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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1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1홉스의 기계론 철학과 인간론 * 우파를 공부해야만 하는 이유 우파를 공부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21세기의 한국에서 새삼스럽게 ' 우파' 대해, 그것도 ' 우파의 뿌리'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한편으로 우스꽝스럽고 황당한 일로 여겨질 수도 겠다. 이에 대한 적절한 답을 얻으려면 ' 우파' 무엇이며 그들이 어떤 일을 하였는가를 살펴보아야 것이니, 우선 우파가 열어 젖혔다 하는 근대 혹은 근대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한국을 예로 든다면, 근대화는 넓게 잡아서 100정도 진행되었다 있다. 그러나 우리가 완전한 의미에서 근대라는 시공간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추석에는 차례를 지내고 성묘에 가야 하며, 때가 되면 제사지 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근대성과 전근대성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다. "격물궁리格物窮理 수신치국修身治國" 이라는 말이 있다. "사물을 면밀히 탐구하고 이치를 철저히 따지며 몸을 양하고 나라를 다스린다"뜻으로 앞의 구절이 이론학이라 한다면 뒤의 구절은 실천학이라 있다. 이것이 가의 핵심 -- 물론 유가의 학파마다 핵심으로 간주하는 것은 조금씩 다를 것이지만 -- 이며, 근대 이전까지 동아시아 사회를 지배했던 패러다임이었다. 짧게 잡아도 한반도 거주자들은 패러다임 속에서 족히 500년은 살았다. 그렇 다면, 우리가 근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므로 이러한 이념이 완전히 폐기되었다고 말할 있을까? 아니다. 우리 위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흔적들이 어렴풋이나마 남아있는 것을 있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그것이 아무 봉건적이고 쓸모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500년이란 시간의 무게를 단숨에 끊어내고 넘어서는 일은 쉬운 일이 니다. 서양의 경우는 어떠했을까? 모두들 알다시피, 유럽의 1000년은 로마라는 대제국이 지배하였다. 로마가 멸망한 후에는 가톨릭 보편주의가 다시 1000년을 이끌었다. 그러던 것을,14세기 르네상스부터 조짐을 보였고 16-17세기 우파들이 나타나 가톨릭 보편주의를 무너뜨리고 근대의 문을 열어 젖혔다. 100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끊어내 새로운 세계를 건립한 것이다. 서양에서 동아시아의 유교철학과 같은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서양인들은 스스로를 사회와 무관한 개인이라 생각해 적이 없다. 그리스와 로마 때는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중세 때에는 신의 충실한 종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부여 받았다. 그러나 오늘날은 그러하지 않다. 가령 어떤 이에게 통신호를 지키는 이유를 묻었을 , "내가 교통신호를 지킴으로써 자신이 속한 국가와 사회를 이롭게 하기 " 라고 대답할 사람이 있겠는가? 설령 있다 하더라도 주위의 비웃음만 뿐이다. 대부분은 "교통신호 지키다 경찰에게 걸리면 나에게 피해가 되기 때문에" 라고 대답할 것이다. 인간의 행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 국가' 있는 것이 아니라 ' 나에게' 있는 것이다. 거칠게 말해서 이것이 바로 ' 개인주의' 이다. 개인주의, 이것이야 말로 서양의 우파가 만들어낸 진정한 혁명적 성과이다. 프랑스인들은 이념에 근거하여 1789년에 혁명을 일으켜 국왕의 목을 잘랐다. 서양에서 가장 강력한 왕권을 지녔었던 프랑스의 국왕을 말이다. 로부터 200년도 지났지만, 오늘날의 한국인들이 그런 일을 벌일 있을까? 얼마 신문기사를 보니 조선왕조 마지막 황손이 죽었는데, 거기에 이해찬 총리가 조문을 다녀왔다 한다. 조선은 지금의 한국과 아무런 연관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 보면 2005년의 한국인들은 17-18세기의 서양 우파들의 혁명성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것이라 말할 있다. 현대사회는 이러한 우파들의 혁명에 의해 마련된 사상과 제도들로써 이끌어져 나가고 있다. 이는 서양과는 지리적 으로 무관한 동아시아의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현실이다. 우리가 딛고 서있는 세계가 파가 만들어놓은 토대 위에 구축되어 있다는 사실, 이것이 우리가 우파에 대해 공부하지 않을 없는 이유이다. 히들 사상을 우파와 좌파로 분류하곤 하는데, 사실 우파의 입장에서 본다면 좌파는 실로 줌에 불과하다. 엄밀하 얘기한다면 사상의 분류는 고대the Ancient근대the Modern으로 나뉘어야 한다. 우파가 싸우고 무너뜨리려 했던 상대는 고대였지 좌파가 아니었다. 계속해서 우파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니, 어떤 사람은 조갑제나 이문열 같은 한국의 우파들을 떠올릴 수도 있겠 . 그런 쓰레기들을 우파라 부르는 자체가 ' 진정한 우파' 대한 모독이다. 우파라 한다면, 개인의 재산과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구속하는 어떠한 제도에도 반대해야만 한다. 이것이 우파로서 최소한의 자기규정이다. 우파 중의 나인 자유주의자에게 ' 개인주의' 절대 침범 당해서는 아니 되는 사도신경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폐지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는 이들은 좌파가 아니라 우파다. 한국의 우파들은 학대하고 채찍질해 오야붕을 갈구하 노예/노비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는 그들을 노예 혹은 노비 우파라 불러주자. 우파에 대해 알아야만 하는 한가지 긴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 눈目' 문제이다. 예를 먼저 들어 보겠다. 파키스 탄에 심한 가뭄이 들어서 주민들이 굶어죽고 있다고 해보자. 우리에겐 이것이 외신으로 보도된다. 그런데 영국에서 국내문제domestic affair 분류되어 BBC에서 보도된다. 그런 다음 의회에서 파키스탄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논의되는 것이다. 같은 행태는 아직까지 파키스탄을 자신들의 식민지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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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1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1강 ndash 홉스의 기계론 철학과 인간론

우파를 공부해야만 하는 이유

우파를 공부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21세기의 한국에서 새삼스럽게 우파에 대해 그것도 우파의 뿌리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한편으로 우스꽝스럽고 황당한 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이에 대한 적절한 답을 얻으려면 우파란 무엇이며 그들이 어떤 일을 하였는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니 우선 우파가 열어 젖혔다 하는 근대 혹은 근대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한국을 예로 든다면 근대화는 넓게 잡아서 한 100년 정도 진행되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완전한 의미에서 근대라는 시공간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추석에는 차례를 지내고 성묘에 가야 하며 때가 되면 제사지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근대성과 전근대성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다

격물궁리格物窮理 수신치국修身治國 이라는 말이 있다 사물을 면밀히 탐구하고 이치를 철저히 따지며 몸을 수양하고 나라를 다스린다는 뜻으로 앞의 구절이 이론학이라 한다면 뒤의 구절은 실천학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유가의 핵심 -- 물론 유가의 학파마다 핵심으로 간주하는 것은 조금씩 다를 것이지만 -- 이며 근대 이전까지 동아시아 사회를 지배했던 패러다임이었다 짧게 잡아도 한반도 거주자들은 이 패러다임 속에서 족히 500년은 살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근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므로 이러한 이념이 완전히 폐기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다 우리 주위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 흔적들이 어렴풋이나마 남아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봉건적이고 쓸모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500년이란 시간의 무게를 단숨에 끊어내고 넘어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양의 경우는 어떠했을까 모두들 알다시피 유럽의 1000년은 로마라는 대제국이 지배하였다 로마가 멸망한 이후에는 가톨릭 보편주의가 다시 1000년을 이끌었다 그러던 것을14세기 르네상스부터 조짐을 보였고 16-17세기에 우파들이 나타나 가톨릭 보편주의를 무너뜨리고 근대의 문을 열어 젖혔다 100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끊어내고 새로운 세계를 건립한 것이다

서양에서 동아시아의 유교철학과 같은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서양인들은 스스로를 사회와 무관한 개인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리스와 로마 때는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중세 때에는 신의 충실한 종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부여 받았다 그러나 오늘날은 그러하지 않다 가령 어떤 이에게 교통신호를 잘 지키는 이유를 묻었을 때 내가 교통신호를 잘 지킴으로써 자신이 속한 국가와 사회를 이롭게 하기 위해 라고 대답할 사람이 있겠는가 설령 있다 하더라도 주위의 비웃음만 살 뿐이다 대부분은 교통신호 안 지키다 경찰에게 걸리면 나에게 피해가 되기 때문에 라고 대답할 것이다 인간의 행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국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있는 것이다 거칠게 말해서 이것이 바로 개인주의이다

개인주의 이것이야 말로 서양의 우파가 만들어낸 진정한 혁명적 성과이다 프랑스인들은 이 이념에 근거하여 1789년에 혁명을 일으켜 국왕의 목을 잘랐다 서양에서 가장 강력한 왕권을 지녔었던 프랑스의 국왕을 말이다 그로부터 200년도 더 지났지만 오늘날의 한국인들이 그런 일을 벌일 수 있을까 얼마 전 신문기사를 보니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손이 죽었는데 거기에 이해찬 총리가 조문을 다녀왔다 한다 조선은 지금의 한국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게 보면 2005년의 한국인들은 17-18세기의 서양 우파들의 혁명성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이러한 우파들의 혁명에 의해 마련된 사상과 제도들로써 이끌어져 나가고 있다 이는 서양과는 지리적으로 무관한 동아시아의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현실이다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세계가 우파가 만들어놓은 토대 위에 구축되어 있다는 사실 이것이 우리가 우파에 대해 공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흔히들 사상을 우파와 좌파로 분류하곤 하는데 사실 우파의 입장에서 본다면 좌파는 실로 한 줌에 불과하다 엄밀하게 얘기한다면 사상의 분류는 고대the Ancient와 근대the Modern으로 나뉘어야 한다 우파가 싸우고 무너뜨리려 했던 상대는 고대였지 좌파가 아니었다

계속해서 우파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니 어떤 사람은 혹 조갑제나 이문열 같은 한국의 우파들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런 쓰레기들을 우파라 부르는 것 자체가 진정한 우파에 대한 모독이다 우파라 한다면 개인의 재산과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구속하는 어떠한 제도에도 반대해야만 한다 이것이 우파로서 최소한의 자기규정이다 우파 중의 하나인 자유주의자에게 개인주의는 절대 침범 당해서는 아니 되는 사도신경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폐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는 이들은 좌파가 아니라 우파다 한국의 우파들은 학대하고 채찍질해 줄 오야붕을 갈구하는 노예노비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는 그들을 노예 혹은 노비 우파라 불러주자

우파에 대해 알아야만 하는 또 한가지 긴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눈目의 문제이다 예를 먼저 들어 보겠다 파키스탄에 심한 가뭄이 들어서 주민들이 굶어죽고 있다고 해보자 우리에겐 이것이 외신으로 보도된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국내문제domestic affair 로 분류되어 BBC에서 보도된다 그런 다음 의회에서 파키스탄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가 논의되는 것이다 이 같은 행태는 아직까지 파키스탄을 자신들의 식민지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얼마 전에 네팔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여행 중에 Boarding School이란 것을 보았는데 나는 처음 여기가 판떼기 제작하는 목재공 학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영국이 식민지 통치하던 시절에 건립한 기숙학교였다 이것이 바로 제국의 힘이다

우리가 처한 위치도 앞서 예로 들었던 파키스탄이나 네팔의 상황과 별 다르지 않다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우리 역시 주변부 식민지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제국의 눈을 가질 수 없거니와 설령 가진 척을 한다 하더라도 이를 받쳐줄 국력이 없으니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짓이 되고 만다 따라서 무엇을 하더라도 우리는 주변부 식민지인의 눈에서 출발하여야만 한다 나는 이것을 90년대 후반에 유에스와 중남미에서 겪었던 직장생활을 통해 깨달았다 그전까지 나는 철학이란 인류 보편의 틀을 제시해 주는 학문이라 믿고 있었으나 그 시기를 계기로 철학이란 학문도 결국에는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 처한 위치에서 세계를 조망하는 방법론을 제시해줄 뿐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주변부 식민지인의 눈 이것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몸은 한국에 있으면서 눈은 제국의 것을 가지고 있으면 얼마나 살기가 힘들겠나도 한번쯤 생각해보기 바란다

고대철학에서의 목적론

지금까지의 설명을 잘 들은 이라면 오늘 강의의 주제가 홉스가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가 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에서 고전이라 한다면 단연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철학과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만 제대로 이해하면 학과 공부의 40는 마쳤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대단한 철학자이니 이를 거꾸로 얘기하면 아리스토텔레스만 꺾으면 철학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즉 철학의 일진이 되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다 근대철학사에 이름이 올랐다 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아리스토텔레스를 꺾어낸 이들이다 이 일을 최초로 한 사람이 이론철학에서는 데카르트이며 실천철학에서는 홉스이다 그렇기에 이 두 사람을 근대철학의 정초자라 부르는 것이다

다음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 발췌한 아리스토텔레스 부분이다

현재 남아 있는 단편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자의 특수한 역할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있다 문명의 발달사를 5단계로 나누고 철학의 등장을 그 절정으로 본다 첫번째 단계는 사람들이 필수품을 만드는 데 전력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이다 2번째 단계에서는 생활을 세련되게 만드는 예술이 나타나고 3번째 단계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대로 훌륭한 생활을 하는 데 선결 요건인 정치기술이 나타난다 4번째 단계에서 질서있는 폴리스polis가 나타남으로써 지적 호기심을 채울 여유가 생기고 존재하는 사물의 물질적 원인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진다 5번째 단계에서 사람들의 정신은 물질세계를 넘어 사물의 형상인과 목적인을 파악하고 이 단계에서 자연철학은 신의 철학으로 이행한다

문명의 발달사 5단계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 necessary and useful 노동의 영역2단계 ― techne 제작학3단계 ― political technique 정치학 윤리학4단계 ― Physica 자연학5단계 ― Metaphysica 형이상학

정리해 놓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것은 문명의 발달사를 설명해 놓은 것인 동시에 학문과 사회의 hierarchy를 나타내고 있다 1단계 즉 노동은 인간에게 가장 필수적인 것(necessary and useful)이며 따라서 노예가 하는 천박한 일이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시민이 해야할 일로 여겨진다 이렇게 5개의 각각의 영역이 서로 유기적으로 잘 조화되는 상태를 kosmos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kosmos 즉 천체의 완전한 질서에 도달하는 것이 문명발달의 목적인 것이다

제12권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목적론을 제시한다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원인을 설정해야 하는지를 묻고 결국 신 또는 움직이지 않는 제일 원동자라는 생각에 도달한다hellip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론과학과 실천과학의 목적이 결정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하면서 실천과학은 무엇인가를 행하거나 만들기 위한 학문이지 그것을 사고하고 정의하고 알기 위한 학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Ethica Nicomachea〉 첫 부분에서 왜 실천과학이 이론과학만큼 정확성을 가질 수 없는지를 설명하는데 그 이유는 실천과학의 주제가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습관middot기술middot제도 등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물학적 정의나 심리학적 정의가 아무리 정확하더라도 사람은 환경middot교육middot가족middot재산middot신분 심지어 여가 방식 등에 따라 다양하다고 주장했다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도덕문제들은 서로 분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치문제와도 분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니코마코스 윤리학〉middot〈정치학〉은 독자적인 주제를 다루는 서로 분리된 과학이 아니라 공통의 영역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다루면서 상호보완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이론과 실천이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항상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는 이론학이 실천학을 포섭한다 생각했고 따라서 실천학은 이론학의 하위개념이 되는 것이다

〈정치학〉은 인간 행동과 공동체의 문제를 다룬다 그는 인간이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국가에 관한 이론을 세우고 다양한 유형의 법제도를 구분한다 정치적 불안정과 혁명의 성질과 원인에 관한 논의도 있으며 마지막 2권은 주로 교육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요약하자면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윤리학은 공동체의 유지에 봉사하는 학문이었던 것이다 이 같은 전통이 서양을 1000년 이상 지배해왔다 그런데 홉스에 들어서게 되면 윤리학이 사라진다 홉스뿐만 아니다 근대철학자들에게는 윤리학이 없다 스피노자의 저작 ltlt에티카gtgt가 윤리학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ltlt리바이어던gtgt의 표지를 보라 리바이어던의 갑옷을 이루는 것은 사람들이다 이 리바이어던의 목적은 사람들 사이의 싸움을 막는 것일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조화를 이루게 하기 위한 목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근대철학에서의 기계론

근대철학의 토대는 기계론이다 기계론이라 하여 어렵게 생각하곤 하는데 일단은 단순하게 무목적적이라 해두면 되겠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근본적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있어서 정체politeia는 시민의 완성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홉스에서는 conatus(endeavour)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발현하는데 도움이 되면 그것은 선good한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악evil인 것이다 인간에게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숙려熟慮deliberation가 생겨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철학은 모든 논의를 정체politeia로부터 시작한다 이것이 kosmos 즉 천체의 완전한 질서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그러한 상황은 폭정tyrannis가 된다 마지막 시간에 스트라우스를 읽으면 스트라우스가 이 말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인데 얼마 전에 유에스의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을 가리켜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라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라이스가 말한 폭정이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맥락에서 쓰인 것이다 네오콘의 대부인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폭정은 마땅히 사라져야만 하는 것이다 최근 6자 회담이 평화적으로 결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 이 때문이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이론학은 실천학보다 우위에 서있다 이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Poiesis 제작학Praxis 실천학Theoria 이론학

여기서 이론학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지혜shopia를 얻게 된다

그런데 근대철학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없다 예컨대 데카르트를 보자 데카르트의 대표적인 저서는 ltlt방법서설 정신의 지도를 위한 규칙들Discourse on method rules for the direction of the mindgtgt인데 제목을 천천히 뜯어봐라 방법method와 규칙rule이 핵심어임을 알 수 있다 이 말들은 데카르트 이전에는 과학자들이 주로 쓰던 단어였다

같은 운동이라고 해도 motion과 kinesis는 함축하는 바가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체적인것 운동하는 것 모두를 kinesis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단순히 A에서 B로 옮겨가는 것만을 운동motion이라 한다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목적론이 폐기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근대 자연법 사상

고전철학에서는 자연에게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인간은 그런 자연에 순응하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근대철학에서는 각 개인의 주관성이 각 개인의 규준이 된다 즉 모든 개인들이 가진 규준이 세계의 규준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원칙상 따로 떨어져 있는 원자적 개인들이기 때문에 연결시킬 수 있는 방도가 없다 그래서 모든 개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계약contract이 필요해진다 그렇지만 설령 계약을 맺는다 할지라도 계약을 지켜야 하는 정당화 근거가 없다면 개인들이 이 계약을 지켜야 되는 정치적 의무political obligation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계약의 정당화 근거를 찾아야만 하는데 이때 제시되는 것이 바로 자연법 사상이며 이것을 처음으로 근대적 학의 체계로서 정초시킨 이가 홉스이다

말이 좋아 자연법이지 이것은 사실 기만적인 개념이다 Nature 이란 단어에는 자연과 본성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마찬가지로 Natural은 자연적인과 당연한이란 뜻을 갖게 된다 때문에 사람들은 이 단어로부터 영원불변의 인간의 행위와 의지와는 무관한 이란 함축을 함께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연법 역시 인간이 만든 것이고 영원불변하며 인간의 행위와 의지와 무관하지는 않다 본디 고대 그리스에서 자연과 본성은 인간과는 무관한 개념이었다 중세에는 자연법을 신법의 하위체계로서 인정했을 뿐이다 자연은 단독으로 정치적 틀이 되지 못하였다 다시 말해 자연이란 말을 빌려다가 법의 사상을 정당화시킨 것이다 그런 까닭에 허위의식이나 이데올로기 등을 연구할 때 자연법이 분석의 시발점이 되곤 한다

이제 자연법 사상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나는 노르베르트 보비오Noberto Bobbio의 테제를 빌려서 설명하려고 한다 보비오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법철학을 공부했고 대학교수이자 변호사이며 이탈리아 사회당 소속의 종신 상원의원이기도 하다 사회당 소속이라니 마르크스주의 외에는 아는게 없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의 저서 중에는 ltlt홉스와 자연법 전통Hobbes and Natural Law Traditiongtgt이라는 게 있는데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가 자유주의 사상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학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근대 정치사상 전반을 폭넓게 검토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근대의 시민이라면 우파 정도의 교양은 누구든지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념을 선택하여 실천하는 일은 그 다음의 일이다

자연법에 대한 보비오의 테제는 아래의 6개이다

1) 자연상태는 국가의 기원과 토대를 분석하는 출발점이다2) 자연상태와 시민사회civil society는 대립된다3) 자연상태의 구성요소는 (개체적) 개인individual이다4) 자연상태의 인간은 free and equal 하다5) 자연상태의 인간들은 시민사회를 만드는 계약contract을 맺는다6) 시민사회를 정당화하는 근거는 계약contract이다

이 5개가 자연법 사상의 핵심이다 이런 건 외워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몇 가지 보충설명 하겠다 3) 4)는 인간론이고 5) 6)은 국가론이다 여기서 시민사회는 자연상태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무질서한 자연상태를 벗어나 개인들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국가state를 말한다 그리스의 폴리스와 같은 개념이 아니다

(개체적) 개인은 풀이하자면 그것 자체로 완결된 단일자monolithic을 말한다 마지막에 만드는 계약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중요하다 여기에서 세계를 만드는 The maker는 (개체적) 개인이다 신The Maker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즉 신에게 의존해 있던 중세철학과 완전히 결별하겠다는 뜻이다 이것을 관철시키려면 중세철학을 한 번 갈아 마셔야 한다 홉스가 ltlt리바이어던gtgt 뒷부분에서 신학에 대해 다룬 이유가 이것이다

시민사회는 만들어진 것이므로 인위적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홉스의 리바이어던 역시 인위적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국가는 마땅히 있어야 하는 성질의 것이었다 조선사회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왕조사회에서 신민들은 충신과 역신으로 갈린다 국가는 곧 왕조국가를 가리켰고 국가는 마땅히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홉스에게 국가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문화적인 것이 된다 이것이 홉스 철학의 혁명성이다 홉스 이후의 모든 정치사상은 크게 보아 이 체제를 벗어나지 못한다 최소주의적 입장이건 온정주의적 입장이건 모두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어쩌면 마르크스주의마저도 이 계약을 다시 쓰자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ltlt리바이어던gtgt의 판본에 대해서 간략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나는 팽귄출판사에서 나온 ltlt리바이어던gtgt이 좋다고 생각한다 여유가 되면 각자 꼭 구비하길 권한다 어떤 고전적 저작을 읽는다고 할 때 그 저작의 편집자가 누구인가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 편집자에 따라서 그 저작을 바라보는 관점이 확연히 갈리기 때문이다 가령 홉스를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다양한 시각이 있다 우리가 이 강좌의 마지막 시간에 읽게 될 레오 스트라우스도 홉스의 자연권 사상에 대해서 면밀히 연구한 학자 중 한 사람이다 팽귄출판사본은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교수인 CB맥퍼슨이 편집한 것인데 맥퍼슨은 홉스 연구가들 중에서 왼쪽에 속하는 사람으로 ltlt소유적 개인주의의 정치이론The Political Theory of Possessive Individualismgtgt이란 책을 썼다 맥퍼슨은 이 책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홉스가 근대 정치철학의 정초자일 뿐만 아니라 근대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의 중요한 이론가라는 것을 밝혀냈는데 이 책의 출간으로 좌파들이 홉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2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2강 ― 홉스의 국가론과 현대사회

리바이어던Leviathan

지난 시간에는 홉스 철학의 혁명성을 아리스토텔레스 고전철학과의 대조를 통하여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혁명이란 단어는 쉽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어떤 사태가 혁명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삶의 공간과 생활세계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홉스는 사상의 혁명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강의에서는 그의 저작 ltlt리바이어던gtgt을 읽음으로써 홉스 사상의 혁명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

강의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홉스는 왜 멀쩡히 잘 돌아가던 아리스토텔레스 고전철학 체계를 무너뜨리려 했을까 철학과 현실이 있다고 한다면 철학과 학생들은 으레 철학만 열심히 공부하곤 한다 그러나 철학보다 현실이 먼저다 말하자면 철학자가 직면했던 시대적 정황이 그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는 것이다 홉스도 당대의 여느 지식인들처럼 귀족들에게 후원이나 받으면서 편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

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ltlt리바이어던gtgt이 금서 취급을 받는 등 이런저런 소란도 겪어야 했다 무엇이 홉스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오늘 강의가 끝나면 이 문제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답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

나누어준 텍스트의 소제목을 죽 살펴보자

Endeavour 노력Good Evil 좋은 것 나쁜 것Deliberation 숙고熟考 숙려熟慮A Restlesse Desire Of Power In All Man 모든 인간 안에 있는 권력에 대한 그치지 않는 욕망The Naturall Condition of Mankind 인간의 자연조건Right Of Nature What 자연권이란 무엇인가Liberty What 자유란 무엇인가A Law Of Nature What 자연법이란 무엇인가Naturally Every Man Has Right To Everything 자연적으로 모든 인간은 모든 일에 대하여 권리를 갖는다

이런 소제목들은 후대의 편집자들이 달아놓은 것이다

EndeavourFor let a space be never so little that which is moved over a greater space whereof that little one is part must first be moved over that노력한 공간은 그렇게 작지 않고 그것은 작은 것이 부분이 되는 하나의 더 큰 공간으로 움직이는 것은 먼저 그 위로 움직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개념을 단초arche ndash arche는 출발점이자 그것을 구성하는 원리라는 뜻을 지닌다 ndash 로 삼아 그것으로써 인간뿐만 아니라 사회까지도 설명하려는 철학자가 있다 이런 류의 대표적인 경우가 홉스이다 홉스의 단초는 Endeavour이다 홉스가 인간과 세계를 설명하는 데 이것이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이다 김용환 교수는 이것을 의도라 번역했는데 엄밀하게 얘기하면 이것은 잘못된 번역이다 의도라 하면 단순하게 사고의 흐름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홉스는 lt물체론gt에서 Endeavour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 내려 놓았다 위치와 숫자로 주어질 수 있는 것보다 더 작은 공간과 시간 즉 점이나 순간을 통해 만들어진 운동 이에 따르면 Endeavour에는 사고의 움직임일 뿐만 아니라 물리적 움직임이라는 의미까지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Endeavour는 라틴어 Conatus를 홉스가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홉스 이후의 철학자인 스피노자도 홉스의 이 개념을 빌려 쓰고 있다 근대 철학자 대부분은 이러한 유물론적 인간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데카르트 가상디 말브랑슈도 그렇다 결국 모두 뉴턴의 아들들인 셈이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EndeavourConatus의 흡착성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These small beginnings of Motion within the body of Man before they appear in walking speaking striking and other visible actions are commonly called ENDEAVOUR사람의 몸 내부에서 그것들이 걷거나 말하거나 때리거나 다른 가시적 행위들로 나타나기에 앞선 이러한 움직임의 작은 시작들을 보통 노력이라고 부른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홉스는 모든 운동을 생리학적으로 파악하려 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This Endeavour when it is toward something which causes it is called APPETITE or DESIRE the later being the generall name and the other oftentimes restrayned to signifie the Desire of Food namely Hunger and Thirst And when the Endeavour is fromward something it is generally called AVERSION These words Appetite and Aversion we have from the Latines and they both of them signifie the motions one of approaching the other of retiring So also do the Greek words for the same which are orme and aphorme이러한 노력 - 그것을 일으키는 어떤 것을 향할 때의 - 은 욕구 혹은 욕망이라 불리는데 후자는 일반적인 명칭으로 그리고 전자는 종종 이름하여 배고픔이나 갈증 같은 음식에 대한 욕망을 가리키는 데에만 제한된다 그리고 그 노력이 어떤 것에서 멀어지면 그것은 일반적으로 혐오라고 불린다 이러한 단어들 욕구 그리고 혐오는 우리가 라틴어에서 가져온 것으로 그것들은 모두 동작들을 가리키는데 하나는 접근 또 하나는 후퇴다 그리스어에서도 마찬가지로 그것들은 오르메(욕구)와 아포르메(혐오)다

여기서 제시되는 단어들이 홉스가 인간을 설명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어에 속하는 것들이다 홉스를 가리켜 욕망적 인간관을 가지고 있다 말하곤 하는데 그것이 이 문단에서 나온 것이다

Good EvilBut whatsoever is the object of any mans Appetite or Desire that is it which he for his part calleth Good And the object of his Hate and Aversion evill And of his contempt Vile and Inconsiderable For these words of Good evill and Contemptible are ever used with relation to the person that useth them There being nothing

simply and absolutely so nor any common Rule of Good and evill to be taken from the nature of the objects themselves but from the Person of the man (where there is no Common-wealth) or (in a Common-wealth) From the Person that representeth it or from an Arbitrator or Judge whom men disagreeing shall by consent set up and make his sentence the Rule thereof좋은 것과 나쁜 것그러나 인간의 욕구나 욕망의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그것은 그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그의 증오와 혐오 나쁜 것의 대상 그리고 그가 경멸하고 불쾌해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좋은 것 나쁜 것 그리고 경멸하는 것에 대한 이러한 단어들은 그것들을 사용하는 사람과 관련되어 사용되는 것이다 단순하고 절대적으로 그러한 것은 없다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어떠한 공통의 법칙도 대상들 그 자체의 본성에서 취해지지 않고 대신 사람 - 국가가 없는 혹은 국가 안에서 - 그것을 대표하는 사람으로부터 취해지며 의견차를 보이는 사람들이 합의에 의해서 규칙을 세우게 될 중재자나 재판관에 의해 그리고 그들의 판결을 규칙으로 만드는 것으로부터 취해진다

여기에서 Good Evil은 흔히 선악善惡이라 번역되곤 하는데 이렇게 해버리면 윤리학적인 개념이 되어 버린다 이것은 윤리학적인 개념이 아니다 단순히 좋은 것 나쁜 것을 가리킨다 몸에 좋은 것이 윤리적인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여기에서는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德 개념이 완전히 폐기된 상태이다 가령 ltlt맹자gtgt의 양혜왕편에 나오는 고사를 떠올려 보자 맹자가 양혜왕을 찾아가자 양혜왕이 맹자에게 묻는다 학문이 높으신 선생께서 이리 오셨으니 나의 나라에 어떤 이득을 주러 오신 겁니까 맹자가 답한다 왕께서는 어찌하여 이득을 따지고 계십니까 저는 오로지 의義를 말할 뿐입니다 홉스가 맹자를 봤다면 이리 말했을 것이다 맹자 당신은 어찌하여 의를 얘기하는 겁니까 나는 이득을 얘기할 뿐입니다

위의 문단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철저하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은 그 사람의 입장서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각자의 욕망만을 표출시키려 할 것이고 그럼에 따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기본적인 합의조차 성립되지 못한다 이미 여기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가 예고되는 것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감정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나오지만 그것들은 그 말들을 했던 사람들과 관련되어 사용된다 즉 관계 속에서 파악되는 것이다 대상 자체의 본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DeliberationWhen in the mind of man Appetites and Aversions Hopes and Feares concerning one and the same thing arise al-ternately and divers good and evill consequences of the doing or omitting the thing propounded come successively into our thoughts so that sometimes we have an Appetite to it sometimes an Aversion from it sometimes Hope to be able to do it sometimes Despaire or Feare to attempt it the whole sum of Desires Aversions Hopes and Feares continued till the thing be either done or thought impossible is that we call DELIBERATION숙고사람의 마음 속에서 - 하나이고 똑같은 것과 관련된 - 욕구와 혐오 희망들과 공포들이 번갈아 일어나면 그리고 제기된 사태를 행하거나 생략하는 것의 다양한 좋고 나쁨의 결과들은 우리의 사고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데 그리하여 종종 우리는 그것에 대해 욕구를 갖게 되고 더러는 그것에서 혐오를 갖게 된며 간혹 그것을 할 수 있다는 희망도 더러는 그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좌절과 공포도 갖는다 그것이 행해지거나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가 될때까지 계속되는 욕망들과 혐오들과 희망들과 두려움들의 총합을 우리는 숙고라고 부른다

욕구Appetite와 혐오Aversion에 이어서 희망hope과 공포fear가 등장한다 외연이 넓어지는 것이다 홉스는 철학을 Deliberation의 학이라 규정했다 홉스 철학의 문맥을 모른다면 그렇지 여러 번 되풀이 생각하는 것이 철학이지하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Deliberation이란 나의 이익과 손실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지금까지가 홉스의 이론철학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실천철학의 영역이다

OF THE NATURALL CONDITION OF MANKINDFor as to the strength of body the weakest has strength enough to kill the strongest either by secret machination or by confederacy with others that are in the same danger with himselfe인간의 자연 조건에 관하여신체의 강함으로 말해보자면 가장 약한 사람은 음모 혹은 그 자신과 똑같은 위험에 처해있는 타인과의 공모에 의해 가장 강한 사람을 죽일 만큼 충분한 힘은 갖고 있다

홉스가 상정하는 자연상태는 전쟁상태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 이유는 홉스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홉스가 살았던 시대는 혁명의 시대였다 또한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말그대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시대이기도 하였다 그러한 세계에서는 부르주아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였다 홉스가 상정한 자연상태는 사실 17세기 서유럽 사회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역사적인 정황으로부터 끌어올린 논리적 전제assumption라 하겠다

Right Of Nature What

The RIGHT OF NATURE which Writers commonly call Jus Naturale is the Liberty each man hath to use his own power as he will himselfe for the preservation of his own Nature that is to say of his own Life and consequently of doing any thing which in his own Judgement and Reason hee shall conceive to be the aptest means thereunto자연권이란 무엇인가일반적으로 저술가들이 유스 나투랄레라고 부르는 자연권은 모든 사람이 그 자신의 본성 즉 그 자신의 생명의 보존을 위해 스스로 원하는 대로 그 자신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 갖는 자유이며 다시 말해서 그 자신의 판단과 이성 안에서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을 취하는 자유이다

자연권이란 자연상태에서 인간이 갖고 있는 권리를 말한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의 생명 보존 preserva-tion 을 위해서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을 취하는 자유이다

Liberty What 자유란 무엇인가By liberty is understood according to the proper signification of the word the absence of external impediments which impediments may oft take away part of a mans power to do what he would but cannot hinder him from using the power left him according as his judgement and reason shall dictate to him자유는 단어의 적절한 의미에 따르자면 외적인 방해들이 없는 상태로 이해된다 이러한 방해의 원인은 바라는 것을 행할 인간의 힘의 일부를 가끔 빼앗아 갈 수 있으나 그의 판단과 이성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서 그에게 남겨진 힘을 사용하는 것을 방해할 수는 없다

7번째 강의에 배울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가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 외적인 방해들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A Law Of Nature WhatA LAW OF NATURE (Lex Naturalis) is a Precept or generall Rule found out by Reason by which a man is for-bidden to do자연법이란 무엇인가자연법은 이성에 의해 한 사람이 행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에 의해 발견되는 금지 명령이자 일반 법칙이다

정리해 보도록 하자 자연상태에서의 모든 인간은 자연권을 갖는다 그러나 각각의 개인이 제멋대로 자연권을 행사하도록 내버려두면 자칫 공멸의 상태에 빠질 수 있을 것이기에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정 즉 자연법이 필요해진다 시장이 막힘 없이 잘 흘러가려면 최소한의 규율이 있어야 되듯 말이다 이것이 17세기 최소주의 국가관의 토대이다 오늘날에는 로버트 노직같은 이가 이러한 국가관을 주장하기도 한다 요컨대 평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지 목숨을 보존하기 위하여 내놓은 개념이 자연법인 것이다

이것을 다음과 같이 모형화 시킬 수 있다

자연상태 (출발점)∥∥ lt―― (자연법에 근거한) 계약contract∥시민사회(목적지)

다음은 고전철학에서의 모형도이다

Oikos 경제∥∥ lt―― (덕德의 고양을 위한) 시민 되기∥Politeia 정체

근대에는 power가 없는 사람은 인간이 되지 못한다 이것이 로크에 가서는 좀더 가다듬어져서 power가 재산으로 치환된다 즉 돈이 없으면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날 살아가고 있는 세계이다

CB 맥퍼슨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교수인 맥퍼슨은 홉스를 연구한 학자들 중에서 왼쪽에 위치한 사람이다 맥퍼슨에 의하면 관습 또는 신분사회의 본질적 속성은 다음과 같이 규정할 수 있다

(a) 사회의 생산적인 정규노동이 집단 신분 계급 개인에게 권위적으로 할당된다 그러한 할당이나 수행은 법률이나 관습에 의해 강제된다

(b) 각 집단 신분 계급 개인의 노동방식이 규정되어 있고 각각에게는 그것의 또는 그의 수행에 대한 적절한 단일한 기준의 보상이 주어지고 허용되는데 적정선은 공동체의 합의나 지배계급에 의해 결정된다(c) 토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적 소유가 전혀 없다(d) 모든 노동력은 토지나 부여된 기능의 수행 또는 주인 등에게 속박되어 있다(C B 맥퍼슨(지음) 황경식강유원(옮김)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1990 pp 57-58)

거칠게 분류하면 (a) (b)는 상부구조 (c) (d)는 토대를 가리킨다 따라서 (c) (d)가 핵심적 출발점이다 어떤 사태이든지 핵심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바라보아야 한다

단순시장모형은 처음의 네 개의 조건에 네 개를 더 첨가함으로써 소유적 시장모형으로 변형될 수 있다

(a) 노동에 대한 권위적 할당이 없다(b) 노동의 보상에 관한 권위적인 제공이 없다(c) 계약에 대한 권위적 규정 및 강제가 있다(d) 모든 개인은 자신의 공리를 합리적으로 극대화하려 한다(e) 개인 각자의 노동력은 자신의 재산이며 양도할 수 있다(f) 토지와 자원은 개인에 의해 소유되며 양도할 수 있다(g) 몇몇의 개인은 그들이 가진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리와 힘을 원한다(h) 몇몇의 개인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 기술 또는 재산을 가진다(같은 책pp62-63)

17세기의 영국이 소유적 시장사회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는 데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 거의 반 수에 가까운 사람들이 전시간 임금노동자였다 시골 변두리의 사람들을 시간제 임금노동자로 계산하다면 그 비율은 23를 넘는다 그리고 비록 임금관계가 18세기처럼 완벽하게 비인격적이지는 않았다 해도 홉스가 알기로는 이미 본질적으로 시장관계였다 토지를 자본으로 이용하는 경향은 이미 상당히 진전되어 있었고 지주와 소작인 사이의 가부장적 관계는 16세기의 변화 속에서 이미 손상되어 있었다(같은 책p71)

맥퍼슨은 홉스와 로크의 사상이 기본적으로 소유적 개인주의에 근거하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그들의 사상을 17세기 서유럽이라는 구체적인 컨텍스트 속에서 조망하는 것이다 이것이 맥퍼슨의 탁월함이다 고전을 다시 읽기re-read를 반복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증거들은 17세기 영국 사회가 본질적으로 소유적 시장사회로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홉스가 이것을 얼마만큼 잘 알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다행히 이 문제와 관계 있는 약간의 증거가 있다 첫번째로 인간의 노동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위해 교환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라는 홉스의 언명은 비록 그것이 해외무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언급된 것이라 해도 그가 임금관계의 일반성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같은 책 p72)

맥퍼슨이 근거로 드는 문장을 주목하라

for a mans Labour also is a commodity exchangeable for benefit as well as any other thing인간의 노동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위해 교환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이제 맥퍼슨의 소유적 개인주의에 기대어스 홉스에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자 자연상태는 경쟁상태이되 그것은 경제의 문제를 토대에 둔 경제적 경쟁상태이다 이러한 상태는 구성원들간의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므로 이로 인한 파괴를 막기 위해서 시민사회가 도입된다 이것이 정치적 사회이다 여기에서는 정치가 경제의 우위에 있다 국가가 나서서 경제적 경쟁을 완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맥퍼슨이 해석한 홉스적 근대사회이다 맥퍼슨은 이 사회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17세기 자유주의의 위대함은 자유로운 합리적 개인을 사회의 훌륭한 기준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17세기 자유주의의 비극은 이러한 주장이 바로 국민의 반이 넘는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개인주의의 부정이었다는 것이다(같은 책 p303)

다음 시간에는 로크의 재산권 이론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3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3강 ndash 로크의 소유권 이론

자유주의의 뿌리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는 우파가 만들어놓은 이념과 제도들로써 이끌어져 나가고 있다 좌파사상만 공부하면 현실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우파에 대해 공부하는 까닭은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를 좀더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요사이 장하준 교수의 ltlt쾌도난마 한국경제gtgt(부키)라는 책이 많이 팔리고

있으니 그것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책에서 장하준 교수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박정희정권이 반민주주의적이었다는 점은 비판받아야 하나 경제정책에서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은 한국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오늘날에 공격받고 있는 관치금융 재벌경제 경제계획 등을 옹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책들은 사실 자유주의의 경제프로그램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전간기 파시즘 체제에서 시행된 정책들이었으며 하나같이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한국경제를 이야기하는데 경제학적 논의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민주주의와 같은 정치철학적 개념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런 종류의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기본적인 개념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학적으로 정초했다 평가되는 존 로크를 읽음으로써 이런 개념들을 이해하는 데 한 발짝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먼저 모든 인간을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같은 출반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두 개념은 서로 상반되는 경향이 있는데 자유주의는 이러한 개인주의를 레디컬하게 추구하는 입장인 반면에 민주주의는 각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주의는 영국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것을 학적으로 정초한 이는 로크이다 이제 왜 영국이라는 컨텍스트 속에서 로크와 같은 자유주의 사상가가 나타났는지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우선 1215년에 있었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에 주목하도록 하자 마그나 카르타는 13세기의 있었던 사건이고 로크는 17세기에 활동했던 사람이니 언뜻 보면 둘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그나 카르타가 무슨 내용인지를 살펴 본다면 둘 사이의 무시할 수 없는 연결고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대헌장이라 불리우는 마그나 카르타는 1215년에 영국의 존왕이 귀족들의 강압에 따라 승인한 칙허장(勅許狀)을 일컫는 것으로 총 63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그나 카르타가 왕권과 의회의 대립에서 의회의 우위를 승인한 정치적 문헌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 마그나 카르타에 정치에 대한 조항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은 마그나 카르타의 제39항과 40항에 해당하는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자유민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와 같은 신분의 동료에 의한 합법적 재판 또는 국법에 의하지 않는 한 체포 감금 점유침탈 법익박탈 추방 또는 그 외의 어떠한 방법에 의하여서라도 자유가 침해되지 아니하며 또 짐 스스로가 자유민에게 개입되거나 또는 관헌을 파견하지 아니한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389)

짐은 누구를 위하여서라도 정의와 재판을 팔지 아니하며 또 누구에 대하여도 이를 거부 또는 지연시키지 아니한다(같은 책 p389)

이 두 개가 정치와 재판과 관련된 조항의 전부이다 그렇다면 다른 조항들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다음은 제 2항에서 발췌한 것이다

기사의 의무를 지고 짐으로부터 직접 수봉한 짐의 백작 또는 봉신 그리고 그 외의 자 중에서 어떤 자가 사망하였을 때 사망시의 상속인이 성년이며 또한 상속료의 지불의무를 부담하였을 경우에는 상속인은 구래의 상속료(를)hellip 지불함으로써 그 상속재산을 취득한다

2항부터 내리 재산상속에 대해 다루고 있다 ndash 제1항은 종교문제에 관한 것이다 ndash 대다수의 조항들이 재산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마그나 카르타의 핵심이 재산이며 이것과 관련된 세금문제에서 마그나 카르타가 촉발되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맥퍼슨은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에서 17세기의 영국이 소유적 시장사회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는 데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p71)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것을 본다면 이미 1215년 이전에 재산문제를 두고 왕과 시민사회 사이의 알력관계가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이다

이때가 산업혁명 이전 영국 도시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존 왕 치세 초기에는 리버풀이 전형적인 중세 도시 형성 과정을 거쳤다hellip 리버풀은 자치도시였고 왕의 칙서는 사실상 최초의 자치헌장이 되었다hellip 농노가 자치도시에서 1년 하고 1일을 살고 나면 자유민으로 간주한다는 관습도 법제화되었다 이 때문에 중세 사람들은 도시의 공기는 사람을 자유롭게 만든다고 말하곤 했다hellip 잉글랜드의 도시 생성률은 1180 ndash 1230년 사이의 50년간 가장 높아서 57개 이상의 신도시가 건설되었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p76-7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당시 도시인들은 농촌민들과는 달리 재산의 자유를 갖고 있었다 엔클로저 운동 같은 사건도 이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이 17세기에 느닷없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13세기 이전부터의 상당히 오랜 역사 속에 뿌리를 두고 자라온 이념체제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로크의 재산권 이론

로크의 대표적인 저서인 ltlt통치론gtgt의 출간계기가 명예혁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저술동기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ltlt통치론gtgt의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읽느냐에 따라서 책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점은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와 존 로크의 시대적 위치를 함께 살피는 것이다 여기에 이때까지 얘기했던 자유주의의 원리를 엮어서 따져 본다면 ltlt통치론gtgt의 저술동기를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얘기했으니 이제는 로크가 처해있는 시대적 위치에 대해 살펴보자 로크의 직업은 내과의사였다 그런데 이 당시의 내과의사는 치료와 상담을 겸하는 직종이었다 여기서 상담이란 대체로 의사의 주고객인 부르주아의 고민이나 걱정을 들어주는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이들은 상위신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와의 접근성이 높았고 그에 따라 서로간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을 것이다 - 제임스 버크(지음) ltlt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gtgt 참조 ndash 이렇게 본다면 로크가 ltlt통치론gtgt을 내놓은 이유에는 그 자신 주식투자를 하기도 했고 식민무역장관을 지내기도 했으니 부르주아 통치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 추측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이제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을 읽어가면서 이러한 추측이 온당한 것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모든 사람들이 개인의 천부적 재산권에 대한 로크의 주장과 정당화를 그의 시민사회와 정부이론의 중심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국가로 연합하는 것과 자신들을 정부의 지배 하에 두는 가장 크고 주요한 목적은 그들의 재산 보전이다(맥퍼슨(지음)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p227)

주지하듯이 홉스에게 국가의 목적은 개인들의 생명을 보존하는데 있다 로크는 생명 보존이라는 테제를 재산 보존으로 바꿔버리는데 이러한 논리 구도 아래에서는 재산이 국가에 대해서 우선성을 갖는다 단 하나 예외는 비합법적으로 재산을 취득한 경우뿐이다 여기서 그것이 합법이냐 비합법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다 이들은 일정한 정도 이상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로 구성된다 이상이 자유주의 국가관의 대체적인 밑그림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천부적으로 그의 재산 즉 생명 자유 토지를 보존할 권리를 가진다 나는 인간의 생명 자유 토지를 일반적 명칭으로서 재산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내가 재산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처럼 인간이 재화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뿐만 아니라 신체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도 의미한다(같은 책p22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로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산 이외에 자신의 생명 자유까지도 재산이라고 파악한다 이를 극단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모든 것을 물화物化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고용한 사람이 노동하여 얻은 것은 내 것이다 라는 논리가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체에 있어서의 재산을 가진다 그 자신 이외에 누구도 그에 대해 권리를 갖지 않는다 그의 신체와 손의 노동과 작업은 그의 것이다 인간이 자연적인 상태로부터 변형시킨 것은 무엇이든지 인간이 그것과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한 것이다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함으로써 그는 그것을 그의 재산으로 만드는데 적어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충분히 양질의 것을 남겨 놓아야 한다 이러한 종류의 점유를 정당화하는 데는 다른 어떤 사람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다 만약 그러한 동의가 필요하다면 신이 그에게 풍부하게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굶주려 죽게 될 것이다(같은 책 p231)

이 부분이 로크를 비롯한 고전파 정치경제학의 철학적 토대이다

정리를 해보자 나의 신체와 그것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노동력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권은 나에게 있으며 인간은 이러한 노동력과 자연물을 혼합시켜 인간의 살아가는데 유용한 생산물product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물은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1차적으로 자연물은 공유재산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모든 인간들이 향유할 수 있을 만큼 자연물은 넉넉하지 않으며 때문에 희소성을 갖는다 어떤 이는 자연물을 넉넉하게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오로지 자신의 노동력만을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자연물의 희소성과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충돌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ltlt통치론gtgt의 주제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로크는 부르주아 계급의 이익을 철저하게 옹호하였다

로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의 세 가지 제한조건을 제시하였다

인간은 타인을 위해 충분히 그리고 양질의 것을 남겨 놓은 만큼만 점유할 수 있다어떤 사람이든지 그것을 부패시키지 않고 삶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만큼만 이용해야 한다자기자신의 노동력으로써 산출할 수 있는 양에만 제한되는 것 같다(같은 책 p 232)

이것들은 현실적으로는 사유재산의 무제한적 확장에 기여한다 인간은 자신의 부를 화폐로 전환시켜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로 사용되는 금과 은은 썩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은 그것을 무제한으로 정당하게 축적할 수 있다

인간은 노동하는 신체의 소유자라는 것 이것이 자유주의 논리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 논리가 사회 속으로 들어오면 몸은 product를 만드는 도구로 전락한다 product를 만들어내야 personality가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

의 본질은 노동Arbeit이다라고 말한 헤겔과 비교해 보라 로크는 ldquo재산을 가진 자가 인간이다rdquo라고 말한다 재산은 노동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재산을 형성한 자만이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이며 제대로 된 인간이다 라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도출된다 이런 까닭에 자유주의는 자연히 부르주아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된다 헤겔은 로크와 다르다 헤겔은 노동이 인간의 본질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크에게 있어서 노동은 재산을 만들어 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건장한 신체를 지니고도 실업상태에 있는 이들의 처우에 대해 로크가 한 제안은 아주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서 현대의 학자들이 그에 대해 언급할 때는 일반적으로 그 비참함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도 그 당시의 기준에 비추어서 옹호하기도 한다 좀더 중요한 논점은 그러한 제안이 로크의 가정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구빈원(감화원)의 책임자들은 그들을 제조공장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노동자로 만들 것을 요청받고 있었으며 치안판사들은 그들에게 강제노동을 부과했다 세 살 이상 된 실업자의 자녀들은 국가의 불필요한 짐이었다 그들은 일을 해야만 했고 그들의 생활비를 더 많이 벌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실업이 경제적인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타락에서 기인한다는 명백한 근거 위에서 정당화되었다 로크가 무역위원회의 위원자격으로 1697년에 서술했듯이 실업자의 증대는 기율의 해이와 풍속의 붕괴 이외에는 어떤 것에 의해서도 발생하지 않는다 실업자들을 정치체제의 완전한 자유로운 구성원으로서 처우하는 것은 로크에게는 생각조차 되지 않았다 그들이 전적으로 국가에 예속된다는 것도 똑같이 의심할 바 없다 그리고 그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는 것이기에 국가는 그런 식으로 처우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책 pp 257-258)

여기에서 로크는 실업자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을 가지지 못한 것이라 단정한다 참으로 살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로크는 인간의 조건으로 재산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써 합리성의 정의까지 바꿔 버린 것이다 홉스에게 합리적 인간은 lsquo사물의 원인과 결과를 따지고 그것이 운동하는 양상을 계산하는 것rsquo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사람이 합리적 인간이었다 그러나 로크에게는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그 사람이 합리적인가 아닌가가 결정된다 이로써 개인이 사회 속에서 인간으로 대접 받기 위한 규준이 재산의 소유로 확정되었고 재산이 많은 인간일수록 합리적인 인간이 된다 오늘날 한국에서 유행하는 자기계발서적도 여기에서 논리를 빌려온 것이다

자연물 즉 공유재산을 어떻게 규정하고 분배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렇게 보면 요사이 한국에서 횡행하는 lsquo성장이냐 분배냐rsquo 하는 논쟁이 참으로 잘못된 의제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유적 개인주의를 구성하는 가정들은 다음 일곱 가지의 명제로 요약할 수 있다

1)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이다2) 타인으로부터의 자유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참여한 관계를 제외한 어떠한 관계로부터도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3) 개인은 사회에 아무런 부채도 없으므로 본질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능력의 소유자이다4) 개인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재산권 전체를 양도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자신의 일부 곧 노동력은 양도할 수 있다5) 인간사회는 일련의 시장관계로 구성되어 있다6)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므로 개인 각자의 자유는 타인에게도 똑같은 자유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의무와 규칙에 의해서만 정당하게 제한될 수 있다7) 정치사회는 개인의 신체와 재화로서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며 그에 따라 자신의 소유자로 간주되는 개인들간의 교환관계를 질서있게 유지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같은 책 pp 305-306)

1) 2) 3)은 자유주의의 인간관이다4) 5)는 자본주의의 핵심원리다6) 7)은 자유주의의 정치철학적 토대이다 따라서 ltlt통치론gtgt의 출발점이 된다 7)의 정치사회란 국가 교환관계는 시장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 ndash 로크적 국가와 현대사회

근대국가의 특성들

현대의 국가론을 크게 보면 홉스적 전통과 로크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것이 자유주의 국가론의 기본 개념들이다 따라서 국가론에 대한 책을 읽을 때는 이것들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아야 그 내용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자유주의는 자본주의와 긴밀한 연관관계에 놓여있다 국가는 부르주아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원회이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마르크스의 견해이다 부르주아는 경제적인 활동영역 즉 시민사회Burgerlichergesellschoft을 갖는다 18세기에는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부르주아라 불렀고 정치의 영역은 정부government가 통솔했다 앞서 말한 마르크스의 언명은 두 영역의 연결고리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견해는 두 영역의 관계가 원시적이었던 18세기에는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나 오늘날과 같이 복잡해진 때에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요즈음 국회에서 금산법의 개정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오간다 금산법 개정에 대해 lt중앙일보gt는 금산법은 이건희 죽이기법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가 반드시 부르주아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지 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세계가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까닭에 이 문제에 관해 좀더 자세하게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 이것이 자유주의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가 실현되는 경우는 선거 때 뿐이다 선거는 개개인이 각자 한 표 씩을 행사한다 이건희와 내가 각자 재산을 얼마나 가졌는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군집화가 이뤄진다 근대 이전에는 신분status에 의해서 결정됐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다 근대 이후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계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명제가 완전하게 이뤄지진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떄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반드시 계급결집이 일어난다 모든 논의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국가란 무엇인가 특정 지역 안에 있는 여러 세력force들의 관계망이며 이것의 물질적 응축이다 - 물질(matter)이란 현실 세계 속에서 구조적으로 고착middot제도화된 것을 가리킨다 구조적 관계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 이 안에는 정부 부르주아노동자 등 여러 세력들이 포진해 있다 근대 이전까지 유럽에는 약 500 여개의 국가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국가란 근대적 의미에서의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state가 아니라 느슨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소국을 가리킨다 이러한 소국들이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로 전환된 것은 1차 대전을 전후해서 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서양인들이 제대로 된 국가를 이루고 산 것은 잘 해야 100년이 채 안 된 것이다

한국인들이 서양의 국가론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국가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세계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중앙집권화된 관료제를 500 여년 동안 유지했다 더욱이 한국인이 쓴 국가론도 없으므로 국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의 한계는 크다 고려 때에는 중앙집권화가 이뤄지지 않았었다 지방 호족들이 알아서 다스렸다 왕은 많은 호족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절대적인 힘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에 들어서면 완전히 바뀐다 조선은 관료제를 바탕으로 중앙집권화를 이뤘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당 서원 등의 교육기관을 통해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을 보급한 것이다 이것이 조선사회를 유지시킨 메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관료제(물리력)을 보조하는 관학(지도력)을 통해서 헤게모니를 구성했던 것이다

소품문이란 것을 아는가 간략하게 정의하자면 길이가 짧은 문장으로 작자의 정서와 사상 견문을 표현하고 기록한 정서적인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별 것 아니다 그런데 정조는 이것을 문제삼아 문체반정을 일으켰다 왜 그랬을까 국가에서 정한 커리큘럼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소품문은 조선의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주류 이데올로기를 해체할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정통 성리학 국가인 조선의 뿌리를 뒤흔드는 문제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조에게나 소품을 쓰는 작가들에게나 소품은 단지 독서의 기호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소품적 인식 소설적 인식은 체제의 이데올로기가 은폐하고 있는 실상을 드러낼 것이었다 정통문서의 권위가 무너지면 그것에 기초한 헤게모니 역시 무너지기 마련이다

국가는 개인에게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데 이것을 풀란차스는 국가효과라고 불렀다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전환기에 조선은 고려의 헤게모니를 해체하고 새로운 조선의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위해 불교를 억압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특히 훈민정음의 창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훈민정음 이전까지 동아시아는 자신의 문자로 제국의 문자인 한문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것에 반하여 로컬 랭귀지를 조성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조선이라는 국가에 갖게되는 조선인들의 국가효과는 배가되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국적포기에 민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국가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막스 베버가 말한 철창부터 떠올린다 이제 지주형씨가 쓴 근대국가의 특성들이란 글을 보도록 하자

이 영토 위에 lsquo국민rsquo으로 사는 한은 국가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의 의무를 져야 하고 국가는 그러한 의무를 강제하기 위해 개개인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에 대한 기록을 축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의 관리와 통제를 피하려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유럽에 이런 것들이 자리잡은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상비군이 형성된 것도 1789년 이후의 일이다 한국과 서구의 국가관 인식의 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가(國家)라는 말은 매우 애매한 말이다 여기에는 이미 두 가지의 뜻이 들어 있다 하나는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입법부 사법부 및 기타 준 정부 기관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정부이다

나라는 사회과학적인 의미에서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정부의 차원에서 국가를 이해할 것이다

지주형씨가 이 글에서 정리하는 근대국가의 특성은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근대 국가의 제도적 물질적 특성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선 앞서 언급한 영토의 점유와 정당한 물리력 사용의 독점이라는 막스 베버의 유명한 정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국가는 영토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영토란 관할의 경계가 분명한 땅을 의미한다 즉 근대 국가는 그 이전의 국가와 달리 점으로 표시되는 경계가 모호한 변경frontier이 아니라 선으로 표시되는 국경border에 의해 명확히 구획된 영토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그 안의 인구 자원 등에 대한 명확한 권리를 주장하고 국경을 통제한다

둘째 근대 국가는 경찰과 상비군이라는 정당한 물리력을 독점하고 있다 원리상 근대 국가에 이 물리력에 도전할 수 있는 물리력을 가진 집단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물리력의 독점이 아니다 사실 국가는 물리력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조직폭력집단 또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것은 lsquo정당한rsquo 물리력이다 이 물리력의 정당성이 그것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앞으로 보겠지만 정당성은 법적 사회적으로 도출된다

셋째 비록 베버가 자신의 정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심도 있게 논한 근대 국가의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전문관료제이다 이것은 근대 국가가 하나의 합리적 집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국가의 합리성은 때로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서 국가건설 국가보존 국가권력의 적절한 수단에 대한 지식을 가리킨 국가이성raison drsquoeacutetat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 있는 국가 관료집단의 합리성은 관료제적 합리성과 통치적 합리성governmentality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는 베버가 지적한 것으로 일 처리의 규칙 절차 및 전문지식 공식화된 문건에 따른 몰인격(沒人格)적인 특성을 가리킨다 후자는 푸코Michel Foucault가 지적한 것으로 특히 영토 내의 인구 부 자원 재화 문화 관습 등이 특정한 방향들로 발전하고 특정한 결과들을 낳을 수 있게끔 통치govern하려는 전문지식의 특성을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 국가는 정부government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지식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 하나는 국가의 상태state에 대한 지식 즉 국민 개개인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정보(및 감시)를 포함한 통계적 지식statistics의 축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국가정책을 통해서 표현되는 이러한 국가의 합리적 특성은 근대 이전의 국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넷째 영토에 대한 지배 정당한 물리력의 독점 전문관료제는 근대 국가가 영토내의 모든 곳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즉 중심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국경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즉 근대국가는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인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지배의 특성에 대응하는 법적 관념은 어떤 지배자나 국가도 특정한 영토와 국민에 대한 최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유럽의 중세와 달리 근대 국가가 영토 내의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권위이자 최고권력인 주권을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관료제적 합리성의 몰인격성에서도 보이듯이 근대 국가는 몰인격적인 질서로서 법치국가Rechtstaat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근대 국가의 모든 권력은 통치자 개인의 사적 권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고의 권위인 주권권력도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 몰인격적이고 추상적인 권위로서 통치자 및 사회의 피지배자의 사유재산과 신분 등과 같은 개별적 특성과 분리된다 이것은 군주 개인이 인간 법의 궁극적인 원천으로서 주권을 가지고 있다며 지배를 정당화하였던 유럽의 절대주의 국가와 대조된다 물론 이것은 근대 국가가 중립적이거나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518 광주 학살 같은 경우는 편파적이고 불법적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통치자의 말이 곧 법이 되지 않고 국가가 lsquo불법rsquo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이미 근대 국가가 몰인격적인 법적 질서 속에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 국가는 기본적으로 경제 및 사회와 제도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표상되고 구성된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중세 유럽에서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가 존재하지 않았고 경제적 부의 사적인 축적은 상업이라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전적으로 봉토(fiefdom)에 대한 정치적 지배에 의거한 것이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국가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는 자신을 나라의 상태 즉 사회 전체의 상태state와 분명히 분리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 국가는 정치권력인 국가와 경제권력인 자본의 제도적 분리 그리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분리를 그 특징으로 한다 왜냐하면 근대 세계에서 국가는 자신과 사적인 것과의 구별을 계속 재생산함으로써 독자성을 가진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기본적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에는 이것이 분리되는데 이러한 국가 안에는 여러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각축을 벌인다 여기에서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 도출된다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란 국가가 자본주의적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해 지배계급에 반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국가 안의 세력들을 조율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니코스 풀란차스 Nicos Poulantzas가 말했듯이 국가란 ldquo세력관계의 물질적 응축rdquo인 것이다 근대 국가의 친자본주의적 성격과 그 내용은 결코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중요한 동인은 경제적이며 제국주의적 국제관계 즉 제국주의 국가의 국제적 헤게모니는 lsquo국가의 국제화rsquo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 반 데어 페일van der Pijl은 영국 명예혁명의 결과 형성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 및 자유주의적인 시민사회의 국가에 대한 우위를 영국철학자의 이름을 따서 로크적 국가-사회 복합체Lockean state-society complex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이 관계는 이민과 식민화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초국적 엘리트로 구성된 시민사회와 전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보호하는 일군의 국가로 이뤄진 lsquo로크적 심장지대rsquoLockean heartland를 출현시켰다 반면 이와 경쟁하던 국가와 경제의 제도적 분리는 유예되고 자본가계급과 통치계급이 융합된 국가계급이 지배하던 홉스적 국가들Hobbesian states(독일 러시아 등)은 제2차대전과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이 심장지대로 흡수되고 말았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세력들 간의 관계도 국가들 간의 물질적이다 따라서 한 계급에서도 도모하는 바에 따라서 여러 분파로 나뉜다 같은 자본가 계급이라 하더라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와 중소기업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가 다르듯이 말이다

자본주의 국가 자본의 이익 부르주아의 지배

밥 제솝이라는 영국의 사회학자가 있다 이 사람은 국가론에 대해 깊이 연구했는데 주로 안토니오 그람시의 역사적 블록 형성과정에서 국가가 맡는 영향력에 대해 해명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가 ltlt전략관계적 국가이론gtgt(한울)이라는 저서에 담겨있다 이 책의 챕터 5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자본과 국가의 관계는 크게 보아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의 국가는 앞서 말했듯이 상대적 자율성을 지닌 국가이다 여러 세력들이 국가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기에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이며 자본주의와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① 도구주의적 접근 ltlt공산당 선언gtgt의 접근법이다 경제가 사회를 장악하고 그것을 보장받기 위해 국가를 지배한다는 입장이다② 구조주의적 접근 자본이 국가를 지배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 유보한다 다만 국가가 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취할시에는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힘은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③ 형태결정적 접근 형태라는 말은 이데올로기적 계급지배와 결합된 국가지배장치를 말하는데 예컨대 국가제도나 관료제를 들 수 있다 형태경정적 접근은 관료제 같은 국가기구에 의한 정책집행과정이 자본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도구주의적 접근과 유사하나 도구주의적 접근은 자본과 국가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보는 반면에 형태결정적 접근은 우연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을 갖는다 ④ 전략관계적 접근 이것이 밥 제솝의 접근법이다 쉽게 말하면 앞서 말한 것들을 두루 헤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정치적 대표와 국가형태에 대해 살펴보겠다

① 자본주의 경제의 가치형태와 자본주의적 국가 형태의 관계 자본의 축적전략과 국가의 조절전략을 말한다② 국가의 형식적 측면 국가기구③ 국가의 실질적 측면 국가권력의 토대 - 국가 프로젝트 국가권력의 지지층 ndash

현대국가는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자본주의를 경제체제로 삼아 운영된다 그런데 경제체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는 철저히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축적전략이 비민주적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대국가는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긴장관계 속에 있는 셈이다 때문에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양자에 대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최근에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이것인데 한국이 자유주의에로 과도하게 경도되고 있으니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자본주의적 이익과 국가형태이다

① 후견주의 쉽게 말하면 국가가 기업에게 정치자금 받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국가가 자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받는 대신에 기업에게 이익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② 조합주의 특정한 직능집단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③ 의회주의 의회를 통하여 사회변혁을 일으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것들을 논한 다음에 밥 제솝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정리한다

- 축적전략과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에 주목할 것- 축적전략과 국가체계 내에서의 표출양상 양자를 이어주는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할 것- 국가체계 내외부의 구조적 제약 및 사회적 저항에 관심을 가질 것

밥 제솝의 결론은 축적전략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솝의 탁월한 점은 국가 내의 여러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다툼을 벌일 때 그것을 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홍제동에는 총 4개의 동이 있고 1동부터 3동까지 빨간벽독파 부지깽이파 연탄재파가 각각 지배하고 있다 4동은 아직 특정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태라면 어느 파가 4동을 지배권 하에 넣느냐에 따라 홍제동의 헤게모니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결정된다 그런데 한 파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헤게모니 쟁취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각 파간의 합종연횡이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이 권력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려면 각 파가 어떠한 관계 속에서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 이것이 제솝의 관점이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그때그때 다르므로 그때그때 신경 써서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 강의에는 애덤 스미스를 공부한다 교재를 잠시 소개하겠다 첫번째는 DD 라파엘이라는 사람이 쓴 ltlt애덤 스미스gtgt(시공사)라는 책이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순전히 저자 때문이다 DD 라파엘은 우파정치철학 연구의 거두이다 대표작으로 ltlt정치철학의 문제들gtgt(서광사)라는 책이 있는데 우파정치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서로 통한다 주교재로 쓸 것은 아니나 강의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 책을 모태로 삼을 것이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으니 한번씩 읽어보기 바란다

두번째는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ltlt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gtgt(민음사)이다 주교재이므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은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이 제일 좋으나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정으로 이 책을 선정하였다 경제사상의 고전이라 불리는 저작들에서 인용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다이제스트라 비전공자가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어서] 5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5강 아담 스미스 사상 개요

복습

지난 시간에 한 얘기들을 복습하겠다 기왕에 배운 것이니 현실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요즈음 이명박이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고 수군댄다 어떤 이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하고 다른 이는 되면 안 된다라고 말 하기도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때까지 헛배운 것이다 이런 식의 말들은 단순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배운 것을 가지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시간에 자본주의 국가를 분석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공부해 보았다 국가 프로젝트 헤게모니 프로젝트 축적전략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현재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민사회를 국가에로 끌어들이는 헤게모니 프로젝트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 프로젝트 역시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정권 초에 나왔던 동북아 허브 외에는 없었다 국가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사회가 어떻게 시민사회를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는 질문에는 명바기가 과연 어떠한 헤게모니 프로젝트와 국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느냐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에는 4가지를 들 수 있다

1 경제적 기능 자본주의적 가치증식조건을 보장한다-gt 중앙은행의 통화안정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 국가가 비시장적(정치)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을 알 수 있다2 사회적 기능 노동력 재생산-gt 자본주의는 자연력에 최대한 기대지 않으려는 체제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력을 인위적인 것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결코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력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력으로부터 이윤이 발생하므로 국가가 이를 조정해줘야 한다3 정치적 기능 경제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조정하는 기능-gt 이것을 하는 방법에는 첫째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둘째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에도 전경련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정치적 조정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4 조정양식 123을 이념적으로 조정하는 것 곧 국가 프로젝트

이상의 기능들은 중요도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말하자면 1과 2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과 2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만 따져보아도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온존시키기 위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국가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것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직을 분석하는 데도 상당히 유용하다 가령 어떤 이가 회사에 다니는데 그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를 분석해 본다 치자 회사가 투입한 자본의 이윤을 끌어내기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경제적 기능) 그리고 회사가 효율성있는 인력관리를 하고 있는지(사회적 기능)만 살펴보아도 그 회사의 대강이 잡힐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단순히 부르주아의 위원회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의 사상 개요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곤 한다 그런데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경제학이 독립된 학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미스는 무엇을 공부한 학자였을까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레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담당교수였다 따라서 스미스의 사상을 공부하려면 그가 도덕철학을 연구했다는 데서 출발하여야만 한다

한국인들은 도덕하면 뭔가 숭고한 것을 연상하는데 서양에서의 도덕철학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도덕철학은 영어로 moral philosophy 라 하는데 여기서 moral(sitte)은 습속이란 뜻을 지닌다 다시 말해서 당대 인간들의 대체적인 행동양식 정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도덕철학을 오늘날의 사회심리학 정도로 생각하는 되겠다

스미스는 홉스 로크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위시한 고전철학을 철저히 배격했다 고대에는 자연이라는

일정한 준칙이 있고 인간은 그것을 따라가야 했다 루카치가 말하듯이 별이 빛나는 창공이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인 시대였던 것이다 근대에는 그러한 것들이 탈주술화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에 진리값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매킨타이어가 근대를 after virtue라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스미스가 구상했던 사회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된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스미스가 홉스와 로크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는 홉스와 로크는 물론이요 밀 벌린 등 영국 공리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홉스와 로크는 주로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하여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면 스미스는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유의 문제를 해명하려 한 것이다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작에는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이 있다 전자는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다루고 후자는 경제적 자유를 다룬다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의 핵심키워드는 동감sympathy과 분업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즉 free and equal한 것이다 이것이 자연권이다 그런데 자연권이 무한대로 발현되어 버리면 home Lufus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것은 홉스가 말한 전쟁 상태인 자연 상태를 가리킨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동감이다 - 홉스는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보았다 - 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 안에 이른바 공정한 관찰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다 - 그런 까닭에 스미스 사상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 스미스에게 있어서 동감은 사회적 유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superego와 비슷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공감이 일어나므로 외부에서 뭔가 간섭하면 안 된다 여기서 다시 영국식 자유주의 전통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가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스미스의 설명을 시장에 적용시켜 보면 오늘날의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있어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까지도 교환되는 장소인 것이다

시장은 스미스에게 있어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은 동감하여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유대 속에서 시장이 운영되는 것이고 그 시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하듯 분업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제 스미스의 시장개념을 스미스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하이에크의 시장개념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은 내가 정리한 Hayek의 시장개념이라는 글이다

Hayek에 있어 시장의 의미는 그가 제시한 catallaxy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이 개념을 전통적인 용어인 경제 economy에 대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는 인간의 여러 목적들이 하나의 통일된 질서에 이바지하도록 주어진 자원을 조직하거나 이리저리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하나의 견해가 전제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원의 사용이 규정되는 하나의 일관적인 결정 체계가 경제인 것이다 여기서 Hayek가 경제의 핵심적인 규정으로 삼는 것은 통일된 질서를 만들어내는 목적론적인 행위이다 이에 반해서 catallaxy -- 이 말은 그리스어 katallatein(바꾸다)에서 나왔다 -- 는 자발적 시장 질서이므로 여러 목적을 하나의 위계질서에 따라 배열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발적 시장 질서 -gt 고전적 의미에서의 자유주의적 시장개념

자발적 체제인 catallaxy에 가담한 각각의 개인들은 각자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으므로 특정한 결과가 부당한지 혹은 정당한지도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Hayek는 분배(distribution)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살포(dispersion)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결과가 각자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을 기초로 하는 사회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들의 비중을 규정하는 단일한 척도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에 대한 어떤 특정한 견해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사회관이다 복거일이 이 부분을 가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하이에크의 이러한 언술은 경제학적인 정의가 아니라 정치철학적인 정의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Hayek의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고유한 견해 및 그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체제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즉 catallaxy로서의 시장이라는 개념은 독자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관과 사회이론과 맞물려 돌아갈 때에만 의미있는 것이다 Hayek는 이른바 전통적 자유주의의 인간관을 받아들인다 그것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의 무한한 다양성은 인간의 가장 독특한 점이며 그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으므로 만약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평등이라 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는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 즉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공교육을 부정하는 근거가 여기에서 도출된다 불평등은 그대로 두어야 되는 것이라 본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재현시킨 것이 유에스이다

사람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현실적 불평등을 인정한 뒤 Hayek는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이성능력을 가진 인간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집단에 의도적인 조직이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Hayek는 정부의 강제적 행위는 보편적인 규칙의 집행에 그쳐야 하고 그 집행 목적을 위해 위임받는 권력을 발동하여 다른 공익을 실현힐 수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런 까닭에 그러한 행위들은 부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 -gt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이다

Hayek의 이 두가지 전제 즉 인간은 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집단에는 자발적 질서가 있다는 것을 경제활동에 적용하며 앞서 말한 catallaxy 개념이 얻어진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불평등하며 그러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 자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오히려 소득과 지위상의 몰락을 가져온다해도 이는 그 어떤 의도적인 계획의 소산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하며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Hayek가 이처럼 자발적 질서로서의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의 우월함이 인식론적 통찰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수히 많은 개인과 조직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이처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점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미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고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완전한 지식을 각자의 목적에 걸맞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발견적 수단으로서의 경쟁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사회는 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 나감으로써 항상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의미지평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어느 것에 대입해 보아도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한국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다면 아마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한다 자유주의는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는 데 그 배경에는 학문의 시장화라는 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 놓여졌을 때 시장에서 그 이론이 적합치 못하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장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모두들 알다시피 시장의 본래 뜻은 상품이 교환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의미의 시장은 오래 전부터도 드문드문 존재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5일장은 이런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이런 일상적인 의미의 시장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거의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행위가 일반화되면서 즉 이른바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에 여러 가지 다른 관념들이 덧붙여졌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장의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확장시켰으며 시장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가리키게 하였다 특히 이렇게 다른 관념들과 결합된 시장이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가르게 된다

근대적인 시장경제 -gt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큰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최소규정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사회분업 및 그에 따른 교환을 전제로 하여 생성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전문화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 Adam Smith는 핀의 제조공정을 분할하여 노동자가 각 단계의 단순화된 노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핀을 제조할 수 있음을 그리고 고전파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는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교환 당사자들의 부가 모두 증가하는 비교우위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분업 특히 공장 내의 분업이 아닌 사회내의 분업은 자연히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자들간에 일반적으로 교환되어야 필요를 발생시켰다 교환은 농경사회의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처럼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여러분이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여러분의 가정에서 스스로 생산한 것은 식사나 빨래 정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은 물으나 마나 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은 필요조건이자 전제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반드시 시장에 의해 매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대기업을 경계했다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많을 때 제대로 된 경쟁이 유발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째 시장은 단순히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특수한 방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장교환을 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매기는 척도이다 이렇게 값을 매김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2: Right Wing

들어보자 얼마 전에 네팔을 여행한 적이 있었다 여행 중에 Boarding School이란 것을 보았는데 나는 처음 여기가 판떼기 제작하는 목재공 학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영국이 식민지 통치하던 시절에 건립한 기숙학교였다 이것이 바로 제국의 힘이다

우리가 처한 위치도 앞서 예로 들었던 파키스탄이나 네팔의 상황과 별 다르지 않다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우리 역시 주변부 식민지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제국의 눈을 가질 수 없거니와 설령 가진 척을 한다 하더라도 이를 받쳐줄 국력이 없으니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짓이 되고 만다 따라서 무엇을 하더라도 우리는 주변부 식민지인의 눈에서 출발하여야만 한다 나는 이것을 90년대 후반에 유에스와 중남미에서 겪었던 직장생활을 통해 깨달았다 그전까지 나는 철학이란 인류 보편의 틀을 제시해 주는 학문이라 믿고 있었으나 그 시기를 계기로 철학이란 학문도 결국에는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 처한 위치에서 세계를 조망하는 방법론을 제시해줄 뿐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주변부 식민지인의 눈 이것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몸은 한국에 있으면서 눈은 제국의 것을 가지고 있으면 얼마나 살기가 힘들겠나도 한번쯤 생각해보기 바란다

고대철학에서의 목적론

지금까지의 설명을 잘 들은 이라면 오늘 강의의 주제가 홉스가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가 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에서 고전이라 한다면 단연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철학과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만 제대로 이해하면 학과 공부의 40는 마쳤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대단한 철학자이니 이를 거꾸로 얘기하면 아리스토텔레스만 꺾으면 철학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즉 철학의 일진이 되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다 근대철학사에 이름이 올랐다 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아리스토텔레스를 꺾어낸 이들이다 이 일을 최초로 한 사람이 이론철학에서는 데카르트이며 실천철학에서는 홉스이다 그렇기에 이 두 사람을 근대철학의 정초자라 부르는 것이다

다음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서 발췌한 아리스토텔레스 부분이다

현재 남아 있는 단편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자의 특수한 역할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있다 문명의 발달사를 5단계로 나누고 철학의 등장을 그 절정으로 본다 첫번째 단계는 사람들이 필수품을 만드는 데 전력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이다 2번째 단계에서는 생활을 세련되게 만드는 예술이 나타나고 3번째 단계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대로 훌륭한 생활을 하는 데 선결 요건인 정치기술이 나타난다 4번째 단계에서 질서있는 폴리스polis가 나타남으로써 지적 호기심을 채울 여유가 생기고 존재하는 사물의 물질적 원인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진다 5번째 단계에서 사람들의 정신은 물질세계를 넘어 사물의 형상인과 목적인을 파악하고 이 단계에서 자연철학은 신의 철학으로 이행한다

문명의 발달사 5단계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 necessary and useful 노동의 영역2단계 ― techne 제작학3단계 ― political technique 정치학 윤리학4단계 ― Physica 자연학5단계 ― Metaphysica 형이상학

정리해 놓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것은 문명의 발달사를 설명해 놓은 것인 동시에 학문과 사회의 hierarchy를 나타내고 있다 1단계 즉 노동은 인간에게 가장 필수적인 것(necessary and useful)이며 따라서 노예가 하는 천박한 일이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시민이 해야할 일로 여겨진다 이렇게 5개의 각각의 영역이 서로 유기적으로 잘 조화되는 상태를 kosmos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kosmos 즉 천체의 완전한 질서에 도달하는 것이 문명발달의 목적인 것이다

제12권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목적론을 제시한다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원인을 설정해야 하는지를 묻고 결국 신 또는 움직이지 않는 제일 원동자라는 생각에 도달한다hellip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론과학과 실천과학의 목적이 결정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하면서 실천과학은 무엇인가를 행하거나 만들기 위한 학문이지 그것을 사고하고 정의하고 알기 위한 학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Ethica Nicomachea〉 첫 부분에서 왜 실천과학이 이론과학만큼 정확성을 가질 수 없는지를 설명하는데 그 이유는 실천과학의 주제가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습관middot기술middot제도 등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물학적 정의나 심리학적 정의가 아무리 정확하더라도 사람은 환경middot교육middot가족middot재산middot신분 심지어 여가 방식 등에 따라 다양하다고 주장했다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도덕문제들은 서로 분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치문제와도 분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니코마코스 윤리학〉middot〈정치학〉은 독자적인 주제를 다루는 서로 분리된 과학이 아니라 공통의 영역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다루면서 상호보완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이론과 실천이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항상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는 이론학이 실천학을 포섭한다 생각했고 따라서 실천학은 이론학의 하위개념이 되는 것이다

〈정치학〉은 인간 행동과 공동체의 문제를 다룬다 그는 인간이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국가에 관한 이론을 세우고 다양한 유형의 법제도를 구분한다 정치적 불안정과 혁명의 성질과 원인에 관한 논의도 있으며 마지막 2권은 주로 교육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요약하자면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윤리학은 공동체의 유지에 봉사하는 학문이었던 것이다 이 같은 전통이 서양을 1000년 이상 지배해왔다 그런데 홉스에 들어서게 되면 윤리학이 사라진다 홉스뿐만 아니다 근대철학자들에게는 윤리학이 없다 스피노자의 저작 ltlt에티카gtgt가 윤리학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ltlt리바이어던gtgt의 표지를 보라 리바이어던의 갑옷을 이루는 것은 사람들이다 이 리바이어던의 목적은 사람들 사이의 싸움을 막는 것일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조화를 이루게 하기 위한 목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근대철학에서의 기계론

근대철학의 토대는 기계론이다 기계론이라 하여 어렵게 생각하곤 하는데 일단은 단순하게 무목적적이라 해두면 되겠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근본적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있어서 정체politeia는 시민의 완성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홉스에서는 conatus(endeavour)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발현하는데 도움이 되면 그것은 선good한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악evil인 것이다 인간에게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숙려熟慮deliberation가 생겨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철학은 모든 논의를 정체politeia로부터 시작한다 이것이 kosmos 즉 천체의 완전한 질서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그러한 상황은 폭정tyrannis가 된다 마지막 시간에 스트라우스를 읽으면 스트라우스가 이 말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인데 얼마 전에 유에스의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을 가리켜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라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라이스가 말한 폭정이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맥락에서 쓰인 것이다 네오콘의 대부인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폭정은 마땅히 사라져야만 하는 것이다 최근 6자 회담이 평화적으로 결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 이 때문이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이론학은 실천학보다 우위에 서있다 이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Poiesis 제작학Praxis 실천학Theoria 이론학

여기서 이론학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지혜shopia를 얻게 된다

그런데 근대철학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없다 예컨대 데카르트를 보자 데카르트의 대표적인 저서는 ltlt방법서설 정신의 지도를 위한 규칙들Discourse on method rules for the direction of the mindgtgt인데 제목을 천천히 뜯어봐라 방법method와 규칙rule이 핵심어임을 알 수 있다 이 말들은 데카르트 이전에는 과학자들이 주로 쓰던 단어였다

같은 운동이라고 해도 motion과 kinesis는 함축하는 바가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체적인것 운동하는 것 모두를 kinesis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단순히 A에서 B로 옮겨가는 것만을 운동motion이라 한다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목적론이 폐기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근대 자연법 사상

고전철학에서는 자연에게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인간은 그런 자연에 순응하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근대철학에서는 각 개인의 주관성이 각 개인의 규준이 된다 즉 모든 개인들이 가진 규준이 세계의 규준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원칙상 따로 떨어져 있는 원자적 개인들이기 때문에 연결시킬 수 있는 방도가 없다 그래서 모든 개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계약contract이 필요해진다 그렇지만 설령 계약을 맺는다 할지라도 계약을 지켜야 하는 정당화 근거가 없다면 개인들이 이 계약을 지켜야 되는 정치적 의무political obligation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계약의 정당화 근거를 찾아야만 하는데 이때 제시되는 것이 바로 자연법 사상이며 이것을 처음으로 근대적 학의 체계로서 정초시킨 이가 홉스이다

말이 좋아 자연법이지 이것은 사실 기만적인 개념이다 Nature 이란 단어에는 자연과 본성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마찬가지로 Natural은 자연적인과 당연한이란 뜻을 갖게 된다 때문에 사람들은 이 단어로부터 영원불변의 인간의 행위와 의지와는 무관한 이란 함축을 함께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연법 역시 인간이 만든 것이고 영원불변하며 인간의 행위와 의지와 무관하지는 않다 본디 고대 그리스에서 자연과 본성은 인간과는 무관한 개념이었다 중세에는 자연법을 신법의 하위체계로서 인정했을 뿐이다 자연은 단독으로 정치적 틀이 되지 못하였다 다시 말해 자연이란 말을 빌려다가 법의 사상을 정당화시킨 것이다 그런 까닭에 허위의식이나 이데올로기 등을 연구할 때 자연법이 분석의 시발점이 되곤 한다

이제 자연법 사상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나는 노르베르트 보비오Noberto Bobbio의 테제를 빌려서 설명하려고 한다 보비오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법철학을 공부했고 대학교수이자 변호사이며 이탈리아 사회당 소속의 종신 상원의원이기도 하다 사회당 소속이라니 마르크스주의 외에는 아는게 없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의 저서 중에는 ltlt홉스와 자연법 전통Hobbes and Natural Law Traditiongtgt이라는 게 있는데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가 자유주의 사상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학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근대 정치사상 전반을 폭넓게 검토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근대의 시민이라면 우파 정도의 교양은 누구든지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념을 선택하여 실천하는 일은 그 다음의 일이다

자연법에 대한 보비오의 테제는 아래의 6개이다

1) 자연상태는 국가의 기원과 토대를 분석하는 출발점이다2) 자연상태와 시민사회civil society는 대립된다3) 자연상태의 구성요소는 (개체적) 개인individual이다4) 자연상태의 인간은 free and equal 하다5) 자연상태의 인간들은 시민사회를 만드는 계약contract을 맺는다6) 시민사회를 정당화하는 근거는 계약contract이다

이 5개가 자연법 사상의 핵심이다 이런 건 외워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몇 가지 보충설명 하겠다 3) 4)는 인간론이고 5) 6)은 국가론이다 여기서 시민사회는 자연상태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무질서한 자연상태를 벗어나 개인들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국가state를 말한다 그리스의 폴리스와 같은 개념이 아니다

(개체적) 개인은 풀이하자면 그것 자체로 완결된 단일자monolithic을 말한다 마지막에 만드는 계약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중요하다 여기에서 세계를 만드는 The maker는 (개체적) 개인이다 신The Maker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즉 신에게 의존해 있던 중세철학과 완전히 결별하겠다는 뜻이다 이것을 관철시키려면 중세철학을 한 번 갈아 마셔야 한다 홉스가 ltlt리바이어던gtgt 뒷부분에서 신학에 대해 다룬 이유가 이것이다

시민사회는 만들어진 것이므로 인위적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홉스의 리바이어던 역시 인위적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국가는 마땅히 있어야 하는 성질의 것이었다 조선사회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왕조사회에서 신민들은 충신과 역신으로 갈린다 국가는 곧 왕조국가를 가리켰고 국가는 마땅히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홉스에게 국가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문화적인 것이 된다 이것이 홉스 철학의 혁명성이다 홉스 이후의 모든 정치사상은 크게 보아 이 체제를 벗어나지 못한다 최소주의적 입장이건 온정주의적 입장이건 모두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어쩌면 마르크스주의마저도 이 계약을 다시 쓰자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ltlt리바이어던gtgt의 판본에 대해서 간략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나는 팽귄출판사에서 나온 ltlt리바이어던gtgt이 좋다고 생각한다 여유가 되면 각자 꼭 구비하길 권한다 어떤 고전적 저작을 읽는다고 할 때 그 저작의 편집자가 누구인가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 편집자에 따라서 그 저작을 바라보는 관점이 확연히 갈리기 때문이다 가령 홉스를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다양한 시각이 있다 우리가 이 강좌의 마지막 시간에 읽게 될 레오 스트라우스도 홉스의 자연권 사상에 대해서 면밀히 연구한 학자 중 한 사람이다 팽귄출판사본은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교수인 CB맥퍼슨이 편집한 것인데 맥퍼슨은 홉스 연구가들 중에서 왼쪽에 속하는 사람으로 ltlt소유적 개인주의의 정치이론The Political Theory of Possessive Individualismgtgt이란 책을 썼다 맥퍼슨은 이 책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홉스가 근대 정치철학의 정초자일 뿐만 아니라 근대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의 중요한 이론가라는 것을 밝혀냈는데 이 책의 출간으로 좌파들이 홉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2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2강 ― 홉스의 국가론과 현대사회

리바이어던Leviathan

지난 시간에는 홉스 철학의 혁명성을 아리스토텔레스 고전철학과의 대조를 통하여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혁명이란 단어는 쉽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어떤 사태가 혁명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삶의 공간과 생활세계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홉스는 사상의 혁명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강의에서는 그의 저작 ltlt리바이어던gtgt을 읽음으로써 홉스 사상의 혁명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

강의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홉스는 왜 멀쩡히 잘 돌아가던 아리스토텔레스 고전철학 체계를 무너뜨리려 했을까 철학과 현실이 있다고 한다면 철학과 학생들은 으레 철학만 열심히 공부하곤 한다 그러나 철학보다 현실이 먼저다 말하자면 철학자가 직면했던 시대적 정황이 그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는 것이다 홉스도 당대의 여느 지식인들처럼 귀족들에게 후원이나 받으면서 편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

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ltlt리바이어던gtgt이 금서 취급을 받는 등 이런저런 소란도 겪어야 했다 무엇이 홉스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오늘 강의가 끝나면 이 문제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답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

나누어준 텍스트의 소제목을 죽 살펴보자

Endeavour 노력Good Evil 좋은 것 나쁜 것Deliberation 숙고熟考 숙려熟慮A Restlesse Desire Of Power In All Man 모든 인간 안에 있는 권력에 대한 그치지 않는 욕망The Naturall Condition of Mankind 인간의 자연조건Right Of Nature What 자연권이란 무엇인가Liberty What 자유란 무엇인가A Law Of Nature What 자연법이란 무엇인가Naturally Every Man Has Right To Everything 자연적으로 모든 인간은 모든 일에 대하여 권리를 갖는다

이런 소제목들은 후대의 편집자들이 달아놓은 것이다

EndeavourFor let a space be never so little that which is moved over a greater space whereof that little one is part must first be moved over that노력한 공간은 그렇게 작지 않고 그것은 작은 것이 부분이 되는 하나의 더 큰 공간으로 움직이는 것은 먼저 그 위로 움직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개념을 단초arche ndash arche는 출발점이자 그것을 구성하는 원리라는 뜻을 지닌다 ndash 로 삼아 그것으로써 인간뿐만 아니라 사회까지도 설명하려는 철학자가 있다 이런 류의 대표적인 경우가 홉스이다 홉스의 단초는 Endeavour이다 홉스가 인간과 세계를 설명하는 데 이것이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이다 김용환 교수는 이것을 의도라 번역했는데 엄밀하게 얘기하면 이것은 잘못된 번역이다 의도라 하면 단순하게 사고의 흐름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홉스는 lt물체론gt에서 Endeavour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 내려 놓았다 위치와 숫자로 주어질 수 있는 것보다 더 작은 공간과 시간 즉 점이나 순간을 통해 만들어진 운동 이에 따르면 Endeavour에는 사고의 움직임일 뿐만 아니라 물리적 움직임이라는 의미까지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Endeavour는 라틴어 Conatus를 홉스가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홉스 이후의 철학자인 스피노자도 홉스의 이 개념을 빌려 쓰고 있다 근대 철학자 대부분은 이러한 유물론적 인간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데카르트 가상디 말브랑슈도 그렇다 결국 모두 뉴턴의 아들들인 셈이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EndeavourConatus의 흡착성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These small beginnings of Motion within the body of Man before they appear in walking speaking striking and other visible actions are commonly called ENDEAVOUR사람의 몸 내부에서 그것들이 걷거나 말하거나 때리거나 다른 가시적 행위들로 나타나기에 앞선 이러한 움직임의 작은 시작들을 보통 노력이라고 부른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홉스는 모든 운동을 생리학적으로 파악하려 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This Endeavour when it is toward something which causes it is called APPETITE or DESIRE the later being the generall name and the other oftentimes restrayned to signifie the Desire of Food namely Hunger and Thirst And when the Endeavour is fromward something it is generally called AVERSION These words Appetite and Aversion we have from the Latines and they both of them signifie the motions one of approaching the other of retiring So also do the Greek words for the same which are orme and aphorme이러한 노력 - 그것을 일으키는 어떤 것을 향할 때의 - 은 욕구 혹은 욕망이라 불리는데 후자는 일반적인 명칭으로 그리고 전자는 종종 이름하여 배고픔이나 갈증 같은 음식에 대한 욕망을 가리키는 데에만 제한된다 그리고 그 노력이 어떤 것에서 멀어지면 그것은 일반적으로 혐오라고 불린다 이러한 단어들 욕구 그리고 혐오는 우리가 라틴어에서 가져온 것으로 그것들은 모두 동작들을 가리키는데 하나는 접근 또 하나는 후퇴다 그리스어에서도 마찬가지로 그것들은 오르메(욕구)와 아포르메(혐오)다

여기서 제시되는 단어들이 홉스가 인간을 설명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어에 속하는 것들이다 홉스를 가리켜 욕망적 인간관을 가지고 있다 말하곤 하는데 그것이 이 문단에서 나온 것이다

Good EvilBut whatsoever is the object of any mans Appetite or Desire that is it which he for his part calleth Good And the object of his Hate and Aversion evill And of his contempt Vile and Inconsiderable For these words of Good evill and Contemptible are ever used with relation to the person that useth them There being nothing

simply and absolutely so nor any common Rule of Good and evill to be taken from the nature of the objects themselves but from the Person of the man (where there is no Common-wealth) or (in a Common-wealth) From the Person that representeth it or from an Arbitrator or Judge whom men disagreeing shall by consent set up and make his sentence the Rule thereof좋은 것과 나쁜 것그러나 인간의 욕구나 욕망의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그것은 그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그의 증오와 혐오 나쁜 것의 대상 그리고 그가 경멸하고 불쾌해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좋은 것 나쁜 것 그리고 경멸하는 것에 대한 이러한 단어들은 그것들을 사용하는 사람과 관련되어 사용되는 것이다 단순하고 절대적으로 그러한 것은 없다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어떠한 공통의 법칙도 대상들 그 자체의 본성에서 취해지지 않고 대신 사람 - 국가가 없는 혹은 국가 안에서 - 그것을 대표하는 사람으로부터 취해지며 의견차를 보이는 사람들이 합의에 의해서 규칙을 세우게 될 중재자나 재판관에 의해 그리고 그들의 판결을 규칙으로 만드는 것으로부터 취해진다

여기에서 Good Evil은 흔히 선악善惡이라 번역되곤 하는데 이렇게 해버리면 윤리학적인 개념이 되어 버린다 이것은 윤리학적인 개념이 아니다 단순히 좋은 것 나쁜 것을 가리킨다 몸에 좋은 것이 윤리적인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여기에서는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德 개념이 완전히 폐기된 상태이다 가령 ltlt맹자gtgt의 양혜왕편에 나오는 고사를 떠올려 보자 맹자가 양혜왕을 찾아가자 양혜왕이 맹자에게 묻는다 학문이 높으신 선생께서 이리 오셨으니 나의 나라에 어떤 이득을 주러 오신 겁니까 맹자가 답한다 왕께서는 어찌하여 이득을 따지고 계십니까 저는 오로지 의義를 말할 뿐입니다 홉스가 맹자를 봤다면 이리 말했을 것이다 맹자 당신은 어찌하여 의를 얘기하는 겁니까 나는 이득을 얘기할 뿐입니다

위의 문단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철저하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은 그 사람의 입장서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각자의 욕망만을 표출시키려 할 것이고 그럼에 따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기본적인 합의조차 성립되지 못한다 이미 여기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가 예고되는 것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감정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나오지만 그것들은 그 말들을 했던 사람들과 관련되어 사용된다 즉 관계 속에서 파악되는 것이다 대상 자체의 본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DeliberationWhen in the mind of man Appetites and Aversions Hopes and Feares concerning one and the same thing arise al-ternately and divers good and evill consequences of the doing or omitting the thing propounded come successively into our thoughts so that sometimes we have an Appetite to it sometimes an Aversion from it sometimes Hope to be able to do it sometimes Despaire or Feare to attempt it the whole sum of Desires Aversions Hopes and Feares continued till the thing be either done or thought impossible is that we call DELIBERATION숙고사람의 마음 속에서 - 하나이고 똑같은 것과 관련된 - 욕구와 혐오 희망들과 공포들이 번갈아 일어나면 그리고 제기된 사태를 행하거나 생략하는 것의 다양한 좋고 나쁨의 결과들은 우리의 사고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데 그리하여 종종 우리는 그것에 대해 욕구를 갖게 되고 더러는 그것에서 혐오를 갖게 된며 간혹 그것을 할 수 있다는 희망도 더러는 그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좌절과 공포도 갖는다 그것이 행해지거나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가 될때까지 계속되는 욕망들과 혐오들과 희망들과 두려움들의 총합을 우리는 숙고라고 부른다

욕구Appetite와 혐오Aversion에 이어서 희망hope과 공포fear가 등장한다 외연이 넓어지는 것이다 홉스는 철학을 Deliberation의 학이라 규정했다 홉스 철학의 문맥을 모른다면 그렇지 여러 번 되풀이 생각하는 것이 철학이지하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Deliberation이란 나의 이익과 손실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지금까지가 홉스의 이론철학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실천철학의 영역이다

OF THE NATURALL CONDITION OF MANKINDFor as to the strength of body the weakest has strength enough to kill the strongest either by secret machination or by confederacy with others that are in the same danger with himselfe인간의 자연 조건에 관하여신체의 강함으로 말해보자면 가장 약한 사람은 음모 혹은 그 자신과 똑같은 위험에 처해있는 타인과의 공모에 의해 가장 강한 사람을 죽일 만큼 충분한 힘은 갖고 있다

홉스가 상정하는 자연상태는 전쟁상태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 이유는 홉스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홉스가 살았던 시대는 혁명의 시대였다 또한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말그대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시대이기도 하였다 그러한 세계에서는 부르주아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였다 홉스가 상정한 자연상태는 사실 17세기 서유럽 사회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역사적인 정황으로부터 끌어올린 논리적 전제assumption라 하겠다

Right Of Nature What

The RIGHT OF NATURE which Writers commonly call Jus Naturale is the Liberty each man hath to use his own power as he will himselfe for the preservation of his own Nature that is to say of his own Life and consequently of doing any thing which in his own Judgement and Reason hee shall conceive to be the aptest means thereunto자연권이란 무엇인가일반적으로 저술가들이 유스 나투랄레라고 부르는 자연권은 모든 사람이 그 자신의 본성 즉 그 자신의 생명의 보존을 위해 스스로 원하는 대로 그 자신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 갖는 자유이며 다시 말해서 그 자신의 판단과 이성 안에서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을 취하는 자유이다

자연권이란 자연상태에서 인간이 갖고 있는 권리를 말한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의 생명 보존 preserva-tion 을 위해서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을 취하는 자유이다

Liberty What 자유란 무엇인가By liberty is understood according to the proper signification of the word the absence of external impediments which impediments may oft take away part of a mans power to do what he would but cannot hinder him from using the power left him according as his judgement and reason shall dictate to him자유는 단어의 적절한 의미에 따르자면 외적인 방해들이 없는 상태로 이해된다 이러한 방해의 원인은 바라는 것을 행할 인간의 힘의 일부를 가끔 빼앗아 갈 수 있으나 그의 판단과 이성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서 그에게 남겨진 힘을 사용하는 것을 방해할 수는 없다

7번째 강의에 배울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가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 외적인 방해들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A Law Of Nature WhatA LAW OF NATURE (Lex Naturalis) is a Precept or generall Rule found out by Reason by which a man is for-bidden to do자연법이란 무엇인가자연법은 이성에 의해 한 사람이 행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에 의해 발견되는 금지 명령이자 일반 법칙이다

정리해 보도록 하자 자연상태에서의 모든 인간은 자연권을 갖는다 그러나 각각의 개인이 제멋대로 자연권을 행사하도록 내버려두면 자칫 공멸의 상태에 빠질 수 있을 것이기에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정 즉 자연법이 필요해진다 시장이 막힘 없이 잘 흘러가려면 최소한의 규율이 있어야 되듯 말이다 이것이 17세기 최소주의 국가관의 토대이다 오늘날에는 로버트 노직같은 이가 이러한 국가관을 주장하기도 한다 요컨대 평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지 목숨을 보존하기 위하여 내놓은 개념이 자연법인 것이다

이것을 다음과 같이 모형화 시킬 수 있다

자연상태 (출발점)∥∥ lt―― (자연법에 근거한) 계약contract∥시민사회(목적지)

다음은 고전철학에서의 모형도이다

Oikos 경제∥∥ lt―― (덕德의 고양을 위한) 시민 되기∥Politeia 정체

근대에는 power가 없는 사람은 인간이 되지 못한다 이것이 로크에 가서는 좀더 가다듬어져서 power가 재산으로 치환된다 즉 돈이 없으면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날 살아가고 있는 세계이다

CB 맥퍼슨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교수인 맥퍼슨은 홉스를 연구한 학자들 중에서 왼쪽에 위치한 사람이다 맥퍼슨에 의하면 관습 또는 신분사회의 본질적 속성은 다음과 같이 규정할 수 있다

(a) 사회의 생산적인 정규노동이 집단 신분 계급 개인에게 권위적으로 할당된다 그러한 할당이나 수행은 법률이나 관습에 의해 강제된다

(b) 각 집단 신분 계급 개인의 노동방식이 규정되어 있고 각각에게는 그것의 또는 그의 수행에 대한 적절한 단일한 기준의 보상이 주어지고 허용되는데 적정선은 공동체의 합의나 지배계급에 의해 결정된다(c) 토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적 소유가 전혀 없다(d) 모든 노동력은 토지나 부여된 기능의 수행 또는 주인 등에게 속박되어 있다(C B 맥퍼슨(지음) 황경식강유원(옮김)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1990 pp 57-58)

거칠게 분류하면 (a) (b)는 상부구조 (c) (d)는 토대를 가리킨다 따라서 (c) (d)가 핵심적 출발점이다 어떤 사태이든지 핵심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바라보아야 한다

단순시장모형은 처음의 네 개의 조건에 네 개를 더 첨가함으로써 소유적 시장모형으로 변형될 수 있다

(a) 노동에 대한 권위적 할당이 없다(b) 노동의 보상에 관한 권위적인 제공이 없다(c) 계약에 대한 권위적 규정 및 강제가 있다(d) 모든 개인은 자신의 공리를 합리적으로 극대화하려 한다(e) 개인 각자의 노동력은 자신의 재산이며 양도할 수 있다(f) 토지와 자원은 개인에 의해 소유되며 양도할 수 있다(g) 몇몇의 개인은 그들이 가진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리와 힘을 원한다(h) 몇몇의 개인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 기술 또는 재산을 가진다(같은 책pp62-63)

17세기의 영국이 소유적 시장사회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는 데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 거의 반 수에 가까운 사람들이 전시간 임금노동자였다 시골 변두리의 사람들을 시간제 임금노동자로 계산하다면 그 비율은 23를 넘는다 그리고 비록 임금관계가 18세기처럼 완벽하게 비인격적이지는 않았다 해도 홉스가 알기로는 이미 본질적으로 시장관계였다 토지를 자본으로 이용하는 경향은 이미 상당히 진전되어 있었고 지주와 소작인 사이의 가부장적 관계는 16세기의 변화 속에서 이미 손상되어 있었다(같은 책p71)

맥퍼슨은 홉스와 로크의 사상이 기본적으로 소유적 개인주의에 근거하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그들의 사상을 17세기 서유럽이라는 구체적인 컨텍스트 속에서 조망하는 것이다 이것이 맥퍼슨의 탁월함이다 고전을 다시 읽기re-read를 반복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증거들은 17세기 영국 사회가 본질적으로 소유적 시장사회로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홉스가 이것을 얼마만큼 잘 알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다행히 이 문제와 관계 있는 약간의 증거가 있다 첫번째로 인간의 노동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위해 교환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라는 홉스의 언명은 비록 그것이 해외무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언급된 것이라 해도 그가 임금관계의 일반성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같은 책 p72)

맥퍼슨이 근거로 드는 문장을 주목하라

for a mans Labour also is a commodity exchangeable for benefit as well as any other thing인간의 노동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위해 교환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이제 맥퍼슨의 소유적 개인주의에 기대어스 홉스에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자 자연상태는 경쟁상태이되 그것은 경제의 문제를 토대에 둔 경제적 경쟁상태이다 이러한 상태는 구성원들간의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므로 이로 인한 파괴를 막기 위해서 시민사회가 도입된다 이것이 정치적 사회이다 여기에서는 정치가 경제의 우위에 있다 국가가 나서서 경제적 경쟁을 완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맥퍼슨이 해석한 홉스적 근대사회이다 맥퍼슨은 이 사회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17세기 자유주의의 위대함은 자유로운 합리적 개인을 사회의 훌륭한 기준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17세기 자유주의의 비극은 이러한 주장이 바로 국민의 반이 넘는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개인주의의 부정이었다는 것이다(같은 책 p303)

다음 시간에는 로크의 재산권 이론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3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3강 ndash 로크의 소유권 이론

자유주의의 뿌리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는 우파가 만들어놓은 이념과 제도들로써 이끌어져 나가고 있다 좌파사상만 공부하면 현실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우파에 대해 공부하는 까닭은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를 좀더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요사이 장하준 교수의 ltlt쾌도난마 한국경제gtgt(부키)라는 책이 많이 팔리고

있으니 그것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책에서 장하준 교수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박정희정권이 반민주주의적이었다는 점은 비판받아야 하나 경제정책에서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은 한국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오늘날에 공격받고 있는 관치금융 재벌경제 경제계획 등을 옹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책들은 사실 자유주의의 경제프로그램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전간기 파시즘 체제에서 시행된 정책들이었으며 하나같이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한국경제를 이야기하는데 경제학적 논의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민주주의와 같은 정치철학적 개념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런 종류의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기본적인 개념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학적으로 정초했다 평가되는 존 로크를 읽음으로써 이런 개념들을 이해하는 데 한 발짝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먼저 모든 인간을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같은 출반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두 개념은 서로 상반되는 경향이 있는데 자유주의는 이러한 개인주의를 레디컬하게 추구하는 입장인 반면에 민주주의는 각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주의는 영국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것을 학적으로 정초한 이는 로크이다 이제 왜 영국이라는 컨텍스트 속에서 로크와 같은 자유주의 사상가가 나타났는지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우선 1215년에 있었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에 주목하도록 하자 마그나 카르타는 13세기의 있었던 사건이고 로크는 17세기에 활동했던 사람이니 언뜻 보면 둘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그나 카르타가 무슨 내용인지를 살펴 본다면 둘 사이의 무시할 수 없는 연결고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대헌장이라 불리우는 마그나 카르타는 1215년에 영국의 존왕이 귀족들의 강압에 따라 승인한 칙허장(勅許狀)을 일컫는 것으로 총 63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그나 카르타가 왕권과 의회의 대립에서 의회의 우위를 승인한 정치적 문헌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 마그나 카르타에 정치에 대한 조항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은 마그나 카르타의 제39항과 40항에 해당하는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자유민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와 같은 신분의 동료에 의한 합법적 재판 또는 국법에 의하지 않는 한 체포 감금 점유침탈 법익박탈 추방 또는 그 외의 어떠한 방법에 의하여서라도 자유가 침해되지 아니하며 또 짐 스스로가 자유민에게 개입되거나 또는 관헌을 파견하지 아니한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389)

짐은 누구를 위하여서라도 정의와 재판을 팔지 아니하며 또 누구에 대하여도 이를 거부 또는 지연시키지 아니한다(같은 책 p389)

이 두 개가 정치와 재판과 관련된 조항의 전부이다 그렇다면 다른 조항들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다음은 제 2항에서 발췌한 것이다

기사의 의무를 지고 짐으로부터 직접 수봉한 짐의 백작 또는 봉신 그리고 그 외의 자 중에서 어떤 자가 사망하였을 때 사망시의 상속인이 성년이며 또한 상속료의 지불의무를 부담하였을 경우에는 상속인은 구래의 상속료(를)hellip 지불함으로써 그 상속재산을 취득한다

2항부터 내리 재산상속에 대해 다루고 있다 ndash 제1항은 종교문제에 관한 것이다 ndash 대다수의 조항들이 재산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마그나 카르타의 핵심이 재산이며 이것과 관련된 세금문제에서 마그나 카르타가 촉발되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맥퍼슨은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에서 17세기의 영국이 소유적 시장사회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는 데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p71)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것을 본다면 이미 1215년 이전에 재산문제를 두고 왕과 시민사회 사이의 알력관계가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이다

이때가 산업혁명 이전 영국 도시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존 왕 치세 초기에는 리버풀이 전형적인 중세 도시 형성 과정을 거쳤다hellip 리버풀은 자치도시였고 왕의 칙서는 사실상 최초의 자치헌장이 되었다hellip 농노가 자치도시에서 1년 하고 1일을 살고 나면 자유민으로 간주한다는 관습도 법제화되었다 이 때문에 중세 사람들은 도시의 공기는 사람을 자유롭게 만든다고 말하곤 했다hellip 잉글랜드의 도시 생성률은 1180 ndash 1230년 사이의 50년간 가장 높아서 57개 이상의 신도시가 건설되었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p76-7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당시 도시인들은 농촌민들과는 달리 재산의 자유를 갖고 있었다 엔클로저 운동 같은 사건도 이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이 17세기에 느닷없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13세기 이전부터의 상당히 오랜 역사 속에 뿌리를 두고 자라온 이념체제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로크의 재산권 이론

로크의 대표적인 저서인 ltlt통치론gtgt의 출간계기가 명예혁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저술동기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ltlt통치론gtgt의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읽느냐에 따라서 책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점은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와 존 로크의 시대적 위치를 함께 살피는 것이다 여기에 이때까지 얘기했던 자유주의의 원리를 엮어서 따져 본다면 ltlt통치론gtgt의 저술동기를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얘기했으니 이제는 로크가 처해있는 시대적 위치에 대해 살펴보자 로크의 직업은 내과의사였다 그런데 이 당시의 내과의사는 치료와 상담을 겸하는 직종이었다 여기서 상담이란 대체로 의사의 주고객인 부르주아의 고민이나 걱정을 들어주는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이들은 상위신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와의 접근성이 높았고 그에 따라 서로간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을 것이다 - 제임스 버크(지음) ltlt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gtgt 참조 ndash 이렇게 본다면 로크가 ltlt통치론gtgt을 내놓은 이유에는 그 자신 주식투자를 하기도 했고 식민무역장관을 지내기도 했으니 부르주아 통치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 추측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이제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을 읽어가면서 이러한 추측이 온당한 것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모든 사람들이 개인의 천부적 재산권에 대한 로크의 주장과 정당화를 그의 시민사회와 정부이론의 중심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국가로 연합하는 것과 자신들을 정부의 지배 하에 두는 가장 크고 주요한 목적은 그들의 재산 보전이다(맥퍼슨(지음)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p227)

주지하듯이 홉스에게 국가의 목적은 개인들의 생명을 보존하는데 있다 로크는 생명 보존이라는 테제를 재산 보존으로 바꿔버리는데 이러한 논리 구도 아래에서는 재산이 국가에 대해서 우선성을 갖는다 단 하나 예외는 비합법적으로 재산을 취득한 경우뿐이다 여기서 그것이 합법이냐 비합법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다 이들은 일정한 정도 이상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로 구성된다 이상이 자유주의 국가관의 대체적인 밑그림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천부적으로 그의 재산 즉 생명 자유 토지를 보존할 권리를 가진다 나는 인간의 생명 자유 토지를 일반적 명칭으로서 재산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내가 재산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처럼 인간이 재화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뿐만 아니라 신체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도 의미한다(같은 책p22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로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산 이외에 자신의 생명 자유까지도 재산이라고 파악한다 이를 극단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모든 것을 물화物化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고용한 사람이 노동하여 얻은 것은 내 것이다 라는 논리가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체에 있어서의 재산을 가진다 그 자신 이외에 누구도 그에 대해 권리를 갖지 않는다 그의 신체와 손의 노동과 작업은 그의 것이다 인간이 자연적인 상태로부터 변형시킨 것은 무엇이든지 인간이 그것과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한 것이다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함으로써 그는 그것을 그의 재산으로 만드는데 적어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충분히 양질의 것을 남겨 놓아야 한다 이러한 종류의 점유를 정당화하는 데는 다른 어떤 사람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다 만약 그러한 동의가 필요하다면 신이 그에게 풍부하게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굶주려 죽게 될 것이다(같은 책 p231)

이 부분이 로크를 비롯한 고전파 정치경제학의 철학적 토대이다

정리를 해보자 나의 신체와 그것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노동력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권은 나에게 있으며 인간은 이러한 노동력과 자연물을 혼합시켜 인간의 살아가는데 유용한 생산물product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물은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1차적으로 자연물은 공유재산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모든 인간들이 향유할 수 있을 만큼 자연물은 넉넉하지 않으며 때문에 희소성을 갖는다 어떤 이는 자연물을 넉넉하게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오로지 자신의 노동력만을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자연물의 희소성과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충돌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ltlt통치론gtgt의 주제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로크는 부르주아 계급의 이익을 철저하게 옹호하였다

로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의 세 가지 제한조건을 제시하였다

인간은 타인을 위해 충분히 그리고 양질의 것을 남겨 놓은 만큼만 점유할 수 있다어떤 사람이든지 그것을 부패시키지 않고 삶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만큼만 이용해야 한다자기자신의 노동력으로써 산출할 수 있는 양에만 제한되는 것 같다(같은 책 p 232)

이것들은 현실적으로는 사유재산의 무제한적 확장에 기여한다 인간은 자신의 부를 화폐로 전환시켜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로 사용되는 금과 은은 썩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은 그것을 무제한으로 정당하게 축적할 수 있다

인간은 노동하는 신체의 소유자라는 것 이것이 자유주의 논리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 논리가 사회 속으로 들어오면 몸은 product를 만드는 도구로 전락한다 product를 만들어내야 personality가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

의 본질은 노동Arbeit이다라고 말한 헤겔과 비교해 보라 로크는 ldquo재산을 가진 자가 인간이다rdquo라고 말한다 재산은 노동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재산을 형성한 자만이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이며 제대로 된 인간이다 라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도출된다 이런 까닭에 자유주의는 자연히 부르주아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된다 헤겔은 로크와 다르다 헤겔은 노동이 인간의 본질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크에게 있어서 노동은 재산을 만들어 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건장한 신체를 지니고도 실업상태에 있는 이들의 처우에 대해 로크가 한 제안은 아주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서 현대의 학자들이 그에 대해 언급할 때는 일반적으로 그 비참함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도 그 당시의 기준에 비추어서 옹호하기도 한다 좀더 중요한 논점은 그러한 제안이 로크의 가정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구빈원(감화원)의 책임자들은 그들을 제조공장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노동자로 만들 것을 요청받고 있었으며 치안판사들은 그들에게 강제노동을 부과했다 세 살 이상 된 실업자의 자녀들은 국가의 불필요한 짐이었다 그들은 일을 해야만 했고 그들의 생활비를 더 많이 벌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실업이 경제적인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타락에서 기인한다는 명백한 근거 위에서 정당화되었다 로크가 무역위원회의 위원자격으로 1697년에 서술했듯이 실업자의 증대는 기율의 해이와 풍속의 붕괴 이외에는 어떤 것에 의해서도 발생하지 않는다 실업자들을 정치체제의 완전한 자유로운 구성원으로서 처우하는 것은 로크에게는 생각조차 되지 않았다 그들이 전적으로 국가에 예속된다는 것도 똑같이 의심할 바 없다 그리고 그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는 것이기에 국가는 그런 식으로 처우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책 pp 257-258)

여기에서 로크는 실업자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을 가지지 못한 것이라 단정한다 참으로 살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로크는 인간의 조건으로 재산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써 합리성의 정의까지 바꿔 버린 것이다 홉스에게 합리적 인간은 lsquo사물의 원인과 결과를 따지고 그것이 운동하는 양상을 계산하는 것rsquo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사람이 합리적 인간이었다 그러나 로크에게는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그 사람이 합리적인가 아닌가가 결정된다 이로써 개인이 사회 속에서 인간으로 대접 받기 위한 규준이 재산의 소유로 확정되었고 재산이 많은 인간일수록 합리적인 인간이 된다 오늘날 한국에서 유행하는 자기계발서적도 여기에서 논리를 빌려온 것이다

자연물 즉 공유재산을 어떻게 규정하고 분배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렇게 보면 요사이 한국에서 횡행하는 lsquo성장이냐 분배냐rsquo 하는 논쟁이 참으로 잘못된 의제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유적 개인주의를 구성하는 가정들은 다음 일곱 가지의 명제로 요약할 수 있다

1)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이다2) 타인으로부터의 자유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참여한 관계를 제외한 어떠한 관계로부터도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3) 개인은 사회에 아무런 부채도 없으므로 본질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능력의 소유자이다4) 개인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재산권 전체를 양도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자신의 일부 곧 노동력은 양도할 수 있다5) 인간사회는 일련의 시장관계로 구성되어 있다6)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므로 개인 각자의 자유는 타인에게도 똑같은 자유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의무와 규칙에 의해서만 정당하게 제한될 수 있다7) 정치사회는 개인의 신체와 재화로서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며 그에 따라 자신의 소유자로 간주되는 개인들간의 교환관계를 질서있게 유지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같은 책 pp 305-306)

1) 2) 3)은 자유주의의 인간관이다4) 5)는 자본주의의 핵심원리다6) 7)은 자유주의의 정치철학적 토대이다 따라서 ltlt통치론gtgt의 출발점이 된다 7)의 정치사회란 국가 교환관계는 시장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 ndash 로크적 국가와 현대사회

근대국가의 특성들

현대의 국가론을 크게 보면 홉스적 전통과 로크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것이 자유주의 국가론의 기본 개념들이다 따라서 국가론에 대한 책을 읽을 때는 이것들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아야 그 내용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자유주의는 자본주의와 긴밀한 연관관계에 놓여있다 국가는 부르주아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원회이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마르크스의 견해이다 부르주아는 경제적인 활동영역 즉 시민사회Burgerlichergesellschoft을 갖는다 18세기에는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부르주아라 불렀고 정치의 영역은 정부government가 통솔했다 앞서 말한 마르크스의 언명은 두 영역의 연결고리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견해는 두 영역의 관계가 원시적이었던 18세기에는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나 오늘날과 같이 복잡해진 때에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요즈음 국회에서 금산법의 개정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오간다 금산법 개정에 대해 lt중앙일보gt는 금산법은 이건희 죽이기법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가 반드시 부르주아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지 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세계가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까닭에 이 문제에 관해 좀더 자세하게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 이것이 자유주의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가 실현되는 경우는 선거 때 뿐이다 선거는 개개인이 각자 한 표 씩을 행사한다 이건희와 내가 각자 재산을 얼마나 가졌는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군집화가 이뤄진다 근대 이전에는 신분status에 의해서 결정됐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다 근대 이후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계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명제가 완전하게 이뤄지진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떄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반드시 계급결집이 일어난다 모든 논의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국가란 무엇인가 특정 지역 안에 있는 여러 세력force들의 관계망이며 이것의 물질적 응축이다 - 물질(matter)이란 현실 세계 속에서 구조적으로 고착middot제도화된 것을 가리킨다 구조적 관계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 이 안에는 정부 부르주아노동자 등 여러 세력들이 포진해 있다 근대 이전까지 유럽에는 약 500 여개의 국가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국가란 근대적 의미에서의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state가 아니라 느슨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소국을 가리킨다 이러한 소국들이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로 전환된 것은 1차 대전을 전후해서 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서양인들이 제대로 된 국가를 이루고 산 것은 잘 해야 100년이 채 안 된 것이다

한국인들이 서양의 국가론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국가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세계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중앙집권화된 관료제를 500 여년 동안 유지했다 더욱이 한국인이 쓴 국가론도 없으므로 국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의 한계는 크다 고려 때에는 중앙집권화가 이뤄지지 않았었다 지방 호족들이 알아서 다스렸다 왕은 많은 호족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절대적인 힘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에 들어서면 완전히 바뀐다 조선은 관료제를 바탕으로 중앙집권화를 이뤘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당 서원 등의 교육기관을 통해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을 보급한 것이다 이것이 조선사회를 유지시킨 메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관료제(물리력)을 보조하는 관학(지도력)을 통해서 헤게모니를 구성했던 것이다

소품문이란 것을 아는가 간략하게 정의하자면 길이가 짧은 문장으로 작자의 정서와 사상 견문을 표현하고 기록한 정서적인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별 것 아니다 그런데 정조는 이것을 문제삼아 문체반정을 일으켰다 왜 그랬을까 국가에서 정한 커리큘럼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소품문은 조선의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주류 이데올로기를 해체할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정통 성리학 국가인 조선의 뿌리를 뒤흔드는 문제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조에게나 소품을 쓰는 작가들에게나 소품은 단지 독서의 기호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소품적 인식 소설적 인식은 체제의 이데올로기가 은폐하고 있는 실상을 드러낼 것이었다 정통문서의 권위가 무너지면 그것에 기초한 헤게모니 역시 무너지기 마련이다

국가는 개인에게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데 이것을 풀란차스는 국가효과라고 불렀다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전환기에 조선은 고려의 헤게모니를 해체하고 새로운 조선의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위해 불교를 억압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특히 훈민정음의 창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훈민정음 이전까지 동아시아는 자신의 문자로 제국의 문자인 한문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것에 반하여 로컬 랭귀지를 조성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조선이라는 국가에 갖게되는 조선인들의 국가효과는 배가되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국적포기에 민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국가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막스 베버가 말한 철창부터 떠올린다 이제 지주형씨가 쓴 근대국가의 특성들이란 글을 보도록 하자

이 영토 위에 lsquo국민rsquo으로 사는 한은 국가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의 의무를 져야 하고 국가는 그러한 의무를 강제하기 위해 개개인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에 대한 기록을 축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의 관리와 통제를 피하려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유럽에 이런 것들이 자리잡은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상비군이 형성된 것도 1789년 이후의 일이다 한국과 서구의 국가관 인식의 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가(國家)라는 말은 매우 애매한 말이다 여기에는 이미 두 가지의 뜻이 들어 있다 하나는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입법부 사법부 및 기타 준 정부 기관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정부이다

나라는 사회과학적인 의미에서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정부의 차원에서 국가를 이해할 것이다

지주형씨가 이 글에서 정리하는 근대국가의 특성은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근대 국가의 제도적 물질적 특성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선 앞서 언급한 영토의 점유와 정당한 물리력 사용의 독점이라는 막스 베버의 유명한 정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국가는 영토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영토란 관할의 경계가 분명한 땅을 의미한다 즉 근대 국가는 그 이전의 국가와 달리 점으로 표시되는 경계가 모호한 변경frontier이 아니라 선으로 표시되는 국경border에 의해 명확히 구획된 영토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그 안의 인구 자원 등에 대한 명확한 권리를 주장하고 국경을 통제한다

둘째 근대 국가는 경찰과 상비군이라는 정당한 물리력을 독점하고 있다 원리상 근대 국가에 이 물리력에 도전할 수 있는 물리력을 가진 집단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물리력의 독점이 아니다 사실 국가는 물리력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조직폭력집단 또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것은 lsquo정당한rsquo 물리력이다 이 물리력의 정당성이 그것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앞으로 보겠지만 정당성은 법적 사회적으로 도출된다

셋째 비록 베버가 자신의 정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심도 있게 논한 근대 국가의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전문관료제이다 이것은 근대 국가가 하나의 합리적 집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국가의 합리성은 때로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서 국가건설 국가보존 국가권력의 적절한 수단에 대한 지식을 가리킨 국가이성raison drsquoeacutetat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 있는 국가 관료집단의 합리성은 관료제적 합리성과 통치적 합리성governmentality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는 베버가 지적한 것으로 일 처리의 규칙 절차 및 전문지식 공식화된 문건에 따른 몰인격(沒人格)적인 특성을 가리킨다 후자는 푸코Michel Foucault가 지적한 것으로 특히 영토 내의 인구 부 자원 재화 문화 관습 등이 특정한 방향들로 발전하고 특정한 결과들을 낳을 수 있게끔 통치govern하려는 전문지식의 특성을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 국가는 정부government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지식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 하나는 국가의 상태state에 대한 지식 즉 국민 개개인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정보(및 감시)를 포함한 통계적 지식statistics의 축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국가정책을 통해서 표현되는 이러한 국가의 합리적 특성은 근대 이전의 국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넷째 영토에 대한 지배 정당한 물리력의 독점 전문관료제는 근대 국가가 영토내의 모든 곳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즉 중심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국경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즉 근대국가는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인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지배의 특성에 대응하는 법적 관념은 어떤 지배자나 국가도 특정한 영토와 국민에 대한 최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유럽의 중세와 달리 근대 국가가 영토 내의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권위이자 최고권력인 주권을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관료제적 합리성의 몰인격성에서도 보이듯이 근대 국가는 몰인격적인 질서로서 법치국가Rechtstaat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근대 국가의 모든 권력은 통치자 개인의 사적 권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고의 권위인 주권권력도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 몰인격적이고 추상적인 권위로서 통치자 및 사회의 피지배자의 사유재산과 신분 등과 같은 개별적 특성과 분리된다 이것은 군주 개인이 인간 법의 궁극적인 원천으로서 주권을 가지고 있다며 지배를 정당화하였던 유럽의 절대주의 국가와 대조된다 물론 이것은 근대 국가가 중립적이거나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518 광주 학살 같은 경우는 편파적이고 불법적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통치자의 말이 곧 법이 되지 않고 국가가 lsquo불법rsquo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이미 근대 국가가 몰인격적인 법적 질서 속에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 국가는 기본적으로 경제 및 사회와 제도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표상되고 구성된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중세 유럽에서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가 존재하지 않았고 경제적 부의 사적인 축적은 상업이라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전적으로 봉토(fiefdom)에 대한 정치적 지배에 의거한 것이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국가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는 자신을 나라의 상태 즉 사회 전체의 상태state와 분명히 분리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 국가는 정치권력인 국가와 경제권력인 자본의 제도적 분리 그리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분리를 그 특징으로 한다 왜냐하면 근대 세계에서 국가는 자신과 사적인 것과의 구별을 계속 재생산함으로써 독자성을 가진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기본적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에는 이것이 분리되는데 이러한 국가 안에는 여러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각축을 벌인다 여기에서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 도출된다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란 국가가 자본주의적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해 지배계급에 반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국가 안의 세력들을 조율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니코스 풀란차스 Nicos Poulantzas가 말했듯이 국가란 ldquo세력관계의 물질적 응축rdquo인 것이다 근대 국가의 친자본주의적 성격과 그 내용은 결코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중요한 동인은 경제적이며 제국주의적 국제관계 즉 제국주의 국가의 국제적 헤게모니는 lsquo국가의 국제화rsquo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 반 데어 페일van der Pijl은 영국 명예혁명의 결과 형성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 및 자유주의적인 시민사회의 국가에 대한 우위를 영국철학자의 이름을 따서 로크적 국가-사회 복합체Lockean state-society complex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이 관계는 이민과 식민화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초국적 엘리트로 구성된 시민사회와 전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보호하는 일군의 국가로 이뤄진 lsquo로크적 심장지대rsquoLockean heartland를 출현시켰다 반면 이와 경쟁하던 국가와 경제의 제도적 분리는 유예되고 자본가계급과 통치계급이 융합된 국가계급이 지배하던 홉스적 국가들Hobbesian states(독일 러시아 등)은 제2차대전과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이 심장지대로 흡수되고 말았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세력들 간의 관계도 국가들 간의 물질적이다 따라서 한 계급에서도 도모하는 바에 따라서 여러 분파로 나뉜다 같은 자본가 계급이라 하더라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와 중소기업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가 다르듯이 말이다

자본주의 국가 자본의 이익 부르주아의 지배

밥 제솝이라는 영국의 사회학자가 있다 이 사람은 국가론에 대해 깊이 연구했는데 주로 안토니오 그람시의 역사적 블록 형성과정에서 국가가 맡는 영향력에 대해 해명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가 ltlt전략관계적 국가이론gtgt(한울)이라는 저서에 담겨있다 이 책의 챕터 5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자본과 국가의 관계는 크게 보아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의 국가는 앞서 말했듯이 상대적 자율성을 지닌 국가이다 여러 세력들이 국가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기에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이며 자본주의와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① 도구주의적 접근 ltlt공산당 선언gtgt의 접근법이다 경제가 사회를 장악하고 그것을 보장받기 위해 국가를 지배한다는 입장이다② 구조주의적 접근 자본이 국가를 지배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 유보한다 다만 국가가 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취할시에는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힘은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③ 형태결정적 접근 형태라는 말은 이데올로기적 계급지배와 결합된 국가지배장치를 말하는데 예컨대 국가제도나 관료제를 들 수 있다 형태경정적 접근은 관료제 같은 국가기구에 의한 정책집행과정이 자본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도구주의적 접근과 유사하나 도구주의적 접근은 자본과 국가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보는 반면에 형태결정적 접근은 우연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을 갖는다 ④ 전략관계적 접근 이것이 밥 제솝의 접근법이다 쉽게 말하면 앞서 말한 것들을 두루 헤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정치적 대표와 국가형태에 대해 살펴보겠다

① 자본주의 경제의 가치형태와 자본주의적 국가 형태의 관계 자본의 축적전략과 국가의 조절전략을 말한다② 국가의 형식적 측면 국가기구③ 국가의 실질적 측면 국가권력의 토대 - 국가 프로젝트 국가권력의 지지층 ndash

현대국가는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자본주의를 경제체제로 삼아 운영된다 그런데 경제체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는 철저히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축적전략이 비민주적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대국가는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긴장관계 속에 있는 셈이다 때문에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양자에 대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최근에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이것인데 한국이 자유주의에로 과도하게 경도되고 있으니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자본주의적 이익과 국가형태이다

① 후견주의 쉽게 말하면 국가가 기업에게 정치자금 받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국가가 자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받는 대신에 기업에게 이익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② 조합주의 특정한 직능집단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③ 의회주의 의회를 통하여 사회변혁을 일으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것들을 논한 다음에 밥 제솝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정리한다

- 축적전략과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에 주목할 것- 축적전략과 국가체계 내에서의 표출양상 양자를 이어주는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할 것- 국가체계 내외부의 구조적 제약 및 사회적 저항에 관심을 가질 것

밥 제솝의 결론은 축적전략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솝의 탁월한 점은 국가 내의 여러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다툼을 벌일 때 그것을 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홍제동에는 총 4개의 동이 있고 1동부터 3동까지 빨간벽독파 부지깽이파 연탄재파가 각각 지배하고 있다 4동은 아직 특정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태라면 어느 파가 4동을 지배권 하에 넣느냐에 따라 홍제동의 헤게모니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결정된다 그런데 한 파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헤게모니 쟁취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각 파간의 합종연횡이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이 권력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려면 각 파가 어떠한 관계 속에서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 이것이 제솝의 관점이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그때그때 다르므로 그때그때 신경 써서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 강의에는 애덤 스미스를 공부한다 교재를 잠시 소개하겠다 첫번째는 DD 라파엘이라는 사람이 쓴 ltlt애덤 스미스gtgt(시공사)라는 책이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순전히 저자 때문이다 DD 라파엘은 우파정치철학 연구의 거두이다 대표작으로 ltlt정치철학의 문제들gtgt(서광사)라는 책이 있는데 우파정치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서로 통한다 주교재로 쓸 것은 아니나 강의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 책을 모태로 삼을 것이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으니 한번씩 읽어보기 바란다

두번째는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ltlt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gtgt(민음사)이다 주교재이므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은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이 제일 좋으나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정으로 이 책을 선정하였다 경제사상의 고전이라 불리는 저작들에서 인용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다이제스트라 비전공자가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어서] 5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5강 아담 스미스 사상 개요

복습

지난 시간에 한 얘기들을 복습하겠다 기왕에 배운 것이니 현실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요즈음 이명박이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고 수군댄다 어떤 이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하고 다른 이는 되면 안 된다라고 말 하기도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때까지 헛배운 것이다 이런 식의 말들은 단순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배운 것을 가지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시간에 자본주의 국가를 분석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공부해 보았다 국가 프로젝트 헤게모니 프로젝트 축적전략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현재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민사회를 국가에로 끌어들이는 헤게모니 프로젝트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 프로젝트 역시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정권 초에 나왔던 동북아 허브 외에는 없었다 국가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사회가 어떻게 시민사회를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는 질문에는 명바기가 과연 어떠한 헤게모니 프로젝트와 국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느냐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에는 4가지를 들 수 있다

1 경제적 기능 자본주의적 가치증식조건을 보장한다-gt 중앙은행의 통화안정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 국가가 비시장적(정치)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을 알 수 있다2 사회적 기능 노동력 재생산-gt 자본주의는 자연력에 최대한 기대지 않으려는 체제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력을 인위적인 것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결코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력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력으로부터 이윤이 발생하므로 국가가 이를 조정해줘야 한다3 정치적 기능 경제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조정하는 기능-gt 이것을 하는 방법에는 첫째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둘째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에도 전경련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정치적 조정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4 조정양식 123을 이념적으로 조정하는 것 곧 국가 프로젝트

이상의 기능들은 중요도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말하자면 1과 2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과 2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만 따져보아도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온존시키기 위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국가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것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직을 분석하는 데도 상당히 유용하다 가령 어떤 이가 회사에 다니는데 그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를 분석해 본다 치자 회사가 투입한 자본의 이윤을 끌어내기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경제적 기능) 그리고 회사가 효율성있는 인력관리를 하고 있는지(사회적 기능)만 살펴보아도 그 회사의 대강이 잡힐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단순히 부르주아의 위원회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의 사상 개요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곤 한다 그런데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경제학이 독립된 학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미스는 무엇을 공부한 학자였을까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레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담당교수였다 따라서 스미스의 사상을 공부하려면 그가 도덕철학을 연구했다는 데서 출발하여야만 한다

한국인들은 도덕하면 뭔가 숭고한 것을 연상하는데 서양에서의 도덕철학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도덕철학은 영어로 moral philosophy 라 하는데 여기서 moral(sitte)은 습속이란 뜻을 지닌다 다시 말해서 당대 인간들의 대체적인 행동양식 정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도덕철학을 오늘날의 사회심리학 정도로 생각하는 되겠다

스미스는 홉스 로크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위시한 고전철학을 철저히 배격했다 고대에는 자연이라는

일정한 준칙이 있고 인간은 그것을 따라가야 했다 루카치가 말하듯이 별이 빛나는 창공이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인 시대였던 것이다 근대에는 그러한 것들이 탈주술화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에 진리값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매킨타이어가 근대를 after virtue라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스미스가 구상했던 사회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된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스미스가 홉스와 로크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는 홉스와 로크는 물론이요 밀 벌린 등 영국 공리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홉스와 로크는 주로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하여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면 스미스는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유의 문제를 해명하려 한 것이다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작에는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이 있다 전자는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다루고 후자는 경제적 자유를 다룬다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의 핵심키워드는 동감sympathy과 분업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즉 free and equal한 것이다 이것이 자연권이다 그런데 자연권이 무한대로 발현되어 버리면 home Lufus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것은 홉스가 말한 전쟁 상태인 자연 상태를 가리킨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동감이다 - 홉스는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보았다 - 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 안에 이른바 공정한 관찰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다 - 그런 까닭에 스미스 사상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 스미스에게 있어서 동감은 사회적 유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superego와 비슷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공감이 일어나므로 외부에서 뭔가 간섭하면 안 된다 여기서 다시 영국식 자유주의 전통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가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스미스의 설명을 시장에 적용시켜 보면 오늘날의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있어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까지도 교환되는 장소인 것이다

시장은 스미스에게 있어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은 동감하여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유대 속에서 시장이 운영되는 것이고 그 시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하듯 분업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제 스미스의 시장개념을 스미스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하이에크의 시장개념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은 내가 정리한 Hayek의 시장개념이라는 글이다

Hayek에 있어 시장의 의미는 그가 제시한 catallaxy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이 개념을 전통적인 용어인 경제 economy에 대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는 인간의 여러 목적들이 하나의 통일된 질서에 이바지하도록 주어진 자원을 조직하거나 이리저리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하나의 견해가 전제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원의 사용이 규정되는 하나의 일관적인 결정 체계가 경제인 것이다 여기서 Hayek가 경제의 핵심적인 규정으로 삼는 것은 통일된 질서를 만들어내는 목적론적인 행위이다 이에 반해서 catallaxy -- 이 말은 그리스어 katallatein(바꾸다)에서 나왔다 -- 는 자발적 시장 질서이므로 여러 목적을 하나의 위계질서에 따라 배열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발적 시장 질서 -gt 고전적 의미에서의 자유주의적 시장개념

자발적 체제인 catallaxy에 가담한 각각의 개인들은 각자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으므로 특정한 결과가 부당한지 혹은 정당한지도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Hayek는 분배(distribution)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살포(dispersion)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결과가 각자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을 기초로 하는 사회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들의 비중을 규정하는 단일한 척도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에 대한 어떤 특정한 견해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사회관이다 복거일이 이 부분을 가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하이에크의 이러한 언술은 경제학적인 정의가 아니라 정치철학적인 정의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Hayek의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고유한 견해 및 그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체제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즉 catallaxy로서의 시장이라는 개념은 독자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관과 사회이론과 맞물려 돌아갈 때에만 의미있는 것이다 Hayek는 이른바 전통적 자유주의의 인간관을 받아들인다 그것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의 무한한 다양성은 인간의 가장 독특한 점이며 그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으므로 만약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평등이라 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는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 즉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공교육을 부정하는 근거가 여기에서 도출된다 불평등은 그대로 두어야 되는 것이라 본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재현시킨 것이 유에스이다

사람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현실적 불평등을 인정한 뒤 Hayek는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이성능력을 가진 인간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집단에 의도적인 조직이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Hayek는 정부의 강제적 행위는 보편적인 규칙의 집행에 그쳐야 하고 그 집행 목적을 위해 위임받는 권력을 발동하여 다른 공익을 실현힐 수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런 까닭에 그러한 행위들은 부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 -gt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이다

Hayek의 이 두가지 전제 즉 인간은 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집단에는 자발적 질서가 있다는 것을 경제활동에 적용하며 앞서 말한 catallaxy 개념이 얻어진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불평등하며 그러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 자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오히려 소득과 지위상의 몰락을 가져온다해도 이는 그 어떤 의도적인 계획의 소산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하며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Hayek가 이처럼 자발적 질서로서의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의 우월함이 인식론적 통찰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수히 많은 개인과 조직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이처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점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미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고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완전한 지식을 각자의 목적에 걸맞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발견적 수단으로서의 경쟁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사회는 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 나감으로써 항상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의미지평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어느 것에 대입해 보아도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한국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다면 아마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한다 자유주의는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는 데 그 배경에는 학문의 시장화라는 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 놓여졌을 때 시장에서 그 이론이 적합치 못하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장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모두들 알다시피 시장의 본래 뜻은 상품이 교환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의미의 시장은 오래 전부터도 드문드문 존재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5일장은 이런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이런 일상적인 의미의 시장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거의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행위가 일반화되면서 즉 이른바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에 여러 가지 다른 관념들이 덧붙여졌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장의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확장시켰으며 시장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가리키게 하였다 특히 이렇게 다른 관념들과 결합된 시장이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가르게 된다

근대적인 시장경제 -gt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큰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최소규정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사회분업 및 그에 따른 교환을 전제로 하여 생성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전문화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 Adam Smith는 핀의 제조공정을 분할하여 노동자가 각 단계의 단순화된 노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핀을 제조할 수 있음을 그리고 고전파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는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교환 당사자들의 부가 모두 증가하는 비교우위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분업 특히 공장 내의 분업이 아닌 사회내의 분업은 자연히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자들간에 일반적으로 교환되어야 필요를 발생시켰다 교환은 농경사회의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처럼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여러분이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여러분의 가정에서 스스로 생산한 것은 식사나 빨래 정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은 물으나 마나 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은 필요조건이자 전제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반드시 시장에 의해 매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대기업을 경계했다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많을 때 제대로 된 경쟁이 유발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째 시장은 단순히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특수한 방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장교환을 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매기는 척도이다 이렇게 값을 매김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3: Right Wing

〈정치학〉은 인간 행동과 공동체의 문제를 다룬다 그는 인간이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국가에 관한 이론을 세우고 다양한 유형의 법제도를 구분한다 정치적 불안정과 혁명의 성질과 원인에 관한 논의도 있으며 마지막 2권은 주로 교육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요약하자면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윤리학은 공동체의 유지에 봉사하는 학문이었던 것이다 이 같은 전통이 서양을 1000년 이상 지배해왔다 그런데 홉스에 들어서게 되면 윤리학이 사라진다 홉스뿐만 아니다 근대철학자들에게는 윤리학이 없다 스피노자의 저작 ltlt에티카gtgt가 윤리학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ltlt리바이어던gtgt의 표지를 보라 리바이어던의 갑옷을 이루는 것은 사람들이다 이 리바이어던의 목적은 사람들 사이의 싸움을 막는 것일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조화를 이루게 하기 위한 목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근대철학에서의 기계론

근대철학의 토대는 기계론이다 기계론이라 하여 어렵게 생각하곤 하는데 일단은 단순하게 무목적적이라 해두면 되겠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근본적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있어서 정체politeia는 시민의 완성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홉스에서는 conatus(endeavour)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발현하는데 도움이 되면 그것은 선good한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악evil인 것이다 인간에게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숙려熟慮deliberation가 생겨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철학은 모든 논의를 정체politeia로부터 시작한다 이것이 kosmos 즉 천체의 완전한 질서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그러한 상황은 폭정tyrannis가 된다 마지막 시간에 스트라우스를 읽으면 스트라우스가 이 말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인데 얼마 전에 유에스의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을 가리켜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라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라이스가 말한 폭정이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맥락에서 쓰인 것이다 네오콘의 대부인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폭정은 마땅히 사라져야만 하는 것이다 최근 6자 회담이 평화적으로 결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 이 때문이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이론학은 실천학보다 우위에 서있다 이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Poiesis 제작학Praxis 실천학Theoria 이론학

여기서 이론학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지혜shopia를 얻게 된다

그런데 근대철학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없다 예컨대 데카르트를 보자 데카르트의 대표적인 저서는 ltlt방법서설 정신의 지도를 위한 규칙들Discourse on method rules for the direction of the mindgtgt인데 제목을 천천히 뜯어봐라 방법method와 규칙rule이 핵심어임을 알 수 있다 이 말들은 데카르트 이전에는 과학자들이 주로 쓰던 단어였다

같은 운동이라고 해도 motion과 kinesis는 함축하는 바가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체적인것 운동하는 것 모두를 kinesis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단순히 A에서 B로 옮겨가는 것만을 운동motion이라 한다 고대로부터 이어져온 목적론이 폐기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근대 자연법 사상

고전철학에서는 자연에게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인간은 그런 자연에 순응하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근대철학에서는 각 개인의 주관성이 각 개인의 규준이 된다 즉 모든 개인들이 가진 규준이 세계의 규준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원칙상 따로 떨어져 있는 원자적 개인들이기 때문에 연결시킬 수 있는 방도가 없다 그래서 모든 개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계약contract이 필요해진다 그렇지만 설령 계약을 맺는다 할지라도 계약을 지켜야 하는 정당화 근거가 없다면 개인들이 이 계약을 지켜야 되는 정치적 의무political obligation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계약의 정당화 근거를 찾아야만 하는데 이때 제시되는 것이 바로 자연법 사상이며 이것을 처음으로 근대적 학의 체계로서 정초시킨 이가 홉스이다

말이 좋아 자연법이지 이것은 사실 기만적인 개념이다 Nature 이란 단어에는 자연과 본성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마찬가지로 Natural은 자연적인과 당연한이란 뜻을 갖게 된다 때문에 사람들은 이 단어로부터 영원불변의 인간의 행위와 의지와는 무관한 이란 함축을 함께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연법 역시 인간이 만든 것이고 영원불변하며 인간의 행위와 의지와 무관하지는 않다 본디 고대 그리스에서 자연과 본성은 인간과는 무관한 개념이었다 중세에는 자연법을 신법의 하위체계로서 인정했을 뿐이다 자연은 단독으로 정치적 틀이 되지 못하였다 다시 말해 자연이란 말을 빌려다가 법의 사상을 정당화시킨 것이다 그런 까닭에 허위의식이나 이데올로기 등을 연구할 때 자연법이 분석의 시발점이 되곤 한다

이제 자연법 사상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나는 노르베르트 보비오Noberto Bobbio의 테제를 빌려서 설명하려고 한다 보비오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법철학을 공부했고 대학교수이자 변호사이며 이탈리아 사회당 소속의 종신 상원의원이기도 하다 사회당 소속이라니 마르크스주의 외에는 아는게 없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의 저서 중에는 ltlt홉스와 자연법 전통Hobbes and Natural Law Traditiongtgt이라는 게 있는데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가 자유주의 사상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학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근대 정치사상 전반을 폭넓게 검토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근대의 시민이라면 우파 정도의 교양은 누구든지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념을 선택하여 실천하는 일은 그 다음의 일이다

자연법에 대한 보비오의 테제는 아래의 6개이다

1) 자연상태는 국가의 기원과 토대를 분석하는 출발점이다2) 자연상태와 시민사회civil society는 대립된다3) 자연상태의 구성요소는 (개체적) 개인individual이다4) 자연상태의 인간은 free and equal 하다5) 자연상태의 인간들은 시민사회를 만드는 계약contract을 맺는다6) 시민사회를 정당화하는 근거는 계약contract이다

이 5개가 자연법 사상의 핵심이다 이런 건 외워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몇 가지 보충설명 하겠다 3) 4)는 인간론이고 5) 6)은 국가론이다 여기서 시민사회는 자연상태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무질서한 자연상태를 벗어나 개인들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국가state를 말한다 그리스의 폴리스와 같은 개념이 아니다

(개체적) 개인은 풀이하자면 그것 자체로 완결된 단일자monolithic을 말한다 마지막에 만드는 계약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중요하다 여기에서 세계를 만드는 The maker는 (개체적) 개인이다 신The Maker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즉 신에게 의존해 있던 중세철학과 완전히 결별하겠다는 뜻이다 이것을 관철시키려면 중세철학을 한 번 갈아 마셔야 한다 홉스가 ltlt리바이어던gtgt 뒷부분에서 신학에 대해 다룬 이유가 이것이다

시민사회는 만들어진 것이므로 인위적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홉스의 리바이어던 역시 인위적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국가는 마땅히 있어야 하는 성질의 것이었다 조선사회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왕조사회에서 신민들은 충신과 역신으로 갈린다 국가는 곧 왕조국가를 가리켰고 국가는 마땅히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홉스에게 국가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문화적인 것이 된다 이것이 홉스 철학의 혁명성이다 홉스 이후의 모든 정치사상은 크게 보아 이 체제를 벗어나지 못한다 최소주의적 입장이건 온정주의적 입장이건 모두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어쩌면 마르크스주의마저도 이 계약을 다시 쓰자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ltlt리바이어던gtgt의 판본에 대해서 간략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나는 팽귄출판사에서 나온 ltlt리바이어던gtgt이 좋다고 생각한다 여유가 되면 각자 꼭 구비하길 권한다 어떤 고전적 저작을 읽는다고 할 때 그 저작의 편집자가 누구인가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 편집자에 따라서 그 저작을 바라보는 관점이 확연히 갈리기 때문이다 가령 홉스를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다양한 시각이 있다 우리가 이 강좌의 마지막 시간에 읽게 될 레오 스트라우스도 홉스의 자연권 사상에 대해서 면밀히 연구한 학자 중 한 사람이다 팽귄출판사본은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교수인 CB맥퍼슨이 편집한 것인데 맥퍼슨은 홉스 연구가들 중에서 왼쪽에 속하는 사람으로 ltlt소유적 개인주의의 정치이론The Political Theory of Possessive Individualismgtgt이란 책을 썼다 맥퍼슨은 이 책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홉스가 근대 정치철학의 정초자일 뿐만 아니라 근대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의 중요한 이론가라는 것을 밝혀냈는데 이 책의 출간으로 좌파들이 홉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2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2강 ― 홉스의 국가론과 현대사회

리바이어던Leviathan

지난 시간에는 홉스 철학의 혁명성을 아리스토텔레스 고전철학과의 대조를 통하여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혁명이란 단어는 쉽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어떤 사태가 혁명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삶의 공간과 생활세계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홉스는 사상의 혁명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강의에서는 그의 저작 ltlt리바이어던gtgt을 읽음으로써 홉스 사상의 혁명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

강의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홉스는 왜 멀쩡히 잘 돌아가던 아리스토텔레스 고전철학 체계를 무너뜨리려 했을까 철학과 현실이 있다고 한다면 철학과 학생들은 으레 철학만 열심히 공부하곤 한다 그러나 철학보다 현실이 먼저다 말하자면 철학자가 직면했던 시대적 정황이 그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는 것이다 홉스도 당대의 여느 지식인들처럼 귀족들에게 후원이나 받으면서 편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

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ltlt리바이어던gtgt이 금서 취급을 받는 등 이런저런 소란도 겪어야 했다 무엇이 홉스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오늘 강의가 끝나면 이 문제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답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

나누어준 텍스트의 소제목을 죽 살펴보자

Endeavour 노력Good Evil 좋은 것 나쁜 것Deliberation 숙고熟考 숙려熟慮A Restlesse Desire Of Power In All Man 모든 인간 안에 있는 권력에 대한 그치지 않는 욕망The Naturall Condition of Mankind 인간의 자연조건Right Of Nature What 자연권이란 무엇인가Liberty What 자유란 무엇인가A Law Of Nature What 자연법이란 무엇인가Naturally Every Man Has Right To Everything 자연적으로 모든 인간은 모든 일에 대하여 권리를 갖는다

이런 소제목들은 후대의 편집자들이 달아놓은 것이다

EndeavourFor let a space be never so little that which is moved over a greater space whereof that little one is part must first be moved over that노력한 공간은 그렇게 작지 않고 그것은 작은 것이 부분이 되는 하나의 더 큰 공간으로 움직이는 것은 먼저 그 위로 움직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개념을 단초arche ndash arche는 출발점이자 그것을 구성하는 원리라는 뜻을 지닌다 ndash 로 삼아 그것으로써 인간뿐만 아니라 사회까지도 설명하려는 철학자가 있다 이런 류의 대표적인 경우가 홉스이다 홉스의 단초는 Endeavour이다 홉스가 인간과 세계를 설명하는 데 이것이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이다 김용환 교수는 이것을 의도라 번역했는데 엄밀하게 얘기하면 이것은 잘못된 번역이다 의도라 하면 단순하게 사고의 흐름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홉스는 lt물체론gt에서 Endeavour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 내려 놓았다 위치와 숫자로 주어질 수 있는 것보다 더 작은 공간과 시간 즉 점이나 순간을 통해 만들어진 운동 이에 따르면 Endeavour에는 사고의 움직임일 뿐만 아니라 물리적 움직임이라는 의미까지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Endeavour는 라틴어 Conatus를 홉스가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홉스 이후의 철학자인 스피노자도 홉스의 이 개념을 빌려 쓰고 있다 근대 철학자 대부분은 이러한 유물론적 인간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데카르트 가상디 말브랑슈도 그렇다 결국 모두 뉴턴의 아들들인 셈이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EndeavourConatus의 흡착성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These small beginnings of Motion within the body of Man before they appear in walking speaking striking and other visible actions are commonly called ENDEAVOUR사람의 몸 내부에서 그것들이 걷거나 말하거나 때리거나 다른 가시적 행위들로 나타나기에 앞선 이러한 움직임의 작은 시작들을 보통 노력이라고 부른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홉스는 모든 운동을 생리학적으로 파악하려 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This Endeavour when it is toward something which causes it is called APPETITE or DESIRE the later being the generall name and the other oftentimes restrayned to signifie the Desire of Food namely Hunger and Thirst And when the Endeavour is fromward something it is generally called AVERSION These words Appetite and Aversion we have from the Latines and they both of them signifie the motions one of approaching the other of retiring So also do the Greek words for the same which are orme and aphorme이러한 노력 - 그것을 일으키는 어떤 것을 향할 때의 - 은 욕구 혹은 욕망이라 불리는데 후자는 일반적인 명칭으로 그리고 전자는 종종 이름하여 배고픔이나 갈증 같은 음식에 대한 욕망을 가리키는 데에만 제한된다 그리고 그 노력이 어떤 것에서 멀어지면 그것은 일반적으로 혐오라고 불린다 이러한 단어들 욕구 그리고 혐오는 우리가 라틴어에서 가져온 것으로 그것들은 모두 동작들을 가리키는데 하나는 접근 또 하나는 후퇴다 그리스어에서도 마찬가지로 그것들은 오르메(욕구)와 아포르메(혐오)다

여기서 제시되는 단어들이 홉스가 인간을 설명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어에 속하는 것들이다 홉스를 가리켜 욕망적 인간관을 가지고 있다 말하곤 하는데 그것이 이 문단에서 나온 것이다

Good EvilBut whatsoever is the object of any mans Appetite or Desire that is it which he for his part calleth Good And the object of his Hate and Aversion evill And of his contempt Vile and Inconsiderable For these words of Good evill and Contemptible are ever used with relation to the person that useth them There being nothing

simply and absolutely so nor any common Rule of Good and evill to be taken from the nature of the objects themselves but from the Person of the man (where there is no Common-wealth) or (in a Common-wealth) From the Person that representeth it or from an Arbitrator or Judge whom men disagreeing shall by consent set up and make his sentence the Rule thereof좋은 것과 나쁜 것그러나 인간의 욕구나 욕망의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그것은 그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그의 증오와 혐오 나쁜 것의 대상 그리고 그가 경멸하고 불쾌해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좋은 것 나쁜 것 그리고 경멸하는 것에 대한 이러한 단어들은 그것들을 사용하는 사람과 관련되어 사용되는 것이다 단순하고 절대적으로 그러한 것은 없다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어떠한 공통의 법칙도 대상들 그 자체의 본성에서 취해지지 않고 대신 사람 - 국가가 없는 혹은 국가 안에서 - 그것을 대표하는 사람으로부터 취해지며 의견차를 보이는 사람들이 합의에 의해서 규칙을 세우게 될 중재자나 재판관에 의해 그리고 그들의 판결을 규칙으로 만드는 것으로부터 취해진다

여기에서 Good Evil은 흔히 선악善惡이라 번역되곤 하는데 이렇게 해버리면 윤리학적인 개념이 되어 버린다 이것은 윤리학적인 개념이 아니다 단순히 좋은 것 나쁜 것을 가리킨다 몸에 좋은 것이 윤리적인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여기에서는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德 개념이 완전히 폐기된 상태이다 가령 ltlt맹자gtgt의 양혜왕편에 나오는 고사를 떠올려 보자 맹자가 양혜왕을 찾아가자 양혜왕이 맹자에게 묻는다 학문이 높으신 선생께서 이리 오셨으니 나의 나라에 어떤 이득을 주러 오신 겁니까 맹자가 답한다 왕께서는 어찌하여 이득을 따지고 계십니까 저는 오로지 의義를 말할 뿐입니다 홉스가 맹자를 봤다면 이리 말했을 것이다 맹자 당신은 어찌하여 의를 얘기하는 겁니까 나는 이득을 얘기할 뿐입니다

위의 문단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철저하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은 그 사람의 입장서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각자의 욕망만을 표출시키려 할 것이고 그럼에 따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기본적인 합의조차 성립되지 못한다 이미 여기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가 예고되는 것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감정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나오지만 그것들은 그 말들을 했던 사람들과 관련되어 사용된다 즉 관계 속에서 파악되는 것이다 대상 자체의 본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DeliberationWhen in the mind of man Appetites and Aversions Hopes and Feares concerning one and the same thing arise al-ternately and divers good and evill consequences of the doing or omitting the thing propounded come successively into our thoughts so that sometimes we have an Appetite to it sometimes an Aversion from it sometimes Hope to be able to do it sometimes Despaire or Feare to attempt it the whole sum of Desires Aversions Hopes and Feares continued till the thing be either done or thought impossible is that we call DELIBERATION숙고사람의 마음 속에서 - 하나이고 똑같은 것과 관련된 - 욕구와 혐오 희망들과 공포들이 번갈아 일어나면 그리고 제기된 사태를 행하거나 생략하는 것의 다양한 좋고 나쁨의 결과들은 우리의 사고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데 그리하여 종종 우리는 그것에 대해 욕구를 갖게 되고 더러는 그것에서 혐오를 갖게 된며 간혹 그것을 할 수 있다는 희망도 더러는 그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좌절과 공포도 갖는다 그것이 행해지거나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가 될때까지 계속되는 욕망들과 혐오들과 희망들과 두려움들의 총합을 우리는 숙고라고 부른다

욕구Appetite와 혐오Aversion에 이어서 희망hope과 공포fear가 등장한다 외연이 넓어지는 것이다 홉스는 철학을 Deliberation의 학이라 규정했다 홉스 철학의 문맥을 모른다면 그렇지 여러 번 되풀이 생각하는 것이 철학이지하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Deliberation이란 나의 이익과 손실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지금까지가 홉스의 이론철학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실천철학의 영역이다

OF THE NATURALL CONDITION OF MANKINDFor as to the strength of body the weakest has strength enough to kill the strongest either by secret machination or by confederacy with others that are in the same danger with himselfe인간의 자연 조건에 관하여신체의 강함으로 말해보자면 가장 약한 사람은 음모 혹은 그 자신과 똑같은 위험에 처해있는 타인과의 공모에 의해 가장 강한 사람을 죽일 만큼 충분한 힘은 갖고 있다

홉스가 상정하는 자연상태는 전쟁상태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 이유는 홉스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홉스가 살았던 시대는 혁명의 시대였다 또한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말그대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시대이기도 하였다 그러한 세계에서는 부르주아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였다 홉스가 상정한 자연상태는 사실 17세기 서유럽 사회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역사적인 정황으로부터 끌어올린 논리적 전제assumption라 하겠다

Right Of Nature What

The RIGHT OF NATURE which Writers commonly call Jus Naturale is the Liberty each man hath to use his own power as he will himselfe for the preservation of his own Nature that is to say of his own Life and consequently of doing any thing which in his own Judgement and Reason hee shall conceive to be the aptest means thereunto자연권이란 무엇인가일반적으로 저술가들이 유스 나투랄레라고 부르는 자연권은 모든 사람이 그 자신의 본성 즉 그 자신의 생명의 보존을 위해 스스로 원하는 대로 그 자신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 갖는 자유이며 다시 말해서 그 자신의 판단과 이성 안에서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을 취하는 자유이다

자연권이란 자연상태에서 인간이 갖고 있는 권리를 말한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의 생명 보존 preserva-tion 을 위해서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을 취하는 자유이다

Liberty What 자유란 무엇인가By liberty is understood according to the proper signification of the word the absence of external impediments which impediments may oft take away part of a mans power to do what he would but cannot hinder him from using the power left him according as his judgement and reason shall dictate to him자유는 단어의 적절한 의미에 따르자면 외적인 방해들이 없는 상태로 이해된다 이러한 방해의 원인은 바라는 것을 행할 인간의 힘의 일부를 가끔 빼앗아 갈 수 있으나 그의 판단과 이성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서 그에게 남겨진 힘을 사용하는 것을 방해할 수는 없다

7번째 강의에 배울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가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 외적인 방해들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A Law Of Nature WhatA LAW OF NATURE (Lex Naturalis) is a Precept or generall Rule found out by Reason by which a man is for-bidden to do자연법이란 무엇인가자연법은 이성에 의해 한 사람이 행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에 의해 발견되는 금지 명령이자 일반 법칙이다

정리해 보도록 하자 자연상태에서의 모든 인간은 자연권을 갖는다 그러나 각각의 개인이 제멋대로 자연권을 행사하도록 내버려두면 자칫 공멸의 상태에 빠질 수 있을 것이기에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정 즉 자연법이 필요해진다 시장이 막힘 없이 잘 흘러가려면 최소한의 규율이 있어야 되듯 말이다 이것이 17세기 최소주의 국가관의 토대이다 오늘날에는 로버트 노직같은 이가 이러한 국가관을 주장하기도 한다 요컨대 평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지 목숨을 보존하기 위하여 내놓은 개념이 자연법인 것이다

이것을 다음과 같이 모형화 시킬 수 있다

자연상태 (출발점)∥∥ lt―― (자연법에 근거한) 계약contract∥시민사회(목적지)

다음은 고전철학에서의 모형도이다

Oikos 경제∥∥ lt―― (덕德의 고양을 위한) 시민 되기∥Politeia 정체

근대에는 power가 없는 사람은 인간이 되지 못한다 이것이 로크에 가서는 좀더 가다듬어져서 power가 재산으로 치환된다 즉 돈이 없으면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날 살아가고 있는 세계이다

CB 맥퍼슨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교수인 맥퍼슨은 홉스를 연구한 학자들 중에서 왼쪽에 위치한 사람이다 맥퍼슨에 의하면 관습 또는 신분사회의 본질적 속성은 다음과 같이 규정할 수 있다

(a) 사회의 생산적인 정규노동이 집단 신분 계급 개인에게 권위적으로 할당된다 그러한 할당이나 수행은 법률이나 관습에 의해 강제된다

(b) 각 집단 신분 계급 개인의 노동방식이 규정되어 있고 각각에게는 그것의 또는 그의 수행에 대한 적절한 단일한 기준의 보상이 주어지고 허용되는데 적정선은 공동체의 합의나 지배계급에 의해 결정된다(c) 토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적 소유가 전혀 없다(d) 모든 노동력은 토지나 부여된 기능의 수행 또는 주인 등에게 속박되어 있다(C B 맥퍼슨(지음) 황경식강유원(옮김)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1990 pp 57-58)

거칠게 분류하면 (a) (b)는 상부구조 (c) (d)는 토대를 가리킨다 따라서 (c) (d)가 핵심적 출발점이다 어떤 사태이든지 핵심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바라보아야 한다

단순시장모형은 처음의 네 개의 조건에 네 개를 더 첨가함으로써 소유적 시장모형으로 변형될 수 있다

(a) 노동에 대한 권위적 할당이 없다(b) 노동의 보상에 관한 권위적인 제공이 없다(c) 계약에 대한 권위적 규정 및 강제가 있다(d) 모든 개인은 자신의 공리를 합리적으로 극대화하려 한다(e) 개인 각자의 노동력은 자신의 재산이며 양도할 수 있다(f) 토지와 자원은 개인에 의해 소유되며 양도할 수 있다(g) 몇몇의 개인은 그들이 가진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리와 힘을 원한다(h) 몇몇의 개인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 기술 또는 재산을 가진다(같은 책pp62-63)

17세기의 영국이 소유적 시장사회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는 데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 거의 반 수에 가까운 사람들이 전시간 임금노동자였다 시골 변두리의 사람들을 시간제 임금노동자로 계산하다면 그 비율은 23를 넘는다 그리고 비록 임금관계가 18세기처럼 완벽하게 비인격적이지는 않았다 해도 홉스가 알기로는 이미 본질적으로 시장관계였다 토지를 자본으로 이용하는 경향은 이미 상당히 진전되어 있었고 지주와 소작인 사이의 가부장적 관계는 16세기의 변화 속에서 이미 손상되어 있었다(같은 책p71)

맥퍼슨은 홉스와 로크의 사상이 기본적으로 소유적 개인주의에 근거하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그들의 사상을 17세기 서유럽이라는 구체적인 컨텍스트 속에서 조망하는 것이다 이것이 맥퍼슨의 탁월함이다 고전을 다시 읽기re-read를 반복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증거들은 17세기 영국 사회가 본질적으로 소유적 시장사회로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홉스가 이것을 얼마만큼 잘 알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다행히 이 문제와 관계 있는 약간의 증거가 있다 첫번째로 인간의 노동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위해 교환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라는 홉스의 언명은 비록 그것이 해외무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언급된 것이라 해도 그가 임금관계의 일반성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같은 책 p72)

맥퍼슨이 근거로 드는 문장을 주목하라

for a mans Labour also is a commodity exchangeable for benefit as well as any other thing인간의 노동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위해 교환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이제 맥퍼슨의 소유적 개인주의에 기대어스 홉스에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자 자연상태는 경쟁상태이되 그것은 경제의 문제를 토대에 둔 경제적 경쟁상태이다 이러한 상태는 구성원들간의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므로 이로 인한 파괴를 막기 위해서 시민사회가 도입된다 이것이 정치적 사회이다 여기에서는 정치가 경제의 우위에 있다 국가가 나서서 경제적 경쟁을 완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맥퍼슨이 해석한 홉스적 근대사회이다 맥퍼슨은 이 사회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17세기 자유주의의 위대함은 자유로운 합리적 개인을 사회의 훌륭한 기준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17세기 자유주의의 비극은 이러한 주장이 바로 국민의 반이 넘는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개인주의의 부정이었다는 것이다(같은 책 p303)

다음 시간에는 로크의 재산권 이론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3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3강 ndash 로크의 소유권 이론

자유주의의 뿌리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는 우파가 만들어놓은 이념과 제도들로써 이끌어져 나가고 있다 좌파사상만 공부하면 현실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우파에 대해 공부하는 까닭은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를 좀더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요사이 장하준 교수의 ltlt쾌도난마 한국경제gtgt(부키)라는 책이 많이 팔리고

있으니 그것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책에서 장하준 교수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박정희정권이 반민주주의적이었다는 점은 비판받아야 하나 경제정책에서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은 한국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오늘날에 공격받고 있는 관치금융 재벌경제 경제계획 등을 옹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책들은 사실 자유주의의 경제프로그램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전간기 파시즘 체제에서 시행된 정책들이었으며 하나같이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한국경제를 이야기하는데 경제학적 논의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민주주의와 같은 정치철학적 개념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런 종류의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기본적인 개념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학적으로 정초했다 평가되는 존 로크를 읽음으로써 이런 개념들을 이해하는 데 한 발짝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먼저 모든 인간을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같은 출반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두 개념은 서로 상반되는 경향이 있는데 자유주의는 이러한 개인주의를 레디컬하게 추구하는 입장인 반면에 민주주의는 각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주의는 영국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것을 학적으로 정초한 이는 로크이다 이제 왜 영국이라는 컨텍스트 속에서 로크와 같은 자유주의 사상가가 나타났는지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우선 1215년에 있었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에 주목하도록 하자 마그나 카르타는 13세기의 있었던 사건이고 로크는 17세기에 활동했던 사람이니 언뜻 보면 둘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그나 카르타가 무슨 내용인지를 살펴 본다면 둘 사이의 무시할 수 없는 연결고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대헌장이라 불리우는 마그나 카르타는 1215년에 영국의 존왕이 귀족들의 강압에 따라 승인한 칙허장(勅許狀)을 일컫는 것으로 총 63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그나 카르타가 왕권과 의회의 대립에서 의회의 우위를 승인한 정치적 문헌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 마그나 카르타에 정치에 대한 조항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은 마그나 카르타의 제39항과 40항에 해당하는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자유민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와 같은 신분의 동료에 의한 합법적 재판 또는 국법에 의하지 않는 한 체포 감금 점유침탈 법익박탈 추방 또는 그 외의 어떠한 방법에 의하여서라도 자유가 침해되지 아니하며 또 짐 스스로가 자유민에게 개입되거나 또는 관헌을 파견하지 아니한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389)

짐은 누구를 위하여서라도 정의와 재판을 팔지 아니하며 또 누구에 대하여도 이를 거부 또는 지연시키지 아니한다(같은 책 p389)

이 두 개가 정치와 재판과 관련된 조항의 전부이다 그렇다면 다른 조항들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다음은 제 2항에서 발췌한 것이다

기사의 의무를 지고 짐으로부터 직접 수봉한 짐의 백작 또는 봉신 그리고 그 외의 자 중에서 어떤 자가 사망하였을 때 사망시의 상속인이 성년이며 또한 상속료의 지불의무를 부담하였을 경우에는 상속인은 구래의 상속료(를)hellip 지불함으로써 그 상속재산을 취득한다

2항부터 내리 재산상속에 대해 다루고 있다 ndash 제1항은 종교문제에 관한 것이다 ndash 대다수의 조항들이 재산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마그나 카르타의 핵심이 재산이며 이것과 관련된 세금문제에서 마그나 카르타가 촉발되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맥퍼슨은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에서 17세기의 영국이 소유적 시장사회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는 데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p71)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것을 본다면 이미 1215년 이전에 재산문제를 두고 왕과 시민사회 사이의 알력관계가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이다

이때가 산업혁명 이전 영국 도시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존 왕 치세 초기에는 리버풀이 전형적인 중세 도시 형성 과정을 거쳤다hellip 리버풀은 자치도시였고 왕의 칙서는 사실상 최초의 자치헌장이 되었다hellip 농노가 자치도시에서 1년 하고 1일을 살고 나면 자유민으로 간주한다는 관습도 법제화되었다 이 때문에 중세 사람들은 도시의 공기는 사람을 자유롭게 만든다고 말하곤 했다hellip 잉글랜드의 도시 생성률은 1180 ndash 1230년 사이의 50년간 가장 높아서 57개 이상의 신도시가 건설되었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p76-7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당시 도시인들은 농촌민들과는 달리 재산의 자유를 갖고 있었다 엔클로저 운동 같은 사건도 이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이 17세기에 느닷없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13세기 이전부터의 상당히 오랜 역사 속에 뿌리를 두고 자라온 이념체제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로크의 재산권 이론

로크의 대표적인 저서인 ltlt통치론gtgt의 출간계기가 명예혁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저술동기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ltlt통치론gtgt의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읽느냐에 따라서 책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점은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와 존 로크의 시대적 위치를 함께 살피는 것이다 여기에 이때까지 얘기했던 자유주의의 원리를 엮어서 따져 본다면 ltlt통치론gtgt의 저술동기를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얘기했으니 이제는 로크가 처해있는 시대적 위치에 대해 살펴보자 로크의 직업은 내과의사였다 그런데 이 당시의 내과의사는 치료와 상담을 겸하는 직종이었다 여기서 상담이란 대체로 의사의 주고객인 부르주아의 고민이나 걱정을 들어주는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이들은 상위신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와의 접근성이 높았고 그에 따라 서로간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을 것이다 - 제임스 버크(지음) ltlt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gtgt 참조 ndash 이렇게 본다면 로크가 ltlt통치론gtgt을 내놓은 이유에는 그 자신 주식투자를 하기도 했고 식민무역장관을 지내기도 했으니 부르주아 통치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 추측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이제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을 읽어가면서 이러한 추측이 온당한 것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모든 사람들이 개인의 천부적 재산권에 대한 로크의 주장과 정당화를 그의 시민사회와 정부이론의 중심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국가로 연합하는 것과 자신들을 정부의 지배 하에 두는 가장 크고 주요한 목적은 그들의 재산 보전이다(맥퍼슨(지음)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p227)

주지하듯이 홉스에게 국가의 목적은 개인들의 생명을 보존하는데 있다 로크는 생명 보존이라는 테제를 재산 보존으로 바꿔버리는데 이러한 논리 구도 아래에서는 재산이 국가에 대해서 우선성을 갖는다 단 하나 예외는 비합법적으로 재산을 취득한 경우뿐이다 여기서 그것이 합법이냐 비합법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다 이들은 일정한 정도 이상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로 구성된다 이상이 자유주의 국가관의 대체적인 밑그림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천부적으로 그의 재산 즉 생명 자유 토지를 보존할 권리를 가진다 나는 인간의 생명 자유 토지를 일반적 명칭으로서 재산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내가 재산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처럼 인간이 재화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뿐만 아니라 신체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도 의미한다(같은 책p22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로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산 이외에 자신의 생명 자유까지도 재산이라고 파악한다 이를 극단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모든 것을 물화物化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고용한 사람이 노동하여 얻은 것은 내 것이다 라는 논리가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체에 있어서의 재산을 가진다 그 자신 이외에 누구도 그에 대해 권리를 갖지 않는다 그의 신체와 손의 노동과 작업은 그의 것이다 인간이 자연적인 상태로부터 변형시킨 것은 무엇이든지 인간이 그것과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한 것이다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함으로써 그는 그것을 그의 재산으로 만드는데 적어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충분히 양질의 것을 남겨 놓아야 한다 이러한 종류의 점유를 정당화하는 데는 다른 어떤 사람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다 만약 그러한 동의가 필요하다면 신이 그에게 풍부하게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굶주려 죽게 될 것이다(같은 책 p231)

이 부분이 로크를 비롯한 고전파 정치경제학의 철학적 토대이다

정리를 해보자 나의 신체와 그것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노동력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권은 나에게 있으며 인간은 이러한 노동력과 자연물을 혼합시켜 인간의 살아가는데 유용한 생산물product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물은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1차적으로 자연물은 공유재산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모든 인간들이 향유할 수 있을 만큼 자연물은 넉넉하지 않으며 때문에 희소성을 갖는다 어떤 이는 자연물을 넉넉하게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오로지 자신의 노동력만을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자연물의 희소성과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충돌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ltlt통치론gtgt의 주제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로크는 부르주아 계급의 이익을 철저하게 옹호하였다

로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의 세 가지 제한조건을 제시하였다

인간은 타인을 위해 충분히 그리고 양질의 것을 남겨 놓은 만큼만 점유할 수 있다어떤 사람이든지 그것을 부패시키지 않고 삶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만큼만 이용해야 한다자기자신의 노동력으로써 산출할 수 있는 양에만 제한되는 것 같다(같은 책 p 232)

이것들은 현실적으로는 사유재산의 무제한적 확장에 기여한다 인간은 자신의 부를 화폐로 전환시켜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로 사용되는 금과 은은 썩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은 그것을 무제한으로 정당하게 축적할 수 있다

인간은 노동하는 신체의 소유자라는 것 이것이 자유주의 논리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 논리가 사회 속으로 들어오면 몸은 product를 만드는 도구로 전락한다 product를 만들어내야 personality가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

의 본질은 노동Arbeit이다라고 말한 헤겔과 비교해 보라 로크는 ldquo재산을 가진 자가 인간이다rdquo라고 말한다 재산은 노동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재산을 형성한 자만이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이며 제대로 된 인간이다 라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도출된다 이런 까닭에 자유주의는 자연히 부르주아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된다 헤겔은 로크와 다르다 헤겔은 노동이 인간의 본질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크에게 있어서 노동은 재산을 만들어 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건장한 신체를 지니고도 실업상태에 있는 이들의 처우에 대해 로크가 한 제안은 아주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서 현대의 학자들이 그에 대해 언급할 때는 일반적으로 그 비참함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도 그 당시의 기준에 비추어서 옹호하기도 한다 좀더 중요한 논점은 그러한 제안이 로크의 가정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구빈원(감화원)의 책임자들은 그들을 제조공장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노동자로 만들 것을 요청받고 있었으며 치안판사들은 그들에게 강제노동을 부과했다 세 살 이상 된 실업자의 자녀들은 국가의 불필요한 짐이었다 그들은 일을 해야만 했고 그들의 생활비를 더 많이 벌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실업이 경제적인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타락에서 기인한다는 명백한 근거 위에서 정당화되었다 로크가 무역위원회의 위원자격으로 1697년에 서술했듯이 실업자의 증대는 기율의 해이와 풍속의 붕괴 이외에는 어떤 것에 의해서도 발생하지 않는다 실업자들을 정치체제의 완전한 자유로운 구성원으로서 처우하는 것은 로크에게는 생각조차 되지 않았다 그들이 전적으로 국가에 예속된다는 것도 똑같이 의심할 바 없다 그리고 그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는 것이기에 국가는 그런 식으로 처우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책 pp 257-258)

여기에서 로크는 실업자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을 가지지 못한 것이라 단정한다 참으로 살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로크는 인간의 조건으로 재산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써 합리성의 정의까지 바꿔 버린 것이다 홉스에게 합리적 인간은 lsquo사물의 원인과 결과를 따지고 그것이 운동하는 양상을 계산하는 것rsquo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사람이 합리적 인간이었다 그러나 로크에게는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그 사람이 합리적인가 아닌가가 결정된다 이로써 개인이 사회 속에서 인간으로 대접 받기 위한 규준이 재산의 소유로 확정되었고 재산이 많은 인간일수록 합리적인 인간이 된다 오늘날 한국에서 유행하는 자기계발서적도 여기에서 논리를 빌려온 것이다

자연물 즉 공유재산을 어떻게 규정하고 분배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렇게 보면 요사이 한국에서 횡행하는 lsquo성장이냐 분배냐rsquo 하는 논쟁이 참으로 잘못된 의제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유적 개인주의를 구성하는 가정들은 다음 일곱 가지의 명제로 요약할 수 있다

1)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이다2) 타인으로부터의 자유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참여한 관계를 제외한 어떠한 관계로부터도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3) 개인은 사회에 아무런 부채도 없으므로 본질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능력의 소유자이다4) 개인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재산권 전체를 양도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자신의 일부 곧 노동력은 양도할 수 있다5) 인간사회는 일련의 시장관계로 구성되어 있다6)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므로 개인 각자의 자유는 타인에게도 똑같은 자유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의무와 규칙에 의해서만 정당하게 제한될 수 있다7) 정치사회는 개인의 신체와 재화로서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며 그에 따라 자신의 소유자로 간주되는 개인들간의 교환관계를 질서있게 유지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같은 책 pp 305-306)

1) 2) 3)은 자유주의의 인간관이다4) 5)는 자본주의의 핵심원리다6) 7)은 자유주의의 정치철학적 토대이다 따라서 ltlt통치론gtgt의 출발점이 된다 7)의 정치사회란 국가 교환관계는 시장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 ndash 로크적 국가와 현대사회

근대국가의 특성들

현대의 국가론을 크게 보면 홉스적 전통과 로크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것이 자유주의 국가론의 기본 개념들이다 따라서 국가론에 대한 책을 읽을 때는 이것들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아야 그 내용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자유주의는 자본주의와 긴밀한 연관관계에 놓여있다 국가는 부르주아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원회이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마르크스의 견해이다 부르주아는 경제적인 활동영역 즉 시민사회Burgerlichergesellschoft을 갖는다 18세기에는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부르주아라 불렀고 정치의 영역은 정부government가 통솔했다 앞서 말한 마르크스의 언명은 두 영역의 연결고리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견해는 두 영역의 관계가 원시적이었던 18세기에는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나 오늘날과 같이 복잡해진 때에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요즈음 국회에서 금산법의 개정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오간다 금산법 개정에 대해 lt중앙일보gt는 금산법은 이건희 죽이기법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가 반드시 부르주아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지 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세계가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까닭에 이 문제에 관해 좀더 자세하게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 이것이 자유주의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가 실현되는 경우는 선거 때 뿐이다 선거는 개개인이 각자 한 표 씩을 행사한다 이건희와 내가 각자 재산을 얼마나 가졌는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군집화가 이뤄진다 근대 이전에는 신분status에 의해서 결정됐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다 근대 이후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계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명제가 완전하게 이뤄지진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떄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반드시 계급결집이 일어난다 모든 논의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국가란 무엇인가 특정 지역 안에 있는 여러 세력force들의 관계망이며 이것의 물질적 응축이다 - 물질(matter)이란 현실 세계 속에서 구조적으로 고착middot제도화된 것을 가리킨다 구조적 관계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 이 안에는 정부 부르주아노동자 등 여러 세력들이 포진해 있다 근대 이전까지 유럽에는 약 500 여개의 국가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국가란 근대적 의미에서의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state가 아니라 느슨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소국을 가리킨다 이러한 소국들이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로 전환된 것은 1차 대전을 전후해서 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서양인들이 제대로 된 국가를 이루고 산 것은 잘 해야 100년이 채 안 된 것이다

한국인들이 서양의 국가론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국가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세계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중앙집권화된 관료제를 500 여년 동안 유지했다 더욱이 한국인이 쓴 국가론도 없으므로 국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의 한계는 크다 고려 때에는 중앙집권화가 이뤄지지 않았었다 지방 호족들이 알아서 다스렸다 왕은 많은 호족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절대적인 힘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에 들어서면 완전히 바뀐다 조선은 관료제를 바탕으로 중앙집권화를 이뤘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당 서원 등의 교육기관을 통해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을 보급한 것이다 이것이 조선사회를 유지시킨 메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관료제(물리력)을 보조하는 관학(지도력)을 통해서 헤게모니를 구성했던 것이다

소품문이란 것을 아는가 간략하게 정의하자면 길이가 짧은 문장으로 작자의 정서와 사상 견문을 표현하고 기록한 정서적인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별 것 아니다 그런데 정조는 이것을 문제삼아 문체반정을 일으켰다 왜 그랬을까 국가에서 정한 커리큘럼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소품문은 조선의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주류 이데올로기를 해체할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정통 성리학 국가인 조선의 뿌리를 뒤흔드는 문제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조에게나 소품을 쓰는 작가들에게나 소품은 단지 독서의 기호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소품적 인식 소설적 인식은 체제의 이데올로기가 은폐하고 있는 실상을 드러낼 것이었다 정통문서의 권위가 무너지면 그것에 기초한 헤게모니 역시 무너지기 마련이다

국가는 개인에게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데 이것을 풀란차스는 국가효과라고 불렀다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전환기에 조선은 고려의 헤게모니를 해체하고 새로운 조선의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위해 불교를 억압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특히 훈민정음의 창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훈민정음 이전까지 동아시아는 자신의 문자로 제국의 문자인 한문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것에 반하여 로컬 랭귀지를 조성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조선이라는 국가에 갖게되는 조선인들의 국가효과는 배가되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국적포기에 민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국가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막스 베버가 말한 철창부터 떠올린다 이제 지주형씨가 쓴 근대국가의 특성들이란 글을 보도록 하자

이 영토 위에 lsquo국민rsquo으로 사는 한은 국가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의 의무를 져야 하고 국가는 그러한 의무를 강제하기 위해 개개인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에 대한 기록을 축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의 관리와 통제를 피하려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유럽에 이런 것들이 자리잡은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상비군이 형성된 것도 1789년 이후의 일이다 한국과 서구의 국가관 인식의 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가(國家)라는 말은 매우 애매한 말이다 여기에는 이미 두 가지의 뜻이 들어 있다 하나는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입법부 사법부 및 기타 준 정부 기관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정부이다

나라는 사회과학적인 의미에서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정부의 차원에서 국가를 이해할 것이다

지주형씨가 이 글에서 정리하는 근대국가의 특성은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근대 국가의 제도적 물질적 특성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선 앞서 언급한 영토의 점유와 정당한 물리력 사용의 독점이라는 막스 베버의 유명한 정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국가는 영토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영토란 관할의 경계가 분명한 땅을 의미한다 즉 근대 국가는 그 이전의 국가와 달리 점으로 표시되는 경계가 모호한 변경frontier이 아니라 선으로 표시되는 국경border에 의해 명확히 구획된 영토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그 안의 인구 자원 등에 대한 명확한 권리를 주장하고 국경을 통제한다

둘째 근대 국가는 경찰과 상비군이라는 정당한 물리력을 독점하고 있다 원리상 근대 국가에 이 물리력에 도전할 수 있는 물리력을 가진 집단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물리력의 독점이 아니다 사실 국가는 물리력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조직폭력집단 또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것은 lsquo정당한rsquo 물리력이다 이 물리력의 정당성이 그것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앞으로 보겠지만 정당성은 법적 사회적으로 도출된다

셋째 비록 베버가 자신의 정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심도 있게 논한 근대 국가의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전문관료제이다 이것은 근대 국가가 하나의 합리적 집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국가의 합리성은 때로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서 국가건설 국가보존 국가권력의 적절한 수단에 대한 지식을 가리킨 국가이성raison drsquoeacutetat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 있는 국가 관료집단의 합리성은 관료제적 합리성과 통치적 합리성governmentality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는 베버가 지적한 것으로 일 처리의 규칙 절차 및 전문지식 공식화된 문건에 따른 몰인격(沒人格)적인 특성을 가리킨다 후자는 푸코Michel Foucault가 지적한 것으로 특히 영토 내의 인구 부 자원 재화 문화 관습 등이 특정한 방향들로 발전하고 특정한 결과들을 낳을 수 있게끔 통치govern하려는 전문지식의 특성을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 국가는 정부government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지식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 하나는 국가의 상태state에 대한 지식 즉 국민 개개인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정보(및 감시)를 포함한 통계적 지식statistics의 축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국가정책을 통해서 표현되는 이러한 국가의 합리적 특성은 근대 이전의 국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넷째 영토에 대한 지배 정당한 물리력의 독점 전문관료제는 근대 국가가 영토내의 모든 곳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즉 중심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국경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즉 근대국가는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인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지배의 특성에 대응하는 법적 관념은 어떤 지배자나 국가도 특정한 영토와 국민에 대한 최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유럽의 중세와 달리 근대 국가가 영토 내의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권위이자 최고권력인 주권을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관료제적 합리성의 몰인격성에서도 보이듯이 근대 국가는 몰인격적인 질서로서 법치국가Rechtstaat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근대 국가의 모든 권력은 통치자 개인의 사적 권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고의 권위인 주권권력도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 몰인격적이고 추상적인 권위로서 통치자 및 사회의 피지배자의 사유재산과 신분 등과 같은 개별적 특성과 분리된다 이것은 군주 개인이 인간 법의 궁극적인 원천으로서 주권을 가지고 있다며 지배를 정당화하였던 유럽의 절대주의 국가와 대조된다 물론 이것은 근대 국가가 중립적이거나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518 광주 학살 같은 경우는 편파적이고 불법적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통치자의 말이 곧 법이 되지 않고 국가가 lsquo불법rsquo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이미 근대 국가가 몰인격적인 법적 질서 속에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 국가는 기본적으로 경제 및 사회와 제도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표상되고 구성된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중세 유럽에서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가 존재하지 않았고 경제적 부의 사적인 축적은 상업이라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전적으로 봉토(fiefdom)에 대한 정치적 지배에 의거한 것이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국가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는 자신을 나라의 상태 즉 사회 전체의 상태state와 분명히 분리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 국가는 정치권력인 국가와 경제권력인 자본의 제도적 분리 그리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분리를 그 특징으로 한다 왜냐하면 근대 세계에서 국가는 자신과 사적인 것과의 구별을 계속 재생산함으로써 독자성을 가진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기본적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에는 이것이 분리되는데 이러한 국가 안에는 여러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각축을 벌인다 여기에서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 도출된다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란 국가가 자본주의적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해 지배계급에 반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국가 안의 세력들을 조율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니코스 풀란차스 Nicos Poulantzas가 말했듯이 국가란 ldquo세력관계의 물질적 응축rdquo인 것이다 근대 국가의 친자본주의적 성격과 그 내용은 결코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중요한 동인은 경제적이며 제국주의적 국제관계 즉 제국주의 국가의 국제적 헤게모니는 lsquo국가의 국제화rsquo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 반 데어 페일van der Pijl은 영국 명예혁명의 결과 형성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 및 자유주의적인 시민사회의 국가에 대한 우위를 영국철학자의 이름을 따서 로크적 국가-사회 복합체Lockean state-society complex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이 관계는 이민과 식민화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초국적 엘리트로 구성된 시민사회와 전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보호하는 일군의 국가로 이뤄진 lsquo로크적 심장지대rsquoLockean heartland를 출현시켰다 반면 이와 경쟁하던 국가와 경제의 제도적 분리는 유예되고 자본가계급과 통치계급이 융합된 국가계급이 지배하던 홉스적 국가들Hobbesian states(독일 러시아 등)은 제2차대전과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이 심장지대로 흡수되고 말았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세력들 간의 관계도 국가들 간의 물질적이다 따라서 한 계급에서도 도모하는 바에 따라서 여러 분파로 나뉜다 같은 자본가 계급이라 하더라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와 중소기업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가 다르듯이 말이다

자본주의 국가 자본의 이익 부르주아의 지배

밥 제솝이라는 영국의 사회학자가 있다 이 사람은 국가론에 대해 깊이 연구했는데 주로 안토니오 그람시의 역사적 블록 형성과정에서 국가가 맡는 영향력에 대해 해명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가 ltlt전략관계적 국가이론gtgt(한울)이라는 저서에 담겨있다 이 책의 챕터 5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자본과 국가의 관계는 크게 보아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의 국가는 앞서 말했듯이 상대적 자율성을 지닌 국가이다 여러 세력들이 국가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기에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이며 자본주의와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① 도구주의적 접근 ltlt공산당 선언gtgt의 접근법이다 경제가 사회를 장악하고 그것을 보장받기 위해 국가를 지배한다는 입장이다② 구조주의적 접근 자본이 국가를 지배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 유보한다 다만 국가가 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취할시에는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힘은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③ 형태결정적 접근 형태라는 말은 이데올로기적 계급지배와 결합된 국가지배장치를 말하는데 예컨대 국가제도나 관료제를 들 수 있다 형태경정적 접근은 관료제 같은 국가기구에 의한 정책집행과정이 자본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도구주의적 접근과 유사하나 도구주의적 접근은 자본과 국가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보는 반면에 형태결정적 접근은 우연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을 갖는다 ④ 전략관계적 접근 이것이 밥 제솝의 접근법이다 쉽게 말하면 앞서 말한 것들을 두루 헤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정치적 대표와 국가형태에 대해 살펴보겠다

① 자본주의 경제의 가치형태와 자본주의적 국가 형태의 관계 자본의 축적전략과 국가의 조절전략을 말한다② 국가의 형식적 측면 국가기구③ 국가의 실질적 측면 국가권력의 토대 - 국가 프로젝트 국가권력의 지지층 ndash

현대국가는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자본주의를 경제체제로 삼아 운영된다 그런데 경제체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는 철저히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축적전략이 비민주적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대국가는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긴장관계 속에 있는 셈이다 때문에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양자에 대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최근에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이것인데 한국이 자유주의에로 과도하게 경도되고 있으니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자본주의적 이익과 국가형태이다

① 후견주의 쉽게 말하면 국가가 기업에게 정치자금 받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국가가 자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받는 대신에 기업에게 이익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② 조합주의 특정한 직능집단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③ 의회주의 의회를 통하여 사회변혁을 일으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것들을 논한 다음에 밥 제솝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정리한다

- 축적전략과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에 주목할 것- 축적전략과 국가체계 내에서의 표출양상 양자를 이어주는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할 것- 국가체계 내외부의 구조적 제약 및 사회적 저항에 관심을 가질 것

밥 제솝의 결론은 축적전략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솝의 탁월한 점은 국가 내의 여러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다툼을 벌일 때 그것을 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홍제동에는 총 4개의 동이 있고 1동부터 3동까지 빨간벽독파 부지깽이파 연탄재파가 각각 지배하고 있다 4동은 아직 특정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태라면 어느 파가 4동을 지배권 하에 넣느냐에 따라 홍제동의 헤게모니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결정된다 그런데 한 파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헤게모니 쟁취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각 파간의 합종연횡이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이 권력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려면 각 파가 어떠한 관계 속에서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 이것이 제솝의 관점이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그때그때 다르므로 그때그때 신경 써서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 강의에는 애덤 스미스를 공부한다 교재를 잠시 소개하겠다 첫번째는 DD 라파엘이라는 사람이 쓴 ltlt애덤 스미스gtgt(시공사)라는 책이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순전히 저자 때문이다 DD 라파엘은 우파정치철학 연구의 거두이다 대표작으로 ltlt정치철학의 문제들gtgt(서광사)라는 책이 있는데 우파정치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서로 통한다 주교재로 쓸 것은 아니나 강의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 책을 모태로 삼을 것이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으니 한번씩 읽어보기 바란다

두번째는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ltlt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gtgt(민음사)이다 주교재이므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은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이 제일 좋으나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정으로 이 책을 선정하였다 경제사상의 고전이라 불리는 저작들에서 인용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다이제스트라 비전공자가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어서] 5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5강 아담 스미스 사상 개요

복습

지난 시간에 한 얘기들을 복습하겠다 기왕에 배운 것이니 현실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요즈음 이명박이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고 수군댄다 어떤 이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하고 다른 이는 되면 안 된다라고 말 하기도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때까지 헛배운 것이다 이런 식의 말들은 단순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배운 것을 가지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시간에 자본주의 국가를 분석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공부해 보았다 국가 프로젝트 헤게모니 프로젝트 축적전략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현재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민사회를 국가에로 끌어들이는 헤게모니 프로젝트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 프로젝트 역시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정권 초에 나왔던 동북아 허브 외에는 없었다 국가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사회가 어떻게 시민사회를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는 질문에는 명바기가 과연 어떠한 헤게모니 프로젝트와 국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느냐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에는 4가지를 들 수 있다

1 경제적 기능 자본주의적 가치증식조건을 보장한다-gt 중앙은행의 통화안정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 국가가 비시장적(정치)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을 알 수 있다2 사회적 기능 노동력 재생산-gt 자본주의는 자연력에 최대한 기대지 않으려는 체제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력을 인위적인 것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결코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력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력으로부터 이윤이 발생하므로 국가가 이를 조정해줘야 한다3 정치적 기능 경제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조정하는 기능-gt 이것을 하는 방법에는 첫째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둘째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에도 전경련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정치적 조정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4 조정양식 123을 이념적으로 조정하는 것 곧 국가 프로젝트

이상의 기능들은 중요도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말하자면 1과 2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과 2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만 따져보아도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온존시키기 위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국가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것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직을 분석하는 데도 상당히 유용하다 가령 어떤 이가 회사에 다니는데 그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를 분석해 본다 치자 회사가 투입한 자본의 이윤을 끌어내기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경제적 기능) 그리고 회사가 효율성있는 인력관리를 하고 있는지(사회적 기능)만 살펴보아도 그 회사의 대강이 잡힐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단순히 부르주아의 위원회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의 사상 개요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곤 한다 그런데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경제학이 독립된 학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미스는 무엇을 공부한 학자였을까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레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담당교수였다 따라서 스미스의 사상을 공부하려면 그가 도덕철학을 연구했다는 데서 출발하여야만 한다

한국인들은 도덕하면 뭔가 숭고한 것을 연상하는데 서양에서의 도덕철학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도덕철학은 영어로 moral philosophy 라 하는데 여기서 moral(sitte)은 습속이란 뜻을 지닌다 다시 말해서 당대 인간들의 대체적인 행동양식 정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도덕철학을 오늘날의 사회심리학 정도로 생각하는 되겠다

스미스는 홉스 로크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위시한 고전철학을 철저히 배격했다 고대에는 자연이라는

일정한 준칙이 있고 인간은 그것을 따라가야 했다 루카치가 말하듯이 별이 빛나는 창공이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인 시대였던 것이다 근대에는 그러한 것들이 탈주술화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에 진리값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매킨타이어가 근대를 after virtue라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스미스가 구상했던 사회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된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스미스가 홉스와 로크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는 홉스와 로크는 물론이요 밀 벌린 등 영국 공리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홉스와 로크는 주로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하여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면 스미스는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유의 문제를 해명하려 한 것이다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작에는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이 있다 전자는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다루고 후자는 경제적 자유를 다룬다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의 핵심키워드는 동감sympathy과 분업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즉 free and equal한 것이다 이것이 자연권이다 그런데 자연권이 무한대로 발현되어 버리면 home Lufus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것은 홉스가 말한 전쟁 상태인 자연 상태를 가리킨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동감이다 - 홉스는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보았다 - 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 안에 이른바 공정한 관찰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다 - 그런 까닭에 스미스 사상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 스미스에게 있어서 동감은 사회적 유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superego와 비슷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공감이 일어나므로 외부에서 뭔가 간섭하면 안 된다 여기서 다시 영국식 자유주의 전통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가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스미스의 설명을 시장에 적용시켜 보면 오늘날의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있어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까지도 교환되는 장소인 것이다

시장은 스미스에게 있어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은 동감하여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유대 속에서 시장이 운영되는 것이고 그 시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하듯 분업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제 스미스의 시장개념을 스미스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하이에크의 시장개념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은 내가 정리한 Hayek의 시장개념이라는 글이다

Hayek에 있어 시장의 의미는 그가 제시한 catallaxy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이 개념을 전통적인 용어인 경제 economy에 대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는 인간의 여러 목적들이 하나의 통일된 질서에 이바지하도록 주어진 자원을 조직하거나 이리저리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하나의 견해가 전제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원의 사용이 규정되는 하나의 일관적인 결정 체계가 경제인 것이다 여기서 Hayek가 경제의 핵심적인 규정으로 삼는 것은 통일된 질서를 만들어내는 목적론적인 행위이다 이에 반해서 catallaxy -- 이 말은 그리스어 katallatein(바꾸다)에서 나왔다 -- 는 자발적 시장 질서이므로 여러 목적을 하나의 위계질서에 따라 배열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발적 시장 질서 -gt 고전적 의미에서의 자유주의적 시장개념

자발적 체제인 catallaxy에 가담한 각각의 개인들은 각자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으므로 특정한 결과가 부당한지 혹은 정당한지도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Hayek는 분배(distribution)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살포(dispersion)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결과가 각자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을 기초로 하는 사회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들의 비중을 규정하는 단일한 척도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에 대한 어떤 특정한 견해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사회관이다 복거일이 이 부분을 가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하이에크의 이러한 언술은 경제학적인 정의가 아니라 정치철학적인 정의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Hayek의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고유한 견해 및 그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체제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즉 catallaxy로서의 시장이라는 개념은 독자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관과 사회이론과 맞물려 돌아갈 때에만 의미있는 것이다 Hayek는 이른바 전통적 자유주의의 인간관을 받아들인다 그것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의 무한한 다양성은 인간의 가장 독특한 점이며 그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으므로 만약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평등이라 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는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 즉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공교육을 부정하는 근거가 여기에서 도출된다 불평등은 그대로 두어야 되는 것이라 본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재현시킨 것이 유에스이다

사람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현실적 불평등을 인정한 뒤 Hayek는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이성능력을 가진 인간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집단에 의도적인 조직이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Hayek는 정부의 강제적 행위는 보편적인 규칙의 집행에 그쳐야 하고 그 집행 목적을 위해 위임받는 권력을 발동하여 다른 공익을 실현힐 수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런 까닭에 그러한 행위들은 부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 -gt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이다

Hayek의 이 두가지 전제 즉 인간은 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집단에는 자발적 질서가 있다는 것을 경제활동에 적용하며 앞서 말한 catallaxy 개념이 얻어진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불평등하며 그러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 자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오히려 소득과 지위상의 몰락을 가져온다해도 이는 그 어떤 의도적인 계획의 소산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하며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Hayek가 이처럼 자발적 질서로서의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의 우월함이 인식론적 통찰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수히 많은 개인과 조직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이처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점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미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고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완전한 지식을 각자의 목적에 걸맞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발견적 수단으로서의 경쟁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사회는 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 나감으로써 항상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의미지평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어느 것에 대입해 보아도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한국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다면 아마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한다 자유주의는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는 데 그 배경에는 학문의 시장화라는 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 놓여졌을 때 시장에서 그 이론이 적합치 못하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장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모두들 알다시피 시장의 본래 뜻은 상품이 교환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의미의 시장은 오래 전부터도 드문드문 존재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5일장은 이런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이런 일상적인 의미의 시장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거의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행위가 일반화되면서 즉 이른바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에 여러 가지 다른 관념들이 덧붙여졌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장의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확장시켰으며 시장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가리키게 하였다 특히 이렇게 다른 관념들과 결합된 시장이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가르게 된다

근대적인 시장경제 -gt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큰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최소규정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사회분업 및 그에 따른 교환을 전제로 하여 생성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전문화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 Adam Smith는 핀의 제조공정을 분할하여 노동자가 각 단계의 단순화된 노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핀을 제조할 수 있음을 그리고 고전파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는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교환 당사자들의 부가 모두 증가하는 비교우위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분업 특히 공장 내의 분업이 아닌 사회내의 분업은 자연히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자들간에 일반적으로 교환되어야 필요를 발생시켰다 교환은 농경사회의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처럼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여러분이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여러분의 가정에서 스스로 생산한 것은 식사나 빨래 정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은 물으나 마나 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은 필요조건이자 전제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반드시 시장에 의해 매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대기업을 경계했다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많을 때 제대로 된 경쟁이 유발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째 시장은 단순히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특수한 방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장교환을 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매기는 척도이다 이렇게 값을 매김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4: Right Wing

이제 자연법 사상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나는 노르베르트 보비오Noberto Bobbio의 테제를 빌려서 설명하려고 한다 보비오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법철학을 공부했고 대학교수이자 변호사이며 이탈리아 사회당 소속의 종신 상원의원이기도 하다 사회당 소속이라니 마르크스주의 외에는 아는게 없을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의 저서 중에는 ltlt홉스와 자연법 전통Hobbes and Natural Law Traditiongtgt이라는 게 있는데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그가 자유주의 사상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학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근대 정치사상 전반을 폭넓게 검토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근대의 시민이라면 우파 정도의 교양은 누구든지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념을 선택하여 실천하는 일은 그 다음의 일이다

자연법에 대한 보비오의 테제는 아래의 6개이다

1) 자연상태는 국가의 기원과 토대를 분석하는 출발점이다2) 자연상태와 시민사회civil society는 대립된다3) 자연상태의 구성요소는 (개체적) 개인individual이다4) 자연상태의 인간은 free and equal 하다5) 자연상태의 인간들은 시민사회를 만드는 계약contract을 맺는다6) 시민사회를 정당화하는 근거는 계약contract이다

이 5개가 자연법 사상의 핵심이다 이런 건 외워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몇 가지 보충설명 하겠다 3) 4)는 인간론이고 5) 6)은 국가론이다 여기서 시민사회는 자연상태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무질서한 자연상태를 벗어나 개인들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국가state를 말한다 그리스의 폴리스와 같은 개념이 아니다

(개체적) 개인은 풀이하자면 그것 자체로 완결된 단일자monolithic을 말한다 마지막에 만드는 계약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중요하다 여기에서 세계를 만드는 The maker는 (개체적) 개인이다 신The Maker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즉 신에게 의존해 있던 중세철학과 완전히 결별하겠다는 뜻이다 이것을 관철시키려면 중세철학을 한 번 갈아 마셔야 한다 홉스가 ltlt리바이어던gtgt 뒷부분에서 신학에 대해 다룬 이유가 이것이다

시민사회는 만들어진 것이므로 인위적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홉스의 리바이어던 역시 인위적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국가는 마땅히 있어야 하는 성질의 것이었다 조선사회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왕조사회에서 신민들은 충신과 역신으로 갈린다 국가는 곧 왕조국가를 가리켰고 국가는 마땅히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홉스에게 국가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문화적인 것이 된다 이것이 홉스 철학의 혁명성이다 홉스 이후의 모든 정치사상은 크게 보아 이 체제를 벗어나지 못한다 최소주의적 입장이건 온정주의적 입장이건 모두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어쩌면 마르크스주의마저도 이 계약을 다시 쓰자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ltlt리바이어던gtgt의 판본에 대해서 간략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나는 팽귄출판사에서 나온 ltlt리바이어던gtgt이 좋다고 생각한다 여유가 되면 각자 꼭 구비하길 권한다 어떤 고전적 저작을 읽는다고 할 때 그 저작의 편집자가 누구인가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 편집자에 따라서 그 저작을 바라보는 관점이 확연히 갈리기 때문이다 가령 홉스를 해석하는데 있어서도 다양한 시각이 있다 우리가 이 강좌의 마지막 시간에 읽게 될 레오 스트라우스도 홉스의 자연권 사상에 대해서 면밀히 연구한 학자 중 한 사람이다 팽귄출판사본은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교수인 CB맥퍼슨이 편집한 것인데 맥퍼슨은 홉스 연구가들 중에서 왼쪽에 속하는 사람으로 ltlt소유적 개인주의의 정치이론The Political Theory of Possessive Individualismgtgt이란 책을 썼다 맥퍼슨은 이 책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같이 홉스가 근대 정치철학의 정초자일 뿐만 아니라 근대 부르주아 이데올로기의 중요한 이론가라는 것을 밝혀냈는데 이 책의 출간으로 좌파들이 홉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2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2강 ― 홉스의 국가론과 현대사회

리바이어던Leviathan

지난 시간에는 홉스 철학의 혁명성을 아리스토텔레스 고전철학과의 대조를 통하여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혁명이란 단어는 쉽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어떤 사태가 혁명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삶의 공간과 생활세계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홉스는 사상의 혁명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강의에서는 그의 저작 ltlt리바이어던gtgt을 읽음으로써 홉스 사상의 혁명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

강의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홉스는 왜 멀쩡히 잘 돌아가던 아리스토텔레스 고전철학 체계를 무너뜨리려 했을까 철학과 현실이 있다고 한다면 철학과 학생들은 으레 철학만 열심히 공부하곤 한다 그러나 철학보다 현실이 먼저다 말하자면 철학자가 직면했던 시대적 정황이 그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는 것이다 홉스도 당대의 여느 지식인들처럼 귀족들에게 후원이나 받으면서 편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

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ltlt리바이어던gtgt이 금서 취급을 받는 등 이런저런 소란도 겪어야 했다 무엇이 홉스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오늘 강의가 끝나면 이 문제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답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

나누어준 텍스트의 소제목을 죽 살펴보자

Endeavour 노력Good Evil 좋은 것 나쁜 것Deliberation 숙고熟考 숙려熟慮A Restlesse Desire Of Power In All Man 모든 인간 안에 있는 권력에 대한 그치지 않는 욕망The Naturall Condition of Mankind 인간의 자연조건Right Of Nature What 자연권이란 무엇인가Liberty What 자유란 무엇인가A Law Of Nature What 자연법이란 무엇인가Naturally Every Man Has Right To Everything 자연적으로 모든 인간은 모든 일에 대하여 권리를 갖는다

이런 소제목들은 후대의 편집자들이 달아놓은 것이다

EndeavourFor let a space be never so little that which is moved over a greater space whereof that little one is part must first be moved over that노력한 공간은 그렇게 작지 않고 그것은 작은 것이 부분이 되는 하나의 더 큰 공간으로 움직이는 것은 먼저 그 위로 움직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개념을 단초arche ndash arche는 출발점이자 그것을 구성하는 원리라는 뜻을 지닌다 ndash 로 삼아 그것으로써 인간뿐만 아니라 사회까지도 설명하려는 철학자가 있다 이런 류의 대표적인 경우가 홉스이다 홉스의 단초는 Endeavour이다 홉스가 인간과 세계를 설명하는 데 이것이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이다 김용환 교수는 이것을 의도라 번역했는데 엄밀하게 얘기하면 이것은 잘못된 번역이다 의도라 하면 단순하게 사고의 흐름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홉스는 lt물체론gt에서 Endeavour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 내려 놓았다 위치와 숫자로 주어질 수 있는 것보다 더 작은 공간과 시간 즉 점이나 순간을 통해 만들어진 운동 이에 따르면 Endeavour에는 사고의 움직임일 뿐만 아니라 물리적 움직임이라는 의미까지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Endeavour는 라틴어 Conatus를 홉스가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홉스 이후의 철학자인 스피노자도 홉스의 이 개념을 빌려 쓰고 있다 근대 철학자 대부분은 이러한 유물론적 인간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데카르트 가상디 말브랑슈도 그렇다 결국 모두 뉴턴의 아들들인 셈이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EndeavourConatus의 흡착성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These small beginnings of Motion within the body of Man before they appear in walking speaking striking and other visible actions are commonly called ENDEAVOUR사람의 몸 내부에서 그것들이 걷거나 말하거나 때리거나 다른 가시적 행위들로 나타나기에 앞선 이러한 움직임의 작은 시작들을 보통 노력이라고 부른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홉스는 모든 운동을 생리학적으로 파악하려 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This Endeavour when it is toward something which causes it is called APPETITE or DESIRE the later being the generall name and the other oftentimes restrayned to signifie the Desire of Food namely Hunger and Thirst And when the Endeavour is fromward something it is generally called AVERSION These words Appetite and Aversion we have from the Latines and they both of them signifie the motions one of approaching the other of retiring So also do the Greek words for the same which are orme and aphorme이러한 노력 - 그것을 일으키는 어떤 것을 향할 때의 - 은 욕구 혹은 욕망이라 불리는데 후자는 일반적인 명칭으로 그리고 전자는 종종 이름하여 배고픔이나 갈증 같은 음식에 대한 욕망을 가리키는 데에만 제한된다 그리고 그 노력이 어떤 것에서 멀어지면 그것은 일반적으로 혐오라고 불린다 이러한 단어들 욕구 그리고 혐오는 우리가 라틴어에서 가져온 것으로 그것들은 모두 동작들을 가리키는데 하나는 접근 또 하나는 후퇴다 그리스어에서도 마찬가지로 그것들은 오르메(욕구)와 아포르메(혐오)다

여기서 제시되는 단어들이 홉스가 인간을 설명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어에 속하는 것들이다 홉스를 가리켜 욕망적 인간관을 가지고 있다 말하곤 하는데 그것이 이 문단에서 나온 것이다

Good EvilBut whatsoever is the object of any mans Appetite or Desire that is it which he for his part calleth Good And the object of his Hate and Aversion evill And of his contempt Vile and Inconsiderable For these words of Good evill and Contemptible are ever used with relation to the person that useth them There being nothing

simply and absolutely so nor any common Rule of Good and evill to be taken from the nature of the objects themselves but from the Person of the man (where there is no Common-wealth) or (in a Common-wealth) From the Person that representeth it or from an Arbitrator or Judge whom men disagreeing shall by consent set up and make his sentence the Rule thereof좋은 것과 나쁜 것그러나 인간의 욕구나 욕망의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그것은 그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그의 증오와 혐오 나쁜 것의 대상 그리고 그가 경멸하고 불쾌해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좋은 것 나쁜 것 그리고 경멸하는 것에 대한 이러한 단어들은 그것들을 사용하는 사람과 관련되어 사용되는 것이다 단순하고 절대적으로 그러한 것은 없다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어떠한 공통의 법칙도 대상들 그 자체의 본성에서 취해지지 않고 대신 사람 - 국가가 없는 혹은 국가 안에서 - 그것을 대표하는 사람으로부터 취해지며 의견차를 보이는 사람들이 합의에 의해서 규칙을 세우게 될 중재자나 재판관에 의해 그리고 그들의 판결을 규칙으로 만드는 것으로부터 취해진다

여기에서 Good Evil은 흔히 선악善惡이라 번역되곤 하는데 이렇게 해버리면 윤리학적인 개념이 되어 버린다 이것은 윤리학적인 개념이 아니다 단순히 좋은 것 나쁜 것을 가리킨다 몸에 좋은 것이 윤리적인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여기에서는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德 개념이 완전히 폐기된 상태이다 가령 ltlt맹자gtgt의 양혜왕편에 나오는 고사를 떠올려 보자 맹자가 양혜왕을 찾아가자 양혜왕이 맹자에게 묻는다 학문이 높으신 선생께서 이리 오셨으니 나의 나라에 어떤 이득을 주러 오신 겁니까 맹자가 답한다 왕께서는 어찌하여 이득을 따지고 계십니까 저는 오로지 의義를 말할 뿐입니다 홉스가 맹자를 봤다면 이리 말했을 것이다 맹자 당신은 어찌하여 의를 얘기하는 겁니까 나는 이득을 얘기할 뿐입니다

위의 문단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철저하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은 그 사람의 입장서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각자의 욕망만을 표출시키려 할 것이고 그럼에 따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기본적인 합의조차 성립되지 못한다 이미 여기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가 예고되는 것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감정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나오지만 그것들은 그 말들을 했던 사람들과 관련되어 사용된다 즉 관계 속에서 파악되는 것이다 대상 자체의 본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DeliberationWhen in the mind of man Appetites and Aversions Hopes and Feares concerning one and the same thing arise al-ternately and divers good and evill consequences of the doing or omitting the thing propounded come successively into our thoughts so that sometimes we have an Appetite to it sometimes an Aversion from it sometimes Hope to be able to do it sometimes Despaire or Feare to attempt it the whole sum of Desires Aversions Hopes and Feares continued till the thing be either done or thought impossible is that we call DELIBERATION숙고사람의 마음 속에서 - 하나이고 똑같은 것과 관련된 - 욕구와 혐오 희망들과 공포들이 번갈아 일어나면 그리고 제기된 사태를 행하거나 생략하는 것의 다양한 좋고 나쁨의 결과들은 우리의 사고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데 그리하여 종종 우리는 그것에 대해 욕구를 갖게 되고 더러는 그것에서 혐오를 갖게 된며 간혹 그것을 할 수 있다는 희망도 더러는 그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좌절과 공포도 갖는다 그것이 행해지거나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가 될때까지 계속되는 욕망들과 혐오들과 희망들과 두려움들의 총합을 우리는 숙고라고 부른다

욕구Appetite와 혐오Aversion에 이어서 희망hope과 공포fear가 등장한다 외연이 넓어지는 것이다 홉스는 철학을 Deliberation의 학이라 규정했다 홉스 철학의 문맥을 모른다면 그렇지 여러 번 되풀이 생각하는 것이 철학이지하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Deliberation이란 나의 이익과 손실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지금까지가 홉스의 이론철학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실천철학의 영역이다

OF THE NATURALL CONDITION OF MANKINDFor as to the strength of body the weakest has strength enough to kill the strongest either by secret machination or by confederacy with others that are in the same danger with himselfe인간의 자연 조건에 관하여신체의 강함으로 말해보자면 가장 약한 사람은 음모 혹은 그 자신과 똑같은 위험에 처해있는 타인과의 공모에 의해 가장 강한 사람을 죽일 만큼 충분한 힘은 갖고 있다

홉스가 상정하는 자연상태는 전쟁상태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 이유는 홉스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홉스가 살았던 시대는 혁명의 시대였다 또한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말그대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시대이기도 하였다 그러한 세계에서는 부르주아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였다 홉스가 상정한 자연상태는 사실 17세기 서유럽 사회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역사적인 정황으로부터 끌어올린 논리적 전제assumption라 하겠다

Right Of Nature What

The RIGHT OF NATURE which Writers commonly call Jus Naturale is the Liberty each man hath to use his own power as he will himselfe for the preservation of his own Nature that is to say of his own Life and consequently of doing any thing which in his own Judgement and Reason hee shall conceive to be the aptest means thereunto자연권이란 무엇인가일반적으로 저술가들이 유스 나투랄레라고 부르는 자연권은 모든 사람이 그 자신의 본성 즉 그 자신의 생명의 보존을 위해 스스로 원하는 대로 그 자신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 갖는 자유이며 다시 말해서 그 자신의 판단과 이성 안에서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을 취하는 자유이다

자연권이란 자연상태에서 인간이 갖고 있는 권리를 말한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의 생명 보존 preserva-tion 을 위해서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을 취하는 자유이다

Liberty What 자유란 무엇인가By liberty is understood according to the proper signification of the word the absence of external impediments which impediments may oft take away part of a mans power to do what he would but cannot hinder him from using the power left him according as his judgement and reason shall dictate to him자유는 단어의 적절한 의미에 따르자면 외적인 방해들이 없는 상태로 이해된다 이러한 방해의 원인은 바라는 것을 행할 인간의 힘의 일부를 가끔 빼앗아 갈 수 있으나 그의 판단과 이성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서 그에게 남겨진 힘을 사용하는 것을 방해할 수는 없다

7번째 강의에 배울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가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 외적인 방해들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A Law Of Nature WhatA LAW OF NATURE (Lex Naturalis) is a Precept or generall Rule found out by Reason by which a man is for-bidden to do자연법이란 무엇인가자연법은 이성에 의해 한 사람이 행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에 의해 발견되는 금지 명령이자 일반 법칙이다

정리해 보도록 하자 자연상태에서의 모든 인간은 자연권을 갖는다 그러나 각각의 개인이 제멋대로 자연권을 행사하도록 내버려두면 자칫 공멸의 상태에 빠질 수 있을 것이기에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정 즉 자연법이 필요해진다 시장이 막힘 없이 잘 흘러가려면 최소한의 규율이 있어야 되듯 말이다 이것이 17세기 최소주의 국가관의 토대이다 오늘날에는 로버트 노직같은 이가 이러한 국가관을 주장하기도 한다 요컨대 평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지 목숨을 보존하기 위하여 내놓은 개념이 자연법인 것이다

이것을 다음과 같이 모형화 시킬 수 있다

자연상태 (출발점)∥∥ lt―― (자연법에 근거한) 계약contract∥시민사회(목적지)

다음은 고전철학에서의 모형도이다

Oikos 경제∥∥ lt―― (덕德의 고양을 위한) 시민 되기∥Politeia 정체

근대에는 power가 없는 사람은 인간이 되지 못한다 이것이 로크에 가서는 좀더 가다듬어져서 power가 재산으로 치환된다 즉 돈이 없으면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날 살아가고 있는 세계이다

CB 맥퍼슨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교수인 맥퍼슨은 홉스를 연구한 학자들 중에서 왼쪽에 위치한 사람이다 맥퍼슨에 의하면 관습 또는 신분사회의 본질적 속성은 다음과 같이 규정할 수 있다

(a) 사회의 생산적인 정규노동이 집단 신분 계급 개인에게 권위적으로 할당된다 그러한 할당이나 수행은 법률이나 관습에 의해 강제된다

(b) 각 집단 신분 계급 개인의 노동방식이 규정되어 있고 각각에게는 그것의 또는 그의 수행에 대한 적절한 단일한 기준의 보상이 주어지고 허용되는데 적정선은 공동체의 합의나 지배계급에 의해 결정된다(c) 토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적 소유가 전혀 없다(d) 모든 노동력은 토지나 부여된 기능의 수행 또는 주인 등에게 속박되어 있다(C B 맥퍼슨(지음) 황경식강유원(옮김)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1990 pp 57-58)

거칠게 분류하면 (a) (b)는 상부구조 (c) (d)는 토대를 가리킨다 따라서 (c) (d)가 핵심적 출발점이다 어떤 사태이든지 핵심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바라보아야 한다

단순시장모형은 처음의 네 개의 조건에 네 개를 더 첨가함으로써 소유적 시장모형으로 변형될 수 있다

(a) 노동에 대한 권위적 할당이 없다(b) 노동의 보상에 관한 권위적인 제공이 없다(c) 계약에 대한 권위적 규정 및 강제가 있다(d) 모든 개인은 자신의 공리를 합리적으로 극대화하려 한다(e) 개인 각자의 노동력은 자신의 재산이며 양도할 수 있다(f) 토지와 자원은 개인에 의해 소유되며 양도할 수 있다(g) 몇몇의 개인은 그들이 가진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리와 힘을 원한다(h) 몇몇의 개인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 기술 또는 재산을 가진다(같은 책pp62-63)

17세기의 영국이 소유적 시장사회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는 데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 거의 반 수에 가까운 사람들이 전시간 임금노동자였다 시골 변두리의 사람들을 시간제 임금노동자로 계산하다면 그 비율은 23를 넘는다 그리고 비록 임금관계가 18세기처럼 완벽하게 비인격적이지는 않았다 해도 홉스가 알기로는 이미 본질적으로 시장관계였다 토지를 자본으로 이용하는 경향은 이미 상당히 진전되어 있었고 지주와 소작인 사이의 가부장적 관계는 16세기의 변화 속에서 이미 손상되어 있었다(같은 책p71)

맥퍼슨은 홉스와 로크의 사상이 기본적으로 소유적 개인주의에 근거하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그들의 사상을 17세기 서유럽이라는 구체적인 컨텍스트 속에서 조망하는 것이다 이것이 맥퍼슨의 탁월함이다 고전을 다시 읽기re-read를 반복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증거들은 17세기 영국 사회가 본질적으로 소유적 시장사회로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홉스가 이것을 얼마만큼 잘 알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다행히 이 문제와 관계 있는 약간의 증거가 있다 첫번째로 인간의 노동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위해 교환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라는 홉스의 언명은 비록 그것이 해외무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언급된 것이라 해도 그가 임금관계의 일반성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같은 책 p72)

맥퍼슨이 근거로 드는 문장을 주목하라

for a mans Labour also is a commodity exchangeable for benefit as well as any other thing인간의 노동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위해 교환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이제 맥퍼슨의 소유적 개인주의에 기대어스 홉스에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자 자연상태는 경쟁상태이되 그것은 경제의 문제를 토대에 둔 경제적 경쟁상태이다 이러한 상태는 구성원들간의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므로 이로 인한 파괴를 막기 위해서 시민사회가 도입된다 이것이 정치적 사회이다 여기에서는 정치가 경제의 우위에 있다 국가가 나서서 경제적 경쟁을 완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맥퍼슨이 해석한 홉스적 근대사회이다 맥퍼슨은 이 사회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17세기 자유주의의 위대함은 자유로운 합리적 개인을 사회의 훌륭한 기준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17세기 자유주의의 비극은 이러한 주장이 바로 국민의 반이 넘는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개인주의의 부정이었다는 것이다(같은 책 p303)

다음 시간에는 로크의 재산권 이론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3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3강 ndash 로크의 소유권 이론

자유주의의 뿌리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는 우파가 만들어놓은 이념과 제도들로써 이끌어져 나가고 있다 좌파사상만 공부하면 현실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우파에 대해 공부하는 까닭은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를 좀더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요사이 장하준 교수의 ltlt쾌도난마 한국경제gtgt(부키)라는 책이 많이 팔리고

있으니 그것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책에서 장하준 교수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박정희정권이 반민주주의적이었다는 점은 비판받아야 하나 경제정책에서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은 한국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오늘날에 공격받고 있는 관치금융 재벌경제 경제계획 등을 옹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책들은 사실 자유주의의 경제프로그램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전간기 파시즘 체제에서 시행된 정책들이었으며 하나같이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한국경제를 이야기하는데 경제학적 논의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민주주의와 같은 정치철학적 개념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런 종류의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기본적인 개념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학적으로 정초했다 평가되는 존 로크를 읽음으로써 이런 개념들을 이해하는 데 한 발짝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먼저 모든 인간을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같은 출반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두 개념은 서로 상반되는 경향이 있는데 자유주의는 이러한 개인주의를 레디컬하게 추구하는 입장인 반면에 민주주의는 각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주의는 영국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것을 학적으로 정초한 이는 로크이다 이제 왜 영국이라는 컨텍스트 속에서 로크와 같은 자유주의 사상가가 나타났는지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우선 1215년에 있었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에 주목하도록 하자 마그나 카르타는 13세기의 있었던 사건이고 로크는 17세기에 활동했던 사람이니 언뜻 보면 둘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그나 카르타가 무슨 내용인지를 살펴 본다면 둘 사이의 무시할 수 없는 연결고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대헌장이라 불리우는 마그나 카르타는 1215년에 영국의 존왕이 귀족들의 강압에 따라 승인한 칙허장(勅許狀)을 일컫는 것으로 총 63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그나 카르타가 왕권과 의회의 대립에서 의회의 우위를 승인한 정치적 문헌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 마그나 카르타에 정치에 대한 조항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은 마그나 카르타의 제39항과 40항에 해당하는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자유민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와 같은 신분의 동료에 의한 합법적 재판 또는 국법에 의하지 않는 한 체포 감금 점유침탈 법익박탈 추방 또는 그 외의 어떠한 방법에 의하여서라도 자유가 침해되지 아니하며 또 짐 스스로가 자유민에게 개입되거나 또는 관헌을 파견하지 아니한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389)

짐은 누구를 위하여서라도 정의와 재판을 팔지 아니하며 또 누구에 대하여도 이를 거부 또는 지연시키지 아니한다(같은 책 p389)

이 두 개가 정치와 재판과 관련된 조항의 전부이다 그렇다면 다른 조항들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다음은 제 2항에서 발췌한 것이다

기사의 의무를 지고 짐으로부터 직접 수봉한 짐의 백작 또는 봉신 그리고 그 외의 자 중에서 어떤 자가 사망하였을 때 사망시의 상속인이 성년이며 또한 상속료의 지불의무를 부담하였을 경우에는 상속인은 구래의 상속료(를)hellip 지불함으로써 그 상속재산을 취득한다

2항부터 내리 재산상속에 대해 다루고 있다 ndash 제1항은 종교문제에 관한 것이다 ndash 대다수의 조항들이 재산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마그나 카르타의 핵심이 재산이며 이것과 관련된 세금문제에서 마그나 카르타가 촉발되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맥퍼슨은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에서 17세기의 영국이 소유적 시장사회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는 데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p71)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것을 본다면 이미 1215년 이전에 재산문제를 두고 왕과 시민사회 사이의 알력관계가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이다

이때가 산업혁명 이전 영국 도시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존 왕 치세 초기에는 리버풀이 전형적인 중세 도시 형성 과정을 거쳤다hellip 리버풀은 자치도시였고 왕의 칙서는 사실상 최초의 자치헌장이 되었다hellip 농노가 자치도시에서 1년 하고 1일을 살고 나면 자유민으로 간주한다는 관습도 법제화되었다 이 때문에 중세 사람들은 도시의 공기는 사람을 자유롭게 만든다고 말하곤 했다hellip 잉글랜드의 도시 생성률은 1180 ndash 1230년 사이의 50년간 가장 높아서 57개 이상의 신도시가 건설되었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p76-7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당시 도시인들은 농촌민들과는 달리 재산의 자유를 갖고 있었다 엔클로저 운동 같은 사건도 이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이 17세기에 느닷없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13세기 이전부터의 상당히 오랜 역사 속에 뿌리를 두고 자라온 이념체제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로크의 재산권 이론

로크의 대표적인 저서인 ltlt통치론gtgt의 출간계기가 명예혁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저술동기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ltlt통치론gtgt의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읽느냐에 따라서 책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점은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와 존 로크의 시대적 위치를 함께 살피는 것이다 여기에 이때까지 얘기했던 자유주의의 원리를 엮어서 따져 본다면 ltlt통치론gtgt의 저술동기를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얘기했으니 이제는 로크가 처해있는 시대적 위치에 대해 살펴보자 로크의 직업은 내과의사였다 그런데 이 당시의 내과의사는 치료와 상담을 겸하는 직종이었다 여기서 상담이란 대체로 의사의 주고객인 부르주아의 고민이나 걱정을 들어주는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이들은 상위신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와의 접근성이 높았고 그에 따라 서로간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을 것이다 - 제임스 버크(지음) ltlt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gtgt 참조 ndash 이렇게 본다면 로크가 ltlt통치론gtgt을 내놓은 이유에는 그 자신 주식투자를 하기도 했고 식민무역장관을 지내기도 했으니 부르주아 통치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 추측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이제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을 읽어가면서 이러한 추측이 온당한 것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모든 사람들이 개인의 천부적 재산권에 대한 로크의 주장과 정당화를 그의 시민사회와 정부이론의 중심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국가로 연합하는 것과 자신들을 정부의 지배 하에 두는 가장 크고 주요한 목적은 그들의 재산 보전이다(맥퍼슨(지음)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p227)

주지하듯이 홉스에게 국가의 목적은 개인들의 생명을 보존하는데 있다 로크는 생명 보존이라는 테제를 재산 보존으로 바꿔버리는데 이러한 논리 구도 아래에서는 재산이 국가에 대해서 우선성을 갖는다 단 하나 예외는 비합법적으로 재산을 취득한 경우뿐이다 여기서 그것이 합법이냐 비합법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다 이들은 일정한 정도 이상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로 구성된다 이상이 자유주의 국가관의 대체적인 밑그림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천부적으로 그의 재산 즉 생명 자유 토지를 보존할 권리를 가진다 나는 인간의 생명 자유 토지를 일반적 명칭으로서 재산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내가 재산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처럼 인간이 재화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뿐만 아니라 신체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도 의미한다(같은 책p22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로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산 이외에 자신의 생명 자유까지도 재산이라고 파악한다 이를 극단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모든 것을 물화物化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고용한 사람이 노동하여 얻은 것은 내 것이다 라는 논리가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체에 있어서의 재산을 가진다 그 자신 이외에 누구도 그에 대해 권리를 갖지 않는다 그의 신체와 손의 노동과 작업은 그의 것이다 인간이 자연적인 상태로부터 변형시킨 것은 무엇이든지 인간이 그것과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한 것이다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함으로써 그는 그것을 그의 재산으로 만드는데 적어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충분히 양질의 것을 남겨 놓아야 한다 이러한 종류의 점유를 정당화하는 데는 다른 어떤 사람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다 만약 그러한 동의가 필요하다면 신이 그에게 풍부하게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굶주려 죽게 될 것이다(같은 책 p231)

이 부분이 로크를 비롯한 고전파 정치경제학의 철학적 토대이다

정리를 해보자 나의 신체와 그것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노동력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권은 나에게 있으며 인간은 이러한 노동력과 자연물을 혼합시켜 인간의 살아가는데 유용한 생산물product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물은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1차적으로 자연물은 공유재산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모든 인간들이 향유할 수 있을 만큼 자연물은 넉넉하지 않으며 때문에 희소성을 갖는다 어떤 이는 자연물을 넉넉하게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오로지 자신의 노동력만을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자연물의 희소성과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충돌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ltlt통치론gtgt의 주제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로크는 부르주아 계급의 이익을 철저하게 옹호하였다

로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의 세 가지 제한조건을 제시하였다

인간은 타인을 위해 충분히 그리고 양질의 것을 남겨 놓은 만큼만 점유할 수 있다어떤 사람이든지 그것을 부패시키지 않고 삶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만큼만 이용해야 한다자기자신의 노동력으로써 산출할 수 있는 양에만 제한되는 것 같다(같은 책 p 232)

이것들은 현실적으로는 사유재산의 무제한적 확장에 기여한다 인간은 자신의 부를 화폐로 전환시켜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로 사용되는 금과 은은 썩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은 그것을 무제한으로 정당하게 축적할 수 있다

인간은 노동하는 신체의 소유자라는 것 이것이 자유주의 논리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 논리가 사회 속으로 들어오면 몸은 product를 만드는 도구로 전락한다 product를 만들어내야 personality가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

의 본질은 노동Arbeit이다라고 말한 헤겔과 비교해 보라 로크는 ldquo재산을 가진 자가 인간이다rdquo라고 말한다 재산은 노동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재산을 형성한 자만이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이며 제대로 된 인간이다 라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도출된다 이런 까닭에 자유주의는 자연히 부르주아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된다 헤겔은 로크와 다르다 헤겔은 노동이 인간의 본질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크에게 있어서 노동은 재산을 만들어 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건장한 신체를 지니고도 실업상태에 있는 이들의 처우에 대해 로크가 한 제안은 아주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서 현대의 학자들이 그에 대해 언급할 때는 일반적으로 그 비참함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도 그 당시의 기준에 비추어서 옹호하기도 한다 좀더 중요한 논점은 그러한 제안이 로크의 가정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구빈원(감화원)의 책임자들은 그들을 제조공장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노동자로 만들 것을 요청받고 있었으며 치안판사들은 그들에게 강제노동을 부과했다 세 살 이상 된 실업자의 자녀들은 국가의 불필요한 짐이었다 그들은 일을 해야만 했고 그들의 생활비를 더 많이 벌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실업이 경제적인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타락에서 기인한다는 명백한 근거 위에서 정당화되었다 로크가 무역위원회의 위원자격으로 1697년에 서술했듯이 실업자의 증대는 기율의 해이와 풍속의 붕괴 이외에는 어떤 것에 의해서도 발생하지 않는다 실업자들을 정치체제의 완전한 자유로운 구성원으로서 처우하는 것은 로크에게는 생각조차 되지 않았다 그들이 전적으로 국가에 예속된다는 것도 똑같이 의심할 바 없다 그리고 그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는 것이기에 국가는 그런 식으로 처우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책 pp 257-258)

여기에서 로크는 실업자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을 가지지 못한 것이라 단정한다 참으로 살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로크는 인간의 조건으로 재산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써 합리성의 정의까지 바꿔 버린 것이다 홉스에게 합리적 인간은 lsquo사물의 원인과 결과를 따지고 그것이 운동하는 양상을 계산하는 것rsquo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사람이 합리적 인간이었다 그러나 로크에게는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그 사람이 합리적인가 아닌가가 결정된다 이로써 개인이 사회 속에서 인간으로 대접 받기 위한 규준이 재산의 소유로 확정되었고 재산이 많은 인간일수록 합리적인 인간이 된다 오늘날 한국에서 유행하는 자기계발서적도 여기에서 논리를 빌려온 것이다

자연물 즉 공유재산을 어떻게 규정하고 분배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렇게 보면 요사이 한국에서 횡행하는 lsquo성장이냐 분배냐rsquo 하는 논쟁이 참으로 잘못된 의제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유적 개인주의를 구성하는 가정들은 다음 일곱 가지의 명제로 요약할 수 있다

1)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이다2) 타인으로부터의 자유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참여한 관계를 제외한 어떠한 관계로부터도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3) 개인은 사회에 아무런 부채도 없으므로 본질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능력의 소유자이다4) 개인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재산권 전체를 양도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자신의 일부 곧 노동력은 양도할 수 있다5) 인간사회는 일련의 시장관계로 구성되어 있다6)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므로 개인 각자의 자유는 타인에게도 똑같은 자유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의무와 규칙에 의해서만 정당하게 제한될 수 있다7) 정치사회는 개인의 신체와 재화로서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며 그에 따라 자신의 소유자로 간주되는 개인들간의 교환관계를 질서있게 유지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같은 책 pp 305-306)

1) 2) 3)은 자유주의의 인간관이다4) 5)는 자본주의의 핵심원리다6) 7)은 자유주의의 정치철학적 토대이다 따라서 ltlt통치론gtgt의 출발점이 된다 7)의 정치사회란 국가 교환관계는 시장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 ndash 로크적 국가와 현대사회

근대국가의 특성들

현대의 국가론을 크게 보면 홉스적 전통과 로크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것이 자유주의 국가론의 기본 개념들이다 따라서 국가론에 대한 책을 읽을 때는 이것들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아야 그 내용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자유주의는 자본주의와 긴밀한 연관관계에 놓여있다 국가는 부르주아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원회이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마르크스의 견해이다 부르주아는 경제적인 활동영역 즉 시민사회Burgerlichergesellschoft을 갖는다 18세기에는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부르주아라 불렀고 정치의 영역은 정부government가 통솔했다 앞서 말한 마르크스의 언명은 두 영역의 연결고리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견해는 두 영역의 관계가 원시적이었던 18세기에는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나 오늘날과 같이 복잡해진 때에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요즈음 국회에서 금산법의 개정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오간다 금산법 개정에 대해 lt중앙일보gt는 금산법은 이건희 죽이기법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가 반드시 부르주아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지 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세계가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까닭에 이 문제에 관해 좀더 자세하게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 이것이 자유주의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가 실현되는 경우는 선거 때 뿐이다 선거는 개개인이 각자 한 표 씩을 행사한다 이건희와 내가 각자 재산을 얼마나 가졌는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군집화가 이뤄진다 근대 이전에는 신분status에 의해서 결정됐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다 근대 이후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계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명제가 완전하게 이뤄지진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떄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반드시 계급결집이 일어난다 모든 논의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국가란 무엇인가 특정 지역 안에 있는 여러 세력force들의 관계망이며 이것의 물질적 응축이다 - 물질(matter)이란 현실 세계 속에서 구조적으로 고착middot제도화된 것을 가리킨다 구조적 관계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 이 안에는 정부 부르주아노동자 등 여러 세력들이 포진해 있다 근대 이전까지 유럽에는 약 500 여개의 국가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국가란 근대적 의미에서의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state가 아니라 느슨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소국을 가리킨다 이러한 소국들이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로 전환된 것은 1차 대전을 전후해서 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서양인들이 제대로 된 국가를 이루고 산 것은 잘 해야 100년이 채 안 된 것이다

한국인들이 서양의 국가론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국가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세계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중앙집권화된 관료제를 500 여년 동안 유지했다 더욱이 한국인이 쓴 국가론도 없으므로 국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의 한계는 크다 고려 때에는 중앙집권화가 이뤄지지 않았었다 지방 호족들이 알아서 다스렸다 왕은 많은 호족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절대적인 힘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에 들어서면 완전히 바뀐다 조선은 관료제를 바탕으로 중앙집권화를 이뤘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당 서원 등의 교육기관을 통해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을 보급한 것이다 이것이 조선사회를 유지시킨 메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관료제(물리력)을 보조하는 관학(지도력)을 통해서 헤게모니를 구성했던 것이다

소품문이란 것을 아는가 간략하게 정의하자면 길이가 짧은 문장으로 작자의 정서와 사상 견문을 표현하고 기록한 정서적인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별 것 아니다 그런데 정조는 이것을 문제삼아 문체반정을 일으켰다 왜 그랬을까 국가에서 정한 커리큘럼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소품문은 조선의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주류 이데올로기를 해체할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정통 성리학 국가인 조선의 뿌리를 뒤흔드는 문제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조에게나 소품을 쓰는 작가들에게나 소품은 단지 독서의 기호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소품적 인식 소설적 인식은 체제의 이데올로기가 은폐하고 있는 실상을 드러낼 것이었다 정통문서의 권위가 무너지면 그것에 기초한 헤게모니 역시 무너지기 마련이다

국가는 개인에게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데 이것을 풀란차스는 국가효과라고 불렀다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전환기에 조선은 고려의 헤게모니를 해체하고 새로운 조선의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위해 불교를 억압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특히 훈민정음의 창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훈민정음 이전까지 동아시아는 자신의 문자로 제국의 문자인 한문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것에 반하여 로컬 랭귀지를 조성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조선이라는 국가에 갖게되는 조선인들의 국가효과는 배가되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국적포기에 민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국가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막스 베버가 말한 철창부터 떠올린다 이제 지주형씨가 쓴 근대국가의 특성들이란 글을 보도록 하자

이 영토 위에 lsquo국민rsquo으로 사는 한은 국가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의 의무를 져야 하고 국가는 그러한 의무를 강제하기 위해 개개인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에 대한 기록을 축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의 관리와 통제를 피하려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유럽에 이런 것들이 자리잡은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상비군이 형성된 것도 1789년 이후의 일이다 한국과 서구의 국가관 인식의 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가(國家)라는 말은 매우 애매한 말이다 여기에는 이미 두 가지의 뜻이 들어 있다 하나는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입법부 사법부 및 기타 준 정부 기관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정부이다

나라는 사회과학적인 의미에서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정부의 차원에서 국가를 이해할 것이다

지주형씨가 이 글에서 정리하는 근대국가의 특성은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근대 국가의 제도적 물질적 특성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선 앞서 언급한 영토의 점유와 정당한 물리력 사용의 독점이라는 막스 베버의 유명한 정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국가는 영토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영토란 관할의 경계가 분명한 땅을 의미한다 즉 근대 국가는 그 이전의 국가와 달리 점으로 표시되는 경계가 모호한 변경frontier이 아니라 선으로 표시되는 국경border에 의해 명확히 구획된 영토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그 안의 인구 자원 등에 대한 명확한 권리를 주장하고 국경을 통제한다

둘째 근대 국가는 경찰과 상비군이라는 정당한 물리력을 독점하고 있다 원리상 근대 국가에 이 물리력에 도전할 수 있는 물리력을 가진 집단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물리력의 독점이 아니다 사실 국가는 물리력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조직폭력집단 또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것은 lsquo정당한rsquo 물리력이다 이 물리력의 정당성이 그것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앞으로 보겠지만 정당성은 법적 사회적으로 도출된다

셋째 비록 베버가 자신의 정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심도 있게 논한 근대 국가의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전문관료제이다 이것은 근대 국가가 하나의 합리적 집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국가의 합리성은 때로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서 국가건설 국가보존 국가권력의 적절한 수단에 대한 지식을 가리킨 국가이성raison drsquoeacutetat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 있는 국가 관료집단의 합리성은 관료제적 합리성과 통치적 합리성governmentality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는 베버가 지적한 것으로 일 처리의 규칙 절차 및 전문지식 공식화된 문건에 따른 몰인격(沒人格)적인 특성을 가리킨다 후자는 푸코Michel Foucault가 지적한 것으로 특히 영토 내의 인구 부 자원 재화 문화 관습 등이 특정한 방향들로 발전하고 특정한 결과들을 낳을 수 있게끔 통치govern하려는 전문지식의 특성을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 국가는 정부government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지식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 하나는 국가의 상태state에 대한 지식 즉 국민 개개인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정보(및 감시)를 포함한 통계적 지식statistics의 축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국가정책을 통해서 표현되는 이러한 국가의 합리적 특성은 근대 이전의 국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넷째 영토에 대한 지배 정당한 물리력의 독점 전문관료제는 근대 국가가 영토내의 모든 곳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즉 중심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국경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즉 근대국가는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인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지배의 특성에 대응하는 법적 관념은 어떤 지배자나 국가도 특정한 영토와 국민에 대한 최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유럽의 중세와 달리 근대 국가가 영토 내의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권위이자 최고권력인 주권을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관료제적 합리성의 몰인격성에서도 보이듯이 근대 국가는 몰인격적인 질서로서 법치국가Rechtstaat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근대 국가의 모든 권력은 통치자 개인의 사적 권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고의 권위인 주권권력도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 몰인격적이고 추상적인 권위로서 통치자 및 사회의 피지배자의 사유재산과 신분 등과 같은 개별적 특성과 분리된다 이것은 군주 개인이 인간 법의 궁극적인 원천으로서 주권을 가지고 있다며 지배를 정당화하였던 유럽의 절대주의 국가와 대조된다 물론 이것은 근대 국가가 중립적이거나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518 광주 학살 같은 경우는 편파적이고 불법적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통치자의 말이 곧 법이 되지 않고 국가가 lsquo불법rsquo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이미 근대 국가가 몰인격적인 법적 질서 속에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 국가는 기본적으로 경제 및 사회와 제도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표상되고 구성된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중세 유럽에서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가 존재하지 않았고 경제적 부의 사적인 축적은 상업이라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전적으로 봉토(fiefdom)에 대한 정치적 지배에 의거한 것이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국가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는 자신을 나라의 상태 즉 사회 전체의 상태state와 분명히 분리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 국가는 정치권력인 국가와 경제권력인 자본의 제도적 분리 그리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분리를 그 특징으로 한다 왜냐하면 근대 세계에서 국가는 자신과 사적인 것과의 구별을 계속 재생산함으로써 독자성을 가진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기본적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에는 이것이 분리되는데 이러한 국가 안에는 여러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각축을 벌인다 여기에서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 도출된다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란 국가가 자본주의적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해 지배계급에 반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국가 안의 세력들을 조율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니코스 풀란차스 Nicos Poulantzas가 말했듯이 국가란 ldquo세력관계의 물질적 응축rdquo인 것이다 근대 국가의 친자본주의적 성격과 그 내용은 결코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중요한 동인은 경제적이며 제국주의적 국제관계 즉 제국주의 국가의 국제적 헤게모니는 lsquo국가의 국제화rsquo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 반 데어 페일van der Pijl은 영국 명예혁명의 결과 형성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 및 자유주의적인 시민사회의 국가에 대한 우위를 영국철학자의 이름을 따서 로크적 국가-사회 복합체Lockean state-society complex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이 관계는 이민과 식민화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초국적 엘리트로 구성된 시민사회와 전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보호하는 일군의 국가로 이뤄진 lsquo로크적 심장지대rsquoLockean heartland를 출현시켰다 반면 이와 경쟁하던 국가와 경제의 제도적 분리는 유예되고 자본가계급과 통치계급이 융합된 국가계급이 지배하던 홉스적 국가들Hobbesian states(독일 러시아 등)은 제2차대전과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이 심장지대로 흡수되고 말았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세력들 간의 관계도 국가들 간의 물질적이다 따라서 한 계급에서도 도모하는 바에 따라서 여러 분파로 나뉜다 같은 자본가 계급이라 하더라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와 중소기업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가 다르듯이 말이다

자본주의 국가 자본의 이익 부르주아의 지배

밥 제솝이라는 영국의 사회학자가 있다 이 사람은 국가론에 대해 깊이 연구했는데 주로 안토니오 그람시의 역사적 블록 형성과정에서 국가가 맡는 영향력에 대해 해명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가 ltlt전략관계적 국가이론gtgt(한울)이라는 저서에 담겨있다 이 책의 챕터 5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자본과 국가의 관계는 크게 보아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의 국가는 앞서 말했듯이 상대적 자율성을 지닌 국가이다 여러 세력들이 국가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기에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이며 자본주의와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① 도구주의적 접근 ltlt공산당 선언gtgt의 접근법이다 경제가 사회를 장악하고 그것을 보장받기 위해 국가를 지배한다는 입장이다② 구조주의적 접근 자본이 국가를 지배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 유보한다 다만 국가가 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취할시에는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힘은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③ 형태결정적 접근 형태라는 말은 이데올로기적 계급지배와 결합된 국가지배장치를 말하는데 예컨대 국가제도나 관료제를 들 수 있다 형태경정적 접근은 관료제 같은 국가기구에 의한 정책집행과정이 자본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도구주의적 접근과 유사하나 도구주의적 접근은 자본과 국가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보는 반면에 형태결정적 접근은 우연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을 갖는다 ④ 전략관계적 접근 이것이 밥 제솝의 접근법이다 쉽게 말하면 앞서 말한 것들을 두루 헤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정치적 대표와 국가형태에 대해 살펴보겠다

① 자본주의 경제의 가치형태와 자본주의적 국가 형태의 관계 자본의 축적전략과 국가의 조절전략을 말한다② 국가의 형식적 측면 국가기구③ 국가의 실질적 측면 국가권력의 토대 - 국가 프로젝트 국가권력의 지지층 ndash

현대국가는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자본주의를 경제체제로 삼아 운영된다 그런데 경제체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는 철저히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축적전략이 비민주적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대국가는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긴장관계 속에 있는 셈이다 때문에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양자에 대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최근에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이것인데 한국이 자유주의에로 과도하게 경도되고 있으니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자본주의적 이익과 국가형태이다

① 후견주의 쉽게 말하면 국가가 기업에게 정치자금 받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국가가 자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받는 대신에 기업에게 이익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② 조합주의 특정한 직능집단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③ 의회주의 의회를 통하여 사회변혁을 일으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것들을 논한 다음에 밥 제솝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정리한다

- 축적전략과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에 주목할 것- 축적전략과 국가체계 내에서의 표출양상 양자를 이어주는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할 것- 국가체계 내외부의 구조적 제약 및 사회적 저항에 관심을 가질 것

밥 제솝의 결론은 축적전략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솝의 탁월한 점은 국가 내의 여러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다툼을 벌일 때 그것을 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홍제동에는 총 4개의 동이 있고 1동부터 3동까지 빨간벽독파 부지깽이파 연탄재파가 각각 지배하고 있다 4동은 아직 특정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태라면 어느 파가 4동을 지배권 하에 넣느냐에 따라 홍제동의 헤게모니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결정된다 그런데 한 파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헤게모니 쟁취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각 파간의 합종연횡이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이 권력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려면 각 파가 어떠한 관계 속에서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 이것이 제솝의 관점이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그때그때 다르므로 그때그때 신경 써서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 강의에는 애덤 스미스를 공부한다 교재를 잠시 소개하겠다 첫번째는 DD 라파엘이라는 사람이 쓴 ltlt애덤 스미스gtgt(시공사)라는 책이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순전히 저자 때문이다 DD 라파엘은 우파정치철학 연구의 거두이다 대표작으로 ltlt정치철학의 문제들gtgt(서광사)라는 책이 있는데 우파정치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서로 통한다 주교재로 쓸 것은 아니나 강의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 책을 모태로 삼을 것이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으니 한번씩 읽어보기 바란다

두번째는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ltlt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gtgt(민음사)이다 주교재이므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은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이 제일 좋으나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정으로 이 책을 선정하였다 경제사상의 고전이라 불리는 저작들에서 인용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다이제스트라 비전공자가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어서] 5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5강 아담 스미스 사상 개요

복습

지난 시간에 한 얘기들을 복습하겠다 기왕에 배운 것이니 현실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요즈음 이명박이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고 수군댄다 어떤 이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하고 다른 이는 되면 안 된다라고 말 하기도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때까지 헛배운 것이다 이런 식의 말들은 단순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배운 것을 가지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시간에 자본주의 국가를 분석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공부해 보았다 국가 프로젝트 헤게모니 프로젝트 축적전략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현재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민사회를 국가에로 끌어들이는 헤게모니 프로젝트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 프로젝트 역시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정권 초에 나왔던 동북아 허브 외에는 없었다 국가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사회가 어떻게 시민사회를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는 질문에는 명바기가 과연 어떠한 헤게모니 프로젝트와 국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느냐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에는 4가지를 들 수 있다

1 경제적 기능 자본주의적 가치증식조건을 보장한다-gt 중앙은행의 통화안정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 국가가 비시장적(정치)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을 알 수 있다2 사회적 기능 노동력 재생산-gt 자본주의는 자연력에 최대한 기대지 않으려는 체제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력을 인위적인 것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결코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력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력으로부터 이윤이 발생하므로 국가가 이를 조정해줘야 한다3 정치적 기능 경제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조정하는 기능-gt 이것을 하는 방법에는 첫째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둘째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에도 전경련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정치적 조정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4 조정양식 123을 이념적으로 조정하는 것 곧 국가 프로젝트

이상의 기능들은 중요도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말하자면 1과 2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과 2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만 따져보아도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온존시키기 위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국가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것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직을 분석하는 데도 상당히 유용하다 가령 어떤 이가 회사에 다니는데 그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를 분석해 본다 치자 회사가 투입한 자본의 이윤을 끌어내기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경제적 기능) 그리고 회사가 효율성있는 인력관리를 하고 있는지(사회적 기능)만 살펴보아도 그 회사의 대강이 잡힐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단순히 부르주아의 위원회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의 사상 개요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곤 한다 그런데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경제학이 독립된 학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미스는 무엇을 공부한 학자였을까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레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담당교수였다 따라서 스미스의 사상을 공부하려면 그가 도덕철학을 연구했다는 데서 출발하여야만 한다

한국인들은 도덕하면 뭔가 숭고한 것을 연상하는데 서양에서의 도덕철학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도덕철학은 영어로 moral philosophy 라 하는데 여기서 moral(sitte)은 습속이란 뜻을 지닌다 다시 말해서 당대 인간들의 대체적인 행동양식 정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도덕철학을 오늘날의 사회심리학 정도로 생각하는 되겠다

스미스는 홉스 로크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위시한 고전철학을 철저히 배격했다 고대에는 자연이라는

일정한 준칙이 있고 인간은 그것을 따라가야 했다 루카치가 말하듯이 별이 빛나는 창공이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인 시대였던 것이다 근대에는 그러한 것들이 탈주술화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에 진리값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매킨타이어가 근대를 after virtue라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스미스가 구상했던 사회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된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스미스가 홉스와 로크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는 홉스와 로크는 물론이요 밀 벌린 등 영국 공리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홉스와 로크는 주로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하여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면 스미스는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유의 문제를 해명하려 한 것이다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작에는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이 있다 전자는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다루고 후자는 경제적 자유를 다룬다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의 핵심키워드는 동감sympathy과 분업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즉 free and equal한 것이다 이것이 자연권이다 그런데 자연권이 무한대로 발현되어 버리면 home Lufus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것은 홉스가 말한 전쟁 상태인 자연 상태를 가리킨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동감이다 - 홉스는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보았다 - 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 안에 이른바 공정한 관찰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다 - 그런 까닭에 스미스 사상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 스미스에게 있어서 동감은 사회적 유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superego와 비슷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공감이 일어나므로 외부에서 뭔가 간섭하면 안 된다 여기서 다시 영국식 자유주의 전통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가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스미스의 설명을 시장에 적용시켜 보면 오늘날의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있어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까지도 교환되는 장소인 것이다

시장은 스미스에게 있어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은 동감하여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유대 속에서 시장이 운영되는 것이고 그 시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하듯 분업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제 스미스의 시장개념을 스미스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하이에크의 시장개념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은 내가 정리한 Hayek의 시장개념이라는 글이다

Hayek에 있어 시장의 의미는 그가 제시한 catallaxy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이 개념을 전통적인 용어인 경제 economy에 대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는 인간의 여러 목적들이 하나의 통일된 질서에 이바지하도록 주어진 자원을 조직하거나 이리저리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하나의 견해가 전제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원의 사용이 규정되는 하나의 일관적인 결정 체계가 경제인 것이다 여기서 Hayek가 경제의 핵심적인 규정으로 삼는 것은 통일된 질서를 만들어내는 목적론적인 행위이다 이에 반해서 catallaxy -- 이 말은 그리스어 katallatein(바꾸다)에서 나왔다 -- 는 자발적 시장 질서이므로 여러 목적을 하나의 위계질서에 따라 배열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발적 시장 질서 -gt 고전적 의미에서의 자유주의적 시장개념

자발적 체제인 catallaxy에 가담한 각각의 개인들은 각자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으므로 특정한 결과가 부당한지 혹은 정당한지도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Hayek는 분배(distribution)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살포(dispersion)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결과가 각자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을 기초로 하는 사회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들의 비중을 규정하는 단일한 척도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에 대한 어떤 특정한 견해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사회관이다 복거일이 이 부분을 가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하이에크의 이러한 언술은 경제학적인 정의가 아니라 정치철학적인 정의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Hayek의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고유한 견해 및 그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체제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즉 catallaxy로서의 시장이라는 개념은 독자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관과 사회이론과 맞물려 돌아갈 때에만 의미있는 것이다 Hayek는 이른바 전통적 자유주의의 인간관을 받아들인다 그것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의 무한한 다양성은 인간의 가장 독특한 점이며 그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으므로 만약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평등이라 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는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 즉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공교육을 부정하는 근거가 여기에서 도출된다 불평등은 그대로 두어야 되는 것이라 본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재현시킨 것이 유에스이다

사람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현실적 불평등을 인정한 뒤 Hayek는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이성능력을 가진 인간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집단에 의도적인 조직이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Hayek는 정부의 강제적 행위는 보편적인 규칙의 집행에 그쳐야 하고 그 집행 목적을 위해 위임받는 권력을 발동하여 다른 공익을 실현힐 수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런 까닭에 그러한 행위들은 부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 -gt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이다

Hayek의 이 두가지 전제 즉 인간은 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집단에는 자발적 질서가 있다는 것을 경제활동에 적용하며 앞서 말한 catallaxy 개념이 얻어진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불평등하며 그러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 자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오히려 소득과 지위상의 몰락을 가져온다해도 이는 그 어떤 의도적인 계획의 소산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하며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Hayek가 이처럼 자발적 질서로서의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의 우월함이 인식론적 통찰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수히 많은 개인과 조직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이처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점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미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고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완전한 지식을 각자의 목적에 걸맞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발견적 수단으로서의 경쟁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사회는 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 나감으로써 항상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의미지평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어느 것에 대입해 보아도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한국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다면 아마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한다 자유주의는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는 데 그 배경에는 학문의 시장화라는 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 놓여졌을 때 시장에서 그 이론이 적합치 못하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장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모두들 알다시피 시장의 본래 뜻은 상품이 교환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의미의 시장은 오래 전부터도 드문드문 존재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5일장은 이런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이런 일상적인 의미의 시장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거의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행위가 일반화되면서 즉 이른바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에 여러 가지 다른 관념들이 덧붙여졌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장의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확장시켰으며 시장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가리키게 하였다 특히 이렇게 다른 관념들과 결합된 시장이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가르게 된다

근대적인 시장경제 -gt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큰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최소규정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사회분업 및 그에 따른 교환을 전제로 하여 생성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전문화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 Adam Smith는 핀의 제조공정을 분할하여 노동자가 각 단계의 단순화된 노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핀을 제조할 수 있음을 그리고 고전파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는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교환 당사자들의 부가 모두 증가하는 비교우위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분업 특히 공장 내의 분업이 아닌 사회내의 분업은 자연히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자들간에 일반적으로 교환되어야 필요를 발생시켰다 교환은 농경사회의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처럼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여러분이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여러분의 가정에서 스스로 생산한 것은 식사나 빨래 정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은 물으나 마나 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은 필요조건이자 전제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반드시 시장에 의해 매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대기업을 경계했다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많을 때 제대로 된 경쟁이 유발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째 시장은 단순히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특수한 방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장교환을 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매기는 척도이다 이렇게 값을 매김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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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ltlt리바이어던gtgt이 금서 취급을 받는 등 이런저런 소란도 겪어야 했다 무엇이 홉스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오늘 강의가 끝나면 이 문제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답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

나누어준 텍스트의 소제목을 죽 살펴보자

Endeavour 노력Good Evil 좋은 것 나쁜 것Deliberation 숙고熟考 숙려熟慮A Restlesse Desire Of Power In All Man 모든 인간 안에 있는 권력에 대한 그치지 않는 욕망The Naturall Condition of Mankind 인간의 자연조건Right Of Nature What 자연권이란 무엇인가Liberty What 자유란 무엇인가A Law Of Nature What 자연법이란 무엇인가Naturally Every Man Has Right To Everything 자연적으로 모든 인간은 모든 일에 대하여 권리를 갖는다

이런 소제목들은 후대의 편집자들이 달아놓은 것이다

EndeavourFor let a space be never so little that which is moved over a greater space whereof that little one is part must first be moved over that노력한 공간은 그렇게 작지 않고 그것은 작은 것이 부분이 되는 하나의 더 큰 공간으로 움직이는 것은 먼저 그 위로 움직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개념을 단초arche ndash arche는 출발점이자 그것을 구성하는 원리라는 뜻을 지닌다 ndash 로 삼아 그것으로써 인간뿐만 아니라 사회까지도 설명하려는 철학자가 있다 이런 류의 대표적인 경우가 홉스이다 홉스의 단초는 Endeavour이다 홉스가 인간과 세계를 설명하는 데 이것이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이다 김용환 교수는 이것을 의도라 번역했는데 엄밀하게 얘기하면 이것은 잘못된 번역이다 의도라 하면 단순하게 사고의 흐름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홉스는 lt물체론gt에서 Endeavour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 내려 놓았다 위치와 숫자로 주어질 수 있는 것보다 더 작은 공간과 시간 즉 점이나 순간을 통해 만들어진 운동 이에 따르면 Endeavour에는 사고의 움직임일 뿐만 아니라 물리적 움직임이라는 의미까지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Endeavour는 라틴어 Conatus를 홉스가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홉스 이후의 철학자인 스피노자도 홉스의 이 개념을 빌려 쓰고 있다 근대 철학자 대부분은 이러한 유물론적 인간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데카르트 가상디 말브랑슈도 그렇다 결국 모두 뉴턴의 아들들인 셈이다 사회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EndeavourConatus의 흡착성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These small beginnings of Motion within the body of Man before they appear in walking speaking striking and other visible actions are commonly called ENDEAVOUR사람의 몸 내부에서 그것들이 걷거나 말하거나 때리거나 다른 가시적 행위들로 나타나기에 앞선 이러한 움직임의 작은 시작들을 보통 노력이라고 부른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달리 홉스는 모든 운동을 생리학적으로 파악하려 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This Endeavour when it is toward something which causes it is called APPETITE or DESIRE the later being the generall name and the other oftentimes restrayned to signifie the Desire of Food namely Hunger and Thirst And when the Endeavour is fromward something it is generally called AVERSION These words Appetite and Aversion we have from the Latines and they both of them signifie the motions one of approaching the other of retiring So also do the Greek words for the same which are orme and aphorme이러한 노력 - 그것을 일으키는 어떤 것을 향할 때의 - 은 욕구 혹은 욕망이라 불리는데 후자는 일반적인 명칭으로 그리고 전자는 종종 이름하여 배고픔이나 갈증 같은 음식에 대한 욕망을 가리키는 데에만 제한된다 그리고 그 노력이 어떤 것에서 멀어지면 그것은 일반적으로 혐오라고 불린다 이러한 단어들 욕구 그리고 혐오는 우리가 라틴어에서 가져온 것으로 그것들은 모두 동작들을 가리키는데 하나는 접근 또 하나는 후퇴다 그리스어에서도 마찬가지로 그것들은 오르메(욕구)와 아포르메(혐오)다

여기서 제시되는 단어들이 홉스가 인간을 설명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어에 속하는 것들이다 홉스를 가리켜 욕망적 인간관을 가지고 있다 말하곤 하는데 그것이 이 문단에서 나온 것이다

Good EvilBut whatsoever is the object of any mans Appetite or Desire that is it which he for his part calleth Good And the object of his Hate and Aversion evill And of his contempt Vile and Inconsiderable For these words of Good evill and Contemptible are ever used with relation to the person that useth them There being nothing

simply and absolutely so nor any common Rule of Good and evill to be taken from the nature of the objects themselves but from the Person of the man (where there is no Common-wealth) or (in a Common-wealth) From the Person that representeth it or from an Arbitrator or Judge whom men disagreeing shall by consent set up and make his sentence the Rule thereof좋은 것과 나쁜 것그러나 인간의 욕구나 욕망의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그것은 그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그의 증오와 혐오 나쁜 것의 대상 그리고 그가 경멸하고 불쾌해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좋은 것 나쁜 것 그리고 경멸하는 것에 대한 이러한 단어들은 그것들을 사용하는 사람과 관련되어 사용되는 것이다 단순하고 절대적으로 그러한 것은 없다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어떠한 공통의 법칙도 대상들 그 자체의 본성에서 취해지지 않고 대신 사람 - 국가가 없는 혹은 국가 안에서 - 그것을 대표하는 사람으로부터 취해지며 의견차를 보이는 사람들이 합의에 의해서 규칙을 세우게 될 중재자나 재판관에 의해 그리고 그들의 판결을 규칙으로 만드는 것으로부터 취해진다

여기에서 Good Evil은 흔히 선악善惡이라 번역되곤 하는데 이렇게 해버리면 윤리학적인 개념이 되어 버린다 이것은 윤리학적인 개념이 아니다 단순히 좋은 것 나쁜 것을 가리킨다 몸에 좋은 것이 윤리적인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여기에서는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德 개념이 완전히 폐기된 상태이다 가령 ltlt맹자gtgt의 양혜왕편에 나오는 고사를 떠올려 보자 맹자가 양혜왕을 찾아가자 양혜왕이 맹자에게 묻는다 학문이 높으신 선생께서 이리 오셨으니 나의 나라에 어떤 이득을 주러 오신 겁니까 맹자가 답한다 왕께서는 어찌하여 이득을 따지고 계십니까 저는 오로지 의義를 말할 뿐입니다 홉스가 맹자를 봤다면 이리 말했을 것이다 맹자 당신은 어찌하여 의를 얘기하는 겁니까 나는 이득을 얘기할 뿐입니다

위의 문단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철저하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은 그 사람의 입장서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각자의 욕망만을 표출시키려 할 것이고 그럼에 따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기본적인 합의조차 성립되지 못한다 이미 여기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가 예고되는 것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감정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나오지만 그것들은 그 말들을 했던 사람들과 관련되어 사용된다 즉 관계 속에서 파악되는 것이다 대상 자체의 본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DeliberationWhen in the mind of man Appetites and Aversions Hopes and Feares concerning one and the same thing arise al-ternately and divers good and evill consequences of the doing or omitting the thing propounded come successively into our thoughts so that sometimes we have an Appetite to it sometimes an Aversion from it sometimes Hope to be able to do it sometimes Despaire or Feare to attempt it the whole sum of Desires Aversions Hopes and Feares continued till the thing be either done or thought impossible is that we call DELIBERATION숙고사람의 마음 속에서 - 하나이고 똑같은 것과 관련된 - 욕구와 혐오 희망들과 공포들이 번갈아 일어나면 그리고 제기된 사태를 행하거나 생략하는 것의 다양한 좋고 나쁨의 결과들은 우리의 사고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데 그리하여 종종 우리는 그것에 대해 욕구를 갖게 되고 더러는 그것에서 혐오를 갖게 된며 간혹 그것을 할 수 있다는 희망도 더러는 그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좌절과 공포도 갖는다 그것이 행해지거나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가 될때까지 계속되는 욕망들과 혐오들과 희망들과 두려움들의 총합을 우리는 숙고라고 부른다

욕구Appetite와 혐오Aversion에 이어서 희망hope과 공포fear가 등장한다 외연이 넓어지는 것이다 홉스는 철학을 Deliberation의 학이라 규정했다 홉스 철학의 문맥을 모른다면 그렇지 여러 번 되풀이 생각하는 것이 철학이지하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Deliberation이란 나의 이익과 손실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지금까지가 홉스의 이론철학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실천철학의 영역이다

OF THE NATURALL CONDITION OF MANKINDFor as to the strength of body the weakest has strength enough to kill the strongest either by secret machination or by confederacy with others that are in the same danger with himselfe인간의 자연 조건에 관하여신체의 강함으로 말해보자면 가장 약한 사람은 음모 혹은 그 자신과 똑같은 위험에 처해있는 타인과의 공모에 의해 가장 강한 사람을 죽일 만큼 충분한 힘은 갖고 있다

홉스가 상정하는 자연상태는 전쟁상태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 이유는 홉스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홉스가 살았던 시대는 혁명의 시대였다 또한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말그대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시대이기도 하였다 그러한 세계에서는 부르주아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였다 홉스가 상정한 자연상태는 사실 17세기 서유럽 사회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역사적인 정황으로부터 끌어올린 논리적 전제assumption라 하겠다

Right Of Nature What

The RIGHT OF NATURE which Writers commonly call Jus Naturale is the Liberty each man hath to use his own power as he will himselfe for the preservation of his own Nature that is to say of his own Life and consequently of doing any thing which in his own Judgement and Reason hee shall conceive to be the aptest means thereunto자연권이란 무엇인가일반적으로 저술가들이 유스 나투랄레라고 부르는 자연권은 모든 사람이 그 자신의 본성 즉 그 자신의 생명의 보존을 위해 스스로 원하는 대로 그 자신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 갖는 자유이며 다시 말해서 그 자신의 판단과 이성 안에서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을 취하는 자유이다

자연권이란 자연상태에서 인간이 갖고 있는 권리를 말한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의 생명 보존 preserva-tion 을 위해서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을 취하는 자유이다

Liberty What 자유란 무엇인가By liberty is understood according to the proper signification of the word the absence of external impediments which impediments may oft take away part of a mans power to do what he would but cannot hinder him from using the power left him according as his judgement and reason shall dictate to him자유는 단어의 적절한 의미에 따르자면 외적인 방해들이 없는 상태로 이해된다 이러한 방해의 원인은 바라는 것을 행할 인간의 힘의 일부를 가끔 빼앗아 갈 수 있으나 그의 판단과 이성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서 그에게 남겨진 힘을 사용하는 것을 방해할 수는 없다

7번째 강의에 배울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가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 외적인 방해들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A Law Of Nature WhatA LAW OF NATURE (Lex Naturalis) is a Precept or generall Rule found out by Reason by which a man is for-bidden to do자연법이란 무엇인가자연법은 이성에 의해 한 사람이 행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에 의해 발견되는 금지 명령이자 일반 법칙이다

정리해 보도록 하자 자연상태에서의 모든 인간은 자연권을 갖는다 그러나 각각의 개인이 제멋대로 자연권을 행사하도록 내버려두면 자칫 공멸의 상태에 빠질 수 있을 것이기에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정 즉 자연법이 필요해진다 시장이 막힘 없이 잘 흘러가려면 최소한의 규율이 있어야 되듯 말이다 이것이 17세기 최소주의 국가관의 토대이다 오늘날에는 로버트 노직같은 이가 이러한 국가관을 주장하기도 한다 요컨대 평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지 목숨을 보존하기 위하여 내놓은 개념이 자연법인 것이다

이것을 다음과 같이 모형화 시킬 수 있다

자연상태 (출발점)∥∥ lt―― (자연법에 근거한) 계약contract∥시민사회(목적지)

다음은 고전철학에서의 모형도이다

Oikos 경제∥∥ lt―― (덕德의 고양을 위한) 시민 되기∥Politeia 정체

근대에는 power가 없는 사람은 인간이 되지 못한다 이것이 로크에 가서는 좀더 가다듬어져서 power가 재산으로 치환된다 즉 돈이 없으면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날 살아가고 있는 세계이다

CB 맥퍼슨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교수인 맥퍼슨은 홉스를 연구한 학자들 중에서 왼쪽에 위치한 사람이다 맥퍼슨에 의하면 관습 또는 신분사회의 본질적 속성은 다음과 같이 규정할 수 있다

(a) 사회의 생산적인 정규노동이 집단 신분 계급 개인에게 권위적으로 할당된다 그러한 할당이나 수행은 법률이나 관습에 의해 강제된다

(b) 각 집단 신분 계급 개인의 노동방식이 규정되어 있고 각각에게는 그것의 또는 그의 수행에 대한 적절한 단일한 기준의 보상이 주어지고 허용되는데 적정선은 공동체의 합의나 지배계급에 의해 결정된다(c) 토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적 소유가 전혀 없다(d) 모든 노동력은 토지나 부여된 기능의 수행 또는 주인 등에게 속박되어 있다(C B 맥퍼슨(지음) 황경식강유원(옮김)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1990 pp 57-58)

거칠게 분류하면 (a) (b)는 상부구조 (c) (d)는 토대를 가리킨다 따라서 (c) (d)가 핵심적 출발점이다 어떤 사태이든지 핵심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바라보아야 한다

단순시장모형은 처음의 네 개의 조건에 네 개를 더 첨가함으로써 소유적 시장모형으로 변형될 수 있다

(a) 노동에 대한 권위적 할당이 없다(b) 노동의 보상에 관한 권위적인 제공이 없다(c) 계약에 대한 권위적 규정 및 강제가 있다(d) 모든 개인은 자신의 공리를 합리적으로 극대화하려 한다(e) 개인 각자의 노동력은 자신의 재산이며 양도할 수 있다(f) 토지와 자원은 개인에 의해 소유되며 양도할 수 있다(g) 몇몇의 개인은 그들이 가진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리와 힘을 원한다(h) 몇몇의 개인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 기술 또는 재산을 가진다(같은 책pp62-63)

17세기의 영국이 소유적 시장사회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는 데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 거의 반 수에 가까운 사람들이 전시간 임금노동자였다 시골 변두리의 사람들을 시간제 임금노동자로 계산하다면 그 비율은 23를 넘는다 그리고 비록 임금관계가 18세기처럼 완벽하게 비인격적이지는 않았다 해도 홉스가 알기로는 이미 본질적으로 시장관계였다 토지를 자본으로 이용하는 경향은 이미 상당히 진전되어 있었고 지주와 소작인 사이의 가부장적 관계는 16세기의 변화 속에서 이미 손상되어 있었다(같은 책p71)

맥퍼슨은 홉스와 로크의 사상이 기본적으로 소유적 개인주의에 근거하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그들의 사상을 17세기 서유럽이라는 구체적인 컨텍스트 속에서 조망하는 것이다 이것이 맥퍼슨의 탁월함이다 고전을 다시 읽기re-read를 반복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증거들은 17세기 영국 사회가 본질적으로 소유적 시장사회로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홉스가 이것을 얼마만큼 잘 알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다행히 이 문제와 관계 있는 약간의 증거가 있다 첫번째로 인간의 노동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위해 교환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라는 홉스의 언명은 비록 그것이 해외무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언급된 것이라 해도 그가 임금관계의 일반성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같은 책 p72)

맥퍼슨이 근거로 드는 문장을 주목하라

for a mans Labour also is a commodity exchangeable for benefit as well as any other thing인간의 노동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위해 교환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이제 맥퍼슨의 소유적 개인주의에 기대어스 홉스에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자 자연상태는 경쟁상태이되 그것은 경제의 문제를 토대에 둔 경제적 경쟁상태이다 이러한 상태는 구성원들간의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므로 이로 인한 파괴를 막기 위해서 시민사회가 도입된다 이것이 정치적 사회이다 여기에서는 정치가 경제의 우위에 있다 국가가 나서서 경제적 경쟁을 완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맥퍼슨이 해석한 홉스적 근대사회이다 맥퍼슨은 이 사회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17세기 자유주의의 위대함은 자유로운 합리적 개인을 사회의 훌륭한 기준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17세기 자유주의의 비극은 이러한 주장이 바로 국민의 반이 넘는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개인주의의 부정이었다는 것이다(같은 책 p303)

다음 시간에는 로크의 재산권 이론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3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3강 ndash 로크의 소유권 이론

자유주의의 뿌리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는 우파가 만들어놓은 이념과 제도들로써 이끌어져 나가고 있다 좌파사상만 공부하면 현실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우파에 대해 공부하는 까닭은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를 좀더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요사이 장하준 교수의 ltlt쾌도난마 한국경제gtgt(부키)라는 책이 많이 팔리고

있으니 그것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책에서 장하준 교수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박정희정권이 반민주주의적이었다는 점은 비판받아야 하나 경제정책에서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은 한국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오늘날에 공격받고 있는 관치금융 재벌경제 경제계획 등을 옹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책들은 사실 자유주의의 경제프로그램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전간기 파시즘 체제에서 시행된 정책들이었으며 하나같이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한국경제를 이야기하는데 경제학적 논의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민주주의와 같은 정치철학적 개념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런 종류의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기본적인 개념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학적으로 정초했다 평가되는 존 로크를 읽음으로써 이런 개념들을 이해하는 데 한 발짝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먼저 모든 인간을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같은 출반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두 개념은 서로 상반되는 경향이 있는데 자유주의는 이러한 개인주의를 레디컬하게 추구하는 입장인 반면에 민주주의는 각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주의는 영국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것을 학적으로 정초한 이는 로크이다 이제 왜 영국이라는 컨텍스트 속에서 로크와 같은 자유주의 사상가가 나타났는지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우선 1215년에 있었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에 주목하도록 하자 마그나 카르타는 13세기의 있었던 사건이고 로크는 17세기에 활동했던 사람이니 언뜻 보면 둘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그나 카르타가 무슨 내용인지를 살펴 본다면 둘 사이의 무시할 수 없는 연결고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대헌장이라 불리우는 마그나 카르타는 1215년에 영국의 존왕이 귀족들의 강압에 따라 승인한 칙허장(勅許狀)을 일컫는 것으로 총 63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그나 카르타가 왕권과 의회의 대립에서 의회의 우위를 승인한 정치적 문헌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 마그나 카르타에 정치에 대한 조항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은 마그나 카르타의 제39항과 40항에 해당하는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자유민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와 같은 신분의 동료에 의한 합법적 재판 또는 국법에 의하지 않는 한 체포 감금 점유침탈 법익박탈 추방 또는 그 외의 어떠한 방법에 의하여서라도 자유가 침해되지 아니하며 또 짐 스스로가 자유민에게 개입되거나 또는 관헌을 파견하지 아니한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389)

짐은 누구를 위하여서라도 정의와 재판을 팔지 아니하며 또 누구에 대하여도 이를 거부 또는 지연시키지 아니한다(같은 책 p389)

이 두 개가 정치와 재판과 관련된 조항의 전부이다 그렇다면 다른 조항들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다음은 제 2항에서 발췌한 것이다

기사의 의무를 지고 짐으로부터 직접 수봉한 짐의 백작 또는 봉신 그리고 그 외의 자 중에서 어떤 자가 사망하였을 때 사망시의 상속인이 성년이며 또한 상속료의 지불의무를 부담하였을 경우에는 상속인은 구래의 상속료(를)hellip 지불함으로써 그 상속재산을 취득한다

2항부터 내리 재산상속에 대해 다루고 있다 ndash 제1항은 종교문제에 관한 것이다 ndash 대다수의 조항들이 재산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마그나 카르타의 핵심이 재산이며 이것과 관련된 세금문제에서 마그나 카르타가 촉발되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맥퍼슨은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에서 17세기의 영국이 소유적 시장사회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는 데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p71)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것을 본다면 이미 1215년 이전에 재산문제를 두고 왕과 시민사회 사이의 알력관계가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이다

이때가 산업혁명 이전 영국 도시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존 왕 치세 초기에는 리버풀이 전형적인 중세 도시 형성 과정을 거쳤다hellip 리버풀은 자치도시였고 왕의 칙서는 사실상 최초의 자치헌장이 되었다hellip 농노가 자치도시에서 1년 하고 1일을 살고 나면 자유민으로 간주한다는 관습도 법제화되었다 이 때문에 중세 사람들은 도시의 공기는 사람을 자유롭게 만든다고 말하곤 했다hellip 잉글랜드의 도시 생성률은 1180 ndash 1230년 사이의 50년간 가장 높아서 57개 이상의 신도시가 건설되었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p76-7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당시 도시인들은 농촌민들과는 달리 재산의 자유를 갖고 있었다 엔클로저 운동 같은 사건도 이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이 17세기에 느닷없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13세기 이전부터의 상당히 오랜 역사 속에 뿌리를 두고 자라온 이념체제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로크의 재산권 이론

로크의 대표적인 저서인 ltlt통치론gtgt의 출간계기가 명예혁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저술동기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ltlt통치론gtgt의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읽느냐에 따라서 책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점은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와 존 로크의 시대적 위치를 함께 살피는 것이다 여기에 이때까지 얘기했던 자유주의의 원리를 엮어서 따져 본다면 ltlt통치론gtgt의 저술동기를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얘기했으니 이제는 로크가 처해있는 시대적 위치에 대해 살펴보자 로크의 직업은 내과의사였다 그런데 이 당시의 내과의사는 치료와 상담을 겸하는 직종이었다 여기서 상담이란 대체로 의사의 주고객인 부르주아의 고민이나 걱정을 들어주는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이들은 상위신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와의 접근성이 높았고 그에 따라 서로간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을 것이다 - 제임스 버크(지음) ltlt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gtgt 참조 ndash 이렇게 본다면 로크가 ltlt통치론gtgt을 내놓은 이유에는 그 자신 주식투자를 하기도 했고 식민무역장관을 지내기도 했으니 부르주아 통치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 추측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이제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을 읽어가면서 이러한 추측이 온당한 것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모든 사람들이 개인의 천부적 재산권에 대한 로크의 주장과 정당화를 그의 시민사회와 정부이론의 중심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국가로 연합하는 것과 자신들을 정부의 지배 하에 두는 가장 크고 주요한 목적은 그들의 재산 보전이다(맥퍼슨(지음)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p227)

주지하듯이 홉스에게 국가의 목적은 개인들의 생명을 보존하는데 있다 로크는 생명 보존이라는 테제를 재산 보존으로 바꿔버리는데 이러한 논리 구도 아래에서는 재산이 국가에 대해서 우선성을 갖는다 단 하나 예외는 비합법적으로 재산을 취득한 경우뿐이다 여기서 그것이 합법이냐 비합법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다 이들은 일정한 정도 이상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로 구성된다 이상이 자유주의 국가관의 대체적인 밑그림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천부적으로 그의 재산 즉 생명 자유 토지를 보존할 권리를 가진다 나는 인간의 생명 자유 토지를 일반적 명칭으로서 재산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내가 재산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처럼 인간이 재화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뿐만 아니라 신체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도 의미한다(같은 책p22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로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산 이외에 자신의 생명 자유까지도 재산이라고 파악한다 이를 극단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모든 것을 물화物化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고용한 사람이 노동하여 얻은 것은 내 것이다 라는 논리가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체에 있어서의 재산을 가진다 그 자신 이외에 누구도 그에 대해 권리를 갖지 않는다 그의 신체와 손의 노동과 작업은 그의 것이다 인간이 자연적인 상태로부터 변형시킨 것은 무엇이든지 인간이 그것과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한 것이다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함으로써 그는 그것을 그의 재산으로 만드는데 적어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충분히 양질의 것을 남겨 놓아야 한다 이러한 종류의 점유를 정당화하는 데는 다른 어떤 사람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다 만약 그러한 동의가 필요하다면 신이 그에게 풍부하게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굶주려 죽게 될 것이다(같은 책 p231)

이 부분이 로크를 비롯한 고전파 정치경제학의 철학적 토대이다

정리를 해보자 나의 신체와 그것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노동력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권은 나에게 있으며 인간은 이러한 노동력과 자연물을 혼합시켜 인간의 살아가는데 유용한 생산물product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물은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1차적으로 자연물은 공유재산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모든 인간들이 향유할 수 있을 만큼 자연물은 넉넉하지 않으며 때문에 희소성을 갖는다 어떤 이는 자연물을 넉넉하게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오로지 자신의 노동력만을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자연물의 희소성과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충돌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ltlt통치론gtgt의 주제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로크는 부르주아 계급의 이익을 철저하게 옹호하였다

로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의 세 가지 제한조건을 제시하였다

인간은 타인을 위해 충분히 그리고 양질의 것을 남겨 놓은 만큼만 점유할 수 있다어떤 사람이든지 그것을 부패시키지 않고 삶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만큼만 이용해야 한다자기자신의 노동력으로써 산출할 수 있는 양에만 제한되는 것 같다(같은 책 p 232)

이것들은 현실적으로는 사유재산의 무제한적 확장에 기여한다 인간은 자신의 부를 화폐로 전환시켜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로 사용되는 금과 은은 썩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은 그것을 무제한으로 정당하게 축적할 수 있다

인간은 노동하는 신체의 소유자라는 것 이것이 자유주의 논리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 논리가 사회 속으로 들어오면 몸은 product를 만드는 도구로 전락한다 product를 만들어내야 personality가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

의 본질은 노동Arbeit이다라고 말한 헤겔과 비교해 보라 로크는 ldquo재산을 가진 자가 인간이다rdquo라고 말한다 재산은 노동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재산을 형성한 자만이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이며 제대로 된 인간이다 라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도출된다 이런 까닭에 자유주의는 자연히 부르주아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된다 헤겔은 로크와 다르다 헤겔은 노동이 인간의 본질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크에게 있어서 노동은 재산을 만들어 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건장한 신체를 지니고도 실업상태에 있는 이들의 처우에 대해 로크가 한 제안은 아주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서 현대의 학자들이 그에 대해 언급할 때는 일반적으로 그 비참함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도 그 당시의 기준에 비추어서 옹호하기도 한다 좀더 중요한 논점은 그러한 제안이 로크의 가정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구빈원(감화원)의 책임자들은 그들을 제조공장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노동자로 만들 것을 요청받고 있었으며 치안판사들은 그들에게 강제노동을 부과했다 세 살 이상 된 실업자의 자녀들은 국가의 불필요한 짐이었다 그들은 일을 해야만 했고 그들의 생활비를 더 많이 벌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실업이 경제적인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타락에서 기인한다는 명백한 근거 위에서 정당화되었다 로크가 무역위원회의 위원자격으로 1697년에 서술했듯이 실업자의 증대는 기율의 해이와 풍속의 붕괴 이외에는 어떤 것에 의해서도 발생하지 않는다 실업자들을 정치체제의 완전한 자유로운 구성원으로서 처우하는 것은 로크에게는 생각조차 되지 않았다 그들이 전적으로 국가에 예속된다는 것도 똑같이 의심할 바 없다 그리고 그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는 것이기에 국가는 그런 식으로 처우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책 pp 257-258)

여기에서 로크는 실업자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을 가지지 못한 것이라 단정한다 참으로 살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로크는 인간의 조건으로 재산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써 합리성의 정의까지 바꿔 버린 것이다 홉스에게 합리적 인간은 lsquo사물의 원인과 결과를 따지고 그것이 운동하는 양상을 계산하는 것rsquo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사람이 합리적 인간이었다 그러나 로크에게는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그 사람이 합리적인가 아닌가가 결정된다 이로써 개인이 사회 속에서 인간으로 대접 받기 위한 규준이 재산의 소유로 확정되었고 재산이 많은 인간일수록 합리적인 인간이 된다 오늘날 한국에서 유행하는 자기계발서적도 여기에서 논리를 빌려온 것이다

자연물 즉 공유재산을 어떻게 규정하고 분배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렇게 보면 요사이 한국에서 횡행하는 lsquo성장이냐 분배냐rsquo 하는 논쟁이 참으로 잘못된 의제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유적 개인주의를 구성하는 가정들은 다음 일곱 가지의 명제로 요약할 수 있다

1)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이다2) 타인으로부터의 자유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참여한 관계를 제외한 어떠한 관계로부터도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3) 개인은 사회에 아무런 부채도 없으므로 본질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능력의 소유자이다4) 개인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재산권 전체를 양도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자신의 일부 곧 노동력은 양도할 수 있다5) 인간사회는 일련의 시장관계로 구성되어 있다6)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므로 개인 각자의 자유는 타인에게도 똑같은 자유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의무와 규칙에 의해서만 정당하게 제한될 수 있다7) 정치사회는 개인의 신체와 재화로서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며 그에 따라 자신의 소유자로 간주되는 개인들간의 교환관계를 질서있게 유지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같은 책 pp 305-306)

1) 2) 3)은 자유주의의 인간관이다4) 5)는 자본주의의 핵심원리다6) 7)은 자유주의의 정치철학적 토대이다 따라서 ltlt통치론gtgt의 출발점이 된다 7)의 정치사회란 국가 교환관계는 시장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 ndash 로크적 국가와 현대사회

근대국가의 특성들

현대의 국가론을 크게 보면 홉스적 전통과 로크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것이 자유주의 국가론의 기본 개념들이다 따라서 국가론에 대한 책을 읽을 때는 이것들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아야 그 내용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자유주의는 자본주의와 긴밀한 연관관계에 놓여있다 국가는 부르주아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원회이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마르크스의 견해이다 부르주아는 경제적인 활동영역 즉 시민사회Burgerlichergesellschoft을 갖는다 18세기에는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부르주아라 불렀고 정치의 영역은 정부government가 통솔했다 앞서 말한 마르크스의 언명은 두 영역의 연결고리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견해는 두 영역의 관계가 원시적이었던 18세기에는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나 오늘날과 같이 복잡해진 때에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요즈음 국회에서 금산법의 개정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오간다 금산법 개정에 대해 lt중앙일보gt는 금산법은 이건희 죽이기법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가 반드시 부르주아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지 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세계가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까닭에 이 문제에 관해 좀더 자세하게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 이것이 자유주의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가 실현되는 경우는 선거 때 뿐이다 선거는 개개인이 각자 한 표 씩을 행사한다 이건희와 내가 각자 재산을 얼마나 가졌는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군집화가 이뤄진다 근대 이전에는 신분status에 의해서 결정됐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다 근대 이후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계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명제가 완전하게 이뤄지진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떄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반드시 계급결집이 일어난다 모든 논의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국가란 무엇인가 특정 지역 안에 있는 여러 세력force들의 관계망이며 이것의 물질적 응축이다 - 물질(matter)이란 현실 세계 속에서 구조적으로 고착middot제도화된 것을 가리킨다 구조적 관계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 이 안에는 정부 부르주아노동자 등 여러 세력들이 포진해 있다 근대 이전까지 유럽에는 약 500 여개의 국가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국가란 근대적 의미에서의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state가 아니라 느슨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소국을 가리킨다 이러한 소국들이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로 전환된 것은 1차 대전을 전후해서 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서양인들이 제대로 된 국가를 이루고 산 것은 잘 해야 100년이 채 안 된 것이다

한국인들이 서양의 국가론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국가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세계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중앙집권화된 관료제를 500 여년 동안 유지했다 더욱이 한국인이 쓴 국가론도 없으므로 국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의 한계는 크다 고려 때에는 중앙집권화가 이뤄지지 않았었다 지방 호족들이 알아서 다스렸다 왕은 많은 호족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절대적인 힘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에 들어서면 완전히 바뀐다 조선은 관료제를 바탕으로 중앙집권화를 이뤘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당 서원 등의 교육기관을 통해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을 보급한 것이다 이것이 조선사회를 유지시킨 메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관료제(물리력)을 보조하는 관학(지도력)을 통해서 헤게모니를 구성했던 것이다

소품문이란 것을 아는가 간략하게 정의하자면 길이가 짧은 문장으로 작자의 정서와 사상 견문을 표현하고 기록한 정서적인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별 것 아니다 그런데 정조는 이것을 문제삼아 문체반정을 일으켰다 왜 그랬을까 국가에서 정한 커리큘럼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소품문은 조선의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주류 이데올로기를 해체할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정통 성리학 국가인 조선의 뿌리를 뒤흔드는 문제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조에게나 소품을 쓰는 작가들에게나 소품은 단지 독서의 기호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소품적 인식 소설적 인식은 체제의 이데올로기가 은폐하고 있는 실상을 드러낼 것이었다 정통문서의 권위가 무너지면 그것에 기초한 헤게모니 역시 무너지기 마련이다

국가는 개인에게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데 이것을 풀란차스는 국가효과라고 불렀다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전환기에 조선은 고려의 헤게모니를 해체하고 새로운 조선의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위해 불교를 억압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특히 훈민정음의 창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훈민정음 이전까지 동아시아는 자신의 문자로 제국의 문자인 한문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것에 반하여 로컬 랭귀지를 조성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조선이라는 국가에 갖게되는 조선인들의 국가효과는 배가되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국적포기에 민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국가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막스 베버가 말한 철창부터 떠올린다 이제 지주형씨가 쓴 근대국가의 특성들이란 글을 보도록 하자

이 영토 위에 lsquo국민rsquo으로 사는 한은 국가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의 의무를 져야 하고 국가는 그러한 의무를 강제하기 위해 개개인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에 대한 기록을 축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의 관리와 통제를 피하려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유럽에 이런 것들이 자리잡은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상비군이 형성된 것도 1789년 이후의 일이다 한국과 서구의 국가관 인식의 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가(國家)라는 말은 매우 애매한 말이다 여기에는 이미 두 가지의 뜻이 들어 있다 하나는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입법부 사법부 및 기타 준 정부 기관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정부이다

나라는 사회과학적인 의미에서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정부의 차원에서 국가를 이해할 것이다

지주형씨가 이 글에서 정리하는 근대국가의 특성은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근대 국가의 제도적 물질적 특성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선 앞서 언급한 영토의 점유와 정당한 물리력 사용의 독점이라는 막스 베버의 유명한 정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국가는 영토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영토란 관할의 경계가 분명한 땅을 의미한다 즉 근대 국가는 그 이전의 국가와 달리 점으로 표시되는 경계가 모호한 변경frontier이 아니라 선으로 표시되는 국경border에 의해 명확히 구획된 영토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그 안의 인구 자원 등에 대한 명확한 권리를 주장하고 국경을 통제한다

둘째 근대 국가는 경찰과 상비군이라는 정당한 물리력을 독점하고 있다 원리상 근대 국가에 이 물리력에 도전할 수 있는 물리력을 가진 집단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물리력의 독점이 아니다 사실 국가는 물리력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조직폭력집단 또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것은 lsquo정당한rsquo 물리력이다 이 물리력의 정당성이 그것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앞으로 보겠지만 정당성은 법적 사회적으로 도출된다

셋째 비록 베버가 자신의 정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심도 있게 논한 근대 국가의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전문관료제이다 이것은 근대 국가가 하나의 합리적 집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국가의 합리성은 때로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서 국가건설 국가보존 국가권력의 적절한 수단에 대한 지식을 가리킨 국가이성raison drsquoeacutetat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 있는 국가 관료집단의 합리성은 관료제적 합리성과 통치적 합리성governmentality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는 베버가 지적한 것으로 일 처리의 규칙 절차 및 전문지식 공식화된 문건에 따른 몰인격(沒人格)적인 특성을 가리킨다 후자는 푸코Michel Foucault가 지적한 것으로 특히 영토 내의 인구 부 자원 재화 문화 관습 등이 특정한 방향들로 발전하고 특정한 결과들을 낳을 수 있게끔 통치govern하려는 전문지식의 특성을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 국가는 정부government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지식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 하나는 국가의 상태state에 대한 지식 즉 국민 개개인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정보(및 감시)를 포함한 통계적 지식statistics의 축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국가정책을 통해서 표현되는 이러한 국가의 합리적 특성은 근대 이전의 국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넷째 영토에 대한 지배 정당한 물리력의 독점 전문관료제는 근대 국가가 영토내의 모든 곳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즉 중심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국경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즉 근대국가는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인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지배의 특성에 대응하는 법적 관념은 어떤 지배자나 국가도 특정한 영토와 국민에 대한 최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유럽의 중세와 달리 근대 국가가 영토 내의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권위이자 최고권력인 주권을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관료제적 합리성의 몰인격성에서도 보이듯이 근대 국가는 몰인격적인 질서로서 법치국가Rechtstaat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근대 국가의 모든 권력은 통치자 개인의 사적 권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고의 권위인 주권권력도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 몰인격적이고 추상적인 권위로서 통치자 및 사회의 피지배자의 사유재산과 신분 등과 같은 개별적 특성과 분리된다 이것은 군주 개인이 인간 법의 궁극적인 원천으로서 주권을 가지고 있다며 지배를 정당화하였던 유럽의 절대주의 국가와 대조된다 물론 이것은 근대 국가가 중립적이거나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518 광주 학살 같은 경우는 편파적이고 불법적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통치자의 말이 곧 법이 되지 않고 국가가 lsquo불법rsquo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이미 근대 국가가 몰인격적인 법적 질서 속에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 국가는 기본적으로 경제 및 사회와 제도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표상되고 구성된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중세 유럽에서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가 존재하지 않았고 경제적 부의 사적인 축적은 상업이라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전적으로 봉토(fiefdom)에 대한 정치적 지배에 의거한 것이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국가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는 자신을 나라의 상태 즉 사회 전체의 상태state와 분명히 분리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 국가는 정치권력인 국가와 경제권력인 자본의 제도적 분리 그리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분리를 그 특징으로 한다 왜냐하면 근대 세계에서 국가는 자신과 사적인 것과의 구별을 계속 재생산함으로써 독자성을 가진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기본적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에는 이것이 분리되는데 이러한 국가 안에는 여러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각축을 벌인다 여기에서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 도출된다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란 국가가 자본주의적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해 지배계급에 반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국가 안의 세력들을 조율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니코스 풀란차스 Nicos Poulantzas가 말했듯이 국가란 ldquo세력관계의 물질적 응축rdquo인 것이다 근대 국가의 친자본주의적 성격과 그 내용은 결코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중요한 동인은 경제적이며 제국주의적 국제관계 즉 제국주의 국가의 국제적 헤게모니는 lsquo국가의 국제화rsquo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 반 데어 페일van der Pijl은 영국 명예혁명의 결과 형성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 및 자유주의적인 시민사회의 국가에 대한 우위를 영국철학자의 이름을 따서 로크적 국가-사회 복합체Lockean state-society complex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이 관계는 이민과 식민화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초국적 엘리트로 구성된 시민사회와 전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보호하는 일군의 국가로 이뤄진 lsquo로크적 심장지대rsquoLockean heartland를 출현시켰다 반면 이와 경쟁하던 국가와 경제의 제도적 분리는 유예되고 자본가계급과 통치계급이 융합된 국가계급이 지배하던 홉스적 국가들Hobbesian states(독일 러시아 등)은 제2차대전과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이 심장지대로 흡수되고 말았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세력들 간의 관계도 국가들 간의 물질적이다 따라서 한 계급에서도 도모하는 바에 따라서 여러 분파로 나뉜다 같은 자본가 계급이라 하더라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와 중소기업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가 다르듯이 말이다

자본주의 국가 자본의 이익 부르주아의 지배

밥 제솝이라는 영국의 사회학자가 있다 이 사람은 국가론에 대해 깊이 연구했는데 주로 안토니오 그람시의 역사적 블록 형성과정에서 국가가 맡는 영향력에 대해 해명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가 ltlt전략관계적 국가이론gtgt(한울)이라는 저서에 담겨있다 이 책의 챕터 5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자본과 국가의 관계는 크게 보아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의 국가는 앞서 말했듯이 상대적 자율성을 지닌 국가이다 여러 세력들이 국가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기에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이며 자본주의와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① 도구주의적 접근 ltlt공산당 선언gtgt의 접근법이다 경제가 사회를 장악하고 그것을 보장받기 위해 국가를 지배한다는 입장이다② 구조주의적 접근 자본이 국가를 지배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 유보한다 다만 국가가 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취할시에는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힘은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③ 형태결정적 접근 형태라는 말은 이데올로기적 계급지배와 결합된 국가지배장치를 말하는데 예컨대 국가제도나 관료제를 들 수 있다 형태경정적 접근은 관료제 같은 국가기구에 의한 정책집행과정이 자본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도구주의적 접근과 유사하나 도구주의적 접근은 자본과 국가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보는 반면에 형태결정적 접근은 우연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을 갖는다 ④ 전략관계적 접근 이것이 밥 제솝의 접근법이다 쉽게 말하면 앞서 말한 것들을 두루 헤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정치적 대표와 국가형태에 대해 살펴보겠다

① 자본주의 경제의 가치형태와 자본주의적 국가 형태의 관계 자본의 축적전략과 국가의 조절전략을 말한다② 국가의 형식적 측면 국가기구③ 국가의 실질적 측면 국가권력의 토대 - 국가 프로젝트 국가권력의 지지층 ndash

현대국가는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자본주의를 경제체제로 삼아 운영된다 그런데 경제체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는 철저히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축적전략이 비민주적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대국가는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긴장관계 속에 있는 셈이다 때문에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양자에 대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최근에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이것인데 한국이 자유주의에로 과도하게 경도되고 있으니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자본주의적 이익과 국가형태이다

① 후견주의 쉽게 말하면 국가가 기업에게 정치자금 받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국가가 자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받는 대신에 기업에게 이익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② 조합주의 특정한 직능집단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③ 의회주의 의회를 통하여 사회변혁을 일으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것들을 논한 다음에 밥 제솝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정리한다

- 축적전략과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에 주목할 것- 축적전략과 국가체계 내에서의 표출양상 양자를 이어주는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할 것- 국가체계 내외부의 구조적 제약 및 사회적 저항에 관심을 가질 것

밥 제솝의 결론은 축적전략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솝의 탁월한 점은 국가 내의 여러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다툼을 벌일 때 그것을 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홍제동에는 총 4개의 동이 있고 1동부터 3동까지 빨간벽독파 부지깽이파 연탄재파가 각각 지배하고 있다 4동은 아직 특정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태라면 어느 파가 4동을 지배권 하에 넣느냐에 따라 홍제동의 헤게모니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결정된다 그런데 한 파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헤게모니 쟁취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각 파간의 합종연횡이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이 권력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려면 각 파가 어떠한 관계 속에서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 이것이 제솝의 관점이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그때그때 다르므로 그때그때 신경 써서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 강의에는 애덤 스미스를 공부한다 교재를 잠시 소개하겠다 첫번째는 DD 라파엘이라는 사람이 쓴 ltlt애덤 스미스gtgt(시공사)라는 책이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순전히 저자 때문이다 DD 라파엘은 우파정치철학 연구의 거두이다 대표작으로 ltlt정치철학의 문제들gtgt(서광사)라는 책이 있는데 우파정치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서로 통한다 주교재로 쓸 것은 아니나 강의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 책을 모태로 삼을 것이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으니 한번씩 읽어보기 바란다

두번째는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ltlt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gtgt(민음사)이다 주교재이므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은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이 제일 좋으나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정으로 이 책을 선정하였다 경제사상의 고전이라 불리는 저작들에서 인용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다이제스트라 비전공자가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어서] 5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5강 아담 스미스 사상 개요

복습

지난 시간에 한 얘기들을 복습하겠다 기왕에 배운 것이니 현실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요즈음 이명박이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고 수군댄다 어떤 이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하고 다른 이는 되면 안 된다라고 말 하기도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때까지 헛배운 것이다 이런 식의 말들은 단순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배운 것을 가지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시간에 자본주의 국가를 분석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공부해 보았다 국가 프로젝트 헤게모니 프로젝트 축적전략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현재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민사회를 국가에로 끌어들이는 헤게모니 프로젝트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 프로젝트 역시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정권 초에 나왔던 동북아 허브 외에는 없었다 국가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사회가 어떻게 시민사회를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는 질문에는 명바기가 과연 어떠한 헤게모니 프로젝트와 국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느냐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에는 4가지를 들 수 있다

1 경제적 기능 자본주의적 가치증식조건을 보장한다-gt 중앙은행의 통화안정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 국가가 비시장적(정치)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을 알 수 있다2 사회적 기능 노동력 재생산-gt 자본주의는 자연력에 최대한 기대지 않으려는 체제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력을 인위적인 것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결코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력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력으로부터 이윤이 발생하므로 국가가 이를 조정해줘야 한다3 정치적 기능 경제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조정하는 기능-gt 이것을 하는 방법에는 첫째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둘째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에도 전경련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정치적 조정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4 조정양식 123을 이념적으로 조정하는 것 곧 국가 프로젝트

이상의 기능들은 중요도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말하자면 1과 2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과 2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만 따져보아도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온존시키기 위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국가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것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직을 분석하는 데도 상당히 유용하다 가령 어떤 이가 회사에 다니는데 그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를 분석해 본다 치자 회사가 투입한 자본의 이윤을 끌어내기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경제적 기능) 그리고 회사가 효율성있는 인력관리를 하고 있는지(사회적 기능)만 살펴보아도 그 회사의 대강이 잡힐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단순히 부르주아의 위원회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의 사상 개요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곤 한다 그런데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경제학이 독립된 학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미스는 무엇을 공부한 학자였을까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레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담당교수였다 따라서 스미스의 사상을 공부하려면 그가 도덕철학을 연구했다는 데서 출발하여야만 한다

한국인들은 도덕하면 뭔가 숭고한 것을 연상하는데 서양에서의 도덕철학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도덕철학은 영어로 moral philosophy 라 하는데 여기서 moral(sitte)은 습속이란 뜻을 지닌다 다시 말해서 당대 인간들의 대체적인 행동양식 정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도덕철학을 오늘날의 사회심리학 정도로 생각하는 되겠다

스미스는 홉스 로크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위시한 고전철학을 철저히 배격했다 고대에는 자연이라는

일정한 준칙이 있고 인간은 그것을 따라가야 했다 루카치가 말하듯이 별이 빛나는 창공이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인 시대였던 것이다 근대에는 그러한 것들이 탈주술화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에 진리값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매킨타이어가 근대를 after virtue라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스미스가 구상했던 사회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된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스미스가 홉스와 로크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는 홉스와 로크는 물론이요 밀 벌린 등 영국 공리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홉스와 로크는 주로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하여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면 스미스는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유의 문제를 해명하려 한 것이다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작에는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이 있다 전자는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다루고 후자는 경제적 자유를 다룬다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의 핵심키워드는 동감sympathy과 분업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즉 free and equal한 것이다 이것이 자연권이다 그런데 자연권이 무한대로 발현되어 버리면 home Lufus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것은 홉스가 말한 전쟁 상태인 자연 상태를 가리킨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동감이다 - 홉스는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보았다 - 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 안에 이른바 공정한 관찰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다 - 그런 까닭에 스미스 사상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 스미스에게 있어서 동감은 사회적 유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superego와 비슷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공감이 일어나므로 외부에서 뭔가 간섭하면 안 된다 여기서 다시 영국식 자유주의 전통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가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스미스의 설명을 시장에 적용시켜 보면 오늘날의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있어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까지도 교환되는 장소인 것이다

시장은 스미스에게 있어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은 동감하여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유대 속에서 시장이 운영되는 것이고 그 시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하듯 분업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제 스미스의 시장개념을 스미스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하이에크의 시장개념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은 내가 정리한 Hayek의 시장개념이라는 글이다

Hayek에 있어 시장의 의미는 그가 제시한 catallaxy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이 개념을 전통적인 용어인 경제 economy에 대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는 인간의 여러 목적들이 하나의 통일된 질서에 이바지하도록 주어진 자원을 조직하거나 이리저리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하나의 견해가 전제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원의 사용이 규정되는 하나의 일관적인 결정 체계가 경제인 것이다 여기서 Hayek가 경제의 핵심적인 규정으로 삼는 것은 통일된 질서를 만들어내는 목적론적인 행위이다 이에 반해서 catallaxy -- 이 말은 그리스어 katallatein(바꾸다)에서 나왔다 -- 는 자발적 시장 질서이므로 여러 목적을 하나의 위계질서에 따라 배열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발적 시장 질서 -gt 고전적 의미에서의 자유주의적 시장개념

자발적 체제인 catallaxy에 가담한 각각의 개인들은 각자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으므로 특정한 결과가 부당한지 혹은 정당한지도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Hayek는 분배(distribution)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살포(dispersion)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결과가 각자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을 기초로 하는 사회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들의 비중을 규정하는 단일한 척도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에 대한 어떤 특정한 견해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사회관이다 복거일이 이 부분을 가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하이에크의 이러한 언술은 경제학적인 정의가 아니라 정치철학적인 정의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Hayek의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고유한 견해 및 그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체제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즉 catallaxy로서의 시장이라는 개념은 독자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관과 사회이론과 맞물려 돌아갈 때에만 의미있는 것이다 Hayek는 이른바 전통적 자유주의의 인간관을 받아들인다 그것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의 무한한 다양성은 인간의 가장 독특한 점이며 그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으므로 만약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평등이라 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는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 즉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공교육을 부정하는 근거가 여기에서 도출된다 불평등은 그대로 두어야 되는 것이라 본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재현시킨 것이 유에스이다

사람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현실적 불평등을 인정한 뒤 Hayek는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이성능력을 가진 인간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집단에 의도적인 조직이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Hayek는 정부의 강제적 행위는 보편적인 규칙의 집행에 그쳐야 하고 그 집행 목적을 위해 위임받는 권력을 발동하여 다른 공익을 실현힐 수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런 까닭에 그러한 행위들은 부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 -gt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이다

Hayek의 이 두가지 전제 즉 인간은 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집단에는 자발적 질서가 있다는 것을 경제활동에 적용하며 앞서 말한 catallaxy 개념이 얻어진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불평등하며 그러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 자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오히려 소득과 지위상의 몰락을 가져온다해도 이는 그 어떤 의도적인 계획의 소산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하며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Hayek가 이처럼 자발적 질서로서의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의 우월함이 인식론적 통찰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수히 많은 개인과 조직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이처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점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미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고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완전한 지식을 각자의 목적에 걸맞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발견적 수단으로서의 경쟁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사회는 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 나감으로써 항상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의미지평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어느 것에 대입해 보아도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한국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다면 아마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한다 자유주의는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는 데 그 배경에는 학문의 시장화라는 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 놓여졌을 때 시장에서 그 이론이 적합치 못하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장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모두들 알다시피 시장의 본래 뜻은 상품이 교환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의미의 시장은 오래 전부터도 드문드문 존재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5일장은 이런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이런 일상적인 의미의 시장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거의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행위가 일반화되면서 즉 이른바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에 여러 가지 다른 관념들이 덧붙여졌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장의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확장시켰으며 시장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가리키게 하였다 특히 이렇게 다른 관념들과 결합된 시장이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가르게 된다

근대적인 시장경제 -gt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큰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최소규정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사회분업 및 그에 따른 교환을 전제로 하여 생성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전문화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 Adam Smith는 핀의 제조공정을 분할하여 노동자가 각 단계의 단순화된 노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핀을 제조할 수 있음을 그리고 고전파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는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교환 당사자들의 부가 모두 증가하는 비교우위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분업 특히 공장 내의 분업이 아닌 사회내의 분업은 자연히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자들간에 일반적으로 교환되어야 필요를 발생시켰다 교환은 농경사회의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처럼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여러분이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여러분의 가정에서 스스로 생산한 것은 식사나 빨래 정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은 물으나 마나 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은 필요조건이자 전제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반드시 시장에 의해 매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대기업을 경계했다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많을 때 제대로 된 경쟁이 유발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째 시장은 단순히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특수한 방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장교환을 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매기는 척도이다 이렇게 값을 매김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6: Right Wing

simply and absolutely so nor any common Rule of Good and evill to be taken from the nature of the objects themselves but from the Person of the man (where there is no Common-wealth) or (in a Common-wealth) From the Person that representeth it or from an Arbitrator or Judge whom men disagreeing shall by consent set up and make his sentence the Rule thereof좋은 것과 나쁜 것그러나 인간의 욕구나 욕망의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그것은 그 사람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그의 증오와 혐오 나쁜 것의 대상 그리고 그가 경멸하고 불쾌해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좋은 것 나쁜 것 그리고 경멸하는 것에 대한 이러한 단어들은 그것들을 사용하는 사람과 관련되어 사용되는 것이다 단순하고 절대적으로 그러한 것은 없다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어떠한 공통의 법칙도 대상들 그 자체의 본성에서 취해지지 않고 대신 사람 - 국가가 없는 혹은 국가 안에서 - 그것을 대표하는 사람으로부터 취해지며 의견차를 보이는 사람들이 합의에 의해서 규칙을 세우게 될 중재자나 재판관에 의해 그리고 그들의 판결을 규칙으로 만드는 것으로부터 취해진다

여기에서 Good Evil은 흔히 선악善惡이라 번역되곤 하는데 이렇게 해버리면 윤리학적인 개념이 되어 버린다 이것은 윤리학적인 개념이 아니다 단순히 좋은 것 나쁜 것을 가리킨다 몸에 좋은 것이 윤리적인 것은 아니듯이 말이다 여기에서는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德 개념이 완전히 폐기된 상태이다 가령 ltlt맹자gtgt의 양혜왕편에 나오는 고사를 떠올려 보자 맹자가 양혜왕을 찾아가자 양혜왕이 맹자에게 묻는다 학문이 높으신 선생께서 이리 오셨으니 나의 나라에 어떤 이득을 주러 오신 겁니까 맹자가 답한다 왕께서는 어찌하여 이득을 따지고 계십니까 저는 오로지 의義를 말할 뿐입니다 홉스가 맹자를 봤다면 이리 말했을 것이다 맹자 당신은 어찌하여 의를 얘기하는 겁니까 나는 이득을 얘기할 뿐입니다

위의 문단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철저하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은 그 사람의 입장서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각자의 욕망만을 표출시키려 할 것이고 그럼에 따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기본적인 합의조차 성립되지 못한다 이미 여기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가 예고되는 것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감정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나오지만 그것들은 그 말들을 했던 사람들과 관련되어 사용된다 즉 관계 속에서 파악되는 것이다 대상 자체의 본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다

DeliberationWhen in the mind of man Appetites and Aversions Hopes and Feares concerning one and the same thing arise al-ternately and divers good and evill consequences of the doing or omitting the thing propounded come successively into our thoughts so that sometimes we have an Appetite to it sometimes an Aversion from it sometimes Hope to be able to do it sometimes Despaire or Feare to attempt it the whole sum of Desires Aversions Hopes and Feares continued till the thing be either done or thought impossible is that we call DELIBERATION숙고사람의 마음 속에서 - 하나이고 똑같은 것과 관련된 - 욕구와 혐오 희망들과 공포들이 번갈아 일어나면 그리고 제기된 사태를 행하거나 생략하는 것의 다양한 좋고 나쁨의 결과들은 우리의 사고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데 그리하여 종종 우리는 그것에 대해 욕구를 갖게 되고 더러는 그것에서 혐오를 갖게 된며 간혹 그것을 할 수 있다는 희망도 더러는 그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좌절과 공포도 갖는다 그것이 행해지거나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가 될때까지 계속되는 욕망들과 혐오들과 희망들과 두려움들의 총합을 우리는 숙고라고 부른다

욕구Appetite와 혐오Aversion에 이어서 희망hope과 공포fear가 등장한다 외연이 넓어지는 것이다 홉스는 철학을 Deliberation의 학이라 규정했다 홉스 철학의 문맥을 모른다면 그렇지 여러 번 되풀이 생각하는 것이 철학이지하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Deliberation이란 나의 이익과 손실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지금까지가 홉스의 이론철학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실천철학의 영역이다

OF THE NATURALL CONDITION OF MANKINDFor as to the strength of body the weakest has strength enough to kill the strongest either by secret machination or by confederacy with others that are in the same danger with himselfe인간의 자연 조건에 관하여신체의 강함으로 말해보자면 가장 약한 사람은 음모 혹은 그 자신과 똑같은 위험에 처해있는 타인과의 공모에 의해 가장 강한 사람을 죽일 만큼 충분한 힘은 갖고 있다

홉스가 상정하는 자연상태는 전쟁상태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 이유는 홉스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홉스가 살았던 시대는 혁명의 시대였다 또한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말그대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시대이기도 하였다 그러한 세계에서는 부르주아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였다 홉스가 상정한 자연상태는 사실 17세기 서유럽 사회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역사적인 정황으로부터 끌어올린 논리적 전제assumption라 하겠다

Right Of Nature What

The RIGHT OF NATURE which Writers commonly call Jus Naturale is the Liberty each man hath to use his own power as he will himselfe for the preservation of his own Nature that is to say of his own Life and consequently of doing any thing which in his own Judgement and Reason hee shall conceive to be the aptest means thereunto자연권이란 무엇인가일반적으로 저술가들이 유스 나투랄레라고 부르는 자연권은 모든 사람이 그 자신의 본성 즉 그 자신의 생명의 보존을 위해 스스로 원하는 대로 그 자신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 갖는 자유이며 다시 말해서 그 자신의 판단과 이성 안에서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을 취하는 자유이다

자연권이란 자연상태에서 인간이 갖고 있는 권리를 말한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의 생명 보존 preserva-tion 을 위해서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을 취하는 자유이다

Liberty What 자유란 무엇인가By liberty is understood according to the proper signification of the word the absence of external impediments which impediments may oft take away part of a mans power to do what he would but cannot hinder him from using the power left him according as his judgement and reason shall dictate to him자유는 단어의 적절한 의미에 따르자면 외적인 방해들이 없는 상태로 이해된다 이러한 방해의 원인은 바라는 것을 행할 인간의 힘의 일부를 가끔 빼앗아 갈 수 있으나 그의 판단과 이성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서 그에게 남겨진 힘을 사용하는 것을 방해할 수는 없다

7번째 강의에 배울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가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 외적인 방해들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A Law Of Nature WhatA LAW OF NATURE (Lex Naturalis) is a Precept or generall Rule found out by Reason by which a man is for-bidden to do자연법이란 무엇인가자연법은 이성에 의해 한 사람이 행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에 의해 발견되는 금지 명령이자 일반 법칙이다

정리해 보도록 하자 자연상태에서의 모든 인간은 자연권을 갖는다 그러나 각각의 개인이 제멋대로 자연권을 행사하도록 내버려두면 자칫 공멸의 상태에 빠질 수 있을 것이기에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정 즉 자연법이 필요해진다 시장이 막힘 없이 잘 흘러가려면 최소한의 규율이 있어야 되듯 말이다 이것이 17세기 최소주의 국가관의 토대이다 오늘날에는 로버트 노직같은 이가 이러한 국가관을 주장하기도 한다 요컨대 평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지 목숨을 보존하기 위하여 내놓은 개념이 자연법인 것이다

이것을 다음과 같이 모형화 시킬 수 있다

자연상태 (출발점)∥∥ lt―― (자연법에 근거한) 계약contract∥시민사회(목적지)

다음은 고전철학에서의 모형도이다

Oikos 경제∥∥ lt―― (덕德의 고양을 위한) 시민 되기∥Politeia 정체

근대에는 power가 없는 사람은 인간이 되지 못한다 이것이 로크에 가서는 좀더 가다듬어져서 power가 재산으로 치환된다 즉 돈이 없으면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날 살아가고 있는 세계이다

CB 맥퍼슨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교수인 맥퍼슨은 홉스를 연구한 학자들 중에서 왼쪽에 위치한 사람이다 맥퍼슨에 의하면 관습 또는 신분사회의 본질적 속성은 다음과 같이 규정할 수 있다

(a) 사회의 생산적인 정규노동이 집단 신분 계급 개인에게 권위적으로 할당된다 그러한 할당이나 수행은 법률이나 관습에 의해 강제된다

(b) 각 집단 신분 계급 개인의 노동방식이 규정되어 있고 각각에게는 그것의 또는 그의 수행에 대한 적절한 단일한 기준의 보상이 주어지고 허용되는데 적정선은 공동체의 합의나 지배계급에 의해 결정된다(c) 토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적 소유가 전혀 없다(d) 모든 노동력은 토지나 부여된 기능의 수행 또는 주인 등에게 속박되어 있다(C B 맥퍼슨(지음) 황경식강유원(옮김)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1990 pp 57-58)

거칠게 분류하면 (a) (b)는 상부구조 (c) (d)는 토대를 가리킨다 따라서 (c) (d)가 핵심적 출발점이다 어떤 사태이든지 핵심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바라보아야 한다

단순시장모형은 처음의 네 개의 조건에 네 개를 더 첨가함으로써 소유적 시장모형으로 변형될 수 있다

(a) 노동에 대한 권위적 할당이 없다(b) 노동의 보상에 관한 권위적인 제공이 없다(c) 계약에 대한 권위적 규정 및 강제가 있다(d) 모든 개인은 자신의 공리를 합리적으로 극대화하려 한다(e) 개인 각자의 노동력은 자신의 재산이며 양도할 수 있다(f) 토지와 자원은 개인에 의해 소유되며 양도할 수 있다(g) 몇몇의 개인은 그들이 가진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리와 힘을 원한다(h) 몇몇의 개인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 기술 또는 재산을 가진다(같은 책pp62-63)

17세기의 영국이 소유적 시장사회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는 데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 거의 반 수에 가까운 사람들이 전시간 임금노동자였다 시골 변두리의 사람들을 시간제 임금노동자로 계산하다면 그 비율은 23를 넘는다 그리고 비록 임금관계가 18세기처럼 완벽하게 비인격적이지는 않았다 해도 홉스가 알기로는 이미 본질적으로 시장관계였다 토지를 자본으로 이용하는 경향은 이미 상당히 진전되어 있었고 지주와 소작인 사이의 가부장적 관계는 16세기의 변화 속에서 이미 손상되어 있었다(같은 책p71)

맥퍼슨은 홉스와 로크의 사상이 기본적으로 소유적 개인주의에 근거하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그들의 사상을 17세기 서유럽이라는 구체적인 컨텍스트 속에서 조망하는 것이다 이것이 맥퍼슨의 탁월함이다 고전을 다시 읽기re-read를 반복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증거들은 17세기 영국 사회가 본질적으로 소유적 시장사회로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홉스가 이것을 얼마만큼 잘 알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다행히 이 문제와 관계 있는 약간의 증거가 있다 첫번째로 인간의 노동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위해 교환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라는 홉스의 언명은 비록 그것이 해외무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언급된 것이라 해도 그가 임금관계의 일반성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같은 책 p72)

맥퍼슨이 근거로 드는 문장을 주목하라

for a mans Labour also is a commodity exchangeable for benefit as well as any other thing인간의 노동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위해 교환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이제 맥퍼슨의 소유적 개인주의에 기대어스 홉스에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자 자연상태는 경쟁상태이되 그것은 경제의 문제를 토대에 둔 경제적 경쟁상태이다 이러한 상태는 구성원들간의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므로 이로 인한 파괴를 막기 위해서 시민사회가 도입된다 이것이 정치적 사회이다 여기에서는 정치가 경제의 우위에 있다 국가가 나서서 경제적 경쟁을 완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맥퍼슨이 해석한 홉스적 근대사회이다 맥퍼슨은 이 사회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17세기 자유주의의 위대함은 자유로운 합리적 개인을 사회의 훌륭한 기준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17세기 자유주의의 비극은 이러한 주장이 바로 국민의 반이 넘는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개인주의의 부정이었다는 것이다(같은 책 p303)

다음 시간에는 로크의 재산권 이론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3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3강 ndash 로크의 소유권 이론

자유주의의 뿌리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는 우파가 만들어놓은 이념과 제도들로써 이끌어져 나가고 있다 좌파사상만 공부하면 현실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우파에 대해 공부하는 까닭은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를 좀더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요사이 장하준 교수의 ltlt쾌도난마 한국경제gtgt(부키)라는 책이 많이 팔리고

있으니 그것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책에서 장하준 교수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박정희정권이 반민주주의적이었다는 점은 비판받아야 하나 경제정책에서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은 한국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오늘날에 공격받고 있는 관치금융 재벌경제 경제계획 등을 옹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책들은 사실 자유주의의 경제프로그램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전간기 파시즘 체제에서 시행된 정책들이었으며 하나같이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한국경제를 이야기하는데 경제학적 논의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민주주의와 같은 정치철학적 개념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런 종류의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기본적인 개념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학적으로 정초했다 평가되는 존 로크를 읽음으로써 이런 개념들을 이해하는 데 한 발짝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먼저 모든 인간을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같은 출반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두 개념은 서로 상반되는 경향이 있는데 자유주의는 이러한 개인주의를 레디컬하게 추구하는 입장인 반면에 민주주의는 각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주의는 영국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것을 학적으로 정초한 이는 로크이다 이제 왜 영국이라는 컨텍스트 속에서 로크와 같은 자유주의 사상가가 나타났는지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우선 1215년에 있었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에 주목하도록 하자 마그나 카르타는 13세기의 있었던 사건이고 로크는 17세기에 활동했던 사람이니 언뜻 보면 둘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그나 카르타가 무슨 내용인지를 살펴 본다면 둘 사이의 무시할 수 없는 연결고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대헌장이라 불리우는 마그나 카르타는 1215년에 영국의 존왕이 귀족들의 강압에 따라 승인한 칙허장(勅許狀)을 일컫는 것으로 총 63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그나 카르타가 왕권과 의회의 대립에서 의회의 우위를 승인한 정치적 문헌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 마그나 카르타에 정치에 대한 조항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은 마그나 카르타의 제39항과 40항에 해당하는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자유민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와 같은 신분의 동료에 의한 합법적 재판 또는 국법에 의하지 않는 한 체포 감금 점유침탈 법익박탈 추방 또는 그 외의 어떠한 방법에 의하여서라도 자유가 침해되지 아니하며 또 짐 스스로가 자유민에게 개입되거나 또는 관헌을 파견하지 아니한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389)

짐은 누구를 위하여서라도 정의와 재판을 팔지 아니하며 또 누구에 대하여도 이를 거부 또는 지연시키지 아니한다(같은 책 p389)

이 두 개가 정치와 재판과 관련된 조항의 전부이다 그렇다면 다른 조항들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다음은 제 2항에서 발췌한 것이다

기사의 의무를 지고 짐으로부터 직접 수봉한 짐의 백작 또는 봉신 그리고 그 외의 자 중에서 어떤 자가 사망하였을 때 사망시의 상속인이 성년이며 또한 상속료의 지불의무를 부담하였을 경우에는 상속인은 구래의 상속료(를)hellip 지불함으로써 그 상속재산을 취득한다

2항부터 내리 재산상속에 대해 다루고 있다 ndash 제1항은 종교문제에 관한 것이다 ndash 대다수의 조항들이 재산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마그나 카르타의 핵심이 재산이며 이것과 관련된 세금문제에서 마그나 카르타가 촉발되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맥퍼슨은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에서 17세기의 영국이 소유적 시장사회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는 데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p71)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것을 본다면 이미 1215년 이전에 재산문제를 두고 왕과 시민사회 사이의 알력관계가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이다

이때가 산업혁명 이전 영국 도시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존 왕 치세 초기에는 리버풀이 전형적인 중세 도시 형성 과정을 거쳤다hellip 리버풀은 자치도시였고 왕의 칙서는 사실상 최초의 자치헌장이 되었다hellip 농노가 자치도시에서 1년 하고 1일을 살고 나면 자유민으로 간주한다는 관습도 법제화되었다 이 때문에 중세 사람들은 도시의 공기는 사람을 자유롭게 만든다고 말하곤 했다hellip 잉글랜드의 도시 생성률은 1180 ndash 1230년 사이의 50년간 가장 높아서 57개 이상의 신도시가 건설되었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p76-7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당시 도시인들은 농촌민들과는 달리 재산의 자유를 갖고 있었다 엔클로저 운동 같은 사건도 이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이 17세기에 느닷없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13세기 이전부터의 상당히 오랜 역사 속에 뿌리를 두고 자라온 이념체제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로크의 재산권 이론

로크의 대표적인 저서인 ltlt통치론gtgt의 출간계기가 명예혁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저술동기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ltlt통치론gtgt의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읽느냐에 따라서 책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점은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와 존 로크의 시대적 위치를 함께 살피는 것이다 여기에 이때까지 얘기했던 자유주의의 원리를 엮어서 따져 본다면 ltlt통치론gtgt의 저술동기를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얘기했으니 이제는 로크가 처해있는 시대적 위치에 대해 살펴보자 로크의 직업은 내과의사였다 그런데 이 당시의 내과의사는 치료와 상담을 겸하는 직종이었다 여기서 상담이란 대체로 의사의 주고객인 부르주아의 고민이나 걱정을 들어주는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이들은 상위신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와의 접근성이 높았고 그에 따라 서로간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을 것이다 - 제임스 버크(지음) ltlt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gtgt 참조 ndash 이렇게 본다면 로크가 ltlt통치론gtgt을 내놓은 이유에는 그 자신 주식투자를 하기도 했고 식민무역장관을 지내기도 했으니 부르주아 통치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 추측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이제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을 읽어가면서 이러한 추측이 온당한 것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모든 사람들이 개인의 천부적 재산권에 대한 로크의 주장과 정당화를 그의 시민사회와 정부이론의 중심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국가로 연합하는 것과 자신들을 정부의 지배 하에 두는 가장 크고 주요한 목적은 그들의 재산 보전이다(맥퍼슨(지음)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p227)

주지하듯이 홉스에게 국가의 목적은 개인들의 생명을 보존하는데 있다 로크는 생명 보존이라는 테제를 재산 보존으로 바꿔버리는데 이러한 논리 구도 아래에서는 재산이 국가에 대해서 우선성을 갖는다 단 하나 예외는 비합법적으로 재산을 취득한 경우뿐이다 여기서 그것이 합법이냐 비합법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다 이들은 일정한 정도 이상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로 구성된다 이상이 자유주의 국가관의 대체적인 밑그림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천부적으로 그의 재산 즉 생명 자유 토지를 보존할 권리를 가진다 나는 인간의 생명 자유 토지를 일반적 명칭으로서 재산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내가 재산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처럼 인간이 재화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뿐만 아니라 신체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도 의미한다(같은 책p22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로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산 이외에 자신의 생명 자유까지도 재산이라고 파악한다 이를 극단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모든 것을 물화物化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고용한 사람이 노동하여 얻은 것은 내 것이다 라는 논리가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체에 있어서의 재산을 가진다 그 자신 이외에 누구도 그에 대해 권리를 갖지 않는다 그의 신체와 손의 노동과 작업은 그의 것이다 인간이 자연적인 상태로부터 변형시킨 것은 무엇이든지 인간이 그것과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한 것이다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함으로써 그는 그것을 그의 재산으로 만드는데 적어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충분히 양질의 것을 남겨 놓아야 한다 이러한 종류의 점유를 정당화하는 데는 다른 어떤 사람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다 만약 그러한 동의가 필요하다면 신이 그에게 풍부하게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굶주려 죽게 될 것이다(같은 책 p231)

이 부분이 로크를 비롯한 고전파 정치경제학의 철학적 토대이다

정리를 해보자 나의 신체와 그것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노동력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권은 나에게 있으며 인간은 이러한 노동력과 자연물을 혼합시켜 인간의 살아가는데 유용한 생산물product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물은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1차적으로 자연물은 공유재산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모든 인간들이 향유할 수 있을 만큼 자연물은 넉넉하지 않으며 때문에 희소성을 갖는다 어떤 이는 자연물을 넉넉하게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오로지 자신의 노동력만을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자연물의 희소성과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충돌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ltlt통치론gtgt의 주제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로크는 부르주아 계급의 이익을 철저하게 옹호하였다

로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의 세 가지 제한조건을 제시하였다

인간은 타인을 위해 충분히 그리고 양질의 것을 남겨 놓은 만큼만 점유할 수 있다어떤 사람이든지 그것을 부패시키지 않고 삶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만큼만 이용해야 한다자기자신의 노동력으로써 산출할 수 있는 양에만 제한되는 것 같다(같은 책 p 232)

이것들은 현실적으로는 사유재산의 무제한적 확장에 기여한다 인간은 자신의 부를 화폐로 전환시켜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로 사용되는 금과 은은 썩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은 그것을 무제한으로 정당하게 축적할 수 있다

인간은 노동하는 신체의 소유자라는 것 이것이 자유주의 논리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 논리가 사회 속으로 들어오면 몸은 product를 만드는 도구로 전락한다 product를 만들어내야 personality가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

의 본질은 노동Arbeit이다라고 말한 헤겔과 비교해 보라 로크는 ldquo재산을 가진 자가 인간이다rdquo라고 말한다 재산은 노동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재산을 형성한 자만이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이며 제대로 된 인간이다 라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도출된다 이런 까닭에 자유주의는 자연히 부르주아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된다 헤겔은 로크와 다르다 헤겔은 노동이 인간의 본질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크에게 있어서 노동은 재산을 만들어 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건장한 신체를 지니고도 실업상태에 있는 이들의 처우에 대해 로크가 한 제안은 아주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서 현대의 학자들이 그에 대해 언급할 때는 일반적으로 그 비참함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도 그 당시의 기준에 비추어서 옹호하기도 한다 좀더 중요한 논점은 그러한 제안이 로크의 가정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구빈원(감화원)의 책임자들은 그들을 제조공장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노동자로 만들 것을 요청받고 있었으며 치안판사들은 그들에게 강제노동을 부과했다 세 살 이상 된 실업자의 자녀들은 국가의 불필요한 짐이었다 그들은 일을 해야만 했고 그들의 생활비를 더 많이 벌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실업이 경제적인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타락에서 기인한다는 명백한 근거 위에서 정당화되었다 로크가 무역위원회의 위원자격으로 1697년에 서술했듯이 실업자의 증대는 기율의 해이와 풍속의 붕괴 이외에는 어떤 것에 의해서도 발생하지 않는다 실업자들을 정치체제의 완전한 자유로운 구성원으로서 처우하는 것은 로크에게는 생각조차 되지 않았다 그들이 전적으로 국가에 예속된다는 것도 똑같이 의심할 바 없다 그리고 그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는 것이기에 국가는 그런 식으로 처우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책 pp 257-258)

여기에서 로크는 실업자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을 가지지 못한 것이라 단정한다 참으로 살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로크는 인간의 조건으로 재산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써 합리성의 정의까지 바꿔 버린 것이다 홉스에게 합리적 인간은 lsquo사물의 원인과 결과를 따지고 그것이 운동하는 양상을 계산하는 것rsquo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사람이 합리적 인간이었다 그러나 로크에게는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그 사람이 합리적인가 아닌가가 결정된다 이로써 개인이 사회 속에서 인간으로 대접 받기 위한 규준이 재산의 소유로 확정되었고 재산이 많은 인간일수록 합리적인 인간이 된다 오늘날 한국에서 유행하는 자기계발서적도 여기에서 논리를 빌려온 것이다

자연물 즉 공유재산을 어떻게 규정하고 분배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렇게 보면 요사이 한국에서 횡행하는 lsquo성장이냐 분배냐rsquo 하는 논쟁이 참으로 잘못된 의제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유적 개인주의를 구성하는 가정들은 다음 일곱 가지의 명제로 요약할 수 있다

1)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이다2) 타인으로부터의 자유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참여한 관계를 제외한 어떠한 관계로부터도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3) 개인은 사회에 아무런 부채도 없으므로 본질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능력의 소유자이다4) 개인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재산권 전체를 양도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자신의 일부 곧 노동력은 양도할 수 있다5) 인간사회는 일련의 시장관계로 구성되어 있다6)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므로 개인 각자의 자유는 타인에게도 똑같은 자유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의무와 규칙에 의해서만 정당하게 제한될 수 있다7) 정치사회는 개인의 신체와 재화로서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며 그에 따라 자신의 소유자로 간주되는 개인들간의 교환관계를 질서있게 유지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같은 책 pp 305-306)

1) 2) 3)은 자유주의의 인간관이다4) 5)는 자본주의의 핵심원리다6) 7)은 자유주의의 정치철학적 토대이다 따라서 ltlt통치론gtgt의 출발점이 된다 7)의 정치사회란 국가 교환관계는 시장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 ndash 로크적 국가와 현대사회

근대국가의 특성들

현대의 국가론을 크게 보면 홉스적 전통과 로크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것이 자유주의 국가론의 기본 개념들이다 따라서 국가론에 대한 책을 읽을 때는 이것들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아야 그 내용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자유주의는 자본주의와 긴밀한 연관관계에 놓여있다 국가는 부르주아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원회이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마르크스의 견해이다 부르주아는 경제적인 활동영역 즉 시민사회Burgerlichergesellschoft을 갖는다 18세기에는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부르주아라 불렀고 정치의 영역은 정부government가 통솔했다 앞서 말한 마르크스의 언명은 두 영역의 연결고리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견해는 두 영역의 관계가 원시적이었던 18세기에는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나 오늘날과 같이 복잡해진 때에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요즈음 국회에서 금산법의 개정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오간다 금산법 개정에 대해 lt중앙일보gt는 금산법은 이건희 죽이기법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가 반드시 부르주아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지 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세계가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까닭에 이 문제에 관해 좀더 자세하게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 이것이 자유주의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가 실현되는 경우는 선거 때 뿐이다 선거는 개개인이 각자 한 표 씩을 행사한다 이건희와 내가 각자 재산을 얼마나 가졌는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군집화가 이뤄진다 근대 이전에는 신분status에 의해서 결정됐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다 근대 이후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계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명제가 완전하게 이뤄지진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떄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반드시 계급결집이 일어난다 모든 논의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국가란 무엇인가 특정 지역 안에 있는 여러 세력force들의 관계망이며 이것의 물질적 응축이다 - 물질(matter)이란 현실 세계 속에서 구조적으로 고착middot제도화된 것을 가리킨다 구조적 관계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 이 안에는 정부 부르주아노동자 등 여러 세력들이 포진해 있다 근대 이전까지 유럽에는 약 500 여개의 국가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국가란 근대적 의미에서의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state가 아니라 느슨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소국을 가리킨다 이러한 소국들이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로 전환된 것은 1차 대전을 전후해서 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서양인들이 제대로 된 국가를 이루고 산 것은 잘 해야 100년이 채 안 된 것이다

한국인들이 서양의 국가론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국가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세계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중앙집권화된 관료제를 500 여년 동안 유지했다 더욱이 한국인이 쓴 국가론도 없으므로 국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의 한계는 크다 고려 때에는 중앙집권화가 이뤄지지 않았었다 지방 호족들이 알아서 다스렸다 왕은 많은 호족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절대적인 힘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에 들어서면 완전히 바뀐다 조선은 관료제를 바탕으로 중앙집권화를 이뤘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당 서원 등의 교육기관을 통해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을 보급한 것이다 이것이 조선사회를 유지시킨 메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관료제(물리력)을 보조하는 관학(지도력)을 통해서 헤게모니를 구성했던 것이다

소품문이란 것을 아는가 간략하게 정의하자면 길이가 짧은 문장으로 작자의 정서와 사상 견문을 표현하고 기록한 정서적인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별 것 아니다 그런데 정조는 이것을 문제삼아 문체반정을 일으켰다 왜 그랬을까 국가에서 정한 커리큘럼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소품문은 조선의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주류 이데올로기를 해체할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정통 성리학 국가인 조선의 뿌리를 뒤흔드는 문제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조에게나 소품을 쓰는 작가들에게나 소품은 단지 독서의 기호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소품적 인식 소설적 인식은 체제의 이데올로기가 은폐하고 있는 실상을 드러낼 것이었다 정통문서의 권위가 무너지면 그것에 기초한 헤게모니 역시 무너지기 마련이다

국가는 개인에게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데 이것을 풀란차스는 국가효과라고 불렀다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전환기에 조선은 고려의 헤게모니를 해체하고 새로운 조선의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위해 불교를 억압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특히 훈민정음의 창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훈민정음 이전까지 동아시아는 자신의 문자로 제국의 문자인 한문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것에 반하여 로컬 랭귀지를 조성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조선이라는 국가에 갖게되는 조선인들의 국가효과는 배가되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국적포기에 민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국가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막스 베버가 말한 철창부터 떠올린다 이제 지주형씨가 쓴 근대국가의 특성들이란 글을 보도록 하자

이 영토 위에 lsquo국민rsquo으로 사는 한은 국가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의 의무를 져야 하고 국가는 그러한 의무를 강제하기 위해 개개인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에 대한 기록을 축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의 관리와 통제를 피하려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유럽에 이런 것들이 자리잡은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상비군이 형성된 것도 1789년 이후의 일이다 한국과 서구의 국가관 인식의 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가(國家)라는 말은 매우 애매한 말이다 여기에는 이미 두 가지의 뜻이 들어 있다 하나는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입법부 사법부 및 기타 준 정부 기관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정부이다

나라는 사회과학적인 의미에서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정부의 차원에서 국가를 이해할 것이다

지주형씨가 이 글에서 정리하는 근대국가의 특성은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근대 국가의 제도적 물질적 특성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선 앞서 언급한 영토의 점유와 정당한 물리력 사용의 독점이라는 막스 베버의 유명한 정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국가는 영토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영토란 관할의 경계가 분명한 땅을 의미한다 즉 근대 국가는 그 이전의 국가와 달리 점으로 표시되는 경계가 모호한 변경frontier이 아니라 선으로 표시되는 국경border에 의해 명확히 구획된 영토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그 안의 인구 자원 등에 대한 명확한 권리를 주장하고 국경을 통제한다

둘째 근대 국가는 경찰과 상비군이라는 정당한 물리력을 독점하고 있다 원리상 근대 국가에 이 물리력에 도전할 수 있는 물리력을 가진 집단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물리력의 독점이 아니다 사실 국가는 물리력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조직폭력집단 또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것은 lsquo정당한rsquo 물리력이다 이 물리력의 정당성이 그것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앞으로 보겠지만 정당성은 법적 사회적으로 도출된다

셋째 비록 베버가 자신의 정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심도 있게 논한 근대 국가의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전문관료제이다 이것은 근대 국가가 하나의 합리적 집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국가의 합리성은 때로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서 국가건설 국가보존 국가권력의 적절한 수단에 대한 지식을 가리킨 국가이성raison drsquoeacutetat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 있는 국가 관료집단의 합리성은 관료제적 합리성과 통치적 합리성governmentality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는 베버가 지적한 것으로 일 처리의 규칙 절차 및 전문지식 공식화된 문건에 따른 몰인격(沒人格)적인 특성을 가리킨다 후자는 푸코Michel Foucault가 지적한 것으로 특히 영토 내의 인구 부 자원 재화 문화 관습 등이 특정한 방향들로 발전하고 특정한 결과들을 낳을 수 있게끔 통치govern하려는 전문지식의 특성을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 국가는 정부government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지식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 하나는 국가의 상태state에 대한 지식 즉 국민 개개인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정보(및 감시)를 포함한 통계적 지식statistics의 축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국가정책을 통해서 표현되는 이러한 국가의 합리적 특성은 근대 이전의 국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넷째 영토에 대한 지배 정당한 물리력의 독점 전문관료제는 근대 국가가 영토내의 모든 곳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즉 중심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국경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즉 근대국가는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인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지배의 특성에 대응하는 법적 관념은 어떤 지배자나 국가도 특정한 영토와 국민에 대한 최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유럽의 중세와 달리 근대 국가가 영토 내의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권위이자 최고권력인 주권을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관료제적 합리성의 몰인격성에서도 보이듯이 근대 국가는 몰인격적인 질서로서 법치국가Rechtstaat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근대 국가의 모든 권력은 통치자 개인의 사적 권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고의 권위인 주권권력도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 몰인격적이고 추상적인 권위로서 통치자 및 사회의 피지배자의 사유재산과 신분 등과 같은 개별적 특성과 분리된다 이것은 군주 개인이 인간 법의 궁극적인 원천으로서 주권을 가지고 있다며 지배를 정당화하였던 유럽의 절대주의 국가와 대조된다 물론 이것은 근대 국가가 중립적이거나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518 광주 학살 같은 경우는 편파적이고 불법적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통치자의 말이 곧 법이 되지 않고 국가가 lsquo불법rsquo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이미 근대 국가가 몰인격적인 법적 질서 속에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 국가는 기본적으로 경제 및 사회와 제도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표상되고 구성된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중세 유럽에서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가 존재하지 않았고 경제적 부의 사적인 축적은 상업이라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전적으로 봉토(fiefdom)에 대한 정치적 지배에 의거한 것이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국가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는 자신을 나라의 상태 즉 사회 전체의 상태state와 분명히 분리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 국가는 정치권력인 국가와 경제권력인 자본의 제도적 분리 그리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분리를 그 특징으로 한다 왜냐하면 근대 세계에서 국가는 자신과 사적인 것과의 구별을 계속 재생산함으로써 독자성을 가진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기본적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에는 이것이 분리되는데 이러한 국가 안에는 여러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각축을 벌인다 여기에서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 도출된다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란 국가가 자본주의적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해 지배계급에 반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국가 안의 세력들을 조율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니코스 풀란차스 Nicos Poulantzas가 말했듯이 국가란 ldquo세력관계의 물질적 응축rdquo인 것이다 근대 국가의 친자본주의적 성격과 그 내용은 결코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중요한 동인은 경제적이며 제국주의적 국제관계 즉 제국주의 국가의 국제적 헤게모니는 lsquo국가의 국제화rsquo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 반 데어 페일van der Pijl은 영국 명예혁명의 결과 형성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 및 자유주의적인 시민사회의 국가에 대한 우위를 영국철학자의 이름을 따서 로크적 국가-사회 복합체Lockean state-society complex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이 관계는 이민과 식민화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초국적 엘리트로 구성된 시민사회와 전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보호하는 일군의 국가로 이뤄진 lsquo로크적 심장지대rsquoLockean heartland를 출현시켰다 반면 이와 경쟁하던 국가와 경제의 제도적 분리는 유예되고 자본가계급과 통치계급이 융합된 국가계급이 지배하던 홉스적 국가들Hobbesian states(독일 러시아 등)은 제2차대전과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이 심장지대로 흡수되고 말았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세력들 간의 관계도 국가들 간의 물질적이다 따라서 한 계급에서도 도모하는 바에 따라서 여러 분파로 나뉜다 같은 자본가 계급이라 하더라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와 중소기업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가 다르듯이 말이다

자본주의 국가 자본의 이익 부르주아의 지배

밥 제솝이라는 영국의 사회학자가 있다 이 사람은 국가론에 대해 깊이 연구했는데 주로 안토니오 그람시의 역사적 블록 형성과정에서 국가가 맡는 영향력에 대해 해명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가 ltlt전략관계적 국가이론gtgt(한울)이라는 저서에 담겨있다 이 책의 챕터 5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자본과 국가의 관계는 크게 보아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의 국가는 앞서 말했듯이 상대적 자율성을 지닌 국가이다 여러 세력들이 국가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기에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이며 자본주의와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① 도구주의적 접근 ltlt공산당 선언gtgt의 접근법이다 경제가 사회를 장악하고 그것을 보장받기 위해 국가를 지배한다는 입장이다② 구조주의적 접근 자본이 국가를 지배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 유보한다 다만 국가가 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취할시에는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힘은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③ 형태결정적 접근 형태라는 말은 이데올로기적 계급지배와 결합된 국가지배장치를 말하는데 예컨대 국가제도나 관료제를 들 수 있다 형태경정적 접근은 관료제 같은 국가기구에 의한 정책집행과정이 자본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도구주의적 접근과 유사하나 도구주의적 접근은 자본과 국가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보는 반면에 형태결정적 접근은 우연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을 갖는다 ④ 전략관계적 접근 이것이 밥 제솝의 접근법이다 쉽게 말하면 앞서 말한 것들을 두루 헤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정치적 대표와 국가형태에 대해 살펴보겠다

① 자본주의 경제의 가치형태와 자본주의적 국가 형태의 관계 자본의 축적전략과 국가의 조절전략을 말한다② 국가의 형식적 측면 국가기구③ 국가의 실질적 측면 국가권력의 토대 - 국가 프로젝트 국가권력의 지지층 ndash

현대국가는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자본주의를 경제체제로 삼아 운영된다 그런데 경제체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는 철저히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축적전략이 비민주적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대국가는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긴장관계 속에 있는 셈이다 때문에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양자에 대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최근에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이것인데 한국이 자유주의에로 과도하게 경도되고 있으니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자본주의적 이익과 국가형태이다

① 후견주의 쉽게 말하면 국가가 기업에게 정치자금 받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국가가 자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받는 대신에 기업에게 이익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② 조합주의 특정한 직능집단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③ 의회주의 의회를 통하여 사회변혁을 일으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것들을 논한 다음에 밥 제솝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정리한다

- 축적전략과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에 주목할 것- 축적전략과 국가체계 내에서의 표출양상 양자를 이어주는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할 것- 국가체계 내외부의 구조적 제약 및 사회적 저항에 관심을 가질 것

밥 제솝의 결론은 축적전략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솝의 탁월한 점은 국가 내의 여러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다툼을 벌일 때 그것을 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홍제동에는 총 4개의 동이 있고 1동부터 3동까지 빨간벽독파 부지깽이파 연탄재파가 각각 지배하고 있다 4동은 아직 특정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태라면 어느 파가 4동을 지배권 하에 넣느냐에 따라 홍제동의 헤게모니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결정된다 그런데 한 파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헤게모니 쟁취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각 파간의 합종연횡이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이 권력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려면 각 파가 어떠한 관계 속에서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 이것이 제솝의 관점이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그때그때 다르므로 그때그때 신경 써서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 강의에는 애덤 스미스를 공부한다 교재를 잠시 소개하겠다 첫번째는 DD 라파엘이라는 사람이 쓴 ltlt애덤 스미스gtgt(시공사)라는 책이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순전히 저자 때문이다 DD 라파엘은 우파정치철학 연구의 거두이다 대표작으로 ltlt정치철학의 문제들gtgt(서광사)라는 책이 있는데 우파정치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서로 통한다 주교재로 쓸 것은 아니나 강의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 책을 모태로 삼을 것이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으니 한번씩 읽어보기 바란다

두번째는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ltlt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gtgt(민음사)이다 주교재이므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은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이 제일 좋으나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정으로 이 책을 선정하였다 경제사상의 고전이라 불리는 저작들에서 인용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다이제스트라 비전공자가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어서] 5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5강 아담 스미스 사상 개요

복습

지난 시간에 한 얘기들을 복습하겠다 기왕에 배운 것이니 현실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요즈음 이명박이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고 수군댄다 어떤 이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하고 다른 이는 되면 안 된다라고 말 하기도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때까지 헛배운 것이다 이런 식의 말들은 단순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배운 것을 가지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시간에 자본주의 국가를 분석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공부해 보았다 국가 프로젝트 헤게모니 프로젝트 축적전략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현재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민사회를 국가에로 끌어들이는 헤게모니 프로젝트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 프로젝트 역시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정권 초에 나왔던 동북아 허브 외에는 없었다 국가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사회가 어떻게 시민사회를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는 질문에는 명바기가 과연 어떠한 헤게모니 프로젝트와 국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느냐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에는 4가지를 들 수 있다

1 경제적 기능 자본주의적 가치증식조건을 보장한다-gt 중앙은행의 통화안정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 국가가 비시장적(정치)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을 알 수 있다2 사회적 기능 노동력 재생산-gt 자본주의는 자연력에 최대한 기대지 않으려는 체제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력을 인위적인 것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결코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력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력으로부터 이윤이 발생하므로 국가가 이를 조정해줘야 한다3 정치적 기능 경제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조정하는 기능-gt 이것을 하는 방법에는 첫째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둘째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에도 전경련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정치적 조정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4 조정양식 123을 이념적으로 조정하는 것 곧 국가 프로젝트

이상의 기능들은 중요도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말하자면 1과 2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과 2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만 따져보아도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온존시키기 위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국가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것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직을 분석하는 데도 상당히 유용하다 가령 어떤 이가 회사에 다니는데 그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를 분석해 본다 치자 회사가 투입한 자본의 이윤을 끌어내기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경제적 기능) 그리고 회사가 효율성있는 인력관리를 하고 있는지(사회적 기능)만 살펴보아도 그 회사의 대강이 잡힐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단순히 부르주아의 위원회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의 사상 개요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곤 한다 그런데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경제학이 독립된 학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미스는 무엇을 공부한 학자였을까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레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담당교수였다 따라서 스미스의 사상을 공부하려면 그가 도덕철학을 연구했다는 데서 출발하여야만 한다

한국인들은 도덕하면 뭔가 숭고한 것을 연상하는데 서양에서의 도덕철학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도덕철학은 영어로 moral philosophy 라 하는데 여기서 moral(sitte)은 습속이란 뜻을 지닌다 다시 말해서 당대 인간들의 대체적인 행동양식 정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도덕철학을 오늘날의 사회심리학 정도로 생각하는 되겠다

스미스는 홉스 로크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위시한 고전철학을 철저히 배격했다 고대에는 자연이라는

일정한 준칙이 있고 인간은 그것을 따라가야 했다 루카치가 말하듯이 별이 빛나는 창공이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인 시대였던 것이다 근대에는 그러한 것들이 탈주술화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에 진리값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매킨타이어가 근대를 after virtue라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스미스가 구상했던 사회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된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스미스가 홉스와 로크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는 홉스와 로크는 물론이요 밀 벌린 등 영국 공리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홉스와 로크는 주로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하여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면 스미스는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유의 문제를 해명하려 한 것이다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작에는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이 있다 전자는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다루고 후자는 경제적 자유를 다룬다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의 핵심키워드는 동감sympathy과 분업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즉 free and equal한 것이다 이것이 자연권이다 그런데 자연권이 무한대로 발현되어 버리면 home Lufus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것은 홉스가 말한 전쟁 상태인 자연 상태를 가리킨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동감이다 - 홉스는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보았다 - 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 안에 이른바 공정한 관찰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다 - 그런 까닭에 스미스 사상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 스미스에게 있어서 동감은 사회적 유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superego와 비슷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공감이 일어나므로 외부에서 뭔가 간섭하면 안 된다 여기서 다시 영국식 자유주의 전통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가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스미스의 설명을 시장에 적용시켜 보면 오늘날의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있어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까지도 교환되는 장소인 것이다

시장은 스미스에게 있어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은 동감하여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유대 속에서 시장이 운영되는 것이고 그 시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하듯 분업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제 스미스의 시장개념을 스미스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하이에크의 시장개념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은 내가 정리한 Hayek의 시장개념이라는 글이다

Hayek에 있어 시장의 의미는 그가 제시한 catallaxy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이 개념을 전통적인 용어인 경제 economy에 대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는 인간의 여러 목적들이 하나의 통일된 질서에 이바지하도록 주어진 자원을 조직하거나 이리저리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하나의 견해가 전제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원의 사용이 규정되는 하나의 일관적인 결정 체계가 경제인 것이다 여기서 Hayek가 경제의 핵심적인 규정으로 삼는 것은 통일된 질서를 만들어내는 목적론적인 행위이다 이에 반해서 catallaxy -- 이 말은 그리스어 katallatein(바꾸다)에서 나왔다 -- 는 자발적 시장 질서이므로 여러 목적을 하나의 위계질서에 따라 배열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발적 시장 질서 -gt 고전적 의미에서의 자유주의적 시장개념

자발적 체제인 catallaxy에 가담한 각각의 개인들은 각자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으므로 특정한 결과가 부당한지 혹은 정당한지도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Hayek는 분배(distribution)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살포(dispersion)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결과가 각자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을 기초로 하는 사회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들의 비중을 규정하는 단일한 척도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에 대한 어떤 특정한 견해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사회관이다 복거일이 이 부분을 가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하이에크의 이러한 언술은 경제학적인 정의가 아니라 정치철학적인 정의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Hayek의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고유한 견해 및 그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체제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즉 catallaxy로서의 시장이라는 개념은 독자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관과 사회이론과 맞물려 돌아갈 때에만 의미있는 것이다 Hayek는 이른바 전통적 자유주의의 인간관을 받아들인다 그것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의 무한한 다양성은 인간의 가장 독특한 점이며 그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으므로 만약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평등이라 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는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 즉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공교육을 부정하는 근거가 여기에서 도출된다 불평등은 그대로 두어야 되는 것이라 본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재현시킨 것이 유에스이다

사람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현실적 불평등을 인정한 뒤 Hayek는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이성능력을 가진 인간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집단에 의도적인 조직이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Hayek는 정부의 강제적 행위는 보편적인 규칙의 집행에 그쳐야 하고 그 집행 목적을 위해 위임받는 권력을 발동하여 다른 공익을 실현힐 수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런 까닭에 그러한 행위들은 부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 -gt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이다

Hayek의 이 두가지 전제 즉 인간은 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집단에는 자발적 질서가 있다는 것을 경제활동에 적용하며 앞서 말한 catallaxy 개념이 얻어진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불평등하며 그러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 자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오히려 소득과 지위상의 몰락을 가져온다해도 이는 그 어떤 의도적인 계획의 소산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하며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Hayek가 이처럼 자발적 질서로서의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의 우월함이 인식론적 통찰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수히 많은 개인과 조직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이처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점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미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고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완전한 지식을 각자의 목적에 걸맞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발견적 수단으로서의 경쟁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사회는 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 나감으로써 항상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의미지평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어느 것에 대입해 보아도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한국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다면 아마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한다 자유주의는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는 데 그 배경에는 학문의 시장화라는 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 놓여졌을 때 시장에서 그 이론이 적합치 못하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장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모두들 알다시피 시장의 본래 뜻은 상품이 교환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의미의 시장은 오래 전부터도 드문드문 존재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5일장은 이런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이런 일상적인 의미의 시장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거의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행위가 일반화되면서 즉 이른바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에 여러 가지 다른 관념들이 덧붙여졌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장의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확장시켰으며 시장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가리키게 하였다 특히 이렇게 다른 관념들과 결합된 시장이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가르게 된다

근대적인 시장경제 -gt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큰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최소규정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사회분업 및 그에 따른 교환을 전제로 하여 생성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전문화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 Adam Smith는 핀의 제조공정을 분할하여 노동자가 각 단계의 단순화된 노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핀을 제조할 수 있음을 그리고 고전파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는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교환 당사자들의 부가 모두 증가하는 비교우위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분업 특히 공장 내의 분업이 아닌 사회내의 분업은 자연히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자들간에 일반적으로 교환되어야 필요를 발생시켰다 교환은 농경사회의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처럼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여러분이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여러분의 가정에서 스스로 생산한 것은 식사나 빨래 정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은 물으나 마나 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은 필요조건이자 전제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반드시 시장에 의해 매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대기업을 경계했다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많을 때 제대로 된 경쟁이 유발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째 시장은 단순히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특수한 방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장교환을 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매기는 척도이다 이렇게 값을 매김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7: Right Wing

The RIGHT OF NATURE which Writers commonly call Jus Naturale is the Liberty each man hath to use his own power as he will himselfe for the preservation of his own Nature that is to say of his own Life and consequently of doing any thing which in his own Judgement and Reason hee shall conceive to be the aptest means thereunto자연권이란 무엇인가일반적으로 저술가들이 유스 나투랄레라고 부르는 자연권은 모든 사람이 그 자신의 본성 즉 그 자신의 생명의 보존을 위해 스스로 원하는 대로 그 자신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 갖는 자유이며 다시 말해서 그 자신의 판단과 이성 안에서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을 취하는 자유이다

자연권이란 자연상태에서 인간이 갖고 있는 권리를 말한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의 생명 보존 preserva-tion 을 위해서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을 취하는 자유이다

Liberty What 자유란 무엇인가By liberty is understood according to the proper signification of the word the absence of external impediments which impediments may oft take away part of a mans power to do what he would but cannot hinder him from using the power left him according as his judgement and reason shall dictate to him자유는 단어의 적절한 의미에 따르자면 외적인 방해들이 없는 상태로 이해된다 이러한 방해의 원인은 바라는 것을 행할 인간의 힘의 일부를 가끔 빼앗아 갈 수 있으나 그의 판단과 이성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서 그에게 남겨진 힘을 사용하는 것을 방해할 수는 없다

7번째 강의에 배울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가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 외적인 방해들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A Law Of Nature WhatA LAW OF NATURE (Lex Naturalis) is a Precept or generall Rule found out by Reason by which a man is for-bidden to do자연법이란 무엇인가자연법은 이성에 의해 한 사람이 행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에 의해 발견되는 금지 명령이자 일반 법칙이다

정리해 보도록 하자 자연상태에서의 모든 인간은 자연권을 갖는다 그러나 각각의 개인이 제멋대로 자연권을 행사하도록 내버려두면 자칫 공멸의 상태에 빠질 수 있을 것이기에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정 즉 자연법이 필요해진다 시장이 막힘 없이 잘 흘러가려면 최소한의 규율이 있어야 되듯 말이다 이것이 17세기 최소주의 국가관의 토대이다 오늘날에는 로버트 노직같은 이가 이러한 국가관을 주장하기도 한다 요컨대 평화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지 목숨을 보존하기 위하여 내놓은 개념이 자연법인 것이다

이것을 다음과 같이 모형화 시킬 수 있다

자연상태 (출발점)∥∥ lt―― (자연법에 근거한) 계약contract∥시민사회(목적지)

다음은 고전철학에서의 모형도이다

Oikos 경제∥∥ lt―― (덕德의 고양을 위한) 시민 되기∥Politeia 정체

근대에는 power가 없는 사람은 인간이 되지 못한다 이것이 로크에 가서는 좀더 가다듬어져서 power가 재산으로 치환된다 즉 돈이 없으면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날 살아가고 있는 세계이다

CB 맥퍼슨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교수인 맥퍼슨은 홉스를 연구한 학자들 중에서 왼쪽에 위치한 사람이다 맥퍼슨에 의하면 관습 또는 신분사회의 본질적 속성은 다음과 같이 규정할 수 있다

(a) 사회의 생산적인 정규노동이 집단 신분 계급 개인에게 권위적으로 할당된다 그러한 할당이나 수행은 법률이나 관습에 의해 강제된다

(b) 각 집단 신분 계급 개인의 노동방식이 규정되어 있고 각각에게는 그것의 또는 그의 수행에 대한 적절한 단일한 기준의 보상이 주어지고 허용되는데 적정선은 공동체의 합의나 지배계급에 의해 결정된다(c) 토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적 소유가 전혀 없다(d) 모든 노동력은 토지나 부여된 기능의 수행 또는 주인 등에게 속박되어 있다(C B 맥퍼슨(지음) 황경식강유원(옮김)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1990 pp 57-58)

거칠게 분류하면 (a) (b)는 상부구조 (c) (d)는 토대를 가리킨다 따라서 (c) (d)가 핵심적 출발점이다 어떤 사태이든지 핵심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바라보아야 한다

단순시장모형은 처음의 네 개의 조건에 네 개를 더 첨가함으로써 소유적 시장모형으로 변형될 수 있다

(a) 노동에 대한 권위적 할당이 없다(b) 노동의 보상에 관한 권위적인 제공이 없다(c) 계약에 대한 권위적 규정 및 강제가 있다(d) 모든 개인은 자신의 공리를 합리적으로 극대화하려 한다(e) 개인 각자의 노동력은 자신의 재산이며 양도할 수 있다(f) 토지와 자원은 개인에 의해 소유되며 양도할 수 있다(g) 몇몇의 개인은 그들이 가진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리와 힘을 원한다(h) 몇몇의 개인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 기술 또는 재산을 가진다(같은 책pp62-63)

17세기의 영국이 소유적 시장사회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는 데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 거의 반 수에 가까운 사람들이 전시간 임금노동자였다 시골 변두리의 사람들을 시간제 임금노동자로 계산하다면 그 비율은 23를 넘는다 그리고 비록 임금관계가 18세기처럼 완벽하게 비인격적이지는 않았다 해도 홉스가 알기로는 이미 본질적으로 시장관계였다 토지를 자본으로 이용하는 경향은 이미 상당히 진전되어 있었고 지주와 소작인 사이의 가부장적 관계는 16세기의 변화 속에서 이미 손상되어 있었다(같은 책p71)

맥퍼슨은 홉스와 로크의 사상이 기본적으로 소유적 개인주의에 근거하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그들의 사상을 17세기 서유럽이라는 구체적인 컨텍스트 속에서 조망하는 것이다 이것이 맥퍼슨의 탁월함이다 고전을 다시 읽기re-read를 반복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증거들은 17세기 영국 사회가 본질적으로 소유적 시장사회로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홉스가 이것을 얼마만큼 잘 알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다행히 이 문제와 관계 있는 약간의 증거가 있다 첫번째로 인간의 노동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위해 교환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라는 홉스의 언명은 비록 그것이 해외무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언급된 것이라 해도 그가 임금관계의 일반성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같은 책 p72)

맥퍼슨이 근거로 드는 문장을 주목하라

for a mans Labour also is a commodity exchangeable for benefit as well as any other thing인간의 노동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위해 교환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이제 맥퍼슨의 소유적 개인주의에 기대어스 홉스에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자 자연상태는 경쟁상태이되 그것은 경제의 문제를 토대에 둔 경제적 경쟁상태이다 이러한 상태는 구성원들간의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므로 이로 인한 파괴를 막기 위해서 시민사회가 도입된다 이것이 정치적 사회이다 여기에서는 정치가 경제의 우위에 있다 국가가 나서서 경제적 경쟁을 완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맥퍼슨이 해석한 홉스적 근대사회이다 맥퍼슨은 이 사회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17세기 자유주의의 위대함은 자유로운 합리적 개인을 사회의 훌륭한 기준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17세기 자유주의의 비극은 이러한 주장이 바로 국민의 반이 넘는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개인주의의 부정이었다는 것이다(같은 책 p303)

다음 시간에는 로크의 재산권 이론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3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3강 ndash 로크의 소유권 이론

자유주의의 뿌리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는 우파가 만들어놓은 이념과 제도들로써 이끌어져 나가고 있다 좌파사상만 공부하면 현실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우파에 대해 공부하는 까닭은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를 좀더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요사이 장하준 교수의 ltlt쾌도난마 한국경제gtgt(부키)라는 책이 많이 팔리고

있으니 그것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책에서 장하준 교수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박정희정권이 반민주주의적이었다는 점은 비판받아야 하나 경제정책에서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은 한국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오늘날에 공격받고 있는 관치금융 재벌경제 경제계획 등을 옹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책들은 사실 자유주의의 경제프로그램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전간기 파시즘 체제에서 시행된 정책들이었으며 하나같이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한국경제를 이야기하는데 경제학적 논의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민주주의와 같은 정치철학적 개념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런 종류의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기본적인 개념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학적으로 정초했다 평가되는 존 로크를 읽음으로써 이런 개념들을 이해하는 데 한 발짝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먼저 모든 인간을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같은 출반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두 개념은 서로 상반되는 경향이 있는데 자유주의는 이러한 개인주의를 레디컬하게 추구하는 입장인 반면에 민주주의는 각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주의는 영국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것을 학적으로 정초한 이는 로크이다 이제 왜 영국이라는 컨텍스트 속에서 로크와 같은 자유주의 사상가가 나타났는지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우선 1215년에 있었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에 주목하도록 하자 마그나 카르타는 13세기의 있었던 사건이고 로크는 17세기에 활동했던 사람이니 언뜻 보면 둘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그나 카르타가 무슨 내용인지를 살펴 본다면 둘 사이의 무시할 수 없는 연결고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대헌장이라 불리우는 마그나 카르타는 1215년에 영국의 존왕이 귀족들의 강압에 따라 승인한 칙허장(勅許狀)을 일컫는 것으로 총 63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그나 카르타가 왕권과 의회의 대립에서 의회의 우위를 승인한 정치적 문헌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 마그나 카르타에 정치에 대한 조항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은 마그나 카르타의 제39항과 40항에 해당하는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자유민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와 같은 신분의 동료에 의한 합법적 재판 또는 국법에 의하지 않는 한 체포 감금 점유침탈 법익박탈 추방 또는 그 외의 어떠한 방법에 의하여서라도 자유가 침해되지 아니하며 또 짐 스스로가 자유민에게 개입되거나 또는 관헌을 파견하지 아니한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389)

짐은 누구를 위하여서라도 정의와 재판을 팔지 아니하며 또 누구에 대하여도 이를 거부 또는 지연시키지 아니한다(같은 책 p389)

이 두 개가 정치와 재판과 관련된 조항의 전부이다 그렇다면 다른 조항들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다음은 제 2항에서 발췌한 것이다

기사의 의무를 지고 짐으로부터 직접 수봉한 짐의 백작 또는 봉신 그리고 그 외의 자 중에서 어떤 자가 사망하였을 때 사망시의 상속인이 성년이며 또한 상속료의 지불의무를 부담하였을 경우에는 상속인은 구래의 상속료(를)hellip 지불함으로써 그 상속재산을 취득한다

2항부터 내리 재산상속에 대해 다루고 있다 ndash 제1항은 종교문제에 관한 것이다 ndash 대다수의 조항들이 재산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마그나 카르타의 핵심이 재산이며 이것과 관련된 세금문제에서 마그나 카르타가 촉발되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맥퍼슨은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에서 17세기의 영국이 소유적 시장사회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는 데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p71)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것을 본다면 이미 1215년 이전에 재산문제를 두고 왕과 시민사회 사이의 알력관계가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이다

이때가 산업혁명 이전 영국 도시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존 왕 치세 초기에는 리버풀이 전형적인 중세 도시 형성 과정을 거쳤다hellip 리버풀은 자치도시였고 왕의 칙서는 사실상 최초의 자치헌장이 되었다hellip 농노가 자치도시에서 1년 하고 1일을 살고 나면 자유민으로 간주한다는 관습도 법제화되었다 이 때문에 중세 사람들은 도시의 공기는 사람을 자유롭게 만든다고 말하곤 했다hellip 잉글랜드의 도시 생성률은 1180 ndash 1230년 사이의 50년간 가장 높아서 57개 이상의 신도시가 건설되었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p76-7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당시 도시인들은 농촌민들과는 달리 재산의 자유를 갖고 있었다 엔클로저 운동 같은 사건도 이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이 17세기에 느닷없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13세기 이전부터의 상당히 오랜 역사 속에 뿌리를 두고 자라온 이념체제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로크의 재산권 이론

로크의 대표적인 저서인 ltlt통치론gtgt의 출간계기가 명예혁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저술동기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ltlt통치론gtgt의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읽느냐에 따라서 책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점은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와 존 로크의 시대적 위치를 함께 살피는 것이다 여기에 이때까지 얘기했던 자유주의의 원리를 엮어서 따져 본다면 ltlt통치론gtgt의 저술동기를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얘기했으니 이제는 로크가 처해있는 시대적 위치에 대해 살펴보자 로크의 직업은 내과의사였다 그런데 이 당시의 내과의사는 치료와 상담을 겸하는 직종이었다 여기서 상담이란 대체로 의사의 주고객인 부르주아의 고민이나 걱정을 들어주는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이들은 상위신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와의 접근성이 높았고 그에 따라 서로간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을 것이다 - 제임스 버크(지음) ltlt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gtgt 참조 ndash 이렇게 본다면 로크가 ltlt통치론gtgt을 내놓은 이유에는 그 자신 주식투자를 하기도 했고 식민무역장관을 지내기도 했으니 부르주아 통치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 추측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이제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을 읽어가면서 이러한 추측이 온당한 것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모든 사람들이 개인의 천부적 재산권에 대한 로크의 주장과 정당화를 그의 시민사회와 정부이론의 중심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국가로 연합하는 것과 자신들을 정부의 지배 하에 두는 가장 크고 주요한 목적은 그들의 재산 보전이다(맥퍼슨(지음)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p227)

주지하듯이 홉스에게 국가의 목적은 개인들의 생명을 보존하는데 있다 로크는 생명 보존이라는 테제를 재산 보존으로 바꿔버리는데 이러한 논리 구도 아래에서는 재산이 국가에 대해서 우선성을 갖는다 단 하나 예외는 비합법적으로 재산을 취득한 경우뿐이다 여기서 그것이 합법이냐 비합법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다 이들은 일정한 정도 이상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로 구성된다 이상이 자유주의 국가관의 대체적인 밑그림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천부적으로 그의 재산 즉 생명 자유 토지를 보존할 권리를 가진다 나는 인간의 생명 자유 토지를 일반적 명칭으로서 재산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내가 재산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처럼 인간이 재화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뿐만 아니라 신체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도 의미한다(같은 책p22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로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산 이외에 자신의 생명 자유까지도 재산이라고 파악한다 이를 극단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모든 것을 물화物化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고용한 사람이 노동하여 얻은 것은 내 것이다 라는 논리가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체에 있어서의 재산을 가진다 그 자신 이외에 누구도 그에 대해 권리를 갖지 않는다 그의 신체와 손의 노동과 작업은 그의 것이다 인간이 자연적인 상태로부터 변형시킨 것은 무엇이든지 인간이 그것과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한 것이다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함으로써 그는 그것을 그의 재산으로 만드는데 적어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충분히 양질의 것을 남겨 놓아야 한다 이러한 종류의 점유를 정당화하는 데는 다른 어떤 사람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다 만약 그러한 동의가 필요하다면 신이 그에게 풍부하게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굶주려 죽게 될 것이다(같은 책 p231)

이 부분이 로크를 비롯한 고전파 정치경제학의 철학적 토대이다

정리를 해보자 나의 신체와 그것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노동력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권은 나에게 있으며 인간은 이러한 노동력과 자연물을 혼합시켜 인간의 살아가는데 유용한 생산물product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물은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1차적으로 자연물은 공유재산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모든 인간들이 향유할 수 있을 만큼 자연물은 넉넉하지 않으며 때문에 희소성을 갖는다 어떤 이는 자연물을 넉넉하게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오로지 자신의 노동력만을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자연물의 희소성과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충돌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ltlt통치론gtgt의 주제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로크는 부르주아 계급의 이익을 철저하게 옹호하였다

로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의 세 가지 제한조건을 제시하였다

인간은 타인을 위해 충분히 그리고 양질의 것을 남겨 놓은 만큼만 점유할 수 있다어떤 사람이든지 그것을 부패시키지 않고 삶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만큼만 이용해야 한다자기자신의 노동력으로써 산출할 수 있는 양에만 제한되는 것 같다(같은 책 p 232)

이것들은 현실적으로는 사유재산의 무제한적 확장에 기여한다 인간은 자신의 부를 화폐로 전환시켜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로 사용되는 금과 은은 썩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은 그것을 무제한으로 정당하게 축적할 수 있다

인간은 노동하는 신체의 소유자라는 것 이것이 자유주의 논리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 논리가 사회 속으로 들어오면 몸은 product를 만드는 도구로 전락한다 product를 만들어내야 personality가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

의 본질은 노동Arbeit이다라고 말한 헤겔과 비교해 보라 로크는 ldquo재산을 가진 자가 인간이다rdquo라고 말한다 재산은 노동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재산을 형성한 자만이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이며 제대로 된 인간이다 라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도출된다 이런 까닭에 자유주의는 자연히 부르주아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된다 헤겔은 로크와 다르다 헤겔은 노동이 인간의 본질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크에게 있어서 노동은 재산을 만들어 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건장한 신체를 지니고도 실업상태에 있는 이들의 처우에 대해 로크가 한 제안은 아주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서 현대의 학자들이 그에 대해 언급할 때는 일반적으로 그 비참함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도 그 당시의 기준에 비추어서 옹호하기도 한다 좀더 중요한 논점은 그러한 제안이 로크의 가정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구빈원(감화원)의 책임자들은 그들을 제조공장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노동자로 만들 것을 요청받고 있었으며 치안판사들은 그들에게 강제노동을 부과했다 세 살 이상 된 실업자의 자녀들은 국가의 불필요한 짐이었다 그들은 일을 해야만 했고 그들의 생활비를 더 많이 벌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실업이 경제적인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타락에서 기인한다는 명백한 근거 위에서 정당화되었다 로크가 무역위원회의 위원자격으로 1697년에 서술했듯이 실업자의 증대는 기율의 해이와 풍속의 붕괴 이외에는 어떤 것에 의해서도 발생하지 않는다 실업자들을 정치체제의 완전한 자유로운 구성원으로서 처우하는 것은 로크에게는 생각조차 되지 않았다 그들이 전적으로 국가에 예속된다는 것도 똑같이 의심할 바 없다 그리고 그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는 것이기에 국가는 그런 식으로 처우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책 pp 257-258)

여기에서 로크는 실업자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을 가지지 못한 것이라 단정한다 참으로 살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로크는 인간의 조건으로 재산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써 합리성의 정의까지 바꿔 버린 것이다 홉스에게 합리적 인간은 lsquo사물의 원인과 결과를 따지고 그것이 운동하는 양상을 계산하는 것rsquo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사람이 합리적 인간이었다 그러나 로크에게는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그 사람이 합리적인가 아닌가가 결정된다 이로써 개인이 사회 속에서 인간으로 대접 받기 위한 규준이 재산의 소유로 확정되었고 재산이 많은 인간일수록 합리적인 인간이 된다 오늘날 한국에서 유행하는 자기계발서적도 여기에서 논리를 빌려온 것이다

자연물 즉 공유재산을 어떻게 규정하고 분배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렇게 보면 요사이 한국에서 횡행하는 lsquo성장이냐 분배냐rsquo 하는 논쟁이 참으로 잘못된 의제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유적 개인주의를 구성하는 가정들은 다음 일곱 가지의 명제로 요약할 수 있다

1)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이다2) 타인으로부터의 자유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참여한 관계를 제외한 어떠한 관계로부터도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3) 개인은 사회에 아무런 부채도 없으므로 본질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능력의 소유자이다4) 개인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재산권 전체를 양도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자신의 일부 곧 노동력은 양도할 수 있다5) 인간사회는 일련의 시장관계로 구성되어 있다6)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므로 개인 각자의 자유는 타인에게도 똑같은 자유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의무와 규칙에 의해서만 정당하게 제한될 수 있다7) 정치사회는 개인의 신체와 재화로서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며 그에 따라 자신의 소유자로 간주되는 개인들간의 교환관계를 질서있게 유지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같은 책 pp 305-306)

1) 2) 3)은 자유주의의 인간관이다4) 5)는 자본주의의 핵심원리다6) 7)은 자유주의의 정치철학적 토대이다 따라서 ltlt통치론gtgt의 출발점이 된다 7)의 정치사회란 국가 교환관계는 시장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 ndash 로크적 국가와 현대사회

근대국가의 특성들

현대의 국가론을 크게 보면 홉스적 전통과 로크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것이 자유주의 국가론의 기본 개념들이다 따라서 국가론에 대한 책을 읽을 때는 이것들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아야 그 내용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자유주의는 자본주의와 긴밀한 연관관계에 놓여있다 국가는 부르주아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원회이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마르크스의 견해이다 부르주아는 경제적인 활동영역 즉 시민사회Burgerlichergesellschoft을 갖는다 18세기에는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부르주아라 불렀고 정치의 영역은 정부government가 통솔했다 앞서 말한 마르크스의 언명은 두 영역의 연결고리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견해는 두 영역의 관계가 원시적이었던 18세기에는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나 오늘날과 같이 복잡해진 때에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요즈음 국회에서 금산법의 개정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오간다 금산법 개정에 대해 lt중앙일보gt는 금산법은 이건희 죽이기법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가 반드시 부르주아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지 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세계가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까닭에 이 문제에 관해 좀더 자세하게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 이것이 자유주의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가 실현되는 경우는 선거 때 뿐이다 선거는 개개인이 각자 한 표 씩을 행사한다 이건희와 내가 각자 재산을 얼마나 가졌는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군집화가 이뤄진다 근대 이전에는 신분status에 의해서 결정됐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다 근대 이후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계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명제가 완전하게 이뤄지진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떄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반드시 계급결집이 일어난다 모든 논의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국가란 무엇인가 특정 지역 안에 있는 여러 세력force들의 관계망이며 이것의 물질적 응축이다 - 물질(matter)이란 현실 세계 속에서 구조적으로 고착middot제도화된 것을 가리킨다 구조적 관계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 이 안에는 정부 부르주아노동자 등 여러 세력들이 포진해 있다 근대 이전까지 유럽에는 약 500 여개의 국가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국가란 근대적 의미에서의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state가 아니라 느슨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소국을 가리킨다 이러한 소국들이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로 전환된 것은 1차 대전을 전후해서 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서양인들이 제대로 된 국가를 이루고 산 것은 잘 해야 100년이 채 안 된 것이다

한국인들이 서양의 국가론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국가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세계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중앙집권화된 관료제를 500 여년 동안 유지했다 더욱이 한국인이 쓴 국가론도 없으므로 국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의 한계는 크다 고려 때에는 중앙집권화가 이뤄지지 않았었다 지방 호족들이 알아서 다스렸다 왕은 많은 호족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절대적인 힘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에 들어서면 완전히 바뀐다 조선은 관료제를 바탕으로 중앙집권화를 이뤘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당 서원 등의 교육기관을 통해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을 보급한 것이다 이것이 조선사회를 유지시킨 메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관료제(물리력)을 보조하는 관학(지도력)을 통해서 헤게모니를 구성했던 것이다

소품문이란 것을 아는가 간략하게 정의하자면 길이가 짧은 문장으로 작자의 정서와 사상 견문을 표현하고 기록한 정서적인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별 것 아니다 그런데 정조는 이것을 문제삼아 문체반정을 일으켰다 왜 그랬을까 국가에서 정한 커리큘럼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소품문은 조선의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주류 이데올로기를 해체할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정통 성리학 국가인 조선의 뿌리를 뒤흔드는 문제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조에게나 소품을 쓰는 작가들에게나 소품은 단지 독서의 기호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소품적 인식 소설적 인식은 체제의 이데올로기가 은폐하고 있는 실상을 드러낼 것이었다 정통문서의 권위가 무너지면 그것에 기초한 헤게모니 역시 무너지기 마련이다

국가는 개인에게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데 이것을 풀란차스는 국가효과라고 불렀다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전환기에 조선은 고려의 헤게모니를 해체하고 새로운 조선의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위해 불교를 억압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특히 훈민정음의 창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훈민정음 이전까지 동아시아는 자신의 문자로 제국의 문자인 한문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것에 반하여 로컬 랭귀지를 조성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조선이라는 국가에 갖게되는 조선인들의 국가효과는 배가되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국적포기에 민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국가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막스 베버가 말한 철창부터 떠올린다 이제 지주형씨가 쓴 근대국가의 특성들이란 글을 보도록 하자

이 영토 위에 lsquo국민rsquo으로 사는 한은 국가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의 의무를 져야 하고 국가는 그러한 의무를 강제하기 위해 개개인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에 대한 기록을 축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의 관리와 통제를 피하려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유럽에 이런 것들이 자리잡은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상비군이 형성된 것도 1789년 이후의 일이다 한국과 서구의 국가관 인식의 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가(國家)라는 말은 매우 애매한 말이다 여기에는 이미 두 가지의 뜻이 들어 있다 하나는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입법부 사법부 및 기타 준 정부 기관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정부이다

나라는 사회과학적인 의미에서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정부의 차원에서 국가를 이해할 것이다

지주형씨가 이 글에서 정리하는 근대국가의 특성은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근대 국가의 제도적 물질적 특성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선 앞서 언급한 영토의 점유와 정당한 물리력 사용의 독점이라는 막스 베버의 유명한 정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국가는 영토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영토란 관할의 경계가 분명한 땅을 의미한다 즉 근대 국가는 그 이전의 국가와 달리 점으로 표시되는 경계가 모호한 변경frontier이 아니라 선으로 표시되는 국경border에 의해 명확히 구획된 영토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그 안의 인구 자원 등에 대한 명확한 권리를 주장하고 국경을 통제한다

둘째 근대 국가는 경찰과 상비군이라는 정당한 물리력을 독점하고 있다 원리상 근대 국가에 이 물리력에 도전할 수 있는 물리력을 가진 집단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물리력의 독점이 아니다 사실 국가는 물리력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조직폭력집단 또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것은 lsquo정당한rsquo 물리력이다 이 물리력의 정당성이 그것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앞으로 보겠지만 정당성은 법적 사회적으로 도출된다

셋째 비록 베버가 자신의 정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심도 있게 논한 근대 국가의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전문관료제이다 이것은 근대 국가가 하나의 합리적 집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국가의 합리성은 때로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서 국가건설 국가보존 국가권력의 적절한 수단에 대한 지식을 가리킨 국가이성raison drsquoeacutetat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 있는 국가 관료집단의 합리성은 관료제적 합리성과 통치적 합리성governmentality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는 베버가 지적한 것으로 일 처리의 규칙 절차 및 전문지식 공식화된 문건에 따른 몰인격(沒人格)적인 특성을 가리킨다 후자는 푸코Michel Foucault가 지적한 것으로 특히 영토 내의 인구 부 자원 재화 문화 관습 등이 특정한 방향들로 발전하고 특정한 결과들을 낳을 수 있게끔 통치govern하려는 전문지식의 특성을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 국가는 정부government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지식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 하나는 국가의 상태state에 대한 지식 즉 국민 개개인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정보(및 감시)를 포함한 통계적 지식statistics의 축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국가정책을 통해서 표현되는 이러한 국가의 합리적 특성은 근대 이전의 국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넷째 영토에 대한 지배 정당한 물리력의 독점 전문관료제는 근대 국가가 영토내의 모든 곳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즉 중심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국경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즉 근대국가는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인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지배의 특성에 대응하는 법적 관념은 어떤 지배자나 국가도 특정한 영토와 국민에 대한 최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유럽의 중세와 달리 근대 국가가 영토 내의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권위이자 최고권력인 주권을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관료제적 합리성의 몰인격성에서도 보이듯이 근대 국가는 몰인격적인 질서로서 법치국가Rechtstaat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근대 국가의 모든 권력은 통치자 개인의 사적 권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고의 권위인 주권권력도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 몰인격적이고 추상적인 권위로서 통치자 및 사회의 피지배자의 사유재산과 신분 등과 같은 개별적 특성과 분리된다 이것은 군주 개인이 인간 법의 궁극적인 원천으로서 주권을 가지고 있다며 지배를 정당화하였던 유럽의 절대주의 국가와 대조된다 물론 이것은 근대 국가가 중립적이거나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518 광주 학살 같은 경우는 편파적이고 불법적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통치자의 말이 곧 법이 되지 않고 국가가 lsquo불법rsquo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이미 근대 국가가 몰인격적인 법적 질서 속에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 국가는 기본적으로 경제 및 사회와 제도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표상되고 구성된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중세 유럽에서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가 존재하지 않았고 경제적 부의 사적인 축적은 상업이라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전적으로 봉토(fiefdom)에 대한 정치적 지배에 의거한 것이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국가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는 자신을 나라의 상태 즉 사회 전체의 상태state와 분명히 분리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 국가는 정치권력인 국가와 경제권력인 자본의 제도적 분리 그리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분리를 그 특징으로 한다 왜냐하면 근대 세계에서 국가는 자신과 사적인 것과의 구별을 계속 재생산함으로써 독자성을 가진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기본적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에는 이것이 분리되는데 이러한 국가 안에는 여러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각축을 벌인다 여기에서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 도출된다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란 국가가 자본주의적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해 지배계급에 반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국가 안의 세력들을 조율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니코스 풀란차스 Nicos Poulantzas가 말했듯이 국가란 ldquo세력관계의 물질적 응축rdquo인 것이다 근대 국가의 친자본주의적 성격과 그 내용은 결코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중요한 동인은 경제적이며 제국주의적 국제관계 즉 제국주의 국가의 국제적 헤게모니는 lsquo국가의 국제화rsquo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 반 데어 페일van der Pijl은 영국 명예혁명의 결과 형성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 및 자유주의적인 시민사회의 국가에 대한 우위를 영국철학자의 이름을 따서 로크적 국가-사회 복합체Lockean state-society complex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이 관계는 이민과 식민화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초국적 엘리트로 구성된 시민사회와 전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보호하는 일군의 국가로 이뤄진 lsquo로크적 심장지대rsquoLockean heartland를 출현시켰다 반면 이와 경쟁하던 국가와 경제의 제도적 분리는 유예되고 자본가계급과 통치계급이 융합된 국가계급이 지배하던 홉스적 국가들Hobbesian states(독일 러시아 등)은 제2차대전과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이 심장지대로 흡수되고 말았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세력들 간의 관계도 국가들 간의 물질적이다 따라서 한 계급에서도 도모하는 바에 따라서 여러 분파로 나뉜다 같은 자본가 계급이라 하더라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와 중소기업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가 다르듯이 말이다

자본주의 국가 자본의 이익 부르주아의 지배

밥 제솝이라는 영국의 사회학자가 있다 이 사람은 국가론에 대해 깊이 연구했는데 주로 안토니오 그람시의 역사적 블록 형성과정에서 국가가 맡는 영향력에 대해 해명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가 ltlt전략관계적 국가이론gtgt(한울)이라는 저서에 담겨있다 이 책의 챕터 5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자본과 국가의 관계는 크게 보아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의 국가는 앞서 말했듯이 상대적 자율성을 지닌 국가이다 여러 세력들이 국가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기에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이며 자본주의와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① 도구주의적 접근 ltlt공산당 선언gtgt의 접근법이다 경제가 사회를 장악하고 그것을 보장받기 위해 국가를 지배한다는 입장이다② 구조주의적 접근 자본이 국가를 지배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 유보한다 다만 국가가 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취할시에는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힘은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③ 형태결정적 접근 형태라는 말은 이데올로기적 계급지배와 결합된 국가지배장치를 말하는데 예컨대 국가제도나 관료제를 들 수 있다 형태경정적 접근은 관료제 같은 국가기구에 의한 정책집행과정이 자본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도구주의적 접근과 유사하나 도구주의적 접근은 자본과 국가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보는 반면에 형태결정적 접근은 우연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을 갖는다 ④ 전략관계적 접근 이것이 밥 제솝의 접근법이다 쉽게 말하면 앞서 말한 것들을 두루 헤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정치적 대표와 국가형태에 대해 살펴보겠다

① 자본주의 경제의 가치형태와 자본주의적 국가 형태의 관계 자본의 축적전략과 국가의 조절전략을 말한다② 국가의 형식적 측면 국가기구③ 국가의 실질적 측면 국가권력의 토대 - 국가 프로젝트 국가권력의 지지층 ndash

현대국가는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자본주의를 경제체제로 삼아 운영된다 그런데 경제체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는 철저히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축적전략이 비민주적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대국가는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긴장관계 속에 있는 셈이다 때문에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양자에 대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최근에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이것인데 한국이 자유주의에로 과도하게 경도되고 있으니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자본주의적 이익과 국가형태이다

① 후견주의 쉽게 말하면 국가가 기업에게 정치자금 받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국가가 자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받는 대신에 기업에게 이익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② 조합주의 특정한 직능집단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③ 의회주의 의회를 통하여 사회변혁을 일으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것들을 논한 다음에 밥 제솝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정리한다

- 축적전략과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에 주목할 것- 축적전략과 국가체계 내에서의 표출양상 양자를 이어주는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할 것- 국가체계 내외부의 구조적 제약 및 사회적 저항에 관심을 가질 것

밥 제솝의 결론은 축적전략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솝의 탁월한 점은 국가 내의 여러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다툼을 벌일 때 그것을 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홍제동에는 총 4개의 동이 있고 1동부터 3동까지 빨간벽독파 부지깽이파 연탄재파가 각각 지배하고 있다 4동은 아직 특정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태라면 어느 파가 4동을 지배권 하에 넣느냐에 따라 홍제동의 헤게모니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결정된다 그런데 한 파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헤게모니 쟁취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각 파간의 합종연횡이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이 권력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려면 각 파가 어떠한 관계 속에서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 이것이 제솝의 관점이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그때그때 다르므로 그때그때 신경 써서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 강의에는 애덤 스미스를 공부한다 교재를 잠시 소개하겠다 첫번째는 DD 라파엘이라는 사람이 쓴 ltlt애덤 스미스gtgt(시공사)라는 책이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순전히 저자 때문이다 DD 라파엘은 우파정치철학 연구의 거두이다 대표작으로 ltlt정치철학의 문제들gtgt(서광사)라는 책이 있는데 우파정치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서로 통한다 주교재로 쓸 것은 아니나 강의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 책을 모태로 삼을 것이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으니 한번씩 읽어보기 바란다

두번째는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ltlt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gtgt(민음사)이다 주교재이므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은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이 제일 좋으나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정으로 이 책을 선정하였다 경제사상의 고전이라 불리는 저작들에서 인용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다이제스트라 비전공자가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어서] 5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5강 아담 스미스 사상 개요

복습

지난 시간에 한 얘기들을 복습하겠다 기왕에 배운 것이니 현실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요즈음 이명박이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고 수군댄다 어떤 이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하고 다른 이는 되면 안 된다라고 말 하기도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때까지 헛배운 것이다 이런 식의 말들은 단순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배운 것을 가지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시간에 자본주의 국가를 분석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공부해 보았다 국가 프로젝트 헤게모니 프로젝트 축적전략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현재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민사회를 국가에로 끌어들이는 헤게모니 프로젝트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 프로젝트 역시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정권 초에 나왔던 동북아 허브 외에는 없었다 국가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사회가 어떻게 시민사회를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는 질문에는 명바기가 과연 어떠한 헤게모니 프로젝트와 국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느냐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에는 4가지를 들 수 있다

1 경제적 기능 자본주의적 가치증식조건을 보장한다-gt 중앙은행의 통화안정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 국가가 비시장적(정치)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을 알 수 있다2 사회적 기능 노동력 재생산-gt 자본주의는 자연력에 최대한 기대지 않으려는 체제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력을 인위적인 것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결코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력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력으로부터 이윤이 발생하므로 국가가 이를 조정해줘야 한다3 정치적 기능 경제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조정하는 기능-gt 이것을 하는 방법에는 첫째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둘째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에도 전경련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정치적 조정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4 조정양식 123을 이념적으로 조정하는 것 곧 국가 프로젝트

이상의 기능들은 중요도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말하자면 1과 2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과 2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만 따져보아도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온존시키기 위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국가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것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직을 분석하는 데도 상당히 유용하다 가령 어떤 이가 회사에 다니는데 그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를 분석해 본다 치자 회사가 투입한 자본의 이윤을 끌어내기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경제적 기능) 그리고 회사가 효율성있는 인력관리를 하고 있는지(사회적 기능)만 살펴보아도 그 회사의 대강이 잡힐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단순히 부르주아의 위원회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의 사상 개요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곤 한다 그런데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경제학이 독립된 학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미스는 무엇을 공부한 학자였을까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레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담당교수였다 따라서 스미스의 사상을 공부하려면 그가 도덕철학을 연구했다는 데서 출발하여야만 한다

한국인들은 도덕하면 뭔가 숭고한 것을 연상하는데 서양에서의 도덕철학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도덕철학은 영어로 moral philosophy 라 하는데 여기서 moral(sitte)은 습속이란 뜻을 지닌다 다시 말해서 당대 인간들의 대체적인 행동양식 정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도덕철학을 오늘날의 사회심리학 정도로 생각하는 되겠다

스미스는 홉스 로크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위시한 고전철학을 철저히 배격했다 고대에는 자연이라는

일정한 준칙이 있고 인간은 그것을 따라가야 했다 루카치가 말하듯이 별이 빛나는 창공이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인 시대였던 것이다 근대에는 그러한 것들이 탈주술화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에 진리값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매킨타이어가 근대를 after virtue라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스미스가 구상했던 사회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된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스미스가 홉스와 로크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는 홉스와 로크는 물론이요 밀 벌린 등 영국 공리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홉스와 로크는 주로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하여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면 스미스는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유의 문제를 해명하려 한 것이다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작에는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이 있다 전자는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다루고 후자는 경제적 자유를 다룬다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의 핵심키워드는 동감sympathy과 분업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즉 free and equal한 것이다 이것이 자연권이다 그런데 자연권이 무한대로 발현되어 버리면 home Lufus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것은 홉스가 말한 전쟁 상태인 자연 상태를 가리킨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동감이다 - 홉스는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보았다 - 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 안에 이른바 공정한 관찰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다 - 그런 까닭에 스미스 사상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 스미스에게 있어서 동감은 사회적 유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superego와 비슷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공감이 일어나므로 외부에서 뭔가 간섭하면 안 된다 여기서 다시 영국식 자유주의 전통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가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스미스의 설명을 시장에 적용시켜 보면 오늘날의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있어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까지도 교환되는 장소인 것이다

시장은 스미스에게 있어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은 동감하여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유대 속에서 시장이 운영되는 것이고 그 시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하듯 분업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제 스미스의 시장개념을 스미스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하이에크의 시장개념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은 내가 정리한 Hayek의 시장개념이라는 글이다

Hayek에 있어 시장의 의미는 그가 제시한 catallaxy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이 개념을 전통적인 용어인 경제 economy에 대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는 인간의 여러 목적들이 하나의 통일된 질서에 이바지하도록 주어진 자원을 조직하거나 이리저리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하나의 견해가 전제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원의 사용이 규정되는 하나의 일관적인 결정 체계가 경제인 것이다 여기서 Hayek가 경제의 핵심적인 규정으로 삼는 것은 통일된 질서를 만들어내는 목적론적인 행위이다 이에 반해서 catallaxy -- 이 말은 그리스어 katallatein(바꾸다)에서 나왔다 -- 는 자발적 시장 질서이므로 여러 목적을 하나의 위계질서에 따라 배열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발적 시장 질서 -gt 고전적 의미에서의 자유주의적 시장개념

자발적 체제인 catallaxy에 가담한 각각의 개인들은 각자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으므로 특정한 결과가 부당한지 혹은 정당한지도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Hayek는 분배(distribution)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살포(dispersion)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결과가 각자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을 기초로 하는 사회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들의 비중을 규정하는 단일한 척도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에 대한 어떤 특정한 견해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사회관이다 복거일이 이 부분을 가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하이에크의 이러한 언술은 경제학적인 정의가 아니라 정치철학적인 정의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Hayek의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고유한 견해 및 그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체제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즉 catallaxy로서의 시장이라는 개념은 독자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관과 사회이론과 맞물려 돌아갈 때에만 의미있는 것이다 Hayek는 이른바 전통적 자유주의의 인간관을 받아들인다 그것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의 무한한 다양성은 인간의 가장 독특한 점이며 그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으므로 만약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평등이라 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는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 즉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공교육을 부정하는 근거가 여기에서 도출된다 불평등은 그대로 두어야 되는 것이라 본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재현시킨 것이 유에스이다

사람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현실적 불평등을 인정한 뒤 Hayek는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이성능력을 가진 인간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집단에 의도적인 조직이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Hayek는 정부의 강제적 행위는 보편적인 규칙의 집행에 그쳐야 하고 그 집행 목적을 위해 위임받는 권력을 발동하여 다른 공익을 실현힐 수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런 까닭에 그러한 행위들은 부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 -gt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이다

Hayek의 이 두가지 전제 즉 인간은 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집단에는 자발적 질서가 있다는 것을 경제활동에 적용하며 앞서 말한 catallaxy 개념이 얻어진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불평등하며 그러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 자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오히려 소득과 지위상의 몰락을 가져온다해도 이는 그 어떤 의도적인 계획의 소산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하며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Hayek가 이처럼 자발적 질서로서의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의 우월함이 인식론적 통찰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수히 많은 개인과 조직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이처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점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미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고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완전한 지식을 각자의 목적에 걸맞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발견적 수단으로서의 경쟁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사회는 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 나감으로써 항상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의미지평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어느 것에 대입해 보아도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한국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다면 아마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한다 자유주의는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는 데 그 배경에는 학문의 시장화라는 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 놓여졌을 때 시장에서 그 이론이 적합치 못하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장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모두들 알다시피 시장의 본래 뜻은 상품이 교환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의미의 시장은 오래 전부터도 드문드문 존재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5일장은 이런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이런 일상적인 의미의 시장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거의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행위가 일반화되면서 즉 이른바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에 여러 가지 다른 관념들이 덧붙여졌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장의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확장시켰으며 시장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가리키게 하였다 특히 이렇게 다른 관념들과 결합된 시장이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가르게 된다

근대적인 시장경제 -gt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큰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최소규정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사회분업 및 그에 따른 교환을 전제로 하여 생성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전문화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 Adam Smith는 핀의 제조공정을 분할하여 노동자가 각 단계의 단순화된 노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핀을 제조할 수 있음을 그리고 고전파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는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교환 당사자들의 부가 모두 증가하는 비교우위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분업 특히 공장 내의 분업이 아닌 사회내의 분업은 자연히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자들간에 일반적으로 교환되어야 필요를 발생시켰다 교환은 농경사회의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처럼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여러분이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여러분의 가정에서 스스로 생산한 것은 식사나 빨래 정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은 물으나 마나 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은 필요조건이자 전제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반드시 시장에 의해 매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대기업을 경계했다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많을 때 제대로 된 경쟁이 유발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째 시장은 단순히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특수한 방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장교환을 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매기는 척도이다 이렇게 값을 매김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8: Right Wing

(b) 각 집단 신분 계급 개인의 노동방식이 규정되어 있고 각각에게는 그것의 또는 그의 수행에 대한 적절한 단일한 기준의 보상이 주어지고 허용되는데 적정선은 공동체의 합의나 지배계급에 의해 결정된다(c) 토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적 소유가 전혀 없다(d) 모든 노동력은 토지나 부여된 기능의 수행 또는 주인 등에게 속박되어 있다(C B 맥퍼슨(지음) 황경식강유원(옮김)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1990 pp 57-58)

거칠게 분류하면 (a) (b)는 상부구조 (c) (d)는 토대를 가리킨다 따라서 (c) (d)가 핵심적 출발점이다 어떤 사태이든지 핵심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바라보아야 한다

단순시장모형은 처음의 네 개의 조건에 네 개를 더 첨가함으로써 소유적 시장모형으로 변형될 수 있다

(a) 노동에 대한 권위적 할당이 없다(b) 노동의 보상에 관한 권위적인 제공이 없다(c) 계약에 대한 권위적 규정 및 강제가 있다(d) 모든 개인은 자신의 공리를 합리적으로 극대화하려 한다(e) 개인 각자의 노동력은 자신의 재산이며 양도할 수 있다(f) 토지와 자원은 개인에 의해 소유되며 양도할 수 있다(g) 몇몇의 개인은 그들이 가진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리와 힘을 원한다(h) 몇몇의 개인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 기술 또는 재산을 가진다(같은 책pp62-63)

17세기의 영국이 소유적 시장사회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는 데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 거의 반 수에 가까운 사람들이 전시간 임금노동자였다 시골 변두리의 사람들을 시간제 임금노동자로 계산하다면 그 비율은 23를 넘는다 그리고 비록 임금관계가 18세기처럼 완벽하게 비인격적이지는 않았다 해도 홉스가 알기로는 이미 본질적으로 시장관계였다 토지를 자본으로 이용하는 경향은 이미 상당히 진전되어 있었고 지주와 소작인 사이의 가부장적 관계는 16세기의 변화 속에서 이미 손상되어 있었다(같은 책p71)

맥퍼슨은 홉스와 로크의 사상이 기본적으로 소유적 개인주의에 근거하고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그들의 사상을 17세기 서유럽이라는 구체적인 컨텍스트 속에서 조망하는 것이다 이것이 맥퍼슨의 탁월함이다 고전을 다시 읽기re-read를 반복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증거들은 17세기 영국 사회가 본질적으로 소유적 시장사회로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가리키고 있다 그런데 홉스가 이것을 얼마만큼 잘 알고 있었는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다행히 이 문제와 관계 있는 약간의 증거가 있다 첫번째로 인간의 노동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위해 교환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라는 홉스의 언명은 비록 그것이 해외무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언급된 것이라 해도 그가 임금관계의 일반성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같은 책 p72)

맥퍼슨이 근거로 드는 문장을 주목하라

for a mans Labour also is a commodity exchangeable for benefit as well as any other thing인간의 노동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위해 교환될 수 있는 하나의 상품이다

이제 맥퍼슨의 소유적 개인주의에 기대어스 홉스에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자 자연상태는 경쟁상태이되 그것은 경제의 문제를 토대에 둔 경제적 경쟁상태이다 이러한 상태는 구성원들간의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므로 이로 인한 파괴를 막기 위해서 시민사회가 도입된다 이것이 정치적 사회이다 여기에서는 정치가 경제의 우위에 있다 국가가 나서서 경제적 경쟁을 완화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맥퍼슨이 해석한 홉스적 근대사회이다 맥퍼슨은 이 사회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17세기 자유주의의 위대함은 자유로운 합리적 개인을 사회의 훌륭한 기준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17세기 자유주의의 비극은 이러한 주장이 바로 국민의 반이 넘는 사람에게는 필연적으로 개인주의의 부정이었다는 것이다(같은 책 p303)

다음 시간에는 로크의 재산권 이론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3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3강 ndash 로크의 소유권 이론

자유주의의 뿌리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는 우파가 만들어놓은 이념과 제도들로써 이끌어져 나가고 있다 좌파사상만 공부하면 현실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우파에 대해 공부하는 까닭은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를 좀더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요사이 장하준 교수의 ltlt쾌도난마 한국경제gtgt(부키)라는 책이 많이 팔리고

있으니 그것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책에서 장하준 교수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박정희정권이 반민주주의적이었다는 점은 비판받아야 하나 경제정책에서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은 한국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오늘날에 공격받고 있는 관치금융 재벌경제 경제계획 등을 옹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책들은 사실 자유주의의 경제프로그램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전간기 파시즘 체제에서 시행된 정책들이었으며 하나같이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한국경제를 이야기하는데 경제학적 논의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민주주의와 같은 정치철학적 개념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런 종류의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기본적인 개념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학적으로 정초했다 평가되는 존 로크를 읽음으로써 이런 개념들을 이해하는 데 한 발짝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먼저 모든 인간을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같은 출반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두 개념은 서로 상반되는 경향이 있는데 자유주의는 이러한 개인주의를 레디컬하게 추구하는 입장인 반면에 민주주의는 각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주의는 영국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것을 학적으로 정초한 이는 로크이다 이제 왜 영국이라는 컨텍스트 속에서 로크와 같은 자유주의 사상가가 나타났는지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우선 1215년에 있었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에 주목하도록 하자 마그나 카르타는 13세기의 있었던 사건이고 로크는 17세기에 활동했던 사람이니 언뜻 보면 둘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그나 카르타가 무슨 내용인지를 살펴 본다면 둘 사이의 무시할 수 없는 연결고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대헌장이라 불리우는 마그나 카르타는 1215년에 영국의 존왕이 귀족들의 강압에 따라 승인한 칙허장(勅許狀)을 일컫는 것으로 총 63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그나 카르타가 왕권과 의회의 대립에서 의회의 우위를 승인한 정치적 문헌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 마그나 카르타에 정치에 대한 조항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은 마그나 카르타의 제39항과 40항에 해당하는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자유민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와 같은 신분의 동료에 의한 합법적 재판 또는 국법에 의하지 않는 한 체포 감금 점유침탈 법익박탈 추방 또는 그 외의 어떠한 방법에 의하여서라도 자유가 침해되지 아니하며 또 짐 스스로가 자유민에게 개입되거나 또는 관헌을 파견하지 아니한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389)

짐은 누구를 위하여서라도 정의와 재판을 팔지 아니하며 또 누구에 대하여도 이를 거부 또는 지연시키지 아니한다(같은 책 p389)

이 두 개가 정치와 재판과 관련된 조항의 전부이다 그렇다면 다른 조항들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다음은 제 2항에서 발췌한 것이다

기사의 의무를 지고 짐으로부터 직접 수봉한 짐의 백작 또는 봉신 그리고 그 외의 자 중에서 어떤 자가 사망하였을 때 사망시의 상속인이 성년이며 또한 상속료의 지불의무를 부담하였을 경우에는 상속인은 구래의 상속료(를)hellip 지불함으로써 그 상속재산을 취득한다

2항부터 내리 재산상속에 대해 다루고 있다 ndash 제1항은 종교문제에 관한 것이다 ndash 대다수의 조항들이 재산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마그나 카르타의 핵심이 재산이며 이것과 관련된 세금문제에서 마그나 카르타가 촉발되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맥퍼슨은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에서 17세기의 영국이 소유적 시장사회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는 데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p71)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것을 본다면 이미 1215년 이전에 재산문제를 두고 왕과 시민사회 사이의 알력관계가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이다

이때가 산업혁명 이전 영국 도시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존 왕 치세 초기에는 리버풀이 전형적인 중세 도시 형성 과정을 거쳤다hellip 리버풀은 자치도시였고 왕의 칙서는 사실상 최초의 자치헌장이 되었다hellip 농노가 자치도시에서 1년 하고 1일을 살고 나면 자유민으로 간주한다는 관습도 법제화되었다 이 때문에 중세 사람들은 도시의 공기는 사람을 자유롭게 만든다고 말하곤 했다hellip 잉글랜드의 도시 생성률은 1180 ndash 1230년 사이의 50년간 가장 높아서 57개 이상의 신도시가 건설되었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p76-7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당시 도시인들은 농촌민들과는 달리 재산의 자유를 갖고 있었다 엔클로저 운동 같은 사건도 이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이 17세기에 느닷없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13세기 이전부터의 상당히 오랜 역사 속에 뿌리를 두고 자라온 이념체제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로크의 재산권 이론

로크의 대표적인 저서인 ltlt통치론gtgt의 출간계기가 명예혁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저술동기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ltlt통치론gtgt의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읽느냐에 따라서 책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점은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와 존 로크의 시대적 위치를 함께 살피는 것이다 여기에 이때까지 얘기했던 자유주의의 원리를 엮어서 따져 본다면 ltlt통치론gtgt의 저술동기를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얘기했으니 이제는 로크가 처해있는 시대적 위치에 대해 살펴보자 로크의 직업은 내과의사였다 그런데 이 당시의 내과의사는 치료와 상담을 겸하는 직종이었다 여기서 상담이란 대체로 의사의 주고객인 부르주아의 고민이나 걱정을 들어주는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이들은 상위신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와의 접근성이 높았고 그에 따라 서로간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을 것이다 - 제임스 버크(지음) ltlt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gtgt 참조 ndash 이렇게 본다면 로크가 ltlt통치론gtgt을 내놓은 이유에는 그 자신 주식투자를 하기도 했고 식민무역장관을 지내기도 했으니 부르주아 통치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 추측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이제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을 읽어가면서 이러한 추측이 온당한 것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모든 사람들이 개인의 천부적 재산권에 대한 로크의 주장과 정당화를 그의 시민사회와 정부이론의 중심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국가로 연합하는 것과 자신들을 정부의 지배 하에 두는 가장 크고 주요한 목적은 그들의 재산 보전이다(맥퍼슨(지음)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p227)

주지하듯이 홉스에게 국가의 목적은 개인들의 생명을 보존하는데 있다 로크는 생명 보존이라는 테제를 재산 보존으로 바꿔버리는데 이러한 논리 구도 아래에서는 재산이 국가에 대해서 우선성을 갖는다 단 하나 예외는 비합법적으로 재산을 취득한 경우뿐이다 여기서 그것이 합법이냐 비합법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다 이들은 일정한 정도 이상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로 구성된다 이상이 자유주의 국가관의 대체적인 밑그림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천부적으로 그의 재산 즉 생명 자유 토지를 보존할 권리를 가진다 나는 인간의 생명 자유 토지를 일반적 명칭으로서 재산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내가 재산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처럼 인간이 재화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뿐만 아니라 신체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도 의미한다(같은 책p22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로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산 이외에 자신의 생명 자유까지도 재산이라고 파악한다 이를 극단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모든 것을 물화物化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고용한 사람이 노동하여 얻은 것은 내 것이다 라는 논리가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체에 있어서의 재산을 가진다 그 자신 이외에 누구도 그에 대해 권리를 갖지 않는다 그의 신체와 손의 노동과 작업은 그의 것이다 인간이 자연적인 상태로부터 변형시킨 것은 무엇이든지 인간이 그것과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한 것이다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함으로써 그는 그것을 그의 재산으로 만드는데 적어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충분히 양질의 것을 남겨 놓아야 한다 이러한 종류의 점유를 정당화하는 데는 다른 어떤 사람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다 만약 그러한 동의가 필요하다면 신이 그에게 풍부하게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굶주려 죽게 될 것이다(같은 책 p231)

이 부분이 로크를 비롯한 고전파 정치경제학의 철학적 토대이다

정리를 해보자 나의 신체와 그것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노동력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권은 나에게 있으며 인간은 이러한 노동력과 자연물을 혼합시켜 인간의 살아가는데 유용한 생산물product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물은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1차적으로 자연물은 공유재산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모든 인간들이 향유할 수 있을 만큼 자연물은 넉넉하지 않으며 때문에 희소성을 갖는다 어떤 이는 자연물을 넉넉하게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오로지 자신의 노동력만을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자연물의 희소성과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충돌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ltlt통치론gtgt의 주제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로크는 부르주아 계급의 이익을 철저하게 옹호하였다

로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의 세 가지 제한조건을 제시하였다

인간은 타인을 위해 충분히 그리고 양질의 것을 남겨 놓은 만큼만 점유할 수 있다어떤 사람이든지 그것을 부패시키지 않고 삶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만큼만 이용해야 한다자기자신의 노동력으로써 산출할 수 있는 양에만 제한되는 것 같다(같은 책 p 232)

이것들은 현실적으로는 사유재산의 무제한적 확장에 기여한다 인간은 자신의 부를 화폐로 전환시켜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로 사용되는 금과 은은 썩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은 그것을 무제한으로 정당하게 축적할 수 있다

인간은 노동하는 신체의 소유자라는 것 이것이 자유주의 논리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 논리가 사회 속으로 들어오면 몸은 product를 만드는 도구로 전락한다 product를 만들어내야 personality가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

의 본질은 노동Arbeit이다라고 말한 헤겔과 비교해 보라 로크는 ldquo재산을 가진 자가 인간이다rdquo라고 말한다 재산은 노동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재산을 형성한 자만이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이며 제대로 된 인간이다 라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도출된다 이런 까닭에 자유주의는 자연히 부르주아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된다 헤겔은 로크와 다르다 헤겔은 노동이 인간의 본질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크에게 있어서 노동은 재산을 만들어 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건장한 신체를 지니고도 실업상태에 있는 이들의 처우에 대해 로크가 한 제안은 아주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서 현대의 학자들이 그에 대해 언급할 때는 일반적으로 그 비참함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도 그 당시의 기준에 비추어서 옹호하기도 한다 좀더 중요한 논점은 그러한 제안이 로크의 가정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구빈원(감화원)의 책임자들은 그들을 제조공장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노동자로 만들 것을 요청받고 있었으며 치안판사들은 그들에게 강제노동을 부과했다 세 살 이상 된 실업자의 자녀들은 국가의 불필요한 짐이었다 그들은 일을 해야만 했고 그들의 생활비를 더 많이 벌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실업이 경제적인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타락에서 기인한다는 명백한 근거 위에서 정당화되었다 로크가 무역위원회의 위원자격으로 1697년에 서술했듯이 실업자의 증대는 기율의 해이와 풍속의 붕괴 이외에는 어떤 것에 의해서도 발생하지 않는다 실업자들을 정치체제의 완전한 자유로운 구성원으로서 처우하는 것은 로크에게는 생각조차 되지 않았다 그들이 전적으로 국가에 예속된다는 것도 똑같이 의심할 바 없다 그리고 그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는 것이기에 국가는 그런 식으로 처우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책 pp 257-258)

여기에서 로크는 실업자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을 가지지 못한 것이라 단정한다 참으로 살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로크는 인간의 조건으로 재산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써 합리성의 정의까지 바꿔 버린 것이다 홉스에게 합리적 인간은 lsquo사물의 원인과 결과를 따지고 그것이 운동하는 양상을 계산하는 것rsquo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사람이 합리적 인간이었다 그러나 로크에게는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그 사람이 합리적인가 아닌가가 결정된다 이로써 개인이 사회 속에서 인간으로 대접 받기 위한 규준이 재산의 소유로 확정되었고 재산이 많은 인간일수록 합리적인 인간이 된다 오늘날 한국에서 유행하는 자기계발서적도 여기에서 논리를 빌려온 것이다

자연물 즉 공유재산을 어떻게 규정하고 분배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렇게 보면 요사이 한국에서 횡행하는 lsquo성장이냐 분배냐rsquo 하는 논쟁이 참으로 잘못된 의제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유적 개인주의를 구성하는 가정들은 다음 일곱 가지의 명제로 요약할 수 있다

1)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이다2) 타인으로부터의 자유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참여한 관계를 제외한 어떠한 관계로부터도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3) 개인은 사회에 아무런 부채도 없으므로 본질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능력의 소유자이다4) 개인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재산권 전체를 양도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자신의 일부 곧 노동력은 양도할 수 있다5) 인간사회는 일련의 시장관계로 구성되어 있다6)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므로 개인 각자의 자유는 타인에게도 똑같은 자유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의무와 규칙에 의해서만 정당하게 제한될 수 있다7) 정치사회는 개인의 신체와 재화로서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며 그에 따라 자신의 소유자로 간주되는 개인들간의 교환관계를 질서있게 유지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같은 책 pp 305-306)

1) 2) 3)은 자유주의의 인간관이다4) 5)는 자본주의의 핵심원리다6) 7)은 자유주의의 정치철학적 토대이다 따라서 ltlt통치론gtgt의 출발점이 된다 7)의 정치사회란 국가 교환관계는 시장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 ndash 로크적 국가와 현대사회

근대국가의 특성들

현대의 국가론을 크게 보면 홉스적 전통과 로크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것이 자유주의 국가론의 기본 개념들이다 따라서 국가론에 대한 책을 읽을 때는 이것들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아야 그 내용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자유주의는 자본주의와 긴밀한 연관관계에 놓여있다 국가는 부르주아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원회이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마르크스의 견해이다 부르주아는 경제적인 활동영역 즉 시민사회Burgerlichergesellschoft을 갖는다 18세기에는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부르주아라 불렀고 정치의 영역은 정부government가 통솔했다 앞서 말한 마르크스의 언명은 두 영역의 연결고리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견해는 두 영역의 관계가 원시적이었던 18세기에는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나 오늘날과 같이 복잡해진 때에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요즈음 국회에서 금산법의 개정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오간다 금산법 개정에 대해 lt중앙일보gt는 금산법은 이건희 죽이기법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가 반드시 부르주아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지 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세계가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까닭에 이 문제에 관해 좀더 자세하게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 이것이 자유주의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가 실현되는 경우는 선거 때 뿐이다 선거는 개개인이 각자 한 표 씩을 행사한다 이건희와 내가 각자 재산을 얼마나 가졌는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군집화가 이뤄진다 근대 이전에는 신분status에 의해서 결정됐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다 근대 이후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계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명제가 완전하게 이뤄지진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떄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반드시 계급결집이 일어난다 모든 논의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국가란 무엇인가 특정 지역 안에 있는 여러 세력force들의 관계망이며 이것의 물질적 응축이다 - 물질(matter)이란 현실 세계 속에서 구조적으로 고착middot제도화된 것을 가리킨다 구조적 관계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 이 안에는 정부 부르주아노동자 등 여러 세력들이 포진해 있다 근대 이전까지 유럽에는 약 500 여개의 국가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국가란 근대적 의미에서의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state가 아니라 느슨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소국을 가리킨다 이러한 소국들이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로 전환된 것은 1차 대전을 전후해서 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서양인들이 제대로 된 국가를 이루고 산 것은 잘 해야 100년이 채 안 된 것이다

한국인들이 서양의 국가론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국가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세계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중앙집권화된 관료제를 500 여년 동안 유지했다 더욱이 한국인이 쓴 국가론도 없으므로 국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의 한계는 크다 고려 때에는 중앙집권화가 이뤄지지 않았었다 지방 호족들이 알아서 다스렸다 왕은 많은 호족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절대적인 힘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에 들어서면 완전히 바뀐다 조선은 관료제를 바탕으로 중앙집권화를 이뤘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당 서원 등의 교육기관을 통해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을 보급한 것이다 이것이 조선사회를 유지시킨 메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관료제(물리력)을 보조하는 관학(지도력)을 통해서 헤게모니를 구성했던 것이다

소품문이란 것을 아는가 간략하게 정의하자면 길이가 짧은 문장으로 작자의 정서와 사상 견문을 표현하고 기록한 정서적인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별 것 아니다 그런데 정조는 이것을 문제삼아 문체반정을 일으켰다 왜 그랬을까 국가에서 정한 커리큘럼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소품문은 조선의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주류 이데올로기를 해체할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정통 성리학 국가인 조선의 뿌리를 뒤흔드는 문제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조에게나 소품을 쓰는 작가들에게나 소품은 단지 독서의 기호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소품적 인식 소설적 인식은 체제의 이데올로기가 은폐하고 있는 실상을 드러낼 것이었다 정통문서의 권위가 무너지면 그것에 기초한 헤게모니 역시 무너지기 마련이다

국가는 개인에게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데 이것을 풀란차스는 국가효과라고 불렀다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전환기에 조선은 고려의 헤게모니를 해체하고 새로운 조선의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위해 불교를 억압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특히 훈민정음의 창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훈민정음 이전까지 동아시아는 자신의 문자로 제국의 문자인 한문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것에 반하여 로컬 랭귀지를 조성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조선이라는 국가에 갖게되는 조선인들의 국가효과는 배가되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국적포기에 민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국가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막스 베버가 말한 철창부터 떠올린다 이제 지주형씨가 쓴 근대국가의 특성들이란 글을 보도록 하자

이 영토 위에 lsquo국민rsquo으로 사는 한은 국가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의 의무를 져야 하고 국가는 그러한 의무를 강제하기 위해 개개인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에 대한 기록을 축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의 관리와 통제를 피하려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유럽에 이런 것들이 자리잡은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상비군이 형성된 것도 1789년 이후의 일이다 한국과 서구의 국가관 인식의 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가(國家)라는 말은 매우 애매한 말이다 여기에는 이미 두 가지의 뜻이 들어 있다 하나는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입법부 사법부 및 기타 준 정부 기관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정부이다

나라는 사회과학적인 의미에서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정부의 차원에서 국가를 이해할 것이다

지주형씨가 이 글에서 정리하는 근대국가의 특성은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근대 국가의 제도적 물질적 특성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선 앞서 언급한 영토의 점유와 정당한 물리력 사용의 독점이라는 막스 베버의 유명한 정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국가는 영토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영토란 관할의 경계가 분명한 땅을 의미한다 즉 근대 국가는 그 이전의 국가와 달리 점으로 표시되는 경계가 모호한 변경frontier이 아니라 선으로 표시되는 국경border에 의해 명확히 구획된 영토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그 안의 인구 자원 등에 대한 명확한 권리를 주장하고 국경을 통제한다

둘째 근대 국가는 경찰과 상비군이라는 정당한 물리력을 독점하고 있다 원리상 근대 국가에 이 물리력에 도전할 수 있는 물리력을 가진 집단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물리력의 독점이 아니다 사실 국가는 물리력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조직폭력집단 또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것은 lsquo정당한rsquo 물리력이다 이 물리력의 정당성이 그것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앞으로 보겠지만 정당성은 법적 사회적으로 도출된다

셋째 비록 베버가 자신의 정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심도 있게 논한 근대 국가의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전문관료제이다 이것은 근대 국가가 하나의 합리적 집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국가의 합리성은 때로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서 국가건설 국가보존 국가권력의 적절한 수단에 대한 지식을 가리킨 국가이성raison drsquoeacutetat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 있는 국가 관료집단의 합리성은 관료제적 합리성과 통치적 합리성governmentality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는 베버가 지적한 것으로 일 처리의 규칙 절차 및 전문지식 공식화된 문건에 따른 몰인격(沒人格)적인 특성을 가리킨다 후자는 푸코Michel Foucault가 지적한 것으로 특히 영토 내의 인구 부 자원 재화 문화 관습 등이 특정한 방향들로 발전하고 특정한 결과들을 낳을 수 있게끔 통치govern하려는 전문지식의 특성을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 국가는 정부government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지식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 하나는 국가의 상태state에 대한 지식 즉 국민 개개인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정보(및 감시)를 포함한 통계적 지식statistics의 축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국가정책을 통해서 표현되는 이러한 국가의 합리적 특성은 근대 이전의 국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넷째 영토에 대한 지배 정당한 물리력의 독점 전문관료제는 근대 국가가 영토내의 모든 곳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즉 중심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국경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즉 근대국가는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인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지배의 특성에 대응하는 법적 관념은 어떤 지배자나 국가도 특정한 영토와 국민에 대한 최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유럽의 중세와 달리 근대 국가가 영토 내의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권위이자 최고권력인 주권을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관료제적 합리성의 몰인격성에서도 보이듯이 근대 국가는 몰인격적인 질서로서 법치국가Rechtstaat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근대 국가의 모든 권력은 통치자 개인의 사적 권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고의 권위인 주권권력도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 몰인격적이고 추상적인 권위로서 통치자 및 사회의 피지배자의 사유재산과 신분 등과 같은 개별적 특성과 분리된다 이것은 군주 개인이 인간 법의 궁극적인 원천으로서 주권을 가지고 있다며 지배를 정당화하였던 유럽의 절대주의 국가와 대조된다 물론 이것은 근대 국가가 중립적이거나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518 광주 학살 같은 경우는 편파적이고 불법적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통치자의 말이 곧 법이 되지 않고 국가가 lsquo불법rsquo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이미 근대 국가가 몰인격적인 법적 질서 속에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 국가는 기본적으로 경제 및 사회와 제도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표상되고 구성된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중세 유럽에서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가 존재하지 않았고 경제적 부의 사적인 축적은 상업이라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전적으로 봉토(fiefdom)에 대한 정치적 지배에 의거한 것이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국가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는 자신을 나라의 상태 즉 사회 전체의 상태state와 분명히 분리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 국가는 정치권력인 국가와 경제권력인 자본의 제도적 분리 그리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분리를 그 특징으로 한다 왜냐하면 근대 세계에서 국가는 자신과 사적인 것과의 구별을 계속 재생산함으로써 독자성을 가진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기본적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에는 이것이 분리되는데 이러한 국가 안에는 여러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각축을 벌인다 여기에서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 도출된다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란 국가가 자본주의적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해 지배계급에 반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국가 안의 세력들을 조율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니코스 풀란차스 Nicos Poulantzas가 말했듯이 국가란 ldquo세력관계의 물질적 응축rdquo인 것이다 근대 국가의 친자본주의적 성격과 그 내용은 결코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중요한 동인은 경제적이며 제국주의적 국제관계 즉 제국주의 국가의 국제적 헤게모니는 lsquo국가의 국제화rsquo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 반 데어 페일van der Pijl은 영국 명예혁명의 결과 형성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 및 자유주의적인 시민사회의 국가에 대한 우위를 영국철학자의 이름을 따서 로크적 국가-사회 복합체Lockean state-society complex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이 관계는 이민과 식민화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초국적 엘리트로 구성된 시민사회와 전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보호하는 일군의 국가로 이뤄진 lsquo로크적 심장지대rsquoLockean heartland를 출현시켰다 반면 이와 경쟁하던 국가와 경제의 제도적 분리는 유예되고 자본가계급과 통치계급이 융합된 국가계급이 지배하던 홉스적 국가들Hobbesian states(독일 러시아 등)은 제2차대전과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이 심장지대로 흡수되고 말았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세력들 간의 관계도 국가들 간의 물질적이다 따라서 한 계급에서도 도모하는 바에 따라서 여러 분파로 나뉜다 같은 자본가 계급이라 하더라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와 중소기업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가 다르듯이 말이다

자본주의 국가 자본의 이익 부르주아의 지배

밥 제솝이라는 영국의 사회학자가 있다 이 사람은 국가론에 대해 깊이 연구했는데 주로 안토니오 그람시의 역사적 블록 형성과정에서 국가가 맡는 영향력에 대해 해명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가 ltlt전략관계적 국가이론gtgt(한울)이라는 저서에 담겨있다 이 책의 챕터 5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자본과 국가의 관계는 크게 보아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의 국가는 앞서 말했듯이 상대적 자율성을 지닌 국가이다 여러 세력들이 국가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기에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이며 자본주의와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① 도구주의적 접근 ltlt공산당 선언gtgt의 접근법이다 경제가 사회를 장악하고 그것을 보장받기 위해 국가를 지배한다는 입장이다② 구조주의적 접근 자본이 국가를 지배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 유보한다 다만 국가가 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취할시에는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힘은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③ 형태결정적 접근 형태라는 말은 이데올로기적 계급지배와 결합된 국가지배장치를 말하는데 예컨대 국가제도나 관료제를 들 수 있다 형태경정적 접근은 관료제 같은 국가기구에 의한 정책집행과정이 자본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도구주의적 접근과 유사하나 도구주의적 접근은 자본과 국가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보는 반면에 형태결정적 접근은 우연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을 갖는다 ④ 전략관계적 접근 이것이 밥 제솝의 접근법이다 쉽게 말하면 앞서 말한 것들을 두루 헤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정치적 대표와 국가형태에 대해 살펴보겠다

① 자본주의 경제의 가치형태와 자본주의적 국가 형태의 관계 자본의 축적전략과 국가의 조절전략을 말한다② 국가의 형식적 측면 국가기구③ 국가의 실질적 측면 국가권력의 토대 - 국가 프로젝트 국가권력의 지지층 ndash

현대국가는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자본주의를 경제체제로 삼아 운영된다 그런데 경제체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는 철저히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축적전략이 비민주적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대국가는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긴장관계 속에 있는 셈이다 때문에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양자에 대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최근에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이것인데 한국이 자유주의에로 과도하게 경도되고 있으니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자본주의적 이익과 국가형태이다

① 후견주의 쉽게 말하면 국가가 기업에게 정치자금 받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국가가 자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받는 대신에 기업에게 이익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② 조합주의 특정한 직능집단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③ 의회주의 의회를 통하여 사회변혁을 일으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것들을 논한 다음에 밥 제솝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정리한다

- 축적전략과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에 주목할 것- 축적전략과 국가체계 내에서의 표출양상 양자를 이어주는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할 것- 국가체계 내외부의 구조적 제약 및 사회적 저항에 관심을 가질 것

밥 제솝의 결론은 축적전략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솝의 탁월한 점은 국가 내의 여러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다툼을 벌일 때 그것을 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홍제동에는 총 4개의 동이 있고 1동부터 3동까지 빨간벽독파 부지깽이파 연탄재파가 각각 지배하고 있다 4동은 아직 특정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태라면 어느 파가 4동을 지배권 하에 넣느냐에 따라 홍제동의 헤게모니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결정된다 그런데 한 파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헤게모니 쟁취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각 파간의 합종연횡이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이 권력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려면 각 파가 어떠한 관계 속에서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 이것이 제솝의 관점이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그때그때 다르므로 그때그때 신경 써서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 강의에는 애덤 스미스를 공부한다 교재를 잠시 소개하겠다 첫번째는 DD 라파엘이라는 사람이 쓴 ltlt애덤 스미스gtgt(시공사)라는 책이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순전히 저자 때문이다 DD 라파엘은 우파정치철학 연구의 거두이다 대표작으로 ltlt정치철학의 문제들gtgt(서광사)라는 책이 있는데 우파정치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서로 통한다 주교재로 쓸 것은 아니나 강의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 책을 모태로 삼을 것이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으니 한번씩 읽어보기 바란다

두번째는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ltlt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gtgt(민음사)이다 주교재이므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은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이 제일 좋으나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정으로 이 책을 선정하였다 경제사상의 고전이라 불리는 저작들에서 인용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다이제스트라 비전공자가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어서] 5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5강 아담 스미스 사상 개요

복습

지난 시간에 한 얘기들을 복습하겠다 기왕에 배운 것이니 현실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요즈음 이명박이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고 수군댄다 어떤 이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하고 다른 이는 되면 안 된다라고 말 하기도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때까지 헛배운 것이다 이런 식의 말들은 단순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배운 것을 가지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시간에 자본주의 국가를 분석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공부해 보았다 국가 프로젝트 헤게모니 프로젝트 축적전략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현재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민사회를 국가에로 끌어들이는 헤게모니 프로젝트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 프로젝트 역시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정권 초에 나왔던 동북아 허브 외에는 없었다 국가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사회가 어떻게 시민사회를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는 질문에는 명바기가 과연 어떠한 헤게모니 프로젝트와 국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느냐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에는 4가지를 들 수 있다

1 경제적 기능 자본주의적 가치증식조건을 보장한다-gt 중앙은행의 통화안정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 국가가 비시장적(정치)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을 알 수 있다2 사회적 기능 노동력 재생산-gt 자본주의는 자연력에 최대한 기대지 않으려는 체제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력을 인위적인 것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결코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력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력으로부터 이윤이 발생하므로 국가가 이를 조정해줘야 한다3 정치적 기능 경제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조정하는 기능-gt 이것을 하는 방법에는 첫째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둘째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에도 전경련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정치적 조정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4 조정양식 123을 이념적으로 조정하는 것 곧 국가 프로젝트

이상의 기능들은 중요도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말하자면 1과 2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과 2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만 따져보아도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온존시키기 위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국가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것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직을 분석하는 데도 상당히 유용하다 가령 어떤 이가 회사에 다니는데 그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를 분석해 본다 치자 회사가 투입한 자본의 이윤을 끌어내기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경제적 기능) 그리고 회사가 효율성있는 인력관리를 하고 있는지(사회적 기능)만 살펴보아도 그 회사의 대강이 잡힐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단순히 부르주아의 위원회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의 사상 개요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곤 한다 그런데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경제학이 독립된 학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미스는 무엇을 공부한 학자였을까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레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담당교수였다 따라서 스미스의 사상을 공부하려면 그가 도덕철학을 연구했다는 데서 출발하여야만 한다

한국인들은 도덕하면 뭔가 숭고한 것을 연상하는데 서양에서의 도덕철학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도덕철학은 영어로 moral philosophy 라 하는데 여기서 moral(sitte)은 습속이란 뜻을 지닌다 다시 말해서 당대 인간들의 대체적인 행동양식 정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도덕철학을 오늘날의 사회심리학 정도로 생각하는 되겠다

스미스는 홉스 로크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위시한 고전철학을 철저히 배격했다 고대에는 자연이라는

일정한 준칙이 있고 인간은 그것을 따라가야 했다 루카치가 말하듯이 별이 빛나는 창공이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인 시대였던 것이다 근대에는 그러한 것들이 탈주술화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에 진리값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매킨타이어가 근대를 after virtue라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스미스가 구상했던 사회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된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스미스가 홉스와 로크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는 홉스와 로크는 물론이요 밀 벌린 등 영국 공리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홉스와 로크는 주로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하여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면 스미스는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유의 문제를 해명하려 한 것이다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작에는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이 있다 전자는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다루고 후자는 경제적 자유를 다룬다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의 핵심키워드는 동감sympathy과 분업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즉 free and equal한 것이다 이것이 자연권이다 그런데 자연권이 무한대로 발현되어 버리면 home Lufus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것은 홉스가 말한 전쟁 상태인 자연 상태를 가리킨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동감이다 - 홉스는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보았다 - 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 안에 이른바 공정한 관찰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다 - 그런 까닭에 스미스 사상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 스미스에게 있어서 동감은 사회적 유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superego와 비슷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공감이 일어나므로 외부에서 뭔가 간섭하면 안 된다 여기서 다시 영국식 자유주의 전통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가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스미스의 설명을 시장에 적용시켜 보면 오늘날의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있어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까지도 교환되는 장소인 것이다

시장은 스미스에게 있어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은 동감하여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유대 속에서 시장이 운영되는 것이고 그 시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하듯 분업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제 스미스의 시장개념을 스미스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하이에크의 시장개념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은 내가 정리한 Hayek의 시장개념이라는 글이다

Hayek에 있어 시장의 의미는 그가 제시한 catallaxy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이 개념을 전통적인 용어인 경제 economy에 대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는 인간의 여러 목적들이 하나의 통일된 질서에 이바지하도록 주어진 자원을 조직하거나 이리저리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하나의 견해가 전제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원의 사용이 규정되는 하나의 일관적인 결정 체계가 경제인 것이다 여기서 Hayek가 경제의 핵심적인 규정으로 삼는 것은 통일된 질서를 만들어내는 목적론적인 행위이다 이에 반해서 catallaxy -- 이 말은 그리스어 katallatein(바꾸다)에서 나왔다 -- 는 자발적 시장 질서이므로 여러 목적을 하나의 위계질서에 따라 배열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발적 시장 질서 -gt 고전적 의미에서의 자유주의적 시장개념

자발적 체제인 catallaxy에 가담한 각각의 개인들은 각자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으므로 특정한 결과가 부당한지 혹은 정당한지도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Hayek는 분배(distribution)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살포(dispersion)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결과가 각자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을 기초로 하는 사회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들의 비중을 규정하는 단일한 척도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에 대한 어떤 특정한 견해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사회관이다 복거일이 이 부분을 가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하이에크의 이러한 언술은 경제학적인 정의가 아니라 정치철학적인 정의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Hayek의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고유한 견해 및 그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체제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즉 catallaxy로서의 시장이라는 개념은 독자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관과 사회이론과 맞물려 돌아갈 때에만 의미있는 것이다 Hayek는 이른바 전통적 자유주의의 인간관을 받아들인다 그것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의 무한한 다양성은 인간의 가장 독특한 점이며 그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으므로 만약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평등이라 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는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 즉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공교육을 부정하는 근거가 여기에서 도출된다 불평등은 그대로 두어야 되는 것이라 본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재현시킨 것이 유에스이다

사람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현실적 불평등을 인정한 뒤 Hayek는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이성능력을 가진 인간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집단에 의도적인 조직이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Hayek는 정부의 강제적 행위는 보편적인 규칙의 집행에 그쳐야 하고 그 집행 목적을 위해 위임받는 권력을 발동하여 다른 공익을 실현힐 수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런 까닭에 그러한 행위들은 부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 -gt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이다

Hayek의 이 두가지 전제 즉 인간은 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집단에는 자발적 질서가 있다는 것을 경제활동에 적용하며 앞서 말한 catallaxy 개념이 얻어진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불평등하며 그러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 자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오히려 소득과 지위상의 몰락을 가져온다해도 이는 그 어떤 의도적인 계획의 소산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하며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Hayek가 이처럼 자발적 질서로서의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의 우월함이 인식론적 통찰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수히 많은 개인과 조직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이처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점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미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고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완전한 지식을 각자의 목적에 걸맞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발견적 수단으로서의 경쟁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사회는 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 나감으로써 항상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의미지평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어느 것에 대입해 보아도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한국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다면 아마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한다 자유주의는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는 데 그 배경에는 학문의 시장화라는 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 놓여졌을 때 시장에서 그 이론이 적합치 못하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장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모두들 알다시피 시장의 본래 뜻은 상품이 교환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의미의 시장은 오래 전부터도 드문드문 존재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5일장은 이런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이런 일상적인 의미의 시장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거의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행위가 일반화되면서 즉 이른바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에 여러 가지 다른 관념들이 덧붙여졌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장의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확장시켰으며 시장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가리키게 하였다 특히 이렇게 다른 관념들과 결합된 시장이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가르게 된다

근대적인 시장경제 -gt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큰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최소규정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사회분업 및 그에 따른 교환을 전제로 하여 생성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전문화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 Adam Smith는 핀의 제조공정을 분할하여 노동자가 각 단계의 단순화된 노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핀을 제조할 수 있음을 그리고 고전파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는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교환 당사자들의 부가 모두 증가하는 비교우위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분업 특히 공장 내의 분업이 아닌 사회내의 분업은 자연히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자들간에 일반적으로 교환되어야 필요를 발생시켰다 교환은 농경사회의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처럼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여러분이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여러분의 가정에서 스스로 생산한 것은 식사나 빨래 정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은 물으나 마나 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은 필요조건이자 전제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반드시 시장에 의해 매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대기업을 경계했다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많을 때 제대로 된 경쟁이 유발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째 시장은 단순히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특수한 방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장교환을 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매기는 척도이다 이렇게 값을 매김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9: Right Wing

있으니 그것을 예로 들어 보자 이 책에서 장하준 교수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박정희정권이 반민주주의적이었다는 점은 비판받아야 하나 경제정책에서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은 한국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오늘날에 공격받고 있는 관치금융 재벌경제 경제계획 등을 옹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책들은 사실 자유주의의 경제프로그램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전간기 파시즘 체제에서 시행된 정책들이었으며 하나같이 반자유주의적이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한국경제를 이야기하는데 경제학적 논의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민주주의와 같은 정치철학적 개념까지 논의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이런 종류의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기본적인 개념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학적으로 정초했다 평가되는 존 로크를 읽음으로써 이런 개념들을 이해하는 데 한 발짝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먼저 모든 인간을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같은 출반점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두 개념은 서로 상반되는 경향이 있는데 자유주의는 이러한 개인주의를 레디컬하게 추구하는 입장인 반면에 민주주의는 각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처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주의는 영국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것을 학적으로 정초한 이는 로크이다 이제 왜 영국이라는 컨텍스트 속에서 로크와 같은 자유주의 사상가가 나타났는지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우선 1215년에 있었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에 주목하도록 하자 마그나 카르타는 13세기의 있었던 사건이고 로크는 17세기에 활동했던 사람이니 언뜻 보면 둘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마그나 카르타가 무슨 내용인지를 살펴 본다면 둘 사이의 무시할 수 없는 연결고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대헌장이라 불리우는 마그나 카르타는 1215년에 영국의 존왕이 귀족들의 강압에 따라 승인한 칙허장(勅許狀)을 일컫는 것으로 총 63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그나 카르타가 왕권과 의회의 대립에서 의회의 우위를 승인한 정치적 문헌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 마그나 카르타에 정치에 대한 조항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은 마그나 카르타의 제39항과 40항에 해당하는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자유민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와 같은 신분의 동료에 의한 합법적 재판 또는 국법에 의하지 않는 한 체포 감금 점유침탈 법익박탈 추방 또는 그 외의 어떠한 방법에 의하여서라도 자유가 침해되지 아니하며 또 짐 스스로가 자유민에게 개입되거나 또는 관헌을 파견하지 아니한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389)

짐은 누구를 위하여서라도 정의와 재판을 팔지 아니하며 또 누구에 대하여도 이를 거부 또는 지연시키지 아니한다(같은 책 p389)

이 두 개가 정치와 재판과 관련된 조항의 전부이다 그렇다면 다른 조항들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다음은 제 2항에서 발췌한 것이다

기사의 의무를 지고 짐으로부터 직접 수봉한 짐의 백작 또는 봉신 그리고 그 외의 자 중에서 어떤 자가 사망하였을 때 사망시의 상속인이 성년이며 또한 상속료의 지불의무를 부담하였을 경우에는 상속인은 구래의 상속료(를)hellip 지불함으로써 그 상속재산을 취득한다

2항부터 내리 재산상속에 대해 다루고 있다 ndash 제1항은 종교문제에 관한 것이다 ndash 대다수의 조항들이 재산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마그나 카르타의 핵심이 재산이며 이것과 관련된 세금문제에서 마그나 카르타가 촉발되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맥퍼슨은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에서 17세기의 영국이 소유적 시장사회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 있었다는 데에는 많은 증거가 있다(p71)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것을 본다면 이미 1215년 이전에 재산문제를 두고 왕과 시민사회 사이의 알력관계가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이다

이때가 산업혁명 이전 영국 도시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존 왕 치세 초기에는 리버풀이 전형적인 중세 도시 형성 과정을 거쳤다hellip 리버풀은 자치도시였고 왕의 칙서는 사실상 최초의 자치헌장이 되었다hellip 농노가 자치도시에서 1년 하고 1일을 살고 나면 자유민으로 간주한다는 관습도 법제화되었다 이 때문에 중세 사람들은 도시의 공기는 사람을 자유롭게 만든다고 말하곤 했다hellip 잉글랜드의 도시 생성률은 1180 ndash 1230년 사이의 50년간 가장 높아서 57개 이상의 신도시가 건설되었다(존 길링엄 ltlt1215년 마그나 카르타의 해gtgt 생각의나무 pp76-7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당시 도시인들은 농촌민들과는 달리 재산의 자유를 갖고 있었다 엔클로저 운동 같은 사건도 이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이 17세기에 느닷없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13세기 이전부터의 상당히 오랜 역사 속에 뿌리를 두고 자라온 이념체제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로크의 재산권 이론

로크의 대표적인 저서인 ltlt통치론gtgt의 출간계기가 명예혁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저술동기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ltlt통치론gtgt의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읽느냐에 따라서 책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점은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와 존 로크의 시대적 위치를 함께 살피는 것이다 여기에 이때까지 얘기했던 자유주의의 원리를 엮어서 따져 본다면 ltlt통치론gtgt의 저술동기를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얘기했으니 이제는 로크가 처해있는 시대적 위치에 대해 살펴보자 로크의 직업은 내과의사였다 그런데 이 당시의 내과의사는 치료와 상담을 겸하는 직종이었다 여기서 상담이란 대체로 의사의 주고객인 부르주아의 고민이나 걱정을 들어주는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이들은 상위신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와의 접근성이 높았고 그에 따라 서로간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을 것이다 - 제임스 버크(지음) ltlt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gtgt 참조 ndash 이렇게 본다면 로크가 ltlt통치론gtgt을 내놓은 이유에는 그 자신 주식투자를 하기도 했고 식민무역장관을 지내기도 했으니 부르주아 통치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 추측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이제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을 읽어가면서 이러한 추측이 온당한 것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모든 사람들이 개인의 천부적 재산권에 대한 로크의 주장과 정당화를 그의 시민사회와 정부이론의 중심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국가로 연합하는 것과 자신들을 정부의 지배 하에 두는 가장 크고 주요한 목적은 그들의 재산 보전이다(맥퍼슨(지음)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p227)

주지하듯이 홉스에게 국가의 목적은 개인들의 생명을 보존하는데 있다 로크는 생명 보존이라는 테제를 재산 보존으로 바꿔버리는데 이러한 논리 구도 아래에서는 재산이 국가에 대해서 우선성을 갖는다 단 하나 예외는 비합법적으로 재산을 취득한 경우뿐이다 여기서 그것이 합법이냐 비합법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다 이들은 일정한 정도 이상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로 구성된다 이상이 자유주의 국가관의 대체적인 밑그림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천부적으로 그의 재산 즉 생명 자유 토지를 보존할 권리를 가진다 나는 인간의 생명 자유 토지를 일반적 명칭으로서 재산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내가 재산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처럼 인간이 재화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뿐만 아니라 신체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도 의미한다(같은 책p22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로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산 이외에 자신의 생명 자유까지도 재산이라고 파악한다 이를 극단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모든 것을 물화物化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고용한 사람이 노동하여 얻은 것은 내 것이다 라는 논리가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체에 있어서의 재산을 가진다 그 자신 이외에 누구도 그에 대해 권리를 갖지 않는다 그의 신체와 손의 노동과 작업은 그의 것이다 인간이 자연적인 상태로부터 변형시킨 것은 무엇이든지 인간이 그것과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한 것이다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함으로써 그는 그것을 그의 재산으로 만드는데 적어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충분히 양질의 것을 남겨 놓아야 한다 이러한 종류의 점유를 정당화하는 데는 다른 어떤 사람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다 만약 그러한 동의가 필요하다면 신이 그에게 풍부하게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굶주려 죽게 될 것이다(같은 책 p231)

이 부분이 로크를 비롯한 고전파 정치경제학의 철학적 토대이다

정리를 해보자 나의 신체와 그것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노동력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권은 나에게 있으며 인간은 이러한 노동력과 자연물을 혼합시켜 인간의 살아가는데 유용한 생산물product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물은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1차적으로 자연물은 공유재산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모든 인간들이 향유할 수 있을 만큼 자연물은 넉넉하지 않으며 때문에 희소성을 갖는다 어떤 이는 자연물을 넉넉하게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오로지 자신의 노동력만을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자연물의 희소성과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충돌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ltlt통치론gtgt의 주제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로크는 부르주아 계급의 이익을 철저하게 옹호하였다

로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의 세 가지 제한조건을 제시하였다

인간은 타인을 위해 충분히 그리고 양질의 것을 남겨 놓은 만큼만 점유할 수 있다어떤 사람이든지 그것을 부패시키지 않고 삶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만큼만 이용해야 한다자기자신의 노동력으로써 산출할 수 있는 양에만 제한되는 것 같다(같은 책 p 232)

이것들은 현실적으로는 사유재산의 무제한적 확장에 기여한다 인간은 자신의 부를 화폐로 전환시켜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로 사용되는 금과 은은 썩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은 그것을 무제한으로 정당하게 축적할 수 있다

인간은 노동하는 신체의 소유자라는 것 이것이 자유주의 논리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 논리가 사회 속으로 들어오면 몸은 product를 만드는 도구로 전락한다 product를 만들어내야 personality가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

의 본질은 노동Arbeit이다라고 말한 헤겔과 비교해 보라 로크는 ldquo재산을 가진 자가 인간이다rdquo라고 말한다 재산은 노동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재산을 형성한 자만이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이며 제대로 된 인간이다 라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도출된다 이런 까닭에 자유주의는 자연히 부르주아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된다 헤겔은 로크와 다르다 헤겔은 노동이 인간의 본질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크에게 있어서 노동은 재산을 만들어 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건장한 신체를 지니고도 실업상태에 있는 이들의 처우에 대해 로크가 한 제안은 아주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서 현대의 학자들이 그에 대해 언급할 때는 일반적으로 그 비참함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도 그 당시의 기준에 비추어서 옹호하기도 한다 좀더 중요한 논점은 그러한 제안이 로크의 가정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구빈원(감화원)의 책임자들은 그들을 제조공장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노동자로 만들 것을 요청받고 있었으며 치안판사들은 그들에게 강제노동을 부과했다 세 살 이상 된 실업자의 자녀들은 국가의 불필요한 짐이었다 그들은 일을 해야만 했고 그들의 생활비를 더 많이 벌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실업이 경제적인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타락에서 기인한다는 명백한 근거 위에서 정당화되었다 로크가 무역위원회의 위원자격으로 1697년에 서술했듯이 실업자의 증대는 기율의 해이와 풍속의 붕괴 이외에는 어떤 것에 의해서도 발생하지 않는다 실업자들을 정치체제의 완전한 자유로운 구성원으로서 처우하는 것은 로크에게는 생각조차 되지 않았다 그들이 전적으로 국가에 예속된다는 것도 똑같이 의심할 바 없다 그리고 그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는 것이기에 국가는 그런 식으로 처우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책 pp 257-258)

여기에서 로크는 실업자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을 가지지 못한 것이라 단정한다 참으로 살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로크는 인간의 조건으로 재산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써 합리성의 정의까지 바꿔 버린 것이다 홉스에게 합리적 인간은 lsquo사물의 원인과 결과를 따지고 그것이 운동하는 양상을 계산하는 것rsquo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사람이 합리적 인간이었다 그러나 로크에게는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그 사람이 합리적인가 아닌가가 결정된다 이로써 개인이 사회 속에서 인간으로 대접 받기 위한 규준이 재산의 소유로 확정되었고 재산이 많은 인간일수록 합리적인 인간이 된다 오늘날 한국에서 유행하는 자기계발서적도 여기에서 논리를 빌려온 것이다

자연물 즉 공유재산을 어떻게 규정하고 분배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렇게 보면 요사이 한국에서 횡행하는 lsquo성장이냐 분배냐rsquo 하는 논쟁이 참으로 잘못된 의제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유적 개인주의를 구성하는 가정들은 다음 일곱 가지의 명제로 요약할 수 있다

1)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이다2) 타인으로부터의 자유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참여한 관계를 제외한 어떠한 관계로부터도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3) 개인은 사회에 아무런 부채도 없으므로 본질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능력의 소유자이다4) 개인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재산권 전체를 양도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자신의 일부 곧 노동력은 양도할 수 있다5) 인간사회는 일련의 시장관계로 구성되어 있다6)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므로 개인 각자의 자유는 타인에게도 똑같은 자유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의무와 규칙에 의해서만 정당하게 제한될 수 있다7) 정치사회는 개인의 신체와 재화로서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며 그에 따라 자신의 소유자로 간주되는 개인들간의 교환관계를 질서있게 유지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같은 책 pp 305-306)

1) 2) 3)은 자유주의의 인간관이다4) 5)는 자본주의의 핵심원리다6) 7)은 자유주의의 정치철학적 토대이다 따라서 ltlt통치론gtgt의 출발점이 된다 7)의 정치사회란 국가 교환관계는 시장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 ndash 로크적 국가와 현대사회

근대국가의 특성들

현대의 국가론을 크게 보면 홉스적 전통과 로크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것이 자유주의 국가론의 기본 개념들이다 따라서 국가론에 대한 책을 읽을 때는 이것들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아야 그 내용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자유주의는 자본주의와 긴밀한 연관관계에 놓여있다 국가는 부르주아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원회이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마르크스의 견해이다 부르주아는 경제적인 활동영역 즉 시민사회Burgerlichergesellschoft을 갖는다 18세기에는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부르주아라 불렀고 정치의 영역은 정부government가 통솔했다 앞서 말한 마르크스의 언명은 두 영역의 연결고리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견해는 두 영역의 관계가 원시적이었던 18세기에는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나 오늘날과 같이 복잡해진 때에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요즈음 국회에서 금산법의 개정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오간다 금산법 개정에 대해 lt중앙일보gt는 금산법은 이건희 죽이기법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가 반드시 부르주아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지 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세계가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까닭에 이 문제에 관해 좀더 자세하게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 이것이 자유주의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가 실현되는 경우는 선거 때 뿐이다 선거는 개개인이 각자 한 표 씩을 행사한다 이건희와 내가 각자 재산을 얼마나 가졌는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군집화가 이뤄진다 근대 이전에는 신분status에 의해서 결정됐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다 근대 이후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계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명제가 완전하게 이뤄지진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떄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반드시 계급결집이 일어난다 모든 논의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국가란 무엇인가 특정 지역 안에 있는 여러 세력force들의 관계망이며 이것의 물질적 응축이다 - 물질(matter)이란 현실 세계 속에서 구조적으로 고착middot제도화된 것을 가리킨다 구조적 관계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 이 안에는 정부 부르주아노동자 등 여러 세력들이 포진해 있다 근대 이전까지 유럽에는 약 500 여개의 국가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국가란 근대적 의미에서의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state가 아니라 느슨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소국을 가리킨다 이러한 소국들이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로 전환된 것은 1차 대전을 전후해서 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서양인들이 제대로 된 국가를 이루고 산 것은 잘 해야 100년이 채 안 된 것이다

한국인들이 서양의 국가론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국가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세계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중앙집권화된 관료제를 500 여년 동안 유지했다 더욱이 한국인이 쓴 국가론도 없으므로 국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의 한계는 크다 고려 때에는 중앙집권화가 이뤄지지 않았었다 지방 호족들이 알아서 다스렸다 왕은 많은 호족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절대적인 힘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에 들어서면 완전히 바뀐다 조선은 관료제를 바탕으로 중앙집권화를 이뤘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당 서원 등의 교육기관을 통해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을 보급한 것이다 이것이 조선사회를 유지시킨 메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관료제(물리력)을 보조하는 관학(지도력)을 통해서 헤게모니를 구성했던 것이다

소품문이란 것을 아는가 간략하게 정의하자면 길이가 짧은 문장으로 작자의 정서와 사상 견문을 표현하고 기록한 정서적인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별 것 아니다 그런데 정조는 이것을 문제삼아 문체반정을 일으켰다 왜 그랬을까 국가에서 정한 커리큘럼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소품문은 조선의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주류 이데올로기를 해체할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정통 성리학 국가인 조선의 뿌리를 뒤흔드는 문제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조에게나 소품을 쓰는 작가들에게나 소품은 단지 독서의 기호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소품적 인식 소설적 인식은 체제의 이데올로기가 은폐하고 있는 실상을 드러낼 것이었다 정통문서의 권위가 무너지면 그것에 기초한 헤게모니 역시 무너지기 마련이다

국가는 개인에게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데 이것을 풀란차스는 국가효과라고 불렀다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전환기에 조선은 고려의 헤게모니를 해체하고 새로운 조선의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위해 불교를 억압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특히 훈민정음의 창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훈민정음 이전까지 동아시아는 자신의 문자로 제국의 문자인 한문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것에 반하여 로컬 랭귀지를 조성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조선이라는 국가에 갖게되는 조선인들의 국가효과는 배가되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국적포기에 민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국가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막스 베버가 말한 철창부터 떠올린다 이제 지주형씨가 쓴 근대국가의 특성들이란 글을 보도록 하자

이 영토 위에 lsquo국민rsquo으로 사는 한은 국가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의 의무를 져야 하고 국가는 그러한 의무를 강제하기 위해 개개인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에 대한 기록을 축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의 관리와 통제를 피하려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유럽에 이런 것들이 자리잡은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상비군이 형성된 것도 1789년 이후의 일이다 한국과 서구의 국가관 인식의 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가(國家)라는 말은 매우 애매한 말이다 여기에는 이미 두 가지의 뜻이 들어 있다 하나는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입법부 사법부 및 기타 준 정부 기관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정부이다

나라는 사회과학적인 의미에서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정부의 차원에서 국가를 이해할 것이다

지주형씨가 이 글에서 정리하는 근대국가의 특성은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근대 국가의 제도적 물질적 특성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선 앞서 언급한 영토의 점유와 정당한 물리력 사용의 독점이라는 막스 베버의 유명한 정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국가는 영토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영토란 관할의 경계가 분명한 땅을 의미한다 즉 근대 국가는 그 이전의 국가와 달리 점으로 표시되는 경계가 모호한 변경frontier이 아니라 선으로 표시되는 국경border에 의해 명확히 구획된 영토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그 안의 인구 자원 등에 대한 명확한 권리를 주장하고 국경을 통제한다

둘째 근대 국가는 경찰과 상비군이라는 정당한 물리력을 독점하고 있다 원리상 근대 국가에 이 물리력에 도전할 수 있는 물리력을 가진 집단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물리력의 독점이 아니다 사실 국가는 물리력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조직폭력집단 또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것은 lsquo정당한rsquo 물리력이다 이 물리력의 정당성이 그것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앞으로 보겠지만 정당성은 법적 사회적으로 도출된다

셋째 비록 베버가 자신의 정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심도 있게 논한 근대 국가의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전문관료제이다 이것은 근대 국가가 하나의 합리적 집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국가의 합리성은 때로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서 국가건설 국가보존 국가권력의 적절한 수단에 대한 지식을 가리킨 국가이성raison drsquoeacutetat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 있는 국가 관료집단의 합리성은 관료제적 합리성과 통치적 합리성governmentality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는 베버가 지적한 것으로 일 처리의 규칙 절차 및 전문지식 공식화된 문건에 따른 몰인격(沒人格)적인 특성을 가리킨다 후자는 푸코Michel Foucault가 지적한 것으로 특히 영토 내의 인구 부 자원 재화 문화 관습 등이 특정한 방향들로 발전하고 특정한 결과들을 낳을 수 있게끔 통치govern하려는 전문지식의 특성을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 국가는 정부government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지식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 하나는 국가의 상태state에 대한 지식 즉 국민 개개인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정보(및 감시)를 포함한 통계적 지식statistics의 축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국가정책을 통해서 표현되는 이러한 국가의 합리적 특성은 근대 이전의 국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넷째 영토에 대한 지배 정당한 물리력의 독점 전문관료제는 근대 국가가 영토내의 모든 곳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즉 중심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국경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즉 근대국가는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인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지배의 특성에 대응하는 법적 관념은 어떤 지배자나 국가도 특정한 영토와 국민에 대한 최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유럽의 중세와 달리 근대 국가가 영토 내의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권위이자 최고권력인 주권을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관료제적 합리성의 몰인격성에서도 보이듯이 근대 국가는 몰인격적인 질서로서 법치국가Rechtstaat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근대 국가의 모든 권력은 통치자 개인의 사적 권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고의 권위인 주권권력도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 몰인격적이고 추상적인 권위로서 통치자 및 사회의 피지배자의 사유재산과 신분 등과 같은 개별적 특성과 분리된다 이것은 군주 개인이 인간 법의 궁극적인 원천으로서 주권을 가지고 있다며 지배를 정당화하였던 유럽의 절대주의 국가와 대조된다 물론 이것은 근대 국가가 중립적이거나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518 광주 학살 같은 경우는 편파적이고 불법적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통치자의 말이 곧 법이 되지 않고 국가가 lsquo불법rsquo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이미 근대 국가가 몰인격적인 법적 질서 속에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 국가는 기본적으로 경제 및 사회와 제도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표상되고 구성된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중세 유럽에서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가 존재하지 않았고 경제적 부의 사적인 축적은 상업이라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전적으로 봉토(fiefdom)에 대한 정치적 지배에 의거한 것이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국가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는 자신을 나라의 상태 즉 사회 전체의 상태state와 분명히 분리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 국가는 정치권력인 국가와 경제권력인 자본의 제도적 분리 그리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분리를 그 특징으로 한다 왜냐하면 근대 세계에서 국가는 자신과 사적인 것과의 구별을 계속 재생산함으로써 독자성을 가진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기본적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에는 이것이 분리되는데 이러한 국가 안에는 여러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각축을 벌인다 여기에서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 도출된다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란 국가가 자본주의적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해 지배계급에 반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국가 안의 세력들을 조율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니코스 풀란차스 Nicos Poulantzas가 말했듯이 국가란 ldquo세력관계의 물질적 응축rdquo인 것이다 근대 국가의 친자본주의적 성격과 그 내용은 결코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중요한 동인은 경제적이며 제국주의적 국제관계 즉 제국주의 국가의 국제적 헤게모니는 lsquo국가의 국제화rsquo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 반 데어 페일van der Pijl은 영국 명예혁명의 결과 형성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 및 자유주의적인 시민사회의 국가에 대한 우위를 영국철학자의 이름을 따서 로크적 국가-사회 복합체Lockean state-society complex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이 관계는 이민과 식민화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초국적 엘리트로 구성된 시민사회와 전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보호하는 일군의 국가로 이뤄진 lsquo로크적 심장지대rsquoLockean heartland를 출현시켰다 반면 이와 경쟁하던 국가와 경제의 제도적 분리는 유예되고 자본가계급과 통치계급이 융합된 국가계급이 지배하던 홉스적 국가들Hobbesian states(독일 러시아 등)은 제2차대전과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이 심장지대로 흡수되고 말았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세력들 간의 관계도 국가들 간의 물질적이다 따라서 한 계급에서도 도모하는 바에 따라서 여러 분파로 나뉜다 같은 자본가 계급이라 하더라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와 중소기업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가 다르듯이 말이다

자본주의 국가 자본의 이익 부르주아의 지배

밥 제솝이라는 영국의 사회학자가 있다 이 사람은 국가론에 대해 깊이 연구했는데 주로 안토니오 그람시의 역사적 블록 형성과정에서 국가가 맡는 영향력에 대해 해명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가 ltlt전략관계적 국가이론gtgt(한울)이라는 저서에 담겨있다 이 책의 챕터 5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자본과 국가의 관계는 크게 보아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의 국가는 앞서 말했듯이 상대적 자율성을 지닌 국가이다 여러 세력들이 국가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기에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이며 자본주의와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① 도구주의적 접근 ltlt공산당 선언gtgt의 접근법이다 경제가 사회를 장악하고 그것을 보장받기 위해 국가를 지배한다는 입장이다② 구조주의적 접근 자본이 국가를 지배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 유보한다 다만 국가가 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취할시에는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힘은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③ 형태결정적 접근 형태라는 말은 이데올로기적 계급지배와 결합된 국가지배장치를 말하는데 예컨대 국가제도나 관료제를 들 수 있다 형태경정적 접근은 관료제 같은 국가기구에 의한 정책집행과정이 자본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도구주의적 접근과 유사하나 도구주의적 접근은 자본과 국가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보는 반면에 형태결정적 접근은 우연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을 갖는다 ④ 전략관계적 접근 이것이 밥 제솝의 접근법이다 쉽게 말하면 앞서 말한 것들을 두루 헤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정치적 대표와 국가형태에 대해 살펴보겠다

① 자본주의 경제의 가치형태와 자본주의적 국가 형태의 관계 자본의 축적전략과 국가의 조절전략을 말한다② 국가의 형식적 측면 국가기구③ 국가의 실질적 측면 국가권력의 토대 - 국가 프로젝트 국가권력의 지지층 ndash

현대국가는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자본주의를 경제체제로 삼아 운영된다 그런데 경제체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는 철저히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축적전략이 비민주적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대국가는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긴장관계 속에 있는 셈이다 때문에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양자에 대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최근에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이것인데 한국이 자유주의에로 과도하게 경도되고 있으니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자본주의적 이익과 국가형태이다

① 후견주의 쉽게 말하면 국가가 기업에게 정치자금 받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국가가 자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받는 대신에 기업에게 이익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② 조합주의 특정한 직능집단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③ 의회주의 의회를 통하여 사회변혁을 일으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것들을 논한 다음에 밥 제솝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정리한다

- 축적전략과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에 주목할 것- 축적전략과 국가체계 내에서의 표출양상 양자를 이어주는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할 것- 국가체계 내외부의 구조적 제약 및 사회적 저항에 관심을 가질 것

밥 제솝의 결론은 축적전략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솝의 탁월한 점은 국가 내의 여러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다툼을 벌일 때 그것을 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홍제동에는 총 4개의 동이 있고 1동부터 3동까지 빨간벽독파 부지깽이파 연탄재파가 각각 지배하고 있다 4동은 아직 특정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태라면 어느 파가 4동을 지배권 하에 넣느냐에 따라 홍제동의 헤게모니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결정된다 그런데 한 파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헤게모니 쟁취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각 파간의 합종연횡이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이 권력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려면 각 파가 어떠한 관계 속에서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 이것이 제솝의 관점이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그때그때 다르므로 그때그때 신경 써서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 강의에는 애덤 스미스를 공부한다 교재를 잠시 소개하겠다 첫번째는 DD 라파엘이라는 사람이 쓴 ltlt애덤 스미스gtgt(시공사)라는 책이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순전히 저자 때문이다 DD 라파엘은 우파정치철학 연구의 거두이다 대표작으로 ltlt정치철학의 문제들gtgt(서광사)라는 책이 있는데 우파정치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서로 통한다 주교재로 쓸 것은 아니나 강의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 책을 모태로 삼을 것이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으니 한번씩 읽어보기 바란다

두번째는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ltlt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gtgt(민음사)이다 주교재이므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은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이 제일 좋으나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정으로 이 책을 선정하였다 경제사상의 고전이라 불리는 저작들에서 인용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다이제스트라 비전공자가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어서] 5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5강 아담 스미스 사상 개요

복습

지난 시간에 한 얘기들을 복습하겠다 기왕에 배운 것이니 현실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요즈음 이명박이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고 수군댄다 어떤 이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하고 다른 이는 되면 안 된다라고 말 하기도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때까지 헛배운 것이다 이런 식의 말들은 단순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배운 것을 가지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시간에 자본주의 국가를 분석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공부해 보았다 국가 프로젝트 헤게모니 프로젝트 축적전략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현재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민사회를 국가에로 끌어들이는 헤게모니 프로젝트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 프로젝트 역시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정권 초에 나왔던 동북아 허브 외에는 없었다 국가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사회가 어떻게 시민사회를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는 질문에는 명바기가 과연 어떠한 헤게모니 프로젝트와 국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느냐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에는 4가지를 들 수 있다

1 경제적 기능 자본주의적 가치증식조건을 보장한다-gt 중앙은행의 통화안정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 국가가 비시장적(정치)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을 알 수 있다2 사회적 기능 노동력 재생산-gt 자본주의는 자연력에 최대한 기대지 않으려는 체제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력을 인위적인 것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결코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력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력으로부터 이윤이 발생하므로 국가가 이를 조정해줘야 한다3 정치적 기능 경제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조정하는 기능-gt 이것을 하는 방법에는 첫째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둘째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에도 전경련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정치적 조정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4 조정양식 123을 이념적으로 조정하는 것 곧 국가 프로젝트

이상의 기능들은 중요도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말하자면 1과 2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과 2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만 따져보아도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온존시키기 위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국가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것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직을 분석하는 데도 상당히 유용하다 가령 어떤 이가 회사에 다니는데 그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를 분석해 본다 치자 회사가 투입한 자본의 이윤을 끌어내기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경제적 기능) 그리고 회사가 효율성있는 인력관리를 하고 있는지(사회적 기능)만 살펴보아도 그 회사의 대강이 잡힐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단순히 부르주아의 위원회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의 사상 개요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곤 한다 그런데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경제학이 독립된 학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미스는 무엇을 공부한 학자였을까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레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담당교수였다 따라서 스미스의 사상을 공부하려면 그가 도덕철학을 연구했다는 데서 출발하여야만 한다

한국인들은 도덕하면 뭔가 숭고한 것을 연상하는데 서양에서의 도덕철학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도덕철학은 영어로 moral philosophy 라 하는데 여기서 moral(sitte)은 습속이란 뜻을 지닌다 다시 말해서 당대 인간들의 대체적인 행동양식 정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도덕철학을 오늘날의 사회심리학 정도로 생각하는 되겠다

스미스는 홉스 로크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위시한 고전철학을 철저히 배격했다 고대에는 자연이라는

일정한 준칙이 있고 인간은 그것을 따라가야 했다 루카치가 말하듯이 별이 빛나는 창공이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인 시대였던 것이다 근대에는 그러한 것들이 탈주술화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에 진리값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매킨타이어가 근대를 after virtue라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스미스가 구상했던 사회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된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스미스가 홉스와 로크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는 홉스와 로크는 물론이요 밀 벌린 등 영국 공리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홉스와 로크는 주로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하여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면 스미스는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유의 문제를 해명하려 한 것이다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작에는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이 있다 전자는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다루고 후자는 경제적 자유를 다룬다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의 핵심키워드는 동감sympathy과 분업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즉 free and equal한 것이다 이것이 자연권이다 그런데 자연권이 무한대로 발현되어 버리면 home Lufus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것은 홉스가 말한 전쟁 상태인 자연 상태를 가리킨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동감이다 - 홉스는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보았다 - 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 안에 이른바 공정한 관찰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다 - 그런 까닭에 스미스 사상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 스미스에게 있어서 동감은 사회적 유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superego와 비슷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공감이 일어나므로 외부에서 뭔가 간섭하면 안 된다 여기서 다시 영국식 자유주의 전통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가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스미스의 설명을 시장에 적용시켜 보면 오늘날의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있어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까지도 교환되는 장소인 것이다

시장은 스미스에게 있어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은 동감하여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유대 속에서 시장이 운영되는 것이고 그 시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하듯 분업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제 스미스의 시장개념을 스미스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하이에크의 시장개념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은 내가 정리한 Hayek의 시장개념이라는 글이다

Hayek에 있어 시장의 의미는 그가 제시한 catallaxy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이 개념을 전통적인 용어인 경제 economy에 대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는 인간의 여러 목적들이 하나의 통일된 질서에 이바지하도록 주어진 자원을 조직하거나 이리저리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하나의 견해가 전제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원의 사용이 규정되는 하나의 일관적인 결정 체계가 경제인 것이다 여기서 Hayek가 경제의 핵심적인 규정으로 삼는 것은 통일된 질서를 만들어내는 목적론적인 행위이다 이에 반해서 catallaxy -- 이 말은 그리스어 katallatein(바꾸다)에서 나왔다 -- 는 자발적 시장 질서이므로 여러 목적을 하나의 위계질서에 따라 배열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발적 시장 질서 -gt 고전적 의미에서의 자유주의적 시장개념

자발적 체제인 catallaxy에 가담한 각각의 개인들은 각자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으므로 특정한 결과가 부당한지 혹은 정당한지도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Hayek는 분배(distribution)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살포(dispersion)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결과가 각자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을 기초로 하는 사회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들의 비중을 규정하는 단일한 척도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에 대한 어떤 특정한 견해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사회관이다 복거일이 이 부분을 가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하이에크의 이러한 언술은 경제학적인 정의가 아니라 정치철학적인 정의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Hayek의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고유한 견해 및 그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체제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즉 catallaxy로서의 시장이라는 개념은 독자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관과 사회이론과 맞물려 돌아갈 때에만 의미있는 것이다 Hayek는 이른바 전통적 자유주의의 인간관을 받아들인다 그것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의 무한한 다양성은 인간의 가장 독특한 점이며 그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으므로 만약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평등이라 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는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 즉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공교육을 부정하는 근거가 여기에서 도출된다 불평등은 그대로 두어야 되는 것이라 본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재현시킨 것이 유에스이다

사람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현실적 불평등을 인정한 뒤 Hayek는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이성능력을 가진 인간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집단에 의도적인 조직이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Hayek는 정부의 강제적 행위는 보편적인 규칙의 집행에 그쳐야 하고 그 집행 목적을 위해 위임받는 권력을 발동하여 다른 공익을 실현힐 수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런 까닭에 그러한 행위들은 부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 -gt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이다

Hayek의 이 두가지 전제 즉 인간은 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집단에는 자발적 질서가 있다는 것을 경제활동에 적용하며 앞서 말한 catallaxy 개념이 얻어진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불평등하며 그러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 자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오히려 소득과 지위상의 몰락을 가져온다해도 이는 그 어떤 의도적인 계획의 소산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하며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Hayek가 이처럼 자발적 질서로서의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의 우월함이 인식론적 통찰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수히 많은 개인과 조직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이처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점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미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고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완전한 지식을 각자의 목적에 걸맞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발견적 수단으로서의 경쟁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사회는 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 나감으로써 항상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의미지평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어느 것에 대입해 보아도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한국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다면 아마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한다 자유주의는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는 데 그 배경에는 학문의 시장화라는 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 놓여졌을 때 시장에서 그 이론이 적합치 못하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장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모두들 알다시피 시장의 본래 뜻은 상품이 교환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의미의 시장은 오래 전부터도 드문드문 존재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5일장은 이런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이런 일상적인 의미의 시장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거의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행위가 일반화되면서 즉 이른바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에 여러 가지 다른 관념들이 덧붙여졌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장의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확장시켰으며 시장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가리키게 하였다 특히 이렇게 다른 관념들과 결합된 시장이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가르게 된다

근대적인 시장경제 -gt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큰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최소규정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사회분업 및 그에 따른 교환을 전제로 하여 생성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전문화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 Adam Smith는 핀의 제조공정을 분할하여 노동자가 각 단계의 단순화된 노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핀을 제조할 수 있음을 그리고 고전파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는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교환 당사자들의 부가 모두 증가하는 비교우위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분업 특히 공장 내의 분업이 아닌 사회내의 분업은 자연히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자들간에 일반적으로 교환되어야 필요를 발생시켰다 교환은 농경사회의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처럼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여러분이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여러분의 가정에서 스스로 생산한 것은 식사나 빨래 정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은 물으나 마나 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은 필요조건이자 전제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반드시 시장에 의해 매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대기업을 경계했다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많을 때 제대로 된 경쟁이 유발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째 시장은 단순히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특수한 방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장교환을 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매기는 척도이다 이렇게 값을 매김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10: Right Wing

로크의 대표적인 저서인 ltlt통치론gtgt의 출간계기가 명예혁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나 저술동기에 대해서는 학자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ltlt통치론gtgt의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읽느냐에 따라서 책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점은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와 존 로크의 시대적 위치를 함께 살피는 것이다 여기에 이때까지 얘기했던 자유주의의 원리를 엮어서 따져 본다면 ltlt통치론gtgt의 저술동기를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ltlt통치론gtgt이 놓여있는 역사적 컨텍스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얘기했으니 이제는 로크가 처해있는 시대적 위치에 대해 살펴보자 로크의 직업은 내과의사였다 그런데 이 당시의 내과의사는 치료와 상담을 겸하는 직종이었다 여기서 상담이란 대체로 의사의 주고객인 부르주아의 고민이나 걱정을 들어주는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이들은 상위신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와의 접근성이 높았고 그에 따라 서로간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을 것이다 - 제임스 버크(지음) ltlt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gtgt 참조 ndash 이렇게 본다면 로크가 ltlt통치론gtgt을 내놓은 이유에는 그 자신 주식투자를 하기도 했고 식민무역장관을 지내기도 했으니 부르주아 통치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상당히 설득력 있는 추측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 이제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을 읽어가면서 이러한 추측이 온당한 것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모든 사람들이 개인의 천부적 재산권에 대한 로크의 주장과 정당화를 그의 시민사회와 정부이론의 중심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 국가로 연합하는 것과 자신들을 정부의 지배 하에 두는 가장 크고 주요한 목적은 그들의 재산 보전이다(맥퍼슨(지음) ltlt홉스와 로크의 사회철학gtgt 박영사 p227)

주지하듯이 홉스에게 국가의 목적은 개인들의 생명을 보존하는데 있다 로크는 생명 보존이라는 테제를 재산 보존으로 바꿔버리는데 이러한 논리 구도 아래에서는 재산이 국가에 대해서 우선성을 갖는다 단 하나 예외는 비합법적으로 재산을 취득한 경우뿐이다 여기서 그것이 합법이냐 비합법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다 이들은 일정한 정도 이상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로 구성된다 이상이 자유주의 국가관의 대체적인 밑그림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천부적으로 그의 재산 즉 생명 자유 토지를 보존할 권리를 가진다 나는 인간의 생명 자유 토지를 일반적 명칭으로서 재산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내가 재산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처럼 인간이 재화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뿐만 아니라 신체에 있어서 가지는 재산도 의미한다(같은 책p228)

인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로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산 이외에 자신의 생명 자유까지도 재산이라고 파악한다 이를 극단적으로 말하면 인간의 모든 것을 물화物化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고용한 사람이 노동하여 얻은 것은 내 것이다 라는 논리가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체에 있어서의 재산을 가진다 그 자신 이외에 누구도 그에 대해 권리를 갖지 않는다 그의 신체와 손의 노동과 작업은 그의 것이다 인간이 자연적인 상태로부터 변형시킨 것은 무엇이든지 인간이 그것과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한 것이다 자신의 노동력을 혼합함으로써 그는 그것을 그의 재산으로 만드는데 적어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충분히 양질의 것을 남겨 놓아야 한다 이러한 종류의 점유를 정당화하는 데는 다른 어떤 사람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다 만약 그러한 동의가 필요하다면 신이 그에게 풍부하게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굶주려 죽게 될 것이다(같은 책 p231)

이 부분이 로크를 비롯한 고전파 정치경제학의 철학적 토대이다

정리를 해보자 나의 신체와 그것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노동력에 대한 배타적인 소유권은 나에게 있으며 인간은 이러한 노동력과 자연물을 혼합시켜 인간의 살아가는데 유용한 생산물product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여기서 자연물은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1차적으로 자연물은 공유재산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모든 인간들이 향유할 수 있을 만큼 자연물은 넉넉하지 않으며 때문에 희소성을 갖는다 어떤 이는 자연물을 넉넉하게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오로지 자신의 노동력만을 소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자연물의 희소성과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충돌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ltlt통치론gtgt의 주제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로크는 부르주아 계급의 이익을 철저하게 옹호하였다

로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의 세 가지 제한조건을 제시하였다

인간은 타인을 위해 충분히 그리고 양질의 것을 남겨 놓은 만큼만 점유할 수 있다어떤 사람이든지 그것을 부패시키지 않고 삶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만큼만 이용해야 한다자기자신의 노동력으로써 산출할 수 있는 양에만 제한되는 것 같다(같은 책 p 232)

이것들은 현실적으로는 사유재산의 무제한적 확장에 기여한다 인간은 자신의 부를 화폐로 전환시켜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로 사용되는 금과 은은 썩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은 그것을 무제한으로 정당하게 축적할 수 있다

인간은 노동하는 신체의 소유자라는 것 이것이 자유주의 논리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이 논리가 사회 속으로 들어오면 몸은 product를 만드는 도구로 전락한다 product를 만들어내야 personality가 형성된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

의 본질은 노동Arbeit이다라고 말한 헤겔과 비교해 보라 로크는 ldquo재산을 가진 자가 인간이다rdquo라고 말한다 재산은 노동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재산을 형성한 자만이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이며 제대로 된 인간이다 라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도출된다 이런 까닭에 자유주의는 자연히 부르주아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된다 헤겔은 로크와 다르다 헤겔은 노동이 인간의 본질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크에게 있어서 노동은 재산을 만들어 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건장한 신체를 지니고도 실업상태에 있는 이들의 처우에 대해 로크가 한 제안은 아주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서 현대의 학자들이 그에 대해 언급할 때는 일반적으로 그 비참함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도 그 당시의 기준에 비추어서 옹호하기도 한다 좀더 중요한 논점은 그러한 제안이 로크의 가정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구빈원(감화원)의 책임자들은 그들을 제조공장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노동자로 만들 것을 요청받고 있었으며 치안판사들은 그들에게 강제노동을 부과했다 세 살 이상 된 실업자의 자녀들은 국가의 불필요한 짐이었다 그들은 일을 해야만 했고 그들의 생활비를 더 많이 벌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실업이 경제적인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타락에서 기인한다는 명백한 근거 위에서 정당화되었다 로크가 무역위원회의 위원자격으로 1697년에 서술했듯이 실업자의 증대는 기율의 해이와 풍속의 붕괴 이외에는 어떤 것에 의해서도 발생하지 않는다 실업자들을 정치체제의 완전한 자유로운 구성원으로서 처우하는 것은 로크에게는 생각조차 되지 않았다 그들이 전적으로 국가에 예속된다는 것도 똑같이 의심할 바 없다 그리고 그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는 것이기에 국가는 그런 식으로 처우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책 pp 257-258)

여기에서 로크는 실업자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을 가지지 못한 것이라 단정한다 참으로 살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로크는 인간의 조건으로 재산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써 합리성의 정의까지 바꿔 버린 것이다 홉스에게 합리적 인간은 lsquo사물의 원인과 결과를 따지고 그것이 운동하는 양상을 계산하는 것rsquo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사람이 합리적 인간이었다 그러나 로크에게는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그 사람이 합리적인가 아닌가가 결정된다 이로써 개인이 사회 속에서 인간으로 대접 받기 위한 규준이 재산의 소유로 확정되었고 재산이 많은 인간일수록 합리적인 인간이 된다 오늘날 한국에서 유행하는 자기계발서적도 여기에서 논리를 빌려온 것이다

자연물 즉 공유재산을 어떻게 규정하고 분배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렇게 보면 요사이 한국에서 횡행하는 lsquo성장이냐 분배냐rsquo 하는 논쟁이 참으로 잘못된 의제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유적 개인주의를 구성하는 가정들은 다음 일곱 가지의 명제로 요약할 수 있다

1)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이다2) 타인으로부터의 자유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참여한 관계를 제외한 어떠한 관계로부터도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3) 개인은 사회에 아무런 부채도 없으므로 본질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능력의 소유자이다4) 개인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재산권 전체를 양도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자신의 일부 곧 노동력은 양도할 수 있다5) 인간사회는 일련의 시장관계로 구성되어 있다6)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므로 개인 각자의 자유는 타인에게도 똑같은 자유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의무와 규칙에 의해서만 정당하게 제한될 수 있다7) 정치사회는 개인의 신체와 재화로서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며 그에 따라 자신의 소유자로 간주되는 개인들간의 교환관계를 질서있게 유지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같은 책 pp 305-306)

1) 2) 3)은 자유주의의 인간관이다4) 5)는 자본주의의 핵심원리다6) 7)은 자유주의의 정치철학적 토대이다 따라서 ltlt통치론gtgt의 출발점이 된다 7)의 정치사회란 국가 교환관계는 시장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 ndash 로크적 국가와 현대사회

근대국가의 특성들

현대의 국가론을 크게 보면 홉스적 전통과 로크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것이 자유주의 국가론의 기본 개념들이다 따라서 국가론에 대한 책을 읽을 때는 이것들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아야 그 내용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자유주의는 자본주의와 긴밀한 연관관계에 놓여있다 국가는 부르주아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원회이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마르크스의 견해이다 부르주아는 경제적인 활동영역 즉 시민사회Burgerlichergesellschoft을 갖는다 18세기에는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부르주아라 불렀고 정치의 영역은 정부government가 통솔했다 앞서 말한 마르크스의 언명은 두 영역의 연결고리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견해는 두 영역의 관계가 원시적이었던 18세기에는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나 오늘날과 같이 복잡해진 때에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요즈음 국회에서 금산법의 개정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오간다 금산법 개정에 대해 lt중앙일보gt는 금산법은 이건희 죽이기법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가 반드시 부르주아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지 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세계가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까닭에 이 문제에 관해 좀더 자세하게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 이것이 자유주의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가 실현되는 경우는 선거 때 뿐이다 선거는 개개인이 각자 한 표 씩을 행사한다 이건희와 내가 각자 재산을 얼마나 가졌는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군집화가 이뤄진다 근대 이전에는 신분status에 의해서 결정됐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다 근대 이후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계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명제가 완전하게 이뤄지진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떄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반드시 계급결집이 일어난다 모든 논의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국가란 무엇인가 특정 지역 안에 있는 여러 세력force들의 관계망이며 이것의 물질적 응축이다 - 물질(matter)이란 현실 세계 속에서 구조적으로 고착middot제도화된 것을 가리킨다 구조적 관계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 이 안에는 정부 부르주아노동자 등 여러 세력들이 포진해 있다 근대 이전까지 유럽에는 약 500 여개의 국가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국가란 근대적 의미에서의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state가 아니라 느슨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소국을 가리킨다 이러한 소국들이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로 전환된 것은 1차 대전을 전후해서 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서양인들이 제대로 된 국가를 이루고 산 것은 잘 해야 100년이 채 안 된 것이다

한국인들이 서양의 국가론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국가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세계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중앙집권화된 관료제를 500 여년 동안 유지했다 더욱이 한국인이 쓴 국가론도 없으므로 국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의 한계는 크다 고려 때에는 중앙집권화가 이뤄지지 않았었다 지방 호족들이 알아서 다스렸다 왕은 많은 호족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절대적인 힘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에 들어서면 완전히 바뀐다 조선은 관료제를 바탕으로 중앙집권화를 이뤘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당 서원 등의 교육기관을 통해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을 보급한 것이다 이것이 조선사회를 유지시킨 메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관료제(물리력)을 보조하는 관학(지도력)을 통해서 헤게모니를 구성했던 것이다

소품문이란 것을 아는가 간략하게 정의하자면 길이가 짧은 문장으로 작자의 정서와 사상 견문을 표현하고 기록한 정서적인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별 것 아니다 그런데 정조는 이것을 문제삼아 문체반정을 일으켰다 왜 그랬을까 국가에서 정한 커리큘럼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소품문은 조선의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주류 이데올로기를 해체할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정통 성리학 국가인 조선의 뿌리를 뒤흔드는 문제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조에게나 소품을 쓰는 작가들에게나 소품은 단지 독서의 기호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소품적 인식 소설적 인식은 체제의 이데올로기가 은폐하고 있는 실상을 드러낼 것이었다 정통문서의 권위가 무너지면 그것에 기초한 헤게모니 역시 무너지기 마련이다

국가는 개인에게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데 이것을 풀란차스는 국가효과라고 불렀다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전환기에 조선은 고려의 헤게모니를 해체하고 새로운 조선의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위해 불교를 억압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특히 훈민정음의 창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훈민정음 이전까지 동아시아는 자신의 문자로 제국의 문자인 한문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것에 반하여 로컬 랭귀지를 조성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조선이라는 국가에 갖게되는 조선인들의 국가효과는 배가되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국적포기에 민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국가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막스 베버가 말한 철창부터 떠올린다 이제 지주형씨가 쓴 근대국가의 특성들이란 글을 보도록 하자

이 영토 위에 lsquo국민rsquo으로 사는 한은 국가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의 의무를 져야 하고 국가는 그러한 의무를 강제하기 위해 개개인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에 대한 기록을 축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의 관리와 통제를 피하려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유럽에 이런 것들이 자리잡은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상비군이 형성된 것도 1789년 이후의 일이다 한국과 서구의 국가관 인식의 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가(國家)라는 말은 매우 애매한 말이다 여기에는 이미 두 가지의 뜻이 들어 있다 하나는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입법부 사법부 및 기타 준 정부 기관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정부이다

나라는 사회과학적인 의미에서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정부의 차원에서 국가를 이해할 것이다

지주형씨가 이 글에서 정리하는 근대국가의 특성은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근대 국가의 제도적 물질적 특성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선 앞서 언급한 영토의 점유와 정당한 물리력 사용의 독점이라는 막스 베버의 유명한 정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국가는 영토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영토란 관할의 경계가 분명한 땅을 의미한다 즉 근대 국가는 그 이전의 국가와 달리 점으로 표시되는 경계가 모호한 변경frontier이 아니라 선으로 표시되는 국경border에 의해 명확히 구획된 영토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그 안의 인구 자원 등에 대한 명확한 권리를 주장하고 국경을 통제한다

둘째 근대 국가는 경찰과 상비군이라는 정당한 물리력을 독점하고 있다 원리상 근대 국가에 이 물리력에 도전할 수 있는 물리력을 가진 집단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물리력의 독점이 아니다 사실 국가는 물리력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조직폭력집단 또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것은 lsquo정당한rsquo 물리력이다 이 물리력의 정당성이 그것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앞으로 보겠지만 정당성은 법적 사회적으로 도출된다

셋째 비록 베버가 자신의 정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심도 있게 논한 근대 국가의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전문관료제이다 이것은 근대 국가가 하나의 합리적 집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국가의 합리성은 때로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서 국가건설 국가보존 국가권력의 적절한 수단에 대한 지식을 가리킨 국가이성raison drsquoeacutetat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 있는 국가 관료집단의 합리성은 관료제적 합리성과 통치적 합리성governmentality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는 베버가 지적한 것으로 일 처리의 규칙 절차 및 전문지식 공식화된 문건에 따른 몰인격(沒人格)적인 특성을 가리킨다 후자는 푸코Michel Foucault가 지적한 것으로 특히 영토 내의 인구 부 자원 재화 문화 관습 등이 특정한 방향들로 발전하고 특정한 결과들을 낳을 수 있게끔 통치govern하려는 전문지식의 특성을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 국가는 정부government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지식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 하나는 국가의 상태state에 대한 지식 즉 국민 개개인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정보(및 감시)를 포함한 통계적 지식statistics의 축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국가정책을 통해서 표현되는 이러한 국가의 합리적 특성은 근대 이전의 국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넷째 영토에 대한 지배 정당한 물리력의 독점 전문관료제는 근대 국가가 영토내의 모든 곳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즉 중심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국경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즉 근대국가는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인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지배의 특성에 대응하는 법적 관념은 어떤 지배자나 국가도 특정한 영토와 국민에 대한 최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유럽의 중세와 달리 근대 국가가 영토 내의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권위이자 최고권력인 주권을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관료제적 합리성의 몰인격성에서도 보이듯이 근대 국가는 몰인격적인 질서로서 법치국가Rechtstaat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근대 국가의 모든 권력은 통치자 개인의 사적 권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고의 권위인 주권권력도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 몰인격적이고 추상적인 권위로서 통치자 및 사회의 피지배자의 사유재산과 신분 등과 같은 개별적 특성과 분리된다 이것은 군주 개인이 인간 법의 궁극적인 원천으로서 주권을 가지고 있다며 지배를 정당화하였던 유럽의 절대주의 국가와 대조된다 물론 이것은 근대 국가가 중립적이거나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518 광주 학살 같은 경우는 편파적이고 불법적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통치자의 말이 곧 법이 되지 않고 국가가 lsquo불법rsquo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이미 근대 국가가 몰인격적인 법적 질서 속에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 국가는 기본적으로 경제 및 사회와 제도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표상되고 구성된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중세 유럽에서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가 존재하지 않았고 경제적 부의 사적인 축적은 상업이라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전적으로 봉토(fiefdom)에 대한 정치적 지배에 의거한 것이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국가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는 자신을 나라의 상태 즉 사회 전체의 상태state와 분명히 분리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 국가는 정치권력인 국가와 경제권력인 자본의 제도적 분리 그리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분리를 그 특징으로 한다 왜냐하면 근대 세계에서 국가는 자신과 사적인 것과의 구별을 계속 재생산함으로써 독자성을 가진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기본적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에는 이것이 분리되는데 이러한 국가 안에는 여러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각축을 벌인다 여기에서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 도출된다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란 국가가 자본주의적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해 지배계급에 반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국가 안의 세력들을 조율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니코스 풀란차스 Nicos Poulantzas가 말했듯이 국가란 ldquo세력관계의 물질적 응축rdquo인 것이다 근대 국가의 친자본주의적 성격과 그 내용은 결코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중요한 동인은 경제적이며 제국주의적 국제관계 즉 제국주의 국가의 국제적 헤게모니는 lsquo국가의 국제화rsquo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 반 데어 페일van der Pijl은 영국 명예혁명의 결과 형성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 및 자유주의적인 시민사회의 국가에 대한 우위를 영국철학자의 이름을 따서 로크적 국가-사회 복합체Lockean state-society complex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이 관계는 이민과 식민화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초국적 엘리트로 구성된 시민사회와 전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보호하는 일군의 국가로 이뤄진 lsquo로크적 심장지대rsquoLockean heartland를 출현시켰다 반면 이와 경쟁하던 국가와 경제의 제도적 분리는 유예되고 자본가계급과 통치계급이 융합된 국가계급이 지배하던 홉스적 국가들Hobbesian states(독일 러시아 등)은 제2차대전과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이 심장지대로 흡수되고 말았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세력들 간의 관계도 국가들 간의 물질적이다 따라서 한 계급에서도 도모하는 바에 따라서 여러 분파로 나뉜다 같은 자본가 계급이라 하더라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와 중소기업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가 다르듯이 말이다

자본주의 국가 자본의 이익 부르주아의 지배

밥 제솝이라는 영국의 사회학자가 있다 이 사람은 국가론에 대해 깊이 연구했는데 주로 안토니오 그람시의 역사적 블록 형성과정에서 국가가 맡는 영향력에 대해 해명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가 ltlt전략관계적 국가이론gtgt(한울)이라는 저서에 담겨있다 이 책의 챕터 5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자본과 국가의 관계는 크게 보아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의 국가는 앞서 말했듯이 상대적 자율성을 지닌 국가이다 여러 세력들이 국가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기에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이며 자본주의와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① 도구주의적 접근 ltlt공산당 선언gtgt의 접근법이다 경제가 사회를 장악하고 그것을 보장받기 위해 국가를 지배한다는 입장이다② 구조주의적 접근 자본이 국가를 지배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 유보한다 다만 국가가 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취할시에는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힘은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③ 형태결정적 접근 형태라는 말은 이데올로기적 계급지배와 결합된 국가지배장치를 말하는데 예컨대 국가제도나 관료제를 들 수 있다 형태경정적 접근은 관료제 같은 국가기구에 의한 정책집행과정이 자본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도구주의적 접근과 유사하나 도구주의적 접근은 자본과 국가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보는 반면에 형태결정적 접근은 우연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을 갖는다 ④ 전략관계적 접근 이것이 밥 제솝의 접근법이다 쉽게 말하면 앞서 말한 것들을 두루 헤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정치적 대표와 국가형태에 대해 살펴보겠다

① 자본주의 경제의 가치형태와 자본주의적 국가 형태의 관계 자본의 축적전략과 국가의 조절전략을 말한다② 국가의 형식적 측면 국가기구③ 국가의 실질적 측면 국가권력의 토대 - 국가 프로젝트 국가권력의 지지층 ndash

현대국가는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자본주의를 경제체제로 삼아 운영된다 그런데 경제체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는 철저히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축적전략이 비민주적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대국가는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긴장관계 속에 있는 셈이다 때문에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양자에 대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최근에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이것인데 한국이 자유주의에로 과도하게 경도되고 있으니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자본주의적 이익과 국가형태이다

① 후견주의 쉽게 말하면 국가가 기업에게 정치자금 받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국가가 자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받는 대신에 기업에게 이익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② 조합주의 특정한 직능집단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③ 의회주의 의회를 통하여 사회변혁을 일으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것들을 논한 다음에 밥 제솝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정리한다

- 축적전략과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에 주목할 것- 축적전략과 국가체계 내에서의 표출양상 양자를 이어주는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할 것- 국가체계 내외부의 구조적 제약 및 사회적 저항에 관심을 가질 것

밥 제솝의 결론은 축적전략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솝의 탁월한 점은 국가 내의 여러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다툼을 벌일 때 그것을 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홍제동에는 총 4개의 동이 있고 1동부터 3동까지 빨간벽독파 부지깽이파 연탄재파가 각각 지배하고 있다 4동은 아직 특정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태라면 어느 파가 4동을 지배권 하에 넣느냐에 따라 홍제동의 헤게모니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결정된다 그런데 한 파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헤게모니 쟁취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각 파간의 합종연횡이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이 권력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려면 각 파가 어떠한 관계 속에서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 이것이 제솝의 관점이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그때그때 다르므로 그때그때 신경 써서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 강의에는 애덤 스미스를 공부한다 교재를 잠시 소개하겠다 첫번째는 DD 라파엘이라는 사람이 쓴 ltlt애덤 스미스gtgt(시공사)라는 책이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순전히 저자 때문이다 DD 라파엘은 우파정치철학 연구의 거두이다 대표작으로 ltlt정치철학의 문제들gtgt(서광사)라는 책이 있는데 우파정치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서로 통한다 주교재로 쓸 것은 아니나 강의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 책을 모태로 삼을 것이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으니 한번씩 읽어보기 바란다

두번째는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ltlt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gtgt(민음사)이다 주교재이므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은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이 제일 좋으나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정으로 이 책을 선정하였다 경제사상의 고전이라 불리는 저작들에서 인용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다이제스트라 비전공자가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어서] 5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5강 아담 스미스 사상 개요

복습

지난 시간에 한 얘기들을 복습하겠다 기왕에 배운 것이니 현실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요즈음 이명박이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고 수군댄다 어떤 이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하고 다른 이는 되면 안 된다라고 말 하기도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때까지 헛배운 것이다 이런 식의 말들은 단순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배운 것을 가지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시간에 자본주의 국가를 분석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공부해 보았다 국가 프로젝트 헤게모니 프로젝트 축적전략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현재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민사회를 국가에로 끌어들이는 헤게모니 프로젝트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 프로젝트 역시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정권 초에 나왔던 동북아 허브 외에는 없었다 국가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사회가 어떻게 시민사회를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는 질문에는 명바기가 과연 어떠한 헤게모니 프로젝트와 국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느냐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에는 4가지를 들 수 있다

1 경제적 기능 자본주의적 가치증식조건을 보장한다-gt 중앙은행의 통화안정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 국가가 비시장적(정치)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을 알 수 있다2 사회적 기능 노동력 재생산-gt 자본주의는 자연력에 최대한 기대지 않으려는 체제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력을 인위적인 것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결코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력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력으로부터 이윤이 발생하므로 국가가 이를 조정해줘야 한다3 정치적 기능 경제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조정하는 기능-gt 이것을 하는 방법에는 첫째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둘째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에도 전경련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정치적 조정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4 조정양식 123을 이념적으로 조정하는 것 곧 국가 프로젝트

이상의 기능들은 중요도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말하자면 1과 2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과 2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만 따져보아도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온존시키기 위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국가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것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직을 분석하는 데도 상당히 유용하다 가령 어떤 이가 회사에 다니는데 그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를 분석해 본다 치자 회사가 투입한 자본의 이윤을 끌어내기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경제적 기능) 그리고 회사가 효율성있는 인력관리를 하고 있는지(사회적 기능)만 살펴보아도 그 회사의 대강이 잡힐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단순히 부르주아의 위원회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의 사상 개요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곤 한다 그런데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경제학이 독립된 학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미스는 무엇을 공부한 학자였을까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레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담당교수였다 따라서 스미스의 사상을 공부하려면 그가 도덕철학을 연구했다는 데서 출발하여야만 한다

한국인들은 도덕하면 뭔가 숭고한 것을 연상하는데 서양에서의 도덕철학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도덕철학은 영어로 moral philosophy 라 하는데 여기서 moral(sitte)은 습속이란 뜻을 지닌다 다시 말해서 당대 인간들의 대체적인 행동양식 정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도덕철학을 오늘날의 사회심리학 정도로 생각하는 되겠다

스미스는 홉스 로크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위시한 고전철학을 철저히 배격했다 고대에는 자연이라는

일정한 준칙이 있고 인간은 그것을 따라가야 했다 루카치가 말하듯이 별이 빛나는 창공이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인 시대였던 것이다 근대에는 그러한 것들이 탈주술화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에 진리값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매킨타이어가 근대를 after virtue라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스미스가 구상했던 사회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된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스미스가 홉스와 로크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는 홉스와 로크는 물론이요 밀 벌린 등 영국 공리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홉스와 로크는 주로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하여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면 스미스는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유의 문제를 해명하려 한 것이다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작에는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이 있다 전자는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다루고 후자는 경제적 자유를 다룬다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의 핵심키워드는 동감sympathy과 분업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즉 free and equal한 것이다 이것이 자연권이다 그런데 자연권이 무한대로 발현되어 버리면 home Lufus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것은 홉스가 말한 전쟁 상태인 자연 상태를 가리킨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동감이다 - 홉스는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보았다 - 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 안에 이른바 공정한 관찰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다 - 그런 까닭에 스미스 사상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 스미스에게 있어서 동감은 사회적 유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superego와 비슷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공감이 일어나므로 외부에서 뭔가 간섭하면 안 된다 여기서 다시 영국식 자유주의 전통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가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스미스의 설명을 시장에 적용시켜 보면 오늘날의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있어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까지도 교환되는 장소인 것이다

시장은 스미스에게 있어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은 동감하여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유대 속에서 시장이 운영되는 것이고 그 시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하듯 분업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제 스미스의 시장개념을 스미스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하이에크의 시장개념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은 내가 정리한 Hayek의 시장개념이라는 글이다

Hayek에 있어 시장의 의미는 그가 제시한 catallaxy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이 개념을 전통적인 용어인 경제 economy에 대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는 인간의 여러 목적들이 하나의 통일된 질서에 이바지하도록 주어진 자원을 조직하거나 이리저리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하나의 견해가 전제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원의 사용이 규정되는 하나의 일관적인 결정 체계가 경제인 것이다 여기서 Hayek가 경제의 핵심적인 규정으로 삼는 것은 통일된 질서를 만들어내는 목적론적인 행위이다 이에 반해서 catallaxy -- 이 말은 그리스어 katallatein(바꾸다)에서 나왔다 -- 는 자발적 시장 질서이므로 여러 목적을 하나의 위계질서에 따라 배열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발적 시장 질서 -gt 고전적 의미에서의 자유주의적 시장개념

자발적 체제인 catallaxy에 가담한 각각의 개인들은 각자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으므로 특정한 결과가 부당한지 혹은 정당한지도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Hayek는 분배(distribution)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살포(dispersion)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결과가 각자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을 기초로 하는 사회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들의 비중을 규정하는 단일한 척도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에 대한 어떤 특정한 견해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사회관이다 복거일이 이 부분을 가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하이에크의 이러한 언술은 경제학적인 정의가 아니라 정치철학적인 정의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Hayek의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고유한 견해 및 그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체제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즉 catallaxy로서의 시장이라는 개념은 독자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관과 사회이론과 맞물려 돌아갈 때에만 의미있는 것이다 Hayek는 이른바 전통적 자유주의의 인간관을 받아들인다 그것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의 무한한 다양성은 인간의 가장 독특한 점이며 그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으므로 만약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평등이라 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는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 즉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공교육을 부정하는 근거가 여기에서 도출된다 불평등은 그대로 두어야 되는 것이라 본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재현시킨 것이 유에스이다

사람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현실적 불평등을 인정한 뒤 Hayek는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이성능력을 가진 인간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집단에 의도적인 조직이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Hayek는 정부의 강제적 행위는 보편적인 규칙의 집행에 그쳐야 하고 그 집행 목적을 위해 위임받는 권력을 발동하여 다른 공익을 실현힐 수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런 까닭에 그러한 행위들은 부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 -gt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이다

Hayek의 이 두가지 전제 즉 인간은 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집단에는 자발적 질서가 있다는 것을 경제활동에 적용하며 앞서 말한 catallaxy 개념이 얻어진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불평등하며 그러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 자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오히려 소득과 지위상의 몰락을 가져온다해도 이는 그 어떤 의도적인 계획의 소산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하며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Hayek가 이처럼 자발적 질서로서의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의 우월함이 인식론적 통찰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수히 많은 개인과 조직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이처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점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미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고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완전한 지식을 각자의 목적에 걸맞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발견적 수단으로서의 경쟁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사회는 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 나감으로써 항상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의미지평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어느 것에 대입해 보아도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한국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다면 아마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한다 자유주의는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는 데 그 배경에는 학문의 시장화라는 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 놓여졌을 때 시장에서 그 이론이 적합치 못하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장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모두들 알다시피 시장의 본래 뜻은 상품이 교환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의미의 시장은 오래 전부터도 드문드문 존재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5일장은 이런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이런 일상적인 의미의 시장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거의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행위가 일반화되면서 즉 이른바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에 여러 가지 다른 관념들이 덧붙여졌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장의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확장시켰으며 시장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가리키게 하였다 특히 이렇게 다른 관념들과 결합된 시장이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가르게 된다

근대적인 시장경제 -gt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큰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최소규정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사회분업 및 그에 따른 교환을 전제로 하여 생성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전문화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 Adam Smith는 핀의 제조공정을 분할하여 노동자가 각 단계의 단순화된 노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핀을 제조할 수 있음을 그리고 고전파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는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교환 당사자들의 부가 모두 증가하는 비교우위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분업 특히 공장 내의 분업이 아닌 사회내의 분업은 자연히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자들간에 일반적으로 교환되어야 필요를 발생시켰다 교환은 농경사회의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처럼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여러분이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여러분의 가정에서 스스로 생산한 것은 식사나 빨래 정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은 물으나 마나 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은 필요조건이자 전제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반드시 시장에 의해 매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대기업을 경계했다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많을 때 제대로 된 경쟁이 유발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째 시장은 단순히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특수한 방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장교환을 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매기는 척도이다 이렇게 값을 매김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11: Right Wing

의 본질은 노동Arbeit이다라고 말한 헤겔과 비교해 보라 로크는 ldquo재산을 가진 자가 인간이다rdquo라고 말한다 재산은 노동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재산을 형성한 자만이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이며 제대로 된 인간이다 라는 자유주의의 명제가 도출된다 이런 까닭에 자유주의는 자연히 부르주아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된다 헤겔은 로크와 다르다 헤겔은 노동이 인간의 본질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크에게 있어서 노동은 재산을 만들어 주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건장한 신체를 지니고도 실업상태에 있는 이들의 처우에 대해 로크가 한 제안은 아주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서 현대의 학자들이 그에 대해 언급할 때는 일반적으로 그 비참함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도 그 당시의 기준에 비추어서 옹호하기도 한다 좀더 중요한 논점은 그러한 제안이 로크의 가정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구빈원(감화원)의 책임자들은 그들을 제조공장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노동자로 만들 것을 요청받고 있었으며 치안판사들은 그들에게 강제노동을 부과했다 세 살 이상 된 실업자의 자녀들은 국가의 불필요한 짐이었다 그들은 일을 해야만 했고 그들의 생활비를 더 많이 벌어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실업이 경제적인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타락에서 기인한다는 명백한 근거 위에서 정당화되었다 로크가 무역위원회의 위원자격으로 1697년에 서술했듯이 실업자의 증대는 기율의 해이와 풍속의 붕괴 이외에는 어떤 것에 의해서도 발생하지 않는다 실업자들을 정치체제의 완전한 자유로운 구성원으로서 처우하는 것은 로크에게는 생각조차 되지 않았다 그들이 전적으로 국가에 예속된다는 것도 똑같이 의심할 바 없다 그리고 그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는 것이기에 국가는 그런 식으로 처우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같은 책 pp 257-258)

여기에서 로크는 실업자들이 합리적 인간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에 따라 살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을 가지지 못한 것이라 단정한다 참으로 살벌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로크는 인간의 조건으로 재산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써 합리성의 정의까지 바꿔 버린 것이다 홉스에게 합리적 인간은 lsquo사물의 원인과 결과를 따지고 그것이 운동하는 양상을 계산하는 것rsquo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사람이 합리적 인간이었다 그러나 로크에게는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그 사람이 합리적인가 아닌가가 결정된다 이로써 개인이 사회 속에서 인간으로 대접 받기 위한 규준이 재산의 소유로 확정되었고 재산이 많은 인간일수록 합리적인 인간이 된다 오늘날 한국에서 유행하는 자기계발서적도 여기에서 논리를 빌려온 것이다

자연물 즉 공유재산을 어떻게 규정하고 분배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렇게 보면 요사이 한국에서 횡행하는 lsquo성장이냐 분배냐rsquo 하는 논쟁이 참으로 잘못된 의제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유적 개인주의를 구성하는 가정들은 다음 일곱 가지의 명제로 요약할 수 있다

1)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이다2) 타인으로부터의 자유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참여한 관계를 제외한 어떠한 관계로부터도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3) 개인은 사회에 아무런 부채도 없으므로 본질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능력의 소유자이다4) 개인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재산권 전체를 양도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자신의 일부 곧 노동력은 양도할 수 있다5) 인간사회는 일련의 시장관계로 구성되어 있다6) 타인의 의지로부터의 자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므로 개인 각자의 자유는 타인에게도 똑같은 자유를 보장하는데 필요한 의무와 규칙에 의해서만 정당하게 제한될 수 있다7) 정치사회는 개인의 신체와 재화로서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이며 그에 따라 자신의 소유자로 간주되는 개인들간의 교환관계를 질서있게 유지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다(같은 책 pp 305-306)

1) 2) 3)은 자유주의의 인간관이다4) 5)는 자본주의의 핵심원리다6) 7)은 자유주의의 정치철학적 토대이다 따라서 ltlt통치론gtgt의 출발점이 된다 7)의 정치사회란 국가 교환관계는 시장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4강 ndash 로크적 국가와 현대사회

근대국가의 특성들

현대의 국가론을 크게 보면 홉스적 전통과 로크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것이 자유주의 국가론의 기본 개념들이다 따라서 국가론에 대한 책을 읽을 때는 이것들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아야 그 내용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자유주의는 자본주의와 긴밀한 연관관계에 놓여있다 국가는 부르주아의 이익을 대변하는 위원회이다 이것은 국가에 대한 마르크스의 견해이다 부르주아는 경제적인 활동영역 즉 시민사회Burgerlichergesellschoft을 갖는다 18세기에는 시민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부르주아라 불렀고 정치의 영역은 정부government가 통솔했다 앞서 말한 마르크스의 언명은 두 영역의 연결고리를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견해는 두 영역의 관계가 원시적이었던 18세기에는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나 오늘날과 같이 복잡해진 때에는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요즈음 국회에서 금산법의 개정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오간다 금산법 개정에 대해 lt중앙일보gt는 금산법은 이건희 죽이기법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가 반드시 부르주아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지 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세계가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까닭에 이 문제에 관해 좀더 자세하게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 이것이 자유주의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가 실현되는 경우는 선거 때 뿐이다 선거는 개개인이 각자 한 표 씩을 행사한다 이건희와 내가 각자 재산을 얼마나 가졌는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군집화가 이뤄진다 근대 이전에는 신분status에 의해서 결정됐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다 근대 이후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계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명제가 완전하게 이뤄지진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떄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반드시 계급결집이 일어난다 모든 논의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국가란 무엇인가 특정 지역 안에 있는 여러 세력force들의 관계망이며 이것의 물질적 응축이다 - 물질(matter)이란 현실 세계 속에서 구조적으로 고착middot제도화된 것을 가리킨다 구조적 관계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 이 안에는 정부 부르주아노동자 등 여러 세력들이 포진해 있다 근대 이전까지 유럽에는 약 500 여개의 국가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국가란 근대적 의미에서의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state가 아니라 느슨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소국을 가리킨다 이러한 소국들이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로 전환된 것은 1차 대전을 전후해서 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서양인들이 제대로 된 국가를 이루고 산 것은 잘 해야 100년이 채 안 된 것이다

한국인들이 서양의 국가론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국가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세계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중앙집권화된 관료제를 500 여년 동안 유지했다 더욱이 한국인이 쓴 국가론도 없으므로 국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의 한계는 크다 고려 때에는 중앙집권화가 이뤄지지 않았었다 지방 호족들이 알아서 다스렸다 왕은 많은 호족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절대적인 힘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에 들어서면 완전히 바뀐다 조선은 관료제를 바탕으로 중앙집권화를 이뤘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당 서원 등의 교육기관을 통해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을 보급한 것이다 이것이 조선사회를 유지시킨 메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관료제(물리력)을 보조하는 관학(지도력)을 통해서 헤게모니를 구성했던 것이다

소품문이란 것을 아는가 간략하게 정의하자면 길이가 짧은 문장으로 작자의 정서와 사상 견문을 표현하고 기록한 정서적인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별 것 아니다 그런데 정조는 이것을 문제삼아 문체반정을 일으켰다 왜 그랬을까 국가에서 정한 커리큘럼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소품문은 조선의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주류 이데올로기를 해체할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정통 성리학 국가인 조선의 뿌리를 뒤흔드는 문제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조에게나 소품을 쓰는 작가들에게나 소품은 단지 독서의 기호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소품적 인식 소설적 인식은 체제의 이데올로기가 은폐하고 있는 실상을 드러낼 것이었다 정통문서의 권위가 무너지면 그것에 기초한 헤게모니 역시 무너지기 마련이다

국가는 개인에게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데 이것을 풀란차스는 국가효과라고 불렀다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전환기에 조선은 고려의 헤게모니를 해체하고 새로운 조선의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위해 불교를 억압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특히 훈민정음의 창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훈민정음 이전까지 동아시아는 자신의 문자로 제국의 문자인 한문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것에 반하여 로컬 랭귀지를 조성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조선이라는 국가에 갖게되는 조선인들의 국가효과는 배가되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국적포기에 민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국가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막스 베버가 말한 철창부터 떠올린다 이제 지주형씨가 쓴 근대국가의 특성들이란 글을 보도록 하자

이 영토 위에 lsquo국민rsquo으로 사는 한은 국가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의 의무를 져야 하고 국가는 그러한 의무를 강제하기 위해 개개인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에 대한 기록을 축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의 관리와 통제를 피하려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유럽에 이런 것들이 자리잡은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상비군이 형성된 것도 1789년 이후의 일이다 한국과 서구의 국가관 인식의 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가(國家)라는 말은 매우 애매한 말이다 여기에는 이미 두 가지의 뜻이 들어 있다 하나는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입법부 사법부 및 기타 준 정부 기관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정부이다

나라는 사회과학적인 의미에서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정부의 차원에서 국가를 이해할 것이다

지주형씨가 이 글에서 정리하는 근대국가의 특성은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근대 국가의 제도적 물질적 특성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선 앞서 언급한 영토의 점유와 정당한 물리력 사용의 독점이라는 막스 베버의 유명한 정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국가는 영토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영토란 관할의 경계가 분명한 땅을 의미한다 즉 근대 국가는 그 이전의 국가와 달리 점으로 표시되는 경계가 모호한 변경frontier이 아니라 선으로 표시되는 국경border에 의해 명확히 구획된 영토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그 안의 인구 자원 등에 대한 명확한 권리를 주장하고 국경을 통제한다

둘째 근대 국가는 경찰과 상비군이라는 정당한 물리력을 독점하고 있다 원리상 근대 국가에 이 물리력에 도전할 수 있는 물리력을 가진 집단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물리력의 독점이 아니다 사실 국가는 물리력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조직폭력집단 또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것은 lsquo정당한rsquo 물리력이다 이 물리력의 정당성이 그것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앞으로 보겠지만 정당성은 법적 사회적으로 도출된다

셋째 비록 베버가 자신의 정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심도 있게 논한 근대 국가의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전문관료제이다 이것은 근대 국가가 하나의 합리적 집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국가의 합리성은 때로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서 국가건설 국가보존 국가권력의 적절한 수단에 대한 지식을 가리킨 국가이성raison drsquoeacutetat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 있는 국가 관료집단의 합리성은 관료제적 합리성과 통치적 합리성governmentality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는 베버가 지적한 것으로 일 처리의 규칙 절차 및 전문지식 공식화된 문건에 따른 몰인격(沒人格)적인 특성을 가리킨다 후자는 푸코Michel Foucault가 지적한 것으로 특히 영토 내의 인구 부 자원 재화 문화 관습 등이 특정한 방향들로 발전하고 특정한 결과들을 낳을 수 있게끔 통치govern하려는 전문지식의 특성을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 국가는 정부government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지식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 하나는 국가의 상태state에 대한 지식 즉 국민 개개인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정보(및 감시)를 포함한 통계적 지식statistics의 축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국가정책을 통해서 표현되는 이러한 국가의 합리적 특성은 근대 이전의 국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넷째 영토에 대한 지배 정당한 물리력의 독점 전문관료제는 근대 국가가 영토내의 모든 곳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즉 중심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국경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즉 근대국가는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인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지배의 특성에 대응하는 법적 관념은 어떤 지배자나 국가도 특정한 영토와 국민에 대한 최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유럽의 중세와 달리 근대 국가가 영토 내의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권위이자 최고권력인 주권을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관료제적 합리성의 몰인격성에서도 보이듯이 근대 국가는 몰인격적인 질서로서 법치국가Rechtstaat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근대 국가의 모든 권력은 통치자 개인의 사적 권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고의 권위인 주권권력도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 몰인격적이고 추상적인 권위로서 통치자 및 사회의 피지배자의 사유재산과 신분 등과 같은 개별적 특성과 분리된다 이것은 군주 개인이 인간 법의 궁극적인 원천으로서 주권을 가지고 있다며 지배를 정당화하였던 유럽의 절대주의 국가와 대조된다 물론 이것은 근대 국가가 중립적이거나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518 광주 학살 같은 경우는 편파적이고 불법적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통치자의 말이 곧 법이 되지 않고 국가가 lsquo불법rsquo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이미 근대 국가가 몰인격적인 법적 질서 속에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 국가는 기본적으로 경제 및 사회와 제도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표상되고 구성된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중세 유럽에서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가 존재하지 않았고 경제적 부의 사적인 축적은 상업이라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전적으로 봉토(fiefdom)에 대한 정치적 지배에 의거한 것이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국가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는 자신을 나라의 상태 즉 사회 전체의 상태state와 분명히 분리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 국가는 정치권력인 국가와 경제권력인 자본의 제도적 분리 그리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분리를 그 특징으로 한다 왜냐하면 근대 세계에서 국가는 자신과 사적인 것과의 구별을 계속 재생산함으로써 독자성을 가진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기본적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에는 이것이 분리되는데 이러한 국가 안에는 여러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각축을 벌인다 여기에서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 도출된다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란 국가가 자본주의적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해 지배계급에 반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국가 안의 세력들을 조율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니코스 풀란차스 Nicos Poulantzas가 말했듯이 국가란 ldquo세력관계의 물질적 응축rdquo인 것이다 근대 국가의 친자본주의적 성격과 그 내용은 결코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중요한 동인은 경제적이며 제국주의적 국제관계 즉 제국주의 국가의 국제적 헤게모니는 lsquo국가의 국제화rsquo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 반 데어 페일van der Pijl은 영국 명예혁명의 결과 형성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 및 자유주의적인 시민사회의 국가에 대한 우위를 영국철학자의 이름을 따서 로크적 국가-사회 복합체Lockean state-society complex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이 관계는 이민과 식민화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초국적 엘리트로 구성된 시민사회와 전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보호하는 일군의 국가로 이뤄진 lsquo로크적 심장지대rsquoLockean heartland를 출현시켰다 반면 이와 경쟁하던 국가와 경제의 제도적 분리는 유예되고 자본가계급과 통치계급이 융합된 국가계급이 지배하던 홉스적 국가들Hobbesian states(독일 러시아 등)은 제2차대전과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이 심장지대로 흡수되고 말았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세력들 간의 관계도 국가들 간의 물질적이다 따라서 한 계급에서도 도모하는 바에 따라서 여러 분파로 나뉜다 같은 자본가 계급이라 하더라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와 중소기업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가 다르듯이 말이다

자본주의 국가 자본의 이익 부르주아의 지배

밥 제솝이라는 영국의 사회학자가 있다 이 사람은 국가론에 대해 깊이 연구했는데 주로 안토니오 그람시의 역사적 블록 형성과정에서 국가가 맡는 영향력에 대해 해명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가 ltlt전략관계적 국가이론gtgt(한울)이라는 저서에 담겨있다 이 책의 챕터 5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자본과 국가의 관계는 크게 보아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의 국가는 앞서 말했듯이 상대적 자율성을 지닌 국가이다 여러 세력들이 국가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기에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이며 자본주의와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① 도구주의적 접근 ltlt공산당 선언gtgt의 접근법이다 경제가 사회를 장악하고 그것을 보장받기 위해 국가를 지배한다는 입장이다② 구조주의적 접근 자본이 국가를 지배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 유보한다 다만 국가가 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취할시에는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힘은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③ 형태결정적 접근 형태라는 말은 이데올로기적 계급지배와 결합된 국가지배장치를 말하는데 예컨대 국가제도나 관료제를 들 수 있다 형태경정적 접근은 관료제 같은 국가기구에 의한 정책집행과정이 자본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도구주의적 접근과 유사하나 도구주의적 접근은 자본과 국가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보는 반면에 형태결정적 접근은 우연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을 갖는다 ④ 전략관계적 접근 이것이 밥 제솝의 접근법이다 쉽게 말하면 앞서 말한 것들을 두루 헤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정치적 대표와 국가형태에 대해 살펴보겠다

① 자본주의 경제의 가치형태와 자본주의적 국가 형태의 관계 자본의 축적전략과 국가의 조절전략을 말한다② 국가의 형식적 측면 국가기구③ 국가의 실질적 측면 국가권력의 토대 - 국가 프로젝트 국가권력의 지지층 ndash

현대국가는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자본주의를 경제체제로 삼아 운영된다 그런데 경제체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는 철저히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축적전략이 비민주적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대국가는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긴장관계 속에 있는 셈이다 때문에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양자에 대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최근에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이것인데 한국이 자유주의에로 과도하게 경도되고 있으니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자본주의적 이익과 국가형태이다

① 후견주의 쉽게 말하면 국가가 기업에게 정치자금 받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국가가 자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받는 대신에 기업에게 이익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② 조합주의 특정한 직능집단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③ 의회주의 의회를 통하여 사회변혁을 일으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것들을 논한 다음에 밥 제솝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정리한다

- 축적전략과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에 주목할 것- 축적전략과 국가체계 내에서의 표출양상 양자를 이어주는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할 것- 국가체계 내외부의 구조적 제약 및 사회적 저항에 관심을 가질 것

밥 제솝의 결론은 축적전략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솝의 탁월한 점은 국가 내의 여러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다툼을 벌일 때 그것을 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홍제동에는 총 4개의 동이 있고 1동부터 3동까지 빨간벽독파 부지깽이파 연탄재파가 각각 지배하고 있다 4동은 아직 특정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태라면 어느 파가 4동을 지배권 하에 넣느냐에 따라 홍제동의 헤게모니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결정된다 그런데 한 파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헤게모니 쟁취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각 파간의 합종연횡이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이 권력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려면 각 파가 어떠한 관계 속에서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 이것이 제솝의 관점이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그때그때 다르므로 그때그때 신경 써서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 강의에는 애덤 스미스를 공부한다 교재를 잠시 소개하겠다 첫번째는 DD 라파엘이라는 사람이 쓴 ltlt애덤 스미스gtgt(시공사)라는 책이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순전히 저자 때문이다 DD 라파엘은 우파정치철학 연구의 거두이다 대표작으로 ltlt정치철학의 문제들gtgt(서광사)라는 책이 있는데 우파정치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서로 통한다 주교재로 쓸 것은 아니나 강의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 책을 모태로 삼을 것이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으니 한번씩 읽어보기 바란다

두번째는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ltlt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gtgt(민음사)이다 주교재이므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은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이 제일 좋으나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정으로 이 책을 선정하였다 경제사상의 고전이라 불리는 저작들에서 인용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다이제스트라 비전공자가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어서] 5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5강 아담 스미스 사상 개요

복습

지난 시간에 한 얘기들을 복습하겠다 기왕에 배운 것이니 현실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요즈음 이명박이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고 수군댄다 어떤 이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하고 다른 이는 되면 안 된다라고 말 하기도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때까지 헛배운 것이다 이런 식의 말들은 단순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배운 것을 가지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시간에 자본주의 국가를 분석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공부해 보았다 국가 프로젝트 헤게모니 프로젝트 축적전략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현재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민사회를 국가에로 끌어들이는 헤게모니 프로젝트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 프로젝트 역시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정권 초에 나왔던 동북아 허브 외에는 없었다 국가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사회가 어떻게 시민사회를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는 질문에는 명바기가 과연 어떠한 헤게모니 프로젝트와 국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느냐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에는 4가지를 들 수 있다

1 경제적 기능 자본주의적 가치증식조건을 보장한다-gt 중앙은행의 통화안정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 국가가 비시장적(정치)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을 알 수 있다2 사회적 기능 노동력 재생산-gt 자본주의는 자연력에 최대한 기대지 않으려는 체제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력을 인위적인 것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결코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력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력으로부터 이윤이 발생하므로 국가가 이를 조정해줘야 한다3 정치적 기능 경제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조정하는 기능-gt 이것을 하는 방법에는 첫째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둘째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에도 전경련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정치적 조정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4 조정양식 123을 이념적으로 조정하는 것 곧 국가 프로젝트

이상의 기능들은 중요도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말하자면 1과 2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과 2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만 따져보아도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온존시키기 위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국가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것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직을 분석하는 데도 상당히 유용하다 가령 어떤 이가 회사에 다니는데 그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를 분석해 본다 치자 회사가 투입한 자본의 이윤을 끌어내기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경제적 기능) 그리고 회사가 효율성있는 인력관리를 하고 있는지(사회적 기능)만 살펴보아도 그 회사의 대강이 잡힐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단순히 부르주아의 위원회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의 사상 개요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곤 한다 그런데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경제학이 독립된 학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미스는 무엇을 공부한 학자였을까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레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담당교수였다 따라서 스미스의 사상을 공부하려면 그가 도덕철학을 연구했다는 데서 출발하여야만 한다

한국인들은 도덕하면 뭔가 숭고한 것을 연상하는데 서양에서의 도덕철학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도덕철학은 영어로 moral philosophy 라 하는데 여기서 moral(sitte)은 습속이란 뜻을 지닌다 다시 말해서 당대 인간들의 대체적인 행동양식 정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도덕철학을 오늘날의 사회심리학 정도로 생각하는 되겠다

스미스는 홉스 로크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위시한 고전철학을 철저히 배격했다 고대에는 자연이라는

일정한 준칙이 있고 인간은 그것을 따라가야 했다 루카치가 말하듯이 별이 빛나는 창공이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인 시대였던 것이다 근대에는 그러한 것들이 탈주술화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에 진리값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매킨타이어가 근대를 after virtue라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스미스가 구상했던 사회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된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스미스가 홉스와 로크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는 홉스와 로크는 물론이요 밀 벌린 등 영국 공리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홉스와 로크는 주로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하여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면 스미스는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유의 문제를 해명하려 한 것이다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작에는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이 있다 전자는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다루고 후자는 경제적 자유를 다룬다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의 핵심키워드는 동감sympathy과 분업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즉 free and equal한 것이다 이것이 자연권이다 그런데 자연권이 무한대로 발현되어 버리면 home Lufus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것은 홉스가 말한 전쟁 상태인 자연 상태를 가리킨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동감이다 - 홉스는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보았다 - 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 안에 이른바 공정한 관찰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다 - 그런 까닭에 스미스 사상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 스미스에게 있어서 동감은 사회적 유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superego와 비슷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공감이 일어나므로 외부에서 뭔가 간섭하면 안 된다 여기서 다시 영국식 자유주의 전통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가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스미스의 설명을 시장에 적용시켜 보면 오늘날의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있어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까지도 교환되는 장소인 것이다

시장은 스미스에게 있어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은 동감하여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유대 속에서 시장이 운영되는 것이고 그 시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하듯 분업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제 스미스의 시장개념을 스미스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하이에크의 시장개념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은 내가 정리한 Hayek의 시장개념이라는 글이다

Hayek에 있어 시장의 의미는 그가 제시한 catallaxy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이 개념을 전통적인 용어인 경제 economy에 대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는 인간의 여러 목적들이 하나의 통일된 질서에 이바지하도록 주어진 자원을 조직하거나 이리저리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하나의 견해가 전제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원의 사용이 규정되는 하나의 일관적인 결정 체계가 경제인 것이다 여기서 Hayek가 경제의 핵심적인 규정으로 삼는 것은 통일된 질서를 만들어내는 목적론적인 행위이다 이에 반해서 catallaxy -- 이 말은 그리스어 katallatein(바꾸다)에서 나왔다 -- 는 자발적 시장 질서이므로 여러 목적을 하나의 위계질서에 따라 배열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발적 시장 질서 -gt 고전적 의미에서의 자유주의적 시장개념

자발적 체제인 catallaxy에 가담한 각각의 개인들은 각자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으므로 특정한 결과가 부당한지 혹은 정당한지도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Hayek는 분배(distribution)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살포(dispersion)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결과가 각자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을 기초로 하는 사회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들의 비중을 규정하는 단일한 척도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에 대한 어떤 특정한 견해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사회관이다 복거일이 이 부분을 가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하이에크의 이러한 언술은 경제학적인 정의가 아니라 정치철학적인 정의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Hayek의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고유한 견해 및 그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체제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즉 catallaxy로서의 시장이라는 개념은 독자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관과 사회이론과 맞물려 돌아갈 때에만 의미있는 것이다 Hayek는 이른바 전통적 자유주의의 인간관을 받아들인다 그것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의 무한한 다양성은 인간의 가장 독특한 점이며 그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으므로 만약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평등이라 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는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 즉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공교육을 부정하는 근거가 여기에서 도출된다 불평등은 그대로 두어야 되는 것이라 본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재현시킨 것이 유에스이다

사람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현실적 불평등을 인정한 뒤 Hayek는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이성능력을 가진 인간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집단에 의도적인 조직이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Hayek는 정부의 강제적 행위는 보편적인 규칙의 집행에 그쳐야 하고 그 집행 목적을 위해 위임받는 권력을 발동하여 다른 공익을 실현힐 수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런 까닭에 그러한 행위들은 부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 -gt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이다

Hayek의 이 두가지 전제 즉 인간은 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집단에는 자발적 질서가 있다는 것을 경제활동에 적용하며 앞서 말한 catallaxy 개념이 얻어진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불평등하며 그러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 자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오히려 소득과 지위상의 몰락을 가져온다해도 이는 그 어떤 의도적인 계획의 소산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하며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Hayek가 이처럼 자발적 질서로서의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의 우월함이 인식론적 통찰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수히 많은 개인과 조직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이처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점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미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고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완전한 지식을 각자의 목적에 걸맞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발견적 수단으로서의 경쟁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사회는 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 나감으로써 항상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의미지평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어느 것에 대입해 보아도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한국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다면 아마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한다 자유주의는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는 데 그 배경에는 학문의 시장화라는 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 놓여졌을 때 시장에서 그 이론이 적합치 못하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장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모두들 알다시피 시장의 본래 뜻은 상품이 교환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의미의 시장은 오래 전부터도 드문드문 존재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5일장은 이런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이런 일상적인 의미의 시장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거의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행위가 일반화되면서 즉 이른바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에 여러 가지 다른 관념들이 덧붙여졌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장의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확장시켰으며 시장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가리키게 하였다 특히 이렇게 다른 관념들과 결합된 시장이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가르게 된다

근대적인 시장경제 -gt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큰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최소규정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사회분업 및 그에 따른 교환을 전제로 하여 생성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전문화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 Adam Smith는 핀의 제조공정을 분할하여 노동자가 각 단계의 단순화된 노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핀을 제조할 수 있음을 그리고 고전파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는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교환 당사자들의 부가 모두 증가하는 비교우위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분업 특히 공장 내의 분업이 아닌 사회내의 분업은 자연히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자들간에 일반적으로 교환되어야 필요를 발생시켰다 교환은 농경사회의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처럼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여러분이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여러분의 가정에서 스스로 생산한 것은 식사나 빨래 정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은 물으나 마나 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은 필요조건이자 전제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반드시 시장에 의해 매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대기업을 경계했다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많을 때 제대로 된 경쟁이 유발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째 시장은 단순히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특수한 방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장교환을 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매기는 척도이다 이렇게 값을 매김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12: Right Wing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요즈음 국회에서 금산법의 개정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오간다 금산법 개정에 대해 lt중앙일보gt는 금산법은 이건희 죽이기법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가 반드시 부르주아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지 만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세계가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까닭에 이 문제에 관해 좀더 자세하게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free and equal individual 이것이 자유주의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제가 실현되는 경우는 선거 때 뿐이다 선거는 개개인이 각자 한 표 씩을 행사한다 이건희와 내가 각자 재산을 얼마나 가졌는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군집화가 이뤄진다 근대 이전에는 신분status에 의해서 결정됐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다 근대 이후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계약을 맺었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명제가 완전하게 이뤄지진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떄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반드시 계급결집이 일어난다 모든 논의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국가란 무엇인가 특정 지역 안에 있는 여러 세력force들의 관계망이며 이것의 물질적 응축이다 - 물질(matter)이란 현실 세계 속에서 구조적으로 고착middot제도화된 것을 가리킨다 구조적 관계라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 이 안에는 정부 부르주아노동자 등 여러 세력들이 포진해 있다 근대 이전까지 유럽에는 약 500 여개의 국가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국가란 근대적 의미에서의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state가 아니라 느슨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소국을 가리킨다 이러한 소국들이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로 전환된 것은 1차 대전을 전후해서 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서양인들이 제대로 된 국가를 이루고 산 것은 잘 해야 100년이 채 안 된 것이다

한국인들이 서양의 국가론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인들은 국가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다 세계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중앙집권화된 관료제를 500 여년 동안 유지했다 더욱이 한국인이 쓴 국가론도 없으므로 국가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의 한계는 크다 고려 때에는 중앙집권화가 이뤄지지 않았었다 지방 호족들이 알아서 다스렸다 왕은 많은 호족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절대적인 힘은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조선에 들어서면 완전히 바뀐다 조선은 관료제를 바탕으로 중앙집권화를 이뤘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서당 서원 등의 교육기관을 통해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을 보급한 것이다 이것이 조선사회를 유지시킨 메커니즘이다 다시 말해 관료제(물리력)을 보조하는 관학(지도력)을 통해서 헤게모니를 구성했던 것이다

소품문이란 것을 아는가 간략하게 정의하자면 길이가 짧은 문장으로 작자의 정서와 사상 견문을 표현하고 기록한 정서적인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언뜻 보면 별 것 아니다 그런데 정조는 이것을 문제삼아 문체반정을 일으켰다 왜 그랬을까 국가에서 정한 커리큘럼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소품문은 조선의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주류 이데올로기를 해체할 가능성이 농후하였다 정통 성리학 국가인 조선의 뿌리를 뒤흔드는 문제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조에게나 소품을 쓰는 작가들에게나 소품은 단지 독서의 기호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소품적 인식 소설적 인식은 체제의 이데올로기가 은폐하고 있는 실상을 드러낼 것이었다 정통문서의 권위가 무너지면 그것에 기초한 헤게모니 역시 무너지기 마련이다

국가는 개인에게 소속감을 갖게 해주는데 이것을 풀란차스는 국가효과라고 불렀다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전환기에 조선은 고려의 헤게모니를 해체하고 새로운 조선의 헤게모니를 구축하기 위해 불교를 억압하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특히 훈민정음의 창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훈민정음 이전까지 동아시아는 자신의 문자로 제국의 문자인 한문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것에 반하여 로컬 랭귀지를 조성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조선이라는 국가에 갖게되는 조선인들의 국가효과는 배가되었을 것이다 한국인들이 국적포기에 민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국가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막스 베버가 말한 철창부터 떠올린다 이제 지주형씨가 쓴 근대국가의 특성들이란 글을 보도록 하자

이 영토 위에 lsquo국민rsquo으로 사는 한은 국가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의 의무를 져야 하고 국가는 그러한 의무를 강제하기 위해 개개인에 대해 납세 국방 교육에 대한 기록을 축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의 관리와 통제를 피하려는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유럽에 이런 것들이 자리잡은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상비군이 형성된 것도 1789년 이후의 일이다 한국과 서구의 국가관 인식의 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국가(國家)라는 말은 매우 애매한 말이다 여기에는 이미 두 가지의 뜻이 들어 있다 하나는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입법부 사법부 및 기타 준 정부 기관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정부이다

나라는 사회과학적인 의미에서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정부의 차원에서 국가를 이해할 것이다

지주형씨가 이 글에서 정리하는 근대국가의 특성은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근대 국가의 제도적 물질적 특성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선 앞서 언급한 영토의 점유와 정당한 물리력 사용의 독점이라는 막스 베버의 유명한 정의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째 국가는 영토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영토란 관할의 경계가 분명한 땅을 의미한다 즉 근대 국가는 그 이전의 국가와 달리 점으로 표시되는 경계가 모호한 변경frontier이 아니라 선으로 표시되는 국경border에 의해 명확히 구획된 영토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그 안의 인구 자원 등에 대한 명확한 권리를 주장하고 국경을 통제한다

둘째 근대 국가는 경찰과 상비군이라는 정당한 물리력을 독점하고 있다 원리상 근대 국가에 이 물리력에 도전할 수 있는 물리력을 가진 집단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물리력의 독점이 아니다 사실 국가는 물리력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조직폭력집단 또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것은 lsquo정당한rsquo 물리력이다 이 물리력의 정당성이 그것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앞으로 보겠지만 정당성은 법적 사회적으로 도출된다

셋째 비록 베버가 자신의 정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심도 있게 논한 근대 국가의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전문관료제이다 이것은 근대 국가가 하나의 합리적 집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국가의 합리성은 때로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서 국가건설 국가보존 국가권력의 적절한 수단에 대한 지식을 가리킨 국가이성raison drsquoeacutetat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 있는 국가 관료집단의 합리성은 관료제적 합리성과 통치적 합리성governmentality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는 베버가 지적한 것으로 일 처리의 규칙 절차 및 전문지식 공식화된 문건에 따른 몰인격(沒人格)적인 특성을 가리킨다 후자는 푸코Michel Foucault가 지적한 것으로 특히 영토 내의 인구 부 자원 재화 문화 관습 등이 특정한 방향들로 발전하고 특정한 결과들을 낳을 수 있게끔 통치govern하려는 전문지식의 특성을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 국가는 정부government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지식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 하나는 국가의 상태state에 대한 지식 즉 국민 개개인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정보(및 감시)를 포함한 통계적 지식statistics의 축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국가정책을 통해서 표현되는 이러한 국가의 합리적 특성은 근대 이전의 국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넷째 영토에 대한 지배 정당한 물리력의 독점 전문관료제는 근대 국가가 영토내의 모든 곳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즉 중심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국경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즉 근대국가는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인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지배의 특성에 대응하는 법적 관념은 어떤 지배자나 국가도 특정한 영토와 국민에 대한 최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유럽의 중세와 달리 근대 국가가 영토 내의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권위이자 최고권력인 주권을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관료제적 합리성의 몰인격성에서도 보이듯이 근대 국가는 몰인격적인 질서로서 법치국가Rechtstaat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근대 국가의 모든 권력은 통치자 개인의 사적 권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고의 권위인 주권권력도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 몰인격적이고 추상적인 권위로서 통치자 및 사회의 피지배자의 사유재산과 신분 등과 같은 개별적 특성과 분리된다 이것은 군주 개인이 인간 법의 궁극적인 원천으로서 주권을 가지고 있다며 지배를 정당화하였던 유럽의 절대주의 국가와 대조된다 물론 이것은 근대 국가가 중립적이거나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518 광주 학살 같은 경우는 편파적이고 불법적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통치자의 말이 곧 법이 되지 않고 국가가 lsquo불법rsquo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이미 근대 국가가 몰인격적인 법적 질서 속에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 국가는 기본적으로 경제 및 사회와 제도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표상되고 구성된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중세 유럽에서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가 존재하지 않았고 경제적 부의 사적인 축적은 상업이라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전적으로 봉토(fiefdom)에 대한 정치적 지배에 의거한 것이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국가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는 자신을 나라의 상태 즉 사회 전체의 상태state와 분명히 분리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 국가는 정치권력인 국가와 경제권력인 자본의 제도적 분리 그리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분리를 그 특징으로 한다 왜냐하면 근대 세계에서 국가는 자신과 사적인 것과의 구별을 계속 재생산함으로써 독자성을 가진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기본적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에는 이것이 분리되는데 이러한 국가 안에는 여러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각축을 벌인다 여기에서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 도출된다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란 국가가 자본주의적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해 지배계급에 반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국가 안의 세력들을 조율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니코스 풀란차스 Nicos Poulantzas가 말했듯이 국가란 ldquo세력관계의 물질적 응축rdquo인 것이다 근대 국가의 친자본주의적 성격과 그 내용은 결코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중요한 동인은 경제적이며 제국주의적 국제관계 즉 제국주의 국가의 국제적 헤게모니는 lsquo국가의 국제화rsquo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 반 데어 페일van der Pijl은 영국 명예혁명의 결과 형성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 및 자유주의적인 시민사회의 국가에 대한 우위를 영국철학자의 이름을 따서 로크적 국가-사회 복합체Lockean state-society complex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이 관계는 이민과 식민화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초국적 엘리트로 구성된 시민사회와 전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보호하는 일군의 국가로 이뤄진 lsquo로크적 심장지대rsquoLockean heartland를 출현시켰다 반면 이와 경쟁하던 국가와 경제의 제도적 분리는 유예되고 자본가계급과 통치계급이 융합된 국가계급이 지배하던 홉스적 국가들Hobbesian states(독일 러시아 등)은 제2차대전과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이 심장지대로 흡수되고 말았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세력들 간의 관계도 국가들 간의 물질적이다 따라서 한 계급에서도 도모하는 바에 따라서 여러 분파로 나뉜다 같은 자본가 계급이라 하더라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와 중소기업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가 다르듯이 말이다

자본주의 국가 자본의 이익 부르주아의 지배

밥 제솝이라는 영국의 사회학자가 있다 이 사람은 국가론에 대해 깊이 연구했는데 주로 안토니오 그람시의 역사적 블록 형성과정에서 국가가 맡는 영향력에 대해 해명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가 ltlt전략관계적 국가이론gtgt(한울)이라는 저서에 담겨있다 이 책의 챕터 5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자본과 국가의 관계는 크게 보아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의 국가는 앞서 말했듯이 상대적 자율성을 지닌 국가이다 여러 세력들이 국가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기에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이며 자본주의와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① 도구주의적 접근 ltlt공산당 선언gtgt의 접근법이다 경제가 사회를 장악하고 그것을 보장받기 위해 국가를 지배한다는 입장이다② 구조주의적 접근 자본이 국가를 지배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 유보한다 다만 국가가 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취할시에는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힘은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③ 형태결정적 접근 형태라는 말은 이데올로기적 계급지배와 결합된 국가지배장치를 말하는데 예컨대 국가제도나 관료제를 들 수 있다 형태경정적 접근은 관료제 같은 국가기구에 의한 정책집행과정이 자본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도구주의적 접근과 유사하나 도구주의적 접근은 자본과 국가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보는 반면에 형태결정적 접근은 우연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을 갖는다 ④ 전략관계적 접근 이것이 밥 제솝의 접근법이다 쉽게 말하면 앞서 말한 것들을 두루 헤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정치적 대표와 국가형태에 대해 살펴보겠다

① 자본주의 경제의 가치형태와 자본주의적 국가 형태의 관계 자본의 축적전략과 국가의 조절전략을 말한다② 국가의 형식적 측면 국가기구③ 국가의 실질적 측면 국가권력의 토대 - 국가 프로젝트 국가권력의 지지층 ndash

현대국가는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자본주의를 경제체제로 삼아 운영된다 그런데 경제체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는 철저히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축적전략이 비민주적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대국가는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긴장관계 속에 있는 셈이다 때문에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양자에 대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최근에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이것인데 한국이 자유주의에로 과도하게 경도되고 있으니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자본주의적 이익과 국가형태이다

① 후견주의 쉽게 말하면 국가가 기업에게 정치자금 받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국가가 자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받는 대신에 기업에게 이익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② 조합주의 특정한 직능집단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③ 의회주의 의회를 통하여 사회변혁을 일으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것들을 논한 다음에 밥 제솝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정리한다

- 축적전략과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에 주목할 것- 축적전략과 국가체계 내에서의 표출양상 양자를 이어주는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할 것- 국가체계 내외부의 구조적 제약 및 사회적 저항에 관심을 가질 것

밥 제솝의 결론은 축적전략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솝의 탁월한 점은 국가 내의 여러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다툼을 벌일 때 그것을 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홍제동에는 총 4개의 동이 있고 1동부터 3동까지 빨간벽독파 부지깽이파 연탄재파가 각각 지배하고 있다 4동은 아직 특정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태라면 어느 파가 4동을 지배권 하에 넣느냐에 따라 홍제동의 헤게모니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결정된다 그런데 한 파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헤게모니 쟁취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각 파간의 합종연횡이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이 권력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려면 각 파가 어떠한 관계 속에서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 이것이 제솝의 관점이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그때그때 다르므로 그때그때 신경 써서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 강의에는 애덤 스미스를 공부한다 교재를 잠시 소개하겠다 첫번째는 DD 라파엘이라는 사람이 쓴 ltlt애덤 스미스gtgt(시공사)라는 책이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순전히 저자 때문이다 DD 라파엘은 우파정치철학 연구의 거두이다 대표작으로 ltlt정치철학의 문제들gtgt(서광사)라는 책이 있는데 우파정치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서로 통한다 주교재로 쓸 것은 아니나 강의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 책을 모태로 삼을 것이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으니 한번씩 읽어보기 바란다

두번째는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ltlt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gtgt(민음사)이다 주교재이므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은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이 제일 좋으나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정으로 이 책을 선정하였다 경제사상의 고전이라 불리는 저작들에서 인용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다이제스트라 비전공자가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어서] 5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5강 아담 스미스 사상 개요

복습

지난 시간에 한 얘기들을 복습하겠다 기왕에 배운 것이니 현실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요즈음 이명박이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고 수군댄다 어떤 이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하고 다른 이는 되면 안 된다라고 말 하기도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때까지 헛배운 것이다 이런 식의 말들은 단순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배운 것을 가지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시간에 자본주의 국가를 분석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공부해 보았다 국가 프로젝트 헤게모니 프로젝트 축적전략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현재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민사회를 국가에로 끌어들이는 헤게모니 프로젝트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 프로젝트 역시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정권 초에 나왔던 동북아 허브 외에는 없었다 국가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사회가 어떻게 시민사회를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는 질문에는 명바기가 과연 어떠한 헤게모니 프로젝트와 국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느냐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에는 4가지를 들 수 있다

1 경제적 기능 자본주의적 가치증식조건을 보장한다-gt 중앙은행의 통화안정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 국가가 비시장적(정치)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을 알 수 있다2 사회적 기능 노동력 재생산-gt 자본주의는 자연력에 최대한 기대지 않으려는 체제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력을 인위적인 것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결코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력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력으로부터 이윤이 발생하므로 국가가 이를 조정해줘야 한다3 정치적 기능 경제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조정하는 기능-gt 이것을 하는 방법에는 첫째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둘째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에도 전경련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정치적 조정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4 조정양식 123을 이념적으로 조정하는 것 곧 국가 프로젝트

이상의 기능들은 중요도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말하자면 1과 2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과 2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만 따져보아도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온존시키기 위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국가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것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직을 분석하는 데도 상당히 유용하다 가령 어떤 이가 회사에 다니는데 그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를 분석해 본다 치자 회사가 투입한 자본의 이윤을 끌어내기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경제적 기능) 그리고 회사가 효율성있는 인력관리를 하고 있는지(사회적 기능)만 살펴보아도 그 회사의 대강이 잡힐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단순히 부르주아의 위원회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의 사상 개요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곤 한다 그런데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경제학이 독립된 학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미스는 무엇을 공부한 학자였을까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레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담당교수였다 따라서 스미스의 사상을 공부하려면 그가 도덕철학을 연구했다는 데서 출발하여야만 한다

한국인들은 도덕하면 뭔가 숭고한 것을 연상하는데 서양에서의 도덕철학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도덕철학은 영어로 moral philosophy 라 하는데 여기서 moral(sitte)은 습속이란 뜻을 지닌다 다시 말해서 당대 인간들의 대체적인 행동양식 정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도덕철학을 오늘날의 사회심리학 정도로 생각하는 되겠다

스미스는 홉스 로크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위시한 고전철학을 철저히 배격했다 고대에는 자연이라는

일정한 준칙이 있고 인간은 그것을 따라가야 했다 루카치가 말하듯이 별이 빛나는 창공이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인 시대였던 것이다 근대에는 그러한 것들이 탈주술화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에 진리값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매킨타이어가 근대를 after virtue라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스미스가 구상했던 사회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된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스미스가 홉스와 로크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는 홉스와 로크는 물론이요 밀 벌린 등 영국 공리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홉스와 로크는 주로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하여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면 스미스는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유의 문제를 해명하려 한 것이다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작에는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이 있다 전자는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다루고 후자는 경제적 자유를 다룬다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의 핵심키워드는 동감sympathy과 분업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즉 free and equal한 것이다 이것이 자연권이다 그런데 자연권이 무한대로 발현되어 버리면 home Lufus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것은 홉스가 말한 전쟁 상태인 자연 상태를 가리킨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동감이다 - 홉스는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보았다 - 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 안에 이른바 공정한 관찰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다 - 그런 까닭에 스미스 사상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 스미스에게 있어서 동감은 사회적 유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superego와 비슷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공감이 일어나므로 외부에서 뭔가 간섭하면 안 된다 여기서 다시 영국식 자유주의 전통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가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스미스의 설명을 시장에 적용시켜 보면 오늘날의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있어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까지도 교환되는 장소인 것이다

시장은 스미스에게 있어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은 동감하여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유대 속에서 시장이 운영되는 것이고 그 시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하듯 분업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제 스미스의 시장개념을 스미스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하이에크의 시장개념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은 내가 정리한 Hayek의 시장개념이라는 글이다

Hayek에 있어 시장의 의미는 그가 제시한 catallaxy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이 개념을 전통적인 용어인 경제 economy에 대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는 인간의 여러 목적들이 하나의 통일된 질서에 이바지하도록 주어진 자원을 조직하거나 이리저리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하나의 견해가 전제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원의 사용이 규정되는 하나의 일관적인 결정 체계가 경제인 것이다 여기서 Hayek가 경제의 핵심적인 규정으로 삼는 것은 통일된 질서를 만들어내는 목적론적인 행위이다 이에 반해서 catallaxy -- 이 말은 그리스어 katallatein(바꾸다)에서 나왔다 -- 는 자발적 시장 질서이므로 여러 목적을 하나의 위계질서에 따라 배열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발적 시장 질서 -gt 고전적 의미에서의 자유주의적 시장개념

자발적 체제인 catallaxy에 가담한 각각의 개인들은 각자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으므로 특정한 결과가 부당한지 혹은 정당한지도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Hayek는 분배(distribution)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살포(dispersion)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결과가 각자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을 기초로 하는 사회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들의 비중을 규정하는 단일한 척도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에 대한 어떤 특정한 견해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사회관이다 복거일이 이 부분을 가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하이에크의 이러한 언술은 경제학적인 정의가 아니라 정치철학적인 정의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Hayek의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고유한 견해 및 그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체제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즉 catallaxy로서의 시장이라는 개념은 독자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관과 사회이론과 맞물려 돌아갈 때에만 의미있는 것이다 Hayek는 이른바 전통적 자유주의의 인간관을 받아들인다 그것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의 무한한 다양성은 인간의 가장 독특한 점이며 그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으므로 만약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평등이라 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는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 즉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공교육을 부정하는 근거가 여기에서 도출된다 불평등은 그대로 두어야 되는 것이라 본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재현시킨 것이 유에스이다

사람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현실적 불평등을 인정한 뒤 Hayek는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이성능력을 가진 인간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집단에 의도적인 조직이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Hayek는 정부의 강제적 행위는 보편적인 규칙의 집행에 그쳐야 하고 그 집행 목적을 위해 위임받는 권력을 발동하여 다른 공익을 실현힐 수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런 까닭에 그러한 행위들은 부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 -gt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이다

Hayek의 이 두가지 전제 즉 인간은 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집단에는 자발적 질서가 있다는 것을 경제활동에 적용하며 앞서 말한 catallaxy 개념이 얻어진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불평등하며 그러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 자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오히려 소득과 지위상의 몰락을 가져온다해도 이는 그 어떤 의도적인 계획의 소산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하며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Hayek가 이처럼 자발적 질서로서의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의 우월함이 인식론적 통찰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수히 많은 개인과 조직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이처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점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미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고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완전한 지식을 각자의 목적에 걸맞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발견적 수단으로서의 경쟁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사회는 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 나감으로써 항상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의미지평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어느 것에 대입해 보아도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한국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다면 아마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한다 자유주의는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는 데 그 배경에는 학문의 시장화라는 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 놓여졌을 때 시장에서 그 이론이 적합치 못하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장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모두들 알다시피 시장의 본래 뜻은 상품이 교환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의미의 시장은 오래 전부터도 드문드문 존재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5일장은 이런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이런 일상적인 의미의 시장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거의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행위가 일반화되면서 즉 이른바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에 여러 가지 다른 관념들이 덧붙여졌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장의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확장시켰으며 시장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가리키게 하였다 특히 이렇게 다른 관념들과 결합된 시장이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가르게 된다

근대적인 시장경제 -gt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큰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최소규정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사회분업 및 그에 따른 교환을 전제로 하여 생성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전문화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 Adam Smith는 핀의 제조공정을 분할하여 노동자가 각 단계의 단순화된 노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핀을 제조할 수 있음을 그리고 고전파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는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교환 당사자들의 부가 모두 증가하는 비교우위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분업 특히 공장 내의 분업이 아닌 사회내의 분업은 자연히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자들간에 일반적으로 교환되어야 필요를 발생시켰다 교환은 농경사회의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처럼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여러분이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여러분의 가정에서 스스로 생산한 것은 식사나 빨래 정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은 물으나 마나 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은 필요조건이자 전제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반드시 시장에 의해 매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대기업을 경계했다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많을 때 제대로 된 경쟁이 유발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째 시장은 단순히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특수한 방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장교환을 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매기는 척도이다 이렇게 값을 매김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13: Right Wing

둘째 근대 국가는 경찰과 상비군이라는 정당한 물리력을 독점하고 있다 원리상 근대 국가에 이 물리력에 도전할 수 있는 물리력을 가진 집단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물리력의 독점이 아니다 사실 국가는 물리력을 완전히 독점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면 조직폭력집단 또한 물리력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것은 lsquo정당한rsquo 물리력이다 이 물리력의 정당성이 그것을 더욱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앞으로 보겠지만 정당성은 법적 사회적으로 도출된다

셋째 비록 베버가 자신의 정의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심도 있게 논한 근대 국가의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전문관료제이다 이것은 근대 국가가 하나의 합리적 집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국가의 합리성은 때로 매우 추상적인 수준에서 국가건설 국가보존 국가권력의 적절한 수단에 대한 지식을 가리킨 국가이성raison drsquoeacutetat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수준에 있는 국가 관료집단의 합리성은 관료제적 합리성과 통치적 합리성governmentality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는 베버가 지적한 것으로 일 처리의 규칙 절차 및 전문지식 공식화된 문건에 따른 몰인격(沒人格)적인 특성을 가리킨다 후자는 푸코Michel Foucault가 지적한 것으로 특히 영토 내의 인구 부 자원 재화 문화 관습 등이 특정한 방향들로 발전하고 특정한 결과들을 낳을 수 있게끔 통치govern하려는 전문지식의 특성을 가리킨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 국가는 정부government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지식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 하나는 국가의 상태state에 대한 지식 즉 국민 개개인에 대한 일정한 수준의 정보(및 감시)를 포함한 통계적 지식statistics의 축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국가정책을 통해서 표현되는 이러한 국가의 합리적 특성은 근대 이전의 국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넷째 영토에 대한 지배 정당한 물리력의 독점 전문관료제는 근대 국가가 영토내의 모든 곳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다 즉 중심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국경을 엄격히 통제할 수 있게 한다 즉 근대국가는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인 공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지배의 특성에 대응하는 법적 관념은 어떤 지배자나 국가도 특정한 영토와 국민에 대한 최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유럽의 중세와 달리 근대 국가가 영토 내의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권위이자 최고권력인 주권을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관료제적 합리성의 몰인격성에서도 보이듯이 근대 국가는 몰인격적인 질서로서 법치국가Rechtstaat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근대 국가의 모든 권력은 통치자 개인의 사적 권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고의 권위인 주권권력도 법적으로 제한을 받는 몰인격적이고 추상적인 권위로서 통치자 및 사회의 피지배자의 사유재산과 신분 등과 같은 개별적 특성과 분리된다 이것은 군주 개인이 인간 법의 궁극적인 원천으로서 주권을 가지고 있다며 지배를 정당화하였던 유럽의 절대주의 국가와 대조된다 물론 이것은 근대 국가가 중립적이거나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이다 518 광주 학살 같은 경우는 편파적이고 불법적인 대표적 사례이다 그러나 통치자의 말이 곧 법이 되지 않고 국가가 lsquo불법rsquo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이미 근대 국가가 몰인격적인 법적 질서 속에서 이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 국가는 기본적으로 경제 및 사회와 제도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표상되고 구성된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중세 유럽에서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가 존재하지 않았고 경제적 부의 사적인 축적은 상업이라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전적으로 봉토(fiefdom)에 대한 정치적 지배에 의거한 것이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국가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는 자신을 나라의 상태 즉 사회 전체의 상태state와 분명히 분리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 국가는 정치권력인 국가와 경제권력인 자본의 제도적 분리 그리고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분리를 그 특징으로 한다 왜냐하면 근대 세계에서 국가는 자신과 사적인 것과의 구별을 계속 재생산함으로써 독자성을 가진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기본적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근대에는 이것이 분리되는데 이러한 국가 안에는 여러 세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각축을 벌인다 여기에서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 도출된다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이란 국가가 자본주의적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해 지배계급에 반하는 정책을 실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하면 국가 안의 세력들을 조율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니코스 풀란차스 Nicos Poulantzas가 말했듯이 국가란 ldquo세력관계의 물질적 응축rdquo인 것이다 근대 국가의 친자본주의적 성격과 그 내용은 결코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중요한 동인은 경제적이며 제국주의적 국제관계 즉 제국주의 국가의 국제적 헤게모니는 lsquo국가의 국제화rsquo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 반 데어 페일van der Pijl은 영국 명예혁명의 결과 형성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제도적 분리 및 자유주의적인 시민사회의 국가에 대한 우위를 영국철학자의 이름을 따서 로크적 국가-사회 복합체Lockean state-society complex라고 부른다 그에 따르면 이 관계는 이민과 식민화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초국적 엘리트로 구성된 시민사회와 전세계적 수준에서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보호하는 일군의 국가로 이뤄진 lsquo로크적 심장지대rsquoLockean heartland를 출현시켰다 반면 이와 경쟁하던 국가와 경제의 제도적 분리는 유예되고 자본가계급과 통치계급이 융합된 국가계급이 지배하던 홉스적 국가들Hobbesian states(독일 러시아 등)은 제2차대전과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이 심장지대로 흡수되고 말았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세력들 간의 관계도 국가들 간의 물질적이다 따라서 한 계급에서도 도모하는 바에 따라서 여러 분파로 나뉜다 같은 자본가 계급이라 하더라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와 중소기업연합회가 대변하는 자본가가 다르듯이 말이다

자본주의 국가 자본의 이익 부르주아의 지배

밥 제솝이라는 영국의 사회학자가 있다 이 사람은 국가론에 대해 깊이 연구했는데 주로 안토니오 그람시의 역사적 블록 형성과정에서 국가가 맡는 영향력에 대해 해명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가 ltlt전략관계적 국가이론gtgt(한울)이라는 저서에 담겨있다 이 책의 챕터 5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자본과 국가의 관계는 크게 보아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의 국가는 앞서 말했듯이 상대적 자율성을 지닌 국가이다 여러 세력들이 국가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기에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이며 자본주의와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① 도구주의적 접근 ltlt공산당 선언gtgt의 접근법이다 경제가 사회를 장악하고 그것을 보장받기 위해 국가를 지배한다는 입장이다② 구조주의적 접근 자본이 국가를 지배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 유보한다 다만 국가가 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취할시에는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힘은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③ 형태결정적 접근 형태라는 말은 이데올로기적 계급지배와 결합된 국가지배장치를 말하는데 예컨대 국가제도나 관료제를 들 수 있다 형태경정적 접근은 관료제 같은 국가기구에 의한 정책집행과정이 자본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도구주의적 접근과 유사하나 도구주의적 접근은 자본과 국가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보는 반면에 형태결정적 접근은 우연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을 갖는다 ④ 전략관계적 접근 이것이 밥 제솝의 접근법이다 쉽게 말하면 앞서 말한 것들을 두루 헤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정치적 대표와 국가형태에 대해 살펴보겠다

① 자본주의 경제의 가치형태와 자본주의적 국가 형태의 관계 자본의 축적전략과 국가의 조절전략을 말한다② 국가의 형식적 측면 국가기구③ 국가의 실질적 측면 국가권력의 토대 - 국가 프로젝트 국가권력의 지지층 ndash

현대국가는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자본주의를 경제체제로 삼아 운영된다 그런데 경제체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는 철저히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축적전략이 비민주적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대국가는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긴장관계 속에 있는 셈이다 때문에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양자에 대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최근에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이것인데 한국이 자유주의에로 과도하게 경도되고 있으니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자본주의적 이익과 국가형태이다

① 후견주의 쉽게 말하면 국가가 기업에게 정치자금 받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국가가 자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받는 대신에 기업에게 이익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② 조합주의 특정한 직능집단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③ 의회주의 의회를 통하여 사회변혁을 일으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것들을 논한 다음에 밥 제솝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정리한다

- 축적전략과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에 주목할 것- 축적전략과 국가체계 내에서의 표출양상 양자를 이어주는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할 것- 국가체계 내외부의 구조적 제약 및 사회적 저항에 관심을 가질 것

밥 제솝의 결론은 축적전략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솝의 탁월한 점은 국가 내의 여러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다툼을 벌일 때 그것을 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홍제동에는 총 4개의 동이 있고 1동부터 3동까지 빨간벽독파 부지깽이파 연탄재파가 각각 지배하고 있다 4동은 아직 특정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태라면 어느 파가 4동을 지배권 하에 넣느냐에 따라 홍제동의 헤게모니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결정된다 그런데 한 파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헤게모니 쟁취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각 파간의 합종연횡이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이 권력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려면 각 파가 어떠한 관계 속에서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 이것이 제솝의 관점이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그때그때 다르므로 그때그때 신경 써서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 강의에는 애덤 스미스를 공부한다 교재를 잠시 소개하겠다 첫번째는 DD 라파엘이라는 사람이 쓴 ltlt애덤 스미스gtgt(시공사)라는 책이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순전히 저자 때문이다 DD 라파엘은 우파정치철학 연구의 거두이다 대표작으로 ltlt정치철학의 문제들gtgt(서광사)라는 책이 있는데 우파정치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서로 통한다 주교재로 쓸 것은 아니나 강의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 책을 모태로 삼을 것이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으니 한번씩 읽어보기 바란다

두번째는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ltlt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gtgt(민음사)이다 주교재이므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은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이 제일 좋으나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정으로 이 책을 선정하였다 경제사상의 고전이라 불리는 저작들에서 인용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다이제스트라 비전공자가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어서] 5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5강 아담 스미스 사상 개요

복습

지난 시간에 한 얘기들을 복습하겠다 기왕에 배운 것이니 현실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요즈음 이명박이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고 수군댄다 어떤 이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하고 다른 이는 되면 안 된다라고 말 하기도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때까지 헛배운 것이다 이런 식의 말들은 단순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배운 것을 가지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시간에 자본주의 국가를 분석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공부해 보았다 국가 프로젝트 헤게모니 프로젝트 축적전략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현재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민사회를 국가에로 끌어들이는 헤게모니 프로젝트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 프로젝트 역시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정권 초에 나왔던 동북아 허브 외에는 없었다 국가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사회가 어떻게 시민사회를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는 질문에는 명바기가 과연 어떠한 헤게모니 프로젝트와 국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느냐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에는 4가지를 들 수 있다

1 경제적 기능 자본주의적 가치증식조건을 보장한다-gt 중앙은행의 통화안정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 국가가 비시장적(정치)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을 알 수 있다2 사회적 기능 노동력 재생산-gt 자본주의는 자연력에 최대한 기대지 않으려는 체제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력을 인위적인 것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결코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력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력으로부터 이윤이 발생하므로 국가가 이를 조정해줘야 한다3 정치적 기능 경제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조정하는 기능-gt 이것을 하는 방법에는 첫째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둘째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에도 전경련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정치적 조정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4 조정양식 123을 이념적으로 조정하는 것 곧 국가 프로젝트

이상의 기능들은 중요도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말하자면 1과 2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과 2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만 따져보아도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온존시키기 위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국가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것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직을 분석하는 데도 상당히 유용하다 가령 어떤 이가 회사에 다니는데 그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를 분석해 본다 치자 회사가 투입한 자본의 이윤을 끌어내기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경제적 기능) 그리고 회사가 효율성있는 인력관리를 하고 있는지(사회적 기능)만 살펴보아도 그 회사의 대강이 잡힐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단순히 부르주아의 위원회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의 사상 개요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곤 한다 그런데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경제학이 독립된 학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미스는 무엇을 공부한 학자였을까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레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담당교수였다 따라서 스미스의 사상을 공부하려면 그가 도덕철학을 연구했다는 데서 출발하여야만 한다

한국인들은 도덕하면 뭔가 숭고한 것을 연상하는데 서양에서의 도덕철학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도덕철학은 영어로 moral philosophy 라 하는데 여기서 moral(sitte)은 습속이란 뜻을 지닌다 다시 말해서 당대 인간들의 대체적인 행동양식 정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도덕철학을 오늘날의 사회심리학 정도로 생각하는 되겠다

스미스는 홉스 로크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위시한 고전철학을 철저히 배격했다 고대에는 자연이라는

일정한 준칙이 있고 인간은 그것을 따라가야 했다 루카치가 말하듯이 별이 빛나는 창공이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인 시대였던 것이다 근대에는 그러한 것들이 탈주술화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에 진리값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매킨타이어가 근대를 after virtue라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스미스가 구상했던 사회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된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스미스가 홉스와 로크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는 홉스와 로크는 물론이요 밀 벌린 등 영국 공리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홉스와 로크는 주로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하여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면 스미스는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유의 문제를 해명하려 한 것이다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작에는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이 있다 전자는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다루고 후자는 경제적 자유를 다룬다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의 핵심키워드는 동감sympathy과 분업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즉 free and equal한 것이다 이것이 자연권이다 그런데 자연권이 무한대로 발현되어 버리면 home Lufus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것은 홉스가 말한 전쟁 상태인 자연 상태를 가리킨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동감이다 - 홉스는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보았다 - 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 안에 이른바 공정한 관찰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다 - 그런 까닭에 스미스 사상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 스미스에게 있어서 동감은 사회적 유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superego와 비슷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공감이 일어나므로 외부에서 뭔가 간섭하면 안 된다 여기서 다시 영국식 자유주의 전통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가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스미스의 설명을 시장에 적용시켜 보면 오늘날의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있어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까지도 교환되는 장소인 것이다

시장은 스미스에게 있어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은 동감하여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유대 속에서 시장이 운영되는 것이고 그 시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하듯 분업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제 스미스의 시장개념을 스미스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하이에크의 시장개념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은 내가 정리한 Hayek의 시장개념이라는 글이다

Hayek에 있어 시장의 의미는 그가 제시한 catallaxy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이 개념을 전통적인 용어인 경제 economy에 대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는 인간의 여러 목적들이 하나의 통일된 질서에 이바지하도록 주어진 자원을 조직하거나 이리저리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하나의 견해가 전제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원의 사용이 규정되는 하나의 일관적인 결정 체계가 경제인 것이다 여기서 Hayek가 경제의 핵심적인 규정으로 삼는 것은 통일된 질서를 만들어내는 목적론적인 행위이다 이에 반해서 catallaxy -- 이 말은 그리스어 katallatein(바꾸다)에서 나왔다 -- 는 자발적 시장 질서이므로 여러 목적을 하나의 위계질서에 따라 배열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발적 시장 질서 -gt 고전적 의미에서의 자유주의적 시장개념

자발적 체제인 catallaxy에 가담한 각각의 개인들은 각자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으므로 특정한 결과가 부당한지 혹은 정당한지도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Hayek는 분배(distribution)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살포(dispersion)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결과가 각자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을 기초로 하는 사회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들의 비중을 규정하는 단일한 척도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에 대한 어떤 특정한 견해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사회관이다 복거일이 이 부분을 가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하이에크의 이러한 언술은 경제학적인 정의가 아니라 정치철학적인 정의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Hayek의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고유한 견해 및 그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체제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즉 catallaxy로서의 시장이라는 개념은 독자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관과 사회이론과 맞물려 돌아갈 때에만 의미있는 것이다 Hayek는 이른바 전통적 자유주의의 인간관을 받아들인다 그것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의 무한한 다양성은 인간의 가장 독특한 점이며 그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으므로 만약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평등이라 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는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 즉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공교육을 부정하는 근거가 여기에서 도출된다 불평등은 그대로 두어야 되는 것이라 본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재현시킨 것이 유에스이다

사람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현실적 불평등을 인정한 뒤 Hayek는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이성능력을 가진 인간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집단에 의도적인 조직이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Hayek는 정부의 강제적 행위는 보편적인 규칙의 집행에 그쳐야 하고 그 집행 목적을 위해 위임받는 권력을 발동하여 다른 공익을 실현힐 수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런 까닭에 그러한 행위들은 부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 -gt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이다

Hayek의 이 두가지 전제 즉 인간은 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집단에는 자발적 질서가 있다는 것을 경제활동에 적용하며 앞서 말한 catallaxy 개념이 얻어진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불평등하며 그러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 자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오히려 소득과 지위상의 몰락을 가져온다해도 이는 그 어떤 의도적인 계획의 소산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하며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Hayek가 이처럼 자발적 질서로서의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의 우월함이 인식론적 통찰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수히 많은 개인과 조직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이처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점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미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고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완전한 지식을 각자의 목적에 걸맞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발견적 수단으로서의 경쟁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사회는 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 나감으로써 항상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의미지평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어느 것에 대입해 보아도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한국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다면 아마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한다 자유주의는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는 데 그 배경에는 학문의 시장화라는 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 놓여졌을 때 시장에서 그 이론이 적합치 못하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장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모두들 알다시피 시장의 본래 뜻은 상품이 교환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의미의 시장은 오래 전부터도 드문드문 존재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5일장은 이런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이런 일상적인 의미의 시장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거의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행위가 일반화되면서 즉 이른바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에 여러 가지 다른 관념들이 덧붙여졌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장의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확장시켰으며 시장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가리키게 하였다 특히 이렇게 다른 관념들과 결합된 시장이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가르게 된다

근대적인 시장경제 -gt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큰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최소규정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사회분업 및 그에 따른 교환을 전제로 하여 생성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전문화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 Adam Smith는 핀의 제조공정을 분할하여 노동자가 각 단계의 단순화된 노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핀을 제조할 수 있음을 그리고 고전파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는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교환 당사자들의 부가 모두 증가하는 비교우위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분업 특히 공장 내의 분업이 아닌 사회내의 분업은 자연히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자들간에 일반적으로 교환되어야 필요를 발생시켰다 교환은 농경사회의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처럼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여러분이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여러분의 가정에서 스스로 생산한 것은 식사나 빨래 정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은 물으나 마나 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은 필요조건이자 전제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반드시 시장에 의해 매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대기업을 경계했다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많을 때 제대로 된 경쟁이 유발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째 시장은 단순히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특수한 방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장교환을 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매기는 척도이다 이렇게 값을 매김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14: Right Wing

자본주의 국가 자본의 이익 부르주아의 지배

밥 제솝이라는 영국의 사회학자가 있다 이 사람은 국가론에 대해 깊이 연구했는데 주로 안토니오 그람시의 역사적 블록 형성과정에서 국가가 맡는 영향력에 대해 해명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가 ltlt전략관계적 국가이론gtgt(한울)이라는 저서에 담겨있다 이 책의 챕터 5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다

자본과 국가의 관계는 크게 보아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의 국가는 앞서 말했듯이 상대적 자율성을 지닌 국가이다 여러 세력들이 국가 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기에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이며 자본주의와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① 도구주의적 접근 ltlt공산당 선언gtgt의 접근법이다 경제가 사회를 장악하고 그것을 보장받기 위해 국가를 지배한다는 입장이다② 구조주의적 접근 자본이 국가를 지배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단 유보한다 다만 국가가 자본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취할시에는 그것을 무력화시키는 힘은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③ 형태결정적 접근 형태라는 말은 이데올로기적 계급지배와 결합된 국가지배장치를 말하는데 예컨대 국가제도나 관료제를 들 수 있다 형태경정적 접근은 관료제 같은 국가기구에 의한 정책집행과정이 자본에 유리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도구주의적 접근과 유사하나 도구주의적 접근은 자본과 국가의 관계를 필연적으로 보는 반면에 형태결정적 접근은 우연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을 갖는다 ④ 전략관계적 접근 이것이 밥 제솝의 접근법이다 쉽게 말하면 앞서 말한 것들을 두루 헤아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정치적 대표와 국가형태에 대해 살펴보겠다

① 자본주의 경제의 가치형태와 자본주의적 국가 형태의 관계 자본의 축적전략과 국가의 조절전략을 말한다② 국가의 형식적 측면 국가기구③ 국가의 실질적 측면 국가권력의 토대 - 국가 프로젝트 국가권력의 지지층 ndash

현대국가는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체제로 자본주의를 경제체제로 삼아 운영된다 그런데 경제체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는 철저히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축적전략이 비민주적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대국가는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긴장관계 속에 있는 셈이다 때문에 국가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양자에 대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최근에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이것인데 한국이 자유주의에로 과도하게 경도되고 있으니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자본주의적 이익과 국가형태이다

① 후견주의 쉽게 말하면 국가가 기업에게 정치자금 받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국가가 자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받는 대신에 기업에게 이익권을 주는 것을 말한다② 조합주의 특정한 직능집단에게 대표성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③ 의회주의 의회를 통하여 사회변혁을 일으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것들을 논한 다음에 밥 제솝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정리한다

- 축적전략과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에 주목할 것- 축적전략과 국가체계 내에서의 표출양상 양자를 이어주는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할 것- 국가체계 내외부의 구조적 제약 및 사회적 저항에 관심을 가질 것

밥 제솝의 결론은 축적전략 자본가 계급 내의 헤게모니 획득 관계 헤게모니 프로젝트를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솝의 탁월한 점은 국가 내의 여러 세력들이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다툼을 벌일 때 그것을 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홍제동에는 총 4개의 동이 있고 1동부터 3동까지 빨간벽독파 부지깽이파 연탄재파가 각각 지배하고 있다 4동은 아직 특정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태라면 어느 파가 4동을 지배권 하에 넣느냐에 따라 홍제동의 헤게모니가 누구에게 돌아갈지 결정된다 그런데 한 파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지 못하므로 헤게모니 쟁취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각 파간의 합종연횡이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이 권력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이뤄지려면 각 파가 어떠한 관계 속에서 어떠한 전략을 선택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 이것이 제솝의 관점이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가와 자본의 관계는 그때그때 다르므로 그때그때 신경 써서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 강의에는 애덤 스미스를 공부한다 교재를 잠시 소개하겠다 첫번째는 DD 라파엘이라는 사람이 쓴 ltlt애덤 스미스gtgt(시공사)라는 책이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순전히 저자 때문이다 DD 라파엘은 우파정치철학 연구의 거두이다 대표작으로 ltlt정치철학의 문제들gtgt(서광사)라는 책이 있는데 우파정치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서로 통한다 주교재로 쓸 것은 아니나 강의의 기본적인 흐름은 이 책을 모태로 삼을 것이다 책의 분량이 많지 않으니 한번씩 읽어보기 바란다

두번째는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ltlt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gtgt(민음사)이다 주교재이므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은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이 제일 좋으나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정으로 이 책을 선정하였다 경제사상의 고전이라 불리는 저작들에서 인용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다이제스트라 비전공자가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어서] 5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5강 아담 스미스 사상 개요

복습

지난 시간에 한 얘기들을 복습하겠다 기왕에 배운 것이니 현실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요즈음 이명박이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고 수군댄다 어떤 이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하고 다른 이는 되면 안 된다라고 말 하기도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때까지 헛배운 것이다 이런 식의 말들은 단순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배운 것을 가지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시간에 자본주의 국가를 분석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공부해 보았다 국가 프로젝트 헤게모니 프로젝트 축적전략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현재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민사회를 국가에로 끌어들이는 헤게모니 프로젝트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 프로젝트 역시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정권 초에 나왔던 동북아 허브 외에는 없었다 국가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사회가 어떻게 시민사회를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는 질문에는 명바기가 과연 어떠한 헤게모니 프로젝트와 국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느냐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에는 4가지를 들 수 있다

1 경제적 기능 자본주의적 가치증식조건을 보장한다-gt 중앙은행의 통화안정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 국가가 비시장적(정치)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을 알 수 있다2 사회적 기능 노동력 재생산-gt 자본주의는 자연력에 최대한 기대지 않으려는 체제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력을 인위적인 것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결코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력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력으로부터 이윤이 발생하므로 국가가 이를 조정해줘야 한다3 정치적 기능 경제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조정하는 기능-gt 이것을 하는 방법에는 첫째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둘째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에도 전경련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정치적 조정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4 조정양식 123을 이념적으로 조정하는 것 곧 국가 프로젝트

이상의 기능들은 중요도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말하자면 1과 2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과 2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만 따져보아도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온존시키기 위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국가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것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직을 분석하는 데도 상당히 유용하다 가령 어떤 이가 회사에 다니는데 그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를 분석해 본다 치자 회사가 투입한 자본의 이윤을 끌어내기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경제적 기능) 그리고 회사가 효율성있는 인력관리를 하고 있는지(사회적 기능)만 살펴보아도 그 회사의 대강이 잡힐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단순히 부르주아의 위원회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의 사상 개요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곤 한다 그런데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경제학이 독립된 학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미스는 무엇을 공부한 학자였을까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레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담당교수였다 따라서 스미스의 사상을 공부하려면 그가 도덕철학을 연구했다는 데서 출발하여야만 한다

한국인들은 도덕하면 뭔가 숭고한 것을 연상하는데 서양에서의 도덕철학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도덕철학은 영어로 moral philosophy 라 하는데 여기서 moral(sitte)은 습속이란 뜻을 지닌다 다시 말해서 당대 인간들의 대체적인 행동양식 정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도덕철학을 오늘날의 사회심리학 정도로 생각하는 되겠다

스미스는 홉스 로크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위시한 고전철학을 철저히 배격했다 고대에는 자연이라는

일정한 준칙이 있고 인간은 그것을 따라가야 했다 루카치가 말하듯이 별이 빛나는 창공이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인 시대였던 것이다 근대에는 그러한 것들이 탈주술화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에 진리값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매킨타이어가 근대를 after virtue라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스미스가 구상했던 사회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된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스미스가 홉스와 로크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는 홉스와 로크는 물론이요 밀 벌린 등 영국 공리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홉스와 로크는 주로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하여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면 스미스는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유의 문제를 해명하려 한 것이다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작에는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이 있다 전자는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다루고 후자는 경제적 자유를 다룬다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의 핵심키워드는 동감sympathy과 분업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즉 free and equal한 것이다 이것이 자연권이다 그런데 자연권이 무한대로 발현되어 버리면 home Lufus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것은 홉스가 말한 전쟁 상태인 자연 상태를 가리킨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동감이다 - 홉스는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보았다 - 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 안에 이른바 공정한 관찰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다 - 그런 까닭에 스미스 사상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 스미스에게 있어서 동감은 사회적 유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superego와 비슷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공감이 일어나므로 외부에서 뭔가 간섭하면 안 된다 여기서 다시 영국식 자유주의 전통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가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스미스의 설명을 시장에 적용시켜 보면 오늘날의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있어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까지도 교환되는 장소인 것이다

시장은 스미스에게 있어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은 동감하여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유대 속에서 시장이 운영되는 것이고 그 시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하듯 분업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제 스미스의 시장개념을 스미스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하이에크의 시장개념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은 내가 정리한 Hayek의 시장개념이라는 글이다

Hayek에 있어 시장의 의미는 그가 제시한 catallaxy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이 개념을 전통적인 용어인 경제 economy에 대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는 인간의 여러 목적들이 하나의 통일된 질서에 이바지하도록 주어진 자원을 조직하거나 이리저리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하나의 견해가 전제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원의 사용이 규정되는 하나의 일관적인 결정 체계가 경제인 것이다 여기서 Hayek가 경제의 핵심적인 규정으로 삼는 것은 통일된 질서를 만들어내는 목적론적인 행위이다 이에 반해서 catallaxy -- 이 말은 그리스어 katallatein(바꾸다)에서 나왔다 -- 는 자발적 시장 질서이므로 여러 목적을 하나의 위계질서에 따라 배열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발적 시장 질서 -gt 고전적 의미에서의 자유주의적 시장개념

자발적 체제인 catallaxy에 가담한 각각의 개인들은 각자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으므로 특정한 결과가 부당한지 혹은 정당한지도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Hayek는 분배(distribution)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살포(dispersion)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결과가 각자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을 기초로 하는 사회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들의 비중을 규정하는 단일한 척도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에 대한 어떤 특정한 견해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사회관이다 복거일이 이 부분을 가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하이에크의 이러한 언술은 경제학적인 정의가 아니라 정치철학적인 정의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Hayek의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고유한 견해 및 그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체제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즉 catallaxy로서의 시장이라는 개념은 독자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관과 사회이론과 맞물려 돌아갈 때에만 의미있는 것이다 Hayek는 이른바 전통적 자유주의의 인간관을 받아들인다 그것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의 무한한 다양성은 인간의 가장 독특한 점이며 그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으므로 만약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평등이라 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는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 즉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공교육을 부정하는 근거가 여기에서 도출된다 불평등은 그대로 두어야 되는 것이라 본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재현시킨 것이 유에스이다

사람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현실적 불평등을 인정한 뒤 Hayek는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이성능력을 가진 인간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집단에 의도적인 조직이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Hayek는 정부의 강제적 행위는 보편적인 규칙의 집행에 그쳐야 하고 그 집행 목적을 위해 위임받는 권력을 발동하여 다른 공익을 실현힐 수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런 까닭에 그러한 행위들은 부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 -gt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이다

Hayek의 이 두가지 전제 즉 인간은 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집단에는 자발적 질서가 있다는 것을 경제활동에 적용하며 앞서 말한 catallaxy 개념이 얻어진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불평등하며 그러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 자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오히려 소득과 지위상의 몰락을 가져온다해도 이는 그 어떤 의도적인 계획의 소산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하며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Hayek가 이처럼 자발적 질서로서의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의 우월함이 인식론적 통찰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수히 많은 개인과 조직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이처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점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미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고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완전한 지식을 각자의 목적에 걸맞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발견적 수단으로서의 경쟁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사회는 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 나감으로써 항상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의미지평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어느 것에 대입해 보아도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한국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다면 아마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한다 자유주의는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는 데 그 배경에는 학문의 시장화라는 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 놓여졌을 때 시장에서 그 이론이 적합치 못하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장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모두들 알다시피 시장의 본래 뜻은 상품이 교환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의미의 시장은 오래 전부터도 드문드문 존재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5일장은 이런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이런 일상적인 의미의 시장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거의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행위가 일반화되면서 즉 이른바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에 여러 가지 다른 관념들이 덧붙여졌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장의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확장시켰으며 시장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가리키게 하였다 특히 이렇게 다른 관념들과 결합된 시장이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가르게 된다

근대적인 시장경제 -gt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큰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최소규정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사회분업 및 그에 따른 교환을 전제로 하여 생성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전문화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 Adam Smith는 핀의 제조공정을 분할하여 노동자가 각 단계의 단순화된 노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핀을 제조할 수 있음을 그리고 고전파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는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교환 당사자들의 부가 모두 증가하는 비교우위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분업 특히 공장 내의 분업이 아닌 사회내의 분업은 자연히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자들간에 일반적으로 교환되어야 필요를 발생시켰다 교환은 농경사회의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처럼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여러분이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여러분의 가정에서 스스로 생산한 것은 식사나 빨래 정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은 물으나 마나 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은 필요조건이자 전제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반드시 시장에 의해 매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대기업을 경계했다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많을 때 제대로 된 경쟁이 유발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째 시장은 단순히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특수한 방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장교환을 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매기는 척도이다 이렇게 값을 매김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15: Right Wing

두번째는 로버트 하일브로너가 쓴 ltlt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gtgt(민음사)이다 주교재이므로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은 김수행 교수의 번역본이 제일 좋으나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렵다 그런 사정으로 이 책을 선정하였다 경제사상의 고전이라 불리는 저작들에서 인용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다이제스트라 비전공자가 읽기에도 부담이 없고 쉽게 읽히는 편이다

[우파의 뿌리를 찾어서] 5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5강 아담 스미스 사상 개요

복습

지난 시간에 한 얘기들을 복습하겠다 기왕에 배운 것이니 현실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요즈음 이명박이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고 수군댄다 어떤 이는 가능성도 있다라고 하고 다른 이는 되면 안 된다라고 말 하기도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때까지 헛배운 것이다 이런 식의 말들은 단순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배운 것을 가지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한다

지난 시간에 자본주의 국가를 분석하기 위해서 세 가지 기준을 공부해 보았다 국가 프로젝트 헤게모니 프로젝트 축적전략이 그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현재 헤게모니를 쥐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시민사회를 국가에로 끌어들이는 헤게모니 프로젝트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국가 프로젝트 역시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정권 초에 나왔던 동북아 허브 외에는 없었다 국가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사적 맥락을 검토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인 남한사회가 어떻게 시민사회를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명바기가 대통령이 될까 하는 질문에는 명바기가 과연 어떠한 헤게모니 프로젝트와 국가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느냐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기능에는 4가지를 들 수 있다

1 경제적 기능 자본주의적 가치증식조건을 보장한다-gt 중앙은행의 통화안정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 국가가 비시장적(정치)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을 알 수 있다2 사회적 기능 노동력 재생산-gt 자본주의는 자연력에 최대한 기대지 않으려는 체제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연력을 인위적인 것으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결코 대체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노동력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노동력으로부터 이윤이 발생하므로 국가가 이를 조정해줘야 한다3 정치적 기능 경제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조정하는 기능-gt 이것을 하는 방법에는 첫째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둘째 이데올로기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에도 전경련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정치적 조정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4 조정양식 123을 이념적으로 조정하는 것 곧 국가 프로젝트

이상의 기능들은 중요도 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말하자면 1과 2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과 2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만 따져보아도 국가가 자본주의 체제를 온존시키기 위한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국가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것뿐만 아니라 여타의 조직을 분석하는 데도 상당히 유용하다 가령 어떤 이가 회사에 다니는데 그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를 분석해 본다 치자 회사가 투입한 자본의 이윤을 끌어내기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경제적 기능) 그리고 회사가 효율성있는 인력관리를 하고 있는지(사회적 기능)만 살펴보아도 그 회사의 대강이 잡힐 것이다

이렇게 보면 국가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단순히 부르주아의 위원회로 치부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의 사상 개요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흔히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곤 한다 그런데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경제학이 독립된 학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스미스는 무엇을 공부한 학자였을까 스미스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레스고 대학의 도덕철학 담당교수였다 따라서 스미스의 사상을 공부하려면 그가 도덕철학을 연구했다는 데서 출발하여야만 한다

한국인들은 도덕하면 뭔가 숭고한 것을 연상하는데 서양에서의 도덕철학은 그런 것이 아니다 도덕철학은 영어로 moral philosophy 라 하는데 여기서 moral(sitte)은 습속이란 뜻을 지닌다 다시 말해서 당대 인간들의 대체적인 행동양식 정도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도덕철학을 오늘날의 사회심리학 정도로 생각하는 되겠다

스미스는 홉스 로크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위시한 고전철학을 철저히 배격했다 고대에는 자연이라는

일정한 준칙이 있고 인간은 그것을 따라가야 했다 루카치가 말하듯이 별이 빛나는 창공이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인 시대였던 것이다 근대에는 그러한 것들이 탈주술화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에 진리값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매킨타이어가 근대를 after virtue라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스미스가 구상했던 사회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된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스미스가 홉스와 로크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는 홉스와 로크는 물론이요 밀 벌린 등 영국 공리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홉스와 로크는 주로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하여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면 스미스는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유의 문제를 해명하려 한 것이다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작에는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이 있다 전자는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다루고 후자는 경제적 자유를 다룬다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의 핵심키워드는 동감sympathy과 분업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즉 free and equal한 것이다 이것이 자연권이다 그런데 자연권이 무한대로 발현되어 버리면 home Lufus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것은 홉스가 말한 전쟁 상태인 자연 상태를 가리킨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동감이다 - 홉스는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보았다 - 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 안에 이른바 공정한 관찰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다 - 그런 까닭에 스미스 사상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 스미스에게 있어서 동감은 사회적 유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superego와 비슷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공감이 일어나므로 외부에서 뭔가 간섭하면 안 된다 여기서 다시 영국식 자유주의 전통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가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스미스의 설명을 시장에 적용시켜 보면 오늘날의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있어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까지도 교환되는 장소인 것이다

시장은 스미스에게 있어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은 동감하여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유대 속에서 시장이 운영되는 것이고 그 시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하듯 분업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제 스미스의 시장개념을 스미스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하이에크의 시장개념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은 내가 정리한 Hayek의 시장개념이라는 글이다

Hayek에 있어 시장의 의미는 그가 제시한 catallaxy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이 개념을 전통적인 용어인 경제 economy에 대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는 인간의 여러 목적들이 하나의 통일된 질서에 이바지하도록 주어진 자원을 조직하거나 이리저리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하나의 견해가 전제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원의 사용이 규정되는 하나의 일관적인 결정 체계가 경제인 것이다 여기서 Hayek가 경제의 핵심적인 규정으로 삼는 것은 통일된 질서를 만들어내는 목적론적인 행위이다 이에 반해서 catallaxy -- 이 말은 그리스어 katallatein(바꾸다)에서 나왔다 -- 는 자발적 시장 질서이므로 여러 목적을 하나의 위계질서에 따라 배열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발적 시장 질서 -gt 고전적 의미에서의 자유주의적 시장개념

자발적 체제인 catallaxy에 가담한 각각의 개인들은 각자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으므로 특정한 결과가 부당한지 혹은 정당한지도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Hayek는 분배(distribution)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살포(dispersion)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결과가 각자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을 기초로 하는 사회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들의 비중을 규정하는 단일한 척도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에 대한 어떤 특정한 견해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사회관이다 복거일이 이 부분을 가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하이에크의 이러한 언술은 경제학적인 정의가 아니라 정치철학적인 정의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Hayek의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고유한 견해 및 그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체제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즉 catallaxy로서의 시장이라는 개념은 독자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관과 사회이론과 맞물려 돌아갈 때에만 의미있는 것이다 Hayek는 이른바 전통적 자유주의의 인간관을 받아들인다 그것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의 무한한 다양성은 인간의 가장 독특한 점이며 그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으므로 만약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평등이라 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는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 즉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공교육을 부정하는 근거가 여기에서 도출된다 불평등은 그대로 두어야 되는 것이라 본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재현시킨 것이 유에스이다

사람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현실적 불평등을 인정한 뒤 Hayek는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이성능력을 가진 인간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집단에 의도적인 조직이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Hayek는 정부의 강제적 행위는 보편적인 규칙의 집행에 그쳐야 하고 그 집행 목적을 위해 위임받는 권력을 발동하여 다른 공익을 실현힐 수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런 까닭에 그러한 행위들은 부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 -gt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이다

Hayek의 이 두가지 전제 즉 인간은 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집단에는 자발적 질서가 있다는 것을 경제활동에 적용하며 앞서 말한 catallaxy 개념이 얻어진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불평등하며 그러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 자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오히려 소득과 지위상의 몰락을 가져온다해도 이는 그 어떤 의도적인 계획의 소산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하며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Hayek가 이처럼 자발적 질서로서의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의 우월함이 인식론적 통찰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수히 많은 개인과 조직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이처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점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미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고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완전한 지식을 각자의 목적에 걸맞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발견적 수단으로서의 경쟁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사회는 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 나감으로써 항상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의미지평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어느 것에 대입해 보아도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한국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다면 아마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한다 자유주의는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는 데 그 배경에는 학문의 시장화라는 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 놓여졌을 때 시장에서 그 이론이 적합치 못하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장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모두들 알다시피 시장의 본래 뜻은 상품이 교환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의미의 시장은 오래 전부터도 드문드문 존재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5일장은 이런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이런 일상적인 의미의 시장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거의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행위가 일반화되면서 즉 이른바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에 여러 가지 다른 관념들이 덧붙여졌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장의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확장시켰으며 시장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가리키게 하였다 특히 이렇게 다른 관념들과 결합된 시장이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가르게 된다

근대적인 시장경제 -gt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큰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최소규정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사회분업 및 그에 따른 교환을 전제로 하여 생성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전문화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 Adam Smith는 핀의 제조공정을 분할하여 노동자가 각 단계의 단순화된 노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핀을 제조할 수 있음을 그리고 고전파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는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교환 당사자들의 부가 모두 증가하는 비교우위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분업 특히 공장 내의 분업이 아닌 사회내의 분업은 자연히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자들간에 일반적으로 교환되어야 필요를 발생시켰다 교환은 농경사회의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처럼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여러분이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여러분의 가정에서 스스로 생산한 것은 식사나 빨래 정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은 물으나 마나 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은 필요조건이자 전제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반드시 시장에 의해 매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대기업을 경계했다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많을 때 제대로 된 경쟁이 유발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째 시장은 단순히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특수한 방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장교환을 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매기는 척도이다 이렇게 값을 매김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16: Right Wing

일정한 준칙이 있고 인간은 그것을 따라가야 했다 루카치가 말하듯이 별이 빛나는 창공이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인 시대였던 것이다 근대에는 그러한 것들이 탈주술화되었다 즉 눈에 보이는 것에 진리값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매킨타이어가 근대를 after virtue라고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스미스가 구상했던 사회는 완전한 자유가 실현된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였다 이것만 보더라도 스미스가 홉스와 로크의 전통 위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는 홉스와 로크는 물론이요 밀 벌린 등 영국 공리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홉스와 로크는 주로 정치적인 문제에 국한하여 자유에 대해 얘기했다면 스미스는 사회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자유의 문제를 해명하려 한 것이다

스미스의 대표적인 저작에는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이 있다 전자는 정치적(사회적) 자유를 다루고 후자는 경제적 자유를 다룬다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의 핵심키워드는 동감sympathy과 분업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다 즉 free and equal한 것이다 이것이 자연권이다 그런데 자연권이 무한대로 발현되어 버리면 home Lufus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것은 홉스가 말한 전쟁 상태인 자연 상태를 가리킨다 이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개인들은 죽지 않기 위해서 비슷한 결론에 도달한다 이것이 동감이다 - 홉스는 사회계약을 맺는다고 보았다 - 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심리 안에 이른바 공정한 관찰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선험적으로 인간에게 주어진다 - 그런 까닭에 스미스 사상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 스미스에게 있어서 동감은 사회적 유대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superego와 비슷하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공감이 일어나므로 외부에서 뭔가 간섭하면 안 된다 여기서 다시 영국식 자유주의 전통을 찾아 볼 수 있다 사회적 유대가 발생하는 방식에 대한 스미스의 설명을 시장에 적용시켜 보면 오늘날의 자유주의 경제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자유주의 경제사상에 있어서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교환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의견까지도 교환되는 장소인 것이다

시장은 스미스에게 있어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다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은 동감하여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사회적 유대 속에서 시장이 운영되는 것이고 그 시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하듯 분업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제 스미스의 시장개념을 스미스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하이에크의 시장개념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다음은 내가 정리한 Hayek의 시장개념이라는 글이다

Hayek에 있어 시장의 의미는 그가 제시한 catallaxy라는 개념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이 개념을 전통적인 용어인 경제 economy에 대립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경제는 인간의 여러 목적들이 하나의 통일된 질서에 이바지하도록 주어진 자원을 조직하거나 이리저리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비교적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하나의 견해가 전제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자원의 사용이 규정되는 하나의 일관적인 결정 체계가 경제인 것이다 여기서 Hayek가 경제의 핵심적인 규정으로 삼는 것은 통일된 질서를 만들어내는 목적론적인 행위이다 이에 반해서 catallaxy -- 이 말은 그리스어 katallatein(바꾸다)에서 나왔다 -- 는 자발적 시장 질서이므로 여러 목적을 하나의 위계질서에 따라 배열시키려 하지 않는다

자발적 시장 질서 -gt 고전적 의미에서의 자유주의적 시장개념

자발적 체제인 catallaxy에 가담한 각각의 개인들은 각자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으므로 특정한 결과가 부당한지 혹은 정당한지도 문제삼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Hayek는 분배(distribution)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살포(dispersion)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며 더 나아가 그러한 결과가 각자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그것을 따르는 것이 도덕적 의무라 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을 기초로 하는 사회에서는 구체적인 목표들의 비중을 규정하는 단일한 척도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에 대한 어떤 특정한 견해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하이에크를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의 기본적인 사회관이다 복거일이 이 부분을 가지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곤 한다 그런데 하이에크의 이러한 언술은 경제학적인 정의가 아니라 정치철학적인 정의이므로 이것을 가지고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범주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다

Hayek의 이러한 주장들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고유한 견해 및 그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사회체제와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다 즉 catallaxy로서의 시장이라는 개념은 독자적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인간관과 사회이론과 맞물려 돌아갈 때에만 의미있는 것이다 Hayek는 이른바 전통적 자유주의의 인간관을 받아들인다 그것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과 잠재력의 무한한 다양성은 인간의 가장 독특한 점이며 그에 따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은 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으므로 만약 사람들을 평등하게 취급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는 불평등이라 할 것이다 결국 사람들에 대한 올바른 대우는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 즉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이 공교육을 부정하는 근거가 여기에서 도출된다 불평등은 그대로 두어야 되는 것이라 본 것이다 이러한 인간관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재현시킨 것이 유에스이다

사람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현실적 불평등을 인정한 뒤 Hayek는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이성능력을 가진 인간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집단에 의도적인 조직이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Hayek는 정부의 강제적 행위는 보편적인 규칙의 집행에 그쳐야 하고 그 집행 목적을 위해 위임받는 권력을 발동하여 다른 공익을 실현힐 수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런 까닭에 그러한 행위들은 부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 -gt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이다

Hayek의 이 두가지 전제 즉 인간은 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집단에는 자발적 질서가 있다는 것을 경제활동에 적용하며 앞서 말한 catallaxy 개념이 얻어진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불평등하며 그러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 자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오히려 소득과 지위상의 몰락을 가져온다해도 이는 그 어떤 의도적인 계획의 소산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하며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Hayek가 이처럼 자발적 질서로서의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의 우월함이 인식론적 통찰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수히 많은 개인과 조직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이처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점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미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고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완전한 지식을 각자의 목적에 걸맞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발견적 수단으로서의 경쟁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사회는 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 나감으로써 항상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의미지평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어느 것에 대입해 보아도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한국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다면 아마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한다 자유주의는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는 데 그 배경에는 학문의 시장화라는 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 놓여졌을 때 시장에서 그 이론이 적합치 못하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장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모두들 알다시피 시장의 본래 뜻은 상품이 교환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의미의 시장은 오래 전부터도 드문드문 존재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5일장은 이런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이런 일상적인 의미의 시장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거의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행위가 일반화되면서 즉 이른바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에 여러 가지 다른 관념들이 덧붙여졌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장의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확장시켰으며 시장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가리키게 하였다 특히 이렇게 다른 관념들과 결합된 시장이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가르게 된다

근대적인 시장경제 -gt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큰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최소규정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사회분업 및 그에 따른 교환을 전제로 하여 생성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전문화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 Adam Smith는 핀의 제조공정을 분할하여 노동자가 각 단계의 단순화된 노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핀을 제조할 수 있음을 그리고 고전파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는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교환 당사자들의 부가 모두 증가하는 비교우위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분업 특히 공장 내의 분업이 아닌 사회내의 분업은 자연히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자들간에 일반적으로 교환되어야 필요를 발생시켰다 교환은 농경사회의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처럼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여러분이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여러분의 가정에서 스스로 생산한 것은 식사나 빨래 정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은 물으나 마나 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은 필요조건이자 전제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반드시 시장에 의해 매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대기업을 경계했다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많을 때 제대로 된 경쟁이 유발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째 시장은 단순히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특수한 방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장교환을 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매기는 척도이다 이렇게 값을 매김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17: Right Wing

사람들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현실적 불평등을 인정한 뒤 Hayek는 사회에 대해 고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는 이성능력을 가진 인간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화해왔으며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인간의 집단에 의도적인 조직이나 질서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사회의 진화를 가로막는 것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Hayek는 정부의 강제적 행위는 보편적인 규칙의 집행에 그쳐야 하고 그 집행 목적을 위해 위임받는 권력을 발동하여 다른 공익을 실현힐 수 있다해도 그래서는 안된다고 한다 정부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다른 이를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그런 까닭에 그러한 행위들은 부당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자기 조정적 또는 자발적 질서 -gt 스미스가 말하는 공정한 관찰자이다

Hayek의 이 두가지 전제 즉 인간은 나면서부터 현실적으로 불평등하다는 것과 인간집단에는 자발적 질서가 있다는 것을 경제활동에 적용하며 앞서 말한 catallaxy 개념이 얻어진다 즉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들을 불평등하며 그러면서도 상호 이익을 위해 서로 자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의 결과 시장 질서에 순응한 것이 오히려 소득과 지위상의 몰락을 가져온다해도 이는 그 어떤 의도적인 계획의 소산이 아니라 우연적인 환경에 기인한 것이므로 인정해야 하며 불리한 경우에도 그것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Hayek가 이처럼 자발적 질서로서의 시장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시장의 우월함이 인식론적 통찰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데 이것은 무수히 많은 개인과 조직에 흩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한 개인이나 조직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은 이처럼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해 나갈 수 있다 이 점은 사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미리 정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면 좋고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경쟁은 불완전한 지식을 각자의 목적에 걸맞도록 보완해나가는 과정이며 이것이 바로 발견적 수단으로서의 경쟁을 의미하며 개인이나 사회는 시장에서의 이와 같은 경쟁을 통해 진화해 나감으로써 항상 진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의미지평은 상당히 넓다 그러나 어느 것에 대입해 보아도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아담 스미스가 한국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한다면 아마 빨갱이로 몰릴 것이다 국가보안법 문제만 보아도 그렇다 국가보안법은 학문의 자유를 저해한다 자유주의는 학문의 자유를 적극 보장하는 데 그 배경에는 학문의 시장화라는 모토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학문적 이론이 놓여졌을 때 시장에서 그 이론이 적합치 못하다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도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제 시장의 개념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자

모두들 알다시피 시장의 본래 뜻은 상품이 교환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의미의 시장은 오래 전부터도 드문드문 존재해왔다 예를 들면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과거의 5일장은 이런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이다 이런 일상적인 의미의 시장은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서 거의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에서의 경제적 거래행위가 일반화되면서 즉 이른바 근대적인 시장경제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본래적인 의미의 시장에 여러 가지 다른 관념들이 덧붙여졌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장의 의미를 복잡하게 만들 뿐 아니라 확장시켰으며 시장이라는 말이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을 가리키게 하였다 특히 이렇게 다른 관념들과 결합된 시장이라는 말은 단순히 이해의 대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태도를 가르게 된다

근대적인 시장경제 -gt 시장경제가 자본주의보다 큰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최소규정될 수 있다 첫째 시장은 사회분업 및 그에 따른 교환을 전제로 하여 생성된다 산업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산물을 전문화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아담 스미스 Adam Smith는 핀의 제조공정을 분할하여 노동자가 각 단계의 단순화된 노동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핀을 제조할 수 있음을 그리고 고전파 정치경제학을 완성한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는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교환 당사자들의 부가 모두 증가하는 비교우위에 대해 논한 바가 있다 이러한 분업 특히 공장 내의 분업이 아닌 사회내의 분업은 자연히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생산자들간에 일반적으로 교환되어야 필요를 발생시켰다 교환은 농경사회의 잉여생산물의 교환에서처럼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 여러분이 사용하는 재화나 서비스 중에 여러분의 가정에서 스스로 생산한 것은 식사나 빨래 정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는 것은 물으나 마나 한 일이다 간단히 말해 시장은 사람들이 여러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것들을 교환하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아직 이것은 필요조건이자 전제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가 반드시 시장에 의해 매개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대기업을 경계했다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많을 때 제대로 된 경쟁이 유발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째 시장은 단순히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특수한 방식의 교환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시장교환을 화폐를 매개로 한다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값을 매기는 척도이다 이렇게 값을 매김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18: Right Wing

으로서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화폐는 거래를 매개하는 편리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화폐로 표시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합당한 가치와 어긋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예를 들면 보편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비싸거나 싼 값에 거래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드물지 않다 특히 한국사회와 같이 저신뢰 사회에서는 누구나 속아서 훨씬 더 비싼 값에 상품을 구입했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폐는 재화나 서비스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제공해 주며 화폐가 중심적인 매개체인 거래 즉 시장거래에 있어서는 상품 자체(혹은 상품의 쓸모)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의 가격이 얼마인가 이외의 다른 정보는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만든 이 파는 이 사는 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분명 중요하고 그에 따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필수적인 정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에서의 교환은 궁극적으로는 lsquo몰인격적rsquo인 성격을 띠며 화폐에 기반해 있다 그가 누구이든 화폐만 지불할 수 있으면 재화나 서비스를 팔거나 살 수 있는 것 이것이 시장의 제1원칙이다

근대 이전에도 시장은 존재했으나 그때의 시장은 모든 인간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러한 시장은 자본주의적 의미에서의 시장이라 말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고대에도 시장이 있었으므로 자본주의 역시 고대에도 있었다고 주장하곤 하는데 이건 명백한 오류라 하겠다

몰인격적이라는 것에 주목할 것 따라서 브랜드가치에 현혹되는 것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S기업에서 만든 상품이라고 해서 그 상품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상품은 몰인격적이기 때문에 불량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몰인격적인 상품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상품제작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셋째 현대의 시장은 특정한 지점의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구멍가게 슈퍼마켓 쇼핑몰 백화점 증권거래소 은행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일하는 회사(여러분을 돈을 주고 고용한다) 혹은 거주하는 가정(피짜를 주문하거나 아파트 관리비를 내거나 하는 일들)도 하나의 시장으로 존재한다 더구나 이제는 사이버공간에서도 시장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는 교환은 어디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는 것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즉 시장은 이제 더 이상 lsquo장소rsquo가 아니라 거래가 이뤄지는 lsquo공간rsquo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시장의 최소규정을 다음과 같이 내릴 수 있다 사회분업에 의해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가 화폐를 통해 교환되는 확대된 공간

자본주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전지구적인 체제를 상정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어 한 곳이 붕괴되면 그 여파가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간다

이제 시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시장은 몰인격적이라는 것이요 둘째는 화폐를 매개된다는 것이며 셋째는 그것이 사회적 분업에 의해 이끌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일본의 고이즈미가 우정사업을 민영화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것을 이때껏 배운 시장 개념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자 우정사업이 민영화되어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연 유에스이다 일본인들은 저축을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외화보유율 세계 1위를 자랑한다 이 많은 돈이 우체국에 예치되어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우체국을 민영화한다는 것은 국가의 테두리 안에 묶여있던 자금을 자본화시켜서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투자의 목적지가 유에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아담 스미스의 ltlt국부론gtgt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6강 ndash 아담 스미스 경제사상의 본질

아담 스미스 저작의 연결성

아담 스미스의 ltlt도덕감정론gtgt과 ltlt국부론gtgt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생겨난 결과물이다 스미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완전한 자유의 사회Society of Perfect Liberty이다 여기에서 스미스는 국가라는 단어 대신에 사회를 사용하였다 이것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서구인들이 지닌 기본적인 국가관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누차 얘기했지만 서구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근대적 의미에서의 국가를 이루고 산지가 채 200년이 되지 않는다 이에 견줘 한국인들은 500년 정도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국가에 대한 온정주의적 시각이 팽배해 있는 반면에 서구인들에게는 그런 것이 적다 이것은 복지정책에 대한 한국인과 서구인의 시각 차이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유에스에서 선거철마다 최대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복지예산 문제이다 유에스는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이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에 엄청난 반발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돌봐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서구의 국가이론을 가져와 한국사회에 적용할 때에는 양자간의 이런 미세한 결을 양지하고 있어야 한다

어쨌든 애초에 얘기했던 사회에 눈길을 돌려보면 이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의 집단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ltlt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19: Right Wing

도덕감정론gtgt에서 인간들이 완전한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동감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스미스의 사회심리학적 테제는 ltlt국부론gtgt 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ltlt국부론gtgt의 핵심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 추구가 일치하는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스미스는 왜 이런 사회를 만들려 했을까 우선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가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 양자가 공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서 잠시 우리가 이때까지 공부해온 홉스와 로크의 국가론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홉스의 국가론은 개인의 자연권을 국가에 양도함으로써 국가는 이른바 국가이성이라 부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국부의 증진과 개인의 이익추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런데 로크에 들어서면 양자 사이의 균열이 일어난다 스미시는 이 문제에 입각하여 선행철학자들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려 하였다 즉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인간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국부의 증진과 사적이익의 추구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 것이다

그런데 세계는 스미스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흔히 스미스가 자본주의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오늘날의 정황을 살펴보면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제시한 사회형태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ltlt국부론gtgt을 번역한 김수행 교수가 역자후기에서 스미스가 ltlt국부론gtgt에서 말한대로만 세계가 이끌려진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참으로 행복한 사회겠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대의 자본가는 암세포라 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에 기생하여 산다 따라서 숙주가 죽어 버리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숙주의 생명 한 톨까지 갉아먹으려 하다 마침내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죽게 된다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이다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

보잘 것 없는 소규모 공장 그중에서 노동 분업이 눈에 띄게 일어나고 있는 옷핀 제조 공장을 예로 들자(p97)

마르크스가 지적했다시피 아담 스미스는 수공업에서 조금 발전한 메뉴펙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국제적인 분업을 체험한 사람은 아니다 이것은 그가 예로 드는 사례가 지극히 사소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스미스 사상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소한 데서 출발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분업의 결과로 같은 수의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량이 이렇게 크게 늘어나는 것은 각각 다른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모든 개별 노동자의 솜씨가 증진되고 둘째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길 때 드는 시간이 절약되며 마지막으로 기계의 발명으로 한 사람의 노동자가 혼자서 많은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고 작업을 쉽게 또 줄여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p98)

사소한 데서 출발하여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분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인류 전체가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이런 분업의 결과로 모든 분야에서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나 통치가 잘 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최하층 사람들까지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게 된다(p101)

과연 그럴까 생산량이 엄청나게 늘어난다 이것을 현대적 용어로 말하면 과잉이다 자본주의는 상품생산과 상품소비를 전제함으로써 돌아가는 체제이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생산량이 증대되어도 그것이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진다 결국 과잉은 공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사소한 사례를 지나치게 일반화 시키려다 보니 이런 오류가 생겨난다

유럽의 어떤 왕자와 부지런하고 검소한 농부는 생활 수준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 차이가 그 농부와 1만명의 벌거벗은 야만인의 생명과 자유를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아프리카 왕 사이의 생활 수준 차이보다는 훨씬 덜 할 것이다(p103)

레토릭은 참으로 그럴싸하지만 현실적인 차원에서는 논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하일브로너의 코맨트를 보도록 하자

위 문장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스미스가 말하는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잠재해 있었다면 왜 인류 역사에서 이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나지 않았을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스미스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누가 그에게 물었다면 그는 이러한 성향이 꽃피려면 우선 특정의 제도적인 틀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과거의 생산 양식을 주도했던 뿌리 깊은 전통과 지배로부터 탈피하여 사유 재산 자유 노동 그리고 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는 시장 조직 등의 특이한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p104)

이 문제 스미스가 분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가하지 않았다는 것 즉 몰역사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을 하일브로너가 지적하는 것이다 영국 경험주의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적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이전 사회를 상정해 놓고 그것이 역사적 사실인냥 주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옛날에도 시장은 있었고 그렇기에 자본주의는 세상에서 제일 오래된 경제체제이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사람에 의해 상상된 것일 뿐이며 역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20: Right Wing

사적 사실이 아니다 따라서 이것은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는 분업은 원래 그것을 통해 생기는 사회전반의 풍요를 인간의 지혜로 예견하고 의도해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분업은 그런 광범위한 효용이 있어 보이지 않는 인간 본성의 어떤 성향 즉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거래하고 교환하고 교육하려는 성향이 낳은 점진적이지만 필연적인 결과이다(p104)

ltlt도덕감정론gtgt에서의 공정한 관찰자와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교역을 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것을 논리학에서는 maxim(논증되지 않은 제일공리)이라 한다 예컨대 신학과에서 신의 존재를 전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도움을 동료의 자비심에만 기대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상대편의 자기애를 자극해서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 상대편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쉽다hellip 우리가 호소하는 것은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자기애이며 우리가 말하는 것은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이다(p105)

이것 역시 maxim이다 도대체 사람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어떻게 논증할 수 있는가

시장으로 들여오는 모든 상품의 수량은 자연스럽게 유효 수요에 맞추어 진다 어떤 상품이라도 그 수량이 유효 수요를 절대로 초과하지 않게 하는 것이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오기 위해 토지 노동 또는 자본을 들인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또 수량이 절대로 이러한 수요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pp109-110)

구매자가 상품을 얼마나 원하는 지를 그러니까 유효 수요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이기심을 품고 만나는데 그 이기심의 정도는 유효 수요로 나타나며 그것을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절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조절됨으로써 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격은 언제나 중심을 향해 갈 것이다(p111)

안이한 발상이다

노동의 산물은 노동의 자연적 대가 또는 임금이다(p112)

이 언명이 스미스가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즉 노동이 교환가치의 척도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노동과 노동력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에서 이것들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적 차원에서는 구분해야만 논의의 엄밀성과 정치성이 보장된다

우선 노동이란 무엇인가 넓게 잡아서 활동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자본에 노동력을 넣어 상품을 만들어내는 전과정이 노동의 과정이다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의 하위범주이다 스미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이윤추구를 전제로 한 상품생산을 목적으로 노동력이 쓰이는 전과정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엇을 만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컴퓨터를 만들던지 옷핀을 만들던지 대가를 바라고 노동력을 팔았다면 그 사람은 노동자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노동과 호혜를 목적으로 한 노동은 성격이 매우 다르다 전자는 추상적 인간노동labor이고 후자는 구체적 유용노동work이다 여기에서 가치와 사용가치가 갈린다 즉 추상적 인간노동의 결정체는 가치이고 구체적 유용노동의 결정체는 사용가치이다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가치를 가격으로 사용가치를 효용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가치 상품에서 자연적인 속성을 제거하면 노동생산물이라는 공통의 사회적 속성만이 남게된다 이 경우 노동은 구체적인 성질을 잃고 추상적인 인간노동으로 환원된다 이제 노동생산물은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 또는 지출된 일정량의 노동력이 대상화(체현)된 사회적 실체의 결정체인데 마르크스는 이를 가치라고 불렀다 가치의 양은 노동시간에 의해 측정된다

사용가치 마르크스에 의하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의 유용한 성질이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들어 주는데 어떤 물건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 물건 자체가 사용가치이기 때문이지 거꾸로 상품이기 때문에 사용가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용가치인 상품은 교환되는 물건이며 다양한 종류의 다른 상품과 다양한 비율로 교환된다

가치와 사용가치 사용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구체적 유용노동이라 부르고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상품의 이중성(사용가치와 가치의 통일)이 노동의 이중성(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의 통일)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치는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것이며(공기나 물 같은 자연이 지닌 것은 사용가치다) 상품생산에 투여된 인간노동으로 측정된다 반면 사용가치는 물건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바로 사용가치다 교환을 전제로 한 자본주의 상품은 만드는 사람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사용가치 곧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물건이라면 자신이 소비하지 남에게 팔지 않을 것이다 소비하고 남은 것만 팔 수도 있는데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21: Right Wing

이렇게 남은 것 또한 그에게는 사용가치가 아니다 이미 욕망이 충족되고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상품이 자신에게 사용가치이기 ㄸㅒ문에 산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사용가치는 추상적 인간노동의 일정량이 대상화된 것인 가치와 전혀 다른 것이다

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① 노동의 넓은 의미는 활동이다 이러한 정의는 헤겔의 것이다② 일상생활에서는 노동력과 노동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으나 학적 차원에서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③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판매 안 되는 노동은 언급하지 않는다④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물건도 노동의 산물이다⑤ 투여된 노동력의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는 시간인데 이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이렇게 측정된 노동을 추상적 인간노동이라 부른다⑥ 가치가 반드시 사용가치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⑦ 상품은 자본주의적 시장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한다

이런 개념은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므로 다음 시간에 보충한 다음 이사야 벌린에 대해 강의하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7강 ― 이사야 벌린의 철학적 자유주의

가치와 사용가치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가치와 사용가치에 대해 종합적으로 복습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권율 군이 써온 짧게 쓴 가치와 사용가치란 글이다

상품commodity은 사회적 분업에 기초한 교환을 염두에 두고 생산되는 것thingDing이며 상품은 이 관계 안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세 병의 포도주와 한 벌의 외투가 정당하게 교환된다고 했을 때 여기에는 두 가지 주목할 만한 측면이 있다 이 교환은 서로 쓸모가 다른 두 재화의 교환으로서 양쪽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것 한편 포도주 세 병과 외투 한 벌은 각기 동일한 가치량을 가진 양변으로 이 자리바꿈은 양쪽 모두에게 득도 손도 아니라는 것 이러한 모든 상품 교환과정에서 나타나는 일견 모순적인 결과는 상품의 교환이 사용가치의 교환과 가치의 교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상품이 갖는 쓸모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해 교환을 한다 한편 사용가치는 객관적으로 ― 너도나도 보편적으로 승인할 수 있는 ― 파악될 수 없으며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품의 교환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 기준으로서의 가치란 무엇인가 유용한 재화는 무無로부터 산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가치는 상품의 생산비로 귀결된다 가장 값진 물과 햇빛 공기의 가치 또한 그 값짐(사용가치)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용화하는 데 들어간 비용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생산비는 노동시간으로 소급되며 노동시간의 생산비 또한 노동시간으로 소급된다 이러한 상품의 가치는 사회적 차원에서 계산된다

다음은 이강룡 씨가 마르크스의 ltlt자본론gtgt(비봉출판사)에서 가치와 사용가치에 관한 부분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다

칼 마르크스《자본론》-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 - 상품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물건이다- 한 물건의 유용성은 그 물건을 사용가치로 만든다- 사용가치는 오직 사용 또는 소비의 과정에서만 실현된다- 하나의 상품은 수많은 교환가치를 가진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상품의 사용가치를 도외시한다- 즉 상품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하나의 사용가치는 다른 어떤 사용가치와도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사용가치로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구별되지만 교환가치로서의 상품은 오직 양적 차이만을 가진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한다면 이제 노동생산물은 어떤 유용물도 아닐 것이고 노동생산물의 유용성이 사라짐과 동시에 노동의 구체적 형태도 사라지며 그러면 노동생산물은 모두 동일한 하나의 노동 즉 추상적 인간노동으로 환원될 것이다- 노동생산물의 생산에는 인간의 노동력이 지출투여되었고 인간노동이 체화되었다- 노동생산물의 사용가치를 무시해 버린다면 남는 것은 이러한 가치 뿐이다- 상품의 교환관계는 사용가치를 도외시하므로 교환가치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속성은 바로 상품의 가치다- 사용가치 또는 유용물이 가치를 가지는 것은 다만 거기에 인간노동이 체화되거나 대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22: Right Wing

-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의해 측정된다- 노동의 양은 노동의 지속시간으로 측정된다- 그 노동시간은 시간 일 주 등을 기준으로 측정된다- 동일한 크기의 노동량이 들어 있는 상품들은 동일한 크기의 가치량을 가진다- 가치로서의 모든 상품은 일정한 크기의 응고된 노동시간에 불과하다-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이 불변이면 상품 가치의 크기도 불변이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노동의 생산력이 변할 때마다 변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생산력이 크면 클수록 어떤 한 물품의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은 그만큼 적다- 따라서 그 물품에 투하되어 있는 노동의 양도 그만큼 적고 그 물품의 가치도 그만큼 작다- 상품의 가치의 크기는 노동의 양에 정비례하고 생산력에는 반비례해서 변동한다

- 어떤 물건 ndash 상품이 아닌 - 은 가치가 아니면서도 사용가치일 수 있다 노동에 의해 매개되지 않는 공기 초원 야생 수목 등이 그러하다- 자기 노동의 생산물로써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는 사람은 사용가치를 만들기는 하지만 상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가치를 사용하는 사람의 손으로 교환을 통해 그것이 이전되어야 한다- 어떤 물건도 그것이 사용대상이 아니고서는 가치일 수 없다 요약 칼 마르크스(지음) 김수행(옮김) ltlt자본론1(상)gtgt 비봉출판사 1991 제1장1절 - 상품의 두 요소 사용가치와 가치(가치의 실체 가치의 크기)

사용가치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물건 (혹은 물건의 유용성) 가치 노동량으로 측정되는 사용대상으로서의 상품 (요소) 가치는 교환 관계에서만 나타난다 (드러난다) 각기 다른 노동생산물이 양적으로 서로 비교될 수 있으려면 그것들 속에 서로 동질적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치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씨가 지은 ltlt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gtgt(책세상)에서 관련된 부분을 뽑아 읽어보도록 하자

(3)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아리스토텔레스가 최초로 시도했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별에 담겨있는 철학적 의미를 거의 유일하고 정확하게 이해했던 것이 카를 마르크스였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교환가치는 궁극적으로 사용가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던 것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둘이 근본적으로 상잉한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았다 마르크스는 그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상품의 형이상학을 한층 깊이있게 탐구하여 사용가치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제1실체본질적 실체prote ousia 교환가치는 제2실체우연적 실체deuterai ousia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인 실체로서 어떤 것으로도 수식되지 않는 제1실체본질적 실체에 비해 이것이며 분리 가능한 형식인 제2실체우연적 실체가 상품의 교환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마르크스의 경제 분석에서 차지하는 핵심적인 위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용가치인 제1실체본질적 실체는 생산과 사용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활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만 제2실체우연적 실체인 교환가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라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겨난 사회적 형식social form이다 따라서 두 가지 가치는 분리 가능하며 심지어는 전면적인 모순 관계로까지 발전하여 화폐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르크스의 독창적인 화폐 이론의 기초가 발생하는 것이다(pp150-151)

홍기빈 씨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얘기하는 까닭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를 인류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시도의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폴라니에 따르면 BC 5세기의 그리스 아테네는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밑바탕삼아 동지중해 세계를 재패했는데 이때 자신들의 제국주의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민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를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실체적 경제의 시대에서 시장경제에로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폴라니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고 더불어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세계의 가치체계 변화를 논했던 것이다 폴라니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쓴 책으로는 ltlt사람의 살림살이gtgt(풀빛)가 있다

(4) 상품가치 형태의 발전ltlt자본론gtgt 1장 3절에서 마르크스는 가치 형태 value-form의 전개과정에서 그러한 가치 형태 분석의 시조로 아리스토텔레스의 ltlt니코마코스 윤리학gtgt5권 5장에서의 논의를 직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물론 마르크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 형태 분석이 그 철학자의 천재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유보조항을 달아놓고 있다 다른 곳에서 마르크스는 진정 자신의 독창적인 기여는 사용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체노동과 질적으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는 추상노동을 발견한 것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마르크스는 자신이 아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23: Right Wing

리스토텔레스에게서 얻은 정신적 빚을 의식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151)

마르크스가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의 차이를 발견한 것은 ltlt경제학 철학 초고gtgt 말미에서 헤겔의 ltlt정신현상학gtgt의 노동개념을 비판하면서 부터이다 헤겔은 노동Arbeit을 가리켜 인간의 의미있는 활동activity 일반이라고 정의했는데 여기에는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 구분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져 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것을 지적한 것이다

(5) 자본주의적 생산에서 인간 노동의 성격 변질하지만 구체노동과 추상노동이라는 그의 독창적인 발견마저도 아리스토텔레스 경제사상과 철학의 영향과 완전히 무관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에 대한 철학적 분석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4대인Four Causes 이론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상노동과 구체노동이 다른 노동으로 구별될 수 있는 근거는 두 노동의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 외에는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를 논하면서 돈이 스스로를 증식하는 과정(M-C-M)에 인간의 활동이 포섭될 경우 그 목적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활동의 성격이 변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ltlt자본론gtgt 1권 7장 노동과정과 가치증식 과정에서의 마르크스의 혁신적인 생산과정 분석도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디어와 긴밀히 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노동과정은 한편으로 보면 인간이 인간적 유적 본질에 입각하여 자연과 스스로를 인간적으로 재생산해내는 과정이지만 이 활동의 목적이 돈벌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치증식 과정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찬가지로 이 돈벌이의 목적에 인간활동이 복속될 경우 그 인간활동의 질이 저하되고 이른바 노동의 소외alienation of labor가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은 물론이다

물론 마르크스가 철학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도 있다 특히 귀족주의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praxis과 제작poiesis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경제적 노동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을 삶의 표출로서 ― 프락시스라는 단일한 개념으로 ― 포착한 점은 실로 혁명적인 의미가 있다(pp151-152)

실천praxis와 제작poiesis의 구분은 헤겔의 업적이기도 하다 이것을 다시 가치와 사용가치로 구분한 것은 마르크스의 업적이다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gt ―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오늘 읽을 텍스트는 이사야 벌린의 lt자유의 두 개념Two Concepts of Libertygt이다 벌린은 이 아티클에서 영국 자유주의의 전통적 논의를 심도있게 정리하고 있으니 이 아티클만 자세히 읽어도 근대 사상의 기본적인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하겠다 이 아티클은 벌린이 ltlt자유에 관한 네 개의 에세이Four Essays on Libertygtgt라는 제목으로 1969년에 출간한 책에 실려있다 출간된지 40년이 다 되도록 이 책이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 한국 우파들의 게으름을 방증하는 사례는 없을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자인 복거일이 초기에 자신의 이념적 기반으로 삼았던 책이 벌린의 이 책이다 요즈음에는 벌린보다는 하이예크에 경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 do not propose to discuss either the history or the more than two hundred senses of this protean word recorded by historians of ideas I propose to examine no more than two of these senses ndash but those central ones with a great deal of human history behind them and I dare say still to come그 역사라든지 사상사가들에 의해 기록된 이 변화무쌍한 단어의 이백 여 가지 의미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의미들 중 단지 두 가지 그러나 중요한 의미들 그 뒤에 엄청난 인간역사를 품고 있는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여전히 그러한 - 만을 검토하고자 한다

The first of these political senses of freedom or liberty(I shall use both words to mean the same) which (following much precedent) I shall call the lsquonegativersquo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is the area within which the subject a person or group of persons is or should be left to do or be what he is able to do or be without interference by other personsrsquo The second which I shall call the positive sense is involved in the answer to the question lsquoWhat or who is the source of control or interference that can determine someone to do or be this rather than thatrsquo The two questions are clearly different even though the answers to them may overlap자유(freedom) 혹은 [다른 말로 표현되는] 자유(liberty) 나는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 에 관한 이러한 정치적 의미들 중 (다음에 말하는 것이 훨씬 선행한다) 내가 lsquo소극적rsquo 의미로 부르게 될 첫번째 것(전자)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타인들의 간섭 없이 주체 한 개인 또는 집단 - 가 [그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혹은 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존재해야 할 혹은 남겨져야 할 그러한 영역은 무엇인가rsquo 내가 적극적 의미로 부르게 될 후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 포함되어 있다 lsquo무엇 혹은 누가 어떤 사람으로 하여금 저것이 아니라 이것을 하라고 혹은 되라고 결정할 수 있는 통제 혹은 간섭의 원천(정당화 근거)인가 그 두 질문은 그 답이 중첩된다 하더라도 명백히 다른 것이다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24: Right Wing

벌린은 자유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극적 자유요 다른 하나는 적극적 자유이다 전자가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자유를 가리킨다면 후자는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자유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두 가지 자유개념이 모두 자유에 속한다고 칸트와 헤겔은 보았으나 벌린은 사실 소극적 자유만을 진정한 자유라고 간주하고 적극적 자유는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I am normally said to be free to the degree to which no man or body of men interferes with my activity Political liberty in this sense is simply the area which a man can act unobstructed by others If I am prevented by others from doing what I could otherwise do I am to that degree unfree and if this area is contracted by other men beyond a certain minimum I can be described as being coerced or it may be enslaved나는 보통 내 활동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상태를 자유롭다(free)고 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정치적인 자유(liberty)란 그저 한 사람이 타인에게 방해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영역에 있다 만일 내가 타인에게 취할 수 있었을 행위들이 타인에 의해 금지된다면 그런 상태는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 그리고 만일 이 영역이 어떠한 특정한 하한을 넘어서 타인에 의해 제약된다면 나는 구속된 것이라고 서술될 수 있거나 혹은 아마도 노예상태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Coercion is not however a term that covers every form of inability If I say that I am unable to jump more than ten feet in the air or cannot read because I am blind or cannot understand the darker pages of Hegel it would be eccentric to say that I am to that degree enslaved or coerced그러나 구속이 무능력의 모든 형태를 포괄하는 용어는 아니다 내가 공중에서 10피트 이상을 뛸 수 없다고 말하거나 맹인이라 책을 읽을 수 없다고 하거나 헤겔의 난해한 페이지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을 가지고 노예상태에 처해있다거나 구속된 상태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좀더 풀어 표현하자면 자기관계적self-regarding과 타자관계적other-regarding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이다 ― 벌린에 의하면 자기관계적 영역은 정치체제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그것이 공중에 공표되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관계적 영역에 있는 것이 타자관계적 영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밀은 opinion market이란 개념을 도입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떠한 의견이 개진되었다 했을 때 그것의 일차적인 판단의 몫은 공중에게 있으므로 공중이 판단하기 전에는 정치체제의 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판적 합리주의이다 비판적 합리주의가 마냥 칼 포퍼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그것의 정초를 놓은 이는 밀인 것이다

Coercion implies the deliberate interference of other human beings within the area in which I could otherwise act You lack political liberty of freedom only if you are prevented from attaining a goal by human beings Mere incapacity to attain a goal is not lack of political freedom This is brought out by the use of such modern expressions as lsquoeconomic freedomrsquo and its counterpart lsquoeconomic slaveryrsquo반면 구속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의 타인의 고의적 간섭을 가리킨다 타인에 의해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자유 중에서 정치적인 자유가 결핍된 것이다 단지 어떠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자유의 결핍은 아니다 이것은 lsquo경제적 자유rsquo 그리고 그 반대쪽의 lsquo경제적 노예상태rsquo라는 근대적 표현들을 사용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문단 말미에 lsquo경제적 자유economic freedomrsquo와 lsquo경제적 노예상태economic slaveryrsquo는 좌파 정치철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것들도 좌파들에 의해서 자유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의 성취 여부는 개인의 능력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므로 이는 경제적 자유의 영역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벌린의 자유개념은 지극히 협소하다 사회적 시민권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요사이 최장집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사회적 시민권은 한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들어오기 위해 필요한 자격entitle 즉 경제적 자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줄여서 사회권이라고도 하는데 ltlt인간답게 살 권리gtgt(사람생각)이라는 책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This is what the classical English political philosophers meant when they used this word They disagreed about how wide the area could or should be They supposed that it could not as things were be unlimited because if it were it would entail a state in which all men could boundlessly interfere with all other men and this kind of lsquonaturalrsquo freedom would lead to social chaos in which menrsquos minimum needs would not be satisfied or else the liberties of the weak would be suppressed by the strong이것은 고전적 영국 정치 철학자들이 이 말을 사용할 때의 그 의미다 그들은 그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넓은지) 혹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관점을 서로] 일치하진 않았다 그들은 다른 것들이 그러하듯 자유가 무제약적일 수 없다고 여겼는데 만일 무제약적이라면 그것이 만인에 대해 만인이 끝없이 간섭하는 상태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25: Right Wing

다 -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lsquo자연적rsquo 자유는 사회적 혼돈을 초래할 것인데 거기에서는 인간의 최소한의 욕구들조차 충족되지 못할 것이며 약자의 다른 자유들도 강자에 의해 억압될 것이다

Because they perceived that human purposes and activities do not automatically harmonize with one another and because (whatever their official doctrines) they put high value on other goals such as justice or happiness or culture or security or varying degrees of equality they were prepared to curtail freedom in the interests of other values and indeed of freedom itself For without this it was impossible to create the kind of association that they thought desirable그들은 인간의 목적들과 활동들이 저절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는 않는다고 인식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공적 노선이 어떠했든간에) 정의나 행복 혹은 교양이나 안위 다양한 평등 상태들 같은 다른 목표들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가치들의 관점에서 본 자유 사실상 자유 그 자체를 억제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 없이는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결사의 형태를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사 association는 자유주의자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사체에는 목적이 있다 그런데 목적을 위해 사회가 구성되면 그 목적에 반대하는 소수는 억압되기 마련이고 사회체제는 자연히 억압체제가 된다 그렇다고 개인들을 무작정 방임하게 되면 공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것이 고전적 자유주의의 딜레마이다 양자 간의 조화를 이룬다는 일은 늘상 힘든 일이다

Consequently it is assumed by these thinkers that the area of menrsquos free action must be limited by law But equally it is assumed especially by such libertarians as Locke and Mill in England and Constant and Tocqueville in France that there ought to exist a certain minimum area of personal freedom which must on no account be violated for if it is overstepped the individual will find himself in an area too narrow for even that minimum development of his natural faculties which alone makes it possible to pursue and even to conceive the various ends which men hold good or right or sacred결과적으로 인간의 자유 행위가 법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런 사람들이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특히 영국에서는 로크와 밀 같은 자유방임주의자들에 의해 프랑스에서는 콩스탕과 토크빌에 의해 침해되는 어떠한 근거도 없어야 할 확실한 최소한의 개인적 자유 영역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취해졌다 만일 그것(자유의 침해)이 도를 지나치면 개인은 그것을 가능케할 자신의 자연적(타고난)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계발을 하기에도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선과 옳음 신성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여러 목적들을 추구할 수 없을 [지경인] 그리고 인식조차 할 수 없게 될 어떠한 영역 안에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것이다

자유의 목록을 늘일 것이 아니라 규정을 최소한으로 한정하자고 주장이다 이것이 이른바 자유방임주의자libertarian의 시각이다

It follows that a frontier must be drawn between the area of private life and that of public authority Where it is to be drawn is a matter of argument indeed of haggling Men are largely interdependent and no manrsquos activity is so completely private as never to obstruct the lives of others in any way lsquo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rsquo the liberty of some must depend on the restraint of others lsquoFreedom for an Oxford donrsquo others have been known to add lsquois a very different thing from freedom for an Egyptian peasantrsquo사적인 삶의 영역과 공적 권력의 영역 사이에 새로운 경계가 도출되어야만 했다 사실상 실랑이었던 논쟁 속에서 중요한 것이 도출되었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며 어떠한 사람의 활동도 타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을 만큼 그렇게 완전히 사적이지는 않다 lsquo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rsquo 어떤 이들의 자유는 또 어떤 이들의 구속(억제)에 의존해야 한다 lsquo옥스퍼드 신사의 자유는rsquo - 이런 식으로도 부연할 수 있다 - lsquo이집트 농부의 자유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rsquo

큰 물고기의 자유가 작은 물고기들에게는 죽음이다Freedom for the pike is death for the minnows 즉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까닭에 최소한의 자유만 규정하면 된다는 말이다

The positive sense of the word liberty derives from the wish on the part of the individual to be his own master I wish my life and decisions to depend on myself not on external forces of whatever kind I wish to be the instrument of my own not of other mens acts of will I wish to be a subject not an object to be moved by reasons by conscious purposes which are my own not by causes which affect me as it were from outside I wish to be somebody not nobody a doer - deciding not being decided for self-directed and not acted upon by external nature or by other men as if I were a thing or an animal or a slave incapable of playing a human role that is of conceiving goals and policies of my own and realising themlsquo자유rsquo라는 말의 lsquo적극적rsquo 의미는 자기 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개인에 의한(개인의) 바람에서 나온다 나는 내 삶과 결정들을 어떠한 종류의 외부 영향도 없이 내 자신에게만 의존하고 싶다 나는 타인이 아닌 내 자신의 의지에서 나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26: Right Wing

온 행위들의 기구가 되고 싶다 나는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고 싶다 나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부의 요인들에 의해서가 아닌 이성에 의해 의식적(자각적) 목적에 의해 움직이고 싶다 나는 lsquo아무나rsquo가 아닌 lsquo누군가rsquo - 결정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방향에 따라 결정하는 그리고 타인이나 외부 세계에 의해 행동하는 것이 아닌 설령 내가 인간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물건 혹은 동물 또는 노예일지라도 내 스스로의 목표들과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그것들을 실현하는 행위자 - 가 되고 싶다

벌린의 탁월함이 여기에 있다 자유주의의 멤버쉽을 구분해주는 인간관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의 구분은 논리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할 뿐 사회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Philosophers with an optimistic view of human nature and a belief in the possibility of harmonising human interests such as Locke or Adam Smith or in some moods Mill believed that social harmony and progress were compatible with reserving a large area for private life over which neither the State nor any other authority must be allowed to trespass Hobbes and those who agreed with him especially conservative or reactionary thinkers argued that if men were to be prevented from destroying one another and making social life a jungle or a wilderness greater safeguards must be instituted to keep them in their places he wished correspondingly to increase the area of centralised control and decrease that of the individual But both sides agreed that some portion of human existence must remain independent of the sphere of social control로크나 아담 스미스 혹은 어떤 점에서는 밀처럼 인간 본성에 관한 낙관적 견해와 인간 이해 관계의 조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가졌던 철학자들은 사회적 조화와 발전이 그 전반에 국가나 다른 어떠한 권력도 그것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될 사적 삶의 넓은 영역을 유지하는 것과 양립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홉스 그리고 그의 견해에 동의했던 이들 특히 보수적이거나 반동적인 사상가들은 인간들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과 사회적 생활을 정글 또는 야생의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막으려면 그들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더 확대된 보호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중화된 통제 영역은 늘고 개인적 영역은 줄어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인간 존재의 어떤 부분은 사회적 통제 영역과는 무관하게(독립적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홉스와 로크가 견지한 인간관의 차이가 현실에 대한 처방도 서로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켜야 할 범위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그들을 자유주의자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는 있다

The retreat to the inner citadel인간 내면의 성채에로의 퇴각

이 문장은 3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독일 관념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벌린의 레토릭이 재미있다 아래를 보라

Kants free individual is a transcendent being beyond the realm of natural causality칸트의 자유로운 개인은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초월적 존재이다

벌린은 자유주의자들과 칸트 등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 인식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러니까 자유주의자들의 자유는 자기자신의 주인이고자 하는 바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독일 관념론자들의 자유는 초월적 존재에게 기대는 자유인 것이다 여기서 후자의 자유는 벌린의 말대로 자연적 인과성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다 자유주의자들이 독일 관념론자들을 비판하는 부분이 이것이요 독일 관념론이 낭만주의에서 기원했다고 지적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시간은 레오 스트라우스를 읽도록 하겠다

[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종강우파의 뿌리를 찾아서 8강 ―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오늘 강의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대해 다룬다 교재는 스트라우스의 제자이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스승인 하버드대학 행정학과 교수 하비 맨스필드가 지은 ltltA Students Guide to Political Philosophygtgt 이다 이 책은 유에스의 우파들이 대학 초년생들을 위해 저술한 것으로 이른바 보스턴 교양주의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려한 문체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 교양주의란 보스턴 지방에 있는 대학들 ― 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등 ― 에서 유행하는 속된 말로 고전 가지고 깝죽대는 짓거리로 정의할 수 있겠다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27: Right Wing

If you listen to the talk shows you will hear your fellow citizens arguing passionately pro and con with advocacy and denigration accusation and defense

여기에서의 토크 쇼를 단순히 한국에서 방송되는 토크 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제리 스프링거 쇼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유에스 인구의 45가 사용하는 쌍티나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 된다 오프라 윈프리 쇼는 그 중에서도 그나마 고상한 프로그램이다 유에스 인들이 토크 쇼라 하면 이런 프로그램을 연상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Politics means taking sides it is partisan

Partisan은 우리말로 당파성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정치적 입장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은 하비 맨스필드가 아니라 레오 스트라우스의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스승의 말을 일절 고쳐 쓰지 않는다 반박이니 발전이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스승의 말을 외우고 외울 뿐이다 맨스필드가 지은 이 책은 사실 레오 스트라우스가 지은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와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인간사랑) 이 두 책을 요약정리 해놓은 것이다 어쨌든 스트라우스에 따르면 정치학은 단지 자신의 입장만을 표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A partisan difference like this one is not a clash of values with each side blind to the other and with no way to decide between them A competent judge could ask both sides why they omit what they do and he could supply reasons even if the parties could not Such a judge is on the way toward political philosophy당파적 차이는 하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이는 각각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판별해 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때에 유능한 재판관이 나타나서 양쪽 모두에게 뭔가 물어보고 의견을 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관은 가치value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정치철학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트라우스에게 있어서 정치학과 정치철학은 구분된다 스트라우스에게 정치학은 당파적 차이partisan difference를 논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견줘 정치철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의 가치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무엇을 말한다

Politics always has political philosophy lying within it waiting to emerge So far as we know however it has emerged just once with Socrates ― but that event left a lasting impression It was a first스트라우스언들이 평가해 주는 철학자는 손에 꼽을 수 있다 이 문단에 나오는 소크라테스 그리고 그의 제자 플라톤과 크세노폰 마지막으로 장 자크 루소를 조금 평가해준다 이러한 평가에는 스트라우시언들이 고대와 근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배어있다

주지하듯이 고대ancient는 polispoliteia라고 하는 정체政體에서 출발한다 Politeia는 그리스어로 합의에 의한 정치체제를 의미하는데 스트라우시언들은 이것을 regime이라 번역한다 근대modern의 출발점은 individual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의 기본적인 시각은 고대에 있다 그들은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각각의 개인들이 대단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간주하는 근대사상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구문명의 타락이라고 본다 따라서 덕의 정치철학자들 ― 소크라테스 플라톤 ― 이 말하는 politeia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귀족주의자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I stress the connection between politics and political philosophy because such a connection is not to be found in the kind of political science that tries to ape the natural sciences That political science which dominates political science departments today is a rival to political philosophy Instead of addressing the partisan issues of sitizens and politicians it avoids them and replaces their words with scientific terms Rather than good just and noble you hear political scientists of this kind speaking of utility or preferences These terms are meant to be neutral abstracted from partisan dispute

To sum up political philosophy seeks to judge political partisans but to do so it must enter into political debate

이 문단에서는 정치철학political philosophy과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의 구별 문제가 들어간다 맨스필드는 오늘날의 정치학은 정치과학을 닮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과학은 다시 자연과학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치value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사실fact만을 따지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 근대사회의 전환에서 중요한 계기는 가치의 문제를 배격하고 사실의 문제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로부터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천명한 것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은 정치과학은 가치가 아니라 사실만을 따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공학political engineering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본다 요컨대 스트라우시언들에 의하면 정치철학은 덕이 있는 가치판단의 학이라 정의할 수 있는데 근대의 정치학은 당파적인 논쟁만을 주고받을 뿐이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과학 정치공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트라우시언들은 홉스나 로크 같은 근대사상가들이 정치철학을 정치공학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라 간주하고 그들을 경멸한다 대신에 고대사회의 덕을 회복하여 정치철학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옳다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28: Right Wing

문제는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덕의 본질적인 의미가 무엇이느냐이다 스트라우시언들이 말하는 덕은 소수만이 지니고 있다 그 나머지는 무지몽매한 이들로 생각한다 소수의 덕인들이 무지몽매한 이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스트라우시언과 근대인의 출발점이 확연하게 갈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olitical philosophy reaches for the best regime a regime so good that it can hardly exist Political science advances a theory ― in fact a number of theories oline that promises to bring agreement and put an end to partisan dispute The one rises above partisanship the other as we shall see undercuts it

스트라우시언들에게 있어서 정치철학의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최고의 체제best regime을 구현하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가 북한에 대해서 regime transformation 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 서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즉 단순히 북한의 지도자를 바꿔야 한다는 게 아니라 국가시스템 자체를 뒤엎어야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레오 스트라우스가 쓴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아카넷)의 한 구절을 보도록 하자

정치철학은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이다(p13)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학문이 근대 정치학 혹은 정치과학이다 스트라우스는 정치적인 것들의 본질에 대한 지식을 정치철학이라 말한다 앞의 것은 doxa이고 뒤의 것은 episteme이다 특히 뒤의 것 즉 episteme는 스트라우스에 있어서는 플라톤의 idea와도 같은 의미이다 정리하면 탁월한 정치적 지식 정치적 이해 정치적 기술을 가진 이가 정체를 운영하면 best regime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이런 생각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같다 소크라테스는 모든 인간에게는 각자 탁월한 능력 즉 덕arete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말을 잘 하는 이에게는 말 잘 하는 arete가 있는 것이고 구두장이에게는 구두를 잘 닦는 arete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가의 arete를 가진 사람이 polis를 다스린다면 polis가 탁월해 질 것이라 본 것이다 즉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이며 이 때문에 근대정치철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크라테스는 반동적인 것이다

Political philosophy begins with Socrates(470―399 BC) who for some reason wrote nothing himself but allowed his life and speeches to be recorded in dialogues written by his students Plato(c427―347 BC) and Xenophon(c430―c350 BC)

맨스필드는 정치철학이 소크라테스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서의 정치철학은 순전히 스트라우시언들의 시각에서 재규정된 정치철학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스트라우스 정치철학에 있어서 시작일 뿐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시언들이 인정해주는 정치철학자는 여기 나오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크세노폰 그리고 장 자크 루소 정도이다 특히 크세노폰은 서양 정치철학자들이 그렇게 주목하지 않았던 이다 게다가 크세노폰의 저작인 ltlt히에론gtgt은 위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것을 스트라우스가 특이하게 주목하는 것이다

스트라우스의 ltlt자연권과 역사gtgt의 한 구절을 보자

인간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런 형태에서 살아야 한다 고전 철학자들은 최선의 사회를 politeia 라고 불렀다 이들은 우선 이러한 표현을 통해 훌륭한 사회란 시민사회 또는 정치사회 즉 사물들의 관리가 단순한 관리가 아닌 인간들의 통치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암시하였다 인간들은 자신의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고형태의 사회 즉 인간적 우월성을 발현시키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그러한 사회regime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regime이 갖는 중요성은 근대 이후에 많이 훼손되었다

이것이 스트라우스의 생각이다 고대와 근대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고대와 근대를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고대Ancient 근대Modern가치value politeia인간성 완성best regimearete를 가진 philosopher king 사실factfree and equal individual자기보존계산국가기구

이것은 스트라우시언의 정의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고대와 근대에 대한 정의이다 흔히 스트라우시언들을 보수주의자들이라 규정하곤 하는데 여기에서의 보수주의는 복고주의라는 말이다 즉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기이다 근대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는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을 가리켜 20세기 정치에 대한 답변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스트라우스의 견해는 단순히 유에스 사회에 이민 온 유태인 학자가 살아 남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스트라우스가 근대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된 이유로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 한 가지는 그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

Page 29: Right Wing

어쨌든 고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중간에 마키아벨리와 홉스와 로크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스트라우스는 이들을 경멸한다 우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덕의 정신을 파기한 이가 마키아벨리이고 그런 마키아벨리를 계승한 이가 홉스이고 홉스가 너무 극단적이니 그것을 좀 부드럽게 만들어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이가 로크라고 본다

With Hobbes the partisan of modern though for theory becomes visible and paramount The ancients tried to consider things from all points of view and to consult all opinions they tries to understand and they aimed for wisdomhellip But the moderns produce theories

Modern life is the life of individuals which does not mean outstanding individuals persons who by nature or character are distinguished from others in some striking way

스트라우스의 ltlt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gtgt를 보자

(홉스) 그는 또한 전통적 정치철학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비판을 받아들였다 즉 전통적 정치철학은 그 목표를 너무 높이 세웠다는 것이다hellip 범속한 쾌락주의 정교함이 없는 절제 이것들은 권력정치에 의해 보호 받게 된다 그런데 홉스의 교의마저도 받아들이기엔 너무 대담하여 완화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완화는 로크가 맡았다

마키아벨리는 전통적 정치철학을 비판했으며 홉스는 이것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국가기구 즉 리바이어던을 창출하였으며 그것의 극단적 성격을 로크가 완화시켰다는 얘기다 스트라우스는 홉스의 시대에는 부르주아 시장경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우리가 처음 강의에서 읽은 맥퍼슨은 홉스가 부르주아 시장경제를 보고 자신의 이론을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서 홉스 해석에 있어서 스트라우스와 맥퍼슨이 대립되는 지점이다

Hobbess scheme was too extreme to work ― too contrary to virtue and common sense John Locke(1632―1704) took its basis the state of nature and fashioned a more regular constitutional system that retained the modern nonpartisan intent in a new design Locke remade Hobbess absolute sovereignty not abandoning it but making it compatible with constitutional checks and limited government

스트라우스의 책을 보자

만약에 마키아벨리의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경제적 수단을 통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이 가장 우아한 해결일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자유주의 정치철학이 추구하는 바이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중인 방폐장 유치 경쟁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유에스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한데 현재 유에스에서 가장 뜨는 산업이 무엇이냐면 바로 교도소산업이다 교도소까지 민영화시킨 것이다 홍은택씨가 쓴 ltlt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gtgt(창비)에 잘 나와 있으니 훔쳐서라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자유주의는 경제주의를 문제해결의 핵심으로 여긴다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을 경제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복거일이 쓴 ltlt현실과 지향gtgt이나 ltlt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gtgt를 한번 읽어봐라 거기에서 미군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용병으로 보자고 한다

이러한 경제주의가 오늘날의 마키아벨리즘인 것이다 이것을 홉스와 로크가 받아들인 것이고 그것의 결정판을 우리는 아담 스미스의 사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바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사상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스트라우스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그리스의 고전적 정치철학을 전복시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의 학자들은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서구의 전통tradition이라 보고 마키아벨리가 그것을 전복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맞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스트라우스의 의견 전체가 옳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고귀한 서구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하찮은 싸구려 경제주의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타당한 시각일까 전통의 조작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역사책을 읽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영원한 마이너였다 그리스 폴리스에서 가장 많은 존중과 존경을 받았던 폴리스는 아테네가 아니라 스파르타였다 이렇게 본다면 마키아벨리는 전통을 뒤집은 것이 아니라 중세를 거쳐 까마득히 잊혀졌던 고대의 전통을 되살린 것이다 ltlt책과 세계gtgt를 보자

ltlt군주론gtgt으로써 마키아벨리는 중세에 소실되었던 그리스 영웅들이 보여주기도 했던 실존성이라고 하는 서구의 전통을 재생시키고 그것을 현실에 옮겨놓는다 이제 이 전통은 근대에서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정당화를 얻기 시작한다 마키아벨리에 이어 근대인들은 국가가 불멸성을 보장해주는 체제가 아님을 확고하게 깨닫고 철저한 계약을 규범을 세우고 그것을 내재화한다 그런 점에서 ltlt군주론gtgt은 어설픈 중세를 확실히 정리하고 근대의 현실정치세계를 열어젖힌 고전이며 오늘날에는 통용되는 매뉴얼로 받아들여진다(p66)

이렇게 하여 이번 강좌를 마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