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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웹소설 기획하는 키다리이엔티 이우재 팀장 콘텐츠,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키다리이엔티는 웹툰과 웹소설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회사다. 만화와 소설에는 생소한 프로듀싱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플랫폼은 넘치지만 콘텐츠는 빈곤한 지금, 키다리이엔티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이야기를 판다”고 말하면서 영화와 웹을 넘나들며 스토리를 생산하는 키다리이엔티의 이우재 팀장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에 관해 들었다. 편집부 | 사진 김창제 한국에서 만화는 대부분 작가에게 온전히 맡기는 장르였다. 편 집자의 역할이 확실한 일본과도, 캐릭터와 시리즈가 브랜드처 럼 자리 잡은 미국과도 달랐다. 물론 웹툰도 마찬가지다. 그런 한 국에서 키다리이엔티는 웹툰을 ‘기획’한다는 생소한 사업을 벌 이고 있는 회사다. 키다리이엔티는 웹툰과 웹소설을 기획해서 작품으로 만들고 플랫폼을 찾아 독자에게 제공한다. 그뿐만 아 니다. 웹툰과 웹소설의 지식재산권(IP)이 다양한 매체로부터 주 목받는 요즘, 키다리이엔티는 웹툰과 웹소설을 다른 장르와 연 결하거나 판권을 판매해 1차적인 가치 이상을 창조하고 있다. 키다리이엔티는 영화 제작과 수입사인 씨네그루, 웹툰과 웹소설을 기획하고 창작하는 키다리스튜디오로 이루어져 있 다. <살인의뢰> <퇴마: 무녀굴> 등의 장르영화를 제작한 씨네그 루는 김혜수와 이선균 주연의 누아르 <소중한 여인>, 빌 S. 밸린 저의 추리소설을 각색한 고수・김주혁 주연의 <이와 손톱>을 준 비 중인 영화사다. 키다리이엔티의 웹툰・웹소설 사업은 이처럼 영화 제작과 연결돼 있어 보다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장태산 작가 등이 참 여해 영화 <살인의뢰> 이전의 사연을 담은 프리퀄 웹툰 <살인의 뢰>가 그 예다. 이 밖에도 키다리이엔티는 웹소설을 웹툰으로 각색하는 ‘노블 코믹스’를 시도하는 등 장르의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키다리이엔티의 야심을 보여주듯 회의실마다 칸과 토론 토처럼 유명한 영화제의 도시 이름이 붙어 있는 사옥에서, 키다 리 스튜디오를 담당하는 이우재 팀장을 만났다. Q 웹툰을 기획한다는 개념이 생소하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 하게 됐는지. A 한국에서는 그렇지만 미국과 유럽에는 이미 만화 스튜디오 의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 회사가 IP 자체나 마찬가지인 마블 이 그렇다. 물론 마블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키다리이엔티는 플랫폼도 아니고 작가 에이전시도 아닌, 그처럼 프로듀서가 프리퀄웹툰을기획중인 영화<소중한여인> 31 2017 01 02 30 Issue Insight Interview 2

웹툰·웹소설 기획하는 키다리이엔티 이우재 팀장 콘텐츠, 시간과 …sitehomebos.kocca.kr/k_content/vol22/vol22_07.pdf · 콘텐츠,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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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웹소설 기획하는 키다리이엔티 이우재 팀장

콘텐츠,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키다리이엔티는 웹툰과 웹소설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회사다. 만화와 소설에는 생소한

프로듀싱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플랫폼은 넘치지만 콘텐츠는 빈곤한 지금, 키다리이엔티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이야기를 판다”고 말하면서 영화와 웹을 넘나들며 스토리를 생산하는

키다리이엔티의 이우재 팀장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의 세계에 관해 들었다.

글편집부|사진김창제

한국에서 만화는 대부분 작가에게 온전히 맡기는 장르였다. 편

집자의 역할이 확실한 일본과도, 캐릭터와 시리즈가 브랜드처

럼 자리 잡은 미국과도 달랐다. 물론 웹툰도 마찬가지다. 그런 한

국에서 키다리이엔티는 웹툰을 ‘기획’한다는 생소한 사업을 벌

이고 있는 회사다. 키다리이엔티는 웹툰과 웹소설을 기획해서

작품으로 만들고 플랫폼을 찾아 독자에게 제공한다. 그뿐만 아

니다. 웹툰과 웹소설의 지식재산권(IP)이 다양한 매체로부터 주

목받는 요즘, 키다리이엔티는 웹툰과 웹소설을 다른 장르와 연

결하거나 판권을 판매해 1차적인 가치 이상을 창조하고 있다.

키다리이엔티는 영화 제작과 수입사인 씨네그루, 웹툰과

웹소설을 기획하고 창작하는 키다리스튜디오로 이루어져 있

다. <살인의뢰> <퇴마: 무녀굴> 등의 장르영화를 제작한 씨네그

루는 김혜수와 이선균 주연의 누아르 <소중한 여인>, 빌 S. 밸린

저의 추리소설을 각색한 고수・김주혁 주연의 <이와 손톱>을 준

비 중인 영화사다.

키다리이엔티의 웹툰・웹소설 사업은 이처럼 영화 제작과

연결돼 있어 보다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장태산 작가 등이 참

여해 영화 <살인의뢰> 이전의 사연을 담은 프리퀄 웹툰 <살인의

뢰>가 그 예다. 이 밖에도 키다리이엔티는 웹소설을 웹툰으로

각색하는 ‘노블 코믹스’를 시도하는 등 장르의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키다리이엔티의 야심을 보여주듯 회의실마다 칸과 토론

토처럼 유명한 영화제의 도시 이름이 붙어 있는 사옥에서, 키다

리 스튜디오를 담당하는 이우재 팀장을 만났다.

Q 웹툰을 기획한다는 개념이 생소하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

하게 됐는지.

A 한국에서는그렇지만미국과유럽에는이미만화스튜디오

의개념이자리잡고있다.회사가IP자체나마찬가지인마블

이그렇다.물론마블과비교할수는없지만키다리이엔티는

플랫폼도아니고작가에이전시도아닌,그처럼프로듀서가

프리퀄웹툰을기획중인

영화<소중한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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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Insight Interview 2

Page 2: 웹툰·웹소설 기획하는 키다리이엔티 이우재 팀장 콘텐츠, 시간과 …sitehomebos.kocca.kr/k_content/vol22/vol22_07.pdf · 콘텐츠,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있는스튜디오다.본격적으로사업을시작한건2년쯤됐다.

우리회사는영화가메인이지만영화보다는이야기사업을

한다고생각한다.웹툰・웹소설인력도회사의재산이되는IP

를개발하는기획과일반편집으로나뉘어있고.장르소설의

스토리를가져와웹툰으로만들고그게다시영화원작이되

는식이다.작가에이전시는작가를관리하고대변하는데그

치지만우리는시작부터자본을가지고기획을주도한다.

Q ‘스토리’를 판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그

런 회사가 몇몇 있지만 3, 4년 전만 해도 찾아보기 힘든 사업

이었다.

A 웹툰이나타난지얼마되지않았던10년쯤전,로버트코

스버그라는감독을만났다.그는소니픽처스담당자와동행

하고있었는데,자신을이야기를사러다니는사람이라고소

개했다.할리우드에서는스토리데이터베이스를만들어두고

영화사에고용된감독이그중마음에드는걸뽑아쓴다는거

였다.그스토리를찾는게자기일이라고했다.그때만해도

참신기한일이었다.저작권개념이없었고,웹툰과만화계에

고급인력이거의없던시절이니까.나도드라마를하면서제

작사에서만화판권을다루다가이쪽으로넘어온경우다.지

금은영화와TV에만있던고급인력이많이유입됐다.예전에

문하생제도가공급하던인력을이제는대학이대신하고있

기도하다.아직수익모델이정립되지는않았다.SK등의대

기업이웹툰에손을댄적도있지만실패했고,산업으로서의

가치를찾아가고있는시점이다.

Q 그렇다면 키다리이엔티는 어떻게 수익을 얻을 계획인지.

A 작가수입은많이개선됐지만스튜디오는이제시작이다.

한국은판권계약을하는데있어작가의위치가독특한편이

다.유럽이나미국보다는일본에가깝다.유럽과미국은작품

으로사업을할수있지만우리는연재가끝나고길어야3~5

년가량지나면판권이작가에게온전히넘어간다.연재원고

료만바라보고큰작품을기획하기어려운시스템인거다.트

래픽을높이려면100~200회이상분량의규모있는작품이

나와야하는데말이다.그래서우리는연재보다는그후의유

료시장을본다.작품하나에투입되는스튜디오인력도최소

한너덧명이다.

Q 조석의 웹툰 <마음의 소리>가 웹드라마와 게임으로 제작

된 것처럼, 웹툰의 부가판권 시장이 많이 넓어졌다. 그런 식

의 사업 계획도 있는지. 영화사와 같은 회사다 보니 영화 프

리퀄 웹툰을 만드는 점도 눈에 띈다.

A 이모티콘사업등을할수있지만일단우리는영화와드라

마시장을본다.2017년에는웹드라마를시작할계획이다.

말한대로영화와연결되는사업이많기는하다.<살인의뢰>프

리퀄웹툰이그렇고<소중한여인>도프리퀄웹툰이나갈거

다.이전에프리퀄웹툰은영화를홍보하는수단정도로여겨

졌다.하지만영화사로들어오는시나리오를보다보면기획

과스토리가좋아다른방향으로도발전시킬수있는이야기

들이눈에들어오곤했다.그래서남들과는다른기획을시작

하게됐다.그리고웹툰을성격에따라레이블로만들고있는

데,프리퀄작품들은‘시네툰’에속한다.그밖에는‘남성향’과

‘여성향’이있다.키다리스튜디오는로맨스처럼여성이좋아

하는‘여성향’을강화하는중이고,2017년에는소년물등을

시작할예정이다.

Q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는 건가.

A 중국신화코믹스와함께비용을대고기획을공유하면서

웨이보에콘텐츠를공급할예정이다.재미있는건한나라에

서통하는웹툰은어느나라에가더라도통한다는사실이다.

델리툰이라고,우리도주주로있는프랑스웹툰플랫폼이있

다.유럽에서유일하게한국웹툰을정식으로서비스하는플

랫폼인데,여기에서<허니블러드><독고>등이인기를끄는

걸보면재미있는작품은국경에갇히지않는듯하다.중국도

마찬가지일것같다.다만중국은아직정서가다르기는하다.

스크롤을내리면서웹툰을보는데적응하지못하는것처럼,

아직낯선부분도있고.

Q 몇 달 전에 카카오페이지와 소설 원작 웹툰 공모전을 개최

했다. 웹소설은 이미 그래픽이 충분한 형태인데, 웹툰으로

각색해서 얻는 이점이 있는지.

A 인기웹소설원작웹툰은매출과트래픽이높은편이다.소

설과만화를모두보는독자가많지는않지만,지명도가작용

하는것같다.그리고웹툰으로각색하면오래전소설과시너

지를일으켜서잊힌원작이다시수면위로떠오르기도한다.

Q 웹툰과 웹소설이 등장하면서 한국에서 그리 선호되지 않

던 장르문학이 부상하고 있다. 문학 시장은 위축됐지만 로맨

스와 판타지, 무협 독자는 크게 늘기도 했다. 그 원인은 무엇

일까?

A 일단결제시스템이편하기때문이다.결제툴에따라매출

차이가나기도할정도다.그리고정서적인부분이변했다.예

전에는지금처럼판타지나무협,로맨스소설을꺼내놓고보

는사람이별로없었다.요즘주의깊게관찰하는트렌드는

BL(Boys’Love,남성동성애물)의부상이다.그처럼수면아

래있던문화가떠오르면서시장을이끌게되고,공급자는그

들이원하는콘텐츠를수급해야한다.

Q 웹소설의 인기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래픽이 더해지기

는 하지만 기존 소설이 누려본 적 없는 인기를 얻고 있다.

A 내가소설을즐겨보는편은아니지만,일때문에웹소설을

읽다보면도중에놓기쉽지않은작품들이있다.뒤로갈수록

내가상상한이야기가실현될지궁금해지고흥미로워지기때

문이다.언제든놓을수있는웹툰과는다르다.특이한점은,

웹소설은표지를어떻게만드느냐에따라조회수가달라진

다는점이다.독자의상상에걸맞은비주얼을만들어주어야

하는것같다.웹소설이인기를끌고매출이바로작가에게전

달되면서작가수가많아지고콘텐츠질도높아졌다.지금들

어오는웹소설기획안들은체계적이고충실하며프로페셔널

하다.

Q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다양한

플랫폼이 나타나고 있다. 서로 다른 영역의 플랫폼 콘텐츠가

교차하기도 한다. 하지만 플랫폼만 만들어놓고 콘텐츠 제작

에는 투자하지 않는 기업이 많다.

A 국내웹툰작가가많다고하지만실제로자기이름걸고작

품을하는작가는많아야300~400명정도다.스토리작가는

모르겠지만작화작가는기본15년이상그림을그려온사람

이어야한다.물리적인시간이필요한거다.그런데그시간과

노력에대한투자없이이미완성돼있는콘텐츠만가져다쓰

려고한다.플랫폼이콘텐츠에투자를해야하고,주도적으로

가져가는대표작이있어야한다.돈만있다고1~2년사이에

되는일도아니다.마블은100년역사를지니고있지않은가.

플랫폼이처음에많은자금을투자받더라도광고와마케팅에

쓰지콘텐츠에투자하는경우는많지않다.그러면신인작가

등용문에그치는거다.작품의질이보장되는한국작가들은

이제거의일본이나유럽에서작업한다.한달평균원고료가

보장되지않는데다가작가들은혼자작업하는것도아니다.

작화와채색,스토리등의인력비용도필요하다.그래서우리

는플랫폼고료에기대지않고사전제작으로유료시장을개

척하려한다.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는 무엇인지.

A 스릴러처럼‘다크’한장르를좋아한다.(웃음)해외에서많

이팔리는장르기도하다.그리고전에그래픽노블수출관련

일을해서그런지그래픽노블도좋아하는편이다.

영화<살인의뢰>(위)와

프리퀄웹툰

<살인의뢰>(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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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Insight 2017 01 02Interview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