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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을 달리다 교통 불모지, www.ikpnews.net 창간 2000년 11월 27일 대표전화 (02) 2679-3693 140-872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2가 80-2 풍양빌딩 5층 2014년 9월 1일 월요일 [주간]제625호 발행인 겸 편집인 김영호 편집국장 심증식 인쇄인 박만수 0.5대와 0.7명. 이 수의 의미를 아는 가.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이 농어촌지역 버스운영실태를 조사하며 2011년 말에 발표한 통계 중 하나다. 이 소수점 이하 의 수는 제주도를 제외한 8개 광역도의 지역별 농어촌버스 노선 당 보유대수 및 운전자수의 전국 평균이다.(2011년 5월 기준) 현황을 살펴보면 89개의 농어촌 버스 업체에서 1,882대의 버스가 3,764 개의 노선을 달린다. 우리나라 군의 수 가 83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략 군 당 평균 한 개의 농어촌버스 업체만이 운영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통계를 통해 추측하건데, 농어촌은 분 명 교통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불모지역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평균 3 회, 4회의 대중교통 운영에도 감지덕지 할 만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더군 다나, 대중교통의 통행마저 여의치 않은 산간오지마을의 경우엔 이 통계의 수치 마저 의미가 없다. 30분, 한 시간 넘게 걸어 나와야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 는 정류장에 다다를 수 있는 농어촌 지 역은 아직, 여전히 많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어촌은 날이 갈수록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 되어가 고 있다. 대중교통 수요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농어촌버스 업체의 운송수입 감소로 이어져 경영난 가중, 요금인상 및 노선 축소, 교통서비스 질 의 저하라는 악순환을 발생시키는 원인 이 되고 있다. 발이 묶인 농민은 의료 및 교육 등 사회기반시설로의 접근이 제한 되는 등 일상생활에서의 불편마저 스스 로 감수해야 한다. 보고만 있을 것인가. 여기, 작지만 바 람직한 몇몇 사례가 있다. 전남 신안군 은 지역 버스업체를 인수, 2007년 임자 도를 시작으로 버스공영제를 시행했다. 2009년엔 고이도를 비롯한 6개 낙도에 공영버스를 투입했다. 주민들은 “이것 이 진정 농민의 발”이라고 치켜세운다. 충남 서천군은 지난해 ‘희망택시’, 일명 ‘100원 택시’를 도입했다. 농어촌버스의 노선이 닿지 않는 오지마을 주민들의 편 의를 위해 시작된 희망택시는 타 시·군 에서 따라할 정도로 모범사례로 통한다. 충북 옥천군 안남면은 지역의 도서관 버 스를 무료 마을 순환버스로 활용해 지역 주민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고 있다. 위 사례 모두 농어촌 대중교통의 혁신사례 다. 한국농정신문은 9월 특집호에서 기꺼 이 ‘농민의 발’이 되어준 농어촌 대중교 통 사례를 모아보고 교통문제 해결을 위 한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교통 불 모지, 농어촌을 달리는 대중교통이 더 많아질수록 농민의 삶도 윤택해질 것임 을 확신하기에. 편집국

한국농정 625 흑백 - pdf.ikpnews.netpdf.ikpnews.net/625/62512.pdf · 제625호 2014년 9월 1일 월요일 농촌 교통문제 해결 ‘신안군 버스 공영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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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을 달리다교통 불모지,

www.ikpnews.net창간 2000년 11월 27일 대표전화 (02) 2679-3693 우 140-872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2가 80-2 풍양빌딩 5층

2014년 9월 1일월요일

[주간]�제625호

발행인 겸 편집인 김영호

편집국장 심증식

인쇄인 박만수

0.5대와 0.7명. 이 수의 의미를 아는

가.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이 농어촌지역

버스운영실태를 조사하며 2011년 말에

발표한 통계 중 하나다. 이 소수점 이하

의 수는 제주도를 제외한 8개 광역도의

지역별 농어촌버스 노선 당 보유대수 및

운전자수의 전국 평균이다.(2011년 5월

기준) 현황을 살펴보면 89개의 농어촌

버스 업체에서 1,882대의 버스가 3,764

개의 노선을 달린다. 우리나라 군의 수

가 83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략 군

당 평균 한 개의 농어촌버스 업체만이

운영되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통계를 통해 추측하건데, 농어촌은 분

명 교통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불모지역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평균 3

회, 4회의 대중교통 운영에도 감지덕지

할 만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더군

다나, 대중교통의 통행마저 여의치 않은

산간오지마을의 경우엔 이 통계의 수치

마저 의미가 없다. 30분, 한 시간 넘게

걸어 나와야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

는 정류장에 다다를 수 있는 농어촌 지

역은 아직, 여전히 많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농어촌은 날이

갈수록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 되어가

고 있다. 대중교통 수요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농어촌버스 업체의

운송수입 감소로 이어져 경영난 가중,

요금인상 및 노선 축소, 교통서비스 질

의 저하라는 악순환을 발생시키는 원인

이 되고 있다. 발이 묶인 농민은 의료 및

교육 등 사회기반시설로의 접근이 제한

되는 등 일상생활에서의 불편마저 스스

로 감수해야 한다.

보고만 있을 것인가. 여기, 작지만 바

람직한 몇몇 사례가 있다. 전남 신안군

은 지역 버스업체를 인수, 2007년 임자

도를 시작으로 버스공영제를 시행했다.

2009년엔 고이도를 비롯한 6개 낙도에

공영버스를 투입했다. 주민들은 “이것

이 진정 농민의 발”이라고 치켜세운다.

충남 서천군은 지난해 ‘희망택시’, 일명

‘100원 택시’를 도입했다. 농어촌버스의

노선이 닿지 않는 오지마을 주민들의 편

의를 위해 시작된 희망택시는 타 시·군

에서 따라할 정도로 모범사례로 통한다.

충북 옥천군 안남면은 지역의 도서관 버

스를 무료 마을 순환버스로 활용해 지역

주민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고 있다. 위

사례 모두 농어촌 대중교통의 혁신사례

다.

한국농정신문은 9월 특집호에서 기꺼

이 ‘농민의 발’이 되어준 농어촌 대중교

통 사례를 모아보고 교통문제 해결을 위

한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교통 불

모지, 농어촌을 달리는 대중교통이 더

많아질수록 농민의 삶도 윤택해질 것임

을 확신하기에. � 편집국�

Page 2: 한국농정 625 흑백 - pdf.ikpnews.netpdf.ikpnews.net/625/62512.pdf · 제625호 2014년 9월 1일 월요일 농촌 교통문제 해결 ‘신안군 버스 공영제’ 주목

2 특 집 - 신 안 군 버 스 공 영 제

신안군 버스 공영제는 2007년 임자도에서 시작해 지난해 압해읍을 끝으로 14개 읍면지역 전면 시행을 완료했다. 버스 공영제 실시로 노선당 4~5회에

그쳤던 운행횟수는 7~10회까지 늘었다.

압해읍 공영버스 기사인 한성환(46)씨는 “오전 6

시 50분 첫차는 등교하는 학생들과 읍내 의원을

찾는 어르신들로 늘 붐빈다”며 “가급적 어르신

들이 8시 차를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장감행 공영버스는 인근학교 학생들이 자주 이

용하는 버스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한별

어린이가 버스를 타고 있다.

제625호 2014년 9월 1일 월요일

농촌 교통문제 해결 ‘신안군 버스 공영제’ 주목

65세 이상 무료요금인데도 저비용 고효율 올려

전국이 전남의 외딴 섬 지역을 오가는

소형버스를 주목하고 있다. 전남 신안군에

서 실시 중인 버스 공영제는 많은 지방자

치단체가 도입을 검토하는 농촌지역 교통

문제 해결책 중 하나다.

지난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각 후

보들은 대중교통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기도에선 무상버스와 버스 공영제를 놓

고 후보들 사이에 치열한 정책경쟁이 펼쳐

졌고 대중교통을 둘러싼 토론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지방자치단체가 막대한 재정지

원을 투자하는데도 주민들의 대중교통 만

족도는 높지 않았던게 원인이다.

선거 당시 버스 공영제를 전국 최초로

도입한 신안군은 업무마비가 올 정도로 문

의가 폭주했다. 버스 공영제란 지자체가

버스업체를 직접 인수해 노선을 운행하는

방법으로 수익성이 아닌 주민들의 교통

편의 제공에 주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안군이 직영하면서 버스요금은 일반

1,000원, 학생 500원으로 내렸고 65세 이

상 군민에겐 무료승차 카드를 발급해 무상

으로 공영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

다.

신안군 버스 공영제는 2007년 임자도

에서 공영버스를 시범운행하며 시작됐다.

그해 11월엔 버스 공영제 운영조례를 공포

했으며 다음해인 2008년엔 11개 읍면으

로 공영버스 운행을 확대했다. 지난해엔

군청소재지인 압해읍에서도 버스 공영제

가 추가 시행되며 14개 읍면지역 전면 시

행을 완료했다.

버스 공영제를 실시하며 노선당 4~5회

에 그쳤던 운행횟수는 7~10회까지 늘었다.

최도청 신안군 교통행정계장은 “낙도 노선

이 생기며 노선도 30개에서 40개로 늘었

고 버스 미운행지역은 120개 마을에서 48

개 마을로 줄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이

에 이용객수는 2008년 55만명(무료이용

49만명)에서 2013년 68만 5,000명(무료

이용 53만명)까지 증가했다.

많은 공영버스 노선이 읍·면사무소 소

재지와 선착장을 오가고 있다. 지도읍에서

운행되는 3개 노선은 임자도와 증도에서

장을 보러 오는 주민들까지 몰려 이용객이

많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자은도 암태도 팔

금도 안좌도는 서로 다리가 연결돼 있으며

이 4개 섬을 잇는 공영버스 노선이 있다. 임

자도와 암태도엔 야간 여객선이 운행하기

에 여객선 운항시간에 맞춘 야간버스가 다

니고 있다. 그 외 지역은 오후 8시 안에 운행

이 종료된다.

최 계장은 “3곳 정도 낙도에서 공영버스

추가 운행을 검토 중이며 압해도와 암태도

사이에 다리가 연결되면 이 두 섬을 잇는 노

선도 추가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안군이 노

선을 직영하며 고속버스 노선 도입도 검토

하는 모습이다. 지도읍-무안읍-목포시로

연결된 고속버스 중 일부를 지도읍-운남면

(무안군)-압해읍-목포시로 연결하는 노선

에 투입하는 안이 협의 중이다.

버스 공영제 도입엔 많은 예산이 투자됐

다. 신안군은 버스 공영제 실시를 위해 지역

내 14개 버스업체를 모두 인수했다. 버스업

체 인수엔 8억 6,000만원이 투입됐다. 48

개 공영버스 미운행 마을 주민들에겐 1인당

월 8장의 택시쿠폰을 발급하고 택시업체들

에게 연간 2억 2,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버스업체에 지급하던 보조금은 종전엔 연

8억원 남짓이었지만 직영으로 전환하며 연

20억원으로 예산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신안군은 버스 공영제가 최소한

의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올리고 있단 입

장이다. 인근 지자체도 비슷한 예산을 버

스업체에 재정지원을 하는데 비해 지역주

민들이 누리는 혜택은 더 늘었다는 이유

다. 군 직영을 통해 버스운행에 필요한 부

대비용도 대폭 축소됐다. 최 계장은 “군이

공영하면서 사무실 경비, 임원진 월급 등

이 없어져 운송원가를 줄일 수 있었다”며

“버스 1대당 운송원가는 신안군은 5,300

만원 수준이지만 인근 지자체들은 대개 1

억원을 웃돈다”고 말했다.

이같은 성과는 신안군이 정부 대중교통시

책평가에서 우수시책 지자체로 선정되는 결

과로 이어졌다. 신안군은 지난해 12월 국토

교통부가 주관하고 교통안전공단이 주최한

대중교통시책평가 성과발표회에서 우수 지

자체로 선정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버스 공영제는 전라남도 전체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남도는 지난달 26일 시군 과

장급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100원 택시

및 버스 공영제 사업추진 설명회를 열었다.

도는 곡성, 보성, 영암, 완도 등 4개 군에서

버스 공영제 재원확보와 운영방안 마련을

검토하는 타당성 조사용역을 발주한다는

계획이다.� 홍기원�기자

“기사 아저씨, 우리 집에 내려주세요”

신안군 압해도, 2013년 도입 공영버스 3개 노선 운행

신안군 압해도는 ‘ㅅ’자 모양의 섬으로

압해읍사무소가 섬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읍내엔 초·중·고등학교가 각각 1곳씩 있

으며 보건소와 각 의원·약국 등이 운영되

고 있다. 압해도 3개 버스 노선은 25인승

버스 3대가 중앙면 버스정류소를 기점으

로 하루 7회 왕복 운행한다.

압해도는 지난해에야 버스 공영제가 도

입됐다. 이 지역 관내버스를 운행하는 버

스업체가 끝까지 버텼기 때문. 이 버스업

체는 관내버스뿐 아니라 목포시-신안군

청-읍내-송공선착장을 오가는 시외버스

노선도 함께 운영한다. 65세 이상 주민에

게 무료로 운행되는 공영버스가 같은 노선

에 투입되면 타격이 예상돼 주저했지만 신

안군의 적극적인 설득작업으로 인수에 이

르렀단 후문이다.

지난달 25일 찾은 압해도 읍내 버스정

류소는 월요일을 맞아 이 곳 의원을 찾은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승객 대부분은 아침

일찍 동네 의원을 찾은 할머니들이다. 송

공행 버스를 탄 김순심 할머니(77)는 “옆

구리가 아프면 읍내로 나와 물리치료를 받

는다”며 “오늘은 그래도 사람들이 미장원

에 가서 자리가 있다”고 말했다.

버스를 탄 할머니들의 주된 관심사는

궂은 날씨로 피해를 입은 농사일이다. 김

경림 할머니(76)는 “비가 많이 와 금년 농

사는 안 좋다”며 “깨도 잘 안 마르고 논도

걱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송공행 버스는 목포로 연결되는 130번,

150번 시외버스와 노선이 겹친다. 다만

150번 버스는 공영버스가 가지않는 수락

마을을 경유한다. 수락마을 주민들 중 만

65세 이상인 27명의 주민들은 버스쿠폰

을 1인당 월 30매 발급받아 이 버스를 이

용한다.

12시 30분에 출발하는 복룡·가룡행 버

스는 승객이 몰려 가운데 통로의자를 들

고 입석운행했다. 김원호 할아버지(85)는

복룡·가룡행 버스로 일주일에 2번 남짓

가룡리 친척집을 왕래한다. 그는 버스 공

영제에 대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평

했다. “중앙면에서 친척집까지 택시비가 1

만5,000원은 든다. 버스기사들도 친절해

내릴 땐 저절로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인

사한다.” 복룡·가룡행 노선엔 곧 35인승

대형버스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 할아버지(74)는 “읍내에 농약을 사러

나왔는데 무료로 운행하는 이 버스가 너

무 좋다”며 “다만 9시에서 12시 사이에 버

스가 없는데 이 시각에 1대 정도 더 다녔으

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공영버스가 운행되면서 읍내가 이전

보다 더 활기찬 모습이란 게 주민들의 공

통된 의견이다. 압해읍에 따르면 공영버

스 투입 첫 해인 지난해(5/20~12/31) 이

용 승객은 총 4만 2,249명이다. 이 중 2만

8,820명이 65세 이상 7세 미만 무임 승객

이며 학생은 9,115명으로 집계됐다. 중앙

면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정성빈 한의사

는 “한의원을 찾는 어르신들이 엄청나게

는 건 아니지만 공영버스 효과가 있긴 하

다”며 “어르신들도 돈내는 버스는 거르고

공영버스를 기다려 타시는 분이 많다”고

귀띔했다.

농촌지역 읍내는 해가 저물 무렵이면 한

산해진다. 오후 5시 10분 장감행 버스는

승객 3명만 태운 채 출발했다. 한 할머니

가 버스기사 김재광(51)씨와 아는 사이인

듯 정답게 대화를 나눈다. “사람이 없는디

어찌 또 가요?” “아유~ 손님이 있든 없든

7번 다니기로 했으니까 다녀야죠. 지현이

어머님은 어찌 늦게 가요?”

압해동초등학교 인근 정류장에서 초

등학생 4명이 재잘대며 올라탄다. 장감

종점에 도착해도 내리지 않는다. 돌아오

는 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잡아 탄 모양

이다. 기자가 말을 걸자 “3학년 선생님

을 닮았는데 선생님이 더 멋있다”며 지들

끼리 키득댄다. 자매인 이하늘(초2), 이

한별(초1) 자매는 “등교는 아버지가 태워

주고 하교는 친구들과 함께 버스를 탄다”

고 말했다. 버스기사 아저씨가 “계속 떠

들면 병아리로 만들거야” 엄포를 놓아도

친구 집에 놀러가 짜파게티를 끓여 먹을

생각에 빠진 아이들은 수다를 멈추지 않

는다. 이윽고 언니는 친구들과 내리고 동

생 이한별 양만 혼자 남아 당차게 자기가

내릴 곳을 전한다. “기사 아저씨. 전 우리

집에 갈 거예요.”� 홍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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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특 집 - 고 이 도 공 영 마 을 버 스

전남 신안군 압해읍의 낙도 고이도에 지난해 7월부터 공영마을버스가 운영돼 주민들의 좋은 이동수단이 되고 있다. 고령 노인이 대다수인 고이도 주민들은 공영버스 운영에

크게 만족한다. 버스 안에선 항상 이야기꽃이 핀다.� 한승호�기자

압해읍사무소 고이도출장소에서 행정보조로 근무하며 공영마을버스 운전을

담당하고 있는 나선민씨. � 한승호�기자

비 오는 날에도 버스는 거의 만원이다. 승객들이 종착지인 선착장에 내려 도선을 타

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한승호�기자

제625호 2014년 9월 1일 월요일

외딴 섬 고이도에 버스가 달린다버스가 달린다. 출퇴근길 콩나

물 시루처럼 사람을 실어나르며

수익을 올리는, 그런 버스가 아니

다. 차량은 12인승 승합차, 요금

은 무료. 노선은 1차선 꼬부랑길.

차는커녕 인적조차 한산한 그 길

을, 버스가 달린다.

신안군 압해읍의 낙도(외딴 섬)

고이도. 육지로부터 불과 500m

떨어져 있을 뿐이지만 병원도, 우

체국도, 은행도 없다. 행정출장

소에 보건진료소, 파출소, 초등

학교 분교 하나씩이 이 곳 시설

의 전부다. 면적 6.25㎢에 인구

260여명. 어떤 회사도 버스를 들

일 리 없는 이 섬에, 선착장까지

오가는 주민들을 위해 공영마을

버스가 생겼다.

매화도, 병풍도, 반월도, 자라

도, 선도, 고이도. 2009년 매화도

에서 처음 도입된 신안군 낙도 버

스공영제가 6개 낙도에서 시행되

고 있다. 군청에서 차량과 주유비

를 지원하고 섬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버스운영위원회’가 운영을 담

당한다. 지난해 7월, 고이도에도

마을버스가 들어왔다.

버스가 달린다. 아침 7시. 선착

장을 출발해 마을로 들어선 버스

가 도착을 알리는 경적을 울린다.

새삼 그럴 필요도 없을 듯, 한 무

리의 주민들이 정자에 나와 버스

를 기다리고 있다. 마을마다 있는

정자가 정류소 역할을 하고, 혹은

아무 길목이나 걸어가던 중에 타

기도 한다. 고이도에서도 후미진

곳이라 버스가 들르지 않는 ‘일정

섬’ 주민들도 기사에게 연락을 하

면 버스가 달려간다.

버스 기사는 행정출장소 직원.

버스는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운

영한다. 연휴와 같은 특별한 경우

엔 일부 주민들이 기사를 자처해

운행을 돕는다. 뇌졸중 때문에 매

일 병원에 가야 하는 전정례(80)

할머니는 버스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목포에 나가 있는 세 자녀의

집을 찾아 나서기도 한결 수월해

졌다.

두 마을을 들렀을 뿐인데 12인

승 버스가 꽉 찼다. 농번기가 아니

면 버스는 늘상 만원. 자리가 없어

못 태우는 경우엔 선착장에 들렀

다 다시 태우러 오면 된다. “병원

도 가고, 머리도 하고. 버스가 있

응게 얼마나 편리허요. 그 전엔 선

착장 가려면 한참을 걸어가고, 젊

은 사람들 차 얻어타고. 근디 차

있는 집도 서너 집 뿐이고, 다들

바쁜 농촌 동네라 거진 걸었지.”

김명단(71) 할머니가 입을 열자 모

두가 맞장구를 친다.

한 바퀴 운행을 하는 동안 길에

서 마주친 차량은 딱 한 대. 다니

는 차가 드물 뿐더러 길은 오르막

내리막 굴곡이 크다. 버스가 없던

시절 그 길을 걸어다니던 주민들

의 고충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

다.

선착장 도선 시간에 맞춘 1일 4

회 운행 시간, 섬을 두 구역으로

나눠 도는 운행 경로, 무료 운행,

모든 것은 마을버스운영위원회에

서 결정한 것.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이1리 박모두(61) 이장은

고이도 공영버스를 군청에 신청한

당사자다. “마을에서 선착장까지

젊은 사람들이 걸어도 30분인데

노인들은 1시간씩 걸리거든. 고이

도에 노인들이 전체의 3분의 2니

까. 젊은이라고 해봤자 내 나이도

벌써 환갑이지만. 어쨌든, 주민들

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보람이

있으니 좋지.”

또다시 버스가 달린다. 오후 1

시. 아침에 뭍에 나갔던 사람들

이 도선을 타고 돌아오기 시작하

는 시간. 도선에서 내려 버스에

오른 승객들을 싣고, 버스는 마을

로 들어간다.

20분도 채 안되는 노선이지만

그 사이 버스에선 이야기꽃이 핀

다. 서로의 건강 이야기, 자녀들

이야기, 내일 있을 마을 잔치 이

야기가 왁자지껄 한 판이다. 버스

가 있어 주민이 즐겁고, 주민이

있어 버스가 즐겁다. “이 버스가

노인들 발이여 발! 편리하고 참

좋지. 아픈 사람들, 노인들 대우

참 잘 해 준거지, 암!” 고갑중(82)

할아버지의 호쾌한 외침이 버스

를 가득 채운다.

“선민(기사)아, 나 요기 쪼까 세

워봐라잉.” 하차벨도, 정류소도

없다. 내리고 싶은 곳에 내리고

타고 싶은 곳에서 타는 것은 시

골 버스만의 정겨운 풍경. 뭍에서

사온 장보따리를 챙겨들고 느적

느적 집으로 들어가는 할머니들

에게 고이도 마을버스는 그 어느

고급 버스보다 안락하고 소중하

다. 버스가 없던 시절 한 시간씩을

걸었을 쓸쓸한 발걸음은 이제 마

을 어귀에서 집까지, 여유로운 발

걸음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버스가 달린다. 외지고

인적 드물고 객조차 드문 섬. 그

작은 섬에도 우리 부모 형제같은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빵빵’ 경

적소리는 그 외로움마저 허물어버

리는 굳세고도 따뜻한 손길. 고이

도에는 오늘도 버스가 유쾌하게

달린다.� 권순창�기자

“안전하게, 편리하게 이용해 주세요”

섬 주민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마

을버스 운전은 어떻게 맡게 됐나.

초등학교 때까지 고이도에서

자랐고 스무 살 때 돌아와 이곳

출장소에서 일하게 됐다. 지난해

7월 공영버스가 처음 운영됐을

때 도선 시간에 맞춰 운행하는

버스라 도선장이신 외할아버지

께서 운전을 맡아 하셨는데 내가

운전면허를 따고 10월부터 넘겨

받았다.

운전할 때는 주로 무슨 생각을 하

나.

운전할 땐 생각을 하면 안된다.

사고나니까! (웃음) 어떻게든 사

고 안나게, 안전하게 운행하려 하

고 있다. 어르신들이 편리하게 이

용해 주시고 나이 어린데 잘 한

다고 칭찬해 주실 때 제일 보람을

느낀다. 모시러 갔을 때 기다리고

계신 것을 보면 나도 반갑고 아무

도 안 계실 땐 괜히 공허한 마음

도 든다.

반면 힘든 점은 무엇인가. 기사 보

수도 따로 없다고 들었는데.

어차피 처음부터 봉사로 시작

한 일이기 때문에 보수가 없는 문

제는 전혀 생각치 않는다. 다만

아침 7시가 첫차니까 6시30분에

는 일어나 잠을 깨고 운전해야 하

니 잠이 부족해지는 게 힘들다.

하지만 원래 활동적이고 운전하

는 것도 좋아해서 특별히 많이 힘

든 점은 없다.

농촌 중에는 고이도 같은 교통

불모지가 많다. 다른 지역에서

도 공영버스제를 운영해볼 수

있을까.

다른 지역 사정이 어떤지 자세

히는 모르겠다. 다만 고이도의 경

우엔 버스가 생기면서 예전에 비

해 훨씬 편해졌고 어르신들의 만

족도도 크다. 군청의 지원이 차량

과 기름값 정도지만 운영하는 데

부담도 전혀 없다.

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께 하고

싶은 말은.

문을 여닫을 때 손을 치이거

나 다칠 우려가 있어 늘 걱정이다.

안전하게 운행하려 노력하는 만

큼 버스 이용하시면서 다치시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 좋게 봐 주

시는 만큼 앞으로도 열심히 운전

하겠다.

미니 인터뷰

나선민 고이도 공영마을버스 운전기사

압해읍사무소 고이도출장소에는 뭇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이가 있다. 출장소 행정보조에 고이

도 공영마을버스 운전을 겸하고 있는 나선민씨의 나이는 올해로 스물 둘. 주민들의 대화에 마을버스가

등장하면 결론은 항상 ‘착하고 예의 바른’ 나씨 칭찬으로 이어진다. 조금은 무뚝뚝한 듯한 말투 뒤로 예

쁜 미소를 간직한 그녀와 짧은 이야기를 나눠 봤다.� 권순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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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특 집 - 르 포

마을순환버스가 지나가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어르신들이 주재결 기사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든다. 마을

어르신들의 인기는 모두 기사 주씨의 차지. 순환버스는 이곳 어르신들의 발이자 희망이기 때문이다.

면 보건소를 들렀다 집에 가는 길이라는 정수용(80)씨는

버스에서 내리며 기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한 번

건넨다. 정씨는 “이 차가 없으면 옥천에서 서울 가는 것

보다 집에 가는 길이 더 힘들다”고 말한다.

이원호 관포리 상관마을 희망택시 기사가 마을 주민들을 마을회관 앞까지 태워온 후 짐을 내려주고 있다. 택시를 이용

한 어르신들이 연신 고맙다며 이씨를 칭찬한다.

희망택시 운행시간표. 정해진 날자와 시간에 택시가 마을

을 방문한다.

제625호 2014년 9월 1일 월요일

“다 없어져도 이 차는 꼭 있어야해”

충남 옥천군 안남면 마을 순환버스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이용

충북 옥천군 안남면의 배바우도서관 앞. 25

인승 버스에 시동이 걸리자 도서관에서 책을

보던 아이들 셋이 뛰어 나와 차에 올라탄다.

2009년 6월 첫 운행을 시작한 도서관 버스는

안남면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마을 순환

버스이기도 하다.

오전 8시 첫 차에는 읍내로 나가는 사람들이

가득 탄다. 병원을 가는 어르신, 장을 보는 어머

니, 방학이면 도서관을 가는 아이들 등 상대적

으로 자가 이용이 어려운 이들이 주로 도서관

버스를 이용한다. 장날과 2003년에 마을 주민들

이 스스로 만든 성인문화교실 ‘어머니 학교’가 열리

는 날이면 버스는 첫 차부터 더욱 북적인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읍내에 나왔던 동네 주민

들은 다시 순환 버스를 이용해 집으로 향한다.

오후 네 시, 도서관 앞에서 아이들 셋을 태운

버스는 5분도 채 안 돼 두 손 가득 장을 본 어르

신 두 분을 태운다. 오전에 순환버스를 타고 나

와 병원을 들렀다 장까지 보고 들어가는 길이라

는 양애자(73)씨는 버스에 오르며 기사를 향해

반갑게 인사한다. 많을 때는 하루 네 번이나 이

용하니 기사와는 사이가 제법 가까울 밖에.

“이 버스가 생기고 참 좋아. 예전에는 시내버

스를 타려면 한참을 걸어 나와야 했거든. 우리

집에서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빨리 걸어야 20분

이 넘는데 여름이나 겨울엔 여간 고된 일이 아

냐. 전엔 하루 한 번을 밖에 못 나왔는데 순환버

스가 생기고 하루 두 번도 읍내에 나가니 정말

좋지.”

5분이 더 지났을까.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어

르신 한 분이 손을 흔들며 버스를 세운다. 버스

는 그 앞에 멈추고 어르신은 이내 차에 오른다.

면 보건소를 들렀다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

다는 정수용(80)씨는 순환버스에 대한 고마움

을 이야기 한다.

“나이 먹고 힘없는 노인들만 살아서 아파도 병

원 한 번 못가고 꼼짝도 못했지. 누구한테 말도

못했고. 그런데 이런 버스를 만들어줘서 얼마

나 고마운지 몰라. 이거 만든 사람이 대통령상

도 받았어. 자식들은 나가 사니깐 이런 부분은

신경도 못쓰는데 지역에 필요한 것 있으면 위에

말해줘서 여기 사는 사람들 좋게 해주잖아.”

물론 버스 기사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기사가 얼마나 착하고 친절한지. 정류장 아닌

데도 손만 흔들면 태워줘. 시내버스는 그렇지

않잖아. 돈 몇 십 만원 주는 것보다 더 고마워.

아들, 딸들도 이렇게 못해주거든. 시간도 칼 같

이 지키니 볼일 보고 가고 편하지. 또 천천히 차

를 몰아 위험 하지도 않아. 이 차 없으면 여기서

움직이는 게 옥천에서 서울 가는 것보다 더 힘

들걸. 다 없어져도 이 차는 꼭 있어야해.”

어느덧 버스는 지수리 모산마을 앞에 도착했

다. 어르신은 내리면서 기사를 향해 연신 고맙

다며 손을 흔든다.

이런 어르신들의 모습에 조심히 들어가시라

소리치며 웃어 보이는 이는 순환버스 기사 주재

결씨다. 버스가 지나가면 나무그늘 밑에서 이야

기꽃을 피우던 어르신들은 방긋 웃으며 주씨를

향해 손을 흔든다.

주씨는 2009년 버스가 생긴 이래 매일같이

한 시간에 한 번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나눠 달

리며 상대적으로 교통이용이 불편한 이들의 발

이 돼 주고 있다.

“보통 마을 한 바퀴를 도는데 45분 정도가 걸

려요. 이용하시는 분 대부분이 어르신들이고 병

원 왔다 갔다 하시는 분들인데 정류장에 안 서

계신다고 안 태워드릴 수 없죠. 거동이 불편해

이동이 어려웠던 분들인데요. 버스가 생기기 전

에는 아예 병원을 못가시다가 갈 수 있는 기회

가 생긴 거잖아요. 많이들 좋아하시니 저도 덩

달아 기분이 좋죠.”� 전빛이라�기자

산골 오지마을 달리는 서천군 희망택시

“자식보다 택시가 낫다니까” 어르신들의 든든한 교통수단

충남 서천군에는 특이하게 정해진 시간, 노선에

따라 운행하는 택시가 있다. 지난해 군이 도입한 ‘희

망택시’, 일명 ‘100원 택시’다. 농어촌버스의 혜택이

닿지 않는 오지마을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시작된 희

망택시는 1년이 지난 지금, 타 시·군에서 벤치마킹하

고 있을 정도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희망택시가 운영되는 탑시마을로 가는 길은 구

불구불하고 경사진 산길의 연속이었다. 버스가 들

어오기 힘들 정도로 좁은 이 길을 차로 30분 남짓

달리며 목격한 버스 정류장은 손에 꼽을 정도였

다. 60대 이상 인구가 대부분인 이 지역에서 주민

들은 어떻게 생활했던 걸까. 탑시마을에서 희망택

시를 이용하는 유복녀(78)씨에게 이를 묻자 “저 마

을 밑까지 가서 버스 탔지 뭐”라며 별 수 있냐는 표

정을 짓는다. 보통 이곳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도

보로 걸리는 시간은 30분~1시간 정도. 정류장까

지 간다고 해서 바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내버스가 하루에 2~3번만 운행하기 때

문에 정류장에서는 또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이어진다. 때문에 개인적인 운송수단이 없는 마을

주민들이 시내로 나간다는 것은 정말 ‘큰 맘 먹고’

가는 일이었다. 거동이 불편해 버스를 이용하기

힘든 주민들은 간혹 콜택시를 부르기도 했는데 1

만6,000~7,000원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자주 이용할 만한 교통수단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시내에

장이 서는 날이면 어김없이 택시가 마을까지 들어

온다. 탑시마을에는한달에 8번 희망택시가 들어

오는데 홍산장, 한산장, 서천장이 서는 날이다. 만

약 이용하는 사람이 없는 날이어도 택시는 정해진

날짜, 시간에는 항상 마을을 찾는다. 탑시마을을

방문한 날, 마을 행사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는 사

람은 없었지만 오전 9시가 되자 택시는 당연하다

는 듯 마을회관 앞에 나타났다. 마을회관은 택시

기사와 주민들이 만나는 장소로 일종의 정류장 같

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희망택시가 마을을 드나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시내까지 20~30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생활

이 편리해졌다. 택시라서 교통비가 상당할 것도 같

지만 희망택시는 고정된 요금으로 운영된다. 읍소

재지까지는 1,300원, 면소재지까지는 단돈 100

원. 택시에 몇 명이 타든 요금은 같고 차액은 군에

서 보조한다.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100원

택시’로 더 많이 불린다.

“택시가 자식보다 낫지.” 희망택시 얘기를 하는

내내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던 김기월(79)씨

는 칭찬을 한보따리 늘어놓는다. “너무 잘 한 거야.

택시가 효자지 뭐. 장 보러 나가기 너무 힘들었는

데 이제는 며칠에 한 번씩 장을 볼 수 있응께. 병원

도 시내에 있는데 참 편해졌어. 예전에는 장 봐온

짐 다 짊어지고 버스 타고 그랬지. 쌀? 머리에 이

고 갔지 뭐. 아픈 사람들은 택시 불러서 가기도 했

는데 자주는 못 갔어.” “기사 양반도 사람이 참 좋

아”라며 김씨가 택시기사 칭찬을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도 옆에서 한 마디씩 거든다. “아유 얼마나

친절해.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짐도 내려주고.” “기

사양반 월급 많이 줄랑가? 많이 줘야 되는데.”

처음 희망택시 제도를 도입할 때 마을 주민들은

협의를 통해 마을별 전담택시를 선정, 사전에 운

행 시간표를 작성했다. 전담 택시기사가 일 년 넘

게 같은 마을을 드나들면서 마을 주민들과 택시

기사 사이엔 끈끈한 정도 생겼다. 관포리 상관마

을 전담택시기사 이원호씨는 “지난해 자발적으로

신청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보람도 있고

어르신들하고도 꽤 친해졌다”며 “군에서 운영하

는 것이라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행정적인 절차가

좀 까다롭긴 하다. 이런 점이 좀 개선되면 실제 현

장에서 뛰는 택시기사들도 더 힘을 내서 운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희망택시의 의미는 주민들의 교통 편의성 제고에

서 그치지 않는다. 마을과 시내를 연결하는 교통수

단이 생기면서 이전보다 마을에 활기가 돌고 소득

도 소폭 증가했다. 문산면에서 희망택시를 이용하

는 몇 어르신들에게 소일거리가 생긴 것. 문산면사

무소 희망택시 담당자는 “한산면을 방문할 때 마다

어르신들이 모시를 다듬는 소일을 하고 돌아오신

다. 희망택시가 단순히 편리성 증대를 떠나 거동이

어려운 분들에게 생활의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어르신들의 시간적여유가 늘어나면서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택시 제도가 도입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택시가 버스 노선처럼 운행하는 것을 여

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금지하고 있고 대중교

통육성에 관한 법률에서는 택시에 대한 재정 지원

도 제한하고 있기 때문. 황인귀 서천군청 희망택

시 담당자는 “이런 이유로 지방자치법 9조 2항의

주민복지증진에 관한 내용에 근거해 제도를 마련

하게 됐다. 건설교통부, 법제처 변호사 등에게서

법률자문을 얻어 주민의 교통복지 확충 측면으로

접근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렇게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운행을 시작한 후 10개

월 만에 무려 2만2,000명 가량이 희망택시를 이용

했다. 현재 군 예산 1억원이 투입돼 6개 읍·면, 23

개 행정리를 대상으로 운행 중이다.

희망택시를 운영하는 주체는 서천군이지만 그

뒤에는 마을 주민들의 오랜 노력이 있었다. 김석봉

(63) 탑시마을 이장은 “마산면만 농어촌버스가 들

어오지 않는 마을이 다섯 곳이다. 이런 마을끼리

모여 2년 정도 계속 군에 건의했다. 처음엔 버스를

지원해달라고 건의했는데 예산이 많이 든다 해 지

금의 희망택시가 도입됐다. 결과적으로 택시는 버

스에 비해 예산도 적게 들고 어르신들은 더 편해

하신다”고 말했다.

“동네일도 이장이 잘해야 단합이 잘 되고 좋지.

이장님이 열의도 있고 잘 해. 여기 마을 중 우리 마

을이 단합이 제일 잘 될겨”라며 추켜세우는 김기

월씨에게서 마을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났다.

� 안혜연�기자

“주민 의견 모아 마을 순환버스 도입”

어떻게 무료 마을 순환버스를 생각하게 됐나

2007년 안남 지역발전위원회가 모여 안남면

주민들이 가장 바라는 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

눴다. 그 때 동네 앞에서 탈 수 있는 공공 차량

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시

내버스는 마을바다 돌지도 않고 어르신들은 정

류장까지도 걷기 힘드니 동네를 다니는 버스를

원한 것이다. 어떤 마을은 시내버스를 타려면

2km는 걸어 나와야 하는 곳도 있다.

안남면은 옥천군 중에서도 제일 오지다. 마

을을 통과하는 길이 없고 이곳을 나가려면 다

시 돌아 나가야 한다. 교통편이 가장 절실했던

이유다. 어르신들은 차 태워주는 사람이 제일

반갑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농협조합장

선거 때가 되면 선거운동으로 시내버스에서

내리는 어르신들을 집이나 보건소까지 태워주

기도 했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교통편 때문

에 일부러 차량이 운행되는 피아노 학원을 보

내기도 했다.

순환버스를 도입하기까지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

는지

아무래도 시내버스 회사의 반발 아니겠나. 본

인들의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 우려하는 것은 당

연하다. 당시 시내버스 노조에서도 파업까지 이

야기 하며 크게 반발했다. 이에 우리는 면으로

의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라 설득했다. 그리고 실제

시내버스 이용객이 늘어나 지금은 아무런 갈등

을 겪고 있지 않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여객운수사업법에 맞지 않

는다는 것이었다. 특히 무료다 보니. 옥천군에

서는 국토부에 문의하라 하고, 국토부는 규정이

이러하니 판단은 지자체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

라 했다. 어디서도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던

차에 공공의 공간의 편익을 위한 운영은 가능

하다는 예외조항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도

서관 버스가 실제로는 마을 순환버스로 이용되

고 있는 것이다. 물론 출발점과 종점은 도서관

이다.

운영 예산은 어떻게 지원되고 있나

옥천에는 1980년대에 지어진 대청댐이 있다.

그리고 안남면은 댐의 상류지역이다. 상수도 관

리지역이라 이중 삼중의 규제로 공장이 하나도

없다. 음식점도 마음대로 지을 수 없다. 때문에

2002년부터 하류지역 사람들이 상류지역 사람

들을 위해 물 부담금을 일부 내고 있다. 그 가운

데 일부를 주민지원 사업비로 쓰고 있는데, 버

스구입비와 보험료, 수리비 등은 이 주민지원

사업비에서 나간다. 1명의 기사 인건비는 군에

서 지원하고 있다. 부족한 인건비가 있다면 주

민들이 십시일반 모으기도 한다.

주교종안남면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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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특 집 - 농 촌 교 통 실 태 와 대 안

농어촌버스�차량·업체�수�변화

연도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차량대수 2,058 1,910 1,881 1,887 1,879 1,869 1,877 1,890 1,872 1,796

업체 수 106 99 99 100 97 92 90 90 88 88

출처�:�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양평군서종면의 오지 농촌마을 대상. 12인승, 15인승 승합차량 이용해 기존 운행 노선이 없던 문호리 종점에서 면 소재 목

욕탕까지 버스 운행.

춘천시조교리 작목반 영농조합법인이 11인승 소형 승합차를 구매해 주민이 운행하고 춘천시가 운영비 지원. 이용요금

1,000원. 북산면 조교리에서 홍천군 두촌면 하루 3회 왕복 운행.

순천시 25인승 소형버스 이용. 황전면 비촌리 등 32개 마을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3km 하루 3회 운행.

예천군마을 진입로가 협소한 9개 배후마을 대상. 면소재지의 버스환승 거점까지 25인승 승합차로 하루 2번 순환 운행. 이

용요금 1,200원.

울진군 현재 25인승 마을버스 운영. 향후 34인승 마을버스 추가 도입으로 주민 이동권 보장.

서귀포시대중교통 미운행 지역에서 가까운 거리의 버스환승정류장 또는 교통 서비스 요충지까지 이동을 지원하는 환승거점

연계형 모델 도입.

안성시 시내버스 미운행 마을 행복택시 운행 및 이용주민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부안군버스 벽지노선 지역에 버스 대신 11인승 소형 승합차 운행. 버스마저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는 택시를 운행하는 교

통서비스 제공. 승객의 교통 수요가 있을 때만 탄력적으로 운영.

무안군현재 시범 추진 중인 ‘무안 행복택시’ 9개 마을에서 18개 마을로 확대 운영 계획. 버스 요금 1,200원으로 택시를 이

용해 마을회관에서 버스정류장이나 복지관, 병원 등 주민이 원하는 지점까지 이용 가능.

의성군지역 택시 가운데 마을별로 전담 택시 한 대씩 선정해 월 6~8회 운행. 요청된 날짜에 택시가 마을로 들어가 주민 수

송.

성주군벽진면 24개 마을에 환승거점지인 면 소재까지 택시 운행. 이용요금은 500원. 벽진면 소재지 종합정비사업과 연계

해 중심지 기능 강화 및 배후마을 간 접근성 강화 추진.

함양군 대중교통 미운행 지역에서 가까운 거리의 버스환승정류장 또는 교통서비스 요충지까지 이동 지원.

완주군

과거 농산물 출하를 위해서는 완주-전주에서 버스정류장 18개 이상을 경유하며 1시간 40분 가까이 이동해야 했지

만, 25인승 버스의 경우 마을에서 직매장과 면소재지까지 직통 운행. 택시는 버스정류장까지 20분 이상 도보로 이

동해야 하는 지역이 대상.

출퇴근 시간이면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한 지하철과 버스, 그리고 꽉 막힌 도로. 도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교통지옥의

모습이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이동하는 사람도, 버스도 없는 현상을 보며 교통지옥이라 말한다. 농촌 인구가 줄어들

면서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대중교통 역시 줄어들거나 노선 자체가 폐지되는 것이 부지기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령화된 농촌에서 노인들은 병원을 한 번 들르는 것조차 ‘일’이 되고 말았다. 교통 문제의 심각성

이 대두되면서 지자체별로 희망택시, 소형 버스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군에 국한된 교통편이다 보니 인근 시군까지

연결하는 교통망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농촌의 교통 상황은 어떤지, 정부는 교통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려 한다.

�� 전빛이라·안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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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25일 27일 15일 18일 20일 23일 26일 28일

무 일반무 상 18kg,비닐포 8,139 6,448 10,408 7,682 7,307 9,146 17,963 14,317 12,310

알타리무 상 2kg,단 2,050 2,400 1,900 3,000 2,500 2,100 3,850 3,900 3,900

열무 상 4kg,상자 6,285 6,467 6,240 6,873 6,325 6,909 6,876 6,367 6,585

양파 일반 상 1kg 533 507 516 555 571 527 878 905 907

마늘 한지형 상 1접 29,000 29,000 29,000 29,000 29,000 29,000 - - -

깐마늘 상 1kg 4,375 4,375 4,375 4,375 4,375 4,375 4,250 4,250 4,250

대파 일반 상 1kg,단 1,251 916 937 1,137 954 1,190 1,267 1,450 1,160

고구마 상 10kg,상자 23,283 25,872 23,990 21,720 21,900 23,662 22,245 23,514 25,897

감자 수미 상 20kg,상자 20,338 20,433 19,988 19,468 19,732 19,304 19,865 18,656 18,444

고추 건고추(양) 상 600g 8,000 8,000 8,500 8,500 8,500 8,000 8,750 8,750 8,750

청양고추 상 10kg,상자 42,449 41,232 37,713 27,881 45,368 55,128 22,464 32,788 29,853

시금치 상 4kg,상자 17,046 17,509 13,704 25,615 25,767 19,769 44,820 47,760 60,756

토마토 상 5kg,상자 10,527 7,287 7,909 6,585 7,114 9,089 18,207 23,937 24,152

방울토마토 상 5kg,상자 11,646 11,005 12,556 7,626 7,367 8,048 18,059 19,098 22,783

당근 상 20kg,상자 48,587 50,502 53,249 48,807 54,291 54,542 29,500 29,500 30,500

버섯 느타리 상 2kg,상자 5,289 6,210 6,365 5,216 6,414 5,952 5,730 4,816 6,413

양송이 상 2kg,상자 23,964 17,482 18,736 19,948 20,654 21,989 17,325 15,379 28,128

새송이 상 2kg,상자 7,352 8,010 8,581 6,683 7,226 7,491 7,668 6,868 7,814

생표고 상 4kg,상자 36,036 29,867 38,376 34,543 36,965 29,740 39,187 37,909 35,893

팽이버섯 상 5kg,상자 7,228 9,870 10,814 6,340 17,839 7,000 7,564 9,756 9,465

사과 홍로 상 15kg,상자 62,221 50,386 49,698 67,925 59,649 69,495 83,946 94,764 104,459

배 신고 상 15kg,상자 - 30,151 34,908 - - - 45,000 - -

복숭아 백도 상 10kg,상자 29,450 28,863 31,384 27,244 24,300 27,461 47,655 48,045 42,346

포도 캠벨얼리 상 5kg,상자 10,672 12,455 14,158 11,630 12,091 11,715 14,223 15,175 13,636

거봉 상 4kg,상자 11,583 12,127 12,485 12,003 13,196 12,541 18,687 18,827 18,057

수박 일반 상 10kg,상자 3,554 6,864 9,116 6,861 9,028 8,072 26,746 28,043 18,601

참외 일반 상 10kg,상자 13,848 15,400 16,896 16,401 17,475 19,254 23,836 28,507 31,090

화훼류 경락가격

구분 품명 등급평균가격 지난주 평균가격 지난해 평균가격

22일 25일 27일 15일 18일 20일 23일 26일 28일

국화 그린폼폰 특 - - - - - - - - -

신마 특 - - - - - - - - -

카네이션 노살바 특 - - - - - - - - -

스프레이 특 - - - - 520 - - - -

장미 레드칼립소 특 1,764 1,381 1,616 - 1,018 1,142 696 657 705

안개꽃 안개 특 - - 7,313 - - 9,000 - - -

백합 라이잔/01 특 - - - - - - - - -

거베라 거베라 특 3,328 4,008 4,078 3,051 2,093 2,795 3,192 2,804 3,833

해바라기 해바라기 특 2,520 1,558 1,183 1,540 1,711 1,650 1,830 1,984 2,208

천일홍 천일홍 특 810 - 1,320 - 1,050 - 1,300 1,260 1,757

스타티스 오션블루 특 4,655 5,273 5,670 4,107 5,367 4,760 5,450 5,300 4,350

환타지아 특 3,150 4,410 5,357 2,480 2,950 3,100 - - 5,530

골든볼 골든볼 특 - - - - - - - - -

글라디올러스 화이트 특 2,700 2,734 3,006 2,050 2,006 3,082 2,469 1,529 2,485

공작초 백공작 특 1,359 1,487 1,548 1,510 1,056 1,305 2,329 2,560 3,080

핑크 특 - - - - - - - - -

위 가격은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서 집계한 자료를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게재하는 것입니다.이 가격은 도매시장 법인, 산지, 생산자, 포장 및 선별상태, 거래시간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도매법인별 출하상담 _ 중앙청과(02)3435-3836 / 대아청과(02)3435-8800 / 동화청과(02)3435-7000 / 한국청과(02)3435-1100 / 서울청과(02)3435-2000

오이 백다다기 상 50개 18,583 17,461 20,838 30,916 23,814 19,496 15,969 16,590 16,211

배추 일반배추 상 10kg,그물망 6,357 6,298 6,648 5,149 6,262 6,974 12,300 13,200 14,036

얼갈이배추 상 4kg,상자 6,449 9,437 10,483 6,728 9,754 6,301 5,026 6,077 5,641

제625호 2014년 9월 1일 월요일

한산한 교통지옥, 농촌

농어촌버스 지속적으로 감소 … 교통사고도 빈번

열악한 농촌의 교통 환경

농촌의 교통 환경은 도시에 비해 열

악하다. 개인적인 운송수단이 있는 사

람들은 상황이 좀 낫다지만 그렇지 못

한 사람들은 버스를 주 교통수단으로

삼는다. 하지만 버스를 타기 위해선

집에서 한참을 걸어가야 하고 하루에

2~3번밖에 운영하지 않는 탓에 시간

을 맞추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런 농촌

버스마저도 감소 추세에 있어 농촌 주

민들의 불편함은 커져만 가고 있다.

농어촌버스는 농촌 지역의 대표적

인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10여년 전

부터 농어촌버스는 지속적으로 줄어

들고 있다. 이·탈농 현상으로 인한 농

촌 인구 감소와 자가용 보유 농가가 늘

어나면서 대중교통 수요가 줄어든 탓

이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

르면 농어촌버스 차량대수는 2003년

2,058대에서 2012년 1,796대까지 감

소했다. 버스 업체 수 역시 106업체에

서 88업체까지 감소했다. 이용객이 줄

어들면서 버스 업체도 경영난에 빠지

게 된 것.

이렇듯 농촌 대중교통 수는 줄어들

고 있지만 농촌의 고령화는 더욱 가속

화되고 있다. 상대적 교통 약자가 많

은 농촌에서 노인들의 발이 되어줄 교

통수단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2년 농

촌 지역 500가구를 대상으로 대중교

통 이용의 문제점을 조사한 결과, 버

스 운행 횟수 부족이 가장 큰 문제점

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원하는

시간에 없는 버스, 버스 운행 시간 정

보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거

주지에 도착하는 마지막 버스의 시간

이 저녁 6시 이전이라는 응답도 4.0%

나 됐고 저녁 9시 이전이라는 응답은

46.6%에 이르렀다.

또 농촌 안에서도 농가와 비농가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농가가 더 취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농가의 경우

버스 운행 빈도가 하루 1~2회라는 답

변이 전체의 5.3%에 불과했지만 농가

의 경우 8%에 달했다. 집에서 버스 정

류장까지 걸리는 시간 또한 농가가 비

농가에 비해 긴 것으로 나타났다.

농기계 교통사고에 노출된 농촌

농촌은 도시에 비해 교통사고 피해

정도가 크다. 교통량이 적어 빈도는

낮을지 몰라도 교통사고 사상자 중 사

망자의 비율이 도시보다 높다. 어린이

와 노인 등 신체적 약자의 교통사고 비

율 또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교통안전 환경이 미비하고 농사일에

이용하는 경운기나 트랙터를 이동수

단으로 사용하다 교통사고가 나는 경

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농기계 교통사고는 2000년 342건

에서 2012년 407건으로 늘어가는 추

세다. 특히 농번기 때 교통사고가 더

빈번해지는 실정이다. 삼성교통안전문

화연구소에 따르면 농기계 교통사고

사상자 가운데 사망자 비율이 10.6%

로 전체 차량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

1.5%보다 7배나 높다. 농기계 운전자

중 고령자 비율이 높고 농기계에 안전

벨트 같은 안전장치가 전혀 없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 가로등 시

설이 부족한 농촌 도로의 상황도 농촌

주민들을 위험 속에 노출시키고 있다.

농촌 지역 특화된 교통 필요

농식품부, 농촌형 교통모델 발굴사업 대상지 선정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촌 지역 교통여

건 개선을 위해 지난 4월 ‘농촌형 교통모

델 발굴사업’ 대상지를 선정했다.

선정된 교통모델은 앞서 르포를 통해

소개된 충남 서천군 희망택시과 같은 택

시형 6개와 충북 옥천군 도서관 버스와

같은 마을버스형 6개, 택시·버스 복합

형 1개다. 지역으로는 모두 13개 시군이

며, 225개 마을 주민 2만5,974명이 혜

택을 받을 전망이다.

이 사업은 버스 노선이 폐지되면서 대

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게 됐거나 읍내까

지 먼 거리를 걸어 나가야 하는 지역 주

민들을 위해 기획됐다. 대형버스 운행이

어려운 농촌 지역에 적합한 교통모델을

발굴·확산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주목

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농촌 지역은 지하철과 택시 등

버스 이외 교통수단 이용에 한계를 겪

고 있는 실정이다. 자가용 운행이 어려운

영세고령층 등에게는 버스가 사실상 유

일한 교통수단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

구하고 이용수요 감소와 운수 사업자의

채산성 악화로 버스마저 운행이 감소하

거나 폐지되고 있어 배후마을 일수록 대

중교통 이용이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2010년 기준 전국 행정리 3

만6,000개 가운데 시내버스가 전혀 운

행되지 않는 지역이 9%이며, 하루 10회

미만 운행 지역은 43%에 달한다.

이번 사업공모를 통해 선정된 시군은

향후 2년간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사

업내용은 기존의 대중교통 노선을 보완

한 ▲환승 거점지 교통서비스 연계 ▲직

거래·농촌관광 등 경제활동 지원 ▲목

욕탕, 보건지소 등 복지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 등이다.

운영주체는 마을자치회와 협동조합,

작목반, 농어촌버스업체 등이며 마을주

민이 계획 수립과 운행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사업대상으로 선정된 시군은 인·허가,

조례 제정 등 사업 시행을 위한 조치를

오는 10월 말까지 마무리하고, 조치가

완료되는 곳부터 순차적으로 운행을 시

작하게 된다.

차량 유지와 관리, 승객과 차량의 보

험가입 등에 대한 안전관리는 「여객자동

차운수사업법」을 준용하고, 시도 및 시

군이 추진상황을 수시로 점검해 지도·

관리한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국토교통

부는 농촌에 수요응답형 교통사업을

도입할 수 있도록 「여객자동차운수사

업법」개정을 완료, 하위법령 개정을 진

행 중에 있다. 수요응답형교통서비스란,

노선과 시간이 고정된 버스와 자유로

운 택시의 중간단계로, 예약형 버스와

같이 수요를 반영하는 대중교통 체계

를 말한다.

이번 농촌형 교통모델에 선정된 13개

시군의 사업 내용을 소개한다.

Page 6: 한국농정 625 흑백 - pdf.ikpnews.netpdf.ikpnews.net/625/62512.pdf · 제625호 2014년 9월 1일 월요일 농촌 교통문제 해결 ‘신안군 버스 공영제’ 주목

6 종 합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지난달 22일 aT에서 농식품부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현

안을 설명했다.

노금노 유고집 간행위원회 엮음

돌베개 출판사

제625호 2014년 9월 1일 월요일

농산물품질관리원, 단속원 역할만?

친환경농산물 ‘단속’ 강화 … 농민과 공생 고민해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김

대근, 이하 농관원)이 지난달 22일

aT 회의실에서 주요 현안을 설명

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농관원에서는 친환경농산물 인증

관리 강화 방안과 수입쌀 부정유

통 방지대책 등 현황과 대책을 설

명하고, 농관원의 조직발전 방향도

제시했다. 하지만 농민을 감시감독

하는 방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

어 ‘관리원’이 아닌 ‘단속원’이라는

지적을 들어야 했다.

지난 3월 경북 김천혁신도시로

기관이전을 한 농관원이 서울에서

전문지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농관원 관계자와 기자

등 30여 명이 함께 했다.

최근 KBS 보도로 이슈가 되고

있는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대책도

언급됐다.

권오전 인증관리팀장은 친환경

농산물 부실인증의 원인으로 ▲일

부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을 통한 무

리한 인증확대 정책 ▲인증규정 위

반시 낮은 처벌 수위 ▲인증신청 농

가의 친환경농업 실천의지 미흡 등

으로 요약했다.

권 팀장은 부실인증을 방지하고

친환경 신뢰 확보를 위해 인증기관

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하고 인증

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또 기존

의 잔류농약 분석을 강화해 245개

성분을 위주로 한 동시다성분분석

을 320개로 확대하고, 여기서 제외

된 성분에 대해서는 단성분분석을

추가 확대할 예정이다.

토양잔류 농약 검사도 검토 중이

다.

무농약 이상 인증면적이 감소하

는 것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농관원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1

만4,000ha였던 무농약 이상 인증

면적은 올해 6월 현재 9만5,000ha.

권 팀장은 “(지난 2012년부터 지

난 6월까지 친환경인증품에 대한)

단속을 철저히 하고, 민간 인증기

관 관리를 엄격히 하다 보니 그 영

향으로 무농약 이상 인증면적이 크

게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

경 인증의 순도가 그만큼 높아졌

다는 뜻이다.

하지만 친환경 면적이 줄어드는

것을 긍정 평가하는 것은 현 정부

의 친환경 농업을 확대하겠다는

정책방향과 정면배치 될 뿐 아니

라, 현장농정의 총괄기관이라는

농관원 스스로의 위상과도 맞지

않다.

한 참석자는 “농관원의 현안 설

명을 듣다보니, ‘관리원’이라는 기

관 명칭보다는 ‘단속원’ 아닌가 생

각이 들었다”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문

제점만 들추고 관리감독만 강조하

는 농관원의 역할에서 보다 많은 농

민들이 친환경농업에 도전할 수 있

는 제도적 개선 방안을 고민하는 역

할이 더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 원재정�기자

친환경 기관, 농피아 ‘수두룩’

농식품부 퇴직공무원,

민간인증기관 73곳 중 35곳 포진

친환경농산물 민간인증기관에

농식품부 퇴직공무원 재취업이 횡

행하고 있다. 친환경인증 기관의

‘수퍼 갑’ 위상을 갖고 있는 농관원

출신 공무원이 민간인증기관에 재

취업하면서 유착관계도 싹틀 것이

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지점이다.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충북 증

평·진천·괴산)은 지난달 24일 농

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

분석 결과 농식품부 퇴직 공무원

이 민간인증기관에 상당수 포진돼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민간지정 친환경농산물 인

증기관은 73개다. 이 중 35개 업체

에 인증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농

식품부 퇴직공무원은 80여명. 2곳

중 1곳은 농식품부 퇴직공무원이

있는 셈이다.

특히 친환경인증기관 10곳은 퇴

직공무원이 직접 설립해 인증심사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인증기관

의 대표와 이사장을 하면서 다른

퇴직공무원을 채용해 인증업무를

맡기는 방식이다. A인증기관의 경

우, 농림부 전 차관이 대표와 이사

장을 맡고 농진청 서기관 등 3명의

공무원이 퇴직 후 취업을 했고, B

인증기관의 경우 농관원 경북지원

출신 공무원이 인증기관을 만들어

총 7명의 농관원 출신 공무원이 근

무를 하기도 했다.

C인증기관의 경우 최근 3년

(2011~2013년)간 총 2만6,076 농

가를 인증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증을 기록한 사례도 있다.

경대수 의원은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을 직접 관리감독하는 기

관의 공무원이 인증업체로 취업을

한다면, 공무원과 관리감독 기관

의 유착 가능성이 높아지고 국민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이에

대해 “친환경농산물 민간인증기관

은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다”면서도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특

별조사 결과 40개 기관에 대해 위반

행위를 확인해 인증기관 지정을 취

소하는 등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다”

고 유착관계에 대해 선을 그었다.

또 “농식품부 퇴직 공무원이 관

련돼 있는 35개 기관 중 46%에 달

하는 16개 기관이 행정처분 대상

에 포함됐다”고 덧붙이며 ‘엄격한

잣대’를 강조했다.� 원재정�기자

농심 담은 명절맞이 장터 열려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은 민

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삼

성전자 기흥, 사업장에서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농산물 직거

래 장터를 열었다.

여성 농업인 단체인 생활개선

중앙연합회(회장 이미자)와 삼성

전자의 주관으로 열린 이번 직거

래 장터는 11개 농가와 가공 업

체에서 생산한 배와 밤, 굴비 등

제수 용품, 한과, 잡곡, 젓갈, 나

물, 도라지 가공품 등 70여 개 품

목을 다양한 가격으로 시중보다

10%〜20% 저렴하게 판매했다.

� 원재정�기자

두 번의 물음표와 느낌표

이번 여름, 나는 두 번의 농활을

다녀왔다. 7박 8일의 기존 여름농

활 일정을 소화하고 서울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같은 마을

로 다시 또 3박 4일의 농활을 다녀

왔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왜 다시

농활을 떠나느냐고 물었다. 서울로

돌아온 후 고작 사흘 만에 다시 가

는 것이었던 탓도 있지만 여름농활

이 내게 남긴 여운이 너무 짙어 서울

에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다. 여름

농활은 내 삶을 온통 뒤집어 놓았다.

“안녕하세요, 민족동국 여름농

활대 중흥리마을 마을대장 이한솔

입니다!”로 힘차게 시작한 여름농활

이었다. 하지만 그 힘찬 인사와는 달

리 나의 마음속에는 농활대원들을

살피면서 마을과 농활대원을 연결

하는 다리가 되어야 하는 마을대장

을 맡게 되었다는 부담감과 어느덧

다섯 번째 농활에서 오는 관성적인

느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괴

산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농활

교양자료집을 읽으며 문득 머릿속

에 왜 농민은 쌀 개방 저지를 위해

필사적일 수밖에 없고 우리는 왜 이

삶을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표

가 등장했다. 그 순간 다섯 번째 농

활이 주는 관성적인 느낌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머릿속에 등장한 물음표를 간직

한 채 마을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마을대장이기 때문에 마을과 농활

대원의 든든한 연결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마을 형님들께 더

살갑고 능청스럽게 다가갔다. 자연

스럽게 오가는 술잔에는 소소한 살

아가는 이야기부터 쌀 개방과 관련

된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는 농

민의 삶으로 하나가 되었다. 이때 머

릿속에 있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

뀌었다. 농민이 쌀 개방을 이렇게 필

사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것은 바로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

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제야 제대로

느낀 내가 우스워졌다. 노동자 투쟁

을 함께하며 당연하게 ‘삶’의 문제라

고 생각하고, 전교조 투쟁을 함께

하며 교육은 ‘어떠한 삶’과 직결된

문제라고 생각하던 내가 농민의 현

실을 ‘삶’이라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

실에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누구의 삶이든 결국 그것은 나의 삶

과 함께 하는 것인데 가장 기본적이

라는 의식주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식’을, 그 삶을 나는 놓치고 있었구

나하는 뼈아픈 반성이 뒤따랐다.

그렇게 6월 28일 마을 농민회 분

들과 함께 서울에 올라와 농민 집회

에 참여하게 되었다. 어쩌다 깃대를

맡아 들어 시작한 행진은 삼보일배

와 함께 진행되어 굉장히 더디었지

만 깃발에 집중하느라 홀로였던 내

겐 가히 투철해지는 순간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행진에 임

했다. 농민의 삶이 결국 우리의 삶

이 된다는 것을 그 때 두 번째 물음

표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 연대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렇게 남은 일정

을 보내고 여전히 머릿속에 짙게 남

아있는 물음표에 이끌려 나는 두 번

째 농활을 떠났다. 서툰 손으로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을 하고, 마

을 형님들과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 노력했다. 형님들의 삶을 함

께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3박 4

일의 일정이 끝나갈 무렵 나는 깨달

았다. 나의 두 번째 물음표에 이끌

려 다시 이곳을 찾은 그 순간 물음

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는 것을 말

이다.

그런 내게 마을 형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농활의 의미는 학생

들이 이렇게 농촌에 와서 농민의 삶

을 느끼고, 그 삶을 잊지 않는 것에

있다고. 나는 이제 한발자국 더 나

아가 이야기하고 싶다. 진정한 농활

의 의미는 농민의 삶을 우리의 삶의

영역으로 가져와 함께 하는 것에 있

다고, 뜨거웠던 6월 28일 거리의 우

리처럼, 3박 4일 동안 다시 농촌을

찾은 우리처럼 농민의 삶을 잊지 않

고 함께 하는 더 큰 우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그 어느 때보

다 뜨거웠던 나의 여름농활은 이렇

게 끝이 났지만, 나의 삶에선 농민

의 삶이라는 씨앗이 싹을 틔워가고

있었다.

농활수기 수상작 ‘딸림상’

이한솔동국대학교

땅의 아들3 농민운동가 노금노 유고집 발간

‘함평 고구마 피해보상 투쟁’

을 승리로 이끌었던 노금노 선

생의 유고집 「땅의 아들 3」이 출

간됐다.

고인은 1980년대 중반 자서

전 「땅의 아들 1, 2」를 발간하고

후속편을 집필하고자 했으나,

2012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

나며 그 뜻을 이루지 못해 안타

까움을 더 했다.

「땅의 아들 3」은 2주기를 맞이

해 그를 추모하고 뜻을 기리기

위해 이우재 매헌윤봉길월진회

장을 위원장으로 한 유고집 간

행위원회가 결성되면서 발간돼

그 의미를 더한다.

이 위원장은 책의 서두에서

“투쟁과 함께 이론적 토대를 갖

춘 동지의 농민운동에 대한 열

정은 모든 농민운동가의 모범이

었다. 항상 농촌 현장의 이해와

농민의 요구에 바탕을 두고 조

사하고 학습하면서 일반 농민들

을 교육시키고 조직하고 현장 농

민들과 함께 투쟁하는 대중투

쟁의 모범적인 운동가였다”며

“동지의 살신성인의 삶은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아 후손

들이 본받을 것이다”고 전한다.

이번 유고집은 2007년 인터

뷰 자료(1부 구술자료), 농민권

익 투쟁 현장(2부), 농민운동의

과제와 방향(3부), 함평지역 농

민운동사(4부), 농민의 정치세력

화(5부), 언론 게재 칼럼(6부) 등

총 여섯 개 부로 구성됐다.

-두루미 새끼 몇 마리가 죽으면

동물학박사, 환경학박사, 내과·

외과 의사들이 텔레비전에 둘러

앉아서 두루미의 죽음을 슬퍼해

주지만, 농민이 농약에 중독되어

죽어가면 사회적 관심은 커녕 돈

이 없어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죽

을 수밖에 없다. 농민 몇 사람이

죽어봐야 그것은 신문에도 나지

않는다. (본문 중에서)-

� 원재정�기자

[ 새로나온 책 ]

Page 7: 한국농정 625 흑백 - pdf.ikpnews.netpdf.ikpnews.net/625/62512.pdf · 제625호 2014년 9월 1일 월요일 농촌 교통문제 해결 ‘신안군 버스 공영제’ 주목

7종 합

9개 축산 자조금 대표들과 이기수 농협축산경제 대표가 ‘축산물 및 축산업 인식개선 캠페인’의

성공적 출발을 다짐하며 기념 조형물에 손도장을 찍고 있다. � 축산자조금연합�제공

지난달 23일 서귀포 감귤농협APC에서 열린 ‘2014년 어린이 벼농사 대회’에서 수상한 어린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공영도매시장�추석�휴업일

경매 종료일 경매 시작일

가락시장

과일부류 9.6(토) 아침 경매까지 9.11(목) 새벽 경매부터

채소부류 9.5(금) 저녁 경매까지 9.10(수) 저녁 경매부터

양곡시장 9.6(토) 오전까지 9.9(화)

강서시장

과일부류 9.6(토) 아침 경매까지 9.11(목) 새벽 경매부터

채소부류 9.5(금) 저녁 경매까지 9.10(수) 저녁 경매부터

주요 농축산물 가격

1) 경매가격은 축산물등급판정소에서 조사 및 발표한 자료. 농가수취가격은 경매가격을 기초로 산정.

2) 한우 및 육우 평균가격은 등외등급 및 결함을 제외한 가격임.

3) 돼지 경매가격은 E등급을 제외한 박피 기준 가격임.

양곡류 경락가격 양재동 양곡시장(www.yangkok.co.kr) 전화:02)3435-0598~9

구분 품명 등급 단위(kg)평균가격 지난주 평균가격 지난해 평균가격

22일 25일 27일 15일 18일 20일 23일 26일 28일

쌀 경기미 상 20kg 54,500 54,500 54,500 54,500 54,500 54,500 53,500 53,500 53,500

전라미 상 20kg - - - - - - - - -

충청미 상 20kg - - - - - - - - -

흑미 상 80kg 245,000 245,000 245,000 245,000 245,000 245,000 155,000 155,000 155,000

찹쌀 신성 상 80kg PP대 207,500 207,500 207,500 207,500 207,500 207,500 210,000 210,000 210,000

보리쌀 쌀보리

쌀상 70kg PP대 155,000 155,000 155,000 155,000 155,000 155,000 131,000 131,000 131,000

보리쌀 늘보리 상 70kg PP대 138,000 138,000 138,000 138,000 138,000 138,000 145,000 145,000 145,000

콩 백태 상 70kg 280,000 280,000 280,000 280,000 280,000 280,000 415,000 415,000 415,000

흑태 상 70kg 420,000 420,000 420,000 420,000 420,000 420,000 620,000 620,000 620,000

서리태 상 70kg 490,000 490,000 490,000 490,000 490,000 490,000 850,000 850,000 850,000

백태수입 상 70kg 212,500 212,500 212,500 212,500 212,500 212,500 257,500 257,500 257,500

조 차조 상 70kg PP대 310,000 310,000 310,000 310,000 310,000 310,000 525,000 525,000 525,000

수수 수수 수입 상 75kg PP대 97,500 97,500 97,500 97,500 97,500 97,500 97,500 97,500 97,500

팥 팥 상 80kg PP대 470,000 470,000 470,000 470,000 470,000 470,000 940,000 940,000 940,000

팥 수입 상 80kg PP대 285,000 285,000 285,000 285,000 285,000 285,000 315,000 315,000 315,000

녹두 녹두 국산 상 78kg PP대 905,000 905,000 905,000 815,000 815,000 815,000 1,150,000 1,150,000 1,150,000

녹두 수입 상 78kg PP대 415,000 415,000 415,000 450,000 450,000 450,000 450,000 450,000 450,000

참깨 참깨국산 상 60kg PP대 1,150,000 1,150,000 1,150,000 1,150,000 1,150,000 1,150,000 1,100,000 1,100,000 1,100,000

참깨 수입 상 60kg PP대 330,000 330,000 330,000 330,000 330,000 330,000 335,000 335,000 335,000

들깨 들깨 국산 상 45kg PP대 440,000 440,000 440,000 440,000 440,000 440,000 515,000 515,000 515,000

들깨 수입 상 45kg PP대 180,000 180,000 180,000 180,000 180,000 180,000 167,500 167,500 167,500

율무 율무 국산 상 80kg PP대 1,400,000 1,400,000 1,400,000 1,400,000 1,400,000 1,400,000 940,000 940,000 940,000

축산물 경락가격 농협중앙회 축산유통부 전화:02)2080-6519, 6520

구분 품명 단위(kg)평균가격 지난주 평균가격 지난 평균가격

22일 25일 27일 14일 18일 20일 전년말월 전년동월 전월평균

한우 큰암소 천원/600kg 4,321 4,337 4,364 4,409 4,336 4,376 4,151 3,379 4,430

(가축시장) 암송아지 천원/4~5월 1,576 1,576 1,708 1,600 1,481 1,481 1,212 769 1,526

수송아지 천원/4~5월 2,425 2,580 2,580 2,406 2,242 2,142 1,879 1,779 2,687

암송아지 천원/6~7월 1,829 1,839 1,963 1,857 1,877 1,873 1,351 1,064 1,986

수송아지 천원/6~7월 2,740 2,705 2,738 2,661 2,702 2,650 2,026 1,914 2,766

한우 한우평균 원/지육kg 15,102 15,125 15,243 14,848 13,574 14,958 14,177 12,695 14,474

(전국경매가격) 농가수취가격 천원/600kg 5,410 5,418 5,460 5,319 4,862 5,358 5,078 4,547 5,185

거세우 원/지육kg 15,954 15,910 15,941 15,566 14,630 15,729 14,837 13,949 15,317

농가수취가격 천원/600kg 5,734 5,718 5,729 5,594 5,258 5,653 5,332 5,013 5,505

비거세우 원/지육kg 11,762 12,483 12,021 11,544 11,533 11,823 11,678 9,716 11,277

농가수취가격 천원/600kg 4,171 4,426 4,263 4,094 4,090 4,192 4,141 3,445 3,999

육우 평균 원/지육kg 8,662 9,062 9,205 8,089 7,799 8,364 7,510 7,405 7,975

(전국경매가격)" 농가수취가격 천원/600kg 2,973 3,110 3,159 2,776 2,677 2,871 2,577 2,541 2,737

돼지 평균 원/지육kg 5,803 5,914 6,021 5,368 5,739 4,078 4,577 5,524

(전국경매가격) 비육돈 천원/110kg 439 448 456 406 434 309 346 418

닭 육계 원/1kg 1,370 1,369 1,271 1,575 1,414 1,329 1,649 2,004 1,463

(산지가격) 계란 원/특란10개 1,408 1,407 1,400 1,374 1,373 1,394 1,436 1,322 1,390

닭 육계 원/1kg 2,901 2,914 2,743 3,091 2,951 2,890 3,111 3,636 3,010

(도매가격) 계란 원/특란10개 1,481 1,490 1,493 1,471 1,468 1,480 1,591 1,477 1,475

제625호 2014년 9월 1일 월요일

제주 어린이가 벼농사를 짓는다고?

서귀포농민회, 어린이 벼농사 대회 열고 쌀 중요성 알려

정부의 일방적인 쌀 수입개방 발표로 전

국의 농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벼

농사를 짓지 않는 제주지역에서 쌀과 농업

의 소중함을 알리는 행사가 마련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서귀포농민회(회장

임영찬)는 지난달 23일 서귀포 감귤APC

에서 ‘갑오동학농민혁명 120주년, 서귀

포농민회 창립 14주년 기념 및 어린이 벼

농사 대회’를 열었다. 서귀포농민회의 이

번 행사는 제주지역 어린이들에게 벼를

비롯 각종 채소, 화훼 등을 직접 키우게

함으로써 쌀과 농업의 소중함을 알려내

기 위해 마련됐다.

김창명 서귀포농민회 회원은 “어린이들

이 쌀은 알지만 벼는 모르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쌀의 소중함과 농업의 중요성을 알

려내는 게 농민회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며 “이런 맥락에서 행사가 5년째 이어져오

고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농민회는 이날 행사를 위해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 맞춰 서귀포 걸매공

원에서 30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벼, 토마

토, 가지, 호박 등의 묘종을 나눠줬다. 특

히 벼 묘종을 받은 어린이들은 스티로폼

상자를 이용해 최대한 논과 같은 조건을

만들어 벼농사를 지었다.

이날 어린이 벼농사대회에서 어린이농

민상은 성우민, 김민경, 강민혁, 양예슬

어린이, 버금농민상은 고가은, 김민성 어

린이, 으뜸농민상은 김민기 어린이, 영예

의 전봉준 대상은 김태균 어린이에게 돌

아갔다.

임영찬 서귀포농민회 회장은 “올해로 5

회째를 맞이하는 ‘어린이 벼농사 대회’에

매년 100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참가하고

있다. 특히 벼농사를 짓지 않는 제주지역

에서 벼를 직접 키워보는 것은 어린이들

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귀한 쌀이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로 수입 개방될 처지다. 이렇게 대한

민국 식량주권의 주축인 쌀이 무너지고 있

다. 하지만 어린 벼 농사꾼들이 있기에 우

리나라 식량주권과 건강한 먹거리는 지켜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성용 전농 제주도연맹 의장은 “우리

농민들이 쌀을 지켜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

다. 5천년동안 먹어온 쌀을 어린이 여러분

들이 이렇게 잘 키워줘서 고맙다. 앞으로

도 쌀의 소중함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제주�ㅣ�최병근�기자

서울 도매시장 추석 휴업일 확인하세요

추석을 맞아 서울시내 공영도매시장

이 명절 휴장에 들어간다. 가락시장 청

과부류는 오는 6일부터 11일까지, 채소

부류는 오는 5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휴

업할 예정이다. � 안혜연�기자

한방무료진료 주민들에게 큰 호응

장수군농민회 번암면지회-

장수농협, 한방무료진료

공동 실시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전

북 장수군 번암면에 위치한 장수농협 번

암지점 2층에서 장수군농민회 번암면지

회(회장 조청익)와 장수농협(조합장 김용

준)이 공동주관한 한방무료진료가 실시

됐다.

이번 진료를 담당한 대한연부조직한

의학회(회장 유명석)는 2012년에 설립

된 의료단체로, 침술에서 일반적으로 이

용되는 호침 이외에 정밀한 해부학적 지

식을 바탕으로 하는 약물, 약침, 침도 등

의 다양한 치료법을 가지고 난치성 질환

의 치료를 도모하는 한의학회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장수군농민회 번암면지

회가 주관하는 한방진료를 담당했으며,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근로자

와 농촌지역의 의료봉사를 실시하고 있

다.

의료봉사대표를 맡은 주승원(35)씨는

“번암면은 제대로 된 의료시설도 없고, 한

방진료를 받기위해서는 남원으로 가야

하는 의료의 사각지대”라며,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지역을 중심으로 봉사활동

을 하고 있다”며 이번 의료봉사의 취지를

밝혔다.

처음 번암면으로 의료봉사를 온 이상

훈(25)씨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의

료봉사를 할 수도 있었지만, 이런 시골

마을로 와서 의료봉사를 하는 것이 더 값

진 일”이라며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많

아 정신이 없었지만, 어르신과 대화를 나

누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의료봉사진은 오전 7시부터 저녁 6시

까지 11시간의 힘든 진료시간을 마치고

도, 숙소로 돌아와 자체적인 워크숍까지

진행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진료를 받은 한 어르신은 “봉사 첫날 진

료를 받아봤는데 진료를 잘 해줘서 마지

막 날까지 오게 됐다”며 의료봉사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이번 한방무료진료 행사에는 번

암면 지역주민 500여명이 참여했다.

� 장수�ㅣ�최중석�기자

‘건강한 대한민국의 힘, 우리 축산’

축산자조금연합,

축산 인식개선 캠페인 나서

축산에 대한 대중의 왜곡된 인식을 없

애고 축산의 가치를 바로세우기 위해 9

개 축종 자조금이 한 데 뭉쳤다. 축산물

과 축산업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홍보 활

동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축산업의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

하고 축산물이 몸에 해롭다는 인식이

대중에 확산되면서 국민의 건강하고 중

요한 영양공급원인 우리 축산물이 오

명을 얻고 있다. 축산농가는 경제적 어

려움과 더불어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여러 모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한돈·한우·우유·닭고기·계란·

오리·육우·양봉·사슴 등 9개 축산 자

조금 대표들은 지난달 25일 서울 프라

자호텔에서 ‘축산자조금연합’이라는 이

름으로 모여 ‘축산물 및 축산업 인식개

선 캠페인’ 발대식을 가졌다. 축산의 가

치와 중요성을 알리고 올바른 정보를 제

공해 국민건강과 축산업 안정에 기여하

겠다는 취지다.

이날 강연자로 참석한 강재헌 서울백

병원 교수는 “단백질은 우리 몸의 근육,

장기, 면역기능 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영양소”라며 “동물성 단백질을

멀리할 경우 영양불균형이 초래돼 건강

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축산자조금연합은 앞으로 축산물·축

산업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 및 단계별

어린이 교재 개발, 심포지엄과 강연 개최

등 광범위한 활동으로 대중에 축산의 참

모습을 알려 나갈 계획이다.

이병규 한돈자조금관리위원장은 “축

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오해로 인해

생기는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고, 축산물

의 영양학적 가치 및 축산업의 국민경제

초석으로서의 역할을 알리는 데 적극 노

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 권순창�기자

가락시장 공청회,

오는 18일 개최

가락시장 청과 도매시장 중장기

발전 로드맵을 위한 공청회 개최일

이 오는 18일로 확정됐다. 이번 공

청회는 당초 지난달 26일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추석 명절 및 한중연

서울지회장 선거로 인해 미뤄졌다.

장소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4층

강당이며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좌장은 성진근 (사)한국농업경영

포럼 이사장이 맡을 예정이며 발제

는 이번 연구용역 책임연구원인 김

윤두 건국대 교수가 맡는다.

공사 관계자는 공청회의 효율적

진행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가락시

장 주요 유통 주체인 도매시장법인

과 중도매인에서 패널 동수로 추천

했다고 밝혔다. � 안혜연�기자

Page 8: 한국농정 625 흑백 - pdf.ikpnews.netpdf.ikpnews.net/625/62512.pdf · 제625호 2014년 9월 1일 월요일 농촌 교통문제 해결 ‘신안군 버스 공영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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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종 합

“김장배추 심어야지.” l 지난달 26일 경기 평택시 진위면의 한 들녘에서 박선봉(63)씨가 김장배추를 심기 위해 밭을 로터리

치고 있다. 박씨는 “이 밭에 대파를 심었지만 가격이 없어 수확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갈아엎었다”며 “배추라도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한승호�기자

지난달 20일 대한양계협회 회원들이 계육협회 명칭 변경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

을 하고 있다. � 한승호�기자

제625호 2014년 9월 1일 월요일

쌀 개방 반대, 국민적 공감 얻는 게 시급

전농·진보당 정례협의회서 논의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과

통합진보당(이하 진보당)은 지난달

25일 광화문 농성장에서 쌀 전면개

방 저지와 식량주권 수호 방안에 중

점을 둔 하반기 정례협의회를 가졌

다. 특히 이날 두 단체는 쌀 개방 문

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이 시

급한 과제임을 확인했다.

또 두 단체는 정부의 쌀 시장 전

면개방과 한중FTA협상, TPP협상

추진 등 식량주권포기 정책에 맞서

저지활동을 계속하고 식량주권 실

현에 조직적 공조와 연대를 강화할

것을 다짐했다.

김영호 전농 의장은 “농민들을 말

라 죽여 왔던 개방농업정책의 근본

방향을 틀어야 한다”며 하반기 활

동 방향을 확인했다. 이어 “농민들

이 생산한 농산물이 적어도 생산비

는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적 토대를

만들어 내는 싸움에 통합진보당이

힘을 싣고 함께 앞장서 주시기 바란

다”고 당부했다.

특히, 전농·진보당은 이번 협의

회를 통해 쌀 전면개방 문제를 대응

하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하다

는 공통된 입장을 확인했다.

이효신 전농 부의장은 “2004년

쌀 재협상 당시엔 국민적 관심이 높

았고 쌀 개방을 막아야겠다는 여론

도 형성돼 전면개방을 막을 수 있었

지만 현재 쌀 전면개방이라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서 사회적 관심을 못

받고 있다”고 사회적 공감대 확산이

시급한 문제임을 지적했다. 이에 진

보당 측은 쌀 문제에 대한 국민 여

론을 모으기 위해 홍보전을 추진키

로 했다.

한편, 전농은 하반기 쌀 전면개방

저지활동을 지속하고 한중FTA 반

대활동과 결합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국시군농민대회, 2차

범국민대회, 전국쌀생산자협회의

건설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진보당은 지역농민회와 연계해

당원을 대상으로 쌀과 식량주권에

대한 교육을 전개하기로 했다. 또

27일로 예정된 제2차 범국민대회

에 참여하고 원내 농업전담의원을

배치해 국정감사에 적극 대응하겠

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선민�기자

추석맞이 농업인 행복버스 진행

추석을 맞아 지역농민에게 의

료·문화·복지 서비스를 제공

하는 농업인 행복버스 행사가

진행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27일 충

남 예산군 오가농협에서 농업

인 행복버스 행사를 열고 의료

지원, 장수사진 등을 통해 지역

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날 행사엔 이동필 농식품

부 장관과 김태영 농협중앙회

부회장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김 부회장은 “유난히 이른 추석

과 집중호우로 농업인들의 어려

움이 크다”며 “행복버스가 농업

인 행복시대를 앞당길 수 있도

록 열심히 달리겠다”고 말했다.

농협에 따르면 농업인 행복버

스는 지난 3월 출범했으며 7월

말 누계 기준 4만명 이상이 행

복버스의 종합적인 서비스를 받

았다.� 홍기원�기자

농식품부, 양계협 요구 적극 수용키로

양계인 궐기대회 잠정 보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가

한국육계협회(회장 정병학, 구 한국

계육협회)의 협회명칭 변경에 반발

한 대한양계협회(회장 오세을)의 요

구를 적극 수용키로 약속하며 달래

기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지난달 27

일로 예정됐던 양계협회의 양계인

궐기대회는 잠정 보류됐다.

육계협회는 지난 6월 27일 협회

명칭을 변경키로 결정하고 농식품

부의 승인을 받아 지난달 18일 명칭

변경을 선언했다. 양계협회는 육계

협회의 명칭이 생산자단체의 색깔

을 띠는데다 실제 육계협회가 회원

사 계열농가를 육계협회로 편입시

키고 있어 양계협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더욱이

육계협회가 명칭변경을 하면서 “명

실공히 진정한 육계관련 대표조직”

을 자처해 양계협회의 심기를 건드

렸다.

지난 한 달여 동안 꾸준히 육계협

회와 농식품부를 규탄해 온 양계협

회는 3,000명 규모의 양계인 궐기

대회를 준비했다. 지난달 27일로 예

정됐던 궐기대회에서는 육계협회

명칭변경 건과 더불어 하림 계란산

업 진출, 양계농가 생존권 보장 등

중요한 현안들을 다룬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자 지난달 22일 이동필 장관

은 양계협회 회장단과 가진 면담에

서 농식품부가 양계협회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육계

협회 명칭변경 승인은 취소가 불가

하지만 양계협회가 계열화사업의

불공정사례 등을 조사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으며, 계열사들이 자

조금 거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

록 농식품부가 대책을 세우기로 했

다. 또 이번 사태의 핵심인 ‘생산자

단체’의 정의는 타 생산자단체와 협

의가 도출될 경우 법 규정 명문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구두 약속이지만 농식품부가 상

당부분 의견을 수용한 만큼 양계협

회 측도 일단 약속 이행 상황을 지

켜보며 추후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

다. 궐기대회를 이틀 앞둔 지난달

25일 열린 양계협회 긴급 회장단회

의에서는 궐기대회를 잠정 보류키

로 결정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농식품부 쪽

에서 한 걸음 물러나 중재에 나섰으

니 일단 추이를 지켜 보자는 것이

다. 궐기대회는 취소가 아니라 보류

다. 육계협회 명칭변경을 취소하는

일도 포기하지 않았다. 추후 법률적

검토를 거쳐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

라고 입장을 밝혔다.� 권순창�기자

쌀의 진화, 기능성 쌀이 뜬다

건강기능성 쌀 개발·보급 잇따라

쌀이 진화하고 있다. 농촌진흥

청(청장 이양호)은 쌀의 부가가치

를 높이기 위해 연령별 맞춤형 건

강기능성 쌀을 개발·보급하고 있

다고 밝혔다.

우선 어린이 성장발육 촉진용

‘하이아미’와 ‘영안’이 대표적이다.

‘하이아미’는 밥맛이 좋고 아미노

산이 풍부해 어린이 성장에 도움

을 준다. ‘영안’ 품종도 라이신이 다

량 함유돼 어린이 성장 발육에 좋

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발

아현미용 ‘삼광’과 ‘큰눈’도 있다. ‘삼

광’은 병해에 강해 친환경으로 재

배할 수 있어 발아현미용으로 적

합하다. ‘큰눈’은 배아가 일반 쌀보

다 3배 정도 커 발아현미로 가공하

면 가바(GABA) 함량이 9배 정도

높아진다.

‘흑광’, ‘흑진주’, ‘건강홍미’는 노

화 억제에 탁월하다. ‘흑광’과 ‘흑진

주’의 검은 색소는 항산화 작용뿐

아니라 성인병을 예방하는 안토시

아닌과 식이섬유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 ‘건강홍미’는 인체에 유해한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인

페루릭산, 에피게닌, 텍시폴린 등

폴리페놀성분 함량이 높다.

식의약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성 쌀도 있다. ‘조생흑찰’은 위

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

리균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홍

국쌀’은 상주찰벼에 붉은 누룩곰

팡이인 홍국균을 접종해 발효한

쌀로, 홍국의 주요 기능 성분인 모

나콜린K는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

을 높이고 해로운 콜레스테롤은

낮추는 역할을 한다.

‘눈큰흑찰’은 지용성 활성 성분

인 감마오리자놀과 토코페롤을 함

유하며, 대사증후군 예방에 도움

이 된다.

김보경 농촌진흥청 답작과 과장

은 “2017년까지 생활습관병에 도

움이 되는 쌀 등 기능성 쌀 10품종

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

했다.� 전빛이라�기자

축평원 블로그 누적방문객 ‘200만명’

200만 방문기념 이벤트 진행

축산물품질평가원(원장 허영)

이 운영하는 축평원 블로그(blog.

naver.com/ekapepia)가 누적 방

문자 2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축평원은 이를 기념해 블로

그 내에서 경품을 동반한 이벤트

를 진행한다.

축평원 블로그는 축산업계 소

식, 요리, 맛집, 고기 부위, 기타 상

식 등 국민들이 축산에 대해 궁금

해 하는 내용을 발굴해 정보를 제

공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다. 2011

년 11월 개설했으며 누적 방문자

는 2011년 9,000명, 2012년 8만

4,000명, 지난해 116만7,000명으

로 급격히 증가했고 오는 10일을

전후해 2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축평원은 블로그 200만 방문

자 달성까지 방문의견 댓글 이벤

트를 진행, 댓글을 남긴 방문자

중 추첨을 통해 35명에게 1만~3

만원 상당의 상품을 증정한다.

또한 200만번째 방문자에게는

10만원짜리 온라인 상품권이 주

어진다.

허영 원장은 “앞으로도 국민에

게 관심도 높은 축산정보를 제공

하기 위해 콘텐츠 개발 및 관련기

관과의 정보공유를 확대하고 국

민과의 소통을 강화 하겠다”고 밝

혔다.� 권순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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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기 획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식량주권 범국본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WTO와 쌀 완전개방'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쌀 시장은 협상으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강연 내내 쌀을 지키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으로 '협상'을 거듭 언급했다. 열린강연회를 찾은 청중들이 김 전 장관의 강

연을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쌀을 지키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은 협상”

제625호 2014년 9월 1일 월요일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식량주권 범국본 초청 열린강연회 특강

협상불가·관세율 500% 정부 주장

WTO 협정 어디에도 근거 없어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관세화에 의한 쌀시장

완전개방은 마지막 남은 쌀 시장마저도 다 내놓

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쌀

전면개방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정부의 주장에

일침을 가했다. 쌀 시장개방은 협상을 통해서 충

분히 유예가 가능하며 관세율을 500%이상으로

하지 않으면 우리 쌀을 지킬 수 없고 정부가 주장

하는 고관세율을 얻어낼 확률도 희박하다는 것.

김 전 장관은 ‘식량주권과 먹거리안전을 위한 범

국민 운동본부’(이하 식량주권 범국본)의 초청으

로 지난달 2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

서 ‘WTO와 쌀 완전개방’을 주제로 우리나라 쌀

개방의 과정과 현 정부의 전면개방 방침에 대한

평가, 쌀 개방 대응 방안 등을 세세히 짚는 강연

을 했다.

쌀 개방의 시작, 우루과이라운드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체

제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을 통해 WTO로

변하기까지는 미국의 이해가 절대적이었다.

GATT체제 출범 이전 미국 무역은 농업 분

야에 취약하고 제조업 분야에 강세를 보였다.

그렇기에 GATT체제에서 농업은 무역자유화

제외대상이었다.

이후 미국은 농업에 대대적 투자를 감행했

다. 그 결과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시작된 시

점에는 거꾸로 미국이 농업에 강세를 보이고

일본, 한국, EU 국가들이 제조공산품 분야에

더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 됐다. 미국은 자국

농산물이 강세를 보이자 농산물 수입 자유화

를 시도했다. 농업 무역장벽을 무너뜨리고 각

정부가 가격지원을 못하게 만들어야 미국 농

산물이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결과적으로 우루과이라운드는 미국이 강

세를 보이는 금융, 서비스, 농산물을 무역자유

화 항목에 포함시키기 위해 출범했다.

한편, 당시 프랑스 발라뒤르 총리는 프랑스

영화의 시장자유화를 직접 나서서 반대했다.

우루과이라운드를 파기하고 탈퇴할 것을 선

언하자 개방으로부터 프랑스 영화를 지켜낼

수 있었다. 이는 ‘예외없는 관세화’ 원칙이 항

목, 품목, 국가에 따라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

는 사실을 보여줬다.

정부의 무능이 드러난 쌀 시장 개방

우리나라가 쌀 전면개방을 앞둔 지금까지

20년간 쌀을 부분적으로나마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쌀이 우리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

이었다. 식량 이상의 의미와 그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쌀을 지켜야 한다는 전국민적 공감

대가 형성돼있었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당시에도 이러한 공

감대를 바탕으로 반대여론이 들끓었다. 이대

로 가입하면 우루과이라운드의 ‘예외없는 관

세화’ 조항에 따라 농산물, 특히 쌀 시장을 전

면개방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국내

187개 농민·친환경·소비자·종교·정치 등

시민단체들은 ‘우리쌀지키기 범국민 비상대

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발족해 쌀 지키기에

나섰고 전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다.

정치권도 여론을 따라갔다. 대선 기간 중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엔 쌀 한 톨도 개

방하지 않겠다고 연설했다. 그러나 우루과이

라운드가 타결되기 직전 1993년 12월 7일

김영삼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에 따

른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우루과이라운드

에서 통상압력에 굴복해 쌀 부분개방 조건으

로 한우 등 나머지 14개의 기초농산물의 예

외 없는 관세화 개방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쌀만은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986~1988년 기준) 국내 소비량 4%까지만

개방한다는 의무수입물량(MMA)조건을 획

득했다. 당시 국무총리를 비롯해 농림·상공

장관이 모두 사퇴했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이행계획서 제출

을 앞두고 비대위는 해외네트워크를 통해 미

국을 비롯한 타 국가들이 이행계획서의 일부

내용을 고쳐서 제출할 것이란 정보를 입수했

다. 비대위도 정부에 쌀 개방을 비롯해 잘못된

협상을 수정하고 재협상할 것을 주장했다. 그

러나 이회창 전 총리는 우루과이협상 협정문

헌을 일장일획도 고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몇몇 국가들이 이행계

획서를 수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나라도

급히 미국과 교섭을 통해 고치려고 했으나 미

국으로부터 안 된다는 답변만 들었다. 실질적

으로 우리나라만 고치지 못한 채 이행계획서

를 제출했다. 언론에서도 연이어 정부의 무능

에 대해 질타했다. 그 결과 김영삼 전 대통령

은 또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고 이회창 전 총

리도 임기 100일 만에 사퇴했다.

이후 비대위는 WTO가입 선행조건으로 제

도적으로 쌀을 지킬 수 있도록 ‘WTO이행법

률안’을 만들 것을 주장했다. 당시 여야는 비

대위의 의견을 그대로 수렴해 ‘WTO 이행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데 합의했다. 14개 조

항으로 구성된 이행법률안이 통과된 후 우리

나라는 WTO에 가입할 수 있었다.

2004년 재협상을 통해 노무현 정부는 또

한 번 10년 간 관세화 유예를 타결했다. 그 결

과 전면개방은 막아냈지만 의무수입량은 8%

로 늘어났다. 문제는 쌀 소비량의 감소였다.

1994년 협상 당시 1인당 쌀 소비량이 120kg

였던 것에 비해 2004년 협상 당시 쌀 소비량

은 그 절반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재협상 때

1994년을 기준으로 의무수입량을 도출해

2004년 1인당 쌀 소비량이 전혀 반영되지 않

았다. 실질적인 의무수입량은 8%가 아닌 전

체 소비량의 15%가 된 셈이다. 부실한 협상

이었음을 증명하는 단적인 예다.

쌀 산업 위기, 협상만이 답이다

2014년 쌀 재협상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는

쌀 부분시장개방도 포기하고 쌀 관세화에 의

거한 쌀 시장 전면개방을 주장하고 있다. 정

부는 쌀 수입량 증가에 따른 대안으로 쌀 가

공산업을 활성화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

책적으로 누가 혜택을 보는지 먼저 인지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 가공식품 시장은 10조

원이 넘는 상황. 가공품 원료들의 70% 이상

은 수입산이다. 떡볶이 등 가공품을 만드는

쌀은 수입쌀이고, 그 쌀로 떡볶이를 만드는

것은 가공업체들이다. 떡볶이 수출이 증가하

면 수출기업, 가공기업, 중국쌀, 미국쌀을 생

산하는 그 나라 농민이 혜택을 입는다. 즉 가

공산업의 활성화와 우리 쌀을 생산하는 농민

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정부가 내놓은 방

안은 농업이 다른 산업에 희생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쌀을 지키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은 협상

이다. 협상을 해야 할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

정이 필요하다. 협상 방법은 여러 가지 카드

를 가지고 있는 것. 김 장관은 “상대방의 약점,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알아서 이에 대응하는

카드들을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협상의 기본

자세”라고 말했다.

협상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은 바로 현상유지

다. 2004년 115개 나라가 제출한 이행계획서

의 이행기간은 끝났지만 이행계획서를 제출

한 나라들은 DDA 타결 전까지 ‘스탠드스틸(현

상유지)’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우리나라도

DDA타결 전까지는 현상유지를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상유지를 위해선 이해당

사자 국가들과 부단히 협상을 해야 한다. 수입

쌀은 국가별 쿼터를 배정하고 있는데 국가별

로 허용된 쿼터량은 다르다. 그런데 관세화 개

방을 하면 쿼터 허용량이 사라지게 된다. 우리

가 관세화 개방을 하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할 경

우 미국 측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의무수입물량 중 미국 쿼터량을 늘리는

것으로 협상해 스탠드스틸을 할 수 있다.

또 WTO협정문 어느 조항에도 관세화 유

예 시 의무수입량을 늘려야 한다는 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관계당사국 간 협상에 의해

결정한다고 돼 있을 뿐이다. 관세화 유예든

개방이든 협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버티는 한, 협상은 끝이 나지

않는다. 협상기한을 정해놓은 WTO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필리핀도 협상에서 2년여의

시간을 끌었다. 협상 결렬도 중단도 전략이다.

500% 관세는 근거 없는 주장

관세율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관세율

400~500%를 주장하지만 협정문 어디에도

400~500%를 할 수 있는 근거는 나와 있지

않다. 400~500%의 관세율은 정부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일본의 경우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전 쌀을 수입한 적 있어 그 당시 일본쌀과 수입

쌀 간 가격차를 적용해 790%의 관세를 메길 수 있었

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 이전 시장을

개방한 적이 없기 때문에 명문에 의거한 근거는 없다.

관례, 선례 상 다른 국가들 사례에 준해서 관세를 정

하는 방법뿐이다.

현재 인접국가와의 수입가격 차이로 관세를 부과하

는 방법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관세율은 500~800%

가 현실적이다. 이마저도 수출국가가 인정해주지 않

는다면 소용없다. 관세율을 500% 이상 메기지 않으

면 관세화에 의한 완전시장개방은 무의미하다. 일부

는 단순계산방식으로 200~300%만 해도 괜찮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500% 이하의 관세율로 완전

시장개방이 되면 쌀값이 싸져 수입쌀이 가공식품으로

물밀 듯 들어올 것이 뻔하다.

관세화뿐만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중FTA

타결과 TPP협상을 앞두고 있다. 관세 타파를 목적으

로 하는 협상이기 때문에 국가 간 관세를 조율할 가능

성이 얼마든지 있다. 고관세를 매겼다고 해서 관세가

고정불변은 아닌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식량자급율은 23%로 OECD국가 중

최하위다. 그나마 주식인 쌀이 86%의 자급율을 유지하

고 있다. 그러나 쌀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 관세율도 확

실치 않은 상황에서 자급율 하락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

이다. 쌀 시장 개방으로 한국 농업이 붕괴된다면 그 책임

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정부는 협상할 의지도 없고 농

업과 농민의 위기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 그러나 농민

들이 떠나고 농촌이 사라지고 농업이 망가지고 난 다음,

식량주권이 붕괴한 다음에 후회하면 늦다. 쌀 산업이 붕

괴되면 식량주권 뿐만 아니라 쌀이 가지는 27조원의 가

치를 지니는 공익적, 환경적 역할도 사라지게 되는 셈이

다. 쌀의 다원적인 역할을 고려해 늦기 전에 쌀 산업 지키

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곧 DDA협상을 앞두고 있다. 제 2의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으로 불리는 DDA협상이 범세계적으로 농민들의 반

대에 의해 타결이 안 되고 지금까지 협상이 중단된 채 이

어오고 있다.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의 유효기간이

끝나가는 지금 DDA 협상 체결도 머지않았다. DDA협상

이후 농산물의 미래는 더욱 어둡기만 하다.

� 박선민�기자·사진�한승호�기자

쌀 시장 “협상으로 지켜내야”

Page 10: 한국농정 625 흑백 - pdf.ikpnews.netpdf.ikpnews.net/625/62512.pdf · 제625호 2014년 9월 1일 월요일 농촌 교통문제 해결 ‘신안군 버스 공영제’ 주목

10 여 론 광 장

박형대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제625호 2014년 9월 1일 월요일

선생님, 보험 되는 틀니는

잘 맞지도 않고 쓰기 힘들다면서요?

앓던 이 빼는 이 이야기 24

얼마 전 진료실에서 80이 넘으신

할머니께서 틀니를 붙잡고 있는 치

아가 아프다며 “이만 치료하고 틀니

는 그냥 쓸 수 없냐?”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미 기존 틀니

는 20년 가까이 쓰셨고 틀니의 인

공치도 많이 닳아 있어 잘 씹을 수

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할머니는 75

세 이상으로 작년부터 시행된 틀니

보험 적용 대상이라 치아 치료 후 틀

니 재 제작을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환자는 주변에서 보험틀니를 만들

고도 잘 쓰지 못하는 환자를 많이

보았다며 보험틀니에 대한 거부감

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존에 사용

하던 틀니나 틀니를 거는 치아의 상

태가 좋지 않아 좀 더 이야기를 해

본 결과 환자는 20년 전 불법의료

행위에 의한 의치(소위 야매틀니)를

제작 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간 농어촌 지역에는 치과

가 많이 부족한 편이고 바쁜 농번기

에는 치료를 받기도 힘들 뿐 아니라

치과보철치료는 특성상 여러 번의

내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많은 환

자들이 농한기에 농가를 돌며 불법

의료행위를 통해 제작되는 틀니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제작된

틀니는 구강내의 치아와 치아주위

조직, 잇몸과 이를 지지하는 치조골

에 대한 의학적인 지식이 없이 제작

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착용을 한 초

기에는 큰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지

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틀니를 지지

하는 잇몸 뼈를 급속히 녹게 만들고,

틀니를 붙잡아 주는 치아에 과도한

하중을 가하여 잔존치아의 조기상

실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

다.

따라서 추후 치과에서 의치를 제

작하게 되는 경우에도 이미 틀니

를 지지해줄 든든한 잇몸뼈는 없어

져 버리고 틀니를 붙잡아 주는 치

아는 충치가 생기거나 주변 뼈가 녹

아 이를 뽑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

다. 이러한 조건에서 제작된 틀니는

당연히 틀니 제작 및 치료과정에 큰

어려움이 있으며 환자도 새롭게 제

작된 틀니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기

간이 걸리게 됩니다.

틀니(의치)는 크게 구강내의 치아

가 모두 발치된 경우 사용하는 총

의치(complete denture, 완전 틀

니)와 잔존치가 남아있을 경우 사용

하는 가철성 국소의치(removable

partial denture, 부분틀니)로 구

분할 수 있습니다. 작년 7월 이후 총

의치 및 가철성 국소의치는 75세 이

상의 환자에 대해서는 모두 보험 적

용이 가능하며 올해 7월부터는 2개

에 한하여 치아가 있는 경우 임플란

트에도 보험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부분틀니를 사용하기에 잔존치가

부족하거나 든든하지 못한 경우 임

플란트를 시술 받은 후 부분틀니 치

료를 받는 경우에도 보험 적용을 받

을 수 있습니다.

최근의 틀니, 임플란트의 보험적

용은 기존의 비용부담으로 치과를

찾지 못했던 어르신들의 치과로 들

어서는 문턱을 크게 낮추어주는 제

도입니다. 또한 예전과 달리 지방이

나 농어촌 지역의 경우에도 치과 등

의 의료기관의 접근성이 많이 개선

되었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틀니가 잘 맞지 않

거나, 상실치가 많아 식사에 어려움

이 있는 경우 치과에서의 진단 및 보

철치료를 통해 ‘먹는 즐거움’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 땅의 농부 24 손OO(72, 충남 공주시 계룡면 기산리)

논 팔아먹은 놈

농민들 사이에서 ‘논 팔아먹는 놈’은

문제 있는 사람으로 취급된다. 도박에

빠지거나 주색잡기에 빠지면 논 팔아먹

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자식 대

학 등록금 등 딱한 사정 때문에 그런 경

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돈 함부로 쓰

다가 막장으로 가면 논을 팔아 연명한

다.

논은 단순한 재산가치가 아니다. 조

상으로부터 물려받고, 후손들에게 그

대로 물려 주어야할 장손과 같은 존재

이다. 그런 논을 팔아치우는 것은 대가

끊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농민

은 농지를 소중히 관리하는 것을 무엇

보다 귀중히 여겼고, 국가도 마찬가지

다. 헌법 121조에 ‘국가는 농지에 관하

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

록 노력하여야 하며’를 명시해서 정부

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농지를 보호

하도록 법제화하고 있다.

그러나 자식들 중에 논을 팔아먹는

불효자가 있듯이 대통령 중에서도 농

지를 팔아치우는 폭군이 나타났다. 8

월 20일 농식품부는 농지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농

지규제 합리화라는 명분으로 농지소유

자격을 확대하고 농업진흥구역 행위제

한을 완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 규제완화에는 놀라운 내

용이 숨어있다. 기업의 농지소유를 열

어준 것이다. 그 동안 농업연구를 목적

으로 하는 비영리 농업연구기관까지만

농지소유를 허용했으나 이제는 시험·

연구·실습 목적의 농지 취득 허용 대상

에 농업연구를 수행하는 ‘바이오·벤처

기업 연구소’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기

업들이 마음만 먹으면 여러 편법을 동

원해 농지취득에 나설 수 있게 되어 있

다. 즉 기업이 연구목적의 핑계를 대고

농지투기에 뛰어들 수 있는 문을 열어

준 것이다. 이는 시초에 불과하며 이런

추세라면 기업들의 농지 취득 자격은

더욱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경자유전의 원칙을 근본에서 허물고 있

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가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한 달 전만 하

더라도 정부는 쌀 관세화 선언을 하면

서 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농지 보전’

을 약속했다. 그도 그럴 것이 쌀 자급

률이 80%대로 떨어진 이유가 농지감

소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지감소는 너무나 가파르다. 2000년

189만ha에 이르던 경지면적은 2013

년 171만ha로 10여년 사이 10%나 감

소했고, 쌀 경지면적 또한 2000년 107

만ha에서 2013년 83만ha로 20% 이

상 감소했다. 이런 흐름을 막지 못하면

관세율 1,000%를 물더라도 쌀을 수입

해야 하는 위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

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농지보전 약속을 한

달 만에 뒤집고 오히려 농지감소에 가

속도를 달아주었다. 제 정신이 아니고

서야 할 수 없는 일이다. 눈동자가 풀린

상태가 되어 ‘땅문서’를 사채업자에게

팔아치우는 행위이다.

‘논을 팔아먹는’ 국가적 타락은 다음

달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고

상하게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규제개혁의 이름으로 포장

될 것이며, 땅투기에 군침을 흘리는 기

업들은 환호의 함성을 지를 것이다. ‘논

팔아먹는 놈’은 개과천선하지 않으면

끝내 ‘마누라까지 팔아먹는 놈’으로 간

다.

대통령이 경자유전을 포기하면 다음

으로 가는 길은 정해져 있다. ‘농민을

팔아 먹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농민은

불쌍하다. 벌써 팔려 나가고 있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지금껏 풀 뽑았으니 이제부턴 밤 줍는 게

일이여. 밤나무가 한 1,000주 넘게 있는데 한

가위 쇠고 10월 10일까지는 날마다 밤 주워

야 해. 한 40여 일 동안 밤이 계속 떨어진다

고 보면 돼. 밤 가격? 올해도 싸. 제일 큰 거

좋은 놈이 1kg에 2,500원 정도 할까. 농협

에 내놓기도 하고 밤 상회에 넘기기도 하고

그러는데 그럼 뭐 해. 우리가 내 놓는 가격만

싸지. 사 먹는 사람은 비싸게 사 먹을 텐데.”

� 한승호�기자�

농정춘추

장민철사과나무치과 원장

농협의 수입농산물 판매 안된다

농협 매장에서 수입농산물을 판매

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2년도는 국회 국정감사장에는 수

입농산물을 판매한 조합장이 증인으

로 출석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농협

중앙회장은 국회의 호된 질책에 고개

를 숙여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농

협 매장에서 수입농산물의 판매가 끊

이지 않고 있다. 각 조합들은 농촌사회

에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가정 이주 여

성들의 요구가 있다거나 품목에 구색

을 맞추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지기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유야 있기 마련이다. 다문화가정

의 요구도 그렇고 원스톱 쇼핑이 일반

화 돼 있는 현실에서 다양한 상품을

갖추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다. 허나

이러한 사정을 다 살핀다면 과연 농

협 매장이 국산 농산물판매를 중심으

로 하는 매장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까 의문이 든다. 수익이 줄어드는 어

려움과 소비자들의 불만 섞인 요구에

도 농협은 우리 농산물 판매를 고집

하면서 역으로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농협매장에 가면 속지

않고 우수한 우리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야 한다. 그

래야 대기업의 대형 매장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것 말고는 농

협매장이 대기업매장과 경쟁에서 이

길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는가?

식자재 매장역시 마찬가지다. 요식

업체를 고객으로 하는 식자재 매장의

경우 가공식품 대부분에 수입농산물

이 포함됐다. 농협측은 식자재 매장

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오히려 강

변하고 있다. 그러나 요식업체에 들어

가는 수입농산물 가공식품이 바로 우

리 농산물을 위협하는 수입농산물이

다. 원형을 수입했을 때 발생하는 고

율의 관세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삶

거나 말리고 얼리는 등의 방법으로

가공하여 수입된 농산물들이 국내

농산물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

산 건고추의 관세는 270%이다. 그러

나 건고추에 물을 뿌리고 이것을 냉동

시키면 냉동고추로 취급되어 27%의

관세만 내고 수입된다. 이것이 국내에

들어와 간단한 건조과정을 거쳐 시장

에 유통되어 우리 건고추 가격을 폭락

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농협 식자재 매장의 수입농

산물 가공식품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

는 것인가.

농협은 전국 농협 매장에서 우리 농

산물만을 취급할 것을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농협 매장에서 수입농산물을

취급할 경우 강력한 징계가 가능하도

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수입

농산물이 포함된 가공식품 취급에 대

해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농촌사회 변화의 불씨

마을버스 공영제

한 때 어느 방송에서 시골버스를 통

해 농촌사회의 삶의 모습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애환과 훈훈한 인정들을 소

개한 적이 있었다. 농촌사회가 마을에

아이 울음이 끊겨 버린지 오래되었고

노인들만 사는 공간으로 변해 버렸다.

이것은 산업사회로의 급격한 이동이

가져온 폐해이다. 국가나 사회가 산업

사회의 긍정부분만 강조하다보니 그

이면에서 오히려 고립되고 퇴화되는

농촌 사회엔 관심을 갖지 않아 생겨난

결과다.

그러나 농촌은 여전히 사람들이 사

는 곳이고, 또 대를 이어서 살아가야

할 터전임이 분명하다. 이런 터전을 산

업적 시각이 아니라 공동체적 시각으

로 풀어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

다. 전통적으로 농촌사회의 유지수단

이던 계나 두레의 모습을 회복하고 그

를 통해 농촌사회를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으로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활동들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

니다. 농촌사회가 이미 고령화 돼 일을

추진할 여력도 돈도 사람도 없기 때문

이다. 국가가 나서 무슨 정보화 마을이

니 관광마을 이니 만들어 내지만 그것

은 반짝 기대는 있어도 예산 지원이 끝

나면 그만 운영조차도 힘들어지게 마

련이다. 결국 실적 내기에 급급한 관의

관행적사업에 주민들만 이용한다는

볼멘소리가 나는 것이다.

농촌사회가 유지되려면 살아갈 사

람이 있어야 한다. 농민이든 재촌주민

이든 간에 사람이 없다면 농촌은 텅

빈 공간으로 급속하게 변모하고 말 것

이다. 따라서 몇 가지 점에서 참고할만

한 시골버스 운영은 그 실마리를 제공

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신안군의 ‘공영버스’ 운영이나

옥천 안남의 ‘순환버스’ 등이 그런 기대

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지금으로선 국

가 보다는 지자체와 주민들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는 마을 순환버스가 사람

과 사람사이를 연결하고, 지역과 지역

을 연결하여, 소외되는 농촌 교통 약

자들의 사회활동을 보장한다. 이로인

해 농촌 경제의 활성화와 사람들이 시

골에서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인간

적 삶의 여유를 찾아 갈 수 있다. 이는

농촌으로의 인구유입에도 효과를 나

타낼 수 있다. 적은 예산으로 삶의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 내고, 그로 인한

농촌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면 이것은

엄청난 변화의 바람몰이 기제가 될 것

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순환 버스를

통한 또 다른 농촌활성화에 대한 참신

한 아이디어들이 속속 정책으로 이어

지길 기대할 수도 있다.

사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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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여 론 광 장

최용탁 장편소설 72

� 일러스트_박홍규

제 2장 흙바람

제625호 2014년 9월 1일 월요일

여수에서 온 민어로 여름과 이별하기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7~8월에

외국노선의 퍼스트클래스에서 민

어매운탕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여름철의 대표 보양식인

민어가 드디어 외국인들에게도 알

려지는 모양이다. 민어는 民魚의 글

자에서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고가

의 귀한 생선이라 아시아나항공에

서도 퍼스트클래스의 기내식으로

만 제공했나보다. 어렸을 땐 퇴근하

는 아버지의 손에 커다란 민어가 들

려 있고는 했는데 요즘은 비싸기도

하고 귀하기도 해서 구경조차 힘든

생선이 된 탓일 게다.

1800년대의 문헌인 <시의전서>

에 민어회를 먹은 기록이 나온다. 제

대로 큰 민어를 회로, 전으로, 찜으

로 즐기고 남은 뼈와 머리로 끓이는

탕을 마지막으로 먹으면 민어 한 마

리를 제대로 즐기는 것이다. 백성 민

자 대신 다금바리 민자나 참조기 면

자를 쓰기도 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대구나 조기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

는 생선인가보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 의하면

“민어는 약간 둥글며 빛깔은 황백색

이고 등은 청흑색이다. 비늘이 크고

입이 크다. 맛은 담담하고 좋다. 날

것이나 익힌 것이나 모두 좋고 말린

것은 더욱 몸에 좋다. 부레로는 아교

를 만든다”고 기록되어 있다.

<동의보감>에 민어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하며 소화·흡수가 잘

되어 오장육부의 기운을 돋우고 뼈

를 튼튼하게 하는 음식으로 소개되

어 있다.

민어는 성질이 따뜻해서 설사를

하거나 기운이 없어서 쉽게 피로를

느끼는 사람에게 좋다. 민어가 천

냥이라면 민어의 부레가 구백 냥

이라는 말이 있다. 민어를 먹고 부

레를 먹지 않았다면 민어를 헛먹

은 것이라는 말일 것이다. 민어의

부레로 만든 한약의 이름이 아교인

데 아교는 천연접착제의 대명사로

콘드로이친의 함량이 높아 노화를

방지하고 피부나 조직세포의 탄력

을 좋게 하는 효능이 있다. 또한 민

어는 지방이 많지 않아 담백하면서

도 단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

화흡수가 빨라 어린이들의 발육과

노인 및 환자의 건강회복에 널리

이용되어 왔다.

봄 주꾸미, 여름 민어, 가을 낙지,

겨울 숭어라는 말이 있다. 맛도 좋

고 영양가도 많은 여름 생선들이 즐

비하지만 여름의 생선으로 민어가

등극한 것을 보면 여름의 더운 외열

로 인해 체내의 양기가 소진되고 그

로 인해 떨어진 체력에 민어만한 것

이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생선을 사러 갔다가 한 마리에 사

오십 만원 하는 민어를 보았다. 생

선 한 마리에 그런 큰 돈을 쓸 수 없

는 상실감으로 마음이 상해 돌아섰

는데 다른 마트의 생선회를 파는 코

너에서 민어서더리탕감과 한 마리

에 1kg쯤 하는 작은 민어들을 싸게

팔고 있었다. 여수산이라 두 번 생

각하지 않고 사다가 서더리탕감과

작은 민어를 넣고 맑은 탕을 끓였다.

뽀얀 국물이 생선탕이 아니라 육류

를 재료로 끓인 곰국과 같았다. 민

어곰국이라 이름 붙이고 한 그릇 먹

고 나니 절로 기운이 나는 것 같다.

여름내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씻

기는 기분이다.

� 고은정�약선식생활연구센터�소장

맛있는 유혹, 新도문대작 72

농민들 가슴에도 싱크홀 있다

제2롯데월드 건물 공사로 싱크홀

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에 대한 의식이 조금은 상

승된 탓인지 모른다. 그런데 제2롯

데월드 건물신축은 공사허가부터

잘못된 것이다. 서울공항의 비행로

를 억지로 5도 비틀어내면서 건축

허가가 난 것이다. 물론 이명박의 밀

어붙이기다. 잠실에 이런 고층빌딩

은 이 지역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

면 허가하지 않을 것이다.

잠실 지역은 모두가 모래밭이

다. 홍수기에 떠밀려온 모래와 자

갈이 쌓여 만들어진 부리도라는 섬

이 현재의 잠실지역이다. 석촌호수

는 1520년 홍수로 남쪽에 새로 난

새내(新川)인데 개천을 모두 메우

고 남겨둔 곳에 물이 고인 일종의 인

공 호수다. 1925년 을축년 홍수 때

까지 한강본류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 지역의 모든 건축물은 사상누각

인 셈이다. 이 지역의 지질 구조는

평균 20m정도의 모래층 아래 암반

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암반도 화강암이 아니라 변

성암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변

성암은 화강암에 비해 무른 조직이

다. 현대건축 공학자들은 이런 곳에

도 마천루를 짓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공사에서 허점

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싱크홀이 바로 그것이다. 지하수

위가 높고 모래지반이라서 암반까

지 파내는 공사는 지하수를 건드리

지 않을 수가 없다. 그 곳에 동공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다. 동공은 아

무도 모르고 있다가 지반이 연약해

지면 내려앉아 사람들 눈에 띄는 싱

크홀로 나타난다. 싱크홀이 자주 그

리고 크게 나타난다는 것은 콘크리

트나 아스팔트, 건축물 등의 굳은

지반 밑으로 동공이 생겨났음을 의

미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롯데측

은 추석맞이 임시개장을 했다고 한

다. 세월호로 각성된 안전은 다시 침

몰하고 이윤만이 우리를 다시 지배

하는 것인가?

자본은 이윤을 낳고, 이윤은 경쟁

을 낳고 경쟁은 비극을 낳는다. 쌀

개방 선언은 우리쌀이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경쟁력이 있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래서 비극이다. 비극의

주인공은 농민들이다. 아무리 패러

다임을 바꾸자고 한들 경제성과 효

율성은 강조되고 이윤을 위한 무한

경쟁은 신조처럼 굳어 버렸다. 관료

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끝없이

사상누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농업

은 생명산업이다 라는 말부터가 이

윤이 쏟아진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

름없다. 그 말 자체가 사상누각이다.

생명이라면 보살펴야 한다. 살아

갈 수 있도록 말이다. 물을 주고 태

양을 주어야 한다. 끝없이 경쟁하

라를 외치는 것은 생명을 경시하는

것이다. 롯데의 마천루가 경쟁에서

는 이길지라도 생명을 경시한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이

유다. 문제가 있으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돈으로 가치를 결정하는

것보다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

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다. 농민

들 가슴에 뚫린 싱크홀에 사회적 관

심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야 시인이기도 하지만, 본래 이승만

대통령 비서관을 지낸 정치인이기도 하잖아. 그러

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뭐.”

임상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선

택은 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다. 김광섭이라는

시인 이름은 선택도 들어본 적이 있지만 서울신문

에 실린 그 사람의 시라는 걸 본 적이 없어서였다.

“무슨 이야깁니까? 그 사람이 어떤 시를 발표했

기에?”

선택의 물음에 재열 역시 쓴웃음을 지으며 대

답했다.

“올해가 이승만 대통령이 여든 살이 되는 해라

는 건 알고 있지요? 집집마다 태극기를 걸라고

난리를 치고 지폐에 대통령 얼굴을 새기고, 하여

튼 요란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시인이라는 자

가 칭송하는 시를 발표했는데, 차마 눈 뜨고 보

기가 어렵더란 말입니다. 뭐, 꼭 그 사람뿐 아니

지만 세기의 태양 운운 하는 걸 보니까 내가 다

부끄럽더군요.”

재열의 말은 어딘가 듣는 사람을 강하게 설득

하는 힘이 있었다.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말하면

서 꾸밈없는 태도가 설령 자기 생각과 다른 이야

기를 할 때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선택

역시 대통령의 탄신 어쩌고 하며 온갖 행사를 펼

치는 것에 대해 꽤나 짜증이 났었다. 학도호국단

의 동원령에 따라 대통령 생일이었던 3월 말 어느

날에는 중앙고에서만 수백 명의 학생이 서울운동

장에 집결하였다. 손에 들고 흔들 태극기를 사는

데 필요하다며 참석 학생들에게 십 환씩을 걷었는

데, 그에 대해 작은 반발이 일기도 했다. 굳이 반강

제로 참여하게 하면서 자기 돈으로 태극기까지 사

야 하느냐는 당연한 반발이었고 선택도 동조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도의 선생은 그런 반발에 대

해 극도로 흥분한 어조로 질타했다.

“우리가 이승만 대통령을 모시고 사는 것은 커

다란 행운이고 이 나라의 복입니다. 그 분의 탄신

팔십 주년은 우리나라와 전 세계 반공자유진영의

큰 영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기념식에 참

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만도 영광스러운

데 고작 십 환의 돈을 내는 걸 불만하면 되겠습니

까? 나는 여러분의 반공 교육을 책임진 사람으로

서 커다란 실망을 느낍니다.”

운운하는 바람에 불만이 있던 축들도 꼼짝없

이 십 환씩을 내고 태극기 한 장씩을 받아들었다.

생일 기념식이라는 이상한 행사에는 학생뿐 아

니라 모든 정부 각료와 미군 사령부, 해외 사절

까지 모여서 군대 사열식까지 벌어졌다. 처음 보

는 굉장한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지만

조선시대의 왕도 아닌 대통령의 생일을 이렇게까

지 해야 되나 하는 의문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

다.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판하는 행위는 이적행

위라고 규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신문사 주

필이 정부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하지 말라는 글

을 썼다가 구속까지 되는 일도 있었다. 게다가 그

신문사에 정체불명의 폭력배 수십 명이 들이닥

쳐 온갖 기물을 때려 부수고 신문사 직원들을 폭

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

었지만 경찰의 발표는 놀라웠다. 대낮에 일어난

테러이기 때문에 테러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

다. 소위 애국 청년들이 애국심에 불타서 일으킨

행동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해괴한 이야

기였다. 겨우 학생들을 행사에 동원하지 말라는

칼럼 하나가 그런 엄청난 사태를 불러올 정도였

으니, 정부나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언감생심 꿈

도 꾸기 어려웠다.

그런데 재열의 어투에는 별 거리낌이 없었다.

“하여튼 민도도 낮지만 국가도 봉건시대나 다름

이 없다니까요. 나이 든 대통령 밑에서 온갖 부정

부패가 판을 치고 국민들만 죽어나지요. 자, 이제

우리는 그만 가볼까요? 누가 오는 기척이 있으니

까 가서 맞아야죠. 상호 너는 정말 안 갈래? 옵서

버로 앉아있을 자격은 내가 줄 수 있는데.”

“나는 됐다. 난 늬가 가져다준 사상곈가 하는 잡

지나 읽으련다. 그리고 정형은 이제 집을 알았으

니까 자주 놀러오세요. 언제나 환영이니까.”

선택은 재열을 따라 다시 안채로 들어섰다. 여

러 사람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도숙 칼럼

도문대작이란 - 허균이 쓴 우리나라 최초 지역특산물 음식평서

Page 12: 한국농정 625 흑백 - pdf.ikpnews.netpdf.ikpnews.net/625/62512.pdf · 제625호 2014년 9월 1일 월요일 농촌 교통문제 해결 ‘신안군 버스 공영제’ 주목

박홍규

농민만평

www.ikpnews.net

[주간]

제625호2014년 9월 1일 월요일

12

농협 식자재매장, 수입산 식재료 봇물고창농협 식자재매장 중국산 고춧가루 등 판매 물의

농협, 전국 각지서 단순가공 수입산 식재료 무더기 판매

추석을 앞둔 농협 식자재매장에 수입산

원재료를 쓴 식재료가 넘쳐나고 있다.

농협이 전국 식자재매장을 통해 원재료

가 수입산인 식재료를 대량 취급해 논란이

다. 농협은 식자재사업 확대 명분으로 국산

농산물 판매 증진을 내세웠으나 각종 수입

산 식재료 판매로 식언을 한 꼴이 됐다. 농

협의 수입농산물 판매에 관한 농민들의 우

려가 높은 만큼 구체적인 수입산 식재료 취

급 원칙을 정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

전북 고창군 고창농협 식자재전문매장

은 중국산 고춧가루를 포함해 콩가루, 볶

은 참깨·들깨, 목이버섯·표고버섯 슬라

이스 등 10여개 품목 남짓의 수입산 식재

료를 판매하는 중이다. 이를 최초 제보한

농민은 “조합장을 만나 수입산 식재료 판

매 중지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

다”고 허탈감을 표했다.

이 곳의 지역농협들은 자체적으로 가공공

장에서 고춧가루와 볶은 땅콩을 가공·판매

해왔다. 그럼에도 식자재매장에선 수입산

제품만 취급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유덕근 고창농협 조합장은 “고창지

역은 광주시까지 30분 거리밖에 안 된다.

그래서 식자재매장 회원들이 원하는 제품

이 없으면 ‘왜 광주로 가서 시장을 보게 만

드냐’는 건의가 많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식자재 특수성 이해해야”…“제 살 깎아먹기

말이 안 된다”

전북지역에서 농협 최초로 식자재매장

을 연 전주하나로클럽 식재료 전문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본지 확인 결과 이

곳에선 마늘가루·생강가루·도토리묵가

루 등을 포함해 중국산 찐찹쌀을 원재료

로 한 찹쌀가루, 중국산쌀로 만든 쌀과자

제품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농협 전주유통센터 관계자는 “가공을

하지 않은 농산물은 국산을 쓰고 있다”며

“식자재시장은 특수한 분야기 때문에 수입

원재료를 가공한 식재료는 소매와 달리

취급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대종 전농 전북도연맹 부의장은 “각

지역 농협 RPC들이 소비부진으로 쌀이

안 팔린다고 우는 소리를 하는데 정작 농

협이 수입쌀 식재료를 파는 건 제 살 깎아

먹기 아니냐”며 “개인에겐 안 판다며 대량

소비처인 요식업소 회원에게 수입산 식재

료를 파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농협 식자재매장인 서울 양재

하나로클럽 식자재매장에선 자숙브로컬리,

자숙대두, 유탕고구마, 유탕감자 등이 냉동

고에 진열돼 있었다. 자숙브로컬리는 반으

로 잘라 삶았을 뿐 원형을 거의 유지한 모습

으로 냉동돼 있었다. 한 수입산 볶음깨 제

품은 포장에 ‘전통 고유의 맛을 그대로 살린

OO입니다’란 선전 문구를 걸고 있었다. 그

외에 중국산 찹쌀누룽지, 중국산 맛밤 등

간식거리와 중국산 깐마늘 장아찌·마늘쫑

무침·된장깻잎지무침 등 각종 양념채소반

찬류도 진열대에 올라 있었다.

이원일 농협유통 홍보실장은 “일반 식자

재매장은 1차 농산물도 수입산을 쓴다”며

“가입한 회원들이 저렴한 상품을 찾는 식

자재매장이란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해

명했다. 수입산 원재료가 들어가지 않는

기준으로 가공제품을 구성하긴 현실적으

로 불가능하단 논리다.

농협은 지난 2월 식자재 영업조직 발대

식을 열고 유통사업장 구매권한을 본부로

이전해 구매교섭 창구를 일원화했다. 발대

식에 참여한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이사는 “소비자에게 안전하고 저렴한

우리 농산물을 공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

다”고 말했다.

가루로 빻거나 삶는 등 기본적인 가공

만 한 채로 수입산 농산물이 원재료인 식

재료를 판매하는 건 농협이 식재료사업을

확대할 때마다 강조한 명분과 거리가 멀

다. 한 농협 식자재매장 관계자는 “경계가

모호하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식

자재 구매권한을 가진 농협중앙회가 농협

정체성에 맞는 수입산 원재료 식자재 취급

기준 마련이 필요한 대목이다.� 홍기원�기자

국정감사 파행

분리 국감 사실상 ‘불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두고 여야

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지난달

26일 예정돼 있던 농림축산식품부 국정

감사를 비롯해 국정감사의 전 일정이 무

기한 연기됐다.

국감 준비에 적잖이 공을 들였을 피감

기관들도 공황상태를 맞았다.

28일 현재까지 국정감사가 언제 확정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올해 첫 시도

해보려던 분리 국감은 향후 대정부질문,

예산 등 의사일정으로 볼 때 사실상 불

가하다는 것이 국회 내부의 의견이다.

� 원재정�기자�“쌀생산자협의회, 전체 쌀 농가 대변하는 대중조직 될 것”

지난달 21일 충남지역에서 쌀생산자협의회

가 광역 단위로 첫 출범했다. 출범 배경은?

농업을 국가가 시장에 맡기다 보니 농

산물 가격폭락이 심하고 생산비도 보장

이 안 되고 있다. 그러나 쌀 농가의 어려

움을 대변하는 대표조직은 사실 전무하

다. 현재 쌀전업농이 쌀 농가를 대변하는

조직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관변조직이나

다름없다. 쌀전업농은 정부로부터 농지

매입, 임대 자금을 지원받는 사람들을 선

정해서 규모화 된 농가들을 대변하는 것

뿐이다. 이는 전체 쌀 농가를 대표하지도

않고 쌀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

도 아니다. 이렇다보니 농민들은 실질적

으로 가격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

로가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쌀 농가 전체

를 대변하고 정부와 교섭할 수 있도록 쌀

생산자협의회가 출범했다.

전국적 조직 확대를 위한 준비는?

전농은 25년간 쌀생산자품목위원회

건설에 관심을 가져왔다. 쌀 문제에 대

해 관심이 많은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해

올해 쌀 생산자협의회를 출범키로 결의

했다. 현재 시군도별로 의무교육을 50군

데 진행하고 있고, 중앙 책임자와 도·시·

군별 준비위원장을 선임 중이다. 또 쌀

농가들을 대상으로 총회를 열어 쌀 농업

과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대중조직이

라는 목표를 알리고 가입원서를 만들어

배부하고 있다. 18일 시군 동시다발 농

민대회에서 쌀 전면개방 반대투쟁과 함

께 쌀생산자협의회 출범결성식을 할 예

정이다. 전국 조직은 11월 농민대회에 구

체적으로 나올 것이다.

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사업과 정책 제안은?

쌀 전면개방 반대는 이어간다. 올해

벼 값이 폭락했는데 추수 시기에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쌀값 보장이 우선

과제다. 무엇보다 정부의 양곡정책이 근

본적으로 잘못됐다. 현 공공비축수매제

도는 시장에 쌀값을 맡기는 제도다. 정

부수매량은 7~8%밖에 안 되고 나머진

농협이 자체수매를 한다. 쌀 문제가 농

민과 농협과의 싸움으로 고착화되는 구

조적인 문제를 바꿔 정부의 책임이 강화

되는 정책 제안을 준비 중이다. 현재 농

협이 RPC를 광역조직으로 개혁할 예정

인데 이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 유통

대안으로 서울시 교육청과 학교급식으

로 쌀을 보급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우리쌀 지키기 사업의 일환으로 현재 서

울시와 함께 우리쌀생태문화축제를 협

의 중이다.

정부가 구성한 쌀산업발전협의회에 참석

하고 있다. 협의 진행은 어떠한가.

쌀을 지키는 근본적인 대책을 정부에

제안 중이다. 먼저 우리는 FTA, TPP 협

상에서 쌀 양허제외라는 국민적 약속

을 요구하고 있다. 고율관세 지속성을

보장키 위해 특별법 제정도 요구하고 있

다. 또 쌀 관세화에 대한 2004년 협정

평가를 제안하고 있다. 일본의 쌀수입

물양은 소비량의 4%인데 우리는 8%인

점, 일본은 의무수입물량으로 해외원조

가 가능한데 우리는 불가능한 점 등 협

상을 잘못한 점을 인정하고 바로잡기를

요구하고 있다. 협상대표에 농민대표를

참석시킬 것도 주장하고 있다. 또 쌀을

포함한 16가지 기초농산물을 국가 책임

하에 관리하는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

를 제시 중이다. 정부의 결정은 국민적

동의를 통해, 정치적 결단을 통해 언제

든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 박선민�기자�사진�김명래�기자

인터뷰

이효신쌀생산자협의회 준비위원장

쌀생산자협의회가 소농, 영세농을

포함한 전체 쌀 농가들의 목소리

를 모아내 현재 쌀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쌀을 지키고자 출범했다.

협의회의 출범배경과 준비 중인

정책, 쌀생산자협의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들어본다.

농부의 두 손 ㅣ 수확 시기를 놓칠 정도로 내린 비가 그치고 난 뒤 대파 수확하는 손길이

바쁘다. 그러나 비에 썩고 벌레 먹은 대파에 한숨이 쉬이 그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

파를 손질하는 손길엔 정성이 오롯이 묻어난다. 지난달 26일 대파를 손질하는 정정조(77, 충남

공주시 쌍신동) 할아버지의 두 손에 흙이 엉겨 붙어 있다. 한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