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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2019년 봄호

kssi.jinbo.netkssi.jinbo.net/maybbs/pds/kssi/view/동향과전망_105... · 2020-03-25 · 동향과 전망 2019년 봄호 통권 105호 발행인 박영률 편집인 허상수 동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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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52019년

    봄호

  • 동향과 전망 2019년 봄호 통권 105호

    발행인 박영률

    편집인 허상수

    동향과 전망 편집위원회편집위원장 이일영(한신대) 편집위원 김양희(대구대) 남기곤(한밭대) 백욱인(서울과학기술대)

    유종성(가천대) 이상영(명지대) 정상호(서원대)조석곤(상지대) 조형제(울산대) 홍석준(목포대)

    편집자문위원 구갑우(북한대학원대) 김동규(케임브리지대) 김석현(전 과학기술정책연구원)김영범(한림대) 김용현(동국대) 김종엽(한신대) 김종철(서강대)김태연(단국대) 박규호(한신대) 박성원(국회미래연구원) 박태인(중앙일보)백승욱(중앙대) 안병진(경희대) 안치영(인천대) 양난주(대구대) 양문수(북한대학원대) 양재진(연세대) 오유석(상지대) 유철규(성공회대) 이건범(한신대) 이기호(한신대) 이남주(성공회대) 이민경(대구대) 이영희(가톨릭대) 이인재(한신대) 이재경(민주사회정책연구원) 이정협(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종현(가천대) 이진원(국립외교원) 이혜정(중앙대) 이희옥(성균관대) 장혜원(세계일보) 장홍근(한국노동연구원)전병유(한신대) 전승훈(대구대) 전창환(한신대) 정건화(한신대) 정대화(상지대) 정준호(강원대) 정해구(성공회대) 조성재(한국노동연구원) 조효래(창원대) 채진원(경희대) 홍장표(부경대) 홍종호(서울대) 李翔宇(中国海洋大学)

    편집간사 양예정([email protected])

    발행일 2019년 2월 1일등록번호 제1ᐨ2136호출판등록 1997년 2월 13일

    박영률출판사([email protected])02880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5-11 (성북동1가 35-38) 전화 02ᐨ7474ᐨ001팩스 02ᐨ736ᐨ5047지식재산권이 책의 지식재산권은 한국사회과학연구회와 박영률출판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과 형식을 사용하려면 지식재산권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저자, 편

    집위원장, 출판사에게 전자우편으로 물어 주십시오.

  • 편집자의 글  3

    편집자의 글

    2016년 가을부터 진행된 촛불혁명이 어느새 3년여 전의 일이 되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도 3년차에 들어섰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성적은 촛불혁명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촛불혁명을 뒷

    받침했던 국민 여론의 지지세는 80% 내외였다. 이제 문재인 정부에 대

    한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호각을 이루는 상황이 되었다. 지지율이야

    등락을 거듭하기 마련이라고는 하지만, 촛불혁명을 공고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이미 지난 것 아닌가, 탄식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벽두에 일자리 상황판부터 내건 것이 못내 아쉽

    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를

    준비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을 앞세우지 말고

    그 내용부터 차분히 챙겼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런데 정부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경제정책 분야에서의 아쉬움으

    로 환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 상황에서

    벗어난 것은 중요한 업적이지만,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아

    래로부터의 남남 갈등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촛불의

    정책체제는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가? 이를 형성하기 위한 정치적 기획

    은 존재했는가? 동향과 전망 105호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을 던져 보고 싶다. 그간 정치는 어떤 역할을 했는가? 이제 어떤 정치개혁을 해야

    하는가?

    특집 1에서는 한국 정치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다시 돌아본다. 이선

  • 4  동향과 전망 105호

    우는 1987년 이후 한국의 대통령들이 이른바 ‘제왕적’ 통치 국면과 임기

    말의 ‘레임덕’ 국면의 주기적 반복을 관료집단 및 권력기관들의 충성과

    배반의 전략적 행위 패턴에 연관시키는 이론적 시각을 제시한다. 이동

    성·유종성은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하여 병립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도의 작동 방식을 살펴보고 권력구조 개편에서의 고려 사항을

    제시한다. 채진원은 민주공화국의 방향성 정립을 위해 공화주의의 정

    체성을 민주주의, 민족(국가)주의, 세계시민주의와 대비하면서 탐색적

    으로 논의한다.

    시평에서는 정치개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선거제도 개혁 문제

    를 다루었다. 양재진은 비례성·대표성과 함께 통치가능성·책임성이

    담보된 방향이어야 함을 주장한다. 채진원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

    제로 갈 것인지, 한국식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갈 것인지를 토론한다.

    동향 분석에서는 정치와 정책 동향에 관한 심층 분석을 시도했다.

    안병진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의 현재 상태에서의 정치 능

    력과 방향에 관하여 평가한다. 이일영은 일국 또는 양국 모델을 넘어선

    ‘한반도경제’ 또는 ‘한반도체제’라는 체제적 인식의 방법과 담론의 필요

    성을 제기한다. 김양희는 북미 3국간에 체결된 USMCA가 세계무역과

    동아시아 지역 질서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논의한다.

    특집 2에서는 그간 정부 정책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산업

    문제에 주목해 본다. 전병유·정준호는 한국 경제 혁신의 방법론으로

    ‘개방형 혁신 플랫폼’을 제시하고, 그 사례로 자동차-모빌리티 산업에서

    의 한국형 플랫폼 구축 방안을 검토했다. 이종현은 자영업 정책의 변천

    과정과 각각의 특징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산업 정책적 대안을 모

    색한다.

    일반 논문으로는 두 편을 게재한다. 김현희·오유석·박인혜는 지

    방자치와 함께 여성정치 세력화를 지향하며 만들어진 제도들의 성과와

  • 편집자의 글  5

    여성정치와 여성정치인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이기호는 아

    베정권의 전후체제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한중일 간의 외교적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가를 밝히고자 한다.

    연속기획 ‘청년을 만나다’는 세 번째 인터뷰를 내보낸다. 이번 호에

    는 지방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들은 고향, 전공, 성

    장 과정 등은 다르지만 모두 이공계 분야의 유명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

    업했다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가을 열린 행사인 ‘동향과 전

    망 30년, 청년에게 길을 묻다’의 참관기를 실었다. 우리가 걸어 온 30주

    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조촐하게나마 남겨 두고자 한다.

    2019년 1월 말

    동향과 전망 편집위원장 이일영

  • 차례

    3 편집자의 글

    특집 1 • 정치 개혁을 위하여9 ‘제왕’과 ‘레임덕’

    : 두 얼굴의 대통령을 읽는 하나의 이론적 시각

    이선우

    46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이론적, 경험적 고찰 및 한국적 적용: 연동형 비례제를 중심으로

    이동성 · 유종성

    92 시민권 보장의 차이로서 공화주의 논의: 민주주의, 민족(국가)주의, 세계시민주의와의 비교

    채진원

    쟁점 시평 • 선거제도 개혁129 통치 가능성을 담보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하여

    양재진

    134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반론채진원

    동향 분석

    143 ‘비관적 낙관주의(Paranoid Optimism)’가 필요한 문재인 정부안병진

  • 154 대전환 시대의 한반도경제, 어디로?: 관점과 전략

    이일영

    169 ‘미국ᐨ멕시코ᐨ캐나다협정(USMCA)’의 의미와 시사점김양희

    특집 2 • 한국 산업경제의 쟁점180 개방형 혁신과 한국형 플랫폼의 모색

    : 자동차ᐨ‘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중심으로전병유 · 정준호

    229 소상공인 자영업 정책의 변천 과정과 산업 정책의 강화를 위한 방안 모색 이종현

    일반 논문

    267 경력 지속에 성공한 지방 여성의원들이 본 여성정치의 딜레마 김현희 · 오유석 · 박인혜

    315 아베 정권의 ‘전후체제로부터의 탈각’과 기억의 정치 이기호

    연속 기획 • 청년을 만나다(3)348 지방 명문대 출신 30대 싱글들의 삶

    : “닻은 올렸지만 항해할 바다가 없다”

    박성원 외

    현장중계 • 2018 동향과 전망 30주년 기념 콘퍼런스366 동향과 전망 30년, 청년에게 길을 묻다

    장혜원

  • 특집1

    ‘제왕’과 ‘레임덕’  9

    특집 1 정치 개혁을 위하여

    ‘제왕’과 ‘레임덕’

    두 얼굴의 대통령을 읽는 하나의 이론적 시각*

    이선우**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1)2)

    1. 서론

    이 논문은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의 대통령들이 이른바 ‘제왕적’(im-

    perial)1) 통치 국면과 임기 말의 ‘레임덕’(lame duck)2) 사이를 주기적

    으로 오고가길 반복하게끔 만든 원인을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새롭고

    도 일관된 이론적 시각을 제공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특히 이를

    위해 이 글은, 다수의 기존 논의들이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서의 대통

    령들의 ‘제왕성’과 ‘레임덕’을 각기 다른 요인들에서 비롯된 별개의 결과

    로 주로 인식해 왔던 것과 달리, 양자를 관통하는 단일한 요인으로서 대

    통령 임기에 따른 행정부 관료집단 및 권력(사정)기관들의 충성과 배반

    이란 전략적 행위 패턴에 주된 초점을 맞춰 보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민주화 이후 한국의 대통령들은 노태우 대통령에서

    시작해 가장 최근의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공히, 비록 그 정도의

    * 이 논문은 2017년도 전북대학교 신임교수 연구비 지원에 의하여 연구되었음을 밝힌다.

    ** [email protected]

  • 10  동향과 전망 105호

    차이는 있었겠으나, 재임 중 상당히 강한 권력을 행사했음에도 임기 말

    에 와서는 심각한 ‘레임덕’ 상황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컨대, 임

    기 중후반 이전의 노태우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에서 보듯, 대대

    적인 정계 개편을 주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강고했으나, 임기

    말에는 집권당 대선 후보이던 김영삼에게 시종일관 끌려 다니는 모습

    만을 보였을 뿐이다(이정진, 2002, 125∼126쪽). 김영삼과 김대중 두

    대통령의 경우에도, 임기 중반까지는 다양한 영역들에 걸쳐 강력한 개

    혁 드라이브를 걸고 이에 따른 소기의 성과들도 달성할 수 있었지만, 임

    기 후반부에는 자신의 아들들이 권력형 비리로 구속되며 정국의 주도

    권을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행정입법 권한 등 일

    부 권력자원들에 대폭 의존함으로써 ‘제왕적’ 권력을 행사했다는 평가

    를 받으나(박용수, 2016), 자신의 친형을 비롯한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

    되던 임기 말에 이르러선 급격한 권력누수를 경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여대야소, 즉 단점정부(unified government)

    상황하에서 임기 중반까지도 매우 독단적인 국정 운영의 전형을 보여

    주는 듯했지만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탓에 5년의 헌법적 임기조차

    다 채우지 못한 채 탄핵되고 말았다. 이 역시 일종의 ‘레임덕’이 극대화

    되었던 경우로 볼 수 있다. 상기한 사례들에 비춰 볼 때, 민주화 이후 한

    국에서는 소위 대통령의 ‘제왕적’ 통치에 이은 임기 말의 ‘레임덕’이란

    지극히 기형적인 양상이 계속 반복되어 왔던 셈이다.

    그러나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각 대통령들이 ‘제왕적’이라 비판받던

    시기에 주로 의존했던 권력자원의 실체가 분명히 규정되거나 합의되지

    않았으며, 마찬가지로 ‘레임덕’ 역시 주로 측근 인사들의 비리 혐의에

    의한 구속 전후 극대화되는 것으로 인지되어 오긴 했지만, 그 원인과 계

    기가 꼭 명확하게 분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를테면, 대통령의 집권

    당에 대한 통제력, 단점정부 여부 등 통상 ‘제왕성’과 ‘레임덕’의 원인으

  • 특집1

    ‘제왕’과 ‘레임덕’  11

    로 간주되곤 하는 일부 권력자원들의 사용 여부에 있어 역대 대통령들

    사이에는 적잖은 차이가 있었다(김용호, 2017; 양재진, 2002; 장훈,

    2013; 최항순, 2008). 특히 단점정부 여부는 대통령 임기의 흐름에 맞춰

    형성되고 사라졌던 조건이 아닌바, 실제 ‘제왕성’과 ‘레임덕’을 가르는

    주된 변수로 작동했는지에 관해선 보다 면밀한 검토가 요구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볼 때, 민주화 이후 대통령들의 ‘제왕

    성’은 그 요인들에 대한 종합적·체계적 분석이 아닌 각 대통령들의 특

    정 국면에서의 권력노출 현상에 대한 단순한 관찰을 통해 접근된 경우

    가 많았으며, ‘레임덕’ 또한 대통령 임기의 고정성으로 인해 도래할 수

    밖에 없는 피치 못할 현직자의 권력누수 현상으로만 간주되어 온 측면

    이 매우 강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의 탄생과 관련해 한국 대통

    령이 보유하고 있는 포괄적 입법 권한, 광범위한 자율적 인사 권한, 그

    리고 대통령부, 즉 청와대에 집중된 정책결정 권한 등 각각의 혹은 복수

    의 제도적 자원들에 착안한 연구들도 적잖이 시도되었다(박용수, 2016;

    이정진, 2013; 장훈, 2010; 조정관, 2003; 함성득, 2002; 홍득표, 2003).

    그리고 이 연구들의 결과대로, 이 권력자원들 모두 혹은 그 일부로 인해

    ‘제왕적’ 대통령이 잉태되었던 측면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제

    는, 왜 제도적 권한들로서 고정적 성격을 지닌 현직 대통령의 이 자원들

    이 임기의 흐름에 따라 축소 또는 상실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선, 여

    전히 학술적 문제제기가 별반 시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대

    통령이 자신의 ‘제왕성’을 구성했던 임기 초반의 권력 자원들을 여전히

    동원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다른 이유들로 인해 ‘레임덕’에 직

    면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보는 것은 극히 비논리적이다. 오히려 동일한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해 오다가 임기 말엽 ‘레임덕’을 맞게 된

    것이라면, 이는 핵심 권력자원의 활용 가능성이 약화됨에 따라 발생했

  • 12  동향과 전망 105호

    을 소지가 크다고 보는 편이 인과적으로 온당한 추론에 해당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의식에 입각해 이 글은, 민주화 이후 한국 등 신

    생 민주주의 국가들에서의 ‘제왕적’ 대통령의 부상 및 ‘레임덕’ 국면의

    도래가 실상은 하나의 주기적 패턴으로서 반복되어 왔을 가능성이 높

    다는 점에 착안하고, 행정부 및 권력기관들에 소속된 관료들의 현직 대

    통령을 향한 충성과 배반이란 전략적 행위 패턴에 초점을 맞춰 하나의

    일관된 이론적 시각을 제공해 보려 한다. 이를 위해 이 논문의 2절에서

    는 그간 대통령의 ‘제왕성’과 ‘레임덕’에 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

    되어 온 몇 가지 요인들에 관해 이론적 검토를 시도한다. 3절에서는 상

    기한 기존 논의에 기초해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대통령들의 ‘제왕

    적’ 통치에 뚜렷이 기여해 온 것으로 판단되는 권력자원들을 제시하고,

    이 자원들이 임기의 흐름에 따라 축소되고 상실되며 심지어는 현직 대

    통령을 역으로 위협함으로써 ‘레임덕’에 이르도록 해 온 정치적 과정을

    새로운 이론적 시각으로 재구성해 낸다. 4절에서는 이 새로운 이론적

    접근에 입각해 민주화 이후 한국의 사례를 추세적으로 검토한다. 그리

    고 5절 결론에서는 이 글의 내용을 집약하는 한편, 향후 개헌 과정에서

    논의되어야 할 실천적 지침을 제안한다.

    2. 기존의 이론적 논의들

    대통령제하에서 현직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을 강화시키고 나아가

    ‘제왕적’ 통치까지도 야기할 수 있는 주요 권력자원들로는, 서론에서 한

    차례 열거하였듯, 해당 대통령의 ‘정당 권력(partisan power)’과 ‘헌법

    적·제도적 권력(constitutional power)’의 양 측면이 주로 논의되어 왔

    다(Mainwaring & Shugart, 1997). 이는 대통령과 의회의 관계 및 대통

  • 특집1

    ‘제왕’과 ‘레임덕’  13

    령직에 법제도적으로 부여되어 있는 권한 등이 해당 대통령의 통치 권

    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1) 대통령의 ‘정당 권력’

    주지하다시피, 현직 대통령의 ‘정당 권력’과 관련해 그간 가장 많은 논

    의가 축적되어 온 분야는, 상술한 바처럼 단점정부 여부가 대통령제 통

    치구조의 원활한 작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일 것이다. 특히 미

    국을 제외한 다수의 대통령제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현직 대통령

    들은 린츠(Linz, 1990; 1994)가 지적했던 이른바 ‘이원적 정통성(dual

    legitimacy)’의 문제를 인위적으로 극복하고자 자신이 소속된 정당을

    원내 다수당으로 만들려는 시도들을 자주 감행했던바, 상기한 문제 제

    기는 학술적·실천적 차원에서 공히 지속되어 오지 않을 수 없었다.3)

    그럼에도 이에 관한 연구 결과들은 여전히 매우 논쟁적이다.

    예를 들어, 이 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연구로서 메이휴(Mayhew,

    1991)가 수행했던 1947년부터 1990년까지의 미국 의회에 대한 시계열

    적 분석에 따르면, 단점정부냐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냐 여부

    는 입법생산성 및 행정부와 의회 간 교착 등에 별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즉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중대한 권력자원으로서 의회 다수

    당의 역할이 뚜렷이 입증되진 않는다는 것이다(Fiorina, 1996).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대통령의 핵심 공약과 연계된 주요 법안들의 경우 단

    점정부하에서 그 입법생산성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 또한 적잖

    이 도출되고 있어(Coleman, 1999; Kelly, 1993), 이 변수의 효과를 확신

    하기 어렵도록 만든다. 그럼에도 단점정부 상황이 실제 대통령의 권력

    자원으로 기능하는지 더 뚜렷하게 파악하려면 정부입법안의 생산성 혹

    은 대통령이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의회입법안의 통과 여부 등으로 그

    분석대상을 좁혀 볼 필요가 있는데, 몇몇 기존 연구들은 이에 관해 여전

  • 14  동향과 전망 105호

    히 분점정부 상황이 대통령의 입법주도권을 특별히 제약하지 않는다고

    결론짓고 있다(오승용, 2008; Edwards, Barret & Peake, 1997, p.561).

    특히 스커로닉(Skowronek, 1997)은 정부의 입법 성패 역시 대통령

    임기의 시작과 그 퇴장 주기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분석하며, 이 또한

    단점정부 여부보다는 오히려 임기 말엽 ‘레임덕’의 결과일 수 있다는 주

    요한 함의를 남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본 문제제기를 통한 연구 결과들

    은 여전히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국가에 따라 단점정부 여부가 실

    제 대통령의 권력을 증감시키는 데 꽤 유의한 영향을 끼쳤던 경우들도

    없지 않았다. 그러므로 단점정부 여부가 대통령 권력의 증감에 미쳤던

    영향과 관련해서는 사례별로 후속 연구들이 계속 시도되어야 할 필요

    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까지의 연구 결과들에 비춰 볼 때, 단점

    정부 여부는 그 자체로 ‘제왕적’ 또는 ‘레임덕’ 대통령이 출현하는 데 결

    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닐 공산이 크며,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

    에 영향을 미친다하더라도 일단 그 효과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수준

    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다수의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대통령의 ‘정당 권력’이

    자주 집권당에 대한 그의 통제력과 거의 동일하게 이해되며, 핵심 권력

    자원들 중 하나로 평가되어 왔다. 특히 현직 대통령이 자신이 속해 있

    거나 의회 안에서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정당을 얼마나 일사불란하게

    동원할 수 있는가는 자주 해당 대통령의 ‘제왕성’과 ‘레임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까지 간주되곤 한다(김용호, 2017; Smith, 2005,

    p.161). 사실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집권당은, 설령 의회 내 다

    수파가 아니더라도, 대통령의 정책기조를 의회 내외부에 걸쳐 확산시

    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고, 나아가 대통령의 실책이나 과오

    가 발생할 경우 정치적 책임을 분담하거나 아예 그 책임을 대신 떠맡는

    일종의 방패막이의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분점정부 상황이

  • 특집1

    ‘제왕’과 ‘레임덕’  15

    라 하더라도 집권당에 대한 확고한 통제력만 유지된다면, 해당 대통령

    은 반드시 ‘제왕적’ 권력까진 아니더라도 상당히 강력한 권력자원을 확

    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Oversloot & Verheul, 2006).

    반면,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다수의 현직 대통령들은 임기 말엽 집

    권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정치적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Valenzuela, 1993, p.10). 즉 유효한 권력자원 중 하나

    인 집권당에 대한 통제력의 상실로 인해 역으로 해당 대통령의 ‘레임덕’

    이 발생하거나 또는 가속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경우들은

    다수의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꽤 자주 발견되어 왔다. 따라서 종합

    적으로 봤을 때, 대통령의 집권당에 대한 통제력이 꼭 ‘제왕성’과 ‘레임

    덕’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단점정부 여부에 비해

    서는 현직 대통령의 권력 증감에 상대적으로 더 유의한 영향을 미칠 개

    연성은 있다 하겠다.

    한편, 비록 단점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통제력 요인들 각각은 그렇

    지 않더라도, 양자의 조합은 ‘제왕적’ 대통령의 등장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행정부와 입법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수의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

    가운데는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수직적 통제하에 놓인 집권당을 다수당

    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시점에 맞춰 비로소 유사 권위주의 체제가 구축

    될 수 있었던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Bader, 2011; Bagashka, 2012). 이

    는 집권당이 원내 다수파이고 해당 정당에 대한 대통령의 통제력이 확

    고할 때, ‘제왕적’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강하게 시사한다.

    2) 대통령의 ‘헌법적·제도적 권력’

    앞서 한 차례 언급하였듯, 대통령의 ‘헌법적·제도적 권력’을 구성하는

    자원으로는 해당 직책에 부여된 입법권과 인사권 등 두 가지 권한이 통

  • 16  동향과 전망 105호

    상 가장 비중 있는 주목의 대상이 되어 왔다. 즉 다수의 기존 논의들은

    이 두 가지 차원의 권한의 강약에 따라 대통령 권력의 크기 역시 유의한

    변화를 노정하게 될 것으로 봤던 것이다. 그러므로 현실 정치에서도 특

    정 대통령의 ‘제왕성’은 이 두 권한의 행사와 관련해 인지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잦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대통령의 입법권과 관련해 살펴보자면, 다수의 대통령제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행정부의 강력한 입법권, 그중에서도 특히 대

    통령에게 부여되어 있는 매우 포괄적인 형태의 포고령(decree) 권한이

    ‘제왕적’ 대통령의 주된 제도적 권력자원으로 자주 거론되어 왔다(Rose

    ᐨAckerman, Desierto & Volosin, 2011; Protsyk, 2004). 이에 따르면, 해당 대통령들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이 포고령 권한의 남

    용을 통해 의회 등 다른 헌법기관들로부터의 사전적·사후적 견제를

    우회할 수 있게 된다. 즉, 대통령부를 중심으로 한 기술관료적이면서도

    독단적인 국정운영이 상당 부분 가능해지는 것이다(Pereira, Maravall

    & Przeworski, 1993; Przeworski, 1991, p.187). 특히 대통령의 이러한

    방식의 ‘제왕적’ 행태는 남미와 탈 공산권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상

    당히 빈번하게 나타났으며, 이른바 위임민주주의(delegative democ-

    racy)로 명명되는 하나의 새로운 개념으로까지 정립된 바 있었다(Kubicek,

    1994; O’Donnell, 1994).

    물론 다수의 대통령제 국가들에선 여전히 대통령에게 상기한 수준

    의 과도한 포고령 권한이 부여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위임금지

    법리(nonᐨdelegative doctrine)의 원칙에 따라 행정부가 법률안 제출권을 원천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게끔 제약해 온 미국을 제외하면, 다수

    의 대통령제 국가들에서 행정부는 의회 측에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은 보유한다. 그리고 행정부가 의회보다 더 높은 법률안의 통과율

    을 보인 사례들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Lowenberg

  • 특집1

    ‘제왕’과 ‘레임덕’  17

    & Patterson, 1979, pp.142∼143). 그럼에도 해당 국가들에서 대통령

    또는 행정부 부처들이 제출한 법안들은 여전히 의원들이 발의한 법률

    과 동일한 의사결정 절차에 의거해서만 통과되고 제정될 수 있다. 비록

    불확실한 변수로서 단점정부 여부 혹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

    율 등이 행정부가 제출한 법안의 통과에 정치적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

    지만, 여기에 특별히 제도적 특혜 등이 부여되진 않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과 행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자체를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자원

    으로 보긴 어려우며, 실제 그렇게 간주되는 경우 또한 드물다.4)

    오히려 대통령의 입법권과 관련해 행정부의 법률안 제출권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바로 행정입법 권한이다. 엄격히 말해 행정부는 입법부

    가 통과시킨 법률을 행정적으로 집행하는 권부에 해당하지만, 관료들

    의 집행 과정은 필연적으로 대통령령이나 부령과 같이 정책의 성격 또

    한 내포하고 있는 세부적 시행령 혹은 규칙 등의 제정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위임금지법리의 원칙이 비교적 견고한 미국에서도 행정부의

    업무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짐에 따라 점차 더 많은 전문성과 기술적 능

    력이 필요해졌고, 이는 결국 의회가 행정입법의 위임 정도를 계속 확대

    하도록 유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Kerwin, 2003). 즉 행정부 관료들의

    정책적 권한이 계속 증가해 온 것이다. 심지어 현재는 인·허가 등 정

    책의 단순 집행을 담당하는 일선 공무원들조차 적잖은 재량권을 발휘

    할 수 있는 상황이다(Palumbo & MaynardᐨMoody, 1991, p.123). 그러나 권력이 융합적인 내각제와 비교했을 때, 권력분립의 원리상

    의회의 대행정부 견제가 필수인 대통령제하에선 행정입법에 대한 민주

    적 통제가 훨씬 더 강하게 요구되지 않을 수 없다(조정관, 2003, 279∼

    281쪽). 그런데 비대한 행정입법 권한을 비롯해 의회보다는 행정부 측

    에 더 많은 권력을 집중시켰던 구권위주의 체제들이 민주화되고, 이 가

    운데 한국을 포함한 다수의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이 대통령제를 채택

  • 18  동향과 전망 105호

    함에 따라 행정부의 행정입법 권한은 여전히 매우 강한데 정작 의회가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는 제도적 불균형이 형성되었다.5) 그리고

    해당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의 대통령들로선, 행정부를 통해 비대하면

    서도 의회에 의해 잘 견제되지 않는 행정입법 권한을 활용할 수 있는 기

    회가 부여된바, 의회 통과가 필요한 새로운 입법 과제들에 대해선 꼭 그

    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정책의 세부적 결정이나 집행의 차원에선 상당

    히 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한편, 상술했듯이, 대통령 권력의 크기를 파악할 때 흔히 주목하게

    되는 또 다른 부분은 대통령에 의해 행사되는 인사권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대통령제의 기원국인 미국의 경우에도 대통령은 행정부 각

    부처 및 공공기관들의 장·차관급 직위를 비롯해 군 장성, 대사, 그리

    고 연방법관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넓은 범위의 인사를 주도적으로 단

    행한다. 그리고 순수 대통령제의 특성상 행정부 고위직 인사들은 한 번

    임명되고 나면, 그 이후의 모든 인사상 책임은 오로지 대통령에게만 지

    도록 되어 있다(Shugart & Carey, 1992, pp.106∼111). 이는 결국 미국

    식 순수 대통령제의 경우 대통령이 의회해산권을 보유하지 않는 대신

    일종의 고유권한 행사의 차원에서 행정부 구성을 주도하며, 그에 따른

    책임 역시 부여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볼 때, 미국 대통령들이 자신의 광범위한 인사권을 바탕으

    로 행정부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단순히 정책적 활용의 수준을 넘어

    정파적·사적 동기하에 행정부 관료들을 동원할 것이란 추측 또한 충

    분히 가능하다. 관료들로선 그 속성상 임명권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

    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실상은 이러한 위험성이 그다지 높

    지 않다. 우선, 미국에서는 무려 1000여 명의 공직 후보자가 상원이 주

    관하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인준까지 받아야하는 만큼, 의회의 사전적

    견제가 매우 강하다(김판석 2002, 305쪽). 그리고 연방수사국(FBI)을

  • 특집1

    ‘제왕’과 ‘레임덕’  19

    비롯한 권력기관들은 수장들의 임기가 상대적으로 철저히 보장되는데

    다 이들이 대통령보다도 더 긴 임기 동안 해당 기관 내 인사를 전담하기

    때문에, 백악관으로부터 상당히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무

    엇보다 사후적으로도, 미국은 예산 통제를 비롯해 의회의 행정부에 대

    한 감시·감독이 매우 철저하고도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이

    선우, 2015, 209∼211쪽; 최명·백창재, 2000, 336∼342쪽; Aberbach,

    1990, pp.34∼46), 권력기관들과 행정부 관료들이 정치적으로 중립적

    이고 공정한 입장을 유지하게끔 유도되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반면, 다수의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대통령의 인사권은 사전

    적·사후적 차원에서 공히 적절한 정도로 견제되지 못하고 있다(박찬

    욱, 2004, 90쪽; White, 2011, p.76). 캐리(Carey, 2005, pp.95∼97)에

    따르면, 이른바 ‘제3의 민주화 물결’과 함께 대통령제를 채택한 신생 민

    주주의 국가들 중 상당수는 대통령에게 행정부 구성 및 운영상의 독점

    적 권한을 부여하였다. 비록 한국과 같은 몇몇 사례들이 총리 후보자를

    포함한 소수의 직위들에 한해 의회의 인준을 요구하기도 하나, 행정부

    각 부처의 장·차관들을 비롯한 대다수 인사에 있어 현직 대통령은 사

    실상 매우 자율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한다. 그러므로 피임명자들로선

    대체로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향해 높은 충성도를 가지지 않기가 어렵

    다. 심지어 몇몇 국가들의 경우에는, 대통령의 인사 범위 안에 행정부와

    그 산하 기관들은 물론, 경찰, 검찰, 정보부 등 권력기관들, 그리고 사법

    부 내 일부 고위직들까지 모두 망라되어 있는 실정이다(강원택, 2001;

    Helmke, 2002; Huskey, 1999).

    더욱이 이들 신생 민주주의 국가의 경우 미국과는 달리 의회 및 사

    법부의 대행정부 감시·감독 권한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경우가 많다

    (Fish, 2006). 즉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이 사후적으로도 적절히 견제되

    기 어려운 것이다. 이 또한 관료들로 하여금 대통령을 향한 과도한 충

  • 20  동향과 전망 105호

    성으로부터 비롯된 행태를 일삼게끔 유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본 사례

    들에서 현직 대통령들은 행정부 각 부처는 물론 권력기관들의 요직에

    까지 자신의 충성파 인사들을 임명한 후 이들을 정파적·사적으로 동

    원하려는 강한 동기를 갖게 될 것이며, 실제로도 이를 실행에 옮길 여지

    가 많다. 다시 말해, 이렇듯 광범위하고도 자율적인 인사권을 지닌 대

    통령들은 어떤 의미에서 ‘제왕적’ 대통령으로 거듭나게 될 잠재성이 매

    우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문제는 대통령의 입법권과 인사권의 경우 앞서 지적했듯 고

    정적 성격을 지닌 제도적 권력자원들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임

    기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거나 약화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비교적 명

    료하게 그 변화가 관찰될 수 있는 단점정부 여부나 대통령의 집권당에

    대한 통제력과는 그 성격이 사뭇 다른 셈이다. 그럼에도, ‘제왕적’ 대통

    령의 행정입법 및 인사 권한의 행사 정도가 그의 임기 내에서 약화되고

    심지어는 역으로 그의 통치력을 침식할 수도 있다는 점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한, 해당 대통령의 ‘레임덕’ 또한 적절히 설명되기 힘들

    다. 이하에서는 이에 대한 논리적 설명을 시도하는 차원에서 대통령의

    ‘제왕성’과 ‘레임덕’ 발생에 관한 하나의 일관된 이론적 대안을 제시한다.

    3. 하나의 새로운 이론적 접근

    1) ‘제왕적’ 대통령의 논리

    ‘제3의 민주화 물결’에 의해 태동했던 많은 대통령제 신생 민주주의 국

    가들에서 현직 대통령은 매우 광범위하고도 자율적인 자신의 인사권에

    힘입어, 행정부를 비롯한 다수 공공기관들의 관료집단 인사에 직·간

    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이러한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

  • 특집1

    ‘제왕’과 ‘레임덕’  21

    선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행정부가 의회로부터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사법부에 의해서도 잘 견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이러한 환

    경 속에서 대통령은 관료기구 전반으로부터 강한 충성을 확보하게 될

    소지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베버(Max Weber)의 유명한 예견처럼 행정부나 권력기관들

    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관료들이 선출된 정치적 리더십이라 하여 이를

    자동적으로 추종할 것이라 단정하는 것은 하나의 전통적인 오류에 가

    깝다. 기실 양자는 그 속성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치인들

    은 관료기구를 정책 목표의 달성을 위한 하나의 주요한 수단으로 보나,

    관료들은 다분히 자신이 소속된 조직을 중심으로 사고하며 조직의 이

    해관계 위주로 정책들을 고안하곤 한다. 또한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념

    이나 정파적 이해 그리고 지지율 등을 의식해 정책 과제들을 선정한다

    면, 관료들은 행정실제 및 전문성·기술성 등에 입각해 정책을 입안하

    는 경향이 강하다(강원택, 2014, 72∼73쪽; 박천오, 2012).

    문제는 국가 규모의 비약적 증대 및 행정부 업무의 복잡화·다원화

    추세로 인해, 정치인들이 결정을 내리고 관료들은 단지 결정된 바를 집

    행할 뿐이라고 하는 식의 정책과 행정 사이의 고전적 분리가 더 이상 가

    능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정책 전문성, 정보량, 그리고 이익

    집단과의 연결망(networks) 측면 등에서 양자가 보여 온 현저한 격차

    는 오히려 정치인이 통치의 상당 부분을 관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끔 유도해 왔다(Aberbach, Putnam, & Rockman, 1988; Huber &

    Shipan, 2002). 이를테면 특정 정책은 그 수립 과정의 초기 단계 때부터

    이미 그 집행자인 관료에게 직·간접적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따

    라서 현직 대통령조차 단지 그가 국민투표에 의해 선출된 집행부의 수

    반이란 이유만으로 관료의 충성을 확보하고 공무원 집단을 장악하며,

    나아가 행정부 및 공공기관들의 운영을 독점하기까지 한다는 것은 결

  • 22  동향과 전망 105호

    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다수의 대통령제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그러하듯, 대통

    령이 행정부 각 부처나 권력기관의 상급 관료들을 장·차관급 직위로

    승진시켜 임명하거나 중하급 관료들의 주요 보직 인사 등에 직접 개입

    할 수 있다면, 해당 관료들로선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는 전략적 선택

    을 하게 될 동기가 매우 강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인사상 이해관계

    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충성의 대상이 명백하게 특정되기 때문

    이다(Suleiman, 1994, pp.152∼154). 그리고 이로 인해 해당 부처나

    기관들은 물론 실무를 담당하는 일선 관료들 개개인까지도, 단순히 정

    책적 활용의 차원을 넘어, 대통령을 위해 정파적·사적으로 동원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노선을 강하게 추

    진하고자 한다면, 주로 지연이나 학연 등 폐쇄적인 연결망들에 의존함

    으로써, 자신을 향해 높은 충성을 보일 소지가 크면서도 자신의 후보시

    절 선거공약의 이행 혹은 정권의 핵심 아젠다 추진에도 잘 부합할 수 있

    는 인사들을 대거 각료급으로 승진시키거나 주요 보직에 앉히려 할 것

    이다. 그리고 대통령은 이렇게 구축된 충성스런 행정부 관료집단을 통

    해 자신의 정책기조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6) 반면, 대행

    정부 감시·감독 권한이 취약하고 이를 위한 인적·물적 토대 또한 부

    족한 의회로서는 이렇듯 대통령이 주도하는 정책들에 대해 과연 해당

    과제들이 우선순위에 해당하는지, 사업타당성은 충분한지, 그리고 효

    과적이면서도 합목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적절하게 견제하기가 어

    려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와 관련하여, 현직 대통령의 또 다른 제도적 권력자원으

    로 앞서 제시됐던 행정입법 권한 역시 대통령의 행정부 관료집단에 대

    한 철저한 장악에 의해 그 활용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의회의 행정

  • 특집1

    ‘제왕’과 ‘레임덕’  23

    입법 위임은 본질적으로 매우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하

    며 이에 대한 사후적 통제 또한 어느 수준 이상으로 보장되어야 하지만,

    대통령제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 가운데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

    이다. 그리고 이는 해당 국가의 관료들이 행정입법 위임에 의거해 특

    히나 비대한 정책적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장영수,

    1998; GamanᐨGolutvina, 2008; Huskey, 1990). 의회가 통과시킨 법률들 중에는 그 적용 시기나 대상의 특정 등 실제 집행상의 주요 규정들

    상당수가 시행령의 영역으로 유보돼 사실상 행정부 측에 위임되어 있

    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행 단계에 이르러 의회의 원

    래 입법취지가 행정부의 노선대로 대폭 전환될 여지 또한 매우 크다.

    이런 상황하에서 현직 대통령에게 강한 충성을 보이는 관료들이라면

    가능한 한 그의 의지에 부합하는 형태로 시행령을 제정하고 이를 자의

    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대통령으로 하여금 입법부의 본래 의도를 상당

    부분 우회한 채 정책집행을 주도할 수 있게끔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이

    다. 이를 통해 현직 대통령은 적어도 정책의 세부적 결정 및 그 집행의

    범주 안에선 상당히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한편 현직 대통령으로선, 결국 부정이나 비리로 이어질 개연성이

    농후하지만, 상기했듯 인사상의 이득을 대가로 관료들의 충성도를 높

    이고 단순히 이를 정책적 목표들에 투입하는 것을 넘어 극히 정파적·

    사적인 동기하에 활용할 여지 또한 결코 작지 않다. 먼저, 대통령은 자

    신이 임명한 수장들이나 향후 승진임명의 가능성이 있는 수장 후보자

    들을 통해 각 부처 및 공공기관들을 위계적·조직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순전히 정파적인 목표들을 추구하고자 할 수 있다. 특히 정책적 측면보

    다는 정치적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할 수밖에 없는 권력기관들이 이러

    한 목적을 위해 오·남용될 소지가 더 클 것이다. 예컨대, 대통령 자신

    혹은 그가 소속된 정파가 정치적으로 불리해진 상황 속에서 정권 측이

  • 24  동향과 전망 105호

    국면의 인위적 전환을 위해 경찰, 검찰 그리고 정보부 등을 적극 활용하

    는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즉 대통령은 이처럼 권력기관들에 의

    존해 정적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의회 내부의 권력관계를 조정하거나,

    시민사회의 담론적 지형을 왜곡하고, 심지어는 선거 등 민주적 과정의

    조작을 시도하려들 수도 있는 것이다(Maravall, 1999; 2003).

    또한 대통령과 그의 가족 및 측근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적·경

    제적 지대를 획득하려면, 위로는 행정부 각 부처 및 공공기관들의 장·

    차관이나 국·실장급에서부터 아래로는 일선 실무 담당자들에 이르기

    까지, 비록 최소 인원을 통해 추진될 테지만, 결국은 그 집행자인 관료

    들을 통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관료들의 재량권이 상대적으로 큰 신

    생 민주주의 국가들일수록 대통령 및 그 측근들이 인사상 이해를 교환

    의 조건으로 삼아 해당 사안의 담당 공무원을 유인하고, 이를 통해 사적

    으로 지대를 취득하게 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양자

    간 이러한 형태의 부정한 거래는 그 위험부담 또한 중단기적으로는 그

    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 우선 해당 국가들에서 의회는 이를 일일이 감

    시·감독할 권한과 역량을 결여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여기에 더해,

    현직 대통령이 주요 권력기관들에 대한 인사권을 별다른 견제 없이 행

    사할 수 있다면, 전술한 바처럼 이렇듯 순전히 사적인 목적만을 위해

    오·남용된 집행권의 행사까지도 경찰이나 검찰 측이 쉽게 은폐·축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Lee, 2014, p.88). 따라서 그나마 언론 등을 통

    해 예외적으로 밝혀지는 경우만이 가끔 있을 뿐이다.

    그러나 설령 대통령이 이렇듯 강한 행정입법 및 인사 권한을 통해

    상당한 정책적 재량을 행사하고 정파적·사적 이익까지 취득할 수 있

    다하더라도, 그의 입법주도권이 단점정부 요인에 의해서조차 확실히

    보장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거시적 정책능력의 차원에서 볼 때 해

    당 대통령의 ‘제왕성’은 중대한 한계를 안고 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

  • 특집1

    ‘제왕’과 ‘레임덕’  25

    의 입장에선, 행정입법상의 재량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이를 통해 발

    휘할 수 있는 재량의 범주를 벗어난 정책들의 추진에 있어 여론이 매우

    우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의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의 일정 정도의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대통령이 의

    회 내 다수당에 대해 강력한 통제력을 확보하고 있다면, 그는 정책능력

    의 측면에서도 명백히 ‘제왕적’ 대통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하

    지만 신생 민주주의의 사례들에서조차 이러한 경우는 결코 흔치 않으

    며, 만약 장기화된다면 유사 권위주의 정체로 퇴행하게 될 소지가 큰바

    더 이상 민주주의 체제하에서의 ‘제왕적’ 대통령으로 분류될 수 없다.

    그러므로 상당수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서의 ‘제왕적’ 대통령이라

    함은 그가 행정부 혹은 권력기관들의 관료들을 최대한 동원함으로써

    자신의 정파적·사적 목적들을 달성하려 하는 경우 탄생하는 것으로

    규정될 수 있겠다. 물론 이때 해당 대통령은 상당히 비대한 행정부의

    행정입법 권한 등을 통해 꽤 유의한 정책주도권 또한 행사할 수 있는 존

    재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매우 높지 않다면 의

    회를 통한 입법을 거쳐야하는 굵직한 정책들을 추진하고자 할 때, 자신

    에게 주어진 제도적 권력자원들만으로는 여전히 이를 보장받지 못할

    소지가 크다. 물론 대통령으로선 상술하였듯 충성스런 권력기관들을

    활용해 의회 내 권력 지형을 바꾸거나, 사정 정국의 조성을 통해 자신에

    대한 상대적 지지율을 끌어올림으로써 정책능력을 단기적으로 강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으로서의 권력행사상의 한계

    는 결국 이 정도까지일 공산이 크다. 그리고 이는 상당수 신생 민주주

    의 국가들에서의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행사란 것이 대부분 행정부 또

    는 간혹 사법부까지를 포함하는 권력기관들의 전략적 충성 및 이에 따

    른 지지로부터 비롯되며, 궁극적으로는 그의 광범위하고도 자율적인

    인사권에 기인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겠다.

  • 26  동향과 전망 105호

    2) ‘레임덕’ 대통령의 논리

    대통령제란 단임제이건 연임제이건 헌법상 정해진 임기를 끝으로 대통

    령이 정치사회에서 사실상 퇴장하게끔 강제하는 정부형태이다. 민주

    화 이후 한국에서도 대통령의 임기는 1회 5년으로 고정되었고, 해당 임

    기가 종료되면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나서는 것은 금지된다. 물론 임기

    를 끝마친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서 은퇴한 이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

    하거나, 비공식적으로나마 정책결정 또는 공직 인사에 개입하는 경우

    역시 매우 드물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민주화가 심화될수

    록 대통령의 집권당에 대한 사적 통제력이 약화될 소지 또한 큰 만큼,

    해당 정당을 매개로 한 정권재창출의 상황에서조차 후임 집권세력이

    전임 대통령의 세력과 유사한 구성 및 성격을 내재할 가능성은 별반 높

    지 않다는 점이다. 집권당 교체에 따른 정권교체 시는 물론이고 꼭 정

    권교체 상황이 아니더라도, 신임 대통령으로선 자신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인사들을 통해 자신만의 아젠다와 정국 구상을 실현하고자 할 동

    기가 매우 강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험적 측면에서도, 전

    임 대통령이 다른 정당 출신일 경우는 물론 동일한 정당 출신일 때에도

    후임 대통령이 전임 행정부의 정책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이를 배려

    하거나 해당 정책을 전담해 추진했던 인사를 요직에 유임시켰던 경우

    는 그리 많지 않았다(강원택, 2014, 73∼75쪽; Lee, 2014, pp.88∼89).

    그러므로 상당수의 대통령제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선 전임과 후

    임 대통령 사이의 연계성이 취약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강한 단

    절성이 자리하게 될 여지마저 있다. 문제는 이렇듯 민주화 이후 새롭게

    구성된 제도적 환경이 대통령에게뿐 아니라 관료집단에게까지도 이전

    권위주의 시기와는 상이한 유인을 제공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Hahm,

    1999, pp.121∼122). 보다 구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이 교체되고 나면

    전임 대통령이 강조했던 정책들은 그 성과와 상관없이 사장되는 경우

  • 특집1

    ‘제왕’과 ‘레임덕’  27

    가 많으며, 심지어는 결정 및 집행 과정상에 법적 문제는 없었는지 조사

    를 받아야 할 대상이 되는 경우 역시 적지 않다. 이는 전임 대통령에게

    충성하며 그가 추진했던 주요 정책 과제 등에 적극 협력했던 관료들일

    수록 오히려 후임 행정부에서는 인사상 불이익 등 손실을 입게 될 가능

    성 또한 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강원택, 2014, 73∼75쪽; 류홍채,

    2015, 106∼107쪽).

    따라서 행정부 관료들로선 현직 대통령의 임기가 후반에 다다를

    수록 곧 임기가 끝날 행정부 수장을 향한 충성도 및 이에 따른 정책적

    협력을 대폭 할인하게 될 공산이 크다(Grossman, Kumar & Rourke,

    2000, pp.229∼300). 즉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불확실해도 현직

    대통령이 계속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란 점만은 분명한 현실적 상황

    속에서, 차기 행정부에서의 인사상 이득의 보장을 위해선 이러한 배반

    이 일종의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차기 행정부에서

    장·차관 등 고위직에 임명될 수 있을 만큼의 꽤 높은 연공이나 그간 상

    대적으로 양호한 업적을 축적해 온 상급 관료라면 이러한 전략적 이탈

    을 감행할 가능성이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물론 중하급 관료들이 장기

    적으로 복지부동해지는 경향이 생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심지어는 이들 중 일부가 차기 행정부에서의 요직을 노리고 현직 대통

    령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배반을 감행할 여지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아마도 이들은 현재 진행 중인 정책과제들을 대거 중단하고, 앞 다투어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자들에게 새로운 정책 대안이나 아젠다 등을 공

    급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로써 현직 대통령의 ‘레임덕’ 국면이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은 행정부 관료집단의 이탈 이상으로

    경찰, 검찰, 정보부 등 권력기관들의 전략적 배반에 의해 극대화될 소

    지가 크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 말에 다다르면 이들 또한 차기 행정부

  • 28  동향과 전망 105호

    에서의 인사상 이득에 대한 기대로 인해 역으로 해당 대통령과 그의 분

    파에 대한 사정에 돌입하는 등 활시위를 반대 방향으로 당길 유인을 갖

    게 될 것이다. 권력기관들의 차기 수장 후보자들 역시 행정부 각 부처

    의 상급 관료들 이상으로 이러한 전략적 선택을 감행함으로써 유력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직접 기여하거나,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정

    치적 중립성을 대내외에 홍보함으로써 차기 행정부하에서 자신들의 가

    치를 극대화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 권력기관은 해당

    대통령의 임기 동안 은폐·축소되어 온 부정 및 비리 혐의 등에 관해 다

    른 어떤 국가기관들보다도 더 많은 정보들을 확보해 두고 있을 가능성

    이 높은 만큼, 그 배반의 효과 또한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Lee, 2014:

    pp.88∼89; Lee & White, 2017). 결과적으로 그간 은폐·축소되어 온

    현직 대통령의 측근 혹은 가족들의 부정이나 비리가 밝혀지고, 이것이

    거대한 권력형 스캔들로 비화됨에 따라 해당 대통령의 ‘레임덕’은 급물

    살을 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물론 현직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후계자가 되는 상황을 예외적으

    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며, 이 경우 관료집단의 배반 또한 제어될 여

    지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개연성은 크지 않으며, 설

    령 성사된다 하더라도 후임자의 전임자에 대한 충성을 강제할 제도적

    기제가 부재하는 조건에서 전임 대통령 세력이 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있어

    서조차도 임기 말 대통령이 행정부 관료집단 및 권력기관들의 전략적

    배반을 완벽히 제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결국

    이 시기에 오면 해당 대통령의 통치력은 심각하게 잠식되고, 나아가 그

    를 향한 대중의 지지도 또한 급속히 하락하게 될 소지가 크다. 이때 흥

    미로운 것은 임기 중 현직 대통령의 집권당에 대한 통제력이 강했건 강

    하지 않았건, 집권당 역시 임기 말 ‘레임덕’을 맞은 대통령에게서 이탈

  • 특집1

    ‘제왕’과 ‘레임덕’  29

    하려는 강한 동기를 가지게 될 것이란 점이다. 해당 집권당의 입장에선,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현직 대통령과의 연결 고리를 신속히 끊지 않을

    시 차기 대선을 포함한 각종 선거들에서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7) 이로써 ‘레임덕’은 더욱 심화될 것인바 퇴임 직전

    의 대통령은 그 어떤 우군도 자신의 곁에 두지 못하게 될 공산이 크다.

    요컨대, 현직 대통령의 ‘레임덕’은 그에게 주어진 제도적 권력자원

    중 하나인 인사권이 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시점부터 도래하기 시

    작한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차기 대통령의 인사권의 영향하에 놓이게

    될 행정부 관료집단 및 권력기관들이 전략적으로 대통령을 배반하고,

    이로 인해 급속한 권력누수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관료 및 권력기관들의 충성도를 제고하고, 이를 통해 그

    자신을 ‘제왕적’ 대통령으로까지 만들어 주었던 해당 대통령의 광범위

    하고도 자율적인 인사권이, 임기 말에 이르면 오히려 그의 ‘레임덕’을

    재촉하는 역설을 결과하게 됨을 강하게 시사한다 하겠다.

    4. 한국의 경우

    이 글이 제안한 새로운 이론적 접근에 따라 민주화 이후 한국 대통령들

    이 보인 ‘제왕성’과 ‘레임덕’의 반복적 출현 현상을 추세적으로 검토하기

    위해선, 응당 상기했던 대통령의 ‘정당 권력’ 및 ‘헌법적·제도적 권력’

    차원에서의 자원들과 양 현상들 간의 인과성을 순차적으로 먼저 살펴

    봐야 할 것이다.

    우선, 메이휴(Mayhew, 1991)의 미국 사례에 관한 연구 결과와 유

    사하게, 한국에서도 단점정부 여부는 민주화 이후 전체 법안의 생산성

    그 자체에 강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비록

  • 30  동향과 전망 105호

    단점정부하에서의 법안가결률이 분점정부 시에 비해 다소 높게 나타나

    긴 했지만, 그럼에도 아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오승용,

    2010). 그러나 단점정부 여부와 대통령 권력 사이의 관계에서 보다 중

    요한 점은 대통령의 입법주도권, 즉 대통령이 자신이 원하는 법안을 얼

    마나 많이 입법화했는가, 그리고 자신이 반대하는 법안의 통과를 얼마

    나 많이 저지했는가 하는 부분일 것이다. 만약 단점정부 여부가 대통령

    의 입법주도권을 강화하는 데 뚜렷하게 기여했다면, 한국 대통령의 ‘제

    왕성’에도 일조한 측면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오승용(2008, 79∼80쪽)의 연구에 따르면, 노태우와 김영삼 두 대통령

    의 임기 동안에는 단점정부 여부가 실제 대통령들의 입법주도권에 상

    대적으로 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연

    구 결과는 분점정부에 관한 다수의 기존 결론들과 다소간 배치되는 것

    이다. 그럼에도 노태우 및 김영삼 두 대통령의 경우, 당시 집권 다수당

    이던 민정당과 민자당/신한국당 각각에 대해 비교적 높은 통제력을 보

    유했기 때문에 특별히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김용

    호, 2017, 46∼49쪽). 즉 민주화 초기라는 시대적 영향 속에서 현직 대

    통령의 집권 다수당에 대한 장악력이 예외적으로 높았던 탓에 입법주

    도권 등 거시적 정책능력의 차원에서도 이들이 이후 대통령들에 비해

    예외적으로 더 강한 ‘제왕적’ 권력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8)

    반면, 김대중 대통령 이후 노무현 대통령을 거쳐 최근에 이르기까

    지도 단점정부 여부는 현직 대통령의 입법주도권에 더 이상 별다른 영

    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분점정부 시기에 대통령이 원하는 법

    안이 입법화되거나 반대하는 법안의 통과가 저지되는 양상도 꽤 자주

    발견되었다(오승용, 2010, 73∼85쪽). 이는 역으로 김대중 대통령 이후

    현직 대통령들의 집권당에 대한 통제력이 상당 부분 저하되었기 때문

    인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김대중 정부 초기에는 당시 집권당이

  • 특집1

    ‘제왕’과 ‘레임덕’  31

    던 국민회의/민주당과 김종필의 자민련 간 이른바 DJP 연합으로 인해

    원내 다수 세력이 구축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정당연합이었던 탓에

    원내 다수 세력에 대한 대통령의 장악력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존재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2001년 하반기부터는 분점정부 상태로 바

    뀌었고, 이는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지속되었다.

    그 이후로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정분리 방침을 시작으로 이명박 대

    통령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각 집권당들 모두가 원내 다

    수당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을 때조차 당내 파벌갈등 등으로 인해 현직

    대통령의 통제력을 사실상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김

    용호, 2017; 박경미, 2008; 장훈, 2002). 다시 말해, 민주화 이후 한국에

    서는 민주화 초기를 제외하곤 대통령의 집권당에 대한 통제력이 차츰

    약화되어 왔으며, 따라서 단점정부 상황하에서도 적어도 국회를 통한

    입법능력 등 ‘정당 권력’의 차원에선 현직 대통령이 더 이상 ‘제왕적’ 권

    력을 행사하기가 어렵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가 제시한 새로운 이론적 시각을 한국 사례에 적용

    시켜 보고자 한다면, 상술해 왔듯 ‘정당 권력’ 측면보다는 오히려 ‘헌법

    적·제도적 권력’의 차원으로서 대통령의 인사권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의 대통령이 과연 어느 정도

    로 광범하고도 자율적인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관찰의

    주된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국회의 인준을 거

    쳐 국무총리 및 감사원장, 그리고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등 사법부

    최고위직 일부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한다. 또한 헌법은 대통령으로 하

    여금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행정부 각 부처의 장관 등 국무위원들

    과 검찰총장, 국가정보원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주요 권력기관의

    수장들에 대해서도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해 두고 있다. 물론,

  • 32  동향과 전망 105호

    헌법상 규정된 대통령의 인사권은 그 자체로 아주 광범한 수준은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경우, 국회 인준의 대상자 수는 여전히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며, 인사청문회 대상자의 수 역시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주요 권력기관의 수장들을 임명할

    때조차 국회의 인준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그가 ‘제왕적’

    대통령으로 부상하게 될 가능성을 높이는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일 수

    밖에 없다.

    나아가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 대통령의 경우 헌법 이외

    의 법률 또는 시행령 등에 의거해 3000여 명이 넘는 행정부 고위공직자

    및 여타 정부기관, 준정부기관 그리고 심지어는 공기업 임원 등에 대해

    서까지도 모두 공식적인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김판석,

    2002; 박원호, 2017). 즉 대통령의 인사권 범위 밖에 있는 공공기관을

    찾기가 더 어려운 수준이다. 더욱이 한국에선 행정부 각 부처의 장·차

    관들은 물론 대다수 공공기관의 수장들 모두 그 자신이 관장하는 관료

    조직에 대해 사실상 독립적인 인사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측이 법령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중하급 직위들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인사상의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민주화 이

    후 한국의 대통령들은 행정부 및 권력기관들을 포함한 모든 중앙 공공

    기관들의 모든 직위에 대해 거의 완전한 자율적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

    는 셈이다.

    앞서 새로운 이론적 시각의 구성을 통해 면밀히 제시하였듯, 한국

    대통령이 지닌 매우 광범위하고도 자율적인 인사권은 명백히 그가 한

    국적 맥락에서 ‘제왕적’ 대통령으로 거듭나게끔 해 주는 근본적인 권력

    자원으로 작동해 왔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한국 대통령의 ‘제왕

    적’ 국면은 주로 그의 측근 또는 비선 실세 등의 전횡을 통해 자주 나타

    났는데, 이 중에서도 공공기관들에 대한 이들의 무분별한 인사 개입은

  • 특집1

    ‘제왕’과 ‘레임덕’  33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도한 인사권의 가장 직접적인 결과였다. 이보다

    간접적인 방식으로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사례에서 보듯(윤대

    엽, 2015) 행정입법이나 규제권한 등 이른바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 시기부터 유래한 행정부의 비대한 정책능력을 교묘히 활용해 자

    원 배분을 왜곡했던 경우 등을 들 수 있을 것인데, 이 역시 관련 부처나

    기관들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적·비공식적 인사권이 매개됨으로써 원

    활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가 인사를 매개로 인·허가 등 일

    선 공무원들의 정책집행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 또한 얼마든지 가능하

    다. 그리고 이 경우, 대통령의 인사권이 단순히 그의 정책 목표를 위해

    활용되는 것을 넘어 지극히 사적·정파적인 목적에 따라 남용된 결과

    권력형 비리 혹은 부정으로 비화할 위험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국의 ‘제

    왕적’ 대통령들이 낳는 가장 뚜렷한 폐해가 되어 왔다.9)

    무엇보다도 검찰 등 권력기관들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독점적 인사

    권은 민주화 이후 이들의 ‘제왕성’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였다.

    먼저 적극적 의미에서 봤을 때, 권력기관 인사에서 최대한 중립을 유지

    하려 했던 노무현 정부를 제외하곤, 권력기관들이 현직 대통령에게 유

    리한 정치적 환경을 만들고자 사정 정국을 조성하거나 대통령의 정적

    들을 직접 겨냥해 이른바 표적 사정을 시도했던 정황들이 계속 있어 왔

    다(김인회, 2013; 서보학, 2010; 조성식, 2010). 심지어 박근혜 정부 시

    기에는 이른바 ‘재판 거래’ 등에서 보듯 법원마저 청와대에 의해 심각할

    만큼 오용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최장집, 2018). 즉 종종 사법부까

    지를 포함한 권력기관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포기한 채 대통령의 정략

    적 이익에만 복무하는 양상을 강하게 내비쳤던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방어적 의미에서 보자면, 권력기관들이 현직 대통령과 그 파벌의 부정

    및 비리를 은폐하고자 시도했던 정황들 또한 매 정권들에 걸쳐 계속 노

    출되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 시기의 유명한 ‘옷 로비’ 스캔들을 비롯

  • 34  동향과 전망 105호

    해 다수의 권력형 비리 사건들이 특검 수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음은

    검찰 중립성에 관한 공공 신뢰 부족의 방증이었으며, 수사 결과 대통령

    과 그 측근 그리고 가족들의 부정을 은폐하려던 기도가 실제로 밝혀진

    사례들 역시 적지 않았다(이호중, 2013, 39∼40쪽).

    앞서 새 이론적 시각을 통해 예측되었듯, 민주화 이후 한국의 대통

    령들이 ‘제왕적’이라고 비판받는 시점 또한 대체로는 해당 대통령이 행

    정부 관료집단 혹은 권력기관들을 사적·정파적으로 동원하려 시도했

    던 경우들이 외부로 노출되던 바로 그 상황들이었다. 즉 한국에서도 현

    직 대통령의 관료집단 및 권력기관들에 대한 광범위하고도 자율적인

    인사권이 그가 ‘제왕적’ 대통령으로 거듭날 수 있게끔 한 핵심 권력 자

    원이었던 것이다.

    반면, 역시 이 글이 제시한 이론적 접근을 통해 시사되었듯, 현직 대

    통령의 임기 말로 갈수록 한국에서도 대통령의 광범위하고도 자율적인

    인사권은 그 자신의 권력누수를 야기하는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판단

    된다. 우선, 차기 행정부하에서의 인사상 이득을 기대하는 각 부처 관

    료들로선 퇴임 직전의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를 대폭 할인할 수밖에 없

    을 것으로 예측됐는데, 그 주요 지표들 중 하나로 앞서 논의됐던 대통령

    령, 총리령, 부령 등 행정입법의 제정률이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공히

    하락해 온 점을 들 수 있다(이옥근, 2015, 114∼116쪽). 비록 대통령 간

    에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수치상으로 볼 때 퇴임을 앞둔 대통령은 그

    정책능력이 상당 부분 약화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10)

    한편, 한국에서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관료집단의 전략적 배반은

    역시 임기 말엽 권력기관들의 행위 패턴에서 보다 뚜렷하게 감지된다.

    앞서 서론에서 이미 나열했던 것처럼 민주화 이후 한국의 대통령들은

    모두 임기 말 그의 측근 또는 가족 구성원 등이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수사를 받거나 기소를 당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물론 검찰 등 권력기

  • 특집1

    ‘제왕’과 ‘레임덕’  35

    관들이 임기 후반부에 와서 우연히 현직 대통령 주변의 부정을 포착했

    고, 이에 따라 이 시점에 해당 사건들의 사법처리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그러했을 가능성은 상식

    적으로 희박하며, 적어도 역대 특검 등을 통해 밝혀진 정권 측에 대한

    권력기관들의 이전의 강한 충성도와 대비해 볼 때, 현직 대통령에 대한

    전략적 배반의 측면을 이들의 행위 동기로부터 완전히 탈각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

    주지하다시피, 대통령 측근의 비리 스캔들이 외부로 노출되면 해당

    시점부터 ‘레임덕’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이 시기 민주화 이후 모든 한

    국 대통령들의 지지율은 급전직하했으며, 집권당들 또한 예외 없이 청

    와대와 의도적인 거리 두기를 시도하였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거

    나 당명을 바꿔 대통령과의 연계성을 희석시켜 보고자 했던 것 등이 모

    두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임기 중 원내 다수당에 대해 상대적으로 확

    고한 통제력을 발휘했던 노태우, 김영삼 두 대통령들 역시 집권당의 이

    탈이란 동일한 결과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었음은 행정부 관료집단 및

    권력기관들의 배반에 따른 ‘레임덕’의 시작이 그 결과로써 집권당의 이

    탈 또한 야기하게 됨을 강하게 방증한다 하겠다.

    5. 결론

    다수의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제왕적’ 대통령의 탄생은 행정부 혹

    은 종종 사법부까지를 포함하는 주요 권력기관들의 전략적 충성으로부

    터 비롯된 측면이 컸으며,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그의 광범위하고도 자

    율적인 인사권에 기인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인 것은

    모든 대통령들의 ‘레임덕’ 또한 바로 이 인사권이 그 효력을 발휘하지

  • 36  동향과 전망 105호

    못하는 시점부터 사실상 도래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즉 곧 차기 대통

    령의 인사권의 영향하에 놓이게 될 행정부 관료집단 및 권력기관들이

    현직자로부터 전략적으로 이탈함에 따라 국정이 표류하고 각종 스캔들

    이 터졌으며, 이로써 지지율의 하락과 집권당의 배반 등 권력누수의 확

    대재생산이 야기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결국 이 글의 새로운 이론적 접근을 통해 제시됐듯 한

    국 대통령제가 내포하고 있는 극단적인 두 얼굴, 즉 ‘제왕’과 ‘레임덕’ 사

    이를 오가도록 하는 가장 핵심인 원인 또한 꼭 헌법적 차원에만 존재한

    다기보다도, 오히려 과도하게 광범하면서도 자율적인 대통령의 인사권

    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입법부와 사법부에 의해서도 잘 견

    제되지 않는 대통령의 권력기관들에 대한 인사권은 이 두 얼굴의 배후

    로서 매우 치명적이다. 따라서 향후 개헌을 통해 대통령제를 다른 정부

    형태로 바꾼다면 모를까 이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면, 대통령 측에 현재

    부여되어 있는 공식적·비공식적 인사권은 하루속히 개혁되어야만 할

    것으로 사료된다.

    2018. 08. 05 접수/ 2018. 08. 23 심사/ 2018. 09. 04 채택

  • 특집1

    ‘제왕’과 ‘레임덕’  37

    주석

    1) 본래 ‘제왕적’ 대통령이란 용어는 슐레진저(Schlesinger, 1973)가 20세기 이후 미

    국 대통령들의 권한 확대 및 남용, 그중에서도 전쟁 수행에 관한 권한의 오·남

    용에 초점을 맞춰 대통령의 통치 행태를 설명하면서 처음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

    져 있다. 하지만 미국과는 다소 다른 맥락에서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는 주로 대

    통령의 독주 이미지가 객관적으로 불거지는 시점에 여론이 이를 비판적으로 인

    식하거나, 꼭 그렇지 않더라도 야권 측이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프레임을 설정

    하는 차원에서 사용된 경우가 훨씬 더 빈번하였다.

    2) ‘레임덕’이란 본래 총에 맞은 후 아직 죽진 않았지만 더 이상 날 수 없는 절름발이

    상태의 오리를 뜻하는 용어인데, 근래에는 임기 말 대통령들의 권력누수 현상을

    지칭하는 은유로 훨씬 더 자주 사용되고 있다.

    3) 특히 몇몇 기존 논의들은, 분점정부 상태가 대통령제의 원활한 운영에 장애가 된

    다는 전제하에, 이의 출현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적 조합 요인으로 대통령제와 다

    당제 간 결합(Mainwaring, 1993)이나 대선과 총선 사이의 주기상 불일치(Shugart,

    1995) 등에 주목하였다.

    4) 미국에서조차 대통령 및 행정부가 자신을 대신할 의원을 통해 ‘대리 발의’를 추진

    토록 하거나 종종 의회 측에 해당 법률안들의 심의를 권고하기도 하는 만큼(박찬

    욱, 2004, 90∼91쪽), 행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은 점점 더 보편성을 얻어가는 대

    통령제 전반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5) 반면, 미국의 경우, 행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한 의회 측의 통제가 여전히 여타의

    대통령제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 비해선 훨씬 더 강한 편이다(최명·백창재,

    2000, 447∼448쪽).

    6) 물론 관료 개개인의 입장에선 자신의 인사상 이득을 확보하고자 현직 대통령에

    게 일단은 충성할 유인을 가지겠지만, 만약 해당 대통령이 그 관료가 소속된 부

    처 등 조직의 이익에 매우 직접적이고도 막대한 손해를 입힐 수 있을 정책을 추구

    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집합행동을 통해 강하게 반대하고 심지어는 승진 등 개별

    인사상의 이득을 포기하면서까지 저항할 소지도 없지 않다.

    7) 따라서 현직 대통령의 집권당에 대한 통제력 저하의 경우, 적어도 ‘레임덕’의 도

    래와 관련해선 독립변수이기보다는 오히려 종속변수나 매개변수에 더 가깝다고

    사료된다.

  • 38  동향과 전망 105호

    8) 하지만, 민주화 초기 한국의 경우, 당시 대통령들이 원내 다수당에 대해 상당히

    강한 통제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여타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서처럼 유사

    권위주의 체제로까지 퇴행하는 불운은 발생하지 않았다.

    9) 물론 대통령 및 그의 분파가 인사권을 매개로 행정부와 공공기관들을 적극 동원

    함으로써 국회 등 외부의 모든 견제를 우회하거나 무시한 채 매우 일방적으로 정

    책을 밀어붙이는 것 역시 정상적인 국정운영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국회의 대행정부 견제 기능이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한 탓에(이선

    우, 2015), 관료집단을 사적·정파적 동기하에 남용하는 것만큼이나 정책적 목

    표를 위해 동원하는 과정에서도 절차적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충분히 있어 왔다.

    10) 아울러 이렇듯 대통령의 임기에 따라 주기적으로 노출돼 온 상급 관료들의 충성

    과 배반의 반복적 패턴은,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중하급 관료들이 복지부동해

    지게끔 유도한 측면 또한 상당히 강했다고 볼 수 있다.

  • 특집1

    ‘제왕’과 ‘레임덕’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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