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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새롭게 이해하기 유전정보의발현과 GMO의시작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지난 회에서는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정보인 DNA의 특성에 대해서 살펴보았지요. 이번 글에서는 이 DNA들의 특성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DNA 재조합의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GMO에 대한 이해를 높이 도록 하지요. 하리하라(창조의 신 미슈누와 파괴의 신 시바가 서로 결합한 상태)’라는 필명으로 활발한 과학 저술활동을 하고 계신 이은희 선생님은 역사, 신화, 드라마, 수필 다양한 분야에 생물학을 연관지어 대중의 언어로 알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과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와 지식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노력해왔다. 현재이은희선생님은‘하리하라의육아일기(프레시안)’과‘하리하라의영화와과학 이야기(사이언스타임즈)’를 연재해 인기를 끌고 있다. 저술으로는 <하리하라의 생 물학 카페>, <과학 읽어주는 여자>,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하리하라의 과학고전 카페> 등이 있으며, 2003년 한국과학기술도서상(과기부장관상)을 수상한바 있다. 저자소개 90 BIOSAFETY Vol.10 N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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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새롭게이해하기

유전정보의발현과GMO의시작

이은희과학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지난 회에서는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정보인 DNA의 특성에 대해서

살펴보았지요. 이번 에서는 이 DNA들의 특성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DNA 재조합의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GMO에 대한 이해를 높이

도록 하지요.

하리하라(창조의 신 미슈누와 파괴의 신 시바가 서로 결합한 상태)’라는 필명으로활발한 과학 저술활동을 하고 계신 이은희 선생님은 역사, 신화, 드라마, 수필 등다양한 분야에 생물학을 연관지어 대중의 언어로 알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과학에대한 일반인들의 이해와 지식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노력해왔다.

현재 이은희 선생님은‘하리하라의 육아일기(프레시안)’과‘하리하라의 화와 과학이야기(사이언스타임즈)’를 연재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저술으로는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과학 읽어주는 여자>,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 <하리하라의 과학고전카페> 등이 있으며, 2003년 한국과학기술도서상(과기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저자소개

90 BIOSAFETY Vol.10 No.2

유전정보는어떻게발현되는가?우리 몸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정보는 DNA, 정확히 말하자면 DNA의 배열

속에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DNA로 이루어진 유전자 그 자체가 신체를

구성하지는 않습니다. 유전자는 어디까지나 정보만을 담고 있을 뿐입니다.

마치 건물의 설계도면은 종이로 만들어지지만, 그 설계도로 인해 만들어진

건물은 종이가 아닌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말이지요. 인체도

마찬가지로 정보 자체는 DNA 배열에 담겨 있지만, 정작 몸은 주로 단백질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DNA의 배열이 어떻게 단백질로 연결되는

것일까요?

센트럴도그마의구축DNA 구조 발견자 중 한 사람이었던 프랜시스 크릭은 1959년, DNA에서

RNA를 거쳐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에 센트럴 도그마

(central dogma)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우리말로는 센트럴 도그마는‘중심

원리’혹은‘중심 사상’이라고 번역되기도 합니다. 원래 도그마(dogma)란

기독교의 교리를 이르는 말로, 인간의 구제를 위해 신이 계시한 진리이자

교회가신적권위를부여한것을뜻하는말입니다. 그러니크릭은이개념이야

말로 분자생물학에 있어서 센트럴 도그마라고 불리는 것은 종교의 교리처럼

분자생물학에서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본 중의 기본 원리라는 생각에

센트럴 도그마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죠.

센트럴 도그마에 따르면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는 DNA 속에 들어있습니다.

이 정보는 RNA 형태로 복사되어 세포내 단백질 생산 공장이라고 알려진

리보솜(ribosome)으로 전달되고, 리보솜은 이 RNA를 인식하고는 그에 맞는

단백질을 만들어 냅니다. 이 때 DNA는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지만, RNA와

단백질은 반드시 전 단계의 물질을 주형으로 삼아 만들어진다는 것이 센트럴

도그마의 개념입니다. 한편 DNA가 스스로를 복제하는 과정은 복제

(replication), DNA에서 RNA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전사(transcription),

RNA의 정보를 이용해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을 번역(translation)이라고

생명과학 새롭게 이해하기 | 유전정보의 발현과 GMO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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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BIOSAFETY Vol.10 No.2

합니다. 즉, DNA는 복제 과정을 통해 세포분열

을 할 때마다 DNA를 똑같이 복사하고, 이

DNA에 담긴 유전정보는 필요할 때마다 전사

과정을 통해 RNA로 바뀌어서 리보솜에 전달되

며, 리보솜은 이를 받아서 번역 과정을 통해 단

백질을 합성한다는 것입니다.

센트럴 도그마의 탄생은 단순히 DNA가 RNA를

거쳐 단백질을 만들어낸다는 순서를 밝히는 것

이상의의의가있습니다. 센트럴도그마는개념의

확립은 기존에 혼(靈魂) 혹은 생기(生氣)가

깃들어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던 생명활동이

DNAㆍRNA 같은핵산이나단백질처럼구체적인

화학물질로이루어져있다는것을나타내줍니다.

결국 이는 어떤 생명체를 연구하기 위해서 그

들이 지닌 단백질, 혹은 DNA를 파악해야 한

다는 환원주의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

입니다. 살모사가 맹독을 가진 것은 조물주가

살모사에게 독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하사했기

때문이 아니라, 살모사의 DNA에는 독성을 가진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들어있기 때문

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세상에 파란 장미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조물주가 파란 장미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장미의 DNA에는

파란색 색소를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들어 있지

않기때문입니다. 즉, 생물체가가진특성은어떤

특정단백질을가지고있는지아닌지로결정되며,

더 나아가 그 특정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

자를가지고있는지아닌지로결정됩니다. 따라서

파란색을 내는 장미를 만들고 싶다면, 장미의

DNA에 파란 색소를 만들어내는 유전자(blue

gene)을 넣어주면된다는결론에이를수있지요.

달맞이꽃처럼 파란색을 띤 꽃의 DNA에서

블루진을 추출해내고, 이를 다시 장미의DNA에

넣어주게 되면, ‘불가능한 것’이라는 말로 대신

쓰이던‘파란 장미’를 피워내는것이적어도이론

적으로가능해진다는뜻이됩니다(사진1).

센트럴 도그마가 확립되면서, 사람들의 머리 속

에는‘타고난’생명체의 특성도‘유전자’를 이용해

얼마든지 새로 조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됩니다. 생명체라면 모두 DNA를

유전물질로 가지므로 이들 사이에 얼마든지

유전자의 자리바꿈이 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실제로 유전자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사람의 유전자든, 동물의 유전자든 모두

DNA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사람의 유전자를 대

장균에 집어넣거나, 해파리의 유전자를 식물에

집어넣는‘이종 잡종’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바야흐로 인간은 이제‘유전자 재조합’이 가능한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되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유전자를 재조합하느냐 하는 문제뿐

이었습니다.

사진1. 2008년도쿄에서열린국제화훼박람회에서전시되었던파란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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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밝혀지는유전자재조합의비앞서 말했듯, 생물체의 특성이 유전자의 존재

유무로 인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특정 유전자를 다른 생명체

에게 옮겨주게 되면 정말로 그 특성이 그대로

옮겨지게 되는지에 모아집니다. 하지만 센트럴

도그마가확립될때까지만하더라도, 이런생각은

그저‘생각’에불과했습니다. 일단 DNA상에놓인

유전자를 다른 생물에게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DNA에서 유전자를 잘라낼 수 있는‘유전자

가위’와 이 잘라낸 유전자를 다른 DNA에 연결

시키는‘유전자 접착제’, 그리고 유전자를 운반

해줄‘유전자 운반체’등이 필요한데, 당시까지는

알려진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들의 존재를 밝히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먼저 발견된 것은 유전자 접착제 습니다.

1967년 마틴 겔러트(Martin Gellert)와 로버트

레먼(Robert Lehman)은 서로 다른 연구소에서

각각 조각난 DNA를 이어붙이는 기능을 하는

효소를 찾아내었고, 이 효소에 DNA 리가아제

(ligase)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원래 인간의

DNA는복제될때, 두가닥의 DNA 중한가닥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줄로 복제되지만, 다른 한

가닥은 부분적으로 나뉘어서 복제된 뒤 하나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는 DNA를 복제

하는 효소가 방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어

나는 일로, DNA 복제시 만들어지는 짧은 DNA

조각들을오카자키절편(Okazaki fragment)이라고

합니다. DNA가 정상적으로 이중나선 구조를

이루려면 조각난 오카자키 절편이 먼저 하나로

이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2가닥으로 이루어진

생명과학 새롭게 이해하기 | 유전정보의 발현과 GMO의 시작

DNA를 갖는 생명체들은 필연적으로 DNA를

이어붙이는 접착제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DNA 리가아제입니다(그림 1).

보통 포유류는 4종류의 DNA 리가아제를갖는데,

이들은 오카자키 절편들을 이어서 한 줄의 긴

DNA로 만들기도 하고, 스트레스나 외부의 충격

등으로인해끊어진 DNA들을이어붙여 DNA를

보수하는 기능도 수행한답니다(그림 2).

그림1. DNA의복제(replication) 과정, DNA 복제효소의방향성으로인해두가닥의DNA를복제할때에는한쪽가닥에는필연적으로오카자키절편이발생하게되고, DNA 리가아제는이를이어한줄의완성된DNA를형성한다.

출처: https://eapbiofield.wikispaces.com/+Molecular+genetics+Jake+?f=print

그림2. DNA 리가아제를처리하면DNA 끝부분의인산디에스테르기를결합시켜,DNA를연결시킵니다.

http://biochemistry.yonsei.ac.kr/biochem_molecular/gene_cloning_14.php

94 BIOSAFETY Vol.10 No.2

난 아무데나 자르지않아, 제한효소DNA를 자를 수 있는 유전자 가위는 1970년에

스미스(Hamilton Smith)와 네이선스(Daniel

Nathans)에 의해서 발견되었습니다. 박테리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말이죠. 박테리아는 단세포

생물입니다. 박테리아에게 가장 무서운 것 중

하나는 박테리오파지로 일종의 바이러스입니다.

박테리오파지는박테리아에달라붙은뒤, 자신의

DNA를 박테리아 속으로 집어넣어 번식하는

일종의 기생체입니다. 따라서 진화의 과정 중,

박테리아들은 자신의 DNA가 아닌 외부에서 들

어온DNA(박테리오파지의DNA 같은)를절단하는

효소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DNA 절단

효소는 외부에서 침입한 적을 무찌르는데 유용

하지만, 자칫하면 자신의 DNA도 잘라버릴 위험

성을가지고있습니다. 따라서박테리아가가지는

DNA 절단효소들은자신의 DNA는자르지않고,

외부에서들어온 DNA만자르는‘제한된’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렇게 제한된 역할을 한다고

하여 이에‘제한효소(restriction enzyme)’라는

이름을붙여주었지요.

처음에분자생물학을배울때, 왜 DNA를 자르는

유전자 가위에‘제한효소’라는 뜬금없는 이름이

붙었는지를 의아해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 것을 모르고 말이에요. 예를 들어

EcoR1이라는 제한효소는 GAATTC라는 염기서

열이 있는 부위만을 자르고, BamH1이라는 제한

효소는 GGATCC라는염기서열이있는부위만을

자릅니다. 그런데 이런 염기서열들은 바이러스

뿐 아니라, 간혹 박테리아의 자체 DNA에서도

나타나는경우가있습니다. 하지만이런경우라도

박테리아의 DNA는 멀쩡합니다. 그것은 박테리

아가자신의 DNA에는미리메틸(methyl) 성분의

꼬리표를 붙여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EcoR1은 DNA 위에 GAATTC라는 염기서열을

발견하면 그 부위를 자르도록 만들어져 있지만,

이 부위에 메틸 성분의 꼬리표가 붙어 있으면

이 부위는 자르지 않고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림 3). 박테리아처럼보잘것없이보이는생명

체라도살아남기위해서이토록다양하고복잡한

전략들을 구사합니다. 이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생명체라도 생명이란

그 자체로 매우 귀하고 신비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없지요.

그림3. 제한효소인 EcoR1은 GAATTC라는 염기서열이 존재하면 가차 없이 이

부위를잘라버립니다. 하지만이부위에메틸기(CH3)기가붙어있으면자르지

못합니다. 이를 이용해 박테리아들은 자신의 DNA는 보호하면서, 동시에

외부에서 들어온 바이러스나 기타 다른 DNA들은 잘라서 불활성화시킬

수있답니다.

출처:http://homepages.strath.ac.uk/~dfs99109/BB211/RecombDNAtechlect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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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유전자 가위인 제한효소는 이름 그대로

특정한 부위만을 자릅니다. 현재 발견된 제한

효소의 종류는 수십 가지가 넘는데, 각각은

DNA의염기서열을파악하여, 정해진염기서열이

나타나는 곳만을 자릅니다.

과학자들의고민, 아실로마회의1970년대가 되자, 여러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DNA를 인위적으로 자르고 이어붙이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즉, 유전자 재조합(Genetic

Recombination)이 가능해진 것이죠. 이렇듯

유전자재조합기술이 현실화되자 이 기술이

가진 무궁한 가능성에 가슴이 두근거린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이 기술이 지닌 또 다른 이면에

두려움을 느낀 사람도 있었습니다. 바로 1976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실로마 센터에 모여든

학자들도 모두 이처럼 양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1976년, 아실로마센터에서는과학자들의회의가

열렸습니다. DNA를 자르고 이어붙이는 효소

들이 잇따라 발견됨에 따라 유전자 재조합은

이제 꿈이 아닌 현실이 된 상황에서, 과학자들은

이제 자신들 손에 놓여진 이 기술들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지요. 생명의

정보가 담긴 DNA에 인간이 인위적으로 개입

하는 것이 과연 어떠한 결과를 가지고 올지는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가능성에 대한 흥분만큼

두려움도 컸습니다. 유전자 재조합이 가능해졌

다는 것은 DNA를 마음대로 자르고 이어붙이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생물이

라면 모두 유전물질로 DNA를 가지므로 DNA

수준에서 보면 사람의 DNA든 젖소의 DNA든

박테리아의 DNA든 하등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이론적으로는사람과박테리아의 DNA를,

동물과 식물의 DNA를 자르고 이어 붙여서

키메라(chimera)를 만드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

하다는 말이 됩니다. DNA는 아주 평등해서 서로

가어느 생물종 출신인지를 가리지 않으니까요.

이런 상황이 도래되자, 자신들의 호기심만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뛰쳐나갈 것만 같은 과학

자들이 먼저 자신들이 연구하는 것이 과연 정당

한가를 두고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 바로

‘아실로마 회의(Asiloma Conference)’입니다.

아실로마회의를통해과학자들은유전자재조합

연구에대한안전수칙과지침을마련했고, 가능

하면 전체 생태계에 미치는 향을 최소로 하는

생명과학 새롭게 이해하기 | 유전정보의 발현과 GMO의 시작

※참고로제한효소의이름은박테리아의학명과발견된순서를따서붙입니다. 위에서예를든EcoR1의경우,

‘이코-알원’이라고읽는데대장균(Eschrerichia coli)의R형에서발견된첫번째제한효소여서이런이

름이붙었습니다. 마찬가지로BamH1은Bacillus amyloliquefaciens라는박테리아의H타입에서

발견된첫번째제한효소라는뜻입니다.

96 BIOSAFETY Vol.10 No.2

최근 들어 유전자재조합식품(GMO)의 안전성

문제가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은

과학자들이‘과학적발견’이라는미명에사로잡혀

생명의 근간에 손을 대는 것에 대해서 거리낌이

없다는 비난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DNA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일이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연구되어야 한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

들은 오히려 과학자들입니다. 이들은 이미 30여

년전, 처음으로유전자재조합기술이싹을틔우기

시작할 때부터 이에 대해 고민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 사실을 충분히

숙지한 채 연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유전자재조합, 그무한한가능성을발견하다우리는 보통 유전자 재조합이라고 하면 콩이나

옥수수 같은 작물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로

유전자 재조합이 먼저 도입된 분야는 농업이

아니라, 의학 분야 답니다.

그 중에서도가장먼저성과를거둔것은유전자

재조합을 통한 사람의 인슐린 생산이었습니다.

인슐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혈당을조절하는매우중요한호르몬이며, 일종의

단백질입니다. 만약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신체에 이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당뇨병이죠. 따라서 당뇨병 증상을 완화

시키기 위해서는 인슐린을 투여해야 합니다.

조건과 실험에 대한 열정을 적절히 조율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게 되지요.

저마다 생각은달랐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다들

고개를 끄덕 습니다. DNA란 작게 쪼개다 보면

당의일종인디옥시리보오스와인산, 그리고염기가

붙은 단순한 유기화합물일 뿐이지만, 이 유기

화합물이 반복해서 모이게 되면‘생명’을 만들

어내는 마법의 주문이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DNA란 다른유기화합물과는다르게, 좀 더 신중

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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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970년대까지만하더라도인슐린의인공

합성이 어려워서 당뇨병 환자들은 돼지나 소와

같은동물의췌장에서뽑아낸인슐린을사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이렇게추출되는인슐린은값도

비쌌고, 인간과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았지요.

이런 필요가 있던 찰나, 유전자 재조합이라는

신기술이탄생되었지요. 이때제네텍(Genetech)

이라는생명공학회사가유전자재조합기술을이용

하면인슐린의인공합성이가능할지도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대장균과 같은 세균들은 본 DNA말고도 플라스

미드(plasmid)라고 불리는 고리 모양의 작은

DNA를가지고있습니다. 중심 DNA가세포내에

항상 존재하는 것과는 달리, 플라스미드는 다른

개체로 옮겨갈 수도 있고 다른 개체로부터 받을

수도 있습니다. 세균처럼 무성생식을 하는 생명

체들은 이 플라스미드를 통해 유전자의 일부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유전적 다양성을 보충하는

것이죠. 사람들은저절로다른세균들에침입하여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는 플라스미드를 인슐린

유전자 운반체로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대장균에서 플라스미드를 추출한 뒤, 유전자

가위인 제한효소로 일부를 잘라내고, 그 부위에

사람의 인슐린 유전자를 유전자 접착제인 리가

아제(ligase)로 단단히 붙이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사람 인슐린 유전자가 들어 있는 플라스

미드를 대장균이 들어 있는 배지에 넣고 섞어서

배양시키면, 플라스미드는원래대장균안팎으로

움직이던 존재이므로 알아서 대장균 속으로 들

어가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사람의 플라스미드가 들어간 대장균을 골라서

양액에 넣은 뒤, 따뜻한 곳에 놓아두고 대장

균이 사람 대신에 인슐린을 만들도록 기다리는

것뿐 입니다. 대장균은 보통 20분 만에 1번씩

분열을 하기에 얼마되지 않아 인슐린을 만드는

유전자를 지닌 대장균은 배지에 그득하게 불어

나게 되고, 이들이 알아서 인슐린 단백질을

만들어내게 됩니다(그림 4).

생명과학 새롭게 이해하기 | 유전정보의 발현과 GMO의 시작

그림4. 유전자재조합기술을통한인슐린의생산

98 BIOSAFETY Vol.10 No.2

않았습니다. 일단은 실험 자체가 통제된 실험실

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었고, 우리는 재조합된

DNA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만들어낸 단백질 결과물만 사용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지요. 게다가 재조합 인슐린이라던가,

재조합 성장호르몬, 혹은 재조합 백신들이 주는

효능이 워낙 가시적이었기 때문에 유전자를

재조합한다는 데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은 쉽게

묻혀버리고 말았지요.

일반 시민들이 유전자 재조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

유전자 재조합 자체가 시도되었기 때문이라

기보다는 유전자재조합작물, 흔히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라는 작물

들이등장한이후부터입니다. 이때부터는유전자

재조합된 생명체들은 더 이상‘실험실에만

존재하는것’이아니라‘우리주변에서볼수있는

것’이되었고, 그들이 만들어낸 단백질만을 이용

하는 것이 아니라,‘재조합된 유전자’까지도

고스란히 받아들이게 되었지요. 그리고‘재조합

된 유전자 자체를 먹는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합니다. 원래부터

자연에 존재하던 것이 아닌, 인간이 스스로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합성한 유전자를‘먹는’것이

과연안전할까, 하는생각을하게된것이죠.

‘GMO의 안전성’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번에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고, 오늘은 GMO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기로 합시다. GMO란 무엇

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왜 만들었는가 등

등을 말이죠.

물론 대장균과 인간은 세포의 특성이 달라서

(대장균은 원핵세포, 사람은 진핵세포로 이루

어져 있습니다) 대장균이 만들어낸 인슐린을

곧바로 사람이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이 문

제는 몇 가지 화학적 공정을 거쳐서 단백질을

재가공하는것으로해결되게됩니다. 그리하여

1980년대 초반, 드디어 대장균이 인간의

유전자를 받아들여 만들어낸 최초의 재조합

인슐린이 시장에 선을 보이게 됩니다. 이 인슐

린은 동물의 췌장에서 뽑아낸 인슐린에 비해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적었고, 값도 저렴

했기때문에당뇨환자들에게있어서는더없는

희소식이었지요.

재조합 인슐린의 성공 이후, 많은 의약제품

들이 유전자재조합기술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인체 내에서 합성되는

호르몬이나 여러 조절 인자들이 부족한 경우,

이를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서 추출해서 사용

하거나 혹은 화학적인 방법을 통해 제조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전자의경우에는면역학

적인 문제가 있었고, 후자의 경우에는 제조가

불가능하거나혹은매우까다로운경우가많았

습니다. 유전자재조합기술은 면역학적 문제가

거의 없으면서도 경제적으로 이들 물질들을

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분야에 빠르게

적용되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사람

들은 유전자재조합기술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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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유전자재조합기술의조우, GMO사실 유전자 재조합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간은

오래전부터 작물의 유전적 특징을 개량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한 농부가

오랫동안 농사를 짓다가 자신이 심는 벼 중에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한 종

류는 낟알이 많이 그는데 비해 줄기가 너무

길어서 바람만 조금 불면 금방 쓰러지는 종이고,

다른 한 종류는 키가 작고 줄기가 단단해서 잘

쓰러지지 않지만 낟알이 적게 달려서 수확량이

적은 종이었습니다. 이 때 농부는 생각하게 되

지요.‘낟알도 많이 열리면서 줄기가 튼튼해 잘

쓰러지지 않는 벼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이죠. 어떤 이들은 단지 상상만으로 그치겠

지만, 실험 정신이 투철한 농부라면 원하는 벼가

나올 때까지 계속 두 종류의 벼를 교배시키는

시도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육종이

라고하는데, 지금우리가먹고있는많은곡식과

채소와 과일 등은 거의 대부분 육종을 통해 더

크고, 더 맛있고, 더 수확량이 많은 종으로 개량

된 것입니다.

이처럼 육종을 통해서도 작물의 특성은 개량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육종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원하는 특성을 모두 나타나게 할 수는 없으며,

비슷한종이아닌경우에는육종을할수가없습

니다. 하지만 유전자재조합기술은이런단점들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을

들여서 원하는 특성 한 두가지만 꼭 집어 발현

시킬 수 있으며, 유전자의 기원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종끼리 만이 아니라, 동물이나

미생물의 유전자까지도 얼마든지 식물에 넣어

줄 수 있습니다. 즉, 작물의 특성을 얼마든지 원

하는 대로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난제가 발생합니다. 이

전에 대장균과 같은 미생물에 유전자 재조합을

하는경우에는유전자를대장균안으로넣어주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미생물들은

플라스미드라는 훌륭한 유전자 운반체를 이미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식물들은 플라스

미드를 가지지 않은데다가, 아주 단단한 세포벽

까지 가지고 있어서 유전자를 식물에 주입시키

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지요.

그런데 이 난제의 해결은 의외의 곳에서 나타

났습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식물의 뿌리나

줄기에 괴상하게 생긴 혹 같은 것이 달려 있는

것을 종종 관찰하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식물에

왜혹이생겨나는지알수없었지요.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위해식물에서혹을떼어내어관찰하던

과학자들은 놀랍게도 이 안에서 아그로박테리아

(Agrobacteria)라는 미생물을 찾아내게 됩니다

(사진 2).

생명과학 새롭게 이해하기 | 유전정보의 발현과 GMO의 시작

사진2. 식물의줄기에발생한혹. 아그로박테리아가기생하여발생한현상입니다.

출처: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b/ba/Agrobacterium_tumefaciens_Forsythie.jpg

100 BIOSAFETY Vol.10 No.2

원래아그로박테리아는흙속에살아가는미생물

입니다. 평소에는조용히흙속에서살던아그로

박테리아는 주변의 양분이 고갈되어 먹고

살기가힘들어지면, 근처에사는식물세포안으로

침투하여 기생하게 됩니다. 즉, 다른 생명체를

숙주로 삼아 거기에 기생하면서 살아가는 기생

생물은지구상에매우흔한존재들입니다. 하지만

다른 기생생물들이 숙주가 만들어내는 양분을

가로채어 생활하는데 반해, 아그로박테리아는

식물세포 속에 아예 자신의 유전자를 집어넣어

식물세포가 자신에게 필요한 물질들을 따로

만들게 합니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말이죠.

1980년대 초, 이러한 아그로박테리아의 비 이

밝혀지자, 과학자들은 곧바로 아그로박테리아를

이용하면 지금껏 난제로 여겨졌던 식물세포

안으로의 유전자 도입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사실을깨닫습니다. 과학자들은아그로박테리아의

DNA를 분석하여 그 중에서 식물로 유입되는

유전자 부위를 찾아내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부위를제한효소로잘라낸뒤, 대신우리가식물에

주입하기를 원하는 유전자를 붙여 주었지요.

이제남은것은식물에아그로박테리아를뿌려서

알아서침투하기를기다리는일뿐이었지요. 기특

하게도 아그로박테리아는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유전자 대신, 인간이 인위적으로 넣어준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식물 속으로 유입시켜 주

었고 이로 인해 식물에 대한 유전자 재조합이

드디어 현실화되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유전자

재조합작물, 흔히 이야기하는 GMO가 현실 속에

등장하게 된 것이죠(그림 5). 그래서 1983년

처음 유전자재조합 담배가 만들어진 이후,

1994년 처음으로 쉽게 물러지지 않는 토마토가

‘플레이버 세이버(Flavr Savr )’라는 상품명을

달고 시장에 등장하게 됩니다. 비록 일반시민

들이 최초로 접했던 GMO인 플레이버 세이버는

지금은 시장에서 거의 사라졌지만, 이후 다양한

특성을 가진 콩, 옥수수, 면화, 쌀 등의 GMO가

만들어졌고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현재 우리가 만들어낸 GMO 및

LMO의 종류와 특성, 개발 및 재배 실정을 통해

유전자재조합기술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를

살피고, LMO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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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새롭게 이해하기 | 유전정보의 발현과 GMO의 시작

그림5. 대표적인식물의유전자재조합방법인아그로박테리움법

※GMO와LMO 흔히유전자재조합을통해만들어진생명체들을GMO 또는LMO라고일컫습니다. 각각GMO는Geneticallymodified organism, LMO는Living modified organisms의준말로, 둘다‘유전자재조합을통해만들어진생명체’라는뜻을담고있습니다. 그런데일반적으로LMO가모든유전자변형생명체를일컫는말로쓰이는것과는달리, GMO는주로유전자재조합작물이나혹은그로만든식품을지칭하는말로쓰입니다. 그래서앞으로의에서는주로LMO로초점을맞추어전개하되, 특별히식품과관련이있을경우에는GMO를사용하도록하겠습니다.