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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중동학회논총 | 제36권 제2호 [2015. 10]: 215~238 한국과 이란의 현대시문학 흐름의 특성에 대한 분석 - 대표적 현대시 비교를 중심으로 - |파테메 유세피*| Fatemeh Yousefi 1) An Analysis of Flow Characteristics of Modern Korean and Persian Poetry -Focused on Comparison with the Typical Modern Poetry- This is the first research on Modern Korean and Persian Poetry and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analyze the different features and point of views that are presented in both Korean and Persian Modern Poetry. By Analyzing the modern poetry historical backgrounds of the two countries, the two poets characteristics of modern poetry, life time, poetic language, the realm of poetry,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which are the subjects taken into account. Both Kim, So-Wol(1902-1934) and Sohrab Sepehri (1928-1980) are counted among the best poets in the history of both modern korean and persian literature and they stand in a unique position. The Literary works of two poets are seemingly plain and simple but actually have profound implications and remain in the minds and hearts of the people of now and will so in the future. The Korean Poet Kim, So-Wol's work is so popular and beloved in Korea. He used nature and simplicity, directness, and terse phrasing for good effect and many of his poems were set to music. The Persian poet talks about the *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 강사, 주한 이란대사관 통-번역 주재원 E-mail: [email protected]

한국과 이란의 현대시문학 흐름의 특성에 대한 분석 · 2015. 11. 11. · 색의 소멸과 꿈의 세계를 발표했다. 1955년에는 「쏘칸」잡지에 일본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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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중동학회논총|제36권 제2호 [2015. 10]: 215~238

    한국과 이란의 현대시문학 흐름의 특성에 대한 분석

    - 대표적 현대시 비교를 중심으로 -

    |파테메 유세피*|

    Fatemeh Yousefi

    1)

    An Analysis of Flow Characteristics of Modern Korean and Persian Poetry

    -Focused on Comparison with the Typical Modern Poetry-

    This is the first research on Modern Korean and Persian Poetry and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analyze the different features and point of views that are presented in both Korean and Persian Modern Poetry.

    By Analyzing the modern poetry historical backgrounds of the two countries, the two poets characteristics of modern poetry, life time, poetic language, the realm of poetry,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which are the subjects taken into account.

    Both Kim, So-Wol(1902-1934) and Sohrab Sepehri (1928-1980) are counted among the best poets in the history of both modern korean and persian literature and they stand in a unique position.

    The Literary works of two poets are seemingly plain and simple but actually have profound implications and remain in the minds and hearts of the people of now and will so in the future.

    The Korean Poet Kim, So-Wol's work is so popular and beloved in Korea. He used nature and simplicity, directness, and terse phrasing for good effect and many of his poems were set to music. The Persian poet talks about the

    *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란어과 강사, 주한 이란대사관 통-번역 주재원

    E-mail: [email protected]

  • 216 |한국중동학회논총||제36권 제2호 [2015. 10]

    relationship between the nature and human spirit and turns around the general idea of re discovering and returning to the nature and appreciating its beauty and serenity instead of ruining it. He loved nature and referred to it frequently and said "Beauty means the loving interpretation of forms".

    This study is focused on two poets who lived in the same era but different culture and history and in the end I hope that this research between the two countries will continue and be much more activated in the future.

    [Key Words : Kim, So-Wol, Sohrab Sepehri, Nature, Women, Religion, Poem, Beauty, History]

    I. 서론

    본 연구는 한국과 이란 양국의 현대 시문학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두 시인 김소월(金素月, 1902~1934)과 쏘흐럽 쎄패흐리(Sohrab Sepehri,

    1928~1980)의 작품을 비교분석함으로써 문학적 의의를 찾는 데 목적을 둔다. 현

    대 시 문학에 있어 한국과 이란의 비교 연구는 지리적 한계로 인하여 그 수용

    과 영향의 문학적 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때문에

    본고에서의 비교 연구는 수용과 영향 관계 중심의 기존 연구와는 달리 문학의

    보편성에 근거하여 주제, 소재, 언어 등 다양한 관점에서의 상호 비교를 실시하

    고자 한다.

    현재까지 두 시인에 대한 연구는 각 시인의 생애 및 작품에 대한 연구를 중

    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방대한 개별적인 연구에도 불구하고 상

    호텍스트 비교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소월 관련 대부분의 상호텍스

    트 비교 연구가 단편적으로 이루어진 점으로 보아 본고에서는 시 전체를 아우

    르는 통합적 고찰을 시도하여 비교연구를 실시하고자 한다.

    본고에서는 먼저 한국과 이란의 현대시 성립과 발전에 이바지한 두 시인의

    문학사적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양국 현대시의 발생과 발전 과정을 조명한다.

  • |파테메 유세피| 한국과 이란의 현대시문학 흐름의 특성에 대한 분석| 217

    이후 두 시인의 개별적인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 작가의 생애 및 시세계와 시어

    를 살펴보고 다음으로 두 시인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분석하면서 시적 동질성을

    자연적인 요소와 설화적인 요소 측면에서 고찰한다. 자연적인 요소에서는 자연

    적인 시어의 사용과 자연에 대한 인식을, 그리고 설화적인 요소에서는 민족 시

    인으로서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어떤 방식으로 시에 소재화 시켰는지

    를 살펴본다. 이와 더불어 두 시인의 시적 차별성을 종교적인 요소, 정서적인

    요소 그리고 여성적인 요소 측면에서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두 시인의 작품을

    분석한 결과 나타난 동질적인 요소와 차별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시인들이 지닌

    문학사적 의의를 검토하도록 한다.

    Ⅱ. 한국과 이란 현대시의 비교 의의

    한국과 이란 양국에서는 20세기 초를 전후하여 현대시가 태동하였다. 한국

    은 식민지라는 특수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이란은 왕정의 붕괴와 혁명의 소용

    돌이 속에서 새로운 시의 형식으로 현대시가 태동하여 발전하였는데 양국 모두

    기존의 정형적인 형식과 내용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형식과 내용을 추구하는 신

    시(자유시)형태가 등장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시형은 일관적으로 발전하지 않

    고 내외부적인 환경으로 인해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였다. 즉 서구의 다양한

    문예사조의 도입과 식민지화(한국) 및 왕정과 혁명(이란) 등의 외부 환경과 작

    가의 내면 시세계가 상호작용하여 한국과 이란 양국의 현대시에서 형식과 내용

    의 다양함을 이루어내었다. 김소월과 쏘흐럽 쎄패흐리 역시 당대의 외부 환경

    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지 않고 새로운 현대시의 형식과 내용을 창조해 나가며

    독창적인 시세계를 구축함으로써 현대시의 다양화에 기여했다.

  • 218 |한국중동학회논총||제36권 제2호 [2015. 10]

    Ⅲ. 김소월의 시세계

    1. 작가의 생애

    김소월은 1903년 평안북도 정주 태생으로 본명은 정식(廷湜)이며, 소월(素月)

    은 그의 호(號)이다. 소월은 공주 김씨 문중에서 세운 학교로 민족의식을 은연중

    에 고취한 남산 보통학교에서 신식 교육을 받았다. 그는 비범한 기억력과 관찰

    력의 소유자로 주위에 의문이 많아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자주 했던 호기심이

    매우 강한 소년이기도 했다(오세영 1996, 281). 보통학교를 졸업한 소월은 오산

    학교에 입학했는데 이 때 교편을 잡고 있던 김억 선생의 지도로 문학도의 길을

    걷게 되었다. 3․1운동 직후 오산학교가 폐교되자 서울의 배재고등보통학교에

    편입하여 1923년 졸업하였고 그 후 일본 동경대학교 상과대학전문부에 입학하

    였으나 관동대지진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하였고 문우 나도향(羅稻香,

    1902~1926)과 사귀면서 1924년 영대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낙향했다. 이후 조부가 경영하는 광산 일을 도왔으나 실패하여 가게가 크게 기울자 동아일보지국

    을 개설하여 생활하였지만 또 다시 실패하여 심한 염세증에 빠지기도 했다. 실

    의가 계속되고 생활고를 겪으면서 소월은 결국 1934년 12월 24일 음독자살로 생

    을 마감했다.

    김소월은 1920년 창조지에 「낭인의 봄」, 「야의 우적」, 「그리워」, 「춘강」, 「오과의 읍」 등 5편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배재고등보통

    학교 진학 후 주로 개벽을 통해 활동했는데 1922년에 「금잔디」, 「엄마야 누나야」, 「진달래꽃」 등을, 1923년에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가는 길」 등의 작

    품을 발표했다. 1924년에 「밭고랑 위에서」 등을, 1925년에 「무신」, 「옷과 밥과

    자유」 등의 작품을 발표했고 같은 해 그간의 작품 126편 전편이 수록된 시집

    진달래꽃을 출간하였으며, 개벽에 시론 「시혼」을 발표하며 절정기를 맞이했다.

  • |파테메 유세피| 한국과 이란의 현대시문학 흐름의 특성에 대한 분석| 219

    2. 시세계

    김소월은 한국 근현대 문학사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다수의 작품을 통하여 그

    위상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박호영・이숭원, 1985). 그는 서구의 문학 사조가 급격히 밀려들어오던 시대상황 속에서도 향토적이며, 민속적인 언어와 율격을 고

    수해 나가며 자신만의 시를 노래했다. 소월의 시는 정서적 측면에서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를 깊게 심어 놓음으로써 민중의 폭넓은 공감대를 얻었다. 작품에

    나타난 보편적인 정서의 근원은 시인 자신의 비극적인 삶, 불우한 생활환경 그

    리고 민족의 식민지 시대 상황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슬픔과

    절망으로 인해 소월의 시에는 서정의 정한이 개인적인 아픔뿐만 아니라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의 보편적인 아픔이 담겨있다. 구체적으로 그의 정한은 이별의

    한, 고향상실의 한, 생사의 한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이별의 한은 임과의 이

    별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듯이 보이지만 결코 헤어질 수 없음으로 인해 생긴

    아픔을, 고향상실의 한은 식민지 시대 잃어버린 고향과 조국에 대한 진한 향수

    로 인한 안타까움을, 생사의 한은 죽음으로 이승과 저승으로 갈린 절대적인 단

    절 속에서도 끝내 임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한 것이다.

    이미지 측면에서 김소월은 자연 친화적인 소재들을 노래해왔다. 소월에게

    고향의 산, 바다, 들, 시냇물, 하늘, 구름, 산새는 항상 그리움의 대상이 되어 시

    의 소재가 되었다. 소월은 자연을 매개로하여 이별의 슬픔, 고향에 대한 그리움

    과 회귀의식, 임의 상실과 부재에 대한 아픔을 노래했다.

    김소월의 시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전통적 율격과 운율 그리고 아름다운 토

    착어를 활용하여 한국적인 정서의 맥을 계승했다. 그는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한학과 한시를 시의 4연 구성에 자주 활용했는데 이는 한시 절구가 기승전결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소월은 2음보의 7․5조 혹은 3음보

    의 3․3․4조(7․5조의 변형인 6․4조라고도 함)의 운율로써 음악적인 감미로

    움과 섬세한 리듬의 변화를 이끌어냈으며 연의 구성과 행의 배치를 변화 있게

    보임으로써 운율적 성공을 거두었다.

  • 220 |한국중동학회논총||제36권 제2호 [2015. 10]

    이를 종합해보면 김소월은 임과의 이별, 고향과 조국의 상실, 생사의 갈림으

    로 인한 보편적인 정서를 담은 시를 남겼다. 그는 아름다운 토착어를 시어로

    활용했으며 3음보의 전통적 율격을 사용했고 자연적 소재를 노래했다. 이를 통

    해 김소월은 자신의 시를 친숙하고 낯익은 것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민족의 정

    서적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3. 시어

    김소월의 시에 주로 등장하는 시어로는 물, 불, 새, 꽃, 풀, 나무, 바다, 길 등을

    꼽을 수 있다(이자국 2002, 80). 그는 자연의 이미지를 담은 시어들을 이용하여

    임과 이별하는 슬픔과 부재로 인한 아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 상실에 의

    한 방랑을 노래하고 있다. 먼저 물과 불은 원형적 상징으로 생성과 소멸의 의미

    를 담고 있는데 물은 이별의 슬픔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불은 역동적 사랑과

    욕망 및 고독과 슬픔의 정화라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원형적 상징으로 각각 떠

    남과 정착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새와 꽃은 소월의 시에서 새는 고향에 가고 싶

    은 회귀의식과 자유의 이미지, 불안한 화자의 심정 및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가지

    는 허무의식과 한의 정서를 나타내고 꽃은 화자의 사랑과 이별의 아름다움과 슬

    픔을 나타내는 동시에 임에게 정착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을 표현한다. 또한 풀

    은 부드럽고 연약하지만 때로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자연물로 민중을 상징하

    는 데 활용되었으며, 정신적 에너지나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나무는 소월 자신

    을 표현하는 데 이용된다. 이 밖에 바다는 도달하고 싶지만 갈 수 없는 이상향을,

    길은 험난한 인생살이 및 고난과 방황, 소외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다.

    또한 김소월은 자신의 시에서 한국어가 지닌 자생적인 음악성과 운율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시름, 서러움, 애달픈, 한스러운, 속절없이, 하염없이, 이

    여, 구나, 노라, 리라, 어라, 아라, 으니, 려나, 시라, 이라, 나니, 어라, 르리 등

    일련의 지극히 한국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한국어에 내포된 감정의 기복 및 장

    단과 음률을 만들어냈다.

  • |파테메 유세피| 한국과 이란의 현대시문학 흐름의 특성에 대한 분석| 221

    IV. 쏘흐럽 쎄패흐리의 시세계

    1. 작가의 생애

    쏘흐럽 쎄패흐리는 1928년 10월 7일1) 이란 중부 도시 커션(Kashan)2)에서 탄

    생하여 이슬람 사회에서 이슬람교도로서 성장했다. 그의 고향 커션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문양과 색상이 타지방에 비해 화려하고

    밝다. 이같은 환경에서 정서적 영향을 받은 시인은 작품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

    움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대학을 다니다 고향으로 돌아와 매일 시를 읽고

    쓰는 연습을 했다. 1947년 처녀작으로 「잔디 곁에서」를 내놓았고 모하마드 레

    저 팔레비 왕정 하에서 첫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당대 수많은 예술가들이 반

    정부 활동에 참여했던 반면 그는 정치적인 활동에 참가하지 않고 대신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테헤란대학교 예술대학에 입학하여 미술을 전공하면서 현

    대미술뿐만 아니라 작시활동에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1951년과 1952년

    색의 소멸과 꿈의 세계를 발표했다. 1955년에는 「쏘칸」잡지에 일본시를 번역하여 게재하였고, 1961년에는 「태양의 몰락」, 「슬픔의 동쪽」을, 1964년에는 「

    물의 발자국 소리」를, 이듬해에는 「여행자」를 발표했다. 1977년 그는 우린 아무것도 없이, 우린 바라볼 뿐과 이미 출간했던 시들을 모아 8 시집(Hasht Ketab)을 간행했다.

    그는 1979년 혈액암 치료를 위해 영국으로 갔지만 성과 없이 귀국한 후 이듬

    해 4월 21일 봄 테헤란에서 사망했다.

    1) 이란력 1307년 메흐르(7월) 15일, 본고는 이란력과 서기력(이란력 + 621년)을 혼용한다.

    2) 이란 이스파한주(Isfahan Province)에 있는 도시며 이란 중북부의 사막지대에 위치한다.

  • 222 |한국중동학회논총||제36권 제2호 [2015. 10]

    2. 작가의 시세계

    쏘흐럽 쎄패흐리는 낭만주의 시인이자 화가이다. 그의 작품은 이슬람교의

    신비주의 사상과 동양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인도의 유명한 신비주의자 크

    리슈나무르티(Krishnamurti, 1895~1986)의 사상과도 유사하다. 그는 극동의 일본

    이나 인도를 자주 여행하며 동양사상과 가르침에 영향을 많이 받아 시를 통해

    이승에서의 더러움을 정화하고 해탈에 이르고자 했다. 그의 시에 나타나는 신

    비주의적 요소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음 / 자연과의 공존 / 고정관념 타파

    쏘흐럽 쎄패흐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생명과 죽음을 동등한

    것으로 보았으며,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죽음을 끝이라 보

    지 않았으며 새로운 시작이라고 보았다. 이는 불교나 동양철학과 유사하다.

    시인은 자연과의 조합 및 일치를 중요시했다. 이를 통해 독자에게는 새로움

    과 생명, 신선함을 선사했다. 그는 항상 자연과 교감하며, 자신의 생각과 마음

    을 표현하기 위해 자연을 이용했다. 그는 신 역시도 자연 속에서 찾았으며 모

    든 창조물들이 세상의 조화와 화합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았다.

    고정관념의 타파와 관련해서 시인은 세계와 인간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며,

    세상의 모든 존재를 가장 완벽한 존재로 보았다. 그는 기존의 생각들을 거부하

    고 새로운 생각과 시각으로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관계없이 태양 아래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살아 숨쉬며 느낌과 감정이 있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모든 존재가

    동일한 가치가 있으며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이 없다고 보았다.

    3. 시어

    쏘흐럽 쎄패흐리는 어려운 단어나 복잡한 구성을 사용하지 않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순하고 친근하며 보편적인 단어들로 구성된 자신만의 시어를 구사

    했다(김영연 2010, 27). 때문에 그의 시는 번역하기에도 좋은 시라고 한다(Karim

  • |파테메 유세피| 한국과 이란의 현대시문학 흐름의 특성에 대한 분석| 223

    Emami 2003. 97~116). 신비주의 및 동양 사상에 기반하여 자연과의 합일을 강조

    한 시인은 시어로 자연물을 많이 사용했다. 본고에서는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

    는 대표적인 시어인 물, 바다, 물고기, 연꽃, 사과 등을 중심으로 그 의미를 살

    펴보도록 한다.

    먼저 물은 쏘흐럽 쎄패흐리가 특별히 관심을 가진 시어로 신비주의에서 투

    명, 정제, 깨끗함, 진실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시인은 물이 진실(신)에 이르는

    신비주의적인 속성을 가지고 좀 더 지고지순한 목적지(바다)에 이르기 위해 이

    동 중인 것으로 인간도 물과 같이 어떠한 목적에 다다르기 위해 쉼 없이 노력

    하여 진실을 발견하고 깨달음을 얻어야 함을 강조한다. 물과 함께 자주 등장하

    는 시어가 바다와 물고기인데 바다는 물과 유사한 속성으로 장엄함과 무한함으

    로 인해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적지로 신과 진실을 상징한다. 한편 물속에

    살고 있기에 물의 속성을 가지는 물고기는 어떠한 불순물이나 더러움을 없이

    수도자처럼 항상 움직이는 존재로서의 중요성을 지닌다.

    연꽃은 매일 아침 해가 뜰 때 피었다가 해가 질 때 지는 꽃으로 꽃이 질 때

    새가 안으로 들어가도 아침에 다시 필 때 새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고 밖으

    로 나온다고 한다. 연꽃은 자신을 정화하는 과정 속에서 상하지 않고 더러움이

    나 황폐함으로부터 깨끗하게 만드는 꽃이다. 이는 수도 과정에서 자신을 깨닫

    고 깨끗이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사과는 주로 사랑과 생명의 의미로 쓰인다. 그에게 사랑은 생명

    과 동일어로 여기서의 사랑은 신비주의적 사랑을 의미한다. 즉 사과는 연인과

    의 육체적인 사랑이 아닌 정신적인 플라토닉 사랑을 상징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비주의와 동양 사상에 바탕을 둔 쏘흐럽 쎄패

    흐리의 시에서 물(바다 및 물고기 포함)과 연꽃, 사과 등은 그 자연적 속성으로

    인해 정제 및 맑음, 생명, 사랑의 의미를 지니며, 자연과의 합일 및 진리에의 도

    달을 쉼 없이 추구하고자 하는 그의 시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 224 |한국중동학회논총||제36권 제2호 [2015. 10]

    Ⅴ. 두 시인의 작품 비교 분석 및 의의

    1. 동질성

    1) 자연적인 요소

    김소월과 쏘흐럽 쎄패흐리 작품의 공통점으로 제일 먼저 꼽을 수 있는 점은

    두 시인 모두 작품에 자연적인 요소를 담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객관적인 자연

    에 자신들의 감정과 감성을 불어넣었다.

    먼저 소월의 시는 자연 친화적인 서정주의로 일관되었다. 시인은 누구보다

    도 자연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면서 이를 시로 형상화했다. 이점은 소월의 유년

    시절과 관계가 깊은데 그의 고향이었던 평안북도 정주군 곽산면 남단리는 마을

    뒤로 8대 명산인 능한산이 있으며, 이곳을 중심으로 발원한 시냇물이 소월의

    집 앞을 지나 서해로 흘러 든 곳으로 아름다운 산천이 존재했던 곳이다. 그는

    언제나 늘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자신의 시에도 이러한 자연적인 요소를 활용했

    다. 소월은 도시적이고 세련된 느낌보다는 토속적이고 민속적이며 자연적인 요

    소들을 즐겨 사용했다. 즉 그는 사람들의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하늘, 바람, 물,

    불, 안개, 등의 자연적인 시어를 자주 사용했다.

    엄마야 누나야 江邊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金모래빛,

    뒷門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 엄마야 누나야 -

    김소월은 이 시를 통해 소박한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자 하는 바람을

    표현했다. 금모래 빛으로 반짝이며, 갈대 잎들의 속삭이는 노래 소리가 들리는

    자연과 함께 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시에 ‘강변’, ‘뜰’, ‘모래’, ‘갈

  • |파테메 유세피| 한국과 이란의 현대시문학 흐름의 특성에 대한 분석| 225

    잎’ 등의 시어를 사용하여 소박하고 원초적인 자연 속의 삶을 상징하고 있다.

    쏘흐럽 쎄패흐리 역시 그의 시에서 자연을 빌어 시적감정을 잘 드러냈다. 그

    는 자연을 자아 인식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연과의 결합을 최고의 지향점으로

    보았다. 때문에 그는 갈등과 대립이 해소되고 사랑이 가득한 신의 창조물로 자

    연을 예찬하면서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상관없이 태양 아래 존재하는 모든 것을

    예찬했다. 특히 소월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고향산천을 그리워했던 쏘흐럽 쎄

    패흐리에게 자연적인 요소는 그대로 시어가 되었다. 물, 불, 새, 수목, 달, 동물,

    과일 등 다양한 자연적인 요소가 시 속에 포함되었다. 특히 물은 다양한 신비

    주의 관점에서 투명, 정제, 깨끗함, 진실 등의 의미로 좀 더 지고지순한 목적지

    (바다)에 다다르기 위해 끊임없이 흐르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리고 사랑, 오직 사랑만이

    너를 사과의 따뜻함에 친숙하게 해주네

    그리고, 사랑, 오직 사랑만이

    나를 삶의 슬픔 속으로 데려다 주었네.

    - 여행자 -

    나는 사과 하나에도 행복하네

    -물의 발자국소리 -

    물 외에 시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연물 중의 하나는 사과이다. 그는

    사과를 ‘사랑’과 ‘생명’ 2가지 의미로 모두 사용했는데 때로는 생명 속의

    사랑을 뜻하기도 한다. 이는 시인이 생명을 사랑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기 때문

    이다. 「물의 발자국 소리」에서 시인은 사과를 사랑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으

    며, 여기서 사랑은 전적으로 신비주의적 사랑인 플라토닉 사랑으로 빛 속에서

    뿌리를 두고 있으며, 변하지 않는 영원한 사랑의 상징이다. 또한 사과는 껍질과

    함께 먹어야 하는 즉 쓰고 달고 모두를 경험해야 하는 인생, 삶, 생명을, 그리

  • 226 |한국중동학회논총||제36권 제2호 [2015. 10]

    멀지 않은 미래에 사랑과 자유로 채워져 있는 희망을 의미하기도 했다.

    2) 설화적 모티브

    김소월은 그의 시에서 설화적인 모티브를 활용하였다. 설화는 민중 의식

    과 시대 의식을 담고 있는 이야기로 민족의 보편적인 정서를 이끌어내는 매

    개체이다. 이러한 설화는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시인들의 시의 소재가 되어

    왔다. 소월 역시 민족성과 전통성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자신의 작품에서 설

    화적인 모티브를 자주 차용하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평안도 지역 설화

    를 바탕으로 한 「접동새」와 망부석 설화를 모티브로 한 「초혼」이 있다. 「초

    혼」의 망부석 설화는 절개 굳은 아내가 타관이나 외국에 나가 돌아오지 않

    는 남편을 고개나 산마루에서 기다리다가 죽어서 돌이 되었다는 이야기이

    다. 시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죽음이라는 절대

    적 장벽 앞에 절망하고 슬퍼하는 화자의 한의 극한이 돌로 응축되는데 이런

    돌이 전통 설화의 망부석을 연상시킨다.

    김소월과 마찬가지로 쏘흐럽 쎄패흐리도 작품에서 설화를 모티브로 사용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길가메시 설화를 바탕으로 한 「여행자」, 「바다 너머」, 「물의

    발자국 소리」등이 있으며 로스탐과 쏘흐럽 설화를 바탕으로 한 「여행자」 등을 꼽

    을 수 있다. 먼저 반신반인 길가메시가 친구 친구 엔키두의 죽음 앞에서 영생을

    구도하는 방법을 찾아 방랑하게 되는 설화를 바탕으로 한 시는 아래와 같다.

    영원한 삶은 어디 있나요?

    내가 어디에서 후투티3) 새를 찾을 수 있나요?

    - 여행자 -

    3) 후투티는 머리에 화려한 댕기가 있고 날개와 꼬리에는 검은 색과 흰색의 줄무늬가 있는 새이다.

    이 새는 솔로몬 이야기에서 예고를 알렸으며 중국의 고전시에서는 하늘에서 봄의 소식을 가져다

    주는 축복의 새로 등장한다.

  • |파테메 유세피| 한국과 이란의 현대시문학 흐름의 특성에 대한 분석| 227

    로스탐과 쏘흐럽 설화는 로스탐이 여행 중 만난 한 여인에게서 낳은 아들 쏘

    흐럽을 알아보지 못하고 둘 사이의 격렬한 싸움 끝에 아들이 다쳐 죽게 된 상

    황에서 뒤늦게 알아본 아버지가 해독제를 찾아 헤매지만 해독제를 손에 넣을

    기회를 놓쳐버리고 결국 아들은 죽음을 맞이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설화를

    바탕으로 한 시는 아래와 같다.

    포도주를 주세요

    서둘러야 해요

    난 영웅 설화 속에서 오고 있네

    물처럼

    쏘흐럽의 모든 이야기와 해독제에 대해 알고 있어요

    - 여행자 -

    2. 차별성

    1) 종교적인 요소

    김소월의 시에서는 쏘흐럽 쎄패흐리의 작품에서와는 달리 별다른 종교적인

    요소를 발견하기가 힘들다. 그는 민족의식의 강했던 시인으로 민족적이고 주체

    적인 전통시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굳이 종교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면 김소월의

    작품은 유교적인 현실주의와 가까우며, 시인은 이 속에서 인생의 의의를 발견

    하고자 했다.

    (중략)

    묻지도 말아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 부모 -

  • 228 |한국중동학회논총||제36권 제2호 [2015. 10]

    이 시는 어릴 적 어머니에게서 옛 이야기를 듣던 그 시절에서 현실의 자기로

    돌아와 부모의 마음을 노래한 시로 특히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는 인생의 윤리를 잘 말해 주고 있다. 부모의 사랑은 오직 자

    식이 부모가 되었을 때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김소월의 시 가운데 유일한 기독교 요소가 반영된 「신앙」이라는 시에서는 화자를 통

    해 미래에 얻어지는 구원 앞의 경건함을 발견할 수 있다. 비록 현실에서의 명예는 괴롭

    고 짐은 무거워도 분명히 미래에는 두드리던 문이 머지않아 열릴 것이라는 희망이 넘치

    고 있다. 소월이 기독교에 조금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산중학교 시절의 기독교 교육과

    조모의 신앙 때문이지만 소월은 기독교 시인은 아니었으며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다.

    이에 반해 쏘흐럽 쎄패흐리는 자신의 시를 통해 동양적인 종교관을 표현했

    다. 일본과 인도 여행은 동양철학 –불교와 힌두이즘 (힌두교)-에 대한 사고를

    확대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시인의 말년 시집인 8시집은 불교의 체계에서 제명되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부처를 잉태한 모체로 간주되는 연꽃잎이 8장,

    부처의 가르침에 등장하는 해탈의 수레바퀴살이 8개, 해탈을 이루어내고 고통

    을 종식시키기 위해 부처가 제시한 길이 8가지 길 곧, 팔정도라는 점에서 8은

    불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한편 시인은 동양철학 이

    외에도 이슬람 신비주의를 비롯한 다원주의 종교관을 작품에 표현했다.

    (중략)

    그리고 가까이엔 신(神)이 있소 :

    큰 소나무 뿌리에 핀 패랭이 꽃 가운데.

    물의 이식 위에

    수목의 법칙 위에.

    (중략)

    - 물의 발자국 소리 -

  • |파테메 유세피| 한국과 이란의 현대시문학 흐름의 특성에 대한 분석| 229

    위 시에서 시인은 신을 이슬람교의 알라에 한정하지 않고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상관없이 우리들과 가까이에 존재한다고 보았다. 시인은

    신이 큰 소나무 뿌리에 핀 패랭이 꽃 가운데, 물의 인식 위 등에 존재하

    는 것으로 자연계에 널리 존재한다는 신념을 드러내고 있으며 신, 자

    연, 인간 삼자를 조화롭게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신과의 합일체험’

    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이슬람 신비주의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부처」라는 시에는 중국의 고대 문헌들 속에 드러난 도교 사상이 내포되어 있다. 노자 사상에 영향을 받아 시인은 혼돈의 세상에 환멸을 느껴 편안하고

    깨끗한 자연의 품에서 생명과 영혼이 안정을 취하고자 했다. 물, 빛, 장미, 나뭇

    잎 등과 같은 시어들은 노자의 사상과 불교 사상에서 나왔으며 시인은 친숙하

    고 심오한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2) 정서적인 요소

    김소월과 쏘흐럽 쎄패흐리는 작품에 모두 한(恨)의 정서를 담고 있지만 소월

    이 식민지 시대의 고통을 개인이나 민족의 입장에서 한을 표현한 반면, 쏘흐럽

    쎄패흐리는 현대사의 굴곡을 외면하고 개인적 감정으로 한을 노래했다.

    먼저 김소월 시에 나타난 복잡한 정서 중에서 근원을 이루는 것은 한으로 한

    개인의 삶과 한 개인이 살아온 시대의 아픔이 녹아 있다(김소정 2008; 천이두

    1985, 33). 이는 슬픔이나 서러움보다 더 깊은 의미를 지니는 응어리진 정서이

    다. 작품 속 한은 개인적인 차원과 민족적인 차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개인

    적인 차원의 한은 화자 자신의 개인적인 사건과 정서로 인한 것인 반면, 민족적

    인 차원의 한은 나라 잃은 민족의 아픔과 설움 혹은 상실감으로 인한 것이다.

    즉 개인적인 한이 화자 자신에게 초점이 맞추어진 주관적인 시각이라면 민족적

    인 한은 한의 정황으로부터 물러서 있는 주변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이다.

  • 230 |한국중동학회논총||제36권 제2호 [2015. 10]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중략)

    - 가는 길 -

    개인적인 차원의 한을 노래한 이 시에는 님이 부재한 상황에서 버려진 화자가 님을

    그리워하면서도 떠나야 하는 복합적인 감정을 노래하고 있다. 상반된 모순감정과 태도를

    가지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이를 극복하려는 자세를 보인다. 또한 이 상황을 단순한 이별

    이 아닌 생(生)과 사(死)의 공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길’은 삶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

    떠나야 하는 공간이며, 화자는 이런 극한 상황에서 시간의 촉박함으로 내몰리고 있다.

    돌아다 보이는 무쇠다리

    얼결에 띄워 건너서서

    숨 고르고 발 놓는 남의 나라 땅

    - 남의 나라 땅 -

    김소월의 시 중 민족적 차원의 한을 노래한 시에서 그는 암울하고 고통스러

    운 현실을 극복하려는 민족적인 어조를 표출한다. 이 시는 나라를 잃은 망국민

    의 한을 담고 있다. 1행에서는 일제 침략의 현실을 ‘무쇠다리’라는 철교에 비

    교하면서 일제가 우리나라에서 저질렀던 만행을 고발한다. 3행에서는 나라 잃

    은 민족의 처지를 드러내며 자기의 조국을 등지고 일제에게 쫓기던 민족의 모

  • |파테메 유세피| 한국과 이란의 현대시문학 흐름의 특성에 대한 분석| 231

    습을 객관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긴박함과 서러움, 굴욕과 고통의 감정이 그 배

    후에 한으로 응어리져 있다.

    쏘흐럽 쎄패흐리의 시에도 그만의 고유한 한의 정서가 담겨져 있다. 쏘흐럽

    쎄패흐리는 직접적인 표현을 삼가면서도 신비주의 인성과 평안의 부재에 대한

    한을 노래한다. 이러한 정서는 동양사상과 연결되는데 동양사상은 항상 갖지

    못한 이상향의 지향과 추구를 나타내는 과정에서 한이 발생한다. 그의 시에 나

    타난 한의 정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월의 시에서 보이는 민족적인 한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는 직접적으로 사회에 대한 상처나 패배를 표현하는 대

    신 철저하게 내면의 감정을 그려냄으로써 사회적으로 패배당하여 잃어버린 평

    안에 대한 개인적인 한을 독자들에게 불러일으킨다. 이는 그의 시가 특별히 이

    란 이슬람 혁명 이후 좀 더 폭넓은 독자계층을 확보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즉

    혁명의 소요에서 벗어나 개인적인 심리적 평안과 안정을 갈망하여 일상으로부

    터 도피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그의 시를 찾았기 때문이다. 당대 예술가들이 절

    망의 시대에 슬픈 노래들을 불렀던 반면 그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보다는

    인간 내면의 감정과 감성에 호소하며 인간이 되는 것에 진실한 의미를 부여했

    다. 그는 직접적인 정치 및 사회 비판적인 시를 쓰지 않고 그 굴곡에서 한걸음

    물러나 개인적인 예술의 영역에 심취했다. 혁명으로 지친 이란인들은 「물의 발

    자국 소리」나 「녹색지대」등의 시를 통해 위로 받았다.

    3) 여성적인 요소

    김소월과 쏘흐럽 쎄패흐리 두 시인 모두 작품에 여성적 요소를 짙게 표현하

    고 있지만 전자가 여성 화자를 내세우거나 여성적인 심상을 많이 표현하며, 여

    성적인 한의 미학을 담은 반면 후자는 담담하게 여성을 그리고 있다.

    소월의 시에는 여성 화자가 주류를 이루는데 유별나게 기다림, 외로움, 애달

    픔의 정서들이 지배적이다. 여성 화자는 애절한 이별에 고통 받는 여성, 사랑으

    로부터 버림을 받은 여성, 애달프게 임을 그리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작품에

  • 232 |한국중동학회논총||제36권 제2호 [2015. 10]

    여성적 요소가 짙게 나타나는 것은 정신 이상자 부친, 이를 책임져야만 했던 아

    내, 이미 기울기 시작한 궁핍한 생활, 무엇보다 자신의 성격적 결합 등이 연약

    한 소월로 하여금 내면 세계를 여성을 통해 표현하도록 한 것이다.

    (중략)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오는 모래밭에 오는 눈물의

    추거운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 님에게 -

    위 시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아파하고 상처받은 여

    성이 화자로 등장한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 앞에서 떳떳이 고백하지 못하고 자

    신의 감정을 숨긴 채 헤어진 후에야 아파하고 후회하는 전통적인 한국적 여성

    이다. 밤을 새우며 임을 생각하지만 그 애탄 마음을 세상 밖에 내놓지 못하고

    애달프게 저물어 가고 만다. 꿈꾸다가 베개 위에서 눈물을 흘리고, 님을 생각하

    면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리는 자신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표현한다.

    이에 반해 쏘흐럽 쎄패흐리의 시에는 신비주의적이고 철학적인 요소가 주축

    을 이루므로 여인 혹은 연인의 문제는 부각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김소월에

    비해 그의 시에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도 적고 화자로서 여인의 역할이 크지 않

    으며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시집 8시집에 실린 134편의 단편시와 2편의 장편시 중 단지 12편의 시에만 여성이 등장한다.

    쏘흐럽 쎄패흐리가 보는 여인은 매춘부 여인과 천상의 여인으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어느 곳에나 존재하며 방탕의 시간을 보내며 즐기는 존재인 반면 후자

    는 이상적인 여인으로 모든 진실을 담고 아름다운 얼굴과 성격을 가진 존재이

    다. 특히 천상의 여인은 모든 면에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게 되었으며, 때문에

  • |파테메 유세피| 한국과 이란의 현대시문학 흐름의 특성에 대한 분석| 233

    시인은 항상 그녀와의 만남을 원했으며 그녀와의 이별로 인한 서글프고 비통한

    마음을 노래했다.

    난 여인을 보았네

    절구에 빛을 찧고 있다네

    그들의 식탁에는 빵이 있었네

    채소가 있었네

    이슬로 가득 찬 접시

    뜨거운 사랑의 그릇이 있었네

    - 물의 발자국 소리 -

    위 시에서 쏘흐럽 쎄패흐리는 여인(천상의 여인)에 대한 애정 가득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시인은 연인을 사랑이라는 따뜻한 먹이를

    먹는 새와 축복의 상차림으로 보고 있다.

    나의 혈통은 어쩌면

    부하라(Bokhārā)4) 시에 있는 창녀인지도 모르겠네. - 물의 발자국 소리 -

    자신의 혈통을 찾던 시인은 자신의 조상이 어쩌면 부하라라는 도시에서 사

    악한 일을 하는 창녀일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자신의 혈통이 어쩌면 먼 곳에서

    사악한 일을 하는 여인에게 이른다고 고백한 것이다.

    4) 부하라는 이란의 고대 도시의 하나로 코라선(Khorāsān) 주에 속해 있다.

  • 234 |한국중동학회논총||제36권 제2호 [2015. 10]

    Ⅵ. 결론

    이상에서 한국과 이란의 현대시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던 김소월과 쏘흐

    럽 쎄패흐리를 비교하여 살펴보았다. 불안한 시대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한 두 시인의 작품에는 분명하게 유사성과 차별성이 존재한다.

    유사성을 먼저 살펴보면 첫째, 두 시인은 모두 작품에서 자연적인 요소를 중

    시하여 이를 풍부하게 활용하였다. 두 시인은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고향산천

    을 그리워하였으며 당대 다른 시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지러운 현실 대신에

    개인적인 감성을 노래했다. 둘째, 전통을 중시했던 두 시인은 자신의 시에 설화

    적 모티브를 많이 차용했다. 예전부터 내려오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

    기를 이용하여 자신의 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두 시인의 작품에 나타난 차별성을 살펴보면 첫째 종교적인 측면에서 김소

    월은 민족의식이 강했던 시인으로 민족적이고 주체적인 전통시를 고수하여 시

    에서 종교적인 요소를 찾아보기 힘든 반면 이슬람이 국교인 이란에서 태어난

    쏘흐럽 쎄패흐리는 이슬람의 종교적 구속보다는 종교 본연이 가지는 자유와 해

    탈에 관심을 가지며 이슬람 신비주의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그와 맥이 닿아 있

    는 불교 및 동양 철학에도 많은 영향을 받아 이를 시 속에 표현했다. 둘째 비교

    적 현실세계와 거리를 두고 작품 활동을 했던 시인들이긴 하지만 시인의 작품

    에 시대적 상황을 완전히 배재할 수 없기에 정서적인 면에서 김소월은 개인적

    인 정한(情恨)뿐만이 아니라 나라를 잃은 망국민으로서 한과 애환을 노래한 반

    면 쏘흐럽 쎄패흐리는 현대사의 굴곡을 외면하고 개인적인 감정을 시로 노래했

    다. 셋째 김소월과 쏘흐럽 쎄패흐리는 모두 여성적인 어조를 보이고 있지만 김

    소월의 시에는 애절한 슬픔과 한의 빛깔을 띠는 여성이 등장하는 반면 쏘흐럽

    쎄패흐리의 시에는 이슬람 신비주의의 영향으로 여성이 많이 등장하지 않을뿐

    더러 여성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이상에서 김소월과 쏘흐럽 쎄패흐리의 비교 연구는 불안한 시대 상황 속에

  • |파테메 유세피| 한국과 이란의 현대시문학 흐름의 특성에 대한 분석| 235

    서 작품 활동을 했던 두 시인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향후의 양국 비교 문학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이란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 현대시 교육에 있어서도 두 시인을 비교 및 대조함으로써 교

    육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주제어 : 김소월, 쏘흐럽 쎄패흐리, 자연적인 요소, 설화적 모티브, 종교적인

    요소, 정서적인 요소, 여성적인 요소

  • 236 |한국중동학회논총||제36권 제2호 [201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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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8 |한국중동학회논총||제36권 제2호 [2015. 10]

    논문접수일: 2015년 9월 14일

    심사완료일: 2015년 10월 8일

    게재확정일: 2015년 10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