 받은 토착 엘리트

    들로서 유엔개발계획(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과 밀접하게 연

    계되어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주장이 원조를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원조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라는 점이다.

    이 현상은 1940-1950년대에 많은 식민국가가 독립하였을 때 식민주의를

    청산하고 대체할 수 있는 정책이 바로 “개발”이었다는 각성으로부터 시작하

    였다.10) 얼핏 보기에 매우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이 “개발주의”는 성장을 최

    8) 이 용어는 대기업과 부유층의 성장이 사회 전체의 이윤 증대로 이어진다는 경제이론이다. 9) 이 단락은 Peters, 좋은 세계화 나쁜 세계화 , 116-58을 인용하고 약술한 것이다. 10)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권 시절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추진한 이후

    온 나라가 경제발전이라는 목표에 총력을 기울여온 지나간 반세기의 역사가 이를 잘 입증

    해주고 있다.

  • 22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고의 가치로 삼고 있기 때문에 사회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 불평등이

    나 빈곤 문제의 해결에는 결정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사회 불평등이나

    빈곤 퇴치 문제는 개발도상국의 국민총생산(GNP) 수치의 증가와 크게 무관

    하다는 사실이 1970년대에 확인되었다. 그 원인은 상품과 자원 분배의 형평

    (equity)을 고려하지 않고 국가생산량만을 종합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위의 유엔개발계획은 1990년부터 매년 인간개발보고서 를 발행하고 있

    다. 인간개발보고서 1999 에서는 성공적 인류 개발을 위협하는 세계화 모

    델의 세 측면을 불평등의 증가, 돌봄 노동자의 주변화, 불안 증대를 손꼽았

    다. 이를 상세히 설명한다면, 세계화는 이익 분배의 불평등 증가, 돌봄 노동

    의 주체인 여성 노동력의 주변화, 금융시장의 변동으로 인한 경제 불안 증

    가, 일자리 불안, 여행과 이주 증가로 인한 세계적 질병 확산으로 인한 의료

    불안, 소비문화의 침탈로 인한 문화적 정체성 불안, 마약과 무기거래 및 섹

    스 산업의 세계화로 인한 개인 불안, 대기와 수질, 토양 오염으로 인한 환경

    불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공동체 사이의 마찰로 인한 정치의 불안을

    초래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문제들에 직면하여 세계적 개발공동체들은 보다 개량된 형태

    의 인간화 이론과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구를 지배

    하는 심각한 빈곤, 그로 인한 죽음과 질병, 불행에 대한 인식과 관심에 근거

    하여 이들은 세계중앙은행, 세계환경기구, 세계투자신탁, 국제형사재판소,

    더 광범위한 유엔 체제 같은 조직을 통해 책임 있는 강력한 가버넌스

    (governance)를 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주의 세계화 이론은

    이 모든 개발과 복지의 문제를 완화하는 가장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법이 역

    시 경제성장과 무역이라는 원리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개발주의 세계화

    이론은 세계화 주체들의 책임(responsibility), 인류 사회의 번영을 위한 진보

    (progress), 인류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형평(equity)이라는 주요 가치에 관심

    을 기울일 필요성을 각성하고 있다.

    방금 간략하게 살핀 두 가지 세계화 현상은 무역을 통한 경제적 성장과

    이에 따른 이익 증대가 곧 개인의 번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신념에 따라 움

  • 우택주, 세계화에 대한 구약성서적 응답(17-39) 23

    직이고 있다. 이 현상 배후에 다국적 기업 혹은 초국적 기업, 유엔 기구들과

    세계적 기구가 존재한다. 이들의 우선적 가치는 효율적인 경제구조 개편에

    입각한 경제적 이윤증대에 있다.

    과연 인류는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시킴으로써 번영과 행복을 누릴 수 있

    을까? 각국의 경제구조가 세계시장의 요구에 부합하여 효율적으로 재편된

    다면 그렇게 해서 획득한 경제적 이익은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될

    수 있을까? 앞의 두 세계화는 낙수효과에 근거하여 그럴 것이라고 선전하

    지만 이러한 요구와 이념은 정작 필요당사자에 의해 제기된 것이 아니라는

    결정적 허점을 안고 있고 동시에 형평성 있는 이익 분배의 실현이 현실적으

    로 어려움을 안고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III. 구약성서의 역사와 사상세계화란 선진국의 그늘 아래 자본가와 대기업이 이익 극대화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세계의 시장경제 현상이다.

    여기에 인간적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는 작업과 함께 시장 무역과 경제성장

    을 도구화하는 개발주의 세계화도 공존하고 있다.11) 이 현상은 한 마디로

    현대판 바알주의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약성서의 사상은 과연 어

    디에 우선적 가치를 두고 있는가?

    세계화 현상에 관하여 구약성서가 기독교에게 전하는 가르침의 본질을

    얻어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금방 연상되는 것 가운데 교리적 방법, 역사적

    방법, 문학적 방법이 있다.12) 이외에도 다양하다. 이 연구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구약성서를 역사적으로 접근하고 구약성서를 형성한 사회와 그

    11) 앞에서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부정적 세계화 현상에 대항하는 환경주의 세계화 운동도 있고 경제세계화를 새로운 식민주의로 규정하고 이에 맞서 탈식민주의 운동에 근거한 세계화 운동도 있다. Peters, 좋은 세계화 나쁜 세계화 , 166-262.

    12) 참고. Gerhard Hasel, 구약신학: 현대 논쟁의 기본이슈들 , 김정우 역 (서울: 엠마오, 1993), 43-140.

  • 24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변천을 살피는 사회적 접근을 택하려고 한다. 구약성서가 사회적 산물이라

    는 전제는 다시 구약성서를 작성한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농경사회로 출발

    했으며 사회구조상 국가 단위에서 작성한 문서(state literature)로서 사회계층

    으로 보면 엘리트 소수자 집단의 보고서(minority report)이고 역사적으로 보

    면 페르시아의 식민지였던 시대에 대부분 작성된 제2성전시대 문서(the

    second temple document)라는 관점을 갖게 한다.13)

    연구자는 구약성서가 신앙공동체의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의 역사

    적 삶으로 완벽히 구현한 하나님의 일차 계시라는 전제하에서 구약성서의

    가르침을 탐구할 것이다. 구약성서에 다수의 신학사상이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제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약성서

    는 인류 전체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일관된 몇 가지 핵심적 가르

    침을 갖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를 탐구할 것이다. 그런 사상들을 세계화에

    대한 적절한 기독교적 대응자세로 삼기 위해서이다.

    구약성서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핵심 사상을 얻기 위해 우리는 가장 먼

    저 구약성서의 주인공인 고대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적 삶의 현장을 방문해

    야 한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이스라엘 백성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고 일군

    사회의 정서는 훗날 해당 사회의 정치구조가 바뀌고 모습이 달라져도 구약

    성서의 기본 사상으로 계승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것은 주로 오경의 법전에

    포함되어 있고 구약성서 곳곳에서도 암시되어 있다. 고대 이스라엘의 초창

    기 역사는 초기 이스라엘(early Israel) 사회로부터 시작된다. 초기 이스라엘

    이라고 일컬어지는 사회는 다시 군주사회(monarchic Israel)로 발전하였고 군

    주사회는 주변 강대국에게 패망한 후 주권을 잃고 제국의 지방이 된 이스라

    엘(provincial Israel)로 존속하였고14) 로마시대에 신약성서의 예수와 교회의

    13) 우택주, “구약성서 법전에 나타난 ‘공정한 사회론’의 허와 실,” 구약논단 , 41집 (2011): 36.

    14) 페르시아 치하의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 즉 유다지역을 행정구역으로 삼는 예후드(Yehud) 지방으로, 북부지역은 사마리아 지방으로 불렀다. 구약성서에서 이 시기를 다룬 문헌들은 대부분이 예후드 지역에서 나온 것이고 예후드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을

    전체 이스라엘이라는 관점으로 표현하였다. 참고. Erhard S. Gerstenberger, Israel in the

  • 우택주, 세계화에 대한 구약성서적 응답(17-39) 25

    시대까지 이어졌다. 따라서 우리는 초기 이스라엘, 군주제 이스라엘, 제국의

    지방이 된 이스라엘의 순서로 역사를 나누고 이 시기에 합당한 구약성서의

    문헌을 선택하여 그곳에 담긴 정서와 영성을 살피려고 한다. 그러나 지면의

    제한으로 각 시대를 상세히 다루지 않을 것이다. 본문의 주석도 지극히 제

    한될 것이다. 또한 통상 구약신학사상으로서 논의하는 출애굽 구원, 선택,

    언약, 메시야 대망, 하나님의 나라 등등과 같은 주제도 다루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는 오직 세계화 현상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성서적 관점을 얻는데 치

    중할 것이다.

    1. 초기 이스라엘15)구약성서의 창세기가 하나님의 창조와 인류역사의 시초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달리 고대 이스라엘 백성이 팔레스타인 땅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역사적으로 후기 청동기시대(주전 1500-1200년)에서 철기 I 시대(주

    전 1200-1000년)로 이행하는 전환기였다. 학자들은 이 시기의 이스라엘을 초

    기 이스라엘이라고 부른다. 초기 이스라엘은 훗날 다윗 왕에 의해 널리 알

    려진 군주제 이스라엘의 모태가 된 사회이다. 이 시기에 팔레스타인의 중앙

    산간지대에는 후기 청동기 시대에는 없었던 새로운 주거지가 대거 등장하

    였다.16) 이 현상의 외적 동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제출되었으나 지배

    Persian Period: The Fifth and Fourth Centuries B.C.E., tr. S. S. Schatzmann (Atlanta: SBL, 2011). 한편, 고대 이스라엘 역사를 지파 이스라엘-군주제 이스라엘-제국의 지방 이스라엘의 세 시기로 구분하여 묘사하는 것은 쿠트(R. B. Coote)의 견해를 따른 것이다. R. B. Coote, “Israel, Social and Economic Development of,” The New Interpreter’s Dictionary of the Bible, vol. 3 (Nashville: Abingdon Press, 2008), 138. 여기서는 쿠트의 “지파 이스라엘”(tribal Israel)을 초기 이스라엘(early Israel)로 바꾸었는데 이것은 순전히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다.

    15) 이 시기에 대한 개괄적 서술을 위해, 우택주, 새로운 예언서 개론 , 수정판 (대전: 침례신학대학교출판부, 2009), 53-72.

    16) 후기 청동기 시대의 32개 정착지가 114개로 증가했고 처녀정착지는 97개이다. L. E. Stager, “The Archaeology of the Family in Ancient Israel,” Bulletin of American Society of Oriental Research 260 (1985): 4.

  • 26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적인 견해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 주거지 집단의 물질문명은 팔레스타인 저지대에 도시국가로 알려진

    사회집단의 것과 문화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것은 다양한 크기

    의 조잡한 무색 토기, 테라스, 철제 도구, 삼방 혹은 사방 가옥(기둥 가옥),

    가옥 주변에 위치한 다수의 물웅덩이 등이다. 이와 같은 동질의 물질문화를

    가졌다는 근거 위에서 학자들은 이 새로운 주거군락에 살았던 사람들이 팔

    레스타인 지역 바깥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아니라 아마도 내부의 사람들

    이 이주하여 정착한 것으로 이해한다. 그들은 농사를 주업으로 삼았던 저지

    대 도시 주변의 농민이거나 정착사회와 긴밀한 상호관계를 유지하면서 살

    았던 목축 유목민이었을 것이다.17) 이들 외에 다양한 기원, 다양한 직종, 다

    양한 신분의 사람들도 포함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18)

    중앙 산지의 초기 이스라엘이 남긴 이 주거지들은 후기청동기 시대 대형

    도시들로부터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으며 소규모의 촌락들로 이루어져 있

    고 촌락 안에는 성소나 행정기능을 담당하는 다른 가옥에 비해 비교적 큰

    규모의 공공가옥 터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또 가옥마다 담이 없는 것이

    특징이며 비구심형이라는 특징을 지녔다. 또한 대부분의 주거지가 수원지에

    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옥주변에는 식수를 모으는 웅덩이들이 많다. 이

    촌락들의 주요 생계수단은 밀이나 보리 같은 건식농업과 올리브와 포도나

    무 같은 과수재배 그리고 각종 가축을 기르는 지중해식 혼합농업에 의존했

    다. 농업기술로는 평지가 부족한 탓에 비탈진 산지를 테라스로 개간하여 농

    사를 짓고 토질 보존을 위해 농지를 구분하여 휴경을 교대로 실시하는 등의

    17) 팔레스타인 지역 내 농민이라는 견해는 데버(W. G. Dever), 이와 달리 팔레스타인 지역의 유목민이라는 견해는 핑켈스타인(I. Finkelstein)이 주장하고 있다. 참고. 우택주, “초기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착 모델에 관한 최신연구동향,” 복음과 실천 , 46집 (2010): 9-34; L. L. Grabbe, Ancient Israel: What Do We Know and How Do We Know It? (New York: t & T Clark, 2007), 65-122.

    18) Anne E. Killbrew, “The Emergence of Ancient Israel: the Social Boundaries of a ‘Mixed Multitude’ in Canaan,” “I Will Speak the Riddle of Ancient Times”: Archaeology and Historical Studies in Honor of Amihai Mazar on the Occasion of His Sixtieth Birthday, vol. II, ed. A. M. Maeir and P. de Miroschedji (Winona Lake: Eisenbrauns, 2006), 555-72.

  • 우택주, 세계화에 대한 구약성서적 응답(17-39) 27

    집약농업(agricultural intensification)을 실시하였다.19) 철기 I 시대는 후반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이집트나 블레셋 혹은 시리아나 아라비아 반도와 같은

    외부사회와 교역을 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초기 이스라엘 사회

    는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는 데 충분한 만큼만 생산하고 소비하는 자급자

    족형 경제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초기 이스라엘을 지탱한 사회질서는 지파사회(tribal society)였다.20) 초기

    이스라엘이 동일종족이 아닌 상태에서 팔레스타인 중앙산지(갈릴리 산지,

    에브라임 산지, 유다 산지)의 곳곳에 흩어진 채 정착이 시작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공존했다면 이들은 지파동맹(tribal coalition) 상태를 유지했을 것으

    로 보아야 한다.21)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이 당시에 우후죽순으로 등장한

    수많은 촌락 사회의 내부 질서 문제 때문이다. 인류사회가 항상 그렇듯이

    그런 사회에서도 각종 도둑, 살인, 강도행위 등의 범법행위가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막고 질서를 유지할 대안은 자치조직밖에 없는데 이것을 표현하는

    사회질서가 바로 지파사회이기 때문이다.22) 지파란 사실이든 그렇다고 주장

    하든 무엇보다 혈연개념을 중심으로 구성원이 확대되며 동시에 외부인을

    구별하는 개념이다. 성서는 곳곳에서 이스라엘이 열두 지파로 구성되었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있다. 군주시대에 기록된 창세기에 야곱의 열두 아들에 대

    한 언급으로부터 시작해서 구약의 마지막 책이요 페르시아 시대에 기록된

    역대기상 1-9장이 열두 지파의 족보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 이를 지지한

    다.23) 각 지파는 장로(elder, zaqēn)로 불리는 지파의 연장자 그룹에 의해 질

    19) 집약농업에 관하여, 우택주, 8세기 예언서 이해의 새 지평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5), 107-13.

    20) 지파개념(tribalism)은 인류문명사 연구에 관한 지식 가운데 가장 모호한 개념 중 하나이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활발한 연구를 통해 이 개념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 참고. R. B. Coote, “Tribalism-Social Organization in the Biblical Israels,” Ancient Israel: The Old Testament in its Social Context, ed. P. F. Esler (Minneapolis: Fortress, 2006), 35-49.

    21) 물론 이 지파동맹을 누가 주창하고 관리했는지에 대해 우리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22) Coote, “Tribalism,” 36.23) 창 29:31-30:24; 35:23-26(야곱의 열두 아들 목록); 49:1-27(야곱의 축복); 민수기 1장과 26장

    (광야의 인구계수); 신 33장(모세의 축복); 수 13-21장(가나안 땅 분배); 삿 5장(드보라의 노래);

  • 28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서가 유지되었다.24) 이들은 지파가 관할하는 지역 내의 촌락사회 구성원 사

    이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지역법정의 사법권을 지녔다(참조,

    룻기 4장). 지파사회는 상호 위계질서가 없다. 다만 공존할 뿐이다. 지파동

    맹은 필요할 경우 지파들 각자의 고유한 의사결정을 통해 연합하는 사회를

    뜻한다.25) 초기 이스라엘의 지파사회구조는 훗날 군주사회가 형성되어 일정

    기간 지속되다가 몰락한 이후에도 여전히 촌락사회를 중심으로 지속되었던

    변함없는 전통적 사회질서였다. 한 마디로 지파사회는 구약성서에 표현된

    고대 이스라엘 사회의 근간이요 토대였다.

    구약성서의 법전에는 이제까지 묘사한 초기 이스라엘의 지파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법전 대다수는 아래의 군주시

    대에 왕의 궁전 서기관이 작성하였다. 군주들은 민심을 사기 위해 지파사회

    의 정서와 관습법을 백분 활용하여 법전을 작성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북

    왕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해되는 언약법전(출 20:22-23:33)의 서두는 히브

    리 종의 해방법(출 21:1-11)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어서 촌락중심 지파사회에

    서 다루었을 폭력의 경우(출 21:12-27, 인명상해시의 처결(출 21:28-36)을 다

    룬 후 이에 대한 배상문제(출 22:1-15)를 언급한다. 이후에 눈에 띠는 것은

    가난한 백성에게 무이자로 꾸어주고 옷과 같은 담보를 저당잡지 말라는 대

    목(출 22:25-27)이다. 그리고 판결의 원칙(출 23:1-9), 농사의 안식년과 안식

    일 규정(출 23:10-13)으로 이어진다. 안식년의 목적은 가난한 백성과 들짐승

    과 같은 동물계에 대한 배려를 지향하고 있고 안식일의 목적은 주인, 일꾼,

    겔 48장(성전재건 환상의 땅 분배); 대상 1-9장(지파의 족보).24) 참고. H. Reviv, The Elders in Ancient Israel: A Study of Biblical Institution (Jerusalem:

    Magnes, 1989).25) 사사기 5장의 드보라의 노래에는 열 지파만 언급한다. 그 이유는 드보라의 전쟁에 열 지

    파만 참여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직 열두 지파로 확장되기 이전의 지파동맹 상태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지파의 결정권은 그 당위성을 부여할 제도적 근거가 없었고 온전히 자율에 맡겨졌다. 더욱이 그 결정권을 강제할 상위 질서(예를 들어, 국가)도 없었음을 보여준다. 특이한 것은 여기서 기존의 열두 지파목록에 없는 마길 지파(14절)와 길르앗 지파(17절)가 언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이 본문을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가 형성되기 이전의 사회 상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한다.

  • 우택주, 세계화에 대한 구약성서적 응답(17-39) 29

    나그네 모두에게 동등하게 휴식을 주려는데 있다고 밝힌다. 언약법전은 경

    제적으로 사법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신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이것은 지파사회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리하면, 초기 이스라엘의 사회상과 언약법전을 동시에 고찰해볼 때 고

    대 이스라엘이 근본적으로 추구하던 삶은 정치적으로는 사회적 약자에 대

    한 인권 침해 요소를 최대한 억제하는 평등과 공존을 지향했고, 자율생존권

    을 보장하면서 자급자족적인 기초생계를 목표로 하는 삶의 가치를 추구했

    다고 볼 수 있다. 고대 이스라엘 사회의 지배적 종교인 야훼 신앙은 이렇게

    그들 역사의 시초부터 정치적으로 지파들의 자율결정권을 허용하고, 경제적

    으로는 집약농업에 의한 자급자족에 목표를 두었으며 사회적으로는 약자의

    인권과 생존권을 보호하는 데 역점을 두는 태도를 재가하였다. 이에 대한

    증거를 시내 산 언약체결 과정을 설명하는 대목에 등장하는 십계명(출

    20:1-17; 신 5:6-21)이 요약적으로 대변한다. 십계명은 빈부의 격차(여섯 번째

    계명, “도둑질하지 말라”)와 신분의 높낮이에 대한 인식을 근거로 이루어지

    는 가진 자의 없는 자의 토지나 재산 갈취(열 번째 계명, “이웃의 아내, 집,

    밭, 소유를 탐내지 말라”)를 금지하고 있다. 지파사회를 형성했던 초기 이스

    라엘은 구성원의 능력 차이에 따른 빈부, 지역 내 권력의 높낮이(법정의 위

    증), 신분의 높낮이(종과 자유인)가 발생한 것을 전제하며 그것이 좋고 나쁘

    다는 가치판단도 하지 않는다. 다만 종교를 활용하여 권력을 탐하거나,26)

    부의 축적을 위해 그 권력을 오남용하는 사례와 그로 인해 인권이 유린되고

    기본생존권이 박탈당하는 상황 방지를 야훼 신앙인이 반드시 지켜야 할 계

    명의 필수조항으로 삼고 있다.27)

    26) 이것은 1계명부터 4계명까지의 해석에 근거한 판단이다. 우택주, “기독교휴머니즘과 구약신학: 신본주의와 인본주의 이분법의 극복을 위하여,” 크리스천 휴머니즘의 길 , 침례교신학연구소편 (대전: 침례신학대학교출판부, 2012), 207-51.

    27) M. A. Chaney, “사회적 맥락에서 본 ‘너희 이웃의 집을 탐내는 것’: 제10계명,” 농경사회 시각으로 바라본 성서 이스라엘: 구약성서의 종교와 사회의 역사, 문학 해석 , 우택주 외 6인 역 (서울: 한들출판사, 2007), 325-51.

  • 30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2. 군주제 이스라엘(monarchic Israel)초기 이스라엘은 해당 사회의 내외적 요인에 의해 주전 1000년경부터 본

    격적인 군주제 사회로 발전하였고28) 이 사회는 주전 586년에 몰락하였다.

    고고학적으로는 철기 II 시대라고 부른다. 이 시대는 사무엘상부터 열왕기하

    까지, 그리고 역대기 상하에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군주시대가 되었다고 해서 지파사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29) 지파사회에

    군주제도가 추가된 것뿐이었다. 군주시대 내내 지파사회의 구조와 정서는

    여전히 존속하고 있었다. 군주시대의 군주들은 이 지파사회를 어떻게 효과

    적으로 통치하느냐에 따라 그 정권이 유지되거나 몰락하곤 했다. 다윗은 지

    파정서에 매우 효과적으로 적응했으나 그의 아들 솔로몬은 이를 무시하고

    오로지 군주의 입장에서만 정치와 경제를 운영했다. 그로 인해 솔로몬의 아

    들 르호보암 시절에는 나라가 남북으로 분열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북왕국

    의 초대 군주인 여로보암은 솔로몬에게 상처받은 지파정서를 달래는 방식

    으로 새로운 정권을 열었다. 아마도 이 시절에 언약법전이 작성되었을 가능

    성이 높다.30) 그러나 개성 있고 자율적인 지파정서를 통제하기란 그리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왕조 전체를 두고 볼 때 왕조(monarchic

    dynasty)는 도합 열한 번 나타났지만 대개 한두 세대 만에 교체되었다.31) 그

    가운데 유일하게 오므리 왕조는 세 세대를, 예후 왕조는 다섯 세대를 계승

    28) 내적 요인은 인구증가, 농토의 부족, 생산과 소비 및 각종 사회 문제의 해결 필요성을, 외적 요인은 블레셋의 침공을 각각 지목할 수 있다. 참고. R. B. Coote and K. W. Whitelam, The Emergence of Early Israel in Historical Perspective (Sheffield: the Almond Press, 1987); F. S. Frick, The Formation of the State in Ancient Israel: A Study of Models and Theories (Sheffield: The Almond Press, 1985).

    29) E. J. van der Steen, Tribes and Territories in Transition: The Central East Jordan Valley in the Late Bronze Age and Early Iron Ages: A Study of the Sources (Leuven: Peeters, 2004), 7. “(지파는) 휴면상태였을지언정 항상 그곳에 있었으며 결코 죽지 않았다.”

    30) R. B. Coote and M. P. Coote, 성서와 정치권력 , 장춘식 역 (서울: 한국신학연구소, 2000), 64-70. 위에서 언급한 언약법전의 채무노예 해방법은 지파정서를 달래려는 바로 이런 정치적 의도에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1) 왕조 창건자는 사울, 다윗, 여로보암, 바아사, 시므리, 오므리, 예후, 살룸, 므나헴, 베가, 호세아로서 도합 열한 명이다.

  • 우택주, 세계화에 대한 구약성서적 응답(17-39) 31

    할 만큼 상대적으로 장수했다. 북왕국의 빈번한 왕조 교체는 자율권을 지닌

    지파정서의 다양한 기호와 정치적 욕망을 등에 업고 벌어진 일들이었다. 대

    표적인 인물인 예후와 예후 왕조는 열왕기상 17장부터 열왕기하 15장까지

    이어지는 기록에서 읽을 수 있다. 열왕기서는 예후왕조가 오므리 왕조를 전

    복시킨 피의 쿠데타는 엘리야와 엘리사라는 하나님 사람의 개입과 경제적

    삶에 허덕이는 지파 사회의 구성원들의 지지와 후원을 받은 것으로 묘사하

    고 있다.32)

    군주제 이스라엘 사회는 지파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다수 백성

    의 관심사보다는 군주의 국가 운영의 입장에 따라 움직였다. 다시 말해서

    전체 인구의 상위 5%도 안 되는 소수의 엘리트 지배계층이 나머지 백성 전

    체의 삶을 좌우했다는 뜻이다. 군주의 지배적 관심사는 전쟁이며 통치권 유

    지이다. 이것은 땅의 소산에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대다수 백성의 관심사와

    크게 유리된 것이다.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군주가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

    는 정책을 폈다면 그것은 농사에 의존하여 사는 다수 백성의 삶을 향상시키

    려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의 확대와 유지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었

    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야훼 종교는 이러한 정치권력에 명분을 주는 기

    능으로 활용되었다. 제사장 집단도 일반적으로는 권력층의 가신 집단이었을

    뿐이다.

    군주시대의 다수 이스라엘 백성의 정서와 실제 사회의 모습을 엿보기는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열왕기상 17장-열왕기하 8장은 오므리 왕조 시절의

    다수 백성의 고단한 삶에 대해서 잘 알려준다. 엘리트 지배층은 국제관계를

    통해 정권 유지를 위한 전쟁에 몰두하는 한편으로 상당수 백성은 가뭄과 기

    근, 질병과 채무에 시달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왕상 17:8-24; 왕하

    4:1-7). 왕들은 군마에게 먹일 물과 곡식을 찾고(왕하 3:9, 15-20) 성안의 백

    성들은 서로의 자식을 식량으로 삼자는 제안을 주고받는 형편이었다(왕하

    6:24-29).

    32) 참고. R. B. Coote, ed., Elijah and Elisha in Socioliterary Perspective (Atlanta: Scholars Press, 1992).

  • 32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군주시대의 국가 경제는 명령경제(command economy)가 특징이다. 특히

    주전 8세기에 남북 왕조가 주도하는 집약농업 정책은 예언자들의 등장을 초

    래할 정도로 유명하다.33) 역대하 26:10은 웃시야 왕의 통치를 서술하는 한

    대목이다. “또 광야에 망대를 세워 견고하게 하고 물웅덩이를 많이 파고 고

    원과 평지에 가축을 많이 길렀으며 또 여러 산과 좋은 밭에 농부와 포도원

    을 다스리는 자들을 두었으니 농사를 좋아함이었더라.” 이 구절은 웃시야

    왕이 국토 전체를 그 효용성에 따라 경제적 용도에 맞추어 지역을 특수화

    (regional specialization)한 정책을 기록한 것이다.34) 군주의 명령경제는 단일

    품종의 대량생산과 국제수출입 무역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토지를 효율

    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대다수 촌민의 자급자족형 혼합영농과 기

    초생활 경제는 충분한 생계유지가 목적이므로 이 정책은 지파사회의 경제

    방식에 역행하는 정책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여하튼 국가는 곡물, 포도주,

    기름 수출에 열을 올리면서 지주들의 작은 단위 토지를 거대 농지로 통합하

    는 과정(land consolidation)을 묵인하였고(사 5:8, “가옥에 가옥을 이으며 전

    토에 전토를 더하여 빈 틈이 없도록 하고 이 땅 가운데에 홀로 거주하려 하

    는 자들은 화 있을진저”) 이로 인해 촌민들의 생존은 부채증가와 저당권 상

    실 선고 등으로 위협받고 토지에서 쫓겨나 일용직 노동자로 전락하는 일이

    허다했다. 정치권력의 유지와 연장에 최종목표가 있는 엘리트 지배계층은

    농산물을 수출하고 군수품과 사치품을 주로 수입하였으므로 생산자인 농가

    에게는 혜택이 거의 분배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예언자들은 왕실의 이런 정책에 기대어 자신의 이익 확대에 몰두

    하는 엘리트 지배계층의 부패를 고발하고 삶의 터전인 토지와 집에서 쫓겨

    난 촌락 농가 대다수를 옹호하고 대변하는 목소리를 냈다(미 2:1-5, 8-11). 8

    세기 예언자들의 선포는 토지 사용방식에 관하여 국가주도형 경제가 효율

    성(efficiency)을 추구하는 반면 지파사회의 농민의 혼합영농 경제는 충분성

    (sufficiency)을 지향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특별히 예언자 아모스는 농업을

    33) 우택주, 8세기 예언서 이해의 새 지평 , 107-18.34) Ibid., 132.

  • 우택주, 세계화에 대한 구약성서적 응답(17-39) 33

    상업화하는 국가 정책과 운용방식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대표한다.35) 호세아

    는 엘리트 지배계층에 의해 억압당하는 사회적 약자인 다수 농민에 대한 하

    나님의 거룩한 연민을 표현한다.36) 8세기의 예루살렘에서 아하스 왕과 히스

    기야 왕 시절에 예언활동을 한 이사야는 군주의 군사방어정책마저 옹호 받

    을 수 없음을 천명한다.37) 미가는 도시와 농촌으로 이원화된 사회 속에서

    농촌을 무시한 도시란 지탱될 수 없다는 전제하에 공평과 정의로 농촌의 정

    서를 배려한 통치자인 메시야를 희망한다.38)

    한편, 유다 왕조 후반부에 요시야 왕의 개혁을 후원할 목적으로 작성된

    법전으로 해석되고 있는 신명기법전(신 12-26장)은 촌락 중심의 언약법전과

    달리 도시 중심의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이 법전의 서두인 신명기 12-14장은

    요시야 개혁의 일차 목표인 단일성소법과 야훼 신앙의 순수화를 강조한다.

    이어서 신명기 15장에서 곧장 채무면제 법과 채무노예해방 법을 언급한다.

    그리고 3대 절기(16:1-17), 군주사회의 지도계층인 재판관, 왕, 제사장과 레

    위인, 예언자(16:18-18:22)를 언급한 후 도피성(신 19장), 전쟁규정, 시신에 대

    한 결백의 규정, 여성 포로 대우, 장자 상속권, 길 잃은 가축의 소유권, 여성

    의 순결 규정, 야훼 총회 구성원 자격, 전쟁용 막사 운영 규정, 도피한 종

    (23:15-16), 성매매 금지, 무이자 규정(23:19-20), 타인소유의 포도원에서 허락

    된 것과 금지된 것(23:24-25), 이혼과 재혼(24:1-6), 금지된 전당물(24:6), 인신

    매매 금지(24:7-9), 전당 절차(24:10-13), 품삯(24:14-15), 객과 고아와 과부 배

    려의 규정(24:17-22), 재판의 형량(25:1-3), 혈족 유지를 위한 결혼 법

    (25:5-10), 공정한 상거래 규정(25:13-16), 추수감사 법(26:1-11), 셋째해의 십

    일조와 용도(26:12-15) 등을 수록하고 있다. 신명기법전은 종과 객과 과부와

    고아와 같은 사회적 약자 보호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35) 우택주, 새로운 예언서 개론 , 189. 36) Ibid., 205.37) Ibid., 220.38) Ibid., 233.

  • 34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요시야의 개혁은 국가경제의 활성이나 정권 강화보다는 백년 넘도록 강

    대국인 앗수르에 의존해온 민족의 정치경제적 예속에서 벗어나는 데 초점

    이 있었다.39) 그래서 강대국에 의타적인 국민정서를 회복시키기 위해 야훼

    신앙을 순수하게 하는 일을 강조했으며 잃어 버렸던 북쪽의 땅을 되찾기 위

    해 여호수아서로 시작하는 신명기역사서(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 열왕기)

    를 작성했으며 사회적 약자 보호를 앞세워 사회 대통합이라는 대의를 표방

    하였다. 법전의 채무면제와 채무노예해방 법은 이런 왕실의 사회 대통합 목

    적에 기여한다. 신명기가 모세의 유언 형식을 빌려 주전 7세기의 현실 역사

    를 재해석하면서 시내 산 언약의 정신을 재천명하고 있는 모습은 군주정치

    가 지파정신을 재차 추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요약하면, 군주시대 이스라엘의 역사와 예언서 그리고 법전은 구약성서가

    군주 중심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정치경제보다 촌락농부가 생존에 필요한

    충분성을 추구하는 정치경제를 선호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한 마디로 구

    약성서는 잘 살기(well being)의 목표가 개인적 부의 축적이나 경제 활성화

    라는 정치적 구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의 생명을 중시하고

    상호공존을 추구하는 자세로부터 우러나온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더불어 구

    약성서는 군주제 자체의 도구적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자체를 절대화하

    지 않는다는 점도 엿볼 수 있다. 군주사회는 북쪽이 722년에 남쪽은 586년

    에 몰락했기 때문이다.

    3. 페르시아 제국의 지방이 된 이스라엘(provincial Israel)바벨론제국에게 패망한 유다 지역은 국가 제도가 붕괴하고 제국의 변두

    리에 예속되었고 이 지역의 인구는 감소하고 경제는 황폐해서 특별히 다룰

    것이 없다. 신바벨론제국을 무너뜨린 페르시아 제국은 유다 지역을 성전중

    심의 일개 지방인 예후드(Yehud)로 불렀다. 재건한 예루살렘 성전의 제사장

    집단은 오경 가운데 제사 법전을 편찬하였고 이후 역대기서에 나타난 대로

    39) 우택주, “요시야 개혁의 입체적 분석,” 복음과 실천 , 39집 (2006): 133-58.

  • 우택주, 세계화에 대한 구약성서적 응답(17-39) 35

    열두 지파의 족보를 나열하면서 지파사회의 정서에 입각하여 성전중심 정

    치 경제를 이어갔다. 이후 주전 5세기에 페르시아 제국이 에스라와 느헤미

    야를 파견한 이유는 구약성서에서 묘사된 대로 야훼 종교와 예루살렘 성전

    을 강화하고 예루살렘 성벽을 중건하는 데만 있지 않았다. 그것은 표면상

    드러난 이유였을 뿐 정치적으로 숨은 동기와 목적은 페르시아와 그리스 사

    이에 진행되어온 정치경제적, 군사적 갈등의 최전방 지역인 예후드의 경제

    를 제국의 영역 안에서 확실하게 장악하려는 의도였다. 이 시기에 안식일

    제도를 강화하고 이방인과 통혼하는 사례를 방지하는 조치를 취한 까닭은

    페르시아 변두리 지방인 예후드의 정치 경제적 이권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40)

    이 시기에 편찬된 것으로 이해되는 레위기는 성전공동체 구성원에게 야

    훼 신앙을 통해 백성들에게 신앙적 정체성을 부여하려는 목적이 지배적이

    다. 이를 위해 제사장들은 제사법, 주요 절기법, 정결법, 음식법, 윤리법, 사

    회법 등의 각종 제도적 장치를 문서로 규범화하였다. 특히 레위기의 후반부

    에 위치한 성결법전(17-26장)은 종교규범과 사회 윤리적 규범을 대등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를 테면 “부모를 경외하고 안식일을 지키라”(레 19:3)는

    말씀이 대표적이다. 또한 신앙생활을 성과 속으로 이분화하지 않는다. 이를

    테면 “너는 네 이웃을 억압하지 말며 착취하지 말며 품꾼의 삯을 아침까지

    밤새도록 네게 두지 말며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레 19:13-14)고 적시한다.

    이는 경제적 착취를 금지함과 동시에 개인의 이윤추구 행위와 야훼 경외를

    전혀 분리하지 않고 있다. 레위기 25장의 안식년 법은 토질보존의 목적 외

    에 토지를 통한 경제적 이윤추구가 절대적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친다. 희년법은 토지의 소유권 보호를 궁극적 목표로 삼고 토지를 통해

    서만 삶을 영위해야 하는 공동체 구성원의 삶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내포되

    어 있다. 비록 레위기 25:35-55에서는 이스라엘과 비이스라엘을 구분하여 경

    제행위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나(39-46절) 이는 앞서 페르시아 치하의 경

    40) R. B. Coote, “Israel, Social and Economic Development of,” 142-3.

  • 36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제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페르시아는 예후드 지역에서 비이

    스라엘인(즉, 그리스인)과의 상거래를 엄히 규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성결법전은 같은 이스라엘 사람끼리는 대부사업을 통한 경

    제적 이윤추구 행위를 금지하고 오히려 구제를 명령한다(35-37절, 47-55절).

    IV. 나가는 말: 세계화에 대한 구약성서적 응답위에서 살펴본 대로 구약성서는 고대 이스라엘의 삶과 역사 속에서 시종

    일관 지파사회의 정서와 영성을 간직하고 그에 따라 사고한 것을 기초로 기

    록한 글임을 알 수 있다. 비록 군주사회의 지도계층과 성전시대의 제사장들

    이 구약성서를 정치적 종교적 목적을 갖고 기록했다 할지라도 그들은 언제

    나 지파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정서에 뿌리내린 영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

    고 표방하였다. 지파의 정서란 다름 아니라 대가족 중심의 촌락 생활을 의

    미한다. 지파 사회가 추구하는 것은 자급자족적 기초생계 유지에 있다. 토지

    를 생존에 필요한 만큼 개발하고 개간을 하지만 생산량을 극대화하여 이윤

    을 창출하는 데 목적이 없다. 물론 농업기술이 열악하고 농사에 필요한 기

    후조건을 임의로 조정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구약성서는

    생존에 필요한 만큼 생산하는 것을 추구할 뿐 그보다 더욱 많이 생산해서

    국내외 시장 교역에 진출하고 이윤을 극대화 하는 노력을 부추긴 적이 없

    다. 혹시 물물거래의 시장 사업에 관여하는 경우에도 공정한 상거래를 요구

    한다. 농사의 생산량이 예상보다 많아서 남은 경우에는 그것을 부족하게 생

    산된 식량 때문에 궁핍을 겪고 있는 이웃을 위해 무이자 구제용으로 활용하

    도록 요구한다. 그래서 구약성서는 이웃과 공생하고 공존하는 삶을 우선적

    가치로 삼는다. 무엇보다 가족 중심의 지파적 정서는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

    의 인간적 가치를 가장 소중히 여긴다. 구약성서는 도시가 발전하고 군주사

    회가 새롭게 형성되고 몰락하며 제국의 지방으로 전락하는 동안 삶의 정치

    경제적 영역을 신앙적 삶과 유리시킨 적이 결코 없다. 구약성서는 윤리적으

  • 우택주, 세계화에 대한 구약성서적 응답(17-39) 37

    로 도덕적으로 정의롭고 공평한 삶이 곧 야훼를 경외하는 일이라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간략히 살핀 언약법전, 신명기법전, 군주시

    대의 역사기록 일부, 주전 8세기 예언자의 말, 그리고 성결법전은 바로 이러

    한 영성에 기초하여 있다. 구약성서는 소수가 누리는 경제적 이윤이 아니라

    상호공존을 더 중시한다. 번영과 더 나은 삶을 위해 구약성서는 돈이나 권

    력보다 사람의 본질적 가치를 더 중시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구약성서의 영성을 밑거름 삼아 형성된 기독교는 경제

    적 이윤 추구가 지상목표인 경제세계화나 무역과 시장개방을 통해 경제성

    장을 통한 개발주의 세계화 앞에 맞서 대항문화 건설에 가장 적합한 신앙관

    이라고 볼 수 있다. 맘몬을 신격화하는 현대판 바알주의인 세계화 앞에 기

    독교와 교회는 성서를 통해 돈과 세속적 성공 대신 인간적 삶의 본질적 가

    치와 생명 자체를 가장 우선가치로 삼는다는 진리를 전파할 수 있다. 기독

    교와 교회는 경제 성장의 이름으로 소수의 힘 있는 자(거대자본)가 다수의

    약자를 짓밟고 약탈하는 그 어떤 행위도 방관할 수 없다. 구약성서는 정의

    와 공평의 원칙에 따라 인권을 소중히 여기고 생명을 존중할 것을 가르치며

    세계 시민 모두의 공존과 공생을 더 나은 삶(a better life)이요 번영하는 삶

    (well being)이라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구약성서는 지역에 터를

    잡고 사는 지파들의 지역자율주의와 자급자족 경제가 추구하는 충족한 삶

    과 인권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인류의 삶 전 영역에서 강력하게 압박하

    는 금전만능주의의 화신, 경제세계화와 개발세계주의의 비인간적 이데올로

    기와 그 부정적 영향력 앞에 우리 기독교와 교회는 구약성서의 정신에 입각

    하여 대항 이데올로기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 성서는 사람의 존재가치와 삶

    자체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한다.

  • 38 복음과 실천(제52집, 2013년 가을)

    참고자료우택주. 8세기 예언서 이해의 새 지평 .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5.

    . 새로운 예언서 개론 . 수정판. 대전: 침례신학대학교출판부, 2009.

    Chaney, M. A. “사회적 맥락에서 본 ‘너희 이웃의 집을 탐내는 것’: 제10계명.”

    농경사회 시각으로 바라본 성서 이스라엘: 구약성서의 종교와 사회의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