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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생명과학과 법

의생명과학과 법reslaw.wku.ac.kr/.../12/의생명과학과_법_제14권.pdf · 2016-12-02 · 기하면서, 14일 이내에 동의 여부를 통지하도록 하고 만약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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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SN 2092-8599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2015. 12.)

    원광대학교 법학연구소 의생명과학법센터

  • 목 차

    - 3 -

    의생명과학과 법 第14卷

    목 차

    ◈ 연구논문 ◈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도입에 따른

    형사책임의 변화 ····································································· 김재윤 ············ 5

    의료분쟁조정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

    -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중심으로 – ··························· 김일룡 ·········· 31

    의료과오소송과 감정의 대상

    - 일본에서의 논의를 참고하여 – ········································ 김영미 ·········· 63

    환자의 자기결정권 확보방안 ······················································ 송영민 ·········· 87

    ◈ 부 록 ◈

  •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 4 -

    의생명과학과 법 第14卷

    Contents

    Change of the Criminal Liability by the Introduction of

    Exceptional Clause on Criminal Punishment in Act on

    Medical Dispute Mediation ·································· Kim, Jae-Yoon ············ 5

    Vitalizations of Medical Dispute Mediation and Arbitration

    - Focusing on Korea Medical Dispute Mediation and

    Arbitration Agency - ············································· Kim, Il-Ryong ·········· 31

    Medical Malpractice Litigations and objects of expert opinion

    - Referring to Debates in Japan - ·················· Kim, Young-Mi ·········· 63

    Measures of Securing Patient Self-Determination

    ·············································································· Song, Young-Min ·········· 87

  • - 5 -

    원광대학교 법학연구소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2015. 12)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도입에 따른

    형사책임의 변화

    Change of the Criminal Liability by the Introduction of

    Exceptional Clause on Criminal Punishment in Act on

    Medical Dispute Mediation 1)

    김 재 윤*

    Kim, Jae-Yoon

    《 목 차 》

    Ⅰ. 들어가는 말

    Ⅱ.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주요 내용

    Ⅲ.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실효성과 그 도입에 따른

    형사책임의 변화

    Ⅳ. 맺는 말

    Ⅰ. 들어가는 말

    의료분쟁은 의료의 위험내재성, 중대성, 예측곤란성, 재량성, 전문성 및 비공

    개성과 같은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증거의 편재성, 의료인의 폐쇄성과 같은 의료

    과실소송에서의 특성 때문에 피해를 구제받는 것이 어렵다.2) 이에 의료분쟁이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 6 -

    발생했을 때 민·형사소송의 사법적 해결과 화해와 조정과 같은 비사법적 해결이

    라는 기존의 분쟁해결 방법으로는 피해구제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환자는 일단 의사에 대해 형사고소를 제기하거나, 병원을 점거하고 시설의 손괴

    와 같은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분쟁해결을 시도함으로써 환

    자와 의사간의 개인적인 갈등은 점차 사회적인 갈등의 문제로까지 확대되어 갔

    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국회가 관련 이해당사자들과 오랜 입법의

    논의를 거쳐 2011년 4월 7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이라 한다)이 제정되어, 2012년 4월 8일부터 시행

    되고 있다.3) 그리고 이 법률에 근거하여 의료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하

    기 위하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조정중재원’이라 한다)”이 개원하였

    고, 올해로 개원 3주년이 경과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분쟁조정법이 제정될 당시 입증책임의 전환, 조정전치주의, 의료

    인에 대한 형사처벌특례, 의료배상공제조합,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 손해

    배상금 대불제도 등의 문제에 대해 관련 단체 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었

    고, 이러한 의견 대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쟁점 사항

    가운데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4)에 규정된 형사처벌특례제도를 빼놓을 수 없다.

    형사처벌특례제도는 의료행위의 공익성, 선의성, 긴급성 등의 특성을 고려하여

    의료인과 환자 간에 자율적으로 분쟁이 해결된 경우 해당 의료인에게 형사처벌

    의 특례를 인정하고, 이를 통해 의료분쟁조정법상의 조정과 중재 절차에 의료인

    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이러한 형사처벌특례제

    도에 대해 의료계는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인정, 적극적이고 최선의 소신진료를

    2)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는 김재윤, 의료분쟁과 법(제2판), 율곡출판사, 2015, 52면 이하;

    이동학, “사회통합을 위한 의료분쟁의 조정과 중재”, 저스티스 통권 제134-3호, 2013.2, 44

    9면 이하 참조.

    3) 의료분쟁조정법의 입법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는 김재윤, 앞의 책, 259-261면; 이백휴

    /이얼/최진우, 의료분쟁조정제도의 실효적 운영방안, 의료정책연구소, 2011, 94-95면 참조.

    4)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조정성립 등에 따른 피해자의 의사) ① 의료사고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의 죄 중 업무상과실치상죄를 범한 보건의료인에 대하여는 제36조 제3항에 따른 조

    정이 성립하거나 제37조 제2항에 따라 조정절차 중 합의로 조정조서가 작성된 경우 피해자

    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피해자가 신체의 상해로 인하여 생

    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장애 또는 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

    지 아니하다.

    ② 제3장 제2절에 따른 중재절차에서「중재법」제31조에 따른 화해중재판정서가 작성된 경

    우에도 제1항과 같다.

  • 김재윤: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도입에 따른 형사책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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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입법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으나,5) 의료인이라는

    특정 직업군에 한해서만 과실행위에 대한 형사상 특례를 인정하는 것은 다른

    일반인들과 비교할 때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며, 형사처벌은 형법상 보호법익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 그리고 범죄에 상응한 형벌만이 정당하다는 ‘책임원칙(Sch

    uldprinzip)’에 의하여 부과하는 것이지 당사자 간의 합의 여부와 같은 형법 이

    외의 사유에 의하여 형법적 효과가 달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6)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된지 3년이 경과한 현 시점에서

    도입 당시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형사처벌특례제도가 의료계의 주장과 같

    이 의료분쟁의 효율적 해결에 실효적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아니면 정반대로 과

    실범이론의 공동화를 초래하는 등 형사책임에 있어 부정적 변화만을 초래하는

    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주요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고(Ⅱ), 다음으로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

    도의 실효성 유무와 그 도입에 따라 형사책임이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

    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Ⅲ). 마지막으로,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의료분쟁의

    효율적 해결에 실질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 못하며, 의료인이라는 특정 직업군

    에게 특혜만을 주고 있다는 의구심만을 불러일으키는 형사처벌특례제도를 삭제

    함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도출하고자 한다(Ⅳ).

    Ⅱ.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주요 내용

    1. 형사처벌특례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

    주지하듯이 의료사고를 둘러싼 의료인의 형사책임과 관련하여 의료분쟁조정

    법에 형사처벌특례 규정을 도입할 것인지 여부는 의료분쟁조정법의 제정 과정

    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되었던 쟁점 중 하나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이 제정된 제1

    8대 국회에서는 그간의 논란을 종식시키고 의료계의 입장을 대폭 수용하여 형

    5) 김영규, “의료분쟁조정법의 특징과 그 개선방안”, 숭실대학교법학논총 제29집, 2013.1,206면.

    6)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처벌특례 도입의 찬반론에 대해 자세한 분석으로는 오영근/김재봉, 의

    료과실에 있어 형사처벌 특례 인정 여부에 관한 연구, 보건복지부, 2009, 109면 이하 참조.

  •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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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처벌특례제도를 도입하였으나, 이 제도의 도입과 아울러 검토되었던 입증책임

    의 전환 규정은 도입되지 않아 의료인에게만 과도한 혜택을 준 것이라는 비판

    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7) 그동안 제시된 형사처벌

    특례제도 도입의 찬반 논거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의료계는 형서처벌특례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며 그 논거로, ① 의료행위는 선

    의성, 구명성, 공익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신체에 대한 침습을 전제로 하여 긴

    급성과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일반범죄와 같은 벌칙을 적용하는 것은 형사정책

    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 ②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처벌 부과시 의료인의 위축

    으로 인해 소신진료를 할 수 없게 하고 방어적 의료행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 ③ 의료인이 의료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나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고

    과잉검사, 위험환자의 기피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이익이 모든 국민에

    게 미치기 때문에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특례는 평등권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점, ④ 대부분 외국의 경우 의료과실로 인한 법적 분쟁은 형사소송이 아닌 대체

    적 분쟁해결 방식에 의해 처리되고 있다는 점, ⑤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형사소

    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인의 심적 부담 및 이로 인한 간접적 비용, 장애가

    있기 때문에 형사처벌특례의 필요성이 있다는 점, ⑤ 의료분쟁에 있어 형사고소

    는 의료인의 의료과실 등에 대한 입증 곤란 등을 해소하기 위하거나 의료인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8)

    반면 이러한 의료계의 논거에 대해 ① 민법과 형법의 영역, 본질, 특징 등

    각각의 특수성에 의할 때 당사자 간의 합의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은 민법의 고

    유영역이므로 형법적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 ② 의료인

    이라는 특정 직업군에 한해서만 과실행위에 대한 형사처벌특례를 인정하는 것

    은 다른 일반인들과 비교할 때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 ③ 반의사불벌의

    특례는 당사자의 의사를 중시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되

    어야 하며, 이는 의료과실 사건의 피해자인 환자 측이 의사에게 무리한 합의 조

    7) 의료분쟁조정법상 입증책임의 전환 규정의 도입 논의에 대한 자세한 소개로는 송명환/문상

    호, “정책네트워크(Policy Network) 이론을 활용한 입법과정 분석: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을 중심으로”, 2012년 한국정책학회 동계학술대회 자료집, 20

    12, 602-604면 참조. 의료분쟁조정법상 인과관계 추정규정의 도입을 찬성하는 견해로는 김

    재윤, “의료과실소송에서 과실과 인과관계의 입증 –의료분쟁조정법상 인과관계 추정규정의

    도입방안을 중심으로-”, 일감법학 제23호, 2012.10, 3면 이하 참조.

    8) 오영근/김재봉, 앞의 보고서, 114-119면.

  • 김재윤: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도입에 따른 형사책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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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합의금) 등을 내세워 손해배상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등의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9)

    그렇다면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가 도입되고 3년이 지난 현 시

    점에서 이러한 의료계의 주장이 얼마만큼 설득력이 있는 논거이었는지를 검증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10)

    2. 형사처벌특례의 적용요건과 범위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는 엄격한 요건과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형사처벌의

    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우선,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의 적용요건과 관련하여 기

    본적으로 반의사불벌 규정의 형태로 공소제기의 차단을 위해 피해자의 처벌불

    원 의사를 요하면서도 그 전제로 조정부의 조정결정에 당사자가 이의하지 않아

    조정이 성립한 경우, 동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조정절차 중 합의로 조정조서

    가 작성된 경우, 또는 조정중재원의 중재절차에서 「중재법」 제31조에 따른 화

    해중재판정서가 작성된 경우의 요건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동법 제51조 제1항

    제1문, 제2항). 이러한 두 가지 요건은 선택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아니고 중첩적

    으로 요구된다. 이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르면 가해자(운전자)는 종합보험

    등에 가입되어 있거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 제1항),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

    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한 경우에(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공소제기를

    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운전자의 종합보험 가입 여부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

    사표시를 선택적으로 규정한 것과 비교할 때 더 엄격한 요건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의 적용대상은 형법 제268조의 죄 중 업무상

    과실치상죄만으로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사고를 야기한 의료

    인의 행위가 업무상과실치사죄, 중과실치상죄, 중과실치사죄로 의율되는 경우

    형사처벌특례를 적용받을 여지는 전혀 없다. 이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의 형사

    처벌특례가 원칙적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와 중과실치상죄 모두를 그 적용 대상

    으로 하면서 도주, 음주측정 불응 등의 경우 및 신호위반 등 한정적으로 열거된

    일정한 사유11)가 있는 경우에만 그 적용이 배제되는 것과 비교할 때 더 좁게

    9) 오영근/김재봉, 앞의 보고서, 109-111면.

    10) 이에 대해 자세히는 아래 Ⅲ. 1. 참조.

    11)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각 호에 해당하는 11가지 사유.

  •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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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용대상을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12)

    3. 형사처벌특례의 적용효과

    의료분쟁조정법은 업무상과실치상죄에 한하여 조정, 합의, 중재를 요건으로

    ‘반의사불벌죄’의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그 동안 입법과정에서 특례의 효

    과로 공소제기금지, 반의사불벌, 임의적 감면이 논의되었는데, 그 가운데 반의사

    불벌이 채택된 것은 의료분쟁의 양당사자가 조정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신속하고 적정한 피해배상을 유도하고자 하는 입법자

    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13)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

    를 말한다. 이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은 검사의 수사종결처분으로서 불

    기소처분의 하나인 공소권 없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반의사불벌죄에 있어 처

    벌불원의 의사표시는 소송조건이 된다. 이 소송조건은 공소제기의 적법·유효조

    건이 될 뿐만 아니라 실체적 소송조건으로서 수사의 조건이 된다. 따라서 수사

    가 진행중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가 있는 때에는 즉시 수사를 종결하고

    공소권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하여야 한다.14) 형법상 반의사불벌죄는

    폭행죄(제260조), 과실치상죄(제266조), 협박죄(제283조), 명예훼손죄(제307조)

    등 비교적 처벌의 필요성이 약한 경미한 범죄에 한하여 인정하고 있다. 의료분

    쟁조정법상의 반의사불벌죄에 대해 자칫 환자가 의사에게 무리한 합의 조건을

    내세워 손해배상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 될 우려가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15) 그러나 아래 에서 보듯이 2014년에 조정이 개시된 사건 가운데

    조정 신청금액은 0원에서부터 3천만원 이하가 전체 사건 중 68.3%를 차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과연 3천만원 이하의 조정 신청금액이 의사에게 무리한

    합의 조건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12) 이백휴/이얼/최진우, 앞의 보고서, 100면; 한두희, “의료분쟁조정법 시행을 둘러싼 몇 가지

    쟁점에 대한 고찰”, 법조 통권 675호, 2012.12, 284-286면.

    13) 이백휴/이얼/최진우, 앞의 보고서, 101면.

    14) 손기식, 교통형법(제4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08, 262-263면.

    15) 전현희, “의료분쟁조정법의 쟁점사항 검토”, 대한의사협회지 제43권 제10호, 2000, 956-9

    57면.

  • 김재윤: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도입에 따른 형사책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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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도 조정 신청금액 현황(조정 개시 사건)

    (접수일 기준, 단위 : 건, %)

    구분 계 0원 1∼500,000원500,001∼

    1,000,000원1,000,001∼3,000,000원

    3,000,001∼5,000,000원

    5,000,001∼10,000,000원

    2014년864

    (100.0)23 (2.7) 13 (1.5) 22 (2.5) 70 (8.1) 127 (14.7) 148 (17.1)

    10,000,001∼20,000,000원

    20,000,001∼30,000,000원

    30,000,001∼40,000,000원

    40,000,001∼50,000,000원

    50,000,001∼100,000,000원

    100,000,001∼300,000,000원 300,000,000원∼

    평균신청금액

    115 (13.3) 72 (8.3) 26 (3.0) 64 (7.4) 96 (11.1) 68 (7.9) 20 (2.3) 50,429,678원

    ※ 출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2014년도 의료분쟁조정·중재 통계연보, 2015,168-169면.

    Ⅲ.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실효성과

    그 도입에 따른 형사책임의 변화

    1. 형사처벌특례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는 의료인에 대한 특혜라는 사회적 비판

    을 고려하여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인정범위를 최소화하여 시행되었다. 그런데

    최근 일부에서는 형사처벌특례제도의 실효성, 즉 의료분쟁조정법상의 조정과 중

    재 절차에 의료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피해자에 대한 신속·공정한

    배상과 당사자 간 자율적인 의료분쟁의 해결을 높이기 위해 그 적용대상을 중

    과실치상죄까지 확대하고, 적용효과도 반의사불벌이 아닌 ‘공소제기금지’의 특례

    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16) 하지만 이러한 형사처벌특

    례제도의 확대를 주장하기에 앞서 현재까지 형사처벌특례제도가 당초의 입법목

    적과 같이 실효적으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우선적인 일이라 판단

    된다.

    우선, 형사처벌특례는 당사자 간에 조정, 합의, 중재가 이루어진 경우에 피해

    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하여 의료인으로 하여금 의

    료사고에 따른 형사처벌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의료인을 적극적으로

    의료분쟁조정법상의 조정과 중재 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16) 이백휴/이얼/최진우, 앞의 보고서, 106면 이하; 한두희, 앞의 논문, 289면 이하 참조.

  •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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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입된 제도이다. 그렇다면 지난 3년 동안 의료인이 형사처벌특례의 해택을 받

    기 위해 조정중재원의 조정, 합의, 중재에 얼마만큼 참여했는지를 우선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에서 나타나듯이 사건종결일 기준으

    로 조정·중재 처리 현황은 2012년 385건, 2013년 1,304건, 2014년 1,851건으

    로 조정중재원이 전체 의료분쟁 발생건수를 연간 3만 건으로 계상했을 경우 의

    료분쟁 조정신청은 약 20%인 연간 6,000여 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것17)에

    훨씬 못 미치는 처리 현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2012년 총 처리건 수 385건

    중 조정, 합의, 중재가 성립한 것은 73건으로 18.9%, 2013년 총 처리건 수 1,3

    04건 중 조정, 합의, 중재가 성립한 것은 328건으로 25.2%, 그리고 2014년 총

    처리건 수 1,851건 중 조정, 합의, 중재가 성립한 것은 551건으로 29.8%에 그

    치고 있어 조정, 합의, 중재가 성립하는 데 다른 영향도 있겠지만 예상과 달리

    형사처벌특례가 미미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3년간 의료분쟁 조정·중재 처리 현황

    (사건종결일 기준, 단위 : 건, %)

    연도 계

    조정·중재 개시 조정·중재 불개시

    소계 중재 합의조정 결정 부조정

    결정취하 각하 소계 각하 취하

    소계 성립 불성립

    2012385

    (100.0)

    112

    (29.1)

    1

    (0.9)

    43

    (38.4)

    48

    (42.9)

    29

    (60.4)

    19

    (39.6)

    8

    (7.1)

    12

    (10.7)

    - 273

    (70.9)

    267

    (97.8)

    6

    (2.2)

    20131,304

    (100.0)

    462

    (35.4)

    - 270

    (58.4)

    94

    (20.3)

    58

    (61.7)

    36

    (38.3)

    60

    (13.0)

    30

    (6.5)

    8

    (1.7)

    842

    (64.6)

    833

    (98.9)

    9

    (1.1)

    20141,851

    (100.0)

    827

    (44.7)

    3

    (0.4)

    441

    (53.3)

    170

    (20.6)

    107

    (62.9)

    63

    (37.1)

    81

    (9.89)

    116

    (14.0)

    16

    (1.9)

    1,024

    (55.3)

    1,018

    (99.4)

    6

    (0.6)

    ※ 출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2014년도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 2015, 224면.

    다음으로,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른 조정, 합의, 중재가 성립한 경우 반드시 피

    해자가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 합의, 중재의 결과

    및 피해구제에 불만족하여 공소제기에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

    고 의료분쟁조정법에 의한 조정, 합의, 중재 과정에서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하였더라도 이후 이를 철회·번복하여 제1심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수사기관과

    17) 이상영 외,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와 대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

    12, 29면.

  • 김재윤: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도입에 따른 형사책임의 변화

    - 13 -

    법원에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않는 이상 의료분쟁조정법에 의한 조정 등의 성립

    여부와 상관없이 업무상과실치상죄로 처벌이 가능하다.18) 상황이 이러하다 보

    니 조정중재원에서 조정 등이 성립한 경우 실제로 피해자가 제1심판결 선고 전

    에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를 하였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분쟁의 양당사자가 처음부터 조정중재원을 이용하지 않

    은 경우, 중재법 제31조에 따른 화해중재판정이 아닌 일반적인 중재판정에 의해

    종결된 경우, 그리고 법원의 조정 절차에서 원만하게 합의하여 임의조정이 성립

    된 경우에도 의료분쟁조정법상의 형사처벌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19) 이에 따

    라 에서 보듯이 형사처벌특례제도가 시행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형

    사공판사건 제1심 판결 처리에서 과실치사상의 죄로 처벌된 878건, 983건, 1,0

    96건 가운데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로 공소기각 처리된 것은 22건, 31건, 36건으

    로 이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인 2010년 19건, 2011년 24건과 단순히 비교했을

    경우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20) 이는 간접적으로나마 조정중재원의

    조정, 합의, 중재의 결과와 무관하게 의료인은 의료사고로 인해 공소제기가 되

    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형사처벌특례제도를 통해 의료분쟁조정법상의 조정

    과 중재 절차에 의료인을 적극적으로 참여케 하려했던 당초의 입법목적이 실질

    적으로 달성되고 있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형사공판사건 제1심 판결

    (단위 : 건)

    연도내용 2010 2011 2012 2013 2014과실치사상의 죄* 827 818 878 983 1,096

    공소기각 19 24 22 31 36

    * 과실치사상의 죄는 과실치상죄(형법 제266조), 과실치사죄(형법 제267조), 업무상과실·중

    과실치사상죄(형법 제268조)를 말함.

    ※ 출처: 사법연감, 2010∼2014.

    18) 이백휴/이얼/최진우, 앞의 보고서, 109면.

    19) 한두희, 앞의 논문, 292면.

    20) 다만 이러한 통계에는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적용대상인 업무상과실치상죄

    이외에 중과실치상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가 모두 포함되고 있어 이러한 분석결과에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 14 -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했듯이 일부에서는 형사처벌특례의 적용대상을 중과실

    치상죄까지 확대하여 형사처벌특례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하나,

    이는 실제 의료사건에 대한 형사처벌의 실무와 관련 통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

    는 견해로 보인다. 왜냐하면 법원도서관에서 제공하는 판례 검색 시스템인 ‘법

    고을 LX’에 ‘중과실치상죄’로 검색을 해보면 그간 중과실치상죄로 유죄가 선고

    된 건수는 총 13건으로, 이 가운데 의료인이 중과실치상죄로 유죄가 선고된 것

    은 단 1건2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도로교통법위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형

    법 제268조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까지 의료인은 의료과실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상죄 내지 과실치사죄로 기소되지 중과실치상죄로 기소된 예

    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음을 의미하며, 이 때문에 형사처벌특례의 적용대상에 중

    과실치상죄를 포함시켜도 형사처벌특례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거의 기능할 수

    없다.

    요컨대,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는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특

    정 직업군인 의료인에게 형사처벌에 대한 특례를 인정함으로써 의료분쟁조정법

    상의 조정과 중재 절차에 의료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피해자

    에 대한 신속·공정한 배상을 꾀하고자 하였으나, 이 제도의 시행 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볼 때 의료인은 여전히 의료분쟁조정법상의 조정과 중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으며, 제1심 선고 전까지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이루어져 공소

    기각판결이 내려진 건수도 이 제도 시행 전후와 비교할 때 유의미한 차이를 발

    견할 수 없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이처럼 형사처벌특례제도는 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채 형사책임의 민사책임화, 과실범이론의 공동화, 특정 직업군에 대

    한 과도한 형색책임의 완화 등 형사책임에 대해 부정적 영향만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형사처벌특례제도의 도입에 따

    른 형사책임의 부정적 변화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 회복적 사법의 이념에 따른 형사책임의 민사책임화

    형사처벌특례제도의 도입에 따른 형사책임의 부정적 변화로 회복적 사법의

    이념을 의료분쟁조정 절차에도 적용시켜 의료과실에 대해 부과되는 형사책임을

    21) 대법원ᅠ1986.2.11.ᅠ선고ᅠ85도448ᅠ판결.

  • 김재윤: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도입에 따른 형사책임의 변화

    - 15 -

    당사자 간의 조종·합의·중재를 통하여 피해자의 피해배상에 초점을 맞추어 민사

    책임화로 변질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을 첫 번째로 제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회복적 사법이란 “피해자와 가해자 또는 지역사회 구성원 등 범

    죄사건 관련자들이 사건 해결과정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피해자 또는 지역

    사회의 손실을 복구하고 관련 당사자의 재통합을 추구하는 일체의 범죄대응방

    식”22)을 말한다. 이러한 회복적 사법은 범죄로 인해 발생한 정신적·물질적 피해

    를 복구하고 법적 평화를 회복하는 것을 이념으로 하여 형사사법에 대한 관점

    을 ‘범죄자에 대한 응보, 징벌’에서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치유’로 전환하고

    자 하는 것으로, 범죄로 인한 피해의 회복에 중점을 둔다는 점, 피해의 회복은

    가해자와 피해자, 이해관계인의 자발적인 대화의 장을 통해 이루어진 다는 점,

    범죄에 대한 형사제재를 가해자 대 국가의 도식에서 벗어나 지역공동체의 역할

    이 강조된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23)

    무엇보다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를 회복적 사법이념이 구현된

    제도 중의 하나로 이해하는 입장에 따르면 형사처벌특례제도는 조정·합의·중재

    를 요건으로 피해자에게 의료사고에 인한 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받도

    록 하고,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피해에 대해 인정하고 이를 배상해 줌으로써 당

    사자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돕도록 하며, 이때 의

    료분쟁을 해결함에 있어 피해자의 의사를 고려하여 형사처벌특례를 인정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24) 물론 형사처벌특례제도가 가해자인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뒤로 하고 피해자의 피해배상과 양당사자 간의 신뢰회복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회복적 사법의 이념이 일정 정도 녹아들어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형사처벌특례의 혜택을 염두에 두고 의료분쟁조정법상 피해자의 피

    해배상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이는 피해배상이 업무상과실치상죄라는 범죄유

    형에 대한 법효과로 인정되어 그 범위 내에서 가벌적 법익침해에 대한 형사책

    임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으로 전환된다. 이는 의료인이 저지른 업무상과실치상

    22) 김용세, “형사제재시스템과 회복적 사법”, 형사법연구 제23호, 2005, 236면.

    23) 이백휴/이얼/최진우, 앞의 보고서, 103면; 최민영, “회복적 사법과 의료분쟁조정법상의 형

    사처벌특례제도”, 형사정책연구 제23권 제2호, 2012, 139-140면.

    24) 이백휴/이얼/최진우, 앞의 보고서, 105면; 최민영, 앞의 논문, 146면; 황만성, “의료분쟁조

    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쟁점과 과제”, 2011년 대한의료법학회 춘계학술대회 발표문,

    2011, 1면 이하.

  •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 16 -

    죄의 영역에서 형법이 민법에 흡수되고, 업무상과실치상이라는 불법행위를 기본

    적으로 형벌을 부과하는 주체인 국가가 아닌 의료분쟁의 양당사자의 사적 처리

    에 맡김으로써 이 영역에서만큼은 형법의 독자성이 사라짐을 의미한다.25) 이처

    럼 형사처벌특례제도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의 영역에서 형사

    책임의 ‘민사책임화’를 초래하는 문제를 낳는다. 하지만 업무상과실치상죄의 법

    효과인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은 단지 피해자와의 관계

    만이 아니라 국가와 관계에서도 부과되는 것이고, 의료인의 업무상과실로 인하

    여 피해자인 환자에게 상해라는 손해를 야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간의

    조정·합의·중재에 따른 피해배상만으로 형벌부과를 포기해야 한다면, 우리 사회

    에서 아직까지 대부분의 환자보다 경제적·사회적으로 더 많은 지위를 누리고 있

    는 의료인의 업무상과실치상이라는 불법행위에 대해 어떠한 형벌도 부과할 수

    없어 일반시민의 법 감정에 반하는 결론에 도달한다. 심지어 형사처벌특례의 실

    효성을 제고한다는 이유에서 의료분쟁의 당사자 간에 일정한 회복적 조치로서

    피해배상에 합의한 경우 현재의 의료분쟁조정법과 달리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있는 것으로 간주할 경우 피해자인 환자 측은 의료분쟁조정법상의 조정 등의

    절차 속에서 하나의 도구로 전락하고 그의 이익은 가해자인 의료인 측에 대한

    형사불처벌의 목적 달성을 위해 고려되는 하위요소로 전락할 우려마져 있다.26)

    3. 형사처벌특례제도의 도입에 따른 과실범이론의 공동화

    형법상 과실범이란 발생된 결과가 중대한 경우에는 형사제재를 과함으로써

    주의의무위반에 대해 처벌하고, 행위자의 재범을 방지하고 일반인에게 사회생활

    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할 필요성에서 법익침해결과를 처

    벌하는 행위를 말한다. 과실범은 공공의 위험발생, 사람의 생명·신체침해 및 장

    물취득 등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에만 법률에 처벌규정을 두고 예외적으

    로 처벌하고 있는데,27) 그 형벌도 고의범에 비하여 현저히 가볍다.28) 이처럼 과

    25) 김용세, “한국의 형사사법체제와 회복적 사법”, 형사법연구 제20호, 2003, 356-357면.

    26) 김용세, 앞의 논문, 2005, 252면.

    27) 형법은 과실범으로 실화죄(제170조), 과실폭발성물건파열등죄(제173조의2), 과실일수죄(제

    181조), 과실교통방해죄(제189조 제1항), 과실치사상의 죄(제266조, 제267조, 제268조),

    과실장물취득죄(제364조)를 규정하고 있다.

    28) 손동권/김재윤, 새로운 형법총론, 율곡출판사, 2011, 347면; 오영근, 형법총론(제2판), 박영

  • 김재윤: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도입에 따른 형사책임의 변화

    - 17 -

    실범은 가벼운 형벌에도 불구하고 현대산업사회에서 생명·신체와 같은 법익은

    고의에 의해서 보다 과실에 의해 침해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형법이론에

    있어 과실범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29)

    의료분쟁조정법은 과실범 가운데 의료사고에 관한 업무상과실치상죄에 대하

    여 반의사불벌죄를 도입하여 일반 과실범 처벌의 특례를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형사처벌특례제도를 도입하기 이전에 형법은 의료영역에서 의료인의 과

    실책임을 완화하기 위하여 주의의무 판단기준으로서 재량성, 허용된 위험의 법

    리 및 신뢰의 원칙이라는 과실범이론을 발전시켜 왔다.

    우선, (의료)형법은 의료인의 주의의무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다른 어떤

    영역보다 의료행위의 재량성을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의료인의 의료과실에 대해

    형사책임의 귀속을 제한시키고 있다. 의사의 치료는 그 성질상 상당히 고도로

    전문화된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고, 이에 따라 고도의 판단능력에 따른 의학

    적 결단이 요구되며, 그 자유로운 판단에 따른 의료행위의 실시가 소기의 치료

    효과의 획득과 연결되므로 재량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즉 질병의 증상과 반응

    의 예측이 곤란하므로 의료행위에 있어서는 의사에게 어느 정도 선택적 재량권

    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이러한 의사의 재량권은 사용하려는 치료법에

    따른 환자에 대한 위험과 그 치료법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 질병의 치료가 곤

    란하게 되는 정도를 비교·형량 하여 환자의 생명을 유지 내지 건강상태의 개선

    을 목적으로 신중하게 행사하여야 한다. 이러한 의료행위의 재량성에 대해 대법

    원은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

    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

    량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그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진료의

    결과를 놓고 그중 어느 하나만이 정당하고 이와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은 과실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30)고 판시하여 의사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

    다.31)

    사, 2012, 192-193면.

    29) 2013년도 전체 형법범 발생건수는 1,007,845건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을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중과실치사상죄 포함)에 포함시킨 과실범 발생건수는 195,015건(교통사고처

    리특례법: 190,545건, 업무상과실치사상죄: 4,470건)이다. 이에 의하면 전체 형법범 중 과

    실범이 19.3%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현대사회에서는 과실범의 비중이 크다(법무연수원,

    범죄백서, 2014, 233면).

    30) 대법원 2008.8.11. 선고 2008도3090 판결.

  •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 18 -

    다음으로, 의료행위의 영역은 도로교통영역과 마찬가지로 허용된 위험(erlau

    btes Risiko)의 법리가 폭넓게 적용되어 의료인이 허용된 위험의 범위를 벗어나

    지 않는 한, 법익침해의 결과를 이유로 그것을 의료인에게 객관적으로 귀속시키

    지 않는다. 즉 의료행위는 원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불가벌적인 신체손상을

    수반하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의 신체는 워낙 다양성과

    특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료행위는 커다란 위험성을 본질적으로 내포하

    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은 의료행위로 인해 인체에 초래될 수 있는

    위험한 결과를 예견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가능하며, 현재 그 가능성을 인식하면

    서, 더 나아가 감히 위험을 무릅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성

    을 내포하고 있는 의료행위는 국민의 건강보호·유지와 환자의 치유를 위하여 필

    수불가결하기 때문에 허용된 위험의 범위를 일탈하지 않는 한, 즉 의학적 적응

    이 있고, 의술의 법칙에 따라 환자의 동의하에 이루어지는 치료행위라면 법적으

    로 문제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의료영역에서 허용된 위험의 법리는 과실범에

    대한 객관적 주의의무의 제한원리로 작동하고 있다.32)

    마지막으로, 신뢰의 원칙(Vertrauensgrundsatz)이란 행위자가 어떤 일을 행

    함에 있어 다른 관여자의 주의 깊은 행위를 신뢰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상당할

    경우에 비록 그 관여자가 신뢰에 반하는 부주의한 행위를 했기 때문에 법익침

    해의 결과가 야기되었다 하더라도 원래의 행위자는 그 야기된 결과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당초 도로교통영역에서 발전한

    신뢰의 원칙은 허용된 위험의 이론과 함께 과실범의 객관적 주의의무를 제한하

    는 기능을 하며, 오늘날 고도의 분업적 공동작업이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과

    실범, 특히 의료행위영역에서의 과실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즉 현실

    적으로 대부분의 의료행위는 의사 단독으로 행하기보다는 의사뿐만 아니라 간

    호사를 비롯한 다른 다수의 의료관여자들의 긴밀한 협력과 분업을 통한 팀(Tea

    m)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의료인들의 분업적 협력은 고도로 발달

    한 현대의료에서 불가피한 요청이다. 따라서 이러한 분업적 의료행위의 경우에

    도 다수인이 참여하는 활동이므로 신뢰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러므로 분업적 의

    료행위에서 각각의 의료인은 자신이 분담한 업무에서 주의의무를 성실히 이행

    31) 김재윤, 앞의 책, 54-55면.

    32) 김재윤, 앞의 책, 170-171면.

  • 김재윤: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도입에 따른 형사책임의 변화

    - 19 -

    하면, 다른 의료관여자도 그들의 자신의 주의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신

    뢰하면 충분하고, 다른 의료인의 주의의무 위반까지 예상하여 의료행위를 할 필

    요는 없다. 만일 분업적 의료행위에서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다른 의료

    인이 맡은 바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을 품는다면 자신이

    맡은 업무에도 집중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수술시에 마취과 전문의와 집도의가

    서로를 신뢰하지 않고 상대방을 감독하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 각자의 주

    의가 분산되어 수술실에서 모든 형태의 공동 작업은 불가능하게 되고, 이는 환

    자에게 추가적인 위험으로 연결될 것이다. 따라서 분업적 의료행위에서 다른 의

    료인이 행한 치료행위에 대하여 이를 신뢰한 의료인의 형사책임은 제한된다.33)

    의료분쟁조정법상의 형사처벌특례제도는 이처럼 의료행위영역에서 의료인의

    과실책임을 완화하기 위하여 발전시켜온 주의의무 판단기준으로서 재량성, 허용

    된 위험의 법리 및 신뢰의 원칙이라는 과실범이론을 법정에서 치열하게 다투기

    도 전에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른 처벌불원의 의사표시만 있으면 의료인을 업

    무상과실치상죄로 공소제기할 수 없어 이들 과실범이론의 발전을 저해하는 동

    시에 공동화시키는 문제를 낳고 있다.

    4. 의료인 직업군에 대한 과도한 형사책임의 완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서처벌특례제도가 도입될 당시

    의료계는 의료행위는 선의성, 구명성, 공익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신체에 대한

    침습을 전제로 하여 긴급성과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일반범죄와 같은 벌칙을

    적용하는 것은 형사정책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 반면, 이에 반대하는 의료

    소비자연대34) 등의 시민단체에서는 의료인이라는 특정 직업군에 한해서만 과실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특례를 인정하는 것은 다른 일반인들과 비교할 때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 등을 주장하면 이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이상돈 교수는 2006년 5월 17일 의료리더십포럼에 기고한

    기고문에서 헌법상 평등이란 ‘같은 것은 같게 취급하고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

    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형사책임에서 의료인을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것은 행

    33) 김재윤, 앞의 책, 171-172면.

    34) 홈페이지: http://www.medioseo.or.kr/

  •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 20 -

    위자, 사안, 절차의 고유한 특수성 때문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한다. 보다 구체적

    으로 이상돈 교수의 견해에 따르면 ① 가해자로서 의료인에는 치료의 목적, 즉

    선을 행하는 의사들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② 의료행위의 나쁜 결과와 그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대개 분명하지 않고, ③ 피해환자의 관심은 의료인의 형사처

    벌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 충분한 배상에 쏠려 있는데, 그럴 때 고소와 처벌의

    형사절차는 단지 배상의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활용되는 경향이 높아지

    며, ④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절제되지 않은 형사처벌은 의료사

    회를 병리화시킨다고 하면서, 이러한 4가지 특성을 고려하여 의료인에 대한 업

    무상과실치사상의 형사책임을 물을 때 보다 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

    한 의료인에 대한 “신중한 제재”로 의료사고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어야 하며, 의료과실과 환자의 사망 또는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개연성이나 고도개연성의 정도가 아니라 확실성의 정도로 입증되어야 함이 필

    요하다고 한다.35)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의료분쟁조정법상의 형사처벌특례제

    도는 “지극히 합헌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설득력이 다소 부족하고, 의료

    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는 특정 직업군인 의료인에 대해 과도하게 과실

    범에 대한 형사책임을 완화시켜 줌으로써 법적용의 형평성을 잃게 하는 규정이

    라 본다.

    우선, 헌법상 평등이란 ‘같은 것은 같게 취급하고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

    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

    다. 물론 의료행위의 특수성, 특히 의료행위의 재량성과 위험성은 고려되어야

    하지만 이는 객관적 주의의무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할 사항으로 충분

    하지 이를 넘어 법률에 특정 직업군에 대해 예외적인 형사처벌특례를 규정하는

    입법례는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본다.36)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형사처벌특례규정도 택시기사, 버스운전기사 등 특정 직업군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

    35) 의료리더십포럼 2006년 5월 17일 기고문 중 Ⅲ. 사회국가적 처벌기획의 한계:

    http://www.mlf.or.kr/Page.aspx?MenuID=Laws&BID=Laws&PROC=View&CID=8&ItemI

    D=92&PageNo=1

    (최종 검색일: 2015.10.12.) 같은 견해로 이재석, “의료안전과 형사법의 역할”, 법학연구

    제53집, 2014, 4-5면.

    36) 오영근/김재봉, 앞의 보고서, 110-111면.

  • 김재윤: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도입에 따른 형사책임의 변화

    - 21 -

    다.37) 이처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형사처벌특례규정은 누구나 잠재적 교통범

    죄자가 될 수 있다는 점, 교통량의 급격한 증대와 잠재적 사고가능성이 증대하

    고 있다는 점, 경미한 대물교통사건까지 포함하여 이들 모두 형사범화할 때 발

    생하게 되는 형사사법기관의 업무부담 가중과 심리부실화가 우려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경미한 교통사고의 소송법적 해결을 통하여 비범죄화 효과를 달성하

    려고 도입된 것38)이지 특정 직업군의 특수성만을 고려하여 도입된 것은 아니다.

    둘째, 의료사고에 있어 환자의 관심은 의료인을 형사처벌하는 데 있기보다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에 대해 신속하고 적정한 배상을 받는데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논의가 20여년 동안 진행되면서 과연 의

    료인들은 의료사고에 있어 피해환자에게 얼마만큼 신속하고 적정한 피해배상을

    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대다수의 의료사고 피해환자 또는 그 유가

    족은 의료과실은 없다고 주장하면 피해배상을 거부 또는 적은 배상액으로 합의

    를 강요하는 의료인이라는 전문가 집단을 상대로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의료

    용어로 가득 메워진 진료기록부를 입수하여 밀실에서 행해진 진료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고액의 변호사 비용을 들여 수년간 민사소송

    을 끌어오면서 수많은 정신적·육체적·경제적 고통을 겪어 온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39) 이러한 현실에서 의료인에 대한 형사고소를 통한 국가형벌권의 발

    동 요청은 어쩌면 의료인을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

    다. 따라서 타인의 법익을 침해한 범죄행위, 그것이 비록 과실범이라 할지도 그

    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을 두고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공동체주의적 편향

    성”을 띤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40)은 타당한 비판이라 보기 어렵다.

    셋째, 의료사고가 ‘가벼운’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경우에는 책임법적 또는 책임

    37)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동차대수는 19,400,864대이고, 운전면허소지자는 28,848,040

    명에 달한다(법무연수원, 범죄백서, 2014, 90면).

    38) 박미숙,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형사정책연구 제15권 제3호, 2004, 2

    36-237면.

    39) 민사소송이 제기되면 1심 판결을 받는 데 평균 2년 2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되고, 설사 소

    송에 이기더라도 변호사 선임 비용(변호사비용: 5백만원 + 성공보수)을 주고 나면 별로 남는 것이 없을 정도로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크다. 예컨대 성형외

    과에서의 의료분쟁 해결에 평균 6.3년이 소용되며, 의료사고로 연간 분쟁해결에 지출되는

    비용은 9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한다[보건복지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료중재

    원) 4. 8. 출범”, 2012. 4. 8일자 보도자료, 1면].

    40) 이상돈, 앞의 기고문 중 Ⅳ. 대안의 모색.

  •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 22 -

    보험법적 통제로 만족하고 ‘중과실’에 의할 때만 형사책임을 묻어야 한다는 주

    장41)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료사고에 대해 대부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기

    소되지 중과실치상죄로 기소된 예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합리적 근거 없이 특정 직업군인 의료인의 업무상과실치상죄에 대한 국가형

    벌권의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 더욱이 업무상과실치상죄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

    된 과실치상죄와 비교할 때 업무로 인해 가중처벌되는 죄이므로 더 이상 ‘가벼

    운’ 과실이라고도 할 수 없다. 이처럼 일반과실범보다 중하게 처벌되는 의료인

    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상죄가 포기될 경우 이 죄의 처벌로 인해 “의사들 사이에

    비합리적인 공포 심리의 확산”을 언급하기에 앞서 진료대에 누워 수술을 받을

    환자가 의료인의 업무상과실로 인한 상해를 입어도 의료인에 대해 아무런 형사

    처벌을 묻을 수 없다는 사실에 “더 큰 공포 심리”를 가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책임의 귀속을 위해 인과관계에 대해 “확

    실성의 정도 입증”을 요구하는 것은 이미 의료과실 민사소송에서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완화 내지 입증책임전환이 이론과 판례를 통해 인정되고 있는 것42)과

    달리 형사소송에서는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의 원칙이 전제

    되므로 검사가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에 따라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증명

    (proof beyond a reasonable doubt)’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한 주장에 지나

    지 않는다. 다만 형법이 아닌 의료분쟁조정법에는 민사소송에서 환자 측의 인과

    관계 입증곤란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

    는 것까지 허용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과관계 추정규정43)을 두는 방식이 타당하

    다고 본다. 이는 의료과실 민사소송에서 대법원이 유지하고 있는 인과관계에 대

    한 개연성이론, 즉 사실상 추정론을 의료분쟁조정법상 입법적으로 수용하는 것

    이다.44) 이러한 인과관계 추정규정은 환자 측에서 여전히 의사의 의료과실에

    41) 이러한 주장은 의료분쟁조정법의 형사처벌특례규정에 중과실치상죄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견해와 맥을 같이 한다.

    42)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으로는 김재윤, 앞의 논문, 6-13면 참조.

    43) 의료분쟁조정법(안) 제25조의2(추정) 의료상의 과실에 의해 환자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대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 그 과실과 발생한 피해가 시간적으로 근접하고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그 피해는 의료상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

    한 것으로 추정한다.

    44) 법원은 의료소송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인과관계 입증의 경우 “역사적 사실로서 증명되면

    족하고 과학적으로까지 증명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1995.12.5. 선고 94다57701 판결)거

    나, 증명의 정도에 있어서도 “과실과 결과 사이에 50%의 심증형성(개연성)만 있어도 인과

  • 김재윤: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도입에 따른 형사책임의 변화

    - 23 -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하므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전환시키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의료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고도의 개연성이

    아니라 과실과 피해발생 사이의 시간적 근접성과 의료행위 외의 다른 원인이

    개입되지 않는 경우라는 간접사실의 증명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인과관계 입증

    곤란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45) 의료분쟁조정법의 제정 과정에서 특

    정한 직업군인 의료인에게 과도한 혜택을 주는 것으로 비판이 제기되어 온 형

    사처벌특례제도는 도입하면서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피해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는 동시에 의료과실 민사소송에서 이미 이론은 물론이고 판례에서까지 인정

    되고 있는 입증책임완화 내지 입증책임전환을 명문화하는 입증책임전환 규정이

    입법화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Ⅳ. 맺는 말

    의료분쟁조정법의 제정 당시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도입된 형사처벌

    특례제도는 시행 3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의료분쟁조정법상 조정과 중재 절차

    에 의료인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피해자에 대한 신속·공정한 배상과 당

    사자 간 자율적인 의료분쟁의 해결이라는 입법목적에 부합하지 못한 채 특정

    직업군인 의료인에 대해 과도하게 형사책임을 완화시키는 “특혜”만을 준 제도

    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비판이 타당한 것인가

    를 밝혀내기 위해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주요 내용과 형사처벌

    특례제도가 의료분쟁의 효율적 해결에 실효적으로 기능하고 있는지, 아니면 형

    사책임에 있어 부정적 변화만을 초래하고 있는지를 검토하였고, 그 결과를 요약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가 실효적으로 기능하고 있는가와

    관련하여 사건종결일 기준으로 조정중재원의 2014년 조정·중재 처리 현황은 1,

    851건으로 연간 6,000여 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것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는

    점, 2014년 총 처리건수 1,851건 중 조정, 합의, 중재가 성립한 것은 551건으

    관계를 인정”(대법원 1989.7.11. 선고 88다카26246 판결)하고 있다.

    45) 김재윤, 앞의 논문, 33-34면.

  •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 24 -

    로 29.8%에 그치고 있다는 점, 제1심 선고 전까지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이루

    어져 공소기각판결이 내려진 건수도 이 제도 시행 전후와 비교할 때 20∼30건

    내외로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조정중재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의 전제조건으로서 조정, 합의, 중재가 성립하는 데 형사처벌

    특례가 실효적으로 기능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는 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채 의

    료과실에 대한 의료인의 형사책임을 부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 이유로는

    ① 회복적 사법의 이념을 바탕으로 가해자에 의한 피해배상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이는 피해배상이 업무상과실치상죄라는 범죄유형에 대한 법효과로 인정되

    어 그 범위 내에서 가벌적 법익침해에 대한 형사책임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으

    로 전환된다는 점, ② 의료행위영역에서는 의료인의 과실책임을 완화하기 위해

    주의의무 판단기준으로서 재량성, 허용된 위험의 법리 및 신뢰의 원칙이라는 과

    실범이론을 형법이론과 판례를 통해 발전시켜 왔는데 형사처벌특례제도를 적용

    할 경우 이러한 이론들은 더 이상 법정에서 다투지 않게 되어 공동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 ③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가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과 달리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

    처벌특례제도는 특정 직업군인 의료인에게만 적용되어 그 형사책임을 완화시켜

    줌으로써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평등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크다는 점을

    언급할 수 있다.

    요컨대, 의료분쟁조정법은 형사처벌특례제도를 두어 조정, 합의, 중재가 이루

    어진 경우에 업무상과치상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함으로써 의료인에게 형사

    처벌의 “특혜”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은 조정중재원의 조정 등에 소극

    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을 보임으로써 의료분쟁의 효율적 해결에 실효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 않다. 더욱이 이 제도는 의료인의 형사책임을 민사책임화 하는

    등 그 형사책임에 있어 부정적 변화를 초래시키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

    서 삭제됨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물론 의료분쟁의 발생시 의료인을 형사처벌하

    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자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하여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신속하고 적정한 피해배상을 위해 여전히 한국소비자원으

    로, 조정중재원으로, 민·형사법원으로 전전하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채 업무상과

    실치상죄를 범한 의료인에 대한 국가형벌권을 형사처벌특례제도를 통해 포기하

  • 김재윤: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도입에 따른 형사책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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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것은 일반시민의 법 감정과 상당한 괴리를 가진 것이다. 따라서 의료인이 업

    무상과실로 인하여 환자를 상해에 이르게 하였을 경우 형사처벌특례를 인정하

    지 않고 종래와 같이 국가형벌권의 행사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의료인들로 하

    여금 최상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의료행위 당시의 통상의 의료수준을 유지·확보

    함과 동시에 장래의 반복된 의료과실을 방지하도록 하여 일반시민의 의료안전

    이 보다 충실히 보호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투고일: 2015. 11. 10 심사일: 2015. 11. 13 게재확정일: 2015. 11. 26

  •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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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medioseo.or.kr/

    http://www.mlf.or.kr/Page.aspx?MenuID=Laws&BID=Laws&PROC=View&CI

    D=8&ItemID=92&PageNo=1

    주제어

    의료분쟁조정법, 형사처벌특례제도, 반의사불벌죄, 의료분쟁, 의료과오,

    회복적 사법

  •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 28 -

    [ABSTRACT]

    Change of the Criminal Liability by the Introduction of

    Exceptional Clause on Criminal Punishment

    in Act on Medical Dispute Mediation

    Kim, Jae-Yoon

    In the medical malpractice cases, a patient injured by medical malprac

    tice has to prove a wide variety of damages. The most common example

    s are loss of enjoyment of life, physical and mental pain and suffering, a

    nd loss of future earning capacity. And due to complicated medical evide

    nce and juries’ tendency to support doctors and hospitals, medical malpra

    ctice lawsuits are difficult to win. Most law experts would agree that the

    current medical malpractice system in Korea does not work effectively ei

    ther to adequately and fairly compensate the victims or prevent injuries

    caused by medical errors. After many discussions, the National Assembly

    finally passed the Bill on Malpractice related Damage Relief and Medical

    Dispute Resolution on March 11, 2011. And the Korea Medical Dispute M

    ediation and Arbitration Agency (KMDMAA) was established on April 8, 2

    012.

    This act aims to secure just, speedy and inexpensive resolution of me

    dical disputes, focusing on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 procedure

    s. Especially, in this act exceptional clause on criminal punishment has b

    een introduced in order to encourage the active participation of doctors i

    n the procedures of a medical dispute mediation and arbitrations. Neverth

    eless, this aim might be hard to achieve. On the contrary, this punishmen

    t-exception has been criticized that it brings about only negative changes

    in criminal liability.

  • 김재윤: 의료분쟁조정법상 형사처벌특례제도의 도입에 따른 형사책임의 변화

    - 29 -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explore the change of the criminal

    liability by the introduction of no punishment against victim’s will in Act

    on Medical Dispute Mediation. This thesis consists of four main parts:

    Ⅰ. Introduction, Ⅱ. An overview of exceptional clause on criminal puni

    shment in Act on Medical Dispute Mediation, Ⅲ. Effectiveness of excep

    tional clause on criminal punishment and change in criminal liability, Ⅳ.

    Conclusion.

    Key Words

    Act on Medical Dispute Mediation, Exceptional Clause on Criminal Pun

    ishment, No Punishment against Will, Medical Dispute, Medical Malpra

    ctice, Restorative Justice

  • - 31 -

    원광대학교 법학연구소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2015. 12)

    의료분쟁조정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중심으로-

    Vitalizations of Medical Dispute Mediation and Arbitration

    - Focusing on Korea Medical Dispute Mediation and

    Arbitration Agency - 46)

    김 일 룡*

    Kim, Il-Ryong

    《 목 차 》

    Ⅰ. 서 론

    Ⅱ. 한국소비자원과의 조정절차 및 현황 비교

    Ⅲ. 의료분쟁조정의 활성화 방안

    Ⅳ. 결 론

    Ⅰ. 서 론

    서양에서는 19세기 중반까지 질병이 신의 벌이거나 인간의 숙명이며, 의사는

    신과 환자의 중간자로서 신의 뜻에 따라 질병을 다스리는 역할을 하는 존재 또

    는 특별한 지식과 능력을 가지고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신성한 일을 하는 존

    재로 보았다. 따라서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 의사에게 실수란 있을 수 없고,

    *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 32 -

    설사 진료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이는 비난받을 만한 일이 아니었다. 19

    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법적으로 ‘완치를 보증하

    지 않는 계약관계’로 파악되었고, 그 계약에 기초하여 의사는 의료법칙에 적합

    한 진료를 할 의무를 부담하고 환자는 그 대가로 보수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

    는 것으로 보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이 시대에도 전문가인 의사에 대하여 법

    적 책임을 추궁하려는 논의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동양에서는 일본은 메이지유신(1868년)을 통하여 비교적 이른 시기에 서양

    의학을 받아들였으나, 중국은 마우쩌뚱이 중화민국을 건립(1949년)하기 전까지

    기(氣)에 바탕을 둔 주역 체계를 인간에게 적용하여 질병을 설명하고 치료에 응

    용하는 시대가 지속되어 왔고, 서양과 마찬가지로 진료의 효과가 없다고 하여

    의사를 탓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료처치상의 과오를

    이유로 환자가 의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

    었고, 진료와 관련된 배상청구의 가능성은 1960년대 이후부터 싹트기 시작하였

    다.1) 이는 질병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이에 따르는 의학의 과학화, 기술화, 표

    준화,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 환자의 법의식의 강화 등에 힘입은바 크다.

    그런데, 의사를 상대로 책임을 묻는 의료과오소송은 일반 사건과는 다른 특

    징이 있다. 이는 주로 의료행위 자체의 성격에서 비롯되는데, 구명성, 침습성 내

    지 위험내재성, 전문성, 밀행성, 불확실성과 재량성 등이다.2)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책임인정의 핵심이 되는 과실 및 인과관계의

    입증이 어려워 오늘날 이에 대한 많은 이론이 연구·발전되었고, 그 중 일부는

    실무에서도 적용되고 있지만 아직은 소송을 통하여 해결하는 방법은 다른 일반

    사건에 비하여 환자 측에게 불리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분쟁의

    바람직한 해결수단으로 화해, 조정, 중재 등의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DR, Alter

    native Dispute Resolution)의 도입 필요성이 다른 사건들에 비하여 강조되어

    왔다.

    1) Ehlers, Alexander P.F./Broglie, Maximilian G., Arzthaftungsrecht, 2, Aufl., Muenchen,

    Verlag C.H. Beck, 2001, s. 1f(안춘수, “의료과오소송의 특수성과 진실발견의 한계: 독일

    이론과 판례의 발전을 중심으로”, 「한국의료법학회지(제11권 제1호)」, 한국의료법학회, 20

    03, 36면에서 재인용).

    2) 김선중,「의료사고 손해배상소송」, 육법사, 2012, 44면.

  • 김일룡: 의료분쟁조정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

    - 33 -

    우리나라도 대한의사협회 공제회나 민간보험회사의 의사 및 병원배상책임보

    험이 환자와 의사 사이의 화해를 주선해 왔고, 의료심사조정위원회나 한국소비

    자원 내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와 같은 조정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위 공제회의 경우에는 공제사업의 운영주체가 대한의사협회이기 때문에 그 공

    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고,3) 민간보험회사의 책임보험4)도 보험사의 수익을 고려

    하여 보험금 지급여부 및 지급금액이 달라진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등의 한계가 있어 실제 화해가 성사된 사건 수가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 의료

    심사조정위원회에 의한 조정은 유명무실한 제도로 방치되어 오다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으로 약칭함)’

    의 시행으로 현재는 의료법에서 관련규정이 삭제되어 위원회 자체가 없어졌다.

    다만, 한국소비자원에서의 의료분쟁의 조정은 현재까지도 꾸준히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소액사건 위주로 기능을 발휘하

    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의료행위의 여러 특질을 반영하여 의료사고와 관련된 조정 또는 중재절차를

    별도의 법률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사고처리특례

    법’의 제정을 건의한 1988년 이후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입증책임, 무과실의료

    사고보상, 형사처벌특례 등의 도입 문제와 관련된 여러 의견이 수렴되지 못한

    채 20여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논란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많은 법률안이 발의

    되었다가 폐기되기를 거듭하였다. 그러던 중, 2009년 12월 29일 국회 보건복지

    위원회에서 위원회 대안으로 내놓은 법안이 2011년 3월 10일 법제사법위원회

    에서 법률안이 의결되었고, 이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같은 해 4월 7일 의료

    분쟁조정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률안의 시행일은 법제정 1년 후인 2012년 4월

    3) 의료배상공제조합의 설립에 대한 근거 규정은 과거 의료법 31조에서 규정하고 있었으나 현

    재는 삭제되었고, 대신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45조에서 규

    정하고 있다.

    4) 의사배상책임보험은 1973년부터 1984년까지 4개 보험회사(동양·동방·제일·범한화재해상보

    험 주식회사)에서 판매하였는데, 계약건수는 보험가입대상자에 비하여 극히 저조하고(282

    건), 징수보험료(합계 375만원)에 비하여 지급보험금(합계 1,318만원)이 더 커서 배상률은

    타 보험에 비하여 매우 높아(손해율 368.8%), 1988년에 보험회사가 해당 보험의 판매자체

    를 폐지하였다[김영욱, 차일권, 「전문직위험과 배상책임보험(Ⅰ)」, 보험연구원, 1998, 91

    면]. 한편, 1997년 3월 삼성화재해상보험(주)이 종합병원을 상대로 의사 및 병원배상책임보

    험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민간보험사에 의한 의사배상책임보험이 부활하였는데, 보상하는

    손해의 한도액은 5천만원, 1억원, 2억원이다. 현재 LIG손해보험, 현대해상화재보험 등에서

    도 이와 유사한 보험상품이 판매 중에 있다.

  •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 34 -

    8일 부터인데, 다만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의료분쟁조정법 제46조)는 20

    13년 4월 8일부터 시행하도록 부칙에서 규정하였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제1조에

    서 “이 법은 의료분쟁의 조정 및 중재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사고

    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

    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를 위하여 이 법이 시행된 2012년

    4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조정중재원’으로 약칭함)이 출범하여 지금까

    지 약 3년 6개월간 운영되고 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그 제정에 걸린 시간만큼이나 다투어진 논제도 많고, 지금

    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부분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는 주로 조정의 피신

    청인인 의료인 측의 불만 또는 법률 자체의 이론적 문제점과 관련되어 있다. 지

    금까지 의료분쟁조정법의 문제점과 관련하여 발표된 선행연구결과는 바로 이

    두 가지 문제점에 집중되어 있다. 본고에서는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을 자제하고 주로 법이론적인 측면을 다루기로 하되, 불가

    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나 손해배상금의 대불제도 등은 의료분쟁조정법에 의

    한 조정의 활성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규정들에

    대하여 우리 법문화의 실태를 감안한 조정의 활성화 방안을 제안하기로 한다.

    다만,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하기 전에 먼저 한국소비자원과 조정중재원의 조정

    절차 및 지금까지의 사건처리현황을 비교하고 그 시사점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Ⅱ. 한국소비자원과의 조정절차 및 현황 비교

    1. 조정절차의 비교

    (1) 한국소비자원의 조정절차

    소비자는 물품 등의 사용으로 인한 피해의 구제를 한국소비자원에 신청할

    수 있고(소비자기본법 제55조 제1항),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소비자단체는 소

    비자로부터 피해구제의 신청을 받은 때에는 한국소비자원에 그 처리를 의뢰할

    수 있다(동조 제2항). 사업자는 소비자로부터 피해구제의 신청을 받은 때에는

  • 김일룡: 의료분쟁조정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

    - 35 -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한국소비자원에 그 처리를

    의뢰할 수 있다. 1. 소비자로부터 피해구제의 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이 경과

    하여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 2.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의 처리를 의뢰

    하기로 소비자와 합의한 경우, 3. 그 밖에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의 처리가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동조 제3항)가 그것

    이다. 의료 관련 사건의 처리를 의뢰받은 한국소비자원의 피해구제업무는 피해

    구제국 의료팀에서 진행한다. 피해구제팀은 당사자가 피해구제 처리절차 중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피해구제절차를 중지한다(위 법 제59조). 원장

    은 피해구제의 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때에는 지체 없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하여야 한다. 다만,

    피해의 원인규명 등에 상당한 시일이 요구되는 피해구제신청사건으로서 의료관

    련 사건 등에 대해서는 60일 이내의 범위에서 처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피해

    구제팀은 피해구제신청의 당사자에 대하여 피해보상에 관한 합의를 권고할 수

    있다(위 법 제57조).

    다음으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소비자와 사업자 사

    이에 발생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하여 한국소비자원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두고(소비자기본법 제60조 제1항), 조정위원회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한 50인 이

    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위원은 대학이나 공인된 연구기관에서 부교수 이상 또

    는 이에 상당하는 직에 있거나 있었던 자로서 소비자권익 관련분야의 전공자

    등으로 구성한다(위 법 제61조 제1·2항). 조정위원회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

    하기 위하여 조정위원회에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위 법 제61조 제6

    항).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에 발생한 분쟁에 관하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설

    치된 기구에서 소비자분쟁이 해결되지 아니하거나 소비자단체에 의한 합의권고

    에 따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 당사자나 그 기구 또는 단체의 장은 조

    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위 법 제65조 제1항). 조정위원회는 분

    쟁조정을 신청 받은 때에는 그 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그 분쟁조정을

    마쳐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위 법 제66조). 조정위원

    회의 위원장은 분쟁조정을 마친 때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에게 그 분쟁조정의 내

    용을 통지하여야 하고(위 법 제67조 제1항), 통지를 받은 당사자는 그 통지를 받

    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분쟁조정의 내용에 대한 수락 여부를 조정위원회에 통보

  • 의생명과학과 법 제14권

    - 36 -

    하여야 하며, 이 경우 15일 이내에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수락한 것으로 본다

    (동조 제2항). 당사자가 분쟁조정의 내용을 수락하거나 수락한 것으로 보는 때에

    는 그 분쟁조정의 내용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동조 제4항).

    (2) 조정중재원의 조정절차

    조정중재원에 의한 의료분쟁조정 절차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하 ‘신청인’이라고 약칭함)의 신청이 있어야 한다(의료분쟁조정법 제27

    조 제1항). 조정신청은 환자 측과 보건의료인 측이 모두 할 수 있다. 조정신청

    서를 접수하면 각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조정위원회와 감정단에 각각 이

    를 통지하고 피신청인에게 조정신청서를 송달한다(동조 제4항). 통지를 받은 조

    정위원회 위원장과 감정단 단장은 조정부와 감정부를 지정하여 해당 사건을 배

    당하고 절차를 진행한다(동조 제5·6항).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피신청인은 14

    일 이내에 조정 절차에 응할지 여부를 조정중재원에 통지해야 한다. 피신청인이

    14일 이내에 조정절차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 원장은

    조정신청을 각하한다(동조 제8항). 감정부는 필요한 경우에 신청인 등에게 진술

    을 요구하거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직접 의료기관에 출입하여 조사할

    수도 있다(위 법 제28조). 감정부는 조정신청이 있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감

    정서를 작성하여 조정부에 송부하여야 하지만, 필요시 1회에 한하여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고, 이 경우 그 사유와 기한을 명시하여 조정부에 통지하여야 한다

    (위 법 제29조). 감정서를 송부 받은 조정부는 조정을 진행하면서 신청인, 피신

    청인, 이해관계인으로 하여금 조정부에 출석하여 발언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위 법 제30조). 조정부가 진행하는 조정 절차는 조정의 특성상 비공개를 원칙

    으로 하고, 조정부 조정위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다(위 법 제32조). 조정부는 해당 사건에 대한 감정부의 감정 의견을 고려

    하여 조정신청이 있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조정결정을 하여야 하지만, 필요시

    1회에 한하여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고, 이 경우 그 사유와 기한을 명시하여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위 법 제33조). 조정은 당사자 쌍방이 조정결정에

    동의하거나 동의한 것으로 보는 때에 성립하고 성립된 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위 법 제36조).

  • 김일룡: 의료분쟁조정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

    - 37 -

    2. 피해구제 및 조정현황의 비교 및 검토

    소비자원은 조정중재원이 출범한 이후에도 많은 의료분쟁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2012년부터 3년간 전체 처리건수를 보면, 소비자원은 3,020건이고,5) 조

    정중재원은 3,540건6)으로 조정중재원이 불과 500여건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그 중 조정이 성립된 건수를 보면 소비자원은 1,091건임에 비하여 조정

    중재원은 194건에 불과하다. 그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될 수 있으나, 사

    견으로는 조정중재원은 조정신청을 각하함으로써 조정이나 중재를 개시하지 아

    니하는 제도를 둔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조정중재원의 총 처리건수 중에

    조정신청 각하의 비율이 59.8%에 이른다는 것은 조정중재원의 조정활성화에 가

    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5) 김경례, “한국소비자원 의료분쟁 처리현황과 역할 등”, 「의료분쟁 해결의 효율화 방안」,

    2015년 의료세미나, 한국소비자원, 2015,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