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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석사학위논문 한용운시의‘서로주체성’과초월지향 -고등학교 시교육을 중심으로 MutualSubjectivityandTranscendence-OrientationinPoetryby Yong-UnHan -WithEmphasisonPoetryTeaching inHighSchools2007년 8월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신수진

한용운시의‘서로주체성’과초월지향 · 교육학석사학위논문 한용운시의‘서로주체성’과초월지향-고등학교시교육을중심으로 MutualSubjectivityandTranscen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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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학석사학위논문

    한용운 시의 ‘서로주체성’과 초월지향-고등학교 시교육을 중심으로

    MutualSubjectivityandTranscendence-OrientationinPoetrybyYong-UnHan

    -WithEmphasisonPoetryTeachinginHighSchools–

    2007년 8월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국어교육전공신 수 진

  • 敎育學碩士學位論文

    한용운 시의 ‘서로주체성’과 초월지향-고등학교 시교육을 중심으로-

    MutualSubjectivityandTranscendence-OrientationinPoetrybyYong-UnHan

    -WithEmphasisonPoetryTeachinginHighSchools–

    2007年 8月指導敎授 尹 永 川

    이 論文을 碩士學位論文으로 提出함.

    仁荷大學校 敎育大學院國語敎育專攻申 守 珍

  • 이 論文을 申守珍의 敎育學碩士學位論文으로 認定함.

    2007년 8월 일

    주심부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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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논문은 한용운(韓龍雲)의 시집 『님의 沈黙』(滙東書館,1926)을기존의 문학적․종교적․민족지사적 차원의 논의와는 달리 ‘서로주체성’과 ‘초월지향성’이라는 철학적 토대 위에서 분석하고,이를 고등학교시교육의 새로운 대안적 모델로 제시하고자 하였다.‘주체성’이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서구적 ‘자유’의 관점에서 이해되어 왔다.그러나 이 개념이 지닌 ‘배타성’및 ‘나르시스적 자기인식’문제는 엄정히 재고할 필요가 있다.한용운은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당신을 보았습니다」)라고 노래하였다.모든 것을 잃은 시적 주체가 도저한 절망의끝에서 발견한 것이 ‘당신’이요,그것은 곧 ‘나’의 뒷모습이기도 하다.역설적이게도 존재가 무화(無化)된 시점에서 새롭게 확인한 것이 ‘진정한 주체성의 발견’이다.‘님의 부재’를 통해 오히려 더 넓은 세계를 만나게 되는 ‘주체와 주체의 조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자기상실의 시대를 살았던 한용운이 온몸으로 밀고 나아갔던 그의 시정신 안에서 우리는 이러한 ‘서로주체성’의 역설적 논리와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본 연구에서는 제 7차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만해 한용운의 「님의 沈黙」에 대한 교수-학습 방법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특히 형식주의적 분석을 보완하는 새로운 교수-학습 계획 및 지도안(학습자 중심,활동 중심,창의력 중심)을 구안(具案)하였다.「님의 沈黙」에서 ‘님’으로 표상되는 절대적 의미의 그것은 가장 가까이로는 자아의 초상이며,또 다른 정신으로 상징되는 타자일 수 있다.“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금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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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服從」)라고 하는 적극적인 자유는 자기를 보존하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버리고 자기로부터 벗어남에 있다.그래서 ‘서로주체성’이 사유하는 철학은 타자를 향하여 열려 있는 초월이다.이러한 맥락에서 「님의 沈黙」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성립된다.학습자는 시를 ‘분석하고 암기하여 평가받아야 할 제재’로 인식하는데서 그쳐서는 안된다.그는 시를 자신의 삶 속에서 공감할 뿐 아니라,더 나아가 이를 ‘창작’에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시교육이야말로 단지 ‘교실 안에서의 교육’으로 끝나지 않고,학습자의 인격 및 가치관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따라서 시교육은 다양한 매체 활용,토의․토론,패러디 창작,다른 예술 장르와의접목 등 텍스트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상호 입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1920년대 한국현대시의 대표적 시인인 한용운은 ‘식민지 상황’이라는왜곡된 근대를 넘어서고자 하는 주체적 힘을 발견하였으며,그러한 정신적 사유가 여전히 타자적 삶의 영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지금,여기’의 우리에게 새로운 문학교육적 비전을 줄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핵심어 :한용운,님의 침묵,서로주체성,초월지향,시교육

  • 목 차

    국국국문문문초초초록록록 ···············································································································ⅰ

    ⅠⅠⅠ...서서서론론론 ··················································································································11.연구 목적 ··································································································12.연구사 검토 ······························································································33.연구 방법 및 범위 ··················································································5

    ⅡⅡⅡ...이이이론론론적적적 배배배경경경 ···································································································81.‘서로주체성’의 개념 ··············································································82.초월지향에 대한 논의 ········································································15

    ⅢⅢⅢ...『『『님님님의의의 沈沈沈黙黙黙』』』작작작품품품 분분분석석석 ··········································································191.『님의 沈黙』에 나타난 ‘서로주체성’··········································192.『님의 沈黙』에 나타난 초월지향 ················································28

    ⅣⅣⅣ...교교교수수수---학학학습습습의의의 실실실제제제 ······················································································381.제 7차 고등학교 『문학』 교육과정 ··········································392.교과서에 실린 「님의 沈黙」 분석 ··············································473.교수-학습 계획 및 지도안 ······························································62

    ⅤⅤⅤ...결결결론론론 ················································································································73

    참참참고고고문문문헌헌헌 ···············································································································76AAAbbbssstttrrraaacccttt··············································································································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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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서론

    1.연구 목적

    한용운(韓龍雲)의 시집 『님의 沈黙』(滙東書館,1926)속에서 목소리내고 있는 주인공은 상처입은 자요,버림받은 자요,님을 상실한 자이다.결핍과 소외 속에서 화자가 보게 되는 것은 님의 뒷모습과 텅 빈현실뿐이다.작품 속의 이러한 절망과 비극의 상황은 한용운이 살아낸왜곡된 시대와도 매우 흡사하다.1920년대 낭만주의(浪漫主義)혹은 퇴폐주의(頹廢主義)로 일컬어진 한국현대시문학사(韓國現代詩文學史)에서김소월이나 홍사용 같은 시인들에게서도 이러한 이별시가의 전통을 발견할 수 있다.그러나 한용운이 독보적인 위치를 자리매김하고 있는 까닭은 님의부재(不在)이후에 어떤 자세와 전망을 취했는가 하는 점이다.수많은시들이 슬픔과 좌절에 대한 눈물어린 흐느낌을 표현했지만,그 어떤작품도 한용운이 품었던 놀라우리만치 섬세한 혜안(慧眼)을 갖고 있지못하다.님의 존재는 도리어 화자에게 자기확장(自己擴張)과 배타성(排他性)을 넘어서는 새로운 존재인식으로서의 ‘서로주체성’을 깨닫게 하였으며,자기를 넘어서고 보다 원대한 차원의 내일을 열어나가는 ‘초월지향’을 가능하게 한다.그리하여 한용운이 표출하고 있는 시의 세계는연약하나 담대하며,보드라우나 살아있으며,다소곳하나 날카롭게 빛난다.한용운은 시인으로 독자 앞에 나서는 것을 부끄러워했으며 독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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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손에게까지 자신의 시를 읽히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했다.1)그의 말대로 한용운의 시는 이제 마른 국화와 같은 것일까.아날로그의 시대가 가고,디지털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모든 삶의 감각들이 파편화되고가속화되었지만,『님의 沈黙』안의 88편의 시편들은 진흙 속에 피어난 한 떨기 연꽃 같은 언어로 현현해냈던 그 생명력을 쉽게 소진(消盡)시키지 않을 것이다.본고는 『님의 沈黙』을 두 가지 철학적 고찰에 기대어 그 본질적의미를 추구하였다.한용운의 시를 읽어내는 첫 번째 프리즘을 김상봉의 ‘서로주체성’개념에서 발견하였으며,두 번째는 칸트(ImmanuelKant)에서 비롯된 ‘초월지향’의 속성에서부터 심도있게 통찰해보고자하였다.‘서로주체성’과 ‘초월지향’이라는 큰 두 가지의 철학적 틀로 한용운의『님의 沈黙』을 읽어내고 그것을 고등학교 『문학』 교육과정에 접목해보고자 한 것이 본고의 목적이며,그러한 시도가 타자적 삶의 영역에 함몰되어 비전(vision)을 가지지 못한 채 여전히 자유로운 정신의사유 속에서 존재하지 못하는 ‘지금,여기’의 우리에게 새로운 각성을전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한용운이 온몸으로 살아냈던 그의 신념과 사상적 뿌리들에 대하여 역시 거칠게나마 담아보고자 한다.『님의 沈黙』 안에는 부지런한 계절에 한 알,한 알 심어진 고귀한시편들이 고스란히 숨쉬고 있다.여전히 우리는 견고하고 아름다운 문학의 스승으로부터 들어야 할 말도,해야 할 말도 많음을 본다.그것이

    1) 한용운, 「讀者에게」, 『님의 沈黙』(滙東書館, 1926) 참조.

    “讀者여 나는 詩人으로 여러분의압헤 보이는것을 부러함니다/여러분이 나의詩를읽

    을에 나를슯어하고 스스로슯어할줄을 암니다/나는 나의詩를 讀者의子孫에게지 읽

    히고십흔 마음은 업슴니다/그에는 나의詩를읽는것이 느진봄의숩풀에 안저서 마른

    菊花를비벼서 코에대히는것과 가틀는지 모르것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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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에 한용운을 왜 읽는가,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될줄로 믿는다.

    2.연구사 검토

    한용운에 관한 지금까지의 연구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있다.그 내용을 범주화하여 살펴보면 문학성에 주목한 연구,『불교대전』2)을 집필한 종교인으로서의 그의 사상에 관한 연구와,3․1운동을주도했던 민족지도자로서의 그의 삶에 대한 연구가 더불어 있다.그러나 한용운은 시인이자 승려이며 독립운동가라는,어느 한 실체라도 간과하고서는 그 진면목에 육박해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 범주는상호 입체적으로 연구되어질 수밖에 없다.조동일3)은 “한용운에게서 불교는 불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민족운동은 민족운동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문학은 문학으로만존재하는 것이 아니다.이 셋은 서로 별개의 것이면서 하나이고,하나로서의 일관성,새로움,창조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이 점을 밝히는 것이 한용운 이해의 핵심적인 과제가 된다.”고 하였다.만해문학에 대한 연구는 연구방법론을 중심으로 나눈 김재홍의 개관과,활동분야를 중심으로 나눈 윤재근의 개관,연구내용을 중심으로 나눈 윤석성의 개관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2) 한용운, 『불교대전』(범어사, 1914)

    3) 조동일, 「한용운」, 『한국문학사상시론』(지식산업사, 1978), 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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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홍4)은 한용운 문학연구를 ①역사주의 비평방법에 의한 연구 ②형식주의 비평방법에 의한 연구 ③사회문화적 비평방법에 의한 연구④비교문학적 방법에 의한 연구 ⑤신화비평적 연구 ⑥불교적 연구로나누어 살피고 있다.윤재근5)은 만해시 연구의 방향을 ①선사․지사․시인으로 보고 접근하는 태도 ②지사․시인으로 보고 접근하는 태도 ③시인만으로 보고접근하는 태도로 보았다.윤석성6)은 한용운 문학을 연구하는 내용별 특성을 기준으로 ①불교적 관점의 연구 ②전통적 관점의 연구 ③장르별 연구 ④주요시어를 통한 연구 ⑤수사기법을 통한 연구로 나누어 살피고 있다.한용운 문학에 대한 학위논문시대는 김재홍7)과 윤재근8)의 논문을필두로 하여 열리게 된다.김재홍의 논문은 한용운 문학의 내적 미학원리를 설명하는 가운데 한용운이 지닌 전통성을 구체적으로 밝힘으로써 문학사적인 면에서 그의 한용운을 자리매김하는 성과를 보여주었다.윤재근의 연구는 88편의 연작시로 시집『님의 沈黙』을 읽어내면서 유기적인 의미망을 파악해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작업으로 평가된다.이 두 연구는 문학의 속살이 품고 있는 내적 완결성과 본질적인미학에 천착하여 언제나 일제강점이라는 시대적 비극과 관련지어져 읽히던 한용운 문학의 기존 경향성을 뛰어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한편 90년대 한용운 문학의 한 성과는 만해학회9)에서 간행한 『만해학보』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이 연구서에는 만해학을 위한 문학․

    4) 김재홍, 『韓龍雲文學硏究』(일지사, 1982)

    5) 윤재근, 「만해시 연구의 방향」,《현대문학》(1984.7)

    6) 윤석성, 『한용운 시의 비평적 연구』(열린불교, 1991)

    7) 김재홍, 「한용운문학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2.

    8) 윤재근, 「만해시 『님의 침묵』 연구 - 연작시로서의 특성을 중심으로」, 경희대학

    교 박사학위논문 1983.

    9) 만해학회, 『만해학보』창간호 (199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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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학․철학계의 관심이 종합적으로 재구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러한 기존의 연구성과는 한용운에 대한 다각적이고 풍요로운 조망을 가능케했던 미덕에도 불구하고 미래지향적 주체성의 확립이라는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를 지닌다.본고에서는 한용운의 시집 『님의 沈黙』에 대한 분석과 비평을 바탕으로 고등학교 『문학』 교육과정에서의 새로운 교수-학습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해보고자 하였는데,기존의 문학적․종교적․민족지사적논의의 방향에서부터 정신사적 토대로 시선을 넓혀 ‘서로주체성’의 발견과 ‘초월지향성’을 근간으로 하고자 시도하였다.논문에서 기본 텍스트로 삼고 있는 것도 1926년 滙東書館판 『님의 沈黙』임도 밝혀둔다.

    3.연구 방법 및 범위

    『님의 沈黙』이 표상하고 있는 의미와 지향성을 살펴보면 다음과같다.우선 한용운의 시는 주체적 삶의 존립 기반을 상실해 가는 근대적 삶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며 고립과 대립을 넘어서서 화엄적 통일세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서로주체성’과 ‘초월지향성’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고 규정할 수 있다.그는 식민통치를 비롯한 근대적 분열상을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로의 진보와 상생의 논리에 입각한 평화적 세계주의를 추구한다.이렇듯 필자는 한용운이 밝힌 고고한 정신의 등불을서론에서 반추하고 그 사상의 현재적 의의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하였다.Ⅱ장에서는 한용운의 『님의 沈黙』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에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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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이론적 배경을 제시하였는데,‘서로주체성’의 이념과 ‘초월지향성’의양상이 그것이다.김상봉은 서구적 자유의 개념이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폭력과 살생과 소외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근원적 이유를 대단히 자족적(自足的)인 방식으로 타자를 사물화․대상화시키는 그들의 나르시시즘(Narcissism,自己愛)적 주체의 역사에서 찾았다.타자와 대화하지 못하고 공존하지 못하는 주체성은 자기 안에 고립된 병폐적 현상이며,무한정의 자기증식(自己增殖)과 자아도취(自我陶醉)만을 겪게 되는 순환적 딜레마를 반복하게 되는데 이를 ‘홀로주체성’이라 명명하고 있다.그에 대안적 개념이 바로 ‘서로주체성’이라 하는 새로운 이름이다.‘서로주체성’은 자아의 확장이 아니라 만남의 확장을 추구하는 변증법이다.외면당한 주체가 침묵하는 상대 주체를 끊임없이 부르고,대화하고,포용한다는 점에서 한용운 시 속의 정신은 ‘서로주체성’의 관계지평 속에 놓여있는 셈이다.초월성(超越性)에 대한 논의에서는 I.칸트가 시발점이 되어 이야기되어진 초월성의 개념과,근대와 탈근대의 철학자들을 되돌아본다.주목할 것은 문학에서의 초월도 현실/일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새로운 차원을 추구해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이다.이것은 이원론을 극복하는 일원론으로서의 세계관을 뜻한다.즉 초월은 당연히 ‘저쪽’의 세계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지금/이곳’에서 주체가 살아가는 과정,삶을 이끌며 기어가는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이러한 근현대시사의 맥락 위에서 한용운 시가 지닌 초월지향성을 접목시킬 수있을 것이다.그 초월성이 개인의 진보이든,민족의 해방이든,종교의구원이든,미래를 향하여 열린 가능성이었다는 점에 힘을 실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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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Ⅲ장에서는 이러한 특징적인 기틀로써 한용운의 시세계를 관통하고자 하였고,『님의 沈黙』에 대한 실제적 분석을 통하여 그러한 정신이 어떻게 작품 속에서 아우라(Aura)를 형상화하고 있는지 고찰해 보고자 한다.Ⅳ장에서는 현행 제 7차 고등학교 『문학』 교육과정에 대한 검토와 그 실현양상인 교과서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였다.첫째,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문학』 교육의 목표는 크게 ‘개인의 문학 능력 신장’과 ‘문학 문화 발전’으로 요약되는데,실제 학교현장에서는 여전히서열화된 대학입시와 내신평가를 위한 경직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것이 현실이다.둘째,18종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분포를 보면 한용운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들이 편중된 작가와 작품들에 한정되어 실려 있는 점 역시 지적할 수 있다.셋째,시교육의 교수-학습 방법 또한학습자 개개인의 독창성과 감수성을 길러줄 수 있는 유연한 모형이라기보다 교사중심의 일방적인 암기식 강의를 벗어나지 못한 문제점 등을 들 수 있다.그 가운데 본고에서 연구하고자 하는 한용운의 「님의 沈黙」에 대한 분석과 비평을 심도있게 논의해보고자 하였는데,기존의 문학적․종교적․민족지사적 잣대를 탈피하여 ‘서로주체성’의 발견과 ‘초월지향성’을 근간으로 하는 정신사적 측면에 중점을 두었다.또한 기존의 문학 수업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새로운 교수-학습을 위한 지도안(학습자 중심,활동 중심,창의력 중심)’을 구안해 보았다.Ⅴ장에서는 논의를 끝맺으며 한용운 문학에 대한 현재적 의의를 되찾고,고등학교 『문학』 교육에 있어서 시 영역의 반성과 더불어 새로운 교수-학습 방안에 대한 제안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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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Ⅱ.이론적 배경

    1.‘서로주체성’의 개념

    지금까지의 서양 문명과 역사 그리고 철학적 자기인식은 본질적으로하나의 충동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그것은 다름 아닌 자기애(自己愛),곧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다.나르시시즘은 그 주체가 자유를 추구함에 있어 타자를 배제한 절대적 자족성(自足性)을 띠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다른 모든 대상들을 객체화시키는 폭력적 자존을 고집하게 된다.그리하여 현대 문명사회의 핵(核)이 이것으로부터 말미암아 깊게병들어 있으며 그러한 자기증식적(自己增殖的)이며 배타적(排他的)인삶의 방식이 인류의 보편적 존재 양상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나르시스적 주체성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모색을 행해야 한다.지금까지 한국 사회는 숱한 전쟁과 질곡의 역사를 관통하며 ‘다른 사람과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살아왔다.서구적 시민사회의 자유와경제적 자본의 풍요와 그들의 아비투스(habitus)10)에 편입되기 위하여배우고 익히고 세뇌하였다.그러나 이제는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이

    10) Pierre Bourdieu, 최종철 역, 『구별짓기(La Distinction)』(새물결, 2005) 참조.

    부르디외에 의하면 인간의 행위는 사회의 객관적 구조와 아비투스(habitus)라는 내재

    화된 구조의 변증법적 매개를 통해 나온다고 한다. 여기서 아비투스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따라 특정한 사회적 환경에 의해 내면화된 성향의 체계로서, 인간 행동의 생

    산자이며 인지와 평가와 행동의 일반적 모습이다. 아비투스는 '사회화된 주관성'으로

    행위자로 하여금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도록 허락해주는 '행동의 연결원칙'이다. 여기

    서 다양한 상황이라는 것은 사회공간의 하위공간인 '장(champ)'이라는 새로운 개념으

    로 해석된다. 장이란 갈등이 일어나는 힘의 '상징적 투쟁'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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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어 왜곡된 시대의 물꼬를 바로잡아야 하는 과제와 맞딱뜨리고 있는것이다.서양 정신은 모든 것을 자기 속으로 동화시켜 일치시키는 동시에 그렇게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자기화된 세계 속에서 적대적 타자를 상정한다.이를테면 자연과 여성 그리고 제3세계라 일컬어지는 국가들은 서양 정신이 자기 안에서 식민지 영역으로 정립시킨 존재자들이다.그들은 마치 자기의 목소리를 갖지 못하는 에코(echo)와도 같이그저 가공할 신(神)의 영역으로 확장된 서양적 주체 자신의 목소리만을 되풀이하여 반복하는 상실된 자아들이다.희망은 그러므로 ‘만남’에 있다.우리가 찾아가야 하는 새로운 길 위의 주체성은 타자 없는 자기 동일성 속에서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아우라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의 만남 속에서 자기를 반성하고 정립하는 상대적 주체성이다.그러나 오랜 철학적 역사의 불길 속에서연마되어온 서양정신에서는 주체성이란 자기동일성 속에 스스로 존립가능하다고 인식되어왔다.

    데카르트는 정신과 물질을 두 실체로 나누면서도, 정신은 세심하게도

    현재분사 능동태를 사용해 “생각하는”(cogitans) 존재라고 표현함으로

    써 그것의 능동적 성격을 분명히 했으며, 이에 반해 물질은 “펼쳐

    진”(extensa) 존재라고 완료분사 수동태를 사용함으로써 그것을 스스로

    는 활동하거나 작용하지 못하는 수동성 속에 묶어두려 했다. 그러니까 여

    기서 보듯 데카르트의 세계에서는 오직 사유하는 주체만이 홀로 자발성과

    능동성을 보존한다. 그런 한에서 정신은 이 세계 내에서 홀로주체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홀로주체성을 통해 근대 철학은 주체의 자유를 공고히 하

    려 했던 것이다.11)

    11) 김상봉, 『나르시스의 꿈』(한길사, 2002), 274-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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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생각한다,고로 존재한다(cogito,ergosum)’라고 했던 데카르트(RenéDescartes)의 명제 이후 주체의 자기의식은 자기 자신에 의하여 내적으로 완결성을 갖춘 진리로 통용되었다.그러나 이러한 자기동일성은 그 자체로서는 대단히 추상적이며 폐쇄적이다.다른 정신과의소통이나 교환 없이 자기 안에서 모든 것이 홀로 완성되고 이루어질수 있다고 하는 그 발상은 자폐적인 것이다.자아의 존재 근거를 묻는것은 언제나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완전하게 그 의미를 소생시킬 수있다.그 만남과 대면하여 소통할 때 자기 자신의 존재와 의미를 오롯이 묻고 성립시킬 수 있는 것이다.게다가 자족성을 이상으로 삼는 서구적 자유의 이념은 타자적 정신과의 만남을 기실 두려워하기도 한다.그것은 만남이 자아를 타자에의한 수동성 속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타자와의 만남이 자기의노예화를 의미한다면 그런 만남은 결코 진정한 만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그러나 타자와에 의해 일방적인 수동성 속에 예속되거나 자아가자기동일성 가운데 함몰되지 않고 타자와 만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해지는가?누가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가?오직 타자와의 만남 속에서 사유하고 살아왔던 사람들만이 그러한 관계지향적인 만남에 대하여희망할 수 있을 것이다.여기서 이 ‘만남’이란 한 개인이 타인을 만나는 것을 넘어서 하나의정신이 타자적 정신과 조우(遭遇)하는 것을 뜻한다.주체성이란 단순한자기동일성이 아니며 그것은 언제나 개별자가 보편적 세계를 자기 안에 품을 때 발생한다.주체의 자기의식은 고립된 자기의식이 아니라세계 혹은 역사의 맥락 위에 놓인 보편적 세계관으로서 발생하는 것이다.김상봉은 지금까지의 이러한 성찰에 기초하여 ‘서로주체성’이라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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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운 개념을 실천해야 할 궁극적 이념으로 정립했다.그에 따르면 그것은 주체성이 자기반성 속에서 발생하는 자기동일성이 아니라,타인과의 만남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오랫동안 서양철학은주체성의 본질을 자기동일성 안에서 완전무결하게 정의하려 했으나,자기와의 동일성이란 사실은 타인과의 만남의 흔적임을 알 수 있다.서로주체성은 자아의 자기의식을 대면하고 진단하고 극복하는 데서출발한다.서로주체성의 서술은 ‘나=나’라는 가장 단순한 자기의식의분석에서 시작된다.자아는 자기에게 돌아옴으로써 주체가 된다는 R.데카르트의 홀로주체성이 먼저 있었다.즉 자아의 자기관계가 곧 주체성의 현실태라는 것이다.‘나=나’란 반성적 자기관계는 주체로서의 나와 객체로서의 나의 관계라는 것인데,결국 ‘나=나’란 ‘나=그것’과도 같다.그러나 이러한 자기의식이론이 ‘너’를 배제하고 있으므로 홀로주체성이라 부르고,‘그것’과의 관계에서 자아를 해명한다는 의미에서 사물적 자기의식이라 명명한다.홀로주체성 이론의 치명적인 착오는 ‘나’의앞에 선 이름이 역시 ‘나’이거나 ‘그것’이라는 점이다.내 앞에 선 타자는 결코 사물적인 그것일 수 없으며,‘나=너’의 등식으로 수정되어 만남을 통한 인격적 관계를 형성할 때에 비로소 자기정립이 가능하다.더 나아가 이제 주체의 이름은 ‘우리’에서 존재론적 위상을 펼쳐야한다.존재는 나에게 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만남 안에서 현현되기 때문이다.존재가 만남을 가능케 하는 것이 아니라 만남이 존재가 열리는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김상봉이 전개하는 서로주체성이라는 논의 속에서 주체의 자유는 만남의 자유이다.이것이 서로주체성의 윤리학이기도 하다.앞서 말했듯이 서양역사의 근간을 이루는 나르시스적 정신에게 자유란 자족성에존립하는 것이었다.그러나 그 자족성에 대한 욕망이 자아를 참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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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자아를 사물화된 초자아 아래서의 예속으로 밀어넣는다는 것이 극복되지 못한 딜레마였다.그러므로 자유는 타자 없는 홀로주체성의 고립을 통해서는 얻어질 수 없는 가치라할 수 있다.그렇다면 자기를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타자와의 만남이 가능할 수있는가?자기의 능동성을 조금도 손상시키지 않으려 할 때 결국 만남은 불가능하다.만남은 타자 앞에서 자기를 내려놓을 때,타자 앞에서자기를 비울 때에만 가능하다.그것은 무기력한 수동성이 아니라 가장적극적인 초월성이다.그것이 가장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초월인 까닭은,그것이 가장 어려운 초월인 바,곧 너를 향해 자기를 초월하는 것인 까닭이다.“칸트의 선험론적 철학은 대상을 향한 초월을 사유하는철학이었다.그러나 서로주체성의 철학이 사유하는 초월은 너를 향한초월이다.오직 이 초월 속에 주체의 자유와 능동성이 존재한다.그런즉 나를 버리는 것이 얻는 것이요,수동성이 곧 능동성이며,복종이 곧자유이다.”12)서론에서 본 대략의 한용운의 정신적 궤적은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시인의 자기의식이 역사의 반영임을 드러낸다.김상봉은 서양의 나르시스적 정신에 고대 그리스로부터 물려받은 ‘자긍심’이라는 원천이 있었듯이 서로주체성의 자기의식에도 역사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함석헌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우리의 정신사를 되짚어보고있는데 특징적인 것이 다중적 주체성이다.그는 이러한 사정을 신약성경에 나오는 남편이 다섯인 사마리아 여인에 비유하고 있다.“나는사마리아 여인입니다.내 임이 다섯입니다.고유 종교,유교,불교,장로교,또 무교회교,그러나 그 어느 것도 내 영혼의 주인일 수는 없습

    12) 김상봉, 「나르시스의 꿈을 넘어서 - 탈식민주의와 시민적 주체성의 진보」(민예총

    문예아카데미 학술토론회 자료, 2005), 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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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다.”13)우리의 정신 속에는 여러 다른 종교가 갈등하고,여러 다른세계가 충돌한다.주체가 한갓 논리적 자기의식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세계상을 품음으로써 주체가 되는 한에서 우리 안의 여러세계가 부딪히는 것은 우리의 주체성이 고통스럽게 분열되어 있음을뜻한다.이것은 곧 불안과 불화의 연속이었던 우리의 험난한 역사를 반영하기도 한다.오랜 식민지와 급작스러운 근대화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자기를 상실한 채 서양 정신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숭앙하며 그 자양분으로 근대 자유주의와 더불어 경제적인 성장을 이루어냈다.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던 서구의 자유정신은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금의시대적 혼란을 가중시킨 가장 근원적인 기제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나=나’라는 자기 안의 완전무결함을 근거로 하여 성립했던 R.데카르트의 명제는 ‘홀로주체성’이다.이 자기관계를 일컫는 홀로주체성의 정체는 폐쇄적이며 배타적이다.어떻게 내가 그 자체로서 자기에 대하여있는가?또는 어떻게 내가 나 자신과 타자적 관계 속에 들어갈 수 있는가?모든 주체성 이론이 직면하는 근본물음이 이 것이다.타인 곧 ‘너’를 배제하는 자기증식과 자기확장의 서양 역사를 김상봉은 ‘홀로정체성’이라 규정하고 그러한 의식을 경계하고 극복하고자 한다.나는 결코 홀로 자족적으로 존립할 수 없으며,너와의 만남과 관계의 지평 속에서만 나는 비로소 나를 온전하게 직면하고 인식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I.칸트는 자기의식을 자기규정이라 생각했으므로,사물적 대상의 의식만으로 자기의식이 발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즉 자기관계를 위해 요구되는 타자관계를 사물적 타자와의 관계로

    13) 함석헌, 『함석헌 전집』제 3 권 (한길사, 1983), 3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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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았던 것이다.그러나 만약 자기관계가 개념적 자기규정이 아니라 말을 통한 대화라면,내가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불가능하다.대화는 오직 인격적 타자와의 관계에서만 발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그리하여 새로운 대안인 ‘서로주체성’이라는 개념을 상정하고 그것의실천을 도모하고 있는데,서로주체성이란 자기 안에 갇혀 있는 고립적이며 자폐적인 자기인식을 넘어서서 타자와의 만남을 통한 새로운 반성과 성찰의 주체로 거듭나는 것을 가리킨다.주체성이란 곧 만남인까닭에 결코 사물화되지 않으며,자아에 의해 전유되지도 않는 보편적진리로 성립한다.한용운의 시 안에서 영원히 대화는 지속되며,외면당한 화자가 끊임없이 포용하는 대상으로서의 상대는 절대화된 의미의 ‘님’이다.무한한사랑과 신뢰와 연대 속에서 한용운 작품 속의 시적 주체는 ‘서로주체성’의 변증법을 실현시킨다.나를 버림으로써 너를 얻고,너를 기다리면서 나를 맞이하게 되는 역설의 깨달음을 비로소 얻게 되는 것이다.주체의 이기적인 확장만을 간구하는 것이 아니라,나 밖에 존재하는너와의 만남을 이루어나가는 과정 중에 참된 자기를 완성시킬 수 있는까닭이다.우리 시대는 자본과 기술이 인간의 삶을 규정하고 결정하며 지배한다.우리는 그 노예상태를 두려워하고 거부하지만,다시금 돌이켜보면자본도 기술도 자기를 무한히 확장하려는 우리의 욕망이 낳은 초자아들의 또 다른 얼굴일 뿐임을 쉽게 알 수 있다.그러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용운의 시는 ‘서로주체성’이라는 김상봉의 새로운 대안으로 읽어낼 만한 훌륭한 텍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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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초월지향에 대한 논의

    ‘초월성(超越性)’이라는 용어는 쓰임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의 폭을지닌다.넓게는 사전적 정의로 ‘어느 영역․한계․차원 전체성의 내부에 있지 아니하고 이것을 넘어서 존재하는 성질’,혹은 ‘리얼리티를 벗어나 정신의 영역 또는 물질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원칙’이라 할 수 있다.본고에서는 초월성에 대한 논의를 펼치면서 전제가 되는 이원적관점을 점차 일원적 관점으로 모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종교적 관점에서 초월은 ‘속(俗)’의 상태가 ‘성(聖)’의 상태로 전환됨을 의미하는데,이는 곧 고난의 현실에서 벗어나 복음과 구원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을 가리킨다.종교에서의 초월은 현세와 완전히 구별되는 다른 지평의 세계를 가정하고 있는 절대적 개념이나,철학 혹은 문학에서의 초월은 현상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한 상대적 개념이다.초월을 철학적 방법으로 처음 사용한 철학자는 I.칸트인데,경험론자들이 경험의 사실성을 추구했다면 I.칸트는 그것의 필수 본질을 찾으려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I.칸트는 『순수이성비판』의 제2판 서문에서,“모든 우리의 지식이 경험에서 비롯되지만 경험의 제약을 넘어이성의 작용을 완성하기를 요구한다”14)고 말한다.즉 우리의 사물에대한 인식에서 그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과 방법에 관한 것이 『순수이성비판』이라면,이 방법론을 미학적 입장으로 치환한 것이 『판단력비판』이다.I.칸트의 초월 영역은 모두 다섯 단계로 구성되었다.15)제 1단계는‘취미판단’단계,제 2단계는 ‘자유로운 놀이 안에서 이루어지는 인식

    14) 전원배 역, 『순수이성비판』(삼성출판사, 1977)

    15) 이석윤 역, 『판단력비판』(박영사,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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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력들의 조화’단계,제 3단계는 ‘형식적 합목적성’단계,제 4단계는‘미의 판단이 하나의 공통감에 의하여 보편성을 얻는가를 검증’하는 단계,제 5단계는 ‘도덕성’을 적용하여 합당한가를 판단하는 단계이다.이는 경험으로부터 시작하여 대상의 허상을 관통하고 거기에서 하나의 존재를 직면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플라톤(Platon)이 말하는 바‘이데아(Idea)’의 추구와 흡사하다.그리고 이 과정을 주재하는 주체의자리에 이성이 대입되어 있으므로 R.데카르트의 근대성과도 부합한다.김진석16)은 『초월에서 포월로』라는 그의 저서에서 초월성에 대한본격적인 담론을 이끌어낸다.초월은 선험의 공간과 동일시되고 있으며 그러한 점에서 지난 시대의 개념과 다를 바 없다.그는 ‘유일한 실체로 상정된 시간과 역사의 공간이 바로 초월과 선험의 공간’이라고말한다.이어 그는 전통적인 형이상학이 초월을 지향하였으나 사실은그렇게 되지 못하였음을 비판한다.다소 작위적이기도 한 ‘포월(匍越)’이라는 용어로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로써 초월로 설명할수 없는 부분을 해소시켜준다.초월성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관점으로 어떻게 우리의 현대시를 고찰해볼 수 있을지에 관한 논의가 있어야 하겠다.여기에 초월성이라는프리즘으로 현대시를 바라보는 한 기틀을 마련하고자 하였던 시도가있다.정한용17)에 따르면 김종삼․박용래․천상병은 여러모로 공통점을 지닌 시인들이다.우선 1950년대 시인이라는 점에서 그러하고 이들이 지닌 작품상의 공유된 영역이 두텁다는 것이 그렇다.첫째 이들이 현실에 비교적 적응하지 못하고 방랑하였다는 점,둘째 작품상에서 모성회

    16) 김진석, 『초월에서 포월로』(솔, 1994), 81쪽.

    17) 정한용, 「한국 현대시의 초월지향성 연구 -김종삼 ․ 박용래 ․ 천상병을 중심으로」,

    경희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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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 성향을 보여준다는 점,셋째 유년기 혹은 고향에 대한 기억이 짙다는 점,넷째 작품구성상 병렬구조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다섯째 ‘물’의이미지를 중요하게 부각시킨다는 점 등이다.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초월성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다.즉 현실을 토대로 한 이상을 추구한다거나 환상을 통해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초기 도피적 낭만성으로부터 중기에이르러 현실 수용과 대결의 구도로 나아간 것이 연구해볼만한 가치를지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였다.위 논문에 따르면 초월성이 현대시를 이해하는 한 틀로써 보편화될수 있도록 주력하였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세 시인에게서 보이는 ‘단절’은 상반되는 두 극점으로서 세계

    인식과 더불어 그 초월적 극복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현실/일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새로운 차원을 추구해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점

    이다.

    둘째, 철학자들이 말하는 ‘존재’는 세 시인에게는 ‘순수’라는 개념

    으로 나타나는데, 초월은 물질의 지향성과 다른 세계로의 ‘기어감’을

    말하고 있으며, 시인들의 작품도 이러한 관점에서 분석될 수 있다.

    셋째, 초월이 현실을 기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때, 그 글쓰기의 주체는

    어디에 있고 나아가는 방향은 어디인가 하는 점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훗설과 데리다에 의하여 해체된 주체를 복원하고 합리적 이성에 의한 주

    체의 비판력을 다시 불러올 필요가 있다. 주체는 어떠한 경우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주체가 중심에 서 있어야만 초월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8)

    18) 정한용, 「한국 현대시의 초월지향성 연구 -김종삼 ․ 박용래 ․ 천상병을 중심으로」,

    경희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6,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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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근현대시사의 맥락 위에서 한용운이 지닌 초월지향성을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이다.주의할 것은 ‘자아’를 ‘주체’로 혼동하고 오해하지말아야 한다는 것이다.‘자아’가 안쪽으로 수렴되는 개념이라면,주체는능동적인 힘에 의하여 밖으로 확산되는 개념이다.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초월은 주체의 발견과 복원,그리고 타자에게로 건너갈 수 있는 만남 지향의 힘을 지니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타자의 드러남은주체에서 촉발되며,같은 이치로 주체의 현현 역시 타자와의 만남 속에서 성취될 수 있음을 앞에서 살펴본 바 있다.결국 초월이라는 성질은 ‘초월하려는 의지’와 한 몸일 수 있다.그 초월성이 개인의 진보이든,민족의 해방이든,종교의 구원이든,미래를 향하여 열린 가능성이었다는 점에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초월이 불완전한 ‘여기’에서 완전한 ‘거기’를 지향해 가는 것이라고할 때,초월의 궁극적 목표는 지향의 방향을 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완벽한 세계의 도달이 아니라 그곳을 향해‘지금/여기에서’현실의 삶을 기어가는 과정 그 자체이다.초월이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것은 바로 이러한 지향의 궤적을 처절하게 실현시키기 때문이며,이 정신의 고투는 모든 문학의 한 원형을 형성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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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Ⅲ.『님의 沈黙』작품 분석

    1.『님의 沈黙』에 나타난 ‘서로주체성’

    한용운의 시집 『님의 沈黙』에 실린 총 90편의 시 중 「군말」과「讀者에게」를 제외한 88편의 시가 대부분 여성 화자에 의하여 노래되고 있다는 점은 기존의 연구에 의하여 고찰되어온 바이다.김재홍19)은 집필 동기에 해당하는 「군말」과 「讀者에게」를 합쳐88편의 시가 하나의 액자 형태로 구성되어 있음을 도식화 하였다.

    집필 동기 … 「군말」 … 집필 동기기 … 「리별은 美의 創造」등 8편 … 이별승 … 「리별」~「당신의편지」46편 … 이별의 슬픔전 … 「거짓리별」~「七夕」26편 … 희망적 기다림결 … 「生의 藝術」~「사랑의 판」7편 … 만남끝 … 「讀者에게」 … 탈고 소감

    위와 같은 연작시적 성격에 주목하여 보면,집필 동기에 해당하는「군말」과 탈고 소감에 해당하는 「讀者에게」에서는 한용운 자신이직접 화자가 되고,88편의 시 안에서는 시인이 만들어낸 시적 화자가등장하는 것이다.김재홍은 『님의 沈黙』의 화자가 갖는 중요한 특징으로 여성주의를

    19) 김재홍, 『韓龍雲文學硏究』(일지사 1982),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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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었다.이는 ①여성운과 존칭보조어간,②여성주체,③여성적 상관물,④여성적 감정과 태도,⑤마조히즘(Masochism)의 항목으로 진단되고있다.「님의 沈黙」에서 “님은갓슴니다 아아 사랑하는나의님은 갓슴니다”의 이별의 비극에서 시작하여,「사랑의 판」에서는 “네네 가요이제곳가요”의 재회의 희구를 노래하며 끝맺고 있다.이해진20)은 작중화자와 대상을 분석하였는데,그에 의하면 88편의시 가운데서 여성화자가 등장하는 시는,화자를 정확히 밝혀낼 수 없는 15편을 제외한 나머지인 73편(전체의 83%)이라고 하였다.시적 화자를 정확히 밝혀낼 수 없는 시는 「離別」,「고적한밤」,「사랑의 存在」,「과 근심」,「誹謗」,「그를 보내며」,「金剛山」,「이먼저아러」,「論介의 愛人이 되야서 그의 廟에」,「이라면」,「桂月香에게」,「滿足」,「두견새」,「타골의 詩를 읽고」,「사랑의 불」이렇게 15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장윤주21)는 「그를 보내며」,「論介의 愛人이 되야서 그의廟에」,「님의얼골」에는 문맥상 남성화자가 등장하고 있다고 분류하였다.

    그는간다 그가가고십허서 가는것도 아니오 내가보내고십허서 보내는것도

    아니지만 그는간다

    그의 붉은입설 흰니 간은눈ㅅ섭이 어엽분줄만 아럿더니 구름가튼뒤ㅅ머리

    실버들가튼허리 구슬가튼발치가 보다도 아름답습니다

    -한용운, 「그를보내며」부분, 『님의 沈黙』

    20) 이해진,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 대한 考察」, 인하대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85.

    21) 장윤주, 「소월과 만해 시의 여성화자 연구」, 인천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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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다만 그대의遺言대로 그대에게 다 하지못한사랑을 永遠히 다른 女子

    에게 주지아니할임니다 그것은 그대의 얼골과가티 이즐수가업는 盟誓임니

    容恕하여요 論介여 그대가容恕하면 나의罪는 神에게懺悔를아니한대도 사

    러지것슴니다

    千秋에 죽지안는 論介여

    하루도 살ㅅ수업는 論介여

    그대를사랑하는 나의마음이 얼마나 질거으며 얼마나 슯흐것는가

    나는 우슴이제워서 눈물이되고 눈물이제워서 우슴이됨니다

    容恕하여요 사랑하는 오오 論介여

    -한용운, 「論介의愛人이되야서그의廟에」 부분, 『님의 沈黙』

    님의얼골을‘어엽부다’고 하는말은 適當한말이아님니다

    어엽부다는말은 人間사람의얼골에 대한말이오 님은 人間의것이라고 할수가

    업슬만치 어엽분닭임니다

    님의입설가튼 蓮이 어데잇서요 님의살빗가튼 白玉이 어데잇서요

    -한용운, 「님의얼골」 부분, 『님의 沈黙』

    그렇다면 『님의 沈黙』에 수록된 88편의 시 중 여성화자가 등장하는 시는 72편,시적 화자의 성별을 알 수 없는 시는 13편,「그를 보내며」,「論介의 愛人이 되야서 그의 廟에」,「님의얼골」 3편은 남성화자로 볼 수 있다.요약하자면 『님의 沈黙』의 대부분의 시가 여성화자를 내세워 노래하고 있으며,여성화자가 등장하지 않았거나 성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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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가려내기 어려운 화자를 내세운 시의 경우에도 여성성이 드러나고있다는 점이 통계적 분석의 의의가 될 것이다.

    당신이가신뒤로 나는 당신을이즐수가 업슴니다

    닭은 당신을위하나니보다 나를위함이 만슴니다

    나는 갈고심을이 업슴으로 秋收가업슴니다

    저녁거리가업서서 조나감자를러 이웃집에 갓더니 主人은 ‘거지는 人格

    이업다 人格이업는 사람은 生命이업다 너를도아주는것은 罪惡이다’고 말하

    얏슴니다

    그말을듯고 도러나올에 쏘더지는눈물속에서 당신을보앗슴니다

    나는 집도업고 다른닭을겸하야 民籍이업슴니다

    ‘民籍이업는者는 人權이업다 人權이업는너에게 무슨貞操냐’하고 凌辱하

    랴는將軍이 잇섯슴니다

    그를抗拒한뒤에 남에게대한激憤이 스스로의슯음으로化하는刹那에 당신을보

    앗슴니다

    아아 왼갓 倫理, 道德, 法律은 칼과黃金을祭祀지내는 烟氣인줄을 아럿슴니

    永遠의사랑을 바들ㅅ가 人間歷史의첫페지에 잉크칠을할ㅅ가 술을마실ㅅ가

    망서릴에 당신을보앗슴니다

    -한용운, 「당신을보앗슴니다」 전문, 『님의 沈黙』

    시인은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과연 무엇을 보았다고 하는 것일까.시적 주체의 존재적 근거는 “갈고심을이 업”고,“집도 업”고,“民籍이업”는 궁핍한 시대에 놓여져 있다.‘나’는 모든 자유,생존,인권 등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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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적이고 역사적인 가치의 총합을 상실했다.‘나’는 어째서 슬픔과 눈물 속에서 존재의 진리를 계시 받을 수 있었을까.시적 주체인 ‘나’가 절망의 바닥 끝에서 보게 된 것은 또한 ‘나’일 수있다.지금까지 적확하게 볼 수 없었던 존재의 심연에서 자기 자신에게로 복귀한 주체는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주체가 지니게되는 자기의식에 대한 본질적 계기가 슬픔이고 눈물인 점은 서양의 자기의식이 나르시스적 ‘긍지’에서부터 발로한 것과 사뭇 대비적이다.고대 그리스인들이 주체적 자유의 개념을 자기가 자기의 주인됨에 있다고 규정했던 이후로 그들은 오로지 타자에 의하여 예속된 상태로 전락하지 않기 위하여 자기보존에만 몰두하였다.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인격도,생명도,인권도 없는,아무것도 없으며 아무것도 아닌 그러한 존재의 부정성 속에서 ‘나’는 ‘나’와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결국 자기의식이란 정신의 복귀,즉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감인데그렇다면 돌아가야 할 ‘나’는 어디 있는가.돌아갈 곳도 없는 ‘나’는 결국 ‘나’에게 도달하지 못한다.‘나’를 잃어버린 나는 언제나 남일 수밖에없는 것이며,이렇게 만나게 되는 타자의 존재가 결국 ‘나’를 보존하고완성시킨다.

    남들은 自由를사랑한다지마는 나는 服從을조아하야요

    自由를모르는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服從만하고십허요

    服從하고십흔데 服從하는것은 아름다은自由보다도 달금합니다 그것이 나의

    幸福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사람을服從하라면 그것만은 服從할 수가 업슴니

    다른사람을 服從하랴면 당신에게 服從할수가업는 닭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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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용운, 「服從」부분, 『님의 沈黙』

    타자 없는 주체적 존재란 무의미하다.모든 것을 자기 안에서 생성하고 창조하는 존재는 없다.주체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규정되고 그런 의미에서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탄생하고 진화한다.때로 주체는타자에게 반작용을 가하고,어떤 경우에는 타자를 전혀 새로운 형태로까지 변혁하는 존재이다.이 능동적인 타자와의 만남과 관계가 역설적이게도 주체를 성장시키고 존재하게 하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한용운은 I.칸트가 내면적 자아만을 인정하고 이에 준하여 개인적 자유에만 주목하고 있음을 비판하면서 양계초가 말한 부처님의 진여(眞如)와 대조하였다.

    양계초(梁啓超)가 부처님과 칸트의 다른 점에 언급한 것을 보건대 반드

    시 모두가 타당하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왜 그런가. 부처님은 ‘천상천

    하(天上天下)에 오직 나만이 존귀하다’고 하셨는데 이것은 사람마다 각

    각 한 개의 자유스러운 진정한 자아를 지니고 있음을 밝히신 것이다. 부

    처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진정한 자아와 각자가 개별적으로 지

    닌 자아에 대해 미흡함이 없이 언급하셨으나, 다만 칸트의 경우는 개별적

    인 그것에만 생각이 미쳤고 만인에게 보편적으로 공통되는 진정한 자아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못하였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면 부처님의 철리(哲

    理)가 훨씬 넓음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이 성불했으면서도 중생 탓으로 성불하시지 못한다면 중생이 되

    어 있으면서 부처님 때문에 중생이 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 왜 그런가.

    마음과 부처와 중생이 셋이면서 기실은 하나인데, 누구는 부처가 되고 누

    구는 중생이 되겠는가. 이는 소위 상즉상리(相卽相離)의 관계여서 하나가

    곧 만, 만이 곧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부처라 하고 중생이라 하여 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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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한계를 긋는다는 것은 다만 공중의 꽃이나 제 2 의 달과도 같아 기

    실 무의미할 뿐이다.22)

    인간에게는 개별적 자아와 만인공유의 자아가 두루 내재함을 강조하면서 이들이 서로 함몰되지 않고 상즉상리의 관계로 통합됨을 강조하고 있다.이와 같은 한용운의 사상으로 보면 주체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와 동일한 것이며 상호연관되어 있기 때문에,참다운 의미의 삶은서로의 삶 속에서 이미 동체적(同體的)으로 존재함을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또한 그의 시대에 우리 불교는 현실을 등진 채 은둔과 탈속의 경향을 강하게 띠는 이기주의적 형상으로 존재하였는데,이에 한용운은 나와 너의 상호관련성을 통해 공(空)과 불이(不二)의 이치를 깨달아 대통합을 추구해 나갔다.

    ‘나’가 없으면 다른 것이 없다. 마찬가지로 다른 것이 없으면 나도

    없다. 나와 다른 것을 알게 되는 것은 나도 아니오, 다른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나도 없고 다른 것도 없으면 나와 다른 것을 아는 것도 없다.

    나는 다른 것의 모임이요, 다른 것은 나의 흩어짐이다. 나와 다른 것을

    아는 것은 있는 것도 아니오, 없는 것도 아니다. 갈꽃 위의 달빛이요, 달

    아래의 갈꽃이다.23)

    『님의 沈黙』의 서문에 해당하는 「군말」에서 밝힌 창작동기가“해저문벌판에서 도러가는길을일코 헤매는 어린羊이 긔루어서 이詩를쓴다”라는 점으로 보아 한용운은 불이사상의 역설적 논리를 통해 삶의

    22) 한용운, 『한용운전집․2』(신구문화사, 1974), 40-41쪽.

    23) 한용운, 『한용운전집․2』(신구문화사, 1974), 3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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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이치를 깨우쳐 나갔으며 이를 바탕으로 시집을 완성한 것으로 보여진다.

    님만님이아니라 긔룬것은 다님이다 衆生이 釋迦의님이라면 哲學은 칸트의

    님이다 薔薇花의님이 봄비라면 마시니의님은 伊太利다 님은 내가사랑할아

    니라 나를사랑하나니라

    戀愛가自由라면 님도自由일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이름조은 自由에 알한

    拘束을 밧지안너냐 너에게도 님이잇너냐 잇다면 님이아니라 너의그림자니라

    나는 해저문벌판에서 도러가는길을일코 헤매는 어린羊이 긔루어서 이詩를

    쓴다

    -한용운, 「군말」 전문, 『님의 沈黙』

    ‘긔루다’의 뜻은 ‘그립다’의 뜻 외에도 ‘사랑스럽고 가엾다’라는 한용운 특유의 의미까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뿐만 아니라 대상을 향하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태로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님은 내가사랑할아니라 나를 사랑하나니라”고 하였듯이 그 대상은 고정불변하는 정태적 실체가 아니며,주체와 대상의 일여(一如)라는경지에 다다른 것을 뜻한다.“너에게도 님이잇너냐 잇다면 님이아니라너의그림자니라”혹은 “그러나 너희는 이름조은 自由에 알한拘束을밧지안너냐”라는 구절은 집착과 소모적인 관계의 탐닉에 연연해하는일체의 것을 부정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앞서 우리는 서구적 자유와 주체성의 확립이 타자를 배타적이며 적대적으로 전락시킨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는 것을 확인했다.자기를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타자와의 만남을 이루겠는가?진실한 만남은 타자 앞에서 자기를 비우고 내려놓을 때만이 가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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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서로주체성’의 자유론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자유는 자기를 보존하고 고수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버리고 자기로부터 벗어남에 있다.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와 너가 만남으로써 새로운 존재의지평을 열어젖힐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므로 그것은 무기력한 수동성이 아니라 가장 적극적인 초월의 행위로 볼 수 있다.I.칸트의 선험론적 철학은 대상을 향한 초월을 사유하는 초월이었다.그러나 ‘서로주체성’의 철학이 사유하는 초월은 너를 향한 초월이다.역설적이게도 나를 버리는 것이 나를 얻는 것이요,복종이 곧 자유인것이다.홀로주체성의 자유는 아름답다.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가 말했던 이른바 최고선(summum bonum)인 행복이다.그러나 자유보다 행복한 것은 당신에게 복종하는 것이라고 한용운은 노래한다.그것은 복종이 자유로운 복종이기에 그러하다.홀로주체성의 자유는 자유밖에알지 못한다.게다가 그 자유는 만남을 겪지 않는다.그러나 시 속에서표현되는 복종은 보다 큰 의미에서 자유요,능동적인 행위로써의 복종이다.만남이란 나와 너가 서로에게 능동적으로 복종하는 것이며 그러한 진정성 속에서 우리는 모두 진정한 주체로 거듭난다.모든 사람은 세상에 나면서부터,최초의 만남을 맺으면서부터,처음만나는 자유를 누리면서부터,참된 자기를 실현하기 위하여 나아간다.이 끝없는 길 위에서의 구도와 성찰에 한용운이 앞서 보여주었던 족적(足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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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님의 沈黙』에 나타난 초월지향

    님은 갓슴니다 아아 사랑하는나의님은 갓슴니다

    푸른산빗을치고 단풍나무숩을향하야난 적은길을 거러서 참어치고 갓슴

    니다

    黃金의가티 굿고빗나든 옛盟誓는 차듸찬이되야서 한숨의微風에 나러

    갓슴니다

    날카로은 첫 ‘키쓰’의 追憶 나의運命의指針을 돌너노코 뒤ㅅ거름처서 사

    러젓슴니다

    나는 향긔로은 님의말소리에 귀먹고 다은 님의얼골에 눈머럿슴니다

    사랑도 사람의일이라 맛날에 미리 날것을 염녀하고경계하지 아니한것

    은 아니지만 리별은 밧긔일이되고 놀난가슴은 새로은슯음에 터짐니다

    그러나 리별을 쓸데업는 눈물의源泉을만들고 마는것은 스스로 사랑을치

    는것인줄 아는닭에 것잡을수업는 슯음의 힘을 옴겨서 새希望의 정수박이에

    드러부엇슴니다

    우리는 맛날에 날것을염녀하는 것과가티 날에 다시맛날것을 밋슴

    니다

    아아 님은갓지마는 나는 님을보내지 아니하얏슴니다

    제곡조를못이기는 사랑의노래는 님의 沈黙을 휩싸고돔니다

    -한용운, 「님의 沈黙」 전문, 『님의 沈黙』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는 언제나 ‘대화’가 먼저 존재한다.대화란 그것에 참여하는 사람의 머릿속에 연상되는 생각을 대단히 자유롭게 이야기해내는 것을 의미하며,그러한 과정 속에서 환자는 비로소 자기의정신적 외상(外傷)을 발견하고 치유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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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김만수24)에 의하면 ‘상처 입은 화자(woundedstoryteller)'의 형상은오랜 연원을 가지고 있는데,예를 들어 오이디푸스가 누구의 아들인지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는 테레시아스(Tiresias)는 눈멂의 상처를 가지고 있고,에서 형의 장자권을 훔쳐 달아났던 동생 야곱(Jacob)은 자해(自害)를 해서라도 상처를 만들어야 했다.승천하는 천사에게서 보았던 ‘야곱의 사다리’는 야곱 자신의 환상인 동시에 구원의가능성이며,의사소통의 계기가 되는 셈이다.이렇게 화자의 상처는 이야기의 주제이자,이야기가 생성되는 조건이기도 하다.스토리텔러의이야기는 상처에 ‘관한’것만이 아니라,상처를 ‘통해서’전달되는 것이다.『님의 沈黙』의 화자는 상처입은 자요,버림받은 자요,님을 상실한자이다.결핍과 소외 속에서 화자가 보게 되는 것은 님의 뒷모습과 텅빈 현실뿐이다.그렇다면 님이 부재하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한용운이 보여준 주체의 복원과 님과의 만남을 추구하는 초월지향이 가능했던 것일까.하나의 구조를 갖는 담화는 화자(주체)의 욕망을 품고 있다.양영길25)은 “한 화자의 욕망은 텍스트의 구조와 의미를 결정짓는 가장 근원적인 힘으로 잠재되어 작용한다”고 보았다.그러므로 화자의 욕망은텍스트의 구조를 지탱하는 힘인 동시에 텍스트의 의미와 상징을 창조하는 힘인 것이다.이러한 화자의 욕망은 텍스트의 담론 체계 속에서구체적인 행동이나 심리,혹은 의식 속에 내포되어 표출되기도 하며

    24) 김만수, 「문학교육의 관점에서 본 영화 읽기의 한 방법」(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강의자료, 2007)

    25) 양영길, 「『님의 침묵』의 구조 연구」, 제주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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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기도 한다.현재의 자신의 존재로부터 초월하고자 하는 것인데,이 때 초월은 부재하는 대상을 희구(希求)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화자와 대상의 거리에 대하여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첫째,일반적인 시에서 많이 드러나는 유형으로 자신의 정서와 관념을 전달하려는 태도를 지닌 감성적 화자가 등장하는 경우이다.대상은 화자의 정서와 관념을 전달하기 용이하도록 조직함으로서관념화되고 있다.둘째,화자와 대상의 거리가 멀 경우 화자가 청자에게 자신의 정서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려고 하지 않고 객관적 대상의 물질적 속성을 전달하려는 태도로 전환한다.이 경우 화자의 무질서한정서나 관념은 억제되며 작품은 의 관계로 나타난다.“욕망 탐색의 기본 방향은 그 주체(화자)가 밑에 있고 대상(침묵하는님과의 재회)은 수직선상에 위치하게 된다.”26)그러나 대상에 대한 직접 욕망이 불가능할 경우 수직적으로 상승할 수 없으므로 간접적으로그 욕망을 달성케 도와주는 중개자(길,盟誓,한숨,追憶,향긔,,리별,슯음,눈물,希望,믿음,사랑의 노래)의 도움을 받게 된다.이러한과정은 “즉,욕망의 주체와 대상,그리고 그 중개자가 3각형의 구조를갖는 것이다.”27)3각형의 욕망 구조는 여러 모양으로 도식화할 수 있는데,연구 대상인 텍스트에서는 다음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26) 김치수 편, 『구조주의와 문학비평』(기린원, 1989), 181쪽.

    27) 르네 지라르(René Girard), 김윤식 역 『소설의 이론』(삼영사, 1979)에서는 이를 3

    각형의 욕망(désir trangulaire)이라 하고 있다. 이 3각형의 기본은 욕망의 대상을 상

    위에 두고 그 주체와 수직적으로 연결되며, 수직의 중간선상에서 오른쪽으로 중개자가

    존재하여 ‘대상의 중개자’의 거리와 ‘중개자와 주체’의 거리가 같은 2등변 3각형을 이

    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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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개자

    감성적 화자

    화자의 욕망은 주체에 대해서는 ‘님’의 부재로 말미암아 직접적인 성취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개자를 빌어 그 욕망을 추구하게 된다.그리고 중개자와 주체 사이에 화자의 또 다른 존재가 위치하는 이중구조를 볼 수 있다.이의 이중구조를 구분하여 주체로서의 화자를 ‘감성적 화자’라 하고,중개자와 주체 사이의 화자를 ‘이성적 화자’라고 한다면28)다음과 같은 또 다른 3각형의 욕망 전달 과정을 볼 수 있다.

    28) 김준오, 『시론』(문장, 1982), 207쪽에서는 함축적 화자(implied speaker)와 표면에

    나타나는 현상적 화자(phenomenological speaker)로 구분하고 있으나, 이는 1인칭

    화자인 경우로 한 편의 시에 있어서 하나의 화자를 대상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1인칭 화자는 두 얼굴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두 얼굴은 경우에

    따라 두 모습을 전부 드러내기도 하고, 어느 한 모습만 드러내면서 숨어 있는 모습을

    함축함으로써 작품의 질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이 연구에서는 그 두 얼굴을 하나는

    감정을 억누를 길이 없는 ‘감성적 화자’로, 또 하나는 감정을 내세우지 않는 ‘이성적

    화자’로 구분하였다.

    이들의 관계는 주체의 욕망 구조 속에 감성적 욕망과 이성적 욕망이 잠재된 형태로

    숨어 있다가 감성적 욕망이 상승하면 ‘감성적 화자’가 전면에 나타나게 되고, 이성적

    욕망이 상승하면 '이성적 화자'가 나타나게 된다. 그러다가 이 두 욕망은 주체의 자아

    와 외부 세계와의 조응과 반응에 /다라 대립과 충동, 반전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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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적 화자(제2의 중개자)

    감성적 화자

    ‘님’은 감성적 화자로 하여금 끝없는 욕망을 갖게 만들고 있는데,이는 중개자를 통하여 간접화(médiation)되고 있으나,중개자는 주체의욕망추구에 기여 하지 못하고 오히려 욕망에 불을 당기는 구실을 하고있을 뿐이다.이를 이성적 화자는 감성적 화자보다 우위에서 내담자를다스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즉,제2의 중개자가 “우리는 맛날에 날것을염녀하는 것과가티 날에 다시맛날것을 밋슴니다”로감성적 화자의 욕망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그러나 감성적 화자는 이로 말미암아 이 모든 요소가 욕망 추구의 방해적 요소로 작용하여 결국에 가서는 “아아 님은갓지마는 나는 님을보내지 아니하얏슴니다”로제2의 욕망화를 시도하고 있다.이러한 사실은 주체가 언제나 경쟁적인 두 가지 욕망,즉 ‘님을 그리워 함’과 ‘이별을 부인함’을 잠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이러한 두가지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제2의 중개자(이성적 화자)’를 욕망의 주체(suject:감성적 화자)로부터 분리시켜정신적 편차(écart)를 유지할 수 있다.그러나 텍스트에서는 그 둘 사이의 거리가 중첩될 정도로 가까운 ‘내면적 간접화(médiationinte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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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를 이루고 있다.29)그리고 이러한 중개자와 욕망의 주체(sujectdésirant)사이의 거리는상상적 차원으로 ‘감성적 화자’의 욕망이 하나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으며,그 ‘힘’은 ‘님’을 더욱 ‘선망’하게 한다.30)그리고 이러한 선망은 ‘暗’에서 ‘明’으로 생멸(生滅)의 원리에 의하여순환되는 상상의 세계를 보여 주면서 “푸른 산빗”과 “단풍나무숩”사이에 서있는 화자의 욕망과 정서의 흐름을 드러내고 있다.“푸른 산빗”의 세계는 ‘님’이 있는 곳이며,희망적으로 열려있는 곳인데,그 까닭은 미래에 대하여 재회할 공간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이다.그리고 또 하나의 다른 세계인 “단풍나무숩”은 ‘님’이 없는 곳이며 우수적으로 닫혀 있는 슬픔과 절망의 공간이다.여기에 중개자인 이성적 화자에 의한 의지가 전개되며 “단풍나무숩”의 세계는 단지 닫혀 있는 공간이 아니게 된다.“굿고빗나든 옛盟誓”,“날카로운 첫 ‘키쓰’”,“향긔로은 님의말소리”,“다은 님의얼골”,“새希望”,“사랑의 노래”가 ‘닫혀 있는 공간’을 ‘열어야 할 힘’으로 전환하는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여기에 “사랑도 사람의일이라 맛날에미리 날것을 염녀하고경계하지 아니한것은 아니지만 리별은 밧긔일이되고 놀난가슴은 새로은슯음에 터짐니다 /그러나 리별을 쓸데업는 눈물의源泉을만들고 마는것은 스스로 사랑을치는것인줄 아는닭

    29) 주체와 중개자의 거리를 두 개의 원으로 표시할 때, 그 거리는 중첩되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주체가 선택한 간접화된 대상(중개자)은 화자 스스로의 주관성 속

    에서 환기된 내면적인 모티브들이기 때문이다.

    30) 김치수 편의 위의 책에서는 ‘선망’을 어떤 것이 다른 사람에게 속해있다는 사실 때문

    에 그것을 얻기 위해 우리가 하게 되는 노력에 대립되는 무력감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텍스트에서는 부재하는 ‘님’의 자취에 몰입하고자 하는 화자가 ‘님’의 세계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하려 하지만 그 거리를 좁힐 수 없는 데서 볼 수 있는 ‘그리움이 응

    결된 선망’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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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것잡을수업는 슯음의 힘을 옴겨서 새希望의 정수박이에 드러부엇슴니다 /우리는 맛날에 날것을염녀하는 것과가티 날에 다시맛날것을 밋슴니다”를 통하여 ‘열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고,“아아 님은갓지마는 나는 님을보내지 아니하얏슴니다”에 와서는 ‘열려 있는 공간’으로 전복시키고 있는 것이다.결국 중개자와 제2의 중개자는주체로 하여금 이분법적 인식에 머물지 않고 초월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역시 ‘산’이나 ‘숲’은 인간적 이야기로부터 조금쯤 떨어져 신성성(神聖性)혹은 영혼의 안식을 상징하기도 한다.그 깊이에 있어서도 어둠의 무한을 가지고 있어 화자의 영혼이 끝없이 추구하는 욕망이 어디에있는가를 알려주고 있다.그러므로 "적은 길"은 내밀한 깊이로 통하는문이다.이 내밀의 세계는 문을 사이에 두고 무한의 드넓은 세계에 대한 전망 속에서 열린다.그로 말미암아 ‘ex의 현상학’31)을 위한 요소들로 짜여지고 있다.이를 통하여 내밀의 공간과 외부 공간은 끊임없이서로 고무하며서 이별을 부인하고,궁극적으로 이별을 극복하는 양상으로 승화되는 것이다.조동일은 「님의 沈黙」을 분석하면서,이 시에서 님은 과거에는 있었고 현재에는 없으나 미래에는 있을 님이라 하여,현재에 님이 부재하는 것은 절망적인 상태로 비추어지지만,과거의 님을 현재의 님으로만들고 현재의 님을 미래의 님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점에서 희망적인 상태로 분석하였다.「님의 沈黙」은 불교의 반야사상(般若思想)에 기초를 두었기에 끝

    31)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곽광수 역, 『공간의 시학』(동문선, 2003)

    『공간의 시학』에 의하면 ex의 현상학이란 확장(extension)의, 팽창(expansion)의,

    황홀(extase)의 현상학으로 내밀의 공간의 무한에 대해 갖게 되는 세 가지 주된 인

    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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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애상적 감상조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거자필반(去者必反)을 확신하는 의지의 시가 되었다.결국 이별의 슬픔이 주체의 내적 각성과사유로 전환되고 그것은 다시 님의 재발견과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초월지향을 띠게 되는 것이다.마치 향가(鄕歌) 「제망매가(祭亡妹歌)」나 「모죽지랑가(慕竹旨郞歌)」,더 나아가서는 고려속요 「이상곡(履霜曲)」과도 그 맥을 잇고있다고 할 수 있다.이별의 수용 태도 또한 ‘관계 회복의 추구’로 볼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측면에 놓인다.그러나 박춘우32)에 의하면「제망매가(祭亡妹歌)」나 「모죽지랑가(慕竹旨郞歌)」,더 나아가서는고려속요 「이상곡(履霜曲)」이 이별한 대상과의 만남을 이승이 아닌저승에서 기약했던 것에 비해,한용운은 ‘대상의 뒤를 따름’보다는 ‘대상의 회귀 희망’과 관계 회복 추구를 희망한다는 점이 다르다.우리는 흔히 초월을 ‘자아를 벗어나는 것,자아가 현재 위치한 곳으로부터 보다 완전한 상태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이해한다.그리고 그‘자아’를 ‘주체’인 것으로 오해한다.혹은 ‘자아’를 주체와 구별하기 위하여 ‘동일자’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자아는 주체의 여러 목적격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혼동하는 것이다.자아가 안쪽으로 수렴되는 개념이라면,주체는 능동적인 힘에 의하여 밖으로 확산되는 개념이다.주체는,특히 글쓰기의 주체는 개인에서 시작하지만,그 지향점은물질을 건너 물질의 힘으로 타자에게로 간다.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초월은 주체를 확립하는 일이며,주체로 하여금 삶의 보편성을얻도록 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레비나스(EmmanuelLévinas)에 의하면 타자의 현현은 주체에서 촉발된 것이지만,주체를 떠나 스스로 자기 자신에 의해서만 의미를 갖

    32) 박춘우, 『한국 이별시가의 전통』(역락,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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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다.또한 타자는 그 드러남이 주체와의 관계에서,그리고 타자 사이의 관계에서도 매우 비대칭적이다.왜냐하면 타자가 일단 드러나면 타자는 주체의 권력 범주를 벗어나 오히려 주체를 지배하려고 할 수도있기 때문이다.결국 주체는 타자를 지향할 뿐,자기 안에 보존할 수없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시 안에서 글쓰기의 주체가 초월을 꿈꾸고,그를 위해 타자를 찾아간다면 결국 그에게 무엇이 남는가.따라서 ‘초월’이라 함은 ‘초월하려는 의지’로 바꾸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그럴 때에 주체가 운동하고 도약하는 과정 중에서 주체와 타자의 역동적인 만남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주체가 만들어낸 타자의 자리에,타자를 정초하고 자신은 물러서는과정은 한용운의 시적 표현을 빌리자면 “아름다은自由보다도 달금함니다”33)라는 상태에 비견된다.김우창은 크리스테바(JuliaKristeva)의 의견을 빌려와 상징화된 존재들이 의미를 발현하는 과정을 주체의 욕망(Libido)으로 설명하고 있다.

    “근원적 공간 또는 하나의 근원적 심리상태가 - 또는 심리적이라기보

    다는 적어도 의미작용의 서술적 내지 논리적 전제로서 - 존재하고, 이 공

    간에서 사람의 무의식적 충동과 언어적 표현작용이 연결될 수 있게 된다

    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하면, 여기에서 의미작용의 신체적 근거, 무의식적

    충동 속에 들어 있는 잠재적 의미지향적 요인이 과 의미

    의 언어적 표현이 나타내는, 결국 개인과 그 충동의 사회적 질서에로의

    편입을 나타내는 이 합쳐지는 것이다. 이러한 합쳐짐으로

    하여 언어를 습득하는 사람은 언어와 언어가 드러내는 사물의 세계에 대

    하여 즐김의 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물론 이것은 리비도와 그 대상과

    33) 한용운, 「복종(服從)」, 『님의 침묵』(滙東書館,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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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직접적인 일치를 포기하고 자아와 대상의 거리를 인정하고, 사회적 율

    법에 따라 자아의 욕망 충족의 대상을 상징체계로 옮김으로써, 달리 말하

    면 영원한 상실의 상태를 받아들임으로써 가능해진다. 욕망은 영원한 즐

    김의 상태이기도 하고 영원한 부재의 상태이기도 하다.”34)

    초월이 어떤 유파나 사조의 문제가 아니라 문학의 기본 인식태도를지칭하는 것이라 한다면,이것은 충분히 보편적 명제로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34) 김우창, 『시인의 보석』, (민음사, 199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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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Ⅳ.교수-학습의 실제

    제 Ⅱ장의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번 장에서는 고등학교 『문학』 교육과정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교수-학습의 실제적 적용을 도모해보고자 한다.현행 제 7차 고등학교 『문학』 교육 과정에서 목표로 삼고 있는바는 “첫째,문학 활동의 기본 원리와 문학에 대한 체계적 지식을 이해한다.둘째 작품의 수용과 창작 활동을 함으로써 문학적 감수성과상상력을 기른다.셋째,문학을 통하여 자아를 실현하고 세계를 이해하며,문학의 가치를 자신의 삶으로 통합하려는 태도를 지닌다.넷째,문학의 가치와 전통을 이해하고,문학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문화발전에 기여하려는 태도를 지닌다.”로 요약할 수 있다.그러나 학벌사회의 풍토는 교육과정의 목표에 부합할 수 없는 문학교육을 재생산해낸다.또한 교과서에서는 편중된 시대에 배출된 소수작가들의 대표작들만을 반복해서 싣기 때문에 학습자가 누려야 하는학습의 다양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뿐만 아니라 형식주의적 분석에국한된 수업 형태로 인하여 문학적 감수성과 창의력을 고려하지 못한점 등이 많이 지적되고 있는 현실이다.이러한 시 수업에서의 현실적 문제점들을 진단하는 자성의 목소리가높아지고 근본적인 극복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이번 장에서는 한용운의 시가 품고 있는 ‘서로주체성’과 ‘초월지향성’을 적용하는 하나의 교수-학습 모형을 세우는 데에 주력하였다.또한 학습자가 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니고 자유자재로 시를수용하고 창작할 수 있는 여러 방법론에 대하여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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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제 7차 고등학교 『문학』 교육과정

    【 제 7차 고등학교 『국어』 교육과정 】

    구분 제 7차 교육과정 비고

    교육과정의구성관점

    - 국민 공통 기본 교육 기간10년 설정.10년을 하나의단위로 한 교육 과정 구성

    -학습자 중심의 교육 과정- 심화․보충형 수준별 교육과정

    -국민 공통 기본 교육 과정을 구성- 개별 학습자의 의미있는학습 경험과 교육의 질적도약을 위한 수준별 교육과정으로 구성

    성격

    -창조적 국어 사용 능력 신장과 태도 형성을 돕는 교과

    -미래 지향적인 민족 의식과건전한 국민 정서 함양

    -국어의 발전과 국어 문화 창달-수준별 학습의 방향 제시

    - 학교급별 ‘성격’을 국민공통 기본 교육 기간 설정 취지를 고려하여 단일하게 조정-국어 교육의 목적 반영-국어 문화 창달 강조-수준별 학습 활동에 관한내용 반영

    목표

    -국민 공통 기본 교육 과정의관점에서 초․중․고 목표의일원화 구현

    - 전문과 하위 목표(지식․기능․태도 목표)구조로 제시

    - 인지적 교육 내용 관련목표(지식․기능)와 정의적 교육 내용 관련 목표(태도)를 설정 제시-지적 성숙성과 정서적 안정성을 강조

    내용

    내용체계

    - 교육 내용을 듣기,말하기,읽기,쓰기,국어 지식,문학의 여섯 영역으로 구분하여구조화

    -언어 발달 단계를 고려한영역 순서 조정-영역명 ‘언어’를 ‘국어 지식’으로 조정하여 교육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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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 이후 우리의 교육과정은 일곱 차례에 걸쳐 개정되어 오면서 점진적으로 체계화되었다.국어과 교육과정은 사회의 변화,지식의 변화,교육의 변화 등에 의하여 필연적인 변모의 양상을 겪었으며,국어과내부에서 스스로 내부적으로 갖게 된 개선의 필요성에 따라 방향이 설정되고 그 구체적 모양새가 갖추어진 것이다.제 7차 국어과 교육과정은 국어과 성격을 “한국인의 삶이 배어있는

    -각 영역의 교육 내용을 ‘본질’,‘원리’,‘태도’,‘실제’의네 범주로 구분하여 체계화

    용의 성격과 내용 선정기준의 명료화-국어 교육의 내용이 국어사용의 ‘실제(텍스트)’를축으로 하여 선정되어야함 강조

    학년별내용

    -학년별 내용의 영역별 제시-내용과 행동을 결합하여 목표 형식으로 제시

    -학년별,영역별 교육 내용의최적화 지향

    -현행 교육 과정의 학년별내용 7-10항목을 5-7항목으로 대폭 축소,학습량최적화 도모

    방법

    - 교수․학습 계획,교수․학습 방법,교수․학습 자료로구분 제시

    -보충 학습과 심화 학습 계획수립 및 자료 구성․활용 지침 제시

    -‘방법’에 관한 지침의 상세화- 일반 지침과 영역 특수지침의 상세화

    평가

    -평가 계획 수립,평가 목표와 내용 선정,평가 방법의선정,평가 결과의 활용에관한 지침으로 구분하여 제시

    -‘평가’에 관한 지침의 상세화-일반 지침과 영역 특수적지침의 상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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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어를 창의적으로 사용하는 능력과 태도를 길러 정보사회에서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국어생활을 영위하고,미래지향적인 민족의식과 건전한국민정서를 함양하며,국어발전과 국어문화 창달에 이바지하려는 뜻을세우게 하기 위한 교과”35)로 규정하였다.요는 국어과 교육의 목표가학습자의 창의적인 국어사용 능력을 길러주는 데에 있다.따라서 국어 교사는 종전의 교수-학습 방법을 보완하고 넘어설 수있는 능동적인 연구로 제 7차 교육과정의 기본방향이 구현될 수 있도록 참여해야 한다.

    【 제 7차 고등학교 『문학』 교육과정 】

    35) 교육부, 『고등학교 교육과정 해설』(교육인적자원부 1997), 18쪽.

    구분 제 7차 교육과정 비고

    교육과정의구성관점

    -‘국어’과목의 문학 영역 내용의 심화로 구성

    - ‘심화․선택 과목’의 성격에적합하게 구성

    -과목 선택형 수준별 교육과정의 ‘심화․ 선택 과목’의 성격에 적합하게 구성-문학의 수용과 창작의 균형 있는 강조

    성격

    -문학 능력 신장,문학 활동에 능동적인 참여,문학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태도를함양하는 과목

    - 문학 능력과 문학 문화개념을 도입한 과목의 성격 규정

    목표

    - 문학 과목의 ‘전문’과 ‘하위목표(지식,감수성과 상상력기르기,문학의 가치를 삶에통합하려는 태도와 문학 문화 발전에 기여하려는 태도)’

    -과목 목표 체계의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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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고등학교 『문학』 교육 과정은 10학년에 걸친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마친 학습자가 심화․선택 과목으로 학습하는 단계로 설정되어 있다.이와 같은 수준별 교육의 체계에 따라 문학의 수용과 창작능력 신장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로 구조화

    내용

    내용체계

    - 교육 내용을 ‘문학의 본질’,‘문학의 수용과 창작’,‘문학과 문화’,‘문학의 가치화와태도’의 네 범주로 구분 체계화

    -문학의 수용과 창작 능력신장에 적합한 내용 체계로 구조화 지향

    학년별내용

    -내용 체계의 ‘이론’과 ‘실제’범주의 교육 내용을 유기적으로 관련지어 제시

    - ‘내용’과 ‘행동’을 결합하여목표 형식으로 제시

    -통일 시대 문학에 관한 내용제시

    - 내용 체계의 교육 내용범주의 관련성 강조-통일 시대와 문학적 지향성 강조

    방법

    -교수․학습에 관한 일반 지침 상세화 제시

    -작품의 수용과 창작에 관한방법의 구체화 제시

    -창작 활동의 범위와 지도단계 구체적 제시

    평가

    -평가 계획 수립에 관한 일반지침 상세화 제시

    -평가 영역별 평가 방법의 구체화 제시

    -다양한 평가 방법의 구체적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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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5․6․7차 고등학교 문학 교과 목표의 비교 】36)

    36) 교육부, 『고등학교 교육과정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