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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제 l 253 금융당국은 상품개발 자율성 제고 차원에서 현행 사전신고 제를 원칙적으로 사후보고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사전신고제 는 새로운 위험 보장 상품을 처음 개발하는 경우에만 예외적 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당국이 직접 만드는 표준약관은 없애되 실손의료·자동차 보험만 민간이 자율적으로 표준약관을 정하는 방식으로 남겨 두기로 했다. 보험사의 부실상품 판매에 대한 사후 책임은 대폭 강화하고 불완전판매나 과다수수료 요구 등 부당·불공정 행위가 지적 된 일부 보험대리점·설계사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절절포’ 바빴던 금융개혁 정부가 2015년 금융개혁 차원에서 손을 본 규제 건수가 전 체의 20%에 달했다. 금융위원회는 전수조사로 파악한 금융법 령규제 1천64건 중 20%에 해당하는 211건을 2015년 개선했다. 그간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한 뒤 영업행위 규제는 확 풀되, 건전성과 시장질서 규제는 선진화하고 소비자보호규 제는 강화한 결과다. 아울러 금융행정지도를 2014년 말 700여 건이던 것을 50건으로 줄이고 가격, 인사, 배당 등 금융사 경영 사항에 대한 불개입 원칙을 세웠다. 은행 쪽에서는 23년 만에 은행업 신규 인가를 통해 인터넷 전문은행이 도입됐고, 은행 방문 없이 홍채인식이나 영상통화 같은 다양한 비대면 방식의 실명확인이 22년 만에 허용됐다. 한국거래소를 지주체계로 개편해 코스피, 코스닥을 자회사 로 분리하는 거래소 구조개편 방안도 11년 만에 마련했다. 보험 에서는 인터넷으로 여러 상품을 비교해 가입할 수 있는 온라 인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가 11월 말 문을 열었다. 서민금융지원대책에선 미소금융과 햇살론 등 4대 정책상품 을 확대해 2018년까지 270만 명에게 22조원의 금융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은 금융사 431곳, 중소기업 156곳을 방 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3천575건의 건의 를 접수해 그 중 45.8%를 수용했다. 핀테크도 산업으로서의 외형을 갖춰갔다. 한국핀테크포럼 에 등록된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은 2015년 5월 말 44개에서 11월 말 360개로 급증했다. 전자금융거래 매출액은 1조9천260 억원에서 2조2천340억원으로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물 없는 모바일카드 발급 건수도 1만8천 건을 넘어섰다. 증 권 개 요 2015년에도 주식시장은 상반기에 오르다가 하반기에 내리 는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이며 끝내 ‘박스피’(박스권+코스피) 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글로벌 유동성 장세가 펼쳐진 가운데 제약·바이오를 중심 으로 한 중소형주가 상반기 상승 랠리를 이끌며 한때 박스권 탈출을 바라보기도 했으나 결국 물거품에 그치고 말았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 글로벌 전 반에 흐르는 불확실성은 내내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 용했다. 박스권 탈피 실패…코스피 2.39% 상승 코스피는 2015년 폐장일인 12월 30일 1,961.31로 마감했다. 2014년 말(1,915.59)과 비교하면 2.39% 올랐지만 지난 2011년 이 후 이어진 장기 박스권에서는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다. 코스피는 연초만 해도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유럽중 앙은행(ECB)의 양적완화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에 힘 입어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피는 4월 23 일 연중 고점인 2,173.41(이하 종가 기준)까지 올랐다. 코스피는 그러나 서서히 악재가 불거지면서 후퇴하기 시작 했다. 5월에 시작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중국 관 광객 감소와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며 승승장구하던 화장품과 여행, 유통주 등의 발목을 잡았다. 무엇보다 연중 내내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우 려가 세계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드리우며 증시를 짓눌렀다. 특히 상하이종합지수가 하루 만에 8.49% 떨어지며 중국판 블 랙먼데이가 터진 8월 24일에는 코스피도 연중 저점인 1,829.81 로 급락했다. 상반기 증시를 떠받쳐주던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8월 5일~9월 15일(29거래일)에는 사상 최장의 연속 순매도 행 진을 벌여 무려 5조5천432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그럼에도 코스피는 다시 바닥을 다지고 상승을 시도했다. 10 월 들어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 결정 등도 호재로 작 용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매도세에 코스피의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 에 없었고 결국 증시는 상반기에 고점을 형성했다가 하반기에 부진한 ‘상고하저’의 흐름으로 막을 내렸다. 다만 기업공개(IPO)의 붐이 일며 증시의 덩치는 불어났다. 연말 코스피의 시가총액은 1천243조원으로, 1년 전보다 51조원 늘었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1천200조원대에 진입하기는 이번 이 처음이다. ▲ 2015 증권ㆍ파생상품시장 폐장일인 12월 30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직원들이 색종이를 뿌리며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5.00p 내린 1,961.31로 거래를 마감했다.

금융당국은 상품개발 자율성 제고 차원에서 현행 사전신고cdnvod.yonhapnews.co.kr/yonhapnewsvod/public/... ·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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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금융당국은 상품개발 자율성 제고 차원에서 현행 사전신고cdnvod.yonhapnews.co.kr/yonhapnewsvod/public/... ·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경 제 l 253

금융당국은 상품개발 자율성 제고 차원에서 현행 사전신고

제를 원칙적으로 사후보고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사전신고제

는 새로운 위험 보장 상품을 처음 개발하는 경우에만 예외적

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당국이 직접 만드는 표준약관은 없애되 실손의료·자동차

보험만 민간이 자율적으로 표준약관을 정하는 방식으로 남겨

두기로 했다.

보험사의 부실상품 판매에 대한 사후 책임은 대폭 강화하고

불완전판매나 과다수수료 요구 등 부당·불공정 행위가 지적

된 일부 보험대리점·설계사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 ‘절절포’ 바빴던 금융개혁

정부가 2015년 금융개혁 차원에서 손을 본 규제 건수가 전

체의 20%에 달했다. 금융위원회는 전수조사로 파악한 금융법

령규제 1천64건 중 20%에 해당하는 211건을 2015년 개선했다.

그간 모든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한 뒤 영업행위 규제는

확 풀되, 건전성과 시장질서 규제는 선진화하고 소비자보호규

제는 강화한 결과다. 아울러 금융행정지도를 2014년 말 700여

건이던 것을 50건으로 줄이고 가격, 인사, 배당 등 금융사 경영

사항에 대한 불개입 원칙을 세웠다.

은행 쪽에서는 23년 만에 은행업 신규 인가를 통해 인터넷

전문은행이 도입됐고, 은행 방문 없이 홍채인식이나 영상통화

같은 다양한 비대면 방식의 실명확인이 22년 만에 허용됐다.

한국거래소를 지주체계로 개편해 코스피, 코스닥을 자회사

로 분리하는 거래소 구조개편 방안도 11년 만에 마련했다. 보험

에서는 인터넷으로 여러 상품을 비교해 가입할 수 있는 온라

인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가 11월 말 문을 열었다.

서민금융지원대책에선 미소금융과 햇살론 등 4대 정책상품

을 확대해 2018년까지 270만 명에게 22조원의 금융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다.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은 금융사 431곳, 중소기업 156곳을 방

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3천575건의 건의

를 접수해 그 중 45.8%를 수용했다.

핀테크도 산업으로서의 외형을 갖춰갔다. 한국핀테크포럼

에 등록된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은 2015년 5월 말 44개에서

11월 말 360개로 급증했다. 전자금융거래 매출액은 1조9천260

억원에서 2조2천340억원으로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물 없는 모바일카드 발급 건수도 1만8천 건을 넘어섰다.

증 권

■ 개 요

2015년에도 주식시장은 상반기에 오르다가 하반기에 내리

는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이며 끝내 ‘박스피’(박스권+코스피)

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글로벌 유동성 장세가 펼쳐진 가운데 제약·바이오를 중심

으로 한 중소형주가 상반기 상승 랠리를 이끌며 한때 박스권

탈출을 바라보기도 했으나 결국 물거품에 그치고 말았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 글로벌 전

반에 흐르는 불확실성은 내내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

용했다.

■ 박스권 탈피 실패…코스피 2.39% 상승

코스피는 2015년 폐장일인 12월 30일 1,961.31로 마감했다.

2014년 말(1,915.59)과 비교하면 2.39% 올랐지만 지난 2011년 이

후 이어진 장기 박스권에서는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다.

코스피는 연초만 해도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유럽중

앙은행(ECB)의 양적완화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에 힘

입어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피는 4월 23

일 연중 고점인 2,173.41(이하 종가 기준)까지 올랐다.

코스피는 그러나 서서히 악재가 불거지면서 후퇴하기 시작

했다. 5월에 시작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중국 관

광객 감소와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며 승승장구하던 화장품과

여행, 유통주 등의 발목을 잡았다.

무엇보다 연중 내내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우

려가 세계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드리우며 증시를 짓눌렀다.

특히 상하이종합지수가 하루 만에 8.49% 떨어지며 중국판 블

랙먼데이가 터진 8월 24일에는 코스피도 연중 저점인 1,829.81

로 급락했다.

상반기 증시를 떠받쳐주던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8월 5일~9월 15일(29거래일)에는 사상 최장의 연속 순매도 행

진을 벌여 무려 5조5천432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그럼에도 코스피는 다시 바닥을 다지고 상승을 시도했다. 10

월 들어 삼성전자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 결정 등도 호재로 작

용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매도세에 코스피의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

에 없었고 결국 증시는 상반기에 고점을 형성했다가 하반기에

부진한 ‘상고하저’의 흐름으로 막을 내렸다.

다만 기업공개(IPO)의 붐이 일며 증시의 덩치는 불어났다.

연말 코스피의 시가총액은 1천243조원으로, 1년 전보다 51조원

늘었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1천200조원대에 진입하기는 이번

이 처음이다.

▲ 2015 증권ㆍ파생상품시장 폐장일인 12월 30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직원들이 색종이를 뿌리며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5.00p 내린 1,961.31로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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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l 경 제

■ 외인 · 기관 · 개인 모두 ‘팔자’

주식시장의 3대 투자 주체인 외국인과 기관, 개인은 모두 코

스피 시장에서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증시의 수급 여건이 그만

큼 취약했던 셈이다.

특히 외국인은 4년 만에 ‘팔자’ 세력으로 돌아섰다. 외국인

은 유로존 위기 이후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25조7천억

원 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 기조를 이어왔지만 2015년 3조6천

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도 투신과 금융투자 부문을 중심으로 5천억원 어치를

팔았다. 개인도 4천억원 상당을 순매도해 7년째 ‘팔자’ 행진을

지속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내 증시의 성적이 주요국보다

그다지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2015년(12월 29일 기준) 주요 20개국(G20)의 대표 지수 중

코스피의 상승률은 8위를 기록했다.

2011년 7위, 2012년 13위, 2013년 14위, 2014년 19위 등으로

갈수록 다른 국가 증시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남들이

오를 때도 떨어지던 국내 증시의 이른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 코스닥의 약진…신(新) 성장주 부각

박스피에 머물렀던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한해를 보냈다.

저성장 기조 아래 성장주를 발굴하려는 활발한 움직임이 이

어졌고, 제약·바이오 업종이 신(新) 성장주로 부각됐다.

코스닥은 폐장일인 2015년 12월 30일 전년 종가(542.97)보다

25.7% 오른 682.35에 장을 마쳤다. 이 같은 상승률은 세계 주

요 신시장 가운데 중국 선전거래소의 차이넥스트(Chinext)지수

상승률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코스닥은 7월 20일 800선을 목전에 둔 782.64(종가 기준)까

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2007년 11월 이후 8년 만에 최고치

를 달성하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의 몸집도 크게 불어났다.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

액은 시장 개설 후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코스

닥시장의 시가총액은 201조6천억원으로 올 한해를 최종 마감했

는데 이는 2014년 말(143조1천억원)에 비해 40.9% 증가한 것이다.

상승률 300% 이상의 ‘대박’ 종목도 30개에 달한다. 상장기업

수도 2007년 10월 1천개사를 돌파한 이후 정체된 흐름을 보여

왔지만, 시장 활황에 힘입어 8년 만에 1천100개사를 넘어섰다.

다만, 코스닥은 상반기의 뚜렷한 활황세와 달리 하반기에는

강도 높은 조정을 받으며 펀더멘털(기초체력) 부실에 대한 우

려가 다시 한 번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전망이 나올 때마다 시장은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수급 측면에서도 여전히 ‘개인들의 장터’에서 크게 벗어나

지 못했다는 평가 나온다. 2조3천778억원 어치를 사들인 개인

에 비해 외국인(-3천302억원)과 기관(-2천372억원)은 순매도

를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는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단기적 투자 성향을

보이고 시장 분위기에 크게 휩쓸린다는 점에서 코스닥의 견조

한 상승세를 담보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 바이오 · 화장품주 랠리…메르스 · 가짜 백수오 파동에는 ‘휘청’

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단연 중국 소비주와 바

이오주다.

사상 최초 1%대 금리 시대를 맞아 시장에 풀린 유동성은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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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제 l 255

래 성장 가능성이 커 보이는 종목들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한껏 부풀렸다. 그 결과 연초에는 화장품주와 여행주, 면세점

주와 같은 유커 관련주가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중국인의 해외 여행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이 한국에서 가

장 많이 지갑을 여는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이다.

유커 수혜주의 대표격인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7월 장중 최

고 45만5천500원까지 올라 연초 대비(지난해 말 종가 22만2천

원·액면분할에 따른 환산 주가) 두 배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

되고 있기도 했다.

중국 소비주와 함께 제약·바이오주도 2015년 가장 뜨거운

종목으로 떠올랐다. 저성장과 내수 부진, 인구 고령화가 심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오산업의 성장성이 부각됐다.

셀트리온과 한미약품이 ‘쌍두마차’로 제약·바이오주의 흥

행을 이끌었다. 셀트리온은 연초 3만8천원 수준에서 4월 14일

장중 9만7천400원까지 급등하며 카카오를 밀어내고 코스닥시

장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하기도 했다.

급등에 따른 우려 등으로 잠시 주춤하던 바이오주는 한미약

품의 5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계기로 또 한번 급등세를

탔다. 연초 10만원 근처였던 한미약품은 연말 70만~80만원대

까지 치솟았다.

반면, 시장의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한 이슈들도 곳곳에 산

재했다. 5월 말부터 확산된 메르스로 해외 관광객과 국내 소비

가 급감하며 유커 수혜주와 유통주 등이 급락세를 보였다.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며 화장품과 여행·레저주 등

의 상승세가 꺾였고 전반적인 소비와 내수 위축에 대한 우려

로 백화점주 등도 줄줄이 약세를 나타냈다.

‘가짜 백수오’ 파동도 연초 이후 승승장구하던 코스닥 시장

에 찬물을 끼얹은 재료였다.

한국소비자원이 4월 시중에 유통된 백수오 제품 조사 결과

내츄럴엔도텍의 가공 전 원료에서 가짜 백수오 성분인 이엽우

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함에 따라 코스닥 대표주 중 하나였던

내츄럴엔도텍이 연일 하한가를 기록했다.

내츄럴엔도텍의 폭락은 고평가 논란이 이어졌던 바이오·

제약주들의 연쇄 급락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720선 돌파를

눈앞에 뒀던 코스닥지수가 600선 중반까지 밀리는 등 코스닥

조정의 시발점이 됐다.

■ 대기업 지배구조 관련주 출렁…‘엘리엇 사태’ 주목

대기업들의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재편이 숨 가쁘게 이뤄지

며 관련 종목들의 주가도 출렁였다.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

러진 뒤 불이 붙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움

직임은 2015년에도 활발하게 이어졌고, 이에 따라 삼성그룹주

가 연일 들썩였다.

특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이 출

범하며 이 회사 최대주주가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

룹 지배력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 외국계 투

자자와 소액 주주들이 합병비율에 반발해 합병 무산 우려가

제기되는 등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엘리엇 사태’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과 같은 주주 환원책에

기업들이 관심을 확대한 계기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룹 계열사 내 인수합병뿐 아니라 대기업 간 사업재편도

활발했다.

삼성그룹이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삼성탈

레스 등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한 데 이어 삼성정밀화학

등 나머지 화학 계열사를 롯데그룹에 넘기며 화학과 방위산업

부문을 완전히 정리했다.

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

을 전격 인수하며 방송통신업계 관련 업체들의 주가도 요동쳤다.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오너 일가의 ‘집안 싸

움’이 벌어지며 롯데그룹주의 변동성이 확대되기도 했다. 불투

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과 반(反) 롯데 정서에 대한 우려 속

에서 롯데그룹주의 주가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다.

롯데그룹은 순환출자구조 개편과 경영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고 그 일환으로 호텔롯데 상장 등이 결정됐다.

■ 사상 최저금리 기록한 채권 시장

국내 채권시장은 세계 자산시장의 출렁임에 함께 흔들리며

연중 변동성이 큰 양상을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불안감이 크게 작용한 가운데 한국은행

의 기준금리 조정, 국제 유가 등 대내외 변수들에 민감하게 반

응했기 때문이다.

5년 만기 국채를 기준으로 보면 1분기에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와 한은의 3월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금리가 대체로 하락(채권값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유로존의 양적완화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심리가 일

부 커지고 추가경정 예산 편성과 이에 따른 공급물량 부담이

불거지면서 2분기에는 상승 전환했다.

이어 한국은행이 6월에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50%로

내리고서도 추가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서 확산되자 채권 금리

는 다시 하락세를 보여 10월 5일에는 사상 최저인 연 1.72%까

지 떨어졌다.

이후 12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다시 올라 연말

께는 연 2.0% 안팎에서 움직였다.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경기둔화 우

려가 커지면서 미국채 10년물의 금리가 국고채 10년물 금리를

웃도는 한·미 금리 간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도 특이점이었다.

일반적으로 한국 국고채는 우량 채권으로 분류되는 미국채

보다 금리가 높다. 가격이 높을수록 금리는 낮아지기 때문이

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과 경기 국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이 겹치면서 금리 역전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간 금리는 6월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뒤집힌

뒤 연말께도 다시 한 번 역전 현상을 나타냈다.

■ 초저금리에 중위험 · 중수익 인기…ELS · 배당 · 중소형주펀드 선전

금융투자시장에서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각광을 받았

다. 1%대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고 주식시장마저 불확실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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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l 경 제

휩싸이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대거 몰려

든 탓이다.

중위험·중수익 선호 현상의 바람이 가장 강하게 몰아친 상

품은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상품이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5년 파생결합사채(ELB)를 포

함한 ELS 발행액은 76조9천499억원으로 전년보다 7.2% 늘어

났다. 이는 지난 2003년 ELS가 처음 발행된 이후 연간 최대 규

모다.

국내외 주가지수가 반토막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은행금

리+α’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초저금리에 지친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이에 따라 ELS를 포함한 파생결합상

품은 펀드 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그러나 3분기에는 홍콩 증시의 급락 여파로 ELS 조기상환

실패 사례가 급증하는 등 경고음이 울리기도 했다.

실제 금융 당국은 중국 증시 폭락의 여파로 H지수가 고

점 대비 40% 가까이 추락해 대규모 ELS 원금 손실(녹

인·Knock-In) 우려가 제기되자 파생결합증권의 기초 자산이

특정 국가에 쏠리는 현상이 계속되면 상품 발행을 일정 기간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펀드 중에서는 중위험·중수익을 노릴 수 있는 채권 및 혼

합형펀드로 자금이 쏠렸다.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코스

피가 수년간 박스권을 맴돌면서 대거 이탈세가 이어졌다.

섹터별로는 정부의 배당 확대 유도 정책이 이어지며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이 양호했다. 코스닥의 약진으로 중소형주 펀드

도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통업

■ 개 요

최근 수년간 이어진 경기침체와 내수부진에 고전해온 유통

업계는 2015년에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으로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정부가 추진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민간 주도의 ‘K-

세일데이’ 등 소비 진작책들이 일부 효과를 거뒀으나 경기 침

체와 메르스 여파로 타격을 받은 소비 심리가 완전히 회복되

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문별로는 포화 상태에 이른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편의점과 온라인 쇼핑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2015년 백화점·대형마트·슈퍼마켓·편의점 등 6개 업권

의 소매업 판매액(경상금액 기준)은 약 276조9천153억원으로

2014년(267조7천665억원)에 비해 3.42%(9조1천489억원) 증가

했다.

이들 업권의 소매 판매액 증가율은 2012년 4%대였으며

2013년과 2014년에는 1%대에 머무른 바 있다.

2015년 매출 증가세가 다소 회복됐다는 점에서 소비 심리가

최악의 국면에서는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완전히 살

아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성장 한계 상황에 직면한 백화점은 2014년에 이어 2년째 마

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백화점 업계는 2014년에 이어 아

웃렛과 쇼핑몰 사업 확대 등으로 돌파구를 찾았고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린 디저트와 수입 식자재 등 식품 부문의 차별화에

주력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나란히 2%대 성장했지

만 영업 규제로 촉발된 매출 정체가 이어지며 강한 회복세를

나타내지는 못했다.

반면에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구조적 성장기에 접어든

편의점 업계는 점포 수 증가와 함께 30%에 육박하는 높은 매

출 성장세를 나타냈다. 온라인 분야도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모바일 쇼핑 이용객 급증으로 눈에 띄게 성장했다.

면세점시장은 메르스 여파로 매출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특허를 두고 대기업 간에 치열한 경쟁

이 펼쳐졌다.

■ 백화점

2015년 백화점 업계의 매출은 2014년보다 0.4% 감소한 29

조2천23억원 규모로 전년에 이어 2년째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냈다. 백화점의 매출 증가율은 2011년 11.4%에서 2012년

5.4%, 2013년 2.6%로 계속 둔화세를 보이다가 2014년 10년 만

에 역신장을 기록했다.

백화점 매출은 6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하는 등

메르스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열린 10월에는 11.4% 성장했다.

정부가 주도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보완해야 할 문제

점들이 노출됐지만 소비 심리 회복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특히 백화점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백화점들은 이 외에도 대규모 ‘출장 세일’까지 벌이는 등 부

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역성장을 피하

지는 못했다. 품목별로는 식품과 해외 명품, 가정용품 등이 성

장했지만 아동·스포츠, 남성의류, 여성의류, 잡화 등은 매출

이 감소했다.

식품관 디저트 매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각 백화점은 매출

▲ 휴일인 7월 26일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 중인 롯데백화점의 ‘롯데 블랙 슈퍼쇼’ 행사장에 몰린 인파. 23∼25일 사흘간 매출은 85억3천만원을 기록했고 이 기간 64만 명이 킨텍스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