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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2월 10일, 2006 London, 기류를 탄 비행기는 30분을 늦게 출발했으나 1시간이나 일찍 런던 히트로 공항에 도착했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경유지. 9시간을 대기해야 되는 상황이기에 일찍 도착한들 좋을 게 하나도 없구 나. 그래도 좁은 비행기 좌석보다는 훨씬 나으니 다행이라 해야겠지. Ice Cream Bar 하나에 5불을 받는 LAX보다는 신사적으로 가격을 매긴듯한 공항이다. 오래된 건물에 시설도 좀 낙후된 듯 한 터미널이다. 유럽이나 한국 공항이 미국 공항과 다른 게 하나 있다. 최소한 내가 느낀 것은…… 겨우 중요한 데만 가릴 정도로 작은 문짝을 달아 논 미국 화장실과 달리 한국이나 유럽 공항 화장실은 문짝이 위에서 아 래까지 완벽하게 있다.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일을 볼 수가 있어서 좋다. 좀 비싼 듯 하지만 일부러 의자가 편하고 정식 레스토랑같이 생긴 곳에서 아침을 먹었다. 비행기 안에 서 준 차가운 아침은 식사라기보다는 덩어리에 가까웠다. Linguine Mariana. 전에 승희에게 만들어준 해물 스파게티와 비슷하다. 새우, 오징어, 생선, 토마토, 맛살 그리고 작은 홍합이 들어가 있었다. 입맛 에 꼭 맞아서 10유로가 좀 넘는 음식값이 아깝지가 않다. 그리고 미국에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맛봐서 더욱 좋기만 했다. 식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Quiet Seating Area라는 곳이 있다. 편안한 개인 의자와 딱딱하지만 긴 의자가 있어서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바로 옆엔 흡연구역도 있고…… 4시가 좀 넘어서 눈을 떴는데 밖이 캄캄하다. 비가 오는 듯 하다. 큰 창문에 물방울이 묻는구나. 조금 전 스크린에 비행기 스케줄을 확인하러 갔더니 8시 30분 출발인 BA89는 올라와 있지도 않았다. 현재 시간 오후 5시 10분 전. 아직도 3시간을 뭉게야한다.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좋다. 얼마 를 기다렸나. 드디어 전광판에 내가 탈 비행기가 나온다. 1시간 지연. 뻔한 이유겠지만 시간도 죽일 겸 어슬렁 걸어 British Airway 카운터로 가 이유를 물어봤다. 오는 비행기가 늦어서란다. 예전 같으면 화 가 났을 수도 있다. 허나 얼마 전 눈이 온 산속에서 목숨을 잃은 James Kim 사건 후 세상에 그리 큰 일도 없구나 싶다. 젊은 나이에 너무나 아까운 사람이 갔다. 그래서 인생이 허무하다 했나? 인생에서 한 시간이 지체 된다고 화를 낼 일이 아닌 듯싶구나. 또 책이나 몇 장 읽자. 12월 11일, 2006 지난 월요일 밤 11시가 돼서야 엘도렛에 도착을 했다. 6시간이 걸 리는 나이로비에서 엘도렛까지의 길은 참 험하기도 했다. 2002년 에 왔을 때도 험했던 길이었는데 대부분 구간이 그때 이후 보수를 안 했다고 한다. 새로이 공사를 시작한 구간이 있어서 뒷길로 우회 를 해야 됐는데 그런 곳은 길이라고 표현하기도 곤란한 길이었다. 아침 동이 트기 전에 잠에서 깼다. 잠자리가 바뀐 탓도 있고 앞으 로의 일에 대한 긴장과 흥분에 늦잠을 잘 수가 없었다. 선교사님 댁의 지형을 살피고 안테나 마운트를 박아 넣는 일부터 시작을 했다. 심각한 문제는 없었으나 작은 문 제들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히 내가 HF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미국에서 만들어 보내준

Trip to Ke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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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Kenya journey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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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Trip to Ke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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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일, 2006

London, 기류를 탄 비행기는 30분을 늦게 출발했으나 1시간이나 일찍 런던 히트로 공항에 도착했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경유지. 9시간을 대기해야 되는 상황이기에 일찍 도착한들 좋을 게 하나도 없구

나. 그래도 좁은 비행기 좌석보다는 훨씬 나으니 다행이라 해야겠지. Ice Cream Bar 하나에 5불을 받는

LAX보다는 신사적으로 가격을 매긴듯한 공항이다. 오래된 건물에 시설도 좀 낙후된 듯 한 터미널이다.

유럽이나 한국 공항이 미국 공항과 다른 게 하나 있다. 최소한 내가 느낀 것은…… 겨우 중요한 데만

가릴 정도로 작은 문짝을 달아 논 미국 화장실과 달리 한국이나 유럽 공항 화장실은 문짝이 위에서 아

래까지 완벽하게 있다.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일을 볼 수가 있어서 좋다.

좀 비싼 듯 하지만 일부러 의자가 편하고 정식 레스토랑같이 생긴 곳에서 아침을 먹었다. 비행기 안에

서 준 차가운 아침은 식사라기보다는 덩어리에 가까웠다. Linguine Mariana. 전에 승희에게 만들어준

해물 스파게티와 비슷하다. 새우, 오징어, 생선, 토마토, 맛살 그리고 작은 홍합이 들어가 있었다. 입맛

에 꼭 맞아서 10유로가 좀 넘는 음식값이 아깝지가 않다. 그리고 미국에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맛봐서

더욱 좋기만 했다.

식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Quiet Seating Area라는 곳이 있다.

편안한 개인 의자와 딱딱하지만 긴 의자가 있어서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바로 옆엔 흡연구역도 있고……

4시가 좀 넘어서 눈을 떴는데 밖이 캄캄하다. 비가 오는 듯

하다. 큰 창문에 물방울이 묻는구나. 조금 전 스크린에 비행기

스케줄을 확인하러 갔더니 8시 30분 출발인 BA89는 올라와

있지도 않았다. 현재 시간 오후 5시 10분 전. 아직도 3시간을

뭉게야한다.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좋다. 얼마

를 기다렸나. 드디어 전광판에 내가 탈 비행기가 나온다. 1시간 지연. 뻔한 이유겠지만 시간도 죽일 겸

어슬렁 걸어 British Airway 카운터로 가 이유를 물어봤다. 오는 비행기가 늦어서란다. 예전 같으면 화

가 났을 수도 있다. 허나 얼마 전 눈이 온 산속에서 목숨을 잃은 James Kim 사건 후 세상에 그리 큰

일도 없구나 싶다. 젊은 나이에 너무나 아까운 사람이 갔다. 그래서 인생이 허무하다 했나? 인생에서

한 시간이 지체 된다고 화를 낼 일이 아닌 듯싶구나. 또 책이나 몇 장 읽자.

12월 11일, 2006

지난 월요일 밤 11시가 돼서야 엘도렛에 도착을 했다. 6시간이 걸

리는 나이로비에서 엘도렛까지의 길은 참 험하기도 했다. 2002년

에 왔을 때도 험했던 길이었는데 대부분 구간이 그때 이후 보수를

안 했다고 한다. 새로이 공사를 시작한 구간이 있어서 뒷길로 우회

를 해야 됐는데 그런 곳은 길이라고 표현하기도 곤란한 길이었다.

아침 동이 트기 전에 잠에서 깼다. 잠자리가 바뀐 탓도 있고 앞으

로의 일에 대한 긴장과 흥분에 늦잠을 잘 수가 없었다. 선교사님

댁의 지형을 살피고 안테나 마운트를 박아 넣는 일부터 시작을 했다. 심각한 문제는 없었으나 작은 문

제들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히 내가 HF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미국에서 만들어 보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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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g Wire Antenna가 전혀 Tuning을 하지 못했다. 하루 종일 검사와 시험을 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

였다. 해가 져서 작업을 중단하고 잠자리에 들 때는 정말 몸이 피곤했으나 깊은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매끼마다 다른 음식을 해주시는 윤선기 사모님도 많이 힘이 드실 것 같다.

내일은 XU님이 떠날 때 일러준 힌트대로 안테나를 다시 만들어 봐야겠다. 잘 될지 걱정이 앞선다.

12월 12일, 2006

KF6XU님이 주신 경험담이 실전에 적중을 했다. 80 ft.로 잘라서 다시 만든

Long Wire Antenna가 기가 막히게 Tuning을 한다. 미국에서 집을 나서기

1시간 전에 신호가 끊어지는 상태에서 들은 마지막 충고가 이렇게 적중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느끼게 한다.

선교사님 댁에서 일을 하는 호세야가 많은 도움을 줬다. 서른 살 먹은 현

지인 총각이다. 말수도 적고 약간은 동작이 느린듯한 그 친구를 이곳의 통

신병으로 만들기 위해 교육을 시켜나갔다. 처음 보는 신기한 기술에 흥미

를 느끼며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을 한다. 저녁 날씨가 수상해 연장들을 잘

챙기라고 호세야에게 당부를 하고 마무리를 했는데 9시부터 제법 비가 많

이 온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아프리카의 비인가? 반가운 비가 일이 끝난

후 내려줘서 다행이다. 안테나 Ground를 잘 시켰는데도 가끔씩 전류를 느꼈었는데 문제를 찾아내서 다

행이다. 전원 소켓에서부터 Ground가 잘 안됐던 것 같다. 240볼트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지 않을 수

도 있고 집 공사를 할 때 얼마나 규정에 맞게 했는지도 알 수가 없고, 모든걸 하나 하나 점검을 해야만

한다. 일에 속도가 나지 않으나 어쩔 수가 없다. 기계나 부속에 이상이 생기면 미국에서 다시 보내오지

않는 한 방법이 없기에 부품을 보호해야 한다.

12월 13일, 2006

밤새 비가 많이 내렸다. 비도 오고, 선교사님이 벽난로도 지펴주고, 몸도 피

곤하기에 잠이 깊이 들 줄 알았는데 집 알람이 오동작을 하면서 밤새 소리

를 내어 지난밤도 잠을 설쳤다. 후에 안 일이지만, 호세야가 차고 문을 닫

는걸 잊어먹고, 비가 오는 밤새 5마리의 개가 차고에 드나들면서 그때마다

알람이 울렸던 것이었다. 이곳에 절도 강도가 많다며 저녁에는 굵은 철문을

잠그고 집 전체에 알람을 건다. 밤에 화장실을 갈 때도 알람을 풀고, 걸고

를 해야 한다. 어떤 때는 누가 갇혀 있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자동차에 무전기를 설치하는데 집중을 했다. 아무래도 Atas 120는

지형상 견뎌내지를 못할 것 같아 7Mhz single band antenna를 설치하려고

해봤으나 tuning이 잘 안 된다. 살 때부터 약간 이상이 있던 mount가 문제인 것 같다. Ground 문제인

것도 같고. 그냥 저냥 쓸 만은 하다만 아무래도 효율이 좀 떨어지는 듯싶다. 아무래도 Yeasu Atas 120

로 일단 설치를 해서 가능 주파수를 찾아야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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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우체국 직원이 와서 선교사님 새 Laptop에 Internet

program을 깔아주며 Echolink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미국 modem보다도 더 늦은 DSL로 간신히 미국과 첫 교신을

할 수 있었다. ZSA, BI, OB님과 교신을 했다. ZSA님이 오디오

가 않좋다고 얘기를 한다만 나로서는 교신을 한 것 자체가 기

적에 가깝다.

12월 14일, 2006

자동차에 무전기 설치를 완료했다. 혼자서 끙끙대는 내가 안쓰러웠

는지 선교사님께서 현지인 하나를 데리고 왔다. 특별한 기술이 있

는 사람은 아닌 듯싶으나 그래도 그 친구랑 같이 일을 하니 훨씬

수월하고 몸도 편했다. 2m/440 안테나는 별 문제가 있을 것도 없

고 잘 설치가 되었으나 어떤 band가 가능할지 모르는 HF가 문제

다. 자동차는 결국 Ground를 얼마나 잘 하냐가 관건이었다. 자동

차 전면의 철재 가드에 그라운드를 시켰으나 테스터로 검사를 해

본 결과 페인트가 절전을 시키고 있었다. 아직 완벽하게 만족할 결과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용엔 별 문

제는 없을 듯싶다.

12월 15일, 2006

별 탈없이 잘 써오던 Weller Butane Soldering Iron이 말썽을 부린다. 처음에는 이곳에서 구입한

Butane이 문제인가 했는데 아무래도 Soldering Iron이 문제인 것 같다. 불편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어서

선교사님이 전기 용접기를 구하러 나가셨다. 무려 세 번을 골라서야 그런대로 쓸만한 물건을 사오셨다.

처음 두 번째 물건은 제조회사나 심지어 제조 국가도 표시되어 있지 않는 완전 엉터리 불량품이었다.

사모님께서 그게 아프리카라며 크게 웃으신다. 아마도 신경이 예민 해지려는 나를 달래려고 그런 듯싶

다. 오후에는 호세야와 같이 초인종을 고쳤다. 문제는 항상 있는 법. 그래도 일 자체를 중단해야 되는

큰 문제는 없이 진행이 되어간다. 미국에 계신 AD6BI 배OM님이 내 소식을 계속 Kara web page에 올

리고 계신 것 같다. 옛날에 파랑새 호 요트에 무전기를 설치하셨던 추억과 흥분이 되살아 나신 듯 열심

히 도움을 주셨다. 혹시 필요할지 모른다며 7Mhz dipole antenna를 2개 만드셔서 가져오게 해주신 분

이다. 틈나는 데로 Echolink를 시도해 봤으나 여기 DSL이 워낙 느려서 번번히 실패다. 내일은

Turkana로 떠나는 날이다. 호세야를 열심히 가르쳤지만 가는

길에 해야 할 테스트가 잘 될지 걱정이 앞선다. 어느 한쪽에서

라도 실수가 있으면 테스트는 실패다. 전화가 없기에 무전기를

설치하는 것이고, 전화가 없으니 통신이 무슨 이유라서도 불통

이 되면 원인을 확인 할 길이 없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다시 연

결이 될 수 있는 통신 스케줄을 짜서 호세야와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다. 내일 시험이 전체 결과의 예상 결과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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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2006

밤이 늦어서야 Lokori에 도착을 했다. 정말 길이 험했다. 오는 도

중 호세야와 계속 시험을 했다. 길이 험해서 자동차가 심하게 흔들

렸다. Band를 바꾸기 위해 부착한 Atas 120가 위태하기만 하다.

아무리 세게 안테나를 조여놔도 진동으로 안테나가 풀린다. 계속

안테나를 주시해야 되고 주파수를 돌리기도 쉽지가 않고 심지어는

주파수를 읽는 것 조차 용의하지가 않다. 사모님 말씀이 그래도 짐

도 있고 해서 살살 모는 거란다. 중간에 통신은 됐지만 40 미터 밴

드가 예상보다 약하게 들어온다. 아무래도 자동차 안테나가 문제인 것 같다. 선교사님은 그래도 만족하

다는 듯 분위기를 이끌어 가신다. 분명 속 마음은 그렇지만 않으실 게다. 과거 군에 계실 때 무전기를

많이 사용해 보신 분이다. 모르실 리가 없다. 그냥 날 위로하시려고 그러시는겔꺼다.

늦은 저녁을 밥과 컵라면으로 해결하고 잠자리를 준비했다. 그래도 예전같이 덥지가 않다. 모기장이 쳐

진 침대는 아늑하고 편하다. 늦은 시간이라도 세끼를 해주시는 사모님의 얼굴은 이미 딴 나라 사람이다.

목적지를 한시 간여 남겨 논 길가에서 펑크가 난 픽업트럭을 만났다. 십여 명이 타고 있던 트럭엔 스페

어 타이어도 없었고 짐이 가득한 우리 차에 그들을 태울 공간도 없었고 해서 Lokori에 가서 그들이 소

속된 World Vision에 연락을 해주겠노라 약속을 하고 길을 재촉했다. 선교사님이 오는 길 내내 아이들

이라도 싣고 오지 않을걸 계속 후회를 하신다. 목적지에 도착 후 잠

자리를 준비하는 동안 선교사님께서는 World Vision에 연락을 해주

러 또 나가셨다.

5년 전에 왔던 이곳. 그때도 지금도 생소하지가 않다. 밤 하늘에 별

이 참 많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오리온 별자리도 주위의 많은 별

때문에 찾기가 쉽지만은 않다. Turkana의 밤 하늘을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난, 왜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하는 원초적인 질문이 떠

오른다.

12월 17일, 2006

새벽 4시 30분. 아직 여명도 트지 않았건만 어디선가, 아니 바로 뒤에서 닭

이 울어댄다. 나중에 알고 보니 Turkana의 선교사님을 돕는 일꾼 중 대장

격인 무느피가 키우는 장닭이다. 오늘도 동도 트기 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났

다. 해가 돋으며 희미하게 윤곽이 보이는 숙소 근처를 둘러봤다. 대충 계획

이 세워지고, 선교사님과 의논을 한 후, 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부 4명을 데려

와 숙소 옆에 구덩이를 파고 안테나 Post를 세울 쇠파이프를 박아 넣었다. 작업은 좀 더뎌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간다. 2m/440는 걱정도 안 한다. 나무에 임시로 Dipole을 걸어놓고 자동차 무전기로 Eldoret

에 있는 호세야를 계속 불러봤다. “Calling Charlie, Calling Charlie. This is Bravo. Do you copy, over”

“… …” 응답이 없다. 오는 도중 7Mhz가 잘 안 잡혀서 호세야가 무전 스케줄을 잘 이해했는지 궁금

하다. 아니면 무전기 조작을 잘못해서 통신이 안되는걸까? 알 수가 없다. 거의 30분을 불러도 응답이

없다. 선교사님 내외분이 어쩌면 교회에 갔을지도 모른다며 위안을 하시고 교회를 가셨다. 박선교사님

Page 5: Trip to Ke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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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말라리아 증세가 있는 듯싶다며 무척 피곤해 하신다.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일이 꼬이기 시작하는 걸까…… 시간이 갈수록 걱

정은 더해가고 호세야를 부르는 내 목소리도 기운이 빠지기 시작

한다. 얼마를 불렀을까? 앵무새처럼 불러대는 내 목소리 뒤에 반

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Bravo, Bravo. This is Charlie. How are

you, Sir?” 너무나 반가우면서도 화가 버럭 난다. “This is Bravo.

Where the hell you been? It is really good to hear your voice”

무선이 끝난 후 함성을 지르고 덩실덩실 춤까지 췄다. 주위에 사

람이 없었기에 다행이다. 아마도 실성한 사람으로 보였을 수도 있

었을 게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안테나 post 위에 dipole을 치고

Analyzer를 걸어보니 SWR이 높이 나온다. 아무래도 어딘가

short가 난 것 같다. 일꾼들을 시켜서 안테나선을 깐 천정으로 직

접 후래쉬를 키고 올라가 봤다. 이상이 없는 듯 하다. 칠흙같은 천

장 속은 아프리카의 태양열에 익어, 오븐과 같았고 여기저기 쥐

똥이 보인다. 방법이 없다. 처음부터 하나씩 점검을 해봐야 한다. 지붕 속에서 미국에서 보낸 안테나 선

에 이상이 있음을 찾아냈다. 굵은 안테나선의 Ground 부분이 접촉이 안되고 있었다. 선을 교체하고 다

시 안테나 Analyzer를 걸어보니 short가 난 아까보다는 훨씬 나아졌으나 그래도 전체적으로 SWR이

2:1 이상이 나온다. 이상한 일이다…… 아까 나무 밑에서 호세야와 통신을 할 때는 1.2:1 이 나왔는데

…… 이제는 해가져서 더 이상 작업을 할 수도 없다. 오전에 말라리아 증상을 보였던 선교사님은 다행

히 단순한 과로인 것 같다. 걱정이 태산 같은 나를 달래주고 피로가 겹치신 선교사님도 보신을 할 겸

저녁엔 염소를 잡아 여기 식으로 BBQ를 했다. 야마초마. 고기는 생각보다 부드럽고 기름이 쪽 빠져서

느끼하지도 않았다. 우갈리와 같이 저녁을 배불리 먹고 땀과 흙먼지, 쥐똥(?)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5년 전에 비하면 시원하게 좔좔 흐르는 물에 샤워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

지 모르겠다.

내일 새벽에 또 무느피 장닭이 울면 내일 점심은 닭고기 야마초마다.

12월 18일, 2006

무느피 장닭이 안 울었는지 아니면 피곤해서 듣지를 못했는지 6시

반이 돼서 눈이 떠졌다. 얼굴이 부어있고 입안이 쓰다. 이제 피곤

이 오기 시작하나 보다. 윤선기 사모님께서 비타민 C 정제를 주셨

다.

아무래도 함석으로 만든 지붕이 영향을 주는 듯싶다. 안테나를 나

무에 걸자니 안테나선이 턱없이 부족하다. 150 ft.나 안테나선을

더 가져왔는데도 이미 동이 났다. 이제 다른 방법이 없다. 안테나

post를 다시 세워봐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이다. 일꾼들이 구덩이를 또 파고 post를 집 코너로 옮기는

사이 나와 William은 다른 dipole을 걸어서 테스트를 해봤다. 좀 더 긴 두 번째 안테나가 훨씬 주파수

가 낮게 나온다. 조급한 마음에 선교사님께서 이런 저런 제안을 하시기에 신경질을 부렸더니 날 달래시

려고 애꿎은 일꾼들을 닦달을 하며 뭐든지 필요한걸 얘기 하랜다. 그리고는 멀찍이 떨어지셔서 다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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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하시며 지켜보신다. 아무래도 곁에 있으면 성질을 더 부릴 듯 한가보다. 본인께서도 엄청나게 피곤

하실 텐데 내색도 안 하시고 내 비위까지 맞추시는 게 안쓰럽다.

안테나 위치를 바꾸고 SWR이 떨어지는 게 보인다. 그래도 이젠 촐싹거리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작업

을 해나갔다. Test after test. 되는 게 확실하다. 그래도 점검 또 점검.

오후 2시경. 이젠 더 이상 점검 할 것도 바꿀 것도 없다. 7.1Mhz에서 SWR이 1.2:1이 나오는걸 확인하

고 무전기에 케이블을 연결하고 호세야를 불러봤다. 응답이 바로 온다. 주위 잡음은 조금 있으나 선명

히 copy를 할 수 있었고 호세야도 전혀 문제없이 내용을 copy한다. 이젠 다

했다. 내가 케냐에 온 목적을 달성했다. 눈물이 나올 것도 같았다. 매일같이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서 어두워서야 작업을 끝내며 일을 한 피곤도 없다.

당장 지프차를 몰고 나가 선교사님께서 2 meter 안테나도 테스트를 하셨다.

전혀 문제가 없다.

됐다! 선교사님도 무척 기뻐하신다. 이제 이 척박한 땅에 통신이 된다. 지역

교회를 돌아 다니실 때 사모님이 애타게 궁금해 하실 필요도 없다.

처음으로 낮에 샤워를 했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하늘이 수고했다며

더위를 식혀주나 보다.

그 후……

Eldoret으로 돌아온 다음날 자동차 안테나를 다시 점검 해봤다. Single band antenna도 잘 작동하지만

그래도 위에 부분이 좀 길었으면 해서 적당한 부품을 찾으려고 어두운 창고를 뒤지다 보니 몇 년 전 선

교사님께 드린 CB Radio antenna가 보인다. 참 너무도 신기하다. 정확히 내가 찾던 부품이 몇 년간 저

구석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이 느껴지기만 한다. 윗부분을 교체하니 정확히 내가 원하던 주파수

에 훌륭한 SWR이 나온다. 지난 몇 달간 난 맛이 간 사람처럼 무전만 생각하며 지내왔다. 지금의 성공

이 있기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무전기의 필요성에 공감을 해주신 부름 선교회 멤버들.

나의 귀찮은 요청에 자기 일처럼 도와주신 KARA 멤버들. 이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관하고 보살펴

주신 하느님.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아프리카까지 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비자금까지 내어준 아내에

게 고마움을 보낸다.

Casey K. Chung / NY6K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