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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D MAGAZINE 2012. 09.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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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Magazine of PSPD, 09/2012, no.190PSPD, People's Solidarity for Participatory Democ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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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PSPD MAGAZINE 2012. 09. (190)
Page 2: PSPD MAGAZINE 2012. 09. (190)
Page 3: PSPD MAGAZINE 2012. 09. (190)

대선에 포획된 시민의 꿈?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봄은 주총의 계절이었던 시절

무감사회

검사님들, 딱 다섯 사람만 기억하자

몰라서 못 지키고, 알아도 지킬 수 없는 기부금품법

한국 민주주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은

바울 슈나이스 목사 - 오재식 전 참여연대 공동대표 대담

어른의 탄생, 윤원재 회원

대선 단상 ① 민주당은 왜 이럴까

요동치는 바다, 격랑에 휩싸이는 한반도

인간에겐 인권을, 동물에겐 동물권을

누구든지 아무 때나 종이 공작 박람회

도시여자의 산골표류기 - 쐬주편

장거리 연애? 가까이 있을 때 다시 생각해봐!

Try to Remember

정현백

임종진

편집팀

차병직

엄진령

이진영

전현경

박유안

호모아줌마데스

정태인

김정인

박태근

이명석

도시여자

김남훈

고경일

여는글

창그림

아참

참여연대사

통인

만남

경제

역사

읽자

놀자

살림

상담

만평

통인뉴스

투명회계

04060718

252831

34

40

4648

5052545657

5860

2012 09

ⓒatopy

특집

내 가계부를 공개합니다

조국의 미래는 밝다

민생苦 뽀개기

편집팀

장윤수

편집팀

091214

민생苦

기획

칼럼

살맛

알림

사람

Page 4: PSPD MAGAZINE 2012. 09. (190)

4 2012 09

대선에 포획된 시민의 꿈?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대선과 시민사회

지금, 12월 대선을 중심으로 만사가 돌아가고 있다. 쟁점이 될 만한 문제에 대해서도 대선에 어찌

작용할지를 중심으로 대처 방식이 결정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다음 정부에서 시민이 정말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는 망각되고,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말의 잔치 속에서 정치공학이 시민

의 꿈을 능가하고 있다. 이제라도 시민들은 커피 전문점, 음식점 혹은 술집에서 삼삼오오 만난다

면 우리의 꿈이 무엇인지 서로 털어놓고 토론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스스로의 꿈이 무엇인지 모

르고, 우리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신념도 잃어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다시 짚어보는 시민사회의 의미

시민사회는 17, 18세기의 서구에서 계몽주의 작가들을 통해 절대군주의 전횡에 반대하는 기획으

로 시작되었다. 그 핵심에는 개인과 집단 스스로에 의한 사회의 조직화라는 통념이 들어 있다. 서

구 부르주아 계급은 능력주의·법치주의·대의제의 이념과 자본주의 정신의 훈육Discipline, 그리고

성 윤리나 일상생활에서의 갖가지 엄격한 의례를 통하여 그들 스스로의 시민성을 만들어갔고, 이

를 통해 오늘의 훈련된 서구 중산층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헤겔과 마르크스의 저작들은 시민사회를 부르주아지나 중산층의 이익을 지키는 존재로

비판하였고,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시민사회’는 진보 세력에 의해서 경원시되는 용어였다. 그래

서인지 우리 사회에서도 진보 세력 중에 시민사회나 시민운동을 중간계급 속성을 지닌 집단으로

폄하하는 경향도 있다.

1980년대 유럽의 진보세력은 동구 공산권 국가들의 일당독재나 소련의 전체주의에 반대하면서,

자유·다원주의·사회적 자율성을 옹호하고, 과거 부르주아지 사회와 구별하기 위해서 ‘시민사회

Civil Society’라는 용어를 재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자기조직화나 시

민 개인의 책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제 시민사회는 개입주의적인 복지국가

가 너무 많은 것을 규제하는 문제점이나 고삐 풀린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공동체 사회를 지향하려

한다. 또한 시민사회 담론은 경쟁이나 개인적 이익의 최적화에 기반을 둔 시장논리와는 다른 해결

책을 지향한다. 다원성, 차이, 긴장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한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라. 정부의 천

안함 조사 결과에 대한 참여연대의 의문 제기를 보수언론은 ‘국론이 분열되고 한국의 미래가 염려

여는글

Page 5: PSPD MAGAZINE 2012. 09. (190)

5참여사회

된다’고 온갖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서구의 시민사회는 이런 차이나 긴장 자체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나아가 공공사회에서의 갈등을 넘어 타협이나 이해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서의 정치’

를 중요하게 여긴다.

시민의 꿈을 현실로 만들자

이제 한국의 시민사회 그리고 시민운동은 시민에게 스스로의 꿈을 말하게 해야 한다. 참여연대를

위시한 시민단체들은 오랫동안 대선과 관련하여 ‘복지’와 ‘경제민주화’ 문제를 쟁점으로 끌어내었

다. 그러나 우리 활동은 앞의 묵직한 주제가 개별 시민의 일상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와

그것을 시민들이 어떻게 실감할 수 있을지 그리고 시민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 참여연대가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 단계로 더 진전해야 한다.

내가 6년을 살았던 독일 사회를 예로 들어보자. 박사과정까지 모든 학비는 무료였고, 대부분의

학생은 생활비 몫으로 국가로부터 융자 장학금을 받았으며, 나중에 취업을 하면 장기간에 걸쳐 상

환한다. 대부분 시민들은 공공임대주택에서 살고, 월세가 수입의 일정 부분을 넘으면 국가가 보조

해준다. 보육료도 마찬가지다. 의료비는 100%를 보험에서 지급하였다. 이런 제도들은 세계화의

충격 속에서 어느 정도 약화되고 있긴 하지만, 그 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고교 내신 성적으로 진학하고, 대학은 평준화되어 있다. 소득 재분배 정책에 따라서, 중상층은

거의 수입의 절반을 세금으로 낸다. 의료보험이나 연금 등도 수입에 따라 누진적으로 적용된다.

부부가 모두 정규직일 경우, 한 사람 월급의 절반은 세금으로 나간다. 이런 제도는 교사 등의 직종

에서 주당 절반을 일하는 정규직 창출을 촉진한다. 초중등학생에게는 매달 통학권이 지급되고, 유

난히 교통비가 비싼 나라이지만, 대학생은 학생증 하나로 반경 100km 내의 모든 교통 시설을 이

용할 수 있다. 물가는 비싸지만, 우유나 감자·과일·화장품 등의 생필품 가격은 지금도 우리보다

훨씬 저렴하다. 학용품 등 일정 품목의 가격은 우리의 2~4배 수준이지만, 독일인들은 이를 감수

하고, 대신 물건을 아껴 쓴다. 바로 이런 점이 서구 국가 중 유일하게 아직도 독일에 중세 이래의

길드 제도가 남아 있고, 중소기업이 굳건히 버틸 수 있는 이유이다.

우리도 독일과 같은 사회를 만들자고 하면, 보수 세력은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대경실색할 것

이다. 그러나 독일의 사회복지제도는 스웨덴이나 덴마크에 비해 보수적이어서 오히려 우리가 도

입하기가 용이하다. 또한 지금의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독일이야말로 가장 견고하게 버티지 않는

가? 시민들이여! 우리도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소박한 꿈을 말하고 토론하고 사회적 합

의를 만들어 갑시다!

Page 6: PSPD MAGAZINE 2012. 09. (190)

6 2012 09

창그림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골프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홀인원’이 뭔지만 압니다. ‘파’니 ‘이글’이니 ‘언더’니, 하는 용어들은 무슨 뜻인지도 모릅니

다. 그쪽으로는 뇌가 기능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골프 치는 사람들을 탓할 생각은 그닥

없습니다. 내 또래의 많은 지인들이 이미 즐기고 있고, 또 재미있다고들 하니 말릴 이유를

찾을 일도 없습니다. 어쨌거나 나는 나대로 즐기는 놀이가 있으니 부러워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좁은 이 나라 땅덩어리에 골프장이 너무 많다는 생각은 가끔 해봅니다. 골프를 치고 안 치

고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시설 관리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도 워낙 많이 나오

는 얘기이니 뭐 그 역시 따지고 들 생각이 없습니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새로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70~80년을 살아온 땅에서 내몰리듯 쫓겨나는 이들의 눈빛입니

다. 그 세월을 살아온 이들에게 더 이상 좋은 곳은 없습니다. 단 한 명뿐이라 하더라도, 그

가 원한다면, 당신이 살아온 땅에서 남은 삶을 마치고 싶어 한다면, 그냥 사시던 대로 살게

놔두었으면 싶습니다. 그 동네에 골프장 짓겠다고 얼쩡대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Page 7: PSPD MAGAZINE 2012. 09. (190)

7참여사회

보통 사람 살아가기,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지요. 9월호 특집은 <민생苦>입니다.

조국의 미래가 참으로 걱정되기도 합니다만, 그 이전에 나와 내 가족의 미래는 오기는 오려는가 막막

하지요. 가계부담, 법과 제도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참여사회 특집에서 확인하세요.

한국 민주화운동에 큰 기여를 하신 바울 슈나이스 목사께서 한국을 방문하셨습니다. 이때다 싶어 얼

른 모셨습니다. 한국과 인연이 깊은만큼이나 오재식 참여연대 전 공동대표와 인연이 깊어 많은 말씀

을 나누셨는데 지면에 다 담지 못해 아쉽습니다. 그 중 보석같은 이야기만 추려 실었습니다.

시골 외가댁에 어린 손주들이 다녀가면 이러려나요. 참여연대는 여름이면 와글와글하다가 개강 시즌

이면 순식간에 조용해져 적적할 지경입니다. 방학에 운영되는 인턴 프로그램이 마무리된 탓이지요.

갓 인턴을 마친 윤원재 회원을 인터뷰했습니다.

참여연대의 9월은 바쁩니다. 창립기념일이 있고, 창립 기념 후원의밤이 있습니다. 올해 후원의 밤은

9월 10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합니다.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시고, 참여연대 씩씩하게 자라도록 힘 많이 모아주십시오.

『참여사회』 편집팀

1. 김다혜

참여사회 9월호에서만 무려 5개 페이지 디자인,

일러스트를 포함하면 매월 셀 수 없이 많은 작업

물로 참여사회에 기여하는 김다혜 간사입니다. 출

중한 디자이너 김다혜가 있는 참여연대는 럭키!

2.. 이한나

9월 내내 본업을 마치고 퇴근하면 참여연대에 재

출근하다시피 하여 참여사회 교정교열을 보거나

참여사회연구소를 위한 원고 쓰기를 반복한 완소

임원입니다. 이한나 편집위원의 저녁 있는 삶을

위해 참여사회 편집팀 자원활동가를 모집합니다.

참여연대 웹사이트를 통해 신청해주세요.

3... 정태인

9월호 <경제>는 외도를 합니다. 정태인 원장이 글

에서 밝혔듯 정치 평론으로 ‘외도’ 하는 바람에 참

여사회 <경제> 칼럼이 덩달아 외도를 하는 셈이지

요. 모든 사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듯, 경제 또한

정치가 아닐 리 없겠지요. 경제학자 정태인의 정

치 평론 ‘대선 단상’ 시리즈, 기대해 주십시오.

아.참.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9월호를 함께한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9월호 참여사회를

모니터해주시는 성실한 독자를 위해

개마고원에서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미래의창에서 『동물권리선언』,

민음사에서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협찬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1 2 3 4 5

아참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가

못다한 이야기를 하는 지면입니다.

참여사회 어떠세요?

의견을 보내주세요.

좋은 의견 주신 6분을

선정하여 <읽자>에 소개된

도서를 보내드립니다.

의견 보낼 곳

[email protected]

지구를 사랑하는

참여사회는 본문에

재생 종이를 사용하고

표지에 코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본문용지 미색 중질지

반무광 80g/m2

표지용지 백색 모조지

180g/m2

4.... 차병직

참여연대 역사, 그 중요한 순간들을 정리하기 위

해 고심하며 참여연대 창립을 함께하신 여러 분

을 뵈었습니다. 입을 모아 한 분을 추천하셨습니

다. 그 한 분, 차병직 변호사를 모시고자 지난 4월

부터 뵙고 기획을 설명했는가 하면, 근래에는 매

주 미팅을 하다시피 했습니다. 공들여 받은 <참여

연대 20년, 20장면>의 첫 이야기, 창립 18주년을

맞아 독자들께 전합니다.

5..... 장윤수

원고 청탁에 이런 답을 주셨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심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어제 죽으

려고 했는데 살아있기를 잘했단 생각이 드네요.”

참여사회를 인쇄하는 오늘은 이런 글을 쓰셨군요.

“비도 주룩주룩 오는데 오늘은 술이나 왕창 먹고

기절해야겠다. 깨어나면 면 침장이 깔린 시원한

침대겠지. 영안실. 그리고 난 거울없이 내 얼굴을

보게 될거야,라고 생각하는 오후 6시 35분. 아무

튼 술까지는 실천에 옮기려고 결심하는 오후 6시

36분.” 살아서 9월호 받아보시길 빕니다.

Page 8: PSPD MAGAZINE 2012. 09. (190)

8 2012 09

특집

대한민국은 ‘경제 대통령’ 모신 지 5년차.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어디 한 번 봅시다.

조국의 미래는 밝은가 어디 한 번 보고요.

현실은 시궁창이라고요?

출구, 멀지만 있습니다.

민생苦

특집 민생苦 내 가계부를 공개합니다

조국의 미래는 밝다

민생苦 뽀개기

Page 9: PSPD MAGAZINE 2012. 09. (190)

참여사회

내 가계부를 공개합니다

민생苦, 어떻게 나고 있습니까?

다른 사람들은 얼마를 벌어 어떻게 쓰는지,

어디 한 번 봅시다.

● 가계부 작성자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특집민생苦

9

나란 사람?

생활비 지출의 우선 순위는?

지출의 원칙이 있다면?

생활비 절약,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가계의 재정문제 해결을 위해 계획하는 것이 있다면?

18대 대통령 후보님, 민생고 해결을 위해 이것을 부탁해요!

하고싶은 말

Q

가계를 제대로 꾸려가지 못해 반성하고 있으

나 별로 나아지지는 않아 고민이 많다. 가계부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으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렇게 반성하면 반짝 쓰다가 다시 제자리다.

우선순위를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가계수입은 한정

적이고 지출항목도 대체로 일정한데. 생활비로 여유롭게 쓸

돈이 많지 않은데다가 나름 꼭 필요한 곳에 쓴다고 생각한다.

굳이 따지자면 아이 관련 지출 우선이다.

고정적으로 나가는 보험, 아이 교육비, 각종 회비, 공과금

과 관리비, 이자, 남편 용돈을 제외한 나머지 돈으로 생활비

를 쪼개 쓴다. 고정 지출은 부부가 함께 결정한다. 얘기하다

보면 지출 중요도를 따지는데 좀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

다. 이외엔 꼭 필요한지 따져보고 중요한 것부터 구입한다.

안그러면 카드값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리고 아이와 약속한

지출은 반드시 지킨다.

자랑할 만한 노하우는 없고 생활에서 몇 가지 실천은 하고

있다. 대기전력차단에 신경 쓰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환경

보호도 하고 식비 지출도 줄인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땐 누적

액을 체크한다. 확인하지 않으면 생각한 금액보다 꼭 초과하

게 되더라. 이것도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닌데, 다음 달부터는

카드사에서 알려준다니 정말 다행이다.

돈을 더 많이 벌거나 아니면 안쓰거나. 물가인하에 유치원

비 무료, 집값까지 해결까지 되면, 아싸!!! 그리고 사교육에서

자유로워지거나……, 모든게 참 어렵다. 그냥 평범한 전업주

부가 생각하는 건 첫째는 절약, 둘째는 재테크, 셋째는 아이

가 좀 크면 재취업하는 것인데, 이것도 너무 어렵다.

억울하지 않게 세금 낼 수 있게 해주세요! 직장인만 봉이

냐는 말에 정말 동감한다. 투명한 우리집 재정! 모두 똑같이

번만큼 세금 내면 억울하지 않을텐데 많이 버는 사람들이 세

금은 내고 싶은 만큼(?)만 내는 상황! 세금 내는 거야 당연하

다. 다만, 기분 좋게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세금으로 할 일

이 얼마나 많은가!

A

김민선 여, 40세, 경기도 거주

수입 지출 식비 주거 통신 생활용품 의복/미용 건강/문화 교육/육아 교통/차량 경조사/회비 부모님 용돈 4대보험 민간보험 대출이자 세금 저축 기타

4,472,125

333,180

161,260153,980

517,220

134,060

326,900

526,910

119,606 130,000

185,000

349,550

186,650

375,870

197,270

470,000

294,669

4,472,125 수입 지출 생활비 금융

Page 10: PSPD MAGAZINE 2012. 09. (190)

10 2012 09

돈만 있으면 정말 잘 쓸 자신 있는 사람, 그러

나 형편상 최대한 아끼면서 사는 사람. 그럼에도

간신히 쥐꼬리만큼 저축하고 부모님 용돈도 잘

못드리는 사람입죠.

식비, 주거비, 통신비

저축을 간신히 시작했으니 저축할 돈은 빼고 쓰자.

덜 먹는 것 뿐

사실 방법은 없네요. 도시락을 싸서 다니거나, 옷이나 화장

품을 사지 않거나 밖에는 없는 듯. 꼭 그렇게 살아야 하나요?

주거비, 통신비, 민간보험에 들어가는 돈이 많습니다. 민간

보험을 들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도록 의료보험이나 연금제도

를 잘 만들어주세요. 기업에 돈을 지출하는 것 보다야 국가에

지출하고 국가가 이를 잘 보장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리

고 통신비는 더 낮출 수 있습니다. 서민들이 돈을 쓸 수 있어

야 기업이 살지요.

아… 이렇게 쓰고 보니, 제가 지금까지 카드느님의 힘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요. 저 마이너스 30

만 원을 어쩌면 좋을까요 ㅠ.ㅠ

A

딴따라 여, 34세, 시민단체 활동가. 서울 성북구에서 동료와 함께 자취

수입 지출 식비 주거 통신 생활용품 의복/미용 건강/문화 경조사/회비 부모님 용돈 4대보험 민간보험 세금 저축 기타(술값 등)

1,500,000

1,815,000

400,000250,000

80,00050,000

200,000

70,000 50,000100,000

75,000120,000

20,000

300,000

100,000

수입 지출 생활비 금융

삼포세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생긴 빚

500만 원과 내가 하고 싶어하는 돈이 안되는 직

업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27살 처녀. 하지만

나는 숨 막히는 회사생활은 포기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 선언! 나름의 일을 하고 있다. 돈이 안돼서

알바를 전전하고 반지하 월세방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월세, 교통비, 통신비, 대출 이자는 매달 꼭 지출해야하는

돈. 한번 미루면 감당하기 어렵기에 무조건 내야하는 돈이다.

이걸 제외한 돈은 용돈이라고 생각한다. 식비, 여가비, 옷 사는

데 드는 돈은 용돈이다. 있으면 쓸 수 있고, 없으면 못쓰는 돈.

하나,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돈은 어떻게든 마련한다. 제

때 납부하지 않으면 빚이 되고, 빚은 다음 달 용돈을 아예 없

애버리는 후과를 남긴다. 둘, 단기알바를 자주 해서 수입이

천차만별이니, 용돈도 줄여서 다음 달로 이월하자.

통장을 두개 관리하고 있다. 고정 지출 통장, 그리고 용돈

통장. 용돈 통장의 잔고를 조각내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액

수를 정한다. 하루에 만 원 정도로 하는데, 용돈 액수를 초과

하지 않도록 조정한다.

고정 지출만큼의 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

은 딱 내 고정 지출만큼 고정적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는 학

원 알바(30만원)를 하고 있다. 그리고 용돈을 벌기 위한 단기

알바(예식장 진행 도우미)도 함께 병행하여 한달, 한달 먹고

살고 있다.

빚 안내고 학교 다닐 수 있게 반값등록금 꼭 실현해 주었으

면 좋겠다. 그리고 20대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안

정적인 일자리를 정부가 나서서 마련해주었으면 좋겠다. 주위

를 둘러보면 능력 있는 청춘들이 고시원에, 알바에 찌들어가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주거걱정, 출산걱정에 결혼도 출산도 포

기하는 일이 없도록 생활복지가 잘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A

전진 여, 27세, 사회 활동가. 서울 이문동에서 자취

수입 지출 식비 주거 통신 대출이자

400,000 400,000

100,000150,000

100,000

50,000

수입 지출 생활비 금융

Page 11: PSPD MAGAZINE 2012. 09. (190)

11참여사회

예비역 1년차, 대학 3학년 휴학 중, 갓 사회에

나온 새내기. 한창 연애에 관심 많은 스물넷. 전

역하고도 집에 손 벌리기 죄송해 일과 공부를 병

행 중인 샐러던트. 나름 대기업 파견근로자이나

실상은 겉만 번지르르한 최저임금 생활인. 최저임금만으로

한 달을 버틸 수 없어 월 30시간 정도의 초과근무는 필수. 초

과근무 없는 저녁과 주말엔 토익학원에 다닌다. 학원에 못 가

고 초과근무를 하기도 한다. 종일 사무실에 학원에 있다보니

허리도 아프고 몸이 고생인데,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씀 따라 연애 따위에 신경 쓸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사는 중.

0순위 월세 1순위 식비 2순위 등록금에 보탤 저축

3순위 기타 고정 지출

한 달 생활은 무조건 받는 월급 내에서 해결할 것. 신용카

드는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고 유혹해도 만들지 않을 것. 돈

쓸 일이 있으면 가급적 현금으로 결제할 것. 영수증은 꼭 챙

길 것. 큰 금액은 쓰기 전에 꼭 한번 더 생각할 것.

월급날 그 달의 지출 계획 세우기, 사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땐 꼭 필요한 것인지 시간을 두고 판단하기, 밥은 꼭 회사에서.

학교를 졸업하면 연봉이 높은 회사에 취직해야겠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그 시급으로 한 달 일하면

얼마를 받는지, 그 돈으로 어떻게 먹고 사는지 알고 민생고를

얘기하시는지 알고 싶네요. 당선을 위한 쇼는 됐고, 실제로

우리의 생활을 이해하고 그 얘기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올해가 가기 전에 연애할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휴.

A

서호용 남, 24세, 을지로3가역 부근 고시원에서 자취

수입 지출 식비 주거 통신 의복/미용 교육/육아 교통/차량 4대보험 세금 저축

1,129.000

1,022,240

150,000240,000

68,87020,000

227,000

30,000

79,700

6,670

200,000

수입 지출 생활비 금융

부모님께 받는 20만 원 정도의 용돈과 20만

원 정도의 알바비로 생활합니다. 학교에 다니다

보니 주말 알바나 단기 알바를 하다 보니 수입이

일정치 않아 부족한 달은 부모님께 손을 좀 더

벌리고 지출을 줄이곤 합니다.

일단 생활비 중 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주로 교통비,

식비, 통신비인데요, 식사는 거의 2,800~3,000원 정도 하는

학식으로 하는데, 그나마도 빠듯해 종종 빵이나 컵라면으로

때웁니다. 그 다음이 저축, 매달 2만원씩 적금을 붓는데 가끔

밀리기도 합니다. 그 다음이 회비(당비, 동아리 회비 등)입니

다. 가장 후순위는 문화비, 의복비 등입니다.

고정 지출을 최우선으로 하는데, 그나마도 식비는 불가피

한 경우 줄이기도 합니다. 문화비는 최후 순위이지만 여자친

구와 기념일 데이트에 확 써버려 그 다음에 힘든 생활을 하기

도 합니다.

지출액을 기록합니다. 교통비, 식비, 통신비 등을 제외하고

가용액을 대충 계산해서 감을 잡은 상태에서 지출합니다.

알바를 더 하거나 추석, 설과 같은 명절에 받는 용돈을 기

다립니다.

등록금 문제 해결해 주세요. 등록금 부담이 덜어지면 대학

생 소비가 늘어나 내수 경제에 도움되고, 학생들이 알바보다

학업에 전념하고. 좋지 않습니까?

서민들은 의료비, 주거비, 식비 등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유지해야 할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기도 빠듯합니다. 비정규

직 문제, 실업 문제로 대다수 국민들은 항상 생계의 위협에

시달리고요. 보편적 복지를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가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의 경제 정책이 필요합니다.

A

참연대 남, 23세, 학생 경기도 남양주에서 부모님과 함께 거주

수입 지출 식비 통신 의복/미용 건강/문화 교통/차량 경조사/회비 저축

400,000 400,000

160,000

40,000 30,00050,000

80,000

20,000 20,000

수입 지출 생활비 금융

Page 12: PSPD MAGAZINE 2012. 09. (190)

12 2012 09

독일제 차들로 그득해 차를 타는 것보다 걸어가는 것이 빠른 도산대로에 서 있노라면, 이 땅은 평생을

조국과 민족에 헌신한 영도자들의 큰 뜻에 쉽사리 갚기 힘든 은혜를 입었음을 깨닫습니다. 누구나 노력하

면 스포츠카를 탈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회.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입니까? 우리의 영도자들이 모두가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경제, 고루 잘 사는 사회를 위해 밤을 새우며 고민해 주시는 덕분입니다. 그

덕에 무능력한 당신도 꿈을 꿀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도시 근로자 월 평균 소득 400만 원을 기준으로

한푼도 안 쓰고 열심히 저축해서 딱 10년만 모으면 당신도 섹시한 이탈리아산 종마 페라리를 탈 수 있습니

다. 보험료와 유지비는 그 때 가서 생각하세요.

하지만 아직 넘어서야 할 벽이 많습니다. 우리는 손에 손 잡고 벽을 넘어서 지혜로운 지도자와 열심히 일하

는 국민으로 가득 찬 선진 조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스스로를 개혁하여 선진 국민이 됨으로써 우매한 우리

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는 지도자들의 열과 성의에 보은해야 하는 것이지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북으로는 북괴 마귀들이 막고 있는 좁은 땅을 극복하고자 건설사들과 정책을

입안하시는 분들은 늘 고민과 노력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매한 대중은 자연히 오를

수밖에 없는 집값을 비난하며 보금자리 주택이나 실효성 있는 집값 안정책을 내놓으라 징징댑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십시오. 유사 이래 가격이 오르지 않은 물건이 없거늘, 어찌 땅값이라고 그대로일 수 있겠습니

까? 집값이 비싸다면 그 동네를 떠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간명한 해결책이지 않겠습니까? 서울에 들

어찬 사람들이 낙향하여 사대강 정비 사업의 수혜를 누리며 특용작물을 재배한다면, 국가경쟁력이 강화되고

삶의 질이 올라갈 것은 명약관화입니다. 상상만 해도 흐뭇하건만 다들 아이 같은 투정만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개탄스러운 상황입니까?

이런 대중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이끌어주시는 지도자들께서는 늘 아버지, 어머니처럼 자애로우십니

다. 우매한 군중들에게 낙심하거나 환멸하기는커녕 그런 이들을 계몽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지요. 그 노

장윤수 무직무산자

조국의 미래는 밝다

특집민생苦

Page 13: PSPD MAGAZINE 2012. 09. (190)

13참여사회

고가 어찌나 감동적인지, 어쩌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은 서울의 인구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함이 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사실 집 지어주고 가격 낮춰주고 어쩌고 하는 일은 너무 직접적이라서 세련되

지 못하지 않습니까? 사람이 살 수 없는 정도까지 집값을 올려 떠나게끔 만드는 우회적인 방법. 이 얼마

나 우아한가요? 은유의 우아함, 그리고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 ‘말하지 않아도 아는 정’을 정책에도 실천

하는 지도자들의 품격이 아름답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국격’ 이지요. 그렇기에 전 살고 있는 옥탑이 내년이

면 가격 상승으로 인해 재계약이 힘들 것이란 점에 대해서도 전혀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 모두 깊은 뜻이

있기에 그러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런 속 깊은 배려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급증, 실업률 상승, 물가 상승을 운운하는 우민들의 투정은

그치지 않습니다. 어찌나 우매한지 우리의 지도자들이 어찌 할 수 없다는 사실마저 모르는 것이지요! 만악

의 근간은 세계 경제 불안입니다. 저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혼란을 본보기 삼아 이 정도에 그치는 것을 다

행히 여겨야 합니다.

선진 시민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가계부채는 말 그대로 가정의 빚입니다. 가정

경제의 불안은 가정이 만든 일입니다. 가정의 소비욕이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보다 과열되었기에 발생하는

문제이지요. 정부 정책이 잘못 되었다고 불평할 시간에 잠을 쪼개어 투 잡, 쓰리 잡을 합시다. 열심히 일

하고, 덜 먹고, 옷은 기워 입고 저축하며 살면 가계부채는 자연히 해결될 것입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비

록 피곤하긴 하더라도 벌레를 하나 더 잡습니다. 여러분의 부채는 게으른 당신 때문입니다. 결코 적금 이

자율과 임금상승률을 넘어서는 물가상승률 때문이 아니다, 이 말입니다. 자, 이제 납세하고 우리의 자애로

운 영도자들이 모두의 행복을 위해 내놓은 정책과 법제를 따릅시다.

광화문거리 가득 활짝 핀 웃음꽃을 보고 있노라면 감격에 젖습니다. 눈물로 가득 찬 과거와 결별하고 평

화가 도래할 수 있었음에, 우리나라가 세계 선진국가로 온전히 나아가고 있음에, 사랑과 영광이 이 땅에

충만하며 오래도록 변치 않을 것이란 믿음을 얻을 수 있음에 감격에 겨워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할

것을 굳게 다짐하게 됩니다. 아아 대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장윤수

28세. 남자. 대한민국인. 병장 만기 제대. 미혼. 무직. 옥탑 거주. 그리고 소시민. 그저 단어들의 나열이건만 적고 보니

왜 이리 슬픈지 모르겠습니다.

Page 14: PSPD MAGAZINE 2012. 09. (190)

생계는 인간의 존엄만큼이나 무겁고, 가계 부담은 연장된 인간의 수명만큼이나 늘었지요.

생애 어느 주기에도 생계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럼, 더 벌거나 덜 써야 하는 걸까요?

일자리가 없거나 아이가 많거나 노부모가 아픈 이들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람, 그리고 사회.

문제의 가짓수보다는 해법이 많아야 좀 살만하지 않겠습니까.

가계부담, 어떻게 탈출할까요.

『참여사회』가 제안하는 출구전략이 여기 있습니다.

이 자료는 참여연대가 19대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

<2012 한국사회 개혁방향과 과제>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민생苦 뽀개기

14 2012 09

특집민생苦

Page 15: PSPD MAGAZINE 2012. 09. (190)

15참여사회

2010년 합계 출산율 1.22명,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단연 ‘자녀양육 및 교육비용 부담’이 일순위로 꼽힌다.

부모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문제와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나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하려면?

아동에 대한 실질적인 의무보육

1 보편적 아동 수당 도입

2 국공립 보육시설을 최소한 30%로 확충

3 남성육아휴직 의무화(파파쿼터제)

4 산전후 휴가 및 육아휴직 사용 보장

● 생애시기 투자 중, 영유아 대상 재정 투자의 경제적 효율성 1위 (OECD 연구)

●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 (2009)

● 아동수당제도 실시 중

문제는,

어떻게

해야할까?

숫자로 보는

저출산과

의무보육

저출산

한국

일본

스웨덴

5.3%249.4%

80%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취학률은

의무교육 수준의 취학률, 의무교육이 아니므로 유상!

1 고등학교를 의무교육으로! 교과기본법 개정하면 가능합니다.

2 사교육 조장 정책 수정·폐기

자사고·특목고 확대 정책 No! 일제고사 및 상대평가제 강제 실시 No!

3 혁신학교의 적극적 확대

4 교장공모제 확대 실시

● 청소년 자살율 세계

● 고등학교 취학률

● 한국의 초중고 정부 재원 의존율 (OECD 10개국 평균은 )

● 사교육비 : 연간 약 (2011)

● 가구당 월 사교육비 :

문제는,

어떻게

해야할까?

숫자로 보는

한국 청소년,

한국 고등교육

사교육

2007

2011

22만 2,000원

24만 원

98.3%

98.3%(2008)

20조 원77.8% 87.6%

최고

88개국

Page 16: PSPD MAGAZINE 2012. 09. (190)

등록금

가계부채 한국 가계부채 922조 원. 규모도 규모지만, 가계부채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구조와 대부업체의 폭리가 문제다.

주택담보대출은 상환 기간이 짧을 뿐 아니라 만기에 일시 상환하는 방식이다.

소득으로 원리금을 상환하기 어려우니

이자만 납부하다가 집값이 상승하면 일시에 대출금을 상환하는 구조인 셈.

집값이 떨어져 거래가 힘들어지면 원리금 부담 때문에 위기가 커질 수 있다.

또 90%가 넘는 변동금리 조건은 금리인상 시기에 차입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 10년간 등록금은 물가상승률의

현재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도시근로자 월평균 임금 360만원을 납부 가능.

등록금 각종 교육비, 주거비, 생활비, 연수비 등

대학생 한 명에게 필요한 비용은 1년에

OECD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고등교육 재정을 늘리고

사립대 관리 감독을 강화하면 등록금 문제, 해결할 수 있습니다.

1 등록금 상한제 도입

2 1회계년도 적립금과 누적적립금 총액 제한으로 적립금 부풀리기 사전 예방

3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을 OECD국가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려

고등교육재정교부금 교부

4 학자금 대출 제도 신청자격기준 완화

(학점 기준 폐지, 금리 최소화 혹은 폐지), 국가장학금 확대

5 교육부패 청산, 등록금 문제 해결 위해 비리재단 복귀 금지

● 고등교육 재정

한국의 고등교육 재정은 OECD 평균의 반값!

국공립

● 등록금 평균

사립대

\2,430,000

2001 2011 2001 2011

\4,800,000\4,430,000 \7,680,000

문제는,

어떻게

해야할까?

숫자로 보는

대학 등록금

문제는,

16 2012 09

2`~3배

2~3달 고스란히 모아야

2~3천만 원

한국

OECD 평균

0.5%1.1%

Page 17: PSPD MAGAZINE 2012. 09. (190)

전세대란의 장기화, 상시화.

주택보급률 101.9%, 그러나 수도권 자가 거주 비율은 46.4%.

수도권 거주자 절반 이상은 전세난에 시달리고 있다.

적극적인 전세난 해소 정책, 공공임대주택 확대만이 방법!

1 전월세 상한제 도입

전월세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 5% 가량으로 제한

2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임차인에게 권리를! 1회에 한해 전세계약 갱신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3 공공임대주택 확대

차기 정부 5년 동안 전체 재고주택 중 공공임대주택비율을

6.2%에서 최소 10%로!

4 4 소형 평수 및 공공임대주택 의무비율 확대

뉴타운 재개발 사업을 근본적으로 수정할 것!

5 주거도 보편복지로!

서울시의 시프트(장기전세주택)처럼 중산층 주거도 보장해주세요.

6 보금자리주택을 분양에서 장기전세로 전환

7 재개발사업 시 주민 뿐 아니라 공공도 도시기반시설 설치 비용 분담

● 2010년 주택보급률

● 수도권 자가거주 비율

● 전세값 상승률2008

2009

2010

2011

문제는,

어떻게

해야할까?

숫자로

보는 주거비

어떻게

해야할까?

숫자로 보는

가계부채

17참여사회

주거

101.9%

46.4%

1.7%

1 과잉대출규제 법률 제정으로

집값 하락, 금리인상 등 외부 충격에 가계가 쉽게 쓰러지지 않도록!

2 파산·회생법 제정 : 개인회생절차를 밟게 되어도 주택을 보전할 수 있도록!

3 이자제한법 개정 : 현재 39%까지 허용하는 특혜금리 폐지, 최고 이자율 연 20%이내로!

한국 가계부채 (2012년 6월, 한국은행)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2011)

922조 원

163.7%

3.4%7.1%11.6%

Page 18: PSPD MAGAZINE 2012. 09. (190)

18 2012 09

참여연대사

오는 9월 10일은 참여연대 창

립 18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월간 『참여사회』는 이번 호부

터 참여연대 창립 20주년까

지 참여연대가 이루어낸 의

미있는 성과들을 소개하는

<참여연대 20년, 20장면>을

연재합니다. 참여연대 창립

멤버인 차병직 전 집행위원

장(변호사)이 참여연대 활동

기록과 관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집필할 예정입니다.

참여연대는 삼성전자 대표이사 이건희를 비롯하여 윤종용, 이학수

등 총11명의 전ㆍ현직 이사들이 위법 행위로 회사 측에 막대한 손해

를 끼친 것에 대해 삼성전자 주주 22명의 주권을 위임받아 98년 10

월 20일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사법부는 노태우 전 대통

령에 대한 뇌물 공여 행위에 대해 이건희 회장에게 75억 원을, 부실

기업 이천전기 인수를 결의한 8명의 이사들에게 276억 원을, 삼성

종합화학 유가증권 저가매각 결의를 한 이사 5명에 대해 626억 원

을 배상할 것 등 총 977억 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참여연대

년, 20 20

장면

소액주주운동 주요 활동 연혁

1997 소액주주운동 시작국내최초 주주대표소송 제기(제일은행)

1998 국내 사법 사상 최초 주주대표소송(제일은행) 승소(총 400억원 배상 판결)

삼성전자(주) 대표이사 11명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 제기

5대 재벌 개혁을 위한 국민 10주 갖기 운동(3,000여명의 시민 참여)

2000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증권집단소송제 도입 입법 운동

2005 삼성보고서 발간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대법원 승소

소액주주운동 더 알아보기

주주대표소송이란?

소수주주권의 일종. 기업의 경영진이나 이사진의 부정 행

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주가 이들을 상대로 제기하는 손

해배상소송

집중투표제란?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제도. 기업이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출할 때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

주가 요청하면 주주총회에서 투표를 실시해 표를 많이 얻

은 순서대로 이사를 선출하도록 한다.

증권집단소송제란?

기업의 부정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가 소송에

승소하면 동일한 피해를 입은 다른 투자자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Page 19: PSPD MAGAZINE 2012. 09. (190)

19참여사회

내게 삼성전자 주식 한 주가 있다고 가정한다. 액면 120만

원짜리 초고액 지폐다. 한 장만 있어도 꽤 많은 것을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회사의 전체 상장주식 수는 거의 1억 5,000

만 주에 가깝다. 내가 가진 한 주를 시가총액에 견주면 그

가치란 180조 원 중의 120만 원이고, 권리로 치면 1억 5,000

만 표 중의 한 표다. 그것으로 뭘 할 수가 있을까? 우리나라

유권자가 대략 4,000만 명쯤 되니, 대통령선거에서 내가 미

칠 수 있는 영향보다 네 배 정도 더 미약한 힘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이,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세상을 다른 쪽에서 살펴보

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세상을 바꿔볼 수 있는 방법이 없

을까 하는 눈초리로.

“제일은행 주주 권한을 참여연대에 위임해 주십시오.”

시작은 이런 캠페인이었다. 1997년 2월 5일 수요일, 참

여연대 활동가들 몇 사람은 명동 거리로 뛰쳐나갔다. 제

일은행이 한보철강에 위법한 특혜 대출을 해주었다가 입

은 막대한 손해의 책임을 경영진에게 물을테니 주식 한

주라도 빌려달라는 이색 캠페인이었다. 그날 현장에서 우

연히 지나가던 12명의 소액주주로부터 6,000주를 모집했

다. 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한 달 사이에 모두 20명으

로부터 14만 1,471주를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3월 7일, 제일은행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임원들의 책

임을 추궁했다.

한 번의 경험은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1998년 3월의

목표는 삼성전자와 SK였다. 활동가들은 학자, 변호사, 회

계사의 도움을 받아 치밀한 사전준비를 하였다. 3월 27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는 개회 선언과 동시에 준비

된 질문이 쏟아졌다. 해외의 위장회사를 이용해 삼성자동

차에 지급보증한 사실 등을 추궁한 그날 주주총회는 무려

13시간 30분 동안 계속되었다. 열띤 보도와 함께, 시민들

의 시선이 달라졌다.

뉴스를 본 사람들은 거대한 기업이 시민단체 활동기구

의 공격에 어쩔 줄 모르고 당한 것으로 느꼈다. 물론 부정

적 시선의 사람들은 난폭한 폭도로 보았을 것이다. 어쨌

든 그날 이후로 소액주주운동은 시민의 뇌리에 새겨지기

시작했다. 이사들의 이사회 출석표를 든 장하성 교수와

마이크를 잡은 박원순 변호사의 사진은 개미군단의 아이

콘이었다.

1994년 가을 참여연대가 출범할 당시에는 기업 감시 활

동을 위한 조직은 없었다. 1996년 경제민주화를 위한 시

민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연

구했다. 재벌기업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주주, 노동자

등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기업을 감시하고 참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상법에 보장되어 있

으나 사문화되었던 ‘소수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봄은 주총의 계절이었던 시절차병직 변호사

Page 20: PSPD MAGAZINE 2012. 09. (190)

20 2012 09

사무처장을 맡은 박원순이 1997년 초 마침 연구년을 맞아

쉬면서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고 있던 장하성 교수를 찾아

갔다. 장하성 교수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법적 권리

를 행사하는 새로운 방식의 시민운동에 동의했다. 그리하

여 1997년 장하성을 위원장으로 경제민주화위원회는 본

격 활동기구로 출범했다.

말하자면 소액주주운동은 경제민주화위원회의 설립과

동시에 시작한 운동이다. 소액주주운동이란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경제민주화위원회를 만들었다고 해

도 틀리지 않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구호에

많은 시민이 호응하였고, 대기업의 부실 경영에 대한 책

임을 묻겠다는 다짐에 다수의 국민이 박수를 보냈다.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1998년 삼성전자 주주총회를 끝낸 뒤 장하성의 일성은

“허탈하다”였다. 진지하게 주장하고 설득하면 기업의 태

도에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얻은 성과라고는 이사

25명의 1년 치 보수를 150억 원에서 140억 원으로 깎은 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바깥의 비상한 관심과 열기에 비추어보면 장 교수의 자

평은 겸손 또는 과도한 욕심의 탓인 것처럼 느껴졌다. 하

지만 다음해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완전히 실망하고 말

았다. 삼성전자는 스스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알려왔고 주주총회 이틀 전, 정관 개정 현안에 관해 합의

점에 도달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바로 다음날 그 약속

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는 통보를 했다.

예상하지 못한 일로 결실을 맺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LG그룹 계열사 데이콤은 2000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참

여연대가 요구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전폭 수용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한 해 전에 운동에 참여한 김기원, 김상조

교수의 제안에 따라 우리사주조합 주주들이 추천하는 사

외이사를 임명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로선 종업원의 경

영 참여 모델을 실현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였다. 그

러나 얼마 뒤 새 노조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전면 파업 사

태로 치달았고, 약속 이행은 무산되고 말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소액주주운동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그 전에 들어보지 못했던 말들이 개그맨들이 전파한 유행

어보다 더 익숙해졌다. ‘1주도 권리다’, ‘오너 독주시대 끝나

다’, ‘엉터리 회계 발붙일 곳 없다’, ‘책임경영시대’, ‘회사가

망하면 경영자도 망한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 ‘지배구조

의 민주화’ 등의 구호는 ‘재벌개혁’이란 한 마디로 집약되었

다. 혼란스런 자본주의 시장에 나부끼는 수많은 그 현수막

의 표어가 기실 모두 참여연대의 창작물이었다.

참여연대는 국민 10주 갖기 운동을 전개했고, 소액주주들의 주주 권한을 위임받아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임원들의 책임을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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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참여사회

‘봄은 주주총회와 함께 온다.’ 한겨레 2002년 2월 18일

자는 참여연대의 외환은행 주주총회 참석을 예고하면서

제목을 그렇게 뽑았다. 이제 언론이나 시민이나 3월을 ‘주

총 시즌’이라 부르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단순히 매년 봄

이면 주주총회를 연다는 의미가 아니라, 돈으로 떵떵거리

던 기업이 시민 감시꾼들에게 혼쭐이 나는 계절이란 반응

이었다. 현대건설에 대한 부실 여신을 따졌던 외환은행

주주총회도 10시간을 넘겼다. 회의 시작 전에 주총 의장

을 맡은 김경림 은행장은 “오늘 점심 식사는 물론이고, 필

요하면 저녁까지 준비해 놓겠다”고 선수를 쳤다.

모두 참여연대에 우호적이었던 건 당연히 아니다. 주주

총회가 열렸던 3월 29일 오후 2시 51분에 작성된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의 기사는 이랬다. “외환은행 주주총회가 참여

연대의 현대계열에 대한 집중적인 추궁으로 3시간이 지났

으나 단 하나의 안건을 승인하지 못한 채 지연되고 있다. 중

식을 위한 정회 이후 2시 30분부터 총회는 재개됐다.”

보수 언론은 기업의 편에서 참여연대를 괜히 시비나 거

는 방해꾼으로 여겼다. 그러나 진짜 훼방꾼이 총회장 안

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회사는 자구책의 하나였던지 총회

꾼들을 등장시켰다. 갑자기 손을 들고 일어나 엉뚱한 말

을 늘어놓으며 소액주주 대표의 발언을 끊어버렸다. 그런

가 하면 “당신은 주식을 몇 주나 가지고 있소?”라며 덤벼

들거나, 아예 “밥 먹고 합시다”라고 소리지르며 소란을 피

우기도 하였다.

2000년 3월 24일, 30여 명으로 구성된 경제민주화위

원회 소액주주 대표단은 멀리 울산으로 원정을 갔다. 현

대중공업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는데, 마침 당

시 독일에서 돌아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던 유시민

이 동행했다. 그날도 총회꾼들과 설전을 벌이며 오전 회

의를 끝낸 뒤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이런 말을 하였다.

“저 자식들, 주식도 하나 없는 놈들이…….” 그 순간 장하

성 교수와 나란히 걷던 유시민이 훽하고 돌아서서 날카로

운 눈초리로 쏘아보았다. 일촉즉발의 험악한 분위기가 휘

몰아쳤다. 이틀 뒤 유시민은 동아일보의 ‘수요프리즘’란에

‘현대의 중세적 비극’이란 제목으로 칼럼을 썼다. “현대중

공업의 주주총회를 보면서 현대(現代) 계열사들은 기업의

상호를 ‘중세(中世)’나 ‘고대(古代)’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2000년대를 목전에 두고 소액주주운동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중앙일보는 99년 2월 2

일자에 ‘소액주주운동 약인가 독인가’라는 도발적 제목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발언하는 장하성 교수(좌). 이사들의 이사회 출석표를 든 장하성 교수와 마이크를 잡은 박원순 변호사는 개미군단의 아이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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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12 09

로 박스기사를 썼다. 약이라는 입장의 장하성 인터뷰와

독이라는 주장의 공병호 인터뷰 기사를 나란히 배치했다.

공병호는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경영자의 비밀 결단이

필요할 때가 있으며, 악의적 행위가 아닌 한 경영자를 처

벌해선 안 되고, 회사 손해에 대해선 노조에도 책임을 물

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날 중앙일보를 본 장하성은 즉시 그 기사를 구성한

곽보현 기자에게 편지를 보냈다. 소액주주운동을 마치 장

하성과 공병호의 권투 시합 정도로 취급하는 게 싫어 분

명히 인터뷰를 거절했는데도 그런 기사가 창작돼 실린 데

분노한 것이었다. “곽 기자께서 ‘기자를 믿지 말라’는 말을

믿지 않는 나의 생각을 바꾸게 했다는 사실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로 편지를 맺었다.

같은 달 24일 세계일보의 김영권 기자는 글자 한 자 틀

리지 않는 똑같은 제목의 기사를 썼다. 전경련 산하 자유기

업센터의 신사회법운동이란 걸 소개하는 내용이었는데, 소

액주주의 자기보호 수단은 매각이라는 지적이 이채로웠다.

소액주주가 회사 경영에 불만이 있으면 트집을 잡을 게 아

니라 주식을 팔아치우면 된다는 기상천외의 제안이었다.

게다가 소액주주가 대표소송을 제기하면, 지배주주가 그

소송을 반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안도 내세웠다.

편지는 하는 것만이 아니라 받는 것이기도 했다. 서강

대 최운열 교수는 1998년 4월 14일 소액주주운동의 실무

총책임을 맡고 있던 이승희에게 자필의 편지를 보냈다.

“자칫 여러분의 주장이 기업 경영의 활성화에 저해되고

외국의 단기투자자에게 유리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유념

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비판을 논리적으로 전개한 사람은 정승일이었다.

강연이나 칼럼에서도 밝혔지만, 그의 논지는 장하준과 대

담으로 엮은 『쾌도난마 한국경제』에 잘 드러나 있다. 소액

주주운동은 주주자본주의의 한국 상륙을 위한 안내자 역

할을 했다는 평가였는데, 결과적으로 외국 투기자본의 배

만 불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으로 하여금 단기수익성

에 치중하게 하여 노동 조건은 악화되고, 고용 없는 성장

의 위험에 놓이게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참여연대가 배당은 늘고 노동 조건은 악화되는 현

상을 바란 것은 아니다. 비판은 어느 정도 논리적 자기 정

당성을 지니고 있지만, 소액주주운동이 남용될 경우의 폐

해를 예측하여 경고하였을 뿐이다. 소액주주운동이 과도

하여 한국 경제에 혼란을 초래한 적은 없다.

온갖 비난과 견제에도 불구하고 소액주주운동은 해외

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초기였던 1998년, 미국의 경

제 전문 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아시아 경제 리더 50

인 중의 한 사람으로 장하성을 꼽았다. 한국의 경영자나

기업가 가운데 선정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소액주주운동은 애초부터 경제민주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 최근에도 경제민주화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

해할 수 없다는 경제전문가들이 있다. 족벌체제를 중심으

로 한 기업의 지배구조의 민주화는 권장 사항이다. 단, 그

가족 경영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불법행위를 없애라는 것

이 소액주주운동의 요청이었다.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탈피하고, 부의 재분배 과정에서 불공정을 깨뜨리라는 것

이 경제민주화란 이름의 시민적 명령이다.

정권조차 흔들고 싶어 하는 막강한 재벌 기업이 조심하

게 된 계기가 무엇이겠는가? 근년에 시작된 윤리경영의

요구에 따른 준법감시인제도는 무엇 때문이겠는가? 증권

집단소송제도는 어떻게 국회를 통과했겠는가? 1997년 제

일은행 이사들을 상대로 한 주주대표 소송 1심에서 400억

원을, 2001년 삼성전자 주주대표 소송에서 977억 원을 배

상하라고 법원이 선고하였을 때 시민들은 깜짝 놀라며 세

상의 변화를 실감했다. 그 변화의 계기가 바로 소액주주

운동이었다.

차병직

법무법인 한결 구성원변호사.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 참여연대 창립부

터 함께하여 협동사무처장, 집행위원장, 정책자문위원장을 두루 맡아 기

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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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참여사회

끝나지 않은 폭력에 대한 이야기

지난해 가을 찾았던 발레오만도의 농성장 한편에는 겨울

을 나기 위한 장작이 쌓여 있었다. 공장은 용역경비가 지

키고 서있고, 퇴근하는 노동자들은 회사 눈치가 보여 바

로 건너편에 해고자들의 농성장이 있음에도 20여 년을 함

께 일한 동료를 한번 찾아보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

다. 그 겨울이 지나고 다시 여름, 아직도 공장 안에서는

한강철교, 오리걸음 등 노동자들을 길들이기 위한 반인권

적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KEC 노동자들에게도 용역경비의 폭력은 지나간 이야

기가 아니다. 2010년 6월 30일 새벽, KEC에 투입된 650

명의 용역경비는 기숙사에서 잠자던 노동자들을 폭력적

으로 끌어냈다. 대다수가 여성이었던 기숙사, 그곳에는

임신한 여성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성폭력을 당한 여성 노동자도 있었다. 지독했던 악몽, 씩

씩하고 힘차게 투쟁하며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

만 아직도 그날의 폭력을 되새기는 노동자들은 또다시 눈

물을 보인다.

유성기업의 투쟁도 끝나지 않았다. 용역경비와 싸우며

매일 수십 명의 부상자를 냈던 노동자들. 헬멧, 보호 장

구, 곤봉, 해머, 소화기로 무장한 용역경비들은 노동자들

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싸울 수밖에 없었다. 일터를 지켜내야 했고, 노동조합을

지켜내야 했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는 폭력, 현재진행형인 투쟁, 공장 안에서 지

속되는 용역경비의 감시와 통제. 노동조합을 공장에서 몰

아내고 말겠다는 자본의 의지에 따라 현장은 용역경비의

통제 아래 놓였고, 그로 인한 폭력은 일상화되고 있다.

SJM과 만도에 용역경비가 투입되면서 또 다시 용역폭

력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지만, 폭력에 노출된 노동자들에

게는 2010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일이다. 용역경비가 투입

되던 날, 그날의 폭력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노동자들의 밤과 낮, 일상을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있다.

골칫거리 노동조합을 해결해 주겠다는 그들

노동조합의 투쟁을 파괴하기 위해 자본은 여기저기서 용

역을 끌어 모은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들은 여기저기서 같

은 얼굴을 발견하기도 한다. 2010년 초 발레오만도에 투

입되었던 용역경비는 발레오만도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자

인원을 빼서 KEC로 이동하고, 경상병원으로 이동했다. 그

리고 그들은 다시 2011년 유성기업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곳 어디에나 용역경비가

등장한다. 현장에서 현장을 옮겨 다니는 용역들은 마치

건설현장에 들어가는 노무팀처럼 팀을 이루고 컨텍터스

와 같은 큰 업체에 줄을 대어 현장에 투입된다. KEC처럼

대규모로 용역이 투입될 때는 전국에서 용역들을 끌어 모

으고, 등록금을 벌기 위한 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동원하

기도 한다.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이 용역들을 현장에서 현장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자본

이 직접 나서서 하는 일은 아니다. CJ씨큐리티나, 컨텍터

기획

무감사회노동자 권리에 무감한 사회가 만들어낸 폭력

엄진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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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012 09

스처럼 그런 역할을 도맡아 해주는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

다. 소위 노사관계 전문 용역들이다. 이들은 오히려 당당

하게 노동조합의 분쟁을 자신들이 해결해 주겠다고 광고

하며 노사관계에 개입해 들어온다.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

하지 않고 자본의 이해를 우선시 하는 사회가 만들어 낸

기형적 현상이다.

용역폭력을 눈감는 공권력

그리고 공권력은 이들의 폭력에 눈감는다. 경찰은 바로

앞에서 벌어지는 폭력에도 모른척하고, KEC의 노동자들

이 용역 폭력을 신고를 했을 때는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

어버리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늘 용역경비와 구사대의

편, 노동자들에 맞서는 자리에 위치했다. 사용자의 시설

보호 요청으로 들어오는 경찰은 노동자들을 향해 방패를

들이밀고, 곤봉을 휘두른다. 용역경비와 공조하여 노동자

들을 짓밟기도 한다.

용역 폭력이 발생했을 때 용역경비에 대한 기소율은

40%를 약간 웃돌고 구속자는 없는 반면, 노동자와 철거

민 기소율은 90%가 넘고 40여 명이나 구속된 것이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러한 현상이 퇴직한 경찰공

무원의 재취업 자리가 용역경비업체에 있다는 공공연한

사실과 무관할까. 노동부는 법원의 결정이 나기도 전에

이미 노동자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검찰도 마찬

가지다. 노동자 결사의 자유는 좀 더 많은 이윤을 얻겠다

는 자본에 의해 짓밟히고 공권력은 그를 용인한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 그제서야 용역 업체 한두 곳을

처벌하는 것이 공권력이 이 문제에 대응하는 전부이다.

그러나 이러한 폭력은 경비업체 한두 개를 처벌한다고 해

결되지는 않는다. 유성기업 사태 이후 CJ씨큐리티라는 업

체의 허가를 취소했지만, 지금 컨택터스라는 업체가 나타

났고 이 업체가 여러 노동 현장에 개입해 왔음이 또 드러

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기형적 현상을 만들어내는

사회 자체에 대한 처방이다.

용역 폭력을 만들어내는 사회

노동조합을 무너뜨리려는 자본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자본은 상시적인 경제위기 속

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야 했고, 그 하나로 노동조합에

대한 폭력적 파괴를 택했다. 그 실험은 발레오만도에서 성

공을 거두었고, 이후 대다수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을 몰아

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조직이 있

던 자리에는 어용노조가 들어섰다. 공장에 남은 노동자들

이 생존을 위해 선택했을 어용노조, 그러나 그 다음 이어

진 것은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살인적인 노동 강도, 그리고

ⓒ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2009년 7월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 당시 쇠파이프 등으로 중무장한 용역경비

등이 공장 안에서 농성 중인 노조원들을 강제 진압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 시사IN 백승기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SJM에 노사분쟁이 발생하자

컨택터스 용역경비들이 회사를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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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참여사회

엄진령

2002년 비정규직 투쟁을 처음 접한 이후, 비정규직 운동에 작은 힘이나

마 되고자 꾸준히 노력하고있다. 2006년부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에서 상근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금은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일상적인 감시와 통제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폭력에 너무 둔감하고, 노동조합이

라는 조직에 대해 냉담하다. 수십 명이 다치고 노동조합

이 와해되어도 오히려 그들이 임금 얼마를 받는지, 혹시

조중동이 말하는 소위 귀족노동자는 아닌지, 또 노동자들

이 자본에 대항해 휘두른 폭력은 없는지에 관심을 갖기도

한다. 또 한편에서는 노동자들이 당한 폭력이 얼마나 심

각한 것이었는지를 보려 한다. 웬만한 폭언 정도는 그러

려니 하기도 하고, 점점 더 심각한 폭력에 대해서만 겨우

그 심각성을 깨닫는 정도가 된다. 그런 사회는 노동자들

의 권리를 지켜줄 수 없다.

또한 노동자의 권리 주장에 냉담한 사회는 누구의 권리

도 지킬 수 없다. 그런 냉담함이 자본의 용역 폭력을 낳고

그에 대한 사회적 대처를 더디게 만든다. 지금 벌어지는

폭력들은 타인의 권리를 짓밟기 위해 벌어지는 행위이다.

아무리 미미하다 하더라도 권리를 억누르겠다는 시도 자

체에 우리는 분노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 그렇게 우리 사

회의 시선을 바꾸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태는 지속적으로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용역경비가 아니라 하더라도 노동 현장에서는 일상적으

로 자본에 의한 억압이 발생하고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생

계에 매달려 굴종을 강요당한다. 그것을 방어할 수 있는

것, 그 최소한의 권리이자 누구도 침해해서는 안 되는 권

리가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이다.

흔히 노동권은 노동자만의 권리, 사업장 안에만 존재

하는 권리라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껏 노동조합을 만

들며 노동자들이 지켜온 것은 자신의 일자리만은 아니다.

노동자 조직과 투쟁의 약화는 결과적으로 조직되지 못한

불안정 노동자들의 권리를 더욱 축소시키고, 노동자 권리

의 축소는 좁게는 노동현장에서의 인권의 제한과 박탈,

크게는 사회 양극화로까지 이어진다.

권리 주체가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사회는 균형을 유

지할 수도, 정의를 구현할 수도 없다. 자기 노동으로 살

아가는 이들의 다양한 결집과 행동이 보장되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논쟁과 충돌, 대화와 투쟁이 권리로서 보장될

때 우리 사회는 지속적으로 ‘정의’와 ‘평등’, ‘인권’에 대한

지향을 놓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

ⓒ 노순택 ⓒ 노순택

2009년 용산참사 후 사진가 노순택은 이 나라를 ‘용역깡패들이 마음껏 폭력을 휘두르도록 망을 봐주는 경찰의 나라’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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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검사님들, 딱 다섯 사람만 기억하자 사법감시센터 <검찰보고서>

이진영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

하지만 검찰의 수사에 대해 ‘정치적’이라는 비판이 많은 현실에서는 공허한 소리로 들린다. 자신들의 인사권자인 집권세

력의 이해관계에 봉사하고, ‘삼성장학생’으로 상징화 되듯이 경제권력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충실한 수호자이기도 하

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 모든 이해관계보다 우선하여 검찰 조직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칼을 빼들기도 한다. 이쯤 되면

‘공익의 수호자’라기보다 ‘조직의 수호자’란 말이 더 어울린다.

검찰청법 제4조는 검사의 직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린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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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참여사회

검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안다. 선거 때

마다 대두되는 공안정국,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옭아매는

위헌적인 법 적용, 말 한 번 잘못 했다가는 철창신세를 지

게 만드는 ‘허위사실유포죄’의 발명, 이 모든 것이 검찰의

작품이다. 집권세력과 그 측근의 비리에는 눈감거나 부실

수사·꼬리자르기를 하고, 정치적 반대세력에는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일삼는 검찰, 삼성으로부터 정기적인 떡값

을 받는 ‘삼성장학생’, 지역사회와 유착하여 지속적으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아온 ‘스폰서’ 검사. 지금까지 우리

가 익히 보아온 검찰의 모습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자력구제’라는

야생의 삶이 아닌 ‘법의 지배’를

택하도록 하고, 개인 대신 국가가

나서 ‘정의’를 판별하고 처벌하겠

다는 생각은 근대국가의 핵심 이

념이다. 검찰은 국가를 대표하여

범죄자를 법정에 세운다. 검사가

‘공익의 대표자’라는 것은 바로 이

런 의미이다. 그런 검찰이 공정하

지 않을 것이란 믿음은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물론 이런 비판에 대해 검찰 입장에서는 억울한 마음이

들 수 있다. 법조 기자를 오래 했던 한겨레 이순혁 기자는

검찰 내부에서 소위 ‘잘 나가는 검사’, 주요 보직을 맡는

검사는 20% 내외이고, 나머지 80%의 검사는 일반 샐러리

맨처럼 살아간다고 말한다(『검사님의 속사정』, 씨네21북

스).

언론에 크게 비춰지는 이른바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을

받는 사건들은 그 20%의 ‘정치 검사’들 얘기이고, 나머지

대부분의 검사들은 매일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사건을 처리하고 있지만 욕은 함께 먹는다는 이야

기이다.

이름을 불러 기억하게 하라

참여연대의 운동 방법 중 하나로 ‘네임 앤드 쉐임Name &

Shame’이 있다. 말 그대로 이름을 불러서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다. 국가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은 공무원

의 의사결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

실패’는 있지만 그 실패의 책임자는 없는 경우가 많다. 의

사결정 과정의 중대한 실수나 위법이 존재할 경우, 그 실

패의 책임을 사람에게 물음으로써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

이 이러한 운동 방식의 목표이다. <정책실패 보고서>가

주로 이런 방식을 택한다.

지금, 당신의 기억 속을 짚어 보

자. 이름을 알고 있는 검사는 몇

명인가. 검찰총장과 자신이 사는

지방검찰청장의 이름 정도를 기

억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검찰’을

욕한 적은 많아도, 어떤 사건을

수사한 ‘누구’ 검사를 비판하기는

어렵다. 사람들 머릿속에서 ‘검찰

은 검찰’일 뿐, ‘내곡동 대통령 사

저부지 불법매입 사건을 담당한

한석리 검사’를 기억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사법감시센터가 매년 제작하는 <검찰 보고서>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난 1년간의 검찰의

주요 수사를 정리하고 그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의 이름을

기록하는 것이 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문제가 있는

사건, 기억해야 할 주요 수사를 선별하고, 그 내용을 분석

하며 담당자를 기록한다.

이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몇 단계의 작업이 필요하

다. 그 중 중요한 것이 판결문을 구하는 것과 사건을 기소

한 검사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이다. 판결문을 구하는 것은

검사가 어떤 내용으로 기소했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공소장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판결문을 통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2011년에 발간한 보고서 <MB 검

찰 3년, 한국 검찰의 현주소>. 9월 중 올해의 <검찰 보고서>

를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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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012 09

이진영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회나 국가가 ‘제도’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에게 불합리를 감수하라고 할 때, 혼자서 싸

워야 한다면 얼마나 외로울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제가, 얼마나 잘하고 있을까요?

확인하는 것인데, 판결문 공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

만 여기서는 넘어가기로 하자. 문제는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거나 불기소한 경우인데, 이렇게 되면 검찰의 공식적

결정을 문서로 확인할 길이 없다. 검찰의 권한이 수사하

고 기소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불기소권’만큼 막강한 것이

없다는 말도 있다. 앞서 말한 내곡동 대통령 사저 의혹만

해도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내리는 바람에 법원의 판단을

구할 사이도 없이 사건이 종결되고 말았다.

그나마 기소 검사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은 작년 형사소송

법 개정 이후 한결 편해졌다. 판결문에 기소한 검사의 이

름이 나오기 때문이다. 법이 바뀌기 전에는 재판을 담당하

는 검사 이름만 판결문에 기록되기 때문에, 기소 검사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검찰청별로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했

다. 이 경우 검사의 이름은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

이므로 당연히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

라 공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청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비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작년 부산지검에서 ‘정당 가입 혐의로 현직 검사를 기소한

사건’이 있었는데, 1심 법원에서는 무죄가 나와 검찰이 항

소를 한 상태다. 참여연대는 이 사건에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있었는지 살펴보기로 했고, 기소 처분을 한 검사

이름을 부산지검에 정보공개 청구했다. 그런데 부산지검

은 “검사의 이름이 참여연대 등 사회단체에 공개되었을 경

우 진행 중인 재판 수행에 영향을 미쳐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하였다. 참여연

대는 이 황당한 결정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해 놓았다.

딱 다섯 사람만 기억해 보자

올해도 사법감시센터는 <검찰 보고서>를 만든다. 9월 중

발간될 보고서는 참여연대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이 가능

하며 인쇄본은 언론사와 도서관, 그리고 당사자인 검찰과

법원에 배포할 계획이다. 이번 보고서가 담을 검찰의 수

사는 2011년 사건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20여 건의 주요

수사를 추렸다. 2011년의 가장 큰 수사였다고 할 수 있는

저축은행 수사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경우 전국적인 수

사가 이루어졌고 참여한 검사의 숫자도 많다.

우리 회원들도 20여 건의 수사 중에서 각자 기억해야 할

사건을 꼽아보면 어떨까. 보통 사건별로 관련된 검사들을

기록하는 방식은, 주임검사-소속부장-차장검사-지검장,

이렇게 네 명이다. 여기에 검찰총장을 더하면 총 다섯 명

인 셈이다. 각자 검사 다섯 명의 이름을 기억하자. 그리고

앞으로는 ‘검찰’이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대신 ‘무슨 수사를

담당한 검사 아무개’를 실명으로 비판해 보자. ‘검찰’이라는

조직 뒤에 가려 보이지 않는 20%의 검사, 무리한 기소를

일삼고도 승승장구하는 일부 ‘정치 검사’들을 가려내 보자.

그렇게 되면 검사들이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 권력자가 아

니라 국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스폰서 검사 파문으로 온 국민이 검찰을 비판하고 개혁하

라는 목소리가 높아졌을 때마저, “검찰만큼 깨끗한 조직

이 없다”고 강변했던 오만함을 깨기 위해, 검사의 이름을

불러주자. 그들의 이름을 불렀을 때, 진정으로 공익을 대

변하고 국민을 섬기는 봉사자로 거듭나길 기대하며.

Page 31: PSPD MAGAZINE 2012. 09. (190)

31참여사회

전현경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간사

몰라서 못 지키고, 알아도 지킬 수 없는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기획

1. 몰라서 못 지키는 분들을 위한 법 소개

현재 행정안전부 소관으로 되어 있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이하 기부금품법)은 법명에 ‘기부’가

들어간 유일한 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에

보고된 전체 기부 금액 중 1%의 규모만이 기부금품법에

등록되고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회원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1천

만 원 이상의 금액을 모금하고자 할 때, 모집자의 개인정

보와 모집 목적, 모집 방법, 모금액 사용 계획 그리고 모

집 비용 예정액 등을 사전에 지자체(10억 원 이하)나 행안

부(10억 원 이상)에 등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모집 종료

보고 및 향후 모집 사용 보고가 뒤따르게 되어 있지요. 다

만, 여기에서 단체가 가만히 있는데 찾아오셔서 기부하시

는 돈은 단체의 ‘모집 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등

록하지 않아도 됩니다.

매우 단순한 법인데, 대부분의 단체들이 알지도 못하고

거의 준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회원’

에게 회비를 받고 있고, ‘정기기부자’는 ‘회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고, 모금 캠페인 중 건당 1천만 원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 타이밍에 움찔~! 하는

분들 많이 계십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그런 사항에 대

해 주무부처가 찾아다니면서 관리감독

하지는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Page 32: PSPD MAGAZINE 2012. 09. (190)

32 2012 09

그런데, 문제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

다. 일 년에 다섯 번의 캠페인을 해서 각 4

백만 원씩 모금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를 지금까지는 건당 1천만 원 이하로 보아왔지만, 이

를 하나의 ‘건’으로 보아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라는 주

무부처의 요구가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3년 이하 징역이 제일 큰 패널티였는데,

이제는 ‘지정기부금단체 자격취소’까지 법 적용이 엄중해

졌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지키면 되겠다고요? 알면서도

지킬 수 없는 기부금품법만의 사정이 있습니다.

2. 알아도 지키기 어려운 기부금품법

현재의 기부금품법은 단체의 모금 능력이나 기부자들의

단체에 대한 갖는 신뢰를 높이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단체는 주무부처에 매년 사업계획과

예·결산을 보고하고, 10억 이상 자산 규모의 법인은 국세

청 감사를 받은 회계자료를 공시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와

별개로 5년마다 기획재정부에 지정기부금단체 지정도 새

로이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지극히 일부분을 기부금

품모집법에 별도로 등록하여, 회계를 별도 처리하거나 별

도 회계감사까지 받아야 하는 현실은 행정적 낭비를 낳고

있습니다. 어느 단체에서는 매년 법에 따라 전체 회계감사

를 받고 재정 자료를 공개하는데, 그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할 때마다 신뢰도가 높아지기는커녕 기부자로부터 의

심의 눈초리를 받는다고 합니다. 기부금품법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기부자들로서는 ‘저 단

체는 총 모금액이 50억 원이라더니, 저기 별도로

올린 2억 원은 무슨 내용인가? 나머지 48억 원은 불법모

금인가?’라고 생각하게 되는 곤란한 상황이지요.

또한 법 준용을 위한 현실적 해석이 없어서 지키면서도

불안합니다. 앞서 언급한 기부금품법 등록에 있어 ‘건’을

어느 범주로 볼 것인가에 대해 기준이 없어 단체마다 해

석이 다릅니다.

한편 계획에 없던 모금이 예상치 않게 잘 되면 사전등록

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모금’이 됩니다. 모집 금액의

15%까지 쓸 수 있다는 ‘모집 비용’은 그 의미도 불분명하

고, 현실적 적용도 어렵습니다. 지자체에 질의하면 문의

하는 민간단체보다도 잘 모르고 있고, 주무부처는 공식적

으로 답변해 주기보다 개별적 팁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

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특정 단체나 이슈를 제기하는 그룹에 대해 ‘기부

금품모집법’ 위반을 이유로 검찰 조사가 진행되기도 합니

다. 회원 규정이 정관에 명기되지 않았다거나, 개별 모금

이 기부자의 자의에 의한 것이었느냐는 식으로 꼬투리를

잡기 시작하면, 연간 천만 원 이상 모금을 하는 모든 단체

가 ‘불법모금단체’로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Page 33: PSPD MAGAZINE 2012. 09. (190)

33참여사회

3. 아예 모금을 하지 말라는 ‘기부금품법 개정안’

18대 국회에서 발의·검토되었으나 통과되지 못하여 지

난 8월 3일 다시 입법예고된 기부금품법 개정안에서는 다

음 사업에 대해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지 못하도록, 즉

모금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조항은 기부 또는 모금 행위를 법으로 제한하여 국민

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충격적일뿐더러 주무부

처의 해석 권한이 지나치게 넓다는 점에서 위험합니다.

시민단체가 하는 활동 중 ‘정치’로 해석할 수 없는 것이 어

디 있으며, 국가나 지자체 정책과 관련 없는 활동이 어디

있습니까? 이 법을 적용한다면, 헌법소원을 위한 공익소

송 모금도 불가능해지고, 집시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활동가를 위한 모금도 할 수 없어집니다.

혹자는, ‘그냥 다 회원 기부로 받고 건당 천만 원만 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은 법과 정부가 규제하지 말아야 하는 내용을 규제하고 있

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런 식으로 기부와 모금을 규

제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모금 관련 법에서 중요하게 다룰

것은 ‘모금 과정에서 기부자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옥 매트를 팔지 말라

는 것이 아니라 의료 효과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고, 다단계로 사기를 쳐서 팔지 말라는 것입니다.

또한 지나친 규제는 모금자와 기부자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김여진 씨는 트위터를 통해 홍대 청소

노동자를 돕기 위한 모금을 성공적으로 벌인 바 있고, ‘결

식예산 0원’ 소식이 들리자 일주일 만에 결식아동 돕기에

3억원이 넘게 모금되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은 의견을 외

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돈을 보태 활동을 키우고,

정부가 못하는 일에 먼저 손을 뻗으며 참여의 폭을 넓히

고 있습니다.

8월 3일 이후 40일간 입법예고 기간입니다. 많은 단체들

이 모르고 있는 사이, 사문화되고 있다고 관심을 두지 않

는 사이 큰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 7일 기부금

품법에 대해 국회에서 입법 토론회가 있었고, 시민사회단

체들이 연대하여 개정안을 반대하고 본질적으로 적용 가

능한 기부금품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기

부 문화를 활성화하고 단체들이 활동에 힘을 쏟을 수 있

도록 하는 기부금품법 만들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 영리·정치·종교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2 국가 또는 지방자체단체의 정책에 찬성 또는 반대 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3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하는 경우

4 법령 위반 등 불법행위를 할 목적으로 하는 경우

5 그 밖에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해치는 경우로서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사유에 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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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인

한국 민주주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은 바울 슈나이스 목사 - 오재식 전 참여연대 공동대표 대담

정리 박유안 번역가

1975년 도쿄의 크리스천 센터. 유신 독재에 의해 한국에서

쫓겨나 5층의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에서 일하던 오재

식, 독일 동아시아선교회(DOAM)의 선교사로 3층에서 일

하던 바울 슈나이스. 두 사람은 곧 한국 민주화를 위해 함

께 일하는 동료이자 친구가 되었고, 도쿄에서 다진 우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 사이 오재식 선생은 참여연대 공

동대표와 월드비전 회장을 역임하며 반백년을 NGO 활동

에 매진했고, 슈나이스 목사도 DOAM 의장을 끝으로 일선

에서 은퇴하였다.

제주 강정마을과 광주 방문을 위해 한국을 찾은 슈나이

스 목사와 오재식 전 대표의 대담을 8월 13일 참여연대에

서 진행하였다. 1970년대 한국의 암울한 독재와 그에 맞선

민주화운동, 또 독일 통일의 경험과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

해 의견을 나누는 귀한 자리였다.

대담 진행에 앞서, “슈나이스 목사님이니까 ‘미니스터 슈나

이스’라고 부를까요?”라고 여쭈니 그냥 ‘미스터 슈나이스’

라고 부르란다. “독일에서 일본으로 온 선교사이셨죠?” 라

고 묻자 통상적인 ‘선교사’라는 이름표가 자신에겐 너무 협

소하다며, 자신에게 그 말은 그저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이

란 뜻이란다. 이렇게 멋진 은발의 독일 노신사와의 만남일

줄이야. 최근 병환에서 회복하느라 힘드셨다는 오재식 대

표의 목소리에서도 그런 기대감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어

려운 시절을 함께한 오랜 친구들의 만남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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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참여사회

아시아, 그리고 한국을 만나다

오재식 어떻게 처음에 아시아로 오게 되었나?

슈나이스 내가 태어난 곳인 중국에 가고 싶었으나 거긴 갈 수 없

고, 가까운 데를 고른 게 일본이었다. 일본에 처음 간 건 1958년이

다. 그때는 전형적인 구식 선교사여서 한국의 사회 문제는커녕 심

지어 일본의 사회 문제도 몰랐다. 그 후 독일로 가서 목사로 일하

며 동독과 협력했다. 1970년에 DOAM 소속이 되었는데, DOAM은

독일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선교단체이다. 그때 안병무 교수를 소

개받아 한국에도 오게 되었다.

오재식 나는 1970년에 일본에 갔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75년,

도쿄에서 당신을 만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당신이 어떻게 한국에

대한 애정을 싹틔우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슈나이스 몇 가지 이유가 있겠는데, 우선 1973년에 김대중이 도

쿄에서 납치됐다는 신문 기사를 봤다. 그때 난 이탈리아에서 가족

휴가 중이었다. 가족들은 내 친구들도 연관됐을지 모른다며 다들

직접 한국에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 그래서 1973년,

1974년에 거푸 한국을 방문해, 주로 수유 크리스천 아카데미에서

안병무, 서남동, 강원룡 등 당시 젊은 신자들을 만났다.

1976년 5월에 김대중, 안병무 등 내 친구들이 큰 재판에 연루되

었는데, 한 번을 제외하고 재판 전 과정을 참관했다. 심리 내용을

알아듣진 못해도 종일 앉아 있었다. 재판정에서 본 내 친구들의 얼

굴을 잊을 수가 없다. 나중에 재판 내용을 자료로 받아들고 다시

도쿄로 돌아오는 게 일이었다.

오재식 당신이 여러 방면으로 한국의 민주화를 지지하고 도왔다는

건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당신과 당신 가족들이 한국과 도쿄 사이

의 국경을 넘나들며 메신저 역할을 한 일은 유명하다.

슈나이스 당시 KCIA(중앙정보부)는 내가 1975년부터 1978년까지

50회 이상 한국을 방문했다고 했다. 주로 금~월요일에 걸쳐 오로

지 서울만 방문하는 주말 일정들이었다.

오재식 당신과 아내, 딸, 아들 모두가 그 메신저 역할을 맡았나?

슈나이스 그렇다. 나는 당시 김대중 씨의 대법원 재판 직후인 1978

년 12월 홍콩으로 추방되었는데, 내가 추방되고 나니 더 이상 도울

사람이 없었다. 그때 내 아내가 나섰다. 1984년까지 200여 회에 걸

친 서울 방문을 통해 소식들이 오갔다.

메신저의 역할 중에는 특히, 일본 시사월간지 <세카이

世界>에 ‘TK생’이라는 필명으로 ‘한국으로부터 온 통신’

(1973~1988 연재)이라는 칼럼을 쓴 지명관 교수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주 감동적이다. 북한도 구해서 읽었다는 그 유

명한 칼럼을 통해 박정희 독재의 실상이 일본을 비롯한 국

제사회에 낱낱이 밝혀졌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에는 슈나이스 부부가 나서서 도쿄 주재 독일 국영방

송 힌츠 페터 특파원을 광주로 파송하였고, 그는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만행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그리고 2011년, 슈나이스 부부는 오월 어

머니상을 수상하게 된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

시에는 슈나이스 부부가 나서서 도쿄 주재 독일국영방송

힌츠 페터 특파원을 광주로 파송하였고, 그는 전두환 군사

독재정권의 만행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

를 하였다. 그리고 2011년, 슈나이스 부부는 5.18재단 인권

상과 5월 어머니회 특별상을 수상하게 된다.

오재식 김관석 목사 재판 때의 볼프강 슈미트 경우를 봐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유독 독일인들이 한국에 큰 관심을 보였다. 국가적

분위기나 정서에 어떤 공통점이라도 있는 건가?

슈나이스 볼프강이나 나의 세대는 어릴 때 나치 경험을 했다. 2차

대전이 끝나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고, 새로운 독일, 민주 독일을

세워야 했다. 볼프강은 한국 친구로부터 신독일, 민주 독일을 세우

기 위한 그의 노력에 대해 듣고 싶다는 요청을 받고 한국을 방문하

기도 했다.

오재식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지원이 많았다. WCC는 독일 교

회의 지원을 받지 않았나. 독일 교회는 한국 민주화를 아주 많이

Page 36: PSPD MAGAZINE 2012. 09. (190)

36 2012 09

지원했다. 대학에서 쫓겨난 교수들, 감옥에 있는 사람들의 가족 등

을 갖가지 방법으로 비밀리에 도왔다. WCC가 공식적으로 뭘 할 수

는 없었다. 서울에서는 끊임없이 도청과 미행을 당하니까, 아무것

도 할 수 없었다. 모든 도움의 손길이 도쿄를 경유해서 전달되었다.

심지어 외교 행낭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건 KCIA라도 손을 댈 수

없다는 게 국제 규약이니까.

슈나이스 정말 그랬다.

오재식 독일 교회와 독일 사람들이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오랫동안

큰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을 암암리에 알고 있었음에도 공식적으로

고마움을 표현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유감으로 생각한다.

슈나이스 그런 얘기를 입에 올리기 쉽지 않았다는 걸 잘 안다. 사

실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의 진전을 지켜본 덕분에, 독일의 진보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 60~70년대 독일에는 외국인 노동자

가 굉장히 많았다. 이들은 2~3년 일하면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했

는데, 돌아갈 데가 없어졌거나 형편이 어려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심각했다. 한국에서의 경험 덕분에 모든

사람의 인권을 소중히 보살펴야 한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오재식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도,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절대 일

방향이 아니다. 도와주는 건 곧 그들로부터 배우는 거다. 관계를 맺

는다는 건 곧 새로운 어젠다를 만드는 일이고, 돕는 일은 늘 쉐어링

(Sharing), 즉 함께 공유하는 어떤 것이다. 모든 유대는 늘 주고받는

쌍방향이라는 것, 이것이 70년대에 내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

민주주의, 함께 만드는 우리의 미래

오재식 발전, 경쟁, 경제성장 따위의 가치만 앞세우는 현 세태가 박

정희의 70년대 초와 비슷한 것 같지 않은가?

슈나이스 한진중공업 사태, 쌍용차 문제, 용산 참사 등 민주화를 이

루었다는 한국에서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폭력이 되살아난 것을 보

고 아주 심난했다. 백성과 대화하지 않는 정부, 권력기구의 폭력이

약자들을 향하는, 그게 바로 독재 아닌가.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정부나 기업이 보다 영리하고 정교하게 그런 일을 행한다는 사실

뿐이다.

오재식 <한겨레>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는 끝이 없는 과정이다’라고

지적하셨더라.

슈나이스 독일 역사에서 첫 민주주의는 1차 대전 이후 1920년대였

는데, 파국으로 끝났다. 이후 나치가 등장했고 2차 대전이 벌어졌

다. 그리고 두 번째 민주주의가 시작되었는데, 이건 독일인이 싸워

서 쟁취한 게 아니라 영국, 미국, 러시아가 준 선물이었다. 하지만

도와주는 건 곧 그들로부터 배우는 거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곧 새로운 어젠다를 만드는 일이고, 돕는 일은 늘 쉐어링(Sharing), 즉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모든 유대는 늘 주고받는 쌍방향이라는 것, 이것이 70년대에 내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 “

Page 37: PSPD MAGAZINE 2012. 09. (190)

37참여사회

동독이 있으니 종전 후 50년이 지나도 우리는 계속해서 민주주의

를 위해 싸워야 했다. 민주주의 안에서 계속 스스로를 훈련했다고

나 할까.

오재식 헌법이나 선거같은 ‘형식’이 아닌, 민주주의의 실질적 ‘내

용’은 뭘까? 한국의 상황을 되돌아보며 생각해보자. 한국의 민주주

의는 왜 이렇게 취약할까?

슈나이스 무엇보다, 민주주의는 안주했던 적이 없다. 그것을 지키

기 위해, 그리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늘 싸워야 한다.

독일 교육의 예를 들면, 보다 민주적인 교육을 위해 바꾸고 또 바꾸

는 중이다. 몇 년 전까지 독일에서 유치원은 아이들을 모아두는 데

였지만, 이제는 아이들을 어엿한 남자와 여자로 대우한다.

독일에도 부패 문제가 있다. 그런데 법정에서 부패를 다루는 절차

가 아주 민주적이다. 부패로 이득을 본 자와 피해를 본 자의 목소리

를 동등하게 듣는다는 뜻이다. 독일에서는 ‘보다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보다 민주적인 방법들에 철저하라’는 원칙이 있다.

한국에서는 재계와 정계의 관계가 너무 긴밀하지 않나 싶다. 독일

에서는 이들 사이 거리가 아주 멀다. 정치인이 기업으로 가는 경우

에도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모른다. 슈뢰더 전 총리는 러시아 정유

회사와의 긴밀한 관계 때문에 지금도 지탄받고 있다.

오재식 민주 투쟁으로 얻어낸 민주 체계를 지탱할 사회적 하부구

조가 많이 취약하다. 경험도 취약하고, 윤리적 가이드라인도 갖추

지 못했다. ‘경제적 성취가 너희를 치유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

는 게 거의 제1원칙처럼 통용되는 실정이다. 심지어 종교 단체조차

이익추구에 혈안이다.

슈나이스 독일은 통일에 따른 사회 통합에 30년 가까이 매달리고

있지만, 한국은 더 짧은 시간 내에 그런 성과를 거두리라 기대한

다. 그런데 우린 너무 늙은 것 같지 않은가? 젊은 세대가 이런 상

황을 보다 잘 깨닫고 고민을 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다행히 많은

젊은이들이 깨어 있는 정신으로 사태를 살피고 있다.

제주도 강정마을을 방문해 많은 젊은 활동가들을 만나고

온 슈나이스 목사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특히 당부하

고 싶은 한마디를 여쭈니 젊은이보다 더 진취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운동과 통일 과정에 참여

했으면 한다. 정부는 자기들이 좋아하는 일만 하기 마련

이다. 그걸 바로잡고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보다

많은 젊은이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그들의 새로운 아이디

어, 새로운 용기, 새로운 활력이 꼭 필요하다. 이 땅의 미

래는 바로 당신들의 미래가 아닌가.”

”한진중공업 사태, 쌍용차 문제, 용산 참사 등,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한국에서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폭력이 되살아난 것을 보고 아주 심난했다. 백성과 대화하지 않는 정부, 권력기구의 폭력이 약자들을 향하는, 그게 바로 독재 아닌가.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정부나 기업이 보다 영리하고 정교하게 그런 일을 행한다는 사실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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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012 09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한 긴 과정을 거쳐 온 독일과 한국,

그리고 양국의 민간단체가 협력할 방안을 타진하고자 머

리를 맞대는 오재식 선생과 슈나이스 목사를 지켜보고 있

자니, 이 땅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의 할 일이 참 많음

을 새삼 깨닫는다.

‘정의로운 평화’로

오재식 독일에서는 분단 시절에도 동서독 사이에 민간 교류가 있

었는데, 남북한은 지난 60년간 거의 아무런 민간 접촉이 없었다.

독일의 통일 이야기를 해보자. 특히 지난 20년간 독일이 겪은 고

통과 비용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슈나이스 보통의 독일인들은 아무 고통도 안 느낀다. (웃음) 그냥

체제 대결에서 이겼다고 도취하는 게 고작이다. 동독 사람들은 아

직도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정부의 입장이란 “동독은 구원되었

다. 따라서 그들은 행복하다. 문제될 게 뭐냐”는 식이었다.

아직도 동서독은 기반이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시장은 통합되

어서 상품 가격은 같다. 그러니 동독 사람들이 겪는 불이익은 정말

황당한 수준이다. 내가 동독인들에게서 듣고 느낀 건 그런 황당함

인데, 서독에서는 내 동료들조차도 이것에 공감하는 이들이 별로

없다. 동독의 청년실업 문제는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서독은 동독

까지 지탱할 생산력을 가지고 있어 동독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현 기독민주당 정부뿐만 아니라, 사회당이나 녹색당이 집

권해도 이런 사정이 나아질 거라고는 보기 어렵다.

오재식 한국도 통일 후의 변화를 소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이다.

슈나이스 평생 걸릴지도 모른다. 한 개인에게 있어 그건 인생 전체

에 걸쳐 소화시켜야 하는 일이 될 것이다.

Page 39: PSPD MAGAZINE 2012. 09. (190)

39참여사회

오재식 남한이 서독처럼 ‘너희 식량은 우리가 해결하겠다. 그러니

까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대응할까봐 걱정이다. 그러면 북

한으로선 통일이란 게 사회주의적 자긍심을 버리고 밥 달라고, 경

제적 부를 구걸하는 꼴이 된다. 독일의 경험에서 우리가 배울 것이

뭐가 있을까?

슈나이스 독일이 가르칠 게 뭐 있겠나. 만날 실수만 저지르는 나라

아닌가. 통일 후 20년이 지났는데도 서독인들은 동독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서독인들은 실제 통일에 기여는커녕 방해만 했

던 주제에, 통일이 되고 나니 이제 와서 그게 자기 업적이라고 내

세우고 자랑한다.

오재식 동서독 사이에는 어떻게 대화가 시작되고 유지되었는가?

슈나이스 어떻게 보면 그건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 지시에 가까웠

다. 가령 교회의 경우도 그랬다. 동독 교회가 가진 오랜 경험은 아

예 무시되었고 서독 교회가 교구를 접수하는 방식으로 통합이 이

뤄졌다. 동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무

엇일지 토의해보자, 이런 얘기는 없고, 다들 그냥 우리한테 들어와

라, 우리가 너희를 인수하겠다는 식이었다. 동서독 간 대화란 게

대개 그런 식이고, 그런 풍경이 사회 전반에 걸쳐 널리 퍼져 있다.

오재식 그래도 서독은 제3국을 통해 동독과 접촉하며 관계를 쌓으

려 하지 않았나? 동독 체면도 세워주면서 말이다. 난 그런 걸 아주

성숙한 제스처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은 그런 것도 안 한다.

슈나이스 독일 통일 과정의 일부분만 알고 있는데, 나로서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교회 임금의 예를 들어보자. 베를린의 같은 교회

에서 같은 책상에 앉아 일하는데 임금은 동독인과 서독인이 다르

다. 그런데 물가는 똑같다. 그게 실정이다. DOAM 세미나를 할 때,

동독 측 참가자들의 참가비를 임금 수준에 맞게 낮춰주자고 하면

꼭 서독 사람들이 똑같이 내야 한다고 우긴다. 한국에서도 그런 문

제가 발생할 것이다. 독일에서도 통일은 아직도 온갖 분야에서 참

으로 힘겹게 진행 중인 과정이다. 오랫동안 철저하게 준비해도 힘

들 수 있다.

오재식 정부는 양측이 다 한계가 있으니 시민단체가 역할을 하는

건 어떤가. 동서독 교회 혹은 NGO의 경우, 그렇게 양측 정부를 압

박할 수 있는 개입의 여지가 있었는가?

슈나이스 교회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모이는 곳이라, 하

나의 입장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는 불가능했다. 다만 2년 전

에 하나의 의미심장한 진일보가 있었다. 이제 ‘정의로운 법률Just

Law’ 이야기는 그만하고 ‘정의로운 평화Just Peace’를 얘기하자는 거

였다.

오재식 정의로운 평화라니,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민간 차원 혹은

종교 차원의 ‘정의로운 평화’ 대화 모임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떤가.

‘정의로운 평화’란 대체 뭔지, 왜 그것이 통일 과정에서 중요하게

불거졌는지에 대한 경험을 한국과 독일이 나누면 좋은 출발점이 되

지 않겠는가?

슈나이스 독일 교회는 매년 남북한 교회를 불러 의견을 나눠왔다.

좋은 시도였다. 남과 북이 공공영역에서 만나 그런 논의를 한다면

큰 도움이 될 텐데, 독일이 단순한 초대자를 넘어 적극 참여할 준

비가 되어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재식 경험을 나누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 참여연대와 같은

NGO를 통해서든 여러 통로를 통해서 경험을 공유하는 일이 계

속되었으면 한다. 오랜 시간 귀한 이야기 나눠주셔서 깊이 감사

드린다.

팔순을 바라보는 두 민주화 인사의 대화는 두 시간을 훌

쩍 넘도록 이어졌다. 놀랍게도 두 어른의 생각은 여느 젊

은이들보다 훨씬 젊었다. 무엇보다 지금도 하고픈 게 너

무나 많은 두 사람이다.

생물학적 노화와는 무관하게 늘 젊은 정신과 기개로 세

상을 향해 메시지를 던지고 벗들과 함께 행동하는 조직을

만드는 사람들. 이들이 민주주의를 일구어내는 힘이라는

것을, 우리가 또한 그 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잊

지 말아야 한다. 슈나이스 목사 말처럼, 통일을 비롯한 ‘이

소중한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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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고등학교 때 일이다. 친구가 불

쑥 잡지 한 권을 내밀었다. 친

하기도 했지만 늘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녀석이라 그가

하는 건 뭐든 무한 신뢰가 가

는 친구였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얇고 투박한 잡지 한 권, 월간

『참여사회』. 그의 시작은 그랬다.

풍수지리는 안 배웁니다

9월호 인터뷰 대상에 대한 자료를 훑는다.

‘윤원재, 전남대 지리학과 09학번, 현재 참여연대 인턴

활동 중.’

나이라는 숫자에 엄청 집착 중인 중년의 나에게 이번

인터뷰 상대는 과하게 젊다. 고등학교 때 ‘삼지’를 했다?

이건 또 뭔 말? 아,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를 공부

했다는 말이군. ‘버카충(버스카드 충전)’ 같은 말들이 난

무하는 이 시대야말로 나 같은 아줌마에겐 진정한 암흑의

시대다. 멀쩡하게 눈 뜨고 살아도 어느 순간 문맹으로 만

들어 버리니……. 궁시렁거리며 다음 줄을 읽는다. 전공

이 매우 잘 맞음? 푸하하하! 이번에 만날 인터뷰이는 행

복한 사람이구나.

“고등학교 때 지리 과목만 재밌었어요. 그래서 전공도

지리학을 택한 거구요. 졸업하고 나서도 대학원에 진학해

도시 지리에 관한 공부를 계속할 생각입

니다.”

크고 작은 전쟁들로 점철된 세계사

를 읽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건

지 무척 궁금했던 적이 있다. 그 책에

서는 지정학적인 요인을 가장 중요하게

꼽고 있었다. 그때부터 난 지리학을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지리학을 파고

드는 이유는 나와는 또 다를 것이다.

“인턴 활동 중에 동자동 쪽방촌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 열악한 공간에서 어떻게 삶을 이어나가는 것인지…….

그런 쪽방촌을 높은 건물들이 빙 둘러싸고 있더군요. 도

시를 개발하고 가꾸어나가는 데 사람은 전혀 고려하지 않

는, 잘못된 도시개발 정책의 결과인 거죠.”

동자동 쪽방촌에 있는 집들은 보통 0.7평에서 1.5평 정

도다. 집이라 부르기 어려운 그 공간에 삶이라 말하기엔

너무 가슴 아린 나날들이 이어진다. 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 폭염에 시달리는 그들의 삶이 뉴스에 간간이 나왔

다. 더위는 대부분의 도시인들에게는 버텨내야하는 무엇

이지만 감옥의 독방과 같은 삶터에서 살아가는 그들에겐

목숨을 빼앗길 수도 있는 재앙이다.

“도시재개발이나 도시공동체에 관심이 많아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계획하고 싶습니다. 파리

같은 경우를 보면, 도시 중심에 자리한 에펠탑을 중심으로

어른의 탄생도시 한가운데서 쓰는 시골 청년의 청춘 일기, 윤원재 회원

글 호모아줌마데스 애엄마 사진 Nina Ahn

40 2012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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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인이 완만하게 내려오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그

렇게 도시를 계획하면 동자동처럼 어느 한 지역이 높은 건

물들에 가려 완전히 고립돼 버리는 일은 없는 거죠.”

그는 동자동 주민들이 겪는 고립감이 단순히 물리적인

수준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말한다. 함께 살아가는 지역

안에서 서로 확연히 구별되는 삶터는 정서적 고립을 낳

고, 사람들은 그렇게 분리되고 소외된다.

“공부해서 남을 주고 싶어요. 사람다운 삶과 공동체적

인 가치가 지켜지는 도시를 만들고도 싶고, 아예 22대 국

회의원이 돼 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도시계획학을 전

공한 민주당 김진애 전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활동하는 걸

지켜봤어요. 4대강 사업 저지도 하고, 도시 안의 마을 만

들기 사업에도 동참하고, 그런 모습을 보며 솔직히 처음

엔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같은 과 친구들을 보면 기사

자격증을 딴다거나 공기업에 취직한다거나, 다들 그 정도

의 꿈밖에는 없거든요. 근데 김진애 전 의원을 보면서 지

리학을 공부해서 저렇게 정부 정책이라던가

도시계획에 관여할 수도 있겠구나, 하

는 더 큰 꿈을 꾸게 된 거죠.”

더위로 이글거렸던 쪽방촌에도

곧 겨울이 올 것이다. 추위는 더위

와 다름없이 매섭게 가난한 삶을

몰아친다. 지리 선생님이 예뻐서

지리 공부를 열심히 했던 소년. 이제

그 소년이 자라 ‘가난한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도

시’라는 커다란 꿈을 꾸고 있다.

“참, 지리학과에서 풍수지리 같은 건 안 배워요. 자꾸

저보고 땅 보러 다니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서요.”

숙연했던 인터뷰 자리를 한순간에 웃음으로 반전시키

는 멘트. 지리학과에서는 풍수지리 안 배운다네요. 그럼

풍수지리는 어떤 과에서 배우나……, 궁금궁금.

난 ‘한때’ 똑똑했었다

이렇게 재밌는 친구가 한때(?)는 무척 똑똑하기까지 했었

단다. 그러면 참여연대 인턴 생활을 하면서 바보가 되었

다는 얘기?

“아무래도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과 인턴 생활을

하다보니까 전에 제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많이 알게 되

는 것 같아요. 내가 평소에 갖지 못했던, 다른 눈으로 세

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된 거죠. 학교에서 경제나 다

른 분야에 대한 세미나를 많이 했고, 주로 주도적인 역할

을 맡아서 나름 똑똑하다고 생각해왔었는데, 참여연대 인

턴 생활을 하면서 와장창 깨졌어요. 원래는 주로 말을 하

는 쪽이었는데 인턴을 하면서는 주로 듣기만 하는 입장이

되더라고요. 내 논리를 뒷받침해줄 지식이 많이 부족하다

는 걸 깨달았어요. 이제 다시 돌아가면 더 열심히 공부하

려구요.”

깨진 건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저 좋아서 시작했던 지

리학 공부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꼭 지리학이 아니더라도 내가 원하는 바

를 이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도 들기 시작했어요. 그전에는 별

다른 고민 없이 ‘내 미래는 지리학

이다’였다면, 이젠 내가 변화시

키고 만들어나가고 싶은 세상에

대해 여러 갈래로 생각이 많아지

고 고민이 더 깊어졌습니다.”

41참여사회

Page 42: PSPD MAGAZINE 2012. 09. (190)

전에는 단순하고 명료한 것들이 있었다. 그러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알게 되고, 그렇게 세상에 대한 경험치가 늘어갈수록 인

생이 복잡한 루트를 타기 시작한다. 참여연대 인턴 프로

그램이 이 땅의 청년들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참여연대 인턴 프로그램은 교육이 반이고 팀 업무가

반이에요. 그게 너무 맘에 들어서 지원했어요. 교육도 외

부 강사들이 와서 하는 경우가 많구요. 집이 지방이라 서

울에서 지낼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지만 일단 지원부터 했

어요. 붙기만 하면 무조건 간다, 그러면서."

기대만큼 좋던가요?

“일단 교육이 너무 좋았구요, 전 평화국제팀에서 일했

는데, 외부 활동이 많은 부서더라구요. 난생 처음 기자회

견장에도 따라 가보고, 토론회에도 참석해보고, 쌍용자동

차 집회 현장에도 가고……, 암튼 정말 재밌었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참여연대에 가입했다. 당시 회비

3000원. ‘참여사회를 꼬박꼬박 챙겨 읽고 싶어서’가 가입

동기다. 정말이요? 아, 마구 샘솟는 이 책임감…….

“신문은 믿음이 안 가서 잘 안 봐요. 그러다보니 주간지

<시사인>하고 월간 『참여사회』, 이렇게 두 개만 보고 있

죠. 참여사회 같은 경우는 평소 다른 매체에서 접할 수 없

는 그 이면의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참여연대에 대해 너무 좋은 얘기만 하면 제 글의 신뢰

성이 떨어집니다. 불만도 있으시죠?

“인턴들 사이에서 참여연대가 너무 몸 사리는 거 아

니냐하는 얘기들이 있었어요. 천안함 사건 이후로는 너

무 중도를 지키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 저희 기수

가 ‘인턴 노조’를 만들었어요. 진짜 노조는 아니고 조 이름

이 ‘인턴 노’인 건데, 인턴들이 하루 식대로 6000원 받거

든요, 조금이라도 인상을 해 주셨으면 좋겠구요, 그리고,

음…, 저같이 지방에 사는 회원들을 위해 느티나무 강의

들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좋은

강의들이 너무 많은데 들을 방법이 없네요.”

동석했던 편집팀 간사는 참여연대에 대한 불만이 그렇

게 꼭 듣고 싶냐며 내게 눈을 흘겼지만, 안 물어봤으면 어

쩔 뻔 했냐구요, 이렇게 청산유수인데 말이지. 덕분에 제

42 2012 09

Page 43: PSPD MAGAZINE 2012. 09. (190)

인터뷰 글의 신뢰성은 건졌잖아요, 호호호.

오빤 어디 스타일?

앞으로 도시에 관해 계속 공부하고 계획할 사람으로서,

서울에 올라와보니 어떻던가요?

“서울이요? 싫어요.”

왜요, 물가가 비싸서?

“아뇨, 사람도 너무 많고 복잡해서 싫어요. 출퇴근 시간

이 아닌데도 전철 타면 무슨 사람이 그리 많은지, 속이 답

답해지면서 토하고 싶어져요. 건물도 너무 많고 암튼 인간

적인 도시는 아니에요.”

그럼 인간적인 도시는 어딘가요?

“일본의 교토 정도가 딱 좋은 것 같아요. 처음부터 도시

계획이 잘 된 것 같고, 옛 건물들도 많이 남아있어서 특유

의 정취도 있구요.”

아, 오빤 강남 스타일이 아니라 교토 스타일이구나.

“정치적인 신념은 진보라 할 수 있는데 생활적인 면에

서 보면 보수에 가까운 것 같아요.”

이 지점에서 동석하고 있던 뭇 여인들의 지적질이 시작

되었다. 그런 식이라면 여자 친구 만나기 힘들 텐데…….

그러자 이 청년, 그 즉시 자신의 태도를 버리겠다고 선

언하는 순발력까지 보인다. 그럼 지금 한창 청춘이신

데, 자신의 청춘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면?

“청춘이라…, 지금까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아왔거든요. 음…(평가 중),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요. 그리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호불호가 강한 성격인데 아직까지

는 내가 내린 선택들이 남들한테 해를 끼친

것 같지도 않구요. 아파서 청춘인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서 청춘이라고 생각

해요.”

타인과 깊지 않은 무난한 관계만 맺고,

가능한 위험한 건 피하려 하며, 세상 일에

휘말리지 않으려 행동하는 건 젊음이긴 하되 청춘은 아

니다. 청춘은, 미숙하고 서툴더라도 진지하게 무언가를

찾아서 계속 방황하는 마음이라고, 그렇게 고민하는 힘

을 잃지 않을 때 우리는 여전히 청춘인 거라고, 『고민하는

힘』에서 강상중은 말했다. 고민의 함량과 방황의 진정성,

청춘에서 문제되는 건 그것뿐이다. 지금은 참여연대 10기

라는 이름으로 가까운 미래엔 22대 국회의원을 꿈꾸는 그

의 청춘에 외친다, 브라보!

어른의 탄생

대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받은 돈. 태

어나 처음 번 돈이라 의미 있는 곳에 쓰고 싶었다. 『참여사

회』를 읽다 마우스와 키보드가 필요하다는 글을 보고 그

돈으로 물건을 사서 보냈다. 큰 돈은 아니었으나 학생의

신분인 그가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참여연대가

정부보조금 없이 잘 버텨나갈 수 있는 마법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작지만 한곳을 향해 모여 드는 마음들, 그 조각들이

모여 이루어가는 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꿈.

대학생이 되면서 회비를 5000원으로 증액한 그는 이번

인턴 활동을 마치고 나면 다시 두 배로 늘릴 생각이란다.

그동안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셨나 봐요, 하고 농담을

건넸지만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대한 부채감이 점점

커져가고 있는 거란 걸, 이미 한참 전에 어른이

된 내가 어찌 모르겠는가.

쌍용이나 용산 문제를 접할 때마다 무거워져

만 가던 마음. 집회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나도 저기 함께 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들로 괴롭던 나날들. 그런 마음

을 끝내 떨칠 수 없어 용기를 내어 희망

버스에 처음으로 오르던 날.

이 어지러운 세상에 대한 책임을 함께

나눌 또 한 명의 어른은 그렇게 탄생했

다.

43참여사회

Page 44: PSPD MAGAZINE 2012. 09. (190)

44 2012 09

강좌신청 느티나무홈페이지academy.pspd.org에서로그인후신청가능.온라인수강신청후수강료를입금해야수강신청이최종완료됩니다.

입금계좌 하나은행162-054331-00805예금주참여연대

할인혜택 참여연대회원은수강료50%할인*20명 이하 정원 강좌의 경우 30% 할인

장 소 참여연대느티나무홀(B1)3호선경복궁역2번출구로나와500m가량직진,우리은행을지나새마을금고와형제마트골목에서좌회전

*일부 강좌는 외부 교육장소에서 진행됩니다. 해당강좌 안내 참조

신청문의 아카데미느티나무전보임,천웅소간사[email protected]

진보 인문 행복의 배움터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 2012 가을학기

■ 민주주의학교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수강신청

세계경제위기와 경제민주화

10.09 세계경제위기의 구조와 국가의 역할 홍기빈

10.16 유럽재정위기와 복지의 미래 정세은

10.23 99%, Too big to fail 장석준

10.30 감세정책, 지속가능한가 강병구

화 오후 7시~9시30분 총 4회 4만원

주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교사, 교육활동가 평화교육 워크숍: 누구나 맘대로 톡톡 이대훈

10.10 학습 공동체 만들기

10.17 평화교육의 비전 만들기

10.27 평화의 이해와 평화교육

서로 배움의 지행 PEACE 페다고지Ⅰ, II Lea Espallardo

10.31 나와 세계: 날뛰는 차별과 마주하기

11.07 갈등 알고 어루만지기

11.17 평화와 젠더의 이해 김엘리

평화배움 모델 만들기Ⅰ

평화배움 모델 만들기Ⅱ: 발표와 상호검토

수 오후 7시~10시/토 오전 10시~ 오후 5시 총 6회 20만원 20명 정원

진보,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09.17 진보의 가치, 재구성을 위하여 김동춘

09.24 당신에게는 과연 누가 진보인가 김강 유창복

10.08 진보에 던지는 불편한 질문 하승우

10.15 진보의 새로운 탄생은 가능한가 노회찬

10.22 나의 삶은 진보적인가 김현진 제윤경

월 오후 7시~9시30분 총 5회 8만원

후원 워크숍: 소심한 사람들의 유쾌한 꼼지락

- 소리를 내면 세상이 바뀐다

10.29 소심한 사람들,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 이래은

11.05 뭐든지 괜찮아요. 아님 말고 박재동

11.12 치열할수록 즐겁게! 유쾌한 상상 101가지 김민식

11.19 소심하고 유쾌한 체험담 나누기

11.26 팀별로 기획하기, 리허설

12.03 소심한 사람들의 꼼지락 발표 페스티벌

월 오후 7시~9시30분 총 6회 6만원

아시아의 이야기: 내 이야기를 들어볼래?

- 아시아 시민사회 활동가와 함께 하는 생생토크

10.08 인도네시아: 서파푸아에 민주주의와 인권의 봄은 올까요

Cahyadi Satriya

10.15 말레이시아: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는 시민의 힘으로

Alfian Zohri Bin Mohd Tahir

10.22 네팔: 인민 전쟁으로부터 공화국까지 Nilima Raut

10.29 방글라데시: 기후변화가 삶에 미치는 영향

Most Farjana Akter

11.05 태국: 레드셔츠와 엘로우셔츠의 갈등 - 인권에대하여

Orapan Pratomlek

11.12 필리핀: 이 땅은 원래 우리의 것입니다

Princes Ortega Dacca

Ivan Facsoy Torafing

11.19 뉴질랜드: 아오테이어러우어, 사회 운동의 역사

Thomas James Rainey-Smith

월 오후 7시~9시30분 총 7회 7만원

주관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성공회대 MAINS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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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참여사회

배민정의 창작 일러스트

드로잉, 새로운 재료와 스타일 채색으로 업그레이드

색채, 구도, 명도의 사용법 알기/나만의 스케치북 만들기

09.07~11.30 금 오후 7시~9시30분 총 12회 36만원 20명 정원

쉽게 즐기는 우쿨렐레 교실 정광교

중급반 4기 10.15~11.12

월 오후 7시30분~9시 총 5회 12만원 15명 정원

■ 굿모닝세미나

꿈 투사 워크숍: 성찰과 치유를 위한 꿈작업 고혜경

09.13 꿈작업 왜 할까? 꿈을 기억하는 요령과 기법

09.20 꿈을 이해하는 열쇠: 연상, 확충, 애니메이션

09.27 꿈작업을 하는 6가지 힌트와 꿈의 구조

10.04 꿈에서의 죽음과 섹스의 상징적인 의미

10.11 어둡고 위협적인 남자, 파괴적이고 유혹하는 여자

10.18 가장 흔한 꿈의 원형적인 의미

10.25 상처받은 동물의 꿈

11.01 하룻밤에 꾸는 여러 꿈으로 작업하는 비결

11.08 장기적인 꿈 관찰과 꿈의 진화

11.15 꿈을 이용한 문제해결

목 오전 10시~12시30분 총 10회 30만원 20명 정원

스타일링 워크숍 3기: 시장에서 파티까지, 내가 주인이 되는 옷

제미란

10.17 나에게 옷은 무엇인가: 나의 스타일 컨셉 설계하기

10.24 옷장 속 헌옷 리폼 구상하기

10.31 리폼 실행하기①

11.07 리폼 실행하기②: 천연염색

11.14 리폼 실행하기③

11.21 Before & After 나누기

수 오전 10시~12시30분 총 6회 18만원 18명 정원

몸 워크숍: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이정명

10.23 어깨: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

10.30 가슴: 어떻게 사랑과 연민을 표현할 수 있을까

11.06 얼굴: 사회적 가면 '페르소나' 수용하기

11.13 척추: 어떻게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가

11.20 골반①: 생명력 있는 관계의 탐색

11.27 골반②: 열정과 즐거움 누리기

12.04 전신 자화상의 표현

12.11 전신 자화상과 함께 춤을

화 오전 10시~12시30분 총 8회 24만원 20명 정원(여성에 한정)

장소 타말파 연구소(후암동 대원정사 건물 3층)

■ 인문학교

문학으로 읽는 중남미 역사와 문화 구광렬

10.31 체 게바라 혁명의 뿌리, 시: 구광렬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11.07 네루다의 문학세계로 본 중남미 사회문화: <네루다 자서전>

11.14 제 3세계를 대표하는 도시, 마콘도의 근현대사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 년 동안의 고독>

11.21 시인의 눈으로 본 인디오, 메스티소의 혼융문화:

옥타비오 파스 <활과 리라>

11.28 남미 독재자들의 정치적 박해의 흔적:

루이스 세풀베다 <파타고니아 특급열차>

수 오후 7시~9시30분 총 5회 8만원

■ 생활문화학교

임종진 사진수업 5기: 자신에게 사진을 건네다

09.11 본다는 것에 대하여

09.18 사진이론① 자신만의 노출 알기

09.25 사진이론② 자신만의 노출 알기

10.09 과제물 살펴보기

10.14 실습① 처음 바라보는 프레임의 설렘: 창경궁

10.16 사진리뷰

10.21 실습② 한걸음 더 들어가 보는 프레임 속 세상: 이화동

10.23 사진리뷰

10.30 자신만의 느낌으로 찾는 대상

11.06 자기 주제사진 발표①

11.13 자기 주제사진 발표②

11.20 작품선정

화 오후 7시~9시30분 총 12회(일요일 실습 2회 포함) 36만원 15명 정원

LIGHT 워크숍: 내 안의 의사 만나기 이재형

09.13 [특강]몸의 상징으로 보는 남녀의 차이 1만원

09.27 머리, 가슴, 배 에너지의 원리

10.04 생명력의 에너지 통로: 명문 자세

10.11 자율신경계의 이해①: 목과 어깨

10.18 이완 Therapy

10.25 자율신경계의 이해②: 안정과 이완

11.01 막힌 에너지의 주요 통로 열기

11.08 생명력 센터인 골반의 활성화

11.15 교감, 부교감 신경의 균형 찾기

11.22 면역력 향상하기

11.29 몸의 감각과 감정을 다스리는 명상법

목 오후 7시∼9시30분 총 10회 50만원 15명 정원

장소 종로구 화동 서울원불교 시민선방

Page 46: PSPD MAGAZINE 2012. 09. (190)

46 2012 09

1.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

김기원 교수가 『한국의 진보를 비판한다』를 냈다. 참여정

부는 왜 실패했을까, 한진중공업 사태나 쌍용자동차에 대

해 진보는 올바로 개입했는가를 ‘복기’한 책이다.

좋은 의미의 전형적인 ‘백면서생’이 정치와 운동의 한 장

면, 장면마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우리

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꼼꼼히 들여다 보았다. 아니

경제사를 전공한 백면서생이 사료를 다루듯 세상을 읽었

으니 예사롭지 않은 것들을 찾아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가 말하는 진보진영의 문제는 각종 실력 부족인데, 특

히 대선을 염두에 둘 때 가장 부족한 것은 정치력이다.

‘진보의 시대’에 오히려 진보세력이 왜 자멸하고 있는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그가 대선 을

앞두고 이 책을 낸 이유는 명확하다. 민주당, 특히 친노

진영이 읽고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

음이 절절하다. 이 책이 겨냥한 사람들 중 하나에 틀림없

는 나는, 김 교수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무슨 반응이 있나요?”, “아니, 비판을 하든지 수

긍을 하든지 해야 하는데 아무 반응이 없는 게 더 문제

지…….” <독자와의 만남>에서 내가 묻자 김교수는 이렇

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뭐……, 선거 중이니 쓸데없이 분

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겠죠”, 얼렁뚱땅 넘어가면서 문

득 든 생각. 친노 직계랄 수 있는 문재인 의원의 참모 중

몇 명은 분명 이 책을 읽었을 것이다. 과연 그들은 이 쓰디

쓴 충고에서 교훈을 얻었을까?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 있다면 총선에서

어이없이 패배하고, 그리고 또 대선이 이렇게 흐르지는

않을 것이다. 김기원 교수에 이어 나도 정치 평론이라는

‘외도’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민주당의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내 보기에 이번 대선은 두 가지 점에서 과거와 완전히 판

이 다르다. 첫 번째, 2008년 전면에 드러난 세계 금융위기

가 진행 중이라는 점, 따라서 과거의 ‘글로벌 스탠다드’였

던 시장만능주의가 퇴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어마어마한 역사적 변화는 일상을 사

는 사람이 실감하기 어렵다. 그런데 두 번째로 다행히 국

민의 생각도 변했다. 2008년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똑같이 내건 공약은 ‘뉴타운’과 ‘특목고’였

다. 한마디로 우리가 한국 사회의 양대 투기에 열광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불과 2년 후인 2010년 지자체

선거에서 국민들의 의식은 무상급식이라는 작은 화두로

부터 시작해 보편복지라는 본령으로 급격하게 진화했다.

과연 이런 변화에 각 당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극적

으로 변화한 곳은 불행하게도 한나라당이다. 당 이름부터

‘새누리당’으로, 상징색을 빨간색으로 바꿨고 ‘맞춤형’을

붙였을 망정 복지에의 열망을 받아 안았고, 김종인을 내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경제

대선 단상 ①

민주당은 왜 이럴까

Page 47: PSPD MAGAZINE 2012. 09. (190)

47참여사회

세워 ‘경제민주화’, 나아가서 증세 이슈까지도 선점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충실히 따라서 무상급식과 보편복지와

맞서 싸우다 서울시장 자리를 날린 데 대한 반성이다. 물

론 그 내용은 별 것이 없고 실천할지는 전혀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실망해서 떨어져 나가려는

중도우파 유권자를 붙잡는 힘으로는 충분하다. 더구나 ‘신

뢰’의 이미지로 무장한 박근혜가 후보 아닌가?

그렇다면 민주당은 어떤가? 단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

2008년 봄부터 가을까지 촛불로 광장을 뒤덮으며 시민들

이 대통령의 사과를 이끌어 냈을 때, 민주당이 한 일은 거

의 없었다. 한미 FTA와 무상급식 때도 마찬가지였고 지

금 진행 중인 경제민주화와 보편 복지 이슈에도 또한 그

렇다. 민주당 내 경제관료 출신 의원들과 486 참모들, 그

리고 참여정부 마지막까지 정권을 ‘지킨’ 지식인 출신들

모두 마찬가지다. 중도우파를 끌어들인다는 구실로 새누

리당과 박근혜는 거짓말쟁이요, 가짜라는 말만 되풀이 하

고 있다. 새누리당은 자기 정체성을 숨기면서까지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변화 자체를 사실상 부

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과거에 잘했으니 우리가 진

짜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서 청와대 비서실 출신 참모들은 문재인 후보를 대

통령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라면 어떻게 이리도

‘부자 몸 조심’으로 일관할 수 있을까? 더구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은 천양지차로 다른 사람이다. 7~8

년 전 참모들은 노대통령의 불쑥거리는 대담한 구상을 견

제해야 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차분해 보이는 문재인 후보

가 과감한 구상을 내놓도록 부추겨야 한다. 그래야 새누

리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역사를 거스르는 반

대를 할 것이 아닌가?

그럴 이슈가 없다고? 그렇다면 김기원 교수의 진단은 정

확하다. 한미 FTA는 시대의 한계로 인한 오류였다고 인

정하고 박근혜 후보의 복지가 한미 FTA와 모순된다는 점

을 지적했어야 한다. 새누리당이 제출한 네 개의 경제민

주화 법안(기업인 처벌, 일감 몰아주기 규제, 순환출자 규

제, 금산분리 강화)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보편적 증세’ 방

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역사의 변화에 걸맞고

국민이 원하는 바인데 왜 못 받아들이는가? 십중팔구 새

누리당은 자중지란을 일으킬 것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의 경제민주화에 대해 가짜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가짜

임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렇게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안철수 대망론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정당도 없고 정치 경험이 없는 안철

수 교수 또한 불안하다. 민주당의 미적거림, 안철수의 불

안함을 단번에 제거할 방법은 없을까? 있다. 시민이 선거

구도를 만들고 시민이 정책과 내각을 선정하고 그리하여

시민의 대통령을 만드는 길이다. 다음 호의 주제이다.

“한미 FTA는 시대의 한계로 인한 오류였다고 인정하고 박근혜 후보의 복지가 한미 FTA와 모순된다는 점을 지적했어야 한다. 새누리당이 제출한 네 개의 경제민주화 법안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보편적 증세’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역사의 변화에 걸맞고 국민이 원하는 바인데 왜 못 받아들이는가? 십중팔구 새누리당은 자중지란을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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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2012 09

김정인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요동치는 바다, 격랑에 휩싸이는 한반도

역사

냉전 시대를 거치는 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3면의 바다는

비교적 평화로웠다. 냉전 와해 혹은 신냉전의 갈림길에

서 있는 지금, 그 바다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서해는

최근 남북 간 무력 충돌이 잦아지면서 남북 관계 경색의

상징이 되고 있다. 남해 끝자락 제주도의 해군기지 건설

은 한국은 물론,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갈등의 불씨를 제

공할 가능성이 높다. 동해 끝자락에 있는 독도는 느닷없

는 대통령의 방문으로 조용한 외교 모드가 깨지면서 일본

과의 분쟁 지역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나아가 한

반도 주변 바다가 온통 영토 분쟁으로 요동치고 있다. 그

발단에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그리고 두 전쟁의 승리로

제국주의화한 일본의 침략사가 자리하고 있다.

서해에서 발발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대한제국의 멸망을 초래한 두 전쟁, 청일전쟁과 러일전

쟁은 모두 서해에서 발발했다. 1894년 7월 일본은 경기도

풍도 앞바다에서 청의 군함을 공격하며 청일전쟁을 도발

했다. 그들이 내세운 개전의 목적은 조선을 속국으로 여

기며 내정간섭을 자행하는 청과 싸워 조선의 독립을 보장

한다는 것이었다. 이 불온한 전쟁을 일본 사회에서는 정

의로운 전쟁이라 불렀고, 일본의 대표적 근대 사상가인

후쿠자와 유키치는 문명과 야만의 싸움이라 주장했다. 천

황이 히로시마에 대본영을 차리고 직접 지휘하던 일본과

되도록 전쟁을 피하고자 했던 청과의 싸움은 평양 교전을

거쳐 9월의 서해 해전에서 일본군이 청군을 대파하면서

종결되었다.

10여 년이 흐른 1904년 2월 일본 함대가 뤼순항에 정박

중인 러시아 함대를 공격하고 인천항에서 교전을 벌여 두

척의 러시아 함선을 격침시키면서 러일전쟁이 시작되었

다. 이번에도 일본 국민들은 러시아의 위협을 발본색원하

자는 주전론에 휘말리며 전쟁을 지지했다. 대한제국 정부

는 개전 직전 대외 중립을 선포했다. 일본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군대를 한반도에 상륙시켜 전쟁터로 만들었다.

대한제국과 함께 중립을 선포한 중국의 만주 지역에서는

①~⑥ 1894년~1904년의 군사적 전략

요충지 뤼순항의 운명을 풍자적으로 묘

사한 일련의 이탈리아 엽서. 뤼순항은 중

국, 만주, 한국으로의 진출을 위한 전략

거점이었고, 주변 해역 통제를 위한 천혜

의 항구였다.

Page 49: PSPD MAGAZINE 2012. 09. (190)

49참여사회

러·일 군인보다 더 많은 중국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러

일전쟁은 1905년 5월 아프리카를 도는 오랜 항해에 지친

러시아의 발트함대를 일본 해군이 동해에서 괴멸시키면

서 끝났다.

두 전쟁이 야기한 해양 영토 분쟁

제주도 남쪽 동중국해에 위치한 센카쿠 열도(중국어 댜

오위다오)는 현재 일본 영토로 되어 있다. 이 지역은 본

래 중국 땅이었다. 명에서 1403년 출간된 책에 처음 등장

한 이래 1863년에 청이 제작한 지도에는 푸젠 성에 부속

한 댜오위다오 군도로 표시되어 있었다. 이 중국 영토를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1895년에 주인 없는 땅이라

며 일방적으로 자국 영토로 편입시켰다. 제2차 세계 대전

이 끝나고 미국은 이 군도를 자국이 위임통치하는 오키나

와의 관할 안에 두었고, 1972년 오키나와가 반환된 이후

에는 일본이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물론 타이완

도 고유영토론을 근거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어서 분쟁

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해의 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북방 4개 도서(남쿠릴열

도의 하보마이, 시코탄, 이투루푸, 구나시리)는 러시아와

일본의 영토 분쟁 지역이다. 1875년 러시아와 일본은 각

각 사할린과 쿠릴 열도를 지배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남부 사할린까지 차지했다.

이에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소련은 사할린은 물론 쿠

릴열도 전체를 점령했고 지금까지 지배하고 있다. 오늘날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 획득한 정당한 영토로

영토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고 일본은 4개

섬 전체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이 불법 점령한 독도

독도는 러일전쟁 당시 일본이 무주지라며 전쟁 수행을 목

적으로 편입하고 점령한 한국의 고유 영토다. 무엇보다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병탄된

지역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최근 일본은 종전의 무

주지선점론에서 고유영토론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무리한

역사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은 2006년 4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발표한 대일 담화문에 단호하고도

분명하게 담겨 있다.

“지금 일본이 독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제국

주의 침략전쟁에 의한 점령지 권리, 나아가서는 과거 식

민지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의 완전

한 해방과 독립을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과거 일본

이 저지른 침략 전쟁과 학살, 40년에 걸친 수탈과 고문·

투옥, 강제징용, 심지어 위안부까지 동원했던 그 범죄의

역사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행위입니다. 우리는 결코

이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렇듯 일본의 제국주의화 과정은 곧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에서의 전쟁과 영토 분쟁을 낳았으며 오늘날까지 그

림자를 드리우며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신냉전이 우려되는 현실에서 바다는 더욱 요

동칠 것이다. 한반도의 운명 역시 그 격랑을 피하기는 어

려울 것으로 보인다.

❹ ❺ 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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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2012 09

읽자

인간에겐 인권을, 동물에겐 동물권을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추천하는 9월의 책

행복하게 길러서 건강하게 먹자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는 채식이나 동물해방

을 해결책으로 내세우는 근본주의와는 결을 달리 한다. 잡

식성 동물인 인간이 육식을 멈추는 일은 쉽지 않으니, 맛

있고 안전한 축산식품을 먹기 위해서라도 가축의 복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책이 집중적으로 다

루는 대상은 ‘공장식 축산업’인데, 꽃등심의 마블링을 만들

기 위해 고개를 돌리기도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살만 찌우

다 생을 마치는 소와 효율화라는 미명 아래 A4 용지만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닭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거대 자본을 투입하여 생산량을 최대화하고 비용은 최소

화하는 시스템에서, 가축은 그저 이윤 추구를 위한 상품일

뿐,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생각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상황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 때도 마찬가지다.

공장식 축산업 시스템은 손쉬운 관리를 위한 지나친 항생

제 투여, 과밀한 집단 사육과 동물성 사료에서 발생하는

각종 전염병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자연히 결론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로 이어져, 전자

는 농업과 축산업의 유기적 순환구조를 위해, 후자는 육

류 소비를 줄이고 천천히 요리하여 적게 먹는 식습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흔히 내가 기르는 동물을

어떻게 먹느냐고 반문하는데, 과연 공장식 축산업이 내가

기르는 동물을 먹는 일보다 나은 상황일까. 어쩌면 이 차

이를 적극적으로 사고해보는 과정에서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동물들의 소리 없는 외침, 동물 권리 선언

이제 인간의 현실적 문제를 넘어 한 걸음 나아가보자. 『동

물 권리 선언』은 동물들이 인간의 언어를 구사한다면 자

신들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그리고 인간과 동물

이 함께 살아가는 현실과 미래에 대해 어떤 말을 들려줄

지 상상해보는 내용이다. 총 여섯 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최근 한국 사회에 동물권 논쟁이 활발하다. 작년, 가수 이

효리 씨의 채식 선언과 모피 옷을 둘러싼 논쟁이 관심을

모았고, 올해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방사 논란은 동물권

개념을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렸다. 게다가 서울시에서 동

물 보호와 보건 정책을 추진하는 동물복지과를 신설할 계

획이라 하니, 1975년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으로부터 시

작된 동물권 논의가 이제야 윤리학의 이론적 논쟁을 넘어

현실 사회의 구체적인 문제들을 만난 셈이다.

동물권은 인간에게 인권이 있듯 동물에게도 존재 자체

로 보장되어야 할 권리가 있다는 뜻인데, 동물과 인간이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르냐 하는 질문부터 어느 정도 수준

에서 인간과 동물을 대등하게 바라보아야 하느냐까지 쉽

게 결론 내릴 수 없는 물음들이 가득하다. 게다가 길고양

이와 유기견, 육식과 채식, 각종 동물실험과 대규모 축산

등 현실의 문제와 마주하면 각각의 입장에 따라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쉽지 않은 문제라는

뜻이다.

Page 51: PSPD MAGAZINE 2012. 09. (190)

51참여사회

‘동물 권리 선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모든 동물은 지구를 공유하며 우리는 더불어 살아야 한다.

2. 동물은 생각하고 느낀다.

3. 동물은 온정을 느끼며 또한 온정을 받을 자격이 있다.

4. 교감은 배려로, 단절은 무시로 이어진다.

5. 세상은 동물들에게 온정적이지 않다.

6. 온정적인 행동은 모든 살아있는 존재와 세상에 도움을 준다.

선언의 내용을 보면 ‘온정’이란 표현이 반복되는 걸 알

수 있는데, 저자는 지구의 환경을 망치는 탄소발자국의

반대 개념인 온정발자국을 제안하면서, 과도한 욕심과 종

우월주의에 가려진 인간 본연의 온정을 나누는 일을 강조

한다. 그는 동물들 역시 친절과 온정, 그리고 연민을 표현

할 수 있는 인지와 감성 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인간처럼 후회를 하는 원숭이와 자아를 인식하는 까치의

사례, 고립된 동료가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함께 보살핀

고래 떼 이야기를 통해 이를 증명하는 동시에, 인간과 동

물이 일체감을 갖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다. 최소한 인간이 온정적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동물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그쳐야 하고, 저자의 주장처럼 (인간

이외의) 동물도 온정적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당연히 그들

을 더 잘 대해야 하며,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그들

을 그냥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누구를 위한 육식, 누구를 위한 채식인가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는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

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논

픽션이다. 그는 육식과 채식을 함께하는 평범한 사람이

었다. 그런데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면서 내 아이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이 과정에서 동물들은 어떻

게 다뤄지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축산업 종사자, 동

물 권리 보호 운동가, 채식주의자인 도축업자 등 여러 입

장의 사람을 만나고 관련 자료를 탐독하며 동물을 둘러싼

문제가 왜 나의 문제로 이어지는지 확인한다. 사실 이 책

에서 나오는 근거들은 앞서 살펴본 『가축이 행복해야 인

간이 건강하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런 과정을 거

쳐 채식주의자로 거듭난 한 인간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있다는 게 다른데, 그는 우리가 먹는 고기의 99% 이상이

공장식 축산에서 나오는 현실에서 보다 인간답고 아버지

답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채식밖에 없다는 결

단을 내렸다.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한동안 채식을 시도했다는 이

야기로 미루어볼 때, 논리적 분석과 합리적 설득 못지않게

구체적인 한 사람의 결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

게 된다. 물론 그러한 결단 이전에 문제에 대한 충분한 이

해와 자기 근거를 확보해야 할 텐데, 오늘 소개해드린 세

권의 책은 이런 맥락에서 꽤나 유효한 출발점이다.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박상표 지음, 개마고원

『동물 권리 선언』, 마크 베코프 지음,

윤성호 옮김, 미래의창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민음사

Page 52: PSPD MAGAZINE 2012. 09. (190)

52 2012 09

얼마 전에 작은 전시회를 했다. 친구의 사무실이 가끔 갤

러리를 겸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도 시켜줘’라고 무턱

대고 한 말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빼도 박도 못하게 된

것이다. 전시는 『도시수집가』라는 책을 만들기 위해 그렸

던 지도와 일러스트레이션을 모은 원화전이었다. 그런데

이게 손가락 크기 정도의 작은 그림들이라 어떻게 내놓아

야 전시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까 고민이 되었다. 결

국 전시회 전, 두 주 동안 나의 집은 공작교실이 되었다.

색색의 딱딱한 종이, 칼, 딱풀, 자……. 이런 도구들을 늘

어놓고 제멋대로 그림을 자르고 붙였다. 고양이 그림을

여러 칸의 유리에 붙여 앞뒤로 세우기도 하고, 음악을 테

마로 한 그림만 모아 LP판에 붙이기도 했다. 레고 블록에

신나는 표정의 그림들을 끼워 입체적으로 세운 뒤 ‘세계의

축제’라고 이름 붙였는데, 그걸 본 친구가 ‘멕시코 묘지’ 같

다고 하기도 했다. 전시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이 마

치 미대생 놀이 같았는데, 그중에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바로 이 공작 교실 놀이였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어릴 때는 뭐든 가지고 놀 게 없으면 종이를

오려서 만들곤 했다. 시골 할머니 댁에 가서 화투 놀이를

배웠는데, 엄마를 아무리 졸라도 ‘그건 나쁜 거’라며 화투

를 안 사주시는 거다. 그래서 누나랑 같이 지난해 달력을

오리고 그림을 그려서 화투 패 전체를 만들었다. 뭐 그걸

엄마가 보자마자 연탄아궁이에 넣어버려 비운의 대작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누나와 나는 마론 인형도,

로봇 태권브이도, 장난감 기차도 전부 종이로 만들어 놀

았다.

어른이 된 이후에도 이런 버릇을 못 버리고 있는데, 꼭 거

창한 전시를 위해서만 공작을 하는 건 아니다.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면 테이크아웃 용 컵에 담아 주는 경우가 있

는데, 그걸 감싸고 있는 골판지 홀더가 가지고 놀기에 참

좋다. 간단히 손으로 찢고 돌돌 말아서 수염도 만들고, 나

팔도 만들고, 안경도 만들고……. 그걸 얼굴에 착용하고

찍은 인증샷은 필수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입하다 보면 집에 택배 상자들이 넘

쳐난다. 이걸 가지고 뚝딱거려서 뭔가를 만드는 일도 재

놀자

누구든지 아무 때나 종이 공작 박람회이명석 저술업자

ⓒ 이명석

Page 53: PSPD MAGAZINE 2012. 09. (190)

53참여사회

미있다. 한번은 칼로 상자를 자르고 포갠 뒤, 잡지의 멋진

컬러 페이지를 붙여 마법의 성 같은 걸 만들었다. 그런데

집에 있는 고양이들이 그 구멍 사이를 돌아다니더니 자기

들의 놀이터로 만드는 게 아닌가? 이렇게 되니 새로운 아

이디어가 떠올랐다. 온갖 상자들을 이어 붙여 거대한 미

로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커튼 봉을 싸고 있던 2미터 길

이의 긴 상자로 거실과 침실을 오가는 터널을 만들기도

했다. 고양이는 무서워하며 안 들어갔다.

나의 놀이 덕분에 고양이만 즐거워했던 것은 아니다. 반

대로 고양이 덕분에 내가 놀이 도구를 얻기도 했다. 고양

이 사료를 담은 상자들은 화려한 원색의 귀여운 디자인으

로 치장한 경우가 많다. 나는 이 상자들을 오려 ‘고양이 카

탄’이라는 보드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기하학적인 문양을

모아서 게임 판을 만들고, 핑크빛 문양을 오려서 게임용

화폐를 만들었다. 게임 아이템용 도구 중에는 같은 모양

이 여러 개 필요한 경우들이 있는데, 이건 상자에서 고양

이, 생선, 닭 모양 같은 걸 찾아낸 뒤 오려서 장만했다. 각

게이머별로 게임 화폐와 말을 보관하는 도구로는 고양이

용 캔을 사용했다.

이런 종이 공작을 좋아하는 게 나만은 아니었다. 인터넷

을 뒤지면 온갖 종류의 종이 공작 사이트들이 나온다. 거

기에는 아주 정교한 공작용 본이 올라와 있다. 컬러 프린

터가 있는 친구에게 아부를 해서 몇 장 뽑아낸다. 요즘 프

린터는 20년 전 문방구에서 팔던 종이 인형보다 훨씬 깔

끔한 색을 찍어낸다. 나는 그 본을 두꺼운 종이에 붙인 뒤

에 본격적인 작품 제작에 나선다. 제일 재미있었던 것 중

의 하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들거나 구상했던 여러

발명품을 축소해서 만들어놓은 종이 공작물이었다. 종이

글라이더 본을 여러 개 만들어 서로 다른 모양의 그림을

그린 뒤 천장에 매달아 놓을 계획을 갖고 있는데 아직 실

행은 못 했다.

역시 어릴 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이런 공작 놀이는 혼자

보다는 여럿이 하는 게 즐겁다. 서로 만든 걸 칭찬도 해

주고, 기차를 하나씩 만들어 길게 연결하기도 하고. 입체

적인 형체를 만들기를 좋아하는 친구, 아크릴 물감이나

마카로 정교하게 색칠하기를 좋아하는 친구, 거기에 이

야기를 붙여 가지고 노는 데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는 친

구……. 각자의 역할이 모이면 즐거움은 증폭된다.

예전 도쿄 시부야에 갔을 때, 종이로 만든 프로레슬러 인

형만 수십 년간 만들어온 마니아가 멋진 전시회를 하는

걸 보았다. 그렇게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가족들끼리 손

을 모아 종이 공작물 박람회를 개최해보는 건 어떨까?

ⓒ Zim And Zou 2012

Page 54: PSPD MAGAZINE 2012. 09. (190)

54 2012 09

살림

한 남자가 있었어. 나보다 열 살 정도 더 많아. 20대 초반

의 나이에 만났는데 30대 초반인 그를 딱히 뭐라고 불러야

될지 몰랐어. ‘아저씨’라 했지. 함께 공부하고 책 읽고 토론

도 하고. 술을 마시는 날에는 더욱더 깊고 긴 이야기를 나

눴지. 아저씨는 소주를 쐬주라고 했어. 쐬주의 술맛이 더

좋대. 무슨 생각해? 엉큼하군. 그런 사이 아니야. 잘 들어

봐. 아저씨가 자주 하던 말 중의 하나가 뭔지 알아? “나를

닮은 아이를 꼭 낳아야 할까.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렇겠죠. 여러 가족 형태가 있는 거겠죠. 사실 아저씨는

부인과 함께 임신을 위한 고생과 노력을 몇 년 동안 해오

던 터였어. 마침내 부부는 아이를 가지는 데 성공했고 정

말 예쁘고 건강한 딸을 낳았어. 진심으로 축하했어. 근데

문제는 그때부터야. 아저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헤죽헤죽

아무 때나 웃는 딸바보가 되더니, 가끔씩 안부전화를 나눌

때면 아이를 가지라고 강하게 권했지. 철부지 취급을 당했

다고 생각한 난 슬슬 화가 났어. 우리가 그 많은 시간 나눴

던 대화를 아저씨는 잊었나 봐.

요즘 아저씨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아이에

대해 시큰둥했지만 오랜 시간 노력하여 아이를 가졌을 때

의 환희와 아이가 하루하루 크면서 주었을 일상의 행복

이 오죽했겠어. 상황이 다른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거야.

아저씨는 달라진 상황에서의 느낌을 이야기해줬는데, 나

는 아저씨가 나를 구박하는 줄로 오해했던 거야. 다른 사

람의 변화된 상황을 이해 못 했던 내가 정말 철부지인가

봐. 아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으로 들린다고? 엉큼하고 답

답하군. 또 잘 들어봐. 도시를 떠나 산골로 오니 생활 패턴

이 달라져. 도시에서의 방식을 똑같이 유지하면서, 들이마

시는 탁한 공기만 맑게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더군. 사소한

것이 다 바뀌어.

우선 시계보다 하늘을 바라보며 날씨를 점검하거나 예측

하는 일이 많아졌어. 농사짓는 남자는 일기예보 맞추는 일

에 온 힘을 쏟더군.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하는 검색이

일기예보인지도 몰라. 농사지은 지 나름 3년이 되어 남자

가 지은 쌀, 고추, 감자, 배추, 가지, 오이, 들기름 등을 직

접 공수 받다 보니, 마트에 가는 횟수가 줄었어. 가끔씩 시

내에 나갈 때, 버스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만나면 태워드

리거든. 딱히 할 얘기가 서로 없는 듯해도, 날씨 이야기로

시작해 농사로 흐르는 대화는 끝이 나지 않아. 처음 만나

는 사람하고 할 이야기가 이렇게 많다니 참 신기해. 또 내

가 학교 마을 도서관에서 일하잖아. 아이들이 오늘은 무슨

일로 싸우나 오늘은 무슨 일로 웃나가 나의 주 관심사가

되어 버렸어. 가끔씩 마을 공부방 선생님들과 아이들 이야

기를 할 때면 2~3시간은 후딱 지나가더라고. 시간이 지나

도시여자의 산골표류기쐬주편

도시여자

ⓒ owen gatley

Page 55: PSPD MAGAZINE 2012. 09. (190)

55참여사회

어른이 된 아이들의 취직이며 연애까지 걱정할 판이야. 예

전엔 꿈도 꾸지 못했던 대화들이야. 운전을 좋아하는 내가

주로 차를 모는데, 남자가 옆에 타고 있는데 여자가 차를

몰면, 마을 분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때도 있어. 이런 부분

은 좀 기가 막히긴 하지. 우리는 화목 보일러를 써. 나무로

난방을 하지. 도시에서는 버튼 하나로 도시가스를 쓸 수

있는데, 여기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불 보러 추운 밖으로

나가야 해. 내가 따뜻하기 위해서 바로 옆 사람의 노동력

이 절실하게 필요해. 남자의 노동력이 내 삶의 질을 바꾸

더군. 물론 도시에서 살다가 산골에 같이 와 살아주는 것

만으로도 고마운 나, 바로 여자의 존재는 그 자체로 빛을

발하기는 하지. 존재와 노동력의 교환이랄까. 후훗.

‘혼자 사는 게 편하지 않겠어’라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지

금은 산골에서 농사짓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사람들이 옹

기종기 사는 것을 보니, 함께 사는 것이 든든하고, 노동력

이 집안의 자산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마음으로 느낄 때가

많아. 가끔씩 놀러오는 손님이 너무 반가워 ‘버선발로 손님

맞는다’는 느낌이 절절할 때도 있고. 손님의 몸이 건장하

다 싶으면 ‘이 때다’ 싶어 뭐 시킬 일 없나 주위를 돌아보게

되고. 혼자 사는 사람 보면 빨리 시집장가 가야 할 텐데 하

며 예전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남의 가족사 걱정을 내

가 하고 있더라니까. 웃기지? 나도 내가 기막히기도 하고,

갑자기 나이 든 것 같아 속상할 때도 있어. 하지만 생활 패

턴을 바꿔보는 것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시각을 가져보는

것 아니겠어?

‘아저씨 예전에 이랬잖아요. 지금은 왜 이래요?’라고 무턱

대고 서운해 했던 아저씨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오랜만

에 아저씨한테 연락을 해볼까 해. 같이 쐬주를 기울이면

서 사는 이야기 나눠 보고 싶어. 좋아하는 사람과 서로의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그게 도시에서든 산골에서든

꼭 만들어야 하는 시간이 아닌가 싶어. 내 나름의 힐링 타

임인 셈이지. 오늘 시간 돼? 그럼 자주 마주치던 동료보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한테 연락해봐. 올 여름 너무

더웠잖아. 이 무더위를 어떻게 이겨냈는지 친구 이야기 한

번 들어봐. 선선한 가을바람 안주 삼아 친구와 함께 쐬주

를 기울이면 더 좋고.

도시여자

춘천의 별빛산골교육센터에 산골유학 온 도시 아이들을 돌보며 지낸 지

벌써 3년. 마음만은 성격만은 원하든 원치않든 여전히 도시여자.

<살림>은 네 명의 필자가 번갈아 연재합니다.

도시여자 님의 글은 2013년 1월호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 owen gatley

ⓒ owen gatley

Page 56: PSPD MAGAZINE 2012. 09. (190)

56 2012 09

상담

휴가지에서 멋진 남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은 정말 영

화 같은 일이지요. 저도 그런 것을 꿈꾸고 홀로 여행을 떠났

다가 동성 술친구만 잔뜩 만들고 온 쓰디 쓴 경험이 있습니다만.

순도 높은 공기, 청량감 있는 바람, 차가운 생맥주와 맛난 음식, 그

리고 별이 보이는 밤하늘. 이 즐겁고 행복한 상황은 시간적, 경제

김남훈 프로레슬러, 육체파 지식노동자

올해 초 필리핀 여행에서 현지 가이드를 하는 남자를 알

게 됐어요. 처음엔 별로 다른 감정이 없었는데, 약간의

사고로 일주일 정도 더 체류하게 되면서 자상하게 신경을 써주

는 모습에 제가 먼저 고백을 하고 말았죠. 그는 필리핀에, 저는

한국에. 장거리 연애가 시작됐어요. 직접 만나진 못하지만 페

이스북과 스카이프로 알콩달콩 연애하는 재미가 쏠쏠했지요.

그런데 제가 일하느라 집에 늦게 들어오고, 서로 어긋나서 연

락을 못하고 그러면서 싸움이 잦아지고 그 정도도 심해지네요.

저는 너무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그가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것

도 저를 지치게 하구요. 그가 12월에 한국에 온다고 해서 그때

까지는 일단 참고 있어요. 전 정말 이 사랑 계속 가져가보고 싶

은데 마음이 너무 아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한수인(가명) 32세, 여성

Q

적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휴가지에서 만난 사

람들은 더욱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지금 이 상황을

놓치면 안되니까, 뇌 속에서 자동 포토샵이 작동해

서 여기저기 단점을 지우고 장점을 도드라지게 하

는 것이죠. 그래서 말인데, 진짜 위기는 그가 한국

으로 돌아오는 12월입니다.

흔히들 남녀관계에 대해서 ‘남자는 블루투스와 같다.

가장 가까운 기기와 연결된다. 여자는 와이파이와 같다.

가장 강한 신호를 내는 기기와 연결된다. 블루투스는 암호가 네자

리, 와이파이는 열자리다’ 라고 하지요. 휴가지에서 그는 동남아시

아의 강렬한 태양에 잘 태닝된 피부에 오클리 선글라스를 끼고 머

리를 짧게 치거나 묶고 있었을 겁니다. 원색의 티셔츠와 샌들도 아

주 잘 어울렸겠죠. 바다로 나아가는 배에 앉아 로프에 몸을 기대고

있는 모습은 그 현장에선 가장 강력한 와이파이 신호였을 겁니다.

그런데 과연, 한국에서도 그럴까요? 일단 패션, 동남아에서 오다

보니 겨울옷이 별로 없을 겁니다. 몇 년 전 옷에 칼라까지 세우고

나타난다면 그야말로 최악이지요. 공항철도를 타러 지하 깊숙이

내려가는 것에 놀라워하고, 요즘 인기 있는 술집에라도 가면 어안

이 벙벙할 겁니다. 여기서 그의 와이파이 신호가 다섯 칸에서 네

칸으로 그리고 다시 세 칸으로 줄어듭니다.

이건 여자가 조건을 본다거나 이기적이라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에

요. 확신을 얻으려는 노력이지요. 태고나 지금이나 여자가 임신을

하면 남자는 그냥 돌아서서 자기 일을 할 뿐이지만 여자는 새로운

생명을 10개월간 보듬어야 합니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 모두를 받

아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여성은 본능적으로 더 강한 신호를 찾

게 된 겁니다. 그 신호는 감성적인 것일 수도, 경제적 능력일 수도

있겠지요. 남자는 사실 자기 옆에 있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자신에

게 애정을 주는 여자라면 가리지를 않지요. 그리고요. 장거리 연애

는 원래 힘들어요. 인간은 외로움을 피부로 느낍니다. 스킨십이 없

으면 외로울 수밖에요. 페이스북과 스카이프로는 촉각을 만족시킬

수 없어요.

그래도 냄비 바닥에 붙은 그을음같은 사랑이나마 닦아내기 아쉬

워서 이런 상담을 신청했겠지요? 피부로 다시 그의 체온을 느끼는

12월까지는 버텨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그냥 던져버리기엔 조금

아깝잖아요. 그 나이에 다시 사랑! 리부팅! 하는 것보단 차라리 몇

달을 더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생맥주 한 잔 입에 털어

넣고 말이죠.

A

장거리 연애?

가까이 있을 때 다시

생각해봐!

Page 57: PSPD MAGAZINE 2012. 09. (190)

만평

참여사회 57

Try to Remember

고경일 우화

Page 58: PSPD MAGAZINE 2012. 09. (190)

2012 0958

꽃보다 평화, 강정 평화大행진!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5박 6일의 ‘강정

평화大행진’이 진행되었습니다. 7000여 명의

시민들이 해군기지 건설로 6년째 신음하고 있

는 강정마을의 평화를 기원하고, 제주가 진정

한 ‘생명·평화의 섬’으로 거듭나기를 염원하

며 제주 일대를 순례했습니다. 8월 3일에는 인

천에서 출발한 평화크루즈 참가단 100여 명이

합류했고, 8월 4일 ‘제13차 제주해군기지백지

화 전국시민행동 - 강정, 평화를 노래하라’ 문

화제에 4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제주 해군

기지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염원하였습니다.

국민연금, 어떻게 써야 할까요?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5%로 OECD 평균인

13%의 3배에 달합니다. 그러나 2007년 법 개

정을 통해 국민연금 급여 수준이 40년 가입 기

준으로, 평균소득의 60%에서 40%로 낮아졌

습니다. 낮아진 급여 수준을 보충하기 위해 기

초노령연금이 도입되었지만 적용 대상이 제한

적이고 금액이 낮아 노후 생활 안정을 도모하

기에 불충분합니다. 이에 국민연금을 개혁하

고 기금의 일부를 임대주택 등 공공인프라 확

충에 활용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8월 16~17

일, 국민연금제도 및 기금운용 대안 마련을 위

한 노동시민사회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생활임금 도입을 위한 토론회

현행 최저임금이 노사 간의 교섭에 의해 결정

되는 교섭임금negotiated wage형태이기 때문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생활임금은 공공기관이 자

신과 용역·파견 , 위탁, 조달 계약 관계에 있

는 민간업체로 하여금 그들의 노동자들에게 적

정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계약 조건으로

명시하여 준수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생활임

금은 공공부문과 관계된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

금 수준을 상승시키고, 더 나아가 최저임금 상

승 및 민간시장의 저임금 체계 개선에도 긍정

적 효과를 미칠 수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8월

30일 서구의 생활임금제도 캠페인을 소개하고,

생활임금 도입의 필요성과 적용 가능성을 모색

하는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자치단체에

생활임금을 적용하기 위해 노원구, 성북구와

함께 제도 도입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민간인 사찰 진실규명, 끝까지 갑니다!

민간인사찰특별위원회가 새누리당의 위원 선

임 늑장으로 미뤄지다 참여연대의 공개 질의

후에야 겨우 구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국

정조사계획서가 채택되지 않고 있습니다. 참여

연대는 특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박범계 의원을 면담해 조속한 민간

사찰특위 활동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청와대

로의 ‘보고 채널 변경 문건’ 등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논평, 성명 등을 통해 특위의

조속한 진상규명 활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민과 세계』 창간 10주년 기념 3차 포럼

<시민적 진보와 한국 사회 : 시민정치>

참여사회연구소는 올해 『시민과 세계』 창간 10

주년을 맞아, ‘시민적 진보’를 다양한 측면에서

조망하는 연속 포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마지막 순서인 3차 포럼이 2012년 9월 7일 오

후 3시에 열립니다. 이 포럼에서는 시민적 진

보의 관점에서 제도정치와 운동정치, 시민정치

와 시민사회운동을 다루며 18대 대선을 앞둔

현 시점에서 시민정치의 이론적, 실천적 내용

을 다양한 차원에서 정립해보고자 합니다.

경비용역 폭력 근절을 위한

경비업법 개정안 발의

노사분규와 철거 현장에서 빈발하고 있는 경

비용역업체의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참여연대

는 경비업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하였습니다. 주

요 내용은 분쟁 현장에 경비용역을 배치하는

경우 경비업체가 48시간 전에 신고하고 경찰

의 허가를 얻은 후 배치하도록 하는 배치허가

제 도입, 경비업체 허가 요건 강화, 경찰의 관

리감독 근거 강화, 시설주가 무허가 경비업체

에 경비 업무를 도급 위탁하거나 물리력을 행

사하는 경우 연대배상 책임제 도입, 경비업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 강화 등입니다.

복지재정 확충과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토론회

조세재정개혁센터는 8월 21일, 2012년 세법 개

정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나아가야 할 개정 방

향 등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2012년 세법 개

정안이 얼마큼 세수입 확충 및 과세형평성을

추구하는지, 재정건전성과 복지재원 마련이라

는 시대적 화두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

해 논의하였습니다.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이

발표한 2012년 세법 개정안은 복지재정 확충

에도, 조세정의 실현에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정부여당의 세법 개정안

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법인세 증세, 대기업최

저한세율 대폭 인상, 또 다른 부자감세 시도

저지 등을 위해 열심히 활동할 예정입니다.

고의적인 음해 비방에 대한 소송 제기

강용석 전 국회의원이 지난 2월 자신의 블로그

에 ‘참여연대가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씨의

장남 이정연 씨의 병역비리와 관련해 병역비

리근절운동본부를 결성하고, 그 운동을 주도’

한 것처럼 묘사한 바 있습니다. 강 전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재기를 위해 사실무근

의 거짓 주장을 폈던 것인데요, 참여연대는 강

전 의원과 이를 확인 없이 보도한 언론사들이

참여연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

하고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여 현재 소송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또

지난 6월 인터넷 언론사 <뉴데일리>가 박성현

칼럼에서 ‘참여연대가 재벌을 압박해서 아름다

운재단에 천억 원씩 기부하게 만들었다’는 허

위 보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여 참여연대에

대한 고의적인 음해 비방에 대해 강력하게 대

응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실명제, 사라지다.

공익법센터가 2010년 1월 25일 제기한 인터넷

실명제 위헌 소송에 대해 지난 8월 23일 헌법

재판소 재판관 8인이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인터넷실명제는 2007년 1월, 악

성댓글 방지를 목적으로 도입되어 현재 1일 방

문객 수가 10만 이상인 게시판 운영자는 반드

시 글쓴이의 본인 인증을 하도록 강제한 제도

입니다. 헌재는 익명 표현의 자유란 ‘자신의 신

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고 사상이나 견해

를 표명하고 전파할 자유’라 하였습니다. 인터

넷을 악용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대다수의 정당한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직 과제

가 남았습니다.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는

여전히 남아있으니까요. 헌재의 판결 취지를

존중하여 이 역시 폐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8~9월의 참여연대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인뉴스

Page 59: PSPD MAGAZINE 2012. 09. (190)

59참여사회

통인뉴스

정부지원금 0% 참여연대는 회원의 회비

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절, 흔들

리지 않고 가는 힘은 회원들에게서 나오는

거지요. 참여연대, 좀 더 힘내서 열심히 활동하라고 조금씩이나마 회비를 올

려 마음을 모아주시면 어떨까요? 정기회비 소액 증액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

다. 참여사회 광고 또는 상근자들의 직접 전화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8월 20일 기준, 100명이

넘는 회원이 캠페인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 드립니다.

이 캠페인은 9월 14일까지 진행합니다. 캠페인에 참여하고픈 회원님이라면, 이렇게 해주세요.

● 참여연대 시민참여팀으로 전화! 캠페인 참여 의사를 알려주세요. 02-723-4251

● 참여연대 웹사이트에서! 회비 증액 캠페인 공지사항을 읽고 참여해 주세요.

참여연대 가을 문화 프로그램 1.

카페에서 영화보기 시즌2

참여연대 1층, 복합문화예술공간

카페통인에서는 매월 두번째 수요일 저녁에

시민들과 함께 영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환경영화제 상영작과 함께 새로운 만남을

기다립니다

9.1 만약 나무가 쓰러지면 :

지구해방전선이야기

10.10 웨이스트 랜드

11.14 얼음의 땅, 깃털의 사람들

일시 매월 두번째 수요일 저녁 7시 30분

장소 참여연대 1층 카페통인

참가비 무료 (후원금 환영!)

문의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02-723-4251 [email protected]

참여연대 가을 문화 프로그램 2.

조선과 근현대 우리 역사를 찾아

역사탐방을 떠나요~

10월

조선과 근현대에 이르는 우리 역사가 녹아있는

서촌 ‘문화와 문명의 교류현장, 저항 문화의 산실’

일시 10월 13일 (토) 13:00~17:00

11월

조선 근대에서 현대로,

폭력과 슬픔의 역사 공간 정동

‘근대 역사와 외교의 각축장’

일시 11월 3일 (토) 13:00~17:00

모이는 곳 추후 공지

참가인원 30명(입금 순으로 선착순 마감)

참가비 1회 10,000원(개별 신청 가능)

입금계좌

우리은행 082-085833-13-101 예금주 참여연대

문의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02-723-4251 [email protected]

답사진행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8월 10일, ‘시민운동 배우고, 자원활동 하고!’를 알차게 진행하였

습니다. 회원의 자녀들을 초청하여 함께 하는 날이지요. 청소년

인 회원의 자녀들과 그 친구들 23명이 참여하였습니다. 이 행사는 크

게 3부로 나뉘었는데요, 우선 부모님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참여연대가

어떤 곳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참여연대 집행위원회 부위원

장인 김남근 변호사로부터 변호사로서 시민운동에 참여한 경험이 어떠했는지 듣는 시간을 가

졌습니다. 마지막 시간에는 자원활동에 나섰습니다. 이 친구들이 한 일은 9월 10일 참여연대 창

립 18주년 기념 후원의 밤 초청장 준비와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강좌 가을학기 홍보물 우

편 발송 작업이었습니다. 참여한 청소년

들에게는 4시간 자원활동 증명서를

발급하였습니다.

시민운동 배웠고,

자원활동 했습니다.

1,00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참여연대를

더 튼튼하게!

“참여연대 인턴에 지원한

것이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 될 정도로 이번 인턴은

내게 큰 존재였다.”

“참여연대 오기 전에는 나의 문제만 바

라보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인턴 활동을

통해 나의 문제를 넘어 가족, 학교, 지역,

사회, 국가, 세계의 문제까지 시야를 넓

히게 되었다. 많은 고민들이 한 순간에

툭 하고 제게 떨어졌지만 전혀 무겁지

않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행동하는 이들과 함께 한다면 우리의 미래가 기대될만 하다.”

7월 3일부터 8월 14일까지 약 7주간 27명의 20대 청년들이 참여연대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느낀 소감입니다. 참여연대 각 팀에 배치되어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평화ㆍ경제ㆍ민생ㆍ정치ㆍ복지에 대한 강좌를 듣고 토

론도 진행했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했던 거리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과 교감했

던 일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인턴 후기 등을 참여연대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

다. 참여연대에서 더 많은 청년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10기 인턴 “그대여,

우리 함께 걸어요”

Page 60: PSPD MAGAZINE 2012. 09. (190)

60 2012 09

회비와 후원금은 개인소득금액의 30%까지 기부금소득공제 대상입니다 www.peoplepower21.org 운영기획팀 02-723-5304 [email protected]

참여연대 사업·운영비는십시일반 후원으로 만듭니다

계좌이체로

하나은행162-054331-00104예금주 참여연대

ARS 전화로한 통화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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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금 0% 참여연대를 후원하는 다양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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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회계

날개를 달았습니다

● 무더위는 지났지만 아직도 선풍기를 기다립니다!

● 참여연대는 문서 업무가 많습니다. 일 더 많이, 더 잘할 수 있도록 A4 용지를 후원해 주세요!

● 『참여사회』 인터뷰와 대담을 기록하기 위한 녹음기가 필요합니다.

● 참여연대의 현장 뉴스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피플TV에서 비디오 카메라 액세서리가 필요합니다.

•렌즈필터 슈나이더 B+W CLEAR MRC UV2(82mm)

•레인커버 KATA CRC-15PL

● 자료 정리와 보관을 위한 SATA형식 대용량(2TB이상) 하드디스크

● 회의 기록 등의 업무와 자원활동가 지원을 위한 노트북과 모니터

● 라벨 두께 조절이 가능한 라벨프린터

● 참여연대 지하 느티나무홀에 둘 수 있는 어쿠스틱 피아노

집에서 쓰지 않고 뒹굴고 있는 물건도 참여연대에서는 꼭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습니다!

혹은 만 원, 오만 원, 십만 원의 후원으로 함께 해주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회원님들의 사랑이 담긴 날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후원계좌 하나은행 162-054331-00104 (예금주 참여연대)

•문 의 운영기획팀 오유진 간사 [email protected] 02-723-5304

날개를 달아주세요

● 송민우 님께서 토마토 1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 권오재 님께서 피자 8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 김경율 님께서 아이스크림과 수박을 보내주셨습니다.

● 참여사회 필자 김융희 님께서 직접 재배하신 농작물인 깻잎, 가지, 고추 등을 보내주셨습니다.

● 이경태 님께서 A4 용지 2상자를 보내주셨습니다.

● 오랫동안 기다렸던 모노포드! 윤여동 님께서 각종 문구와 함께 보내주셨습니다.

회원님들께서 보내주시는 날개가 참여연대에는 큰 힘이 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Page 61: PSPD MAGAZINE 2012. 09. (190)

61참여사회

지출 (원)

운 영 비

급 여 87,008,113

복 리 후 생 비 7,805,412

세금과 공과금 8,207,540

건 물 관 리 비 737,000

이 자 비 용 2,831,506

전 력 비 1,851,570

통 신 비 2,329,110

소 모 품 비 1,132,200

수 선 비 9,000

차 량 유 지 비 109,100

사 무 용 품 비 665,680

퇴 직 급 여 21,112,414

잡 손 실 54,810

임 차 료 1,142,900

보 험 료 363,970

사 업 비

사 업 비 21,437,764

여 비 교 통 비 631,500

회 의 비 2,781,170

지 급 수 수 료 14,190,673

도 서 인 쇄 비 465,140

발 송 비 758,220

기 부 금 450,000

잡 비 312,500

합 계 176,387,292

수입 (원)

회 비

사 무 처 78,997,500

공 익 법 센 터 1,328,600

민 생 희 망 본 부 4,237,100

사 회 복 지 위 원 회 8,647,800

시 민 경 제 위 원 회 4,043,900

조세재정개혁센터 1,260,000

평 화 군 축 센 터 2,061,500

사 법 감 시 센 터 2,618,000

의 정 감 시 센 터 3,313,800

행 정 감 시 센 터 3,959,900

참 여 사 회 1,593,900

노 동 사 회 위 원 회 1,732,500

국 제 연 대 위 원 회 808,500

도 시 락 280,000

사 업 사 업 수 입 9,477,000

후 원부 정 기 후 원 금 4,194,848

정 기 후 원 금 1,760,000

기 타이 자 수 익 1,182,850

잡 이 익 218,490

합 계 131,716,188

2012년 7월 참여연대 회계보고 (센터/위원회포함,참여사회연구소제외)

*참여연대회원이회비를납부하면70%는회원이지정한센터로,나머지30%는사무처로지급합니다.

*본인의후원센터는참여연대회원전용웹사이트활기차에로그인하여확인할수있습니다.

*부설기관인참여사회연구소7월회비는3,298,000원입니다.참여사회연구소의회비는사무처와분배하지않고100%연구소에지급합니다.

*부설기관참여사회연구소는독립법인으로재정과회계를별도로운영하고있습니다.

정부지원금 0%, 참여연대는 시민의 후원으로 움직입니다 온라인에서 간편한 회원가입 www.peoplepower21.org 02-723-4251 [email protected]

2012 참여연대 회원확대 캠페인

홍보물을 보내드립니다

친구와 이웃에게 회원가입을 권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할지 어색한가요?

참여사회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연락주시면 참여연대 소개 팸플릿을

보내드립니다.

감사 선물을 드립니다

세 명의 친구와 이웃을

회원가입으로 이끌어주시면,

작은 감사 선물을 드립니다.

참여연대의 힘을 키워주셨으니

보답하려는 마음입니다.

고맙습니다

지난 달에 김수정, 김승태, 김정옥, 김정현, 김학

서, 류대열, 명홍진, 박성희, 손경철, 안복환, 안정

우, 이효재, 정영숙, 정현백, 진철, 피학용, 하원상,

한정직, 홍남숙 회원께서 친구와 이웃을 참여연대

회원가입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8월 28일

현재 회원은 12,950명,

3년 뒤엔 15,000명 회원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친구, 이웃, 동료에게

참여연대를 소개해주세요

Page 62: PSPD MAGAZINE 2012. 09. (190)

참여연대 공동대표

김균 이석태 정현백 청화

홈페이지 www.peoplepower21.org

대표전화 02-723-5300

트위터 @peoplepower21

페이스북 www.facebook.com/peoplepower21

ARS후원 060-7001-060 한통화 5천원

주소 110-043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9길16 (통인동, 참여연대)

BF 느티나무홀

1F 카페통인

2F 시민참여·아카데미느티나무 사무실

4F 사회경제분야·평화국제분야

5F 권력감시분야

3F 운영기획/정책홍보·참여사회연구소

사람과 사람이

통하는 카페통인

영화제 음악회 전시회 및

소규모 모임 회의공간으로

사용할수 있습니다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

시민이 권력 위에 있는 세상

사회적 약자가 차별받지 않는 세상

전쟁과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길에 함께해주세요

1998년부터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회원이 되어주시면,

정기회비로 참여연대 활동을 지킵니다

월간「참여사회」를 받아봅니다

아카데미 강좌 수강 시 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회원모임과 회원행사에 참여합니다

자원활동 재능기부로 힘을 보탭니다

사회개혁을 위한 각종 시민 캠페인에 동참합니다

회원모임

산사랑 cafe.daum.net/ilovesanorg

청년마을 youngvillage.cyworld.com

노래모임 참좋다 www.chamjota.com

참여현상소 cafe.daum.net/pspdfilm

마라톤모임 cafe.daum.net/pspdmarathon

음악연주모임 패누카

회원가입 문의, 회원정보 변경

시민참여팀 02-723-4251 [email protected]

의정감시센터 국회와 국회의원 의정활동 감시, 정치제도 개선안 제시 등

정치개혁을 위해 활동합니다

사법감시센터 사법정의 실현, 시민참여를 통한 검찰과 법원 견제 등 사법개혁을

위해 활동합니다

행정감시센터 부패와 권력남용 감시, 공익제보자 보호 등 투명하고 책임 있는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공익법센터 시민의 기본권 수호를 위한 소송, 공익법제 연구와 공익변호사

양성 등 법을 통한 공익수호 활동을 합니다

민생희망본부 시민의 경제·사회적 권리 확보, 민생 대안 제시 등 서민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사회복지위원회 시민의 헌법적 권리를 현실화하고, 복지공공성 강화, 공공인프라

확충 등 행복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활동합니다

노동사회위원회 비정규직 축소, 최저임금 현실화 등 차별 없는 노동, 사회적 약자의

권익 대변을 위해 활동합니다

시민경제위원회 재벌기업 지배구조 개선, 대기업 독과점ㆍ담합감시 등 공정하고

민주적인 경제 질서를 위해 활동합니다

조세재정개혁센터 국가재정 감시, 과세인프라 개선, 조세형평성을 위한 대안제시 등

조세정의 구현을 위해 활동합니다

평화군축센터 국방·외교 정책 감시, 군비 축소, 평화 문화 확산 등 한반도 전쟁

위기 해소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활동합니다

국제연대위원회 국경을 넘어 아시아 국가들의 인권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연대활동, 빈곤과 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로 참여민주사회 모델 개발, 대안 정책의

생산과 공론화를 위해 활동합니다

아카데미 느티나무 참여연대 시민교육 기관으로 다양한 주제의 강좌를 개설해 함께

공부하고 성찰합니다

2012년 9월호 통권 190호

세상을 바꾸는 시민의 힘, 참여연대의 역사와

시대를 보는 바른 눈을 담아냅니다.

월간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

발행인 정현백

편집인 이태호 (편집위원장)

편집위원 강지나 김남훈 김상미 김성희 박철 이한나 황지희

편집팀 송윤정

등록번호 종로 라00121

등록일자 1995년 06월 17일

발행일 2012년 09월 01일

발행소 참여연대,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9길 16 (통인동)

디자인·제작 the DNC

가격 4,000원

정기구독 및 생활광고 문의

Tel 02-6712-5243 Fax 02-6919-2004

Email [email protected] Web peoplepower21.org/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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