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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연대 저자 저명 1 1927.1-6 홍기문 조선문전요령 2 1929.1.23 이완응 중등교과조선어문전 3 1947.6.30 홍기문 조선문법연구 4 1947.8.15 김근수 중학 국문법책 5 1948.8.25 박태윤 중등 국어문법 6 1949.9.19 이희승 초급 국어 문법 7 1956.4.1 정인승 표준 중등 말본 역대한국문법대계 문법서에 나타난 한국어 품사 통용/전성 현상에 대하여 Pawel Kida Seoul National University 1. 서론 본 논문은 2008년 4월 30일에 간행된 김민수, 고영근의 역대한국문법대계 제2판 과 2009년 11월 30일에 간행된 고영근의 역대한국문법대계(II) 초판에 나온 문법서들을 정 리하는 데에 목표를 둔다. 또한 대상 문법서들에서 품사 통용/전성 현상이 어떻게 다루어져 왔는지 고찰하여 각 특징을 관찰하기로 한다. 현대 한국어문법교육에서는 아래와 같은 현상을 일반적으로 ‘품사통용’이라 한다. a. 나도 참을 만큼 참았다. <명사>/ 나도 그 사람만큼 할 수 있다. <조사> b. 그 아이는 열 을 배우면 백 을 안다. <수사> / 열 사람이 백 말을 한다. <관형사> c. 오늘 달이 매우 밝다 . <형용사)/ 이제 곧 날이 밝는다 . <동사> d. 오늘은 바람이 아니 분다. <부사>/ 아니 ,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감탄사> (a)의 ‘만큼’은 명사와 조사, (b)의 ‘열, 백’은 수사와 관형사, (c)의 ‘밝다’는 형용사와 동사, (d)의 ‘아니’는 부사와 감탄사로 통용된다고 본다. 즉, 비슷한 의미를 가진 동일 형태의 단어 가 다른 문법적 성질을 나타내면서 사용될 경우를 품사 통용/전성이라고 한다. 다만 최근에 는 품사 통용을 품사론에서 다루어야 하며, 품사 전성은 조어법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 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본고에서는 대상 자료에서 품사 통용/전성을 문법 체계의 어디에 위치시켰는지 알 아보고, 품사 통용 및 품사 전성이라는 용어를 어떤 문법서에서 사용했는지 분석하여, 이 현상에 대한 정리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를 구체적인 예를 통해 파악하기로 한다. 2. 자료 아래 표는 2008년 4월 30일에 간행된 김민수, 고영근의 역대한국문법대계 제2판과 2009년 11월 30일에 간행된 고영근의 역대한국문법대계(II)초판에 나온 문법서들 중, 품사 통용이나 전성을 기술하고 그 예를 든 경우들을 수집한 것이다. [표:1] 연대에 따른 기존 국내 문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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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연대 저자 저명

1 1927.1-6 홍기문 조선문전요령

2 1929.1.23 이완응 중등교과조선어문전

3 1947.6.30 홍기문 조선문법연구

4 1947.8.15 김근수 중학 국문법책

5 1948.8.25 박태윤 중등 국어문법

6 1949.9.19 이희승 초급 국어 문법

7 1956.4.1 정인승 표준 중등 말본

역대한국문법대계 문법서에 나타난 한국어 품사 통용/전성

현상에 대하여

Pawel Kida

Seoul National University

1. 서론본 논문은 2008년 4월 30일에 간행된 김민수, 고영근의 역대한국문법대계 제2판

과 2009년 11월 30일에 간행된 고영근의 역대한국문법대계(II) 초판에 나온 문법서들을 정

리하는 데에 목표를 둔다. 또한 대상 문법서들에서 품사 통용/전성 현상이 어떻게 다루어져

왔는지 고찰하여 각 특징을 관찰하기로 한다.

현대 한국어문법교육에서는 아래와 같은 현상을 일반적으로 ‘품사통용’이라 한다.

a. 나도 참을 만큼 참았다. <명사>/ 나도 그 사람만큼 할 수 있다. <조사>

b. 그 아이는 열을 배우면 백을 안다. <수사> / 열 사람이 백 말을 한다. <관형사>

c. 오늘 달이 매우 밝다. <형용사)/ 이제 곧 날이 밝는다. <동사>

d. 오늘은 바람이 아니 분다. <부사>/ 아니,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감탄사>

(a)의 ‘만큼’은 명사와 조사, (b)의 ‘열, 백’은 수사와 관형사, (c)의 ‘밝다’는 형용사와 동사,

(d)의 ‘아니’는 부사와 감탄사로 통용된다고 본다. 즉, 비슷한 의미를 가진 동일 형태의 단어

가 다른 문법적 성질을 나타내면서 사용될 경우를 품사 통용/전성이라고 한다. 다만 최근에

는 품사 통용을 품사론에서 다루어야 하며, 품사 전성은 조어법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

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본고에서는 대상 자료에서 품사 통용/전성을 문법 체계의 어디에 위치시켰는지 알

아보고, 품사 통용 및 품사 전성이라는 용어를 어떤 문법서에서 사용했는지 분석하여, 이

현상에 대한 정리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를 구체적인 예를 통해 파악하기로 한다.

2. 자료

아래 표는 2008년 4월 30일에 간행된 김민수, 고영근의 역대한국문법대계 제2판과

2009년 11월 30일에 간행된 고영근의 역대한국문법대계(II)초판에 나온 문법서들 중, 품사

통용이나 전성을 기술하고 그 예를 든 경우들을 수집한 것이다.

[표:1] 연대에 따른 기존 국내 문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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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8 1956.4.1 정인승 표준 고등 말본

9 1956.3.30 이숭녕 고등국어문법

10 1957.3. 최태호 중학 말본 I

11 1964.3.1 한국국어교육연구회문교부학교문법 통일에 따른 중

학 국문법

12 1964.3.25 한국국어교육연구회문교부 학교문법 통일에 따른

고등 국문법

13 1965.4.20 고창식,이명권,이병호 학교 문법 해설서

14 1967.1.10 이은정, 한인석 중학표준문법

15 1967.1.10 이을환, 이응호, 이인섭 중학문법

16 1967.1.10 정인승 표준 중학말본

17 1968.1.20 강윤호 정수문법

18 1968.2.20 양주동,유목상 새 문법

19 1968.2.20 이명권, 이길록 문법

20 1968.2.20 이숭녕 문법

21 1968.2.20 이을환 최신 문법

22 1968.2.20 이은정 우리문법

23 1968.2.20 이인모 새문법

24 1968.2.20 이희승 새문법

25 1968.2.20 정인승 표준 문법

26 1968.2.20 최현배 새로운 말본

27 1979.3.1 김완진, 이병근 문법

28 1979.3.1 김완진, 이병근 문법(교사용 지도서)

29 1979.3.1 이길록,이철수 문법

30 1982.12.23 강신항 외 학교문법 체계통일을 위한 연구

31 1985.3.1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문법 (교사용 지도서)

위의 표를 통해, 홍기문(1927)의 「조선문전요령」으로부터 성균관대학교 대동문문화연구원

(1985)의 「문법」에 이르기까지, 거의 6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다양한 문법서를 통해 품

사통용 또는 전성 현상이 기술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3. 품사 통용

품사 통용으로 지칭되는 현상은 홍기문(1927)의 「조선문전요령」과 홍기문(1947)

의 「조선문법연구」와 강신항 외(1982)의 「학교 문법 체계통일을 위한 연구」와 성균관

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1985)의 「문법(교사용 지도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구본관

(2010)에 따르면 품사 통용은 국어학계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으로 홍기문(1927, 1947)

에서 도입되어 고영근(1973/1999)를 걸쳐 남기심·고영근(1985)에까지 발전해오며, 학교 문

법을 중심으로 널리 받아들여져 왔다. 현대 학교 문법에서는 품사 통용에 대하여 ‘하나의

단어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품사 부류에 소속되지만 둘 이상의 품사를 가지고 있는 단어가

있을 수 있다’고 기술한다. 즉, 품사 통용은 품사론에 속하는 것으로 기술된다. 홍기문

(1927)은 구조적으로 품사 통용을 명백하게 품사론의 범주에서 다루는데 제1장에 품사분류

가 제시되어 있고 제2장에 품사통용이 실려 있다. 홍기문(1927)과 홍기문(1947)에서 정리

된 현상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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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1) a.

b.

홍기문(1927,1947)의 품사 통용은 동일한 말, 또는 한 어사(語詞)가 이 품사 저 품사로 통

용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고영근·구본관(2008)의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홍기문

(1927)은 품사 통용을 문장구조의 관점에서 보아, 문장구조를 파악해야만 대상 단어가 어떤

품사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대상 단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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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2) a.

(3) a.

이 형태 변화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품사 통용이 영어와 독일어와 프랑스어뿐

만 아니라 한국어와 중국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그는 (1)a 논의에서

는 한국어에 명사와 동사, 명사와 부사, 동사와 형용사, 형용사와 부사, 부사와 후치사의 통

용 유형을 제시하였고, (1)b 논의에서는 명사와 동사, 명사와 형용사, 명사와 부사, 동사와

형용사, 형용사와 부사의 통용 유형을 각각 예를 들어 제시했다. 다만 여기에서 염두에 두

어야 할 점은 홍기문(1947)에서 나타나는 ‘전성’이란 용어가 단어형성에서 사용되는 개념이

라는 점이다.

(2)a에 나타난 바와 같이, 한국어에서 단어가 형성될 때 전성어미를 통해서 단어를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단어의 품사도 달라진다. 다시 말해 홍기문(1947)에서는 품사

통용을 조어론이 아닌, 품사론에서 다루었다는 점에서 현대 한국어문법의 견해와 비슷하다.

이후에 품사 전성을 기술한 문법가들은 품사 전성 안에서 단어의 형태가 변하는 것과 변

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보았다. 후자의 경우에 대해 품사 통용으로 본 경우를 강신항 외

(1982)의「학교 문법 체계통일을 위한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다음과 같이 일곱 유

형으로 정리하여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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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a.

강신항 외(1982)에서는 품사 통용을 단어 차원에서 보아, 한 단어가 둘 이상의 문법적 성질

을 가지는 경우에 대해 이 용어를 사용했다. (1ㄱ)은 ‘신’이란 형태소가 명사와 동사에, (ㄴ)

는 ‘밝’이란 말이 형용사와 동사에, (ㄷ)은 ‘오래’란 말이 부사와 형용사에, (ㄹ)는 ‘만큼’이란

말이 조사와 명사에, (ㅁ)는 ‘열’이란 말이 수사와 관형사에, (ㅂ)은 ‘이지적’이란 말이 명사

와 관형사에 각각 통용되는 경우이다. 또한 (ㅅ)의 예에서 ‘어디’의 주요 기능은 대명사인데

파생적 기능으로 부사 기능을 볼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1985)에서는 강신항 외(1982)와 비슷한 관점에서 품사 통용을 바라보고 있다. 즉, 한 단어

가 둘 또는 그 이상 기능을 지니는 경우를 품사 통용이라 보았다.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

구원(1985)의 「문법(교사용 지도」에서는 이 개념을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한 단어가 하나의 기능을 갖는 경우도 있고 둘 또는 그

이상의 기능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여, 품사 통용을 단어 차원에서 보고 있음을 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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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

(5) a.

b.

있다. 그리고 ‘밝다’와 같은 단어의 경우, 어느 것을 기본형으로 삼아야할지 구별하기 어렵

다고 보고 ‘전성’ 대신 ‘통용’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사전에서 처리하는 것처럼, 한 단어가 두 품사의 성격을 공유하는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의 세 문법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바와 다음과 같다. 품사 통용 또는 전성

을 논할 때 품사 분류 기준 중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기능’이며, 문장구조를 파악함으로써

한 단어가 해당 문장에서 둘 또는 그 이상의 문법적 성질, 즉 기능을 가져 통용을 나타내는

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통용을 이루는 단어 중 어느 것을 으뜸으로 삼

아야 할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음을 알 수 있다.

1. 품사 전성

품사 전성으로 지칭되는 현상은 [표:1]에 나타난 바와 같이 이완응(1929)의 「중

등교과 조선어문전」으로부터 이길록·이철수(1979)의 「문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법서

에서 기술되어 왔다. ‘전성’은 단어가 아무 외현적인 형태소의 결합이 전혀 없는 상태로 다

른 범주의 단어로 전환되는 현상을 가리키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품사에 적용한 것이 ‘품사

전성’이다. 이에 대해 다양한 용어들이 있을 수 있으나, 본고에서는 ‘바뀌어 이루어진다’는

뜻의 ‘전성’을 사용하기로 한다1). 구본관(2010)에서는 품사 전성(혹은 전환)이 어떠한 경로

로 쓰이게 되었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는 품사 전성(전환)에 대해 ‘H.Sweet를

비롯한 전통적인 서양어의 품사 분류를 시도한 학자들의 논의에서 사용하던 개념이 최현배

를 통해 도입되어 한국어 품사 분류에 적용된 것’이라 보고 있다. 1930년에서부터 1980년

에까지 많은 문법서에서는 ‘품사 전성’이라는 용어만 사용하고 있다. 이 용어가 갖는 사용상

의 이점에 대해서 이선웅(2012)에서는 첫째, ‘전성어미’와의 용어적 관련성을 맺기가 좋고,

둘째, 한국어 전통문법의 매우 중요한 업적인 최현배의 용어와 일치하며 셋째, 많은 연구자

들이 ‘품사 전성’이라는 용어를 선호해 온 관용과 일치한다고 했다. 기존 문법서중에서는 이

완응(1929)의 「중등교과조선어법」에서부터 이 개념을 도입하는데 최현배(1957)의 「새판

고등말본」과 최현배(1968)의 「새로운 말본」에서도 이 개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김

근수(1947)의 「중학 국문법책」과 박태윤(1948)의 「중등 국어문법」에서는 전성의 개념

에 대한 정의를 하지 않고 예문만 들었다. 최현배(1957,1968)와 비슷하게 전성의 계념을

기술한 경우는 정인승(1956)의 「표준 고등 말본」과 최태호(1957)의 「중학 말본I」, 그리

고 한국국어교육연구희(1964)의 「문교부 학교 문법 통일에 따른 중학 국문법」과 이을환·

이응호·이인섭(1967)의 「중학 문법」등이 있다. 이들의 품사 전성에 대한 정리 중 몇몇을

아래에 제시하기로 한다.

1) 이선웅(2012:20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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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6) a.

이완응(1929)에서는 품사의 쓰임과 형태와 의미가 달라져서 한 품사에서 다른 품

사로 바뀌게 된 것을 품사 전성이라 한다. 그는 전성 유형을 전성명사, 전성대명사, 전성동

사, 전성형용사, 전성관형사, 전성부사, 전성감동사, 전성조사로 나누었다. 최태호(1957)에서

는 품사는 하나로 고정되어 있는데 한 품사에서 다른 품사로 변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

았다. 한국국어교육연구회(1964.3.1.) 역시 최현배(1957, 1968)과 비슷하게 품사 전성을 기

술한다. 전성은 파생법과 동류의 현상이지만, 접미사에 대해서는 언급한 바가 없다.

그런데 ‘전성 개념’을 서술하는 다른 문법서들을 보면 그 개념에 ‘원형이 변하다/변

하지 않다’란 말이 나타난다. 이러한 개념 설명을 다수 찾아볼 수 있는데, 이희승(1949)의

「초급 국어 문법」, 이숭녕(1956)의 「고등국어문법」, 한국국어교육연구회(1964)의 「문

교부 학교 문법 통일에 따른 고등 국문법」, 고창식·이명권·이병호(1965)의 「학교 문법 해

설서」와 이은정·한인석(1967)의 「중학표준문법」과 강윤호(1968)의 「정수 문법」, 양주

동·유목상(1968)의 「새 문법」, 이명권·이길록(1968)의 「문법」, 이을환(1968)의 「최신

문법」, 이은정(1968)의 「우리문법」, 이인모(1968)의 「새문법」, 이희승(1968)의 「새문

법」과 김완진·이병근(1979)의 「문법」, 김완진·이병근(1979)의 「문법(교사용 지도서」와

이길록·이철수(1979)의 「문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성 정의의 몇 예를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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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

b.

어떤 품사가 혹은 그 꼴 그대로, 혹은 꼴이 달라지면서 다른 품

사로 바뀌기도 한다.

이와 같이 어떤 품사의 말이 다른 품사로 바뀌는 것을 품사의

전성이라고 한다.

철수가 웃는다.

저절로 웃음이 난다. 動→名

기차가 빠르다.

기차가 빨리 달린다. 形→副

넷의 갑절은 여덟이다.

나는 여덟 개 먹었다. 數→冠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너는 지금 어디로 가느냐? 名→副 (이은정 1968: 81)

이희승(1949)에서는 품사론에서 ‘품사 전성’의 현상을 다루고 있는데, 품사의 원형이 변하는

경우와 변하지 않는 경우로 구분했다. 원형이 변하지 않는 경우에 ‘신’은 한편에서는 명사

로, 다른 편에서는 동사로 쓰이는 것으로 보았고 ‘저’의 경우는 한편에서는 관형사로, 다른

편에서는 대명사로 쓰인다고 보았다. 즉, ‘신’은 명사로부터 동사로, ‘저’는 관형사로부터 대

명사로 변한 것이라 본 것이다. 원형이 변하는 경우에 대해, ‘먹어야’는 동사이지만 ‘먹이’는

명사인 것을 예로 들었다. 또한 ‘빠르다’는 형용사, ‘빨리’는 부사인 것도 예시했다. 즉, 명사

‘먹이’는 ‘먹다’로부터, 부사 ‘빨리’는 형용사 ‘빠르다’로부터 나온 것으로 본 셈이다. 이명권·

이길록(1968)에서는 품사 전성에 단어의 모양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주

장했다. 형용사인 ‘빠르다’는 부사인 ‘빨리’, 형용사인 ‘높다’는 명사인 ‘높이’로 바뀌고, 대명

사인 ‘여기’는 부사인 ‘여기’, 대명사인 ‘그’는 관형사인 ‘그’로 바뀌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각각 단어의 모양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의 예로 보았다. 이은정(1968)에서도 품사

전성을 품사론에서 포함시켜 기술했다. ‘원형 변화’와 ‘단어의 모양 변화’이란 말 대신에 어

떤 품사가 그 ‘꼴’ 그대로 혹은 ‘꼴’을 달리하면서 품사가 바뀐다고 했다. 즉, ‘웃음, 빨리’의

경우는 꼴이 달라지면서, ‘여덟, 지금’의 경우는 꼴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품사가 바뀐 것으

로 보았다. 위에서 언급한 전성의 개념과 예문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단어에 파생접미

사가 붙는가의 여부에 따라 원형이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으로 구별하였다. 그러나 파

생법을 설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파생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으며 파생 방향성에 대

한 설명도 찾아볼 수 없다.

다음으로 아래에 예로든 것은 체계적으로 품사 전성을 본 김완진·이병근(1979)의 「문법」

과 김완진·이병근(1979)의 「문법(교사용 지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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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

(7) a.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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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

(8) a.

김완진·이병근(1979:102)에서는 품사 전성을 품사론에서 체계적으로 다루면서, 한 단어가

그 자격을 바꾸어 역할을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다른 문

법서와는 달리, 명사가 동사로 전성할 때 모음의 길이가 길어진다는 것을 지적한 점이다.

이에 대해 ‘신→신는다, 신고, 신어, 신을’, ‘품→품는다, 품고, 품어, 품을’, ‘안→안는다, 안

고, 안아, 안을’을 예로 들었다. 김완진·이병근(1979)의 「문법(교사용 지도서)」에서는 품사

전성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여기서 품사의 전성은 단어 파생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

인데 대개는 파생 접미사에 의해 이루어지며 접미사에 의한 품사의 전성은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라고 했다. 접미사에 의한 전성이 비교적 자유로운 것은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사이

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이며, 대명사, 수사, 관형사, 감탄사, 조사 같은 경우에 순수히 파생접

미사에 의해서 다른 품사로부터 전성된 경우가 없다고 보았다. 또 접미사에 의하지 않는 품

사 전성을 크게 세 유형으로 나누었다. 어간의 변화가 없는 품사 전성의 경우에 대해서는

명사로부터 전성된 동사를 언급했고, 용언의 활용형이 굳어져서 다른 품사로 전성된 경우로

는 동사와 조사, 형용사와 부사, 형용사와 조사, 형용사와 감탄사의 사이에 나타나는 전성의

예들을 다루고 있다. 매우 불규칙한 경우로 수사와 관형사를 언급하였다. 역시 이 논의에서

도 파생법에서 영파생을 다루지 않았으며 파생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를 찾아 볼

수 없다.

이상에서는 품사 전성이라는 용어 아래에서 ‘원형/모양/꼴이 변하는 겨우’와, ‘원형/

모양/꼴이 변하지 않는 겨우’ 즉 접미사에 의한 전성과 접미사에 의하지 않은 전성을 나누

어본 논의들을 살펴보았다. 이외에도 ‘품사 전성’에서 문장구조나 단어 문장의 전후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문법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즉, 위에서 살펴본 문법서들과 다소 다른 관점

에서 ‘품사 전성’에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정인승(1956)의 「표준 중등 말본」과 정인승

(1967)의 「표준 중학말본」과 이숭녕(1968)의 「문법」과 정인승(1968)의 「표준 문법」

이 이에 해당한다. 이 논의들에서 제시한 품사 전성의 개념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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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

b.

명사가 다른 품사로 되는 경우:

오늘이 보름이다/ 나는 오늘 왔다.

대명사가 다른 품사로 되는 경우:

누가 나를 찾는가?/언제든지 작은 나를 버리고 큰 나를 알아야

수사가 다른 품사로 되는 경우:

백에서 열을 빼면 아흔이다/열 사람이 백 말을 해도 들을 이의

짐작이다.

부사가 다른 품사로 되는 경우:

그들이 모두 어디서 왔는가?/모두가 나의 잘못입니다. (중략)

c.

명사의 품사전성:

처음과 끝이 한결같다/나는 그를 처음 보았다.

대명사의 품사전성:

누가 나를 찾나?/ 작은 나를 버리고 큰 나를 찾아야 한다.

수사의 품사전성:

열을 들고 백을 안다/열 사람이 백 말을 한다. (중략)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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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

정인승(1956)에서는 단어가 문장의 형편에 따라 다른 품사로 바뀌어 그 문장의 조각으로

쓰이는 것이라 했다. 그는 유일하게 접미사에 의한 파생을 언급하지 않고 순수하게 형태 변

화가 없는 예들만을 모아, 이름씨가 다른 씨로 바뀐 것, 움직씨가 다른 씨로 바뀐 것, 그림

씨가 다른 씨로 바뀐 것, 매김씨가 다른 씨로 바뀐 것, 어찌씨가 다른 씨로 바뀐 것, 토씨가

다른 씨로 바뀐 것, 느낌씨가 다른 씨로 바뀐 것의 일곱 유형의 품사 전성을 상정했다. 정

인승(1967)에서도 정인승(1956)의 논의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단어가 문장 성분으로 쓰일 때

문장 형편에 따라 다른 품사로 바뀔 수 있는 것이라 보면서 유형에는 더 많은 종류 즉, 명

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조사, 감탄사가 다른 품사가 되는 경우들 아

홉 종류를 살펴보았다. 이 역시 형태 변화가 없는 경우만 들고 있다. 정인승(1968)은 정인

승(1967)과 큰 차이가 없으며 추가적으로 품사가 달라지는 것을 품사 전성, 뜻이 달라지는

것을 품사 전의로 구별하였다. 이숭녕(1968)에서는 단어에 따라 형태가 같더라도 품사가 다

른 것이 있으며, 문장 전후 관계, 즉 문맥에서 따라야 단어를 잘 구별할 수 있다고 주장하

였다. 그런데 정인승(1957/1967/1968)과는 달리 접미사에 의한 파생과 접미사에 의하지 않

은 파생의 예를 들고 있다.

5. 결론

이상의 문법서들을 종합적으로 개괄해보면 기존 문법서에서는 품사 전성, 품사 통

용의 현상을 기술함에 있어서 개념 서술에 대한 약간의 차이가 보임을 알 수 있다. 품사 통

용에 대해서는 한 단어가 둘 이상 기능을 가지는 것으로, 다른 품사에 소속되거나 문장 구

조상 한 단어가 다른 품사가 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품사 전성에 대한 주된 입장은 (1)원형

이 변하는가의 여부, 즉 파생접미사가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한 단어가 다른 품사에 들어갈

수 있거나 (2)단어가 문장 전후 관계에 따라 구별이 되어서 다른 품사에 들어가는 경우에

해당된다. 다만 ‘품사 전성’의 개념 속에 영파생이나 파생의 방향성을 자세히 언급한 문법서

는 발견되지 않았다. 기존의 문법가들은 품사 통용이든 전성이든, 문법 체계 상 품사론에서

품사 통용/전성을 다루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단어를 주로 문장에서는 기능과 분포

를 중심으로 분류한 것이다. 분석한 논의를 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표:2] 기존 국내의 문법서에서 용어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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