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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Debut vol.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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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the first Korean fashion magazine that was made by Korean university stud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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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12월,

술에 취해 양말만 벗은 채, 소파에서 잠이 든 적이 있습니다.

전날 숙취 때문인지 멍하니 배란다 밖의 글귀가 적힌

호접란이 보였습니다.

“아들아, 졸업을 축하한다.”

글귀가 적힌 호접란. 이제 나도 졸업이라니. 문득 작년

이맘때 나는 무얼 하고 있었나 생각했습니다.

전역을 앞두고 르데뷰를 알게 되었다. 잡지를 만들 생각에

흥분되었고,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매일 준비했다.

첫 번째 목표를 세운 셈이다.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다.

마지막 휴가 동안 면접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며

시간으로 보냈고, 복귀하여 부대에 돌아가 있는 시간마저

설렜다. 그 목표의 첫 단추를 채웠다. 군인 신분으로

보던 르데뷰는 매력적이었고, 다시 학생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르데뷰가 아니면 해보지 못할 새로운 경험에

설렜고, 다음을 준비하면서 나는 발전하였다. 그 중

편집장이라는 직책은 나에게 올해 최고의 경험 이었다.

이었다. 소중했다. 그리고 이제는 벌써 그 막바지에 달았다.

마무리를 잘 짓고 싶다.

호접란을 바라보며,

한참이나 이런 생각을 늘어놓았습니다. 술 취해 벗어놓은

옷가지들 사이에 르데뷰 17호가 눈에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경험이 올진 모르겠지만, 이 잡지는

저로 하여금 2012년을 추억하게 할 것입니다.

이번 호를 진행하며, 유난히 욕심을 부린 탓에 행사가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도 만족할 결과물들을 가져온

에디터들에게 더욱더 고마웠습니다. 르데뷰로서 책임감과

자부심이 생깁니다. 이다음에 오는 말을 떳떳이 할 수

있을 만큼 말이죠.

“이번 르데뷰 vol. 18 의 주제는 ‘온도’입니다. 잡지가 매우 뜨거우니 주의하십시오.”

0.2

Page 5: Le Debut vol.18

Publisher

Editor in Chief

Creative Director

장은하 JANG EUNHA

[email protected]

공상웅 GONG SANGUNG

[email protected]

이석창 LEE SUKCHANG

[email protected]

Art Director

Art Designer

Advertising Director

Public Relation

Assistant Editor

Collaboration PhotographerFeature Director Fashion Director

Fashion Editor

Catalog Director

Catalog Editor

한수형 HAN SOO HYUNG

[email protected]

김유림 KIM YULIM

[email protected]

김지희 KIM JIHEE

[email protected]

신미내 SHIN MEE NAE

[email protected]

원덕 WON DEOK

[email protected]

홍유라 HONG U-RA

[email protected]

심효원 SIM HYO WON

[email protected]

조형운 CHO HYUNG WOON

[email protected]

이보배 LEE BO BAE

[email protected]

권수영 KWON SOO YOUNG

[email protected]

홍윤표 HONG YOON PYO

[email protected]

김소연 KIM SO YEON

[email protected]

김영 KIM YOUNG

[email protected]

김영환 KIM YEONG HWAN

[email protected]

강지현 KANG JI HYUN

김연수 KIM YEON SOO

김희망 KIM HEE MANG

이상훈 LEE SANG HOON

이승민 LEE SEUNG MIN

조은혜 CHO EUN HYE

최샛별 CHOI SAET BYEOL

최선미 CHOI SUN MI

홍다영 HONG DA YOUNG

김진호 KIM JIN HO

박가영 PARK KA YOUNG

박시열 PARK SI YEOL

석정환 SUK JUNG HWAN

이민호 LEE MIN HO

이숙향 LEE SOOK HYANG

이종환 LEE JONG HWAN

원범석 WON BEOM SEOK

장봉영 JANG BONG YOUNG

정용기 JUNG YONG KI

조훈제 JO HUN JE

Member list

0.3

LEDEBUT Vol.18 Temperature

Page 6: Le Debut vol.18

Contents

여름과 겨울 아이템의 믹스매치.

그 안에 느껴지는 온도차를 말한다.

하나의 색은 다양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소재에 따라 같은 색, 다양한 온도를 느껴보자.

체온을 1도 올려주는 아이템.

패션의 마지막을 완성하는 패브릭 아이템을 찾아보자.

몸을 혹사하는 킬링 패션과 힐링하는 리빙 패션.

감정 없는 기계음, 열정 넘치는 밴드 음악. 정말 그럴까?

열정적인 일렉트로닉과 차가운 밴드 음악을 소개한다.

2012년 스크린을 점령한 멀티 캐스팅 영화.

과연 누구를 위한 영화인가?

피해자와 수혜자를 찾아보자.

한국사람이라면 좋아하는 매운맛.

에디터들이 직접 맛본 여섯 가지 매운맛을 소개한다.

입만 열면 분위기를 띄우는 ‘분위기 메이커’가 말하는 분위기 띄우는 방법.

남자의 ‘센 척’은 본능인가? 허세인가?

르데뷰 남자 다섯 명이 이 답 없는 주제에 대해 고찰했다.

많은 사람이 열정과 시크를 말한다.

하지만 진정 여자들이 원하는 남자는 ‘미지근’ 아닐지.

그들은 솔직했다. 그리고 그 자리엔

뜨거운 꿈을 지닌 아티스트, 글렌체크가 있었다.

박지운과 김원중은 모델이자, 쇼핑몰 <87mm>의 대표이다.

그래도 그들은 스물 여섯 살에 개구쟁이였다.

견고한 균형감이다. 문지방을 넘을 듯 안 넘을 듯

데이브레이크는 균형을 맞추고 있다.

0.4

Page 7: Le Debut vol.18

ledebut vol.18 temperature

대구남자M과 서울여자Y의 일주일간의 연애 보고서.

감정에 따라 체온 변화. 과연 결말은?

사람의 체온은 36.5도, 일 년은 365일.

사계절과 함께 한 슬픈 사랑 이야기를 추억해 본다.

가족 하면 쉽게 떠오르는 것이 온정주의이다.

하지만 진정 가족의 힘은 서로에게 차갑기 때문 아닐까?

응답하라 90년대생.

우리를 추억하게 하는 그때에 무엇을 입고 있었을까?

얘기치 못할 다양한 상황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

당신의 선택에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열’을 좋아한다.

‘열’정으로 우리는 얼마나 ‘한국인’ 스러운지 진단해 보자.

2012년 패션위크. 당신 패션의 온도는?

0.5

Page 8: Le Debut vol.18

언제나 처음이 어렵습니다. 피처 에디터로서의 첫 기사 진행, 미숙한 에디터를 믿고

따라와 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패션 잡지 첫 촬영이라는 첫걸음을 저와 함께한

친절한 포토그래퍼 민호 씨. ‘미지근’ 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모여준 4명의 개성파

모델들. 모델을 자처해준 고마운 태원이. 촬영 당일에 급작스런 모델들의 펑크로 ‘멘붕’

상태에 있던 에디터를 위로하며 촬영 내내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주신 수익 씨,

수훈 씨. 펑크 난 모델 대신 구세주로 등장해준 철주 씨. 얼떨떨하셨을 텐데 능숙하게

잘해주셔서 정말 놀랐어요. 마지막으로 제일 큰 난제였던 ‘미지근’한 메인 모델

캐스팅에 흔쾌히(?) 응해주신 윤표 오빠. 이런 쿨한 성격이 바로 '미지근'한 거죠. 이번

촬영으로 빚만 지고 다녔네요. 연락만 하시면 당장 달려가 술이고 밥이고 바치겠습니다.

빈말 아닙니다. 마감도 끝난 연말 외로운 에디터는 할 일 없이 방바닥만 긁고 있으니

언제든 연락 주세요. 꼭 이요!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될 수도 있었다. 정말로 순탄치 않은 시작이었다. 섭외부터

난관이었으므로. 그래도 요즘 제일 ‘핫’한 남자 모델 2명을 인터뷰한다는데 이 정도는

난관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예의에 어긋났을지도 모르는 나의 끈질긴 섭외에

친절히 응해 준 박지운 씨, 김원중 씨에게 너무나도 감사하다. 그리고 자치 어색해질 수도

있는 촬영장 분위기를 훈훈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준 포토 시열 씨, 사진까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한 명, 한 명에 대한 진심 어린 고마움은

이 이번 인터뷰 ‘대박’쳤다는 훈훈한 결과로 대신합니다.

어떤 우연한 타이밍으로 위기의 순간을 잘 넘겨진 것만큼

기쁜 일도 없다. 1박 2일 힘든 스케줄 소화해준 모델

최정원 씨, 그리고 남다른 센스와 프로 정신을 보여주신

박가영 포토그래퍼님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때마침

흐려준 날씨도, 그리 춥지 않았던 태안의 바닷가에도 감사.

까다로운 메이크업으로 고생했던 샛별, 바닷가에서

맨발의 투혼을 보여주었던 정원, 그리고 바닷물에 젖은

드레스가 흩날리는 찰나를 담아내 주신 가영 씨.

모두 감사드려요. 마지막으로 희미하고 은은하지만,

고집스러운 우리 화보팀. 그래서 좋다.

처음 시도 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무언가 만들고자 하는 의욕보다 앞설 때,

그것이 진짜 ‘도전에 임하는 좋은 자세’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첫 번째 화보를 진행할 수 있게 해준 감사한

사람들. 그리고 상범. 찰나를 담기 위해 나보다 많은 물감과

페인트를 손에 묻힌 석정환 포토그래퍼님. 가져오신

주사기가 화보를 완성하는 가장 큰 힘이었어요. 컨트리뷰터

사진 찍으며 직접 모델의 포즈를 취하시던 그 모습마저

감사드립니다. 그 재치와 감각이 멋진 사진을 나오게

하지 않았는가 싶어요. 화보의 주인공 모델 희정이. 카메라

앞에 그녀의 연기는 아름다웠다. 추운 날씨에 수건만

걸친 채, 온몸에 물감을 뿌려야만 하는 상황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더 아름다웠다. 화보를 완성해준

나보다 그대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합니다.

많이 긴장했다. 인터뷰 날짜가 잡힌 이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토할 정도로 긴장됐다. 익숙지 않은 일인데다가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커서 뭐 하나 편안한 일이 없었다.

멀리서만 보았던 밴드계의 별 같은 존재, 데이브레이크를

앞에 두고 디렉팅하려니 손이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인터뷰와 촬영이 ‘끝’났다는 점에 마음이

조금 놓인다. 공간이 좁아서 불편하셨을 텐데 시종일관

밝게 해주셔서 너무 즐거웠어요. 왠지 저만 즐거웠을 것

같긴 하지만요. 특히 장원 씨 끊임없는 드립. 정말

재밌었어요. 내 친구 영인이 고마워. 네가 데이브레이크

팬이라서 도와줬다는 건 잘 알지만 그래도 고마워.

어때? 데이브레이크 원 없이 보았니?

0.6

Page 9: Le Debut vol.18

0.7

대학생이 만드는 잡지에서 이런 프로와 함께 일한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녀는 수년간의 어시스턴트 생활을

거쳐 독립한 실력자이다. <르데뷰>보단 <보그>, <바자>에

어울리는 그녀이지만, 애송이 에디터의 말을 누구보다

귀담아 들어주곤 했다. 추위와 마땅치 않은 메이크업 공간

때문에 에디터는 더더욱 미안했다. 우선 갈매기살로

답례했지만, 나중에 만나면 한우 먹읍시다. 꼭이요.

연줄도 많지 않은 초짜 에디터가 잘 맞는 포토그래퍼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포토그래퍼 숙향 씨는

‘건너건너’ 만나게 되었다. 근데 이게 웬걸?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 같지 않았다. 처음 미팅부터 이야기가 막힘없이

오갔고, 원하는 결과물의 느낌도 통했고, 심지어

촬영 때 듣게 된 음악으로 미루어 보아 취향까지 비슷했다.

모델에게 포즈를 주문할 때도 내가 원하는 느낌을

제대로 간파했다. 나는 그냥 좋은 사진만 골라내면 됐다.

이번 기사 느낌이 좋았다. 반납에, 과제에 치여 밥도

같이 못 먹고 후다닥 헤어진 것이 못내 아쉽다. 그 아쉬움과

고마움을 꾹꾹 눌러 담은 맛있는 밥을 어서 같이 먹고 싶다.

이번에 그를 만난 것은 그냥 행운 정도가 아니라

로또였다. 지인을 통해 그의 사진을 보고 ‘이 사람이다!’

싶었다. 추운 날씨 속에서 장장 10시간에 걸친 촬영에도

믿음직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어가 주셨던 범석 오빠.

실력뿐만 아니라 빵빵 터트리던 센스까지, 반했다.

p.s. 위 사진의 제목은 '눈물의 리터칭'이다.

스튜디오 도착 후 떠오른 내 실수 한가지. 가장 중요한

의상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어찌해야 할 지 몰랐던

나에게 걱정 말라는 말과 함께 예쁜 원피스를 가져다준

나의 일일 어시스턴트이자 구세주 나라.

“나라야, 네 덕분에 이번 화보 다행히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아. 고맙다는 말을 백 번 해도 모자라겠지? 어차피

우리는 말 안 해도 아는 사이니깐! 고마워.”

비록 화보의 주제는 ‘차가움’이었지만, 마음만은 ‘따뜻함’

으로 가득 채울 수 있었다.

p.s. 네가 나에게 저 사진 보내준 걸 후회하는 순간이지?

이제 그녀는 날 싫어할지도 모른다. 지난 호 첫 촬영 때,

그녀의 모습에 반해 이번에도 함께 촬영했다. 한여름

무더위에 가을옷을 입은 채 다섯 군데를 돌아다니는 야외

촬영은 그녀를 힘들게 했다. 이번엔 기어코 따뜻한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리라 마음먹었지만, 결국 눈까지 오던

날 그녀는 동상에 걸릴 뻔했다. 그녀는 온몸을 덜덜

떨며 수십 번의 점프 요청에도 밝게 웃어주고, 수갑을 차서

손목에 상처가 나는 것도 모른 채 촬영에 집중해

주었다. 그녀에겐 ‘고맙다’는 말이 오히려 미안하다.

미안했다. 모델의 특성상 여름에 겨울옷을, 겨울엔

여름옷을 입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이번엔

해도 해도 너무 추웠다. 한겨울에 비키니와 샌들을

입힐 수밖에 없었던 에디터를 용서해라. 벌벌 떨면서도

괜찮다며, 에디터의 무리한 요구에도 싫어하는 기색

하나 없이 응하던 그녀가 기억에 남는다. 이런 그녀의

프로패셔널 한 모습은 에디터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였다. 열여덟. 학교생활과 사회생활을

병행하며 꿈을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이 기특하기

짝이 없다.

"당신의 사진이 마음에 들어요. 같이 작업합시다!" 이

한마디에 포토그래퍼 조훈제와 인연이 시작되었다.

첫 주문부터 쉽지 않았다. 외국잡지를 들먹이며 "이 잡지

같은 퀄리티를 내주세요."라고 말했으니. 그래도

그라면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의 대답은 예스. 그는 열정 하난 맘에 든다는 말과

함께 대안을 찾아왔다. 이번 결과물은 그와 에디터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 최고는 아니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할 수 있었던 최선의 결과물. 그를 알게 돼서 다행이다.

우리 아쉬운 마음은 뒤로하고 다시 작업합시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솟아날 구멍은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화보 촬영은 진행되었다.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열심히 해주었던 ‘아이스 퀸’ 민주! 미팅 때부터

하하 호호 웃으며 뭐든 시켜도 다 할 수 있다는

그녀의 자신감은 함께 해야겠다는 확신을 주었다. 미리

연기 연습까지 했다며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하트를

보냈던 그녀의 모습이 어쩜 그리 예뻐 보였는지.

날씨도 춥고 노출도 많은 화보였지, 끝까지 잘 따라와줘서

정말 ‘고마워.’ 그녀가 르데뷰를 계기로 더 크고

훌륭한 모델이 되길 바란다.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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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낮, 겨울 밤

체감온도

체온을 지키는 디테일

living fashion vs killing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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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낮, 겨울 밤̊Fashion

한겨울에 하의 실종은 여름보다 섹시하다.

1.1

포토

/조훈제

에디터 /김유림

모델

/고은비

뷰티

/이아영

아트

/홍윤표

Page 13: Le Debut vol.18

바다와 눈 사이의 거리만큼 먼 니트와 비키니 사이의 거리가 느껴진다.

1.2

Page 14: Le Debut vol.18

탑만 있으면 완벽한 겨울패션. 양털만 없으면 완벽한 여름패션.

1.3

Page 15: Le Debut vol.18

오늘밤은 아주 추울 것이다. 퍼 속에 따스하게 가려진 속살은 완벽히 가려지지 못했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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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온도˚Fashion

1.5

뷰티

/서미나·한미희

포토

/이숙향

모델

/장상훈·최소영

아트

/권수영

에디터 /김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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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6

Page 18: Le Debut vol.18

헤링본 재킷과 환상 궁합을

이루는 패딩 베스트. 타이트한 코트에

비해 두 팔이 열 배는 자유롭다.

재킷에는 클래식하게, 맨투맨에는

캐주얼하게 어울린다.

평범한 니트장갑 같아 보이나,

3M에서 개발한 신슐레이트가

안감으로 쓰여 보온 능력치가

엄청난 장갑. 올겨울 한파는

이 장갑으로 이겨내자.

사시나무 마냥 어깨를 떨며,

아주머니들의 ‘숄’을 탐냈다면

케이프 재킷으로 어깨를 지켜주자.

장담컨데 ‘숄’보다 강력한

방어구가 될 것이다.

스타킹 위에 언제든지 덧입을 수 있는

만능 아이템. 혹여 세일러복을 추앙하는

오타쿠처럼 보일까 염려된다면,

컬러 톤을 스타킹과 맞추어 입자.

헤링본 재킷은 신사다움과

보온성을 동시에 만족하는

아이템이다. 한겨울 재킷만으로

바람을 막아내야 한다면,

꼭 ‘헤링본’소재를 고르자.

모직으로 되어있어 따뜻하며,

챙이 아래를 향해 있어 당신의 휑한

정수리는 물론 목덜미까지 방어가

가능해진다. 클래식한 디자인은 옵션.

체온을 지키는 디테일˚Fashion

1.7

뷰티

/엄혜홍

포토

/이종환

모델

/이동환·허경원

아트

/권수영

에디터 /신미내

Page 19: Le Debut vol.18

1.8

퍼 머프는 튜브 형태의 워머에

양손을 넣어 손의 체온을 유지

시킨다. 생소한 이름이지만

어디에선가 한 번은 봤을 법한 장갑

대용 방어구이다. 예쁘고 따듯하지만,

빙판길에선 사용을 자제토록 하자.

한겨울에도 스커트를 포기할 수 없는

천상여자라면, 따듯한 스웨이드

소재로 골라 보자. 생각보다 무겁지도,

뻣뻣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촉감이

몹시 부드러운 아이템이다.

여자들은 긴 머리칼로 귀를

보호할 수 있지만, 대부분 남자들의

귀는 무방비 상태. 페이크 밍크

퍼로 된 귀마개는 머리칼보다

열 배의 보온 능력치를 가지는

강력한 아이템이다.

다리가 조금 굵어 보이긴 해도

발목만큼은 정말 따듯하게 지킬 수 있다.

누구는 팔과 다리에 번갈아

사용하기도 한다던데,

팔다리 굵기가 비슷하다면 가능하다.

요즘은 생각보다 많은 남성이

레깅스를 신는다. 클래식한 패턴에다

털 소재의 안감이 덧대어진

이 레깅스는 웬만한 울 팬츠보다

높은 보온성과 활동성을 가진다.

오리의 코를 닮은 덕 부츠는

방수성 고무와 가죽으로 만들어져

폭설에도 끄떡없다. 발목 부분은

양털로 되어있어 보온에도 완벽하다.

1.8

Page 20: Le Debut vol.18

fashion

1.9

Kill

ing f

ashi

on

livin

g fas

hion

뷰티

/이유라

포토

/원범석

모델

/박진서

아트

/이보배

에디터 /원덕

vs

Page 21: Le Debut vol.18

사진을 찍고 나면 보정이란 것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를 볼 땐 원본

그대로의 이미지를 보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런 사람들의 눈에도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하는 것이 여자들이다. 작은 키를

10cm 나 늘려줄 수 있는 하이힐, 다리를 1인치

정도 날씬하게 해주는 스키니진, 자신 없는

볼륨감에 그나마 작은 용기가 되어주는

브레지어. 이 세가지 비밀 병기는 몸을 얼마나

혹사시키던 간에 여자들이 포기할 수 없는

자체보정 툴이다.

1.10

Page 22: Le Debut vol.18

패션계에도 힐링 열풍, 아름다움과 패션의

상관관계는 더 이상 성립되지 않는다.

안 아파도 충분히 그대들을 자체보정 할

수 있다. 가볍고 편한 스니커즈와 로퍼는

발에게 주는 테라피, 스커트를 매치한

스포티룩과 매니쉬룩은 스타일리쉬를 겸비한

힐링이다. 아침에 입고 나온옷이 불편해

하루 종일 집에 갈 시간만 기다려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입는 사람이 편해야

옷에도 자태가 나오는 것이다. 지금

그대에게 필요한 것은 포토샵의 늘이고 줄이는

효과가 아니라 편한한 걸음으로 당당하게

걸을 수 있는 맵시가 아닐까.

1.11

Page 23: Le Debut vol.18

냉정과 열정 사이

'들' 이야기

HOT6

얼음, 땡

'센척' 에 관한 고찰_대담

미지근한 남자의 매력

스물 여섯 살 두 남자와 사사로운 이야기

글렌체크, 차갑고도 뜨거운

서로 다른 무게 사이에서

Page 24: Le Debut vol.18

냉정과 열정사이̊Feature

절로 헤드뱅잉을 유발할 정도로 강렬하다. 그러나

분명 차갑다. 답은 볼륨에 있다. 곡 전체적으로 볼륨이

폭발할 듯 커졌다가 잠잠해졌다가를 반복한다.

힘 있는 전주가 잠잠해지면 그야말로 ‘시린’ 여자

보컬이 감질나게 노래를 한 소절씩만 부른다.

그리고 또다시 음악은 강해진다. 이 볼륨의 기복이

공포영화를 연상시킨다. 뒷목 언저리가 섬칫해오는

것이 음악을 듣고 있자면 서서히 체온이 떨어지는 걸

느낀다. 클라이막스로 갈수록 보컬은 코러스와

주거니 받거니 식으로 노래를 이어나가는데

목소리만 떼어서 보자면 밴드 음악보다는 가곡을

연상시킨다. 이 불균형에서 차가움은 극대화된다.

그리고 노래 중반부터 말미까지 흡사 태평소 같은

소리를 내는 일렉트로닉스를 적극 활용하여 차가운

분위기를 극적으로 제시한다.

전주가 약 50초로 긴 편인데 그중에서 처음 10초

동안은 드럼의 연주만 들린다. 비트감에 몰입할 때쯤

기타의 소리가 조용히 그 위에 얹힌다. 뒤로 깔리는

악기들의 멜로디가 귀에 익을 때쯤 톰 요크의

감미로우면서도 날카로운 가성이 등장한다.

사실 Radhiohead의 음악에서 가사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워낙 함축적이고 톰 요크는

불친절하기 때문에-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정확한

해석은 어렵다. 가장 신빙성 있는 해석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즉, ‘reckoner’는

메피스토펠레스이다. 남을 위해 전력하는

숭고 활동으로 감격하여 ‘멈추어라’라고 말하는

순간의 파우스트를 화자라고 생각해보자. 정신적

방황을 마친 파우스트와 잔잔한 선율이 조화를 이루어

고요한 겨울 도시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듣는 사람을 심해로 끌어들이는 곡의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단연 조원선이다. 그녀는 높은음도

낮게 들리게 하는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으로

담담하게 노래를 부른다. 이 곡은 음악의 화자가

무의미하게 TV 채널을 돌리고 있음을 알리는 TV

노이즈로 시작된다. 그리고 가사 대로 그 누군가는

‘TV를 보다 큰소리로 웃어’보는데 어색하기만 하다.

사실 이별의 경험이 잔인한 가장 큰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죽을 것 같이

괴로운데도 ‘거리에는 온통 바쁜 사람들’뿐이고

‘시간은 잘도 흘러가’ 어느새 ‘다시 월요일’이다.

타인이나 밖의 상황과의 괴리감을 느끼며 이별한 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새롭게 웃어보는 것뿐이다.

이 정서에 공감하는 순간, 노래가 페이드아웃으로

끝을 맺고 나서도 가슴에는 싸늘함이 남는다.

무거움, 가라앉음, 차가움은 못, 나아가 못의 보컬인

이이언 만의 정체성이다. 이별의 슬픔과 후폭풍에

허덕이다 못해 사랑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자신을

살게 하겠다는 이 곡의 가사는 그 어조가 단호하다.

게다가 제목과는 반대로 밴드 사운드는 풍성하다.

둥둥거리는 베이스의 스케일도 크고 노이즈도 제법

많이 들어갔다. 이이언의 기복 없이 잔잔하고 나른한

목소리는 가사와 밴드의 소리와 역설을 이루며 노래를

차갑게 만든다. 믿고 있던 사랑을 잃고 배신감에

치를 떨다 결국은 최소한의 미련마저 놓아버린

사람이 담담하게 풀어놓는 이야기와 다짐. 어쩌면

상실감으로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 내어 울며 자신의

아픔을 보아달라고 하소연하는 사람의 이야기보다

훨씬 아프고 차갑다.

보컬이 없지만 듣다보면 어느새 보컬의 부재에

익숙해지고 악기 본연의 소리에 빠져들게 된다.

그들의 음악은 잔잔하지만, 감성적인 힘이 있어서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대낮보다는 조금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에 어울린다. 미디엄 템포로 진득하게

반복되는 멜로디는 힘이 있다. 프렌지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물 위에 가만히 잠겨 있는 기분이었고

옆에 있던 사람은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프렌지의 곡 중에서도 특히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곡이 ‘Lily’다. 떠오르는 듯 했다가 가라앉는 듯

했다가 말 그대로 듣는 사람의 기분을 ‘들었다 놨다’

한다. 게다가 곡명까지 아름답다. 새파랗게 느껴질

정도로 하얘서 처연한 백합 한 송이가 떠올랐다면

이 곡의 ‘시림’을 제대로 캐치한 셈이다.

프렌지에 보컬이 없다면 Keane에는 기타가 없다.

처음에 단순하지만 강렬한 멜로디가 귀를 사로잡으며

곡의 처음을 연다. 곧 차분하고 편안한 건반의 메인

테마가 뒤를 이으며 Keane 특유의 ‘피아노 록’을

이끌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위에 보컬 톰 채플린의

잔잔하고 청아한 목소리가 조심스레 얹힌다. 마치

한겨울 모두가 잠든 새벽에 함박눈이 조용히 도시를

뒤덮는 것처럼. 또한, 가사 속의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경험했지만, 추억의 끈을 붙잡고

놓지 않는다.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을 연상케

한다. 지금은 떠났지만, 곧 그리워하게 될 거고 결국

돌아올 거라고 기대한다. 어찌 보면 희망고문에

불과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안락하다. 펑펑 쏟아지는

눈을 보며 듣다 보면 어느새 ‘문을 두드리고 있어’

추운 겨울과 어울린다.

2.1

에디터 /한수형

아트

/홍윤표

Page 25: Le Debut vol.18

앨범 수록곡인 ‘Michael vs. Jackson’을 하우스룰즈가

스윙브라더스와 함께 자체적으로 한 번 더 손을 본

버전이다. 원곡과 비교해보자면 객원보컬인

사파이어의 목소리가 좀 더 높게 처리되었다. 멜로디는

기존의 후렴구만 남겨뒀고 나머지 부분은 새롭게

믹스를 했다. 가사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는 다소

약해졌을지 몰라도 하우스룰즈의 음악적 색깔은

더 확연해졌다. 스윙브라더스와의 작업으로

하우스룰즈 멤버 서로의 색소폰 소리는 힘을 얻었다.

클라이막스로 다다를수록 색소폰 소리를 절정에

다다르며 듣는 사람의 흥을 돋운다. 게다가

리믹스에도 제목이나 가사의 위트는 현재한다.

명성이 여전한 팝의 황제에게 자신의 성을 버리라는

강한 충고는 지친 청중들에게 힘을 준다.

그 메시지가 따뜻하다 못해 뜨겁다.

곡 전체를 아우르는 메인 비트가 도입부를

장식하다가 갑자기 뚝 멈추고 키보드가 메인 멜로디를

연주한다. 그 이후 본격적으로 곡이 시작되고 믹싱된

여자 보컬의 목소리가 어우러진다. ‘Freedom’이라는

제목에 걸맞은 가사를 가지고 있다. ‘추락하는 것에

두려워 말고 하늘을 뛰어올라 더 높이 날아보라’고

이들은 이야기한다. 영어인데다 믹싱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가사 자체가 고스란히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단점을 제외하고라도 청명한 하늘을

연상할 수 있을 정도로 곡 자체가 청량감이 있다.

특히 여자 보컬이 시원하게 고음을 내지르는

후렴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잊고 있던 자유를

갈망하게 한다. 비트 자체가 빠르고 격동적인 것은

아니지만 시원한 소다처럼 귀에 감겨와 듣는 이를

열정적으로 춤추게 한다.

굳이 일렉트로니카라고 꼬리표를 붙이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음악이 철저히 기계적이다.

노래가 진행될수록 음이 하나하나 쌓여 곡

후반부에서는 풍성해진다. 이어폰으로 듣고 있으면

이어폰이 터져 나가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처음에는 기계음이 압도하는 느낌에 거리감을

느낄 수 있지만 들을수록 익숙해질 것이다.

이 곡은 뮤직비디오 또한 그 충격적인 비주얼

-앨범아트도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이다-로 화제가

되었다. 그 ‘쇼킹함’의 표피를 한 꺼풀 벗겨 내고 나면

Daft Punk가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또렷이

들릴 것이다. 일렉트로닉의 귀가 열렸다면

이젠 그 뜨겁고 강렬한 메시지를 들어보자.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지금 살라.’

아티스트 이름을 보고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난감해하는 독자들이 여럿 있을 것 같다. ‘로파이펑크’

라고 읽는다. 무채색인 그들의 앨범아트에서

느껴지듯이 그들의 일렉트로닉은 다른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들과는 사뭇 다르다. 심플하고 담백하다.

‘Want U’는 그들의 노래 중에서도 밝은 분위기다.

곡 초반에서 메인 멜로디를 내세우고 그 멜로디가

곡 전체를 지배한다. 멜로디가 감각적이지만

군더더기가 없다.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목소리 톤

때문이다. 보컬의 목소리만 두고 보자면 파동 하나

일지 않는 호수를 보는 것처럼 고요하고 잔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목소리 톤이 노래와 묘하게 잘

맞아떨어진다. 머리꼭지를 달구는 여름 햇볕 아래에서

걸으며 듣기 좋은 노래다.

Freakhouze의 다른 곡과는 달리 이 곡은 음정이 낮은

주파수에 머무르며 비트도 비교적 느리고 둔탁해서

하우스보다는 덥스텝에 가깝다. 노래는 굵직한

목소리의 ‘일어나라(Get up)’는 명령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일련의 센 전자음들이 나열된다.

곡을 듣다 보면 이 노래를 만든 목적이 빤히 보인다.

대놓고 춤추라고 말하는 식의 노래다. 춤추기 좋은

노래들이 그렇듯이 서정적인 멜로디의 부재를

나름대로 기승전결이 채운다. 어디서 춤을 춰야 할

지 어디서 잠시 쉬어도 될지 스스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제목처럼 우선 일어나자. 춤추라고 만든 노래니

팔다리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계산하지 말고

몸 가는 대로 내버려 둬 보자. 그러면 굳이

금요일이나 토요일이 아니더라도 불타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 테니까.

오토튠을 거쳐 노이즈가 섞인 보컬로 노래는

시작된다. 시작부터 비트는 공격적으로 몰아친다.

간간이 들리는 ‘Spacejunk!’하는 외침이 이 곡의

포인트이자 후크이다. 반주는 기계음 특유의 특성을

살려 소리가 매끄럽다. 그런 점이 거친 보컬과

대비를 이룬다. 마치 우주탐사선을 타고 우주를

비행하면서 창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우주쓰레기

(spacejunk)를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속도감 있게

흘러가기 때문에 눈 깜짝할 새에 곡 중반에 다다른다.

그 때 주요 멜로디가 바뀐다. 이러한 변화는 같은

멜로디가 계속해서 제시되어 금방 질린다는

일렉트로니카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물론 멜로디가

바뀌어도 전반적으로 강렬함이 곡을 지배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저 깊숙한 곳으로 숨어있던

댄스 본능을 다시 북돋울 수 있는 곡이다.

2.2

LEDEBUT Vol.18 Temperature

Page 26: Le Debut vol.18

Feature

‘들’이야기

도둑, 장기 밀매 업자, 간첩,

점쟁이…… 한국 영화계에 각종 사회

비주류 집단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왔다.

2012년 하반기의 ‘들’이란 이름의

멀티캐스팅 영화 네 편. 영화 네 편에

주연 배우 수만 무려 21명이다.

이쯤 되니 영화의 흥행도 문제지만

스크린 속 배우들의 존재감이 단연

이슈였다. 끽해야 두 시간인 러닝타임에서

한 명의 배우가 다른 이들을 제치고

돋보이기란 쉽지 않다. 출연료 본전

뽑아내려는 듯 빠르게 전환하는 카메라

앵글 속에서 배우들의 존재감 싸움은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이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할수록 승리는 값진 법이다.

멀티캐스팅의 수혜자들은 흥행, 캐릭터,

스토리의 세 가지 모두 맞아떨어져

연기 인생에 좋은 필모그래피를 추가할

수 있었다. 물론 한편에서는 영화에

나왔는지도 긴가민가한 피해자들이

속출했지만. 극히 주관적인 기준에서

2012년 극장가를 ‘들’로 뒤덮었던 배우들

연말정산 한번 해보자.

전지현은 완벽한 예니콜(도둑들)

이었고 최다니엘은 안타까운 상호

(공모자들)이였다. 예니콜이 직업상

불가피하게 입어야 했던 각종 쫄쫄이들은

몸매의 건재함을 알리기 위한 고의적

전략으로 봐도 무방하다. 싱크로율

100%의 캐릭터 덕에 기성세대의

아이콘으로 흘러갈 뻔했던 그녀가

화려한 귀환에 성공했다.

강산이 바뀌는 동안에도 굳건했던

<엽기적인 그녀>이미지에서 드디어

벗어났고 스크린 밖에서도 영화에서

보여준 콘셉트의 화보도 많이 찍었으니

올해 멀티캐스팅의 가장 큰 수혜자다.

반면 <공모자들>의 최 다니엘은 오히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로 피해자 목록에

올랐다. 사실 역할로 치자면 그가 맡은

‘상호’는 반전 스토리의 키를 갖고 관객들

뒤통수 때리는 극 중 핵심인물이다.

그런데 ‘지킬앤하이드’마냥 반전을 표현

해야 했던 캐릭터가 안경을 벗고 쓰는 걸로

표현된 게 참 굴욕이었다.

최 다니엘이 안 그래도 안경에 민감한

배우라는 건 모두 아는 사실 아닌가.

멍청하고 순진한 역할일 때는 작은 맨눈을

끔벅거리다가 사실 난 머리 좀 쓰는

지능범이었다며 고백할 때는 출처도

없는 안경을 쓰는 건 우스운 반칙이었다.

파격적 이미지 변신으로 오달수와

유해진은 나란히 수혜자 목록에 올랐다.

오달수의 경우 앤드류(도둑들)가 아니라

변태 출장외과의(공모자들) 얘기다.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인지

<공모자들>의 캐릭터들 모두가 파격적이긴

했다. 하지만 캐릭터의 자극성으로

얘기하자면 오달수는 독보적인 캡사이신

같은 존재였달까. 소름 끼치는

그의 연기는 각인되다 못해 뇌가 패일

정도다. 질 수 없는 유해진 또한 ‘코미디

액션’영화를 표방하는 <간첩>에서 ‘액션’

을 담당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그것도 혼자서만) 유치한 개그에 질려

영화 물이 흐려질 때쯤 박력 넘치는

연기로 스토리 중심을 잡을 때면 색다른

그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김혜수가 이런

모습에 반했나 싶더라.

변변찮은 구색 맞추기에 희생된

피해자들도 있다. 조윤희와 염정아는

‘여자’가 나오지 않으면 섭섭한지 뻔한

홍일점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배우의

개성이 묻힌 케이스다. <공모자들>의

조윤희는 착해 보이는 얼굴 따라 끝까지

바보같이 착한 연기만 하다가 죽더라.

답답한 정도로 평면적 역할로 ‘넝쿨당’

조윤희가 <공모자들>에 찬조 출연한

느낌마저 든다. 염정아도 한국 영화에

빠지면 섭섭한 러브라인을 끼워 넣기

위해 희생된 피해자다. 슬프게도 10살

연하의 정겨운과의 나이 차는 연기로도

극복이 안 되었나 보다. 여자 쪽에만

적용된 듯한 세월의 야속함만 드러났을

뿐더러 다음 장면 뻔한 감성 자극용

모성애 캐릭터에는 염정아란 이름도

아까웠다.

꺼내기도 민망해서 제쳐놨던

<점쟁이들>얘기를 해보자면, (아, 보기 어려

웠다.) 사실 영화 흥행실적이 보여주듯이

여기서 수혜자 찾기는 힘들다.

중구난방인 스토리에 끌려다닌 주연

배우들 모두 피해자다. 감독이 코믹과

호러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느라 배우들도

산만했다. 정작 관객은 이해 못 하는 몸

개그 하다가 피 흘리다가, 영화 엔딩

무렵에는 불쌍하기까지 하더라. 김수로,

이제훈, 곽도원, 강예원 네 명 모두

인증된 배우들인데 왜 이런 영화가

나왔을까 생각해보면 차라리 <피해자들>

이란 제목이 어울린다. 이걸 끝까지 봐야

했던 나도 포함해서.

멀티 캐스팅 영화가 한국 영화계의

대세가 된 것이 최근 일은 아니다. 2006년,

<괴물>이 한국형 SF라는 선천적 결함을

안고서도 1,000만 흥행을 이룬 게

그 시작이었다. 과거에 멀티캐스팅

영화는 한국 영화계의 자본력으로는

불가능한 ‘헐리우드의 사치’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엔터테이먼트 산업의

부흥으로 점차 영화계 자본 유입량이

증가하다 보니 감독들의 창작욕이

고삐를 풀었다. 배우 입장에서도

1인당 개런티는 좀 줄기는 하지만

원탑, 투탑 영화보다 흥행 책임 부담이

줄어드니 마다할 이유 없었다. 이러한

흐름이 거세져 마침내 이같이 대놓고

‘들’이란 인해전술을 사용한 영화 네 편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이 네 영화로 봤을 때 한국형 멀티

캐스팅 영화의 가야할 길은 아직멀다.

원작의 스토리가 탄탄한 <타짜>나

옴니버스식 영화는 어째저째 잘 넘어왔다.

하지만 여러 스토리라인이 동시다발적

으로 전개되는 이번 영화들에서는

연출력의 한계가 부끄러울 정도로

드러난다. 스토리 개연성은 말할 것도

없고 캐릭터도 기존 영화들의 ‘짬짜면’

버전이다. 분명 다들 어디서 한 번쯤

뵌 분들인데 나와서 관객들과 처음 만난 척

시치미 떼고 있다. 큰일이다. <도둑들>의

흥행으로 한동안 멀티캐스팅은 대세의

흐름 위에서 내려오지 않을 텐데.

그마저도 <오션스 일레븐>의 아류라는

이름을 떨쳐내지 못했으니 한국형

멀티캐스팅 영화의 헤매기는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다.

2.3

에디터 /김연수

아트

/권수영

Page 27: Le Debut vol.18

미지근한 남자의 매력̊Feature

2.4

에다터 /김연수

아트

/홍윤표

Page 28: Le Debut vol.18

평상시 남자의 입은 걸지 않으나

수컷들끼리 있을 때 씨 x, x 나는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온다. 자신은

건전한척하더라도 친구의 음담패설을

적당히 맞받아 칠 줄 안다.

카카오톡에서 ‘ㅎㅎ’나 ‘^^’보다는

‘ㅋㅋ’ 와 ‘ ’ 를 사용한다.

가끔 감정이 북받치더라도 페이스북에

‘오글’은 올리지 않는다. 동아리

모임이나 친구들과의 사진에

태그 되는 정도다. 페이스북에서

정치 논박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술자리에서 남자에게 누가 물으면

자기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남자는 미팅에서 많은 말 하지 않고도

여자들의 머릿속에 남는 법을 알고

있다. 숫기없는 성격은 아니지만,

호감 있는 여자 앞에서 살짝

무뚝뚝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연애 경험은 20대 초중반 기준

진심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연애

3~4번이다. 이 남자의 마음속에 상처

하나쯤은 있을지 모르지만,

술자리에서 전 여자 친구 욕은 하지

않는다. 평균 연애 기간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4~5개월이다.

주로 미팅보다는 소개팅을 선호하고

소개팅보다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 밤거리에서 여자 만나는

것을 싫어한다. 연애 시작 이후

손잡는 데는 평균 하루, 입맞춤은

1주일이 소요된다. 그 이상은

여자에 따라 달라진다. 그는 고백이나

이별은 무조건 직접 만나서 해결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일단 연애를

시작하면 다른 여자 ‘인’ 친구와는

잠시 거리를 둬 연인 간의 갈등의

싹을 자른다. 고단수다.

이 남자는 스탠다드의 매력을 알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과한 것 없이

정도를 지킨다. 머리엔 ‘가벼운’ 왁스를

바른다. 상의는 무채색 맨투맨이나

옥스퍼드 셔츠를 즐겨 입는다. 어깨가

넓은 그는 니트류도 잘 어울린다.

겨울용 아우터로는 무채색의 코트와

야상 점퍼를 입는다. 자신에게 맞는

하의 핏을 정확히 알고 있다.

꽉 조이는 스키니 진은 싫어한다.

로퍼보다는 베이직한 컨버스화,

크로스 백보다는 심플한 백팩을

선호한다. 항상 왼 손목에다 볼드한

가죽 시계를 차고 있다. 귀 뚫을

생각은 없다. 철저히 계산적이다.

남자는 주로 캠퍼스 동아리 방이나

농구 코트에서 목격된다. PC방,

당구장에서도 가끔 보이지만 담배

냄새 밸 정도로 있지는 않는다. 밖에

나가 활동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과 내 운동 소모임에도 참석하고

방학 때 마다 헬스 3개월 이용권은 꼭

끊는다. 그 나름대로 독서 인이기도

하다. ‘안철수의 생각’을 읽어보지는

않았더라도 ‘읽어봐야지’ 생각은

해봤다. 멜론 자유이용권 이용자로서

음악을 즐겨 듣는다. 십센치나

버스커버스커 노래들은 기본이지만

주로 더 ‘인디적’인 음악을 좋아한다.

주위에서 자기만 아는 뮤지션이

있다는 거에 은근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남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보통의 성인 여성의 1.3배 정도

먹는다. 가리는 것 없고 먹을 때 ‘쩝쩝’

소리 내지 않는다. 집안 교육 잘

받았다는 증거다. 밤에는 ‘적당히’

놀 줄 안다. 주량은 딱 술자리 게임

잘하고 분위기 잘 맞추는 소주 2병.

담배는 안 피운다. 가끔 우울할 때

아지트에서 달 보며 한 대씩 피는 건

그만의 비밀이다. 친구 손에

이끌려 나이트는 경험상 한두 번

가봤지만, 클럽을 더 즐긴다.

강남보단 홍대.

그에게 ‘원나잇’은 남의 일이다.

2.5

Page 29: Le Debut vol.18

광고

www.andew.co.kr

Page 30: Le Debut vol.18

HOT 6 ̊Feature

비주얼부터 차원이 다르다. 튀김 옷 색이

일반 프라이드 치킨보다 짙다. 거기에

고추 튀김들이 무더기로 찰싹 붙어있다.

바닷가 바위에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양새를 연상시킨다. 개인적으로 고추를

좋아하지 않아서 먹는 경우가 드문데

고추 치킨에 붙어있는 고추에는 손이 가더라.

바삭하게 맛있지만, 어찌 됐든 고추는

고추인 법이다. 맛있다고 계속 치킨만 뜯다

보면 입안에 불이 나니 맥주를 들이켜 가며

먹어야 한다. ‘치맥’은 언제나 옳다.

치킨은 그저 치킨이다. 어떤 재료가

더 첨가됐든 닭튀김 맛일 뿐이다.

그리고 언제나 맛있지. 단호히 얘기할 수

있다. 맵지는 않다. 매운맛 좀 느끼고

싶어 주변에 뿌려진 고추를 먹었다.

드디어 매웠다. 혀가 몹시 아렸다. 치킨과

전혀 어우러지지 않은 고추의 단독 질주

였다. 굳이 치킨을 맵게 먹고 싶다면

고추와 함께 드시라.

그냥저냥. 일반 간장 치킨 위에 고명으로

채 썬 마른 고추 몇 쪼가리 얹힌 비주얼

자체가 ‘쏘쏘’ 다. ‘매콤’ 정도도 아니고

그냥 ‘약’ 매콤? 그러나 방심하고 먹다가는

그 고추 쪼가리에 큰 혀 다친다. 고추 치킨

이라는 이름이 아깝다며 투덜거리다가

씹어버린 고추는 그냥 한마디로 지옥이다.

아, 이건 맛이 아니고 통증이다. 분명히

경고한다. 옛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

작은 고추가 진짜 맵다. 아니 아프다.

Hot. 6

Hot. 5

Hot. 4

에이 뭐야, 매운 거 먹을 생각에 잔뜩

들떴는데 빨간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음식에 실망했다. 달달한 불고기 위에

수북이 얹힌 파에 뭐, 저게 매우려나?

싶었는데 역시 심심한 음식이다.

굳이 매운맛을 찾자면 파가 입안의 표피

정도는 살짝 열기를 돋우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나처럼 매운 음식 먹으러

온 사람들에겐 유아식 수준이다.

나에게 자극을 달라!

맛있다. 수북한 파 덕분에 알싸한 맛이 도

는 게 정말 맛있다. 요 며칠 새 매운 것만

먹었던 터라 정말 쉼터 같은 음식이었다.

6개의 음식 중 가장 마음 편했다.

그런데도 속은 좀 쓰렸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둘 중 하나다.

엽기 떡볶이로 내 내장이 너무 망가져

있었거나(엽기 떡볶이 바로 다음에 먹은

음식이다), 파를 너무 많이 먹었거나.

간장 소스에 잰 불고기 위에 파절이가

듬뿍 얹혀 나온다. 그게 다다. 군더더기

따위는 없다. 김에 싸먹고, 쌈 무에 싸먹고.

추위에 떨고 배를 주리며 간 터라 정신없이

집어 먹었다. 매운맛보다는 짭조름한 맛이

강하다. 고기를 파와 함께 알차게 먹고

나면 볶음밥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 든든해진 배때기를 두들기며 귀가

해서는 편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파를 너무 얕봤나 보다. 다음 날 아침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알싸한 파 냄새와

함께 슬슬 쓰려 오는 속이란.

처음에 딱 내 앞에 나타났을 때 ‘보스몹

이구나!’ 했다. 큼직큼직하게 썰린 양파들과

눈으로 확인 가능한 마초적인 고춧가루

입자들에는 나도 좀 기죽었다. 괜스레

사이드 메뉴로 나온 순대와 순댓국으로

빈속에 잔뜩 방어벽을 쌓고서야 먹을

용기가 나더라. 그러나 웬걸, 딱 까놓고

안 맵다. 그냥 맛있다. 적당한 매운맛으로

언니들도 술안주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괜시리 ‘에이, 좀 더 매웠으면’ 하고

호기도 부려 봤지만 불족발께선 나의

도발엔 넘어가지 않으시고 뒤끝도 없이

사라졌다. 쿨하고 멋진 놈이다.

공덕 매운 족발이라고 다 같은 ‘불’ 족발이

아니다. 다른 두 에디터가 전혀 맵지

않다기에 즐기러 갔을 뿐이고, 사정상

나중에 혼자 가야 했던 나는 다른 가게를

잘못 들어갔더라. 아, 말 그대로 ‘불’을

맛봤다. 말을 못할 정도로 매웠다. 족발 한 입

먹고 순대를 5~6개씩 씹어 삼켰다. 겨우

발 2개를 먹었을 뿐인데 속이 부글거려

일어나버렸다. 마땅히 화장실도 없는 족발

골목에서는 도리가 없으니까.

생긴 걸로만 봐서는 거의 우승후보 감

이었는데 반전 있는 맛이다. 전형적인

외강내유 형이다. 양념도 그냥 흔히 접할 수

있는 맛있는 순대볶음 매움 정도의 맛이다.

부추, 양파와 함께 양념에 볶아져서 이것

저것 집어먹을 것이 많다. 그래서 술안주로

딱 맞다. 족발 특유의 그 진한 돼지고기

냄새를 썩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환영할 만한 메뉴다. 이런 매운 음식이라면

나도 환영이다. 어서 오세요.

2.7

에디터 /김연수·조은혜·한수형

아트

/권수영

Page 31: Le Debut vol.18

2.8

LEDEBUT Vol.18 Temperature

함께 먹으려고 주먹밥을 시켰다. 떡볶이를

시켰더니 계란찜을 서비스로 같이 주는데다

공짜로 주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피자 치즈를 듬뿍 덜어 거기에

떡 하나 싸먹으면 겨우 먹을 만하다.

맛없는 것은 아니다. 떡볶이가 맛없기는

어려운 메뉴가 아니던가. 입술이 화끈

달아오르게 매워서 물컵을 왼손에 쥐고

먹었다. 그만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젓가락을 놓았을 땐 배가 부른 것인지

매워서 질린 것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았다.

정확히 20분이었다. 떡볶이의 기운이

내장에 당도하고 장기가 요동을 치는 데

까지 20분이면 충분했다. 먹을 때는

그저 떡볶이였는데, 이 당돌한 음식은

20분후에 자신의 매운맛을 증명한

셈이다. 속이 쓰려 새벽 3시까지 뒤척였고,

화장실을 3번 다녀온 후 잠이 들었다.

맛있긴 하다. 정말로. 이때 망가진 내

장기가 아직도 말썽일 뿐.

새빨간 떡볶이 위에 하얀 모차렐라

치즈가 지그재그로 얹힌 그대의 비주얼은

환상! 뜨겁고 말랑말랑한 떡이 혀에

감길 때면, ‘맛있게 맵다’는 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게다가 나처럼 치즈 보면 눈

뒤집어지는 사람들은 그 많고 많은 치즈를

매콤한 어묵과 떡에 말아 먹으면

그 궁합에 온갖 스트레스가 눈 녹듯이

풀린다. 이름이 이름인지라 먹다 보면

끓어오르는 열기에 인중과 안구에 습기가

찰 수도 있지만 아, 침 고인다.

미관상으로만 얼핏 보았을 때는 ‘아가 단계’

와 크게 차이가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치미’라고

부르는 매콤한 양념 가루가 잔뜩 뿌려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입 먹고

그냥 나는 곱게 하이라이스 아가 단계를

주문해서 그것만 먹었다.‘지존’이라는 수

식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잘 아는 고추장, 고춧가루 양념처럼

확 달아오르게 맵진 않은데 은근히 독한

맛이다. 목과 위에서 맵고 아프다.

아오. 적어도 카레 맛은 느낄 수 있게

해줘야지. 먹는 순간 혀가 마비되는

신비의 카레다. 조금 먹다가 ‘아가 단계’

카레로 바꿨다. 심지어 이 카레는 순하디

순한 아가 단계와 섞어 먹어도 지존이다.

다섯 숟가락 먹고 난 화장실을 가야 했다.

2번으로 기억한다.

이건 음식이 아니다. 흉기다. 매운 게 문제가

아니고 내 속을 걸고 카레와 배팅하는 수준

이다. 이걸 주문했을 때 종업원의

비웃음을 잊지 못한다. 솔직히 혀에 닿았을

때 미칠 정도는 아니다. (고백컨대 결국

한 그릇 다 비웠다.) 그러나 목구멍을 넘

어가면서부터 식도를 긁어가는 매운맛은

마침내 위에 똬리를 틀고 엄. 청. 난 속

쓰림을 낳는다. 다 먹고 토할까도 했지만,

그것들이 내 식도를 두 번 지나치게는

할 수 없어서 참았다. 다행히 장까지 긁어

대지는 않아서 고통의 유통기한은 그날

하루니 배짱 있다면 한 번쯤은 도전해보는

건 말리지 않겠다.

……아. 매움은 미각이 아니고 통각이라던

데 굳이 돈을 들여가며 이런 고통을

스스로 주는 사람들의 심리를 나는

도저히 모르겠다. 맛보다도 통증이 먼저

느껴진다. 이런 기사 기획안을 낸 김 양이

밉다. 이런 기사를 단체기사로 쓰려거든

기획안을 내기 전에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 아닌가? 길게 말할 것 없다.

먹을 게 못 된다.

몸살 걸린 줄 알았다. 면 가닥 몇 번

먹었을 뿐인데 몸이 아팠다. 팔다리가

저리고 속이 달아올랐다. 나중에 손까지

떨렸다. 앞으로의 삶을 위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내 옆에서 김 양은 너무 잘

먹더라. 얘는 세포가 좀 죽은 게 아닐까

싶다. 이걸 어떻게 먹지? 간곡히 부탁한다.

사장님이 그만 먹으라면 그만 먹고, 죽을

것 같이 매우면 정말 젓가락 버려라.

사람 쓰러지는 거 한순간이다.

“2012년 11월 xx일 현재 응급실에 실려

간 횟수 00명.” “빈속, 노약자, 임산부는

먹지 마시오.” 입구부터 시작되는 각종

경고 문구들은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두 에디터에게 미안한 마음에

급히 가게 앞 슈퍼로 다시 나가 쿨피스와

우유를 장전하고 나서야 시식을 시작했다.

그런데 어라, 실려 갈 정도는 아니다.

그냥 먹다 보면 인중에 땀이 차고 쌀쌀히

느껴졌던 가게 안이 불가마처럼 느껴지는

정도. 얼굴은 달아오르고 콧물에, 땀에,

좀 민망하긴 하다. 쨌든 쫄깃한 면발에

푸짐한 해물까지 얹어져 있어 맵다는 것만

빼면 무난하게 맛있는 짬뽕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진작에 젓가락을

내려놓고 날 이상하게 쳐다본다.

왜, 한 젓가락 더 안 해요?

Hot. 3

Hot. 2

Hot. 1

Page 32: Le Debut vol.18

얼음, 땡。

사실 노하우라고 하면 거창하다. 중요한 것은

관찰과 모방학습이다. 어렸을 때는 패스트

푸드점을 가서 음식하나 시키지 못할 정도로

내성적인 아이였다. 체격도 뚱뚱해서

놀림을 많이 받아 소극적이고 소심했다. 대화를

주도하기보다는 주로 듣고 관찰하는 역이었다.

그러던 내가 사춘기를 맞이하고 이성 친구에

관심이 생기면서 다이어트를 했다. 그 때

성격도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붙자 나는

‘관찰’이라는 내향적인 습관을 외향성을

키우는 데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평소에 잘 보고

들어둔 것을 나름대로 응용해보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감, 사전의 관찰, 실천.

살면서 터득하게 되었다.

남들과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

남들의 나에 대한 인식. 내성적인 사람에서

분위기 메이커, 재미있고 센스 있는 친구로

바뀌었다. 민망하지만 싫지 않은 변화다.

한창 헌팅술집에 드나들던 때의 이야기인데

다들 알겠지만 합석하기가 쉽지 않다.

‘뺀지’의 연속이 싫었던 나는 헌팅 전문가들의

멘트를 경청하는 한편 나만의 비장의

무기를 고안했다. 그 최종 무기는 소주잔을

주머니에 넣어가는 것이었다. 술 한 잔

받으려고 하면 보통의 여자들은 새 잔을

주문한다. 이렇게 딜레이를 하다보면 합석의

승률이 낮아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주머니에서 꺼내서 여자들에게 웃음을 주며

시작했다. 추가적으로 같은 말이라도 좀 더

다르게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여자들의

웃음을 많이 이끌어낼수록 결과는 좋다.

장점은 위에서 말한 인식의 변화. 주의할

점은 눈치가 있어야 한다. 눈치 없는 사람은

뭘 해도 안 된다. ‘깝’도 분위기 봐가면서

쳐야한다.

하다보면 찾게 된다. 먹고, 싸고, 입고

하다보면 자기가 좋아하고 편한 방식으로

하게 되듯이.

자신감을 가지고 실천하길.

실천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김은주

23

학생

없다. 롤케이크가 먹고 싶다.

Take It Easy.

남용식

23

공주대학교 영상학과 2학년 재학

정해놓진 않음.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하지 않고 후회하기보다는

뭐든지 해 보자.

상대방과 자신의 공통점을 찾아서

공유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만들어간다. 내 경우에는 춤이다.

나만의 개성 있는 패션스타일,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자신만의 취미, 주위

시선 신경 쓰지 않고 팔다리를 가는 대로

버려둘 수 있는 두꺼운 낯짝.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을 때.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어색한 공기가

싫어서 먼저 나서다 보니 노하우가

생겼다.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순 없지만

현재의 나를 좋아해주고 존중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너무

행복하고 덩달아 나도 사람을 더 진실

되게 좋아하는 법을 깨우치고 있다.

자신감도 훨씬 많아졌다.

올해 초부터 월드디제이페스티벌 기획단으로

활동했는데 춤을 이용한 홍보 활동이

많았다. 의식하지 않고 유행 신경 쓰지 않고

맘껏 양껏 췄다. 친구도 많아지고 사진도

많이 찍히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번

여름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에 갔는데 어떤

외국인친구들이 단체로 셔플을 추고 있더라.

그래서 그 친구들 무리에 자연스럽게

어울려 같이 셔플을 췄다. 그 친구들도

저를 전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함께

춤을 추었고 오히려 분위기가 한층 업 돼서

재밌었다.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성격은 상대적이므로

적당한 상황 파악이 중요하다.

일단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뚜렷이

인지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당신이 먼저 말을 건다고 해서 상대방이

당신을 절대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은 당신이 말 걸어주기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에디터 /한수형

아트

/이보배

Feature

2.9

Page 33: Le Debut vol.18

이주윤

21

놀고 먹고 자고 가끔 학생

능력있는 백수가 되자

무조건 인사한다. 친구의 친구에게

서슴없이 다가가는 자세!

약간의 개그감과 되도 않는 당당함.

그리고 친구. 나아가 친구의 친구.

그냥 원래 사람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인사를 잘하고 다니다 보니까 어느새

주변에 사람이 많아져 있더라.

고안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다만

중고등학교 때의 친구들은 같은 공간에서

삼년 내내 지지고 볶고 하니까 자연

스럽게 친해진 것인 줄 알았는데 대학 와서

보니까 저렇게 인사하고 다닌 것이

나름에 노하우였다는 걸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친해지면서

그 사람들에게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는 것 같다. 모든 사람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말은 옳다.

대외활동을 하다 보면 비교적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친해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기도 하지만

활동이 끝나고 나서도 꽤 많은 사람들이

내 곁에 남아있다. 이게 나의 노하우의

효력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사람들과 정말로 친하게 지낼 수는 있는

장점! 하지만 가끔은 내 주변에는

얕은 관계의 사람들만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노하우 이전에 자신만의 특성을

찾아야 한다. 남을 관찰해서 사람마다의

특성에 맞게 다가가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먼저 관찰하고 파악해서 남들에게

다가갈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낯을 가리는 성격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한다. 개인의 성격차이는

존재하고 또 고치려는 무리한 노력이

도리어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까. 좁지만

깊은 인간관계의 장점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친해

지고 싶은 사람에게 가끔은 과감하게

먼저 다가가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박정환

25

학생 및

외국인 교환학생교류회 홍보부장

노홍철

긍정마왕이 되자.

집중력과 절대긍정.

아이템은 필요 없다. 굳이 준비한다면

타이즈 같은 웃긴 의상. 이미 미친 옷이라

행사 진행시에 더 미친 짓을 하기 쉬워진다.

‘위기상황은 파티’라는 마인드는 필수다.

군대에서. 군 생활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인간관계에 악감정이 쌓이고 자칫

마음의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에까지

다다른다. 그래서 아무리 부정적이어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기 위해 집중하게 되었다.

선임들에게 혼날 때 기분이 상해서

우울해지고 다른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동기 및 선후임을 보았다. 난

저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맞으면서까지

이를 긍정적이게 생각할 방법이 없을지

궁리하다 내린 결론. 이를 파티라고

생각했다. 선임의 나의 머리를 때려도 내

머리통으로 선임의 손바닥을 때리는

하극상 파티라고 생각했다. 결국 난 우울함을

극복하고 선임들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아첨을 할 수 있었다.

우선 자신감이 상승했다. 그리고 대인관계가

정말 원만해졌다. 특히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아주 개선되었다. 그 외의 새롭게

소중한 인연들이 많이 생겼다.

얼마 전 건강상의 문제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주변의 걱정과 내면의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 이를 수술파티로 생각했다.

나중에 친구들과 밤새 달릴 계획을

세우면서 수술일정도 파티의 일부로 여겼다.

수술당일도 환자복의 위아래를 거꾸로

입는 퍼포먼스의 인증샷을 통해 가족들과

친구들의 걱정을 덜고 웃긴 속옷을

입고 가서 의사들과도 친해졌다. 그 이후

의사선생님이랑도 연락중이다.

파티라는 관점으로 살면 우울할 날과

싸울 일이 없으며 늘 웃을 수 있다. 이러한

긍정에너지가 주변사람들에게도 퍼져서

모두가 행복해진다. 주의할 점으로는

그러다 혼자 지친다는 우려를 가끔 받는데

아직은 그런 부작용이 전혀 없다.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고 분위기를

띄우고 싶다고 끊임없이 갈망하고 도전

해야한다. 노하우는 어느 순간 탁 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동안 만들어

지는 것이다.

여러분, 인생은 파팁니다.

2.10

LEDEBUT Vol.18 Temperature

Page 34: Le Debut vol.18

‘센 척’에 관한 고찰。소녀는 늙지 않는다 take2

feature

바로 그 ‘싸이월드 센 척’의 장본인

‘센 척은 하지 않는다’, 정말일까.

다정할지라도 패션스타일은 셉니다.

‘미지근함’과 센 척의 양립 가능성.

이니셜은 SC. 이름부터 남다르다.

근데 대담 이거 뭐 질문지도 없이

이렇게 켜놓고 하는 거야?

그렇지. 센 척에 대해서 얘기하기 전에

센 척을 정의내리는 게 우선인 것 같아.

센 척은 일종의 자신을 포장하는 법이지.

그러니까 자기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는 것 같아요. 그냥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해서.

근데 센 척이랑 허세랑 같은 건가?

한끝차이일수가 있어. 뉘앙스가

조금 다르지. 뉘앙스가. 생각은 안 해

봤는데 뭐가 있을까.

아예 없는 애가 부풀려 말하는 게

허세면 센 척은 그냥 어느 정도

있는애가 하는 거?

난 별로 차이를 모르겠어.

아니야, 허세가 뭔가 더 스펙트럼이

넓고 센 척은 그 안에 속하는 것

같은데.

나는 허세는 좀 더 물질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했거든. 센 척은 행동이나

남자다움이랑 관련된 거고. 근데

얘기하다 보니 헷갈린다. 이게 맞나?

내가 볼 때 여자들은 그냥 남자의

모든 척을 싫어하는 것 같아. 잘난 척,

센 척, 아는 척, 강한 척.

그니까 척이 허센데 그 안에 센 척이

포함되는 거라니까. 정리 됐다.

센 척의 성격이 나이대별로 달라지는 것

같아요.

센 척이라는 게 내 나이 대에 쉽게 하지

못하는 걸 자랑하는 것 같아. 예를

들면 고등학교 때 클럽을 간다든지

이런 거 말이야. 어른들만 할 수 있는 거

있잖아.

고등학교 때부터 남자애들 길거리에서

헌팅해서 잠까지 잤다고 자랑하는 거

보면 꼴값한다 싶고 그렇던데.

20대 남자들은 센 척을 유흥 관련된

걸로 하는 것 같아. 룸싸롱 다녀온

경험이라던가, 나이트 부킹 성공률

이라던가.

저 23살 때 군대 휴가 나와서 나이트를

한 번 갔는데 부킹이 20번 왔거든요.

근데 아무 말도 못했어요. 그냥

‘호구’처럼 3만원 뜯기고 나왔어요.

맞아, 보통은 저런데 저럴 때 애들한테는

‘그냥 하나 데리고 나왔어’라고

얘기하게 되는게 센 척이지. 근데 센척

할 수밖에 없는 게 기껏 돈 모아서

나이트를 갔는데 그냥 나왔다고 하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거든.

맞아요, 자존심 상해요. 저는 그냥

병신처럼 나왔다고 했지만. 근데 다시

하래도 못할 것 같아요.

쟤 저거 다 여자친구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야.

그런데 남자들끼리 하는 센 척이랑

여자 앞에서 하는 센 척은 달라.

이렇게 되면 여기서 이성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어. 근데 인터넷 보니까

나이대별로 센 척이 다르대. 10대는

술, 담배고 2,30대는 정욕이고 40대는

말 안해도 안다고.

그래, 남자끼리 센 척은 십중팔구

정욕이라니까.

근데 저는 안 그런데.

말이 안 돼. 너 지금 몇 살이냐.

스물 셋이요.

나 스물세 살 땐 진짜 장난 아니었는데.

나는 나이 먹어도 건전할거야.

나 스물 넷, 다섯 때 명절을 지내러

갔어. 사촌형들은 서른 중반이고 다

결혼했고 나는 이십대 중반이잖아.

사촌형들이 모여서 성에 대한 얘기를

하더라고. ‘요즘 아침에 잘 서냐?’

뭐 이런 거. 그러면서 형들이 잘 안된

다면서 건강식품 정보를 공유하는

거야. 근데 난 공감을 전혀 못했어.

‘아침에 왜? 아침에 그냥 되는 거 아니야?’

그래서, 지금은 어때.

내가 스물일곱인데 벌써 팔 할이

된 거야. 예전에는 110퍼센트였거든?

원래 주제로 돌아가요. 너무 멀리 왔어.

저 형 고해성사하고 있네.

나 이제 X된거야? 그래도 본심을

말해야 재밌는 거야.

아, 또 남자들이 그 ‘형’ 타령하는 거

있잖아. 이거 하는 ‘형’, 저거 하는 ‘형’,

여자 많고 친구 많은 ‘형’, 클럽하는 ‘형’.

맞아. 고등학교 때는 동네에서

잘나가는 ‘형’.

어렸을 땐 그런 것도 있었지. 페스티벌

같은 거 인맥으로 공짜로 가고

그러니까, 나는 이런 데 공짜로 간다고

자랑하고 생색내면서 애들 다 데려가고.

부끄럽다.

인맥 자랑은 특히 군대 가면 심해져.

다들 똑같은 머리랑 옷 입고 있으니까

평가기준이 다 지 입들이야. 검증할 수도

없으니까 막 뱉는 거지.

난 군대를 안 다녀와서 뭔 얘기를

못하겠다. 난 페스티벌도 제값 다 주고

다녀서. 근데 이런 게 있었어. 예전엔

내 주변에 패션, 음악에 관심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방면으로의

센 척.

‘나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음악

안 듣는다’ 주의?

어, 그건 나도 반성할게.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인디’적이라는 사실에

프라이드 느꼈어.

최근에 국카스텐이나 십센치가

떴잖아. 난 진즉에 저런 애들 알았다

이거지.

그 다음 단계가 내가 좋아하는 인디

뮤지션이 뜨면 더 이상 안 좋아하는 거고.

그리고 정치 얘기로도 센 척할 수

있는 것 같아.

아, 자기는 깨어있는 척, 유식한 척.

난 그냥 내가 아는 부분에서만

얘기하지, 모르면 닥치고 있는데.

나 어제 술 마시면서 정치 얘기 엄청

했거든. 근데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너무 후회가 되는 거야. 흥분해서 내

의견 엄청 피력했거든.

진짜 센 척 나왔네. 누굴 그렇게 지지

하길래. (웃음)

몰라도 아는 척하는 애들이 문제지.

대학생, 지식인으로서 센 척의 끝은

정치 얘기인거 같아.

그런 게 SNS 때문에 더 커졌어.

SNS가 중요해. 센 척의 판도를

바꿔놨다니까.

난 페이스 북에 공개적으로 되게

함축적으로 글 쓰는 거 이해가

안 되던데.

어떻게 보면 해소의 수단이라고

2.11

센 척이라는 게 내 나이 대에 쉽게 하지 못하는 걸

자랑하는 것 같아.

10대는 술, 담배고 2,30대는 정욕이고

40대는 말 안해도 안다고.

여자친구랑 있을 때랑 남자들 끼리만의 센 척은

차원이 달라.

대학생, 지식인으로서 센 척의 끝은

정치 얘기인거 같아.

종합하자면 센 척은 어느 정도 본능이라는 거야.

에디터 /김연수·조은혜·한수형

편집

/이보배

Page 35: Le Debut vol.18

볼 수 있지.

예전엔 내 주위사람한테만 적용되는

센 척이었다면 이제 판이 커진 거지.

정치 얘기하면 있어 보인달까.

‘좋아요’ 수 올라가면 사회생활에서

지위가 커진 거 같고 내 의견이

설득력있는 것 같이 느껴져. 그래서

반대 의견에 공격적으로 댓글 달기도 하고.

난 오히려 센 척 같아서 못 달겠던데.

충동적으로 댓글 달다가 지운 적도 있어.

아 근데 센 척하면 솔직히 싸이월드가

최고였지.

난 정점 찍었지.

공상웅 쟤는 진짜……. ‘난 담배는

펴도 너희처럼 바람은 안 펴’ 이런 짤방

한창 유행했잖아. 공상웅 넌 이 급이었어.

좀 지워, 넌 좀 지울 때 됐어.

그 정도야? 나 미쳤었나봐. 근데

그 때는 그게 센 척이었다는 걸 몰라.

지나고서 느끼는 거지. 뭐 나쁜 것

같지는 않아. 나 지금도 센 척하고 있을

수도 있어. 지금 모를 뿐이지. 여튼

난 복근셀카도 찍어봤어.

나도 해봤는데.

진짜?

그래, 어쩔래.

(웃음) 이렇게 보니까 센 척 종류

되게 많네요. 근데 사실 어렸을 때 술

마시고 담배피고 그런 거, 그런 걸로

자랑하는 거 다 한 땐데. 왜 그렇게들

했나 모르겠어요.

맞아, 근데 진짜 한 때다. 어릴 땐

그냥 술 많이 먹으면 잘난 줄 알았는데.

이제는 양보다는 어떤 술인지 이런 게

더 중요해지더라.

그러다가 이제 20대 중반쯤 가면 술을

여자랑 먹는지가 중요하고 여자랑

잤는지가 중요하고. 40대 넘어가면

뭐든 다 통하는 것 같고 그러네.

이런 게 있어. 어렸을 때는 과시하는 게

센 척하는 건데 나이가 들수록 자신을

낮추는 게 센 척이 될 수가 있어. 나는

좀 성숙하다, 유치하게 굴지 않는다고

어필하는 거.

맞아. 나이 먹을수록 그게 남자들

패턴이야.

그럼 센 척의 마지막 단계는 무관심한

척인 거네.

못하는 앤데. 인터뷰하다가 헛소리해서

기사 뜨는 앤데. 알더라도 인증샷

올리는 것 자체가 허세야. 알면 아는 거지,

인증샷은 왜 올려.

그런 걸 남들에게 알리고 싶은 거지.

그런 욕망.

난 센 척은 모르겠고 진짜 센 걸로 치

면 김동현? UFC 선수. 일차원적으로

세잖아. 그런 거 말고는 각자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 허세의 기준도

상대적일 뿐더러.

근데 다른 남자가 센 척하는 거

눈에 딱 보이지 않아?

TV에 나오는 애들로 치면 장근석

같은 애들.

그게 허세인지 센 척인지 딱 보여.

보여주고 싶어 난리난 거랑 없는데

있는 척하는 거랑 구분이 돼.

어, 이렇게 말하니까 허세랑 센 척이랑

좀 구분이 간다.

난 장근석 같은 경우에는 가진 자가

하니까 센 척 같진 않은데.

장근석이 싸이에 뉴욕 헤럴드 트리뷴

이런 영자신문제목 쓰는데 걔가 솔직히

그걸 읽었겠어? 우리나라 말도 제대로

근데 남자는 센 척 빼면 시체야.

하고 싶지도 않고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긴

하는 것 같아.

나는 뒤지지 않으려고 해. 예를 들어서

여자친구랑 같이 가는데 여자친구의

남자 사람 친구가 센 척을 한다면

지고 있을 수 만 없잖아. 그 때는 어느

정도 해줘야 여자친구 기를 세워주는 거

아닌가. 눈치 보면서 하는 거지.

근데 센 척을 대놓고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그런 남자는 한

부류야. 기본적으로 남자는 센 척을

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중간 중간에 센 척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전 많이 없습니다. 근데 난 그런 건

있어. 친구들이랑 있는데 친구들이

나를 비하하거나 나를 좀 낮게 깔려고

할 때면 현실적으로 말을 해주지.

내가 이런 이유로 너보다 세다고

정확하게 인지를 시켜줘.

근데 자기가 하는 것에 대해서 믿음이

많은 사람 있지 않아요? 막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 보면 진짜 세다고 생각

하는데 그게 부러워. 제 센 척은 남들을

좀 비하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나를

높인다기보다는 남을 낮추는 스타일.

나는 음악, 문화, 책,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 센 척을 해. 그런

분야를 잘 알아야 하는 사람이니까.

만약에 어떤 애가 내가 읽지 않은

책에 관해서 열심히 떠들어. 그러면

나는 그 책을 안 읽었어도 최소한

그 작가를 아는 척은 해서 ‘쇼부’를

봐야 되는 거지. 그러지 못하면

지는 기분이니까. 만약 화장품에 대한

얘기였다면 관심도 없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분야니까 그냥 술이나

먹었겠지만 말이야.

나는 안 해. 다른 남자들은 그렇게

하는데 나는 그렇게 못해.

남들은 다 그렇게 하는데 나만 안

그렇다는 게 센 척일수도 있다니까.

우연히 동네에서 본 건데 고등학생

애들이 지나가다가 실수로 어떤

커플의 여자를 건드렸어. 그랬더니 그

커플 남자가 막 그 고등학생들을

때리는 거야. 그건 누가 봐도 센 척이잖아.

난 그렇게 못해.

근데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못해서

나중에 생각나는 경우 있지 않아? 좀 더

강하게 나갔어야 한다고 후회하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돌리고.

나중에 가면 아는데 그 상황에서는

거기에 몰입해서 몰라.

종합하자면 센 척은 어느 정도 본능

이라는 거야.

근데 진짜 여자친구가 옆에서 자꾸

뭐라고 하면 못해. 워낙 여자친구가

센 척을 싫어하기도 하고 여자친구는

센 척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매번 지적당하고 그럼 난

수긍하고.

그래도 또 하게 되잖아. 나는 다 했어.

난 그런 적이 없어서.

거짓말 하지마. 쟤 왜 이렇게 사리냐.

술 좀 더 먹어.

난 여자친구가 전 남자친구 얘기를

할 때 그 남자보다는 내가 낫다는

얘기를 좀 과장해서 한 적이 있어. 근데

그게 실제의 나는 아니거든. 센 척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

( , 등장)

센 척이 꼭 보기 싫은 것만은 아니야.

귀여울 수도 있잖아.

아, 생각났다. 남자친구랑 다니면

얘도 처음 와본 데라는 거 아는데 굳이

아는 척을 할 때가 있어. ‘여기 길

내가 다 아니까 나만 따라오면 돼’

이런 거 있잖아.

그런 거는 여자들이 귀엽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응, 그러니까 센 척이 꼭 나쁜 건

아니라는 거죠.

확실히 여자친구랑 있을 때랑 남자들

끼리만의 센 척은 차원이 달라.

난 여자친구한테는 진짜 센 척을

한 적이 없어. 항상, 맨날, 늘 졌어.

아, 오히려 스킨쉽 못하는 척

한 적은 있는 것 같아.

센 척은 남자들끼리 이기고 싶은

사람 있을 때 하지. 근데 형, 그런 척은

왜 했어요? 솔직하게 말해봐요.

그래야 잘해주니까! 순수하게

보일 수 있잖아.

난 반대야. 첫 키스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어서 능숙하게 보이려는 센 척은

있었어. 되게 자연스럽게 했더니

여자친구가 놀라더라고.

첫 키슨데 혀가 막 나가고 그런 거야?

그렇지. 자연스럽게 손 올라가고.

야 대체 어딜 올라가!

아니, 난 진짜 키스에 대한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안 해봤지만 여자친구

만날 땐 진짜 다 아는 척 했단 말이지.

근데 키스할 때 걔가 밀쳐냈던 거 같아.

근데 진짜 순수했던 게 보통 밀쳐내도

키스는 마저 해야 되잖아. 근데

그냥 가만있었어. 거절당한 줄 알고.

근데 진짜 여자한테는 그냥 순진한 척

하는 게 갑인 거 같아. 스킨쉽 할 때

그루브를 타잖아? 그루브를 타면서도

절대 앞서나가면 안된다니까. 여자가

주는 가이드라인 정도만 따라가면 돼.

글쎄, 첫 연애라면 따라주겠는데

내가 첫 연애가 아니라면 절대 그러지

못하겠어, 양심상.

넌 안 되겠다. 넌 착한가봐.

아우, 고마워요 형.

남자라면 누구나 센 척을 하잖아요,

여자들에게 이것까지는 봐줬으면

좋겠다는 거 있어요?

자존심 건드리는 거 있잖아. 모르는

척까진 아니더라도, 알아도 그냥

눈감아 달라 이거지. 예를 들어서 내가

처음 가본 카페를 여자친구랑 갔는데

되게 자주 와본 척 한 적있어. 근데

여자친구는 그 집 단골이어서 엄청

민망했지, 큰맘 먹고 데려갔는데

뭔가가 짓밟히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남자가 집안 얘기나 미래 얘기

하는데 옆에서 여자가 계속 ‘아니다’

라고 말하면 기분이 상하는 거 같아.

남자한테는 약간 꿈같은 건데. 남자의

여자와 최대한 많은 걸 나누고 싶은

마음을 여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

。저는 여친한테는 센 척 안합니다.

。남자들은 여자들한텐 센척하지 않아. 마냥

비굴하지. 여자들한테 센 척 하고 싶어 하는

남자들은 없어. 다 엄청 배려해주고 싶어

하고 대하는 태도부터가 달라져.

。앞에서는 센 척 하는 친구들이 여자들이랑

문자하는 거 보면 다시보게 돼. 절절매고

애교 떨기 바쁜 모습들이야. 물론 나도 그래.

뒤에선 내가 잡고 산다고 거짓말하긴 하지만.

2.12

Page 36: Le Debut vol.18

Fashion 스물 여섯 살 두 남자와

2.13

Page 37: Le Debut vol.18

사사로운 이야기

에디터 /김유림·

김지희·

신미내

2.14

뷰티

/정은지

포토

/박시열

아트

/권수영

Page 38: Le Debut vol.18

재미있었다. 벗는 거 빼고.

사실 노출이 있을 줄은 몰랐다.

팔칠미리 일과 개인적인 일 하다 왔다.

여자. 우리 나이 대에 맞는,

이성이나 미래 같은 것들 말이다.

마른 여자 좋아한다.

내가 만났던 친구들을 봐도 일관성이 없다.

그냥 봐서 좋으면 좋은거다.

‘이 사람이랑 결혼하면 좋을 거 같다.’

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

그건 아니다. 근데 사람 만날 때마다

결혼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우린 일이다. 그렇게 해 놨다. 할 거 다 하고

연락하면, 여자친구가 많이 섭섭해 하긴 한다.

굳이 여자친구 직업을 따지진 않는다.

직업만 ‘있으면’ 된다.

맞다. 바쁜 사람, 자기일 열심히 하는 사람,

나보다도 바쁜 여자.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당장 해야 한다. 뭘 사야 하면

당장 사러 간다. 일을 해야 되는데 거래처를 가야 하면,

잘 몰라도 일단 간다. 여자친구 보고 싶으면

바로 보러 가야한다(웃음).

클럽 좋아한다. 아는 지인 분들이 일하고 계셔서

즐겨 간다. 춤 잘 추고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친구들끼리 ‘파이팅’ 하면서 노는 걸 좋아한다.

나는 밴드음악 좋아한다. 누나가 밴드부여서

‘이거 좋아.’ 라면서 들려주고 그랬었다.

해외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기 때문에 하고 있긴

한데,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차라리 얘(지운)가

기본적으로 좀 한다. 지식인처럼 모르는 거 있으면

막 찾아 보고.

아니다. 잘 못한다. (웃음)

원래는 파일럿 하고 싶었는데, 수능을 망쳐가지고.

영문과랑 국문과 두 개 썼다. 국문과 붙어서 간 거다.

그렇다. 예전엔 한창 읽었는데,

요샌 시간이 없어서 자주 못 읽게 되더라.

2.15

Page 39: Le Debut vol.18

음,‘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라는

‘이병률’씨가 쓰신 산문 집 있는데,

그거 아주 좋다. 그리고, ‘정신’ 이라는

사람이 쓴 ‘정신 영수증’이라는 책이있다.

그 사람이 일 년 동안 영수증을 모아서

일기를 쓴 건데 글도 재미있고 좋다.

재밌다.

아니다. 발상이 재미있길래

중얼거린 거다. 읽어봐야겠다.

내가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다르더라.

문학은 재미있는데 언어 쪽이 재미가

없다.

돈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그만 뒀다.

난 건축과였다. 너무 어려워서

바로 때려 치고 군대 갔지만.

그렇다. 찬이가 학교 일 바쁘다고

빠지고, 지금은 우리 둘이 한다.

글쎄, 팔칠미리 해야지.

근데 여가시간이 많이 없다.

아, 작년 크리스마스 배송 이벤트.

직접 차 끌고 갔었다.

추첨해서 무작정 가는 거였다.

아니다. 절대. 진짜 운전도 위험하고,

죽는 줄 알았다. 심지어 부산까지도

갔었어서.

실제로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하나의

브랜드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이다.

일단은 팔칠미리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중인 거지.

콜라보 말고도 실제로 우리가 디자인

한 것들도 꽤 있다. 우린 그냥 옷이 좋다.

그래도 모델이다. 그게 본업이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었던 거다. 남는 시간을 하고 싶은 일로

활용해보고 싶었던 거지.

돈이나 벌자면 뭐 술집 같은 거 해서

벌 수도 있겠는데, 모델과 같은 방향의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싶었다. 쇼핑몰이

쉽고 좋았던 거다. 연장선인 거 같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단정지을 순 없지만, 그것보다 더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 우리 둘 다

연기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다.

모델 친구들이 연예인으로 많이 들어

서면서 시선이 좀 바뀐 거 같다.

그들 덕분에 우리가 좋게 비춰진 거지.

우리가 처음은 아닌데. 우리한테 관심을

조금 더 주시는 거 같다.

뭉쳐 다녀서 그런 거 같다. 끼리끼리

다니는 게 우리가 처음이라고 하더라.

잘 보면 보통 한 명만 좋아해주는

경우가 드물다.

좋아한다기보다 우리 중에 관리

잘 하는 친구가 있는데, 필수가 그렇다.

나도 그런 거 좋다. 인기 많으면 좋지.

2.16

Page 40: Le Debut vol.18

난 두 명 있다. 휘황이랑 틸다 스윈튼.

인생의 롤 모델은 아빠. 모델로서는

가스파르 울리엘이나 오다기리 죠.

닮고 싶기보다는, 뭐 닮을래야

닮을 수도 없고. 그냥 내가 보기에

멋있는 사람들이다.

주근깨. 밥줄이다.

눈? 목소리? 사실 목소리는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인기 별로 없었다.

‘일진’은 아니었는데,

찌질하지도 않았다.

주위 친구들이 조금 질이 안 좋긴

했는데, 나쁜 친구들은 아니었다(웃음).

사실 내가 얌전한 편은 아니었다.

나랑 찬이가 학교 동창이어서 원래

친했고, 필수가 같이 프리 모델일 하다가

셋이 친해졌다. 철웅이랑 민호가 같은

소속사 들어오면서 친해지고, 철웅이랑

원중이랑 촬영하면서 친해졌다.

상우도 같이 놀자고 끌어들여서 잘 논다.

정말 착한 친구다. 뭐 다들 딱 시점이

있는 건 아니고 어쩌다가 이렇게 됐다.

다 팔칠 동갑이니까. 아, 민호만 빼고.

십 년 뒤? 너무 스케일이 크다.

생각 안 해본 거 같다

나도 그렇다. 그렇게 멀리는 내다보고

살진 않는 편이라. 일단 결혼은 했을 거

같다. 계속 일 벌이며 살고 있겠지.

음, 아직 없다.

나도 없다. 오히려 일이 없으면

스트레스지. 일이 많아서

그런 적은 없었다.

당연히 있다. 한 달에 남자 모델에게

주어지는 일이 있는데, 그걸 나누어야

하니까. 다 같이 잘 되면 좋지만,

개인적으로 보면 내 밥줄 끊는구나 하고

생각되기도 한다. 여자 모델은 탑 랭크가

많지만, 남자 모델은 그에 비해 적으니까.

아니다. 우리끼린 그런 거 없다.

서로 잘 되고 서로 나눠먹는 거지.

그렇다. 가끔 회의감 같은 게

안 온다고는 못 하는데, 결국은 우리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까. 의무감이

아니라 즐거워서, 좋아해서

하는 일이니까 우린 진짜 즐겁게 한다.

솔직히 말해 정말 ‘초심’을 꾸준히

이어갈 수는 없다, 당연히. 상황이

달라졌는데 어떻게 마음이 전과

같을 수 있나. 그래도 노력하는 거지.

부정적이야.

에이, 진짜 객관적으로. 아니야 형?

우리끼리 형이라고 부른다. 형 말고도,

지운아, 자기야, 대표님, 이런 거.

맞다. 이렇게 노는데. 좀 이상한가?

난 짬 내서 해외여행 갈까 생각 중이다.

얘는 밀라노 가니까.

열심히 일하다가 가겠지?

그렇다. 열심히 일하다가 갈 거다.

2.17

Page 41: Le Debut vol.18

Feature

글렌체크,차갑고도 뜨거운˚

2.18

뷰티

/이국화

포토

/김진호

아트

/김희망

에디터 /김연수·조은혜

Page 42: Le Debut vol.18

# Musician

견해차야 당연히 있다.

그럴 땐 한 쪽이 설득한다. 타협점을 찾든가.

오래 안 걸린다.

‘그냥 이거 하자.’

지금 새로운 곡 작업은 없지만. 계획적으로

꾸준히 하는 편이다.

리믹스는 계속하고 있다. 작업량이 정말 많다.

자부할 수 있다.

정말.

많다. 슬럼프도 종종 온다. 주로 내가 많이

겪는데, 하기 싫을 땐 그냥 안 한다. 형은 진짜 꾸준히 하고.

나도 요새 조금 슬럼프인 것 같다. 밖에 너무

안 나가다 보니까 세상도 좀 보고 싶고 그렇다. 얼마 전에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다 같이 파티하고 놀았는데

진짜 좋더라.

지금 여러 드러머 만나고 얘기하고 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이거 공격적으로 들리면 쓰지 않아도 된다.

문제가 많았다. 우리는 음악을 만들려고 모였는데 드러머는

그게 아니었다. 작업에 참여를 잘 안 했다.

그렇다. 자꾸 새로운 사람 만나려고 하고.

자꾸 나가려고 하고, 여자 만나고 싶어하고.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이었다면 아마 영입 안 했을 거다.

드러머 자리가 비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급하게 영입 결정을 내렸었다. 나중에 주변 얘기를 듣고

엄청 후회했다.

근데…… 전 앨범도 드럼의 참여가 거의 없어서

작업 방식에 달라진 게 없다. 심리적인 면에서는 좀

변화가 있었을지 모르겠는데, 음악에는 별로 영향 없다.

사람들이 우리 음악 스타일이 좀 달라진 걸 보고

드러머가 빠져서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다. 우리가

새로운 걸 좋아하고 좀 세계적으로 트렌디한

앨범을 만들어 보자고 했을 뿐이다.

드러머가 나가고 난 후 엄청 바뀌었다.

드러머 있을 때는 우리 둘이 원래 친한 상태에서 드러머가

영입됐으니 소외감 안 느끼게 하려고 멍청한 짓도

많이 하고 그랬다. 지금도 장난을 많이 치기는 하는데

예전보다는 아니다. 분위기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항상 생산성 있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때는 심했다.

# Deeper

미국에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있었다.

놀았던 기억밖에 없지만.

3살 때 일본에 있다가 프랑스에서 3년, 영국에

있다가 미국으로 갔다. 사실 혁준이 말처럼 논

기억밖에 없긴 한데, 중학교 때쯤 한국에 들어왔다.

# Glen check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책에서 글렌체크라는

말을 우연히 발견하고 어감이 좋길래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진 않을 테지만 대학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으니까 관심이 많다고 할 수 있겠다.

혁준 나는 관심 없다. 그냥 봤을 때 예쁜 옷이면 된다.

되고 있을 거다. 아직 시작 안 했다.

사실 우리 계획에는 없던 거다. 사무실에서

욕심을 부려서 갑자기 잡았다고 연락 왔다. 하고는 있다.

사무실에서 표 팔 전략도 없어 보이긴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했던 공연 중에서는 스케일이 가장 크다.

돈도 많이 들어갔다. 지금까지는 무대에 올라가서

규모, 자금 문제로 우리가 준비했던 걸 다 못 하고 내려

왔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우리의 모든 걸

보여드릴 수 있다.

우리는 당연한 걸로 생각한다. 표 하나를 보더라도

그냥 ‘표’가 아니라 ‘우리 공연 표’니까. 물론 이게

가능한 이유가 있다. 우리 손으로 하나하나 했으면 힘든

일들을 다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당연한 일이 돼버렸을 정도로 우리가 아이디어를

던져주면 그걸 해소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가능하다.

일단은 우리 외모가 안되니까, (웃음) 커버용이다.

이것도 당연한 얘기다. 예전에는 음악 듣는 방법이

청각에만 한정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이 퍼지면

서 이미지가 중요해졌다. 그러니까 우리도 음악을

들려줄 뿐만 아니고 보여주려고 하는 거다. 또 시각적

인 거에서 영감을 많이 얻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서 앨범 작업 전에는 꼭 여행을 간다. 머릿속

에 남은 이미지 한 장면 장면들을 기억해 놨다가

곡으로 표현해낸다.

글쎄…… 언론에서는 많이 들었는데,

부모님한테는 그런 소리 들은 적 없어서 모르겠다.

우리한테는 당연한 거다. 남들은 몰라도

이런 식으로 밖에 작업 안 한다.

2.19

Page 43: Le Debut vol.18

전혀 아니다. 전혀

생활고 장난 아니었다. 독립을 일찍 하기도

했고. 진짜 힘들었다.

사람들이 가끔 오해하는데 일렉트로닉 음악은

정말 돈이 없어서 하는 거다. 원래는 락밴드를

하고 싶었는데 악기를 살 돈이 없어서 컴퓨터로 하는

음악을 했다. 녹음비도 덜 들고. 처음에는 싸구려

컴퓨터로 시작했다.

맞다. 즉흥적으로 밴드를 시작한 것도 창작욕에

워낙 목말라 있어서 그런 거다. 창작 활동을 하고

싶어서 패션 디자인 과에 진학했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그게 아니니까.

맞다. 분명히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을 거다.

그때…… 별로 생각이 없어서.

딱히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때는 오직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만 있었다.

우리가 홍대 작업실에서 워낙 안 나가니까

친구들이 알아서 찾아온다. 같이 사는 친구들도 있고.

심심할 때는 그냥 술 마시면서 친구들하고 얘기한다.

자주 마신다.

많이 마실 땐 진짜……. (웃음)

술 마시고 쓴 가사도 있다. <flashback>.

나중에 술 깨고 보니 말도 안 되는 말들을 써놨더라.

그래도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겠다’싶어 그대로 썼다.

아마 친구들이랑 다 같이 보낼 거다.

연말 콘서트 준비하고 있겠지.

있다.

나도 있다.

팬들은 이런 거에 관심 없어서 괜찮다.

그렇지는 않다. 거의 다 같이 친구들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연애를 시작해서 딱히 뭐.

그렇게 이상형을 두지는 않는다. 연예인으로 쳐도

아는 연예인이 없다.

돈 없어서 텔레비전을 못산다니까.

워낙에 둘 다 연애에 목매는 성격이 아니다.

여자를 만나야겠다! 결심하고 여자를 찾으러 다니지는

않는다.

그런 사람이 있었지, 예전에.

숨길 게 없으니까. 특히 오늘 편하게 말 잘했다.

정말 많은 얘기를.

둘 다 미뤘다. 나이 차고 가겠지.

# Artist

생각 안 해봤다.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

상관하지 않는다.

아니다. 우리만 좋게 들을 거면 노래를 세상에

내놓지도 않았다. 우리의 목표는 우리가 만든 노래를

사람들이 같이 즐기는 거다. 어떤 면에서는 충격을

주고 싶기도 하다. 우리 노래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노래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당연히 두려웠다. 우리의 노래로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냈는데, 이게 듣는 사람은

즐겁지 않을까 봐 무서웠다.

다행히 일은 잘 풀렸다. 하지만 아직

성공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사람들이 알아보는 거 말고는……

그나마도 지하 작업실에서 작업만 해서 모른다.

혁준이나 나나 한 11년 정도 외국에 있으니까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절로 생겼다. 괜히 한국말 하고

싶고 그러더라. 오랫동안 영미권에서 생활하면서

전 세계가 그들의 문화를 좇는 걸 보고 자랐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건 이제 우리의 영향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문화를 따라오게 하는 거다.

근데 그게 우리 살아있을 때 될는지……. (웃음)

이번 단독 콘서트가 ‘백남준 오마주’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 세계적으로 뮤지션들이 공연을

할 때 기술적인 것들에 의존을 많이 하잖나. 주로 영상으로.

그런 퍼포먼스를 처음으로 한 아티스트가 우리나라

백남준인데 정작 한국에는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

물론 그 당시에는 국가에서 배척했을지는 몰라도

지금 시대에는 우리나라에서 그런 사람이 나와야 한다.

그게 한국 문화의 자부심인데 아무도 안 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하고 있다.

선구자는 이미 아니고, 피를 잇고 싶은 거지.

외국에서는 백남준 하면 다들 아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정작 잘 모른다. 특히 우리 또래는.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서 더 열심히 노력 중이다.

2.20

Page 44: Le Debut vol.18

서로 다른 무게Feature

옆에 앉은 원석이 더 잘할 것 같았는지,

질문을 넘긴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도 다른 멤버들도 멈칫했지만, 익숙

한 듯 또 넘겨받은대로 답변 한다.

이러쿵 저러쿵해도 서로를 채워가는

모습이 재밌다.

데이브레이크의 음반을 들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생각보다 어두운 음악은

많다. <머리가 자란다>라는 노래는

7분 가까이 처연한 마음이 묻어난다. 그들의

노래는 사랑의 설렘만 표현할 것 같지만

인생의 쓰라림도 드러낸다.

작업 방식이 크게 달라진 건

아니에요. 그래도 이번에는 누가 작사하고

작곡했는지를 표시했어요. 데이브레이크

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4명의 색깔을 더 보여주고 과정도 보여주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요. 지금 앨범

나온지 7개월 지났는데 잘 버무렸다는 평을

많이 받았어요. 개인적으론 의미있는

앨범이에요.

우리로서는 터닝포인터가 되는

앨범이죠.

그거에 대해서는 원석이가 얘기할래?

형은 왜 질문을 토스해?

참고로 클래식 수트인데요. (웃음)

노래가 밝고 경쾌한데 옷까지 밝으면

오히려 균형이 안맞는 것 같아요. 보여지는

부분이 정돈 돼 있어야 우리의 음악이

더 잘들릴 거라 생각해요.

선일이 형이 또 관심이 많아요.

공연이 있을 때마다 의상 컨셉을 제안하고.

저 혼자 손뼉친다고 박수소리가 나

진 않더라고요.

당연하죠. 저는 기타를 연주를

연주하니까 조금은 무표정으로 있을 수

있잖아요. 근데 원석이는 보컬이니까

아무리 우울해도 <좋다>라는 곡을 기분

좋게 불러야 되요. 그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렇죠. 또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솔직히 처음에는 연기로 시작하는데

한 두곡 지나면 진짜 신나지기도

하고요. 공연을 오래하다보니 익숙해진

부분도 있어요.

항상 웃는다. 들려오는 노래부터

공연 모습, 직접 마주앉은 순간에도

데이브레이크는 언제나 밝다.

그들은 물론 유쾌하다. 하지만 그 모습이

끝은 아니다. 누구나 그러하듯

드러나는 웃음과 쌓여온 서글픔 사이를

부지런히 오간다.

많이들 그렇게 봐주세요. 그런데

전체적으로는 밝은 느낌만 있는건

아니에요. 다만 공연에서 밝은 음악을

보여주기 때문에 주로 그런 음악이

주목을 받는 것 같아요. 실제로는 멤버들

성향이 많이 달라요.

앞으로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내가 써도 노래는 원석이가

하고 연주는 세 명이서 함께하니까

어떻게든 하나의 음악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다음 앨범에서는 더 과감한 시도를

하려고요. 어차피 우리가 무작정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기대가 되요.

사실 2집이 나올 때 까지는

시간에 쫓겼어요. 프로모션 시기까지

앨범을 내야하니까.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섣불리 완성되지 않은 앨범을 내고

싶지 않잖아요. 2집 활동하면서 3집은 꼭

우리 마음에 드는 앨범을 만들자고

다짐했고 3집 결과가 좋았죠.

슬픈 감정은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이별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있으니까 더 잘 표현할 수 있고요.

앨범 작업을 시작할 때 얘기를

많이 나누는 편인데요. 그 때 합의를 본게

이전의 음악보다 조금만 톤을 좀 다운

시키자는 점이에요. 음악을 좀 더 깊게

가져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2.21

Page 45: Le Debut vol.18

사이에서。

데이브레이크의 가사는 일상적이다.

너무 소소해서 자칫 그들만의 일상으로

끝나버릴 법도 한데 데이브레이크는

기어코 공감을 끌어낸다. 생활과 음악의

경계 위에서 모든 이가 간직하고 있는

환상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마음에 쏙드는 카페 직원을 두고

말을 걸까 말까 고민하다가 ‘화장실이

어디죠?’라고 묻고 마는 남자가 있다.

좋아하는 여성에게 문자를 보내고 싶어

휴대폰을 하루종일 만지작거리는

남자도 있다. 데이브레이크 음악 속의

남자이다. 처음 들었을 땐 ‘너무 소심하다’

하지만 곧 ‘아… 나도 그랬지’싶다.

멋지지 않아도 공감을 얻어내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앨범에 개인의 이별을 담은 곡이 있다니

다소 놀랍다. 멤버들 모두가 ‘진짜

힘들어했어요’라고 하니 궁금해지기도 하고.

장원의 팬이라면 김장원

작사/작곡 곡들을 다시 뒤지겠지?

: 다 말하자면 너무 길고, 하나만 말

할께요. 1집에 <멍하니>라는 노래가 있어

요. 앨범도 망하고 제 인생도 망했던 그

런 시기에요.(웃음) 그 당시에 앨범 작업

중에 헤어진거에요. 너무 힘들어하고 있

는데 원석이 형이 그 기분으로 가사를 써

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진짜 잘 써졌어요.

전 헤어지면 잘 잊어서 별로. 그리

고 아무래도 결혼을 했기 때문에 사랑을

시작하기 바로 전의 남녀에 대한 판타지

가 있어요. 그래서 <팝콘>이나 <Silly>같

은 곡이 나왔어요.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정말

다행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마초적이고

싶어 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작아지잖아요.

이런 느낌을 사람들이 공감을 해줄까

싶어 고민 많이했어요. 그런데 음악이란게

판타지를 빼놓을 수 없고, 사랑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으니까요.

우리 음악이 많이 사랑받는 것 같다고

‘감히’이야기 해볼께요.

<두 개의 심장>이란 곡이요.

원래는 <20세기 소년>이란 만화를 테마로

가사를 썼는데 멤버들이 공감을 못했어요.

처음 받아본 가사에는 무슨 ‘암흑

세계’가 나오고, ‘기타를 맨 소년’이

나왔어요. 만화를 안봤더니 정말 전혀

이해가 안갔더라고요.

2집에 만화 <원피스>를 소재로한

<Fantasy>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그건 또 금방 통과됐거든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우리가

2집까지는 시간에 쫓겨서.

(장원을 향해) 수고하셨습니다.

아이고, 아주 오늘 분위기 좋네~!

아니요. 다시 연락하고 싶진

않아요. 그냥 그 노래를 들어주셨기만을

바랄 뿐이지.

그 노래의 부제가 <7월의 비>거든요.

장원이는 가사를 잘 써놓고 항상 제목을

이상하게 지어요.

이번 앨범에 <내려놓다>라는 곡이

있는데요. 원래 제목은 <수고하셨습니다>

였어요.

그것봐!

연애하다가 결국 서로 등을 돌렸을 때

‘아, 저분이 나때문에 정말 수고 했구나’

이런 기분 들지 않아요? 공감대 형성이

전혀 안되네요.

공연 때 이 에피소드를 얘기했는데

전부 빵터졌어요.

아니 왜 이해를 못하지? 우리는 서

로 수고 했다니까!

전 아무래도 이별이요. 충격이

크더라고요. 애인이랑 헤어지면 힘드니까

노래를 만들어요. 상대가 그 노래를

좀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요. 데이

브레이크를 이용해서 몹쓸 짓을 좀 했죠.

이 친구는 매 앨범마다 이래요.

2.22

포토

/공상웅

아트

/이보배

에디터 /조은혜

Page 46: Le Debut vol.18

2.23

Page 47: Le Debut vol.18

밴드에게 대중적이라는 것이 그리 좋은

칭찬은 아니다. 하지만 밴드도

대중적이여야 한다. 이러한 아이러니 속에서

데이브레이크는 무려 7년을 버텼다.

데이브레이크 음악의 편안함, 팬들과

대화하는 부지런함 그리고 멤버들이 보낸

세월까지 더해져 여기까지 왔다.

끊임없이 성장한 밴드다.

인기나 실력 두 가지를 차분히 쌓아올렸다.

한번에 무너질까 괜스레 걱정까지 된다.

특히 대중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은

3집 앨범보다 더 좋은 앨범을 만들어야 하는

그들이 넘어질 것만 같다. 조심스럽게

불안감을 내비치자 “다음 음반 안되면

그 다음 음반 잘만들면 된다”고 답한다.

아! 우문현답이다. 실패가 비집고

들어가기엔 그들은 이미 견고한 위치를

차지했다. 믿자. 그들이 앞으로

만들어낼 음악을.

3년 전부터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맞는 생각이였고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죠. 사실 예전에는

SNS나 싸이월드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SNS와 싸이월드에선 우리의

일상을 보여줄 수 있잖아요. 이런 사람들이

모여 이런 음악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우리 음악에 진정성을

더해주는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전략적인 느낌도 드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고

마운 마음이죠. 우리가 아무것도 없었을

때부터 좋아해주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감정이 커요.

지금이 음악이나 인기에 대해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불안하죠. 음악하는 사람이나 아닌

사람이나 다 똑같으니까요.

불안한데 사실 걱정은 안되요.

데이브레이크하면서 힘든 시기가 많았어요.

음반도 안되고. 그런데 이 사람들이랑

하면 뭐가 되도 될테니까 큰 걱정은 없어요.

그 비판 정말 많이 받죠. 물론

쉽고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를 멤버들이

다 좋아하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잘 팔리는 음악을 만들자는 얘기는 한번도

한 적 없어요. 오히려 곡을 잘 만들면

누구나 좋아하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만들어요. 비판 받을 때마다

‘아니다’ 라고 하기 보단 더 좋은 음악

만드는 편이 더 낫지 않나요?

한국에서는 밴드하면 긴 머리에

가죽 장식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에요. 외

국에는 데이브레이크 같은 밴드도 많은

데도요. 우리로 인해 대중들의 인식이 조

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다면 그 정도 지탄

은 충분히 받을 수 있어요.

약간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웃기지마!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 뭐 이런거야?

아니 뭐…… 어쨋든 이런 믿기지 않는

상황에 때문에 생각이 많아졌죠.

전 사실 실감이 안나요. 인기를

실감하려면 일상생활에서 좀 알아보셔야

될텐데 전혀 없어요.

2.24

Page 48: Le Debut vol.18
Page 49: Le Debut vol.18

She is running a temperature

Bronze ice

mel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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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S RUNNING

A TEMPER- ATURE

Photo Park Ga-YoungEditor Kang Ji-Hyun Styling Lee Seung-Min, Sim Hyo-won Make-up Choi Saet-Byeol Media Choi Sun-MiModel Choi Jung-WonArt Hong Yoon-P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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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Jang Bong-young Editor•Cho H y u n g-w o o n M a k e -u p•C h o i Saet-byeo l Model•Pa rk M i n-ju Assistant•Yoon Na-ra Art•Kim Hee-mang Sponsorsh ip•Marshma l 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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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Page 73: Le Debut vol.18

체온 변화 보고서

일 년의 파노라마

차가운 가족에 관하여

애매한 상황에 관한 대처법

자가진단 테스트 당신은 한국인입니까

Page 74: Le Debut vol.18

연애에 따른 체온변화 보고서。Before Sunrise

feature

대구남자M과 서울여자Y의 일주일간의 굵고 짧은 연애스토리.

총 76시간. 연애에 따른 심리적 변동과 체온 변화 기록물.

르데뷰 에디터 : 서울여자 .

휴학생 : 서울로 즉흥 여행 온 대구남자

2012.10.3~2012.10.8 약 일주

등장인물

관찰기간

36

38

37.8

38.2

37.6

37.4

37.2

37

36.8

36.6

36.4

36.2

머릿속이 어지럽다. 거리에서 방금 본

남자의 뒷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상하리만치 진한 여운에 다시 뒤를

돌아봤을 때 이미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아쉽다. 친구에게 푸념한다. 친구가

“아 얼굴 봤어”라며 알은 체를 한다. 정작

나는 얼굴 보지도 못한 남자에게 왜

이리 미련이 남는지. 이상하다. 친구에게

어떻게 생겼느냐며 자꾸 물어본다.

개천절을 맞아 ‘불.화’ 를 맞이한 홍대 거리에는

이 시간에도 사람이 많다. 한 카페에

들어간다. 바로 보이는 테이블에 한 남자가

앉아있다. 무심코 시야에 들어온 남자의

얼굴은 무방비 상태였던 나의 마음에

엄청난 파동을 불러일으킨다. 와, 이상형이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놀란 마음에 호들갑을

떨며 친구를 툭툭 친다. 친구가 남자를

보더니 나를 한심한 듯 쳐다본다.

“아까 걔잖아”

하루에 한 남자에게 두 번이나 반한

Y의 심장이 멈추질 않는다

어떻게 여자가 남자 번호를 먼저 딸 수 있지?

내가 미쳤다. 단순히 ‘카톡’을 보내건,

철판 깔고 번호 따건 먼저 접근할 때 여자의

마음은 다 똑같다. 쉬워 보일까봐

두려운 거다. 이미 딴 거 무를 수도 없고,

쿨한 여잔데 뭐 어때 싶어도 묘한

패배감이 든다. 남자의 제안으로 얼떨결에

만나 술을 들이키고 있는 상황이 또

좋아서 우습다. 내 앞에 있는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잡생각이 많아진다. 얘 나랑 원나잇 하러

나온 건 아닐까? 에이 설마. 내일 부터

서울 구경을 시켜달라는 남자의 저의가

궁금하다. 날 관광 가이드 정도로 생각

하는 건 아닌지. 근데 너 벌써 취했니?

어제 결국 ‘서울 구경’이랍시고 L 놀이공원을

갔다. 서울 토박이인 나에게는 이미

지겨운 놀이기구들이지만 아, 행복했다.

친구들은 ‘서울용 엔조이’라며 비웃다가,

영화 <비포 선라이즈>같다며 꺅꺅거린다.

머릿 속엔 '남자 계산기'가 돌아간다.

장거리 연애라니, 뭐 차있는 남자면 장거리

연애도 나쁘지 않지, 아 아니다.

가당찮다. 나 지금 연애하는 거 아닌데?

확실하지도 않은 암묵적 동의들로

연애를 시작할 수는 없다. 여자는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동물이다. 남자의

직구 아니면 못 알아듣는다. 근데 이 남자

오늘도 내 앞에 있네.

대구에서 서울에 자취하는 친구와 술을

마시다 즉흥적으로 친구를 따라서

서울행 밤 기차에 올랐다. 3일만 있다

오지 뭐, 하는 마음으로 4시간이나 걸려

그 유명한 서울의 홍대에 왔는데 술에

취해 친구를 잃어버리고 핸드폰도 꺼졌다.

술이 확 깨고 짜증이 난다. 거리를

방황하다 지쳐 배터리 충전을 위해 사람이

북적북적한 카페에 들어갔다. 속 좀

풀려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두 여자가 올라온다. 한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 그냥 그런가 보다. 또 눈이

마주친다. 계속 마주친다. 둘이 자길 곁눈

질하며 무슨 얘기를 하는가 싶더니

다른 여자가 아예 대놓고 자기를 쳐다본다.

다가온다. 뭐야. 혼자 앉았으니 자리를

비켜 달라는 건가? 안 그래도 지금 짜증

나는데….

“저기요 저기 저 제 친구한테 번호 좀 주세요.”

당황한 M의 체온이 조금 상승한다.

여자가 먼저 다가오면 남자 입장에선

항상 고맙다. 점순이가 좋지 않아도 먼저

내민 감자에 같이 동백꽃밭으로

넘어지는 게 남자의 마음이다. (점순이의

외모가 나쁘지 않았다는 전제) 여행

와서 만난 인연이니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서울여자에게도 먹히다니!) 정말

오랜만에 설렌다. 맘에 드는 여자가

용기 내어 먼저 다가왔으면 이제 알아서

남자가 나선다. ‘서울 구경’을 빌미로

데이트 신청을 한다. 여자가 승낙한다.

어째 표정이 떨떠름하다. 그런데 이 여자

술을 왜 이렇게 잘 먹나.

여자에게 신뢰를 얻기란 일종의 마피아

게임이다. 날 길거리의 늑대들과

똑같은 마피아로 의심하는 여자에게 순진한

시민임을 지속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이때 서울 놈들은 낯간지러운 멘트 잘도

던지는 데, 경상도 남자는 다르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가만히 옆에서 챙겨주고,

모든 걸 다 주고 싶고 그런 거다. 캠퍼스를

거닐다 보니 바람이 차다. 옷을 벗어

여자의 어깨에 걸친다. 떠나기 전에 뭔가를

주고 싶었다.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일종의 구애 행동이랄까.

4.1

에디터 /김연수

아트

/이보배

Page 75: Le Debut vol.18

한참을 주저하다가 입을 연다.

“나 다음주 화요일에” 이상한 불안감에 심장이 뛴다. 38.5도“군대가.”

영화는 끝났고 현실은 냉정하다. 이게 뭐야. before sunrise는 무슨. before 군입대다. 18.

대구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불안하다. 번호 딴 건 여자인데 왠지

지금은 내가 더 안달복달한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자존심은 필요 없다.

남자는 단순하다. 보여주는 만큼 그대로가

마음이다. 함께 있고 싶고, 더 증명하고

싶다. 집에 돌아가야 할 날을 더 미루고,

미루고, 미룬다. 기약 없이 헤어지는 게 싫다.

여자가 자꾸 영화 같다고만 하는 게

두렵다. 끝이 없는 영화이고 싶다. 네가 좋다,

이 네 글자가 너무 어렵다.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의 손을 잡는다.

4.2

LEDEBUT Vol.18 Temperature

엊그제도,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이 남자를 만난다. 뭔가 ‘얘도 날 좋아

하는구나’싶으면서도 짜증 난다.

계속된 일탈에 머리가 멍해지고 현실감각이

떨어진다. 사흘 내내 이남자랑 있느라

수업도 다 빼먹었다. 아, 심지어 돈도 더치다.

내가 속물과는 아니지만 적당히 해야지.

아니 더치면 다행이지, 여행 경비가

다 떨어져 내가 더 내고 있다. 자존심 상해서

친구들한테 말도 못한다. 같이 있는 게

좋긴 하다. 인정. 그러나 이렇다 할 고백도

없는 이 남자랑 하염없이 시간만 같이

보내기에는 초라해지는 나의 통장 잔고와

학점에 눈물 난다. 영화엔 나오지 않은

것들이 나를 옥죈다. 여자는 남자보다 현실

적이다. 모든 영화엔 끝이 있다. 얼른

확실히 할 건 하고 넌 대구로, 난 현실로

돌아가자.

내일이면 남자는 대구로 돌아간다(드디어!).

남자가 할 말이 있다며 얘기 좀 하잖다.

그래, 당연히 이래야지. 카페에 마주

앉아 내 손을 꼭 잡고 빙빙 둘러 온갖 얘기를

늘어놓는 데, 정작 핵심은 나오지

않는다. 같이 ‘아련 터지는‘척 듣고 있지만

솔직히 지루하다. 뭐, 그래. 나도

헤어짐이 슬프고 아쉬우니까. 귀는 남자

말을 집중, 머릿속에서는 드디어 남자

계산기가 새삼스레 결론을 내놓는다. 이건

비밀인데, 나도 너 좋아. 얼른 고백이나

해줄래? 해 뜨잖아.

“네가 좋아.”라고 힘겹게 꺼낸다. 원래

계획했던 여행일정도 싹 취소하고 일주일 째

자기만 만나고 있는데도 ‘그래서?’ 라는

여자의 눈빛에 결국 졌다. 그래, 네가 좋다.

내 번호를 따줘서 고맙고, 나를 만나줘서

고맙고. 새침하게 ‘대구로 돌아가면 맘이

바뀔지 모른다’며 한걸음 물러서는

네가 좋다. 꼭 안는다. 고속버스 터미널,

버스가 출발하기 5분 전. 일주일의 시간이

빠르게 흘렀고 많은 시간을 함께한

여자가 앞에 있다. 가기 싫다. 안는다.

돌아올 거다. 가기 싫다. 이대로 가긴 아쉽다.

버스에 오르려는 순간, 그녀의 입술이 보인다.

하늘이 파랗다. 가을이 만연하다.

한강의 바람은 다소 쌀쌀하지만 견딜만하다.

햇살은 눈 부시고 은근한 잔디냄새가

기분 좋다. 지금 글을 쓰는 노트북의 화면

비친 구름이 예쁘다. 타자 소리가

경쾌하다. 바람결에 흐트러지는 그의

머리카락도 가끔 화면 위로 비친다.

내 무릎을 베고 누운 그의 체온이 나에게

전해진다. 행복하다. 나의 계산기는

옳았다. 영화는 끝나지 않는다. 꿈같은

현실에 몽롱해질 무렵 그가 갑자기 할 말이

있다며 운을 뗀다. 무엇일까. 머뭇거리는

그의 입술에 눈이 간다.

Page 76: Le Debut vol.18

일년의 파노라마˚Feature

언제 그렇게 더웠나 싶을 정도로

하루는 금세 싸늘하게 식었다. 이파리가

너나 할 것 없이 빛을 달리 하던 가을날에

너도 그랬다. 아니, 사실 넌 원래 다른

사람이었나 보다. 내가 알던 너의 낯빛은

온 데 간 데 없었고 한없이 낯선 너만

내 앞에 있었다. 너는 제일 잔인한 방식을

택했다. 너는 죄의식을 최대한으로

덜기 위해 모든 실상을 나 스스로 깨닫길

기다렸다. 배신감에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너는 내게 이별을 고했다. 농을

던지듯이, 그렇게 가볍게. 함께 걷던

골목길을 혼자 거닐며 청승을 떨었다.

켜켜이 쌓인 마른 낙엽들이 발에 밟히며

바스락 바스락 울부짖었다. 모든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고 말했다. 낙엽을 밟았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낙엽을 눌러 밟았다. 너를 향한 그 시린

시선들 앞에서 너는 나를 총알받이로

세웠다. 그러고는 마치 예정에 있었다는 듯이

너는 너무 쉽게 돌아섰다. 낙엽을 더

지긋하게 눌러 밟았다. 울컥 차오르는

너에 대한 원망을 낙엽을 밟듯이 눌러

담았다. 일찍 동면에 든 짐승처럼

이불 안에만 틀어박혔다. 모두가 겨울나기

준비로 분주한 때에 나는 정지했다.

신은 인간에게 감내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준다고 한다. 시련의

상황에서 인간은 두 손 두 발 놓고

멀뚱히 지켜보기만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추위가 닥치면 보다 두툼한 옷을

꺼내 입고 바람이 스미면 옷깃을 여민다.

그래서 나도 내 앞의 시련과 대면하기로

했다. 몸을 꽁꽁 두르고 있던 이불을

열어젖혔다. 온 근육이 경직되어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이불을 곱게 개어 구석에 두고 침대를

벗어났다. 생각보다 할 만 했다. 밖으로

나갔다. 하얗게 피어나는 입김에 너의

이름을 실어 날렸다. 가을 내 힘껏

눌러 담았던 미련과 원망도 끄집어내어

날려 보냈다. 놀랍게도 폐를 찔러오는

언 공기가 상쾌했다. 이 때 더 이상은 너의

이름을 고통으로 곱씹지는 않으리라

결정했다. 너로 인해 꽃을 피우는 법을

깨우친 건 사실이니까. 겨울은 너무나

시리지만 계절은 공평해서 때가 되면

물러나고 찾아오기 마련이다.

어김없이 또 다른 봄이 왔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봄이 오니 당황스럽긴 하더라.

문득 너도 봄을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그렇게 아직 나는

봄에 머무르고 있다.

꽃망울이 차츰 눈을 틔우던 봄의

입구에서 너는 나를 깨웠다. 양껏 나른

해진 공기에 졸고 있던 나의 어깨를

너는 조심스레 흔들어 깨웠다. 부스스

뜬 눈은 아직 어둠에 익숙한 나머지

눈이 부셨다. 순간적으로 햇빛의 조각들을

본 것 같았다. 부서진 햇빛이 마치

포자처럼 안으로 들어와 앉았다. 내 앞에

있던 너의 갈색 동공이 꽃의 수술처럼

얌전히 흔들렸다. 그 이후로 생각보다도

여러 날 마주쳤다. 하루가 다르게 날은

점점 더 좋아졌다. 처음에는 눈인사만,

나중에는 손을 흔들고, 더 나중에는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 네가 내 가슴 한 켠에

나 모르게 심어놓은 씨앗도 날을 따라

보드라운 꽃봉오리를 맺었다. 스스로의

꽃다움에 몸서리치던 어느 봄날에

나는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꽃봉오리를

뱉어 보였다. 백목련 밑에서의 앞뒤

없던 나의 고백에 너는 가만히 웃으며

나의 두 손을 잡았다. 바로 그 순간 나의

꽃이 만개했다. 마음에 봄기운이

완연했다.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다. 그러나

그 텁텁한 습기조차도 부드러웠다.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면 그 햇빛에 대해서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면 그 빗방울에

대해서 얘기했다. 늘어선 전봇대에 대해서도

모퉁이를 구르는 차돌멩이에 대해

서도 얘기했다. 마치 주변 모든 것들이

우리를 위해 거기에 놓여 있기로 이미

정해진 것 같았다. 그 자체로 영화 세트장과

같았다. 항상 다니던 길이었는데

이상하리만치 낯설고 새롭게 느껴졌다.

손을 잡으면 땀방울이 마주 본 두

손바닥 사이에서 손금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러나 고집스레 우리는 손을 놓지

않았다. 골목길을 밝히는 어스름한 주황빛

가로등은 찬란하게 느껴졌다. 찬란한

불빛 아래에서의 너의 입술은 여름의 온도를

제 혼자 다 품은 양 뜨겁기만 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의 순간 주위

매미소리마저도 조용하게 가라앉았다.

둘은 무더위를 웃음과 서로로 견뎠다.

여름은 내게 항상 좋은 계절이지만

그 해의 여름은 유난히 좋은 날들이었다.

4.3

에디터 /한수형

아트

/김희망

Page 77: Le Debut vol.18

차가운 가족에 관하여˚Feature

가족은 당신에게 관심 없다. 내 고민을 친절히

들어주는 것은 부모님보다는 애인이다. 내 취향을 더

잘 파악하는 것도 내 형제보다는 친구이다. 언제부턴가

가족은 같이 살고 있지만, 서로에 대해 묻지 않는다.

사실 이 모습은 어색하다기보단 자연스럽다. 머릿속에선

따뜻하기만 한 ‘가족’과는 달리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이 차가움이 비로소 가족의 본질이다.

그런데 우리 가족이 누구에게나 차가운 것은 아니다.

문밖으로 나가면 아주 따스하게 사람을 만나곤 한다.

나에게 차가운 우리 가족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 마치 내가 내 주변인에게 그러하듯.

우리는 왜 주변인들에게 따스하면서 가족들에겐

그렇지 못하는가. 아니다, 그보다 먼저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한 우리의 마음은 진심인가? 나부터 고백하자면

난 진심이 아닌 경우가 꽤 있다. 친구가 아프다고 끊임없이

되풀이할 때 ‘그만 좀 할래?’라는 말을 꾹 눌러버렸고,

전혀 웃기지 않은 말에도 기어코 웃음을 끌어 올렸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숨기는 것보다 힘들다.

정말이다. 남에게 친절하지 않기란 어렵다. '친절'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 필수이다. 이

필수조건은 먹으면 싸러 가야 한다는 것처럼 너무 당연한

명제가 되었다. 너무나 당연해서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

친절의 제1속성이요, 불친절하면 오히려 욕먹는 것이 친절의

제2속성이다.

왜 사람들에게 따뜻해야 하는가.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우리가 남을 평가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우리는 남에게

보기 좋게 자신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외모를 다듬고

옷을 신경 써서 입는 문제가 아니다. 자기 자신의 성격

까지 신경 써야 한다.

나란 사람을 다 보여주기에 우리의 만남은 늘 빠르게

흘러간다. 그러기에 서로는 서로에게 ‘다정한 사람’

으로 남길 원한다. 쉽게 말해 ‘싸가지’없어 보이지 않도록

웃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철저한 관리를 통해 만들어진

성격은 우리의 가치를 높여주고, 타인은 나를 ‘좋은 사람’

으로 낙인 찍는다. 때문에 우리는 감정을 관리한다.

다정하고 친절하게. 설사 진짜 나의 모습이 아닐지라도

상관없다.

결국, 감정관리의 세상에서 유일하게 제외된 곳은 가족이

있는 집뿐이다. 가족의 구성원은 밖에서 쌓았던 온갖

감정들을 끌어안고 성역과도 같은 ‘집’으로 흘러든다. 이

유일의 방공호에서 우리는 비로소 나 자신에게 충실해

지곤 한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웃기지 않으면 웃지 않고,

궁금하지 않으면 서로에게서 돌아선다. 그렇게 ‘좋은 사람’

으로부터 조금은 멀어진다.

‘좋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서로에게 냉정하지만, 그것이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니까. 오히려 사실에 가까운 우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에, 오해는 사라지고 믿음은 쌓인다. 그렇기에

가족은 계속 차가워야 한다. 감정을 관리하는 데서

오는 따뜻함은 결국 ‘관리’일 뿐이다. 당장에는 조금

차가울지라도 가족 간의 냉정함이 그대의 가족을 계속

유지토록 해줄 것이다.

4.4

에디터 /조은혜

아트

/김희망

Page 78: Le Debut vol.18

애매한 상황에 관한 대처법̊Feature

단 한 마디일지라도 사장에게

반격을 가하기란 쉽지 않다.

정말 어렵다. 아무래도 사장이라는

작자는 당신을 해고할 수 있을 테니.

사장에게 한마디 할 바에야 꾹 참고

마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더욱이 당장 알바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괜히 사장과 갈등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지만 쌓여가는

스트레스의 존재까지

외면하지는 말길 바란다. 풀리지 않은

스트레스는 두고두고 당신을

괴롭힐 것이다. 솟구쳐 오는 화를

막는 김에 귀까지 막아라.

들어도 듣지 말기를.

사무보조 알바를 시작한 지 한 달 째,

처음에는 내가 모르니까 사장님의 쓴소리는

늘 보약처럼 집어 삼켰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알수가 없다.

탕비실에 있는 티백 하나 우려먹었다고

왜 ‘티백 좀 아껴라’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사무실이 춥길래 옷을 껴입었더니 더워보인다고 벗으라지 않나.

일도 아닌 것들에 하나하나 잔소리하는 사장님께

한 마디 반격이라도 하고 싶다.

1

동아리방에 누군가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보내왔다.

누군지 모르지만, 분위기 보아하니 가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아이들이 축의금을 상의하고 있다.

이게 무슨 소리?

안 그래도 돈도 없는데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돈을 내야 한다니! 내자니 돈 아깝고,

안내자니 눈치 보이고 고민이다.

어쩔 수 없지 뭐. 좋은 날 돈 조금

내는 일이다. 결혼식 준비한다고

밑 빠진 부부의 독에 한 푼이라도 얹는

자세가 필수다. 때문에 결혼식에서

새로운 부부를 축복하는 마음은 흔히

돈으로 표현된다. 이런 표현 방식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의 강요다. 모두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에 개인이

반대하기란 쉽지 않다. ‘좋은 날’에

돈을 아끼려는 나의 사정은 한낱

이기심으로 치부될 뿐. 다소 속이

쓰리더라도 진정 ‘내가 당신네들을

축복합니다’라고

알리기 위해선 축의금, 내자.

모든 것이 낭비다. 얼마를 낼까

고민하는 일, 밥 10번 먹을 돈을

처음 본 사람에게 갖다 바치는 일

모두 말이다. 어렵지만 원치 않는다면

축의금은 내지 말자. 진심으로

전하는 축의금이 아니라며 허례이다.

사회적 규정에의 굴복이다.

함께 하는 일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개인행동을 어려워하고, 집단의

선택을 따르곤 한다.

꼭 사회에 자신을 맞추지 않아도 좋다.

거절하고 거부하는 일에

두려워하지 말자.

2

방송 <스펀지>에서 나온 퀴즈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상사에게 너무

화가 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시 등장한 패널 중에

‘상사에게 화를 낸다’는 간단한 답을

맞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상사에게 어떻게 화를 내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분노는 나에게 분노를

준 사람에게 풀어야 한다.

납득할 수 없는 문제로 당신을

황당하게 하는 사장에게

한마디쯤 해보자.

당시에 다소 민망할지라도

막힌 코가 뚫린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4.5

에디터 /조은혜

아트

/홍윤표

Page 79: Le Debut vol.18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이성을 발견했다.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다가갔다. 그런데 이 이성,

운명을 믿는다며 나에게도 운명을 강요한다.

솔직히 결혼을 생각하는 것도 아닌데

이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부담감이 내 마음을

짓누른다. 다 좋은데 저 ‘운명’ 소리에

그/그녀와의 만남이 망설여진다.

흔히 ‘썸머썅년’으로 요약되곤 하는

영화 <500일의 썸머>.

다소 황당해 보이는 이 영화를 평론가

이동진은 ‘사랑은 꼭 그 사람일

필요가 없는 우연을 반드시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운명으로

바꾸는 것’이라 평한다.

눈앞에 있는 연인이 설사 당장

운명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믿는

운명을 그대의 것을 만들어보자.

‘그 사람이어야 하는 운명’말이다.

언젠가 그대 역시 영화 속

썸머처럼 연인을

운명이라 느끼리라.

당장에 부담스러운 만남을 굳이 계속할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상대가

나에게도 운명을 강요한다면 더욱이

부담을 껴안을 필요는 없다.

시작하기 전부터 따라다니던 ‘운명’이란

단어의 굴레는 쉽게 벗겨지지

않을 것이다. 절대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면 시작하지 않아도

좋은 연애다. 다만 이것만은 기억하자.

사랑이 깊어질수록 상대가

운명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은 찾아온다.

운명은 그런 것이다. 복잡하고

어렵지 않고 자연스러운 그런 것.

3

오랜만에 친척들이 모였다. 반가움은

5분도 가지 않았다.나를 향해 쏟아지는

온갖 질문들 덕분에. 학적은 잘 나오니?

그 전공 취직 잘 되니? 살 안 빼?

오… 제발,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 뻔한디 뻔한 질문들을 좀 피하고 싶다.

먼저 집에 간다 말해도 될까.

이 글을 접한 당신은 아마 어린 나이는

아닐 것이다. 대략 23살이라고 해도

친척들의 질문 공세를 오래도 견딘

셈이다. 중학교 때는 학교 성적으로

고등학교 때는 대학교 진학문제로

질문을 받았었겠지. 친척이란

이름으로 참견하지만,

사실 배려 깊은 행동은 분명 아니다.

아무리 나를 위한 말일지라도 반복되면

짜증나는 법이니. 벗어나도 좋다.

그대가 피하고 싶은 이야기라며

그만 일어서도 나쁘지 않다.

영화 <멜랑꼴리아>는 잊고 지냈던

‘죽음’이란 공포가 눈앞에 닥쳐왔을 때

무너지는 인간을 보여준다.

취업, 외모 등 그대가 잠시 잊었던

공포를 친척들은 무자비하게

끌어낸다. 도발은 타인이 했지만,

우리가 마주한 실체는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내 모습이다. 내가 감추고

싶었던 모습 말이다. 피하지 말자.

언젠가는 마주칠 공포이다.

계속 고민해야 해결될 나의 단면이다.

외면하지 말고 대담하게

인정해버리자. 오히려 친척들의

입이 막힐 것이다.

4

4.6

LEDEBUT Vol.18 Temperature

Page 80: Le Debut vol.18

feature

DNA까지 단군의 자손

Hello, Korean there! 당신은 한국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소유하고 있다. 당신이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든, 어리든, 남들에게 말 못할 비밀이 있든, 외국인이든 그건

내 알 바가 아니고. 확실한 것은 당신은 지극히 한국인의 시각과 사고의 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신의 성격은 펄펄 끓는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의 성격에 무심코 손을

댔다가 크게 데여 당신의 곁을 떠났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인의 고유성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니 감격스럽다. 그러나 당신의 문화적인 특성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알아두자. 그나저나 이렇게까지 한국인

지수가 높게 나오다니 주민등록증 귀찮게 들고 다닐 필요 없겠다. 술자리?

어차피 동안도 아닌데 뭘.

정체성 유예에 빠진 주변인

알기 쉽게 말하자면 당신은 미지근하다. 한쪽 다리는 40도가 훌쩍 넘는 한국인의

온탕에, 다른 한쪽 다리는 이가 딱딱 부딪히게 시린 냉탕에 걸쳐놓은 상황이다. 당신은

도시 지리로 보자면 도심 외곽지역이고 화학으로 보자면 중성자이다. 정치색으로

보자면 중도파이고 실수 체계에서 보자면 0이다. 말 그대로 평범하며 적당하며 모호하다.

한국인의 정체성에 세계화 물결이 밀려 들어와 당신의 문화적인 정체성은 중탕

되었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당신은 주변인이다. 그러나 혼란스러우라고 하는 말은

아니니 나쁘게 듣지는 말라. 평범함도 분명히 하나의 개성이고 어디서나 중도는

필요한 법이다. 모든 변화와 발전에는 과도기가 있다. 세계화가 이루어진다고 급하게

변화에 적응하려고 하면 탈이 난다. 당신은 녹슨 철제 바퀴가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도록 기름칠을 하는 역할이다.

국경을 허무는 지구촌 주민

‘세계화’라는 국제적인 패러다임을 적극 이끌어나가는 얼리어답터. 흔히들 말하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고 세계 전체를 하나로 볼 수 있는 전체적인 시각도 갖추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커뮤니케이션에 거리낌이 없다. 앞으로의 비슷한 추세의 변화들에

대해서도 자신이 있고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 현시대를 이끌어나가는 주축 세력

임에는 틀림이 없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지금쯤 당신의 어깨는 으쓱해지고 꽤나

우쭐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의 ‘한국인적임’의 지수는 꽝이다. 세계화 시대에 도래와

더불어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거듭

말한다. 지구촌 사회의 구축에 아낌없이 헌신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한국인인가.

□ 무더운 여름이면 삼계탕, 보신탕 등으로 몸보신을 한다.

□ 우리나라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빨갛게 입어야 성이 풀린다.

□ 중국인과 일본인을 외모만으로 구별할 수 있다.

□ 사람은 자고로 ‘밥심’으로 사는 것이다.

□ 과음한 다음 날이면 뜨거운 국물로 속을 풀어야 한다.

□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먹는 것은 효과가 있는 민간요법이다.

□ 정기적으로 목욕탕 혹은 찜질방에 방문한다.

□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궁금하다.

□ 좋아하는 뮤지션의 콘서트에서 ‘떼창’을 할 수 있다.

□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맘에 들지 않는다.

□ 다른 경기는 몰라도 한일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 인터넷 홈페이지가 3초 안에 뜨지 않으면 창을 끄고 싶은 충동이 인다.

□ 우리나라에서는 몰라도 외국에서는 삼성, LG를 보면 애국심이 생긴다.

□ 5개 이상의 순우리말 욕을 구사할 수 있다.

□ 횡단보도 신호등의 보행신호를 ‘파란 불’이라고 부른다.

□ 식사 시 김치나 젓갈은 기본으로 반찬 개수에 치지 않는다.

□ 현재 가장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을 알고 하나 이상 소유하고 있다.

□ 술자리가 1차에서 끝이 나면 정이 없다.

□ 내가 아는 최고의 요리사는 엄마다.

□ 누가 뭐래도 독도와 아리랑은 우리 것이다.

4.7

에디터 /한수형

아트

/이보배

DNA까지까 단군의군의군군의 자손

Hello, Korean therhh e! 당신

자든, 여자든, 나이가

바가 아니아 고.

것이다.

한다.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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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4.9

Page 83: Le Debut vol.18

4.10

Page 84: Le Debut vol.18

4.11

Page 85: Le Debut vol.18

4.12

Page 86: Le Debut vol.18

Art 포토 /공상웅·이상훈

아트 /이보배

4.13

fashionoftemperature

Page 87: Le Debut vol.18

4.14

LEDEBUT Vol.18 Temper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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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DEBUT Vol.17PARTYNAME;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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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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