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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2.0/kr/legalcode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nd/2.0/kr/

  • 이학박사 학위논문

    융합과학 실험실의 중층적 지식구성

    : 뇌과학연구소(NRI)의 행위자-연결망 연구

    2013년 8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

    이 준 석

  • - i -

    요약(국문초록)

    융합과학 실험실의 중층적 지식구성

    : 뇌과학연구소(NRI)의 행위자-연결망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과학사 및 과학철학 전공

    이 준 석

    1990년 7월 17일,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대통령령 제 6158호를 공

    포하였다. 이 선언문은 한창 새로운 기술과학적 연구가 진행되던 뇌과학 분

    야의 성과를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1990년부터

    1999년 까지를 이른바 ‘뇌과학의 10년’으로 공포하는 것이 그 골자였다. 그

    리고 이후 뇌과학은 첨단 융합과학의 한 분야로서 학문적 영역과 대중문화

    영역 모두에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몇 개 분야를 제외하면 선진국

    에 비해 기술과학의 발전이 다소 뒤지는 한국에서는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뇌과학을 어떻게 연구하고 있을까? 또 한국의 기술과학자들은 최첨단 학문인

    뇌과학을 어떤 방식으로 수입해서 지식을 창출하는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인

    가? 국내 위치한 실험실에서는 뇌과학 연구의 의제(어젠다)들과 실제 연구

    수행의 프로토콜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또 이들은 업적을 창출하고 글로벌

    과학자 커뮤니티에서 이를 인정받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는가? 마지막으로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는 기술과학자들은 인간의 두개골 안에 들어있는 뇌를

    연구하기 위해 ‘뇌’라는 실재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하는가? 그리고 기술과학

    자들의 이러한 실행(practice)은 사회적 맥락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 본

    연구는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기 위하여 수행되었다. 즉, 선진국의 기술과학

    수준을 추격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의 기술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첨단 융

  • - ii -

    합과학을 어떤 방식으로 연구하는가를 분석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이 연구를 위해 필드사이트로 선택한 뇌과학연구소(NRI)는 길재단의 이길

    여 이사장이 640억원의 사재를 투자해 설립한 연구소로, 아직까지 기술과학

    의 주변부라 할 수 있는 한국에서 ‘최초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준의

    연구업적을 이루기 위해 만든 곳이다. 그리고 이 목표의 달성을 위해 컴퓨터

    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그리고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의 시

    각화 기술들을 모두 연구한 바 있으면서 특히 양전자방출단층촬영 기술의 최

    초 개발자의 한 명으로 평가받는 재미과학자 조장희 박사를 연구소 소장으로

    영입하였다. 그러나 거액의 기금이 투자되었다고 해서 그 실험실이 곧 수월

    성을 확보한다고는 볼 수 없다. 하나의 실험실을 설립하여 그 실험실의 수준

    을 끌어올리는 것은 가시적인 설비의 투자와 앞서가는 제도적 구비, 혹은 우

    수 과학자의 영입 등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유의미한 과학적 업적을 창

    출하는 실험실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과학의 실천과 문화 수준에서의 의

    미있는 행위가 필요하다. 이러한 행위에는 조직 차원에서 새로운 형식의 행

    위자-연결망을 구성하는 것과, 방대한 경제자본의 유입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지식자본과 상징자본으로 변환시키는가 하는 등의 문제가 포함된다. 본 연구

    에서는 이 문제의식을 연장하여 뇌과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이 실험실이

    세계적 인정획득을 목표로 성장하며 어떻게 과학지식을 구성해 가는지를 약

    1년여의 참여관찰에서 획득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분석하였다.

    최근 과학기술학(STS)은 실험실이 위치한 사회와 기술과학의 지리적 상관

    관계를 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기술과학의 주변부(periphery

    of technoscience)에서 7테슬라 자기공명영상과 고해상도연구용 양전자방출

    단층촬영같은 첨단 시각화 기술을 운영하는 실험실의 모습은 연구된 바가 없

    다. 본 연구는 기존의 연구들이 다루지 못한, ‘기술과학의 후발주자로서 세계

    적 수월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한국’이라는 맥락에 위치지어진 실험실에

    서의 과학지식 구성 작업을 분석한다. 또 선행 연구들과는 다르게 제도적 층

    위ㆍ기술과학적 층위(도구적 층위 및 개념적 층위)ㆍ네트워크 층위ㆍ문화적

    층위의 네 층위로 분석을 시도하였고, 궁극적으로 이 네 층위의 실행들이 각

    각의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작동하며 중층적ㆍ복합적으로 과학지식을 생산한다

  • - iii -

    는 점을 보이고자 했다. 노벨상 수상자가 즐비한 과학의 중심부와 달리 아직

    한국에서는 단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으며, 이는 실험실의 과학적

    실행과 문화에 일련의 특징들을 부여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에서 ‘최고

    수준의 상징자본을 획득할 목적으로’ 실험실이 설립된 과정을 살펴보았고(제

    도적 층위), 그 뒤에는 재단 이사장 개인의 의지와 국민적 열망이라는 사회

    문화적 배경이 있음을 알아보았다(문화적 층위). 또 연구소에서의 융합연구를

    위한 각종 행위자들이 복잡한 실험 아상블라쥬(assemblage)를 만드는 과정

    도 분석하였으며(네트워크 층위), 선도적인 연구를 위한 뇌이미징 기기(도구

    적 층위)나 지식자본ㆍ상징자본(개념적 층위)의 기술과학적 층위가 중요하게

    작용함을 살펴보았다. 실험실은 그 실험실이 위치한 기술과학의 지정학에 영

    향을 받는다. 이 실험실은 설립과정부터 운영 방식, 그 안에 내재한 문화 등

    이 과학의 주변부에 설립된 실험실이라는 지적 배경에 대해 맥락 의존적

    (context-dependent)이었다. 과학적 지식의 생산공간으로서의 실험실은 그

    자체로 상황적이며(situated),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과학지식의 구성작업은

    지금까지 살펴본 여러 층위의 행위자-연결망들이 중층적으로 작동함으로서

    비로소 이루어진다. 과학지식은 사회적 진공상태에서 구성되지 않는다. 지식

    의 생산은 맥락성과 사회성이 충만한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며, 이러한 실험실

    은 각종 행위자-연결망이 다층적 차원에서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시공간 아

    상블라쥬이다.

    주요어: 실험실 연구, 참여관찰, 시각화 연구, 행위자-연결망 이론(ANT),

    뇌과학, 과학지식의 구성

    학 번: 2004-30922

  • - iv -

    목 차

    I. 서론 ························································································································· 1

    1. 연구의 목적과 배경 ························································································ 1

    2. 이론적 정향 ···································································································· 7

    (1) 실험실 연구(laboratory studies) ·························································· 7

    (2) 행위자-연결망 이론(ANT) ··································································· 11

    (3) 시각화 연구(visualization studies) ···················································· 15

    3. 연구방법론 ······································································································ 20

    (1) 필드 사이트 ······························································································ 20

    (2) 민속지(ethnography) ············································································· 26

    4. 논문의 구성 ···································································································· 30

    II. 실험실 구축과 연구단 구성 ············································································ 33

    1. 뇌과학연구소(NRI, Neuroscience Research Institute)의 형성 ······· 33

    (1) 설립 배경 및 과정 ·················································································· 33

    (2) 한국적 맥락에서의 의의 ········································································ 44

    2. 중심 과학자의 등장: 조장희 박사 ····························································· 52

    (1) 교육배경 ···································································································· 52

    (2)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연구 ··························································· 58

    (3) 자기공명영상(MRI) 연구 ······································································· 67

    (4) 핵심 테마 선정: PET/MRI ··································································· 75

    III. 과학지식 구성의 개념적ㆍ도구적 층위에서 드러나는 혼종성 ·············· 85

    1. 연구팀의 구성 ································································································ 86

    (1) PET-MRI Fusion 팀 ············································································· 95

    (2) RF Coil 팀 ····························································································· 119

    (3) Angio 팀 ······························································································· 129

  • - v -

    (4) fMRI 팀 ··································································································· 136

    (5) Micro Imaging 팀 ················································································ 146

    (6) Advanced MRI 팀 ············································································· 157

    (7) 확산텐서이미징(DTI) 팀 ····································································· 161

    (8) 사이클로트론 팀 ···················································································· 164

    2. 글로컬(glocal) 네트워킹과 비가시적 협력 ··········································· 167

    3. 물질성(materiality)의 저항과 적응 ························································ 201

    IV. 생산된 지식의 확산과 글로컬 네트워크 ·················································· 216

    1. 출판 활동 ····································································································· 216

    (1) SCI 논문 출판 ······················································································· 216

    (2) 7T 뇌지도(brain atlas) 출판 ····························································· 227

    2. 국제 심포지엄 ····························································································· 236

    (1) UHF와 EHF ··························································································· 236

    (2) 제 1회 국제 EHF 심포지엄 ······························································· 237

    V. 지식구성의 로고스ㆍ파토스ㆍ에토스 ························································· 258

    1. 문화 속의 실험실: 거시 문화 ·································································· 258

    (1) 세계일류주의와 노벨상주의 ································································ 258

    (2) 세계화의 경향 ························································································ 264

    2. 실험실 속의 문화: 미시 문화 ·································································· 268

    (1) 해외 연구문화 도입 ·············································································· 268

    (2) 연구윤리 및 규범 ·················································································· 274

    3. 다섯 가지 특징 ··························································································· 279

    VI. 결론 ·················································································································· 301

    부록 ························································································································· 311

    참고문헌 ················································································································· 331

    ABSTRACT ·········································································································· 358

  • - vi -

    표 목 차

    표 1. 조장희 박사 연구팀이 보유한 ‘기술과학적 기반’의 진화 궤적 ········ 81

    표 2. 마이크로이미징팀의 공동연구들 ··························································· 150

    표 3.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에서 출판한 SCI 논문들의 목록 ················· 314

    표 4. 조장희 박사가 행한 기조연설 및 초청 강연들 ································· 323

    표 5. 뇌과학연구소에서 주최한 국내 및 국제 학술 심포지엄 ················· 326

    표 6. 연구팀의 구성, 주요 실험 도구, 그리고 과학적 실행 ····················· 328

  • - vii -

    그 림 목 차

    그림 1. 뇌과학연구소(NRI) 소장 조장희 박사 ················································ 14

    그림 2. 3대 의료영상기기들의 관계 ································································· 18

    그림 3. 뇌과학연구소의 전경 ·············································································· 21

    그림 4. MRI 개발자 에른스트와 길재단의 이길여 이사장 ·························· 22

    그림 5. 뇌과학연구소 1층 로비 ········································································· 24

    그림 6. 로비 1층 전시물들(실험실의 상징자본과 기술자본 소개) ············ 26

    그림 7. 길재단의 로고와 모토 ············································································ 41

    그림 8. 자기공명영상 콘솔룸의 벽에 부착되어 있는 표 ······························ 48

    그림 9. 조장희 박사 연구실의 암벽등반가의 액자사진 ································ 55

    그림 10. 조장희 박사의 연구실에 놓여있는 NAS 정회원증 ······················· 56

    그림 11. 최초의 ‘원형’ 양전자방출단층촬영의 프로토타잎 ························· 59

    그림 12. 고해상도연구용 양전자방출단층촬영(HRRT-PET) ······················ 62

    그림 13. 일반 PET과 고해상도연구용(HRRT) PET 비교 ·························· 66

    그림 14. 가변 PET(convertible PET) ···························································· 67

    그림 15. KAIST에서 조장희 박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2테슬라 자기공명

    영상의 모델 ················································································································· 69

    그림 16. 2테슬라 자기공명영상의 국내 독자개발을 보도한 언론 기사 ··· 70

    그림 17. 조장희의 제 2회 과학기술대상 수상내역을 알리는 기사 ··········· 71

    그림 18. 조장희 연구팀의 독자적 MRI기술개발 기사 ·································· 72

    그림 19. 1.5테슬라 자기공명영상으로 획득한 뇌이미지와 7테슬라 자기공

    명영상으로 획득한 뇌이미지 비교 ········································································· 73

    그림 20. 특허를 취득한 셔틀베드 시스템의 설치당시 사진 ······················· 77

    그림 21. 뇌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PET/MRI 융합 시스템 모식도 ·········· 79

    그림 22. PET/MRI 퓨전영상시스템 대한민국 특허 자료 ···························· 83

    그림 23. PET/MRI 퓨전영상시스템 대한민국 특허 자료의 요약설명 ······ 84

    그림 24. 상용화된 3테슬라 자기공명영상이 설치된 실험실의 콘솔 ········· 86

  • - viii -

    그림 25. 공동연구의 모습. 뇌과학연구소의 퓨전팀과 확산텐서이미징팀, 가

    천의대 이SJ 교수팀의 연구자들 ············································································· 88

    그림 26. 조장희 박사와 퓨전팀의 연구실 ······················································· 90

    그림 27. 뇌염으로 진단되어 MRI 촬영전인 말티즈 ······································ 94

    그림 28. 뇌염으로 진단된 개의 뇌(sagittal 이미지 비교) ··························· 96

    그림 29. 뇌염으로 진단된 개의 뇌(dorsal 이미지 비교) ····························· 97

    그림 30. 시험 제작된 헤드홀더들의 테스트 ················································· 102

    그림 31. 헤드홀더 시제품들 ············································································· 103

    그림 32. 최SH 연구원이 정리한 CI(임상시험) 연구 지형도 ···················· 107

    그림 33. MRI용 8채널 Tx/Rx 헤드코일(좌)과 새롭게 개발중인 MRI용 16

    채널 Tx/Rx 헤드코일(우) ······················································································ 108

    그림 34. MGH에서 제작한 7T 멀티 Tx/Rx 헤드코일 ······························ 110

    그림 35. MRI용 헤드코일의 채널 수에 따른 신호 대 잡음비(SNR) ······ 111

    그림 36. MGH의 자문 ······················································································· 114

    그림 37. 7T MRI 용 8 채널 헤드코일에 헤드홀더가 들어간 모양 ········ 115

    그림 38. HRRT-PET과 셔틀베드, 7T MRI와 셔틀베드 ··························· 116

    그림 39. 셔틀베드에 ROM을 떼어내고 PLC를 장착한 모습 ···················· 117

    그림 40. 뇌과학연구소 3층에 위치한 RF 코일팀의 실험실 입구 ··········· 122

    그림 41. 코일팀에서 제작한 RF coil들을 설명하는 조장희 박사 ··········· 125

    그림 42. 코일 지오메트리(geometry) ···························································· 127

    그림 43. 뇌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주력 코일중 하나인 8채널 Tx/Rx RF

    Coil ····························································································································· 126

    그림 44. 코일의 두께와 신호 대 잡음비(SNR)의 향상 ······························ 128

    그림 45. MCA(중대뇌동맥, middle cerebral artery)과 뇌졸중 ············· 130

    그림 46. 블랙박스화된 자료들 ········································································· 131

    그림 47. 연구팀이 획득한 이미지와 이를 해석하기 위해 Stroke에 수록된

    논문에서 발췌한 참고자료 ····················································································· 132

    그림 48. 기능성자기공명영상팀장 전HA 박사(흰 가운)가 수행한 기능성자

    기공명영상 실험의 일반적 과정 ··········································································· 135

  • - ix -

    그림 49. 두 개의 자기공명영상 데이터 세트(set) 비교 ···························· 137

    그림 50. 자기공명영상 데이터에서 발견되는 물질계의 저항 ··················· 138

    그림 51. Avotec 기기 ························································································ 141

    그림 52. 마이크로 PET/CT ············································································· 144

    그림 53. 뇌과학연구소 3층에 위치한 마이크로이미징팀의 실험실 입구 145

    그림 54. 마이크로이미징팀에서 사용하는 동물모델의 예 ························· 148

    그림 55. 외과수술로 뇌에 전극을 삽입한 쥐 ··············································· 152

    그림 56. WINCS ·································································································· 153

    그림 57. 자기공명영상 안에서 WINCS가 이상신호를 보내는 모습 ········ 155

    그림 58. 코일팀의 자문으로 자기장을 차폐한 WINCS ······························ 156

    그림 59. 일반인과 PD환자의 뇌 비교 ···························································· 160

    그림 60. 확산텐서이미징(DTI) 기법 ······························································· 162

    그림 61. 사이클로트론실의 핫 셀(hot cell) ················································· 163

    그림 62. 합성된 방사성 의약품의 기록 ························································· 165

    그림 63. 교역지대의 형성: 실험실 랩미팅 ···················································· 166

    그림 64. SCI 저널 투고논문 초고에 조장희 박사가 첨삭한 모습 ·········· 168

    그림 65. 내부 네트워킹을 통해 공동작업으로 SCI 논문을 구성 ············ 170

    그림 66. 논문 초고와 글로컬한 네트워킹이 비가시화되어 SCI 저널로 투고

    된 논문 ······················································································································· 171

    그림 67. fMRI 개발자 세이지 오가와 박사 ·················································· 177

    그림 68. 멀티샷 시퀀스 ····················································································· 178

    그림 69. 원통형 팬텀 이미지 ··········································································· 180

    그림 70. 두경부 모형 자기공명영상 이미지에서의 고스트 ······················· 182

    그림 71. 새로운 자기공명영상 펄스 시퀀스로 찍어본 뇌 이미지 ··········· 183

    그림 72. 김ST연구원이 개발중인 모션 코렉션 시스템 시제품 ················ 193

    그림 73. 모션코렉션 시스템 프로토타잎의 시험구동 ································· 194

    그림 74. 레이시스템의 개발자들과 퓨전팀 김ST 연구원의 토론 ············ 195

    그림 75. 과학장(場)과 경제장(場)의 겹쳐짐 ················································· 198

    그림 76. 사이클로트론실의 평소 모습 ··························································· 201

  • - x -

    그림 77. PET Net Korea와 뇌과학연구소의 글로컬 네트워킹 ·············· 203

    그림 78. PET Net Korea의 엔지니어가 EM에 들어간 사이클로트론을 점

    검 ································································································································· 204

    그림 79. 콘솔 앞에 놓인 엔지니어의 노트 ··················································· 207

    그림 80. PM 스케쥴 도표 ················································································· 208

    그림 81. 엔지니어가 들고 온 장비들의 사진 ··············································· 209

    그림 82. 새로운 AC-PC 라인 ········································································· 211

    그림 83. 뇌과학연구소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의 뇌경색 공

    동연구 ························································································································· 222

    그림 84. 7테슬라 뇌지도(brain atlas) 표지 ················································· 226

    그림 85. 성과의 확산 ························································································· 228

    그림 86. 조장희 박사팀이 제시하는 새로운 AC-PC 라인 ······················· 229

    그림 87. 『7테슬라 두뇌 백질 뇌지도』 표지 ············································· 234

    그림 88. ISMRM의 SMRT분과에서의 EHF 서울 심포지엄 소개 ··········· 237

    그림 89. 국제인간뇌지도협회(OHBM)에서의 EHF 심포지엄 소개 ········· 239

    그림 90. EHF 심포지엄에 게시된 포스터의 일부 ······································· 240

    그림 91. EHF 서울 국제 심포지엄에서 코어그룹의 과학자들과 토론하는

    조장희 박사 ··············································································································· 242

    그림 92. EHF 서울 국제 심포지엄의 학회모습 ··········································· 243

    그림 93. 자기공명영상의 자기장 증가 곡선 ················································· 244

    그림 94. 성과의 확산 ························································································· 253

    그림 95. 14T 액자 도안 ··················································································· 255

    그림 96. 뇌과학연구소 3층에 위치한 Ernst 도서관 ·································· 261

    그림 97. Ernst Library 현판 확대 사진 ······················································· 262

    그림 98. 티타임의 토론: Riken의 연구원과 세이지 오가와 ····················· 267

    그림 99. 뇌과학연구소 5층 게스트하우스 ····················································· 272

    그림 100.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informed consent) ······················ 274

    그림 101. 피험자 동의서 ··················································································· 275

    그림 102. 방사선 관련규정의 준수 ································································· 276

  • - xi -

    그림 103. 도서관 우측의 문서서랍장 ····························································· 279

    그림 104. 3층 도서관에 비치된 최근 관련저널 서가 ································ 280

    그림 105. 의료영상기기 관련 노벨상 수상자 3인방 ·································· 281

    그림 106. 3층 홀의 “Publication Activity” 보드 ······································ 282

    그림 107. 라운지에서의 협동연구 ··································································· 284

    그림 108. 정신분열증 연구와 Raclopride로 촬영한 이미지 ···················· 291

    그림 109.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와 구글 본사(googleplex) ······················· 294

    그림 110. 연구소 라운지의 커피머신 ····························································· 296

    그림 111. 간이 키친에서 다과를 들며 토론하는 연구원들 ······················· 298

    그림 112. 조장희 박사와 대학원생의 교육 ··················································· 299

  • - 1 -

    I. 서론

    1. 연구의 목적과 배경

    1990년 7월 17일,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대통령령 제 6158호’를 공

    포하였다.1) 이 선언문은 한창 새로운 기술과학적 연구가 진행되던 뇌과학 분

    야의 성과를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1990년부터

    1999년 까지를 이른바 ‘뇌과학의 10년’으로 공포하는 것이 그 골자였다. 그

    리고 이후 뇌과학은 첨단 융합과학의 한 분야로서 학문분야와 대중문화 영역

    모두에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몇 개 분야를 제외하면 선진국에 비해 기술과학의 발전이 다소

    뒤지는 한국에서는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뇌과학을 어떻게 연구하고 있을까.

    또 한국의 기술과학자들은 최첨단 학문인 뇌과학을 어떤 방식으로 수입해서

    지식을 창출하는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인가. 국내 위치한 실험실에서는 뇌과

    학 연구의 의제(어젠다)들과 실제 연구 수행의 프로토콜을 어떻게 구성하는

    가. 또 이들은 업적을 창출하고 글로벌 과학자 커뮤니티에서 이를 인정받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는가. 마지막으로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는 기술과학자

    들은 사람의 두개골 안에 들어있는 뇌를 연구하기 위해 ‘뇌’라는 실재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하는가. 본 연구는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기 위하여 수행되었

    다. 즉, 선진국의 기술과학 수준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의 기술과학

    자들은 실험실에서 최첨단 융합과학을 어떤 방식으로 연구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현재 한국사회는 다방면에서 세계적 인정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

    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런 인정투쟁(Honneth 1996)의 경향성을 일부에서

    는 세계 일류주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국사회는 세계 일류주의에 대한

    추구가 강박적이라 할 정도로 만연되어 있다. 대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의

    1) 본 논문에서 다루는 실험실은 뇌과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하여 설립된 곳이다. 현대사회에서 뇌

    과학이 갖는 다양한 가능성을 논하는 미 대통령령 제 6158호의 전문은 참조.

  • - 2 -

    순위경쟁을 통해 초일류기업으로의 성장을 추구하고 있고, 대학들은 순위 발

    표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세계 랭킹 수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지난

    2012년에는 하버드대의 윤리학 교수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전국에서 100만부가 넘게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

    었다. 하버드대에서 교양강좌로 개설된 과목의 강의록이라 할 수 있는 이 책

    이 일반 교양서로서 초유의 베스트셀러가 된 데 대해, 일각에서는 일류주의

    에 대한 한국인의 지향성이 드러난 면모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기업, 대학,

    개인에게서 관찰되는 이런 특성들은 모두 세계적인 인정을 중시하는 상징적

    이고 복합적인 문화 현상이다.

    이러한 측면이 드러나는 곳은 기술과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연구재

    단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른바 World-Class University 프로젝

    트(이하 WCU)를 지원하였다. 이는 ‘대학의 질은 교수의 질을 뛰어넘지 못한

    다’는 모토 아래, 세계적인 우수과학자를 국내 영입하여 단기간 내에 대학의

    학문적 경쟁력과 명성, 그리고 연구역량을 향상시킨다는 목적 하에 실시된

    프로그램이다.

    연구재단은 우수한 연구역량을 지닌 교수 1인의 창의적인 연구가 때로는

    새로운 지식기반 산업 전체를 탄생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많은 부수적 연구

    결과와 산업적 이득을 남긴다는 통찰 하에, 학문적 업적이 높은 연구자를 내

    ㆍ외국인 구분 없이 국내 대학에 영입할 필요성을 강조했고 그 일환으로

    WCU를 실시하였다. WCU는 우수 두뇌의 해외 유출(brain drain)을 방지하

    고 역으로 우수 두뇌를 국내로 수입한다는(brain gain) 목적을 가지고 설계

    되었으며, 매년 1,650억원씩 2012년까지 총 8,250억원의 막대한 기금이 투

    입되었다.

    WCU 플랜은 이른바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를 교수로 영입하면 그 소속 학

    과는 세계적 수준으로 오를 것이고, 이어 그 소속 기관 전체의 수준이 상승

    하리라는 1차원적 선형모델에 기초한다.2) 그러나 실제 우수한 연구자 한명

    2) WCU를 만든 논리는 이렇다. 세계적 수준의 교수(world-class faculty)가 소속된 과는 세계적 수준

    의 연구가 가능할 것이고(world-class department), 이런 학과들이 많아지면 결국 그 대학 전체의

    질이 상승할 것(world-class university)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된다.

  • - 3 -

    을 유치한다고 해서 그가 소속된 연구조직 전체의 역량이 자연적으로 상승하

    리라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다. 기술과학의 연구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연구자 개인의 역량이 크게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과학연구의 실행에 내재되고 체현되는 우수한 과학연

    구문화의 실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행해진 기존의 연구 중 무엇

    이 세계적인 실험실이 지닌 세계적 수준의 과학연구문화인가를 잘 밝힌 연구

    는 아직까지 많이 보이지 않는다. 또 그런 거시적 문화가 실제 과학적 실행

    에서 어떻게 미시적으로 연구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는 선행연구는 더욱 희

    소하다.

    이렇게 미시적이고 정교한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거시적 안목에서 경

    쟁과 결과를 강조하며 일류수준의 역량 획득만을 목표하다 보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게 발생할 수 있다. 세계적 저널에의 논문 출판만을 권장하

    고 SCI 논문의 수가 몇 개인가 만을 강조하며 스타 과학자 만들기에 집중하

    다보면 정책의 명암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는 이미 황우석 사태 등

    을 통해 이러한 모순을 강하게 경험한 바 있다. 황우석 사태의 경우 지나친

    정부주도 선택과 집중 정책의 폐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청와대 과학기술보

    좌관까지 연루된 인맥 쌓기 게임과 스타과학자 몰아주기 식의 방대한 기금지

    원, 특정과학자 봐주기식의 법률 제정과 연구윤리 논란까지 포함되어 총체적

    혼돈을 야기했던 한국사회의 집단적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연구

    첨단과 세계 일류로 나아가야 한다는 강박적 목적의식 하에서, 어떻게 하면

    우수한 연구결과가 나오는지에 대한 통찰이 없기에 경쟁을 통한 업적창출만

    을 강요하던 문화가 낳은 폐단이었다. 그리고 주변부에 속하는 한국의 실험

    실에서 세계적 과학자 사회의 인정을 획득하기 위해 어떠한 기술적-문화적

    실행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구체적 사례로 분석하기 위해, 연구자는 약 1년

    여에 걸친 참여관찰을 행하였다.

    연구자가 참여관찰 대상으로 삼은 실험실은 인천 길병원 맞은편의 5층짜리

    현대식 건물에 위치해 있다. 이 건물은 길병원과 가천의과학대학교를 운영하

    는 길재단(이사장 이길여 박사)이 심혈을 기울여 설립한 뇌과학연구소(NRI,

    Neuroscience Research Institute, 소장 조장희 박사)가 위치한 곳이다. 해

  • - 4 -

    당 건물은 2004년에 준공식을 가졌으며 2006년 뇌과학연구소가 개소될 때

    동시에 완공되었다. 이 건물 안에는 현재 뇌과학연구와 관련된 고가의 실험

    기기들과 50여명의 과학자, 엔지니어, 테크니션, 그리고 사무직원들이 상주하

    고 있다.

    뇌과학연구소는 길재단이 640억원의 기금을 투자해 설립한 연구소로서, 아

    직까지 기술과학의 주변부3)라 할 수 있는 한국에서 “최초로 노벨상 수상자

    를 배출할” 수준의 연구업적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4) 곳이다. 그러나 거액

    의 기금이 투자되었다고 해서 그 실험실이 곧 수월성을 확보한다고는 볼 수

    없다. 하나의 실험실을 설립하여 그 실험실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가시

    적인 설비의 투자와 앞서가는 제도적 구비, 혹은 우수 과학자의 영입 등으로

    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유의미한 과학적 업적을 창출하는 실험실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과학의 실천과 문화의 수준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수반되는 것

    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에는 조직 차원에서 새로운 형식의 행위자-연결망

    을 구성하는 것과, 방대한 경제자본의 유입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지식자본과

    상징자본으로 변환시키는가 하는 등의 문제가 포함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 문제의식을 연장하여 뇌과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국내의 한 실험실이

    세계적 인정획득을 목표로 성장하면서 어떻게 과학지식을 구성해 가는지를

    분석코자 한다.

    이 연구의 대상이 되는 실험실은 설립 직후 단기간에 연구원과 석박사 학

    생, 테크니션과 교수진을 포함한 약 40여명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연구단을

    구성하였고, 7테슬라5) 자기공명영상과(MRI)와 고해상도연구용 양전자방출단

    층촬영(HRRT-PET)의 뇌이미징 기계를 퓨전 방식으로 설치하였으며6), 마이

    크로 PET과 마이크로 CT의 결합을 통한 마이크로이미징 실험실을 구축하였

    다. 또 거대실험기기에 속하는 사이클로트론을 설비하였고, 파킨슨 병과 뇌

    3) 한국연구재단(2010: 7)

    4) 이길여(2008, 2012)

    5) 테슬라는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이며, 1테슬라는 10,000가우스와 같다. 지구자기장은 최저

    치가 0.2가우스이므로 뇌과학연구소에서 보유한 UHF 7테슬라 자기공명영상의 경우 지구자기장보다

    약 35만 배 강한 자력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6) 이 두 기기를 모두 보유한 연구소는 전 세계에서 뇌과학연구소 한 곳 뿐이다.

  • - 5 -

    졸중, 자기공명 혈관영상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개소 이후 6년간 총 74

    편의 SCI 논문을 출판하였다.7) 그 밖에도 연 평균 23억원의 연구비를 수주

    하였고, 본문에서 차후 언급될 극초고자장(EHF) 자기공명영상 국제 심포지

    엄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하였으며, 실험실의 소장은 그들의 업적을

    대중과 과학계에 알리기 위해 약 100여 차례의 키노트 강연과 기조연설을

    행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우선 이처럼 유의미한 과학적 실천을 행하는 실험

    실이 어떤 역사적 배경과 사회-기술적 맥락 하에서 설립되었는지를 살펴보

    겠다. 그를 통해 이 실험실의 설립과 운영에는 위치성의 맥락이 작용하였음

    을 보이고자 한다. 우수한 실험실의 설립 배경에는 세계화된 실험실의 맥락

    성과 과학적 실행에 내재된 기술정치성이 주요한 구성요소로 작동한다. 세계

    적 수준을 목표로 하는 실험실의 구성은 지식정치와 맥락화된 문화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동안 한국에서 행해진 ‘우수 실험실 만들기’와 연관된 분석 작

    업들은 과학적 사실의 구성에 주목한 나머지, 실험실의 위치적 지정학 혹은

    글로벌/로컬의 관계 속에서 행위자들이 세계적 인정을 얻기 위해 어떤 전략

    을 취하는가 등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결여를 극복하기 위해 학문적ㆍ지리적으로 주변부에

    속한 한국의 맥락에서 신생학문인 융합과학을 연구하는 실험실이 지식을 구

    성하는 방식과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과학적 실행에 대한 장기간의 참여관찰

    결과를 민속지적 방법론으로 분석코자 한다. 사실 이와 유사한 연구는 존 로

    (Law 1994)가 수행한 바가 있다. 『근대성을 조직하기(Organizing

    Modernity)』에서 로는 1990년대 초반 대처리즘(Thatcherism)의 잔영이 지

    배는 영국이라는 맥락에서(같은 책 72, 75, 91쪽) 행한 2년간의 실험실 참여

    관찰을 통해, 제도로서의 실험실이 어떤 방식으로 조직되고 어떤 방식으로

    연구가 수행되며 어떻게 과학지식이 구성되는지 밝히고자 하였다. 그에 의하

    면 실험실은 때로는 기업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때로는 관료체제처럼 행동하

    기도 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질서부여(ordering) 작업을 행하는데, 이는 해당

    실험실이 수월성있는 업적을 지속적으로 산출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

    다. 로는 실험실에서의 참여관찰 결과를 네트워크와 장소, 역사적 스토리텔

    7) 이는 매 해 약 12.3편의 SCI 논문을 출판한 셈이다.

  • - 6 -

    링, 정치적 구조, 혼종적인 물질성, 순위체계와 신뢰체계 등의 층위로 구분하

    여 분석을 행하였다. 그러나 로의 연구는 이미 기술과학의 선진국 영역에 진

    입해 있는 영국의 ’90년대 초반이라는 맥락 하에서 그 의미를 지닌다. 이 연

    구는 로의 작업이 다루지 못한, ‘기술과학의 후발주자로서 세계적 수월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한국’이라는 맥락에 위치지어진 실험실에서의 지식구성

    작업을 분석한다. 또 로의 연구와는 다르게 제도적 층위ㆍ기술과학적 층위ㆍ

    네트워크 층위ㆍ문화적 층위의 네 층위로 분석을 시도하였고, 궁극적으로 이

    네 층위의 실행들이 각각의 사회적 맥락 속에서 중층적ㆍ복합적으로 과학지

    식을 생산한다는 점을 보이고자 한다.

  • - 7 -

    2. 이론적 정향

    (1) 실험실 연구(laboratory studies)

    본 연구는 과학기술학(STS)의 세 가지 이론적 정향을 바탕으로 수행되었

    다. 첫 번째는 과학기술학 전통 하에서의 실험실 연구다. 실험실 연구 개념의

    효시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70년대 후반 라투르와 울가

    (Latour and Woolgar 1986[1979]), 크노르-세티나(Knorr-Cetina 1981),

    트래위크(Traweek 1988) 등은 ‘실제 과학지식이 생산되는 공간’에서 과학적

    사실들이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분석하고자 했다. 아르키메데스의 명언을 빗

    대어 논문 제목으로 사용한 라투르의 말, “내게 실험실을 주면, 세계를 들어

    올리리라.”라는 문장이 STS계의 명구가 되었을 정도로 과학지식 생산에서

    실험실의 위치는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실지식은 실험실에서 구성되는데, 그

    것은 우리가 흔히 인지하듯 하얀 가운을 입은 과학자들이 깔끔한 건물안에서

    유리로 된 플라스크와 짤깍짤깍 소리를 내며 계측기록을 행하는 실험도구들

    사이에서 만들어지기도 하고(Latour and Woolgar 1979 등), 지저분한 야외

    에서 작업하기 편한 평상복을 입은 과학자들에 의해 샘플을 채취하고, 분류

    하고, 수집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이 두

    경우 모두 과학지식은 특정한 지리적 장소에서 생산된다는 것이며, 우리는

    그 지점을 과학과 사회가 연결되는 지점인 하나의 실험실로 볼 수 있다

    (Latour 1987).

    이러한 '지식의 장소'(Ophir and Shapin 1991)로서의 실험실이 갖는 공간

    적 성격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과학혁명기에 존재하던 과학자

    들의 네트워크인 ‘보이지 않는 대학’에 대응하여, 명확한 장소성과 공간성을

    지닌 실험실은 과학기술학에서 오랜 기간 분석의 대상이 되어 왔다. 때로 이

    장소의 공간적 구조는 형태분석을 통해 공간배치의 무작위성이 연구되기도

    하였고(Hillier and Penn 1991), 전통적인 인문지리학의 구분인 공간/장소의

    분석을 통해 실험실이 위치한 공간에 대한 장소적 분석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 - 8 -

    (Lynch 1991). 이런 측면 때문에 과학기술학에서는 때로 건축물 그 자체를

    주요 연구 주제로 다루기도 하였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과학과 건축은 하나

    였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으로 대변되는 기술과학자

    겸 건축가들의 업적에서 관찰될 수 있다. 그러다가 과학혁명기에 들어 이러

    한 관계는 점차 해체되기 시작하였다. 순수학문으로서의 과학은 과학대로,

    그리고 공학으로서의 건축은 건축대로 각기 전문화의 과정을 걸었기 때문이

    다. 특히 건축은 이전의 플라톤주의적인 기하학적 매료에서 벗어나, 예술과

    장식적 테크닉에 더 가까운 접점을 만들어가기 시작하였다(홍성욱 2008). 그

    러나 과학 역시 인간행위의 한 분야이고 인간의 행위는 특정 시공간을 점유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학행위 역시 항상 특정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과학행위가 일어나는 이 장소에 대한 분석은 분석자로

    하여금 과학 그 자체가 가지는 인식론적ㆍ존재론적 함의와 더불어 그를 에워

    싼 사회적 의미와 권력 관계 등을 더불어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지식사회학, 의식사(意識史), 그리고 인식론의 최근 경향 역시 지식이 갖는

    장소와의 관련성과 그 국지성에 주목하는 추세다. 심지어 어떤 공간에서 지

    식이 생성되었는가의 여부가, 그 지식의 사실성에 대한 중요한 근거로 작동

    하는 경우마저 있는 것으로 연구되어 왔다(Galison 1999; Gieryn 2000,

    2006; Lave 1988; Ophir and Shapin 1991).

    이런 연유로 과학사와 과학사회학을 포괄하는 과학기술학에서는 전통적으

    로 과학적 실천이 이루어지는 공간 환경을 기준으로 하여, 실험실 과학과 현

    장 과학을 구분하였다(Henke and Gieryn 2008). 라투르(Latour 1983,

    1988)의 연구에서부터 린치(Lynch 1985, 1991, 1993)와 크노르-세티나

    (Knorr-Cetina 1981, 1999)에 이르기까지 실험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

    다수의 연구들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이분법에 기초하고 있다. 그 외에도 현

    장에서의 일반인-전문가를 다루는 연구들을 포함, 실험실과 현장의 연계를

    다루는 많은 연구들 역시 이 이분법을 암묵적으로 지지한다(Kohler 2002).

    이러한 관점에 의하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기술과학자들에 의해 통제되고

    ‘계산의 중심’(Latour 1987)으로 종종 작동하는 실험실이라는 물리적 공간

    과, 실험실에서 이루어진 기술과학적이고 인식론적인 작업들이 밖으로 흘러

  • - 9 -

    나와 네트워크를 따라 유통되며 인간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필드 공간으로

    대별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뒤르켐과 모스 등(Durkeim 1972[1912], Durkeim and Mauss

    1963[1903])은 이러한 공간의 구별 자체가 사회적인 것이라고 하였고, 이러

    한 고찰을 상술한 구분에 적용해 보면 실험실과 필드를 구분하는 과학기술학

    의 전통 역시 맥락 의존적이며 인위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연구소

    의 공간적 아상블라주 속에 다양한 기술과학적 실천이 중층적으로 중첩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본고에서는 연구자가 1년간 행한 민속지적 참여관

    찰 결과를 분석하여, 물화(物化)된 기술과학적 실천으로서 연구소 공간이 위

    치한 실험실의 구성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동안 과학기술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사실의 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를 보고자 하였다. 이들이 도입한 방법론은 라투르와 울가, 크노르-세티나와

    트래위크 등이 사용한 민속지, 사회학자 해롤드 가핑클(Garfinkel 1967,

    2002)이 창안하고 마이클 린치(Lynch 1985, 1991)가 과학기술학에 도입한

    민속방법론, 가장 최근에 안네마리 몰(Mol 2002)이 주장한 실천기술지 등이

    있다.8) 이들의 특징은 모두 담론수준의 거시적 분석을 지양하고 직접 과학자

    들이 행하는 매일의 연구 일상을 추적하여9) 미시적이고 세밀한 수준의 복잡

    한(messy) 지식 구성과정을 이해하고 기술(記述)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한다.

    실험실 연구의 전통에서는 과학자들이 실험 대상을 포함하는 비인간 객체

    들과 여러 자원들-경제자본, 인적자본, 상징자본 등-을 조직하여 새로운 상

    징자본과 과학적 사실로 변환하는 중심 장소(center of calculation, Latour

    1987)로 실험실을 파악한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들은 실험실의 물질문화

    (material culture), 인식문화(epistemic culture), 사실(fact)과 인공물

    (artefact)의 상대적 지위, 과학과 사회의 상호구성, 실험실의 위계와 구조 등

    8) 인류학의 민속지를 사회과학, 특히 실험실 연구에 도입한 것이 민속방법론이다. 민속방법론은 사회의

    구성원들(ethno-)이 사회적ㆍ과학기술적 질서부여를 행하는 방법(-methodology)을 서술한다. 그러

    나 이 두 가지 모두 행위자인 사람(ethno-)에 연구의 방점을 찍는다는 특성이 있다. 안네마리 몰은

    이보다 더 나아가 기술과학자들의 실행(praxis)을 중점적으로 분석하는 실천기술지(praxiography)를

    주장하였다. 본 연구는 실험실에서

    근무하는 기술과학자들의 구성과 행동을 모두 분석하기에, 이 두 연구전통을 함께 따른다.

    9) 이는 "follow the actors"라는 행위자-연결망 이론의 모토와도 연관된다.

  • - 10 -

    을 이해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기술과학의 후발주자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

    한 실험실 구성하기와 같은, 실험실의 지리정치학적 상황을 통한 주제는 비

    교적 소홀히 다루어졌다. 본 연구는 이들과 차별점을 두어 과학의 주변부라

    는 위치성에 방점을 찍도록 하겠다. 과학의 주변부에 위치한 실험실은 학문

    적 헤게모니를 획득하기 위해 연구의 글로벌화를 모색한다. 이러한 과학적

    실행의 맥락 속에서 지식이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여러 층위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토머스 프리드먼(Friedman 2005)은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세계는 평

    평하다(the world is flat.)’고 주장하였다. 21세기로 들어서면서 세계는 고도

    로 네트워크화된 지식경제학의 인프라와 대부분의 세계를 하루권으로 연결해

    주는 초고속 교통수단의 발달, 전자적으로 가상세계에서 실시간으로 거래되

    는 거대한 자본의 흐름 등으로 인해 세계가 이제는 점점 평평해져간다는 것

    이다. 새로운 기술과학의 발달이 야기한 이 변화는 비가역적이며, 그 결과로

    인해 지역적 경제 편차가 야기한 빈곤퇴치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다. 이 주장은 적지 않은 옹호를 받았었다. ‘평평해진’ 세계에서는 어느 곳에

    특정한 행위자가 위치하건 그 지리적인 중요성이 이전보다 크게 감소하게 된

    다. 이는 다국적 기업의 출현과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자본과 노동력, 지식과

    자원의 자유로운 흐름 등으로 드러나게 되며, 이런 맥락에서 이론가들은 21

    세기와 포스트모더니티의 특징으로 유동성과 운동성을 손꼽아 왔다(Bauman

    2000, Castells 2000, Harvey 1990). 그리고 이 유동성과 운동성은 세계를

    더욱 평평하게 만드는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에 대

    해서도 최근 지리학과 경제학 등을 중심으로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가령

    드 블라이(de Blij 2009)는 지표면이 그렇게 평평하지 않다는 은유를 사용하

    여, 세계의 주변부에는 여전히 ‘울퉁불퉁한’ 지형이 존재함을 역설하였다. 이

    런 측면은 특히 공중보건과 위난, 종교와 언어 등의 경우에 그러하다. 다만

    이런 주장들은 세계를 구성하는 여러 지형의 하나인 ‘과학지식의 지형’이 평

    평하지 않다는 점을 잘 보여주지 못한다. 과학은 특히 물리적 공간성에 구애

    받지 않는 것으로 흔히 생각되어지는데, 가령 뉴턴이 발견한 운동 법칙은 그

    가 이를 발견한 영국에서나 대서양을 건넌 북미대륙에서나 동일하게 적용되

  • - 11 -

    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과학지식이 생산되는 실험실은 어떠한가. 자원

    과 정보, 자본과 행위소의 “흐름이 고정된 위치보다 더 중요해진" 것이 사실

    이지만(Callon and Law 2004:9)10), 이러한 행위소들이 최종적으로 안착하

    여 작동하는 지점인 노드(node)로서의 실험실의 물리적 위치는 중요성이 감

    소되지 않았다(Henke and Gieryn 2008). 과학지식은 여전히 불균등한 지식

    지형 위에서 생산되고 전이되며 소비된다. 특히 한국처럼 과학의 주변부에

    위치한 곳에서 실험실이 구성되는 경우에는 평평함보다 위치성의 의미가 커

    진다. 우리는 본 연구를 통하여 실험실의 위치성이라는 측면을 분석해볼 것

    이며, 점차 평평해지는 세계에서도 울퉁불퉁한 지식 지형이 존재함을 직접적

    인 사례연구로 살펴볼 것이다.

    (2) 행위자-연결망 이론(ANT)

    본 연구가 지니는 두 번째 이론적 정향은 브루노 라투르와 스티브 울가,

    미쉘 칼롱과 존 로 등이 주창한 행위자-연결망 이론이다. 행위자-연결망 이

    론은 주요 연구방법론으로 관심 행위자들을 추적하여(“follow the actors”)

    세밀히 기술하는 방식을 취한다. 초기 행위자-연결망 이론의 실험실 연구는

    라투르와 울가에 의해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Salk 연구소에서 이루어졌다.

    이들은 TRF라는 물질을 정제하고 분석해서 논문을 내는 과정을 2년여에 걸

    치는 참여관찰 끝에 매우 세밀하고 상세하게 내적 과학사적 연구방법론 수준

    에서 분석해 내었다. 여기서 내적 과학사적 방법론이라 함은 외적 과학사와

    상반되는 의미로, 단순한 제도의 역할과 지식의 변화과정 등 외부적 요소만

    을 분석하지 않고 실제 과학의 내용을 치밀하게 살펴보고 분석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방법론을 뜻한다. 라투르와 울가의 행위자-연결망적 방법론 역시

    실험실의 제도적 측면과 연구소 내-외부의 구성 등에 관한 겉핥기식의 묘사

    를 지양하고 실제 TRF라는 물질이 과학자들의 담론에 의해 어떻게 인공물로

    10) “circulation has become more important than fixed positions”

  • - 12 -

    처음 만들어지고, 이 과학적 문장이 많은 논의와 다른 과학자들에 의한 피인

    용의 과정을 거쳐 점차 과학적 사실의 지위를 획득해 가는지를 정치하고 두

    텁게 묘사(thick description)하였다.

    다만 행위자-연결망 이론을 실험실 연구에 적용한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

    은데, 특히 하나의 실험실이 탄생되는 과정에서부터 행위자들을 추적한 연구

    는 거의 전무하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실험실이 새로 창조되는 시점에서 그 실험실의 가치와 미래성을 알기 힘들기

    에, 과학기술학 연구자가 특정 실험실의 설립을 전후한 시점에 그곳에 관심

    을 갖고 과학자들을 참여관찰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의 대상이 된 뇌과학연구소(NRI)는 이례적으로 설립초기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실험실이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의 초기 개발자중 한

    명이자, 전산단층촬영장치(CT) 및 자기공명영상(MRI)의 해법을 독자적으로

    연구한 과학자로서 미국에 체류하던 조장희 박사의 영구 귀국과, 연구소장으

    로서 그가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실험실의 설립은 시작단계부터 인구에

    회자되었다. 그렇기에 네트워크의 중심에 위치한 주요 행위자로서 조장희 박

    사가 가진 학문적 배경, 미국과학학술원(NAS, National Academy of

    Science)의 정회원까지 된 그가 영구 귀국하여 독자적인 실험실을 운영하게

    된 맥락, 그리고 학문의 주변부인 대한민국에서 신생 실험실을 세계적 수준

    으로 만들기 위해 구성한 제도적ㆍ기술과학적ㆍ문화적 기반을 분석하는 것은

    실험실의 지식생산을 연구하는 사람이나 수월성의 획득을 위한 과학기술정책

    에 관심을 가진 연구자에게 하나의 유의미한 사례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

    다.

    행위자-연결망 이론은 방법론적으로 주변과 중심을 구분하지 않는다. 존

    로가 언급하는 포르투갈 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행위자-연결망 이론에

    서는 행위자들의 상대적 위치와 그들 간의 연결망 형성이 중요할 뿐, 정작

    그 행위자들이 물리적으로 어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지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Law 2002). 물론 행위자-연결망 이론에서도 번역의 중심이 되는 ‘계

    산의 중심’과 '의무통과점'의 개념이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Latour 1988,

    1993). 그리고 이들이 특정 행위자-연결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지점

  • - 13 -

    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가령 제국주의 시기 ‘계산의 중심’은 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에 행위자를 파견한 제국주의의 심장부인 대영제국의 수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방점은 이 연결망에 결절(結節)11)되어 있는 행위자들의

    상대적 연결고리와 대리의 개념이다. 계산의 중심에 위치한 행위자가 연결망

    상에 위치한 다른 행위자를 연결망의 말단으로 보내 그 방향의 행위자-연결

    망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과정은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

    한 것은 행위자-연결망 상에 위치한 행위자들의 상대적 위치다.

    행위자-연결망 이론은 대영제국의 제국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영국에 집중

    된 권력이 세계로 뻗어나가 식민지를 건설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권력은 현

    상을 설명해주는 설명항이 아니고, 반대로 연결망에 위치한 행위자들 간의

    상대적 관계를 분석해서 설명해 주어야 하는 피설명항이다. 즉 대영제국이

    권력을 가져서 제국으로 부상했다기 보다는, 그의 다양한 행위자-연결망들

    (가령 나침반과 항해도구 등을 장착한 범선이라는 행위자-연결망, 그러한 선

    단을 운영할 수 있는 군사ㆍ정치적 행위자-연결망, 선교사와 머스킷 총 등의

    행위소를 포함한 행위자-연결망 등)이 잘 작동하여 그 결과 권력이라는 현상

    이 출현한 것이다. 런던에 특별한 점이 있어서 이곳을 중심으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이루어진 것이라기보다는, 행위자-연결망들의 ‘계산의 중심’이

    우연히 런던에 있기에 이곳이 특별해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행위자들 간의

    상대적 관계와 위치이며, 그 절대적(물리적) 위치는 그 장소 자체가 특정한

    행위소로 작동하지 않는 한 행위자-연결망 이론에서는 큰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다. 이를 과학에 대한 설명에 적용시켜 보면 프랑스에 위치한 파스퇴르

    가 권력을 가졌기에 위대한 과학자가 된 것이 아니었고, 반대로 실험실을 통

    해 그가 행위자-연결망의 의무통과점으로 작동할 수 있었기에 그 결과가 프

    랑스 과학의 권력으로 나타난 것이다.

    본 연구에서도 과학의 주변부에 위치한 실험실이 어떤 방식으로 행위자-연

    결망을 구성하고 이를 재조정하며 계산의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11) 행위자-연결망 이론(ANT)에서 사용되는 ‘punctualization’이라는 용어는, 혼종적 행위소들이 네트워

    크를 형성하였을 때 이것이 적당한 수준에서 마디로 맺어지며(結) 블랙박스로 끊어지는(節) 과정을

    의미한다. 본 논문에서는 김환석(2001)의 번역을 따라 이를 결절(結節)로 표현한다.

  • - 14 -

    그림 1. 뇌과학연구소(NRI) 소장 조장희 박사. 연구소의 지하 2층에 위치한

    PET-MRI 퓨전 시스템의 콘솔에서 4미터x2.5미터 크기의 초윤곽 디스플레이 시

    스템(UDDS, Ultra Definition Display System)을 사용하여 7테슬라 자기공명영

    상으로 촬영한 인간 뇌의 축면(axial) 이미지를 살펴보고 있다. 뇌이미지는 슬라이

    스를 자르는 방향에 따라 크게 축면(axial) 이미지, 관상면(coronal) 이미지, 시상

    면(sagittal) 이미지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UDDS의 우측에 위치한 문처럼 보이

    는 것은 자기공명영상 기계가 위치한 MRI룸으로 진입할 때 통과해야 하는 금속

    탐지기이다. 마그네틱선이 있는 크레딧카드나 열쇠, 동전, 혁대, 시계, 핸드폰 등

    을 소지하고 들어가는 경우 자기공명영상의 강력한 자기장에 의해 망가지거나 근

    처에서 기계로 딸려 들어가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입구에 금속탐지기를 설

    치해 놓았다. 단 연구원들은 모두 이를 잘 숙지하고 있으므로 평소에는 켜지 않는

    다. 이 금속탐지기는, 일상적 공간에서 뇌이미지가 생성되는 공간으로 진입하기

    위한 일종의 문지방 공간(threshold space)이자 완충지대(buffer zone)로 작동한

    다. 뇌이미지를 얻고자 하는 피험자나 기술과학자는 이 문지방공간을 통과하며

    ‘금속성 물질의 제거’라는 물질계의 명령 혹은 조건을 수행하게 된다(2009.9.28.

    연구자 촬영).

  • - 15 -

    지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은 과학기술계의 주변부에 위치해있는데 이는 물리

    적ㆍ지리적 위치와 무관하다. 따라서 행위자-연결망을 잘 설계한다면 우리는

    물리적으로 한반도에 위치한 실험실이라 하더라도 관계적으로는 계산의 중심

    에 가깝게 위치시킬 수 있다. 본 연구의 대상이 되는 실험실은 이러한 방식

    으로 구성된 장소이다.

    이 연구에서 우리는 실험실 자체의 물리적ㆍ관계적 위치성이 드러나는 측

    면을 보게 될 것이다. 실험실이 설립되는 물리적 장소는 평평한 지식지형에

    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식지정학에는 중심부와 주변부가 존재할 수밖에 없

    는데, 이렇게 상이한 위치에서 행위자-연결망이 구성되는 방식은 다를 수밖

    에 없다. 그리고 주변부에서 관찰되는 이 양상을 분석하는 것은 기술과학과

    지식생산의 위치성에 대해 의미있는 내용을 우리에게 제공해 줄 것이다

    (Prasad 2005b). 또한 행위자-연결망 이론의 다소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분

    석을 보완하기 위해, 실증적이고 경험적인 데이터를 사용하여 글로벌한 네트

    워킹이 이루어지는 맥락 속에서의 과학지식 생산을 이해하는 것은 이 논문의

    주된 목적중 하나다.

    (3) 시각화 연구(visualization studies)

    과학기술학에서의 시각화 연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연원을 갖고 이루

    어져 왔다. 17~18세기 이후 근대사회에서 인간의 삶은 숫자와 밀접한 연관

    을 지니게 되었고, 19세기 후반 이후 현대사회에서는 기술과학과 결부된 이

    미지가 강력한 파급력을 지니게 되었다(Daston and Galison 1992, 2007;

    Porter 1995; Stafford 1996). 이미지는 사진, 도표, 그림, 심볼, 로고, 지도,

    그래프, 차트화된 숫자들, 시뮬레이션 결과물, 컴퓨터를 활용한 시각화, 의료

    기기 등에서 관찰되는 몸의 촬영 결과물 등을 모두 지칭할 수 있다. 이들은

    대상을 표상하는 재현으로서 작동할 뿐 아니라, 그 자체 행위력을 지닌 인공

    물로서 과학자들과 일반인들의 행위에 영향력을 갖는 행위소로 기능한다. 그

    러나 기존의 이미지 및 시각화 연구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이러한 이미지가

  • - 16 -

    제작되는지와, 시민사회의 공공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행하는지를 주로 보았

    을 뿐, 과학의 중심부와 주변부라는 이미지 구성의 맥락과, 그러한 이미지가

    구성되는 실험실 자체의 구성성, 나아가 이러한 이미지가 과학자 사회 및 일

    반인의 영역에서 지식자본과 상징자본으로 작동하는 기제를 다룬 연구는 거

    의 없었다. 본 연구는 기존의 시각화연구와 차별되는 첫 번째 지점으로 이러

    한 점에 분석의 중심을 두고 과학의 주변부에 위치한 융합과학 실험실에서

    과학적 명성 및 그에 결부되는 자원을 획득하기위해 시각화 의료기술을 어떻

    게 활용하는지 보도록 하겠다.

    둘 째, 이와 유사한 의료영상기술에 대한 선행연구는 다우니와 더밋

    (Downy and Dumit 1997), 더밋(Dumit 2004), 조이스(Joyce 2005, 2006,

    2008), 케블리스(Kevles 1997, 2003), 프라사드(Prasad 2005a, 2005b), 랩

    (Rapp 1998), 밴 다이크(van Dijck 2005), 월드비(Waldby 2000) 등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들은 본 연구에서 이루어진 것과는 상이한 초점을 지

    닌 연구들이다. 더밋 등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을 연구하며 이 시각화 기술이

    만들어진 역사와 문화적으로 소비되는 뇌 이미지의 사회문화적 측면을 정리

    하였다. 그의 연구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을 통해 생성된 이미지가 뇌과학자

    들과 일반인들의 영역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보이고 있지만 실제 양전

    자방출단층촬영 이미지를 생성하는 과정에 다른 기술과학자들의 작업이 어떻

    게 결절되는지를 깊은 수준에서 다루지 않는 한계가 있다. 조이스의 연구는

    자기공명영상 기기에서 생성되는 이미지들이 일반인과 전문가의 영역에서 어

    떤 차이가 나는지를 보이는데, 실제 자기공명영상을 사용하는 전문가들은 그

    것이 인체 내부의 ‘모든’ 영역을 결점없이 다 보여주는 사실의 적확한 묘사가

    아님을 아는 반면 일반인들의 공공영역에서는 그것이 신체의 정확한 재현으

    로 잘못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단, 그녀의 연구에는 실제 자기공

    명영상의 이미지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행위자들이 어떠한 상호작용을

    하고 그것이 이미지 획득과정 및 해석 방식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다루지

    않는 공백이 있다. 케블레스와 밴 다이크의 정리는 기술사적으로 정리된 것

    이기에 의료 이미징 기술이 가지는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차원의 탐구를 우

    리에게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레이나 랩과 캐서린 월드비의 작업은 페미니

  • - 17 -

    즘의 관점에서 소노그램등의 이미징 기술과 Visible Human Project 등에 접

    근하고 있기에 자기공명영상이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 등의 최첨단 의료기술

    이 갖는 다양한 과학기술학적 함의는 놓치고 있다. 프라사드의 연구는 자기

    공명영상이라는 기술과학적 인공물이 인도라는 특수한 역사적ㆍ사회적 배경

    에서 갖는 의미를 추적하여 많은 것을 보여주지만, 다양한 행위자들이 어떠

    한 ‘존재론적 안무’(Cussins 1996, Thompson 2005)를 통해 자기공명영상

    과 사회기술적 차원에서 상호작용하는지를 미시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

    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약 1년 간의 참여관찰을 통해, 상술한 선행연구들

    이 보지 못하는 지점에서 행위자들의 플라즈마(Latour 2007)가 어떤 아상블

    라쥬를 우발적으로 구성하는지 살펴 보고, 그를 통해 자기공명영상이나 양전

    자방출단층촬영 등의 첨단 의료시각화 기술이 갖는 사회문화적 함의를 보고

    자 한다.

    셋 째, 그동안의 의료영상기술은 측정 및 진단을 하는데 하나의 기술을 활

    용하는 단일 모달리티의 영상획득을 중심으로 발전하여 왔다. 단일 모달리티

    란 하나의 이미징 기기만을 사용하여 대상의 영상을 획득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기술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하나의 기계가 가진 장단점을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두 가지 이상의 기계들을 결합하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는데 이를 멀

    티 모달리티라 부른다. 현재 병원과 연구소 등지에서는 비교적 간단한 기계

    인 X선과 초음파를 제외하면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그

    리고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의 세 종류가 가장 많이 활용된다. 이들은 단

    일 모달리티 시각화 기술들이다. 세 이미징 기기들의 관계를 그림으로 나타

    내면 와 같다. 컴퓨터단층촬영, 양전자방출단층촬영, 자기공명영상

    을 활용하여 의사나 방사선사가 영상을 획득하고, 그 사진을 바탕으로 진단

    의가 증세를 판별하는 단일 모달리티 시각화 방식이다.

    컴퓨터단층촬영은 엑스선 촬영기술을 활용하고 컴퓨터를 통해 투사ㆍ역투

    사 과정을 거쳐 영상을 획득하는 이미징 방식이고, 자기공명영상은 인체 내

    수소분자들에 강력한 자기장을 걸어 일렬로 정렬시킨 다음 이를 풀어주어 원

    자들이 방출하는 시그널을 변환해서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방식이며, 양전자

    방출단층촬영은 사이클로트론에서 만든 FDG(산소 원자대신 불소 동위원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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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T ( 해 부적)

    MRI ( 해 부적)

    PET ( 기 능적)

    그림 2. 3대 의료영상기기들의 관계. CT와 MRI는 해부적 영상을 획득하며,

    PET은 기능적 영상을 획득한다. 해부적 영상은 비교적 정확한 인체 내 구조를

    가시화시켜주며, 기능적 영상은 인체 내 포도당 대사가 이루어지는 지점을 시각

    화해 보여준다. 따라서 기능적 영상장치와 해부적 영상장치 두개를 결합하면,

    대단히 유용한 임상적 활용도를 가진다. CT와 PET을 결합한 PET/CT는 이미

    개발되어 일선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CT보다 훨씬 해상도가 좋은 MRI와

    PET을 결합하는 시도가 현재 전세계의 기술과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삽입한 포도당) 등이 인체 내 포도당 섭취기관에서 방출하는 감마선을 검출

    하여 신호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컴퓨터단층촬영과 자기공명영상은

    해부적 영상을 보여주는 모달리티이고, 양전자방출단층촬영은 기능적 영상을

    보여주는 모달리티이다. 기능적 영상 모달리티(양전자방출단층촬영)는 특히

    종양을 발견하는데 유용한데, 단점은 가장 낮은 해상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

    이다. 그리하여 의과학자들은 해부적 영상 모달리티인 컴퓨터단층촬영과 양

    전자방출단층촬영을 결합하여 PET/CT의 멀티 모달리티 영상획득기술을 상

    용화하였다.

    한편 자기공명영상은 일반적으로 컴퓨터단층촬영 보다 월등히 높은 해상도

    의 영상을 산출하는 해부적 영상 모달리티이므로, PET/CT 처럼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과 자기공명영상(MRI)을 결합하는 PET/MRI가 개발된다면 환

    자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의료영상기술이 될 수 있다. 문제는 MRI의 강력한

    자기장이 PET이 검출하는 감마선의 진로에 영향을 주어 양전자를 검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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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쉽지 않다는 점인데, 현재 전 세계의 의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2000년대 이후 의과학 분야의 임상에서 많이 주목받고 또

    그 가능성이 널리 논의되는 분야도 단일 모달리티 영상이 아닌 멀티 모달리

    티 영상기술이다. 의과학 분야의 저널에는 멀티 모달리티 영상이 갖는 의료

    적 장점과, 영상해석의 테크닉 등을 다루는 논문들이 지속적으로 출판되고

    있다(Evans et al. 1991, 1992; Fox et al. 1998 등). 특히 뇌과학의 경우

    뇌의 어떤 부위에서 포도당 섭취가 일어나는지를 확인하는 양전자방출단층촬

    영의 기능적 영상은, 뇌내 혈관의 산소농도로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 되는

    지를 측정하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과 차별점을 지니기 때문에 많은 유용성을

    함축하고 있으며, 또 관련 분야의 영상기술이 발달되기를 기대받고 있다. 이

    러한 상황 하에 정작 멀티 모달리티 의료영상이 제작되고 활용되는 방식, 사

    회기술적으로 이미지가 구성되는 과정, 그 문화적 의미는 다루어진 적이 없

    다.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시각화연구들과 차별점을 가지고 멀티 모달리티

    시각화 영상기술의 사회ㆍ기술적 구성에 대해 살펴보겠다.

    넷 째, 의료 영상기술에 대한 기존의 시각화 연구중에는 시각화 기술이 과

    학자 집단의 글로벌 경쟁 속에서 수월성을 획득할 목적으로, 특히 최고의 상

    징자본에 대한 국가적ㆍ사회적 열망을 집약한 문화속에서 구성되는 맥락을

    분석한 적이 없다. 이는 과학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도약하고자 노력하는

    특수한 상황에 위치지어진 한국에서 관찰할 수 있는 흔치않은 사례다. 세계

    적으로 몇 대 없는 초고가의 임상 및 연구용 이미징 기술을 재단 이사장의

    사재 출연으로 구매하였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과학의 주변부에 위치한 신

    설 연구소에 설치하여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수준의 연구를 목표로 하였다

    는 점, 해외에서 지속적인 업적을 산출하던 석학을 영입하여 시작부터 연구

    수준의 도약을 모색했다는 점,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국가적인 과학 수준

    전체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자 하는 야심찬 계획은, 시각화 연구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