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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SSN 2092-8599 eISSN 2508-5727 wkulaw.jams.or.kr 의생명과학과 법

의생명과학과 법reslaw.wku.ac.kr/wp-content/uploads/sites/60/2017/02/... · 화학제품 안전관리를 위한 법제도적 개선방안 연구 ··············김은정········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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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ISSN 2092-8599eISSN 2508-5727wkulaw.jams.or.kr

    의생명과학과 법

    제16권 (2016. 12.)

    원광대학교 법학연구소 의생명과학법센터

  • 목 차

    - 3 -

    의생명과학과 법 第16卷

    목 차

    ◈ 연구논문 ◈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법적 통제 ································································· 조승현 ············ 5

    의약품 명칭의 상표법상 기술성 판단에 관한 고찰 ················ 정태호 ·········· 37

    중국 의료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한 의료법제 고찰 ················ 김정진 ·········· 67

    初步构建中国医疗纠纷仲裁机制研究设想 ··································· 孟 妍 ·········· 99화학제품 안전관리를 위한 법제도적 개선방안 연구 ·············· 김은정 ········ 119

    유전자변형생명체 안전관리의 제도적 보장

    - 식용 GMO의 동물투여 독성시험 현황과 논란을

    중심으로 - ·········································································· 김훈기 ········ 155

    ◈ 부 록 ◈

  • 의생명과학과 법 제16권

    - 4 -

    의생명과학과 법 第16卷

    Contents

    Legal control over substances that can have a significant impact

    on a person's life, body or health ········· Cho, Sung-Hyun ············ 5

    A Study on Determining Descriptiveness of the Name of a Medicine

    in the Trademark Act ····································· Jung, Tae-Ho ·········· 37

    A Study on the Medical Legal System for Entry into Chinese Medical

    Service Market ················································· Kim, Jung-Jin ·········· 67

    Study On the Construction of Arbitration Mechanism in Resolving

    Medical Disputes ···················································· Meng, Yan ·········· 99

    Study on Improving the Legislation for Safety Management of

    Chemical Products ········································· Kim, Eun-Jung ········ 119

    Institutional guarantee for the GMO's safety management

    - Focusing the present status and the controversy of animal

    toxicity test for edible GMO - ···················· Kim, Hoon-Gi ········ 155

  • - 5 -

    원광대학교 법학연구소『의생명과학과 법』 pISSN 2092-8599 / eISSN 2508-5727

    제16권(2016.12), 05-36면. Bio-Medical and Law

    Vol. 16 : 05-36, December, 2016

    http://dx.doi.org/10.22397/bml.2016.16.05

    Wonkwang Legal Research Institute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법적 통제

    Legal control over substances that can have a significant

    impact on a person's life, body or health 1)

    조 승 현*

    Cho, Sung-Hyun

    《 목 차 》

    Ⅰ. 문제제기

    Ⅱ. 한계물질에 대한 당사자의 합리적인 선택권의 향유를 위한

    도구로서의 정보제공의무

    Ⅲ. 시효의 문제

    Ⅳ. 결 론

    위해성이 잠재된 위험물질들(한계물질)은 그 안전성이 완전하게 증명되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필요에 의해서 허용될 수밖에 없지만 그 손해 위험성이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 의생명과학과 법 제16권

    - 6 -

    크기 때문에 일반적인 물질들과는 달리 취급되어야 한다. 첨단과학물질문명의

    발달로부터 인간의 생명·신체·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는 사

    전에 그 물질에 대하여 잘 아는 사업자(개발특허권자, 생산자, 유통업자 등을

    포함)로 하여금 공법상의 정보제공의무와 더불어 일반인이나 계약당사자에게

    정보제공을 하도록 의무지우는 방법이다. 유럽연합은 소비자지침 등에서 구체적

    인 정보제공의무를 규율하기 시작하였는데, 최근에는 공통기준초안(DCFR)이나

    유럽공통매매법(CESL)에서 소비자지침을 업그레이드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

    하고 있다.

    정보에 대한 권리는 소비자의 지위를 강화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가장 중요

    한 도구들 중의 하나로 간주된다. 정보의무를 위반한 당사자 일방은 그 불이행

    으로 상대방 당사자에게 발생한 모든 손해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규범목적설에

    따르면 위법성요건은 손해배상책임을 획정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범위를

    획정하는데 기여한다. 정보제공의무 위반은 발생된 손해에 대하여 위법성을 징

    표하고 이러한 위법성 징표는 위험책임론에 입각하여 인과관계의 명확한 증명

    이 없더라도 추정과 입증전환에 의하여 그 특별법의 규범취지를 달성할 수 있

    는 것이다. 잠재적 위험물질의 특성상 그 위험의 현실화로 인한 인신손해에 따

    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기산점과 그 최장기간은 다른 재산상의 손해와

    구별되어야 한다. 석면이나 의료과오에 의한 피해사건에서 학설은 이들 채권을

    다른 것과 구별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본다.

    이러한 특별취급은 한계물질에 의한 손해가 명백해질 때까지 장기간을 경과

    하는 경우가 많은 점, 생명·신체·건강과 같은 신체적 완전성은 특히 법적보호에

    가치가 있다는 점, 일반적으로 인신손해는 재산상의 손해에 비해서 훨씬 중대하

    다고 생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이 부여된다. 잠재적 손해 등의 기산점

    계산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시효기간의 기산점을 손해의 발생과 상관없이

    결정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기준은 채권자의 인식가능이다. 채권자는 채권에 대

    하여 알고 있었든지 아니면 적어도 합리적으로 보아 알아야 했다고 할 수 없으

    면 안 된다. 인식가능성 기준의 중요성은 비교적 짧은 일반적 시효기간이 정해

    져 있는 경우에 더욱 두드러진다. 단기의 시효기간 및 채권의 소멸시효제도 자

    체는 주로 채무자의 보호를 의도한 것이지만, 인식가능성 기준은 채권자의 합리

    적인 이익을 고려하여 양당사자의 균형을 도모하는데 필수적이다. 어찌되었든

  • 조승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법적 통제

    - 7 -

    잠재적 위험물질로 인한 인신손해에 대해서는 30-40년의 최장상한기간을 생각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판단된다.

    주 제 어

    정보제공의무, 한계물질, 소멸시효, 소멸시효기산점, 시효기간확장

    Ⅰ. 문제제기

    1. 기술발달과 인간의 생명․신체․건강에 대한 위험의 증가

    인간의 기술발달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간다. 기술발달이 인간에게 시간절

    약과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반대로 그러한 기술발달은 인간의 생명·신체·건강에

    해악을 미치기도 한다. 특히 첨단과학에 의해서 만들어진 첨단물질들은 인간에

    게 편익성을 제공한 만큼 뜻하지 않은 위험도 제공한다. 이러한 위험을 발생시

    키는 물질 중에는 당장에 그 해악성이 표출되는 독성물질이나, 한순간의 부주의

    나 통제기술의 한계로 인하여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피해를 발생시키는 원자력

    이나 슈퍼바이러스, 세균과 같은 위험물들이 있다.1) 또한 인간의 과학기술의 한

    계로 인하여 그 해악성이 쉽게 증명되지 않아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고 상시적

    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독성물질이나 위험시설 또는 위험물은 관련 특별법을 통하여 엄격하게 관리

    되고 있다.2) 그러나 후자, 즉 과학기술의 한계나 증명의 무지로 해악성이 증명

    되지 않은 채 그 편의성과 필요성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다가

    어느 날 뜻하지 않게 인체에 해악을 미치는 것이 증명되는 물질들이 문제이다.

    예를 들어, 1970면대 대부분 몰랐던 석면증, 해악성을 알지 못하고 유통된 의

    1)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위험물"이라 함은 인화성 또는 발화성 등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물품을 말한다. 이외에도 유해화학물질이나 독성물들 등이 있는데 이에

    관한 관리는 각각의 특별법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2) 최근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유독화학물질 등의 대형사고의 원인은 근로자의 부주의뿐만 아니

    라 노동의 유연화와 간접노동이 불러온 필연적 재앙이다. 간접노동은 근로자들을 비정규로

    내몰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위험한 작업들에서 근로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하고 숙련공을

    찾아볼 수 없게 만들어 재해와 안전사고를 유발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 의생명과학과 법 제16권

    - 8 -

    약품으로 인한 수많은 임산부들의 피해와 그로인한 장애인들, 반도체제조과정에

    서 근무한 근로자들의 피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수많은 사람들의 피해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러한 피해는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3) 우리가 일상으로 사용하는 은박지4), 랩5) 등과 같은 생활용품도 오남

    용의 경우 인체나 환경에 심각한 해악을 미칠 수 있다. 과학자들이 안전하다고

    그렇게 주장하는 GMO는 어쩌면 가장 위험한 물질일 수도 있다. 시간이 흘러

    과학기술의 또 다른 발달로 그 해악성이 충분히 증명될 수 있다.6) 오히려 그

    어떤 것 보다 해악성 증명이 쉽게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해악성과 유해성이 증

    명되고 난 후 그 영향력은 어떨까? 인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독성물질이나 유해화학물질 등과 같은 위험물과 구별하는 의미

    에서 특히 후자와 같은 물질들을 유해성이 잠재된 한계물질이라고 개념구분하

    기로 한다. 즉, 여기서 위해성이 잠재된 한계물질이란, 사용할 때는 사람의 생

    명·신체·건강에 별다른 해악성이 발견되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거나 특정 조건에

    서 그 해악성이 발현될 수 있는 물질이라고 표현하기로 한다. 대표적인 예로 G

    MO나 유전자재조합물질, 의약품 등을 들 수 있다. 현행법상 위해성이 잠재된

    위험물질들은 독성물질과 같은 종류의 위험물로 분류되지 않는다. 위해성이 증

    명되지 않기 때문에 위험물로 분류되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입장에서 보면 안

    전성 역시 완전하게 증명되지는 않은 물건이기도 하다. 위해성이 잠재된 한계물

    질은 그 필요에 의해서 허용되지만 일반적인 물질들과는 달리 취급되어야 한다.

    3) 최근의 메르스사태, 해마다 찾아오는 가축들의 떼죽음이 가져다 주는 의미는 바이러스나 세

    균만의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과학기술만능과 인간의 오만이 만들어낸 다른 차원의 바벨탑

    의 저주가 아닐까?

    4) 김밥을 싸거나 음식포장용으로 사용되는 은박지는 알루미늄을 주성분으로 한다. 은박지는

    산이나 불에 닿는 순간 산화 알루미늄으로 변한다. 그런데 산화 알루미늄은 알루미늄보다

    독성이 훨씬 강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런 유해성 논란 때문에

    이미 오래 전부터 유럽,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알루미늄 호일 대신 ‘parchment paper’ 또

    는 ‘페이퍼 호일’을 사용하고 있다.

    5) 배달음식점이나 마트용 랩은 폴리염화비닐(PVC) 재질이 대부분인데, 환경호르몬 의심물질

    인 프탈레이트류를 함유하고 있는 제품이 많다. 뜨겁고 기름진 음식을 PVC 재질의 랩이 감

    싸면 기름이 내부 온도를 끌어올려 랩 속 환경호르몬이 음식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

    6) 필자는 가축의 떼죽음은 그 가축들이 먹었던 GMO사료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GMO

    사료로 키운 가축을 먹은 인간의 면역력은 가축들보다 더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을 수도 있

    다. 왜냐하면 갈수록 약화되는 인간의 면역력은, 그 원인이 증명되어 밝혀지지 않는 한, 정

    황상 공기나 물보다 먹는 식품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 조승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법적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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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한계물질에 대한 법적 통제의 메카니즘

    한계물질에 대한 취급관리와 그 법적 통제의 레벨이 일반물질과 달리 이루

    어져야 한다면 그 구별의 정당성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그 정당성이 인정된

    다고 할 때 통제의 형식은 어떻게 분류되는가?

    (1) 구별의 정당성

    일반물질과 한계물질을 어떤 범위에서 무엇을 근거로 달리 취급할 수 있을

    까? 앞에서도 서술하였듯이 한계물질을 일반물질과 개념상 구별할 때 그 논거

    로 제시한 부분이 2가지이다. 하나는 잠재적 위험성의 발현이고 다른 하나는 잠

    재된 위험이 손해로 인식될 때까지의 시간적 경과이다. 이를 법적으로 통제한다

    고 했을 때는 두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계약의 경우 소비자에게 잠재적

    위험에 관한 정보의무의 강화라는 측면이 불법행위의 경우 일반인의 생명 신체

    건강에 대한 해악성의 사전적 경고를 통한 사회생활상의 행태의무로서의 보호

    배려의무의 강화이다. 그리고 사후적으로는 양 책임 모두 손해배상청구권의 시

    효를 채권의 일반적 시효이론과 달리 취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들

    에서 왜 그러한 요소들이 정당성을 갖는가는 본론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기

    로 한다.

    (2) 법적 규율 방법의 체계

    한계물질에 대한 취급관리와 그 법적 통제의 얼개는 크게 공법적 측면과

    사법적 측면으로 나뉘어질 수 있다. 공법적 통제의 시스템은 보통 사전통제의

    기능을 담당하는 반면7), 사법적 통제는 주로 당사자의 입장에서 사전의 선택권

    의 향유와 사고가 난 이후의 사후적 원상회복 내지는 손해배상의 기능을 담당

    한다. 현재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공법적 통제는 굉장히 복잡한데, 대체로 다수

    주체가 각자 권한을 갖고 책임도 각자가 부담하는 형태이다.8) 이글에서는 공법

    7) 공법적 통제에서도 사후 원상회복 등의 관리통제기능을 규율할 수 있지만 이는 국가가 법률

    상 관리책임을 져야하는 차원의 회복을 의미하고 개인의 원상회복과 피해는 온전히 사법적

    통제의 고유영역이다.

  • 의생명과학과 법 제16권

    - 10 -

    적 통제를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는 다루지 않지만, 결론만 이야기 한다

    면 감시와 사전관리감독은 각자가 하더라도 사전예방이나 사고발생이후의 복구

    는 그 권한과 책임이 단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사전예방이나 사후복구

    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 사법적 통제의 쟁점

    한계물질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크게 계약책임과 불법행위책임으로 나뉜다.

    전자와 관련해서는 계약체결전후에 주어지는 당사자선택권의 향유, 계약체결 이

    후 계약구속으로부터 해방, 채무불이행책임으로서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문제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불법행위책임과 관련해서는 행위의 위법성, 가해자의

    과실에 대한 증명,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관간계의 증명, 손해배상의 범위,

    청구권의 시효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이글에서는 지면관계상, 당사자선택권의 향유를 위한 정보제공의무를, 그리

    고 잠재적 위험성발현이 시간적으로 장기에 걸쳐 나타날 수 있는 한계물질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서 시효의 기산점과 시효기간을 달

    리 취급해야한다고 하는 관점에서 시효문제를 다루기로 한다.

    Ⅱ. 한계물질에 대한 당사자의 합리적인 선택권의 향유를 위한

    도구로서의 정보제공의무

    첨단과학물질문명의 발달로부터 인간의 생명·신체·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

    적인 방법 중 하나는 사전에 그 물질에 대하여 잘 아는 사업자(개발특허권자,

    생산자, 유통업자 등을 포함)로 하여금 공법상의 정보제공의무9)와 더불어 일

    반인이나 계약당사자에게 정보제공을 하도록 의무지우는 방법이다.10)

    8) 예를 들어 GMO의 공법적 통제도 농림축산부, 산업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환경부, 바이

    오안전성센터 등에 의하여 각자 이루어지고 있다.

    9) 예를 들어 유전자변형물에 관한 국가간 이동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GMO에 관한 사전정보

    를 수입사전허가나 표시제를 통하여 구현하고 있다.

    10) 용어상으로 설명의무, 고지의무 등이 정보제공의무와 관련하여 함께 논의되는데, 이 용어

  • 조승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법적 통제

    - 11 -

    1. 거래관계에서 정보제공과 관련된 일반원리

    계약관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계약당사자들은 계약정보와 관련하여 전통적

    으로 매수자위험부담(caveat emptor)의 원칙에 기초한다. 즉, 일반적으로 거래

    의 경쟁자들은 서로에게 본질적 사항들에 대해서조차도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

    공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11) 또한 거래 당사자 사이에 적극적인 부실고지

    내지 허위표시나 사기성 표시가 존재하지 않는 한, 일방 당사자는 상대방이 거

    래를 변경할 수 있는 중요한 사실들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 침묵할 수 있고,

    의식적으로 상대방의 부지나 무지를 이용할 수도 있다. 즉, 전통적인 법리에 따

    르면 일반적인 정보제공의무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쌀을

    거래할 때 쌀이면 충분하고 그 쌀의 품종이나 품질이나 조리방법 보관방법 등

    과 같은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12) 물론 이러한 전통적인 매수자위

    험부담주의에는 수많은 예외가 있다.

    2. 정보제공의무에 관한 학설과 입법적 노력

    정보제공의무와 관련하여 학계는 1990년대 초기부터 계약교섭과정 중 성실

    행태의무의 한 내용으로서 정보제공의무를 뒷받침하거나 그 요건ㆍ효과에 관한

    일반론의 정립을 시도해 오고 있다.13) 나아가 계약을 전후로 하여 정보제공의

    무의 법적 성질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하여 많은 논의가 있다.14) 대체로 학

    들 간의 개념상 구별과 상관없이, 논의의 편의를 위해 이 의무들을 포괄하는 의미로서 정보

    제공의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11) 다만 예외적으로 보험이나 금융거래에서 고지의무의 당위성이 증가하고 있다.

    12) 원산지 표시는 사법적 통제가 아니라 공법적 통제이다.

    13) 이상욱, 프랑스에서의 계약상 정보제공의무, 영남법학 1권 1호, 1994; 동, 계약 前의 정보

    제공의무와 착오(남송한봉희교수화갑기념논문집), 1994; 최상호, 계약상의 정보제공의무에

    관한 연구(김형배교수화갑기념논문집), 1994; 이종복, 계약준비단계와 민법 – 계약 前 행태

    에 관한 민법상 규범화의 추세, 사법과 자율(이종복교수논문집), 1993; 박정기, 계약체결과

    정에 있어서의 정보제공의무, 토지법학 18호, 2002; 김상중, 계약목적물의 시가에 관한 잘

    못된 관념과 계약당사자의 보호, 법조 제580호와 제581호, 2005; 박인환, 독일법상 정보제

    공의무위반을 이유로 하는 계약해소청구권, 민사법학 제27호, 2005; 남궁술, 법규범의 발전

    과 판례 - 프랑스민법상 안전배려의무와 정보제공의무의 발전에 있어서의 판례의 역할을

    중심으로, 민사법학 제28호, 2005, 305면; 송오식, 소비자계약에서 정보제공의무, 법학논총

    (전남대) 제29집 1호, 116면; 이호행, 고려법학 제72호 (2014년 3월) pp.565-618.

    14) 민법상의 “일반적” 정보제공의무의 법적 성질을 어떻게 볼 것인가와 관련하여, 이를 책무

  • 의생명과학과 법 제16권

    - 12 -

    설은 계약체결 전단계의 부수적 의무로 파악한다. 그런데 부수적 주의의무를 놓

    고도 이를 세분하여 정보제공의무, 협력의무, 안전배려의무, 설명의무, 고지의

    무15) 등을 구분하면서 정보제공의무를 설명의무나 고지의무와 개념상 분리하여

    다루기도 한다.16)

    (1) 정보제공의무자는 누구인가?

    채권채무관계에서 정보제공의무를 누가 부담하는지는 채권관계의 원인에 의

    해서 결정된다. 예를 들어 보험계약의 경우 보험가입자는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보험회사는 보험상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정

    보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한다. 도급관계에서 보면 수급인이 일의 완성을 위하여

    필요하다면 도급인이 원하는 사항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

    러한 정보제공의무는 계약체결 전 단계에서 주어지기 보다는 계약의 내용에 포

    함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부수적 의무로서 정보제공의무와는

    그 성질이 다르다. 일반적 견해에 따르면 정보제공의무는 계약체결 전 단계에서

    주로 제품을 공급하는 사업자의 의무로 인식되고 있는데 여기서 그 의무부담자

    는 매도인(물건을 제공하는 채무자)에게 주어지는 의무로 인식되고 반대로 채권

    자(매수인)가 부담하는 정보제공의무는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된다.17)

    (Obligenheit)로 이해하는 견해가 있다: Reimer Schmidt, Die Obliegenheiten, 1953., S. 3

    14; 지원림, 민법의 사회상과 정보제공의무, 민사법학 제62호, 2013.3, 397면 참고: 계약목

    적물의 시가에 관한 잘못된 관념과 계약당사자의 보호, 법조 제580호와 제581호, 2005. 2

    면, 29면.

    15) 고지의무라는 용어는 민법학계에서 보다는 상법학계에서 주로 보험계약의 체결과 관련하

    여 논의되고 있다. 이는 상법 제651조의 명문규정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상세한 내용은 최

    병규, 고지의무에 관한 종합적 검토, 경영법률 9집, 1999.2., 293-331면, 한국경영법률학회

    참고.

    16) 송오식, 앞의 글, 86-88면. 한편, 김상용,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에 관한 비교고찰, 법조 5

    2권 4호, 2003.4., 30면에서는 “설명의무 가운데 계약체결에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일방

    당사자만이 자료를 갖고 있거나 지배가능한 경우 이를 상대방에게 알려주어야 할 의무를 한

    정하여 ‘정보제공의무’”라고 함으로써, 설명의무를 정보제공의무보다 넓은 개념으로 파악하

    고 있다. 반면에 설명의무나 고지의무와 개념상 분리하지 않고 정보제공의무를 넓은 의미로

    파악하는 견해가 대체로 다수설이다. 김상중, 계약체결 이전 단계의 정보제공의무 - 외국

    입법례와 비교에 의한 규정 신설의 제안을 중심으로 -, 고려법학 제56호, 2010, 6면; 박인

    환, 앞의 글, 134면(‘설명의무 등’으로 불리우기도 하는...); 박정기, 앞의 글, 66면, 70면 및

    74면; 위계찬, 계약체결과정에서의 설명의무의 근거, 원광법학 제23권 제2호, 168면. 이호

    행, 앞의 글, 580면 등.

  • 조승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법적 통제

    - 13 -

    (2) 현행 민법상 정보제공의무관련 규정

    현행 민법상 정보제공의무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정보제공의무와 관련된 규정으로는 민법 제2조 신의성실의 원칙, 민법 제109조

    (착오)와 제110조(사기·강박), 제535조의 계약체결상의 과실, 제750조의 불법행

    위 규정 등이 계약교섭과정의 정보제공의무와 관련된 규정으로 해석될 수 있는

    데, 특히 일반적인 정보제공의무의 법적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제2조와,

    제535조, 제750조이다. 제2조는 계약의 체결 전후 과정에서 계약의 당사자에

    대해 일반적 성실행태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라는 점에서,18) 제535조는 계약교

    섭의 과정에서 상대방의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나 사정에 관해서

    는 고지 내지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는 점에서,19)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

    규정, 민법 제570조 이하의 담보책임 규정과 제390조 채무불이행책임 규정도

    그 책임이 가해자(또는 매도인, 채무자)가 고지하여야 할 사정을 알리지 않음으

    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정보제공의무의 근

    거로 기능할 수 있지만 직접적 법적 근거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3) 현행 특별법상 정보제공의무의 근거

    민사 또는 상사 특별법들은 명시적인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와

    같은 사회적·경제적 약자 보호 또는 시장질서의 공정성과 투명성 회복 등을 목

    적으로 하는 많은 특별법에서 정보제공의무(내지 설명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소비자기본법 제4조 2호,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제5조, 방문판매 등에

    17) 유럽서비스계약법(유럽공통매매법)에서 채권자의 정보제공의무가 논의되는데, 계약의 이행

    을 위해 채무자가 알아야 할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보제공의무와 유사한 부

    분이 있지만, 이를 위반한 경우 채무불이행책임을 물을 수 없다: 박희호, 계약상 협력의무

    에 관한 연구 – 유럽서비스계약법 원칙을 중심으로, 외법논집 제33권 제3호, 2009, 315면

    이하.

    18) 판례는 신의칙을 근거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대판 1997.11.28. 97다26098

    (신의칙상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침묵에 의한 사기를 인정하여 취소를 긍정한 사건);

    대판 1999.11.26. 99다37474(신의칙상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의 해제를 긍정한

    사건) 등

    19) 제535조의 책임의 본질을 계약책임 내지 법정책임으로 보는 견해들에서는 일반적으로 신

    의칙에 기한 성실교섭의무, 행태의무, 배려의무, 주의의무, 보호의무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

    다(가령 곽윤직, 채권각론(제6판), 박영사, 2004, 53면).

  • 의생명과학과 법 제16권

    - 14 -

    관한 법률 제7조, 제16조, 제28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

    률 제13조,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3항, 공

    인중개사의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25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

    업에 관한 법률 제47조,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보증인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5조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입법론적 차원에서 정보제공의무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보증계약에서 보증인보호를 위한 방법으로서 채권자의 정보제공의무에 관

    한 논의가 입법론적 차원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20) 비교법적으로 볼 때 정

    보제공의무의 입법론이 가장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곳은 유럽연합이다.

    3. 유럽 계약모델법상21) 정보제공의무

    유럽연합은 소비자지침 등에서 구체적인 정보제공의무를 규율하기 시작하였

    는데, 유럽연합에서 사법의 통일화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정보제공의무와 관련한

    유럽연합지침의 내용들을 정리하여 최근에는 공통기준초안(이하 DCFR로 약칭

    사용함:Draft Common Frame of Reference)이나 유럽공통매매법(이하 CESL

    로 약칭 사용함: Common European Sales Law, 2011/10)에서 소비자지침을

    업그레이드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22)

    (1) DCFR

    우선 공통기준초안은 계약체결 이전의 의무에 관하여 제2편(Book) 계약에서

    별도로 제3장(Chapter)을 마련해 성실교섭의무, 비밀유지의무와 더불어 정보제

    공의무를 규정하고 있다.23) 먼저 제101조에서 가장 넓은 적용범위를 갖는 일반

    규정으로, “사업자가 다른 자에게 물품, 기타 자산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계약

    20) 이상영, 보증계약상 채권자의 정보제공의무, 민사법학 제46호, 2009, 519면.

    21) 이 글에서 유럽계약모델법은 공통기준초안(DCFR:Draft Common Frame of Reference)이

    나 유럽공통매매법(CESL: Common European Sales Law, 2011/10)을 지칭하기로 한다.

    22) 유럽연합 차원의 개관으로는 Fleischer, Vertragsschlußbezogene Informationspflichten i

    m Gemeinschaftsprivatrecht, ZEuP 2000, 772 ff.; 송오식, 앞의 글, 81, 90면 이하.

    23) 이하에서는 DCFR 제2편 제3장을 전제로 조문만 표시하고, 그 핵심내용만을 간략히 언급한

    다. 원문은 유럽민사법의 공통기준안, 안태용 역, 법무부, 2012.12., 184면 이하를 참고하라.

  • 조승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법적 통제

    - 15 -

    을 체결하기 전에 사업자는 그 다른 자에게 당해 상황에서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품질 및 이행의 기준을 고려하여 그 자가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공

    급될 물품, 기타 자산 또는 용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한

    다. 이 규정은 근본적으로는 유럽연합 소비재매매지침24) 제2조에서 연원하는데,

    이 지침에 따르면 매매목적물이 소비자의 합리적 기대에 부합하는 상태로 제공

    되어야만 계약에 적합하다고 규정하고25), 이를 통하여 매도인이 부적합성에 따

    른 계약책임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서는 목적물의 품질 등에 관해 정확한 정보

    를 제공하도록 간접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통기준초안은 이를 '계약목

    적물의 품질 등에 관한 정보제공의무'라는 보다 직접적인 형태로 받아들였지만,

    그 적용범위를 사업자와 사업자(B2B), 사업자와 소비자(B2C)에 한정해 두고 있

    다. 나아가 DCFR은 소비자계약(B2C)과 관련된 각종 지침으로부터 정보의무의

    내용을 추출하여 일반화·추상화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DCFR Ⅱ-3:102

    조 제2항은 소비자에게 상업적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할 경우 별도의 정함이 없

    는 한 적어도 재화 등의 중요 특성, 사업자의 인적 사항과 주소, 가격과 철회권

    여부, 그리고 지급방법, 배달 등에 관한 특별 사항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

    한다. 그리고 방문판매, 통신판매 또는 전자거래와 같이 계약체결의 상황이나

    기술적 매체(technical medium),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물리적 거리 등에 따

    라 소비자가 정보적으로 현저히 불리한 처지에 있는 경우에는 DCFR Ⅱ-3:103

    조에 의해 재화 등의 중요 특성, 가격, 사업자의 인적 사항과 주소, 계약내용과

    24) Directive on Sale of consumer goods (1999/44/EC).

    25) Article 2. Conformity with the contract(계약에 적합할 것)

    2. Consumer goods are presumed to be in conformity with the contract if they: (...)

    (d) show the quality and performance which are normal in goods of the same type a

    nd which the consumer can reasonably expect, given the nature of goods and taking

    into account any public statements on the specific characteristics of the goods made

    about them by the seller (...)(2. 소비재는 계약에 적합한 것으로 추정된다. d) 동일한 형

    태의 상품들에 정상적으로 존재하고, 소비자가 매도인이 당해 상품의 특성에 대해 공개적으

    로 진술한 것과 매도인이 제공한 상품의 특성에 대해 합리적으로 예견가능한 품질과 기능을

    보여주어야 한다.).

    3. There shall be deemed not to be a lack of conformity for the purposes of this A

    rticle if, at the time the contract was concluded, the consumer was aware, or could

    not reasonably be unaware of, the lack of conformity, or if the lack of conformity h

    as its origin in materials supplied by the consumer(3. 만약 계약이 체결되는 때에 소비

    자가 계약적합성의 결여를 인식하였거나 합리적으로 인식할 수 없었다면, 혹은 적합성의 결

    여가 소비자가 공급한 재료로부터 기인한다면, 이 규정의 취지에 따른 적합성의 결여는 인

    정되지 않을 것이다.).

  • 의생명과학과 법 제16권

    - 16 -

    권리·의무, 철회권과 반환절차 등에 관해 분명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사업자에게

    의무지우고 있다.

    그리고 DCFR은 정보의무위반과 관련하여 그 DCFR Ⅱ-3:109조에서 계약

    체결 이전의 정보제공의무의 위반에 대한 구제수단을 규정하고 있다. 제1항에서

    관련된 모든 정보가 제공된 이후에 철회권 행사기간이 개시되도록 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 정보제공 의무자가 목적물의 성상 등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

    여 상대방에게 사실과 다른 기대를 갖게 한 경우에는 상대방의 기대에 따른 계

    약상 의무를 발생시켜 그 상이함에 대하여 사업자로 하여금 계약책임을 부담하

    도록 하며, 제3항에서 계약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정보제공의무 위반에 따라 발

    생한 손실을 배상할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26)

    (2) 유럽공통매매법(CESL)상의 정보제공의무

    CESL 제2편, 제2장 계약 전의 정보에서는 제1절부터 제5절까지(제13조부터

    제29조) 계약 전의 정보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27) CESL은 원격 또는

    영업소 밖에서 이루어지는 계약과 관련해서 사업자에게 구체적인 정보제공의무

    를 부과하고 있다. CESL은 원격거래 내지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콘텐츠서비스

    계약의 수요에 맞추어 계약 전 정보의 문제가 계약과 관련된 분쟁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 연유를 이유로 하여, 소비자에게 높은 수준의 보호를 제공

    하기 위해서 정보제공에 관한 구체적이고 일반적 규정형태의 입법을 마련한 것

    이었다. 즉, EU 법, 특히 CESL에서 정보에 대한 권리는 소비자의 지위를 강화

    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도구들 중의 하나로 간주된다.28)

    (3) 시사점

    DCFR과 CESL에서 한계물질을 거래하는 계약당사자들이 계약체결을 전후로

    한계물질에 대한 특별한 정보제공의무를 부담하는 내용을 찾을 수는 없다. 하지

    만 DCFR Ⅱ-3:102조 제2항에서는 별도로 계약내용에서 정하지 않더라도 사

    26) DCFR Ⅱ-3:103. 유럽민사법의 공통기준안, 안태용 역, 법무부, 2012.12.,187면 이하 참고.

    27) 2013년 유럽의회에서 철회된 유럽공통매매법은 B2B보다는 B2C를 그 적용대상으로 한다.

    28) Schulze/ Zoll, European Contract Law, C.H.BECK·Hart·Nomos, 2016, 139면.

  • 조승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법적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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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자가 소비자에게 “재화 등의 중요 특성”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

    다. 잠재적 위험이 내재된 한계물질들에 관해서 이러한 규정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왜냐하면 사업자(발명자, 생산자, 상업적 유통업자) 측은 소비자 측보다

    훨씬 한계물질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어서, 그 물질의 특성에 따른 위험에

    대해서도 소비자보다 훨씬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그 물질의 특성에

    따른 손해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전문가적 의무가 부여되는 근거가 발생하는 것

    이다. 그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할 때 고객인 소비자는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성을 예측하고 계약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은 계약의

    주된 급부내용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한계물질의 경우에는 그 외에도 소비자의

    위험으로부터 회피가능성을 열어두는 특별한 규범이 필요할 때만 보장받는 것

    이다. 이점에서 계약상 한계물질에 대한 특별한 의무로서의 정보제공의무의 설

    정이 고려되는 것이다.

    4. 한계물질에 대한 계약체결 전후의 정보제공의무의 강화 필요성

    한계물질에 대한 정보제공의무의 일반화가 정당한 것이라면 그 정보제공의

    무는 그 위반행태를 중심으로 상대방의 요청이 없더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사

    실을 알려주어야 할 경우로 보아야 한다.29) 그리고 이런 의무가 어떤 요건에

    따라 언제 정당화되는지를 검토하여야 한다.30)

    (1) 한계물질에서의 정보비대칭성의 심화

    유럽계약법체계에서 계약체결 전에 부과되는 정보의무가 “소비자에게 높은

    수준의 보호를 제공하기 위해서” 마련된 측면이 강한 것이라면 이러한 의무는

    소비자의 생명·신체·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강조될 필요성이 있을 것

    이다. 그런데 한계물질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물품거래나 디지털콘텐츠 내지 서

    비스거래보다도 훨씬 정보비대칭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첨단제품의 경우에

    29) 적극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작위)은 엄밀한 의미에서 정보제공의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후자의 경우에는 민법의 다른 제도들(특히 민법 제110조 및 제750

    조)을 통해 충분히 규율될 수 있기 때문이다.

    30) 김상중, 계약목적물의 시가에 관한 잘못된 관념과 계약당사자의 보호, 법조 제580호와 제5

    81호, 2005. 앞의 글(각주 6)), 6면 각주 23) 참고.

  • 의생명과학과 법 제16권

    - 18 -

    는 그 제품을 만든 생산자나 그 제품에 관한 전문가나 국가가 정보를 독점하기

    때문에 이를 수입하는 국가나 소비자는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수출국가나 제

    조자 또는 해당 전문가에 정보를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첨단 과학기술은 그 경

    이로움과 함께 그 이면에 언제나 안전성증명의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를

    규율하는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 한 일반적 법리론이나 일반규정에 의하여 그

    보호범위를 특정화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특별한 범주의 의무형성이 필

    요하다.

    실제로 유럽법의 발전체계는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의 결과로부터도 상당

    한 영향을 받아 왔다. 즉, 유럽계약법체계의 발전과정은 특정한 계약관계에 있

    는 일방 당사자에게 부과되는 정보의무의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31)

    (2) 법익침해의 중대성과 피해의 광범위성

    유럽법의 입법자들은 소비자들의 특별한 위험증가영역에서 정보제공의무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유럽입법자는 특히 위험한 금융거래(예컨대, 투

    자)에서 너무나 지나친 위험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기 위하여 계약체결 전 의무

    들을 확장하려고 시도하고 있다.32) 마찬가지로 한계물질과 관련해서도 소비자

    의 생명·신체·건강의 법익이 피해자의 일반적인 재산적 손해보다 중대하다는 점

    과 이러한 손해유형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에게 동시 다발적이

    고 예측불가능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위험의 현실화로서 고려되

    어야 하는 것이다.

    (3) 국가의 행정적 감독의 비효율성

    31) 유럽법체계에서 이러한 정보의무의 발전방향은 서로 다른 과정으로 발전해오고 있는데, 하

    나는 당사자 협력에 좀 더 주목하면서, - 전적으로 한 개인이 이익만을 고려하고 주장하는

    것에 반대함으로써 – 상호간의 성실원칙으로부터 발생하는 확대된 의무들을 발생시킨다. 그

    래서 전계약적 정보를 제공할 의무는 ‘상호 협력적’ 체계로 추가적으로 확장되고, 정당화가

    용이해진다. 다른 하나는 개인에 보다 초점을 맞춤으로써 반대적 접근을 취하고 있는데, 각

    개인은 필요한 정보를 취득하는 것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일반적 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체계들에서의 전계약적 정보의무는 종종 신의성실의 원칙과 특별규정으로부터 상이한 유

    추(different analogies)의 일반화로부터 획득될 수 있다. Schulze/ Zoll, European Contr

    act Law, C.H.BECK·Hart·Nomos, 2016, 139면.

    32) Schulze/ Zoll, 앞의 책, 142면.

  • 조승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법적 통제

    - 19 -

    국가는 특별한 법적 지침을 통하여 한계물질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광범위하게 보호하려 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정절차적 관

    리감독시스템은 획일적이고 현실에 대응하는데 실제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구체

    적인 거래관계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매우 비효율적이고 실효성

    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수입GMO나 의약품이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걸쳐서 수입

    되고 있는지, 수입당시 소비자의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가 제대

    로 검토되었는지, 수입허가 받지 않은 물품이 의도적으로 또는 비의도적으로 확

    산되거나 거래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국가로부터 쉽게 그 정보를 얻을 수 없거

    나 아니면 얻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비록 표시제와 같은 가이드라

    인을 통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이 나름 보장받고는 있다고 하더라도 그 틈새가

    너무 많아 높은 수준의 소비자보호에는 실패하고 있다고 보인다.33)

    5. 한계물질에 관한 정보제공의무의 법적 근거의 형상화

    (1) 일반규정의 입법과 이를 통한 유추 또는 확장해석방법론

    최근 유럽 계약법원칙 등 유럽의 모델법안들에서 나타는 것처럼,34) 계약체

    결 이전의 정보제공의무에 관한 규정을 일반규정으로 신설하는 방법이다. 이 견

    해에 따르면 이러한 일반규정화는 교섭단계의 성실행태 등 법규범화의 요청에

    가장 부합하는 방안으로서, 정보제공의무의 구체적 판단표지를 제공하고, 그 위

    반의 효과를 근거지움으로써 민법 제2조와 같은 일반규정으로의 회피를 방지할

    수 있다. 요약하면, 사법질서의 체계화와 규율시각의 확장 및 법적 안정성의 도

    33) 예를 들어 표시제는 농산물인 경우 농산물품질관리법상 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요령(농수산물품질관리법 제4장[시행 2013.6.2.]. 동법 시행령 제4장), 식품 및 첨가물의 경우 식품위생법상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식품위생법」제12조의2(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

    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고시 제2013-165호]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사료

    관리법상 사료공정고시 등이 있다. 의무표시의 대상이 되는 GM 품목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입 승인한 제품인데, 우리나라에서 수입이 승인된 GM 품목으로는 콩, 옥수수, 면화, 유

    채, 감자, 사탕무, 알팔파가 있다. 그런데 2017.2.4.일부터 개정시행되는 식약처의 관련고시

    에서도 여전히 유전자검사결과 유지, 당류 등 고도의 정제과정에서 검사결과가 검사불능인

    식품은 표시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하는데는 여전히 문제가 많다.

    34) 유럽계약법원칙 제2:301조와 제2:302조 (성실교섭의무와 비밀유지의무); 공통기준 초안

    제2편 제3:101조 이하 (정보제공의무, 성실교섭의무와 비밀유지의무). 유럽공통매매법 제13

    부터 제29조까지.

  • 의생명과학과 법 제16권

    - 20 -

    모라는 측면에서 정보제공의무의 입법은 유익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고 한

    다.35)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비판이 가해진다. 즉, 사적 자치는 민법의 기

    본원칙이고, 정보제공의무(혹은 정보제공의무가 문제되는 상황)는 사적 자치의

    예외적 현상일 뿐이라는 견해,36) 계약이 체결되기 이전에 부실표시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대해 개입하는 것으로 후견주의적이라거나

    계약체결 이전단계에서 계약교섭자들로 하여금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주의의무

    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일종의 단체주의적이거나 복지주의적 이데올로기의

    반영이라고 지적하는 견해37) 등의 비판이 있다. 민법이 사적 자치에 근거한 사

    법의 기본법으로서 “원칙”을 규율해야 함을 확인해주고 있다. 즉, 실질적 계약

    자유의 확보라는 명목하에 예외를 일반화시킴으로써, 오히려 사적 자치를 훼손

    하는 결과가 될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정보제공의무를 민법에 입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38)

    (2) 각각의 규범목적에 따른 특별법을 통한 규율

    생각건대 한계물질에 관한 규율은 특별법을 통한 규율이 가장 현실적인 대

    안이 될 것이다.39) 그렇다면 정보제공의무도 개별 보호법규들의 규범목적에 맞

    게 그 특별규정 또는 특별법의 테두리 내에서 함께 체계적으로 입법이 되는 것

    이 타당하다. 예를 들어 GMO로 인한 피해를 규율하는 특별규정이 있을 경우

    정보제공의무는 위법성의 한 요건으로서 같이 규율되는 방식이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범위와 관련한 정보제공의무의 기능

    35) 김상중, 앞의 글, 30-31면.

    36) 위계찬, 앞의 글, 190면에서 “설명의무는 사적 자치의 원칙이 더 이상 보장되지 못하고 현

    저히 손상될 경우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다.”는 지적도 동일한 맥락이다.

    37) Atiyah P., An Introduction to the Law of Contract(5th edition), Oxford, 1995, pp. 1

    03-104. 이호행, 앞의 글, 612면에서 재인용.

    38) 이호행, 앞의 글, 613면.

    39) 예를 들어 GMO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그 성격상 GMO를 규율하는 모든 법질서의 체계에

    부합되게끔 특별입법 또는 해당 규범의 규정들 속에 체계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조승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법적 통제

    - 21 -

    손해배상책임성립과 그 범위와 관련하여 전통적인 학설은 상당인과관계론에

    의존한다. 하지만 한계물질에 대하여 전통적인 상당인관관계론은 많은 결함을

    지니고 있다.40) 한계물질의 특성상 위험책임론의 범주에 포함시켜 이를 규율할

    수는 없을까? 여기서 위험책임론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캐머러의 글

    을 인용하여 보자. “현대의 기술은 모든 주의나 모든 예방조치를 통해서도 완전

    하게 차단될 수 없는 사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의 공장이

    나 철도․자동차를 금지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소유주는 그것에 대한 위험을 부담해야만 한다. 다만, 경영체 근로자에게 위험이 닥칠 경우에는 사회보험이나

    재해 보험이 개입할 수 있다. 일반 대중이 철도나 자동차 및 고도의 위험작업과

    같은 위험을 회피할 수 없이 위험에 빠지는 경우, 위험책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소유주나 기업주는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위험과 결합한 기업을 경영할 때

    이미 그는 직접적이고 책임 없는 재해에 대해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41)

    본 글에서 말하는 한계물질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캐머러가 말하는 위험책임론

    에 그대로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유추해석의 단계가 필요하겠지만 어찌되었든

    큰 범주에서 포섭될 수 있는 개념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다음 문제는 한계물질의 위험성과 관련하여 정보제공의무가 갖는

    구체적인 기능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정보제공의무위반은 위법성을 징표한

    다. 다시 말해서 정보제공의무위반은 위법성요건을 충족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

    다. 규범목적설에 따르면 위법성요건은 손해배상책임을 획정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범위를 획정하는데 기여한다.42)

    40) 한계물질을 일반물질과 구별하지 않고 상당인과관계에 의하여 규율하려할 때 전통적인 상당인과관계에 의한 규율에 대해서는 : Ludwig Träger, Kausalbegriff im Straf- und Zivilrecht(Walter de Gruyter, 2. Abdr., 1929),159, 197, 219쪽. 이에 대한 비판적 입장으로는 Kötz, Deliktsrecht(Franz Vahlen, 1988), 56쪽; Hermann Lange, Schadensersatz(Mohr Siebeck, 1979), 60쪽, Larenz, Lehrbuch des Schuldrechts, Bd. I, 14. Aufl.(C. H. Beck, 1987),, 440쪽. 참고

    41) v. Caemmerer, Ernst, “Das Problem des Kausalzusammenhangs im Privatrecht(1956. 12. 05.)”, Ernst von Caemmerer, Gesammelte Schriften(J. C. B.Mohr, 1968), 397쪽.

    42) 발생된 손해를 해당 보호법규의 규범목적(규범의 사정거리)에 의해서 평가한다는 법리를

    가장 잘 이해할 있는 이론은 독일의 Hermann Lange, J. G. Wolf, Hans Stoll을 거쳐 Ulri

    ch Huber에 이르는 계보를 가지고 있다. Hermann Lange, 앞의 책, 76쪽, 81쪽; Joseph

    Georg Wolf, Der Normzweck im Deliktsrecht(Schwartz, 1962), 49쪽; Hans Stoll, Kau

    salzusammenhang und Normzweck im Deliktsrecht(J. C. B. Mohr, 1968), 20쪽 이하;

    Huber, “Normzwecktheorie und

    Adäquanztheorie”, JZ(24. Jahrg., Nr. 21, 1969), 677쪽. 참고.

  • 의생명과학과 법 제16권

    - 22 -

    보다 사안을 쉽게 이해하기 위하여 사례를 들어보자.

    예를 들어 한계물질인 GM사료를 먹은 소(1차 손해)로부터 나온 소고기를

    먹은 사람(2차 손해)이나 이를 원료로 만든 가공식품(1차손해)을 섭취한 사람(2

    차 손해)이 면역력 저하나 아토피 등으로 병을 앓게 되는 경우이다. 전통적인

    해결 방법인 인과관계법리를 가지고서는 사례에서 손해의 특정과 인과관계의

    증명, 가해자 과실과 그 잘못된 행위의 위법성 증명 및 손해범위의 확정은 매우

    곤란하게 된다. 여기서 정보제공의무는 특히 위법성과 관련하여 그 기능을 발휘

    한다. 사안의 해결을 위해서는 위해성 증명이 전제되겠지만 위해성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사업자가 한계물질에 대한 정보제공의무를 위반한 점이 드러난다면

    규범목적론에 따라 사업자는 이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즉, 정보제공

    의무 위반은 발생된 손해에 대하여 위법성을 징표하고 이러한 위법성 징표는

    위험책임론에 입각하여 인과관계의 명확한 증명이 없더라도 추정과 입증전환에

    의하여 그 특별법의 규범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들은 위험

    책임법의 출발점이었던 규범들 가령 교통법규, 건축법과 같은 규범에서 이미 사

    용되어 왔다.43) 즉, 이러한 보호법규들은 가능한 위험에 대한 오랜 경험과 법적

    사고에 의하여 나온 것이다. 즉, 보호법규의 침해자가 (위해성이 없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하였거나 그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발생하지 않은 손해라고 하더라

    도, 보호법규(가령 GMO법규)가 그러한 위험을 대상으로 하려고 한 범위 내에서

    결과가 발생한 경우이고 이러한 결과에 정보제공의무위반이라는 사실이 일정한

    기여를 하고 있다면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 침해자(내지 가해자, 위험원지배자

    등)에게 책임을 부담시키고 복구의무를 명할 수 있는 것이다.44)

    Ⅲ. 시효의 문제

    기본물권을 제외한 모든 권리는 시효로 소멸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시효의

    중단 정지를 통하여 그 권리는 보존되거나 권리주장의 기간이 확장될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한계물질로 유발된 손해나 피해는 그 원상회복이나

    43) v. Caemmerer, 앞의 글, 406쪽 참고.

    44) v. Caemmerer, 앞의 글, 406쪽 참고.

  • 조승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법적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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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해배상청구는 채권의 일반시효의 법리에 따르게 되면 제대로 실현될 수 없다.

    왜냐하면 한계물질의 속성 자체가 “ 사용할 때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에 별다

    른 해악성이 발견되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거나 특정 조건에서 그 해악성이 발

    현될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계물질로 인한 인신손

    해의 기산점과 그 최장기간은 다른 재산상의 손해와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법리가 어떠한 형태로든(해석이든 입법의 형태이든)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의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장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은

    ‘불법행위를 한 날’이다. 민법의 해석상 불법행위를 한 날은 ‘채무불이행시’45)

    또는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날46)’을 의미한다. 즉 피해자(채권자)의 손해의

    결과발생 인식 또는 예상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이러한 견해에 따른다면 한

    계물질로 인한 손해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되는데, 이는 문제이다. 이러한 견해

    는 한계물질의 경우 부당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 결국 주관적 요소인 피해자

    (채권자)의 손해결과에 대한 인식가능성을 시효의 기산점 시기 또는 시효정지론

    에 고려해 넣을 수 있어야 만 피해자가 제대로 구제될 수 있다. 그러한 작업에

    참고가 될 만한 개념은 결국 권리자(소비자 내지 피해자)의 인식가능성의 법리

    인데 이하에서 유럽계약법의 원칙47)(이하 PECL로 약칭)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

    리함으로써 이 한계물질의 시효문제에 대한 시론적 차원의 문제의식을 소개하

    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1. 손해배상청구권의 기산점

    (1) 원칙

    채권관계에서는 “당사자가 이행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때(채권이 강제가능해

    진 때, 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때)”라는 기준이 널리 인정되고 있는데 이는 대

    부분의 상황에서 유용한 기준이다.48) 그리고 불법행위의 경우 즉, 타인이 야기

    45) 대판 1995.8.29, 94다54269. 김형배, 민법학강의, 신조사, 2016, 367면;송덕수, 민법강의,

    박영사, 2013, 336면.

    46) 대판[전원합의체] 1979.12.26, 77다894·1895; 김형배, 앞의 책, 1707;송덕수, 앞의 책, 1

    735.

    47) Principles of European Contract Law.

    48) 채권이 강제가능해진 때라는 시점은 시효기간의 기산점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한국민법

  • 의생명과학과 법 제16권

    - 24 -

    한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권의 이행기는 원칙적으로 그 권리의 발생시점에 도래

    한다. 이러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시점

    에 발생한다.49)

    (2) 잠재적 손해의 문제

    문제는 손해와 관련해서 손해가 배상책임을 생기게 하는 행위(신체 또는 재

    산에 대한 침해) 시부터 수년이 지나 발생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어떤 당

    사자가 불법행위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가 몇 년씩 확

    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손해의 발생이 배상책임규정을 적용하

    기 위한 요건의 하나인가 하는 점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 다시 말하면 불법행위

    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모든 동일한 시효제도에 따른다고 해야 할지, 아니

    면 예측 불능한 잠재적 결과에 대해서는 그것이 현재화했을 때부터 시효기간이

    진행된다고 해야 할지, 하는 점도 곤란한 문제가 될 것이다.

    (3) 손해요건을 제외한 기산점계산 방식

    잠재적 손해 등의 기산점계산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시효기간의 기산점

    을 손해의 발생과 상관없이 결정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즉, 시효기간은

    손해배상총구권의 요건 중에서 손해발생 이외의 모든 요건이 충족된 때, 즉 불

    법행위가 행해진 때(또는 계약위반이 발생한 때)부터 진행된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처리방식에 의해서 채권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

    면 채권자(또는 피해자)가 잠재적인 손해를 모르거나 합리적으로 봐서 이를 알

    166조 1항, 오스트리아민법 1478조, 이탈리아민법 2935조, 포르투갈민법 306조). 독일법

    (민법198조)에 의하면 시효는 채권발생 시부터 진행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이것은 채무자가

    이행을 강제당할 수 있을 때(이행기)로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Peters & Zi

    mmermann 172ff.; Staudinger (-Peters) § 198, nn. 1ff.; Peters & Zimmermann감정의

    견196조1항 ; 채무법 개정위원회 초안196조1항을 참조). 참고로 UNCITRAL 시효조약9조

    에서는 「채권이 발생한 때」로 되어 있다.

    49) 우리 민법 내지 민법의 해석상 기산점은 채무불이행의 경우 채권을 행사할 수 있을 때(법

    률상 장애가 없을 때)이고, 불법행위책임의 경우 ‘피해자(또는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

    자를 안 때(단기소멸시효)’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객관적로 손해가 발생한 때)’이다(대판 1

    995.6.22., 65다775); 김형배, 민법학강의, 신조사, 2016, 367면, 1706면; 송덕수, 민법강

    의, 박영사, 2013, 334면.

  • 조승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법적 통제

    - 25 -

    수 없을 때는 시효정지론에 따라 그 동안은 시효기간의 진행이 정지되기 때문

    이다.50) 따라서 이러한 것이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시효기간이 확장될

    수 있는 최장기간(가령 인신손해의 경우 PECL상 30년), 즉 정지의 최장기간을

    계산할 때에 한정된다.51)

    한편, 인식가능성 기준에서는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이 따르기 때문에 그와의

    관계에서 용이하게 확정할 수 있는 시점을 정할 필요도 있다. 이 시점으로 유일

    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불법행위시이다.52) 예를 들어, A가 1956년10월1일

    에 B에게 책임이 있는 교통사고로 인해서 상처를 입었다고 가정해 보자. A는

    경상(타박과 가벼운 뇌진탕)을 입은 것으로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961

    년 여름이 되어 A는 내장에 중대한 장해를 입은 것이 판명되었다. 이때, A가

    사고로 인해 잠재적인 결과를 모르거나 합리적으로 봐서 그것을 알 수 없었던

    동안(사안에서 1961년 여름의 일정시점까지의 기간)은 시효기간의 진행이 정지

    된다. 가령 사고의 시점에서 손해발생이 분명했다면 3년의 시효기간은 1956년1

    0월1일부터 진행된다. 잠재적 결과인 손해가 현재화하지 않았을 때는 최장기간

    의 기능에 따라 행위시로부터 30년의 시효기간의 적용을 받게된다. 그러나 시

    효기간은 30년을 초과해 확장될 수 없기 때문에(PECL 14 : 307조), 가령 1986

    년12월까지 손해가 현재화 하지 않았다면 다시 말해서 행위시로부터 30년이 지

    난 이후에 손해가 나타난다면 A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에 결려 소멸하게 되

    는 것이다.

    (4) 인신손해(분리하여 특별하게 취급할 것인가)

    인신손해에 관한 권리와 다른 권리를 구별해서 생각해야 하는가? 석면이나

    50) 가령 PECL 14 : 301조 참고. 그리고 한국의 제조물책임법 제7조 2항에 따르면 “신체에 누

    적되어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물질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 또는 일정한 잠복기간이 지난 후

    에 증상이 나타나는 손해에 대하여는 그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기산한다.”고 규정한다.

    51) 손해배상청구권의 기산점계산과 관련하여 그 시효의 기산점을 이행기 또는 소송원인 발생

    시로 하고 있는 모든 법제도에 있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Peters & Zimmermann, 173.; S

    taudinger (-Peters) § 198, nn. 17ff.; Law Commission Consulation Paper on Limitatio

    n of Actions, 30ff.를 참조). 이것은 인식가능성기준이 점차 중시되고 있기 때문이다(PECL

    14 : 301조를 참조). 그러나 시효확장최장기간(30년, PECL 14 ; 307조를 참조)은 일반적으

    로 위법행위 시부터 기산되고 있다(예를 들면 독일은 민법852조1항).

    52) 계약의 경우에는 계약의무 불이행시.

  • 의생명과학과 법 제1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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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과오에 기한 피해사건에서 학설은 이들 채권을 다른 것과 구별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본다.53) 이러한 특별취급은 한계물질에 의한 손해가 명백해질 때까

    지 장기간을 경과하는 경우가 많은 점, 생명·신체·건강과 같은 신체적 완전성은

    특히 법적보호가치가 있다는 점, 일반적으로 인신손해는 재산상의 손해에 비해

    서 훨씬 중대하다고 생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이 부여된다. 재산상의

    손해에 관해서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10년이라는 단기의 상한기간으로 충분하다

    고 생각되고 있다. 또 그 밖의 채권의 유형(예를 들면 이행청구권 또는 부당이

    득반환청구권)에 대해서도 상한기간을 10년으로 하는 것에 이론은 없다. 인신손

    해에 대해서는 30년의 상한기간이 적절하다는 것이 널리 인정되고 있다. 54)

    2. 한계물질에 의한 피해와 피해자(소비자 또는 매수인)의 인식가능성결여

    의 문제

    모든 종류의 채권을 하나의 객관적인 시효의 틀에 따르게 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특히 타인에 의해 야기된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더욱 그렇다. 손해

    의 발생시점이 채권침해나 가해행위의 형태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계물질로 인한 신체상의 손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시효는 채권

    자의 인식(또는 합리적인 인식가능성)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1) 인식가능성 기준의 정당성

    시효의 효과는 채권자가 채권을 실현하기 위한 적절한 기회를 가지고 있던

    경우에 비로소 정당화된다. 따라서 채권자는 채권에 대하여 알고 있었든지 아니

    면 적어도 합리적으로 보아 알 수 있었어야 한다.55) 인식가능성 기준의 중요성

    53) Ole Lando, Eric Clive, André Prüm and Reinhard Zimmermann (eds.), Principles of

    European Contract Law Part III (The Hague, London and Boston 2003), 193면.

    54) Ole Lando, 앞의 책, 193면.

    55) 보다 더 정밀한 표현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아 알아야 했다고 할 수 없으면 안 된다.” 독일민법은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만 주관적 기준을 채용하고 있다. 즉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침해의 사실 및 누가 손해배상의무를 지는 것인지를 모르는 이상, 시효는 진

    행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852조1항). 그리스법(민법937조)도 동일한 것을 정하고 있다.

    von Bar에 따르면 EC 각국은 시효에 관한 입법에서 인식가능성이 기준이 되고 있다고 설

    명한다(von Bar I, n. 395를 참조). 비교법적으로 더 자세히는 Zimmermann, JZ, 2000, 86

  • 조승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법적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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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비교적 짧은 일반적 시효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 더욱 두드러진다. 단기

    의 시효기간 및 채권의 소멸시효제도 자체는 주로 채무자의 보호를 의도한 것

    이지만(PECL 14 : 101조 참조), 인식가능성 기준은 채권자의 합리적인 이익을

    고려하여 양당사자의 균형을 도모하는데 필수적이다.

    (2) 인식가능성기준의 확대와 변화

    기산점을 계산할 때 (i)채권자의 인식부재를 고려한 채권소멸시효기간의 범

    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경향과 (ii) 채권자의 인식부재를 고려하면 시효의

    완성이 늦어질 것을 우려하여 채권자의 구체적인 인식에서 합리적인 인식가능

    성으로 기준을 옮기는 방법을 사용하여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경향성이

    서로 대립하면서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56)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선택의 문제이다. 인식가능성 기준이 모든 채권에 대

    하여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면, 가령 입법적으로 보편적인 3년이라는 통일

    적인 시효기간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채권의 종류마다 채권자의 인식가

    능성을 기준으로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불확실성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기 때

    문에 시효의 진행을 순수하게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계산하면 그 귀결은 채권

    의 종류마다 다른 시효기간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

    3. 인식가능성의 대상은 무엇인가?

    (1) 채권발생의 원인과 채무자에 대한 인식

    어떠한 사항이 채권자의 인식결여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채권발생 원인이

    되는 사실과 채무자가 누구인가 하는 사항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A가 1994년

    10월10일 B의 집 앞에 서 있던 B의 차를 추돌하고 음주운전처벌이 무서워 사

    건현장에서 도주했는데(이 사고를 목격한 자는 없었다), 1998년 3월 초쯤 A가

    술집에서 그 사고에 대해서 이야기 한 것을 마침 거기에 있던 자 중에 한 명이

    듣고 그 사실을 B에게 전달하게 되어 B가 A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1ff 참고.

    56) Ole Lando, 앞의 책, 175면.

  • 의생명과학과 법 제1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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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시효기간의 진행(통상이라면 1994년10월10일에 개

    시)은 A가 사고 당사자인 점을 B가 들었던 때까지 정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왜

    냐하면 그 이전에는 B는 채무자가 누구이지를 모르고 또 합리적으로 봐서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2) 채권의 중요성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고 또 합리적으로 보아 그것

    을 알 수 없는 동안은 시효기간의 진행은 정지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사고 피

    해자가 처음에는 손해가 물적 손해로 별것 아닌 것으로 인식하였으나 나중에야

    비로소 그 사고로 인해 건강상의 피해도 입은 사실을 알아차린 경우이다. 이 기

    준은 처음에는 세세한 침해로 생각되지만 나중에야 예상도 못했던 중대한 결과

    가 일어난 경우에, 그 중대한 결과에 대하여 당초의 침해 시부터 시효가 진행되

    는 것을 막는 경우를 의도한 것이다.57) PECL14:301조 b호에서는 이를 채권

    발생 원인이 된 사실 중 「손해의 종류」의 인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4. 시효정지 사유로서의 채권자의 인식결여

    (1) 합리적인 인식가능성

    채권자가 채권에 대하여 모르며 또 합리적으로 보아 알 수 없는 동안은 시

    효기간을 진행시켜서는 안 된다. 채권자가 인식이 없는 상태라면 합리적으로 인

    식가능해질 때까지 시효기간의 진행이 개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는 시효기간의 진행이 「처음부터」 정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자의 부지가

    시효기간의 진행개시 후에 일어나는 경우, 예를 들면 채권자가 사망하여 상속에

    의해 새로 채권자가 된 자가 채권이 상속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 또는 채

    무자가 사망하여 채권자가 누가 새로운 채무자인지를 합리적으로 보아 알 수

    57) 중요성의 기준과 관련하여 잉글랜드에서는 인신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3년의

    출소기한은, 채권자가 그 침해의 중대함을 모르는 한 진행되지 않는다. 잠재적인 손해에 대

    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 밖의 법제도에서는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채권자의 지· 부지의 요

    건에 대한 법원의 해석을 통하여 동일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예를 들면 독일에 대하여

    Münchener Kommenter (-Stein) § 852, n. 22를 참조).

  • 조승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법적 통제

    - 29 -

    없는 경우는 도중에 시효기간의 진행이 정지되게 된다.

    (2) 채권자의 무지를 시효기간의 진행정지 사유로 하는 경우

    채권자의 인식을 시효기간의 기산점의 기준으로 하는 경우에 비해서 채권자

    의 무지를 시효기간의 진행정지 사유로 하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

    (i)시효기간의 기산점이 채권자의 인식가능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 경우에도

    시효가 진행되려면 이행기 도래가 필요하다 (ii) 합리적으로 보아 채권에 대하

    여 알 수 없는 채권자에 대해서는, 시효가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는 사고방식은

    보다 상위의 명제, 즉 채권자가 그것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채권을 시효에

    의해 소멸시켜서는 안 된다는 명제의 결과이다. 이 명제는 불가항력에 의한 경

    우에는 시효기간이 진행되지 않는 것과 채권자가 무능력해지고 또 법정대리인

    이 선임되지 않은 경우에는 시효기간의 만료가 연기되는 것의 근거로도 되어

    있다. 이것들(과 그 밖의)의 장해사유는 시효기간을 확장할 때에 고려되지만 거

    기서는 장해사유가 시효기간의 기산점에 있어서 이미 발생했는지 여부는 문제

    로 삼지 않는다.58)

    (3) 인식결여와 증명책임의 원칙

    채무자에 대해서 소송을 제기한 채권자는 채권의 근거가 되는 요건을 입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효는 항변이다. 시효를 원용하는 자가 채무자라면 시효

    의 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은 채무자에게 있다. 그 증명의 핵심은 시효기간의 도

    과에 있다. 시효기간의 도과 여부는 시효기간의 기산점에 의해서 결정된다. 기

    산점이 채권자의 인식가능성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채무

    자는 시효의 항변의 입증활동에 있어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채권

    자의 신체에 대한 침해 결과 등이 합리적으로 보아 인식 가능했는지 여부, 또는

    채권자가 그런 사실들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라는 것은 채권자

    의 영역에 속하는 사항이며 채무자의 인식이 미치는 부분은 아니다. 또한 채무

    의 종류를 불문하고 보통 채권자는 채권의 이행기가 도래한 시점에서 그 채권

    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이 통상이다.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에 대하여 모른다는

    58) Ole Lando, 앞의 책, 177면.

  • 의생명과학과 법 제16권

    - 30 -

    예외적인 경우에는 그 점은 채권자가 입증해야 할 사항이다.59) 이 점은 인식가

    능성을 시효기간의 기산점의 요건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채권자가 합리적으로

    보아 채권에 대하여 알 수 없는 것을 시효기간확장사유로 하는 것이 보다 정확

    한 것이다(일반원칙에 의하면 통상 시효기간의 진행이 정지된 것, 또는 그 밖의

    이유로 인해 시효기간이 확장된 것의 입증책임은 채권자가 진다).

    5. 채권자의 지배를 초월한 장애의 경우에 있어서의 시효기간의 진행정지60)

    (1) 소송 불가능의 경우

    소송할 수 없는 자에 대해서 시효는 진행되지 않는다. 채권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채권자를 보호하면서 채권을 행사할 수 없는 채권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고 하는 것은 불균형한 것이다.61)

    (2) 시효기간만료점에 근접한 장애사유

    그런데 소송제기를 방해하는 장해가 시효기간이 만료되기 훨씬 전인 경우라

    면 시효기간을 연장해야 할 불가피한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PECL에

    서는 채권자가 시효기간 최후의 6개월 내에 채권을 행사하는 것을 방해받은 경

    우에 방해받은 기간만큼 시효기간을 확장하고 있는데 이는 충분한 기간이라고

    한다.62)

    59) 입증책임의 문제와 관련에서는 Spiro, Begrenzung §§ 359f.; Peters & Zimmermann 24

    8, 306; Loubser 112; Law Commission Consultation Paper on Limitation of Actions.

    398을 참조.

    60) PECL 14 : 303조 참고. 이하는 Ole Lando, 앞의 책, 184-185면 참고.

    61) 따라서 채권자에 의한 채권의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에 시효기간의 진행을 정지하

    는 법률을 정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다. 독일은 채권자가 불가항력으로의 권리의 행사를 방

    해받고 있는 경우 시효기간의 진행은 정지된다. 「사법의 정지」가 그 예이다(독일민법203

    조). UNCITRAL시효조약은 「채권자의 지배를 초월, 채권자가 회피도 극복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 고려되고 있다(21조). 반면에 이와 같은 규정을 갖지 않거나(네덜란드) 매우 특수

    한 상황만을 다루는 규정을 가지고 있는 국가(이탈리아민법2942조)들이 있다. 잉글랜드법

    및 아일랜드법은 불가항력을 정지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스웨덴법, 덴마크법, 핀란드법에

    서도 불가항력이 시효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준칙은 없다. 우리의 경우 민법 제182조에서

    천재 기타 사변과 관련하여 시효정지제도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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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Ⅳ. 결 론

    1. 위해성이 잠재된 위험물질들(한계물질)은 그 안전성이 완전하게 증명되지

    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필요에 의해서 허용될 수밖에 없지만 그 손해 위험성

    이 크기 때문에 일반적인 물질들과는 달리 취급되어야 한다. 첨단과학물질문명

    의 발달로부터 인간의 생명·신체·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는

    사전에 그 물질에 대하여 잘 아는 사업자(개발특허권자, 생산자, 유통업자 등을

    포함)로 하여금 공법상의 정보제공의무와 더불어 일반인이나 계약당사자에게

    정보제공을 하도록 의무지우는 방법이다. 유럽연합은 소비자지침 등에서 구체적

    인 정보제공의무를 규율하기 시작하였는데, 최근에는 공통기준초안(DCFR)이나

    유럽공통매매법(CESL)에서 소비자지침을 업그레이드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

    하고 있다.

    2. 정보에 대한 권리는 소비자의 지위를 강화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가장 중

    요한 도구들 중의 하나로 간주된다. 정보의무를 위반한 당사자 일방은 그 불이

    행으로 상대방 당사자에게 발생한 모든 손해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규범목적설

    에 따르면 위법성요건은 손해배상책임을 획정하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범위

    를 획정하는데 기여한다. 정보제공의무 위반은 발생된 손해에 대하여 위법성을

    징표하고 이러한 위법성 징표는 위험책임론에 입각하여 인과관계의 명확한 증

    명이 없더라도 추정과 입증전환에 의하여 그 특별법의 규범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3. 잠재적 위험물질의 특성상 그 위험의 현실화로 인한 인신손해에 따른 손

    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기산점과 그 최장기간은 다른 재산상의 손해와 구별되

    어야 한다. 석면이나 의료과오에 의한 피해사건에서 학설은 이들 채권을 다른

    것과 구별하는 것을 정당하다고 본다. 이러한 특별취급은 한계물질에 의한 손해

    62) 독일 및 그리스법에 의하면(독일민법203조, 채무법 개정위원회 초안212조, 그리스민법255

    조1항) 채권자가 시효기간의 최후의 6개월 내에 불가항력의 결과로 채권의 행사를 방해받

    는데 있어서만 시효기간의 진행이 정지된다. 따라서 시효기간의 진행이 정지될 수 있는 최

    장기간은 6개월이다. 포르투갈에서는 3개월이라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민법321조). UNCIT

    RAL시효조약21조는 「채권행사의 장해가 되는 상황이 끝난 날부터 1년이 경과할 때까지는

    만료되지 않도록」 출소기한을 연장한다(설명에 대해서는 10 UNCITRAL Yearbook (197

    9) 164참조). 그러므로 사실상, 채권자는 채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최단 1년의 기간을 보장

    받고 있다.

  • 의생명과학과 법 제1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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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명백해질 때까지 장기간을 경과하는 경우가 많은 점, 생명·신체·건강과 같은

    신체적 완전성은 특히 법적보호에 가치가 있다는 점, 일반적으로 인신손해는 재

    산상의 손해에 비해서 훨씬 중대하다고 생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이

    부여된다. 잠재적 손해 등의 기산점계산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시효기간의

    기산점을 손해의 발생과 상관없이 결정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생

    각할 수 있는 기준은 채권자의 인식가능이다. 채권자는 채권에 대하여 알고 있

    었든지 아니면 적어도 합리적으로 보아 알아야 했다고 할 수 없으면 안 된다.

    인식가능성 기준의 중요성은 비교적 짧은 일반적 시효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

    에 더욱 두드러진다. 단기의 시효기간 및 채권의 소멸시효제도 자체는 주로 채

    무자의 보호를 의도한 것이지만, 인식가능성 기준은 채권자의 합리적인 이익을

    고려하여 양당사자의 균형을 도모하는데 필수적이다. 어찌되었든 잠재적 위험물

    질로 인한 인신손해에 대해서는 30-40년의 최장상한기간을 생각하는 것이 합

    리적이라 판단된다.

    투고일: 2016. 12. 05 심사일: 2016. 12. 13 게재확정일: 2016. 12. 16

  • 조승현: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법적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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